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大方廣寶篋經卷中

ABC_IT_K0150_T_002
010_0624_c_01L
대방광보협경 중권
010_0624_c_01L大方廣寶篋經卷中


송 천축 구나발타라 한역
김달진 번역
010_0624_c_02L宋天竺三藏求那跋陁羅譯


“그때 문수사리 동자는 마음을 한 곳에 모으고 별안간 보살의 신통력으로 연꽃 그물을 만들어 타오르는 불을 두루 덮고 그 속을 지나간 다음, 문득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그대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대의 신통력이 뛰어납니까, 나의 신통력이 뛰어납니까?’
010_0624_c_03L爾時文殊師利童子繫心在前以菩薩神力於一念頃作蓮花網遍覆火從中過已便語我言大德舍利弗於意云何汝神力勝爲我勝也
이에 나는 말하였습니다.
‘문수사리여, 큰 금시조(金翅鳥)가 나는 것이 빠르겠습니까, 조그마한 새가 나는 것이 빠르겠습니까?’
010_0624_c_07L我卽答言文殊師利金翅鳥王飛速疾耶爲小鳥疾耶
문수사리는 나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 두 마리 새 가운데 무엇이 빠르겠습니까?’
나는 바로 대답하였습니다.
‘저의 신통력은 그 조그마한 새와 같고 당신의 뛰어난 신통력은 그 금시조 보다 더욱더 뛰어납니다.’
010_0624_c_09L文殊師利還問我言汝意云何而是二鳥何者爲疾我時卽答我之神力如彼小鳥汝神力勝疾殊特過金翅鳥
문수사리는 곧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아까 그대는 혼자서 문수사리의 신통력이나 나의 신통력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나는 다시 대답하였습니다.
‘비교할 수 없습니다.’
010_0624_c_12L文殊師利卽語我言德舍利弗汝獨處念文殊神力我之神力等無有異我復答言不可爲比
문수사리는 물었습니다.
‘그대는 그런 줄을 어떻게 압니까?’
나는 바로 대답하였습니다.
‘성문들은 습기(習氣)를 끊지 못했기 때문에 본래 평등하지 못함에도 평등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010_0624_c_14L文殊問言汝云何知我卽答言聲聞之人不斷習氣是故我本以不等爲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대의 말과 같습니다.
사리불이여, 지난 세상에 어떤 큰 바닷가에 두 선인이 있었는데, 첫째는 욕법(欲法)이요, 둘째는 범여(梵與)였습니다. 그때 욕법은 5신통을 얻었고, 범여 선인은 주술(呪術)의 힘으로 능히 공중을 날아 노닐었습니다.
010_0624_c_17L文殊師利言善哉善哉如汝所言舍利弗乃往過世於大海邊有二仙一名欲法二名梵與是時欲法獲得五通是梵與仙以呪術力能遊空
010_0625_a_02L 어느 때 그들 두 사람은 제각기 자신의 신통력으로 큰 바다를 지나서 그 거주하는 데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범여 선인이 말하기를, ≺그대의 신통력과 나의 신통력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으니, 다음에도 이 바다 언덕으로부터 저 언덕에 있는 나차(羅叉)의 늪[渚]에 까지 가보자≻고 하였습니다.
010_0624_c_21L時彼二人各以自力度過大海還至住處時梵與仙作如是言≺欲法神我之神力等無有異復更異時海此岸至於彼岸到羅叉渚
그때 마침 나차가 나와서 퉁소의 젓대 소리를 내었습니다. 이에 범여 선인은 그 소리를 듣고 나서 공중으로부터 굴러 떨어졌고, 그러고 나서 주술의 힘이 상실되어 버렸습니다. 욕법 선인은 그 범여 선인을 가엾이 여겨 그의 바른 팔뚝을 이끌고 거주하는 데로 돌아왔습니다.
010_0625_a_03L時有羅叉出簫笛音時梵與仙聞是聲已空而墮失呪術力時欲法仙愍梵與捉其右臂將至住處
대덕 사리불이여, 그대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 범여 선인이 어찌 딴 사람이겠습니까? 달리 보지 마십시오. 바로 그대의 몸이었고, 지금 나는 바로 그때의 율법 선인이었습니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그때에도 평등하지 않은 것을 평등하다고 여기더니, 지금에도 또한 평등하지 않은 것을 평등하다고 여기는군요. 왜냐하면 그것은 치우친 소견이기 때문입니다.’”
010_0625_a_06L大德舍利弗於意云何是梵與仙豈異人乎勿作異觀卽汝身是我卽是彼欲法仙人舍利弗汝於爾時亦以不等爲等亦復以不等爲等何以故以偏見故
이에 사리불은 다시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또한 내가 문수사리를 모시고 남쪽으로 백천의 모든 불국토를 지나 노닐 때를 회상하건대, 그때 한 국토의 이름은 일체장엄(一切莊嚴)이었고, 부처님의 명호는 보대(寶大)였습니다. 나는 문수사리와 함께 그 국토에 이르렀습니다.
010_0625_a_10L爾時舍利弗復語須菩提我又復念與文殊師利南方界分遊過百千諸佛土已有國名曰一切莊嚴佛號寶我與文殊師利俱到彼國
문수사리는 거기에 이르시어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지금 이 불국토를 보았습니까? 또한 지나온 모든 국토도 다 보았습니까?’
그때 나는 말하였습니다.
‘이미 보았습니다.’
문수사리는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이 모든 국토 가운데서 무슨 일들을 전부 보았습니까?’
010_0625_a_14L文殊師利旣至彼已而語我言汝今見此佛土不也所經諸國皆悉見不我言復問我言是諸國中悉見何事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물이 가득한 것도 보았고 혹은 불이 가득한 것도 보았으며, 아무것도 없는 세계도 보았고, 혹은 풍요롭고 즐거운 곳도 보았습니다.’
문수사리는 다시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보았다는 것입니까?’
010_0625_a_17L時答言或見滿水或見滿火或見空或見豐樂文殊復言汝云何見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만일 많은 물을 보았을 때에는 곧 물을 보았노라 하고, 만일 많은 불을 보았을 때에는 곧 불을 보았노라 하고, 만일 텅 빈[空] 데를 보았을 때에는 곧 텅 빈 데를 보았노라 하고, 만일 풍요롭고 즐거운 곳을 보았을 때에는 곧 풍요롭고 즐거운 곳을 보았노라 할 뿐입니다.’
010_0625_a_19L時答言若見滿水便言見水若見滿火便言見火若見空界言見空界見豐樂言見豐樂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그대가 보았던 경계는 이것뿐입니까?’
그때 나는 되물었습니다.
‘문수사리여, 당신은 어떤 모든 불국토를 보았습니까?’
010_0625_a_22L文殊師利言汝之所見境界如是我時問言文殊師利汝復云何見諸佛土
010_0625_b_02L문수사리는 대답하였습니다.
‘허공 세계가 이 모든 부처님 세계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대는 홀림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물과 많은 불과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과 풍요롭고 즐거운 곳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010_0625_a_24L文殊答言虛空世界是諸佛世界何以故汝幻惑故見滿水滿火空界豐樂
사리불이여, 그대가 보았던 바는 모두가 진실하지 못하여 생멸이 서로 따르지만 허공 세계란 인연으로 있지 않아서 그 자성이 안주(安住)한 것입니다.
010_0625_b_03L舍利弗汝之所見皆各不實生滅相應虛空世界不因緣有其性安住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객진(客塵) 번뇌가 마음을 더럽히려 할지라도 그 심성(心性)만은 끝내 더럽혀지지 않는 것이다. 대덕 사리불이여, 비유컨대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겁 동안 화재가 치열할지라도 끝내 허공을 태우지 못합니다.
010_0625_b_05L如是舍利弗塵煩惱污染於心然其心性終不可大德舍利弗如恒沙劫火災熾然終不燒空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낱낱 중생이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겁 동안 역죄(逆罪)와 착하지 못한 업을 지을지라도 그 심성만은 끝내 더럽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010_0625_b_08L如是舍利弗一一衆生恒河沙劫造作逆罪不善之業然其心性終不可污
사리불이여,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능히 이 법계의 성품이 청정하여 가림이 없음을 알고 다섯 가지 장애와 열 가지 티끌의 가림이 없어서 속박의 행이 마음을 괴롭힘이 없음을 알면 이를 가림 없는 법문이라 합니다. 만일 이 법문에 의한다면, 일체 모든 법에 가림이 없고 일체 법성의 청정함을 알아서 끝내 모든 법이 마음을 가리지 못할 것입니다.’
010_0625_b_10L舍利弗若善男子善女人能解知是法界性淨無覆蓋纏結垢行能惱心者是名無有蓋纏法若依此門一切諸法無能覆蓋一切法體性淸淨終無有法能覆心
대덕 수보리여, 문수사리의 신통한 변화와 설법은 이와 같습니다. 내가 그 모든 신통한 일을 보건대, 보살도 통달하지 못할 터인데, 더구나 성문들이겠습니까?”
010_0625_b_15L大德須菩提文殊師利神通變化說法如是我見其爲諸神通事菩薩不達況復聲聞
그때 대덕 아난(阿難)은 다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나도 일찍이 문수사리의 신통한 변화를 보았습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어느 때 세존께서는 이 사위국(舍衛國)의 기타숲[祇陀林] 속에 있는 급고독정사[給孤窮精舍]에서 큰 비구 8백 사람과 모든 보살 1만 2천 사람과 함께 계셨습니다.
010_0625_b_17L爾時大德阿難復語舍利弗我亦曾見文殊師利神通變大德舍利弗昔於一時世尊在此舍衛國祇陁林中給孤窮精舍與大比丘僧八百人俱諸菩薩衆萬二千
010_0625_c_02L 마침 때 아닌 큰 구름이 끼고 비가 이레 낮, 이레 밤이 지나도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그때 모든 대덕 성문들 가운데 선정 및 해탈을 얻은 이와 선정에 든 이는 이레 동안 먹지 못하였고, 기타 범부 및 모든 학인(學人)들은 닷새 동안 먹지 못하여 배고프고 지쳐서 능히 부처님 세존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할 수 없었습니다.
010_0625_b_22L是時興大非時雲雨經七日夜而不休止諸大德聲聞若得禪定及解脫者若入禪定七日不食餘凡夫人及諸學人五日絕食飢困羸瘦不能往覲見佛世尊禮敬供養
이에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이 모든 비구가 몹시 괴로우니, 마땅히 부처님을 찾아뵙고 여쭈어야겠다.’
010_0625_c_03L我時念言是諸比丘甚爲大苦當往白佛
나는 바로 부처님 세존 계시는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아래 예배하고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들이 닷새 동안 먹지 못하고 몹시 지쳐 평상에서 일어날 수 없습니다.’
010_0625_c_04L我時便往佛世尊所頂禮佛足白言世尊諸比丘僧絕食五日極爲羸瘦不能從牀而自起止
세존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너는 지금 이 일을 문수사리에게 가서 말하라. 그가 마땅히 비구 승가가 먹을 것을 마련하여 줄 것이다.’
010_0625_c_07L世尊告我阿難汝今可以是事往語文殊師利彼當充足比丘僧食
나는 부처님의 명령을 받들고 문수사리가 있는 방으로 나아가서 그런 일을 낱낱이 말하였습니다. 그때 문수사리는 제석ㆍ범천과 사천왕 등을 위하여 설법하다가 곧 나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아난이여, 그대는 지금 가서 자리를 깔아 놓았다가 만일 때가 되거든 바로 건추(楗槌:시간을 알리는 나무로 만든 기구)를 치라.’
010_0625_c_09L我承佛勅往詣彼文殊師利所住室中到已具說如是之事文殊師利爲釋梵護世而演說法答我言阿難汝往敷座若時已至便擊楗槌
나는 문수사리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다음 바로 자리를 깔아 놓고 한쪽에 머물러 있으면서 문수사리가 어느 때에나 방에서 나오는가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문수사리는 제석ㆍ범천과 사천왕 등을 위하여 자세히 설법만을 하고 있었으니, 그 이름은 일체 몸을 분별하는 삼매(三昧)로서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010_0625_c_13L我從文殊師利聞是語已便敷座住在一處看文殊師利何時出房是文殊師利甫爲釋梵護世天王廣演說法名曰分別一切身三昧不出於房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문수사리가 모든 비구로 하여금 밥 먹을 때를 놓치지 않게 할 것인가?’
010_0625_c_17L我作是念文殊師利將不令諸比丘失食時
그때 문수사리는 그 몸을 변화하여 모든 제석ㆍ범천과 사천왕 등을 위하여 그 일체 몸을 분별하는 삼매를 말하고, 한편으로는 곧 이 일체 몸을 분별하는 삼매에 들었다가 방으로부터 나와 사위대성에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었는데도 나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010_0625_c_18L文殊師利化作己爲諸釋梵護世說是分別一切身三昧文殊師利亦卽入此分別一切身三昧已從房而出入舍衛大城次第乞食我時不見
그때 마왕 파순(波旬)이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문수사리가 사자후(師子吼)를 마치고 사위대성에 와서 밥을 빌고 있으니, 내가 마땅히 사위성을 가려서 드나드는 모든 바라문이나 장자와 거사들을 없이 하여 밥을 보시하지 못하도록 하리라.’
010_0625_c_22L魔王波旬作是念文殊師利師子吼已入舍衛大城而行乞食我今當蔽舍衛城中諸婆羅門長者居士無入出者不令施食
010_0626_a_02L그리하여 문수사리 동자가 가는 곳마다 문이 죄다 닫히고 오가는 이가 없었습니다. 문수사리는 바로 그 마왕 파순이 모든 사람들을 가린 줄 알고는, ‘지금 내가 마땅히 진실한 맹세를 세우겠다’고 하였습니다.
010_0626_a_02L爾時文殊師利童子隨所至處門戶悉閉無往來者文殊師利卽時觀知是魔波旬隱蔽諸人我今當作誠實言誓
이에 바로 진실한 맹세를 세웠습니다.
‘저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세계 가운데 가득 차 있는 여러 마군으로서는 다만 나의 한낱 털구멍 속에 스며 있는 복과 지혜도 있을 수 없다.
010_0626_a_06L爾時卽作是志誠言我之所集一毛孔中所有福慧設恒河沙等諸佛世界滿中諸魔之所無有
만일 나의 이 말이 진실이라면 마왕이 가린 것이 마땅히 없어질 것이요, 마왕 자신은 거사의 모양으로 변화하여 네거리와 골목길을 다니면서 다음과 같이 외칠 것이다.
010_0626_a_08L我此語魔蔽當去令魔自身作居士像四衢道諸巷陌中唱如是言
≺마땅히 문수사리께 보시하고 마땅히 문수사리께 보시하라. 만일 그에게 보시하는 이는 훌륭한 과보(果報)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있는 일체 중생에게 온갖 즐거워하는 도구를 백천억 년 동안 보시할지라도, 이 문수사리에게 하나의 손톱 끝만큼 보시하고서 얻는 복덕만은 못할 것이다.≻’
010_0626_a_10L≺當施文當施文殊若施是者獲大果報施三千大千世界其中所有一切衆給諸樂具百千億歲不如施此文殊師利一爪端許所生福勝
문수사리가 잠깐 사이에 이런 맹세를 세우자, 여러 하늘들은 바로 성안의 모든 문을 열어 놓고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문수사리 동자를 따르게 하였습니다. 한편 마왕 파순은 거사의 모양으로 변하여 네거리와 골목길을 다니면서 외쳤습니다.
010_0626_a_14L文殊師利須臾之閒立此誓已爾時諸天遍開城中一切門戶令諸人衆皆趣文殊師利童子時魔波旬作居士像諸四衢街巷陌中唱如是言
‘마땅히 문수사리께 보시하고 마땅히 문수사리께 보시하라. 만일 그에게 보시하는 이는 훌륭한 과보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일체 중생에게 온갖 즐거워하는 도구를 백천 년 동안 보시할지라도 문수사리에게 하나의 손톱 끝만큼 보시하고서 얻어지는 복덕만은 못하다.’
010_0626_a_18L當施文當施文殊若施是者獲大果報施三千大千世界一切衆生諸樂供經百千歲不如施此文殊師利一爪端許所生福勝
010_0626_b_02L그때 문수사리는 신통력으로 가졌던 발우에 갖가지 미묘한 음식과 다과 등을 받되 마치 다른 그릇에 제각기 담은 것처럼 서로 뒤섞이지 않아서 5백 비구와 1만 2천 보살이 먹을 음식이 한 발우 속에 담겨져 있는데도, 그 발우가 줄어들거나 넘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010_0626_a_22L時文殊師利以神通力令所持鉢受諸種種美妙飮食及餠果等不相和雜如別器盛八百比丘萬二千菩薩所食之食在一鉢不見此鉢若減若滿
이에 문수사리 동자는 사위대성에서 걸식을 마친 다음 사위성을 나와 발우를 땅 위에 놓고 마왕 파순에게 말하였습니다.
‘네가 청정한 사람이 되려면 이 발우를 가지고 앞으로 가라.’
010_0626_b_03L爾時文殊師利童子於舍衛大城乞食已足出舍衛城以鉢置地語魔波旬汝爲淨人可持此鉢在前而去
그러자 마왕 파순은 능히 그 발우를 들지 못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서 문수사리에게 여쭈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땅 위에 놓인 발우를 도저히 들 수 없습니다.’
문수사리는 마왕 파순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너는 큰 위신력을 가졌음에도 어찌 땅 위의 조그마한 발우를 들지 못하느냐?’
010_0626_b_06L時魔波旬不能擧鉢生慚恥心語文殊師利我今不能擧此地鉢文殊師利語波旬言今成就大威神力云何不能擧地小
이에 마왕 파순은 그의 신력을 다하였으나 발우를 털끝만큼도 들 수 없었고 전에 없던 일임을 이상하게 여겨 문수사리에게 여쭈었습니다.
‘저의 신력은 이사타산(伊沙陀山)을 뽑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공중으로 던졌었는데, 지금은 이 조그마한 발우를 털끝 하나만큼도 들 수가 없습니다.’
010_0626_b_10L時魔波旬盡其神力不能擧鉢如毛分許怪未曾有語文殊師利我之神力擧伊沙陁山置之手掌擲虛空今不能擧如此小鉢一毛分許
문수사리는 파순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발우는 중생 가운데 위대한 사람으로서 큰 힘을 지닌 이가 들 것이요, 너 파순이 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010_0626_b_13L殊師利語波旬言若大衆生大人大彼所持鉢非汝波旬所能擎擧
이에 문수사리 동자는 곧 한 손가락으로 땅 위에 놓인 발우를 들어 파순의 손에 넘겨주시면서 파순에게 말하였습니다.
‘네가 정인(淨人)이 되어 이 발우를 들고 앞서서 가라.’
마왕 파순은 힘을 다하여 발우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010_0626_b_15L時文殊師利童子卽以一指持擧地鉢著波旬手語波旬言汝爲淨人鉢前行時魔波旬盡力持鉢在前而
그때 자재천자(自在天子)는 1만 2천 천자와 함께 문수사리 동자를 둘러 시종하고 있다가 발아래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돈 다음 마왕 파순에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심부름꾼이 아닌데, 무슨 까닭에 발우를 들고 그 앞에서 걷고 있느냐?’
010_0626_b_19L爾時自在天子與萬二千天子侍從圍繞來向文殊師利童子頂禮其右繞已畢語波旬言汝非使人持鉢在他前行
마왕 파순은 천자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다시는 위대한 힘을 가진 이와 같이 겨루지 않겠습니다.’
천자는 마왕 파순에게 말하였습니다.
‘너 또한 큰 신력을 갖지 않았느냐?’
010_0626_b_22L魔言天子我今不堪與有力者諍天子語言波旬汝亦成就大威神力
010_0626_c_02L그때 마왕 파순은 문수사리가 가지(加持)하여 준 힘을 입었기 때문에 곧 천자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어리석은 힘은 바로 마왕의 힘이며, 밝은 지혜의 힘은 바로 보살의 힘이며, 교만한 힘은 바로 마왕의 힘이며, 큰 지혜의 힘은 바로 보살의 힘이며, 모든 삿된 견해의 힘은 바로 마왕의 힘이며, 비고 모양 없고 작위[作]가 없는 힘은 바로 보살의 힘이다.
010_0626_b_24L爾時波旬爲文殊師利力所持故答言天子愚癡之力是爲魔力慧明之力是菩薩力憍慢之力是爲魔力大智慧力是菩薩力邪見力是爲魔力空無相無作力是菩薩力
모든 뒤바뀐 힘은 바로 마왕의 힘이며, 바른 진리의 힘은 바로 보살의 힘이며, 나[我]다, 내 것[我所]이다 하는 힘은 바로 마왕의 힘이며, 큰 자비의 힘은 바로 보살의 힘이며, 탐ㆍ진ㆍ치의 힘은 바로 마왕의 힘이며, 3해탈의 힘은 바로 보살의 힘이며, 나고 죽는 것의 힘은 바로 마왕의 힘이며, 생멸이 없고 모든 행이 없어서 무생법인[無生忍]을 얻은 힘은 바로 보살의 힘이다.’
010_0626_c_06L諸顚倒力是爲魔力正眞諦力是菩薩力我我所力是爲魔力慈悲力是菩薩力貪瞋癡力是爲魔三解脫力是菩薩力生死之力是爲魔力無生無滅無有諸行無生忍力是菩薩力
마왕 파순이 이 법문을 말할 때 모든 하늘 무리 가운데 5백 천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1천2백 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습니다.
010_0626_c_11L魔王波旬說是法時於天衆中五百天子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千二百菩薩得無生法
이때 문수사리는 마왕 파순과 함께 그 발우의 음식을 가져다 가리라 화원 앞에 놓고 함께 밖으로 나갔는데도, 나는 그때까지 문수사리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밥 먹을 때가 되었어도 그저 방에서 나오지 않은 줄로만 알고서 생각하였습니다.
‘문수사리가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밥 먹을 때를 놓치지 않게 할 것인가. 마땅히 부처님 계신 데로 가서 자세히 이 일을 여쭈어 보리라.’
010_0626_c_14L時文殊師利共魔波旬持此鉢食置迦利羅花園中已俱出外去我時不見文殊師利乃至食時猶不出房我作是念文殊師利將不令諸比丘僧衆失於日時當往佛所具白是事
그리고는 바로 부처님 계신 데에 이르러 부처님 발아래 예배하고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밥 먹을 때가 벌써 되었사오나 문수사리가 그저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010_0626_c_18L卽至佛所頂禮佛足白言世尊日時已至文殊師利猶不出房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저 가리라 화원에 가서 보지 않았느냐?’
저는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대덕 세존이시여, 하나의 조그마한 발우가 있는데, 그 속에 음식이 가득합니다.’
010_0626_c_20L佛告我言阿難汝不到此迦利羅園而看之耶我白佛言大德世尊見一小鉢其食滿中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빨리 건추를 쳐서 비구들을 모아라.’
저는 세존께 여쭈었습니다.
‘비구들은 많은데, 그 하나의 발우 밥을 가지고서 누구에게 주겠습니까?’
010_0626_c_23L佛告我言速打揵槌集比丘僧我言世尊比丘僧多是一鉢食當與誰耶
010_0627_a_02L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그것을 염려하지 말아라. 그 발우의 밥은 설령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일체 모든 중생이 백천 년 동안 먹을지라도 오히려 없어지지 않는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는 문수사리의 힘으로 마련된 발우이기 때문이니, 문수사리는 한량없는 단바라밀(檀波羅蜜)의 공덕이 있기 때문이다.’
010_0627_a_02L佛語我言汝勿慮是設使三千大千世界所有一切諸衆生等於百千歲食此鉢食猶不能盡何以故文殊師利力所持鉢文殊師利有檀波羅蜜無量功德
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바로 건추를 쳐서 비구 승가를 모았습니다. 과연 그 발우의 음식은 서로 뒤섞여 있지도 않았으며, 온갖 종류의 맛이 한량없어서 대중들이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그 음식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010_0627_a_06L我聞佛語便打揵搥集比丘僧時此鉢食不相和雜美衆味取不可盡充飽大衆鉢食不
그때 마왕 파순은 문수사리 동자를 괴롭혀 볼 샘으로 곧 4천 명의 비구를 변화로 만들되, 의복은 떨어지고 거동은 추악한데다가 깨트려진 발우를 들었으며, 코와 눈은 비뚤어지고 손과 발은 절름거리는 아주 추악한 꼴로서 맨 끝자리에 앉아 음식을 실컷 먹도록 하였습니다.
010_0627_a_09L時魔波旬欲惱文殊師利童子便化作四千比丘衣服弊壞威儀麤惡執持破鉢鼻眼角睞捲手腳跛形醜惡在下行坐以此鉢食復充足
이에 마왕 파순은 변화한 비구마다 마가타(摩伽陀) 나라에서 나는 열 가지 음식을 먹이는데, 발우의 음식은 그대로 가득하여 줄어들지 않고, 여러 화원지기와 심부름꾼들은 그 음식을 나르느라고 은근히 골탕만 먹게 되었습니다.
010_0627_a_13L時魔波旬令化比丘人人各食摩伽陁國十種之食然此鉢食猶滿不令諸守園作使之人賦食疲頓
이때에 문수사리는 신통력으로 마왕 파순으로 인하여 화현한 비구들로 하여금 손과 입에는 음식이 푸짐하여 줄어들지 않으나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아서 기운이 막히고 눈이 뒤집혀 모두 땅바닥에 쓰러지게 하셨습니다.
010_0627_a_15L文殊師利以神力持令魔波旬所化比丘鉢食不減手口俱滿而不能咽氣閉眼張悉皆躄地
그리고 파순에게 말하였습니다.
‘너의 여러 비구는 어찌하여 다시 더 먹지 못하고 있느냐?’
마왕은 대답하였습니다.
‘문수사리여, 이 모든 비구가 땅바닥에 쓰러져 죽게 되었으니, 당신이 독 있는 음식을 준 것이 아니오?’
010_0627_a_18L文殊師利語波旬言汝諸比丘何不更食惡魔答言文殊師利是諸比丘在地垂死汝將不以毒食與耶
문수사리는 파순에게 말하였습니다.
‘독을 이미 끊은 사람이 다시 무슨 독이 있겠느냐. 속에 독이 들어 있는 이는 남에게 독을 쓰지만 속에 독이 없는 이는 남에게 독을 쓰지 않는다. 마왕 파순아, 이른바 독이란 탐ㆍ진ㆍ치를 말함이니, 거룩한 법으로 잘 다스려진 이는 남에게 독을 쓸 리가 없는 것이다.
010_0627_a_21L文殊師利語波旬言已盡毒人當有何毒內有毒者則施人毒內無毒者不施人毒波旬所謂毒者名貪瞋癡善讚法中所調伏者若與人毒無有是處
010_0627_b_02L또 마왕 파순아, 이른바 독이란 무명과 애욕을 말함이니, 나와 내 것이 있다고 주장하며, 인연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름과 물질이 있다고 주장하며, 애욕과 성냄이 있다고 주장하며, 아견(我見)과 중생견이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가려 속박된 것을 주장하며, 모든 모여 쌓인 것을 억측하며, 종성을 자랑하며, 모든 입(入)에 집착한다.
010_0627_b_02L又魔波旬所謂毒者無明有愛見我我所見無因緣見於名色見愛恚瞋見我見衆生諸蓋纏計著諸陰起種性慢執著諸
항상 삼계에 머무르면서 의지하여 지키는 것에 얽매여 굳이 지키고 추려내며, 왔다 갔다 하는 몸을 애착하여 목숨에 굳게 집착하며, 부정(不淨)한 생각으로서 번뇌를 좋아하며, 모든 잘못을 일으키면서 인연을 어기며,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으로서 상대에게 굽히거나 교만을 내며, 망령된 생각과 분별하는 것으로 거짓을 나타내 보이며, 소굴에 집착하여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고 죄었다 늦췄다 하면서 공(空)에 놀라고 무서워한다.
010_0627_b_06L常住三界繫著所依守護取捨來若去愛著於身堅著壽命不淨思念愛樂染心多起諸過違逆因緣見常見諂曲憍慢妄想分別示現詐執著樔窟出沒卷舒驚畏於空
생각 없는 가운데서도 타락하는 생각을 내며, 조작 없는 가운데서도 생사를 무서워하는 생각을 내며, 집착 없는 데서도 무서워함을 일으키는 생각을 내며, 생사를 벗어나는 데서도 속박을 일으키는 생각을 낸다.
010_0627_b_10L無想中生墮落想於無作中生死畏於無著處生起畏想於出生死生起縛想
거센 물결 속에서도 제도하려는 생각을 내지 않으며, 보리를 돕는 법에도 옳지 못한 법이라는 생각을 내며, 옳지 못한 견해 속에서도 바른 견해인 체하는 생각을 내며, 악지식(惡知識)임에도 선지식이라는 생각을 내며, 부처님을 배반하고 법을 비방하고 승가를 업신여기며, 교만을 버리지 않고 다툼을 증장한다.
010_0627_b_13L於使流中不生度想助菩提法生非法想於邪見中生正見想惡知識生善知識想違佛謗法輕慢衆僧不捨憍慢增長諍訟
실(實)을 불실(不實)이라고 생각하고, 불실을 실(實)이라고 하는 생각을 증장하며, 욕락 가운데서도 공덕이라는 생각을 내며, 함[爲]이 있는 가운데서도 도리어 현혹된 마음을 내며, 생사를 조작함에도 그 잘못을 보지 못하며, 열반 가운데서도 놀래고 겁내는 생각을 내는 것이다. 파순아, 이 같은 모든 법을 미묘한 법문 가운데서는 독이라 이른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바른 법 가운데서는 그런 것이 없다.
010_0627_b_16L實不實想不實實想於欲樂中生功德想於有爲中心生狂惑於生死行不見其過於涅槃中生驚怖想波旬如是諸法於妙法中名之爲毒佛正法中無如是事
파순아, 감로(甘露)와 같은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편안한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희론(戱論)이 없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잘못이 없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번뇌[結使]가 없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한다.
010_0627_b_21L波旬甘露法者是名佛法安隱法者是名佛法無戲論法是名佛法無過惡法是名佛法無結使法是名佛法
010_0627_c_02L 뛰어나고 요긴한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겁내거나 무서워함이 없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분별함이 없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자기나 남에게 집착하지 않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한다.
010_0627_b_24L出要之法是名佛法無怖畏法是名佛法無分別法是名佛法不執自他法是名佛法
나무라거나 꾸짖지 않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고, 집이 되고 귀의할 데가 되고 멈출 데가 되고 수호할 것이 되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차분한 것으로 다스리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저절로 때가 없이 깨끗하여 환히 비추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한다.
010_0627_c_03L無譏呵法是名佛作舍作依歸依洲渚作守護法是名佛法調伏寂法是名佛法自淨無垢照明之法是名佛法
방향이 바른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모든 망상을 없애어 잘 다스리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적당함을 따라 잘 가르치고 인도하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자기도 말하고 남도 말하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한다.
010_0627_c_06L正向正趣法是名佛法無諸妄想善調伏法是名佛法善教善導隨宜之法是名佛法自說說他法是名佛法
법대로 모든 외도를 다스리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모든 마군을 항복하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며, 생사의 흐름을 끊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한다.
010_0627_c_09L如法調伏諸外道法是名佛法降諸魔法是名佛斷生死流法是名佛法
바른 생각의 법을 바로 불법이라 이름하니, 염처(念處)에 머무는 까닭이다. 4정단(正斷)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모든 악을 끊어버리기 때문이며, 신족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관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010_0627_c_11L正念之法是名佛法住念處故正斷法是名佛斷諸惡故神足法是名佛法觀身心輕故
5근법(根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믿음을 으뜸으로 삼기 때문이며, 5력법(力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아무도 그를 항복 받을 이가 없기 때문이며, 7각분법[覺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차례대로 깨닫기 때문이며, 8정도(正道)의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바른 흐름에 들어가기 때문이라 합니다.
010_0627_c_14L諸根法是名佛法信爲首故諸力法是名佛法無能降伏故諸覺法是名佛法次第覺故正道法是名佛法正流入故
삼매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마침내는 적정하기 때문이며, 지혜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모든 거룩한 해탈법을 잘 관통하기 때문이며, 진리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분노하고 성냄이 없기 때문이라 합니다.
010_0627_c_17L三昧法是名佛法竟寂靜故智慧法是名佛法貫穿諸聖解脫法故眞諦法是名佛法無忿恚故
모든 변재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법과 말과 뜻과 잘 설명함이 막힘이 없기 때문이며, 덧없고 괴롭고 나[我] 없는 법을 분명히 아는 것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일체 유위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며, 공(空)한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일체 모든 외도를 항복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010_0627_c_20L諸辯法是名佛法法辭及義樂說無滯故明了無常苦無我法是名佛法呵毀一切諸有爲故空法是名佛法降伏一切諸外道故
적정한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열반에 나아가기 때문이며, 바라밀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저 언덕에 이르기 때문이라 합니다.
010_0627_c_23L寂靜法是名佛法趣涅槃故波羅蜜法是名佛至彼岸故
010_0628_a_02L 방편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잘 포섭하여 제도하기 때문이며, 자법(慈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잘못된 지혜가 없기 때문이며, 비법(悲法)이 부처님 법이라 하니 박절함이 없기 때문이며, 희법(喜法)을 부처님 법이라 하니 기쁘지 못한 것을 없애기 때문이며, 사법(捨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지을 바를 판별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010_0628_a_02L方便法是名佛法善攝取故慈法是名佛法無過智故悲法是名佛法無逼故喜法是名佛法不喜故捨法是名佛法所作辦故
선정법(禪定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교만을 없애기 때문이며, 삼보를 끊어 버리지 않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보리의 마음을 내기 때문이며, 일체가 안락하여 괴로움이 없는 법을 바로 부처님 법이라 하니 모든 있는 것[有]을 부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010_0628_a_05L法是名佛法滅憍慢故不斷三寶法是名佛法發菩提心故一切安樂無苦惱法是名佛法不來諸有故
이 법문을 말씀하실 때 마왕이 거느린 5백 천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고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참으로 찬탄할 법문입니다. 저희들로 하여금 이 법문 가운데서 머물게 해주십시오.’
010_0628_a_08L說是法時魔王所將五百天子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而作是言世尊所歎法願令我等住是法中
그때 세존께서 문득 빙긋이 웃으시기에 아난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대덕 세존이시여, 지금 무슨 연유로 빙긋이 웃으셨습니까?’
010_0628_a_11L爾時世尊卽便微笑大德阿難前白佛言德世尊今何緣笑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파순이 변화로 만든 비구들을 보았느냐?’
아난은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벌써 보았습니다.’
010_0628_a_13L佛告阿難汝見波旬化比丘不阿難白言見已世尊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중에 5백 년 동안에 법이 없어지려 할 때에는 으레 그와 같은 추한 형상의 비구들이 나타나 그와 같은 더러운 옷을 되는 대로 걸치고 다닐 것이므로 그렇듯 천덕스럽고 지혜가 없을 것이다.
010_0628_a_14L阿難後五百歲法欲滅時當有如是惡形比丘如是惡衣著不齊故是下賤如是無智
무슨 까닭이냐 하면, 다음 세상의 비구들은 번뇌가 중하여 이익에 탐착하고 온갖 세속 일을 지으며, 모든 비니(毘尼)를 버리고 해탈계(解脫戒)를 어기고 청정한 법을 여의며, 그 오고 가는 데에 있어 현재법의 이로움만 중히 여기고 다음 세상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010_0628_a_17L何以故後世比丘重於結使貪著利養多營衆事捨諸毘尼越解脫戒離白淨法其所去來重現法利不重後世
눈멀고 귀 먹고 발 절고 노망하고 어리석고 온갖 병에 걸린 이들이 모두 나의 정법(正法) 가운데 와서 집을 떠나서 계율을 받지만 그 권속과 시봉하는 사람들만 소중하게 여기므로, 법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는 것이다.
010_0628_a_20L盲聾跛蹇老謬無智著種種病是等皆來於我法中出家受戒以重眷屬給使人故不爲重法
아난아, 나의 설법이 이같이 바르고 이같이 사랑스럽거늘 모든 하늘들은 그때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니, 제천(諸天)은 근심이 없어져 마왕 파순은 도리어 몹시 기뻐하여 아무 걱정함이 없을 것이다.’
010_0628_a_23L阿難我所說法如是正直如是可愛當于爾時不見不聞諸天憂慼魔王波旬當大歡喜無復憂慮
010_0628_b_02L이에 저는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마왕 파순은 도리어 기뻐하여 아무 걱정함이 없습니까?’
010_0628_b_02L我時問佛何故魔王波旬歡喜而無憂慮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들 나쁜 비구는 마업(魔業)만을 일삼기 때문에 마왕 파순은 운영하여 짓는 일이 없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그들 비구가 힘써 정진하기를 마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한다면 마왕은 그러한 사람에게서 곧 나쁜 점을 구한다.
010_0628_b_03L佛告阿難以彼惡人作魔業故魔王波旬無所營作何以故由彼比丘無正行故若有比丘勤加精進如救頭如是等人魔則求短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그 방편에 힘을 다할 것이니, 얻지 못한 것은 얻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것은 해탈하게 하고 증득하지 못한 것은 증득하게 하며, 마군을 항복하고 불법을 성하게 하며 바른 법을 호지하여 법공양을 짓고 방일함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나의 교법이다.’
010_0628_b_07L是故阿難勤方便未得令得未解令解未證令降伏魔黨熾然佛法護持正法作法供養莫作放逸是我教法
이 법문을 말씀하실 때 5백 비구는 몸과 목숨을 놓아버리고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그런 악한 세상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010_0628_b_10L說是法時五百比丘放捨身命白言世尊我等不欲見是惡世
그리고는 허공에 솟아올라서 불로 몸을 태웠고, 백천의 모든 하늘은 공양을 드렸으며, 2백 비구는 번뇌를 아주 여의어 청정한 법의 안목을 얻었고, 2백 비구는 모든 번뇌를 영원히 다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으며, 3만 2천 보살은 법의 지혜[法忍]를 얻었습니다.
010_0628_b_12L踊處虛空以火焚身百千諸天而供養之二百比丘遠離塵垢得法眼淨二百比丘永盡諸漏心得解脫三萬二千菩薩逮得法忍
제석ㆍ범천과 사천왕 및 모든 권속은 부처님 발아래 예배한 다음, 다음과 같이 아뢰었습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오랫동안 이 지상에 머물러 계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그런 악한 세상을 보지 않게 해주십시오. 세존이시여, 만일 중생이 이 경전을 듣는다면 다시는 게으름과 법 아닌 것을 짓지 않을 것이며, 또한 마군의 모든 나쁜 과업을 짓지 않을 것입니다.’
010_0628_b_15L釋梵護世及諸眷屬禮佛足已作如是言唯願世尊久壽住世勿使我等見是惡世世尊若有衆生得聞此經終不更作懈怠非法亦更不作魔諸惡業
저는 그런 말을 듣고 나서 기절하여 땅바닥에 쓰러질 뻔 하였습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저는 문수사리 동자가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성취한 것을 보았고, 법을 설하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010_0628_b_20L我時聞已悶絕躄地大德舍利我見文殊師利童子成就如是不可思議神通之力及所說法我自親
이때 대덕 가섭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나도 일찍이 문수사리의 희한한 신통력을 보았습니다. 사리불이여, 그때 세존께서 부처를 이루신 지 오래되지 않았고, 나는 출가한 지 오래되었었습니다.
010_0628_b_23L時大德迦葉語舍利弗我亦曾見文殊師利希有神通舍利弗爾時世尊成佛未久我久出家
010_0628_c_02L그때 문수사리 동자는 처음 이 사바세계에 이르렀는데 보상(寶相)부처님께서 계시는 보왕(寶王)세계로부터 와서 석가모니부처님을 뵙고 공경히 공양하려 하였던 것입니다.
010_0628_c_02L是時文殊師利童子始初至此娑婆世界從寶王世界寶相佛所來欲見佛釋迦牟尼供養恭敬
그 무렵 세존께서는 사위국의 기타 숲 속에 있는 급고독정사에 계시면서 석 달 동안 여름 안거(安居)를 나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여래 앞에서나 여러 스님들 가운데서나 혹은 밥 먹을 때에나 설계(說戒)하는 날에나 경행(經行)할 때에도 도무지 문수사리를 보지 못하였다가 석 달을 지나고 자자(自恣)할 때가 되어서야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010_0628_c_05L爾時世尊在舍衛國祇陁林中給孤窮精舍夏坐三月我時不見文殊師利若如來前若衆僧中於食時若說戒日若僧行次都不見過三月已臨自恣時乃見其面
이에 나는 곧 물었습니다.
‘문수사리여, 어느 곳에서 여름안거를 났습니까?’
010_0628_c_09L卽問言文殊師利何處夏坐
그는 나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나는 이 사위대성 바사닉왕(波斯匿王)의 왕후 궁전에서 한 달 동안 머물러 있었고, 다시 한 달 동안은 어린아이들의 학당(學堂)에서 머물러 있었고, 다시 한 달 동안은 음녀(婬女)의 방에서 머물러 있었습니다.’
010_0628_c_10L卽答我大德迦葉我住在是舍衛大城波斯匿王后宮一月復一月住童子學復一月住諸婬女舍
나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매우 불쾌하게 여겨 곧 생각하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부정한 사람과 자자를 같이할 것인가?’
바로 강당을 나와서 건추를 두드린 다음 문수사리 동자를 쫓아내려고 하였습니다.
010_0628_c_13L我聞是已心甚不悅卽作是念云何當共是不淨而作自恣我卽出堂便擊楗槌欲擯文殊師利童子
그때 세존께서는 곧 문수사리 동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저 마하가섭이 무슨 까닭으로 건추를 쳤는지 알아보아라.’
문수사리는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았더니 바로 저를 쫓아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010_0628_c_16L爾時世尊卽告文殊師利童子汝往看是摩訶迦葉今者何故打楗槌也白言世尊我已見欲擯於我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 동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지금 자재한 신력과 신통한 경계를 나타내어 저 성문들로 하여금 청정한 마음을 얻어서 그대에게 개운하지 않은 마음을 내지 않도록 하라.’
010_0628_c_19L佛語文殊師利童子可現汝自在神力神通境界令彼聲聞心得淸淨勿於汝所生不淨心
이에 문수사리 동자는 곧 삼매에 들었으니, 그 삼매의 이름은 온 부처님 국토를 나타낸다[現一切佛土]는 것이었습니다.
문수사리가 삼매에 들자 시방의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에서 모두 두타(頭陀)로 제일가는 마하가섭이 건추를 치고 있었습니다.
010_0628_c_21L時文殊師利童子卽入三昧其三昧名現一切佛土文殊師利入三昧時方各如恒河沙等諸佛世界其中皆有摩訶迦葉頭陁第一悉打楗搥
010_0629_a_02L그때 세존께서는 곧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마하가섭아, 너는 지금 무슨 까닭으로 건추를 쳤느냐?’
저는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가 스스로 말하기를 자기는 여름 안거 석 달 동안을 왕후의 궁과 음녀의 방에서 머물러 있었다고 하기에 그를 쫓아내기 위하여 건추를 쳤습니다.’
010_0629_a_02L世尊卽問我言摩訶迦葉汝今何打於揵槌我言世尊文殊師利自說是言夏三月中住王后宮及婬女爲擯是故打於楗槌
그때 세존께서는 몸에 광명을 놓으시어 두루 시방을 비추시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지금 시방세계에 무엇이 보이는가를 두루 관찰하라.’
010_0629_a_06L爾時世尊身放光明遍照十方而告我言汝今遍觀十方世界爲見何事
그리하여 내가 두루 관찰하여 본즉,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시방세계 가운데서 마하가섭이 각기 나타나 건추를 치면서 문수사리를 쫓아내려 하고 있었고, 이 세계 여러 군데에서도 문수사리가 부처님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010_0629_a_08L我時遍觀無量無邊恒河沙數十方世界其中皆有摩訶迦葉而打楗槌欲擯文殊一切處亦有文殊在佛前坐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 문수사리를 쫓아내려고 하는가? 이 세계에 문수사리이냐, 아니면 시방세계에 있는 문수사리이냐?’
010_0629_a_11L佛告我汝今欲擯何處文殊爲此世界十方界
이에 저는 부처님 세존의 발아래 예배하고 여쭈었습니다.
‘저의 잘못을 참회하는 것을 들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이 문수사리는 법왕자(法王子)로서 이 같은 불가사의한 보살의 공덕을 이루었습니다. 저는 부처님으로부터 한량 있는 지혜를 이루고서 도리어 한량없는 지혜를 헤아리려 하였으니, 이는 제가 앎이 없는 탓으로 건추를 친 것입니다.’
010_0629_a_13L我時卽禮佛世尊足作如是聽我悔過世尊是文殊師利法王之子成就菩薩如是不可思議功德我從佛所成有量智而欲度量無量智慧以不知故而打楗槌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마하가섭아, 너는 지금 시방세계에 그저 나타난 문수사리로만 보았을 뿐이지만, 여름안거 석 달 동안을 왕후의 궁과 음녀의 방에서 머물러 있었던 문수사리 동자는 바로 바사닉왕의 궁중에 있는 5백 여인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였다.
010_0629_a_17L佛告我言摩訶迦葉汝之所見十方世界文殊師利亦復夏三月住王后宮及婬女此閒文殊師利童子令是波斯匿王宮中五百女人不退阿耨多羅三藐三菩提
또한 5백 음녀와 5백 어린이로 하여금 위없는 바른 도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였으며, 또한 백천 중생에게 성문법으로써 다스려 주었고 한량없는 중생들은 모두 하늘에 태어나게 하였다.’
010_0629_a_22L亦令五百婬女五百童子得不退轉無上正道復有百千衆生以聲聞法而調伏之無量衆生得生天上
010_0629_b_02L이에 저는 여쭈었습니다.
‘대덕 세존이시여, 문수사리는 무슨 법을 설하여 이같이 중생을 교화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가섭아, 너는 지금 문수사리에게 물어보아라. 마땅히 너에게 대답하여 줄 것이다.’
010_0629_b_02L我時白言大德世尊文殊師利爲說何法乃能如是教化衆生佛言迦葉汝今可問文殊師利自當答汝
이에 저는 바로 문수사리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무슨 법을 말씀하시어 이같이 중생을 교화하고 다스렸습니까?’
010_0629_b_04L我時卽問文殊師利汝說何法教化調伏如是衆生
문수사리는 저에게 대답하였습니다.
‘한갓 법만을 설하여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덕 가섭이여, 모든 중생에게 오락으로 좋아하게 하여 다스리기도 하며, 혹은 자비로 보호하여 주기도 하며, 혹은 위력으로 굴복시키기도 하며, 혹은 재물로 이끌어 들이기도 하며, 혹은 탐내어 요구하기도 합니다.
010_0629_b_06L彼答我言非唯說法教導衆生大德迦葉或有衆生以娛樂樂而調伏之或以護持或以威伏或以財攝或以貪求
혹은 거룩한 장엄을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신통을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제석[釋]의 몸으로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범천의 몸으로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사천왕의 몸으로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전륜왕의 몸으로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각기 형편에 따라 모든 하늘의 몸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010_0629_b_09L或現大莊嚴現神通或現釋身或現梵身或現護世身或轉輪王身或隨各各所事諸天而爲現身
혹은 고운 말로도 하고, 혹은 추악한 말로도 하다가 때로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사용하기도 하며, 혹은 꾸짖고 벌 주기도 하며, 혹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익을 주기도 하며, 혹은 그 아들로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대덕 가섭이여, 모든 중생은 갖가지 행업이 있기 때문에 갖가지 법으로써 다스리는 것입니다.
010_0629_b_12L或以軟語或以麤語二俱用或以謫罰或以密益或現作何以故大德迦葉衆生有於雜種之行以雜種法而調伏之
대덕 가섭이여, 나는 방편으로써 중생계를 교화한 다음 법을 설명하여 맨 끝까지 모두 다스려지게 합니다.’
010_0629_b_15L大德迦葉我以方便化衆生界然後說法令其究竟畢竟調伏
저는 그때 문수사리에게 물었습니다.
‘그대가 다스린 중생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대답하였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내가 다스린 것은 저 법계와 같습니다.’
010_0629_b_17L我時問言文殊師利汝所調伏有幾衆生卽答我言大德迦葉我所調伏等如法界
나는 또 물었습니다.
‘법계는 얼마나 됩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습니다.
‘중생계와 같습니다.’
나는 또 물었습니다.
‘중생계는 다시 얼마나 됩니까?’
문수사리는 바로 저에게 대답하였습니다.
‘허공계와 같다. 이와 같이 가섭이여, 중생계나 법계나 허공계가 둘이 없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010_0629_b_19L我又問言法界幾許文殊答言如衆生界我又問言衆生界者復有幾許卽答我言如虛空界如是迦葉衆生界法界空界等無有二無有別異
나는 또 물었습니다.
‘문수사리여,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공연히 세상에 나오시어 아무것도 다스리는 바가 없으십니까?’
010_0629_b_23L我又問言文殊師利佛空出世無所調伏
010_0629_c_02L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비유컨대 사람이 열병(熱病)을 앓는다면 자연히 온갖 망령된 말을 하게 되는 것이지, 그 속에 무슨 하늘 귀신이 있어서 그렇겠습니까? 다행히 훌륭한 의사가 있어 그에게 소(酥)를 먹인다면 열병이 바로 멎고 망령된 말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할는지, 과연 그 속에 있던 하늘 귀신이 떠나서 그 병이 나았다고 하겠습니까?’
010_0629_b_24L文殊師利言大德迦葉如人熱病是人種種妄有所說是中寧有天鬼持耶大明醫飮彼人酥熱病卽愈止不妄於意云何是中頗有天鬼去不
저는 말하였습니다.
‘아닙니다, 문수사리여. 소를 마셨기 때문에 열병이 나은 것입니다.’
010_0629_c_05L不也文殊師利由飮蘇故熱病除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그 훌륭한 의사야말로 그를 이롭게 함이 많지 않겠습니까?’
저는 말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수사리여.’
010_0629_c_07L大德迦葉是良醫者多利彼不如是文殊師利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이와 같은 세간의 뒤바뀜과 열병은 나와 나라고 하는 생각이 없는 것임에도 나라고 하는 생각에 머무르다가 이미 생사에 번갈아 구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세상에 나오시어 그 형편에 따라 법문을 아시고 나라는 생각을 아시어 뒤바뀜을 끊으신 다음 이 중생을 위하여 법문을 연설하십니다.
010_0629_c_08L文殊師利言大德迦葉世閒如是顚倒熱病無我我想住我想已流轉生死是故如來出現于世隨彼形色應解法門知解我想斷於顚倒爲彼衆生而演說法
그 법문을 다 듣고 나면 일체 생각을 제거하여 집착된 바가 없을 것이며, 일체 생각을 다 알고 나면 모든 흐름을 건너서 저 언덕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를 곧 열반이라 합니다.
010_0629_c_12L旣聞法已除一切想無所執著知解想已越度諸流到於彼岸名爲涅槃
대덕 가섭이여, 그대의 생각은 어떠할는지, 과연 그 가운데 나다, 중생이다, 목숨이다, 처자다, 장부다, 열반이다 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이에 저는 대답하였습니다.
‘없습니다, 문수사리여.’
010_0629_c_14L大德迦葉於意云何是中頗有我及衆生壽命養育人及丈夫可涅槃者不時答言無也文殊師利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여래께서는 이런 이로움을 주시기 위하여 세상에 나오시어 평등한 모양만을 보여 주실 뿐이며, 나지도 멸하지도 않으시어 다만 번뇌(煩惱)가 진실이 아님을 알도록 하실 뿐입니다.’
010_0629_c_17L文殊師利言大德迦葉爲是利故如來出世但爲顯示平等想故不爲生不爲滅但爲解知煩惱不實
저는 말하였습니다.
‘문수사리여, 보살이 할 일은 매우 어렵겠습니다. 즉 중생의 자성은 어디까지나 적정한(寂靜)한 것임을 알아서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되 그 장엄을 버리지 않고 죽지도 않고 나지도 않으며, 중생의 자성이 어디까지나 열반이거늘 오히려 큰 서원을 세우는 장엄을 일으킵니다.’
010_0629_c_20L我時語言文殊師利菩薩所作甚爲難有所謂觀知衆生之性畢竟寂靜爲欲利益一切衆生不捨莊嚴不沒不出衆生之性畢竟涅槃猶復能發大誓莊嚴
010_0630_a_02L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보살의 장엄은 여여(如如)와 똑같습니다.’
저는 또 여쭈었습니다.
‘문수사리여, 원컨대 보살이 일으키는 훌륭한 장엄을 말하여 주십시오.’
010_0629_c_24L文殊師利大德迦葉菩薩莊嚴等同如如又問文殊師利願說菩薩發大莊嚴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보살마하살은 서른두 가지의 훌륭한 장엄을 일으킵니다. 무엇이 서른두 가지인가? 보살은 끝없는 생사에 헤매는 중생을 포섭하여 훌륭한 장엄을 나타내니 꿈과 같은 공성(空性)이기 때문이며, 보살은 한량없는 중생을 해탈시키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나라는 모양이 없기 때문입니다.
010_0630_a_03L文殊師利言菩薩摩訶薩發大莊嚴有三十二何等三十二菩薩攝取無量生死發大莊嚴如夢空性故菩薩滅度無量衆生發大莊嚴無我相故
보살은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세존을 공양하여 섬기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거나 법신의 모양과 같기 때문이며, 보살은 일체 불법을 받아 듣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메아리나 소리의 모양과 같기 때문입니다.
010_0630_a_07L菩薩供養給事無量諸佛世尊發大莊嚴同法身相故菩薩聽受一切佛法發大莊嚴如響聲相故
보살은 일체 불법을 수호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모든 법이 평등한 모양임을 통달한 때문이며, 보살은 일체 모든 마군을 항복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일체 번뇌의 성품과 모양이 청정한 때문입니다.
010_0630_a_10L菩薩守護一切佛法發大莊嚴解達諸法平等相故菩薩降伏一切諸魔發大莊嚴一切結使性相淨故
보살은 일체 외도를 항복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유(有)와 무(無)의 소견이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연의 모양을 알게 하기 때문이며, 보살은 소유한 일체를 다 놓아버리고서 훌륭한 장엄을 나타내니, 일체를 다 놓아버려 남은 모양이 없기 때문입니다.
010_0630_a_13L菩薩降伏一切外道發大莊嚴令有無見者解因緣相故菩薩所有一切悉捨發大莊嚴一切悉捨無餘相故
보살은 계율과 두타(頭陀)의 공덕을 이루고자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행하는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보살은 인욕으로써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상해하는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보살은 정진으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몸과 마음의 차분한 모양을 알기 때문이며, 보살은 일체 선정과 지혜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일체 의지해야 할 모양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010_0630_a_16L菩薩集戒頭陁功德發大莊嚴無行相故菩薩忍力發大莊嚴無傷相故菩薩精進發大莊嚴解知身心寂靜相故菩薩一切禪定解脫發大莊嚴捨離一切所依相故
보살은 걸림 없는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무명의 어리석은 소견의 모양을 깨끗이 제거한 때문이며, 보살은 좋은 방편으로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일체 지어지는 모양을 나타내 보이기 때문이며, 보살은 대자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허공의 모양과 같기 때문이며, 보살은 대비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5도(道)가 허공의 모양과 같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010_0630_a_21L菩薩無㝵般若波羅蜜發大莊淨除無明癡見相故菩薩方便大莊嚴示現一切所作相故菩薩大發大莊嚴如空相故菩薩大悲大莊嚴解知五道虛空相故
010_0630_b_02L보살은 대희(大喜)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근심과 괴로운 모양을 없앤 때문이며, 보살은 대사(大捨)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괴롭고 즐거운 모양을 여윈 때문이며, 보살은 매우 신통한 지혜를 원만히 닦고서 훌륭한 장엄을 나타내니 해탈법을 관찰하되 마치 손바닥 보듯 하며 의심된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보살은 모든 법이 내가 없다는 것조차도 생각지 않고서 훌륭한 장엄을 나타내니 성문이나 연각의 자리 모양에 떨어질까를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010_0630_b_02L菩薩大發大莊嚴無憂惱相故菩薩大捨發大莊嚴離苦樂相故菩薩修滿大神通智發大莊嚴猶如掌中觀見解脫無疑相故菩薩不念諸法無我發大莊嚴不畏墮彼聲聞緣覺地之相
보살은 5음(陰)을 마치 도둑처럼 관찰하고서 훌륭한 장엄을 나타내니 환(幻)의 모양과 같음을 알기 때문이며, 보살은 4대(大)를 마치 독사처럼 관찰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법계의 모양과 같기 때문이며, 보살은 6입(入)을 마치 공(空)의 무더기처럼 관찰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원수나 도둑의 모양과 같음을 알기 때문이며, 보살은 삼계에 집착하지 않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소굴에 없기 때문입니다.
010_0630_b_08L菩薩觀陰猶如怨賊發大莊嚴幻相故菩薩觀四大猶如毒蛇發大莊同法界相故菩薩觀入猶如空聚發大莊嚴知怨賊相故菩薩不著三界發大莊嚴無樔窟故
보살은 모든 있다는 것을 기어코 포섭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있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보살은 대비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물러가는 모양이 아니기 때문이며, 보살은 위대한 의왕(醫王)이 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모든 중생이 소유한 병에 따라 법의 약을 주기 때문이며, 보살은 큰 상주(商主)가 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3승(乘)을 보여 주어 도의 모양을 내기 때문이다.
010_0630_b_12L菩薩決定攝取諸有發大莊嚴非有相故菩薩大悲發大莊嚴不退相故菩薩爲大醫王發大莊嚴隨諸衆生所有疾患施法藥相故菩薩爲大商主發大莊示導三乘出道相故
보살은 삼보(三寶)의 종자를 끊지 않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일체 부처님의 은혜를 갚을 줄 알기 때문이며, 보살은 모든 법성이 생멸 없음을 알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무생법인(無生法忍)의 모양을 얻은 때문이다.
010_0630_b_17L菩薩不斷於三寶種發大莊嚴知報一切佛恩相菩薩知諸法性無生發大莊嚴於無生法忍相故
보살은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삼계의 일체 번뇌를 버리고 성문이나 연각의 자리 모양을 버린 때문이며, 보살은 도량을 장엄하고서 훌륭한 장엄을 일으키니 한결같은 생각으로 여실(如實)히 지혜에 응하여 모든 법의 모양을 뚜렷이 알기 때문입니다.
010_0630_b_20L菩薩爲得不退轉發大莊嚴捨於三界一切結使及捨聲聞緣覺地相故菩薩莊嚴道場發大莊嚴以一念相應慧如實了知諸法相故
010_0630_c_02L가섭이여, 이것을 보살이 일으키는 서른두 가지의 훌륭한 장엄이라 하니, 보살마하살은 이런 장엄으로써 스스로 장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4대의 체(體)는 그 성실을 변동할 수도 있지만 이 보살은 위없는 도에서 끝내 물러나지 않습니다.’
010_0630_b_24L如是迦葉是名菩薩三十二種發大莊嚴菩薩摩訶薩以是莊自莊嚴者是四大體可易其性是菩薩於無上道終不退轉
저는 바로 대답했습니다.
‘한 훌륭한 장엄만 일으켜도 오히려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이를 터인데, 더구나 서른두 가지나 되는군요. 또한 문수사리여, 성문법 가운데는 훌륭한 장엄이 없습니다.’
010_0630_c_04L我卽答發大莊嚴猶尚不退況三十二殊師利聲聞法中無有莊嚴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그러므로 성문에는 모든 보살과 같은 큰 장엄과 나아가 명자까지도 없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그대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비유컨대 용맹스런 장부는 모든 갑옷과 병기로써 스스로 잘 장엄을 하고 예리한 칼을 가졌는데, 못난 사람이 스스로의 장엄을 허술하게 하였다면 이 두 가지의 장엄이 서로 비슷하다 하겠습니까?’
010_0630_c_06L文殊師利言大德迦葉是故聲聞無大莊嚴如諸菩薩乃至名字大德迦葉於意云何如大健夫以諸鎧仗善自莊嚴執持利刀有怯弱人粗自莊嚴是二莊嚴可相比不
저는 여쭈었습니다.
‘아닙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대덕 가섭이여, 보살의 장엄은 일체 성문이나 모든 연각으로서 있을 수 없습니다.’
010_0630_c_11L我言不也文殊師利以是義故大德迦葉菩薩莊嚴切聲聞及諸緣覺之所無有
이 보살이 훌륭한 장엄을 말할 때 1만 2천 천자는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사리불이여, 나는 문수사리 동자의 불가사의한 신통과 이와 같은 한량없는 지혜를 보았습니다.”
010_0630_c_13L說是菩薩大莊嚴時萬二千天子發於無上正眞道心是故舍利弗我見文殊師利童子不可思議神通智慧如是無
이때 대덕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나도 일찍이 문수사리 동자가 한 일을 보았습니다. 옛날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毘舍離)의 암라수(菴羅樹) 동산에서 큰 비구의 무리 5백 사람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때 살차니건타자(薩遮尼乾陀子)가 비사리대성에 거주하면서 6만 권속과 같이 부처님께 공경히 공양하였습니다.
010_0630_c_17L爾時大德富樓那彌多羅尼子語舍利弗我亦曾見文殊師利童子所昔於一時佛在毘舍離菴羅樹林與大比丘五百人俱是時薩遮尼乾陁子住毘舍離大城之中與六萬眷屬俱供養恭敬
나는 마침 삼매에 들어서 그들 니건자를 관찰한 결과 백천이나 되는 니건자들이 마땅히 교화를 받아들일 듯하기에 즉시 그들에게 나아가 법문을 말하여 주었는데, 그들은 전혀 듣는 이도 없고 또한 좋아하는 마음도 없이 도리어 비소하고 추악한 말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010_0630_c_22L我入三昧觀是尼乾我時見有百千尼乾應當受化我時卽往而爲說法無有專聽無善好心反見輕笑出麤惡言
010_0631_a_02L 이에 나는 하나도 교화를 받는 이가 없이 석 달 동안 헛수고만 하였고, 석 달을 지낸 다음에는 내 마음도 언짢아서 그대로 두고 떠나버렸습니다. 그때 문수사리는 바로 5백 외도를 변화로 만든 다음 스스로 사범(師範)이 되어 그들 5백 제자를 거느리고 살차니건자 앞에 찾아가 그의 발아래 예배하고 살차에게 말하였다.
010_0631_a_02L我時唐苦於三月中#無一受化過三月已我心不悅便捨而去時文殊師利卽便化作五百異道自爲師範將五百弟子往詣薩遮尼乾子所頂禮其足白薩遮言
‘제가 일찍이 대사의 이름과 공덕을 들었기 때문에 지금 멀리 이 비사리 까지 왔습니다. 당신이 저의 스승이 되어 주신다면 저는 제자가 되겠으니, 원컨대 받아들여 가엾이 여기고 가르쳐 주셔서 저로 하여금 사문 구담(瞿曇)을 만나 보지도 않게 하시고, 또한 서로 엇갈리는 그의 법을 듣지도 않게 해주십시오.’
010_0631_a_06L我遙承聞大師名德故遠而來至毘舍離汝是我師我爲弟子願見納受垂愍教誨令我不見沙門瞿曇令我不聞彼相違法
이에 살차는 대답하였다.
‘좋다, 좋다. 그대는 순진하고 청정하니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내가 다스리는 법을 알 것이다.’
그런 다음 살차는 바로 자기의 무리에게 명령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이 5백 마납(摩納)과 화합하여 함께 살고 서로 묻되 너희들은, 그가 하는 말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010_0631_a_10L薩遮答言善哉善哉汝意純淨不久當解我調伏法爾時薩遮卽便宣令己之徒衆此五百摩自今以去和合同住互相諮問若所說汝專心受
이때 문수사리 동자와 화현한 5백 제자는 차례대로 앉아 니건자의 계법(戒法)을 들었는데 위의가 그들보다 뛰어났으며, 가끔 삼보의 공덕도 찬탄하고 한편 살차의 공덕도 찬탄하여 그들로 하여금 마음이 서로 가까워지도록 하였습니다.
010_0631_a_14L爾時文殊師利童子及五百化弟子聽次第坐受用尼揵戒法威儀殊勝於彼時時讚說三寶功德亦復讚歎薩遮功德令彼諸人心相親附
어느 때 문수사리는 그들 대중이 이미 모인 것을 보고 문득 말하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행하는 바 주술경서(呪術經書)와 비제차경(毘提遮經)을 읽고 외울 때에는 저 사문 구담이 지니신 공덕이 우리의 경 속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010_0631_a_18L復於異時知衆已集殊師利便作是言我等所行呪術經書毘提遮經若讀誦時沙門瞿曇所有功德有入我等經中來者
이 사문 구담은 진실한 법과 공덕이 있다. 왜냐하면 저 사문 구담을 낳고 기른 부모님도 청정하였으며, 아울러 전륜왕의 종족으로서 온갖 복스런 상호로 그 몸을 장엄하였다.
010_0631_a_21L是沙門瞿曇有實法功德何以故是沙門瞿曇所生成就父母淸淨轉輪王種百福相莊嚴其身
010_0631_b_02L또 듣건대 태어나실 때에 대지가 진동하였고, 제석ㆍ범천이 옹위하여 모셨으며, 바로 일곱 걸음을 거니시면서 입으로 외쳤다.
≺나는 일체 세간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위대하므로 이제 나는 마땅히 모든 생사를 없애겠다.≻
010_0631_a_24L又聞生時大地震動釋梵扶侍自行七步口出是言≺我於一切世中最勝世中最大我今當爲滅諸生死
제석과 범천은 공중에서 저절로 생겨난 두 가지 물로 목욕을 시켜드렸으며, 세간과 하늘의 음악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고, 큰 광명은 온 세계를 두루 비추어 모든 악도(惡道)를 없애고, 귀머거리가 듣고 장님이 볼 수 있게 되어, 그때 일체 중생은 괴로움에 얽매이지 않아 안락하고 함이 없었다.
010_0631_b_04L空中自然出生二水釋梵洗浴人天伎樂不鼓自鳴放大光明遍照世界滅諸惡道聾盲視聽于是時一切衆生不爲結惱安樂無
바라문이 관상하였다.
≺만약 출가하지 않으면 전륜왕이 되고 만일 출가하면 부처님[佛法王]이 되기도 하지만, 구담께서는 그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시며, 도량에서 백억의 마군을 항복 받고 보리(菩提)의 도를 이루신 다음 다른 사문ㆍ바라문이나 마군ㆍ범천 및 사천왕이나 하늘ㆍ사람이나 일체 세간에서는 도저히 굴릴 수 없는 묘한 법 바퀴를 굴리시니, 그 말씀하신 바가 참으로 처음도 중간도 나중도 모두 훌륭한 것이었다.
010_0631_b_08L婆羅門相≺若不出家作轉輪王其出家作佛法王而彼瞿曇捨轉輪王位出家修道於道場上降伏百億成菩提道轉妙法輪沙門婆羅門魔梵及世若天若人一切世閒無能轉者所說眞正初中後善
어떤 것이 처음이 훌륭한 것인가? 몸의 훌륭한 행과 입과 뜻의 훌륭한 행을 말한다. 어떤 것이 중간이 훌륭한 것인가? 수행하는 가운데 뛰어난 계율을 배워 행하며 뛰어난 정(定)과 뛰어난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어떤 것이 나중이 훌륭한 것인가? 공삼매(空三昧)의 해탈 법문과 무상삼매(無相三昧)의 해탈 법문과 무원삼매(無願三昧)의 해탈 법문을 말한다.
010_0631_b_13L云何初善謂身善行口意善行云何中善學行勝戒學勝定勝慧云何後善謂空三昧解脫法門無相三昧解脫法門願三昧解脫法門
또한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믿어 방일하지 않음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생각을 한 군데에 안정시킴이며, 나중이 훌륭하다는 것은 훌륭하고 묘한 지혜를 말함이다. 또한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부처님을 믿어 무너뜨리지 않음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법을 믿어 무너뜨리지 않음이며, 나중이 훌륭하다는 것은 증과를 얻은 훌륭한 스님들을 믿어 무너뜨리지 않음을 말한다.
010_0631_b_17L復次初善者信欲不放逸中善者定念一處後善者善妙智慧復次初善者信佛不壞中善者信法不壞後善者信於聖僧得果不
또한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남으로부터 법문을 들음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바른 생각으로 수행함이며, 나중이 훌륭하다는 것은 바른 견해를 얻음을 말함이다. 또한 처음이 선하다는 것은 고(苦)를 알고 집(集)을 끊음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바른 도를 수행함이며, 나중이 훌륭하다는 것은 진멸(盡滅)의 이치를 증득함을 말함이니, 이를 성문의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훌륭한 것이라고 한다.
010_0631_b_21L復次初善者從他聞法中善者正念修行後善者得聖正見復次初善者知苦斷集中善者修行正道後善者證於盡滅是名聲聞初中後善
010_0631_c_02L무엇을 보살의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훌륭한 것이라 하는가? 보리의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것을 바로 처음이 훌륭한 것이라 하고, 하승(下乘)을 생각하지 않음을 바로 중간이 훌륭한 것이라 하고, 일체지에 회향함을 나중이 훌륭한 것이라 한다. 또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모든 중생에 대한 대자의 마음이 평등함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모든 중생에 대한 대비의 마음을 일으켜 무슨 방편이든지 베풀어 줌이며, 나중이 훌륭하다는 것은 희(喜)와 사(捨)의 마음이 평등함을 말함이다.
010_0631_b_24L何菩薩初中後善若不捨於菩提之心是名初善不念下乘是名中善迴向一切智是名後善復次初善者於諸衆生慈心平等中善者於諸衆生起大悲心設何方便後善者喜捨同等
또한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간탐(慳貪)함을 항복하고 파계함을 버리고 성냄을 여의고 게으름을 끊고 산란한 마음에 머무르지 않고 어리석음을 없애버림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이며, 나중이 훌륭하다는 것은 모든 바라밀로써 일체지에 회향함을 말함이다.
010_0631_c_06L復次初善者降伏慳貪捨離破戒離瞋恚斷除懈怠不住亂心殺害無中善者施禪定智慧後善者以諸波羅蜜迴向一切智
또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4섭법(攝法)으로 중생을 교화함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바른 법을 수호함이며, 나중이 훌륭하다는 것은 교묘한 방편으로 정위(正位)에 떨어지지 않음을 말한다.
010_0631_c_10L復次初善者謂四攝法教化衆生中善者不惜身命守護正法後善者善巧方便不墮正位
또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저 대지(大地)와 같이 유지하여 일체 보살의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음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훌륭한 방편으로 나아가고 멈출 줄을 알아서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름이며, 나중이 훌륭하다는 것은 일생 동안에 관정(灌頂)하여 정위(正位)를 받음을 말함이니, 이를 보살의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훌륭한 것이라고 한다.≻’”
010_0631_c_13L復次初善者如地等持不捨一切菩薩行心中善者以善方便知進知退住不退地後善者於一生灌頂正位是名菩薩初中後善
大方廣寶篋經卷中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