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704_T_001
-
019_0593_a_01L불설십지거사팔성인경(佛說十支居士八城人經)1)
후한(後漢) 안식국삼장(安息國三藏) 안세고(安世高)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여러 큰 비구들은 파라리불도로성(波羅梨弗都盧城)의 닭 동산[鷄園]에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오래지 않은 때였다.
그 때 십지 거사(十支居士)와 팔성(八城) 사람들은 많은 재물을 가지고 파라리불도로에 가서 장사하였다.
그 때 십지 거사와 팔성 사람들은 돈으로 온갖 재물을 모두 사고 큰 이익을 얻어 못내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파라리불도로를 나가 닭 동산에 이르러, 여러 큰 비구들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십지 거사와 팔성 사람들이 한쪽에 물러앉자, 여러 큰 비구들은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격려하고 평등하게 가르치며, 한량없는 방편으로 평등하게 가르쳤다.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격려하고 나아가 평등하게 가르치며 평등하게 기쁘게 한 뒤에는 잠자코 있었다.
그 때 그 십지 거사와 팔성 사람들은 여러 큰 비구들의 설법과 격려를 듣고 평등하게 기뻐하고는 여러 큰 비구들에게 아뢰었다.
“여러 큰 비구님들, 지금 존자 아난님은 어디 계십니까? 저는 지금 뵙고 싶습니다.”
“거사여, 존자 아난께서는 지금 비사리(毘舍離)의 미후(獼猴)강 언덕에 계십니다. 보고 싶으면 가 보십시오.”
그 때 십지 거사와 팔성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큰 비구들의 발에 예배하고 그 주위를 돌고는 거기서 떠났다.
그들은 다시 존자 아난에게 찾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십지 거사와 팔성 사람들은 한쪽에 물러나 앉은 뒤에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존자 아난이여, 저는 여쭈어 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제 물음을 허락하소서.”
“거사여, 물으시오, 들으면 알 것이오.”
“존자 아난이여, 세존께서는 지혜가 있고 견해가 있으셨습니까?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는 눈으로 으뜸가는 이치를 보시고, 현성 제자들이 머무를 바로서 남음 있는 곳에서 번뇌[有漏]가 다하고 마음이 해탈하게 하는 한 가지 법을 말씀하셨습니까?”
“거사여, 세존께서는 지혜가 있고 견해가 있으셨습니다.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는 눈으로 으뜸가는 이치를 보시고, 현성 제자들이 머무를 바로서 남음 있는 곳에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해탈하게 하는 한 가지 법을 말씀하셨소.”
“존자 아난이여,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는 눈으로 으뜸가는 이치를 보시고, 현성 제자들이 머무를 바로서 남음 있는 곳에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해탈하게 하는 한 가지 법을 어떻게 말씀하셨습니까?”
“거사여, 현성 제자들이 들은 바로는 음욕에서 해탈하고 나아가 4선(禪)의 선정[正受]에 머무르는 것이오. 그들은 이것에 의지하여 법에 들어가 법상(法相)을 관찰하고[觀] 행을 그칩니다[止]. 그들이 이것에 의지하여 법에 들어가 법상을 관찰하고 행을 그쳐 머무르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오.
그들은 거기 머물러 번뇌[有漏]가 다할 수도 있고,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도 번뇌가 다할 수 있소. 그들은 스스로 법을 즐겨 하고, 그들은 스스로 법을 사랑하며, 그들은 법을 익히고, 그들은 스스로 법을 공경하여 기쁨을 얻소. 그리하여 그들은 5하분결[下結]이 다하여 바꿔나게 되며 그곳에서 반열반에 드는 아나함(阿那含)이 되어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소.
거사여, 이것이 이른바 ‘세존께서는 지혜가 있고 견해가 있으며,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는 눈으로 으뜸가는 이치를 보시고, 거룩한 제자들이 머무를 바로서 남음 있는 곳에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해탈하게 하는 한 가지 법을 말씀하셨다’는 것이오.
또 거사여, 현성 제자들이 들은 바로는, 자애로움[慈]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1방(方)을 가득 채우는 선정[正受]에 머무르고 이와 같이 2ㆍ3ㆍ4방과 상ㆍ하와 모든 곳을 가득 채우며, 자애로움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원한도 없고 둘도 없으며 성냄도 없이, 지극히 넓고 지극히 크되 한량없이 잘 분별하며 모든 곳을 가득 채우는 선정에 머무르는 것이오.
이와 같이 연민[悲]과 기쁨[喜], 평등히 보살피는 마음[護:捨]으로 모든 곳을 가득 채우는 선정에 머무르는 것이오.
그들은 이것에 의지하여 법에 들어가 법상을 관찰하고 행을 그칩니다. 그들이 이것에 의지하여 법에 들어가 법상을 관찰하고 행을 그쳐 머무르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오.
그들은 거기 머물러 번뇌가 다할 수도 있고, 거기 머무르지 않고도 번뇌가 다할 수 있오. 만일 그들이 법을 즐겨 하고 법을 사랑함으로써 법을 익히고 법을 공경하면 기쁨의 법을 얻게 되오. 그리하여 5하분결이 다하여 바꿔나게 되며 그곳에서 반열반에 드는 아나함이 되어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소.
거사여, 이것이 이른바 ‘세존께서는 지혜가 있고 견해가 있으며,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는 눈으로 으뜸가는 이치를 보시고, 현성 제자들이 머무를 바로서 남음 있는 곳에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해탈하게 하는 한 가지 법을 말씀하셨다’는 것이오.
또 거룩한 제자들이 들은 바로는, 색(色)에 대한 모든 생각을 넘어서고 나아가 유상무상처정(有想無想處定)에 머무르는 것이오. 그들은 이것에 의지하여 법에 들어가 법상을 관찰하고 행을 그치며 나아가서는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해탈하게 되오.”
이에 십지 거사와 팔성 사람들은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기이하십니다, 존자 아난이여. 저희는 존자 아난께 하나의 감로문(甘露門)을 물었는데, 존자께서는 저희를 위하여 그 많은 열두 개의 감로문1)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존자 아난께서는 이 열두 개의 감로문에 있어서 각각의 감로문에 의지하여 안온하게 스스로 다스리십니다.
존자 아난이여, 그것은 마치 성이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2층 누각이 있고 2층 누각 방 벽엔 열두 문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무언가 할일이 있어 거기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 보람도 없고 이익도 없으며 안온하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거나, 또 어떤 사람이 불로 그 누각을 태울 경우, 존자 아난이여, 그 사람은 그 열두 문중 마음에 드는 문을 통해 안전하게 나옵니다. 그와 같이 존자 아난님은 참으로 장하십니다, 존자 아난이여. 저희는 존자 아난께 하나의 감로문을 물었는데, 존자 아난께서는 저희를 위하여 열두 개의 감로문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존자 아난이여, 이제 넉넉합니다, 그 열두 개의 감로문에서 그 각각의 감로문에 의지하여 각기 나가겠습니다.
존자 아난이여, 저 바라문들은 나쁜 법을 가지고 있지만 저희는 스승으로 대접하는 보시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지금 저희들이 큰 스승님께 어찌 재물로 보시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십지 거사와 팔성 사람들은 그날 밤으로 깨끗하고 맛난 음식을 장만하여 때를 맞추어 자리를 펴고, 닭 동산의 비구들과 비사리의 비구들을 청해 모두 모시고는, 깨끗하고 맛난 음식을 손수 나눠 드렸다.
공양이 끝난 줄 알고는 발우를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렸다. 그리고 5백 가지 물건으로 방을 사서 존자 아난에게 사유물로 가지도록 드렸다. 그러나 존자 아난은 그 방을 초제승(招提僧:사방승)들에게 주었다.
아난은 이와 같이 말하였다. 십지 거사와 팔성 사람들은 존자 아난의 말을 듣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 019_0593_a_01L佛說十支居士八城人經後漢安息國三藏安世高譯聞如是。一時,諸上尊比丘在波羅梨弗都盧城鷄園中,世尊般涅槃不久。於是,十支居士八城人,多有財物,詣波羅梨弗都盧治生。於是,十支居士八城人持錢財物盡買,盡買已極歡喜,得盈利極大歡喜,意極悅豫,出波羅梨弗都盧城,已至鷄園中。到已禮諸上尊比丘足,卻坐一面,彼十支居士八城人卻坐一面。時,諸上尊比丘爲說法勸進,等勸進教授,等教授以無量方便,爲說法勸進,至等教授,等令歡喜,已默然住。於是,彼十支居士及八城人聞諸上尊比丘所說法勸進,至等歡喜已,白諸上尊比丘曰:‘此諸上尊,今尊者阿難在何所住?我今欲見。’‘此居士,彼尊者阿難在毘舍離獼猴水岸上,欲見者,當往見之。’於是,十支居士八城人從坐起,禮諸上尊比丘足,繞諸上尊已,離諸上尊,還至彼尊者阿難所,到已禮尊者阿難足已,卻坐一面。彼十支居士八城人卻住一面已,白尊者阿難曰:‘此阿難,我欲有所問,聽我所問。’‘當問居士,聞已知之。’‘此尊者阿難,彼世尊有智有見,如來無所著等正覺,以眼見第一義說一法,聖弟子所住,於有餘處,有漏盡意解脫不?’‘此居士,彼世尊有智有見,如來無所著等正覺,以眼見第一義說一法,聖弟子所住,有餘處,有漏盡意解脫。’‘云何尊者阿難,彼如來無所著等正覺,眼見第一義說一法,聖弟子所住,有餘處,有漏盡意解脫?’‘此居士,聖弟子所聞,於婬解脫至住,四禪正受住,彼依入法,法相觀行止,彼依入法,法相觀行止住,可有是處。彼所住得有漏盡,不住彼處,得有漏盡,彼自樂法,彼自愛法,彼自習法,彼自敬法,得歡喜,五下結盡得化生,彼般涅槃成阿那含,不還此世閒。是爲居士彼世尊有智有見,如來無所著等正覺,眼見第一義說一法,聖弟子所住,有餘處,有漏盡意解脫。復次,居士,聖弟子所聞,意與慈俱滿一方已正受住。如是二、三、四上下,一切諸方意與慈俱,無怨無二無恚,極廣極大,無量極分別,滿諸方已正受住。如是意與悲喜護俱,滿一切諸方已正受住,彼依入法,法相觀行止,彼依入法,法相觀行止住,可有是處,住彼已得有漏盡,不住彼處,得有漏盡。若彼以法,樂以法愛,習行法敬法,得歡喜法,五下結盡得化生,於彼處,般涅槃成阿那含,不還此世閒。是爲居士彼世尊有智有見,如來無所著等正覺,眼見第一義說第一法,聖弟子所住,有餘處,有漏盡意解脫。復次,居士,聖弟子所聞,度一切色相,至有想無想處正受住,彼依入法,法相觀行止,至有漏盡意解脫。’‘於是,十支居士八城人白尊者阿難曰:‘甚奇。尊者阿難,我等問尊者阿難,一甘露門而爲說十二甘露門甚多。尊者阿難,於此十二甘露門,依各各甘露門,當安隱自御之。猶若尊者阿難,離城村不遠有重閣,若重閣房邊,有十二門,或有人入中少有所爲,或有人生無有義,不饒益,不安隱,不快樂,或有以火燒重閣。此尊者阿難,彼人於十二門,隨彼意安隱出,如是甚奇。尊者阿難,我等問尊者阿難一甘露門,而爲說十二甘露門。此尊者阿難,爲甚多。當於十二甘露門,依各各甘露門,各各當出之。此尊者阿難,彼諸婆羅門與惡法俱,施與師物,況當我等今於大師,當不以財施之?’於是,十支居士八城人於其夜饌具淨妙飮食,於其夜饌具淨妙飮食已,隨時敷座,敷座已,請鷄園中比丘僧、毘舍離比丘僧皆悉聚之。鷄園中諸比丘僧、毘舍離諸比丘僧皆悉聚已,以淨妙飮食手自授與,以淨妙飮食手授與已。知食訖,收攝鉢器,行澡水以五百種物,買房施與尊者阿難,以爲私有,彼尊者阿難施與招提僧。阿難如是說,十支居士八城人聞尊者阿難所說,歡喜而樂。佛說十支居士八城人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 1)이 경의 이역본으로 중아함 『팔성경(八城經)』이 있다.
- 1)12감로문은 아난이 축약해서 설명한 4선(禪)ㆍ4무량심(無量心)ㆍ무색정(無色定)을 말한다.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안세고(安世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