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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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_0820_c_01L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제5권
013_0820_c_01L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卷第五
『중인도나란타대도량경(中印度那蘭陁大道場經)』이라고도 한다. 관정부(灌頂部)에서 따로 추려내었다.
013_0820_c_02L一名中印度那蘭陁大道場經於灌頂部錄出別行


반랄밀제 한역
현성주 번역
013_0820_c_03L唐天竺沙門般剌蜜諦譯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비록 둘째 뜻의 문을 말씀해 주셨으나, 이제 세상의 매듭 푸는 사람을 생각해 보니, 만일 매듭의 근원을 알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끝내 풀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와 이 법회의 유학성문(有學聲聞)들도 이와 마찬가지며, 시작 없는 옛날부터 무명과 더불어 함께 생하고 함께 멸해왔으니, 비록 이렇게 많이 듣고 아는 선근(善根)으로 출가했다고 하나, 마치 하루거리 학질병자나 다름이 없습니다.
부디 큰사랑으로 생사에 빠져 허덕이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지금의 몸과 마음이 어째서 번뇌에 얽혔는지, 무엇으로 풀어야 하는지를 가리켜주시고, 미래의 괴로운 중생들도 윤회를 벗어나서 삼계[三有]에 떨어지지 않게 하옵소서.”
이렇게 말하고 대중과 함께 온몸[五體]을 땅에 엎드려 비 오듯 눈물을 흘리면서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의 더없이 높은 가르침을 기다렸다.
013_0820_c_04L阿難白佛言世尊如來雖說第二義今觀世閒解結之人若不知其所結之元我信是人終不能解世尊及會中有學聲聞亦復如是從無始際與諸無明俱滅俱生雖得如是多聞善根名爲出家猶隔日瘧唯願大慈哀愍淪溺今日身心云何是結何名解亦令未來苦難衆生得免輪不落三有作是語已普及大衆五體投地雨淚翹誠佇佛如來無上開示
013_0821_a_01L이때 세존께서 아난과 법회의 유학성문들을 가엾게 여기시는 한편, 미래의 중생들을 위하여 세간을 벗어나는 원인으로서 장래의 안목을 삼으시려고, 염부단(閻浮檀)의 자금색(紫金色) 광명이 빛나는 손으로 아난의 이마를 만지셨다.
이때 시방의 드넓은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그 세계에 계시는 티끌처럼 많은 여래께서 각각 이마에서 보배광명을 놓으시자, 그 광명이 동시에 저 세계에서 기타림(祇陀林)으로 와서 여래의 이마를 비추시니, 법회의 대중은 이전에 본적이 없는 광경을 보았다.
여기서 아난과 대중은 다 함께 티끌처럼 많은 시방 여래께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아난에게 일러주시는 말씀을 들었다.
“참으로 좋은 질문이다. 아난이여,네가 구생무명(俱生無明)이 어떻게 너를 생사에 윤회하도록 뿌리 맺혔는지를 알고자 한다면, 오직 너의 여섯 감관 외에 다른 것이 없느니라. 네가 또 더없이 높은 보리가 어떻게 너에게 빨리 안락한 해탈의 고요하고 미묘하고 영원한 경지를 깨닫게 하는지를 알고자 할지라도, 역시 너의 여섯 감관 외에 다른 것이 없느니라.”
013_0820_c_14L爾時世尊憐愍阿難及諸會中諸有學者亦爲未來一切衆生爲出世因作將來眼以閻浮檀紫光金手摩阿難頂卽時十方普佛世界六種振動微塵如來住世界者各有寶光從其頂出其光同時於彼世界來祇陁林灌如來頂是諸大衆得未曾有於是阿難及諸大衆俱聞十方微塵如來異口同音告阿難言善哉阿難汝欲識知俱生無明使汝輪轉生死結根唯汝六根更無他物汝復欲知無上菩提令汝速登安樂解脫寂靜妙常亦汝六根更非他物
아난이 이러한 법문을 들었으나 마음은 오히려 분명하지 않아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를 생사에 윤회케 하거나 안락하고 미묘하고 영원한 경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다 같이 여섯 감관 외에 다른 것이 없다’는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013_0821_a_05L阿難雖聞如是法音心猶未明稽首白佛云何令我生死輪迴安樂妙常同是六根更非他物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감관[根]과 대상[塵]은 근원이 같고, 얽힘과 해탈은 둘이 아니며, 식(識)의 성품은 허망하여 허공 꽃과 같으니라.
아난아, 경계[塵]로 인하여 아는 작용을 일으키고, 감관을 따라 모양이 있으며, 모양과 보는 작용은 제 성품이 없으니 여러 줄기로 기댄 갈대[交蘆]이니라.
그러므로 네가 지금 지견(知見)으로 지견을 세우면, 바로 무명의 근본이며, 지견에서 지견을 떠나면, 이것이 곧 번뇌 없는 열반의 진실하고 청정한 경지이니라. 그러니 이 가운데 어찌 다른 것을 용납하겠느냐.”
013_0821_a_08L佛告阿難根塵同源縛脫無二識性虛妄猶如空花阿難由塵發知因根有相相見無性同於交蘆是故汝今知見立知卽無明本知見無見斯卽涅槃無漏眞淨云何是中更容他
이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설명하시기 위하여 게(偈)를 설하셨다.
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참 성품은 유위법이 모두 다 공했으나
인연 따라 생기기에 환상처럼 변화한다.
무위법은 생멸인연 일체 다 떠났으니
실속 없이 허망함은 허공 꽃과 다름없다.
013_0821_a_13L眞性有爲空
緣生故如幻
無爲無起滅
不實如空花

허망으로 말하면서 온갖 진실 밝혀봐도
허망이나 진실이나 모두 다 허망하다.
참이나 참 아님을 아예 떠난 자리이니
보거나 보이는 곳이 어디에 있겠느냐.
013_0821_a_15L言妄顯諸眞
妄眞同二妄
猶非眞非眞
云何見所見

속속들이 텅텅 비어 실제성품 없음으로
이를 비겨 줄기 기댄 빈 갈대와 같다한다.
맺힌 곳과 푸는 일은 그 자리가 똑같으니
성인이나 범부거나 두 갈래길 따로 없다.
013_0821_a_16L中閒無實性
是故若交蘆
結解同所因
聖凡無二路

줄기 기댄 갈대 속을 깊이깊이 살펴보라.
공한 법과 존재 법을 둘 다 함께 떠났으니
미혹하여 모른다면 그게 바로 무명이요
밝혀내어 깨달으면 그게 바로 해탈이다.
013_0821_a_17L汝觀交中性
空有二俱非
迷晦卽無明
發明便解脫

맺힌 원인 하나 하나 차례대로 풀고 나면
여섯 자리 다 풀리어 하나까지 없어지니
여섯 감관 두루 살펴 원통감관 골라내면
성인반열 들어서서 바른 깨침 이루리라.
013_0821_a_19L解結因次第
六解一亦亡
根選擇圓通
入流成正覺

미세하기 그지없어 알기 힘든 아타나식
쌓인 습기 흘러내려 폭포수를 이뤘으니
진실인지 참 아닌지 미혹할까 염려하여
지금까지 조심하여 설명하지 않았노라.
013_0821_a_20L陁那微細識
習氣成暴流
眞非眞恐迷
我常不開演

자기 본래 마음에서 그 마음을 취한다면
환상 아닌 바른 법이 환상 법을 이루지만
취함 없이 그냥 두면 비환 법도 없어지고
환상 아닌 바른 법도 생겨나지 않을 텐데
013_0821_a_21L自心取自心
非幻成幻法
不取無非幻
非幻尚不生

실체 없는 환상 법이 어느 곳에 서겠느냐.
이를 일러 청정하고 미묘한 연꽃이며
견고한 금강의 보배로운 깨달음이며
환술처럼 자유로운 삼마제라 이름하니
013_0821_a_23L幻法云何立
是名妙蓮花
金剛王寶覺
如幻三摩提
013_0821_b_01L
손 퉁기는 잠깐 사이 무학자리 넘으리라
무엇과도 비교 못할 아비달마 바른 법은
티끌처럼 한량없는 시방세계 여래께서
한 길 따라 수행하여 열반하신 문이니라.  
013_0821_b_01L彈指超無學
此阿毘達磨
十方薄伽梵
一路涅槃門

이때 아난과 대중은 여래께서 더 없는 자비로운 가르침을 들으니, 기야(祇夜)와 가타(伽陀)가 잘 어울려 정교하게 빛나는 묘한 이치가 맑게 사무처서, 모두들 마음과 눈이 환하게 열리어 이전에 들어 본적이 없는 법문을 감탄하였다.
아난은 머리를 조아려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서 차별 없는 대비(無遮大悲)로 설하신 성품이 맑고 묘하고 영원한 진실구절[眞實句]을 들었으나, 제 마음은 아직도 여섯이 풀려서 하나까지 없어지려면 그 매듭을 어떤 순서로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큰사랑을 내리시어 이 법회의 대중과 미래중생을 불쌍하게 여기시고, 다시 한번 법문[法音]을 베푸셔서 깊게 잠긴 번뇌를 씻어주옵소서.”
013_0821_b_02L於是阿難及諸大衆聞佛如來無上慈誨祇夜伽陁雜糅精瑩妙理淸徹心目開明歎未曾有阿難合掌頂禮白佛我今聞佛無遮大悲性淨妙常眞實法句心猶未達六解一亡舒結倫次惟垂大慈再愍斯會及與將來施以法音洗滌沈垢
그러자 여래께서는 사자좌(師子座)에서 열반승(涅槃僧; 內服)을 바르시고 승가리(僧伽梨)를 거둬 여미시며 손으로 7보(寶)책상을 끌어당기시더니, 겁바라천(劫波羅天)이 바친 꽃수건[華巾]을 잡으시고, 대중 앞에 매듭 하나를 맺고 아난에게 보이시며 말씀하셨다.
“이것이 무엇이냐.”
013_0821_b_09L卽時如來於師子座整涅槃僧斂僧伽梨覽七寶机引手於机取劫波羅天所奉花巾於大衆前綰成一結阿難言此名何等
아난과 대중은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은 매듭이라고 합니다.”
013_0821_b_13L阿難大衆俱白佛此名爲結
그러자 여래께서 꽃수건[疊華巾]에 또 한 매듭을 맺으시고 거듭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것이 무엇이냐.”
013_0821_b_14L於是如來綰疊花巾又成一結重問阿難此名何等
아난과 대중은 또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도 매듭이라고 합니다.”
여래께서는 이렇게 꽃 수건에 차례로 맺어 모두 여섯 매듭을 맺으시면서 매듭을 하나하나 맺을 때마다 맺힌 매듭을 손에 들고 아난에게 ‘이것은 무엇이냐’고 물으셨으며, 아난과 대중도 그 때마다 부처님께 차례로 ‘그것은 매듭이라 합니다’라고 답하였다.
013_0821_b_15L阿難大衆又白佛言此亦名結如是倫次綰疊花巾摠成六結一一結成皆取手中所成之結持問阿難此名何等阿難大衆亦復如是次第酬佛此名爲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 수건을 맺었을 때 너는 매듭이라고 하였다. 이 꽃 수건은 본래 하나뿐인데,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어째서 너희들은 또 매듭이라고 하느냐.”
013_0821_b_19L佛告阿難我初綰巾汝名爲結此疊花巾先實一條第二第三云何汝曹復名爲結
013_0821_c_01L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보배 꽃 실로 짠 수건[寶疊華]은 비록 본래는 하나이나, 제 생각으로는 여래께서 한 번 맺으시면 한 매듭이라고 하며, 백 번 맺는다면 백 매듭이라고 할 것입니다.그러나 이 수건에는 단지 여섯 매듭뿐이어서, 결국 일곱 매듭은 되지 못했으나, 다섯 매듭은 이미 넘었는데, 여래께서는 어째서 단지 처음 하나[初時]만을 인정하시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매듭이 아니라고 하십니까.”
013_0821_b_22L阿難白佛言世尊此寶疊花緝績成巾雖本一體如我思惟來一綰得一結名若百綰成終名百何況此巾秖有六結終不至七亦不停五云何如來秖許初時第二第三不名爲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알다시피 이 보배 꽃 수건은 원래 하나 뿐인데, 내가 여섯 번 맺었기 때문에 여섯 매듭이라고 하였다. 너는 자세히 살펴보아라. 수건 자체는 같지만 맺었기 때문에 달라졌느니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처음 맺은 매듭을 첫 번째라 하고, 이렇게 여섯 번째 매듭까지 생겼는데, 내가 이제 여섯 번째의 매듭을 첫 번째라고 할 수 있겠느냐.”
013_0821_c_04L佛告阿難此寶花巾知此巾元止一條我六綰時名有六汝審觀察巾體是同因結有異意云何初綰結成名爲第一如是乃至第六結生吾今欲將第六結名成第一不
아난이 답했다.
“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섯 번째 매듭을 그대로 두고는 이 여섯 번째의 이름은 절대로 첫 번째가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여러 생을 지내면서 변명한들, 어떻게 이 여섯 번째 매듭의 이름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013_0821_c_09L不也世尊六結若存斯第六名終非第一縱我歷生盡其明辯如何令是六結亂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여섯 매듭이 똑같지는 않으나 근본 원인을 돌아보면, 한 수건에서 만들어졌으나 끝내 어지럽게 뒤섞을 수 없듯이, 너의 여섯 감관도 이와 같이 끝까지[畢竟] 같은 데서 끝까지[畢竟] 다른 것이 생겼느니라.”
013_0821_c_11L佛言六結不同循顧本因一巾所造令其雜亂終不得成汝六根亦復如是畢竟同中生畢竟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여섯 매듭이 하나로 되어있지 않음을 싫어하여 반드시 하나 되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가 되겠느냐.”
013_0821_c_14L佛告阿難汝必嫌此六結不成樂一成復云何得
아난이 말했다.
“이 매듭을 그대로 둔다면 시비가 무성하게 일어나서 그 안에 저절로 ‘이 매듭은 저 매듭이 아니다’ ‘저 매듭은 이 매듭이 아니다’라고 하겠으나, 여래께서 지금 당장 모두 다 풀어버리시고 매듭이 생기지 않게 하신다면, 이 매듭 저 매듭이 다 없어져서, 오히려 하나라고 이름할 것도 없는데, 어찌 여섯이 되겠습니까.”
013_0821_c_15L阿難言此結若存是非鋒起於中自生此結非彼彼結非此如來今日若摠解除結若不生則無彼此尚不名一六云何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이 풀려서 하나까지 없어지는 뜻도 이와 마찬가지니라. 네가 시작 없는 옛날부터 심성(心性)이 어지럽게 날뛰기 때문에, 알고 보는 작용이 허망하게 발생하여 쉴 새 없이 허망함이 일어나서, 보는 작용이 피로하여 티끌번뇌[塵]를 일으켰느니라. 마치 피로한 눈에 어지러운 헛꽃[狂華]이 나타나듯, 고요하여 정밀하게 밝은데서 까닭 없이 일체 세간의 산과 강과 넓은 땅과 생사와 열반이 어지럽게 일어났으니, 모두 다 미친 피로에서 나온 뒤바뀐 헛꽃 모양이니라.”
013_0821_c_18L佛言六解一亡亦復如是由汝無始心性狂亂知見妄發發妄不息勞見發塵如勞目睛則有狂花於湛精明無因亂起一切世閒山河大地生死涅槃皆卽狂勞顚倒花相
아난이 말했다.
“이 피로[勞]가 매듭과 같다면 어떻게 풀어야 하겠습니까.”
013_0821_c_23L阿難言此勞同云何解除
013_0822_a_01L여래께서 손에 매듭 맺힌 수건을 들고왼쪽으로 당기시면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렇게 하면 풀리겠느냐.”
013_0822_a_01L如來以手將所結巾偏掣其左問阿難言如是解不
아난이 말했다.
“그러면 풀리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013_0822_a_02L不也
여래께서 곧 다시 손을 돌려 오른쪽으로 당기시면서 또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렇게 하면 풀리겠느냐.”
013_0822_a_03L旋復以手偏牽右邊又問阿難是解不
아난이 말했다.
“그래도 풀리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不也世尊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손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각각 당겨 보았으나, 결국 풀 수 없었다. 네가 방법[方便]을 내 보아라. 어떻게 하면 풀리겠느냐.”
013_0822_a_04L佛告阿難吾今以手左右各牽竟不能解汝設方便何成解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맺힌 복판에 맞춰 푼다면 풀리겠습니다.”
013_0822_a_06L阿難白佛言世尊當於結心解卽分散
부처님께 아난에 일러주셨다.
“그렇다. 그래야 한다. 매듭을 없애려면 맺힌 복판에 맞춰야 하느니라.
내가 ‘불법(佛法)이 인연을 따라 생긴다’고 설한 것은, 세간의 화합한 거친 모양을 가지고 한 말이 아니다. 여래는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밝혀서, 그 본래 원인[本因]이 연(緣)할 곳을 따라 나오는 이치를 알고, 이와 같이 내지 항하(恒河)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 안에 내리는 빗방울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그 숫자를 다 알며, 지금 눈앞의 가지가지에서도 어째서 소나무는 곧고 가시나무는 굽고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지 그 원래의 까닭을 다 분명하게 아느니라.
아난아, 네 마음대로 여섯 감관에서 선택하여라. 감관의 맺힌 자리를 풀어버린다면, 경계의 모양[塵相]은 저절로 없어지리라. 온갖 허망함이 소멸하여 없어져버리면 진리 아닌 그 무엇이 너를 기다리겠느냐.
아난아, 나는 이제 너에게 묻겠노라. 지금 네 눈앞에 있는 이 겁바라천(劫波羅天) 수건의 여섯 매듭을 동시에 풀어서 맺힘을 한꺼번에 없앨 수 있겠느냐.”
013_0822_a_07L佛告阿難如是如是若欲除結當於結心阿難我說佛法從因緣生非取世閒和合麤相如來發明世出世法知其本因隨所緣出如是乃至恒沙界外一滴之雨亦知頭數現前種種松直棘曲鵠白鳥玄皆了元由是故阿難隨汝心中選擇六根根結若除塵相自滅諸妄銷亡不眞何待阿難吾今問汝此劫波羅巾六結現前同時解縈得同除不
아난이 답했다.
“동시에 없앨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매듭들은 본래 차례로 맺혀 생겼으므로, 지금도 마땅히 차례로 풀어야 합니다. 여섯 매듭의 본체는 같으나, 매듭의 맺힘이 동시가 아닌데, 매듭을 풀 때인들 어찌 동시에 없애겠습니까.”
013_0822_a_16L不也是結本以次第綰生今日當須次第而解六結同體結不同時則結解時云何同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 감관을 푸는 일도 마찬가지니라. 이 감관이 처음 풀리면 먼저 아공(我空; 人空과 같음)을 얻고, 공의 본질[空性]이 뚜렷이 밝아지면 법에서 해탈하며, 법에서 해탈하고 나서 아공과 법공이 함께 공한 경계[俱空]마저 생기지 않아야 이를 ‘보살이 삼마지(三摩地)에서 얻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이라고 하느니라.”
013_0822_a_19L佛言六根解除亦復如此根初解先得人空空性圓明成法解脫解脫法已俱空不生是名菩薩從三摩地得無生忍
013_0822_b_01L아난과 대중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지혜의 깨달음이 뚜렷이 통하여 의혹이 없어지자, 일시에 합장하여 머리를 조아려 두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저희들은 지금 몸과 마음이 환하게 밝아져서 시원하게 걸림이 없는 경계를 얻었으며, 또 하나와 여섯이 없는 이치를 알았으나, 아직도 오히려 원만하게 통달한 근본 감관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낙엽처럼 구르면서 오랜 겁 동안 헐벗고 외롭게 다니다가,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부처님과 천륜(天倫)을 맺었으니, 마치 젖 잃은 아기가 홀연히 자애로운 어머니를 만난 듯 기쁩니다. 만일 이렇게 부처님을 만난 기회에 도를 이루고 얻은 바 비밀한 말씀으로 본래의 깨달음[本悟; 本覺]을 돌이켜 똑같이 된다면, 듣지 못할지라도 차별이 없을 것입니다. 부디 대비(大悲)를 내리시어 저에게 비밀로 장엄한 법[秘嚴]을 베푸시고 여래의 최후 가르침이 되게 하옵소서.”
이렇게 말하고 물러나서 비밀 법에 대한 심기[密機]를 가다듬고 부처님의 그윽한 가르침[冥授]을 기다렸다.
013_0822_a_22L阿難及諸大衆蒙佛開示慧覺圓通得無疑惑一時合掌頂禮雙足而白佛言我等今日身心皎然快得無㝵雖復悟知一六亡義然猶未達圓通本根世尊我輩飄零積劫孤露何心何慮預佛天倫如失乳兒忽遇慈母若復因此際會道成所得密言還同本悟則與未聞無有差別唯垂大悲惠我秘嚴成就如來最後開示作是語已五體投地退藏密機冀佛冥授
이때 세존께서 널리 대중 가운데 훌륭한 보살들과 번뇌를 다한 뛰어난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보살과 아라한은 불법[我法] 가운데 나서 무학(無學)을 이뤘으니,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묻겠노라. ‘최초에 발심하여 18계(界)를 깨달았을 때, 무엇으로 원만한 통달 법[圓通]을 삼았으며, 어떤 방편으로 삼마지(三摩地)에 들었느냐.’”
013_0822_b_09L爾時世尊普告衆中諸大菩薩及諸漏盡大阿羅漢汝等菩薩及阿羅漢生我法中得成無學吾今問汝最初發心悟十八界誰爲圓通從何方便入三摩地
교진나(驕陳那) 등 다섯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녹야원(鹿苑)에 있을 때 계원(雞園)으로 가서, 여래께서 성도(成道)하신 최초에 여래를 뵙고 부처님의 음성을 통해서 4제(諦)를 깨달아 밝혔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물으시자, 제가 처음 ‘안다’고 답했더니, 여래께서는 저를 인가(印可)하시고 ‘아야다(阿若多; 안다[解]는 뜻)’란 이름을 내려주셨습니다. 미묘한 소리가 정밀하고 원만해지니, 거기서 저는 음성으로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경우로는 음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2_b_14L驕陳那五比丘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在鹿苑及於雞園觀見如來最初成道於佛音聲悟明四諦佛問比丘我初稱解如來印我名阿若多妙音密圓我於音聲得阿羅漢佛問圓通如我所證音聲爲上
013_0822_c_01L우파니사타(優波尼沙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부처님의 발까지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역시 여래께서 성도(成道)하신 최초에 여래를 뵙고, 부정한 모양[不淨相]을 관찰하다가 크게 싫어하여 벗어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갖 색(色)의 성질은 부정(不淨)에 속하여 백골이 티끌 되어 허공으로 돌아가서, 공(空)과 색(色)이 둘이 없음을 알고 무학도(無學道)를 이루자,여래께서는 저를 인가하시고 니사타(尼沙陀)란 이름을 내려주셨습니다. 티끌 요소의 색[塵色]이 이미 다 사라져서 묘한 색이 정밀하고 원만해지니, 거기서 저는 색상(色相)으로부터 아라한(阿羅漢)을 이뤘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경우로는 색의 원인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2_b_20L優波尼沙陁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亦觀佛最初成道觀不淨相生大厭離悟諸色性以從不淨骨微塵歸於虛空空色二無成無學如來印我名尼沙陁塵色旣盡妙色密圓我從色相得阿羅漢佛問圓如我所證色因爲上
향업동자(香嚴童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로부터 ‘온갖 인연으로 변화하는 현상[諸有爲相]을 자세히 관찰하라’는 가르침을 듣고, 부처님 곁을 떠나 맑고 고요한 방에서 사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침수향(沈水香)을 태우는 비구들이 보였으며, 향기가 조용히 콧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그 향기를 관찰해 보니, 나무도 아니고 허공도 아니며, 연기도 아니고 불도 아니며, 가도 붙을 곳이 없고 와도 온 곳이 없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뜻이 사라져서 샘이 없는 도를 밝히게 되자, 여래께서는 저를 인가하시어 향엄(香嚴)이란 이름을 내려주셨습니다. 여기에 티끌 요소의 향기[塵氣]가 문득 사라지고 미묘한 향기가 정밀하고 원만해지니, 거기서 저는 향의 장엄 법으로 아라한(阿羅漢)을 이뤘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경우로는 향의 장엄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2_c_04L香嚴童子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聞如來教我諦觀諸有爲相我時辭佛宴晦淸齋見諸比丘燒沈水香香氣寂然來入鼻中我觀此氣非木非空非煙非火去無所著來無所從由是意銷發明無漏如來印我得香嚴號塵氣倏滅妙香密圓我從香嚴得阿羅漢佛問圓通如我所證香嚴爲上
013_0823_a_01L약왕(藥王), 약상(藥上)의 두 법왕자(法王子)가 법회 가운데 5백 범천(梵天)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한량없는 오랜 겁 동안 세상의 양의(良醫)가 되어, 입으로 이 사바세계의 풀과 나무와 금과 돌들 맛보았습니다. 그 이름의 수가 10만 8천 가지이나 이와 같이 맛을 보고, 그 맛이 신지 짠지 담담한지 단지 매운지, 또 여려 어울린 맛[諸和合]인지 그대로 순수한 맛[俱生]인지 변하여 달라진 맛[變異]인지를 알았으며, 또 찬 성질인지 더운 성질인지 독이 있는지 독이 없는지를 두루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여래를 받들어 모신 뒤에는 맛의 성질이 공도 아니고 있지도 않으며, 몸과 마음과 일치하지도 않고 몸과 마음을 떠나지도 않는 이치를 분명히 알고, 맛의 원인을 분별하여 환히 깨닫게 되자, 여래께서는 저희 형제[昆季]를 인가하시어 약왕보살(藥王普薩), 약상보살(藥上菩薩)이란 칭호를 내려주셨습니다. 지금은 이 법회 가운데서 법왕자(法王子)가 되었으며, 맛으로 인한 깨달음이 밝다하여 보살자리에 올랐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제가 증득한 경우로는 맛의 원인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2_c_13L藥王藥上二法王子幷在會中五百梵天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無始劫爲世良醫口中嘗此娑婆世界草木金石名數凡有十萬八千如是悉知苦醋鹹淡甘辛等味幷諸和合俱生變異是冷是熱有毒無毒悉能遍知承事如來了知味性非空非有非卽身心非離身心分別味因從是開悟蒙佛如來印我昆季藥王藥上二菩薩名今於會中爲法王子因味覺明位登菩薩佛問圓通如我所證味因爲上
발타바라(跋陀波羅)가 동반(同伴) 16보살[開士]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전에 위음왕(威音王)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하여 스님들이 목욕할 때 차례를 따라 욕실에 들어갔다가, 홀연히 물의 원인은 이미 때[塵]를 씻는 것도 아니고, 몸을 씻는 것도 아님을 깨닫고, 중간이 편안하여 아무것도 없는 경지에 들었습니다. 과거에 닦은 습성[宿習]을 잊지 않은 가운데, 금생[今時]에는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이제 무학(無學)을 성취하였으며, 저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발타바라(跋陀波羅)라는 이름을 내려주셨습니다. 그 결과 묘한 촉감[妙觸]이 뚜렷이 밝아져서 부처님의 대를 이을 아들이 되어 불법(佛法)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촉감의 원인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3_a_02L跋陁婆羅幷其同伴十六開士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等先於威音王佛聞法出家於浴僧時隨例入室忽悟水因旣不洗塵亦不洗體中閒安然得無所有宿習無忘乃至今時從佛出家今得無學彼佛名我跋陁婆羅妙觸宣明成佛子住佛問圓通如我所證觸因爲上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자금광비구니(紫金光比丘尼)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난 겁에 이 세계에 일원등(日月燈)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저는 직접 가까이 모시고 법문을 들으면서 수행하였으며,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는 사리(舍利)를 공양하며 등불로 어둠을 계속 밝히면서 자주 빛 황금으로 부처님의 형상을 도금하였습니다. 이 뒤로부터 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몸에는 언제나 자주 색 황금빛이 가득 찼으며, 이 자금광비구니들도 저의 권속으로서 동시에 발심하였습니다. 저는 세상의 여섯 경계[六塵]는 변하여 허물어지는 법임을 관찰하고, 오직 공적(空寂)한 법으로 멸진정[滅盡]만을 닦아서, 몸과 마음이 손가락 퉁기는 잠깐 사이에 백천 겁을 뛰어 넘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공한 법으로 아라한을 성취하자, 세존께서는 저에게 두타행(頭陀行)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시니, 묘한 법이 밝게 열리면서 모든 번뇌가 소멸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법의 원인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3_a_10L摩訶迦葉及紫金光比丘尼等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於往劫於此界中有佛出世名日月燈我得親近聞法修學佛滅度後供養舍利然燈續明以紫光金塗佛形像自爾已來世世生生身常圓滿紫金光聚此紫金光比丘尼者卽我眷屬同時發心我觀世閒六塵變壞唯以空寂修於滅盡身心乃能度百千劫猶如彈指我以空法成阿羅漢世尊說我頭陁爲最妙法開明銷滅諸漏問圓通如我所證法因爲上
013_0823_b_01L아나율타(阿那律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처음 출가하여 언제나 수면을 즐기니, 여래께서는 저에게‘축생의 종류가 되리라’고 꾸짖으셨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꾸지람을 듣고 자책하여 슬피 울면서 칠일동안 잠자리에 들지 못하다가 두 눈의 기능을 잃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저에게 즐겁게 보는 작용으로 비춰 밝히는 금강삼매[樂見照明金剛三昧]를 가르쳐주셨으며, 저는 이 삼매로 눈을 따르지 않고도 시방(十方)을 살펴보고, 마치 손바닥의 열매를 보듯이 정교한 실물이 환해지니, 여래께서는 저에게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했다고 인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보는 작용을 돌이켜 근원을 따르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3_a_22L阿那律陁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初出家常樂睡眠如來訶我爲畜生類我聞佛訶啼泣自責七日不眠失其雙目世尊示我樂見照明金剛三昧我不因眼觀見十方精眞洞然如觀掌果如來印我成阿羅漢佛問圓通如我所證旋見循元斯爲第一
주리반특가(周利槃特迦)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외우는 재주도 없고 많이 듣고 아는 능력도 없습니다. 최초에 부처님을 만나 법문을 듣고 출가하여 여래의 한 구의 가타[一句伽陀]를 기억하려고 하였으나, 백일이 다 되어도 앞을 알면 뒤를 잊고 뒤를 알면 앞을 잊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저의 어리석음을 딱하게 여기셔서, 저에게 ‘편안히 머물러서 들숨 날숨을 고르게 다스려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저는 그때 숨 호흡을 관찰하여 생기고 머물고 달라지고 사라지는 온갖 행의 찰나(刹那)를 세밀하게 추궁하여 다하고, 마음이 활짝 열려서 크게 걸림이 없어졌습니다. 마침내 번뇌를 다하여 아라한을 성취하고 부처님의 좌석 아래에 머무니, 부처님께서는 무학도(無學道)를 성취했다고 인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숨을 돌이켜 공(空)을 따르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3_b_07L周利槃特迦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闕誦持無多聞性最初値佛聞法出家憶持如來一句伽陁一百日得前遺後得後遺前佛愍我愚教我安居調出入息我時觀息微細窮盡生住異滅諸行剎那其心豁然得大無㝵乃至漏盡成阿羅漢佛座下印成無學佛問圓通如我所返息循空斯爲第一
013_0823_c_01L교범발제(驕梵鉢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말버릇이 나빠서 지난 겁에 사문들을 가볍게 여겨 조롱하다가, 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소 새김질병에 걸렸는데, 여래께서 저에게 한 맛의 청정한 심지법문[一味淸淨心地法門]을 가르쳐주시니, 저는 잡념을 없애고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서 맛을 아는 작용은 몸도 아니고 물체도 아님을 관찰하여, 생각을 따라 자유롭게 세간의 온갖 번뇌를 뛰어넘었습니다. 따라서 안으로 몸과 마음을 해탈하고 밖으로 세계를 버려서, 새가 새장을 나오듯 멀리 삼계[三有]를 벗어나, 때 번뇌를 여의어 티끌 번뇌를 소멸하고 법의 눈이 청정하여 아라한을 성취하니, 여래께서는 친히 무학도(無學道)에 올랐다고 인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제가 증득한 바로는 맛보는 작용을 돌이켜 바른 지견으로 돌리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3_b_16L驕梵鉢提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有口業於過去劫輕弄沙門世世生生有牛齝病如來示我一味淸淨心地法門我得滅心入三摩地觀味之知非體非物應念得超世閒諸漏內脫身心外遺世界遠離三有如鳥出籠離垢銷塵法眼淸淨成阿羅漢如來親印登無學道佛問圓通如我所證還味旋知斯爲第一
필릉가바차(畢陵伽婆蹉)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처음 발심하여 부처님을 따라 도에 들어갔을 때 여래로부터 ‘세상에는 즐거운 일들이 없다’는 말씀을 자주 들어왔기 때문에, 성(城)안에 들어가 걸식(乞食)하면서 마음속으로 이 말씀을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길에서 독 가시에 찔려 발을 다치니 온 몸이 몹시 아팠습니다. 저는 ‘아는 작용[知]이 있어서 이 심한 아픔을 지각[知]하는 것이다. 비록 허망한 깨달음[覺]이 아픔[痛]을 지각[覺]할지라도, 본각[覺]의 청정한 마음에는 아픔 자체[痛]도 아픔을 지각하는 작용[痛覺]도 없으리라’고 생각했으며, 또 ‘이 한 몸에 어찌 두 깨달음[雙覺]이 있겠는가’라고 사유하였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거둬 다스린 지 오래지 않아 몸과 마음이 홀연히 공하여 삼칠일 만에 온갖 번뇌를 다 비우고 아라한을 성취하자, 여래께서 친히 인가를 내리셔서 무학(無學)의 지위를 밝혀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순수한 깨달음으로 몸을 버리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3_c_02L畢陵伽婆蹉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初發心從佛入道數聞如來說諸世閒不可樂事乞食城中心思法門不覺路中毒刺傷足擧身疼痛我念有知知此深痛雖覺覺痛覺淸淨心無痛痛覺我又思惟如是一身寧有雙覺攝念未久身心忽空三七日中諸漏虛盡成阿羅漢得親印記發明無學佛問圓通如我所證純覺遺身斯爲第一
수보리(須菩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옛 겁부터 마음에 걸림이 없는 경지를 얻고, 몸을 받아 태어난 생(生)이 항하의 모래처럼 많아도 스스로 다 기억합니다. 처음 모태(母胎)에 있을 때부터 곧바로 공적(空寂)한 경계를 알았고, 이와 같이 시방세계까지도 공하여, 중생들에게 공한 성품을 증득케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여래께서 밝히신 성품이 깨달음인 진실한 공[性覺眞空]을 듣고, 공한 성품을 원만하게 밝혀서 아라한을 성취하고, 단번에 여래의 보배로운 밝은 공의 바다[如來寶明空海]에 들어가 부처님의 지견(知見)과 같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여래께서는 무학(無學)을 성취했다고 인가하시면서, 성품이 공한 이치로 해탈[解脫性空]한 경우는 제가 가장 뛰어나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온갖 모양이 빈자리[非]에 들어가서 빈 자체[非: 能空]와 비운 곳[所非: 所空]을 다하고, 법을 돌이켜 무(無)로 돌아가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3_c_12L須菩提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我曠劫來心得無㝵自憶受生如恒河沙初在母胎卽知空寂如是乃至十方成空亦令衆生證得空性如來發性覺眞空空性圓明得阿羅頓入如來寶明空海同佛知見印成無學解脫性空我爲無上佛問圓如我所證諸相入非非所非盡法歸無斯爲第一
013_0824_a_01L사리불(舍利弗)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옛 겁부터 마음으로 보는 작용[心見; 眼識]이 청정하였으며, 이러한 상태로 몸을 받아 태어남이 항하의 모래처럼 많았으나, 그 때마다 세간과 출세간의 가지가지 변화를 한 번 보면통하여 장애가 없었습니다.
저는 길을 가다가 가섭파(迦葉波) 형제를 만나 그들이 선양하는 인연 법(因緣法)을 듣고 마음이 끝이 없음을 깨달아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습니다. 여기서 보는 작용의 깨달음[見覺; 眼識]이 밝고 원만하여 두려움이 없는 큰 법을 얻고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하여 부처님의 장자(長子)가 되었으니, 저는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나 법으로 변화하여 나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마음으로 보는 작용이 빛을 일으켜 빛이 가득한 지견(知見)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3_c_21L舍利弗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我曠劫來心見淸淨如是受生如恒河沙世出世閒種種變化一見則通獲無障礙我於路中逢迦葉波弟相逐宣說因緣悟心無際從佛出見覺明圓得大無畏成阿羅漢爲佛長子從佛口生從法化生佛問圓如我所證心見發光光極知見斯爲第一
보현보살(普賢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일찍부터 이미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여래의 법왕자(法王子)가 되었습니다. 시방 여래께서 보살의 근기를 갖춘 제자들에게 보현행(普賢行)을 닦도록 가르치심은 저를 따라 이름을 세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음으로 듣고 중생의 지견(知見)을 분별합니다. 만일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다른 세계에서 한 중생이라도 마음속에 보현행(普賢行)을 밝히는 자가 있으면, 저는 그때 여섯 어금니의 코끼리를 타고 몸을 백 천으로 나누어 다 그곳으로 갑니다. 비록 그 사람이 업장이 두터워서 저를 못 볼지라도 저는 보이지 않은 가운데[暗中] 그 사람의 이마를 만지며 보호하고 위로하여 원하는 일을 이루게 합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저의 근본 수행[本因]을 말씀드린다면 마음으로 듣는 작용이 밝음을 일으켜서 자재하게 분별하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4_a_07L普賢菩薩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已曾與恒沙如來爲法王子十方如來教其弟子菩薩根者修普賢行從我立名世尊我用心聞分別衆生所有知見若於他方恒沙界外有一衆生心中發明普賢行者我於爾時乘六牙象分身百千皆至其處縱彼障深未合見我我與其人暗中摩頂擁護安慰令其成就佛問圓通我說本因心聞發明分別自在斯爲第一
013_0824_b_01L손타라난타(孫陀羅難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처음에 출가하여 부처님을 따라 도에 들어가서 비록 계율을 갖춰 지녔으나, 삼마지(三摩地)에 들면 마음이 항상 흐트러지고 흔들려서 번뇌 없는 법을 얻지 못하자, 세존께서는 저와 구치라(俱絺羅)에게 ‘코끝이 희어질 때까지 코끝을 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자세히 관찰하여 삼칠일(三七日)만에 콧속의 기운을 보았더니, 드나드는 숨결이 연기와 같았습니다. 따라서 몸과 마음이 안으로 밝아지고 세계도 환하게 열려서 유리처럼 두루 비고 맑아지더니,연기의 모양이 점점 사라져서 코의 숨결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여기에 마음이 열리어 번뇌를 다하고 드나드는 숨결들이 모두 광명으로 화해서 시방세계를 비치며 아라한을 성취하자, 세존께서는 저에게 ‘앞으로 반드시 보리를 이루리라’고 수기를 내리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숨결을 오래도록 소멸하여 숨결이 밝음을 일으켜서 밝음이 원만한 가운데 번뇌를 멸하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4_a_18L孫陁羅難陁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初出家從佛入道雖具戒於三摩提心常散動未獲無漏尊教我及俱絺羅觀鼻端白我初諦觀經三七日見鼻中氣出入如煙心內明圓洞世界遍成虛淨猶如琉煙相漸銷鼻息成白心開漏盡出入息化爲光明照十方界得阿羅世尊記我當得菩提佛問圓通以銷息息久發明明圓滅漏斯爲第一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오랜 옛 겁부터 말재주[辯才]가 걸림이 없어서 괴로움과 공한 법[苦空]을 설하는 가운데 깊이 실상(實相)을 통달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여래의 비밀법문(祕密法門)을 대중 가운데서 미묘하게 연설[開示]하여 두려움이 없는 법을 얻었습니다. 여래께서는 저의 뛰어난 말재주를 아시고, 음성 굴리는 법[音聲輪]으로 저를 떨쳐 일으켜주시니, 제가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을 도와 법륜(法輪)을 굴리며 사자후(師子吼)를 떨치고 아라한을 성취하자, 세존께서는 저에게 설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인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설법의 소리[法音]로 마군(魔軍)의 원망을 항복시키고 온갖 번뇌를 소멸하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4_b_05L富樓那彌多羅尼子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曠劫來辯才無㝵宣說苦空深達實相如是乃至恒沙如來秘密法門我於衆中微妙開示得無所畏世尊知我有大辯才以音聲輪教我發揚我於佛前助佛轉輪因師子吼成阿羅漢世尊印我說法無上佛問圓通我以法音降伏魔怨銷滅諸漏斯爲第一
우바리(優波離)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몸소 부처님을 따라 성을 넘어 출가하여, 직접 여래의 6년 고행을 지켜보았습니다. 또 여래께서 온갖 마군(魔軍)을 항복시키고 모든 외도를 제압하시어 세상 사람들을 탐욕과 온갖 번뇌에서 해탈시키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계율을 받들어 지켰습니다. 이와 같이 삼천의 위의(威儀)와 팔만의 미세한 행과 심성 자체의 업[性業]과 규제를 범한 업[遮業]에 이르기까지 다 청정하여 몸과 마음이 적멸한 경지에 들어서 아라한을 성취하고, 여래의 대중 가운데 기강(紀綱)이 되니, 여래께서는 친히 저의 마음을 인가하시고 대중에게 ‘계율을 지니고 몸을 닦는 일에서는 가장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고 추천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몸을 단속하여 몸이 자재한 다음, 마음을 단속하여 마음이 막힘없이 환히 열린 뒤에, 몸과 마음이 모두 다 부드럽게 잘 통하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4_b_14L優波離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我親隨佛踰城出家親觀如來六年勤苦親見如來降伏諸魔制諸外解脫世閒貪欲諸漏承佛教戒如是乃至三千威儀八萬微細性業業悉皆淸淨身心寂滅成阿羅漢是如來衆中綱紀親印我心持戒修身衆推無上佛問圓通我以執身身得自在次第執心心得通達然後身心一切通利斯爲第一
013_0824_c_01L대목건련(大目犍連)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거리에서 걸식을 하다가 우루빈라(優樓頻螺), 가야(伽耶), 나제(那提)의 세 가섭파(迦葉波)를 만나서, 그들이 선양하는 여래 인연법의 깊은 뜻을 듣고 단번에 발심하여 크게 통달하자, 여래께서는 제 몸에 저절로 가사(袈裟)가 입혀지고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게 하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또 제가 시방을 다니면서 걸림 없는 경지에 들어 신통(神通)을 밝히자, 여래로부터 ‘더없이 훌륭한 신통’이라는 추천을 받고, 저는 아라한을 성취하였습니다. 어찌 세존뿐이겠습니까. 시방의 여래께서도 저의 신통력을 ‘원만하게 밝고 청정하고 자재하여 두려움이 없는 경지’라고 찬탄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고요한 자리를 돌이켜서 마음의 빛을 탁한 물을 오래 두어 맑히듯 밝히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4_c_01L大目揵連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初於路乞食逢遇優樓頻螺伽耶那提三迦葉波宣說如來因緣深義我頓發心得大通達如來惠我袈裟著身鬚髮自落我遊十方得無罣㝵神通發明推爲無上成阿羅漢寧唯世尊十方如來歎我神力圓明淸淨自在無畏佛問圓通我以旋湛心光發宣如澄濁流久成淸瑩斯爲第一
오추슬마(烏芻瑟摩)가 여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부처님의 두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언제나 먼저 옛 일을 생각해 봅니다. 구원 겁 전에 저의 성품은 몹시 음욕을 탐냈습니다. 그때 세상에 나오신 공왕(空王) 부처님께서 ‘음욕이 많은 사람은 맹렬한 불덩어리’라고 설하시면서, 저에게 ‘온갖 뼈[百骸]와 사지(四肢)의 차고 더운 기운들을 두루 관찰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가르침을 따라 행했더니, 신비한 광명이 안으로 엉겨서 음욕을 탐하는 마음이 변하여 지혜의 불이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모든 부처님께서는 저를 불 머리[火頭]라고 부르셨습니다. 저는 화광삼매(火光三昧)의 힘으로 아라한을 성취하고, 마음에 큰 소원을 세워서 모든 부처님이 성도 하실 때마다 역사(力士)로 변하여 직접 마군(魔軍)의 원망을 항복시켰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달한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몸과 마음의 따듯한 촉감을 자세히 관찰하여, 걸림 없이 유통(流通)시켜 온갖 번뇌를 다 소멸하고, 보배로운 큰 불꽃을 일으켜서 더없이 높은 깨달음에 오르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4_c_11L烏芻瑟摩於如來前合掌頂禮佛之雙足而白佛言我常先憶夂遠劫前性多貪欲有佛出世名曰空王多婬人成猛火聚教我遍觀百骸四諸冷暖氣神光內凝化多婬心成智慧火從是諸佛皆呼召我名爲火我以火光三昧力故成阿羅漢發大願諸佛成道我爲力士親伏魔佛問圓通我以諦觀身心暖觸無㝵流通諸漏旣銷生大寶焰登無上覺斯爲第一
013_0825_a_01L지지보살(持地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난 먼 옛날의 일을 생각해 보니, 보광여래(普光如來)께서 세상에 나오셨을 때비구였습니다. 저는 항상 일체 중요한 길과 나루의 입구와 밭과 땅이 좁고 험하여 제대로 되지 않아서 수레와 말들을 방해하고 훼손하는 것을 보고, 그 곳을 골고루 메우기도 하고, 다리를 세우기도 하고, 모래와 흙을 지어 나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부지런히 노력하기를 한량없는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실 때까지 계속하였는데, 때로는 어떤 중생이 사람과 수레가 붐비는 곳[闤闠處]에서 짐 나르기를 원하면, 제가 먼저 짊어지고 가서 목적지에 물건을 내려놓고 바로 떠나서 값을 받지 않았습니다.
013_0824_c_22L持地菩薩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念往昔普光如來出現於世我爲比丘常於一切要路津口田地險隘有不如法妨損車馬我皆平塡或作橋梁或負沙土如是勤苦經無量佛出現於世或有衆生於闤闠處要人擎物我先爲擎至其所詣放物卽行不取其直
비사부(毘舍浮)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는 흉년이 들어 굶주림이 심했는데, 저는 짐꾼이 되어 멀고 가까운 곳을 묻지 않고 오직 한 푼만 받았습니다. 간혹 수레를 끄는 소가 구렁에 빠졌을 때에는 저의 신비한 힘으로 바퀴를 밀어 올려 고통을 없애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국왕이 공양을 마련하여 부처님을 청했는데, 저는 부처님께서 잘 지나가실 수 있도록 땅을 평평하게 골라놓고 기다렸습니다. 비사부(毘舍浮) 부처님께서 지나시는 길에 저의 이마를 만지시면서 ‘마땅히 마음의 땅을 잘 고른다면 세상의 땅은 일체 다 골라지리라’고 말씀하셨으며, 저는 곧 마음이 활짝 열렸습니다. 따라서 몸의 미세한 티끌[微塵]과 세계의 미세한 티끌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고, 미세한 티끌의 자성[微塵自性]은 서로 부딪치지 않으며, 병기[刀兵]까지도 저촉되는 일이 없음을 알고, 저는 법의 성품에서 무생법인[無生忍]을 깨달아 아라한(阿羅漢)을 성취하였습니다.
013_0825_a_07L毘舍浮佛現在世時世多飢荒我爲負人無問遠近唯取一錢或有車牛被於陷溺我有神力爲其推輪拔其苦惱時國大王筵佛設齊我於爾時平地待佛毘舍如來摩頂謂我當平心地則世界地一切皆平我卽心開見身微塵與造世界所有微塵等無差別微塵自性不相觸摩乃至刀兵亦無所觸我於法性悟無生忍成阿羅漢
지금은 마음을 돌려 보살자리에 들어가서, 여러 여래께서 설하신 묘한 연화의 부처님 지견의 경지(妙蓮華佛知見地)를 듣고 제가 먼저 증명하여 상수(上首)가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몸과 세계의 두 미세한 티끌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본 여래장(如來藏)이나, 허망하게 티끌이 일어났음을 자세히 관찰하여, 티끌을 소멸하고 지혜를 원만하게 갖춰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루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5_a_16L迴心今入菩薩位中聞諸如來宣妙蓮花佛知見地我先證明而爲上首佛問圓通我以諦觀身界二塵等無差別本如來藏虛妄發塵塵銷智圓成無上道斯爲第一
013_0825_b_01L월광동자(月光童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난 옛 항하사겁(恒河沙劫)의 일을 생각해 보니, 그때 수천(水天)이란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셔서, 모든 보살들에게 ‘물의 정기[水精]를 수습하여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서몸 가운데 물의 성품이 빼앗기지 않음을 관찰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처음 콧물과 침으로부터 이와 같이 진액(津液)과 정액(精液)과 피와 대변과 소변에 이르기까지, 몸속을 빙빙 도는 물의 성품이 동일한 이치를 끝까지 추궁하여, 물이 몸속과 세계 밖 부당왕찰(浮幢王刹)의 온갖 향수해(香水海)와 함께 평등하여 차별이 없었습니다.
013_0825_a_21L月光童子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憶往昔恒河沙劫有佛出世名爲水天教諸菩薩修習水精入三摩地觀於身中水性無奪初從涕唾如是窮盡津液精血大小便利身中㳬澓水性一同見水身中與世界外浮幢王剎諸香水海等無差別
제가 여기서 처음 이 관(觀)을 성취했을 때는 단지 물만 보는 경계일 뿐, 아직 몸이 없는 경지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비구로서 방안에 편안히 앉아 선정[禪]에 들었습니다. 저의 제자가 창문을 통해서 방안을 보다가, 오직 방안에 가득 찬 맑은 물만 보이고, 그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어리고 무지한 동자는 기와조각 하나를 물 속에 던져 철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힐끔 돌아보고 가버렸습니다. 저는 선정에서 나오자마자 갑자기 심장이 몹시 아팠는데, 사리불(舍利弗)이 몰래 해치는 귀신[違害鬼]을 만난 경우와 같았습니다.
저는 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 나는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얻고 나서 오래 전부터 병과 인연이 없었는데, 오늘은 웬 일로 별안간 심장이 아픈 것일까. 장차 도에서 물러나 잃어버릴 징조가 아닌가.”
013_0825_b_05L我於是時初成此觀但見其水未得無身當爲比丘室中安禪我有弟子窺窗觀室唯見淸水遍在屋中了無所見童稚無知取一瓦礫投於水內激水作聲顧眄而去我出定後頓覺心痛舍利弗遭違害鬼我自思惟今我已得阿羅漢道久離病緣云何今日忽生心痛將無退失
그때 동자가 급히 저에게 달려오더니 앞서 행한 일을 말했습니다.
저는 동자에게 일러주었습니다.
“네가 다시 물이 보이면 반드시 문을 열고 물 속에 들어가서 기와조각을 제거해야 한다.”
동자는 가르침을 받들어서 제가 선정에 들자, 다시 또 물을 보고 그 속에 뚜렷이 남은 기와조각을 발견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뒤에 제가 선정에서 나오니 체질[身質]이 아프기 전과 같았습니다.
그 뒤로 한량없는 부처님을 만나서 모시다가, 산해자재통왕여래(山海自在通王如來) 때에 비로소 몸이 없는 경지를 얻으니, 시방세계의 온갖 향수해(香水海)와 함께 성품이 진공(眞空)과 합하여 둘도 없고 차별도 없었으며, 지금은 여래께서 내려주신 동진(童眞)이란 이름으로 보살의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달한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물의 성품이 한 맛으로 흐르고 통하여 무생법인[無生忍]을 얻고 보리를 원만하게 갖추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5_b_13L爾時童子捷來我前說如上事我則告言汝更見水可卽開門入此水中除去瓦礫童子奉教後入定時還復見水瓦礫宛然開門除出我後出定身質如初逢無量佛如是至於山海自在通王如來方得亡身與十方界諸香水海性合眞空無二無別今於如來得童眞名預菩薩會佛問圓通我以水性一味流通得無生忍圓滿菩提斯爲第一
013_0825_c_01L유리광법왕자(瑠璃光法王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난 옛 항사겁(恒沙劫)의 일을 생각해 보니, 그때 무량성(無量聲)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셔서, 보살들에게 본래 깨달음의 미묘한 밝음을 열어 보이시면서 ‘이 세계와 중생의 몸은 다 허망한 인연의 바람 힘으로 굴리는 경계임을 관찰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계(界)의 안전한 건립을 관찰하고, 세[世]의 옮기는 때를 관찰하고, 몸의 움직이고 멈춤을 관찰하고, 마음의 움직이는 생각을 관찰해 보니, 온갖 움직임은 둘도 없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었습니다. 나는 여기서 이 온갖 움직이는 성질은 와도 온 곳이 없고 가도 간 곳이 없음을 깨달으니, 티끌처럼 많은 시방의 뒤바뀐 중생들은 하나같이 허망하고, 이와 같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까지도, 한 세계 안에 들어 있는 중생들마다 마치 한 그릇에 담겨 어지럽게 우는 수많은 모기들이 지극히 보잘것없는 곳[分寸]에서 어지럽게 날뛰며 시끄럽게 떠드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생법인[無生忍]을 얻으니, 마음이 활짝 열려서 동방의 부동 부처님의 나라[不動佛國]를 뵙고, 법왕자(法王子)가 되어 시방의 부처님을 섬기는 가운데, 몸과 마음이 빛을 일으켜서 걸림 없이 환하게 사무쳤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의지함이 없는 바람의 힘을 관찰하여 보리의 마음(菩提心)을 깨닫고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서 시방세계의 부처님과 합하여 하나의 묘한 마음을 전하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5_b_23L琉璃光法王子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憶往昔經恒沙劫有佛出世名無量聲開示菩薩本覺妙明觀此世界及衆生身皆是妄緣風力所轉我於爾時觀界安立觀世動時觀身動止觀心動念諸動無二等無差別我時了覺此群動性來無所從去無所至十方微塵顚倒衆生同一虛妄如是乃至三千大千一世界內所有衆生如一器中貯百蚊蚋啾啾亂鳴於分寸中鼓發狂鬧逢佛未幾得無生忍爾時心開乃見東方不動佛國爲法王子事十方佛身心發光洞徹無㝵佛問圓通我以觀察風力無依悟菩提心入三摩地合十方佛傳一妙心斯爲第一
013_0826_a_01L허공장(虛空藏)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와 함께 정광(定光)부처님의 처소에서 끝없는 몸[無邊身]을 얻었습니다. 그때 손에 네 개의 큰 보배구슬을 들고,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를 비춰 밝히니, 모두 허공으로 변했습니다. 또 제 마음에 크고 둥근 거울이 나타나서 열 가지 미묘한 보배광명을 놓고 시방의 온 허공의 경계를 두루 비추니, 온갖 높이 솟은 세계[諸幢王刹]들이 거울 속에 들어와서 제 몸속으로 스며 들였으나, 몸이 허공과 동일하여 서로 걸리거나 막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걸림 없는 몸으로 티끌처럼 많은 국토에 거침없이 들어가서 널리 불사(佛事)를 행하며 순조롭게 따르는 큰 능력[大隨順]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크고 신비한 힘은제가 근거 없는 네 가지 요소[四大無依]가 허망한 생각으로 생멸 할 뿐, 허공과 둘이 아니며 불국토와 본래 동일한 이치를 자세히 관찰하여, 동일한 이치를 밝혀서 무생법인[無生忍]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허공의 끝없는 이치를 관찰하여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서 묘한 힘을 원만하게 밝히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5_c_16L虛空藏菩薩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與如來定光佛所得無邊爾時手執四大寶珠照明十方微塵佛剎化成虛空又於自心現大圓內放十種微妙寶光流灌十方虛空際諸幢王剎來入鏡內涉入我身同虛空不相妨㝵身能善入微塵國土廣行佛事得大隨順此大神力由我諦觀四大無依妄想生滅空無二佛國本同於同發明得無生佛問圓通我以觀察虛空無邊入三摩地妙力圓明斯爲第一
미륵(彌勒)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난 옛 미진겁(微塵劫)의 일을 생각해 보니, 일월등명(日月燈明)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을 때, 저는 그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으나, 마음에 세상의 명예를 중히 여겨 귀족[族姓]들과 사귀기를 좋아하였습니다.
013_0826_a_05L彌勒菩薩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我憶往昔經微塵劫有佛出世名日月燈明我從彼佛而得出家重世名好遊族姓
이때 그 세존께서는 저에게 ‘유심식정(唯心識定)을 수행하여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여러 겁에 걸쳐 이 삼매(三昧)를 닦으면서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을 모시는 사이에, 세상의 명예를 구하는 마음이 말끔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연등(燃燈)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을 때, 저는 비로소 더없이 미묘하고 원만한 식심삼매[無上妙圓識心三昧]를 성취하여, 온 허공과 여래와 국토의 깨끗함과 더러움과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모두 제 마음에서 변화하여 나타난 경계임을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오직 심식(心識)뿐이기 때문에, 식의 성품[識性]이 한량없는 여래를 유출시키는 것을 알았으며, 지금은 ‘다음 부처님의 자리를 이으리라’는 수기도 받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달한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시방(十方)이 유식(唯識)임을 자세히 관찰하여 심식(心識)을 원만하게 밝히고, 원성실성[圓成實]에 들어가서 의타기성[依他]과 변계소집[遍計執]을 멀리 여의어 무생법인[無生忍]을 얻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6_a_09L爾時世尊教我修習唯心識定入三摩地歷劫已來以此三昧事恒沙佛求世名心歇滅無至然燈佛出現於世我乃得成無上妙圓識心三昧乃至盡空如來國土淨穢有無皆是我心變化所現我了如是唯心識故識性流出無量如來今得授記次補佛處佛問圓我以諦觀十方唯識識心圓明入圓成實遠離依他及遍計執得無生忍斯爲第一
013_0826_b_01L대세지법왕자(大勢至法王子)가 그의 동반 52보살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난 옛 항사겁(恒沙劫)의 일을 생각해 보니, 무량광(無量光)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을 때, 열 두 여래께서 1겁(劫)마다 이어 나오셨습니다. 그 마지막 초일월광(超日月光)부처님께서 저에게 염불삼매(念佛三昧)를 가르쳐 주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비유하면 한 사람은오로지 기억하여 생각하는데 한 사람은 아득히 잊고 있다면, 이러한 두 사람은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고 보아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두 사람이 서로 기억하여 두 기억하는 생각이 깊어야만 태어날 때마다 형체에 그림자가 따르듯 서로 어긋나지 않으리라. 시방 여래께서 중생을 생각하여 가엽게 여김은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같은데, 만일 자식이 달아나 버린다면,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어머니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이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을 때, 어머니와 자식은 여러 생을 지낼지라도 어기거나 멀어지지 않으리라.
013_0826_a_19L大勢至法王子與其同倫五十二菩薩卽從座起頂禮佛足而白佛言憶往昔恒河沙劫有佛出世名無量十二如來相繼一劫其最後佛名超日月光彼佛教我念佛三昧譬如有人一專爲憶一人專忘如是二人若逢不逢或見非見二人相憶二憶念深如是乃至從生至生同於形影不相乖異十方如來憐念衆生如母憶子若子逃逝雖憶何爲子若憶母如母憶時母子歷生不相違遠
만일 중생이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여 염불한다면, 현재 또는 미래에 반드시 부처님을 뵙거나, 부처님과의 거리가 멀지 않으며, 방편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마음이 열리느니라. 마치 향을 물들이는 사람이 몸에 향기가 베이는 것과 같으니, 이를 향광장엄(香光莊嚴)이라고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본래 첫 수행자리[本因地]에서 염불하는 마음으로 무생법인(無生法忍)에 들었으며, 지금은 이 세계에서 염불하는 사람을 거두어 정토(淨土)로 돌아가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따로 고를 것 없이 여섯 감관을 모두 거둬들여 청정한 생각을 계속 이어 삼마지(三摩地)를 얻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013_0826_b_07L若衆生心憶佛念佛現前當來必定見佛去佛不遠不假方便自得心開如染香人身有香氣此則名曰香光莊嚴我本因地以念佛心入無生忍今於此界攝念佛人歸於淨土佛問圓通我無選擇都攝六根淨念相繼得三摩提斯爲第一
大佛頂萬行首楞嚴經卷第五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