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극암집(克庵集) / 〔附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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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附錄]
가장家狀150)
화상의 법명은 사성師誠이고 호는 극암克庵, 자는 경래景來이다. 연사蓮史와 금거琴居는 모두 별호別號이다. 속성은 서씨徐氏, 관향은 달성達城이다. 부친은 영간榮榦, 모친은 전주 이씨 두표斗杓의 따님이시다. 헌종 병신년(1836) 정월 27일에 옥산리 저택에서 화상을 낳으셨다. 교주敎主(석가모니)께서 강생하신 지151) 2,937년 경술년(1910) 11월 30일에 팔공산 파계사에서 입적하셨다. 세수世壽 75세, 법랍(夏臘)152) 60세다. 속가의 맥은 이전 왕조(勝國) 달성군 진晋이 비조가 되고, 동고東臯 선생 사선思選이 화상께 8세조가 되신다.

011_0585_c_13L1)〔附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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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585_c_15L附家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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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尙諱師誠號克庵字景來蓮史琴
011_0585_c_17L皆別號俗姓徐貫達城考諱榮榦
011_0585_c_18L妣全州李氏諱斗杓女以純祖 [14] 丙申正
011_0585_c_19L月二十七日擧和尙于玉山里第以敎
011_0585_c_20L主降生二千九百三十七年庚戌十一
011_0585_c_21L月三十日示寂于八公山把溪寺世壽
011_0585_c_22L七十五夏臘六十俗家的脈以勝國
011_0585_c_23L達城君諱晋爲鼻祖東臯先生諱思
011_0585_c_24L「附錄」二字編者補入

011_0586_a_01L나머지는 자서에 기록되어 있으니 적지 않는다.
불가(法家)의 연원을 보자면, 고려 시대 국사 태고 화상이 중원 하무산霞霧山에 들어가 임제종 석옥石屋의 도통을 전해 받고 돌아와 환암幻庵, 구곡龜谷, 벽계碧溪, 벽송碧松, 부용芙蓉, 청허淸虛, 편양鞭羊, 풍담楓潭, 월담月潭, 환성喚惺, 함월㴠月, 영파影波, 청담淸潭, 경월鏡月, 호월湖月, 혜봉慧峯, 하은霞隱에게 전했으니, 하은은 실로 화상의 법사法師이시다. 학암鶴巖은 은사恩師, 혼허混虛는 경사經師, 만파萬波는 필사筆師이시다.
화상은 나면서 총명하고 영특한 자질을 받았고, 자라서는 네 분 스승의 가르침을 엄하게 받아 덕과 기량이 성취되어 대중과는 크게 달랐다. 총림 해탈의 문에 몸을 맡겨 패엽貝葉(불경)의 현묘한 이치에 잠심하여 교해敎海(대장경) 삼장을 남김없이 열람하고 남은 힘으로 유학 서적도 공부하니, 경전과 역사서·여러 사상가들의 책을 널리 읽어 통했다. 병이 들어 피곤해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이치가 아닌 일은 조금도 하지 않았고, 부정한 곳에는 잠시도 머물지 않았다. 성품 또한 가르침을 베풀어 인도하는 데 근면하여 원근의 승속(緇白)들이 경전을 들고 와서 물으면 기뻐하면서 친절하게 저녁이 되도록 게으르지 않았다. 마을 젊은이들(丱弁)이 와서 배우는 경우도 많았다.
산속에 있어도 상위象魏(대궐)에 대한 정성이 간절했다. 일찍이 장릉莊陵(단종 능)에 나아가 통곡하고 돌아왔다. 마음을 다스리길 장엄으로 스승을 삼고 타인을 대하길 자비로써 위주로 했다. 부귀에 아부하지 않았고 빈천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생애는 담박하여 조금도 저축한 게 없이도 편안하여 근심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혹 위로하면 웃으며 금호강을 가리켜 말했다. “강물은 다할 때가 없으니 인생에 어찌 복록이 없을 이치가 있겠는가.” 아름다운 산수를 더욱 좋아하여 오대산과 풍악楓嶽(금강산) 꼭대기를 다녀왔고, 총석정 바다 물가에 배를 띄워 장관의 경치를 충만히 채우고 돌아왔다.

011_0586_a_01L於和尙爲八世祖餘在自叙中不書
011_0586_a_02L法家淵源前朝國師太古和尙入中原
011_0586_a_03L霞霧山嗣臨濟宗石屋道統之傳而來
011_0586_a_04L傳幻庵龜谷碧溪碧松芙蓉淸虛鞭羊楓
011_0586_a_05L潭月潭喚惺㴠月影波淸潭鏡月湖月慧
011_0586_a_06L峯霞隱霞隱實和尙法師也鶴巖
011_0586_a_07L師也混虛經師也萬波筆師也
011_0586_a_08L尙生而禀聰慧英邁之姿長而蒙四師
011_0586_a_09L敎導之嚴德器成就大異衆人寄命
011_0586_a_10L於叢林解脫之門潜心於貝葉玄妙之
011_0586_a_11L敎海三藏採閱無隱行餘之力
011_0586_a_12L治儒書經史百家愽涉洞解雖病且
011_0586_a_13L手未嘗釋卷非義之事絲毫不行
011_0586_a_14L不正之處頃刻不留性又勤於施化
011_0586_a_15L遠近緇白執經來質欣欣懇懇竟夕
011_0586_a_16L不懈閭閻之丱弁來學者亦多雖處山
011_0586_a_17L尙切象魏之忱嘗詣莊陵痛哭以
011_0586_a_18L治心以莊嚴爲師待人以慈悲爲主
011_0586_a_19L不阿付於富貴不疎忽於貧賤生涯澹
011_0586_a_20L甁無儲粮晏如也不戚戚焉人或
011_0586_a_21L慰之則笑指琴湖江曰江水無可盡之
011_0586_a_22L人生安有無祿之理乎尤好佳山水
011_0586_a_23L嘗飛錫於五臺楓嶽之巓泛槎於叢石
011_0586_a_24L瀛海之渚壯觀景物充然而歸𨓏𨓏

011_0586_b_01L왕왕 관리·선비들과 시를 읊조리며 주고받으니, 이에 명성이 경상도(山南)에 대단했다. 나무꾼과 목동이라도 모두 소문을 듣고 다투어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화상 쪽에서 온 승려라도 있으면 화상의 안부에 대해 묻곤 하며 후하게 대접하였으니, 세상에 중하게 여겨짐이 대개 이와 같았다.
화상께서는 항상 “사람 목숨은 무상하여 한번 쉬고 오지 않으면 즉시 내생이니, 적조寂照153)를 본분사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만년에 이르러서는 더욱 독실하셨다. 하루는 멀리 있는 무리들을 불러서 말하길, “나에게 남은 날이 많지 않으니, 너희는 멀리 가지 마라.”라고 하셨다. 얼마 되지 않아 작은 질병이 생겼는데 병이 깊어졌지만 정신은 평상시와 같으셨는데, 밤이 되어 달현達玄이 앉아서 자는 것을 보고는 손으로 흔들고 석장으로 깨워서는 붓을 잡아 “행한바 회포를 다했다.(所爲盡懷抱)”라는 다섯 자를 써서 보이셨다. 진시辰時154)에 이르러 편안히 가셨다. 평소에 스스로 닦으시고 증명하신 힘이 이에 과연 징험되었다.
오호, 화상이시여. 말세에 태어나 덕행이 빛나게 드러나고, 진속眞俗을 융회하시어 배우는 이로 하여금 글을 통해 오입悟入155)하게 하지 않음이 없으시며, 지혜의 생명(慧命)을 이어 삿된 풍속을 잠식시키니, 어찌 숙세宿世(전생)의 발원이 현생에 드러난 것이 아니겠는가. 저술하신 시문이 수백 편에 이르렀는데 태반이 울유아鬱攸兒(화재)의 시기를 받았다. 흩어진 구절과 필적이 시인과 문인의 입을 통해 전해졌으니, 이는 전하지 않은 전함으로써, 이루 다 적을 수 없다. 남은 약간의 글들이 있어 문도들에게 널리 도모하여 각기 정성과 힘을 다해 판각하는 이에게 맡겨 불은佛恩을 만에 하나라도 갚고자 한다.
신해년(1911) 중춘仲春 기묘일에 불초 법손法孫 석응 달현石應達玄이 눈물을 닦으며 삼가 적다.


011_0586_b_01L與縉紳章甫諷詠酬唱於是名動山南
011_0586_b_02L雖樵牧皆聞風而爭欲一識有僧自和
011_0586_b_03L尙邊來者輒問和尙起居待之款厚
011_0586_b_04L見重於世蓋如此和尙常言人命無常
011_0586_b_05L一息不來卽是來生以寂照爲本分事
011_0586_b_06L而至於晩年益篤一日召遠在徒衆曰
011_0586_b_07L吾餘日無多汝勿遠去居未幾示微
011_0586_b_08L筋力沈綿精神如常至夜見達玄
011_0586_b_09L坐睡手以攪之杖以警之執筆書示
011_0586_b_10L所爲盡懷抱五字至辰時恬然而逝
011_0586_b_11L平日自修自證之力於是果驗嗚呼和
011_0586_b_12L生於叔世德行昭著眞俗融會使
011_0586_b_13L學人無不因文悟入續慧命而息邪風
011_0586_b_14L豈非宿世之願著見於今生歟所著詩
011_0586_b_15L若文多至數百篇而太半入於鬱攸兒
011_0586_b_16L所猜散句零墨藉傳於詩人騷客之口
011_0586_b_17L是不傳之傳也不可殫記而以所存若
011_0586_b_18L干篇愽謀於族黨門徒各殫誠力
011_0586_b_19L付剞劂氏以報佛恩之萬一云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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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亥仲春己卯不肖法孫石應達玄
011_0586_b_21L抆涙謹撰

011_0586_b_22L
  1. 150)가장家狀 : 집안 조상과 형제의 행적에 관한 기록.
  2. 151)교주敎主께서 강생하신 지 : 북방 불기에 따르면 불생년을 주나라 소왕昭王 24년 갑인(B.C 1027)으로 한다.
  3. 152)법랍(夏臘) : 하랍夏臘은 하안거夏安居를 지낸 횟수이다.
  4. 153)적조寂照 :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혜로써 모든 현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 것이다.
  5. 154)진시辰時 : 아침 7시에서 9시 사이.
  6. 155)오입悟入 : 도를 깨달아 실상實相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1. 1)「附錄」二字。編者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