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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_0787_a_01L장중론(掌中論)
진나보살(陳那菩薩) 지음
의정(義淨) 한역
송성수 번역
≪논≫ 삼계(三界)에 다만 가명(假名)이 있을 뿐이고 실지 그 밖의 대경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허망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그런 것이다. 이제 저 진리를 증득하지 못한 자를 위해 모든 법 제 성품의 문(門)을 결정 선택하여 그로 하여금 뒤바뀜 견해가 없게 하려고 이 때문에 이 논을 짓는 것이니, 게송으로 말한다.
노끈을 보고 뱀이라고 아는 것은
그 노끈을 보고 아는 대경[뱀]은 없나니
만약에 저 부분을 깨달을 적엔
뱀처럼 보았던 것의 그릇됨을 알 것이네
≪논≫ 먼 데가 아니고 분명하지 않는 그러한 곳에 다만 노끈과 뱀의 비슷한 모양만을 보고서 저 차별된 제 성품을 알지 못하는 것은 미혹과 착란에 덮이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뱀이라고 집착했다가도 뒤에 가서 저 차별된 법을 깨닫고 나면 그것이 허망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광란(誑亂)이 생긴 때문인 줄을 알게 된다. 다만 이것이 그릇 알았을 뿐이고 실다운 일은 없는 것이다. 다시 노끈의 그 갈래갈래를 잘 관찰할 적엔 노끈의 자체도 없을 수 없나니, 이와 같이 알고 나면 모든 노끈의 풀이가 마치 뱀 깨닫는 것과 같음은 다만 허망한 식이 있어서 저 노끈과 같은 것에 미혹되고 착란된 식을 일으켰을 뿐이며, 또 저 지극히 미세한 것에까지도 서로가 가자(假藉)되어 사실 얻을 것이 없는 줄을 알지니, 이 때문에 노끈에 반연함과 그 부분 등의 마음이나 모든 형상이 다만 허망한 식일 뿐이다. 게송을 말했다.
모든 존재는 가설(假設)된 일이니
제 성품을 자세히 관찰할 때
남을 따른 것은 다 가명(假名)이고
내지 세속의 경계도 그러한 것이네
≪논≫ 노끈과 같은 그러한 곳에 따로따로 분석하여 자세히 관찰할 때, 그것이 다 실체(實體)가 없고 다만 허망한 마음인 것임을 알게 되나니, 이와 같이 알라. 일체법은 다만 가명일 뿐이다. 병(甁)이나 옷[衣] 같은 물건도 진흙을 바르고 실로 꿰매어서 이뤄지는 것이고, 내지 언설(言說)도 식(識)의 행하는 경계다. 아직 파괴에 이르지 않은 것을 병 또는 옷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을 따르는 것이란, 세속의 언설을 따라 있을 뿐 수승한 이치가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게송을 말했다.
분석할 수 없음은 볼 수 없기 때문에
지극히 미세하여 없는 것과 같거늘
다만 혹란(惑亂)된 마음으로 말미암아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슬기로운 자는 집착하지 아니하네.
≪논≫ 만약에 또 고집하여 말하기를, ‘모든 존재는 가설(假設)된 일이어서 지극히 미세한 정도는 분석할 수 없고 방위와 분한[方分]도 없지만, 이 실체(實體)는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곧 공중의 꽃이나 토끼의 뿔과 같음이다. 볼 수가 없기 때문이고, 그것을 반연할 식(識)을 낼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고집하는 그 지극히 미세한 것은 결정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모름지기 볼 수 없는 원인이라 설하는 것이고, 저 지극히 미세한 것을 내세워서 실체의 있음을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방위와 분한이 있고 일의 분별이 있기 때문이니, 마치 현전에 병이나 옷 따위의 물건이 있고 동방ㆍ서방ㆍ북방 따위의 방위와 분한이 있는 것을 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것이 다 현전에 있고 그 분한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지극히 미세한 것이 현전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반드시 방위와 분한이 있고 별다른 성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방ㆍ서방ㆍ북방 같은 것도 그 방위와 분한이 별다르기 때문임을 인정해야 하리니, 이는 사실 지극히 미세한 것이라는 이치가 성취되지 않고, 또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많은 부분으로 이룩되고 보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지극히 미세한 것도 하나의 실체란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이니, 이와 같이 지극히 미세한 것에의 논란을 버려야 한다. 이 때문에 슬기로운 자는 삼계(三界)가 모두 다 허망한 정[妄情]인 것임을 분명히 아는지라, 미묘한 이치를 구하려고 하면 그 실체를 고집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한다.
허망하게 있는 것은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보는 것을 더불어 같지 않나니
경계와 형상이 바로 허망하기 때문에
반연하는 것도 역시 있는 것이 아니네.
≪논≫ 만약에 말하기를, ‘나도 저 병이나 옷 따위의 일에 대해 제 성품을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하니 만큼, 이것이 다 허망한 식(識)의 분별하는 바이긴 하다. 그러나 저 형상을 반연하는 난식(亂識)은 그 실체가 있으니, 건달바의 성[建闥婆城]이나 허수아비 사람을 보더라도 그 식은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설령 이 식이 있다 하더라도 역시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는 보는 바 일을 더불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에 이 미혹되고 착란된 식이 반연하는 경계에 대해 제 성품이 있다는 견해를 일으키는 것이다. 저 일의 제 성품이 이미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경계도 이미 없고 반연하는 허망한 식도 역시 실체의 있는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 저 허망한 식으로 하여금 있는 것이라 하겠는가. 그러므로 이 세간에는 일찍이 아무것도 없는 데에 종자를 내거나 움이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없느니라. 이것으로 말미암아 그대가 설한 바 건달바의성이라든가 허수아비의 비유는 그 도리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게송을 말했다.
이것이 다 가설(假設)인 줄을
잘 깨닫는 이들은 알 수 있나니
슬기로운 사람이 번뇌 끊는 것은
뱀에 대한 겁을 제거하듯 쉬운 일이네.
≪논≫ 삼계(三界)엔 다만 가명(假名)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처럼, 병 따위의 머트러운 깨달음을 이미 제거하고 나면, 이름과 말을 따라 그 일이 있는 줄을 알 것이다. 그러므로 잘 관찰하는 이들은 이것을 분명히 알고 나서 곧 노끈의 곳에 뱀의 겁을 제거하고 다시 자세히 생각해 저 차별을 깨달음으로써 노끈 같은 곳에의 허망한 집착도 없어지느니라. 이와 같이 관찰할 때, 일체 더러운 법을 여읠 수 있고 번뇌의 그물을 빨리 제거할 수 있으며, 또 모든 업과(業果)를 스스로가 끊을 것이다. 다음 게송을 말했다.
슬기로운 사람이 세속의 일을 관찰하고서
세속을 따라 행하는 것처럼
번뇌 끊을 것을 구하려고 하면
참된 수승한 이치를 밝혀야 하네.
마치 세간 사람들이 모든 세속의 일인 병이나 옷 따위의 곳에 대해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여 병 또는 옷이라고 이름하는 것처럼 슬기로운 이도 그와 같아서 세간에 수순하여 언설(言說)을 일으키긴 하되, 그 실체의 있는 것이 아닌 줄을 아는지라, 만약에 번뇌의 과실을 즐거이 관찰하여 해탈을 구하는 자라면 마땅히 이러한 참되고 수승한 이치 가운데에 두루 파고들어서 그 이치대로 뜻을 지어야 하리니, 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경계에서나 또는 허망함을 반연하는 식(識)에 있어서 번뇌의 속박이 다시 자라나지 않을 것이다.
- 017_0787_a_01L掌、中論、一卷陳那菩薩造三藏法師義淨奉 制譯論曰謂於三界但有假名實無外境由妄:執故今欲,爲彼未證,眞者決擇諸法自性。之門令無倒解故造,斯論頌曰於繩作蛇解 見繩知境無 若了彼分時知如蛇解謬論曰如於非遠不分明處唯見繩蛇相似:之事未能,了彼差別,自性被,惑亂故定執,爲蛇後時了彼差別,法已知由,妄執誑亂,生故但是錯解無有實事復於繩處支分,差別善觀,察時繩之,自體亦不,可得如是,知已所有,繩解猶如,蛇覺唯有妄識如於,繩處有惑,亂識亦於,彼分毫釐等處知相,假藉無實,可得是故緣繩及分,等心所有相狀但唯妄識頌曰諸有假設事 詳觀自性時 從他皆假名乃至世俗境論曰如於繩等支分之處別別分析審觀察時,知無實體,唯是妄心,如是應知一切諸法,但是假名。如甁、衣等物藉埿縷等成,乃至言說識所行境,未至破壞,名爲甁等,言從他者,謂從世俗言說而有,非於勝義。頌曰:‘無分非見故 至極同非有 但由惑亂心智者不應執。’論曰:若復執云諸有假事,至極微位,不可分析,復無方分,是實有者,此卽猶如空花及兔角等,不可見故,無力能生緣彼識故,所執極微,定非實有。所以須說不可見因。由彼不能安立極微,成實有故,所以者何,由有方分,事差別故。猶如現見有甁衣等物,東西北等,方分別故,斯皆現有,支分可得,若言極微,是現有者,必有方分、別異性故,是則應許東西北等支分別故,此實極微,理不成就,亦非一體多分成故,見事別故,一實極微,定不可得,如是應捨極微之論,是故智者了知三界咸是妄情,欲求妙理不應執,實頌曰:妄有非實故 與所見不同 由境相虛妄能緣亦非有。論曰:若言我亦於彼甁衣等事,許彼自性,是不可得,皆是妄識之所分別,然而緣彼相狀亂識,是其實有。觀健達婆城及幻人等,其識是有,設有此識亦非實故,與所見事不相應故。此惑亂識,於所緣境作有性解。彼事自性已明非有,境旣是無,能緣妄識,亦非實有。云何令彼妄識有耶?然於世閒,不曾見有無能生種子,有所生芽等。由斯汝說,幻城等喩,道理不成。頌曰:斯皆是假設 善覺者能知 智人斷煩惱易若除蛇怖。論曰:如說三界但有假名,甁等麤覺旣除遣已知從名言,而有其事,善觀察者,能了知已,卽於繩處,蛇怖除遣。復審思惟,了彼差別,於繩等處,妄執亦無,如是觀時,一切能生離染之法易速蠲除煩惱羅網,及諸業果,自當斷滅有。別頌曰:‘智人觀俗事 當隨俗所行 欲求煩惱斷要明眞勝義。’猶如世人,於諸俗事甁衣等處,以爲實有,名甁、衣等,智者亦爾,當順世閒,而興言說。知非實有,若樂觀察煩惱過失,求解脫者,宜於如是眞勝義中,周遍推尋,如理作意。於諸境處及能緣妄識,煩惱繫縛,不復生長。掌中論一卷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