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해심밀경소서(解深密經疏序) / 解深密經疏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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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심밀경소 서解深密經疏序
해심밀경소 서문(解深密經疏序)
석원효 지음(釋元曉 撰)
원래 불도佛道에서의 도道의 면모는 온전히 맑음 그 자체이며 깊고 그윽하다. 간격 없이 그윽하다. 매우 큰 것이며 넓고 멀다. 끝없이 멀고 멀다. 이에 유위법과 무위법1)이 허깨비의 변화와 같아서2) 두 가지가 실재하지 않는다.3) 생겨남도 없고4) 모습도 없으며,5) 내면과 외부를 포괄하여 모두 없앤다. 모두를 없앤다는 것은, 두 가지 계박6)에서 벗어나고 이해를 드날리는 것이다. 두 가지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맛과 같아져서 고요하면서도 신통의 경지이다. 그러므로 능히 삼세에 노닐면서 평등하게 관찰하고, 시방에 유행하면서 몸을 나타낸다. 법계에 두루 존재하여 중생을 구제하고, 미래세가 다하도록 더욱 새로워진다.

이에 여래께서 일생보처보살에게 저 매우 심오하고 비밀스러운 의미를 해설하셨다.7) 열여덟 가지가 원만한 정토에 계시면서8) 이 요의의 법륜을 굴리셨도다. 그 가르침은 지극히 정치하고 순수하여, 번잡하거나 화려한 것을 버리고 진실한 것을 담았다. 요긴하고 미묘한 것을 살펴서 궁극에까지 펼쳤다. 있음·없음의 법의 양상을 열어서, 승의勝義9)가 두 극단을 여의는 것을 보이셨다.10) 지관止觀의 근본과 지말을 밝혀서,11) 건립하고 논파함의 거짓과 진실을 가려냈다. 교법은 삼장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모두 나타내고, 이치는 네 가지 도리를12) 완전히 담았다. 행은 육바라밀다를 자세히 설명했으며, 계위(位)는 십지를 널리 말하였다. 십지의 행이 성취될 때, 원만한 전의轉依13)를 증득한다. 전의를 이룬 법신은 불가사의하고, 온갖 희론戱論14)을 끊었다. 하는 것이 전혀 없으며,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또한 짓지 않는 것도 없다. 거론하는 것이 전혀 없지만, 또한 말하지 않는 것도 없다. 짓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형상에 들어가서 하는 교화가15) 온 세상(八荒)16)에 두루 존재하면서 단박에 일어난다. 말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세 가지 법륜의 가르침이17) 삼천세계에 유전하여 두루 가득하다. 두루 가득한 교설은 일찍이 말이 없으며, 단박에 일어나는 모습은 본래 그러하지 않다. 이것을 여래의 매우 심오하고 비밀스러운 법장이라고 한다. 이제 이 경전은 그 비밀스러운 법장을 열어서 밝혔다.

001_0553_a_01L[解深密經疏序]

001_0553_a_02L1)解深密經疏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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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_0553_a_04L釋元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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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夫佛道之爲道也湛爾冲玄玄於無
001_0553_a_06L [1] 泰然廣遠遠於無邊爾乃有爲無
001_0553_a_07L如幻化而無二無生無相括內外
001_0553_a_08L而偕泯偕泯之者脫二縛而懸解
001_0553_a_09L二之者同一味而澹神故能遊三世而
001_0553_a_10L平觀流十方而現身周法界而濟物
001_0553_a_11L未來而彌新於是如來對一生之大士
001_0553_a_12L解彼甚深密義居二九之圓土轉此了
001_0553_a_13L義法輪其爲敎也極精粹焉棄繁華而
001_0553_a_14L錄實撮要妙而究陳開有無之法相
001_0553_a_15L示勝義之離邊明止觀之本末簡立破
001_0553_a_16L之似眞敎窮三藏聖敎理盡四種道理
001_0553_a_17L行卽分別六度位卽宣說十地十地行
001_0553_a_18L成之時證得圓滿轉依轉依法身
001_0553_a_19L可思議絶諸戲論極無所爲無所爲
001_0553_a_20L故無所不作無所論極無所不言
001_0553_a_21L不作故入相之化遍八荒而頓起無不
001_0553_a_22L言故三輪之敎流三千而彌誼彌誼之
001_0553_a_23L未甞有言頓起之相本來不然
001_0553_a_24L謂如來甚深密藏今此經者開發密

001_0553_b_01L이런 까닭에 제목을 『해심밀경解深密經』18)이라 이름한다.

001_0553_b_01L所以立題目名解深密經

001_0553_b_02L{底}東文選第八十三卷
  1. 1)모든 존재를 크게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으로 나눈다. ① 유위법은 인연법에 의해 형성되고 변화하는 현상적 존재로서, 실체가 없는 공空의 속성을 띤다. 오온五蘊과 색법·심왕법·심소법心所法·불상응행법不相應行法이 이에 해당된다. 유위법은 생겨나고(生) 머물고(住) 달라지고(異) 소멸하므로(滅), 무상하고 괴로우며 무아無我인 속성을 띤다. ② 무위법은 인연법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으며, 생멸변화의 유위력을 여읜 불생불멸, 상주절대의 법으로서, 구체적으로 진여 법성을 말한다. 그런데 무위법은 유위법과 관계없이 별존別存하는 것이 아니라 일체법의 체성이다. 만법유식萬法唯識의 입장에서 보면 유위법은 식이 전변된 것이고, 무위법은 식의 자체성自體性이다.
  2. 2)이 경전의 제2 「勝義諦相品」에서 일체법이 인연 화합하여 실체가 없는 공空한 존재임을 비유로 설명할 때, ‘환화幻化’의 비유를 든다. 즉 재주 좋은 요술쟁이(幻術師 : 팔식과 여러 심소들을 비유)가 네거리(色蘊·受蘊·想蘊·行蘊을 비유)에서 만든 갖가지 사물들이 사실은 허깨비인 것처럼, 온갖 유위법·무위법이 만법유식으로서 공성空性임을 나타낸다.
  3. 3)제2 「勝義諦相品」에서 일체법을 유위법과 무위법으로 구분하고, 이 유위법과 무위법이 둘이 아닌 이치를 언어의 가설과 방편의 설명을 통해 밝힌다. 승의제, 즉 진여는 유위법이니 무위법이니 하는 두 가지 차별된 모습이 아니고, 일체의 언어를 떠나며, 사려분별이 작용하는 경계를 초월한 것이고, 모든 것에 두루하고 한맛으로 평등한 양상임을 강조한다. 또한 본체계와 현상계의 관계에 대해서, 승의제의 양상이 진여의 본체(理)와 유위법의 현상계(事)가 하나 또는 별개라는 집착을 멀리 초월한 것(理事不一不二)임을 밝힌다.
  4. 4)무생無生 : 의타기상의 존재성 부정이다. 일체법의 실상은 생겨남이 없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체법의 공空한 이치를 나타낸다. 제5 「無自性相品」에서 일체법이 자성이 없으며 무생무멸無生無滅하여 본래적정함을 설한다.
  5. 5)무상無相 : 변계소집상의 존재성 부정이다. 경험 세계의 형상으로 나타난 사물들은 공화空華처럼 실재성이 없는데도, 허망분별(識)에 의해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개념이나 언어로써 파악되고 집착된다. 제4 「一切法相品」에서 변계소집상의 상무성相無性의 이치를 여실히 깨달으면 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한다.
  6. 6)상박相縛과 추중박麤重縛을 의미한다. 여기서 ‘박縛’은 번뇌의 다른 명칭이다. 번뇌가 중생의 마음을 속박해서 자재하지 못하게 하므로 그렇게 부른다. ① 상박相縛은 ‘형상에 의한 인식 면에서의 속박’으로, 인식 대상의 상분이 인식 주체인 견분을 속박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식 대상이 공화空華와 같아서 공한 이치를 깨닫기 어렵다. ② 추중박麤重縛은 ‘유루종자에 의한 존재 면에서의 속박’이다. 추중麤重은 추강침중麤强沈重의 줄인 말이다. 아뢰야식에 함장되어 있는 유루종자로서 번뇌장·소지장에 의한 종자이다. 그리하여 추중은 몸과 마음의 부자유성을 의미하기도 한다[추중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원측圓測의 『解深密經疏』 제9권(H1, 428b~430c) 참조.] 제6 「分別瑜伽品」에서 지관 수행에 의해 이 두 속박에서 해탈할 수 있다고 설한다.
  7. 7)제6 「分別瑜伽品」에서 미륵보살을 상대로 지관 수행의 유가행瑜伽行에 대하여 설하는 가운데 ‘유식唯識’의 심오한 이치를 말씀하신 것을 가리킨다. 원문에서 ‘一生之大士’는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이라는 의미로, 일생만 지나면 다음은 불과에 나아가 불처佛處를 도와야 할 보살이다. 일반적으로 미륵보살을 지칭한다. 미륵보살은 현재 도솔천에 계시며, 그 일생이 끝나면 인간세계에 와서 현재불인 석가모니불에 이어서 당래불이 되어 석존의 불처를 돕는다. 일생보처보살은 보살도 중에서 어느 계위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보살의 52위(또는 十信을 第1住에 포함한 42위)의 수행계위 중에서 보살의 최고 계위인 등각等覺을 가리킨다. 유식학에서는 등각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지만,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제7 「地波羅蜜多品」에서 십지에 불지佛地를 더하여 십일지의 각 지地에서 다스려야 할 2종의 어리석음과 유루종자(麤重)를 언급한다. 제10지 법운지法雲地를 지나서 제11지 불지에서 다스려야 할 2종의 어리석음으로서 ① 알아야 할 모든 경계에 대하여 매우 미세하게 집착하는 어리석음, ② 매우 미세하게 장애하는 어리석음과, 이 두 가지의 유루종자를 부지런히 닦아 익힘으로써 원만하게 되어 여래지가 완성된다고 한다. 여래지에서 아직 2종 어리석음과 그 유주종자가 있어서 닦아 익히는 경지, 즉 여래지가 완성되기 이전의 상태가 등각等覺의 일생보처보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8. 8)『解深密經』 「序品」의 첫머리에 세존께서 삼매 속에서 현현한 정토의 광경을 18가지 측면에서 서술한다. 정토의 18가지 원만상은 석존께서 과거 보살로서 오랜 세월 동안 이타행을 펼치신 선근에 의해 이루어진 보토報土이고, 온갖 번뇌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대원경지大圓鏡智 상응의 청정 무구식無垢識에 의해 변현된 양상이다. 18가지가 원만한 정토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① 현색원만顯色圓滿 : 매우 찬란하게 빛나는 칠보장엄이 대광명을 내어 널리 한량없는 세계를 모두 비춤, ② 형색원만形色圓滿 : 수많은 방위 공간을 연이어 미묘하게 장식함, ③ 분량원만分量圓滿 : 주위가 끝이 없어서 그 크기를 헤아리기 어려움, ④ 방처원만方處圓滿 : 삼계에서 행하는 곳을 벗어남, ⑤ 인원만因圓滿 : 뛰어난 출세간의 선근이 일으킨 곳, ⑥ 과원만果圓滿 : 가장 자재한 청정식淸淨識을 모습으로 삼음, ⑦ 주원만主圓滿 : 여래가 도읍으로 삼은 곳, ⑧ 보익원만補益圓滿 : 모든 대보살들이 운집함, ⑨ 권속원만眷屬圓滿 : 수많은 팔부중들이 항상 무리 지어 따르고 있음, ⑩ 주지원만住持圓滿 : 광대한 법의 맛을 기쁘고 즐겁게 지님, ⑪ 사업원만事業圓滿 : 중생의 모든 이익을 나타내 지음, ⑫ 섭익원만攝益圓滿 : 티끌 같은 모든 번뇌를 없앰, ⑬ 무외원만無畏圓滿 : 갖가지 마魔를 멀리 여읨, ⑭ 주소원만住所圓滿 : 보살 등의 모든 장엄보다 뛰어난 여래장엄의 의지처임, ⑮ 노원만路圓滿 : 크게 기억하고 판별하며 수행하는 대염혜행大念慧行을 노니는 길로 삼음, ⑯ 업원만業圓滿 : 크게 그치는 지止와 미묘한 관찰인 관觀을 승乘으로 삼음, ⑰ 문원만門圓滿 : 뛰어난 공空, 차별상이 없음, 원하는 바가 없음의 세 가지 선정을 해탈에 들어가는 문으로 삼음, ⑱ 의지원만依持圓滿 : 한량없는 공덕으로 장엄하고 뛰어난 보배 연꽃으로 세워진 곳. 이상의 18원만 중에서 앞의 17가지는 제18원만의 별상別相이다. 18원만상의 한자 용어 설명은 원측의 『解深密經疏』 제1권(H1, 141c~150c)에 의거한다. 18원만상의 한글 번역문은 『解深密經』 제1 「序品」(T16, p.665bc)에 나오는 본문 내용을 인용하였다.
  9. 9)승의勝義 : ⓢ paramārtha. ‘최고의 대상·사물’이라는 뜻으로, 반야의 무분별지혜의 대상, 즉 진여를 말한다. 제일의第一義라고도 한다. 진여나 열반과 같이 세간통속世間通俗을 넘어선 진리를 승의제勝義諦라고 한다. 『成唯識論』 제8권(T31, p.47c)에서 다음과 같이 3종 승의를 말한다. ① 의승의義勝義 : 뛰어난 지혜의 대상이 되는 것. 곧 진여眞如, ② 득승의得勝義 : 증득해야 할 열반, ③ 행승의行勝義 : 훌륭한 경계로 향해서 이루는 무루지無漏智. 정행승의正行勝義라고도 한다.
  10. 10)제2 「勝義諦相品」, 제4 「一切法相品」, 제5 「無自性相品」에서 이러한 이치를 설명한다. 승의勝義는 유위·무위의 두 가지 차별된 모습이 아니며, 삼성설(변계소집상·의타기상·원성실상)과 삼무성설(상무성·생무성·승의무성)로써 유·무의 양변兩邊을 초월한 중도中道의 이치인 것을 천명한다.
  11. 11)제6 「分別瑜伽品」에서 지止·관觀 수행의 유가행법을 상세히 설한다. 지止(ⓢ śamatha)는 정신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삼매의 경지에 이르는 행법이다. 관觀(ⓢ vipaśyanā)은 지止에 의해 심신의 편안함에 이른 상태에서 대상·진리에 대해 바르게 관찰하고 통찰하는 행법이다. 이 품에서 지관 수행의 체계를 다음과 같은 18부문에 걸쳐 설한다. 18부문의 명칭은 원측의 『解深密經疏』 제6권(『韓佛全』 1, pp.297a)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① 분별지관의주문分別止觀依住門 : 지관의 의지처와 머물 곳, ② 지관소연차별문止觀所緣差別門 : 지관의 인식 대상의 경계, ③ 분별지관능구문分別止觀能求門 : 지止를 구하고 관觀을 잘 행하는 방법, ④ 수순지관작의문隨順止觀作意門 : 지관에 수순하는 작의, ⑤ 지관이도동이문止觀二道同異門 : 지와 관은 다르지도 않고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님, ⑥ 분별지관유식문分別止觀唯識門 : 지관을 행할 때의 영상은 오직 식識이 현현된 것, ⑦ 수습지관단복문修習止觀單複門 : 지와 관을 함께 닦아야 함, ⑧ 지관의 종류, ⑨ 의불의법지관문依不依法止觀門 : 수행자의 근기에 따라 법에 의지하거나 의지하지 않는 지관행을 닦음, ⑩ 유심사등차별문有尋伺等差別門 : 심尋과 사伺 심소의 있고 없음에 따른 삼마지의 종류, ⑪ 지거사상차별문止擧捨相差別門 : 그치는 양상(止相), 일으키는 양상(擧相), 평정의 양상(捨相), ⑫ 지법지의차별문知法知義差別門 : 알아야 할 법과 그 의미에 대한 영상의 현현과 제거의 필요성, ⑬ 지관능섭제정문止觀能攝諸定門 : 지관이 포섭하는 선정의 종류, ⑭ 지관인과작업문止觀因果作業門 : 지관의 원인·결과와 작용, ⑮ 지관치장차별문止觀治障差別門 : 지관의 모든 장애와 그것을 없애는 방법, ⑯ 지관능증보리문止觀能證菩提門 : 지관에 의해 십지十地에서의 장애를 다스리는 과정, ⑰ 인발광대위덕문引發廣大威德門 : 지관행이 이끌어 내는 여섯 가지 광대한 위덕, ⑱ 어무여의멸수문於無餘依滅受門 : 모든 감수 작용이 소멸되면서 무여의열반에 들어감.
  12. 12)네 가지 도리 : 사종도리四種道理는 관대도리觀待道理·작용도리作用道理·증성도리證成道理·법이도리法爾道理를 말한다. 원측의 『解深密經疏』 제10권(H1, 457b~458b)에 따르면 네 가지 도리는 다음과 같다. ① 관대도리는 상대적인 것을 관찰하는 도리이다. 즉 긴 것(長)에 상대적으로 짧은 것(短)이 있고, 짧은 것에 상대적으로 긴 것이 있듯이, 상대적이고 반대적인 것의 하나는 반드시 다른 것에 대비對比된다는 불변의 도리를 말한다. ② 작용도리는 작용의 도리, 즉 인연에 의해 생겨난 유위법에는 반드시 일을 이루는 작용이 있음을 말한다. ③ 증성도리는 증명하여 성립되는 도리이다. 즉 현량現量·비량比量·성교량聖敎量에 의해 증명하여 성립되는 참되고 바른 도리이다. ④ 법이도리는 법의 본래부터의 도리이다.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거나 출현하지 않음에 관계없이 법계에 안주하는 본래부터의 도리이다. 예를 들면 연기법, 선인낙과善因樂果 악인고과惡因苦果의 인과법 같은 것을 말한다.
  13. 13)전의轉依 : ⓢ āśraya-parāvŗtti. 『解深密經』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하는 유식학에서는 대각大覺을 성취하는 원리를 전식득지轉識得智, 즉 현상계의 허망한 식識을 진여의 무분별지無分別智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전식득지는 오위五位(자량위·가행위·통달위·수습위·구경위) 수행을 통한 전의로써 이루어진다. 전의轉依는 ‘소의所依의 전환’이란 뜻으로서, ‘전轉’은 전사轉捨와 전득轉得을 의미하고, 여기서 ‘의依’는 지종의持種依인 제8식을 가리킨다. 근본적으로 온갖 유루종자를 저장하고 있는 지종의持種依인 제8 아뢰야식이 전환되어야 최상의 깨달음, 완전한 행복이 이루어진다. ‘전사轉捨’는 번뇌장과 소지장의 종자까지 소멸시키는 것을 말하고, ‘전득轉得’은 대열반과 대보리를 증득함을 가리킨다. 대열반은 무주열반無住涅槃을 가리키고, 대보리는 사지四智 성취, 즉 제8 아뢰야식이 대원경지로, 제7 말나식이 평등성지로, 제6 의식이 묘관찰지로, 5식이 성소작지로 된 것을 말한다. 『成唯識論』 제9권(T31, p51a) 참조.
  14. 14)희론戱論 : 희롱戱弄하는 담론談論으로서, 부질없고 아무 이익도 없는 언변이나 분별을 말한다. 이에 애론愛論과 견론見論의 두 가지가 있다. 애론은 사물에 집착하는 미혹한 마음으로 일으키는 갖가지 옳지 못한 언변이다. 견론은 여러 가지 치우친 소견으로 하는 분별의 언변이다. 둔근인鈍根人은 애론을, 이근인利根人은 견론을 고집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재가인은 애론을, 출가인을 견론을, 천마天魔는 애론을, 외도는 견론을, 범부는 애론을, 이승二乘은 견론을 고집하는 경향이 많다.
  15. 15)이 경전의 제8 「如來成所作事品」에서, 여래께서 변화신을 나타내는 방편으로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설한다. ① 도솔천으로부터 인간세상의 왕가王家나 큰 복전의 집안에 입태入胎하여 탄생함, ② 성장해서 여러 욕락을 수용함, ③ 출가하여 고행을 보임, ④ 고행을 버리고 등정각을 이룸, ⑤ 교화하고 열반에 드는 모습을 보임. 이 경전 외에 석가여래의 팔상성도八相成道로써 말하기도 하는데, 여러 견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① 도솔내의상兜率來儀相 : 도솔천에서 사바세계에 오시는 모습, ②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시던 모습, ③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 왕궁의 네 성문 밖으로 나가 인간이 늙고 병들고 죽는 모습과 출가수행자를 관찰하는 모습, ④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 성을 넘어 출가하시던 모습, ⑤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 설산에서 수행하시던 모습, ⑥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 보리수 밑에서 온갖 마군의 항복을 받고 대각을 성취하시던 모습, ⑦ 녹원전법상鹿苑傳法相 : 녹야원에서 최초로 설법하시던 모습, ⑧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 : 쿠시나가라의 두 그루 사라나무 사이에서 열반에 드시던 모습으로써 설명한다.
  16. 16)팔황八荒 : 여덟 방위의 멀고 넓은 범위라는 뜻으로서 ‘온 세상’, ‘전 세계’를 가리킨다. 팔황에서 팔八은 동·서·남·북·북동·남동·북서·남동쪽의 여덟 방향을 가리키고, 황荒은 아주 먼 땅이라는 의미이다. 팔황과 비슷한 용어로는 팔굉八紘, 팔극八極 등이 있다.
  17. 17)이 경전의 제5 「無自性相品」의 끝부분에서 석존 일대의 가르침에 삼시三時의 교설이 있음을 밝힌다. 원측의 『解深密經疏』 제5권(H1, 281b~290c)에 따르면, 세 번의 법륜은 이사제상전정법륜以四諦相轉正法輪, 이은밀상전정법륜以隱密相轉正法輪, 이현요상전정법륜以顯了相轉正法輪이다. ① 제1시時 이사제상전정법륜은 성문聲聞의 수행자를 위한 사제四諦 법륜으로, 아직 요의了義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한다. ② 제2시 이은밀상전정법륜은 대승에 발심하여 수행하는 이들을 위한 법륜으로, 일체법이 자성이 없고 생함과 멸함이 없어 본래 적정하고 자성열반임을 설했으며, 반야부 경전이 이에 해당된다. 이 역시 아직 요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한다. ③ 제3시 이현요상전정법륜은 일체승一切乘, 즉 일승一乘에 발심한 사람들을 두루 위한 가르침으로, 『解深密經』·『法華經』·『華嚴經』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같이 삼승인三乘人을 두루 위한 일승의 가르침이 진정한 요의의 가르침임을 밝힌다. 이 경전의 삼종법륜설에 근거하여 후대 법상종法相宗에서 유교有敎·공교空敎·중도교中道敎의 삼시교판三時敎判을 건립하였다.
  18. 18)『解深密經』은 유식학의 소의경전이다. 중기 대승경전에 속하며, 편찬 연대는 기원 3세기 전후로 추정된다. 산스크리트본은 전하지 않고 티베트본이 현존한다. 이 경전의 산스크리트 제목은 ‘Saṃdhinirmocanasūtra’이다. saṃdhi에는 ① 깊고 비밀함(深密), ② 곧은 매듭(堅節), ③ 상속相續의 세 가지 의미가 있다. nirmocana에는 ① 해탈解脫, ② 해석解釋의 두 가지 뜻이 있다. 따라서 이 경전의 산스크리트 제목은 ① ‘깊고 비밀하며 상속하는 진리를 해석함’, ② ‘굳은 매듭 같은 미혹에서 해탈하게 함’의 뜻이 있다. 이와 같은 몇 가지 뜻이 있기 때문에 한역본漢譯本에는 ‘해심밀경·상속해탈경·심밀해탈경·해절경解節經’ 등의 제목이 있게 되었다. 현장玄奘 역본 『解深密經』 5권은 8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 「序品」, 제2 「勝義諦相品」, 제3 「心意識相品」(이상 제1권)과 제4 「一切法相品」, 제5 「無自性相品」(이상 제2권)은 이론문(境)이고, 제6 「分別瑜伽品」(제3권)과 제7 「地波羅蜜多品」(제4권)은 실천문(行)이며, 제8 「如來成所作事品」(제5권)은 증과(果)의 내용이다.
  1. 1){底}東文選。第八十三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