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文殊師利普超三昧經卷中

ABC_IT_K0175_T_002
010_1317_c_01L
문수사리보초삼매경 중권
010_1317_c_01L文殊師利普超三昧經卷中


서진 월지삼장 축법호 한역
현성주 번역
010_1317_c_02L西晉月氏三藏竺法護譯


4. 유동품(幼童品)
010_1317_c_03L幼童品第四

이때 세존께서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族姓子]나 선여인[族姓女]이 빨리 열반[滅度]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지금 나는 생사해탈의 어려움[終始難]을 두렵게 여겨서, 기꺼이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게 되자, 성문(聲聞)의 경계에서 빨리 멸도(滅度)하려는 소원을 품고, 계속 생사(生死)에 머물면서 성문(聲聞)의 멸도(滅度)만을 그리워하는 경우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보살은 막힘 없이 확 트인 지혜로 정진(精進)하여 평등하게 법에 머물면서, 두루 통달한 지혜로 일체를 다 아는 지혜[一切智)에 이르느니라.
그 까닭을 말하리라.
010_1317_c_04L爾時世尊告舍利弗假使有人爲族姓子若族姓女欲疾滅度當發無上正眞道意所以者何今吾睹見懼終始難而不肯發無上正眞道意志願聲聞疾欲滅度續在生死而有所慕諸菩薩通達精進等住於法逮諸通慧爲一切智所以者何
아득히 멀고 먼 지난 세상의 일이다. 헤아릴 수도 없고 생각이나 말로도 나타낼 수 없는 오랜 겁에,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위불중우(爲佛衆祐)의 십호(十號)를 갖추신 일체달(一切達)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느니라.”
010_1317_c_11L乃往久遠過去世時不可計會不可思議無央數時有如來號一切達興出于世至眞等正覺明行成爲善逝世閒無上士道法御天人師爲佛衆祐
010_1318_a_02L부처님께서 이어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그 일체달(一切達) 여래 정각께서는 백천 세의 수명을 누리면서 백억(百億)의 성문(聲聞)을 거느리셨는데, 이들 가운데 두 훌륭한 성문을 상수제자(上首弟子)로 두셨느니라. 한 제자의 이름은 초수(超殊)로서 지혜(智慧)가 매우 뛰어났으며, 또 한 제자의 이름은 대달(大達)로서 신통(神通)이 날래고 민첩하였다.
이때 여래께서는 오탁악세(五濁惡世)에 교화를 일으키셨다. 이른 아침 법의(法衣)와 발우를 갖추시고 모든 성중(聖衆)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문물(聞物)이라는 큰 나라의 성(城)으로 들어가서 걸식을 행하셨느니라. 지혜가 가장 훌륭한 대성문(大聲聞)은 부처님의 오른쪽을 모셨고, 신통(神通)이 가장 훌륭한 대성문은 부처님의 왼쪽을 모셨으며, 지혜와 박문(博聞)이 매우 뛰어난 제자들은 부처님의 뒤를 따랐고, 8천 보살은 앞에서 인도하였다. 그들은 몸을 변화시켜 제석천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은 범천(梵天)의 모양을 보이기도 하며, 사천왕(四天王)의 모형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은 천자(天子)의 형상을 보이기도 하면서, 도로(道路)를 닦아 장엄하였느니라.”
010_1317_c_15L佛告舍利弗其一切達如來正覺聞集會有百億衆其佛壽命住百千佛有聲聞上首弟子智慧巍巍曰超殊神足飄捷次名大達於時如來興五濁世明旦正服著衣持鉢諸聖衆眷屬圍遶有大國號名聞物入於斯城而行分衛其大聲聞智慧最尊侍佛之右神足最上侍佛之左智慧博聞最殊勝者隨從佛後八千菩薩而在前導或化現身若如帝釋或如梵天如四天王或天子形嚴治道路
부처님께서 계속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여래께서 성안을 향하여 들어가시다가, 온갖 보배걸이로 그 몸을 장식한 세 어린 동자를 보셨다. 마침 그때 한 동자가 멀리서 환하게 빛나는 여래의 행렬을 보았다. 위신(威神)은 한없이 드높고, 단정한 모습은 따를 자 없으며, 모든 자태[諸相]는 안정되어 고요하고 지성(志性)은 담박하니, 가장 순조롭고 더없이 적정(寂靜)하였다. 또 온갖 번뇌를 항복시킨 감관[諸根]은 어질고 현명한 용과 코끼리를 닮았고, 또 크고 고요한 연못을 닮아서 티끌 한 점 없이 밝고 맑았다. 그리고 32대인상(大人相)과 80종호(種好)는 마치 떠오르는 햇살처럼 붉게 빛났으며, 대중과 더불어 함께 계신 모습은 마치 별 가운데 달처럼 환하게 빛났다.
이를 보고 감동한 그 동자는 두 동자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저 여래를 보는가? 이 여래는 일체가 다 존경하는 분으로서, 더없이 훌륭한 모두의 벗이며, 온 세상의 복전(福田)이시니, 저 찬란하게 빛나는 광명을 그 누구도 당할 자가 없다. 그러니 우리들은 다 함께 이 여래께 마땅히 공양을 올려야 한다. 공양을 올리면, 이로운 경사가 아주 많으리라.’
그 동자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게송을 읊었다.
010_1318_a_06L佛告舍利弗彼時如來向欲入見三幼童衆寶莊挍瓔珞其身遙中路而共遊戲時一幼童遙見如來晃然顯赫威神巍巍端正無倫諸相寂定志性澹泊獲上調順第一靜寞降伏諸根如仁賢龍象如大淵渟淸澄無垢有三十二大人相八十種好遍布其體如日出時光耀弈弈大衆俱如星中月時一幼童謂二童汝等豈見如來乎是者則爲一切之尊無上衆祐爲世福田光明灼灼煒曄難當吾等僉然宜供養之其進施者利慶弘大以頌讚曰

존경하는 이 여래는 중생들의 어버이니
끝이 없는 복의 밭을 어느 누가 당하리요.
우리 모두 이 분에게 진심으로 공양하면
공양 올린 그 공덕은 헤아릴 수 없으리라.
010_1318_a_18L斯者衆生尊
福田無有上
當供俱供養
施此祚無量

두 번째 동자가 게송(偈頌)을 읊었다.
010_1318_a_20L第二幼童曰

우린 지금 좋은 꽃도 준비하지 못하였고
향기로운 좋은 향도 마련하지 못했으니
온 천하에 둘도 없이 거룩하신 대 성인을
맞이하여 섬기려면 무엇으로 공양하랴.
010_1318_a_21L今我無異花
亦無雜澤香
斯聖無等倫
當何以供養

그러자 그 동자는 값이 백천 금에 달하는 구슬 목걸이를 풀면서 게송을 읊었다.
010_1318_a_23L於是一童卽脫頸著珠瓔價直百千以頌讚曰
010_1318_b_02L
아껴왔던 이 구슬을 저 여래께 공양 올려
가장 높은 복 밭에서 그 은덕을 입으리라.
밝게 깨친 지혜 성인 어디에서 만나리요.
이 자리에 만났으니 아낄 것이 무엇이랴.
010_1318_b_02L當以此供養
無上之福田
何所明智者
見斯有所悋

이때 두 동자도 그 동자를 본받아서 각각 구슬 목걸이를 풀어 손에 쥐고, 게송을 읊었다.
010_1318_b_04L於時二童效彼童子各各解脫頸著珠瓔以手執持而歌頌曰

정각 여래 부처님께 우리 모두 공양 올려
번뇌강물 벗어나서 생사바다 뛰어넘고
한량없는 마음으로 해탈경지 성취하여
너도 없고 나도 없는 평등법에 머무르자.
010_1318_b_06L具供養正覺
度汎湍江波
脫無量志意
住于平等法

이때 한 동자가 두 동자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이 공덕으로 무엇을 바라는가?’
한 동자가 게송으로 답했다.
010_1318_b_08L爾時一童謂二童曰汝等以斯德本何所志求一童子曰

저길 보라. 한쪽에서 정각 세존 모신 이를
오른 쪽의 대 성문이 내가 바란 그 분인데
많고 많은 성문 중에 바른 지혜 제일이니
내 서원은 저와 같이 지혜제일 바라노라.
010_1318_b_10L其在世尊傍
面大聲聞
智慧尊第一
吾誓願如斯

또 한 동자도 게송으로 답했다.
010_1318_b_11L二童子曰

나도 역시 한 쪽에서 정각 세존 모신 이다.
왼쪽의 대 성문이 내가 원한 그 분인데
많고 많은 성문 중에 신통자재 최고이니
내 서원은 저와 같이 신통제일 바라노라.
010_1318_b_12L猶如世尊傍
左面大聲聞
神足超最
吾誓願如斯

그러자 두 동자는 처음 동자에게 물었다.
‘동자[族姓子]여, 이 공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그 동자는 게송으로 답했다.
010_1318_b_14L於時二童謂一童曰族姓子以斯德本欲誓何願一童報曰

내가 이제 부처님을 자세하게 살펴보니
진리대로 평등하고 올바르게 깨치셨고
온갖 법을 통달하여 두루 널리 보시면서
한가하고 자유롭게 사자처럼 걸으신다.
010_1318_b_16L如今者如來
至眞等正覺
普見一切達
猶若師子步

많고 많은 저 성중을 환히 비춰 다 아시니
나의 몸도 저와 같이 여래 되길 서원하여
삼계에서 제일가는 바른 법을 성취하고
시방세계 모든 중생 남김없이 제도하리.
010_1318_b_18L炤燿大衆會
吾身誓若斯
三界尊第一
度脫諸十方

그 동자의 게송이 끝나자, 곧 허공 가운데서 8천 천자(天子)들이 다 함께 찬탄하였다.
‘장하고 훌륭하구나. 시원하게 잘 말했다. 이제 그대가 발심[發意]하였으니, 천상(天上)세계와 인간세상은 다 그 구호(救護)를 받으리라.’”
010_1318_b_19L時一幼童這說此已尋虛空中八千天子俱讚歎曰善哉善哉快說此言今仁發意天上世閒悉蒙救護
010_1318_c_02L부처님께서 계속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일체달정각여래(一切達正覺如來)의 곁에는 지식[博聞]이 가장 뛰어난 해의(海意)라는 시자(侍者)가 있었다. 일체달(一切達)여래께서 해의(海意) 시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세 동자가 각기 구슬 목걸이를 가지고 여기로 오는 모습이 보이느냐?’
해의(海意) 시자가 답했다.
‘예, 보았습니다. 하늘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분이시여.’
그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여, 저 한복판의 동자에 대해 알고 싶은가? 그가 세운 지성(志性)은 매우 높아서 헤아리기 어렵다. 낱낱 걸음마다 1백 겁(劫) 동안 생사[終始]의 괴로움을 벗어나게 되며, 또 한 번 발을 들 때마다 그 공덕의 종자는 1백 차례에 걸쳐 전륜성왕(轉輪聖王)에 오르리라. 제석왕(帝釋王)의 자리에 오름도 이와 같고, 범천(梵天)에 태어나서 범천왕(梵天王)에 오름도 이와 같다. 또 낱낱 발을 들 때마다 그 공덕의 종자는 다시 1백 부처님을 만나게 되리라.’
이때 세 어린 동자는 일체달여래의 처소로 와서 머리를 발 아래까지 조아려 예를 올린 뒤에, 다 함께 보배 구슬 목걸이를 그 세존을 향하여 뿌렸다. 그러자 작은 뜻을 일으켜 성문(聲聞)이 되려는 두 동자의 구슬은, 세존의 두 어깨에 멈춰 움직이지 않았고, 두루 통달한 지혜의 마음을 일으킨 동자의 구슬은, 부처님 바로 위의 허공 가운데서 이슬처럼 어우러져, 여러 층을 겹쳐 이룬 누각 모양의 교로장(交露帳)으로 변하였다. 그 교로장은 사방이 우뚝 솟아 두루 거닐 수 있도록 장엄하고 평등하였으며, 그 교로장 가운데는 저절로 변화한 의자[床座]가 놓여 있었다. 여래께서 그 자리에 앉으셨다.
010_1318_b_22L佛告舍利弗時一切達如來正覺邊有侍者名曰海意博聞最尊而告之曰寧見三童各執珠瓔而遊來乎對曰已見天中之天世尊告曰比丘欲知中央幼童建其志性巍巍難量一一步中超越百劫終始之患其一擧足功德之本當更百臨轉輪聖王受帝釋位亦復如斯昇生梵天爲梵天王亦當如是一一擧足功德之本更見百佛時三幼童往詣一切達如來所稽首足下以寶珠瓔散世尊上其發小意爲聲聞者所散珠瓔住兩肩上其一童發諸通慧心所散珠瓔在於佛上虛空之中變爲交露重閣棚帳四峙周障莊嚴平等化於其中而爲牀座如來處之
이때 일체달여래께서는 곧 빙그레 웃으셨다.
해의(海意) 시자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웃으셨습니까? 웃으신 뜻을 알고자 하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셨다.
‘해의여, 너는 성문의 마음을 일으킨 두 동자가, 손에 든 보배구슬을 이 여래에게 뿌린 것을 보았으리라.’
해의시자가 대답했다.
‘예 보았습니다. 대성이시여.’
여래께서 또 해의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두 동자가 어떠한 뜻을 가졌는지 알고 싶으리라. 이들은 생사해탈의 어려움을 두렵게 여긴 나머지 겁약(怯弱)한 마음을 품고, 마음 속으로 구호(救護)해 주기를 바랐느니라. 이 때문에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고, 성문(聲聞)의 자리에서 훌륭한 제자가 되려고 하였느니라. 이들은 다음 세상에 둘 다 깨달음을 얻어서, 한 동자는 지혜제일(智慧第一)의 존자(尊者)가 되고, 한 동자는 신통제일(神通第一)의 존자가 되리라.’”
010_1318_c_15L於是一切達如來尋而欣笑侍者啓問唯然世尊以何故笑笑會有如來告曰海意汝睹於斯二童發聲聞意手執珠瓔散如來乎對曰大聖又告比丘欲知二童懼生死發怯弱意意求救護猶是不發無上正眞道意欲得聲聞爲尊弟子後來世皆當得證一者智慧最尊二者神足無雙
010_1319_a_02L부처님께서 이어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의심스럽지 않은가? 그때 한 복판의 두루 통달한 지혜를 일으킨 동자는 바로 나의 몸이며, 오른 쪽 큰 성문을 소원한 동자는 바로 사리불(舍利弗)이고, 왼쪽 큰 성문을 소원한 동자는 바로 대목건련(大目揵連)이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들이 과거 세상[本生時]에 생사해탈의 어려움을 두려워한 일을 살펴본다면, 비록 공덕의 종자[德本]를 심었을지라도,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킬 수는 없었느니라. 그래서 마음의 의지[心志]가 겁약(怯弱)한 나머지 빨리 멸도(滅度)하려고 하였으나, 보다 빨리 뛰어넘을 수 없었느니라. 이제 겨우 나의 법으로 인해서 무위법(無爲法)을 얻었다고 하나, 지금 과연 나의 두루 통달한 지혜를 보았다고 하겠느냐? 그러나 너희들의 벗은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해탈(解脫)을 얻지 않았는가. 그렇기 때문에 마땅히 다음과 같이 관찰해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빠른 멸도를 이루고자 한다면, 마땅히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마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말한 바 빨리 뛰어넘는 법이란, 그 무엇도 능가할 수 없는 두루 통달한 지혜를 두고 한 말이기 때문이니라.
속임이 없고 진실한 그 법[乘]은 가장 훌륭하여, 일체중생을 널리 안정시키므로, 두루 통달한 지혜라고 하느니라.
또 가장 미묘하고 더없이 높은 경지이고, 동등한 무리도 없으며, 대적할 짝도 없고, 마주 비교할 상대가 없으며, 뛰어넘을 자도 없고, 걸림이 없는 법으로서, 일체의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이 따를 수 없기 때문에, 두루 통달한 지혜라고 하느니라.”
010_1318_c_23L佛告舍利弗卿意疑乎中央童發諸通慧者則吾身是願右面童者舍利弗是願左面童者大目揵連是舍利弗觀卿等本時懼生死雖殖德本不能發無上正眞道意心志怯弱欲疾滅度不能超速甫因吾法而得無爲今寧睹吾諸通慧耶汝等之友爲佛弟子乃得解脫以是之故當作斯觀假使有人欲成滅度當發無上正眞道意所以者何所言超速謂諸通慧莫能過者諦而無欺其乘第一普安一切群生之類則諸通慧也爲最微妙特尊無上爲無等倫無有疇疋爲無雙比無能出來罣㝵乘一切聲聞緣覺之乘所不能是則名曰諸通慧乘
부처님께서 이 대승법전(大乘法典)을 설하시자, 1만 사람이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無上正眞道意]을 일으켰다.
010_1319_a_15L佛時說斯大乘法典則一萬衆人發無上正眞道
010_1319_b_02L바로 이때 현자(賢者)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大目揵連)과 대가섭(大迦葉)과 이월(離越)과 아난(阿難)과 율화리(律惒利)와 분누문타니자(分耨文陀尼子)와 수보리(須菩提) 존자(尊者) 등 대성문(大聲聞)들은 스스로 몸을 땅에 던져서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렸다.
그들은 다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대승의 뜻을 일으킨다면, 저희들은 마땅히 미묘한 해탈과 진실한 수행처를 받들어 공양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비록 백천의 모든 불세존께서 저희들을 위하여 두루 통달한 지혜의 행을 설해 주실지라도, 저희들은 감당할 능력도 없고 닦을 힘도 없으나, 통달한 지혜의 마음으로 일체의 지혜를 일으킨 사람은, 그 지혜가 걸림이 없고 훌륭하여 따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저희들에게 5역죄(逆罪)를 범하여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지게 하옵소서. 그러면 저희들은 성문만을 집착하지 않고,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중지하거나 버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비록 5역죄를 범하여 지옥에 떨어져서 온갖 지독한 고통을 받을지라도, 그 고통을 다 받고 나면, 오래지 않아 지옥으로부터 벗어나서, 걸림 없이 두루 통달한 마음을 닦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생각으로는 무엇을 베풀어주신다고 할지라도, 감당하여 알 길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종자[正眞]를 태워버리고 그 근원을 무너뜨렸으므로, 부처님의 걸림 없는 지혜를 받아들일 그릇이 못되기 때문입니다. 비유하면 죽은 사람이 그 친족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처럼, 저희들도 이와 같이 일체를 버리고 성문법(聲聞法)으로 해탈하기만을 원해 왔으니, 중생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과는 달리 세존께서는 마치 두 발, 네 발, 많은 발이 달린 온갖 중생이 이 땅의 풍요로운 은덕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천상천하(天上天下)의 중생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시고 해탈을 얻게 하셨습니다.”
010_1319_a_17L應時彼諸大聲聞賢者舍利弗目揵連大迦葉離越阿難律和利耨文陁尼子尊者須菩提等自投于地稽首佛足俱白世尊唯然大聖族姓子族姓女發大意者當供養之微妙解脫處至眞行所以者何正使百千諸佛世尊爲吾等說諸通慧行不能堪任無有勢力發通慧心一切慧者無所罣㝵殊勝難及寧令吾等犯五逆罪在於無閒而不中止不捨於無上正眞道意而爲聲聞所以者設犯逆罪墜于地獄受諸苦毒痛會畢從地獄出而不違遠無所罣㝵諸通慧心計如今者當何所施無所堪諧焚燒正眞敗壞根原於茲佛慧無罣㝵智非是佛器譬如終沒之士無益親屬吾等如是以聲聞乘而志解脫捨於一切無益衆生譬如此地多所饒潤一切群萌二足四足多足者如是世尊其發無上正眞道天上天下蒙恩獲度

5. 무오아품(無吾我品)
010_1319_b_14L無吾我品第五

이때 세존께서 그 본(本)과 말(末)을 설하여 마치려고 하실 무렵, 네 말이 이끄는 수레를 탄 아사세왕(阿闍世王)이 상병(象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ㆍ기병(騎兵) 등 4부(部) 병사를 거느리고 부처님 처소로 와서, 부처님께 나아가 발 아래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한쪽으로 물러 나와 앉았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하늘에서도 가장 훌륭한 분이시여, 중생의 집착은 무엇을 원인으로, 또 어떤 연(緣)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까?”
010_1319_b_15L爾時世尊說斯本末向欲竟已王阿闍世乘駟馬將四部兵象車步騎詣佛所稽首佛足右遶三帀退坐一白世尊曰天中天衆生所住所依因何緣而興何由得罪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은 우리와 나와 남과 수명에 집착하기 때문에 죄를 지으며. 또 이를 의지하여 몸을 탐하는 데서 뒤바뀐 연(緣)이 일어난다. 중생[群萌]은 이로 인해 재앙(災殃)의 근심을 일으키느니라.”
010_1319_b_20L佛告王已住吾我命者衆生由此而造罪舋依猗貪身興緣顚倒群萌因斯而起災患
왕이 또 여쭈었다.
“몸을 탐하는 근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010_1319_b_23L又問其貪身者根原所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몸을 탐하는 근원은 무지[無慧]에 있느니라?”
世尊荅曰其貪身者無慧爲本
왕이 또 여쭈었다.
“그 무지의 근본은 무엇입니까?”
010_1319_b_24L其無慧者何所爲本
010_1319_c_02L부처님께서 답하셨다.
“삿된 벗을 생각하는 것이 그 근본이니라.”
010_1319_c_02L答曰所念邪支則是其本
왕이 또 여쭈었다.
“삿된 벗을 생각하는 근본은 무엇입니까?”
010_1319_c_03L又問所念邪支何所是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허위(虛僞)가 그 근본이니라.”
答曰虛僞是根
왕이 또 여쭈었다.
“허위의 근본은 무엇입니까?”
010_1319_c_04L又問虛僞何所是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참답지 못한 온갖 생각이 그 근본이니라.”
答曰無實諸想是則爲根
왕이 또 여쭈었다.
“참답지 못한 온갖 생각의 근본은 무엇입니까?”
010_1319_c_05L又問實諸想何所是根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존재함도 없고 깨달음도 없는 것이 그 근본이니라.”
010_1319_c_06L答曰謂無所有無覺是根
왕이 또 여쭈었다.
“존재함도 없고 깨달음도 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又問何謂無有無覺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생기지도 않고 있지도 않으니, 깨달음이 없다는 것이니라.”
010_1319_c_07L答曰無生無有是謂無覺
왕이 또 여쭈었다.
“생기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면, 마땅히 이를 어떻게 헤아리며, 수량은 얼마나 됩니까?”
010_1319_c_08L又問不生不有當何計之數在何所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생기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으니, 그것은 헤아릴 대상이 아니니라.”
010_1319_c_09L答曰其不生不彼無有計
왕이 또 여쭈었다.
“의심[狐疑]하는 일은 어떤 인연으로 생깁니까?”
010_1319_c_10L又問狐疑之事何因緣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그 의심이란 결정하지 못하는[猶豫] 데서 생기느니라.”
答曰其狐疑者從猶豫起
왕이 또 여쭈었다.
“결정하지 못함이란 무엇입니까?”
010_1319_c_11L又問豫爲何所是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성현(聖賢)이 설한 진실한 법을 듣고 의심을 품으면, 이를 결정하지 못함이라고 하느니라.”
010_1319_c_12L答曰賢聖所說誠諦之聞則懷疑斯謂猶豫
왕이 또 여쭈었다.
“성현(聖賢)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진실한 법이라고 합니까?”
010_1319_c_13L又問何所賢聖何言審諦
세존께서 답하셨다.
“성현이란 일체 애욕의 온갖 견해를 다 없앤 분이며, 진실한 법이란 일체의 법이 다 존재의 대상이 아님을 아는 경지니라.”
010_1319_c_14L世尊答曰其賢聖者除一切愛欲諸見其審諦者知一切法悉無所有
010_1320_a_02L아사세왕(阿闍世王)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전에 소유함이 없다는 성현(聖賢)의 경지를, 실로 허망한 거짓으로 여겨왔으며, 편안하게 머물렀다는 세존의 경지도, 자기의 번뇌에서 건립하여 세간에 집착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모든 성현이 풀어서 밝히는 법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헤아릴 수 없는 재앙의 죄악을 저질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아버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습니다. 나를 잡아 가두거나 생명을 위협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국토를 탐냈으므로 재물과 보배에 미쳐서 부귀와 영화에 홀리고, 산업(産業)의 자산에 눈이 멀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로움을 즐기고 백성을 장악할 뜻으로, 반역을 꾀하여 아버지를 해쳤습니다.
그 뒤로 마음 속에 의심과 걱정과 두려움을 품었으니, 스스로 편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즐거운 연회일지라도 즐겁지 않습니다. 중궁(中宮)의 채녀(采女)들이 교태를 부리며 즐겁게 할지라도, 앉거나 누워서 바르게 결정할 일이 있더라도, 홀로 조용한 곳에 있을지라도, 뭇 관료의 최고자리에서 국사를 듣고 처리할지라도, 밤낮 없이 두려운 근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침통한 신음과 답답한 맺힘으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으니, 비록 좋은 요리가 있을지라도 달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두 눈은 침침하여 앞이 몽롱하며, 심장은 항상 두근거리고 얼굴모습은 초췌하니, 어느 곳을 가도 편치 않습니다. 또 죽은 뒤에 떨어질 지옥도 두렵습니다.
우러러 부디 여래께 원합니다. 여래께서는 두려워하는 이를 두렵지 않게 해주시고, 눈 먼 이를 볼 수 있도록 해주시며, 물에 빠진 이를 건져주시고, 괴로움으로 허덕이는 이를 편안케 해주십니다.
또 돌아갈 곳이 없는 이를 받아주시고, 아무도 구호(救護)하지 않는 이를 구제해 주시며, 헐벗고 가난한 이에게 재물을 베풀어주시고, 병든 이를 치료하여 주십니다.
또 삿된 길에 떨어진 이에게 바른 길을 보여 주시고, 바른 길에 계시면서 크게 가엾게 여기는 마음[大哀]을 일으키시니, 수고로움을 참으시고 괴로워하지 않으십니다. 그 자애(慈愛)가 견고하시어 중생들[群黎]을 골고루 불쌍하게 여기시니, 그 본(本)과 말(末)이 다할 때까지 괴로움과 즐거움으로 흔들리지 않으십니다.
010_1319_c_16L王阿闍世白世尊曰謂賢聖無所有者實爲虛僞世尊安住從已勞塵而造立之猗著于世閒諸賢聖所講說者而心猶豫獲不可計殃舋之罪我乎世尊父無愆咎所羈綴而危其命貪國土故或於財迷于榮貴荒於產業耽利宰民而圖逆害持疑怵惕不能自寧若在歡會戲樂無娛若在中宮婇女嬉遊若坐若臥有所決正若在獨處聽省國事處群僚上晝夜憂悸不能捨卻沈吟之結不歆飮食雖有美饌不以爲甘其目昧昧所睹瞢瞢顏貌憔悴心恒戰灼所處不安畏壽終後墜于地獄仰惟如來其恐怖者能使無懼其盲冥者惠授眼目其沈沒者而拯拔之遭苦惱者使獲大安無所歸者而受其歸其無護者而爲救濟其貧窮者給施財業其有病者消息療治其墮邪徑示以正路其在正路爲興大哀其心忍勞不以爲患等恤群黎其慈堅固究竟本末不以苦樂而有動轉
여래께서는 중생을 남김없이 다 구제하시겠다고 서원(誓願)하셨으니, 한 사람도 버리지 않습니다.
저는 세존께 의지하오니, 은혜를 내리시어 위로하시고 이 두려움을 없애주시고, 아무도 구제해 주지 않는 이 외로운 사람을 부디 구제해 주시며, 주리고 목마른 사람에게 허기와 갈증을 채워주시고, 지금 힘이 모자라고 탈진하여 땅에 쓰러질 지경이오니 부디 부축하여 주옵소서.
이제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 돌아가 의지하오니 받아주옵소서.
이제 물에 빠져서 허덕이오니, 가호(加護)를 내리시어 건져주옵소서.
부디 인연을 가리지 않는 자비를 베푸시어 이 몸이 큰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하옵소서.
대성(大聖)이시여, 부디 알맞은 설법으로 저의 의심을 결단하시어 근심덩어리를 풀어주시고, 결정하지 못함이 없게 하시어 저의 무거운 죄가 가벼워지도록 하옵소서.”
010_1320_a_14L來所興救度衆生無所遺漏不捨一私怙世尊垂恩安慰除其惶懅無有救惟爲作救令飢渴者而得飽滿今已虛乏而欲躄地惟蒙扶接無所歸願受其歸今已沈沒願加拯我身得無墮大地獄至于無擇唯然大聖如應說法決我狐疑解散愁結令無猶豫使其重罪而得微輕
010_1320_b_02L그러자 세존께서 마음 속으로 생각하셨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의 말을 들어보니, 통달한 경지가 매우 총명하고 미묘할 뿐 아니라 그 들어간 법도 뛰어나고 심오하니, 보통 사람으로서는 저 의심덩어리를 감당하여 남김없이 결단할 수 없으리라. 오직 난수(濡首:軟首)보살만이 그 막힌 덩어리를 녹여버릴 수 있으리라.”
010_1320_a_22L於時世尊而心念曰王阿闍世所說聰達而甚微妙所入之法甚爲優奧其餘人者莫能堪任爲決狐疑令無餘結其惟濡首能雪滯㝵
이때 사리불(舍利弗)이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서 아사세왕에게 말했다.
“의혹(疑惑)을 가려 풀고 싶다면, 음식을 마련하여 난수동진(濡首童眞)보살을 청하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왕의 허망한 번뇌[虛僞塵勞]와 의심덩어리는 해결되고, 국토도 진정되어 편안해질 것입니다. 또 중궁(中宮)과 함께 왕의 식탁[床榻]에서 온갖 진수성찬을 공양한다면, 중궁의 채녀(采女)와 모든 시종(侍從)만이 한량없는 복을 받을 뿐 아니라, 왕사성[羅閱祗城]과 마갈대국(摩竭大國)의 무수한 중생도 이로운 법[利誼]을 누릴 것입니다.”
010_1320_b_03L時舍利弗承佛聖旨謂王阿闍世欲辨疑惑當饌餚膳請濡首童眞則當決王虛僞塵勞狐疑之結鎭安國土及與中宮受王牀榻衆諸供膳中宮婇女及諸侍從獲無量福羅閱祇城摩竭大國無數衆生皆亨利議
그러자 아사세왕은 난수동진보살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부디 저에게 대비(大悲)의 가호[加被]를 내리시어 권속[營從]과 함께 오셔서, 변변치 않은 공양이오나 받아 주십시오.”
010_1320_b_09L阿闍世王卽前啓白濡首童眞惟加愍哀與其營從受小飡
난수보살이 답하였다.
“대왕이여, 그만두십시오. 그 말씀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공양을 받았습니다. 율법(律法)에는 의복이나 음식으로 그 대가를 바라고 대비(大悲)를 베풀도록 밝힌 기록이 없습니다.”
010_1320_b_11L濡首答曰大王且止已具足供正法律未有是記受于衣服若食膳具悕望加哀
대왕이 또 아뢰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 간절한 정성[丹赤]을 보여야 하겠습니까?”
010_1320_b_13L王則又曰當何陳露呈現丹赤
난수보살이 답하였다.
“비록 대왕이 특별히 깊고 묘한 업(業)의 훌륭하고 진실한 이치[議]를 들을지라도, 두렵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겁내어 당황하지 않으며, 놀래어 떨지도 않고 어렵게 여기거나 위태롭게 느끼지도 않아야만, 대비(大悲)를 베풀 수 있습니다.
비록 대왕이 법을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생각하지 않음이 없어야 하고,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음도 없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행해야만 대비(大悲)를 베풀 수 있습니다.
비록 과거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과거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음이 없어야 하고, 미래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미래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음이 없어야 하며, 현재의 마음에도 받아들이는 일이 없어야만 비로소 대비(大悲)를 베풀 수 있습니다.
비록 대왕이 사견(邪見)에 떨어지지 않을지라도 사견을 없애지도 않아야 하고, 보는 일도 없어야 하며, 보는 일이 없지도 않아야만 비로소 대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010_1320_b_14L濡首荅曰假使大王聞深妙業殊特眞議不恐不怖不以畏懅以震慴不難不懼乃爲加哀正使不想念法亦非無想無想不想是行者乃爲加哀縱使大王不想去心亦無不想不念來心亦無不想現在心亦無所受乃爲加哀設使不墮邪見亦不滅除亦無所見亦無不見乃爲加哀
아사세왕이 또 난수(濡首)보살에게 말했다.
“지금 설한 내용은 다 법에 실려 있습니다. 부디 가엾게 여겨서 이 청을 받아 주십시오.”
010_1320_b_22L王阿闍世又白濡首曰今之所說悉法所載惟見愍傷當受其請
010_1320_c_02L난수보살이 답했다.
“대왕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법률(法律)에는 ‘은혜를 베풀어준 대가로 의복이나 음식의 공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실려 있습니다.
만일 대왕 자신이 나의 존재를 헤아리지 않고, 사람의 존재도 헤아리지 않으며, 수명의 길이도 헤아리지 않고, 목숨도 헤아리지 않는다면, 대비를 베풀어 공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대왕이 스스로 몸을 애착하지 않고, 남을 애착하지도 않고, 취하는 일도 없다면, 비로소 대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비록 마음을 거둬들이지 않을지라도 인연을 헤아리지 않고, 5음(陰)과 12처(處:入)를 두지도 않으며, 내법(內法)을 두지도 않고, 외법(外法)을 두지도 않아야 합니다. 삼계(三界)를 수용(受用)하지 않을지라도 삼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고, 선(善)과 불선(不善)도 없어야 하며, 덕(德)과 덕 아님도 없어야 합니다. 세상을 벗어났을지라도 세상을 벗어나지도 않아야 하고, 죄도 없어야 하고 복도 없어야 하며, 샘의 번뇌도 없어야 하고, 샘의 번뇌가 없지도 않아야 하며, 행하는 일이 있지도 않아야 하고 행하는 일이 없지도 않아야 하며, 생사를 버리지도 않아야 하고, 열반[滅道]에 들지도 않아야만, 비로소 대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왕이 답했다.
“난수보살이시여, 저는 반드시 이러한 법의 이치[法議]를 진심으로 받들어 모시겠으니, 나의 청을 허락하여 이 못난 무리에게 대비(大悲)를 내려 주소서.”
010_1320_b_24L濡首答曰王當知之法律所載不以恩施供養分衛衣食之膳若使大王不計有我不計有人不計有壽不計有命乃爲加哀爲受供施設使大王不自愛身不愛他人悉無所取乃爲加哀假使大王不攝斂心不計因緣不在陰種諸入之事無有內法無有外法不受三界不度三界無善不善無德不德不處於世亦不度世無罪無福亦無有漏亦無不漏亦不有爲亦不無爲不捨生死不受滅度是爲加哀王答曰唯然濡首當啓受如斯法議以是之故當就余哀垂愍傷下劣徒類
난수보살이 답했다.
“대왕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만일 모든 법에 의지할 대상을 둔다거나, 받을 대상을 둔다거나, 얻는 대상을 둔다거나, 구호(救護) 받을 대상을 둔다면, 대비의 혜택을 받지도 못하고, 편안한 경지에 이를 수도 없습니다.
만일 법에 집착하여 생각한다면, 세운 자리를 두고 방일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 의지한 집착으로서, 생각에 처소를 두고 방일을 지킬 뿐입니다. 비록 대왕이 최종까지 다 마치기를 바라고 길이 편안한 경지에 이르러서, 마침내 근심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만일 대왕에게 지을 일이 있게 된다면, 대비(大悲)를 감당할 능력도 없고, 안온한 경지에 이르지도 못하게 됩니다.”
010_1320_c_14L濡首答曰當了之設使諸法有所猗者有所受有所得者有所救護則不蒙哀得至安如使於法有所著者而爲想有所立處而爲放逸皆爲依著想念有處放逸之護設使大王究竟望極至永安乃無有患如令大王復有所作則不荷哀不至安隱
아사세왕이 또 난수보살에게 물었다.
“어떠한 법을 받들어야만 근심이 없어져서 무소유(無所有)의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까?”
010_1320_c_21L王阿闍世又問濡首曰受何所法而無有患至無所有
010_1321_a_02L난수보살이 답하였다.
“만일 공(空)을 분명하게 안다면, 지을 일도 없고 짓지 않을 일도 없으며, 생각도 없고, 바람도 없으며, 지음도 없고 짓지 않음도 없습니다. 만일 대왕이 만들어 세운 일을 두고 행을 삼아 몸과 입과 마음으로 행하도록 한다면, 이것을 짓는 일이라고 합니다. 가령 만든 일이 없고 행할 일도 없어서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지을 일이 없다면, 곧 짓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일체 모든 법은 다 모양이 없습니다. 행도 없고 있지도 않는 것이 바로 그 모양입니다.”
010_1320_c_23L濡首答曰若了空者而無所作亦無所不作無想無願亦無有亦無不作若使大王有所造立而爲行者身口意行則是所作假使不有所作亦無所行以身口意而無所則無所作是故大王一切諸法悉無有相其無所行無所有者則是其
왕이 또 난수보살에게 물었다.
“무엇을 행하는 일이면서 행하는 일이 없고, 만드는 일이 없으면서 만들지 않음이 없으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고 합니까?”
010_1321_a_07L又問濡首何謂所行而無所行有所造亦無不造不增不減
난수보살이 답하였다.
“만일 과거는 이미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현재를 일어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영원함[有常]과 영원하지 않음[無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를 행하지 않으면서 행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만일 색(色)이 모든 인연에서 평등하여 온갖 연(緣)이 될 수 있다면, 이를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음이라고 합니다.”
010_1321_a_08L濡首荅假能不念過去已盡不念當來未不念現在而無所起不想有常無是爲無行亦無不行其能等色於諸因緣而爲衆緣不增不減
왕이 또 난수보살에게 물었다.
“번뇌[塵勞]의 욕망이 도(道)라고 한다면, 어떻게 서로 합합니까?”
010_1321_a_12L又問濡塵勞之欲爲是道乎云何與合
난수보살이 답하였다.
“대왕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밝음이 어둠과 합하겠습니까?”
010_1321_a_13L首答曰王意云何其曰明者與冥合
왕이 답하였다.
“합하지 않습니다. 밝은 해가 나오면 온갖 어두움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答曰不也日明這出衆冥%(梳-木+日)滅
난수보살이 물었다.
“왕은 그 어두움이 간 곳을 알겠습니까? 어디로 가서 어느 곳에 모여 있습니까?”
010_1321_a_15L寧別知冥所去處乎在於何方積聚何
왕이 답하였다.
“모릅니다.”
答曰不及
난수보살이 말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도의 지혜가 일어나면, 번뇌는 바로 사라져버리니, 그 번뇌가 모여 있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장소도 없고, 방향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도와 번뇌는 함께 합하지 않습니다. 또 번뇌와 평등하면 바로 도(道)라고 이름합니다. 도에서는 번뇌도 평등하니, 번뇌와 도는 평등하여 차별이 없고, 일체의 모든 법도 평등합니다. 만일 이러한 이치로 분별한다면 번뇌는 바로 도입니다. 왜냐 하면 번뇌를 근거로 도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번뇌는 형상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번뇌를 찾는 것이 바로 도가 됩니다.
010_1321_a_17L濡首曰如是大王興道慧者塵勞則消不知塵勞之所湊處亦無有處無有方面以是之故當了知之道與塵勞而不俱合又等塵勞則名曰道等於道者塵勞亦等塵勞與道等無差特一切諸法亦復平等假使分別如斯議者塵勞則道所以者何以塵勞故現有道耳塵勞無形亦無所有其求塵勞者則爲道也
010_1321_b_02L왕이 또 물었다.
“어째서 번뇌를 찾는 것이 도가 된다고 하십니까?”
010_1321_b_02L王又問曰云何求於塵勞而爲道乎
난수가 말했다.
“비록 찾는 일이 있을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또 이것은 번뇌요 이것은 도라고 생각하거나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번뇌는 도이기 때문에, 그 번뇌는 도에 들어갑니다.”
010_1321_b_03L濡首設有所求不越人心亦不念言是者塵勞是爲道也以是之故塵勞爲其塵勞者亦入於道
왕이 또 물었다.
“어째서 번뇌가 도에 들어가며, 어떻게 행해야 합니까?”
010_1321_b_06L王又問曰何塵勞而入於道云何爲行
난수보살이 말했다.
“일체 법에 행하지 않은 것도 도를 행한 것이요, 일체 법에 행하지 않음이 없는 것도 도를 행하는 것입니다.”
010_1321_b_07L濡首曰於一切法而無所行乃爲道行於一切法亦無不行是爲道行
왕이 또 물었다.
“이와 같이 도를 행한다면 어디로 돌아갑니까?”
010_1321_b_09L王又問曰行道如斯爲何歸趣
난수보살이 말했다.
“이와 같이 도를 행한다면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010_1321_b_10L濡首曰如是行者爲無所趣
왕이 또 물었다.
“도가 어찌 열반에 이르지 않겠습니까?”
王又問曰道豈不至泥洹乎
난수보살이 되물었다.
“과연 모든 법이 멸도(滅度)에 이르겠습니까?”
010_1321_b_11L首問曰寧有諸法至滅度乎
왕이 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010_1321_b_12L答曰
연수보살이 말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이르면서 이른 자리가 없는 것이 성현(聖賢)의 도입니다.”
010_1321_b_13L濡首曰是故大王至無所至爲賢聖道
왕이 또 물었다.
“그러면 성현(聖賢)은 어느 곳에 머뭅니까?”
又問曰其賢聖者爲何所處
연수보살이 말했다.
“그 성현의 도는 머무는 데가 없습니다.”
010_1321_b_14L首曰其賢聖道則無所住
왕이 또 물었다.
“그 성현의 도는 금계(禁戒)와 넓은 지식[博聞]과 선정[定]과 지혜[慧]에 머물지 않습니까?”
010_1321_b_15L又問曰賢聖道不處禁戒博聞定慧乎
난수보살이 말했다.
“현성(賢聖)의 계(戒)는 행하는 모양이 없는 것과 방일한 모양이 없는 것을 거룩한 선정의 뜻으로 삼고, 집착한 모양이 없는 것을 거룩한 선정의 뜻으로 삼으며, 사유하는 모양이 없는 것을 거룩한 지혜로 삼습니다. 왕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행함도 없고 방일도 없다면 머무는 곳이 있겠습니까?”
010_1321_b_16L濡首賢聖戒者無有行相無放逸相爲聖定意無所著相爲聖定意無所念相爲聖智慧王意云何其無所行無有放逸有所處乎
왕이 답했다.
“머무는 곳이 없겠습니다.”
答曰不也
난수보살이 말했다.
“그러므로 왕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머무를 데가 없는 것이 현성(賢聖)의 도입니다.”
010_1321_b_20L濡首曰以是之故王當知之無所住者則賢聖道
왕이 또 물었다.
“선남자 선여인은 어떻게 해야 도(道)를 향하여 나갈 수 있습니까?”
010_1321_b_22L王又問曰族姓子族姓女云何向道
010_1321_c_02L난수보살이 말했다.
“만일 도를 구한다면, 모든 법이 ‘영원하다’ ‘영원하지 않다’는 견해가 없어야 하고, 얻을 대상도 없어야 합니다. 또 모든 법이 ‘청정하다’ ‘청정하지 않다’라든지, ‘공(空)하다’ 공(空)하지 않다‘라든지, ’나가 있다‘ 나가 없다’라든지, ‘괴롭다’ ‘즐겁다’ 하는 따위를 헤아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법에는 얻을 대상이 없으니, 온갖 법이 생사(生死)에 있다거나, 혹은 열반[滅度]에 있다고 보지 않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행한다면 도(道)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습니다.”
010_1321_b_23L濡首曰假使所求不睹諸法有常無常亦無所得不計諸法有淨無有空無空若我無我若苦若樂諸法者亦無所得不見諸法在於終始若滅度者如是行者爲向於道
아사세왕이 난수보살에게 아뢰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마땅히 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로써 나를 온갖 뒤바뀜에서 벗어나게 하고 해탈을 얻어 청정한 행을 분별할 수 있도록, 여러 권속과 함께 궁중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010_1321_c_04L阿闍世白濡首曰以是之故惟當受請因斯使余離諸顚倒令得解脫分別淨行與諸眷屬而就宮食
난수보살이 말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다 존재하는 일도 없고 생기는 일도 없으니, 훌륭하거나 훌륭하지 않음도 없습니다. 그 무소유(無所有)에는 해탈이 없으니, 그 해탈이란 바로 무소유(無所有)로서, 해탈도 없고 해탈하는 자도 없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일체의 온갖 법은 다 자연 그대로 청정하기 때문입니다.”
010_1321_c_07L濡首曰者說之悉無所有無有生者無有善哉與不善哉其無所有無有解脫解脫者則無所有亦無解脫亦無脫所以者何一切諸法皆自然淨
이때 세존께서 난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아사세왕의 청을 받아들여서, 이 인연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로운 이치를 알고 안온한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하여라.”
010_1321_c_11L時世尊告濡首曰受阿闍世王請此之緣令無數人逮得利誼至安隱
세존께서 권하시자, 난수동진보살이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마땅히 그 청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여래의 분부를 감히 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010_1321_c_14L濡首童眞見世尊勸則言唯諾受其請不敢違失如來教故
아사세왕은 난수보살이 청을 받아들이자, 마음이 흐뭇해져서 뛸 듯이 기뻐하였다. 왕은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또 난수동진과 일체 성중(聖衆)에게도 예를 올렸다.
곧바로 그 자리를 나오다가 사리불(舍利弗)에게 물었다.
“난수동진보살의 권속은 몇 분입니까?”
010_1321_c_15L阿闍世王歡喜踊躍已見受請善心生焉首佛足及濡首童眞一切聖衆便退還出請舍利弗濡首眷屬爲有幾人
사리불이 답했다.
“5백 명의 사람이 연수보살과 함께 참석할 것입니다.”
010_1321_c_18L舍利弗答曰五百人俱而當往就
010_1322_a_02L왕은 성으로 들어가서 궁전으로 돌아오자 바로 모든 것을 갖추도록 영을 내렸다. 그 날 밤 신하들은 맛있는 온갖 음식을 준비하는 한편, 5백 개의 의자를 마련하여 한량없는 방석으로 그 위를 깔았고, 궁전을 장엄하여 비단 번기(幡旗)와 일산을 달았다. 또 이름난 잡향(雜香)을 태우고, 온갖 꽃을 흩었으며, 네 거리의 성 안팎을 넓게 모두 다 청소하여 향즙(香汁)을 뿌렸다. 또 왕은 나라 백성에게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몸과 의복을 단장하고 향과 꽃을 준비하여 다 함께 난수동진보살을 맞이하도록 영을 내렸다.
010_1321_c_19L入于城還於宮中卽夜興設若干食膳百種之味施五百榻無量坐具而敷其上莊嚴宮殿懸繒幡蓋燒名雜香而散衆花及四衢路普城內外悉掃除灑以香汁令國人民男女大小莊挍嚴飾齎持香花咸俱奉迎濡首童眞

6. 총지품(總持品)
010_1322_a_03L摠持品第六

이때 난수(濡首)보살은 초저녁[初夜]에 그 방에서 나와 홀로 생각했다.
“나는 이 적은 권속만을 거느리고 왕의 청에 나아가지 않아야 한다. 이제 마땅히 다른 부처님의 국토로 가서 모든 보살을 초청하고, 그들에게 널리 경법(經法)을 강설하여 온갖 의심을 끊은 뒤에, 다 함께 아사세왕(阿闍世王)의 궁전으로 가서 공양을 받으리라.”
010_1322_a_04L於是濡首於初夜中從其室出而自思念吾身不宜與少少人眷屬而俱就於王請今吾且當詣異佛土請諸菩薩皆令普聞講說經法斷諸狐疑就阿闍世王宮而食
난수동진(濡首童眞)보살은 용맹한 장사가 팔을 꾸부렸다가 펴는 것과 같은 잠깐 사이에, 홀연히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았다. 난수보살은 삽시간에 8만 불국토(佛國土)를 뛰어넘어 동쪽의 상명문(常名聞)이라는 세계에 이르렀다. 그 부처님의 이름은 이문수(離聞首)로서, 진리대로 지극히 진실하고 평등하고 바르게 깨치신 분이며, 지금 현재 설법하시면서 모든 보살에게 청정법[淸淨典]을 설해 주셨다. 그 여래께서는 일시에 6바라밀[六度無極]을 평등하게 굴리는 자연 그대로 통달한 지혜를 원만하게 갖추시고 물러나지 않는 법을 선양하셨다.
그 불국토에는 여러 가지 꽃이 피고 풍성한 과실이 열리는 나무들이 많았으며, 그 온갖 나무에서는 언제나 저절로 부처님의 소리와 법의 소리와 물러남이 없는 법륜(法輪)보살들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러므로 이 세계의 이름을 상명문(常名聞)이라고 하였고 이 보배로운 도의 소리가 항상 끊이지 않았으므로, 언제나 법의 이름이 들려온다고 하였다.
010_1322_a_09L濡首童眞如勇猛士屈伸臂頃忽然不現斯須超越八萬佛國至于東方常名聞界其佛號離聞首如來至眞等正覺今現在說法爲諸菩薩說淸淨典其佛世界如來一時等轉六度無極自然通達具足廣宣不退轉法其佛國土一切諸樹若干種花菓實茂盛每從其樹常自然出佛聲法聲不退轉輪菩薩衆聲是故世界號常名聞斯道寶聲常不斷絕故曰常名聞
난수동진보살은 이문수(離聞首)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여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을 저와 함께 인계(忍界)로 보내시어, 아사세왕궁의 청을 받도록 하옵소서.”
010_1322_a_19L濡首童眞詣離聞首佛所稽首足下白其如來世尊遣諸菩薩與余俱往至于忍詣阿闍世宮而就其請
010_1322_b_02L이문수(離聞首)여래께서 모든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난수보살과 함께 인계(忍界)에 가기를 바란다면, 마음대로 하여라.”
그러자 이 법회(法會)의 뛰어난 2만 2천 보살들은 동시에 소리를 내어 말했다.
“예.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난수보살과 함께 인계(忍界)에 가기를 원합니다.”
010_1322_a_22L離聞首如來告諸菩薩曰諸族姓子與濡首俱詣忍世界從意所樂於是會中二萬二千菩薩大士同時發聲應世尊我等願與濡首俱詣忍界
이때 난수보살은 이만 이천 보살과 함께 상명문(常名聞)국토에서 홀연히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잠깐 사이에 난수보살은 보살들과 함께 인계(忍界)로 돌아와서 자기 방에 머물렀다.
난수보살은 초저녁[初夜]에 뛰어난 보살들을 위하여 법회를 열고 총지법(總持法)을 설하였다.
010_1322_b_03L於是濡首與二萬二千菩薩從常名聞國忽然不現至於忍界自處其室濡首會諸菩薩大士而於初夜說摠持法
010_1322_c_02L“총지법(總持法)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첫 번째는 모든 법을 다 바르게 끌어들여 마음대로 다스리는 법이고, 두 번째는 마음에 잊어본 적이 없는 법이며, 세 번째는 어디에 가든지 어지럽지 않는 법이고, 네 번째는 그 마음에 한번도 버리거나 폐한 적이 없는 법이며, 다섯 번째는 지혜의 업(業)을 배워서 통달하는 법입니다.
여섯 번째는 모든 법의 진실한 도리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법이고, 일곱 번째는 바른 지혜를 분별하는 법이며, 여덟 번째는 과증(果證)을 얻음이란 단지 문자(文字)뿐임을 아는 법이고, 아홉 번째는 생사를 벗어나서 고요한 경지에 이르는 법이며, 열 번째는 일체 온갖 법의 장구(章句)를 조리 있게 열거하는 법입니다.
열한 번째는 현성(賢聖)의 요제(要諦)를 취하는 법이고, 열두 번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끊지 않는 법이며, 열세 번째는 법의 내용을 어기지 않는 법이고, 열네 번째는 일체 현성중(賢聖衆)을 포섭하여 취하는 법이며, 열다섯 번째는 모든 경법(經法)의 부분전적(部分典籍)에 해당하는 법입니다.
열여섯 번째는 일체에서 가장 훌륭한 지혜에 들어가는 법이고, 열일곱 번째는 온갖 모임에 집착하지도 않고 겁내거나 약하지도 않는 법이며, 열여덟째는 온갖 모임을 두루 유행(遊行)하며 경전(經典)을 선양하면서 두려워하거나 꺼릴 대상이 없는 법이고, 열아홉 번째는 모든 하늘의 소리를 뛰어넘어 밝은 지혜로 헤아려서 가려내는 법이며, 스무 번째는 하늘ㆍ용ㆍ신(神)ㆍ아수라[阿湏倫]ㆍ가루라[迦留羅]ㆍ긴나라[眞陀羅]ㆍ마후라가[摩休勒]에 대해, 그 음성을 샅샅이 밝혀내고 그에 알맞도록 설법(說法)하는 법입니다.
스물한 번째는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의 음성보다 뛰어난 법이고, 스물두 번째는 바르고 평등한 경지를 분명하게 깨달아서 모든 근원을 아는 법이며, 스물세 번째는 사견(邪見)으로 세운 모든 경계를 판단하여 가려내는 법이고, 스물네 번째는 일체중생이 향하여 나가는 근원을 다 거둬들여 관찰하는 법이며, 스물다섯 번째는 머문 경지가 평등한 마음의 법입니다.
스물여섯 번째는 세상의 8법(法)에 휩쓸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법이고, 스물일곱 번째는 일체의 진실하고 바른 법을 충분히 갖추는 법이며, 스물여덟 번째는 그 죄(罪)나 복(福)으로 받은 결과를 따라 설하는 법이고, 스물아홉 번째는 중생이 지어야 할 바른 의지의 업[志業]을 일으키는 법이며, 서른 번째는 온갖 중생에게 금계(禁戒)를 세워 지키게 하는 법입니다.
서른한 번째는 그 지혜가 널리 들어가는 법이고, 서른두 번째는 모든 중생을 대신하여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법이며, 서른세 번째는 힘들고 괴로운 일을 싫어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법이고, 서른네 번째는 모든 법을 해탈하여 본성(本性)이 청정한 법이며, 서른다섯 번째는 본래 청정한 법을 사람들에게 연설하는 법입니다.
서른여섯 번째는 본래 청정한 지혜로 도의 뜻을 해설하는 법이고, 서른일곱 번째는 지혜가 걸림이 없는 법이며, 서른여덟 번째는 법의 보시를 닦고 베푸는 법이고, 서른아홉 번째는 마음이 견고하여 게으름이 없는 법이며, 마흔 번째는 설하는 사람에게 의심의 맺힘이 없는 법입니다.
마흔한 번째는 일체 공양과 이익을 탐내지 않는 법이고, 마흔두 번째는 두루 통달한 지혜의 마음을 잊거나 버리지 않는 법이며, 마흔세 번째는 부지런히 노력하여 여러 행을 모으고 쌓아서 고요한 경지를 원하는 법이고, 마흔네 번째는 싫증 없이 보시(布施)를 닦으면서 언제나 두루 통달한 지혜를 권하여 돕는 법이며, 마흔다섯 번째는 싫증 없이 지계[禁戒]를 닦고, 이 지계(持戒)로 일체중생을 도와 교화하는 법입니다.
마흔여섯 번째는 싫증 없이 인욕(忍辱)을 닦아서 부처님의 색상[佛色像]을 구하는 법이고, 마흔일곱 번째는 싫증 없이 정진(精進)을 닦아서 온갖 덕의 근본을 쌓는 법이며, 마흔여덟 번째는 싫증 없이 선정[一心]을 닦아서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온갖 어둠을 없애는 법이고, 마흔아홉 번째는 싫증 없이 지혜를 닦아서 모든 행에 들어가는 법이며, 쉰 번째는 도법(道法)의 업으로 이 일체에서 생기는 일이 없는 법입니다.
010_1322_b_06L何謂摠持所以摠持統御諸法心未嘗忘所至無亂其心未嘗有捨廢時學智慧業精覈諸法審諦之義分別正慧得果證者但文字耳度至寂然條列一切諸法章句攬賢聖要不斷佛教不違法令攝取一切賢聖之衆於諸經法部分典籍入於一切殊絕智慧不著衆會亦不怯弱遊步衆會宣揚經典無所畏憚諸天音料簡明智於天阿須迦留羅眞陁羅摩休勒探暢其音而爲說法二十出釋梵音覺了平正知諸根原識練邪見諸所立處摠持觀察一切衆生根原所趣住等心於世八法而不動轉足一切眞正之法隨其罪福報應果證而爲說法興發衆生所造志立諸群黎處于禁戒三十其慧普爲諸衆庶代負重擔不以勤勞而有患厭解脫諸法本性淸淨以斯本淨而爲人演以本淨慧解說道誼慧無罣㝵習設法施其心堅固未嘗懈惓有所說者無有疑結四十不貪一切供養利入不忘捨諸通慧心力勵集累衆行基靖布施無厭而每勸助於諸通禁戒無厭以斯勸化一切衆生忍辱無厭求佛色像精進無厭積衆德本一心無厭修行專精使無衆冥智慧無厭入一切行道法業於此一切而無所生五十
여러분, 이른바 총지(總持)는 일체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온갖 법의 요의(要義:要誼)를 거둬들입니다. 모든 법을 지녀서 행하고 행하지 않음이 없으므로 총지(總持)라고 합니다.
010_1322_c_15L諸族姓子所謂摠持攝取一切不可思議諸法要誼持諸法無所行無行故曰摠持
010_1323_a_02L또 여러분, 그 총지는 모든 법을 거둬들여 지닙니다. 어떻게 모든 법을 거둬들여 지니겠습니까. 모든 법이 다 공(空)한 이치를 붙들어 지닙니다. 모든 법이 다 모양이 없는 도리를 붙들어 지닙니다. 모든 법이 다 소원이 없는 도리를 붙들어 지닙니다.
온갖 행을 떠나서 고요하여 형상이 없고, 있는 일도 없고 느낄 일도 없으며, 행할 일도 없고 처소도 없습니다. 또 생기는 일도 없고 일어나는 일도 없으며, 나아가는 일도 없고 사라지는 일도 없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습니다. 또한 무너지는 일도 없고, 벗어날 일도 없으며, 시들어 썩는 일도 없고, 청정할 일도 없고 청정하지 아니한 일도 없으며, 장엄할 일도 없고 장엄하지 않을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집착할 일도 없고 소유할 일도 없으며, 보는 일도 없고 듣는 일도 없으며, 잊을 일도 없고 가르칠 일도 없으며, 샘의 번뇌도 없습니다.
또 생각도 없고 생각을 떠나지도 않으며, 응하거나 응하지 않음도 없고, 뒤바뀜도 없으며, 만족도 없습니다. 또한 나도 없고 남도 없으며, 수명의 길이도 없고 목숨도 없으며, 방일도 없고 받아들일 일도 없으며, 취할 일도 없고, 특별히 뛰어난 일도 없습니다. 마치 허공처럼 이름이 알려지는 일도 없고, 얻을 일도 없으며, 파괴할 일도 없고, 둘의 차별도 없습니다.
진실 그대로 본래의 자리[本際]에 머물면서, 일체 법계와 일체 모든 법이 뿌리도 없이 텅 빈 도리[無本:空]에 머무는 것을 총지(總持)라고 합니다.
010_1322_c_18L又族姓子其摠持者攝持諸法何謂摠持諸法攬執諸法一切皆空攬執諸法一切無想攬執諸法一切無願離諸所行寂寞無形悉無所有亦無所覺亦無所行無有處所亦無所生亦無所起亦無所趣亦不滅盡無來無往亦無所壞亦無所度亦無所敗亦無所淨亦無不淨亦無所嚴亦無不嚴亦無所著亦無所有亦無所見亦無所聞亦無所忘亦無所教亦無有漏亦無想念亦不離想無應不應亦無顚倒亦無滿足無我無人無壽無命亦無放逸亦無所受亦無所取亦無殊特猶如虛空無有名聞亦無所獲無所破壞亦無有二審住本際一切法界一切諸法住於無本是謂摠持
또 여러분, 일체의 모든 법은 환영(幻影)처럼 다 자연 그대로입니다. 모든 법을 거둬들여 지님은 자연 그대로 꿈과 같고, 자연 그대로 아지랑이와 같으며, 자연 그대로 그림자와 같고, 자연 그대로 메아리와 같으며, 자연 그대로 변화하여 나타남[化現]과 같고, 자연 그대로 물방울과 같으며, 자연 그대로 물거품 같고, 자연 그대로 공(空)과 같습니다. 모든 법을 이와 같이 분별하는 것을 총지(總持)라고 합니다.“
010_1323_a_11L又族姓子一切諸法譬若如幻而悉自然摠持諸法自然如夢然如野馬自然如影自然如響自然如化自然如沫自然如泡自然如空分別諸法而如此者是謂摠持
난수보살이 말했다.
“여러분, 비유하면 땅은 온갖 것을 다 실어 거느리지 않음이 없으나,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실었다는 생각도 없고, 싫어하지도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보살이 총지(總持)를 얻는다면,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여 헤아릴 수 없는 겁에 은혜를 베풀면서 구제할 수 있습니다. 온갖 덕의 종자로부터 두루 통달한 지혜에 이르기까지, 마음으로 다 거둬들여 다스리면서도 다스린다는 생각도 없고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010_1323_a_15L濡首曰譬如族姓子地之所載無所不統不增不減亦無所置不以爲厭假使菩薩得摠持者則能利益一切衆生恩施救濟無央數劫衆德之本至諸通慧心而摠統持亦無所置以爲厭
여러분, 비유하면 이 땅은 일체중생이 땅 위에서 땅을 우러러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두 발, 네 발을 가리지 않고 다 따라주는 것과 같습니다. 총지를 얻은 뛰어난 보살도 이와 같이 모든 중생에게 많은 이익을 넉넉하게 베풀어줍니다.
010_1323_a_21L譬如族姓子於斯地上一切衆生而仰得活兩足四足靡不應之菩薩大士得摠持者亦復如是於群生類多所饒益
010_1323_b_02L여러분, 비유하면 약초(藥草)와 나무와 온갖 곡식과 여러 과일이 다 땅에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총지에 도달한 보살도 이와 같이 곧바로 일체 공덕의 종자와 모든 부처님의 법을 일으켜 선양할 수 있습니다.
010_1323_b_02L譬如族姓子藥草樹木百穀衆果皆因地生假令菩薩逮得摠持亦復如便能興闡一切德本諸佛之法
여러분, 비유하면 땅은 그 위에 실려 있는 온갖 것을 실었다는 생각도 없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으며, 더하거나 덜하지도 않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이와 같이 중생을 제도하지만, 제도한다는 생각도 없고 근심하지도 않으며,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으며, 동요하지도 않습니다.
010_1323_b_05L譬如族姓子地之所載亦無所置不憂慼不動不搖不以增減菩薩如是亦無所置不以憂慼不增不減不動搖
여러분, 비유하면 이 땅이 다 하늘의 비를 받을지라도 싫어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총지법(總持法)에 도달한 보살도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과 모든 보살도(菩薩道)와 일체 연각(緣覺)ㆍ성문(聲聞)의 법과 그 외 다른 보살[正見士]의 평등한 행과 사문(沙門)과 범지(梵志)와 일체중생과 천상(天上)과 세간(世間)을 다 받아들여서, 이들에게 싫증내지 않고 법을 설하며 게으르지 않고 경전을 들려줍니다.
010_1323_b_09L譬如族姓子於斯地上悉受天雨不以爲厭菩薩如是逮摠持者悉受一切諸佛典誥及諸菩薩一切緣覺聞之法餘正見士平等行者沙門一切衆生天上世閒聞其說法不以爲厭聽所說經不以爲惓
여러분, 땅에 씨앗을 심었을 때, 시기를 잃지 않고 싹이 나서 계절을 잃거나 어기지 않고 때를 맞춰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총지법(總持法)에 도달한 보살도 이와 같이 일체의 온갖 공덕법(功德法)을 다 거둬들이고, 사람을 해치거나 속임이 없이 시기를 잃지 않는 가운데, 닦을 행을 원만하게 갖추고 보리수(菩提樹:佛樹)에 앉았다가 도량(道場)에 머물러서 두루 통달한 지혜에 이르는 것입니다.
010_1323_b_15L譬如族姓子地之所種皆以時生不失其節亦不違錯應時滋長菩薩如是逮得摠持統攝一切諸功德法侵欺人亦不失時具足所行坐於佛處在道場至諸通慧
여러분, 비유하면 용맹이 뛰어난 장수가 나라의 성을 지키고 있다가 전투가 일어나면, 원수의 적을 항복시켜 귀의시키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총지법에 도달한 보살도 이와 같이 도량(道場)에 머문 가운데 보리수에 앉아서 온갖 마군(魔軍)을 항복시킵니다.
010_1323_b_20L譬如族姓子勇猛高士在於邦域而入戰鬪降伏怨敵無不歸依菩薩如是得摠持者處於道場坐於佛樹降伏衆魔
010_1323_c_02L여러분, 비유하면 일체 법의 영원함과 영원하지 않음을 검증하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미묘하여 안온할지라도 나가 아니니, 영원하지 않음과 모든 더러움과 괴로움도 나가 아니라고 헤아려 압니다. 왜냐 하면 여러분은 이미 두 가지의 차별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총지(總持)라고 합니다.
010_1323_b_24L譬如族姓子撿一切法有常無常微妙者安隱非我及計無常及諸瑕及苦非我所以者何惟族姓子離二故則謂摠持
여러분, 비유하면 허공이 다 받아들여 지니지 않음이 없으나 다 거둬 지니지 않으면서 지니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총지법을 얻은 보살도 이와 같이 일체 모든 법의 요의[要]를 취하여 거둬들입니다.
010_1323_c_05L譬如族姓子虛空無不受持亦非摠持亦無不持菩薩如是得摠持者攝一切諸法之要
여러분, 비유하면 일체의 모든 법과 모든 사견(邪見)은 다 공(空)하므로, 모두 거두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총지법을 얻은 보살도 이와 같이 붙들어 가지지 않음이 없습니다. 총지도 이와 같이 일체 모든 법의 이치를 찾아 거둬들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분을 위하여 총지를 헤아린다면 끝날 때가 없습니다. 이미 끝남이 없으니 방일이 없습니다. 이미 방일이 없으니 치우침이 없는 자리에 처합니다. 이미 평등한 경지에 처했으니 몸이 없습니다. 이미 몸이 없으니 바로 허공계(虛空界)입니다. 이미 허공과 같으니 허공과 땅은 둘이 아닙니다.“
010_1323_c_08L譬如族姓子一切諸法及諸邪見悉爲空悉摠持之菩薩如是得摠持無所不攬摠持如是救攝一切諸法之誼是爲族姓子計摠持者無有盡時已無有盡則無放逸已無放逸則處中閒已等處者卽無有身則虛空界已如虛空虛空及地則無有二
난수동진(濡首童眞)보살이 이렇게 설법하자, 5백 보살이 이 총지(總持)를 얻었다.
010_1323_c_15L濡首童眞說此言時五百菩薩得斯摠持

7. 삼장품(三藏品)
010_1323_c_17L三藏品第七
010_1324_a_02L
이때 난수동진(濡首童眞)보살은 한밤중[中夜]에 이 뛰어난 보살들을 위하여 세 법장[三篋藏]으로 이뤄진 보살의 비밀한 법[菩薩秘典]을 강설하였다.
“무엇이 보살장[菩薩篋藏]의 비밀요지[秘要]이겠습니까. 모든 경전의 법은 이 법장(法藏)으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 없습니다. 세속법(世俗法)과 출세간법[度世法],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 선법(善法)과 불선법(不善法), 유죄법(有罪法)과 무죄법(無罪法), 유루법(有漏法)과 무루법(無漏法)은 다 이 보살장(菩薩藏)으로 돌아갑니다. 왜냐 하면 이 경전요지[經典要]의 보살장(菩薩藏:菩薩篋藏)은 일체 모든 법의 이치를 환하게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비유하면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가 백억 사천하(四天下)의 큰 땅과 백억의 해와 달과 백억의 수미산왕(須彌山王)과 백억의 큰 바다를, 다 그 안에 싸안아서 1불국토(佛國土)를 삼은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 이와 같이 범부법(凡夫法)과 그 외 다른 배움의 법, 성문법(聲聞法)과 연각법(緣覺法), 보살법(菩薩法)과 불법(佛法)은 다 보살장[菩薩篋藏]으로 돌아갑니다. 왜냐 하면 보살장은 일체를 끌어안아 보호하면서, 성문과 연각을 장차 대승(大乘)으로 키워나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비유하면 나무의 뿌리와 둥치가 단단하고 충실해야, 가지와 잎사귀와 꽃과 열매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010_1323_c_18L時濡首童眞於中夜爲菩薩大士講三篋藏菩薩秘典何謂菩薩篋藏秘都諸經法無不歸入於此篋藏世俗法度世法有爲法無爲法若善法不善法有罪無罪法有漏無漏法悉來歸趣入菩薩藏所以者何菩薩篋藏經典要者曉了一切諸法之誼族姓子此三千大千世界百億四天下大地百億日月百億須彌山王百億大海悉卷合入三千大千世界爲一佛土如是族姓子若凡夫法及餘學法若聲聞法緣覺法若菩薩法及與佛法悉來入歸菩薩篋藏所以者何菩薩篋藏一切攝護聲聞緣覺將養大乘族姓子其樹根株堅固盛枝葉華實則爲滋茂
여러분, 또 이와 같이 보살장을 거두어 가진 훌륭한 보살은, 일체의 모든 법[乘]을 끌어안아서 일체의 온갖 공덕의 법을 기르는 것입니다.
보살장(菩薩藏)을 한량없는 그릇이라고 이름합니다. 한량없는 그릇이라고 이름한 까닭은, 마치 큰 바다가 크고 작은 냇물을 한량없이 받아들이므로, 헤아릴 수 없는 보배를 담는 그릇과 같기 때문입니다. 보살장도 이와 같이 모든 용ㆍ귀신ㆍ건달바[揵沓★]ㆍ아수라[阿湏倫]ㆍ가루라[迦留羅]ㆍ긴나라[眞陀羅]ㆍ마후라가[摩休勒]와 날아다니는 새들과 기어다니는 짐승에 이르기까지 많은 중생을 한없이 다 받아들이는 그릇입니다.
보살장이 경전(經典)의 비밀한 요지를 거두어들임도 이와 같이, 한없는 보시(布施)ㆍ박문(博聞)ㆍ지계(持戒)ㆍ선정(禪定)ㆍ지혜와 해탈지견[度知見]을 받아들이는 그릇이므로 보살장[菩薩篋藏]이라고 이름합니다.
또 비유하면 피의 양분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무리가 큰 바다에 태어나서 다른 물을 마시지 않고, 오직 바닷물로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이와 같이 보살장(菩薩藏)을 행하면서 다른 법을 닦지 않고, 오직 항상 두루 통달한 지혜의 이치만을 수행합니다. 그러므로 보살장이라고 이름합니다.
010_1324_a_11L又族姓子有攝取菩薩篋藏菩薩大士則爲攝取一切諸乘將養一切衆德之法薩藏者名無量器所以名曰無量器譬如大海受無量水爲包含器不可計實諸龍鬼神揵沓和阿須倫留羅眞陁羅摩睺勒及衆生類在禽獸者含受此等爲無限器菩薩藏者經典秘要亦復如是爲無限施度知見器以故名曰菩薩篋藏譬如含血之類生大海者以生於彼不飮餘水惟服海水菩薩如是行菩薩藏不於餘法有所造行惟常修行諸通慧誼以故名曰菩薩篋藏
010_1324_b_02L또 여러분 보살에게는 세 가지 중요한 법장[三篋要藏]이 있습니다.
세 가지 중요한 법장(法藏)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첫째는 성문장(聲聞藏)이요, 둘째는 연각장(緣覺藏)이며, 셋째는 보살장(菩薩藏)입니다. 성문장이란 다른 사람의 음성[音響]을 듣고 해탈을 얻는 법입니다. 연각장이란 12연기(緣起)의 원인을 환하게 알고, 과보(果報)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사라지는 대상을 분별하는 법입니다. 보살장이란 한량없는 모든 법의 바른 이치를 한데 모아 다스려서 스스로 분별하여 깨치는 법입니다.
010_1324_a_24L又族姓子菩薩有斯三篋要藏何謂三曰聲聞二曰緣覺三曰菩薩藏聲聞藏者承他音響而得解脫緣覺藏者了緣起十二所因分別報應因起所盡菩薩藏者綜理無量諸法正誼自分別
010_1324_c_02L또 여러분, 그 성문승(聲聞乘)에는 이 삼장(三藏)이 없으며, 그 연각(緣覺)에도 이 삼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보살은 모든 설법에서 삼장의 비밀한 요지[三藏秘要]를 샅샅이 연구하고 단련합니다. 보살법(菩薩法)을 근거로 삼장의 성문과 연각과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無上正眞道]가 나오므로, 삼장이라고 합니다. 보살은 설법으로 중생을 권장하고 교화하여, 삼승(三乘)의 성문과 연각과 더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에서 살게 합니다. 그러므로 보살을 삼장이라고 이름합니다.
또 이 삼장에는 다른 법장의 배움[藏學]이 없습니다.
무엇을 삼장학(三藏學)이라고 하겠습니까. 성문의 배움[聲聞學]과 연각의 배움[緣覺學]과 보살의 배움[菩薩學]을 말합니다. 성문의 배움이란 무엇입니까. 성문의 배움은 단지 자신이 행하는 모양[相]만을 비춰 볼 뿐입니다. 연각의 배움은 중간의 배움입니다. 보살의 배움은 대비(大悲)를 행하는 일이므로, 한량없는 지혜에 이르러서 대비[大哀]를 거두어 지닙니다.
그 성문은 연각의 배우는 경계를 배우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합니다. 그 연각은 보살의 배우는 경지를 배우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보살은 성문의 배움을 다 배우고 분명하게 다 알면서도, 그 경지를 원하거나 좋아하지 않으며, 또한 그 법을 닦도록 권하거나 돕지도 않습니다. 또 연각의 배움을 다 배우고 분명하게 다 알면서도, 그 법을 원하거나 좋아하지 않으며, 또한 그 법[乘]을 닦도록 권장하지도 않습니다.
또 보살이 마땅히 배워야 할 법을 배워서 다 환하게 알고, 그 법을 원하고 좋아하면서, 그 법을 닦도록 권장합니다.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을 권하고 나서, 성문소행의 해탈을 설명해주고 또 연각소행의 해탈을 강설하여, 보살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해탈을 가려줍니다.
여러분, 이와 같이 배워야할 대상을 확실하게 아는 경지를 보살장[菩薩篋藏]이라고 합니다.
마치 유리그릇이 유리의 원료로 만든 것처럼 그릇의 일체는 자연성(自然性) 그대로 유리의 색깔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010_1324_b_07L又族姓子其聲聞乘無有三藏緣覺者亦無斯藏諸所說法菩薩究練三藏秘要因菩薩法而生三藏――聲緣覺無上正眞道故曰三藏菩薩說法勸化衆生令處三乘――聲聞緣覺無上正覺是故菩薩名曰三藏有斯三藏無餘藏學何謂爲三聲聞學覺學菩薩學何謂聲聞學但能炤己身行之相緣覺學者是謂中學行大悲者謂菩薩學至無量慧攝取大哀其聲聞不學緣覺之所學者亦不曉了緣覺者不學菩薩所學亦不曉了菩薩者悉學聲聞所遵學者皆曉了之不願樂彼亦不勸助修其所行於緣覺所遵學者悉曉了之不願樂亦不勸化使修其乘又菩薩者於菩薩當所學者悉曉了之願樂勸修其乘所行勸所行已則說聲聞所行解脫亦講緣覺所行解脫分別菩薩所遵解脫如是族姓子其有曉了此所學者是則名曰菩薩篋藏如琉璃器有所盛者應時一切示自然性如琉璃色
여러분, 이와 같이 만일 보살이 보살장(菩薩藏)에 들어간다면, 모든 법에서 마음대로 유행하고 머물지라도 일체 법을 다 불법(佛法)으로 봅니다. 보살이 만일 보살장에 들어간다면, 모든 법에 처소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만일 모든 부처님의 법[乘]을 깨달아 안다면, 모든 법에 형상의 종류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 보살의 배움을 배우지 않는 사람이 모든 법에 처소가 있다고 보다가, 만일 보살의 배움을 배운다면, 모든 법에 처소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만일 보살의 배움을 배워서 모든 법에 머무를 곳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 비록 수행하지 않을지라도, 이 일체는 다 자연 그대로 진실한 것으로 헤아립니다.
여러분, 이와 같이 보살이 만일 보살장(菩薩藏)에 들어간다면, 어느 곳을 유행하든지 있는 곳마다 일체의 온갖 법을 다 모든 부처님의 법으로 봅니다. 만일 보살이 보살장에 들어간다면, 모든 법에 형상의 종류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만일 모든 부처님의 법을 환하게 안다면, 역시 모든 법의 처소를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살의 배움을 배울지라도 모든 법이 돌아간 곳을 보지 못하여 닦고 관찰하지 못한다면, 저들은 일체 법에서 거역과 순종[逆順]의 대립을 봅니다. 일체중생은 바른 도리에 따르는 경지를 보지 못할지라도, 보살은 다 모든 법이 바른 도리에 따르는 경지를 보므로, 한 법도 불법(佛法)을 떠나서 보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보살장[菩薩篋藏]이라고 이름합니다.
010_1324_c_06L如是族姓子菩薩假使入菩薩藏所可遊居於諸法者見一切法悉爲佛法菩薩假使入菩薩藏不睹諸法而有處所設有覺了諸佛乘者不見諸法之所像類其不學於菩薩學者則見諸法而有處所設學菩薩之所學者不見諸法而有處所設學菩薩之所學者不見諸法有所住處其不修行計斯一切皆爲自然如是族姓子假使菩薩入菩薩藏在在所行所遊諸法一切悉見諸佛之法使菩薩入菩薩藏不見諸法有所像設使曉了諸佛法者則亦不睹諸法之處學菩薩學不見諸法之所歸其不修觀彼則睹見一切諸法有逆順一切衆生睹不順者菩薩皆見諸法順正睹於諸法無有一法非佛法者是故名曰菩薩篋藏
010_1325_a_02L또 여러분, 보살장(菩薩藏)은 한없는 문자(文字)로 연설합니다. 따라 맞추는 시기도 헤아릴 수 없고, 세워야 할 곳도 생각이나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드리워 밝히는 광명은 통하여 미치지 않음이 없고 한계가 없으니, 밝게 비추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중생에게 이렇게 많은 이익을 베풀면서, 다 두루 통달한 지혜로 돌아가게 하고, 뿌리도 없이 텅 빈 도리[無本:空]를 좋아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비록 성문[有學]으로서 보살의 배움을 배우거나 이제 막 배우려는 사람일지라도 모두 다 이 보살장[菩薩篋藏]에 들어가기만 하면, 반드시 대승(大乘)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미 배우려고 했던 사람이 이 경지를 얻고 나면, 아직 이르지 못한 사람들을 다 이를 수 있도록 하여 널리 들어가게 합니다.
010_1324_c_23L又族姓菩薩藏者說無崖底文字所演順而應時不可計量所立之處不可思垂顯光明靡不通達無有邊際莫不炤曜多所利益悉令歸趣於諸通慧而令群萌悉樂無本假使有學彼學者甫當學者一切悉當入此菩薩篋藏則至大乘已欲學者方當獲其不至者悉使得至而令普入
난수(濡首)보살은 이와 같이 법회의 모든 보살을 위하여, 한밤중[中夜]에 보살장 경전의 비밀요지[菩薩藏經典秘要]를 연설하고 분별하여 돌아가야 할 바른 이치로 돌아가게 하였다.
010_1325_a_08L是濡首爲諸菩薩衆會者在於中夜說菩薩藏經典秘要廣分別演誼歸所趣

8. 불퇴전륜품(不退轉輪品)
010_1325_a_11L不退轉輪品第八
010_1325_b_02L
난수동진(濡首童眞)보살은 새벽녘[後夜]에 뛰어난 모든 보살을 위하여 널리 ‘물러나지 않는 법륜(法輪)의 금강경지[不退轉輪金剛句跡]’를 강설하였다.
“여러분, 물러나지 않는 법륜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물러나지 않는 법륜이라고 이름한 까닭은, 마치 지금 보살들이 경법(經法)을 설했을 때, 와서 듣는 이들이 다 바른 뜻을 얻고 돌아가서 다시 되돌아오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강설하여, 믿고 좋아하도록 이끄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닦는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여러 가지 행을 짓지 않으며, 모든 법을 위하여 여러 가지 행을 닦지도 않고, 모든 국토에서 여러 가지 행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모든 부처님을 위하여 여러 가지 행을 일으키지도 않고, 모든 불법[諸乘]을 위하여 여러 가지 행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일체에 다 들어가서 널리 보면서 법륜을 굴리어 법계(法界)를 무너뜨리지 않으므로, 이를 법륜의 구름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물러나지 않는 법륜이라고 이름하는 것입니다.
그 구르는 바퀴는 끊임이 없습니다. 그 바퀴가 닦아 나가는 이치에는 두 바퀴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그 바퀴는 중생을 가엾게 여기는 바퀴입니다. 그 바퀴가 향하는 곳은 자연 그대로 진실한 이치이며, 자신이 가야 할 곳이므로, 그 바퀴는 법계의 도량[法界場]으로 향하여 가는 바퀴입니다.
010_1325_a_12L濡首童眞復於後夜爲諸菩薩大士廣宣講說不退轉輪金剛句迹何謂不退轉輪又族姓子所以名曰不退輪如今菩薩說經法時若來聽者悉獲誼歸不復迴還便而講說不退轉輪令其信樂不退轉輪菩薩行者爲衆生造若干行不爲諸法修若干行不於諸國土興若干行不於諸佛尊若干行不於諸乘行若干行一切所至而悉普見轉於法輪不壞法界是謂乃爲轉於法輪是故名曰不退轉輪彼所轉輪而無斷絕其輪修理無有二輪其輪如是如悲哀輪其輪所趣自然之誼在己所至其輪所趣法界場輪
여러분, 만일 보살이 이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믿고 좋아한다면, 바로 자신의 괴로움을 해탈합니다. 그러면 일체 믿어야 할 일과 일체 생각해야 할 일도 믿고 기뻐하면서 여래께서 일으킨 일도 다 믿게 되니, 믿음으로 해탈을 얻는 것입니다.
여래에게는 두 해탈이 없으며, 두 해탈을 설하지도 않았습니다. 만일 여래의 상호(相好)처럼 모든 법의 모양과 일체 법의 생각을 벗어나서 여래의 해탈을 믿는다면, 바로 생각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생각을 떠나서 해탈했다는 생각마저 벗어난다면, 자연의 진실한 경지에 이르러서 자신을 제도하게 됩니다. 이러한 수행보다 더 훌륭한 수행이 있을 수 없으며, 이 지혜보다 더 뛰어난 지혜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물러나지 않는 법륜이라고 이름합니다.
010_1325_b_04L又族姓子假使菩薩信樂於斯不退轉輪則得解脫己身之患則爲信樂一切所信一切所想如來所興悉亦信之以信得脫於如來者無有二脫亦不說二如其如來相好解脫諸法之相一切法想信如來脫則無有想已離脫相則至自然濟于己身如是之行莫能勝者亦莫能踰於斯慧者是故名曰不退轉輪
또 여러분, 물러나지 않는 법륜이 색(色)에서 물러나지 않음은, 색(色)이 자연 그대로 진실하기 때문입니다. 수(受:痛)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식(識)이 물러나지 않음은, 식이 자연 그대로 진실하기 때문입니다. 왜냐 하면 일체의 온갖 법에서 물러나지 않음은, 마치 뿌리도 없이 텅 빈 도리[無本]와 같이 법을 굴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물러나지 않는 법륜이라고 이름합니다.
그 법륜이란 한계가 없고, 사방(四方)이나 사우(四隅)도 없으며, 단절되는 일도 없습니다. 영원한 바퀴[無常輪]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법륜은 문이 없습니다. 둘이 없기 때문에 법륜의 문입니다. 그 법륜은 굴릴 수 없습니다. 굴릴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법륜은 설할 곳이 없습니다. 법륜은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법륜은 명칭이 없으니 뚜렷하게 밝힐 수 없습니다. 법륜은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이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헤아려 생각해보면, 공(空)에 들어갑니다. 유행하는 모양이 없기 때문입니다. 담박한 문[澹泊門]입니다. 오는 모양이 없기 때문입니다. 널리 갈 곳이 있습니다. 공상(空相)이기 때문입니다. 일체를 평등하게 이끌어들입니다. 본래 청정하여 모양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물러나지 않은 법륜이라고 이름합니다.
010_1325_b_12L又族姓子不退轉輪不退于色色自然故識亦復如是識不退轉識自然故所以者何則不退轉一切諸法猶如無本則爲法輪是故名曰不退轉輪其法輪者無有邊限無維無隅無有斷絕無常輪故其法輪者亦無有門無有二故則法輪門其法輪者無能轉者無所轉故其法輪者亦無所說法輪無言故其法輪者亦無名稱無所顯曜輪無獲故又復計此不退轉輪入於空無所遊相故澹泊門者來相故普有所至爲空相故一切等御本淨無相是故名曰不退轉輪
010_1325_c_02L여러분, 물러나지 않는 법륜에는 유행할 데가 있고 이르는 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물러나지 않는 법륜이라고 이름합니다.
또 베풀고 버리는 데가 있고 빠르게 도달하는 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물러나지 않는 법륜이라고 이름합니다.”
010_1325_c_02L又族姓子不退轉輪有所遊行而有所至是故名曰不退轉輪有所放捨徑有所至是故名曰不退轉輪
이와 같이 난수보살은 모든 보살에게 말했다.
“또 여러분, 금강의 경지[金剛句跡]라고 이름한 까닭은, 일체의 온갖 법이 모두 다 고요히 사라진 경지[滅寂]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일체 법이 고요히 사라진 경지라고 하겠습니까.
여러분, 이미 공(空)을 환하게 안 자리가 금강의 경지이니, 예순두 가지의 삿된 의심을 소멸시켰기 때문입니다. 온갖 모양에서 벗어난 법이 금강의 경지이니, 일체의 온갖 생각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소원이 없는 법이 금강의 경지이니, 다 일체 5취(趣)의 유위(有爲)를 해탈하여 고요히 사라지도록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법계(法界)가 금강의 경지이니, 여러 가지 온갖 경계를 초월했기 때문입니다. 그 뿌리도 없이 텅 빈 도리가 금강의 경지이니, 나의 존재가 없는 적멸법[無我寂滅]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색(色)의 욕망에서 벗어난 법이 금강의 경지이니, 온갖 소유의 탐욕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연기(緣起)를 닦는 법이 금강이 경지이니, 본성(本性)을 무너뜨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위(無爲)를 관찰하는 법이 금강의 경지이니, 모든 법을 자연 그대로 진실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010_1325_c_05L如是濡首謂諸菩薩又族姓子所以名曰金剛句迹一切諸法皆悉滅寂何謂滅寂一切諸法又族姓子已了空者金剛句迹也消諸邪疑六十二其無想者金剛句迹也斷絕一切諸想念故其無願者金剛句迹也度一切五趣有爲令滅寂故其法界者金剛句迹也超越若干諸彊界故其無本者金剛句迹也致無我滅寂離色欲者金剛句迹也蠲除貪欲諸所有故緣起行者金剛句迹也壞本性故察無爲者金剛句迹也諸法自然故
난수동진(濡首童眞)보살이 모든 보살을 위하여 초저녁으로부터 새벽[三夜:初夜, 中夜, 後夜]이 될 때까지 널리 법을 분별하였다. 그러자 보살들은 다 친근광명화삼매(親近光明華三昧)를 얻었다.
이 정(定)에 든 보살들은 낱낱 털구멍에서 백천의 광명을 놓았다. 낱낱 광명에서는 변화하여 백천 제불(諸佛)의 위의(威儀)와 용모가 나타났다. 하늘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하신 이 모든 부처님께서는 그 불국토(佛國土)에 계시면서, 현재 불사(佛事)를 일으켜 중생을 깨우쳐 인도하셨다. 중생의 온갖 무리는 부처님을 영접하여 법의 가르침을 받들어 들었다.
010_1325_c_18L濡首童眞爲諸菩薩竟於三夜普分別法彼諸菩薩皆得親近光明華三昧菩薩設逮於此定者一一毛孔放百千光一一光明化現百千諸佛儀容又斯諸佛天中之天所在佛土現作佛事開導衆生群萌疇類迎逆接納聽受法教

9. 변동품(變動品)
010_1325_c_24L變動品第九
010_1326_a_02L
이때 아사세왕(阿闍世王)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난수보살의 처소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며 말했다.
“공양음식을 이미 마련하여 갖춰 놓았으니, 이제 가실 때가 되었습니다.”
010_1326_a_02L爾時王阿闍世明旦早起詣濡首所而稽首曰供具已辦時至可行
현자(賢者) 대가섭(大迦葉)이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법복(法服)과 발우를 갖추고, 5백 비구와 함께 사위대성(舍衛大城)에 들어가서 걸식[分衛]하려고 하였다.
중도에서 대가섭은 생각하였다.
“걸식하러 나온 시간이 너무 이르니, 차라리 난수보살을 만나 보는 것이 좋겠구나.”
이렇게 생각되자 곧장 난수보살의 처소로 가서, 난수보살과 함께 속을 털어놓아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난수보살은 흔들림이 없는 요법[堅要]을 연설하였다.
010_1326_a_04L賢者大迦葉晨朝夙興著衣持鉢與諸比丘五百人俱欲入舍衛大城分衛於中路念吾行分衛時如大早寧可造見濡首童眞這設斯念尋便往至則與濡首言談敍闊演說堅要
난수보살이 말했다.
“대가섭이여, 이른 아침부터 무슨 할말이 있습니까?”
010_1326_a_09L濡首而謂之曰大迦葉晨何所湊
대가섭이 답했다.
“걸식하려다가 일부러 설법을 듣기 위해 왔습니다.”
010_1326_a_10L答曰欲行分衛故來諮受
난수보살이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를 위해 베푸는 음식 공양에 권속들과 함께 가도록 합시다. 제가 마땅히 여러분들을 위하여 공양을 마련하겠습니다.”
010_1326_a_11L濡首曰今當就吾食所設膳與眷屬俱吾當與仁分衛之
대가섭이 답했다.
“공양은 이미 수에 맞춰 준비하였을 것입니다. 저는 법 때문에 여기 왔을 뿐, 공양을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010_1326_a_13L迦葉答曰供具已達吾以法故而來至斯不以食膳
그러자 난수보살이 또 말했다.
“가섭이여, 부디 청을 받아들여 대법공양(大法供養)과 음식공양의 두 일을 다 받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법도 놓치지 않고 음식도 잃지 않게 됩니다.”
010_1326_a_14L又曰迦葉惟當受請供受二事大法供養飮食之膳言不釋法亦不失食
대가섭이 답했다.
“비천한 저희들은 법을 듣기 위하여 여기에 왔습니다. 그러니 음식은 굶고 먹지 않아도 됩니다. 이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뜻이 법에 있을 뿐입니다. 왜냐 하면 다른 사람에게서 들을 수 없는 이러한 법문(法門)은 당신이 설하는 바른 이치에서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010_1326_a_16L迦葉答曰鄙等之擧以用法故絕膳不食盡其形壽志在於法所以者何不從他人乃能得致如斯法門如從仁者所說正誼
대가섭은 또 물었다.
“지금 난수보살과 모든 보살께서는 어떤 음식을 드실 생각입니까?”
010_1326_a_19L又問今者濡首及諸菩薩爲於何食
010_1326_b_02L난수보살이 답했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과 베푸는 것은 불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으며, 생사에 흔들리지도 않고, 열반에 가깝지도 않습니다. 또한 범부의 경지를 뛰어넘지도 않고, 현성(賢聖)의 법을 증명하지도 않으며, 성문(聲聞)을 벗어나지도 않고, 연각을 버리지도 않습니다.
우리들은 잠시 뒤[當]에 아사세왕[彼]의 청한 법을 설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그 보시(布施)는 지혜와 지식을 씻어내지 않으며, 줄어들지도 않고 불어나지도 않으며, 해탈에 이르지도 않습니다. 모든 경법(經法)을 일으키는 일도 없고, 법을 얻지도 않으며 법을 놓지도 않습니다.”
010_1326_a_20L濡首報曰吾等所食及施與者亦不長益亦不耗減不動生死不近泥洹亦不超度凡夫之地亦不證明賢聖之法越聲聞不捨緣覺吾等當說彼之所其布施者亦不淨除慧與所識損而益不至解脫於諸經法亦無所亦不得法亦無所釋
대가섭이 답했다.
“이야말로 큰 보시(布施)로서 더없이 넓게 베푸는 일이니, 이미 뿌리도 없이 텅 빈자리에 들어간 경지입니다.”
010_1326_b_04L迦葉答曰爲大施無極廣施已入無本之所致也
이때 난수보살은 홀로 생각하였다.
“오늘 성(城)에 들어가서 차라리 부처님과 같은 감동의 변화(變化)를 보이는 편이 나으리라.”
바로 그때 난수보살은 온갖 신통[神足]의 변동삼매(變動三昧)로 선정(禪定)에 들었다. 이 삼매(三昧)로 선정에 들자, 곧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의 모든 것은 두루 다 평등하게 머물러 손바닥처럼 평평해지면서, 크고 넓은 광명은 이 넓은 부처님의 국토를 두루 비추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 광명으로 고통 받는 지옥중생은 바로 고통에서 벗어나 휴식을 얻었으며, 축생(畜生)과 아귀(餓鬼)와 온갖 불안한 중생은 이내 근심이 없어지고 편안해졌다. 또 이 광명으로 온갖 중생의 무리는 다 마음이 활짝 열리면서 탐[婬]ㆍ진[怒]ㆍ치(癡)가 없어지고, 아끼는 욕심과 시기와 질투도 없어지고, 사악한 아첨도 없어지고, 분노와 교만한 번뇌도 사라져 일어나지 않고, 심한 고뇌도 없어졌다.
그러자 중생들은 번갈아 서로 상대를 보면서 마치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존경하였다. 중생들은 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 진동을 반복하는 가운데, 욕계천자[欲行天子]들과 색계천자[色行天子]들이 다 모여들어 박수(薄首: 濡首 또는 文殊 등)보살을 받들어 공양하는 모습과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백천의 악사(樂師)들과 하늘 꽃이 비 오듯 내려 도로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모습을 보았다.
010_1326_b_06L爾時濡首心自念言今日入城寧可如佛感動變化應時以衆神足變動三昧而爲正受這以是定爲正受時尋卽一切於是三千大千世界普悉等住平若手掌普此佛國其大光明靡不周遍其在地獄遭苦患者卽時休息畜生餓鬼諸不安者尋獲安隱衆生之類心悉開解無婬無慳嫉者亦無諛諂無有瞋恚憍慢之結無所興起亦無熱惱爾時衆生展轉相瞻如父如母睹此三千大千世界六反震動欲行天子色行天子悉來集會供奉溥首鼓樂絃歌倡伎百千雨於天花嚴治途路
010_1326_c_02L난수동진(濡首童眞)보살은 이 선정을 일으킨 채, 그 방으로부터 나와서 성문(城門)에 이르자, 저절로 장엄된 도로는 평평하게 정리되어 길고 넓었으며, 헤아릴 수 없는 7보(寶)의 구슬들이 어울려 여러 가지로 장식되어 있었다. 또 여기에 헤아릴 수 없는 보배들이 저절로 나타나서 보배의 연못[寶塹]으로 변하더니, 그 가운데 부용(芙蓉:연꽃)이 생겨나서 무성한 줄기와 만발한 꽃들이 찬란하게 빛났다. 또 연못 위에는 변화하여 구슬 교로장(交露帳)이 생기고, 당기(幢旗)와 번기(幡旗)와 비단 꽃 일산들이 세워졌다. 연못 주위에는 두루 난간이 둘러져 있고, 난간의 좌우(左右)에는 다 매우 높고 큰 보배나무들이 늘어서 있으며, 보배나무들은 보배 끈에 매여 연달아 이어져 있었다. 또 낱낱 보배나무의 주변에는 보배 시렁이 있고, 그 시렁마다 놓인 향로(香爐)에서는 온갖 이름난 향이 타고 있으며, 낱낱 향로마다 타는 향냄새는 40리까지 퍼졌다. 또 모든 보배나무의 사이마다 변화하여 보배의 목욕 못[寶浴池]이 생겼는데, 못 가운데는 여덟 가지 맛을 내는 물이 가득 차 있고, 못의 밑바닥에는 다 황금모래가 깔려 있으며, 못의 주위는 보배의 난간이 둘러져 있고, 온통 유리로 된 못 둘레의 벽은 벼랑을 이루었다. 또 그 못에는 푸른 부용(芙蓉)이 생겨서 줄기를 뻗어 꽃이 피었고, 온갖 보배나무의 아래는 보배로 땅을 이뤘으며, 일체 보배의 땅에 늘어선 보배의 향로 병에서는 귀하고 이름난 향[名香]이 타고 있었고, 또 낱낱 보배나무에는 5백 미녀가 엄숙하게 줄을 서서 각각 보시의 공덕을 세우고 있었다.
010_1326_b_19L濡首童眞這興斯定從其室宇至于城門自然莊嚴途路平整旣廣且長皆以七寶無央數珍若干挍飾自然出現不可計寶化爲寶塹中生蓮花芙蓉蘅花充滿煒曄塹上化造珠交露帳而起幢幡繒綵花蓋其塹周帀遍有欄楯楯左右皆有寶樹而甚高大以諸寶繩展轉連緜繫諸寶樹一一寶樹邊有寶架皆置香鑪燒諸名香一一香鑪燒諸香者聞四十里諸樹中閒化寶浴池有八味水盈滿池中底悉金以寶欄楯周帀繞池琉璃爲崖生靑蓮芙蓉蘅花諸寶樹下以寶爲一切寶地列寶香甁而燒名香一寶樹五百玉女儼然羅住各各建立布施之德
난수보살은 이 정(定)으로 삼매정수(三昧正受)에 들어서, 즉시 저 다른 학파와 외도들을 위하여 변화를 시현(示現)하니, 한량없이 드높은 위력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010_1326_c_12L濡首這以斯定三昧正受應時卽有爲彼異學外道之師示現變化巍巍無量靡不亘然
난수동진(濡首童眞)이 자리에서 일어나, 법복과 발우를 갖추고 나가려 하다가, 가섭에게 말했다.
“대가섭(大迦葉)께서는 제 앞에 가시지요. 나는 이제 곧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왜냐 하면 연세가 많으신 대가섭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본래 범행(梵行)을 닦아 사문(沙門)이 되었으며, 부처님을 뵙기 전부터 출가하여 배워왔습니다. 세상의 여러 나한(羅漢)들을 생각해 보면, 다 당신 뒤에 법을 깨쳤습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제 앞에 가셔야 하고 저는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010_1326_c_14L濡首童眞則從坐起著衣持鉢而欲發行迦葉曰大迦葉便可在前吾今尋所以者何尊大迦葉年卽耆宿修梵行久爲沙門未見如來而出家計於世閒所有羅漢皆從仁後有所啓受以是之故宜當在前吾今在
010_1327_a_02L대가섭이 답했다.
“율법(律法)을 보면 나이 많은 사람을 어른[尊長]으로 받들지 않습니다. 율법에는 ‘지혜 있는 이를 존경해야 하고, 신비한 지혜로 거룩하게 통달한 이를 존경해야 하며, 지식이 많고 변재(辯才)가 뛰어난 이를 존경해야 하고, 모든 감각기능이 밝게 사무친 이를 존경해야 한다’고 실려 있습니다. 율법의 기록에 이런 분들을 어른으로 받들도록 하였으니, 이를 근거로 생각해 보면, 난수동진께서는 지혜가 매우 높고, 많은 지식을 두루 통달하였으며, 변재(辯才)가 걸림이 없고, 일체중생의 근본을 다 환하게 아십니다. 그러므로 뜻이 넓고 깊은 최고의 어른이라면, 당신을 능가할 사람이 없으니, 마땅히 제 앞에 가야 하고, 나는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이제 잠깐 이 이치를 가리기 위해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010_1326_c_21L迦葉答曰計於法律不以年歲而爲尊長法律所載智慧爲尊神智聖達乃可爲尊博聞才辯乃曰爲尊根明徹乃曰爲尊法律所記以斯爲由是計之濡首童眞智慧巍巍博聞普達辯才無㝵曉了一切衆生根以是之故最長弘遠仁爲大尊宜當在前余應在後今欲假喩分別此
010_1327_b_02L가섭은 이어 또 말했다.
“비유하면 사자 새끼와 같습니다. 태어남이 오래지 않아서 비록 어리고 작고 또 기력도 갖추지 못했으나 그 사자 새끼가 걸어다니면, 들사슴 등 온갖 짐승들은 그 기(氣)에서 흐르는 사나운 냄새를 맡고 모두 다 급히 달아나 버립니다.
또 여섯 개의 어금니로 60년을 살아온 큰 코끼리에 이 사자 새끼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 몸집이 큰 코끼리가 비록 세 겹의 가죽끈으로 단단하게 묶여 있을지라도, 사자 새끼의 위엄스럽고 사나운 기운을 맡으면,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펄펄 뛰며 세 겹의 끈을 끊고 온 힘을 다해 허겁지겁 달아나서, 산 계곡의 시냇물이나 바위굴 속으로 들어가든지, 혹은 스스로 큰 물 속으로 뛰어들어 빠져버립니다. 따라서 나무의 새들은 둥지에 몸을 움츠려 떨고, 기어다니는 짐승들은 몸을 숨겨버리고, 물고기와 자라들은 재빨리 달아나서 물 속에 잠겨버리고, 허공의 온갖 새들은 더 높이 날아가 버립니다.
발심[發意]한 보살도 이와 같습니다. 비록 발심한 보살이 아직 지혜와 도력(道力)을 성취하지 못했을지라도, 마음은 오히려 자랑스럽게 우러러 사자의 걸음을 익히면서 성문과 연각의 길을 뛰어넘으면, 자재궁전(自在宮殿)의 일체 마군(魔軍)은 두려움을 품고 스스로 편안하게 지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사자새끼가 다른 큰 사자들의 위엄찬 기력과 사나운 자세를 보거나, 또 그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지라도, 겁내지도 않고 떨지도 않으며, 무섭다는 생각도 없고,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뻐서 벌떡 일어납니다. 그러면 그 몸의 털은 기쁨의 윤기로 가득 찹니다. 이렇게 사자새끼들은 그 세력을 타고 자라서, 장차 큰 사자들과 똑같이 울부짖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난수보살은 부처님의 사자후(獅子吼)를 들을지라도, 겁내지도 않고 떨지도 않으며, 무섭다는 생각도 없고, 두려워하거나 곤란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뛸 듯이 기뻐하면서 편안한 마음을 일으킵니다. 저도 또한 앞으로 닦아서 지금 부처님의 사자후(獅子吼)와 같이 되려고 합니다.
만일 누가 평등하고 바른 진리를 성문과 연각에게 설한다면, 여래께서는 이를 어른[尊長]으로 여기시고, 발심한 보살들은 이를 본보기로 삼을 것입니다. 이 말은 지극히 진실하고 평등하여 거짓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이를 근거로 일체의 온갖 법이 출생하여 뚜렷하게 널리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난수보살은 법의 어른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비록 나이는 적을지라도 성스러운 법의 어른이니, 마땅히 앞에 가야하고 저는 그 뒤를 따라야 합니다.”
010_1327_a_06L迦葉又曰譬師子之子這生未久雖爲幼少氣力未成其師子子有所遊步其氣所流野鹿諸獸聞其猛氣皆悉奔走若有大象而有六牙其歲六十又身高大若以革繩繫之三重聞師子子威猛之氣恐怖畏懅跳騰盡力斷三重繫馳走奔突入于山谷谿㵎林藪巖樹之閒若入大水而自沈沒樹禽樔翳走獸藏竄水居魚鼈潛逃于淵又諸飛鳥翔翺虛空發意菩薩亦復如是假使發意智慧道力未孚成就心猶憍仰習師子步過諸聲聞緣覺之路一切衆魔自在宮殿志懷恐懼不能自安設師子子見餘師子威力猛勢若師子吼聞其音聲不恐不怖亦不懷懅無所畏難益以踊躍衣毛悅澤乘其力勢亦當鳴吼如是濡首大士聞佛師子吼時不恐不怖亦不懷懅無所畏難歡喜踊躍安心生焉吾亦當習猶如今佛師子之吼假使有說平等正眞聲聞緣覺如來爲尊發意菩薩則是爲本斯言至誠平等無邪所以者何由是出生一切諸法而普顯現以故明知濡首爲尊其年幼少則是聖長宜當在前吾當從後
그러자 난수동진보살은 바로 앞장섰고, 보살들이 그 뒤를 따랐으며 성문(聲聞)들은 또 그 다음 차례를 이어 따라갔다.
난수보살이 장엄한 보배 길을 향하여 나가자, 하늘 꽃은 비오듯 흩어져 내렸고,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음악은 악기들을 타지 않아도 저절로 소리를 내었으며, 그 땅은 즉시 여섯 가지로 진동을 반복하였고, 그 광명은 사무쳐 비추지 않은 곳이 없었다.
010_1327_b_08L濡首童眞尋在前行菩薩次之諸聲聞衆乃繼其蹤濡首這向嚴莊寶路則雨天花無數伎樂不鼓自鳴應時其地六反震動其大光明靡不灼徹
이때 난수보살이 위신력(威神力)의 변화로 감동을 나타내어 큰 광명을 놓으니, 꽃은 비오듯 내리면서 향기를 풍겼으며, 온갖 음악 소리는 조화롭게 울려 퍼졌다. 이러한 가운데 난수보살은 왕사성(王舍城)으로 들어갔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은 난수보살께서 2만 3천 보살들과 모든 성문과 그 권속에게 둘러싸여 온다는 말을 들었다.
왕은 곧 두려움을 품었다.
‘나는 지금 5백 분의 공양만 차렸을 뿐인데, 오는 이들이 이렇게 놀랍도록 많으니, 어찌 두루 다 받아들일 수 있으랴. 앉을 자리는 어떻게 감당하며, 공양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어 또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난수보살이 과연 잘못 알고 이런 마음을 낸 것일까?’
010_1327_b_12L於時濡首所現變化威神感動放大光明雨花香熏諸音樂聲相和而鳴入王舍城王阿闍世籌慮濡首與二萬三千衆菩薩俱及諸聲聞眷屬圍遶而來進路卽懷恐懼吾整設五百人供來者猥多安能周遍當焉所坐以何飼之心又念言首童眞果相疑誤則發此心
010_1327_c_02L난수보살은 즉시 위신력(威神力)의 거룩한 공덕(功德)으로 식의천왕(息意天王)을 변화시켰다. 식의천왕은 스스로 금비귀신(金仳鬼神)의 미묘한 몸으로 변화하여 아사세왕에게 말했다.
“이제 되었으니, 대왕께서는 걱정하거나 괴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난수동진보살께서는 훌륭한 방편[善權方便]의 끝없는 지혜로 신령한 위력과 혁혁한 큰 공덕을 나타내고, 신비한 힘과 크나큰 복을 널리 드날리면서 당당한 자세로 길을 따라 올라 오고 계십니다.
또 한 사람 분의 음식만으로도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의 중생을 두루 다 충분하게 공양할 수 있으니, 더욱이 어찌 지금 오시는 이 2만 3천의 권속이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수고롭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또 대왕은 안심하십시오. 더 이상 공양을 준비하지 않아도 오시는 분들은 모두 풍족하게 공양하게 됩니다. 왜냐 하면 난수보살의 큰 공양에는 한량없는 공양을 구해 주실 부처님들[衆祐]이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010_1327_b_19L應時濡首威神聖德之所建立息意天王卽自化身金仳鬼神變微妙體則謂王阿闍世曰大王且止勿以爲慮無用勞悒濡首童眞善權方便智慧無極現大功德威靈赫弈恢闡神力光祚堂堂昇路來臻一人之食能以周遍三千大千世界衆生疇類悉令充滿何況於斯二萬三千眷屬來者以是之故不足勞慮大王且安勿復加供一切來者悉當豐足所以者何濡首大賚求得無盡衆祐難量
아사세왕은 이 말을 듣자 스스로 뛸 듯이 기쁜 마음을 이길 수 없었고, 난수보살을 더욱 더 부처님과 다름없이 훌륭하게 여겼다.
010_1327_c_07L王阿闍世應時踊躍不能自勝則以弘意念於濡首如佛世尊
아사세왕은 모든 신하와 중궁(中宮)의 관리들과 함께, 공양할 꽃과 잡향(雜香)ㆍ도향(搗香)ㆍ택향(澤香)ㆍ의복ㆍ당기(幢旗)ㆍ번기(幡旗)ㆍ비단ㆍ일산 등 선물을 갖춰들고, 거문고ㆍ비파ㆍ공후(箜篌) 등의 악기를 연주하면서 난수보살을 공손히 맞아들여, 모두들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나서, 난수보살을 모시고 성(城)에 들어 왕궁(王宮)으로 돌아왔다.
난수보살이 모든 권속과 함께 막 성에 들어서자, 성안의 백성들은 각기 가지고 온 선물을 공양하였다.
010_1327_c_09L王阿闍世與諸群臣中宮官屬齎持花香雜搗澤香衣服之具幢幡繒蓋伎樂琴瑟箜篌奉迎濡首稽首禮畢侍從濡首入城歸宮首與諸眷屬初入城時城內蒸民各齎所有以來供養
이때 이 모임에는 보관(普觀)이란 보살이 있었다. 난수보살은 보관보살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당신은 이 궁전 안에 대중을 다 수용할 만한 자리를 마련해 주십시오.”
보관보살은 분부를 받들고 곧 좌우(左右)를 살피면서 아사세(阿闍世)의 궁전을 두루 보았다. 그러자 궁전은 저절로 크고 부드러워지면서 비단과 꽃과 일산이 달리고, 당기(幢旗)와 번기(幡旗)가 우뚝 세워졌다. 그 땅도 저절로 평평하게 넓어지면서 온갖 꽃과 향이 흩어져 향기를 풍겼다.
010_1327_c_14L時於會中有一菩薩名曰普觀濡首告曰族姓子使其殿舍包容會者尋卽受教察其左而普周觀阿闍世殿自然寬大懸繒花蓋跱立幢幡其地平博散衆花
또 난수보살은 법초(法超)라는 보살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당신은 여러 좌석을 마련하여 장엄하십시오.”
법초(法超)보살은 교시를 받들고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튀기자, 궁전의 관사(館舍)에 2만 3천의 좌석이 저절로 갖춰지더니, 여러 가지 장식으로 미묘하게 장엄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방석들이 그 위에 깔려졌다.
난수동진보살과 모든 보살은 다 좌석으로 가서 앉았고, 성문들도 뒤를 이어 앉았다.
010_1327_c_19L復有菩薩名曰法超濡首告曰族姓子嚴辦衆座應時受教擧手彈於彼殿館二萬三千牀座自然具若干種飾微妙莊嚴無數座具而敷其上濡首童眞諸菩薩衆悉俱就聲聞次之
010_1328_a_02L아사세왕은 난수보살과 모든 보살과 성문들이 다 자리에 앉자, 난수보살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공양거리를 더 마련하겠습니다.”
010_1327_c_24L王見濡首與諸菩薩聲聞坐畢前自啓白且待斯須增辦供
난수보살이 답했다.
“대왕은 안심하십시오. 수고롭게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곧 저절로 충분히 다 갖춰집니다.”
010_1328_a_03L濡首答曰大王自安自當備足勿以爲勞
바로 그때 사천왕(四天王)과 그 권속들이 함께 와서 연수동진보살을 받들어 모셨고, 또 제석천(帝釋天)의 선량한 부인들과 그 외 헤아릴 수 없는 수천의 미녀[玉女]들은 천상에서 가지고 온 전단향(栴檀香)과 잡향(雜香)과 꿀 향[蜜香]과 가루 향[搗香]을 뿌려서 일체 보살과 모든 성문에게 공양하였다.
이때 모든 보살은 온갖 꽃과 향과 미녀들을 보면서도, 미녀라는 생각도 없었고, 꽃과 향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범인적천(梵忍跡天)은 바라문 청년[梵志摩納]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불자(拂子: 총채)와 부채를 들고, 난수보살의 왼쪽을 모시고 서서 부채질하였으며, 범천자(梵天子)들도 모두 각기 불자와 부채를 잡고, 모든 보살을 모시고 서서 부채질하였다.
여기에 무열용왕(無熱龍王)은 그 몸을 나타내지 않고 허공에서 꿴 진주[貫眞珠]를 드리웠다. 그 꿴 진주에는 알맞게 흘러나와 공급되는 시원하고 감미로운 여덟 가지 맛난 물[八味水]이 들어 있었다. 그 보살들과 일체 성문의 앞에는 각각 꿴 진주가 드리워져 있으므로, 거기서 나와 공급되는 감미로운 물을 알맞게 마실 수 있었다.
010_1328_a_04L時四天王與其眷屬悉來供侍濡首童眞又天帝釋良善夫人及餘玉女無央數千齎持天上栴檀雜蜜香搗香以用供散一切菩薩及諸聲聞時諸菩薩見諸花香及諸玉無玉女想無花香想梵忍迹天化作梵志摩納之形手執拂扇住侍濡首左面以扇扇之諸梵天子各執拂扇侍諸菩薩立而扇焉無棼龍王不現其身在於虛空垂貫眞珠從其貫珠出八味水淸涼且美供給所當其諸菩薩一切聲聞其前各各有垂貫珠而出美水亦給所用
아사세왕은 혼자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보살들은 공양할 발우가 없으니, 무엇으로 공양을 드시려는가?’
난수보살은 왕의 생각을 알고 말했다.
“이 보살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발우를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가고 싶은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마음대로 다니다가, 앉아서 공양하려고 하면, 발우는 저절로 나옵니다. 이 모든 보살 본래 세운 서원이자, 또 그들의 여래께서 옛날에 세우신 서원(誓願)이므로, 발우는 허공으로부터 내려와서 그들의 손에 놓이게 됩니다.”
010_1328_a_16L王阿闍世心自念言是諸菩薩而不齎鉢當於何食濡首知王心念而告之曰斯諸正士有所遊至不齎鉢行所可遊行諸佛國土這坐欲食鉢自然至斯諸菩薩本所建立又彼如來昔所造願鉢從虛空來在于掌
아사세왕이 난수보살에게 물었다.
“이 모든 보살은 어느 부처님의 국토에서 왔으며, 그 국토의 이름은 무엇이며, 바르게 깨치신 여래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010_1328_a_22L王阿闍世問濡首曰是諸菩薩從何佛國來世界名何如來正覺號曰何等
010_1328_b_02L난수보살이 답했다.
“세계의 이름은 상명문(常名聞)이며, 여래의 이름은 이문수(離聞首)로서 지금 현재 설법하고 계십니다. 이 모든 보살은 그 세계로부터 와서 왕의 공양에 참석하였습니다. 여기에 온 뜻은 왕의 의심을 듣고 나서 속에 품은 허망한 생각을 덜어주려는 것입니다.”
010_1328_a_24L濡首答曰世界名常名如來號離聞首今現在說法是諸菩薩從彼而來就於仁食欲得聽省王之狐疑所懷虛妄
이때 모든 보살의 뜻으로 본래 세웠고, 그 여래께서 본래 서원(誓願)한 발우가, 허공 가운데서 저절로 날아오더니, 무열(無熱)의 여덟 가지 맛난 못에 떨어져서 깨끗하게 씻겨졌다. 모든 선남자와 2만 3천의 용왕과 채녀(采女)들은 각기 공양할 발우와 향(香)을 가지고 와서, 모든 보살의 손안에 넣어 드렸다.
010_1328_b_03L時諸菩薩志所建立如來本願鉢於空中自然飛投於無棼八味浴池洗滌淸淨族姓子二萬三千諸龍采女各齎香著諸菩薩掌中
이때 왕은 이 모습을 보고 더욱 뛸 듯이 기뻐하면서, 난수동진(濡首童眞)보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렸다.
난수동진보살이 왕에게 말했다.
“이제 때가 되었으니, 공양을 베푸십시오.”
왕은 분부를 받고 곧바로 여러 가지 진귀하고 미묘한 음식을 베풀었다. 준비한 공양을 다 두루 충분하게 올렸으나, 준비한 음식은 없어지지 않았다. 아사세왕이 본래 5백 사람 분에 맞춰 준비한 음식을, 2만 3천 대중이 다 만족하게 공양하였으나, 음식은 이전대로 줄지 않았던 것이다.
010_1328_b_07L時王見茲倍用踊躍前稽首濡首童眞濡首童眞而告王可設供膳宜知是時王卽受教則便陳列若干種食琦妙珍膳供具悉遍食不消滅如是阿闍世本所供施五百人膳悉令二萬三千皆得飽足飮食如故
아사세왕은 난수보살에게 아뢰었다.
“지금도 음식이 이전대로 줄지 않았습니다.”
010_1328_b_13L阿闍世王白濡首曰今膳如故而不消賜
난수보살이 답했다.
“그와 같이 당신의 의심도 아직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의심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음식을 다 공양해도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010_1328_b_14L濡首答曰如今仁者狐疑未盡疑不盡故猶斯食膳用不消索
이때 보살들은 공양이 끝나자, 각기 그 발우를 공중에 던졌다. 발우들은 의지할 데가 없었으나 공중에 뜬 채 떨어지지 않았다.
010_1328_b_16L時諸菩薩飯食畢竟尋以其鉢跳擲空中鉢處虛無無所依據而不墮落
아사세왕이 난수보살에게 물었다.
“지금 이 발우들은 무엇을 의지하여 공중에 떠 있습니까?”
010_1328_b_18L王阿闍世問濡首曰今斯諸鉢爲何所止
난수보살이 답했다.
“대왕이 의심을 둔 곳과 마찬가지로 이 발우들도 공중에 떠 있는 것입니다.”
010_1328_b_19L濡首答曰猶如大王狐疑所存今此諸鉢亦處於彼
그러자 왕이 답했다.
“발우들은 멈춰 선 곳이 없습니다.”
010_1328_b_20L時王答曰鉢無所立
난수보살이 답했다.
“대왕이 품고 있는 의심도 멈춰 선 곳이 없는 것처럼, 이제 이 발우들도 의지할 곳이 없으면서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법도 이와 같이 다 있지도 않고 머무는 일도 없으니, 모든 법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010_1328_b_21L濡首答曰猶如大王所有狐疑亦無所立今此諸鉢無所依據而不墮落諸法如是悉無所有亦無所住以是諸法亦無墮落
文殊師利普超三昧經卷中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