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의룡집(義龍集) / 義龍集

ABC_BJ_H0303_T_001

012_0281_b_01L
의룡집義龍集
의룡집 단義龍集 單
총목차總目次
시詩
망금암에 올라 읊다(登望金巖吟)
우연히 읊다(隅吟)
또 읊다(又吟)
또 읊다(又吟)
탄식하며 읊다(歎吟)
제야에 읊다(除夜吟)
입춘에 읊다(立春吟)
당률에서 변 자를 얻고는 읊다(拈唐律得邊字吟)
봄비(春雨)
본 고을 원님을 모시고(奉陪本倅)
밀성 사군을 모시고(奉陪蜜城使君)
봄비(春雨)
벗을 만나 읊다(奉友人吟)
여러 날 술이 없고 또 문밖을 나서지 못해 이 시를~(累日無酒亦不出門戲作此詩)
병풍 그림을 읊다(吟畫屏)
육률을 읽다가 한거자술의 운에 따라 짓다(讀陸律拈閒居自述顏)
우연히 한거시를 짓고 다음날 웃으면서~(偶作閒居詩明日笑而讀之別賦一首)
광운 화상을 모시고(奉陪廣雲和尙)
흥을 달래며(遣興)
왕 선비에게 주다(贈王雅士)
또(又)
동정추월(洞庭秋月)
평사낙안(平沙落鴈)
소상야우(瀟湘夜雨)
산시청람(山市晴嵐)
연사모종(烟寺暮鐘)
강천모설(江天暮雪)
어촌낙조(漁村落照)
원포귀범(遠浦歸帆)
이른 봄에 지은 즉흥시(早春卽事)
배움을 포기하고 생업으로 돌아가는 원 상인에게 주다(贈元上人廢學歸產)
아이에게 삭발을 권함(勸兒削髮)
또(又)
벼루(硯)
나그네를 만나 주다(逢客相贈)
또(又)
또(又)
붓(筆)
보름날 달구경(十五夜玩月)
종이(紙)
먹(墨)
신년에 취서 산인을 만나 읊다(新年逢鷲捿山人吟)
연적硯滴
입춘 지나 열흘이 넘도록 춥지 않은 날이~(立春後經旬無日不寒偶得長句)
염주念珠
부채(扇子)
검釰
베개(枕)
승립僧笠
첨 상인과 이별하며 주다(贈別沾上人)
점심에 우연히 읊다(午飯偶吟)
소나무를 심다(種松)
의상대에서 아침 해를 읊다(義想臺朝日吟)
계봉의 밝은 달(鷄峯明月)
연사의 저녁 종소리(蓮社暮鍾)
성암의 폭포(聖庵飛瀑)
고당의 낙조(高堂落照)
두령에 돌아가는 구름(斗嶺歸雲)
미륵층암彌勒層岩
원님을 만나 읊다(逢倅吟)
또(又)
또(又)
우연히 읊다(偶吟)
문 선비가 귀녕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文雅士歸寧)
봄밤에 가야산의 빈자리를 탄식하다(春夜歎伽倻虛席)
연향이 떠나지 않는 것을 탄식하다(歎宴享不去)
고목古木
늦봄(暯春)
까치집(鵲巢)
용 그림(畫龍)
늦봄에 해룡당을 만나(晩春逢海龍堂)
사산을 만나 읊다(逢史山吟)
통도사 시를 차운하다(次通度韻)
용호 내문에게 주다(贈龍湖乃文)
초여름에 우연히 읊다(初夏偶吟)
운산에서 미인과 이별하며(雲山別美人)
금파에게 부치다(寄錦坡)
나그네를 만나 읊다(逢客吟)
또(又)
단오端午
아침밥(晨炊)
성암에서 우연히 만나다(聖庵偶會)
또(又)

012_0281_b_01L[義龍集]

012_0281_b_02L1)義龍集

012_0281_b_03L

012_0281_b_04L2)總目次

012_0281_b_05L
一百三十八篇

012_0281_b_06L
登望金巖吟隅吟
歎吟除夜吟
012_0281_b_07L立春吟拈唐律得邊字吟春雨
012_0281_b_08L陪本倅奉陪蜜城使君春雨奉友
012_0281_b_09L人吟累日…作此詩吟畫屏
012_0281_b_10L陸律拈間居自述顏偶作…別賦
012_0281_b_11L陪廣雲和尙遣興贈王雅士
洞庭
012_0281_b_12L秋月平沙落鴈瀟湘夜雨山市晴
012_0281_b_13L烟寺暮鐘江天暮雪漁村落照
012_0281_b_14L遠浦歸帆早春卽事贈元上人廢學
012_0281_b_15L歸產勸兒削髮
逢客相贈

012_0281_b_16L十五夜玩月新年逢鷲捿
012_0281_b_17L山人吟硯滴立春…長句念珠
012_0281_b_18L僧笠贈別沾上人午飯
012_0281_b_19L偶吟種松義想臺朝日吟鷄峯
012_0281_b_20L明月蓮社暮鍾聖庵飛瀑高堂落
012_0281_b_21L斗嶺歸雲彌勒層岩逢倅吟

012_0281_b_22L偶吟送文雅士歸寧春夜…虛席
012_0281_b_23L歎宴享不去古木暯春鵲巢畫龍
012_0281_b_24L晩春逢海龍堂逢史山吟次通度韻
012_0281_b_25L贈龍湖乃文初夏偶吟雲山別美人
012_0281_b_26L寄錦坡逢客吟
端午晨炊聖庵

012_0281_c_01L여름날(夏日)
화상畫像
즉흥시(卽事)
높은 누대에서 시 하나를 지어 읊다(高樓得一吟)
잠자리(蜻蜓)
일 때문에 문을 나섰다가 열기가 두려워 돌아오다(因事出門畏熱而歸)
이른 아침 산의 누대(早旦山樓)
또(又)
해룡 상인을 보내며(送海龍上人)
우연히 읊다(偶吟)
해인사 상인에게 주다(贈海印寺上人)
비두備頭
쌍벽루에 올라(登雙碧樓)
의상대에 올라(登義想臺)
구포 나루를 지나며(過龜浦津頭)
붉은 여뀌를 읊다(咏紅蓼花)
여러 벗들과 읊다(與諸益吟)
또(又)
본 고을 원님을 만나 읊다(以逢本倅吟)
또 읊다(又唫)
또(又)
또(又)
또(又)
또(又)
또(又)
환산 상인에게 주다(呈幻山上人)
구일에 읊다(九日唫)
본 고을 원님에게 읊어 드리다(呈本倅吟)
또(又)
또(又)
용 그림(畫龍)
호랑이 그림(畫虎)
등燈
중춘에 정령을 건너며(仲春度鼎嶺)
우연히 읊다(偶吟)
나그네를 마주하여 읊다(對客吟)
우연히 읊다(偶吟)
우연히 읊다(偶吟)
또(又)
뜨락의 버드나무를 읊다(吟庭下柳)
수신사를 대하여 읊다(對修信士吟)
우연히 읊다(偶吟)
부산 이연린과 읊다(與釜山李蓮隣吟)
염 학인을 보내며(送念學人)
벗을 만나 읊다(逢故人吟)
또(又)
송별送別
우연히 읊다(隅吟)
또(又)
중춘의 즉흥시(仲春卽事)
또(又)
또(又)
또(又)
죽순을 먹다(食筍)
삼짇날 다음날 성암에서 밤에 이야기하다(上巳翌日聖庵夜話)
봄날 산중에서 즉흥적으로 읊다(春日山中卽事)
초여름에 여러 벗을 만나 읊다(早夏逢諸益吟)
수사 정석정과 읊다(與鄭水使石汀吟)
영산팔상靈山八相
성암 선생 행헌에 드리다(奉呈成庵先生行軒下)
본부의 사군을 송별하며(送別本府使君)
본 고을 원님을 이별하며(奉別本倅)
본 고을 원님을 모시고(奉陪本倅)
또(又)
수사 정석정과 해운대를 읊다(與鄭水使石汀吟海雲臺)
또(又)
중양절에 우연히 읊다(重陽偶吟)
수사 정석정을 이별하며 드리다(贈別鄭水使石汀)
구일에 나그네와 읊다(九日與客吟)
우연히 읊다(偶吟)
중추절에 옛 친구와 함께 읊다(仲秋與故人吟)
본 고을 원님이 산성 떠나는 것을 전별하며(餞別本倅去山城)
나그네를 보내다(送客)
봄날 옛 친구와 읊다(春日與故人吟)
나그네를 대하여 읊다(對客吟)
부산 이연린과 함께 읊다(與釜山李蓮隣共吟)
또(又)
우연히 읊다(隅吟)
본부의 장연호와 읊다(與本府張蓮湖吟)
또(又)
또(又)
우연히 읊다(隅吟)
본부의 한설초와 읊다(與本府韓雪初吟)
우연히 읊다(偶吟)
우연히 읊다(偶吟)
본 고을 원님을 모시고(奉陪本倅)
우연히 읊다(偶吟)
나그네와 읊다(與客吟)
또(又)
또(又)
또(又)
또(又)
문文-28편
동래 범어사 대웅전 불사 유공기東萊梵魚寺大雄殿佛事有功紀
함홍당 금고 모연문含弘堂金鼓募緣文

012_0281_c_01L偶會
夏日畫像卽事高樓得
012_0281_c_02L一吟蜻蜓因事出門畏熱而歸早旦
012_0281_c_03L山樓
送海龍上人偶吟贈海印寺
012_0281_c_04L上人備頭登雙碧樓登義想臺
012_0281_c_05L龜浦津頭咏紅蓼花與諸益吟

012_0281_c_06L逢本倅吟
呈幻山上人九日唫
012_0281_c_07L本倅吟
畫龍畫虎仲春度昇
012_0281_c_08L偶吟對客吟偶吟偶吟
吟庭
012_0281_c_09L下柳對修信士吟偶吟與釜山李
012_0281_c_10L蓮隣吟送念學人逢故人吟
送別
012_0281_c_11L隅吟
仲春卽事
食筍上巳翌日
012_0281_c_12L聖庵夜話春日山中卽事早夏逢諸
012_0281_c_13L益吟與鄭水使石汀吟靈山八相

012_0281_c_14L奉呈成庵先生行軒下送別本府使君
012_0281_c_15L奉別本倅奉陪本倅
與鄭水使石
012_0281_c_16L汀吟海雲臺
重陽偶吟贈別鄭水使
012_0281_c_17L石汀九日與客吟偶吟仲秋與故人
012_0281_c_18L餞別本倅去山城送客春日與
012_0281_c_19L故人吟對客吟與釜山李蓮隣共吟

012_0281_c_20L隅吟與本府張蓮湖吟
隅吟與本
012_0281_c_21L府韓雪初吟偶吟偶吟奉陪本倅
012_0281_c_22L與客吟

012_0281_c_23L
二十八篇

012_0281_c_24L
東萊梵魚寺大雄殿佛事有功紀含弘
012_0281_c_25L{底}開國五百四年大聖庵抄筆寫本(通度寺釋
012_0281_c_26L性坡所藏)
目次編者作成補入

012_0282_a_01L청풍당 금고 모연문淸風堂金鼓募緣文
원효암 중수 유공기元曉庵重修有功紀
김해 서림사 중수 유공기金海西林寺重修有工紀
범어사 폐막 조건기梵魚寺弊瘼條件記
함홍당 금고 중수 유공기含弘堂金鼓重修有功記
명부전 중수 유공기㝠府殿重修有功記
범어사 대웅전 후불탱화 모연문梵魚寺大雄殿後佛幀畫募緣文
아미타불과 석가세존 탄일 모연문(阿彌陀佛及釋迦世尊誕日募緣文)
독성각 창건기獨聖閣剏建記
천성산 내원암 장등 유공기千聖山內院庵長燈有功記
범어사 명부전 중수 모연문梵魚寺㝠府殿重修募緣文
원흥방 불상 장등 도배 모연문元興房佛像長燈塗排募緣文
동래 범어사 명부전 중수 상량문東萊梵魚寺㝠府殿重修上樑文
미륵전 중수 유공기彌勒殿重修有功記
범어사 원효암 염불 모연문梵魚寺元曉庵念佛募緣文
용화전 중수 상량문龍華殿重修上樑文
사자암 법당 개와 모연문獅子庵法堂盖瓦募緣文
마하사 불사 유공기摩訶寺佛事有功記
마하사 대웅전 중수 번와 유공기摩訶寺大雄殿重修飜瓦有功記
마하사 나한전 중수 모연문摩訶寺羅漢殿重修募緣文
대성암 본채 번와와 익랑 중수 모연문(大聖庵軆寮翻瓦翼廊重修募緣文)
임오년 동갑내기 헌답 유공기(壬午甲獻畓有功記)
종계서宗契序
새 영정을 봉안하는 축문(新影奉安祝文)
염 상인을 보내며(送念上人)
범어사 승군 등장梵魚寺僧軍等狀
시詩
망금암에 올라 읊다(登望金巖吟
東南望際卽河濱    동남쪽 끝을 바라보니 물가에 닿아
浩蕩難憑眼不貧    호탕하기 그지없어 시선에 끝이 없구나
那得佳朋同會席    어떡하면 좋은 벗들과 한자리에 모여
長吟新句結遊春    지은 시 길게 읊조리며 봄놀이 할까
千枝巧舌翩翩鳥    가지마다 재잘대며 새들은 훨훨 날고
半日山陰去去人    반나절 산그늘에 사람들 가고 가는데
暫放塵心來此座    속진 마음 잠시 내려놓고 이곳에 오니
名區如藥可輕身    좋은 경치 약 같아서 몸이 가뿐해진다
우연히 읊다(偶吟)
空門逃世日常開    절집은 세상 등졌지만 해는 늘상 떠서
秋葉春花歲月催    가을 낙엽 봄꽃으로 세월 재촉한다

012_0282_a_01L堂金鼓募緣文淸風堂金鼓慕緣文
012_0282_a_02L曉庵重修有功紀金海西林寺重修有
012_0282_a_03L工紀梵魚寺弊瘼條件記含弘堂金
012_0282_a_04L鼓重修有功記㝠府殿重修有功記
012_0282_a_05L魚寺大雄殿後佛幀畫慕緣文阿彌陀
012_0282_a_06L佛及釋迦世尊誕日募緣文獨聖閣剏
012_0282_a_07L建記千聖山內院庵長燈有功記
012_0282_a_08L魚寺㝠府殿重修募緣文元興房佛像
012_0282_a_09L長燈塗排募緣文東萊梵魚寺㝠府殿
012_0282_a_10L重修上樑文彌勒殿重修有功記
012_0282_a_11L魚寺元曉庵念佛募緣文龍華殿重修
012_0282_a_12L上樑文獅子庵法堂盖瓦募緣文
012_0282_a_13L訶寺佛事有功記摩訶寺大雄殿重修
012_0282_a_14L飜瓦有功記摩訶寺羅漢殿重修募緣
012_0282_a_15L大聖庵…募緣文壬午甲獻畓有
012_0282_a_16L功記宗契序新影奉安祝文送念
012_0282_a_17L上人瘼梵魚寺僧軍等狀

012_0282_a_18L

012_0282_a_19L1)

012_0282_a_20L登望金巖吟2)濱貧春人身

012_0282_a_21L
東南望際卽河濱浩蕩難憑眼不貧

012_0282_a_22L那得佳朋同會席長吟新句結遊春

012_0282_a_23L千枝巧舌翩翩鳥半日山陰去去人

012_0282_a_24L暫放塵心來此座名區如藥可輕身

012_0282_a_25L偶吟開催廻來埋

012_0282_a_26L
空門逃世日常開秋葉春花歲月催

012_0282_b_01L雲林磬落山初靜    구름 덮인 숲에 경쇠 소리 감돌자 산 고요한데
海國霜寒鴈幾廻    바닷가 찬 서리에 기러기는 몇 번이나 오갔나
先言落第多般惜    먼저는 낙제해서 여러 가지 아쉬웠지만
次喜遊笻三到來    다음에는 유람 기뻐하여 세 번이나 찾았다네
重九虛經惟昨日    중양절 헛되이 보낸 게 바로 어제인데
前峯石逕落楓埋    건너 봉우리 돌길은 떨어진 단풍에 묻혔구나
또 읊다(又吟)
萬人賦性素無知    우리들 타고난 성품 본디 아는 게 없나니
每閱賢經對宿師    늘 성현의 경전 보고 노련한 스승 대해야 하리
前去靑春多壯氣    예전에는 청춘이라 씩씩한 기운 많았지만
今來黃菊發幽思    지금은 국화 시절이라 깊은 생각 일으킨다오
客子尋眞山水樂    나그네 진경 찾아 산수를 즐기는 때에
征鴻催節歲華悲    가는 기러기 절기 재촉하며 세월 슬퍼하는데
如得金陵相放約    금릉金陵에서 서로 놓친 약속 지킬 수 있다면
先登鳳凰共吟詩    우선 봉황대鳳凰臺에 올라 함께 시를 읊으리라1)
또 읊다(又吟)
江天九月鴈南歸    강가에 9월 들어 기러기 남으로 돌아가니
萬戶寒砧共搗衣    집집마다 찬 다듬잇돌에 옷 다듬는 소리로다
石塔人來秋欲暮    돌탑에 사람들 오자 가을은 저물려 하고
霜林風動葉初飛    서리 내린 숲에 바람 불자 낙엽 날리는데
三更夜色憑樓見    3경 밤경치를 누대에 기대어 바라보니
一枕詩魂覔句稀    베갯머리 시혼詩魂이라 시구 찾기 쉽지 않네
憂樂中分間閱世    기쁜 일 슬픈 일에 파묻혀 세상살이 하느라
人情太半過前非    사람들 거의가 예전 잘못 다시 하는구나
탄식하며 읊다(歎吟)
自笑餘生爲此身    우습구나 남은 생을 이 몸 위해
營營紛走染於塵    아등바등 분주히 세속에 물들다니
唐音卷裏思無盡    당시唐詩 속에는 생각 끝이 없고
易典章中道不貧    『주역周易』 장구章句에는 도가 넉넉하다오
隔濶年光斦見友    오랜만에 기쁘게 친구를 만나니
雪寒▼(哭-犬/秝)柳又回春    찬 눈에 버들 날리는 봄 또 왔구나
半世縱能多面識    반평생에 낯을 익힌 사람들 많지만
獨吾知者其誰人    나만을 알아주는 이 그 누구일까
제야에 읊다(除夜吟)
雲開皓月共相冝    구름 걷히자 흰 달이 서로 잘 어울리고
四氣推遷政不違    사계절은 옮겨 가며 어긋나지 않는구나
三百六旬今去夜    삼백육십 일째 오늘 밤이 가고 나면
一年初日明來時    한 해의 초하루인 내일이 밝아오겠지
迎新送舊寧非喜    해를 맞고 보내는 일 어찌 기쁘지 않으랴
添齒加齡有所悲    한 살 더 나이 먹으니 슬퍼할 일이라네
守歲家家長不臥    새해 맞느라2) 집집마다 잠들지 못하나니
淨壇眞味㧾前期    정단淨壇에 올린 진미는 모두 앞날 기원일세
입춘에 읊다(立春吟)

012_0282_b_01L雲林磬落山初靜海國霜寒鴈幾廻

012_0282_b_02L先言落第多般惜次喜遊笻三到來

012_0282_b_03L重九虛經惟昨日前峯石逕落楓埋

012_0282_b_04L又吟知師思悲詩

012_0282_b_05L
萬人賦性素無知每閱賢經對宿師

012_0282_b_06L前去靑春多壯氣今來黃菊發幽思

012_0282_b_07L客子尋眞山水樂征鴻催節歲華悲

012_0282_b_08L如得金陵相放約先登鳳凰共吟詩

012_0282_b_09L又吟歸衣飛稀非

012_0282_b_10L
江天九月鴈南歸萬戶寒砧共搗衣

012_0282_b_11L石塔人來秋欲暮霜林風動葉初飛

012_0282_b_12L三更夜色憑樓見一枕詩魂覔句稀

012_0282_b_13L憂樂中分間閱世人情太半過前非

012_0282_b_14L歎吟身塵貧春人

012_0282_b_15L
自笑餘生爲此身營營紛走染於塵

012_0282_b_16L唐音卷裏思無盡易典章中道不貧

012_0282_b_17L隔濶年光斦見友雪寒▼(哭-犬/秝)柳又回春

012_0282_b_18L半世縱能多面識獨吾知者其誰人

012_0282_b_19L除夜吟宜違時悲期

012_0282_b_20L
雲開皓月共相冝四氣推遷政不違

012_0282_b_21L三百六旬今去夜一年初日明來時

012_0282_b_22L迎新送舊寧非喜添齒加齡有所悲

012_0282_b_23L守歲家家長不臥淨壇眞味㧾前期

012_0282_b_24L立春吟樓悠洲頭愁

012_0282_c_01L
杖屨無端獨坐樓    지팡이 짚고 공연히 누대에 홀로 앉으니
人情世態暗悠悠    인정과 세태는 암담하기 그지없구나
雪裏寒梅爭後圃    눈 속의 찬 매화는 뒤뜰에서 다투어 피고
雨中弱柳吐前洲    빗속의 여린 버들은 앞 모래섬에서 돋는데
晩出鳩鳴高樹上    저녁나절 비둘기는 높은 나무에서 울어대고
低飛鳥過短簷頭    낮게 나는 새는 짧은 처마를 지나가네
新年幸得兼春日    해가 바뀌고 다행히 봄날까지 되었기에
始覺此身頓遣愁    이 몸에 시름이 사라진 줄 이제야 알았다오
당률唐律에서 변邊 자를 얻고는 읊다(拈唐律得邊字吟)
近村閭及此山邊    가까운 시골 마을 이 산기슭에 맞닿아
斷崖春陂畓與田    가파른 봄 비탈에 오르니 논밭 펼쳐 있다
節到羣萌同冒雨    절기 바뀌자 초목들은 함께 비를 맞고
天明千戶遠生烟    날 밝아 오자 집마다 멀리 연기 솟는데
開窓庭下鳥三匝    창문 여니 뜨락에는 새들 날아다니고
坐石松間路一川    돌에 앉으니 소나무 사이로 길이 한 가닥
新歲風光那盡說    새해 풍광을 어찌 다 말하겠는가
滿窓書册足惺眠    창문 가득한 서책은 잠 깨기에 충분하구나
봄비(春雨)
人間庚午歲新成    인간 세상에 경오년 새해 되었는데
夜雨支離尙不晴    간밤 비는 지루하게 그치질 않는구나
積雪寒氷渾欲解    쌓인 눈과 찬 얼음 온통 녹으려 하고
軟塵纖草㧾歸平    진흙과 여린 풀 모두 잠기려 할 때
門前百處啼禽閙    문 앞 도처에 새소리 시끄러운데
海角千山春水生    바다 모퉁이 산마다 봄물 솟아오르네
細察羣萌如有意    뭇 새싹 들여다보니 뜻이 있는 듯
將何慰答此心情    무엇을 가지고 이 심정에 보답할까
본 고을 원님을 모시고(奉陪本倅)
卽上高峯下顧州    높은 봉우리에 올라 아래 고을 둘러보니
雲霞纈眼繞城頭    구름 노을 눈앞에 어른거리고 성을 둘렀다
苦愛山鍾留數夜    산사 종소리 몹시도 아껴 여러 밤 묵지만
却嫌喧管避紅樓    떠들썩한 피리 소리는 꺼려 기생집 피하시지
銅章自是功名客    동장銅章3)은 본래 공적과 명망 있는 나그네
瓶鉢無非淨寂流    병발瓶鉢4)은 청정 적멸한 무리 아님이 없네
休道今行爲物役    이번 행차 외물外物에 이끌려 왔다 하지 마오
中心蘊貯此中由    마음에 깊이 쌓인 게 여기에 온 이유로세
밀성蜜城 사군使君을 모시고(奉陪蜜城使君)
流形品物繞春城    온갖 사물 제 모양대로 봄 성을 둘렀는데
公退使君作此行    공무에서 물러난 원님께서 이곳 행차하셨네
輕絮吐絲陽氣動    버들개지 실을 토해 봄기운 일렁이고
虛樓上月夜華淸    빈 누대에 달 떠올라 밤꽃은 맑기도 하여라

012_0282_c_01L
杖屨無端獨坐樓人情世態暗悠悠

012_0282_c_02L雪裏寒梅爭後圃雨中弱柳吐前洲

012_0282_c_03L晩出鳩鳴高樹上低飛鳥過短簷頭

012_0282_c_04L新年幸得兼春日始覺此身頓遣愁

012_0282_c_05L拈唐律得邊字吟邊田烟川眠

012_0282_c_06L
近村閭及此山邊斷崖春陂畓與田

012_0282_c_07L節到羣萌同冒雨天明千戶遠生烟

012_0282_c_08L開窓庭下鳥三匝坐石松間路一川

012_0282_c_09L新歲風光那盡說滿窓書册足惺眠

012_0282_c_10L春雨成晴平生情

012_0282_c_11L
人間庚午歲新成夜雨支離尙不晴

012_0282_c_12L積雪寒氷渾欲解軟塵纖草㧾歸平

012_0282_c_13L門前百處啼禽閙海角千山春水生

012_0282_c_14L細察羣萌如有意將何慰答此心情

012_0282_c_15L奉陪本倅州頭樓流由

012_0282_c_16L
卽上高峯下顧州雲霞纈眼繞城頭

012_0282_c_17L苦愛山鍾留數夜却嫌喧管避紅樓

012_0282_c_18L銅章自是功名客瓶鉢無非淨寂流

012_0282_c_19L休道今行爲物役中心蘊貯此中由

012_0282_c_20L奉陪蜜城使君城行淸生名

012_0282_c_21L
流形品物繞春城公退使君作此行

012_0282_c_22L輕絮吐絲陽氣動虛樓上月夜華淸

012_0282_c_23L「詩」一字編者補入此詩題下附記五字
012_0282_c_24L本詩之韻字此下同{編}

012_0283_a_01L驛路文章來半世    역마驛馬 길5)에서 문장으로 반생을 살아온 그대
雲林瓶錫寄浮生    구름 덮인 숲에 병석瓶錫6)으로 뜬 생을 맡긴 나
奉拜今朝眞結社    오늘 아침 만나 인사하니 참다운 결사結社이나
居然對席愧詩名    갑자기 마주한 자리에 시인 이름 부끄럽소
봄비(春雨)
雲霧忽然繞石臺    구름과 안개 홀연 석대石臺를 두르고
海天春雨半空來    바닷가 마을에 봄비가 하늘에서 내린다
百樹靑靑應有樂    나무들은 푸릇푸릇 즐거움 누리는 듯
山河寂寂淨無埃    산하는 적막하고 티끌 없이 깨끗하누나
酬節莫如詩一句    계절을 즐기기에는 시만 한 게 없고
消愁何過酒三盃    근심 녹이는 데는 술 석 잔이면 충분하지
坡仙先我曾吟罷    소동파가 나에 앞서 시 읊은 일 있기에
晩到欲題但乏才    저물녘에 따라 짓고자 하나 재주 모자라네
벗을 만나 읊다(逢友人吟)
山空人寂月生時    사람 자취 고요한 빈산에 달 떠오를 때
北斗橫天夢欲依    하늘에 비낀 북두성에 꿈은 깊어지려 하누나
二十年光成往事    20년 세월 지난 일이 되었기에
尋常步就渺前期    무심히 걷노라니 다시 만날 기약 아득하지
泉流繞屋喧聲到    샘물이 집을 둘러 시끄러운 소리 들려올 적
遊子談詩燭影微    나그네의 시 얘기에 촛불 그림자 희미하여라
孤高夜會誠難再    고고한 밤 모임 진실로 다시 만나기 어려워
且挽伽倻催莫歸    가야伽倻를 만류하여 돌아가지 말라 재촉한다오
여러 날 술이 없고 또 문밖을 나서지 못해 이 시를 장난삼아 짓다(累日無酒亦不出門戲作此詩)
累日寂居最一難    여러 날 적적한 게 가장 어려운 일
况乎諸益不相看    더구나 여러 벗들 만나지 못함에랴
百草初生春亦早    온갖 풀 갓 돋아 봄도 아직 이른데
萬民同飽世皆安    만민은 동포라 세상 모두 편안하네
有酒冝開前歲興    술은 지난해의 흥 일으킬 만하지만
非詩無慰此心歡    시 아니면 이 마음 기뻐할 일 없지
深思天地間人事    천지간의 사람 일 깊이 생각해 보니
都是窮達來兩端    빈궁貧窮과 영달榮達이 함께 찾아오누나
병풍 그림을 읊다(吟畵屏)
數枝春色見梅花    봄빛 든 두서너 가지에 매화꽃 피어나고
一尾游魚疑白沙    헤엄치는 한 마리 물고기 흰 모래인 듯
有菊香來蜂欲觜    국화 향기 불어오니 벌은 꿀을 빨려 하고
不風雨處竹何斜    비바람 고요한데 대나무는 어찌 기울었나
絕竗冝題多士筆    절묘하게 글 지은 것은 선비들의 붓이요
巧粧全出畵翁家    고운 단장으로 온전히 그린 이는 그림쟁이라네
葡萄垂樹及蕉葉    포도는 나무에서 드리워져 파초에 닿았는데
又作叢林別爲佳    우거진 숲도 그려 내니 몹시도 아름답구나
육률陸律7)을 읽다가 한거자술閒居自述의 운에 따라 짓다(讀陸律拈閒居自述顏

012_0283_a_01L驛路文章來半世雲林瓶錫寄浮生

012_0283_a_02L奉拜今朝眞結社居然對席愧詩名

012_0283_a_03L春雨坮來埃盃才

012_0283_a_04L
雲霧忽然繞石臺海天春雨半空來

012_0283_a_05L百樹靑靑應有樂山河寂寂淨無埃

012_0283_a_06L酬節莫如詩一句消愁何過酒三盃

012_0283_a_07L坡仙先我曾吟罷晩到欲題但乏才

012_0283_a_08L逢友人吟時依期微歸

012_0283_a_09L
山空人寂月生時北斗橫天夢欲依

012_0283_a_10L二十年光成往事尋常步就渺前期

012_0283_a_11L泉流繞屋喧聲到遊子談詩燭影微

012_0283_a_12L孤高夜會誠難再且挽伽倻催莫歸

012_0283_a_13L累日無酒亦不出門戲作此詩
012_0283_a_14L難看安歡端

012_0283_a_15L
累日寂居最一難况乎諸益不相看

012_0283_a_16L百草初生春亦早萬民同飽世皆安

012_0283_a_17L有酒冝開前歲興非詩無慰此心歡

012_0283_a_18L深思天地間人事都是窮達來兩端

012_0283_a_19L吟畵屏花沙斜家佳

012_0283_a_20L
數枝春色見梅花一尾游魚疑白沙

012_0283_a_21L有菊香來蜂欲觜不風雨處竹何斜

012_0283_a_22L絕竗冝題多士筆巧粧全出畵翁家

012_0283_a_23L葡萄垂樹及蕉葉又作叢林別爲佳

012_0283_a_24L讀陸律拈間 [0] 居自述顏 [1] 眞身巾人貧

012_0283_b_01L
浮名如夢不成眞    부질없는 명성 꿈 같아 참되지 못하기에
靜室閒居只此身    고요한 방에 한가히 있는 건 단지 이 몸뿐
吹竹風聲喧笑語    대나무에 부는 바람 소리는 와글와글 웃음소리
滿門春氣襲衣巾    문에 가득한 봄기운은 의관에 스며 들어오누나
古木枯枝雙啄鳥    고목의 메마른 가지에 쪼아대는 두 마리 새
高樓終日獨吟人    높은 누대에는 종일토록 시 읊는 사람 하나
莫道今無忘世味    지금에 세상맛 잊은 이 없다고 하지 마오
積床新句未爲貧    책상에 쌓인 새로 지은 시구가 가난치 않으니
우연히 한거시閒居詩를 짓고 다음날 웃으면서 읽고는 따로 한 수를 읊다(偶作閒居詩明日笑而讀之別賦一首)
於焉昨日在兒童    어제까지만 해도 어린아이였는데
正値芳年三十時    이제는 꽃다운 나이 서른 살 되었구나
殘雪輕絲全拂柳    잔설에 버들가지는 온통 버드나무 흔들고
陽春細草暖生籬    봄볕에 여린 풀은 따뜻한 울타리에서 돋는다
盈科逝水催人事    웅덩이 채우고 가는 물은 농사일 재촉하고
不動靑山立性機    꼼짝 않는 청산은 성품의 기틀 세우누나
萬丈門前一古木    만 길 되는 문 앞의 한 그루 고목나무
風飄雨濕接天巍    바람에 날리고 비에 젖어 높이 하늘에 닿았다
광운 화상을 모시고(奉陪廣雲和尙)
雨餘物色倍初晴    비 내린 터라 보이는 경치 더욱 맑아
落絮開花摠旅情    지는 버들개지와 핀 꽃은 모두 나그네 마음
曲欄洽受烟霞濕    굽은 난간은 연하烟霞에 흠뻑 무젖고
別苑新看草樹生    뜨락에는 풀과 나무 새록새록 자란다오
藥社萍逢多歲月    약사藥社에서 부평처럼 만난 지 오래인데
雲庵雷別阻音聲    운암雲庵에서 갑작스런 이별에 소식 막혔던 터
安知千里南來錫    천 리 남쪽으로 올 줄 어찌 알았으리
談笑從容一座平    도란도란 얘기할 적 온 좌중이 평화롭다
흥을 달래며(遣興)
緣詩遊處每時良    시로 맺어 노니는 곳은 언제나 좋아
山日轉晴照小窓    산중 해 점차 맑아지며 작은 창 비춘다
春來幽興深如海    봄이 오니 그윽한 흥 바다처럼 깊어지고
洗去塵心淡似江    씻어 내니 속진 마음 강물처럼 맑아 오네
隨我百年猶有一    나를 평생 따르기로는 오직 너뿐이고
與人半世更無雙    남들과 반평생 짝 삼기로도 너 외에 없구나
推排不去如相覔    물리쳐도 떠나지 않으니 서로 찾는 듯
强致稚童欲買缸    아이 불러 술 한 단지 사오게 해야지
왕 선비에게 주다(贈王雅士)
常時無事傍林行    언제나 일이 없어 숲 곁으로 다니니
松塢竹溪一小程    소나무 언덕 대나무 계곡에 작은 길 났다
金井山靑依北屹    금정산은 푸르게 북쪽에 우뚝하게 솟았고
龍湖水白向東平    용호龍湖 물은 흰빛으로 동쪽 향해 펼쳐졌는데
半夜月明通憶夢    달 밝은 깊은 밤에 온통 꿈속에 생각하니
飛花何處不春城    꽃 날리는 어딘들 봄이 든 성城이 아니리오

012_0283_b_01L
浮名如夢不成眞靜室閒居只此身

012_0283_b_02L吹竹風聲喧笑語滿門春氣襲衣巾

012_0283_b_03L古木枯枝雙啄鳥高樓終日獨吟人

012_0283_b_04L莫道今無忘世味積床新句未爲貧

012_0283_b_05L偶作閒居詩明日笑而讀之別賦一
012_0283_b_06L童時籬機巍

012_0283_b_07L
於焉昨日在兒童 [1] 正値芳年三十時

012_0283_b_08L殘雪輕絲全拂柳陽春細草暖生籬

012_0283_b_09L盈科逝水催人事不動靑山立性機

012_0283_b_10L萬丈門前一古木風飄雨濕接天巍

012_0283_b_11L奉陪廣雲和尙晴情生聲平

012_0283_b_12L
雨餘物色倍初晴落絮開花摠旅情

012_0283_b_13L曲欄洽受烟霞濕別苑新看草樹生

012_0283_b_14L藥社萍逢多歲月雲庵雷別阻音聲

012_0283_b_15L安知千里南來錫談笑從容一座平

012_0283_b_16L遣興良窓江雙缸

012_0283_b_17L
緣詩遊處每時良山日轉晴照小窓

012_0283_b_18L春來幽興深如海洗去塵心淡似江

012_0283_b_19L隨我百年猶有一與人半世更無雙

012_0283_b_20L推排不去如相覔强致稚童欲買缸

012_0283_b_21L贈王雅士行程平城鳴

012_0283_b_22L
常時無事傍林行松塢竹溪一小程

012_0283_b_23L金井山靑依北屹龍湖水白向東平

012_0283_b_24L半夜月明通憶夢飛花何處不春城

012_0283_c_01L吟君詩罷居然坐    그대의 시 읽고는 우두커니 앉아 있으니
隔樹黃鶯盡日鳴    건너 숲에서 꾀꼬리만 하루 종일 우는구나
또(又)
竹錫草鞋晩作行    대지팡이에 짚신 신고 저물녘에 길을 나서니
落花芳草白雲程    꽃 지고 풀 향기로운데 길은 흰 구름에 덮였네
瀛洲何日過徐氏    어느 날에야 영주瀛洲에 사는 서씨를 방문할까8)
滄海傷心吊屈平    창해에서 상심하며 굴원屈原을 애도하노라
自別令君無喜地    당신과 헤어진 뒤로 기뻐할 자리 없더니만
得看新句罷愁城    새로 지은 시 보고 가슴 가득한 시름 그쳤지
士子眞工猶有進    선비인 당신 참으로 솜씨 좋아 진취함 있는 듯
願聞從後以文鳴    이후로는 문장으로 이름 떨치는 걸 듣고 싶소
동정추월9)洞庭秋月
洞庭秋色遠浮浮    동정호의 가을빛 저 멀리 아른거리는데
夜語孤舟卽渡頭    밤새 뱃전에서 얘기 나누노니 나루터에 닿았네
寒天白鷺無心去    찬 하늘에 해오라기는 무심히 날아가고
楓葉蘆花不厭遊    단풍잎 갈대꽃에 놀기 싫증나지 않는데
幾百騷人懷故國    그 얼마나 시인들은 고향 그리워했던가
三秋月夜感斯樓    가을 달밤 이 누대에 올라 감회에 젖는다오
萬古秦吳無限景    만고에 진秦과 오吳10)의 끝없는 풍경
西風付在杳難收    서풍에 부치나 아득하여 거두기 어렵구나
평사낙안平沙落鴈
節物驚人自有時    사람 놀라게 하는 계절 경치 절로 때 있나니
汀蘭秋菊繞藩籬    물가에 난초 피고 가을 국화는 울타리 둘렀다
燕含斜日東歸早    제비는 기운 해 머금고 동쪽으로 일찍 돌아가고
鷺立晴沙北去遲    백로는 맑은 모래에 섰다가 북쪽으로 더디 날아간다
浮沈雲影天邊遠    떴다 잠겼다 하는 구름 그림자 하늘가에 멀어지고
斷續鴻聲望裏悲    끊일 듯 이어지는 기러기 울음 바라보니 슬퍼지네
江田千里蒹葭白    강가에 펼쳐진 밭 천 리 길에는 갈대꽃 흰데
渺渺鄕音可難期    아득하고 아득한 고향 소식 기약하기 어렵구나
소상야우瀟湘夜雨
大江千里地形寬    큰 강은 천 리요 땅의 형세도 넓어
無限狂風波自瀾    끝없는 거센 바람에 파도 절로 이네
晩花片片相零岸    때 늦은 꽃 편편히 절벽에서 날리고
夜雨蕭蕭細滴冠    쓸쓸한 밤비 관冠에 부슬부슬 내리는데
爲問行人愁裏夢    묻거니 길 가는 사람 시름하는 꿈에
何如海客水中寒    바다 나그네여 물속 차가움 어떠한가
若得明旦天晴路    만일 내일 아침 떠나는 길이 맑다면
一身寄處自由閑    이 몸 가는 곳마다 절로 한가하리라
산시청람山市晴嵐
層巒怪石自成臺    층층 두른 괴이한 돌 절로 대臺를 이루어
中有孤村一市開    그 가운데 외딴 마을 한 고을로 열렸네
春天驟雨忙忙步    봄날 소낙비에는 바삐 걸음 재촉하고
晴日浮陽緩緩來    맑게 갠 날 햇살 아래 느릿느릿 걷지

012_0283_c_01L吟君詩罷居然坐隔樹黃鶯盡日鳴

012_0283_c_02L行程平城鳴

012_0283_c_03L
竹錫草鞋晩作行落花芳草白雲程

012_0283_c_04L瀛洲何日過徐氏滄海傷心吊屈平

012_0283_c_05L自別令君無喜地得看新句罷愁城

012_0283_c_06L士子眞工猶有進願聞從後以文鳴

012_0283_c_07L洞庭秋月浮頭遊樓收

012_0283_c_08L
洞庭秋色遠浮浮夜語孤舟卽渡頭

012_0283_c_09L寒天白鷺無心去楓葉蘆花不厭遊

012_0283_c_10L幾百騷人懷故國三秋月夜感斯樓

012_0283_c_11L萬古秦吳無限景西風付在杳難收

012_0283_c_12L平沙落鴈時籬遲悲期

012_0283_c_13L
節物驚人自有時汀蘭秋菊繞藩籬

012_0283_c_14L燕含斜日東歸早鷺立晴沙北去遲

012_0283_c_15L浮沈雲影天邊遠斷續鴻聲望裏悲

012_0283_c_16L江田千里蒹葭白渺渺鄕音可難期

012_0283_c_17L瀟湘夜雨寬瀾冠寒閑

012_0283_c_18L
大江千里地形寬無限狂風波自瀾

012_0283_c_19L晩花片片相零岸夜雨蕭蕭細滴冠

012_0283_c_20L爲問行人愁裏夢何如海客水中寒

012_0283_c_21L若得明旦天晴路一身寄處自由閑

012_0283_c_22L山市晴嵐坮開來廻才

012_0283_c_23L
層巒怪石自成臺中有孤村一市開

012_0283_c_24L春天驟雨忙忙步晴日浮陽緩緩來

012_0284_a_01L晩霞隨水山腰下    저녁노을은 물을 따라 산허리를 내려가고
乳鷰含泥屋墻廻    어미 제비는 진흙 물고 담장을 빙빙 도니
栽培萬物多新氣    온갖 사물 북돋는데 새로운 기운 많아
各得其情遂養才    각기 제 뜻 얻어 마침내 재질才質 기른다오
연사모종烟寺暮鍾
寺在白雲故絕塵    절은 흰 구름에 자리해 예부터 티끌 끊었는데
况乎蹲石自天眞    웅크린 돌 저절로 천진한 모습에랴
無端汀月登仙客    끝없는 물가 달빛에 나그네는 신선 되고
有限山村訪暮人    아담한 산골 마을에 저물녘 사람 찾네
江上艫歌同爲調    강가 뱃노래는 함께 곡조 이루고
烟邊鍾韻獨離鄰    안개 저편 종소리는 이웃 마을에 퍼지는데
歸程欲盡長餘景    돌아갈 길 끝나 가지만 남은 해 길어
日色水光別一新    햇빛에 비친 물빛만 유달리 새롭구나
강천모설江天暮雪
蒼江暮日雪多多    푸른 강물에 날 저물자 눈 펄펄 날리는데
萬樹梨花同着柯    나무마다 배꽃 핀 듯 가지가지 붙었구나
落木寒天愁鴈呌    낙엽 진 찬 하늘에 기러기 울음 시름겹고
歲窮漁客發行歌    한 해 끝에서 어부는 배따라기 부르는데
南北東西人絕路    동서남북 사방 길에 사람 자취 끊어지고
二三四五鷺停坡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백로는 둑에서 쉬고 있네
萍水旅情歸不得    부평초 같은 나그네 마음 돌아갈 수 없는데
來宵鄕夢此何心    밤마다 고향 꿈꾸니 이 무슨 마음이뇨
어촌낙조漁村落照
赫赫其光含碧空    찬란한 그 빛은 푸른 하늘 머금었는데
鶯聲燕語遠村中    꾀꼬리 제비 소리 먼 마을에서 들려온다
纔送春天微雨過    봄날을 보내자마자 보슬비 지나더니
卽看漁店夕陽紅    어촌 마을 바라보니 저녁노을 붉어라
是烏宜浴咸池水    이 해는 함지咸池의 물에 목욕하고11)
來曉逍遙若木風    새벽엔 약목若木의 바람에 소요하리라12)
黃昏欲訪前時路    황혼녘에 옛 시절 길을 찾고자 하니
近在人家半戶通    가까이 있는 마을 집들 반이나마 알겠노라
원포귀범遠浦歸帆
畫界千秋大海晴    그림 속 세계라 바다는 영원히 맑기만 한데
津頭野店但喧聲    나루터의 시골 주막에서는 떠들썩한 소리뿐
風送輕帆吳市遠    바람이 돛배를 보내나 오시吳市는 아득하고
雲連江水楚山平    구름이 강에 닿았으나 초산楚山은 가뭇없네
晴天歸鷺雲同白    맑은 하늘 돌아가는 백로는 구름같이 희고
急峽霜風花與明    험한 골짜기 서리 바람은 꽃과 함께 밝구나
寄言泛泛諸商子    두둥실 떠나가는 상인들에게 소식 부치지만
何處繫船欲問名    어느 곳에서 배를 대고는 이름을 물으려나
이른 봄에 지은 즉흥시(早春卽事)
雨後涸溪成小潭    비 온 뒤에 마른 계곡 작은 못 이루었는데
又看春雪自東南    다시 보니 봄눈이 동남쪽에서 불어오누나

012_0284_a_01L晩霞隨水山腰下乳鷰含泥屋墻廻

012_0284_a_02L栽培萬物多新氣各得其情遂養才

012_0284_a_03L烟寺暮鍾塵眞人鄰新

012_0284_a_04L
寺在白雲故絕塵况乎蹲石自天眞

012_0284_a_05L無端汀月登仙客有限山村訪暮人

012_0284_a_06L江上艫歌同爲調烟邊鍾韻獨離鄰

012_0284_a_07L歸程欲盡長餘景日色水光別一新

012_0284_a_08L江天暮雪多柯歌坡心

012_0284_a_09L
蒼江暮日雪多多萬樹梨花同着柯

012_0284_a_10L落木寒天愁鴈呌歲窮漁客發行歌

012_0284_a_11L南北東西人絕路二三四五鷺停坡

012_0284_a_12L萍水旅情歸不得來宵鄕夢此何心

012_0284_a_13L漁村落照空中紅風通

012_0284_a_14L
赫赫其光含碧空鶯聲燕語遠村中

012_0284_a_15L纔送春天微雨過卽看漁店夕陽紅

012_0284_a_16L是烏宜浴咸池水來曉逍遙若木風

012_0284_a_17L黃昏欲訪前時路近在人家半戶通

012_0284_a_18L遠浦歸帆晴聲平明名

012_0284_a_19L
畫界千秋大海晴津頭野店但喧聲

012_0284_a_20L風送輕帆吳市遠雲連江水楚山平

012_0284_a_21L晴天歸鷺雲同白急峽霜風花與明

012_0284_a_22L寄言泛泛諸商子何處繫船欲問名

012_0284_a_23L早春卽事潭南庵三談

012_0284_a_24L
雨後涸溪成小潭又看春雪自東南

012_0284_b_01L山淺溪聲聞下里    산의 얕은 개울물 소리 아래 마을에 들리고
樓虛磬韻度鄰庵    누대樓臺의 빈 경쇠 소리 이웃 암자로 건너가는데
詩葩晩嚼惟今日    아름다운 시 저물도록 맛보는 건 오직 오늘이요
酒好何多昔再三    좋은 술인들 어찌 예전의 두서너 잔 넘기겠는가
文墨於吾長爲益    글과 먹은 나에게 오랜 벗 되었기에
不知此外有淸談    이 밖에 청아한 이야기 있는 줄 모른다오
배움을 포기하고 생업으로 돌아가는 원元 상인上人에게 주다(贈元上人廢學歸產)
初爾中心欲學書    애초에 그대는 글 배우려 마음먹었는데
何探龍穴返餌魚    어찌 용혈龍穴을 찾아 낚싯밥으로 되돌아가느뇨
努力塵財縱有得    세속 재물은 애써 얻는 게 있더라도
焦燈攻玉本無餘    등불 켜고 옥 다듬으면 본래 남는 게 없다네
仙去蘇公從古道    신선 되어 떠난 소동파는 옛 도를 따랐지만
聒云金谷至今虛    떠들썩한 금곡원金谷園은 지금 폐허 되었도다13)
比如取土爲九仞    비유컨대 흙을 퍼서 아홉 길 산 만드는 일에
功乏一筐退步居    한 삼태기 부족하건만 물러서고 마는구나
아이에게 삭발을 권함(勸兒削髮)
懺除前愆臂燃燒    예전 허물 참회하여 없애기 위해 팔을 태우고
投佛初盟今立標    부처님께 투신한 첫 맹세를 지금 기치로 세워라
艶髮靑童惟此日    치렁치렁한 머리에 푸른 옷 입은 동자는 오늘뿐
異形緇服在明朝    내일 아침에는 머리 깎고 물들인 옷을 입으리라
處世求財長易沒    세상 살면서 재물 구하면 늘 쉽게 사라지지만
出家慕善實難肖    출가하여 선善 사모하면 진실로 없어지지 않으리
莫想歸寧兄與弟    부모와 형제 그리워 찾아볼 생각은 하지 말라
湼槃彼岸上迢迢    열반의 저 언덕은 오르기에 아득하고 아득하다
또(又)
無明草茂火難燒    무명초는 무성하여 불도 태우기 어려운데
圓覺山前一樹標    원각산圓覺山 앞에 나무 한 그루 드높이 솟았다
開花天地未分日    하늘과 땅이 나뉘지 않은 날에 꽃을 피우고
結果春秋不雨朝    봄가을 비 내리지 않는 때에 열매 맺으리라
色非靑白將何比    빛깔은 청백이 아니니 무엇으로 비유하며
高過千尋世絕肖    높이는 천 길이 넘으니 세상에 닮은 게 없구나
余今初入新童子    너는 이제 갓 들어온 새 동자이니
無刼無難欲折迢    시간과 고난 초월하여 높은 가지 꺾고자 하라
벼루(硯)
自作方塘生黑雲    저절로 생긴 네모난 못에 검은 구름 이는데
筆花一發動香薰    붓 꽃이 한번 피자 향기가 진동하네
片石他山宜琢玉    다른 산의 납작 돌은 옥 다듬을 만하니
皇城何日獲封君    황성皇城에서 어느 날 군주에 봉해지리오
若逢宋國子西手    만일 송宋나라 자서子西의 손길 만난다면14)
應入家藏千載云    집안의 소장품 되어 천년을 전하리라
爲軆非輕長且靜    몸체는 가볍지 않아 길고도 조용한데
壽之以歲可成欣    자손 대대로 전해져 기쁨 이룰 만하구나
나그네를 만나 주다(逢客相贈)

012_0284_b_01L山淺溪聲聞下里樓虛磬韻度鄰庵

012_0284_b_02L詩葩晩嚼惟今日酒好何多昔再三

012_0284_b_03L文墨於吾長爲益不知此外有淸談

012_0284_b_04L贈元上人廢學歸產書魚餘虛居

012_0284_b_05L
初爾中心欲學書何探龍穴返餌魚

012_0284_b_06L努力塵財縱有得焦燈攻玉本無餘

012_0284_b_07L仙去蘇公從古道聒云金谷至今虛

012_0284_b_08L比如取土爲九仞功乏一筐退步居

012_0284_b_09L勸兒削髮燒標朝肖迢

012_0284_b_10L
懺除前愆臂燃燒投佛初盟今立標

012_0284_b_11L艶髮靑童惟此日異形緇服在明朝

012_0284_b_12L處世求財長易沒出家慕善實難肖

012_0284_b_13L莫想歸寧兄與弟湼槃彼岸上迢迢

012_0284_b_14L燒標朝肖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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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明草茂火難燒圓覺山前一樹標

012_0284_b_16L開花天地未分日結果春秋不雨朝

012_0284_b_17L色非靑白將何比高過千尋世絕肖

012_0284_b_18L余今初入新童子無刼無難欲折迢

012_0284_b_19L雲薫君云欣

012_0284_b_20L
自作方塘生黑雲筆花一發動香薰

012_0284_b_21L片石他山宜琢玉皇城何日獲封君

012_0284_b_22L若逢宋國子西手應入家藏千載云

012_0284_b_23L爲軆非輕長且靜壽之以歲可成欣

012_0284_b_24L逢客相贈溪西低齊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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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客遊方度幾溪    먼 나그네 여행하느라 개울을 몇이나 건넜는가
北沈行色復東西    북쪽에 다니던 행색이 다시 동서로 가는구나
日寒春雪樓邊積    추운 봄날에 내리는 눈은 누대 가에 쌓여 가고
洞僻水聲階下低    외진 골짜기 물소리는 계단 아래로 잦아든다
交踈物我雖分別    사귐이 멀어지면 남이니 나니 분별도 하지만
道契霄壤摠入齊    도道만 맞으면 하늘과 땅이 모두 가지런해지지
相逢半日言未足    만난 지 반나절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는데
窓前獨鳥向誰啼    창 밖의 새 한 마리는 누굴 향해 우는 겐가
또(又)
春城昨日雨如絲    봄 온 성곽에 어제는 실비가 내리더니
節物初芽各有期    시절 사물 싹 트는 데 각기 때가 있구나
雪氣冷侵閒坐處    찬 눈기운은 한가히 앉은 자리에 스미고
鳥聲近和獨吟時    근처 새소리는 홀로 읊을 때 화답하네
遊情此夜燈前樂    이 밤 노니는 심정 등불 앞에서 즐겁지만
客子歸程夢裡悲    나그네 돌아가는 여정 꿈속에서 슬프다오
鵲噪今晨茅屋上    까치가 오늘 아침 초가지붕에서 울더니
詩朋適到政無違    시 친구 제때에 이르러 어김이 없구려
또(又)
雪餘山白歲新淸    눈 내린 뒤에 산 희어 한 해가 청신한데
洞僻水流心欲驚    골짜기 외져 흐르는 물에 마음 놀라네
暖衿春夢因霄得    따신 옷에 봄꿈 꾸는 건 하늘로 인해 얻고
亂壑松颼入戶鳴    어지러운 계곡 솔바람 소리는 문에서 우는데
早年不盡樽前句    젊을 적에 술잔 앞의 시구 다하지 못했기에
浮世無如逢處情    뜬세상에는 서로 만나는 정만 한 게 없구나
此地雖無傾酌趣    이곳에는 술잔 기울일 정취는 없으나
一場言笑罷愁城    한바탕 웃고 말하면 가득한 근심 그친다오
붓(筆)
字畫狂心執不斜    자획에 미친 마음 잡아도 기울지 않는데
靑蓮何代敢生花    청련靑蓮15)은 어느 시대에 꽃 피웠던가
幾番載姓毛頴族    몇 번이나 모영毛頴16) 족속에 성명 실었나
一半遺名翰墨家    반평생 글 쓰는 일로 이름을 남겼도다
官在中書云富貴    관직이 중서령中書令에 있으면 부귀하다 하고
身歸管邑少榮華    몸이 관읍管邑으로 돌아가면 영화가 적지
暮年解印田里歸    노년에 도장 끈 풀고 전원으로 돌아가니
退卧渾身衣可紗    집에 편히 누워 온몸에 깁 두를 만하구나
보름날 달구경(十五夜玩月)
海天明月上無遲    바닷가에 밝은 달 늦지도 않게 떠오르니
去見年相正不疑    지난해 본 모습인 줄 의심하지 않는다
淸光先照山高地    맑은 빛은 높은 산꼭대기 먼저 비추고
素魄偏宜日暮時    하얀 넋은 해 질 때가 더욱 좋지
滿輪睡兎長忘杵    보름달에 졸고 있는 토끼는 절구질 잊고
桂影遊娥堪詠詩    계수 그늘에 노는 항아는 시 읊을 만하다네
蟾宮絕勝銷塵累    섬궁蟾宮의 절경은 세속 허물 녹일 만하기에17)
此夜中心遠我私    이 밤 마음속에 사사로움 멀어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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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客遊方度幾溪北沈行色復東西

012_0284_c_02L日寒春雪樓邊積洞僻水聲階下低

012_0284_c_03L交踈物我雖分別道契霄壤摠入齊

012_0284_c_04L相逢半日言未足窓前獨鳥向誰啼

012_0284_c_05L絲期時悲違

012_0284_c_06L
春城昨日雨如絲節物初芽各有期

012_0284_c_07L雪氣冷侵閒坐處鳥聲近和獨吟時

012_0284_c_08L遊情此夜燈前樂客子歸程夢裡悲

012_0284_c_09L鵲噪今晨茅屋上詩朋適到政無違

012_0284_c_10L淸驚鳴情城

012_0284_c_11L
雪餘山白歲新淸洞僻水流心欲驚

012_0284_c_12L暖衿春夢因霄得亂壑松颼入戶鳴

012_0284_c_13L早年不盡樽前句浮世無如逢處情

012_0284_c_14L此地雖無傾酌趣一場言笑罷愁城

012_0284_c_15L斜花家華紗

012_0284_c_16L
字畫狂心執不斜靑蓮何代敢生花

012_0284_c_17L幾番載姓毛頴族一半遺名翰墨家

012_0284_c_18L官在中書云富貴身歸管邑少榮華

012_0284_c_19L暮年解印田里歸退卧渾身衣可紗

012_0284_c_20L十五夜玩月遲疑時詩私

012_0284_c_21L
海天明月上無遲去見年相正不疑

012_0284_c_22L淸光先照山高地素魄偏宜日暮時

012_0284_c_23L滿輪睡兎長忘杵桂影遊娥堪詠詩

012_0284_c_24L蟾宮絕勝銷塵累此夜中心遠我私

012_0285_a_01L
종이(紙)
會稽千年草滿庭    회계會稽에 나는 천년 풀이 뜰 안에 가득한데
諸生拔出帶佳聲    그대들은 그중 빼어나 아름다운 명성 띠었구나
曾在土中身厚重    흙 속에 있을 때에는 몸이 중후하더니만
今來人手性浮輕    지금은 사람들의 손에서 성품이 가볍다오
有時從我親玄笏    때로는 나에게 현홀玄笏18)을 직접 내리고
暇日懷朋到管城    여가에는 벗 그리워 관성管城19)에 이른다네
若使騷賓賴汝過    만일 시인들이 네 덕을 많이 입는다면
應無此世負生平    이 세상에 평생 등지는 일은 없으리라
먹(墨)
雖然黑質倍生輝    검은 재질은 더욱 광채를 발하지만
落地烟霞欲作飛    종이에 그려진 안개와 노을은 날려고 하지
初遇文人方識貴    처음 문인을 만나 귀함 알았지만
偏於武士用時稀    유독 무사에게는 쓰일 때가 드물다오
洗毫莫若硫黃酒    붓 씻는 데는 유황주硫黃酒만 한 게 없고20)
藏汝無過豹皮衣    너 담는 데는 표범 가죽이 제일이지
千年陳跡形奚去    천년 묵은 자취 형체는 어디로 가는가
四友之中結托依    문방사우에 결탁하고 의지한다네
신년에 취서 산인을 만나 읊다(新年逢鷲捿山人吟)
新年佳節奉春官    새해 아름다운 절기에 춘관春官을 모시고
呈帖詩歌日欲闌    시가첩詩歌帖 지어 드리노라 해가 저물려 하네
東山淑氣梅爭發    동쪽 산은 맑은 기운에 매화 다투어 피고
北郭冷光雪亦殘    북쪽 성곽은 찬 빛에 눈 아직 남아 있는데
收我閑情長寫軸    내 한가한 마음 거두어 길게 시축詩軸을 쓰고
解君愁色酒傾盤    그대 시름 안색 풀고자 술을 잔에 따르노라
偶會居然言笑久    우연히 만나 어느덧 말하고 웃은 지 오래
不知窓外晝猶寒    창밖에 날씨가 여전히 추운 줄도 모른다네
연적硯滴
中虛一物作幽捿    속 빈 한 물건에다 그윽한 곳 만드니
吐水雖微不讓溪    물 토하는 게 적지만 계곡물 못지않네
彷彿橘形身亦黑    감귤 모양을 닮았지만 몸은 또한 검고
依稀蟹甲口何低    게딱지인 듯 입은 어찌 밑에 달렸는가
無厭一人長獨愛    한 사람이 늘 아껴도 싫어하지 않는데
况嫌四友共相携    네 친구 함께 손잡는 걸 거리끼겠는가
本以陶家翁手出    본래 옹기 굽는 노인 손에서 나왔지만
多情隨我入詩題    다정하게 나를 따라 시 제목에 들었구나
입춘 지나 열흘이 넘도록 춥지 않은 날이 없던 차에 우연히 장구長句를 얻다(立春後經旬無日不寒偶得長句)
春立經春寒不歸    입춘에 봄 지나도 추위 물러가지 않아
小樓無語對山輝    작은 누대에서 말없이 산 빛을 마주한다
高樹風來羣到耳    높은 나무에 부는 바람 귓가에 몰아치고
近峯雪積冷侵衣    근처 봉우리 쌓인 눈에 찬 기운 스미는데

012_0285_a_01L庭聲輕城平

012_0285_a_02L
會稽千年草滿庭諸生拔出帶佳聲

012_0285_a_03L曾在土中身厚重今來人手性浮輕

012_0285_a_04L有時從我親玄笏暇日懷朋到管城

012_0285_a_05L若使騷賓賴汝過應無此世負生平

012_0285_a_06L輝飛稀衣依

012_0285_a_07L
雖然黑質倍生輝落地烟霞欲作飛

012_0285_a_08L初遇文人方識貴偏於武士用時稀

012_0285_a_09L洗毫莫若硫黃酒藏汝無過豹皮衣

012_0285_a_10L千年陳跡形奚去四友之中結托依

012_0285_a_11L新年逢鷲捿山人吟官闌殘盤寒

012_0285_a_12L
新年佳節奉春官呈帖詩歌日欲闌

012_0285_a_13L東山淑氣梅爭發北郭冷光雪亦殘

012_0285_a_14L收我閑情長寫軸解君愁色酒傾盤

012_0285_a_15L偶會居然言笑久不知窓外晝猶寒

012_0285_a_16L硯滴捿溪低携題

012_0285_a_17L
中虛一物作幽捿吐水雖微不讓溪

012_0285_a_18L彷彿橘形身亦黑依稀蟹甲口何低

012_0285_a_19L無厭一人長獨愛况嫌四友共相携

012_0285_a_20L本以陶家翁手出多情隨我入詩題

012_0285_a_21L立春後經旬無日不寒偶得長句
012_0285_a_22L輝衣微飛

012_0285_a_23L
春立經春寒不歸小樓無語對山輝

012_0285_a_24L高樹風來羣到耳近峯雪積冷侵衣

012_0285_b_01L九廻腸路多崎嶮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은 험한 곳 많기에
數首詩情入細微    여러 편 시정詩情이 슬며시 들어오누나
催人節物皆如此    사람 재촉하는 제철 풍경 모두 이 같은데
巧舌乳禽欲學飛    재잘대는 어린 새들 날갯짓 배우려 하네
염주念珠
百八團珠貫以絲    백여덟 개의 둥그런 구슬을 실에다 꿰어
手中默計送愁眉    손에서 묵묵히 세며 찌푸린 시름 보내네
乃至幾廻長不厭    몇 번이나 세어도 언제나 싫증 나지 않아
多於千遍亦無辭    천 번보다 많아도 역시 사양하지 않는다오
早知諸佛圓通去    제불諸佛께서 원통圓通21)에 가신 줄 일찍 알았다면
始覺惟吾相遇遲    내 만남이 늦은 줄 비로소 깨달았을 텐데
萬古僧家云道物    만고에 승가僧家의 도 깃들인 물건이라 하나
明心徹悟在何時    어느 때에 마음 밝혀 거침없이 깨달을까
부채(扇子)
捲舒在意拂高低    마음대로 접었다 펴고 높고 낮게도 흔드니
所以世多手中携    세상에서 많은 이들 들고 다니는 까닭일세
淸風正遇故人到    맑은 바람 바로 쐬면 벗이 찾아온 듯하고
盛暑先除酷吏迷    무더위에는 먼저 혹리酷吏22)의 미혹 없애지
與吾微物何生暖    나에게 미물이 어찌해 따뜻한 온기 내리오
隨節本心但出凄    계절을 따라 본마음에서 싸늘함만 나오네
不商炎天宜老子    찌는 듯한 여름은 늙은이에게 맞지 않기에
愛惜之情倍童兒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아이보다 배나 되네
검釰
埋在豊城射斗光    풍성豊城23)에 묻혀 두우성斗牛星에 광명 뿜어대니
歐冶巧成帶雪霜    구야歐冶24)가 솜씨 좋게 만들어 서릿발 띠었다
一驚荆軻秦朝去    형가荆軻를 깜짝 놀라게 하여 진나라로 떠나는데
曾過燕程易水長    연나라 경계 지날 때에 역수易水는 유장하였지
小能憐我橫繩斷    작은 재주는 자신 가련히 여겨 묶인 밧줄 끊지만
大果爲邦鯨賊當    큰 성과는 나라 위해서 큰 도적을 감당한다오
又云君子防身寶    또한 군자가 몸 방어하는 보배라 말하니
烈烈其華莫此强    매서워라 그 꽃이여 이보다 강한 게 없구나
베개(枕)
順去人情此莫如    사람의 마음 따르는 것 이만 한 게 없어
悠然共我數年居    유유히 나와 함께 여러 해 살았다네
只合淸宵閒結夢    맑은 밤에는 한가로이 꿈꾸기에 좋지만
不宜白日細論書    한낮에 글을 토론하기에는 마땅치 않지
睡處支頭疑有美    잠잘 땐 머리 괴어 아름다운 듯 여기고
醒來積案若爲踈    깨어선 상 위에 쌓아 소원한 듯 여긴다오
山空明月三更席    텅 빈 산에 달 밝은 한밤중 잠자리에서
世慮無窮賴爾除    세상 근심 끝없는데 네 덕분에 없애노라
승립僧笠
徒餙外形內實空    바깥 모양 일부러 꾸몄으나 속은 비었는데
綺紋織出手端中    교묘히 주름진 무늬 손끝에서 자아냈다

012_0285_b_01L九廻腸路多崎嶮數首詩情入細微

012_0285_b_02L催人節物皆如此巧舌乳禽欲學飛

012_0285_b_03L念珠絲眉辭遲時

012_0285_b_04L
百八團珠貫以絲手中默計送愁眉

012_0285_b_05L乃至幾廻長不厭多於千遍亦無辭

012_0285_b_06L早知諸佛圓通去始覺惟吾相遇遲

012_0285_b_07L萬古僧家云道物明心徹悟在何時

012_0285_b_08L扇子低携迷凄兒

012_0285_b_09L
捲舒在意拂高低所以世多手中携

012_0285_b_10L淸風正遇故人到盛暑先除酷吏迷

012_0285_b_11L與吾微物何生暖隨節本心但出凄

012_0285_b_12L不商炎天宜老子愛惜之情倍童兒

012_0285_b_13L光霜長當强

012_0285_b_14L
埋在豊城射斗光薛冶巧成帶雪霜

012_0285_b_15L一驚荆軻秦朝去曾過燕程易水長

012_0285_b_16L小能憐我橫繩斷大果爲邦鯨賊當

012_0285_b_17L又云君子防身寶烈烈其華莫此强

012_0285_b_18L如居書踈除

012_0285_b_19L
順去人情此莫如悠然共我數年居

012_0285_b_20L只合淸宵閒結夢不宜白日細論書

012_0285_b_21L睡處支頭疑有美醒來積案若爲踈

012_0285_b_22L山空明月三更席世慮無窮賴爾除

012_0285_b_23L僧笠空中弓翁窮

012_0285_b_24L
徒餙外形內實空綺紋織出手端中

012_0285_c_01L初宜行路纔遮面    길 갈 때에는 얼굴 가리기에 마땅하지만
偏碍着頭長射弓    머리에 쓰고 오래 활쏘기에는 거치적거리지
生平終老居山釋    평생 노년 마치도록 산에만 사는 승려
笠影何關垂釣翁    갓 그림자는 낚시하는 노인과 무슨 관계 있으랴
雖然如是猶餘恨    그렇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은 한이 있어
雨打風吹怨不窮    비 내리치고 바람 불면 원망이 끝없구나
첨沾 상인과 이별하며 주다(贈別沾上人)
二月東風細雨垂    2월 봄바람에 가랑비 내리는데
門前送別此心悲    문 앞에서 이별하니 내 마음 슬퍼진다
靑山岐路高低樹    푸른 산 갈림길의 높고 낮은 나무들
黃菊再逢早晩時    노란 국화 필 때 조만간 다시 만나세
自知節物三春半    계절은 석 달 봄이 반이나 지난 줄 알기에
最惜行情一杖遲    떠나는 정은 지팡이 더딘 게 못내 아쉽지
歸袖欲留君不住    돌아가는 길 만류하려 하나 그대 머물지 못하니
浮世吾人歎益其    덧없는 세상에 우리의 탄식만 더해지누나
점심에 우연히 읊다(午飯偶吟)
山後山前節物華    산 앞이나 뒤나 계절 사물 화려한데
滿庭奇草勝於花    뜰에 가득 기이한 풀은 꽃보다 아름답다
鵲舌茶香長活計    작설차 향기를 늘 삶의 계책으로 삼고
蕨芽菜味亦生涯    고사리순 나물 맛도 평생에 함께하리
海天淑氣當春見    바닷가 맑은 기운 봄이 되자 보이고
金井浮光半日斜    금정산金井山 뜬 빛은 반나절 만에 기우는구나
成眞獨坐空吟句    천성天性대로 홀로 앉아 공연히 시 읊으니
蘺竹依依羣噪鴉    우거진 대울타리에 까마귀들 울어댄다
소나무를 심다(種松)
手種稚松天氣淸    몸소 어린 소나무 심으니 하늘 맑은데
但聞隔樹鳥啼聲    건너 숲에는 새 우는 소리만 들려온다
只恐中間樵輩折    도중에 나무꾼이 자를까 염려되지만
那禁平日野人行    평소 시골 사람 다니는 걸 어찌 막으랴
志節絕殊凡草木    지조와 절개 일반 초목과 몹시도 달라
栽培宜在仲春城    봄 가득한 성안에서 재배하기에 알맞지
寄語驗生無復動    유생에게 말을 붙여도 꼼짝도 안 하기에
郭馳遺法我今迎    성곽 도는 유풍遺風 내가 지금 맞이한다오25)
의상대26)에서 아침 해를 읊다(義想臺朝日吟)
海天夜色啓明東    바닷가에 덮인 밤빛이 동쪽에서 밝아오니
擎出金盆日脚紅    황금 동이 들어 올리는 듯 햇살 붉어라
百谷水寒驚歲暮    온갖 계곡물 차서 저무는 한 해에 놀라고
千林葉盡見山空    숲마다 나뭇잎 떨어져 텅 빈 산을 바라보네
踆烏拂羽扶桑影    준오踆烏는 부상扶桑의 그림자에서 깃을 떨치고27)
織烏鼓翔若木叢    직오織烏는 약목若木의 떨기 위에 날아오르겠지28)
松靑臺屹人何去    솔 푸르고 누대 높은데 사람은 어디 갔나
廻首傷心不語中    말없이 고개 돌려 상심에 젖노라
계봉의 밝은 달(鷄峯明月)

012_0285_c_01L初宜行路纔遮面偏碍着頭長射弓

012_0285_c_02L生平終老居山釋笠影何關垂釣翁

012_0285_c_03L雖然如是猶餘恨雨打風吹怨不窮

012_0285_c_04L贈別沾上人垂悲時遲其

012_0285_c_05L
二月東風細雨垂門前送別此心悲

012_0285_c_06L靑山岐路高低樹黃菊再逢早晩時

012_0285_c_07L自知節物三春半最惜行情一杖遲

012_0285_c_08L歸袖欲留君不住浮世吾人歎益其

012_0285_c_09L午飯偶吟華花涯斜鴉

012_0285_c_10L
山後山前節物華滿庭奇草勝於花

012_0285_c_11L鵲舌茶香長活計蕨芽菜味亦生涯

012_0285_c_12L海天淑氣當春見金井浮光半日斜

012_0285_c_13L成眞獨坐空吟句蘺竹依依羣噪鴉

012_0285_c_14L種松淸聲行城迎

012_0285_c_15L
手種稚松天氣淸但聞隔樹鳥啼聲

012_0285_c_16L只恐中間樵輩折那禁平日野人行

012_0285_c_17L志節絕殊凡草木栽培宜在仲春城

012_0285_c_18L寄語驗生無復動郭馳遺法我今迎

012_0285_c_19L義想臺朝日吟東紅空叢中

012_0285_c_20L
海天夜色啓明東擎出金盆日脚紅

012_0285_c_21L百谷水寒驚歲暮千林葉盡見山空

012_0285_c_22L踆烏拂羽扶桑影織鳥鼓翔若木叢

012_0285_c_23L松靑臺屹人何去廻首傷心不語中

012_0285_c_24L鷄峯明月峯封松鍾從

012_0286_a_01L
天南寺北屹一峰    천남사 북쪽 한 봉우리 우뚝 솟았는데
千年無主白雲封    천년이나 주인 없이 흰 구름에 덮였네
秋葉轉飛新掃地    가을 잎 새로 비질한 땅에 굴러다니고
風琴亂響老枝松    바람 소리 늙은 솔가지에 요란히 우네
海上來明今夜月    바다 위에 오늘밤 달이 밝게 떠오르자
靜中聽送近山鍾    정적 속에 인근 산사 종소리 들리는데
金鷄啼罷成陳跡    닭 우는 소리는 그쳐 옛일이 되었지만
惟有仙禽常我從    학29)만 남아서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네
연사의 저녁 종소리(蓮社暮鍾)
名山無處不雲垂    명산에 구름 드리우지 않은 곳 없어
雨竹風松歲色追    비 맞은 대 바람 스치는 솔에 한 해가 저문다
不堪庭下寒花盡    뜨락에 국화 지는 것도 견디지 못하는데
况復窓前落木悲    창 앞에 낙엽 지는 슬픔을 견딜 수 있으랴
孤村明月鷄鳴夜    밝은 달 뜬 외로운 마을에 닭 우는 밤
蕭寺鍾聲日暮時    조용한 산사 종소리에 날이 저물어 갈 적
雖然驚罷黃昏夢    그건 그렇지만 황혼녘 꿈에서 놀라 깨니
賴此空門未寂之    이 공문空門에 의지했건만 마음 다잡지 못했구나
성암의 폭포(聖庵飛瀑)
別爲一局勢無微    다른 세계 이루기에 형세에 미약함 없어
俯瞰銀玲散作飛    아래 굽어보니 은빛 구슬 흩어져 날리네
靜裡寒聲來石壁    적막한 속 차가운 소리 석벽에 부딪치고
雨中雷吼動庵扉    빗속의 우렛소리 암자 사립문 흔드는데
日日緣何常作怒    날마다 무슨 일 때문에 늘 노여워하는가
時時不語大成威    어느 때고 말이 없지만 위엄 크게 이루네
廬山高瀑云今否    여산廬山의 높은 폭포 지금에는 없다 하지만
竚立長竿頓忘歸    장대같이 우뚝 서서 돌아갈 줄 모른다오
고당高堂의 낙조(高堂落照)
松茶一鉢味兼魚    솔잎차30) 한 사발에 생선 곁들여 맛보고는
卧睡行吟世念虛    누워 졸고 거닐며 읊조리니 세상 걱정 비었다
人間靜莫靑山過    인간 세상에는 푸른 산보다 조용한 곳 없고
天地明無白日如    하늘과 땅 사이에는 태양보다 밝은 것 없지
霜頭物色秋長去    서리 맞은 만물 빛에 가을은 멀리 떠나갔지만
雪裡梅情春又餘    눈 속에 핀 매화에는 봄이 오히려 넉넉하다네
回首斜輝何處是    머리 돌려 기우는 해 바라보니 이곳이 어디뇨
西庵禪伯客來初    서암西庵 선백禪伯에게 나그네 그제야 찾아왔다오
두령斗嶺에 돌아가는 구름(斗嶺歸雲)
天作神工一嶺高    하늘이 신묘한 솜씨 부려 높은 고개 만드니
老松啼鳥日相俱    늙은 소나무와 우는 새가 날마다 함께하네
名山常載子長史    명산은 늘 자장子長31)의 역사서 싣고 있으니
人世誰云宗少圖    인간 세상에 누가 종소宗少32)의 그림 말하리오
雲陰含雨從舒捲    구름은 어둑히 비 머금어 펴졌다 걷혔다 하고
樹影隨風光有無    나무 그림자 바람결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데
不知捨此歸何處    이곳 버리고 어디로 가려는지 알 수 없구나
海濶江淸想必扶    바다 넓고 강 맑으니 상상컨대 꼭 부상扶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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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南寺北屹一峰千年無主白雲封

012_0286_a_02L秋葉轉飛新掃地風琴亂響老枝松

012_0286_a_03L海上來明今夜月靜中聽送近山鍾

012_0286_a_04L金鷄啼罷成陳跡惟有仙禽常我從

012_0286_a_05L蓮社暮鍾垂追悲時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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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山無處不雲垂雨竹風松歲色追

012_0286_a_07L不堪庭下寒花盡况復窓前落木悲

012_0286_a_08L孤村明月鷄鳴夜蕭寺鍾聲日暮時

012_0286_a_09L雖然驚罷黃昏夢賴此空門未寂之

012_0286_a_10L聖庵飛瀑微飛扉威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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別爲一局勢無微俯瞰銀玲散作飛

012_0286_a_12L靜裡寒聲來石壁雨中雷吼動庵扉

012_0286_a_13L日日緣何常作怒時時不語大成威

012_0286_a_14L廬山高瀑云今否竚立長竿頓忘歸

012_0286_a_15L高堂落照魚虛如餘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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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茶一鉢味兼魚卧睡行吟世念虛

012_0286_a_17L人間靜莫靑山過天地明無白日如

012_0286_a_18L霜頭物色秋長去雪裡梅情春又餘

012_0286_a_19L回首斜輝何處是西庵禪伯客來初

012_0286_a_20L斗嶺歸雲高俱圖無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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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作神工一嶺高老松啼鳥日相俱

012_0286_a_22L名山常載子長史人世誰云宗少圖

012_0286_a_23L雲陰含雨從舒捲樹影隨風光有無

012_0286_a_24L不知捨此歸何處海濶江淸想必扶

012_0286_b_01L
미륵층암彌勒層岩
上與靑空更不低    위로 푸른 하늘에 견주어도 낮지 않아
全身彌勒果非迷    전신 미륵이라 함 과연 미혹한 말 아니구나
只有白雲來擁護    흰 구름만 와서 두르고 감싸니
更無他物敢依捿    다른 물건 의지하거나 깃드는 것 없다
覺樹春風當晩刼    각수覺樹에 봄바람 저녁나절에 불어오고
天燈明月照前溪    하늘 등불인 밝은 달 앞 시내 비추는데
暫放塵心瞻禮拜    속된 마음 잠시 놓고 우러러 예배하니
頓忘歸路日已西    돌아갈 길 까맣게 잊어 해는 벌써 기울었다
원님을 만나 읊다(逢倅吟)
春來淑氣日初淸    봄이 오니 맑은 기운에 해 비로소 밝은데
車客登臨路轉平    원님께서 올라 임하니 길이 차츰 평평해지네
樓虛長繞千年水    누대 비어 천년의 물이 길이 감돌고
夜靜猶聞萬籟聲    밤 고요하여 만뢰萬籟의 소리 들리는데
愛山支道無今世    산 사랑한 지도支道33)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耽句奚讓有此行    시 즐기는 해낭奚囊34)은 이번 행차에 있구나
顧我金魚雲樹味    우리 금어金魚를 돌아보니 운수雲樹의 맛이니35)
等閑誰與過餘生    한가하게 누구와 함께 남은 생을 보낼거나
또(又)
行盡石溪過眼初    발걸음 석계石溪에 다달아 둘러보니
水淸氷解見游魚    물은 맑고 얼음은 녹아 노니는 물고기 보이네
拜謁今筵迎白傅    지금 자리에서 배알하여 백부白傅36)를 맞이하니
從遊何處不匡廬    노니는 어느 곳인들 광려산匡廬山이 아니리오37)
靜宿孤庵仙分在    고요히 외딴 암자에 묵으니 신선의 연분 있고
暫忘民政世紛除    잠시 민정民政을 잊으니 속세의 어지러움 사라지네
物外逍遙閑自足    세상 밖에서 소요하여 한가로움 절로 넉넉한데
時與山僧話古書    때로 산승과 더불어 옛글에 대해 말씀하신다네
또(又)
白雲深處古庵懸    흰 구름 깊은 곳 오래된 암자 걸렸는데
中有甘泉味爽然    그 가운데 샘물 솟아 맛이 상쾌하구나
苔岩小篆微成字    이끼 낀 바위에 소전체小篆體 희미하고
絕頂孤松不記年    산마루 외로운 소나무는 나이 알 수 없는데
講席癯僧營後刼    강석講席에 야윈 스님은 후겁後刼을 꾀하지만
畵龍諸佛夢先天    그림 속 용과 부처님들 선천先天을 꿈꾸지
偶迎方外淸遊客    우연히 속세의 청유객淸遊客을 맞이하여
奉宿禪房結淨緣    선방에 묵게 하고 깨끗한 인연 맺는다오
우연히 읊다(偶吟)
天淨風和淑氣多    하늘 맑고 바람 온화해 화창한 기운 많기에
行吟澤畔踏淸沙    못가 거닐며 읊조리고 깨끗한 모래 밟는다네
鳥鳴春日酬佳節    새들은 봄날 노래하며 좋은 절기에 보답하고
風送梅香入賦歌    바람은 매화 향기 보내어 노래 속에 들어오네
解氷極浦魚新躍    얼음 풀린 아득한 포구에 물고기 뛰어오르고
綠柳孤洲水自波    버들 푸른 외딴 모래섬에 물결 절로 이는구나

012_0286_b_01L彌勒層岩低迷捿溪西

012_0286_b_02L
上與靑空更不低全身彌勒果非迷

012_0286_b_03L只有白雲來擁護更無他物敢依捿

012_0286_b_04L覺樹春風當晩刼天燈明月照前溪

012_0286_b_05L暫放塵心瞻禮拜頓忘歸路日已西

012_0286_b_06L逢倅吟淸平聲行生

012_0286_b_07L
春來淑氣日初淸車客登臨路轉平

012_0286_b_08L樓虛長繞千年水夜靜猶聞萬籟聲

012_0286_b_09L愛山支道無今世耽句奚讓 [1] 有此行

012_0286_b_10L顧我金魚雲樹味等閑誰與過餘生

012_0286_b_11L初魚廬除書

012_0286_b_12L
行盡石溪過眼初水淸氷解見游魚

012_0286_b_13L拜謁今筵迎白傅從遊何處不匡廬

012_0286_b_14L靜宿孤庵仙分在暫忘民政世紛除

012_0286_b_15L物外逍遙閑自足時與山僧話古書

012_0286_b_16L懸然年天緣

012_0286_b_17L
白雲深處古庵懸中有甘泉味爽然

012_0286_b_18L苔岩小篆微成字絕頂孤松不記年

012_0286_b_19L講席癯僧營後刼畵龍諸佛夢先天

012_0286_b_20L偶迎方外淸遊客奉宿禪房結淨緣

012_0286_b_21L偶吟多沙歌波何

012_0286_b_22L
天淨風和淑氣多行吟澤畔踏淸沙

012_0286_b_23L鳥鳴春日酬佳節風送梅香入賦歌

012_0286_b_24L解氷極浦魚新躍綠柳孤洲水自波

012_0286_c_01L此時遊賞還無算    이러한 때 놀며 구경하는 일은 셀 수 없기에
座上詩仙問若何    자리 함께한 시선詩仙에게 어떤지 묻는다네
문文 선비가 귀녕歸寧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文雅士歸寧)
此去誰云禮數非    이번 걸음 누가 예법 아니라 하리오
送君無賴覔芳菲    그대 보내고 의지할 데 없어 꽃향기 찾는다
莫持別句摧前路    이별시 가지고 가며 앞길 재촉하지 마시게
乍唱離歌雨欲霏    이별 노래 부르자마자 비 흩날리려 하나니
靑春嬌態花開樹    푸른 봄 아리따운 자태에 꽃은 나무에 피고
釋子閑情月滿扉    승려 한갓진 마음에 달 사립문에 가득하구나
不知故宅曾何處    옛날 살던 집 어느 곳에 있는 줄 모르는데
只恐山雲逐後飛    단지 산 구름이 뒤를 쫓아 날아갈까 염려되오
봄밤에 가야산의 빈자리를 탄식하다(春夜歎伽倻虛席)
春溪處處水聲連    봄 계곡에 곳곳마다 물소리 연이어 들리는데
半夜懷朋誰我先    깊은 밤 벗 그리는 마음 누가 나보다 앞설까
詩情入定初疑佛    시정詩情으로 선정禪定 드니 애당초 부처에 비기고
世事無心豈讓仙    세상일에 마음 없으니 어찌 신선이 아니리오
星河近壓山東地    은하수는 산 동쪽 땅을 가까이 내리 누르고
斗室高懸海北天    작은 집은 바다 북쪽 하늘에 높이 매달려 있는데
蘭波詞伯沽樽到    아름다운 사백詞伯에게 술을 사서 당도하니
只恨伽倻上界眠    가야산 상계上界에서 잠들어 있으니 못내 아쉽구나
연향宴享이 떠나지 않는 것을 탄식하다(歎宴享不去)
今日經營有異同    오늘 일을 경영하는 것에 다름이 있어
但聞傳語對山空    전하는 말만 듣고 빈산을 마주했다
春蕨新生歌菜婦    봄 고사리 돋아나자 나물 뜯는 아낙 노래하고
花林初蜜見樵翁    꽃나무 향기 풍기자 땔나무 하는 노인 보이는데
會合非詩心莫展    만남에 시詩가 아니면 마음을 펴지 말고
吟哦無酒興難通    시 읊는 일에 술 없으면 흥이 나지 않지
潛跡雲川忘甲子    구름과 냇물에 자취 잠겨 세월 잊으니
野人麥秀報年豊    촌사람들 보리 피었다고 풍년을 알리는구나
고목古木
連空古木覆山家    하늘에 맞닿은 고목 산에 있는 집을 뒤덮어
風雨其魔影欲斜    비바람에 마귀인 듯 그림자 기울려 하네
軟綠居然疑結果    초록빛 들고 어느새 열매 맺으려 해도
老枝寂寞不生花    늙은 가지는 적막하여 꽃도 피우지 않는다
葉陰逢雪何先落    잎 무성해도 눈 내리면 어찌하여 먼저 지고
春澤無私最晩芽    봄비는 사심 없는데 가장 늦게 싹트는가
喜汝天年猶在此    네가 천수 누려 여전히 예 있음 기뻐하나니
若當郊國可作車    나라에서 교제郊祭 지낼 때 수레 만들 만하구나
늦봄(暯春)
靜中覔句不成諧    고요한 속에 시구 찾아도 이루지 못해
世念詩情次第來    세상 걱정과 시정詩情이 차례로 오가네
長端草皆依造化    길고 곧은 풀은 모두 조화옹造化翁에 의지하고
靑紅花是借元才    푸르고 붉은 꽃은 으뜸가는 재주 빌리지

012_0286_c_01L此時遊賞還無算座上詩仙問若何

012_0286_c_02L送文雅士歸寧非菲霏扉飛

012_0286_c_03L
此去誰云禮數非送君無賴覔芳菲

012_0286_c_04L莫持別句摧前路乍唱離歌雨欲霏

012_0286_c_05L靑春嬌態花開樹釋子閑情月滿扉

012_0286_c_06L不知故宅曾何處只恐山雲逐後飛

012_0286_c_07L春夜歎伽倻虛席連先仙天眠

012_0286_c_08L
春溪處處水聲連半夜懷朋誰我先

012_0286_c_09L詩情入定初疑佛世事無心豈讓仙

012_0286_c_10L星河近壓山東地斗室高懸海北天

012_0286_c_11L蘭波詞伯沽樽到只恨伽倻上界眠

012_0286_c_12L歎宴享不去同空翁通豊

012_0286_c_13L
今日經營有異同但聞傳語對山空

012_0286_c_14L春蕨新生歌菜婦花林初蜜見樵翁

012_0286_c_15L會合非詩心莫展吟哦無酒興難通

012_0286_c_16L潛跡雲川忘甲子野人麥秀報年豊

012_0286_c_17L古木家斜花芽車

012_0286_c_18L
連空古木覆山家風雨其魔影欲斜

012_0286_c_19L軟綠居然疑結果老枝寂寞不生花

012_0286_c_20L葉陰逢雪何先落春澤無私最晩芽

012_0286_c_21L喜汝天年猶在此若當郊國可作車

012_0286_c_22L暯春諧來才開哀

012_0286_c_23L
靜中覔句不成諧世念詩情次第來

012_0286_c_24L長端草皆依造化靑紅花是借元才

012_0287_a_01L心傷春暮門空閉    봄 저무는 게 슬퍼 문 공연히 닫았지만
庵入碧林路亦開    암자는 푸른 숲에 들어 산길은 그래도 열렸구나
鳥鳴竟日歌相嗄    새들은 하루 종일 노래하느라 목쉬었는데
細聽餘音若有哀    여운에 귀 기울이니 슬픈 일 있는 듯하여라
까치집(鵲巢)
枝作棟樑羽作衣    나뭇가지를 동량棟樑 삼고 깃털을 이불 삼아
平生噪語弄山暉    평생 떠들썩한 소리로 산 빛을 희롱한다오
試問翺翔隨處在    묻노니 이곳저곳 어디든 날아다니면서
如何捿息向東扉    어찌하여 동쪽 사립문에 깃들여 사는가
且莫老鴉豪奪取    늙은 까마귀야 부디 얕보아 빼앗지 마라
只憐稚鵲乍低飛    어린 까치 졸지에 나직이 나는 게 가엾구나
紛紛汝亦緣何事    네 어찌 그리 분분히도 무슨 일 하느라
朝出支離暮欲歸    아침에 나가 지루하게 저물녘에 돌아오려 하느뇨
용 그림(畫龍)
五彩玲瓏帶墨香    다섯 가지 빛깔 영롱하여 먹 향기 띠었건만
元居水故忽淸涼    원래 물에 살기에 홀연 맑고도 서늘하네
胸藏雲雨神難測    가슴엔 비구름 담아 신묘함 예측하기 어렵고
身佩靈珠化未央    몸엔 신령스런 구슬 차서 조화 다함이 없다네
細鱗萬點猶全質    가는 비늘 1만 점은 온전한 바탕 꾀함이요
蒼鬂千莖更本光    푸른 수염 1천 가닥은 본래 빛을 더함이지
超然將有㥄霄意    초연히 하늘 놀라게 할 뜻 가지고 있기에
屈曲尾毛故不張    꼬리 구불구불 굽히고 일부러 펴지 않는다오
늦봄에 해룡당을 만나(晩春逢海龍堂)
春想如絲不記端    봄 생각 실낱같이 끝을 알 수 없기에
謾將詩卷日相看    부질없이 시집 가지고 다니며 날마다 본다네
深苑花落愁節去    깊은 동산에 꽃 지니 계절 가는 걸 근심하고
絮衣猶著怕天寒    솜옷 아직도 입으니 추워질까 걱정이라
俄過松林朝露濕    소나무 숲 속 지나자마자 아침 이슬에 젖고
更登高處眼明寬    높은 곳에 다시 오르자 눈이 밝고 훤한데
與君翰墨逢遊地    그대와 시 짓고자 유람지에서 만나니
言入淸閒意未闌    말은 맑고 한가롭고 뜻은 막힘이 없구려
사산史山을 만나 읊다(逢史山吟)
海寺相逢共訪眞    해인사에서 만나 함께 신선을 방문하느라
一宵同宿話前因    하룻밤 같이 묵으며 옛날 인연 이야기한다
高峽春心花發樹    높은 골짜기에 봄 들어 나무에서 꽃피고
江城雲影雨沾塵    강가 성에 구름 드리워 비는 티끌 적시는구나
負笈曾年親承誨    책 상자 지고 예전에 친하게 가르침 받았는데
路分今日各捿身    가는 길 나뉘어 지금은 각기 몸을 맡겼다오
倘非此念緣詩得    이런 생각 시를 인연하여 얻은 게 아니라면
對坐樽前笑語新    술동이 앞에 마주앉아 담소할 일 새롭겠지
통도사 시를 차운하다오언시(次通度韻 五言)
古寺黃昏地      옛 절 황혼이 드리운 땅에
明月入山齋      밝은 달이 산중 집에 든다

012_0287_a_01L心傷春暮門空閉庵入碧林路亦開

012_0287_a_02L鳥鳴竟日歌相嗄細聽餘音若有哀

012_0287_a_03L鵲巢衣暉扉飛歸

012_0287_a_04L
枝作棟樑羽作衣平生噪語弄山暉

012_0287_a_05L試問翺翔隨處在如何捿息向東扉

012_0287_a_06L且莫老鴉豪奪取只憐稚鵲乍低飛

012_0287_a_07L紛紛汝亦緣何事朝出支離暮欲歸

012_0287_a_08L畫龍香凉央光張

012_0287_a_09L
五彩玲瓏帶墨香元居水故忽淸涼

012_0287_a_10L胸藏雲雨神難測身佩靈珠化未央

012_0287_a_11L細鱗萬點猶全質蒼鬂千莖更本光

012_0287_a_12L超然將有㥄霄意屈曲尾毛故不張

012_0287_a_13L晩春逢海龍堂端看寒寬闌

012_0287_a_14L
春想如絲不記端謾將詩卷日相看

012_0287_a_15L深苑花落愁節去絮衣猶著怕天寒

012_0287_a_16L俄過松林朝露濕更登高處眼明寬

012_0287_a_17L與君翰墨逢遊地言入淸閒意未闌

012_0287_a_18L逢史山吟眞因塵身新

012_0287_a_19L
海寺相逢共訪眞一宵同宿話前因

012_0287_a_20L高峽春心花發樹江城雲影雨沾塵

012_0287_a_21L負笈曾年親承誨路分今日各捿身

012_0287_a_22L倘非此念緣詩得對坐樽前笑語新

012_0287_a_23L次通度韻五言齋懷涯階

012_0287_a_24L
古寺黃昏地明月入山齋

012_0287_b_01L難結還鄕夢      귀향하는 꿈 맺기 어려워
不堪爲客懷      나그네 회한 견디지 못하지
溪聲疑海角      계곡 물소리는 바닷가인 듯
斗鼓倒天涯      북소리는 하늘 끝에 닿는데
庵空人轉宿      빈 암자의 사람 잠 못 들고
虫語繞閒階      풀벌레 소리 빈 섬돌 두른다
용호龍湖 내문乃文에게 주다(贈龍湖乃文)
靑山寂寂捲簾時    푸른 산 적적하여 주렴 걷어 올릴 때
逝水流年兩暗馳    가는 물 흐르는 세월은 둘 다 몰래 달리지
四月鶯歌長夏早    4월에 꾀꼬리 우니 긴 여름에는 이르건만
一樓詩曲故人遲    누대에서 시 읊자니 벗은 더디 오는구려
幾望江天勞夜夢    얼마나 강가 바라보며 애달피 꿈꾸었던가
幸因雲鴈寄單辭    높이 나는 기러기에 인사말 부친다오
遙想轉深何處寫    먼 그리움 깊어만 가니 어느 곳에 쏟을거나
在傍文日爲傾巵    곁의 내문에게 날마다 술잔 기울이노라
초여름에 우연히 읊다(初夏偶吟)
訪林隨水坐溪邊    숲 찾고 물 따라 개울가에 앉아서
笑語風流繼古賢    담소 나누며 풍류 즐겨 옛 현인 잇는다
葉惟逢夏補虛地    잎은 여름 만나 빈 땅을 뒤덮고
花亦經春飛石筵    꽃도 봄 지나자 돌 자리에 날리는데
平時恨少追遊日    평소에 따라 노닐 날 적어 한탄했건만
佳節無多唱和篇    좋은 계절에도 주고받은 시 많지 않구나
却喜呼朋千萬鳥    기쁘게 벗 부르는 천만 마리 새들
雙雙同下夕陽天    쌍쌍이 노을 진 하늘에서 내려오누나
운산에서 미인과 이별하며(雲山別美人)
雲深樹蜜鳥空飛    구름 깊고 울창한 숲에 새들 공연히 나는데
所憶伊人何處歸    마음에 담은 그대는 어느 곳으로 돌아가느뇨
黃昏初擬百年約    황혼녘에는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하더니
白晝偏憐中道違     낮이 되자 도중에 어긋나니 몹시 서운토다
客裏傷心如我小    객지에서 나처럼 마음 아파하는 이도 적고
人間殊愛似君稀     인간에서 너처럼 남달리 사랑하는 이도 드물지
不堪惆悵山一望    슬픔 견디지 못해 산만 하염없이 바라보니
高峽松梢露濕衣     고갯마루 소나무에 맺힌 이슬 옷을 적시는구나
금파에게 부치다(寄錦坡)
十五年童帶價聲    열다섯 아이 때에 값나간다는 소문을 띠어
場中聞道擅才名    도량에서 도를 듣고 재주와 이름 날렸다네
臨離留約來叙舊    이별할 때 언약 남겨 옛정 펴자고 하더니
到此負盟何不行    지금껏 맹세 저버리고 어찌 행하지 않는가
幾看初識甘如蜜    처음 알 때 꿀처럼 단 줄 얼마나 보았던가
未見終交水若淸    끝내 사귀매 물처럼 맑음을 보지 못하겠네
冒雨蘭坡當暮到    비 무릅쓰고 난초 언덕 저물녘에 당도하여
忽憑史海憶君生    문득 사해史海에 기대니 그대 그리움 이네
나그네를 만나 읊다(逢客吟)

012_0287_b_01L難結還鄕夢不堪爲客懷

012_0287_b_02L溪聲疑海角斗鼓倒天涯

012_0287_b_03L庵空人轉宿虫語繞閒階

012_0287_b_04L贈龍湖乃文時馳遲辭巵

012_0287_b_05L
靑山寂寂捲簾時逝水流年兩暗馳

012_0287_b_06L四月鶯歌長夏早一樓詩曲故人遲

012_0287_b_07L幾望江天勞夜夢幸因雲鴈寄單辭

012_0287_b_08L遙想轉深何處寫在傍文日爲傾巵

012_0287_b_09L初夏偶吟邊賢筵篇天

012_0287_b_10L
訪林隨水坐溪邊笑語風流繼古賢

012_0287_b_11L葉惟逢夏補虛地花亦經春飛石筵

012_0287_b_12L平時恨少追遊日佳節無多唱和篇

012_0287_b_13L却喜呼朋千萬鳥雙雙同下夕陽天

012_0287_b_14L雲山別美人飛歸違稀衣

012_0287_b_15L
雲深樹蜜 [1] 鳥空飛所憶伊人何處歸

012_0287_b_16L黃昏初擬百年約白晝偏憐中道違

012_0287_b_17L客裏傷心如我小人間殊愛似君稀

012_0287_b_18L不堪惆悵山一望高峽松梢露濕衣

012_0287_b_19L寄錦坡聲名行淸生

012_0287_b_20L
十五年童帶價聲場中聞道擅才名

012_0287_b_21L臨離留約來叙舊到此負盟何不行

012_0287_b_22L幾看初識甘如蜜未見終交水若淸

012_0287_b_23L冒雨蘭坡當暮到忽憑史海憶君生

012_0287_b_24L逢客吟深林心砧吟

012_0287_c_01L
千年古寺白雲深    천년 옛 절에 흰 구름만 깊은데
暮磬一聲始過林    저물녘 경쇠 소리 숲을 건너간다
無情山雨垂簾角    무정한 산비는 추녀 끝에 드리우고
隨節溪花映水心    계절 따라 계곡의 꽃은 수면에 어리는데
人似黃鶯來夏日    사람은 꾀꼬리같이 여름에 찾아왔건만
僧愁白鴈話秋砧    승려는 기러기 근심에 가을을 이야기하지
數句前詩猶未盡    앞에 놓인 몇 줄 시조차 다 짓지 못해
書窓相對更長吟    서재 창가 바라보며 다시 길게 읊는다오
또(又)
舊交有約入山樓    옛 친구와 약속 있어 산 누각에 드니
黃鳥如情噪屋頭    꾀꼬리도 정이 있는 듯 지붕에서 시끄럽다
萬樹鳴蟬初報夏    나무마다 우는 매미 이제 여름을 알리고
三庚涼雨忽疑秋    삼복더위에 서늘한 비 문득 가을인 듯하여라
莫言逢處今朝樂    만나는 자리인 오늘 아침 즐겁다 말라
其奈離筵明日憂    이별의 자리인 내일 근심 어찌 감당하리
所望錦坡今不到    기다리던 금파錦坡는 이제 오지 않으니
相思餘外更何求    서로 그리는 밖에 다시 무엇 구하리오
단오端午
山溪脉脉樹連坡    산 계곡 구불구불 나무는 비탈에 자라는데
岸柳陰陰風送絲    언덕에 버들 우거져 바람이 버들개지 보내온다
詩興半隨春去日    시흥詩興의 반은 봄날 따라 가 버리고
賞心餘在夏來時    경치 구경하는 마음은 벌써 여름에 들어섰다
芳草鶯歌聞已早    방초에 꾀꼬리 노래는 너무도 일찍 들렸는데
落花蟬聲太何遲    떨어진 꽃에 매미소리는 어찌 그리도 늦은가
楚國忠魂今有否    초나라의 충성스러운 혼은 지금도 있는가38)
湘江流水浩無期    상강湘江의 흐르는 물 드넓어 만날 기약 없구나
아침밥(晨炊)
上方曉日磬聲淸    산사에 새벽 해 돋고 경쇠 소리 맑으니
疑若法王宿化城    법왕님께서 화성化城에 머무신 듯하오
誦佛老僧新入定    불경 외는 노승은 새로이 선정에 들고
負薪童子睡何驚    땔나무 하는 동자 졸다 어찌 놀라는가
莫言齋飯佳香味    절간 밥이 향기롭고 맛있다 하지 말라
且憶農夫辛苦情    농부들의 고생하는 심정도 생각해야지
深厨人靜炊烟歇    깊은 부엌에 인적도 없고 연기도 그쳐
空鉢龍藏水盈盈    빈 발우에는 용이 잠겨 물만 찰랑찰랑
성암에서 우연히 만나다(聖庵偶會)
翩翩黃鳥過雲城    펄펄 나는 꾀꼬리 구름 성城을 지나가고
細雨鳴鳩初報晴    가랑비에 우는 비둘기 날씨 갤 때 알린다
舊識相逢言一笑    옛 친구와 만나 말하고 한바탕 웃으니
高庵客到磬三聲    높은 암자에 손님 왔다 경쇠 세 번 울리는데
緣詩傾酌無非興    시 짓느라 술잔 기울이니 흥겹지 않은 일 없고
對月懷人不斷情    달 보며 사람 그리워하니 정이 끊이지 않는구려
邂逅風流誠有數    풍류를 만남에는 진실로 운수 있으니
淸遊何過此平生    맑은 노닒 이 평생에 몇 번이나 지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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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年古寺白雲深暮磬一聲始過林

012_0287_c_02L無情山雨垂簾角隨節溪花映水心

012_0287_c_03L人似黃鶯來夏日僧愁白鴈話秋砧

012_0287_c_04L數句前詩猶未盡書窓相對更長吟

012_0287_c_05L樓頭秋憂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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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交有約入山樓黃鳥如情噪屋頭

012_0287_c_07L萬樹鳴蟬初報夏三庚涼雨忽疑秋

012_0287_c_08L莫言逢處今朝樂其奈離筵明日憂

012_0287_c_09L所望錦坡今不到相思餘外更何求

012_0287_c_10L端午坡絲時遲期

012_0287_c_11L
山溪脉脉樹連坡岸柳陰陰風送絲

012_0287_c_12L詩興半隨春去日賞心餘在夏來時

012_0287_c_13L芳草鶯歌聞已早落花蟬聲太何遲

012_0287_c_14L楚國忠魂今有否湘江流水浩無期

012_0287_c_15L晨炊淸城驚情盈

012_0287_c_16L
上方曉日磬聲淸疑若法王宿化城

012_0287_c_17L誦佛老僧新入定負薪童子睡何驚

012_0287_c_18L莫言齋飯佳香味且憶農夫辛苦情

012_0287_c_19L深厨人靜炊烟歇空鉢龍藏水盈盈

012_0287_c_20L聖庵偶會城晴聲情生

012_0287_c_21L
翩翩黃鳥過雲城細雨鳴鳩初報晴

012_0287_c_22L舊識相逢言一笑高庵客到磬三聲

012_0287_c_23L緣詩傾酌無非興對月懷人不斷情

012_0287_c_24L邂逅風流誠有數淸遊何過此平生

012_0288_a_01L
또(又)
浮生都是寄流年    덧없는 인생 온통 흐르는 세월에 맡기니
九曲羊腸路一千    양羊 창자같이 굽은 길 천 가닥으로 갈렸구나
人心難測深如海    인심은 헤아리기 어려워 바다같이 깊지만
蜀道易登高莫天    촉도蜀道39)는 오르기 쉬워 하늘보다 높지 않다네
淨掃禪樓時對客    말끔히 선루禪樓 쓸고서 때로 나그네 대하고
坐看詩卷忽成眠    앉아서 시집 읽을 때는 문득 졸기도 하지
層層世事難無盡    겹겹이 쌓인 세상일 그치는 때가 없기에
謾飮芳樽氣浩然    향긋한 술 마음껏 마시니 기운이 호탕하구나
여름날(夏日)
蒸天處處晝陰陰    곳곳마다 무더위에 한낮에도 어둑어둑한데
鶯囀聲聲隔樹林    꾀꼬리 소리 꾀꼴꾀꼴 건너 숲에서 들려온다
世念自隨流水遠    세상 걱정 저절로 흐르는 물 따라 멀어지고
閒情猶與白雲深    한갓진 마음 외려 흰 구름과 함께 깊어지는데
短簷日日雙飛燕    짧은 처마 밑엔 날마다 제비들 짝지어 날고
石逕時時羣噪禽    돌길에는 때때로 새 떼들이 모여서 지저귀지
避暑無聊還獨坐    더위 피하여 무료하게 홀로 앉아 있으니
有誰爲我此中尋    나를 여기에서 찾을 사람 그 누구런가
화상畫像
全身彷彿畫中還    온몸이 그림 속으로 돌아온 듯
忘却塵寰捿壁間    속세 잊고 벽 사이에 깃들었네
軆被紅袈留白日    붉은 가사 걸치고 낮에 머물며
口無一言學靑山    말 한마디 없이 청산을 배우네
寄在浮生猶恐閙    뜬 인생 살면서도 번잡함 꺼려
隨化湛寂自求閑    정적 속에 절로 한가함 구하네
綃幅圓成何歲月    비단 그림 어느 때에 이루어져
後昆到此倚俙顏    후손들 여기서 그 얼굴 뵙는가
즉흥시(卽事)
天中佳節使人催    단옷날 아름다운 절기40)가 사람 재촉하여
欲得風光步晩臺    풍광 느끼고자 저무는 누대를 걷는다네
浪遊白日移無住    떠도는 흰 해는 옮겨 가서 머물지 않고
坐久靑山呼不來    늘 그대로의 청산은 불러도 오지 않는구려
飯後圍碁增睡到    밥 먹은 뒤 바둑 두니 더욱 졸음 오고
北窓閉卷訝風開    북창北窓에서 시집 덮으니 문득 바람 불어오네
顧我靑年三十過    내 젊음 뒤돌아보니 서른 살 넘었는데
對賓吟處愧詩才    손님 맞아 읊는 자리 시 재주 부끄럽구나
높은 누대에서 시 하나를 지어 읊다(高樓得一吟)
此山高處一樓懸    이 산 높은 곳에 누대 하나 매달려 있기에
獨坐身閑不願仙    홀로 앉으니 몸 한가로워 신선 바라지 않는다
熟面衣冠來近地    낯익은 의관 차린 이는 가까운 곳에서 왔는데
高飛燕雀向何天    높이 나는 제비와 참새는 어느 하늘로 날아가느뇨
吟哦自足兩篇易    읊조리는 것은 두 편의 『주역』으로 만족하니
活計豈耽百畝田    살아감에 어찌 백 이랑의 밭 탐하겠는가

012_0288_a_01L年千天眠然

012_0288_a_02L
浮生都是寄流年九曲羊腸路一千

012_0288_a_03L人心難測深如海蜀道易登高莫天

012_0288_a_04L淨掃禪樓時對客坐看詩卷忽成眠

012_0288_a_05L層層世事難無盡謾飮芳樽氣浩然

012_0288_a_06L夏日陰林深禽尋

012_0288_a_07L
蒸天處處晝陰陰鶯囀聲聲隔樹林

012_0288_a_08L世念自隨流水遠閒情猶與白雲深

012_0288_a_09L短簷日日雙飛燕石逕時時羣噪禽

012_0288_a_10L避暑無聊還獨坐有誰爲我此中尋

012_0288_a_11L畫像還間山閑顏

012_0288_a_12L
全身彷彿畫中還忘却塵寰捿壁間

012_0288_a_13L軆被紅袈留白日口無一言學靑山

012_0288_a_14L寄在浮生猶恐閙隨化湛寂自求閑

012_0288_a_15L綃幅圓成何歲月後昆到此倚俙顏

012_0288_a_16L卽事催臺來開才

012_0288_a_17L
天中佳節使人催欲得風光步晩臺

012_0288_a_18L浪遊白日移無住坐久靑山呼不來

012_0288_a_19L飯後圍碁增睡到北窓閉卷訝風開

012_0288_a_20L顧我靑年三十過對賓吟處愧詩才

012_0288_a_21L高樓得一吟懸仙天田年

012_0288_a_22L
此山高處一樓懸獨坐身閑不願仙

012_0288_a_23L熟面衣冠來近地高飛燕雀向何天

012_0288_a_24L吟哦自足兩篇易活計豈耽百畝田

012_0288_b_01L暗算人間佳節去    인간세계 가만히 헤아리니 좋은 계절 지나가면
於焉五月半過年    어느덧 5월이니 한 해도 반이 지나겠지
잠자리(蜻蜓)
碧山終日故飛飛    푸른 산을 종일토록 일부러 날고 날아
隨處飄風休亦稀    가는 곳마다 바람에 날려 쉬는 일도 드물다
燕雀紛紛翻舌噪    제비와 참새는 분주히 주둥이로 떠들지만
蜻蜓急急過墻歸    잠자리는 급급하게 담장 넘어 돌아가니
宿魂常在花開苑    나그네 혼이라 늘 꽃피는 동산에 머물고
捿息初非魚釣磯    깃들여 쉬는 곳은 애당초 낚시터 아니라오
憑憶浮生愁見汝    추억에 잠긴 뜬 인생 시름 속에 너를 보니
輕輕收翅坐人衣    가벼이 날개 거두고 사람 옷에 내려앉는구나
일 때문에 문을 나섰다가 열기가 두려워 돌아오다(因事出門畏熱而歸)
捲雲無處不山空    구름 걷히자 산 비지 않은 곳 없는데
萬樹鳴蟬落日中    나무마다 매미들 떨어지는 해 속에 운다
芳草啼禽聲作管    향기로운 풀에 새 울음소리는 관악기 되고
老松垂葛曲疑弓    늙은 소나무 드리운 칡은 활인가 의아하지
出谷紛如遊苦海    계곡 나서니 고해苦海에 노닌 듯 어지럽고
還庵偏似降仙翁    암자 돌아오니 신선이 내려올 듯 외졌는데
投佛自知天定事    부처에 투신해 하늘이 정한 일 알았기에
滿床黃卷興難窮    책상 가득한 불경은 흥취 끝이 없도다
이른 아침 산의 누대(早旦山樓)
層樓飛閣接靑㝠    층루層樓의 나는 듯한 누각은 푸른 하늘에 닿아
俯見蓬州只尺城    봉주蓬州41)를 내려다보니 지척에 있는 성일세
弄舌山离難語曲    재잘거리는 산새 무슨 노래하는지 모르겠고
垂陰雜樹不記名    그늘 드리운 잡목은 이름조차 알 수 없구나
昨日烟迷疑地僻    어제는 안개에 묻혀서 땅이 외진 듯했는데
今朝雲捲報天明    오늘 아침 구름 걷히자 하늘 맑다고 알리네
居然憶昔成陳跡    불현듯 옛날 일 생각하니 지나간 자취 되어
識得新詩賴此生    새로 지은 시는 이 삶 덕분인 줄 알겠노라
또(又)
蝸角浮名歲月頻    달팽이 뿔42) 같은 뜬 이름에 세월 급하여
松蘿流水兩新新    송라松蘿와 흐르는 물은 모두 새롭고 새롭네
碧樹蒸天同結夏    푸른 나무 무더위에 함께 하안거夏安居를 하고
黃花前月又經春    노란 꽃 핀 달 앞에서 또 봄을 보냈었지
門外幾迎方外客    문밖에서 몇 번이나 방외객方外客을 맞았던가
夢中空憶意中人    꿈에서 공연히 마음에 둔 사람 생각하네
三伏侵臨何盡說    삼복은 점차 다가오는데 어찌 말을 다할까
硯邊無事汗盈巾    벼루 곁에 일없이 땀만 수건에 가득하오
해룡 상인을 보내며(送海龍上人)
逢別無常是我曺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무상한 게 우리들
向林飄葉轉靑旄    숲의 나부끼는 잎을 향하여 발길 돌리네
鷲嶺遺風來白足    영취산靈鷲山의 유풍은 맨발로 오는 것이기에
虎溪笑語送方袍    호계虎溪에서 웃고 말하며 그대를 보내네43)

012_0288_b_01L暗算人間佳節去於焉五月半過年

012_0288_b_02L蜻蜓飛稀歸磯衣

012_0288_b_03L
碧山終日故飛飛隨處飄風休亦稀

012_0288_b_04L燕雀紛紛翻舌噪蜻蜓急急過墻歸

012_0288_b_05L宿魂常在花開苑捿息初非魚釣磯

012_0288_b_06L憑憶浮生愁見汝輕輕收翅坐人衣

012_0288_b_07L因事出門畏熱而歸空中弓翁窮

012_0288_b_08L
捲雲無處不山空萬樹鳴蟬落日中

012_0288_b_09L芳草啼禽聲作管老松垂葛曲疑弓

012_0288_b_10L出谷紛如遊苦海還庵偏似降仙翁

012_0288_b_11L投佛自知天定事滿床黃卷興難窮

012_0288_b_12L早旦山樓㝠城名明生

012_0288_b_13L
層樓飛閣接靑㝠俯見蓬州只尺城

012_0288_b_14L弄舌山离 [1] 難語曲垂陰雜樹不記名

012_0288_b_15L昨日烟迷疑地僻今朝雲捲報天明

012_0288_b_16L居然憶昔成陳跡識得新詩賴此生

012_0288_b_17L頻新春人巾

012_0288_b_18L
蝸角浮名歲月頻松蘿流水兩新新

012_0288_b_19L碧樹蒸天同結夏黃花前月又經春

012_0288_b_20L門外幾迎方外客夢中空憶意中人

012_0288_b_21L三伏侵臨何盡說硯邊無事汗盈巾

012_0288_b_22L送海龍上人曺旄袍高蒿

012_0288_b_23L
逢別無常是我曺向林飄葉轉靑旄

012_0288_b_24L鷲嶺遺風來白足虎溪笑語送方袍

012_0288_c_01L下界天蒸三伏熱    산 아래는 무더위 맞아 삼복이 뜨거운데
上方人去一樓高    산사에는 사람 떠나니 한 누대만 높구려
暫住歸笻悲不定    발걸음 잠시 멈추고 정처 없음 슬퍼하니
塵間隨處似蓬蒿    풍진 세상 이곳저곳 떠도는 쑥대 같구나
우연히 읊다(偶吟)
靑山終日鎻烟霞    청산은 종일토록 안개와 노을에 잠겼는데
竹影松陰噪暮鴉    대 그림자 소나무 그늘에 저녁 까마귀 운다
世念同隨流水岸    세상 걱정은 모두 흐르는 물 따라 내려가고
閒情猶寄白雲家    한갓진 심정은 외려 흰 구름에 부치지
節如苦海三庚到    절기는 고해苦海 같은 삼복더위에 이르렀건만
夢似飛雲千里賖    꿈은 나는 구름같이 천 리쯤 아득하구나
獨坐莫言佳會小    홀로 앉아 좋은 모임 적다 하지 마소
庭前猶有惜殘花    뜰 앞에 아직 시듦을 아쉬워하는 꽃 있다오
해인사 상인에게 주다(贈海印寺上人)
孤雲一去白雲空    고운孤雲이 떠나자 흰 구름 비었는데
聞道藏經佳麗宮    장경藏經 빼어난 집에서 도를 들었네
心遊海寺烟霞裡    마음은 해인사 산수 속을 노닐어
夢到伽山水石中    꿈에 가야산 풍경 속으로 가겠지
邂逅初逢千里客    천 리 길의 나그네 처음 해후하니
逍遙晩坐夕陽風    석양 바람 즐기며 늦도록 앉았네
不識蕉隱安在否    모르겠다 초은蕉隱은 어디에 있는가
庚申年月講論同    경신년에 함께 강론을 했었는데
비두備頭
百年閒趣付雲涯    평생의 한가한 취미 구름가에 부치니
詩思千重入夜賖    시 생각은 천 겹이라 밤 되면 아득하구나
陰陰夏木啼山鳥    그늘 짙푸른 여름 나무에는 산새들 울고
漠漠水田發稻花    드넓게 펼쳐진 무논에는 벼꽃 피었는데
喜見簷端羣噪燕    처마 끝에서 지저귀는 제비들 기쁘게 보고
愁聞蘺竹萬捿鴉    대울타리에 깃든 뭇 까마귀 시름에 듣는다오
斜陽偏宜東流水    석양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 좋기만 하니
佳節豈無沽酒家    아름다운 계절에 어찌 술 파는 집 없을쏘냐
쌍벽루에 올라(登雙碧樓)
別界無妨百度看    별세계라 해도 무방하기에 백 번이나 보았는데
今來自適有何難    지금 와서 유유자적하기에 무슨 어려움 있으랴
未得結陰疑地熱    그늘 맺힌 곳 얻지 못해 땅 뜨거워지려 하기에
坐如天上覺樓寒    앉으니 하늘 오른 듯 누대 시원한 걸 느끼겠네
奇看平挹洛江水    눈앞에 낙동강 펼쳐졌으니 기이한 경관이요
勝槩高隣靈鷲山    드높게 영취산 이웃했으니 뛰어난 경치일세
逍遙飛錫遊半日    소요하며 석장 짚고 반나절을 노닐다가
回首白雲古樹間    머리 돌려 흰 구름 보니 고목 사이에 걸렸구나
의상대에 올라(登義想臺)
秦皇採藥此蓬瀛    진시황은 이 봉영蓬瀛44)에서 약을 캤는데
事去千年憶帝京    천년 전 일이라 황제의 서울 생각한다네

012_0288_c_01L下界天蒸三伏熱上方人去一樓高

012_0288_c_02L暫住歸笻悲不定塵間隨處似蓬蒿

012_0288_c_03L偶吟霞鴉家賖花

012_0288_c_04L
靑山終日鎻烟霞竹影松陰噪暮鴉

012_0288_c_05L世念同隨流水岸閒情猶寄白雲家

012_0288_c_06L節如苦海三庚到夢似飛雲千里賖

012_0288_c_07L獨坐莫言佳會小庭前猶有惜殘花

012_0288_c_08L贈海印寺上人空宮中風同

012_0288_c_09L
孤雲一去白雲空聞道藏經佳麗宮

012_0288_c_10L心遊海寺烟霞裡夢到伽山水石中

012_0288_c_11L邂逅初逢千里客逍遙晩坐夕陽風

012_0288_c_12L不識蕉隱安在否庚申年月講論同

012_0288_c_13L備頭涯賖花鴉家

012_0288_c_14L
百年閒趣付雲涯詩思千重入夜賖

012_0288_c_15L陰陰夏木啼山鳥漠漠水田發稻花

012_0288_c_16L喜見簷端羣噪燕愁聞蘺竹萬捿鴉

012_0288_c_17L斜陽偏宜東流水佳節豈無沽酒家

012_0288_c_18L登雙碧樓看難寒山間

012_0288_c_19L
別界無妨百度看今來自適有何難

012_0288_c_20L未得結陰疑地熱坐如天上覺樓寒

012_0288_c_21L奇看平挹洛江水勝槩高隣靈鷲山

012_0288_c_22L逍遙飛錫遊半日回首白雲古樹間

012_0288_c_23L登義想臺瀛京迎成平

012_0288_c_24L
秦皇採藥此蓬瀛事去千年憶帝京

012_0289_a_01L松靑地碧鳥來徃    소나무 푸르고 땅 짙푸른데 새들 오고 가며
烟鎻雲收風送迎    안개 잠기고 구름 걷히는데 바람 맞는다네
子長遺史名山在    자장子長이 남긴 역사서 명산이어야 간직되니
湘老無還別局成    의상義湘이 돌아가지 않을 별천지 이루었다오
遙望海天何處是    멀리 바다를 바라다보니 저곳은 어디메뇨
茫茫馬島眼前平    아득하고 아득한 대마도 눈앞에 펼쳐졌구나
구포 나루를 지나며(過龜浦津頭)
望裏靑山似削成    푸른 산을 바라보니 깎아 이룬 듯한데
居然回首見天晴    홀연 고개 돌리니 맑은 하늘 보이는구나
孤村屋角雙飛燕    외딴 마을 처마에는 제비 짝지어 날고
碧樹淸陰獨囀鶯    푸른 나무 맑은 그늘에 꾀꼬리 홀로 우네
長洲十里蒼葭積    긴 모래섬 10리에 푸른 갈대 우거졌고
海國千年江水平    바닷가 마을에는 천년토록 강물 잔잔한데
白雲歸錫黃昏立    흰 구름에 돌아가는 스님 황혼에 서서
漁火津頭夜語聲    고깃배 불 밝힌 나루에서 밤말을 나누네
붉은 여뀌를 읊다(咏紅蓼花)
莫言此物獨遲遲    이 꽃만 너무 더디 핀다 하지 말라
隨節開生自有期    계절 따라 피어나되 저절로 때 있나니
蒼葉飄風閒作舞    푸른 잎 바람에 나부껴 한가히 춤추니
忽憑佳女頓無悲    홀연 미녀에 기댄 듯 슬픔 가시는구나
如將細雨三春日    가랑비 내리는 석 달 봄날이나
花發蒸天長處時    꽃피고 찌는 듯 무더위 이어지는 날에
逍遙無聊看看立    소요하며 무료하게 유심히 보고 섰다가
顧我中心倍所思    내 마음 돌아보니 그리움만 더해 가지
여러 벗들과 읊다(與諸益吟)
惟吾性癖愛詩書    내 성격 시와 글을 지나치게 아껴
細務微緣盡掃除    자잘한 일 하찮은 인연도 다 버렸소
啼禽一曲人無和    새가 노래해도 화답할 사람 없고
山靜中宵月有餘    한밤에 산 고요하여 달빛만 가득한데
年光三十尙虛過    나이 서른을 오히려 헛되이 보내고
水石中間自卜居    물과 바위 사이에 스스로 머물렀다오
雨後長吟偏興發    비 내린 뒤 길게 읊으니 유독 흥이 일지만
不知諸益果何如    여러 벗들은 과연 어떤지 모르겠구려
또(又)
寂寂庵中日已分    적적한 암자에 해는 이미 나뉘어
凄凉蟬語不可聞    처량한 매미 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다
雨後掃樓羞絕客    비 개자 누대 쓰는 건 나그네 끊긴 부끄러움
硯前覔句愧離羣    벼루 놓고 시구 찾는 건 벗 떠난 자괴감
金井山深無盡水    금정산은 깊어 물이 마를 날 없고
義想臺屹不歸雲    의상대는 우뚝 솟아 구름 돌아가지 않기에
只有詩歌聊自適    시만 있어도 그런대로 유유자적하다는 걸
敢說諸君於此筵    그대들에게 이 자리에서 감히 말하노라
본 고을 원님을 만나 읊다(以逢本倅吟)

012_0289_a_01L松靑地碧鳥來徃烟鎻雲收風送迎

012_0289_a_02L子長遺史名山在湘老無還別局成

012_0289_a_03L遙望海天何處是茫茫馬島眼前平

012_0289_a_04L過龜浦津頭成晴鶯平聲

012_0289_a_05L
望裏靑山似削成居然回首見天晴

012_0289_a_06L孤村屋角雙飛燕碧樹淸陰獨囀鶯

012_0289_a_07L長洲十里蒼葭積海國千年江水平

012_0289_a_08L白雲歸錫黃昏立漁火津頭夜語聲

012_0289_a_09L咏紅蓼花遲期悲時思

012_0289_a_10L
莫言此物獨遲遲隨節開生自有期

012_0289_a_11L蒼葉飄風閒作舞忽憑佳女頓無悲

012_0289_a_12L如將細雨三春日花發蒸天長處時

012_0289_a_13L逍遙無聊看看立顧我中心倍所思

012_0289_a_14L與諸益吟書除餘居如

012_0289_a_15L
惟吾性癖愛詩書細務微緣盡掃除

012_0289_a_16L啼禽一曲人無和山靜中宵月有餘

012_0289_a_17L年光三十尙虛過水石中間自卜居

012_0289_a_18L雨後長吟偏興發不知諸益果何如

012_0289_a_19L分聞羣雲筵

012_0289_a_20L
寂寂庵中日已分凄凉蟬語不可聞

012_0289_a_21L雨後掃樓羞絕客硯前覔句愧離羣

012_0289_a_22L金井山深無盡水義想臺屹不歸雲

012_0289_a_23L只有詩歌聊自適敢說諸君於此筵

012_0289_a_24L以逢本倅吟開來盃笞灰

012_0289_b_01L
節物驚人菊未開    계절 사물에 사람 놀라나 국화 피지 않았는데
金鞍高客伴秋來    황금 안장 한 고아한 나그네 가을 짝하여 왔네
豪興登樓宜覔句    호협豪俠한 흥취에 누대 오르니 시구 찾기 알맞고
償邀心月可傾盃    감상할 마음에 달 맞으니 술잔 기울일 만하구나
古寺年深雲護塔    옛 절에는 세월 깊어 구름이 탑 두르고 있고
靑山雨過路封笞    청산에는 비 지나고 나자 길에 이끼 덮였는데
釋子居然叅妓席    승려가 뜬금없이 기생 있는 자리에 참여하니
浮生餘事到今灰    뜬 인생 나머지 일은 지금에 재 되었구려
또 읊다(又唫)
山雨初收日欲晴    산비 그치자마자 날은 맑아지려 하는데
郡城皂盖作今行    고을 성에 계신 원님 이번 행차 하셨네
洞僻靑松高岸直    골 외지니 푸른 솔은 높은 언덕에 곧고
秋來紅葉遠峰明    가을 오니 붉은 잎에 먼 봉우리들 훤하네
深庭醉月勞閑夢    깊은 뜰에 취한 달 한가한 꿈 괴롭히기에
妓席歌聲賴此生    기생 있는 자리 노랫소리에 이 삶 맡겼다오
化俗文翁今復見    풍속 교화한 문옹文翁45)을 이제 다시 뵙고
邊塵不動答時平    변방에 전란 없기에 시절 평안에 보답한다네
또(又)
隨處西風節物催    곳곳마다 하늬바람 계절 사물 재촉하고
微陽秋氣望中廻    희미한 볕 가을 기운이 시야에 들어온다
共知遊屐何常定    유람하는 발길 어찌 늘 정해진 줄 서로 알리오
且喜仙輿去復來    신선 수레 갔다가 다시 오니 기쁘구나
人間誰是安民略    세상에 누가 백성 편안토록 다스리겠는가
吏道初聞濟世才    관리 길 처음에 세상 건질 재주라 들었다오
此地雖無曾別趣    이곳에는 비록 별다른 취미 없으나
奉陪詩話勝茶盃    모시고 시를 나누니 차 한잔보다 낫구려
또(又)
白首使君晩愛書    흰 머리 원님 만년에도 책을 사랑하여
但隨閑適此幽居    한적함 따라서 이 깊은 곳까지 오셨다
浮世驚心年去地    덧없는 세상에 놀라며 한 해가 갔는데
諸天顏色客來初    제천諸天의 안색은 나그네 오자 살아나네
洞僻溪聲添雨亂    골 외져 계곡 물소리 어지러운 비에 더하고
山高人語在樓虛    산 높아 대화 소리 빈 누대에서 들려오는데
奉陪雖被新詩贈    받들어 모시자 새로 지은 시 주시나
欲報瓊琚愧不如    경거瓊琚46)에 갚으려 하나 못나 부끄럽소
또(又)
短墻樹影掛簷稜    낮은 담장의 나무 그림자 처마에 걸렸는데
際有使君此晩當    마침 원님께서 이 저물녘에 산에 오르셨다
北斗瞻依天渺渺    북두성 우러르니 하늘은 아득하고 아득하며
南山紫翠路層層    남산은 보랏빛에 물들어 길 층층이 굽었는데
禪樓月曉聞人語    선루禪樓에 달 밝아 사람들 말소리 들려오고
梵宇夜深見佛燈    법당에 밤 깊어 불등佛燈이 보이는구나
累日從遊誠在數    여러 날 함께 노닐어 진실로 운이 있지만
將詩對客愧無能    시로 나그네 마주하기에 무능하여 부끄럽소

012_0289_b_01L
節物驚人菊未開金鞍高客伴秋來

012_0289_b_02L豪興登樓宜覔句償邀心月可傾盃 [1]

012_0289_b_03L古寺年深雲護塔靑山雨過路封笞

012_0289_b_04L釋子居然叅妓席浮生餘事到今灰

012_0289_b_05L又唫晴行明生平

012_0289_b_06L
山雨初收日欲晴郡城皂盖作今行

012_0289_b_07L洞僻靑松高岸直秋來紅葉遠峰明

012_0289_b_08L深庭醉月勞閑夢妓席歌聲賴此生

012_0289_b_09L化俗文翁今復見邊塵不動答時平

012_0289_b_10L催廻來才盃

012_0289_b_11L
隨處西風節物催微陽秋氣望中廻

012_0289_b_12L共知遊屐何常定且喜仙輿去復來

012_0289_b_13L人間誰是安民略吏道初聞濟世才

012_0289_b_14L此地雖無曾別趣奉陪詩話勝茶盃

012_0289_b_15L書居初虛如

012_0289_b_16L
白首使君晩愛書但隨閑適此幽居

012_0289_b_17L浮世驚心年去地諸天顏色客來初

012_0289_b_18L洞僻溪聲添雨亂山高人語在樓虛

012_0289_b_19L奉陪雖被新詩贈欲報瓊琚愧不如

012_0289_b_20L稜當層燈能

012_0289_b_21L
短墻樹影掛簷稜際有使君此晩當 [1]

012_0289_b_22L北斗瞻依天渺渺南山紫翠路層層

012_0289_b_23L禪樓月曉聞人語梵宇夜深見佛燈

012_0289_b_24L累日從遊誠在數將詩對客愧無能

012_0289_c_01L
또(又)
陽氣入簾忽遇秋    볕 기운 주렴珠簾에 들어와 홀연 가을 만나니
上天未勝此中遊    하늘에 오른들 예 노니는 것보다 나을까
詞客迎來多逸興    시 쓰는 나그네 맞아 뛰어난 흥취 많으니
賢候何處不高樓    당신 계신 곳 어딘들 높은 누대 아니리오
自知公牒催歸路    공무公務가 귀로 재촉하는 줄 스스로 알지만
却避囂塵此暫休    떠들썩한 세속 피해 여기서 잠시 쉬시지
三夜叅遊多所得    사흘 밤 놀이에 참여하여 얻은 것 많기에
浮生是外更無愁    덧없는 인생 이 밖에 다시 근심이 없다네
또(又)
郡城車馬繫庵扉    고을 수레를 암자의 사립문에 매어 놓고
鄕老纔當已夕輝    시골 노인 당도하자 이미 저녁 빛 띠었네
石澗屢聞流水響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자주 듣고
山齋喜見白雲飛    산집에서 흰 구름 나는 걸 기쁘게 보았지
秋到千林驚紫葉    가을 오니 온 숲이 단풍에 물들어 놀라고
夜深萬籟發淸機    밤 깊으니 온갖 소리 맑은 기틀 일으키네
三宿桑門仙分重    사흘 밤을 절간에 묵어 신선 인연 중하니
始知留約果虛非    남긴 언약 헛되지 않은 줄 이제야 알겠네
환산 상인에게 주다(呈幻山上人)
勝地東南處處樓    경치 뛰어난 동남쪽 곳곳마다 누대여서
短笻行李亦風流    짧은 지팡이로 여장 꾸려도 풍류로세
心同逝水隨緣接    마음은 흐르는 물 같아 인연 따라 접하고
身似浮雲任意遊    몸은 뜬구름 같아 뜻 가는 대로 노닌다오
聞琴誰作飮光舞    거문고 듣고 누가 가섭迦葉(飮光)의 춤 출 것이며
照鏡還疑演夜周    거울 비추자 야주夜周47)의 연출인지 의심할까
居然逢話箇中趣    갑자기 만나 말하는 가운데 흥취 있으니
金井山前欲暮秋    금정산 앞 가을이 저물어 가려 하누나
구일九日에 읊다(九日唫)
秋氣無端轉入床    가을 기운 까닭 없이 차츰 침상에 들어오니
淸遊何處不傾觴    맑은 놀이 어디 간들 술잔 기울이지 않으랴
征鴻響月離愁起    떠나는 기러기 달빛에 울자 이별 시름 일고
落葉隨風飛夢長    낙엽은 바람 따라 나부끼니 나는 꿈이 길다
更無他日令人翫    다시 다른 날에 사람들이 완상玩賞할 일 없기에
只有黃花浥露香    노란 국화만 홀로 피어 이슬 젖어 향기롭네
南華招我秋覃席    남화南華가 나를 추담秋覃의 자리로 부르니48)
掃却諸緣倒着裳    모든 일 물리고 바지 거꾸로 입고 달려간다49)
본 고을 원님에게 읊어 드리다(呈本倅吟)
霜雪初來已暮天    서리 눈 내릴 때 이미 날 저물었는데
長繩誰使繫流年    긴 끈으로 누가 흐르는 세월 묶게 할까
岩間繡氣明楓葉    바위틈 수놓은 기운에 단풍잎 밝고
山外村容起細烟    산 밖 시골 마을에 가는 연기 일어나는데
彌勒從遊如昨日    미륵암에서 함께 노닐 던 일 어제 같고
金庵諸會亦前緣    금정암에서 모인 것도 전생 인연인 듯하오

012_0289_c_01L秋遊樓休愁

012_0289_c_02L
陽氣入簾忽遇秋上天未勝此中遊

012_0289_c_03L詞客迎來多逸興賢候何處不高樓

012_0289_c_04L自知公牒催歸路却避囂塵此暫休

012_0289_c_05L三夜叅遊多所得浮生是外更無愁

012_0289_c_06L扉輝飛機非

012_0289_c_07L
郡城車馬繫庵扉鄕老纔當已夕輝

012_0289_c_08L石澗屢聞流水響山齋喜見白雲飛

012_0289_c_09L秋到千林驚紫葉夜深萬籟發淸機

012_0289_c_10L三宿桑門仙分重始知留約果虛非

012_0289_c_11L呈幻山上人樓流遊周秋

012_0289_c_12L
勝地東南處處樓短笻行李亦風流

012_0289_c_13L心同逝水隨緣接身似浮雲任意遊

012_0289_c_14L聞琴誰作飮光舞照鏡還疑演夜周

012_0289_c_15L居然逢話箇中趣金井山前欲暮秋

012_0289_c_16L九日唫床觴長香裳

012_0289_c_17L
秋氣無端轉入床淸遊何處不傾觴

012_0289_c_18L征鴻響月離愁起落葉隨風飛夢長

012_0289_c_19L更無他日令人翫只有黃花浥露香

012_0289_c_20L南華招我秋覃席掃却諸緣倒着裳

012_0289_c_21L呈本倅吟天年烟緣邊

012_0289_c_22L
霜雪初來已暮天長繩誰使繫流年

012_0289_c_23L岩間繡氣明楓葉山外村容起細烟

012_0289_c_24L彌勒從遊如昨日金庵諸會亦前緣

012_0290_a_01L此物奉陪何處得    이 몸이 모실 일 어디에서 얻을까
長吟新句興無邊    지은 시 길게 읊조리니 흥취 끝이 없구려
또(又)
一品功名六十秋    공명은 일품이요 나이는 예순
僻於詩律僻於遊    시율詩律도 좋아하고 유람도 좋아하시지
日暮烟光迷遠郭    해질녘 안개 빛에 먼 성곽 희미한데
天寒雪氣動虛樓    추운 날씨에 눈기운 빈 누대 떠도네
卽今山有如匡岳    지금도 광악匡岳50) 같은 산은 있지만
自古僧稀等惠休    예부터 혜휴惠休51) 같은 승려 드물다네
五年南土流刑德    다섯 해 남토에서 형벌과 은덕 펴니
邊鎭頓無柒齒愁    변방에 이를 검게 물들일 근심 없다오52)
또(又)
蓮庵叅會記前秋    암자 모임에 참여해 지난 가을 생각하니
恨不其時盡底遊    그때 노닒 다하지 못한 게 한스럽네
東海水茫徐氏路    동해의 물 넓고 넓으니 서씨徐氏의 길이요
中霄月到庾公樓    한밤에 달 떠오르니 유 공庾公의 누대로세53)
定念忽俱玄錄起    선정 생각 홀연 불경과 더불어 일어나고
塵緣轉與蠹徧休    속세 인연 차츰 좀먹은 책과 함께 쉬는데
若得百年如此過    백 년을 이렇게 보낼 수만 있다면
人間誰有一盤愁    인간에 누가 한 쟁반의 근심 있을거나
용 그림(畵龍)
一幅紅黃彩色殷    한 폭의 붉고도 노란 채색 그림 화려한데
儼然龍像手中還    의젓한 용 모양 손 안에 돌아왔다
百年潛伏偏冝水    백 년을 숨어 살기에 물속이 제격이지만
暇日遊詠不可山    한가한 날 노닐며 읊기에 산은 안 되지
蟠蜿長有登天意    몸 서리어 늘 하늘에 오르려는 뜻 둔 터인데
捿息何如與壁間    어찌하여 벽 사이에 깃들어 쉬고 있는가
胸藏雲雨爲鱗長    비구름 품어 비늘 달린 것에 으뜸 되니
是故畵成全體班    그림으로 온몸에 반점 그리는 까닭일세
호랑이 그림(畵虎)
小松深處一岩扉    작은 소나무 깊은 곳에 바위 굴 하나
畵出細毫貌不非    가는 터럭 그려 내니 모습이 닮았도다
誠知轉目明如火    눈 굴리니 불처럼 밝은 줄 잘 알겠고
肯厭輕身走若飛    가벼운 몸 날듯 달리는 걸 싫어하랴
疑狗疑狸殊有勇    개나 살쾡이 같지만 자못 용기 있고
如猫如兎過生威    고양이나 토끼 같지만 위엄 넘치는구나
爲姓最靈人所畏    성품 가장 신령하여 사람들 꺼리는데
緣何寂寂壁間依    무엇 때문에 적적하게 벽에 걸렸는가
등燈
爲軆本來坐莫行    몸체는 본래 앉아만 있고 다니지 못하니
確然其性卒難更    확고부동한 그 성품 끝내 바꾸기 어려워라
黃昏一夜㷔相續    황혼녘부터 온밤 내내 불꽃 계속 이어져
紅穗千莖影半傾    붉은 심지 천 가닥에 그림자 반쯤 기울었다

012_0290_a_01L此物奉陪何處得長吟新句興無邊

012_0290_a_02L秋遊樓休愁

012_0290_a_03L
一品功名六十秋 ▼(忄+辟)於詩律▼(忄+辟)於遊

012_0290_a_04L日暮烟光迷遠郭天寒雪氣動虛樓

012_0290_a_05L卽今山有如匡岳自古僧稀等惠休

012_0290_a_06L五年南土流刑德邊鎭頓無柒齒愁

012_0290_a_07L秋遊樓休愁

012_0290_a_08L
蓮庵叅會記前秋恨不其時盡底遊

012_0290_a_09L東海水茫徐氏路中霄月到庾公樓

012_0290_a_10L定念忽俱玄錄起塵緣轉與蠹徧休

012_0290_a_11L若得百年如此過人間誰有一盤愁

012_0290_a_12L畵龍殷還山間班

012_0290_a_13L
一幅紅黃彩色殷儼然龍像手中還

012_0290_a_14L百年潛伏偏冝水暇日遊詠不可山

012_0290_a_15L蟠蜿長有登天意捿息何如與壁間

012_0290_a_16L胸藏雲雨爲鱗長是故畵成全體班

012_0290_a_17L畵虎扉非飛威依

012_0290_a_18L
小松深處一岩扉畵出細毫貌不非

012_0290_a_19L誠知轉目明如火肯厭輕身走若飛

012_0290_a_20L疑狗疑狸殊有勇如猫如兎過生威

012_0290_a_21L爲姓 [1] 最靈人所畏緣何寂寂壁間依

012_0290_a_22L行更傾精英

012_0290_a_23L
爲軆本來坐莫行確然其性卒難更

012_0290_a_24L黃昏一夜㷔相續紅穗千莖影半傾

012_0290_b_01L明時見棄疑無貴    밝은 때에는 버려져 귀함이 없는 듯하더니
暗處生光覺有精    어둔 곳에 빛을 내어 정채精彩 있는 줄 알겠노라
偏宜賴此讀書去    유독 이것에 의지하여 책 읽기에 제격이니
幾使人人養俊英    얼마나 사람마다 훌륭한 자질 기르게 했던가
중춘에 정령鼎嶺을 건너며(仲春度鼎嶺)
度嶺異鄕邑      고갯마루를 건너면 다른 고을
停笻一望間      걸음 멈추니 한눈에 들어오네
四山春色遍      사방 산에는 봄빛이 한창인데
萬谷水聲寒      온갖 계곡에 물소리 차갑구나
因人東作苦      사람들 농사 고생으로 인하여
知我北歸閑      내 북쪽 귀로 한가한 줄 알지
前程猶十里      앞길은 여전히 10리 남았지만
行脚最爲艱      떠나는 발걸음 몹시 어렵구나
우연히 읊다(偶吟)
風高磬韻動雲間    바람 높고 경쇠 소리 구름 속에 울리는데
小逕雪飛跋涉難    작은 길에 눈발 날려 다니기 어렵구나
登樓思得天涯月    누대 오르면 하늘의 달 잡을 생각 하고
坐夜如來海上山    밤에 앉으면 바닷가 산에 온 듯하오
百歲中分應有樂    평생 동안 그 속에는 즐거움 있을 터
一身統計更無閒    이 몸은 따져 보아도 한가함이란 없구려
寧知方外名下士    어찌 알리오 방외方外의 이름 낮은 사람이
歲暮寒天訪抱關    세밑 추운 날에 문지기 찾아가는 줄54)
나그네를 마주하여 읊다(對客吟)
客從方外訪幽居    나그네 방외方外에서 그윽한 거처 방문하니
歲暮山陰白雪餘    세밑의 산 어둑어둑하고 흰 눈이 쌓였다
雲歛峯頭天氣淨    구름 걷히자 산봉우리의 하늘 깨끗하고
目窮海上地影虛    시선 다한 바다 위엔 땅 그림자조차 없는데
新句初吟香代酒    새로 지은 시 읊자 향기가 술 대신하고
舊交相話味傾魚    옛 벗과의 이야기는 맛이 생선보다 낫구려
人世歸寧眞有孝    인간 세상 귀성歸省하는 일에 참으로 효孝 있으니
堂上嚴君問何如    집안에 계신 아버님은 안부가 어떠하신가
우연히 읊다(偶吟)
纔醒晝夢覔無痕    낮 꿈 깨자마자 찾아도 흔적 없는데
山雨霏霏自近村    산비는 부슬부슬 옆 마을에서 내린다
汲水齋僧忙掃砌    물 긷는 절간 스님은 바삐 섬돌 쓸고
負薪樵子始開門    땔나무 하는 아이는 이제야 문을 여니
一院浸浸非薄暮    절이 차츰 저물어 가는 건 아니지만
千禽寂寂認黃昏    온갖 새들 고요하여 황혼인 줄 알겠구나
猶有杜䳌啼不息    여전히 두견새만 끊임없이 울어대니
其音如怨欲消魂    그 소리 원망하는 듯 넋을 잃게 하는구려
우연히 읊다(偶吟)
貴而且安有兩難    귀함과 편안함은 둘 다 얻기 어렵기에
獨吾於此得其閒    나만 홀로 여기에서 한가함 터득했다네

012_0290_b_01L明時見棄疑無貴暗處生光覺有精

012_0290_b_02L偏宜賴此讀書去幾使人人養俊英

012_0290_b_03L仲春度鼎嶺間寒閑艱

012_0290_b_04L
度嶺異鄕邑停笻一望間

012_0290_b_05L四山春色遍萬谷水聲寒

012_0290_b_06L因人東作苦知我北歸閑

012_0290_b_07L前程猶十里行脚最爲艱

012_0290_b_08L偶吟間難山閒關

012_0290_b_09L
風高磬韻動雲間小逕雪飛跋涉難

012_0290_b_10L登樓思得天涯月坐夜如來海上山

012_0290_b_11L百歲中分應有樂一身統計更無閒

012_0290_b_12L寧知方外名下士歲暮寒天訪抱關

012_0290_b_13L對客吟居餘虛魚如

012_0290_b_14L
客從方外訪幽居歲暮山陰白雪餘

012_0290_b_15L雲歛峯頭天氣淨目窮海上地影虛

012_0290_b_16L新句初吟香代酒舊交相話味傾魚

012_0290_b_17L人世歸寧眞有孝堂上嚴君問何如

012_0290_b_18L偶吟痕村門昏魂

012_0290_b_19L
纔醒晝夢覔無痕山雨霏霏自近村

012_0290_b_20L汲水齋僧忙掃砌負薪樵子始開門

012_0290_b_21L一院浸浸非薄暮千禽寂寂認黃昏

012_0290_b_22L猶有杜䳌啼不息其音如怨欲消魂

012_0290_b_23L偶吟難閒山班還

012_0290_b_24L
貴而且安有兩難獨吾於此得其閒

012_0290_c_01L心不淺藏能誓海    마음 얕게 간직 않겠다 바다에 다짐하고
事無輕動始盟山    일은 경거망동하지 않겠다 산에 맹세했지
最愛竹窓泉響急    가장 아끼는 건 대나무 창에 급한 물소리
絕憐松路露痕班    몹시 어여쁜 건 소나무 길에 아롱진 이슬
翩翩燕雀知何意    훨훨 나는 제비와 참새는 무슨 뜻 알아서
忽過短墻去復還    홀연 낮은 담장 지났다가 다시 돌아오는가
또(又)
安得人間恒少年    어찌 인간에서 항상 소년일 수 있으리오
無端衰壯自由天    불현듯 기력 쇠함은 원래 하늘의 섭리지
百川之水終東下    온갖 강물은 끝내 동쪽 향해 흘러가고
一夜以星共北懸    한밤 별은 모두 북극성 향해 매달린다오
擁樓竹葉垂朝露    누대 두른 댓잎에 아침 이슬 드리우고
隔屋楊枝貯夕烟    담장 밖 버드나무는 저녁 안개 간직했는데
江城日旱關心事    강가 성에 날이 가물어 마음에 걸리기에
遣懷沒計坐庵邊    근심 달랠 길 없어 암자 가에 앉았다네
뜨락의 버드나무를 읊다(吟庭下柳)
一去陶潛但少知    도연명이 떠난 뒤로 알아주는 이 드물어
至今千載短長枝    지금까지 천년 동안 나뭇가지만 늘어졌다55)
向人不語空呈態    사람에게 말 없지만 공연히 자태 드리우고
拂袖多情自有思    헤어져도 정 많아 저절로 그리움 생기는 듯
嫰葉送風閑坐處    어린잎은 한가히 앉은 곳에 바람 보내고
遊絲飜雪獨行時    버들개지는 홀로 거닐 때에 눈이 나부끼듯
見罷餘懷何處瀉    파직罷職하고 남은 회포 어디에다 쏟았던가
呼兒覔紙輒題詩    종이 가져오라 아이 불러 번번이 시 썼으리라
수신사修信士56)를 대하여 읊다(對修信士吟)
屈指前程千里遐    앞길을 손꼽아 보니 머나먼 천 리 길
嶺南五月野開花    영남 5월에는 들판에 꽃이 피었네
自謂生民沾雨露    스스로 백성에게 단비 적신다 하여
還嫌痼疾在烟霞    산수에 든 고질병 도리어 꺼려 하지
崚嶒峽谷泉逾響    험한 협곡에 물소리 더욱 우렁찬데
淨灑紺園日易斜    깨끗이 씻긴 듯한 절 해 쉬이 지네
三寸舌搖和絕域    세 치 혀 놀려 외딴 곳57) 조화케 하니
朝宗賴此鎭邦家    조정은 이 덕분에 나라 안정시키네
우연히 읊다(偶吟)
山影浸尋晝刻分    산 그림자 차츰 길어져 낮 시간 나뉘는데
漸看松籬帶白雲    솔 울타리에 흰 구름 두르는 걸 바라본다
蒸茗氣從隣寺出    차 찌는 향기는 이웃 절에서 풍겨 나오고
打鐘聲隔遠庵聞    종 치는 소리는 먼 암자에서 들리는데
一雙燕飛同作匹    제비 한 쌍 날아가며 함께 짝을 이루고
滿庭鳥散忽成羣    뜰 가득한 새 흩어졌다 홀연 무리 짓는구나
寄語吾君仙分結    우리 그대에게 신선 연분 맺어 가지고
名山隨處更論文    명산 곳곳마다 글 논하자 소식 전한다오
부산 이연린李蓮隣과 읊다(與釜山李蓮隣吟)

012_0290_c_01L心不淺藏能誓海事無輕動始盟山

012_0290_c_02L最愛竹窓泉響急絕憐松路露痕班

012_0290_c_03L翩翩燕雀知何意忽過短墻去復還

012_0290_c_04L年天懸烟邊

012_0290_c_05L
安得人間恒少年無端衰壯自由天

012_0290_c_06L百川之水終東下一夜以星共北懸

012_0290_c_07L擁樓竹葉垂朝露隔屋楊枝貯夕烟

012_0290_c_08L江城日旱關心事遣懷沒計坐庵邊

012_0290_c_09L吟庭下柳知枝思時詩

012_0290_c_10L
一去陶潛但少知至今千載短長枝

012_0290_c_11L向人不語空呈態拂袖多情自有思

012_0290_c_12L嫰葉送風閑坐處遊絲飜雪獨行時

012_0290_c_13L見罷餘懷何處瀉呼兒覔紙輒題詩

012_0290_c_14L對修信士吟遐花霞斜家

012_0290_c_15L
屈指前程千里遐嶺南五月野開花

012_0290_c_16L自謂生民沾雨露還嫌痼疾在烟霞

012_0290_c_17L崚𡾓峽谷泉逾響淨灑紺園日易斜

012_0290_c_18L三寸舌搖和絕域朝宗賴此鎭邦家

012_0290_c_19L偶吟分雲聞羣文

012_0290_c_20L
山影浸尋晝刻分漸看松籬帶白雲

012_0290_c_21L蒸茗氣從隣寺出打鐘聲隔遠庵聞

012_0290_c_22L一雙燕飛同作匹滿庭鳥散忽成羣

012_0290_c_23L寄語吾君仙分結名山隨處更論文

012_0290_c_24L與釜山李蓮隣吟多如歌和過

012_0291_a_01L
一別經年最恨多    이별한 뒤에 해가 지나 몹시 아쉬웠는데
及今重會意何如     지금 다시 만났으니 마음이 어떻겠는가
病起三春成遠夢    봄철 내내 병이 일어 아득한 꿈 꾸었기에
詩成半日發高歌     반나절에 시 이루자 큰 소리로 노래하네
世情閱歷相酬酢    세상 인정 두루 겪고는 술잔 주고받으며
詞味淸閑共唱和     글맛 맑고 한가하여 서로 읊고 화답하지
問君此地烟霞足    그대에게 묻건대 여기 안개 노을 족하니
收拾風雲幾度過     풍운을 수습하여 몇 번이나 지낼 만한가
염念 학인58)을 보내며(送念學人)
送君此地散雲烟    그대 보내는 이곳 구름과 안개 흩어져
行利任如不繫船    마음대로 떠나니 매이지 않은 배 같구나
西風庭院娟娟菊    서풍은 절 뜨락에 불어 국화 곱디곱고
秋水池塘淡淡蓮    가을 물은 연못에 고여 연꽃 맑디맑은데
怊悵今朝言未盡    오늘 아침 말을 다하지 못해 슬프거니
丁寧他夜夢相牽    정녕 다른 밤 꿈속에서 서로를 이끌겠지
離合元來無定所    만남과 헤어짐은 원래 정해진 일 없어
不知何處更因緣    어디에서 다시 인연 맺을 줄 알겠는가
벗을 만나 읊다(逢故人吟)
禪樓簫洒淨無塵    선루禪樓는 씻은 듯하여 티끌 없이 깨끗한데
送別河橋夢相頻    강가 다리에서 헤어져 꿈만 자주 꾸었다
惠遠晩來深結夏    혜원惠遠은 늘그막까지 결하結夏59)에 깊었고
淵明歸去幾經春    도연명은 돌아가서 몇 번이나 봄 보냈던가
雨餘飛瀑聲猶急    비 온 뒤에 날리는 폭포소리 더욱 급하고
畵樓前山更看新    단청한 누대 앞산은 보니 더욱 청신한데
靑燈五夜緣詩苦    푸른 등불에 5경까지 시 짓느라 애쓰니
白月升空冷透身    흰 달 하늘에 떠올라 냉기 몸에 스미는구려
또(又)
石逕﨑嶇踏草行    바윗길 험준하여 풀을 밟고 지나가니
山嵐海瘴入新晴    산 이내에 바다 장독瘴毒 말끔히 개었다
萬法歸空無實故    온갖 법 공空으로 돌아가 실체 없기에
百年如夢愧浮名    평생이 꿈 같아 헛된 명성 부끄럽구나
分手幾年勞遠夢    이별한 뒤 몇 년을 아득한 꿈 꾸었던가
並席今夜話平生    오늘 밤 자리하여 지난 일 이야기하네
安得雲林同結社    어떡하면 깊은 숲에서 함께 결사 맺어
滌衿流水此心淸    흐르는 물에 옷 빨고 이 마음 맑힐거나
송별(送別)
山空日永水長流    빈산에 해 길고 물 유유히 흐르는데
野樹蒼蒼是古州    들판 나무 푸릇푸릇하니 옛 고을일세
怊悵溪橋相送罷    서글피 개울가 다리에서 헤어진 뒤에
夢魂應在月高樓    몽혼夢魂은 달 높이 뜬 누대에 있으리라
우연히 읊다(偶吟)
草樹彫零寺不幽    초목이 조락凋落하여 절 그윽하지 않지만
逢人話舊卽淸遊    사람 만나 옛이야기 하니 맑은 놀이로다

012_0291_a_01L
一別經年最恨多及今重會意何如

012_0291_a_02L病起三春成遠夢詩成半日發高歌

012_0291_a_03L世情閱歷相酬酢詞味淸閑共唱和

012_0291_a_04L問君此地烟霞足收拾風雲幾度過

012_0291_a_05L送念學人烟船蓮牽緣

012_0291_a_06L
送君此地散雲烟行利任如不繫船

012_0291_a_07L西風庭院娟娟菊秋水池塘淡淡蓮

012_0291_a_08L怊悵今朝言未盡丁寧他夜夢相牽

012_0291_a_09L離合元來無定所不知何處更因緣

012_0291_a_10L逢故人吟塵頻春新身

012_0291_a_11L
禪樓簫洒淨無塵送別河橋夢相頻

012_0291_a_12L惠遠晩來深結夏淵明歸去幾經春

012_0291_a_13L雨餘飛瀑聲猶急畵樓前山更看新

012_0291_a_14L靑燈五夜緣詩苦白月升空冷透身

012_0291_a_15L行晴名生淸

012_0291_a_16L
石逕﨑嶇踏草行山嵐海瘴入新晴

012_0291_a_17L萬法歸空無實故百年如夢愧浮名

012_0291_a_18L分手幾年勞遠夢並席今夜話平生

012_0291_a_19L安得雲林同結社滌衿流水此心淸

012_0291_a_20L送別流州樓

012_0291_a_21L
山空日永水長流野樹蒼蒼是古州

012_0291_a_22L怊悵溪橋相送罷夢魂應在月高樓

012_0291_a_23L偶吟幽遊秋舟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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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樹彫零寺不幽逢人話舊卽淸遊

012_0291_b_01L詩仙今到三千界    시선詩仙이 지금 삼천세계에 이르셨는데
禿髮虛經五十秋    민둥머리로 헛되이 50년 세월 보냈구려
祇合一生迢苦海    제 한평생만 고해苦海 멀리 벗어나도 되는데
何因諸佛運慈舟    무슨 까닭에 부처님들 자비의 배 다루는가
空門寂寂風吹雪    절간 적막하고 바람에 눈발 날리는데
怊悵年華不暫留    세월 잠시도 머물지 않고 가니 슬프구나
또(又)
山高雲樹遠連天    산 높아 구름 낀 나무 멀리 하늘 닿았는데
回首蒼溟卽眼前    머리 돌려 보니 푸른 바다가 바로 눈앞이네
滿壑晴嵐來曉日    골 가득한 맑은 이내에 아침 해 떠오르자
登山遊客送閑年    산에 오른 나그네는 한가로운 시간 보내지
幾度遙聞新麗藻    참신하고 고운 글 멀리서 얼마나 들었던가
今來共結淨因緣    지금에 와서야 함께 깨끗한 인연 맺는다네
相逢其奈離愁起    만났지만 이별의 근심 일어나니 어이하랴
却望歸程一色烟    돌아갈 길 바라보니 안개만 짙게 깔렸구나
중춘의 즉흥시(仲春卽事)
江天漠漠鷺停沙    아득한 강가의 백로는 모래밭에 머물고
暮鳥相尋舊主家    저녁 새들은 옛 주인집 찾아 날아가지
前溪後岸纔生草    앞 시내 뒷동산에는 풀이 갓 돋았건만
萬壑千山未見花    골마다 산마다 아직 꽃피지 않았구나
心情似水窮難得    심정은 물 같아 그칠 날 찾기 어렵고
富貴如雲夢亦賖    부귀는 뜬구름 같아 꿈조차 아득할세
一生屈指今過半    한평생 손꼽아 보니 지금 반 지났는데
釋院空慚昧道芽    절에 부끄럽게 도道의 싹 보이지 않네
또(又)
懶心不定似浮舟    게으른 마음 배를 띄운 듯 흔들려
書夜滔滔向遠洲    밤낮으로 넘실넘실 먼 섬 향해 가네
一聲杜宇春情得    두견새 우는 소리에 봄 정 알았고
萬種梅花結意求    매화꽃 만 그루 뜻을 맺어 찾았다네
餘生日月非無暇    남은 세월 겨를 없는 것 아니지만
浮世乾坤貴及遊    세속 천지 노니는 걸 귀히 여기네
濛濛𩂻雨知時節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시절 아는지
頃刻添溪漲溢流    어느새 계곡물 더하여 넘쳐흐르네
또(又)
春來花木帶芬芳    봄이 오니 꽃나무 그윽한 향기 두르고
長短守天向艶陽    길건 짧건 자연대로 고운 햇빛 향하네
昨夜雨聲風正惡    어젯밤 빗소리 들리고 바람 거세더니
今朝晴氣日初良    오늘 아침 맑은 기운에 햇살 아름답네
半世惟憐移去地    평생 자리 옮겨 다니는 것만 사랑하여
此生最喜醉遊場    내 생애 가장 기쁜 건 취해 노는 자리
貪見詩書須撥悶    시와 글 탐욕스럽게 보고 번민을 풀고
不求名利爲文章    명예와 이익 구하려고 글 짓지 않는다오
또(又)

012_0291_b_01L詩仙今到三千界禿髮虛經五十秋

012_0291_b_02L祇合一生迢苦海何因諸佛運慈舟

012_0291_b_03L空門寂寂風吹雪怊悵年華不暫留

012_0291_b_04L天前年緣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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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高雲樹遠連天回首蒼溟卽眼前

012_0291_b_06L滿壑晴嵐來曉日登山遊客送閑年

012_0291_b_07L幾度遙聞新麗藻今來共結淨因緣

012_0291_b_08L相逢其奈離愁起却望歸程一色烟

012_0291_b_09L仲春卽事沙家花賖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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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天漠漠鷺停沙暮鳥相尋舊主家

012_0291_b_11L前溪後岸纔生草萬壑千山未見花

012_0291_b_12L心情似水窮難得富貴如雲夢亦賖

012_0291_b_13L一生屈指今過半釋院空慚昧道芽

012_0291_b_14L舟洲求遊流

012_0291_b_15L
懶心不定似浮舟書夜滔滔向遠洲

012_0291_b_16L一聲杜宇春情得萬種梅花結意求

012_0291_b_17L餘生日月非無暇浮世乾坤貴及遊

012_0291_b_18L濛濛𩂻雨知時節頃刻添溪漲溢流

012_0291_b_19L芳陽良場章

012_0291_b_20L
春來花木帶芬芳長短守天向艶陽

012_0291_b_21L昨夜雨聲風正惡今朝晴氣日初良

012_0291_b_22L半世惟憐移去地此生最喜醉遊場

012_0291_b_23L貪見詩書須撥悶不求名利爲文章

012_0291_b_24L客逢龍鋒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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勝日尋芳對岸容    좋은 날 맞아 꽃을 찾아 산언덕 마주하니
古園花鳥正春逢    옛날 동산에 꽃과 새 한창 봄을 만났구려
雲深怪石如蹲虎    구름 깊어 괴이한 돌 웅크린 호랑이 같고
歲久老松作卧龍    세월 오래되어 늙은 소나무 누운 용 됐지
一句玄談生錦繡    한 구절 깊은 담론談論에 수놓은 비단 생기고
三盃豪興出詞鋒    석 잔에 호협豪俠한 기운 일어 시구가 나오니
百歲終能如此過    평생을 끝내 이와 같이 보낼 수만 있다면
名山何處不相從    명산 어느 곳인들 서로 따르지 않겠는가
죽순을 먹다(食筍)
於素饌中爲味初    소찬素饌60) 가운데 맛이 으뜸일세
由來悏口過茹蔬    본래 입에 맞아 나물 반찬보다 낫구나
牛羊角出風雷後    뿔 같은 새순은 비바람 몰아친 뒤 돋고
虎豹皮存霧雨餘    얼룩덜룩 껍질은 안개비에도 남아 있지
感有孟宗雪裡筍    맹종孟宗에 감동해야 눈밭에 죽순 자라고61)
名同王祥氷前魚    왕상王祥처럼 이름나야 얼음 앞에 물고기 있다오62)
人來若問非凡物    사람들 만일 비범한 사물 묻는다면
遙指古園但要渠    멀리 옛 동산 가리켜 그만을 찾으리라
삼짇날 다음날 성암聖庵에서 밤에 이야기하다(上巳翌日聖庵夜話)
未了前遊復夜開    앞서 놀던 일 못 끝냈는데 또 밤 되었기에
燈火耿耿促詩才    등불 깜빡거리며 시 짓는 재주 재촉한다
山空萬籟聲生竇    산 비어 만뢰萬籟 소리 구멍에서 생기고
河淨中天月上臺    은하수 맑아 하늘의 달 누대에 떠오르는데
九十日春慵裡過    90일 봄이 게으름 부리다 지나가니
百千萬事靜中來    천 가지 만 가지 일이 소리 없이 찾아오네
那得同心知己友    어떡하면 마음 같은 자신 알아줄 벗을 만나
滿腔懷抱送於盃    가슴 가득한 회포 술잔에 떠나보낼거나
봄날 산중에서 즉흥적으로 읊다(春日山中卽事)
當前春日不多餘    앞에 놓인 봄날 많이 남지 않았는데
腹痛有人問起居    배앓이에 어떤 이가 안부를 묻는구나
雅樂須看周魯頌    바른 음악은 「주송周頌」 「노송魯頌」63) 보아야 하고
英才布載漢唐書    뛰어난 인재는 『한서漢書』 『당서唐書』에 실려 있지
百囀黃鸝高枕後    높이 베개 베고 나니 꾀꼬리 울어대고
一雙粉蝶倚樓初    누대 기대고 서니 흰 나비 한 쌍 나는데
寄語東風桃李月    봄바람에게 복숭아꽃 살구꽃에 달 뜰 때
登山作賦興如何    산에 올라 시 지으면 어떻소 말을 부친다오
초여름에 여러 벗을 만나 읊다(早夏逢諸益吟)
滿壑風烟一擧顏    골마다 바람과 안개 가득하여 얼굴 드니
盪胷眞得暫時閒    가슴이 씻겨 참으로 잠시 한가함 얻도다
從古萊州云勝地    예부터 동래東萊는 경치 빼어난 곳이라 하여
如今梵刹是名山    지금까지 부처님 모신 절 있는 명산이지
細脉寒泉生石底    졸졸 흐르는 찬 샘물 바위 밑에서 솟고
千條古路透林間    천 가닥 옛날 길은 숲 속을 뚫고 지난다
送春慰有黃梅熟    봄 보내는 일 위로하느라 황매黃梅 익었는데
結夏園禽自徃還    하안거 든 동산에 새들 자유로이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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勝日尋芳對岸容古園花鳥正春逢

012_0291_c_02L雲深怪石如蹲虎歲久老松作卧龍

012_0291_c_03L一句玄談生錦繡三盃豪興出詞鋒

012_0291_c_04L百歲終能如此過名山何處不相從

012_0291_c_05L食筍初蔬餘魚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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於素饌中爲味初由來悏口過茹蔬

012_0291_c_07L牛羊角出風雷後虎豹皮存霧雨餘

012_0291_c_08L感有孟宗雪裡筍名同王祥氷前魚

012_0291_c_09L人來若問非凡物遙指古園但要渠

012_0291_c_10L上巳翌日聖庵夜話開才臺來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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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了前遊復夜開燈火耿耿促詩才

012_0291_c_12L山空萬籟聲生竇河淨中天月上臺

012_0291_c_13L九十日春慵裡過百千萬事靜中來

012_0291_c_14L那得同心知己友滿腔懷抱送於盃

012_0291_c_15L春日山中卽事餘居書初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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當前春日不多餘腹痛有人問起居

012_0291_c_17L雅樂須看周魯頌英才布載漢唐書

012_0291_c_18L百囀黃鸝高枕後一雙粉蝶倚樓初

012_0291_c_19L寄語東風桃李月登山作賦興如何 [1]

012_0291_c_20L早夏逢諸益吟顏閒山間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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滿壑風烟一擧顏盪胷眞得暫時閒

012_0291_c_22L從古萊州云勝地如今梵刹是名山

012_0291_c_23L細脉寒泉生石底千條古路透林間

012_0291_c_24L送春慰有黃梅熟結夏園禽自徃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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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水使 정석정鄭石汀과 읊다(與鄭水使石汀吟)
寒聲蟋蟀動幽墟    차가운 귀뚜라미 소리 그윽한 터에 울려
銀燭高懸官閣如    은촛대 높이 걸어 놓으니 관아인 듯하오
今夕便宜談半偈    오늘 저녁 반쪽 게송 말하기에 마땅하니
何年借暇閱羣書    어느 해에 말미 내어 뭇 책을 볼거나
前朝古寺僧無恙    앞 시대의 옛 절 승려는 탈이 없고
切地諸天日有餘    어디나 계신 제천諸天께선 날마다 여유 있는데
憑樓一望靑山色    누대 기대어 서서 청산 빛을 바라보니
秋氣生簾萬木疎    가을 기운 주렴에 생겨 나무마다 성글구나
영산팔상靈山八相64)
[1] 도솔래의兜率來儀
降神兜率散天花    신이 도솔천에서 내려오자 하늘 꽃 흩으니
自有摩耶惠夢佳    마야 부인 절로 아름다운 꿈 꾸었다오
宿世若非修福力    과거 세상에 복덕 닦은 힘이 아니라면
如何托跡轉輪家    어떻게 자취를 전륜왕가轉輪王家에 맡기겠는가
[2] 비람강생毘藍降生
九龍吐水洗金身    아홉 용이 물을 토해 황금빛 몸 씻으니
多刼生來結淨因    많은 겁을 살면서 깨끗한 인연 맺었다오
雖居童子遊戲地    비록 동자 되어 땅에서 소꿉장난 하지만
終作導師度幾人    끝내 도사導師 되어 몇 사람이나 건질까
[3] 사문유간四門遊看
出門車馬似轉圜    문 나서는 수레는 굴러가는 듯한데
記得無常却悵還    덧없음 기억하며 서글피 돌아왔다오
賴有大人指示力    어느 대인께서 지시하는 힘 덕분에
塵寰始覺夢魂間    세상이 꿈속인 줄 비로소 깨달았지
[4] 유성출가逾城出家
策馬春風道路長    봄바람에 말 달리니 길은 멀기만 한데
出城忘却舊宮墻    성곽을 빠져 나와 옛 궁궐 잊어버렸다오
金刀落髮叅山鹿    황금 칼로 머리카락 잘라 산사슴 무리에 끼니
萬疊雲峰是我居    첩첩이 구름에 싸인 봉우리는 내 집일세
[5] 설산수도雪山修道
世事如雲都是空    세상일은 구름 같아 모두 실체 없기에
一麻一食樂無窮    참깨 한 알만 먹어도 즐거움 다함없지
歷盡苦行終悟道    고행 두루 닦아 끝내 도를 깨달았으나
四面猶在幻漚中    온 세상 여전히 환구幻漚65) 중에 있구나
[6] 수하항마樹下降魔
法王眼下物無班    법왕의 눈 아래 물건에 다를 것 없나니
那得羣妖敢肆姦    어찌 요사한 것들 간사함 부리겠는가
畢竟諸魔歸攝伏    끝내 마구니들 귀의하여 복종할 것이니
化來摠是舊知顏    교화되면 모두가 예부터 아는 얼굴이네

012_0292_a_01L與鄭水使石汀吟嘘如書餘踈

012_0292_a_02L
寒聲蟋蟀動幽墟銀燭高懸官閣如

012_0292_a_03L今夕便宜談半偈何年借暇閱羣書

012_0292_a_04L前朝古寺僧無恙切地諸天日有餘

012_0292_a_05L憑樓一望靑山色秋氣生簾萬木疎

012_0292_a_06L靈山八相

012_0292_a_07L第一兜率來儀花佳家

012_0292_a_08L
降神兜率散天花自有摩耶惠夢佳

012_0292_a_09L宿世若非修福力如何托跡轉輪家

012_0292_a_10L第二毘藍降生身因人

012_0292_a_11L
九龍吐水洗金身多刼生來結淨因

012_0292_a_12L雖居童子遊戲地終作導師度幾人

012_0292_a_13L第三四門遊看圜還間

012_0292_a_14L
出門車馬似轉圜記得無常却悵還

012_0292_a_15L賴有大人指示力塵寰始覺夢魂間

012_0292_a_16L第四逾城出家長墻居

012_0292_a_17L
策馬春風道路長出城忘却舊宮墻

012_0292_a_18L金刀落髮叅山鹿萬疊雲峰是我居

012_0292_a_19L第五雪山修道空窮中

012_0292_a_20L
世事如雲都是空一麻一食樂無窮

012_0292_a_21L歷盡苦行終悟道四面猶在幻漚中

012_0292_a_22L第六樹下降魔班姦顏

012_0292_a_23L
法王眼下物無班那得羣妖敢肆姦

012_0292_a_24L畢竟諸魔歸攝伏化來摠是舊知顏

012_0292_b_01L
[7] 녹원전법鹿園轉法
好是鹿林轉法階    아름다운 녹야원鹿野苑 법을 전할 계단 되기에
五人先度本心懷    다섯 사람 먼저 제도하리라 마음 두었다오
如來興足慈航力    여래의 흥기興起는 자비 항해의 힘 넉넉하여
運渡羣迷生死涯    뭇 미혹된 무리를 생사 언덕에서 건지시지
[8] 쌍림열반雙林湼槃
化緣已畢示空棺    교화 인연 끝나자 텅 빈 관을 보이시며
傳法飮光入湼槃    법을 가섭에게 전하시고 열반에 드셨다오
金身不壞何曾滅    황금 몸은 파괴되지 않으니 어찌 소멸하랴
却爲濁世衆生親    오탁악세五濁惡世 중생 가까이하기 위해서라네
성암成庵 선생 행헌行軒에 드리다(奉呈成庵先生行軒下)
處世尙能正遂初    세상 처해서도 바른 은거隱居66) 가능하여
二年蓬海可安居    2년 동안 동래 바닷가에 편안히 머무셨다
千里長遊林下客    천 리 길 멀리 유람하는 임하林下의 나그네
一床閒積百家書    책상 위에는 백가百家 서적 한가히 쌓여 있지
去去無人流水似    가고 가도 보이는 이 없어 흐르는 물 같고
行行不繫白雲如    다니고 다녀도 매이지 않아 흰 구름 같구나
空門惜別今旦事    절에서 아쉬운 이별이 오늘 아침 일인데
猶有餘情暫住車    못 다한 정 남아 잠시 수레를 멈추시누나
본부本府의 사군使君을 송별하며(送別本府使君)
送客空門亦世情    나그네 보내는 공문空門도 세상 인정인데
東風驛路馬蹄輕    동풍 부는 역 길에 말 발걸음 가볍구나
五夜香燈通佛宇    새벽에 향기로운 등불 절간을 밝히고
滿天淑氣繞春城    하늘 가득한 맑은 기운 봄 성을 둘렀는데
解印還朝猶恨速    인끈 풀고 조정 가니 빠른 걸 한하고
臨岐惜別暗愁生    갈림길에 작별하니 몰래 시름 생기는구려
縱知此去銀臺許    이제 가면 은대銀臺67) 되는 줄 알지만
更無南方幾政聲    남방에는 선정의 명성 다시는 없으리라
본 고을 원님을 이별하며(奉別本倅)
蓬邑三年坐政堂    동래 읍에서 3년을 관아에 앉았더니
公門令肅動秋霜    공무公務의 호령 엄숙하여 추상같이 진동했다
殊方畏服曾無比    타향도 두려워 복종하여 견줄 이 없었으니
海國安閒更有光    바닷가 편안하고 한가하여 다시 빛이 난다
此日物論歸柱石    오늘의 여론은 나라의 주춧돌로 간다 하니
當時人望在嚴廊    지금 사람들의 기대는 조정에 있을 것이요
文翁去後遺風在    문옹文翁께서 가신 뒤에도 남겨진 교화 있어
澤及林泉野稻黃    은택이 산야에 미쳐 들판의 벼 누르리라
본 고을 원님을 모시고(奉陪本倅)
木落山房歲暮侵    낙엽 진 산방에 한 해 저물어 가는데
雪風連日動衣衿    눈보라 날마다 불어와 옷깃을 펄럭인다
一世高名題石面    한 세상 높은 이름을 비석 위에다 새기고
千岐細路入溪心    천 가닥 작은 길 반계磻溪의 마음68)에 들였다오

012_0292_b_01L第七鹿園轉法階懷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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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是鹿林轉法階五人先度本心懷

012_0292_b_03L如來興足慈航力運渡羣迷生死涯

012_0292_b_04L第八雙林湼槃棺槃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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化緣已畢示空棺傳法飮光入湼槃

012_0292_b_06L金身不壞何曾滅却爲濁世衆生親

012_0292_b_07L奉呈成庵先生行軒下初居書如車

012_0292_b_08L
處世尙能正遂初二年蓬海可安居

012_0292_b_09L千里長遊林下客一床閒積百家書

012_0292_b_10L去去無人流水似行行不繫白雲如

012_0292_b_11L空門惜別今旦事猶有餘情暫住車

012_0292_b_12L送別本府使君情輕城生聲

012_0292_b_13L
送客空門亦世情東風驛路馬蹄輕

012_0292_b_14L五夜香燈通佛宇滿天淑氣繞春城

012_0292_b_15L解印還朝猶恨速臨岐惜別暗愁生

012_0292_b_16L縱知此去銀臺許更無南方幾政聲

012_0292_b_17L奉別本倅堂霜光廊黃

012_0292_b_18L
蓬邑三年坐政堂公門令肅動秋霜

012_0292_b_19L殊方畏服曾無比海國安閒更有光

012_0292_b_20L此日物論歸柱石當時人望在嚴廊

012_0292_b_21L文翁去後遺風在澤及林泉野稻黃

012_0292_b_22L奉陪本倅侵衿心陰禁

012_0292_b_23L
木落山房歲暮侵雪風連日動衣衿

012_0292_b_24L一世高名題石面千岐細路入溪心

012_0292_c_01L滿目寒光天渺渺    눈에 가득한 차가운 빛에 하늘은 아득하고
橫空朔風晝陰陰    허공에 빗긴 삭풍으로 한낮에도 어둑한데
梅堂梵宇雖懸隔    뜰에 매화 핀 절 모습과 사뭇 다르기에
憶昨隨遊意不禁    지난날 함께 노닐던 생각 금하지 못하겠구려
또(又)
霜葉西風到貴人    단풍잎에 서풍 불 제 귀한 사람 이르시니
只將文酒更相親    글과 술만 가지고도 더욱 서로 친하네
滿壑烟霞堪可媚    골 가득한 안개와 노을은 사랑할 만하고
一園楓菊不知貧    동산에 핀 단풍 국화는 가난을 모르지
高山秋夜同看月    높은 산에서 가을밤 함께 달구경하고
僻洞松程又送賓    외진 골 솔 우거진 길에 또 손님 보내는데
海鴈寒聲摧節物    바다 갈매기는 찬 소리로 계절 재촉하니
空門頓覺歲華頻    공문에서 세월 급한 줄 갑자기 깨달았소
수사 정석정과 해운대를 읊다(與鄭水使石汀吟海雲臺)
秋容淡泊海無雲    가을 풍경 담박하여 바다에 구름 없는데
簫鼓中流兩岸聞    풍악 소리 울려 퍼져 양쪽 언덕에서 들리네
官舶高如樓上坐    관가 배는 높아 누대 위에 앉은 것 같고
村家遙入鏡中分    시골 마을 멀어 거울 속에 든 것 같구려
滄茫水路波千里    아득한 푸른 물길 파도가 천 리에 이는데
的歷沙場鷺一羣    깨끗한 모래밭에는 갈매기 한 무리 있네
臺存人去成陳跡    누대는 남아도 사람은 떠나 옛 자취 되니
此日西風共使君    이날 서풍 맞으며 원님과 함께 보낸다오
또(又)
極浦孤舟一葉輕    먼 포구에 외로운 배 가벼이 떠 있고
蒹葭十里暮烟生    갈대 우거진 10리에는 저녁 안개 이네
萬頃鯨波通海氣    만 이랑 사나운 물결에 바다 기운 통하고
四郊虫語動秋聲    온 들녘 벌레 울음에 가을 소리 동요하는데
一場唱和神還壯    한바탕 시 읊고 화답하니 정신 장쾌하고
三酌歡娛酒後淸    석 잔 술에 즐거워하니 술 깬 뒤에도 맑구려
此生隨處江湖樂    이 삶 가는 곳마다 강호의 즐거움 누리니
猶有雙鷗屬舊盟    한 쌍의 갈매기 있어 옛 맹세 잇는도다
중양절에 우연히 읊다(重陽偶吟)
佳節人間有所思    좋은 계절 인간에 그리운 것 있는데
今年九月菊花遲    올해는 9월 되어도 국화가 더디 피네
開卷眞如逢舊友    책 펴면 참으로 옛 벗을 만난 것 같고
對人猶喜說新詩    사람 대하면 새 시를 말하느라 기쁘지
居閒消世誰能得    한거하며 세월 보내는 일 누가 잘하리오
隨俗求名自不知    세속 따라 명성 구함도 스스로 모른다오
欲成道業年空去    도업道業을 이루고자 하나 세월 헛되이 가고
兩鬂無端白髮垂    귀밑머리에 무단히 흰머리 드리워졌구나
수사 정석정을 이별하며 드리다(贈別鄭水使石汀)

012_0292_c_01L滿目寒光天渺渺橫空朔風晝陰陰

012_0292_c_02L梅堂梵宇雖懸隔憶昨隨遊意不禁

012_0292_c_03L人親貧賓頻

012_0292_c_04L
霜葉西風到貴人只將文酒更相親

012_0292_c_05L滿壑烟霞堪可媚一園楓菊不知貧

012_0292_c_06L高山秋夜同看月僻洞松程又送賓

012_0292_c_07L海鴈寒聲摧節物空門頓覺歲華頻

012_0292_c_08L與鄭水使石汀吟海雲臺雲聞分群
012_0292_c_0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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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容淡泊海無雲簫鼓中流兩岸聞

012_0292_c_11L官舶高如樓上坐村家遙入鏡中分

012_0292_c_12L滄茫水路波千里的歷沙場鷺一羣

012_0292_c_13L臺存人去成陳跡此日西風共使君

012_0292_c_14L輕生聲淸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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極浦孤舟一葉輕蒹葭十里暮烟生

012_0292_c_16L萬頃鯨波通海氣四郊虫語動秋聲

012_0292_c_17L一場唱和神還壯三酌歡娛酒後淸

012_0292_c_18L此生隨處江湖樂猶有雙𩿨屬舊盟

012_0292_c_19L重陽偶吟思遲詩知垂

012_0292_c_20L
佳節人間有所思今年九月菊花遲

012_0292_c_21L開卷眞如逢舊友對人猶喜說新詩

012_0292_c_22L居閒消世誰能得隨俗求名自不知

012_0292_c_23L欲成道業年空去兩鬂無端白髮垂

012_0292_c_24L贈別鄭水使石汀方傷長章蒼

012_0293_a_01L
漠漠黃雲暗塞方    아득한 누런 구름 어둑하게 변방 가렸는데
天涯此別倍心傷    하늘가에서 이별하니 마음 더욱 아프다
一行鞍馬家山遠    한 줄로 말을 타고 가니 고향 산천 멀어지고
八月㫌旗驛路長    8월에 깃발 펄럭이니 역마 길 멀기만 한데
流世豈忘扶社稷    흐르는 세월에 사직 붙들 이 어찌 잊겠는가
居官不負老文章    벼슬 살면서도 완숙한 문장 등지지 않았다오
二年治績邊門靜    2년 동안 치적으로 변경의 문 고요하니
羌笛聲中水氣蒼    오랑캐 피리 부는 소리에 물 기운 푸르구나
구일九日에 나그네와 읊다(九日與客吟)
黃菊佳辰不厭遊    노란 국화 좋은 계절 놀기 싫지 않은데
千林霜落歲華流    온 숲 서리 맞은 낙엽에 세월 흐른다
遠客携詩同結社    먼 나그네 시를 가지고 함께 결사 맺으니
孤雲出峀更移洲    외론 구름 봉우리에서 나와 섬으로 흘러가네
山村日暮家家杵    산촌에는 해 저물어 집마다 다듬이질하고
海國鴻鳴處處秋    바다에는 기러기 울며 곳곳마다 가을인데
莫道今來無別趣    지금에 별다른 흥취 없다고 하지 말라
故園楓景使人留    고향의 단풍 든 경치 사람 발길 잡는다오
우연히 읊다(偶吟)
高臺一上望江鄕    높은 대에 올라 강가 마을을 바라보니
似戟雲山接大荒    창 같은 구름 낀 산 하늘 끝에 닿았네
金磬遙添風竹韵    경쇠 소리 멀리 풍죽風竹 소리 더하고
石階飛散雨花香    돌계단에는 꽃비가 향기롭게 흩날리네
洞口垂蘿泉脉細    동구에 덩굴 드리우고 샘 졸졸 흐르며
門前斜柳路岐長    문 앞 늘어진 버들에 갈림길이 길구나
夜久松窓羣動定    밤 깊어 솔창에 온갖 생물이 고요한데
玲瓏朗月到上方    영롱한 밝은 달 하늘 꼭대기에 떴도다
중추절에 옛 친구와 함께 읊다(仲秋與故人吟)
叔夜一生愛酒偏    숙야叔夜69)는 일생 동안 술을 몹시 사랑하여
放情疎散送流年    마음 풀어 놓고 한가히 흐르는 세월 보냈지
從古人同歸夢裡    옛사람 따라 꿈속으로 함께 돌아가려 한다면
如今誰不醉樽前    지금 누가 술동이 앞에서 취하지 않겠는가
重陽在近秋猶半    중양절重陽節 가까이 다가와 가을은 반이 되었는데
八月居中菊未全    8월 중순에도 국화는 활짝 피지 않았구나
歲有豊登朝野樂    시절은 풍년 들어 온 나라 즐거워하니
牧童撗笛過山田    소 치는 아이 젓대 불며 산골 밭 지난다
본 고을 원님이 산성山城 떠나는 것을 전별하며(餞別本倅去山城)
特地奇看若畫成    유달리 기이한 경치 그림 그린 듯한데
使君餞別到山城    원님 이별 잔치하느라 산성에 이르렀다
日暮松枝天鶴下    날 저물자 솔가지에 천학天鶴 내려앉고
香飄塔院篆烟生    향기는 사원에 일렁이며 향 연기 솟는데
谷口浮雲隨去鳥    골짜기 어귀의 뜬구름 새를 따라가고
峯腰弱柳向風輕    산 중턱 나긋한 버드나무 바람에 가볍구나
悵登節頂回頭望    서글피 정상에 올라 고개 돌려 바라보니
畫角共歸流水中    뿔피리 소리 흐르는 물과 함께 흘러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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漠漠黃雲暗塞方天涯此別倍心傷

012_0293_a_02L一行鞍馬家山遠八月㫌旗驛路長

012_0293_a_03L流世豈忘扶社稷居官不負老文章

012_0293_a_04L二年治績邊門靜羌笛聲中水氣蒼

012_0293_a_05L九日與客吟遊流洲秋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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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菊佳辰不厭遊千林霜落歲華流

012_0293_a_07L遠客携詩同結社孤雲出峀更移洲

012_0293_a_08L山村日暮家家杵海國鴻鳴處處秋

012_0293_a_09L莫道今來無別趣故園楓景使人留

012_0293_a_10L偶吟鄕荒香長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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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臺一上望江鄕似戟雲山接大荒

012_0293_a_12L金磬遙添風竹韵石階飛散雨花香

012_0293_a_13L洞口垂蘿泉脉細門前斜柳路岐長

012_0293_a_14L夜久松窓羣動定玲瓏朗月到上方

012_0293_a_15L仲秋與故人吟偏年前全田

012_0293_a_16L
叔夜一生愛酒偏放情疎散送流年

012_0293_a_17L從古人同歸夢裡如今誰不醉樽前

012_0293_a_18L重陽在近秋猶半八月居中菊未全

012_0293_a_19L歲有豊登朝野樂牧童撗笛過山田

012_0293_a_20L餞別本倅去山城成城生輕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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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地奇看若畫成使君餞別到山城

012_0293_a_22L日暮松枝天鶴下香飄塔院篆烟生

012_0293_a_23L谷口浮雲隨去鳥峯腰弱柳向風輕

012_0293_a_24L悵登節頂回頭望畫角共歸流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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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를 보내다(送客)
桑門送客悵紛紛    절에서 나그네 보내니 슬픔 많고도 많아
求是空言不可聞    빈말이라도 구해 보지만 들을 수 없구나
洞辟離亭愁去路    골 외져 이정離亭70)에서 가는 길 근심하고
秋凉古寺絕浮雲    가을 서늘하여 옛 절에 뜬구름 끊어졌는데
交情無奈題詩韵    맺은 우정 어찌할 길 없어 시 지어 읊고
宿契難忘執手分    오랜 교분 잊기 어려워 헤어짐에 손잡는다오
山房幾見騷人過    산방에서 얼마나 시인 지나는 걸 보았던가
健筆能書小似君    힘찬 필세筆勢로 잘 쓰는 그대 같은 이 드물다
봄날 옛 친구와 읊다(春日與故人吟)
園禽松鶴自爲隣    동산의 새 소나무의 학은 절로 이웃하는데
若夢浮生幾送春    꿈 같은 뜬 인생 몇 번이나 봄 보냈던가
年逾五十求何事    나이 쉰 넘겼는데 무슨 일 구하겠는가
節過三庚健此身    절기는 삼복더위 지났건만 이 몸 건장하지
翠竹垂陰能却暑    푸른 대숲 그늘 드리워 더위 쫓을 수 있고
白雲流水本無塵    흰 구름 흐르는 물은 본래 티끌 한 점 없구나
秋陽淑淑催年事    가을볕 맑고도 맑아 한 해의 일 재촉하는데
唯喜山中再見人    기쁜 건 산중에서 다시 그대를 만난 일이로세
나그네를 대하여 읊다(對客吟)
八月楓林不是遲    8월의 단풍 든 숲은 더딘 게 아니어서
未開叢菊帶幽期    국화꽃 피지 않았건만 만날 약속 띠었다
許飮遠公曾結社    술 허락한 원 공遠公은 결사 맺은 적이 있고71)
逢秋宋玉又堪悲    가을 만난 송옥宋玉은 다시 슬픔 견디겠지72)
淨界傷心人去後    정계淨界에서 상심함은 사람 떠난 뒤요
空山落磬客來時    빈산에 경쇠 소리 울린 건 나그네 올 때
明月良宵通憶夢    달 밝은 좋은 밤에 그대 그리는 꿈 꾸니
關河何處不相思    타관 어디엔들 서로 생각하지 않겠느뇨
부산 이연린과 함께 읊다(與釜山李蓮隣共吟)
一雙黃鳥下松溪    꾀꼬리 한 쌍 소나무 계곡에 내려앉았는데
碧殿烟深日已西    벽옥 빛 전각 안개 깊고 해 벌써 기울었네
籬篁經夏連空直    울타리 대나무 여름 지나자 하늘에 뻗었고
夜月尋人入戶低    달은 사람 찾아와 문으로 나직이 들어오네
愧我追遊才質魯    내 재질 노둔魯鈍한데도 어울리는 게 부끄럽고
羨君文筆弟兄齊    그대의 글재주는 겨루기 어려운 게 부럽소
羅代古基無問處    신라 때 지어진 옛터를 물을 곳이 없기에
當年惟有石鷄啼    당시에 돌로 만든 닭만 남아서 울고 있다오
또(又)
之子當初自草堂    이 사람 애초에 초당草堂에서
欲看風景作心行    풍경을 보려고 마음먹고 왔네
早知送別今朝在    오늘 아침 송별인 줄 알았다면
恨不前宵醉飮長    어젯밤 취하도록 마셨을 텐데
우연히 읊다(偶吟)

012_0293_b_01L送客紛聞雲分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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桑門送客悵紛紛求是空言不可聞

012_0293_b_03L洞辟離亭愁去路秋凉古寺絕浮雲

012_0293_b_04L交情無奈題詩韵宿契難忘執手分

012_0293_b_05L山房幾見騷人過健筆能書小似君

012_0293_b_06L春日與故人吟隣春身塵人

012_0293_b_07L
園禽松鶴自爲隣若夢浮生幾送春

012_0293_b_08L年逾五十求何事節過三庚健此身

012_0293_b_09L翠竹垂陰能却暑白雲流水本無塵

012_0293_b_10L秋陽淑淑催年事唯喜山中再見人

012_0293_b_11L對客吟遲期悲時思

012_0293_b_12L
八月楓林不是遲未開叢菊帶幽期

012_0293_b_13L許飮遠公曾結社逢秋宋玉又堪悲

012_0293_b_14L淨界傷心人去後空山落磬客來時

012_0293_b_15L明月良宵通憶夢關河何處不相思

012_0293_b_16L與釜山李蓮隣共吟溪西低齊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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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雙黃鳥下松溪碧殿烟深日已西

012_0293_b_18L籬篁經夏連空直夜月尋人入戶低

012_0293_b_19L愧我追遊才質魯羨君文筆弟兄齊

012_0293_b_20L羅代古基無問處當年惟有石鷄啼

012_0293_b_21L堂行長

012_0293_b_22L
之子當初自草堂欲看風景作心行

012_0293_b_23L早知送別今朝在恨不前宵醉飮長

012_0293_b_24L偶吟斜家花賖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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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南山北路轉斜    산 남북으로 길은 점점 기울어 가는데
白雲中有梵王家    흰 구름 두른 곳에 범왕梵王 모신 집이 있다오
海岸風來搖竹葉    바닷가에서 바람 부니 대나무 잎 떨리고
江天鴈下發蘆花    강가에 기러기 내려앉으니 갈대꽃 날리지
非無不意良宵會    뜻밖의 좋은 밤 모임 없는 게 아니건만
有客難謀好酒賖    나그네와 좋은 술 한없이 마시기 어렵구려
秋容淡泊無塵界    가을 풍경 담박하여 티끌 없는 경계인데
溪水同流洞宇霞    계곡 물은 골짜기 집 노을과 함께 흘러가누나
본부의 장연호와 읊다(與本府張蓮湖吟)
日暮孤庵客扣扉    해 저물자 외딴 암자에 객이 사립문 두드리니
遙憶前遊意杳微    예전 놀던 일 추억에 마음이 아득해지네
老境無人傳一鉢    늙은 지경 되자 발우 하나 전할 사람 없지만
早年投佛足三衣    일찍 부처님께 귀의해 옷 세 벌에 만족했지
不求佳節傾盃數    좋은 계절 술잔 자주 기울이길 바라지 않으나
只願空門送別稀    절에서 송별하는 일 드물기만 바랄 뿐이로세
窮達由來天所賜    궁핍과 영달은 본래 하늘이 내린 것이기에
浮生缺界事多違    뜬 인생은 흠 난 세계에서 어긋난 일 많았다오
또(又)
歲暮荆扉爲客迎    세밑에 사립문에서 나그네 맞이하니
庭花數朶帶霜明    뜰에 핀 꽃 몇 송이는 이슬 띠어 밝구나
上方紅葉無如寺    산 위의 붉은 단풍잎은 절만 한 데 없고
下視靑烟不遠城    굽어보니 푸른 안개에 성이 멀지 않네
山高通海歸帆遠    높은 산 바다에 통하니 돌아가는 배 멀고
鶴老捿松落羽輕    늙은 학은 소나무에 깃들어 깃털 날리는데
惆悵無人同話舊    옛일 함께 말할 사람 없음을 슬퍼하니
與君强作出門行    그대와 억지로라도 문밖을 나서야겠구려
또(又)
逢遊不得數年中    만나서 노니는 일 여러 해 못 했는데
黃菊佳辰會梵宮    노란 국화 좋은 때에 범궁梵宮에서 만났네
古寺秋寒疑過雨    옛 절은 가을 깊어 비 지나간 듯하고
空山樹靜若無風    빈산의 나무 고요해 바람 없는 듯
弱雲出洞連還斷    옅은 구름 골짝 나와 드문드문 떠가고
老葉經霜翠且紅    늙은 잎은 서리 지나자 푸르고 붉구나
晩景近來無與說    요사이 저녁 경치를 말할 사람이 없더니
有人今到自城東    사람이 성 동쪽에서 이제 찾아왔구려
우연히 읊다(隅吟)
小洞尋芳竹樹圍    작은 골짝 꽃을 찾아가니 대나무 둘렀는데
園中群島向人飛    동산에 있는 뭇 새들은 사람 향하여 난다
江南花伴今無恙    강남에서 꽃구경 하던 벗들 지금 별 탈 없는가
洛下詩仙尙未歸    서울의 시선詩仙은 아직도 돌아가지 않았다오
會合每從時共得    회합은 매번 따르지만 때가 함께해야 하고
經綸猶在世將違    경륜은 여전히 있지만 세상은 어긋나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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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南山北路轉斜白雲中有梵王家

012_0293_c_02L海岸風來搖竹葉江天鴈下發蘆花

012_0293_c_03L非無不意良宵會有客難謀好酒賖

012_0293_c_04L秋容淡泊無塵界溪水同流洞宇霞

012_0293_c_05L與本府張蓮湖吟扉微衣稀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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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暮孤庵客扣扉遙憶前遊意杳微

012_0293_c_07L老境無人傳一鉢早年投佛足三衣

012_0293_c_08L不求佳節傾盃數只願空門送別稀

012_0293_c_09L窮達由來天所賜浮生缺界事多違

012_0293_c_10L迎明城輕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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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暮荆扉爲客迎庭花數朶帶霜明

012_0293_c_12L上方紅葉無如寺下視靑烟不遠城

012_0293_c_13L山高通海歸帆遠鶴老捿松落羽輕

012_0293_c_14L惆悵無人同話舊與君强作出門行

012_0293_c_15L1)中宮風紅東

012_0293_c_16L
逢遊不得數年中黃菊佳辰會梵宮

012_0293_c_17L古寺秋寒疑過雨空山樹靜若無風

012_0293_c_18L弱雲出洞連還斷老葉經霜翠且紅

012_0293_c_19L晩景近來無與說有人今到自城東

012_0293_c_20L隅吟圍飛歸違衣

012_0293_c_21L
小洞尋芳竹樹圍園中群島 [1] 向人飛

012_0293_c_22L江南花伴今無恙洛下詩仙尙未歸

012_0293_c_23L會合每從時共得經綸猶在世將違

012_0293_c_24L「中宮風紅東」五字編者補入

012_0294_a_01L坐久寒山多酒力    찬 산에서 한참을 앉았자니 술기운 많은데
東風拂拂動行衣    동풍 세차게 불어와 나그네 옷을 펄럭인다
본부의 한설초와 읊다(與本府韓雪初吟)
四月空山草色深    4월 맞은 빈산에 풀빛이 깊은데
白雲長在寺中心    흰 구름 절 안에 늘 감돌고 있네
無奈此間風景美    여기 풍경이 좋은 것을 어찌하나
門前迎送野人尋    문에서 찾아온 야인野人 맞고 보내지
우연히 읊다(偶吟)
蒼藤石壁亂松音    푸른 담쟁이 석벽에 솔바람 소리 어지러운데
厭聽空堂蟋蟀吟    빈 마루에서 귀뚜라미 소리 물리게 듣는다
三宿仙緣經幾日    선연仙緣에서 세 밤 묵고자 했더니 며칠 지났나73)
一看詩本低千金    시본詩本을 한번 보는 데 천금千金이나 나가는구나
世間物有靑春好    세간의 남들은 좋은 청춘 시절 맞았지만
鏡裡人傷白髮侵    거울 속 사람은 늘어나는 백발을 아파한다오
若許餘緣同結社    남은 인연 허락하고 함께 결사 맺는다면
塵寰長短寄雲林    세속의 잘나고 못남을 구름 낀 숲에 맡기리라
우연히 읊다(偶吟)
碧溪沙白水澄湛    푸른 계곡의 모래는 희고 물은 맑아
靜坐消香閱寶凾    고요히 앉아 향 사르고 경전 본다네
一春烟景看難盡    봄 안개 경치는 보아도 다함이 없고
百舌園禽難未諳    우짖는 동산 새 모른 체하기 어렵지
光陰如走人將老    달리는 듯한 시간에 사람 늙어만 가고
歲色無端月已三    세월 속절없어 달이 세 번 지났구나
好是園花芳草節    동산의 꽃과 풀이 푸른 계절이 좋아
杖屨遍踏路東南    지팡이 짚고 동남쪽 길 두루 다니네
본 고을 원님을 모시고(奉陪本倅)
重陽黃菊暢幽情    중양절에 노란 국화는 그윽한 정 폈는데
送別使君宿化城    원님 송별하느라 변화로 된 성74)에서 묵는다
山樹葉踈秋色暮    산의 나무는 잎 성글어 가을빛 저물어 가고
海天霜落鴈聲驚    바닷가에 서리 내려 기러기 소리에 놀라지
石井魚遊留古跡    돌우물75)에 물고기 노닐어 옛 자취 남았는데
湘臺人去但虛名    의상대에는 사람 떠나고 이름만 남았구나
五馬返還泥濘路    다섯 마리 말76) 진흙투성이 길로 되돌아가니
松堤風物共愁生    소나무 길 둑의 풍물은 함께 시름겨워하노라
우연히 읊다(偶吟)
嗈嗈千里鴈      기럭기럭 울며 천 리 가는 기러기
半日過長空      오후에 먼 하늘을 날아 지나가네
勝地開金刹      경치 훌륭한 곳에 금찰金刹이 열리어
香燈照佛宮      향과 등으로 부처의 집을 비추지
人歸楓影外      사람은 단풍 그늘 밖에 돌아가고
秋颯雨聲中      가을바람은 빗소리에 들리는구나
蟋蟀催年事      귀뚜라미는 한 해 일 재촉하는데
松扉動石風      소나무 사립문에 돌 흔드는 바람

012_0294_a_01L坐久寒山多酒力東風拂拂動行衣

012_0294_a_02L與本府韓雪初吟深心尋

012_0294_a_03L
四月空山草色深白雲長在寺中心

012_0294_a_04L無奈此間風景美門前迎送野人尋

012_0294_a_05L偶吟音吟金侵林

012_0294_a_06L
蒼藤石壁亂松音厭聽空堂蟋蟀吟

012_0294_a_07L三宿仙緣經幾日一看詩本低千金

012_0294_a_08L世間物有靑春好鏡裡人傷白髮侵

012_0294_a_09L若許餘緣同結社塵寰長短寄雲林

012_0294_a_10L偶吟湛函諳三南

012_0294_a_11L
碧溪沙白水澄湛靜坐消香閱寶凾

012_0294_a_12L一春烟景看難盡百舌園禽難未諳

012_0294_a_13L光陰如走人將老歲色無端月已三

012_0294_a_14L好是園花芳草節杖屨遍踏路東南

012_0294_a_15L奉陪本倅情城驚名生

012_0294_a_16L
重陽黃菊暢幽情送別使君宿化城

012_0294_a_17L山樹葉踈秋色暮海天霜落鴈聲驚

012_0294_a_18L石井魚遊留古跡湘臺人去但虛名

012_0294_a_19L五馬返還泥濘路松堤風物共愁生

012_0294_a_20L偶吟空宮中風

012_0294_a_21L
嗈嗈千里鴈半日過長空

012_0294_a_22L勝地開金刹香燈照佛宮

012_0294_a_23L人歸楓影外秋颯雨聲中

012_0294_a_24L蟋蟀催年事松扉動石風

012_0294_b_01L
나그네와 읊다(與客吟)
千峯怪石立嵬峩    천 개의 봉우리에 괴석은 우뚝 솟았는데
處處秋風入賦歌    어딜 가나 가을바람 노래 속에 들어오네
野屋方塘秋水在    들집 네모난 연못에는 가을 물이 담겼고
山家松路綠苔多    산집 소나무 길에는 푸른 이끼 덮였는데
下界幾年成翰墨    속세에서 몇 년을 문필의 일 이루었는가
上方一宿弄烟波    산에서 하루 묵으며 안개 물결 희롱하네
桂折天門應有日    대궐에서 계수나무 꺾을 날 있을 터이니
靑雲高塔不躋何    청운의 높은 탑에 어찌 오르지 않겠는가
또(又)
上方搖落客相尋    산 위에 낙엽 날려 나그네들 서로 찾는데
寺下松亭古洞深    절 아래 소나무 정자 있는 옛 골은 깊기만 하다
秋氣橫侵閑坐處    가을 기운 한가히 앉은 곳에 스며들고
鳥聲亂出獨行林    새소리 홀로 가는 숲에 요란히 들리는데
石井魚游千年跡    물고기 노닌 돌우물엔 천년 자취 남았고
湘臺人去萬刼心    사람 떠난 의상대엔 만겁 마음 남았구려
好是授衣佳節日    옷 만들어 주기에 좋은 아름다운 날77)
崢嶸玉宇彩雲陰    우뚝한 법당이 구름 그늘에 빛나는구나
또(又)
孤雲出峀鳥知還    외론 구름 산정에서 나오고 새 돌아오는데78)
楓葉千峰紫翠間    단풍 물든 천 개 봉우리마다 울긋불긋하네
窓前春種淵明菊    창 앞에는 봄에 심어 놓은 도연명陶淵明의 국화요79)
方外秋尋謝眺山    절 밖에는 가을을 찾는 사조謝眺의 산 둘렀네80)
自疑弱冠年空去    내 스무 살의 젊음 헛되이 가는가 근심하여
不出林泉意更閑    숲 속 나서지 않아도 마음 더욱 한가로웠지
記得塵寰無實事    티끌세상은 진실한 일 없는 줄 기억하기에
晩今人事不相關    늦도록 지금까지 사람 일 관여하지 않았다네
또(又)
五十年光送梵鍾    50년 세월을 절 종소리로 떠나보내니
四山皆石樹重重    온 산은 모두 돌이요 나무 겹겹이 둘렀다
愧我道無能解虎    내 도道가 범을 화해시키지 못해 부끄럽지만81)
知君才是早登龍    그대 재주 일찍 등용문 오를 줄 알겠구려
洗去塵衿流水岸    때 묻은 옷깃 흐르는 물가에서 씻어 내고
秋來黃葉白雲峰    가을엔 단풍 든 흰 구름 봉우리에 노닌다오
夜雨禪栧同話久    밤비에 선탑禪榻82)에서 함께 늦도록 얘기하나
還慚絕乏酒盃濃    진한 술잔 나눌 길 없어 도리어 부끄럽소
또(又)
八月秋風景轉行    8월 가을바람에 풍경은 차츰 바뀌어서
踈簾雨過忽凉生    성긴 주렴에 비 지나자 홀연 냉기 이네
一別經年疑熟面    이별한 뒤 해가 지나 얼굴 알까 했는데
相逢有日活餘情    서로 만나는 날 못 다한 정이 생동하네
浮雲出洞憐偏白    뜬구름 골에서 나와 유난히 희어 좋고
流水廻塘見底淸    흐르는 물 못에 돌아 맑은 바닥 보이네

012_0294_b_01L與客吟峩歌多波何

012_0294_b_02L
千峯怪石立嵬峩處處秋風入賦歌

012_0294_b_03L野屋方塘秋水在山家松路綠苔多

012_0294_b_04L下界幾年成翰墨上方一宿弄烟波

012_0294_b_05L桂折天門應有日靑雲高塔不躋何

012_0294_b_06L尋深林心陰

012_0294_b_07L
上方搖落客相尋寺下松亭古洞深

012_0294_b_08L秋氣橫侵閑坐處鳥聲亂出獨行林

012_0294_b_09L石井魚游千年跡湘臺人去萬刼心

012_0294_b_10L好是授衣佳節日崢嶸玉宇彩雲陰

012_0294_b_11L還間山閑關

012_0294_b_12L
孤雲出峀鳥知還楓葉千峰紫翠間

012_0294_b_13L窓前春種淵明菊方外秋尋謝眺山

012_0294_b_14L自疑弱冠年空去不出林泉意更閑

012_0294_b_15L記得塵寰無實事晩今人事不相關

012_0294_b_16L鍾重龍峰濃

012_0294_b_17L
五十年光送梵鍾四山皆石樹重重

012_0294_b_18L愧我道無能解虎知君才是早登龍

012_0294_b_19L洗去塵衿流水岸秋來黃葉白雲峰

012_0294_b_20L夜雨禪栧 [1] 同話久還慚絕乏酒盃濃

012_0294_b_21L行生情淸成

012_0294_b_22L
八月秋風景轉行踈簾雨過忽凉生

012_0294_b_23L一別經年疑熟面相逢有日活餘情

012_0294_b_24L浮雲出洞憐偏白流水廻塘見底淸

012_0294_c_01L憑樓回首看山色    누대 기대어 머리 돌려 산 빛 바라보니
節物驚心各自成    시절 사물 놀랍게도 각기 절로 이루는구나
문文
동래 범어사 대웅전 불사 유공기東萊梵魚寺大雄殿佛事有功紀
동래의 북쪽 20리에 금정산金井山 범어사梵魚寺가 있다. 사적事蹟을 상고해 보면 대당大唐 문종文宗 태화太和 9년 을묘년(835)에 신라 흥덕대왕興德大王이 의상 조사義湘祖師를 위하여 세운 곳이다. 세울 때 규모는 기원정사祗園精舍83)에 거의 가까워 전각은 별처럼 벌여 있고, 탑묘塔廟는 기러기처럼 나열되어 있으며, 소상塑像은 40법체法軆이고, 승료僧寮(승방)는 360채여서 대중을 수천 명이나 수용하였는데, 항상 『화엄경』을 독송하였다. 그 밖의 돌계단과 연석鍊石84)과 문루門樓가 늘어선 모양은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그러나 흥폐興廢에는 때가 있고 성쇠盛衰는 무상하다. 지금은 여덟 채의 법당과 세 채의 노전爐殿과 일곱 채의 승료와 여덟 채의 암자와 종루鍾樓와 식당과 불이문不二門·천왕문天王門·일주문一柱門 등이 남아 있고, 대중은 합하여 2백여 명뿐이다.
삼가 승사僧史를 살펴보면, 우리 만정각자滿淨覺者85)께서 도솔천에서 신神으로 내려와 마야摩耶 부인의 태에 들어가 주周나라 소왕昭王 24년 갑인甲寅 4월 초파일에 정반왕淨飯王의 궁전에서 태어났다. 자字는 실달悉達이고, 지위는 동군東君86)에 거하였다. 태자가 태어난 지 이레 만에 마야 부인은 목숨을 마치고 도리천에 태어났다. 태자 나이 열아홉에 사문四門에 놀러 나갔다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싫어하고 사문沙門의 몸이 되는 것은 좋아하게 되어 궁중으로 돌아와 한밤중에 성을 넘어 출가하였다. 설산에 들어가 6년 동안 고행을 하고 서른 살이 되자 납월臘月87) 초파일 밤에 별을 보고 도를 깨달았다. 처음으로 녹야원鹿野苑에 가서 교진여憍陳如88) 등 다섯 사람을 제도하고 사제법四諦法89)을 굴렸다. 이에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할 생각으로 도리천에 올라가 90일 동안 하안거夏安居를 하면서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였다.

012_0294_c_01L憑樓回首看山色節物驚心各自成

012_0294_c_02L

012_0294_c_03L1)

012_0294_c_04L東萊梵魚寺大雄殿佛事有功紀 [1]

012_0294_c_05L
萊之北二十里有金井山梵魚寺稽于
012_0294_c_06L事蹟 [2] 大唐文宗太和十 [3] 九年乙卯
012_0294_c_07L羅興德大王爲義湘祖師所剏也當時
012_0294_c_08L剏制殆近祗園殿宇星羅塔廟鴈 [4]
012_0294_c_09L塑像四十法軆僧寮三百六十容衆
012_0294_c_10L數千常誦華嚴其餘階砌鍊石門樓排
012_0294_c_11L布等狀不可勝紀矣然興廢有時
012_0294_c_12L衰無常今則只有八法堂三爐殿七僧
012_0294_c_13L寮八庵子鍾樓食堂不二天王一柱等門
012_0294_c_14L而衆合二百餘名而已謹按僧史顧我
012_0294_c_15L滿淨覺者從兜率降神入摩耶胎 [5]
012_0294_c_16L昭王二十四年甲寅四月初八日生淨
012_0294_c_17L飯王宮字悉達位居東君生經七日
012_0294_c_18L摩耶命終生忉利天太子年至十九
012_0294_c_19L遊觀四門厭老病死樂沙門身還至
012_0294_c_20L宮中夜半逾城出家入雪山六年苦行
012_0294_c_21L年至三十臈月八夜見星悟道初遊
012_0294_c_22L鹿苑2)如眞 [6] 等五人 [7] [8] 四諦法於是
012_0294_c_23L思報母恩昇忉利天九旬結夏爲母
012_0294_c_24L「文」一字編者補入「如眞」疑「陳如」{編}

012_0295_a_01L
이때 우전왕優闐王이 여래를 사모하여 대목련大目連을 장인匠人으로 변하게 하여 천궁에 가서 부처님의 상호를 그려 오게 하고는 전단栴檀 향나무로 부처님 상을 조각하여 공양하였다. 이윽고 하안거를 마치고 아래로 내려오자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가서 부처님을 맞이하니, 그 상은 공중에 떠올라 부처님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부처님이 그 상의 정수리를 어루만지면서 수기受記하였다.
“내가 멸도滅度한 지 천년 뒤에 너는 진단震旦(동방)에 가서 사람과 천신을 널리 이롭게 할 것이다.”
부처님은 세상에 79년을 머무르면서 3백여 회의 설법을 하고 무수한 사람들을 제도하고 목왕穆王 52년 임신년(기원전 950) 2월 15일에 이르러 열반에 들었으니, 지금까지 통계를 내어 보면 모두 2천8백여 년이 된다.대체로 부처님은 세 가지 몸을 가진다. 법신法身은 원만한 마음으로 증득한 것을 이르고, 보신報身은 온갖 선善으로 얻은 것을 이르며, 화신化身은 연緣을 따라 나타난 것을 이른다. 여래가 멸도한 뒤로 천하의 여러 나라에서 진흙으로 빚거나 나무에 새기거나 모양을 채색하거나 상을 그려서 복을 빌고 죄를 참회하였는데 감응하지 않음이 없었다. 화신만은 멸도함을 보이지만 법신은 항상 머물러 소멸하지 않는다.
본사 대웅전의 후불後佛·삼장三藏·현왕現王·관음觀音·신중神衆 등 대여섯 개의 영정은 조성한 세월이 오래되어 금칠은 변하고 채색은 벗겨졌다. 새로 조성하고자 계획했지만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면서 결행하지 못했다. 신사년에 절에서 논의가 한번 일어나자 이구동성으로 찬성하였다. 이에 우화雨華라고 하는 대사가 큰 신심을 일으키고 큰 원력을 세워서 사부대중四部大衆90)의 창도가 되어 그와 뜻을 같이하는 해운海雲과 해산海山 등 대사들과 함께 도내 사찰에 교화를 다니고 절 밖으로는 인근 읍내와 촌락에까지 미쳐서 수천 냥을 얻었다. 그 돈으로 채색을 갖추고 화사畵師를 청하고 석덕碩德을 맞이하였다. 임오년(1882) 정월에 일을 시작하여 3월에 이르러 마쳤으니 찬란한 존상은 우러러보는 사람에게 살아 계신 듯한 생각이 들게 한다.
아, 아름답구나. 지금과 같은 오탁악세五濁惡世에 이런 희유한 일을 보다니. 우전왕이 불상을 조각한 일이 어찌 옛날에만 아름답겠는가?

012_0295_a_01L說法優闐王思慕如來乃命大 [9] 目連
012_0295_a_02L化爲匠人詣天宮摹佛相好以栴檀香 [10]
012_0295_a_03L刻像供養旣而夏滿下降王臣士
012_0295_a_04L同往迎佛其像騰空向佛稽首
012_0295_a_05L爲摩頂受紀 [11] 我滅度千年後汝往震
012_0295_a_06L廣利人天住世七十九年說法三
012_0295_a_07L百餘會度人無數至穆王五十二年
012_0295_a_08L申二月十五日入湼槃至今統計凡二
012_0295_a_09L千八百餘年矣盖佛有三身法身謂圓
012_0295_a_10L心所證報身謂萬善所感化身謂隨緣
012_0295_a_11L所現自如來滅後天下諸國或泥塑
012_0295_a_12L木雕或彩形畵像祈福懺罪無不感
012_0295_a_13L但化身示滅而法身常住不滅
012_0295_a_14L寺大雄殿後佛三藏現王觀音神衆等
012_0295_a_15L六影幀造成年久金渝彩落欲圖新
012_0295_a_16L因循未果歲在辛巳寺論一起
012_0295_a_17L口影從爰有大師號曰 [12] 雨華發大信
012_0295_a_18L立大願力爲四衆唱與其同志
012_0295_a_19L雲海山等諸大師行化道內寺刹傍及
012_0295_a_20L隣近邑村得數千兩備之彩色請畵
012_0295_a_21L邀碩德壬午正月始事至三月吿
012_0295_a_22L煥然尊像使瞻仰之人有如存之
012_0295_a_23L嗚呼休哉如今五濁惡世見此希
012_0295_a_24L有之事優闐之刻像豈在美於昔日也 [13]

012_0295_b_01L또 옛날 월주越州 용흥사龍興寺에 대전이 있었는데 대중들이 담언曇彥 선사를 청하여 수리하고자 하였다. 스님은 “이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3백 년 뒤에 저절로 옷을 만드는 공덕주功德主91)가 있어서 이 일을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절의 승려가 그것을 돌에다 새겨 기록하였는데, 당나라 배 상국裵相國92)이 관찰사가 되어 자신의 봉록俸祿을 희사하여 대전을 수리하였다. 담언 선사가 미래를 예언한 일이 부절符節을 합치는 듯하였으니, 큰일의 인연은 반드시 적당한 사람과 마땅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지금 미래를 예언한 일은 없지만 담언 선사의 경우처럼 이 일도 사람과 때가 서로 만나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하루는 해산海山 대사가 대성암大聖庵 별재別齋로 찾아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게 기문記文을 부탁하였다. 나는 말하였다.
“경전에서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93)라고 하였습니다. 또 단월檀越들은 머무름이 없는 마음으로 보시하였습니다. 지금 스님이 기문을 청하시고 제가 쓴다면 경문과 단월들의 본뜻에 어긋나지 않겠습니까?”스님이 말하였다.
“아, 남의 선을 드러내기 좋아하되 드러내는 데에 무심하다면 이것도 머무름이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마침내 단월들을 판板에 기록하여 후인들이 그것을 보존하고, 그것을 통하여 마음에 생각하고, 송축하여 잊지 않게 하고자 한다.
함홍당 금고 모연문含弘堂金鼓募緣文
동래부에 금정산이 있는 것은 저주滁州에 낭야산瑯瑘山94)이 있는 것과 같고, 범어사에 함홍당含弘堂이 있는 것은 향산香山에 백련사白蓮社95)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옛날에 창건되어 지금 쇠락한 때를 만났습니다. 마룻대와 들보는 완전히 썩어서 위로 비가 내리치고 옆으로 바람이 들이치며, 서까래와 기둥도 따라서 상하여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으로 쓰러졌습니다. 여러 명 남아 있던 무리는 가슴을 치고 한을 품으며, 사방으로 다니는 나그네들은 지팡이를 멈추고 슬픔을 머금습니다. 이에 거주하는 무리가 모의하여 마음으로는 절실히 강개하고 뜻으로는 중수하고자 하여

012_0295_b_01L又昔越州有龍興寺 [14] 大殿衆請曇彥
012_0295_b_02L禪師欲修之師曰此非吾所爲三百
012_0295_b_03L年後自有作衣 [15] 功德主爲之寺僧刻
012_0295_b_04L石紀 [16] 至唐裵相國爲觀1) [17] 使捨己
012_0295_b_05L奉錄 [18] 以修之焉 [19] 彥師懸紀 [20] 若合符契
012_0295_b_06L則是知大事因緣必竢其人與其時
012_0295_b_07L後成之今雖無懸紀 [21] 如彥師而此亦人
012_0295_b_08L時相遇而然歟一日海山大師訪于大
012_0295_b_09L聖別齋 [22] 從容叙話仍囑汝 [23] [24] 余曰
012_0295_b_10L經云應無所住而生其心且諸檀越
012_0295_b_11L以無住之心捨施今師請之余紀 [25]
012_0295_b_12L無乃違於經文與其檀越之本意哉
012_0295_b_13L凡好物 [26] 人善而無心於物 [27] 此不
012_0295_b_14L亦無住乎余曰遂紀 [28] 檀越于板上
012_0295_b_15L欲使 [29] 後人存之因思之於心 [30] [31] 頌祝不
012_0295_b_16L忘焉

012_0295_b_17L

012_0295_b_18L含弘堂金鼓慕 [1] 緣文

012_0295_b_19L
府之有金山如滁州之瑯瑘也寺之有
012_0295_b_20L含弘若香山之白蓮也然而自昔剏建
012_0295_b_21L當今傾頽棟樑全朽上雨而傍風
012_0295_b_22L柱隨傷左斜而右倒數箇殘徒叩心
012_0295_b_23L而抱恨四處行客停笻而含悲於是
012_0295_b_24L居徒斯謀斯議心切慷慨志欲重修

012_0295_c_01L절 안에 두루 상의하자 대부분 같은 소리로 응하고 심사숙고하여 마침내 중수하자는 뜻을 정하였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큰일을 일으키려 할 때는 반드시 뭇 힘의 도움을 빌려야 합니다. 이에 모든 승려의 무리가 우러러 곡진한 마음을 펴서 수많은 마을에 구걸을 다니되 복을 심는 단월가를 바라고, 팔방으로 교화를 다니되 선을 쌓는 군자를 만나기를 원합니다. 선남자와 선여인은 모두 대자대비大慈大悲를 미루어 천이나 쌀의 도움이라도 아끼지 말고 널리 한 말 물(斗水)96)의 은택을 펴서 무너진 함홍당이 윤환輪奐97)을 이루어 옛 모양 고치기를 원합니다. 보시한 재물에 힘입어 제비와 참새에게 새로 이루어진 것을 축하하게 한다면 보시하거나 보시하지 않은 이들도 다 보지 않음이 없을 것이고, 듣거나 듣지 못한 이들도 어찌 이날의 경사가 없겠습니까? 이로 인하여 받들어 축원합니다.

家足年豊       집마다 넉넉하고 해마다 풍년 들어
傾至治於昇平世界   승평세계昇平世界98)에서 지극한 다스림을 기울이며
戶口日增       호구戶口는 날마다 증가하기를
祝遐福於淸淨山門   청정산문淸淨山門에서 큰 복을 비노라.
청풍당 금고 모연문淸風堂金鼓募緣文
흰말이 경전을 싣고 오자 보방寶坊99)에 총림을 세웠고,100) 붉은 기러기가 땅에 내려앉자 임궁琳宮101)에 탑묘를 우뚝하게 세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동래부의 북쪽 20리에 범어梵魚라는 절이 있는데 바로 신라 흥덕왕興德王이 세운 것입니다. 문은 푸른 바다의 물결로 통하고 누대는 부상扶桑의 해처럼 높으며, 온 골짜기에는 안개와 노을이 가득하고 물과 돌이 섞여 있으며, 긴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소나무 겨우살이는 빛을 가리고 있으니, 실로 남방의 큰 가람입니다.
그러나 본사의 청풍당淸風堂은 세워진 때가 오래되어 기울고 무너짐이 날로 심하여 위로 비가 새고 아래로 물이 스미며, 마룻대와 들보는 완전히 썩어서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으로 쓰러졌을 뿐만 아니라 서까래와 기둥도 따라서 상했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여러 명 쇠잔한 승려들은 상심하여 한을 품고 사방에 지나가는 나그네들도 지팡이를 멈추고 탄식합니다.
중수하고자 하나 일은 산더미 같은데 힘은 작고, 재물을 구하고자 하나 덕은 얕고 계획도 졸렬합니다.

012_0295_c_01L偏謀寺內乃多同聲之應熟計心中
012_0295_c_02L遂定重葺之志伏念巨事之將起必藉
012_0295_c_03L衆力之相扶玆率緇徒仰陳情曲
012_0295_c_04L村流乞但望種福之檀家八方行化
012_0295_c_05L願遇積善之君子伏願善男善女咸推
012_0295_c_06L大慈大悲勿惜絲粟之資廣布斗水之
012_0295_c_07L以傾覆之堂成輪奐而改舊㨾
012_0295_c_08L捨施之財使鷰雀而賀新成則施與不
012_0295_c_09L莫不盡觀聞所未聞豈無此日之
012_0295_c_10L仍玆奉祝家足年豊傾至治於昇
012_0295_c_11L平世界戶口日增祝遐福於淸淨山門

012_0295_c_12L

012_0295_c_13L淸風堂金鼓慕 [1] 緣文

012_0295_c_14L
盖聞白馬駄經建叢林於寶坊朱鴈墮
012_0295_c_15L屹塔廟於琳宮今府之北二十里
012_0295_c_16L有寺曰梵魚乃新羅興德王所剏也
012_0295_c_17L通蒼海之波樓高扶桑之日滿谷烟霞
012_0295_c_18L水石間雜長溪流水松蘿掩映實南
012_0295_c_19L方大伽藍也而本寺淸風堂剏建年久
012_0295_c_20L傾頽日甚上漏下濕不但棟樑之全朽
012_0295_c_21L左斜右倒其奈椽柱之隨傷數箇殘衲
012_0295_c_22L傷心而抱恨四處行客停笻而發噓
012_0295_c_23L欲以重修事山力綿欲以求財德凉
012_0295_c_24L「蜜」疑「察」{編}

012_0296_a_01L이에 거주하는 무리들이 모의하고 생각이 내내 여기에 있어서 공론이 모두 같았습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산은 흙덩이를 양보하지 않고 바다는 작은 냇물도 사양하지 않는 것처럼 이 모든 승려들이 우러러 곡진한 마음을 펴서 온 마을에 구걸을 다니되 복을 심는 단월가를 바라고, 팔방으로 교화를 행하되 선을 쌓는 군자 만나기를 원할 뿐입니다.
삼가 선남자 선여인은 모두 대자비를 미루어 각기 돈과 곡식을 보시해 함께 선근 심기를 바랍니다. 이 무너진 청풍당이 다시 중수되고, 윤환輪奐이 옛 모양을 넘어서서 제비와 참새에게 새로 지어진 것을 축하하게 한다면 이로부터 불법이 해와 나란히 빛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성왕의 수명이 하늘과 같기를 바랍니다.
원효암 중수 유공기元曉庵重修有功紀
동래부의 북쪽 20리에 금정金井이라는 산이 있다. 절의 남쪽 소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리102)에 원효元曉라는 암자가 있으니 바로 원효 조사가 도를 익힌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강경講經을 하는 장소가 되었다. 이 암자는 창건된 뒤로 몇 번이나 중수되었는지 모르겠다. 푸른 바다는 앞에 있고 층층 바위는 하늘에 솟았으며, 난간에 기대면 씻은 듯이 세상을 잊는 마음이 생기고 문을 나서면 툭 트여 정신을 굳세게 하는 기운이 생긴다. 그러므로 지팡이 짚고 유람하는 이들은 지팡이를 멈추고 해가 진 줄도 잊고, 벼슬아치들(官盖)은 수레를 멈추고 아침 해를 감상한다. 이것이 원효암의 장관이다.
근세에 병발瓶鉢로 부침浮沈하는 스님들은 모두 경전을 강독하고 염송하는 것을 자신의 일로 삼고, 건물이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모두 팔짱을 끼고 수리하지 않고서 “이것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하니 이것이 어찌 될 일이겠는가? 이에 대사가 있으니 그 이름이 응허應虛이다. 이 암자에 산 지 몇 년 동안 온갖 일을 맡고 건물이 무너진 것을 개탄하여 다시 새롭게 하려는 뜻과 원을 세웠다.
대사는 지난 병자년(1876) 봄에 몸소 화주를 주간하여

012_0296_a_01L計拙於是居徒斯謀斯議一念在玆
012_0296_a_02L僉議詢同第所望者山不讓於土壞
012_0296_a_03L海不辭於細流玆率緇徒仰陳情曲
012_0296_a_04L千村流乞但望種福之檀家八方行化
012_0296_a_05L願遇積善之君子伏願善男女咸推大
012_0296_a_06L慈悲各捨錢穀同植善根使此頽圮
012_0296_a_07L之堂至於重葺之境俾輪奐而過舊樣
012_0296_a_08L使鷰雀而賀新成自此佛法並日耀然
012_0296_a_09L後願聖壽與天

012_0296_a_10L

012_0296_a_11L元曉庵重修有功紀

012_0296_a_12L
府之北二十里有山曰金井寺之南一
012_0296_a_13L牛鳴地有庵曰元曉乃元曉祖師鍊道
012_0296_a_14L之所而至今爲講經之場是庵也
012_0296_a_15L剏建以後不知凡幾度重修也碧海當
012_0296_a_16L層巖聳空凭檻有蕭灑忘世之心
012_0296_a_17L出門有軒豁壯神之氣是以遊笻或停
012_0296_a_18L而忘却日夕官盖或停車而翫看朝
012_0296_a_19L此則元曉庵之大觀也近世瓶鉢浮
012_0296_a_20L沈之師咸以講經念誦爲己事至於堂
012_0296_a_21L屋之頽廢皆垂手而不治此非我事
012_0296_a_22L是豈得歟爰有大師厥號曰應虛
012_0296_a_23L居是庵有年百務堪任慨堂屋之頽廢
012_0296_a_24L發重新之志願去丙子春身自幹化

012_0296_b_01L약간의 물건을 얻어 행랑을 중수하였다. 경진년(1880) 겨울에 본사에 상의하니 대중들의 논의가 모두 찬성이었다. 다음해 신사년(1881) 봄에 장인에게 일을 맡겨 좁은 주실籌室103)과 무너진 별실을 모두 새 재목을 써서 고쳐 널찍하게 되었다. 2월에 짓기 시작하여 4월에 일을 마쳤으니 물건은 하늘이 돕는 듯하고, 일은 신과 의논한 듯하여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우뚝한 정사(精藍)104)가 전날보다 배나 화려하였다. 이것은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면서 수리하지 않은 이들과 같은 수준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 적당한 사람과 마땅한 때를 기다려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하루는 암자의 동료 스님(庵寮)이 나에게 스님의 공을 기록해 줄 것을 청하였다. 나 역시 대사를 흠모하였다. 비록 대중들의 부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단월檀越들의 보시한 공덕을 몹시 기뻐하여 마침내 전말顚末을 간략히 서술하여 원효암 중수의 사실로 삼는다.
김해 서림사 중수 유공기金海西林寺重修有工紀
동래부의 북쪽 10리쯤에 신어神魚라는 산이 있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한 산봉우리 같지만 웅장한 기운은 높은 하늘을 가리고 암석은 기이하게 빼어나며 산 능선은 수려하니 실로 금릉金陵 지역의 명산이다. 그 중간에 서림西林이라는 절이 있는데 바로 신라 때의 고찰이다. 창건한 뒤로 몇 번이나 중수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대웅전大雄殿·지장전地藏殿 두 법당과 한 채의 노전爐殿과 식당과 요사寮舍뿐이다. 세월이 오래되고 겁해刼海가 자주 변하여 절 모양은 점차 쇠퇴하고 승도는 흩어져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절이 되었다. 한 불존만이 계셔서 법당에서 공양을 받고 있으니 수백 년 된 고찰이 거의 텅 빈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임진년(1892) 봄에 동래부에 사는 배씨裴氏가 자신의 재산 5백여 냥을 내놓아 태영泰英 선사에게 일을 주관하고 계획을 세우게 하니,

012_0296_b_01L得略干物重修行廊庚辰冬乃謀于寺
012_0296_b_02L僉議影從越明年辛巳春命工付役
012_0296_b_03L籌室之陜隘別室之傾頽并用新材
012_0296_b_04L改爲寛廣經始二月功畢四月物若
012_0296_b_05L天助事與神謀不數月巍然精藍
012_0296_b_06L華前日此與其因循而不治者不若同
012_0296_b_07L日而語矣是豈非待其人竢其時而然
012_0296_b_08L一日庵寮請余記師之功余亦欽
012_0296_b_09L雖免於衆請而重喜檀越1) [1] 施之
012_0296_b_10L遂略叙于顚末以爲元曉庵重新事
012_0296_b_11L實焉

012_0296_b_12L

012_0296_b_13L金海西林寺重修有工 [1]

012_0296_b_14L
府之北十里許有山曰神魚外視若一
012_0296_b_15L凡峀也然磅礴之氣掩映重宵岩石
012_0296_b_16L之奇勝峰巒之秀麗實爲金陵一區名
012_0296_b_17L而中間有寺曰西林乃新羅古刹也
012_0296_b_18L自剏建以後未知凡幾度重修然今所
012_0296_b_19L存者大雄地藏兩法堂一爐殿一食堂
012_0296_b_20L一寮舍而已歲月旣深刼海屢變寺㨾
012_0296_b_21L漸衰僧徒渙散無人居寺只有一佛
012_0296_b_22L供奉法堂使數百年古刹幾至空
012_0296_b_23L虛之境矣歲在壬辰春府居裴氏
012_0296_b_24L己財五百餘兩使與泰英禪師幹事喩

012_0296_c_01L단월들이 아름답게 여겨 마음과 힘을 합하여 비가 새는 법당과 무너진 요사채를 중수하고 기와를 바꾸었다. 그 밖의 무너진 곳은 곳곳마다 보수하고 나아가 문과 뜰의 섬돌도 모두 수리하였다. 4월에 일을 시작하여 9월에 마침을 고하였다. 이로부터 도량은 정결함이 전날보다 배가 되었다.
아, 장대하구나. 금세에 보기 드문 일이다. 옛날 배 상공裴相公의 후생(第三生)105)이 월주越州 대흥사大興寺 탑을 중수하고 지금 배 공裴公이 서림의 옛 절을 중수하였으니, 이는 모두 전세前世의 원력으로 이룬 것으로 그 이치가 우연이 아닌 게 분명하다.
하루는 절의 주지인 태영 선사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 기문을 요청하면서 말하였다.
“저희 절은 배 공이 아니라면 절이 거의 비게 될 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행히 그 덕분에 새롭게 되었으니, 부디 한 말씀 하셔서 후세에 드리워 주십시오.”
나는 대답하였다.
“공은 공로를 자랑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스님께서 요청하고 내가 기록한다면 공의 본뜻에 어긋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나는 배 공이 재물을 보시한 은혜를 사모하고 태영 스님께서 일을 주관한 노고를 몹시 기뻐하므로 그것을 기록한다.
범어사 폐막 조건기梵魚寺弊瘼條件記
본사는 신라 때의 고찰이다. 임진년에 섬나라 왜가 난리를 일으킨 뒤에 산성을 쌓고 군오軍伍를 둔 이래로 지금까지 무예를 익혀 폐지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찰과는 몹시 다르다. 지난날 건륭乾隆 정축년(1757)에 선대감先大監106)께서 옥서玉署107)에서 동래부로 출진出鎭하여 본사의 폐막弊瘼108)을 조정의 명령으로 탕감하고, 또 기묘년(1759) 정월에 경상도 관찰사로 옮겨가 본사의 폐막을 또 모두 혁파하였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고찰을 수호한다.

012_0296_c_01L美于檀越同心戮力法宇之添漏
012_0296_c_02L寮舍之頽廢重修焉翻瓦焉其他頽
012_0296_c_03L隨處修補乃至門戶庭砌皆以修
012_0296_c_04L自四月始役至九月吿訖自此道
012_0296_c_05L精潔倍於前日嗚呼壯哉今世希
012_0296_c_06L有之事也昔日裴相公第三生重修
012_0296_c_07L越州大興寺塔今裴公重修西林古寺
012_0296_c_08L此皆前世願力所致而其理似不偶然
012_0296_c_09L也明矣一日主寺泰英禪師折簡要余
012_0296_c_10L紀之曰寡寺若非裴公寺幾爲空虛
012_0296_c_11L而今幸賴其德而新之願乞一言以垂
012_0296_c_12L諸後余應之曰公不欲誇功而師請
012_0296_c_13L余記之無乃違2) [2] 於公之本意哉
012_0296_c_14L雖然余慕裴公捨施之恩重喜英公幹
012_0296_c_15L事之勞是以記之

012_0296_c_16L

012_0296_c_17L梵魚寺弊瘼條件記

012_0296_c_18L
本寺卽羅代古刹盖自壬辰島倭作變
012_0296_c_19L之後設山城置軍伍尙今爲講武不
012_0296_c_20L故與他寺刹逈異而徃在乾隆丁丑
012_0296_c_21L先大監自玉署出鎭本府本寺弊瘼
012_0296_c_22L以朝令蕩減又己卯正月日移按嶺伯
012_0296_c_23L本寺弊瘼亦皆革罷故至今數百年
012_0296_c_24L「拾」疑「捨」{編}「於」疑衍字{編}

012_0297_a_01L
아, 선대감님께서 본사에 은혜를 드리운 것이 어찌 산고수장山高水長109)일 뿐이겠는가. 이때부터 먼 지방의 승려들도 불후不朽의 덕을 잊기 어려워한다. 이에 몇 칸의 비각碑閣을 세워 매년 10월 상순에 삼가 제구祭具를 갖추어 향을 사르고 예를 올리니, 이것은 바로 절이 폐해지지 않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사의 병의 근원이 되어 보전하기 어려운 것에 두 가지 일이 있다.
첫째는 본사의 지형이 배가 가는 형국이기 때문에 사공沙工 고개와 고을高乙 고개와 다이多伊 고개가 있다. 이는 실로 절의 긴요한 곳이기 때문에 간혹 어떤 속인이 함부로 무덤을 쓴 폐단이 있으면 한낮에 도량에 호랑이가 나와 길을 막고는 한 달이 넘도록 그치지 않는다. 끝내는 무덤 주인이 이장해 간 뒤에야 호환虎患이 그친다. 그러므로 30년 전에 본사의 승도들이 다이 고개 등의 땅에 몇 칸의 법당을 세우고 세 개의 전패殿牌110)와 한 금불상을 봉안하여 근근이 수호하였다. 그러나 간혹 어떤 속인이 함부로 무덤을 쓴 폐단이 있다면, 본사가 관아에 소장을 올려 끝내는 무덤 주인이 자연히 소송에 지게 되어 이장하나, 본사가 한번 소송하는 데 절의 피해가 거의 수백 냥에 이른다. 이는 실로 보전하기 어려운 일이다.
둘째는 본사 공사公私 전답이 동래東萊·울산蔚山·기장機張·양산梁山 네 읍의 땅에 흩어져 있다. 매년 간평看坪111)하여 집세執稅할 때 네 읍의 결복結卜112)이 원래 경작자에 있기 때문에 결복 1부負는 1두斗의 벼로 결복가를 제한다. 만약 결복이 10부라면 간평할 때 10두의 벼를 결복가에서 제하고 실제를 따라 세금을 거두니, 이것은 본사만 이러할 뿐만이 아니라 각 읍의 부유한 사람들이 세금을 거두는 것도 이러하다. 이러면 경작자에게는 해가 없다. 그런데 전답주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말한다면, 동래와 기장과 울산 세 읍의 경작자는 진실로 전답주에게 세금을 물린다는 말이 없으나,

012_0297_a_01L守護古刹先大監主其垂恩於本寺
012_0297_a_02L何啻山高水長而已自是以來遐方僧
012_0297_a_03L難忘不朽之德建立數間碑閣
012_0297_a_04L年十月上旬謹備祭具焚香享禮
012_0297_a_05L乃有寺不廢之事也然本寺之爲病根
012_0297_a_06L難保者有二件事其一曰本寺之地
012_0297_a_07L爲行舟形局故有沙工嶝有高乙
012_0297_a_08L有多伊嶝此實寺中緊要處故
012_0297_a_09L有俗人犯葬之弊則白晝道場虎出作
012_0297_a_10L跨朔不止畢竟塚主掘移然後虎
012_0297_a_11L患乃息故三十年前本寺僧徒至多
012_0297_a_12L伊嶝等地建立數間法堂奉安三殿牌
012_0297_a_13L一金佛僅僅守護然間或有俗人犯葬
012_0297_a_14L之弊則本寺官呈畢竟塚主自然落
012_0297_a_15L訟掘移而本寺之一分呈訴寺害幾
012_0297_a_16L至數百兩此實難保之事也其二曰
012_0297_a_17L本寺公私田畓散在東萊蔚山機張梁
012_0297_a_18L山四邑之地每年看坪執稅時四邑結
012_0297_a_19L元來在作者處故結卜一負以一
012_0297_a_20L斗租除給卜價若結卜十負則看坪
012_0297_a_21L以十斗租除給卜價從實收稅
012_0297_a_22L非但本寺如是至於各邑富人收稅亦
012_0297_a_23L如是是無害於作者而以若退卜畓
012_0297_a_24L主言之東機蔚三邑作者固無退卜於

012_0297_b_01L오직 양산 한 읍의 경작자만이 매번 전답주에게 세금을 물리려 한다. 본사는 억지로 예전처럼 경작자에게 세금을 물리려 하지만 매년 간평할 때 이 때문에 서로 어긋나니 절의 피해가 적지 않다. 만약 지금 양산 한 읍의 경작자가 본사에 세금을 물리려 한다면 동래와 기장과 울산의 세 읍 경작자도 자연히 역시 세금을 물리려는 일을 할 것이다. 만약 이와 같다면 본사가 무너지는 것은 손꼽아 헤아릴 수 있다. 본사의 승도가 원하는 것은 네 읍의 경작자에게 예전처럼 세금을 경작자에게 물리고 길이 본사에 세금을 물림이 없게 하는 것이니, 그렇게 한다면 수백 년 군오의 사찰이 지탱되고 보존되는 길이 있을 것이다.
함홍당 금고 중수 유공기含弘堂金鼓重修有功記
흥함은 영원히 흥함이 없고 폐함도 영원히 폐함이 없다. 흥폐가 서로 이어지고 성쇠가 다함이 없는 것을 사람들은 간혹 이치가 늘 그러하다고 돌리지만 사람의 일이 관여된 줄 모른다. 무엇 때문인가? 모두 자신의 몸만 편안히 하고 공변됨을 잊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 함홍당은 세워진 뒤로 중간에 모두 몇 번이나 흥성하고 몇 번이나 쇠망한 줄 모른다. 그러나 지금에는 방의 형태가 점차 그릇되고 거주하는 무리도 거의 없어 공허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병술년(1886) 7월에 우봉友峯 상인이 절의 논의에 따라 승통僧統의 임무를 띠고 와서 이 방을 지키게 되었다. 방이 무너진 상황을 알고는 탄식하며 중흥의 뜻을 두었다. 정해년(1887) 8월에 대중들에게 상의하기를 “이 방이 퇴락한 때를 맞아 우리들이 한번 수고하여 붙들어 주지 않는다면 방이 무너지는 것은 앉아서 기다릴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거주하는 무리와 힘을 함께하기로 맹세하고 비로소 걸립乞粒113)하는 행을 세웠다. 정해년 10월부터 무자년(1888) 3월까지 온 승려들이 권선문을 가지고 동래·기장·양산·울산 네 읍에 교화를 다니고

012_0297_b_01L畓主之言而惟梁山一邑作者每欲退
012_0297_b_02L卜於畓主本寺强欲依前在卜於作者
012_0297_b_03L每年看坪時以此相左寺害不少
012_0297_b_04L若今梁山一邑作者退卜於本寺
012_0297_b_05L則東機蔚三邑作者自然亦退卜事
012_0297_b_06L如是則本寺之傾覆可指日而計矣
012_0297_b_07L寺僧徒所願使四邑之作者依前在卜
012_0297_b_08L作者處永無退卜於本寺則數百年軍
012_0297_b_09L伍寺刹庶有支保之道耳

012_0297_b_10L

012_0297_b_11L含弘堂金鼓重修有功記

012_0297_b_12L
興無長時之興廢無長時之廢興廢相
012_0297_b_13L盛衰無窮而人或推歸於理之常然
012_0297_b_14L而不知人事之所關何也皆安其身
012_0297_b_15L忘其公而然也今含弘堂自剏設以來
012_0297_b_16L不知中間凢幾興幾廢而悗今房形漸
012_0297_b_17L居徒無幾至於空虛之境去丙戌
012_0297_b_18L七月日友峯上人以寺論帶僧統之任
012_0297_b_19L來守是房知房之頽狀慨然有重興之
012_0297_b_20L在丁亥八月日謀于衆曰當此房
012_0297_b_21L舍頽廢之時吾徒若不一勞而扶之
012_0297_b_22L房之傾覆可坐而待也乃與居徒
012_0297_b_23L心同力始設乞粒之行自丁亥十月
012_0297_b_24L至戊子三月率緇徒荷勸文行化東

012_0297_c_01L옆으로 도내 사찰에 이르러 수천 냥을 얻어서 방이 무너진 곳마다 보수하여 볼 만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방의 모양이 조금 넉넉해지고 거주하는 무리도 번성하게 되었다.
상인은 몸을 수고롭게 하여 공적인 일을 하고 대중들을 거두어들여 사람을 얻은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본다면 때의 흥폐와 일의 성쇠는 어찌 사람의 일이 관여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상인이 몸을 수고롭게 하여 공적인 일을 한 정성을 가상히 여기고 거듭 단월들이 보시한 덕을 기뻐하기에 이를 기록하노라.
명부전 중수 유공기㝠府殿重修有功記
삼가 사적을 살펴보면 절이 처음 세워진 것은 대당大唐 태화太和 9년 을묘년(835)에 신라 흥덕대왕이 세운 것이다. 그때 왜구가 침범하여 물리칠 길이 없었는데 다행히 의상義湘 조사 덕분에 왜구의 힘을 물리칠 수 있었다. 왕이 크게 기뻐하여 이 절을 세워서 스님의 은혜에 보답하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절이 아래쪽 대밭에 있었으니 지금까지 아득히 몇 천 년이 흐른 줄 모르겠다. 중간에 이곳으로 옮겼으나 전해지는 기문이 없어 역시 몇 백 년이 흐른 줄 모르다가, 지금 중수하는 날에 그 상량문을 보니, 그때를 나열하였으되, 대법당과 관음전과 나한전과 요사채 등 모두 15채의 방사房舍만이 있었다.
만력萬曆 21년(1593) 임진왜란 때에 이르러 병화를 만나 천 칸의 보찰寶刹이 일시에 재가 되었다. 10년 동안 집이 없이 빈숲만 남았는데 관선觀禪 법사가 그것을 보고 큰 원력을 세웠다. 임인년(1602) 초에 이 계곡에 들어와 다니면서 승려와 속인들을 교화하여 거듭 가람을 이루었다. 그 뒤에 얼마 되지 않아 잇따라 화재를 만나 갑자기 한 칸의 집도 없게 되었다. 개연히 한숨만 쉬고 있을 때에 묘전妙全 법사가 화사化師가 되어 계축년(1613) 가을에 먼저 해회당海會堂 세 칸을 짓고,

012_0297_c_01L機梁蔚四邑傍及道內寺刹得數千兩
012_0297_c_02L房舍頽落之處隨補可觀自是房形稍
012_0297_c_03L居徒亦盛上人可謂勞身而爲公
012_0297_c_04L衆而得人者也由此觀之時之興廢
012_0297_c_05L事之盛衰豈不在於人事所關也余嘉
012_0297_c_06L上人勞身爲公之誠重喜檀越捨施之
012_0297_c_07L是以記之

012_0297_c_08L

012_0297_c_09L㝠府殿重修有功記

012_0297_c_10L
謹按寺蹟寺之初剏乃大唐太和十 [1]
012_0297_c_11L年乙卯新羅興德大王所剏也其時倭
012_0297_c_12L寇侵犯退斥無路 [2] 賴有義湘祖師退
012_0297_c_13L寇之力王乃 [3] 大喜剏是寺 [4] 以報師恩云
012_0297_c_14L當時寺在下界竹田尙今渺 [5] 不知幾千
012_0297_c_15L中間移建此地無記可傳亦不知
012_0297_c_16L幾百年而今當重修之日見其上樑
012_0297_c_17L則列記其時 [6] 但存大法堂觀音殿 [7] 羅漢
012_0297_c_18L殿衆寮凡十五房舍至萬曆二十一年
012_0297_c_19L壬辰倭亂之時逢於兵火千間寶刹
012_0297_c_20L一時灰燼十載無家惟成空林觀禪
012_0297_c_21L法師見之 [8] 發大願力壬寅年初入於
012_0297_c_22L是谷行化緇素重成伽藍其後未 [9]
012_0297_c_23L仍逢火災頓無一間 [10] 慨然長歎之際
012_0297_c_24L妙全法師 [11] 乃爲化師 [11] 癸丑秋先成海會

012_0298_a_01L이어서 산역山役을 하여 만력 42년 갑인년(1614) 7월에 법당을 완성하였다. 성조도감成造都監 소모장수召募將帥 최 공崔公과 초관哨官들이 마음을 합하여 일을 하였다.
순치順治 15년 무술년(1658) 9월에 법당이 무너지려 하자 남쪽 가에 옮기고 지장전地藏殿이라고 제액題額하였다. 이는 바로 옛 법당의 재목을 옮겨다 중수한 것이다. 강희康熙 33년 갑술년(1694) 3월에 이르러 절의 승려 명흡明洽 스님이 백은白銀 16냥을 내고는 조기祖奇를 권하여 화사가 되어 단월들에게 모연募緣하게 하고, 사주寺主 자수自修와 도감都監 법탄法坦과 대중들이 한마음으로 중수하여 명부전宴府殿이라고 현판을 달았다고 한다.
광서光緖 17년 신묘년(1891) 2월에 법당이 무너져 온 절이 근심하였다. 한 사람이 선창先倡하자 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찬성하여 화사를 정하고 사방으로 교화를 다녔다. 법당의 기운 것은 바로잡고 썩은 것은 바꾸었으며, 기둥은 드문드문 바꾸고 서까래는 완전히 바꾸었다. 그 무너진 곳마다 보수하고 다시 기와를 바꾸고 단청을 하였다. 2월에 일을 시작하여 8월에 공사를 마쳤다. 아, 아름답구나. 일찍이 없었던 일이로다.
범어사 대웅전 후불탱화 모연문梵魚寺大雄殿後佛幀畫募緣文
일심一心을 깨달으면 제불諸佛이라 하고 육도六道에 빠지면 중생이라 한다고 들었습니다. 중생이 없으면 부처는 그때 나타나지 않고 제불이 없으면 중생은 세상에 목마르게 우러를 이가 없습니다. 중생과 부처는 본래 있는 것이고 성인과 평범한 사람은 아득히 다릅니다.
적광토寂光土114)에서 법신을 증득하여 이름을 떠나고 모양을 떠났으며, 감인계堪忍界115)에서 원력을 타고 죽음을 보이고 태어남을 보이셨습니다. 대원각大圓覺116)을 집으로 삼아 궁실의 아름다움을 구하지 않고, 평등성平等性117)을 몸으로 삼으니 어찌 형상을 빌렸다고 말하겠습니까?

012_0298_a_01L堂三間仍爲山役至萬曆四十二年
012_0298_a_02L寅七月日畢成法堂成造都監召募
012_0298_a_03L [12] 崔公與諸哨官同心執事順治
012_0298_a_04L十五年戊戌九月日法堂將毁乃移建
012_0298_a_05L南邊題額地藏殿此乃舊法堂材木 [13]
012_0298_a_06L移爲重修至康熙三十三年甲戌三月
012_0298_a_07L寺僧明洽 [14] 出白銀十六兩而仍
012_0298_a_08L勸祖奇 [15] 爲化師慕緣檀越與寺主自
012_0298_a_09L [16] 都監 [17] 法坦及諸題 [18] 大衆同心重修
012_0298_a_10L宴府殿云歲在光緖十七年辛卯二 [19]
012_0298_a_11L月日法宇傾頽渾寺爲憂一人先倡
012_0298_a_12L衆口影從乃定化師 [20] 行化 [21] 四方 [22] [23]
012_0298_a_13L傾者正之朽者易之間改 [24] 柱木全改
012_0298_a_14L椽木其廢處隨補 [25] 更爲飜瓦丹雘
012_0298_a_15L役二月至八月畢工 [26] 呼休哉未曾
012_0298_a_16L有也 [27]

012_0298_a_17L

012_0298_a_18L梵魚寺大雄殿後佛幀畵慕 [1] 緣文

012_0298_a_19L
盖聞一心開悟曰諸佛六道迷淪曰衆
012_0298_a_20L無衆生則佛不出興於時無諸佛則
012_0298_a_21L生無渴仰於世生佛本有聖凡逈殊
012_0298_a_22L寂光土中證法身而離名離相堪忍界
012_0298_a_23L乘願力而示滅示生以大圓覺爲家
012_0298_a_24L不求宮室之美矣使平等性作軆豈假

012_0298_b_01L그렇다면 형상(像)은 참모습의 방편(眞權)이 되고 참모습은 형상의 실체(像實)가 됩니다.
불상을 둔 것은 우전왕優闐王이 사모하는 마음을 붙인 때에 나왔고, 법교法敎가 유행한 것은 한漢나라 명제明帝가 꿈에 감응한 날에 시작합니다. 이는 지난날 도의 교화로 여러 나라에 지금까지 은택이 천년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백복百福으로 장엄합니다. 아, 우러러 공경하노니 천신千神이 옹호하여 위엄이 두텁기를 빕니다.
돌아보건대 범어사는 금정산의 기이한 구역이고 봉래의 별천지입니다. 전 왕조의 성스런 임금이 영건營建의 덕을 드리웠고 당시의 덕이 높은 스님들이 강송講誦의 소리를 높였으니 그 얼마나 장대합니까?
아, 이것이 쇠해졌습니다. 흥폐는 때가 있고 비태否泰118)는 서로 이어집니다. 갑자기 형상이 낡고 채색이 변한 때를 맞았으니, 어찌 많은 비구들이 밤낮으로 탄식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새로 짓고 다시 갖추는 날을 두었으니 단월들이 기부하여 돕는 은혜를 바랍니다. 몇 줄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한 조각 곡진한 마음으로 사부대중에게 외칩니다. 피안의 공을 서로 도모하고 만인의 인연을 맺어 함께 이생의 업을 지읍시다. 여러분들의 힘을 빌려야 제불의 형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흰 쌀이나 금은을 가리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보시하여 일을 성취하였습니다. 우러러 공경하는 이들은 기뻐하기를 그치지 않고, 예배하는 이들은 무궁하게 복을 받고 장수를 누릴 것입니다. 하찮은 정성 자세히 펴서 삼가 무릅쓰고 아룁니다. 받들어 축원하노이다.

國都長久       국도國都가 장구하여
與靑山而益固     청산처럼 더욱 견고하며
佛法重明       불법佛法이 거듭 빛나
同白日而有光     태양처럼 빛나소서.
아미타불과 석가세존 탄일 모연문(阿彌陀佛及釋迦世尊誕日募緣文)
아미타불은 자비로운 마음이 있어 한 중생이라도 제도하지 않음이 없고, 석가불은 인도하는 기술이 있어 사홍서원四弘誓願119)을 일으켜 빠트림이 없습니다. 생사의 고통을 싫어하여 떠나고 열반의 즐거움을 기뻐하여 구한다면 아미타불을 염송하는 것만 한 게 없습니다. 이 한 몸의 목숨을 귀의하고 후세의 과보를 바란다면

012_0298_b_01L形像之云哉然則像爲眞權眞乃像實
012_0298_b_02L佛像之設出於優闐王寓慕之時
012_0298_b_03L敎之流自於漢明帝感夢之日在昔道
012_0298_b_04L諸國如今澤及千年是以百福莊
012_0298_b_05L嗚呼瞻敬千神擁護庶幾重威
012_0298_b_06L乃梵寺金山奇區蓬萊別局前朝聖
012_0298_b_07L垂營建之德當時高釋唱講誦之
012_0298_b_08L何其壯哉此衰矣興廢有時
012_0298_b_09L泰相尋奄値像古彩渝之時何多比丘
012_0298_b_10L晝宵之歎爰有營新改備之日庶望檀
012_0298_b_11L越捐助之恩數行短文一片情曲
012_0298_b_12L四衆倡相圖彼岸之功結萬人緣
012_0298_b_13L作此生之業須藉僉賢之力乃成諸佛
012_0298_b_14L之形勿論白米與金銀但自古捨而成
012_0298_b_15L瞻敬者歡之喜之不厭禮拜人
012_0298_b_16L而壽而無疆細陳微忱謹冒以聞
012_0298_b_17L國都長久與靑山而益固佛法重明
012_0298_b_18L同白日而有光

012_0298_b_19L

012_0298_b_20L阿彌陀佛及釋迦世尊誕日募緣文

012_0298_b_21L
彌陀佛慈悲之心無一衆生而不度
012_0298_b_22L釋迦佛導引之術發四弘願而無遺
012_0298_b_23L厭離生死之苦欣求湼槃之樂不如念
012_0298_b_24L誦彌陀歸依一身之命希望後世之果

012_0298_c_01L무엇이 석가불에게 공양하는 것만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아미타불은 서방에서 부르는 중생의 자비로운 아버지(慈父)이고, 석가불은 동쪽 언덕(東岸)에서 떠나보내는 중생의 길잡이(導師)입니다. 저기서는 부르고 여기서는 보내며, 한쪽에서는 밀고 다른 쪽에서는 당기어 유정들을 불쌍히 여기고 부지런함도 지극합니다.
매년 11월 17일은 아미타불의 탄신일이고 4월 초파일은 석가불의 탄신일입니다. 지금 세상의 사람들은 존귀하거나 비천한 이를 가리지 않고 각기 생일날 잔치하는 일이 있는데, 어떻게 본사가 이 두 날을 맞이하여 공양하고 예배하는 정성이 오랫동안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절에서 이러한 마음을 가진 지 오래되었고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오늘 의논하니 이구동성으로 기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러 해 경영하여 마침내 함께 뛰어난 인연(勝緣)을 맺는 생각을 가진 것입니다. 다만 생각하건대 큰일을 일으키려 할 때는 반드시 뭇 힘의 도움을 빌려야만 합니다. 이에 삼종심三種心을 일으켜 구연대九蓮臺120)에 오를 것을 생각하며 감히 몇 줄의 게를 가지고 한 조각의 마음을 우러러 바칩니다.

伏願緇素隨喜     승려나 속인들 함께 기뻐하고
尊卑歸依       존귀하거나 비천한 이 귀의하며
各發誠心       각기 정성스런 마음을 일으켜서
投捨淨財       깨끗한 재물 보시하기 원한다오.
每年當日       매년 이날을 맞이하여
供養禮拜       공양하고 예배하면
重興佛法之洪基    불법의 큰 터전 중흥하고
同往極樂之因緣    함께 극락에 가는 인연
其在斯歟       아마도 여기에 있으리라.
其在斯歟       아마도 여기에 있으리라.
독성각 창건기獨聖閣剏建記
복을 내리거나 재앙을 없애는 일을 어느 부처님인들 할 수 없겠는가? 이 독성獨聖121)만이 부처님의 유촉遺囑을 받아 신통이 자재하고 청을 따라 곧장 이르니, 메아리가 응하는 것처럼 신속하여 이루지 못하는 소원이 없고, 그림자가 따르는 것처럼 빨라 인간세계의 복전福田이고 중생들의 자비로운 아버지이다. 그러므로 크고 작은 사찰에서 전각을 세워 봉안하여 흉한 일은 피하고 길한 일은 이루어 달라고 기도하지 않음이 없다. 이제 본사를 돌아보건대 이 전각만 없었다.
병자년(1876) 5월에 기영奇英 선사가 당시 중향실中香室에 있으면서

012_0298_c_01L何似供養釋伽是故彌陀爲西方招喚
012_0298_c_02L衆生之慈父釋伽乃東岸發遣衆生之
012_0298_c_03L導師彼喚此遣一推一牽憐悶有情
012_0298_c_04L勤亦至矣每年十一月十七日卽彌陀
012_0298_c_05L佛誕日也四月初八日卽釋伽佛誕日
012_0298_c_06L今世之人勿論尊卑各有生辰宴
012_0298_c_07L樂之事何乃本寺當此兩日久無供養
012_0298_c_08L禮拜之誠寺有是心者久經年歲矣
012_0298_c_09L今日詢謀乃多同聲隨喜之人屢歲經
012_0298_c_10L遂有共結勝緣之念第念大事之將
012_0298_c_11L必藉衆力之相扶爰發三種心
012_0298_c_12L登九蓮坮敢將數行之偈仰達一片之
012_0298_c_13L伏願緇素隨喜尊卑歸依各發誠
012_0298_c_14L投捨淨財每年當日供養禮拜
012_0298_c_15L興佛法之洪基同往極樂之因緣其在
012_0298_c_16L斯歟其在斯歟

012_0298_c_17L

012_0298_c_18L獨聖閣剏建記

012_0298_c_19L
降福消災何佛不能惟此獨聖受佛
012_0298_c_20L遺囑神通自在隨請便到速如響應
012_0298_c_21L無願不成疾似影從人間福田衆生
012_0298_c_22L慈父是故大少寺刹建閣奉安避凶
012_0298_c_23L就吉無不禱之顧今本寺獨無此閣
012_0298_c_24L歲在丙子五月日奇英禪師時在中香

012_0299_a_01L이 전각을 건립하려고 하자 응향각凝香閣 응송應松 관유 공寛有公이 한 터를 점지하였다. 관유 공이 선교방편善巧方便으로 본사의 해행방解行房 여러분들 앞에서 입을 열자 주실籌室 해산海山 상인이 듣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별당 정해定海 대사는 옆에서 찬성하고 성민聖珉 승통과 여러 노소들은 따라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다. 방전房錢 백여 냥을 내어 5월에 일을 시작하고 7월에 완성하였으니, 한 칸의 난야蘭若122)를 낙성하였다.
장인을 맞이하여 단청을 하고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길한 날을 가려 봉안하니 세상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두 스님의 원력으로 해행방에서 보시하는 재물을 얻고, 보시한 재물을 가지고 이전에 없던 전각을 세웠으니, 아, 아름답구나. 이에 그를 위하여 노래하리라.

山海之德       산이나 바다 같은 덕
如彼高深       그처럼 높고도 깊어라.
所產之物       거기서 생기는 물건은
惟金惟粟       금이요 곡식이지.
二人同心       두 사람 한마음으로
得而用之       얻어서 쓰셨네.
有公求財       유 공有公은 재물 구하고
英師董事       기영 스님 일을 감독하여
巋然一閣       전각 하나가 우뚝 서니
尊在獨笑       존자가 계시면서 홀로 웃으시네. 
천성산 내원암 장등 유공기千聖山內院庵長燈有功記
신사년(1881) 봄에 천성산 내원암 주암主庵 장로가 금정산으로 나를 방문하여 조용히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내원암은 양산과 울산 두 읍 사이에 있는데, 산수의 아름다움이 여러 산들 중에 으뜸입니다. 봄에 꽃이 밝게 피고 가을에 잎이 단풍 드는 절기를 만나 거마車馬를 탄 손님과 시를 짓는 나그네들이 소요하며 올라오면, 마음은 넓어지고 정신은 기뻐서 시를 짓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세속을 피하여 참됨을 찾아서 기氣를 기르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경계를 반연하여 마음을 일으키고 부처님을 공경하여 재물을 보시하고 돌아가는 경우는 적습니다.
지난번 을해년(1875) 가을에 동래읍에 사는 구악具樂이 산수 구경을 왔다가 마침 저희 암자에 이르러 갑자기 부처님을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012_0299_a_01L欲建此閣凝香閣應松寛有公
012_0299_a_02L得一基以有公善巧方便開口於本寺
012_0299_a_03L解行房僉仁之前籌室海山上人聞之
012_0299_a_04L大喜別堂定海大師從傍賛成聖珉
012_0299_a_05L僧統及諸老少莫不隨喜捨出房錢百
012_0299_a_06L餘兩五月始役七月吿成結搆一間
012_0299_a_07L蘭若邀工丹雘畵成一幅彩形涓吉
012_0299_a_08L奉顏世未嘗有也以兩師之願力
012_0299_a_09L解行房捨施之財以捨施之財建此前
012_0299_a_10L無之閣於乎美哉乃爲之歌曰山海
012_0299_a_11L之德如彼高深所產之物惟金惟粟
012_0299_a_12L二人同心得而用之有公求財英師
012_0299_a_13L董事巋然一閣尊在獨笑

012_0299_a_14L

012_0299_a_15L千聖山內院庵長燈有功記

012_0299_a_16L
歲在辛巳春千聖山內院主庵長老
012_0299_a_17L訪余金山從容叙話忽喟然嘆曰
012_0299_a_18L庵處梁蔚兩邑之間以山水美冠於諸
012_0299_a_19L山者也當春花景明秋葉丹楓之節
012_0299_a_20L馬之賓騷人之客逍遙登臨有心廣
012_0299_a_21L神怡題詩而去也有避俗尋眞養氣
012_0299_a_22L以去也有緣境發心敬佛捨財而去也
012_0299_a_23L鮮矣去乙亥秋東萊邑居具樂以山
012_0299_a_24L水翫行適到寡庵居然有敬佛之心

012_0299_b_01L돈 백 냥을 보시하여 장등長燈의 밑천으로 삼았습니다. 거주하는 무리들도 장구한 계획을 바라서 통도사 내에 돈을 들이고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본전은 놔두고 이자만 취하여 밤새도록 등불이 밝고 밝게 이어져 제불과 중생들에게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습니다. 이는 경계를 반연하여 마음을 일으키고 부처님을 공경하여 재물을 보시하고 돌아간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때가 아니라면 몇이나 되는 암자의 대사들이 어찌 이와 같은 재물을 모으는 수단이 있겠습니까? 이런 공로가 있는데 판板에다 기록하지 않는다면 훗날에 무엇을 보겠습니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는 말하였다.
“좋습니다. 이런 암자가 있는데 이런 기록이 없다면 단월이 보시한 공로를 정녕 없애 버리지 않겠습니까?”
범어사 명부전 중수 모연문梵魚寺㝠府殿重修募緣文
선을 닦아 복을 얻는 일은 본 적이 있지만 벼를 심었는데 보리를 거두는 일은 없습니다. 불보살의 둥근 거울(圓鏡)에는 사물의 고움과 추함이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나타나고, 시왕十王123)의 나열된 책상에는 사람의 선악이 조금도 어긋나지 않게 기록됩니다.
삼도三途124)의 괴로움에는 탐욕의 업(貪業)이 처음에 있고, 육도문六度門125)에는 보시를 행함이 앞에 자리합니다. 인색함과 탐욕은 악도惡道를 면하기 어렵고, 자비와 보시는 선근善根을 낳습니다. 금생에 닦은 원인(因)으로 후세에 생기는 결과(果)를 받게 되니, 소리가 온화하면 메아리가 순하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가 바른 것과 같습니다. 이런 내용은 분명하게 경전에 있고 명백하게 책에 실려 있습니다.
돌아보건대 지금 본사는 삼한三韓의 고찰로 일대一代의 유명한 가람입니다. 높여서 받드는 일은 여덟 법당에서 하고 염송하는 일은 두 선실에서 합니다. 선려禪侶가 늘 머무는 것이 2백여 명이고 정법이 전해 내려온 것이 억만년입니다. 그중 한 법당은 주벽主壁126)이 지장地藏이 되고 좌우에는 시왕을 나열하여 사람들의 선악을 판결합니다. 이로 말미암아 명부전㝠府殿이라고 하기도 하고, 지장전地藏殿이라고 하기도 하며, 혹은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하니, 참으로 이유가 있습니다.
세워진 시대도 오래되고

012_0299_b_01L捨錢百兩以爲長燈之資居徒又欲長
012_0299_b_02L久之計仍納通度寺內每年貿荏時
012_0299_b_03L存本取利徹夜燈光明明相續使諸
012_0299_b_04L佛衆生起歡喜之心此非緣境發心
012_0299_b_05L佛捨財而去也歟然則若非其時幾庵
012_0299_b_06L大師行化手段焉能如是有如是之
012_0299_b_07L而若非板記其於後視何願乞一
012_0299_b_08L余曰有是庵而無是記則寧無
012_0299_b_09L泯沒檀越捨施之功哉

012_0299_b_10L

012_0299_b_11L梵魚寺㝠府殿重修募緣文

012_0299_b_12L
只見修善而得福未有種稻而獲牟
012_0299_b_13L菩薩圓鏡之中物之妍媸毫釐不忒
012_0299_b_14L十大王列案之下人之善惡寸尺無違
012_0299_b_15L三途苦上貪業在初六度門中行檀
012_0299_b_16L居首慳貪難免惡道慈施能生善根
012_0299_b_17L以今生所修之因受後世所生之果
012_0299_b_18L和響順形直影端昭昭在經明明載
012_0299_b_19L顧今本寺三韓古刹一代名藍
012_0299_b_20L奉則八法堂念誦則兩禪室禪侶之常
012_0299_b_21L二百餘名正法之流傳億萬斯歲
012_0299_b_22L就中一法宇主壁爲地藏左右列十王
012_0299_b_23L決辦人善惡由是云㝠府殿亦稱曰地
012_0299_b_24L藏殿或謂十王殿良有所以也剏建

012_0299_c_01L중수한 날도 멀어 대들보는 완전히 썩고 서까래와 기둥은 따라서 상하여 위에서 비가 샐 뿐만이 아니라 옆으로 바람이 들이치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으로 쓰러졌습니다. 중수하려는 뜻은 있으나 끝내 재물을 보시하여 돕는 손길이 없습니다. 항상 생각이 여기에 있어서 대중들과 모연을 권할 것을 의론하였습니다. 이 건물을 짓는 터전을 맞이하여 어찌 스님들의 힘으로만 하겠습니까? 도와서 보수하는 날에 이르러서는 널리 단월들의 은혜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시경詩經』에서는 “복을 구함이 간사하지 않다.(求福不回)”127)라고 하였고, 『주역周易』에서는 “선을 쌓으면 남아도는 경사가 있다.(積善餘慶)”128)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몇 줄의 짧은 글을 가지고 한 조각 마음을 우러러 펴서 사부대중을 위하여 외칩니다. 피안의 밑천을 서로 도모하고 만인의 인연을 맺어 이생의 업業을 함께 지읍시다.
삼가 선남자 선여인 여러분들은 모두 대자비를 미루어 베나 곡식 같은 작은 재물도 아끼지 말고 한 말 물(斗水) 같은 은택을 널리 펴기를 바랍니다. 건물을 지어 크고 빛난다면 세세생생에 헛되지 않는 복전福田을 함께 누리고 진진찰찰塵塵刹刹에 무량수불無量壽佛을 함께 뵐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복을 누리고 장수하는 정토淨土이니, 누가 제천諸天을 입히고 먹인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로부터 성왕의 수명이 장구하여 청산처럼 늙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뒤에 불법佛法이 중흥하여 해와 같이 빛날 것입니다.
원흥방 불상 장등 도배 모연문元興房佛像長燈塗排募緣文
부처님은 백호광白毫光을 등불로 삼으니 어찌 기름 등불의 광명을 빌리겠습니까? 몸은 온 허공을 바탕으로 삼으니 누가 전단旃檀 나무로 형상을 조각하겠습니까? 거짓 그대로(卽僞)가 진실이고, 현상 그대로(卽事)가 이치입니다.
밤새도록 등불을 밝히는 것은 실로 부처님을 받드는 정성스런 마음이고, 화폭 가득한 존안尊顏은 참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경하고 예배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전왕이 불상을 조각한 일은 지난날에만 아름다움을 독차지하지 않고, 수달須達이 금을 깐 일129)은 어찌 옛날에만 좋겠습니까?
예로부터 범궁梵宮의 난야蘭若라고 부르는 것이 지금 금정산의 산천에 있습니다. 바닷가의 명승지여서 갖가지 암석이 빼어남을 다투고, 병 속의 별천지130)여서 골짜기마다 물이 다투어 흐릅니다. 무성한 대나무 그늘은 장생蔣生131)의 길에 든 듯하고,

012_0299_c_01L年久重修日深棟樑全朽椽柱隨傷
012_0299_c_02L非但上雨傍風無奈左斜右倒縱有
012_0299_c_03L重修之志終無捐助之資一念在玆
012_0299_c_04L僉議勸募當此營作之場容有苾芻之
012_0299_c_05L及其助修之日廣望檀越之恩
012_0299_c_06L故詩稱求福不回易有積善餘慶所以
012_0299_c_07L數行短句仰達一片中心爲四衆倡
012_0299_c_08L相圖彼岸之資結萬人緣同作此生之
012_0299_c_09L伏願僉善咸推大慈勿惜絲粟之財
012_0299_c_10L廣布斗水之澤以成以造乃輪乃奐
012_0299_c_11L世世生生共享不空福田塵塵刹刹
012_0299_c_12L同見無量壽佛是所謂福壽淨土
012_0299_c_13L不曰衣食諸天自此聖壽長久與靑山
012_0299_c_14L而不老然後佛法重興同白日而有光

012_0299_c_15L

012_0299_c_16L元興房佛像長燈塗排募緣文

012_0299_c_17L
佛以白毫光爲燈寧假油燭之光明也
012_0299_c_18L身則混虛空爲軆誰雕旃檀之形像乎
012_0299_c_19L卽僞之眞卽事之理竟夜燈火實是
012_0299_c_20L奉佛誠心滿幅尊顏良以使人敬禮
012_0299_c_21L是故于闐之雕像不專美於徃時須達
012_0299_c_22L之布金豈獨善於昔日自古稱號梵宮
012_0299_c_23L蘭若如今有名金井山川海上名區
012_0299_c_24L千岩競秀壺中別界萬壑爭流依依

012_0300_a_01L서늘한 소나무 바람은 백아伯牙132)의 거문고를 듣는 듯합니다.
이 방은 문설주에 원흥元興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원래대로 회복하는 때는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저 감실에는 오랫동안 존상尊像의 부처님이 없어서 예배하는 날에 얼마나 민망한 줄 모릅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부처를 관찰하여 스스로 귀의하는 일은 진실로 통달한 사람에게 양보하고, 채색된 형상을 갖추어 함께 예배하는 일은 초심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것입니다.
이에 몇 줄의 짧은 글을 가지고 한 조각의 마음을 무릅쓰고 폅니다. 경영하는 일은 불상佛像과 장등長燈과 도배塗排이고, 거두어들이는 것은 황금과 백미白米와 사속絲粟입니다. 한 사람에게 권하여 백천의 단월들에게 미치고, 10냥을 보시하여 만억의 큰돈에 이르게 합시다. 이생과 내생에서 모두 저 헛되지 않은 복덕을 이루어서 동쪽에서 바르고 서쪽에서 지우듯이133) 소리마다 저 한량없는 부처님에게 수명을 빕시다. 이것이 이른바 복을 누리고 장수하는 정토이니, 누가 제천諸天을 입히고 먹인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조심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고 바쁨을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이에 받들어 축원합니다.

靑猿洗金粟之鉢    푸른 원숭이 금 좁쌀 담긴 발우를 씻으니
富有如毘沙門     부유함은 비사문천毘沙門天134)과 같고
黃龍抱玉軸之經    누런 용이 옥축玉軸의 경전을 안고 있으니
多聞似阿難海     다문多聞은 아난阿難의 바다135) 같으소서.
권선시勸善詩
萬緣應假一心眞    온갖 인연은 일심一心의 참됨 빌려야 하고
行業要須辦惡仁    업을 행함은 반드시 선악 가려야만 하지.
怪底張三衰復旺    장삼張三은 쇠퇴했다 왕성해지니 괴이하고
可憐李四富還貧    이사李四는 부유했다 가난해지니 가련하구나.136)
今生所受前生作    금생에서 받는 것은 전생에서 지은 것이요
來世將回現世因    다음 생애에는 현세의 인因이 돌아오리라.
所以金仙稱捨施    부처님께서 보시하는 일 칭찬하신 까닭은
纖毫種善度迷倫    조금만 선 심어도 중생 제도하기 때문이라오.
동래 범어사 명부전 중수 상량문東萊梵魚寺㝠府殿重修上樑文
조령 남쪽 70여 고을에서 봉래蓬萊는 도호부(都護)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군郡의 북쪽 20리 밖의 범어사는 가람伽藍이라는 이름을 띠고 있도다.우리 본사本寺를 돌아보건대 신라 흥덕왕興德王이 세웠으니 바로 당시에 의상義湘 스님이 머물던 곳이로다.

012_0300_a_01L竹陰似入蔣生之逕颯颯松顏如聞
012_0300_a_02L伯牙之琴是房也楣有元興之名
012_0300_a_03L復之時此其時也彼龕兮久無尊像
012_0300_a_04L之佛禮拜之日何其悶哉觀心佛而
012_0300_a_05L自歸依誠讓達士須彩像而同拜禮
012_0300_a_06L無如初機玆以數行單辭冒達一片情
012_0300_a_07L經營之事佛像長燈塗排收得之
012_0300_a_08L黃金白米絲粟勸一人以及百千
012_0300_a_09L檀越施十兩乃至萬億緡錢此世來生
012_0300_a_10L箇箇成彼不空福德東塗西抹聲聲祝
012_0300_a_11L他無量佛壽是所謂福壽淨土孰不曰
012_0300_a_12L衣食諸天不勝僮僮無任僕僕仍玆
012_0300_a_13L奉祝靑猿洗金粟之鉢富有如毘沙門
012_0300_a_14L黃龍抱玉軸之經多聞似阿難海

012_0300_a_15L勸善詩

012_0300_a_16L
萬緣應假一心眞行業要須辦惡仁

012_0300_a_17L怪底張三衰復旺可憐李四富還貧

012_0300_a_18L今生所受前生作來世將回現世因

012_0300_a_19L所以金仙稱捨施纖毫種善度迷倫

012_0300_a_20L

012_0300_a_21L東萊梵魚寺㝠府殿重修 [1] 上樑文

012_0300_a_22L
夫嶺以南七十餘 [2] 蓬萊稱都護之名
012_0300_a_23L念郡以 [3] 北二十里外梵寺帶伽藍之號
012_0300_a_24L顧我本寺卽羅代興德王之建立 [4] 乃當

012_0300_b_01L
봉래도蓬萊島137)는 사방으로 뻗어 있어 닭이 울고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명승지이고, 운대雲臺에서는 용이 서리고 호랑이가 걸터앉은 것 같은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네. 참으로 병 속의 별천지이고 한가한 세계로다.
의지하는 바는 여러 불보살들의 옹호하는 힘이고 짓는 것은 명부전으로 이바지하고 받드는 당堂이라. 이에 절에 일치하는 논의가 있어 일이 모두 어김없이 순조로웠고, 사람들이 두 마음을 가지지 않아 대중들이 모두 기꺼이 일하였노라. 높고 낮은 법우法宇는 도솔천인 듯하고, 나열된 탑묘는 기원정사인 듯하구나.
번화하면 경치를 구경하는 마당이 되고, 차고 넘치면138) 손해를 부르는 자리가 된다오. 계절이 바뀌어 몇 번이나 의상대에 성상星霜이 지났던가? 세월은 강물과 같아 신라 때의 문물이 한바탕 꿈이로세.
일을 이루려면 시간을 따져야 하니 택일의 마땅함을 알았도다. 뭇 장인들이 바삐 손을 놀리니 바람이 이는 공로를 바쳤노라. 물건은 하늘이 도모한 듯하고, 일은 귀신이 돕는 듯하였도다.
봄 2월 세 번째 경일(三庚)에 기둥을 세웠고, 후직后稷 구룡句龍139) 다섯 번째 술일(五戌)에 상량하노라. 시작은 촉도蜀道처럼 어려웠지만 완성하니 두루 다니면서 노는 것처럼 쉽구나. 뭇 장인들은 솜씨를 다하여 빨리 이루고 도반(法伴)들도 머리를 맞대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의당 기릴 만하니 짧은 노래를 부르노라.

拋樑東        들보 동쪽에 던지나니
萬里蒼波一望通    만리창파 한눈에 들어오네.
却憶新羅全盛日    신라가 한창 번성한 때 생각하노니
海神來舞法筵中    해신海神 와서 법회에 춤을 추었다지.

拋樑西        들보 서쪽에 던지나니
洛水金陵路不迷    낙수洛水와 금릉金陵 길 헷갈리지 않네.
極樂淨邦何處是    극락정토는 어디메뇨?
一輪一道向人低    해가 곧장 사람에게서 낮아져 가는구나.

拋樑南        들보 남쪽에 던지나니
詢友百城五十三    백 성城과 오십삼 선지식에게 물었다오.
一覩毫光回象駕    백호광명(毫光) 한번 보고는 발길 돌렸으니
不勞行步須同叅    행보行步를 수고하지 않아도 동참하리라.

拋樑北        들보 북쪽에 던지나니
斗嶺五雲環黛色    두령斗嶺의 오색구름 검푸른 빛 둘렀구나.
靈鷲嶒淩秀氣明    영취산은 험준하고 빼어난 기운 밝아
至今三祝吾君德    지금까지 우리 임금의 덕 삼축三祝한다오.140)

拋樑上        들보 위쪽에 던지나니
仁天雨露恩無量    어진 하늘 우로雨露 내려 은혜 무량하다네.
四空四色杳無邊    사공천(四空)과 사무색천(四色)은 아득하여 가없는데
次第修禪仍回向    차례대로 선정 닦아 그대로 회향하리라.

拋樑下        들보 아래쪽에 던지나니
氷香風輪相幻賀    빙향氷香과 풍륜風輪은 환질幻質을 지녔다네.141)

012_0300_b_01L時義湘師之所 [5] 蓬島四達鷄鳴狗吠
012_0300_b_02L之勝境雲臺一望龍盤虎踞之諸峯
012_0300_b_03L眞壺裡乾坤乃閑中世界所賴者 [6] [7]
012_0300_b_04L佛菩薩擁護之力爲剏者㝠府殿供奉
012_0300_b_05L之堂於是寺有歸一之謀 [8] 事皆從而順
012_0300_b_06L [9] 人無携二 [10] 衆皆 [11] 樂而爲焉法宇
012_0300_b_07L之高低依俙兜率塔廟 [12] 之羅列宛如
012_0300_b_08L秪園繁華爲形視 [13] 之場漏滲 [14] 是招損之
012_0300_b_09L炎凉代謝幾過湘臺之星霜歲月
012_0300_b_10L如流一夢羅代之文物容成較曆
012_0300_b_11L擇日之宜 [15] 匠揮手 [16] 獻生風 [17] 物若
012_0300_b_12L天謀 [18] 事與神助春王二月三庚立柱
012_0300_b_13L後稷句龍五戌上樑 [19] 其始也若蜀道之
012_0300_b_14L [20] 乃成之是周章之易衆工罄巧
012_0300_b_15L日成之法伴 [21] 趨頭如雲集也宜興乃 [22]
012_0300_b_16L遂爲短唱拋樑東萬里蒼波 [23] 一望
012_0300_b_17L却憶新羅全盛日海神來舞法筵中 [24]
012_0300_b_18L拋樑西洛水金陵路不迷極樂淨邦
012_0300_b_19L何處是一輪 [25] 一道向人低拋樑南
012_0300_b_20L友百城五十三一覩毫光回象駕不勞
012_0300_b_21L行步須同叅 [26] 拋樑北斗嶺五雲環黛色
012_0300_b_22L靈鷲嶒淩 [27] 秀氣明至今三祝吾君德
012_0300_b_23L樑上仁天雨露恩無量 [28] 四空四色杳無
012_0300_b_24L次第修禪仍回向拋樑下氷香風

012_0300_c_01L滄海光明表裡通    푸른 바다에 광명이 안팎으로 통하니
波神知貴不知價    파신波神은 귀한 줄 알지만 값은 모른다오.

삼가 상량한 뒤에 온갖 폐단은 다 사라지고 뭇 상서로운 일은 다 이르며, 새로 지은 건물이 영롱하여 여러 신들은 안온하고 옛 터전이 정중鄭重하여 건곤乾坤의 광채와 짝하기를 바랍니다.
미륵전 중수 유공기彌勒殿重修有功記
전각의 이름을 미륵彌勒이라 하기도 하고 용화龍華라 하기도 하니, 이것은 바로 미래에 오실 교주敎主의 명칭이다. 경전에 “미륵불이 세상에 나올 때 세 곳에서 뛰어난 모임(三處勝會)을 베풀어 무수한 사람들을 제도할 것이다. 금세에 한 선근善根을 가진 이가 있다면 그때에 모두 법을 듣고 위없는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하였다.
지금 본사의 미륵전은 어느 해에 세워졌고 어느 해에 중수되었는지 진실로 모르겠지만, 지금 보니 대들보는 기울고 무너졌으며 서까래와 기둥은 썩고 상하였다. 온 절이 이 때문에 근심하였으나 자주 흉년을 만나 절의 모양이 쇠잔해졌다. 가령 좋은 계책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지난번 병술년(1886) 정월 초하룻날에 온 절이 자리에 모여 따로 중수하려는 뜻을 두었다. 위로 종사宗師님으로부터 아래로 사미沙彌에 이르기까지 각기 그 형편에 따라서 어떤 이는 백 냥을 내고, 어떤 이는 50냥을 내며, 어떤 이는 30냥을 내고, 어떤 이는 20냥을 내며, 어떤 이는 10냥을 내고, 어떤 이는 1냥을 내었다. 거두니 모두 천여 냥이 되었다. 2월에 일을 시작하여 4월에 마쳤다. 우뚝한 법우法宇는 전의 경관보다 배나 되었다. 또 본사의 어회계魚會禊에서 돈 백 냥을 내어 단청을 하게 하였는데, 이 법당을 보는 이에게 기뻐하는 마음을 내게 한다.
아, 이 단월들은 미래 용화회상龍華會上에서 모두 법을 듣고 함께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켜 이룰 것에 의심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주관한 이는 오직 의봉당義峯堂 기명奇明 대사이시다.

012_0300_c_01L輪相 [29] 幻賀 [30] 滄海光明表裡通波神知貴
012_0300_c_02L不知價伏願上樑之後百廢俱1) [31]
012_0300_c_03L祥畢臻 [32] 新宇玲瓏諸善神而安穩
012_0300_c_04L基鄭 [33] [34] 乾坤之光華 [35]

012_0300_c_05L

012_0300_c_06L彌勒殿重修有功記

012_0300_c_07L
殿之名 [1] 曰彌勒亦曰龍華 [2] 此乃當來敎
012_0300_c_08L主之名號也 [3] 經云彌勒佛出世時設三
012_0300_c_09L處勝會度人無數今世如有一善根者
012_0300_c_10L其時皆聞法發無上菩提心 [4] 今本寺彌
012_0300_c_11L勒殿誠不知何年剏建何年重修
012_0300_c_12L見今棟樑傾頽 [5] 椽柱朽傷 [6] 渾寺雖 [7] 以是
012_0300_c_13L爲憂 [8] 屢經歉歲寺㨾彫殘 [9] 有良
012_0300_c_14L何幸 [10] 去丙戌年正 [11] 渾寺合席
012_0300_c_15L有重新之意上自宗師啣前下及 [12] 沙彌
012_0300_c_16L各隨其勢或出百兩或出五十兩
012_0300_c_17L出三十兩或出二十兩或出十兩
012_0300_c_18L出一兩收合爲千餘兩 [13] 始二月
012_0300_c_19L [14] 四月巍然法宇倍於前觀且本寺
012_0300_c_20L魚會禊 [15] 出錢百兩 [16] 使之丹雘能使
012_0300_c_21L見之者生歡喜之心此諸檀越
012_0300_c_22L當來龍華會上皆得聞法 [17] 同發無上 [18]
012_0300_c_23L提心成滿無疑矣 [19] 始終幹事者 [20]
012_0300_c_24L「興」底本改作「滅」{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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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원효암 염불 모연문梵魚寺元曉庵念佛募緣文
우리 동방에 불법佛法이 번성하고 조사가 나온 것은 신라만 한 때가 없고, 사찰이 세워지고 석도釋徒가 존중받은 것도 당시만 한 때가 없습니다.삼가 사적寺蹟을 살펴보면 대당大唐 문종文宗 태화太和 9년 을묘년(835)에 왜구가 자주 신라를 침범하여 사람들을 살육하였습니다. 그때 흥덕왕興德王은 침식寢食이 편안하지 않아 꿈에 신인神人의 지휘를 받아 의상義湘 조사를 태백산에서 맞이하였습니다. 다행히 조사의 법력에 힘입어 왜구를 물리쳐 나라 안이 태평하였습니다. 왕은 크게 기뻐서 국사國師로 삼고 본사를 창건하여 스님의 은혜에 보답하였다고 합니다. 또 그때에 원효元曉 조사는 당나라 승려 천 명을 이끌고 원적산圓寂山142)에서 도道를 얻게 하였습니다.
이제 국내의 명산名山과 승지勝地의 높은 대와 유명한 가람을 이루 다 기록할 수는 없지만 그 두 조사가 모두 수도한 곳은 아마 이 암자이니 행여 그때 세워졌지 않았겠습니까? 스님이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옛 암자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암자에 살면서 멀리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어찌 감동하고 사모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두 조사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진실로 염불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시작해서 이 암자를 염불당念佛堂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사분四分 염불하고 혹은 천념千念하고 만념萬念하며 나아가 무진념無盡念에 이르러서 위로 임금과 어버이에게 복을 빌고 아래로 단월들에게 은혜를 보답하려고 합니다. 무루無漏의 선근善根을 심고자 하나 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神이 숨어서 돕는 글을 가지고 어리석은 마음을 우러러 진달합니다. 천 리를 멀다 하지 않되 복을 심는 단월가를 바라고, 팔방으로 교화를 다니되 선을 쌓는 군자를 만나기를 원합니다.
삼가 선남자 선여인은 모두 대자비를 미루어

012_0301_a_01L峯堂 [21] 奇明大師 [22] [23]

012_0301_a_02L

012_0301_a_03L梵魚寺元曉庵念佛募緣文

012_0301_a_04L
我東方佛法之繁盛祖師之出興無如
012_0301_a_05L新羅寺刹之剏設釋徒之尊重亦莫
012_0301_a_06L如當時謹按寺蹟大唐文宗太和 [1]
012_0301_a_07L年乙卯倭寇數侵犯新羅殺戮人民
012_0301_a_08L其時興德王寢食不安夢中感得神人
012_0301_a_09L之指揮迎義湘祖師於太白山幸賴師
012_0301_a_10L之法力退斥倭寇國內太平王乃大
012_0301_a_11L以爲國師剏建本寺以報師恩云
012_0301_a_12L且其時元曉祖師率唐僧千名使之得
012_0301_a_13L道於圓寂山自此國內名山勝地高臺
012_0301_a_14L名藍不可勝記而皆其兩祖師修道
012_0301_a_15L之處盖是庵倘或其時剏建耶師去世
012_0301_a_16L猶有古庵尙存居是庵而緬憶當時
012_0301_a_17L寧無感慕之心乎欲報兩祖師之恩
012_0301_a_18L誠無過於念佛故自今爲始以是庵爲
012_0301_a_19L念佛堂四分念佛或千念萬念乃至
012_0301_a_20L無盡念上以祝釐於君親下以報恩於
012_0301_a_21L檀越欲種無漏之善根而但財力不足
012_0301_a_22L故神藏勸疏仰達愚衷千里不遠
012_0301_a_23L望種福之檀家八方行化願遇積善之
012_0301_a_24L君子伏願善男善女咸推大慈悲

012_0301_b_01L한 사람에게 권하여 십 인, 백 인, 만 인, 억 인에게 이르며, 한 냥을 보시하여 억백천 냥에 이릅시다. 보는 이나 듣는 이나 함께 승연勝緣을 맺고, 한 생각이나 열 생각에 함께 바른 깨달음을 이룹시다. 이로부터 금륜金輪과 법륜法輪이 함께 구르고 복이 3아승지겁을 초월한 뒤에 순일舜日143)이 불일佛日과 함께하고, 나란히 수명이 억겁에 미칠 것입니다.
용화전 중수 상량문龍華殿重修上樑文
삼가 생각하건대 경계를 70여 주州로 나눌 때 봉래는 경치가 빼어나다는 명칭이 있고, 찰간刹竿144)을 세운 원근의 여러 절에서 범어사는 가람伽藍이라는 이름을 띠고 있도다. 거주하는 승려의 무리는 그 수가 3백 명이고 신라 때에 처음 세워져 억만년이나 되었다네.
골짜기마다 물이 다투어 흐르고 봉우리마다 빼어남을 다투며, 천어天魚는 헤엄치고 아직도 차가운 금정金井이 있다네. 의상 조사는 어디로 돌아갔는가? 부질없이 높은 석대石臺만 남아 있구나. 높고 낮은 탑묘는 완연히 기원정사인 듯하고, 정밀하고 밝은 도량은 어찌 영취산보다 못하겠는가? 한밤중의 경쇠 소리는 태사공太史公145)을 몰아대도 기록하기 어렵고, 상계上界의 꽃비 색깔은 용면龍眠146)에게 그리라고 하여도 이룰 수 없다오.
그러나 번화하면 마음껏 관람하는 장소가 되지만 차고 넘치면 손해를 불러오는 터전이 된다네. 각 법당의 건립은 처음 어느 해에 시작했던가? 용화전이 기울고 무너졌으니 오늘날에는 가련하구나. 왕민王珉147)이 집을 보시한 일이 어찌 오늘날에만 없겠으며, 수달須達이 금을 깐 일이 어찌 옛날에만 아름다움을 독차지하겠는가?
장인들은 솜씨를 다하여 하루도 안 되어 이루었고, 스님들은 기쁘게 달려와 구름처럼 모였도다. 좋은 노래 낭랑하게 하여 들보 드는 일을 돕고 거들리라.

拋樑東        들보 동쪽에 던지나니
萬里滄波一望通    만리창파 한눈에 들어오네.
却憶新羅全盛日    신라가 한창 번성한 때 생각하노니
海神來舞法筵中    해신海神 와서 법회에 춤을 추었다지.

拋樑西        들보 서쪽에 던지나니
洛水金陵路不迷    낙수洛水와 금릉金陵 길 헷갈리지 않네.
樂國遙瞻何處是    극락樂國을 멀리 바라보니 어디메뇨?
一輪紅日半竿低    붉은 해가 장대에 반쯤 걸렸구나.

拋樑南        들보 남쪽에 던지나니
詢友百城五十三    백 성城과 오십삼 선지식에게 물었다오.
一覩毫光回象駕    백호광명(毫光) 한번 보고는 발길 돌렸으니

012_0301_b_01L一人以及十百萬億人施一兩以至億
012_0301_b_02L百千兩或見或聞共結勝緣一念十念
012_0301_b_03L同成正覺自此金輪與法輪同轉福越
012_0301_b_04L三秪然後舜日共佛日齊壽延億刼

012_0301_b_05L

012_0301_b_06L龍華殿重修上樑文

012_0301_b_07L
伏以分彊界七十餘州蓬萊有佳麗之
012_0301_b_08L建刹竿遠近諸寺梵魚帶伽藍之名
012_0301_b_09L緇徒之所居三百其數羅代之初剏
012_0301_b_10L億萬斯年萬壑爭流千峯競秀天魚
012_0301_b_11L游去尙有金井之冷冷湘師何歸
012_0301_b_12L餘石臺之巍巍塔廟之高下宛如秪園
012_0301_b_13L道場之精明豈下鷲靈半夜鍾磬之聲
012_0301_b_14L驅太史而難記上界花雨之色責龍眠
012_0301_b_15L而莫成然而繁華爲縱觀之場滿溢是
012_0301_b_16L招損之地各法堂建立始自何年
012_0301_b_17L華殿傾頽堪憐今日王珉之捨宅
012_0301_b_18L獨無於今時須達之布金豈專美於昔
012_0301_b_19L工匠盡巧不日成之衲客趨歡
012_0301_b_20L雲集也朗唱善頌助擧修樑拋樑東
012_0301_b_21L萬里滄波一望通却憶新羅全盛日
012_0301_b_22L神來舞法筵中拋樑西洛水金陵路不
012_0301_b_23L樂國遙瞻何處是一輪紅日半竿低
012_0301_b_24L拋樑南詢友百城五十三一覩毫光回

012_0301_c_01L不勞行步須同叅    행보行步를 수고하지 않아도 동참하리라.

拋樑北        들보 북쪽에 던지나니
積翠千峯于斗極    짙푸른 온 봉우리들 북극성을 향하네.
稽首歸依誦蓮經    머리 조아리고 귀의하여 『법화경』 외니
曼陀華雨毿毿落    만다라 꽃비가 너울너울 떨어지누나.

拋樑上        들보 위쪽에 던지나니
帝座眞珠含萬像    제석천의 진주 만상萬像을 머금었다네.
五色光明表裏通    오색 광명이 안팎으로 통하니
龍神八部皆回向    용신龍神 등 팔부신중 모두 회향한다오.

拋樑下        들보 아래쪽에 던지나니
香水風輪特幻化    향수香水와 풍륜風輪은 환화幻化일 뿐일세.
滄海驪珠照夜光    푸른 바다 여의주가 밤빛을 비추니
波神知貴不知價    파신波神은 귀한 줄 알지만 값은 모른다오.

삼가 상량한 뒤에 왕풍王風이 영원히 불고 불일佛日이 다시 밝기를 바랍니다.
사자암 법당 개와 모연문獅子庵法堂盖瓦募緣文
삼도三途는 두려워할 만하니 탐업이 으뜸이 되고, 육도는 길하니 보시를 행함이 앞에 있습니다. 선이든 악이든 털끝만큼도 업경대業鏡臺 앞에서는 틀리지 않고, 인이든 과든 조그만치도 명주장明珠掌 위에서는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 법당을 돌아보건대 관음보살觀音菩薩을 봉안하지만 세워진 해도 멀고 중수한 때도 오래되어 마룻대는 상하고 벽은 깨져서 위로 비가 새고 옆으로 바람이 들이칩니다. 보수하고자 하지만 일은 산더미 같고 힘은 미약하며, 보고만 있자니 부처님도 걱정하고 사람들도 슬퍼합니다. 앉아서 한갓 탄식만 하기보다는 차라리 계획을 세워 재물을 구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에 짧은 글을 가지고 널리 여러분 앞에 알립니다. 조그마한 재물이라도 아끼지 말고 널리 한 말의 물(斗水)의 어짊을 베풀어 주십시오. 3전錢을 보시하면 빈천의 과보를 면하고 한 말의 곡식을 베풀면 부귀의 몸을 얻습니다. 이는 분명하게 경전에 실려 있고 명백하게 책에 있습니다. 작은 부끄러움도 견딜 길이 없어 삼가 무릅쓰고 아룁니다.
마하사148) 불사 유공기摩訶寺佛事有功記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선근善根 공덕이 있지만 가장 뛰어난 것은

012_0301_c_01L象駕不勞行步須同叅拋樑北積翠
012_0301_c_02L千峯于斗極稽首歸依誦蓮經曼陀華
012_0301_c_03L雨毿毿落拋樑上帝座眞珠含萬像
012_0301_c_04L五色光明表裏通龍神八部皆回向
012_0301_c_05L樑下香水風輪特幻化滄海驪珠照夜
012_0301_c_06L波神知貴不知價伏願上樑之後
012_0301_c_07L王風永扇佛日再明

012_0301_c_08L

012_0301_c_09L獅子庵法堂盖瓦募緣文

012_0301_c_10L
三途可畏貪業居首六度乃吉行檀
012_0301_c_11L在先乃善乃惡毫釐不忒於業鏡臺前
012_0301_c_12L斯因斯果尺寸無違於明珠掌上顧此
012_0301_c_13L法堂奉安觀音剏設年湥重修時久
012_0301_c_14L棟傷壁破上雨傍風欲以修補則事
012_0301_c_15L山力綿欲以見已則佛愁人悲與其
012_0301_c_16L惟坐而徒歎曷若起圖而求財玆將短
012_0301_c_17L普吿僉前不惜絲粟之財廣布斗
012_0301_c_18L水之仁施三錢1) [1] 猶免貧賤之報捨斗
012_0301_c_19L穀而卽得富貴之身昭昭載經明明在
012_0301_c_20L無任細恥謹冒以聞

012_0301_c_21L

012_0301_c_22L摩訶寺佛事有功記

012_0301_c_23L
世有多種善根功德而爲其最勝者
012_0301_c_24L「錢」下疑脫「以」{編}

012_0302_a_01L부처님 상像을 조성하고 부처님 몸을 장엄하는 것이라 한다. 어째서인가? 세간에서 선을 짓는 것은 유루有漏 선근善根일 뿐이지만 부처님 몸을 황금이나 백분白粉을 써서 장엄함은 바로 무루無漏 공덕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절을 돌아보건대 대웅전의 삼존불은 금칠이 벗겨지고 나한전 16존은 분粉이 벗겨졌으니 큰 단월이나 큰 화주가 아니라면 실로 금칠을 하고 분을 바르기에 어렵다. 그러나 무자년(1888) 동짓달에 추산秋山 상인이 범어사에 있을 때 향실香室에 거하면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우리들이 이런 때를 맞아 솔선하여 재물을 모으도록 권해서 실로 금칠을 하고 분을 바르지 않는다면 어찌 불제자라고 하겠는가?”
대중들은 “그렇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인해印海 상인과 읍에 교화를 다니면서 수천 냥을 얻었다. 증명 법사를 청하고 화공畫工을 맞이하여 경인년(1890) 3월 10일에 일을 시작하여 같은 달 28일에 마쳤다. 이로부터 삼존불과 16존이 미소를 짓는 듯하여 승려와 속인들이 우러러 공경하고 예배하며 따라 기뻐하고 찬탄하였다.
아, 아름답도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로다. 경에서 “고불古佛을 수리하는 일은 새로 만드는 일보다 낫다. 그러므로 어떤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의 터진 얼굴을 깁자 세세생생토록 얼굴이 금빛이었다. 또 어떤 장자가 부처님의 깨진 손가락을 수리하자 세세생생토록 손가락이 촛불 같은 빛을 놓았다. 생전에는 부유하고 즐거우며 끝내는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도를 얻었다.”라고 하였다.
아, 이와 같이 하는 일은 몹시 작으나 끝내 가장 큰 것을 얻는 것은 위없는 좋은 밭에 씨를 뿌리는 일이 그러하다. 봄에 낟알 하나를 뿌려 가을에 낟알 만 개를 거둔다는 말은 이를 일러 한 말이 아니겠는가? 오늘에 단월들의 보시한 공과 두 상인이 교화를 행한 덕은 앞에서 인용한 공덕보다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012_0302_a_01L之造成佛像莊嚴佛軀何也盖世間
012_0302_a_02L中作善只爲有漏善根若其莊嚴佛軀
012_0302_a_03L用之黃金白粉乃是無漏之功德也
012_0302_a_04L今此寺大雄殿三尊佛剝金羅漢殿十
012_0302_a_05L六尊脫粉如非大檀越大化主實難改
012_0302_a_06L金塗粉而歲在戊子至月秋山上人
012_0302_a_07L自梵魚寺時居香室吿於衆曰吾等
012_0302_a_08L當於此時若不袖勸鳩財實改金塗粉
012_0302_a_09L豈謂佛弟子衆曰諾於是乃與印海上
012_0302_a_10L人行化邑得數千兩請證師邀畫工
012_0302_a_11L始事於庚寅三月初十日畢功於同月
012_0302_a_12L二十八日自是三尊佛十六尊如有微
012_0302_a_13L而能使緇素人瞻敬禮拜隨喜讃
012_0302_a_14L嗚呼休哉未曾有也經云修古佛
012_0302_a_15L勝於新成是以若有貧女褓佛決面
012_0302_a_16L世世面爲金色又有長者治佛破指
012_0302_a_17L生生指放燭光生前富樂終乃遇佛
012_0302_a_18L出家得道如是所作之事甚小
012_0302_a_19L終乃獲益最大者盖投種於無上良田
012_0302_a_20L之然也春種一粒穀秋收萬顆子 [1]
012_0302_a_21L之謂歟今日諸檀越捨施之功兩上人
012_0302_a_22L行化之德決定不下於如上所引之功
012_0302_a_23L德也

012_0302_b_01L
마하사 대웅전 중수 번와 유공기摩訶寺大雄殿重修飜瓦有功記
금련산金蓮山은 바닷가 밖에 서려 있어 바라보면 평범한 한 봉우리 같지만, 웅장한 기운이 높은 하늘을 덮고 물과 돌이 그 좌우를 두르며 안개와 노을이 그 중간에 감추어져 있으니, 참으로 동래의 한 기이한 곳이다.
이 절은 문헌으로 증명할 길이 없어 세워진 것이 어느 시대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남은 것은 대웅전과 나한전 두 당堂과 노전爐殿 하나, 요사채 하나뿐이다. 세워진 뒤로 몇 번이나 중수했는지 모르겠으나 세월이 오래되어 겁해劫海가 자주 변하였다.
돌아보건대 지금 법우가 무너져 바람이 들이치고 비가 샌다. 다시 새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일은 산더미 같고 힘은 모기 같아 승려들이 근심을 견디지 못하였다.
정해년(1887) 3월에 수상국水相國 한 공韓公이 산수 구경을 좋아하여 수레를 타고 행차하다가 절 건물이 무너져 비바람이 들이치는 것을 보고 결연히 중수하고자 하는 뜻을 두었다. 감영의 집사청執事廳에 분부하자 의논이 일치하여 그러기로 정하였다.
예봉禮峯 상인은 화주化主가 되어 도장을 찍은 권선문을 가지고 교화를 행해서 영읍營邑과 진촌鎭村과 경내境內 사찰에서 수백 냥을 얻었다. 4월에 일을 시작하여 윤달에 마쳤다. 비가 새는 절 건물은 기와를 아주 바꾸어 버리고, 썩고 상한 서까래나 기둥은 바꾸어 새롭게 하였다. 그 밖에 요사채의 못쓰게 된 곳은 보수하여 볼 만하게 되었다.
아, 옛날에 상국相國 배휴裴休가 관찰사가 되어 월주 용흥사 대전을 중수하였는데, 지금 한 공에게 방편의 힘이 있어 수십 년 동안 무너진 절 건물을 하루아침에 새롭게 하였으니, 어찌 대사인연大事因緣이 반드시 마땅한 사람과 때를 기다려야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루는 절의 승려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나에게 그 일을 기록해 달라고 청하였다. 나는 부족한 글재주를 사양하지 못하고, 게다가 은혜에 감동하는 절 승려의 마음과 단월들이 보시한 덕을 기뻐하여 이것을 기록하노라.

012_0302_b_01L摩訶寺大雄殿重修翻瓦有功記

012_0302_b_02L
金蓮山蟠據海上外視若一凡峀也
012_0302_b_03L然磅礴之氣掩映重霄水石繞其左右
012_0302_b_04L烟霞藏其中間信其爲萊州一奇區也
012_0302_b_05L是寺也文獻亡徵未知剏始何代禩也
012_0302_b_06L而今所存者大雄羅漢兩堂一爐殿一
012_0302_b_07L寮舍自剏始後不知幾度重修而歲
012_0302_b_08L月旣深刼海累變顧今法宇頽廢
012_0302_b_09L雨滲漏雖有重新之心事山力蚊
012_0302_b_10L不堪憂歲在丁亥三月日水相國韓公
012_0302_b_11L樂以山水翫景命駕行次見其佛宇頽
012_0302_b_12L風雨侵臨決然有重新之意分付
012_0302_b_13L營中執事廳議以克合定禮峯上人
012_0302_b_14L爲化主踏印勸文使之行化營邑鎭
012_0302_b_15L及其境內寺刹得數百兩始役四
012_0302_b_16L吿功閠月佛宇之滲漏永爲翻瓦
012_0302_b_17L椽柱之朽傷易而新之其他寮舍廢處
012_0302_b_18L隨補可觀舊日裴相國休爲觀察
012_0302_b_19L使重修越州龍興大殿今韓公有方便
012_0302_b_20L之力使數十年廢壞之佛宇一朝新之
012_0302_b_21L豈非大事因緣必待其人竢其時而爲
012_0302_b_22L之歟一日寺僧蹈舞不勝請余記之
012_0302_b_23L余不辭文詞之不足且喜寺僧感惠之
012_0302_b_24L及其檀越捨施之德是以記之

012_0302_c_01L
마하사 나한전 중수 모연문摩訶寺羅漢殿重修募緣文
땅의 가없는 만물은 모두 동황東皇149)의 낳아 주는 은택을 입고, 하늘의 끝없는 중생들은 나한羅漢의 신변神變의 행行에 보답하기 어렵습니다. 생각하건대 옛날의 나한 법당은 지금에 있어서는 응공應供의 복실福室입니다. 그러나 마룻대는 기울고 벽은 파괴되었으며,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으로 쓰러졌으며, 긴 기둥과 짧은 서까래는 위로 비가 새고 아래로 바람이 들이칩니다.
수리하고자 하지만 일은 큰데 힘은 적고, 재물을 모으고자 하지만 덕은 얇고 계획은 졸렬합니다. 다만 산은 흙덩이라도 사양하지 않고 바다는 작은 물이라도 양보하지 않기에 스스로 적은 힘을 헤아려 인연 있는 이들에게 두루 알립니다.
삼가 선남자 선여인은 모두 대자비를 미루고 각기 보시바라밀을 넓혀서 함께 이 일을 돕기를 바랍니다. 한 사람을 모집해서 천백만 인에 이르고, 1문文을 보시하여 천백만 문文에 이르러서 제비와 참새(燕雀)가 새로 이루어진 것을 축하하고 새 건물이 옛날의 더러움을 씻는다면, 어찌 이 납자衲子들만이 나한羅漢을 정성껏 받들겠습니까? 저 만인들도 우러러 공경하고 복을 심는 터전이 될 것입니다. 이 일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대성암 본채 번와와 익랑 중수 모연문(大聖庵軆寮翻瓦翼廊重修募緣文)
부유하매 늘 부유함이 없고 가난하매 늘 가난함이 없습니다. 빈부가 순환하고 흥폐가 서로 이어짐은 사물의 이치가 항상 그러해서 진실로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본 암자는 옛날에는 번성하고 부유했지만 지금에 보니 가난하고 쇠잔합니다. 본채는 물이 새서 비바람을 피하기 어렵고 별채는 썩고 상하여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이제 중수하는 날을 맞이하여 실로 재력의 도움이 없어 일은 큰데 힘은 적으니, 원통한 새가 바다를 메운다150)고 할 만합니다.
계책은 궁하고 논의는 졸렬하니 어찌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기는 것151)과 다르겠습니까? 그러므로 여러 방房에 널리 모의하자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또한 마음을 헤아려

012_0302_c_01L摩訶寺羅漢殿重修募緣文

012_0302_c_02L
大地無邊萬物皆蒙東皇發1) [1] 生澤
012_0302_c_03L天罔極衆生難報羅漢神變之行
012_0302_c_04L昔羅漢法堂在今應供福室然而傾棟
012_0302_c_05L破壁左斜而右倒長柱短椽上雨而
012_0302_c_06L傍風欲以修治事巨力綿欲以鳩財
012_0302_c_07L德凉計拙但以山不捨於土壤海不讓
012_0302_c_08L於細流乃自揣綿力2)吿有緣伏願
012_0302_c_09L善男女咸推大慈悲各弘檀度共助
012_0302_c_10L斯役募一人以及千百萬人施一文以
012_0302_c_11L至千百萬文使燕雀賀新成輪奐洗舊
012_0302_c_12L則豈徒爲此衲子奉羅漢之誠悃
012_0302_c_13L亦爲彼萬人瞻敬植福之場矣此不可
012_0302_c_14L不爲也

012_0302_c_15L

012_0302_c_16L大聖庵軆寮翻瓦翼廊重修募緣文

012_0302_c_17L
富無長富貧無長貧貧富廻環興廢
012_0302_c_18L相尋物理常然固無足怪本庵在昔
012_0302_c_19L殷富見今貧殘軆寮滲漏難避風雨
012_0302_c_20L翼廊朽傷可畏傾覆今當重修之日
012_0302_c_21L實無財力之資事巨力綿可謂寃禽之
012_0302_c_22L塡海計窮謀拙何殊愚叟之移山
012_0302_c_23L以博謀諸房乃多同聲之人亦乃忖度
012_0302_c_24L「生」下疑脫「恩」{編}「編」疑「徧」{編}

012_0303_a_01L돕고자 하는 덕을 가진 스님도 있었습니다.
삼가 각기 넉넉한 은혜를 드리우기 바랍니다. 가령 실효가 있다면 이로부터 훌륭한 장인들이 옛날 제도를 바꿀 것입니다. 그런 뒤에 불조佛鳥는 새로 이루어진 것을 축하하고, 금륜金輪과 법륜法輪은 함께 구르며, 복은 3아승지겁을 초월하고, 순일舜日과 불일佛日은 다시 밝아지며, 수명은 억겁에 이를 것입니다.
임오년 동갑내기 헌답 유공기(壬午甲獻畓有功記)
계契가 계가 되는 이유는 시작도 공적인 일을 위하여 시작하고 마침도 공적인 일을 위하여 마치기 때문이니, 공적인 일을 위하여 시작하거나 마침이 이와 같이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주역周易』에서 “이로움은 의에 화합함이다.(利者。 義之和也。)”152)라고 하였다. 지금 동갑의 회원들은 화합은 이익을 균등히 하기에 충분하고 정의情誼는 형 아우하기에 충분하며, 마음은 믿음을 맺고 의로움을 굳건히 하기에 충분하다. 계를 공적인 일을 위하여 쓰면 기울어진 것은 붙들어 주고 폐해진 것은 보태 주며, 자신을 위하여 쓰면 기氣는 온화해지고 마음은 순조롭게 된다. 그러므로 공적인 일에는 우선하고 사적인 일에는 뒤로 돌린다.
회원들이 각기 쌈짓돈을 내어 이자를 증식하는 밑천으로 삼고, 수십 년 이래로 성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자를 증식하는 사이에 거의 수백 금金에 이르자, 논 80두락의 땅을 사고 전문錢文 150냥을 가지고 절에 바쳐 길이 썩지 않는 복전福田을 지었으니, 진실로 몸을 수고롭게 한 이들은 동갑의 회원들이고, 절을 도와주는 이들도 여섯 동갑의 회원들임을 알겠구나. 처음에는 몸을 수고롭게 하는 고통이 있어 겨우 이자 증식을 위한 재물을 댈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논을 바치는 정성이 있어 절을 돕는 공로를 드리우기에 충분하였다. 지금의 회원들은 시작이나 마지막이나 공적인 일을 위하여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아, 이와 같은 큰 공과 큰 덕이 있지만 평범한 일로 간주하여 사라지게 내버려 두고 기록하지 않는다면, 후대의 사람들이 그들의 공을 추모하고자 하여도 어디에서 그것을 구하겠으며 어디에서 그것을 보겠는가?

012_0303_a_01L中心度有相助之德伏願各垂優惠
012_0303_a_02L使有實效則自此良工改舊制然後佛
012_0303_a_03L鳥賀新成金輪法輪同轉福越三祗
012_0303_a_04L舜日佛日再明壽延憶刼

012_0303_a_05L

012_0303_a_06L壬午甲獻畓有功記

012_0303_a_07L
夫稧 [1] 之爲契其始也爲公而始其終
012_0303_a_08L亦爲公而終則其爲公而終始
012_0303_a_09L無如是之良者矣易曰利者義之和也
012_0303_a_10L今之甲員其和足以同均其利其誼 [2]
012_0303_a_11L以稱兄曰弟其心足以結信固義用之
012_0303_a_12L爲公則扶傾補廢用之爲己則氣和
012_0303_a_13L心順是以先於公後於私各出囊財
012_0303_a_14L以爲殖利之本而自數十年來 [3] 勤勤
012_0303_a_15L懇懇於殖利之間 [4] 至爲數百金 [5] 買畓
012_0303_a_16L八十斗地只及其錢文 [6] 一百五十兩 [7]
012_0303_a_17L獻于寺中長作不朽之福田固知勞身
012_0303_a_18L [8] 員也補寺者亦六甲 [9] 員也
012_0303_a_19L始也有勞身苦 [10] 僅足以報其殖利之貨
012_0303_a_20L其終也有獻畓之誠旣足以垂其補寺
012_0303_a_21L之功 [11] 之諸員可謂終始爲公而發也
012_0303_a_22L有如是之大功大德 [12] 而若見之尋常
012_0303_a_23L歸之泯沒不入于鋟榟 [13] 則後之人
012_0303_a_24L欲慕其功其從何而求 [14] 亦從何而視

012_0303_b_01L기록하지 않고 사라지게 하는 것보다는 붓을 잡고 먹을 희롱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부족한 글재주를 돌아보지 않고 기록해서 여러 회원들의 공로가 사라지지 않아 영원하게 하고자 할 뿐이다. 그러나 공은 스스로 공이라고 여길 수가 없고 남들이 공으로 인정해 주어야만 하고, 남들은 스스로 공이라고 여길 수가 없고 힘을 쓰는 이(用功者)들이 공으로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유공기有功記를 지어 벽에 걸어 지금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또 후세에 힘을 쓰는 이들과 그 공을 사모하는 이들에게 알리고자 할 뿐이다.
종계서宗契序
근원은 지류가 없는 물이 없고 지류는 근원이 없는 물이 없다. 지금 계契라고 하는 것은 어찌 근원이 없겠는가? 우리의 도道는 선종禪宗과 교종敎宗 두 종이 있다. 교종은 방책方册에 실려 있고 선종은 문자를 떠나 있다. 서른세 명의 조사로부터 등燈에서 등으로 서로 이어지고 불꽃(焰)에서 불꽃으로 이어져 끊어지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나옹懶翁 화상이 당나라에 들어가 처음 지공指空 화상을 참배하여 비로소 현묘한 뜻을 깨달았고, 다음에는 평산平山153)을 참배하여 종풍을 깊이 통하고서 본국에 돌아왔다. 지류가 넘치고 가지가 갈라졌지만 하나의 심종心宗으로 관통한다. 청허淸虛 대사에 이르러 이 도는 미약하게 전해졌다. 이후로 그의 제자들이 종풍을 물려받아 서로 이어서 끊이지 않게 했으니, 어디를 간들 없을까마는 마음으로 전하는 한 맥脈만은 과연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다만 그 이름만 남았고 실제는 없다.
동한東漢 때에 위백양魏伯陽154)은 성품이 도가道家의 술법을 기뻐하여 『참동계』를 지었는데, 여러 제자들과 산에 들어가 신단神丹을 만들어 함께 그것을 먹고는 모두 신선이 되어 떠났다. 대송大宋 때에 소노천蘇老泉155)은 ≺소씨족보서蘇氏族譜序≻를 지어 동족들이 소원해져 길가는 사람처럼 보는 것을 개탄하였다. 그러므로 “소홀히 하여 잊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만 되겠다.”라고 하였다.

012_0303_b_01L [15] [16] 其不記而泯沒曷若操瓢而弄墨 [17]
012_0303_b_02L故余 [18] 不顧文辭之不足乃爲之記欲使
012_0303_b_03L諸員之功無至於泯沒而亘古長今而
012_0303_b_04L然則功不能自功惟人功之人不
012_0303_b_05L能自功惟用功者功之故作有功記
012_0303_b_06L [19] 之于壁上 [20] 以貽于 [21] 而亦欲聞於後
012_0303_b_07L之用功者及其慕功者云爾 [22]

012_0303_b_08L

012_0303_b_09L宗契序

012_0303_b_10L
源無無派之水1) [1] 源之水今契之
012_0303_b_11L云云豈無根源乎吾道有禪敎兩宗
012_0303_b_12L敎之一宗布載方册禪之一宗離文
012_0303_b_13L絕字自卅三祖師燈燈相續熖熖不
012_0303_b_14L所以我國懶翁和尙入唐初叅指空
012_0303_b_15L和尙始悟玄旨次叅平山深徹宗風
012_0303_b_16L歸來本國派衍枝分洞一心宗傳至
012_0303_b_17L淸虛大師斯道微傳玆以後爲其弟資
012_0303_b_18L襲其宗風相繼不絕何往無之但心
012_0303_b_19L傳一脉果今安在徒有其名而無其
012_0303_b_20L實也東漢之世魏伯陽性喜道家之
012_0303_b_21L作叅同契與羣弟子入山造煉神
012_0303_b_22L同一服之皆以仙去大宋之時
012_0303_b_23L老泉作蘇氏族譜序慨歎同族踈遠
012_0303_b_24L其視如塗人故曰使其無致於忽忘焉

012_0303_c_01L
지금 계를 만든 뜻은 진실로 백양과 노천과 같은 반열에 있지 않으나, 1년에 한번 만나 연모燕毛156)를 구별하여 노인을 노인 대접하고 어른을 어른 대접함이, 조정에서는 관직의 순서에 따르고 향읍鄕邑에서는 나이의 순서에 따르는 것과 같이 한다면, 어찌 공경함과 인사가 없을 수 있겠는가?
전에는 종계宗契의 이름이 없었다. 중간에 울암蔚庵 화상이 여러 존숙尊宿들과 각기 자신들의 재물을 내어 애써서 재물을 늘렸다. 그 뒤로 작가作家로 계에 참여하는 스님들이 재물을 내놓은 것도 그렇게 해서 종계라고 하였다. 그러니 근원과 지류가 한 물이고 가지와 잎이 같은 나무임을 함께 안다면, 진실로 종계의 이름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크게 종계의 뜻을 저버리게 될 것이다.
새 영정을 봉안하는 축문(新影奉安祝文)
猗與法傅 天賦高邁   아, 법의 사부여 하늘이 고매한 성품을 부여하여
童眞出家 正信投佛   동진童眞 출가하고 바른 믿음으로 부처님께 투신하셨습니다.
出言當格 臨事合理   말을 내면 격조에 맞고 일에 임하면 이치에 합당하여
德音在人 孰敢不承   덕음德音이 사람들에게 있으니 누가 감히 받들지 않겠나이까?
沙門高標 叢林大德   사문沙門의 높은 표상이고 총림叢林의 대덕大德이셨습니다.
如何厭塵 遽歸樂邦   어찌 속진을 싫어하여 갑자기 즐거운 나라(樂邦)로 돌아가셨는지요?
慈舟失棹 海客何依   자비의 배(慈舟)가 노를 잃었으니 바다의 객(海客)은 어디에 의지하겠습니까?
惠柯已頽 門眷無賴   은혜로운 가지(惠柯)가 무너져 버렸으니 문의 권속들은 의지할 데가 없습니다.
悲而無及 恨而莫追   슬퍼도 미칠 수가 없고 한탄하여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嗟嗟小資 感慕不已   아, 작은 제자들은 감개와 사모를 그치지 못합니다.
新成影貌 擇定吉日   새로 영정을 이루고는 길일을 택해서 정했습니다.
謹備薄供 奉安于玆   삼가 박한 음식을 갖추어 여기에다 봉안합니다.
其始自今 禋祀無窮   지금부터 제사가 끊이지 않도록 할 터이니
俯垂鑑格 伏惟尙饗   굽어 살펴 주시고 삼가 흠향하시길 바라옵나이다.
157) 상인을 보내며(送念上人)
상인上人은 황해黃海 사람이다. 하늘이 명한 성품(性)을 받아 진실한 생각(念)을 지킨다. 세상에 처해서도 그 성품이 변하지 않고 세속을 따라도 그 생각이 동요하지 않는다.

012_0303_c_01L而可也今契之設意誠不在伯陽老泉
012_0303_c_02L之同列而但一年一會區別燕毛老其
012_0303_c_03L長其長猶朝家之序爵鄕邑之序
012_0303_c_04L則烏得無敬且董乎前無宗契之名
012_0303_c_05L中間蔚庵和尙與諸尊宿各出己財
012_0303_c_06L勞力殖貨其後以來作家叅契之師
012_0303_c_07L出財亦然名之曰宗契然則共知源派
012_0303_c_08L之一水枝葉之同木則固無愧於宗契
012_0303_c_09L之名若不如是孤負宗契之旨大矣

012_0303_c_10L

012_0303_c_11L新影奉安祝文

012_0303_c_12L
猗與法傅天賦高邁童眞出家正信
012_0303_c_13L投佛出言當格臨事合理德音在人
012_0303_c_14L孰敢不承沙門高標叢林大德如何
012_0303_c_15L厭塵遽歸樂邦慈舟失棹海客何依
012_0303_c_16L惠柯已頽門眷無賴悲而無及恨而
012_0303_c_17L莫追嗟嗟小資感慕不已新成影貌
012_0303_c_18L擇定吉日謹備薄供奉安于玆其始
012_0303_c_19L自今禋祀無窮俯垂鑑格伏惟尙饗

012_0303_c_20L

012_0303_c_21L送念上人

012_0303_c_22L
上人黃海人也禀天命之性守眞實
012_0303_c_23L之念處世而不變其性隨俗而不動其
012_0303_c_24L「無」下疑脫「無」{編}

012_0304_a_01L이와 같은 살아 있는 물건(活物)은 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떠나간다. 그러므로 이 성性과 염念이라는 두 글자로써 이름 지었으니, 이름을 돌아보아 뜻을 생각해서 그 품부 받은 살아 있는 물건을 잃지 않고자 바랐기 때문이다.
경전 익히는 장소를 두루 다니고 이름난 스님을 두루 참배하고는 그 가르침의 내용을 씹어서 자기 것으로 삼았다. 나를 따라와서 살면서 더불어 말을 하면 문사文史의 재질이 다른 이들보다 뛰어나고, 깨닫고 이해하는 것이 높고 분명하였다.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인데 한 질의 고문古文을 다 읽었다. 지금 돌아가는 길에 시구詩句를 청하기에 나는 앎과 이해가 높고 분명하며 몸가짐이 조신한 것을 사모하여 시 한 수를 지어 보낸다.
범어사 승군 등장梵魚寺僧軍等狀158)
사람이 아버지에게 몹시도 원망하는 마음이 있는데, 침묵하고 아뢰지 않는 것은 효가 아니고, 아뢰되 사실대로 아뢰지 않는 것도 효가 아닙니다. 이 절은 신라 때의 고찰古刹이고, 또한 변경 방어의 중요한 땅이어서 산성山城을 설치하고 군오軍伍를 나열하여 완급緩急의 때에 대비합니다. 그러므로 조정에서 생각하는 것과 영읍營邑에서 돌아보고 보호하는 것이 다른 보통의 절과는 아주 다릅니다.
이와 같은 절이기에 옛날 강희康熙 42년(1703) 계축년에 금정산성金井山城을 짓고 비로소 5백 명의 승군을 두었습니다. 중간에 조정의 망극한 은혜를 특별히 입어 5백 명의 승군에서 2백 명을 덜었지만 그때 이후로 세월이 점차 오래되어 승려들은 스스로 지킬 수 없었고, 절은 지탱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습니다. 백 년 전에 판서判書 조엄趙曮 대감께서 순영巡營에서 정무를 보자 역시 불후不朽의 은택을 입어 3백 명의 승군에서 2백 명을 줄여서 백 명의 승군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매번 본부本府에서 점열點閱하는 때가 되면 백 명의 승군이 점열을 익히는 곳으로 모두 나아가는데, 왕래하는 사이가 사나흘이고, 그때의 식비食費는 통계를 내면 적지 않습니다.

012_0304_a_01L是如活物操則存之放則去之
012_0304_a_02L以是兩字名盖欲顧名思意不失其所
012_0304_a_03L禀之活物故也周遊講場歷叅名師
012_0304_a_04L咀嚼其敎味以爲己有而從余來居
012_0304_a_05L與之語文史才質邁倫悟解高明
012_0304_a_06L過兩個月而讀盡一秩古文今其歸路
012_0304_a_07L請於詩句故余慕其知解高明持身謹
012_0304_a_08L作一首詩以遣之

012_0304_a_09L

012_0304_a_10L梵魚寺僧軍等狀

012_0304_a_11L
夫人之於父極有寃情而緘默不吿者
012_0304_a_12L非孝也吿之而不以實吿之者亦非孝
012_0304_a_13L此寺卽羅代古刹亦邊防重地
012_0304_a_14L山城列軍伍以備緩急之時故朝家
012_0304_a_15L之軫念營邑之顧護與他尋常寺刹逈
012_0304_a_16L是如此寺往在康熙四十二年癸未
012_0304_a_17L剏設金井山城始列僧軍之五百中間
012_0304_a_18L特蒙朝家罔極之恩五百名僧軍蠲減
012_0304_a_19L二百名是乎乃玆自1) [2] 以來歲月浸尋
012_0304_a_20L僧不能自保寺有難支之境矣百年前
012_0304_a_21L趙判書大監莅政巡營亦蒙不朽之澤
012_0304_a_22L三百僧軍減給二百名但見存一百名
012_0304_a_23L僧軍每當本府點閱之時百名僧軍
012_0304_a_24L咸赴習閱之場凡往來間三四日其時

012_0304_b_01L그러나 일찍이 본부에서 희름餼廪159)의 도움이 없어 모두 승군의 쌈짓돈에서 나옵니다. 이 때문에 봄과 가을에 점열할 때가 되면 승군들이 원한을 품고 한탄하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닙니다. 가령 도道마다 각기 읍에는 모두 별포別砲160)의 이름이 있어 그들에게 희름을 내리는데, 백 명의 승군에게는 몇 백 냥이나 몇 백 석의 쌀이나 돈을 대준 적이 없습니다.
아, 몹시 슬픕니다. 수백 년이나 이어온 승군이 별포군別砲軍의 경우보다 못하단 말입니까? 차별 없이 대우하는 도道로 말한다면 승속僧俗의 구별이 있는 듯합니다. 그러므로 승군이 원망하고 부르짖어도 우러러 진달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제 정사를 밝게 다스리는 분의 행차를 만나 얼마나 다행인 줄 모릅니다. 또 자애로운 아버지의 후덕한 인자함을 만났으니, 침묵하고 아뢰지 않음은 불효에 가까울 듯하여 이로 인하여 감히 죽음을 무릅쓰고 일제히 하소연합니다. 헤아리신 뒤에 훤히 살펴 주시길 기대하고, 군정軍情을 긍휼히 여겨 백 명의 승군에게 희름의 도움을 특별히 내려 만대萬代에 불후의 풍성風聲을 심도록 하옵소서.

개국 504년(1895) 을미乙未 중춘仲春에 대성암에서 글을 베낀다.

012_0304_b_01L食費統計不少而曾無本府餼廪之資
012_0304_b_02L皆出於僧軍囊中之費以是之故每當
012_0304_b_03L春秋點閱則僧軍之抱寃嗟恨者非他
012_0304_b_04L至若各道各邑皆有別砲之名
012_0304_b_05L有餼廪之賜至於百名僧軍曾無幾百
012_0304_b_06L幾百石錢米間廪給之資亦痛
012_0304_b_07L自累百年流來之僧尙不如別砲之
012_0304_b_08L例乎至於一視之道有若僧俗之別
012_0304_b_09L僧軍之寃呼仰達無路矣何幸今逢明
012_0304_b_10L政之行次又値慈父之仁厚緘默不吿
012_0304_b_11L似近於不孝乙仍于玆敢昧死齊訴爲
012_0304_b_12L白去乎叅商敎是後洞鑑輿望矜恤
012_0304_b_13L軍情特賜一百名僧軍餼廪之資以樹
012_0304_b_14L萬代不朽之風聲爲白只爲

012_0304_b_15L
開國五百四年乙未仲春抄于大聖
012_0304_b_16L

012_0304_b_17L「茲自」疑「自茲」{編}
  1. 1)금릉金陵에서 서로~시를 읊으리라 : 금릉에 봉황대鳳凰臺가 있는데, 이백이 시를 짓고 놀던 곳이다.
  2. 2)새해 맞느라 : 원문은 ‘守歲’로 제석除夕에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새해 아침이 밝아 오는 것을 기다려 맞는 것을 말한다.
  3. 3)동장銅章 : 지방 수령이 차는 관인官印으로 동부銅符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원님을 가리킨다.
  4. 4)병발瓶鉢 : 승려가 지니는 물병과 발우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승려들을 가리킨다.
  5. 5)역마驛馬 길 : 관원이 되어 지방에 부임한 것을 말한다.
  6. 6)병석瓶錫 : 병瓶은 먹는 물을 넣는 용기이고, 석錫은 행각할 때 사용하는 석장錫杖으로 비구의 18물건을 대표한다.
  7. 7)육률陸律 : 송宋나라 육방옹陸放翁의 시를 말한다. 시풍이 두보杜甫를 본받아 우국憂國의 정을 읊은 것들이 많다.
  8. 8)어느 날에야~서씨를 방문할까 : 서씨는 서불徐市을 가리킨다. 진시황秦始皇 때에 방사方士 서불이 불사약不死藥을 구하기 위하여 동남동녀童男童女 5백 명을 데리고 동해의 삼신산三神山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9. 9)동정추월洞庭秋月 : 이 시와 다음에 나오는 일곱 수는 소상팔경瀟湘八景을 읊은 시이다. 소상팔경은 중국 소수瀟水와 상수湘水 부근에 있는 여덟 곳의 아름다운 경치로 평사낙안平沙落雁·원포귀범遠浦歸帆·산시청람山市晴嵐·강천모설江天暮雪·동정추월洞庭秋月·소상야우瀟湘夜雨·연사모종煙寺暮鍾·어촌석조漁村夕照를 말한다.
  10. 10)진秦과 오吳 : 동정호에 접한 남쪽 지방을 뜻하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백의 ≺宣城送劉副使入秦≻ 시에서 “이곳에서 다시 천 리 이별하니, 진과 오가 하늘가에 아득하리라.(此別又千里。 秦吳渺天涯。)”라고 하였다.
  11. 11)이 해는~물에 목욕하고 : 함지咸池는 해가 목욕을 한다는 곳이다. 『淮南子』 「天文訓」에서 “해는 양곡에서 나와 함지에서 목욕한다.(日出於暘谷。 浴於咸池。)”라고 하였다.
  12. 12)새벽엔 약목若木의 바람에 소요하리라 : 약목은 서방의 해가 지는 곳에서 자라는 큰 나무라고 한다. 또는 부상扶桑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부상의 뜻으로 쓰였다. 부상은 동해 속에 있다는 상상의 신목神木 이름으로 해가 뜰 때에는 이 나무의 가지를 흔들고서 올라온다고 한다.
  13. 13)떠들썩한 금곡원金谷園은~폐허 되었도다 : 금곡원은 진晉나라 대부호大富豪인 석숭石崇의 별장이 있는 곳이다. 석숭은 매양 이곳에 빈객賓客을 모아서 시부詩賦를 짓고 술을 마시며 매우 호사스럽게 놀았다.
  14. 14)만일 송宋나라~손길 만난다면 : 송나라의 자서子西는 송나라 때의 문장가 당경唐庚(1071~1121)을 말한다. 그는 ≺家藏古硯銘≻에서 “붓의 수명은 날짜로 계산하고 먹의 수명은 달로 계산하고 벼루의 수명은 세대로 계산한다.(筆之壽以日計。 墨之壽以月計。 硯之壽以世計。)”라고 하였다.
  15. 15)청련靑蓮 : 당唐나라 이백李白의 호가 청련 거사靑蓮居士이다.
  16. 16)모영毛頴 : 한유韓愈가 붓을 의인화하여 묘사한 「毛穎傳」에서 인용한 말로 붓의 별칭으로 쓰인다.
  17. 17)섬궁蟾宮의 절경은~녹일 만하기에 : 섬궁은 달나라에 있다고 하는 월궁月宮을 말한다.
  18. 18)현홀玄笏 : 먹을 의인화한 말이다.
  19. 19)관성管城 : 붓을 의인화한 말로 관성자管城子의 준말이다. 한유의 「모영전」에서 “진시황이 장군 몽염蒙恬으로 하여금 붓에게 탕목읍을 내리고 관성에 봉해 주게 하여 관성자라 호칭했다.(秦皇帝使恬。 賜之湯沐而封諸管城。 號曰管城子。)”라고 하였다.
  20. 20)붓 씻는~게 없고 : 붓을 잘 길들여 오래가게 하려면 유황주硫黃酒로 털(毫)을 펴야 한다고 한다.
  21. 21)원통圓通 : 주원융통周圓融通의 준말로 부처님과 보살의 깨달음의 경지를 말한다.
  22. 22)혹리酷吏 : 햇볕을 혹독한 아전에 비유한 말이다. 두목杜牧의 시에서 “무더운 여름날 혹독한 관리도 물러가고, 맑은 바람 속에 벗님이 찾아왔네.(大熱去酷吏。 淸風來故人。)”라고 하였다.
  23. 23)풍성豊城 : 지명으로, 여기에 묻힌 용천龍泉과 태아太阿의 두 보검이 밤마다 두우斗牛 사이에 자기紫氣를 발산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24. 24)구야歐冶 : 춘추시대의 유명한 검 제작자 이름이다. 월왕越王을 위해 거궐巨闕·담로湛盧·승사勝邪·어장魚腸·순구純鉤의 5검을 만들었고, 초왕楚王을 위해 용연龍淵·태아太阿·공포工布의 3검을 만들었다고 한다.
  25. 25)성곽 도는~지금 맞이한다오 : 조선시대 때 과거 급제를 기원하기 위해 성곽을 도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26. 26)의상대 : 부산 금정산에 있는 바위 이름이다. 의상 대사가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고 해서 의상망해義湘望海라고도 한다.
  27. 27)준오踆烏는 부상扶桑의~깃을 떨치고 : 준오는 태양에서 산다는 삼족오三足烏로 태양을 비유한다. 부상은 전설상의 나무 이름으로 동쪽의 해가 뜨는 곳에서 자라는 큰 나무라고 한다.
  28. 28)직오織烏는 약목若木의~위에 날아오르겠지 : 직오도 태양을 비유한 말이다. 약목도 전설상의 이름으로 서쪽의 해가 지는 곳에서 자라는 큰 나무라고 한다.
  29. 29)학 : 원문은 ‘仙禽’으로 선인仙人이 타고 다니는 학鶴을 가리킨다.
  30. 30)솔잎차 : 송절다松節茶라고도 하며, 솔잎을 잘라서 쌀과 누룩으로 발효시킨 것이다.
  31. 31)자장子長 : 『史記』를 지은 사마천司馬遷의 자字.
  32. 32)종소宗少 :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종병宗炳을 가리킨다. 거문고와 서화書畫를 좋아했다. 늙고 병들어 명산名山을 다니지 못하게 되자 과거에 본 바를 모두 실내에 그려 붙이고 누워서 유람했다고 한다.
  33. 33)지도支道 : 진晉의 고승 지둔支遁으로 자는 도림道林이다. 지형산支硎山에 은둔하여 수도하였으므로 세상에서는 지공支公 또는 임공林公이라 하였다.
  34. 34)해낭奚囊 : 당나라 이상은李商隱을 말하니, 외출할 때는 항상 어린 계집종(奚奴)에게 나귀를 타고 배낭을 메고 따르게 하여 자신이 시를 지어 그 주머니에 보관하게 하였다고 한다.
  35. 35)우리 금어金魚를~운수雲樹의 맛이니 : 금어는 황금으로 고기 모양과 같이 만든 대袋로 당대唐代 3품관 이상이 차던 것이다. 여기서는 원님을 말한다. 운수는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36. 36)백부白傅 : 당唐나라의 문장가인 백거이白居易가 태자소부太子少傅를 지냈으므로 백부라 칭한다. 여기서는 원님을 말한다.
  37. 37)노니는 어느~광려산匡廬山이 아니리오 : 광려산은 중국 여산廬山을 말한다. 옛날 은자隱者 광유匡裕 선생이 여산에 숨어서 글을 읽으며 지냈기 때문에 광려산이라고 한다.
  38. 38)초나라의 충성스러운~지금도 있는가 : 초나라의 충성스러운 혼은 상강湘江, 즉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진 초나라 삼려대부 굴원屈原을 가리킨다. 단오는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39. 39)촉도蜀道 : 촉蜀나라로 통하는 험준한 잔도棧道를 말한다. 이백李白의 ≺蜀道難≻이라는 악부樂府가 있다.
  40. 40)단옷날 아름다운 절기 : 천중가절天中佳節은 음력 5월 5일 단오일의 별칭인 천중절天中節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이다.
  41. 41)봉주蓬州 : 동래東萊의 별칭이다.
  42. 42)달팽이 뿔 : 하찮은 일로 서로 다투는 세상을 비유하는 말이다. 『莊子』 「則陽」에서 “달팽이의 왼쪽 뿔 위에 있는 나라를 촉씨觸氏라 하고, 오른쪽 뿔 위에 있는 나라를 만씨蠻氏라 하는데, 서로 영토를 다투어서 전쟁을 하였다.”라고 하였다.
  43. 43)호계虎溪에서 웃고~그대를 보내네 : 호계는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慧遠이 거처한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 앞의 시냇물 이름이지만, 여기서는 절 앞 시내라는 뜻으로 쓰였다. 원문 ‘方袍’는 비구가 입는 세 종류의 가사袈裟이다. 모두 네모난 옷이므로 이렇게 말하는데, 여기서는 해룡 상인을 가리킨다.
  44. 44)봉영蓬瀛 : 봉래蓬萊와 영주瀛洲의 병칭으로 방장方丈과 함께 바다 가운데 있다고 전하는 삼신산三神山을 가리킨다.
  45. 45)문옹文翁 : 한漢 경제景帝 말기의 사람이다. 그가 촉군蜀郡을 맡아 다스리면서 교화를 숭상하고 많은 학교를 세워 성도成都에 문풍文風이 크게 일어났다고 한다.
  46. 46)경거瓊琚 : 보배로운 구슬로 남의 훌륭한 시문을 뜻한다. 『詩經』 「衛風」 ≺木瓜≻편에서 “나에게 모과를 주거늘 경거로써 갚는다.(投我以木瓜。 報之以瓊琚。)”라고 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47. 47)야주夜周 : 뜻은 미상이다.
  48. 48)남화南華가 나를~자리로 부르니 : ‘남화南華’와 ‘추담秋覃’은 인명인 듯하다.
  49. 49)바지 거꾸로 입고 달려간다 : 경황이 없어서 옷을 거꾸로 입는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서둘러 간다는 표현이다.
  50. 50)광악匡岳 : 여산廬山의 별칭이다.
  51. 51)혜휴惠休 : 남조南朝 송宋 때의 승려이다. 시문에 능하여 세조世祖로부터 환속의 명을 받고 탕湯의 성을 하사받았다.
  52. 52)변방에 이를~근심 없다오 : 이를 검게 만들고 이마에 새기는(漆齒雕額) 것은 오랑캐의 풍속으로 여기서는 왜구의 침입이 없다는 것을 이른다.
  53. 53)한밤에 달~유 공庾公의 누대로세 : 유 공은 유량庾亮을 말한다. 진晉나라 유량이 무창武昌을 다스릴 때 어느 달 밝은 밤 부하 관원들이 남루南樓에서 베푼 주연酒宴에 함께 참석하여 격의 없이 유쾌하게 노닐었다는 고사가 있다.
  54. 54)세밑 추운~찾아가는 줄 : 원문 ‘抱關’은 문지기라는 뜻으로 미관말직微官末職을 뜻한다. 가난 때문에 벼슬하는 경우에는 높은 관직을 사양하고 문 지키는 일(抱關)이나 밤에 순찰 도는 일(擊柝)처럼 미천한 일을 맡아야 한다는 말이 『孟子』 「萬章」 하편에 나온다.
  55. 55)도연명이 떠난~나뭇가지만 늘어졌다 : 진晉나라 도잠陶潛이 집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 놓고 자신의 호를 오류 선생이라 하면서 「五柳先生傳」을 지은 일이 있다.
  56. 56)수신사修信士 : 통신사通信士를 말한다.
  57. 57)외딴 곳 : 원문은 ‘絶域’으로 섬나라인 일본을 뜻한다.
  58. 58)염念 학인 : 성념性念이다. 뒤에 성념 상인을 보내면서 준 글이 있다.
  59. 59)결하結夏 : 하안거夏安居를 말한다. 음력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일체 외출하지 않고 이 기간 동안 한데 모여 수행하며 정진을 한다.
  60. 60)소찬素饌 : 고기나 생선이 섞이지 않은 채소만으로 된 반찬을 말한다.
  61. 61)맹종孟宗에 감동해야~죽순 자라고 : 오吳나라 강하江夏 사람 맹종이 어미를 효성으로 섬겼는데, 그 어미가 죽순을 즐겨 먹었다. 겨울에 그 어미가 죽순을 찾자 맹종이 죽림竹林에 가서 탄식하니 죽순이 돋았다고 한다.
  62. 62)왕상王祥처럼 이름나야~물고기 있다오 : 진晉나라 때의 효자 왕상의 계모 주씨朱氏가 살아 있는 물고기를 먹고 싶어 하였다. 왕상이 한겨울인데도 옷을 벗고서 얼음을 깨고 잡으려 하자 얼음이 저절로 깨지면서 잉어 두 마리가 뛰어나오니, 그것을 가져다 봉양했다는 고사가 있다.
  63. 63)「주송周頌」 「노송魯頌」 : 모두 『詩經』 편명이다.
  64. 64)영산팔상靈山八相 : 줄여서 팔상八相이라고도 한다. 불보살이 이 세상에 출현하여 중생을 제도하려고 일생 동안에 나타내어 보이는 여덟 가지 모습을 말한다. 여러 학설이 있다. 첫째는 강도솔상降兜率相·탁태상託胎相·출생상出生相·출가상出家相·항마상降魔相·성도상成道相·전법륜상轉法輪相·입열반상入涅槃相이다. 둘째는 강도솔상·입태상入胎相·주태상住胎相·출태상出胎相·출가상·성도상·전법륜상·입열반상이다. 셋째는 수태상受胎相·강생상降生相·처궁상處宮相·출가상·성불상·항마상·설법상·열반상이다. 넷째는 재천상在天相·처태상處胎相·초생상初生相·출가상·좌도량상坐道場相·성도상·전법륜상·입열반상이다. 다섯째는 생천상生天相·처도솔천상·하천탁태상下天託胎相·출태상·출가상·항마상·전법륜상·입열반상이다. 여섯째는 주태상·영해상嬰孩相·애욕상愛欲相·낙고행상樂苦行相·항마상·성도상·전법륜상·입멸상入滅相이다.
  65. 65)환구幻漚 : 환포幻泡와 같은 말로 현상계는 환상이나 물거품처럼 무상無常하여 일체가 모두 공空임을 비유하는 말이다.
  66. 66)은거隱居 : 원문은 ‘遂初’이다. 벼슬을 그만두고 은거하는 것을 말한다. 진晉나라 손작孫綽이 회계會稽에서 10여 년 동안 노닐면서 ≺遂初賦≻를 지어 그 뜻을 표한 고사에서 유래한다.
  67. 67)은대銀臺 : 승정원의 별칭이다.
  68. 68)반계磻溪의 마음 : 반계는 중국 섬서성陝西省 동남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강태공姜太公이 이곳에서 낚시질을 하다가 주문왕周文王을 만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시에서 ‘반계의 마음’이란 강태공과 같이 때를 기다리며 세상을 구원할 포부를 지닌 것을 의미한다.
  69. 69)숙야叔夜 :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인 혜강嵇康의 자字이다.
  70. 70)이정離亭 : 원래는 이궁離宮 별관에서 조금 떨어진 길거리에 세워진 일종의 휴게소로 옛날에 왕왕 여기에서 송별을 하곤 하였다. 여기서는 이별의 장소를 뜻한다.
  71. 71)술 허락한~적이 있고 : 진晉의 혜원慧遠 법사가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고 서신을 보내 도잠陶潛을 초청했는데, 도잠이 초청을 받고는 “제자弟子는 술을 좋아하여 법사께서 술을 마셔도 좋다고 허락하면 곧 가겠습니다.”라고 하자 혜원이 그를 허락하였다는 고사를 말한다. 여기서는 자신을 비유했다.
  72. 72)가을 만난~슬픔 견디겠지 :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이 지은 ≺九辯≻ 첫머리의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게 초목은 바람에 흔들려 땅에 지고 쇠한 모습으로 바뀌었도다.(悲哉。 秋之爲氣也。 蕭瑟兮。 草木搖落而變衰。)”라는 구절을 말한다.
  73. 73)선연仙緣에서 세~며칠 지났나 : 『後漢書』 「襄楷列傳」에 “불법佛法을 닦는 승려가 뽕나무 아래에서 사흘 밤을 계속 묵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애착이 생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니, 이는 그야말로 정진精進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浮屠不三宿桑下。 不欲久生恩愛。 精之至。)”라는 말이 나온다.
  74. 74)변화로 된 성 : 원래 『法華經』에 나오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절의 별칭으로 쓰였다.
  75. 75)돌우물 : 금정산 금샘(金井)을 말한다.
  76. 76)다섯 마리 말 : 다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로 원님을 가리킨다.
  77. 77)옷 만들어~아름다운 날 : 9월을 말한다. 『시경』 ≺七月≻에서 “7월에 심성이 내려가고 9월에는 옷을 만들어 준다.(七月流火。 九月授衣。)”라고 하였다.
  78. 78)외론 구름~새 돌아오는데 : 도연명陶淵明의 ≺歸去來辭≻에 있는 “구름은 아무 생각 없이 봉우리 위에서 나오고, 새는 날다 지치면 돌아올 줄을 안다.(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라는 구절을 변형한 것이다.
  79. 79)창 앞에는~도연명陶淵明의 국화요 : 도연명의 ≺雜詩≻에서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하였다.
  80. 80)절 밖에는~산 둘렀네 : 사조謝眺의 산은 집 주위의 멋진 산 경치를 표현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사조는 남조南朝 때 사람으로 삼산三山에 올라 경읍京邑을 바라보고 지은 시는 너무도 훌륭하여 심약沈約이 일찍이 3백 년 내로 이런 시를 지은 이가 없다고 칭찬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81. 81)내 도道가~못해 부끄럽지만 : 제齊나라 승려 혜조慧稠가 회주懷州 왕옥산王屋山에 있을 때 호랑이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는 석장으로 말렸다는 고사가 있다.
  82. 82)선탑禪榻 : 스님이 좌선할 때에 사용하는 걸상을 말한다.
  83. 83)기원정사祗園精舍 : 중인도의 사밧티국에 있는 정사로 수달須達 장자가 석존과 교단을 위해 세웠다.
  84. 84)연석鍊石 : 다듬은 돌. 예전 상고시대에 중국의 황제黃帝가 공공共工을 토벌하는데, 공공이 머리로 부주산不周山을 들이받아 산이 무너졌다. 그런데 그 산은 하늘을 괴는 기둥이었으므로 하늘까지 한 귀퉁이가 무너졌다. 그래서 여와씨女媧氏가 오색五色의 돌을 깎아서 하늘을 기웠다고 한다.
  85. 85)만정각자滿淨覺者 : 석가세존을 말한다.
  86. 86)동군東君 : 동궁東宮과 같은 말로 세자를 말한다.
  87. 87)납월臘月 : 섣달로 음력 12월. 이 달에 납제사를 지냈으므로 납월로 불리게 되었다. 12월 8일에는 지금도 성도재일成道齋日을 지낸다.
  88. 88)교진여憍陳如 :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의 준말. 교진나憍陳那라고도 한다. 부처님이 성도한 뒤 최초의 제자로 다섯 비구 중 한 사람이다.
  89. 89)사제법四諦法 : 사성제四聖諦라고도 한다. ① 고제苦諦는 현실의 상相을 나타낸 것으로 현실의 인생은 고苦라고 관하는 것이다. ② 집제集諦는 고苦의 근거 혹은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고의 원인은 번뇌로 특히 애욕과 업業을 말한다. ③ 멸제滅諦는 깨달을 목표인 열반의 상태를 말한다. ④ 도제道諦는 열반에 이르는 방법, 곧 실천하는 수단을 말한다.
  90. 90)사부대중四部大衆 : 비구·비구니·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를 말한다.
  91. 91)저절로 옷을 만드는 공덕주功德主 : 배裵라는 글자가 옷을 재단하는 모양이므로 이런 말을 하였다.
  92. 92)배 상국裵相國 : 배휴裵休이다.
  93. 93)머무르는 바~마음을 내라 : 『金剛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94. 94)낭야산瑯瑘山 : 낭야는 중국 안휘성安徽省 청류현淸流縣 남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가 39세 때인 1045년에 저주 지사滁州知事로 부임하여 취옹정醉翁亭을 세우고 지은 그 기문에 “저주 고을을 에워싸고 있는 것은 모두 산이다. 그중에 서남쪽의 산봉우리들은 숲과 계곡이 한층 더 아름답다. 그곳을 바라보면 수목이 울창하여 그 안이 깊고 봉우리가 우뚝한데, 이는 곧 낭야이다.”라고 하였다.
  95. 95)백련사白蓮社 : 동진東晉의 혜원慧遠 법사는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백련사라는 결사를 만들었다. 향산香山은 여산의 오기인 듯하다.
  96. 96)한 말 물(斗水) :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는 약간의 도움만 주어도 위기를 모면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동해의 물고기가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에 있으면서, 한 말이나 한 되 정도의 물만 부어 주면 살아나겠다고 애원한 학철부어涸轍鮒魚의 고사가 있다.
  97. 97)윤환輪奐 :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는 뜻으로 건물이 낙성된 것을 축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진晉나라 헌문자憲文子가 저택을 신축하여 준공하자 대부들이 가서 축하하였는데, 이때 장로張老가 말하기를 “규모가 크고 화려하여 아름답도다. 제사 때에도 여기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상사 때에도 여기에서 곡읍을 하고, 연회 때에도 여기에서 국빈과 종족을 모아 즐기리로다.(美哉輪焉。 美哉奐焉。 歌於斯。 哭於斯。 聚國族於斯。)”라고 하니, 헌문자가 장로의 말을 되풀이하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자, 군자들이 축사와 답사를 모두 잘했다고 칭찬한 고사가 전한다.
  98. 98)승평세계昇平世界 : 태평한 세계를 말한다.
  99. 99)보방寶坊 : 사원을 말한다.
  100. 100)흰말이 경전을~총림을 세웠고 : 한漢나라 명제明帝 때 서역에서 불경을 가져올 때에 백마白馬에 싣고 왔으므로 처음 지은 절을 백마사白馬寺라 하였다.
  101. 101)임궁琳宮 : 신선이 거처하는 곳으로, 절에 대한 미칭美稱이다.
  102. 102)소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리 : 큰 소 한 마리의 울음이 미치는 거리로 일우후지一牛喉地 또는 일우명지一牛鳴地라 하며, 대략 5리쯤의 거리를 뜻한다.
  103. 103)주실籌室 : 인도의 제4조인 우바국다優波毱多가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여 제도했는데, 한 사람을 제도할 적마다 산가지 하나씩을 내려 둔 것이 높이 20여 척尺, 너비 30여 척 되는 방에 가득 찼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후세에는 수행인을 교화 지도하는 방장 화상方丈和尙을 주실이라 일컫게 되었다.
  104. 104)정사(精藍) : 정사가람精舍伽藍의 준말로 불교의 사원을 말한다.
  105. 105)후생(第三生) : 전생前生, 금생今生, 후생後生을 삼생三生이라 하고, 제삼생第三生은 후생을 가리킨다.
  106. 106)선대감先大監 : 조엄趙曮(1719~1777). 1757년에 교리校理에 올랐으며, 동래부사東萊府使에 부임하였다. 범어사에 ‘순상국조공엄혁거사폐영세불망단巡相國趙公曮革祛寺弊永世不忘壇’이란 단비壇碑가 있는데, 그 비에서 “공은 건륭乾隆 정축丁丑(朝鮮 英祖 33년) 7월에 동래부사로 부임하여 경내에 있는 절들이 모두 산성방위山城防衛를 위하여 조잔彫殘하였으므로 먼저 부중의 여러 폐단을 제거하고, 3년 뒤 기묘년에 경상감사慶尙監司로 부임하여 동래부 내에 있는 각 사찰의 의승번채義僧番債와 범어사에서 납부하는 좌수영지창전보주사左手營紙倉錢報鑄司를 혁파한 뒤, 무릇 수영修營의 책역責役을 영구히 일체감제一切減制하도록 하였다. 이미 쇠잔한 사찰을 구하고 백성을 구휼한 여택餘澤이 가난한 승려들에게도 미쳤다. 그 성한 덕을 날이 갈수록 잊지 못하여 따로 단을 설하고 길이 송축하는 뜻을 표한다.”라고 하였다.
  107. 107)옥서玉署 : 옥당玉堂으로 홍문관弘文館을 말한다.
  108. 108)폐막弊瘼 : 없애 버리기 어려운 폐단을 말한다.
  109. 109)산고수장山高水長 : 영원히 전해질 고결한 인품을 표현할 때 쓰는 말. 송宋나라 범중엄范仲淹의 ≺嚴先生祠堂記≻에 “구름 낀 산 푸르고 푸르듯, 저 강물 곤곤히 흐르고 흐르듯 선생의 풍도 역시 산고수장일세.(雲山蒼蒼。 江水泱泱。 先生之風。 山高水長。)”라는 말이 나온다.
  110. 110)전패殿牌 : 임금의 상징으로 보통 각 고을의 객사에 ‘전殿’ 자를 새겨 세운 나무패를 말한다. 출장 간 중앙 관원이나 그 고을의 원이 여기에 배례拜禮하였다.
  111. 111)간평看坪 : 지주가 도조賭租를 매기기 위하여 추수하기 전에 실지로 가서 농작물의 풍흉을 살펴보는 일이다.
  112. 112)결복結卜 : 결結과 복卜을 말한다. 전지田地의 단위 면적은 양전척量田尺으로 1척 평방平方을 파把(줌)라 하고, 10파를 1속束(뭇)이라 하고, 10속을 1부負(또는 卜 : 짐)라 하고, 100부를 1결結(목)이라 한다. 결복은 전지의 면적 또는 전세田稅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된다.
  113. 113)걸립乞粒 : 승려들이 무리를 지어 각처로 돌아다니면서 목탁이나 꽹과리를 치며 축복하는 염불을 하고, 돈이나 쌀을 시주 받는 것을 말한다.
  114. 114)적광토寂光土 : 상적광토常寂光土의 준말로 진리와 지혜가 일치된 각자覺者가 거주하는 세계, 곧 법신불法身佛의 세계를 말한다.
  115. 115)감인계堪忍界 : 감인세계堪忍世界의 준말로 이 세상은 다양한 고통을 감인하는 세계이므로 이렇게 부른다.
  116. 116)대원각大圓覺 : 광대하고 완전한 깨달음이라는 뜻으로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다.
  117. 117)평등성平等性 : 진여眞如를 말한다. 그 본성이 평등하고 모든 사물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118. 118)비태否泰 : 본래는 『周易』 두 괘의 이름인데, 운명의 좋고 나쁨과 사정의 순탄·역경을 말한다.
  119. 119)사홍서원四弘誓願 : 보살들에게 공통된 네 가지 서원이다. ①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는 고통 세계의 중생들은 그 수가 한이 없다 할지라도 다 제도하려는 소원이다. ②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은 번뇌가 한이 없다 할지라도 다 끊으려는 소원이다. ③ 법문무량서원학法門無量誓願學은 법문이 한량없이 많지만 다 배우려는 소원이다. ④ 불도무상서원성佛道無上誓願成은 위없는 불과佛果를 이루려는 소원이다.
  120. 120)구연대九蓮臺 : 구품연대九品蓮臺라고도 한다. 정토에 왕생하는 이가 앉는 아홉 종의 연화대이다. 정토의 행자는 임종할 때에 성중聖衆의 마중을 받아 그들이 가지고 온 연대에 타고 정토에 가는데, 그 행자의 품위에 상품상생上品上生에서 하품하생下品下生까지 9품이 있으므로 연대에도 또한 9품이 있다. 상상품은 금강대金剛臺, 상중품은 자금대紫金臺, 상하품은 금련대金蓮臺를 탄다. 중상품은 연화대蓮花臺, 중중품은 칠보연화七寶蓮華, 중하품은 경에 밝혀 있지 않고, 하상품은 보련화寶蓮華, 하중품은 연화蓮華, 하하품은 금련화金蓮華에 앉아 왕생한다.
  121. 121)독성獨聖 : 나반那畔 존자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말세의 복밭이라고 신앙하는 나한이다.
  122. 122)난야蘭若 : 아란야阿蘭若의 준말로 원래는 숲을 뜻하는 범어이지만 후에 사원寺院이라는 뜻으로 변하였다.
  123. 123)시왕十王 : 지옥에서 죄의 경중을 정하는 10위位의 왕을 말한다. ① 진광왕秦廣王, ② 초강왕初江王, ③ 송제왕宋帝王, ④ 오관왕五官王, ⑤ 염라왕閻羅王, ⑥ 변성왕變成王, ⑦ 태산왕泰山王, ⑧ 평등왕平等王, ⑨ 도시왕都市王, ➉ 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 사람이 죽으면 그날부터 49일까지는 7일마다, 그 뒤에는 백 일, 소상小祥, 대상大祥 때에 차례로 각 왕에게 생전에 지은 선악업의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124. 124)삼도三途 : 지옥도地獄途·아귀도餓鬼途·축생도畜生途이다. 탐貪·진瞋·치癡 삼독심 때문에 삼도의 괴로움을 받는다.
  125. 125)육도문六度門 : 생사의 차안此岸에서 열반의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여섯 개의 법문이라는 뜻으로 육바라밀六波羅蜜이라고도 하는데,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정려靜慮·지혜智慧를 말한다.
  126. 126)주벽主壁 : 좌우로 벌여 앉은 자리의 가운데에 위치한 주되는 자리, 또는 그 자리에 앉은 사람.
  127. 127)복을 구함이 간사하지 않다 : 『시경』 ≺旱麓≻에서 “즐거운 군자는 복을 구함이 간사하지 않다.(豈弟君子。 求福不回。)”라고 하였다.
  128. 128)선을 쌓으면~경사가 있다 : 『주역』 「坤卦」 문언文言에서 “덕행을 쌓은 집안은 자손까지 경사가 미친다.(積善之家。 必有餘慶。)”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129. 129)수달須達이 금을 깐 일 : 수달다 장자가 기원정사를 짓기 위하여 제타 태자의 원림을 금으로 산 일을 말한다.
  130. 130)병 속의 별천지 : 호리병 속의 선경仙境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경치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후한後漢의 술사術士인 비장방費長房이 선인仙人 호공壺公의 총애를 받아 그의 호리병 속에 들어가서 선경의 낙을 즐겼다는 전설이 있다.
  131. 131)장생蔣生 : 한漢나라 장후蔣詡는 자가 원경元卿으로 왕망王莽이 집권하자 벼슬에서 물러나 향리인 두릉杜陵에 은거하였다. 그 뒤로 집의 대밭 아래에 세 개의 오솔길을 내고 벗 구중求仲과 양중羊仲 두 사람하고만 교유하였다.
  132. 132)백아伯牙 : 춘추시대에 금琴을 잘 탔던 사람이다. 백아가, 지음知音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금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금의 현絃을 모두 끊고 다시는 타지 않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133. 133)동쪽에서 바르고 서쪽에서 지우듯이 : 이리저리 간신히 꾸며 대어 맞춤을 이른다.
  134. 134)비사문천毘沙門天 : 북방을 수호하는 신으로 재부財富를 담당한다.
  135. 135)아난阿難의 바다 : 아난은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다문多聞 제일의 제자이다. 여기서 부처님의 가르침(敎海)을 바다에 비유하였다.
  136. 136)장삼張三은 쇠퇴했다~가난해지니 가련하구나 : 장삼이사張三李四는 장씨의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란 뜻으로 성명이나 신분이 뚜렷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137. 137)봉래도蓬萊島 : 원래는 선인仙人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동해 봉래산蓬萊山을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동래를 말한다.
  138. 138)차고 넘치면 : 원문에는 ‘漏滲’으로 되어 있으나 『범어사지』에는 ‘滿溢’로 되어 있으므로 거기에 따라 번역하였다.
  139. 139)후직后稷 구룡句龍 : 사직을 말한다. 사직은 토지와 오곡의 신神인 구룡句龍·후직后稷을 제사하는 곳이다.
  140. 140)지금까지 우리~덕 삼축三祝한다오 : 화봉삼축華封三祝의 준말로 『莊子』 「天地」에 요堯임금의 시대에 화華라는 땅의 봉강封疆을 지키는 사람이 요임금을 위하여 수壽·부富·다남자多男子 세 가지가 성취되도록 빌었다는 고사가 있다.
  141. 141)환질幻質을 지녔다네 : 『범어사지』에 따라 번역하였다.
  142. 142)원적산圓寂山 : 천성산千聖山의 옛 이름이다.
  143. 143)순일舜日 : 순임금의 태양이라는 말로 태평성대를 이룰 성군聖君이라는 뜻이다.
  144. 144)찰간刹竿 : 나무나 쇠로 깃대 모양을 만들고 꼭대기에 금속으로 장식하여 불당 앞에 세운 장대이다.
  145. 145)태사공太史公 : 『史記』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을 말한다.
  146. 146)용면龍眠 : 송宋나라 이공린李公麟을 말한다. 그가 그린 ≺山莊圖≻는 세상의 보물로 일컬어진다. 인물의 묘사에 뛰어나 고개지顧愷之와 장승요張僧繇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147. 147)왕민王珉 : 사공司工 왕민이 호구산虎丘山에 별숙別塾을 짓고 보시하여 절로 삼고 호구산사虎丘山寺라고 하였다.
  148. 148)마하사摩訶寺 : 부산 금련산金蓮山에 있다.
  149. 149)동황東皇 : 봄을 주관하는 신의 이름이다.
  150. 150)원통한 새가 바다를 메운다 : 염제炎帝의 딸이 동해東海에 빠져 죽은 뒤 정위精衛라는 새로 변해 그 원한을 풀려고 늘 서산西山의 목석木石을 입에다 물고서 동해에 빠뜨려 메우려고 했던 이야기가 있다.
  151. 151)어리석은 노인이~옮기는 것 : 북산北山의 노인이 왕옥산王屋山을 옮기려고 날마다 삼태기를 가지고 산을 파서 날랐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말한다.
  152. 152)이로움은 의에 화합함이다 : 『주역』 「乾卦」 문언전文言傳에 나오는 구절이다.
  153. 153)평산平山 : 임제종의 18대 조사인 평산 처림平山處林.
  154. 154)위백양魏伯陽 : 도술道術을 좋아하여 장생불사한다는 단약丹藥을 연구하였다. 제자 세 사람과 같이 산중에 들어가서 단약을 구워 만들어서 신선이 되었다 한다. 그의 저술 중 『參同契』가 유명하다.
  155. 155)소노천蘇老泉 : 소식蘇軾의 부친 소순蘇洵으로 노천은 그의 호이다.
  156. 156)연모燕毛 : 제사가 끝나고 철상撤床을 한 다음 잔치할 때는 작爵과 사事는 따지지 않고 다만 머리털 색깔로 앉는 순서를 정한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나이 순서를 따지는 것이다.
  157. 157)염念 : 성념性念을 이른다.
  158. 158)등장等狀 : 여러 사람이 연명하여 관사에 어떠한 요구를 소원하는 일을 말한다.
  159. 159)희름餼廪 : 녹봉으로 주는 쌀.
  160. 160)별포別砲 : 별포군別砲軍을 말한다.
  1. 1){底}開國五百四年大聖庵抄筆寫本(通度寺釋性坡所藏)。
  2. 2)目次。編者作成補入。
  3. 1)「詩」一字。編者補入。
  4. 2)此詩題下附記五字本詩之韻字。此下同{編}。
  5. 1)「中宮風紅東」五字。編者補入。
  6. 1)「文」一字。編者補入。
  7. 2)「如眞」疑「陳如」{編}。
  8. 1)「蜜」疑「察」{編}。
  9. 1)「拾」疑「捨」{編}。
  10. 2)「於」疑衍字{編}。
  11. 1)「興」底本改作「滅」{編}。
  12. 1)「錢」下疑脫「以」{編}。
  13. 1)「生」下疑脫「恩」{編}。
  14. 2)「編」疑「徧」{編}。
  15. 1)「無」下疑脫「無」{編}。
  16. 1)「茲自」疑「自茲」{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