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부휴당대사집(浮休堂大師集) / 浮休堂大師集卷之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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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휴당대사집浮休堂大師集 卷五
문文
준 노사의 백일百日을 맞아 올린 소
원만하고 밝은 부처님의 거울(佛鑑)은 누대 위의 지극히 맑은 거울보다도 높이 걸려 있고, 신속하고 허무한 인간 세월은 바람에 나부끼는 작은 먼지보다도 빨리 사라집니다. 생사의 신속한 수레바퀴를 피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각황覺皇(부처님)의 위력에 의지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래서 감로甘露의 법수法水를 뿌리면서, 우러러 자운慈雲의 묘용妙容을 기원하게 되었으니, 깊은 정성(丹誠)을 어여삐 여겨 저 능감菱鑑(중생을 비추는 부처님의 자비의 거울)193)을 돌이켜 주셨으면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망사亡師는 어린 나이에 구도求道하여 바른 신앙심을 지니고 출가하였으며, 일찌감치 눈 밝은 스승을 만나 불교의 바다를 탐색하였습니다. 하루에 두 번 먹지 않았고, 몸에 옷을 겹쳐 입지 않았으며, 침묵을 견지하여 말을 적게 하였고, 은거하면서 밖에 나가는 일이 적었습니다. 텅 빈 마음은 물에 비친 달과 같았고, 절조 있는 행동은 서리 내린 계절의 솔보다도 더하였으며, 일이 간단한 가운데 교유交遊가 드물었고, 몸이 편안한 가운데 계정戒定194)에 근실하였습니다. 안으로 자기의 허물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하였음은 물론, 밖으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발설하지 않았으며, 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논리에 들어맞게 하였고, 진리를 탐구할 때에는 은연중 도리에 합치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바세계의 짧은 해 그림자를 싫어하고 기나긴 극락세계의 장구한 해를 추구하여, 과송課誦(일과로 외움)하는 일을 잠시라도 그만두지 않았고 억지憶持(마음에 담아 둠)하는 일을 반걸음 걷는 사이에도 잊은 적이 없었으며, 금색金色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옥호玉毫에 마음이 항상 매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름이 치류緇流(스님들) 사이에 중하게 알려지면서 그 도덕이 몽매한 세속을 교화하기에 이르렀고, 은혜의 나뭇가지가 바야흐로 빼어났지만, 불법佛法의 동량棟梁(마룻대와 들보)이 갑자기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동학洞壑(산골짜기)에는 처량한 기운이 감돌고 연하煙霞(산수)는 참담해진 가운데 한밤중에 크게 탄식을 하고 대낮에도 길이 슬픔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망사가 원적圓寂하신 날에는 길상吉祥의 빛이 환하게 비추었고, 다비를 행한 날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으니, 당연히 연지蓮池를 밟을 것이요, 명로冥路에서 지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소寶所에 도달하지 못한 채 화성化城에 오래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기에, 법연法筵을 베풀어 특별히 효사孝思를 펴게 되었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망사께서는 원래의 심성을 환히 살펴보시어 본래의 근원으로 되돌아가소서.

008_0019_a_02L浮休堂大師集卷之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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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019_a_04L1)

008_0019_a_05L俊老師百日䟽

008_0019_a_06L
佛鑑之圓明高臺上十分淸鏡人世之
008_0019_a_07L倏忽疾風頭一析微塵欲免生死之迅
008_0019_a_08L須憑覺皇之威力故洒甘露之法水
008_0019_a_09L仰兾慈雲之妙容憫斯丹誠回彼菱鑑
008_0019_a_10L伏念亡師童年求道正信出家早遇
008_0019_a_11L明師曾探敎海日不再食身無疊衣
008_0019_a_12L沉默寡言幽隱少出虛懷兮如水月
008_0019_a_13L操行兮過霜松事簡兮踈交遊身安兮
008_0019_a_14L勤戒㝎內自省於己過外不揚於他非
008_0019_a_15L出言必愜於章探眞暗合於理且厭娑
008_0019_a_16L婆之短景而求極樂之長年課誦不棄
008_0019_a_17L於寸陰憶持無忘於跬步眼不移於金
008_0019_a_18L心常繫於玉毫名重緇流道化蒙
008_0019_a_19L惠柯方秀法棟俄摧洞壑凄凉
008_0019_a_20L霞慘淡中宵大息永日長悲圓寂之
008_0019_a_21L祥光洞徹茶毘之日瑞雲盤桓
008_0019_a_22L躡蓮池不滯㝠路唯恐未達寶所
008_0019_a_23L留化城斯建法筵特展孝思伏願亡
008_0019_a_24L識心見性返本還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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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인행印行과 함께 수륙재를 행한 소
생각건대, 불신佛身이 기틀에 응하는 것은 거울이 물건을 비추는 것과 같고, 법력이 중생을 제도하는 것은 배가 사람을 건네주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귀의하려는 마음만 절실하다면, 어찌 감응하는 일을 더디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우러러 자비로운 뜻(慈意)에 기대어 특별히 어리석은 충심을 펴는 바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운운. 우리 중생들은 몇 겁 동안 자기 머리를 보지 못한 채(迷頭)195) 오도五道에서 곤욕을 당하고 사생四生을 거치며 빠져나오지 못해 허우적대는가 하면, 다생多生에 걸쳐 부친을 저버린 채(捨父)196) 삼덕三德을 위배하고 일승一乘을 폐기하고서 길을 잃고 헤매어 왔습니다. 그리하여 환진幻塵 속에서 자기를 찾지 못하고, 몽식夢識 속에서 외물外物을 따라다니는 동안, 악은 이미 산악보다도 높이 쌓이고 선은 오히려 털끝보다도 적게 되었습니다.
이에 기왕의 많은 잘못을 슬퍼하고 지금의 박한 운명을 부끄러워하면서, 채마밭을 가꾸어 널리 먹이고 미투리를 짜서 널리 베푸는 한편, 바랑 속에 저축한 진재塵財를 모두 기울여 용장龍藏의 대보大寶197)를 인행印行함으로써, 고통 받는 무리(苦類)를 아울러 구제할 서원을 세우고 단나檀那198)에게 좋은 인연 맺기를 널리 권유하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아낙네가 이마를 찡그리는 것을 자주 접하고, 미친 선비가 떠들며 질책하는 것을 많이 당하는 가운데, 만가萬家를 거치며 한 말의 곡식을 거두고 천호千戶를 지나며 한 치의 옷감을 얻곤 하였습니다. 이를 직접 등에 지고 괴롭게 나르면서 앞길이 아직도 먼 것을 한스럽게 여기기도 하였고, 실을 것을 빌려 피곤하게 옮기면서 먼 길에 위험이 많은 것을 걱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명산의 보방寶坊(사찰)을 택하고 심원深源(깊은 근원)의 선찰禪刹을 얻어, 옥립玉粒(공양미의 미칭)을 단상에 바치고 보개寶蓋를 공중에 걸어 놓고서, 수월水月의 도량을 세우고 공화空花의 불사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꽃은 촉천蜀川의 비단보다도 현란하게 모여 있고, 등불은 초한楚漢의 별빛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며, 향기로운 향은 금로에서 피어오르고, 노랫소리는 옥경玉磬에서 울려나게 하였으니, 진설한 제물이 비록 약소하다 하더라도 중생을 비추는 자비의 거울(菱鑑)을 비추어 두루 살펴주소서.
삼가 주상 전하께서는 팔천 세를 춘추春秋로 삼고199) 억만년을 천지와 짝하실 것을 바라옵고, 왕비 전하께서는 봉각용손鳳閣龍孫(王孫의 미칭)이 더욱 창성하고 금지옥엽이 길이 무성할 것을 바라옵니다. 그리고 각각의 시주施主 등도 재앙을 소멸하고 복과 수명(福壽)을 더욱 많이 받기를 바라옵고, 제자 역시 육근六根의 번뇌를 청정히 하여 삼신三身의 부처님의 경지를 돈오頓悟하여 증득하기를 바라옵니다.
부용당 대사의 백일을 맞아 올린 소
불신이 감응하는 것은 달이 천강千江에 도장을 찍듯 비추고, 법력이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배가 사해四海를 건너게 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008_0019_b_01L印華嚴經兼水陸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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惟佛身之應機如鏡照物而法力之度
008_0019_b_03L似舟濟人倘切歸依奚遲感應
008_0019_b_04L憑慈意特展愚衷伏念云云幾刼迷
008_0019_b_05L困五道歷四生而沉溺多生2) [47] [10]
008_0019_b_06L背三德棄一乘而昏迷昧自己於幻塵
008_0019_b_07L逐外物於夢識惡已積於山岳善却少
008_0019_b_08L於毫釐慨已徃之多愆愧今時之薄命
008_0019_b_09L鋤菜園兮普饋織芒屩兮廣施傾囊貯
008_0019_b_10L之塵財印龍藏之大寶欲兼濟於苦類
008_0019_b_11L普勸緣於檀那動見貧婦之皺多逢狂
008_0019_b_12L士之嘖歷萬家兮收斗粟過千戶兮得
008_0019_b_13L寸絲自負勞輸恨前途之尙遠借駄
008_0019_b_14L困轉愁遙路之多危擇名山之寶坊
008_0019_b_15L得深源之禪刹呈玉粒於壇上懸寶盖
008_0019_b_16L於空中建水月之道場作空花之佛事
008_0019_b_17L花簇蜀川錦燈燦楚漢星香烟出金爐
008_0019_b_18L樂音生玉磬施作雖少菱鑑即周
008_0019_b_19L願主上殿下八千歲爲春秋億萬年配
008_0019_b_20L天地王妃殿下鳳閣龍孫之益昌金枝
008_0019_b_21L玉葉之永茂各各施主等損滅灾殃
008_0019_b_22L增福壽弟子淸淨六根塵頓證三身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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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019_b_24L芙蓉堂大3) [48] 百日䟽

008_0019_b_25L
佛身之赴感如月印於千江法力之濟

008_0019_c_01L생사의 빠른 수레바퀴를 면하기 위해서는 불법의 위대한 빛에 의지해야만 합니다. 귀의하는 마음만 절실하다면야, 어찌 감응하는 일을 더디게 하겠습니까.
생각건대, 세상을 떠난 저 혼백으로 말씀드리자면 바로 저의 은사이십니다. 바른 신앙심을 지니고 출가하여 동진童眞(沙彌의 이칭)으로 입도入道하였으며, 마음이 이미 삼장三藏에 통한 뒤에도 뜻은 여전히 일승一乘에 노닐었습니다. 물에 비친 달처럼 마음이 텅 비었고, 서리 내린 시절의 소나무처럼 절조가 결백하였습니다. 동정動靜 간에 언제나 준칙이 있었고, 어묵語黙 간에 항상 법도가 있었으며, 중생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 신정神情에 절실하였고, 불법을 위해서는 목숨도 잊었습니다.
풍악楓嶽에서 참선하며 안거할 때에는 일곱 개의 부들방석이 앉아서 해어졌고, 두류頭流에서 교화를 행할 때에는 한 지방 사람들의 눈꺼풀을 떼어 내어 환히 보게 해 주었습니다.200)
도道가 방외에 전해지고 명성이 당시에 높아지자, 일국一國의 고인高人과 삼산三山의 선학들이 여학驪壑의 구슬201)을 다투어 찾으러 나왔고, 용문龍門202)에 오르려는 대어大魚들처럼 그 아래로 너도나도 모여들었으므로, 방장이 비록 넓었어도 물정物情은 스스로 좁게 여겼습니다.
제자도 숙세宿世의 인연이 있었던 관계로 함장函丈203)의 곁에 모시고 참여하면서 탕약을 조석으로 올리고 그 좌우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간곡하게 일깨워 주신 그 은덕은 천지보다도 크고, 잊지 않고 돌보아 주신 그 은혜는 부모보다도 더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효성을 다 바치기도 전에 갑자기 저세상으로 떠나셨으므로, 비통함이 오장五臟을 감싸고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지팡이를 어루만지노라면 더욱 슬퍼지기만 하고 감실龕室을 돌아보노라면 장탄식이 나오곤 하는데, 감격하고 또 감격해도 돌아가신 혼령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슬퍼하고 또 슬퍼해도 제성諸聖의 질책만 받을 따름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망사亡師는 인행因行이 이미 정결했던 만큼 과위果位도 응당 원만하리라고 여겨집니다. 다만 화성化城에 오래 머무르면서 보소寶所에 도달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들기에, 법회를 열어 특별히 효사孝思를 펴게 되었습니다. 이에 한 심지의 맑은 향과 몇 점의 밝은 등과 약간의 옥립(쌀의 미칭. 공양미)과 반 동이(半盆)의 소다蘇茶(소생의 차)를 올려, 단전丹田의 심수心水를 맑게 하고 진계眞界의 각월覺月을 맞이하고자 하니, 이 간절한 정성을 갸륵하게 여기시어 나의 슬퍼하는 마음을 살펴 주소서.

008_0019_c_01L若舟楫於四海欲脫生死之迅輪
008_0019_c_02L須憑佛法之威光倘切歸依4) [49] [11] 遲感
008_0019_c_03L念彼逝魄曰余恩師正信出家童眞
008_0019_c_04L入道心旣通於三藏志尙遊於一乘
008_0019_c_05L並水月而虗懷與霜松而潔操動靜兮
008_0019_c_06L常準語默兮恒䂓慜人切於神情
008_0019_c_07L法忘於安禪楓嶽兮坐破七介
008_0019_c_08L蒲團行化頭5)流兮 [50] 刮除一方翳眼
008_0019_c_09L扇方外名重當時一國高人三山禪
008_0019_c_10L競探珠於驪壑爭曝鰓於龍門
008_0019_c_11L丈雖寛物情自隘弟子亦有宿世之因
008_0019_c_12L叅陪凾丈之側朝夕湯藥左右不離
008_0019_c_13L諄諄提撕德勝於天地眷眷撫恤
008_0019_c_14L過於爺孃未盡孝誠遽隔㝠路痛纒
008_0019_c_15L心腑淚垂眼眶撫杖屨以益悲顧龕
008_0019_c_16L室而太息感之又感乃無益於去靈
008_0019_c_17L哀之復哀及見嘖於諸聖伏念亡師
008_0019_c_18L因行旣淨果位應圓唯恐淹留化城
008_0019_c_19L未達寶所肆建法會特展孝思一炷
008_0019_c_20L淸香數點明燈若干玉粒半盆蘇茶
008_0019_c_21L淨心水於丹田邀覺月於眞界憫斯虔
008_0019_c_22L「文」編者補入「拾」作「捨」{甲}{乙}{丙}「師」
008_0019_c_23L作「士」{甲}
「爰」作「奚」{甲}{乙}{丙}自「流兮」至
008_0019_c_24L「燔瓦水陸䟽(本書第八册二十二頁上段十行)」
008_0019_c_25L丙本缺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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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바라옵건대, 망사께서는 타방他邦에 머무는 일을 그만두시고 피안彼岸으로 뱃길을 향하시어, 속히 큰 파도에 지혜의 노를 돌리시고 탐욕 파도의 미혹한 물결(迷淪)을 건네주소서. 그리고 이와 함께 제자도 출진出塵(번뇌에서 벗어남)의 요문要門을 밟고 무루無漏의 묘법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시고, 남은 은택의 물결에 젖게 하여 고통 받는 무리(苦類)들도 모두 소생할 수 있게 해 주소서.
박 대비大妃가 아들을 구하는 소
생각건대 북두北斗의 위령威靈은 실로 불가사의하다고 할 것이니, 애달픈 궁원宮怨의 정서를 어떻게 감히 진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좋은 음식을 마련하여 간절한 마음(丹懇)을 우러러 토로하게 되었는데, 이 일은 밖으로부터 나를 녹여서 들어온 것(外鑠)이 아니라,204) 그 정이 마음속으로부터 쌓여서 우러나온 것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요행히도 숙세의 인연이 있었던 관계로 군주의 배위配位에 참여하여, 무궁한 복을 더불어 향유하면서 한 나라에 나란히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첩의 운명이 중도에 쇠해져서 옷에는 어향御香의 향기가 끊어지고, 천은天恩이 점점 박해져서 뜰에는 봉련鳳輦(임금의 수레)이 돌아오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하여 항상 장신長信의 시름205)을 품게 되었으니, 어떻게 주남周南의 즐거움206)을 누릴 수가 있겠습니까.
제비가 알을 떨어뜨리는 일을 보지 못한 채,207) 제위諸位에 왕자가 없는 것이 언제나 한스럽기만 한데, 동궁東宮이 적요하여 사직社稷이 위급하게 된 것을 생각하노라면, 오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하면서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곤 합니다. 이처럼 걱정하는 마음을 금치 못한 나머지 한이 맺혀서 병이 되고 말았으니, 신명神明이 말없는 가운데 돌보아 주시지 않는다면, 이 목숨을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이 고질병을 즉시 낫게 해 주시고, 군자가 속히 돌아오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학춘鶴椿208)의 수명을 길이 향유하며 원앙의 인연이 다시 이어지게 해 주시고, 특별히 신공神功을 드리우시어 성윤聖胤(황제의 후사)을 임신할 수 있게 해 주소서.
이 생원이 관직을 구하는 소
과거의 세상에 수행하며 팔만 겁의 신통의 힘을 이미 얻었고, 금생의 부처가 멸도하며 이십 년의 수복壽福의 권한을 유촉遺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후세의 복전이 되고 군생群生의 의지처가 되었기에, 마침내 신령스러운 이 동천洞天에 나아와서 삼가 정성을 바치게 되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소생은 이 말세에 태어나서 어렵고 힘든 시대를 만나 재앙은 남보다 먼저 받고 혜택은 남보다 뒤에 받고 있습니다. 대각臺閣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그곳에 올라가기 어려워서

008_0020_a_01L照我哀衷伏願亡師休止息於他邦
008_0020_a_02L進舟航於彼岸速回洪濤之智楫還度
008_0020_a_03L欲浪之迷淪亦願弟子履出塵之要門
008_0020_a_04L學無漏之妙法餘波所滴苦類咸蘇

008_0020_a_05L

008_0020_a_06L朴大妣 [12] 求子䟽

008_0020_a_07L
惟北斗之威靈實難思議哀宮怨之情
008_0020_a_08L何不敢陳肆備珍羞仰露丹懇
008_0020_a_09L非外鑠情由中鍾伏念幸承宿世之因
008_0020_a_10L得預君主之配同享無窮之福齊臨有
008_0020_a_11L截之區嗚呼妾命中衰衣絕御香之襲
008_0020_a_12L天恩漸薄庭無鳳輦之回常懷長信之
008_0020_a_13L豈有周南之樂不見玄鳥之墮卵
008_0020_a_14L長恨諸位之無兒東宮寂寥社稷危急
008_0020_a_15L五膓刀裂雙眼淚垂不禁愁懷因結
008_0020_a_16L成病神不㝠祐命不可延伏願即除
008_0020_a_17L沉痾速回君子永享鶴椿之壽再續
008_0020_a_18L䲶鴦之緣特垂神功懷姙聖胤

008_0020_a_19L

008_0020_a_21L李生員求官䟽

008_0020_a_22L
曩世修行已得八萬刼神通之力今佛
008_0020_a_23L滅度1) [51] 二十年壽福之權爲後世
008_0020_a_24L之福田作群生之依仗肆進靈洞
008_0020_a_25L陳情誠伏念寒生生斯季世逢此丕
008_0020_a_26L禍在人先利居人後望臺閣而難

008_0020_b_01L기박한 운명을 원망하며 길게 탄식을 하고, 작은 관직을 구해도 이루지 못한 채 곤궁한 시름에 젖어서 크게 한숨을 내쉬곤 합니다.
일월이 흘러가는 속에 나이는 늙어만 가고 지기志氣가 쇠해지는 속에 일은 어긋나기만 하는데, 전리田里에 돌아온 것이 벌써 몇 년이요, 강호에 의지한 뒤로 많은 날이 지났습니다. 북궐北闕에 나아갈 수 있도록 그 누가 이끌어 주겠습니까. 남쪽 텃밭(南畝)에 누워서 그저 사람들을 원망할 따름입니다.
사마司馬의 이름도 이루지 못했는데, 하물며 광한廣寒의 계수나무 가지를 꺾겠습니까.209) 따라서 위엄 있는 권세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영달할 기약을 할 수가 없는데, 진실로 신령스럽게 감통하는 바가 있을 것이니, 걱정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응당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 때문에 제단에 옥립(쌀)을 바치고 향로에 명향名香을 사르게 되었는데, 제물을 마련한 것은 비록 보잘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건한 정성은 크다고 할 것이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나의 어리석은 충정을 살펴 주소서.
삼가 원하옵건대, 뇌우雷雨를 일으켜 와룡臥龍을 일어나게 하고, 천조天詔(임금의 조칙)를 드리워 선각仙閣에 오르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창랑滄浪의 물가를 배회하며 떠돌아다니는 나그네로 하여금 즉시 대궐 안 장락궁長樂宮의 종소리를 듣게끔 해 주소서.
문양 부원군의 백일을 맞아 올린 소
둥글고 밝은 부처님의 거울(佛鑑)은 강물 속에 비친 가을의 보월寶月보다도 청랑하고, 신속하여 무상한 인생은 바람에 나부끼는 한 조각 꽃잎보다도 빠릅니다. 생사의 신속한 수레바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불법의 위력에 의지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간절한 정성을 다 바쳐서 현묘한 도움을 앙망하는 바입니다.
생각건대 세상을 떠난 저 혼백은 바로 나의 엄부嚴父이신데, 그 분은 경敬을 가지고 중도中道를 잡고, 의義를 가지고 외면을 방정하게 하였습니다.210) 예법에 맞게 제사를 받들고 충성스럽게 임금을 섬기는 한편, 힘을 다하여 백성을 위하고 마음을 다하여 국사國事를 보좌하였으며, 친우와 신의로 사귀고 사람을 관대하게 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선을 쌓은 그 보답으로 복을 길이 누리게 된 때에, 멀리 하루아침에 영원히 결별을 함으로써, 슬프게도 백 년의 계책이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몸이 궁위宮闈211)에 있는 관계로 일이 규제에 어긋나게 되어 병중에도 부친을 위해 탕약을 맛보지 못하였고 사후에도 관곽棺槨을 어루만지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오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가운데, 종일토록 크게 탄식을 하고 밤새도록 길이 슬퍼하였는데, 그러는 중에 해가 가고 달이 가서 어느덧 백일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이에 불상을 그려 명로冥路를 닦고 법당을 세워 청혼淸魂을 천도하면서, 보개寶蓋를 높은 하늘에 내걸고

008_0020_b_01L帶薄命而長吁求微官而不成
008_0020_b_02L窮愁而太息日月流兮年老志氣衰兮
008_0020_b_03L事違歸田里兮幾年傍江湖兮多日
008_0020_b_04L向北闕兮誰引臥南畝兮人怨未成司
008_0020_b_05L馬之名況折廣寒之桂不假威權之力
008_0020_b_06L無由榮達之期誠有靈通應知憂憫
008_0020_b_07L是以壇呈玉粒爐爇名香施作雖微
008_0020_b_08L虔誠即大以其慈意炤我愚衷伏願
008_0020_b_09L作雷雨兮起臥龍垂天詔兮登仙閣
008_0020_b_10L使滄浪之客即聞長樂之鍾

008_0020_b_11L

008_0020_b_12L文陽府院君百日䟽

008_0020_b_13L
佛鑑之圓明淸江底中秋寶月人生之
008_0020_b_14L倐忽疾風頭一片殘花欲脫生死之迅
008_0020_b_15L須憑佛法之威力肆竭丹懇仰丐
008_0020_b_16L玄扶念彼逝魂曰予嚴父敬以執中
008_0020_b_17L義以方外奉祀以禮事君以忠竭力
008_0020_b_18L爲民盡心輔國交友以信待人以寛
008_0020_b_19L以積善之餘勳爲享福之綿2) [52] 3) [53]
008_0020_b_20L朝之永訣嗟百年之計違伏念弟子
008_0020_b_21L身在宮闈事違䂓制病未嘗藥死不
008_0020_b_22L撫棺雙眼血流五膓刀裂終日太息
008_0020_b_23L永夜長悲日居月諸奄迫百日畵佛
008_0020_b_24L像兮修㝠路建法幢兮薦淸魂懸寶盖

008_0020_c_01L화대花臺를 넓은 자리에 세우게 되었으니, 진설한 제물이 비록 약소하다 하더라도 능감(부처님의 자비의 거울)을 비추어 두루 살펴 주소서.
삼가 원하옵건대, 주상 전하는 억만 세가 다하도록 천지와 짝하고 팔천 년을 춘추로 삼게 해 주소서.212) 그리고 다음으로 선고先考 유모柳某는 삼계三界의 화택火宅213)을 속히 떠나 구품九品의 연대蓮臺214)에 높이 오르게 해 주시고, 나머지 은택의 물결에 젖게 하여 고통 받는 중생들도 모두 구제받도록 해 주소서.
송운 대사의 소상小祥을 맞아 올린 소
부처님은 길을 잘 인도하는 분이시니 길 잃은 자들에게 사통팔달四通八達하는 나루를 가리켜 보여주고, 불법은 자비의 배이니 중생들을 깨달음의 언덕으로 건너가게 해 줍니다. 삼계의 화택을 면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삼보三寶의 위신력威神力에 의지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에 정성을 다 바치면서 현묘하게 감응해 주시기를 우러러 간청하는 바입니다.
생각건대 세상을 떠난 저 혼백은 저의 은사이시니, 그분은 방내方內의 세계를 떠나 운수雲水에 몸을 부쳤습니다. 동진童眞의 몸으로 삭발을 하고 일찌감치 무생無生의 도리를 배웠으며, 다시 서산西山의 문하에 들어가서 선지禪旨에 몸을 적셨습니다. 이와 같이 사승師承의 단계를 거쳐 연원이 없지 않았으니, 가까이로는 벽송碧松을 잇고 멀리로는 임제臨濟를 계승하였습니다. 이따금 또 교종敎宗의 바다에서 노닐기도 하였으나 마음은 항상 조사祖師의 뜨락에 있었습니다.
말을 할 때면 반드시 전장典章에 합치되었고, 일을 행할 때에도 진리와 일치하였습니다. 사도邪道를 꺾고 정도正道를 세워 선문禪門의 표종標宗이 되었음은 물론이요, 바다 건너 오랑캐와 담판을 하여 국가의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반걸음 사이에도 충효를 잊은 적이 없었고, 잠깐 사이라도 참구하는 일을 그만둔 적이 없었으며, 타인의 잘못을 밖으로 드러내는 대신, 자기의 허물을 스스로 반성하곤 하였습니다.
그 도道가 방외方外에 퍼지고 그 이름이 당시에 높아지자, 팔방八方의 고승高僧들이 여학驪壑의 구슬215)을 찾으려고 다투어 모여들었고, 일국一國의 명사名士들이 용문龍門216)을 오르려는 대어大魚들처럼 너도나도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방장方丈이 비록 넓었어도 물정物情은 스스로 비좁게 여겼는데, 은혜의 나뭇가지가 바야흐로 수려하게 뻗어나가는 때에 불법佛法의 대들보(棟樑)가 갑자기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사이에 어느덧 이태의 기일(再期)이 박두하였습니다. 감실龕室을 돌아보며 길이 슬픔에 잠기고, 은택을 생각하며 크게 탄식하는 가운데, 꽃잎이 나부끼고 나뭇잎이 지면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008_0020_c_01L於層宵涌花臺於廣坐營締雖少
008_0020_c_02L鑑即周伏願主上殿下億萬歲配天地
008_0020_c_03L八千年爲春秋次願先考柳某速離三
008_0020_c_04L界之火宅高步九品之蓮臺餘波所霑
008_0020_c_05L群枯等沐

008_0020_c_06L

008_0020_c_07L松雲大師小祥䟽

008_0020_c_08L
佛爲善導指迷道於通津法是慈航
008_0020_c_09L渡有情於覺岸欲免三界火宅須憑三
008_0020_c_10L寶威神肆竭丹忱仰丐玄應念彼逝
008_0020_c_11L曰余恩師發足超方寄身雲水
008_0020_c_12L眞披削早學無生又投西山已染禪
008_0020_c_13L師承有自淵源不無近繼碧松
008_0020_c_14L承臨濟時復遊於敎海心常在於祖庭
008_0020_c_15L出言必愜典章行事亦合眞理摧邪立
008_0020_c_16L作禪門之標宗航海和戎爲國家
008_0020_c_17L之柱石忠孝無忘於跬步叅究不棄於
008_0020_c_18L寸陰外不揚於他非乃自省於己過
008_0020_c_19L道扇方外名重當時八表高僧競探
008_0020_c_20L珠於驪壑一國名士爭曝鰓於龍門
008_0020_c_21L方丈雖寛物情自隘惠柯方秀法棟
008_0020_c_22L俄墜日月流邁奄迫再期顧龕室而
008_0020_c_23L長悲思恩澤而太息愁益重於花飛葉
008_0020_c_24L「屬」作「囑」{甲}{乙}「祚」無有{甲}{乙}「遠」
008_0020_c_25L下有「何」{甲}{乙}

008_0021_a_01L고요한 밤중에 시간이 흘러갈수록 한스러운 느낌이 또 더해집니다.
삼가 생각건대, 망사亡師는 지智와 비悲를 남몰래 쌓고 충忠과 서恕의 행동을 하여 이미 그 인因을 닦았으니 그 과果를 증득하는 것도 응당 높을 것입니다. 다만 화성化城에서 지체하다 보면 보소寶所에 이르지 못할까 걱정이 되기에, 마침내 법회를 열어 특별히 작은 정성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등촉燈燭이 휘황하게 빛나고 번화幡花가 족족簇簇한 가운데, 제단에 옥립(쌀)을 바치고 향로에 명향名香을 피우게 되었으니, 저의 애달픈 심정을 어여삐 여기시어 저 명감明鑑(부처님의 밝은 거울)을 돌이켜 살펴 주소서.
삼가 원하옵건대, 망사는 오온五蘊의 환질幻質을 속히 떠나 구품九品의 연대蓮臺를 높이 밟은 뒤에, 문수文殊와 더불어 노닐고, 관음觀音과 짝하여 서로 유희遊戱하도록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남은 은택의 물결에 적셔서 고통 받는 무리(苦類)도 모두 소생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등계 대사를 천도薦度한 소
위대한 제불諸佛이 중생을 제도하는 대비大悲는 만겁萬劫을 거쳐도 다함이 없고, 애달픈 제자가 스승을 천도薦度하는 성효誠孝는 백 년이 지나도 끝남이 없습니다. 그래서 초로草露의 정성(丹忱)을 바쳐서 마침내 열반의 정로正路를 닦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망사亡師는 세상의 부허浮虛함을 알고 불도의 영원한 즐거움(常樂)을 앙망하여, 유교를 버리고 석교釋敎를 따르면서 불법을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도 가벼이 여겼습니다. 그리고 숙세에 씨를 뿌린 인연이 있어서 선지禪旨에 깊이 몸을 적시고는, 조사祖師의 법도를 높이 제창하며 무너진 기강을 다시 정비하였습니다. 또 의기意氣가 장엄하고 의표儀表가 특출하여 문풍門風이 준엄하였으므로 범용한 학자들은 엿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하여 교화敎化가 임천林泉에 흡족하여 삼산三山의 표준이 되었고, 인망人望이 조야朝野를 감복시켜 일대一代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명성이 당시에 귀중해지고 도道가 방외方外에 퍼졌는데, 어찌하여 세상에 염증을 내어 그만 떠나는 길을 재촉하였단 말입니까.
감실龕室은 쓸쓸하고 연하煙霞는 참담한 가운데, 법은法恩을 생각하면 눈물만 흐르고, 음성과 얼굴을 떠올리면 비통해지기만 합니다. 하지만 천도하는 일을 행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니, 원망과 탄식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정결한 법수法水를 떠놓고서 각월覺月이 임하는 것을 경건히 맞이하려 하니, 나의 어리석은 충정을 어여삐 여겨 자애로운 불감佛鑑(깨침의 거울)을 돌이켜 살펴 주소서.
삼가 원하옵건대, 망사는 곧바로 각로覺路에 올라 달자達者와 나란히 하며 함께 어울려 노니는 한편, 다시 대사大事를 밝혀서

008_0021_a_01L恨亦增於夜靜更深伏念亡師
008_0021_a_02L增智悲動爲忠恕修因旣爾證果應
008_0021_a_03L唯恐猶滯化城未至寶所肆建法
008_0021_a_04L特展微誠燈燭煌煌幡花簇簇
008_0021_a_05L呈玉粒爐爇名香憫我1) [54] 回彼明鑑
008_0021_a_06L伏願亡師速離五蘊幻質高步九品蓮
008_0021_a_07L與文殊而同遊伴觀音而相戱
008_0021_a_08L波所洎苦類咸蘇

008_0021_a_09L

008_0021_a_10L薦登階大師䟽

008_0021_a_11L
偉諸佛度生之大悲歷萬刼而不盡
008_0021_a_12L弟子薦師之誠孝積百年而無窮肆竭
008_0021_a_13L草露丹忱終修涅槃正路伏念亡師
008_0021_a_14L知世浮虛仰佛常樂捨儒從釋爲法
008_0021_a_15L輕生宿有種緣深染禪旨高提祖令
008_0021_a_16L再整頹綱意氣雄嚴威儀挺特門風
008_0021_a_17L2) [55] 凡學難窺化洽林泉作三山之
008_0021_a_18L標準望傾朝野爲一代之師賓名重
008_0021_a_19L當時道扇方外夫何厭世乃爾貪程
008_0021_a_20L龕室寂寥烟霞慘淡思法恩而垂淚
008_0021_a_21L想音容而含悲唯薦修之是宜徒怨嘆
008_0021_a_22L兮何益故將法水之淨敬邀覺月之臨
008_0021_a_23L憫我愚衷回佛慈鑑3) [56] 亡師徑登
008_0021_a_24L覺路與齊達者以同遊再明大事

008_0021_b_01L하나의 중생도 제도되지 않는 일이 없게끔 해 주시고, 나머지 은택의 물결에 몸을 적시어 고통 받는 무리(苦類)도 모두 소생하게 해 주소서.
부모를 추천追薦한 소
법계의 중생(含靈)은 모두 불법이 가피加被하는 힘을 입게 마련이고, 부모가 우리를 낳아서 길러 준 은혜는 하늘처럼 끝이 없어서 보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자비의 문을 두드려 명로冥路를 닦아야만 할 것입니다. 귀의하는 마음이 간절하기만 하다면야, 감응하는 일을 어찌 더디게 하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태어나서 겨우 12세가 되었을 무렵에 자당慈堂을 일찍 잃었고, 나이가 겨우 18세 되었을 무렵에 엄부嚴父를 또 잃었습니다. 부모가 병중에 계실 때에는 탕약을 먼저 맛보는 효성을 바치지 못하였고, 돌아가셨을 때에는 추원追遠217)하는 정성을 행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날이 가고 달이 가는 사이에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남몰래 닦았고, 봄이 오고 가을이 가는 사이에 오장이 에이는 듯한 비통함을 가누지 못하였는데, 고요한 밤에 시간이 흐를수록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갔고, 꽃이 날리고 나뭇잎이 질 때면 한스러움이 또한 더욱 사무쳤습니다.
엄부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삼연森然하고 자당의 얼굴이 당시와 방불髣髴하게 떠오르는데, 슬퍼하고 또 슬퍼해도 거꾸로 제성諸聖의 꾸지람만 받을 것이요, 감격하고 또 감격해도 고혼孤魂에는 아무런 이익도 없을 것이기에, 길일을 택하여 법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낮에는 『법화경(蓮經)』의 묘법을 펼치고 밤에는 수륙水陸의 재회齋會를 올리게 되었으니, 진설한 제물이 비록 약소하다 하더라도 능감菱鑑(부처님의 자비의 거울)을 비추어 두루 살펴 주소서.
전사한 망령을 천도한 소
생각건대, 제불諸佛은 사심이 없어서 만물을 보기를 자기 한 몸처럼 여기는 반면에, 애달픈 중생들은 망념을 일으켜 같은 몸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다른 마음을 띠고 있습니다. 나와 남을 분별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에 또한 상해하고 살생하는 참혹한 화가 일어나게 되어, 원한으로 서로 상대하며 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몸으로 몸을 보복하고 목숨으로 목숨을 되갚곤 하였으니, 이러한 현상은 예로부터 모두 그러하였을 뿐더러 오늘날에 와서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부처님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해탈할 길이 없겠기에, 이렇게 법회를 열어서 현묘한 도움을 앙망하게 되었으니, 저 위신력을 돌이켜 살펴 주시어 이 맺힌 원한들이 풀어지게 해 주소서.
아, 우리나라는 천명天命이 중도에 쇠해지고 나라의 기강(王綱)이 기율紀律을 잃었으므로, 무서운 호랑이와 같은 강한 적을 만나자 검을 안고서 감당하기 어려웠으며, 기세등등한(席卷) 군위軍威를 떨치자

008_0021_b_01L一衆生而不度餘波所洎苦類咸蘇

008_0021_b_02L

008_0021_b_03L追薦父母䟽

008_0021_b_04L
法界含靈皆蒙佛法加4) [57] 之力昊天
008_0021_b_05L罔極難報父母生我之恩宜扣慈門
008_0021_b_06L用修㝠路歸依倘切感應奚遲伏念
008_0021_b_07L弟子生纔十二早失慈堂年甫十八
008_0021_b_08L又喪嚴父病不奉嘗藥之孝死未行追
008_0021_b_09L遠之誠日居月諸暗拭雙眼之淚
008_0021_b_10L來秋去未免五膓之摧愁益重於夜靜
008_0021_b_11L更深恨亦增於花飛葉落嚴訓森然今
008_0021_b_12L慈顏髣髴當時悲之益悲反見責
008_0021_b_13L於諸聖感之又感又無益於孤魂
008_0021_b_14L擇吉辰開建法會 5) [58] 展蓮經之妙
008_0021_b_15L設水陸之齋營締雖少菱鑑卽周

008_0021_b_16L

008_0021_b_17L薦戰死亡靈䟽

008_0021_b_18L
惟諸佛之無私視萬物而爲一己哀衆
008_0021_b_19L生之起妄在同軆而帶異心纔萌彼我
008_0021_b_20L之情亦有傷殺之慘寃恨交對干戈
008_0021_b_21L相尋以身報身以命報命自古皆爾
008_0021_b_22L及今尤然不假佛天無由解脫肆建
008_0021_b_23L法會仰丐玄扶回彼威神解斯寃結
008_0021_b_24L嗚呼我國天命中衰王綱失律値雄
008_0021_b_25L虎之勍敵抱劒難當振席卷之軍威

008_0021_c_01L소문만 듣고서 모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적들이 승승장구하여 곧장 삼경三京에 들어옴에, 임금의 가마는 피난을 가고 백성은 도탄에 빠지면서, 시체는 구렁에 쌓이고 피는 도성에 흘러 넘쳤습니다. 그리고 병과兵戈를 피했다고 하더라도 굶주려 죽음을 또 면하지 못하였으므로, 이어진 시체가 들판에 가득하여 눈으로 보기에 참혹하고 마음이 아프기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혼백의 원한이 맺혀서 하늘도 침침하고 귀신이 한데 엉겨서 구름도 암담하였는데, 하늘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죄 없는 그들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산림에 윤음綸音(임금이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말. 법령)을 내려서, 유골을 수습해 들판에 묻어 주게 하고 초제醮祭를 올려 그들을 천도하게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산야에서 눈물을 흘리며 하교下敎를 봉행하여 유골을 수습해서 일단 안장을 한 뒤에, 깊이 원혼을 구제하려는 서원을 세우고 널리 단월에게 좋은 인연을 맺기를 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만가萬家를 차례로 거치며 한 말의 곡식을 거두어 모으고, 천호千戶를 방문하며 한 치의 옷감을 얻고 나서, 수월水月의 도량을 세우고 공화空花의 불사를 일으키게 되었으니, 부디 자애로운 불감佛鑑(부처님의 거울)을 드리우시어 어리석은 충정을 굽어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주상 전하께서 용루龍樓에서 만세를 누리고 봉각鳳閣에서 천추를 누리는 가운데 간과干戈(전쟁)가 영원히 소멸되어 나라의 운명이 다시 융성해지도록 해 주소서. 그리고 다음으로 바라옵건대, 전사한 망령들이 속히 원한에 맺힌 마음을 풀고 길이 윤회를 면하도록 해 주시고, 남은 은택의 물결에 젖어서 고통 받는 무리(苦類)도 똑같이 구제 받게끔 해 주소서.
모친을 천도한 소
부처님의 거울(佛鑒)은 원융하고 밝아 유도幽途의 어둠을 깨뜨리고, 법선法船이 신묘하게 운행하여 고해의 침륜沉淪을 구해 주니, 빠르게 도는 생사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려면 불법의 위력에 의지해야만 합니다. 이에 간절한 마음으로 현묘한 도움을 앙망하오니, 이 효성을 어여삐 여기시어 저 조응照應(감응하여 비추어 줌)을 돌이켜 살펴 주소서.
생각건대 이 세상을 떠난 혼백은 바로 저의 자당慈堂이신데, 저를 낳고 길러 주시느라 무척이나 애쓰고 고생하셨습니다. 자식은 마른자리에 눕히고 자신은 진자리에 누운 그 은택은 몸이 부서져도 갚기 어렵고, 쓴 것은 자신이 삼키고 단것은 자식에게 먹인 그 은혜는 목숨이 다해도 보답할 수가 없습니다. 멀리 여행하거나 가까이 외출할 때면 집 문에 기대고 마을 문에 기대어 기다리셨고,218) 자신의 먹을 것을 내주어 나를 먹여 주고

008_0021_c_01L望風皆潰乘勝長驅直入三亰乘輿
008_0021_c_02L播遷生民塗炭屍塡委於溝壑血流
008_0021_c_03L盈於都城雖有避於兵戈又未免於餓
008_0021_c_04L枕骸遍野慘目傷心魂魄結兮天
008_0021_c_05L沉沉鬼神聚兮雲暗暗天高憫其無罪
008_0021_c_06L綸音下於山林拾骨野藏設醮薦㧞
008_0021_c_07L是以山野垂淚奉敎收骨已安深欲濟
008_0021_c_08L於寃魂普勸緣於檀越歷萬家而收斗
008_0021_c_09L過千戶而得寸絲建水月之道場
008_0021_c_10L空花之佛事願垂慈鑒俯察愚衷伏願
008_0021_c_11L主上殿下龍樓萬歲鳳閣千秋干戈
008_0021_c_12L永消國步重運次願戰死亡靈速拋
008_0021_c_13L寃對永脫輪廻餘波所霑苦類等沐

008_0021_c_14L

008_0021_c_15L薦母䟽

008_0021_c_16L
惟佛鑒之圓明破幽途之昏暗而法船
008_0021_c_17L之神用濟苦海之沉淪欲脫生死之迅
008_0021_c_18L須憑佛法之威力肆竭丹懇仰丐
008_0021_c_19L玄扶憫斯孝誠回彼照應言念逝魄
008_0021_c_20L曰余慈堂生我劬勞育我勤苦回乾
008_0021_c_21L就濕之澤碎身難酬嚥辛吐甘之恩
008_0021_c_22L殞首何報遠遊近出倚門倚閭推食
008_0021_c_23L「哀」下有「情」{甲}{乙}「峻」作「俊」{甲}{乙}
008_0021_c_24L「念」作「願」 {甲}{乙}
「被」作 「彼」{甲}{乙}「畫」
008_0021_c_25L作「晝」{甲}{乙}

008_0022_a_01L자신의 입을 것을 벗어서 나를 입혀 주셨는데, 일조一朝에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으니, 고자孤子가 어디에 의지하겠습니까.
그런데 두 눈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홀연히 이태의 기일(再期)이 다가왔는데,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노라면 크게 탄식이 나오고, 베틀을 어루만지노라면 길이 슬퍼질 따름입니다. 은택은 당시와 방불髣髴하고 자애는 금일에 가득 넘치는데(森然), 다시 뵐 날을 더 이상 기약할 수 없으니, 극락에 천도하는 일을 행해야 마땅합니다.
이에 길일을 택하고 운석韻釋을 초빙하여 추천追薦하는 법회를 열고서 『법화경(蓮經)』의 묘전妙詮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손을 모아 향을 피우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을 예배하오니, 마련한 제물締物이 비록 약소하다 하더라도, 자비의 거울(菱鑑)을 비추어 두루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망모亡母가 연화대를 발로 밟고서 미타의 대성大聖을 볼 수 있게 해 주시고, 금상金相(부처님)과 얼굴을 마주하여 반야의 원음을 듣게 해 주소서. 그리고 남은 은택의 물결에 젖게 하여 고통 받는 무리(苦類)도 다 함께 구제받게 해 주소서.
기와를 굽고서 수륙水陸의 재회齋會를 올린 소
오직 둥글고 밝은 부처님의 거울(佛鑑)만이 미혹의 어둠을 깨뜨릴 수 있고, 신령하게 운용하는 위대한 법선法船만이 침몰하여 허덕이는 중생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사의 신속한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려면 불법의 위력에 의지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에 간절한 성의를 다하여 현묘한 도움을 주시기를 앙망하는 바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몇 겁 동안 머리를 보지 못한 채 그림자를 진실로 인식하고서(迷頭認影) 미친 듯 질주하였으며,219) 다생多生에 걸쳐 부친을 저버린 채(捨父) 밖으로 향해 치달리며 구하였습니다.220) 풍진 속에서 지혜의 눈(智眼)을 뜨지 못하고, 몽택夢宅 안에 참된 깨달음(眞覺)을 가두어 두었으며, 정원情猿221)에 내맡겨 오욕五欲에 빠지는가 하면, 의마意馬를 놔두어 일심一心을 어지럽게 하였습니다. 세상을 마치도록 법문法門을 참구하지 못하고, 일이 있을 때마다 계율(戒檢)을 많이 어긴 결과, 죄는 산악보다도 더 높이 쌓이고, 선은 털끝보다도 더 적게 되었습니다.
이에 과거에 외롭고 가난함을 슬퍼하고 금일에 업장이 많음을 한탄하면서, 큰 서원을 세워 분발하여 바랑의 재화를 모두 꺼낸 뒤에, 황금을 달구어 비로毘盧의 불신을 입히고, 기와를 구워 비로의 불전을 덮었습니다. 그러고는 또 공화空花의 불사를 일으켜 수월의 함생含生을 구제할 목적으로, 한 조각 글(片文)을 손에 쥐고 단신檀信을 널리 권선하면서, 일천 마을을 거치며 한 말의 곡식을 거두고, 일만 집을 찾아다니며 한 치의 옷감을 얻었습니다.
나의 등에 지고 고생하여 옮기면서 앞길이 아직도 먼 것을 한탄하였고,

008_0022_a_01L食余解衣衣我一朝永訣孤子何依
008_0022_a_02L雙淚1) [59] [13] 再期忽迫想音容而太息
008_0022_a_03L撫機梭而長悲恩澤髣髴當時慈愛森
008_0022_a_04L然今日無復期於重見冝薦修於超生
008_0022_a_05L爰擇吉辰乃迎韻釋設追薦之法會
008_0022_a_06L展蓮經之妙詮攢手焚香稽顙禮佛
008_0022_a_07L營締雖少菱鑒即周伏願亡母足踏蓮
008_0022_a_08L見彌陀之大聖面對金相聞般若
008_0022_a_09L之圓音餘波所沾苦類等沐

008_0022_a_10L

008_0022_a_11L燔瓦水陸䟽

008_0022_a_12L
惟佛鑒之圓明能破迷暗偉法船之神
008_0022_a_13L可濟沉淪欲脫生死之迅輪須憑
008_0022_a_14L佛法之威力肆竭丹懇仰丐玄扶
008_0022_a_15L念弟子幾刼迷頭認影狂走多生捨
008_0022_a_16L父向外馳求瞽智眼於風塵鎻眞覺
008_0022_a_17L於夢宅任情猿兮沉五欲縱意馬兮亂
008_0022_a_18L一心畢世未叅法門隨事多違戒檢
008_0022_a_19L罪已積於山岳善亦少於毫釐慨已徃
008_0022_a_20L之孤貧恨今日之多障奮發大願
008_0022_a_21L傾囊財鍛金塗毘盧佛身燔瓦盖毘盧
008_0022_a_22L佛殿又欲作空花之佛事濟水月之含
008_0022_a_23L手持片文普勸檀信歷千村兮收
008_0022_a_24L斗粟尋萬家兮得寸絲自負勞輸

008_0022_b_01L남의 수레에 실어 힘들게 나르면서 먼 길에 어려움이 많은 것을 걱정하였습니다. 빗줄기에 목욕을 하고 바람결에 빗질을 하는 동안 손은 갈라 터지고 발은 못이 박혔으며, 빈번하게 미친 선비의 질책을 당하기도 하고 걸핏하면 찌푸리는 가난한 아낙네의 얼굴을 대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뒤로 몇 차례 성상星霜이 바뀌고 어느덧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길일을 택하여 법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제단에는 옥립(쌀)을 바치고 향로에는 명향을 피웠으며, 좌석에는 화대花臺를 올리고 공중에는 보개를 매달았습니다. 그리하여 번화幡花(幢幡과 彩花)가 빽빽이 늘어서고 등촉이 휘황하게 되었으니, 나의 정성을 어여삐 여기시어 부처님의 자비의 거울(慈鑑)을 돌이켜 살펴 주소서.
삼가 바라옵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억만 년이 다하도록 천지와 짝하시고, 팔천 세를 춘추로 삼도록 해 주소서. 그리고 다음으로 바라옵건대, 법계의 망령들이 속히 삼계三界의 화택火宅을 여의고, 구품의 연대를 높이 밟게 해 주소서. 또 다음으로 바라옵건대, 각각 인연을 맺고 수희隨喜한 시주들에게 구름이 일어나듯 많은 복이 쌓이고 눈발이 흩어지듯 재앙이 없어지게 해 주시고, 남은 은택의 물결에 적셔서 고통의 무리(苦類)도 모두 소생하게 해 주소서.
기와를 굽고서 경찬慶讚의 법회를 올린 소
생각건대 제불諸佛은 중생을 제도하려는 그 큰 서원을 잊은 적이 없고, 중생은 부처님을 우러러보면서 오직 한마음으로 귀의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심수心水의 연못을 맑게 하여 각월覺月이 비치기를 앙망하오니, 이 간절한 단심丹心을 애달프게 여기시어, 저 자애로운 광명을 돌이켜 살펴 주소서.
삼가 생각건대, 그 동안 많은 겁해劫海 속에서 깨달음을 등진 채 물에 빠져 허덕이고, 구슬을 손에 쥔 채 구걸하러 다니면서, 구거九居222)의 안에서 포복匍匐하고 삼계 속에서 윤회하는 동안, 망령된 인연(妄緣)으로 지혜의 눈(智眼)을 뜨지 못하고, 꿈속의 알음알이(夢識)에 참된 깨달음(眞覺)을 가두어 두었습니다. 그러다가 다행히 숙세의 작은 선업을 힘입어 비록 원정圓頂223)의 방포方袍224)를 얻기는 하였으나, 교해敎海를 마음속에 음미하지 못하고 현묘한 도(玄道)를 깨닫지 못한 가운데, 다생多生에 걸친 사부捨父225)를 한탄하고, 오늘날의 미두迷頭226)를 부끄러워하였습니다.
이에 도심道心을 분발하여 눈 밝은 스승에게 투신하였으나 여전히 언전言詮에 응체凝滯된 나머지 자성에 어두웠으므로, 누겁累劫의 외로운 신세(孤露)를 개탄하며 전성前聖의 선근을 앙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신심이 있는 단나檀那를 모집하여 불전의 기와를 구운 뒤에, 인연 있는 선사善士를 널리 교화하며

008_0022_b_01L前途之尙遠借駄困轉愁遙路之多難
008_0022_b_02L沐雨櫛風龜手繭足頻逢狂士之責
008_0022_b_03L動見貧婦之皺屢變星霜奄延歲月
008_0022_b_04L爰擇吉辰開建法會壇呈玉粒爐爇
008_0022_b_05L名香座獻花臺空懸寶盖幡花蔟蔟
008_0022_b_06L燈燭煌煌憫我情虔回佛慈鑑伏願
008_0022_b_07L主上殿下億萬年配天地八千歲爲春
008_0022_b_08L次願法界亡靈速離三界之火宅
008_0022_b_09L高步九品之蓮臺次願各各結緣隨喜
008_0022_b_10L施主等福慶雲興灾萌雪散餘波所
008_0022_b_11L苦類咸蘇

008_0022_b_12L

008_0022_b_13L燔瓦慶讃䟽

008_0022_b_14L
惟諸佛之度生不離大願而衆生之見
008_0022_b_15L只在一心故澄心水之淵仰兾覺
008_0022_b_16L月之照愍斯丹懇回彼慈光伏念多
008_0022_b_17L刼海中背覺沉2) [60] [14] 持珠乞丐匍匐九
008_0022_b_18L居之內輪廻三界之中瞽智眼於妄緣
008_0022_b_19L鎻眞覺於夢識幸承宿世之微善雖得
008_0022_b_20L圓頂之方袍敎海未甞措懷玄道無因
008_0022_b_21L契悟恨多生之捨父愧今日之迷頭
008_0022_b_22L爰發道心而投明師猶滯言詮而迷自
008_0022_b_23L慨累劫之孤露仰前聖之善根
008_0022_b_24L信心之檀那陶佛殿之盖瓦廣化有緣

008_0022_c_01L경찬의 법연을 개최하면서, 향로에 명향을 사르고 제단에 옥립(쌀)을 바치게 되었으니, 진설한 제물이 비록 약소하더라도, 자비의 거울(菱鑑)을 비추어 두루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주상 전하는 은택이 건곤을 넘게 하고 덕망이 희황羲皇보다 높게 해 주소서. 그리고 다음으로 원하옵건대, 선왕先王, 선후先后는 금상金相(불보살)과 얼굴을 마주하고 연지蓮池를 발로 밟게 해 주소서. 또 각각 서원을 맺고 수희隨喜한 시주들은 억 년을 합하여 일 년이 되게 하고 천재千災가 바뀌어 만복萬福이 되도록 해 주시고, 남은 은혜의 물결에 적시어 고통 받는 무리(苦類)도 모두 소생하게 해 주소서.
금강산 백천동 누교樓橋의 기
풍악楓嶽의 동쪽에 하나의 골짜기가 있으니, 그 이름을 백천百川이라고 한다. 두 언덕이 울퉁불퉁하고 푸른 단애斷崖가 만 길이나 되는데, 석벽을 타고 오를 수가 없어서 사람의 자취가 닿지 않는다. 그런데 광대하게 백여 리에 걸쳐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가로 걸려 있어서 여행객들이 이곳을 끊임없이 왕래하는데 그 숫자가 몇 천 명이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산에 비가 오기만 하면 큰 물결이 흘러넘쳐 길을 막아 통행할 수가 없었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산인山人 축경竺敬이 평생을 헛되이 보낸 것을 후회하고 내세에 앞길이 막힐 것을 염려한 나머지, 제불諸佛이 자비롭게 배를 저어 중생을 건져 주는 뜻을 앙망하면서, 만인萬人과 더불어 생사의 바다를 건너 열반의 언덕에 오르는 일에 동참하기로 발원하였다. 그리하여 바랑에 저축한 재화를 기울이고 단나檀那의 시주를 모금하는 한편, 우수한 공장工匠을 부르고 좋은 재목을 모은 다음에, 시냇물 위에 다리를 놓아 평탄한 길을 만들고는, 다리 위에 누각을 세워 한가하게 휴식하는 장소로 삼았다.
봉래蓬萊가 그 뒤에 있고 창해滄海가 그 앞에 펼쳐진 가운데, 천풍天風이 바위 골에서 일어나고 봉관鳳管의 소리가 구름 가에서 들려오는데, 소나무는 길게 축축 늘어지고 바위는 기괴하기 그지없으며, 꽃이 난만하고 학이 배회하고 있으니, 인간이 사는 세계가 아니요, 호중壺中의 별천지別天地227)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유사遊士가 타고 온 말을 멈추고서 해가 지는 줄을 알지 못하는가 하면, 선승禪僧이 석장을 쉬고서 돌아갈 길을 잊곤 하는 것이다.

008_0022_c_01L之善士斯建慶讃之法筵爐爇名香
008_0022_c_02L壇呈玉粒3) [61] [15] 雖尠菱鑒即周伏願
008_0022_c_03L主上殿下恩過乾坤德高羲皇次願
008_0022_c_04L4)王先后 [62] 對金相足踏蓮池各各
008_0022_c_05L結願隨喜施主合億載爲一年轉千
008_0022_c_06L5) [63] 成萬福餘波所洎苦類咸蘇

008_0022_c_07L

008_0022_c_08L金剛山百川洞樓橋記

008_0022_c_09L
楓嶽之東有一洞名曰百川兩岸崎嶇
008_0022_c_10L蒼崖萬丈壁絕攀躋人迹不緣磅礴
008_0022_c_11L百里餘有入山之路橫跨遊客徃來
008_0022_c_12L憧憧不知其幾千人也然山雨到來
008_0022_c_13L洪波洋溢阻水不行人皆病焉於是
008_0022_c_14L山人竺敬恨平生之虛過念來世之窒
008_0022_c_15L仰諸佛慈航度生之意發願與萬人
008_0022_c_16L同參渡生死海登涅槃岸傾囊儲募
008_0022_c_17L檀緣召良工鳩美材川上營橋成平
008_0022_c_18L坦之路橋上建閣爲休暇之6) [64] 蓬萊
008_0022_c_19L在其後滄海當其前天風起岩谷
008_0022_c_20L管來雲邊松偃屈石恠奇花爛熳鶴
008_0022_c_21L徘徊非人間之世界別壺中之天地
008_0022_c_22L是以遊士停驂而不知日夕禪僧憇錫
008_0022_c_23L「末」作「未」{甲}{乙}「輪」作「淪」{甲}{乙}{丙}
008_0022_c_24L「主」作「作」{甲}{乙}{丙}
「王先后面」磨滅{乙}
008_0022_c_25L「灾」作「災」{甲}{乙}{丙}
自此至末缺落{乙}{丙}

008_0023_a_01L비록 그렇긴 하지만 이 다리를 건너서 이 누각에 오르는 자들은 존비와 노소와 남녀와 승속僧俗을 막론하고, 자기의 마음으로 마음을 삼지 않고 스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삼아, 모두 도道를 분발하는 뜻을 일으켜 다 함께 적멸도량寂滅道場으로 돌아가시라.
옥사에게 사례하며 올린 글
바야흐로 그리워하며 생각하고 있는 중에 홀연히 정답게 소식을 묻는 글을 받게 되었으므로, 완연히 모습을 대하는 것 같아서 실로 마음 깊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또 보내 주신 물건을 잘 받았는데,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법문의 은혜도 없는 터에 소종래所從來를 잊지 않고서 재회齋會를 장엄하게 개최했다 하니 이는 산문山門의 경사로서 깊이 위로되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산중에서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말로 다할 수 없이 찬탄해 마지않습니다. 그 밖의 생각이야 얼굴을 뵙지 않고 어떻게 다 말씀드리겠습니까. 삼가 양찰해 주시리라고 믿으며 사례하는 글을 올립니다.
옥사에게 문안을 올린 글
천마天摩에서 한번 헤어진 뒤로 안위安危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그리워하는 마음을 조석으로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고는 아무 하는 일도 없이 그저 날만 보내고 있었는데, 어쩌면 스님도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보내 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다만 세월이 흘러갈수록 병이 많아지면서 세상을 떠날 시간이 아침이 아니면 저녁으로 다가왔으니, 등불 심지를 돋우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살아서 다시 하기 어려울 것 같아 더욱 망연茫然하기만 합니다. 그 밖의 생각들은 붓으로 다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이만 줄일까 합니다. 모두 양찰해 주시리라고 믿으며 삼가 문안하는 글을 올립니다.
중간重刊한 부휴집 뒤에 제題하다
도道는 어느 사이에도 조짐이나 자취가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만약 이런 식으로 그칠 뿐이라면, 후세 사람을 감화시킬 길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고인古人이 시詩나 문文을 통해 기록해 놓은 것도 사리로 볼 때 당연하다고 하겠다.
아, 부휴浮休 스님은 동국의 웅걸雄傑로서, 도덕과 문장을 아울러 후세에 전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만력萬曆 연간에 이 문집이 태안泰安에서 간행되었는데,

008_0023_a_01L而却忘歸路雖然渡此橋登此樓者
008_0023_a_02L無尊無卑無老無少無男無女無僧
008_0023_a_03L無俗不以其心爲心以敬師之心爲心
008_0023_a_04L咸發道意同歸寂場之爾

008_0023_a_05L

008_0023_a_06L1)奉謝玉師

008_0023_a_07L
正思念間忽承情問宛對淸儀蘇慰
008_0023_a_08L實深又受送物尤謝罔涯素無法門
008_0023_a_09L之恩而不忘所從來營齋嚴辦云
008_0023_a_10L門慶事不勝深慰山中孰不欣忭
008_0023_a_11L之不盡讃之不已餘情非面何盡
008_0023_a_12L惟下照謹謝

008_0023_a_13L

008_0023_a_14L奉問玉師

008_0023_a_15L
天摩一別未聞安危消息相思之念
008_0023_a_16L朝暮不弛修無事度日豈非師念之所
008_0023_a_17L及耶感感不已但年深多病無常之
008_0023_a_18L非朝即夕挑燈對話在生難再
008_0023_a_19L覺茫茫餘情2) [65] 難旣只此不宣
008_0023_a_20L惟照采謹問

008_0023_a_21L

008_0023_a_22L題重刊浮休集後

008_0023_a_23L
道無朕迹於何間他若以是止已無所
008_0023_a_24L感於後之人古人或書於詩與文者理固
008_0023_a_25L然耶浮休雄於東國可謂道德文章
008_0023_a_26L兼以傳之者歟萬歷之間此集刊於泰安

008_0023_b_01L세월이 흐르면서 파괴되고 없어진 가운데에서도 몇 조각의 판본이 남았으나 좀이 잔뜩 슬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그친 것도 거의 드문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진응震應 선생은 명안 종사明眼宗師이다. 힘껏 서적들을 모았으나 여기에도 없어서 오랫동안 탄식하고 있던 중에 요행히 남원南原 사람에게서 판본 하나를 구했는데, 저묵楮墨 사이에 고색古色이 창연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수백 년 된 구물舊物인 것이 확실하였다. 그리고 권말의 자획을 분간하기 어려워서 끝내 해독할 수가 없었으나 태안의 판본과 비교해서 제대로 해독할 수 있었으니 또 얼마나 다행이라고 하겠는가.
문집의 내용을 보면 시가 4권이고 문은 1권으로 그치고 있다. 고인의 자취가 자칫하면 사라질 것 같은 걱정이 들기에, 목공에게 건네주어 그 이듬해에 일을 마쳤는데, 과거에 좀이 먹어서 해독할 수 없었던 것들도 완전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부터 지금까지 총림叢林 중에 글을 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노승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 세상에 전해지는 자가 몇 사람이나 있다고 하겠는가. 작자作者가 되기 어려운 것이 이와 같다. 그리고 전해지지 않은 것이 이미 오래되었다가 지금에야 다시 전해지게 되었으니, 세상에 전해지기 어려운 것이 또한 이와 같다. 그러니 후세에 당구堂構228)하는 자들이 어찌 소홀히 여겨서야 되겠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시는 굳이 글을 기다리지 않아도 전해지겠지만, 중간重刊을 한 대략적인 내용으로 말하면, 이 글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으리라고 여겨진다.
경신년 7월 5일에 쓰다.

008_0023_b_01L而歲深壤滅猶有幾片之板本而飽蟫蠧
008_0023_b_02L然止此者幾希矣震應先生明眼宗師
008_0023_b_03L力聚群書而無於此者歎之已久幸得
008_0023_b_04L一本於南原之人楮墨之間古色瀏瀏
008_0023_b_05L其爲數百年舊物則無疑也3) [66] 字畫難
008_0023_b_06L不可卒讀與泰安之本適以可讀
008_0023_b_07L幸之哉爲卷者詩四文止一恐幾滅於古
008_0023_b_08L人之迹仍付手民越明年而功成向之
008_0023_b_09L齾蝕及不可讀者乃全之抑亦幸之
008_0023_b_10L自古及今叢林之中未甞無爲文之人
008_0023_b_11L然此老化後傳於世者有幾人乎作者
008_0023_b_12L之難如此不傳旣久者今復傳之傳世
008_0023_b_13L之難又如此後之堂構者豈可易乎
008_0023_b_14L以爲詩則非待文而傳者也若其重刊之
008_0023_b_15L大略非斯文莫以知之夫

008_0023_b_16L
庚申七月五日
  1. 193)능감菱鑑 : 능화경菱花鏡. 고대 구리거울의 이름. 육각형이거나 등에 마름꽃이 새겨져 있어 능화경이라 한다. 거울의 범칭. 여기서는 세상을 비추는 부처님의 거울, 세상의 온갖 것에 감응하는 자비의 거울로 해석된다. 참고로 『趙飛燕外傳』에 “비연飛燕이 처음 궁에 들어와 첩여婕妤라 봉해질 때 36가지 물건으로 경하하였는데, 7척이 되는 능화경 한 궤가 있었다.(飛燕始加大號婕妤, 奏上三十六物以賀, 有七尺菱花鏡一奩.)”라고 하였다. 당唐 양릉楊淩의 시 〈明妃怨〉에 “갑 속에 능화경이 있다 하여도 / 부끄럽게 오직 옛 얼굴만 비출 뿐이네(匣中縱有菱花鏡 羞對單於照舊顔)”라고 하였다.
  2. 194)계정戒定 : 계戒와 정定. 계는 계율을 지켜 실천하는 수행, 정은 마음을 집중ㆍ통일시켜 산란하지 않게 하는 수행을 뜻한다.
  3. 195)자기 머리를 보지 못한 채(迷頭) : 주 109 참조.
  4. 196)부친을 저버린 채(捨父) : 사부捨父는 사부도서捨父逃逝의 준말. 자기의 본성을 잃어버리고 밖에서만 불법을 찾으려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 부유한 장자의 아들이 어려서 집을 나가 타향에 떠돌아다니며 곤궁한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 귀가하여 재산을 계승하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 『法華經』 권2 「信解品」(T9, 16b25)에 장자궁자長者窮子의 비유가 실려 있다.
  5. 197)용장龍藏의 대보大寶 : 『法華經』을 가리킨다. 용수龍樹가 용궁에 가서 『法華經』을 지니고 나왔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6. 198)단나檀那 : ⓢ dāna. 단나旦那ㆍ타나柁那(拕那)ㆍ타낭馱曩이라고도 하며 보시布施라고 번역한다. 남에게 베풀어 준다는 의미로 육바라밀 가운데 첫 번째 바라밀행이다. 또는 시주施主ㆍ보시자布施者라고 번역하는 단나파저檀那波底(ⓢ dānapati)의 줄임말로도 사용하는데 단월檀越과 혼용해서 사용한다. 여기에서는 시주자ㆍ보시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7. 199)팔천 세를 춘추春秋로 삼고 : 『莊子』 「逍遙遊」의 “팔천 년을 봄으로 삼고 팔천 년을 가을로 삼는다.(以八千歲爲春, 以八千歲爲秋.)”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8. 200)한 지방~해 주었습니다 : 옛날 인도의 양의良醫가 쇠칼로 맹인의 눈꺼풀을 떼어 내어 광명을 되찾게 해 주었다는 금비괄목金鎞刮目의 고사가 『涅槃經』 권8 「如來性品」(T12, 411c20)에 나온다.
  9. 201)여학驪壑의 구슬 : 여룡驪龍이 서린 골짜기의 구슬이라는 말로, 불법佛法의 진수眞髓를 비유한 말이다. 여룡, 즉 흑룡黑龍이 잠들어 있을 때에 위험을 무릅쓰고 턱 아래에 있는 구슬을 훔쳐 온 사람의 이야기가 『莊子』 「列御寇」에 나온다.
  10. 202)용문龍門 : 황하 상류에 있는 세 계단(三級)으로 된 폭포. 수천 마리의 대어大魚들이 이 밑에 모여들어서 이 폭포를 뛰어 올라가야만 용이 된다는 고사가 있다. 보통 과거 시험장의 정문을 용문이라고 칭하곤 하는데, 후한後漢 환제桓帝 때에 이응李膺의 풍도를 사모한 후학들이 그의 집 마루에 올라가기만 해도 용문에 올랐다(登龍門)면서 영광으로 알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권상 「德行」 제1 참조.
  11. 203)함장凾丈 : 주 2 참조.
  12. 204)이 일은~것이 아니라 : 『孟子』 「告子上」에 “인의예지는 밖으로부터 나를 녹여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 지니고 있는 것이다.(仁義禮智非由外鑠我也, 我固有之.)”라는 말이 있다.
  13. 205)장신長信의 시름 : 임금의 총애를 잃고 버림받은 채 홀로 지내게 된 것을 말한다. 장신은 한漢나라 태후太后가 거처하는 궁궐의 이름이다. 한 성제漢成帝의 궁인宮人인 반첩여班倢伃가 시가詩歌에 능하여 총애를 받다가 허 태후許太后와 함께 조비연趙飛燕의 참소를 받고 물러나 장신궁長信宮에서 폐위된 태후를 모시고 시부詩賦를 읊으며 슬픈 나날을 보낸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漢書』 권97하 「外戚傳」 〈班倢伃傳〉 참조.
  14. 206)주남周南의 즐거움 : 임금과 사랑을 나누며 자손을 많이 두는 즐거움. 『詩經』의 「周南」 편은 모두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그 후비의 덕화德化를 찬양한 노래인데, 맨 처음에 나오는 〈關雎〉 장에서는 문왕이 요조숙녀窈窕淑女인 후비와 만나 금슬琴瑟처럼 사랑하는 것을 노래하였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麟之趾〉 장에서는 문왕과 후비가 인후仁厚하기 때문에 역시 인후한 자손을 많이 두게 된 것을 노래하고 있다.
  15. 207)제비가 알을~못한 채 : 임신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상고시대 유융씨有娀氏의 딸 간적簡狄이 제곡帝嚳의 비가 되어 일찍이 목욕을 하다가 제비가 알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는 이를 가져다 삼킨 뒤에 임신하여 상商나라의 시조인 설契을 낳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史記』 권3 「殷本紀」 참조.
  16. 208)학춘鶴椿 : 학은 천 년을 산다 하며, 춘나무는 한 봄이 8천 년이요, 한 가을이 8천 년이라 한다. 모두 장수를 기원하는 비유로 쓰였다.
  17. 209)광한廣寒의 계수나무 가지를 꺾겠습니까 : 대과大科에 급제하는 것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량대책賢良對策」에서 장원壯元을 한 극선郤詵에게 진 무제晉武帝가 소감을 묻자, 극선이 “계수나무 숲의 가지 하나를 꺾고, 곤륜산崑崙山의 옥돌 한 조각을 쥐었다.”고 답변하였는데, 광한궁廣寒宮 즉 월궁月宮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전설을 여기에 덧붙여서, 대과 급제를 ‘광한절계廣寒折桂’에 비유하곤 한다. 『晉書』 권52 「列傳」 제22 〈郤詵傳〉 참조.
  18. 210)경敬을 가지고~방정하게 하였습니다 : 『周易』 「坤卦」 〈文言〉 ‘六二爻’에 “경을 가지고 내면을 곧게 하고, 의를 가지고 외면을 방정하게 한다.(敬以直內, 義以方外.)”라는 말이 나온다.
  19. 211)궁위宮闈 : 궁정. 궁궐.
  20. 212)팔천 년을~해 주소서 : 주 199 참조.
  21. 213)삼계三界의 화택火宅 : 주 91 참조.
  22. 214)구품九品의 연대蓮臺 : 극락정토極樂淨土에 왕생할 때 아홉 등급으로 나뉘는 연화대蓮花臺. 『觀無量壽經』(T12, 344c9)에 의하면, 아홉 등급은 중생의 근기를 상품上品ㆍ중품中品ㆍ하품下品으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상생上生ㆍ중생中生ㆍ하생下生으로 나눈 것인데, 이에 따라 왕생하는 정토도 구품의 정토로 나뉘고, 이들을 맞는 아미타불阿彌陀佛도 구품의 미타로 나뉘고, 수인手印도 구품의 수인으로 나뉘고, 염불 방법도 구품의 염불로 나뉜다.
  23. 215)여학驪壑의 구슬 : 주 201 참조.
  24. 216)용문龍門 : 주 202 참조.
  25. 217)추원追遠 : 신종추원愼終追遠, 즉 부모의 상을 당했을 때와 제사를 지낼 때 애통함과 경건함을 극진히 하며 예법에 맞게 행하는 것을 말한다. 『論語』 「學而」에 “어버이 상을 당했을 때 신중하게 행하고 정성껏 제사 지내면 백성들의 덕성이 한결 돈후해질 것이다.(愼終追遠, 民德歸厚矣.)”라는 말이 나온다.
  26. 218)집 문에~기대어 기다리셨고 : 주 124 참조.
  27. 219)머리를 보지~듯 질주하였으며 : 주 109 참조.
  28. 220)부친을 저버린~치달리며 구하였습니다 : 주 196 참조.
  29. 221)정원情猿 : 마음이 원숭이처럼 날뛴다는 뜻. 안정을 찾지 못한 채 조급하게 동요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緇門警訓』 권2 「藍谷信法師自鏡錄序」(T48, 1049a27)에 나오며, 『大日經』 「住心品」에서 설명하는 60종 심상心相 중에 원후심猿猴心이 나온다. 그리고 심신이 산란하여 제어하기 어려울 때, 정원의마情猿意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주 95 참조.
  30. 222)구거九居 : 구유정거九有情居의 준말. 유정有情, 즉 중생이 거하는 아홉 개의 세계. 구지九地ㆍ구역九域ㆍ구문九門이라고도 하는데, 욕계欲界 1지地와 색계色界 4지와 무색계無色界 4지를 합한 것이다.
  31. 223)원정圓頂 : 둥근 정수리라는 말로, 삭발한 승려의 머리를 뜻한다. 원로圓顱라고도 하는데, 보통 승려의 대명사로 쓰인다.
  32. 224)방포方袍 : 방형方形으로 된 비구比丘의 가사袈裟. 방복方服이라고도 한다.
  33. 225)사부捨父 : 주 196 참조.
  34. 226)미두迷頭 : 주 109 참조.
  35. 227)호중壺中의 별천지別天地 : 호리병 속의 선경仙境. 후한後漢의 술사術士인 비장방費長房이 시장에서 약을 파는 선인 호공壺公의 총애를 받아 그의 호리병 속으로 들어갔더니, 그 안에 일월日月이 걸려 있고 선경인 별천지別天地가 펼쳐져 있더라는 전설에서 유래한 말. 『後漢書』 권82상 「方術列傳」 제72하 〈費長房〉 참조.
  36. 228)당구堂構 : 긍당긍구肯堂肯構의 준말. 가풍家風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것을 비유하는 말. 『書經』 「大誥」의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 하여 이미 설계까지 끝냈다 하더라도, 그 자손이 집터도 닦으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집이 완성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不肯堂, 矧肯構.)”라는 말에서 비롯한 말이다.
  1. 1)「文」編者補入。
  2. 2)「拾」作「捨」{甲}{乙}{丙}。
  3. 3)「師」作「士」{甲}。
  4. 4)「爰」作「奚」{甲}{乙}{丙}。
  5. 5)自「流兮」至「燔瓦水陸䟽(本書第八册二十二頁上段十行)」丙本缺落。
  6. 1)「屬」作「囑」{甲}{乙}。
  7. 2)「祚」無有{甲}{乙}。
  8. 3)「遠」下有「何」{甲}{乙}。
  9. 1)「哀」下有「情」{甲}{乙}。
  10. 2)「峻」作「俊」{甲}{乙}。
  11. 3)「念」作「願」 {甲}{乙}。
  12. 4)「被」作 「彼」{甲}{乙}。
  13. 5)「畫」作「晝」{甲}{乙}。
  14. 1)「末」作「未」{甲}{乙}。
  15. 2)「輪」作「淪」{甲}{乙}{丙}。
  16. 3)「主」作「作」{甲}{乙}{丙}。
  17. 4) 「王先后面」磨滅{乙}。
  18. 5)「灾」作「災」{甲}{乙}{丙}。
  19. 6)自此至末。缺落{乙}{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