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撰集百緣經卷第二

ABC_IT_K0981_T_002
029_0691_c_01L 찬집백연경 제2권
029_0691_c_01L撰集百緣經卷第二

오 월지 우바새 지겸 한역
029_0691_c_02L吳月支優婆塞支謙譯

2. 보응수공양품(報應受供養品)
029_0691_c_03L報應受供養品第二

11) 뱃사공들이 부처님께 청해 물을 건너시게 한 인연
029_0691_c_04L舩師請佛渡水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이라발(伊羅拔) 강가에 여러 뱃사공들이 머물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선사(船師)들을 교화하기 위해 강을 건너려고 하셨다.
뱃사공들이 부처님께서 오시는 모습을 바라보고 각각 환희심을 내어 배를 타고 강물을 건너와서 부처님 앞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내일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오십시오.”
부처님께서 곧 그렇게 하기를 허락하셨다.
이에 뱃사공들은 배를 장엄하게 꾸미고 길을 평탄하게 닦아 기와ㆍ돌 따위의 온갖 부정한 물건을 다 제거했다. 동시에 당기ㆍ번기를 세우고 향수를 뿌리며, 온갖 미묘한 꽃을 흩고 배를 장엄하여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029_0691_c_05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伊羅拔河邊有諸舩師止住河側爾時如來將諸比丘詣彼聚落欲渡於水化諸舩師是諸人等見佛來至各懷歡喜乘舩渡水前禮佛足白言世尊明日屈意乘舩渡水佛卽然可莊嚴舩舫平治道路除去瓦石污穢不淨豎立幢幡香水灑地散衆妙華莊嚴舩舫待佛及僧
이튿날이 되자,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강가에 도착하시어 배를 타고 강물을 건너 마을에 이르러 자리 깔고 앉으셨다. 뱃사공들이 대중들의 좌정함을 보고는 손수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받들어 공양한 다음, 모두 부처님 앞에서 우러러 설법 듣기를 기다렸다.
이때 세존께서 곧 그들의 근기에 맞추어 4제(諦)의 법을 설하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는 자, 혹은 사다함과를 얻은 자, 혹은 아나함과를 얻은 자도 있고, 내지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자도 있었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물을 건너 공양하시는 것을 보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제 강물을 건너와서 이러한 자연스러운 공양을 받게 되나이까?”
029_0691_c_14L爾時世尊明日時到將諸比丘往至河側乘舩渡水至彼聚落敷座而坐諸舩師等察衆坐定手自斟酌餚膳飮食供養訖已皆於佛前渴仰聞法爾時世尊卽爲如應說四諦法心開意解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乃至發於無上菩提心者時諸比丘見是供養及渡於水怪未曾有前白佛言如來先世宿殖何福今者乃有如是自然供養及以渡水
029_0692_a_01L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세 한량없는 겁 때에 바라날국(波羅捺國)에 비염바(毘閻波)라는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시어 비구들을 데리고 다른 여러 국토를 다니시면서 교화하셨다. 한 강가에 이르자 많은 상객(商客)들이 값진 보물을 가지고 역시 다른 나라로부터 이 강가에 와서 부처님을 비롯한 그 6만 2천 아라한 대중을 보고 깊이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나아와서 이렇게 물었다.
‘강물을 건너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곧 그렇다고 하시자, 그들은 부처님과 여러 스님들께 온갖 맛난 음식을 갖춰 공양한 다음, 다시 이렇게 간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먼저 강을 건너시옵소서. 혹시 도적이 비구들의 옷과 발우를 빼앗을까 염려되옵니다.’
029_0692_a_02L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柰國有佛出世號毘閻婆將諸比丘遊行他國教化衆生至一河側有諸商客齎持珍寶從他邦來到彼河岸見佛世尊及六萬二千阿羅漢衆深生信敬前白佛言欲渡水佛卽然可設諸餚膳供佛僧已願世尊在前而渡儻有劫賊奪諸比丘衣鉢所須
그때 저 세존께서 곧 강물을 건너시어 모든 상객들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설하시자 그들이 각각 기뻐하여 보리심을 내었으며, 곧 상주(商主)에게 수기(授記)하시되 ‘그대는 미래세 성불할 때 석가모니란 명호를 얻어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널리 제도하리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상주는 바로 나의 전신이고, 그 때의 상객은 바로 지금의 6만 2천 나한들의 전신이다. 이것은 다 그 당시 부처님을 공양하였기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ㆍ인간에 항상 쾌락을 받아 왔으며, 현재세에 성불하였기에 모든 하늘ㆍ사람들이 다 나에게 와서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2_a_11L爾時世尊卽便渡水諸商人種種說法各懷歡喜發菩提卽授商主記汝於來世當得作佛釋迦牟尼廣度衆生不可限量佛告諸比丘欲知彼時商主者則我身是彼時商客者今六萬二千阿羅漢是皆由彼時供養佛故無量世中不墮惡趣天上人中常受快樂乃至今者自致成佛故有人天來供養我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2_a_19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2) 관정왕(灌頂王)이 부처님을 청해 공양한 인연
029_0692_a_20L觀頂王請佛緣
029_0692_b_01L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6만 2천의 나한들을 거느리고 구시라(拘戶羅)에 가셨다. 그 나라의 인민들이 품성(禀性)이 착하고 인자하며, 생각이 너그럽고 넓은지라, 여래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이제 우두전단(牛頭栴檀)나무로 중각(重閣) 강당을 만들어 저 일만 대중들을 교화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자, 때마침 제석천이 부처님의 생각하시는 마음을 알고서 여러 하늘ㆍ용ㆍ야차ㆍ구반다(究槃茶) 등과 함께 제각기 우두전단 나무를 가지고 부처님께 바쳤다. 여래를 위해 큰 강당을 세우고서 천상의 상탑(床榻)ㆍ침구ㆍ담요와 천상의 음식 등을 자연스럽게 갖춰 부처님을 비롯한 비구 스님들께 공양하였다.
029_0692_a_21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爾時世尊將諸羅漢六萬二千詣拘毘羅國諸民衆稟性賢善慈仁孝順意志寬於時如來作是念言吾今當作牛頭栴檀重閣講堂化彼民衆作是念時天帝釋知佛心念卽共天究槃荼等各各齎持牛頭栴檀樹奉上世尊爲於如來造大講堂天諸牀榻臥具被褥天須陁食自然備有供養佛僧
이때 저 민중들이 이 일을 보고서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한 나머지, 각각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여래께서 이러한 큰 공덕과 이익을 보여주시니, 이에 감격하여 저 하늘들이 모두 공양을 바치는 것이로다.”
그리고는 한꺼번에 부처님 앞에 나아가서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부처님께서 곧 그들에게 4제법을 펴서 말씀하시니,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자, 혹은 수다원과를 얻은 자, 혹은 사다함과를 얻은 자, 혹은 아나함과를 얻은 자도 있고, 혹은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자도 있었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저 하늘들이 상탑을 마련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부처님께 공양하는 광경을 보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알 수 없는 일이옵니다. 여래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제 여러 하늘들이 이러한 공양을 바치나이까?”
029_0692_b_08L時彼民衆見是事已怪未曾有各作是言今者如來乃能有是大功德利乃感諸天置斯供養卽共同時往詣佛所前禮佛足卻住一面佛卽爲其說四諦法心開意解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乃至發於無上菩提心者時諸比丘見是諸天所獻供養及以牀榻歎未曾有而白佛言不審如來宿殖何福乃使諸天置斯供養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세 한량없는 세간에 범행(梵行)이란 부처님이 바라날국(波羅捺國)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과 함께 유행(遊行)하시면서 교화하셨는데, 때마침 관정왕이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성문에 나와 받들어 맞이한 다음,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서 부처님과 여러 스님들을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저의 처소에 왕림하시어, 석 달 동안 우리의 네 가지 공양[四事供養:의복ㆍ음식ㆍ탕약ㆍ침구]을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그렇게 하기를 허락하셨다.
029_0692_b_17L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捺國有佛出世號曰梵行將諸比丘遊行教化到觀頂王所聞佛來至出城奉迎前禮佛請佛及僧臨顧屈意受我三月四事供養佛卽然可
029_0692_c_01L이에 곧 중각강당을 마련하여 거기에 상탑ㆍ와구를 갖춰 두며, 한편 온갖 음식을 준비하여 석 달 동안 공양하고 다시 미묘한 의복 한 벌씩을 보시하였다.
부처님께서 왕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시자, 마음으로 기뻐하여 보리심을 내는지라, 왕에게 수기하시되, ‘그대가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란 명호로 그 한량없는 중생들을 다 제도하리라’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관정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고, 그 때의 많은 신하들은 바로 지금의 6만 2천 아라한들의 전신이다. 그 당시 부처님을 모두 공양하였기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ㆍ인간에 태어나 쾌락을 받아 왔으며, 현세에 스스로 성불하였기에 저 하늘ㆍ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와서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2_b_23L尋便安置重閣講牀榻臥具及諸餚膳供養三月以妙衣各施一領佛便爲王種種說心懷歡喜發菩提心卽授王記於來世當得作佛號釋迦牟尼過度衆生不可限量佛告諸比丘欲知彼時觀頂王者則我身是彼時群臣今六萬二千阿羅漢是皆由彼時供養佛故無量世中不墮惡趣天上人中常受快樂乃至今者自致成佛故有人天來供養我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2_c_10L爾時諸比丘聞佛所歡喜奉行

13) 법호왕(法護王)이 부처님을 청해 목욕하시게 한 인연
029_0692_c_11L法護王請佛洗浴緣
029_0693_a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저 성에 머물러 있던 5백 명의 상객(商客)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물건을 팔아 많은 이익을 얻기는 했으나 돌아오는 도중 한 벌판에서 길을 잃어 나아갈 바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때 마침 혹독한 더위까지 만나 갈증으로 죽을 지경에 이르러 각각 천신(天神)에게 기도를 올리면서 신의 도움을 구하였으나 아무런 감응이 없자, 그 상인들 가운데 어떤 우바새(優婆塞) 한 사람이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 세존께서 항상 대비하신 마음으로 밤낮없이 중생들 가운데 그 누가 고액을 받는가를 관찰하시어 직접 가서 구호하신다고 하니, 우리들도 이제 다 지극한 마음으로, ‘나무불타(南無佛陀)’를 불러 이 고액을 구하자.”
여러 상객들이 이 말을 듣고 한꺼번에 같은 소리로 ‘나무불타’를 부르면서 갈증과 더위에서 구제 받기를 원하였다.
이때 여래께서는 멀리 여러 상객들이 이러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음성을 들으시고 곧 제석천과 함께 상객들이 있는 곳에 가서 큰 단비[甘雨]를 퍼부어 더위와 갈증을 다 제거해 주셨다. 그들이 각기 기쁨에 넘쳐 본국에 돌아가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였다.
029_0692_c_12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五百賈客往詣他邦販買求利涉路進引到曠野中迷失徑路靡知所趣値天暑熱渴乏欲死各各跪拜諸天神等以求福祐皆無有感時諸商人中有一優婆塞白衆人言如來世尊常以大悲晝夜六時觀察衆生受苦厄而往拔濟我等今者咸共至稱南無佛陁以救苦厄時諸商客聞是語已各各同聲稱南無佛陁見救濟此諸渴熱於時如來遙聞衆客稱佛名號與天帝釋尋往到彼諸賈客所降大甘雨熱渴得除各懷歡達到本國請佛及僧
부처님께서 즉시 그 청을 허락하시자, 당기ㆍ번기를 세우고 온갖 보배 방울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미묘한 꽃을 흩고 갖가지 향을 사르며, 맛난 음식을 준비해 두고서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때를 맞춰 왕림하소서. 식사 준비가 이미 끝났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그 집에 도착하시어 공양을 받으셨다. 이때 상객들이 법을 듣고자 하므로 부처님이 곧 갖가지 법을 설하시니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혹은 수다원과를 얻은 자, 혹은 사다함과를 얻은 자, 혹은 아나함과를 얻은 자도 있으며, 내지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자도 있었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제 상객들이 이러한 공양을 바치고 다시 도과(道果)를 얻게 하시나이까?”
029_0693_a_03L佛卽然可立幢幡懸諸寶鈴香水灑地散諸妙燒種種香備辦餚膳往白世尊聖知時食具已辦爾時世尊著衣持將諸比丘往至其家受彼供已諸商人渴仰聞法佛卽爲其種種說心開意解有得須陁洹者斯陁含阿那含者乃至發於無上菩提心時諸比丘見是事已而白佛言來世尊宿殖何福乃使商客置斯供復獲道果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해 주리라.
과거세 바라날국(波羅奈國)에 전단향(栴檀香)이라는 부처님이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법호왕(法護王)의 나라에 가셨다. 그때 마침 오랜 가뭄으로 인하여 농작물들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왕은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여러 신하들과 함께 부처님을 맞이하여 청하기를, ‘원하옵건대 석 달 동안만이라도 저희들의 네 가지 공양을 받아 주소서’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청을 받아들이시자, 왕은 다시 성문 안에 목욕못[浴池]을 만들어서 부처님과 스님들이 수시로 목욕할 수 있게 하고는, 이러한 큰 서원을 세웠다.
‘바라옵건대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제석천께서는 온 염부제에 큰 단비를 두루 퍼부어 모든 농작물을 윤택하게 하시어 중생들을 구제해 주소서.’
029_0693_a_13L爾時世尊告諸比丘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波羅柰國有佛出世號栴檀香諸比丘詣法護王國値天亢旱苗稼不收王聞佛來將諸群臣奉迎世尊受我三月四事供養佛卽然可於其城內復造浴池浴洗佛僧發大誓願持此功德願天帝釋降大甘雨遍閻浮提潤益苗稼給濟衆生
029_0693_b_01L이와 같이 발원하자 곧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모두 이익을 받지 않음이 없었다. 왕은 또 8만 4천의 보배병[寶甁]을 만들어 그 보배병 안에 부처님이 목욕하신 물을 가득 넣어서 온 염부제의 8만 4천 성(城)마다 각자 한 병씩을 나눠 주어 탑묘(塔廟)를 만들어 공양하게 하고 곧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다.
저 전단향부처님은 왕에게 수기(授記)하시되, ‘그대는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란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할 것이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법호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고, 그 때의 여러 신하들은 바로 지금의 여러 비구들의 전신이다. 그 당시 저 부처님을 공양하였기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ㆍ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또 현세에 와서 성불하였기에 이 여러 하늘ㆍ사람들이 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3_a_21L發是願已天尋降雨莫不蒙賴卽造八萬四千寶甁盛佛浴水賜閻浮提八萬四千諸城各與一甁勅令造塔而供養之因發無上菩提之心時栴檀佛卽授王記汝於來世當得成佛號釋迦牟廣度衆生不可限量佛告諸比丘欲知彼時法護王者則我身是彼時群臣者今諸比丘是皆由彼時供養佛故無量世中不墮惡趣天上人中常受快樂是故今者得致成佛故有人天來供養我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3_b_09L爾時諸比丘聞佛所歡喜奉行

14) 부처님께서 전염병을 구제해 주신 인연
029_0693_b_10L佛救濟度病緣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셨다.
그때 나라(那羅)라는 부락에 전염병이 만연되어 많은 인민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모두들 천신(天神)에게 기도를 올려 전염병을 제거하려 했으나, 좀처럼 병이 치유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 부락의 어떤 우바새 한 사람이 대중들에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이 세상에 계시어 중생들을 다 이익되고 안락케 하시니 우리들도 함께 한마음으로 ‘나무불타’를 불러서 이 병고의 환난을 구제해 주시도록 빌어야 하리라.”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이 각각 한꺼번에 ‘나무불타’를 부르며,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대자대비하신 마음으로 저희들을 전염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보호해 주옵소서’라고 하였다
029_0693_b_11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時那羅聚多諸疫鬼殺害民衆各競求請塞天善神悕望疫病漸得除降如是數病無降愈時聚落中有一優婆塞語衆人言如來在世利安衆生我等當共一心稱南無佛陁以求救濟病苦之患時諸人等聞是語已咸各同時稱南無佛陁唯願世尊大慈憐愍覆蔭我等疾疫病苦
029_0693_c_01L그때 세존께선 항상 대비하신 마음으로 밤낮 여섯 때로 중생들 가운데 누가 고액을 받고 있는가를 관찰하시어 직접 가서 제도하시되 그들로 하여금 선한 법을 닦아 온갖 고통을 아주 뽑아버리게 하시던 차제였다.
마침 전염병에 허덕이는 이 인민들이 한꺼번에 일심으로 부처님 명호를 부르면서 그 병고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을 들으시고는, 곧 여러 비구들과 함께 그 부락에 가셔서 역시 대비하신 마음으로 민중들을 제도하되 선한 법을 닦도록 권유하시자, 그 전염병을 퍼뜨리는 귀신이 한꺼번에 다 물러나 흩어져 다시는 후환이 없었다.
이때 부락 사람들이 과연 여래께서 이같이 민중들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심을 보고 나서, 각각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우리들이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생명을 보전하게 되었으니, 내일엔 어떤 모임을 마련해 불 세존을 청해 모셔야 하리라.”
029_0693_b_20L爾時世尊常以大悲晝夜六時觀察衆生誰受苦厄尋往化度使修善法永拔諸苦見此疫病諸人民等同時一心稱佛名號以救疫病爾時如來將諸比丘往彼聚落以大慈悲熏諸民衆勸令修善疫鬼同時皆悉退散無復衆患時聚落人見於如來利安民衆各作是言我等今者蒙佛遺恩得濟軀命明當設會請佛世尊
이렇게 말한 다음, 각각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저희들의 청을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곧 그들의 청을 받아들이시자, 여러 민중들은 각각 본가에 돌아가서 길을 닦되 기와ㆍ돌 따위의 더러운 물건을 다 제거하고, 당기ㆍ번기를 세워 거기에 여러 보배 방울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온갖 미묘한 꽃을 뿌리고, 침구를 안치했다. 한편 갖가지 맛난 음식을 준비해 두고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식사 준비가 이미 끝났으니, 원하옵건대 때를 맞춰 왕림해 주소서.”
029_0693_c_06L作是語已各詣佛所前禮佛足長跪請佛唯願世尊受我等請佛卽然可時諸民衆知佛許已還歸家中平治道路除去瓦石污穢不淨豎立幢幡懸諸寶鈴香水灑地散諸妙華安置牀榻備辦餚膳往白世尊食具已辦唯聖知時
그때 세존께서 옷을 입고 발우를 지니고서 여러 비구들과 함께 저 부락에 가시어 공양을 받으셨다. 이때 민중들이 설법을 듣고자 갈망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갖가지 법을 설하셨다. 그러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니 혹은 수다원과를 얻은 자, 혹은 사다함과를 얻은 자, 혹은 아나함과를 얻은 자도 있으며, 내지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자도 있었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저 민중들로부터 이러한 공양을 받으시며, 또 그들의 전염병을 제거해 주시나이까?”
029_0693_c_12L爾時世尊著衣持鉢將諸比丘來入聚落受其供已時諸民衆渴仰聞法佛卽爲其種種說法心開意解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乃至發於無上菩提心者時諸比丘見是事已而白佛言如來世尊宿殖何福乃感民衆置斯供養及除疫病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겠느니라.
과거세 바라날국(波羅捺國)에 일월광(日月光)이라는 부처님이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범마왕(梵摩王)의 나라에 가셔서 왕에게 공양을 받고 나자, 왕이 부처님 앞에 꿇어앉아 이렇게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민중들의 전염병을 구제해 주소서.’
029_0693_c_19L爾時佛告諸比丘衆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波羅柰國有佛出世號日月光將諸比丘至梵摩王國受王供長跪白佛願見救濟此諸民衆災疫疾患
029_0694_a_01L이때 부처님께서 입었던 승가리(僧伽梨)를 벗어 왕으로 하여금 그 옷을 당기 꼭대기에 달아 두고 공양하게 하시자, 돌림병을 퍼뜨리는 귀신[疫鬼]이 한꺼번에 자연스럽게 다 사라져 다시는 후환이 없게 되었다.
왕은 기뻐하여 곧 보리심을 내었으며, 부처님께서는 저 왕에게 수기하시되, ‘대왕이 미래세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란 명호를 얻어서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이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범마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그 때의 여러 신하들은 바로 지금의 여러 비구들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저 부처님을 다 공양했기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ㆍ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또 현세에 와서 이같이 성불했기에 이 여러 하늘ㆍ사람들이 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4_a_01L爾時世尊尋持所著僧伽梨衣授與彼王繫于幢頭各共供養疫鬼同時自然退散無復災患王大歡喜發菩提心佛授王記汝於來世當得作佛號釋迦牟尼廣度衆生不可限佛告諸比丘欲知彼時梵摩王者則我身是彼時群臣者今諸比丘是皆由彼時供養佛故無量世中不墮惡趣天上人中常受快樂是故今者致得成佛故有人天來供養我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4_a_10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5) 제석천이 부처님을 공양한 인연
029_0694_a_11L天帝釋供養佛緣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셨다.
그때 제바달다(提婆達多)가 매우 어리석고 교만하며 질투가 심하였다. 그는 아사세(阿闍世)왕으로 하여금 법이 아닌 제도를 만들어 북[鼓]을 쳐서 민중들에 명령을 내리되, 그 누구라도 구담(瞿曇: 釋尊)에게 가서 공양 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게 했다.
그러므로 부처님을 신봉하는 저 성에 사는 사람들이 이러한 규제의 법을 듣고서 근심하며 눈물을 흘리고 슬픔에 젖어 고뇌하니, 제석천의 궁전(宮殿)이 감응하여 그 궁전을 흔들어 불안하게 하였다. 이때 제석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우리의 궁전이 이같이 흔들릴까?’
029_0694_a_12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爾時提婆達多極大愚癡憍慢嫉妒教阿闍世立非法制擊鼓唱令不聽民衆齎持供養詣瞿曇所時彼城中有信佛聞是制限憂愁涕泣悲感懊惱天宮殿動搖不安
029_0694_b_01L제석천이 관찰해 보니, 저 아사세왕이 법이 아닌 제도를 만듦으로 인하여 성에 사는 사람들이 근심하고 슬퍼하여서 울음으로 그 궁전이 감응한 것을 알았다. 그는 곧 천궁에서 내려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부터 나 자신이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供養)하리라.”
이렇게 외친 뒤에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하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과 여러 비구 스님들께서는 제 목숨이 끝날 때까지 저의 공양을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그 청을 허락하지 않으시자, 제석천이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만약에 제 목숨이 끝날 때까지 공양을 받지 않으시려면, 앞으로 다섯 해 동안만 저의 공양을 받아 주시기 원하옵니다.”
029_0694_a_18L時天帝釋作是念我此宮殿有何因緣如是動搖自觀察見阿闍世王立非法制令彼城人憂愁涕泣感我宮殿動搖如是尋卽來下高聲唱言我今自當供養佛僧作是唱已卽往佛所前禮佛足長跪請佛唯願世尊及比丘僧盡其形壽受我供養佛不然可復白佛言若不受我終身供養當受五年
부처님께서 역시 허락하시지 않자,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다섯 해 동안도 받으실 수 없다면 다섯 달만이라도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역시 허락하시지 않자,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다섯 달마저 받으실 수 없다면 단 닷새 동안만이라도 받아 주셔야 하겠나이다.”
마침내 부처님께서 공양을 받을 것을 허락하시자, 제석천은 곧 가란타 죽림을 비사야(毘闍耶) 궁전처럼 만들어서 거기에 침구 등 온갖 도구를 갖춰 두었다. 한편 금 그릇에 하늘의 수타(須陀) 음식을 담아서 여러 하늘 대중들과 함께 손수 그 음식을 받들어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였다.
이때 아사세왕이 높은 누각 위에서 멀리 저 가란타 죽림이 마치 천상의 누각처럼 꾸며져 있는 가운데 제석천이 대중들과 함께 보배 그릇에 담겨 있는 갖가지 음식을 손수 받들어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는 광경을 보고는, 곧 스스로 후회하고 자책을 하며 크게 화를 내고 제바달다를 꾸짖었다.
“그대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로다. 어째서 나로 하여금 함부로 법이 아닌 제도를 만들어서 감히 세존께 대항하게 하였는가?”
029_0694_b_03L佛亦不復白佛言若不受五年當受五月佛亦不許復白佛言若不受五月受五日佛卽然可尋變迦蘭陁竹林如毘闍耶殿牀榻臥具天須陁食以金器與諸天衆手自斟酌供養佛時阿闍世王在高樓上遙見迦蘭陁竹林猶天宮殿天須陁食盛以寶見天帝釋與諸天衆手自斟酌供養佛僧時阿闍世王睹斯事已卽自悔責極大瞋恚罵提婆達多汝是癡云何教我撗加非法向於世尊
029_0694_c_01L이렇게 말하고 나서 왕은 곧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깊이 신심과 공경심을 내었다. 이때 여러 신하들도 왕에게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왕께선 이제 앞서 제정한 그 법이 아닌 제도를 고치시어 민중들로 하여금 마음대로 여래를 보게 하고 여래를 공양하게 하며, 또 사관(司官)으로 하여금 북을 치고 명령을 내려 지금부터 온 민중들이 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께 공양할 수 있게 하소서.”
이에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신 다음, 그들에게 갖가지 법을 설하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혹은 수다원을 얻은 자도 있고, 혹은 사다함을 얻은 자, 혹은 아나함을 얻은 자, 내지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자도 있었다.
이때 비구들은 이것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제석천이 이러한 공양을 바치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029_0694_b_14L是語已卽於佛所深生信敬時諸群前白王言願王今者改先制限諸民衆得見如來隨意供養尋勅司擊鼓唱令自今以去聽諸民衆諸餚膳供養佛已爾時世尊卽便爲其種種說法心開意解有得須陁洹斯陁含者阿那含者乃至發於無上菩提心者時諸比丘見是事已未曾有而白佛言如來世尊宿殖何乃使天帝置斯供養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
한량없는 과거세에 바라날국(波羅捺國)에 보전(寶殿)이라는 불 세존이 출현하시어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여러 곳을 다니면서 교화하시다가 마침 가시왕(伽翅王)의 나라에 도착하셨다. 왕이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곧 여러 신하들과 함께 세존을 맞이하여 꿇어앉아 청하되, ‘석 달 동안만이라도 저희들의 네 가지 공양을 받아 주시옵소서’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내 그 청을 허락하시고 공양을 받으신 뒤에 갖가지 법을 설하시자 왕은 곧 보리심을 내었으며, 저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대왕이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란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할 것이오’라고 수기하셨다.”
029_0694_c_03L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捺國佛出世號曰寶殿將諸比丘遊行教化到伽翅王國聞佛來至將諸群臣奉迎世尊長跪請佛受我三月四事供養佛卽然可受其供已佛便爲王種種說法發菩提心佛授王記汝於來世當得作佛號釋迦牟尼廣度衆不可限量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가시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그 때의 여러 신하들은 바로 지금의 여러 비구들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모두 저 부처님을 공양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ㆍ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또 이제 스스로가 성불했기 때문에 모든 하늘ㆍ사람들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4_c_10L佛告諸比丘欲知彼時伽翅王者則我身是彼時群臣者今諸比丘是皆由彼時供養佛故無量世中不墮地獄畜生餓鬼天上人中常受快樂乃至今者自致成佛故有人天而供養我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4_c_15L爾時諸比丘聞佛所歡喜奉行

16) 부처님께서 제석천의 형상을 나타내어 바라문들을 교화하신 인연
029_0694_c_16L佛現帝釋形化婆羅門緣
029_0695_a_01L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시었다.
그때 성에 이차(梨車)라는 보상(輔相)이 삿된 가르침을 믿고 뒤바뀐 소견으로 인과(因果)를 믿지 않았다. 그는 아사세왕으로 하여금 그 아버지를 죽이는 반역죄를 범해 가면서 국왕이 되게 하고는, 그것을 경사롭게 여겨 온 신민(臣民)들에 명령하여 큰 모임을 베풀고서 백천 바라문들을 집합시켜 준엄한 법을 제정하되, 그 누구도 구담의 처소에 가서 법을 묻거나 법을 받지 못하게 했다.
바라문들이 이 말을 들은 뒤로는 다시 구담의 처소에 갈 수 없게 되자, 매양 어떤 시간을 정하여 비밀로 모임을 가져오다가 한 바라문이 이렇게 말하였다.
“위타(韋陀)의 경전에 설하기를 ‘구담 사문은 모두 천신의 대주(大主)’라고 했다. 이제 우리들이 함께 구담의 명호를 부르면, 혹시 구담께서 이 모임에 오실 수도 있다. 만약 오신다면 우리들은 마땅히 일생 동안 받들어 섬겨야 하리라.”
이 말을 들은 바라문들이 다 함께 ‘나무구담사문’을 부르면서 ‘원하옵건대 이 모임에 왕림하셔서 저희들의 청을 받아 주소서’라고 하였다.
029_0694_c_17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時彼國中有一輔相名曰梨車信邪倒見不信因果教阿闍世反逆殺父自立爲主心懷喜悅勅諸臣民施設大會聚集百千諸婆羅門共立峻制不聽往至詣瞿曇所諮稟所受諸婆羅門聞是語已皆不復往每於一時密共聚會或有說言我韋陁經說云瞿曇沙門皆是我等天之大主今共稱名能來至詣於會所我等當共盡形奉作是語已咸共稱名南無瞿曇沙來赴此會受我等請
그때 여래께선 항상 자비하신 마음으로 밤낮없이 중생들을 관찰하시어 그 누구든 제도해야 할 자에게 직접 가서 제도하시던 차제였다. 마침 이 여러 바라문들의 선근이 성숙되어 있음을 아시고 ‘마땅히 내 교화를 받아야 하리라’ 하시고, 스스로 몸을 바꾸어 제석천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허공을 타고 내려와 바라문들의 모임에 들어가시니, 바라문들이 모두 일어나 받들어 모시며 앉으시길 청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들의 소원이 이제 다 이루어졌으니, 일생 동안 제석을 함께 받들어 섬기겠나이다.”
제석이 모두 착함을 칭찬하였다.
029_0695_a_06L爾時如來常以慈悲晝夜六時觀察衆生誰應可尋往度之知諸婆羅門善根已熟應受我化自變其身作帝釋形乘虛空來入赴婆羅門會各起奉迎請命令坐而作是言我等所求今悉獲得當共盡形奉事帝釋咸皆稱善
그때 세존께선 여러 바라문들의 마음이 이미 조복됨을 아시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들에게 알맞도록 4제법(諦法)을 설하셨다. 그러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니,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고 각각 기뻐하였다.
한편 갖가지 맛난 음식을 마련하여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께 청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보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제 여러 바라문들이 훌륭한 요리를 마련하여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나이까?”
029_0695_a_12L爾時世尊知諸婆羅門心已調伏還服本爲其如應說四諦法心開意解須陁洹果各懷喜悅竝共施設百味飮食請佛及僧供養訖已時諸比丘見是事已前白佛言如來往昔宿殖何福乃能使此諸婆羅門設諸餚膳供養佛僧
029_0695_b_01L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묘음(妙音)이라는 불 세존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보전왕(寶殿王)의 나라에 가셨다. 왕이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곧 여러 신하들과 함께 받들어 모시고는 이렇게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석 달 동안만 저희들의 네 가지 공양을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이 청을 허락하고 석 달 동안 공양을 받은 뒤에 그 배꼽으로부터 칠보(七寶)의 연꽃을 내시자 그 연꽃에서 각각 변화한 부처님이 결가부좌하고 큰 광명을 놓으시니, 이 광명이 위로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에서부터 아래로 아비지옥(阿鼻地獄)까지 비추었다.
029_0695_a_19L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捺國有佛出世號曰妙音將諸比丘到寶殿王所聞佛來與諸群臣奉迎世尊受我三月四事供養佛卽然可三月之中受王供於其臍中出七寶蓮華各有化佛結跏趺坐放大光明上至阿迦膩咤下至阿鼻地獄
보전왕은 이 변화를 보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으며, 저 부처님은 왕에게 다음과 같이 수기하시되, ‘대왕이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란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들을 널리 제도할 것이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보전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그 때의 여러 신하는 바로 지금의 여러 바라문들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저 부처님을 모두 공양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지옥ㆍ축생ㆍ아귀 가운데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ㆍ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또 현재세에서도 스스로 성불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하늘들이 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5_b_04L時寶殿王見是變發於無上菩提之心佛授王記於來世當得作佛號釋迦牟尼過度衆生不可限量佛告諸比丘欲知彼時寶殿王者則我身是彼時群臣者今諸婆羅門是皆由彼時供養佛故無量世中不墮地獄畜生餓鬼天上人中常受快樂乃至今者自致成佛故有人天來供養我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5_b_12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7) 건달바(乾闥婆)가 음악으로 부처님을 찬탄한 인연
029_0695_b_13L乾闥婆作樂讚佛緣
029_0695_c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때 성에 거문고를 잘 타는 5백 명의 건달바가 있었는데, 음악을 만들어 노래와 춤으로 밤낮 여래를 공양하니, 그 명성이 널리 사방에 퍼졌다.
그때 성 남쪽에 선애(善愛)라는 건달바왕이 있었으니, 그도 역시 거문고를 잘 탔다. 그가 음악을 만들어 노래하고 춤을 추면 온 국토 안에 누구도 상대할 이가 없으므로 매우 교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가 북쪽에 거문고를 잘 타며 음악을 만들어 노래하고 춤추는 어떤 건달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를 만나 보기 위해 여러 국토를 거쳐 열여섯 나라를 지나오는 동안 한 줄 거문고를 타서 일곱 가지 소리를 내는가 하면, 그 소리마다 또 스물한 가지 음절을 나타냈다. 그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며, 스스로 기뻐하면서 즐기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미친 듯 취하여 방일하며 자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서로 그 뒤를 따라 사위국까지 이르렀다.
029_0695_b_14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中有五百乾闥婆善巧彈琴作樂歌供養如來晝夜不離名聞遠徹於四方時彼南城有乾闥婆王名曰善愛亦巧彈琴作樂歌儛於彼土中更無詶對憍慢自大更無有比聞其北方有乾闥婆善巧彈琴作樂歌儛故從彼來涉歷諸土經十六大國彈一弦琴能令出於七種音聲聲有二十一時諸人民聞其彈琴作樂歌儛娛自樂狂醉放逸不能自制共相隨逐來詣舍衛
이에 왕에게 문안하고 그 기술을 한번 시합하려는데, 그때 성곽의 신과 건달바들이 국왕에게 아뢰었다.
“거문고를 잘 타고 음악과 희소(戲笑)에 기술이 있는 남방의 건달바왕 선애가 이제 문밖에서 문안 드립니다. 왕의 측근에 거문고를 잘 타고 음악과 희소에 능란한 건달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와 함께 기술을 시합하기 위해 일부러 멀리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원하옵건대 왕께서 그의 청을 허락하옵소서.”
이때 바사닉왕은 곧 문지기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하고 서로 만나 보고서 기뻐한 나머지, 선애 건달바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왕의 측근에 거문고를 잘 타고 노래ㆍ춤과 익살에 능란한 건달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저와 함께 기술을 한번 시험하여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029_0695_c_03L欲得見王致意問訊角試技術時城郭神及乾闥婆啓白王言云南方國有乾闥婆王名曰善愛能彈琴作樂戲笑今在門外致意問云在彼閒遙承王邊有乾闥婆巧彈琴歌儛戲笑故從遠來求共角試彈琴技術願王今者聽使所白波斯匿王告守門者疾喚來入共王相見各懷歡喜善愛白言承聞王邊有乾闥婆善巧彈琴歌儛戲笑今在何許我今當共角試技術
왕이 곧 대답하였다.
“우리 서로가 꺼릴 것 없소. 여기에서 멀지 않으며, 나 또한 그대와 함께 그곳까지 가겠으니, 마음대로 한번 시험하여 비교해 보시오.”
왕은 그렇게 허락하고 세존의 처소로 나아갔는데, 세존께서 국왕의 뜻을 아시고 곧 그 몸을 건달바왕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7천의 반차시기(般遮尸棄) 천신으로 하여금 각각 유리(琉璃) 거문고를 손에 잡고 천상 음악을 울리면서 좌우를 둘러싸게 하였다. 이때 바사닉왕이 다시 선애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음악하는 신들이오. 그대는 이제 거문고의 기술을 한번 시합해 보시오.”
이 때, 선애왕이 곧 거문고 한 줄을 잡고서 일곱 가지 소리를 내고 다시 그 소리마다 스물한 가지 음절을 나타내자, 듣는 이들이 다 기쁨에 넘쳐 노래와 춤에 혼미해져 방일하고 자제하지 못했다.
029_0695_c_13L王卽答曰我不相憚去此不遠我今共汝往至于彼隨意角試時王然可至世尊所佛知王意尋自變身化作乾闥婆王將天樂神般遮尸棄其數七千各各手執琉璃之琴侍衛左右時波斯匿王語善愛言此皆是我作樂諸神今可共角試琴術時善愛王卽便自取一絃之琴而彈鼓之能令出於七種音聲聲有二十一解彈鼓合節甚可聽聞能令衆人歡娛儛戲昏迷放逸不能自持
029_0696_a_01L그러자 여래께서 반차시기의 유리 거문고를 잡고서 한 줄을 튀겨 수천만 가지 소리를 내니 그 소리는 아름답고 맑으며 사랑스러워 듣는 이들이 춤추고 웃고 노래하고 기뻐하며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선애왕이 이 소리를 듣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자신의 거문고 탄 소리를 부끄럽게 여겨 곧 엎드려 예배한 뒤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대사(大師)로 모신 다음, 그 거문고 타는 법을 물었다.
여래께서는 선애왕이 교만을 버리고 마음이 이미 조복됨을 아시고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시자, 여러 비구들이 잠잠히 앉아 있다가 놀라고 두려워한 나머지 곧 부처님 앞에 깊이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서 꿇어앉아 합장하여 도에 들어가는 절차를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곧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잘 왔도다. 비구야.”
029_0696_a_01L爾時如來復取般遮尸棄琉璃之琴彈鼓一弦能令出於數千萬種其聲婉妙淸徹可愛聞者儛笑歡娛愛樂喜不自勝時善愛王聞是聲已歎未曾有自鄙慚愧先所彈琴所出音聲卽便引伏長跪叉手請爲大師更諮琴法爾時如來見善愛王除去我慢心已調伏還服本形諸比丘僧默然而坐心驚毛豎尋於佛前深生信敬長跪合掌求入道次佛卽告言善來比丘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며 법복이 몸에 입혀지고 사문이 되어 부지런히 정진하여 닦아 익혀서 얼마 안 되어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때 바사닉왕 역시 선애왕의 마음이 이미 조복됨과 동시에 다시 도과(道果)를 얻게 됨을 보고서 매우 기뻐하여 무릎을 꿇고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비구 스님들을 초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청을 허락하시자,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길을 닦아 기와ㆍ돌 따위의 온갖 부정한 물건을 제거하고, 당기ㆍ번기를 세워 온갖 보배 방울을 달기도 하였다. 향수를 땅에 뿌리고, 미묘한 온갖 꽃을 뿌리고 침구를 안치해 두며, 한편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029_0696_a_11L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未夂之閒得阿羅漢果時波斯匿見善愛王心已調復得道果心懷歡喜長跪請佛及比丘僧佛卽然可勅諸群臣平治道除去瓦石污穢不淨建立幢幡諸寶鈴香水灑地散衆名華安置牀設諸餚膳供養佛僧
029_0696_b_01L그때 여러 비구들이 이 공양을 보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제 이러한 음악의 공양이 끊이지 않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정각(正覺)이라는 부처님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멀리 교화하시다가 범마왕(梵摩王) 나라에 이르러 한 나무 아래 결가부좌하고 계시는 동안 화광(火光)삼매에 들어가서 온 천지를 비추시었다.
마침 범마왕이 여러 신하와 수천만 민중을 거느리고 성문을 나와 유희와 기악을 베풀어 웃고 노래하고 춤추던 차제에 멀리 부처님과 비구들이 그 나무 아래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광명이 너무도 빛나고 밝아 저 백천의 해와 같이 온 천지를 비추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마음껏 기뻐하며 여러 기녀(妓女)를 데리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엎드려 예배함과 동시에 음악을 베풀어 공양한 다음, 무릎을 꿇고 이렇게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과 비구 스님들께서는 대자대비하신 마음으로 궁중에 들어오셔서 저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029_0696_a_18L時諸比丘見是供養怪未曾有而白佛言如來世尊宿殖何福今者乃有如是音樂供養如來終不遠離爾時世尊告諸比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往過去無量世時波羅捺國有佛出號曰正覺將諸比丘遠行教化梵摩王國在一樹下結跏趺坐入火光三昧照于天地時彼國王將諸群臣數千萬衆出城遊戲作唱伎樂儛戲笑遙見彼佛及比丘僧在於樹結跏趺坐光明赫弈照于天地百千日心懷歡喜將諸伎女往到佛前禮佛足作樂供養長跪請佛願世尊及比丘僧大慈憐愍來入宮受我供養
부처님께서 그 청을 허락하시자, 왕은 곧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받으신 다음 저 왕에게 갖가지 법을 설하시어 보리심을 내게 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수기하시되, ‘대왕이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라는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이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범마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그 때의 여러 신하들은 바로 지금의 여러 비구들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저 부처님을 모두 공양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현재세에 스스로 성불했기 때문에 이러한 음악으로 계속 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6_b_10L佛卽然可設諸餚膳養訖已佛卽爲王種種說法發菩提卽授王記汝於來世當得作佛釋迦牟尼廣度衆生不可限量佛告諸比丘欲知彼時梵摩王者則我身彼時群臣者今諸比丘是皆由彼時供養佛故無量世中不墮地獄餓鬼天上人中常受快樂乃至今者自致成佛有是音樂而供養我不遠離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6_b_19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8) 여원(如願)이 사형을 받아야 할 찰나에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바란 인연
029_0696_b_20L如願臨當刑戮求佛出家緣
029_0696_c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그 성에 여원(如願)이라는 한 어리석은 사람이 살생하고 훔치며 사음하기를 좋아하다가 마침내 고발을 당하자 왕이 잡아들일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그를 묶어 온 거리를 순회하면서 그 죄상을 폭로한 뒤에 곧 사형에 처할 마지막 장소에 이르렀는데, 마침 세존을 바라보고 몸을 굽혀 예배한 다음 그 죄상을 자세히 설명하고서 이렇게 애원하였다.
“이제 곧 사형에 처해져 죽을 것이오니, 세존께서 대자대비로 국왕에게 말씀하시어 저를 출가하게 해 주신다면, 비록 그 자리에 죽더라도 다시 여한이 없겠나이다.”
그러자 여래께서 ‘그렇게 하리라’고 허락하시고는, 곧 아난(阿難)에게 분부하셨다.
“네가 오늘 저 바사닉왕에게 가서 이 죄인 한 사람을 풀어 놓아 출가할 수 있도록 나 대신 왕에게 부탁하여라.”
029_0696_b_21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一愚人名曰如願好喜殺生偸盜邪婬爲人糾告王勅收捕繫縛送順行唱令送至殺處規欲刑戮見世尊作禮歸躬具說罪狀今當就命在不久唯願世尊大慈憐愍我白王聽使出家死不復恨爾時如來卽便然可告阿難曰汝可往語波斯匿王云吾今日從王乞索此一罪用爲出家
이에,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대로 곧 바사닉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세존께서 대왕에게 이 죄인 한 사람을 풀어 놓아 출가하게 해 주실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왕이 과연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죄인을 풀어 놓아 세존에게 보내어 출가하게 하였는데, 이 죄인은 출가하여 부지런히 정진을 거듭하여 닦고 또 익혀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때 여러 비구들은 죽을 고비를 벗어난 여원이 출가한 뒤 얼마되지 않아 다시 이러한 도과(道果)를 얻은 것을 보고는, 전에 없었던 일이라고 칭찬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말씀을 하기만 하면 신용을 얻어 저 죄인의 목숨까지 구제하시나이까? 세존이시여, 그 이유를 말씀해 주소서.”
029_0696_c_08L是時阿難受佛教勅卽往到語波斯匿王今日世尊從王乞索此一罪人用爲出家王聞佛語勅放罪人送與世尊度令出家精懃修習未久之閒得阿羅漢果時諸比見是如願臨死得脫出家未久獲道果歎未曾有而白佛言如來世尊宿殖何福出言信用救彼罪人濟身命不審世尊其事云何
029_0697_a_01L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겠느니라.
한량없는 과거세에 제당(帝幢)이라는 부처님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과 함께 많은 부락을 다니면서 중생을 교화하시었다. 어느 날 길에서 한 선인(仙人)을 만났는데, 그 선인이 세존의 32상과 80종호로부터 빛나는 광명이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음을 보고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그런 다음, 자리를 깔아 모시고서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갖춰 공양한 뒤에 발원하며 ‘원하옵건대 미래세에 제가 하는 말이라면 다 신용하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곧 대답하셨다.
‘네 소원이 그러하다면, 오늘날의 나와 다름없이 해 주리라.’
029_0696_c_16L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捺國有佛出世號曰帝幢將諸比丘諸聚落教化衆生於其路次値一仙見佛世尊三十二相八十種好明暉曜如百千日心懷歡喜前禮佛請命就座設諸餚膳供養佛已發願言使我來世出言信用佛卽答使汝所求必得如願如我今者無有異也
그러자 선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곧 부처님 앞에서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으며, 저 부처님도 그에게 수기하시되, ‘그대가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라는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하리라’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선인들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내가 부처님을 존경하고 따랐기 때문에 모든 말의 신용을 얻어 죄인의 목숨을 구제하였고, 그로 하여금 다시 도과(道果)를 얻게 한 것이다.”
029_0697_a_03L時彼仙人聞佛語已卽於佛前發於無上菩提之心卽爲授記於來世當得作佛號釋迦牟尼廣度衆生不可限量佛告諸比丘欲知彼時仙人者則我身是以我過去敬順佛故今者出言無不信受救彼罪人得免身命及獲道果
그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7_a_09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9)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이 부처님을 청해 공양한 인연
029_0697_a_10L頻婆娑羅王請佛緣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시었다.
그때 빈바사라왕이 12억 나유타의 무리를 거느리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엎드려 예배한 뒤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선 대자대비로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여러 비구와 함께 저희들 일생 동안에 걸쳐 네 가지 공양을 받아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자, 그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에 일생 동안의 공양을 받으실 수 없다면 열두 해라도 좋습니다.”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자,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열두 해 동안의 공양을 받으실 수 없다면 열두 달이라도 좋습니다.”
부처님께서 역시 허락하시지 않자,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열두 달마저 받으실 수 없다면 석 달 동안만이라도 저희에게 네 가지 공양을 받아 주셔야 하겠습니다.”
029_0697_a_11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爾時頻婆娑羅王將十二億那由他人往詣佛前禮佛足長跪請佛唯願世尊慈憐愍將諸比丘受我終身四事供佛不許可復白佛言若不受我終身供養當受十二年佛亦不許復白佛言若不受我十二年當受十二月佛亦不許復白佛言若不受十二月當受三月四事供養
029_0697_b_01L부처님께서 허락하시자, 왕은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길을 닦아 기와ㆍ돌 따위의 깨끗하지 않은 오물을 다 제거하고, 당기ㆍ번기를 세워 여러 보배 방울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미묘한 꽃들을 뿌렸다.
한편 침구를 안치하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다 준비해 두고서, 여러 신하들과 함께 각각 일산을 잡아서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에게 받쳐 주고 왕사성의 성문으로 들어왔다.
그때 세존께서 성문의 문지방을 밟으시자, 온 땅이 진동하면서 그 성에 보배 창고[寶藏]가 저절로 솟아나서 소경이 눈을 뜨게 되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고, 벙어리가 말을 하게 되고, 절름발이가 발을 펴게 되고, 가난뱅이가 보물을 얻게 되었다. 공중에선 온갖 기악이 저절로 울리며 코끼리ㆍ말ㆍ새들도 서로 화답하며 울고, 허공으로부터 온갖 미묘한 꽃이 퍼부어 왕궁에 가득했다.
029_0697_a_20L佛卽然可勅諸臣民平治道路除去瓦石污穢不淨建立幢幡懸諸寶鈴香水灑地散諸妙花安置牀榻臥具被褥備辦餚膳將諸群臣各各執蓋蓋佛衆僧入王舍城足蹈門閫地大震動城中寶藏自然踊出盲者得視聾者得聽啞者能言癖者得伸貧者得寶空中伎樂不鼓自鳴象馬衆鳥相和悲鳴虛空之中雨衆妙華至于王宮
한편으론 갖가지 풍성한 요리와 백 가지 맛의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과 스님들께 3개월간 공양했다. 공양을 받고 부처님께서 곧 왕에게 갖가지 법을 설하시자, 왕은 마음껏 기뻐하며 부처님과 스님들께 가시국[加尸]에서 생산된 옷을 보시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와 같은 훌륭한 공양을 받으시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차마(差摩)라는 부처님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과 함께 많은 국토를 다니면서 교화하시던 차에 보승(寶勝)이란 나라에 도착하셨다. 그 나라의 가시왕(伽翅王)이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서 성문을 나와 맞이한 다음,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꿇어앉아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제 공양을 받아 주소서.’
029_0697_b_06L設諸餚膳百味飮食供養佛僧經於三月受王供已佛卽爲王種種說法心懷喜悅卽以加尸育衣施佛及僧退坐一面時諸比丘而白佛言如來世尊宿殖何福乃獲如斯上妙供養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捺國有佛出世號曰差摩將諸比丘遊行教化到寶勝國王名伽翅聞佛來至心懷歡喜將諸群臣出城奉迎前禮佛足長跪請佛唯願世尊慈哀憐愍受我供養
029_0697_c_01L부처님께서 그 청을 허락하시자, 왕은 곧 갖가지 풍성한 음식을 준비해 부처님께 공양하고 간절히 설법 듣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갖가지 법을 설해 주시자, 왕은 그 설법에 따라 기뻐하며 곧 부처님 앞에서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으며, 저 부처님 역시 왕에게 다음과 같이 수기하시되, ‘대왕이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라는 명호로 그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이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가시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그 때의 많은 신하는 바로 지금의 여러 비구들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내가 저 부처님을 공양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ㆍ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현재세에 스스로 성불했기 때문에 모든 하늘ㆍ사람들이 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7_b_18L佛卽然可設諸餚膳供養佛已渴仰聞法佛卽爲王種種說法心懷歡喜卽於佛前發於無上菩提之心佛授王記汝於來世當得作佛號釋迦牟尼利安衆生不可限量告諸比丘欲知彼時伽翅王者則我身是彼時諸臣者今諸比丘是由於彼時供養佛故無量世中不墮地獄畜生餓鬼天上人中常受快樂乃至今者自致成佛故有人來供養我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7_c_04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20) 제석천이 가란타 죽림을 변화시킨 인연
029_0697_c_05L帝釋變迦蘭陁竹林緣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시었다.
그때 그 성에 구사(瞿沙)라는 장자가 있었으니, 그는 한량없이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녔으나 뒤바뀐 소견에 집착되어 외도를 받들어 섬기고 불법을 믿지 않았다.
그때 목건련(目犍連)이 그 장자가 삿된 소견으로 말미암아 구제할 수 없는 세 가지 나쁜 갈래에 떨어질 것을 보고 가여운 마음을 내어, 어떤 방편을 생각한 나머지 곧 제석천에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가란타 죽림을 변화시키시오.”
그러자 7보(寶)를 만들도록 명령하여 천상의 궁전과 다름없게 하였다. 모든 번기ㆍ일산에 온갖 보배 방울을 달고, 온 땅에 천상의 미묘한 꽃을 뿌렸다.
한편 천상의 온갖 맛있는 음식으로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였으며, 이라발(伊羅鉢)용왕은 손수 번기와 일산으로써 부처님의 정수리 위를 덮고, 그밖의 용왕들은 제각기 가지가지 번기와 일산을 갖고 여러 비구들의 이마 위를 덮었다. 사시(舍尸) 부인은 채녀(婇女)들과 함께 부처님 좌우에서 부채[扇]를 부치고, 반차시기(般遮尸棄) 건달바들은 온갖 천상의 기악으로써 부처님을 즐겁게 했다.
029_0697_c_06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時彼城中有一長者名曰瞿沙財寶無量不可稱計然彼長者信邪倒見奉事外道不信佛法時大目連觀是長者極生邪見畏墜三塗不可拔濟生憐愍心卽作方便告帝釋言汝今可變迦蘭陁竹林令作七寶諸天宮殿等無有懸諸幡蓋及諸寶鈴諸天妙華以散其地天須陁食自然備有供養佛伊羅鉢龍執持幡蓋蓋佛頂上諸龍王各各執持種種幡蓋蓋諸比舍尸夫人將諸婇女各各執扇佛左右執扇扇佛般遮尸棄乾闥婆衆作天伎樂以娛樂佛
029_0698_a_01L그때 저 장자가 이러한 광경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곧 깊이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잠잠히 허락하시자, 그는 집에 돌아가서 갖가지 음식을 준비한 뒤에 심부름꾼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다.
“이미 식사가 준비되어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성인께서는 때를 맞춰 왕림하소서.”
이때 부처님께서 옷을 입고 발우를 지니고서 비구를 데리고 그 집에 가시어 공양을 받으신 뒤에 곧 갖가지 법을 설하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게 되었다.
이때에 여러 비구들은 한 번도 없었던 이러한 신통 변화의 공양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제 이러한 과보를 받으시나이까?”
029_0697_c_20L時彼長者見其如是歎未曾有卽於佛所深生信往詣佛所唯願世尊慈哀憐愍我供養佛默然許還至家中設供飮遣使白佛食具已辦唯聖知時時世尊著衣持鉢將諸比丘往至其受其供已佛卽爲其種種說法開意解得須陁洹果時諸比丘見此神變如斯供養怪未曾有而白佛言如來世尊宿殖何福乃獲斯報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만원(滿願)이라는 부처님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많은 비구들과 함께 여러 곳을 다니면서 교화하시던 차에 범마왕(梵摩王)의 나라에 도착하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성문에 나와 맞이한 다음,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하고 무릎을 꿇어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제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029_0698_a_06L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捺國有佛出世號曰滿願將諸比丘遊行教化到梵摩王國聞佛來至諸群臣出城奉迎前禮佛足長跪請唯願世尊受我供養
부처님께서 그 청을 허락하시자, 왕은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갖춰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고 법을 설해 주시자 왕은 곧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으며, 저 부처님께선 왕에게 다음과 같이 수기하시되, ‘대왕이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라는 명호를 얻어서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이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범마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내가 저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지옥ㆍ축생ㆍ아귀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현재세에도 스스로가 성불했기 때문에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029_0698_a_12L佛卽然可諸群臣施設種種百味飮食供養訖佛卽爲王種種說法發菩提心授王記汝於來世當得作佛號釋迦牟尼廣度衆生不可限量佛告諸比欲知彼時梵摩王者則我身是由彼時供養佛僧無量世中不墮地畜生餓鬼天上人中常受快樂至今者自致成佛故有人天來供養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698_a_21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撰集百緣經卷第二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