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出家事 卷第三

ABC_IT_K1391_T_003
037_0911_a_01L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출가사 제3권
037_0911_a_01L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出家事 卷第三


당나라 의정 한역
박홍배 번역
037_0911_a_02L大唐三藏義淨奉 制譯


부처님께서 실라벌성(室羅筏成) 서다림(逝多林)의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존자 근군(近軍) 비구가 마을을 다니다가 석 달 우기 동안의 안거[雨安居]를 마치고는 한 제자를 제도하여 그와 함께 차츰 걸어서 실라벌성에 이르렀다.
이때 근군 비구는 발을 씻고 부처님의 곁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모든 부처님의 평소의 법에는 객비구가 오면 먼저 “잘 왔다. 어디에서 왔느냐?” 하시고 또 어느 곳에서 석 달 동안의 여름 안거를 지냈느냐고 묻게 되어 있다.
037_0911_a_03L佛在室羅筏城逝多林給孤獨園具壽近軍苾芻遊行人閒三月坐雨安居已度一弟子與彼漸行至室羅筏城爾時具壽近軍洗足已往詣佛頂禮佛足退坐一面諸佛常法有客苾芻來先唱善來從何處來於何方三月坐雨安居
부처님께서 근군 비구에게 이르셨다.
“그대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느 곳에서 석 달 동안 안거하였는가?”
근군 비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른 나라에서 왔으며 그곳에서 석 달 동안 안거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이 선남자는 누구의 제자인가?”
근군이 대답했다.
“그는 저의 제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출가한 지 얼마나 되었는가?”
“지금 2년이 지났으며, 저 제자를 제도한 지는 1년이 지났습니다.”
037_0911_a_10L爾時佛告近軍苾芻汝從何方來何處三月坐雨安居近軍苾芻白言世尊我從餘國於彼三月坐雨安居佛問言此善男子是誰弟子近軍答曰是我弟子佛言汝出家幾時答曰經今二年弟子度經一年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이 근군 비구는 허물을 저질러 스승이 되었다. 나는 지금 여러 비구들을 위해 법을 만들겠다.
출가한 지 1년이 지난 이는 다른 이를 제도하거나 구족계를 주지 못하며 함께 살지 못하고 혼자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 만일 출가한 지 10년 미만이면 사미를 제도하지 못하고 구족계를 주지 못한다. 객승이 있더라도 전부터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이면 함께 의지하지 말라.
037_0911_a_16L爾時佛告諸苾芻曰此近軍已起過爲首我今制諸苾芻不應出家經年度餘弟子及授近圓不與同住應自依止若出家未滿十不度求寂及授近圓有客僧來不相識不與依止
037_0911_b_01L만일 10년이 되었고 『별해탈계경(別解脫戒經)』에 대하여 그 통하고 막힌 것을 잘 알면 사미를 제도하는 일이나 의지가 되어 주는 일 등을 모두 할 수 있다.
스스로도 조복 받지 못한 이가 다른 사람을 조복시킨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것처럼 범부도 또한 다른 사람을 제도하지 못한다.
스스로가 해탈적정과 열반을 깨치지 못하고서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는 것은 옳지 않고, 스스로도 진흙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가 다른 사람을 건지고자 한다면 이것 또한 옳지 못하다.”
037_0911_a_21L若滿十夏於別解脫戒經善知通塞應度求寂依止等事皆悉應作自未調伏調伏於他無有是如是愚小亦不應度自未證悟解脫寂定及以涅槃爲他說者亦無是自墮淤泥猶未得出擬欲度他亦非理
그때 나이는 많으나 아는 것이 없는 비구가 계율을 잘 몰라서 어느 외도를 제도하고 또 구족계를 주었다.
구족계를 받은 뒤 제자는 스승에게 말했다.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나 그 스승은 아는 것이 없었으므로 잠자코 대답이 없으니, 제자는 드디어 스승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일었다.
비구들이 이 사실을 알고 그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10년이 된 비구만이 제자를 제도하는 것을 허락한다. 구족계에 관한 것도 앞에서와 같고 남에게 의지해 살지 않아도 됨을 허락하노니, 다섯 가지 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037_0911_b_05L時有年老無知苾芻不閑戒度一外道及授近圓旣近圓已鄔波馱耶曰今教授我其師不解然無對遂生譏嫌諸苾芻知以緣白佛言我今許十夏苾芻許度弟子近圓如前不於他依止而成就五法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첫째 구족계를 받은 지 10년이 지났고, 둘째 제자가 병이 났으면 간병할 수 있고, 셋째 악한 일을 범했다고 의심되면 능히 드러내어 고칠 수 있고, 넷째 삿된 견해가 있으면 바른 견해를 갖게 하고, 다섯째 법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부지런히 거두어서 즐거이 머물도록 하나니, 이것이 다섯 가지이니라.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계행이 구족하고, 둘째 들은 것이 많고, 셋째 경을 지송하고, 넷째 율을 지니고, 다섯째는 모론(母論)을 잘 아는 것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이다.
037_0911_b_10L何等爲五一者近圓經十夏已上;二者弟子患能爲看養;三者有惡作疑犯隨事擧勖;四者若有邪見教令正見;五者若不樂法勤攝受令樂住是名五法復有五種何等爲五一者具戒二者多聞三者持經四者持律五者善持母論是名爲五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계를 갖춤이 결함이 없고, 둘째 들은 것이 많고, 셋째 경전의 이치를 분명히 알고, 넷째 율에 대하여 막히고 트이는 법을 잘 알고, 다섯째 논장에 대하여 그 이치를 밝게 아는 것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이다.
다시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계를 갖추고, 둘째 들은 것이 많고, 셋째 경을 지송하되 뜻을 알고, 넷째 율의 뜻을 잘 통달하고, 다섯째 논장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이다. 더 자세한 것은 앞에서 밝힌 것과 같다.
037_0911_b_17L復有五種何等爲五一者具戒無缺二者多聞三者善明經義四者於毘奈耶善知通塞五者磨窒哩迦藏善明義趣是名爲復有五種何等爲五一者具戒者多聞三者持經知義四者善通毘奈耶五者善明摩窒哩迦藏是名爲廣如前說
037_0911_c_01L다시 다섯 가지가 있다. 이 다섯 가지는 앞과 같으나 다만 하나하나의 앞에 극언(極言)이라는 말만 더하였으니, 그 상세한 설명은 앞과 같다.
다시 다섯 가지가 있으니, 이것 또한 하나하나의 앞에 승(勝)자를 더한다.
다시 다섯 가지가 있으니, 역시 앞의 설명과 같으나 매 구절마다에 능(能)자를 더하는 것이다. 그 상세한 설명은 앞과 같다.
037_0911_c_01L復有五種云何爲五五同前於一一上唯加極言廣說如復有五種此五亦同於一一上加勝字復有五種亦同上說於上加廣說如前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계를 성취하는 일이고, 둘째 듣는 것을 많이 성취하는 일이며, 셋째 뛰어난 해탈을 성취하는 일이고, 넷째 증지(證智)로 얻는 뛰어난 해탈을 성취하는 일이며, 다섯째 지혜를 성취하는 일이니, 다섯 가지이다.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믿음을 성취하는 일이요, 둘째는 계를 성취하는 일이요, 셋째는 많이 보고 듣는 것을 성취하는 일이요, 넷째는 사(捨)를 성취하는 일이요, 다섯째는 지(智)를 성취하는 일이니, 그 상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다.
037_0911_c_05L復有五種云何爲五者戒成就二者多聞成就三者勝解脫成就四者證智勝解脫成就五者智慧成就是名爲五復有五種一者信成就二者戒成就三者多聞成就四者捨成就五者智成就廣說如前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계를 구족함이요, 둘째는 들은 것이 많음이요, 셋째는 정진함이요, 넷째는 염(念)함이요, 다섯째는 지혜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이며 그 상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다.
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계를 구족하는 것이요, 둘째는 들은 것이 많음이요, 셋째는 정진함이요, 넷째는 정(定)이요, 다섯째는 반야(般若)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이다.
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앞의 넷은 앞과 같고, 다섯째는 적정(寂靜)을 즐기는 일이다.
037_0911_c_10L復有五種云何爲五一者具戒二者多聞三者精進四者念五者慧是名爲廣說同前復有五種何等爲五者具戒二者多聞三者精進四者定五者般若是爲五復有五種四者同上第五爲是樂寂靜坐
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유학의 계[有學戒]를 성취하는 일이요, 둘째는 유학의 정(定)을 성취하는 일이요, 셋째는 유학의 혜(慧)를 성취하는 일이요, 넷째는 유학의 해탈을 성취하는 일이요, 다섯째는 유학의 해탈지견을 성취하는 일이다. 그 상세한 설명은 다른 경전의 내용과 같다.
또한 다섯 가지 무학(無學)의 성취가 있으니, 그 항목은 유학의 성취의 말씀과 같다.
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허물이 있음을 아는 일이요, 둘째는 나타내 보이는 것이요, 셋째는 뜻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요, 넷째는 버리는 일이요, 다섯째는 해결된 것에 따르는 것이다.
037_0911_c_16L復有五種一者有學戒蘊成就二者有學定蘊成就三者有學慧蘊成就四者有學解脫蘊成就五者有學解脫知見蘊成就廣說如餘復有五種無學成就同有學說復有五種一者知有過二者表三者意表示四者捨棄五者隨解
037_0912_a_01L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장애가 있음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장애가 없음을 아는 것이요, 셋째는 말을 따라 가르치는 것이요, 넷째는 제자에게 의지할 곳이 되어 주는 일이요, 다섯째는 거두어 주는 일이니, 그 상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다.
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계율을 범함이 있음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계율을 범함이 없음을 아는 일이요, 셋째는 가벼운 일임을 아는 것이요, 넷째는 무거운 일임을 아는 것이요, 다섯째는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알아 널리 설명하는 일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여 10년이 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출가시켜 주거나 구족계를 주거나 의지할 곳이 되어 주거나 교시해 줄 수 있지만 이러한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가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한다.”
037_0911_c_22L復有五種何者爲五一者知有留難二者知無留難三者隨說教示四者與依止弟子五者攝受廣說如前復有五種云何爲五一者知有犯二者知無犯三者知輕四者知重五者知波羅底木叉廣解演說成就五法滿十夏者得與人出家近圓與依止及教如自不具上五法成就者應依止他
그때 존자 오파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고 10년이 된 이는 마땅히 제자를 제도하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지만 만일 비구가 구족계를 받은 지 60년이 지났어도 아직 별해탈(別解脫)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섯 가지 법도 성취하지 못한 이는 다른 사람을 의지해서 살아야 합니까?”
“마땅히 다른 사람을 의지해서 살아야 하느니라.”
“어떻게 의지해야 됩니까?”
“늙은 비구에게 의지해야 하느니라.”
“만일 늙은 비구가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젊은 사람을 의지하되, 오직 예배하는 일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가르침을 받아야 하느니라.”
037_0912_a_07L爾時具壽鄔波離白佛言世尊如佛所說已五法成就滿十夏應度弟子自不應依止他若苾芻近圓經六十不解別解脫若不成就五法者依止他住不佛言應依止他住白言云何依止佛言依止老者白言若無老者云何當住佛言當依止少者除禮拜餘皆取教示
부처님께서 실라벌성 서다림의 급고독원에 계실 때 한 비구가 있었다.
그 비구는 어리석고 무지하여 선악의 구별을 못하고 외도를 제도해서 구족계를 받게 하였는데, 마침내는 여러 비구들과 늘 다투더니 환속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여러 가지로 헐뜯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었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037_0912_a_15L佛在室羅筏城逝多林給孤獨園有一苾芻愚癡無智不閑善惡遂度外道令受近圓乃共諸苾芻常爲諍論便歸俗種種謗毀遂生譏嫌時諸苾芻以緣白佛
037_0912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어리석고 무지하게도 옳은 법을 버리고 삿된 견해를 가지게 되었도다. 비유하자면 마치 굶주린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버리고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이 사람도 어리석기 때문에 옳은 법을 버리고 외도의 사견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니 비구들아, 외도를 제도하여 제자로 삼지 말고 오직 석자(釋子)만을 제도하라.
만일 석자가 외도의 옷을 입고 와서 출가하여 구족계 받기를 구하거든 마땅히 이런 사람은 제도하여 비구의 자질을 성취케 해 주어야 하지만 이러한 석가종족 이외의 다른 외도는 넉 달 동안 함께 살아야 하느니라.”
037_0912_a_20L佛言何有斯事愚癡無棄善法律而就邪見譬如有人火所逼棄好飮食噉諸穢惡如是之亦復如是由彼愚癡棄善法律樂外道邪見是故苾芻不應輒度外道以爲弟子唯度釋子若有釋子外道服來求出家及近圓者如此應度成苾芻性除斯釋種自餘外道皆應四月共住
부처님께서 외도들에게 이미 넉 달 동안 함께 머물면서 비구를 받들어 공양하도록 허락하신 뒤에도 본래의 옷을 버리지 않는 이가 있었다.
그때 비구들은 그런 사람과 함께 머무는 법과 제도하는 법을 알 수 없어 그 사연을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외도가 와서 출가를 구하거든 먼저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가를 물어보라. 만일 아무런 이상이 없거든 세 가지에 귀의하는 계와 5처 학계를 줄 수 있나니, 그를 대중으로 데리고 와서 스님들 앞에 호궤합장케 한 뒤에 그로 하여금 말하게 하기를 ‘대덕 스님들은 들으십시오. 저는 외도로서 이름은 아무개인데 지금 출가하고자 하며 넉 달 동안 저의 본래의 옷을 입고 스님들께 공양하겠습니다. 여러 대중께서는 허락해 주소서’라고 하게 하여라.
037_0912_b_05L佛已許度外道四月共住承事供養不捨本衣時諸苾芻不知共住及以度法以緣白佛佛言若有外道來求出家先可應問身無障難若無障難已與受三歸及五學處將向衆中於僧伽前蹲踞合掌教彼作如是言大德僧伽聽我是外道名字某今求出家於四月中以我本服養僧伽願衆許我
그리고나서 대중은 눈에는 잘 보이지만 귀에 잘 들리지 않는 자리에 한 비구를 선택하여 이 일을 갈마하게 하되 이렇게 말하여라.
‘대덕 스님들은 들으십시오. 이 외도 아무개는 지금 출가를 구하여 본래의 의복으로 넉 달 동안 스승과 스님들께 공양하고 공경하겠습니다. 만일 스님께서 때에 맞게 와서 들었거든 허락하십시오. 만일 허락지 못하겠으면 말씀하십시오.’
이렇게 세 번 말하여 승가가 허락하거든 다시 ‘모두가 묵연히 말이 없는 고로 이 일을 이와 같이 수지합니다’라고 말하여라.
넉 달 동안 하는 일은 모두 사미들과 똑같이 친 스승이 주는 옷을 입고 승가가 먹는 밥을 함께 먹어야 한다.
만일 넉 달 동안에 외도의 견해를 바꾸면 출가를 허락할 수 있지만 마음속으로 외도의 견해를 여전히 즐긴다면 이는 내보내야 한다.”
037_0912_b_13L已著眼見耳不聞應可差一苾芻謂作羯磨作如是說大德僧伽聽此外道某甲今求出家以本服於四月中供養鄔波馱耶及以僧伽若僧伽時至聽者僧伽應許;若不許者說如是三說僧伽已聽許由其默然故我今如是持於四月中所有事業一同求寂著親教師衣僧伽食於四月中若舊見改應與出家;若心樂外道者應驅令出
037_0912_c_01L그때 존자 오파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외도의 견해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그 견해를 바꾼 줄 알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 그의 앞에서 삼보를 찬탄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말하며 외도들을 험담하고 갖가지로 비방하였을 때에, 그가 만일 불ㆍ법ㆍ승 삼보를 찬탄하는 것을 듣거나 자기의 본 종족을 험담하는 말을 듣고도 환희의 마음을 내는 사람은 출가시킬 것이요, 삼보를 찬탄하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환희하지 않거나 외도를 험담하는 말을 듣고 근심 걱정을 하는 사람은 제도하지 말고 내보내도록 하여라. 외도의 종족을 험담하는 말을 듣고도 성나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환희하는 마음을 내는 이는 옛 외도의 견해를 고친 사람이다.”
037_0912_b_22L時具壽鄔波離問佛世尊如佛所改舊見云何得知改於舊見應於彼前讚歎三寶說佛功德毀外道種種毀訾若聞讚歎佛法與聞毀本族心生歡喜應與出家讚三寶心則不喜聞毀訾外道心生憂慼卽不應度應驅擯出若聞毀訾外道之種心不瞋恨便生歡喜是改舊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만일 불을 섬기는 외도가 와서 출가하기를 구하면 그를 제도하고 구족계도 주어라. 왜냐하면 이 불을 섬기는 외도들은 세 종류의 업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세 종류의 업이란 이른바 유업(有業)과 소작업(所作業)과 작인업(作因業)이다. 이런 이유가 있으니 그들은 제도해 주고 너희 비구들도 이런 것은 배우도록 하여라. 이들의 유업과 소작업과 작인업은 너희들도 마땅히 배워야 한다.”
037_0912_c_08L佛言若有事火外道來求出家與彼度及授近圓何以故此事火種信三種業何等爲三所謂有業及所作業與作因業是故應度汝等苾應如是學此等有業與有所作業及所作因業汝等當學
부처님께서 왕사성 갈란탁가 못가의 죽림원에서 석 달 동안 여름 안거를 마치셨다.
그때 왕사성에는 나이가 많은 비구는 적고 젊은 비구는 많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남산(南山)을 가시고자 마을을 지나시다가 아난에게 이르셨다.
“너는 여러 비구들에게 나를 따라가고자 하는 사람은 가사를 잘 손질하라고 일러라.”
분부를 받은 아난은 여러 곳으로 가서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마을에 다니러 가시려고 하는데 세존을 따를 사람은 가사를 잘 손질하라고 하셨습니다.”
037_0912_c_13L佛在王舍城羯蘭鐸迦池竹林園月坐雨安居已時王舍城耆宿苾芻數少年少者多爾時世尊欲往南山遊行人間告阿難陀曰汝應告諸苾芻欲隨世尊者應修營支伐羅時阿難陀受教勅已卽詣諸處告諸苾芻曰世尊欲往人間遊行若欲隨世尊者應修營支伐羅
037_0913_a_01L이때 나이 많은 비구가 존자 아난에게 말했다.
“나는 부처님을 따라다닐 수 없습니다.”
아난이 물었다.
“무엇 때문이요?”
“늙어서입니다.”
그때 젊은 비구들이 말했다.
“우리들도 가지 못하겠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저희 스승께서 따라가지 않으시니 저희들도 스승을 모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적은 수의 제자들과 함께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시면서 코끼리왕이 바라보듯이 비구들이 여법하게 병(甁)과 발우를 지녔는지 좌우로 돌아보셨다.
037_0912_c_21L時耆宿苾芻告具壽阿難陀我不能隨世尊遊行阿難陀告何故不能答曰我等年老時少年者我等不去問曰何故答言我之師主旣不隨去我今須爲看侍鄔波馱耶爾時世尊與少弟子具持衣鉢卽往人閒在路遊行左右顧望如大象王恐諸苾芻執持甁鉢有不如法
부처님께서 이렇게 돌아보시다가 비구의 숫자가 적음을 보시고 아시면서도 짐짓 아난에게 물으셨다.
“무슨 까닭에 비구들의 숫자가 감소하였는가?”
아난이 앞에서의 일을 빠짐없이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5년 이상된 비구가 다섯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공부하는 곳 어디서나 마을에 다닐 수 있으며 의지하여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하리라. 무엇이 다섯 가지 법인가 하면. 첫째 범함이 있는 줄 아는 것이요, 둘째 범함이 없음을 아는 일이요, 셋째 무거운 죄를 아는 일이요, 넷째 가벼운 죄를 아는 일이요, 다섯째 바라제목차를 잘 지켜서 능히 널리 설명하는 일이니, 이것을 다섯 가지 법이라 한다. 그러니 이 다섯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마을을 다니며 가는 곳에 따라 공부해도 되며, 떠나거나 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037_0913_a_06L世尊迴顧乃見苾芻其數不多世尊知而故問告阿難陀曰何故苾芻徒衆減時阿難陀以如上事具答世尊告諸苾芻我今應許五夏已上苾芻成就五法得隨處學遊行人閒不依止住何等五法一者知有犯二者知無犯三者知重罪四者知輕罪五者善持鉢唎底木叉廣能宣說是名五法遊行人閒隨處受學得往勿疑
존자 오바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6년 뒤에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여도 마을에 나가 공부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된다.”
“그럼 3년 만에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여도 마을에 나가 공부할 수 있습니까?”
“안 된다.”
“내가 지금 법을 제정하노니 5년 이상이 되고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한 이는 마음대로 떠날 수 있고, 만일 이 기간이 차지 않은 이는 비록 삼장(三藏)을 꿰뚫었다 할지라도 마을에 다니면서 공부할 수 없다.”
037_0913_a_15L壽鄔波離問佛世尊六年已去成就五法遊行人閒受學得不佛言白世尊三夏成就五法得往以不不得佛言我今當制五夏已上就五法得隨意去若未滿者縱閑三亦不應往遊行受學
037_0913_b_01L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실 때 존자 대목건련이 17명의 대중에게 출가를 허락하고 구족계를 주었는데, 이들은 다 나이가 어리고 오파리가 가장 우두머리였다.
나이가 어린 그들은 밤에 배고픔을 참지 못해 새벽까지 울어대니 부처님께서는 알고 계시면서도 아난에게 물으셨다.
“무슨 이유로 밤중에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는가?”
아난이 그 사연을 낱낱이 대답하였다.
037_0913_a_21L佛在室羅筏城逝多林給孤獨園時具壽大目乾連與十七衆出家幷受近圓皆幼年以鄔波離爲首夜中忍飢徹曉啼時佛世尊知而故問告阿難陀曰何故夜中小兒啼聲阿難陀以緣具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셨다.
“내가 지금 법을 제정하노니 나이가 20세 미만인 자에게는 구족계를 줄 수 없으며 비구를 만들 수 없다. 왜냐하면 20세 미만은 굶주림ㆍ추위ㆍ더위ㆍ목마름 등과 모기ㆍ깔다기 등에 물리거나 병고 등을 참지 못하며, 또 스승이 꾸짖으면 참지 못하고 그 밖의 모든 고통도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037_0913_b_04L佛告諸苾芻我今當制若年未滿二十不應與受近圓成苾芻性所以者何未滿二十不能忍飢寒熱渴乏蚊虫所唼及病等又師呵嘖不能忍及諸苦惱由是幼小不能忍斯如上等苦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20세가 넘어야 뜻이 확고히 굳혀져서 위와 같은 꾸지람 등의 고통을 능히 참아낼 수가 있는데 나이가 차지 않은 이에게 구족계를 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과실이 생겼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20세가 되지 않은 이에게는 구족계를 주지 말라. 혹 구족계 받기를 원하는 사미가 있거든 비구는 반드시 나이 20세가 되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만일 묻지 않으면 법을 어긴 죄를 받는다.”
037_0913_b_09L佛告阿難陁若滿二十卽有志烈能忍如上呵嘖等苦由年未滿與受近圓有如是過是故苾芻若未滿二十不應與授近圓若有求寂來求近圓苾芻應問年二十不若不問者得越法罪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이 성안에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아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집안이 기울기 시작했다.
장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가난하니 출가하리라.’
그리고는 문득 아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나이가 많아 너에게 가업을 물려줄 수가 없다. 나는 지금 바른 법에 출가하고자 하는데 너의 뜻은 어떠하냐?”
아들은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만일 아버지께서 출가하신다면 저 또한 아버지를 따라 출가하겠습니다.”
“좋다.”
037_0913_b_14L佛在室羅筏城逝多林給孤獨園此城中有一長者娶妻未夂便誕一長養漸大長者家業漸漸散盡便作是念我今貧困應求出家便命子曰我今年老不能與汝紹其家業我今欲於善法律中於彼出家於汝意云何子白父言父若出家我今亦應隨父出家父報言
037_0913_c_01L그리하여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서다림으로 가서 비구에게 아뢰었다.
“성자여, 저회들을 출가토록 하여 주소서.”
비구는 “알겠소”라고 하고, 다시 물었다.
“어진이여, 이 어린 동자는 그대와 친인척입니까?”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이 아이는 저의 아들로서 출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비구는 두 부자를 함께 출가시켜 주고, 네 가지 위의와 음식을 먹고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037_0913_b_22L于時父子相隨往詣逝多林於苾芻處白言聖者願與我等而爲出家苾芻報言又告曰此小童子是汝何親答言是子亦欲出家時彼苾芻俱與出家教四威及以喫食
그러더니 며칠이 지나자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라. 사슴은 사슴을 기르지 아니한다. 실라벌성은 우리들의 경계로서 매우 광대하며 많은 백성들이 삼보를 공경하여 믿고 있으니, 너희들은 그곳에 가서 스스로 음식과 의복을 구하여 목숨을 보전하여라.”
이 말을 듣고 가사와 발우를 엄정히 지니고 함께 실라벌성으로 가서 차례로 걸식을 하였다.
큰 길을 지나는데 어떤 부인이 전병을 굽고 있었다. 이것을 본 어린 사미는 곧 달려가 구걸하자 그 여인이 말했다.
“값을 달라.”
사미가 대답하였다.
“나는 사문으로서 재물을 지니지 않습니다.”
037_0913_c_04L經數日已告言汝去鹿不養鹿室羅筏城是我境界極以廣多諸人民敬信三寶汝應往彼求衣食養活軀命聞是語已嚴持衣相隨往詣室羅筏城次第乞食於衢路見一婦人作其煎餠時小求寂卽從乞求女人報曰與我價直寂報言我是沙門不畜財物
이렇게 값을 치를 수 없어 전병을 얻지 못한 어린 사미는 소리 높여 울면서 땅바닥에 뒹굴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서 좋지 않은 생각을 내게 되었다.
“왜 비구들은 핏덩이를 제도하는가?”
그리하여 비구들이 이 모든 사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과실은 어린 것을 제도하여 출가시킨 데에 있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만 15세가 차지 않으면 출가를 허락할 수 없다. 만일 동자가 와서 출가를 구하면 비구는 나이 15세가 되었는지를 물어보라. 만일 묻지 않으면 법을 어긴 죄를 받게 된다.”
037_0913_c_11L旣不與乞餠不得時小求寂高聲啼泣轉于地時諸人等遂生譏嫌何故苾芻度此血團時諸苾芻以緣白佛所有過失悉由度彼幼小出家今以去未滿十五不與出家若有童子來求出家苾芻應問年十五不不問者得越法罪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실 때 장자 오파난다에게 두 사미승이 있었는데 서로가 장난하여 놀리기를 마치 여자와 장부의 장난과도 같고 또한 남자가 여자와 같이 노는 것 같았다.
비구들이 이 사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과실은 두 사미승을 기른 데에서 기인한 것이니, 만일 사미를 기르면 법을 어긴 죄를 받는다.”
037_0913_c_18L佛在室羅筏城逝多林給孤獨園具壽鄔波難陁有二求寂更相調戲猶如女人與丈夫戲亦如男子共女人戲時諸苾芻以緣白佛佛言所有過失斯由畜二求寂若畜者得越法罪
037_0914_a_01L부처님께서 이렇게 제정하신 뒤 어느 날 두 형제가 있었는데 나이가 서로 비슷한 상태에서 함께 출가하고자 왔다.
그때 비구들은 그들을 어떻게 제도해야 할지 몰라 그 사연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형제가 동시에 출가하려 한다면 제도해 주어도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 그 두 사미가 아직 나이가 차지 않았거든 한 사람은 남겨두어 일을 가르치고 한 사람은 선지식을 가까이하게 하거나, 혹은 대덕에게 맡겼다가 나이가 차거든 구족계를 주어라. 혹 나이가 차지 않은 쪽을 양육하여도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나이가 20세가 되었는데도 그들에게 구족계를 주지 않으면 법을 어긴 죄를 받는다.”
037_0913_c_23L佛旣制已時有兄弟二人年幾相似來求出家時諸苾芻不敢度彼不知云何以緣白佛若有足弟一時求出家者應度無彼二求寂竝未年滿應自留一教受事業將一付與親知識處或大德處若至年滿應與近圓其未滿自養無犯若年二十不與彼等而受近圓得越法罪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실 때 이 성안에 한 거사가 있었는데 그의 집에는 한 사람의 종이 있었다.
그는 부지런히 일하여 조금도 게으르지 않았고 모든 할 일은 남보다 먼저 끝났다.
그러나 어느 날 주인이 그에게 성을 내자, 그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주인을 섬기기가 어려우니 도망을 가야겠다.’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태어난 곳을 버리고 떠나기가 매우 어려우나 저 성문(聲聞)인 석가의 제자들은 임금의 은총을 입어서 아무도 그들을 해칠 이가 없으니 나는 그분들에게 가서 출가하리라.’
037_0914_a_08L佛在室羅筏城逝多林給孤獨園此城中有一居士家有一奴勤求作務無有懈怠所有作務先首爲了於異時曹主生瞋便作是念曹主甚難承事我當逃走復作是念生處難是諸聲聞釋子於王得恩無能損我投彼處出家
생각 끝에 그는 서다림에 가서 비구에게 말했다.
“성자여, 저는 출가를 원합니다.”
비구들은 출가를 허락하고 구족계도 준 뒤에 여러 가지로 교시하니, 그는 그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고 연구하여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그 상세한 것은 다른 곳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이때 비로소 장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종은 모든 하는 일에 게으름이 없었으니 내가 성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로 하여금 나를 버리게 했다. 내가 만일 그를 만나면 참회를 해야겠다.’
그리고 그는 실라벌성의 성문 옆에 서 있었다.
037_0914_a_15L其奴卽往逝多園於苾芻處白言聖者我欲求出家時諸苾芻卽與出家及近圓已種種教示依教修行硏求能除諸煩惱證阿羅漢果如餘廣說于時長者乃生悔心便作是念我奴所作之事切無有懈怠我不應瞋令彼捨我若見彼應從懺摩卽於室羅筏城城門邊立
037_0914_b_01L그러자 그 비구는 공양 때가 되어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성안으로 들어와 걸식하였고, 그를 본 장자가 이렇게 말했다.
“어진이여, 그대는 출가하였는가?”
“그렇소.”
장자가 다시 말했다.
“지금 나를 시중들 사람이 없어서 그러니 내 시중을 좀 들어주오.”
이렇게 말하고 그들은 함께 돌아왔으나 비구는 곧 하늘로 올라가 여러 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었다.
이때 장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곧 신심으로 귀의했고, 그 마음의 뉘우침의 빠르기가 마치 큰 나무가 쓰러지는 것 같았다.
장자는 비구의 발에 정례하면서 말했다.
“성자시여, 이러한 공덕을 증득하였군요. 지금부터는 나의 의복과 침구와 음식과 탕약을 받으시오.”
037_0914_a_23L然彼苾芻食時執持衣鉢入城乞食彼見告言賢首汝得出家耶報曰現今無人可給事我相隨歸舍爾時苾芻卽昇虛空乃現種種神變是時居士而生悔心速便歸信心疾迴轉猶如大樹摧倒頂禮其足白言聖者得證如此功能願從今已受我衣服臥具飮食湯藥
이리하여 그의 명성이 자자했으니 ‘아무개네 종이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이러이러한 승묘한 공덕을 이루었다’고 소문이 났다.
그때 승광왕이 이 소식을 듣고서 말하였다.
“아무개 장자의 노비가 출가하여 훌륭한 공덕을 증득하였고 아라한과까지 얻었다 한다.”
이 말을 마치고 곧 군신에게 명하였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관정찰리왕의 종족으로서 지금 이후 모든 관료나 장자의 노비들이 출가를 원한다면 그것을 허락하여 방해하지 말라.”
037_0914_b_07L名稱普某甲奴出家證阿羅漢果有如是勝妙功德時勝光王聞此語已某甲長者有奴出家殊勝證悟能獲四果作是語已卽命群臣而告之曰汝等應知我是灌頂剎利王種從今已往一切官寮長者等家有奴求出俗者便放出家勿令障礙
그때 실라벌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 집의 노비는 항상 부지런하여 게으름이 없었다. 그 상세한 설명은 앞에서와 같다.
그리하여 출가하였고 구족계를 받아 법식을 배우는데 한 비구가 말했다.
“어진이여, 사슴은 사슴을 기르지 못한다. 실라벌성은 땅도 넓고 부모님이 계시는 곳이니 그대는 가서 걸식을 하여 살라.”
이때 장자는 뉘우치는 마음이 생겨 생각하게 되었다.
‘그 종은 부지런히 일하여 늘 게으르지 않았으니 만일 그를 만나면 참회를 구할 것이다.’
037_0914_b_14L室羅筏城時有長者家有一奴勤求作務常不懈怠說如前便卽出家幷受圓具令學法告言賢首鹿不養鹿其室羅筏城土地寬廣父母居處汝今可去乞食而活時彼長者心生追悔便作是念彼奴勤求作務常不懈怠我若見時應求懺悔
037_0914_c_01L그때 장자가 실라벌성 성문 옆에 서 있으니, 공양 때가 되어 그 비구가 걸식을 하러 가사와 발우를 들고 성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보고 장자가 말했다.
“어진이여, 그대가 출가하였으니 누가 나의 일을 도와주겠는가? 함께 집으로 가도록 합시다.”
그러면서 팔을 잡으니 비구가 말했다.
“만일 나에게 손을 대면 그대의 팔뚝을 끊어버릴 것이다. 승광왕이 칙명으로 비구에게 은혜를 내리기를 마치 태자와 같이 하기때문이다.”
037_0914_b_21L時彼長者遂於室羅筏城門側而立時彼苾芻食時著衣持鉢城乞食長者見已告言賢首汝得出誰當事我可共歸家卽便執臂芻告曰若觸我者當截汝腕勝光王恩垂苾芻由如太子
그 장자는 비구를 헐뜯는 말을 하였다.
“사문인 부처님의 제자가 나의 성황(城隍)을 무너뜨리고 또 나의 청정한 마음을 무너뜨렸는데 어떻게 종이 함께 출가할 수 있습니까?”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사연을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시고 말씀하셨다.
“그런 허물이 있었구나. 지금부터 이후로 너희 비구들은 종이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말라. 출가를 구하는 사람이 있거든 반드시 ‘너는 종이냐, 아니냐?’라고 물을 것이니, 만일 종을 출가시키는 사람은 법을 어긴 죄를 받을 것이다.”
037_0914_c_03L是長者毀呰苾芻曰沙門釋子壞我城隍及壞梵豈合與奴出家時諸苾芻聞此事以緣白佛爾時世尊便作是念有斯過從今已往汝等苾芻不應與奴出家若有求者當可問之汝是奴若與奴出家者得越法罪
그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는데, 그 성안에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매번 과전(課錢)을 풀었다가 혹은 이자를 거두어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본전과 이자를 함께 거두기도 하였다.
그뒤 어느 날 빚진 사람에게 본전과 이자를 함께 받아내고자 오랫동안 붙잡아 놓고 놓아주지 않더니 기한을 정하고서야 놓아주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장자는 성질이 매우 사납구나. 내가 본전과 이자를 함께 갚을 능력이 없으니 도망을 가야겠다.’
037_0914_c_09L爾時世尊在室羅筏城逝多林給孤獨園於此城中有一長者每放課錢或時收利或時本利俱收復於後時見負債人本利俱索牽掣夂捉不卽共立限方始放還彼人便作是然此長者甚是惡性我復不能本利俱還我當逃走
그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고향을 떠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사문인 부처님의 제자들을 임금께서 태자와 같이 대접한다고 하니, 그들에게 가서 출가를 구해야겠다.’
그는 곧 서다림의 여러 비구들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성자시여, 저는 출가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비구들은 출가를 허락하고 구족계를 주었으며, 또 법식을 가르쳤다.
구족계를 받고 조금도 쉴 틈이 없이 용맹정진하여 얼마 되지 않아 곧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037_0914_c_16L復作是念鄕土難沙門釋子而於王所由如太子今於彼求出家耶卽往逝多林詣苾芻處白言聖者我求出家彼與出家及受近圓幷教法式旣近圓已勇厲精勤於中無閒不經多時乃證阿羅漢果
037_0915_a_01L그때 그 장자는 곧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는 나에게 부채를 져서 수시로 본전과 이자를 상환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내가 그를 업신여겼을까? 만일 지금 다시 그를 만난다면 나는 참회하고 사과하리라.’
그는 성문에서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때 비구는 아침나절이 되자 의발을 가지고 성안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이를 본 장자가 물었다.
“어진이여, 그대가 출가하였으니 누가 본전과 이자를 갚아주겠는가? 지금 함께 집으로 갑시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데리고 가고자 하니, 그때 비구는 곧 하늘로 올라가 열여덟 가지의 신통변화를 나타내었다. 그 상세한 내용은 앞에서와 같다.
037_0914_c_22L時彼長者便生追悔作如是念彼負我債於時時閒常還本利以何因緣輒見輕棄如若今時重得見者我當懺謝卽於城門佇立而住時彼苾芻於日初分執持衣鉢入城乞食長者便見問言賢首汝已出家雖復時時常還本利今可共歸便執其手欲引而行爾時苾芻便卽昇空乃現種種十八神變廣說如上
이를 본 장자는 곧 귀의할 마음이 마치 큰 나무가 땅에 쓰러지듯 빨리 회전하였다.
그는 비구 앞에 엎드려 말했다.
“성자여, 이렇게 뛰어난 공덕과 최상의 묘과를 증득하셨군요. 지금부터 성자께서 필요한 도구와 의복과 음식을 내가 공양하겠으니 존자시여, 받아주소서.”
그때 사방의 먼 곳까지 아무개의 빚쟁이가 이러이러한 묘과를 증득하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때 승군왕이 이 일을 듣고서 대신에게 명하였다.
“지금 이후로는 빚을 지고 아직 갚지 못한 사람이더라도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원한다면 그를 막지 말라.”
037_0915_a_07L時彼長者速便歸信心疾迴轉猶如大樹崩倒于地白言聖者獲得如是殊勝功德上妙果證從今以去聖者所須資具衣食我當給與願尊納受爾時四遠皆悉聞知某甲長者所負財主獲如是果時勝軍王旣聞斯事勅大臣曰從今以去所有負債未得還者此等欲於佛所出家若有如是不應與彼生其留難
그때 실라벌성의 한 장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돈놀이를 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물건을 가지고 이익을 보다가 출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슴은 사슴을 기르지 않는다는 등 상세한 설명을 했는데 내용은 앞과 같다.
뒷날 발우를 들고 걸식을 하는데 우연히 그 장자가 보고는 말했다.
“비구여, 그대는 출가하였으니 누가 때때로 나의 본전과 이자를 갚아주겠는가? 함께 집으로 갑시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잡으려 하니, 곧 비구가 말했다.
“너는 내 몸에 손대지 말라. 만일 손을 대면 너의 손을 끊어버리겠다.”
장자가 말했다.
“무슨 이유인가?”
037_0915_a_16L時室羅筏城有一長者債與人時有一人擧物生利乃至出不養鹿等廣如上說復於異時鉢乞食長者遇見告言苾芻汝已出誰復時時償我本利今可共歸執其手苾芻告曰汝莫觸我若觸我當截汝手報言何故
037_0915_b_01L비구가 말했다.
“그대는 듣지 못하였소? 임금께서 칙명을 내려 출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빚을 면제한다고 한 것을.”
그때 장자는 이를 비방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출가한 부처님의 제자는 아주 오만하고, 현재 남의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을 출가시키는구나.”
그리하여 비구들이 이 사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빚진 자를 제도한 것이 잘못이다.’
그리고 비구에게 이르셨다.
“지금 이후로 빚을 진 사람은 제도하지 말라. 만일 제도한다면 법을 어긴 죄를 받으리라.”
037_0915_a_22L苾芻曰汝可不聞王有教令若欲出家一切負債皆悉放免彼共譏嫌作如是語出家釋子多懷傲慢現負他債度令出家苾芻以緣白佛佛作是念由度負債有如是過告諸苾芻從今已後債之人不應輒度若有度者得越法
그때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실 때 한 장자가 아내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은 점점 자라나 아버지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남몰래 도망가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다.
‘고국을 떠난다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은 왕자처럼 여러 가지 일들을 면제받을 것이다. 나도 지금 그에게 출가하리라.’
그는 곧 급고독원으로 가서 비구에게 아뢰었다.
“성자여, 저는 출가하고자 합니다.”
비구들은 곧바로 출가를 허락하고 또 구족계를 주었다.
037_0915_b_06L爾時佛在室羅筏城給孤獨園有一長者娶妻未夂便生一息乃至年漸長大因父瞋責遂卽私逃後作是念鄕國難離然諸釋子皆如王子得免衆事我今宜可於彼出家卽往給園至苾芻所報言聖者我願出家時有苾芻卽與出家及授近圓
그 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찾아 비구의 처소에 이르렀다.
그가 물었다.
“성자여, 이러이러한 동자가 여기 오지 않았소?”
비구가 대답하였다.
“이미 스님이 되었소.”
그 장자가 말했다.
“비구들은 늘 칼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사람이 오자마자 머리를 깎아주다니…….”
또 말하였다.
“어찌 7일이나 8일 정도도 기다리지 않고 곧 제도한단 말인가?”
비구들이 이 사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곧바로 제도하지 말라. 만일 어린 동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와 출가하기를 구하면 7,8일을 기다린 연후에 출가시킬 것이요, 먼 곳에서 와 출가를 구하면 7,8일 동안 기다릴 것 없이 출가를 허락해도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
037_0915_b_13L復於異時其父覓子往苾芻所白言聖者見有如是童子來不報言今已度訖長者告言此等苾芻常執刀耶所有來者卽與剃髮又言豈不待於七八日閒何故卽度苾芻以緣白佛佛言不應卽度若有童子去家不遠來求出家七八日然後方度出家若有遠方來欲出家者不七八日與度無犯
037_0915_c_01L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실 때 한 장자가 아내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아들을 낳았다.
장자가 아내에게 말했다.
“어진 이여, 아들이 자라면 나를 원망하겠지만 나는 지금 외국에 나가 장사를 하겠소. 내가 진 빚은 아들이 갚도록 했으면 하오.”
이렇게 말한 그는 곧 떠나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의 아내가 양육하여 아이가 자라자 학교에 보내어 외전(外典)을 보게 하였는데, 같이 배우는 아이들은 논전(論典)을 바르게 이해하였으나 이 동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037_0915_b_21L佛在室羅筏城逝多林給孤獨園一長者娶妻不夂便生一息于時長者告其妻曰賢首我子長養雖復損我今欲往外國興易我所負債子代還作是語已便卽出去遂乃不還其妻養育兒漸長大送於學內令教外典其同學者所有論典悉皆明解唯此童子全無所獲
그 뒤 어느 날 그 어머니는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물었다.
“남과 같이 학비를 내는데, 어찌된 일로 다른 아이들은 학문이 구비되고 우리 아이만 아는 것이 없습니까?”
선생님이 대답하였다.
“무릇 배우는 일은 두 가지가 있어야 학업이 성취되나니, 무엇이 둘인가 하면, 첫째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추는 것이요, 둘째는 두려움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도무지 이런 것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말했다.
“선생님, 그런데 왜 매를 들지 않으셨습니까?”
037_0915_c_06L復於異時其母詣學告博士曰一種與直何故諸人學問俱備唯我童兒都無所解博士報曰夫所學者有二種事學業成就何等爲二一者具羞二者有怖然此童子都無此二其母告言博士何不與杖
그리하여 뒷날 선생님이 매를 조금 대면서 꾸짖자 이 아이는 그만 울면서 어머니께 가서 이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도 그를 때리니, 동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고통스럽다. 전에는 한쪽에서만 맞았는데 지금은 양쪽에서 맞아야 하니,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겠다. 차라리 서다림으로 도망쳐 가야겠다.’
서다림에 이르러 한 사미가 꽃을 따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감탄하면서 말하였다.
“매우 즐거워 보입니다.”
037_0915_c_12L復於異時博士纔打種種呵責乃卽啼泣;歸向母邊具陳上事其母還打時彼童子便作是念我遭苦事前於一處被打今遭兩處不能受苦可逃去入逝多林至彼見一求寂採便卽歎言甚大快樂
그리고는 무슨 까닭으로 즐거워하는지를 물었다. 출가했기때문이라고 하고, 사미가 다시 말하였다.
“그대는 왜 출가하지 않는가?”
동자가 대답했다.
“누가 감히 나를 출가시켜 주겠는가?”
사미가 대답했다.
“이리 오시오. 스승에게 가서 물어봅시다.”
스승을 뵈옵고 아뢰었다.
“스승이시여, 이 선남자가 출가하기를 원합니다.”
그때 스승은 곧 출가를 허락하였다.
037_0915_c_17L問言何故出家求寂報言汝今何不出家聖者誰能與我出家報言汝來汝往問鄔波馱耶旣見師已白言波馱耶此善男子欲求出家時彼師主卽與出家
037_0916_a_01L뒷날 어머니가 학교에 가 선생님에게 물었다.
“내 아들은 어디 있습니까?”
선생님이 대답하였다.
“내가 때렸더니 곧장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어머니가 말했다.
“나도 그가 돌아오길래 또 때렸더니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갔습니다.”
자애로운 어머니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 아들을 찾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왕사성의 문에 서서 동서로 바라보면서 있었는데 오래지 않아 동자가 머리를 깎고 다른 사미들과 함께 병과 발우를 들고 오고 있었다.
037_0915_c_22L其母後時往詣學堂博士曰我子何在博士答言我打走母卽報言我見歸來遂卽還打我逃走于時慈母遂往諸處尋求訪覓不得乃於王舍城門首立東西顧佇立不夂乃見童子剃除鬢髮彼求寂俱持甁鉢相隨而來
어머니는 곧 아들을 알아보고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슬피 울며 말했다.
“어리석은 내 아들아, 너를 찾아 여러 곳을 다녔으나 찾지 못했고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너는 지금 무슨 이유로 이 천한 사문에게 출가하였느냐?”
그리고는 손을 잡고 집으로 데려가기 위하여 가사를 벗기고 억지로 환속시키려 하였다.
이때 비구들이 이 사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부모에게 알리지 아니하고서 출가를 허락하여 과실이 많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지금 법을 정하노니 모든 출가인이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출가를 허락하면 법을 어긴 죄를 받는다.”
037_0916_a_05L母時見以手搥胸悲號啼泣告言癡子我比無處不覓遍歷諸方尋求不得音信不通汝今何故賤沙門中而爲出家執手將歸脫其衣鉢抑令還俗時諸苾芻以緣白佛佛作是念不白父母與出家者多生過失佛告諸苾芻今當制所有出家不告父母輒與出家者得越法罪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죽림원 갈란탁가 연못가에 계실 때 이 성안에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아내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홀연히 병이 들어 의원을 찾아 나섰으나 치료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시박가(侍縛迦) 장자에게 가서 병을 치료하여 보아라.”
그는 곧 그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장자여, 나를 좀 치료해 주소서.”
037_0916_a_13L佛在王舍城竹林園羯蘭鐸迦池此城中有一婆羅門娶妻不夂誕生一息年漸長大忽嬰疾病遍問醫人療治不可母告子言可於侍縛迦長者所療治其病旣至其所白言長者爲我治病
037_0916_b_01L장자가 대답했다.
“너의 병은 중병이라서 고칠 수가 없다. 그리고 나의 의술은 두 종류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병만을 고친다. 어떤 사람인가 하면 하나는 부처님과 스님들이요, 또 하나는 왕궁 안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너의 병은 치료해 줄 수 없으니 네 집으로 돌아가거라.”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물었다.
“병은 치료하였느냐?”
“저의 병은 치료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앞에서의 사연을 이야기하니, 어머니가 말했다.
“네가 출가하거라.”
아들이 대답했다.
“나는 바라문 종족인데 어떻게 잡종인 사문 부처님 제자들에게 출가하겠습니까?”
037_0916_a_19L長者告曰汝身病重難可療治然我所醫治二種人何等爲二一者佛及僧伽二者王宮內人汝等之病無暇可治汝今歸去其子卽歸母問子曰其病療耶答曰我病無人可治具如上說母告子言汝應出家子答母曰我是婆羅門種云何於雜種沙門釋子中而爲出家
“네가 일단 출가했다가 병이 치료되어 환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일 출가하게 되면 반드시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머리를 깎고 다시 머리가 길지 않으면 불가하지만 뒤에 다시 길어질텐데 무슨 걱정이냐?”
그리하여 아들은 곧 죽림원으로 가서 비구의 발에 정례하고 말했다.
“성자여 저의 출가를 허락하소서.”
이미 출가를 허락했으나 그는 밤중에 문 밖으로 나가 방으로 들어오지 않으니 스승이 물었다.
“왜 방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저는 병이 있어서 방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037_0916_b_03L又告子汝且出家病可還俗不難子曰若出家者必剃我頭此事云何母曰剃髮莫生是爲不可後還生髮何所懼耶卽往竹園詣苾芻所頂禮足已白言聖者與我出家旣出家已於此夜中遂住門外不入房中師便告曰何不入來答曰我身有病不得入來
“너는 지금 출가한 몸인데 무슨 병이 있단 말이냐?”
“스승이시여, 제가 세속에 있을 때부터 있었던 병입니다.”
“그럼 왜 내게 말하지 않았느냐?”
“스승께서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 스승은 문득 성을 내었다.
날이 밝자 그의 오랜 제자들이 와서 물었다.
“묻습니다. 스승께서는 왜 즐겁지 않으십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나는 병자의 방에 있다. 병자들은 다 이 방에 모여 있다.”
037_0916_b_10L便告曰汝今出家何得有病白言波馱耶我身在俗先患其病師曰何不告我答曰師不見問其師便怒旣至明已其舊弟子皆來請白問波馱耶何故不喜師卽告曰我之住乃是病坊諸有病者皆投來此
이때 사미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법을 말씀하실 때 두 가지가 있다고 하셨으니, 하나는 무거운 짐을 지게 하지 말 것이며, 또 하나는 이미 출가한 사람은 버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스승께서 이미 저를 제도하셨는데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이 말을 할 무렵 시박의왕(侍縛醫王)이 이곳에 도착하였다.
스승이 그 의왕에게 물었다.
“이 비구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는지요?”
의왕이 대답하였다.
“이 병은 극히 위중한 병으로서 승광왕이 약을 만족하게 준다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병이 완치된 비구는 스승에게 말했다.
“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출가하였는데 이제 병이 다 치료되었으니 환속하려 합니다.”
037_0916_b_16L寂白曰如世尊說有二種事一者不應擎重擔二者已度不應棄師今已知欲如何說此語時侍縛醫王卽便來至師告醫曰此苾芻病可治以醫王荅曰此病極重然勝光王與藥若足我當治之旣治可已白鄔波馱耶曰我爲求事今來出家求事旣今欲歸去
037_0916_c_01L스승이 물었다.
“너는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느냐?”
대답하였다.
“증득하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불환과(不還果)ㆍ일래과(一來果)나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느냐?”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집으로 돌아가려 하느냐?”
“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출가했고 이제 병이 다 치료되었는데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겠습니까?”
스승이 말했다.
“출가자의 법에는 네 가지의 수승한 과(果)가 있는데 너는 그 중 하나도 얻지 못하였다. 너는 일단 여기 있으면서 약값을 갚아라.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뒷날 다시 병이 들어 죽게 될 것이다.”
037_0916_c_01L師曰汝得阿羅漢果耶答曰未得又問汝得不還一來及須陁洹果耶皆云未得汝何故歸答曰我爲病故投此出家我病旣差何能住此師曰出家法中有四勝果汝都未獲汝宜且住還他藥債;若不爾者後更得病必死無疑
그는 스승의 말을 듣지 않고 가 버렸다. 그러나 그 의원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시박가에게 가서 꽃과 과일, 양치하는 나무 등을 공양하니 시박가가 물었다.
“현수여, 그대는 나에게서 무엇을 구하려는가?”
바라문이 된 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아무 것도 구하고자 하는 것은 없소. 다만 은혜에 보답하고자 할 뿐입니다.”
장자가 물었다.
“내가 너에게 무슨 은혜를 주었던가?”
“제가 병에 걸렸었는데 치료해 주셨습니다.”
이때 시박가가 말했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소.”
바라문이 말했다.
“제가 지난 일을 상기시켜 분명히 아시게 해드리리다.”
037_0916_c_07L不取師言卽便歸去彼報恩故於侍縛迦供給花菓嚼齒木等時侍縛迦告言賢首汝於我處求何事耶彼婆羅門白言我無所求報恩故長者報曰我於汝更作何益事答曰我緣患病療我得差侍縛迦報言我不曾省答曰我作憶得省令解
이때 시박가가 말했다.
“그대는 바른 법을 펴는 문중에 출가하였을 때 사문의 네 가지 과를 증득했어야 하는데 남의 신심으로 바치는 공양물만을 받아먹었으니, 지금은 도리어 나쁜 곳으로 떨어진 것이다.”
말을 마치고 그는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 일을 가지고 부처님께 가서 머리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하고 한쪽으로 물러앉아 아뢰어야겠다.’
그리고 그는 곧 부처님께 가서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 병자들을 출가케 하고 구족계를 주어 임금의 창고가 점점 손감되고 나 또한 몸이 피로합니다. 또한 성자의 집단에서 선법을 닦는 사람이 자꾸 줄게 되오니 다시는 병자들을 제도하지 말게 하소서.”
037_0916_c_14L時侍縛迦言汝於善說法律中出家於四沙門果中應證得汝已受他信心之物今乃卻墮惡作是語已便作是念我應以此事詣世尊所頭面禮足退坐一面白言世尊然諸苾芻令病者出家受近圓因此令王倉庫漸漸損減我亦身勞復於聖者闕修善法願世尊制勿令更度病者
037_0917_a_01L부처님께서 곧 말없이 허락을 하시니, 시박가는 부처님께서 말없이 허락하신 것을 알고 정례하고 물러앉았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 과실은 병자들을 제도함으로써 기인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지금 이후로 병자는 출가시키지 말라. 만일 출가하고자 하여 오거든 먼저 병이 없는지 물으라. 묻지 않으면 법을 어긴 것이므로 죄를 받는다.”
037_0916_c_22L佛卽默然而許時侍縛迦知佛默然許已頂禮而去佛作是念諸有過失悉由度彼病者佛告諸苾芻曰從今以去不應度有患者若爲出家來者應先問有患不若不問者得越法罪
부처님께서 겁비라성의 니구타(尼瞿陀) 숲에 계실 때 정반왕(淨飯王)이 교령을 선포하되, “겁비라성의 석가종족은 집집마다 한 사람씩은 출가케 하라”라고 하니, 그의 모든 친족들이 찾아와서 뵈었다.
그때 출가한 사람들이 그 권속들에게 설법하니, 권속들은 그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모두 신심을 내어 출가하였다.
그들은 혹 아버지, 형, 남편, 숙부, 아들들로서 가족들은 근심과 고통으로 밤낮 소리 높여 울고 있었다.
037_0917_a_04L佛在劫比羅城尼瞿陁林中住時淨飯王而宣教令劫比羅城釋種家別一子出家彼等諸親眷屬來看時出家者爲彼眷屬說法聞法喜已皆發信便卽出家其中或是父或是兄是夫主或是親叔或是其子彼皆憂晝夜二時高聲啼泣
그때 정반왕은 석가종족이 우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무엇 때문에 석가종족들이 밤낮으로 울고 있는 것인가?”
석가종족들이 임금에게 아뢰었다.
“우리 권속들이 니구타림에 있노라면 성자들이 곧 출가시키니 근심과 걱정이 되어 울고 있습니다.”
임금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내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 되겠다.’
그곳에 도착하여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원을 하나 들어주소서.”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대왕이시여,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037_0917_a_11L爾時淨飯王聞彼釋種啼泣聲已告言何故晝夜二時諸釋種等悲聲啼泣時諸釋種白王言曰我等眷屬若在林中彼諸聖者卽令出家爲此憂惱而爲悲泣王聞是語而作是念我應往詣佛所到已頂禮佛足退坐一面白佛言唯願世尊與我一願世尊問曰求何願耶
037_0917_b_01L임금이 말하였다.
“그 조그마한 원을 말씀드리자면 석가종족들이 말하기를 ‘세존께서 전륜성왕이 되시어 하늘로 올라가 사천하(四天下)로 내왕하시면 저희들도 세존을 따르리라 했는데 이미 출가하셨으니 저희들의 소망이 다 이루어지지 못했고, 또 난타가 힘이 세어 전륜성왕이 될까 했는데 그도 부처님께서 제도하시어 출가시켰으니 저희들의 그 희망도 끊어졌으며, 또 라호라(羅怙羅:라후라)는 큰 위덕이 있어 대왕이 될 것이라고 여겨왔는데 부처님께서 출가를 시키셨으니 저희 석가종족들의 희망은 끊어졌다’라고 합니다.
대덕이시여, 부모는 자식에게 애정이 매우 깊은 것이니 법을 제정하소서. 만일 부모가 허락하지 않은 출가는 받아들이지 말아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없이 아버지인 정반왕의 소청을 받아들이시니, 임금은 이것을 보고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고 물러갔다.
037_0917_a_19L王曰有少許願然諸釋種爲言世尊當作轉輪聖王乘空往四天下我等亦隨世尊旣出家已等所望悉皆不得復次難陁當作力轉輪王;彼亦世尊度令出家亦絕希羅怙羅有大威德當作大王世尊今亦令其出家我等釋種亦絕希望大德父母於子恩愛深極願世尊制若父母未許勿使出家爾時世尊默然受父王所請王見許已頂禮佛足辭佛而去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 과실은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출가시켜 구족계를 준 데서 기인한 것이니, 만일 출가를 원하는 사람이 오면 먼저 부모에게 물어서 허락한 뒤에 출가시키도록 해야겠다. 만일 부모에게 먼저 묻지 않고 출가시키면 법을 어긴 것이므로 죄를 받도록 해야겠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부모에게 묻지 않고는 출가를 허락하지 못하도록 하신 뒤에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부모의 허락을 받은 터였으나 비구들은 선뜻 출가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그만두게 되었다.
이때 비구들이 이 사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먼 곳에서 온 사람이 부모의 허락을 받았다면 출가를 허락하라.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아도 허물이 되지 않는다.”
037_0917_b_06L佛作是念諸有過失皆由不問父母而與出家及受近圓若有來求出家者應先問父母許已方與出家若不先問與出家者得越法罪世尊旣制不問父母不許出家時有他方遠來父母已許出家諸苾芻不敢輒度出家便有廢闕時諸苾芻以緣白佛佛言若遠來者父母先許出應聽出家不問無犯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出家事 卷第三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