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撰集百緣經卷第十

ABC_IT_K0981_T_010
029_0747_b_01L찬집백연경 제10권
029_0747_b_01L撰集百緣經卷第十

오 월지 우바새 지겸 한역
029_0747_b_02L吳月支優婆塞支謙譯

10. 제연품(諸緣品)
029_0747_b_03L諸緣品第十

91) 수보리(須菩提)의 성품이 포악한 인연
029_0747_b_04L須菩提惡性緣
세존께서는 처음 성불하시던 때 여러 용왕을 교화하기 위해 수미산(須彌山)에 가셔서 비구의 모습을 나타내 단정히 앉아 사유하고 계셨다.
때마침 금시조왕(金翅鳥王)이 큰 바다에 들어가 작은 용을 잡아 수미산 꼭대기에 돌아와서 막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그때 저 작은 용이 아직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으므로, 멀리 단정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비구의 모습을 바라보고 지극한 마음으로 애걸하였는데, 그는 곧 목숨이 끝나는 대로 사위국의 부리(負梨)라는 바라문 집에 태어났으니, 이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그 용모가 단정하고 뛰어나며 미묘하므로 이름을 수보리(須菩提)라 하였다.
029_0747_b_05L爾時世尊初始成佛便欲教化諸龍王故卽便往至須彌山下現比丘形端坐思惟時有金翅鳥王入大海中捉一小龍還須彌頂規欲食噉時彼小龍命故未斷遙見比丘端坐思惟至心求哀尋卽命終生舍衛國婆羅門家名曰負梨端政殊妙世所希有因爲立字名須菩提
그 뒤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 누구도 따를 수 없을 정도로 지혜롭고 총명한 반면 그 성품이 포악하여 사람이나 축생을 보는 대로 모조리 성내고 꾸짖기를 그치지 않자 부모와 친척들이 다 보기를 싫어하였다. 아이도 곧 집을 떠나 산림(山林)속에 들어갔는데, 날짐승ㆍ길짐승과 내지 바람에 흔들리는 초목을 보고서도 역시 포악한 성품 그대로 진심[瞋]을 내며 기뻐하지 않았다.
이때 산신(山神)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무엇 때문에 집을 버리고 이 산림 속에 왔는가. 선한 업을 닦지 않으면 아무런 이익 없이 헛되이 고생만 하게 되리라. 세존께서 이제 기환정사에 계신데, 그는 큰 복덕이 있어서 중생들로 하여금 선한 업을 닦고 악한 업을 끊게 교화하시는 분이니, 그대도 이제 거기에 간다면 반드시 그대의 그 진심과 포악한 성품을 제거할 수 있으리라.”
029_0747_b_13L年漸長大智慧聰明無有及者唯甚惡性凡所眼見人及畜生則便瞋罵未曾休廢父母親屬皆共厭患無喜見者遂便捨家入山林中乃見鳥獸及以草木風吹動搖亦生瞋恚終無喜心時有山神語須菩提言汝今何故捨家來此山林之中旣不修善則無利益唐自疲今有世尊在祇桓中有大福德教衆生修善斷惡今若至彼必能除汝瞋恚惡毒
029_0747_c_01L이때 수보리도 산신의 이 말을 듣고는, 곧 환희심을 내어 산신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세존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산신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좋다. 그대가 눈만 감고 있으면 내가 그대를 데리고 세존의 처소까지 가리라.”
수보리가 산신의 말에 따라 눈을 감고 있는 동안 과연 자신도 모르게 문득 기환정사에 가서 있게 되어,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법을 선설하시되 특히 진심에서 저지르는 나쁜 허물과 우치한 번뇌가 선근을 소멸하고 뭇 악을 증장함으로 말미암아 뒷날 지옥에 떨어져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되는 과보와 설사 그 고통에서 벗어나더라도 다시 용ㆍ뱀ㆍ나찰ㆍ귀신 따위에 태어나 항상 악독한 마음을 품고서 서로 살해하게 되는 것 등 이러한 경위를 깨우쳐 주시자, 이때에 수보리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놀라서 모골이 송연해졌다.
029_0747_c_01L時須菩提聞山神語生歡喜尋問之曰今者世尊爲在何山神答曰汝但眠眼我自將汝世尊所時須菩提用山神語眠目須不覺自然在祇桓中見佛世尊十二相八十種好光明普曜如百千心懷歡喜前禮佛足卻坐一面卽爲說瞋恚過惡愚癡煩惱燒滅善增長衆惡後受果報墮在地獄受苦痛不可稱計設復得脫或作龍蛇羅剎鬼神心常含毒更相殘害須菩提聞佛世尊說是語已心驚毛
그리하여 스스로 후회하고 자책하며 부처님 앞에 나아가 깊이 참회한 나머지 이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으며, 기쁨에 넘친 마음으로 출가 입도하기를 원하자, 부처님께서도 허락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47_c_13L尋自悔嘖卽於佛前懺悔罪咎然獲得須陁洹果心懷喜悅求入道佛卽聽許善來比丘鬚髮自落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通具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029_0748_a_01L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수보리 비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항상 끊임없이 그러한 진심을 품어 오다가 또 무슨 인연으로 이제 부처님을 만나 즉시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께서 바라날국에 출현하실 때에 어떤 비구 한 사람이 항상 권화(勸化)하여 1만 세 동안 여러 동료 비구들을 거느리고 곳곳에서 공양을 시켰다. 그 뒤 어느 날 조그마한 사정으로 인하여 그 동료 중의 한 비구가 따라오지 않자 그 비구가 곧 악설을 퍼붓되 ‘그대야말로 독룡(毒龍)처럼 거칠고 사납구나’ 하고서, 곧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저 비구가 이 업연(業緣)으로 말미암아 5백 세 동안 항상 독룡의 몸을 받아 그 악독한 마음으로 중생을 괴롭혔고 지금 역시 사람의 몸을 얻기는 했으나 그 전생의 습성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그러한 진심을 내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욕설을 퍼부었던 권화하던 비구가 바로 지금 이 수보리 비구이니, 그 당시 스님들을 공양했기 때문에 이제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029_0747_c_18L時諸比丘見是事已白佛世尊今此須菩提比丘宿造何業雖得爲人常懷瞋恚未曾休息値佛世尊出家得道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善聽吾當爲汝分別解說此賢劫中波羅柰國有佛出世號曰迦葉於彼法中有一比丘常行勸化一萬歲中將諸比丘處處供養於後時閒僧有少緣竟不隨從便出惡罵汝等很戾狀似毒龍作是語已尋卽出去以是業緣五百世中受毒龍身心常含毒觸嬈衆生今雖得人宿習不除故復生瞋佛告諸比丘欲知爾時勸化比丘惡口罵者今須菩提是由於爾時供養僧故今得値我出家得道
그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8_a_09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92) 장로 비구가 어머니 태 안에서 60년 동안 있었던 인연
029_0748_a_10L長老比丘在母胎中六十年緣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갖가지 음악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아이를 낳으려 했으나, 아이가 모태에서 나오지 않은 채 거기에 또 거듭 임신이 되었다.
열 달 만에 한 아들을 낳을 때까지 먼저 임신된 아이가 오른쪽 옆구리에 그대로 있었는데, 이와 같이 차례로 아홉 아들을 각기 열 달씩이 차서 낳았음에도 맨 먼저 임신된 그 아이는 여전히 모태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어머니가 매우 근심하여 곧 병이 되어 온갖 약으로 치료해 보았으나,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하자, 어머니는 할 수 없이 가족들에게 ‘뱃속의 아이가 아직 죽지 않았으니 내가 이제 만약 죽게 되면 나의 배를 열어서 아이를 꺼내어 잘 기르라’고 부탁하고 마침내 그 병으로 말미암아 목숨이 끝났다.
029_0748_a_11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時彼城中有一長者財寶無量不可稱計選擇高門娉以爲婦種種音樂以娛樂之足滿十月便欲產子然不肯出尋重有娠足滿十月復產一子先懷妊者住在右脅如是次第懷妊九子各滿十月而產唯先一子故在胎中不得出外其母極患設諸湯藥以自療治病無降損囑及家中我腹中子故活不死今若設終必開我腹取子養育其母於時不免所患卽便命終
029_0748_b_01L이때 그 권속들이 시체를 무덤 사이에 운반해 두고 당시의 큰 의사 기바(耆婆)를 청하여 배를 해부해 보았더니 과연 조그마한 아이가 그대로 있었는데, 얼굴은 이미 늙었고 수염과 머리털은 하얗게 희어 있었다. 아이는 구부러진 몸으로 걸음을 걸으면서 사방 친척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아시오. 제가 전생에 여러 스님들께 악설을 퍼부은 그 구업으로 말미암아 모태 속에서 60년 동안 말할 수 없는 고뇌를 받아 왔습니다.”
아이의 이러한 말을 들은 그 친척들은 슬피 울기만 할 뿐 무어라 대답할 수가 없었는데, 그때 세존께서 멀리 이 아이의 선근이 이미 성숙됨을 아시고 대중들과 함께 저 시체 있는 곳에 가셔서 조그마한 아이에게 물으셨다.
“네가 바로 장로(長老) 비구가 아닌가?”
아이는 대답하였다.
“사실 그러하옵니다.”
이와 같이 두세 번 거듭 물음에 따라 역시 똑같은 대답을 하였다.
029_0748_a_22L時諸眷屬載其尸骸詣於塚閒請大醫耆破腹看之得一小兒形狀如故鬢皓白俯僂而行四向顧視語諸親汝等當知我由先身惡口罵辱諸衆僧故處此生熟藏中經六十年受是苦惱難可叵當時諸親屬聞兒語號㘁涕哭悲不能答爾時世尊知此兒善根已熟將諸大衆往到尸告小兒言汝是長老比丘不答言實是第二第三亦如是問故言道是
그때 대중들이 이 조그마한 아이와 부처님께서 문답하는 것을 보고 각각 이상하게 여겨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저 늙은 아이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모태 속에 있으면서 머리털이 하얗게 희고 구부러진 몸으로 걸었으며 이제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 서로 문답할 수 있게 되었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께서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과 함께 여름 안거(安居)에 들어가셨을 때였다. 그 화합한 대중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유나(維那) 스님이 있었는데, 대중들과 함께 규약을 정하기를 ‘이 여름 안거 동안 도(道)를 얻은 이에겐 자자(自恣)의 모임에 참예할 것을 허락하거니와 얻지 못한 이에겐 자자를 허락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유독 나이 많은 이 유나 비구가 도를 얻지 못함으로써 대중들이 그 규약에 따라 포살(布薩)과 자자의 모임에 참예할 것을 허락하지 않자, 유나 비구는 곧 마음이 괴로워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내가 홀로 모든 승방(僧房) 일을 보살펴서 그들로 하여금 다 편안히 도를 행하게 하였거늘 이제 도리어 나를 자자의 모임과 포살ㆍ갈마(羯磨)에 참예하지 못하게 하는가.’
029_0748_b_09L時諸大衆見此小兒與佛答對各懷疑惑前白佛言今此老兒宿造何業處在胎中頭髮皓白俯僂而行復與如來共相答問爾時世尊告諸大衆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此賢劫中波羅柰國有佛出世號曰迦葉有諸比丘夏坐安居衆僧和合差一比丘年在老耄爲僧維那共立制限於此夏坐要得道者聽共自恣若未得者不聽自恣今此維那獨不得道僧皆不聽布薩自恣心懷懊惱而作是言我獨爲爾營理僧事令汝等輩安隱行道今復返更不聽自恣布薩羯磨
029_0748_c_01L그리고서 곧 진심을 내어 대중들에게 마구 욕설을 퍼부었으며, 다시 방안에 들어가 문을 굳게 닫고 큰 소리로 외치었다.
‘이제 내가 어두운 방에 있는 것처럼 너희들도 언제나 캄캄한 곳에 갇혀 있어서 광명을 보지 못하리라.’
이와 같이 말한 끝에 곧 목숨이 끝나는 대로 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았고, 그 뒤 지옥을 벗어나기는 했어도 역시 모태 속에서 그러한 고뇌를 겪게 된 것이니라.”
029_0748_b_23L卽便瞋恚罵辱衆僧尋卽牽捉閉著室中作是唱言使汝等輩常處闇冥不見光明如我今者處此闇室作是語已自戮命終墮地獄中受大苦惱今始得脫故在胎中受是苦惱
이때 그 모임의 대중들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각자가 몸ㆍ입ㆍ뜻의 업을 닦아 생사를 싫어함으로써 그 중에 혹은 수다원과를, 혹은 사다함과를, 혹은 아나함과를, 혹은 아라한과를 얻은 자도 있었으며, 혹은 벽지불의 마음을, 혹은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낸 자도 있었다.
한편으론 그 여러 친척들이 늙은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가 잘 길렀으며,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 출가함과 동시에 부지런히 도를 닦아 아라한과를 얻었는데, 그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늙은 아이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얻었나이까?”
029_0748_c_04L爾時衆會聞佛所說各各自護身口意業厭離生死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阿羅漢者有發辟支佛心者有發無上菩提心者時諸親還將老兒詣家養育年漸長大令出家精懃修習得阿羅漢果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늙은 비구가 과거세에 많은 스님들을 공양하였고 또 유나가 되어 모든 승방 일을 힘써 보살폈기 때문에 이제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029_0748_c_10L時諸比丘見是事已白佛言世尊今此老兒比丘宿殖何福出家未久獲羅漢佛告諸比丘緣於往昔供養衆僧及作維那營僧事故今得値我出家得道
이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더욱 환희심을 내어서 다 받들어 행하였다.
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93) 올수(兀手) 비구의 인연
029_0748_c_15L兀手比丘緣
029_0749_a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으니, 아이의 손이 뭉툭하여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나자마자 곧 말을 하되 ‘이 손이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고 깊이 애석해 여기는 기색을 나타내므로, 그 부모가 이상하게 생각한 끝에 상사(相師)를 불러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다 보고 나서 그 부모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 무슨 상서로운 일이 있었습니까?”
부모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아이가 출생하자마자 곧 말을 하되 ‘이 손이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고 외쳐서, 아이의 이름을 올수라고 하였소.”
029_0748_c_16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一長者財寶無量不可稱計擇族望娉以爲婦作諸伎樂以娛樂其婦懷妊足滿十月產一男兒無有手產便能語作是唱言今此手甚爲難得深生愛惜父母怪之諸相師占相此兒相師睹已問其父此兒產時有何瑞相父母答言兒產已作是唱言今此手者甚爲難因爲立字名曰兀手
그 뒤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 성품이 더욱 유순하고 총명하며 지혜로웠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바깥에 나가 유행하다가 기환정사에 이르러서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는 곧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갖가지 묘법을 설해 주시자 아이는 이내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는 즉시 집에 돌아가 그 부모에게 출가 입도할 뜻을 밝혔는데, 그 부모 역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허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이때 아이는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출가하기를 원하므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다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49_a_03L年漸長大性調順聰明黠慧將諸親友漸行觀到祇桓中見佛世尊三十二相十種好光明赫弈如百千日心懷歡前禮佛足卻住一面佛卽爲其種種說法心開意解得須陁洹果歸辭父母求索入道父母愛念不能違逆將詣佛所求索出家佛卽告言善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通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올수 비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출생하자마자 말을 할 수 있는 반면 뭉툭하여 손이 없었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이제 세존을 만나 도의 자취[道跡]를 얻게 되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께서 바라날국에 출현하셨을 때 두 비구가 있었으니, 한 사람은 나한(羅漢)이고 또 한 사람은 범부로서 설법하는 법사였다. 그때 민중들이 서로 앞을 다퉈 초청하자 항상 법사를 모시고 시주들의 초청을 받아 왔는데, 어느 날 법사의 곁에 있지 못했더니 법사가 다른 이를 데리고 갔으므로 진심을 내어 악설을 퍼부었다.
029_0749_a_13L時諸比見是事已而白佛言今此兀手比宿殖何福生已能語然無有手値世尊得獲道迹爾時世尊告諸比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賢劫中波羅柰國有佛出世號曰迦有二比丘一是羅漢二是凡夫說法師時諸民衆競共請喚常將法受檀越請脫於一日法師不在餘者行瞋恚罵言
029_0749_b_01L‘내가 항상 당신의 발우를 씻고 물을 공급해 주었는데 이제 다른 이를 데리고 갔으니, 이제부터 다시 그대의 심부름을 하게 된다면 내 손을 없애 버리겠노라.’
이같이 말한 다음 각자가 이별하고 동행하지 않았는데, 이 업연(業緣)으로 말미암아 그 뒤 5백 세(世) 동안 과보를 받아 왔으니, 이 때문에 올수 비구가 출생하자마자 ‘이 손이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외쳤느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법사 비구를 저주하고 손을 없앨 것을 맹세한 이가 바로 지금의 올수 비구이다. 그러나 그가 과거세에 있어서 성인(聖人)을 공양했기 때문에 이제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029_0749_a_22L我常爲汝洗鉢給今更返將餘者共行自今以往爲汝使令我無手作是語已各自辭退止不共行以是業緣五百世中是果報是故唱言今此手者甚爲難佛告諸比丘欲知彼時法師比丘作呪誓者今兀手比丘是由於彼時供給聖人故今得値我出家得道
부처님께서 이 올수 비구의 인연을 말씀하실 적에 여러 비구들이 각자의 몸ㆍ입ㆍ뜻에 대한 업을 닦아 생사를 싫어함으로써 그 중에 혹은 수다원과를 얻은 자도 있었으며, 혹은 사다함과를, 혹은 아나함과를, 혹은 아라한과를, 혹은 벽지불의 마음을, 혹은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낸 자도 있었다.
029_0749_b_06L說是兀手緣時諸比丘等各各自護身口意業厭惡生死有得須陁洹者斯陁含者阿那含者阿羅漢者有發辟支佛心者有發無上菩提心者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49_b_10L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94) 리군지(梨軍支) 비구의 인연
029_0749_b_11L梨軍支比丘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어떤 바라문의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으니, 아이의 용모가 추악하고 온몸에 더러운 냄새가 날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젖을 헐게 하고 그 밖의 다른 젖을 먹여도 모두 헐게 하였다.
다만 소와 꿀[蘇蜜]을 손가락에 발라 빨게 하면 그것을 핥아 넘기고 겨우 목숨을 유지하므로 그 부모들이 아이의 이름을 리군지(梨軍支)라 하였다. 아이가 점점 장대해 갈수록 다시 박복하게 아무리 음식을 구해 먹어도 배부른 적이 없었다.
마침 걸식하는 사문들이 위의를 갖춰 발우를 들고 성중에 들어가서 발우에 가득 음식을 얻어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곧 환희심을 내어 ‘내가 이제 불 세존께 가서 사문이 된다면 혹시 배부르게 음식을 얻어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염언한 끝에 기환정사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원하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029_0749_b_12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一婆羅門其婦懷妊足滿十月產一男兒容貌弊惡身體臭穢飮母乳時能使乳壞若雇餘者亦皆敗壞唯以酥蜜塗指令舐得濟軀命因爲立字號梨軍支年漸長大遂復薄福求索飮食未曾得飽見諸沙門威儀詳序執持應器入城乞食滿鉢而還見已歡喜作是念言我今當往詣佛世求作沙門或能得飽作是念已詣祇桓求佛出家佛卽告言善來比
029_0749_c_01L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다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리고 걸식하러 다녔으나 역시 음식이 얻어지지 않아 스스로 참회하고 자책한 나머지 탑 속에 들어가 약간의 더러운 먼지를 발견하고 깨끗이 청소하였는데, 그 다음부터 걸식할 때마다 풍부한 음식을 얻게 되어 곧 기쁨에 넘쳐 대중 스님들께 요청하였다.
“이제부터 대중 스님들은 이 탑사에 대한 청소를 저에게 맡겨 주소서. 왜냐 하면 청소함으로 말미암아 음식을 배부르게 얻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029_0749_c_01L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懃修習得阿羅漢果而行乞食亦不獲得便自悔責入其塔中見少坌污卽便掃灑時到乞食卽便豐足心懷歡喜白衆僧言從今以往衆僧塔寺聽我掃灑所以然者由掃灑故乞食得飽
이에 대중 스님들도 그렇게 하기를 허락하자 그가 청소를 맡아 오던 중 어느 날 어리석은 탓으로 늦잠이 들어서 밝은 아침이 되도록 일어나지 못해 미처 청소를 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사리불(舍利弗)이 다른 나라로부터 5백 제자들을 거느리고 와서 세존께 문안한 뒤 그 불탑 속에 약간의 먼지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 청소를 해버렸다.
그때야 리군지 비구가 일어나서 사리불이 이미 청소를 마친 것을 보고 매우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제가 도맡은 불탑을 당신이 청소했기 때문에 저로 하여금 오늘 하루 또 굶주리게 하였습니다.”
029_0749_c_07L僧卽聽許常令掃灑又於一日愚癡所縛眠不覺曉未及掃灑時舍利弗將五百弟子從他邦來問訊世見佛塔中有少塵坌卽便掃之梨軍支便從眠覺見舍利弗掃灑已心懷悵恨語舍利弗汝掃我地我今者飢困一日
사리불이 곧 말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이제 그대를 데리고 함께 성중에 들어가서 시주들의 초청을 받아 배부르게 하겠으니, 그대는 근심하지 말라.”
리군지도 이 말을 듣고는 마음이 좀 태연했으나 급기야 초청 받은 시간이 되어 사리불을 따라 성중에 들어가자 공교롭게도 시주집 부부끼리 싸움이 벌어져 결국 음식을 얻어먹지 못하고 굶주린 채 돌아왔다. 사리불이 그 이튿날 다시 말하였다.
“내가 오늘 아침에는 그대를 데리고 함께 장자의 초청을 받아 가서 그대로 하여금 포만하게 하리라.”
029_0749_c_13L時舍利弗聞是語而告之言我於今者自當共汝入城受請可得飽滿汝勿憂也時梨軍支聞是語已心懷泰然受請時到舍利弗入城受請正値檀越夫婦鬪竟不得食飢餓而還時舍利弗於第二日復更語言我於今朝當自將汝受長者請令汝飽足
029_0750_a_01L마침내 시간이 되어 장자의 초청에 같이 가기는 했으나 그 상ㆍ중ㆍ하의 스님들이 다 음식을 얻어먹는데 이 한 사람만 음식을 얻지 못해서 소리를 높여 ‘나는 아직 음식을 받지 못했노라’고 외쳐도 주인이 도무지 들은 체하지 않으므로 역시 굶주린 그대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러던 차 사흘째에 아난이 이 사실을 듣고 매우 가엾이 여겨 리군지에게 말하였다.
“오늘은 내가 부처님을 따라 초청을 받게 되었으니, 그대를 위해 음식을 가져 와서 틀림없이 포만하게 해 주리라.”
이같이 말한 뒤 아난은 여래의 8만 4천 법장문(法藏門)을 조금도 빠짐없이 다 받아 간직했으나 이제 모처럼 리군지 비구를 위해 음식을 가져 가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빈 발우로 돌아오고 말았다.
029_0749_c_20L時到將往上中下皆悉得食唯此一人獨不得高聲唱言我不得食爾時主人無聞者飢困而還爾時阿難聞是事深生憐愍於第三日語梨軍支言我於今朝隨佛受請爲汝取食定使飽滿然彼阿難受持如來八萬四千諸法藏門未曾漏脫今故爲此梨軍支比丘取其飮食忽然不憶空鉢而
나흘째인 그 이튿날 아난이 다시 그를 위해 음식을 얻어서 처소로 돌아오는 도중 뜻밖에 사나운 개[狗]를 만나 얻은 음식물을 마구 더럽힘으로써 부득이 땅에 버리고 또 빈 발우로 돌아와 음식을 얻어 먹을 수 없었다.
그 다음 닷새째 되는 날에는 목건련(目揵連)이 역시 그를 위해 음식을 얻어 처소에 돌아오다가 도중에 금시조왕(金翅鳥王)을 만나 그 금시조왕이 발우까지 몽땅 집어 물고 큰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려 음식을 얻어먹을 수 없었다.
그 다음 또 엿새째 되는 날에는 사리불이 다시 음식을 구해 저 방문 앞에 이르렀으나 문이 자연히 닫혀지므로 신통력을 부려 방 안으로 들어가 바로 그 앞에서 솟아나오려는데 발우가 홀연히 땅 밑으로 떨어져서 금강제(金剛際)까지 이르므로 다시 신통력을 부려 손을 뻗어서 발우를 잡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저 비구의 입이 다물어져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시간이 다 지난 뒤에야 비로소 입이 자연 열리게 되었다.
이레째 되던 날에도 음식을 얻어먹지 못했는데, 이에 극도로 부끄러움을 느낀 나머지 사부대중 앞에서 모래를 입에 넣고 물을 마신 다음 곧 열반에 들어갔다.
029_0750_a_06L於第四日阿難復更爲其取食歸所止道逢惡狗所爲䶩 ((口*制)) 飮食棄地空鉢而還復不得食於第五日目揵連復爲取食還歸所止道中復爲金翅鳥王見爲搏 ((口*制)) 合鉢持去置大海中復不得食於第六日時舍利弗復爲取食到彼房門門自然閉以神力入其房內踊出其前失鉢墮至金剛際復以神力申手取鉢口復噤竟不能食日時已過口輒自於第七日竟不得食極生慚愧四衆前飡沙飮水卽入涅槃
029_0750_b_01L여러 비구들이 이 광경을 보고 나서 이상하게 여겨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리군지 비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출생하면서부터 굶주리기 시작하여 풍족할 때가 없었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에 제당(帝幢)이란 부처님이 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비구들을 거느리고 여러 곳을 유행하면서 교화하실 때, 구미(瞿彌)라고 일컫는 어떤 장자가 있어 그가 부처님을 비롯한 스님들을 보자 깊이 신심과 존경심을 내어 날마다 초청하여 공양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029_0750_a_17L時諸比見是事已怪其所由梨軍支比丘宿造何業產則飢餓初無豐足復以何緣出家得道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中波羅柰國有佛出世號曰帝幢將諸比丘遊行教化時有長者名曰瞿彌見佛及僧深生信敬請來供養日日如是
그러다가 얼마 뒤에 그가 죽자 부인이 이어받아 여전히 보시해 왔는데, 한편 그와는 정반대로 아들이 매우 인색하여 어머니가 보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머니 몫의 음식을 별도 제한해 주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음식을 나누어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했는데, 아들이 이 사실을 듣고 화가 나서 어머니를 빈방에 가둬 문을 잠그고는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이레가 지나자 어머니가 극도로 굶주리고 피곤하여 아들에게 연락을 취해 음식을 부탁하였더니, 아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어머니께선 모래로 밥을 지어 먹고 물만 마셔도 충분히 살아갈 것인데, 왜 이제 저한테 음식을 말씀하십니까?’
029_0750_b_02L便經後時其父崩亡母故惠施子極悋惜遮不聽施乃至計食與母母故分減施佛及僧子聞瞋恚卽便捉母閉著空屋鎖戶棄去至七日頭母極飢困從子索食兒答母曰何如飡沙飮水足活今者何爲從我索食
이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떠나가 버리자, 어머니는 끝내 음식을 얻어먹지못한 채 세상을 여의었는데, 그 뒤 아들이 이 과보로 말미암아 목숨이 끝나는 즉시 아비(阿鼻)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뇌를 다 받고서야 이제 도로 인간에 태어났으나 아직 그러한 굶주림과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어머니께 음식을 끊게 한 자가 바로 지금의 이 리군지 비구이다. 그러나 그가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은 그때에 그의 부모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했기 때문이니라.”
029_0750_b_08L作是語已捨之而去竟不得食母便去世其子於後卽便命終入阿鼻獄受苦畢已還生人中飢困如是佛告諸比丘欲知彼時斷母食者今梨軍支比丘是由於往昔供養佛故今得値我出家得道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50_b_13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95) 생사는 아주 괴롭다고 부르짖은 인연
029_0750_b_14L唱言生死極苦緣
029_0750_c_01L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진 부인을 맞이하여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아들을 낳으니, 아이 스스로가 전생의 일을 기억하고 있어 출생하자마자 ‘생사란 아주 괴로운 것이다’라고 외쳐, 부모가 그 이름을 생사고(生死苦)라 하였다.
그 뒤 점점 장대하여서도 역시 사람을 볼 때마다 ‘생사란 아주 괴로운 것이다’라고 부르짖었는데, 그 부모와 스승, 스님들과 나이 많고 덕 있는 이들을 대해서는 인자하고 효성스러울 뿐만 아니라 언제나 웃음을 띠고 끝내 거칠고 나쁜 언사를 쓰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여러 친구들과 성문을 나와 유람하다가 마침 기환정사에 이르러서 불 세존의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앉아 있었다.
029_0750_b_15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一長者財寶無量不可稱計擇良賢娉以爲婦作倡伎樂以娛樂其婦懷妊足滿十月產一男兒憶宿命產已唱言生死極苦因爲立名生死苦年漸長大凡見人時故唱言生死極苦然於父母師僧耆舊有德慈心孝順言常含笑終不出於麤惡言語將諸親友出城觀看次遊行到祇桓中見佛世尊三十二八十種好光明暉曜如百千日懷歡喜前禮佛足卻坐一面
부처님께서 곧 4제법(諦法)을 설해 주시자, 그는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부모에게 출가 입도할 뜻을 밝히니, 그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끝내 허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아이는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출가하기를 원했으며,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인간의 존경을 받았다.
029_0750_c_04L佛卽爲其說四諦法心開意解得須陁洹果歸辭父母求索入道父母愛念不能違逆將詣佛所求索出家佛卽告言善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具八解脫諸天世人所見敬仰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생사고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하자마자 스스로 전생을 기억하여 말을 하게 되고, 또 무슨 인연으로 여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에 사람의 수명이 2만 세를 누릴 때 가섭(迦葉)부처님께서 바라날국에 출현하셨다. 그때 저 부처님 법을 배우는 사미(沙彌) 한 사람이 화상(和尙)을 받들어 섬겼는데, 때마침 그 성중에 큰 명절의 모임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가 화상에게 말씀드렸다.
‘오늘 성중에서 명절의 모임이 있다 하오니, 일찍 가서 걸식한다면 많은 음식을 얻을 것입니다’
029_0750_c_10L諸比丘見是事已白佛言世尊今此生死比丘宿殖何福生便能語自憶宿命又値如來出家得道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善聽吾當爲汝分別解說此賢劫中人壽二萬歲波羅柰國有佛出世號曰迦葉於彼法中一沙彌奉事和上時彼城中作大節爾時沙彌語和上言今節會日早乞食必當多獲
029_0751_a_01L화상이 곧 대답하였다.
‘아직 시간이 있지 이르지 않느냐? 좀더 좌선(坐禪)에 힘써라.’
사미가 두세 번 그 스승에게 거듭 얘기했으나 스승이 여전히 허락하지 않으므로, 사미는 마침내 진심이 북받쳐 문득 악설을 퍼부었다.
‘이제 무엇 때문에 집 안에서 죽어버리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고 곧 성중에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서 스승에게 참회하기는 했으나 그 뒤 이 업연(業緣)으로 말미암아 5백 세(世) 동안 늘 지옥에 떨어져 갖은 고통을 받다가 이제 겨우 벗어났기 때문에 ‘생사란 아주 괴로운 것이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스승에게 악설을 퍼부은 사미가 바로 지금의 생사고 비구니라.”
029_0750_c_19L師卽答言日時故且可坐禪第二第三如是白師猶不從沙彌瞋恚惡口罵言今者何故不舍中死作是語已尋卽出去城乞食還歸所止向師懺悔由是業五百世中墮地獄中受諸苦痛始得脫是故唱言生死極苦佛告諸比丘欲知彼時罵師沙彌者今生死比丘是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51_a_04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96) 장자의 아들 몸에 악창(惡瘡)이 생겨난 인연
029_0751_a_05L長者身體生瘡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갖가지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이 되어 열 달 만에 한 아들을 낳으니, 아이의 온몸에 악창이 있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쉴새없이 앓으며 울부짖었다.
아이가 점점 장대함에 그 악창이 다 문드러져 피고름이 마구 흘러서 항상 환부가 아팠으므로 아이의 이름을 신호(呻號)라 하였다.
부모가 매우 가엾이 여겨 온갖 처방약을 구해 치료를 했으나 악창이 낫지 않던 차에 여러 사람을 통해 ‘저 기환정사에 훌륭한 의사가 있어 뭇 병을 죄다 제거한다’는 말을 듣고서 곧 아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달려갔는데,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 그 자리에서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 앉아 있었다.
029_0751_a_06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一長者財寶無量不可稱計擇高門娉以爲婦種種音樂以娛樂足滿十月產一男兒身體有瘡患苦痛呻號叫喚未曾休息年漸長瘡皆潰爛膿血撗流常患疼痛爲立字名曰呻號父母憐愍設諸方雖加療治瘡無除愈年漸長大諸人語祇桓精舍有好良醫善療衆能令除愈尋卽往至詣祇桓中佛世尊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暉如百千日心懷喜悅前禮佛足坐一面
029_0751_b_01L부처님께서 곧 아이를 위해 5음[陰]의 그 치성한 고뇌를 말씀하시되, 특히 악창이란 마치 독화살[毒箭]이 심장에 들어가 사람을 상해하는 것과 같아서 모든 병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셨다.
신호(呻號) 동자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깊이 자신을 꾸짖는 동시에 부처님을 향해 그 모든 허물을 참회하자, 악창이 홀연히 다 사라지므로 마음껏 기쁨에 넘쳐 곧 출가하기를 원했는가 하면,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부지런히 도를 닦아 아라한과를 얻었다.
029_0751_a_19L佛卽爲說五盛陰苦是瘡是如毒箭入心傷害於人皆是衆病之根本也時呻號子聞佛世尊說是語已深自咎嘖向佛世尊懺悔罪咎瘡尋除差心懷歡喜求索出家佛卽告言善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道得阿羅漢果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신호 비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처음 출생할 때부터 온몸에 악창이 있어 피고름이 마구 흘러서 보기 싫을 정도였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029_0751_b_02L諸比丘見是事已白佛言世尊今此呻號比丘宿造何業初產之時身有惡瘡膿血撗流甚可惡見復以何緣出家得道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
한량없는 과거세 때 바라내국에 많은 재보를 지닌 두 장자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싸움을 계속하던 나머지 그 중에 한 장자가 국왕에게 값진 보물을 실어 바치고서 상대의 장자를 참소하되 ‘저 사람이 악심을 품고 항상 간사한 꾀를 부려 저를 해치려 하오니, 원컨대 대왕께서 저로 하여금 한번 마음대로 저 장자를 다스리게 허락해 주옵소서’라고 하였다. 국왕이 그렇게 해도 좋다고 허락하자, 그는 곧 저 장자 집에 가서 장자를 묶어 놓고 무수한 매를 때리자 고통이 한량없었으며, 온몸에 피가 마구 흐를 정도로 파상(破傷)을 입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029_0751_b_07L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柰國有二長者各悉巨富資財無量因相忿諍其一長者大齎珍寶貢奉與王王納受已讒彼長者彼人惡心常懷奸謀規欲害我唯願大王聽我任意治彼長者王卽然可尋至其家執彼長者繫縛搒笞楚毒無量擧身傷破膿血撗流痛不可言
그러나 욕을 당한 저 장자는 겨우 죽을 고비를 면하고 나서 스스로 생각하되 ‘이 몸을 가짐이란 다 고통이라 뭇 악이 모여들고 많은 재앙과 화가 일어나니 매우 싫고 걱정이 되는구나. 내가 저 사람에게 큰 원수도 아니거늘 왜 이러한 파상을 당했을까’ 하고는, 곧 세간을 버리고 저 산림(山林)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든 함이 있음[有爲]이란 다 덧없는[無常] 것임을 관찰한 끝에 깊이 ‘공(空)’의 이치를 깨달아 벽지불을 성취하여 원수건 친한 이건 다 평등한 마음으로 같이 보았다.
한편 또 생각하기를, ‘저 장자가 나에게 악행을 더했으므로 미래세에 반드시 지옥에 떨어져 큰 고통을 받으리니, 그렇다면 내가 이제 그에게 가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그로 하여금 깨닫게 하리라’ 하고, 곧 저 장자의 앞에 나아가 몸을 허공에 솟아서 열여덟 가지 변화를 보여 주었다.
029_0751_b_15L時彼長者旣得免已深自思惟有身皆苦衆惡所集多諸災禍甚可厭患我於彼人無大怨讎撗見傷毀乃至如此卽自思惟詣山林中觀察有爲皆是無常深悟解空成辟支佛視諸怨親心皆平等彼長者加惡於我將來之世墮於地獄受大苦痛我今當往爲現神變令彼開悟作是念已詣長者前踊身虛空作十八變
029_0751_c_01L이때 악행을 저지른 저 장자가 이 변화를 보자 깊이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몇 배로 신심과 존경심을 내어서 곧 자리에 맞이해 앉게 하고 갖가지 맛난 음식을 베풀어 공양함과 동시에 벽지불을 향해 과거의 죄과를 다 참회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국왕에게 참소하여 상대의 장자를 마구 매질한 이가 바로 지금의 신호 비구니라.”
029_0751_b_23L時彼長者見是變已深懷渴仰倍生信敬卽請令坐爲設餚膳種種供養向辟支佛懺悔先罪佛告諸比丘知彼時向彼國王讒其長者考掠搒笞者今呻號比丘是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51_c_05L爾時諸比丘佛所說歡喜奉行

97) 추루(醜陋) 비구의 인연
029_0751_c_06L醜陋比丘緣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어떤 장자가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한 아들아이를 낳으니, 아이의 생김새가 마치 악귀(惡鬼)와 같이 너무 더러워 보는 이마다 내버리고 갔다. 나이가 장대해서는 그 부모까지도 보기가 싫어서 먼 곳으로 쫓아내 버렸다. 축생들도 그 더러운 꼴을 보고는 다 놀라고 겁낼 정도였으니, 하물며 사람은 어떠했겠는가.
그러므로 아이는 한 때 나무숲에 가서 꽃이나 열매를 따먹고 겨우 생명을 유지하니, 날짐승ㆍ길짐승들이 보기만 하면 두려워하여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 그 숲엔 발자취를 끊었다.
029_0751_c_07L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時彼城有一長者選擇高門娉以爲婦倡伎樂以娛樂之其婦懷妊足滿十產一男兒形貌極醜狀似惡鬼人見者捨之而去年漸長大父母厭驅令遠棄乃至畜生見此醜陋懷怖懼何況人類又於一時詣林樹採取花果以自存活飛鳥走獸見之者無不怖畏絕迹此林無敢住
029_0752_a_01L그때 세존께서 항상 자비하신 마음으로 밤낮 없이 중생을 관찰하시어, 그 누구라도 제도해야 할 자가 있으면 곧 직접 가서 제도하시던 차인지라, 저 아이가 비록 추하고 비루하지만 선근이 이미 성숙되어 있음을 아시고 그를 제도하기 위해 여러 비구들에게 분부하셨다.
“우리들이 이제 다 같이 저 숲속에 가서 추하고 비루한 아이를 교화해야 하리라.”
이와 같이 말씀하신 끝에 과연 비구들을 거느리고 숲속에 가셨는데, 저 추루(醜陋) 동자가 불 세존을 보고 곧 도주하려 하자 부처님께서 곧 신통력으로 동자를 가지 못하게 하시고 비구들로 하여금 각각 나무 밑에서 가부하고 앉아 좌선을 닦게 하는 한편, 세존께서 저 동자와 같은 추하고 비루한 사람의 얼굴로 변화하시어 발우에 가득 음식을 갖고 직접 저 추루를 향해 가까이 가셨다.
추루 동자는 자기와 다름없는 그 누추한 모양을 보고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이 사람이야말로 나의 참된 벗이구나’ 하고는, 곧 다가와서 같이 말을 하고 발우의 음식을 같이 먹었는데, 이때 이 음식의 맛이 감미로워 다 먹고 나자마자 화인(化人)의 얼굴이 홀연히 단정하게 되니 저 추루 동자가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이제 무슨 까닭으로 그대의 얼굴이 홀연히 단정하게 되었는가?”
029_0751_c_17L爾時世尊常以慈悲晝夜六時察衆生誰應可度輒往度之知彼醜陋善根已熟化度時到佛告比丘等今者皆當往詣彼山林中化彼醜爾時世尊將諸比丘到山林中彼醜陋見佛世尊卽欲避走佛以神使不得去時諸比丘各在樹下跏趺坐繫念在前爾時世尊卽便化作一醜陋人執持應器盛滿中食向醜陋醜陋見已形狀類己心懷喜今此人者眞是我伴尋來共語器而食時此飯者香味甘美旣食之時彼化人忽然端政醜陋問言今何故忽然端政
화인이 대답하였다.
“방금 내가 이 음식을 먹음과 동시 저 나무 아래 좌선하는 비구들을 선한 마음으로 보았기 때문에 나의 얼굴이 이 같이 단정하게 되었소.”
추루 동자도 이 말을 듣고 그를 본받아 곧 선한 마음으로 저 좌선하는 비구들을 본 결과 역시 단정한 얼굴을 얻게 되자 마음껏 기뻐하면서 화인을 향해 깊은 신심과 이해심을 내었다. 이때 화인이 도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니, 추루 동자는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앉아 있었다.
029_0752_a_07L化人答言我食此兼以善心觀彼樹下坐禪比丘使我端政醜陋聞已尋復效之善心觀彼坐禪比丘尋得端政心懷喜悅向化人深生信解於時化人還復本醜陋見佛三十二相八十種好明普曜如百千日前禮佛足卻坐一
부처님께서 곧 갖가지 묘법을 설해 주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는 즉시 부처님께 출가시켜 줄 것을 원했으며,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도를 닦아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029_0752_a_14L佛卽爲其種種說法心開意解須陁洹果卽於佛前求索出家佛卽告言善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道得阿羅漢果
029_0752_b_01L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추루 비구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나면서 어찌 그렇게도 추하고 비루했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에 비사(弗沙)부처님께서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어떤 나무 아래에서 가부하고 앉아 계실 때 내가 미륵(彌勒)과 함께 보살이 되어 저 부처님 처소에 가서 갖가지 공양을 마친 다음 한쪽 발을 들고서 이레 동안에 걸쳐 이러한 게송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였노라.
029_0752_a_17L諸比丘見是事已白佛言世尊今此醜陋比丘宿造何業雖受人形醜陋乃爾復値世尊出家得道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善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中波羅捺國有佛出世號曰弗沙在一樹下結跏趺坐我及彌勒俱爲菩薩到彼佛所種種供養而翹一足於七日中說偈讚佛
천상ㆍ세간에 부처님 같은 이 없고
시방세계 역시 그러하오매
그 세계의 모든 것 두루 보아도
부처님에 따를 이 없네.
029_0752_b_03L天上世閒無如佛
十方世界亦無有
世界所有悉能見
無有能及如佛者

그때 보살이 이 게송을 읊고 나자 그 산중으로부터 어떤 귀신이 아주 추하고 비루한 모습으로 나한테 와서 공포스럽게 하는 것을 내가 신통력으로써 저 귀신이 다니는 곳에 아주 좁고도 험한 언덕 길을 만들어 두고 그곳을 지나가지 못하게 하였는데, 산신이 곧 생각하기를 ‘내가 나쁜 마음으로 그들을 공포스럽게 했기 때문에 이제 이 험난한 길을 만들어 나를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마땅히 그들에게 가서 앞서 저지른 죄를 참회해야 하리라’ 하고는, 과연 그 생각한 대로 나한테 와서 참회한 다음 발원하고 떠나갔느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나를 공포스럽게 했던 산신이 바로 지금에 와서 아라한과를 얻은 이 추루 비구이니, 나를 공포스럽게 했기 때문에 5백 세 동안 그 추하고 비루한 얼굴로 태어나 보는 이를 다 놀라 달아나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그 당시 저지른 죄를 참회했기 때문에 또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029_0752_b_05L爾時菩薩說是偈已時彼山中有一鬼神作醜陋形來恐怖我我以神力令彼行處懸岸嶮岨不能得過時彼山神卽作是念我以惡心恐怖他故令我今者行處嶮難不可得過今當往彼懺悔先罪作是念已尋卽往詣懺悔訖已發願而去佛告諸比丘知彼時山神恐怖我者今此醜陋人得羅漢者是恐怖我故五百世中體醜陋見者驚走皆由彼時懺悔辭退遭値於我出家得道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52_b_16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98) 긍가달(恒伽達)의 인연
029_0752_b_17L恒伽達緣
029_0752_c_01L부처님께서는 바라날국의 녹야원(鹿野苑)에 계시었다.
그 나라의 재상[輔相] 한 사람이 큰 부자로서 재산은 많으나 아들이 없었다. 그때 긍가하(恒伽河) 가에 마니발타(摩尼跋陀) 천신의 사당에 있어서 온 국토의 인민들이 다 받들어 공경했는데, 이 재상 역시 그 사당에 가서 신에게 빌었다.
‘제가 자식이 없습니다. 듣건대 천신께서 큰 공덕이 있어 중생을 구호하시어 그 소원을 다 성취시켜 주신다 하기에 저도 이제 정성껏 귀의하오니, 천신께서 제 소원대로 아들 하나를 낳게 해 주신다면 제가 금ㆍ은으로 천신의 몸을 장엄케 하는 동시에 이름난 향으로 사당을 장식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험이 없을 경우엔 사당을 헐어버림은 물론 당신의 온몸에 똥칠을 하겠습니다.’
029_0752_b_18L佛在波羅柰國鹿野苑中時彼國中有一輔相其家大富然無兒息時恒伽河邊有摩尼跋陁天祠合土人民皆共敬奉時此輔相往詣祠所而呪之言我無子息承聞天神有大功德救護群生能與其願今故自歸若蒙所願願賜一子當以金銀莊挍天身及以名香塗治神屋如其無驗當壞此廟屎塗汝身
천신이 이렇게 빌며 말하는 것을 듣고서 생각했다.
‘이 사람은 부호이고 또 세력이 강한 만큼 범상한 아들을 원하지 않을 터이니, 나로선 그 소원을 성취시켜 줄 힘이 없는데, 성취시켜 주지 않을 경우엔 이 사당이 헐림과 함께 큰 모욕을 당하게 되리니 어쩌면 좋을까?’
그러던 차 재상이 다시 마니발타 천신의 사당에 가서 빌자, 천신은 자신에게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곧 비사문왕(毘沙門王)에게 나아가 이 사실을 다 진술하니, 비사문왕이 대답했다.
“이 일은 나의 힘으로써도 그의 소원대로 자식을 두게 할 수 없노라.”
029_0752_c_03L天神聞已自思惟言此人豪富力勢强盛非是凡品得爲其子我力尟少不能與願願若不果必見毀辱神廟便復往白摩尼跋陁摩尼跋陁力不能辦便復往詣毘沙門王自啓此事毘沙門王言亦非我力能使有子尋詣天帝從其求願
이제는 비사문왕이 직접 제석천왕(帝釋天王)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제 신하의 한 사람인 마니발타가 와서 말하기를, ‘바라내국의 어떤 재상이 아들을 얻게 해 달라고 큰 서원을 세워 빌되, 소원을 성취시켜 주면 모든 것을 갑절 더 공양하겠거니와 그렇지 않을 경우엔 사당을 파괴함과 동시 온갖 모욕을 주겠다 하니, 그 사람이 부호이고 흉악하기에 반드시 그러한 일을 할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천왕께서 저 재상으로 하여금 아들을 얻게 해 주소서.”
제석천왕은 이 말을 듣고 대답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마땅히 어떤 인연이 있는지를 보아야 하리라.”
이같이 말하고 있던 차에 때마침 한 천자(天子)가 5덕(五德:5衰의 반대)이 몸을 떠나 곧 목숨이 끝나려 하자 제석천왕이 이 천자에게 타일렀다.
“그대가 이제 목숨이 곧 끝나겠으니, 내세에서는 저 재상의 집에 태어나는 것이 어떠한가?”
029_0752_c_09L沙門王卽時上天啓帝釋曰我有一臣摩尼跋陁近日見語云波羅奈國有一輔相從其求子結立重誓我願旣倍加供養所願若違當破我廟加毀辱彼人豪兇必能如是幸望天令其有子帝釋答言斯事甚難覓有緣時有一天五德離身臨命欲帝釋告言卿今垂終可願生彼輔相之家
천자는 이에 대답하였다.
“저는 출가하여 바른 행을 닦으려 하기 때문에 존귀하고도 영화로운 집에 태어나면 욕심을 여의기 어려울 것이라, 다만 중류의 가정에 태어나 저의 소원을 이루려는 생각뿐이옵니다.”
제석천왕은 다시 타일렀다.
“그대가 저 재상의 집에 왕생하더라도 도를 배우려고 한다면 내가 직접 도와 주겠노라.”
그 뒤 천자는 과연 목숨이 끝나는 대로 세간에 내려와 재상의 집에 태어났는데, 그 용모가 너무나 뛰어나게 단정하므로 부모들이 상사(相師)를 불러 이름을 정하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다 보고 나서 물었다.
“본래 어느 곳에 정성을 들여 이 아이를 얻었습니까?”
029_0752_c_18L天子答言意欲出家奉修正若生尊榮離欲則難欲在中流冀遂所願帝釋復白但往生彼若欲學吾當佐汝天子命終降神受胎輔相之家卽生出外形貌端政卽召相爲兒立字相師問曰本於何處求得此兒
029_0753_a_01L이에 재상은 대답하였다.
“옛날 긍가하 가의 천신 사당에 가서 서원을 세우고 이 아이를 얻어 곧 아이의 이름을 긍가달(恒伽達)이라고 하였소.”
이 아이가 점점 장대함에 이르러 그 부모에게 출가할 것을 말씀드렸으나 부모는 아이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우리집이 현재 부귀를 겸하고 사업이 넓으니, 너는 외아들로서 마땅히 문호(門戶)를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엔 결코 네가 출가 입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029_0753_a_01L輔相答曰昔從恒伽天神求因爲作字名恒伽達年漸長大便啓父母求索出家父母答言吾今富生業弘廣唯汝一子當嗣門戶今存在終不聽汝出家入道
이 말을 들은 아이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슬퍼한 끝에 곧 스스로 생각하되, ‘내가 이 몸을 버리고서 다시 범상한 다른 곳에 태어난다면 반드시 쉽게 출가할 수 있으리라’ 하고는, 아무도 몰래 집을 떠나 벼랑에서 몸을 던져 떨어졌으나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
다시 강가에 가서 물 속으로 몸을 던졌으나 곧 물 위로 떠오르게 되어 역시 고통이 없었고, 다시 독약을 구해 먹었으나 그 독약도 효험이 없어 죽지 않으므로 아이는 다시 생각하기를, ‘이제는 국법을 범하여 그 법에 따라 국왕에게 죽음을 당하리라’ 하고서 때를 기다렸다.
029_0753_a_05L兒不從深自惆悵便欲捨身更求凡處中求出必可易也於是密去自投山旣墮在地無所傷損復至河邊身水中水尋漂出亦無所苦復取毒而吞噉之毒氣不行無由致死作是念當犯官法爲王所殺
마침 그때 왕의 부인과 채녀(婇女)들이 궁성을 나와 원지(園池) 속에 가서 목욕하기 위해 옷을 벗어 나무숲 사이에 둔 것을 보고 몰래 그 나무숲 사이에 가서 옷과 패물을 취하려다가 일부러 문지기에게 들켰다. 문감(門監)이 곧 이 사실을 아사세왕(阿闍世王)에게 보고하자 왕이 과연 성을 내어 손수 활을 쏘아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그 화살이 도로 왕의 몸을 향해 돌아와 이같이 세 번 되풀이 하여도 마침내 화살을 적중시킬 수 없으므로, 이에 국왕도 겁이 나서 활을 던지고 서로 문답하기 시작했다.
“그대는 천신인가, 용인가, 혹은 귀신인가?”
긍가달이 말했다.
“대왕께서 저의 원을 들어 주신다면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029_0753_a_11L値王夫人及諸婇女出宮到園池中滲洗脫衣服置林樹閒時恒伽達密入林取其服飾抱持而去門監見之便將往白阿闍世王王聞此事瞋恚隆盛便取弓箭自手射之而箭還返正向王身如是至三不能使中王怖投弓問彼人言卿爲是天龍鬼神乎恒伽達言賜我一願乃敢自陳
029_0753_b_01L왕이 말했다.
“좋아, 들어 주겠노라.”
긍가달이 말했다.
“저는 천신도 아니고 용도 귀신도 아닙니다. 바로 이 사위국 재상의 아들로서 출가하려 했으나 부모께서 허락해 주지 않으시기에 자살하여 다른 곳에 다시 태어날 목적으로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깊은 물 속에 뛰어들기도 하고 독약을 먹어 보기도 했지만, 결국 죽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국법을 범하여 이 생명을 버리기를 바랐던 것이온데, 이제 대왕께서 아무리 활을 쏘아도 그 화살마저 맞지 않으니, 이 딱한 사정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원컨대 대왕께서 가엾이 여기시어 출가의 길을 이끌어 주소서.”
029_0753_a_19L王曰當與恒伽達言我非是天亦非龍鬼是舍衛國輔相之子我欲出家父母不聽故欲自殺更生餘處投巖赴河飮毒不死故犯王法望得危命王今加害復不能中事情如是何酷之甚願垂憐愍聽我爲道
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대에게 출가할 길을 인도해 주리라.”
그리고서 국왕은 아이를 데리고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이제까지의 사실을 모두 아뢰자, 여래께서 즉시 사문이 될 것을 허락하시니, 몸에 문득 법복이 입혀져 비구의 모습을 이루었다.
여래께서 다시 묘법을 설해 주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였다.
029_0753_b_02L王尋告曰聽汝出家因復將到詣於佛所啓白世尊如向之事於時如來聽爲沙門法服在體使爲比丘佛爲說法心開意解得阿羅漢果三明六通具八解脫
이때 아사세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긍가달은 전생에 어떤 선근을 심었기에 벼랑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고, 물 속에 뛰어들어도 빠지지 않으며, 독약을 먹어도 고통이 없고 활을 쏘아도 화살에 맞지 않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서 생사를 벗어나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한량없는 과거세 때 바라날국에 범마달다(梵摩達多)란 국왕이 여러 궁인(宮人)을 데리고 숲속에서 유희를 베풀어 채녀들로 하여금 서로 소리를 높여 노래 부르게 할 무렵에 바깥에서 어떤 사람이 그 노래에 맞춰 역시 큰 소리로 화답하므로, 왕이 그 소리를 듣고 곧 성을 내어 사람을 보내 잡아와서 죽이게 하였는데, 때마침 대신이 외부에서 돌아와 이 잡혀 있는 사람을 보고 그 옆 사람에게 사실의 경위를 물어 알고는 죽이려는 것을 정지시키는 한편 대신이 직접 국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간언하였소.
‘저 사람의 죄가 그다지 중대하지 않거늘 무엇 때문에 죽이려 하십니까? 비록 그 노랫소리에 맞춰 화답하였지만, 채녀들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간음을 통한 일도 없으니 그 생명을 가엾이 여겨 용서해 주옵소서.’
029_0753_b_06L阿闍世王尋白佛言世尊此恒伽達先世之時種何善根投山不死墮水不溺食毒無苦箭射無傷加遇世尊得度生死佛告王曰乃往過去無數時有一大國名波羅柰國其王名曰梵摩達多將諸宮人林中遊戲遣諸婇女輩激聲而歌外有一人高聲和王聞其聲便生瞋妒遣人捕來使殺之時有大臣從外而來見此一人而被囚執何緣乃爾其傍諸人具別事狀臣曰且停待我見王大臣進啓白王言彼人之罪不至深重以害之雖和其音而不見形旣不交通奸婬之事幸願垂怜原其生命
029_0753_c_01L왕이 마침내 대신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용서하였다. 그 사람이 죽음에서 벗어나 그 뒤로부터 대신을 정성껏 받들어 오랫 동안 끊임없이 섬긴 끝에 곧 스스로 생각하기를 ‘음욕이란 날카로운 칼보다도 더 사람을 해치는 것이니, 내가 곤액(困厄)을 받은 것이 다 음욕 때문이로다’ 하고서, 대신에게 말하였소.
‘제가 이제부터는 출가하여 도업(道業)을 닦겠으니 허락해 주옵소서.’
대신은 이렇게 대답하였소.
‘나의 허락이 문제가 아니니, 부디 도업을 성취해 돌아와서 서로 만나 봅시다.’
029_0753_b_20L不能違赦不刑戮其人得脫奉事大懃謹無替如是承事多年便自思婬欲傷人利於刀劍我之困厄由欲故卽語大臣聽我出家遵修道大臣答曰不敢相違學若成道來相見
그러자 그는 곧 산택(山澤)에 들어가 오로지 묘한 이치에 전념하여 깨달아 벽지불을 성취한 즉시 성읍(城邑)에 돌아와 대신을 만나보았소. 대신이 매우 기뻐하여 그를 청해 공양하되 맛난 음식을 비롯한 네 가지 공양을 다 모자람 없게 하였으며, 이에 벽지불이 허공에 솟아올라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또 그 몸으로부터 물과 불을 내어 큰 광명을 놓자, 대신이 이것을 보고 더욱 한량없이 기뻐하여 곧 서원(誓願)을 세우기를, ‘나의 은혜로 말미암아 생명이 보전되었으니 원컨대 저로 하여금 대대로 부귀를 누리고 수명이 장구하며, 또 천만 배나 수승 기특한 지혜와 공덕을 항상 고루 갖출 수 있게 해 주소서.’라고 하였다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당시 대신으로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호해 죽음에서 벗어나게 한 이가 바로 지금의 긍가달 비구이니,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중간에 요절하지 않고 지금 또 나를 만나서 아라한이 된 것이오.”
029_0753_c_03L卽詣山澤專思如理精神開成辟支佛還來城邑造大臣家臣見已心大歡喜請供養之甘膳飮四事無乏時辟支佛於虛空中神變化身出水火放大光明大臣見欣然無量便立誓願由我恩故得全濟使我世世富貴長壽殊勝奇特數千萬倍令我智德相與共等告王曰時彼大臣救活一人令得脫今恒伽達是由是因緣所生之處命不中夭今得値我逮得應眞
부처님께서 이 말을 하시고 나자, 모임에 있던 대중들이 믿고 존경하며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53_c_13L佛說此已諸在會者信敬歡喜頂戴奉行

99) 장조(長爪) 범지의 인연
029_0753_c_14L長瓜梵志緣
029_0754_a_01L부처님께서는 왕사성 죽림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질사(蛭駛)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가 아들 딸 두 남매를 두었으니, 아들의 이름은 장조(長爪)이고 딸의 이름은 사리(舍利)였다.
그 아들인 장조가 총명하고도 박식하며 의론이 밝아서 그의 누이 사리(舍利)와 함께 무엇을 논란할 때면 언제나 누이보다 뛰어났는데, 그 누이가 임신하고부터는 같이 논란함에 있어서 아우가 또 누이보다 뒤떨어지게 되었다.
이때 아우 장조가 생각하기를, ‘과거엔 모든 논란에 있어서 내가 항상 누님보다 뛰어났는데 이제 누님이 임신하자 도리어 내가 뒤떨어지게 되니, 이는 틀림없이 태중에 있는 아이의 복덕의 힘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아이가 출생해서는 그 의론이 나보다 뛰어날 것이니, 내가 이제부터 외방에 널리 유학하여 4위타(韋陀)의 경전을 비롯한 열여덟 종류의 술법을 다 배운 뒤에 돌아와서 조카와 함께 논란을 해 보리라’ 하고는,
029_0753_c_15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時彼城中有一梵志名曰蛭駃有其二子男名長瓜女字舍利其男長瓜聰明博達善能論議常共其姊舍利凡所論說每常勝姊姊旣妊娠共弟論議弟又不如時弟長瓜而作是言我姊先來共我論議常不如我懷妊以來論議殊勝乃是胎子福德之力若子生已論必勝我我今當宜遊方廣學四韋陁典十八種術然後還國 ((外*男)) 甥論作是念已
곧 남방 천축(天竺)으로 가서 모든 이론을 배우되 ‘만약 통달하여 으뜸가는 스승이 못 된다면 그것을 통달할 때까지 맹세코 손톱을 깎지 않으리라’ 하고 서원하였다.
그리고 그 누이는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아서 이름을 사리불(舍利弗)이라 하였으니, 그 용모가 단정하여 뛰어났으며,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모든 경론을 널리 통달하여 함께 수작할 상대가 없었다.
이때 왕사성 온 성중의 범지들이 큰 금고(金鼓)를 치면서 18억 군중을 논장(論場)에 불러 모으고는 네 군데 높은 자리를 깔아 두었는데, 그때 사리불은 겨우 여덟 살 동자로서 논장에 나타나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저 네 군데의 높은 자리는 누구를 위해 깔아 둔 것입니까?”
029_0754_a_03L詣南天竺習學諸論若未通利爲第一師誓不翦瓜於是其姊日月滿足產一男兒因母立名字曰舍利弗端政殊特聰明黠慧博達諸難可詶對時王舍城中諸梵志等擊大金鼓招集國人十八億衆會乎論場敷四高座時舍利弗年始八歲會乎論場問諸人言敷四高座爲欲待誰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첫째는 국왕을 위해, 둘째는 태자를 위해, 셋째는 대신을 위해, 넷째는 논사(論士)를 위해 깔아 둔 것이니라.”
이 말을 들은 사리불이 논사의 높은 자리 위에 올라 앉자, 그때 여러 덕망 있는 이와 나이 많은 범지를 비롯한 일체 무리 중생이 모두 놀라고 이상하게 여겨 서로 염언(念言)하되, ‘우리 논사들이 저 조그마한 아이와 함께 논란하여 이긴들 무슨 영광이 되리요마는, 만약 이기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겠는가’ 하고서, 곧 아랫자리에 있는 말단 바라문을 보내 사리불과 같이 서로 문답하게 하였다.
그런데 말단 바라문은 물론 그 여러 바라문들이 다 이치에 꺾이고 말이 모자라서 차츰차츰 나아간 것이 상좌(上坐)에까지 이르렀으나 그도 몇 마디의 논란에 졌으므로 그 누구도 따를 이가 없었다.
사리불이 논의에 이기자 그 훌륭한 명성이 멀리 저 열여섯 큰 나라에 떨치었고, 지혜와 학식이 홀로 뛰어나서 짝할 이가 없었다.
029_0754_a_11L諸人答言一爲國王二爲太子三爲大臣四爲論士時舍利弗聞是語已輒昇論士高座而坐其上時諸宿德耆舊梵志一切時衆無不驚怪作是念言我諸論士共彼小兒論議得勝不足爲榮其若不勝大可恥愧作是念已卽遣下座小婆羅門共舍利弗論粗相答問時婆羅門等辭窮理屈漸次相推遂至上座其論議不過數返盡皆不如時舍利弗論議旣名聲遠著於十六大國智慧博通獨出無侶
029_0754_b_01L그 뒤 사리불이 왕사성의 높은 누각 위에 올라가서 사방을 두루 살핀 끝에 마침 온 성중의 인민들이 어떤 명절의 모임에 모여 우글거리는 것을 보고 곧 스스로 생각하되, ‘저 꾸물거리는 중생들이 백 년 뒤에는 다 없어지고야 말리라’ 하고는 높은 누각에서 내려와 어떤 외도의 법을 따라 출가하였다.
이 때는 바로 세존께서 처음 성불하시어 열여섯 큰 나라에서 아직 듣고 아는 이가 없으므로, 대자대비하신 여래께서 교화하시기 위해 아비(阿毘) 비구를 왕사성 성중에 보내 날마다 걸식하게 하셨던 때였다.
마침 사리불이 그 걸식하는 비구의 조용한 위의를 보고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야말로 복덕이 훌륭하구나. 내가 이제까지 이러한 비구를 보지 못했노라’ 하고는, 곧 그 앞에 나아가 물었다.
“그대가 섬기는 스승이 누구이기에 법도가 그렇게 훌륭합니까?”
이때 아비 비구가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029_0754_a_22L後於一時於王舍城昇高樓上四顧視瞻見城內人節慶聚會便自思惟斯等蠢蠢百年之後廓然歸無作是念已卽下高樓外道法中出家求道爾時世尊初始成佛時十六大國都未聞知如來大慈欲教化遣阿鞞比丘詣王舍城分衛乞食時舍利弗見其威儀詳序可觀作是念言斯是何人福德乃爾我從先來未見此比丘作是念已卽前問曰事何師法則乃爾時阿鞞比丘說偈答曰

나의 스승 하늘의 하늘께선
삼계에 더없는 높으신 이라
한 길 여섯 자[尺]의 몸 모습 갖추어
신통으로 허공에 노니는 이네.
029_0754_b_10L吾師天中天
三界無極尊
相好身丈六
神通遊虛空

아비 비구가 이 게송을 읊고 아무 말 없이 서 있자, 이때 사리불이 아비에게 물었다.
“그대 스승의 용모와 신통은 내가 이미 들은 지 오래입니다. 무슨 도를 깨달았기에 그렇게도 거룩하십니까?”
아비 비구가 다시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029_0754_b_12L時阿鞞比丘說是偈已默然而住舍利弗語阿鞞言汝師容貌神通久已聞爲悟何道得如是乎時阿鞞比丘復以偈答

다섯 가지 쌓임[五陰]을 제거하고
열두 가지 감관[根]을 끊어
천상과 세간의 향락을 탐내지 않고
청정한 마음으로 법문을 여시네.
029_0754_b_16L花熏去五陰
拔斷十二根
不貪天世樂
心淨開法門

사리불이 아비 비구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의 스승께선 무슨 법을 닦으셨고, 또 얼마나 오랫동안 그 법을 설하셨습니까?”
아비 비구가 다시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029_0754_b_18L時舍利弗復問阿鞞比丘言汝師所爲經幾時習學何法阿鞞比丘以偈答

나의 나이 아직 어리고
법을 배운 지도 오래지 않거늘
어찌 그 바르고도 참되고 광대한
여래의 법 이치를 선설할 수 있으랴.
029_0754_b_21L我年旣幼稚
學日有初淺
豈能宣正眞
如來廣大義
029_0754_c_01L
그러자 사리불이 아비 비구에게 또 거듭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의 스승께서 말씀하신 것을 좀 일러 주시오.”
아비 비구가 다시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029_0754_b_23L時舍利弗復語阿鞞言汝師所說見告示爾時阿鞞復以偈答

일체 법은 인연에서 자라날 뿐
공하여 아무런 주체가 없나니
마음 쉬고 근원을 통달했기에
그러므로 사문이라 말하느니라.
029_0754_c_02L一切諸法中
因緣空無主
息心達本原
故號爲沙門

사리불이 이 게송을 들음과 동시에 마음이 곧 개오하여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는데, 때마침 목련(目連)이 사리불의 그 기쁨에 넘친 얼굴빛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그대와 내가 맹세한 바, ‘누구라도 먼저 감로(甘露)의 법을 얻을 때엔 서로 알려 주자’고 하였는데, 이제 그대의 그 기뻐하는 얼굴 빛을 관찰하건대 감로의 법을 얻은 것이 틀림없구나.”
사리불이 앞서 아비 비구에게 들은 게송을 목련에게 세 번 알려 주자 목련 역시 이 게송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었다.
사리불과 목련은 각각 그 도의 자취[道跡]을 얻은 기쁜 마음으로 처소에 돌아온 즉시 그의 제자 도중(道衆)들에게 위의 사실을 다 갖춰 설명하고 타일렀다.
“이제 나 스스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출가하기를 결심하였으니,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029_0754_c_04L時舍利弗聞此偈已心卽開悟得須陁洹果爾時目連見舍利弗顏色怡而問之言我昔與汝先有要誓有先得甘露法味要當相語我今觀以有所得顏色怡悅時舍利弗以上偈爲其目連三遍說之目連聞心開意解得須陁洹果時舍利弗目連各獲道迹心懷歡喜還自徒衆具以上事而向說之我今欲詣求佛出家汝等云何
제자들은 각각 그 스승에게 대답하였다.
“이제 스승님께서 구담(瞿曇)의 법을 배우기 위해 출가하신다면 마땅히 제자인 저희들도 함께 따르겠습니다.”
사리불과 목련은 이 말을 듣고 곧 자기들의 제자 각각이 2백50명을 거느리고 아비 비구의 뒤를 따라 죽림(竹林)으로 들어갔는데, 마침내 사리불은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널리 비추는 광명이 백천의 해와 같음을 보고 이내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예배하고서 출가하기를 원하였으며, 부처님께서도 곧 출가할 것을 허락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도를 닦아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029_0754_c_14L時諸弟子各白師言大師今者若當習學瞿曇所說我弟子等亦當隨從時舍利弗目連聞是語已將諸弟子各二百五十人隨阿鞞比丘詣於竹林見佛世尊三十二八十種好光明普曜如百千日懷歡喜前禮佛足求索出家佛卽聽善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得阿羅漢果三明六具八解脫諸天世人之所敬仰
029_0755_a_01L한편 장조(長爪) 범지가 사리불의 그 출가 입도한 소식을 듣고서 진심을 내어 괴로워하며 생각하되, ‘나의 조카 사리불이야말로 본래 성품이 총명하고 학식이 넓어서 열여섯 나라의 덕망 있고 나이 많은 논사(論士)들도 다 그에게 복종하였거늘, 이제 무엇 때문에 홀연히 자신의 그 높은 명예를 버리고 구담을 받들어 섬길까’ 하고는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감히 부처님과 논의(論議)하기를 청하므로, 세존께서 장조 범지를 타이르셨다.
“지금 그대의 소견으로선 아직 참된 열반의 길이 될 수 없노라.”
029_0754_c_23L時長瓜梵志聞舍利弗出家入道恚懊惱而作是言我此 ((外*男)) 甥舍利弗稟性聰慧博通群籍十六大國宿舊論師咸服其德如何忽然捨此高名奉事瞿曇卽從南天竺來詣佛所佛論議爾時世尊告梵志曰汝今所非是究竟涅槃之道
저 범지가 이 말씀을 듣고 나서 잠잠히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같이 세 번에 걸쳐 거듭 말씀하심에도 역시 대답하지 않고 잠잠히 서 있었다. 그런데 그때 허공에서 금강밀적(金剛密迹)이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범지의 이마를 견주면서 호령하였다.
“네가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 금강저로써 너의 몸뚱이를 때려 부수겠노라.”
그제서야 범지는 겁나고 두려워서 때묻은 땀을 흘리면서 스스로가 갈 곳을 모르고 낯을 들지 못해 곧 부처님 앞에서 엎드려 예배한 다음 출가하여 부처님 제자 되기를 원하였으며, 부처님께서도 곧 출가할 것을 허락하시고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범지의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부지런히 도를 닦아 아라한과를 얻었다.
029_0755_a_07L時彼梵志是語已默然不答如是三問亦復默時金剛密迹於虛空中以金剛杵擬梵志頂汝若不答我以此杵碎破汝身爾時梵志心懷惶怖流污枚垢無所歸趣卽自引負寄顏無所便於佛前心懷敬伏求索出家爲佛弟子佛卽聽許善來比丘鬚髮自落法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道得阿羅漢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의 저 범지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삿된 길을 버리고 바른 법에 돌아왔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이 바라날국에 어떤 벽지불이 산림 속에서 좌선(坐禪)을 닦고 있었는데, 때마침 5백이나 되는 뭇 도적이 남의 물건을 탈취한 다음 곧 산림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도적의 괴수가 먼저 한 사람을 보내어 산림 속에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를 살펴보게 하였다.
029_0755_a_16L時諸比丘見是事已白佛言世尊今此梵志比丘宿殖何福捨邪就正値佛世尊出家得道爾時世尊告諸比丘汝等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乃往過去無量世時波羅柰國有辟支佛在於山林坐禪思惟時有五百群賊劫掠他物將欲入彼山林樹閒時彼賊帥先遣一人往看林中無有人不
029_0755_b_01L마침 나무 아래에 단정히 앉아 있는 벽지불을 보고 곧 다가와서 온몸을 묶어 괴수 도적 앞으로 이끌어 가 함께 죽이려 하자, 그때 벽지불은 이렇게 염언(念言)하였다.
‘내가 만약 말없이 저 도적들에게 죽음을 당한다면, 이는 그들의 죄업(罪業)을 더하여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결과가 되리니, 그러기보다는 내가 이제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그들로 하여금 믿어 굴복하게 하리라.’
이와 같이 염언하고는 곧 허공으로 올라가서 동쪽에서 몸을 솟아 서쪽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남쪽에서 몸을 솟아 북쪽으로 사라지기도 하며, 몸에서 물과 불을 내기도 하고, 온 허공에 가득할 만한 큰 몸을 나타내는 반면 다시 조그마한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그러한 열여덟 가지 변화를 차례로 일으켰다.
029_0755_b_01L見辟支佛在一樹下端坐思惟卽前牽捉繫縛將來到賊帥邊欲共殺之時辟支佛作是念言我若默然爲彼所殺增其罪業墜墮地獄無由出期我今當爲現於神變令彼信伏作是念已身昇虛空東踊西沒南踊北沒身出水火或現大身滿虛空中而復現小如是展轉作十八變
그때 뭇 도적들이 이 변화를 보자 매우 놀라고도 겁이 나서 제각기 온몸을 땅에 엎드려 정성껏 참회하였고 벽지불은 그의 참회를 받아들이니, 마침내 그들이 온갖 맛난 음식을 베풀어 벽지불에게 공양한 다음 발원하고서 떠났는데,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저 도적의 괴수가 한량없는 세간을 겪는 동안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사람으로 태어나서 하늘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이제 또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의 도적 괴수가 바로 지금의 이 장조(長爪) 비구니라.”
029_0755_b_08L爾時群賊見是變已甚懷惶怖卽便各各五體投地歸誠懺悔時辟支佛受其懺已設諸餚膳請辟支佛發願而去緣是功德無量世中不墮地獄畜生餓鬼天上人中受天快樂乃至今者遭値於我出家得道佛告諸比丘知彼時賊帥人者今長爪梵志比丘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100) 손다리(孫多利)의 인연
029_0755_b_16L孫陁利端政緣
029_0755_c_01L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가란타 죽림에 계시었다.
바사닉왕(波斯匿王)의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아들을 하나 낳으니, 아이의 그 단정한 용모가 이 세간에서 견줄 데 없었으며 밝고도 맑은 두 눈이 마치 구나라 새[拘那羅鳥]와 같으므로 왕이 아이의 이름을 구나(拘那)라고 정하였다.
한편 온갖 영락(瓔珞)과 미묘한 옷으로 아이를 장엄케 하여 일부러 사람을 시켜 아이를 안고 온 나라의 도시와 촌락을 순회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세간에 이같이 단정한 아이가 혹시 있느냐?”
그러자 어떤 부락의 상인(商人)이 대왕에게 말했다.
“제가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대왕께서 용서하시어 저를 겁박하지 않으신다면, 감히 진술하겠나이다.”
029_0755_b_17L佛在王舍城迦蘭陁竹林時波斯匿王夫人懷妊足滿十月產一男兒貌端政世所無比兩目明淨如拘那羅鳥時王因名字拘那羅著諸瓔珞上妙衣服遣人抱行遍諸聚落問諸人言世閒叵有如似我兒端政者不時聚落中有諸商人白大王言願王見恕施我無畏乃敢陳說
왕이 곧 대답하였다.
“조금도 겁내지 말고 진술하라.”
이에 상인이 곧 대왕에게 말했다.
“제가 살고 있는 부락에 손다리(孫多利)란 조그마한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의 단정하고도 뛰어나며 미묘한 용모는 마치 천상 사람과 같아서 왕자보다 백천만 배가 뛰어나 비교할 수 없습니다. 또 이 아이가 출생할 때 그 집안에 자연으로 솟아나는 샘[泉] 하나가 나타나 차갑고도 아름다운 향수가 가득하고 온갖 값진 보물이 충만하였습니다.”
바사닉왕은 상인의 말을 듣고 곧 그 부락에 사람을 보내어 명령하였다.
“내가 직접 부락에 가서 그 손다리라는 아이를 보겠노라.”
029_0755_c_02L王卽答言但道莫畏於是商人白大王言我所居止聚落之中有一小兒字孫陁利端政殊妙容貌似天勝於王子百千萬倍不可爲比又兒產時舍內自然有一涌泉香水冷美有諸珍寶充滿其中時波斯匿王聞商人語尋卽遣使勅彼聚落云我自當往彼觀孫陁
이 명령을 전해 들은 부락 사람들은 함께 모여 의논하였다.
“이제 국왕께서 오신다면 우리가 무엇으로 대접하겠는가. 우리가 먼저 이 아이를 국왕에게 보내드리는 것이 좋으리라.”
이렇게 의논을 모은 끝에 곧 아이 손다리를 장엄하되 온갖 영락을 채우고 미묘한 옷을 입혀서 국왕에게로 보내었다. 왕이 손다리의 그 단정하고도 뛰어나며 미묘한 용모가 이 세간에서 견줄 데 없음을 보고는, 매우 이상하게 여기는 한편 전에 없었던 일이라고 감탄하고는 곧 아이를 데리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아이가 이러한 몸을 받게 된 그 유래를 묻고자 하였다.
029_0755_c_10L時聚落主聞王欲來看孫陁利便共議言王今來者用何瞻待不如先送作是議已卽便莊嚴孫陁利著諸瓔珞上妙服飾往送與王王見孫陁利端政殊妙世所無比深生疑怪歎未曾有卽將小兒往至佛所欲問所由受如是身
아이가 마침 부처님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널리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서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곧 4제법(諦法)을 설해 주시자, 곧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고 출가하기를 원하였으며,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얻었다.
029_0755_c_16L小兒見佛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普曜如百千日心懷歡喜前禮佛足卻坐一面佛卽爲其說四諦法心開意解得須陁洹果求索出佛卽告言善來比丘鬚髮自落服著身便成沙門精懃修習未久之得阿羅漢果
029_0756_a_01L이때 바사닉왕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손다리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할 때 자연 샘물이 솟아나 온갖 값진 보물이 그 속에 충만하며, 또 무슨 인연으로 이제 부처님을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대왕을 위해 분별 해설하겠으니 자세히 들으시오.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1만 8천 비구들을 데리고 산림 속에 들어가 좌선(坐禪)을 닦고 계실 적에 어떤 장자가 길을 가다가 마침 이 비구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서 그 길로 집에 돌아가 향수를 준비하여 여러 스님들을 목욕하게 하며, 한편으론 갖가지 맛난 음식을 베풀어 공양하고 값진 보물을 물 항아리에 넣어 보시하고는 발원하고서 떠났는데,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저 장자가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에 태어날 때마다 항상 향수의 샘물이 솟아남과 동시 온갖 값진 보물이 다 그 속에 충만하게 된 것이오.”
세존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오. 그 당시 장자의 아들이 바로 지금의 이 순다리 비구이니, 그가 향수로써 스님들을 목욕하게 하고 맛난 음식과 값진 보물로 공양했기 때문에 항상 단정한 몸을 받게 된 것이오.”
029_0755_c_22L時波斯匿王見是事白佛言世尊今此孫陁利比丘宿殖何福生時自然有此泉水及諸珍充滿其中又値世尊出家得道時世尊告波斯匿王汝今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此賢劫中波羅捺國有佛出世號曰迦葉有一萬八千比在山林中坐禪行道時有長者行値見心懷歡悅卽還歸家備辦香澡浴衆僧設諸餚膳供養訖竟以珍寶投之瓫水奉施衆僧發願而緣是功德不墮惡趣天上人中有池水珍寶隨其俱生佛告大王知彼時大長者子澡浴衆僧設供養常得端政者今孫陁利比丘是
대왕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곧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029_0756_a_13L時大王聞佛所說歡喜奉行
撰集百緣經卷第十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