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782_T_001
- 019_0873_a_01L불설내녀기역인연경(佛說㮈女祇域因緣經)
- 019_0873_a_01L佛說柰女祇域因緣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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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後漢) 안식국(安息國) 안세고(安世高) 한역
권영대 번역 - 019_0873_a_02L後漢安息國三藏安世高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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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 019_0873_a_03L如是我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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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국(羅閱衹國)에서 큰 비구들 1,250인과 함께 계셨는데, 그들은 보살마하살과 천룡팔부(天龍八部)였다.
대중을 모으시고 설법하실 때에 그들 중에 보시하는 이가 한량없었는데, 어떤 한 가난한 사람은 다만 떨어진 수건 하나만 있어서 보시하고 싶었지만 물건이 나쁜 것이 두려워서 망설였다. - 019_0873_a_04L一時,佛在羅閱祇國,與大比丘千二百五十人俱、菩薩摩訶薩、天龍八部,大衆集會說法。時世人民,施者無量。有一貧人唯有一爛壞手巾,意欲布施,懼此物惡,猶豫未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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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자리에 있던 내녀(㮈女)라는 비구니가 곧 일어나서 옷을 가지런히 하고 예를 올리며 길게 꿇어앉아 손을 맞잡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건대 저는 전생에서 바라내국(波羅㮈國)에 가난한 여인으로 태어났었습니다. 그때 가섭(迦葉)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대중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경을 듣고 환희하여 보시하고 싶었으나 돌아보니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빈천함을 생각하니 마음이 서글펐습니다. 저는 남의 과수원에 가서 보시할 과일을 구걸하였는데, 마침 큼직하고 향기로운 큰 사과 한 개를 얻었습니다. 저는 물 한 대야와 사과 한 개를 받쳐 들고 가섭부처님과 여러 스님들께 바쳤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지극한 뜻을 아시고 주원(呪願)하시고 받으셨으며, 물과 사과를 나누어 모든 이에게 돌리셨습니다. 저는 이 복을 인연하여 목숨을 마치자 하늘에 태어났으며 천상의 왕후가 되었습니다. 포태(胞胎)되지 않고 세간에 내려와서는 91겁 동안 사과꽃 속에서 단정하고 깨끗하게 살며 항상 숙명(宿命)을 기억하였는데, 이제 세존을 만나 도의 눈이 열렸습니다.” - 019_0873_a_09L爾時,座中有一比丘尼,名曰柰女,卽從座起,整服作禮,長跪叉手,白佛言:“世尊!我自念先世生波羅柰國,爲貧女人。時世有佛,名曰迦葉,時與大衆圍繞說法。坐聞經歡喜,意欲布施,顧無所有,自惟貧賤,心用悲感,詣他園圃,求乞果蓏,當以施佛。時得一柰,大而香好,擎一盂水幷柰一枚,奉迦葉佛及諸衆僧。佛知至意,呪願受之,分布水柰,一切周普。緣此福祚,壽盡生天,得爲天后;下生世間,不由胞胎,九十一劫,生柰華中,端正鮮潔,常識宿命,今値世尊開示道眼。”
- 그때 내녀는 게송을 읊었다.
- 019_0873_a_21L爾時柰女以偈頌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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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3_b_02L
3존의 자비[慈潤] 크시어
지혜로 제도하심에 남녀가 없네.
물과 과일이 큰 과보 베풀어
그 인연으로 온갖 고통 여의었네. -
019_0873_a_22L三尊慈潤普,
慧度無男女,
水果施弘報,
緣得離衆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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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선 왕후가 되었고
세간에선 꽃 속에 살다가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하니
복밭이 가장 깊고 두텁네. -
019_0873_b_03L在世生華中,
上則爲天后,
自歸聖衆祐,
福田最深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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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녀 비구니는 절하고 다시 앉았다.
부처님께서 세간에 계실 때였다. 유야리국(維耶梨國) 국왕의 동산에 저절로 한 그루의 사과나무[㮈樹]가 났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열매 또한 크고 빛이 났으며 향기와 아름다움이 보통이 아니었다. 왕은 이 사과를 사랑하였으니, 궁중의 존귀한 미인이 아니면 이 사과를 먹을 수 없었다.
나라 안에 한 바라문[梵志] 거사가 있었는데, 재물이 한량없어 나라에서 짝할 이 없었으며, 또 총명하고 널리 통달하여 재주와 지혜가 무리에서 뛰어났으므로 왕은 매우 사랑하여 대신으로 등용하였다. - 019_0873_b_04L比丘尼柰女,禮已還坐。佛在世時,維耶梨國王苑中,自然生一捺樹,枝葉繁茂,實又加大,旣有光色,香美非凡。王寶愛此捺,自非中宮尊貴美人,不得啖此捺果。國中有梵志居士,財富無數,一國無雙,又聰明博達,才智超群,王重愛之,用爲大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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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바라문을 식사에 초청하였는데, 식사하고 나자 사과 한 개를 주었다. 바라문이 사과를 보니 향기롭고 아름다움이 보통이 아니어서 곧 왕에게 물었다.
“혹시 작은 그루를 하나 얻을 수 있습니까?”
“작은 그루는 많은데 혹 큰 나무에 방해될까 두려워 제거하였는데, 경이 만약 얻겠다면 지금 주겠소.”
왕은 곧 사과나무 모종을 하나 바라문에게 주었다. 바라문이 얻어서 돌아와 아침ㆍ저녁으로 물을 주니 날마다 자라서 가지가 무성하여 3년째에 열매를 맺었는데, 크든 작든 윤이 나서 왕의 사과와 같았다. - 019_0873_b_11L王請梵志飯食,食畢以一柰實與之。梵志見柰香美非凡,乃問王曰:“此柰樹下,寧有小栽,可得乞不?”王曰:“大多小栽,吾恐妨其大樹,輒除去之,卿若欲得,今當相與。”卽以一柰栽與梵志。梵志得歸種之,朝夕漑灌,日日長大,枝條茂好,三年生實,光彩大小,如王家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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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문은 크게 기뻐하여 생각하였다.
‘나는 재산이 한량없어 왕보다 모자라지 않았는데, 다만 이 사과가 없어서 왕과 같지 못하더니 이제 얻고 나니 왕보다 모자라는 것이 없구나.’
그리고는 곧 따서 먹었는데, 어찌나 쓰고 떫은지 조금도 먹을 수가 없었다. - 019_0873_b_19L梵志大喜,自念:“我家資財無數,不減於王,唯無此柰,以爲不如,今已得之,爲無減王。”卽取食之,而大苦澀,了不可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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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3_c_02L바라문은 다시 근심하며 물러가서 생각하였다.
‘이 땅이 기름지지 못한 때문이다.’
곧 백 마리의 소젖을 짜서 한 소에게 먹이고, 이 소젖을 끓여서 제호(醍醐)를 만들어 사과나무 뿌리에 부었다. 이듬해가 되자 열매는 달고 맛이 있어 왕궁의 사과와 똑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주먹만 한 크기의 한 옹이가 생기더니 날마다 자라났다.
바라문은 생각하기를, ‘갑자기 옹이가 생겼으니 열매에 방해가 될까 두렵고, 베어 버리자니 나무가 상할까 두려워 날마다 생각하였으나 결단하지 못했다. 그런데 마디에서 갑자기 가지 하나가 생기더니 곧장 위로 자라서 높다란 나무 꼭지가 땅에서 일곱 길[丈]이나 되었으며, 그 가지 끝에서 다시 여러 가지들이 빙 둘러서 생겨 모양이 거꾸로 단 일산 같았으며, 꽃과 잎이 무성하여 본래의 나무보다 무성하였다. - 019_0873_b_22L梵志更大愁惱,乃退思惟:“當是土無肥潤故耳。”乃捉取百牛之乳,以飮一牛,復取此一牛乳,煎之爲醍醐,以灌柰根。日日灌之。到至明年,實乃甘美,如王家柰。而柰樹邊,忽復生一瘤節,大如手拳,日日增長,梵志心念:“忽有此瘤節,恐妨其實。”適欲斫去,恐復傷樹,連日思惟,遲徊未決。而節中忽生一枝,正指上向,洪直調好高出樹巓,去地七丈,其杪乃分作諸枝,周圍旁出,形如偃蓋,花葉茂好,勝於本樹。
- 바라문은 괴상히 여겼다. 그는 가지 위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여 곧 사다리를 만들고 올라가 보았다. 거꾸로 된 일산 같은 가지 가운데에 못[池水]이 있는데 맑고 향기로웠으며, 또한 여러 꽃들이 있는데 채색이 밝고 고왔다. 헤치고 꽃 밑을 보니 한 여자아이가 못 한복판에 있었다. 바라문은 그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 길렀는데, 이름은 내녀(㮈女)라고 하였다. 그는 열다섯 살이 되자 얼굴이 단정하기가 천하에 짝이 없었으며, 그 소문이 먼 나라에까지 퍼졌다.
- 019_0873_c_09L梵志怪之:“不知枝上當何所有?”乃作棧閣,登而視之。見枝上偃蓋之中,乃有池水,旣淸且香,又有衆華,彩色鮮明。披視華下,有一女兒,在池水中,梵志抱取,歸養長之,名曰柰女。至年十五,顏色端正,天下無雙,宣聞遠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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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나라에서 왕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바라문에게 나아가 내녀를 아내로 맞이하고자 하였다. 바라문은 크게 두려워서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곧 동산에 높다란 누각을 세워서 그 위에 내녀를 올려놓고 나와서 여러 왕들에게 말했다.
“이 여자는 내가 낳은 것이 아니라 사과나무 위에서 저절로 나왔으니 천룡(天龍)인지 귀신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도깨비 같은 것을 일곱 왕들이 요구하니, 설령 내가 한 왕에게 준다 해도 여섯 왕들이 반드시 성을 낼 것이니 감히 사랑하고 아낄 수 없습니다. 여자는 지금 동산 가운데 누각 위에 있으니, 여러 왕들은 곧 의논해서 얻게 되는 왕은 데리고 갈 일이며, 내가 주선할 일이 아닙니다.” - 019_0873_c_15L有七國王,同時俱來,詣梵志所,求娉柰女,以爲夫人。梵志大恐怖,不知當以與誰?乃於園中,架一高樓,以柰女著上,出謂諸王曰:“此女非我所生,自出於柰樹之上,亦不知是天、龍、鬼神女耶?鬼魅之物?今七王求之,我設與一王,六王當怒,不敢愛惜也。女今在園中樓上,諸王便自平議,有應得者便自取去,非我所制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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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4_a_02L그리하여 일곱 왕들은 함께 입씨름을 하였으나 시끄러웠을 뿐 결정하지 못하였다. 밤이 되자, 병사왕(甁沙王)은 개천[瀆] 속으로 기어들어 누각에 올라가 내녀와 함께 잤고, 이튿날 새벽에 가려고 하자 내녀는 말하였다.
“대왕께서 다행히 위엄을 굽히시고 저를 가까이하셨는데 이제 버리고 가시니, 만약 자식이 생긴다면 곧 왕족일 터인데 어떻게 처리하오리까?” - 019_0873_c_24L於是七王口共爭之,紛紜未決。至其夜,缾沙王從伏瀆中入,登樓就之共宿,明晨當去。柰女白曰:“大王幸枉威尊,接逮於我,今復相捨而去,若其有子,則是王種,當何所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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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말하였다.
“만약 사내아이거든 나에게 돌려 줘야겠지만, 계집아이면 너에게 주겠다.”
왕은 손에 꼈던 금반지를 빼서 내녀에게 주어 신표로 삼았다. 왕은 나가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내녀와 하룻밤을 같이했는데, 이상한 것도 없고 여느 사람과 같았는데 취(取)하지 않았을 뿐이다.”
병사왕의 군사들은 모두 만세를 부르면서 “우리의 왕이 이미 내녀를 얻었다”고 외치니, 여섯 왕은 듣고 각기 돌아갔다. - 019_0874_a_05L王曰:“若是男兒,當以還我;若是女兒,便以與汝。”王則脫手金鐶之印,以付柰女,以是爲信。便出語群臣言:“我已得柰女與一宿,亦無奇異,故如凡人,故不取耳。”缾沙軍中皆稱萬歲,曰:“我王已得柰女。”六王聞之便各還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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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왕이 떠난 뒤에 내녀는 곧 태기가 있었다. 내녀는 곧 문지기에게 명하기를, “만약 누가 나를 보려고 하거든 그에게 내가 앓는다고 하여라” 하였다. 나중에 달이 차자,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하였다. 아이는 나올 때에 침과 약주머니를 갖고 있었다.
바라문은 말하기를, “그는 국왕의 아들인데 의료기를 가졌으니, 틀림없이 의왕(醫王)이리라” 하였다. - 019_0874_a_11L甁沙王去後,遂便有娠。時柰女勅守門人言:“若有求見我者,當語言我病。”後日,月滿,生一男兒,顏貌端正,兒生則手持鍼藥囊。梵志曰:“此國王之子,而執醫器,必醫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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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녀는 횐옷으로 아이를 싸서 계집종에게 명하여 “가져다 거리에 버려라” 하였다. 계집종은 명령을 받고 안아다가 버렸다.
이때 왕자 무외(無畏)는 맑은 아침에 수레를 타고 대왕을 보려고 사람을 보내 길을 치우다가 멀리서 길 가운데 횐 물건이 있는 것을 보았다. 왕자는 곧 수레를 멈추고 옆 사람에게 물었다.
“저 흰 물건이 무엇이냐?”
“그것은 어린애입니다.”
“살았느냐, 죽었느냐?”
“살아 있습니다.”
왕자는 사람을 시켜 안고 왔다. 그리고는 곧 아이를 기를 유모를 찾았다. - 019_0874_a_16L時柰女卽以白衣裹兒,勅婢持棄著巷中,婢卽受勅,抱往棄之。時王子無畏,淸旦乘車,往欲見大王,遣人除屛道路。時王子遙見道中有白物,卽住車問傍人言:“此白物是何等?”答言:“此是小兒。”問言:“死活?”荅言:“故活。”王子勅人抱取,卽覓乳母養之以活。
- 019_0874_b_02L 바라문은 이 아이를 데려다가 내녀에게 주었으며, 이름을 기역(祇域)이라고 불렀다. 그가 여덟 살이 되자 총명하고 재주가 높으며 학문이 뛰어났고, 이웃 아이들과 놀면 늘 여러 아이들을 자기보다 못하다고 업신여겼다. 여러 아이들은 모두 놀리기를, “애비 없는 자식, 음녀(婬女)의 소생이 감히 우리를 깔본다”고 하였다.
- 019_0874_a_23L梵志將此小兒,還付柰女,名曰祇域。至年八歲,聰明高才,學問書疏,越殊倫疋,與鄰比小兒遊戲,心常輕諸小兒,以不如己。諸小兒共罵之曰:“無父之子,婬女所生,何敢輕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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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놀랐으나 잠자코 대답하지 않다가 문득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물었다.
“내가 보기에 아이들이 모두 나만 못한데, 도리어 나를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립니다. 나의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너의 아버지는 바로 병사왕이다.”
기역이 말하였다.
“병사왕은 라열기국(羅閱衹國)에 있고, 여기서 5백 리나 떨어진 곳인데, 무슨 인연으로 나를 낳았습니까? 만약 어머니 말대로라면 무엇으로 증명합니까?”
어머니는 곧 금반지를 내보이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네 아버지의 반지이다.” - 019_0874_b_05L祇域愕然,默而不答。便歸問母曰:“我視子曹,皆不如我,而反罵我言:‘無父之子。’我父今者,爲在何許?”母曰:“汝父者,正缾沙王是也。”祇域曰:“缾沙王乃在羅閱祇國,去此五百里,何緣生我?若如母言,何以證之?”母則出印鐶示之曰:“此則汝父鐶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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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그것을 살펴보았는데, 병사왕의 인(印) 무늬가 있음을 보고, 곧 그 반지를 지니고 라열기국으로 갔다. 대궐문을 들어가도 문에서 힐문하는 이가 없었다. 곧바로 왕의 앞에 나아가 왕에게 절하고 길게 꿇어앉아 아뢰었다.
“저는 왕의 아들로서 내녀의 소생입니다. 올해 여덟 살이 되어 비로소 대왕의 혈통임을 알고 신표인 반지를 가지고 멀리서 돌아왔습니다.” - 019_0874_b_11L祇域省之,見有缾沙王印文,便奉持此鐶往到羅閱祇,徑入宮門,門無呵者,卽到王前,爲王作禮,長跪白王言:“我是王子,柰女所生,今年八歲,始知是大王種類,故持鐶印信,遠來歸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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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찍힌 무늬[印文]를 보자, 옛날의 맹서를 기억하여 자기 아들임을 알 고 감개무량[愴然]해하며 아껴주었다.
그리고 태자로 삼은 지 2년이 지나서 아사세왕(阿闍世王)이 태어났다. 기역은 곧 왕에게 말하였다.
“저는 처음 태어날 때 손에 침과 약주머니를 잡았으니, 의원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왕께서 비록 저를 태자로 삼으셨지만 저는 즐겁지 않습니다. 왕께서는 이제 아들이 있으니,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십시오. 저는 의술을 배우기가 소원이니 왕께서는 허락해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네가 태자가 되지 않겠다니 녹(祿)을 그냥 먹을 수는 없다. 마땅히 의학을 배워라.” - 019_0874_b_16L王見印文,覺憶昔之誓,知是其子,愴然矜之,以爲太子。涉歷二年,後阿闍世王生,祇域因白王曰:“我初生時,手把鍼藥囊,是應當爲醫也。王雖以我爲太子,非我所樂;王今自有嫡子生矣,應襲尊嗣,我願得行學醫術。”王則聽之,王曰:“汝不爲太子者,不得空食王祿,應學醫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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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4_c_02L왕은 곧 나라 안의 여러 훌륭한 의원들에게 명하여 의술을 가르치게 하였지만 기역은 놀기만 하고 배우는 적이 없었다.
여러 스승들은 꾸짖어 말하였다.
“의술이란 천하여서 진실로 지존(至尊)하신 태자께서 배울 것이 못 됩니다. 그러나 대왕의 명령은 어길 수 없습니다. 명을 받은 이래로 여러 날이 되었지만 태자께서는 처음부터 반 마디의 기술[方]도 받지 않으시니, 만약 왕께서 물으신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 019_0874_b_24L王卽命勅國中諸上手醫,盡術敎之,而祇域但行嬉戲,未曾受學。諸師責謂之曰:“醫術鄙陋,誠非太子至尊所宜當學,然大王之命不可違廢。受勅已來,積有日月,而太子初不受半言之方,若王問我,我何以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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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대답하였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의원의 증거가 손에 있었으므로 대왕께 아뢰어 영화로운 이름을 버리고 의술 배우기를 구했습니다. 어찌 게을러서 스승을 번거롭게 독촉하겠습니까? 그것은 여러 스승들의 의술[道]에는 배울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곧 본초(本草) 약방문과 침맥의 모든 경락을 들어 스승에게 물었으나 스승은 막혀 대답하지 못하고 모두 기역에게 절하고 길게 꿇어앉아 손을 맞잡고[叉手] 말하였다.
“오늘 태자의 신성(神聖)을 알았습니다. 실로 우리들이 미칠 바가 아닙니다. 조금 전에 물으신 여러 가지는 모두 우리들의 대대로 전해 온 의문으로 능히 알지 못한 것들입니다. 원컨대 태자께서 모두 설명하셔서 저희들의 평생의 맺힘을 풀어 주십시오.”
기역은 곧 그 뜻을 해설하였다. 모든 의원들은 기뻐하며 다시 일어나 절하고 그 법을 이어받았다. - 019_0874_c_06L祇域曰:“我生而有醫證在手,故白大王捐棄榮號求學醫術,豈復懈怠煩師督促?直以諸師之道無足學者故耳。”便取本草藥方鍼脈諸經,具難問師,師窮無以答,皆下爲祇域作禮,長跪叉手曰:“今日益知太子神聖,實非我等所及也。向所問諸事,皆是我師歷世疑義所不能通,願太子具悉說之,開解我曹生年之結。”祇域便爲解說其義,諸醫歡喜皆更起,頭面作禮,承受其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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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기역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왕께서 모든 의원에게 명하였으나 배울 만한 이가 전혀 없으니 누가 내게 의학을 가르칠까?’ 하였다. 때마침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에 성은 아제리(阿提梨)이며, 자는 빈가라(賓迦羅)라는 의원이 있는데, 의술이 매우 훌륭하다는 말을 들었다. ‘저 사람이라면 능히 나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고, 곧 그 나라로 가서 빈가라의 집에 가서 말하였다.
“대사(大師)시여, 저는 이제 당신을 스승으로 모시고 의술을 배우겠습니다.”
7년이 지나자,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껏 의술을 익히고 배웠다. 누가 나를 당할까?’
그리고는 곧 스승에게 가서 말하였다.
“저는 지금까지 의술을 익히고 배웠으니, 누가 나를 당하겠습니까?” - 019_0874_c_16L爾時,耆域卽自念言:“王勅諸醫,都無可學者,誰當敎我學醫道?時聞彼德叉尸羅國,有醫姓阿提梨,字賓迦羅,極善醫道,彼能敎我。”爾時,耆域童子卽往彼國,詣賓迦羅所白言:“大師!我今請仁者以爲師範。”從學醫術,經七年已,自念言:“我今習學醫術,何當有已?”卽往師所白言:“我今習學醫術,何當有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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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5_a_02L스승은 곧 한 상자의 그릇과 풀 캐는 연장을 주면서 말하였다.
“너는 덕차시라국에 1유순(由旬)을 다니면서 모든 풀을 찾아서 약이 아닌 것이 있거든 갖고 오너라.” - 019_0875_a_02L時師卽與一籠器及掘草之具:“汝可於德叉尸羅國面一由旬,求覓諸草,有非是藥者持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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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기역은 곧 스승의 명대로 덕차시라국을 1유순을 다니면서 약이 아닌 것을 찾았으나 끝내 약이 아닌 것을 찾지 못하였다. 보이는 초목 일체를 잘 분별해 보면 다 쓰이는 곳이 있고 약이 아닌 것이 없었다. 그는 빈손으로 돌아와서 스승에게 말하였다.
“스승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덕차시라국에서 약초 아닌 것을 찾아 1유순을 돌아다녔으나 약이 아닌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보이는 초목을 다 분별해 보니 다 쓰이는 데가 있었습니다.” - 019_0875_a_04L時耆域卽如師勅,於德叉尸羅國面一由旬,求覓非是藥者,周竟不得非是藥者,所見草木一切物善能分別,知有所用處無非藥者。彼卽空還,往師所白如是言:“師今當知,我於德叉尸羅國求非藥草者,面一由旬,周竟不見非藥者,所見草木盡能分別,所入用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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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기바에게 대답하였다.
“너는 이제 가도 좋다. 의술의 도가 이루어졌다. 나는 염부제에서 제일이었는데 내가 죽고 나면 네가 있겠구나.” - 019_0875_a_11L師答耆域言:“汝今可去,醫道已成。我於閻浮提中,最爲第一;我若死後,次復有汝。”
- 그리하여 기역은 곧 다니면서 병을 치료하였는데, 치료하면 곧 나아서 나라 안에 이름이 알려졌다. 그 후에 궁궐에 들어갔는데, 궐 문 앞에서 나뭇짐을 진 아이를 만났다. 기역이 바라보니 그 아이의 오장(五藏)이 다 보여서 낱낱이 분명하였다. 기역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본초경』에 말하기를, 약왕수(藥王樹)란 것이 있어서 밖에서 안을 비추어 사람의 장기를 본다고 하였는데, 이 아이의 나무 가운데 혹시 약왕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곧 아이에게 가서 나무를 얼마에 팔겠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10전이라고 하였다. 그는 돈을 치렀다. 아이가 나무를 땅에 내려놓으니 깜깜하여 뱃속이 보이지 않았다.
- 019_0875_a_14L於是,祇域便行治病,所治輒愈,國內知名。後欲入宮,於宮門前,逢一小兒擔樵,祇域望視,悉見此兒五藏、腸胃,縷悉分明。祇域心念:“本草經說有藥王樹,從外照內見人腹藏,此兒樵中得無有藥王耶!”卽往問兒:“賣樵幾錢?”兒白:“十錢。”便雇錢取樵,下樵置地,闇冥不見腹中。
- 019_0875_b_02L기역은 다시 생각하기를 ‘묶음 중에 어느 것이 약왕인지 알 수 없구나’ 하고 곧 두 묶음을 풀어서 낱낱이 들고 아이의 배 위에 대어 비쳐 보고, 보이는 것이 없으면 곧 다시 집었다. 이렇게 하여 두 묶음의 나무가 다하고 마지막으로 작은 나뭇가지 하나가 남았는데 길이는 한 자 남짓하였다. 시험 삼아 들어 비추니 뱃속이 환히 드러났다. 기역은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이 작은 가지가 바로 약왕(藥王)이란 것을 알고 나무를 아이에게 돌려주었다. 아이는 돈도 얻고 나무도 다시 찾아 기뻐하며 갔다.
- 019_0875_a_22L祇域更心思惟:“不知束中何所爲是藥王?”便解兩束,一一取之,以著小兒腹上,無所照見,輒復更取,如是盡兩束樵;最後有一小枝,栽長尺餘,試取以照,具見腹內。祇域大喜,知此小枝定是藥王,悉還兒樵。兒旣已得錢,樵又如故,歡喜而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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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기역은 생각하기를, ‘이제 누구를 먼저 치료할까? 이 나라는 작고 또 변두리에 있으니 차라리 본국에 돌아가서 의도(醫道)를 열자’ 하고, 곧 파가타성(婆迦陀城)으로 돌아왔다.
파가타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의 부인이 12년 동안 두통(頭痛)을 앓고 있었다. 모든 의원이 다스렸으나 차도가 없었다. 기역은 소문을 듣고 집으로 가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너의 장자께 의원이 문 밖에 있다고 말하여라.”
이때 문지기는 곧 들어가서 문 밖에 의원이 있다고 말하였다. - 019_0875_b_05L爾時,耆域自念:“我今先當治誰?此國旣小,又在邊方,我今寧可還本國始開醫道。”於卽還歸婆迦陁城。婆迦陁城中,有大長者,其婦十二年中常患頭痛,衆醫治之而不能差。時耆域聞之,卽往其家語守門人言:“白汝長者,有醫在門外。”時守門人卽入白:“門外有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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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부인은 물었다.
“의원의 얼굴이 어떻더냐?”
대답하였다.
“나이가 젊습니다.”
그 부인은 생각하기를, ‘나이 많은 여러 의원이 다스렸어도 낫지 못했는데, 나이 젊은 사람이겠는가’ 하고 곧 문지기에게 명하였다.
“이제 나는 의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여라.”
문지기는 나와서 말하였다.
“나는 당신을 위해 장자께 말하였으나 장자의 부인께서는 이제 의원이 필요치 않다고 합니다.”
기역은 다시 말하였다.
“너는 가서 장자 부인에게 말하기를, ‘다만 나의 치료만 받고 혹시 낫는다면 마음대로 내게 물건을 주시라’고 하여라.” - 019_0875_b_13L長者婦問言:“醫形貌何似?”答言:“是年少。”彼自念言:老宿諸醫治亦不差,況復年少?卽勅守門人語言:“我今不須醫。”守門人卽出語言:“我已爲汝白長者,長者婦言:‘今不須醫。’”耆域復言:“汝可白汝長者婦,但聽我治,若差者隨意與我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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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5_c_02L문지기는 다시 아뢰었다.
“의원이 말하기를, ‘다만 내 치료만 받고 낫는다면 마음대로 물건을 달라’고 합니다.”
장자 부인은 듣고 생각하기를 ‘만약 그렇다면 손해는 없겠다’고 하고, 곧 문지기에게 들어오라고 명하였다.
이때 기역은 들어가 장자 부인에게 나아가 물었다.
“어디가 아픕니까?”
“이렇게 이렇게 아픕니다.”
“병이 어찌하여 일어났습니까?”
“이렇게 이렇게 하여 일어났습니다.”
“병든 지가 오래되었습니까?”
“이러한 때에 들었습니다.”
그는 묻기를 마치고 말하였다.
“나는 당신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는 곧 좋은 약을 내서 타락죽으로 달여서 부인의 코에다 부었다. 병자의 입에서는 타락과 침이 한꺼번에 나왔다. - 019_0875_b_19L時守門人復白之:“醫作如是言:‘但聽我治,若差隨意與我物。’”長者婦聞已,自念言:“若如是無所損。”勅守門人喚入。時耆域入詣長者婦所,問言:“何所患苦?”答言:“患如是如是。”復問:“病從何起?”答言:“從如是如是起。”復問:“病來久近?”答言:“病如許時。”彼問已語言:“我能治汝。”彼卽取好藥,以酥煎之,灌長者婦鼻,病者口中酥唾俱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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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병자는 그릇에 대고 타락을 받아서 담고, 침을 따로 뱉었다.
기역은 이것을 보자 마음으로 근심했다.
‘이와 같은 깨끗지 못한 작은 타락도 도리어 아끼는데 하물며 내게 보답하겠는가.’
병자는 보더니 기역에게 말했다.
“당신은 걱정이 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무엇 때문에 걱정합니까?”
“내가 생각해 보니, 당신은 이 깨끗하지 못한 타락도 아까워하는데 더구나 내게 보답할지, 이 때문에 근심합니다.” - 019_0875_c_04L時病人卽器承之,酥便收取,唾別棄之。時耆域見已,心懷愁惱:“如是少酥不淨,猶尚慳惜,況能報我?”病者見已,問耆域言:“汝愁惱耶!”答言:“實爾。”問言:“何故愁惱?”答言:“我自念言:‘此少酥不淨,猶尚慳惜,況能報我?’以是故愁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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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쉽지 않은 것인데 버려서 무엇이 이롭겠습니까? 등불을 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았습니다. 당신은 병만 고칠 것이지, 어찌 그런 것을 걱정합니까?”
그가 치료하여 뒤에 병이 나았다. 장자 부인은 금 40만 냥을 주고, 노비와 수레와 말도 주었다. - 019_0875_c_10L長者婦答言:“爲家不易,棄之何益?可用燃燈,是故收取。汝但治病,何憂如是?”彼卽治之,後病得差。時長者婦,與四十萬兩金,幷奴婢車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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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기역은 왕사성(王舍城)으로 돌아와서 무외 왕자를 찾아가 문지기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기역이 밖에 있다고 왕께 아뢰어라.”
문지기는 곧 들어가 왕에게 알렸으며, 왕은 곧 문지기에게 명하여 들어오게 하였다.
기역은 들어가서 절하고 한쪽에 서서 앞의 일들을 모두 무외 왕자에게 말하였다.
“얻은 것을 모두 왕께 바치겠습니다.”
왕자가 말하였다.
“아니오, 그럴 필요가 없소. 공양을 받은 것이니, 당신 스스로 쓰시오.”
이것이 기역의 맨 처음 치료였다. - 019_0875_c_14L時耆域得此物已,還王舍城,詣無畏王子門,語守門人言:“汝往白王言:‘耆域在外。’守門人卽入白王,王勅守門人喚入。耆域入已,前頭面禮已,在一面住,以前因緣,具白無畏王子言:“以今所得物,盡用上王。”王子言:“且止不須,便爲供養已,汝自用之。”此是耆域最初治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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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6_a_02L그때 구담미국(拘啖彌國)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바퀴 위에서 놀다가 창자가 뱃속에서 꼬여 음식이 소화되지 못하고, 또한 나을 수도 없었으나 그 나라에서는 다스릴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마가다국에 병을 능히 치료할 큰 의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곧 사신을 보내어 왕에게 말하였다.
“구담미 장자 아들의 병을 기역은 능히 다스릴 것이니, 왕께서는 보내 주소서.” - 019_0875_c_21L爾時拘睒彌國,有長者子,輪上嬉戲,腸結腹內,食飮不消,亦不得出,彼國無能治者。彼聞摩竭國有大醫善能治病,卽遣使白王:“拘睒彌長者子病,耆域能治,願王遣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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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병사왕은 곧 기역을 불러서 물었다.
“구담미 장자 아들의 병을 네가 다스릴 수 있겠느냐?”
답하였다.
“예,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가서 다스려라.”
이때 기역은 수레를 타고 구담미로 향하였다. 기역이 막 도착하자 장자의 아들은 이미 죽어서 풍악 소리가 났다.
기역은 소리를 듣고 물었다.
“이것은 웬 풍악 소리이냐?”
옆에서 대답하였다.
“이는 곧 당신이 다스리려고 하는 장자의 아들이 이미 죽어서 울리는 풍악 소리입니다.”
기역은 온갖 음성을 잘 분별하였으므로 곧 말하여 되돌리라고 시켰다.
“이는 죽은 사람이 아니다.”
말을 마치자 곧 되돌렸다. - 019_0876_a_03L時甁沙王,喚耆域問言:“拘睒彌長者子病,汝能治不?”答言:“能!”“若能,汝可往治之。”時耆域乘車,詣拘睒彌。耆域始至,長者子已死,伎樂送出。耆域聞聲卽問言:“此是何等伎樂鼓聲?”傍人答言:“是汝所爲來,長者子已死,是彼伎樂音聲。”耆域善能分別一切音聲,卽言語:“使迴還,此非死人。”語已,卽便迴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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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기역은 곧 수레에서 예리한 칼로 배를 가르고 뭉친 창자를 헤쳐서 그의 부모와 친척들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것은 곧 바퀴 위에서 놀다가 이렇게 장이 뭉쳐 있어 음식이 소화되지 못한 것이지, 죽은 것이 아닙니다.”
곧 그는 장을 풀고 다시 본래대로 놓고는 살가죽을 꿰매어 살을 붙였으며 좋은 약을 발랐다. 상처는 곧 낫고 털도 도로 나서 상처 없는 데와 똑같았다. - 019_0876_a_11L時耆域卽下車,取利刀破腹,披腸結處,示其父母諸親語言:“此是輪上嬉戲,使腸結如是,食飮不消,非是死也。”卽爲解腹,還復本處,縫皮肉合,以好藥塗之,瘡卽愈,毛還生,與無瘡處不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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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장자의 아들은 곧 기역에게 금 40만 냥을 주었고, 부인 역시 금 40만 냥을 주었으며, 장자의 부모 또한 각기 금 40만 냥씩 주었다.
기역은 생각하기를 ‘스승에게 은혜를 보답해야겠다. 이제 160만 냥의 금을 가지고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에 있는 스승 빈가라(賓迦羅)에게 드려야겠다’ 하고는, 금을 가지고 스승에게 가서 스승의 발에 절하고 금을 바쳤다.
“오직 바라건대 스승께서는 불쌍히 여기시고 받아주십시오.”
스승이 말하였다.
“이는 곧 공양한 것이니 이것을 받을 필요가 없네.”
기역의 청이 지극히 간절하여 빈가라는 그때야 그 금을 받았다. 기역은 절하여 사례하고 떠나갔다. - 019_0876_a_16L時長者子,卽報耆域四十萬兩金,婦亦與四十萬兩金,長者父母亦爾,各與四十萬兩金。耆域念言:“夫爲師者須報其恩,今持一百六十萬兩金,與德叉尸羅國大師賓迦羅。”念已,持金詣師所,頭面禮師足,奉上此金:“唯願大師,哀愍納受。”師曰:“便爲供養已,我不須此寶。”耆域慇懃至到,賓迦羅乃受此金,耆域奉辭禮足而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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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6_b_02L한번은 나라 안에 열다섯 살 된 어떤 거사의 딸이 시집갈 날을 앞두고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죽었다. 기역은 그 소문을 듣고 그 집에 가서 그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 여자가 평소에 어떤 병이 있었기에 이렇게 요절[夭亡]하였습니까?”
아버지가 말하였다.
“딸이 두통이 좀 있었는데 나날이 더하더니 오늘 아침에 발작하여 여느 때보다 심하더니 죽었습니다.” - 019_0876_b_02L爾時,國中有迦羅越家女,年十五臨當嫁日,忽頭痛而死。祇域聞之往至其家,問女父曰:“此女常有何病,乃致夭亡?”父曰:“女小有頭痛,日月增甚,今朝發作,尤甚於常,以致絕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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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곧 약왕(藥王)을 내어 머릿속을 비추어 보았다. 거기엔 찌르는 벌레[剌蟲]가 있어서 서로 번식하여 수백 마리가 뇌를 갉아먹어 뇌가 다 없어졌기 때문에 죽은 것이었다. 그는 곧 금칼[金刀]로 머리를 쪼개 벌레들을 집어내어 병속에 넣고 신비한 세 가지 고약을 발랐다. 곧 한 가지는 벌레가 먹은 뼈의 틈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며, 하나는 뇌가 생기게 하는 것이며, 하나는 바깥의 칼자국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자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잘 안정시키고 놀라게 하지 마시오. 열흘이면 나아서 예전대로 회복할 것이니 그날 내가 다시 오겠소.” - 019_0876_b_07L祇域便進,以藥王照視頭中,見有刺虫,大小相生乃數百枚,鑽食其腦,腦盡故死,便以金刀披破其頭,悉出諸虫,封著罌中。以三種神膏塗瘡:一種者補虫所食骨閒之瘡;一種生腦;一種治外刀瘡。告女父曰:“好令安靜,愼莫使驚,十日當愈,平復如故,到其日我當復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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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이 뗘나간 뒤에 여자의 어머니는 다시 울부짖었다.
“내 자식이 두 번 죽는구나. 어찌 머리를 쪼겠는데 다시 살겠는가. 당신은 어찌 차마 남을 시켜 그렇게 하였소.”
남편은 만류하며 말하였다.
“기역은 나면서부터 침과 약을 가졌으며, 존귀하고 영화로운 자리를 버리고 의사가 되어 오직 일체의 생명만을 위하니, 그는 곧 하늘의 의원인데 어찌 헛되겠소. 당신에게 부탁하기를 ‘조심하여 놀라게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당신이 지금 도리어 울어서 놀라게 한다면 이 아이를 다시 살릴 수 없소.”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듣자, 그치고 다시 울지 않고 함께 잘 보호하여 이레를 조용히 하였다. - 019_0876_b_14L祇域適去,女母便更啼哭曰:“我子爲再死也,豈有披破頭腦當復活者?父何忍使人取子那爾?”父止之曰:“祇域生而把鍼藥,棄尊榮位,行作醫師,但爲一切命,此乃天之醫王。豈當妄耶!囑語汝言:‘愼莫使驚。’而汝今反啼哭,以驚動之,將令此兒不復得生。”母聞父言,止不復哭,共養護之,寂靜七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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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6_c_02L이레째 새벽에 여자는 갑자기 숨을 내쉬고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일어나 말하였다.
“이제 나는 머리가 조금도 아프지 않고 몸이 모두 편안합니다. 누가 나를 보호하여 이렇게 하였습니까?”
아버지는 말하였다.
“너는 전에 죽었는데, 의왕(醫王) 기역이 너의 머릿속의 벌레를 꺼내고 너를 살려 냈다.”
그리고는 단지 안의 벌레를 꺼내 보여 주었다. 딸은 그것을 보고는 놀라고 두려워하였으나 깊이 스스로 다행스러워하였다.
“기역의 신이함이 이와 같으니, 나는 그 은혜를 갚아야겠습니다.”
아버지가 말하였다.
“기역이 나와 악속하기를 오늘 온다고 하였다.” - 019_0876_b_22L七日晨明,女便吐氣而寤,如從臥覺曰:“我今者了不復頭痛,身體皆安,誰護我者?使得如是。”父曰:“汝前已死,醫王祇域故來護汝,破頭出虫以得更生。”便開罌出虫示之,女見太便驚怖,深自慶幸:“祇域神乃如是,我促得報其恩。”父曰:“祇域與我期言:‘今日當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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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때 기역이 왔다. 여자는 반가워서 문에 나아가 맞이하여 절하고 길게 꿇어앉아 손을 맞잡고 말하였다.
“원컨대 저는 당신의 종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공양하여 다시 살아난 은혜를 갚겠습니다.”
기역은 말했다.
“나는 의사라 돌아다니면서 병을 고치자니 거처가 일정하지 않은데 어찌 종이 필요하겠소. 그대가 꼭 은혜를 갚겠다면 내게 금 5백 냥을 주시오. 나는 이 금을 쓰지 않으나, 구하는 까닭은 사람이란 도를 배우면 으레 스승에게 사례해야 하는 것이오. 스승이 비록 내게 가르친 것이 없지만 나는 일찍이 그의 제자가 되었으니 나는 이제 그대의 금을 얻어서 스승에게 드려야겠소.”
여자는 곧 금 5백 냥을 받들어 기역에게 올렸다.
기역은 그것을 스승에게 드렸으며, 곧 잠깐 돌아가 어머니를 뵙겠다고 왕에게 아뢰고 유야리국(維耶梨國)으로 갔다. - 019_0876_c_06L於是須臾祇域便來,女歡喜出門迎,頭面作禮,長跪叉手曰:“願爲祇域作婢,終身供養,以報更生之恩。”祇域曰:“我爲醫師,周行治病,居無常處,何用婢爲?汝必欲報恩者,與我五百兩金,我亦不用此金,所以求者,凡人學道法,當謝師,師雖無以敎我,我嘗爲弟子,今得汝金,當以與之。”女便奉五百兩金,以上祇域。祇域受,以與師,因白王:“暫歸省母,到維耶梨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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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7_a_02L또 나라 안의 어떤 가라월가(迦羅越家)의 사내아이가 무술을 익히기를 좋아하여 높이가 일곱 자가 넘는 목마(木馬)를 만들어 놓고 날마다 말에 뛰어 오르는 것을 배워 가면서 탔다. 오래될수록 더욱 익숙하여졌는데, 갑자기 미끄러져 땅에 떨어져 죽었다.
기역은 그 소문을 듣고서 곧 가서 약왕으로 뱃속을 비추어 보았더니 간이 뒤로 뒤집혀 숨이 막혔기 때문에 죽은 것이었다. 그는 금칼을 내어 배를 가르고 손으로 만져서 간을 도로 앞으로 돌려놓고 세 가지 신비한 고약을 발랐는데, 한 가지는 손으로 움켜쥐었던 데를 치료하는 것이며, 하나는 숨을 통하게 하는 것이며, 하나는 칼자국을 아물게 하는 것이었다. 기역은 그의 아버지에게 부탁하였다.
“조심해서 놀라지 않도록 하시오. 사흘이면 나을 것입니다.” - 019_0876_c_16L爾時,國中復有迦羅越家男兒,好學武事,作一木馬,高七尺餘,日日學習,騗上初學。適得上馬,久久益習,忽過去失據,落地而死。祇域聞之,便往以藥王照視腹中,見其肝反戾向後,氣結不通故死。復以金刀破腹,手探料理,還肝向前畢,以三種神膏塗之,其一種補手所獲持之處;一種通利氣息;一種生合刀瘡。畢囑語父曰:“愼莫令驚,三日當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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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지시를 받들어 조용하게 보살펴 3일이 되자 아이는 숨을 토하고 깨어났는데, 마치 잠에서 깨어 일어나 앉은 것 같았다. 잠시 후에 기역이 왔다. 아이는 기뻐하며 문에 나가서 맞이하고 절한 뒤 길게 꿇어앉아 말하였다.
“당신의 종이 되어 평생 공양하여 다시 살아난 은혜를 갚겠습니다.”
기역은 말했다.
“나는 의사가 되어 돌아다니면서 병을 치료하였다. 병자의 집에서는 다투어서 내게 종노릇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내 어머니가 나를 기르느라고 힘드셨는데도 나는 아직 그 공양의 은혜를 어머니께 갚지 못하였다. 그대가 만약 나에게 은혜를 갚겠거든 내게 금 5백 냥을 주어서 어머니의 은혜를 갚도록 하라.”
그리하여 기역은 금을 가져다 내녀(㮈女)에게 바치고는 도로 라열기국(羅閱祇國)으로 돌아왔는데, 그가 이 네 사람을 치료하고 이름이 천하에 퍼져 모르는 이가 없었다. - 019_0877_a_04L父承敎勅,寂靜養視。至於三日兒便吐氣而寤,狀如臥覺卽便起坐,須臾祇域亦來。兒歡喜出門迎,頭面作禮,長跪白言:“願得爲祇域作奴,終身供養,以報再活之恩。”祇域曰:“我爲醫師,周行治病,病者之家爭爲我使,當用奴爲?我母養我勤苦,我未有供養之恩報母,卿若欲謝我恩者,可與我五百兩金,以報母恩。”於是取金以上柰女,還歸羅閱祇國。祇域治此四人,馳名天下,莫不聞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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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 큰 나라가 있는데 라열기국에서 8천 리 떨어져 있었다. 병사왕과 모든 작은 나라들이 모두 신하로 속해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이 병이 위독하여 해가 오래되어도 낫지 않아 늘 성을 내었다. 흘겨보아도 사람을 죽이고 쳐다보아도 죽였으며, 머리를 숙이고 쳐다보지 않아도 죽였다. 심부름을 시키면 더디 가도 죽였으며 뛰어가도 죽였으므로 좌우의 시자들은 손발을 어떻게 둘지를 몰라 했으며, 의사가 약을 지으면 곧 독이 있을까 의심하여 죽였다. 그리하여 앞뒤에 죽은 가까운 신하와 궁녀 및 의사들이 헤아릴 수 없었다.
병은 날로 더욱 심하였으므로 답답하고 숨이 차기가 마치 불에 타는 것 같았다. 그는 기역의 소문을 듣고 곧 글을 내려 병사왕에게 명하여 기역을 불렀다. - 019_0877_a_14L又南有大國,去羅閱祇八千里,缾沙王及諸小國皆臣屬之。其王病疾積年不差,恒苦瞋恚,睚眥殺人,人擧目視之亦殺,低頭不仰亦殺,使人行遲亦殺,疾走亦殺。左右侍者,不知當何厝手足;醫師合藥,輒疑恐有毒亦殺之。前後所殺,旁臣宮女,及醫師之輩,不可勝數。病日增甚,毒熱攻心,煩懣短氣,如火燒身。聞有祇域,卽爲下書,勅缾沙王徵召祇域。
- 019_0877_b_02L기역은 이 왕이 의사를 많이 죽였다는 소문을 듣고는 매우 무서워하였으며, 병사왕 또한 젊은 나이에 죽을 것을 불쌍히 여겨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침범을 당할까 두려워 부자가 서로 지켜 밤낮으로 걱정하였으나, 뚜렷한 계책이 없었다.
- 019_0877_a_24L祇域聞此王多殺醫師,大以恐怖,缾沙又怜其年小恐爲所殺,適欲不遣,畏見誅伐,父子相守,晝夜愁憂,不知何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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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병사왕은 곧 기역을 데리고 부처님 처소에 가서 두 발에 절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왕이 성질이 포악하니 의사를 죽일지도 모릅니다. 가도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기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전생에서 나와 함께 맹세하기를, 천하를 구원하되 나는 안의 병을 다스리고 너는 바깥의 병을 다스리기로 하였다. 이제 나는 부처가 되었으며 본래의 서원대로 내 앞에 모였다. 왕은 병이 위독해서 너를 멀리서 청하는데 어찌하여 가지 않느냐. 급히 가서 구호(救護)하라. 방편을 써서 병이 꼭 나을 것이며, 왕은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 019_0877_b_03L爾時,缾沙王乃將祇域俱往佛所,頭面禮足,而白佛言:“世尊!彼王惡性恐殺醫師,爲可往不?”佛告祇域:“汝宿命時與我約誓,俱當救護天下,我治內病,汝治外病。今我得佛,故如本願會生我前。此王病篤,遠來迎汝,如何不往?急往救護之,趍作方便,令病必愈,王不殺汝。”
- 기역은 곧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받들고 왕에게 갔다. 맥(脈)을 살피고 약왕으로 비추어 보니, 왕은 오장과 모든 맥 속에 혈기가 어지러워[擾擾] 온통 뱀과 구렁이의 독이 온몸에 두루 하였다.
- 019_0877_b_11L祇域便承佛威神,往到王所,診省脈理,及以藥王照之,見王五藏及百脈之中血氣擾擾,悉是蛇蟒之毒周帀身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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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왕에게 말하였다.
“왕의 병은 다스릴 수 있으며, 다스린다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들어가서 태후(太后)께 상의하고 약을 써야만 되고, 만약 태후를 보지 못한다면 끝내 약을 짓지 못하겠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까닭을 알지 못하여 마음에 매우 성이 났지만 몸의 병을 생각하였다. 또한 기역의 이름을 들어왔기 때문에 멀리서 맞아왔으니 꼭 이익이 되기를 바랐으며, 또한 그는 아직 어린아이니 다른 흉계[奸]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참고 허락하여 청의황문(靑衣黃門)을 보냈다. 기역은 곧 태후를 만나 태후에게 말하였다.
“왕의 병은 다스릴 수 있으며 이제 약을 지어야겠으나 그 방법을 비밀히 하고 드러내서는 안 되니 좌우를 물리쳐 주십시오.”
태후는 곧 청의황문을 내보냈다. - 019_0877_b_14L祇域白王:“王病可治,治之保愈,然宜入見太后諮議合藥,若不見太后,藥終不成。”王聞此語,不解其故,意甚欲怒,然患身病,宿聞祇域之名,故遠迎之,冀必有益,且是小兒,知無他奸,忍而聽之。卽遣靑衣黃門,將入見太后。祇域白太后:“王病可治,今當合藥,宜密啓其方,不可宣露,宜屛左右。”太后卽逐靑衣黃門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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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7_c_02L기역은 말을 이었다.
“왕의 병을 살피니 몸의 혈기가 온통 뱀과 구렁이의 독이며 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왕은 정녕 누구의 아들입니까? 태후께서 사실대로 저에게 말씀하시면 능히 다스릴 수 있지만 말씀해 주시지 않는다면 왕의 병은 낫지 않습니다.” - 019_0877_b_22L祇域因白太后:“省王病,見身中血氣悉是蛇蟒之毒,似非人類,王爲定是誰子?太后以實語我,我能治之;若不語我,王病則不可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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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는 말하였다.
“옛적에 내가 금주전(金柱殿)에서 낮잠을 자는데 갑자기 무엇이 와서 내 위를 누르는데 나는 황홀하여 꿈도 같고 생시도 같으며 흡사 가위눌린 것 같았다. 드디어 정을 통하고는 깨어서 보니 세 길이나 되는 큰 뱀이 내 위에서 나갔으며 그 뒤로 몸이 무거웠으니 왕은 뱀의 자식이 틀림없다. 나는 이를 수치로 여겨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는데, 동자는 이내 알아차리니 어찌 그리 신묘한가. 병을 다스린다면 왕명으로 동자를 위촉할 것이니, 치료에는 무슨 약을 쓰는가?” - 019_0877_c_03L太后曰:“我昔於金柱殿中晝臥,忽有物來厭我上者,我時恍惚,若夢若覺,狀如魘夢,遂與通情。忽然而寤,見有大蟒,長三丈餘,從我上去,則覺有軀。王實是蟒子也,我羞恥此,未曾出口。童子今乃覺之,何若神妙!若病可治,願以王命委囑童子,今者治之,當用何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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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이 말하였다.
“오직 제호(醍醐)뿐입니다.”
태후가 말하였다.
“동자는 제호 이야기는 하지 마시오. 왕은 제호 냄새를 아주 싫어하여 제호의 이름조차 싫어합니다. 지금까지 제호 이야기를 하다가 죽은 사람이 수천백 명인데 이제 그대가 그것을 말한다면 반드시 죽일 것이며, 그것을 왕에게 먹이면 끝내 넘어가지 않을 터이니 다른 약을 쓰기 바라오.” - 019_0877_c_10L祇域曰:“唯有醍醐耳。”太后曰:“咄!童子愼莫道醍醐,而王大惡聞醍醐之氣,又惡聞醍醐之名,前後坐口道醍醐而死者,數千百人。汝今道此,必當殺汝。以此飮王,終不得下,願更用他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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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말하였다.
“제호는 독을 다스립니다. 독이 든 병자가 제호 맡기를 꺼리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왕의 병이 만약 그 독이 아니고 다른 독이라면 다른 약으로 나을 수 있지만, 뱀독이 이미 위중하고 또 벌써 온몸에 번졌으니 제호가 아니고는 끝내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끓여서 물이 되게 하면 냄새도 맛도 없어서 왕은 알아채지 못하고 스스로 마실 것이며, 약이 넘어가면 반드시 나을 것이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기역은 나와서 왕에게 말하였다.
“아까 들어가서 태후를 뵙고 약방문을 의논하여 보름 동안이면 되기로 합의하였으나, 저는 다섯 가지 원이 있습니다. 왕께서 들어주시면 병은 나을 수 있으나 만약 들어주지 않는다면 병은 나을 수 없습니다.” - 019_0877_c_15L祇域曰:“醍醐治毒,毒病惡聞醍醐是也。王病若微及是他毒,爲有餘藥可以愈之。蟒毒旣重,又已遍身體,自非醍醐終不能消。今當煎煉化令成水,無氣無味,王意不覺,自當飮之。藥下必愈,無可憂也。”便出,見王曰:“向入見太后,已啓藥方,今當合之,十五日當成。今我有五願,王若聽我,病可卽愈,若不聽我,病不可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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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8_a_02L왕이 물었다.
“다섯 가지 원이란 모두 어떤 것들이냐?”
기역이 말하였다.
“첫째는 왕의 옷장에서 아직 입어보지 않은 새 옷을 저에게 주시는 것이며, 둘째는 저 혼자 드나들어도 문에서 묻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날마다 혼자 들어가 태후와 왕후를 뵈어도 아무도 금지시키지 못하는 것이며, 넷째는 왕께서 약을 마실 때에 단숨에 다 마시고 중간에 쉬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왕의 8천 리(里) 흰 코끼리를 제가 타게 해주시는 것입니다.” - 019_0877_c_23L王問:“五願盡何等事?”祇域曰:“一者、願得王甲藏中新衣未歷軀者與我;二者、願得令我獨自出入門無呵者;三者、願得日日獨入見太后及王后,莫得禁呵我;四者、願王飮藥,當一仰令盡,莫得中息;五者、願得王八千里白象,與我乘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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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듣고 크게 성내었다.
“아이가 어찌 감히 이런 다섯 가지 원을 요구하느냐? 속히 모두 설명하여라. 만일 설명하지 않으면 몽둥이로 때려죽일 것이다. 너는 어찌 감히 나에게 새 옷을 요구하였느냐? 나를 죽이고 내 옷을 입고 내 몸을 사칭하기 위함이냐?”
기역은 대답하였다.
“약을 짓자면 으레 정결히 재계(齋戒)해야 합니다. 저는 온 지가 오래되어 입은 옷이 더럽기 때문에 왕의 옷을 얻어 입고 약을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 019_0878_a_07L王聞大怒曰:“兒子何敢求是五願?促具解之,若不能解,今捧殺汝。汝何敢求我新衣?爲欲殺我,便著我衣,詐作我身耶?”祇域曰:“合藥宜當精潔齊戒,而我來日久,衣被皆塵垢故,欲得王衣以之合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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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이해되었다.
“그렇다면 매우 좋다. 무엇 때문에 홀로 궁문을 출입하여도 검문하지 않기를 원하였느냐? 군사들을 데리고서 나를 치기 위해서였느냐?”
기역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앞뒤에 신하와 모든 의사들을 다 꺼리고 의심하여 믿고 맡긴 적이 없으며 게다가 베어 죽이고 그 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모든 신하들의 말이 왕께서 나도 죽일 것이며 병은 더욱 심할 것이라고 하니, 혹시 바깥 사람들이 난을 일으킬 마음을 먹을까 두렵습니다. 만약 저 혼자 드나들어도 검문을 당하지 않게 하시면 바깥 사람들 모두가 다 알기를 왕께서 저를 믿으므로 반드시 제 약을 먹고 병이 꼭 나을 것이라고 할 터이니, 그렇게 되면 감히 반역할 마음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 019_0878_a_12L王意解曰:“如此,大佳!汝何故欲得自出入宮門令無禁呵?欲因此將兵來攻殺我耶?”祇域曰:“王前後使諸師醫,皆嫌疑之,無所委信,又誅殺之,不服其藥,群臣皆言王當復殺我。而王病已甚,恐外人生心作亂。若令我自出入不見禁呵,外人大小皆知王信我,必服我藥病必當愈,則不敢生逆亂之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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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8_b_02L왕이 말하였다.
“매우 좋다. 너는 어찌해서 날마다 혼자 들어가 내 어머니와 부인을 보겠다는 것이냐? 음란한 짓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냐?”
기역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전후에 사람을 많이 죽였으므로 대소 신하들은 모두 두려워하고, 왕이 편안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와 함께 약을 짓다간 내가 눈을 돌리는 사이에 독약을 넣어도 알 수 없으니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믿어도 좋을 사람을 생각하니 은혜와 정이 둘이 없기는 오직 어머니와 부인이므로 감히 들어가서 태후와 왕후를 보고 함께 약을 짓고 달이면 보름이면 되겠습니다. 이 때문에 날마다 들어가서 형편과 불을 살피기 위한 것입니다.” - 019_0878_a_20L王曰:“大佳!汝何故日日獨入,見我母及我婦?欲作婬亂耶?”祇域曰:“王前後殺人甚多,臣下大小各懷恐怖,皆不願王之安隱,無可信者今共合藥,因我顧睨之閒,便投毒藥,我所不覺,則非小事。故思惟可信者,恩情無二,唯有母與婦,故敢入見太后王后,與共合藥,當煎十五日乃成故,欲日日入伺候火齊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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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말하였다.
“매우 좋다. 너는 무엇 때문에 내가 약을 단숨에 다 마시고 중간에 쉬지 않도록 요구하였느냐? 독을 넣고 혹시 내가 알아차릴까 두려워서가 아니냐?”
기역이 말하였다.
“약에는 첩수[劑數]가 있으며 약기운과 맛이 서로 미쳐야 하는데, 만약 중간에서 쉰다면 기운이 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 019_0878_b_05L王曰:“大佳!汝何故使我飮藥,一仰令盡,不得中息?爲欲內毒恐我覺耶?”祇域曰:“藥有劑數,氣味宜當相及,若其中息,則氣不相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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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말하였다.
“매우 좋다. 너는 무엇 때문에 내 코끼리를 얻어 타려고 하였느냐? 이 코끼리는 내 나라의 보물로서 하루에 8천 리를 간다. 내가 위엄으로 모든 나라를 항복시키는 까닭은 바로 이 코끼리 덕인데 네가 타려고 하니, 아마도 훔쳐서 집에 돌아가 너의 아버지와 함께 내 나라를 치기 위함이 아니냐?”
기역이 말하였다.
“남계산(南界山)에 신묘한 약초가 있는데 여기서 거리가 4천 리입니다. 왕께서 약을 마신 후에는 곧 이 풀을 다시 잡수셔야 하기 때문에 그 코끼리를 타고 가서 캐기 위해서입니다.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야 약맛이 서로 미치게 됩니다.” - 019_0878_b_09L王曰:“大佳!汝何故欲得我象乘之?此象是我國寶,一日行八千里,我所以威伏諸國,正怙此象。汝欲乘之,爲欲盜以歸家,與汝父攻我國耶?”祇域曰:“乃南界山中有神妙藥草,去此四千里,王飮藥宜當卽得此草,重復服之,故欲乘此象詣往採之,朝去暮還,令藥味相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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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마음이 확 풀려서 모두 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기역은 제호를 보름동안 달여서 맹물처럼 된 것을 닷 되를 얻었다. 곧 태후와 왕후가 함께 약을 받들고 나가서 왕에게 마시기를 말하고 횐 코끼리를 미리 뜰 앞에 두기를 청하니, 왕은 곧 허락하였다. 왕은 약을 보니 꼭 맹물 같으며 아예 냄새도 맛도 없었으므로 그것이 제호인 줄 몰랐으며, 게다가 태후와 왕후가 직접 왔으므로 그것이 독약이 아님을 믿고 본래의 요구대로 단숨에 다 마셨다.
기역은 곧 코끼리를 타고 라열기국으로 떠났다. - 019_0878_b_16L王意大解,皆悉聽之。於是,祇域煎煉醍醐,十五日成,化如淸水,凡得五升,便與太后王后俱捧藥出,白王:“可服,願被白象預置殿前。”王卽聽之。王見藥但如淸水,初無氣味,不知是醍醐,又太后、王后身自臨合信其非毒,便如本要一飮而盡。祇域便乘象,徑去還羅閱祇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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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8_c_02L그때 기역은 3천 리를 갔는데, 나이가 어리고 힘이 아직 약했으므로 빠르게 달리기를 견디지 못하여 머리가 어지럽고 피로가 심하였다. 그는 곧 멈추고 누워서 한나절이 지나도록 쉬었다.
한편 왕은 트림을 하자 제호 냄새가 났으므로 다시 크게 노하였다.
“아이가 감히 내게 제호를 먹였구나. 괴이한 놈이 횐 코끼리를 요구한 것은 바로 배반하여 달아나기 위해서였구나.” - 019_0878_b_23L爾時,祇域適行三千里。祇域年小力膂尚微,不堪疾迅,頭眩疲極,便止息臥。到日過中,王噫氣出聞醍醐臭,便更大怒曰:“小兒敢以醍醐中我,怪兒所以求我白象,正欲叛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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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에게는 오(烏)라는 용맹한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걸어서 코끼리를 따라가는 신통한 발을 가졌다. 왕은 곧 오를 불러 말하였다.
“너는 빨리 쫓아가서 아이를 붙들어 산 채로 내게 가져오라. 눈앞에서 때려죽이겠다. 그리고 너는 천성이 깨끗하지 못하여 먹기를 탐내므로 이름을 오(烏)라고 하였다. 의사 놈은 독약을 쓰기를 즐기니, 아이가 만약 너에게 먹을 것을 주더라도 조심하고 먹지 말라.” - 019_0878_c_05L王有勇士之臣名曰烏,神足步行能及此象,卽呼烏曰:“汝急往逐取兒來,生將以還,我欲目前捶殺之。汝性常不廉,貪於食,故名爲烏,此醫師輩多喜行毒,若兒爲汝設食,愼莫食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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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명령을 받고 곧 떠났는데, 산중에 이르러서 기역에게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제호를 왕에게 먹이고 약이라고 하였느냐? 그 때문에 왕은 나를 보내서 너를 잡게 하였으니 너는 빨리 나를 따라 돌아가자. 자수하고 용서를 빌면 아마 살 가망이 있을 것이고, 달아나려고 하면 지금 너를 죽여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겠다.”
기역은 생각하기를, ‘내가 방편을 써서 이 횐 코끼리를 얻었으나 벗어나지 못하였구나. 이제 다시 방편을 써야지 어찌 따라가겠는가?’ 하고는 곧 오에게 말했다.
“나는 아침에 밥도 못 먹고 왔습니다. 돌아가면 반드시 죽을 터이니 잠깐만 짬을 주어 이 산간에서 과일을 먹고 물을 마셔 배불린 뒤에 죽도록 하지 않겠습니까?” - 019_0878_c_10L烏受勅便行,及之於山中,曰:“汝何故以醍醐中王,而云是藥?王故令我追呼汝還,汝急隨我還,陳謝自首庶可望活,若故欲走,今必殺汝終不得脫。”祇域自念:“我雖作方便求此白象,復不得脫,今當復作方便,何可隨去?”乃謂烏言:“我朝來未食,還必當死,寧可假我須臾,得於山閒啖果飮水,飽而就死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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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9_a_02L오는 어린애가 죽음이 무서워 벌벌 떨며 말도 겨우 하는 것을 보고 가여워서 허락하였다.
“빨리 먹고 가야 하며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
기역은 곧 배 하나를 따서 반은 먹고 손톱에 넣었던 독약을 나머지 반에 넣고 땅에 놓았으며, 또 한 잔의 물을 떠서 먼저 반은 마시고 손톱 밑의 독약을 나머지 반에 넣어서 땅에다 놓고서 탄식하였다.
“물이나 배가 다 천상의 약이어서 이렇게 맑고 향기롭고 또 맛있구나. 이것을 먹는 이는 몸이 편안하고 백 가지 병이 다 나으며, 기력이 배가 되는데, 이것이 도성에 있었다면 백성들이 다 같이 먹을 터인데, 깊은 산속에 있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한스럽구나.”
그리고는 다시 산으로 들어가 다른 과일을 찾았다. - 019_0878_c_18L烏見祇域小兒,畏死懼怖言辭辛苦,怜而聽之曰:“促食當去,不得久留。”祇域乃取一梨,喫食其半,以毒藥著爪甲中,以分餘半,便置於地;又取一杯水,先飮其半,又行爪下毒於餘水中,復置於地。乃歎曰:“水及梨皆是天藥,旣淸香且美,其飮食此者,令人身安,百病皆愈,氣力兼倍,恨其不在國都之下,百姓當共得之,而在深山之中,人不知也,便進入山索求他果。”
- 오(烏)는 성질이 간탐하여 먹는 데는 못 참는 데다가, 기역이 이미 먹고 마시는 것을 보았으므로 틀림없이 독은 없겠지 하고 곧 남은 배를 먹고 남은 물을 마시고는 곧 설사를 하였는데, 설사가 물이 쏟아지듯 하였다. 그는 넘어져 땅에 쓰러졌다가 일어나면 곧 어지러워 쓰러져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였다.
- 019_0879_a_05L烏性旣貪,不能忍於飮食,又聞祇域歎爲神藥,亦見祇域已飮食之,謂必無毒,便取餘梨食之,盡飮餘水,便下痢,痢如注水,躄地而臥,起輒眩倒,不能復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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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말하였다.
“왕이 내 약을 먹었으니 병은 반드시 낫는다. 하지만 약 힘이 아직 작용하지 않았으므로 독이 다 없어지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가면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다. 당신은 알지도 못하고 나를 업고 가려고 하겠기에 당신을 병들게 하였다. 그 병은 고통이 없을 것이니 조심하여 움직이지 말라. 사흘이면 나을 것이다. 만약 일어나서 나를 쫓으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 019_0879_a_09L祇域曰:“王服我藥,病必當愈,然今藥力未行,餘毒未盡,我今往者,必當殺我。汝無所知,起欲得我以解身負,故使汝病,病自無苦,愼莫動搖,三日當差;若起逐我,必死不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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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곧 코끼리에 올라 떠나갔는데 마을을 지나다가 장오(長伍)에게 말했다.
“국왕의 사신이 갑자기 앓고 있으니 당신들은 빨리 가서 가마에 태워 돌아오시오. 잘 간호하고 평상과 자리를 좋게 하고 미음을 주어 죽지 않게 하시오. 죽는다면 왕이 당신의 나라를 멸하게 할 것입니다.”
기역은 말을 마치고 떠나가서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장오는 명령대로 맞이해 와서 잘 간호하였다.
오는 사흘 만에 독이 다 풀려서 곧 왕에게 돌아가서 머리를 치면서 고하였다.
“제가 실로 못나고 어리석어 왕의 명령을 저버렸습니다. 기역의 말을 믿고 남겨둔 물과 과일을 먹고 중독되어 사흘을 설사하고 오늘 아침에야 나았습니다. 죽어 마땅한 줄로 압니다.” - 019_0879_a_14L便上象而去。祇域則過墟聚,語長伍曰:“此是國王使,今忽得病,汝等急往,舁取歸家,好養護之,厚其牀席,給與糜粥,愼莫令死,死者王滅汝國。”語畢便去,遂歸本國。長伍承勅,迎取養護,三日毒歇下絕,烏便歸見王,叩頭自陳曰:“我實愚癡,違負王敎,信祇域言,飮食其餘水果,爲其所中,下痢三日,始今旦差,自知當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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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9_b_02L오가 돌아오기까지 사흘 동안에 왕의 병은 이미 나았다. 왕은 그를 보낸 것을 후회하였는데 오가 돌아온 것을 보자 후회되고도 반가워서 말하였다.
“나는 네가 그 아이를 즉시 데리고 오지 않은 덕을 입었다. 내가 성낸 당시였다면 틀림없이 때려죽였을 것이다. 그의 은혜를 입어 목숨이 살아났는데 도리어 죽였다면 허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곧 전후에 죽인 일들을 뉘우치고 다 후하게 장사지내 주었으며, 또한 그들 가문에 돈과 재물을 주었다. 그는 기역을 생각하고 그 은혜를 갚으려고 곧 기역을 맞아올 사신을 보냈다. 기역은 왕의 병이 이미 나은 것은 알았지만 아직도 무서움이 남아서 가려고 하지 않았다. - 019_0879_a_23L比烏還三日之中,王病已差,王自追念:“悔遣烏往行。”見烏來還,且悲且喜曰:“賴汝不卽將兒來,當我恚時必當捶殺,我得其恩,命得生活,而反殺之,逆戾不細。”卽悔前後所抂殺者,悉更厚葬,復其家門賜與錢財。思見祇域,欲報其恩,卽遣使者,奉迎祇域。祇域雖知王病已差,猶懷餘怖不復欲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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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기역은 다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왕이 사신을 보내서 부르는데 가는 것이 옳습니까?”
부처님께서 기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본래 전생에서 큰 서원이 있었으니, 공덕을 이루어야 하는데, 어찌 중지할 수 있겠느냐. 다시 가야만 된다. 너는 이미 그의 바깥 병을 다스렸으니 나도 이제 속병[內病]을 다스려야겠다.” - 019_0879_b_08L爾時,祇域復詣佛所,接足頂禮,白佛言:“世尊!彼王遣使來喚,爲可往不?”佛告祇域:“汝本宿命已有弘誓,當成功德何得中止?今應更往,汝已治其外病,我亦當治其內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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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곧 사신을 따라서 갔다. 왕은 기역을 보자 매우 반가워하면서 이끌어 같은 자리[同坐]에 앉혀서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그대의 은혜를 입어 지금 다시 살았으니, 무엇으로 갚아야 할까. 국토를 나누어 반을 주고 궁중과 채녀(婇女)와 창고의 보물도 절반을 나누어 줄 것이니, 그대는 받아주기 바라오.” - 019_0879_b_12L祇域便隨使者去,王見祇域甚大歡喜,引與同坐,把持其臂曰:“賴蒙仁者之恩,今得更生,當何以報?當分國土,以半相與,宮中婇女,庫藏寶物悉當分半,幸願仁者受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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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은 말하였다.
“저는 본래 태자로서 비록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백성과 진보(珍寶)를 갖추었습니다. 저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일부러 의원이 되기를 구하였으니 병을 다스림이 당연한데, 토지와 채녀와 보물은 모두 쓸 데 없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전에 나의 다섯 가지 바람을 들어주고 바깥 병을 고쳤습니다. 이제 만약 한 가지 바람을 허락하신다면 안의 병을 또한 치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 019_0879_b_17L祇域曰:“我本爲太子,雖實小國亦有民人珍寶具足,不樂治國故求爲醫,當行治病,當用土地婇女寶物爲?皆所不用。王前聽我五願,外病已愈,今若聽一願,內病可復除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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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말하였다.
“그대의 가르침을 받겠으니 한 가지 원이란 것을 들려주시오.”
기역이 말하였다.
“원하건대 왕은 부처님을 청하여 밝은 법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왕을 위해 부처님의 공덕이 높고 높아 우뚝하시다는 것을 말하였다. 왕은 듣고 매우 기뻐하며 말하였다.
“이제 신하 오(烏)를 보내 흰 코끼리로 부처님을 맞으면 되겠는가?” - 019_0879_b_21L王曰:“唯聽仁敎,請復聞一願之事。”祇域曰:“願王請佛從受明法。”因爲王說佛功德巍巍特尊。王聞大喜曰:“今欲遣烏臣以白象迎佛,可得致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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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79_c_02L기역이 말하였다.
“횐 코끼리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를 아시므로 멀리서 도 남이 생각하는 것을 아십니다. 다만 재계(齋戒)하여 깨끗이 하고 공양을 차리고 향을 사르고 멀리 부처님께 향하여 절하고 길게 꿇어앉아 말씀드리고 청하면 부처님께서 반드시 오실 것입니다.”
왕은 그의 말대로 하였다.
이튿날 부처님께서 1,250명의 비구들과 함께 오셔서 공양을 마치시고 왕을 위해 경을 설하셨다. 왕은 뜻이 열리고 풀려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無上正眞道心]을 발하였으며,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5계(戒)를 받고 공경한 뒤 절하고 갔다. - 019_0879_c_02L祇域曰:“不用白象,佛解一切,遙知人心所念。但宿齋戒淸淨,供具燒香,遙向佛作禮,長跪白請,佛必自來。”王如其言。佛明日與千二百五十比丘俱來,飯食已畢,爲王說經。王意開解,便發無上正眞道心,擧國大小,皆受五戒,恭敬作禮而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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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녀(㮈女)는 태어남이 이미 기이하였는데, 자라남도 또한 총명하였다. 아버지에게 학문을 배웠는데 경(經)과 도와 천문과 모든 술법을 널리 아는 것이 아버지보다 뛰어났으며, 더구나 성악(聲樂)을 통달하여 음성이 범천(梵天) 같았으므로 모든 거사[迦羅越]와 범지(梵志)의 딸들이 도합 5백 사람이 다들 와서 배우고 스승으로 삼았다.
내녀는 항상 5백 제자들을 데리고 경과 술법을 가르쳤으며, 때로는 동산이나 못가에서 서로 놀기도 하고 음악도 지었으므로 사람들은 까닭도 알지 못하고 빈정대며 내녀를 음탕한 여자라고 불렀고, 5백 제자들을 음탕한 무리[婬黨]라고 불렀다. - 019_0879_c_10L又柰女生旣奇異,長又聰明,從父學問,博知經道,星曆諸術,殊勝於父,加達聲樂,音如梵天。諸迦羅越及梵志家女,合五百人皆往從,學以爲大師。柰女常從五百弟子,讚授經術,或相與遊戲園池,及作音樂。國人不解其故,便生譏謗,呼爲婬女,五百弟子皆號婬黨。
- 나라 안에는 수만녀(須漫女)와 파담녀(波曇女)가 있었는데, 같은 때에 태어났다. 수만녀는 수만화(須漫華)에서 태어났다. 그 나라에 어떤 거사[迦羅越]의 집이 있었는데, 항상 수만을 짜서 향기름을 만들었다. 돌 위에서 기름을 짜다가 갑자기 혹[瘤節]이 만들어졌다. 탄환만 하던 것이 날마다 자라서 주먹만 하게 되자 돌이 폭파되었는데, 돌 속에 덩어리가 있어서 반딧불 같은 빛을 쏘아 땅에 떨어지더니 사흘 만에 수만(須漫)이 생겼다. 또 사흘 만에 꽃이 피었는데 그 꽃 속에 계집아이가 있었다. 거사는 안고 와서 길렀으며 이름을 수만녀(須漫女)라고 하였는데 자라남에 예쁘고 재주 있고 지혜롭기가 내녀의 다음이었다.
- 019_0879_c_18L又柰女生時,國中復有須漫女及波曇女,亦同時俱生。須漫女者,生於須漫華中,國有迦羅越家,常笮須漫以爲香膏,笮膏石邊忽作瘤節,,大如彈丸,日日長大至如手拳,石便爆破,見石節之中有聚,聚如螢火,射出墮地,三日而生須漫,又三日成華。華舒中有小女兒,迦羅越取養之,名曰須漫女,長大姝好,及才明智慧,亞次柰女。
- 019_0880_a_02L이때 어떤 바라문의 집 못 속에 저절로 푸른 연꽃이 피었는데, 꽃이 유달리 컸으며 날마다 더욱 자라더니 닷 되들이 병만 하였다. 그 꽃 속에 보니 계집아이가 있으므로 바라문은 안고 와서 길렀으며 이름은 파담녀(波曇女)라고 하였다. 자라남에 또한 예쁘고 재주 있고 지혜롭기 수만녀와 같았다.
- 019_0880_a_03L爾時,又有梵志家浴池中自然生靑蓮華,華特加大,日日長益,如五升缾,華舒見中有女兒,梵志取養之,名波曇女,長大又好,才明智慧如須漫女。
- 모든 나라의 왕들은 이 두 여자가 절세미인이란 말을 듣고 번갈아 와서 구혼하였다. 두 여자는 말하기를 “우리의 태어남은 포태(胞胎)를 말미암지 않고 꽃 속에서 나왔으니 보통 사람과 다르다. 어찌 세속사람처럼 시집가겠느냐. 들으니 내녀가 총명하고 절세미인으로 짝할 이가 없다고 하며, 또한 태어남이 우리와 같다고 하니 부모를 하직하고 가서 내녀를 섬기자”라고 하고는 제자가 되었는데, 그들은 경에 밝고 지혜롭기가 5백 인보다 뛰어났다.
- 019_0880_a_07L諸國王聞此二女顏容絕世,交來求娉之。二女曰:“我生不由胞胎,乃出草華之中,是與凡人不同,何宜當隨世人乃復嫁耶?”聞柰女聰明容貌絕世,無與疋者,又生與我同體,皆辭父母,往事柰女,求作弟子,明經智慧,皆勝此五百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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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부처님께서 유야리국(維耶梨國)에 들어오셨다. 내녀는 곧 제자 5백 명을 데리고 나가 부처님을 맞아 절하고 길게 꿇어앉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내일 저의 동산에 오셔서 공양하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수락하셨으며, 내녀는 돌아가서 공양거리를 장만하였다.
부처님께서 성으로 들어오시자 국왕은 궁을 나와 부처님을 맞아 절한 뒤에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께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내일 궁중에 오셔서 공양하시길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까 내녀가 이미 먼저 청하였으니 왕은 뒤입니다.” - 019_0880_a_13L爾時,佛入維耶梨國,柰女便率將弟子五百人出迎佛,頭面作禮,長跪白言:“願佛明日到我園中飯食。”佛默然受之。柰女還歸,辦其供具。佛進入城,國王又出宮迎佛,禮畢長跪請佛:“願明日到宮飯食。”佛言:“柰女向已前請,王後之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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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말하였다.
“저는 국왕으로서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청하는 것이니 꼭 허락하시기를 바랍니다. 내녀는 곧 음녀로서 날마다 음란한 5백 제자를 데리고 법 아닌 일[不軌]을 짓고 행하는데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고 그의 청에 응하십니까?” - 019_0880_a_20L王曰:“我爲國王,至心請佛,必望依許。柰女但是婬女,日日將徒五百婬弟子,行作不軌,何爲捨我而應其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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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80_b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여자는 음녀가 아닙니다. 전생에 큰 공덕이 있어 이미 3억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또한 일찍이 수만녀와 파담녀와 더불어 자매가 되어 내녀는 맏이고, 수만녀는 둘째이고, 파담은 셋째였습니다. 그들은 귀족[大姓]의 집에 태어났으므로 재보가 풍부하였습니다. 이 자매들은 서로 도와 5백 비구니를 공양하여 날마다 음식을 차리고 의복을 만들어 필요한 대로 모자람이 없이 모두 공급하기를 목숨이 끝나도록 하였습니다. 세 사람은 늘 서원을 발하기를 ‘우리들은 후세에 부처님을 만나면 화생(化生)으로 나고 포태(胞胎)로 말미암지 않으며 더러운 때를 멀리 떠나길 바랍니다’라고 하였는데, 이제 본래의 서원대로 내가 있는 때에 태어났습니다. - 019_0880_a_23L佛言:“此女非婬女,其宿命有大功德,已供養三億佛。昔曾又與須漫、波曇女,俱爲姊妹,柰女最大,須漫次之,波曇最小,生於大姓家,財寶饒富,姊妹相率,供養五百比丘尼,日日施設飮食,及作衣服,隨所無乏,皆悉供之,盡其壽命。三人常發誓言:‘願我後世逢佛,得自然化生,不由胞胎,遠離穢垢。’今如本願,生値我時。
- 그러나 옛적에 비구니에게 공양할 때에 그들은 부호한 집 아이들이었으므로 말씨가 교만했으며, 때로는 비구니에게 희롱하여 웃으면서 말하기를 ‘여러 도인(道人)들이 답답한 날이 오래되면 반드시 시집가고 싶어서 우리들의 공양을 핍박하여 단속하겠지만 방자한 정의(情意)는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기 때문에 지금 그 나머지 재앙을 받느라고 날마다 경과 도를 찬탄하면서도 음탕하다는 비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 5백 제자는 그때에 힘을 합해서 서로 도와 공양했으며 한마음으로 즐거워한 까닭에 지금 여기에 모인 것입니다. 과보란 서로 따르는 것입니다.
- 019_0880_b_08L又昔雖供養比丘尼,然其作豪富家兒,言語嬌溢,時時或戲笑比丘尼曰:‘諸道人於邑日久,必當欲嫁。迫有我等供養撿押,不得放恣情意耳。’故今者受此餘殃,雖日讚經道,虛被婬謗。此五百弟子,時亦幷力相助供養同心歡喜,今故會生,果復相隨。
- 기역은 그때 가난한 집 자식이었는데 내녀가 공양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매우 사모하고 기뻐하면서도 돈이 없었던 까닭으로 항상 비구니를 위하여 청소하였으며, 깨끗이 청소하고는 서원을 발하기를 ‘나로 하여금 천하 사람의 신병(身病)과 더러움을 소제(掃除)하여 이렇게 기뻐하게 하소서’라고 하였습니다.
- 019_0880_b_15L祇域爾時爲貧家作子,見柰女供養,意甚慕樂,而無資財,乃常爲比丘尼掃除,掃除潔淨已,輒發誓言:‘令我能掃除天下人身病穢如是快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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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880_c_02L내녀는 그가 빈궁하면서도 부지런함을 어여삐 여겨 늘 그를 아들이라고 불렀으며, 그 비구니들이 병이 나면 늘 기역을 시켜 의원을 맞아오고 약을 달이면서 말하기를 ‘너도 후세에 나와 함께 이 복을 얻도록 하자’라고 하였으며, 기역은 의원을 맞아 다스린 데가 다 나으면 서원하기를 ‘나는 후세에 큰 의원이 되어 늘 일체 몸뚱이, 4대(大)의 병을 다스리게 하고 가는 곳마다 모두 낫게 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전생의 인연으로 지금 내녀의 아들이 되었으며 모두가 본래의 서원대로입니다.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길게 꿇어앉아 잘못을 뉘우치고 뒷날을 기약하였다. - 019_0880_b_18L柰女憐其貧窮,又加其勤力,常呼爲子。其比丘尼有疾病時,常使祇域迎醫及合湯藥,曰:‘令汝後世與我共獲是福。’祇域迎醫所治悉愈,乃誓曰:‘願我後世爲大醫王,常治一切身四大之病,所向皆愈。’皆宿日因緣,今故爲柰女作子,皆如本願。”王聞佛語,乃長跪悔過,卻期後日。
- 부처님께서는 이튿날 모든 비구들과 함께 내녀의 동산에 가셔서 그들을 위하여 본원(本願)의 공덕을 설하셨다. 세 여자는 경을 듣자 밝게 알았으며 5백 제자들도 동시에 기뻐하여 출가 수행하였는데, 부지런히 하고 게으르지 않아 모두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얻었다.
- 019_0880_c_03L佛明日便與諸比丘,到柰女園,具爲說本願功德。三女聞經開解,幷五百弟子,同時歡喜,出家修行,精懃不懈,皆得阿羅漢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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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받아 지니며 사부대중을 위해서 설하되 끊어짐이 없도록 하라. 일체 중생은 몸과 입과 뜻을 조심하며 교만과 방일을 내지 말라. 내녀는 지난 옛적에 비구니를 조롱하였던 까닭에 지금 음탕하다는 비방을 받았다. 너는 마땅히 몸과 입과 뜻의 업을 닦아 행하고 항상 착한 서원을 발할 것이며, 듣는 이는 따라서 기뻐하고 믿고 즐기고 받아 지니며 비방하지 말라. 지옥에 떨어지고 남은 과보는 축생이며 백천 겁을 지난 뒤의 과보는 사람이되, 빈궁하고 천하며 바른 법을 듣지 못하여 삿된 소견을 가진 집에 태어나며 언제나 나쁜 왕을 만나며 몸은 불구일 것이다. 너는 마땅히 수행하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미래세가 다하도록 항상 끊어지지 않게 하라.” - 019_0880_c_06L佛告阿難:“汝當受持,爲四衆說,莫令斷絕。一切衆生,愼身口意,勿生憍慢放逸。柰女往昔時,嘲戲比丘尼故,今被婬謗。汝當修行身口意業,恒發善願,聞者隨喜信樂受持。莫生誹謗,墮於地獄,餘報畜生,經百千劫,後報爲人貧窮下賤,不聞正法,邪見家生,恒値惡王,身不具足。汝當修行受持讀誦,盡未來際常使不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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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발에 절한 뒤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법의 요추[要]는 무슨 경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내녀기역인연경(㮈女祇域因緣經)』이며, 수행하는 법과 용(用)은 앞에서와 같다. 비구ㆍ비구니에게 공양하며 약을 주고 의원을 맞으며 따라 기뻐하고 서원을 발하여 이제 과보를 얻었다. 이와 같이 받아 지녀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대중인 인민(人民)과 천룡팔부들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019_0880_c_15L爾時,阿難從座而起,稽首禮足長跪合掌,白佛言:“世尊!此法之要當名何經?”佛語阿難:“此經名曰『柰女耆域因緣經』,修行法用如上,供養比丘、比丘尼,施藥迎醫,隨喜發誓,今獲果報,如是受持。”佛說經已,大衆、人民、天龍八部,聞佛所說,歡喜奉行。
佛說柰女祇域因緣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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