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추파집(秋波集) / 秋波集卷之一

ABC_BJ_H0216_T_002

010_0059_c_02L
추파집秋波集 권1
총목차總目次
권1
칠언고시七言古詩-2편
화봉 장로께서 보낸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花峯長老寄示)
앞의 시에 첩운하다(疊前韻)
오언절구五言絶句-8편
일 대사에게 주는 게(贈一大師偈)
홍 대사의 시에 답하다(酬洪大士)
청학봉에 오르다(登靑鶴峯)
보문암 주지를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하다(訪普聞庵主不遇)
채심 두타가 금강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송별하다(送采心頭陀歸金剛)
화장암에 묵으며 풍계 대사를 만나 주다(宿華莊庵遇豊溪和贈)
화양동에서 이것저것 읊어 보다(華陽洞雜詠)
임종할 때 관식에게 주는 말(臨終訣慣拭)
오언율시五言律詩-7편
법화암法華庵
심적암 상판의 시를 차운하다(次深寂庵板上韻)
대은암에 묵다(宿大隱庵)
화양동을 노닐다(遊華陽洞)
고향 생각(思鄕)
고견암 초당 시에 차운하다(次古見庵草堂韻)
계사에서 우연히 읊다(溪寺偶吟)
칠언절구七言絶句-8편
심 상인에게 보내다(送贈心上人)
무계 나루를 건너다(渡茂溪津)
장수 이생에게 차운하여 주다(次韻贈長水李生)
삼신동에 노닐다(遊三神洞)
청나라 상인이 강사에서 와서 말을 청하다(淸上人自江寺來求語)
서암 행각승의 시를 차운하다(次西庵行脚韻)
의춘 태수의 시에 차운하여 도반 인에게 주다(次宜春太守韻贈潾道友)
임종게臨終偈
칠언율시七言律詩-7편
풍계 장실에 주다(贈豊溪丈室)
기암의 제야시에 차운하다(次機巖除夜韻)
잠 대사가 화답을 요구하기에 답하다(酬潜大師索和)
윤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尹學士韻)
열 대사가 파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배웅하다(送悅大師歸波山)

010_0059_c_02L秋波集卷之一

010_0059_c_03L

010_0059_c_04L1)總目次

010_0059_c_05L
卷一

010_0059_c_06L
七言古詩 二篇

010_0059_c_07L
謹次花峯長老寄示 疊前韻

010_0059_c_08L
五言絕句 八篇

010_0059_c_09L
贈一大師偈酬洪大士證靑鶴峯
010_0059_c_10L訪普聞庵主不遇送采心頭陀歸金剛
010_0059_c_11L宿華莊庵遇豊溪和贈華陽洞雜詠

010_0059_c_12L臨終訣慣拭

010_0059_c_13L
五言律詩 七篇

010_0059_c_14L
法華庵次深寂庵板上韻宿大隱庵
010_0059_c_15L遊華陽洞思鄕次古見庵草堂韻
010_0059_c_16L溪寺偶吟

010_0059_c_17L
七言絕句 八篇

010_0059_c_18L
送贈心上人渡茂溪津次韻贈長水
010_0059_c_19L李生遊三神洞淸上人自江寺來求
010_0059_c_20L次西庵行脚韻次宜春太守韻贈
010_0059_c_21L潾道友臨終偈

010_0059_c_22L
七言律詩 七篇

010_0059_c_23L
贈豊溪丈室次機巖除夜韻酬潜大
010_0059_c_24L師索和次尹學士韻送悅大師歸波
010_0059_c_25L底本有目次而編者改作補入

010_0060_a_01L관서 청련 장실 시축을 차운하다(次關西靑蓮丈室軸韻)
김대아 초당 시에 차운하다(次金大雅草堂韻)
권2
편지(書)-29편
청천 신유한에게 올리는 편지(上申靑泉維翰書)
청천 신 공에게 답하는 편지(答上申靑泉書)
단성 수령 채응일 공에게 올리는 편지(上丹城宰蔡公膺一書)
이음죽의 편지에 올리는 답장(奉答李陰竹書)
신산음께 올리는 편지(奉申山陰書)
신산음께 답하는 편지(答申山陰書)
이 상사에게 주는 편지(與李上舍書)
손 진사에게 올리는 편지(奉孫進士書)
역암 스님께 답하는 편지(答櫟庵丈室書)
환응 스님께 답하는 편지(答幻應丈室書)
혜암 스님께 드리는 편지(與惠庵丈兄書)
성암 스님께 드리는 편지(與聖巖丈兄書)
김수팽·김수대 두 사촌 아우에게 주는 편지(與金壽彭壽大兩從弟書)
남양 스님께 답하는 편지(答南陽丈兄書)
성암 스님께 드리는 편지(奉聖巖丈室書)
태관 대사에게 답하는 편지(答兌慣大師書)
기암 스님께 답하는 편지(答機巖丈室書)
구봉 스님께 드리는 편지(與九峯丈室書)
응암 스님께 드리는 편지(與應巖丈兄書)
설파 화상께 올리는 편지(上雪坡和尙書)
용암 화상께 답하는 편지(答龍巖和尙書)
척전 대사께 드리는 편지(與陟顚大師書)
순학 스님에게 보내는 편지(與順學丈室書)
설봉에게 답하는 편지(答雪峯書)
유삼가에게 감사드리는 편지(奉謝柳三嘉書)
허농묵에게 답하는 편지(答許聾默書)
『법화경』 강경 요청에 답하는 편지(答法華請書)
재청에 답함(答再請)
강좌 우인에게 드리는 편지(與江左友人書)
서序-21편
응으로 돌아가면서 나에게 말을 ~ 應瑞上人北歸, 請余贈語~
농묵재서聾默齋序
현 대사의 승문족보와 계첩에 서하다(眩師僧門族譜及設契帖序)
추 첨지가 논을 바치기에 쓰다(秋僉知納田序)
도연 대사를 보내며 쓰다(送道演大師序)
홍 대사에게 보내는 서(贈洪師序)
영 스님(관식의 초명)에게 주는 서 酬榮師序(慣拭初名)
마사가 돌아가려고 ~ 麻谷寺軆珠大師將歸~
인 대사에게 보내는 서(贈仁大師序)
붕 대사에게 보내는 서(贈鵬大師序)
찰휘 대사에게 보내는 서(贈察暉大師序)
여산으로 가는 나운 장실을 보내는 서(送懶雲丈室之廬山序)
수 대사에게 답하는 서(酬修大師序)
혜 대사에게 보내는 서(贈慧大師序)
성 대사에게 주는 서(與性大師序)
관 대사를 해인사로 보내며 주는 서(贈寛大師送海印序)
남해로 돌아가는 위총 상인을 보내는 서(送位聦上人歸南海序)
오 수좌에게 주는 서(與悟首座序)

010_0060_a_01L次關西靑蓮丈室軸韻次金大雅
010_0060_a_02L草堂韻

010_0060_a_03L
卷二

010_0060_a_04L
二十九篇

010_0060_a_05L
上申靑泉維翰書答上申靑泉書上丹
010_0060_a_06L城宰蔡公膺一書奉答李陰竹書
010_0060_a_07L申山陰書答申山陰書與李上舍書
010_0060_a_08L奉孫進士書答櫟庵丈室書答幻應
010_0060_a_09L丈室書與惠庵丈兄書與聖巖丈兄
010_0060_a_10L與金壽彭壽大兩從弟書答南陽
010_0060_a_11L丈兄書奉聖巖丈室書答兌慣大師
010_0060_a_12L答機巖丈室書與九峯丈室書
010_0060_a_13L與應巖丈兄書上雪坡和尙書答龍
010_0060_a_14L巖和尙書與陟顚大師書與順學丈
010_0060_a_15L室書答雪峯書奉謝柳三嘉書
010_0060_a_16L許聾默書答法華請書答再請
010_0060_a_17L江左友人書

010_0060_a_18L
二十一篇

010_0060_a_19L
應瑞上人…其名以塞聾默齋序
010_0060_a_20L師僧門族譜及設契帖序秋僉知納田
010_0060_a_21L送道演大師序贈洪師序酬榮
010_0060_a_22L師序麻谷寺…贈之贈仁大師序
010_0060_a_23L贈鵬大師序贈察暉大師序送懶雲
010_0060_a_24L丈室之廬山序酬修大師序贈慧大
010_0060_a_25L師序與性大師序贈寛大師送海印
010_0060_a_26L送位聦上人歸南海序與悟首座

010_0060_b_01L영원사 만일회 서(靈源萬日會序)
파산으로 가는 열 대사를 보내는 서(送悅大師之波山序)
강진 안 대사를 보내는 서(送康津安大師序)
권3
기記-12편
상주 묘적암기尙州竗寂庵記
운봉 백련암 정루기雲峯白蓮庵正樓記
속리산 유람기(遊俗離記)
산음 지곡사 유람기(遊山陰智谷寺記)
지곡사 청련당기智谷寺靑蓮堂記
지곡사 용화당기智谷寺龍華堂記
안음 영축사기安陰靈鷲寺記
삼가 묵방사 유람기(遊三嘉默房寺記)
묵방사 조계암기默房寺曺溪庵記
산음 심적암기山陰深寂庵記
산음 왕산사 동조암기山陰王山寺東照庵記
야인 이자설기冶人李子說記
잡저雜著-5편
보화천존 제문(祭普化天尊文)
산신 제문(祭山神文)
불장암 상량문佛藏庵上樑文
엄천사 종각 상량문嚴泉寺鍾閣上樑文
안정사 상량문安靜寺上樑文
추파 대사秋波大師 영찬影贊
추파집秋波集 후서後敍
칠언고시七言古詩
화봉 장로께서 보낸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花峯長老寄示)
一書珎重出花林  귀중한 편지 한 통 꽃 숲에서 나오니
法語諄諄盡老婆  노파심에 정성스럽고 알뜰한 법어로다.
跪受披來三兩讀  무릎 꿇고 펼쳐서 두 번 세 번을 읽으니
煩襟爽如濯淸波  가슴속 번뇌가 맑은 물에 씻은 듯 시원해지네.

靜裏勤眷何至此  고요하게 지내면서 어찌 여기까지 돌아보시는지
感極不覺淚滂沱  감격한 나머지 나도 몰래 눈물이 쏟아지네.
邇來風日殊不佳  요사이 날씨가 무척 좋지 않은데
况審尊體免違和  존체가 상하시는 일은 없는지 걱정이라.

歲暮霜雪落頭邊  세밑의 눈서리가 머리에 떨어져도
壯志猶在禪定河  큰 뜻은 아직도 선정의 강에 두셨네.
法門重踏空中雲  공중 구름을 거듭 밟으며 법문을 찾더니
萬行爛熳錦上花  만행이 무르익어 금상첨화가 되었구나.

火宅每逢燥渴者  불타는 집에서 목마른 자를 만날 때마다
慇懃輒勸趙州茶  번번이 은근하게 조주차를 권하시네.
閑依石榻守狗子  돌걸상에 한가하게 기대어 지키던 개
倦步松壇誦法華  느린 걸음으로 소나무 단상에서 법화경을 왼다.


010_0060_b_01L靈源萬日會序送悅大師之波山
010_0060_b_02L送康津安大師序

010_0060_b_03L
卷三

010_0060_b_04L
十二篇

010_0060_b_05L
尙州竗寂庵記雲峯白蓮庵正樓記
010_0060_b_06L俗離記遊山陰智谷寺記智谷寺
010_0060_b_07L靑蓮堂記智谷寺龍華堂記安陰靈
010_0060_b_08L鷲寺記遊三嘉默房寺記默房寺曺
010_0060_b_09L溪庵記山陰深寂庵記山陰王山寺
010_0060_b_10L東照庵記冶人李子說記

010_0060_b_11L
雜著 五篇

010_0060_b_12L
祭普化天尊文祭山神文佛藏庵上
010_0060_b_13L樑文嚴泉寺鍾閣上樑文安靜寺上
010_0060_b_14L樑文

010_0060_b_15L
影賛

010_0060_b_16L

010_0060_b_17L七言古詩

010_0060_b_18L謹次花峯長老寄示

010_0060_b_19L
一書珎重出花林法語諄諄盡老婆

010_0060_b_20L跪受披來三兩讀煩襟爽如濯淸波

010_0060_b_21L靜裏勤眷何至此感極不覺淚滂沱

010_0060_b_22L邇來風日殊不佳况審尊體免違和

010_0060_b_23L歲暮霜雪落頭邊壯志猶在禪定河

010_0060_b_24L法門重踏空中雲萬行煉熳 [5] 錦上花

010_0060_b_25L火宅每逢燥渴者慇懃輒勸趙州茶

010_0060_b_26L閑依石榻守狗子倦步松壇誦法華

010_0060_c_01L浩浩禪宗如海大  광대한 선종은 바다처럼 드넓은데
誰將管見窮其涯  좁은 소견으로 누가 그 끝을 궁구할까.
叢林近日禪和子  요사이 총림의 선승들은
稍向師門蒙益多  대사 문하에서 가르침 받는 이가 점점 많아지네.

春至採藤緣北岸  봄이 되면 북쪽 언덕 따라 등을 캐고
秋來玩月步長坡  가을이 오면 긴 제방을 걸으며 달구경을 하네.
聞道道骨瘦戍削  도를 깨친 도사의 골격 청아하게 비쩍 말랐고
睫上長毫皎似珂  눈썹 위의 긴 털은 옥처럼 희구나.

活祖眞工今已熟  살아 있는 조사의 참된 공력 이미 무르익어서
頭頭物物摠吾家  두두물물 모두가 나의 집이라.
細看今日頌中意  오늘 시 속에 담긴 뜻을 자세히 보니
拈弄何殊證道謌  옛 법을 염롱하기 증도가와 무엇이 다른가.

慕道出門行欲去  도를 그려 문을 나서 떠나고자 하니
層冰石逕白雲斜  얼음 겹겹 돌길에 흰구름이 비꼈네.
晩年當謝諸緣去  늘그막에는 모든 인연을 사절하고 떠나서
願共吾師老巖阿  우리 대사와 함께 산기슭 바위에서 늙으리라.
앞의 시에 첩운하다(疊前韻)
偉矣禪門老古錐  훌륭하다, 선문의 노고추여
機鋒可接凌行婆  기봉이 능행파21)에 닿겠구나.
深嗟法海久澆漓  슬프다, 법해는 오랫동안 각박해졌고
慷慨當年回倒波  원통하다, 그 시절은 파도에 뒤집혔구나.

布施羣生不愛財  재물을 아끼지 않고 여러 중생들에게 보시하니
蘓枯洽如雨滂沱  물고기가 풍족하게 비를 만난 것 같아라.
曾於藝苑究三經  일찍이 예원에서 삼경을 연구하고
今向空門爲六和  이제는 공문에서 육화22)를 실천하네.

白髮閒遣堯日月  백발로 한가롭게 요임금의 태평세월을 보내며
玄蹤周遍禹山河  그윽한 발자취 우임금의 산하에 두루 미쳤네.
跏趺幾得肩巢鶴  가부좌한 어깨에는 학이 둥지를 틀게 생겼고
講說頻見天雨花  설법할 때에는 하늘에서 꽃비가 빈번히 내렸으리.23)

或爲病客採塢藥  어쩌다 병든 객을 위해 약초를 캐고
時因禪朋酌山茶  때로는 찾아온 도반에게 산차를 따르네.
工夫到老竟無瑕  노년엔 마침내 공부가 완전해져
方丈諸天聲更華  방장산과 하늘에 명성 더욱 화려하다.

屑屑功名豈本意  자잘한 공명이 어디 본마음이겠나
一丘煙月是生涯  어슴푸레한 달빛 언덕 속의 평생이라네.
門墻數仞高難窺  대문 담장 높아서 들여다보기 어려우니
窺者幾人退者多  몇이나 들여다봤을까 돌아간 자가 많았네.

此老原來心無着  이 노인네 원래 마음 붙이는 곳 없어서
白雲在嶺或在坡  흰 구름처럼 고갯마루에도 산비탈에도 있다네.
胸懷湛湛塵累絶  담담한 생각으로 세상 번뇌를 끊었기에
笑視朱門鳴玉珂  대갓집에서 방울 울리는 것을 보고 웃는다네.

丈室不曾對俗子  방장실에서 속인을 대하는 일이 없는데
環笻豈肯向豪家  어찌 기꺼이 권문세가로 지팡이를 돌릴까.
閒時好抱沒絃琴  한가한 시간에는 곧잘 몰현금24)을 안고서
彈出吾家刧外歌  우리 불가의 겁외가를 뜯곤 한다네.

自愧此身眼未開  눈이 뜨이지 않은 이 몸이 부끄러워
撫躬深夜淚橫斜  밤새 안절부절 눈물이 비껴 흐르네.

010_0060_c_01L浩浩禪宗如海大誰將管見窮其涯

010_0060_c_02L叢林近日禪和子稍向師門蒙益多

010_0060_c_03L春至採藤緣北岸秋來玩月步長坡

010_0060_c_04L聞道道骨瘦戍削睫上長毫皎似珂

010_0060_c_05L活祖眞工今已熟頭頭物物摠吾家

010_0060_c_06L細看今日頌中意拈弄何殊證道謌

010_0060_c_07L慕道出門行欲去層冰石逕白雲斜

010_0060_c_08L晩年當謝諸緣去願共吾師老巖阿

010_0060_c_09L疊前韻

010_0060_c_10L
偉矣禪門老古錐機鋒可接凌行婆

010_0060_c_11L深嗟法海久澆漓慷慨當年回倒波

010_0060_c_12L布施羣生不愛財蘓枯洽如雨滂沱

010_0060_c_13L曾於藝苑究三經今向空門爲六和

010_0060_c_14L白髮閒遣堯日月玄蹤周遍禹山河

010_0060_c_15L跏趺幾得肩巢鶴講說頻見天雨花

010_0060_c_16L或爲病客採塢藥時因禪朋酌山茶

010_0060_c_17L工夫到老竟無瑕方丈諸天聲更華

010_0060_c_18L屑屑功名豈本意一丘煙月是生涯

010_0060_c_19L門墻數仞高難窺窺者幾人退者多

010_0060_c_20L此老原來心無着白雲在嶺或在坡

010_0060_c_21L胸懷湛湛塵累絕笑視朱門鳴玉珂

010_0060_c_22L丈室不曾對俗子環笻豈肯向豪家

010_0060_c_23L閒時好抱沒絃琴彈出吾家刼外歌

010_0060_c_24L自愧此身眼未開撫躬深夜淚橫斜

010_0061_a_01L明年將訪花林寺  내년에는 화림사를 방문하여서
問道夷猶古殿阿  옛 전각을 배회하며 도를 물으리라.
오언절구五言絶句
일 대사에게 주는 게(贈一大師偈)
一物本無形    한 물건은 본래 형체가 없지만
扣之即有靈    두드리면 신령함이 나온다네.
如何隨隊去    어쩌자고 무리를 따라가는가
不取定盤星    정반성25)을 취하지 말지어다.
홍 대사의 시에 답하다(酬洪大士)
了心心即佛    마음을 깨달으면 마음이 곧 부처인데
何必在西天    어찌 굳이 서천에 있다고 하는가.
臨海休尋水    바다를 보면서 물을 찾지 마라
要尋轉漭然    찾으려 하면 도리어 아득해지리.
청학봉에 오르다(登靑鶴峯)
暮宿雙溪寺    밤은 쌍계사에서 묵고
朝登靑鶴峯    아침에 청학봉에 오르노라.
靑鶴已飛去    푸른 학은 이미 날아가 버리고
悵然獨倚松    홀로 처량하게 소나무에 기대노라.
보문암 주지를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하다(訪普聞庵主不遇)
踏花香滿屐    꽃 밟아 나막신에 향기 배고
捫石冷侵衣    돌을 어루만지니 옷에 찬 기운 스민다.
怊悵尋朋客    쓸쓸한 마음으로 벗을 찾은 길손이
披雲獨自歸    구름 헤치며 혼자서 돌아간다.
채심 두타가 금강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송별하다(送采心頭陀歸金剛)
經云無竭佛    경전에서는 무갈 부처님26)
現住於金剛    지금 금강산에 계시다 하였네.
爾去應相謁    자네 가거든 꼭 찾아뵙고서
虔心祝聖王    정성 다해 성왕께 빌도록 하게.
화장암에 묵으며 풍계 대사를 만나 주다(宿華莊庵遇豊溪和贈)
君自何山至    자네는 어느 산에서 왔는가
我從黃嶽來    나는 황악산에서 왔다네.
相逢成一笑    서로 만나 한바탕 웃노라니
秋色入庭槐    가을빛이 뜰 안 회나무 속으로 든다.
화양동에서 이것저것 읊어 보다(華陽洞雜詠)
泣弓巖읍궁암
泣弓巖下水    읍궁암27) 아래 흐르는 물
日夜自奔喧    밤낮 저 혼자 시끄럽게 달리는데
幾經騷客過    시인 묵객 몇이나 왔다 가면서
千古憶軒轅    옛날 옛적 황제28)를 생각했을까.


010_0061_a_01L明年將訪花林寺問道夷猶古殿阿

010_0061_a_02L

010_0061_a_03L五言絕句

010_0061_a_04L贈一大師偈

010_0061_a_05L
一物本無形扣之即有靈

010_0061_a_06L如何隨隊去不取定盤星

010_0061_a_07L酬洪大士

010_0061_a_08L
了心心即佛何必在西天

010_0061_a_09L臨海休尋水要尋轉漭然

010_0061_a_10L登靑鶴峯

010_0061_a_11L
暮宿雙溪寺朝登靑鶴峯

010_0061_a_12L靑鶴已飛去悵然獨倚松

010_0061_a_13L訪普聞庵主不遇

010_0061_a_14L
踏花香滿屐捫石冷侵衣

010_0061_a_15L怊悵尋朋客披雲獨自歸

010_0061_a_16L送采心頭陀歸金剛

010_0061_a_17L
經云無竭佛現住於金剛

010_0061_a_18L爾云應相謁虔心祝聖王

010_0061_a_19L宿華莊庵遇豊溪和贈

010_0061_a_20L
君自何山至我從黃嶽來

010_0061_a_21L相逢成一笑秋色入庭槐

010_0061_a_22L華陽洞雜詠

010_0061_a_23L
泣弓巖下水日夜自奔喧

010_0061_a_24L幾經騷客過千古憶軒轅

010_0061_b_01L운영담雲影潭
白雲橫翠微    흰 구름 산중턱에 비끼니
影落寒江湄    그림자 찬 강가에 떨어지고
何處兩三篴    어디선가 띄엄띄엄 피리 소리
悠然動客思    차분한 나그네 심사를 건드리네.

雲漢閣운한각
堂在翠微前    산 중턱 앞에 선 집은
千秋氣凛然    오랜 세월 늠름한 기품인데
漁人休吹篴    고기잡이 피리소리 그치자
遊子淚漣漣    나그네 눈물이 줄줄 흐른다.

臥龍潭와룡담
矗矗峯如玉    삐죽삐죽 봉우리는 옥과 같고
澄澄水似銀    맑디맑은 냇물은 은과 같으며
千年磐石上    천년 된 너럭바위에는
猶有老龍痕    용무늬가 새겨진 것 같구나.

鶴巢臺학소대
晴日雲猶在    맑은 날에도 구름은 그대로 있어
難看鶴子來    학이 와도 보기는 어렵겠네.
臺高松已老    높은 누대에 소나무도 늙었으니
下有石間苔    그 아래 돌 사이엔 이끼가 끼었다.

第九曲제구곡
石白宜停錫    돌이 깨끗하여 머물러 살 만하고
溪淸可濯纓    시내가 맑아 갓끈을 씻을 만하다.
武夷君莫說    무이29) 땅을 그대 말하지 마라
此地亦多情    이곳 또한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임종할 때 관식에게 주는 말(臨終訣慣拭)
惺惺一着子    성성한 이 한 물건이
何死又何生    어째서 죽고 또 어째서 태어나는가.
留爾傳空鉢    너에게 빈 발우를 전하니
吾行莫糾情    내가 가더라도 정에 얽히지 마라.
오언율시五言律詩
법화암(法華庵)
結屋知何歲    언제 집을 얽었는지 아는가
雲扉久不開    높은 사립은 연 지도 오래다.
淡煙沉古譬    맑은 연기는 낡은 벽에 가라앉고
凍雪着寒梅    투명한 눈발은 겨울 매화에 붙었다.


010_0061_b_01L
右泣弓巖

010_0061_b_02L
白雲橫翠微影落寒江湄

010_0061_b_03L何處兩三篴悠然動客思

010_0061_b_04L
右雲影潭

010_0061_b_05L
堂在翠微前千秋氣凛然

010_0061_b_06L漁人休吹篴遊子淚漣漣

010_0061_b_07L
右雲漢閣

010_0061_b_08L
矗矗峯如玉澄澄水似銀

010_0061_b_09L千年磐石上猶有老龍痕

010_0061_b_10L
右臥龍潭

010_0061_b_11L
晴日雲猶在難看鶴子來

010_0061_b_12L臺高松已老下有石間苔

010_0061_b_13L
右鶴巢臺

010_0061_b_14L
石白宜停錫溪淸可濯纓

010_0061_b_15L武夷君莫說此地亦多情

010_0061_b_16L
右第九曲

010_0061_b_17L臨終訣慣拭

010_0061_b_18L
惺惺一着子何死又何生

010_0061_b_19L留爾傳空鉢吾行莫糾情

010_0061_b_20L

010_0061_b_21L五言律詩

010_0061_b_22L法華庵

010_0061_b_23L
結屋知何歲雲扉久不開

010_0061_b_24L淡煙沉古譬 [6] 凍雪着寒梅

010_0061_c_01L入定僧猶在    선정에 든 중은 그대로인데
花鳥不來    꽃을 문 새는 오지 않는다.
洞深人罕到    골이 깊으니 찾는 사람 드물어
石路長靑苔    돌길에는 푸른 이끼가 자랐다.
심적암 상판의 시를 차운하다(次深寂庵板上韻)
翠屛千疊裏    천 겹 푸른 병풍 속
蘭若絶塵蹤    절은 세상 자취를 끊었네.
夕磬穿深樹    저녁 경쇠 소리 깊은 숲을 뚫고
晩霞鎻遠峯    노을은 먼 산봉우리를 가렸다.

月明魚戱水    달빛 밝아 고기는 물에서 장난하고
人靜鶴移松    사람이 잠잠하자 학은 소나무를 옮겨 간다.
更有蓮花趣    거기에 더하여 연화취가 있으니
夢惺第一鍾    첫 종소리에 꿈이 깬다.
대은암에 묵다(宿大隱庵)
黃昏客到門    황혼 무렵 문 앞에 나그네가 도착하니
寒磬動雲根    차가운 경쇠 소리 구름 뿌리를 흔든다.
老釋將筵鋪    노스님은 대자리를 펼치고
稚僧取火焚    젊은 스님은 불을 사른다.

開襟連有笑    마음 열고 우스개를 하다가도
進食却無言    음식 나오자 금방 말이 없어진다.
坐久因迎月    오래 앉아서 달을 맞이하고
幽居絶世紛    숨어 살면서 세상 분란을 끊었다.
화양동을 노닐다(遊華陽洞)
聞說華陽勝    화양동 경치가 빼어나단 말을 듣고
一笻穿石來    지팡이로 돌 짚으며 찾아왔다네.
蘿枝櫬半壁    담쟁이 줄기 벽에 반이나 널렸고
楓葉掩層臺    단풍잎 이층 누대를 가렸네.

水鳥窺魚去    물새는 고기를 엿보러 가고
林猿抱橡廻    원숭이는 도토리나무를 안고 도는데
悠然終日坐    여유 있게 온종일 앉아 있으니
萬慮已成灰    온갖 근심 이미 재가 되었네.
고향 생각(思鄕)
嶺中淹滯久    산골에 오래 박혀 살면서도
覊思一何忙    매인 생각 어찌 그리 바쁜가.
渭北鄕關遠    위수 북쪽 고향은 멀기만 하고
天南歲月長    남쪽 하늘 아래 세월은 길어지네.

客稀塵滿席    찾는 이 없어 자리엔 먼지 가득하고
花發影沉塘    활짝 핀 꽃 그림자 연못에 잠겼네.
近日無歸鴈    요새는 돌아가는 기러기도 없나
倚門空斷膓    문간에 기대어 괜히 애만 끓이네.
고견암 초당 시에 차운하다(次古見庵草堂韻)
窅然巖下寺    움푹 파인 바위 아래 있는 절
宜許道人巢    아마도 도인이 사는 곳이리라.

010_0061_c_01L入定僧猶在 花鳥不來

010_0061_c_02L洞深人罕到石路長靑苔

010_0061_c_03L次深寂庵板上韻

010_0061_c_04L
翠屏千疊裏蘭若絕塵蹤

010_0061_c_05L夕磬穿深樹晩霞鎻遠峯

010_0061_c_06L月明魚戱水人靜鶴移松

010_0061_c_07L更有蓮花趣夢惺第一鍾

010_0061_c_08L宿大隱庵

010_0061_c_09L
黃昏客到門寒磬動雲根

010_0061_c_10L老釋將筵鋪稚僧取火焚

010_0061_c_11L開襟連有笑進食却無言

010_0061_c_12L坐久因迎月幽居絕世紛

010_0061_c_13L遊華陽洞

010_0061_c_14L
聞說華陽勝一笻穿石來

010_0061_c_15L蘿枝櫬半壁楓葉掩層臺

010_0061_c_16L水鳥窺魚去林猿抱橡廻

010_0061_c_17L悠然終日坐萬慮已成灰

010_0061_c_18L思鄕

010_0061_c_19L
嶺中淹滯久覊思一何忙

010_0061_c_20L渭北鄕關遠天南歲月長

010_0061_c_21L客稀塵滿席花發影沉塘

010_0061_c_22L近日無歸鴈倚門空斷膓

010_0061_c_23L次古見庵草堂韻

010_0061_c_24L
窅然巖下寺宜許道人巢

010_0062_a_01L暮影風翻樹    그림자 늘어진 저녁 바람은 나무에 살랑거리고
朝陰雨過郊    구름 낀 아침에 성 밖으로 한바탕 비가 지난다.

白雲相淡泊    흰 구름을 따라 담박하고
明月共逍遙    밝은 달과 함께 소요한다.
更有庭前菊    게다가 뜰 앞에 국화까지 피었으니
山窓興轉饒    산집 창문엔 더욱 흥이 오른다.
계사에서 우연히 읊다(溪寺偶吟)
養拙林泉久    질박한 숲 속 생활이 길어져서
長年不出巢    오래도록 집 밖을 나가지 않았네.
斷雲歸北嶺    조각구름 북쪽 고개로 돌아가고
孤鶩下平郊    집오리 한 마리 들판으로 내려가네.

花落看春暮    꽃잎 떨어지니 봄도 저무나보다
客稀識世遙    찾는 이 드물어 세상 먼 것을 알겠네.
何曾憂活計    어째서 살림살이 걱정을 하나
窓外碧松饒    창밖에 푸른 소나무만 빽빽하여라.
칠언절구七言絶句
심 상인에게 보내다(送贈心上人)
好名之世忘名客  명리 좋아하는 세상 명리를 잊은 자
指點叢林有幾人  총림에서 꼽아 보면 몇이나 될까.
倘能認得家中物  혹시라도 집 안 물건을 알아볼 수 있다면
跛鱉盲龜却與親  절뚝발이 자라, 눈먼 거북과도 친구하리라.
무계 나루를 건너다(渡茂溪津)
歸舟懶放小江風  돌아갈 배 나른하게 작은 강가에 놓였고
兩岸蓼花映水紅  양쪽 언덕 여뀌꽃은 물에 발갛게 비쳤네.
羌篴一聲天欲暮  오랑캐 피리 소리30)에 날은 저물고
白鷗飛去夕陽中  흰 갈매기는 석양 속을 날아서 가네.
장수 이생에게 차운하여 주다(次韻贈長水李生)
自別丹丘歲幾還  단구31)에서 이별하고 몇 해나 돌아왔나
音容杳杳兩河山  모습과 음성은 산하 양쪽으로 멀어졌네.
誰知方丈煙霞裏  방장산에서 볼 줄 누가 알았나
忽地重逢舊日顏  갑자기 옛 얼굴을 다시 만났네.
삼신동에 노닐다(遊三神洞)
三神勝景冠頭流  삼신동의 뛰어난 경치 두류산에 으뜸이라
遠客登臨半日遊  멀리서 온 나그네 반나절 놀이로 올라왔네.
借問孤雲千載後  묻노니 고운32)은 천 년 지난 지금도
一區煙月復能收  이곳의 달빛을 다시 거둘 수 있겠는가.
청나라 상인이 강사에서 와서 말을 청하다(淸上人自江寺來求語)
幾年荷笈學南詢  책짐을 메고 배우러 다니기 몇 해인가
愛爾眉間道氣新  사랑스런 미간에 도사의 기풍이 새롭다.

010_0062_a_01L暮影風翻樹朝陰雨過郊

010_0062_a_02L白雲相淡泊明月共逍遙

010_0062_a_03L更有庭前菊山窓興轉饒

010_0062_a_04L溪寺偶吟

010_0062_a_05L
養拙林泉久長年不出巢

010_0062_a_06L斷雲歸北嶺下平郊

010_0062_a_07L花落看春暮客稀識世遙

010_0062_a_08L何曾憂活計窓外碧松饒

010_0062_a_09L

010_0062_a_10L七言絕句

010_0062_a_11L送贈心上人

010_0062_a_12L
好名之世忘名客指點叢林有幾人

010_0062_a_13L倘能認得家中物跛鱉盲龜却與親

010_0062_a_14L渡茂溪津

010_0062_a_15L
歸舟懶放小江風兩岸蓼花映水紅

010_0062_a_16L羌篴一聲天欲暮白鷗飛去夕陽中

010_0062_a_17L次韻贈長水李生

010_0062_a_18L
自別丹丘歲幾還音容杳杳兩河山

010_0062_a_19L誰知方丈煙霞裏忽地重逢舊日顏

010_0062_a_20L遊三神洞

010_0062_a_21L
三神勝景冠頭流遠客登臨半日遊

010_0062_a_22L借問孤雲千載後一區煙月復能收

010_0062_a_23L淸上人自江寺來求語

010_0062_a_24L
幾年荷笈學南詢愛爾眉間道氣新

010_0062_b_01L若也蒲團忘物我  만약 포단 위에서 물아를 잊는다면
沙汀應與白鷗親  모래톱 흰 갈매기와도 친구가 되리라.
서암 행각승의 시를 차운하다(次西庵行脚韻)
四大由來一驛亭  사대는 원래 하나의 역참일 뿐이니
眞人不必戀軀形  진인은 신체 형상에 연연할 것 없다네.
南城昔有叅詢事  옛날 남방의 성을 찾아 여쭌 일이 있었나니
莫憚辛勤且展經  고생을 마다하지 말고 또 경전을 펼치기를.
의춘 태수의 시에 차운하여 도반 인에게 주다(次宜春太守韻贈潾道友)
早入空門學已高  일찌감치 공문에 들어와 배움 이미 높으니
工夫何愧惠休曺  공부야 어디 혜휴33)의 무리에 빠지겠는가.
經壇曾許百年契  경단에서는 벌써 백년계를 주었거늘
今日爲君强把毫  이제야 그대 위해 억지로 붓을 잡는다.

원운原韻
龜頭不泐澗邊高  시냇가 높은 빗돌 거북머리 갈라지지도 않았는데
晦老門庭盡法曺  회암 노인 문 앞엔 법 찾는 무리가 끊어졌네.
今日逢君傾盖處  오늘 그대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자리34)
詩愁莫把上眉毫  시 걱정으로 윗눈썹을 쥐어뜯진 마시게.
임종게臨終偈
衲子平生慷慨志  납자 평생의 강개한 뜻으로
時時竪起般若刀  시시때때 반야도를 곧추들어라.
好從一念彌陀佛  한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잘 따르면
直徃西方極樂橋  서방세계 극락의 다리를 곧장 건너리라.
칠언율시七言律詩
풍계 장실에 주다(贈豊溪丈室)
見人雖衆似君稀  많은 사람을 보았지만 그대 같은 이 드물어
的確玄談衆所歸  분명한 현담에 대중들이 모여드네.
二十年前曾踐地  이십 년 전에 밟았던 땅을
三千里外又敲扉  삼천 리 밖에서 또 찾아와 문을 두드리네.

存而詢道亡而哭  살았을 때는 도를 묻고 죽은 후에는 곡을 하니
初不逾心後不違  처음에도 끝에도 마음 어기지 않았네.
莫謂雪峯今寂寞  설봉 대사35) 떠난 자리 적막하다 말아라36)
海陽法雨更霏霏  해양37) 땅에 법비는 더욱 펄펄 내릴지니.
기암의 제야시에 차운하다(次機巖除夜韻)
自覺流齡已半頹  흘러가는 나이 이미 반은 기운 걸 알기에
篋中貝葉閱頻廻  상자 속 패엽경을 자꾸 여러 번 꺼내 본다.
三更殘燭分新舊  삼경의 희미한 촛불 묵은해와 새해를 나누고
千里微風動柳梅  천 리 밖 산들바람에 버들 매화 흔들린다.

香爲祝君晨更爇  임금 축원하는 향불 새벽에 새로 사르고
門因邀客夜長開  손님 맞는 대문은 밤새도록 열어 둔다.

010_0062_b_01L若也蒲團忘物我沙汀應與白鷗親

010_0062_b_02L次西庵行脚韻

010_0062_b_03L
四大由來一驛亭眞人不必戀軀形

010_0062_b_04L南城昔有叅詢事莫憚辛勤且展經

010_0062_b_05L次宜春太守韻贈潾道友

010_0062_b_06L
早入空門學已高工夫何愧惠休曺

010_0062_b_07L經壇曾許百年契今日爲君强把毫

010_0062_b_08L原韻

010_0062_b_09L
龜頭不泐澗邊高晦老門庭盡法曺

010_0062_b_10L今日逢君傾盖處詩愁莫把上眉毫

010_0062_b_11L臨終偈

010_0062_b_12L
衲子平生慷慨志時時竪起般若刀

010_0062_b_13L好從一念彌陀佛直徃西方極樂橋

010_0062_b_14L

010_0062_b_15L七言律詩

010_0062_b_16L贈豊溪丈室

010_0062_b_17L
見人雖衆似君稀的確玄談衆所歸

010_0062_b_18L二十年前曾踐地三千里外又敲扉

010_0062_b_19L存而詢道亡而哭初不逾心後不違

010_0062_b_20L莫謂雪峯今寂寞海陽法雨更霏霏

010_0062_b_21L次機巖除夜韻

010_0062_b_22L
自覺流齡已半頹篋中貝葉閱頻廻

010_0062_b_23L三更殘燭分新舊千里微風動柳梅

010_0062_b_24L香爲祝君晨更爇門因邀客夜長開

010_0062_c_01L一盂明水誰能薦  한 그릇 깨끗한 물을 누가 올릴 수 있나
遙憶松楸只自哀  멀리 부모님 생각38)에 그저 혼자 슬프다.
잠 대사가 화답을 요구하기에 답하다(酬潜大師索和)
多爾淸才繼古賢  탁월한 많은 재주 옛 현인을 계승하여
道情詩思兩悠然  도 닦는 마음 시 쓰는 생각 모두 유유하구나.
風流後輩同前輩  풍류는 선배나 후배나 똑같지만
聲價今年異昔年  명성은 이제 옛날과는 사뭇 다르네.

遁迹已隨黃面老  숨어 살며 부처님39)을 따르는 사람이
養身何羨赤松仙  수양하는 데 어찌 신선40)을 부러워할까.
幸從此日逢良友  부디 오늘부터는 좋은 친구를 만나서
携手逍遙洞裏天  손잡고 함께 동천41)을 소요하시게나.
윤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尹學士韻)
道德文章摠不知  도덕과 문장을 전혀 모르니
平生深愧太顚師  평생 태전 대사42)에게 참 부끄러웠네.
縱逢佳客無相贈  설사 좋은 손님을 만나도 줄 것이 없으니
却向靑山有所思  도리어 청산에 대한 그리움만 생기네.

瓊樹一枝誠可喜  빼어난 인품43)이 참으로 좋으니
虎溪三笑政堪悲  호계의 삼소44)가 정말 슬프구나.
更憐四十年吾事  40년 세월에 더욱 가련한 나의 일은
欲就新詩未就詩  새 시를 지으려 해도 되지 않는 일이네.
열 대사가 파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배웅하다(送悅大師歸波山)
上人持錫欲何尋  상인은 석장 짚고 무엇을 찾고자
百里雲城萬樹森  백 리 구름 낀 도성 빽빽한 숲을 헤매나.
竹院迎僧多識面  대밭에서 중을 맞는 얼굴 낯이 익어도
楓林送爾少知音  단풍 숲에서 그대 보내고 나면 지음은 적으리.

猿啼峽外雙行淚  원숭이 우는 골짝 밖에 두 줄기 눈물
月入樑間一寸心  달빛 드는 들보 사이 한마음이라네.
莫向荒山山下路  황량한 산 아랫길로 가지 말아라
長懷其奈涕沾襟  오랜 그리움에 눈물로 옷깃 적실 터이니.
관서 청련 장실 시축을 차운하다(次關西靑蓮丈室軸韻)
要把眞工繼卅三  진짜 공부를 잡으려고 내리 33년을
短笻迢遞下山南  짧은 지팡이 짚고 산 내려가 남쪽 땅 멀리 오갔네.
一花竗契知禪趣  꽃 하나45)의 묘한 어울림으로 선취를 알고
九會雄詮學佛談  구회46)의 웅장한 문장에서 부처님 말씀을 배웠네.

定後神光凝暮樹  입정 후의 신령한 빛 저녁 나무에 엉기었고
誦餘淸響落寒潭  독송 뒤의 맑은 메아리 찬 연못에 떨어진다.
聞君已決西歸計  그대 이미 서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단 말에
怊悵離懷獨不堪  이별의 슬픈 심정 유독 견디기 어렵네.
김대아 초당 시에 차운하다(次金大雅草堂韻)
勝地何年結草廬  아름다운 땅에 언제 초가를 얽었나
雲煙物色武陵如  숲 속의 경치가 무릉도원 같구나.
小園露重花垂艶  이슬 짙은 작은 동산 꽃이 곱게 드리우고
幽澗風高水漾虛  바람 높은 그윽한 시내에 물결 출렁인다.


010_0062_c_01L一盂明水誰能薦遙憶松楸只自哀

010_0062_c_02L酬潜大師索和

010_0062_c_03L
多爾淸才繼古賢道情詩思兩悠然

010_0062_c_04L風流後輩同前輩聲價今年異昔年

010_0062_c_05L遁迹已隨黃面老養身何羨赤松仙

010_0062_c_06L幸從此日逢良友携手逍遙洞裏天

010_0062_c_07L次尹學士韻

010_0062_c_08L
道德文章摠不知平生深愧太顚師

010_0062_c_09L縱逢佳客無相贈却向靑山有所思

010_0062_c_10L瓊樹一枝誠可喜虎溪三笑政堪悲

010_0062_c_11L更憐四十年吾事欲就新詩未就詩

010_0062_c_12L送悅大師歸波山

010_0062_c_13L
上人持錫欲何尋百里雲墭萬樹森

010_0062_c_14L竹院迎僧多識面楓林送爾少知音

010_0062_c_15L猿啼峽外雙行淚月入樑間一寸心

010_0062_c_16L莫向荒山山下路長懷其奈涕沾襟

010_0062_c_17L次關西靑蓮丈室軸韻

010_0062_c_18L
要把眞工繼卅三短笻迢遞下山南

010_0062_c_19L一花竗契知禪趣九會雄詮學佛談

010_0062_c_20L定後神光凝暮樹誦餘淸響落寒潭

010_0062_c_21L聞君已決西歸計怊悵離懷獨不堪

010_0062_c_22L次金大雅草堂韻

010_0062_c_23L
勝地何年結草廬雲煙物色武陵如

010_0062_c_24L小園露重花垂艶幽澗風高水漾虛

010_0063_a_01L盡日閒看松上鶴  진종일 한가하게 소나무 위 학이나 보면서
有時懶閱篋中書  때때로 천천히 상자 속 책을 뒤적인다.
主人已斷塵間念  주인이 이미 티끌 세간 생각을 끊었으니
一夢悠悠入太初  유유하게 태초로 들어가는 꿈 하나로다.

010_0063_a_01L盡日閒看松上鶴有時懶閱篋中書

010_0063_a_02L主人已斷塵間念一夢悠悠入太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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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波集卷之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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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1)능행파凌行婆 :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8 「부배화상전浮盃和尙傳」에 나오는 불교를 믿는 노파의 이름으로, “능행파라는 자가 와서 대사에게 절을 하니 대사가 함께 앉아 차를 마셨다.(有凌行婆來禮拜師, 師與坐喫茶.)”고 하였다. 줄여서 행파行婆라고도 부른다.
  2. 22)육화六和 : 육화경六和敬의 약어이다. 보살이 중생과 화경和敬하게 함께하는 여섯 가지 방법, 즉 몸을 함께하는 일(身和), 입을 모아 예불하는 일(口和), 신심을 함께하는 일(義和), 계율을 함께하는 일(戒和), 견해를 함께하는 일(見和), 의식을 함께하는 일(利和)을 말한다.
  3. 23)양梁 무제武帝 때에 운광雲光 법사가 강경을 하자 하늘이 감동하여 꽃송이를 내렸다고 한다. 송宋 축목祝穆의 『방여승람方輿勝覽』 권14 「강동로江東路」 ≺우화대雨花臺≻에서 나온 말이다.
  4. 24)몰현금沒絃琴 : 줄이 없는 거문고라는 뜻으로 선가에서 본래 마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또는 상식이나 사량분별을 초월한 깨달음을 비유하기도 한다.
  5. 25)정반성定盤星 : 정반자定盤子라고도 한다. 정반定盤이란 저울이고 성星은 저울의 각도이므로, 각도의 기준점을 정반성이라고 한다. 보통 일의 표준 준칙을 비유하는 말이지만, 선종에서는 유심이나 무심 등의 한 방향에 집착하면서 아울러 일정한 표준이 있다고 생각하여 자유롭지 않은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벽암록碧巖錄』 제2칙 평창評唱, 제18칙 평창 등에 나온다.
  6. 26)무갈 부처님(無竭佛) : 금강산에서 2천 명의 권속을 데리고 살며 『금강경』을 설법한다고 알려진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을 말한다. 법기보살法起菩薩이라고도 하며, 머무는 곳이 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 해서 지달怾怛, 또는 지달나라고도 한다.
  7. 27)읍궁암泣弓巖 : ≺화양구곡≻ 중 제3곡으로, 우암 송시열(1607~1689)이 효종대왕의 승하를 슬퍼하며 새벽마다 바위에서 활처럼 엎드려 통곡하였다 하여 읍궁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8. 28)황제皇帝 :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으로 이름이 헌원軒轅이다.
  9. 29)무이武夷 : 중국 복건성福建省 숭안현崇安縣 남쪽 30리에 있는 산으로 선인 무이군武夷君이 산다는 전설이 있어 무이산으로 불린다. 선하산맥仙霞山脈의 기정起頂이며, 49봉峰, 도원동桃源洞, 와룡담臥龍潭 등의 명승이 있다.
  10. 30)오랑캐 피리 소리 : 『풍속통風俗通』 「성음聲音」에서 강적羌篴은 한 무제漢武帝 때 구중丘仲이 만든 악기라 하였지만 일반적으로 서강西羌의 피리를 가리키는 말로 알려져 있다.
  11. 31)단구丹丘 : 단구丹邱라고도 쓴다. 신선이 산다는 전설의 땅이다.
  12. 32)고운孤雲 : 신라 말기의 학자이며 문장가인 최치원崔致遠(857~?)의 호. 최치원의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해운海雲이다. 지리산 삼신동에 ‘三神洞’이라는 글자를 새겼다고 전한다.
  13. 33)혜휴惠休 : 남조南朝 송宋의 승려로 시문에 능하여 세조世祖로부터 환속의 명을 받고 탕湯의 성을 받았기에 탕휴湯休라고도 한다. 『송서宋書』 「서담지전徐潭之傳」에 “사문 석혜휴釋惠休는 문장을 잘하였기에 세조世祖가 환속하기를 명하여 탕성湯姓을 내렸다. 벼슬이 양주揚州 종사從事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14. 34)‘경개傾盖’는 공자가 길에서 정자程子를 만나 수레의 포장을 젖히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길 가는 도중에 만나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15. 35)설봉雪峯 : 1678~1738. 조선 시대의 고승으로 법명은 회정懷淨, 자는 윤중允中, 법호는 설봉이다.
  16. 36)설봉 스님 입적 후에 전라도 땅의 법맥을 풍계 스님이 잇고 있다는 뜻이다.
  17. 37)해양海陽 : 전라도의 옛 이름. 고려 성종成宗 14년(995) 나주羅州·광주光州·정주靜州·낭주朗州 등의 주현州縣을 해양도라 하였다가 현종顯宗 때 강남도江南道를 합쳐 전라도라 하였다.
  18. 38)부모님 생각 : 여기서 ‘송추松楸’는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는 마음을 말한다.
  19. 39)부처님 : ‘황면로黃面老’는 금을 입힌 불상을 말하는 것으로 부처님을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인다.
  20. 40)신선 : ‘적송赤松’은 적송자赤松子 또는 적송자赤誦子라고도 한다. 고대의 신선이라고 하며 여러 책에 전하는 기록은 각기 다르다.
  21. 41)동천洞天 : 도가에서 인간 세상에 신선이 산다는 36처의 명산동부名山洞府를 36동천洞天이라고 한다.
  22. 42)태전太顚 : 732~824. 당대唐代의 승려로 속성은 진陳 또는 양楊이라 하고, 법호는 보통寶通이며, 자호는 대전 화상大顚和尙이다. 『조주부지潮州府志』의 기록에 의하면 대력大歷 연간에 서산西山에서 혜조惠照를 모시다가 또 남악南嶽을 유람하며 석두 희천石頭希遷에게 참예하고 대오종지大悟宗旨하여 조계曹溪의 계통을 얻었다. 조주 서쪽 유령幽嶺 아래 영산선원靈山禪院을 건립하였고, 법을 전수받은 제자가 천여 명이나 되었다. 한유韓愈가 조주에 귀양 갔을 때에 태전의 명성을 듣고 불러 10여 일을 머물게 하였고, 그 후에 서로 왕래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23. 43)빼어난 인품 : ‘경수瓊樹’는 옥과 같이 아름다운 나무라는 말로 인품이 고상함을 비유한 말이다.
  24. 44)호계의 삼소(虎溪三笑) : 진晋나라 혜원慧遠 법사는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살면서 호계虎溪를 건너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어느 날 도연명陶淵明과 육수정陸修靜을 배웅하러 나갔는데, 세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그만 호계를 건너고 말았다. 범이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호계를 건너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계戒를 깨뜨린 것을 알았고, 세 사람이 함께 웃었다고 한다.
  25. 45)꽃 하나(一花) : 일화오엽一花五葉으로 선종을 표현하는데, 일화오엽一華五葉·일화개오엽一華開五葉 등으로 쓰기도 한다. 육조 혜능六祖慧能 이후 선종이 조동曹洞·임제臨濟·운문雲門·위앙潙仰·법안法眼의 5파가 되었기에 일화오엽이라고 한 것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3 「보리달마菩提達摩」조에 “내가 본래 이 땅에 온 것은 법을 전하여 미혹된 마음을 구제하기 위해서이다. 한 꽃에서 다섯 잎이 피니 열매를 맺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리라.(吾本來玆土, 傳法救迷情, 一花開五葉, 結果自然成.)”라고 하였다.
  26. 46)구회九會 : 60권본 『화엄경華嚴經』에 부처님이 『화엄경』을 설한 장소와 모인 자리를 칠처구회七處九會라고 표현하였다.
  1. 1)底本有目次。而編者改作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