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사명당대사집(四溟堂大師集) / 四溟堂大師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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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당대사집 제2권(四溟堂大師集 卷之二)
오언율시五言律詩
금계 심 명부에게 드리다(奉錦谿沈明府)
文星下南楚       문성文星1)이 남쪽 지방에 내려와서
遠訪至天涯       멀리 하늘 끝까지 찾아 주셨네
郡郭涼雲夕       고을 성곽엔 저녁 구름이 서늘하고
關河秋樹多       변방의 산하엔 가을 나무가 많아라
更深明滅燭       오경五更이 다 되니 촛불도 가물거리고
月墮散棲鴉       달이 지니 까마귀도 잠 깨어 흩어지네
江渭十年思       강위江渭2)의 십 년의 그리움이여
相看鬂已華       서로 보니 귀밑머리 벌써 하얗구나
신안사에서 천 산인에게 주다(新安寺贈天山人)
蹔過錦山寺       잠깐 들른 금산錦山의 절간에서
逢僧語夜䦨       승을 만나 밤늦도록 이야기했네
殘燈上方月       등불 쇠잔한 상방에 달이 떠오르고
疎磬梵樓寒       경쇠 소리 성긴 범루梵樓는 썰렁하기만
隴樹飛螢火       언덕 위 나무숲엔 반딧불 날아다니고
庭蕪點露團       뜰아래 잡초에선 이슬방울이 떨어지네
分携又明日       내일이면 또 헤어질 우리들이여
回首鬂毛班       돌아보니 귀밑머리 벌써 희끗희끗
해서로 돌아가는 욱 산인을 전송하며(送昱山人還海西)
關外送君去       관關 너머 가는 그대 전송하노니
千山更萬山       앞으로 천산 그리고 만 산
斷猿啼夜後       애끊는 납은 밤이 지나도록 울고3)
飛雪暗雲端       날리는 눈은 구름 끝에 자욱해라
日暮神州遠       해는 저무는데 신주神州4)는 멀고
天高鴈影寒       하늘 높이 외로운 기러기 그림자여
何時重會面       어느 때나 다시 얼굴을 볼까
獨望夕陽殘       스러지는 석양을 홀로 바라보네
진주 자사에게 화답하다(和眞珠刺史)
靑海眞珠府       푸른 바닷가 진주眞珠5)의 관부官府
文章趙使君       문장으로 이름난 우리 조 사군趙使君
乘閑觀物化       틈이 나면 물화物化6)를 관찰하고
暇日玩江雲       한가하면 강운江雲7)을 음미한다오
桂子吟邊落       계자桂子8)는 시 읊는 옆자리에 떨어지고
歌謠巷外聞       거리엔 백성들의 칭송하는 노랫소리
坐忘無我我       좌망坐忘9)을 했는지라 아아我我10)도 없이
唯與白鷗群       오직 물새와 어울려 노닐 따름

008_0050_b_01L四溟堂大師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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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050_b_03L五言律詩

008_0050_b_04L奉錦谿沈明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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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星下南椘遠訪至天涯

008_0050_b_06L郡郭涼雲夕關河秋樹多

008_0050_b_07L更深明滅燭月墮散棲鴉

008_0050_b_08L江渭十年思相看鬂已華

008_0050_b_09L新安寺贈天山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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蹔過錦山寺逢僧語夜䦨

008_0050_b_11L殘燈上方月疎磬梵樓寒

008_0050_b_12L隴樹飛螢火庭蕪點露團

008_0050_b_13L分携又明日回首鬂毛班

008_0050_b_14L送昱山人還海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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關外送君去千山更萬山

008_0050_b_16L斷猿啼夜後飛雪暗雲端

008_0050_b_17L日暮神州遠天高鴈影寒

008_0050_b_18L何時重會面獨望夕陽殘

008_0050_b_19L和眞珠刺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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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海眞珠府文章趙使君

008_0050_b_21L乘閑觀物化暇日玩江雲

008_0050_b_22L桂子吟邊落歌謠巷外聞

008_0050_b_23L坐忘無我我唯與白鷗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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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에서 병석에 누워 서애11) 상공에게 올리다(洛下臥病上西厓相公)
一落黃雲戍       한번 황운黃雲12)의 수자리에 떨어진 뒤로
七年猶未歸       칠 년이 되도록 돌아가지 못하는 몸
鼓鼙秋夢少       고비鼓鼙도 가을 꿈에 적게 나오는 때13)
京洛鴈書稀       서울에 있으면서 안부 편지 드물었소
鏡裏容華改       거울 속의 얼굴도 예전과 달라지고
愁中歲月遲       시름 속에 세월도 더디기만 하네
明朝渡江水       내일 아침 한강물 건너가려니
怊悵又相違       또 헤어지는 마음 초창하기만
복주14) 서원사에서(福州西原寺)
前朝郭外寺       성곽 밖에 서 있는 전조前朝의 사찰
零落對長河       영락한 모습으로 긴 강물 대하네
古井生秋草       가을 풀 돋아난 오래된 우물이요
空樑散曙鴉       새벽 까마귀 흩어진 빈 들보로세
千年香火盡       천년 세월 향화香火가 끊어졌다가
今夕水雲多       오늘 저녁엔 수운水雲15)이 많기도 해라
游子獨怊悵       떠도는 객의 마음 유독 초창한데
亂山生暝霞       난립한 산 위에 저녁노을 피어나네
부벽루에서 이 한림16)의 운을 쓰다(浮碧樓用李翰林韻)
天孫何處去       천손天孫17)은 어느 곳으로 떠나가고
波撼故城樓       강 물결만 옛 성루를 뒤흔드는가
日暮碧雲散       날 저무는데 푸른 구름 흩어지고18)
月明紅樹秋       달이 밝으니 가을 나무 붉도다
人間風雨急       인간 세상은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天上鳳凰游       천상에서 봉황 타고 노니시는지
一闋後庭曲       한 곡조 후정後庭의 그 노래여
千年江水流       천년토록 강물만 흐르는구나19)
복주의 성루에서 묵으며(宿福州城樓)
夜久角聲微       밤 깊어 뿔피리 소리 희미할 뿐
千家人迹稀       일천 집에는 사람 자취 드물어라
露生池館草       못가 관소館所의 풀잎에 이슬이 돋고
螢入定僧衣       정定에 든 중의 옷에 반딧불 날아드네
悄悄坐無語       초초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노라니
悠悠漸息機       유유히 기심機心20)이 점점 없어지네
星廻月墮嶺       별이 돌고 달이 고개를 넘어가니
城樹曙鴉飛       성루 나무에서 새벽 까마귀 날아가네
해주의 성에서 묵으며21)(宿首陽城)
壠樹秋期早       언덕 위 나무에는 가을이 일찍 찾아오고
城池夜雨寒       성 주위 해자垓子에는 밤비가 차가워라
甲兵鄕路隔       병란의 와중에 고향길도 가로막히고
羈思漏聲闌       나그네 시름 속에 물시계 소리 드문드문
鴈度江湖外       기러기는 강호 밖으로 넘어가고
螢飛廊宇間       반딧불은 행랑 사이로 날아다니네22)

008_0050_c_01L洛下臥病上西厓相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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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落黃雲戍七年猶未歸

008_0050_c_03L鼓鼙秋夢少京洛鴈書稀

008_0050_c_04L鏡裏容華改愁中歲月遲

008_0050_c_05L明朝渡江水怊悵又相違

008_0050_c_06L福州西原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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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朝郭外寺零落對長河

008_0050_c_08L古井生秋草空樑散曙鴉

008_0050_c_09L千年香火盡今夕水雲多

008_0050_c_10L游子獨怊悵亂山生暝霞

008_0050_c_11L浮碧樓用李翰林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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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孫何處去波撼故城樓

008_0050_c_13L日暮碧雲散月明紅樹秋

008_0050_c_14L人間風雨急天上鳳凰游

008_0050_c_15L一闋後庭曲千年江水流

008_0050_c_16L宿福州城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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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久角聲微千家人迹稀

008_0050_c_18L露生池舘草螢入㝎僧衣

008_0050_c_19L悄悄坐無語悠悠漸息機

008_0050_c_20L星廻月墮嶺城樹曙鴉飛

008_0050_c_21L宿首陽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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壠樹秋期早城池夜雨寒

008_0050_c_23L甲兵鄕路隔羈思漏聲闌

008_0050_c_24L鴈度江湖外螢飛廊宇間

008_0051_a_01L不眠香燼冷       향불도 다 사윈 불면의 밤이여
侵曉又催鞍       동이 트자 또 급히 말안장 위로
해서의 산으로 돌아가는 욱 스님을 전송하며(送昱師還海西山)
世事不如意       세상일 마음대로 안 된다지만
新年別恨長       새해에 이렇게 이별하다니 원
雪消春入柳       눈이 녹아 봄빛은 버들에 들어오고
雲在客還鄕       구름 머문 고향으로 객은 돌아가네23)
天際暮山碧       하늘가에는 저녁 산이 푸르고
空中去烏忙       공중에는 떠나는 새가 바빠라
重逢無定斷       다시 만날 기약이 전혀 없으니
今夕鬂毛蒼       오늘 저녁 머리칼이 희어지겠네
또(又)
香北惜離別       묘향산 북쪽의 이별 아쉬웠는데
那知更此逢       여기서 다시 만날 줄 어찌 알았으랴
今朝又相送       오늘 아침 또 전송을 하니
依舊隔高峯       전처럼 고봉에 막히겠군그래
嶺外生寒日       영 너머로 찬 해가 떠오르는 때
天涯渺去蹤       하늘 끝 떠나는 자취 아득하기만
遙知首陽寺       멀리서도 알겠노니 해주의 절간에서
獨掩五更鐘       홀로 좌선하며 오경의 종소리 들을 줄을
강계의 반자半刺24)에 임명된 유 정랑을 전송하며(送兪正郞除江界半刺)
城隅忽分手       성 모퉁이에서 홀연히 이별하다니
花盡洛陽春       오늘은 꽃이 다 진 낙양의 봄날
海內傷多事       이 세상에 속상하게 일이 많아서
天涯遣近臣       하늘 끝에 측근의 신하 보내셨다오
虜雲迷塞草       변방의 구름은 요새의 풀에 자욱하고
漢月照征人       고향의 달은 길 가는 임 비춰 주리라
想到陰山下       상상컨대 음산陰山25) 아래에 도착하면
朝朝望紫宸       아침마다 대궐 하늘 바라보겠지
정 생원의 시에 차운하다(次鄭生員韻)
峨嵋一蒼鹿       아미산峨嵋山의 푸른 사슴 한 마리가
失路滯危艱       길을 잃고 위태한 지경에 처했어라
萬事空黃髮       만 가지 일 공허하니 백발뿐이요
孤懷夢紫壇       외로운 마음 꿈꾸나니 자단紫壇이로세26)
水流幽澗下       물은 깊은 골짜기 아래로 흐르고
雲濕古松間       구름은 옛 솔 사이를 적셔 주도다
願與洛峯子       바라건대 우리 낙봉자洛峯子와 함께
扶搖蓬海山       부요扶搖 타고 봉해산蓬海山으로 날아갔으면27)
정 종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鄭從事韻)
蓬山何處遠       봉래산은 어디 멀리 있는가
每日見歸雲       매일 돌아가는 구름만 보네
多病誰相問       병 많은 몸을 그 누가 물어 주리
重陽獨把尊       중양절重陽節에 홀로 술잔을 잡을 따름

008_0051_a_01L不眠香燼冷侵曉又催鞍

008_0051_a_02L送昱師還海西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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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事不如意新年別恨長

008_0051_a_04L雪消春入柳雲在客還鄕

008_0051_a_05L天際暮山碧空中去鳥忙

008_0051_a_06L重逢無㝎斷今夕鬂毛蒼

008_0051_a_07L

008_0051_a_08L
香北惜離別那知更此逢

008_0051_a_09L今朝又相送依舊隔高峯

008_0051_a_10L嶺外生寒日天涯渺去蹤

008_0051_a_11L遙知首陽寺獨掩五更鐘

008_0051_a_12L送兪正郞除江界半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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城隅忽分手花盡洛陽春

008_0051_a_14L海內傷多事天涯遣近臣

008_0051_a_15L虜雲迷塞草漢月照征人

008_0051_a_16L想到陰山下朝朝望紫宸

008_0051_a_17L次鄭生員韻

008_0051_a_18L
峨嵋一蒼鹿失路滯危艱

008_0051_a_19L萬事空黃髮孤懷夢紫壇

008_0051_a_20L水流幽澗下雲濕古松間

008_0051_a_21L願與洛峯子扶搖蓬海山

008_0051_a_22L次鄭從事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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蓬山何處遠每日見歸雲

008_0051_a_24L多病誰相問重陽獨把尊

008_0051_b_01L音書杳京國       서울에선 소식이 까마득하고
松月隔雞園       솔에 걸린 달은 계원雞園28) 저 너머
賴有鳥川子       우리 오천자鳥川子가 계신 덕분에
殷勤淸道言       은근히 청담을 나누게 되었다오
은천의 역사에서 이 정자와 헤어지며(銀川傳舍別李正字)
獨坐郡齋晩       저녁에 관사에 홀로 앉아서
送人兼送春       사람도 보내고 봄도 보내네
每違靑眼客       청안靑眼의 객29)과 헤어질 때마다
虛作白頭人       공연히 흰머리가 늘어나기만
花遇暴風落       꽃은 폭풍을 만나 떨어지고
草因輕雨新       풀은 가랑비 맞아 산뜻해라
今朝隔江渭       오늘 아침 강위江渭로 떨어지고 나면
天外杳音塵       하늘 밖 소식이 아득하리라
명주의 관소에서 묵다(宿溟州館)
爲尋賢刺史       어진 태수님 찾아보려고
五月入宣城       오월에 선성宣城에 들어왔어라
庭竹芽初長       정원의 죽순은 금방 쑥쑥 자라고
墻梅子已成       담장의 매화는 벌써 열매 익었네
琴堂賀無事       금당琴堂30)에 아무 일 없는 것을 하례하고
夜席話離情       밤 자리에선 그리던 정을 얘기했다오
朝向東林路       아침에 떠날 동림東林31)의 길 생각하니
愁聞畫角聲       뿔피리 소리 시름겹게 들리네
서애 상공의 시에 차운하여 탄준의 시축에 제하다(次西厓相公韻題坦俊軸)
萬死餘生在       만 번 죽다 겨우 살아남아서
柴門掩碧坡       벽파에 사립문 닫아걸었네
鴈廻沙塞遠       기러기 돌아가는 변방 요새는 멀고
山僻水雲多       산은 궁벽하여 물과 구름 많아라
白首淹漳浦       흰머리로 장포漳浦32)에 머물러 있지만
歸心夢薜蘿       돌아가고픈 마음 벽라薜蘿33)를 꿈꾼다네
殘星下天末       쇠잔한 별이 하늘 끝에 내려오는 때
更問夜如何       밤 시간 얼마나 되었는지 다시금 묻네34)
신경의 시축에 제하다(題信敬軸)
白首南征日       흰머리로 남쪽에 내려가는 날
東林路更深       동림東林의 길이 더욱 깊기만 해라
黃雲海上戍       누런 구름 자욱한 해변의 수자리에서
靑桂夢中尋       푸른 계수나무를 꿈속에서도 찾으리
空覺眼前老       눈앞의 늙음만 공연히 깨달을 뿐
不知頭上陰       머리 위의 광음은 알지 못한다네
安心如可得       안심安心35)을 얻을 수 있다면
何用水中金       수중금水中金36)을 어디에 쓰리오
이 한림이 맹호연에게 준 시37)에 차운하다(次李翰林贈孟浩然韻)
城隅惜分手       성 모퉁이 아쉽게 헤어지려니
別鶴不堪聞       별학別鶴38)의 곡조 차마 못 듣겠네

008_0051_b_01L音書杳京國松月隔雞園

008_0051_b_02L賴有烏川子殷勤淸道言

008_0051_b_03L銀川傳舍別李正字

008_0051_b_04L
獨坐郡齋晩送人兼送春

008_0051_b_05L每違靑眼客虛作白頭人

008_0051_b_06L花遇暴風落草因輕雨新

008_0051_b_07L今朝隔江渭天外杳音塵

008_0051_b_08L宿溟州舘

008_0051_b_09L
爲尋賢刺史五月入宜城

008_0051_b_10L庭竹芽初長墻梅子已成

008_0051_b_11L琴堂賀無事夜席話離情

008_0051_b_12L朝向東林路愁聞畫角聲

008_0051_b_13L次西厓相公韻題坦俊軸

008_0051_b_14L
萬死餘生在柴門掩碧坡

008_0051_b_15L鴈廻沙塞遠山僻水雲多

008_0051_b_16L白首淹漳浦歸心夢薜蘿

008_0051_b_17L殘星下天末更問夜如何

008_0051_b_18L題信敬軸

008_0051_b_19L
白首南征日東林路更深

008_0051_b_20L黃雲海上戍靑桂夢中尋

008_0051_b_21L空覺眼前老不知頭上陰

008_0051_b_22L安心如可得何用水中金

008_0051_b_23L次李翰林贈孟浩然韻

008_0051_b_24L
城隅惜分手別鶴不堪聞

008_0051_c_01L紫陌落秋樹       도성 거리에 가을 나무 낙엽 지고
靑山隔暮雲       푸른 산은 저녁 구름으로 막혔네
歸專一壑美       돌아가 일학一壑39)의 즐거움 독점했다가
回謝萬乘君       돌아와 만승萬乘의 임금님께 사례하기를
此去千秋後       이로부터 천추의 세월 지난 뒤에도
英聲有異芬       꽃다운 명성 남달리 향기로우리라
부벽루에서 이 한림40)의 운을 쓰다(浮碧樓用李翰林韻)
箕王古城下       기자箕子가 다스리던 옛 성의 아래
波動古城樓       강 물결이 고대의 성루를 뒤흔드네
國破碧雲暮       나라는 망해도 저녁 구름은 푸르고
月明紅樹秋       밝은 달빛 아래 가을 나무 붉도다
人間風雨惡       인간 세상은 비바람이 험악한데
天上鳳凰遊       천상에서는 봉황 타고 노닐겠지
一曲後庭罷       후정後庭41)의 한 곡조 끝난 뒤에도
蒼蒼江水流       희부옇게 강물은 절로 흐르네

008_0051_c_01L紫陌落秋樹靑山隔暮雲

008_0051_c_02L歸專一壑美回謝萬乘君

008_0051_c_03L此去千秋後英聲有異芬

008_0051_c_04L浮碧樓用李翰林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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箕王古城下波動古城樓

008_0051_c_06L國破碧雲暮月明紅樹秋

008_0051_c_07L人間風雨惡天上鳳凰遊

008_0051_c_08L一曲後庭罷蒼蒼江水流
  1. 1)문성文星 : 문운文運을 주관한다는 문창성文昌星 혹은 문곡성文曲星으로, 문재文才가 뛰어난 인물을 비유하는 말이다. 강위
  2. 2)江渭 : 강동江東과 위북渭北의 준말로, 보고 싶은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비유하는 시적 표현인데, 두보杜甫의 “내가 있는 위수渭水 북쪽엔 봄날의 나무, 그대 있는 장강長江 동쪽엔 저녁의 구름. 어느 때나 한 동이 술로 서로 만나서, 다시 한번 글을 함께 자세히 논해 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는 시구에서 유래한 것이다. 『杜少陵詩集』 권1 〈春日憶李白〉.
  3. 3)애끊는 납은~지나도록 울고 : 못내 이별을 아쉬워하는 심정을 비유한 것이다. 환공桓公이 촉에 들어가서 삼협三峽에 이르렀을 적에 부하 하나가 원숭이 새끼를 잡아 왔는데, 새끼를 잃은 그 어미 원숭이가 언덕을 따라 슬프게 울부짖으며 백여 리나 떠나지 않고 뒤쫓아 오다가 마침내 배 위로 뛰어 올라와서는 곧바로 숨이 끊어졌다. 그런데 그 배를 가르고 보니 애가 마디마디 끊겨 있었으므로(破視其腹中。 腹皆寸寸斷。), 환공이 그 말을 듣고는 노하여 그 부하를 쫓아내게 했다는 이야기가 『世說新語』 「黜免」에 나온다. 환공은 진晉나라 환온桓溫을 가리킨다.
  4. 4)신주神州 : 전국시대 제齊나라 사람 추연鄒衍이 화하華夏의 땅을 적현신주赤縣神州라고 칭한 고사에서 유래하여 보통 중원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史記』 「孟子荀卿列傳」.
  5. 5)진주眞珠 : 삼척三陟의 옛 이름이다.
  6. 6)물화物化 : 만물의 변화라는 뜻으로, 『莊子』 「齊物論」에 나오는 말이다.
  7. 7)강운江雲 : 강동일모운江東日暮雲의 준말로, 그리운 사람을 생각할 때 쓰는 시어.
  8. 8)계자桂子 : 계수나무 꽃을 뜻한다. 참고로 당나라 송지문宋之問의 〈靈隱寺〉에 “계수나무 꽃이 달 속에 떨어지니, 하늘 향기가 구름 밖에 나부끼네.(桂子月中落。 天香雲外飄。)”라는 명구가 있는데, 보통 사원에서 중추仲秋 전후의 시절을 가리킬 때 쓴다.
  9. 9)좌망坐忘 : 도가道家의 용어로, 주객主客ㆍ물아物我ㆍ선악ㆍ시비의 차별상을 모두 잊고 자연의 대도大道와 합치하는 정신세계를 말하는데, 불가佛家의 삼매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莊子』 「大宗師」에 “사지와 몸통을 떨어 버리고, 귀 밝고 눈 밝음을 쫓아낸다. 그리하여 형체를 여의고 지식을 제거하여 대도와 동화되는 것, 이것을 좌망이라고 한다.(墮肢體。 黜聰明。 離形去知。 同於大通。 此謂坐忘。)”라는 말이 나온다.
  10. 10)아아我我 : 아我와 아소我所를 뜻하는 아아소我我所의 준말로, 물아物我와 같은 말이다. 아는 나 자신, 즉 주主, 아소는 나 자신 이외의 외물外物, 즉 객客을 가리킨다.
  11. 11)서애西厓 : 유성룡의 호이다.
  12. 12)황운黃雲 : 구름처럼 일어나는 누런 모래 먼지라는 뜻으로, 변방 요새 혹은 전쟁터의 황진黃塵을 말한다.
  13. 13)고비鼓鼙도 가을~나오는 때 : 왜적과의 전투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고비는 군대에서 쓰는 대고大鼓와 소고小鼓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전쟁의 북소리라는 말로, 왜란을 당한 것을 가리킨다. 보통 비고鼙鼓라고 한다. 당 현종 때 안녹산安祿山이 어양漁陽에서 반란을 일으켜 전국이 병화에 휩싸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백거이의 시에 “어양 땅 북소리 땅을 울리며 몰려오자, 임금님의 예상우의 곡조가 놀라 깨어졌네.(漁陽鼙鼓動地來。 驚破霓裳羽衣曲。)”라는 구절이 나온다. 『白樂天詩集』 권12 〈長恨歌〉.
  14. 14)복주福州 : 안동安東의 옛 이름이다.
  15. 15)수운水雲 : 물 따라 구름 따라 정처 없이 떠돌며 도를 닦는다는 뜻으로, 행각승行脚僧 혹은 납자衲子의 별칭이다. 보통 운수雲水라고 한다.
  16. 16)이 한림李翰林 : 보통은 당 현종 때 한림 공봉翰林供奉을 지낸 이백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원나라 전시殿試에 급제하여 응봉한림문자應奉翰林文字 승사랑承仕郞 동지제고同知制誥 겸 국사원편수관國史院編修官을 지내고 고려에 돌아와서 한림직학사翰林直學士 지제고知制誥 겸 춘추관편수관春秋館編修官을 지낸 목은牧隱 이색李穡을 말한다.
  17. 17)천손天孫 :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解慕漱와 하백河伯의 딸 유화柳花의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東明王을 가리킨다. 그가 일찍이 부벽루浮碧樓 아래 기린굴麒麟窟에서 기린마麒麟馬를 기른 뒤에 그 말을 타고 부벽루 곁의 조천석朝天石이라는 바위로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사명당의 이 시는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이 목은의 〈浮碧樓〉에 나오는 표현과 흡사하다. 참고로 목은의 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제 영명사에 들렀다가, 잠시 부벽루 위에 올랐어라. 성은 텅 비어 한 조각 달이요, 바위는 늙어 천추의 구름이로세. 기린말 떠나가서 돌아오지 않으니, 천손은 어느 곳에서 노니시는고. 길게 읊으며 바람 부는 언덕에 서니, 산은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도다.(昨過永明寺。 暫登浮碧樓。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麟馬去不返。 天孫何處遊。 長嘯倚風磴。 山靑江水流。)” 『牧隱詩藁』 제2권. 영명사永明寺는 평양 금수산錦繡山에 있는 사찰로, 부벽루의 서쪽 기린굴의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18. 18)날 저무는데~구름 흩어지고 : 참고로 남조 송의 시승詩僧 혜휴惠休의 〈怨別〉이라는 오언고시에 “날 저물자 푸른 구름은 서로 합하는데, 정든 님은 왜 이렇게 오지 않는지.(日暮碧雲合。 佳人殊未來。)”라는 명구가 나온다.
  19. 19)한 곡조~강물만 흐르는구나 :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여 나라는 멸망했지만, 대동강은 예나 이제나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는 말이다. 후정곡後庭曲은 망국의 노래를 뜻한다. 남조 진의 후주後主 진숙보陳叔寶가 정사는 돌보지 않고 매일 비빈妃嬪 등과 함께 노닐면서 새로 지은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부르게 하다가 끝내 나라를 망하게 한 고사가 있는데, 그 곡 가운데 전해 오는 이른바 〈玉樹後庭花〉를 줄여서 〈後庭曲〉 혹은 〈玉樹歌〉라고 부른다. 『陳書』 「皇后傳」 ‘後主張貴妃’.
  20. 20)기심機心 : 자기의 사적인 목적을 이루려고 교묘하게 꾀하는 마음을 말한다.
  21. 21)이 시는 대사가 1592년 가을 의승병을 거느리고 해주 수양산에 유숙하면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22. 22)반딧불은 행랑 사이로 날아다니네 : 참고로 백거이의 시에 “달은 구름 걸린 나무 밖에 숨고, 반딧불은 행랑 사이로 날아다니네.(月隱雲樹外。 螢飛廊宇間。)”라는 구절이 보인다. 『白樂天詩集』 권13 〈旅次景空寺宿幽上人院〉.
  23. 23)구름 머문~객은 돌아가네 : 어버이 계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비유한 말이다.
  24. 24)반자半刺 : 자사刺史의 보좌관이라는 뜻으로, 도호부都護府의 통판通判, 즉 판관判官의 별칭이다.
  25. 25)음산陰山 : 원래는 내몽고內蒙古 지역의 음산산맥陰山山脈을 말하는데, 한 무제漢武帝 때 우북평태수右北平太守 이광李廣이 이 지역에 출몰하는 흉노를 대파하여 비장군飛將軍이란 칭호를 얻었던 고사에서 유래하여, 보통 북쪽 변경의 산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26. 26)외로운 마음 꿈꾸나니 자단紫壇이로세 : 그가 속세를 떠나 수도하는 생활을 원한다는 말이다. 자단은 도교의 제단으로, 도관道觀이나 사원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27. 27)부요扶搖 타고 봉해산蓬海山으로 날아갔으면 : 신선이 산다는 바닷속의 이상향으로 날아가고 싶다는 말이다. 봉해산은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봉래蓬萊이고 부요는 회오리바람을 뜻한다. 『莊子』 「逍遙乳」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적에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부요를 타고 구만리 하늘 위로 올라가서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라는 말이 나온다.
  28. 28)계원雞園 : 중인도 마갈다국摩揭陀國 아육왕阿育王이 파다리자성波咤釐子城에 세운 계원사雞園寺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통 사원의 별칭으로 쓰인다. 『雜阿含經』 권2, 『大唐西域記』 권8.
  29. 29)청안靑眼의 객 : 반가운 손님이라는 뜻이다.
  30. 30)금당琴堂 : 선정善政을 베푸는 고을 원의 청사라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복자천宓子賤이 선보單父 고을의 수령이 되었을 적에 마루 아래로 내려오는 일이 없이 거문고만 연주했는데도 경내가 아무 일 없이 잘 다스려지며 교화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呂氏春秋』 「察賢」.
  31. 31)동림東林 :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慧遠이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 주석했던 고사에서 유래하여, 보통 절간을 의미하는 시어로 쓰인다.
  32. 32)장포漳浦 : 장수漳水 물가라는 뜻으로, 병들어 누워 있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시어이다. 삼국시대 위나라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명인 유정劉楨이 조조曹操의 아들인 조비曹丕와 절친하였는데, 그가 조비에게 빨리 찾아와 주기를 간청하면서 보낸 시의 내용 중에 “내가 고질병에 심하게 걸려서, 맑은 장수漳水 가에 몸져 누워 있다.(余嬰沈痼疾。 竄身淸漳濱。)”라는 말이 『文選』 권23 〈贈五官中郞將〉 4수 중 둘째 시의 첫 구절에 나온다.
  33. 33)벽라薜蘿 : 칡덩굴 옷이라는 뜻의 벽라의薜蘿衣의 준말로, 산에 사는 은자隱者의 복장을 가리키는데, 보통 은거하는 삶을 비유하는 시어로 쓰인다. 『楚辭』 「九歌」 〈山鬼〉에 “벽려로 옷을 해 입고 여라의 띠를 둘렀도다.(被薜荔兮帶女蘿)”라는 표현이 나온다.
  34. 34)밤 시간~다시금 묻네 :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아침에 상소를 올려야 하는지라, 밤 시간 어찌 됐나 자꾸만 물어보네.(明朝有封事。 數問夜如何。)”라는 구절이 있다. 『杜少陵詩集』 권6 〈春宿左省〉.
  35. 35)안심安心 : 안심방安心方, 즉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처방을 말한다. 중국 선종의 2조 혜가가 초조인 달마에게 “내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니 스승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하자, 달마가 “그 마음을 가지고 와라. 너에게 편안함을 주겠다.”라고 하였는데, 혜가가 한참 뒤에 “그 마음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하니, 달마가 “내가 너에게 이미 안심의 경지를 주었다.”라고 한 안심법문安心法門의 고사가 전한다. 『景德傳燈錄』 권3.
  36. 36)수중금水中金 : 단약丹藥의 일종이다. 명明나라 손일규孫一奎가 지은 『赤手元珠』 권10 「取秋石精英法」에 “수중금은 실로 양생을 함에 있어 최상 일승의 신품이다.(水中金實養生最上一乘之神品)”라는 말이 나온다. 참고로 도교의 이른바 팔선八仙 중의 하나인 여동빈呂洞賓이 황룡黃龍 선사를 만나서 한마디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뒤에 기뻐서 춤을 추며 “바랑도 버리고 거문고도 부쉈나니, 이제는 수중금을 연연하지 않으리. 황룡을 한번 만나 본 뒤로, 그동안 마음 잘못 쓴 것을 알았도다.(棄却瓢囊摵碎琴。 如今不戀水中金。 自從一見黃龍後。 始覺從前錯用心。)”라고 게를 읊어서 바친 고사가 전한다. 『人天寶鑑』 권1 「眞人呂洞賓」, 『嘉泰普燈錄』 권24 「呂巖眞人」.
  37. 37)이 한림이~준 시 : 이 한림李翰林은 이백李白을 말한다. 이 제목의 시 〈贈孟浩然〉은 『李太白集』 권8에 나온다.
  38. 38)별학別鶴 : 부부의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악부樂府의 금곡琴曲 이름이다. 상릉목자商陵牧子가 아들을 두지 못해 장차 개취改娶하려 할 적에 아내가 슬피 노래하는 것을 듣고서 지었다고 한다. 『古今注』 권중 「音樂」. 별학조別鶴操, 별학원別鶴怨, 혹은 별학롱別鶴弄이라고도 한다.
  39. 39)일학一壑 : 산과 골짜기를 뜻하는 일구일학一丘一壑의 준말로, 은퇴하여 초야에서 산수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40. 40)이 한림 : 목은 이색을 말한다.
  41. 41)후정後庭 :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의 준말로, 음탕한 망국의 노래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