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남악집(南岳集) / 南岳集卷之一

ABC_BJ_H0199_T_002

009_0561_c_02L
남악집 권1(南岳集卷之一)
총목차11)總目次
5언절구 1편五言絕句 一篇
의상암에서 월저대화상의 시에 차운하다(義湘菴次月渚大和尙韵)
7언절구 1편七言絕句一篇
평안도사의 시를 받들어 차운하다(奉次平安都事韵) 二首
5언율시 8편五言律詩 八篇
산음현 환아정에서 원님 홍우채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山陰換鵝亭敬次主倅禹采韵)
민장실에게 차운하여 부치다(次寄敏丈室)
능수좌에게 부치다(寄能首座)
다시 민장실에게 부치다(再寄敏丈室)
보라사에서 휴상인에게 보내다(寶羅寺贈休上人)
해곡재 김사마의 시를 받들어 차운하다(奉次蠏谷齋金司馬韵)
김대아에게 차운하여 보내다(次贈金大雅)
해곡재 김사마의 시를 받들어 차운하다(奉次蠏谷齋金司馬韵)
7언율시 55편七言律詩 五十五篇
봉대사가 조계로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篈大師之曹溪) 二首
상월대사에게 차운하여 부치다(次寄霜月大師)
삼가 관서 관찰사에게 바치다(謹呈關西巡察使)
청량촌에서 휴상인에게 주다(淸凉村贈休上人) 二首
추석날 객지에서 생각하며(秋夕客思)
보라사에서 한 편을 붓을 달려 짓다(寶羅寺走題一律)
보라사에서 형상인의 시에 차운하여 보내다(寶羅寺次贈浻上人) 二首
묘적사에서 우연히 읊다(妙寂寺偶吟)
의주 통군정에서 차오산의 시에 차운하다(義州統軍亭次車五山韵)
철옹관 시에 차운하다(次鐵瓮舘韵)
천주사 약사전 동대 시에 차운하다(次天柱寺藥師東臺韵)
내원사에서 순장실의 시에 차운하다(內院寺次淳丈室韵)
불지대사에게 주다(贈佛智大師)
백암의 화엄사 사적에 쓴 시에 차운하다(次栢菴題華嚴寺事跡韵)
향산에서 여러 문형들을 송별하면서(香山送別諸門兄)

009_0561_c_02L南岳集卷之一

009_0561_c_03L

009_0561_c_04L1)總目次

009_0561_c_05L
五言絕句一篇

009_0561_c_06L
義湘菴次月渚大和尙韵

009_0561_c_07L
七言絕句一篇

009_0561_c_08L
奉次平安都事韵

009_0561_c_09L
五言律詩八篇

009_0561_c_10L
山陰換鵝亭敬次主倅禹采韵
009_0561_c_11L寄敏丈室寄能首座再寄敏丈室
009_0561_c_12L寶羅寺贈休上人奉次蠏谷齋金司
009_0561_c_13L馬韵次贈金大雅奉次蠏谷齋金
009_0561_c_14L司馬韵

009_0561_c_15L
七言律詩 五十五篇

009_0561_c_16L
送篈大師之曹溪
次寄霜月大師
009_0561_c_17L謹呈關西巡察使淸凉村贈休上
009_0561_c_18L
秋夕客思寶羅寺走題一律
009_0561_c_19L寶羅寺次贈浻上人
妙寂寺偶吟
009_0561_c_20L義州統軍亭次車五山韵次鐵瓮舘
009_0561_c_21L次天柱寺藥師東臺韵內院
009_0561_c_22L寺次淳丈室韵贈佛智大師
009_0561_c_23L栢菴題華嚴寺事跡韵香山送別諸
009_0561_c_24L目次編者作成補入

009_0562_a_01L가을날 매대사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秋日送梅大師歸鄕)
황산에서 느낌이 있어서(荒山有感)
산 방에서 밤에 달이 떴을 때 두견새 소리를 듣고 느낌이 있어서(山房夜月聞杜䳌有感)
백련암에 쓰다(題白蓮菴)
팔영산 만경암 침굉헌 시에 차운하다(次八影山萬景菴枕肱軒韵)
조상인이 설암에게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照上人之雪巖)
관선자에게 부치다(寄寬禪子)
황령사에 쓰다(題黃嶺社)
활선사가 서관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濶師之西關)
용성 이사군에게 드리다(呈龍城李使君)
영상인이 북산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暎上人之北山)
선상인이 글을 배우러 떠나자, 다시 앞의 시에 차운하여 주다(禪上人學文字去 再用前韵以贈)
가을날 소회를 쓰다(秋日書懷)
비 온 뒤에 높은 곳에 올라 소회를 읊다(雨後登臯咏懷)
정상인이 공산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淨上人之公山)
규상인이 서산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䂓上人之西山)
흥양 정사군 시에 차운하다(次興陽鄭使君韵) 二首
산 누각에서의 가을 경치(山樓秋景)
가을바람에 병든 소회(秋風病懷)
가을날 오래된 절에서(秋日古寺)
초당에서 공부하는 시에 차운하다(次草堂做工韵)
찰대사의 시에 주필하여 차운하고 정도사에게 드리다(走次詧大師韵呈鄭都事)
남원 원님에게 드리다(呈南原倅)
최목사에게 드리다(呈崔牧使)
좌랑 양은일에게 드리다(呈梁佐郞隱逸)
동각에서 보내준 시에 삼가 사례하다(謹謝東閣贈詩)
향산에서 변대사에게 보이다(香山示卞大師)
시축에서 ‘본성이 편안해지다’는 것을 얻고서(軸中得性安)
승평 신원님에게 올리다(上昇平倅愼)
승평 신명부에게 바치다(呈昇平愼明府)
묘향산 의상암에 있으면서 우연히 읊다(在妙香義湘菴偶吟)
미타전 현판 시에 차운하다(次彌陁殿板韵)
산에서 노닐다 하산하는 남원 원님에게 삼가 드리다 (謹呈南原倅遊山下)
아헌에게 드리다(呈衙軒)
원단상인에게 보내다(贈願丹上人)
월저대로가 김파의 시에 차운하여 준 것에 삼가 차운하여 다시 김파 가족에게 부치다(謹次月渚大老贈金波韵還寄金波室)
영상인이 북산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暎上人之北山)
황령사 뜰 앞에 있는 잣나무에 쓰다(題黃嶺社庭前栢)
처관상인에게 부치다(寄處寬上人)
삼가 청허의 시에 차운하다12)(敬次淸虛韵)
편지 5편(書 五篇)13)
상월대사에게 답하는 편지(答霜月丈書)
시직 조구명에게 답하는 편지(答趙侍直龜命書)
비명碑銘
남악 대사의 제문(祭南岳大師文)
부스럼 닦은 종이를 초대사에게 보이다(拭瘡疣紙示初大師)
오언절구五言絕句
의상암14)에서 월저대화상의 시에 차운하다(義湘菴次月渚大和尙韵)

009_0562_a_01L門兄秋日送梅大師歸鄕荒山有
009_0562_a_02L山房夜月聞杜䳌有感題白蓮
009_0562_a_03L次八影山萬景菴枕肱軒韵
009_0562_a_04L照上人之雪巖寄寬禪子題黃嶺
009_0562_a_05L次送濶師之西關呈龍城李使
009_0562_a_06L次送暎上人之北山禪上人…
009_0562_a_07L以贈秋日書懷雨後登臯咏懷
009_0562_a_08L次送淨上人之公山次送䂓上人之
009_0562_a_09L西山次興陽鄭使君韵
山樓秋
009_0562_a_10L秋風病懷秋日古寺次草堂
009_0562_a_11L做工韵走次詧大師韵呈鄭都事
009_0562_a_12L南原倅呈崔牧使呈梁佐郞隱逸
009_0562_a_13L謹謝東閣贈詩香山大卞大師
009_0562_a_14L中得性安上昇平倅愼呈昇平愼
009_0562_a_15L明府在妙香義湘菴偶吟次彌陁
009_0562_a_16L殿板韵謹呈南原倅遊山下呈衙
009_0562_a_17L贈願丹上人謹次…金波室

009_0562_a_18L次送暎上人之北山題黃嶺社庭前
009_0562_a_19L寄處寬上人敬次淸虛韵

009_0562_a_20L
書五篇

009_0562_a_21L
答霜月丈書答趙侍直龜命書
009_0562_a_22L祭南岳大師文拭瘡疣紙示初
009_0562_a_23L大師

009_0562_a_24L

009_0562_a_25L五言絕句

009_0562_a_26L義湘菴次月渚大和尙韵

009_0562_b_01L義湘靈境古    의상암 뛰어난 풍경에다 옛스러운데
雲水洞天長    구름과 물 좋은 골짜기에 하늘은 유장하니
五月春猶在    5월이지만 봄이 여전히 남아있어
庭花數樹香    뜰에 핀 꽃 몇 가지 향기롭네
원운15)原韵
義湘歸去後    의상16)대사 입적 후
山水古今長    산수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데
一箇知猶在    지혜 한 가지는 여전히 남아있어
蓮花誦韻香    『연화경』17) 읊조리니 그 운이 향기롭네
 右月渚 이상은 월저가 지은 것이다.

獨坐靑山裡     푸른 산속에 홀로 앉으니
松梢白日長     소나무 끝에 밝은 해 솟았네
蓮經時誦罷    『연화경』 읽기 마치자
花雨散天香     꽃비가 내리고 하늘의 향기 흩뿌리네
 右虛靜 이상은 허정18)이 지은 것이다.

寶界明堂古    정토에 명당 옛스러운데
松琴別曲長    솔소리 특별한 곡조 길게 울리네
祖師何面目    조사의 면목 어떠한가?
庭栢四時香     뜰 앞의 잣나무 사철 향기롭네
 右霜月 이상은 상월19)이 지은 것이다.
칠언절구七言絕句
평안도사의 시를 받들어 차운하다(奉次平安都事韵)
[1]
韓子欺顚引洞房  한유가 선사 속여20) 깊은 방에 끌어 왔으나
祝融山月冷花香  축융21) 산 달 꽃향기 시원하다
曹溪一派無今古  조계 일파엔 고금이 없어
我愛澄公日洗膓  징공22)이 날마다 내장 씻는 것을 사랑하네

[2]
遠世從仙學子房  세상 멀리해 신선 따라 자방을 배우고23)
白雲深處訪天香  흰 구름 깊은 곳에 천향을 찾네
㝎中更聽眞空說  선정 속에 다시 진공24)의 이치 들으니
云是禪心石作膓  선심이 확고해졌을 것이네
원운原韵
[1]
仙區深處訪禪房  승경 깊은 곳 선방을 찾아
淨界欣聞衆妙香  정토에서 온갖 오묘한 향 흔연히 맡네
風流復有彌天釋  풍류에 다시 하늘 가득한 석도안25)이 있어
水月心兼錦繡膓  자연의 평상심에다 시심詩心을 겸했구나

[2]
暮宿維摩十笏房  저물녘 승방에 유숙하여26)
更兼天女散花香  천녀27)와 함께 향기로운 천화를 뿌리네
色塵未滅情根在  색진28) 멸하지 않아 정 뿌리 존재하니
幾箇沙門欲斷膓  몇 명의 스님 애 끓고 있나

009_0562_b_01L
義湘靈境古雲水洞天長

009_0562_b_02L五月春猶在庭花數樹香

009_0562_b_03L原韵

009_0562_b_04L
義湘歸去後山水古今長

009_0562_b_05L一箇知猶在蓮花誦韻香

009_0562_b_06L
右月渚

009_0562_b_07L
獨坐靑山裡松梢白日長

009_0562_b_08L蓮經時誦罷花雨散天香

009_0562_b_09L
右虛靜

009_0562_b_10L
寶界明堂古松琴別曲長

009_0562_b_11L祖師何面目庭栢四時香

009_0562_b_12L
右霜月

009_0562_b_13L

009_0562_b_14L七言絕句

009_0562_b_15L奉次平安都事韵

009_0562_b_16L
韓子欺顚引洞房祝融山月冷花香

009_0562_b_17L曹溪一派無今古我愛澄公日洗膓(一)

009_0562_b_18L遠世從仙學子房白雲深處訪天香

009_0562_b_19L㝎中更聽眞空說云是禪心石作膓(二)

009_0562_b_20L原韵

009_0562_b_21L
仙區深處訪禪房淨界欣聞衆妙香

009_0562_b_22L風流復有彌天釋水月心兼錦繡膓(一)

009_0562_b_23L暮宿維摩十笏房更兼天女散花香

009_0562_b_24L色塵未滅情根在幾箇沙門欲斷膓(二)

009_0562_c_01L
오언율시五言律詩
산음현 환아정29)에서 원님 홍우채30)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당시 안음의 원님인 이의록이 모임에 왔다(山陰換鵝亭敬次主倅洪禹采韵時安陰倅李義祿來會)
五馬來何處    다섯 필의 말31) 어디서 왔는가
稽山玉佩鳴    회계산32)에 옥 노리개 울리네
蘭亭三月暮    난정33) 3월의 늦봄
滕閣二難并    등왕각34)과 우열 가리기 어렵네35)
景物隨時好    경물은 수시로 좋고
芳樽盡日傾    맛있는 술 종일토록 기울이네
僧閑無一事    스님 일 하나 없이 한가로워
携韵謁仁明    운을 들어 어질고 밝은 분을 뵙네
민장실에게 차운하여 부치다(次寄敏丈室)
何處開靑眼    어느 곳에서 청안36)을 열까
離愁欲白頭    이별 시름에 머리 희어지려하네
短笻留古寺    짧은 지팡이 옛 절에 남겨두고
歸路指安州    돌아가는 길 안주37)를 가리키네
百嶺浮雲夕    뭇 고개에 구름 뜬 저녁
淸江落葉秋    맑은 강에 잎 지는 가을
法壇今宴寞    법단의 오늘 잔치 쓸쓸해지니
誰與更爲儔    누구와 다시 벗이 될 수 있을까
능수좌에게 부치다(寄能首座)
妙香眞佛界    묘향산은 참 불계라
首座閉禪扃    수좌께서 선방에 드셨네
世業心猶白    세상사에 마음 오히려 깨끗하고
蓮經眼自睛    『연화경』에 눈 저절로 맑아지네
晩風孤磬子    저물녘 바람은 외로운 경자에 불고
明月小窓欞    밝은 달은 작은 창에 떠 있네
如是常如是    여시38)는 늘 여시하니
誰言志未寧    누가 심지가 미령하다 하리오39)
다시 민장실에게 부치다(再寄敏丈室)
別樽紅樹岸    단풍나무 언덕에서 이별 잔 나누다
相送白雲頭    흰 구름 가에서 전송하네
客路三千里    객의 여정 삼천리요
平安四十州    평안 사십 고을이네
物華時亦暮    화려한 경물의 시기도 저물어가고
天地氣將秋    천지의 기운도 가을이네
幻宅浮生苦    허깨비 같은 집에서의 덧없는 삶 괴로운데
偏多世罕儔    세상에 짝이 없는 이 아주 많다네
보라사40)에서 휴상인에게 보내다(寶羅寺贈休上人)
一錫恢遊地    석장 하나로 널리 노닐었네
名山幾處幽    그윽한 명산 몇 곳이나 되던가

009_0562_c_01L五言律詩

009_0562_c_02L山陰換鵝亭敬次主倅洪禹采時安
陰倅
009_0562_c_03L李義祿
來會

009_0562_c_04L
五馬來何處稽山玉佩鳴

009_0562_c_05L蘭亭三月暮滕閣二難并

009_0562_c_06L景物隨時好芳樽盡日傾

009_0562_c_07L僧閑無一事携韵謁仁明

009_0562_c_08L次寄敏丈室

009_0562_c_09L
何處開靑眼離愁欲白頭

009_0562_c_10L短笻留古寺歸路指安州

009_0562_c_11L百嶺浮雲夕淸江落葉秋

009_0562_c_12L法壇今宴寞誰與更爲儔

009_0562_c_13L寄能首座

009_0562_c_14L
妙香眞佛界首座閉禪扃

009_0562_c_15L世業心猶白蓮經眼自青

009_0562_c_16L晩風孤磬子明月小窓欞

009_0562_c_17L如是常如是誰言志未寧

009_0562_c_18L再寄敏丈室

009_0562_c_19L
別樽紅樹岸相送白雲頭

009_0562_c_20L客路三千里平安四十州

009_0562_c_21L物華時亦暮天地氣將秋

009_0562_c_22L幻宅浮生苦偏多世罕儔

009_0562_c_23L寶羅寺贈休上人

009_0562_c_24L
一錫恢遊地名山幾處幽

009_0563_a_01L寶羅眞可賞    보라사는 참으로 완상할만한 곳이라
仙子且爲侍    신선도 시자侍者 된다네
海色晴看夕    맑은 바다 빛에서 석양을 보고
松聲暮送秋    저물녘 솔 소리로 가을을 전송하네
百年偷此暇    평생 이 한가로움 누리며
忘却遠來愁    멀리서 다가오는 수심 잊었다네
해곡재 김사마의 시를 받들어 차운하다(奉次蠏谷齋金司馬韵)
敬讀先生語    선생의 말씀 공경히 읽어보니
誠非曲學阿    진실로 곡학아세41) 아니라네
文章知自少    문장력은 어려서부터임을 알겠고
山水興何多    산수 흥은 어찌 그리 많은지
顏巷求安樂    안항에서 안락을 구하고42)
竹林笑醉歌    죽림에서 취해 노래하는 것 비웃었네43)
盛名聞已久    성대한 명성 알려짐 이미 오래되었는데
傾盖即吟哦    수레 맞대고44) 시를 노래하네
김대아45)에게 차운하여 보내다(次贈金大雅)
奇童眞可愛    정말 사랑할 만한 기동이라
頗識賦詩情    시를 노래하는 정 잘 알고 있네
客榻心初契    객탑46)에서 마음 막 맺어지고
文談日欲傾    글 이야기로 날이 저물려하네
容儀氷雪皎    용모는 빙설처럼 깨끗하고
雅操玉甍淸    바른 지조는 옥기와처럼 맑네
永夕欣良晤    긴 밤 좋은 만남 기뻐
還忘路縱橫    도리어 종횡으로 난 길 잊었네
원운原韵
短笻投暇日    짧은 지팡이 한가한 날 던져두니
知有故人情    고인의 정 알겠네
片石君可掃    비석 조각 그대 쓸 수 있고
深杯我自傾    깊은 술잔 나 스스로 기울이네
松盤成好蔭    서린 솔 좋은 그늘 이루고
江近挹餘淸    강가 한없는 맑음에 젖었네
移席淹留久    오래 머무르려 자리 옮기니
斜陽一抹橫    석양이 횡으로 물들었네
해곡재 김사마의 시를 받들어 차운하다(奉次蠏谷齋金司馬韵)
草堂幽且靜    초가집 그윽하면서 고요하니
騷客有餘情    시인에겐 끝없는 시정詩情 솟아나네
勝景無時在    뛰어난 경치는 수시로 있고
芳樽盡日傾    맛있는 술 온종일 기우네
薄霜秋樹赤    엷은 서리는 가을 나무 붉게 하고
踈雨暮江淸    가랑비는 저무는 강 맑게 하네
覔句看何事    시구 찾다 무엇을 보았나
閑雲遠樹橫    한가로운 구름 먼 숲에 비껴있네
칠언율시七言律詩
봉대사가 조계로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篈大師之曹溪)

009_0563_a_01L寶羅眞可賞仙子且爲侍

009_0563_a_02L海色晴看夕松聲暮送秋

009_0563_a_03L百年偷此暇忘却遠來愁

009_0563_a_04L奉次蠏谷齋金司馬韵

009_0563_a_05L
敬讀先生語誠非曲學阿

009_0563_a_06L文章知自少山水興何多

009_0563_a_07L顏巷求安樂竹林笑醉歌

009_0563_a_08L盛名聞已久傾盖即吟哦

009_0563_a_09L次贈金大雅

009_0563_a_10L
奇童眞可愛頗識賦詩情

009_0563_a_11L客榻心初契文談日欲傾

009_0563_a_12L容儀氷雪皎雅操玉甍淸

009_0563_a_13L永夕欣良晤還忘路縱橫

009_0563_a_14L原韵

009_0563_a_15L
短笻投暇日知有故人情

009_0563_a_16L片石君可掃深杯我自傾

009_0563_a_17L松盤成好蔭江近挹餘淸

009_0563_a_18L移席淹留久斜陽一抹橫

009_0563_a_19L奉次蠏谷齋金司馬韵

009_0563_a_20L
草堂幽且靜騷客有餘情

009_0563_a_21L勝景無時在芳樽盡日傾

009_0563_a_22L薄霜秋樹赤踈雨暮江淸

009_0563_a_23L覔句看何事閑雲遠樹橫

009_0563_a_24L

009_0563_a_25L七言律詩

009_0563_a_26L送篈大師之曹溪

009_0563_b_01L
[1]
來也其因去亦然  오는 것도 인연이요 가는 것도 인연인데
散而還聚又何年  헤어졌다 다시 만난 것 또 몇 년인가
人情易薄春霜後  인정은 봄 서리47) 뒤에 경박하기 쉽고
世事難堅草露前  세상사는 풀잎 이슬48) 앞에 견고하기 어렵네
見月有時雖擧指  달을 보았으나 손가락을 들 때도 있고49)
得魚無處可忘筌  고기를 잡았으나 통발을 잊을 곳도 없다네50)
靑山一派曹溪水  푸른 산 한 줄기 조계의 물소리
夜夜寒聲夢裡傳  밤마다 차가운 소리를 꿈속에 전하네

[2]
人間來約豈其然  사람의 온다는 약속 어찌 꼭 그럴까
一散迢迢隔百年  한 번 헤어지니 아득히 백년이네
芳草別懷靑水岸  향기로운 풀은 푸른 물 언덕에서 이별 품고
碧山歸影寺門前  푸른 산은 절문 앞으로 그림자 돌아가네
已於佛海高乘筏  이미 불법의 바다에 뗏목에 높이 올랐으니51)
何敢曹溪固執筌  어찌 감히 조계에서 통발에 굳게 매이겠는가
法界因緣雖即斷  법계의 인연은 비록 곧 끊기더라도
也侍應有信相傳  또한 응당 신의 서로 전함이 있으리라
상월대사에게 차운하여 부치다(次寄霜月大師)
古調三尺沒絃琴  삼 척의 줄 없는 거문고52)로 옛 가락을
彈報人間絕賞音  사람에게 연주하면서 감상하던 소리 끊어졌네53)
見月有時登泰岳  달을 보고 이따금 태산에 오르고
看雲終日坐禪林  구름 보며 종일 선림에 앉아 있네
靈山會上花猶擧  영산회상에서의 꽃은 여전히 들고 있고54)
大法堂前草自深  대법당 앞에 풀은 저절로 무성하네
靑鏡流年吾已老  흘러간 세월 청동 거울에 비친 나는 이미 늙어
幾思知己惜光陰  세월을 애석해하며 몇 번이나 지기를 생각했던가
원운原韵
伯牙歸後孰彈琴  백아 돌아간 뒤 누가 거문고 연주하나
一曲峨洋出衆音  아양곡55) 한 곡 여러 곡조보다 뛰어나네
慧水安流今鰈水  지혜의 물결이 지금의 동해56)로 편안히 흐르고
定林標秀古叢林  선정의 숲이 옛 총림에 빼어나게 돋보이네57)
禪燈不滅明高下  선의 등불은 꺼지지 않아 높고 낮은 곳 밝히고
敎月無私照淺深  교의 달은 사사로움 없어 얕고 깊은 곳 비추네
智谷寒風吹雪岳  지곡사58) 찬바람 눈덮힌 산에 부는데
四方雲衲仰山陰  사방의 운납59) 산그늘을 우러르네
삼가 관서60)관찰사에게 바치다(謹呈關西巡察使)
玉鑾啾處相公還  옥방울 울리며 상공께서 돌아오시니
民訴紛紜簿牒間  백성들 호소가 공문서에 분분하네
暫却關西巡察事  잠시 관서 순찰일로 물러났으니
好尋物外妙香山  묘향산에서 세상 밖61) 찾기 좋겠네
粧林錦葉三秋勝  숲을 단장한 비단잎 가을에 빼어나고
憂國丹心半日閑  나라 걱정하는 충심 반나절 한가롭네
名下十年山斗仰  명성 십년간 태산북두인 양 우러르다
德音孔邇幸承顏  덕음을 매우 가까이에서 직접 뵐 수 있다니
원운原韵
四牡騑騑自北還  사모62) 쉬지 않고 달려 북으로 돌아오니
三秋奔走道途間  가을 길에서 분주하구나

009_0563_b_01L
來也其因去亦然散而還聚又何年

009_0563_b_02L人情易薄春霜後世事難堅草露前

009_0563_b_03L見月有時雖擧指得魚無處可忘筌

009_0563_b_04L靑山一派曹溪水夜夜寒聲夢裡傳(一)

009_0563_b_05L人間來約豈其然一散迢迢隔百年

009_0563_b_06L芳草別懷靑水岸碧山歸影寺門前

009_0563_b_07L已於佛海高乘筏何敢曹溪固執筌

009_0563_b_08L法界因緣雖即斷也侍應有信相傳(二)

009_0563_b_09L次寄霜月大師

009_0563_b_10L
古調三尺沒絃琴彈報人間絕賞音

009_0563_b_11L見月有時登泰岳看雲終日坐禪林

009_0563_b_12L靈山會上花猶擧大法堂前草自深

009_0563_b_13L靑鏡流年吾已老幾思知己惜光陰

009_0563_b_14L原韵

009_0563_b_15L
伯牙歸後孰彈琴一曲峨洋出衆音

009_0563_b_16L慧水安流今鰈水定林標秀古叢林

009_0563_b_17L禪燈不滅明高下敎月無私照淺深

009_0563_b_18L智谷寒風吹雪岳四方雲衲仰山陰

009_0563_b_19L謹呈關西巡察使

009_0563_b_20L
玉鑾啾處相公還民訴紛紜簿牒間

009_0563_b_21L暫却關西巡察事好尋物外妙香山

009_0563_b_22L粧林錦葉三秋勝憂國丹心半日閑

009_0563_b_23L名下十年山斗仰德音孔邇幸承顏

009_0563_b_24L原韵

009_0563_b_25L
四牡騑騑自北還三秋奔走道途間

009_0563_c_01L偶逢佳節牽淸興  우연히 좋은 계절 만나 맑은 흥 일으키고
羞將塵容入此山  부끄럽게도 먼지 낀 얼굴63)로 이 산에 들었네
懸瀑飛時千壑閙  걸린 폭포수 날릴 때 온 골짜기 시끄럽고
踈鐘響處一庭閑  성근 종소리 울리는 곳 온 뜰 한가롭네
高僧禮佛銷香坐  고승 예불한 자리에 향 사르고 앉아
見客歡迎似舊顏  객을 보고 환영하길 옛 친구처럼 하네
청량촌에서 휴상인에게 주다(淸凉村贈休上人)
[1]
何處雲山是妙香  어느 곳이 구름 낀 묘향산인가
一身千里客淸凉  한 몸 천리 길 청량촌에 객이 되었네
天涯二見仲秋月  하늘 끝에서 중추의 달 두 번 보았고
世上初聞早歲霜  세상에서 이른 해 서리 처음 들었네
鄕思夜深蛩語細  고향 생각에 밤 깊어지자 귀뚜라미 소리 가늘고
旅遊年去水流忙  나그네로 지나온 해 물 흐르듯 빠르네
相知賴有吾師在  다행히도 우리 선사 존재하신 덕을 알아
手點寒燈且擧觴  손수 찬 등불 켜며 술잔 드네

[2]
出家從釋欲何爲  출가하여 스님 따라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
可惜人情志自疲  애석한 인정이여 뜻 저절로 고달프네
滄海一漚看世事  푸른 바다 한 거품64)에서 세상일을 보고
白雲長路訪明師  흰 구름 긴 길에서 고명한 선사를 찾네
空中實法如無用  공 속의 실법은 무용한 듯 하고
道外虛名且莫隨  도 외에 허명은 따르지 말아야지
我亦化城窮困者  나 또한 화성65)의 곤궁한 자라
愛君吟贈數聯詩  그대 사랑하여 몇 수 읊고서 보내네
추석날 객지에서 생각하며(秋夕客思)
久作西遊又欲東  오래토록 서쪽에서 노닐다 다시 동으로 가려니
北堂千里思無窮  천리 북당66) 생각 끝이 없구나
奔忙客路三年外  분주한 나그네 길 삼년도 넘었고
榮辱生涯一夢中  영욕의 생애 한 꿈속이구나
燕塞凄凉衰草露  연새67)는 시든 풀 이슬에 처량하고
楚鄕蕭瑟古槐風  초향68)은 묵은 홰나무 바람에 쓸쓸하네
遙知故國松楸月  고향 선영69)의 달 떴음을 멀리서도 알아
獨瀉椒漿涙灑空  홀로 제주70) 부으니 눈물이 허공에 뿌려지네
보라사에서 한 편을 붓을 달려 짓다(寶羅寺走題一律)
遠客乘秋上九峯  가을 되어 멀리서 온 객이 구봉에 오르니
望中風物入提封  바라본 풍물이 강역71)에 들어오네
盡驅濁世流滄海  혼탁한 세상 다 몰아 바다로 흐르고
欲把衰年問赤松  노쇠한 나이 붙잡으려 적송자72)에게 묻네
紫塞靑螺胡漢日  북방 요새73) 푸른 봉우리74)에 호한75)의 해 떠있고
白雲丹壑寶羅鍾  흰 구름 단학76)에 보라사 종소리 들리네
玆遊快愜吾生志  이 유람 내 삶의 뜻과 꼭 맞는데
却笑人間有懶庸  사람들 게으르다고 도리어 비웃네
보라사에서 형상인의 시에 차운하여 보내다(寶羅寺次贈浻上人)
[1]
上人眞是入山僧  상인은 진짜 산에 든 스님이라
學則能燃照世燈  배우면 세상을 비출 등을 사를 수 있다네

009_0563_c_01L偶逢佳節牽淸興羞將塵容入此山

009_0563_c_02L懸瀑飛時千壑閙踈鐘響處一庭閑

009_0563_c_03L高僧禮佛銷香坐見客歡迎似舊顏

009_0563_c_04L淸凉村贈休上人

009_0563_c_05L
何處雲山是妙香一身千里客淸凉

009_0563_c_06L天涯二見仲秋月世上初聞早歲霜

009_0563_c_07L鄕思夜深蛩語細旅遊年去水流忙

009_0563_c_08L相知賴有吾師在手點寒燈且擧觴(一)

009_0563_c_09L出家從釋欲何爲可惜人情志自疲

009_0563_c_10L滄海一漚看世事白雲長路訪明師

009_0563_c_11L空中實法如無用道外虛名且莫隨

009_0563_c_12L我亦化城窮困者愛君吟贈數聯詩(二)

009_0563_c_13L秋夕客思

009_0563_c_14L
久作西遊又欲東北堂千里思無窮

009_0563_c_15L奔忙客路三年外榮辱生涯一夢中

009_0563_c_16L燕塞凄凉衰草露椘鄕蕭瑟古槐風

009_0563_c_17L遙知故國松楸月獨瀉椒漿涙灑空

009_0563_c_18L寶羅寺走題一律

009_0563_c_19L
遠客乘秋上九峯望中風物入提封

009_0563_c_20L盡驅濁世流滄海欲把衰年問赤松

009_0563_c_21L紫塞靑螺胡漢日白雲丹壑寶羅鍾

009_0563_c_22L玆遊快愜吾生志却笑人間有懶庸

009_0563_c_23L寶羅寺次贈浻上人

009_0563_c_24L
上人眞是入山僧學則能燃照世燈

009_0564_a_01L格外禪詮無妄造  격외의 선전은 망령되게 지음이 없으나
目前人事盡虛稱  눈앞의 인사는 모두 다 허망한 칭호라
從玆袖拂秋風曉  이로부터 새벽 가을바람에 소매를 털고
到彼心淸古井氷  피안에 이르러77) 찬 옛 우물에 마음이 맑아지네
叅法莫慳身與命  법문을 들으니 몸과 목숨 아낄 것 없어
好尋良友可師承  사승할 좋은 벗 즐거이 취하네

[2]
白雲深處坐禪僧  흰 구름 깊은 곳 선승 좌선하는데
靜夜燒香且點燈  고요한 밤 향 사르고 등도 켜놓았네
遁跡恒居山水勝  자취 감추어 늘 빼어난 산수에 거처하고
忘身無意姓名稱  몸을 잊어 이름 날릴 뜻도 없다네
松邊坐榻安如石  소나무 가 좌탑 돌처럼 편안하고
月下吟牙冷似氷  달 아래 읊조리는 소리 얼음처럼 영롱하네
萍迹豈嫌千里遠  부평초 같은 자취 어찌 천리 길 싫어하랴
大人顏面幸相承  대인의 얼굴 다행이 뵈었으니
묘적사78)에서 우연히 읊다(妙寂寺偶吟)

百年天地任身閒  평생 천지에 몸 한가롭게 맡기고
一錫秋風海上山  석장 하나로 가을바람 맞으며 바닷가 산에 오르네
紅樹影邊迷客路  단풍 그림자 곁에서 나그네 길 헤매고
白雲堆裡訪仙關  흰 구름 쌓인 속에서 선관을 찾네
霜華紫菊明明細  자주 국화에 내린 서리꽃 초롱초롱 곱고
松露靑田滴滴斑  청전79) 솔 이슬 방울방울 아롱지네
石榻坐來談佛老  석탑 앉아 불가와 老莊 이야기하자니
世間榮辱杳茫間  세상의 영욕 아득하기만 하네
의주 통군정80)에서 차오산81)의 시에 차운하다(義州統軍亭次車五山韵)
傑閣秋高海岳晴  우뚝 솟은 누각에 가을 높고 바다와 산 맑은데
倚欄西望日亭亭  난간에 기대 서쪽을 바라보니 해는 뉘엿뉘엿
山河裂去紛無數  산하는 나뉘어 무수히 엉켜있고
宇宙空來勝有形  우주는 공하되 형상 뛰어나네
千里旅遊同落葉  천리 나그네 떨어진 잎과 같고
萬區疆域等浮萍  온 세상 강역 부평초와 같네
太平聖代騷仙興  태평성대라 詩興 일어나는데
却笑隋皇募壯丁  수나라 황제 장정 모집함82) 도리어 우습네
철옹관83) 시에 차운하다(次鐵瓮舘韵)

遠客登欄日欲斜  먼 나그네 난간에 오르니 해가 지려하여
倦情沽酒且看花  지친 마음 술을 마시며 꽃을 바라보네
海隅勝地開官府  바다 모퉁이 뛰어난 곳에 관청을 여니
雲外高城護國家  구름 밖 높은 성은 국가를 수호하네
寒樹暮烟踈錦葉  저녁 노을 진 찬 나무에 비단잎 성글고
晩軒凉吹捲靑紗  서늘한 바람 부는 저무는 집에 푸른 깁 마네
眼塵洗處時擡首  눈앞 티끌84) 씻긴 곳 때마침 머리 들어 보니
壁上詩章富有華  벽 위에 시 많고도 화려하네
천주사 약사전 동대85) 시에 차운하다(次天柱寺藥師東臺韵)
竹杖高携鐵瓮中  철옹에서 대나무 지팡이 높이 들고
快登西岳勢威雄  위세 웅장한 서악에 상쾌하게 올랐네

009_0564_a_01L格外禪詮無妄造目前人事盡虛稱

009_0564_a_02L從玆袖拂秋風曉到彼心淸古井氷

009_0564_a_03L叅法莫慳身與命好尋良友可師承(一)

009_0564_a_04L白雲深處坐禪僧靜夜燒香且點燈

009_0564_a_05L遁跡恒居山水勝忘身無意姓名稱

009_0564_a_06L松邊坐榻安如石月下吟牙冷似氷

009_0564_a_07L萍迹豈嫌千里遠大人顏面幸相承(二)

009_0564_a_08L妙寂寺偶吟

009_0564_a_09L
百年天地任身閒一錫秋風海上山

009_0564_a_10L紅樹影邊迷客路白雲堆裡訪仙關

009_0564_a_11L霜華紫菊明明細松露靑田滴滴斑

009_0564_a_12L石榻坐來談佛老世間榮辱杳茫間

009_0564_a_13L義州統軍亭次車五山韵

009_0564_a_14L
傑閣秋高海岳晴倚欄西望日亭亭

009_0564_a_15L山河裂去紛無數宇宙空來勝有形

009_0564_a_16L千里旅遊同落葉萬區彊域等浮萍

009_0564_a_17L太平聖代騷仙興却笑隋皇募壯丁

009_0564_a_18L次鐵瓮舘韵

009_0564_a_19L
遠客登欄日欲斜倦情沽酒且看花

009_0564_a_20L海隅勝地開官府雲外高城護國家

009_0564_a_21L寒樹暮烟踈錦葉晩軒凉吹捲靑紗

009_0564_a_22L眼塵洗處時擡首壁上詩章富有華

009_0564_a_23L次天柱寺藥師東臺韵

009_0564_a_24L
竹杖高携鐵瓮中快登西岳勢威雄

009_0564_b_01L茫茫大野南邊海  망망한 들에 남쪽 가는 바다요
杳杳群山北極空  아득한 산들에 북쪽 끝은 텅비었네
千里旅遊誰健壯  천리 나그네 누군들 건장하겠는가
百年人事自窮通  한평생 사람일 저절로 막히고 통하네
興酣又下棲雲寺  흥에 겨워 다시 구름 드리운 절로 내려오니
石路霜楓映面紅  돌길에 서리 맞은 단풍이 얼굴에 붉게 비치네
내원사86)에서 순장실의 시에 차운하다(內院寺次淳丈室韵)
客事遑遑甚阻艱  허둥지둥 나그네 일 매우 험하고 어려워
一旬重訪故人還  열흘에 거듭 옛 친구 또 방문하네
新知賴有湖南寺  새로 사귄 벗 호남 절에서 힘입었고
舊意良多寒北山  옛 친구 추운 북쪽 산에 정말 많네
石逕依俙黃葉裡  돌길은 누런 잎 속에서 어렴풋하고
梵宮瀟洒白雲間  절은 흰 구름 사이에서 산뜻하네
淸談日夕仍留宿  해질녘까지 청담 나누다 유숙하니
壑月松梢夜色寒  소나무 끝에 걸린 골짜기 달 밤빛이 차네
불지대사에게 주다(贈佛智大師)

早將蓬矢及桑弧  일찍 쑥대 살과 뽕나무 활87)
百丈山中射野狐  백장산 속에서 야호를 쏘았네88)
佛地三冬開勝會  불지에다 삼동에 뛰어난 법회 열고
妙香千載竪浮屠  묘향산에다 천년 부도를 세웠네
齋席獻花飛共命  재석에서 바친 꽃 공명조89)를 날게 하고
講庭聞法伏於菟  강연 뜰에서 들리는 법문 오도90)를 조복시키네
隣家近日飢頗甚  근래 이웃집 굶주림이 자못 심하여
欲得甜瓜擲苦葫  참외를 얻고 싶어 호롱박을 던지네91)
백암92)의 화엄사 사적에 쓴 시에 차운하다(次栢菴題華嚴寺事跡韵)
一笻閑擲小溪根  지팡이 하나 한가롭게 작은 시내에 던져두니
寺闢靑山面面門  청산에 지은 절 사방이 문이네
陰壑晩風生竹祖  그늘진 골짜기 저녁 바람에 죽조93)가 생겨나고
秋庭落葉老桐孫  가을 뜰 떨어진 잎에 동손94)이 늙어가네
年深玉刹僧無主  오래된 옥찰에 주재하는 스님 없는 듯
刧變金沙聖若存  겁변하는 금모래95)에 성인이 있는 듯
事跡記傳天地後  천지 이후에 사적 기록되어 전하는데
佛燈蓮漏點晨昏  연루96) 따라 불등을 새벽 저녁으로 켠다네
원운原韻
千年古寺枕山根  천년 고찰 산기슭에 자리 잡아
一道泉聲鎻院門  한 줄기 샘 소리 사원 문을 잠그네
畫靜空壇松落子  고요한 낮 빈 단에 솔방울 떨어지고
春深隙地竹生孫  깊은 봄 공터에 죽손97)이 자라네
石逕失火徽言喪  불탄 돌길엔 아름다운 말씀 사라지고
寶塔留庭像法存  뜰에 남은 보배로운 탑엔 상법98)이 남아있네
讀罷陳篇誰有問  고서古書 다 읽고서 물을 사람 누구인가
投林倦翮欲黃昏  지친 새 숲에 깃들자 황혼이 되려하네
향산에서 여러 문형들을 송별하면서(香山送別諸門兄)

故國山河夢杳然  고향 산하 꿈속에 아득하여
一笻歸思綠陰邊  지팡이 하나로 녹음 곁에서 돌아갈 생각하네

009_0564_b_01L茫茫大野南邊海杳杳群山北極空

009_0564_b_02L千里旅遊誰健壯百年人事自窮通

009_0564_b_03L興酣又下棲雲寺石路霜楓映面紅

009_0564_b_04L內院寺次淳丈室韵

009_0564_b_05L
客事遑遑甚阻艱一旬重訪故人還

009_0564_b_06L新知賴有湖南寺舊意良多寒北山

009_0564_b_07L石逕依俙黃葉裡梵宮瀟洒白雲間

009_0564_b_08L淸談日夕仍留宿壑月松梢夜色寒

009_0564_b_09L贈佛智大師

009_0564_b_10L
早將蓬矢及桑弧百丈山中射野狐

009_0564_b_11L佛地三冬開勝會妙香千載竪浮屠

009_0564_b_12L齋席獻花飛共命講庭聞法伏於菟

009_0564_b_13L隣家近日飢頗甚欲得甜瓜擲苦葫

009_0564_b_14L次栢菴題華嚴寺事跡韵

009_0564_b_15L
一笻閑擲小溪根寺闢靑山面面門

009_0564_b_16L陰壑晩風生竹祖秋庭落葉老桐孫

009_0564_b_17L年深玉刹僧無主刼變金沙聖若存

009_0564_b_18L事跡記傳天地後佛燈蓮漏點晨昏

009_0564_b_19L原韻

009_0564_b_20L
千年古寺枕山根一道泉聲鎻院門

009_0564_b_21L畫靜空壇松落子春深隙地竹生孫

009_0564_b_22L石逕失火徽言喪寶塔留庭像法存

009_0564_b_23L讀罷陳篇誰有問投林倦翮欲黃昏

009_0564_b_24L香山送別諸門兄

009_0564_b_25L
故國山河夢杳然一笻歸思綠陰邊

009_0564_c_01L湖南客路餘千里  호남 나그네 길 천여리요
塞北風情記二年  변방 북쪽 풍정 2년이나 못잊네
遼鶴獨飛滄海日  요동의 학99)은 푸른 바다 햇살 위로 홀로 날고
峀雲閑出暮江天  산봉우리 구름100)은 저무는 강 하늘로 한가롭게 나오네
孤蹤落此知音去  외로운 이 몸 이곳에 남고 지음101)은 가니
恨織蒼茫大野烟  한이 끝없이 넓은 들안개에 쌓이네
가을날 매대사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秋日送梅大師歸鄕)
衲帶秋雲下石龕  납의에 가을 구름 두르고 절에서 내려가니
故園歸思杳難堪  고향 돌아갈 생각 깊어 견디기 어렵네
風淸鴈塞霜初落  바람은 안새102)에 맑게 불어 서리 막 내리고
日照瓊林葉盡酣  해는 좋은 숲에 비춰 낙엽 모두 한창이네
家在遠湖孤島北  집은 외로운 섬 북쪽 먼 호수에 있고
路連平野小江南  길은 작은 강 남쪽 평평한 들로 이어졌네
煩君此去來何日  부디 그대여, 이번에 가면 언제 오려나
須促回裝更做談  다시 이야기 나누게 모름지기 돌아올 채비 재촉하길
황산103)에서 느낌이 있어서(荒山有感)
戰伐功勝麗季衰  쇠퇴하는 고려 말 전공 뛰어나
莫非神武扶顚危  신령스런 무용으로 위태로움 도왔네
千秋徃事今時迹  천년의 지난 일 오늘날 자취요
一片荒山古聖碑  한 조각 황산 옛 성인 비석이네
野稻覆黃雲堞外  들 벼는 구름 성 밖에 노랗게 이어졌고
江籬欺綠血川湄  강리104)는 피 비린내 나는 시냇가에 푸르르네
行人欲識吾王化  나그네 우리 왕의 교화 알고 싶어
看取乾坤物色熙  천지를 한번 보니 물색이 빛나네
산 방에서 밤에 달이 떴을 때 두견새 소리를 듣고 느낌이 있어서(山房夜月聞杜䳌有感)
獨坐虛堂聽子䂓  홀로 빈 집에 앉아 자규105) 소리 들으니
使余孤寂不勝悲  나를 적적하게 하여 슬픔 이기지 못하겠네
飛來渭北春天暮  봄 저물녘 위수 북쪽106)에서 날아오고
啼送山南夜月時  밤 달 떴을 때 산 남쪽으로 울며 전송하네
劒閣幾呼王子怨  검각에서 몇 번이나 왕자의 원망 부르짖게 했던가107)
津橋曾動邵翁思  천진교에서 소옹의 생각 일찍이 움직였네108)
雲林處處聲聲苦  구름 숲 곳곳에 소리마다 괴로운데
似訴人間道路危  길 위험하다고 사람에게 알리는 듯
백련암109)에 쓰다(題白蓮菴)
蘭若深藏碧巘重  절은 겹겹이 푸른 산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데
地連南國縣雲峯  땅은 남쪽 운봉현110)으로 이어있네
三淸界闢東林社  삼청111)계에 동림사112)를 열고
千載僧留惠遠蹤  천년 스님 혜원의 자취 남겼네
簷斷高低磨劒峀  높낮이를 끊은 처마 지혜의 칼을 가는 산봉우리
法傳朝暮講經鍾  아침 저녁 법 전하는 강경의 종소리
茗香爇祝無量壽  향기로운 차 올리고 향 사르며 무량수113)를 빌며
大笑張良願赤松  적송자 따르려던 장량을 크게 비웃네114)
팔영산 만경암115) 침굉헌 시에 차운하다(次八影山萬景菴枕肱軒韵)

009_0564_c_01L湖南客路餘千里塞北風情記二年

009_0564_c_02L遼鶴獨飛滄海日峀雲閑出暮江天

009_0564_c_03L孤蹤落此知音去恨織蒼茫大野烟

009_0564_c_04L秋日送梅大師歸鄕

009_0564_c_05L
衲帶秋雲下召龕故園歸思杳難堪

009_0564_c_06L風淸鴈塞霜初落日照瓊林葉盡酣

009_0564_c_07L家在遠湖孤島北路連平野小江南

009_0564_c_08L煩君此去來何日須促回裝更做談

009_0564_c_09L荒山有感

009_0564_c_10L
戰伐功勝麗季衰莫非神武扶顚危

009_0564_c_11L千秋徃事今時迹一片荒山古聖碑

009_0564_c_12L野稻覆黃雲堞外江籬欺綠血川湄

009_0564_c_13L行人欲識吾王化看取乾坤物色熙

009_0564_c_14L山房夜月聞杜䳌有感

009_0564_c_15L
獨坐虛堂聽子䂓使余孤寂不勝悲

009_0564_c_16L飛來渭北春天暮啼送山南夜月時

009_0564_c_17L劒閣幾呼王子怨津橋曾動邵翁思

009_0564_c_18L雲林處處聲聲苦似訴人間道路危

009_0564_c_19L題白蓮菴

009_0564_c_20L
蘭若深藏碧巘重地連南國縣雲峯

009_0564_c_21L三淸界闢東林社千載僧留惠遠蹤

009_0564_c_22L簷斷高低磨劒峀法傳朝暮講經鍾

009_0564_c_23L茗香▼(蓺/火)祝無量壽大笑張良願赤松

009_0564_c_24L次八影山萬景菴枕肱軒

009_0565_a_01L八影層巒遠接空  팔영산 산봉우리 멀리 하늘과 접해있고
佛龕高壓大江東  불감은 큰 강 동쪽을 높이 누르고 있네
山河盤僻天工壯  산하 휘돌아 자연 웅대하고
宇宙蒼茫眼界雄  우주 아득하여 눈앞 웅장하네
踈雨殘陽吟更富  보슬비 남은 해에 시 더욱 풍부해지고
淸秋落葉興彌濃  맑은 가을 낙엽에 흥 더욱 짙어라
莫言一體三神勝  모두 삼신산116)이 뛰어나다 말하지 말라
此地瀛洲允執中  이 곳이 영주로 중도를 잡은 곳이라네117)
조상인이 설암에게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照上人之雪巖)
碧山春日送吾曺  봄날 푸른 산에서 우리와 이별하니
惜別餘情起鬱陶  석별의 남은 정 울적함 일으키네
路出鳳城烟樹遠  봉성118)으로 나가는 길에 안개 낀 나무 요원하고
身歸方丈雪岩高  방장으로 돌아가는 몸 설암 아득하네
禪心盡逐勞歌散  선심 모두 쫒아 이별 노래119)로 흩어지고
好事翻成醉夢迯  좋은 일 뒤바뀌어 꿈속에서 벗어나네
回首斷堤殘照外  끊어진 둑에서 석양 밖으로 머리 돌리니
楚成芳草怨離騷  방초120) 덮힌 초나라에서 〈이소〉121)를 원망하네
관선자에게 부치다(寄寬禪子)
白蓮精社與金堂  백련정사와 금당
相望靑山隔水長  서로 청산을 바라보며 긴 물줄기 사이하고 있네
地邇人遐離別苦  땅은 가까운데 사람은 멀어 이별 괴롭고
日來秋去歲時忙  날은 오는데 가을은 가 세월 빠르네
菊開洞裡花千簇  골 안에 천 송이 국화 피고
鴈斷天高字一行  높은 하늘 일자로 기러기 사라지네
莫道戀君無切處  말하지 말라, 아주 절실한 곳에서 그대 그리다
臨風馳傃不尋常  바람 맞으며 향해 달리는데 예사롭지 않다고
황령사에 쓰다(題黃嶺社)
寶龕千載鎭高岡  보감 천년 동안 높은 산 누르며
逈隔人間夢一塲  한 바탕 꿈인양 인간세계 멀리 떨어져있네
禪榻佛燈明寂滅  선탑 불등은 적멸122)을 밝히고
法天風物散淸凉  사찰 하늘 풍물은 청량하게 펼쳐지네
雲生晩峀山門濕  구름은 저물녘 산에서 생겨 산문 축축하고
花落春磎野水香  꽃은 봄 시내에 져 들물 향기롭네
象外仙源眞若此  세상 밖 선경의 근원 진실로 이와 같으니
可疑韓子說荒唐  한유의 황당한 말 의심할 만하네123)
활선사가 서관124)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濶師之西關)
白雲何處是師鄕  흰 구름 이는 어느 곳 선사의 고향인가
路出東天漢水陽  길은 동쪽하늘 한수 북쪽으로 나있네
北塞悲看鴻獨去  슬피 쳐다보니 북쪽 변방 기러기 홀로 날아가고
南橋愁折柳新長  수심 꺾이니 남쪽 다리 버들 새롭게 자라네
三春景裡江山渺  늦봄 경치 속에 강산은 아득하고
南里笻邊日月忙  남쪽 마을 지팡이 가에 해와 달은 바쁘네
別恨空流來夜半  이별의 한 부질없이 한밤중까지 흐르는데
一輪孤朗照僧堂  둥근 달 홀로 승당을 밝게 비추네

009_0565_a_01L
八影層巒遠接空佛龕高壓大江東

009_0565_a_02L山河盤僻天工壯宇宙蒼茫眼界雄

009_0565_a_03L踈雨殘陽吟更富淸秋落葉興彌濃

009_0565_a_04L莫言一體三神勝此地瀛洲允執中

009_0565_a_05L送照上人之雪巖

009_0565_a_06L
碧山春日送吾曺惜別餘情起鬱陶

009_0565_a_07L路出鳳城烟樹遠身歸方丈雪岩高

009_0565_a_08L禪心盡逐勞歌散好事翻成醉夢迯

009_0565_a_09L回首斷堤殘照外椘臣芳草怨離騷

009_0565_a_10L寄寬禪子

009_0565_a_11L
白蓮精社與金堂相望靑山隔水長

009_0565_a_12L地邇人遐離別苦日來秋去歲時忙

009_0565_a_13L菊開洞裡花千簇鴈斷天高字一行

009_0565_a_14L莫道戀君無切處臨風馳傃不尋常

009_0565_a_15L題黃嶺社

009_0565_a_16L
寶龕千載鎭高岡逈隔人間夢一塲

009_0565_a_17L禪榻佛燈明寂滅法天風物散淸凉

009_0565_a_18L雲生晩峀山門濕花落春磎野水香

009_0565_a_19L象外仙源眞若此可疑韓子說荒唐

009_0565_a_20L次送濶師之西關

009_0565_a_21L
白雲何處是師鄕路出東天漢水陽

009_0565_a_22L北塞悲看鴻獨去南橋愁折柳新長

009_0565_a_23L三春景裡江山渺萬里笻邊日月忙

009_0565_a_24L別恨空流來夜半一輪孤朗照僧堂

009_0565_b_01L
용성125) 이사군126)에게 드리다(呈龍城李使君)
一邦民得使君情  온 고을 백성들 사군의 정을 얻었으니
政最南陲五十城  정치가 남쪽 변방 50성 중에 최고라네
買犢古腐稱漢吏  소 팔던127) 한나라 관리 예전에 칭송 썩었고
愛人今不說田嬰  사람 아끼던 전영128) 요즘 말하지 않네
帶方野外仁山碧  대방129) 들 밖에 인은 산처럼 푸르고
窮巷村邊智日明  궁한 거리 마을 가에 지혜는 날로 밝아지네
琴閣片是公冗暇  자그마한 금각130) 한가롭기에
北窓無事點羲經  북창에서 일 없이 『희경』131)을 읽네
영상인이 북산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暎上人之北山)
陽關路出虎溪垠  양관132) 길 호계133) 경계로 나가는데
賦別多慚不學文  시로 이별함에 글을 배우지 못함 못내 부끄럽네
天地即今愁極我  천지 지금 나를 아주 수심케 하고
江山何處夢隨君  강산 어느 곳에서 꿈속에 그대를 따를까
風吹落葉飛仙界  바람 부니 낙엽은 선계에 날리고
鴈帶歸心入楚雲  기러기 날아가니 돌아가려는 마음은 초나라 구름134)으로 들어가네
湖左海西相隔遠  호남과 해서135)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應知消息杳難聞  소식 아득하여 듣기 어려운 줄 응당 알리라
선상인이 글을 배우러 떠나자, 다시 앞의 시에 차운하여 주다(禪上人學文字去再用前韵以贈)
莫羨儒林咏栢舟  유림에서 ≺백주≻136) 노래한다고 부러워 마라
只爲人世是非儔  다만 인간 세상 시비 거리들일 뿐이네
三生道德看無着  삼생137)의 도덕 집착 없다 간주하고
四海文章笑惠休  천하의 문장 혜휴138)를 비웃네
胡蝶夢中奔歲月  나비 꿈속139)에 세월은 빠르고
芭焦身上變春秋  파초 몸 위에 봄 가을이 변하네
吁嗟末路迷津客  아! 말로에 미진140)한 나그네여
不覺榮名似蜃樓  영화와 명성이 신기루141) 같음 깨닫지 못하네
가을날 소회를 쓰다(秋日書懷)
吁嗟末葉小知音  아! 말로에 지음142)이 적어
獨抱空門三尺琴  홀로 절간에서 석자 거문고 안고 있네
歲月無端奔世路  세월은 무단히 세상을 달리고
霜風何以吹人心  서릿바람은 어찌 사람 마음에 불어대나
寒山落木秋陰下  차가운 산의 잎 진 나무에 가을 그늘 내리고
古寺殘陽暮景深  오래된 절의 석양에 해질녘 경치 짙네
可笑未能成一事  가소롭구나, 아직 하나의 일도 이루지 못하고
悠悠不覺老于今  유유히 늙어 지금에 이른 줄 깨닫지 못하다니
비 온 뒤에 높은 곳에 올라 소회를 읊다(雨後登臯咏懷)
雨霽長空露太陽  비 개이자 높은 하늘에 태양 나타나니
碧天虛豁正蒼蒼  푸른 하늘 광활하며 정말 짙푸르네
淫氛洗盡江山靜  음산한 기운 다 씻기어 강산은 고요하고
景氣淸凉世界彰  밝은 기운 청량하여 세상이 환하네
今日始知前境妄  오늘에야 전날 풍경 허망함을 비로소 알겠고
昔時空被外塵傷  예전에 세속 티끌에게 부질없이 상처 입었네

009_0565_b_01L呈龍城李使君

009_0565_b_02L
一邦民得使君情政最南陲五十城

009_0565_b_03L買犢古應稱漢吏愛人今不說田嬰

009_0565_b_04L帶方野外仁山雎窮巷村邊智日明

009_0565_b_05L琴閣片是公冗暇北窓無事點羲經

009_0565_b_06L次送暎上人之北山

009_0565_b_07L
陽關路出虎溪垠賦別多慚不學文

009_0565_b_08L天地即今愁極我江山何處夢隨君

009_0565_b_09L風吹落葉飛仙界鴈帶歸心入椘雲

009_0565_b_10L湖左海西相隔遠應知消息杳難聞

009_0565_b_11L禪上人學文字去再用前韵以贈

009_0565_b_12L
莫羨儒林咏栢舟只爲人世是非儔

009_0565_b_13L三生道德看無着四海文章笑惠休

009_0565_b_14L胡蝶夢中奔歲月芭焦身上變春秋

009_0565_b_15L吁嗟末路迷津客不覺榮名似蜃樓

009_0565_b_16L秋日書懷

009_0565_b_17L
吁嗟末葉小知音獨抱空門三尺琴

009_0565_b_18L歲月無端奔世路霜風何以吹人心

009_0565_b_19L寒山落木秋陰下古寺殘陽暮景深

009_0565_b_20L可笑未能成一事悠悠不覺老于今

009_0565_b_21L雨後登臯咏懷

009_0565_b_22L
雨霽長空露太陽碧天虛豁正蒼蒼

009_0565_b_23L淫氛洗盡江山靜景氣淸凉世界彰

009_0565_b_24L今日始知前境妄昔時空被外塵傷

009_0565_c_01L游眸四海無纎靄  천하를 보니 엷은 안개도 없어
萬象皆吾一器量  만상이 다 내 한 기량이네
정상인이 공산143)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淨上人之公山)
故國行裝幾日還  고향으로 행장 차리고 며칠 만에 돌아가는가
一笻隨與白雲閑  지팡이 하나 수행한채 흰 구름 한가롭네
淸晨獨步諸天界  맑은 새벽에 제천144) 경계를 홀로 걷고
落照遙看萬疊山  낙조에 만 겹의 산을 아득히 바라보네
湖左客情來徃處  호남 나그네 정은 머물던 곳에 오가고
嶺南風物醉醒間  영남 풍물은 그 사이에 취했다 깨네
君今記取分離恨  이제 그대 이별 한을 기억하여
何惜重敲不二關  불이문145) 거듭 두드리는 것 어찌 아끼랴
규상인이 서산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䂓上人之西山)
山門曉出送行遲  새벽에 산문 나갈 때 전송이 더디니
人世那堪遠別離  인간 세상 어찌 먼 이별 견딜 수 있겠는가
溪岸落花春欲暮  시내 언덕 지는 꽃 봄은 저물려하고
谷林啼鳥響如悲  계곡 숲 우는 새 소리는 슬픈 듯하네
回頭悵望芳菲節  머리 돌려 좋은 시절 슬피 바라보고
握手愁看碧澗湄  손 잡고 푸른 시냇가를 근심스레 바라보네
從此漸分南北路  이곳에서 남북 길로 점차 나뉘면
法壇淸話更無期  법단 맑은 대화 다시 기약 없으리라
흥양146) 정사군 시에 차운하다(次興陽鄭使君韵)
[1]
寺臨滄海聽寒潮  바다 임한 절에서 찬 물결소리 들으며
長篴一聲興更飄  긴 피리 한 소리에 흥 다시 나부끼네
下界馬嘶芳草岸  인간 세상 말은 방초 언덕에서 울고
上方仙語白雲橋  천상 세계 신선은 흰 구름다리에서 이야기 나누네
風牽磵柳絲條亂  바람은 산골 버들에 불어 버들개지 어지럽고
日麗岩花錦色嬌  해는 바위 꽃에 빛나 비단색 아리땁네
閑占名區無限趣  명승지 무한한 흥취를 한가로이 차지하니
可忘三萬六千朝  백년의 시간을 잊을 수 있네

[2]
物外淸遊趂景新  물외 맑은 유람 경치 쫓아 새로우니
此行還似謫仙人  이 길 정말 적선인147)과 비슷하네
孤笻事業千林路  지팡이 하나 일은 일천 숲의 길이요
半日浮生一夢春  반나절 덧없는 삶은 일장춘몽이네
榮辱已知虧正道  영욕이 정도 무너트림을 이미 알겠고
功名何用絆禪身  공명이 어떻게 좌선의 몸을 구속할 수 있겠는가
即今聖代治平久  요즘 성스러운 시대로 오래 태평하니
處處江山雨洗塵  강산 곳곳에 비가 티끌을 씻어내네
산 누각에서의 가을 경치(山樓秋景)
凭欄縱眺暮秋晴  난간에 기대 저무는 가을 맑은 경치 마음껏 보니
水色山光揔是情  물빛과 산빛 모두 정이네
吟賞此時仙客興  감상하는 이 때 신선 나타나고
徹淸何處梵鍾聲  맑음을 뚫고 어느 곳에서 범종소리 들리네
含風翠竹笙篁細  바람 머금은 푸른 대는 가는 생황148) 같고
背日丹楓錦繡明  해를 등진 단풍은 밝게 수놓은 비단 같네

009_0565_c_01L游眸四海無纎靄萬象皆吾一器量

009_0565_c_02L次送淨上人之公山

009_0565_c_03L
故國行裝幾日還一笻隨與白雲閑

009_0565_c_04L淸晨獨步諸天界落照遙看萬疊山

009_0565_c_05L湖左客情來徃處嶺南風物醉醒間

009_0565_c_06L君今記取分離恨何惜重敲不二關

009_0565_c_07L次送䂓上人之西山

009_0565_c_08L
山門曉出送行遲人世那堪遠別離

009_0565_c_09L溪岸落花春欲暮谷林啼鳥響如悲

009_0565_c_10L回頭悵望芳菲節握手愁看碧澗湄

009_0565_c_11L從此漸分南北路法壇淸話更無期

009_0565_c_12L次興陽鄭使君韵

009_0565_c_13L
寺臨滄海聽寒潮長篴一聲興更飄

009_0565_c_14L下界馬嘶芳草岸上方仙語白雲橋

009_0565_c_15L風牽磵柳絲條亂日麗岩花錦色嬌

009_0565_c_16L閑占名區無限趣可忘三萬六千朝(一)

009_0565_c_17L物外淸遊趂景新此行還似謫仙人

009_0565_c_18L孤笻事業千林路半日浮生一夢春

009_0565_c_19L榮辱已知虧正道功名何用絆禪身

009_0565_c_20L即今聖代治平久處處江山雨洗塵(二)

009_0565_c_21L山樓秋景

009_0565_c_22L
凭欄縱眺暮秋晴水色山光揔是情

009_0565_c_23L吟賞此時仙客興徹淸何處梵鍾聲

009_0565_c_24L含風翠竹笙篁細背日丹楓錦繡明

009_0566_a_01L最好晩空天際遠  가장 좋은 건 늦은 하늘가 저 멀리
白雲無事鴈邊橫  흰 구름 일 없고 기러기 하늘 가로 가로지르는 것이라네
가을바람에 병든 소회 (秋風病懷)
寂寞空壇枕簟凉  적막한 텅 빈 단 잠자리 서늘하여
窓前移席近殘陽  창 앞으로 자리 옮기니 석양이 가깝네
霜傳遠峀楓爲錦  서리는 먼 산봉우리에서 내려 단풍 비단이 되고
風動幽庭菊散香  바람은 그윽한 뜰에 불어 국화향 흩날리네
老去悲懷驚節物  늙어 슬픈 마음은 계절 경물에 놀라고
病餘愁眼怯秋光  병든 뒤 수심의 눈은 가을빛이 겁나네
遙知樂國金仙子  멀리서도 알겠네, 안락국 금선자149)
一坐尋常歲月忙  한 번 앉음에 늘 세월이 바빴음을
가을날 오래된 절에서(秋日古寺)
寺倚霞岑壓翠徹  노을 봉우리에 기댄 절 짙푸르름 누르는데
綠窓朱戶暎依俙  푸른 창 붉은 문에 희미하게 비치네
秋深寶界烟塵淨  가을 깊은 정토에 안개와 티끌 깨끗하고
畫淨松關野客稀  그림처럼 깨끗한 소나무 대문에 나그네 드무네
寒菊有華隨晩節  찬 국화는 늦 계절 따라 꽃 피우고
老僧無語對殘暉  노승은 석양 마주하고서 말이 없네
琅凾亦有西方敎  불경엔 또한 서방의 가르침 있으니
看洗人間萬事非  인간 만사 그릇됨 보고서 씻어버리네
초당에서 공부하는 시에 차운하다(次草堂做工韵)
草堂蕭洒別人間  깨끗한 초당 인간 세상과 달라
一面村郊二面巒  한 면은 마을이요 한 면은 산이네
詩賦古聲題紙上  시부의 옛 소리는 종이 위에 쓰고
江山春色滿毫端  강산의 봄빛은 붓 끝에 가득하네
風鳴竹榻晴陰轉  바람 대자리에 불어 밝았다 어둡게 바뀌고
月白螢窓夜景寒  달은 형창150)에 밝아 야경 차갑네
儒術莫尋名利路  유술로 명리길 찾지 말라
輪扁糟粕死齊桓  윤편이 제 환공에게 말한 찌꺼기와 죽음이니151)
찰대사의 시에 주필152)하여 차운하고 정도사에게 드리다(走次詧大師韵呈鄭都事)
仙斾乘秋古寺行  가을날 오래된 절로 행차153)하니
威風吹振肅霜生  엄숙한 서리같은 위풍 진동하네
天晴寶界紅衣動  날씨 맑은 정토에 붉은 옷 흔들리고
日暮山樓畫角橫  해 지는 산 누각에 화각소리154) 비껴있네
景物異方詩句好  경물은 이국적이라 시구 좋고
閑忙隨處酒樽淸  어딜 가나 한가함과 바쁨에 술 맑네
回程趁發催公事  출발하여 돌아가는 길에 공사 재촉하니
馹馬靑雲萬里鳴  역마가 만리 청운155)에서 울어대네
남원 원님에게 드리다(呈南原倅)
賞㫌初下帶方丞  행차 막 대방156) 원님으로 내려오니
欲訴民寃解亂繩  헝클어진 줄 풀 듯 백성 원망 하소연하네
廉潔四知金夜退  청렴 결백한 사지157)는 금을 안고 밤에 돌아가게 했으며
惠滋雙穗來年登  은혜 자애한 쌍이삭158)은 곡식이 해마다 풍년들게 했네

009_0566_a_01L最好晩空天際遠白雲無事鴈邊橫

009_0566_a_02L秋風病懷

009_0566_a_03L
寂寞空壇枕簟凉窓前移席近殘陽

009_0566_a_04L霜傳遠峀楓爲錦風動幽庭菊散香

009_0566_a_05L老去悲懷驚節物病餘愁眼怯秋光

009_0566_a_06L遙知樂國金仙子一坐尋常歲月忙

009_0566_a_07L秋日古寺

009_0566_a_08L
寺倚霞岑壓翠微綠窓朱戶暎依俙

009_0566_a_09L秋深寶界烟塵淨畫淨松關野客稀

009_0566_a_10L寒菊有華隨晩節老僧無語對殘暉

009_0566_a_11L琅凾亦有西方敎看洗人間萬事非

009_0566_a_12L次草堂做工韵

009_0566_a_13L
草堂蕭洒別人間一面村郊二面巒

009_0566_a_14L詩賦古聲題紙上江山春色滿毫端

009_0566_a_15L風鳴竹榻晴陰轉月白螢窓夜景寒

009_0566_a_16L儒術莫尋名利路輪扁糟粕死齊桓

009_0566_a_17L走次詧大師韵呈鄭都事

009_0566_a_18L
仙斾乘秋古寺行威風吹振肅霜生

009_0566_a_19L天晴寶界紅衣動日暮山樓畫角橫

009_0566_a_20L景物異方詩句好閑忙隨處酒樽淸

009_0566_a_21L回程趁發催公事馹馬靑雲萬里鳴

009_0566_a_22L呈南原倅

009_0566_a_23L
賞㫌初下帶方丞欲訴民寃解亂繩

009_0566_a_24L廉潔四知金夜退惠滋雙穗來年登

009_0566_b_01L靑雲紫笏官高貴  푸른 구름과 자색 홀은 벼슬을 고귀하게 하고
白日淸霜吏戰兢  밝은 해와 맑은 서리는 관리를 전전긍긍하게 하네
恤物愛人深也遠  만물과 사람 사랑 깊고도 원대하니
秋風琴閣拜山僧  가을바람 부는 금각159)에서 산승 절하네
최목사에게 드리다(呈崔牧使)
曾將直道歷榮班  일찍이 곧은 도로 높은 벼슬 지내다
面折庭爭逐大姦  면전에서 꾸짖고 조정에서 간쟁하여 큰 간사함 내쫓았네
幾處義康淸似水  얼마나 의롭고 강건한지 물처럼 맑고
當時名望重於山  당시 명망 산보다 무겁네
每憐汲黯淮陽去  급암160)이 회양으로 간 것 늘 불쌍히 여기고
却愛東坡海上還  동파161)가 해상으로 돌아간 것 도리어 사랑하네
戀闕赤心隨進退  임금 그리는 충성스런 마음 진퇴에 따르는데
白頭何事臥江關  늙어 무슨 일로 강관162)에 누웠는가
좌랑 양은일에게 드리다(呈梁佐郞隱逸)
先生憂道樂淸貧  선생은 도를 근심하고 청빈을 즐겨
處世宜爲不仕身  마땅히 벼슬하지 않는 몸을 처세로 삼았네
四皓欲逃終去漢  사호163)는 세상 피하려 끝내 한나라 떠났고
五松何事得封秦  오송164)은 무슨 일로 진나라에 봉 받았나
庭前紫菊滋仙露  뜰 앞 자색 국화에 선로165) 무성하고
戶外靑山有富春  문 밖 청산에 짙은 봄이 왔네
名利遠醒洙泗響  명리는 멀리서 수사166)의 여파에 깨어
案看羲易獨存神  책상에서 『희역』167) 읽다 홀로 감화168)되네
동각169)에서 보내준 시에 삼가 사례하다(謹謝東閣贈詩)
靑雲詩落白雲層  청운시 층층의 흰 구름 속에서 완성하니
山色生輝寵惠凝  산색이 빛을 내는 곳에 총애와 은혜 모이네
公道至仁非但俗  공적인 도와 지극한 인 다만 속되어선 안 되고
私心偏愛亦於僧  사심과 편애 저에게 지나치네
琴軒景物隨三界  금헌170)의 경물은 삼계171)를 따르고
石榻閑情勝百朋  석탑의 한가한 정은 백붕172)보다 낫네
松籟海濤淸溢案  솔바람과 파도소리의 맑음이 책상에 넘쳐
吟來牙頰冷如氷  입에 읊조리니 얼음처럼 차갑네
향산에서 변대사에게 보이다그 시축 가운데 취옹 상공의 운을 사용하여 보내준 것에 대해 마침내 차운하여 드리다(香山示卞大師用其軸中翠翁相公韵以贈仍次以呈)
金策獨携千里外  천리 밖에서 홀로 금책173) 들고
碧山歸路萬重深  푸른 산으로 돌아가는 길 만 겹이나 깊네
禪庭栢樹窮玄旨  절 뜨락의 잣나무에 오묘한 뜻 다하고
法海驪珠爽道襟  법해174)의 여주175)에 도의 마음 상쾌하네
三界是非空幻夢  삼계의 시비는 허깨비와 꿈처럼 공하며
百年天地任光陰  백 년의 천지는 세월에 맡겨두네
晩來栖息知何處  만년에 깃들어 쉴 곳 어느 곳인지 알겠네
淸影仙臺散月林  맑은 그림자 드리운 신선대에 달빛 뿌리는 숲이라네
시축에서 성안을 얻고서≺安死早矣≻시에 대해 마침내 그 운에 차운하여 감회와 슬픔을 표하고서 변상인에게 보이다軸中得性安詩安死早矣仍次其韵以表感愴示卞上人
有僧初自遠方來  어떤 스님 일찍이 먼 곳에서 와서
一幅淸詩向我開  한 폭 맑은 시를 나에게 보여주었네

009_0566_b_01L靑雲紫笏官高貴白日淸霜吏戰兢

009_0566_b_02L恤物愛人深也遠秋風琴閣拜山僧

009_0566_b_03L呈崔牧使

009_0566_b_04L
曾將直道歷榮班面折庭爭逐大姦

009_0566_b_05L幾處義康淸似水當時名望重於山

009_0566_b_06L每憐汲黯淮陽去却愛東坡海上還

009_0566_b_07L戀闕赤心隨進退白頭何事臥江關

009_0566_b_08L呈梁佐郞隱逸

009_0566_b_09L
先生憂道樂淸貧處世宜爲不仕身

009_0566_b_10L四皓欲逃終去漢五松何事得封秦

009_0566_b_11L庭前紫菊滋仙露戶外靑山有富春

009_0566_b_12L名利遠醒洙泗響案看羲易獨存神

009_0566_b_13L謹謝東閣贈詩

009_0566_b_14L
靑雲詩落白雲層山色生輝寵惠凝

009_0566_b_15L公道至仁非但俗私心偏愛亦於僧

009_0566_b_16L琴軒景物隨三界石榻閑情勝百朋

009_0566_b_17L松籟海濤淸溢案吟來牙頰冷如氷

009_0566_b_18L香山大卞大師用其軸中翠翁相公
韵以贈仍次以呈

009_0566_b_19L
金策獨携千里外碧山歸路萬重深

009_0566_b_20L禪庭栢樹窮玄旨法海驪珠爽道襟

009_0566_b_21L三界是非空幻夢百年天地任光陰

009_0566_b_22L晩來栖息知何處淸影仙臺散月林

009_0566_b_23L軸中得性安詩安死早矣仍次其韵
以表感愴示卞上人

009_0566_b_24L
有僧初自遠方來一幅淸詩向我開

009_0566_c_01L神妙筆留今日在  신묘한 필치 남아 오늘까지 존재하고
性安師去幾時廻  성안 법사 떠나 언제 돌아올까
浮生怳忽眞耶夢  덧없는 인생 황홀하니 참인가, 꿈인가
哀涙流連血以瑰  슬픈 눈물 계속 흐르니 피인가, 눈물176)인가
別恨已殊幽顯路  이별의 한은 저승과 이승 길에 매우 다르니
後期將擬九蓮臺  구연대177)에서의 훗날 기약만 헤아려보네
승평178) 신원님에게 올리다(上昇平倅愼)
選良何處活黎元  백성을 살릴 착한 원님 어디에서 뽑을까
百里昇平政不煩  평화롭게 다스리는 백리 땅 승평이라네
思過或開延壽閤  허물 생각해 간혹 연수179)의 합을 열어두고
愛人常闢信陵門  사람 사랑해 늘 신릉180)의 문을 열어두네
江南草野烟塵靜  강남 초야에는 연진181) 고요하고
巷北桑麻雨露昏  마을 북쪽 뽕나무와 마에는 우로182) 어둑하네
底事無心雲出峀  무슨 일로 무심한 구름 산에서 나와183)
民愁空結近民軒  백성 가까운 동헌에 백성 시름 부질없이 엉겨있나
차운시를 덧붙이다(附次)
常恠來陽龐士元  늘 이상하게 여기길, 襄陽의 방사원184)처럼
有才何用厭治煩  재주 있다면 어찌 어려운 곳 다스림 싫어하겠나
滄浪昨夜驚鄕夢  창랑185)은 어제 밤 고향 꿈속에 일었고
駟馬今朝走寺門  사마186)는 오늘 아침 절 문을 달리네
四月郊原方赤坼  사월 들판 바야흐로 붉게 갈라지고
諸天花雨已黃昏  온 하늘 꽃비 내려 이미 황혼이네
沉吟對坐蒲團靜  읊조리며 부들방석에 조용히 앉으니
曉磬聲殘月上軒  새벽 경쇠소리 잦아들고 달 동헌에 떠있네
승평 신명부187)에게 바치다(呈昇平愼明府)
賢良方拜小江南  현량한 이 바야흐로 작은 강남에 제수되니
政最湖州五十三  호남 오십세 고을 중에 정치 최고라네
琴閣有時詩欲好  금각188)엔 때가 있어 시가 좋아지려하고
訟庭無事酒初酣  송사하는 뜰엔 일이 없어 술이 막 한창이네
渪肴晝紫盤登蠏  윤이 나는 안주는 낮에 붉어 쟁반에 게 오르고
霜果秋黃手摘柑  서리 맞은 과일은 가을에 노래 손으로 감귤을 따네
康潔也知公道用  관대하고 청렴한데다 공도의 쓰임 알아
夜金還笑今懷慚  밤중 금 때문에 도리어 비웃음 당한 일189) 지금 부끄럽네
차운시를 덧붙이다(附次)
行役支離北復南  북으로 갔다 다시 남으로 가는 지리한 여행
一年湖外徃來三  일 년 호남 밖으로 세 번 왕래했네
去時麥穗黃堪摘  떠날 때 보리 이삭은 노래 딸만 했고
歸路楓林赤欲酣  돌아오는 길에 단풍숲은 붉어 한창이네
待我有情寒砌菊  나를 기다리는 건 유정한 찬 섬돌의 국화요
任渠無恙小盆柑  멋대로 인 건 탈 없는 작은 쟁반의 감귤이네
自憐吏事妨鉛槧  관리 일 연참190) 때문에 방해될까 스스로 근심하다
强和新詩面發慚  억지로 새 시에 화답하자 얼굴에 부끄러움이 돋네
묘향산 의상암에 있으면서 우연히 읊다(在妙香義湘菴偶吟)
祖師心上乾坤靜  조사 마음 하늘과 땅처럼 고요하고
法界經中日月閑  법계 경 속에 해와 달처럼 한가롭네

009_0566_c_01L神妙筆留今日在性安師去幾時廻

009_0566_c_02L浮生怳忽眞耶夢哀涙流連血以瑰

009_0566_c_03L別恨已殊幽顯路後期將擬九蓮臺

009_0566_c_04L上昇平倅愼

009_0566_c_05L
選良何處活黎元百里昇平政不煩

009_0566_c_06L思過或開延壽閤愛人常闢信陵門

009_0566_c_07L江南草野烟塵靜巷北桑麻雨露昏

009_0566_c_08L底事無心雲出峀民愁空結近民軒

009_0566_c_09L附次

009_0566_c_10L
常恠來陽龐士元有才何用厭治煩

009_0566_c_11L滄浪昨夜驚鄕夢駟馬今朝走寺門

009_0566_c_12L四月郊原方赤坼諸天花雨已黃昏

009_0566_c_13L沉吟對坐蒲團靜曉磬聲殘月上軒

009_0566_c_14L呈昇平愼明府

009_0566_c_15L
賢良方拜小江南政最湖州五十三

009_0566_c_16L琴閣有時詩欲好訟庭無事酒初酣

009_0566_c_17L渪肴晝紫盤登蠏霜果秋黃手摘柑

009_0566_c_18L廉潔也知公道用夜金還笑今懷慚

009_0566_c_19L附次

009_0566_c_20L
行役支離北復南一年湖外徃來三

009_0566_c_21L去時麥穗黃堪摘歸路楓林赤欲酣

009_0566_c_22L待我有情寒砌菊任渠無恙小盆柑

009_0566_c_23L自憐吏事妨鉛槧强和新詩面發慚

009_0566_c_24L在妙香義湘菴偶吟

009_0566_c_25L
祖師心上乾坤靜法界經中日月閑

009_0567_a_01L流水遠歸滄海岸  흐르는 물은 푸른 바다 언덕으로 멀리 돌아가고
碧山微露白雲間  푸른 산은 흰 구름 사이로 살며시 드러나네
遊眸大地時移步  대지로 눈을 놀리다 때로 걸음을 옮기고
擧首長空獨破顏  긴 하늘로 머리 들어 홀로 파안미소191) 짓네
一切有爲如夢幻  일체 유위192)는 허깨비와 꿈과 같으니193)
此生名利甚愚頑  이 삶의 명리는 매우 어리석고 완악한 것이네
미타전194) 현판 시에 차운하다(次彌陁殿板韵)
寶殿嵬嵬鎭紺園  미타전 우뚝 솟아 감원195)을 누르는데
洞天幽夐路微分  그윽한 동천196) 길 가늘게 나뉘었네
景牽萬象駭眸矚  만상을 끌어온 경치에 눈동자 놀라고
樂奏三淸透耳聞  삼청197)에서 연주한 음악에 귀 경악하네
磬響遠傳孤嶠月  경쇠 소리는 외로이 높이 뜬 달에 멀리 전해지고
山形高出半空雲  산 모습은 허공 구름에 높이 솟아있네
想應福地長如此  생각건대 응당 복지198) 이처럼 오래 지속되어
千載寥寥絕世紛  천년 동안 고요히 세상의 분란 끊어주기를
산에서 노닐다 하산하는 남원 원님에게 삼가 드리다 (謹呈南原倅遊山下)
雙㫌遙向白雲中  쌍정199) 흰 구름 속으로 아득한데
路入金沙樹影空  금모래로 드는 길에 나무 그림자 텅 비었네
人世貴知官府使  인간 세상엔 관부사 귀한 줄 알고
蓬壺高見鶴仙翁  봉호200)엔 학을 탄 신선201) 높이 여기네
秋深澗展瑠璃碧  가을 깊은 산골에 푸른 유리202) 늘어져 있고
霜重山披錦繡紅  서리 내린 깊은 산에 붉게 수놓은 비단 펼쳐져 있네
琴酒暫留明月寺  거문고와 술로 달 밝은 절203)에 잠시 머무르다
憑欄終夜聽松風  난간에 기대 밤새 솔바람소리 듣네
아헌204)에게 드리다이홍령205) 삼형제가 당시 절에 머물렀다(呈衙軒李弘齡三兄弟栖寺時)
仙蹤初下廣寒樓  신선 자취 막 광한루206)에서 내려와
遠訪蓬壺古寺幽  그윽한 옛 절이 있는 봉래를 멀리서 방문했네
山水勝懷恒去就  산수 승경의 마음 늘 떠나고 머무르며
烟霞名界暫來遊  안개 노을로 이름난 곳 잠시 와서 노니네
數聲淸磬三更夜  맑은 경쇠 몇 소리 한밤에 울리고
一色黃花九月秋  누런 꽃 일색 구월의 가을이네
客枕小燈僧語寂  나그네 잠자리 작은 등에 스님 말소리 고요한데
石泉飛爽認頭流  돌샘 두류207)라도 된 듯 상쾌히 날아오르네
원단상인에게 보내다(贈願丹上人)
志操常停百尺竿  지조 항상 백 척의 장대208)에 머물며
觀空透色碧眸寒  공을 보고209) 색을 투시하는 푸른 눈210) 차갑네
尋山去世隨雲鶴  산을 찾아 세상을 떠나 구름과 학을 따르고
問法從師避野犴  법을 묻고 스승을 따라 들개를 피하네
風雨是非春夢裡  비바람과 시비는 봄 꿈 속이요
烟霞松月玉欄干  연기 노을과 솔달은 옥 난간에 떠있네
信珠已向汾溪得  신실한 구슬 이미 분계에서 얻었는데
願發心花更欲丹  발원211)한 심화212)는 다시 붉어지려 하네
월저대로가 김파의 시에 차운하여 준 것에 삼가 차운하여 다시 김파 가족에게 부치다(謹次月渚大老贈金波韵還寄金波室)

009_0567_a_01L流水遠歸滄海岸碧山微露白雲間

009_0567_a_02L遊眸大地時移步擧首長空獨破顏

009_0567_a_03L一切有爲如夢幻此生名利甚愚頑

009_0567_a_04L次彌陁殿板韵

009_0567_a_05L
寶殿嵬嵬鎭紺園洞天幽夐路微分

009_0567_a_06L景牽萬象駭眸矚樂奏三淸透耳聞

009_0567_a_07L磬響遠傳孤嶠月山形高出半空雲

009_0567_a_08L想應福地長如此千載寥寥絕世紛

009_0567_a_09L謹呈南原倅遊山下

009_0567_a_10L
雙㫌遙向白雲中路入金沙樹影空

009_0567_a_11L人世貴知官府使蓬壺高見鶴仙翁

009_0567_a_12L秋深澗展瑠璃碧霜重山披錦繡紅

009_0567_a_13L琴酒暫留明月寺憑欄終夜聽松風

009_0567_a_14L呈衙軒李弘齡三兄
弟栖寺時

009_0567_a_15L
仙蹤初下廣寒樓遠訪蓬壺古寺幽

009_0567_a_16L山水勝懷恒去就烟霞名界暫來遊

009_0567_a_17L數聲淸磬三更夜一色黃花九月秋

009_0567_a_18L客枕小燈僧語寂石泉飛爽認頭流

009_0567_a_19L贈願丹上人

009_0567_a_20L
志操常停百尺竿觀空透色碧眸寒

009_0567_a_21L尋山去世隨雲鶴問法從師避野犴

009_0567_a_22L風雨是非春夢裡烟霞松月玉欄干

009_0567_a_23L信珠已向汾溪得願發心花更欲丹

009_0567_a_24L謹次月渚大老贈金波韵還寄金波

009_0567_b_01L
[1]
此身歸路㥘春霜  이 몸 돌아가는 길에 봄서리 겁나
欲海師惟覺智長  해사에게서 큰 지혜 깨닫고자하네
叅祖昔年深得髓  송별연에 참석한 옛날 깊은 요체 얻었고
作家今日好拈香  집을 지은 오늘 좋은 향을 잡았네
風駈法駕三千界  바람은 삼천계213)로 법가를 몰고
雨注天花八萬藏  비는 팔만대장에 천화214)를 뿌리네
出世丈夫能事畢  세상 벗어난 장부 해야 할 일 모두 끝내니215)
四恩其一報君王  사은216) 중 하나인 군왕은217)에 보답하네

[2]
太平天地捲風雷  태평 천지 바람과 번개218)를 말아
處處丘山絕點埃  곳곳 산악마다 티끌 한 점 없네
金色破顏眞小解  금색219)의 파안미소 참으로 이해하는 이 적고
玉毫明瑞豈多才  옥호220)의 밝은 상서로움 어찌 재주 많겠는가
千般曲直名雖沒  온갖 시비곡직 이름 비록 사라졌지만
八字圓通戶打開  팔자로 원통보문이 활짝 열리네221)
空刧已前師以會  공겁222) 이전의 일, 스님은 깨달아
不求聲色是如來  성색을 구하지 않으니 바로 여래라네
영상인이 북산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시에 차운하다(次送暎上人之北山)
南湖遠客歸何處  호남의 먼 길손 어디로 가는가
北岳先生有廣文  북악에 광문선생223) 있다네
深訪寂寥雖在世  깊이 적료를 찾는 이 비록 세상에 있지만
歷叅知識不如君  두루 선지식224)에 참예함 그대 만한 이 없네
千山落日孤飛鳥  온 산 지는 해에 외로운 새 날고
萬里寒空一片雲  만리 차가운 하늘에 한 조각 구름 떠있네
別送暮天愁獨立  이별 전송하는 해질녘 수심에 홀로 서있자니
塞鴻悽斷響風聞  변방 기러기 애처로운 소리 바람결에 들리네
황령사 뜰 앞에 있는 잣나무에 쓰다(題黃嶺社庭前栢)
千尋香栢倚諸天  천 자나 되는 향기로운 잣나무 제천225)에 의지한 채
一節亭亭萬歲堅  마디마디 우뚝 서서 만년동안 견고하네
掛月古枝踈影落  달 걸린 오래된 가지에 성근 그림자 지고
迎風寒葉細聲傳  바람 맞은 찬 잎에 작은 소리 전하네
長占法界烟霞趣  법계의 연하 운치를 오래 차지하고
遠笑人間老少年  인간의 노소 나이를 멀리서 비웃네
莫道久時催折去  말하지 말라, 예전 부러졌음을
雪霜零處更蒼然  눈과 서리 떨어진 곳 다시 푸릇푸릇하네
처관상인에게 부치다(寄處寬上人)
竹風松籟晩蕭蕭  대나무 바람, 솔 소리에 저물녘 쓸쓸한데
獨臥空壇興不饒  홀로 누운 텅 빈 단에 흥 넉넉지 않네
寒葉亂飛秋事盡  찬 잎 어지러이 날려 가을 다하고
暮山多處故人遙  저무는 산 여러 곳에 옛 친구 아득하네
黃花日日憐衰落  노란 국화는 날마다 쇠락해감이 애처롭고
白葉時時伴寂寥  흰 잎은 때마다 적료함과 짝하네
鶴返遼陽知有數  요양으로 돌아온 학226) 운수 있음 알겠으니
月明霜夜夢丹霄  달 밝고 서리 내리는 밤 단소227)를 꿈꾸네

009_0567_b_01L

009_0567_b_02L
此身歸路㥘春霜欲海師惟覺智長

009_0567_b_03L叅祖昔年深得髓作家今日好拈香

009_0567_b_04L風駈法駕三千界雨注天花八萬藏

009_0567_b_05L出世丈夫能事畢四恩其一報君王(一)

009_0567_b_06L太平天地捲風雷處處丘山絕點埃

009_0567_b_07L金色破顏眞小解王毫明瑞豈多才

009_0567_b_08L千般曲直名雖沒八字圓通戶打開

009_0567_b_09L空刼已前師以會不求聲色是如來(二)

009_0567_b_10L次送暎上人之北山

009_0567_b_11L
南湖遠客歸何處北岳先生有廣文

009_0567_b_12L深訪寂寥雖在世歷叅知識不如君

009_0567_b_13L千山落日孤飛鳥萬里寒空一片雲

009_0567_b_14L別送暮天愁獨立塞鴻悽斷響風聞

009_0567_b_15L題黃嶺社庭前栢

009_0567_b_16L
千尋香栢倚諸天一節亭亭萬歲堅

009_0567_b_17L掛月古枝踈影落迎風寒葉細聲傳

009_0567_b_18L長占法界烟霞趣遠笑人間老少年

009_0567_b_19L莫道久時催折去雪霜零處更蒼然

009_0567_b_20L寄處寬上人

009_0567_b_21L
竹風松籟晩蕭蕭獨臥空壇興不饒

009_0567_b_22L寒葉亂飛秋事盡暮山多處故人遙

009_0567_b_23L黃花日日憐衰落白葉時時伴寂寥

009_0567_b_24L鶴返遼陽知有數月明霜夜夢丹霄

009_0567_c_01L
삼가 청허228)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淸虛韵)
淸虛我祖大明師  대명하신 우리 청허선사님
行至龍城聞晝鷄  용성에 이르셔서 낮 닭소리 들으셨네229)
心地豁開圓徹處  그곳에서 심지 활짝 열리고 원철하여
神通變化驪珠齊  신통한 변화 여주230)와 나란하네
 右晋谷 이상은 보곡이 지은 것이다.231)

편지(書)
상월대사에게 답하는 편지(答霜月丈書)
예전 인편 속에 안부편지를 받아보니 글자마다 마음이 담겨있어 감동의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호남과 영남은 산천으로 떨어져 있어 중간에 서신을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만, 늘 한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느 날인들 잊을 수 있겠습니까? 방금 현상인이 돌아와 보내주신 편지를 보고서 장실께서 말없는 가운데에도 일일이 마음속에 기억하고 계시다니, 참으로 좋습니다. 나는 이곳에 와서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급제한 이사문이 바야흐로 충청도 문의 현령이 되었는데, 이곳과 거리가 겨우 3일 노정이니 가을에 가서 문후하고자 합니다. 바라건대 모름지기 장실께서 징광사232)의 새로 새긴 설암스님의 비명233) 두 건을 정밀하게 탁본하여 수고롭겠지만 가져오시기를 기원하고 앙망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현상인의 입을 통해 전합니다. 마침 마음이 번잡하여 이만 줄입니다.
시직 조구명234)에게 답하는 편지(答趙侍直龜命書)235)
소승은 방외236)의 한 자취가 없는 버려진 사람으로, 종문의 강하는 자리에 남건237)과 절취238)의 기롱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인데, 시직께서 저의 실체를 지나치게 들으시고 무지몽매한 가운데 하문하셨습니다. 이것은 시직께서 인의 도를 체득하고 선을 이야기하기 좋아하여 보통과 다른 고상한 운치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못난 소승에게

009_0567_c_01L敬次淸虛韵

009_0567_c_02L
淸虛我祖大明師行至龍城聞晝鷄

009_0567_c_03L心地豁開圓徹處神通變化驪珠齊

009_0567_c_04L
右晋1)

009_0567_c_05L

009_0567_c_06L

009_0567_c_07L答霜月丈書

009_0567_c_08L
徃於便中得承問書字字情存
009_0567_c_09L何言喩湖嶺有左山川隔異中間信
009_0567_c_10L音不得任意傳致尋常一念何日
009_0567_c_11L忘之即者玄上人歸聊此寄音
009_0567_c_12L丈室一一心記於不言中可也吾此來
009_0567_c_13L無恙外敢煩第李斯文方作忠淸道
009_0567_c_14L文義縣宰則此處相去堇三日程耳
009_0567_c_15L秋間欲徃問候望須丈室精印澄光寺
009_0567_c_16L雪岩新刻碑文二件忘勞袖來如何企
009_0567_c_17L自餘都付玄上人之口適心煩不宣

009_0567_c_18L

009_0567_c_19L答趙侍直龜命

009_0567_c_20L
小髠方外一空跡棄人也宗門講席
009_0567_c_21L逃濫巾窃吹譏者而左右過聞元實之
009_0567_c_22L下詢於素素昧昧中此是左右
009_0567_c_23L仁道好談禪出格高致而於小髠之
009_0567_c_24L「谷」下底本二張缺落{編}

009_0568_a_01L특별한 사랑을 내려주시니 실로 천만다행으로, 감사하는 마음 이외에는 달리 사례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시직께서 소승에게 기대하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자가 어찌 함께하며 따를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까. 만약 총명으로써 도리를 알기를 구한다면 가슴속이 막히어 예부터 선禪을 쌓은 것이 없고, 만약 음풍농월[月抹]239)식으로 삼매240)를 닦아 찾으려 한다면 계수나무 꽃이 하늘에서 향기가 나는 듯 시인의 화려한 말을 알지 못합니다. 이것을 제외한 제반사諸般事에 있어서는 그럭저럭 한 평범한 중일 뿐입니다. 저는 이같이 평범하여 함께 할 수 없는 승려임에도 이대유의 문하에 알려지게 되었으니, 이것은 바로 설암선사의 유서 덕분이니, 어찌 취할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정말 이러하다면 알려지지 않고 드러나지 않아 이전에 이미 버려졌어야 했습니다. 소승의 부끄럽고 송구스런 마음은 진달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혹시라도 들을 만한 행동이 있었다면 백 수십 명의 납자가 아마도 미루어 양보하여 도를 지키는 군자로 하여금 이처럼 1유순241)동안 부질없이 더불어 말하는 것을 잃게 하지는242) 않았을 것입니다. 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대개 도에 자타의 가르침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도입니다. 대혜께서 말씀하신 “그대가 아직 붓대를 잡고243) 종이에 쓰지도 않아서 내가 이미 두 손으로 나누어 주었는데, 또 어찌 굳게 참고서 구경244)에 대비하여 다른 날을 기다리겠습니까?”라고 한 이러한 도리는 오직 증득한 자만이 바야흐로 묵묵히 서로 계합할 수 있을 뿐이니, 속된 자들과는 더불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구업245)을 아끼지 않고 다시 주석을 달고 설파하게 되니, 마치 ‘자신의 눈을 보지 못하면서 이것이 무엇인가?’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노승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밝은 태양을 알지 못하는 자는 백성의 일용사와 더불어 서로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리니 얼마나 잠꼬대 같은 말입니까? 이후의 문장이 장황하니 내일로 미루고자 합니다. 봄 날씨가 차가우니 오직 순리에 따라 만안하십시오.
원장原狀246)

009_0568_a_01L無狀獲賜眷愛實千一之幸感荷
009_0568_a_02L之外無以爲謝第未諦左右之所期
009_0568_a_03L於小髠者欲何與而可從也若以聦
009_0568_a_04L明識道理而求之胸中滯碍自無古
009_0568_a_05L禪之所蘊若以月抹波拂三昧而索之
009_0568_a_06L桂子天香不識詞人之麗語除是般
009_0568_a_07L居然一凡庸兀髮而已此凡庸不齒
009_0568_a_08L之僧而獲知於李大儒門下是乃雪
009_0568_a_09L岩禪師之遺緖也豈有可取而然耶
009_0568_a_10L如是則不聞不見而前已棄之矣小髠
009_0568_a_11L之愧悚難以陳達如或有可聞之行
009_0568_a_12L則百數衲子豈不推讓而使守道君子
009_0568_a_13L空失與言於一由旬如是也呵呵盖道
009_0568_a_14L無自他之敎已明道矣大惠所謂未
009_0568_a_15L操觚拂紙已兩手分付了也又何待堅
009_0568_a_16L忍究竟以竢他日耶此箇道理
009_0568_a_17L證者方默之相契難與俗子言者也
009_0568_a_18L不惜口業更爲注破如自眼不見是
009_0568_a_19L甚麽老胡不識昭陽不會者與百
009_0568_a_20L姓日用不知相去多小寱語作麽
009_0568_a_21L下文長付在來日春寒惻惻唯順
009_0568_a_22L序萬安

009_0568_a_23L

009_0568_a_24L原狀

009_0568_b_01L[1]
평소 들은 선사의 법문은 질박하며 직절하여 번잡하지 않으니, 전후 3〜4구는 진실로 불조가 되는 큰 근본입니다. 지금 왕복한 서신을 거두어보니, 스스로 겸손하심이 지나치십니다. 겸손은 진실로 아름다운 덕입니다. 또한 앞 편지에서 말한 세속의 일은 선사에게 바랄 것이 아닙니다.
제 나이가 어렸을 때 유가를 대략 섭렵하고는 이단의 글을 분별하면서 바로 ‘불교는 다만 적멸학에 인과설을 더한 것뿐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래 한가롭게 거처하면서 자주 불경을 펼쳐보면서 본말을 참고하여 깨닫고서야 비로소 어지럽게 가리켜 배척하는 자 중에 동쪽을 꾸짖으면서 서쪽을 향하는 부류가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불가는 바로 유가일 따름입니다. 그 이른 바 ‘망을 깨달아 진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바로 우리 유가의 ‘욕망을 막아 천리를 보존하는 것’247)이며, 그 이른 바 ‘관혜지정’248)은 바로 우리 유가의 ‘성찰과 존양’249)입니다.
생각하지만 생각이 없고, 동하지만 동함이 없으며, 머묾도 집착함도 없다는 것은 바로 『주역』의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할 것이 있겠는가?”250)와, 『논어』의 “사사로운 뜻이 없고, 기필함이 없고, 집착함이 없고, 아집이 없다.”251)와 같은 진리입니다. 세간이나 출세간에 들어 무여252)의 지혜를 얻은 자는 마음을 없애고 경계를 없애지 않으니,253) 그렇다면 또 어찌 일찍이 기계를 버리고서254) 도를 행하기를 마치 유가에서 기롱하는 ‘흐린 물을 싫어하여 물을 버리고서 외물이 없는 곳에서 비추기를 구하는 것’255)처럼 할 수 있겠습니까? 석가, 노자, 33조사祖師256)는 다만 여러 말씀들을 많이 하셨고, 권교와 실교,257) 점교와 돈교258), 5천축의 수다라259)와 8만 4천 법문은 다만 날마다 동쪽에서 바르고 서쪽에서 지우는 것으로, 그 귀착점은 욕심에 갈팡질팡하며 외물을 쫓는 범부가 밝은 곳으로 돌이켜 사물의 본색에 응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어찌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으며, 어찌 집을 떠나고 세간을 떠나며, 어찌 처자식을 기르지 않습니까?

009_0568_b_01L
平日聞師法門朴實直截不煩前
009_0568_b_02L三後四此眞作佛作祖底大根基
009_0568_b_03L收復書所以自謙者太過謙固美
009_0568_b_04L抑亦前所謂世俗事非所望於
009_0568_b_05L師也龜年幼時略涉儒家辨異
009_0568_b_06L端文字便謂佛道秪是以寂滅學
009_0568_b_07L駕因果說耳比來閑居頗繙內典
009_0568_b_08L叅證本末始知紛紜旨斥者類多
009_0568_b_09L詈東向西以龜所見佛秪是儒耳
009_0568_b_10L其所謂了妄即眞者即吾儒之遏欲
009_0568_b_11L存理也其所謂觀慧止㝎者即吾
009_0568_b_12L儒之省察存卷也於念無念於動
009_0568_b_13L無動無住無着者正與周易何思
009_0568_b_14L何慮論語無意無必無固無我
009_0568_b_15L般消息而入得世間出世無餘智者
009_0568_b_16L忘不除境則又何甞舍器界而爲道
009_0568_b_17L如儒家所譏惡濁而去水求照於無
009_0568_b_18L物之地土耶釋迦老子三十二祖
009_0568_b_19L秪是多口饒舌權敎實敎漸敎頓
009_0568_b_20L五千軸修多羅八萬四千法門
009_0568_b_21L秪是東塗西抹其歸不過欲駈迷
009_0568_b_22L逐物底凡夫返諸明而應物底本色
009_0568_b_23L然則却爲何剃髮被緇1)爲離
009_0568_b_24L家出世却爲何不畜妻不育子

009_0568_c_01L낳아 기르는 이치가 이미 끊어졌는데, 어디에 가르침을 펴고 교화를 옮기겠습니까? 세계가 이미 공한데, 누구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불자를 세우겠습니까? 이것은 이름이 끊어져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으나 도리어 끊어져 사라지기를 구하는 것이요, 도는 고와 공260)에 막히고 싶지 않으나 마침내 고와 공에 막히는 것이, 행동과 말이 서로 어긋나며, 일과 법이 서로 맞지 않는 것입니다.
천주261)와 불교에 정밀하지 못한 자가 구구한 천당 이야기에 매여 여전히 이것에 근심을 가진다면 쫓아서 법으로 삼아 백성으로 하여금 절반은 결혼하게 하고, 절반은 예수의 모임에 들어가게 할 것입니다. 그들의 말에 “곡식을 거두는 것에 비유하자면, 반드시 장차 그 일부분을 가려서 임금에게 바치고 그 일부분을 가려서 가꾸고 길러 내년의 농사로 삼는다.”262)라고 하니, 이것은 정말 어린 아이의 소견입니다. 군자는 자신을 들어 표적으로 삼고 천하에 중립하여 남이 나를 따를지 않을까 염려해야 하는데, 어찌 자기는 연나라로 향하면서 마부로 하여금 월나라로 수레를 몰게 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부처와 조사들은 이에 반드시 자기 집의 구경263)의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건대 선사께서 정당한지 살펴보시고 시험삼아 한 마디 말씀을 내려주셔서 분명히 밝혀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의심이 3천년을 가도록 내버려두어도 스스로 깨달을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이쯤에서 그치고 다 쓰지 못합니다.

[2]
선사께서 설암264)에게서 의발을 전수 받아 남쪽 지방으로 두루 돌아다니시며 강석을 한 번 여시자, 용과 코끼리265)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명성이 큰 전단향266)과 같으니, 콧구멍이 없는 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 향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온지 3년이요, 거리가 1유순267)인데도 끝내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습니다. 세속 사람이 맡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난 스님이 거의 백 명 정도이며, 또한 일찍이 실상사에 이르러 유숙하면서도 마침내 들을 수 없었으니, 일찍이 이른바 ‘으뜸 되는 가르침을 들어 펴면 강당 앞의 풀의 깊이가 한 장이나 될 것이다’268)라는 것입니다. 법이 응당 이와 같습니다.

009_0568_c_01L育之理旣絕却於何施敎轉化
009_0568_c_02L界旣空却向誰拈槌竪拂是則名
009_0568_c_03L爲不求斷滅而反求斷滅道欲不
009_0568_c_04L滯苦空而乃滯苦空行與言違
009_0568_c_05L與法悖夫天立襲佛之粗者區區
009_0568_c_06L乎天堂之說而猶有患於此則從
009_0568_c_07L而爲法使民半爲嫁娶半入耶
009_0568_c_08L之會其言曰譬諸歛谷必將擇其
009_0568_c_09L一以貢君一以藝稼爲明年之穡
009_0568_c_10L此正兒童之見君子以身揭爲標的
009_0568_c_11L中立於天下尙恐人之不從烏有
009_0568_c_12L已則燕轅而使僕御趨越者哉諸佛
009_0568_c_13L諸祖於此必有以處自家屋裡究
009_0568_c_14L竟事想師叅覈了停當試下一言
009_0568_c_15L明明破不然一任疑去三千年
009_0568_c_16L由自悟且置是事不宣

009_0568_c_17L
師受香山衣鉢轉輪南土宜若講
009_0568_c_18L席一闢龍象雲集聲名如大旃檀香
009_0568_c_19L除是沒孔鼻者不得聞而龜至此三
009_0568_c_20L相距一由旬了不一聞不聞於俗
009_0568_c_21L人固也所接衲子殆百數亦甞至
009_0568_c_22L實相留宿而竟不聞豈所謂擧揚
009_0568_c_23L宗敎講堂前草深一丈者法應如
009_0568_c_24L「爲」下疑脫「何」{編}

009_0569_a_01L
저는 타고난 본성이 게으르고 세상 인연에 담박하며269), 스승의 집착이 없는 뜻을 대략 마음에 깨달은 듯하여, 총림270)의 노숙들과 방외의 사귐을 맺기를 더욱 기뻐했습니다. 지난 번 도가인 이숙인을 통해 선사의 도가 행해지는271) 자세한 것을 많이 얻었습니다. 지금 다행히 만나기는 했으나 대접하지 못했으니, 이것은 섭공이 용을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진짜 용을 보자 도리어 달아나버렸다는 격입니다.272) 애오라지 편지를 우선 보내니, 혹시 앞으로 선사께서 와서 만나실 의향이 있으시면 와서 만나시고, 제가 만약 찾아뵐 의향이 있으면 찾아뵙겠습니다.
무릇 도엔 자타가 없으며, 본래 예에는 베풂과 사례가 없으니, 저 구구하게 베풂과 사례의 작은 예절에 얽매이는 것은 세속의 일입니다. 윤회와 보응의 괴로움이 여기에 비로소 징조가 나타나니, 이것은 황면노자273)가 매우 싫어하는 것이요 또한 선사도 매우 싫어하는 것입니다.
교년274)인데 도체275)는 건강하신지요? 만나 추구하기를 천만번 생각합니다. 이만 줄입니다.276)
비명277)참판 오광운278)이 찬하고, 정언 조명채279)가 전서로 쓰다 碑銘叅判吳光運撰 正言曹命采篆
내가 서당 이덕수李德壽280)의 죽음에 곡을 하고 돌아가는데, 어떤 스님이 문 앞에서 엎드려 비명碑銘을 요청하였다. 그 모습이 매우 애절해 보여 물어보았더니, 호남의 대사 재초선사였다. 재초선사가 말하기를 “저의 스승인 태우선사께서 상서공 이서당과 친했습니다. 태우선사께서 입적하시자 이서당께서 장차 태우선사를 위해 명을 지어주시기로 하셨는데, 지금 이서당께서 막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 공께서 만약 비명을 지어주실 것을 허락하시지 않으신다면 선사의 자취는 마침내 사라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이서당을 불러 일으켜 세우고 싶으나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스님의 말을 듣고 더욱 슬퍼져서 마침내 불도를 빌어 슬픔을 달래고자 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과 멸은 색신이요, 생과 멸을 받지 않는 것은 법성281)이다. 만약 물거품이 바다가 되는 것을 알지 못하면 태우의 자취와 이서당의 글씨가 어찌 존재하고 어찌 사라지겠는가?

009_0569_a_01L是耶龜受性慵退談於世緣師者
009_0569_a_02L無着之旨若有會於心者而尤喜
009_0569_a_03L叢林老宿爲方外之交嚮者
009_0569_a_04L李叔仁老氏稔得師道得之詳矣
009_0569_a_05L幸邂逅而不▣接焉是殆葉公之好
009_0569_a_06L畫龍而見眞龍却走也聊以尺牘
009_0569_a_07L爲瓦容自今師若有意來見則來見
009_0569_a_08L龜若有意就叩則就叩夫道無自它
009_0569_a_09L故禮無施謝彼區區於施謝之末節
009_0569_a_10L世俗事也輪回報應之若未始
009_0569_a_11L不兆於此此黃面老子之所深惡
009_0569_a_12L亦師之所深惡也交年道體少惱否
009_0569_a_13L千萬留面究不具式

009_0569_a_14L

009_0569_a_15L碑銘叅判吳光運撰
正言曹命采篆

009_0569_a_16L
余哭李西堂而歸有僧蒲伏門前乞
009_0569_a_17L貌甚哀問之湖南大師在初也
009_0569_a_18L某之師泰宇與西堂尙書公好也
009_0569_a_19L之沒西堂將爲之銘今西堂又沒
009_0569_a_20L若不許師之蹟遂滅矣余願起西堂
009_0569_a_21L而不可得聞僧言益悲遂借彼道以
009_0569_a_22L塞悲曰生滅者色身也不受生滅
009_0569_a_23L法性也苟能不認漚爲海泰宇
009_0569_a_24L之蹟西堂之筆奚存奚滅爲之悲

009_0569_b_01L그를 위해 슬퍼하는 것은 망상이다. 그런데 나와 그대는 이미 그 땔나무가 다한 것282)을 참지 못하니, 그 불을 전할 방법을 모의해야하지 않겠는가?
선사의 호는 남악이요, 본관은 용성이다. 성품은 공정하여 사사로움이 없었으며 총명하게 깨닫고 고행으로 수련하여 서산대사의 육단의 의발을 얻었다. “이서당이 불경에 두루 통하였는데, 늘 선사를 호남의 종승283)이라 칭송하였다.”라고 하였으니, 선사의 학문은 알만하다고 하겠다. 임자년(1732, 영조 8년) 9월 25일 앉은 채 입적하시니, 산이 울고 기운이 상서로웠으며 사리가 나왔다.
재초가 금산사에 부도탑을 세우고284), 또 비석을 세우고서285) 나에게 명문銘文을 요청했다. 명문은 다음과 같다.

師友義喪     사우의 의가 사라지니
世敎日薄     세교가 날로 박해지네
死者復起     죽은 자는 다시 일어나고
生者多作     산자는 많이들 죽네
初也皇皇     처음엔 마음 다급하여
惧沒師蹟     선사 자취 사라질까 두려웠네
道失在野     잃은 도는 들에 있어286)
余心有慽     내 마음 슬퍼지네
又哭西堂     또 서당을 위해 곡하니
忍死其筆     그 글은 죽지 않고 살아있네
元賔所與     함께 한 원빈287)처럼
云胡不恤     어찌 긍휼하지 않으리요
氣義相感     의기가 서로 느껴져
寓言塞悲     말을 붙여 슬픔을 달래네
匪肯紫陽     자양288)을 수긍하지 않아도
吾黨恕之     우리들은 용서하리라
남악 대사의 제문진사 이구징289)이 짓다(祭南岳大師文進士李龜徵)
오직 선사 설암만이 바로 서산 대종의 적장자이십니다. 불경을 잡으니 깨가 일어나 책 상자 메고서 구름처럼 따릅니다. 봉래산, 묘향산으로 석장 짚고 두루 돌아다녔고, 가야산, 방장산으로 강단을 세우고 여러 차례 변했습니다. 아! 밤낮으로 이 이치는 막기 어렵습니다. 승제290)가 모두 다하여 물거품은 거품이고 다 허깨비입니다. 동쪽 시내 버들개지를 누가 바랑에 매달았을까요? 서쪽 봉우리 달빛은 집 들보에 헛되이 비칩니다. 아! 미천291)의 도와 기는 지금 볼 수 없으며, 홍종292)의 범패소리는 지금 들을 수 없습니다. 시방의 중생을 이끌고 극락국293)으로 간 것입니까? 육조 혜능과 여러 선사를 따라 도솔천294)에 노닐고 계십니까?망망하고 막막하구나!

009_0569_b_01L妄也然吾與若旣不忍其薪盡
009_0569_b_02L而不謀所以傳其火乎師號南岳
009_0569_b_03L龍城人也性公無私聰悟苦鍊
009_0569_b_04L西山大師六壇之衣鉢云西堂兼通內
009_0569_b_05L而每稱師爲湖南之宗乘師之學
009_0569_b_06L可知壬子九月二十五日坐脫入寂
009_0569_b_07L山鳴氣瑞舍利出在初立浮屠於金
009_0569_b_08L又立碑請銘銘曰師友義喪
009_0569_b_09L敎日薄死者復起生者多作初也
009_0569_b_10L皇皇惧沒師蹟道失在野余心有
009_0569_b_11L又哭西堂忍死其筆元賔所與
009_0569_b_12L云胡不恤氣義相感寓言塞悲
009_0569_b_13L肯紫陽吾黨恕之

009_0569_b_14L

009_0569_b_15L祭南岳大師文進士李龜徵

009_0569_b_16L
惟師雪巖正嫡西山大宗執經風生
009_0569_b_17L負笈雲從蓬萊妙香錫杖殆遍
009_0569_b_18L倻方丈講樹累變吁嗟夜晝此理
009_0569_b_19L難遏乘除都盡泡漚皆幻東川柳
009_0569_b_20L誰繫鉢囊西峯月色虛照屋樑
009_0569_b_21L鳴呼彌天道氣今不可以見也
009_0569_b_22L鍾唄言今不可以聞也其率十方衆
009_0569_b_23L而徃極樂之國耶其從六祖諸師
009_0569_b_24L而遊兜率之天耶茫茫乎漠漠乎

009_0569_c_01L내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슬플 따름입니다.
만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經卷藥爐底處歸  경전과 약 화로 어디로 돌아가는가
白雲紅樹揔堪悲  흰 구름과 붉은 나무 모두 슬프네
九秋忽憶三春句  9월 늦가을에 문득 봄 글귀 생각하니
大不如前識面時  전에 얼굴 알 때만 훨씬 못하네
부스럼 닦은 종이295)를 초대사에게 보이다(拭瘡疣紙示初大師)
頭頭物物是何物  두두물물296)은 어떤 물건인가
物物頭頭揔不知  물물두두 모두 알지 못하겠네
千偈萬言兼竪拂  일천 게송과 만 마디 말에다 불자拂子를 세우고
權將黃葉止啼兒  방편으로 누런 잎을 가지고 아이 울음 멈추게 하네
咄阿呵呵是甚麽  악! 껄! 이 무엇인가
擧不顧即差互   말해주어도 살피지 못하면 잘못되어 버리니
擬思量何刧悟   헤아리고 사량해도 어느 겁에 깨닫겠는가

남악집 끝(南嶽集終)

 찬조 명단: 금피 일영, 월상 쇄봉, 근전, 은눌, 근인, 근인
 제자 순서: 손곡 재초, 인곡 부상, 팔오, 획성
 손제자: 천파 두백, 월파 맹규, 정파 수영, 신천, 임활
 성상인 영조 30년297) 계유년(건륭18년, 1753년) 두류산 실상사 유판298)에서 유판하였다.

009_0569_c_01L安得以知之其亦可悲也已挽曰
009_0569_c_02L經卷藥爐底處歸白雲紅樹揔堪悲
009_0569_c_03L九秋忽憶三春句大不如前識面時

009_0569_c_04L

009_0569_c_05L拭瘡疣紙示初大師

009_0569_c_06L
頭頭物物是何物物物頭頭揔不知
009_0569_c_07L千偈萬言兼竪拂權將黃葉止啼兒
009_0569_c_08L咄阿呵呵是甚麽擧不顧即差互
009_0569_c_09L思量何刼悟

009_0569_c_10L
南嶽集終

009_0569_c_11L
009_0569_c_12L
助緣金波日暎霜月璽封謹全
009_0569_c_13L謹忍謹仁

009_0569_c_14L
弟子秩晋谷在初仁谷應祥八悟
009_0569_c_15L獲成

009_0569_c_16L
孫弟川波杜佰月波孟奎定波秀英
009_0569_c_17L愼天任闊

009_0569_c_18L
聖上三十年癸酉五月留板于
009_0569_c_19L頭流實相寺
  1. 11)목차는 국립중앙도서관본에는 없으나, 편자가 작성하여 보완한 것이다.
  2. 12)이 시는 진곡대선사晋谷大禪師의 시이기 때문에 목차에 있어서는 안 된다.
  3. 13)편지 5편: 편지는 2편뿐인데, 비명‧제문‧시를 합쳐서 5편으로 본 것 같다. 목록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으나, 본문에는 원장原狀이라 하여 편지 2편을 실어놓았는데, 이것은 1725년과 1726년 조구명이 태우선사에게 보낸 편지로, 『동계집東谿集』 권8에 실려 있다.
  4. 14)의상암: 의상암은 경기도 개풍군 성거산, 경기도 시흥군 관악산, 충청북도 괴산군 원성산,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불명산, 전라남도 장흥군 천관산, 경상남도 남해 금산, 경상남도 통영 광도면 벽발산, 경상남도 함안군 미산, 경상북도 포항 운제산 등지에 있던 암자인데, 후반부의 ≺재묘향의상암우음在妙香義湘菴偶吟≻이라는 제목에서 묘향산에 있던 암자로 보인다.
  5. 15)원운: 원문에는 태우선사의 시와 구별하기 위해 한 칸 들여쓰기 방식으로 쓰여 있으며, 이후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6. 16)의상: 의상(625~702)은 신라 스님으로, 속성은 김金. 29세에 황복사에서 출가하였다. 당나라의 불교가 성함을 듣고, 650년 원효와 함께 중국에 가려고 요동까지 가서, 원효는 무덤 사이에서 자다가 해골에 고인 물을 먹고 유심唯心의 도리를 깨달아 돌아오고, 스님은 당나라에 가서, 처음 양주에 있다가 662년 종남산 지상사 지엄智儼에게서 현수顯首와 함께 『화엄경華嚴經』을 연구하였다. 신라의 사신 김흠순金欽純을 당나라에서 가두고 신라를 치려 하자, 스님이 670년 본국에 돌아와 그 사실을 보고하였다. 왕이 신인神印종의 명랑明朗 법사를 청하여 기원하여 무사하였다. 676년(문무왕16) 태백산에 부석사를 창건하였고, 현수가 『화엄수현기華嚴搜玄記』를 짓고 부본副本을 보내면서 편지한 것이 지금 유전한다. 화엄종의 10찰을 짓고, 『화엄경』을 홍전弘傳하였다. 저서로는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 『입법계품초기入法界品抄記』, 『대화엄십문간법관大華嚴十門看法觀』 등이 있다. 성덕왕 1년 나이 78세로 입적하였다. 해동 화엄종의 초조初祖이며, 도제는 오진悟眞‧지통智通‧표훈表訓‧진정眞定‧진장眞藏‧도융道融‧양원良圓‧상원相源‧능인能仁‧의적義寂 등이 유명하다.
  7. 17)『연화경』: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준말로, 천태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이다. 보통 『법화경法華經』이라고 부른다.
  8. 18)허정: 영조 때 법종法宗이다.
  9. 19)상월: 상월종사霜月宗師(1687〜1767)의 법명은 새봉璽封, 법호는 상월이며 자는 혼원, 성씨는 손씨로서 순천 사람이다. 조선조 숙종 13년(1687)에 태어나 11세 되던 해 조계산 선암사로 들어가 극준極俊장로를 의지하여 출가, 15세에 머리 깎고 이듬해 세진당의 문신文信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18세 때 설암에게 의발을 전해 받고 여러 산의 노장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지식을 넓혔다. 27세 되던 해 조계산으로 돌아왔다. 영조 43년(1766) 10월, 상월 스님은 몸에 가벼운 질병 증세를 느껴 게송 한수를 읊조리기를 “물은 흘러 바다로 돌아가는데, 달은 져도 하늘을 떠나지 않는다.”라 하고는 담담하게 입적하니, 누려온 나이 81세였다.
  10. 20)한유가 선사 속여: 한유韓愈(768〜824)는 당나라의 문인이며, 당송唐宋 8대가의 한 사람이다. 한림학사 시절에 현종의 친불정책에 반기를 들다가 조주자사로 좌천이 되었는데, 조주에 태전선사太顚禪師(732~824)라는 도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스님을 타락시키고자 홍련紅蓮이라는 예쁜 기생을 동원하였으나, 실패하고 도리어 태전선사에게 감화되었다.
  11. 21)축융: 불을 맡은 신으로서, 여름과 남쪽 바다의 신이다.
  12. 22)징공: 의심義諶(1592〜1665)의 제자인 승려 법징法澄을 가리킨다.
  13. 23)자방: 자방은 장량張良의 자字이다. 한 고조漢高祖를 도와 항우項羽를 멸하고 천하통일을 이루었으며, 만년에 황로黃老를 좋아하여 신선 벽곡辟穀의 술법을 닦았다 한다.
  14. 24)진공: 불교 용어로서 일체의 실상實相은 다 공허空虛하다는 데서 온 말이다.
  15. 25)하늘 가득한 석도안: 미천은 하늘에까지 잇닿았다는 말로, 지기志氣가 고원高遠함을 비유한 말이다. 진晉나라 고승高僧 도안道安이 형주荊州에 와서 저명한 문학가인 습착치習鑿齒를 만나, “나는 미천 석도안(彌天釋道安)이요.”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습착치 역시 “나는 사해 습착치(四海習鑿齒)요.”라고 재치 있게 답변하며 서로 친해진 고사가 전한다. 『진서晉書』 권82 〈습착치열전習鑿齒列傳〉
  16. 26)승방에 유숙하여: 십홀방十笏房은 방장실方丈室과 같은 말로, 승사僧舍를 뜻한다. 당唐나라 현경顯慶 연간에 왕현책王玄策이 인도印度에 가다가 서역西域 비야리성毗耶離城에 있는 유마거사維摩居士의 석실石室에 들러 홀로 재 보았더니 가로와 세로가 10홀이었으므로 방장실이라고 명명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연경유함淵鑑類函』 권353 〈불사佛寺2〉
  17. 27)천녀: 중인도中印度 비사리성毘舍離城의 장자長者 유마힐維摩詰이 여러 보살菩薩과 사리불舍利佛 등의 대제자大弟子들을 대상으로 설법할 적에 천녀가 나타나서 천화天花를 뿌렸는데, 이때 일체의 분별상分別想을 끊어 버린 보살에게는 이 천화가 달라붙지 않은 반면에, 아직 분별상을 단절하지 못한 대제자 등의 옷에는 이 천화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유마경維摩經』「관중생품觀衆生品」에 나온다.
  18. 28)색진: 5진塵의 하나. 안근眼根의 대경. 곧 물질 세계. 진성眞性을 더럽히고 번뇌를 일으킴으로 진塵이라 한다.
  19. 29)환아정: 산음현 객관 서쪽에 있으며 강물을 굽어본다. 현감 심린沈潾이 건축하였고, 화산花山 권반權攀이 왕희지王羲之의 고사를 취하여 이름을 지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20. 30)홍우채: 조선 후기 문인이며 자는 여호汝豪, 호는 관수재觀水齋인 홍계영洪啓英(1687∼1705)의 부친이다.
  21. 31)다섯 필의 말: 한漢나라 때 태수太守가 다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녔던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방 수령을 가리키는 말이다.
  22. 32)회계산: 산음은 중국의 지명으로 회계산會稽山의 북쪽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현재 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에 있었다. 산음현 환아정에 쓴 시이므로 인용한 것이다.
  23. 33)난정: 왕희지가 명사 42인과 함께 모춘暮春에 회계산會稽山의 난정蘭亭에 모여서 귀신에게 빌어 재앙을 쫓는 계사禊事를 행하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는데, 〈난정기蘭亭記〉에 그 내용이 상세히 나와 있다.
  24. 34)등왕각: 등각은 중국 강서성江西省에 있는 등왕각滕王閣으로, 등왕滕王 이원영李元嬰이 세우고 왕발王勃이 서序를 썼는데, 경치가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25. 35)우열 가리기 어렵네: 이난二難은 난형난제難兄難弟와 같은 말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걸출한 두 형제라는 뜻이다.
  26. 36)청안: 다정한 눈길이라는 뜻이다. 삼국 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이 속된 사람을 만나면 백안白眼, 즉 흰 눈자위를 드러내어 경멸하는 뜻을 보이고, 의기투합하는 사람을 만나면 청안, 즉 검은 눈동자로 대하여 반가운 뜻을 드러낸 고사가 전한다. 『세설신어世說新語』「간오簡傲」
  27. 37)안주: 평안도에 있다. 본래 고구려의 식성군息城郡이었는데 신라 경덕왕景德王 때 중반군重盤郡으로 고쳤고, 고래 태조 때는 팽원군彭原郡으로 고쳤으며, 14년에는 안북부安北府를 두었고, 성종 때는 영주안북대도호부寧州安北大都護府라 칭하였으며 현종 때는 안북대도호부라 칭하였다. 공민왕 18년에는 안주만호부安州萬戶府를 두었다가 뒤에 목牧으로 승격시켰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평안도』
  28. 38)여시: 『법화경』의 ‘십여시十如是’로, 지옥계地獄界로부터 불계佛界에 이르기까지 일체 구유一切具有한 보편성普遍性을 일컫는 것으로, 곧 상相, 성性, 체體, 역力, 작炸, 인因, 연緣, 과果, 보報, 본말 구경本末究竟을 이르는 말이다.
  29. 39)미령하다 하리오: 혜가가 달마에게 “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니, 스승께서 저에게 편안한 경지를 주셨으면 합니다(我心未寧 乞師與安).”라고 하니, 달마가 “그 마음을 가지고 와라. 내가 너를 편안하게 해 주겠다(將心來 與汝安).”라고 하였는데, 혜가가 “아무리 그 마음을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覓心了不可得).”라고 하자, 달마가 “내가 이미 너에게 안심의 경지를 주었노라(我與汝安心竟).”라고 했다는 선종의 이른바 ‘안심 법문(安心法門)’이 전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3
  30. 40)보라사: 평안북도 의주군 비현면 광하동 마두산에 있던 절로, 그 부근에 관음굴이 있다.
  31. 41)곡학아세: 자신의 학술을 왜곡하여 세상에 아부한다는 말로, 한나라 경제景帝 때 강직하기로 이름난 원고轅固라는 학자가 엉큼하고 비열한 공손홍公孫弘이라는 학자에게 “배운 것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라고 충고한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기史記』 권121 〈유림열전儒林列傳〉
  32. 42)안항에서 안락을 구하고: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을 가리키는 것으로, “어질다, 안회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있다. 『논어論語』「옹야雍也」
  33. 43)죽림에서 취해 노래하는 것 비웃었네: 죽림은 죽림칠현竹林七賢으로 중국 위진魏晉 시절 완적阮籍, 혜강嵆康, 산도山濤, 상수向秀, 유령劉伶, 완함阮咸, 왕융王戎을 가리킨다. 정치권력에는 등을 돌리고 대나무 숲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청담淸談을 주고받고 세월을 보낸 사람들로 노장사상老莊思想이 근본사상이었다. 유의경劉義慶이 『세설신어世說新語』에서 “언제나 죽림 아래 모여 거칠 것 없이 술을 마셔, 죽림 7현이라고 불렀다.”라고 하였다. 유가적 취향을 지닌 사람은 죽림칠현의 이런 경향을 좋지 않게 보았으며, 그들 중 왕융은 성품이 탐욕스럽고 인색하여, 자기 집에 종자가 좋은 오얏나무가 있었는데 그 오얏을 팔 적에는 남들이 그 오얏 종자를 못 받도록 반드시 오얏씨를 송곳으로 뚫은 다음에 팔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진서晉書』 권43
  34. 44)수레 맞대고: 두 사람이 서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을 말한다. 『사기史記』「추양전鄒陽傳」에 “흰머리가 되도록 오래 사귀었어도 처음 만난 사이처럼 생소하기만 하고, 수레를 처음 맞댄 사이이면서도 오랜 옛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것은 무슨 뜻이겠는가. 바로 상대방을 알고 모르는 차이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諺曰 白頭如新 傾蓋如故 何則 知與不知也).”라는 말이 있다.
  35. 45)김대아: 김명석金命錫(1675∼1762)으로 조선 후기 유학자. 자는 여수汝修이고, 호는 우계雨溪이다. 본관은 의성義城이다. 부친 김태중金台重과 모친 남양홍씨南陽洪氏 홍극洪克의 딸 사이에서 태어났다. 갈암葛菴 이현일李玄逸의 문인으로 향시에는 여러 번 장원하였으나 대과에서 연이어 낙방한 뒤로는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고향에 머물면서 오직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1728년(영조 4) 이인좌의 난 때 공을 세웠다. 1756년(영조 32) 80세의 나이로 수직壽職을 받아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가 되었으며, 황산기로회黃山耆老會에서 시를 읊고 술을 마시면서 난정蘭亭의 왕희지王羲之를 본받았다. 평소 두보杜甫와 도연명陶淵明을 좋아하였을 뿐만 아니라 격률格律과 향운響韻에 능하여 당시 시로 이름을 떨치던 강좌江左 권만權萬‧청천靑泉 신유한申維翰 등으로부터 칭송을 들었다. 유고로 문생門生들이 편찬한 『우계문집雨溪文集』이 전한다.
  36. 46)객탑: 손님 접대용의 걸상을 가리키는데, 후한 때의 고사高士였던 예장 태수豫章太守 진번陳蕃은 빈객賓客을 전혀 접대하지 않았는데, 다만 당대의 고사였던 서치徐穉가 찾아오면 특별히 걸상 하나를 내다가 그를 정중히 접대하고, 그가 떠난 뒤에는 다시 그 걸상을 걸어두었다고 한다. 『후한서後漢書』 권53 〈서치열전徐穉列傳〉
  37. 47)봄 서리: 혹독한 시련을 의미한다.
  38. 48)풀잎 이슬: 사라지기 쉬워 사물의 덧없음을 의미한다.
  39. 49)달을 보았으나 손가락을 들 때도 있고: 견지망월見指忘月은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고 달을 잊는 다는 것으로, 중요한 본질인 달은 보지 못하고 수단인 손가락에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40. 50)고기를 잡았으나 통발을 잊을 곳도 없다네: 득어망전得魚忘筌은 뜻을 일단 이룬 뒤에는 그것을 어떻게 이루었는가를 잊거나 더 이상 과거의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자莊子』「외물外物」의 “통발은 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니 일단 잡으면 필요가 없고, 올가미는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니 일단 잡으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는 뜻을 이룬 뒤에도 과거의 일에 집착하고 있다는 뜻이다.
  41. 51)뗏목에 높이 올랐으니: 혜심慧諶의 〈소자금강경찬小字金剛經贊〉에 “뗏목 타고 물결 넘어가면, 곧 피안의 세계로 올라갈 수 있으리(乘筏超流 便登彼岸).”라는 말이 나온다.
  42. 52)줄 없는 거문고: 도잠陶潛이 음성音聲은 알지 못하면서 줄 없는 거문고인 소금素琴 한 장張을 가지고 있는데, 늘 술과 쾌적한 일이 있으면 문득 어루만져 희롱하여 그 뜻을 붙였다고 한다. 『진서晉書』 〈도잠전陶潛傳〉
  43. 53)소리 끊어졌네: 춘추 시대에 거문고를 잘 탔던 백아伯牙가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거문고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거문고 줄을 모두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다. 『열자列子』「탕문湯問」
  44. 54)영산회상에서의 꽃은 여전히 들고 있고: 석가모니가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연꽃 한 송이를 따서 대중에게 보였을(拈花示衆)’ 때에 대중이 모두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오직 가섭迦葉만이 파안미소破顔微笑를 짓자, 석가가 “나에게 있는 정법안장正法眼藏‧열반묘심涅槃妙心‧실상무상實相無相‧미묘법문微妙法門이 있으니, 불립문자不立文字‧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 이것을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부촉하노라.”라고 했다는 말이 육조대사六祖大師의 『법보단경法寶壇經』「서문」과 『오등회원五燈會元』 권1 등에 나온다.
  45. 55)아양곡: 기막힌 거문고 연주 솜씨를 뜻하는 말로, 거문고의 명인인 백아伯牙가 높은 산을 연주하면 친구인 종자기鍾子期가 “태산처럼 높고 높도다(峨峨兮若泰山).”라고 평하였고, 흐르는 물을 연주하면 “강하처럼 양양하도다(洋洋兮若江河).”라고 평했다는 아양峨洋의 고사가 있다. 『열자列子』「탕문湯問」
  46. 56)동해: 접수鰈水는 가자미〔比目魚〕가 나는 바다라는 뜻으로, 동해東海 즉 동방을 가리킨다. 『이아爾雅』「석지釋地」에 “동방에 가자미가 있는데 짝하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그 이름을 접이라고 한다(東方有比目魚焉 不比不行 其名謂之鰈).”라는 말이 보인다.
  47. 57)지혜의 ……돋보이네: 『고운선생문집孤雲先生文集』「지증화상비智證和尙碑」에 “선정의 숲이 계림에서 빼어나게 돋보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혜의 물결이 동해로 안온히 흐르게 하였다(俾定林標秀於鷄林 慧水安流於鰈水矣銘).”라는 표현이 보인다.
  48. 58)지곡사: 경남 산청군山淸郡 산청면 내리內里의 지리산 기슭에 있는 절로, 〈진관선사비眞觀禪師碑〉가 있다. 『대동금석서大東金石書』
  49. 59)운납: 운수납자雲水衲子의 준말로, 철따라 참선 수행하러 다니는 선객을 말한다.
  50. 60)관서: 평안도를 말한다.
  51. 61)세상 밖: 진세塵世를 멀리 초탈超脫한 것을 말한다.
  52. 62)사모: 네 필의 수말이라는 뜻으로, 『시경』「소아小雅」의 한 편명이다. 왕명을 봉행하는 사신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진 시이다.
  53. 63)먼지 낀 얼굴: 남조南朝 제齊의 공치규孔稚珪가 함께 은자隱者 생활을 하다가 벼슬길에 나선 주옹周顒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지은 〈북산이문北山移文〉에 “그동안 입고 있던 마름 옷을 불살라 버리고 연잎 옷을 찢어 버린 채, 먼지 낀 얼굴을 치켜들고서 속된 모습으로 마구 달려 나갔네(焚芰製而裂荷衣 抗塵容而走俗狀).”라고 비평한 말이 나온다.
  54. 64)바다 한 물거품: ‘海一漚’는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으로, 『능엄경楞嚴經』 권6에 “무상한 인생을 대각의 경지에서 보면,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물거품과 같다(空生大覺中 如海一漚發).”라는 말이 나온다.
  55. 65)화성: 불사佛寺의 별칭이다.
  56. 66)북당: 주부의 거실로, 모친의 거처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57. 67)연새: 연경燕京으로 가는 변새인 요동 일대를 가리킨다.
  58. 68)초향: 멀리 떨어진 고향을 가리킨다.
  59. 69)선영: 송추는 묘지에 많이 심는 나무들로 분묘墳墓나 선영先塋을 뜻한다.
  60. 70)제주: 초장椒漿은 맛 좋은 술이나 제주祭酒를 가리킨다. 『초사楚辭』「구가九歌 동황태일東皇太一」에 의하면 “혜초로 고기를 찌고 난초로 밑바닥 깔아서, 계주랑 초장을 드리도다(蕙肴蒸兮蘭藉 奠桂酒兮椒漿).”라고 하였다.
  61. 71)강역: 제봉은 국가의 전폭원全幅圓. 봉강封疆과 같다.
  62. 72)적송자: 적송은 적송자赤松子인 황석공黃石公으로, 신선술을 익혀 불로장수한 인물이다. 한漢나라의 개국 공신 장량張良이 황석공이라는 노인을 흙다리 위에서 만나, 노인이 일부러 다리 밑으로 내던진 신발을 주워 준 인연으로 태공太公의 병법을 전수받고, 한 고조漢高祖의 작전을 도와 천하를 평정한 뒤에 유후留侯의 봉작封爵을 받고 나서 “바라건대 인간 세상의 일을 버리고 신선인 적송자를 따라 노닐고 싶다(願棄人間事 欲從赤松子遊耳).”라고 말하고는 벽곡辟穀과 도인導引의 술법을 행하여 장수했다는 고사가 『사기史記』 권55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나온다.
  63. 73)북방 요새: 만리장성의 이명異名인데, 흙 빛깔이 보랏빛이기 때문이라 한다.
  64. 74)푸른 봉우리: 청라는 푸른 고둥으로 산을 형용하는 말이다. 당나라 피일휴皮日休의 〈태호사표묘봉太湖寺縹緲峯〉에 “흡사 푸른 고둥을 밝은 달빛 중에 흩뿌려놓은 듯해라(似將靑螺髻 撒在明月中).”라고 하였다.
  65. 75)호한: 본래 오랑캐와 한나라이다. 왕안석王安石의 〈명비곡明妃曲〉에 “명비가 오랑캐 선우에게 시집갈 적에, 오랑캐 마차 백량엔 다 오랑캐 여인들이었네. …… 한나라 은혜는 얕고 오랑캐 은혜는 깊으니, 인생의 낙이란 서로 알아주는 데 있고말고(明妃初嫁與胡兒 氈車百輛皆胡姬 …… 漢恩自淺胡恩深 人生樂在相知心).”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조선과 청나라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66. 76)단학: 붉은색이 어린 산골짜기로, 전하여 선경仙境을 뜻한다.
  67. 77)피안에 이르러: 모든 번뇌에 얽매인 고통의 세계인 생사고해生死苦海를 건너서 이상경인 열반涅槃의 저 언덕에 도달한다는 도피안到彼岸을 뜻한다.
  68. 78)묘적사: 평안북도 의주군 자운산에 있던 절이다.
  69. 79)청전: 고대 중국의 학이 살았다는 곳으로, 신선이 사는 곳으로 쓰인다. 『태평어람太平御覽』 권916 〈영가군기永嘉郡記〉에 “목계沐溪의 들 청전靑田에 백학白鶴 한 쌍이 살았는데, 매년 새끼를 쳐서 키워 떠나보내고 어미 한 쌍만 그대로 남아서 살았다. 정갈하고 흰 빛이 사랑스러웠다.”라고 하였다.
  70. 80)통군정: 의주義州의 객관客館 북쪽 산 위에 서 있는 정자이다.
  71. 81)차오산: 차천로車天輅(1556∼1615)로,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복원復元, 호는 오산五山·귤실橘室·청묘거사淸妙居士이며, 송도松都 출신으로 서경덕徐敬德의 문인이다. 1577년(선조 10) 알성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개성교수開城敎授를 지냈고, 1583년 문과중시에 을과로 급제하였다. 1586년 정자正字로서 고향 사람 여계선呂繼先이 과거를 볼 때 표문表文을 대신 지어주어 장원급제시킨 일이 발각되어 명천에 유배되었다가 1588년 문재文才가 있어 용서되었다. 이듬해 통신사 황윤길黃允吉을 따라 일본에 다녀왔다. 그 때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었으나 4,000∼5,000수의 시를 지어 일인日人들을 놀라게 하였다. 또 명나라에 보내는 대부분의 외교문서를 담당, 문명이 명나라에까지 떨쳐 동방문사東方文士라는 칭호를 받았다. 특히 시에 능해 한호韓濩의 글씨, 최립崔岦의 문장과 함께 ‘송도 삼절松都三絶’이라 일컬어지기도 했다.
  72. 82)수나라 황제 장정 모집함: 수 양제隋煬帝가 병사를 모집해 고구려를 정벌하려 했던 것을 말하는 것으로, 『고운집孤雲集』 권1 〈상태상시중장上太師侍中狀〉에 “수 양제가 실각한 것도 요동遼東을 정벌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隋皇失馭 由於征遼).”라는 말이 나온다.
  73. 83)철옹관: 평안도 영변 약산藥山에 있다.
  74. 84)눈앞 티끌: 백거이白居易의 〈감춘感春〉 시에 “근심과 기쁨은 다 마음의 불이요, 영고성쇠는 곧 눈앞의 티끌이니, 한 잔 술 기울이는 일 이외에, 무엇이 또 내 몸에 관계될 건가(憂喜皆心火 榮枯是眼塵 除非一杯酒 何物更關身).”라고 하였다.
  75. 85)천주사 약사전 동대: 이덕무李德懋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권70 〈선고 적성현감 부군 연보 상先考積城縣監府君年譜上〉에 의하면 “30일, 약산藥山에 올라갔다. 이 산은 영변부寧邊府에 있는데 당시에 종형宗兄인 판서공 경무敬懋가 이 부의 도호부사都護府使로 있었으므로 우리를 위하여 송춘연送春宴을 열고 부중府中의 여러 손들을 인솔하여 천주사天柱寺에 올라갔다가 이어 약산藥山의 동대東臺에까지 올라갔다. 대는 네댓 길 우뚝이 솟아있는데 수십 명이 벌여 앉을 만하였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76. 86)내원사: 전라북도 순창군 피로산,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천성산,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봉원리 화룡산, 평안북도 영변군 묘향산 등지에 있으나, 바로 앞의 시가 천주사에서 지은 것으로 보아 묘향산에 있던 내원사로 보인다.
  77. 87)쑥대 살과 뽕나무 활: 천지 사방을 경륜할 큰 뜻을 말하는 것으로, 『예기禮記』에, “국군國君의 세자世子가 나면, 사인射人이 뽕나무 활에 쑥대 살[桑弧蓬矢] 여섯 개로써 천지 사방을 쏜다.”라고 하였고, 그 주에 “천지 사방은 남자가 일할 곳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78. 88)백장산 속에서 야호를 쏘았네: 百丈野狐란 고사에서 가져 온 말이다. 百丈懷海(749〜814)가 매일 설법할 때면 언제나 한 노인이 법문을 듣다가 대중을 따라 흩어졌다. 어느 날은 가지 않고 있어, 선사가 묻기를, “서 있는 이는 누군가?”라고 하니, 노인이 대답하기를, “저는 과거 가섭불 때 이 산에 살았는데, 어떤 학인이 묻기를 ‘크게 수행한 이도 인과에 떨어집니까?’라고 하기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였다가 여우몸[野狐]을 받았습니다. 지금 화상께서 한 마디 해 주십시오.”라고 하자, 선사가 다시 물으라 하고 말하길, “인과에 어둡지 않다(不昧因果).”라고 하였다. 노인이 이 말 끝에 깨닫고, 하직을 하면서 말하기를, “저는 이미 여우의 탈을 면했습니다. 이 산 뒤에 시체가 있으니, 죽은 승려를 천도하는 법식대로 해주십시오.”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구는 이 고사를 화두로 삼은 것이다.
  79. 89)공명조: 범어梵語 ‘耆婆耆婆迦’(Jīvajīvaka)이며, ‘命命鳥’, ‘生生鳥’라고도 한다. 설산雪山에 사는 신조神鳥로, 한 몸에 머리가 두 개며 사람의 얼굴에 새의 형상으로 자기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80. 90)오도: 호랑이의 별칭이다. 『춘추좌씨전』 선공宣公 4년에 “초나라 사람들은 젖을 곡이라 하고, 호랑이를 오도라 한다(楚人謂乳穀 謂虎於菟).”라는 말이 나온다.
  81. 91)참외를 얻고 싶어 호롱박을 던지네: 호롱박은 뿌리까지 쓰고, 참외는 꼭지까지 달다.
  82. 92)백암: 백암 성총栢庵性聰(1631〜1700)이다.
  83. 93)죽조: 죽순 싹을 지닌 대나무의 땅속줄기를 말한다.
  84. 94)동손: 동목桐木의 손지孫枝로, 오동나무 가지에서 다시 생겨난 가지를 말한다.
  85. 95)금모래: 극락세계는 병들고 죽는 것이 없으며, 차고 더운 것이 없으며, 걱정과 근심이 없고, 금모래가 깔렸으며,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곳이 있으며, 하늘에서 풍악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86. 96)연루: 진晉 나라의 고승 혜원惠遠이 연꽃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물시계인 연화루蓮花漏를 말한다. 물위에 연잎 12개를 세워 유파流波를 인하여 작동시켜서 12시時를 정했던 물시계이다.
  87. 97)죽손: 대나무 뿌리에서 다시 옆으로 뻗어 나온 작은 대나무를 죽손竹孫이라 한다.
  88. 98)상법: 불경에 정법正法 천년·상법像法 천년·말법末法 만년이란 말이 있는데, 석가모니가 세상을 떠난 뒤 천년은 바른 불법이요, 다음 천년은 탑사塔寺 경영의 불상佛像의 법이요, 그 뒤는 혼잡하고 추루醜陋한 말법시대라는 뜻이다.
  89. 99)요동의 학: 한漢 나라 때 요동遼東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신선술神仙術을 배워 학으로 변하여 요동성遼東城 성문에 있는 화표주華表柱에 앉으니, 사람들이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는데, 한 소년이 활을 당겨 쏘려 하자 마침내 날아 공중을 배회하며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령위여. 집을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 비로소 돌아왔네. 성곽은 예전과 다름없는데 사람들은 옛사람이 아니니, 어찌하여 신선술을 배우지 아니하여 무덤이 총총히 있는가(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塚纍纍).”라고 하였다. 『수신후기搜神後記』
  90. 100)산봉우리 구름: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에서 나오고, 새는 날다 지쳐 돌아올 줄을 아네(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라고 하였다.
  91. 101)지음: 자기를 잘 알아주는 사람으로, 춘추 시대 초楚나라 사람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잘 연주하였는데, 그가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志在流水), 그의 지음知音인 종자기鍾子期가 듣고는 “멋지다, 거문고 솜씨여. 호호탕탕 유수와 같구나(蕩蕩乎若流水).”라고 알아주었다는 고사가 있다. 『여씨춘추呂氏春秋』 권14
  92. 102)안새: 북방 변경 요새를 말한다.
  93. 103)황산: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면 화수리에 ‘황산대첩비荒山大捷碑’가 있다. 고려 말 이성계李成桂가 삼도 순찰사三道巡察使로서 황산에서 왜구를 맞아 적장 아지발도阿只拔都를 죽이고 대승을 거두었는데, 선조宣祖 10년(1577)에 이 대첩비를 세웠다.
  94. 104)강리: 물가에서 자라는 향초香草의 일종이다.
  95. 105)자규: 두견새의 별칭이다. 전설에 의하면 촉蜀나라 망제望帝 두우杜宇의 혼백이 변하여 두견새가 되었는데, 항상 한밤중에 ‘불여귀不如歸’라고 하는 듯한 소리로 몹시 처절하게 운다고 한다.
  96. 106)위수 북쪽: 두 대상 간에 서로 헤어져 있으면서 그리워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서, 우리 함께 글을 조용히 논해볼까(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하였다.
  97. 107)검각에서 ……했던가: 검각은 중국 장안長安에서 서촉西蜀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대검大劍과 소검小劍 두 산의 요해要害로, 예로부터 험준한 요해지로서 유명하였다. 당나라 현종이 안록산의 난을 피해 이곳을 통해 서촉으로 파천하였다.
  98. 108)천진교에서 ……움직였네: 천진교天津橋는 중국 낙양洛陽의 서남쪽에 있는 다리로, 수나라 양제隋煬帝 때 만든 부교浮橋이다. 송宋나라 소옹邵雍이 어떤 사람과 함께 산보하다가, 낙양의 천진교 위에서 두견새 우는 소리를 듣고는 몹시 좋지 않은 기색을 지었으므로 손이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예전에는 낙양에 두견새가 없었는데, 지금 비로소 온 것은 까닭이 있다. 앞으로 3년에서 5년 이내에 임금이 남쪽 인사들을 많이 등용하여 오로지 변경變更만을 힘쓸 터이니, 천하가 이로부터 일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하자, 어떤 사람이 또 묻기를, “두견새 소리를 듣고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라고 하니, 대답하기를, “천하가 다스려지려면 지기地氣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고, 천하가 어지러워지려면 지기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법인데, 새가 그 기氣를 가장 먼저 받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고는 몇 년 안에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예언하였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다는 ‘천진교상문두견(天津橋上聞杜鵑)’의 고사가 있다. 『소씨견문전록邵氏聞見前錄』 권19
  99. 109)백련암: 전라북도 무주 설천면 덕유산에 있는 절이다.
  100. 110)운봉현: 전라도로, 동으로 경상도 함양군咸陽郡 경계까지 20리, 서쪽으로 남원부南原府 경계까지 7리, 남으로 남원부 경계까지 62리, 북으로 남원부 경계까지 9리, 서울과의 거리가 6백 97리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101. 111)삼청: 삼청경三淸境의 준말로, 도교道敎의 이른바 삼존三尊이 거하는 최고의 선경仙境을 말한다. 삼존은 옥청경 동진 교주玉淸境洞眞敎主인 원시천존元始天尊과 상청경 동현 교주上淸境洞玄敎主인 영보천존靈寶天尊과 태청경 동신 교주太淸境洞神敎主인 도덕천존道德天尊을 가리킨다. 삼존을 삼청三淸이라고도 한다.
  102. 112)동림사: 동진東晉 때의 고승高僧인 혜원법사惠遠法師가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社에서 혜영慧永‧혜지慧持‧유유민劉遺民‧뇌차종雷次宗 등 고사高士들과 함께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였다.
  103. 113)무량수: 무량수불無量壽佛로, 아미타불阿彌陀佛(Amitābha)을 가리킨다.
  104. 114)적송자 ……비웃네: 적송은 적송자赤松子인 황석공黃石公으로, 신선술을 익혀 불로장수한 인물이다. 한漢나라의 개국 공신 장량張良이 황석공이라는 노인을 흙다리 위에서 만나, 노인이 일부러 다리 밑으로 내던진 신발을 주워 준 인연으로 태공太公의 병법을 전수받고, 한 고조漢高祖의 작전을 도와 천하를 평정한 뒤에 유후留侯의 봉작封爵을 받고 나서 “바라건대 인간 세상의 일을 버리고 신선인 적송자를 따라 노닐고 싶다(願棄人間事 欲從赤松子遊耳).”라고 말하고는 벽곡辟穀과 도인導引의 술법을 행하여 장수했다는 고사가 『사기史記』 권55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나온다.
  105. 115)팔영산 만경암: 팔영산은 전라남도 고흥高興에 있는 산으로, 순천의 송광사‧구례의 화엄사‧해남의 대흥사와 함께 호남의 4대 사찰로 꼽히던 능가사楞伽寺가 있다. 능가사의 부속 암자로 만경암과 西佛菴이 있었으나 현존하지는 않는다.
  106. 116)삼신산: 동해東海에 있다는 봉래蓬萊‧영주瀛洲‧방장方丈을 말한다.
  107. 117)중도를 잡은 곳이 라네: 『서경』「대우모大禹謨」에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묘하니, 오직 정밀하게 살피고 오직 전일하게 지켜야 진실로 중도中道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 등 송유宋儒가 이것을 요堯ㆍ순舜ㆍ우禹 세 성인이 서로 도통道統을 주고받은 ‘십륙자심전十六字心傳’이라고 강조한 뒤로부터, 개인의 도덕 수양과 치국治國의 원리로 숭상되어 왔다. 불교에서는 대승제종大乘諸宗에서 말하는 ‘무차별無差別, 무편의無偏倚’의 지극한 이치를 말한다.
  108. 118)봉성: 단봉성丹鳳城의 준말로, 황제의 궁성을 가리킨다. 진 목공秦穆公의 딸인 농옥弄玉이 피리를 불면 진나라 서울인 함양咸陽에 단봉이 내려왔다는 전설과, 한 무제漢武帝가 세운 봉궐鳳闕 위에 구리로 만든 봉황이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열선전列仙傳』 권상 〈소사蕭史〉, 『사기史記』 권28 〈봉선서封禪書〉
  109. 119)이별 노래: 중국 강소성江蘇省 강녕현江寧縣 남쪽에 노로정勞勞亭이 있는데, 옛날 그곳은 송별하던 장소로서 떠나는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며 전별하였다. 『사문류취事文類聚』
  110. 120)방초: 향초香草로, 충정忠貞, 또는 현덕賢德한 사람의 비유로 쓰인다.
  111. 121)〈이소〉: 초 회왕楚懷王 때 굴원屈原이 삼려대부三閭大夫가 되었다가 모함을 받아 유배된 후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읊은 〈이소離騷〉 등을 짓고 상강湘江에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이소〉는 번민과 근심을 달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이별의 근심을 의미한다. 『사기史記』 권84 〈굴원열전屈原列傳〉
  112. 122)적멸: 번뇌에서 벗어나고 생사의 번뇌를 절단한 경계이니, 바로 열반涅槃의 역어譯語이다. 『법화경서품法華經序品』
  113. 123)한유의 ……만하네: 한유韓愈의 〈도원도桃源圖〉 시에 “신선이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아득한가. 도원에 관한 얘기는 참으로 황당하도다(神仙有無何眇芒 桃源之說誠荒唐).”라고 하였다.
  114. 124)서관: 황해도와 평안도의 병칭이다.
  115. 125)용성: 남원南原의 옛 이름이다.
  116. 126)사군: 주州나 군郡의 장관을 말한다.
  117. 127)소 팔던: 지방관의 선정善政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 선제漢宣帝 때 공수龔遂가 발해 태수渤海太守로 부임하여, 백성들이 허리에 차고 있는 칼을 팔아서[賣刀] 밭을 가는 소를 사게[買犢]한 뒤에 말하기를 “어찌하여 소를 휴대하고 송아지를 차고 다니느냐(何爲帶牛佩犢)?”라고 하고는 농사를 적극 권장하여 그곳 백성들의 생활이 부유해지고 송사訟事가 멈추었다는 고사에서, 열심히 경작하게 함으로써 풍요로운 고장으로 만들었다는 고사가 있다. 『한서漢書』 권89 〈순리전 공수循吏傳 龔遂〉
  118. 128)전영: 전국 시대 제齊나라 위왕威王의 첩에서 태어난 재상으로, 맹상군孟嘗君의 아버지이다.
  119. 129)대방: 남원南原을 가리키는데, 당나라가 백제를 멸망시키고 대방주帶方州를 설치했던 데서 온 말이다.
  120. 130)금각: 수령이 정사하는 곳을 말하는데 금당琴堂이라고도 한다. 옛날 복자천宓子賤이라는 어진 수령이 선보單父라는 고을을 다스릴 때 거문고를 타면서 마루 아래에 내려온 일이 없었으나 선보현은 잘 다스려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121. 131)『희경』: 복희씨伏羲氏가 팔괘八卦를 처음 그었다고 해서 『주역周易』을 『희경』이라고도 한다.
  122. 132)양관: 왕유王維의 〈위성가渭城歌〉에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티끌을 적시니, 객사의 푸르고 푸른 버들 빛이 새롭구나. 그대에게 다시 한잔 술 기울이라 권하노니, 서쪽으로 양관을 나가면 친구가 없음일세(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하는데, 반복하여 부르는 데서 양관삼첩(陽關三疊)이라 하며, 후대에는 이별하는 장소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123. 133)호계: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慧遠이 거처한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 앞의 시냇물 이름이다. 혜원이 동림사에 있을 적에 손님을 전송할 때에도 호계虎溪를 건너지 않았는데, 도잠陶潛과 육수정陸修靜이 방문했을 적에는 서로 의기투합한 나머지 그들을 전송하면서 호계를 건넜으므로, 세 사람이 크게 웃고 헤어졌다고 한다. 『연사고현전蓮社高賢傳』「백이십삼인전百二十三人傳」
  124. 134)초나라 구름: 남쪽 지방을 뜻하는 시어詩語로, 초나라 대부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나 소상강 가에서 나라의 어지러운 현실과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고 있을 때 어부가 나타나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나의 발을 씻으리.”라고 하여, 현실에 너무 집착할 것 없이 자연 속에서 홀가분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초사楚辭』「어부사漁夫辭」
  125. 135)해서: 평안도와 황해도를 가리킨다.
  126. 136)≺백주≻: 『시경詩經』 용풍鄘風의 편명篇名으로, 위衛나라 태자 공백共伯의 처妻 공강共姜이 남편 사후 재가再嫁하지 않고 절조를 지킨 내용을 읊은 시이다.
  127. 137)삼생: 전세前世‧현세現世‧후세後世를 가리킨다.
  128. 138)혜휴: 남조南朝 송宋의 승려로, 시문에 능하여 세조世祖로부터 환속의 명을 받고 탕湯이라는 성을 하사받았다. “해 저물고 푸른 구름 합했는데, 가인이 오지 않네(日暮碧雲合 佳人殊未來).”라고 하는 명구名句가 유명하다.
  129. 139)나비 꿈속: 『장자』「제물론齊物論」 마지막에 “언젠가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나풀나풀 잘 날아다니는 나비의 입장에서 스스로 유쾌하고 만족스럽기만 하였을 뿐 자기가 장주인 것은 알지도 못하였는데, 조금 뒤에 잠을 깨고 보니 엄연히 장주라는 인간이었다. 모를 일이다. 장주의 꿈속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의 꿈속에 장주가 된 것인가. 하지만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분명히 구분이 있을 것이니, 이것을 일러 물의 변화라고 한다(昔者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周與胡蝶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라는 유명한 ‘호접몽胡蝶夢’의 이야기가 나온다.
  130. 140)미진: 번뇌煩惱와 미망迷妄의 세계, 삼계三戒와 육도六道, 현실의 세계, 피안彼岸에 대응한 차안此岸의 세계를 말한다. 이 미망의 세계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정황을 가리킨다.
  131. 141)신기루: 신루는 신기루蜃氣樓의 준말인데, 바다 위나 사막에서 기온의 이상한 분포 때문에 광선이 굴곡하여 먼데 있는 물체가 거꾸로 비쳐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132. 142)지음: 자기를 잘 알아주는 사람으로, 춘추 시대 초楚나라 사람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잘 연주하였는데, 그가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志在流水), 그의 지음知音인 종자기鍾子期가 듣고는 “멋지다, 거문고 솜씨여. 호호탕탕 유수와 같구나(蕩蕩乎若流水).”라고 알아주었다는 고사가 있다. 『여씨춘추呂氏春秋』 권14
  133. 143)공산: 공주公州를 가리킨다.
  134. 144)제천: 불교 사원寺院이나 암자의 별칭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나무 덩굴 저 너머에 응당 암자가 있으련만, 깜깜해진 뒤에나 겨우 꼭대기에 오르겠군(諸天合在藤蘿外 昏黑應須到上頭).”라는 구절이 나온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12 〈부성현향적사관각涪城縣香積寺官閣〉
  135. 145)불이문: 불교에서 말하는 ‘불이법문不二法門’으로, 상대 차별을 없애고 절대 차별 없는 이치를 나타내는 법문이다.
  136. 146)흥양: 전라남도 고흥에 있는 현縣으로, 동쪽으로는 사도진蛇渡津까지 43리이고, 서쪽으로는 보성군 경계까지 78리에 이르고, 남쪽으로 발포鉢浦까지 40리이고, 북쪽으로 낙안군樂安郡 경계까지 82리에 이르고, 서울과의 거리는 9백 34리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137. 147)적선인: 당 현종唐玄宗 연간에 이백李白이 장안長安에 갔다가 처음으로 하지장賀知章을 만났는데, 하지장이 이백의 문장을 한 번 보고는 대번에 “그대는 하늘에서 인간 세상으로 귀양온 사람인 적선인謫仙人이다.”고 극찬極讚하였다. 하지장은 시문詩文과 글씨에 모두 뛰어났고, 술을 매우 좋아하였는데, 이백의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시에 의하면 “사명에 미친 나그네 있었으니, 풍류 넘치는 하계진이로다. 장안에서 한 번 서로 만나서는, 나를 적선인이라 불렀었지. 그 옛날 술을 그리도 좋아하더니, 어느새 솔 밑의 티끌이 되었구려. 금거북으로 술 바꿔 마시던 일, 생각만 하면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四明有狂客 風流賀季眞 長安一相見 呼我謫仙人 昔好杯中物 翻爲松下塵 金龜換酒處 却憶淚沾巾).”라고 하였다. 사명광객四明狂客은 하지장의 호이다. 『이태백집李太白集』 권22
  138. 148)생황: 아악雅樂에 쓰는 관악기의 하나이다. 큰 대로 판 통桶 모양의 대 마디 위에 길고 짧은 17개의 죽관竹管을 둥글게 세운 것인데, 그중에 두개는 무음無音이고 다른 15개는 그 안팎에 지공指孔이나 음공音孔이 있고, 끝에 소리를 울리게 하는 혀를 박아서 부리에서 불거나 들이마시어 소리를 내게 되어 있다. 한 음音씩 내는 식과 5~6음씩을 한 번에 울리게 하는 합죽合竹식이 있다. 전설에 신선이 봉황의 일종인 난새를 타고 생황을 분다고 한다.
  139. 149)금선자: 금빛 나는 신선이라는 뜻으로 불佛의 별칭이다. 당 무종唐武宗 때 부처의 호를 대각금선大覺金仙으로 고쳤고, 송 휘종宋徽宗 때 석가는 금선으로, 보살은 대사大士로, 승려는 덕사德士로 고친 일이 있다.
  140. 150)형창: 진晉나라 차윤車胤이 반딧불을 모아 그 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형창螢窓’의 고사가 전해 온다. 『진서晉書』「차윤전車胤傳」
  141. 151)윤편이 ……죽음이니: 제 환공齊桓公이 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당하에서 수레바퀴를 깎던 윤편이 “임금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입니다[古人之糟粕].”라고 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를 “수레를 만들 때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는 일은 손짐작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수긍할 뿐이지 입으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비결이 있습니다만, 제가 제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도 없고 자식 역시 저에게서 물려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늙도록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옛사람도 그 전해 줄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전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장자莊子』「천도天道」
  142. 152)주필: 시를 빠르게 짓는 것을 말한다.
  143. 153)행차: 선패仙斾는 상대의 행차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144. 154)화각소리: 그림을 그려놓은 뿔나팔이다. 원래 군대의 신호용으로 불었으나, 절에서 식사 시간 등을 알릴 때도 불었다.
  145. 155)만리 청운: 고위 고관高位高官을 의미한다.
  146. 156)대방: 남원南原을 가리킨다.
  147. 157)사지: 후한後漢 양진楊震이 늦게 출사出仕하여 형주 자사荊州刺史가 되었다가 왕밀王密을 추천하였더니, 왕밀이 창읍령昌邑令으로 가면서 밤에 금 10근을 품고 가 그에게 주며 “어두운 밤이라 알 자가 없다.”라고 하니, 양진이 말하기를,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니, 어찌 아는 자가 없다 하느냐(天知神知子知我知 何得無知)?”라고 하자,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그 금을 가지고 돌아갔다고 한다. 『후한서後漢書』 권54 〈양진열전楊震列傳〉
  148. 158)쌍이삭: 한 줄기에 이삭이 두 개 달린 곡식으로, 성왕聖王의 통치기간에 나온다고 한다. 주周나라 성왕成王의 모제母弟인 당숙唐叔이 각기 다른 이랑에서 하나의 이삭을 이룬〔異畝同穎〕 벼를 얻어 조정에 바치자, 왕이 주공周公의 은덕이라면서 상서롭게 여겨 주공에게 가화의 글을 짓게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이 내용이 『서경』「미자지명微子之命〉 말미에 있었는데, 현재 전하는 『서경』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 한 줄기에 두 개의 이삭이 달리는 것은 풍년이 들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겼으며, 관리의 탁월한 치적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후한後漢의 어양 태수漁陽太守 장감張堪이 호노狐奴에서 전답을 개간하여 민생을 안정시키자, 백성들이 “뽕나무에는 곁가지가 없고, 보리에는 이삭이 두 개씩 달렸다. 장군이 정사를 행하면서부터, 즐거움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桑無附枝 麥穗兩歧 張君爲政 樂不可支).”라고 노래하며 찬미했던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권31 〈장감열전張堪列傳」
  149. 159)금각: 수령이 정사하는 곳을 말하는데 금당琴堂이라고도 한다. 옛날 복자천宓子賤이라는 어진 수령이 선보單父라는 고을을 다스릴 때 거문고를 타면서 마루 아래에 내려온 일이 없었으나 선보현은 잘 다스려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150. 160)급암: 급암은 한 무제漢武帝 때 구경九卿으로 있으면서 감히 임금 면전에서 거침없이 바른말을 하였는데, 무제가 겉으로는 경외敬畏하였으나 마음속으로는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뒤에 외직으로 쫓겨나 회양 태수淮陽太守로 있으면서 고을을 잘 다스리다 죽었다. 처음 회양 태수에 제수되자 사양하고 받지 않다가 천자의 간절한 권유로 마지못해 부임하였다. 부임하기에 앞서 천자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울먹이며 아뢰기를 “신은 신병이 있어 지방관의 직무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신의 소원은 중랑中郞이 되어 대궐을 드나들며 직무를 보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사기史記』 권120 〈급암열전汲黯列傳〉
  151. 161)동파: 송나라의 소식蘇軾으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다. 1085년 철종哲宗이 즉위하자 신종의 어머니이며 철종의 할머니인 선인태황후宣仁太皇后가 섭정을 시작했다. 그녀는 낙양洛陽에 은둔해 있던 사마광司馬光을 불러들여 왕안석 일파가 만든 신법들을 폐지했다. 이때 소동파도 다시 발탁되어 예부랑중禮部郞中을 시작으로 중서사인中書舍人·한림학사지제고翰林學士知制誥 등의 요직에 올랐다. 그러나 사마광의 신법 폐지가 모역법募役法의 폐지에 이르는 등 과격해지자, 소동파는 중서사인이 되어 수도로 올라온 동생과 함께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마광이 죽고난 후 당쟁이 시작되었고, 선인황태후마저 사망하자 철종의 친정親政이 시작되었다. 철종은 신법들을 다시 부활시켰으며, 소동파는 다시 좌천되어 혜주사마惠州司馬로 임명되었다. 그에 대한 탄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를 질시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해남도海南島로 유배되었다.
  152. 162)강관: 강남江南과 같은 말로 여기서는 남쪽 고을인 남원南原을 가리키는 듯하다. 권필의 〈대방帶方 방씨房氏의 임정林亭에 부쳐 제하다寄題帶方房氏林亭〉에 “백발로 부질없이 천리 밖 생각할 뿐, 그 언제나 여윈 말 타고 남원으로 나갈까(頭白謾勞千里夢 幾時羸馬出江關).”라고 하였다. 『석주집石洲集』 권7
  153. 163)사호: 상산사호商山四皓의 준말로, 진秦과 한漢의 교체기에 동원공東園公‧하황공夏黃公‧녹리선생甪里先生‧기리계綺里季가 이 상산에 은거하여 피세避世의 뜻을 담은 〈자지가紫芝歌〉를 부르면서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한다. 후세에 나이도 많고 덕도 높은 은사隱士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한 고조漢高祖가 적실嫡室인 여후呂后의 아들 혜제惠帝를 밀어내고 첩실妾室인 척부인戚夫人의 아들로 후계자를 삼으려 하자, 여후가 장량張良의 계략을 빌려 상산사호를 불러다가 자기 아들을 돕게 함으로써 고조의 마음을 돌렸다. 『한서漢書』 권40 〈장량전張良傳〉
  154. 164)오송: 오대부송五大夫松의 준말로, 진 시황秦始皇이 태산泰山에 봉선封禪을 하고 내려오던 길에 폭풍우를 만나자, 소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는 그 다섯 그루의 소나무에게 관작을 내렸다는 고사가 있다. 『사기史記』 권6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
  155. 165)선로: 한 무제漢武帝가 구리쇠로 선인장仙人掌을 높게 만들어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을 받았는데, 그 이슬을 먹으면 오래 산다 하였다.
  156. 166)수사: 중국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를 지나는 수수洙水와 사수泗水의 강물 이름으로, 이곳이 공자의 고향에 가깝고 또 그 강물 사이의 지역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보통 유가儒家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157. 167)『희역』: 복희씨伏羲氏가 팔괘八卦를 그은 역이라는 말로, 『주역』의 별칭이다.
  158. 168)감화: 존신存神은 성인의 가르침에 천하의 백성이 감화되어 영원히 영향을 받는다는 말인데, 『맹자』「진심 상盡心上」의 “군자는 지나는 곳마다 변화되고 마음을 두는 곳마다 신묘해진다(夫君子所過者化 所存者神).”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159. 169)동각: 동쪽으로 열린 쪽문이라는 뜻으로, 고관이 빈객을 예우하며 초치招致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한漢나라 공손홍公孫弘이 재상이 된 뒤에 “객관을 세우고 동쪽 쪽문을 열어서 현인을 맞이하였다(起客館 開東閤以延賢人).”라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합東閤이라고도 한다. 『한서漢書』 권58 〈공손홍전公孫弘傳〉
  160. 170)금헌: 수령이 정사하는 곳을 말하는데 금당琴堂이라고도 한다. 옛날 복자천宓子賤이라는 어진 수령이 선보單父라는 고을을 다스릴 때 거문고를 타면서 마루 아래에 내려온 일이 없었으나 선보현은 잘 다스려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161. 171)삼계: 일체 중생이 윤회하는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로 인간과 천상의 모든 중생衆生의 사는 데를 모두 합하여 말한 것이다. 이 삼계 속의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여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한다.
  162. 172)백붕: 많은 재물을 말한다. 『시경』「청청자아菁菁者莪」에 “이미 군자를 만나 보니, 나에게 백붕을 주신 듯하네(旣見君子 錫我百朋).”라고 하였다. 옛날 조개껍데기를 돈으로 사용할 때에 오패五貝를 일관一串, 양관兩串을 일붕一朋이라고 하였다.
  163. 173)금책: 승려들이 짚고 다니는 석장錫杖의 이칭이다. 손작孫綽의 〈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에 “철렁철렁 울리며 금책을 떨친다(振金策之鈴鈴).”라고 하였다.
  164. 174)법해: 불법佛法의 큼을 비유한 것이다.
  165. 175)여주: 검은 용龍의 턱 밑에 있는 구슬을 여주驪珠라 하는데, 여의주如意珠를 말하며, 밝게 빛나며 사람이 얻으면 온갖 조화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어 진귀한 사물의 비유로 쓰인다.
  166. 176)눈물: 춘추 시대 노魯나라의 성백聲伯 공손영제公孫嬰齊가 꿈속에서 원수洹水를 건널 때 어떤 사람이 그의 입에 구슬을 먹여 주었는데, 이에 눈물을 흘리며 울자 눈물방울이 구슬로 변해서 가슴에 가득하였다고 한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성공成公 17년
  167. 177)구연대: 九品의 연대. 아미타불의 정토에 9등급의 위계가 있으니, 상상품上上品, 상중품上中品, 상하품上下品, 중상품中上品, 중중품中中品, 중하품中下品, 하상품下上品, 하중품下中品, 하하품下下品 등이다. 연대는 연화의 대좌臺座로 제불보살 및 염불 수행하는 사람이 미타정토에 의탁하는 곳이다.
  168. 178)승평: 순천順天의 옛 이름이다.
  169. 179)연수: 한漢나라 한연수韓延壽가 지방 장관으로 나가서 한 고을 수령의 몸으로서도 오히려 문을 닫아걸고 잘못을 생각하였고, 예를 극진히 하여 현사賢士를 초빙하고 간쟁諫諍을 널리 받아들이는 등 선정善政을 베풀어 치행治行이 천하의 제일로 꼽혔다고 한다. 『한서漢書』 권76
  170. 180)신릉: 전국戰國시대 위魏나라의 공자公子로, 이름은 무기無忌이며 신릉은 그의 봉호封號이다. 그는 문무文武를 겸하고 의기義氣가 있었으며 선비들을 예우하여 문객門客이 3천명에 이르렀다. 일예로 후영侯嬴은 위魏나라 은사로서 이문夷門의 문지기 노릇을 하였다. 신릉군이 그에 대한 소문을 듣고 후생을 극진히 예우하여 연회를 열고는 몸소 모시러 가자, 후생은 다 떨어진 의관 차림으로 수레의 뒷자리에 올랐고,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친구인 주해朱亥를 만나 일부러 오랫동안 서서 이야기하면서 곁눈질을 하며 신릉군을 관찰하였다. 신릉군의 안색이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수레에 올라 연회에 참석하니, 신릉군이 후생을 소개하였다. 이에 후생이 일부러 신릉군을 시장에 세워 두어 그의 공손함이 더욱 드러나게 하였음을 알렸다고 한다. 『사기史記』 권77 〈위공자열전魏公子列傳〉
  171. 181)연진: 봉화烽火 연기와 전장에 이는 먼지로, 전란戰亂을 말한다.
  172. 182)우로: 비와 이슬로, 은혜를 의미한다.
  173. 183)무심한 구름 산에서 나와: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에서 나오고, 새는 날다가 지쳐 돌아올 줄을 아네(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라고 하였다.
  174. 184)방사원: 사원은 삼국 시대 촉나라 사람 방통龐統의 자로, 유현덕劉玄德의 신하인데, 재주와 지혜가 제갈량諸葛亮 다음 가는 사람이다. 『삼국지三國志』〈방통전龐統傳〉에 “방사원은 한 고을을 다스릴 백리재가 아니므로, 치중ㆍ별가 등의 직임을 수행하게 해야만 비로소 준마의 발을 펼 수가 있을 것이다(龐士元非百里才也 使處治中別駕之任 始當展其驥足耳).”라고 하였다.
  175. 185)창랑: 창랑은 물이름으로, 전국시대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창랑의 물 맑으면 갓끈을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 흐리면 발을 씻을 수 있다(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고 하여, 용사행장用舍行藏의 도리와 자업자득自業自得의 뜻이 담겨있다.
  176. 186)사마: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로, 촉군蜀郡 성도成都 사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촉군을 떠나 장안長安으로 가는 길에 성도의 성 북쪽에 있는 승선교昇仙橋에 이르러 그 다리 기둥에 “네 마리 말이 끄는 높은 수레를 타지 않고서는 다시 이 다리를 건너지 않겠다(不乘駟馬高車 不復過此橋).”라고 써서 기필코 공명을 이루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밝혔는데, 뒤에 그의 뛰어난 문장 실력을 한 무제漢武帝에게 인정받고 출세하였다. 『화양국지華陽國志』
  177. 187)명부: 지방관地方官에 대한 존칭이다.
  178. 188)금각: 수령이 정사하는 곳을 말하는데 금당琴堂이라고도 한다. 옛날 복자천宓子賤이라는 어진 수령이 선보單父라는 고을을 다스릴 때 거문고를 타면서 마루 아래에 내려온 일이 없었으나 선보현은 잘 다스려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179. 189)밤중 ……당한 일: 후한後漢 양진楊震이 늦게 출사出仕하여 형주 자사荊州刺史가 되었다가 왕밀王密을 추천하였더니, 왕밀이 창읍령昌邑令으로 가면서 밤에 금 10근을 품고 가 그에게 주며 “어두운 밤에 알 자가 없다.”라고 하니, 그가 말하기를,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니, 어찌 아는 자가 없다 하느냐(天知神知子知我知 何得無知)?”라고 하자,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그 금을 가지고 돌아갔다고 한다. 『후한서後漢書』 권54 〈양진열전楊震列傳〉
  180. 190)연참: 연鉛은 연분필, 참槧은 목판을 말하는데, 문필이나 문필의 업을 의미한다.
  181. 191)파안미소: 파안미소는 염화미소拈花微笑와 같은 말로, 언어와 문자를 떠나 마음과 마음으로만 전할 수 있는 선종禪宗의 최고의 경지를 뜻하는 말이다. 석가모니가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연꽃 한 송이를 따서 대중에게 보였을(拈花示衆)’ 때에 대중이 모두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오직 가섭迦葉만이 파안미소破顔微笑를 짓자, 석가가 “나에게 있는 정법안장正法眼藏‧열반묘심涅槃妙心‧실상무상實相無相‧미묘법문微妙法門이 있으니, 불립문자不立文字‧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 이것을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부촉하노라.”라고 했다는 말이 육조대사六祖大師의 『법보단경法寶壇經』「서문」과 『오등회원五燈會元』 권1 등에 나온다.
  182. 192)유위: 위爲는 ‘조작’의 뜻이니, 인연因緣으로 말미암아 조작되는 모든 현상을 말한 것이다.
  183. 193)일체 ……같으니: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마지막 부분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에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또한 아침 이슬이나 번갯불과 같으니, 응당 이렇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라는 구절이 있다.
  184. 194)미타전: 아미타불을 본존불로 모신 전각을 말한다.
  185. 195)감원: 불교 사원의 별칭으로, 감우紺宇 혹은 감전紺殿이라고도 한다.
  186. 196)동천: 세간에 신선이 사는 곳으로 도가道家에서 36곳의 동천을 설정하였는데, 그 동천은 9선仙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상선上仙이 통치한다고 하였다. 『운급칠첨雲笈七籤』 권27
  187. 197)삼청: 삼청경三淸境의 준말로, 도교道敎의 이른바 삼존三尊이 거하는 최고의 선경仙境을 말한다. 삼존은 옥청경 동진 교주玉淸境洞眞敎主인 원시천존元始天尊과 상청경 동현 교주上淸境洞玄敎主인 영보천존靈寶天尊과 태청경 동신 교주太淸境洞神敎主인 도덕천존道德天尊을 가리킨다. 삼존을 삼청三淸이라고도 한다.
  188. 198)복지: 신선이 사는 곳으로, 도교道敎에 72복지의 설이 있다. 보통 도관道觀을 가리키는데, 사찰의 뜻으로도 쓰인다.
  189. 199)쌍정: 관찰사의 의장儀仗으로, 관찰사로 부임하는 것을 말한다. 당唐나라 때 절도사나 관찰사에게는 조정을 하직하는 날 쌍정雙旌과 쌍절雙節을 하사하였던 일이 있다. 『신당서新唐書』「백관지百官志 4下」
  190. 200)봉호: 봉호는 봉래蓬萊로, 고대 전설 속의 바다 속의 선산仙山을 말한다. 동해 바다 가운데에 삼신산三神山이 있는데, 그 산에는 신선이 살고 불사약不死藥이 있으며, 영주산瀛洲山‧봉래산蓬萊山‧방장산方丈山이 삼신산이다. 『한서(漢書)』「교사지(郊祀志)」
  191. 201)학을 탄 신선: 한漢 나라의 요동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선술仙術을 배워 학이 되어 하늘에 올라갔다고 한다.
  192. 202)푸른 유리: 산골 물이 맑은 것을 비유한 것인데,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 위에 있다는 신선의 궁전이 유리궁瑠璃宮으로, 동방삭東方朔이 지은 『십주기(十洲記)』에 그 내용이 나온다.
  193. 203)달 밝은 절: 사찰 이름일 수도 있으나, 명월사는 경기도 부천시 부평 계양산, 경상남도 김해시 녹산면 지사리에 있던 절이다.
  194. 204)아헌: 지방 관아에서 감사‧병사‧수사‧수령 등이 공사를 처리하는 동헌을 말한다.
  195. 205)이홍령: 1725년 병조에서 “이번 2월 1일에 유학幼學 이홍령李弘齡, 가졸假卒 서명덕徐明德이라고 하는 자들이 돈화문敦化門으로 들어와 차비문差備門 밖에서 격쟁擊錚하였습니다. 너무나 놀라우니 담당 관사로 하여금 수금하여 죄를 다스리게 하소서.”라고 계를 올려 처벌을 요구하였고, 1742년에는 아산 현감으로 있다가 이원복이 “아산 현감牙山縣監 이홍령李弘齡은 모든 행정을 오로지 간교한 아전에게 일임하고 있으며 정사를 하는 것도 어둡고 나태하여 하나도 좋은 실상이 없습니다. 신의 생각에는 모두 파직하여 민폐를 제거해야 한다고 여깁니다.”라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196. 206)광한루: 달 속의 선궁仙宮인 광한궁廣寒宮의 누각이라는 말로, 대궐을 가리킨다.
  197. 207)두류: 지리산의 이칭이다.
  198. 208)백 척의 장대: 백 척의 장대 위는, 불교에서 도가 지극히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을 비유한 말인데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천동정전선사天童淨全禪師가, “백 척이나 되는 장대 끝에서 모름지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야 시방세계의 이치가 이 몸에 온전해질 것이라네(百尺竿頭須進步 十方世界是全身).”라고 하였다.
  199. 209)공을 보고: 공空은 유有가 아닌 즉 실체實體가 없음을 의미하고, 색色은 즉 심법心法에 대하여 모든 현상으로 나타난 물질을 의미하는데, 공을 본다는 것은 마음으로 공의 진리를 관념한다는 뜻이다.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으니, 색은 바로 공이요, 공은 바로 색이다(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라고 하였다.
  200. 210)푸른 눈: 서역西域에서 온 불교 선종禪宗의 동토東土 초조初祖인 달마대사達磨大師를 벽안 호승碧眼胡僧이라 칭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흔히 외국의 고승이나 승려를 일컫는다. 또 불경에 의하면, “여래의 눈동자는 감청색 같은 빛이 난다(如來瞳子如紺靑色).”라고 하였다.
  201. 211)발원: 교법敎法을 열심히 수행修行하여 반드시 증과證果에 이르려고 하는 서원誓願을 말하는데, 단순히 기원祈願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202. 212)심화: 본래 청정무구淸淨無垢한 우리의 본심을 뜻하는 불교 용어로, 활연 대오豁然大悟하는 것을 비유하여 심화를 활짝 꽃 피운다고 표현하였는데, 『원각경圓覺經』에 “마음 꽃이 활짝 피어 시방의 무량세계를 비춘다(心花發明 照十方刹]).”라는 말이 나온다.
  203. 213)삼천계: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의 준말로, 우주宇宙와 같은 말이다. 수미산須彌山을 중심으로 칠산팔해七山八海가 에워싸고 다시 철위산鐵圍山이 둘러친 세계를 소세계小世界라고 하고, 이것이 천 개 모인 것이 소천세계小千世界요, 소천세계가 천 개 모인 것이 중천세계中千世界요, 중천세계가 천 개 모인 것이 대천세계大千世界인데, 이것을 총칭하여 삼천대천세계라고 한다. 『대지도론大智度論』 권7
  204. 214)천화: 석가모니가 경經을 설說할 때에 하늘에서 꽃이 비오듯 하였으며, 중인도中印度 비사리성毘舍離城의 장자長者 유마힐維摩詰이 여러 보살菩薩과 사리불舍利佛 등의 대제자大弟子들을 대상으로 설법할 적에 천녀가 나타나서 천화天花를 뿌렸는데, 이때 일체의 분별상分別想을 끊어 버린 보살에게는 이 천화가 달라붙지 않은 반면에, 아직 분별상을 단절하지 못한 대제자 등의 옷에는 이 천화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유마경維摩經』「관중생품觀衆生品」에 나온다.
  205. 215)장부 해야 할 일 모두 끝내니: 『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 권13 〈유명조선국사국일도대선사선교도총섭부종수교보제등계존자청허대사비명有明朝鮮國賜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尊者淸虛堂大師碑銘〉에 “서산대사는 마침내 숭인 장로崇仁長老를 찾아가 낙발落髮을 하고 일선 화상一禪和尙에게서 수계受戒를 하였으니, 이때가 가정嘉靖 경자년(1540, 중종 35)으로서 대사의 나이 21세 되던 해의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뒤이어 영관대사靈觀大師에게 참예參詣하여 인가印可를 받았다. 그러다가 뒤에 시골 마을을 유행游行하던 도중 한낮에 우는 닭소리를 듣는 순간 홀연히 깨달음을 얻고 탄식하여 말하기를, ‘한평생 바보같이 살아갈망정 문자 가르치는 선생 노릇 안 하리라.’하고는, 붓을 들어 낙엽에 시를 짓기를 ‘머리털은 희어져도 마음은 희지 않는 것을 옛사람 일찍이 밝혀 놓았지. 이제 닭 울음소리 한 번 듣고는 대장부 해야 할 일 모두 끝냈네(髮白心未白 古人曾漏洩 今聽一聲鷄 丈夫能事畢).’라 하였다. 이로부터 관동關東 지방의 명산名山들을 뜬구름처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경사京師에 들어간 기회에 선과禪科에 응시해서 선발되었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206. 216)사은: 불교에서 말하는 네 가지의 중한 은혜를 말한다. 부모은父母恩‧중생은衆生恩‧국왕은國王恩‧삼보은三寶恩이라는 설과 사장은師長恩‧부모은‧국왕은‧시주은施主恩이라는 설과 천하은天下恩‧국왕은‧사장은‧부모은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207. 217)군왕은: 월저대사가 1697년(숙종 23) 정축옥사丁丑獄事 때 명성을 시기한 소인배들의 무고誣告로 구금되었으나 억울함이 밝혀져서 왕명으로 특사되었다가 조정에서 팔도선교도총섭八道禪敎都摠攝의 승직을 내렸으나 사양한 일을 말한다.
  208. 218)바람과 번개: 풍뢰지변風雷之變은 하늘이 경책警責하는 뜻으로 엄청난 재앙을 내려 급격하게 변화하는 위급한 상황을 말한다. 주공周公이 섭정攝政할 당시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때, 하늘에서 크게 벼락과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부는[天大雷電以風] 재앙이 발생했다는 고사가 있다. 『서경書經』「금등金縢」
  209. 219)금색: 부처의 별칭이다. 『후한서後漢書』 권88 〈서역전西域傳〉 천축天竺에 “서방에 부처라는 신이 있는데, 그 모양을 보면 신장이 1장 6척에 황금색을 띠고 있다(西方有神 名曰佛 其形丈六尺而黃金色).”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210. 220)옥호: 여래如來 32상相의 하나로, 미간眉間에 있다는 백옥과 같은 흰 털을 말하는데, 거기에서 대광명大光明을 발산하여 시방세계十方世界를 비춘다고 한다. 옥호玉豪라고도 한다.
  211. 221)활짝 열리네: 팔자타개八字打開는 팔자로 확 연 것이며, 분명하게 해명하는 것이다. 주자가 유자징劉子澄에게 한 편지에, “성현이 팔자타개했거늘 사람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밖으로만 허황하게 달린다(聖人巳是八字打開了 人自不領會 却向外狂走耳).”라고 하였다.
  212. 222)공겁: 세계가 변화하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4단계를 4대겁四大劫이라고 하는데, 생겨나는 시기를 성겁成劫, 존재하는 시기를 주겁住劫, 파괴되는 시기를 괴겁壞劫,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시기를 공겁空劫이라 한다. 세상은 이 네 단계가 서로 윤회한다고 한다.
  213. 223)광문선생: 당 현종唐玄宗 때 광문관 박사廣文館博士를 지낸 정건鄭虔인데, 여기서는 북악에 거주하는 인물을 가리킨다. 광문선생은 두보杜甫의 친구로, 시詩‧서書‧화畫의 3예藝에 능하여 정건삼절鄭虔三絶로 일컬어져 온다. 당 현종唐玄宗이 그의 재질을 아낀 나머지 그를 위해 광문관廣文館을 설치하고 박사博士로 임명하였는데, 두보가 그를 위해 지은 시 〈취시가醉時歌〉 첫머리에 “제공들 뻔질나게 요직要職에 오르는데, 광문 선생 벼슬만은 왜 이리도 썰렁한고(諸公袞袞登臺省 廣文先生官獨冷).”라는 표현이 있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3
  214. 224)선지식: 부처님의 교법敎法을 말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괴로움에서 벗어나 이상향理想鄕에 이르게 하는 사람, 또는 노소老少‧남녀男女‧귀천貴賤을 가리지 않고 모두 불연佛緣을 맺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215. 225)제천: 불교 사원寺院이나 암자의 별칭이다. 두보杜甫의 〈부성현향적사관각涪城縣香積寺官閣〉시에 “나무 덩굴 저 너머에 응당 암자가 있으련만, 깜깜해진 뒤에나 겨우 꼭대기에 오르겠군(諸天合在藤蘿外 昏黑應須到上頭).”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12
  216. 226)요양으로 돌아온 학: 한漢 나라 때 요동遼東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신선술神仙術을 배워 학으로 변하여 요동성遼東城 성문에 있는 화표주華表柱에 앉으니, 사람들이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는데, 한 소년이 활을 당겨 쏘려 하자 마침내 날아 공중을 배회하며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령위여. 집을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 비로소 돌아왔네. 성곽은 예전과 다름없는데 사람들은 옛사람이 아니니, 어찌하여 신선술을 배우지 아니하여 무덤이 총총히 있는가(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塚纍纍).”라고 하였다. 『수신후기搜神後記』
  217. 227)단소: 구소九霄는 신소神霄‧청소靑霄‧벽소碧霄‧단소丹霄‧경소景霄‧옥소玉霄‧낭소琅霄‧자소紫霄‧태소太霄로,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말하는데, 제왕이 거처하는 곳인 도성 또는 조정을 가리킨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증촉승여구사형贈蜀僧閭丘師兄〉에 “봉황이 숨자 단소도 어둑어둑, 용이 떠나자 백수도 흐릿흐릿(鳳藏丹霄暮 龍去白水渾).”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218. 228)청허: 휴정休靜선사로, 남악의 오세 스승이다.
  219. 229)낮 닭소리 들으셨네: 『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 권13 〈유명조선국사국일도대선사선교도총섭부종수교보제등계존자청허대사비명有明朝鮮國賜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尊者淸虛堂大師碑銘〉에 “영관대사靈觀大師를 참예參詣하여 인가印可를 받은 뒤에 시골 마을을 유행游行하던 도중 한낮에 우는 닭소리를 듣는 순간 홀연히 깨달음을 얻고 탄식하여 말하기를, ‘한평생 바보같이 살아갈망정 문자 가르치는 선생 노릇 안 하리라.’하고는, 붓을 들어 낙엽에 시를 짓기를 ‘머리털은 희어져도 마음은 희지 않는 것을 옛사람 일찍이 밝혀 놓았지. 이제 닭 울음소리 한 번 듣고는 대장부 해야 할 일 모두 끝냈네(髮白心未白 古人曾漏洩 今聽一聲鷄 丈夫能事畢).’라 하였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220. 230)여주: 검은 용龍의 턱 밑에 있는 구슬을 여주驪珠라 하는데, 여의주如意珠를 말하며, 밝게 빛나며 사람이 얻으면 온갖 조화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어 진귀한 사물의 비유로 쓰인다.
  221. 231)‘谷’ 아래 저본은 2장이 결락되어있다. 그리고 타인의 시를 인용할 경우 앞에서는 태우선사의 시와 구별하기 위해 한 칸 들여쓰기 방식으로 쓰여 있는데, 이 시의 경우 태우선사의 시와 동일하게 들여쓰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가 끝났을 경우 줄을 바꾸어 제목을 기록하였는데, 이 시의 경우 앞 시에 이어서 제목을 붙이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한 줄 띄울 경우 다음 쪽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여백을 아끼기 위한 조처인 것 같다. 이 시는 표기방법상의 오류인지, 표기상의 오류인지 저자가 불명확하다.
  222. 232)징광사: 전라남도 벌교읍 금화산金華山에 있던 절로, 정유재란 때 전소되었는데 17〜18세기 중건되었다가 폐사되었다.
  223. 233)설암스님의 비명: 2건 중 하나는 서종태徐宗泰(1652~1719)의 〈금화산징광사설암선사비명金華山澄光寺雪巖禪師碑銘〉을 말하는 것으로, 전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近歲禪林宗風寖微 雖靈山道場 錯落相望 而未聞有傑然樹法 幢標慧名者 無亦國俗不崇內敎 歸趨者鮮而然哉 晩而玅香 有雪師 稱領袖有聲 稍稍濟度羣有 而俄聞不永年而遷化矣 於是其法嗣圓照敏機等 謀樹石以表靈跡於師示寂之地 相與狀師行 叩余漢濱屛居 謁爲銘 余謝曰 爾空門 亦爲名乎 爾師心燈密傳 萬古若新 則有足以昭朗垂耀 何假世諦文字 爲不朽地耶 照等請益固 且曰 淸虛堂休靜 倡道西嶽 上接石屋之統 歷四世而嫡傳屬吾師 源流遠矣 上溯之諸耆師 俱有銘 紀德載行 銘之 乃故事也 余遂諾而發其狀 師法名秋鵬 姓金氏 父應素 西關江東縣良家也 母張氏 娠師有異夢 幼而聰穎絶人 嬉戱 輒作佛事 髫年割愛緣 從宗眼長老 剃落 初參碧溪九二禪師 受戒 早夜勤於服事 五年間博綜諸經 日有新悟 碧溪歎曰 奇哉 鵠卵 豈越雞伏耶 遂屬之月渚道安大師 請加磨淬 而盡其詣 月渚卽淸虛正派 其徒常數十百人 而師獨超然透解 如融風泮凍 而時雨化物 雖其年大名盛於師者 莫或先焉 月渚深器異之 凡經義微奧 不可思議者 必與師互相發難 其歸未有不沕合 時師年甫二十餘 已學淹識通 爲人敎師 道譽四出矣 師姿纖瘦 不飾外儀 而口無擇言 遇貴賤平等 苟有得 一以供佛 餘者輒施於人 生平弊衣糲飯 澹如也 蓋師性慧 而輔以刻勵 三乘諸敎 靡不貫穿 蓄之旣富 有叩之 其應不窮 而又未嘗滯於言句 師於眞空玅有之旨 庶幾其有得焉者矣 住香山內院 眞修,退藏三十餘年 謂南方敎所未布 乃杖錫游邁 所至若優曇鉢花之現世也 遠近緇白 聞聲坌集 師從而說法 辭辨縱橫甚晣 詣講座者日累百人 法席之盛 近世所未有也 丙戌八月 在樂安澄光寺 偶感疾 吟留一偈 翛然而逝 俗壽五十六 法臘四十一 闍維得靈骨一片 閟之于寺之南岡 所著有雪巖集五卷 覽之可以知其蘊矣 噫 使師而享有高年 彌究其業 則所造之邃 豈止於斯而已耶 可惜也已 銘曰 閎哉靜師 道淵材全 東來眼藏 有的其傳 鞭羊楓潭 承以月渚 代暢玄風 蔚爲宗主 嗣之者誰 雪師晩峙 揭法振衰 大扇西鄙 佛乘萬軸 浩若雲煙 師探厥旨 硏繹拳拳 資敏神淸 戒嚴律正 繇定發惠 因相契性 講演泉涌 席有瑞花 其齡則夙 其進未涯 緣盡幻滅 如雲歸空 非幻霛霛 皎月在穹 湖刹南岡 靈寶攸藏 琢石嵬峩 永眎茫茫” 『만정당집晩靜堂集』 第十四
  224. 234)조구명: 1693년(숙종 19)∼1737년(영조 13). 조선 중기의 문신. 본관은 풍양豊壤. 자는 석여錫汝‧보여寶汝, 호는 건천자乾川子‧동계東谿. 부친은 첨정僉正 조태수趙泰壽이고, 모친은 청송심씨靑松沈氏 심권沈權의 딸이다. 1705년(숙종 31) 13세의 어린 나이에 과거에 응시하여 수천 언言의 대책對策을 지었다. 1711년(숙종 37) 신묘식년사마시辛卯式年司馬試에 생원生員 3등으로 합격하였다. 1727년(영조 3) 정미증광문과丁未增廣文科 회시會試에 참여하였으나 주고관主考官 정형익鄭亨益이 문체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빼버리니 이후 과거에 응시하지 않았다. 그의 가문은 소론少論의 명문이었지만 다른 종형제인 조현명趙顯命, 조문명趙文命 등과 달리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또 자주 병고에 시달리면서 성리학性理學에서 벗어나 노장老莊과 불교에 심취하고 문장가文章家로 자처하여 소식蘇軾의 의기意氣를 사모하였기 때문에 당시 문단文壇에서 이단시된 경향마저 있었다. 1735년(영조 11) 동몽교관童蒙敎官이 되었다. 송인명宋寅明이 조구명을 문학이 있는 선비로 천거하여 사축서별제司畜署別提에 오르고, 공조좌랑工曹佐郞이 되었다. 태인현감泰仁縣監과 개령현감開寧縣監으로 제수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1736년(영조 12)에 익위翊衛가 되었으며, 『예기』의 〈문왕세자文王世子〉 등의 글을 병풍으로 써서 세자궁에 올렸다. 1737년(영조 13) 9월 영조가 그에게 외읍外邑에 시험해 보도록 명했으나 27일에 사망했다. 광주廣州 청계산淸溪山에서 장사지냈다. 문집인 『동계집東谿集』은 그의 종조형從祖兄인 조현명趙顯命이 편찬하고 간행하였다. 1773년에는 영조가 문집의 서문을 써서 내렸는데, 이는 그가 비록 벼슬로는 현달하지 못하였으나 세제世弟 입학 시에 장명생將命生을 맡았으며, 또 탕평책을 주장한 점과 이천보李天輔 등과 친하였다는 말을 듣고 서문을 써서 내린 것이다.
  225. 235)답하는 편지: 조구명의 문집 『동계집東谿集』 권8에 〈우여태우선사서又與泰宇禪師書〉 1편, 〈여태우선사서與泰宇禪師書〉 1편, 〈답태우선사서答泰宇禪師書〉 3편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답조시직구명서答趙侍直龜命書〉 외에도 최소 4편의 편지가 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226. 236)방외: 보통 불가佛家와 도가道家에 속한 사람을 지칭하는데, 여기서는 승려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227. 237)남건: 함부로 은사隱士를 흉내 내어 은사의 두건頭巾을 쓴다는 뜻으로, 은사가 아니면서 은사인 체하거나, 자격 없는 자가 흉내 내며 행세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228. 238)절취: 제 선왕齊宣王 때 남곽처사南郭處士가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피리 부는 3백 사람 속에 끼어 후한 녹을 받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자격 없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한비자韓非子』「내저설상內儲說上」
  229. 239)음풍농월[月抹]: 비월말풍批月抹風으로,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의미한다.
  230. 240)삼매: 삼매三昧(samādhi)는 삼마지三摩地, 삼마제三摩提, 삼매지三昧地라 음역音譯하고, 정定, 정혜定慧, 등지等持라 의역하며, 마음을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기 때문에 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고 의역한다. 잡념을 버리고 한 가지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여 선정에 들어있는 모습이다.
  231. 241)유순: 범어梵語의 음역音譯으로서 제왕帝王의 하루 행군 길을 이르던 말. 40‧50‧60리라는 말이 있고, 80‧60‧40리라는 말도 있다.
  232. 242)더불어 말하는 것을 잃게 하지는: 『논어』「위영공衛靈公」에 “더불어 말할 만한데도 그와 더불어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도 그와 더불어 말을 한다면 말을 잃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잃지 않으며, 또한 말을 잃지도 않는다(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不失人 亦不失言).”라고 하였다.
  233. 243)붓대를 잡고: 글 짓는 것, 또는 문필에 종사하는 것으로, 고觚는 옛날에 어떤 사실을 기록하던 네모난 나무 패牌다.
  234. 244)구경: 최고의 경지, 극치, 결과 등의 뜻이다.
  235. 245)구업: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신身‧구口‧의意 삼업三業 가운데 하나이다. 망어妄語‧기어綺語‧악구惡口‧양설兩舌로 입으로 짓는 죄업을 말한다.
  236. 246)원장: 원문에는 본문의 내용과 구별하기 위해 한 칸 들여쓰기 방식으로 쓰여 있으며, 이 글은 1726년 조구명이 태우선사에게 보낸 편지로, 『동계집東谿集』 권8 〈우여태우선사서又與泰宇禪師書〉에 실려 있다. 글자의 출입이 다소 있는데, 전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平日聞師法門朴實 直截不煩 前三後四 此眞作佛作祖底大根基 今收覆書 所以自謙者太過 謙固美德 抑亦前書所謂世俗事 非所望於師也 龜年幼時 略涉儒家辨異端文字 便謂佛道 秪是以寂滅學 駕因果說耳 比來閑居 頗繙閱內典 參證本末 始知紛紜指斥者 類多罵東向西 以龜所見 佛秪是儒耳 其所謂了妄卽眞者 卽吾儒之遏慾存理也 其所謂觀慧止定者 卽吾儒之省察存養也 於念無念 於動無動 無住無着者 正與周易何思何慮 論語無意無必無固無我 一般消息 而入得世間出世 無餘智者 亡心不除境 則又何嘗捨器界而爲道 如儒家所譏惡濁而棄水 求照於無物之地者耶 釋迦老子三十三祖 秪是多口饒舌 權敎實敎漸敎頓敎 五千軸修多羅 八萬四千法門 秪是東塗西抹 其歸不過欲驅迷而逐物底凡夫 返諸明而應物底本色耳 然則却爲何剃髮披緇 却爲何離家出世 却爲何不蓄妻不育子 生育之理旣絶 却於何施敎轉化 世界旣空 却向誰拈,搥竪拂 是則名爲不求斷滅 而反求斷滅道 欲不滯苦空 而乃滯苦空 行與言違 事與法悖 夫天主襲佛之粗者 區區乎天堂之說 而猶有患於此 則從而爲法 使民半爲嫁娶 半入耶穌之會 其言曰 譬諸斂糓 必將擇其一以貢君 一以藝稼 爲明年之穡 此正兒童之見 君子以身揭爲標的 中立於天下 尙恐人之不從 烏有己則燕轅 而使僕御趨越者哉 諸佛諸祖 於此 必有以處之 自家屋裏 究竟事 想師參覈了停當 試下一語明明地道破 不然 一任疑去三千年 無由自悟 且置是事”
  237. 247)욕망을 막아 천리를 보존하는 것: 이 말은 『맹자孟子』의 대지大旨에 속하는 것으로, 대지의 전체는 “遏人欲存天理”으로 되어 있다.
  238. 248)관혜지정: 관觀은 사물을 있는 대상 그대로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즉 일어남과 사라짐을 봄으로서 제행이 무상함을 깨닫는 것이다. 혜慧는 관觀이 수행의 방법이라면 혜慧는 그 수행의 결과이다. 관 수행을 통하여 제행이 무상함을 보고 무아를 체득 하는 것이다. 지止는 생각이 그쳐서 평온한 단계로 하나의 수행방법이다. 정定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止 수행의 결과이다.
  239. 249)성찰과 존양: 본성을 함양하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선악善惡의 기미를 살핀다는 뜻이다.
  240. 250)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할 것이 있겠는가?: 『주역周易』「계사전 하繫辭傳 下」에 나오는 말이다.
  241. 251)사사로운 ……없었다: 『논어』「자한子罕」에 나온다.
  242. 252)무여: 무여열반으로, 생사生死의 인과因果가 사라져 삼세에 다시 태어나지 않음을 말한다.
  243. 253)마음을 없애고 경계를 없애지 않으니: 원문에는 ‘忘’으로 되어 있으나 용아 거둔선사龍牙 居遁禪師(835〜923)의 글에 “智者亡心不除境”라는 말과 『동계집東谿集』을 참조하여 ‘亡心’으로 풀이했다.
  244. 254)기계를 버리고: 기계器界는 형체, 곧 육신을 말한 것으로 육근六根이 청정淸淨하여야 육신을 벗어나 진여眞如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245. 255)흐린 ……구하는 것: 『명도문집明道文集』에 “지금 외물의 영향을 싫어하는 마음으로 외물의 영향을 없기를 구하는 것은 거울을 뒤집어 놓고 물건을 비추려는 것과 같다(今以惡外物之心 而求照無物之地 是反鑑而索照也).”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246. 256)33조사祖師: 원문에는 ‘二’로 되어 있으나 『동계집東谿集』을 참조하여 ‘三’으로 풀이했다. 1대 마하가섭부터 28대 보리달마(중국에서는 1대)를 거쳐 6조 혜능에 이르기까지 33명의 조사를 일컫는다. 1世: 마하가섭摩訶迦葉→ 2世: 아난阿難→ 3世: 상나화수商那和修→ 4世: 우바국다優婆鞠多→ 5世: 제다가提多迦→ 5世: 미차가彌遮迦→ 7世: 바수밀婆須密→ 8世: 불타난제佛陀難提→ 9世: 복태밀다伏駄密多→ 10世: 협존자脇尊者→ 11世: 부나야사富那夜奢→ 12世: 마명馬鳴→ 13世: 가비마라迦毘摩羅→ 14世: 용수龍樹→ 15世: 가나제바迦那提婆→ 16世: 나후라다羅睺羅多→ 17世: 승가난제僧迦難提→ 18世: 가야사다伽倻舍多→ 19世: 구마라다鳩摩羅多→ 20世: 사야다闍夜多→ 21世: 바수반두婆須盤頭→ 22世: 마나라摩拏羅→ 23世: 학륵나鶴勒那→ 24世: 사자獅子→ 25世: 바사사다婆舍斯多→ 26世: 불여밀다不如密多→ 27世: 반야다라般若多羅→ 28世: 보리달마菩提達摩→ 29世: 혜가慧可→ 30世: 승찬僧璨→ 31世: 도신道信→ 32世: 홍인弘忍→ 33世: 육조혜능六祖慧能
  247. 257)권교와 실교: 때에 따라서 근기에 맞추어 방편으로 말한 것을 권교權敎라고 하는데, 부처님이 깨달으신 것을 다 말씀을 못하시고 중생의 수준에 맞추어서 말씀하신 것이다. 실교實敎는 진실도眞實道로서 항상 변함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권실權實을 말할 때, 권은 시始가 되고 실實은 종終으로 시종관계이다.
  248. 258)점교와 돈교: 점교는 신수神秀의 점수漸修요, 돈교는 혜능慧能의 돈오頓悟라고 알려져 있다. 점교란 차차 닦아나가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며, 돈교는 단번에 깨달음을 얻는 것을 말한다. 화엄종華嚴宗의 설에, 불교는 다섯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일은 소승교小乘敎요, 이는 시교始敎요, 삼은 종교終敎요, 사는 돈교頓敎요, 오는 원교圓敎인데, 그 중에 종교는 점교漸敎라고도 일컫는다. 돈교‧원교‧점교 삼자는 대승교大乘敎라 통칭通稱하였다.
  249. 259)수다라: 불교의 경전을 일컫는 말이다.
  250. 260)고와 공: 이 세상의 사물은 중생의 모든 몸과 마음을 핍박하여 괴롭게 하므로 고苦라 하고, 만유萬有는 모두 인연의 화합으로 생기는 것이어서 하나도 실체나 제 성품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공空이라 한다.
  251. 261)천주: 원문에는 ‘立’으로 되어 있으나 『동계집東谿集』을 참조하여 ‘主’로 풀이했다.
  252. 262)곡식을 ……삼는다: 『천주실의天主實義』에 나오는 내용이다.
  253. 263)구경: 최고의 경지, 극치, 결과 등의 뜻이다.
  254. 264)설암: 원문에는 ‘香山’으로 되어 있으나, 『동계집東谿集』을 참조하여 ‘雪巖’으로 풀이했다.
  255. 265)용과 코끼리: 용과 코끼리는 학덕이 높은 스님을 가리킨다.
  256. 266)전단향: 『화엄경華嚴經』에 “백전단향을 몸에 바르면 일체의 열뇌를 물리쳐서 청량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以白旃檀塗身 能除一切熱惱 而得淸涼也).”라고 하였다.
  257. 267)유순: 범어梵語의 음역音譯으로서 제왕帝王의 하루 행군 길을 이르던 말. 40‧50‧60리라는 말이 있고, 80‧60‧40리라는 말도 있다.
  258. 268)으뜸 ……것이다: 장사長沙 경잠선사景岑禪師의 말이다.
  259. 269)담박하며: 원문에는 ‘談’으로 되어 있으나, 『동계집東谿集』을 참조하여 ‘淡’으로 풀이했다.
  260. 270)총림: 승려가 모여 있는 곳, 즉 사찰을 뜻한다.
  261. 271)행해지는: 원문에는 ‘得’으로 되어 있으나, 『동계집東谿集』을 참조하여 ‘行’으로 풀이했다.
  262. 272)섭공이 …것입니다: 초楚나라 섭공 자고葉公子高가 “너무도 용을 좋아해서 집 안 이곳저곳에 용을 새겨 장식해 놓자 진짜 용이 내려와서 머리를 내밀고 꼬리를 서렸는데, 섭공이 이를 보고는 대경실색하여 달아났으니, 이는 섭공이 진정으로 용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용 같으면서도 용 아닌 것을 좋아한 것이다.”라는 내용이 『신서 잡사新序 雜事 5』에 실려 있다.
  263. 273)황면노자: 석가釋迦를 가리킨다. 불상이 황금빛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 것이다.
  264. 274)교년: 교년절交年節로, 음력 12월 24일을 말한다. 소절야小節夜 또는 소년야少年夜라고도 하는데, 이날은 잠을 자지 않고 집집마다 부엌귀신에게 제사를 지내었고, 궁중에서도 밤을 지새웠다.
  265. 275)도체: 도道를 닦는 몸이라는 뜻으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266. 276)줄입니다: 이 글도 1725년 조구명이 태우선사에게 보낸 편지로, 『동계집東谿集』 권8 〈여태우선사서與泰宇禪師書〉에 실려 있다. 글자의 출입이 다소 있는데, 전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師受雪巖衣鉢 轉輪南土 宜若講席一闢 龍象雲集 聲名如大栴檀香 除是沒鼻孔者 不得聞 而龜至此三載 相距一由旬 了不一聞 不聞於俗人固也 而所接衲子 前後百數 亦嘗至實相留宿 而竟不聞 豈所謂擧揚宗敎 講堂前草深一丈者 法應如是耶 龜受性慵退 淡於世緣 師家無着之旨 粗若有會於心者 而尤喜與叢林老宿 爲方外之交 嚮者 因李叔仁老氏 稔得師道行之詳矣 今幸邂逅而不相接焉 是殆葉公好畫龍 而見眞龍却走也 聊以尺牘爲先 容自今師若有意來見則來見 龜若有意就叩則就叩 夫道無自他 故禮無施謝 彼區區於施謝之末節者 世俗事也 輪回報應之苦 未始不兆於此 此黃面老子之所深惡 而亦師之所深惡也 交年道體少惱否 千萬留面究” 이후에도 〈답태우선사서答泰宇禪師書〉라는 제목으로 3편의 글이 더 실려 있다. 참고로 차례대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平生參過叢林 知識非一再矣 其所自矜棒喝者 大抵是隔靴爬痒 今蒙反覆啓牖 直指全體本根 索性漏逗 無所回互 卽靈山頓敎 秪應如是耳 欽歎欽歎 但區區鈍滯 猶夫前日迷雲未開 疑氷轉凝 不得不披露呈似 來諭大旨 盖有三端 其一曰逾城出家 削髮被緇 所以作爲標指 除其妄習 夫佛之不蓄妻養子 非惡妻子 惡有以妻子之累而損其性者 不飮酒食肉 非惡酒肉 惡其以酒肉之味而殉其慾者 如是則吾但不損其性而已 而足以爲蓄妻養子之法 不殉其慾而已 而足以爲飮酒食肉之法 何至於憂其枝而去其根 怒其委而絶其源哉 譬如南岳禪師 方住金堂庵中 龜將往參之矣 而惡夫同伴之脚倦 而止於入良已 則直走向實相西岸上坐 此誇脚健則可矣 其爲不入金堂 不見南岳師則一也 烏足以爲同伴法 且如不視邪色 目之則 不聽淫聲耳之度 畏見邪而廢其目 恐聽淫而塞其耳 是先自處於不明不聰 烏足以爲視聽法 此其可疑者也 其二曰 以變化無方之活用 直證無量聖身而後 始可行世間逆順事 夫調靜三業無如世尊 大悟一乘無如世尊 出空入有無如世尊 變化活用無如世尊 證無量聖身無如世尊 而靈山會上金色身白毫光底世尊 依舊是雪山鹿苑持戒守律底世尊 愚未知世尊所未證底聖身 誰能證之 世尊所未行底逆順事 誰能行之 在於儒者 漆雕開以未能信道而不仕 顔淵閔騫以道未至於無不可爲之時而不仕 乃若孔子則仕矣 轍環天下 干七十二君而不肯止 其法曰 學而優則仕 故以其身 爲天下後世學優而仕者之證 向使孔子而不仕 則天下之仕 遂可廢矣 今世尊以孔子之地位 示顔閔之牓㨾 此又可疑者也 其三曰 開闢之初 人固化生 雖無交會之事 豈空世界而滅人道哉 夫無物之前 氣化以生 有物之後 形化以生 今之形化 猶古之氣化 愚未知何所善於氣化而何所不善於形化也 五穀之初 固非有種 而旣生之後 亦未嘗無種而自生 此可見天地之理矣 且林木演音 瓦石點頭 喜其無情 而尙有有情之用 師乃欲驅有情之人而從草木金石之無情 不亦左乎 吾儒之敎則不然 人受天地之理以爲性 性發爲情 情流爲慾 情非不善 流而爲慾而爲不善 故曰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 和也者 天下之達道 夫旣和矣 不着於喜 而亦不着於不喜 不着於怒而亦不着於不怒 不着於哀樂而亦不着於不哀樂 色來目應而目不走於色 聲來耳應而耳不走於聲 飮酒食肉而此心不爲酒肉轉 蓄妻養子而此心不爲妻子亂 所以不亂不轉不走不着者 誠以物各有則 事各有節 審其則守其節 而吾心閑而無事矣 此眞所謂變大地爲黃金 攪長河爲酥酪 而鑊湯爐炭裏回避底妙術 無過於此 咄早知燈是火 飯熟已多時 枉生受釋迦老子也 拍手拍手 說得一丈 不如行得一寸 入頭處 秪是誠 儒卽釋 釋卽儒 敢不勉旃” “法身充滿 處處皆然 南北東西 無住無遷 則師昔固未嘗來咸陽衙裏 今亦未嘗歸見聖庵中 顧如僕世間人 竊竊然謂之來去而爲欣悵 今奉來書 亦不能脫然於此 豈入得世間法如是故耶 欲識佛道 只了權實 旣了則權卽是實 能轉古人言句 不了則實蔽於權 反被言句所轉 若使輪回之說 果爲實敎 則如達摩以後 諸祖師俱皆明心見性 非爲妄識所蔽者 而何不一一拈出自家歷劫受生之迹 以曉人無疑耶 且南岳師學禪四十年 不可不謂入閫域 正未入閫域 視三業衆生 亦有間矣 藉曰 衆生在黑洞洞地 則若師宜有一星兒明處 雖未洞曉無始劫來 亦當頗憶隔陰時 一二事試示與 僕看師譬諸人坐 在今日 不見明日 謂無明日可乎 僕亦有譬焉 坐在今日 不見昨日 則謂無明日 亦可矣 竊謂此事誠如頃者仰質 以其粗則有 令剛狠衆生 生恐怖心 雖明逭王章 而陰畏鬼誅之效 以其精則殺心起而傷仁體 淫情肆而戕義性 癡習成而蔽智天 不待眼光落地而現在法身 便受阿鼻無量苦矣 故六祖云 煩惱是波浪 毒害是惡龍 虗妄是鬼神 貪嗔是地獄 愚癡是畜生 此從上諸佛因權現實之旨 所謂三界六趣 大抵爲黃葉金錢耳 法華之爲實敎 僕亦非不知 而所云云者 盖謂理則歸實 而語皆借權 如大通多寶 龍女妙音 把作實境 則便滯言句筌蹄矣 况陀羅尼說呪驅魔 尤爲淺冗非實耶 適病困重孤 勤詰信筆絮忉 敗闕不少 護法論覽已 當還完 不宣” “所覆書及十一段文字 領於懸企之餘 甚爲傾慰 所論辯博不窮 而亦多錯認鄙意處矣 大抵此事 知者 不肯明明說破秘繡鴛之金針 不知者 又逐影接響守得魚之弊筌 自非大眼目大力量人 豈能一覷便透一撥便轉 師復如是 它尙何望 駁來駁去 秪爲磨驢踏迹 姑且已之 以竢黃面老子再出世點頭耳”
  267. 277)비명: 이덕수의 생몰년이 1673〜1744년이니, 이 비명은 아마도 태우선사의 입적 후 12년 뒤에 지어진 것이며, 내용으로 보아 원래는 태우선사와 친했던 이덕수가 지으려고 했으나, 짓기 전에 사망하였기 때문에 오광운이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924년에 간행된 오광운의 문집인 『약산만고藥山漫稿』에는 이 비명이 실려 있지 않다.
  268. 278)오광운: 1689(숙종 15)∼1745(영조 21).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동복同福. 자는 영백永伯, 호는 약산藥山. 1714년(숙종 40) 사마시를 거쳐, 1719년 증광 문과 병과로 급제하였다. 설서說書에 올라 연잉군延仍君의 서연관書筵官이 되었으며 승지를 지냈다. 1728년(영조 4) 홍문관의 수찬修撰·교리校理 및 동부승지를 역임하였다. 이 해 3월에 이인좌李麟佐의 난이 일어나자 변을 아뢰고 대비하도록 하였다. 이 날 저녁 청주에서 이봉상李鳳祥·남정년南廷年 등이 적에게 살해되자 사람들은 그의 선견先見에 탄복하였다. 또 영조의 탕평책蕩平策하에서 청남淸南 세력의 정치적 지도자로서 활약하였다. 1729년에 영남안핵어사嶺南按覈御史가 되고, 이어 대사헌을 거쳐 1737년 대사간, 1740년 부사과副司果가 되었다. 1743년 예조참판을 역임하고, 1744년 사직司直을 거쳐 개성유수에 이르렀다. 어려서부터 문장에 뛰어났으며, 저서로는 『약산만고藥山漫稿』가 있다. 이조판서와 대제학에 추증되었다. 시호는 충장忠章이다.
  269. 279)조명채: 1700(숙종 26)∼1764(영조 40).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주경疇卿, 호는 난재蘭齋. 1736년(영조 12) 통덕랑으로 정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고, 이 후 정언·지평·승지·판윤·이조참판·대사헌 등 중요관직을 두루 거쳤다. 1755년 예조참판이 되어 북도에 거주하고 있는 향화인向化人 자손들의 성관姓貫을 사출査出하여 성책成冊하여야 할 중요한 사명을 맡았다. 1762년 사도세자思悼世子 사건 때에는 옥사와 관련하여 국문을 당하였다가 곧 풀려났으나 2년 뒤에 죽었다. 영조는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겨 그의 아들에게 아버지의 공로로 국록을 받도록 배려하였다.
  270. 280)서당 이덕수李德壽: 1673(현종 14)∼1744(영조 20).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전의全義. 자는 인로仁老. 호는 벽계蘗溪 또는 서당西堂. 아버지는 참판 이징명李徵明이며, 어머니는 심약한沈若漢의 딸이다. 박세당朴世堂·김창흡金昌翕의 문인이다. 선조의 덕으로 직장直長을 지내다가 1713년(숙종 39)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문의현감으로 임명되었다. 경종이 즉위하자 지평에 임명되어 내직으로 옮겼다. 그 뒤 홍문관의 수찬·부수찬·부교리·부응교와 이조좌랑 등을 역임하였다. 1722년(경종 2) 집의로 있을 때 임인옥사로 몰리게 된 호조판서 김연金演을 구하려다 사간원으로부터 김창집金昌集과 같은 역당逆黨으로 몰려 탄핵을 받았으나 무마되었다. 이듬 해 보덕에 임명되었다가 간성군수로 나갔다. 경종이 죽자 이광좌李光佐의 추천으로 이진망李眞望과 함께 실록청당상에 임명되고 이를 계기로 당상관으로 승진했다. 1732년 경종의 행장을 찬진하고, 『경종실록』을 완성시켰다. 1734년 왕명을 받아 당나라의 『여사서女四書』를 한글로 풀이해 민간에 반포했다. 1741년부터 류수원柳壽垣의 참여 하에 『국조오례의』 수정작업에 착수했다. 내직으로는 대사성·대제학·제학·부제학·수찬·부수찬·교리·부교리·대사헌·동지의금부사·동지경연사·좌우부빈객·좌우참찬·이조참판·이조좌랑·이조판서·공조참판·공조판서·형조판서·부총관 등을 지냈다. 외직으로는 1733년 개성유수를 지냈다. 1735년 동지 겸 사은부사로 청나라에 다녀왔다. 문장이 출중해 홍문관과 예문관 관직에 여러 차례 올랐다. 성품이 조심스럽고 온후해 당론에 뛰어들지 않았다. 1737년 이현필李顯弼이 책문策問을 볼 때 영조를 비방한 사건으로 탄핵받았을 때나, 이광의李匡誼가 김복택金福澤의 일을 거론해 화를 입었을 때 이광의를 은근히 비호했다 하여 탄핵받았을 때도 무사했던 것은 그의 이러한 성품으로 영조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서로는 『서당집』·『서당사재西堂私載』 등이 있다.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271. 281)법성: 인연因緣의 화합으로 조작되어 일어나서 생주이멸生住異滅의 현상을 보이는 것이 아닌 절대 상주絶對常住의 법으로서, 불가에서 말하는 진리나 열반涅槃 그리고 다른 말로 실상實相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272. 282)땔나무가 다하는 것: 부처님의 열반을 비유한 말이다.
  273. 283)종승: 불교의 각종파에서 다른 종의 교의敎義를 여승餘乘이라 함에 대하여, 자기 종의 교의를 종승이라 한다.
  274. 284)금산사에 부도탑을 세우고: 전라북도 김제시 모악산에 금산사가 있는데, 금산사에서 심원암深源庵으로 가는 동쪽 길을 300m쯤 오르면 남악당 태우 부도南岳堂泰宇浮屠를 비롯해 백곡당 부도白谷堂 浮屠 등 12기의 부도가 현재도 남아 있다.
  275. 285)비석을 세우고서: 서문에 따르면 1751년에 부도탑과 비석을 세웠다.
  276. 286)잃은 도는 들에 있어: 『한서(漢書)』 권30 〈예문지藝文志〉에 공자孔子가 “예가 없어지면 들에 가서 찾는다(禮失求野).”라고 하였다. 『연암집』 권3 〈자소집서自笑集序〉에서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양반 사대부들의 글에서 사라진 고문사古文辭를 역관譯官들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개탄하였다.
  277. 287)원빈: 당唐나라 이화李華의 종자從子로서 한퇴지韓退之의 벗이었던 이관李觀의 자字이다. 문장을 지을 때 전인前人의 글을 답습하지 않으면서 퇴지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겨루었는데, 29세에 타향에서 요절하자 퇴지가 묘지墓誌를 지어 슬퍼하였으며, 한유가 〈이사석李師錫에게 보낸 답서〉에 무려 아홉 번이나 원빈을 극찬한 것을 보면, 원빈이 누구보다도 한유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당서舊唐書』 권190하, 『한장려집韓昌黎集』 권3 〈답이수재서答李秀才書〉
  278. 288)자양: 송宋나라 주희朱熹의 별호別號이다.
  279. 289)이구징: (1676〜?). 1705년 진사시에 합격하였다. 이완李梡의 아들로, 형제로는 이문징李文徵, 이휴징李休徵, 이봉징李鳳徵, 이인징李麟徵이 있다.
  280. 290)승제: 인간의 일에 있어 승은 잘되는 일을 가리키고, 제는 잘못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281. 291)미천: 하늘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진晉나라 고승 도안道安의 별명인데, 여기서는 남악선사를 비유하였다. 『불조통기佛祖統記』 권36 〈진효무제晉孝武帝〉에 “고사 습착치가 도안을 찾아와서 자칭 사해 습착치라고 말하자, 도안이 미천 석도안이라고 대답하였는데, 당시에 사람들이 명답변이라고 하였다(高士習鑿齒詣安 自稱四海習鑿齒 安答曰 彌天釋道安 時以爲名對).”라는 말이 나온다. 도안은 불도징佛圖澄의 제자로, 석가釋迦보다 존귀한 자가 없다 하여 석釋으로서 씨氏를 삼았으니, 후세의 불도佛徒들이 석씨釋氏라고 칭호한 것이 도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양고승전梁高僧傳』 권5
  282. 292)홍종: 제자의 질문에 대한 스승의 가르침을 종소리에 비유한 말이다.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공자가 성실하게 대답해 주는 것을 두고 양시楊時(1053〜1135)가 “물음에 잘 응하는 것은 종을 치는 것과 같다. 종은 본디 소리가 없으나 두드리면 울리니, 성인이 아는 것이 없는 듯하다가 어떤 사람의 물음으로 인하여 아는 것이 나타나는 것 또한 그와 같다.”라고 하였다. 『논어문의통고論語問義通攷』
  283. 293)극락국: 아미타불은 대승 불교大乘佛敎의 중요한 부처 이름인데, 그가 있는 곳은 괴로움이 없이 자유롭고 안락한 이상향理想鄕이라 하여 극락세계極樂世界, 극락정토極樂淨土, 극락국極樂國 등으로 불리운다.
  284. 294)도솔천: 불교의 이른바 욕계欲界 육천六天 가운데 넷째 층에 있는 하늘로, 수미산 꼭대기에서 12만 유순由旬 거리에 있는 천계天界로서 외원外院과 내원內院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이 내원에서 미래불未來佛로 이 땅에 하생下生하려고 준비하면서 천신天神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285. 295)부스럼 닦은 종이: 덕산 선감德山宣鑑(782〜865)이 “십이분경의 가르침은 귀신의 장부요 부스럼 닦은 종이이다(十二分敎是點鬼簿 拭瘡紙).”라고 말했다.
  286. 296)두두물물: 만물을 의미한다.
  287. 297)30년: 30년이 아니라 29년이 건륭18년이다.
  288. 298)유판: 목판을 새긴 곳을 개판처開板處라고 하는데, 개판처에서 새긴 것을 개판開板 또는 개간開刊이라 하고, 단지 판을 보관하기 위해 그곳이나 다른 곳에서 판각을 하였을 경우에는 장판藏板 또는 유판留板이라 한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谷」下底本二張缺落{編}。
  3. 1)「爲」下疑脫「何」{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