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극암집(克庵集) / 世家自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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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 자서世家自敍
나무는 뿌리가 없이 뻗어 나갈 수 없고, 물은 근원이 없이 흘러 나갈 수 없다. 스스로 서술하기 꺼려지지만 태사공도 그렇게 했다.
나는 자호를 극암克庵이라 하니, 자기 사욕을 없애 버린다는 뜻을 취한 것이다. 달성 서씨 출신으로 속명은 병조炳朝다. 동고東臯 선생에 대해 8세손이 된다. 부친은 영간榮榦, 모친은 전주 이씨 두표斗杓의 따님이다. 헌종 병신년(1836) 정월 27일 신해 술시戌時147)에 옥산리玉山里 집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성복星復, 증조부는 광숙光淑, 고조부는 도추道樞로서, 이상이 세보에 함께 실려 있다. 관작과 좌훈佐勳은 또한 세보에 실려 있는데, 이러한 세속의 맥락은 서술하지 않는다.
아아, 나는 자질이 넉넉하지 못하고 하늘의 도움을 받지 못해 태어나 겨우 6세에 부친이 돌아가시고, 9세에 입학하였으나 배움을 이루지 못하였고, 14세에 모친께서 또 돌아가셨다. 스스로 생각건대 무료하여 가슴에 근심스러웠다. 집안의 전통은 다행히 형이 있으니, 16세에 떠돌다가 산에 들어와 삭발하고 학암鶴巖 화상께 구족계를 받고, 하은霞隱148) 화상께 법을 받고, 혼허混虛 화상께 불경을 배웠고, 만파萬波 화상께 글쓰기를 배웠다. 법명은 사성師誠이고, 자字는 경래景來이다.
고려 시대 국사 태고太古 화상께서 중원 하무산霞霧山에 들어가

011_0585_b_08L世家自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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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未必無根而達也水未必無源而流
011_0585_b_10L自叙雖嫌太史公有之余自號克
011_0585_b_11L蓋取克去己私也系出達城徐
011_0585_b_12L名炳朝於東臯先生爲八世孫考榮
011_0585_b_13L妣全州李氏斗杓女以純祖 [13] 丙申正
011_0585_b_14L月二十七日辛亥戌時生某于玉山里
011_0585_b_15L祖星復曾祖光淑高祖道樞以上
011_0585_b_16L俱載世譜官爵佐勳亦載譜中不書
011_0585_b_17L此俗家的脉也嗚呼某禀不得饒
011_0585_b_18L天不吊生甫六歲嚴君見背九歲入
011_0585_b_19L學未盡成十四歲慈母又棄自念
011_0585_b_20L無聊▼(火+耳)▼(火+耳)于胷故家傳統惟幸兄在
011_0585_b_21L年十六漂流入山祝髮受具于鶴巖和
011_0585_b_22L受法于霞隱和尙經學于混虛和尙
011_0585_b_23L筆學于萬波和尙法名師誠字景來
011_0585_b_24L前朝國師太古和尙入中原霞霧山

011_0585_c_01L임제종 20세 석옥石屋149)의 도통을 전해 받고 돌아와 환암幻庵, 구곡龜谷, 벽계碧溪, 벽송碧松, 부용芙蓉, 청허淸虛, 편양鞭羊, 풍담楓潭, 월담月潭, 환성喚惺, 함월涵月, 영파影波, 청담淸潭, 경월鏡月, 호월湖月, 혜봉慧峯, 하은霞隱에게 전해지니, 이것이 불가(法家)의 연원이다.
이제 전통의 차례가 나에게 있는데 내가 어찌 자임하겠는가. 다만 나이 들어 병 또한 심하다. 상좌(嗣佐) 혼원混元이 불행히도 단명하고 하늘 또한 나를 버리시니 황량하고 적막한 가운데 어찌 책을 펼쳐 눈물이 솟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혼원의 법자法子 석응石應이 자못 글자를 안다. 약간의 문집을 어찌 후대에 전하고 싶으리오마는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삼가 손수 기록하고 대략 서문을 써서 맡긴다.


011_0585_c_01L臨濟宗二十世石屋道統之傳而來
011_0585_c_02L幻庵龜谷碧溪碧松芙蓉淸虛鞭羊楓潭
011_0585_c_03L月潭喚惺涵月影波淸潭鏡月湖月慧峯
011_0585_c_04L霞隱此法家淵源也今傳次在余
011_0585_c_05L詎敢自任但仭劫日下而年病且㞃
011_0585_c_06L嗣佐混元不幸短命天又喪我安得
011_0585_c_07L不披書釀淚於荒凉寂寞之中耶然混
011_0585_c_08L元法子石應頗識字者所集若干
011_0585_c_09L欲傳後於渠不爲不重勤手書之
011_0585_c_10L叙以付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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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47)술시戌時 : 오후 7시에서 9시 사이.
  2. 148)하은霞隱 : 법명은 응상應詳으로, 사불산화파四佛山畵派를 이끌던 수화승首畵僧으로 오늘날까지 사불산 불모佛母로 회자되고 있다.
  3. 149)석옥石屋 : 석옥 청공石屋淸珙을 가리키는데, 본문에선 임제종 20세라 하였는데 대개는 18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