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462_T_001
- 013_1209_a_01L불설녹모경(佛說鹿母經)
- 013_1209_a_01L佛說鹿母經
-
서진(西晉) 월지국(月氏國) 삼장법사(三藏法師) 축법호(竺法護) 한역 - 013_1209_a_02L西晉月氏國三藏竺法護譯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사슴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살다가 물과 풀을 찾아 차츰차츰 사람들이 사는 곳에 근접하였다. 이 때 국왕이 이곳에 사냥을 나오자 사슴들은 각각 흩어져 달아났다. 그 때 새끼를 밴 어미사슴 한 마리가 사냥꾼에게 쫓겨 도망가다가 굶주림과 피로에 지친 몸으로 짝을 잃고 비탄에 잠겨 있으면서 새끼를 낳았다. 이 사슴은 두 마리의 새끼를 두고 먹이를 찾아 나섰다가 당황하고 놀란 나머지 사냥꾼이 쳐 놓은 덫에 걸리고 말았다. 사슴은 비명을 지르며 빠져 나오려 했으나 빠져 나올 수 없었다. 사냥꾼이 이 소리를 듣고 곧 달려와서는 사슴을 보고 기뻐하며 다가와 죽이려 하였다. 사슴은 머리를 조아리고 애걸하며 말했다.
“조금 전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아직 어리고 무지하여 겨우 흐릿하게 앞을 볼 뿐 동서를 분간하지 못합니다. 비옵나니, 잠시만 말미를 주셔서 새끼들에게로 돌아가 보살피게 하시면, 새끼들을 물과 풀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살아갈 수 있게 해 놓고 곧 돌아와 죽음을 받겠습니다. 맹세코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 013_1209_a_03L佛言:“昔者,有鹿數百爲群,隨逐美草侵近人邑。國主出獵遂各分逬。有一鹿母懷妊獨逝,被逐飢疲失侶悵怏。時生二子捨行求食,煢悸失措墮獵弶中,悲鳴欲出不能得脫。獵師聞聲便往視之,見鹿心喜適前欲殺。鹿乃叩頭求哀自陳:‘向生二子尚小無知,始視矇矇未曉東西,乞假須臾暫還視子,將示水草使得生活,旋來就死不違信誓。’
-
이때 사냥꾼은 사슴이 사람처럼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는 한편 매우 기이하게 생각하며 사슴에게 대답했다.
“모든 세상 사람들도 진정한 신의가 없거늘 하물며 너와 같은 사슴의 몸일까 보냐? 죽음에서 풀려나 돌아간다면 어찌 돌아올 기약이 있겠느냐? 끝내 너를 놓아 줄 수 없다.”
사슴이 다시 말하였다.
“저의 부탁을 들어주시면 새끼들이 살고, 저를 붙잡아 두시면 새끼들이 죽게 될 것입니다. 어미와 새끼가 모두 죽으면 살리고 이별할 수 없게 됩니다. 저만 죽으면 새끼는 온전할 수 있을 것이나 저와 새끼 셋 다 죽는다면 너무도 애통할 것입니다.”
사슴은 이어 게송을 읊어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 013_1209_a_13L是時,獵者聞鹿所語,驚怪甚奇!卽答鹿曰:‘一切世人尚無至誠,況汝鹿身?從死得去,豈當還期?終不放汝。’鹿復報言:‘聽則子存,留則子亡,母子俱死不得生別,分死全子滅三痛劇。’卽便說偈,以報獵者:
-
나의 몸이 축생이 되어
숲 속을 떠돌며 살면서
천한 목숨, 살기를 탐내어
스스로 죽지를 못하였습니다. -
013_1209_a_18L‘我身爲畜獸,
遊處於林藪,
賤生貪軀命,
不能故送死。
-
이제 그대의 덫에 걸렸으니
죽음을 당함이 마땅하건만
더러운 이 몸은 아깝지 않으나
다만 두 새끼가 불쌍할 뿐입니다. -
013_1209_a_20L 今來入君弶,
分當就刀机,
不惜腥臊身,
但憐二子耳。’
-
013_1209_b_01L
사냥꾼은 사슴의 말을 듣고 매우 기이하게 생각하면서도 사슴을 탐내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 다시 사슴에게 대답하였다.
“간교하고 거짓되어 진실이 없고 간사하게 속여서 믿기 어려우며 온갖 허황한 말로 꾸며대어 교활하기 그지없구나. 대개 몸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여 목숨을 바칠 이가 드문 법이니, 사람들 가운데 불량한 이들도 이러한 경우에 신의를 지키길 기대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너와 같은 짐승일까 보냐? 풀려나면 어찌 다시 돌아오겠느냐? 절대로 너를 놓아주지 않을 테니, 갖은 수단을 쓸 필요가 없다.”
사슴은 다시 눈물을 흘리며 게송으로 말했다. - 013_1209_a_21L獵者於是聞鹿所語,甚奇甚異!意猶有貪,復答鹿曰:‘夫巧僞無實奸詐難信,虛華萬端狡猾非一,愛身重死少能效命,人之無良猶難爲期,而況禽獸去豈復還?固不放汝不須多方。’鹿復垂淚以偈報言:
-
비록 이 몸이 미천한 축생이 되어
사람의 올바른 길을 알진 못하지만
어찌 자애로운 은혜를 받고도
한번 떠나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
013_1209_b_05L‘雖身爲賤畜,
不識人義方,
奈何受慈恩,
一去不復還。
-
차라리 온몸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받는다 해도
거짓말로 살기를 도모하진 않으나
곤궁한 두 새끼가 너무도 불쌍하여
잠깐 말미를 주시길 비는 것입니다. -
013_1209_b_07L 寧就分裂痛,
無爲虛僞存,
哀傷二子窮,
乞假須臾閒。
-
세상에 악독한 사람이 있어
비구 스님들과 마구 다투고
탑을 부수고 절을 헐어버리고
아라한을 죽이기까지 하며 -
013_1209_b_08L 世若有惡人,
鬪亂比丘僧,
破塔壞佛寺,
及殺阿羅漢。
-
반역을 저지르고 부모를 죽이며
형제와 처자까지 죽일지라도
내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죄가 그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
013_1209_b_09L反逆害父母,
兄弟及妻子;
設我不還來,
罪大過於是。’
-
이때 사냥꾼이 사슴의 말을 다시 듣고는 마음속으로 더욱 놀라 곧 탄식하며 말했다.
“아, 나는 세상에 나서 사람이 되었지만 어리석고 몽매하여 은혜를 배반하고 의리에 박절하였다. 뿐만 아니라 중생을 죽이고 다치게 하는 사냥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면서 재물을 얻기 위하여 온갖 거짓말을 하고 탐욕에 빠져 염치를 몰랐으며, 부처님[佛]과 진리[法]와 스님[僧]의, 3존(尊)을 그다지 존중할 줄 몰랐다. 그런데 이 사슴이 하는 말은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맹세하는 가운데 새끼에 대한 근심이 가득하여 진정이 온통 드러나 있다.”
사냥꾼이 곧 사슴에게 다가가 덫에서 풀어놓아 주자 어미사슴은 곧 자기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그리고는 새끼들의 몸을 핥으며 한편으로는 슬프고 한편으로는 기뻐 게송을 읊었다. - 013_1209_b_11L爾時,獵者重聞鹿言,心益悚然,乃卻歎曰:‘惟我處世得生爲人,愚惑癡冥背恩薄義,殘害衆生殺獵爲業,欺僞茍得貪求無恥,不知非常識別三尊。鹿之所言有殊於人,信誓邈邈情現盡中。’便前解弶放之令去。於是鹿母至其子所,低頭鳴吟舐子身體,一悲一喜,而說偈言:
-
일체의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 사이는
모두 인연으로 만난 것,
만나면 이별이 있게 마련이니
무상하여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
013_1209_b_19L‘一切恩愛會,
皆由因緣合,
合會有別離,
無常難得久。
-
이제 내가 너희 어미가 되어
스스로 보호하지 못할까 늘 두려웠는데
세상살이 두려운 일이 많아
목숨은 아침 이슬 마냥 위태하구나. -
013_1209_b_21L 今我爲爾母,
恒恐不自保,
生世多畏懼,
命危於晨露。’
-
바로 어미사슴은 두 새끼를 데리고 좋은 물과 풀이 있는 곳을 보여주고는 두 줄기 눈물을 흘리며 게송을 읊었다. - 013_1209_b_22L於是鹿母,將其二子示好水草,垂淚交流,卽說偈言:
-
013_1209_c_01L
내가 오늘 아침길에 불행히도
그만 사냥꾼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 몸은 즉시 도마 위에 올려져
난도질을 당해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 -
013_1209_c_01L‘吾朝行不遇,
誤墮獵者手,
卽當應屠割,
碎身化糜朽。
-
너희가 염려되어 애걸하여 여기에 왔으나
이제 다시 죽으러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너희 외로운 새끼들아,
노력하여 스스로 살아가거라. -
013_1209_c_03L 念汝求哀來,
今當還就死,
憐汝小早孤,
努力自活己。’
-
어미사슴이 게송을 읊고는 새끼들을 버려두고 떠나자, 새끼 두 마리는 슬피 울며 어미를 찾아 뒤쫓아 가다가 땅에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곤 했다. 곧 어미가 돌아보고 명령하였다.
“너희는 돌아가 따라 오지 말아라. 어미와 새끼가 함께 죽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죽는 것은 달게 받겠지만 너희를 죽게 할 수는 없다. 세상은 무상하여 모두 이별이 있게 마련이다. 내 자신이 박명(薄明)하고 너희가 박복(薄福)한 것이니, 어찌 슬퍼하여 부질없이 근심만 더하리오. 다만 순리대로 행동하여 죄업을 끝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곧 어미는 다시 새끼들을 위해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 013_1209_c_04L鹿母說已,便捨而去。二子鳴啼悲泣戀慕,從後追尋,頓地復起。母顧命曰:‘爾還勿來!無得母子倂命俱死。吾沒甘心;傷汝未識,世閒無常皆有別離。我自薄命爾生薄祐,何爲悲憐徒益憂患,但當建行畢罪。’於是母復爲子,說此偈言:
-
내가 전생에 탐욕과 애착에 빠져
금생에 축생의 몸을 받고 말았다.
세상에 나면 모두 죽게 마련이니
끝없는 이 근심, 벗어날 이 없다. -
013_1209_c_11L‘吾前生貪愛,
今來爲畜身,
生世皆有死,
無脫不終患。
-
마음을 다스려 오직 탐욕을 떠나면
그런 뒤엔 곧 크게 안락하리.
차라리 신의를 지켜 죽는다 해도
끝내 남을 속여 살지는 않겠네. -
013_1209_c_13L 制意一離貪,
然後乃大安,
寧就誠信死,
終不欺殆生。’
-
새끼들은 그래도 여전히 슬피 부르며 어미가 그리워 덫이 있는 곳까지 와서 동서로 찾아 다녔다.
이윽고 사냥꾼이 나무 아래 누워 있는 것이 보이자, 어미사슴은 그 앞에 서서 게송을 읊어 사냥꾼의 잠을 깨웠다. - 013_1209_c_14L子猶悲號戀慕相尋,至于弶巨諒所東西求索。乃見獵者臥於樹下。鹿母住前,說偈覺言:
-
앞서 놓아 주셨던 사슴이
이제 죽으러 돌아 왔습니다.
미욱한 축생에게 은혜와 사랑을 베푸시어
두 새끼를 만나 작별할 수 있었습니다. -
013_1209_c_17L‘前所可放鹿,
今來還就死,
恩愛愚賤畜,
得見辭二子。
-
새끼들을 데리고 가서 물과 풀을 보여 주고
이별하는 괴로움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남은 한이라곤 전혀 없으니
은혜를 생각함에 어찌 감히 저버리겠습니까? -
013_1209_c_19L 將行示水草,
爲說非常苦,
萬沒無遺恨,
念恩不敢負。’
-
사냥꾼이 곧 홀연히 잠이 깨어 깜짝 놀라 일어나자, 사슴이 다시 사냥꾼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거듭 게송을 읊어 말했다. - 013_1209_c_20L獵者於是忽覺驚起,鹿復長跪向獵者,重說偈言:
-
그대가 앞서 나를 놓아 주셨으니
그 은덕 천지보다 무겁기에
자애로운 사랑을 입은 미천한 축생이
약속대로 죽으러 돌아 왔습니다. -
013_1209_c_22L‘君前見放去,
德重過天地,
賤畜被慈育,
赴信還就死。
-
013_1210_a_01L
어진 마음에 감동하여 은혜를 잊기 어려우니
감히 분부하신 뜻을 저버리겠습니까?
천 가지로 보답할 길을 생각한다 해도
끝내 은혜를 다 갚진 못하겠네. -
013_1210_a_01L 感仁恩難忘,
不敢違命旨,
雖懷千返報,
猶不畢恩紀。’
-
사냥꾼은 사슴이 의리에 죽으리만큼 신의가 두텁고 곧은 절개와 깊은 정성이 있어 자애로운 행실이 진심에서 우러나왔을 뿐더러,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삶을 버리고 죽을 택했으며 어미와 새끼가 슬퍼하고 연모하여 서로 찾아서 온 것을 보고는 그 사랑에 감동하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 머리를 숙여 사죄하여 말하였다. - 013_1210_a_02L獵者見鹿篤信死義,志節丹誠慈行發中,效應徵驗捨生赴誓,母子悲戀相尋而至。慈感愍傷,稽首謝曰:
-
하늘이 이렇듯 신령스러운 그대를 내셨으니
믿음과 의리가 이토록 오묘합니다.
두려워 마음이 송연(悚然)한데
어찌 감히 해칠 수 있으리오. -
013_1210_a_05L‘爲天是神祇,
信義妙乃爾,
恐懼情悚然,
豈敢加逆害。
-
차라리 스스로 어버이를 죽이고
자신과 처지를 다 죽이더라도
어찌 차마 신령한 그대를 죽이겠다고
털끝만한 생각이라도 일으키리오. -
013_1210_a_07L 寧自殺所親,
碎身及妻子,
何忍害靈神,
起想如毛髮。’
-
그리고 사냥꾼은 즉시 사슴을 놓아주어 돌아가게 했다. 이에 사슴 모자는 한편으로 슬프고 한편으로 기뻐서 흐느끼는 목소리로 게송을 읊어 사냥꾼에게 사례했다. - 013_1210_a_08L獵者卽便放鹿使去。母子悲喜鳴聲呦呦,偈謝獵者:
-
미천한 축생이 세상에 나서
마땅히 푸줏간에 들어가
즉시 삶겨질 운명에 놓였는데
아량을 베풀어 새끼들을 이별하게 해 주셨네. -
013_1210_a_10L‘賤畜生處世,
當應充廚宰,
卽時分烹煮,
寬惠辭二子。
-
하늘같은 어진 마음으로 거듭 축생을 사랑하여
다시 놓아서 돌려보내 주시니
보살펴 주신 그 은덕 한량이 없어
입으로는 이루 다 말하지 못하겠네. -
013_1210_a_12L 天仁重愛物,
復蒙放捨原,
德祐積無量,
非口所能陳。’
-
이때 사냥꾼이 이 일의 전말을 모두 왕에게 아뢰니,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알고서 사슴의 자비로운 사랑과 신의에 크게 감동하였다. 그리하여 사슴의 어진 행동이 의리를 일깨웠다고 경탄하지 않는 이가 없게 되자 마침내 왕이 사냥을 금지하였다. 그렇게 되자 사슴들은 다시 무리와 짝을 지어 함께 어울려 놀며 저마다 편안히 지낼 수 있게 되었다. - 013_1210_a_13L爾時,獵者具以聞王,國人咸知普感慈信,鹿之仁行有喩於義,莫不肅歎!爲止殺獵。於是鹿還鳴群嘯侶,以遊以集各寧其所。
-
이야기를 마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내가 겪었던 고난이 이와 같았다. 그 때의 사슴은 나의 전신(前身)이고, 두 새끼는 라운(羅云:라후라)과 나한주리모(羅漢朱利母)이며, 국왕은 사리불(舍利弗)이고 사냥꾼은 너이다. 나는 가는 곳마다 도화(道化)를 일으켜 선행을 심기에 싫증을 내지 않았고 공덕을 나누어주길 멈추지 않았으니, 비록 축생의 몸이 되었을 때라도 보살의 마음을 잊지 않고 방편을 써서 일체를 이롭게 인도하였다. 그리하여 널리 중생을 구제하여 안락을 얻게 하였던 것이다. 이제 그 공덕이 이루어져 진인(眞人)인 부처가 된 것이니, 지극한 정성과 충심과 신의를 반드시 지녀야 한다.” -
013_1210_a_17L佛語阿難:“昔吾所更勤苦如是。爾時,鹿者我身是。二子者羅云及羅漢朱利母是。其國王者,舍利弗是。時射獵者,汝身是。我之所入興隆道化,種善無厭分德不住,雖在禽獸不忘菩薩,㩲行如應導利一切,普使衆生度濟獲安,逮是功德疾成至佛眞人,至誠忠信不可不作。”
佛說鹿母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