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菩薩本緣經卷中

ABC_IT_K0988_T_002
030_0031_a_01L보살본연경 중권
030_0031_a_01L菩薩本緣經卷中

승가사나 지음
오 월지 우바새 지겸 한역
030_0031_a_02L僧伽斯那撰
吳月支優婆塞支謙字恭明譯

3. 일체지왕자품 ②
030_0031_a_04L一切持王子品第三之餘

그때 왕자가 합장하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 앉아 부왕에게 공경하고 예배하고서 아뢰었다.
“제가 보시하는 것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명성을 위한 것도 아니며,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서 호화롭고 귀하게 되려는 것도 아니며, 미쳐서 착란된 마음으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른 법을 구하기 위해서 이 보시를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이제 비록 부모ㆍ형제ㆍ처자를 옹호하지만 죽을 때를 당하면 비록 친척이 있더라도 누가 능히 따라가겠습니까? 오직 바른 법만이 쫓아가서 놓지 않음을 볼 뿐입니다.
제가 만약 마음에 선한 법을 행함이 없다면 오히려 대왕의 간곡하신 가르침을 바라겠나이다.
어찌하여 갑자기 그릇된 말을 신용하시고 제가 선하게 행하는 것을 끊으십니까? 왕께서 먼저 제게 보시의 마음을 버리라고 선칙하셨으나, 보시의 마음은 제 본성의 근원이니 어떻게 버리겠습니까? 마치 땅의 성품이 굳은 것을 버릴 수 없고, 불의 성품이 뜨거움을 버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물고기가 뭍으로 뛰어나오면 목숨을 어떻게 보전하겠습니까?
저 왕의 종[僮僕]은 6정(情)이 구족하고 신체가 완전히 갖춰진 것이 하늘 사람과 다름이 없거늘 이런 사람이 어찌하여 왕의 급사(給使)가 되었겠습니까? 왕가에 있는 수레ㆍ채녀(采女)ㆍ금ㆍ은ㆍ진귀한 보배가 다 어디서 난 것입니까? 틀림없이 이것은 과거에 보시한 업으로 지금 이 과보를 얻은 것입니다.
030_0031_a_05L爾時,王子合掌長跪,敬禮父王臣所布施,不爲貪欲瞋恚愚癡,不爲名聲,不求生天人中豪貴,非是癲狂錯亂心作,爲求正法,作是施耳大王當知臣今雖復擁護父母兄弟妻子,及其死時,雖有親族,誰能隨去唯見正法逐之不捨臣若無心行善法者,猶望大王苦言教勅,如何一旦信用邪言,斷臣行善王先勅臣施捨捨心,捨心是臣本性根原,云何可捨猶如地性,不可捨堅乃至火性,不可捨熱如魚投陸,命何能存如王僮僕六情具足,身體完具,與天無異,是人云何與王給使王家所有車乘婇女金銀珍寶從何處得當知皆是過去施業,今得是報
030_0031_b_02L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일체 아귀들이 굶주림의 불에 핍박되어서 몸과 마음이 타는 괴로움을 받는데, 이와 같은 것이 모두 탐하고 아낀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며, 모든 하늘 가운데에 7보의 궁전과 수명이 긴 것[長遠]은 모두 보시한 인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보시하는 바는 불로도 능히 태울 수 없고 물에도 떠내려가지 않으며, 왕가(王家)ㆍ도적ㆍ원수ㆍ빚쟁이가 능히 보시한 것을 빼앗지 못합니다. 모든 갈래[趣] 가운데에서 능히 친한 벗이 되니, 이것은 하늘에 오르는 수레입니다. 이 보시한 것은 생사 중에서도 저를 따라오는데 마치 송아지가 어미를 따르는 것 같습니다.
030_0031_a_21L大王當知一切餓鬼,飢火所逼,身心燋惱,如此皆是貪惜因緣若諸天中,七寶宮殿,壽命長遠,當知皆是布施因緣大王臣今所施,火不能燒,水不能漂,王家盜賊,怨家債主,不能侵奪所施之物於諸趣中,能作親友,是天乘載是所施物在生死中,隨逐臣身,如犢隨母,
대왕께서 제게 신칙하시어 보시하는 마음을 그치라고 하셨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마땅히 깊은 산으로 옮기라고 하셨지만 비록 깊은 산으로 들어가더라도 적어도 보시의 마음은 쉬지 않을 것이며 빈궁한 사람도 역시 찾아올 것입니다.
제가 본래 진실로 산림을 좋아한다고 서원했지만 아직 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대왕께서 놓지 않으실까 염려해서였습니다. 대왕께서 이제 이미 허락하셨으니 참으로 본래의 원하던 것을 얻었습니다. 바로 명령을 받들어서 길을 떠나겠습니다. 왜냐 하면 산림 속은 한가하고 적정한 곳이어서 신선과 성현들이 즐거워하는 바이며, 능히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여읠 수 있으니, 저에게도 만약 그곳에 이르면 반드시 스스로 이로울 것입니다.”
030_0031_b_07L如王所勅,欲令臣止布施之心,若不能捨,當徙深山雖至深山,茍施心不息,貧窮之人,亦復當臣本誓願實樂山林,所以未啓,慮父不放大王今已聽眞得本願,正爾奉辭涉路進發所以者何山林之中,是閑靜處仙聖所樂,能離貪欲瞋恚愚癡臣若至,彼必能自利
그때 왕자가 곧 왕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가서 다시 어머니 처소에 이르러서 꿇어앉아 여느 때와 같이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아갔다.
다시 아내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여기 머물러서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자식을 지키기 바라오. 이것이 곧 그대가 닦아 행할 바른 법이오.
나는 이제 멀리 산림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오. 왜냐 하면 내가 전부터 항상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그 뜻을 수행하려고 했었는데, 대왕께서 이제 들어주셨으니 빨리 가서 내 마음에 맞게 하고, 모든 짐승들과 더불어 함께 반려(伴侶)가 되어서 물을 마시고 과실을 먹으면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소.
그대는 왕의 딸로서 몸이 부드럽고 약하며 단정하고 우아한데 어찌 능히 이와 같은 괴로운 일을 견디어 참겠소. 그러므로 마땅히 여기 머물러서 나를 따를 생각을 하지 마시오.”
030_0031_b_14L爾時,王子卽禮王足,右遶三帀,奉辭而出次至母所,跪禮如常,右遶三帀,禮足而出復至妻所,而作是言卿好住此,供養父母,守護其子,此卽是汝修行正法今我欲去遠至山林何以故我先常願,欲入深山修行其志父王今聽,是故我當速往至彼,以副我心與諸禽獸共爲等侶,飮食水果足自存活是王女,身體柔軟端正詳雅,何能堪忍如是苦事,故應住此不須隨我
030_0031_c_02L그 아내가 듣고는 마음이 괴로워서 몸을 파초 잎처럼 떨면서 울다가 가슴을 치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소리내어 크게 울부짖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대왕께서 깊은 산으로 물리치시는 것입니까? 대왕께서는 너그럽고 인자하시어 바른 법으로 다스리시고 백성을 자식 같이 사랑하거늘 어찌하여 갑자기 이렇게 몰아내는 것입니까?
당신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귀하신 몸이 부드럽고 곱기가 첨바화(瞻婆華)와 같으신데 어떻게 갑자기 가시 찌르는 맨땅의 돌 위에 누울 수 있습니까?
그 동안 궁중에서는 5악(樂)을 스스로 즐기셨지만 만약 산에 들어가시면 호랑이와 사자 등의 악독한 짐승들의 사나운 소리만 들을 것입니다.
괴상하구나. 대왕의 자애로우신 마음이 오늘은 어디에 있으신가? 어떻게 부친의 사랑이 이별의 박정함으로 변하여서 작은 인연으로써 갑자기 원한을 이루시는가?”
030_0031_b_24L妻聞已,心悶懊惱,身體掉動如芭蕉葉,悲號啼泣,椎胸拔髮,擧聲大哭,唱奈何君有何罪,乃令父王擯之深大王寬慈,正法治化愛民如子,云何一旦驅擯乃爾君之愛形,身色柔軟如瞻婆華,云何一旦當臥棘刺土石之上如今在宮五樂自娛,設當入山唯聞虎狼師子毒獸諸惡音聲大王慈愛之心,今日安在如何父親變成離薄,以小因緣一旦成怨
그때 왕자가 곧 아내에게 대답하여 말하였다.
“착한 왕녀여, 그대에게는 깊은 지혜가 있을 것이오. 정진에 용맹함이 곧 나에게는 좋은 반려인 것이오. 설혹 내가 옳지 않아서 마땅히 꾸짖음을 당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거친 말을 합니까?
모든 임금은 나라를 위해 서로 싸우지만 모두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으로 괴로움을 받는데, 나에게 복된 인연이 있어서 이제 부왕께서 내가 산에 들어가서 바른 법을 수행할 것을 들어주신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기뻐하지 않는 마음을 내지 마오.
세간의 떳떳한 법으로 말하면 왕이 만약 노쇠하면 태자를 세워서 국사를 맡게 하는데, 국사가 많아지면 잘못이 많아지게 되고, 잘못이 이미 몸에 모여들면 도망하려 하여도 피할 곳이 없는 것이오. 그런데 왕께서는 아직 노쇠하지 않으셔서 능히 놓아 주실 수 있는 것이오. 내가 산에 들어가서 그 뜻하는 것을 닦아 배우도록 허락하셨으니 세간의 잘못은 영원히 보지 않게 되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기뻐하지 않는가? 그대는 잘 있기 바라오. 나는 이제 떠나야겠소.”
030_0031_c_11L時,王子卽答妻言善哉王女汝有深智,精進勇猛,是我善伴,設我不是應當呵責,云何乃出如是麤言諸王爲國共相戰諍,皆爲貪欲瞋癡所惱,是我福緣,乃令父王聽我入山修行正汝今不應生不歡喜世中常法,王若衰老,則立太子令知國事,國事殷湊,多諸過咎,咎旣鍾身,無逃避處王今未衰,便能放捨,聽我入山修學其志,世閒過咎永不見及,汝今何故不歡喜耶汝便好住,我今欲去
030_0032_a_02L아내가 대답하였다.
“제 부모님께서 당신과 함께 있게 하실 때 일월과 대지와 사천왕이 모두 증명하여 알았고, 처음 혼인하던 날에 당신이 서로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여 말하더니 어찌하여 오늘 문득 혼자서만 가신다는 것입니까?
해와 달 그리고 불과 빛이 서로 버리거나 여의지 않음을 아십니까? 당신은 어찌하여 버리려고 하십니까?”
030_0031_c_22L答言妾之父母處與君時,日月大地及四天王悉皆證知初婚之日,君自發言誓不相捨,如何今日便欲獨往當知日月及以猛火,明與質俱不相捨離,君今云何而欲見捨
그때 왕자는 집안의 보물을 모두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고는 곧 두 어깨에 두 아들을 업고 그 아내를 데리고 설산(雪山) 속으로 들어갔다.
왕자는 도착해서 과실을 먹고 물을 마셔서 목숨을 지탱하고 밤낮으로 자비의 마음을 닦아 익혔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본래 집에 있으면서 비록 5욕락을 받았으나 오늘 이 산에 사는 기쁨만은 못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즐거움은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받는 욕락으로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중생들이 바른 법의 미묘한 맛을 알지 못함이 마치 새가 연꽃의 맛을 모르는 것과 같도다.’
이때 왕자는 항상 중생을 위하여서 이 뜻을 생각하였고 아내는 항상 산에 들어가서 과실을 따다가 스스로 공급하였다.
030_0032_a_04L爾時,王子悉以家財布施貧乏,卽以兩肩荷負二子,攜將其妻,往雪山中王子到已,食果飮水以存性命,晝夜修習慈悲之心,復作是念我本在家,雖受五欲,未若今日處山歡娛,如是之樂,釋提桓因所受欲樂所不及也是諸衆生不知正法微妙之味,如烏不知蓮華之味是時,王子常爲衆生思惟是義,妻常入山採於果蓏以自供給
이때 한 늙은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 형상이 추악하여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아서 먼 곳에서 왔는지라, 왕자가 보고는 곧 앉게 하고 물과 과일을 준 뒤에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인연으로 여기에 온 것인가, 혹시 가정의 근심을 싫어해서인가? 젊어서는 응당 집에 있으면서 5욕을 뜻대로 다했겠지만 이제는 이미 늙고 쇠약해져서 죽을 때가 닥쳐오니 버리고 와서 도를 닦는다면 이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이곳은 한가하고 고요하여 집에서처럼 허물될 게 없으니, 그대가 만약 여기를 좋아한다면 내게 있는 단 과일과 시원한 물을 항상 공급하여서 모자라지 않게 하리라.”
030_0032_a_13L是時,有一老婆羅門,其形醜惡人所惡見,從遠方來王子見已,卽命令坐,行水施果然後問訊汝何緣至此耶將非厭家之過患乎壯應在家極情五欲,今已衰老,死時將至,捨來修道甚是快事是中閑靜無有家過,汝若樂此,我之所有甘果冷水,常相供給不令有乏
030_0032_b_02L바라문이 말하였다.
“욕심이 없는 자라면 응당 여기에 머무를 것이지만 나는 지금 탐욕스러운 생각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살 수 없습니다. 큰 신선이여, 그대는 또 보십시오. 내 몸이 비록 늙어서 머리는 희고, 이빨은 빠지고, 걸음을 걸을 때는 떨리고, 눈으로 보는 것은 몽롱하며, 혀가 마르고 입이 메말라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머리가 무거움을 이기기 어려우니 마치 태산과 같고, 귀로는 들어도 분명하지 않고, 몸뚱이는 이렇게 변하여 쇠약해졌으나 탐욕스러운 생각은 오히려 젊었을 때와 같습니다.
큰 신선이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내가 나이는 많고 몸뚱이에 힘이 없는데다가 집이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으매 시종을 얻기가 곤란하니, 만약에 내 본래의 소원을 만족시켜 주려 하거든 두 명의 노복(奴僕)을 주어서 부리도록 해주십시오.”
030_0032_a_20L婆羅門言無欲想者應住於此,我今欲想猶未能滅,是故不能於此住也大仙汝且觀之,我身雖老頭,白齒落行步戰掉目視矇矇,舌乾口燥不能語言,頭重難勝猶如太山,耳聽不了身體衰變,而有欲想猶如壯時大仙當知我年朽邁身力羸損,家貧空乏困於僕使,若欲滿我本所願者,幸可惠施二奴僕使
보살이 듣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괴상한 노릇이로다. 이제 만약 없다고 한다면 본래의 서원에 어긋나며, 있다고 하자니 참으로 아무것도 없는 가난뱅이로구나.’
030_0032_b_06L菩薩聞之,卽作是念怪哉今日若言無有,則非本誓,若言有者,今實空貧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지금 머뭇거리면서 의심하는 모양인데 무엇을 생각하는 것입니까? 혹시 나를 바라문으로서 금계를 받아 지니지 않고 널리 배운 것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입니까? 만약 이것을 염려한다면 나는 실제로 그러합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나의 본래 집에는 노복들이 많았고, 금ㆍ은ㆍ진귀한 보배가 창고에 가득 했다. 그때에는 구걸하러 오는 자를 보면 종내 없다고 말하지 않았으나 이제 여기에서는 모두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 어느 곳에서 얻어서 그대의 소원에 맞게 할 것인가? 그러므로 이 일을 머뭇거리면서 생각한 것이로다.”
030_0032_b_08L婆羅門言君今遲疑,何所思慮將慮我非婆羅門受持禁戒博學人耶若有此慮我實是也薩答言我本在家,多有僕使金銀庫藏盈溢當于爾時,見有乞者,終不言無,今在此止悉不持來,何處當得以相副稱,所以遲疑思是事耳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이제 늙고 쇠약해서 기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먼 곳에서 와서 필요한 것을 구걸하였거늘, 당신은 본래부터 무릇 구걸하는 자를 보면 일찍이 ‘내게 가진 것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하면서 오늘은 어째서 이런 말을 하십니까?
큰 신선께서 만약 능히 딱하게 여기고 두 명의 종을 줄 수 있다면 내가 마땅히 본국으로 돌아가려니와 만약 그것이 안 된다면 나는 필시 여기서 죽게 될 것입니다.”
030_0032_b_14L羅門言我今衰老氣力空竭,從遠方來乞求所須,汝從本來,凡見乞者,曾不發言我無所有今日何故發如是大仙若能憐愍給施二奴,我當還若不能者,我必此死
030_0032_c_02L그때 왕자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어떠한 방편들을 써야 이 사람을 보내게 될 것인가?’
그때 두 아들이 가까운 산중에서 놀고 있었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마땅히 일체 중생을 위해서 헛되지 않은 인연을 지으리라.’
곧 그 아들들을 부르니 아들들이 오자 보살이 안고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나의 두 아들들이 깊은 궁중에서 태어나서 몸은 부드럽고 약하며 아직 춥고 괴로운 것을 겪지 않았는데 어떻게 갑자기 부모를 떠나서 남의 종이 되겠는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어쩌자고 이런 일을 생각하는가? 만약에 어려운 일과 괴로운 일을 닦아 나가지 않는다면 무슨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인가? 이러한 인연을 내가 마땅히 행하리니, 부디 이 행으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해주십시오. 내가 사랑하는 두 아들들을 버리는 것이 아니며 천상과 인간 중의 과보로 전륜성왕ㆍ제석ㆍ범천ㆍ사천왕으로 태어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원컨대 이 공덕으로 중생들과 더불어 모두 위없는 도를 이루게 해주십시오.’
030_0032_b_19L爾時,王子卽作是念我今當作何等方便發遣此爾時,二子近在不遠山中遨戲,復作是念我今當爲一切衆生,作不空因緣卽喚其子,子旣至已,菩薩抱之,復作是念我今二子生長深宮,身體柔軟,未經寒苦,如何一旦違離父母,爲他僮僕復作是念我今何緣計如是事,若不修行難行苦行,何緣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以是因緣,我當行之,願以此行速得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我今捨此所愛二子,不求生天人中果報,轉輪聖王帝釋梵四天王,願此功德悉與衆生成無上道
그때 보살이 두 아들의 손을 잡고서 바라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 바라문이여, 내 두 아들은 내 목숨과 같다. 어려서 지혜가 없고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비록 사람 같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이제 종으로 주는 것인데, 아이들의 어머니가 올까 두려우니 빨리 데리고 가도록 하라.”
030_0032_c_10L爾時,菩薩手執二子,授婆羅門,作如是言汝婆羅門我此二子猶如我命,幼稚無智,未解人語,雖復似人未有所識,今持相與以爲僕使,恐母來至,可速將去
030_0033_a_02L그때 두 아들이 아버지의 옷을 잡고 돌아가면서 말하였다.
“아버지께서는 무엇 때문에 우리 형제를 이 사나운 바라문에게 주시는 것입니까? 저희들이 이제부터 부모를 영원히 여읜다면 나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덮어줌이 없고 보호해줌이 없이 어떻게 능히 살 수 있습니까?
저희들이 무엇 때문에 이런 괴로움을 받아야 합니까? 이제 남의 손에 떨어지면 목숨이 반드시 온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국왕의 법을 범했다면 형벌을 받는다지만 저희들은 어리고 어리석어서 죄를 범한 적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오늘 이러한 고통을 당해야 합니까?
설사 실제로 범했다고 해도 오히려 용서하고 놓아줌을 바랄 터인데 하물며 범한 바도 없이 뜻밖에 변을 당해야 합니까?
설사 아버지께서 저희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미 끊어졌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법만으로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늙은이와 어린이를 가엾게 여겨야 옳다는 것은 어리석거나 지혜롭거나 모두 지니고 있는 마음인데, 아버지께서는 어찌하여 유독 괴로움과 독함을 보이십니까?
가령 법을 위하여서 버리시는 것이라면 자비로움과 측은함이 없이 어찌 옳은 법이라 하겠습니까? 저희가 비록 어려서 일찍이 바라문의 법을 듣지 못하였으나,만약 처자를 응호하는 인연이 있으면 범천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030_0032_c_14L爾時,二子迴捉父衣,而白父言父今何緣,持我兄弟與此惡婆羅門我等從今永離父母,年旣幼小未有所識,無覆無護云何能活我等何故受此苦惱今墮他手命必不全,如犯王法則受刑罰,我等愚小未有所犯,何緣今日乃見是苦假使實犯猶望恕放,況無所犯,而撗見抂設父於我愛心已斷,但爲人法復不應爾,老小可愍愚智有之,父今何爲特見苦毒假使爲法而見捨者,喪失慈惻,豈是法耶我雖幼稚,亦曾聞說婆羅門法,若有擁護妻子因緣得生梵天
그때 보살이 이 말을 듣고는 몸과 마음이 몹시 떨리면서 곧 스스로 꾸짖었다.
‘어찌하여 이러느냐? 마음아, 너는 모르느냐? 예전부터 생사에 유전(流轉)하여 오는 동안에 어떤 자가 원수가 아니며, 어떤 자가 아들이 아니었으랴. 네가 이제 어둠으로 덮여서 눈멀어 보지 못하는 것이냐. 어찌 마음을 차분히 하여서 깊이 생각하고 분별하지 못하느냐. 네가 이제 저 사람이 두 아들을 데리고 가는 것 때문에 문득 이렇게 움직이는가. 만약 죽음이 닥쳐올 때에 마땅히 어떻게 할 것이냐?’
030_0033_a_04L爾時,菩薩聞是語已,身心戰動卽自呵責何緣乃爾心汝不知耶昔已來,流轉生死一切衆生,何者非何者非子汝今闇蔽盲無見耶不繫念,思惟分別汝今直爲彼將二子,便如是動耶若死至時,當云何乎
그때 보살이 마음을 꾸짖고 나니 곧 안정되어서 머무를 수 있었다.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빨리 데리고 가라.”
030_0033_a_09L爾時,菩薩呵責心已卽得定住,語婆羅門汝速將去
이때 두 아들이 곧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직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어머니가 오시기를 기다려서 꿇어앉아 문안드리고 가더라도 늦지 않을 줄 압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그대로 가라. 내가 너희 어머니와 함께 너희들 뒤를 따라가리라.”
030_0033_a_11L是時,二子卽白父言且聽小住,須我母至,跪拜問訊辭去不晩菩薩答言汝等但去,吾與汝母當隨汝後
그때 바라문이 그 두 아들을 데리고 급히 출발하였다.
이때 두 아들이 길을 따라 돌아보고 아버지를 보고는 슬피 울부짖으니 보살이 그때 또 마음을 꾸짖었다.
‘너는 이제 또다시 떨지는 않으리라. 마땅히 형체를 받은 것에 늙음과 죽음이 치연(熾然)함을 관하여라.’
아들이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서원을 세웠다.
‘제가 이제 자식을 놓은 것은 진실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원컨대 이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서 모든 중생들이 일체의 번뇌[繫縛]를 제거하도록 해주십시오.’
030_0033_a_14L時,婆羅門將其二子速疾發引是時,二子隨路還顧,迴視父面,悲號啼哭菩薩爾時更復呵心汝今不應復更戰動,當觀受形老死熾然,子去未遠復立誓願,我今捨子實是難行,願此因緣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除諸衆生一切繫縛
그때 바라문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매우 기특한 왕자로다. 세간에 희유한 일이로다. 말대로 곧 행하여서 내게 두 아들을 보시하니 닦는 바 선한 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도다. 이제 이 두 아들을 마땅히 어디에 팔 것인가? 오직 본래 할아버지 왕의 나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좋으리라.’
030_0033_a_20L時,婆羅門發腳未遠,卽作是念甚奇王子,世閒希有,如言則行施我二子,所修善法具足成就今此二子當於何賣有還至本祖王國
030_0033_b_02L바라문이 곧 두 아들을 데리고 왕궁으로 나아가니 이때 할아버지인 왕이 그 두 손자를 보고 슬픔과 기쁨이 뒤섞이어서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이 두 아이를 얻었느냐?”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들어보십시오, 저 설산 속에서 대왕의 아들이신 일체지가 이 두 아들을 내게 주어서 종을 삼은 것입니다.”
030_0033_a_24L時,婆羅門卽將二子往詣王宮,是時祖王見其二孫,悲喜交集問婆羅門汝於何處得此二婆羅門言且聽彼雪山中,大王之子名一切持,以此二子施我爲奴
왕이 이 말을 듣고는 팔짱을 끼고 말하였다.
“괴이한 일이로다. 우리 아들이 법을 사랑함이 너무 지나쳐서 사랑하는 자식까지도 아끼지 않게 되었단 말이냐. 그대는 이제 이 아이들을 내게 돌려주어라. 마땅히 그대에게 값을 쳐 주리라.”
바라문이 공손히 응락하고 곧 진귀한 보배를 받아가지고 그 집으로 돌아갔다.
030_0033_b_05L聞是語,扼腕而言怪哉我子愛法太過,乃至不惜所愛兒息汝今還我,當與汝直婆羅門言敬如王命卽受珍寶還歸其家
그때 보살의 아내는 빈 숲 속에 있다가 왼쪽 눈에 경련이 일어나고, 마음이 불안하였으며, 채집한 여러 가지 꽃이 곧 시들고, 그릇 속에서 과실 두 개가 흘러나와서 땅에 떨어졌으며, 두 젖이 놀라 움직이면서 젖이 저절로 흘렀고 새가 앞에서 연신 우짖었다. 이것을 보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이러한 조짐은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것임이 틀림없으리라. 장차 우리 남편의 목숨이 끊어지려는 것이냐? 혹은 호랑이나 사자 등의 사나운 짐승이 우리 아들을 물어간 것이냐? 아니면 산 위에서 놀다가 떨어져서 죽은 것이냐?’
이렇게 생각하면서 곧 처소로 돌아와서 보살을 찾아보니 가까운 한 바위 언덕에 풀을 깔고서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우리 남편은 여기 있으니 다른 염려는 없구나?’
030_0033_b_09L時,菩薩妻在空林中,左目瞤動心驚不樂,所採雜華尋卽萎枯,器中二果逬出墮地,二乳驚動汁自流出,有鳥在前連聲鳴叫,卽作是今此瑞應必定不祥,將非我夫命根斷耶或是虎狼師子惡獸食噉我復非遨戲墮山死乎念是事已,便還所止,尋見菩薩近一石岸,在草敷上傾身而坐,卽作是念我夫在此定無他慮
곧 앞으로 가서 물었다.
“두 아이들은 지금 잘 있습니까?”
보살이 대답하였다.
“두 아들들은 모두 편안하오.”
아내가 다시 물었다.
“내가 지금 이 귀로 편안하다고 들었지만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걱정이 됩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좀 앉기나 하오. 자연히 보게 될 것이오.”
아내가 앉으니 다시 말하였다.
“그대는 가진 것 모두를 마땅히 남에게 보시하겠다고 한 나의 본래의 서원을 모르시오. 그대가 아침에 나간 뒤에 바라문이 와서 내게 구걸하기에 두 아들로써 보시했소.”
아내가 이 말을 듣고 그 마음이 어둠에 빠져서 온몸을 스스로 치면서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030_0033_b_18L便前白言二子今者爲安隱不菩薩答言二子安隱妻復言曰我今耳中實聞安隱,但未見之猶懷憂慼菩薩答言汝但小坐,自當見之妻便卻坐,復重告言汝不知我本誓願耶一切所有要當施人汝朝出後,有婆羅門來從我乞,尋以二子而布施之妻聞是語,其心迷沒,擧身自撲悶絕躄地
030_0033_c_02L 그때 보살이 물을 뿌려 주었고, 물을 뿌린 뒤에 깨어 났으나 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앉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030_0033_c_03L爾時,菩薩以水灑之,水灑之後,還得醒悟,身體戰動,坐說偈言

괴이하오, 정법을 위하여서
고행을 한다는 것이.
자식으로써 보시할 때에
어떻게 마음이 편안하셨소.
030_0033_c_04L怪哉爲正法
而行於苦行
以子布施時
云何心不亂

당신의 마음이 강철이 아니거늘,
또한 사랑을 여읜 것도 아니거늘,
어떻게 능히 자식으로
남에게 보시할 수 있단 말이오?
030_0033_c_06L君心非剛鐵
亦未永離愛
云何能以子
而用施於人

우리 아들은 어리기도 하지만
단정한 것이 따를 자가 없는데,
얼굴은 마치 연꽃과 같고
눈은 마치 우발라(優鉢羅)와 같은데
030_0033_c_07L 我子旣稚小
端正無及者
面色如蓮華
目如優鉢羅

스스로 물 마시고 과일 먹으니
또한 서로가 번거롭지 않거늘,
어떻게 인정이 없이
갑자기 남에게 준단 말이오?
030_0033_c_08L自食於水果
亦不相煩累
如何無人情
一旦以施他

이 길은 돌 자갈 모래도 많고
사나운 가시밭도 지나가는데,
자비도 지혜도 없는 사람이
어디로 데리고 갔단 말인가?
030_0033_c_10L此路多石沙
荊蕀惡刺等
彼人無慈慧
當將至何處

당신은 본 일이 없으신가요?
저 모든 노루나 사슴 무리도
오히려 다정스럽게 찾아오는데
하물며 아버지인 당신이리까?
030_0033_c_11L君今不見耶
彼諸獐鹿等
猶來求推覓
況君爲其父

못 보시나요? 이 산 속의
저 모든 나무들도
내가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모두 다 흐느껴 울어 주는 것을.
030_0033_c_12L不見此山中
一切諸樹木
以失我子故
悉皆而啼哭

저 모든 풀과 나무들은
모두 다 심식(心識)이 없는 것인데
오히려 능히 이와 같거늘,
하물며 마음을 가진 사람이리까?
030_0033_c_14L一切諸樹木
悉無有心識
猶尚能如是
況復有心者

그때 그곳에 있던 파초나무가 온통 몸을 떠니 아내가 보고 말하였다.
“너도 남편이 자식을 남에게 주고도 불쌍해 하지도 않는 것이냐? 어찌하여서 이렇게 온몸을 떨고 있느냐?”
030_0033_c_15L爾時,其地有芭蕉樹,擧身戰動,妻尋語言汝夫亦以子息施人,無慈愍耶何故如是,擧身戰動
030_0034_a_02L그때 그 아내가 아들을 생각하고 슬프게 울부짖으면서 동서로 달려서 그 처소에 안정하지 못하니 보살이 말하였다.
“너무도 가련하구나, 너무도 가련하구나. 이미 산에 들어와서 선한 법을 수행하는데 어찌하여 마음을 저렇게 괴롭히는 것인가?
모든 것을 비워서 없애고 한가히 있으면서 선하고 미묘한 이치를 닦거늘, 괴이하구나. 왕녀여, 비록 깊은 지혜가 있고 용맹스럽게 정진하지만 능히 생사의 과환(過患)은 알지 못하는구려.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원증(怨憎) 가운데 누가 능히 그 근원을 알 것인가? 아이의 과거를 본다면 혹 그대의 원수가 되어서 그가 만일 고통을 만나면 그대는 곧 기뻐했을지도 모르오.
이제 그대의 아들이 되어서 특별히 근심하고 괴로워하지만 설사 죽어서 굳이 간다면 그래도 내게 성내겠는가? 그대는 본디 모든 신선과 성현들의 말씀을 못 들었구려.
030_0033_c_18L爾時,其妻念子悲號,東西馳走不安其所菩薩復言甚善,甚善已得入山修行善法,云何令心受如是苦空喪閑居修善妙理怪哉王女雖有深智精進勇猛,而不能解生死過患,父母妻子兄弟怨憎,誰能於中識其根原見兒過去或爲汝怨,彼若遭苦汝則歡喜,今爲汝子別便憂惱,設使死亡强將去者,復可於我起瞋恚耶汝本不聞諸仙聖言

어리거나 늙거나 간에
모두 다 죽음으로 돌아감이
마치 과실이 익으면
저절로 땅에 떨어짐과 같네.
030_0034_a_04L若少壯老皆歸於死
猶如果熟自然落地

그대는 본디 보지 않았나,
나고 죽고 하는 것
마치 저 꿈 속에서
그릇되게 보는 일인 것임을.
030_0034_a_05L汝本不觀一切生死
猶如夢中邪見事耶

무상(無常)한 나고 죽음이
모든 중생들을 이끌고 가니
비록 부모가 있다 하여도
누가 능히 구할 수 있을 것인가.
030_0034_a_06L無常生死將諸衆生
雖有父母誰能救之,

비유하면 저 사자가
마치 사슴을 채가는 것 같으니
비록 어머니가 있어도
역시 구할 수 없네.
030_0034_a_07L譬如師子摶撮諸鹿
彼雖有母,亦不能救

이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항상 중생을 해치는 것이
마치 저 과실 나무에서
사람들이 과실을 따는 것 같네.
030_0034_a_08L是老病死常害衆生
猶如果樹多人所摘,

굽지 않은 갓 만든 질그릇에
하늘에서 큰비가 쏟아지면
모두 무너져 버려서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030_0034_a_09L譬如坏器値天降雨
悉皆爛壞無有遺餘

삼계의 중생들 역시
모두 이와 같아서
무상(無常)이란 비를 만나면
아무도 면하지 못하게 되네.
030_0034_a_10L三界衆生亦復如是
遇無常雨無得免者

지금 경영하는 이 세상의 업이
분명히 생사로 나아가는 일인데,
즐기어 탐착하고 관(觀)하지 않는가?
모르는 동안에 죽음이 오는 것을.
030_0034_a_11L今營此業明造彼事
樂著不觀不覺死至

이와 같이 두 아들들은 반드시 버리게 마련인 것을, 내가 이제 법을 위해서 남에게 보시하였으니 그대는 마땅히 기뻐할지언정 근심하고 괴로워할 일이 아니오. 내가 비록 아이들을 버렸으나 아이들은 반드시 안락할 것이므로 마땅히 크게 괴로워하지 마시오.”
왕자 보살이 이렇게 말하고 나니 그 아내가 묵묵히 다시는 말하지 않았다.
030_0034_a_12L如是二子,必定當捨,我今爲法,而以施人汝當歡喜,不應愁苦,我雖捨子,子必安樂,是故不應生大苦惱王子菩薩說是語已,其妻寂默更無所陳
그때 석제환인이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기이하다. 이 보살이 사랑하여 아끼는 바가 없구나.’
030_0034_a_16L爾時,釋提桓因卽作是念怪哉菩薩無所愛惜
곧 내려와서 몸을 바라문으로 변화해서 보살의 처소에 이르러서 게송을 설하였다.
030_0034_a_18L卽下化身爲婆羅門,至菩薩所,而說偈言

큰 신선이여, 마땅히 아시라.
거룩한 이름 범천까지도 사무쳤소.
능히 크게 보시를 행하고
바른 법을 사랑하여 즐기시니
030_0034_a_19L大仙今當知
名聞徹梵天
能行於大施
愛樂於正法

내가 이제 구하여 찾는 바는
말할 만한 것도 못 되지만
오직 원컨대 크고 바른 법으로
나의 소원을 채워 주소서.
030_0034_a_21L今我所求索
蓋亦不足言
唯願大正法
滿我之所願
030_0034_b_02L
보살이 대답하였다.
“내가 이제 몸과 목숨까지도 모두 일체 중생을 위하여서 사랑하고 아끼는 바가 없거늘 하물며 나머지 돈ㆍ재물ㆍ진귀한 보배이겠는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실로 애석함이 없노라. 내가 본래 집의 많은 고장(庫藏)과 코끼리ㆍ말ㆍ수레ㆍ노비ㆍ복사(僕使)가 있었는데 모두 바라문들에게 주면서 남기고 아까워함이 없었으나, 다만 지금 현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오직 몸뚱이와 아내뿐이지만 만약 꼭 필요하다면 실로 이것도 아끼지 않겠노라.”
030_0034_a_22L菩薩答言我今身命,悉爲一切無所愛惜,況餘外物錢財珍寶,假使有者,實不愛也我本在家,多有庫藏象馬車乘奴婢僕使,悉以給施諸婆羅門,無所匱惜但今現在空無所有,唯身與婦,若必須者,實復不愛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능히 그럴 수 있다면 그대의 아내를 혜시(惠施)할 수 있겠소?”
030_0034_b_05L婆羅門言汝能爾者,便可以妻而見惠施
보살이 대답하였다.
“질투와 아까워하는 마음은 멀리 여읜 지 오래다. 그대는 잠깐만 내가 그를 위하여 설법할 것을 허락하라.”
보살이 아내에게 말하였다.
“이 바라문이 내게 그대를 달라고 하는데 그대의 뜻은 어떠하오?”
아내가 대답하였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십시오. 나는 이제 당신에게 매인 몸인데 어찌 내 마음대로 하겠습니까?”
곧 아내의 손을 잡아 바라문에게 주었다.
030_0034_b_06L菩薩答言嫉妒惜心久以遠離汝小聽我,爲其說法菩薩報妻是婆羅門從我乞汝,汝意云何妻便答言隨意自在,我今屬君何得自從卽捉妻手,授婆羅門
그때 바라문이 보살에게 말하였다.
“이제 이 부인은 얼굴과 자태가 단정하고 몸이 곱고 미묘하여서 색상(色像)이 제일인데, 길이 험난하고 도적이 많아서 내가 지금 홀로 데려갈 수 없기에 도로 맡겨 두는 것이니 다시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지 마시오.”
030_0034_b_11L時,婆羅門語菩薩言今此婦人顏貌端正,身體姝妙色像第一,道路嶮難多有寇賊,我今單獨去必不達,且還相寄,莫復餘施
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로부터 뇌옥(牢獄)을 부수고 얽매임을 끊는 혜택을 입었는데, 그대는 이제 다시 나에게 뇌옥과 얽매임을 돌려주려고 하는가?”
030_0034_b_14L菩薩復言我今賴君破壞牢獄斷絕繫縛,汝今復欲還我牢獄繫縛我耶
바라문이 말하였다.
“만약 가엾게 여겨서 꼭 얻게 해주려거든 부디 다시 받아 주시오.”
잠시 지나서 보살은 그가 딱하게 여겨졌으므로, 이렇게 말하였다.
“금방 도로 받으니 필경 또 무슨 고통이란 말인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만약 기약 없이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삼가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마시오. 이미 이는 내 소유이니 마음대로 할 수 없소.”
이렇게 말하고는 곧 가버렸다. 가다가 얼마 안 가서 또다시 다른 바라문으로 변화해서 보살의 처소로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능히 일체 중생들을 유익하게 함은 비유하면 마치 과실 나무에서 항상 단 과실이 나오는 것처럼 한다고 하니, 내가 멀리서 오래 전에 그 소문을 듣고 옷자락을 걷어쥐고 왔으니 부디 소원을 들어주시오.”
030_0034_b_16L婆羅門言若見憐愍,必令得者,願還受之,經須臾時菩薩憐愍故,少時還受,竟復何苦羅門言我若失期不得還者,愼莫更以施與餘人,已是我有不得任意是語已,卽便還去去此不遠,復更化作餘婆羅門,還菩薩所而作是言勝利益一切衆生,譬如果樹常出甘果,我於遠方久承風味,是故褰裳而來相造希滿所願
030_0034_c_02L보살이 대답하였다.
“오직 한 아내만이 있었는데 이미 남에게 보시하였으니, 지금 있는 것은 몸뚱이뿐이로다. 오히려 이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만약 필요하다면 주겠노라.”
030_0034_c_02L菩薩答言唯有一妻,先已施人,今唯有身,猶得自在,若須相給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의 몸뚱이까지는 필요하지 않고 오직 두 눈이 필요하니 능히 줄 수 있다면 깊이 감사하겠소.”
그때 보살이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바라문이 내게서 눈을 빌어다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이 몸뚱이는 마치 무덤 사이에 죽은 송장 같은 것을. 견고하지 못한 것으로써 견고한 것과 바꾸는 것인데 응당 기뻐할 일이지 무엇을 염려하랴.’
030_0034_c_04L婆羅門言不須汝身,唯須二目,能相給者,深抱至念爾時,菩薩卽作是念是婆羅門從我乞目,爲作何復作是念我何所計是身猶如塚閒死屍,以不堅牢,貿易堅牢,應當歡喜,何所思慮
그때 보살이 가타라(佉陀羅)나무를 잡고 맹세하였다.
‘내가 이제 일체 중생을 모두 위하여서 두 눈을 버리되 탐내고 아까워하지 않으리라. 내가 먼저는 아내를 남에게 주었노라. 부디 이 공덕이 모여서 일체 중생에게 미치어 영원히 탐욕을 끊게 해주십시오.
그대에게 주는 인연은 애욕의 업습(業習)을 여의게 함이로다.
이제 두 눈을 보시하니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게 해주십시오.’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서원하고는 문득 나무 꼬챙이를 가지고 자기의 눈알을 빼려고 하였다.
030_0034_c_09L爾時,菩薩捉佉陁羅木而作誓言我今悉爲一切衆生,棄捨二目,無所貪惜我先捨婦持用施人,願此功德,鍾及衆生,永斷貪欲施子因緣,令離愛習今施二日,悉令衆生得淸淨法眼菩薩摩訶薩,作是願已,便以木錐向目欲挑
그때 바라문이 얼른 그 손을 잡고,말하였다.
“아직 빼지 마시오. 눈은 이제 내 것이 되었으니 다시 남에게 주지 마시오.”
030_0034_c_15L時,婆羅門尋前捉手且莫挑出,目今屬我,更莫餘施
보살이 대답하였다.
“내가 이제 한 몸뚱이에 어떻게 하루동안에 연거푸 두 가지나 부탁을 받을 수 있는가. 먼젓번 바라문이 이미 내게 아내를 맡겼는데 그대는 지금 눈을 맡기니 내가 그것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
030_0034_c_16L菩薩答言我今一身,云何一日連受二寄先婆羅門已寄我婦,汝今寄眼,我當云何而得守護
030_0035_a_02L그때 바라문이 곧 제석의 몸을 회복해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아내와 눈은 모두 내 소유이지만 이제 모두 돌려주고 부탁하니, 다시 남에게 보시하지 마시오.”
제석이 곧 날아가니, 허공에서 네 가지의 꽃이 비내리면서 공중에서 소리가 나서 모든 하늘에게 선고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증장(增長)하는 보리도수(菩提道樹)이다.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보살마하살이 단바라밀을 행함에 그 일이 이와 같아서 버리지 않은 바가 없었나니, 일체 중생이 이 일을 들으면 응당 이 보살에게 모두 기쁨을 낼지니라.
030_0034_c_19L時,婆羅門卽復帝釋身,語菩薩言目二物悉是我有,今相付囑,莫復餘施爾時,帝釋卽飛而去,於虛空中雨四種華,空中聲出,宣告諸天汝等當知,此人增長菩提道樹,不久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菩薩摩訶薩行檀波羅蜜,其事如是,無所不捨一切衆生若聞是事,應於菩薩悉生歡喜

4. 선길왕품(善吉王品)
030_0035_a_04L菩薩本緣經善吉王品第四

보살이 보시를 행할 때
결정된 마음으로 철저히 하니
마왕 파순이라 할지라도
이를 막지는 못하느니라.
030_0035_a_05L菩薩行施時
定心究竟作
乃至魔波旬,
不能得斷絕

내가 예전에 일찍이 들었다.
030_0035_a_07L我昔曾聞
과거에 선길(善吉)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보리도를 이루려 하여 항상 이익을 행하고 바른 법을 닦았으며 모든 중생에게 칼이나 몸뚱이로 대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면목이 단정하여 세상에 그만한 이가 드물었고, 말할 때 항상 웃음을 띄어서 거칠고 온당하지 못함이 없었으며, 부모를 공양하고 스승을 존중하며, 사문과 출가한 도사를 공경하였다. 스스로 10선을 행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행하도록 권하였다.
항상 보시를 행하되 끊임이 없었다.
030_0035_a_08L過去有王,名曰善吉爲欲成於菩提之道,常行利益修集正法,於諸衆生,無刀杖想面目端正,世中少雙,言常含笑,無有麤獷,供養父母,尊重師長,恭敬沙門,出家道士自行十善,亦勸人行,常行布施,無有斷絕
만약 빈궁하고 궁핍한 사람의 몸이 수척하고 헐벗고 있으면 보살이 보고 곧 불쌍하게 여겨서 온몸을 독화살을 맞은 것처럼 떨면서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모든 중생의 탐욕스럽고 인색한 인연을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비록 사람의 형상을 받아서 형상은 갖추었으나 복이 없기 때문에 항상 남에게 구걸하는데, 다 이것은 지난 세상에 보시를 좋아하지 않고 인색하고 질투하면서도 스스로 허물을 덮고 가렸던 것이 현세에 업보가 성숙하여서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다.
마치 한 농부가 어리석어 지혜가 없었는데, 멀리 처가에 갔었다. 길에 가다가 굶주리고 목이 말라서 그 집에 들어가 보니 마침 사람이 없었다. 곧 쌀을 훔쳐서 입에 가득히 넣고 씹는데 아직 삼키기도 전에 식구들이 들어왔다. 이 사람이 부끄러워서 다시 삼키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하고 있으니 식구들이 보고 곧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아프기에 이러는가?〉
이 사람은 듣고도 말을 못하였다.
030_0035_a_13L若有貧窮困悴之人,身體羸瘦衣裳不障,菩薩見已卽生憐愍,擧身戰動,猶被毒箭,心竊念言是諸衆生,慳惜因緣癡人不識,雖受人形,形相具足,以無福故,常從他乞皆由先世不肯布施,以慳嫉妒而自覆蔽現世報熟而受是苦猶如田夫愚癡無智,遠至妻家道路飢渴,旣入其舍,復値無人,卽盜粳米滿口而唵,未咽之頃,家人卽至,是人慚愧復不得咽,惜不吐棄家人見已,卽問之言君患何等乃如是乎是人聞已,嘿然無言
030_0035_b_02L그때 처가의 식구들이 곧 훌륭한 의사를 데려다가 진찰하였는데,그 볼이 나무나 돌처럼 딱딱하게 부은 것을 보고는 달리 따져보지 않고 곧 칼로 이 사람의 두 볼을 째었다. 째어 놓고 보니 고름도 응어리도 없고 다만 생쌀이 그 입 속에 가득히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사람이 도둑질한 것을 덮고 감추려고 하였으나 나타나는 결과로 얻은 것이 이와 같다.
또 마치 여인이 임신한 것을 덮어 감추려 하지만 해산하는 날에는 큰 고통을 받아서 큰 소리로 부르짖기 때문에 모두 함께 알게 되는 것처럼, 사람도 역시 이와 같이 모든 죄를 덮어 감추지만 업보가 익은 때에는 고뇌에 핍박되어서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다.
혹은 앉아서 인색하게 아끼고, 질투하는 마음에 있어서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니, 내가 모든 길을 막아서 인색함과 질투로 하여금 마음에 들어오지 않게 하고, 내가 이제 마땅히 일체의 보시한 바 공덕을 모아서 중생을 보시 가운데에 편안히 머물게 하리라.’
030_0035_b_02L爾時,妻家眷屬大小,卽將良醫而爲診之見其口頰堅如木石,更無餘計,卽以刀刳是人二頰旣破之後,亦無膿污,但見生米滿其口中,是人以是覆藏盜事,得見現報猶如女人覆藏懷妊,臨產之日受大苦惱,發聲大喚,乃令一切悉共知之人亦如是,覆藏諸罪報熟之時,苦惱所逼現露於世,或坐慳惜嫉妒居心而受此苦我今杜塞一切諸路,不令慳妒而來入心,我今當集一切所施,安止衆生於布施中
그때 선길왕이 이 일을 생각하고는 항상 보시를 행하되 쉼이 없었으며, 그 보시할 때를 당하면 마음에 기쁨이 한량없었다.
030_0035_b_13L時,善吉王思是事已,常行布施,無有休息,當其施時,心喜無量
이때에 마왕 파순(波旬)이 근심하고 즐거워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괴이하구나, 선길이 어째서 하루아침에 나를 원수로 대하면서 나의 경계를 허무는가. 내게는 큰 힘이 있어서 능히 모든 신선을 항복시킨다. 물을 마시고 과일을 먹으면서 모든 고행을 하고 능히 모든 주술(呪術)을 잘 이룬 자라도 내가 꽃 화살[華箭]을 한 발만 쏘면 계를 지키는 자로 하여금 모두 다 부서지게 한다. 비유하면 마치 바람이 불어서 큰 나무가 꺾어지는 것과 같은데, 이제 나 파순이 비록 세 발을 쏘더라도 능히 선길보살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흔들리도록 하지 못할까 두렵다.
왜냐 하면 외도의 모든 신선들은 지혜와 자비의 마음이 없고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구하지 않으며, 바로 자기의 즐거움을 위한다. 그러므로 화살을 맞으면 곧 퇴산(退山)한다.
030_0035_b_15L當是時也,魔王波旬,愁憂不樂,而作是言怪哉善吉云何一旦爲我怨對,而欲扸虛我之境界我有大力能伏諸仙,飮水食果行諸苦行,善能成辦諸呪術者我射華箭乃至一發,令持戒者悉皆破壞,譬如風吹驅折大樹我今波旬雖射三發,恐不能令善吉菩薩身心傾動何以故外道諸仙無有智慧,慈悲之心,不求利他,正爲自樂,是故被箭尋卽退散
030_0035_c_02L선길보살은 큰 지혜가 있고 자비심이 두터워서 자기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고 항상 일체를 위하기 때문에 내가 이제 비록 세 발을 쏘더라도 오히려 그로 하여금 퇴산하게 하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다.
왜냐 하면 이 사람은 반드시 모든 중생들을 위해 틀림없이 위없는 도를 구하는 것이니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루기 전에는 내가 그 중간에 혹 어려움에 처하게 해서 그를 파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병이 시작될 때는 의사가 탕약을 조금만 써도 고칠 수 있고, 또 나무가 처음 싹을 틔웠을 때는 손톱으로 꼬집어서도 능히 끊을 수 있으나 그것이 커진 뒤에는 도끼로 백 번을 찍어도 베기 오히려 어려운 것과 같다.
아직도 이 보살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속히 무너뜨려야겠다.”
030_0035_c_02L善吉菩薩有大智慧,慈悲心厚不求自樂常爲一切,我今雖射乃至三發,猶恐不能令其退散何以故是人必定爲諸衆生求無上道,不久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故及其未成,我於中閒或可留難令悉破壞譬如有人始遇患苦,或有醫師少給湯藥,則可令差亦如小樹,初生之時以爪能斷,及其長大,雖有百斧伐之猶難曼此菩薩,未成無上正眞之道,當速壞之
그때 선길왕이 많은 보시를 하고는 피곤하여서 혼자 고요한 곳에 앉아서 쉬었다. 그때 파순이 상공 가운데 있으면서 몸에서 광명을 내어서 일월을 막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길대왕이여,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이제 참으로 능히 바른 법을 추구하고 중생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그 자식을 생각하는 것과 같도다.
선남자여, 그런데 그대가 일체 선법(善法)을 증장하려 하면서 도리어 일체 악법을 성하게 하는구나. 마치 어떤 사람이 감로를 먹고자 하면서 독약을 먹고, 안락을 구하고자 하면서 도리어 도적을 들이고, 몸을 좋게 하고자 하면서 도리어 약이 아닌 것을 먹으며, 목마른 것을 제거하려 하면서 도리어 소금물을 마시며, 음욕을 끊고자 하면서 도리어 여러 여인들과 즐기는 것과 같구나.
선남자여, 그대는 모든 단월이 보시한 인연으로써 모두 지옥에 떨어진 것을 모르는가?
그러므로 내가 이제 그대를 가엾게 여겨 갖가지로 분별하는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받아 가지라. 이제부터 앞으로는 마땅히 보시할 생각을 끊고 인색하고 아끼는 마음을 낼지어다.”
030_0035_c_12L時,善吉王多行布施,疲極獨處靜坐而息爾時,波旬在上空中,身出光明遏絕日月,而說是語善吉大王善哉,善哉汝今眞能推求正法,愛念衆生,猶如慈母愛念其子善男汝欲增長一切善法,而反熾然一切惡法,猶如有人欲食甘露而食毒欲求安樂而反入賊欲安隱身反服非藥欲除斷渴反飮醎水欲斷婬欲反樂衆女善男子汝不知耶諸檀越以施因緣皆墮地獄,是故我今憐愍汝故,種種分別汝當受持今以往當斷施想,生慳惜心
030_0036_a_02L그때 파순이 곧 지옥을 변화로 나타내어서 그 속에 가득한 죄인들을 선길에게 보이면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들이 다 전 세상에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바른 법을 탐구하였다. 그래서 오늘 모두 이 속에 떨어져서 큰 고뇌를 받는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속에 있는 죄인들은 오직 칼과 도끼로써 서로 치고 끊고 하여 마디가 조각조각 모두 땅에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목숨은 오히려 끊어지지 않는다. 뜨거운 구리쇠 조각으로 두루 몸을 둘러서 온몸에서 연기가 나지만 그래도 목숨을 다하지 않는다.
비록 천 개의 못으로 그 몸에 못질을 하여서 마치 쇠가죽을 늘이듯 해도 역시 죽지 않는다.
동서로 달리는데 항상 만나는 것은 치성한 불이요, 차갑고 뜨거운 모든 바람이 그 몸에 핍박하여 오며, 혹 모진 바람이 그 몸뚱이를 불어서 흩어 놓고, 혹 몽둥이로 때려서 먼지처럼 하며, 굶주려서 쇠탄자를 삼키고, 목말라서 구리 쇳물을 마시며, 혹 칼 숲에 들어가 칼 나무에 오르며, 혹은 큰 가마솥에서 끓는 물을 따라서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뭉크러져 허물어지는 것이 마치 익은 팔과 같이 된다. 이 모든 중생이 비록 이와 같은 갖가지 고뇌를 받아도 그 명근(命根)은 다하지 않는다.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이제 왕에게 구하는 바가 없고 또한 공양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왕이 그릇된 길을 수행하므로 내가 이제 바른 길을 설하는 것이다.”
030_0035_c_24L爾時,波旬卽化作地獄滿中罪人,以示善吉,復作是言如是人等,皆由先世好行布施貪求正法,是故今日,悉墮是中,受大苦惱大王當知,是中罪人,唯以刀斧共相斫截,支節段段悉墮在地,而命猶存不肯死也以熱銅鍱周帀纏身,擧身煙出命亦不盡雖以千釘,釘霍其身,猶張牛皮亦復不死東西馳走,常遇熾火,冷熱諸風,逼切其身或有惡風,吹散其體或被椎打,令如塵末,飢呑鐵丸,渴飮洋銅或入刀林攀緣劍樹或在大鑊,隨湯上下,糜爛猶如熟豆是諸衆生,雖受如是種種苦惱,然其命根亦不肯盡大王當知,我今從王無所求欲,亦復不求供養之具,以王修行邪僻之道,是故我今爲說正道
030_0036_b_02L그때 선길왕이 지옥 가운데 있는 이와 같은 중생을 보고 곧 슬픈 마음이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모든 중생들이 생사에 유전(流轉)하여 나올 기약이 없었으매 이미 한량없는 갖가지 고뇌를 받았거늘 지금 또 이 지옥에서 고통을 받으니 딱하고 아프도다. 어느 때에 마땅히 모든 고뇌를 끊어서 남음이 없이 할 것인가.
이와 같은 중생들이 먼저 악법을 행하였기에 지금 고통의 과보를 받는 것이니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이어서 실은 나의 허물이 아니다.
내가 이제 틀림없이 알기를, 이 모든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 중생들이 다 지난 세상에 몸ㆍ입ㆍ마음으로 행한 것이 많이 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이 죄 가운데 떨어지게 된 것이니 결정코 보시를 인연하여서 고통을 받음이 아닐 것이다.’
이때에 선길왕이 자비심으로써 파순을 향하여서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대사여. 그대는 참으로 자비하여서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있기에 도와 도 아닌 것을 잘 설명하여 주었다. 만약 보시한 자로 하여금 이와 같은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이라면 모든 보시를 받은 자들은 또 어디에 있는가?”
030_0036_a_18L時,善吉王見地獄中如是衆生,卽生悲心,而作是念如是衆生,流轉生死,無有出期,已受無量種種苦惱,今復於此地獄受苦可愍可傷何時當得斷諸苦惱令無有餘如是衆生先行惡法,今受苦報,自作自受,實非我苦我今定知是諸無量受苦衆生,皆由先世身意業多作不善,故令今日墮是罪中,定不緣施而受苦也時,善吉王以慈悲心向波旬而作是言善哉大士汝眞慈悲,有憐愍心,善說道非道相,若使施者受如是苦,諸受施者復在何處
파순이 대답하였다.
“훌륭하다, 보살이여. 그대가 깊은 지혜가 있어서 능히 이 뜻을 물었다. 자세히 들으라. 자세히 들으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서 말하리라.”
그때 마왕 파순이 자기의 신력으로써 즉시에 변화해서 모든 하늘의 색상(色像)을 짓되, 하늘의 영락ㆍ보만(寶鬘)ㆍ꽃ㆍ향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한량없는 기악으로 즐거움을 삼았으며, 모든 하늘의 채녀들이 좌우에서 모셨고, 갖가지 나무에서는 항상 단 과실이 나왔으며, 꽃 나무와 영락ㆍ의복ㆍ음식 등의 나무가 앞에 나열되었고, 여러 가지 새들이 서로 조화롭게 우니 그 소리가 화기롭고 맑아서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웠으며, 곳곳에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이 많았고, 금색 연화가 물 위에 가득히 피어 있었으며, 늙음ㆍ병듦ㆍ죽음의 괴로운 소리가 없는데, 몸은 7보로 된 미묘한 궁전에 있었다.
마왕이 이렇게 화현하고는 곧 보살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시를 받은 자는 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는다. 그러므로 그대도 이제 마땅히 보시하는 마음을 버리면 이 뒤로는 미묘한 과보를 받을 것이다.”
030_0036_b_07L波旬答言菩薩汝有深智,能問是義諦聽當爲汝說時魔波旬,以己神力,卽時化作諸天色像,以天瓔珞寶鬘華香莊嚴其身無量伎樂,以爲娛樂,諸天婇女侍使左右種種諸樹常出甘果,華樹瓔珞衣服飮食等樹列羅在前無量衆鳥相和而鳴,其聲和雅甚可愛樂處處多有流泉浴池,金色蓮華彌布水上無老病死苦痛音聲,身處七寶微妙宮殿魔化是已,卽示菩薩善男子諸受施者,悉皆如是,受無量上樂,是故汝今應捨施心,從是以後,可得受是微妙果報
030_0036_c_02L그때 선길이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런 말은 전도되고 허망한 말이어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왜냐 하면 내가 일찍이 가리륵(呵梨勒)나무에서 사탕수수가 나고, 측간의 똥 속에서 깨끗한 연꽃이 피어나고, 순수한 금이 구리나 쇠로 변하고 신심 있는 단월(檀越)이 지옥의 고통을 받는 것을 못 보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전도되었으니 틀림없는 마군의 말이다.’
곧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능히 이와 같은 공덕을 잘 분별하였구나. 그러나 너는 이미 나에게 섭취(攝取)되었느니라.”
030_0036_b_20L爾時,善吉卽作是念如是之言,顚倒虛妄,無有義理所以者何我未曾見呵梨勒樹能生甘蔗廁糞之中出淨蓮華純眞妙金變爲銅鐵信心檀越,受地獄苦如是之言多所虧損,此言顚倒定是魔語卽作是言善哉,善哉善能分別如是功德,汝則已爲攝取於我
또 마군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파리의 날개 바람으로 능히 수미산을 불어서 움직일 수 없듯이, 네 허풍의 힘으로 나를 움직이게 하려는 것도 역시 이와 같으리라.
네가 먼저 말한 대로 모든 시주가 보시한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지고 모든 보시를 받은 사람들이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라면 바로 이것은 내 원에 맞는 것이다. 원컨대 나는 이제부터 홀로 시주가 되어서 항상 지옥에 떨어지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받는 자가 되게 하여서 천상에 나게 할 것이니, 한 몸이 고통을 받음으로써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받게 한다면 어찌 보살의 본래 서원이 아니겠느냐? 나는 이제 틀림없이 네가 바로 파순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너도 이제는 나와 더불어 싸우지 못하리라.
내가 예전부터 항상 보시하는 마음을 모아 왔거늘 네가 어찌 갑자기 나로 하여금 버리게 하겠느냐?”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단바라밀을 수행할 때 천마(天魔)까지도 능히 어려움을 남기지 못하였느니라.
030_0036_c_04L復語魔言汝今當知,如蝗虫翅,所有風力不能吹動須彌山王,以汝風力欲令我動,亦復如是如先所說,言諸施主以施因緣,墮於地獄,諸受施人,生天上者正合我願願我從今獨爲施主,常墮地獄,令諸衆生,悉爲受者生於天上一身受苦,令多受樂,豈非菩薩本誓願耶我今定知汝是波旬,汝亦不能當與我戰,我從昔來常集施心,汝今云何卒令我捨菩薩摩訶薩,修行如是檀波羅蜜,乃至天魔不能留難

5. 월광왕품(月光王品)
030_0036_c_15L菩薩本緣經月光王品第五

보살마하살이
위없는 도를 행할 때에
모든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머리와 눈까지도 버렸느니라.
030_0036_c_16L菩薩摩訶薩
行無上道時
爲諸衆生故
乃至捨頭目

내가 예전에 일찍이 들었다.
030_0036_c_18L我昔曾聞
030_0037_a_02L이 가시국(迦尸國)에 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월광(月光)이라 하였다. 보리의 도를 닦고 법리(法利)를 구하기 위하여서 항상 모든 욕심을 꾸짖었다. 이 왕은 모습이 단정하고 엄숙하면서도 곱고 훌륭했으며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서 천하에 그만한 이가 적었다.
질박하고 강직해서 아첨하지 않으며, 말하는 것이 부드럽고 순하며, 지극히 성실하여서 속임이 없었고, 성내고 노하는 것을 멀리 여의었으며, 마음을 같이 하여 기뻐하고 즐기었다. 사문과 바라문들을 공경하고 자인(慈仁)과 효순(孝順)으로 부모를 공양하였다.
이웃 나라의 모든 왕들이 덕에 복종하기 때문에 거듭 엎드려 멀리에서도 공손하게 따라서 벗이 되니 이름과 덕망이 모든 곳에 두루 유포되었다.
항상 능히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여 국토에 있는 백성들을 옹호하기를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그 갓난아기를 사랑하듯 하였다.
030_0036_c_19L是迦尸國,過去有王,名曰月光修菩提道,爲求法利,常呵諸欲其王形體端嚴姝好,才智過人,天下少雙,質直不諂,所言柔軟,至誠無欺,遠離瞋恚,同心歡樂恭敬沙門諸婆羅門,慈仁孝順供養父母,鄰國諸王承服德敬,而重伏之遙揖爲友,名德流布遍於諸方,常能利益無量衆生擁護國土所有人民,猶如慈母愛其赤子,
다시 뒷날에 가만히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어떻게 하여야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곧 대신에게 명령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이 성을 장엄하되 모든 화개(華蓋)를 달고, 보배 당번(幢幡)을 세우며, 쓸고 물 뿌리고 향을 사르고 꽃을 땅에 뿌리고, 백성들로 하여금 근심과 괴로움이 없게 하며, 모두 보배ㆍ영락으로써 그 몸을 꾸미고 의복을 입히되 아주 선명하게 해주어라.”
모든 신하들이 왕의 명령을 받들고 곧 나가서 온 성의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각각 성곽을 장엄하고 동네마다 마을마다 아주 청정하게 하되 삼십삼천의 궁전처럼 하라.”
030_0037_a_05L復於後時,竊生此念我當云何令諸衆生心歡喜耶卽命大臣而作是言卿等今可莊嚴此,城懸諸華蓋豎寶幢幡,掃灑燒香以華散地,無令人民而有憂苦悉以寶瓔珞瓔珞其身,衣服被飾,極令鮮明諸臣跪諾敬奉王命,卽出宣告擧城人民卿等各各莊嚴城郭,所有里巷極使淸淨,令如三十三天宮殿
그때 월광왕이 한 마리의 큰 코끼리를 타고 궁전에서 나와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였다.“그대는 내 말을 모든 백성들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내가 지금 이렇게 성곽을 장엄하는 것은 탐욕을 위한 것이거나 스스로 높여 교만하거나 다른 원수가 무서워서 도적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며, 또한 전륜성왕이 되기를 구하는 것도 아니니, 내가 이제 이 성을 장엄하는 까닭은 다만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아서 지옥ㆍ아귀ㆍ축생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함이다.
그대들은 오늘 마땅히 나에게 부모ㆍ형제라는 생각과 선지식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고, 만약 나의 궁전에 들어올 때에는 마땅히 내 집처럼 여기며, 필요한 것을 마음대로 스스로 취하여 가라. 내가 이제 크게 보시하는 것이니 스스로 의심하고 어려워하지 말라. 물건을 가져간 뒤에는 마땅히 선한 법을 행하여서 자신이 쓰고 나머지는 다시 마땅히 다른 사람에게 전해 주어라.
만약 내 몸뚱이와 목숨을 필요로 한다면 또한 사랑하지 않으리니, 오직 모두가 다 편안하고 즐거움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니라.’”
030_0037_a_13L時,月光王乘一大象出於宮殿,卽命一臣卿持我聲告諸人民我今莊嚴如此城郭,非爲貪貢高憍慢畏怖他怨以禦寇敵,亦不求作轉輪聖王我今所以莊嚴此城,唯欲令諸一切衆生受無量樂,不墮地獄畜生餓鬼卿等今日宜應於我,起父母兄弟想善知識想若入我宮,當如己舍,所須之物隨意自取我今大施莫自疑難,取物之後當行善法供身之餘,復當轉施諸人,若欲須我身命,亦不愛也,唯願一切皆受安樂
030_0037_b_02L월광왕이 이렇게 말하고는 궁중에 있는 미묘한 보물을 사람으로 하여금 지고 나오게 해서 마음대로 보시하는데 모든 백성을 마치 부모ㆍ형제ㆍ아들처럼 여기니 안색이 화평하고 즐거워서 마치 가을 달과 같았으며, 모든 백성이 이 왕을 아버지와 같이 어머니와 같이 형과 같이 아우와 같이 여기고 착한 마음으로 왕을 보니 그 눈이 푸른 연꽃과 같았다.
030_0037_a_24L時,月光王說是言已,宮中所有微妙寶物,使人負出隨意布施,視諸人民猶如父母兄弟赤子,顏色和悅猶如秋一切人民瞻戴是王,如父如母如兄如弟,善心視王目如靑蓮
그때에는 온 나라 사람들이 칼이나 몽둥이를 가지지 않았고 모두 다 왕을 따라서 10선을 받들어 행하니, 마치 저 소의 왕에게 소들이 따르는 것과 같았고, 또 저 온갖 별들이 달을 따르는 것과 같았으며, 여러 장사꾼이 장사꾼 우두머리[商主]을 따르는 것과 같았고, 또한 여러 군사들이 주장(主將)을 따르는 것과 같았으며, 포도의 씨가 달기 때문에 거기서 나는 과실도 역시 단 것과 같았고, 저 전단나무의 뿌리와 꽃이 함께 향기로운 것과 같아서 이 월광왕이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10선을 행하게 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았다.
이때에는 그 나라에 한 사람일지라도 성내고 질투하고 교만하고, 억세거나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거나, 남의 아내를 간음하거나, 이간질하는 말과 욕설을 하거나 탐욕하고 사특한 것이 없었다.
이 월광왕이 비록 성제(聖帝)는 아니로되 그 백성이 모두 10선을 행하였고, 이때 백성이 비록 풀 옷에 과실만 먹지도 않았지만 그 몸뚱이와 용모가 신선과 다를 것이 없었으며, 모두 깊은 산과 텅 비어 한가한 곳을 탐하면서도 왕을 사랑하기 때문에 능히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왕이 이와 같이 선한 법을 행하니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이 그 덕을 칭송하여 전해서 모든 곳에 두루 가득하였다.
030_0037_b_06L當于爾時,國中人民無有持刀杖者,悉皆隨王奉行十善,猶如牛王諸牛隨從,亦如衆星隨逐於月譬如衆商隨商主後,亦如衆兵隨逐主將譬如蒲桃其子甘故生果亦甘如旃檀樹根華俱是月光王令諸人民等行十善,亦復如是當是時也,其國乃至無有一人瞋嫉憍慢貢高剛强盜人財物犯他妻兩舌惡口貪恚邪見是月光王雖非聖帝,而其人民悉行十善,是時人民雖無草衣果蓏之食,而其體貌與仙無異,皆貪深山空閑之處,以愛王故不能捨離時王如是行善法已,有諸沙門婆羅門等,稱傳其德,遍滿諸方
030_0037_c_02L그때 한 늙은 바라문이 가정의 애욕을 버리고 설산에 있으면서 머리카락과 수염과 손톱을 길게 하여서 청정한 행[梵行]을 닦는 모양을 하고 풀을 엮어서 몸을 가리고 물과 과일로 굶주림을 막았다. 어떤 사람에게서 월광왕이란 자가 보시를 좋아하고 아끼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예전의 본습(本習)으로 인하여 곧 악한 생각이 들었는데, 마치 맹렬한 불에 기름을 부어서 배나 더 치연(熾然)한 것 같았으며, 또 독약이 피 속에 들어가서 그 독기가 성해지는 것 같았고, 목마른 사람이 짠 물을 마신 것 같았으며, 가을에 열이 더하고 봄에 콧물과 가래가 많아지는 것과 같이, 이 바라문이 깊은 산중에 있다가 왕의 공덕을 듣고 성냄을 더하는 것이 꼭 이와 같았으며, 사자가 잠을 자다가 많은 사슴의 소리를 들은 것과 같이, 이 바라문이 성냄을 더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
030_0037_b_21L爾時,有一老婆羅門,捨家愛欲,居在雪山,長髮鬚爪爲梵行相,結草障身水果禦飢聞有人言,有月光王者好施無慳聞是語已,因往本習,卽生惡念猶如猛火投之膏油,膏油旣至,倍復熾然亦如毒藥投生血中其力則盛,譬如渴人飮於醎水,如秋增熱春多涕唾是婆羅門住深山中,聞王功德增益瞋恚,亦復如是猶師子睡聞獐鹿聲,是婆羅門增長瞋恚,亦復如是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온 세상이 모두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이 왕에게 속임을 당하는 것이다. 내가 이제 마땅히 가서 한 가지 물건을 달라고 하여 이 왕이 능히 버리고 여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리라.’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만 몸뚱이와 목숨을 달라고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니, 만약 그런 자가 있었다면 반드시 물러섰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깊은 산에서 나와 청정한 법을 버리고 성냄을 더하니 입은 마치 붉은 구리와 같았는데 입술을 다물고 이를 갈며 휘둘러 손뼉치고 벼르니 마치 악한 용이 우박을 쏟아서 곡식을 죽이는 것과 같았고, 금강저(金剛杵)로 큰 산을 부수는 것과 같았으며, 아수라왕(阿修羅王)이 해와 달을 막는 것과 같았고, 폭우가 촌락을 휩쓰는 것과 같았으며, 맹렬하게 성한 큰 불이 마른 풀을 태우는 것과 같이 이 바라문도 역시 이와 같았다.
030_0037_c_08L復作是念一切世閒,皆悉愚癡,無有智慧,而爲是王之所誑惑我今當往,求索一物,審知是王能捨離不復作是念但不有人從乞身命,若有索者必當退轉作是念已,卽出深山,棄捨淨法,瞋恚增長,口如赤銅,銜脣切齒,揮攉角張譬如惡龍放雹殺穀如金剛杵摧破大山如阿修羅王遮捉日月猶如暴雨漂沒村落盛大火焚燒乾草是婆羅門,亦復如是,
030_0038_a_02L이 악한 마음을 가지고 가시성의 월광왕의 처소에 가서 이와 같은 본래 익힌 악한 모습을 나타내니, 몸은 떨리고 말은 더듬으며 걸음은 길을 곧바로 못 가고 손은 불끈 쥔 주먹이 뒤틀리며, 눈썹은 빨리 움직였고 머리카락은 곤두섰으며, 손을 엎으면 다섯 손가락이 다섯 용의 머리와 같았고, 마음 가운데 독기가 치성함이 마치 사나운 뱀과 같았으며, 성난 기운이 무럭무럭 피어 올라서 연기와 불꽃이 함께 일어나는 것 같았다. 거짓으로 꾸며서 말하였다.
“대왕이여, 제가 설산에 있으면서 멀리 왕의 이름을 듣고 기뻐서 한량없이 날뛰었습니다. 제가 모든 왕들을 관해 보아도 당신과 같이 견줄 수 없었습니다. 이 땅의 공덕도 헤아리기 어려운데다가 다시 이와 같은 법왕을 만난 것입니다. 대왕이여, 오늘 다른 이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응당 스스로 몸과 목숨도 버려야 하나니 바른 법을 닦는 자라면 눕거나 깨거나 항상 편안할 것입니다. 제가 이제 대왕께 한 가지 일을 청하고자 합니다.”
030_0037_c_18L持是惡心,往迦尸城月光王所現如是本習惡相,身體戰動,口言謇吃,行不直路手捲撩捩,眉鬚迅麗,頭髮刺豎,覆手五指如五龍頭,心中毒盛猶如惡蛇,瞋氣㶿鬱煙炎俱起,詐大王我在雪山,遙聞王名歡喜踊躍無量我觀諸王無如汝比,而此土地功德難量,復得値遇如是法王王今日爲利益他,應當自捨所有身命,修正法者臥悟常安,我今欲請大王一事
왕이 곧 대답하였다.
“큰 바라문이여,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 청할 것을 신칙하라. 그 필요한 바를 따라서 모두 마땅히 받들어 주리라. 코끼리ㆍ말ㆍ수레ㆍ소ㆍ금ㆍ은ㆍ유리ㆍ의복ㆍ진귀한 보배ㆍ노비ㆍ부리는 사람을 모두 주리라.
바라문이여,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모든 중생들은 3독에 시달리고 생사에 유전하여 벗어날 기약이 없으매, 늙음ㆍ병듦ㆍ죽음의 법이 항상 중생을 해롭게 하건만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능히 홀로 여의었으나 다만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세상에 머무는 것이다. 그대가 애착하는 바를 모두 주리라.”
030_0038_a_05L王卽答言大婆羅門不須多語,請勅所作,隨其所須悉當奉施象馬車牛金銀琉璃衣服珍寶奴婢,悉當給與婆羅門汝今當知,是諸衆生三毒所惱,流轉生死無有脫期,老病死法常害衆生,唯我一人能獨出離,但爲衆生故久住世耳,隨汝所愛,悉當與之
바라문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만약 능히 그러하시다면, 먼저 마땅히 마음을 안정하여서, 기울고 움직이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
030_0038_a_12L婆羅門言王若能爾,先當定心,莫令傾動
왕이 곧 대답하였다.
“나는 예전부터 항상 서원을 세워서 마음이 동요하기 어려우니라.
내가 중생을 위해 보리심을 발하고 오히려 몸뚱이와 목숨도 버리거늘 하물며 그 나머지 다른 것이겠느냐.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집에 돈과 재물이 있으면서 능히 보시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은 곧 그것을 지키는 노예가 된 것이니, 마치 독 나무에 꽃과 열매가 생겨도 받아 쓰는 사람이 없으며, 깊은 샘에 두레박 줄이 짧으면 물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재물이 있어도 보시하지 않으면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만약 구걸하는 자를 보고서 얼굴과 눈을 찌푸린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아귀의 문을 연 것이니라.”
030_0038_a_13L王卽答言我從昔來,常立誓願,心難得動,我爲衆生發菩提心,尚捨身命況餘外物汝今當知,家有錢財不能施者,當知是人則爲守奴,猶如毒樹雖生華實無人受用,井深繩短水無由得,有財不施亦復如是若見乞者面目顰蹙,當知是人開餓鬼門
바라문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헛소리를 한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만약 그러하시다면 머리를 보시하실 수 있겠습니까?”
030_0038_a_20L婆羅門言善哉大王搆之虛言,復何所益,若能爾者,以頭見施
030_0038_b_02L이때 모든 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괴이하도다. 이 큰 도적이 어디서 온 것이냐? 어찌 사람의 입으로 바르지 않은 말을 하는가?”
곧 흙과 돌로 다투어 서로 때리면서, 함께 말하였다.
“이런 사람은 바라문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풀과 사슴 가죽의 옷을 입고 머리를 기르고 절식(節食)을 하면서 이런 가시 찌르는 말을 한단 말이냐. 몸뚱이에 옷을 입은 것은 마치 신선과 성자 같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지독한 전다라(旃陀羅)이다. 몸으로 행하는 것과 입으로 말하는 것이 서로 맞지 않으니 이는 틀림없이 바라문이 아니라 나찰이며 나쁜 귀신이로다.
애달프구나. 악인아, 네가 이제 여기에 와서 우리 정법(正法)의 강물을 말리겠다는 것이냐.
금시조(金翅鳥)처럼 법룡(法龍)을 잡아먹어서 법비[法雨]를 끊으려 하느냐.
너는 사나운 바람과 같아서 법의 횃불[法炬]을 불어서 끄려는 것이며, 크고 사나운 코끼리가 법의 나무를 뽑으려고 하는 것과 같구나. 죽음을 이루는 악인에게는 도리가 없다.
입으로 그런 말을 할 때 어찌하여 혀가 오그라들지 않으며, 어찌하여 대지가 능히 너의 몸뚱이를 실어 주는 것이며, 햇빛이 내리쪼여 네 몸뚱이를 태우지 않으며, 어찌하여 저 강물이 너를 떠내려 보내지 않느냐?”
030_0038_a_22L時諸大臣聞是語已,語婆羅門怪哉大賊從何處來以此人口宣無義言卽以土石競共打坌,復共唱如此人者非婆羅門,何處當有衣草鹿皮,長髮,節食,宣說如是蕀刺之身體被服猶如仙聖,口所發言劇旃陁羅,身行口言不相副稱,當知必定非婆羅門,乃是羅剎弊惡鬼神哉惡人汝今來此,欲乾我等正法河如金翅鳥欲食法龍斷法雨乎如惡風吹滅法炬,是大惡象欲拔法樹,成死惡人無有道理口發言時,舌何不縮如何大地,能載汝形日光赫炎不燋汝身,云何彼河不漂汝去
그때 바라문이 모든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 어리석은 사람이 어찌하여 나를 꾸짖느냐? 비유하면 마치 사나운 개가 저 걸인을 보고 짖는 것과 같구나.
너희들이 이제 나를 의심하는 것은 바라문이 아니면서 멀리서 와서 구걸한다고 하는 것이냐, 널리 배운 출가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냐?
너희들은 어리석고 악하여서 또한 능히 모든 바라문들이 지닌 위력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너희들은 해와 달이 이지러지고 차는 것과 큰 바다가 짜고 쓴 것을 알지 못하느냐?
사누(闍★) 신선이 항하(恒河)를 마셔서 12년 동안이나 흐름이 끊어졌었고, 자재천왕은 얼굴에 눈이 셋이며, 구담(瞿曇) 선인은 제석의 몸에 천 개의 여근(女根)을 만들고, 파사타(婆私吒) 신선은 제석의 몸을 변화하여 염소의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비구대선(毗仇大仙)은 수미산을 먹되 유미죽을 먹듯이 하였으니, 이런 일은 다 이 우리들 바라문의 힘인 것이다.
내가 이제 여기에 온 것도 그대들을 위해서 빈 말이나 꾸미자는 것이 아니다. 누군들 임금이 몸소 능히 일체를 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어찌 달라고 못하겠는가? 내가 이제부터 구걸하는데 무엇을 책망할 것이 있겠느냐?”
030_0038_b_12L時,婆羅門語諸大臣汝等癡人何故見譬如惡狗吠彼乞者,汝今疑我非婆羅門從遠求耶非是博學出家人汝等愚惡亦不能知諸婆羅門所有威力,汝不知耶日月虧盈大海醎苦,闍莬神仙呑飮恒河,十二年中斷絕不流自在天王面上三目,瞿曇仙人於釋身上化千女根,婆私咤仙變帝釋身爲羝羊形,毘仇大仙食須彌山如食乳糜,如此之事盡是我等婆羅門力我今來此,亦不爲卿空言綺飾,誰當不能君王自言能一切施,我今從乞有何可責
030_0038_c_02L그때 월광왕이 곧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마땅히 막지 말라. 내가 이제 이 바라문으로 하여금 원하는 바를 만족하게 하리라.
그대들은 마땅히 관찰해야 한다. 내가 이제 나라를 다스리는데 탐욕ㆍ음란ㆍ성냄ㆍ우치함이 없었기에 얻는 과보가 이미 성취된 것이로다. 몸을 버릴 때가 오면 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하리니,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이 견고하지 않은 몸으로 저 견고한 몸과 바꾸는 것이며, 견고하지 않은 재물로 견고한 재물을 바꾸는 것이며, 견고하지 않은 목숨으로 견고한 목숨과 바꾸는 것이다.
030_0038_c_02L時,月光王卽語諸卿等今者不應見遮,我今當令此婆羅門所願滿足汝當觀察,我今治國無有貪婬瞋恚愚癡,所得果報今已成就,捨身時到如蛇脫皮汝等當知,我今以此不堅之身易彼堅身,不堅之財貿易堅財不堅之命貿易堅
내가 전부터 항상 그대들을 위하여서 대인(大人)의 법을 설하였는데, 지금이 바로 이 때로다.
또한 항상 그대들에게 바른 법으로 향하도록 권하여서 모든 악을 닫아 버리고 모든 선한 문을 열며, 보리 가운데서 모든 선한 뿌리를 심고, 모든 번뇌를 엷게 하며, 점차로 가정에 얽매임을 풀게 하였으니 내가 얻은 바와 같은 이러한 공덕을 그대들도 마땅히 얻으리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몸뚱이와 목숨을 놓아 버리는 것이니 그대들은 마땅히 기뻐할지언정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말라.
만약 내가 몸뚱이를 아껴서 능히 할 수 없다면 오히려 충고하는 말로 위로하고 깨우쳐 주어서 하게 해야 할진대, 하물며 내가 오늘 능히 스스로 여는 것인데 도리어 그대들이 굳이 막고 듣지 않는가?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풀을 가지고 솜털을 바꾸며 독약을 먹고서 병이 나은 것처럼 나도 이러하여서 견고하지 않은 몸을 놓아 버림으로써 견고한 몸을 얻는 것이로다.”
030_0038_c_09L如我先時常爲汝說大人之法正是時亦常勸汝向於正法,閉塞諸惡開諸善門,於菩提中種諸善根,薄諸煩惱漸解家繫,如我所得,如是功德,汝亦當得是故我今放捨身命,汝當歡喜不應憂苦,若我貪身不能爲者,猶當苦言慰喩令作況我今日能自開割,而汝反更遮固不聽,譬如有人以草易毳服毒愈病我亦如是,捨不堅牢身得堅牢身
030_0039_a_02L그때 모든 대신들이 또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그러한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견고한 몸을 얻는 것이라고. 대왕께서는 이제 그런 생각을 마십시오.
왜냐 하면 대왕은 신들의 의지하는 바이니 대왕의 지금 이 몸은 일체 신민들의 공동의 소유입니다. 공동의 소유인 것을 어찌 홀로 한 바라문을 위하여서 버리시려는 것입니까?
이 몸을 버리시고 나면 재물을 보시하는 일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만약 못하고 보면 고통을 받는 자가 많을 것입니다.
대왕의 몸은 비록 한 몸이지만 천하가 이를 함께하는 것인데 어떻게 오늘 혼자서 마음대로 하려 하십니까? 비유하건대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묘보(妙寶)를 함께하는데 어떤 사람이 혼자만 쓴다면 어떻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대왕님의 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030_0038_c_18L時諸大臣,復作是言王今不應計是事得堅牢身時,諸大臣,復作是言王今不應計是事所以者何大王乃是臣等所依,王今此身一切共有,共有之法何得獨爲一婆羅門而欲放捨捨此身已,財施之事云何能辦若不能辦,受苦者王身雖一天下共之,云何今日獨欲自在譬如多人共一妙寶,有人獨用,豈得自在王身今者,亦復如是
그때 대왕이 화평한 얼굴에 기쁜 빛으로 모든 대신들을 향하여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먼저 마땅히 인자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서 바라문을 보라. 그런 뒤에 내가 마땅히 머리를 버려서 주리라.”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조금 멀리 가 있어서, 내가 모든 신민들을 위로하고 깨우쳐 보내게 할 것을 허락하라.”
바라문이 곧 잠시 물러갔다.
030_0039_a_04L時,大王和顏悅色向諸大臣復作是汝等先當起慈愍心觀婆羅門,然後我當捨頭施之爾時,大王告婆羅汝小遠去,聽我慰喩諸臣民已,當相發遣時婆羅門卽便小卻
그때 대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나의 본래부터 소원이 항상 이롭게 하려 함이었음을 모르는가? 내가 이미 그대들을 위하여는 할 바를 이루었으니 다시 마땅히 이 바라문의 원을 채워 주리라.
이 바라문은 일찍이 예전에 나와 더불어 원한이 있었는데 나머지 업보가 끝나지 않아서 항상 마음에 걸렸으나 다시 다른 인연으로는 보상(報償)할 수가 없어서 마땅히 머리를 버려서 아주 끝나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이 몸을 받은 이후로 항상 바른 법을 행하였고, 이제 또 이 사람을 위해 또 바른 법을 행하는 것이니 그대들은 빨리 가라.”
그리고 바라문을 불러서 돌아오게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공교한 지혜도 없고 적당한 때도 모르는구나. 내 머리를 요구하면서 어찌하여 호젓하고 조용한 곳을 택하지 않고 대중 가운데에서 요구하느냐? 내가 그대를 위하므로, 신하들을 타일러서 깨우쳐 주는 것은 그대를 편안하게 하여 목숨을 온전하게 하려는 것이니, 만약 타이르지 않으면 그대의 몸과 목숨이 어떻게 온전할 수 있겠느냐?
그대는 조금 멀리 가서 저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기다리라. 내가 모든 대신들을 보내고는 마땅히 그대에게로 가서 머리를 잘라서 주겠노라.”
바라문이 왕의 말을 듣고는 곧 멀리 떨어진 데로 갔다.
030_0039_a_09L爾時,大王告諸臣言汝不知我本日所願常欲利益諸衆生耶我已爲汝所作成辦,復當滿此婆羅門願此婆羅門曾於往昔與我有怨,餘報未畢常以繫心,更無餘緣可以償之,要當捨頭而令永畢自我受身常行正法,今爲此人亦行正法卿等速去喚婆羅門令還本處,作如是言汝無巧智不知時宜,於大衆中求索我頭,何故不於僻靜之處而求索耶我今爲汝諫喩諸臣,令汝安隱得全性命設不諫者汝之身命何得全濟汝小遠去至彼靜處,須我發遣諸大臣已,我當就汝斷頭相施時,婆羅門聞王語已,卽便遠
030_0039_b_02L그때 대왕이 모든 신하들을 보내고는 곧 바라문에게 가서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만약 나라의 원한을 청산하기 위하여서 내 머리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나도 역시 그대에게 원망과 혐오스러운 마음을 없이 하리라. 스스로 와서 요구하는 데는 무엇인가 인연이 있는 것이다.
그대 바라문이여, 마땅히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라. 만약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킨다면 마땅히 천상에 태어나리라. 그러나 원한의 마음은 불과 같으니 그대는 마땅히 빨리 없애라.
성내고 노함이 마음에 있으면 법의 옳음을 보지 못하나니 인욕행을 닦는 사람은 성내는 것을 제거하느니라. 성냄은 마음을 더럽혀서 형모가 단정하지 않나니, 마치 운무가 청정한 달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라.
출가한 사람은 마땅히 성내지 않나니 성내는 자는 단정하지 못함이 마치 술을 마시면 목구멍에서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것과 같으니라.”
030_0039_a_24L爾時,大王遣諸臣已,卽便至彼語婆羅門言汝今若爲我怨所遣索我頭者,我亦於汝無讎嫌心若自來索有何因緣汝婆羅門應起慈心,設起慈心卽當生天,怨心如火汝當速滅,瞋恚在心不見法義,修忍之人除去瞋恚,瞋恚污心形不端正,猶如雲霧障蔽淨月出家之人所應不生,生瞋恚者不得端正,猶如飮酒嗌氣臭穢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말하는 바는 비록 미묘하고 선한 것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거친 광기가 있으니 어떻게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다만 내게 머리나 보시하고, 다시 더 말을 말라. 내가 이제 그대의 말하는 바를 들으매 비록 선한 것이지만 듣고 나면 배나 더 성이 나니 마치 기름을 맹렬한 불에다 던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때 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태어난 이래로 일찍이 남에게 악한 일을 권하지 않았노라. 이제 이 몸뚱이를 그대 마음대로 스스로 찍으라.
이 몸뚱이는 실로 추악한 것이어서 똥 구덩이와 같은 것이니 진실로 애석할 것이 없다마는 다만 그대가 지옥에 떨어질 것을 가엾게 여기노라.”
030_0039_b_09L婆羅門言汝今所說雖爲妙善,而我麤獷何能信受但施我頭無更餘言我今聞汝所說雖善,聞已倍更增益瞋恚,猶如膏油,投之猛火時,王答言我從生來未曾勸人而爲惡事,今此身者隨汝自斫,是身可惡猶如糞坑實不愛之,但憐愍汝墮地獄耳
바라문이 말하였다.
“지옥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
030_0039_b_16L婆羅門言言地獄者,爲在何處
그때 대왕이 곧 딱한 생각을 내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괴이하도다, 중생이여. 애달픈 일이로다, 이 세간이여. 이에 한 사람도 선한 법을 닦아서 자기의 이익으로 삼으려는 자가 없구나. 내가 비록 갖가지로 이 사람에게 권하고 타이르지만 그 본 마음은 오히려 악을 행하기를 즐기니, 마치 파리가 꿀그릇 속에 있는 것을 누가 빼내어 주어도 그 마음은 오히려 그것을 즐기고 집착하니 즐기어 집착하기 때문에 필경에는 목숨을 잃는 것처럼, 이 바라문도 역시 이와 같구나.”
030_0039_b_17L爾時,大王卽起悲心,而作是言怪哉衆生咄哉世閒乃無一人修行善法爲己利者我雖種種勸諫是人,而其本心猶樂行惡,譬如蒼蠅在蜜器中,有人拔出心猶樂著,以樂著故乃至喪命,是婆羅門亦復如是
030_0039_c_02L그때 바라문이 한 예리한 칼을 사슴 가죽으로 싼 것에서 곧 꺼내어, 왕의 머리카락을 잡아서 나무 위에 매고는 성난 마음으로 왕의 머리를 베려고 하였으나 칼질이 잘못 되어서 미치지 못하고 나뭇가지만 끊어졌다.
바라문이 그리고는 이젠 완전히 잘라 버렸다고 기뻐하였다.
이것은 이 보살과 모든 천신들의 위덕 때문에 그에게는 왕의 몸에서 머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030_0039_b_23L時,婆羅門持一利刀,以鹿皮覆卽便出之,捉王頭髮繫之樹上,以瞋恚心欲斬王頭刀誤不及,斫斷樹枝時婆羅門謂已斫,竟卽生歡喜,以是菩薩及諸天神威德力故,乃至不見其王身首
그때 나무의 신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어디에 예리한 칼을 지니고 사람의 목숨을 살해하는 바라문이 있단 말이냐. 네 손이 어찌하여 땅에 떨어지지 않고, 이 땅이 어찌하여 갈라져서 네 몸뚱이를 빠져들게 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이 청정한 사람에게 그런 악한 마음을 내느냐. 그러고도 네 몸뚱이가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이 보살이 너를 옹호한 때문이니라.”
030_0039_c_05L爾時,樹神語婆羅門言何處當有婆羅門人,受畜利刀殺害人命,汝手云何不墮於地何不裂陷汝身耶云何於此淸淨人邊生是惡心汝身所以不陷地者,賴是菩薩擁護汝故
그때 바라문이 진실로 보살의 머리를 베었다고 하면서 원한심이 풀려서 곧 돌아갔고 왕도 역시 궁전으로 돌아오니 몸이 안전하여 조금도 상한 데가 없었다.보살마하살이 단바라밀을 행할 때, 능히 이렇게 하여 버리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030_0039_c_10L時,婆羅門謂得眞實斷菩薩頭,怨心得解卽便還去,王亦還宮身安無損菩薩摩訶薩,行檀波羅蜜時,能作如是,無所不捨
菩薩本緣經卷中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