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文殊師利普超三昧經卷下

ABC_IT_K0175_T_003
010_1329_a_01L문수사리보초삼매경 하권
010_1329_a_01L文殊師利普超三昧經卷下


서진 월지삼장 축법호 한역
현성주 번역
010_1329_a_02L西晉月氏三藏竺法護譯


10. 결의품(決疑品)
010_1329_a_03L決疑品第十

이때 아사세왕이 모든 보살과 성문들이 공양을 마쳐 다 씻어 끝낸 모습을 보고, 다시 낮은 의자를 가져다가 박수(溥首)보살 앞에 앉으면서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부디 박수보살께서는 저의 의심을 풀어주옵소서.”
010_1329_a_04L於是王阿闍世見諸菩薩及聲聞衆食訖澡畢更取卑榻於溥首前坐聽聞法惟願溥首解我狐疑
박수(溥首)보살이 답했다.
“강하(江河)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불세존(諸佛世尊)일지라도 대왕의 의심을 결단할 수 없습니다.”
010_1329_a_07L溥首荅大王所疑江河沙等諸佛世尊所不能決
그때 왕은 스스로 구제되거나 보호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자, 큰 나무가 부러져 땅에 넘어지듯, 의자에서 떨어져 땅에 쓰러졌다.
010_1329_a_09L時王自省無救無護從榻而如斷大樹摧折擗地
대가섭(大迦葉)이 말했다.
“대왕께서는 안심하여 두렵게 생각하고 당황하거나 놀라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큰 공덕의 갑옷을 갖춰 입은 박수동진(溥首童眞)보살께서 교묘한 방편으로 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천천히 침착하게 물어보십시오.”
010_1329_a_10L大迦葉曰大王自安莫懷恐懅勿以爲懼所以者何溥首童眞被大德鎧善權方便而設此言可徐而問
그러자 왕은 곧 일어나서 박수보살에게 물었다.
“어째서 조금 전에 강하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불세존일지라도 나의 의심을 결단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까?”
010_1329_a_13L時王卽起問溥首曰向者何說江河沙等諸佛世尊不能爲我而決狐疑
박수보살이 되물었다.
“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불세존께서는 인연의 차별에 따른 마음을 행하겠습니까?”
010_1329_a_15L溥首報曰王意云何諸佛世尊緣心行乎
왕이 답했다.
“아닙니다.”
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모든 불세존께서는 마음을 일으켜 행하겠습니까?”
010_1329_a_16L溥首又問諸佛世尊發心行乎
왕이 답했다.
“아닙니다.”
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모든 불세존께서는 마음을 없애어 행하겠습니까?”
010_1329_a_17L又問諸佛世尊滅心行乎
왕이 답했다.
“아닙니다.”
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모든 불세존께서는 유위(有爲)를 행하겠습니까?”
010_1329_a_18L又問諸佛世尊行有爲乎
왕이 답했다.
“아닙니다.”
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모든 불세존께서는 무위(無爲)를 행하겠습니까?”
010_1329_a_19L又問諸佛世尊行無爲乎
왕이 답했다.
“아닙니다.”
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모든 불세존께서는 무위(無爲)를 행하라고 가르치십니까?”
010_1329_a_20L又問諸佛世尊所教行無爲乎
왕이 답했다.
“아닙니다.”
010_1329_a_21L答曰不也
010_1329_b_02L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법에는 행이 없습니다. 행이 없다면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여기에 과연 사람을 법으로 교화하여 결단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010_1329_a_22L溥首又曰王意云何其諸法者而無有行無有行者無所歸趣寧能有人教化於法決斷之乎
왕이 답했다.
“아닙니다.”
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말했다.
“왕은 마땅히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까 ‘강하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불세존일지라도 왕의 의심을 결단할 수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왕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티끌과 어두움과 재와 연기와 구름과 안개를 가지고 허공을 더럽혀 보리라’고 한다면, 과연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010_1329_b_03L王當了吾以是故而說斯言王之狐疑江河沙等諸佛正覺所不能決復次大王假使有人而自說言我以塵冥灰煙雲霧污染虛空寧堪任乎
왕이 답했다.
“더럽힐 수 없습니다.”
010_1329_b_07L答曰不能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만일 대왕께서 만일 ‘나는 저 허공을 깨끗이 씻어내리라’고 한다면, 씻어낼 수 있겠습니까?”
010_1329_b_08L溥首又問設令大王吾取此空洗之使淨寧堪任乎
왕이 답했다.
“해낼 수 없습니다.”
答曰不能
박수보살이 말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여래의 몸은 모든 법을 환하게 아시고 허공처럼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시어 자연 그대로 청정하시므로, 더럽힐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니 무슨 법으로 더럽혀서 달리 더럽힌 경계를 보겠으며, 또 어찌 결단하거나, 깨끗이 씻어낼 수 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평등하게 이 법의 이치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까 ‘강하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불세존일지라도 결단할 수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010_1329_b_09L溥首報如是大王如來之身曉了諸法猶如虛空成最正覺自然淨者無所染以是之故何所有法而染污者見逆限乎豈可決了若淨除乎大王等觀於斯法誼吾以是故向者說言河沙等諸佛世尊所不能決了
010_1329_c_02L모든 부처님께서는 안 마음[內心]을 얻어 머무는 일이 없으시며, 바깥 마음을 얻어 머무는 일도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의 온갖 법은 자연 그대로 청정하여 처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 그대로 청정하여 처소가 없으면, 바라고 원하는 뜻에도 머무는 일이 없습니다.
그 이유를 말하겠습니다.
자재를 얻음이여, 모든 법이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자연도 없음이여, 모든 법을 일으켜 세움이 없기 때문이요, 차질(蹉跌)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며, 존재하지 않음이여, 모든 법이 형상[形貌]을 벗어났기 때문이요, 형상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허무(虛無)하기 때문입니다.
가려 덮는 장애가 없음이여, 모든 법에 교화의 모양이 없기 때문이요, 교화의 모양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자연 그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며, 존재를 벗어남이여, 모든 법이 돌아갈 곳을 놓아버렸기 때문이요, 돌아감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따로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로 떠남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요, 의지함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자연 그대로 청정하기 때문이며, 심성(心性)이 청정함이여, 모든 법이 구별 없이 허공처럼 평등하기 때문이요, 동등한 짝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벗하는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벗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둘의 차별을 벗어났기 때문이요, 둘의 차별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순수하고 담박하기 때문이며, 한량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끊기지 않기 때문이요, 끝이 없음이여, 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진실한 도리가 없음이여, 모든 법이 뒤바뀌어 진실이 아닌 법에 머물렀기 때문이요, 뒤바뀜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항상 청정하여 편안하기 때문이며, 영원함이여, 모든 법이 향하여 돌아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요, 청정함이여, 모든 법이 본래 청정하여 밝게 통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자연 그대로 진실함이여, 모든 법에 나의 존재가 없으면서 밝게 드러나기 때문이요, 안온함이여, 모든 법이 떠오르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며, 결정하지 못함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안으로 고요하기 때문이요, 속이고 허망함이 없음이여, 모든 법은 구경에 진실한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요함이여, 모든 법이 담박한 모양이기 때문이요, 우리와 나가 없음이여, 모든 법이 나를 제거하기 때문이며, 뚫려 샘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해탈한 모양이기 때문이요, 적멸(寂滅)의 경지로 나아감이여, 모든 법이 생각의 대상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 없음이여, 온갖 것을 벗어나기 때문이요, 한결같이 평등한 경지로 나아감이여, 모든 법이 평등하게 해탈로 나가기 때문이며, 미묘하여 헤아릴 수 없음이여, 모든 법이 본 바탕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요, 생각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한가롭고 조용한 연(緣)을 무너뜨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空)을 따름이여, 모든 법이 온갖 견해를 벗어났기 때문이요, 소원이 없음이여, 모든 법이 삼세(三世)를 떠났기 때문이며, 삼세를 끊음이여, 모든 법에 과거ㆍ현재ㆍ미래가 없기 때문이요. 함이 없이 평등[無爲等]함이여, 모든 법이 구경에 생겨남이 없기 때문입니다.
010_1329_b_15L復次大王諸佛世尊不得內心而有所住不得外心而有所住所以者何一切諸法自然淸淨無有處所自然淨者無有處所無有志願有所住者所以者何得自在哉諸法自然故無自然諸法無興立故無蹉跌哉諸法無所有故無所有哉諸法離形貌故形貌哉諸法虛無故無弊㝵哉諸法無教相故無教化哉諸法自然無所有故離所有哉諸法釋歸趣故無歸趣諸法無別離故無別離哉諸法無所生故無所猗哉諸法自然淨故性淨哉諸法無分如空等故無倫比諸法無伴黨故無侶哉諸法離於二故無有二哉諸法澹泊故無量哉諸法無斷絕故無邊際哉諸法無崖畔故無誠諦哉諸法顚倒從不誠諦而有所住故無顚倒哉諸法常淨得安已故有常哉諸法無歸嚮故淸淨諸法本淨因明達故已自然哉法無我而顯曜故安隱哉諸法無想念故無猶預哉諸法內寂然故無欺妄諸法究竟無誠諦故靜寞哉諸法澹泊相故無吾我哉諸法除於我故無穿漏哉諸法解脫相故趣寂滅哉諸法離所念故無恐懼哉諸法離若干故造一等哉諸法等御脫故故慌忽諸法不想本際故無有想哉諸法無壞閑默緣故順空哉諸法離衆見故無有願哉諸法離三世故斷三世哉諸法無去來今故無爲等哉諸法究竟無生故
010_1330_a_02L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법은 생겨남이 없고 일어나는 일도 없으며, 존재하는 일도 없고 진실한 도리도 없는데, 저 법을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010_1329_c_24L王意云何彼法無生亦無所起亦無所有無有眞諦豈能有人污染之乎
왕이 답했다.
“더럽힐 수 없습니다.”
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말했다.
“그러면 저 법을 과연 결단할 수 있겠습니까?”
010_1330_a_03L溥首曰彼法寧可決斷不耶
왕이 답했다.
“결단할 수 없습니다.”
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또 말했다.
“일체의 온갖 법은 평등하여 열반[泥洹] 그대로입니다. 여래께서는 이 도리를 아시고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의 의심을 결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만들어 세운 바가 있으면, 뒤바뀐 마음을 따르지 않고 닦을 수 없으니, 반드시 진리관[眞諦觀]을 세우고 닦아서 뿌리도 없이 텅 빈 경지를 관찰해야 합니다. 비록 관찰할 수 있더라도 모든 법에 받아들이는 일이 없어야 하고, 환하게 아는 일도 없어야 하며, 더불어 유행하거나 머물지도 않아야 합니다. 만일 대왕께서 모든 법과 더불어 유행하거나 머물지 않도록 한다면, 이것이 바로 믿음이 됩니다. 그 믿음이 있어야만 비로소 적막한 경지에 들고, 적막한 경지에 들어야만 비로소 자연 그대로 청정해지며, 자연 그대로 청정해져야만 비로소 만드는 일이 없어지고, 만드는 일이 없어져야만 일체의 온갖 법에 주인(主人)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저것은 바로 법인(法忍)을 지어 일체의 온갖 법에 만드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왕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만드는 일이 없는 자체가 바로 열반[滅度]입니다. 모든 법을 헤아려 보면 만들 일도 없고 무너뜨릴 일도 없으며, 만들지도 않고 만들지 않음도 없습니다. 이를 열반(涅槃)이라고 합니다.
010_1330_a_04L溥首又曰切諸法等如泥洹如來解此致最正猶是之故王狐疑者不可決斷故大王不可修行有所造立不從倒當修造立眞諦之觀觀於無本能察者則於諸法而無所受亦無所曉不與遊居若使大王不與諸法俱遊居者斯乃爲信其有信者乃爲寂寞其寂寞者乃自然淨自然淨者乃無所造無所造者一切諸法則無有主則造忍一切諸法無有造者王當知之無所造者則爲滅度計彼諸法亦無所造無所破壞亦無有造亦無不造斯謂滅度
만일 대왕께서 이를 따라 해탈한다면 평등하게 해탈합니다. 평등하게 해탈하면 그 법에 나아감도 없고 도달함도 없으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의 온갖 법에 이로운 이치가 없고 구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법은 바탕이 없습니다. 그 바탕이 없는 경지[無本]는 생기기 않습니다. 생김이 없는 그 자체가 바탕이 없는 경지입니다. 그 바탕이 없는 경지는 평등하여 차별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탕이 없는 경지라고 합니다.
만일 대왕께서 바탕이 없는 경지를 알고 믿는다면, 모든 의심은 저절로 끊어집니다.
010_1330_a_17L假使大王順此脫者則平等脫以等脫者則於其法無趣無逮不增不減所以者何於一切法無所利誼亦無所求諸法無本其無本者則無所生無所生者則亦無本其無本者等無差特故曰無本無異設使大王解信無本一切狐疑自然爲斷
010_1330_b_02L또 대왕이여, 눈은 더러움이 없으니 깨끗하게 할 일이 없습니다. 눈은 자연 그대로 바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탕이 없는 자연을 눈이라고 합니다. 귀ㆍ코ㆍ입ㆍ몸ㆍ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대왕이여, 마음은 더러움이 없으니 깨끗하게 할 일도 없습니다. 마음은 자연 그대로 바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탕이 없는 자연을 마음이라고 합니다.
왕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색(色)은 더러움이 없으니 깨끗하게 할 일도 없습니다. 색은 자연 그대로 바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탕이 없는 자연을 색(色)이라고 합니다. 수(受: 痛)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이와 같습니다. 식(識)은 더러움이 없으니 깨끗하게 할 일도 없습니다. 식(識)은 자연 그대로 바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탕이 없는 자연을 식(識)이라고 합니다.
왕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일체의 온갖 법은 더러움이 없으니 깨끗하게 할 일도 없습니다. 모든 법은 자연 그대로 바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탕이 없는 자연을 모든 법이라고 합니다.
마음은 형색도 없고 볼 수도 없으니, 위해(危害)를 끼치는 일도 없고 처소도 없으며, 말로서 가르치지도 못합니다. 비유하면 환영(幻影)처럼 밖에도 있지 않고 안에도 있지 않습니다. 마음은 본래 청정하여 자연 그대로 밝은 것입니다. 만일 마음이 깨끗해진다면 더러움이 없으니 깨끗하게 할 일도 없습니다.
010_1330_a_23L又若大王眼無染污亦無所淨眼之自然爲無本故無本自然則曰眼矣亦復如是心者大王無有染污亦無所淨心之自然爲無本故無本自然則曰心矣王當了之色無染污亦無所淨色者自然爲無本故無本自然則曰色矣識亦復如是識無染污亦無所淨識之自然爲無本故無本自然則曰識矣王當了之一切諸法無有染污亦無所淨諸法自然爲無本故無本自然則曰諸法心無形色亦不可見無所危害無有處所無有言教譬若如幻不處於外不處於內心者本淨而自然明設心淨者則無染污亦無所淨
010_1330_c_02L왕은 마땅히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본래 청정한 마음은 더럽힐 수 없습니다. 깨끗하지도 않고 허망하지도 않으며, 집착할 일도 없고, 위해(危害)를 끼칠 일도 없습니다.
진실하지 못한 생각[想]으로 만드는 일에는 진실한 사상(思想)이 없습니다. 만일 이러한 일에 머문다면, 범부(凡夫)는 어리석어서 욕망을 의지하여 번뇌[塵勞]합니다. 저기에 어째서 진실한 법이 없다고 하겠습니까. 바로 진실한 법이 없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 진실이 없는 자가 진실한 법과 함께하지 못하면, 일체의 온갖 법은 진실하지 못한 법에 머물러서, 저 진실한 법이 없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대왕이여, 비유로 허공을 들어 보겠습니다. 이 허공은 색깔도 없고 볼 수도 없으며, 잡을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으며, 언설로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지금 이 허공은 비록 색(色)도 없고 볼 수도 없으며, 잡을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으며, 언설로 가르칠 수도 없다고 할지라도, 나는 이제 티끌과 연기와 구름과 안개로 이 허공을 더럽혀 보리라’고 한다면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010_1330_b_15L王當解此其本淨心不可染污無有淨者無有虛妄亦無所著無所危害因無諦想而有所造無諦思想設有所住凡夫愚騃猗欲塵勞彼則何謂無有誠諦則而發起無誠諦想其無誠者則不興諦一切諸法住不眞諦以存於彼無誠諦想譬如大王喩此虛空無色無見不可執持亦無所捨亦無言教假使有人而說言曰今此虛空無色無見不可執持亦無所捨無有言教吾今欲以塵煙焰雲霧污染虛
왕이 답했다.
“더럽힐 수 없습니다.”
王答曰不能
박수보살이 말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마음도 본래 청정하여 자연 그대로 뚜렷하게 밝아 있으니, 티끌과 연기와 구름과 안개로 이 마음을 가로막아 더럽힐 수 없습니다. 비유하면 티끌과 연기와 구름과 안개가 허공에 머물고 있을지라도, 끝내 허공을 물들여 더럽힐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우리와 나의 모양[吾我相]을 일으켜서 나의 소유라 하고, 허망하게 비친 연(緣)의 맺음을 근거로, 탐[婬]ㆍ진[怒]ㆍ치(癡)가 만들어졌을지라도, 자연 그대로 청정한 마음의 법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대왕이여,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그 자연 그대로 청정한 마음[彼]에 의심을 품지 마십시오.
010_1330_c_04L溥首曰如是大王本之淨自然顯明則不可以塵煙焰雲霧蔽㝵污之譬如塵煙焰雲霧住於虛空終不染空而爲垢污如是發吾我相謂是我所因鑑緣結爲不污心法不污心法自然之是故大王仁者於彼勿懷狐疑
010_1331_a_02L왕이 그 의심을 알기 위하여, 그 과거의 마음이 미래의 마음에 이를지라도 곧 모양이 없습니다. 그 미래의 마음이 과거의 마음에 이를지라도 역시 모양이 없습니다. 현재의 마음은 의지할 데가 없고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 마음의 생각이 뒤 마음에 걸리지 않고, 뒤 마음의 생각이 앞 마음에 걸리지 않습니다. 현재의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그 이치를 밝게 알면서, 마음은 있지도 않고 있지 않음도 없으며, 과거의 마음은 사라졌고, 미래의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의 마음은 머물지 않는다고 관찰해야 합니다. 이렇게 모든 법이 미래에 머물지 않음을 보면서 모든 견해를 없애고,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야 해탈하기 때문입니다. 청정한 생각은 모든 법이 번뇌[垢]를 벗어나서 세상과 두루 평등하고 밝음과 두루 평등합니다. 생기는 일이 없으면 언어의 가르침이 없습니다. 언어의 가르침이 없는 데 이르면, 처소가 없으면서 처소가 없지도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고요한[寂然] 이치를 설하셨으니, 그 고요한 이치로 저 법을 헤아려 생각한다면, 처소가 없습니다. 비록 어떤 사람이 처소를 찾을지라도, 언어의 가르침으로 모든 법을 추구할 뿐입니다.
만일 대왕께서 모든 법에 있으면서 생각을 떠난다면, 온갖 의심의 맺힘을 없애버리고도 모든 법에 의심을 결단하여 없앤 일이 없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의심은 법과 함께 평등하게 나아가서 차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법계(法界)는 평등을 이끈다고 합니다. 일체의 온갖 법이 법계와 함께 해야만 이 모든 법을 반드시 평등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일체의 온갖 법이 법계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법계가 평등하면 바로 모든 법이 평등합니다. 그러므로 법계와 평등한 일체의 온갖 법이라고 이름합니다. 그 법계는 평등하게 모든 법을 이끄는 것입니다.
010_1330_c_10L欲知之其過去心及當來心則無形其當來心及過去心亦無形貌在心者無所依猗亦無所有前心所念不㝵後心後心所念不㝵前心現在心亦復如是明知於彼而造斯心無所有亦無不有過去心者以滅盡未來心未至現在無住睹見諸法當來無住蠲除諸見無所怪者爲解脫故淸淨想者諸法離垢普等于世普等於明無所生者無有言教及無言教無處不處世尊所說寂然之議其寂然者計於彼法則無有處假使有人求處言教推索諸法設使大王在於諸法而無所念則除一切狐疑之結而於諸法無所決除所以者何其狐疑者與法適等而無差特故曰法界御於平等一切諸法及與法界於此諸法當御平等所以者何一切諸法則入法界設等法界則等諸法是故名曰法界平等一切諸法其法界者等御諸法
박수보살이 이 법을 설하자, 아사세왕(阿闍世王)은 부드럽게 따르는 법인[柔順法忍]을 얻고 뛸 듯이 기쁘면서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왕은 곧 두 손을 모아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시원하게 이 법을 설하여 나의 의심을 없애 주셨습니다.”
010_1331_a_08L說是語時王阿闍世得柔順法忍歡喜踊躍心獲大安卽叉手歎曰善哉快說斯言辯除余
박수보살이 답했다.
“대왕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더욱 어두운 의심의 맺힘입니다. 왕은 마치 모든 법을 끝까지 추구하여 깨달은 듯이 ‘훌륭하십니다.
010_1331_a_11L溥首答曰王當知之斯爲大冥狐疑之結也如王究竟釋一切法而說斯言
시원하게 이 법을 설하여 나의 의심을 없애 주셨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왕이 또 답했다.
“박수보살의 말씀으로 나를 가려온 온갖 어두운 번뇌가 말끔히 없어졌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비록 나의 몸과 목숨이 끝날지라도, 반드시 도(道)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010_1331_a_13L善哉溥首快說斯言辯除疑惑王又答曰以爲滅盡吾諸陰假使我身命終沒者則當至道
박수보살이 답했다.
“이것이 바로 더욱 심한 의심의 장애로서, 이에 구경(究竟)의 일체 제법으로 멸도(滅度)에 이르고자 하는 격이니, 어찌 열반[泥洹]을 바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또 구경열반(究竟涅槃)의 일체 제법에서 또 다시 멸도를 바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구경열반은 모든 법이 본래 청정하여 생긴 일이 없습니다.”
010_1331_a_15L溥首答曰是爲大王之甚疑㝵乃欲究竟一切諸法至於滅度乃能悕望想於泥洹竟泥洹一切諸法而復望想於滅度究竟泥洹者諸法本淨而無所生
010_1331_b_02L이때 아사세왕은 백천의 값진 부드럽고 미묘한 옷을 손에 들고, 박수보살에게 받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법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오니 그 옷을 입으소서.”
그러자 박수동진보살은 홀연히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몸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지금 대왕께서 박수의 몸을 못 보는 것처럼 그 의심도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야 하고, 그 의심을 보는 것처럼 일체의 온갖 법도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야 하며, 모든 법을 보는 것처럼 보는 것을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자체를 보아야 합니다.”
공중의 소리는 이어 또 말했다.
“몸이 보이는 이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1_a_19L爾時王阿闍世取軟妙衣價直百千卽以手持奉上溥首欲報法恩而覆其身溥首童眞忽然不現不見其身何所歸趣空中聲曰如今大王而不睹見溥首之身觀其狐疑亦當如斯如見狐疑見一切諸法亦復如是觀諸法所見如是見無所見又曰所見身者以衣與之
박수의 다음 자리에 혜영당(慧英幢)이라는 보살이 앉아 있었다. 아사세왕은 그 보살에게 옷을 주었다.
그러나 이 보살은 받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나는 소유(所有)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또 성내거나 한탄하지도 않고, 멸도(滅度)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또한 범부의 법을 가까이하는 이에게서 이 옷을 받지 않고, 범부의 행을 뛰어넘은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배우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고, 번뇌의 법을 뛰어넘은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배우지 않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고, 연각(緣覺)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연각을 뛰어넘은 이에게서도 받지 않습니다. 나는 여래에게도 받지 않으며, 여래의 법을 뛰어넘은 이에게서도 받지 않습니다. 만일 대왕께서 이 법을 행하지도 않고 이 법을 버리지도 않는다면, 나는 비로소 당신으로부터 이 옷을 받겠습니다. 받는 이와 베푸는 이가 모두 똑같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衆祐]께서는 이와 같은 보시를 청정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사세왕은 그 옷을 혜영당보살에게 입히려고 하였으나, 그 보살은 홀연히 자리에서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1_b_04L次于溥首坐菩薩名慧英幢王阿闍世以衣與於時菩薩不肯受衣而說斯曰不欲脫於所有亦不瞋恨亦不滅度吾亦不近於凡夫法而受斯衣亦不從度凡夫行者不從學者亦復不從度塵法者不從不學不從無學而度法不從緣覺亦復不從度緣覺者而受斯衣吾亦不從如來所受亦不從度如來法者而有所受假使大王不行斯法不捨此法吾乃從彼而有所所當受者若有施者俱同一等而無差特如此施者則爲淸淨衆祐所王阿闍世則以其衣著慧英幢身卽於座上忽然不現已於空中復聞聲曰其身現者以衣施之
010_1331_c_02L아사세왕은 그 다음 자리의 신희적(信喜寂)이란 보살에게 그 옷을 주려고 하였다.
그 보살이 말했다.
“나 또한 자신의 몸을 보는 이로부터 받지 않고, 남을 보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번뇌를 보고 집착한 이로부터 받지 않고, 번뇌를 벗어난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고요한 데 의지한 이로부터 받지 않고, 고요한 데 의지하지 않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마음이 안정된 이로부터 받지 않고, 뜻이 어지러운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지혜로운 이에게서도 받지 않고, 지혜롭지 못한 이에게서도 받지 않습니다.”
왕이 그 옷을 신희적보살에게 입히려고 하자, 그 보살 역시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1_b_19L次有菩薩名信喜寂王阿闍世以衣施之其菩薩曰吾亦不從自見身如有所受從見他不從見著塵而有所受不從離塵亦不從寂猗而有所受不從無不從定意不從亂志不從智慧從無慧而有所受王卽以衣著菩薩則亦不現而於空中如有聲曰現身者以衣施之
아사세왕은 그 다음 자리의 불사소념(不捨所念)이란 보살에게 그 옷을 주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 보살 또한 받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나는 몸에 의지하는 이로부터 받지 않고, 몸에 의지하지 않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말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고, 마음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지혜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고, 이치[誼]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5음(陰)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고, 종성(種姓)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6진(塵: 衰)과 6입(入)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고, 진리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으며, 부처님의 음성에 의지하는 이에게서도 받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의 모든 법은 다 의지할 데가 없고, 집착할 곳도 없으면서 구경토록 영원히 편안하여 흔들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사세왕이 그 옷을 주려고 하자, 그 보살 역시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그 몸이 나타난 이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1_c_04L次有菩薩名不捨所念王阿闍世以衣施之於時菩薩亦不肯受而說斯曰吾不從猗身而有所受不從猗言不從猗心不從猗慧不從猗誼不從猗陰不從猗種不從猗衰入不從猗諦不從猗佛音聲而有所受所以者何一切諸法皆無所猗亦無所著究竟永安亦無震動王阿闍世以衣施之於時菩薩則亦不現空中有聲而語王曰其身現者以衣施之
아사세왕은 또 그 다음 자리의 존지(尊志)라는 보살에게 그 옷을 주려고 하자, 그 보살 역시 받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왕께서는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나는 낮게 해탈한 이로부터 받지 않습니다.
만일 대왕께서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켜서 그 마음이 평등하면, 도의 마음이 평등해집니다. 진실로 도의 마음이 평등해져서 도가 이미 평등해지면, 그 마음도 평등해집니다. 이미 도의 마음이 평등하고 모든 법이 평등하여, 일체의 법과 평등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당신으로부터 그 옷을 받겠습니다. 일체의 법에는 받음도 없고, 버림도 없으며, 거둬들임도 없습니다. 모든 법에서 해탈할지라도 해탈했다는 마음이 없어야 하고, 해탈했다는 마음이 없지도 않아야 합니다. 일체의 법을 볼지라도 우리와 나라는 견해가 없어야 하고, 우리와 나를 생각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행해야만, 비로소 당신으로부터 그 옷을 받겠습니다.”
아사세왕이 그 옷을 주려고 하였으나, 그 보살은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그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1_c_14L次坐菩薩名曰尊志王阿闍世以衣施之於時菩薩亦不肯受而說斯曰王當知之吾不從卑脫而有所假使大王發於無上正眞道心心等者道意則等信道意等道已平等其心亦等已等道意諸法則等已能平等一切法者乃從受衣於一切法不受不捨亦無所收脫於諸法而無有意亦無不意睹一切法不見吾我不計吾我如是行者乃從受衣王阿闍世以衣施之則便不現以於空中而有聲曰其有現者以衣與之
010_1332_a_02L아사세왕은 또 그 다음으로 정화왕(定華王)이라는 보살에게 그 옷을 주려고 하였으나, 그 보살 역시 받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비록 대왕께서 삼매(三昧)를 행할지라도 선정의 뜻[定意]을 품지 않고, 모든 법이 본래 청정하고 평등하여 해탈이 없음을 믿고 안다면, 나는 비로소 당신으로부터 이 옷을 받겠습니다.”
아사세왕이 그 옷을 그 보살의 몸에 입히려고 하자, 그 보살 또한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그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2_a_02L次有菩薩名定華王王阿闍世以衣施之於時菩薩亦不肯受而說斯曰假使大王行諸三昧不於定意而有所懷信解諸法本淨平等無有脫者我乃從彼而受斯衣王阿闍世以衣著其身於時菩薩則亦不現以於空中而聞聲曰其身現者以衣與之
아사세왕은 또 그 다음 자리의 무체득(無逮得)이란 보살에게 그 옷을 주려고 하자, 그 보살 또한 받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만일 대왕께서 모든 번뇌의 쌓임에서 진실하게 해탈하여, 문자와 음성이 일체 평등하여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미 모든 법에 얻을 대상이 없는 경지를 본다면, 곧 중생을 인도하여 이롭게 할지라도 얻을 대상이 없는 이치에 따라 온갖 좋은 것을 다스리지도 않고, 장엄하여 꾸미도록 인도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행한다면 나는 비로소 당신에게서 그 옷을 받겠습니다.”
아사세왕이 그 옷을 던지자, 그 보살은 홀연히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그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2_a_09L次坐菩薩名無逮得王阿闍世以衣施之時彼菩薩亦不肯受而說斯曰假使大王於一切陰而信得度文字音聲一切平等而不可得已見諸法無所得者則便導利無所得誼不御衆好不導嚴飾作斯行者我乃從彼而有所受王阿闍世以衣擲之時彼菩薩忽然不現以於空中而有聲曰其身現者以衣施之
아사세왕은 또 그 다음 자리의 정삼구(淨三垢)라는 보살에게 그 옷을 주려고 하자, 그 보살 역시 받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만일 대왕께서 자신의 몸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받는 이도 없고 주는 이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게 됩니다. 만일 이와 같이 한다면, 나는 비로소 옷을 받겠습니다.”
아사세왕은 옷을 던졌으나 역시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그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2_a_18L次有菩薩名淨三垢王阿闍世以衣施之時彼菩薩亦不肯受而說斯曰假使大王不自得身亦無受者其有施者亦無悕望若如是者我乃受衣王阿闍世以衣擲之則亦不現以於空中而有聲曰其身現者以衣與之
010_1332_b_02L아사세왕은 또 그 다음 자리의 화제법왕(化諸法王)이라는 보살에게 그 옷을 주려고 하자, 그 보살 역시 받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성문(聲聞)을 시현(示現)하여 열반[泥洹]하면서도 열반[滅度]에 들지 않아야 하고, 연각(緣覺)을 시현하여 열반하면서도 열반에 들지 않아야 하며, 여래를 시현하여 열반하면서도 열반에 들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생사법[終始法]도 없고, 멸도법(滅度法)도 없다면, 나는 비로소 그 옷을 받겠습니다.”
아사세왕이 옷을 던졌으나 역시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그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2_a_24L次坐菩薩名化諸法王阿闍世以衣施之於時菩薩亦不肯假使大王示現聲聞而般泥洹亦不滅度示現緣覺而般泥洹亦不滅示現如來而般泥洹亦不滅度終始法無滅度法吾乃受衣王阿闍世以衣擲之則亦不現空中聲曰有現身以衣與之
아사세왕은 이렇게 차례대로 옷을 주려고 하였으나, 모든 보살은 낱낱이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각각 “그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의자와 책상도 텅 비어[空] 나타나지 않았다.
010_1332_b_08L王阿闍世以次第以衣施諸菩薩一一不現各各說曰其有現者以衣與之牀榻机案亦空不現
아사세왕은 현자(賢者) 대가섭(大迦葉)에게 말했다.
“지금 몸을 나타낸 분이 마땅히 이 옷을 받아야 합니다. 당신은 최고의 연장자(年長者: 尊長)로서 부처님께서도 칭찬하시는 분이니, 마땅히 이 옷을 받아야 합니다.”
010_1332_b_11L王阿闍世謂賢者大迦葉曰今現者當受斯衣仁者最尊佛所咨歎宜當受之
대가섭(大迦葉)이 말했다.
“나는 탐[婬]ㆍ진[怒]ㆍ치(癡)를 없애지 못했으니, 지금의 이 몸으로는 옷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무명(無明)도 버리지 못하였고, 애욕(愛欲)도 없애지 못하였으며, 고뇌[苦]도 끊지 못하였고, 고뇌의 원인[習: 集]도 멸하지 못하였으며, 다 없애어 증득[滅]하지도 못하였고, 닦는 길[道]에 들어서지도 못하였습니다. 나는 부처님[佛]도 못보고, 법(法)을 듣지도 못하며, 성중(聖衆: 僧)을 모시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번뇌[塵勞]를 놓지 않았으나, 사상(思想)을 일으키지도 않고 사상을 떠나지도 않았으며, 지혜를 세우지도 않고 지혜를 떠나지도 않았습니다. 나의 눈을 깨끗하게 하지도 않고 지혜를 짓지도 않으며 없애지도 않습니다. 그 옷을 나에게 베풀지라도 큰복을 얻지도 못하고 복이 없지도 않습니다. 나 또한 나고 죽는 법에 있지도 않고 멸도법도 없습니다. 그 옷을 나에게 베풀지라도 부처님의 덕을 끝까지 추구할 수도 없습니다. 만일 대왕께서 이와 같이 행하여 평등하게 온갖 바른 이치를 지킬 수 있다면, 나는 비로소 이 옷을 받겠습니다.”
아사세왕은 옷을 던졌으나, 홀연히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그 몸이 나타나 있는 분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010_1332_b_13L大迦葉曰吾婬癡無除盡也如今吾身不應受衣不捨無不除欲索不斷苦惱不滅於習爲盡證亦不由路吾不見佛亦不聞不御聖衆不釋塵勞不發思想離思想不建立慧亦不離慧吾眼不淨亦不造慧亦無所滅其施我者不獲大福亦非無福吾亦不在於生死無滅度法其施我者不能究竟衆祐之德假使大王能行如斯等護諸我受斯衣王阿闍世以衣擲之然不現在於空中而聞聲曰其身現者以衣與之
010_1332_c_02L아사세왕이 차례로 이렇게 옷을 베풀었으나, 각각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일체 뛰어난 제자들은 모두 낱낱이 사라져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5백 인이 다 함께 소리만 내어 말했다.
“왕께서 몸을 볼 수 있는 이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왕은 혼자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보살과 성문이 모두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구나. 나는 마땅히 되돌아가서 제일 왕후에게 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곧 궁전 안으로 들어가서 두루 살펴보았으나, 채녀(婇女)들도 일체 보이지 않았다.
010_1332_c_02L王阿闍世次第施衣則各不現如是一切諸大弟子一一慌惚沒不復現盡五百人復聞聲曰所見身以衣施之卽自念言菩薩聞悉不復現吾當還與第一之后入宮裏而遍觀察亦不睹見一切婇
아사세왕은 곧바로 보이지 않은 경지와 매우 가까운 삼매에 들었다. 그 눈에 보여야할 모든 색(色)은 보이지 않았다. 남녀(男女)도 보이지 않았고 동자(童子)도 보이지 않았으며 동녀(童女)도 보이지 않았다. 또 크고 작은 것도 보이지 않았고, 장벽도 보이지 않았으며, 수목(樹木)도 보이지 않았고, 집도 보이지 않았으며, 성곽(城郭)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보이는 것은 자기의 몸 모양뿐이다.
010_1332_c_08L王阿闍世便得親近如斯定意目所瞻不見諸色亦不見男女不見童子不見童女不見大小不見牆壁不見樹木不見屋宅不見城郭續見身想復聞空中而有聲曰其身現者以衣與之王卽自著不見自身尋則雪除一切色想
그때 또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몸이 나타난 이에게 그 옷을 주십시오.”
왕은 곧 스스로 그 옷을 입었다. 그러자 자기의 몸도 보이지 않으면서, 당장 일체의 색상(色相)도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또 다시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대왕께서 모든 색(色)의 형상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부드럽고 편안하게 의심을 관찰하십시오. 또 반드시 의심을 보는 것처럼, 일체의 법도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합니다. 만일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보는 것으로서 온갖 보는 경계를 벗어난 것입니다. 만일 봄을 떠나서 보이는 것이 있다면, 보는 것이 없으면서 온갖 봄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보아야만 평등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만일 모든 법에 보이는 것이 없고 이미 보이는 것이 없어졌다면, 이것이 바로 평등하게 보는 것입니다.”
010_1332_c_14L復聞聲曰假使大王不見諸色形像所有柔軟安隱觀於狐亦當如見狐疑觀一切法亦復如如無所見者斯乃爲見離於諸見使離見有所見者則無所見不離諸如是見者能爲等觀設於諸法不有所見已無所見則爲等觀
이때 아사세왕은 일체 생각의 집착을 떠난 채, 삼매로부터 일어나서 곧 본래대로 돌아왔다. 다시 법회의 대중을 보니, 왕후들과 채녀(婇女)들과 성곽과 궁전과 집들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010_1332_c_20L於時王阿闍世皆離一切想念所著從三昧起尋則還復見衆會者諸后婇女城郭殿宅亦復如故
아사세왕은 박수보살에게 아뢰었다.
“좀 전에 법회대중은 어디에 모여 있었습니까? 내 앞에 있으면서도 못 본 것입니까?”
010_1332_c_23L王阿闍世白溥首曰者衆會爲何所湊又吾在前而不見
010_1333_a_02L박수보살이 답했다.
“마치 대왕의 의심이 모인 곳과 같습니다. 법회대중은 좀 전에도 저기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대왕이여, 법회대중을 봅니까?”
010_1333_a_02L溥首報曰猶如大王狐疑所湊衆會者向在于彼又問大王見衆會
왕이 답했다.
“예, 벌써 보았습니다.”
答曰已見
박수보살이 물었다.
“어떻게 보았습니까?”
溥首問曰云何見
왕이 답했다.
“의심을 보는 것처럼 법회대중도 이와 같이 보았습니다.”
010_1333_a_04L而見狐疑睹衆會者亦復如是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무엇으로 의심을 봅니까?”
010_1333_a_05L又問以何等見於狐疑乎
왕이 답했다.
“법회대중과 눈앞의 모든 형색(形色)을 보는 것처럼, 의심도 역시 그렇게 안과 밖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010_1333_a_06L答曰如睹會者目前所見諸形色者狐疑亦然不見內外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대왕이여,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5역죄를 범한 자는 가차없이[不得中止]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진다’고 하셨으니, 왕은 자신이 앞으로 지옥에 간다는 것을 아십니까?”
010_1333_a_07L又問大王世尊說曰其犯逆者不得中止處無有間王自知當至地獄乎
왕이 곧 답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박수보살이여, 어찌 여래께서 진리 그대로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셨을 때, 어떤 법은 지옥[囹圄]으로 돌아가고, 이 법은 3악도[塗]에 떨어지며, 이 법은 천상(天上)에 나고, 이 법은 열반[泥洹]에 이른다고 보셨겠습니까?”
010_1333_a_09L王尋答曰云何溥首如來至眞成正覺時豈見有法歸囹圄乎斯趣三塗斯趣天上斯趣泥洹乎
박수보살이 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010_1333_a_12L答曰不也
왕이 말했다.
“박수보살께서는 잘 살펴보십시오. 나는 이제 일체의 온갖 법을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은 법은 모든 경법(經法)에서 얻는 것도 아닙니다. 지옥으로 가든지, 천상에 나든지, 열반에 들지라도, 일체의 온갖 법은 모두 다 본래 그대로[如]입니다. 만일 공(空)으로 돌아가는 이치를 분별하여 공(空)에서 본다면, 지옥으로 가는 일도 없고, 천상에 나는 일도 없으며, 열반에 드는 일도 없습니다. 일체의 온갖 법은 무너지는 일이 없으므로, 일체의 온갖 법은 다 법계(法界)로 돌아갑니다.
그 법계는 나쁜 세상[惡趣]으로 돌아가지 않고, 천상에 오르지 않으며, 열반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반역죄의 무간지옥(無間地獄)이 곧 법계요, 온갖 반역의 근원이 바로 법계입니다. 그 본래 청정이 곧 온갖 반역이요, 온갖 반역이 바로 본래 청정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본래 청정이라고 합니다. 박수보살이여, 그러므로 일체의 온갖 법은 생기는 대상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나는 나쁜 세상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천상으로 올라가지도 않으며, 열반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010_1333_a_13L溥首察見吾今覺了一切諸法覺了法於諸經法亦無所得趣於地獄若生天上般泥洹者一切諸法皆悉爲如若分別空之所歸趣瞻於空者趣地獄不至天上不歸泥洹一切諸法無所破壞一切諸法悉歸法界法界者不歸惡趣不上於天不歸泥其逆無閒則謂法界諸逆之原則謂法界其本淨者則謂諸逆其諸逆者則謂本淨是故言曰諸法本淨故溥首一切諸法至無所生由斯自知不歸惡趣亦不上天不升泥洹
박수보살이 답했다.
“대왕이여, 어째서 불법(佛法)의 가르침을 어지럽힙니까?”
010_1333_a_24L首答曰云何大王亂佛法教
010_1333_b_02L왕이 답했다.
“나도 또한 부처님의 분부[敎命]를 어기지 않았고, 부처님의 법을 비방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도 분별하시어 나의 존재가 없는 바탕을 연설하시고, 참다운 진리의 근원을 설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미 나의 존재가 없다면, 거기에는 사람의 존재도 없으며, 사람의 존재가 없다면, 중생도 허무하여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만들 일이 없으니, 지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습니다.
010_1333_b_02L答曰亦不違世尊教命不詭佛法所以者世尊分別演無我際說眞諦原無有我彼則無人人無所有衆生虛無有實者如是計之則無所造亦無作者亦無受者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대왕이여, 의심을 결단하였습니까?”
又問大王狐疑斷乎
왕이 답했다.
“이미 찾아내어 없앴습니다.”
010_1333_b_07L答曰已究除矣
박수보살이 물었다.
“대왕이여, 어떻습니까? 결정하지 못하는 일도 끊었습니까?”
010_1333_b_08L溥首問曰云何大王猶豫絕乎
왕이 답했다.
“영원히 끊었습니다.”
答曰永絕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지금 이 법회대중이 왕의 반역죄를 다 알고 있는데, 왕은 어째서 반역죄가 없다고 합니까?”
010_1333_b_09L溥首又問今王云何於衆會中知王有逆而言無逆
왕이 답했다.
“반역죄가 없습니다.”
010_1333_b_10L答曰不也
박수보살이 또 물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又問云何
왕이 답했다.
“이전에 저지른 반역죄를 해탈하여 맺힘이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저 모든 반역자에서 이 회의 반역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반역은, 이 보살들의 부드럽게 따라 관찰하는 법인[柔順法忍]이니, 보살들은 온갖 반역자로 하여금 이 법인(法忍)에 들어갈 수 있게 하여, 온갖 반역죄를 붙들어 가지지 않도록 합니다. 박수보살이여, 이른바 반역은 저 모든 반역자로부터 이 회의 반역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반역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저들을 모두 모든 반역죄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010_1333_b_11L答曰其已逆者脫於無結而造證者彼諸逆者斯會逆者其諸逆者則是菩薩柔順法忍而令衆人得入斯忍不當於彼攬持諸逆溥首所謂逆者從彼至斯無有諸逆以是之故不當於彼摠攝諸逆
이때 혜영당(慧英幢)보살이 큰 소리로 찬탄하였다.
“대왕의 길이 매우 깨끗하게 닦였기 때문에, 마침내 이러한 법인(法忍)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010_1333_b_16L時慧英幢菩薩擧聲歎曰以爲嚴除大王之路乃能逮得如斯法忍
왕이 바로 답하였다.
“일체의 온갖 법은 처음부터 끝까지[本末] 다 청정합니다. 또 일체 법은 영원히 고요하고 편안하여 더러워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러움에 물들어 때가 낄 수 없습니다. 집착이 없는 도를 도라고 합니다. 또 저 도는 생사로 돌아가지도 않고, 열반에 이르지도 않습니다. 모든 성현(聖賢)의 도는 인도하는 길이 없고, 일으킬 길이 없습니다. 이를 도라고 하니, 도(道)는 길이 없습니다.”
010_1333_b_18L王則答曰一切諸法本末悉淨又一切法究竟閑默無所染污以是之故不可污染而爲作垢無所著道斯名曰道又彼道者不歸生死不至泥洹諸賢聖道無道御者無所起道斯名爲道道無有道
010_1333_c_02L아사세왕은 이렇게 말하면서 부드럽게 따르는 법인[柔順法忍]을 환하게 통달하였다. 이때 중궁전(中宮殿)의 42여인은 모두 박수보살이 나타낸 위신력(威神力)의 변화를 보면서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켰으며, 5백 서민(庶民)은 번뇌[塵垢]를 멀리 벗어나서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다.
010_1333_b_24L王阿闍世說此言時逮得明達柔順法忍於時中宮四十二女見溥首威神變化皆發無上正眞道意五百庶民遠塵離垢諸法眼淨
이때 백천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왕궁의 문 아래로 몰려와서, 법을 듣고 공양하면서 받들어 모시고자 하였다. 이들을 위해 박수동진(軟首童眞)보살은 발가락으로 그 땅을 눌렀다. 그러자 왕사성(王舍城)은 다 유리(琉璃)로 변했다. 성안에 살고 있는 모든 백성은, 마치 밝은 거울에 비친 제 모양을 보듯, 박수와 보살들과 성문(聲聞)들을 환하게 보았다.
박수동진보살은 몰려온 사람들에게 알맞은 법을 설했다. 8만 4천 사람은 모두 경법(經法)을 들으면서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으며, 5백 사람은 다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켰다.
010_1333_c_04L時無央數百千人衆皆來集會王宮門下得聞法供養奉事溥首童眞以腳足指而案此地時王舍城悉作琉璃切城里所居民者悉見溥首菩薩譬如明鏡照其面像自見其影首童眞爲諸來者如應說法八萬四千人聽經法者得法眼淨五百人皆發無上正眞道意

11. 심본정품(心本淨品)
010_1333_c_12L心本淨品第十一

이때 박수보살은 아사세왕과 그의 권속들과 따로 모여든 무수한 사람들을 두루 교화하기 위하여 설법하였다. 설법을 끝내고 박수보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비구대중과 아사세왕과 여러 신하와 그 권속들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궁전 문을 나와서 길을 가다가 한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는 자기 어머니를 해치고 다른 나무 밑에 기대어 선 채, 고뇌에 빠져 통곡하면서 “이 일을 어찌하랴”고 절규하였다. 그는 현재 해탈할 최종시기에 당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스스로 저지른 일을 책임지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스스로 어머니를 해친 대역죄를 범했으니, 마땅히 지옥에 떨어져야 한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율행(律行)을 닦지 않을 수 없었다.
010_1333_c_13L爾時溥首爲王阿闍世及諸眷屬幷餘來者無數之衆開化說法卽從坐起與比丘衆王阿闍世群臣寮屬及無數人出宮門行行於途路見一男自害其母住他樹下啼哭懊惱稱奈何其人究竟現在應度而自剋所作無狀而造大逆自危其母當墮地獄雖爾其人當修律行
010_1334_a_02L이를 알아 본 박수보살은 비구들이 보는 앞에서 신통으로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그 변화한 사람들은 어머니를 해친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가다가 그 어머니를 해친 사람과 멀지 않은 중간 길에 멈췄다. 어머니를 해친 사람은 멀리서 어떤 부모가 아들과 함께 벗하여 오는 것을 보았다.
부모가 아들에게 말했다.
“이게 바른 길이야.”
아들이 답했다.
“이것은 바른 길이 아닙니다.”
변화한 부모와 변화한 아들은 길을 놓고 서로 심하게 다투었다. 그러다가 변화한 아들은 분노를 일으켜 변화한 부모를 죽여버렸다. 그 어머니를 해쳐 반역죄를 범한 아들은, 멀리서 변화한 부모를 해친 변화한 아들이 지독한 괴로움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고 흐느껴 울면서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았다.
그 변화한 아들은 곧 어머니를 해친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와서 말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였으니,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또 그는 울면서 “이 일을 어찌하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그 어머니를 해친 사람은 홀로 생각하였다.
“지금 여기에 온 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 죽였으나, 나는 단지 어머니만을 죽였을 뿐이다. 저 사람의 어리석고 무지한 죄는 너무나 크다. 내가 범한 대역죄는 저 사람보다 나으니, 저 사람이 받을 죄에 비하면 나는 오히려 가볍게 느껴지는구나.”
그 변화한 아들은 혹독한 괴로움으로 슬피 울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마땅히 능인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리라. 아무도 구제해 주지 않는 자를 부처님께서는 구제해 주시며, 두려움으로 당황한 자를 위로하여 근심을 없애주신다. 나는 가서 마땅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그대로 행하리라.”
이에 변화한 사람은 통곡하면서 먼저 길을 나섰다. 어머니를 해친 사람도 곧 그 뒤를 따라가면서 생각했다.
“저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는 것처럼, 나도 마땅히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 그러나 내 죄는 작고 가볍지만, 저 사람의 죄는 대단히 무겁다.”
010_1333_c_21L時溥首於比丘衆前化作異化卽時往詣害母人所去之不遠而中道住其害母者遙見父母與子共侶父母謂子者正路其子答曰斯非正路遞互起於是化子現懷瞋怒殺化父母逆罪子遙見化子害化父母啼哭酸毒不能自勝尋卽往詣害母人所謂之曰我殺父母當墮地獄哭言當設何計其害母者而自念言此來人乃害二親我但危母其人癡冥罪莫大焉我之爲逆尚差於彼彼受罪吾猶覺輕其化人者悲哀酸酷口竝宣言吾當往詣能仁佛所其無救者佛爲設救其恐懅者慰除所患如佛所教我當奉遵於時化人啼哭進路在其前行而害母者尋隨其後如彼悔過吾亦當爾吾罪微薄彼人甚重
변화한 사람은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자 머리를 땅에 대고 예를 올리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부모님을 살해하여 대역죄를 범했습니다.”
010_1334_a_16L化人詣佛稽首于地而白佛言唯然世尊吾造大逆而害二親犯斯大罪
010_1334_b_02L부처님께서 변화한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그래, 착하고 갸륵하구나. 그대는 진실 그대로 속이지 않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였다. 또 여래 앞에까지 나와서 사실 그대로 털어놓았으니, 한 입으로 두 말하지도 않았고, 자신을 속이지도 않았다. 마땅히 스스로 마음의 법을 관찰하여 어떤 마음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했는지 사유해 보라. 과거의 마음이 그랬는가, 미래의 마음이 그랬는가, 현재의 마음이 그랬는가. 만일 과거의 마음이라면, 이미 사라져 버렸다. 현재의 마음이라면, 따로 헤어져 떠나 버리니, 처소도 없고, 방향도 없으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의 마음이라면, 아직 오지 않았으니, 모여 있는 곳도 없고, 되돌려옴도 보지 못하며, 갔다가 돌아옴도 없느니라.
010_1334_a_18L佛告化人善哉善哉子爲至誠而無所欺言行相副詣如來前說誠諦言而不兩舌亦不自侵當自惟察觀心之法以何所心危二親者用過去心當來心乎現在心耶其過去心卽以滅盡其現在心卽以別去無有處所亦無方面不知安在當來心者則亦未至無集聚處未見旋返亦無往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마음은 몸 안에도 굳게 서 있지 않으니, 몸 밖에도 있을 리 없고, 경계도 없고, 양 사이에 처하지도 않으며, 가운데에 멈출 수도 없느니라.
그 마음을 살펴보면, 푸른 색, 붉은 색, 누런 색, 흰 색, 검은 색 등 다섯 가지 색도 없느니라. 그대는 마땅히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마음에는 색(色)이 없으니, 볼 수도 없고 머물 곳도 없으며 물러남도 없고 언설의 가르침도 없고 붙들어 가질 수도 없느니라. 그것은 마치 환술(幻術)과 같기 때문이다.
그대가 마음을 관찰하려고 하나 분별할 수도 없고, 알아낼 수 없으며, 탐욕[婬]이라 이름할 수도 없고, 성냄을 찾을 수도 없으며, 어리석음을 알 수도 없으니, 탐[婬]ㆍ진[怒]ㆍ치[癡]가 없기 때문이다.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마음에는 생사의 행이 없고, 지을 일도 없으며, 나타나는 일도 없고, 나타나 있지도 않느니라.
또 마음은 청정하여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느니라. 마음은 여기에도 있지 않고, 저기에도 있지 않으며, 다른 곳에도 있지 않느니라. 마치 허공이 동등한 무리가 없고, 색상(色像)도 없으며, 언설의 가르침도 없는 것과 같다고 하리라.
이렇게 밝게 알려고 한다면 마땅히 어디에도 의지하지 말라. 나를 나의 소유라고 말하지도 말고, 처소를 만들지도 말며, 생각하지도 말고, 최고의 경지[畢竟]를 짓지도 말며, 무엇을 한다는 대상을 두지도 말고, 자기의 몸이라고 말하지도 말며, 우리와 나의 존재라고 말하지도 말고, 과거를 기억하지도 말라. 왜냐 하면 그대는 마땅히 일체의 온갖 법이 마치 허공처럼 머무는 데가 없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또 잘 들어라. 이와 같이 아는 사람일지라도 부처님은 사람들에게 법에 해탈이 있다든지, 혹은 번뇌에 물든 사람일지라도 나쁜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만일 마음이 청정하여 번뇌의 더러움이 없으면 모든 세계도 없으리라.”
010_1334_b_03L子當知之心亦不立於身之內不由外亦無境界不處兩閒不得中察其心者亦無五色――靑子當了之心者無色亦不可見亦無所住亦不退轉無有言教不可執持猶若如幻子欲察心不可分別不可解了不可名婬不可究怒不可知癡無婬怒癡子當知心無生死行亦無所作亦無所現亦不現在心者淸淨亦無垢染亦無淨者心不在此亦不在彼不在異處猶如虛空亦無等倫無色像亦無言教有明智者不當依勿得言吾謂是我所莫得造處無得爲想莫造畢竟勿有所爲無言己勿云吾我莫念過去所以者何當知之一切諸法悉無所住猶如虛子且聽之解如是者佛不謂人於法有脫若染污者不歸惡趣設心淸淨而無垢染則無諸趣
010_1334_c_02L그러자 변화한 사람은 곧 찬탄하였다.
“일찍이 들어 본적이 없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하늘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분이시여, 여래께서 가장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신 이유는, 법계(法界)는 짓는 일도 없고, 받는 일도 없으며, 생겨남도 없고, 멸도(滅度)도 없으며, 의지할 곳도 없음을 분명하게 아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출가(出家)를 원하오니, 부처님[佛世尊]께서는 저를 사문(沙門)으로 받아주시고, 구족계(具足戒: 比丘戒)를 내려 주옵소서.”
010_1334_b_21L於時化人卽而歎曰得未曾有天中之天如來所因成最正覺了知法界無有作者亦無有受無有生者無滅度者無所依願得出家因佛世尊得作沙門受具足戒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佛言比丘善來
그러자 변화한 사람은 부처님 앞에서 사문이 되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통(神通)을 얻어 멸도(滅度)하고자 하옵니다.”
이 말을 들으신 부처님께서 위신력(威神力)으로, 그 변화한 사람을 땅에서 네 길 아홉 자의 허공으로 띄워 멸도케 하시니, 그 변화한 사람은 몸 속에서 불을 일으켜 스스로 몸을 태웠다.
010_1334_c_03L於時化人前作沙門卽白佛言唯然世尊吾獲神通今欲滅度佛之威神使彼化人地四丈九尺於虛空中而取滅度中出火還自燒體
이때 어머니를 해친 사람은 그 변화한 사람이 사문이 되어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법(經法)을 받들어 듣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생각하였다.
“좀 전에 저 사람은 스스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 해치고도, 세존 앞에서 사문이 되어 바로 멸도하였는데, 이제 나라고 한들 무엇 때문에 저 사람을 본받아서 사문이 되어 멸도하지 못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거룩한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역시 어머님의 생명을 해치고 대역죄를 저질렀습니다.”
010_1334_c_07L於時逆子見彼化人得作沙門聽受經法聞佛所說自念言向者彼人自危二親在世尊前而作沙門便得滅度今吾何故不效彼人而作沙門亦當滅度作是念已往詣佛所稽首聖足前白佛言我亦造逆自危母命
010_1335_a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 착하고 갸륵하구나. 그대는 진실 그대로 속이지 않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였다. 또 여래 앞에까지 나와서 사실 그대로 털어놓았으니, 한 입으로 두 말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을 속이지도 않았다. 마땅히 스스로 마음의 법을 관찰하여, 어떤 마음이 어머니를 살해했는지 사유해 보라. 과거의 마음이 그랬는가, 미래의 마음이 그랬는가, 현재의 마음이 그랬는가. 만일 과거의 마음이라면 이미 사라져 버렸다. 현재의 마음이라면 따로 따로 떠나 버리니, 처소도 없고, 방향도 없으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의 마음이라면 아직 오지 않았으니, 모여 있는 곳도 없고, 되돌아옴도 보지 못하며, 갔다가 돌아옴도 없느니라,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마음은 몸 안에도 굳게 서 있지 않으니, 몸 밖에도 있을 리 없으며, 경계도 없고, 양 사이에 처하지도 않으며, 가운데에 멈출 수도 않느니라.
그 마음을 살펴보면, 역시 푸른 색, 붉은 색, 누런 색, 흰 색, 검은 색 등 다섯 가지 색이 없느니라.
그대는 마땅히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마음에는 색(色)이 없으니, 볼 수도 없고, 머물 곳도 없으며, 물러남도 없고, 언설의 가르침도 없으며, 붙들어 가질 수도 없느니라. 그것은 마치 환술(幻術)과 같기 때문이다.
010_1334_c_13L佛言善哉善哉子爲至誠而無所欺言行相副詣如來前說誠諦之言而不兩舌亦不自侵當自惟察觀心之法以何所心危其親者過去心當來心乎現在心耶其過去心卽已滅盡其現在心卽以別去有處所亦無方面不知安在當來心者則亦未至無集聚處未見旋返無往還子當知之心亦不立於身之亦不由外亦無境界不處兩閒得中止察其心者亦無五色――靑子當了之心者無色亦不可見亦無所住亦不退轉無有言教可執持猶若如幻
그대가 마음을 관찰하려고 하나, 분별할 수도 없고, 알아낼 수 없으며, 탐욕[婬]이라 이름할 수도 없고, 성냄을 찾을 수도 없으며, 어리석음을 알 수도 없으니, 탐[婬]ㆍ진[怒]ㆍ치[癡]가 없기 때문이다.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마음에는 생사의 행이 없고, 지을 일도 없으며, 나타나는 일도 없고, 나타나 있지도 않느니라.
또 마음은 청정하여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느니라. 마음은 여기에도 있지 않고, 저기에도 있지 않으며, 다른 곳에도 있지 않으니, 마치 허공이 동등한 무리가 없고, 색상(色像)도 없으며, 언설의 가르침도 없는 것과 같다고 하리라.
이렇게 밝게 알려고 한다면 마땅히 어디에도 의지하지 말라. 나를 나의 소유라고 말하지 말고, 처소를 세우지도 말며, 생각하지도 말고, 최고의 경지[畢竟]를 짓지도 말며, 무엇을 한다는 대상을 두지도 말고, 자기의 몸이라고 말하지도 말며, 우리와 나의 존재라고 말하지도 말고, 과거를 기억하지도 말라. 왜냐 하면 그대는 마땅히 일체의 온갖 법이 마치 텅 빈 허공[虛無]처럼 머무는 데가 없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또 잘 들어라. 이와 같이 아는 사람일지라도 부처님은 사람들에게 법에 해탈이 있다든지, 혹은 번뇌에 물든 사람일지라도 나쁜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만일 마음이 청정하여 번뇌의 더러움이 없으면 모든 세계도 없으리라.”
010_1335_a_03L子欲察心不可分不可解了不可名婬不可究怒不可知癡無婬怒癡子當知心在生死行亦無所作亦無所現亦不現在心者淸淨亦無垢染亦無淨者心不在此亦不在彼不在異處猶如虛空亦無等倫亦無色像亦無言教有明知者不當依猗勿得言吾謂是我所莫得造處無得爲想莫造畢竟勿有所爲無言己身勿云吾我莫念過去所以者何子當知之一切諸法悉無所住猶如虛無子且聽之解如是者佛不謂人於法有脫若染污者不歸惡趣設心淸淨而無垢染則無諸趣
이때 어머니를 해친 대역죄인의 털구멍에서 지옥(地獄) 불이 솟아올랐다. 그 사람은 매우 뜨거운 고통으로 지독하게 시달렸으나, 아무도 구제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불에 타고 있습니다. 부처님[天衆天]께서는 보시고 제발 구제하여 주옵소서. 대성(大聖)께 목숨을 들어 돌아가옵니다.”
010_1335_a_16L於時逆人地獄之火從毛孔出毒痛甚劇而無救護則白佛言我今被燒惟天中天而見救濟歸命大聖
010_1335_b_02L이때 세존께서 황금색의 팔을 뻗쳐 그 사람의 이마에 대시니, 즉시 불이 꺼지면서 고통이 없어졌다. 그는 부처님의 여러 가지 상호(相好)를 보았다. 그러자 몸의 고통이 말끔히 사라지면서 편안해졌다.
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문이 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를 허락하셨다. 그는 곧 마음이 고요해졌다. 이에 세존께서 그에게 4제(諦)를 설해주셨다. 그 사람은 법문을 듣고 번뇌를 멀리 벗어나서 청정한 법안을 얻었다. 이어 법의 가르침을 수행하여 왕환(往還)의 이치를 체득하고 나한(羅漢)의 경지에 들었다.
그는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열반[泥洹]에 들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하여라.”
그러자 그 비구는 땅에서 허공으로 네 길 아홉 자나 뛰어 오르더니, 몸 안에서 불을 일으켜 스스로 그 몸을 태웠다. 그러자 백천의 하늘들이 허공으로부터 내려와서 공양하였다.
010_1335_a_19L於是世尊出金色臂著實人頂上火時卽滅無復苦痛見如來身若干相好痛休息而得安隱又前白佛欲作沙佛尋聽之卽爲寂志於時世尊爲說四諦其人聞之遠塵離垢得法眼修行法教逮得往還證至得羅漢又白佛言欲般泥洹世尊告曰隨意所存於時比丘踊在虛空去地四丈九尺身中出火還自燒體百千天人於虛空中而來供養
이때 사리불(舍利弗)은 그 사람이 이 율법(律法)의 가르침을 받들어 멸도(滅度)에 드는 것을 보더니, 놀람과 동시에 이상하게 여기면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하늘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하신 분이시여, 참으로 그 누구도 따르기 어려운 일입니다. 여래께서는 은혜를 베푸시어 법률(法律)을 설하시고, 마침내 저 대역죄인으로 하여금 법의 가르침을 받들도록 하셨습니다. 이렇게 유별난 행자를 감당하여 구제하실 분은 오직 여래뿐이십니다. 또 큰 공덕의 갑옷을 갖춰 입은 박수동진보살과 모든 보살은 일체중생의 근원(根源)을 보면서 그 근원을 따라 제도(濟度)하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이 역시 우리네 성문(聲聞)과 연각(緣覺)들이 따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닙니다.”
010_1335_b_06L時舍利弗見於彼受斯律教而得滅度則驚怪之白佛言誠難及也天中之天如來恩施所說法律乃令逆者得受法教是行者然有殊別堪救濟者惟有如溥首童眞被大德鎧諸菩薩倫能睹一切群萌根原隨而度之地非聲緣覺境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사리불이여, 네가 말한 대로 이것은 부처님과 법인(法忍)보살의 경계니라. 또 사리불이여, 너희들은 보고 지옥에 떨어진다고 생각할지라도, 부처님은 멸도(滅度)에 드는 법으로 보기도 하고, 너희들은 당연히 멸도에 드는 사람으로 볼지라도, 세존은 살펴서 지옥에 떨어질 사람으로 알기도 하느니라. 혹은 덕이 있고 만족을 아는 거사[士]가, 한가롭게 살면서 계행을 받들어 지니고 삼매(三昧)의 선정(禪定)에 든다면, 너희들은 멸도에 이르는 법이라고 말할지라도, 여래는 반대로 지옥에 떨어지는 경계로 보기도 하느니라. 왜냐 하면 너희들은 마음의 행과 멀리 떨어져서 중생심의 근원을 두루 살펴 알 수 없으니, 중생의 소행을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사리불이여, 너는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심오한 법을 듣고 남김 없는 열반에 드는 모습을 보지 않았느냐?”
010_1335_b_13L佛言如是舍利弗誠如所云是佛大士法忍菩薩之境界也又舍利弗汝等所見想墮地獄而佛睹之至滅度法汝等視人應滅度者世尊省知而墜惡趣或以知足有德之士閑居奉戒而三昧定汝等謂之至滅度法如來見之反墮地獄所以者何汝等之類離於心行不能遍察衆生心原群萌所行不可思議又舍利弗汝爲見此殺母者乎聞說深法得至無餘而般泥洹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예, 보았습니다. 하늘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분이시여.”
010_1335_b_23L對曰惟見天中
010_1335_c_02L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머니를 해친 사람은 과거에 5백 부처님을 섬기고 온갖 공덕의 종자를 심었느니라. 부처님들을 섬기는 동안 깊고 묘한 법을 들으면서 마음이 본래 더 없이 맑고 뚜렷이 밝은 이치를 환하게 알아왔느니라. 그러다가 또 지금 이 법의 가르침에 들어와서 일체 법을 받들어 해탈을 얻었느니라.”
010_1335_b_24L佛告舍利弗斯害母者於五百佛殖衆德本聞深妙法解暢心本淸淨顯曜又如其人入此典誥受一切法而得解脫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그러므로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내가 멸도(滅度)한 뒤에 이 법의 이치를 듣고 곧바로 믿고 좋아한다면, 마침내 남김 없는 경지에 이르러 해탈을 얻는다. 또 남에게 홀리어 마음이 어긋난 사람이 나쁜 벗을 따라 죄악을 범할지라도, 법인(法忍)을 잃지 않는다면 마침내 남김 없는 경지에 이르러 해탈을 얻는다. 나는 이들이 나쁜 세상에 떨어진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믿고 좋아해도 이와 같은 일이 있고, 깊고 묘한 법을 얻어도 이와 같은 일이 있느니라. 그러므로 이러한 사람들이 바른 길에 살면서 이 법을 듣고 좋아하면서 믿거나, 평등한 장구와 게송을 강설(講說)하여 널리 다른 사람들에게 분별하여 연설할지라도, 그 공덕이 다 이와 같으니, 더욱이 어찌 가르친 대로 받들어 닦고 행하는 일이겠느냐.”
010_1335_c_04L佛言舍利弗以是之故族姓子族姓女我滅度後能聞是法誼卽便信樂又人迷惑而心乖者隨惡知友而犯罪舋不失法忍乃至無餘而得解脫吾不謂斯等墮惡趣也信樂如是像類深妙之法所得如是以斯之故若茲等倫處於正路其聞斯典卽信樂者講說平等章句歎頌廣爲他人分別演者德悉如是何況奉行修如所教
박수보살과 뛰어난 온갖 보살들과 대가섭과 아사세왕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처소로 와서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뒤 한쪽으로 물러 나와 앉았다.
010_1335_c_13L溥首與諸菩薩大士迦葉王阿闍世及無數人往詣佛所稽首禮足卻坐一面
이때 사리불이 박수보살과 법회대중이 다 앉은 것을 보고, 아사세왕에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과연 의심을 끊었습니까?”
010_1335_c_15L爾時舍利弗見溥首與諸會者悉坐定已謂王阿闍世大王狐疑寧爲斷
왕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이미 끊었습니다.”
答曰唯然仁者尋則斷矣
사리불이 또 물었다.
“어떻게 끊었습니까?”
010_1335_c_18L又問何斷
왕이 답했다.
“받아들이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음을 끊음이라고 하며, 얻음이 없는 본(本)과 말(末)을 끝까지 알고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것을 끊음이라고 합니다.”
010_1335_c_19L答曰不受不捨是謂爲斷亦無所得本末永了無有垢染則爲斷矣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사세왕이 받아야할 죄 값은 얼마이며, 남은 죄 값은 얼마나 됩니까?”
010_1335_c_20L舍利弗白世尊曰王阿闍世所畢幾餘有幾如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왕의 남은 죄[餘殃]는 겨자씨처럼 작고, 없어진 죄는 수미산처럼 많으니라. 심오한 법이 설해진 경전의 이치에 들어가서 생겨남이 없는 법에 이르렀기 때문이니라.”
010_1335_c_22L世尊告曰王之餘殃猶如芥子所滅之罪如須彌山入於深法所說經誼至無生法
사리불이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사세왕은 마땅히 지옥[惡趣]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010_1335_c_24L舍利弗又白佛言王阿闍世當復往歸於惡趣乎
010_1336_a_02L부처님께서 답하셨다.
“지옥에 갈지라도 마치 도리천자(忉利天子)가 칠보중각(七寶重閣)의 교로장(交露帳)을 타고 염부제(閻浮提)에 내려왔다가, 바로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사이니라.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아사세왕은 보타라( 寶跎羅)진(晉)나라 말로 집욕(集欲)이라고 한다라는 지옥에 들어갈지라도 곧 나오게 되니, 그 몸이 당할 고통은 걱정하지 않느니라.”
010_1336_a_02L如忉利天子在於七寶重閣交露下閻浮提尋還本處如是舍利弗阿闍世所入地獄名賓𨀸羅晉曰集欲這入尋出其身不遭苦惱之患
사리불이 말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아사세왕은 모든 감관[根]을 밝게 통달하여 여기에 이른 것입니까? 아니라면 어째서 지옥의 지독한 고통을 치러야 할 엄청난 재앙과 온갖 죄악을 이렇게 덜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까?”
010_1336_a_06L利弗言難及世尊王阿闍世諸根明達乃如斯乎又能蠲除若干罪舋如斯重殃地獄之毒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아사세왕은 과거에 이미 72억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여 온갖 공덕의 종자를 심으면서 경전을 다 받들어 왔을 뿐만 아니라, 그 듣고 안 법을 사람들에게 권장하여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를 일으키게 하였기 때문이다. 너는 저 박수보살을 보느냐?”
010_1336_a_09L佛告舍利弗王阿闍世前已供養七十二億諸佛世尊殖衆德本咸受經典所聞法者勸無上正眞之道汝豈見溥首乎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예, 봅니다.”
010_1336_a_12L對曰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박수동진보살은 아사세왕에게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키도록 권장하였다. 또 헤아리기 어려운 지난 겁에 이구장(離垢藏)여래와 무수한 부처님들도 다 박수보살을 통해서 발심하셨으며, 또 그 겁 동안에 3억(億)의 평등하고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신 부처님들도, 모두 다 박수보살의 권유로 법륜(法輪)을 굴리면서 오래도록 수명을 누리셨느니라. 이러한 행은 비록 백천의 세존일지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니라.
이제 아사세왕은 설법을 듣고 의심을 결단하였느니라. 그것도 오직 박수보살만이 왕의 그물처럼 얽힌 의심을 풀어줄 수 있었느니라. 왜냐 하면 박수동진보살은 자주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이 심오한 법을 들어왔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다음과 같이 관찰해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 그에 알맞은 제도(濟度)를 받으려면, 발심[發意]할 때부터 본 스승을 정해야 한다. 본 스승이 제자를 위해 법을 설해 주어야만, 비로소 그 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니라.
010_1336_a_13L世尊告曰溥首童眞勸阿闍世使發無上正眞道意於難計劫離垢藏如來無數諸佛於彼劫中而有三億平等正覺悉是溥首所可誘勸使轉法輪長壽久存設百千世尊終不能王阿闍世說法決疑其惟溥首能爲斯王決除疑網所以者何溥首童眞數從諸佛聞是深法以是故當作斯其有菩薩應所度者本從發意得其本師爲之說法乃能解耳
010_1336_b_02L아사세왕은 집욕(集欲)지옥을 가볍게 벗어나서, 장엄(莊嚴)이라는 세계에 태어나느니라. 이 장엄(莊嚴)세계는 여기에서 위쪽으로 5백 부처님의 국토를 지나서 있느니라. 그곳 부처님의 이름은 보영(寶英)이라고 하며, 진리대로 지극히 진실하고 평등하고 바르게 깨달은 분으로서, 지금 현재 설법하고 계시느니라. 여기서 아사세왕은 다시 박수보살을 만나 심오한 경법(經法)을 듣고 무생법인(無生法忍: 不起法忍)을 얻느니라.
그 뒤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인(忍)세계에서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면, 그때 아사세왕은 다시 인(忍)세계로 돌아와서, 부동보살대사(不動菩薩大士)라고 이름하게 되고, 미륵여래(彌勒如來)는 마땅히 법회대중에게 부동보살이 전생에 일으킨 일을 설하리라.
‘과거 능인(能仁)부처님의 세상에, 아사세(阿闍世)라고 이름하는 대국왕(大國王)이 나쁜 벗의 말을 따라 스스로 그 아버지를 해쳤으나, 박수보살이 설한 경전(經典)을 듣고 유순법인(柔順法忍)을 얻었으며, 그로 인해 죄업을 남김 없이 없앴느니라.’
미륵여래가 부동보살을 인연으로 이 경법을 설하면, 8천 보살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게 되고, 8만 4천 보살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악의 덩어리를 덜어내게 되리라.
010_1336_a_22L王阿闍世從集欲輕地獄出生於上方去是五百佛國其世界曰莊嚴其佛號寶英如來至眞等正覺今現說法當復重見溥首從聞深經在於彼土卽當逮得不起法忍彌勒菩薩成正覺時當復來下還斯忍界號曰不動菩薩大士彌勒如來當爲衆會宣講不動菩薩前所興爲又復分別於此經典敷陳至誼不動大士能仁佛世作大國王名阿闍世從惡友言自害其父從溥首聞所說經典得柔順法忍此除罪令無有餘彌勒如來緣不動菩薩說此經法八千菩薩得不起法八萬四千菩薩蠲除無數不可計會罪舋積聚
010_1336_c_02L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아사세왕은 이후부터 헤아릴 수 없는 8백 겁 동안 보살행(菩薩行)을 닦고 중생을 교화하면서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하게 장엄하리라.
또 사리불이여, 아사세왕이 교화할 중생은, 성문(聲聞)의 경계에 있든지, 연각의 경계에 있든지, 대승을 행하는 경지에 있든지, 이들 중생에게는 반드시 죄의 번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은 번뇌의 장애[塵垢弊]가 없게 되고 의심도 다 제거하게 되어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없게 되느니라.
이렇게 헤아릴 수 없는 8천 겁을 지내고 나면, 아사세왕은 마땅히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를 얻어서, 더없이 바른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이 되리라. 그때 겁의 이름은 희견겁(喜見劫)이라 하게 되고, 세계의 이름은 무조음(無造陰)이라고 하게 되며, 그 부처님의 이름은 정계(淨界)로서, 진리대로 지극히 진실하고 평등하고 바르게 깨달은 분이라 하게 되고, 14겁(劫)의 수명을 누리게 되리라. 이 부처님께서 거느린 성문은 70만의 대중[大會]으로서, 모두 다 일체의 지혜로 8해탈문(解脫門)을 지원(志願)하게 되고, 12억의 모든 보살은 다 지혜바라밀[慧度無極]과 교묘한 방편[善權方便]을 성취하게 되리라. 그 부처님이 멸도한 뒤에도 바른 법이 1억 년 동안 머물게 되므로, 무조음(無造陰)세계의 중생은 목숨을 다할 때까지 의심이 없게 되고, 죽은 뒤에도 삼악도[三塗]에 떨어지지 않게 되리라. 왜냐 하면 그 중생들이 정계여래(淨界如來)께서 강설하신 경법(經法)을 듣고 번뇌가 없어져서 청정한 경지를 얻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이여,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의 모양을 보면서, 모양으로 모양을 판단하지 말라. 마땅히 모양을 가지고 모양을 판단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사람의 근본은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홀로 여래만이 모양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니, 부처님과 같이 행하는 이라야 모양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니라.”
010_1336_b_14L如是舍利弗王阿闍世從今已往八百難計會劫修菩薩行開化衆生嚴淨佛土又舍利弗王阿闍世所化衆生爲聲聞地若緣覺地若行大乘斯等衆生當有罪蓋無塵垢弊狐疑悉除無有猶豫過於八千不可計劫當得無上正眞之道爲最正覺劫名喜見世界曰無造陰佛號淨界如來至眞等正覺壽十四劫聲聞衆七十萬人而爲大會一切慧解志八脫門諸菩薩衆有十二億得智慧度無極善權方便滅度之後正法當住一億歲無造陰世界所有黎庶至於壽盡無狐疑者終沒之後不歸三塗淨界如來設爲群生講說經者悉去諸垢無有塵勞皆得淸淨是故舍利弗人人相見莫相平相以不當相平相者人根難見獨有如來能平相人行如佛者可平相人也
현자(賢者) 사리불과 법회대중은 놀라고 또 뛸 듯이 기뻐하면서 말했다.
“오늘 이후부터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다른 사람을 모양으로 관찰하지 않겠습니다. 또 감히 ‘어떤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거나, 어떤 사람은 멸도에 든다’ 라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왜냐 하면 중생의 행은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010_1336_c_09L者舍利弗及大衆會驚喜踊躍而說斯言從今日始盡其形壽不觀他人不敢說人某趣地獄某當滅度所以者何群生之行不可思議
이때 부처님께서 이를 설하시어 아사세왕의 수기(授記)에 비유하셨다. 그러자 3만 2천의 천자(天子)는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켰다.
그들은 각기 서원(誓願)하면서 말했다.
“정계세존(淨界世尊)께서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셨을 때, 저희들은 마땅히 그 부처님의 국토인 부조욕(不造欲)세계에 태어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수기(授記)를 내리셨다.
“마땅히 저 국토에 태어나게 되리라.”
010_1336_c_13L時佛說此喩阿闍世決三萬二千天子發無上正眞道意各誓願曰淨界世尊成正覺時吾等當生於彼佛土不造欲世佛卽記之當生彼土

12. 월수수결품(月首受決品)
010_1336_c_17L月首受決品第十二
010_1337_a_02L
아사세왕(阿闍世王)은 월수(月首)라고 이름하는 한 태자를 두었는데, 나이는 아직 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다.
월수(月首) 태자는 구슬 목걸이를 풀어서, 부처님께 뿌리면서 말했다.
“저는 이 공덕으로 힘을 다하여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를 돕겠습니다. 정계여래(淨界如來)께서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셨을 때, 저는 이 훌륭한 종자[善本]로 저 국토에 태어나서, 천하를 다스리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이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여래와 비구들을 공양하겠습니다. 또 정계여래께서 멸도(滅度)하신 뒤에도 사리(舍利)와 경전(經典)을 받들어 모시기를 바라오며, 그 뒤 또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를 성취하여 더없이 바르게 깨달은 부처가 되기를 원하옵니다.”
그러자 월수태자가 뿌린 구슬 목걸이는 곧바로 허공에 뜨더니, 일곱 가지 보배의 교로붕각(交露棚閣)으로 변했다. 그 교로붕각은 사방(四方)과 사유(四維)와 위와 아래가 모두 평등하여 엄정하고 아름답고 미묘하였다. 그 교로각(交露閣) 안에는 하늘 비단이 깔린 네 가지 보배 의자가 놓여 있었다. 여래께서 그 의자에 앉으시니, 상호(相好)가 장엄하셨다.
010_1336_c_18L王阿闍世有一太子名曰月首厥年八歲解頸瓔珞用散佛上而曰吾以此德勸助無上正眞之道以斯善本淨界如來成正覺時願於彼土爲四域主轉輪聖王盡其形壽供養如來及比丘衆佛滅度後奉持舍利而受經典然後得成無上正眞之道爲最正覺這散珠瓔便於虛空則成七寶交露棚閣四方四植上下平等嚴正雅妙於其閣內安四寶牀敷天繒綵如來坐之相好莊嚴
이때 부처님께서 웃으셨다. 부처님의 웃음에는 무수한 법이 들어 있었다. 그 웃음과 함께 부처님의 입에서 헤아릴 수 없는 백천 빛깔의 광명이 흘러나왔다. 이 광명은 말할 수 없이 끝없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비추면서, 범천(梵天)과 마(魔)의 궁전을 뛰어넘으니, 그 사이에 있는 해와 달의 광명은 저절로 가려져 버렸다. 광명은 다시 돌아와서 부처님의 몸을 수없이 돌다가 부처님의 이마 속으로 들어갔다.
010_1337_a_06L佛時卽笑世尊笑法則有無數不可呰限百千光色從其口出照難思議無有邊際諸佛世界超于梵天魔之宮殿日月光明自然蔽曀㷿徊繞身無央數帀從頂上入
현자(賢者) 아난(阿難)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론쪽 어깨의 옷을 걷어올리고, 길게 끓어 앉아서 두 손 모아 게송(偈頌)으로 찬탄하였다.
010_1337_a_11L賢者阿難卽從坐起偏袒右肩長跪叉手以偈讚曰

일체지혜가 따를 수 없는 지혜로
온갖 장애를 뛰어넘으시고
마음 따라 행하는 중생의 근원을
낱낱 살펴 소상하게 아시면서
010_1337_a_12L度一切智慧
超越衆罣㝵
解了群生類
心行之根原

처음과 끝을 밝게 가려내시고
근기와 때에 알맞은 설법으로
세상의 많은 소원 두루 비추시니
그 웃으신 까닭을 알려 주소서.
010_1337_a_14L以分別本末
應時而說法
普照世願說
何因而欣笑

헤아릴 수 없는 시방세계 중생들이
부처님 앞에 모여들어 법회 이루고
셀 수 없이 많은 중생들마다
깊은 뜻을 하나 하나 물을지라도
010_1337_a_15L衆生在十方
一切處其前
無數億姟衆
一一而難問

능인여래 거룩하신 스승께서는
물음마다 감당하여 결단하시니
훌륭한 분이여, 부디 가엾게 여기시고
그 웃으신 까닭을 설하옵소서.
010_1337_a_16L能仁之聖師
乃堪決其疑
善哉願解說
愍哀何故欣

지난 세상의 모든 부처님께서
더없이 훌륭하게 머물 자리 머무셨으며
미래 세상에 오실 부처님들이
항하의 모래처럼 많을지라도
010_1337_a_18L其過去諸佛
最勝所住立
又當來世尊
猶如洹河沙

여섯 갈래 험한 길을 분별하시고
차별 떠난 큰 지혜로 저 언덕에 가시리니
웃음을 보이신 까닭이 무엇인지
번뇌에서 떠나도록 이 의심을 풀어주소서.
010_1337_a_19L分別知六趣
慧度於無極
所以現欣笑
離垢願決疑

일월보다 더 찬란한 광명으로
마군과 제석과 범천의 궁전을 덮고
온갖 철산의 지옥까지 사무쳐서
산머리 지옥마다 두루 비추시며
010_1337_a_20L光明超日月
翳魔釋梵宮
通徹諸鐵圍
超照衆山頂

시달리는 중생들을 편안케 하시고
온갖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시면서
훌륭한 설법으로 온갖 번뇌를 없애시니
무슨 이유로 기쁘게 웃으십니까.
010_1337_a_22L安隱蒸黎元
枯竭衆勤勞
善說除諸垢
何故熙欣笑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월수태자(月首太子)의 행을 보았느냐?”
010_1337_a_23L於是世尊告阿難曰寧見月首太子乎
아난이 대답했다.
“예. 보았습니다.”
對曰唯然已見
010_1337_b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이 월수태자는 부처님 앞에 온갖 공덕의 종자를 심고,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를 돕겠다고 서원(誓願)하였으니, 점차 공덕을 쌓으면서 보살행(菩薩行)을 닦게 되리라. 그러다가 정계여래(淨界如來)가 바른 깨달음을 성취했을 때, 저 불국토(佛國土)에 태어나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지극히 진실하고 평등하고 바르게 깨달으신 정계여래를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게 되리라. 이렇게 이 여래의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온갖 것을 다 베풀어 모실 뿐 아니라, 멸도한 뒤에도 사리(舍利)를 받들어 공양하면서,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게 된다. 그 뒤 법의 운(運)이 다하고 나면 생을 마치고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서, 그 겁 동안에 위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를 얻고, 더없이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여 월영(月英)이란 이름과 함께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위불중우(爲佛衆祐)라고 이름하리라.
그 국토의 온갖 것과 부처님 수명과 모든 비구의 숫자는 정계세존(淨界世尊)때와 동등하여 차이가 없느니라.”
010_1337_b_02L佛言今此月首而於佛前殖衆德本則以勸助無上正眞道稍當漸積修菩薩行淨界如來成佛道時又此太子生彼佛土爲轉輪王供養奉事淨界如來至眞正覺盡其形壽施以所安滅度之後供養舍利將御正法法滅盡後卽當遷沒生兜率天則於其劫得爲無上正眞道成最正覺號月英如來至眞等正覺明行成爲善逝世閒解無上道法御天人師爲佛衆祐國土所有佛之壽命諸比丘衆亦如淨界世尊等無差特也
이때 다른 세계로부터 박수보살을 따라 인(忍)세계로 온 보살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박수동진(軟首童眞)보살이 유행설법(遊行說法)을 행하여 지나온 곳을 보옵소서. 그 국토의 처소마다 다 여래를 위하여 헛되이 보낸 일이 없었으므로, 모든 부처님께서는 더 이상 수고롭거나 근심하실 일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박수보살이 온갖 중생을 거둬들였기 때문에 끝내 나쁜 세상이 없고 급하거나 한가롭지도 않으면서, 온갖 마군(魔軍)의 일과 죄에 덮인 번뇌의 더러움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주(州) 경계의 군(郡)과 나라의 현읍(縣邑)과 마을[丘聚]과 성곽(城郭)에도 바른 법이 유포되고 있사오니, 그곳을 보옵소서. 여래께서 유행하시거나 거처하신 곳에는 쉴 틈[虛空]이 없사옵니다.”
010_1337_b_14L爾時他方世界諸來會者菩薩大士與溥首俱至此忍界聞說斯言前啓白佛溥首童眞所可遊至則當觀之其土處所悉爲如來無有空缺諸佛世尊不復勞慮所以者何唯然世尊溥首所攝終無惡趣不劇不閑及諸魔事罪蓋塵穢其有州域郡國縣邑丘聚城郭於斯正典而流布者則觀其處如來遊居無有虛空
010_1337_c_02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선남자들이여, 참으로 그대들의 말대로 이 경전이 유포되어 선양하는 곳이, 바로 여래께서 유행하거나 머무는 자리이며, 여래께서 정성을 다하여 가르치시는 도량이니라.
선남들이여, 아득히 먼 옛날 정광(錠光)부처님 때, 나는 그 세상에서 수기(授記)를 받았느니라. 그때 나는 진흙탕 길에 머리털을 깔아놓고 정광(錠光)부처님께서 밟고 지나가시도록 하고 나서, 연꽃을 뿌려 공양하여 법인(法忍)을 얻었느니라.
그 정광부처님께서는 나에게 수기(授記)를 내려 말씀하셨다.
‘앞으로 셀 수 없이 많은 겁을 지낸 뒤, 성불(成佛)하여 능인여래(能仁如來)라고 이름하리라.’
010_1337_b_23L世尊告曰如是如是族姓子誠如所云今斯經典所宣布處則是如來之所遊止則是如來慇懃垂教又族姓子乃昔往古錠光佛時吾於彼世而受得決所敷髮地錠光如來蹈越髮上散以蓮花逮得法忍授吾莂曰後無數劫當得作佛號能仁如來
선남자들이여, 이때 정광여래께서는 이와 같이 수기를 내리시고 나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 땅을 발로 밟고 넘지 않아야 한다. 왜냐 하면 보살이 머리털을 깔아 법인(法忍)을 얻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는 천상(天上)과 인간이 신성한 절의 불탑을 세울 곳이니라. 누가 이 자리에 탑을 세우겠는가?’
그러자 80억의 천자들이 동시에 말했다.
‘저희들이 탑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법회 대중 가운데 현천(賢天)이란 한 장자(長者)가 정광여래께 아뢰었다.
‘제가 이 땅에 탑사(塔寺)를 세우겠습니다.’
010_1337_c_06L是族姓子時錠光佛告諸比丘汝等不當越踏斯地所以者何是者則爲天上世閒神寺佛塔菩薩敷髮其處所者而逮法忍誰欲於此而起塔者彼諸天子八十億人同時稱曰吾等當起爾時會中有一長者名曰賢天白世尊曰吾於斯地當起塔寺
정광여래께서 말씀하셨다.
‘좋다. 세우도록 하라. 선남자여.’
현천장자(賢天長者)는 곧 그곳에 칠보탑(七寶塔)을 세워서 원만하게 장엄하였다.
장자는 돌아와서 정광여래께 여쭈었다.
‘제가 이 땅에 칠보 탑을 세웠사오니, 그 복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정광여래께서 곧 답하셨다.
‘장자여, 알고 싶은가? 훌륭한 보살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은 땅의 자리를 생각해 보면, 그 자리의 넓이는 수레바퀴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체중생은 그 자리의 땅이 끝날 때까지 아래로 파내려 가서, 그 흙과 먼지를 남김없이 다 취하여 사리처럼 소중히 모시면서 공양하느니라.
이를 위의 33천(天: 帝釋天)까지 가득 찬 7보로 부처님께 보시한 공덕과 비교해도, 탑사(塔寺)를 세운 복에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탑사를 세운 복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장자가 여기에 공덕의 종자를 심었으니, 내가 마납(摩納: 梵語 摩納縛迦의 줄인 말, 善慧 등으로 번역.)에게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를 얻어 성불(成佛)하리라고 수기[莂記]한 것처럼, 역시 그대에게도 장차 큰 도를 성취하리라는 수기를 내리노라’고 하셨다.
010_1337_c_13L佛言可興族姓子賢天長者卽於彼處七寶塔莊嚴具足還詣錠光而問佛予在其地興七寶塔福何所趣光如來尋報之曰長者欲知菩薩大士得不起忍計其地處若如車輪下盡地際一切衆生各取土塵皆如舍利而供養之乃復上至三十三天滿中七寶以布施佛若欲比之起塔寺福終不相及塔寺之福最多難計者於此所殖德本如我今授摩納之當爲無上正眞之道若成佛者亦當立卿於大道決
010_1338_a_02L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의 현천장자(賢天長者)가 어찌 다른 사람이랴. 다른 사람으로 보지 말라. 왜냐 하면 이 법회 대중 가운데 장자의 아들로서 저 수행(受行)이라고 이름하는 이가, 바로 그 때의 현천장자이기 때문이다.
나 이제 그에게 수기를 내리리라.
‘미래 세상에 마땅히 불도(佛道)를 깨달아서 선견(善見)이라는 이름과 함께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위불중우(爲佛衆祐)라고 이름하리라.’
그러므로 선남자[族姓子]와 선여인[族姓女]과 비구와 비구니와 청신사(淸信士)와 청신녀(淸信女)는 그 누구든지 머물 때나 앉을 때나 스스로 이 경전(經典)을 쓰고 지니고 읊고 외우고 읽으면서 남을 위해 설한다면, 그 자리의 땅이 아래로 다할 때까지 일체의 흙은 물론 온갖 티끌마저도, 중생들은 사리(舍利)처럼 귀하게 모시리라. 왜냐 하면 법인(法忍)을 얻은 보살이 성취한 온갖 공덕도 이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에게 간절히 부탁하노라.
가령 선남자와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7보(寶)를 가지고, 진리대로 평등하고 바르게 깨달은 여래께 보시하기를 밤과 낮이 다하도록[晝夜 各三] 게으르지 않을지라도, 또 그 7보로 때를 따라 보시하기를 1겁(劫)이나 그 이상의 겁에 이를지라도, 이 경전을 받드는 공덕만 못하리라.
아사세왕은 모든 의심을 없애어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없고, 가려 덮은 온갖 번뇌[諸陰蓋]도 말끔히 씻어내어 일체 온갖 법의 평등한 경지를 분별하였다. 그러니 이 경전을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하며, 받들어 지니고 읊고 외우기도 하고, 이를 듣고 기쁘게 믿으며, 죽백(竹帛)에 쓰고 경책(經冊)을 만들어서 비단으로 싸서 좋게 장엄하고, 손에 잡고 보면서 이 바른 법을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한다면, 이 공덕의 복은 저 복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으리라.”
010_1338_a_02L於族姓子意念云何爾時長者名賢天者豈異人乎莫作斯觀所以者何此衆會中有長者子名曰受行今吾授決當於來世而得佛號善見如來至眞等正覺明行成善逝世閒解無上士道法御天人爲佛衆祐以是之故族姓子族姓比丘比丘尼淸信士淸信女若住若坐書是經典持諷誦讀爲他人說則於其處下盡地際一切諸塵悉爲衆生又此土者悉如舍利所以者何得忍菩薩成就衆德亦復如是佛故告汝慇懃屬累若族姓子族姓女於是三千大千世界滿中七寶布施如來至眞等正覺晝夜各三而不懈布施隨時至於一劫若復過劫如受是經典王阿闍世除諸狐疑有猶豫淨諸陰分別一切諸法平若書若讀受持諷誦聞之信樂書著竹帛匹素經卷矜莊執翫令此正法而得久住此功德福過彼甚多不可稱限
010_1338_b_02L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비록 백 겁 동안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니고, 널리 그칠 때 그쳐 만족을 알고 한가롭게 살면서, 즐거운 뜻을 버리지 않을지라도, 이 경전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믿는다면, 그 공덕의 복은 저 금계(禁戒)를 지키는 공덕보다 훨씬 뛰어나느니라.
비록 백 겁 동안 인욕(忍辱)을 행하면서, 일체중생의 퍼붓는 욕설뿐 아니라, 손발로 치고 박고 몽둥이로 때리는 온갖 고통을 다 참아왔을지라도,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의 요의(要義)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믿는다면, 그 공덕의 복은 저 인욕보다 훨씬 뛰어나느니라.
비록 백 겁 동안 정진을 행하여, 일체중생을 공양하면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을지라도, 이 경전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믿는 공덕보다 못하리라.
비록 백 겁 동안 선정(禪定)의 사유(思惟)를 행하면서 흔들어 방해하는 이에게 마음이 홀리거나 어지럽지 않을지라도, 이 경전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믿는 공덕보다 못하리라.
비록 백 겁 동안 지혜를 행하면서 두루 보아 환하게 알고 통달하지 못하는 일이 없을지라도, 이 법을 듣고 본래 청정한 마음을 끝까지 찾아서 자연 그대로 진실한 경전의 품(品)을 밝혀내고, 기쁜 마음으로 믿으면서 받들어 지니고 읊고 외운다면, 그 공덕의 복은 저 지혜의 복보다 훨씬 뛰어나느니라. 왜냐 하면 두루 통달한 지혜를 그 무엇보다 빠르게 도와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010_1338_a_23L佛言族姓子若於百劫奉持禁普知止足乃得閑居志樂不捨其聞是經而信樂者其功德福則過於彼守禁戒上若於百劫而行忍辱一切衆生罵詈撾捶以加杖痛而皆忍之若復有人聞此經要而信樂者其功德福則便超越彼忍辱上若於百劫而行精進供養一切衆生之類而不愛身及與壽命不如聞是經歡喜信若於百劫而行禪思有觸嬈者而不惑亂不如聞是經歡喜信者若於百劫而行智慧博攬曉了無所不達設復聞此究竟本淨心暢自然經典之品而歡喜信受持戒諷誦其功德福則超越彼能速勸立諸通慧矣
이 설법을 듣고 모든 보살은 다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미 이 경전을 받들었사오니, 이 뒤로 어떤 불국토(佛國土)를 유행할지라도, 머무는 곳마다 마땅히 이 경전을 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온갖 경전은 바로 불사(佛事)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010_1338_b_14L時諸菩薩俱白佛言唯然世尊吾等已受於斯經典在在所遊諸佛國有所住處便當宣布所以者何經典者則興佛事
010_1338_c_02L이때 모든 보살은 곧 꽃을 뿌렸다. 그러자 꽃들은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퍼졌다.
보살들은 큰 소리로 찬탄하면서 말했다.
“이 경전이 염부제(閻浮提)에 퍼져서 오래도록 머물러 온 것은, 능인(能仁)부처님께서 바른 법을 뚜렷하게 이루시고, 박수동진보살이 길이 보존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희들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이 경전을 듣게 되었습니다. 비록 들었을지라도, 저희들은 부처님과 박수보살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사오니, 마땅히 무엇으로 큰 공양을 올려야 하겠습니까. 가령 어떤 선남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 경전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은혜를 갚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여래를 뵙고 이 경전을 듣고자 한다면, 저희들은 이 사람을 세존과 다름없이 보겠습니다. 또 만일 어떤 선남자가 진리 그대로 평등하고 바르게 깨치신 여래께 공양하고자 한다면, 저희들은 마땅히 그 선남자를 공양하겠습니다. 또 비록 어떤 선남자 선여인을 볼지라도 부처님처럼 우러러보겠습니다.”
010_1338_b_18L時諸菩薩擧聲歎便復散花遍于三千大千世界說斯言說此經典布閻浮提而住長世尊能仁正法顯成溥首童眞當使永存所以吾等未曾省聞如是像假使聞者吾等不能加報佛恩及與溥首當以何等興大供養若族姓從人聞斯經典者其恩難報假使有人欲見如來從聞是經當觀其人如見世尊設欲供養如來至眞等正覺者便當供養此族姓子若睹族姓子族姓女當瞻之如佛世尊
모든 보살은 이렇게 찬탄하고 나서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에, 홀연히 이 불국토(佛國土)에서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본 국토로 되돌아간 그들은 각기 그들의 여래 앞에 머물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모셔온 경법(經法)을 설하였다. 이렇게 부처님이 계신 낱낱 국토마다 깨우치고 인도하고 교화하니,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은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켰다.
010_1338_c_06L諸菩薩等咨嗟已畢稽首佛足右繞三帀此佛土忽然不現各各遷還其本國各各自住其如來前如所受法廣爲人說則於佛前一一彼土開導教化無數群生使發無上正眞道意

13. 촉루품(囑累品)
010_1338_c_11L屬累品第十三

이때 세존께서 미륵(彌勒)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이 바른 법의 밝은 경전을 받들어서, 한량없는 사람들에게 잘 분별하여 설해야 하리라. 그러면 안온한 경지에 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가엾게 여기는 공덕이 깊어지면서, 모든 하늘과 인간세상이 다 은혜를 입게 되리라.”
010_1338_c_12L爾時世尊告彌勒曰仁當受斯正法明典爲無量人而分別說多所安隱多所哀念諸天世人悉當蒙恩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저는 분부하신 대로 이 경전을 받들겠습니다. 저는 과거의 평등하고 바르게 깨치신 부처님[過去等正覺]으로부터 이 경을 듣고 받들었으며, 지금 현재 또 직접 세존을 대면하여 이 법을 들었습니다. 대성(大聖)이시여, 여래께서 현재 계시는 동안에도 저는 이 경을 연설하여 널리 유통시키겠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뒤에, 제가 비록 도솔천(兜率天)에 있을지라도, 반드시 이 법을 설하여 중생들에게 온갖 공덕의 종자를 심도록 하겠습니다. 후세에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대승(大乘)에 뜻을 품었다는 말씀을 들으신다면, 마땅히 이 미륵이 세운 일임을 아셔야 합니다. 만일 이 경을 받들어 지닌 사람에게 마군(魔軍)이 그 틈을 엿보아 방해하고자 한다면, 저희들은 세존의 거룩한 뜻을 이어서 그 사람에게 어떠한 결점도 생기지 않도록 잘 보호하겠습니다.”
010_1338_c_15L彌勒菩薩而白佛言唯然世尊吾則受斯經典教已亦從過去等正覺所啓受是經於今現在面値世尊得聞斯法唯然大聖如來現在吾以此經演令流普佛滅度後在兜率天當爲群生分別說此殖衆德本若族姓子族姓然於後世耳聞斯經志大乘者當知彌勒之所建立奉持斯經若有弊魔伺求其便吾等當承世尊聖旨而將護之使無瑕短
010_1339_a_02L부처님께서 제석(帝釋)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이 경의 아사세품(阿闍世品)을 받들어서, 일체 번뇌를 끊도록 하라. 왜냐 하면 비록 원한을 품은 아수륜(阿須倫: 阿修羅)이 전투를 일으킬지라도, 이 경전을 염송(念誦)한 공덕으로 하늘들이 이기고 아수륜은 항복하기 때문이다.”
010_1339_a_02L佛告帝釋當受斯經阿闍世品斷一切結所以者何須倫假使懷恨而戰鬪者當念斯經諸天則勝阿須倫降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구익(拘翼: 憍尸迦, 帝釋의 姓)이여, 이제 너에게 부탁하노라. 만일 주(州) 경계의 군(郡)과 나라의 현읍(縣邑)과 성곽(城郭)과 마을[丘聚]에 이 경전이 있다면, 반드시 그 땅을 보호하여 원수의 적이 틈을 엿보지 못하게 하라. 비록 관청에 불려가거나, 적진(敵陣)에 잡혀가거나, 사나운 짐승을 만나거나, 귀신을 만나거나, 도적을 만나거나, 혹은 물과 불의 재난(災難)을 당할지라도, 반드시 곧바로 이 경전을 생각하여 가송(歌頌)을 설하여라. 그러면 비록 원수의 집이거나 국경을 침범하는 도적이나 반역의 무리일지라도 그 틈을 엿볼 수 없으리라.”
010_1339_a_05L佛言拘翼囑累汝若斯經典在於州域郡國城郭丘聚則護其土怨敵讎隙不得其便若至縣官若在賊中若逢禽若値鬼神若遇盜賊若遭水火恐懼之難便當思念於斯經典而說歌若有怨家寇逆惡賊不能得其便
이때 부처님께서 현자(賢者)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이 경전을 받들어 지니면서 읊고 외우고 읽도록 하라. 왜냐 하면 어떤 사람이 너에게 이 경전의 요의(要義)를 구했을 때, 그 선남자 선여인은 모든 의심을 끊어서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없고, 온갖 번뇌를 씻어내어 영원히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또 모든 마군(魔軍)이 죄의 장애[罪蓋]로 덮어 가릴 수 없고, 전생에 지은 재앙의 죄악과 삿된 해침의 장애도, 저절로 소멸하리라. 그 까닭은 만일 이 경을 듣는다면 의심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010_1339_a_11L爾時佛告賢者阿難受斯經典持諷誦讀所以者何假使有人從汝求此經典要者其族姓子若族姓女斷一切疑無有猶豫洗除衆結永已除了諸魔罪蓋不能覆蔽宿之殃舋邪害罣㝵自然消滅所以者何設聞斯經則無狐疑
부처님께서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에게 부탁하면서 진심으로 경계하기를 명하노라. 만일 반역죄를 범한 사람이 이 경전의 요의(要義)에 들어가서 좋아하고 기뻐한다면, 반역죄가 없어지고, 위해(危害)를 가하지도 않으며, 죄악의 장애도 없어지리라.”
010_1339_a_18L佛告阿難吾屬累汝慇懃戒勅若犯逆者入斯典要歡喜欣悅則無有逆亦無危害而無罪蓋
010_1339_b_02L나이 많은 가섭(迦葉)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성(大聖)이시여, 저는 보았기 때문에 이 경전을 증명합니다. 좀 전에 아사세왕의 궁전에서 박수보살이 반역죄를 낱낱이 가려 설하자, 아사세왕은 즉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그물처럼 얽힌 의심에서 벗어났습니다. 저는 그때 홀로 ‘아사세왕은 본래 일체의 온갖 법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여 모든 반역의 일을 분별하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모든 법은 본래 청정한 자연 그대로의 성품입니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생각하고 나란 존재를 두어 온갖 견해를 세웠기 때문에, 온갖 반역이 본래 청정한 경지를 단련하여 다스릴 수 없는 것입니다. 마치 아사세왕이 스스로 익혀온 뒤바뀜과 거짓된 온갖 생각에 쌓여 근심하고 괴로워하다가, 본래 청정한 경지를 추구하여 밝혀내고, 온갖 어려움에서 벗어난 것과 같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모든 중생에게 죄도 없고 지옥의 법[惡趣法]도 없는 경지에 들어간다면, 바로 초월하여 생사[終始]가 없는 경지에 이른다고 설하겠습니다.”
010_1339_a_20L耆年迦葉白世尊曰唯然大聖吾見證明於斯經典向者就王阿闍世宮分別逆事王阿闍世尋時逮得不起法忍疑網卽除我時念言阿闍世本不曉了一切諸法亦不分別諸逆之事世尊諸法本淨自然之性而反思想計有吾我而立諸見不能理練一切諸逆之本淨也如阿闍世習近顚虛僞衆想成勤苦患若究暢此則無衆難吾從今始說諸群生亦無有罪無惡趣法其入此者則超絕去無有終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가섭이여, 참으로 그대의 말대로 모든 부처님의 도는 바른 이치이므로 번뇌가 없느니라.”
010_1339_b_09L佛言善哉善哉迦葉誠如所諸佛世尊道義之政無有塵垢
현자(賢者) 아난이 앞으로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전을 세우셔서 이 다음 말세에 염부제(閻浮提)에서 유행케 하옵소서.”
010_1339_b_10L者阿難前白佛言唯然世尊建立斯經典令後末世遊閻浮提
이때 세존께서 좌우의 옆구리로 큰 광명을 놓으시고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셨다.
그러자 온갖 나무와 장벽(牆壁)에서 저절로 음향(音響)이 흘러나왔다.
“여래께서는 이미 이 경전을 세우셨습니다. 비록 이 경전이 큰 바다 가운데서 겁의 큰 화재를 만날지라도, 반드시 이 경전을 듣게 되므로 중간에 끊겨 듣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010_1339_b_12L爾時世尊從左右脅放大光明普照三千大千世界樹木牆壁普自然出如茲音響如來則建斯經典已設此經典在大海中若劫燒時應聞是經不得中斷而不聞也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진실로 나무와 장벽의 음향과 같다. 최후의 말세가 오더라도 온갖 공덕의 종자를 심은 보살들은 이 경을 받들어 지니면서 결코 중간에 잃지 않느니라.”
010_1339_b_17L佛告阿難悉如樹木壁所出音聲誠如所云斯諸正士殖衆德本最後世時受是經者終不中失
010_1339_c_02L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실 때, 9만 6천의 하늘들과 사람들이 번뇌를 멀리 벗어나서 청정한 법안을 얻었고, 6만 8천의 하늘들과 사람들이 더없이 높고 바르고 진실한 도의 마음을 일으켰으며, 2만 2천 보살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8천 사람이 온갖 탐욕에서 벗어났다.
이때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 진동을 반복하는 가운데 모두에게 알리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은 다 와서 이 경전에 공양하십시오.”
또 온갖 하늘의 악기들은 타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면서 널리 알렸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은 다 와서 꽃을 뿌리고 잡향(雜香)ㆍ도향(搗香)ㆍ택향(澤香)을 태우면서, 모두들 직접 이 구르는 법륜(法輪)을 만나보십시오.
여래께서 설하신 이 경은 온갖 삿된 외도를 항복시키고 온갖 삿된 행을 물리쳐서 모든 마군(魔軍)을 누르는 여래의 법인이니, 부지런히 정진하여 여래의 법을 닦으십시오. 여러분들은 마땅히 분별하여 구경(究竟)의 바른 견해를 구해야 합니다.”
010_1339_b_19L佛說是經時九萬六千天人遠塵離垢諸法眼淨六萬八千人悉發無上正眞道意二萬二千菩薩得不起法忍八千人離諸貪欲三千大千世界六反震動應時大音普告天上世閒來供養於斯經典諸天伎樂不鼓自普告天上世閒悉來散華燒香搗香澤香面悉値斯所轉法輪來於此所說經者悉爲降伏衆邪異卻諸邪行抑制衆魔斯如來印爲精修如來之法諸族姓子便當分別求此法印究竟正見
부처님께서 이렇게 설하시자, 아사세왕과 박수동진(軟首童眞)보살과 미륵(彌勒)보살과 일체 보살과 또 대성문 사리불(舍利弗)ㆍ대가섭(大迦葉)ㆍ수보리(須菩提)ㆍ아리(阿離) 등과 그리고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과 아수륜(阿須倫)들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듣고 기뻐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010_1339_c_08L佛說如是王阿闍世溥首童眞彌勒大士一切菩薩諸大聲聞舍利弗大迦葉須菩阿難等諸天世人阿須倫聞佛所莫不歡喜
文殊師利普超三昧經卷下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