통합대장경

楞伽阿跋多羅寶經卷第三

ABC_IT_K0159_T_003
010_0808_b_01L
능가아발다라보경 제3권
010_0808_b_01L楞伽阿跋多羅寶經卷第三


송 구나발타라 한역
최윤옥 번역
010_0808_b_02L宋天竺三藏求那跋陁羅譯


3. 모든 부처님께서 마음에 대해 말씀하신 품
010_0808_b_03L一切佛語心品之三

이때 세존께서 대혜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뜻대로 나타나는 몸[意生身]의 통상(通相)에 대한 설명을 하겠으니,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08_b_04L爾時世尊告大慧菩薩摩訶薩言生身分別通相我今當說諦聽諦聽善思念之大慧白佛言善哉世尊然受教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뜻대로 나타나는 몸에는 세 가지가 있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삼매락정수로써 뜻대로 나타나는 몸[三昧樂正受意生身], 법자성의 성품을 깨달음으로써 뜻대로 나타나는 몸[覺法自性性意生身], 여러 종류가 함께 생기지만 짓는 행이 없음으로써 뜻대로 나타나는 몸[種種俱生無作行意生身]이다. 수행자가 초지(初地)에서부터 점점 위로 나아가는 모습을 확실히 알면 이 세 가지 몸을 얻는다.
010_0808_b_08L佛告大慧有三種意生身何爲三所謂三昧樂正受意生身法自性性意生身種類俱生無行作意生身修行者了知初地上增進相得三種身
대혜야, 삼매락정수로써 뜻대로 나타나는 몸이란 무엇인가? 제3지ㆍ제4지ㆍ제5지의 삼매락정수를 얻음으로써 자신의 모든 마음이 적정하게 안주하여 마음의 바다에 파도의 식상(識相)이 생기지 않고, 성품이라거나 성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 나타낸 경계인 줄을 아는 것을 말한다. 이를 삼매락정수로써 뜻대로 나타나는 몸이라고 한다.
010_0808_b_12L大慧云何三昧樂正受意生身第三第四第五地三昧樂正受故種種自心寂靜安住心海起浪識相不生知自心現境界性非性名三昧樂正受意生身
010_0808_c_02L대혜야, 법자성(法自性)의 성품을 깨달음으로써 뜻대로 나타나는 몸이란 무엇인가? 제8지에서 법이 환(幻) 등과 같아서 모든 것이 무소유(無所有)이며, 몸과 마음도 끊임없이 변하고 바뀐다는 사실을 관찰하여 깨닫는 것이다. 묘한 꽃으로 장엄하듯 여환삼매(如幻三昧)와 그 외 삼매문(三昧門)의 무량한 모습과 힘과 자재함과 밝음을 얻고, 환ㆍ꿈ㆍ물에 비친 달ㆍ거울 속 형상처럼 빠르고 뜻과 일치되며, 만드는 것도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또한 만들고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색의 모든 부분을 갖추어 장엄하고, 모든 불국토와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들어가니, 이는 자성법(自性法)에 통달했기 때문이다. 이를 법자성(法自性)의 성을 깨달음으로써 뜻대로 나타나는 몸이라고 한다.
010_0808_b_16L大慧云何覺法自性性意生身第八地觀察覺了如幻等法悉無所有身心轉變如幻三昧及餘三昧門無量相力自在明如妙華莊嚴迅疾如意猶如幻夢水月鏡像非造非所造如造所造一切色種種支分具足莊嚴隨入一切佛剎大衆通達自性法故是名覺法自性性意生身
대혜야, 여러 종류가 함께 생기지만 짓는 행이 없음으로써 뜻대로 나타나는 몸이란 무엇인가? 모든 불법의 연(緣)을 깨달아 저절로 즐거운 모습을 얻는 것을 말하니, 이를 여러 종류가 함께 생기지만 짓는 행이 없음으로써 뜻대로 나타내는 몸이라고 한다. 대혜야, 이 세 가지 몸의 모습을 관찰해 깨달아야 할 것이니, 반드시 배우고 닦아야 한다.”
010_0808_c_03L大慧云何種類俱生無行作意生身所謂覺一切佛法緣自得樂相是名種類俱生無行作意生身大慧於彼三種身相觀察覺應當修學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08_c_07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내가 대승(大乘)을 타는 것이 아니고
말도 아니고 또한 문자도 아니며
진리도 아니고 해탈도 아니며
경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010_0808_c_08L非我乘大乘
非說亦非字
非諦非解脫
非無有境界

그러나 마하연(摩訶衍)을 타면
삼마제(三摩提)가 자재하며
뜻대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몸이
꽃으로 장엄하듯 자재하리라.
010_0808_c_10L然乘摩訶衍
三摩提自在
種種意生身
自在華莊嚴

이때 대혜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어떤 남자와 여인이 다섯 가지 무간업(無間業)을 행하고도 무택지옥(無擇地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그 남자나 여인이 다섯 가지 무간업을 행하고도 무택지옥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습니까?”
010_0808_c_11L爾時大慧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如世尊說若男子女人行五無閒業不入無擇地獄世尊云何男子女人行五無閒業不入無擇地獄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그대를 위해 말하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08_c_15L佛告大諦聽諦聽善思念之當爲汝說慧白佛言善哉世尊唯然受教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이 다섯 가지 무간업인가? 아버지를 죽이는 것, 어머니를 죽이는 것, 아라한을 해치는 것, 승단을 깨뜨리는 것, 악한 마음으로 부처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010_0808_c_17L佛告大慧云何五無閒業所謂殺父母及害羅漢破壞衆僧惡心出佛身血
대혜야, 무엇이 중생의 어머니인가? 애착[愛]하여 다시 생을 받아 태어나면 탐욕과 기쁨이 함께하니, 이는 마치 어머니를 연(緣)하여 태어나는 것과 같으며, 무명(無明)이라는 아버지가 연이 되어 입(入)의 취락(聚落)이 생긴다. 이 두 가지 근본을 끊는 것을 부모를 해치는 것이라 한다. 저 모든 번뇌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마치 쥐가 독(毒)을 내뿜는 것과 같으며 구경(究竟)에 모든 법을 끊으면, 이를 아라한을 해치는 것이라 한다. 무엇이 승단을 깨뜨리는 것인가? 다른 모습의 모든 음(陰)이 화합하여 쌓인 것을 구경에 끊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승단을 깨뜨리는 것이라 한다.
010_0808_c_19L云何衆生母愛更受生貪喜俱如緣母立無明爲父生入處聚落二根本名害父母彼諸使不現如鼠毒發諸法究竟斷彼名害羅漢云何破僧異相諸陰和合積聚究竟斷名爲破僧
010_0809_a_02L 대혜야, 바깥 경계의 자상과 공상이 자심의 현량인 7식신(識身)인 줄 깨닫지 못하고 번뇌가 없는 3해탈문(解脫門)으로써 악한 생각을 일으켜 저 일곱 가지 식(識)의 부처를 끊으니, 이를 악한 마음으로 부처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라 한다.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러한 행위를 끊임없이[無間] 하는 것을 다섯 가지 무간사(無間事)라고 하고, 또 무간업(無間業)이라고도 한다.
010_0809_a_02L大慧不覺外自共相心現量七識身以三解脫無漏惡想究竟斷彼七種識佛名爲惡心出佛身血若男子女人行此無閒者名五無閒事亦名無閒業
또 대혜야, 외무간(外無間)이 있다. 지금 연설할 것이니, 그대를 비롯한 나머지 보살마하살들이 이 뜻을 듣게 되면 미래의 세상에서 어리석음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다섯 가지 무간인가? 앞에서 말한 무간을 말한다.
010_0809_a_06L復次大慧有外無閒今當演說汝及餘菩薩摩訶薩聞是義已於未來世不墮愚癡云何五無閒先所說無
만약 이것을 행한 사람이 3해탈문에서 각각의 무간법들을 얻지 못했다면, 이러한 수행법을 버리고 성문의 교화하는 신력[聲聞化神力]ㆍ보살의 교화하는 신력[菩薩化神力]ㆍ여래의 교화하는 신력[如來化神力] 등 다른 사람의 교화하는 신력으로 무간 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나머지 무간죄(無間罪)를 지으려는 사람을 위해 의심하고 후회하는 허물을 없애고, 권하여 발심하게 하기 위해 신통력으로 무간 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늘 무간사(無間事)를 짓기만 했다면 무간 등의 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자심의 현량임을 깨달아 신재(身財)의 망상을 벗어나고, 나[我]와 나의 것[我所]으로 받아들인 것을 벗어나는 경우는 제외한다. 혹 때로는 선지식을 만나 다른 세계에서 계속 이어지던 망상을 해탈하기도 한다.”
010_0809_a_10L若行此者於三解脫一一不得無閒等法除此法已餘化神力現無閒等聲聞化神力菩薩化神力如來化神力爲餘作無閒罪者除疑悔過爲勸發故神力變化現無閒等無有一向作無閒事不得無閒等法除覺自心現量離身財妄想離我我所攝受或時遇善知識解脫餘趣相續妄想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09_a_17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탐욕과 애착을 어머니라 하고
무명을 아버지라고 한다.
경계와 식(識)을 깨닫는 것을 부처라 하고
모든 번뇌는 아라한이라 한다.
010_0809_a_18L貪愛名爲母
無明則爲父
覺境識爲佛
諸使爲羅漢

음(陰)이 모인 것을 승(僧)이라 하며
계속해서 순서대로 끊으면
이를 다섯 가지 무간이라 하니
무택지옥(無擇地獄)에 들어가지 않는다.
010_0809_a_20L陰集名爲僧
無閒次第斷
謂是五無閒
不入無擇獄

이때 대혜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해 부처님의 지각(知覺)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어떤 것들이 부처님의 지각입니까?”
010_0809_a_21L爾時大慧菩薩復白佛言世尊唯願爲說佛之知覺世尊何等是佛之知
010_0809_b_02L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를 깨닫고, 두 가지 장애를 명료하게 알며, 두 가지 죽음을 여의고, 두 가지의 번뇌를 끊는 것이다. 이를 부처의 지각이라고 한다. 성문이나 연각도 이 법을 얻으면 역시 부처라고 할 것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내가 1승을 설하였다.”
010_0809_a_24L佛告大慧覺人法無我了知二障離二種死斷二煩惱是名佛之知覺聲聞緣覺得此法者亦名爲佛以是因緣故我說一乘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09_b_04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두 가지 무아(無我)를 잘 알고
두 가지 장애와 번뇌가 끊어져
두 가지 죽음을 영원히 여의는 것
이를 부처의 지각(知覺)이라 한다.
010_0809_b_05L善知二無我
二障煩惱斷
永離二種死
是名佛知覺

이때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왜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널리 말씀하시기를 ‘내가 곧 과거의 모든 부처였다’고 하시며, ‘갖가지로 태어났었으니, 나는 그때 만타(漫陀)전륜성왕이었고,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큰 코끼리였고, 앵무새였고, 석제환인(釋提桓因)이었고, 선안선인(善眼仙人)이었다’고 말씀하시는 등, 이와 같은 백천 가지 생애에 대해 경에서 말씀하셨습니까?”
010_0809_b_07L爾時大慧菩薩白佛言世尊何故世尊於大衆中唱如是言我是過去一切佛及種種受生我爾時作漫陁轉輪聖王六牙大象及鸚鵡鳥釋提桓善眼仙人如是等百千生經說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대혜야, 네 가지가 같기 때문에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 대중 가운데서 ‘내가 그때 구류손불(拘留孫佛)이었고, 구나함모니불(鉤那含牟尼佛)이었으며, 가섭불(迦葉佛)이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무엇이 같은 네 가지인가? 글자[字]가 같고, 말[語]이 같고, 법[法]이 같고, 몸[身]이 같은 것이다. 이를 네 가지 같은 것이라고 하며, 네 가지가 같기 때문에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대중 가운데서 이와 같이 선언한 것이다.
010_0809_b_12L告大慧以四等故如來應供等正覺於大衆中唱如是言我爾時作拘留鉤那含牟尼迦葉佛云何四等字等語等法等身等是名四等以四種等故如來應供等正覺於大衆中唱如是言
무엇이 글자가 같다는 것인가? 만일 어떤 글자가 나를 가리켜서 부처라고 했다면, 다른 글자도 역시 모든 부처를 가리킬 것이니, 다른 글자의 자성(自性)은 차별이 없다. 이를 글자가 같은 것이라 한다. 무엇이 말이 같다는 것인가? 내가 64종류의 범음(梵音)으로 된 언어의 모습에 의해서 생긴 것처럼, 저 모든 여래ㆍ응공ㆍ등정각 역시 이와 같아 64종류의 범음으로 된 언어의 모습에 의해 생겼다. 더함도 덜함도 없어 차별이 없는 것이, 마치 가릉빈가의 범음 소리의 성품과 같다.
010_0809_b_18L云何字等若字稱我爲佛彼字亦稱一切諸佛彼字自性無有差別是名字等云何語等我六十四種梵音言語相生彼諸如來應供等正覺亦如是六十四種梵音言語相生無增無減無有差別迦陵頻伽梵音聲性
010_0809_c_02L 무엇이 몸이 같다는 것인가? 나와 모든 부처가 법신(法身)과 색신(色身)의 훌륭한 모습에 있어 차별이 없는 것을 말하니, 저 모든 취(趣)의 서로 다른 중생들을 조복시키기 위해 온갖 다른 색신을 나타내 보이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를 몸이 같은 것이라 한다. 무엇이 법이 같다는 것인가? 나와 저 부처 모두 37보리분법(菩提分法)을 얻은 것이니, 간략히 말하면 장애 없는 불법(佛法)의 지혜이다. 이것을 네 가지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런 까닭에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 대중 가운데서 그렇게 선언한 것이다.”
010_0809_b_24L云何身等我與諸佛法身及色身相好無有差別除爲調伏彼彼諸趣差別衆生故示現種種差別色身是名身等云何法等我及彼佛得三十七菩提分法略說佛法無障㝵智是名四等是故如來應供等正覺於大衆中唱如是言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09_c_07L爾時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가섭불과 구류손불
구나함모니불이 바로 나이다.
이는 네 가지가 같기 때문이니
내가 불자를 위해 말한 것이다.
010_0809_c_08L迦葉拘留孫
鉤那含是我
以此四種等
我爲佛子說

대혜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어느 날 밤에 최고의 정각[最正覺]을 얻었고 어느 날 밤에 열반에 들어가는데, 그 중간에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말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말하지 않을 것이며, 부처의 말이라고 하지도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010_0809_c_10L大慧復白佛言如世尊所說我從某夜得最正覺乃至某夜入般涅槃其中閒乃至不說一字亦不已說不說是佛說
대혜가 이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ㆍ응공ㆍ등정각께서는 왜 ‘부처의 말이라고도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까?”
010_0809_c_14L大慧白佛言世尊應供等正覺何因說言不說是佛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두 가지 법으로 인해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무엇이 두 가지 법인가? 자신을 연하여 얻는 법[緣自得法]과 본래 머무는 법[本住法]을 말한다. 이를 두 가지 법이라고 하니, 이 두 가지 법으로 인해 내가 이와 같이 말한 것이다.
010_0809_c_16L佛告大慧我因二法故作如是說云何二法緣自得法及本住法名二法因此二法故我如是說
무엇이 자신을 연하여 얻는 법인가? 만약 저 여래가 얻은 것이면 나도 역시 얻어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 자신을 연하여 얻은 법은 구경의 경계로서 언설망상(言說妄想)을 벗어나고, 두 가지 문자를 벗어난 것이다. 무엇이 본래 머무는 법인가? 옛 성인의 도를 말한다. 이는 마치 금이나 은 등의 성품과 같아 법계에 항상 머무르니,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든 세상에 출현하지 않든지 간에 법계에 항상 머문다. 만일 그곳으로 향한다면 도(道)를 이루게 되리라. 이는 마치 사람이 광야(曠野)를 지나가다가 중간에 오래된 성(城)을 향해 나있는 평탄하고 곧은 길을 보고는 곧 그 길을 따라 성으로 들어가 마음껏 즐기는 것과 같다.
010_0809_c_18L云何緣自得法若彼如來所得我亦得之無增無減緣自得法究竟境界離言說妄想離字二趣云何本住法先聖道如金銀等性法界常住若如來出世若不出世法界常住如趣彼成道譬如士夫行曠野中見向古城平坦正道卽隨入城受如意樂
010_0810_a_02L 대혜야,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사람이 이 길과 성안에 있는 온갖 즐거움을 만들었느냐?”
대혜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010_0810_a_02L大慧於意云何彼士夫作是道及城中種種樂耶荅言不也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나와 과거의 모든 부처가 법계에 항상 머무는 것도 역시 이와 같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내가 어느 날 밤에 열반에 드는데 그 중간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말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010_0810_a_04L佛告大慧我及過去一切諸佛法界常住亦復如是是故說我從某夜得最正覺乃至某夜入般涅槃於其中閒不說一字亦不已當說
이때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0_a_08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나는 어느 날 밤에 도(道)를 이루었고
어느 날 밤에 이르러 열반에 드는데
그 중간에
나는 전혀 한 말이 없다.
010_0810_a_09L我某夜成道
至某夜涅槃
於此二中閒
我都無所說

스스로 얻은 법에 머물기에
내가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이니
저 부처들과 나는
어떤 차별도 없다.
010_0810_a_11L緣自得法住
故我作是說
彼佛及與我
悉無有差別

이때 대혜보살이 다시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해 모든 법의 있고 없는 모습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저를 비롯한 나머지 보살마하살들이 있다거나 없다는 모습을 벗어나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해 주십시오.”
010_0810_a_12L爾時大慧菩薩復請世尊唯願爲說一切法有無有相令我及餘菩薩摩訶薩離有無有相疾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희들을 위해 말하겠다.”
010_0810_a_16L佛告大慧諦聽諦聽善思念之當爲汝說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10_a_17L大慧白佛言善哉唯然受教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의지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있음[有]에 의지하고 없음[無]에 의지한다. 또 성품이라거나 성품이 아니라는 탐욕의 견해에 떨어져 상(相)을 벗어나지 못한다.
010_0810_a_18L佛告大慧此世閒依有二種依有及墮性非性欲見不離離相
대혜야, 세상이 있음[有]에 의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있음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이 인연으로 생기는 것이고 있지 않음[不有]이 아니며, 있음에서 생기는 것이고 없음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혜야, 저들이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세상에 인(因)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010_0810_a_20L大慧云何世閒依有有世閒因緣生非不有從有生非無有生彼如是說者是說世閒無因
010_0810_b_02L대혜야, 세상이 없음[無]에 의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성품을 받아들인 뒤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성품과 성품이 아닌 것에 망상으로 계착하는 것이다. 대혜야, 성품이 있다는 견해를 취하지 않으면 성품과 상(相)이 적정해진다. 따라서 모든 여래와 성문과 연각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성품을 취해 있다거나 없다고 하지 않는다. 대혜야, 이 중에서 누가 무너뜨리는 자[壞者]이냐?”
010_0810_a_22L大慧云何世閒依無受貪恚癡性已後妄想計著貪恚癡性非性大慧不取有性者性相寂靜故謂諸如來聲聞緣覺不取貪恚癡性爲有爲無大慧此中何等爲壞者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성을 취하고, 뒤에 다시 취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010_0810_b_04L大慧白佛言世尊若彼取貪恚癡性後不復取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네가 이와 같이 이해하는구나. 대혜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성품과 성품이 아닌 것에 계착하는 사람만 ‘무너뜨리는 자’가 아니다. 성문이나 연각이나 부처도 역시 무너뜨리는 자이다. 왜냐하면 안과 밖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며, 번뇌의 성품이 다르기도 하고 다르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혜야, 탐욕과 번뇌와 어리석음은 안에서나 밖에서나 얻을 수 없으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성품은 몸[身]이 없기 때문이며, 취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010_0810_b_05L告大慧善哉善哉汝如是解大慧但貪恚癡性非性爲壞者於聲聞覺及佛亦是壞者所以者何謂內外不可得故煩惱性異不異故大慧恚癡若內若外不可得貪恚癡性無身故無取故
또한 부처와 성문과 연각은 이 무너뜨리는 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부처와 성문과 연각은 자성해탈(自性解脫)하기 때문이며, 얽어매는 것과 얽어매는 인(因)의 성품이 없기 때문이다. 대혜야, 만약 얽어매는 주체가 있다면 반드시 얽매임이 있어야 할 것이니 이것이 얽어매는 인이기 때문이다. 대혜야, 이와 같이 무너뜨리는 자를 ‘무소유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내가 ‘차라리 수미산과 같은 인견(人見)을 취할지언정 무소유(無所有)라는 증상만(增上慢)으로 공견(空見)을 일으키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010_0810_b_11L非佛聲聞緣覺是壞者聲聞緣覺自性解脫故縛與縛因非性故大慧若有縛者應有縛是縛因故大慧如是說壞者是名無所有相大慧因是故我說寧取人見如須彌不起無所有增上慢空見
대혜야, 무소유를 말하는 증상만인을 무너뜨리는 자라고 한다. 자상(自相)과 공상(共相)의 견해에 떨어져 이를 희망하며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인 줄 알지 못하고, 바깥 경계의 성품이 무상(無常)하여 찰나마다 전전하며 무너지는 것을 보며, 음(陰)ㆍ계(界)ㆍ입(入)이 끊임없이 흘러 들어 변하고 없어지는 것을 보며, 문자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 분별하는 사람을 ‘무너뜨리는 자’라고 한다.”
010_0810_b_16L大慧所有增上慢者是名爲壞墮自共相見悕望不知自心現量見外性無常剎那展轉壞陰界入相續流注變滅離文字相妄想是名壞者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0_b_20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있음과 없음은 두 극단이며
나아가 마음의 경계이니
이 경계를 깨끗이 없애면
평등한 마음 적멸(寂滅)하리라.
010_0810_b_21L有無是二邊
乃至心境界
淨除彼境界
平等心寂滅

경계의 성품을 취함이 없으면
없어지지만 무소유(無所有)는 아니니
있는 그대로가 모두 여여(如如)라
현성(賢聖)의 경계와 같다.
010_0810_b_23L無取境界性
滅非無所有
有事悉如如
如賢聖境界

종자가 없이 생김이 있고
생긴 후에 다시 없어진다고들 하나
인연으로 있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니
나의 교법에도 머물지 말라.
010_0810_b_24L無種而有生
生已而復滅
因緣有非有
不住我教法
010_0810_c_02L
외도(外道)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며
나[我]도 아니고 또 다른 사람도 아니지만
인연이 모여 일어난 것이니
어찌 없다고 하겠는가.
010_0810_c_02L非外道非佛
非我亦非餘
因緣所集起
云何而得無

누가 인연이 모여 있다 하고
또 없다고 말하는가.
사견(邪見)으로 생기는 법을 논하며
망상으로 있다거나 없다고 계착한다.
010_0810_c_04L誰集因緣有
而復說言無
邪見論生法
妄想計有無

생기는 것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음을 알아
세상이 다 공적(空寂)함을 관찰하면
있다 없다 두 가지를 함께 벗어나리라.
010_0810_c_05L若知無所生
亦復無所滅
觀世悉空寂
有無二俱離

이때 대혜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와 모든 보살들을 위해 종을 통달한 모습[宗通相]을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종을 통달한 모습을 잘 분별해 주신다면 저를 비롯한 모든 보살들은 이 모습에 통달할 것이며, 이 모습에 통달하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각(覺)이나 상(想)이나 여러 악마[魔]나 외도(外道)를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010_0810_c_06L爾時大慧菩薩復白佛言世尊唯願爲我及諸菩薩說宗通相若善分別宗通相者我及諸菩薩通達是相是相已速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不隨覺想及衆魔外道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희를 위해 말해 주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10_c_11L佛告大慧諦聽善思念之當爲汝說大慧白佛言唯然受教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성문과 연각과 보살에게 두 가지 통달한 모습이 있으니, 종을 통달한 것[宗通]과 설법을 통달한 것[說通]이다. 대혜야, 종을 통달한 것은 자신에게 의지하여 훌륭한 곳으로 나아가는 모습[勝進相]을 얻어 말과 문자의 망상을 여의고, 무루계(無漏界)와 자각지(自覺地)와 자상(自相)으로 나아가 모든 허망한 각(覺)과 상(想)을 벗어나고 모든 외도와 많은 악마를 항복받으며, 자각(自覺)에 의지하여 광명이 비추는 곳으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종을 통달한 모습이라 한다.
010_0810_c_13L佛告大慧一切聲聞緣覺菩薩有二種通相宗通及說大慧宗通者緣自得勝進相離言說文字妄想趣無漏界自覺地自相遠離一切虛妄覺想降伏一切外道衆魔緣自覺趣光明暉發是名宗通相
무엇이 설법을 통달한 모습인가? 9부(部)의 온갖 교법(敎法)을 설명하여 다름과 다르지 않음, 있음과 없음 등의 모습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니, 중생의 근기에 따라 교묘한 방편으로 설법함으로써 중생들을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를 설법을 통달한 모습이라 한다. 대혜야, 너를 비롯한 나머지 보살들은 반드시 배우고 닦아야 한다.”
010_0810_c_19L云何說通相說九部種種教法離異不異有無等相以巧方便隨順衆生如應說法令得度脫是名說通相大慧汝及餘菩薩應當修學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0_c_22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종통(宗通)과 설통(說通)의 모습은
스스로 깨닫고 남에게 법을 가르치는 것이니
이를 보아 잘 분별하면
어떤 각(覺)과 상(想)도 따르지 않으리라.
010_0810_c_23L宗及說通相
緣自與教法
若見善分別
不隨諸覺想
010_0811_a_02L
어리석은 사람의 망상처럼
진실한 성품이 있는 것 아니니
어찌하여 욕심을 일으켜
성품이 아닌 것[非性]을 해탈이라 하는가.
010_0811_a_02L非有眞實性
如愚夫妄想
云何起欲想
非性爲解脫

모든 유위(有爲)와
생멸(生滅) 등의 상속을 관찰하고는
두 가지 견해만 증장시키면
전도되어 아는 것이 없으리라.
010_0811_a_03L觀察諸有爲
生滅等相續
增長於二見
顚倒無所知

이 하나의 법이 곧 진리이며
무죄(無罪)가 열반이 되니
세상이 망상이어서
환(幻)과 꿈과 파초와 같음을 관찰하라.
010_0811_a_04L一是爲眞諦
無罪爲涅槃
觀察世妄想
如幻夢芭蕉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있으나
실(實)은 그런 사람이 없고
애착에서 모든 음(陰)이 생기니
존재하는 것은 모두 환과 같고 꿈과 같다.
010_0811_a_06L雖有貪恚癡
而實無有人
從愛生諸陰
有皆如幻夢

이때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해 진실하지 못한 망상의 모습을 말씀해 주십시오. 진실하지 못한 망상은 어떻게 생기며, 어떤 법들을 진실하지 못한 망상이라고 하며, 어떤 법들에 대해 진실하지 못하게 망상을 부리는 것입니까?”
010_0811_a_07L爾時大慧菩薩白佛言世尊唯願爲說不實妄想相不實妄想云何而生說何等法名不實妄想於何等法中不實妄想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여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물으니, 이는 많은 이익과 많은 안락이 있고 세상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다. 자세히 들어라. 너희를 위해 말해 주겠다.”
010_0811_a_11L佛告大慧善哉善哉能問如來如是之義多所饒益多所安樂哀愍世間一切天人諦聽諦聽善思念之當爲汝說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11_a_14L大慧白佛言善哉唯然受教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대혜야, 갖가지 뜻에 대해 온갖 진실하지 못한 망상으로 계착하여 망상이 생긴다. 대혜야,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여지는 것에 계착하여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임을 알지 못하고, 있고 없다는 견해에 떨어져 외도의 견해를 증장시키니, 망상과 습기로 바깥 경계의 갖가지 뜻에 계착하여 심(心)ㆍ심수(心數)ㆍ나[我]ㆍ나의 것[我所]에서 생겼다고 망상으로 계착한다.”
010_0811_a_15L佛告大慧種種義種種不實妄想計著妄想生大慧攝所攝計著不知自心現量及墮有無見長外道見妄想習氣計著外種種義心心數妄想計著我我所生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약 갖가지 뜻에 대해 온갖 진실하지 못한 망상으로 계착하여 망상이 생기며,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여지는 것에 계착하여 자심의 현량임을 알지 못하고 있고 없다는 견해에 떨어져 외도의 견해를 증장시키며, 망상과 습기로 바깥 경계의 갖가지 뜻에 계착하여 심과 심수, 나와 나의 것에서 생겼다고 망상으로 계착한다면, 바깥의 온갖 사물의 모습[種種義相]은 유무(有無)의 모습[相]에 떨어진 것이니, 성품과 성품이 아닌 것을 벗어나고 견상(見相)도 벗어나야 합니다.
010_0811_a_19L大慧白佛言世尊若種種義種種不實妄想計著妄想生攝所攝計著不知自心現量及墮有無見增長外道見妄想習氣計著外種種義心心數妄想我所計著生世尊若如是外種種義墮有無相離性非性離見相
010_0811_b_02L세존이시여, 제일의(第一義)도 이와 같아서 양한분(量限分)ㆍ비유분(譬喩分)ㆍ인상분(因相分)을 벗어나야 하는데, 세존께서는 왜 한쪽의 망상은 진실하지 않은 이치의 갖가지 성품에 계착하여 생긴다고 하시고, 제일의의 모습에 계착하는 것은 망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하십니까? 세존의 말씀은 잘못된 인(因)으로 그릇된 의견을 논하는 것은 아닙니까? 한곳에서는 생긴다 하시고 한곳에서는 생기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010_0811_b_02L世尊第一義亦如是離量限分譬喩因相何故一處妄想不實義種種性計著妄想生非計著第一義處相妄想將無世尊說邪因論邪說一生一不生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망상이 한곳에서는 생기고 한곳에서는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있든지 없든지 간에 망상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깥 경계로 나타나는 성품과 성품이 아닌 것이 자심의 현량인 줄 깨닫는다면 망상이 생기지 않는다.
010_0811_b_07L佛告大慧非妄想一生一不生所以者何有無妄想不生故外現性非性覺自心現量妄想不生
대혜야, 내가 말할 것은, 나머지 어리석은 범부들은 자기 마음의 갖가지 망상 때문에 사업(事業)이 앞에 나타나면 갖가지 망상으로 성품과 상(相)의 계착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어리석은 범부가 나와 나의 것이라고 계착하는 견해를 벗어나고, 짓고 지어진다는 인연의 허물을 벗어나며, 자기 망상심(妄想心)의 현량과 몸과 마음[身心]의 엇바뀜[轉變]을 깨달아서 구경에 모든 지위와 여래의 자각 경계를 분명히 알아 다섯 가지 법의 자성사(自性事)를 보는 망상을 벗어나겠는가? 이러한 인연으로 내가 ‘망상은 온갖 진실하지 않은 뜻에 계착하여 생기므로, 진실한 뜻을 알면 해탈을 얻고 온갖 망상이 끊어지게 된다’고 말한 것이다.”
010_0811_b_09L大慧我說餘愚夫自心種種妄想相故業在前種種妄想性想計著生云何愚夫得離我我所計著見離作所作因緣過覺自妄想心量身心轉變竟明解一切地如來自覺境界離五法自性事見妄想以是因緣故我說妄想從種種不實義計著生知如實得解脫息種種妄想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1_b_17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모든 인(因)과 연(緣)
이것으로 세상이 생기나
망상으로 네 구(句)에 집착하여
내가 깨우쳐 준 것을 알지 못한다.
010_0811_b_18L諸因及與緣
從此生世閒
妄想著四句
不知我所通

세상은 생김이 있는 것[有生] 아니고
또한 생김이 없는 것[無生]도 아니다.
생김이 있으면서 없음[有無生]도 따르지 않고
또한 있으면서 없음을 따르지 않는 것도 아니다.
010_0811_b_20L世閒非有生
亦復非無生
不從有無生
亦非非有無

모든 인과 연을
어찌하여 어리석게 분별하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또한 있으면서 없는 것도 아니다.
010_0811_b_21L諸因及與緣
云何愚妄想
非有亦非無
亦復非有無

이와 같이 세상을 보면
마음을 돌이켜 무아(無我)를 얻는다.
모든 성품은 생기는 것이 아니니
연(緣)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010_0811_b_22L如是觀世閒
心轉得無我
一切性不生
以從緣生故

모든 연(緣)으로 지어진 것
지어진 것은 스스로 있는 것 아니며
일[事]에서는 저절로 일이 생기지 못하니
두 가지 일이 함께 있는 허물이 있기 때문이다.
010_0811_b_24L一切緣所作
所作非自有
事不自生事
有二事過故
010_0811_c_02L
두 가지 일의 허물이 없는 까닭에
얻을 만한 성품이 있는 것 아니니
모든 유위법(有爲法)을 관찰하여
반연(攀緣)과 소연(所緣)을 벗어나라.
010_0811_c_02L無二事過故
非有性可得
觀諸有爲法
離攀緣所緣

무심(無心)한 심량(心量)이기에
나는 심량이라 말한다.
심량이란 자성처(自性處)이니
연(緣)과 성품, 둘을 다 벗어나
성품이 구경에 묘하고 청정한 것을
나는 심량이라 말한다.
010_0811_c_03L無心之心量
我說爲心量
量者自性處
緣性二俱離
性究竟妙淨
我說名爲量

세제(世諦)로써 나[我]를 시설하였으나
이것은 실다운 사체(事體)가 없나니
모든 음(陰)과 음을 시설하나
사실[事]이 없는 것도 그러하다.
010_0811_c_05L施設世諦我
彼則無實事
諸陰陰施設
無事亦復然

네 가지 평등한 것이 있으니
모습[相]과 인성(因性)이 생기는 것
세 번째는 무아(無我) 등
네 번째는 닦음과 닦는 자.
010_0811_c_07L有四種平等
相及因性生
第三無我等
第四修修者

망상과 습기가 돌고 돌아
온갖 마음이 생기고
밖으로 경계가 나타나니
이것이 세속(世俗)의 심량(心量)이다.
010_0811_c_08L妄想習氣轉
有種種心生
境界於外現
是世俗心量

밖으로 나타나지만 있는 것이 아니며
마음이 저 온갖 것을 보고
신재(身財)를 세우는 걸
나는 심량이라 말한다.
010_0811_c_09L外現而非有
心見彼種種
建立於身財
我說爲心量

모든 견해를 벗어나고
생각과 생각하는 대상을 벗어나
얻음도 없고 생김도 없는 것을
나는 심량이라 말한다.
010_0811_c_11L離一切諸見
及離想所想
無得亦無生
我說爲心量

성품도 아니고 성품 아닌 것도 아니니
성품과 성품 아님을 모두 벗어나면
그것이 심해탈(心解脫)이니
나는 심량이라 말한다.
010_0811_c_12L非性非非性
性非性悉離
謂彼心解脫
我說爲心量

여여(如如)와 공(空)의 세계
열반(涅槃)과 법계(法界)
갖가지 뜻대로 나타내는 몸[意生身]을
나는 심량이라 말한다.
010_0811_c_13L如如與空際
涅槃及法界
種種意生身
我說爲心量

이때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살마하살은 말[語]과 뜻[義]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말과 뜻을 잘 아는 것이라 합니까? 무엇을 말이라고 하며, 무엇을 뜻이라고 합니까?”
010_0811_c_15L爾時大慧菩薩白佛言世尊如世尊所說菩薩摩訶薩當善語義云何爲菩薩善語義云何爲語云何爲義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희들을 위해 말하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11_c_18L告大慧諦聽諦聽善思念之當爲汝大慧白佛言善哉世尊唯然受教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말이라 하는가? 단어[言]와 글자[字]와 망상이 화합한 것이다. 목구멍과 입술과 혀와 이와 뺨에 의지하고 너와 나의 언설망상(言說妄想)과 습기의 계착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을 말이라고 한다.
010_0811_c_20L佛告大慧云何爲語言字妄想和依咽喉脣舌齒齗頰輔因彼我言妄想習氣計著生是名爲語
010_0812_a_02L대혜야, 무엇을 뜻이라고 하는가? 모든 망상의 모습과 언설의 모습을 벗어나는 것을 뜻이라고 한다. 대혜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뜻에 대해 홀로 고요한 곳에서 듣고 생각하고 닦은 지혜로 스스로의 깨달음을 반연해 열반성(涅槃城)으로 향하고 습기의 몸을 바꾼 뒤, 스스로 깨달은 경계로써 수행하는 지위와 지위 사이의 훌륭한 곳으로 나아가는 뜻[勝進義]의 모습을 관찰하면, 이를 보살마하살이 뜻을 잘 아는 것이라 한다.
010_0811_c_23L大慧云何爲義離一切妄想相言說相是名爲義大慧菩薩摩訶薩於如是獨一靜處聞思修慧緣自覺了涅槃城習氣身轉變已自覺境界地地中閒勝進義相是名菩薩摩訶薩善義
또 대혜야, 말과 뜻을 잘 안다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말과 뜻은 다른 것도 아니고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님을 관찰하고, 뜻과 말 역시 이와 같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만일 말이 뜻과 다르다면 말로써 뜻을 설명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마치 등불이 물건을 비추듯 말로써 뜻에 들어간다.
010_0812_a_06L復次大慧善語義菩薩摩訶薩觀語與義非異非不異觀義與語亦復如若語異義者則不因語辯義而以語入義如燈照色
또 대혜야,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든가, 자성(自性)이라든가, 열반이라든가, 3승이라든가, 1승이라든가, 마음의 자성[心自性]이라는 등의 언설을 반연해 그 뜻을 계착하면 건립하거나 비방하는 견해에 떨어져 다른 주장을 건립하고 다른 망상을 부리게 되니, 환(幻)이 갖가지 망상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마치 어리석은 중생은 갖가지 환을 보면 다르다고 망상을 지으나 성현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과 같다.”
010_0812_a_10L復次大慧不生不自性涅槃三乘一乘心自性等緣言說義計著墮建立及誹謗見建立異妄想如幻種種妄想現譬如種種幻凡愚衆生作異妄想非聖賢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저 말이란 이미 망상으로써
모든 법을 건립한 것이니
그것을 건립한 까닭에
죽어서 니리(泥犁:지옥)에 떨어진다.
010_0812_a_15L彼言旣妄想
建立於諸法
以彼建立故
死墮泥犂中

음(陰) 가운데 내[我]가 없어
음은 곧 나가 아니며
저 망상과는 같지 않으므로
또한 내가 없는 것도 아니다.
010_0812_a_17L陰中無有我
陰非卽是我
不如彼妄想
亦復非無我

모든 법이 성품이 있다고 하면
어리석은 사람의 망상과 같으니
만약 이 소견(所見)과 같다면
모두 진리를 보아야 하리라.
010_0812_a_18L一切悉有性
如凡愚妄想
若如彼所見
一切應見諦

모든 법은 성품이 없어
깨끗함과 더러움이 모두 없으니
진실하지 않은 것이 저들의 소견과 같으나
또한 없는 것도 아니다.
010_0812_a_19L一切法無性
淨穢悉無有
不實如彼見
亦非無所有

또 대혜야, 지혜[智]와 식(識)의 모습을 이제 말하겠다. 만약 지혜와 식의 모습을 잘 분별하면, 너를 비롯한 나머지 보살들은 지혜와 식의 모습에 통달할 수 있게 되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대혜야, 이 지혜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세간의 지혜[世間智]ㆍ출세간의 지혜[出世間智]ㆍ출세간의 가장 높은 지혜[出世間上上智]이다.
010_0812_a_21L復次大慧智識相今當說若善分別智識相者汝及諸菩薩則能通達智識之相疾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大慧彼智有三種世閒出世閒世閒上上智
010_0812_b_02L무엇이 세간의 지혜인가? 모든 외도와 범부가 있음과 없음에 계착하는 것이다. 무엇이 출세간의 지혜인가? 모든 성문과 연각이 자상(自相)과 공상(共相)에 떨어져 이를 희망하고 계착하는 것이다. 무엇이 출세간의 가장 높은 지혜인가? 모든 부처와 보살이 무소유(無所有)인 법을 관찰하여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보면 있다는 견해와 없다는 견해를 벗어나 여래지(如來地)에 들어가고,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가 이로 인해 저절로 생기게 된다.
010_0812_b_03L云何世閒智一切外道凡夫計著有無云何出世閒智一切聲聞緣覺墮自共相悕望計著云何出世閒上上智諸佛菩薩無所有法見不生不滅離有無品入如來地人法無我緣自得生
대혜야, 저 생기고 없어지는 것은 식(識)이고,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은 지혜이다. 또 모습[相]이 있다거나 모습이 없다는 견해에 떨어지고 갖가지 모습의 인[相因]이 있다거나 없다는 견해에 떨어지는 것은 식이고, 모습이 있다거나 없다는 견해를 초월하는 것은 지혜이다. 또 모습을 기르는 것[長養]은 식이고, 모습을 기르지 않는 것은 지혜이다. 또 세 가지 지혜가 있으니, 생김과 없어짐[生滅]을 아는 것, 자상(自相)과 공상을 아는 것, 생김도 없고 없어짐도 없음을 아는 것이다.
010_0812_b_08L大慧彼生滅者是識不生不滅者是智復次相無相及墮有無種種相因是識有無相是智復次長養相是識非長養相是智復次有三種智知生滅知自共相知不生不滅
또 걸림이 없는 모습이 지혜이고 갖가지 장애가 있는 경계의 모습이 식이다. 또 3사(事)가 화합해서 방편이 생기는 모습이 식이고, 방편이 없는 현실[事]의 자성(自性)의 모습이 지혜이다. 모습[相]을 이루는 것이 식이고 모습을 이루지 않는 것이 지혜이니, 이는 스스로 얻은 성지(聖智)의 경계이어서 나오지도 않고 들어가지도 않는 것이 마치 물속에 비친 달과 같다.”
010_0812_b_13L復次無㝵相是智境界種種㝵相是識復次三事和合生方便相是識無事方便自性是智復次得相是識不得相是智自得聖智境界不出不入故如水中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업을 채집하면 식이 되고
채집하지 않으면 지혜[智]가 되니
모든 법을 관찰하여
무소유(無所有)에 통달하라.
010_0812_b_18L採集業爲識
不採集爲智
觀察一切法
通達無所有

자재력(自在力)을 얻게 되면
이를 혜(慧)라 하고
경계에 속박되면 마음[心]이라 하며
각상(覺想)이 생기면 지(智)라 한다.
010_0812_b_20L建得自在力
是則名爲慧
縛境界爲心
覺想生爲智

무소유와 수승한 경계
지혜가 이것에서 생기니
심과 의(意)와 식(識)에서
사유(思惟)와 상(想)을 멀리 벗어나라.
010_0812_b_21L無所有及勝
慧則從是生
心意及與識
遠離思惟想

사상(思想)이 없게 되면
불자(佛子)이지 성문이 아니며
적정(寂靜)과 훌륭한 곳으로 나아가는 인[勝進忍]은
여래의 청정한 지혜[智]이다.
010_0812_b_22L得無思想法
佛子非聲聞
寂靜勝進忍
如來淸淨智

훌륭한 뜻을 일으키고
행하던 것 모두 벗어나
나에게 세 가지 지혜 있으니
성인이 개발(開發)한 진실이다.
010_0812_b_24L生於善勝義
所行悉遠離
我有三種智
聖開發眞實
010_0812_c_02L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사유하며
모든 성품을 받아들이는
이승은 상응하지 못하니
지혜는 모든 소유(所有)를 벗어난다.
010_0812_c_02L於彼想思惟
悉攝受諸性
二乘不相應
智離諸所有

자성(自性)에 계착하므로
모든 성문이 생겼으니
모든 심량(心量) 초월하여 건너면
여래지(如來智)가 청정하리라.
010_0812_c_03L計著於自性
從諸聲聞生
超度諸心量
如來智淸淨

또 대혜야, 외도에게는 아홉 가지 전변론(轉變論)이 있어 전변한다는 견해를 일으킨다. 이른바 형처(形處)가 전변한다는 것, 모습[相]이 전변한다는 것, 인(忍)이 전변한다는 것, 이루어진 것[成]이 전변한다는 것, 견해[見]가 전변한다는 것, 성품[性]이 전변한다는 것, 연(緣)이 분명히 전변한다는 것, 지어진 것[所作]이 분명히 전변한다는 것, 사(事)가 분명히 전변한다는 것이다. 대혜야, 이것을 아홉 가지 전변한다는 견해라 한다. 모든 외도가 이것을 바탕으로 있음과 없음이 생기는 것은 전변이라는 주장을 일으킨다.
010_0812_c_05L復次大慧外道有九種轉變論外道轉變見生所謂形處轉變相轉變轉變成轉變見轉變性轉變緣分明轉變所作分明轉變事轉變大慧名九種轉變見一切外道因是起有無生轉變論
무엇이 형처가 전변한다는 것인가? 이는 형처가 변한다는 견해이다. 마치 금을 변화시켜 모든 그릇과 물건을 만들면 온갖 모양에 따라 물건이 나타나지만 금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성품이 변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다는 것이다. 혹 어떤 외도들은 이와 같은 망상을 일으키고 나아가 사(事)가 전변한다는 망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모든 법은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니, 망상이기 때문이다.
010_0812_c_11L云何形處轉變形處異見譬如金變作諸器物則有種種形處顯現非金性變一切性變亦復如是或有外道作如是妄想乃至事轉變妄想彼非如非異妄想故
이와 같이 모든 성품이 전변하는 것은 마치 우유와 낙(酪)과 술과 과일 등이 익는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외도들은 전변한다고 망상을 일으키지만 거기에는 또한 전변함이 없다. 있다거나 없다고 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 바깥에 성품과 성품 아닌 것을 나타낸 것일 뿐이다. 대혜야, 이와 같이 어리석은 중생은 스스로의 망상에 수습(修習)할 뿐이다. 대혜야, 본래 법이란 없는 것이니, 생긴다거나 없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환(幻)을 보는 것과 같으며, 꿈속에서 물질이 생기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010_0812_c_15L如是一切性轉變當知如乳酪酒果等熟道轉變妄想彼亦無有轉變若有若自心現外性非性大慧如是凡愚衆生自妄想修習生大慧無有法若生若滅如見幻夢色生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2_c_20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형처(形處)가 때때로 전변하여
4대종(大種)과 모든 감관
중음(中陰)이 차례로 생긴다고 하나
망상이지 밝은 지혜가 아니다.
010_0812_c_21L形處時轉變
四大種諸根
中陰漸次生
妄想非明智

가장 훌륭한 자[最勝]의 연기법(緣起法)은
그들의 망상과는 다르니
세상이 연(緣)으로 일어나는 것
건달바성(乾闥婆城)과 같다.
010_0812_c_23L最勝於緣起
非如彼妄想
然世閒緣起
如乾闥婆城
010_0813_a_02L
이때 대혜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해 모든 법의 상속(相續)하는 뜻과 해탈(解脫)하는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모든 법의 상속하고 상속하지 않는 모습을 잘 분별해 주신다면, 저를 비롯한 모든 보살들은 모든 상속하는 것과 교묘한 방편을 잘 이해할 것이며, 말씀하신 뜻에 계착하여 상속하는 데 떨어지지 않고 모든 법의 상속하는 모습과 상속하지 않는 모습을 잘 알 것입니다.
010_0812_c_24L爾時大慧菩薩復白佛言世尊唯願爲說一切法相續義解脫義若善分別一切法相續不相續相我及諸菩善解一切相續巧方便不墮如所說義計著相續善於一切諸法相續不相續相
그리하여 언설(言說)과 문자(文字)와 망상각(妄想覺)을 벗어나 모든 불국토의 한량없이 많은 대중 사이를 다니면서, 자재한 신통력과 총지(總持)의 인(印)으로 온갖 변화를 일으키고 밝은 빛을 아름답게 비출 것이며, 깨달음의 지혜로 10무진구(無盡句)에 잘 들어가 해나 달이나 마니(摩尼)나 4대(大)처럼 방편이 없는 행[無方便行]을 실천할 것입니다.
010_0813_a_07L及離言說文字妄想覺行一切諸佛剎土無量大衆力自在神通摠持之印種種變化光明照曜慧善入十無盡句無方便行猶如日月摩尼四大
모든 지위에서 자기 망상의 모습을 보는 것을 벗어나 모든 법이 환이나 꿈 등과 같다는 사실을 보고, 불지신(佛地身)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중생계(衆生界)에서 중생이 응하는 데 따라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인도해, 모두에게 모든 법은 환이나 꿈 등과 같다는 데 안주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있다거나 없다는 견해, 생긴다거나 없어진다는 망상, 언설과 뜻[義]이 다른 것을 벗어나게 하여 그 몸을 훌륭하게 바꾸게 하겠습니다.”
010_0813_a_11L於一切地離自妄想相見一切法如幻夢等入佛地身一切衆生界隨其所應而爲說法而引導之悉令安住一切諸法如幻夢離有無品及生滅妄想異言說義其身轉勝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를 위해 말하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13_a_16L佛告大慧善哉善哉諦聽諦聽善思念之當爲汝說大慧白佛唯然受教
010_0813_b_02L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한량없는 모든 법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뜻[義]에 계착하여 상속한다. 말하자면 모습[相]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연(緣)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성품[性]과 성품이 아닌 것[非性]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생긴다거나 생기지 않는다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없어진다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승(乘)이라거나 승이 아니라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유위(有爲)라거나 무위(無爲)라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지위[地]와 지위의 자상[地自相]이라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자기의 망상[自妄想]이 끊임없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외도가 의지하는 있다거나 없다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3승과 1승에 차이가 없다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한다.
010_0813_a_18L佛告大慧無量一切諸如所說義計著相續所謂相計著相續緣計著相續性非性計著相續生不生妄想計著相續滅不滅妄想計著相續乘非乘妄想計著相續爲無爲妄想計著相續地地自相妄想計著相續自妄想無閒妄想計著相續有無品外道依妄想計著相續三乘一乘無閒妄想計著相續
또 대혜야, 이들과 나머지 어리석은 중생의 망상이 저절로 상속하는 것은 이러한 상속 때문이다. 어리석은 범부의 망상은 마치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것과 같으니, 망상이라는 실로 자신을 얽어매고 남도 얽어매며 있고 없음이 상속하는 모습에 계착한다. 또 대혜야, 그 속에는 상속하는 모습도 없고 상속하지 않는 모습도 없으니, 모든 법이 적정함을 알면 망상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이 적정함을 알아야 한다.
010_0813_b_03L復次大慧此及餘凡愚衆生自妄想相續以此相續故凡愚妄想如蠶作繭妄想絲自纏纏他有無相續相計著復次大慧彼中亦無相續及不相續相見一切法寂靜妄想不生故菩薩摩訶薩見一切法寂靜
또 대혜야, 바깥 경계의 성품과 성품 아닌 것이 자기 마음에서 나타난 모습임을 깨달아, 무소유(無所有)에 수순하여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인 있고 없음 등 일체의 성품에 상(相)이 없음을 관찰하면, 상속하는 것이 적정함을 보게 된다. 따라서 모든 법은 상속하는 모습도 상속하지 않는 모습도 없다. 대혜야, 그 속에는 묶이거나 풀거나 하는 일이 없지만, 그 외에 진실하지 않은 각지(覺知)에 떨어지면 묶임도 있고 풂도 있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법에는 있다거나 없다거나 할 것이 없고 또 그럴 중생도 없기 때문이다.
010_0813_b_09L復次大慧覺外性非性自心現相無所有隨順觀察自心現量有無一切性無相見相續寂靜故於一切法無相續不相續復次大慧彼中無有若縛若解墮不如實覺知有縛有解所以者何謂於一切法有無有無衆生可得故
또 대혜야, 어리석은 범부에게는 세 가지 상속하는 것이 있다. 이른바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사랑[愛]이 미래에 있을 기쁨[喜]ㆍ사랑[愛]과 함께함으로써 이것이 상속하기 때문에 취(趣)의 상속이 있게 된다. 그 상속은 5취(趣)로 이어진다. 대혜야, 상속이 끊어지면 상속하는 모습도 없고 상속하지 않는 모습도 없다. 또 대혜야, 연(緣)ㆍ작(作)ㆍ방편 세 가지가 화합한다고 계착하고 식(識)이 끊임없이 상속하여 방편을 낸다고 계착하면 곧 상속이 있게 된다. 연(緣) 등 화합하는 세 가지와 식(識)이 끊어져 3해탈(解脫)을 보면 모든 상속이 생기지 않는다.”
010_0813_b_15L復次大慧愚夫有三相續貪恚癡及愛未來有喜愛俱以此相續故有趣相續彼相續者續五趣大慧相續斷者無有相續不相續相復次大慧三和合緣作方便計著識相續無閒方便計著則有相續三和合緣識見三解脫一切相續不生
이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3_b_22L爾時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진실하지 않은 망상
이것을 상속하는 모습이라 말하니
저 진실을 안다면
상속의 그물 곧 끊어지리라.
010_0813_b_23L不眞實妄想
是說相續相
若知彼眞實
相續網則斷
010_0813_c_02L
모든 성품을 알지 못하여
말을 따라 받아들이니
비유하면 저 누에가
고치[網]를 엮어 자신을 얽어매는 것처럼
어리석은 범부는 망상에 얽혀
상속하면서 관찰하지 못한다.
010_0813_c_02L於諸性無知
隨言說攝受
譬如彼蠶虫
結網而自纏
愚夫妄想縛
相續不觀察

대혜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의 말씀처럼 이런 저런 망상으로 이런 저런 성품이라고 망상을 부리지만 그것은 자성이 있는 것이 아니며, 단지 망상자성(妄想自性)일 뿐입니다.”
010_0813_c_04L大慧復白佛言如世尊所說以彼彼妄想妄想彼彼性非有彼自性但妄想自性耳
대혜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일 망상자성일 뿐이며 성자성(性自性)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존께서 ‘번뇌는 청정하여 성품이 없다’고 이렇게 말씀하신 것도 허물이 되는 것 아닙니까? 왜냐하면 모든 법의 망상자성은 성품이 아니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010_0813_c_07L大慧白佛言世尊若但妄想自性非性自性相待者非爲世尊如是說煩惱淸淨無性過耶一切法妄想自性非性故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네가 말한 것과 같다. 대혜야, 어리석은 범부가 성자성(性自性)이 있다고 하며 망상을 진실이라고 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 이는 망상자성일 뿐, 성자성의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혜야, 성지(聖智)에는 성자성이 있으니, 이는 성인의 지혜와 견해와 지혜로운 눈으로 이와 같은 성자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010_0813_c_10L佛告大慧如是如汝所說大慧非如愚夫性自性妄想眞實此妄想自性非有性自性相然大慧如聖智有性自性聖知聖慧眼如是性自性知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약 성인들이 그들의 지혜와 견해, 천안(天眼)도 육안(肉眼)도 아닌 혜안으로써 이와 같이 성자성을 알아서 어리석은 범부의 망상과는 다르다면, 세존이시여, 어떻게 어리석은 범부가 이러한 망상을 여읠 수 있겠습니까? 성인의 경계[聖性事]는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010_0813_c_14L大慧白佛若使如聖以聖知聖見聖慧眼天眼非肉眼性自性如是知非如愚夫妄想世尊云何愚夫離是妄想覺聖性事故
세존이시여, 저들은 전도된 것도 아니고 전도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는 성인의 경계인 성자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며, 모습이 있음과 없음을 벗어나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성인은 또한 이와 같은 망상을 이와 같이 보지 않으니, 자상경계(自相境界)를 경계로 삼지 않기 때문입니다.
010_0813_c_18L世尊彼亦非顚倒非不顚倒所以者何不覺聖事性自性不見離有無相故世尊聖亦不如是見如是妄想不以自相境界爲境界故
010_0814_a_02L 세존이시여, 저것도 역시 성자성의 모습이니, 망상자성(妄想自性)이 이와 같이 나타난 것입니다. 인(因)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씀하시지 않으셨기 때문이니, 이른바 자성의 모습이 있다는 견해에 떨어졌기 때문이며, 다른 경계는 저들과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이와 같은 무궁한 허물이 생깁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성자성의 모습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또한 망상자성이 성자성의 모습으로 인해 있는 것도 아닌데, 저들이 어떻게 망상이고 망상이 아닌지, 여실(如實)하게 망상을 알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망상과 자성상(自性相)은 다른 것입니다.
010_0813_c_22L世尊彼亦性自性相妄想自性如是現不說因無因故謂墮性相見異境界非如彼等如是無窮過不覺性自性相故世尊亦非妄想自性因性自性相彼云何妄想非妄如實知妄想世尊妄想異自性相
세존이시여, 인(因)이 비슷하지도 않은 망상자성상(妄想自性想)을 저들은 왜 각각 망상이 아니라고 합니까? 어리석은 범부는 여실하게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중생을 위해 망상을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이는 망상의 모습과 같아 여실하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중생들이 있다는 견해와 없다는 견해로 사물의 자성(自性)에 계착하고, 성지(聖智)가 행하는 경계에 계착하여 있다는 견해에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법은 공(空)하여 성품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성지(聖智)의 자성사(自性事)를 말씀하십니까?”
010_0814_a_05L世尊不相似因妄想自性想彼云何各各不妄想愚夫不如實知然爲衆生離妄想故說如妄想相不如實世尊何故遮衆生有無見事自性計著聖智所行境界計著墮有見說空法非性而說聖智自性事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법은 공(空)하여 성품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 아니며, 또한 있다는 견해에 떨어져 성지(聖智)의 자성사를 말한 것도 아니다. 중생이 없다는 말을 듣고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자성(性自性)을 말했고, 중생이 끝없는 옛날부터 성자성의 모습에 계착하고 성인의 자성경계에 계착하는 모습을 보고 법이 공하다고 말한 것이다. 대혜야, 나는 성자성(性自性)의 모습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010_0814_a_10L佛告大慧非我說空法非性亦不墮有見說聖智自性事然爲令衆生離恐怖句故衆生無始已來計著性自性相聖智事自性計著相見說空法大慧我不說性自性相
대혜야, 나는 단지 스스로 얻은 여실한 공법(空法)에 머물러 미혹되고 산란한 상견(相見)을 벗어나고, 자기 마음이 나타낸 성품이라거나 성품이 아니라는 견해를 벗어나며, 3해탈을 얻고 여실히 증명되는 바를 증명하며, 성자성에 대해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반연하고 관찰하여 머묾을 얻으며, 있고 없다는 견해의 모습을 벗어난다.
010_0814_a_15L大慧但我住自得如實空法離惑亂相見離自心現性非性見得三解脫如實印所印於性自性得緣自覺觀察住離有無事見
또 대혜야,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이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宗]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성품[性]은 성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 인(因)으로 모습이 생기므로 모든 법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이 주장은 곧 무너진다. 모든 법이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을 세우면 주장이 무너진다고 한 것은 그 주장이 상대를 두고 생겼기 때문이다. 또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모든 법의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며,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 역시 생기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법이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을 세운다면, 이것은 말하자마자 곧 무너진다.
010_0814_a_19L復次大慧一切法不生者菩薩摩訶薩不應立是宗所以者何謂宗一切性非性故及彼因生相故說一切法不生宗彼宗則壞彼宗一切法不生彼宗壞者以宗有待而生故又彼宗不生入一切法故不壞相不生故立一切法不生宗者彼說則壞
010_0814_b_02L대혜야, 있고 없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을 세운다면, 이 주장은 모든 성품에 들어가므로 모습이 있다거나 없다는 것을 얻을 수 없다. 대혜야, 만일 저들이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모든 성품이 생기지 않는데 주장을 세운 것이 되므로 그 주장은 무너진다. 모습과 성품이 있거나 없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주장을 세우면 안 된다. 오분론(五分論)에는 잘못이 많기 때문이며, 전전(展轉)하는 인(因)이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며, 짓는 것[作]이 되기 때문이니, 주장을 세우면 안 된다. 모든 법은 생기지 않으므로 공(空)하고, 이와 같이 모든 법의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주장을 세우면 안 된다.
010_0814_b_02L大慧有無不生宗彼宗入一切性有無相不可得大慧若使彼宗不生一切性不生而立宗如是彼宗壞以有無性相不生故不應立宗五分論多過故轉因異相故及爲作故不應立宗分謂一切法不生如是一切法空如是一切法無自性不應立宗
대혜야, 그러나 보살마하살이 모든 법은 환과 같고 꿈과 같은 성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며, 견각(見覺)의 허물이기 때문에 모든 법은 환과 같고 꿈과 같은 성품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범부가 이 말을 듣고 두려워하는 것을 벗어나게 하려고 할 경우는 제외한다. 대혜야, 어리석은 범부는 있다는 견해와 없다는 견해에 떨어지니, 저들이 두려움으로 마하연(摩訶衍:대승)을 멀리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라.”
010_0814_b_09L大慧然菩薩摩訶薩說一切法如幻夢性現不現相故及見覺過故當說一切法如幻夢性除爲愚夫離恐怖句故大慧夫墮有無見莫令彼恐怖遠離摩訶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曰

자성도 없고 말할 것도 없고
사물[事]도 없고 상속함도 없다.
그것은 어리석은 범부의 망상이니
죽은 시체의 악각(惡覺)과 같다.
010_0814_b_14L無自性無說
無事無相續
彼愚夫妄想
如死尸惡覺

모든 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저 외도의 주장이 아니다.
끝까지 이르러도 생기는 바 없으니
오직 성품과 연(緣)으로 성취되는 것이다.
010_0814_b_16L一切法不生
非彼外道宗
至竟無所生
性緣所成就

모든 법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혜로운 이는 생각을 짓지 않는다.
이 주장은 생기는 것을 인(因)하니
깨달은 이는 모두 없앤다.
010_0814_b_17L一切法不生
慧者不作想
彼宗因生故
覺者悉除滅

비유하면 병난 눈으로 보면
허망하게도 아른거리는 머리카락이 보이니
성품이라고 계착하는 것도 그러하여
어리석은 범부의 그릇된 망상이다.
010_0814_b_18L譬如翳目視
妄見垂髮相
計著性亦然
愚夫邪妄想

3유(有)를 시설하나
사물의 자성이 없다.
사물의 자성을 시설하여
생각하므로 망상을 일으킨다.
010_0814_b_20L施設於三有
無有事自性
施設事自性
思惟起妄想

상사(相事)로 언교(言敎)를 시설하니
뜻이 어지러워 심하게 흔들린다.
불자는 능히 뛰어넘어
모든 망상을 멀리 벗어난다.
010_0814_b_21L相事設言教
意亂極震掉
佛子能超出
遠離諸妄想

물이 아닌데 물이라는 모습을 받아들이니
이것은 갈애(渴愛)로 생긴 것
어리석은 범부, 이와 같이 미혹하나
성인이 보는 것은 그렇지 않다.
010_0814_b_22L非水水相受
斯從渴愛生
愚夫如是惑
聖見則不然

성인의 견해는 청정하여
3해탈과 삼매가 생기니
생사를 멀리 벗어나고
두려움 없이 유행(遊行)한다.
010_0814_b_24L聖人見淸淨
三脫三昧生
遠離於生死
遊行無所畏
010_0814_c_02L
무소유(無所有)를 수행하고
성품도 성품 아닌 것도 없으면
성품과 성품 아닌 것이 평등하리니
이로부터 성과(聖果)가 생긴다.
010_0814_c_02L修行無所有
亦無性非性
性非性平等
從是生聖果

무엇이 성품이고 성품이 아니며
무엇을 평등하다고 하는가.
저 마음이 알지 못하기에
안팎으로 심하게 요동치는 것이니
만일 저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마음이 곧 평등하게 보리라.
010_0814_c_03L云何性非性
云何爲平等
謂彼心不知
內外極漂動
若能壞彼者
心則平等見

이때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말씀처럼 사물에 반연(攀緣)하는 것으로는 지혜를 얻을 수 없으니, 이것은 시설량(施設量)으로 건립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설량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성품이 아니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 성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이는 것이 없는 까닭에 지혜[智]가 생기지 않으니, 오직 이름만 시설했을 뿐입니다.
010_0814_c_05L爾時大慧菩薩白佛言世尊如世尊如攀緣事智慧不得是施設量立施設所攝受非性攝受亦非性無攝故智則不生唯施設名耳
세존이시여, 성품의 자상(自相)과 공상(共相)이 다르고 다르지 않은 것을 깨닫지 못하므로,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까? 자상과 공상이 온갖 성자성(性自性)의 모습을 가렸기 때문에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까? 산과 바위와 석벽과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의 장애 때문에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까? 지극히 멀거나 가깝기 때문에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까? 늙거나 어리거나 눈이 멀거나 모든 감관[根]이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까?
010_0814_c_09L云何世尊爲不覺性自相共相異不異故智不得耶爲自相共相種種性自性相隱蔽故智不得耶爲山巖石壁水火風障故智不得耶爲極遠極近智不得耶爲老小盲冥諸根不具智不得耶
세존이시여, 만약 자상과 공상의 다르고 다르지 않은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지혜를 얻을 수 없다면, 이것은 지혜라고 하지 말고 무지(無智)라고 해야 할 것이니, 유위법의 사물[有事]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또 온갖 자상과 공상이 성자성의 모습을 가렸기 때문에 지혜를 얻을 수 없다면, 이것도 역시 무지이며 지혜는 아닙니다.
010_0814_c_15L世尊若不覺自共相異不異智不得者不應說智應說無智以有事不可得故若復種種自共相性自性相隱蔽故智不得者彼亦無智非是智
세존이시여, 이염(爾炎:智母ㆍ境界ㆍ所知)이 있음으로 지혜가 생기는 것이니 성품이 없는 것이 아니며, 이염과 만나는 까닭에 지혜라고 합니다. 만약 산ㆍ바위ㆍ석벽ㆍ땅ㆍ물ㆍ불ㆍ바람 때문에, 매우 멀거나 가깝기 때문에, 늙거나 어리기 때문에, 눈이 멀거나 어리석거나 여러 감관[根]이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혜를 얻을 수 없다면, 이것 역시 지혜가 아니며 반드시 무지일 것입니다. 유위법의 사물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010_0814_c_19L世尊有爾炎故智生非無性會爾炎故名爲智若山巖石壁地水火風極遠極近老小盲冥諸根不具智不得者此亦非智應是無智以有事不可得故
010_0815_a_02L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것은 무지(無智)가 아니다. 이것이 분명 지혜이니 지혜가 아닌 것이 아니다. 나는 이와 같이 감추고 덮어 말하지 않으니, 사물에 반연하는 지혜는 얻을 수 없다. 이는 시설량으로 건립된 것이다.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임을 깨달아 있음과 없음, 바깥 경계의 성품과 성품을 알지만 사물로는 얻을 수 없다.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지혜는 이염에서 생기지 않으며, 3해탈(解脫)에 수순하는 지혜 역시 얻을 수 없다.
010_0814_c_23L佛告大慧不如是無智應是智非非智我不如是隱覆說攀緣事智慧不得是施設量建立覺自心現量有無有外性非性智而事不不得故智於爾炎不生順三解脫智亦不得
망상을 부리는 자들이 끝없는 옛날부터 성품과 성품이 아닌 것을 거짓되게 익힌 지혜로 이러이러하다고 아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모르기 때문에 바깥 경계의 사물과 처소와 모습과 성품에 대해서 성품이 없다고 하며 망상이 끊이지 않는다.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으로 건립하고선 나와 나의 것의 모습이라 말하며 받아들이고 계착해 자심의 현량인 줄 깨닫지 못하고, 지혜의 이염에 대해 망상을 일으키며, 망상 때문에 바깥의 성품과 성품 아닌 것을 관찰하지 못하고 단견(斷見)에 의지한다.”
010_0815_a_05L非妄想者無始性非性虛僞習智作如是知是知彼不知故於外事處所相性作無性妄想不斷自心現量建立說我我所相攝受計著不覺自心現量於智爾炎而起妄想妄想外性非性觀察不得依於斷見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5_a_10L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반연하는 모든 일을
지혜로 관찰하지 않고서
이를 무지(無智)라 하고 지혜가 아니라 하면
이것은 망상을 부리는 자의 말이다.
010_0815_a_11L有諸攀緣事
智慧不觀察
此無智非智
是妄想者說

다르지 않은 상(相)과 성품에 대하여
지혜로 관찰하지 않고
장애라거나 멀고 가까움 때문이라 하면
이를 그릇된 지혜라 한다.
010_0815_a_13L於不異相性
智慧不觀察
障㝵及遠近
是名爲邪智

늙고 어리고 모든 감관이 둔해서
지혜가 생기지 않는다 하고
실재로 이염이 있다고 하면
이 역시 그릇된 지혜라 한다.
010_0815_a_14L老小諸根冥
而智慧不生
而實有爾炎
是亦說邪智

또 대혜야, 어리석은 범부는 끝없는 옛날부터 거짓된 악하고 그릇된 망상으로 회전(迴轉)하게 된다. 회전할 때 스스로 종을 통달함[宗通]과 설법을 통달함[說通]을 명료하게 잘 알지 못하니, 자심의 현량인 밖의 성품과 상(相)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방편으로 한 말에 집착하여, 스스로 주장한 네 구절[句]의 청정하고 통달한 모습을 잘 분별하지 못한다.”
010_0815_a_15L復次大慧愚癡凡夫無始虛僞惡邪妄想之所迴轉迴轉時自宗通及說不善了知著自心現外性相故方便說於自宗四句淸淨通相不善分別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진실로 존귀한 가르침 그대로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해 설법을 통달하고 종을 통달하는 것을 분별해 주십시오. 저를 비롯한 나머지 보살마하살들이 두 가지에 통달하게 되면, 내세(來世)에 범부나 성문이나 연각이 단점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010_0815_a_20L大慧白佛言誠如尊教唯願爲我分別說通及宗通我及餘菩薩摩訶薩善於二通來世凡夫聲聞緣覺不得其短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생각하여라. 너희를 위해 말하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15_a_23L佛告大慧善哉善哉諦聽諦聽善思念之當爲汝說大慧白佛言唯然受教
010_0815_b_02L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3세의 여래에게 두 가지 법에 통달함이 있으니, 설법을 통달함[說通]과 종을 통달함[宗通]이다.
010_0815_b_02L佛告大慧三世如有二種法通說通及自宗通
설법을 통달함이란 중생들의 마음에 따라 알맞게 갖가지 계경(契經)을 말해 주는 것이니, 이를 설법을 통달함이라고 한다. 종을 통달함이란 수행자가 자기 마음에서 나타난 온갖 망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말하자면 같음과 다름, 함께함과 함께하지 않음 등에 떨어지지 않고 모든 심ㆍ의ㆍ의식을 초월하여 건너는 것을 말한다. 자각성지의 경계[自覺聖境]는 인(因)으로 이루어진 견분(見分)과 상분(相分)을 벗어나니, 모든 외도와 성문과 연각 같은 두 극단에 떨어진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를 종을 통달하는 법이라고 한다.
010_0815_b_03L通者隨衆生心之所應爲說種種衆具契經是名說通自宗通者行者離自心現種種妄想不墮一俱不俱品超度一切心意識覺聖境離因成見相一切外道聲聞緣覺墮二邊者所不能知我說是名自宗通法
대혜야, 이를 종을 통달하고 설법을 통달하는 모습이라 하니, 너를 비롯한 나머지 보살들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010_0815_b_10L大慧是名自宗通及說通汝及餘菩薩摩訶薩應當修學
이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5_b_11L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내가 설하는 두 가지 통달이란
종통과 설통이다.
설통은 동몽(童蒙)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고
종통은 수행자를 위한 것이다.
010_0815_b_12L謂我二種通
宗通及言說
說者授童蒙
宗爲修行者

이때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언젠가 말씀하시기를 ‘세상의 모든 논(論)과 온갖 변설(辯說)을 부디 가까이하지 말라. 만약 가까이하면 탐욕을 받아들이고 법(法)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010_0815_b_14L爾時大慧菩薩白佛言世尊如世尊一時說言世閒諸論種種辯說愼勿習近若習近者攝受貪欲不攝受法世尊何故作如是說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의 언론(言論)과 온갖 구(句)는 인연(因緣)과 비유(譬喩)를 채집하여 장엄한 것으로 어리석은 범부를 끌어들여 속이고 미혹시키는 것이다. 그것으로는 진실에 들어가 스스로 통달할 수 없으며, 모든 법을 깨닫지 못하고 망상으로 전도(顚倒)되어 두 극단에 떨어지게 된다.
010_0815_b_18L佛告大慧世閒言論種種句味因緣譬喩採習莊嚴誘引誑惑愚癡凡夫不入眞實自通不覺一切法妄想顚倒墮於二邊
따라서 어리석은 범부는 미혹되어 스스로를 파괴하고, 여러 세계[趣]에 끊임없이 상속하고, 해탈을 얻지 못하고, 자심의 현량인 줄 깨닫지 못하고, 바깥 경계의 성자성(性自性)을 벗어나지 못하며 망상으로 계착한다. 그러므로 세상의 언론과 온갖 변설로는 생노병사(生老病死)와 우비고뇌(憂悲苦惱)와 미혹된 혹란(惑亂)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010_0815_b_21L愚癡惑而自破壞諸趣相續不得解不能覺知自心現量不離外性自妄想計著是故世閒言論種種辯不脫生老病死憂悲苦惱誑惑迷
010_0815_c_02L대혜야,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여러 논을 자세히 알고 스스로 성론(聲論)을 만들었다. 세론자(世論者)에게 한 제자가 있어 용의 형상을 하고 석천궁(釋天宮)에 나아가 논의 종지[宗要]를 세워 천 복(輻)이나 되는 제석의 바퀴를 부수려고 꾀하였다. ‘만일 내가 진다면 모두에게 머리를 조아려 굴복시키려고 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리라’고 맹세한 후 곧 법을 풀이함으로써 제석을 굴복시켰으며, 제석이 지게 되자 곧바로 그의 바퀴를 부수고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왔다.
010_0815_c_03L大慧釋提桓因廣解衆論自造聲彼世論者有一弟子持龍形像釋天宮建立論宗要壞帝釋千輻之隨我不如斷一一頭以謝所屈是要已卽以釋法摧伏帝釋釋墮負卽壞其輪還來人閒
이와 같이 대혜야, 세상의 언론[世言論]은 인연과 비유로 장엄하여 축생에까지 이르며, 또한 온갖 글귀로 저 모든 하늘과 아수라를 미혹시켜 생긴다는 견해와 없어진다는 견해에 집착하게 하니, 하물며 인간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대혜야, 세상의 언론을 반드시 멀리 벗어나야만 한다. 그것이 고통을 생기게 하는 인(因)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니, 행여나 가까이하지 말라.
010_0815_c_08L如是大慧閒言論因譬莊嚴乃至畜生亦能以種種句味惑彼諸天及阿修羅著生滅見而況於人是故大慧世閒言論應當遠離以能招致苦生因故愼勿習近大慧世論者惟說身覺境界而
대혜야, 세론(世論)이란 오직 몸이 느끼는 경계를 말할 뿐이다. 대혜야, 저 세론자가 백천이 있더라도, 이들은 먼 훗날 마지막 50년에 결집(結集)을 깨뜨리기만 할 뿐이다. 악각(惡覺)을 인(因)으로 한 소견이 성한 까닭에 악한 제자가 이를 받아들인다. 이와 같이 대혜야, 세론은 결집을 깨뜨린다. 온갖 구절과 인연과 비유로 장엄하여 외도의 일을 말한 것이며, 스스로 인연에 집착한 것이니 스스로 통달함이 없다.
010_0815_c_14L大慧彼世論者乃有百千但於後時後五十年當破壞結集惡覺因見盛故惡弟子受如是大慧世論破壞結集種種句味因譬莊嚴說外道事著自因緣無有自通
대혜야, 저 모든 외도는 스스로 통달한 논(論)이 없으므로 나머지 세론에 대해 한량없는 백천 가지 문(門)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만 스스로 통달함이 없으며, 또한 스스로 세론이 어리석은 것인 줄도 알지 못한다.”
010_0815_c_18L大慧彼諸外道無自通論於餘世論廣說無量百千事門無有自通亦不自知愚癡世論
이때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약 외도와 세론이 온갖 글귀와 인연과 비유로 장엄하였지만 스스로 통달한 것은 없고 자사(自事)에 계착한 것이라면, 세존께서도 역시 세론을 말씀하시어 여러 다른 곳으로부터 온 모든 대중과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를 위해 한량없는 온갖 글귀로 자세히 설명하셨으니, 이 또한 스스로 통달하지 못하신 것입니까? 이 역시 모든 외도의 지혜로운 언설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입니까?”
010_0815_c_20L爾時大慧白佛言世尊若外道世論種種句味因譬莊嚴無有自通自事計著者世尊亦說世論爲種種異方諸來會衆天人阿修羅廣說無量種種句味亦非自通耶亦入一切外道智慧言說數耶
010_0816_a_02L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론(世論)을 말하지 않았고 또한 간다거나 온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오직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고 말했을 뿐이다. 대혜야, 온다는 것은 모이고 합해서 생기는 것이고, 간다는 것은 흩어져 무너지는 것이다.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는 것은 곧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이니, 내가 말한 것은 망상(妄想)인 세론 중 하나에 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깥 경계의 성품과 성품이 아닌 것에 계착하지 않으면, 자심(自心)의 현량처(現量處)에서 두 극단에 치우친 망상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010_0816_a_03L佛告大慧我不說世亦無來去惟說不來不去大慧趣聚會生去者散壞不來不去者是不生不滅我所說不墮世論妄想數中所以者何不計者外性非性自心現處二邊妄想所不能轉
모습과 경계는 성품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나타난 것임을 깨달으면, 곧 자기 마음이 나타낸 망상은 생기지 않는다. 망상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공(空)ㆍ모습 없음[無相]ㆍ지음 없음[無作]의 3해탈문에 들어가는 것을 해탈이라고 한다.
010_0816_a_08L相境非性覺自心現則自心現妄想不生妄想不生者空無相無作入三脫門名爲解脫
대혜야, 내가 기억하기로 어느 때 어떤 곳에 머물고 있을 때, 세론자(世論者)인 바라문이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청하지도 않고 조용히 있다가 문득 나에게 ‘구담(瞿曇)이시여, 모든 것은 만들어진 것입니까[所作]?’라고 물은 일이 있다. 나는 그때 ‘바라문이여,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고 하는 것이 최초의 세론이다’라고 대답하였다.
010_0816_a_11L大慧我念一時於一處住有世論婆羅門來詣我所不請空閑便問我言瞿曇一切所作耶我時答婆羅門一切所作是初世論
그가 다시 ‘모든 것은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까[非所作]?’라고 묻기에 나는 다시 ‘모든 것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두 번째 세론이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는 다시 ‘모든 것은 영원합니까[常], 모든 것은 무상합니까[無常], 모든 것은 생기는 것입니까[生], 모든 것은 생기지 않는 것입니까[不生]?’라고 물었다. 나는 그때 ‘그것이 여섯 가지 세론이다’라고 대답하였다.
010_0816_a_14L彼復問言一切非所作耶我復報言一切非所作是第二世論彼復問言一切常耶一切無常耶一切生耶一切不生耶我時報言是六世論
대혜야, 그는 다시 나에게 ‘모든 것은 같습니까[一], 모든 것은 다릅니까[異], 모든 것은 함께합니까[俱], 함께하지 않습니까[不俱], 모든 것은 온갖 것을 인(因)하여 생(生)을 받아 나타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그때 ‘그것이 열한 가지 세론이다’라고 대답하였다.
010_0816_a_18L大慧彼復問我言一切一耶一切異耶一切俱一切不俱耶一切因種種受生現我時報言是十一世論
010_0816_b_02L대혜야, 그는 다시 나에게 물었다.
‘모든 것은 무기(無記)입니까, 모든 것은 유기(有記)입니까, 내[我]가 있습니까, 내가 없습니까, 이 세상은 있습니까, 이 세상은 없습니까, 다른 세상이 있습니까, 다른 세상이 없습니까, 해탈이 있습니까, 해탈이 없습니까, 모든 것은 찰나(刹那)입니까, 모든 것은 찰나가 아닙니까, 허공입니까, 자주 멸(滅)하는 것이 아닙니까, 열반입니까? 구담(瞿曇)이여, 만드는 것입니까, 만드는 것이 아닙니까, 중음(中陰)이 있습니까, 중음이 없습니까?’
010_0816_a_21L大慧彼復問言一切無記耶一切有記耶有我耶無我耶有此世耶無此世耶有他世無他世耶有解脫耶無解脫耶切剎那耶一切不剎那耶虛空耶數滅耶涅槃耶瞿曇作耶非作耶中陰耶無中陰耶
나는 그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바라문이여, 이와 같은 말들은 모두 세론(世論)으로서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그대의 세론이다. 나는 오직, 끝없는 옛날부터 거짓된 망상(妄想)과 습기(習氣)와 온갖 악(惡)이 3유(有)의 인(因)인데, 자심의 현량인 줄 깨닫지 못해 망상을 일으켜 바깥 경계의 성품을 반연한다고 말할 뿐이다. 외도의 법에서는 나[我]와 모든 감관[根]과 뜻[義] 세 가지가 화합하여 지혜가 생긴다고 하나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010_0816_b_04L大慧我時報言羅門如是說者悉是世論非我所說是汝世論我唯說無始虛僞妄想習氣種種諸惡三有之因不能覺知自心現量而生妄想攀緣外性如外道法我諸根義三合智生我不如是
바라문이여, 나는 인(因)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인이 없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오직 망상으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진 성품으로 시설된 연기(緣起)라고 말할 뿐이다. 이는 그대나, 또는 나[我]는 상속한다는 견해에 떨어진 사람들이 깨달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010_0816_b_09L婆羅我不說因不說無因惟說妄想攝所攝性施設緣起非汝所及餘墮受我相續者所能覺知
대혜야, 열반(涅槃)과 허공(虛空)과 없어짐[滅]은 실제로 세 가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숫자로만 세 가지일 뿐이다.
010_0816_b_12L大慧涅槃虛空非有三種但數有三耳
또 대혜야, 그때 세론을 펴던 바라문은 다시 나에게 물었다. ‘어리석음과 애착의 업인(業因) 때문에 3유가 있는 것입니까, 원인이 없는 것입니까?’ 나는 그때 ‘그 두 가지도 역시 세론이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는 다시 ‘모든 성품이 모두 자상(自相)과 공상(共相)에 들어갑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다시 ‘그것도 세론이다. 바라문이여, 나아가서 뜻[義]으로 외진(外塵)에 계착하는 것은 모두가 세론이다’라고 대답하였다.
010_0816_b_13L復次大慧爾時世論婆羅門復問我言癡愛業因故有三有耶爲無因耶我時報言此二者亦是世論耳彼復問言一切性皆入自共相耶我復報言此亦世婆羅門乃至意流妄計外塵皆是世論
또 대혜야, 이때 세론을 펴던 바라문이 다시 나에게 ‘혹 세론이 아닌 것이 있습니까? 저는 모든 외도의 주장을 갖가지 글귀와 인연과 비유로 장엄하여 말씀드렸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바라문이여, 너희에게 없는 것이 있다. 이를 종(宗)이 아니라고도 하지 않고 말[說]이 아니라고도 하지 않으며, 온갖 말로 설명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인연과 비유로 장엄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바라문은 ‘세론이 아니고, 종(宗)이 아닌 것도 아니며, 말[說]이 아닌 것도 아닌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010_0816_b_19L復次大慧爾時世論婆羅門復問我頗有非世論者不我是一切外道之宗說種種句味因緣譬喩莊嚴復報言婆羅門有非汝有者非爲非說非不說種種句味非不因譬莊嚴婆羅門言何等爲非世論非非非非說
010_0816_c_02L나는 그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바라문이여, 세론이 아닌 것이 있다. 너희 외도들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바깥 경계의 성품에 진실하지 못한 망상으로 허위로 계착하는 까닭이다. 말하자면 망상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있고 없는 것이 자심의 현량인 줄 확실히 깨달아 망상이 생기지 않고 외진을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망상이 영원히 그치는 것이니, 이를 세론(世論)이 아닌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설하는 법으로 너희에게는 없는 것이다.
010_0816_c_03L我時報言婆羅門有非世汝諸外道所不能知以於外性不實妄想虛僞計著故謂妄想不生了有無自心現量妄想不生不受外妄想永息是名非世論此是我法非汝有也
바라문이여, 저 식(識)이라는 것을 간략히 설명하겠다. 오고 감, 죽음과 태어남, 즐거움과 괴로움, 잠김[溺], 견해, 접촉, 갖가지 모습에 대한 계착, 화합하여 상속함, 받아들임, 인(因)에 대한 계착, 바라문이여, 이와 같은 등등의 것들은 모두 너희의 세론이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010_0816_c_08L婆羅門略說彼識若來若若死若生若樂若苦若溺若見觸若著種種相若和合相續若受因計著婆羅門如是等比皆是汝等世非是我有
대혜야, 세론을 펴던 바라문이 이와 같이 물어, 내가 이와 같이 대답하였더니, 그는 잠자코 말없이 물러가 자신이 통달한 것을 사유하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석자(沙門釋子)는 모든 외도의 법을 벗어났다. 그는 생김도 없고 모습도 없고 인(因)도 없으며, 자기망상이 나타난 것인 줄 깨달으면 망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010_0816_c_12L大慧世論婆羅門作如是問我如是答彼卽默然不辭而退思自通處作是念言沙門釋子出於通外說無生無相無因覺自妄想現妄想不生
대혜야, 이것이 곧 네가 조금 전에 ‘무슨 까닭으로 세론의 온갖 변설을 가까이하면 탐욕을 받아들이고 법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습니까?’라고 물은 것에 대한 대답이다.”
010_0816_c_16L大慧此卽是汝向所問我何故說習近世論種種辯說攝受貪不攝受法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탐욕(貪欲)을 받아들이거나 법(法)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어떤 구의(句義)가 있습니까?”
010_0816_c_18L大慧白佛言世尊攝受貪欲及法何句義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마침내 미래의 중생을 위해 깊이 생각해서 이런 구의를 묻는구나.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를 위해 말하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16_c_20L佛告大慧善哉善哉汝乃能爲未來衆生思惟諮問如是句義諦聽善思念之當爲汝說大慧白佛言唯然受教
010_0817_a_02L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탐욕이라는 것은 취하거나 버리거나 감촉하거나 맛보거나 하는 것이니, 외진(外塵)에 집착하여 두 극단에 치우친 견해에 떨어지는 것이다. 또 고음(苦陰)을 생기게 하는 것이니,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고뇌하는 이와 같은 모든 근심은 모두 애착으로부터 일어난다. 이는 세론과 세론을 주장하는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에서 연유하니, 나와 모든 부처는 이것을 탐욕[貪]이라 한다. 이것이 탐욕을 받아들이고 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010_0816_c_23L佛告大慧所謂貪者若取若捨若觸若味繫著外塵墮二邊見復生苦陰生老病死憂悲苦惱如是諸患皆從愛起斯由習近世論及世論者我及諸佛說名爲貪是名攝受貪欲不攝受法
대혜야, 무엇이 법을 받아들이는 것인가? 자심의 현량을 잘 깨달아서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의 모습을 보고, 망상이 생기지 않으며, 높고 낮은 지위를 잘 알아 심(心)ㆍ의(意)ㆍ의식(意識)을 벗어나며, 모든 부처의 관정(灌頂)을 받아 지혜를 다 갖추고, 10무진구(無盡句)를 받아들여 모든 법에 개발(開發)함이 없이 자재한 것이다. 이를 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모든 견해와 모든 허위와 모든 망상과 모든 성품과 두 극단에 치우친 온갖 견해에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010_0817_a_05L大慧云何攝受善覺知自心現量見人無我及法無我相妄想不生善知上下丹上心意意識一切諸佛智慧灌頂具足攝受十無盡句於一切法無開發自是名爲法所謂不墮一切見一切虛僞一切妄想一切性一切二邊
대혜야, 외도인 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은 두 극단에 치우친 견해를 갖게 되니, 상견(常見)과 단견(斷見)이다. 영리하지 못한 사람은 인(因)이 없다는 논(論)을 받아들여 상견을 일으키고, 바깥 경계의 인(因)은 허물어지는 것이므로 인연은 성품이 아니라 하면 단견을 일으킨다. 대혜야, 그러므로 나는 생기고 머물고 없어짐을 보지 않는 것을 법이라고 말한다. 대혜야, 이를 탐욕(貪欲)과 법(法)이라고 하니, 너를 비롯한 나머지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010_0817_a_11L多有外道癡人墮於二邊若常若非黠慧者受無因論則起常見因壞因緣非性則起斷見大慧我不見生住滅故說名爲法大慧是名貪欲及法汝及餘菩薩摩訶薩應當修
이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모든 세상의 논(論)은
외도의 허망한 말이다.
망상으로 짓고 지어지는 것을 보지만
그들에겐 자종(自宗)이 없다.
010_0817_a_17L一切世閒論
外道虛妄說
妄見作所作
彼則無自宗

오직 나만이 유일한 자종이니
짓고 지어지는 것을 벗어나
모든 제자를 위해
모든 세론을 멀리 벗어나라고 설한다.
010_0817_a_19L惟我一自宗
離於作所作
爲諸弟子說
遠離諸世論

심량(心量)은 볼 수가 없어
두 가지 마음을 관찰하지 못한다.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여지는 것은 성품이 아니니
단견(斷見)과 상견(常見) 두 가지를 떠나라.
010_0817_a_20L心量不可見
不觀察二心
攝所攝非性
斷常二俱離

나아가 마음이 유전하면
이것이 곧 세론이 되니
망상이 구르지 않는 자
그 사람은 자기 마음 보리라.
010_0817_a_21L乃至心流轉
是則爲世論
妄想不轉者
是人見自心

온다는 것은 현상계[事]가 생기는 것이며
간다는 것은 현상계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오가는 것을 분명하게 알면
망상은 다시 생기지 않으리라.
010_0817_a_23L來者謂事生
去者事不現
明了知去來
妄想不復生

유상(有常)과 무상(無常)
지어진 것과 지어진 것이 없음
이 세상과 저 세상 등
이것들은 모두 세간의 설통(說通)이다.
010_0817_a_24L有常及無常
所作無所作
此世他世等
斯皆世論通
010_0817_b_02L
이때 대혜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열반이란 어떤 법을 열반이라 한 것입니까? 모든 외도들이 각기 망상을 일으킵니다.”
010_0817_b_02L爾時大慧菩薩復白佛言世尊所言涅槃者爲何等法名爲涅槃而諸外道各起妄想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를 위해 말하겠다. 모든 외도들은 망상을 열반이라 하는데, 그런 망상은 열반을 수순하는 길이 되지 못한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0_0817_b_05L佛告大慧諦聽諦聽思念之當爲汝說如諸外道妄想涅非彼妄想隨順涅槃大慧白佛言唯然受教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혹 어떤 외도는 음(陰)ㆍ계(界)ㆍ입(入)을 없애고, 경계에 대한 욕심을 벗어나 법이 무상(無常)한 것을 보며, 마음[心]과 마음 법[心法]들이 생기지 않고, 오가는 현재의 경계를 생각하지 않으며, 등불이 꺼지듯 모든 수음(受陰)이 없어지는 것, 썩은 씨앗처럼 망상이 생기지 않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해 열반이라는 생각을 낸다.
010_0817_b_08L佛告大慧或有外道陰界入滅境界離欲見法無常心心法品不生不念去來現在境界諸受陰盡如燈火滅如種子壞妄想不生斯等於此作涅槃想
대혜야, 견해가 무너지는 것[見壞]을 열반이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혜야, 혹자는 어느 곳에 이르는 것을 해탈이라 하기도 하고, 바람이 그치듯 경계라는 생각이 없어지거나 혹은 깨달음과 깨닫는 대상이 있다는 견해가 무너지는 것을 해탈이라 하기도 하며, 혹은 상(常)이나 무상(無常)을 보고 해탈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010_0817_b_12L大慧非以見壞名爲涅槃大慧或以從方至方名爲解脫境界想滅猶如風止或復以覺所覺見壞名爲解脫或見常無常作解脫
혹자는 온갖 모습[相]을 보고는 고통을 초래하는 인(因)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는 이것이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임을 깨닫지 못하고서 모습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습이 없음을 보면 깊이 즐거워하며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혹 어떤 사람은 안팎의 모든 법의 자상(自相)과 공상(共相)을 깨달아 알고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허물어지지 않는 성품이 있다고 여겨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010_0817_b_16L或見種種相想招致苦生因思惟是已不善覺知自心現量怖畏於相而見無相深生愛樂作涅槃想或有覺知內外諸法自相共相去來現在有性不壞作涅槃想
혹은 아(我)ㆍ인(人)ㆍ중생(衆生)ㆍ수명(壽命) 등 일체법이 무너지는 것을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외도가 악소지혜(惡燒智慧)로 자성(自性)과 장부[士夫] 둘 사이에 틈이 있어 장부가 나오는 곳이 있다고 보고 그것을 자성이라고 한다. 명초(冥初)와 비교되는 구나(求那)의 변화와 같다 하고는 구나를 곧 짓는 자[作者]라 여겨 열반이라는 생각을 한다.
010_0817_b_20L或謂我衆生壽命一切法壞作涅槃想或以外道惡燒智慧見自性及士夫彼二有閒士夫所出名爲自性如冥初比求那轉變求那是作者作涅槃想
010_0817_c_02L 혹은 복과 복 아닌 것이 다한 것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모든 번뇌가 다한 것이라 하기도 하며, 혹은 지혜라고 하기도 한다. 혹은 자재(自在)가 진실로 생사(生死)를 짓는 자라고 보고 이를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번갈아 서로 생길 뿐 생사에는 다시 다른 인(因)이 없다고 하는데, 이와 같다면 곧 이것이 인에 계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 어리석은 범부는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까닭에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010_0817_b_24L或謂福非福盡或謂諸煩惱盡或謂智慧見自在是眞實作生死者作涅槃想或謂展轉相生生死更無餘因如是卽是計著因而彼愚癡不能覺知知故作涅槃想
혹 어떤 외도는 진제(眞諦)의 도(道)를 얻는 것이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공덕과 공덕으로 일어난 것이 화합하여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며, 함께하기도 하고 함께하지 않기도 하는 것을 보고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자성(自性)이 일으킨, 공작(孔雀)의 갖가지 색깔과 여러 가지 보배와 날카로운 가시 등의 성품을 보고 난 후 이를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010_0817_c_06L或有外道言得眞諦作涅槃想或見功德功德所起和一異俱不俱作涅槃想或見自性所起孔雀文彩種種雜寶及利刺等見已作涅槃想
대혜야, 혹 어떤 사람은 스물다섯 가지의 진실을 깨닫거나 혹은 왕이 나라를 수호하며 6덕론(德論)을 받아들이는 것을 열반이라고 생각하고, 혹은 시간[時]이 곧 짓는 자[作者]여서 시절(時節)과 세상을 만든다고 보고는 이와 같이 깨닫는 것을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010_0817_c_10L大慧或有覺二十五眞實或王守護國受六德論作涅槃想或見時是作者時節世閒如是覺者作涅槃想
혹은 성품이라고도 하고 혹은 성품이 아니라고도 하며, 혹은 성품과 성품 아닌 것을 아는 것이라고도 하며, 혹은 깨달음과 열반에 차이가 있는 것을 보고 열반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갖가지 망상이 있어 외도들의 말은 이루어야 할 것을 이루지 못하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버리는 것이다.
010_0817_c_13L或謂性或謂非性謂知性非性或見有覺與涅槃差別作涅槃想有如是比種種妄想外道所說不成所成智者所棄
대혜야, 이와 같은 모든 것은 다 두 극단에 떨어져 열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외도의 열반에 대한 망상 가운데에는 생김이건 없어짐이건 무엇도 없다.
010_0817_c_16L大慧如是一切悉墮二邊作涅槃想如是等外道涅槃妄想彼中都無若生若滅
대혜야, 낱낱의 외도들의 열반은 그들 스스로의 논리일 뿐, 지혜로 관찰하면 도무지 세울 것이 없다. 망상ㆍ심ㆍ의가 오가고 떠돌고 달리고 유동(流動)하는 저와 같은 자들은 어느 누구도 열반을 얻을 수 없다.
010_0817_c_18L彼一一外道涅槃彼等自論智慧觀察都無所立如彼妄想心意來去漂馳流動一切無有得涅槃者
대혜야, 내가 말하는 열반이란 자심의 현량(現量)을 잘 깨닫는 것이며양(量)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현전에 보는 것≺現見≻이고, 둘째는 추측해서 아는 것≺比知≻이며, 셋째는 비유(譬喩)이고, 넷째는 과거의 훌륭한 분이 서로 전하는 것≺先勝相傳≻이다. 저 외도는 네 가지 양 모두 성취하지 못한다., 바깥 경계의 성품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며, 4구(句)를 벗어나는 것이며, 여실한 경지를 보는 것이며, 자기 마음이 나타낸 망상의 경계인 두 극단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며,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여지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010_0817_c_21L大慧如我所說涅槃者謂善覺知自心現量有四種現見比知譬喩先勝相傳彼外道於四度量悉皆不成也不著外離於四句見如實處不隨自心現妄想二邊攝所攝不可得
010_0818_a_02L 모든 헤아림[度量]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 않는 것이며, 진실에 어두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며, 이러한 것을 버리고 나서 스스로 깨달은 성인의 법을 얻는 것이며, 두 가지 무아(無我)를 아는 것이며, 두 가지 번뇌를 여의는 것이며, 두 가지 장애를 깨끗이 없애는 것이며, 영원히 두 가지 죽음을 벗어나는 것이며, 가장 높은 지위인 여래지(如來地)조차 그림자 같고 꿈과 같은 줄 아는 것이며, 모든 깊은 삼매에 들어 심ㆍ의ㆍ의식을 벗어나는 것이니, 이를 열반이라고 한다.
010_0818_a_02L一切度量不見所成愚於眞實不應攝受棄捨已得自覺聖法知二無我離二煩淨除二障永離二死上上地如來如影幻等諸深三昧離心意識說名涅槃
대혜야, 너를 비롯한 나머지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배우고 닦아서, 속히 모든 외도들의 열반에 대한 온갖 견해를 멀리 벗어나야 한다.”
010_0818_a_07L大慧汝等及餘菩薩摩訶薩應當修學當疾遠離一切外道諸涅槃見
이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818_a_09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외도의 열반에 대한 견해는
제각기 망상을 일으킨 것이며
이것은 심상(心想)에서 생긴 것이니
해탈의 방편이 없다.
010_0818_a_10L外道涅槃見
各各起妄想
斯從心想生
無解脫方便

어리석어 속박에 얽매인 자는
훌륭한 방편을 멀리하니
외도가 해탈이라고 생각하나
해탈은 끝내 생기지 않는다.
010_0818_a_12L愚於縛縛者
遠離善方便
外道解脫想
解脫終不生

여러 지혜가 각각 취향[趣]을 달리하나
외도의 소견(所見)은 공통되어
거기에 모두 해탈 없으니
어리석은 망상이기 때문이다.
010_0818_a_13L衆智各異趣
外道所見通
彼悉無解脫
愚癡妄想故

모든 어리석은 외도는
헛되이 짓고 지어지는 것을 보아
있다거나 없다는 견해를 논하니
그곳에는 모두 해탈이 없다.
010_0818_a_14L一切癡外道
妄見作所作
有無有品論
彼悉無解脫

어리석은 범부가 망상을 좋아하여
진실한 지혜를 듣지 않고
세 가지 괴로움의 근본을 말하나
진실만이 괴로움을 없애는 인(因)이다.
010_0818_a_16L凡愚樂妄想
不聞眞實慧
言語三苦本
眞實滅苦因

비유하면 거울에 비친 모습은
비록 나타나지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망상이라는 마음의 거울로
어리석은 범부는 두 극단을 본다.
010_0818_a_17L譬如鏡中像
雖現而非有
於妄想心鏡
愚夫見有二

마음과 연(緣)을 알지 못하여
두 가지 망상이 일어나니
마음과 경계를 명료히 알면
망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010_0818_a_18L不識心及緣
則起二妄想
了心及境界
妄想則不生

마음은 갖가지이나
보고 보이는 대상 멀리 벗어난 것이며
사물은 나타나지만 나타남이 없으니
저 어리석은 범부의 망상과 같다.
010_0818_a_20L心者卽種種
遠離相所相
事現而無現
如彼愚妄想

3유(有)란 오직 망상뿐이어서
정의[義] 밖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온갖 것이 망상으로 나타나거늘
어리석은 범부는 알 수가 없다.
010_0818_a_21L三有惟妄想
外義悉無有
妄想種種現
凡愚不能了

경(經)마다 망상을 이야기하나
결국 이름[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만일 언어의 명칭을 벗어난다면
또한 말할 것도 없으리라.
010_0818_a_22L經經說妄想
終不出於名
若離於言語
亦無有所說
楞伽阿跋多羅寶經卷第三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