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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451_a_01L불설무구현녀경(佛說無垢賢女經)
서진(西晉) 월지(月氏) 축법호(竺法護)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羅閱祇)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여러 보살들과 큰 제자들과 남녀 학인들과 함께 계셨는데, 여러 하늘과 인민들과 아수륜(阿須倫:아수라)과 귀신과 용 등 한량없는 수가 함께 모였을 때, 경을 설하셨다.
그때 모임에는 수단(須檀)이라는 장자 범지(梵志)가 있었으며, 비루연(捭樓延)이란 부인도 975억 부인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법을 들었는데, 이때에 비루연은 아기를 배고 있었다. 이 여자아기는 어머니의 태(胎) 속에서 형체를 다 갖추고 있었으며, 또한 태 속에서 손을 맞잡고 경을 들었다.
현자(賢者) 아나율(阿那律)은 스스로의 공덕으로 얻은, 뚫어 보는 힘으로 이 여자가 태중에서 손을 맞잡고 경을 듣고 있음을 보고 곧 생각하였다.
‘모인 이들의 보는 눈 가운데, 형상 없는 것을 찾아 살피기에는 아직 나만한 이가 없구나.’
그리고는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겨 얼굴빛이 유쾌하고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떤 것을 보았기에 마음이 그렇게도 즐거우냐?”
아나율은 대답하였다.
“저는 뚫어 보는 눈으로서 태중에 있는 여자가 손을 맞잡고 경을 듣고 있는 것을 보았으므로 기뻐서 혼자 즐거워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비유하건대 햇빛이나 달빛을 뭇 별에 견주면 같겠느냐? 너는 성문(聲聞) 중에서 보는 데 제일이어서 너에게 따를 이가 없지만, 여래가 보는 것은 시방세계이다.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과 땅속의 벌레들이 모두 새끼를 배었는데, 새끼는 태중에서 또한 한결같이 경을 듣고 있구나.”
이때 아나율과 모인 이들이 모두 의심을 가졌다. 부처님께서는 광명을 놓아 한없이 비추시니 팔방과 상하에 걸림이 없었으며, 한량없는 세계의 사람과 물건들이 마치 거울을 비치듯 안팎이 서로 보였다.
아나율 등이 허공을 우러러보니 나는 새의 무리는 날개를 멈춘 채 배회하면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고, 태중에 알은 나오지도 깨지도 않은 채 새의 태중에서 또한 깃과 날개를 펴고 경을 듣고 있었으며, 다리를 구부려 달리는 짐승을 보니 네 발 무리들은 풀 뜯기를 멈추고 물마시기를 중지한 채 얌전히 서서 경을 듣고 있었고, 태중의 새끼는 또한 태중에서 두 다리를 굽힌 채 한 마음으로 경을 듣고 있었으며, 벌레나 뱀이나 지렁이 등 땅에 사는 무리들은 몸을 고요하게 하여 흔들리지 않은 채 깨끗한 마음으로 경을 듣고 있었고, 그 가운데 아직 나오지 않은 새끼는 또한 태중에서 머리를 들고 몸을 서린 채 한 마음으로 경을 듣고 있었다.
그때 아나율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고서 여덟 가지 소리로서 태중의 여자와 새의 알과 벌레와 짐승들의 태중의 새끼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손을 맞잡고 날개를 펴고 다리를 굽히고 몸을 서리고 하여 한 마음으로 경을 듣느냐?”
그때 여자 등 모든 태중에 있는 이들이 아나율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온갖 살아있는 무리들이 5처(處)에 미혹되어 바른 길을 알지 못하기에 경을 들었습니다.”
“모두가 많이 음탕하고 성내고 어리석고 나고 죽음이 끊어지지 않으므로 법을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공양하지 않으므로 법을 들었습니다.”
이때 아나율은 말하는 것을 듣고 길게 꿇어 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의 공덕과 위신(威神)의 밝으심이 이와 같은 줄을 깊이 알았습니다.
저는 차라리 몸이 지옥에 빠져 온갖 괴로움을 여러 겁 동안 수없이 받을지언정 아라한은 취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태중에서 아직 몸을 나투지 않은 자도 오히려 큰 뜻을 내어 일체를 구원할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저는 이제 몸을 갖고도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상(想)과 식(識)의 묶인 바가 되었으니, 비유컨대 죽은 이가 산 사람에게 아무 이익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여자가 오른쪽 옆구리에서 나오니, 3천 국토는 크게 진동하였고, 수없는 하늘들은 허공에 머물면서 하늘 꽃을 뿌리고 음악을 울렸다. 저절로 핀 천 잎의 연꽃이 있었으니, 크기는 수레만 하고 줄기는 유리(琉璃)와 같았는데, 여자가 그 위에 앉아 있었다.
그때 모든 하늘과 사람과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과 벌레와 뱀과 지렁이 등 모든 새끼 밴 것들은 또한 모두 출생하여 마치 임금이 행차할 때 크고 작은 많은 관리들이 모두 따르는 것과 같았다.
이때 제석천왕은 곧 하늘 옷을 가지고 내려와서 여자에게 주면서 “벗은 모양이 좋지 않으니 이 옷을 입으시오” 하였으며, 도리천의 천자와 여러 왕녀들도 모두 옷을 가지고 여러 중생들에게 주었다.
이때 여자는 대답하였다.
“벗지 않고 열반하려는 이가 있습니까? 우리들이 따르지 않는 것은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라한을 배우고 나는 보살을 바라니 당신은 나의 무리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같지 않습니다.”
제석천왕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여자가 벗은 것이 미워서 옷을 줄 뿐이오.”
여자는 다시 말하였다.
“대승법(大乘法)에서는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저절로 옷이 올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것은 여자의 몸을 장식할 수 없다. 보살심(菩薩心)을 내어 스스로 상호(相好)를 이루어 나툼이 무한하여야 보살의 몸을 장식할 수 있다.”
이때 사리불은 그 여자가 그렇게 변하는 것을 매우 이상하게 여기고 앞에 나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여자는 어느 나라로부터 이 세간에 왔으며, 누가 곧 옷을 보내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이 여자는 동남방 패루연법습(捭樓延法習)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에서 왔으며, 나라 이름은 염부단국(閻浮檀國)이니, 여기서 10만 불국토나 떨어져 있다. 그녀는 자기 나라에서 부처님을 뵙고자 왔으며, 옷이 곧 본국에서 저절로 올 것이다.”
그러자 옷이 저절로 공중에서 내려오면서 온화한 소리를 내었으며, 또한 공중에서 여자에게 말하는 소리가 났다.
“이 옷을 입으면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을 것이며, 또한 너의 나라에서도 모두 다섯 가지 신통력을 얻을 것이다.”
여자는 옷을 입고 곧 꽃 위에서 내려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발을 한 번 들자 천지가 곧 여섯 번 진동하였다. 모든 어머니들은 모두 무상평등도의(無上平等度意)를 내었고, 새들과 벌레들과 짐승들은 모두가 몸을 바꾸어 곧 사람의 몸으로 변하였으며, 몸에는 구슬로 꾸며진 하늘 옷이 입혀졌다.
여자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고 ‘나무삼야삼불(南無三耶三佛)’을 세 번 부른 뒤, 길게 꿇어 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모여온 모든 이를 위하여 경을 자세히 설하셔서 원하는 것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뜻에 따라 곧 경을 설하여 주셨다. 이때 여자와 975억의 어머니들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자 뛸 듯이 기뻐하며, 다시는 몸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부처님 앞에 곧게 서서 남자로 변화하였으며, 제각기 영락(瓔珞)과 구슬보배를 벗어서 부처님 위에 펴서 놓았다.
그러자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 흩어진 것들은 저절로 변해서 구슬이 되었다. 교로(交露) 장막 안에는 7보로 된 사자좌(師子座)가 있었는데, 그 위에 부처님께서 앉아 계셔서 손을 들고 찬미하심에 때맞추어 모두 아유월치(阿惟越致:불퇴위)를 얻었으며, 새와 짐승과 벌레와 뱀들이 변해서 된 사람들도 역시 몸의 구슬과 영락과 보배장식을 벗어서 부처님께 놓았다.
장막 안의 앉은 부처님께서는 그 흩어진 것을 모아서 보배 장막을 이루게 하시되 앞에서와 똑같았으며, 이것이 보시가 되어서 모두 7주(住)를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자였던 보살인 무구현녀(無垢賢女)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태중에서 중생을 위하여 앞서서 이끌었고, 여래(如來)ㆍ등정각(等正覺)도 5도(道)에서 일체 중생을 위하여 앞서서 이끌었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모인 무리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며 절하고 물러갔다. - 011_0451_a_01L佛說無垢賢女經西晉月氏三藏竺法護譯聞如是一時佛在羅閱祇耆闍崛山中與諸。菩薩,大弟子學士學女諸天人,民阿須倫鬼神龍、無央、數共、會時、佛說、經爾時、會中、有,長者梵志名,曰須檀有。婦名,捭樓延與九百七,十五億婦人俱叉手聽經時捭樓延懷妊是女在母胎中形體盡具亦於胎中叉手聽經賢者,阿那律自,以功德徹,視之力見。此女子於胞胎中叉手聽經卽自,念言想在會者目之,所睹未能,探察無形:之事如我,者也則自,僥倖光色愉悅佛告,阿那律汝。見何等心。色悅異乃。如是也阿那:‘律言我以,徹視見胎中女叉手?’聽經是以:‘熙怡用自慶耳佛言善哉善哉如汝所言譬如衆星比日:‘月光寧爲!等不汝於。聲聞所見第一無逮汝者,如來?所觀等見,十方飛鳥,走獸地中,諸虫皆有,懷妊子於胎中、亦悉、如汝一等,聽經時阿那律及諸會者,咸有疑意。佛放光明徹照無極八方上下無所罣㝵,令無數剎人物所有,譬如照鏡表裏相見。阿那律等仰視虛空,見飛鳥類停翼徘徊,聽佛所說,胎中之卵未生未孚,於鳥胎中,亦復舒翅布翼聽經,俯視走獸四足之類,輟草止水,竦立聽經。胞胎所懷亦於胎中,屈前兩足,一心聽經。虫蛇蚯蚓地生之類,靜身不搖,精意聽經。中有懷妊子未產生者,亦於胎中,擧頭槃身,一心聽經。時,阿那律承佛威神,以八種音,問胎中女、鳥卵虫獸胎中之子,用何等故,叉手舒翼,屈足槃身,一心聽經?時,女之等諸在胎者答阿那律:‘我用一切生者之類,迷於五處,不識正道,是故聽經。及用一切多淫、怒、癡,生死不絕,是故聽經。用一切人不孝父母,不供事佛及比丘僧,是故聽經。’時,阿那律聞其所說,長跪白佛:‘憶知世尊功德威神洞徹如此,我寧以身陷在地獄,受衆苦毒,累劫無數,不取羅漢,所以者何?諸在胞胎未見身者,尚發大意,念救一切,我今用身,以死畏故,爲想識所縛?譬如死人無益生者。’時,女乃生從右脅出,三千國土爲大震動,有無數天止在虛空,雨於天華,作諸音樂,則有自然千葉蓮華,大如車輪,莖如琉璃,女坐其上。時,諸天人、飛鳥、走獸、虫蛇、蚯蚓,諸懷妊者,亦皆出生,譬如王者征行之時,群官大小莫不隨從。於是,天帝卽持天衣,從上來下,以用與女,裸形可惡,取此衣著。忉利天子及諸王女,亦皆持衣與諸衆生,時,女報言:‘其有未脫欲泥洹,吾等不從有所受也。卿爲羅漢,我志菩薩。卿非我類,所願不同。’天帝復言:‘我以女身裸露可惡,是以持衣用相與耳。’女復報言:‘於大乘法,無男無女,我今當有自然衣來。’佛語天帝:‘如是。不爲裝挍女身,發菩薩心,自致相好,所現無限,乃爲裝挍菩薩身耳。’時,舍利弗深怪此女變動,乃爾前白佛言:‘此女從何國來到是閒乎?誰當送衣?’佛言:‘是女從東南方捭樓延法習佛所來,剎名閻浮檀國,去此十萬佛剎,女從本國來,欲見佛,自當有衣,從本國來,衣便自然在空中來,肅肅有聲,空中有音,則語女言:‘可著此衣。當得五通。又女本國盡得五通,女得衣著,便從華上,下至佛所,女一擧足,天地卽爲六反震動。一切母人,皆發無上平等度意,飛鳥虫獸莫不轉身,卽化爲人,身衣天衣,珠瓔服飾,女以頭面稽首佛足,三言南無三耶三佛,長跪白佛:‘願爲一切諸來會者,廣說經法,令得所願。’佛隨其意,卽爲說經。是時,此女及九百七十五億母人,聞佛所說,踊躍歡喜,不復貿身,便立佛前,化成男子,各各脫瓔珞珠寶,用散佛上,佛之威神,令其所散,自然變成珠交露帳,中有七寶師子之座,上有坐佛,擧手讚之。應時,皆得阿惟越致,鳥獸虫蛇得爲人者,亦復脫身珠瓔寶飾,以用散佛,帳中坐佛,令其所散合成寶帳,亦復如前,等無差特,則爲達嚫,俱得七住。佛告女菩薩無垢賢女:‘汝於胞胎,爲衆生作唱導,如來等正覺亦於五道,爲一切衆生,作唱導。佛說經已,一切衆會,皆大歡喜,稽首而退。佛說無垢賢女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