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佛說未曾有因緣經卷下

ABC_IT_K0383_T_002
012_0476_a_01L불설미증유인연경 하권
012_0476_a_01L佛說未曾有因緣經卷下


담경 한역
김성구 번역
012_0476_a_02L蕭齊沙門釋曇景譯



부처님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요즘 나의 법에 있는 모든 비구는 말과 행실이 같지 않고, 마음과 말이 서로 어긋나 이끗[利養]과 돈, 재물과 음식을 위하거나 명예를 위하여 권속을 모으거나, 왕법(王法)의 역사(役事)를 싫어하여 집을 떠나 도를 닦아, 세 가지 해탈문[三脫門]으로 향하거나 삼계의 괴로움[三有苦]을 제도하는 데는 도무지 마음이 없구나. 부정한 마음으로 신자(信者)의 보시를 탐내 뒷세상[後世]으로 갈수록 재앙을 받으면서 묵은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을 모르는구나. 이러한 까닭에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012_0476_a_03L佛復惟曰今我法中有諸比丘言行不心口相違或爲利養錢財飮食爲名譽要集眷屬或有厭惡王法役使出家爲道都無有心向三脫門度三有苦以不淨心貪受信施不知後世彌劫受殃償其宿債爲是等故豈得不說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생각하니 과거 무수한 겁에 큰 나라가 하나 있었으니, 배선사(裵扇闍)라 하였습니다. 한 여인이 살았는데, 제위(提違)라 이름하였지요. 바라문의 종족으로 남편이 죽자 과부로 지냈습니다. 집안은 아주 부자였는데, 도무지 아이들이 없고 부모도 없이 고독하고 궁색하게 살아 의지할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바라문의 법에 만일 일이 여의치 못하면 산 채로 자신의 몸을 태우는 법이 있었습니다. 바라문들이 때때로 제위의 처소에 와서 교화하였습니다.
012_0476_a_09L佛告王曰憶念過去無數劫時有一大國名裵扇闍有一女人名曰提違婆羅門種夫喪守寡其家大富都無兒息又無父母守孤抱窮無所恃怙婆羅門法若不如意便生自燒身婆羅門時時共往到提違所教化之
‘금생의 괴로운 몸은 모두가 네가 전생에 지은 죄업 때문이다. 무엇을 죄업이라 하는가. 모든 바라문을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지 않은 것이고, 또 부모와 남편에게 효순치 않은 것이거나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르지 않은 것이니, 그러한 죄업 때문에 네 몸에 그러한 외로움과 액난이 있는 것이니라. 네가 이제 만일 복을 닦고 죄를 없애지 않으면 뒷세상에는 더욱 심해져서 지옥에 떨어지리니, 그때를 당하여 뉘우쳐도 소용이 없으리라.’
012_0476_a_16L今身之厄莫不由汝前身罪故謂爲罪不敬奉事諸婆羅門又不孝順父母夫壻復無慈心飬育兒子是罪故致令今身抱孤守厄汝今若不修福滅罪後世轉劇墮地獄中爾之時悔無所及
제위가 물었소.
‘어떤 복을 지어야 죄업을 소멸하겠습니까?’
012_0476_a_21L提違問曰當作何福得滅罪耶
012_0476_b_01L바라문이 말하였소.
‘죄를 소멸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죄가 가벼운 사람은 손으로 자기의 머리를 깎고 향으로 목욕을 한 뒤 하느님을 모신 사당[天廟]에 들어가 나라연(那羅延)4) 하늘에 참회하고 사죄하며 백 명이 넘는 바라문을 모셔서 음식을 베풀고, 베푼 뒤에는 송아지 딸린 젖소 백 마리로 새 바라문에게 마시게 하면 죄가 소멸될 것이니라.
012_0476_a_22L婆羅門曰滅罪二種其罪輕者手自髡頭香湯洗浴入天廟中懺悔辭謝那羅延天請婆羅門足一百人施設飮食設飮食已以乳牛百頭從犢子者嚫婆羅門然後罪滅
왜냐하면 모든 바라문은 맑고 깨끗한 범행(梵行)을 닦으며, 술과 고기,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고, 오직 우유로만 밥을 삼는 까닭에 시주와 단월(檀越)들로 하여금 죄가 소멸되고 복이 나게 하며, 세세생생에 소원이 마음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니라. 이제 너는 죄가 무거우니 마땅히 집에 있는 모든 진기한 보물을 5백 명의 큰 바라문에게 보시할지니라. 모든 바라문이 보시를 받고는 반드시 너를 위해 축원하여 너로 하여금 후생에는 항상 큰 부귀를 얻게 하리라.
012_0476_b_04L所以者何諸婆羅門修淨梵行不食酒肉五辛蔥蒜仰牛乳以爲食資令施主檀越滅罪生福世世所生所願從心汝今罪重應以家中一切所有諸珍寶物布施五百大婆羅門諸婆羅門得布施已當爲呪願令汝後生常得大富
죄를 소멸시키려 하거든 항하(恒河) 강가에 장작을 쌓고 직접 태우면 모든 바라문이 또 너를 위해 축원하여 네가 전생에 지은 일체의 가볍거나 무거운 죄가 동시에 소멸되고 후세에 다시 태어나도 다시는 다른 재앙이 없을 것이며, 부모와 형제와 남편과 아이들의 목숨이 한량없고 쾌락이 무궁할 것이니라.’
012_0476_b_10L欲滅罪者於恒水邊積薪自燒諸婆羅門當復呪願令汝前身所造一切輕重過罪一時滅盡後世更生無復餘殃父母兄弟夫壻兒子壽命無量快樂無極
이때 제위가 곧 허락하고 스스로 몸을 태우려고 결심하여 하인들을 시켜 열 바퀴의 수레를 몰고 산에 들어가 나무를 해다가 스스로 태울 준비를 하였소.
012_0476_b_15L於是提違便許可之決定開心當自燒身便勅家奴將十乘車入山伐樵規以自燒
그때 나라 안에 한 도인이 있었는데, 이름이 발저바(鉢底婆)변재(辯才)라 번역함였소. 부지런히 정진하여 계를 지녀 많이 알고, 지혜도 많았소. 항상 자비한 마음으로 천하를 교화하여 사악한 것을 고치고 바른 것을 좇게 하여 악을 버리고 선을 닦게 하더니 제위가 스스로 몸을 태우려고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곳에 나아가 제위에게 물었소.
‘장작과 불을 마련하여서 무엇에 쓰려 하오?’
제위가 대답하였소.
‘스스로 몸을 태워서 재앙과 죄업을 소멸코자 합니다.’
012_0476_b_17L爾時國中有一道人名鉢底婆齊言辯才精進持戒多聞智慧常以慈心教化天下令改邪就正捨惡修善聞提違欲自燒身心生憐愍往詣其所問提違言辦具薪火欲何所爲違答言欲自燒身滅除殃罪
012_0476_c_01L변재가 말하였소.
‘네 몸의 죄업은 정신에 따르는 것이지 몸에 붙은 것이 아니거늘 부질없이 괴롭히고 몸을 태운들 어찌 죄업을 소멸하겠느냐? 사람의 화복은 마음을 따라 일어나는 것이니 마음이 착한 까닭에 받는 과보도 착하고, 마음이 악한 까닭에 받는 과보도 악한 것이니라. 마음이 괴롭고 즐거운 것도 그러한 것이니 마치 사람이 굶어 죽으면 아귀가 되고, 괴로워하다가 죽은 이는 괴로운 과보를 받고 기쁘게 죽은 이는 기쁜 과보를 받는 것과 같으니, 편안하게 죽은 사람은 과보도 그러하니라. 너는 어찌하여 괴로운 가운데서 죄를 소멸하고 좋은 과보를 얻으려 하는가. 결코 그러지 말라. 이치에 맞지 않느니라.
012_0476_b_23L辯才答先身罪業隨逐精神不與身合苦燒身安能滅罪夫人禍福隨心而心念善故受報亦善心念惡故受惡果報心念苦樂受報亦爾如人餓死則作餓鬼苦惱死者受苦惱報喜死者受歡喜報安隱快樂果報亦汝今云何於苦惱中求欲滅罪善報也幸可不須於理不通
또 제위여, 마치 어떤 사람이 병에 걸려 괴로워할 때에 만일 어떤 나쁜 사람[惡人]이 와서 병든 사람을 나무라고 따귀를 때리면 네 생각에 어떠하냐? 그때의 병든 사람이 아무리 착한 마음을 가졌다 한들 어찌 분한 생각을 내지 않겠느냐?’
012_0476_c_07L復次提違如困病人爲苦所逼若有惡人來至其所呵罵病人以手摶耳於意云何爾時病人寧有善心無忿惱不
제위가 말하였소.
‘그 사람이 병에 시달려서, 사람을 보지 않았을 때에도 항상 괴로운 생각이 있을 것인데 하물며 따귀를 맞는다면 어찌 분한 생각이 없겠습니까.’
012_0476_c_11L提違答言其人困病未見人時常懷忿惱況被摶耳而當無忿
변재가 말하였소.
‘지금의 너도 그와 같으니 전세의 죄업으로 궁색한 지경에 빠져 액난을 안은 채 항상 분한 생각을 품었거늘 다시 몸을 태워서 걱정과 번뇌를 버리고자 하니 되겠느냐? 마치 병에 시달린 사람이 남에게 꾸지람만 받아도 괴로움[苦惱]이 백천만 배나 더할 것이거늘 하물며 스스로 몸을 태우는 것이겠느냐?
012_0476_c_12L辯才告曰汝今如是先身罪故守窮抱厄常懷憂惱復欲燒身欲離憂惱當可得不如困病人得人呵罵尚增苦惱百千萬倍況自燒身
맹렬한 불길이 타오를 때 몸뚱이가 터지고 그슬려도 호흡은 끊어지지 않으며, 마음은 흩어지지 않은 까닭에 혹독한 괴로움을 받아 마음에 번뇌를 일으키느니라. 이렇게 해서 죽으면 지옥에 태어나게 되느니라.
지옥의 괴로움이 더욱더 극심해져서 백천만 배나 될 것이니, 벗어나려고 해도 어렵거늘 하물며 몸을 태워 괴로움을 버리고자 하겠느냐.
012_0476_c_16L猛炎起時身體燋爛氣息未絕心未壞故當爾之時身心被煮神識未離故受苦毒煩悶心惱從是命終生地獄中地獄苦惱尤轉增劇百千萬倍求免甚難況欲燒身求離苦也
또 제위여, 마치 수레를 끄는 소가 수레를 싫어하는 까닭에 수레를 망그러뜨리면 먼저 수레는 망그러졌지만 다시 새 수레를 얻게 되면 그의 목덜미를 더욱 상하게 될 것이니, 죄가 다하지 않은 까닭이니라.
012_0476_c_21L復次提違譬如車牛厭患車故欲使車壞前車若壞續得後車扼其項領罪未畢故
012_0477_a_01L 사람도 그러하여서 비록 백천만의 몸뚱이를 태우고 망그러뜨리더라도 죄업의 인연은 계속하면서 소멸되지 않느니라. 아비지옥(阿鼻地獄)에서는 모든 죄인들을 태우는데 하루에 8만 번을 죽으면 8만 번을 다시 살아나면서 한 겁이 지난 다음에야 그 죄가 다하거늘, 하물며 네가 지금 한 번 몸을 태우고 죄업을 소멸시키고자 하니 될 까닭이 있겠느냐?’
012_0476_c_23L人亦如是縱令燒壞百千萬身罪業因緣相續不滅如阿鼻獄燒諸罪人一日之中八萬過死八萬更生過一劫已其罪方畢況復汝今一過燒身欲求滅罪何有得理
그때 변재가 여러 가지 인연으로 바른 법을 말하여 주니, 제위 여인의 마음과 뜻이 열리어 의지(意志)와 주장을 바꾸고 몸뚱이를 태우려는 생각을 멈추고 변재에게 말하였소.
‘어떠한 법을 베풀어야 죄가 소멸되겠나이까?’
012_0477_a_04L爾時辯才種種因緣爲說正法提違女人心開意解改志易操燒身意息白辯才言當設何意令得滅罪
변재가 대답하였소.
‘앞의 마음이 악을 지은 것은 구름이 달을 가린 것 같고 뒤의 마음이 선을 일으킨 것은 횃불이 어둠을 막는 것과 같으니라. 너에게 행여 죄를 없애려는 뜻이 있거든 한 가지 방편이 있으니, 내가 너로 하여금 한 푼도 허비하지 않고 털끝만한 괴로움도 느끼지 않으며 재앙과 죄를 소멸하여 현세에 편안하고 후세에 다시 태어나면 좋은 소원이 마음대로 이루어지게 하리라.’
012_0477_a_07L辯才答言前心作惡如雲覆月後心起善如炬消闇汝今幸有欲滅罪意自有方便我能令汝不費一錢乃至不經毫分之苦滅除殃罪現世安隱後更生處善願從心
제위가 듣고는 몹시 기뻐하며 걱정과 두려움이 즉시 없어지니, 마치 무거운 죄수가 특사를 받아 감옥을 벗어날 때와 같았지요. 곧 일어나 공경을 다하여 예배하고 하인들을 시켜 높은 자리를 깔게 하니, 주단과 비단과 수놓은 채색들이 장엄하기 제일이었습니다. 꽃을 뿌리고 향을 태워, 변재에게 권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게 하니, 변재는 청하는 대로 자리에 올랐고, 제위 여인은 집안의 노비와 권속들 5백 여인을 거느리고 변재를 둘러싸서 머리를 조아려 공경히 합장하고 있었습니다.
012_0477_a_12L提違聞已心大歡喜憂怖卽除如重罪囚蒙赦欲出卽起修敬禮拜問訊卽勅婢使爲敷高座氍毹毾㲪錦繡綩綖嚴飾第一散花燒香勸請辯才令登高座辯才受請卽昇高座提違女人卽率家內奴婢眷屬五百餘人圍繞辯才叩頭恭敬合掌而立
제위 여인은 변재에게 말하였소.
‘존자께서 좀 전에 말씀하신 죄업을 소멸하는 일은 비록 기쁘고 경사스럽습니다만 작은 의심이 하나 있사오니, 바라옵건대 죄업을 소멸하는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반드시 법대로 수행하겠나이다.’
012_0477_a_19L提違女人白辯才言尊向所說滅罪事由雖懷欣慶猶有微疑惟願爲說除罪之法當如法行
012_0477_b_01L변재가 대답하였소.
‘죄를 일으키는 까닭은 몸과 입과 뜻에서 나왔으니 몸의 업이 착하지 못한 것은 살생과 도둑질과 사음이요. 말의 업이 착하지 못한 것은 거짓말과 두 가지 말과 나쁜 말과 비단 같은 말이며, 뜻의 업이 착하지 못한 것은 질투와 성냄과 교만한 사악한 소견이니, 이러한 열 가지 악을 저지르기 때문에 악한 과보를 받느니라.
012_0477_a_22L辯才答曰起罪之由出身口意身業不善邪婬口業不善妄言兩舌惡口綺語意業不善嫉妒瞋恚憍慢邪見是爲十惡受惡果報
이제 반드시 한마음 지극한 정성으로 참회할지니, 만일 과거에서나 이생에서나 이러한 죄가 있거든 모두 참회하는데, 죄를 드러내고 죄를 소멸시킬지니라. 반드시 서원을 세우는데, 지금으로부터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고 아울러 우리들의 앞의 사람과, 부모ㆍ형제ㆍ남편들의 허물까지도 제가 진심으로 대신하여 참회하옵니다. 이 제자 제위는 지금 참회하옵고 악을 고쳐 선행을 닦으려는 복덕의 인연으로써 일체 괴로움을 받는 중생에게 주어, 그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게 하고 중생이 죄가 있으면 제가 대신하여 벌을 받으리라.
012_0477_b_02L今當一心丹誠懺悔若於過去若於今身有如是罪今悉懺悔出罪滅罪當自立誓從今已往不敢復犯幷爲我等先人父母夫壻兄弟所有過罪我今一心代其懺悔我弟子提違以今懺悔改惡修善福德因施與一切受苦衆生令其得樂生有罪我當代受
또 서원을 세우기를, 제가 오늘 사악한 것을 고치고 바른 곳으로 나아가서 죄를 뉘우치고 복을 닦는 인연으로 몸을 버리고 몸을 받아 불도를 이룰 때까지 항상 밝은 스승을 만나고 선지식을 만나며, 목숨이 한량없고 항상 부모ㆍ남편ㆍ아이들ㆍ6천 권속과 함께하며, 항상 서로 보호하고 아끼며, 지금과 같은 괴로움과 화란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하라. 허물을 뉘우치고 죄를 소멸하는 법이 모두 이러하니라.’
012_0477_b_09L復立誓言緣我今日改邪就正悔罪修福從是因緣身受身至成佛道常遭明師遇善知壽無量命常與父母夫壻兒子六親眷屬常相保守不經苦患莫如今於是辯才告提違言悔過滅罪法皆如是
그때 제위와 그의 권속이 변재의 앞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변재에게 말하였소.
‘제자들이 존자의 가르치심을 받들어 법에 맞게 참회하였사오니, 바라건대 다른 좋은 법의 가르침[法敎]을 주옵소서. 반드시 부지런히 받들어 시행하여 본래의 공덕을 더하오리다.’
012_0477_b_15L於是提違及其眷屬於辯才前長跪合掌白辯才言弟子之徒奉尊教誨如法懺已願尊更賜餘善法教當勤奉行增本功德
변재가 말하였소.
‘이제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보에 귀의하고 승보에게 귀의합니다. 이렇게 세 번 말하고는 다시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10선법을 받겠나이다. 이 제자 아무개는 지금으로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치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싸우지 않으리니 이것이 몸의 선업이옵니다. 거짓말과 두 가지 말과 나쁜 말과 비단 같은 말을 않겠사오니 이것이 말의 선업이옵니다. 질투와 성냄과 교만하고 사악한 소견을 품지 않겠사오니 이것이 뜻의 선업이옵니다. 이것이 10선의 계법(戒法)이니라.’
012_0477_b_19L辯才告曰今當誠心歸佛歸法歸比丘僧如是三說今當盡形受十善道我弟子某甲從今盡不殺不盜不邪婬是身善業不妄兩舌不惡口綺語是口善業不嫉瞋恚憍慢邪見是意善業是則名爲十善戒法
012_0477_c_01L그때 변재가 제위에게 10선을 가르치니 제위의 권속은 기뻐서 날뛰며, 마음을 다하여 받들어 실천하였고, 제위 여인은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과 모든 보물을 장만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변재에게 말하였소.
‘바라옵건대 존자께서는 이곳에 머무르시어 불쌍히 여기고 가르쳐 주옵소서. 이제 존자를 위하여 궁전을 짓고 편의에 맞추어서 평생 섬기겠습니다.’
012_0477_c_01L爾時辯才教授提違十善法已提違眷屬歡喜踊躍盡心奉提違女人爲設種種百味飮食及諸珍寶長跪叉手白辯才言願尊留垂愍教化今當爲尊造立宮室所便宜終身奉事
변재가 대답하였소.
‘그대가 지금 사악한 짓을 버리고 바른 길에 나아가 맑고 깨끗하게 10선을 닦아 바른 법의 아들이 되었고 다시 10선법으로 천하를 교화하니 이미 스승과 제자의 깊은 은혜를 갚은 것이니라. 그대가 이미 제도를 얻었으니 내가 머무를 까닭이 없노라. 이제 나는 다시 다른 곳에 가서 교화하리라.’
012_0477_c_06L辯才答曰汝今以能捨邪就正淨修十善爲正法子以十善教化天下則爲已報師徒重汝已得度我不宜留吾今復當往化餘處
그때 제위가 스승께서 머무르지 않을 것을 알고 창고 안의 모든 보물들을 운반해서 스승에게 바치고 머물러 계실 뜻을 내기를 기대했지만 변재는 역시 받지 않고 사양하며 물러가 버렸소. 이에 제위는 생각하였지요.
‘오늘 내가 제도를 얻은 것은 모두가 나의 거룩하신 스승께서 깨우치고 가르쳐 주신 깊은 은혜 때문인데, 굳이 부탁을 드려도 머무르지 않으시고 또 보물도 받지 않으시니 어찌하면 좋을까.’
슬픈 마음에 지쳐 눈물 콧물을 섞어 흘리면서 머리를 조아려 하직하고 물러갔소.
012_0477_c_10L爾時提違知師不住運輦庫藏諸珍寶物以奉上師冀得留意辯才不受辭退便去於是提違心自念言今日之濟莫不由我尊師和上開悟成就教授重恩苦請不留又復不受珍寶之物當如之何悲感傷心涕淚交流叩頭辭謝於是別去
변재가 떠난 뒤 제위 여인은 그의 권속 5백 사람과 함께 항상 10선법(善法)으로 교화하기 여러 해를 지났습니다. 그때 그 나라에 갑자기 흉년이 들어 백성들은 기근에 빠졌습니다. 마침 다섯 비구가 있었는데 게으르고 어리석어서 경전의 뜻을 배우지도 않고 계율을 지키는 데도 힘쓰지 않아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가볍게 여겨 공양하는 사람이 없었지요. 가난하고 곤궁해서 살 길이 없어진 다섯 비구가 모여 의논하였습니다.
‘대개 사람이 살려면 때와 형편에 따라야 하는 것이야. 사람의 목숨이 소중하거늘 어찌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겠는가.’
012_0477_c_17L辯才去後提違女人與其眷屬五百餘人常以十善法展轉相化經於多爾時國中忽遇穀貴人民飢餓有五比丘懶惰懈怠不修學問經書義理又不專行持戒精進世人輕慢不供飬之貧窮困苦無復生理五人議曰夫人生計隨時形宜人命至重何宜守死
012_0478_a_01L함께 구걸 길에 나서는데 넓은 들판에 승상(繩床)을 마련하고 깨끗이 청소한 뒤에 꽃과 번기로 장엄하게 꾸미고 차례차례 앉으니, 겉모양은 도사 같지만 속으로는 사악하고 흐린 일만 생각하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성인이라 하여 공양거리를 가지고 와서 백 가지 음식으로 구름같이 공양하니, 이들 다섯 사람은 넉넉하게 배부르고도 남음이 있었지요.
012_0478_a_01L各共乞索辦具繩牀於曠野中掃灑淨潔華幡莊嚴依次而坐外形似禪內思邪濁世人見之謂是聖人齎持供飬百種飮食雲集供飬於是五人飽足有餘
그때 제위가 이 일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찾아보게 했습니다. 심부름꾼이 돌아와서 아뢰었습니다.
‘다섯 성인이 오롯이 늪[澤] 가에 앉았는데 세상 사람이 구름같이 모여 하늘 신[天神]을 섬기듯 하더이다.’
012_0478_a_05L爾時提違聞是事已遣人訪覓信還報曰有五聖人獨坐山澤世人雲集如事天神提違歡喜而自慶言我願果矣
제위는 기뻐하며 자기의 소원을 이루었다 하고 다음날 아침에 곧 명령하여 보배 수레를 장엄하게 꾸미고 향ㆍ꽃ㆍ음악을 갖추어 다섯 비구의 처소로 갔습니다. 제위는 문안드리고 공양 거리를 차렸습니다. 공양이 끝나니 제위와 권속들은 공경히 합장하고 비구에게 게송으로 여쭈었습니다.
012_0478_a_08L明旦卽勅嚴駕寶車香華伎樂詣五比丘提違到已禮拜問訊施設供飬飮食畢已提違眷屬恭敬合掌白比丘曰

존자들의 덕이 지극히 무거우시니
더할 나위 없는 복밭[福田]입니다.
중생이 복을 받을 것이니
스스로 가볍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012_0478_a_11L尊德至重無上福田衆生蒙祐不宜自輕

제자의 어리석은 뜻으로
존자님들 청하여 모시오리니
저희 집에 왕림하시면
조그마한 정성을 다하렵니다.
012_0478_a_12L弟子愚意欲請尊靈臨顧貧舍展釋微誠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중생을 제도하여 주소서.
제자에게는
아담한 동산이 있고 숲과
개울과 못도 있사오니
장엄하게 꾸며져서 빛이 납니다.
012_0478_a_14L唯願慈哀濟度群生弟子亦有淸淨園林流泉浴池嚴飾光榮

제위와 권속이 두세 번 머리를 조아리니 다섯 비구는 그들의 뜻이 지극한 것을 알고 곧 허락하였습니다.
012_0478_a_15L提違眷屬叩頭再三時五比丘知其意至便許可之
제위는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와서 곧 사람을 보내 장엄한 보배 수레로 다섯 비구를 맞아들이고 공양을 올렸지요. 제위 여인에게는 좋은 동산과 숲이 있었소. 집에서 멀지 않은 그 동산은 가로 세로가 족히 10경(頃)이나 되었으며, 흐르는 샘물과 목욕하는 못과 기이한 갖가지 꽃과 과일과 교청(鵊鶄)과 앵무새가 있어 청정하고 장엄하였습니다.
012_0478_a_17L提違歡喜辭還家中卽遣使人莊嚴寶車迎五比丘還家供飬提違女人有好園林去舍不遠其園縱廣足滿十頃流泉浴池奇雜花果鵁鶄鴛鴦淸淨嚴好
012_0478_b_01L 그 동산 가운데 집을 세우고 온갖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으며, 집 안에 평상과 자리를 펴고 여러 가지 묘한 와구(臥具)를 가장 향기롭고 깨끗하게 준비하여 다섯 비구로 하여금 머물도록 하였습니다. 제위 여인은 몸이 마치도록 받들어 섬기는데 때를 따라 편안하게 하고, 음식ㆍ탕약ㆍ공양의 심부름은 때를 잃지 않았지요. 다섯 비구는 이미 주인의 친절한 공양을 받아 편안하고 쾌락하여 스스로 축하하며 말하였소.
012_0478_a_22L於其園中造立堂舍衆寶莊校其堂舍中敷置牀席衆妙臥具香潔第一令五比丘止住其中提違女人終身奉事隨時便宜飮食湯藥供給使令不失時節時五比丘旣被主人恩厚供飬安隱快樂而自慶言
‘어쩌면 이런 뜻밖의 행운이 있겠는가. 무릇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여러 가지 방편으로 재물과 이익을 구하여 가난과 굶주림을 면하려는데 아무리 뜻대로 된다 하여도 오늘의 우리들처럼 아무런 수고도 들이지 않고 이렇게 의식이 풍족할 수는 없을 것이리라. 이 어찌 우리들의 지혜 때문이 아니겠는가.’
012_0478_b_04L何忽如之夫人生世種種方宜求覓財利以救貧乏雖得如意不如我等都不勞身而食福祿此豈不由智慧力乎
다섯 비구는 다시 주인의 지극한 정성을 느끼면서 의논하였습니다.
‘비록 주인의 불편 없는 공양을 얻어서 그날그날은 부자이거니와 한 해로 치면 가난하니 다른 사람을 구제하지는 못하겠구나. 세월은 흉년이지만 부자들은 아직 풍부하니 우리들은 다시 방편을 써서 돈이나 재물을 모아 후일의 5욕락에 쓰도록 하자.’
012_0478_b_08L其五比丘察見主人慇懃意重而共議言雖得主人隨宜供給日富歲貧不能濟人歲寒富樂我等今宜更施方便求覓錢財充爲後時受五欲樂
서로 번갈아 한 사람씩 보내 모든 부락을 다니면서 여러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 네 비구는 고요한 곳에 안거하여 계행을 깨끗이 지니어 술과 고기를 끊고, 마늘과 파를 먹지 않으며, 범행(梵行)5)에 걸맞으며, 지관(止觀)6)을 닦아 무루업(無漏業)을 깨쳤고, 머지않아 아라한이 되리니 곧 천하에 더할 나위없는 복밭이니라 하니, 여러 사람이 듣고 여러 가지 재물과 음식을 가지고 와서 구름같이 공양하였소. 이렇게 하기를 여러 해, 제위 여인은 곧은 마음으로 공경히 믿고, 편의에 따라 공양하며, 즐거운 마음이 끊임없이 일어나더니 목숨이 다하여는 화락천(化樂天)7)에 태어났습니다.
012_0478_b_12L作是論已更相易代差遣一人遊諸聚落宣語諸人唱如是言四比丘閑居寂靜護持禁戒斷絕酒不食蔥蒜稱於梵行修禪止觀無漏業不久修行成阿羅漢則爲天下無上福田衆人聞已齎持種種錢財飮食運集來詣恭敬供飬如是多提違女人直心敬信隨宜供飬喜無厭壽盡命終生化樂天
다섯 비구는 오로지 거짓된 짓을 하고 간사하고 흐린 마음을 쓴 까닭에 복이 다하여 죽은 뒤에는 지옥에 태어나서 8천억 겁 동안 큰 괴로움을 받다가. 지옥의 죄를 마치고는 아귀(餓鬼)에 태어나 이(魑)ㆍ매(魅)ㆍ망(魍)ㆍ양(魎) 따위의 도깨비로 돌아다니기 8천 겁을 지나서 아귀의 죄를 마치고는 6축(畜)의 몸을 받았습니다.
012_0478_b_20L其五比專行巧僞邪濁心故福盡命終地獄中八千億劫受大苦報地獄罪受餓鬼形魑魅魍魎如是展轉八千劫餓鬼罪畢受六畜身
012_0478_c_01L전생의 주인에게 공양 받은 업보와 인연을 갚기 위하여 낙타ㆍ나귀ㆍ노새ㆍ소ㆍ말 따위가 되어 그의 주인이 복 받는 곳을 따라다니면서 항상 힘을 다해 주인에게 갚았지요. 이렇게 전전하기 8천 세(世)만에 축생의 죄를 마치고 비록 사람의 몸을 얻었지만 모든 감관[根]이 어둡고 둔하며, 남녀의 근(根)이 없으니 석녀(石女)라 하였소. 그로부터 8천 세상을 항상 힘을 다해 주인에게 보답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니라.”
012_0478_c_01L償其主人先世供飬——業報因緣或作駱駝驢騾牛馬隨其主人所受福處常以筋力報償主人——如是展轉復八千世生罪畢雖獲人身諸根闇鈍無男女名爲石女自爾以來八千世中以筋力報償主人於今不息
부처님께서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제위는 오늘의 황후이고, 그때의 변재는 목건련이고, 그때의 다섯 비구는 지금의 황후를 따라 남여를 메는 선제라들 다섯 사람이오.”
012_0478_c_07L佛告王爾時提違者皇后是也爾時辯才目連是也時五比丘卽今皇后隨從擔輿扇提羅等五人是也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다섯 사람이 인연을 지었다 하셨는데, 지금은 다만 네 사람이 남여를 메었으니 그 밖에 한 사람은 어디에 있나이까?”
012_0478_c_10L王白佛如世尊說五人起因今者唯見擔輿四人其餘一人爲何所在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한 사람은 항상 궁 안에서 뒷간을 닦고 분뇨를 퍼내고 있소.”
012_0478_c_12L佛告王其一人者常在宮內修治廁溷除糞者是
황후가 듣고 숙연히 털끝이 오싹하여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며 다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서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의 말씀과 같이 선제라들이 저의 전생의 스승이었다면 실로 죄를 지은 것이라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대개 스승이라면 응당 공경을 다하여 예배하고 섬겨야 할 것이거늘 도리어 남여를 메고 따라다니기 소나 말과 같이 하였사오니 두렵나이다.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참회를 받아주옵소서.”
012_0478_c_14L皇后聞已肅然毛豎心懷怖更起禮佛倚立合掌而白佛言世尊說扇提羅等是我前世因緣師實懷憂怖恐犯逆罪所以者何人師者應修恭敬頂戴禮拜是其宜而反使擔車輿隨從不異牛馬是因緣甚懷怖懼願佛垂哀聽我懺
012_0479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황후의 복덕이니 허물될 것이 없거늘 무슨 까닭으로 의심하고 두려워하십니까? 중생의 성품이 다르고, 업행(業行)이 같지 않으니 착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이는 재앙을 받습니다. 황후는 본래부터 마음이 곧고 청정하여 복 닦기를 즐기고 복덕의 인연을 믿었으니, 그로부터 세세에 나는 곳마다 항상 밝은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선(善)을 따라 선에 들며, 녹(祿)에 따라 녹에 들어 오늘에 이르도록 식복(食福)이 저절로 그러하여, 부처의 세상을 만난 것입니다.
012_0478_c_21L佛告之曰皇后福德自無過罪故疑懼衆生殊性業行不同善者受惡自受殃皇后本時直心淸淨信樂修福福德因緣自爾以來世世所常遭明師信受教悔從善入善祿入祿至於今日食福自然値佛出
전생의 복덕 인연으로 다시 바른 법을 듣고 말과 같이 수행하니 이러한 인연으로 허물이 없습니다. 저 선제라들 다섯 사람의 인연은 본시부터 사악하고 흐리고 아첨하며 자비심이 없이 그대의 공양을 받은 죄업 때문에 묵은 빚을 갚는 것입니다.”
012_0479_a_04L前身福德因緣力故復聞正法說修行以是因緣無罪咎也其扇提羅五人因緣由其本時邪濁佞諂有慈心受汝供飬罪業因緣償其宿債
황후가 여쭈었다.
“이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전생 업[本業]의 인연을 들으니 제자의 의심이 풀리어 다시 근심이 없어졌거니와, 이 선제라들의 과보는 언제나 다하겠습니까? 제자가 이제 선제라들을 놓아주어 다시는 부리지 않고 마음대로 살게 하려 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법을 말씀하시어 깨우쳐 주옵소서.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열려 악을 고치고 선을 닦아 속히 괴로움을 면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012_0479_a_08L皇后白曰今聞佛說本業因緣弟子疑解更無憂懼也此扇提羅罪業果報何當畢也弟子今者放扇提羅敢驅使隨意東西唯願世尊說法開令其心解改惡修善速得免苦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그들을 깨우쳐 주도록 하려면 먼저 궁전에서 뒷간을 청소하는 이를 불러오너라.”
012_0479_a_13L告之曰今欲令我開化其者喚彼宮內除糞者來
황후는 곧 사자를 보내 선제라를 불러오게 하니 사자가 명을 받고 곧 데려왔다. 선제라들 다섯 사람이 모여 부처님 앞에 서니, 세존께서는 대자대비하셔서 먼저 좋은 말씀으로 위로하셨다.
“너희들은 몸이 건강하고 안락하며 고통이 없느냐?”
012_0479_a_15L皇后卽時遣使令喚扇提羅來使者受命須臾將來扇提羅等五人聚集於佛前立世尊大慈以善言慰勞之曰汝等諸子體氣康安隱快樂無苦惱不
다섯 사람이 성내어 말하였다.
“부처님은 때를 모르십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밤낮으로 노동을 하는데, 매와 채찍에 시달려 쉴 사이도 없으니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어찌 이런 일도 모르시고 도리어 쾌락한지 물어보시나이까.”
012_0479_a_19L五人怒曰不知時所以者何晝夜勤苦鞭杖使不暇得息有何樂哉佛豈不知如是事乎而反問人快樂以不
012_0479_b_01L부처님께서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금생의 괴로움은 모두 전생에서 사악하고 흐리며 아첨하고 굽고 착하지 못한 마음을 품은 채 남의 공양을 받은 때문이니라. 죄업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죄업의 인연을 갚는데, 금생에 이르도록 아직 다하지 못하였느니라. 너희들이 만일 악한 과보를 면하고자 한다면, 이제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허물을 뉘우치고 악을 고쳐 선을 닦을지니, 이러한 인연이라야 괴로움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라.”
012_0479_a_22L佛告五今身之苦皆由前世邪濁諂曲不善心受人供飬罪業因緣展轉所至於今身償罪因緣猶故未畢若欲求免惡果報者今應至心丹誠悔過改惡修善從是因緣可得免苦
선제라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분노가 더하여져서 부처님을 등지고 듣지 않으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신력으로 하나의 화신불(化身佛)을 나타내시어 그의 앞에 서서 방편으로 위로하고 깨우쳐 주시며 참회하도록 권고하였지만 선제라들은 다시 동쪽을 향하여 돌아섰다.
012_0479_b_04L扇提羅等聞佛語已忿怒隆盛背向佛不欲聽聞佛以神力令一化佛對其前立方便慰喩勸令懺悔提羅等又反面向東
다시 화신불이 앞에 서 계시면 또 서쪽을 향하여 돌아섰다. 화신불은 또 계시었으며 4유(維)8)와 아래ㆍ위에 모두 부처님이 계시었다. 선제라들은 부처님에게 둘러싸인 것을 보더니 다섯 사람이 일시에 소리치며 원망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악에 묻힌 죄인이거늘 부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핍박하시나이까?”
012_0479_b_08L復有化佛對前而立復反向西復有化佛四維上下皆有佛對扇提羅等見佛圍遶五人卽時稱怨大喚而作是言我等今者是弊惡罪人佛今何爲苦見逼耶
그때 세존은 변화한 부처님을 거두고 한 몸이 되셨다.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국왕과 황후와 모든 비구여, 그대들은 이 선제라를 보았느냐?”
모두가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012_0479_b_12L時世尊還攝化佛爲一佛身佛告大衆國王太后諸比丘等汝等見是扇提羅不咸言唯然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중생의 죄업에 두 가지 막힘[障]이 있으니, 첫째는 업에 막힌 것[業障]이고, 둘째는 번뇌에 막힌 것[煩惱障]이니라. 죄가 무거우면 업의 막힘이 있거니와 선제라들은 두 가지의 막힘이 함께 있어 죄업이 두터워 교화를 받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느니라.”
012_0479_b_15L汝等當知衆生罪業有二種障一者業障二者煩惱障其罪輕者有煩惱障重罪業扇提羅等具有二障重罪障故得受化非可如何
그때 황후는 선제라들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지 않는 것을 보고 슬퍼 마음을 상하여 다섯 사람에게 말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영원히 인연을 풀고 사방으로 자유롭게 다니면서 근심 없이 즐기라.”
012_0479_b_19L爾時皇后見扇提羅不受佛化哀感傷心語五人曰自今以後永解因緣隨意東西無憂快樂
012_0479_c_01L선제라들이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며 황후에게 말하였다.
“저희들 다섯 사람이 남여를 모시는 동안 무슨 허물이 있었기에 오늘 뜻밖에 물리치시나이까. 만일 잘못된 점이 있거든 바라옵건대 용서하시고 전과 같이 부려주옵소서.”
012_0479_b_22L扇提羅等長跪涕淚白皇后言我等五人奉事大家有何等愆非意今日被驅棄捐若有不稱惟願弘恕使役如前於是皇后辭讓爯三扇提羅等不欲離去
황후는 두 번 세 번 타이르고 사양하여도 선제라들은 떠나지 않았다. 황후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자가 지극한 뜻으로 선제라들을 놓아주어도 떠나려 하지 않으니 어찌 하오리까.”
012_0479_c_03L皇后白弟子至意放扇提羅不肯欲離如之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제라들은 빚을 못다 갚아서 인연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떠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느니라. 우선 그의 뜻을 따라 그의 사업을 회복하여 주거라. 갚는 인연이 끝나면 당연히 물러갈 것이니라.”
012_0479_c_05L佛告之曰扇提羅等償債未因緣繫縛不令得去非可如何且順其意復其事業償因緣畢自當得脫
부처님께서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이 복을 닦아 겸허하고 공경하며 정중하고 곧고 청정한 마음으로 도업을 수행하면 공덕이 한량없어 불도 태우지 못하고 물도 띄우지 못하며 도둑과 강도도 틈을 노리지 못하고 국왕의 강한 힘도 움직이지 못하느니라. 지금의 황후는 하늘의 복을 받았거니와 사람이 나쁜 마음을 행하여 눈앞의 이익만 탐내면 선제라들이 여러 세상에 재앙을 받아 지금까지 쉬지 못하고 비록 성인의 교화를 받았어도 바람이 귓전을 스치는 듯하며, 업력 때문에 도리어 원망하는 것처럼 되리니 어리석음을 어느 때나 면하겠느냐.”
012_0479_c_07L佛告王曰夫人修福謙虛敬重直心淸淨行於道業功德無量火不能燒水不能漂偸劫盜賊不能得便國王强力不能動轉如今皇后受天福也人行惡心貪現前利如扇提羅歷世受殃於今不息雖遇聖化如風過耳罪業力故反生怨嫉窈窈冥冥何時當免
그때 세존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앞에 말한 것과 같이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부처님의 세월은 만나기 어려우며 법은 듣기 어렵고 목숨은 마치기 어려우니라. 너희들은 전생의 작은 선행으로 사람의 길에 태어나서 부처님의 세상을 만났느니라. 법을 듣고 깊이 믿어 은혜와 애정을 끊고, 부모ㆍ형제ㆍ아내와, 6천 권속을 여의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니, 죄수가 감옥을 면하는 것과 같으니라.
012_0479_c_15L爾時世尊慈悲心故告諸比丘如我前說人身難得値佛時難法難得聞終壽亦難汝等諸子前身微善得生人道遇佛在世聞法信受割斷恩愛離別父母兄弟妻子六親眷屬出家爲道如囚免獄
012_0480_a_01L 마땅히 악을 버리고 선을 따를 것이며 안과 겉이 다르지 않게 할 것이며, 말과 실천이 서로 어울리게 할지어다. 욕심을 줄이고 만족한 줄 알며 세상의 영화를 탐내지 않고 배고픔과 목마름을 참으며, 뜻을 무위(無爲)9)의 상태에 두어 학문을 연구하고 정진하며, 여러 가지 지혜를 버리고 지혜를 장엄하여 무루의 업을 닦아 생사를 벗어날지니라. 다시 지혜로써 천하를 교화하여 10선법을 실천하게 하면 이것이 자기를 제도하고 남도 제도하며 보살의 업에 맞는 것이니라.”
012_0479_c_21L應捨惡從善中表相言行無異少欲知足不貪世榮飢耐渴志在無爲硏精學問棄捐衆莊嚴智慧修無漏業出生死海以智慧順化天下使行十善是則名爲自度度人應菩薩業
그때 무리 안에 있던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스스로 자기들이 행한 몸의 업ㆍ말의 업ㆍ뜻의 업이 도법에 맞지 않은 사실을 헤아리고 5백여 명이 함께 일어나 공경히 절하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은 세 가지 착하지 못한 업[三不善業]을 저희들이 모두 지니고 있어,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 드러내어 참회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이 정성을 살펴 주옵소서. 지금부터 맹세코 그릇된 짓을 않고 반드시 법대로 수행하겠사오니, 바라옵건대 증명하여 주옵소서.”
012_0480_a_03L爾時會中有諸比丘聞佛說已自忖所行身口意業不稱道法五百餘人卽起修敬頭懺悔叉手合掌而白佛言如世尊三不善業我等悉有今於佛前露懺悔惟願天尊表察其誠從今以誓不爲非當如法行願佛證知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들이여, 삼계의 성인은 중생들의 아버지이니라. 자식이 지금 악을 뉘우치고 선을 닦으니 심히 기꺼운 일이며 그저 기뻐할 뿐이니라.”
012_0480_a_09L諸子三界聖尊衆生之父子今悔惡修善甚是所欣當隨喜爾
다시 5백 명의 거칠게 행동하는 비구가 이 말을 듣고 곧 일어나 공경을 다하여 예배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출가의 도를 견디어 닦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옛날부터 이끗[利養]을 위하여 사악하고 흐린 짓을 했는데, 허망만 있고 실제도 없으면서 남의 공양을 받아 빚진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걱정이 되어서 도를 버리고 속세로 돌아가려 하오니 부처님께서 허락하여 주옵소서.”
012_0480_a_11L復有五百麤行比丘聞說是已卽起修敬叩頭向佛白言世尊我等不堪修出家道所以者何從昔以來爲利養故行於邪濁有虛無實受人供養負債滋多爲是等故實懷憂懼今欲捨道還歸俗緣願佛垂聽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좋고도 좋은 말이구나. 내가 너희들의 기쁨을 도우리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대개 사람이 수행을 하는 것은 마치 칼날을 잡고 독을 품는 것과 같으니, 견뎌서 지니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지니기를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도리어 해가 되는 때문이니라. 너희들이 지금 업보를 믿어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부끄러워하는 까닭에 죄업을 소멸하고, 선근(善根)을 더하여 미륵보살이 성불하시면 처음 법회에서 제도를 얻으리라.”
012_0480_a_17L佛告比丘善哉善哉吾助爾喜所以者何夫人入行如把刃持毒不能堪者不如不何以故執持不勤反爲害故汝等今者信於業報有慚愧心慚愧因故除滅過罪增長善根彌勒菩薩後成佛時初會說法當得上度
012_0480_b_01L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자기 몸의 살점을 베어 먹을지언정 사악한 마음으로 남의 공양을 받지 말거라. 참으로 어렵고 어려우니 삼가야 하느니라.”
012_0480_a_23L又告比丘寧割身肉以用供口不以邪心受人施也甚難甚難愼之愼之
그때에 라후라 등 50명의 사미(沙彌)들이 부처님에게 선제라들이 재앙을 일으킨 과거의 인연을 듣고 아주 큰 근심을 일으켜 제각기 일어나 공경을 더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여 여쭈었다.
012_0480_b_02L爾時佛子羅睺羅等五十沙彌聞佛說彼扇提羅等禍所由起因緣本末甚大憂懼卽各修敬頭面禮佛叉手合掌白言
“세존이시여, 이제 이 선제라들의 전생업[宿業]에 따라 받는 과보에 대한 말씀을 듣고 몹시 두려운 생각을 품었나이다. 왜냐하면 화상(和尙) 사리불께서는 크게 지혜롭고 복덕이 많으시며, 나라의 변화한 족성(族姓)에게 잘 알려져 있으시어 뭇 사람이 다투어 와서 공양드리는데, 최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터이오나 소아(小兒)는 어리석고 복덕도 없으면서 남의 이러한 묘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사오니, 후세에는 반드시 그 인연을 갚을 것이요, 괴로운 과보를 선제라들과 같이 받을 것입니다.
012_0480_b_06L世尊今聞說此扇提羅等宿業因緣受苦果報甚懷怖懼所以者何和上舍利弗大智福德爲國中豪族所見知識衆人競共雲集供飬餉致最上甘珍羙味小兒愚癡無有福德食人如是妙甘飮食後世當復償其因緣受苦果報如扇提羅
그러므로 저희들은 참으로 걱정이 되옵니다. 저 모든 장로 5백 비구도 오히려 견디지 못하여 도에서 물러나 속세로 돌아갔거늘 하물며 저희들 지혜 없는 무리야 어떻겠나이까.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들이 도를 버리고 속가에 돌아가서 죄보를 받지 않고 고액을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012_0480_b_12L是故我等實懷憂慮彼諸長德五百比丘尚不能堪退道還俗而況小兒無智慧者願佛垂哀賜聽我屬捨道還家冀免罪酬不經苦厄
그때 세존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죄가 두려워서 집에 돌아가 괴로움을 면하고자 하니 그 일이 옳지 못하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마치 어떤 두 사람이 먹을 것이 없어 시장하였다가 홀연히 주인의 여러 가지 살찌고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그들이 굶주렸던 까닭에 지나치게 탐내어 식상(食傷)에 걸리느니라. 그러나 이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지혜가 있고 한 사람은 어리석으니, 지혜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지나치게 먹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기지개와 하품과 딸꾹질이 나는 것을 알고 괴로운 병에 걸릴까 두려워하여 곧 밝은 의사에게 가서 겸손하게 뜻을 낮추고 절하며 구원해 주기를 청하느니라.
012_0480_b_16L爾時世尊告羅睺羅汝今畏罪欲得還家求離苦者是事不然何以故如有二人乏食飢忽遇主人爲設種種肥濃羙味人飢餓貪食過飽然此二人一者有智二者愚癡有智之人自知食過身體沈重嚬呻欠呿恐致苦患卽詣明醫謙虛下意叩頭求救請除苦患
012_0480_c_01L 의사는 곧 마단제(摩檀提) 약을 주어서 먹게 하면 그 사람은 뱃속의 묵은 음식을 토하게 되니, 묵은 음식을 토한 뒤에는 따뜻한 불길에 쬐면서 활동을 조절하면, 그 사람은 질병을 면하고 마침내는 목숨이 다하도록 쾌락이 무궁할 것이니라. 지혜가 없는 사람은 과식한 것도 모르고 귀신에게 홀렸다 하여 집안 재물을 소비하고 무고한 생명을 죽여 귀신에게 제사하여 목숨을 건지려고 헛된 공덕을 소비하니, 뱃속의 묵은 밥은 드디어 바람을 내고, 내는 기운이 더욱 굳세어지면 가슴이 조이고 아프다가 이로 인해 죽어서 아귀에 태어나 여러 세상에 고통을 받으니 지혜가 없는 때문이니라.”
012_0480_b_23L良醫卽賜摩檀提藥令其服之其人卽吐腹中宿食吐宿食已令近暖火禁節消息其人因是得免禍患終保年壽安隱快樂其無智者不知食過謂是鬼魅消費家財撗殺生命祠祭鬼神欲求濟命唐費功夫腹中宿食遂成生風生氣轉筋絞切心痛因是死亡生地獄中累世受苦由無智焉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 라후라야, 죄를 두려워하여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은 저 지혜가 없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으니라. 대체로 사람이 복을 구하고 죄를 여의고자 할진대 마땅히 겸허하고 정근(精勤)하여 밝은 스승을 가까이하고 지혜를 닦을 것이며 나쁜 죄업을 뉘우치고 지난 일을 고쳐 오는 일을 닦아야 하리니, 이로부터 점점 지혜가 성취될 것이니라.
012_0480_c_08L佛言汝羅睺羅畏罪還家如彼無智愚癡人也夫人求福欲離罪者當謙虛精勤親近明師修習智慧悔惡罪改往修來從是漸漸智慧成就
지혜를 성취한 까닭에 여러 죄업이 소멸되는 것이니 내가 앞에 말한 것과 같으니라. 햇빛의 위력으로 능히 모든 어둠을 제거할 것이니, 사람이 지혜를 닦는 것도 그러하니라. 너희들은 전세에 선근(善根)의 인연이 있었으므로 나의 세상에 태어났고 사리불들은 마치 밝은 의원이 괴로운 자를 구제하여 죽지 않게 하는 것과 같거늘 너희들은 어찌하여 밝은 곳을 버리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려 하느냐?”
012_0480_c_12L成就故消滅衆罪如我前說日光威力能除衆冥人修智慧亦復如是汝先有善根因緣遭値我時舍利弗等如彼明醫能濟苦患而得不死今何爲捨明入暗
사미 라후라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큰 바다 같으시고 라후라의 마음은 털끝과 같으니 어찌 여래의 지혜를 받아 지니오리까.”
012_0480_c_17L沙彌羅睺白言諸佛智慧猶如大海羅睺等心猶如毫末豈能受持如來智慧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뒤의 것이 앞의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비록 서로 미치지 못하지만 능히 큰 그릇을 채우느니라. 지혜를 배우는 것도 그러하여서 작은 데로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큰 그릇을 이루게 되니 큰 그릇을 이룬 뒤에는 다시 다른 그릇을 이루어 이렇듯이 더욱더 무량한 그릇을 이루니, 이것이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이니라.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면 대사(大士)라 하니 지금의 나와 같으니라.”
012_0480_c_19L佛告羅如天雨渧後不及前雖不相及能滿大器修學智慧亦復如是從小微起終成大器成大器已轉成餘器是展轉滿無量器是則名爲自利利自利利人名爲大士如我今也
012_0481_a_01L라후라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모든 근심 걱정이 없어지니, ‘세존의 말씀과 같이 받들어 지니고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나이다’ 하였다.
012_0481_a_01L睺羅等聞佛說已心開意解無復憂如世尊教當具奉行不敢疑也
그때 모임 가운데 한 태자가 있었으니 기타(祇陀)라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10선도법(善道法)의 인연ㆍ과보가 다함이 없는 것을 듣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예전에 저로 하여금 다섯 가지 계[五戒]를 받게 하시었는데, 이제는 버리고 10선법계를 받고자 하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다섯 가지 계 가운데는 술[酒]의 계율이 지니기 어려워서 죄를 얻을까 두려운 때문이옵니다.”
012_0481_a_03L爾時會中國王太子名曰祇陁聞佛所說十善道法因緣果報無有窮盡長跪叉手白天尊曰佛昔令我受持五戒今欲還捨受十善法所以者何五戒法中酒戒難持畏得罪故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술을 마실 때 어떤 악을 지었는가?”
012_0481_a_08L世尊告曰汝飮酒時爲何惡耶
기타가 대답하였다.
“나라 안의 호걸들과 때때로 모여서 술과 밥을 가지고 서로 즐겨 화목을 이룩했으니 죄가 될 것은 없었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술을 만나면 계율을 생각하여 방탕하지 않았으니, 그러므로 술을 마시되 악을 저지르지는 않았나이다.”
012_0481_a_09L祇陁白佛國中豪强時時相率齎持酒食共相娛樂以致歡樂自無惡也何以故得酒念戒無放逸故是故飮酒不行惡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좋은 말이야, 그대는 이미 지혜ㆍ방편을 얻었도다. 만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와 같다면 평생 술을 마신들 무슨 죄가 있겠느냐. 이렇게 행동하면 복이 생길지언정 죄가 되지 않느니라. 대체로 사람이 선을 실천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유루(有漏)고, 둘째는 무루(無漏)이니라.
012_0481_a_12L佛言善哉善哉祇陁汝今已得智慧方便若世閒人能如汝者終身飮酒有何惡哉如是行者乃應生福無有罪也夫人行善凡有二種一者有漏二者無漏
유루의 선[有漏善]이란 항상 인간이나 천상의 쾌락한 과보를 받게 하고, 무루의 선[無漏善]이란 나고 죽는 괴로움을 건너서 열반에 이르는 과보를 부르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술을 마시고도 나쁜 업을 일으키지 않고, 기꺼운 마음 때문에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면 이 착한 마음의 인연으로 착한 과보를 받느니라.
012_0481_a_17L有漏善者常受人天快樂果報無漏善者度生死苦涅槃果報若人飮酒不起惡業歡喜心故不起煩惱善心因緣受善果報
그대가 다섯 가지 계를 지니는데 무슨 손해가 있겠는가. 술을 마시면서 계율을 생각하면 그 복이 더하리니, 먼저 다섯 가지 계를 지니고 이제 10선을 받으면 공덕은 10선의 곱이나 뛰어날 것이니라.”
012_0481_a_20L汝持五戒何有失乎飮酒念戒益增其福先持五戒今受十善功德倍勝十善報也
012_0481_b_01L그때 바사닉왕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마음이 즐거워서 나쁜 업을 짓지 않는 것이 유루의 선이라 하심은 옳지 않은가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사람이 술을 마실 때에는 마음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기 때문에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며, 번뇌가 없기 때문에 해치는 일을 하지 않고, 물건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세 가지 업이 맑고 깨끗하니, 맑고 깨끗한 도는 곧 무루의 업이겠나이다.
012_0481_a_22L時波斯匿王白言世尊如佛所說歡喜時不起惡業名有漏善者是事不然何以故人飮酒時心則歡喜喜心故不起煩惱無煩惱故不行惱不害物故三業淸淨淸淨之道卽無漏業
세존이시여, 생각하옵건대 지난날 제가 사냥을 떠나면서 주방 책임자[厨宰]를 데리고 가기를 잊었었나이다. 깊은 산에서 시장기가 들어 무엇을 먹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말하기를 ‘왕께서 아침에 떠나실 때 주방 책임자를 데리고 가자 명령하시지 않았기 때문에 잡수실 것이 없나이다’라고 하기에 제가 이 말을 듣고 말을 달려 궁으로 돌아가서 ‘먹을 것을 찾으라’고 명령하니, 궁내의 주방 감독으로 수가라(修迦羅)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수가라가 대답하기를 ‘당장 잡수실 것이 없으니, 지금 바로 짓겠나이다’라고 하였나이다.
012_0481_b_05L世尊憶念我昔遊行獵戲忘將廚宰於深山中覺飢欲食左右答王朝去時不被命勅令將廚宰時無食我聞是語已走馬還宮教令索食王家廚監名修迦羅修迦羅言卽無現食今方當作
제가 시장함에 쪼들려 분한 마음이 나서 앞뒤를 생각지 않고 한바탕 성을 내어 곁에 신하에게 명령하여 주방 감독을 죽이라 하였나이다. 신하들은 저의 명령을 받고 서로 상의하되 ‘온 나라를 통틀어도 오직 이 한 사람만이 충성되고 곧으며 어질게 일을 보거늘 이제 죽이시면 다시는 능히 왕의 뜻에 맞게 하는 주방 감독이 없으리라’ 하였나이다.
012_0481_b_10L我時飢逼忿不思惟瞋怒迷荒教勅傍臣斬殺廚監臣被王教卽共議言簡括國中唯此一人忠良直事今若殺者更無有能爲王監廚稱王意者
그때 말리(末利) 부인이 제가 수가라를 죽이라고 명령한 소식을 듣고 매우 애석하게 여기고, 이어 제가 몹시 시장한 것을 알았나이다. 곧 ‘좋은 고기와 아름다운 술을 장만하라’고 명령하고 목욕하고 좋은 향을 발라 그 몸을 잘 꾸민 뒤에 모든 궁녀들을 거느리고 저에게로 왔었나이다. 저는 부인이 장엄하고 화려하게 단장하고 모든 궁녀들을 거느린 채 좋은 술과 고기를 가져온 것을 보고 성내는 마음이 곧 사라졌나이다.
012_0481_b_14L時末利夫人王教勅殺修迦羅情甚愛惜知王飢卽令辦具好肉美酒沐浴名香嚴身體將諸伎女往至我所我見夫人莊束嚴麗將從妓女好酒肉來心卽歇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말리 부인은 부처님의 다섯 가지 계를 지니어 술을 끊고 마시지 않아 제가 항상 아쉬워하던 터였는데, 그날따라 홀연히 술과 고기를 가지고 와서 서로 같이 즐기고 묵은 정을 풀고자 했기 때문이옵니다. 곧 부인과 함께 술을 마시고 고기를 씹으며 여러 가지 풍류를 잡혀 기뻐하고 즐기니, 성냈던 마음이 곧 풀렸나이다.
012_0481_b_19L何以故末利夫人持佛五戒斷酒不飮我心常恨今日忽然將酒肉來共相娛樂展釋情故卽與夫人飮酒食肉作衆伎樂歡喜娛樂恚心卽滅
012_0481_c_01L 부인은 제가 성내던 마음이 풀어진 것을 알자 곧 내시[黃門]를 보내어 저의 명령이라 전하면서 밖의 신하에게 수가라를 죽이지 말라 하였더니, 곧 명령은 받들어 시행되었나이다. 제가 다음 날 아침에는 깊이 뉘우치고 근심에 잠겨 즐거워하지 않고, 얼굴이 초췌하였더니 부인이 저에게 물었나이다.
‘무엇 때문에 근심을 하시나이까? 어디가 불편하시옵니까?’
012_0481_b_23L夫人知我忘失怒意卽遣黃門輒傳我命令語外臣莫殺廚監卽奉教旨我至明旦深自悔責愁憂不樂顏色燋悴夫人問我何故憂愁爲何患耶
‘내가 어제 굶주림에 쪼들리고 울화가 터져 성내는 마음 때문에 수가라를 죽였구려. 아무리 헤아려 보아도 나라 안에 다시는 수가라만큼 나의 주방을 감독할 이가 없으니 그 때문에 뉘우치고 한탄하고 있소.’
012_0481_c_04L我言吾因昨日爲飢火所逼恚心故殺修迦羅自計國中更無有人堪監我廚如修迦羅者爲是之故悔恨愁耳
부인이 웃으며 말하였나이다.
‘그 사람은 아직 살아 있으니, 원컨대 왕은 근심치 마옵소서.’
제가 거듭 물었나이다.
‘실제로 그러하오? 아니면, 웃음의 말이요?’
부인이 대답하였나이다.
‘실제로 살아 있사옵고, 빈 말이 아니옵니다.’
그래서 제가 사자를 보내 주방 감독을 데려오게 하니, 사자가 가서 부르자 잠깐 사이에 데려왔나이다. 저는 크게 기뻐하며 근심 걱정이 모두 없어졌나이다.”
012_0481_c_07L夫人笑曰其人猶在願王莫愁我重問曰爲實如是爲戲言耶答言實在非虛言也我令左右喚廚監來使者往召須臾將來我大歡喜憂恨卽除
왕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말리 부인은 부처님의 다섯 가지 계를 지니며 달마다 6재(齋)10)를 수행하다가 하루 사이에 평생 지녀야 할 다섯 가지 계에서 술 마시는 계와 거짓말하는 두 계를 어기었고, 8재계(齋戒)11) 가운데서 여섯 계를 몽땅 범하였으니, 이 일은 어떠하옵니까? 계를 범한 죄가 가볍습니까, 무겁습니까?”
012_0481_c_11L王白佛言末利夫人持佛五戒月行六齋一日之中終身五戒以犯飮酒妄語二戒八齋戒中頓犯六戒此事云何所犯戒罪輕耶重耶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그렇게 계를 어긴 것은 큰 공덕을 얻을지언정 죄가 되지 않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롭기 때문이니, 내가 앞에 말한 것과 같으니라. 대개 사람이 선을 닦은 데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유루의 선이고, 둘째는 무루의 선이니라.
012_0481_c_15L世尊答曰如此犯戒得大功德無有罪也何以爲利益故如我前說夫人修善凡有二種一有漏善二無漏善
말리 부인이 계를 어긴 것은 유루의 선행에 들어가는 것이고, 계율을 어기지 않는 것은 무루의 선행에 들어가는 선행이니라. 말의 뜻에 따르는 사람은 계를 어기고 선행을 닦으니, 유루의 선이라 하느니라. 뜻의 말에 따르는 사람은 무릇 마음에 일어나는 선을 모두 닦으니 무루의 업이니라.”
012_0481_c_18L末利夫人所犯戒者入有漏善不犯戒者無漏善依語義者破戒修善名有漏依義語者凡心所起善皆無漏業
012_0482_a_01L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말리 부인이 술의 계를 깨뜨려도 악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공덕이 생기고 죄보가 없다면 모든 인민도 전부 그러하옵니까? 무슨 까닭인가 하면 제가 생각하오니 머지않은 옛날 사위성 안에 있던 모든 호걸의 족성과 찰제리[刹帝利] 왕공들이 작은 일로 인해 시비가 붙었다가 마침내 큰 원수를 맺었나이다. 제각기 꾀를 짜내어 군사를 일으켜 공격하려 하니, 양쪽이 모두 나라 안의 호걸들인데다가 더욱이 친척 사이여서 차마 무기를 들지는 못하고, 시비가 분분하여 화해하는 말도 듣지 않으니 깊이 근심이 되었나이다.
012_0481_c_21L王白佛言如世尊說末利夫人飮酒破不起惡心而有功德無罪報者切人民亦復皆然何以故我念近昔舍衛城中有諸豪族剎利王公因小諍競乃致大怨各各結謀興兵相兩家竝是國中豪種復是親戚非可執錄紛紜鬪戰不從理諫深爲憂之
다시 생각하니 옛날 태자로 있을 때 제위라(提違羅)라는 선왕(先王)의 대신이 있었는데, 자기의 문벌이 부귀하고 강한 것을 믿고 경솔하고 거만하게 굴며 하는 행동마다 희롱조여서 축생보다도 더 심하였나이다.
012_0482_a_06L復自念言昔太子時先王大臣名提違羅恃其門宗富貴豪强而見輕慢形調戲弄劇於畜生
그때 분통이 터져 감정과 진실을 분별치 못하고 죽이고자 하였으나 힘이 미치지 못하여 부왕에게 호소하였지만, 또 도움을 받지 못하여 독기와 한탄만 품고 어찌할 바를 몰랐나이다.
012_0482_a_08L當時忿恚情實不分意欲誅滅力所不堪訴向父王復不聽省懷毒抱恨非可如何
그 까닭으로 음식이 줄고 근심으로 초췌해지더니, 그때 태후(太后:어머니)께서 저의 근심과 괴로움을 보시고 여러 가지로 타이르시었지만, 근심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나이다. 그때 태후께서 자식을 사랑하는 정이 지극하셔서 사자를 보내 좋은 술을 구해다가 저에게 마시라 하였나이다. 저는 어머님께 말하였나이다.
012_0482_a_10L以是因緣飮食損常懊惱愁悴爾時太后見我愁苦種種諫曉愁故不息於是太后愛子情重便遣使人求覓好酒勸我令飮卽白母言
‘조상 때부터 나라연(那羅延) 하늘을 섬기고 바라문을 받들었거늘 지금 만약 술을 마시면 하늘의 노여움을 받거나 바라문에게 벌책을 받을까 두렵습니다.’
012_0482_a_14L先祖相承事那羅延天奉婆羅門今若飮酒恐天怒爲婆羅門之所嘖罰
태후께서는 자식이 치명상이라도 입을까 두려워하여 밤이 깊었을 때 궁전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다른 사람, 즉 내시나 남종ㆍ여종들이 알지 못하게 한 뒤 저에게 말씀하셨나이다.
012_0482_a_16L太后當時懼子致命於夜靜時閞閉宮門令異人黃門婢使而得知者太后語言
‘대체로 천신이란, 자비하신 마음이 있어서 온갖 괴로움을 구제하시니 바라문도 모두 이러할 것이니라. 네가 지금 근심에 지쳐 헛되이 자기의 생명을 잃으니 천신인들 어찌 너의 목숨을 구하겠느냐. 차라리 약을 먹어 근심을 흩어 버리고 몸과 목숨을 온전히 해야 할 것이니라. 모든 바라문이 천안통(天眼通)12)을 얻지 못하였으니, 어찌 네가 비밀스럽게 한 일을 알겠느냐.’
012_0482_a_18L夫天神者有慈悲心救一切苦婆羅門者皆應如是子今愁毒唐自失命天神豈能救子命耶寧當服藥消散憂患得全身命諸婆羅門未得天眼安能知子隱密事也
012_0482_b_01L굳이 두세 차례 권하시기에 이럭저럭 권고에 따라 술을 마시고 근심을 잊었나이다. 태후는 아들의 안색이 회복된 것을 보시고 기뻐하시며, 곧 궁녀들을 불러 풍류와 광대를 잡히고 3ㆍ7일 동안 5욕락을 받게 하시니, 분하고 한스러운 일이 차츰 뜻대로 되어 마음에서 사라져버렸나이다. 이 일을 기억하고는 곧 충신들에게 명령하여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를 장만하게 하고, 한편 나라 안의 호화로운 족성과 뭇 신하와 백성들에게 명령을 전하여, 나라의 큰일에 대해 의논할 게 있으니 모두 모이라 하였나이다.
012_0482_a_23L逼迫再三俛仰從之旣飮酒已忘失愁恨太后見子還復顏色心卽歡喜召集宮女作唱伎樂三七日中受五欲樂所追忿恨從是得息思惟是已卽勅忠臣令辦好酒及諸甘膳又使宣令國中豪族群臣士民悉皆令集欲有所論國中大事
모든 신하가 다투어 모여, 양쪽의 권속이 각각 5백 명씩이나 부름에 응하여 왔으므로 왕좌(王座) 앞에 큰 음악을 장만하고, 충신들에게 명령하여 석 되 가량씩 드는 유리 술잔을 준비하도록 하였나이다. 모든 보배 술잔에 좋은 술을 가득가득 따르게 하고 제가 여러 사람 앞에서 먼저 한 잔을 마시고 말하기를, ‘이제 나라의 큰일을 의논하는데 여기에 앉은 여러분은 이의(異議)가 없을 줄로 생각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제각기 이 한 잔의 감로양약(甘露良藥)을 마신 뒤에 일을 의논하는 것이 어떠하오?’ 하니, 모두 ‘지당하시옵니다. 대왕의 명령을 받드오리다’ 하였사옵니다.
012_0482_b_07L諸臣諍競兩徒眷屬各有五百應召來集於王殿上莊嚴太樂王勅忠臣辦琉璃椀受三升許諸寶椀中盛滿好酒我於衆前先喫一椀王曰今論國中大事想無異心坐此會今當人人辦此一椀甘露良藥後論事咸言唯諾奉大王命
아울러 음악관[伎官]에 명하여 큰 풍악을 연주하게 하니 모든 사람이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더니 마음이 흐뭇해져서 원수도 모두 잊고, 패연(沛然)히 근심이 없어졌나이다. 저는 다시 잔을 들며 모든 대신에게 말하였나이다.
‘사대부가 덕을 닦아 여러 세상을 계승하면서 성인의 가르침을 받들어 시행하는데 어긋나지 말게 할 것이거늘 경들은 어찌하여 작은 일로 인해 이토록 분쟁을 하는 것이요? 만일 참지 못하면 나라의 앞날을 그르칠까 두려워 다시 권유하니, 부디 다투는 일을 멈추기 바라오.’
012_0482_b_13L竝勅伎官作唱太樂諸人得酒幷聞音樂中歡樂忘失仇恨沛然無憂王復持椀白諸君曰士夫修德歷世相承奉聖教不應差違諸君何爲因於小事忿諍如之若不忍者恐亡國嗣故重諫幸息諍事
모든 신하들은 말하기를, ‘삼가 소중하신 분부를 좇아 어기지 않겠나이다.’하니, 이후로 나라가 화평하게 되었나이다.”
012_0482_b_19L諸臣白曰敬奉重不敢違也因是和平
왕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사람이 분쟁을 일으킨 것은 술 때문이 아니고, 오히려 술로 인해 분쟁의 마음을 쉬고 태평을 찾았으니, 이 어찌 술의 공로가 아니겠나이까?
012_0482_b_20L王白佛言人起諍不因於酒然因得酒息忿諍心而得太平此豈非是酒之功也
012_0482_c_01L 또 세존이시여, 세간의 빈궁한 소인들과 노비와 객사(客使)와 남ㆍ북의 오랑캐를 보니, 명절 같은 날에 술집에 모여서 술을 마시면 즐거운 마음 때문에 남이 시키지 않아도 제각기 일어나 춤을 추거니와 술이 없을 때에는 도무지 이러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알겠으니, 사람은 술을 마심으로써 즐거워지고 마음이 즐거울 때는 악한 마음[惡念]을 내지 않으며, 악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것이 착한 마음이고, 착한 마음 때문에 응당 착한 과보를 받는가 하옵니다.
012_0482_b_22L復次世尊察見世閒窮貧小人奴客婢使夷蠻之人或因節日或於酒店聚會飮酒歡樂心故不須人教各各起儛未得酒時都無是事是故當知人因飮酒則致歡樂心歡樂時不起惡不起惡念則是善心善心因緣應受善報
또 세존이시여, 원숭이가 술을 마셔도 춤을 추거늘 하물며 세상 사람이야 어떻겠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선을 베풀면 착한 과보가 있고, 악을 베풀면 나쁜 과보가 있다 하시니, 세간 사람들이 전생에 보시하고 복덕을 지은 인연으로 이제 큰 부자가 되었거니와, 가난한 이는 얻기만 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남에게 주지 않은 까닭에 간탐한 인연으로 아귀의 과보를 받는다고 하시었나이다.
012_0482_c_06L復次世尊獼猴得酒尚能起儛況於世人如世尊說施善善報施惡惡報如世閒人緣前布施福德因緣今致大富貧者從乞慳惜不與慳貪因緣受餓鬼報
세상에 어떤 남자거나 여자이거나 단정한 몸을 받았거든 남자가 좋으면 여자에게 사랑을 받고 여자가 예쁘면 남자들이 즐거워하거늘, 만일 강력한 이가 이들 남녀를 제재하여 만나지 못하게 끊으면, 만나지 못하는 까닭에 근심과 괴로움을 이룰 것이니 이러한 죄는 어디로 돌아가겠나이까.
012_0482_c_10L或有世人若男若女受形端正男人好者爲女所愛女人好者男情所樂若有强力制斷男女不令會合不得合故則致憂苦此之殃罪當歸何處
말리 부인도 전생에 좋은 것으로 남에게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좋은 과보[好報]를 받았거늘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다섯 가지 계를 지니도록 하시고, 달마다 6재를 행하게 하시면서 재일(齋日)에는 향기롭고 화려한 의복을 입지 말고, 광대와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지 말며, 남편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가까이 말라 하시니, 마침내 무엇으로 보시하겠나이까. 헛되이 그 공력만 없애는 것이니 어찌 괴로움이 아니겠습니까?”
012_0482_c_14L末利夫人皆由前身以好施人故今得好報世尊云何令持五戒月行六齋六齋之日不得莊嚴香華服飾又復不聽作唱伎樂復不聽附近夫壻愛好之姿竟何所徒亡其功豈非苦也
012_0483_a_01L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의 힐난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말리 부인이 젊었을 때 만일 내가 ‘계율을 받아 지혜를 닦으리라’ 명령하지 않았던들 어찌 오늘의 덕이 있었겠는가. 자신이 능히 제도를 얻고 다시 왕의 몸을 제도하니, 이러한 공덕은 누구에게 돌리겠는가. 말리 부인이 나의 가르침을 받은 까닭에 말대로 수행하여 오늘과 같이 지혜를 성취하고 방편 해탈을 성취하였느니라.
012_0482_c_19L佛告王曰大王所難非不如是末利夫人在年少時若我不勅令受戒法修智慧者云何當有今日之德也能得度復度王身如斯之功復歸誰末利夫人受我教故如說而行使今日成就智慧方便解脫
또 대왕이여, 비유하자면 세상 사람이 한 아들을 두었는데 성공하도록 하려고 어릴 때부터 서당에 데리고 가서 스승에게 문예와 서한과 인간의 예의와 학당의 법규를 배우게 하노라. 모두 절제가 있으며 꾸짖고 매질하여 음식을 금하고 조절하며, 잠을 적게 재우고, 나아가고 들어감에 절도를 잃지 않게 하며, 어긴 것이 있으면 죄의 경중에 따라 벌을 주는 것이니, 아이는 매가 무섭기 때문에 전심으로 배움에 힘쓰다가 나이가 많아지고 학문이 높아지면 다시 제가 아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느니라. 말리 부인이 재계와 지계를 받드는 것도 그러하니라.
012_0483_a_02L復次大譬如世人家有一子欲令成故其幼年將詣學堂與師令教文藝書人望禮儀學堂之法皆有制令嘖杖罰禁節飮食不得睡眠出入行來不失節度有違犯者隨罪輕重計而行罰兒畏杖故專心就學至年大高才博聞靡所不知復以所知轉教餘人末利夫人奉齋持戒亦復如是
또 대왕이여, 부루나(富樓那) 같은 이는 질투심 때문에 은인과 애정을 끊고 부모와 처자를 떠나 산에 들어 학문을 익히는데, 풀잎으로 옷을 삼고 추위와 괴로움을 참으면서 맹세하기를 ‘반드시 96종의 경전을 모두 외우고 통달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서 부모를 뵙지 않으리라’ 하더니 20년을 채워 일체를 통탈하고 왕사성(王舍城)으로 돌아갔느니라. 머리에는 횃불을 이고 구리쇠로 배를 싸매고 한길을 다니면서 외치기를 자기가 일체를 아는 지혜를 가졌다고 하더니 나에게 와서 호통을 쳤느니라.
‘너 구담(瞿曇) 사문아, 무엇을 안단 말이냐?’
나는 말하였느니라.
‘이 어리석은 사람이여.’
그러고 나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012_0483_a_10L復次大王如富樓那妒嫉心故割斷恩愛辭別父母捨離妻子入山習學被服草衣忍寒耐苦自立誓言要當諷誦九十六種經書記論悉令通達不爾不還與父母相見足二十年一切通達還王舍城頭戴炬火以銅鍱陌上而行而自唱言我一切智來至我所而謂我言你瞿曇沙門竟何所我言癡人而說頌曰

비록 얼마쯤 들은 것이 있어도
스스로 크다 하면서 남에게 교만하면
이것은 맹인이 촛불을 들고 가지만
남은 비추어도 자기는 어두운 것이로다.
012_0483_a_19L若多少有聞
自大以憍人
是如盲執燭
照彼不自明
012_0483_b_01L
그때 부루나가 이 말을 듣고 잠깐 사이에 마음을 깨쳐, 횃불을 버리고 배를 풀고 엎드려 절하며 잘못을 참회하였으니, 모두 다문(多聞)의 지혜와 모든 감관이 총명한 까닭이니라. 일어나기 전에 삼계의 모든 번뇌[漏]를 끊고 아라한을 이루니 모두 지혜의 힘이니라.
012_0483_a_21L時富樓那聞是語已霍然心悟捨炬解腹五體投地慚愧悔過皆由多聞智慧諸根利故未起之頃斷三界漏得羅漢道智慧之力
비유하자면 코끼리를 길들이면 갈고리를 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으니, 대왕이여, 마땅히 아시오. 학문을 익히는 이는 모두가 다섯 감관을 금지하고 제재하며 조섭한 연후에야 걸림 없이 통달하는 것이니, 이를 걸림이 없는 지혜[無礙智]라 하느니라. 걸림이 없는 지혜란 네 가지 말재주[四辯才]를 갖추니, 지금의 부루나가 네 가지 말재주를 갖춘 것도 모두 괴로움을 참고 배우기를 힘써서 얻은 것이니라.
012_0483_b_02L譬如調象隨鉤而轉大王當知夫習學者皆由禁制攝五情根然後通達無所罣㝵名無㝵智無㝵智者具四辯也今富樓那具四辯才皆由慊苦勤學所得
그러므로 나는 지혜로 아는 데는 일곱 가지 덕스러운 재주[七德才]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첫째는 믿음의 재주[信才]고, 둘째는 정진의 재주[精進才]며, 셋째는 계의 재주[戒才]고, 넷째는 부끄러움의 재주[慚愧才]며, 다섯째는 들음의 재주[聞才]고, 여섯째는 버림의 재주[捨才]며, 일곱째는 정혜의 재주[定慧才]이니, 이것을 일곱 가지 재주라 하느니라. 말리 부인은 이 일곱 가지 재주를 갖추었으니, 대왕이여 아시오. 말리 부인은 비록 여자의 몸을 받았어도 재주가 높고 지혜가 넓어서 보통 사람과 다르니, 모두 젊을 때부터 몸ㆍ말ㆍ뜻을 삼가고 한마음을 오롯이 하여 지혜를 닦은 탓이니라. 지혜의 힘으로 해탈하고, 다시 지혜로써 천하를 깨우쳐 주느니라.”
012_0483_b_06L是故我說夫慧解者有七德才何謂爲七第一信才二精進才第三戒才四慚愧才第五聞才六爲捨才七定慧才是爲七才末利夫人具此七才大王當知末利夫人雖爲女身高才智博非同凡人皆由少來愼身口意一心專念修習智慧智慧力故名爲解脫復以智慧解悟天下
그때 세존께서 라후라 사미를 통해 모든 대중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2_0483_b_14L爾時世尊因羅睺沙彌爲諸大衆而說頌曰

들음[聞]은 용을 먹는 금익조(金翼鳥) 같아서
위세(威勢)와 무력이 강하고
들음은 움직이는 보배창고이어서
간 곳마다 이롭게 하여 주느니라.
012_0483_b_15L聞爲金翼鳥
威勢武力强
聞爲行寶藏
所在相利益

들음은 커다란 교량(橋梁)이어서
여러 가지 괴로움을 건너 주고
들음은 큰 배의 사공이어서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네주느니라.
012_0483_b_17L聞爲大橋梁
濟度衆苦厄
聞爲大船師
濟渡生死海

많이 들어 의지가 밝아지면
밝음으로 지혜는 더하여지고
지혜는 아는 뜻을 넓게 하여서
듣고 보며 법을 실천해 편안하느니라.
012_0483_b_18L多聞令志明
以明智慧增
智則博解義
見聞行法安

다문(多聞)은 넉넉히 근심 없애고
선정으로 기쁨을 삼게도 하며
감로법을 분명하게 알게 하나니
이로부터 열반을 얻게 되리라.
012_0483_b_19L多聞能除憂
能以定爲歡
善解甘露法
從是得泥洹

들음은 율법을 알게 하여서
의심을 풀고 바른 소견을 얻게 하나니
들음으로 인하여 그릇된 법을 버리고
수행하여 죽음이 없는 곳에 이르리라.
012_0483_b_21L聞爲知律法
解疑亦見正
從聞捨非法
行到不死處

선인들이 들음을 공경히 섬기고
모든 하늘이 또다시 그렇게 하여
마음에 만족하고 방일치 않으면
들음을 쌓아서 성인의 지혜를 이루리라.
012_0483_b_22L仙人敬事聞
諸天亦復然
撿心不放逸
積聞成聖智
012_0483_c_01L
지혜는 넉넉히 근심을 흩으며
그릇되고 사악한 것도 없애 버리니
편안하고 길한 것을 구하려 하면
반드시 밝은 사람을 섬길지니라.
012_0483_b_23L慧能散憂患
亦除非邪衰
欲求安隱吉
當奉事明者

맹인이 이로부터 눈을 얻고
어둠 속에서 촛불을 얻은 것과 같으니
세상 사람을 깨우쳐 인도해 주되
눈 밝은 이가 맹인을 이끌 듯하리라.
012_0483_c_02L盲從是得眼
如暗中得燭
開導世閒人
如明將無目

때문에 반드시 어리석음을 버리고
거만과 호사와 부귀에서 떠나
배움에 힘쓰며 밝은 사람을 섬기면
이것이 공덕을 쌓는 것이니라.
012_0483_c_03L是故應捨癡
離慢豪富樂
務學事明者
是名積聚德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다시 왕에게 이르셨다.
“왕이 지금 복덕을 받고 총명하며 널리 아는 것은 모두 전생에 밝은 스승을 가까이 섬기면서 괴로움을 참고 시봉하면서 학문을 익힌 때문이니라. 그러한 인연으로 받은 과보가 이제 인간의 왕이 되어 지혜가 밝아 사해(四海)를 다스리니 세간에 드문 바이니라.
012_0483_c_04L爾時世尊說是偈已復告王曰王今福德聰朗博義皆由前世親覲明師慊苦奉侍習學所致因緣果報今爲人王智慧明達隨宜撫接世閒難有
그러므로 나는 반야 지혜에 네 가지 뜻이 있다 하느니, 마땅히 알라. 3승을 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반야를 배울 것이고, 애써 세 가지 악[三惡]과 여덟 가지 어려움[八難]을 여의고 인간이나 천상의 즐거움을 얻으려 할지니, 온갖 복덕을 구하려고 하면 모두 지혜ㆍ방편을 배우고 익히는데 앞에 내가 말한 것과 같이 할지니라.
012_0483_c_08L是故我說般若智慧有四種義是故當知求三乘人當學般若若欲離三惡八難苦患欲受人天快樂果報要言之求一切福德皆應修學智慧方便如我前說
아일다왕(阿逸多王)이 부지런히 학문을 익힌 지혜의 힘 때문에 비록 실수하여 나쁜 갈래[惡趣]에 태어났어도 항상 전생의 일을 알았고, 숙명을 아는 까닭에 악을 고치고 선을 닦아 속히 해탈을 얻었으며, 모든 하늘이 건져 내어 공양하는 일도 만났고, 지혜의 힘으로 모든 하늘의 스승이 되기도 하였으니, 이러한 까닭에 나는 반야에 네 가지 뜻이 있다 하노라.”
012_0483_c_13L阿逸多王勤苦習學智慧力故雖復失行生惡趣中常識宿命識宿命故改惡修善速得解脫感致諸天濟接供飬以智慧力爲諸天師以是因緣我說般若有四種義
그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공덕ㆍ인연관ㆍ지혜ㆍ방편을 듣고 몹시 기뻐하였으며, 기타 태자와 황후와 대신과 서민이 모두 깨달음을 얻고 제각기 공경을 다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전과 같이 다시 앉았다, 왕이 합장하고 여쭈었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세상 사람이 선을 닦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유루의 선이고, 둘째는 무루의 선이나이다. 유루와 무루 두 가지의 뜻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세존께서 어찌하여 차별되게 말씀하십니까?”
012_0483_c_17L爾時波斯匿王聞佛所說智慧方便功德因緣甚大歡喜太子祇陁夫人太后群臣士民一切大衆莫不解悟各各修敬爲佛作禮復座如故王叉手曰如佛所言世人修善凡有二種一有漏善二無漏善有漏無漏二義歸一世尊云何說差別耶
012_0484_a_01L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두 가지 품류[二品]로 나누니, 첫째는 영리한 근기[利根]고, 둘째는 둔한 근기[鈍根]이니라. 둔한 사람을 위해서는 두 가지의 선을 말하고 영리한 사람을 위해서는 두 가지를 말하지 않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모든 근원의 흐름이 마침내는 한 바다로 돌아가는데, 둔한 사람들은 모든 감관이 어둡고 막히었기 때문에 분별된 법을 말하여 주느니라.”
012_0484_a_01L佛告王曰人有二品一者利根二者鈍根爲鈍根人說二種善利根之人不說二也所以者何衆源泉流終歸一海鈍根之人諸根暗塞是故爲說分別法耳
그때 국왕의 태자인 기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10선법에는 차별이 있나이까? 아니면 뜻이 같사옵니까? 망어계(妄語戒)의 뜻은 하나이옵니까? 아니면 많습니까? 만일 한 뜻이라면 마침내 지니지 못할 것이고, 만일 차별된 것이라면 설명하여 주시옵소서.”
012_0484_a_05L爾時國王太子祇陁白佛世尊十善戒法有差別也同一義耶妄語戒義一耶多耶若一義者終不可持若差品者願佛說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짓말[妄語]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무거운 것이요 둘째는 가벼운 것이니라. 어떤 것이 무거운 것인가. 만일 계를 받은 사람이 지혜를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 어리석고 지혜가 없으면 사람들을 교화하여 불법을 번성하게 하지 못할 것이니라. 이 까닭에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받고 공양을 얻지 못하여 가난하고 곤궁해질 것이니라. 이들이 공양을 얻기 위해 겉으로는 정진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안으로는 사악하고 흐린 행동을 하면서도 열심히 여러 사람에게 선전하기를, 이 비구들은 애써 정진하여 선정의 경계를 얻었다 하거나 부처를 보았다고 하고, 귀신을 보거나 용을 보았다 하니 이러한 사람은 큰 거짓말을 저지르는 것으로, 이러한 죄를 저지르면 아비지옥에 떨어지느니라.
012_0484_a_09L佛告之曰妄語有二一重二輕何謂爲重若受戒人不修智慧愚癡無智不能教化興隆佛法爲是之故人所輕慢不得供飬貧窮困苦爲供飬故外現精進內行邪濁展轉相教宣向諸人比丘苦行精進得禪境界或言見佛見龍見鬼如是之人名大妄語犯是罪者墮阿鼻獄又復妄語能令殺人破壞人家
또 거짓말을 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남의 집안을 파괴하거나 거짓말을 하여 시기와 계약을 어겨 남에게 미움을 받으면 이런 것은 낮은 거짓말[下妄語]이니, 이렇게 행하는 사람은 계를 어겼다고 말하니, 작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그 밖의 장난을 치거나 사사로운 이치로 숨겨야 할 일에 대하여, 있는 것은 없다 하고 없는 것을 있다 하는 정도는 계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니라.”
012_0484_a_17L復有妄語違失期契令他瞋恨如是名爲下妄語也行如是者名爲犯戒墮小地獄其餘調戲及諸私理匿禁之事或有言無或無言有不犯戒也
012_0484_b_01L기타 태자가 부처님께 이 말씀을 듣고 10선법을 받은 뒤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자가 오늘 의혹이 모두 없어지고 3보리심을 내었사오니 부처님께서는 증명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대단히 기쁜 일이니 마땅히 때가 왔음을 알지니라.”
012_0484_a_21L太子祇陁聞說是已卽於佛前受十善道白佛言世尊弟子今日疑悔已除發三菩提心願佛證知佛言善哉大隨喜宜知是時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시방의 성현들이 중생의 인연ㆍ과보를 밝게 안다 하시니 저의 아버지 선왕(先王)께서는 외도를 섬기어 그 계율을 지니고, 술ㆍ고기와 오신채(五辛菜)인 파ㆍ마늘을 끊고 범천(梵天)ㆍ해ㆍ달ㆍ물ㆍ불을 섬기었으며, 항상 보시를 실천하여 범천의 복을 구하시고, 해마다 소 천 마리의 우유를 들여 바라문에게 보시하였으니, 40년 동안을 계산하면 4만 마리 소가 됩니다.
012_0484_b_02L王白佛言如佛所十方賢聖明達衆生因緣果報者我父先王奉事外道隨持禁戒絕於酒肉五辛蔥蒜供飬梵天日月水火常行布施求梵天福年年常用千頭乳牛施婆羅門計四十年四萬頭牛
모든 바라문은 그들의 우유인 타락[酪]ㆍ생소(生酥)ㆍ숙소(熟酥)ㆍ제호(醍醐) 따위의 맛있는 것을 먹었나이다. 이러한 공덕이라면 어느 하늘에 태어났겠나이까?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분별하여 가르쳐 주시고, 모든 수행하는 이들이 두루 듣고 알게 하옵소서.”
012_0484_b_07L諸婆羅門食其乳生酥熟酥醍醐等味如斯功德生何天也願佛垂哀分別教示令諸行者普得聞知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왕의 과보는 지금 지옥에 있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하고 착한 벗[善友]을 만나지 못했으며, 좋은 방편이 없었기 때문에 비록 공덕을 닦았지만 죄를 면하지 못했느니라. 그러나 보시한 공덕은 없어지지 않아서 죄가 끝나면 복을 받게 될 것이니라.
012_0484_b_10L佛告王曰前王果報今在地獄所以者何不値善時不遇善友無善方便雖修功德不得免罪布施之功不亡失也罪後畢時方當受福
대왕이여, 사람이 복을 닦는 것은 죄와 더불어 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니라. 함께 합치지 않으려는 까닭에 모름지기 방편을 써서 죄를 소멸케 할지니라. 어떤 것이 방편인가 하면 선지식(善知識)이니라. 어떤 것이 선지식인가 하면 바른 소견을 가진 사람이니라. 이를 착한 벗이라 하니 항상 바른 가르침[正敎]으로 그의 마음을 잘 다스리느니라. 어떤 것이 바른 가르침인가.
012_0484_b_14L大王當知夫人修福不與罪合不共合故要須方便令得滅罪何謂方便謂善知識何謂善友正見人是爲善友常以正教調伏其何謂正教
이른바 무상(無常)ㆍ공(空)ㆍ고(苦)ㆍ무아(無我)와 12인연 따위를 관찰하여, 나고 죽는 데 얽힌 이가 네 가지 거룩한 진리를 닦는 것이니 괴로움을 보고 습기를 끊으며, 적멸(寂滅)을 증득하여 도를 닦으며, 6바라밀과 네 가지 무량한 마음[四無量心]을 닦는 것이니, 이것이 방편으로 모든 감관을 잘 다스리는 것이니라.
012_0484_b_18L謂觀無常無我二因緣纏著生死修四眞諦見苦證滅修道行六波羅蜜四無量心是爲方便調伏諸根
012_0484_c_01L감관이 잘 다스려진 까닭에 정혜(定慧)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한 까닭에 마음이 바르고 곧으며, 마음이 바르고 곧은 까닭에 능히 정진하고, 정진하는 까닭에 경계하고 삼가는 마음을 내며, 경계하고 삼가는 마음이 끝끝내 있기 때문에 정혜가 밝아지고, 정혜가 밝아지기 때문에 만행(萬行)에 임할 때 걸림 없이 통달하고, 행이 걸림이 없기 때문에 해탈이라 하는 것이니, 마음이 해탈한 것이 열반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선지식이라 부르느니라.
012_0484_b_21L根調伏故定慧成就慧成就故其心正直心正直故能起精進精進心故能起戒愼戒愼究竟定慧明了慧明了故遊諸萬行通達無㝵行無㝵故名爲解脫解脫心者卽涅槃也是則名爲善知識也
대왕이여, 마땅히 아십시오. 밝은 스승이 잘 인도하니, 큰 인연으로 가벼이 못할 것이니라.
대왕은 이제 성현들을 만났으니 모두 전세의 인연과 과보로써 법을 듣고 깊이 믿으며, 또 남들도 알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말하노니 밝은 사람은 만나기 어려우며, 항상 있지도 않으며, 그가 태어나는 곳은 친척까지도 경사를 입느니라. 그러므로 반드시 반야 지혜를 닦을지니라.”
012_0484_c_03L大王當知明師善導是大因緣不可輕也大王今者遭賢遇聖皆由前世因緣果報聞法信解復能解人是故我說明人難値而不比有其所生處族親蒙慶是故當修般若智慧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의 말씀을 듣고 지혜와 방편이 이미 마음에 익었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재화와 복이 같지 않다’ 하시니, 저의 부왕(父王)은 어떠한 나쁜 일이 있어서 괴로운 과보를 받았나이까?”
012_0484_c_08L王白佛言聞世尊說智慧方便皆已貫心如世尊說禍福不同我先帝大有何惡業受苦報耶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먼저 대왕에게는 여섯 가지 죄가 있으니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오만하고 질투하고 폐단으로 일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즉각 채찍을 들어 벌을 주니, 인욕(忍辱)하지 않은 까닭이니라. 둘째는 보물을 탐내고 사랑하며, 일을 판단하되 공평하지 못하니, 드디어 천하로 하여금 원한을 품게 한 까닭이니라. 셋째는 사냥과 놀이를 좋아하여 백성을 괴롭히니, 중생들의 사랑하는 목숨을 해친 때문이니라.
012_0484_c_11L佛告王曰帝大王有六種罪何謂六種一者傲慢妒弊事無麤細便起鞭罰不忍辱二者貪愛寶貨斷事不平致令天下懷怨恨故三者遊獵嬉戲苦困人傷害衆生所愛命故
넷째는 궁녀들을 구속하여 자유롭지 못하게 했으니, 큰 괴로움을 준 까닭이니라. 다섯째는 여색(女色)을 탐내어 새것을 얻으려 옛것을 싫어했으니, 보살피기를 고르지 못하게 하여 원한을 맺은 까닭이니라. 여섯째는 바라문을 두려워하여 술ㆍ고기ㆍ오신채를 몰래 먹었으니, 책망을 들을까 봐 두려워 거짓을 행한 까닭이니라. 이것이 여섯 가지 일이니라. 이러한 죄업으로 지옥에 태어났느니라.”
012_0484_c_16L四者禁閉宮不得從意受大苦故五者耽著女得新厭舊撫接不平致怨恨故者畏婆羅門偸食酒肉五辛蔥蒜被呵責行詐僞故是爲六事罪業因生地獄中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그러하다면 부처님께서 나오시기 전에 제자에게도 그러한 죄가 있었사오니, 어떻게 하여야 10선행법을 닦아 걸림 없이 성취하겠나이까?”
012_0484_c_21L王白佛言若如是者佛未出時弟子亦有如斯之罪當如之何修十善行令得成就無滯㝵也
012_0485_a_01L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먼저 말한 것처럼 해가 돋을 때 모든 어둠이 사라지나니 아직 남은 어둠이 있겠느냐?”
012_0485_a_01L佛告王曰如我先說日光出時衆冥悉滅有餘暗不
“등불의 광명도 오히려 어둠을 물리치는데, 하물며 햇빛의 위력이겠나이까.”
012_0485_a_02L王曰燈火之光尚能滅暗況日光明威勢力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왕의 복덕으로 부처의 설법을 듣고 지혜를 성취하니, 마치 햇빛이 온갖 어둠을 없애는 것과 같으니라.”
012_0485_a_04L今王福德聞佛說法成就智慧喩若日光滅一切暗無餘罪也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의 부왕께서 섬기던 바라문의 스승은 부지런히 지혜를 닦아 고행을 익혔으며, 복을 구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았나이다. 혹은 바위 위에 누워 다섯 가지 열(熱)로써 몸을 쪼이고, 혹은 음식을 끊어 하늘에 나기를 구하고 혹은 많은 나무를 쌓아 산 채로 몸을 태우고 혹은 발을 고이고 해를 향해 입을 벌리고, 혹은 높은 나무에서 노끈으로 다리를 매고 거꾸로 떨어지고, 혹은 가시에 누워 돌을 안고 가슴을 짓찧었으니, 이렇듯 온갖 고행을 하였나이다. 고행한 공덕과 복덕의 인연은 어디로 돌아가나이까?”
012_0485_a_05L王白佛言我父所事婆羅門師精進智慧修習苦行爲求福故不惜身命或有投巖五熱炙身或斷飮食求生梵天或大積薪生自燒身或有翹腳張口向日或於高樹以繩繫腳而自倒懸或臥刺棘抱石磓胸有如是等種種苦行苦行之功福德因緣歸何所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 행이 괴로우면 괴로운 과보가 있고 행이 즐거우면 즐거운 과보가 있으니 그대는 듣지 못했느냐?”
012_0485_a_13L佛答之曰如吾前說行苦苦報行樂樂報汝不聞乎
왕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모든 제자들을 제어하시어 계율을 지니게 하시는 것은 괴로움이 아니옵니까? 대체로 사람이 시장할 때에 곧 밥을 얻지 못하면 번뇌가 끝없이 일어나고, 분노가 불길처럼 타올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며, 성내는 마음과 죽이려는 생각을 일으켜 수가라를 죽이려 하였으니, 이러한 일로 여러 세상에서 괴로움을 받으면, 어찌 괴로움이 아니옵니까?”
012_0485_a_14L王言世尊制諸弟子令持禁戒非爲苦耶夫人飢時不卽得食煩惱撗起忿怒隆盛不自覺識起瞋懷害殺修迦羅如斯之事累世受苦豈非惡也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예전에 오전의 음식을 금한 것은 모든 비구가 외도의 법을 버리고 나의 법으로 출가하여 도를 닦는데, 앞서 고행을 익히던 굶주린 마음 때문에 모든 제자들이 아름다운 음식을 만나면 식탐을 내어 과식하고,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아 병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느니라. 그러므로 음식을 제재한 것이지 굶주리는 고행으로 복을 구한 것은 아니니라.
012_0485_a_18L佛告王曰吾前所以制中前食者爲諸比丘捨外道於我法中出家爲道先習苦行餓心故得諸弟子肥美飮食貪食過食不消故則致衆病是故制食爲飢苦求福德也
012_0485_b_01L또 절도(節度) 있게 먹는 사람은 비구들이 밤낮이 없이 사방으로 걸식하며, 먹기를 때도 없이 하여 외도들에게 비방 받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구담 사문은 도가 정교하다고 자랑하면서 어찌 외도들만도 못한가’라고 하기 때문에 음식을 조절케 한 것이지 주리는 고행으로써 복을 구하라는 것은 아니니라. 요약해서 말하자면, 제정한 계율들은 바야흐로 어리석고 방편이나 지혜가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지혜로워서 때와 장소를 아는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니라.
내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반야 지혜는 곧 해탈이니, 슬기로운 이[智者]가 받을 것이고, 성인이 실천할 바이니라.”
012_0485_a_23L又節食者見諸比丘縱撗乞食無有晝夜食無時節諸外道之所譏責而作是言瞿曇沙門自言道精何以不如外道法也故節食非於飢苦而求福也以要言所制禁戒正爲癡人無方便慧爲智人知時宜也如我前說般若智慧卽是解脫智者所受聖所行處
왕이 이 말씀을 듣고 더욱 기뻐하여 다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였고, 온갖 대중도 모두 그렇게 하였다.
012_0485_b_07L聞是已益加歡喜更起恭敬爲佛作一切大衆皆亦如是
그때 바사닉왕이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늘의 이 대중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의심의 매듭이 풀리니, 마치 햇빛이 어둠을 헤치고 밝은 천지를 보는 것과 같나이다. 이러한 공덕의 은혜는 갚기 어렵사오니, 모든 제자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공양을 베풀어야 지금 세존의 무거운 은혜를 갚겠나이까?”
012_0485_b_09L波斯匿王長跪合掌白世尊曰今此大衆聞佛所說疑網結解猶如日光消除暗冥得見大明如此之功其恩難報諸弟子等當以何方施設供飬報今世尊斯重恩耶
부처님께서 왕과 모든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감로법[甘露敎法]의 은공은 참으로 보답하기 어려우니라. 설사 어떤 사람이 항하(恒河)의 모래 수처럼 많은 겁에 마음을 다하여 불보ㆍ법보ㆍ승보에게 의식과 와구와 질병의 약을 받들어 섬긴다면 그대의 뜻에 어떠한가. 그의 복이 많지 않겠는가?”
왕이 여쭈었다.
“심히 많아서 헤아리지 못하겠나이다.”
012_0485_b_14L佛告王曰及諸會衆甘露法教其功難報假令有人於恒沙劫盡心奉事佛法聖衆衣食臥具疾病醫藥於意云何其福多不王曰甚多不可稱量
012_0485_c_01L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감로법은 정묘하여 헤아리기 어려워서 거칠고 미세한 것을 막론하고 제도하니, 하늘이나 세상 사람의 복덕으로는 갚지 못하느니라. 오직 한 가지 일로써 보답할 수 있으니, 무엇이 한 가지인가. 항상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기가 아는 대로 더욱 열심히 교화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그의 신심으로 지혜를 이루도록 교화하는 데 다함이 없게 할지니라. 비유하자면 한 등불로써 무량한 등불을 켜는 것과 같이 할지니, 이렇게 행하는 이만이 스승들의 소중한 은혜를 갚는다 하리라.
012_0485_b_18L佛告王曰甘露法者精妙難量濟無麤細非天世人福德之力所能報也唯有一事能報佛恩何謂爲一常以慈以其所解一切善法展轉開化乃至一人令其信心成就智慧展轉教化無有窮盡譬如一燈燃無量燈如是行者乃名爲報師徒重恩
대왕이여, 스승들이 해탈시켜 주신 은혜를 갚고자 할진대 도리어 지혜로써 중생을 해탈시킬지니 이렇게 행하는 이는 3세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요, 한 스승만을 공양하는 것이 아니니라.”
012_0485_c_02L大王當知欲報師徒解脫恩者還以智慧解脫衆生如是行者則爲供飬三世諸佛非但供飬報一師也
왕은 또 합장하고 여쭈었다.
“성스러운 교법을 선전하여 중생을 깨우치고 바른 소견을 수행하여 성스러운 도를 수행케 하면 그 복이 어떠하옵니까?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중생을 깨우쳐 주옵소서.”
012_0485_c_05L王叉手白宣傳聖教開悟群生令行正見修習聖道其福云何唯願垂哀開導衆生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스승에게 법을 듣고 한 구절이나 한 뜻이라도 널리 교화하여 한 사람일지라도 믿지 않는 이는 믿게 하고 알지 못하는 이는 알게 하면, 이러한 공덕은 한량없고 그지없어 범부들의 능히 알 바가 아니니라. 대왕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천 년 동안 음식ㆍ의약ㆍ좋은 의복으로 불보ㆍ법보ㆍ승보에게 공양하면 그 복이 많지 않겠는가?”
왕은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으리라고 대답하였다.
012_0485_c_07L佛告王曰若善男子善女人從師聞法一句一義轉教化乃至一人未信令信未解令如是功德無量無邊非是凡夫所能知也大王假使有人於千歲中飮食醫藥上妙衣服供飬恭敬佛法聖衆其福多不王言甚多不可稱量
“대왕이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스승에게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널리 교화하여 한 사람일지라도 믿고 알도록 하면 그 복덕이 저보다 더하여 백천만억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리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법에 맞게 교화하는 공덕이 한량없기 때문이니라.”
012_0485_c_13L佛言大王善男子善女人從師聞說諸佛正教展轉教化乃至一人令其信解其所得福復過於彼千萬億倍不及其一何以故法化之功應無量故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법의 가르침[法敎]을 부지런히 선전하여 일체 인민을 교화하면 그 복이 한량없으리라. 아난아, 내가 지금 이 더할 나위 없는 묘한 법으로써 너에게 부탁하니 선포하고 교화하여 중생들을 제도하면 곧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니라.”
012_0485_c_17L佛告阿難如此法教精勤宣化一切人民其福無量阿難我今以此無上妙法付囑於汝宣布教化過度衆生則爲供飬一切諸佛
아난이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맡기시니, 이름을 무엇이라 부르오리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미증유설인연경(未曾有說因緣經)』이니,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할지니라.”
012_0485_c_21L阿難叉手白世尊曰佛囑此經當何名之佛告阿難此經教者名『未曾有說因緣經』當勤修行
012_0486_a_01L그때 바사닉왕과 기타 태자와 부인과 후궁과 사부제자와 제석ㆍ범천과 8부용신과 80만 인간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제각기 발심하고, 세 가지 해탈문(解脫門)을 향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가서 법에 맞게 받들어 실천하였다.
012_0486_a_01L爾時波斯匿王祇陁太子夫人後宮四部弟子釋梵諸天八部龍神八十萬人聞佛所說皆大歡喜各各發心向三脫門禮佛辭退如法奉行
佛說未曾有因緣經卷下
庚子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4)또는 나라연나(那羅延那)ㆍ나라야나(那羅野拏)라고 하며, 견고(堅固)ㆍ구쇄역사(鉤鎖力士)ㆍ인생본(人生本)이라 번역한다. 천상의 역사(力士)로서, 그 힘의 세기가 코끼리의 백만 배나 된다고 한다.
  2. 5)범은 청정ㆍ적정의 뜻, 맑고 깨끗한 행실. 정행(淨行)과 같음. ①더럽고 추한 음욕을 끊는 것을 범행이라 한다. 곧 범천의 행법이란 말. ②5행(行)의 하나. 공(空)ㆍ유(有)의 양쪽에 치우쳐 물들지 않고, 맑고 깨끗한 자비심으로 중생의 고통을 건지고 낙을 주는 보살행이다.
  3. 6)정(定)ㆍ혜(慧)를 닦는 2법(法). 불교의 중요한 수도 방법. 지는 정지(停止). 마음을 고요히 거두어 망념을 쉬고, 한 곳에 집중하는 것. 관은 관달(觀達). 지혜를 일으켜 관조하여 진여에 계합하는 것. 이 둘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일대(一對)의 법이어서, 두 법이 서로 의지하고 도와서 해탈의 중요한 길을 이루므로 지관이라 한다.
  4. 7)6욕천의 하나. 이 하늘에 나면, 자기의 대경(對境)을 변화하여 쾌락의 대상으로 삼게 되므로 이렇게 이름한다.
  5. 8)유(維)는 모퉁이ㆍ네 구석이란 뜻, 사우(四隅)를 말함. 간(艮:동북)ㆍ손(巽:동남)ㆍ건(乾:서북)ㆍ곤(坤:서남).
  6. 9)모든 법의 진실체를 일컫는 말. 위(爲)는 위작(爲作)ㆍ조작(造作)의 뜻. 곧 인연인 위작ㆍ조작을 여의고, 생ㆍ주ㆍ이ㆍ멸 4상(相)의 변천이 없는 진리를 말한다. 열반ㆍ법성ㆍ실상 등은 무위의 다른 이름. 구사종(俱舍宗)에서는 3무위를 세우고, 유식종(唯識宗)에서는 6무위를 세웠다.
  7. 10)매달 8ㆍ14ㆍ15ㆍ23ㆍ29ㆍ30일의 6일. 이 6일은 사천왕이 천하를 순행하면서 사람의 선악을 살피는 날. 또는 악귀(惡鬼)가 사람의 짬을 보는 날. 이 날에는 사람마다 몸을 조심하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지계(持戒)하여야 한다고 한다.
  8. 11)8계재(戒齋)ㆍ8계(戒)ㆍ8지재법(支齋法)ㆍ8소응리(所應離). 재가자가 하루 동안 받아 지키는 계율. 중생을 죽이지 말라ㆍ훔치지 말라ㆍ음행하지 말라ㆍ거짓말 하지 말라ㆍ술 먹지 말라ㆍ꽃다발 쓰거나 향 바르고 노래하고 풍류를 즐기지 말며 가서 구경하지 말라ㆍ높고 넓고 큰 잘 꾸민 평상에 앉지 말라ㆍ때 아닌 때에 먹지 말라의 8계. 이 가운데 제8은 재, 나머지 일곱은 계. 또는 6번째 항목을 꽃다발로 꾸미거나 장식물로 꾸미지 말라ㆍ노래하고 춤추며 풍류를 즐기지 말라의 둘로 나누어서 8계와 1재를 말한다고도 한다. 관은 금지한다는 뜻이다.
  9. 12)6통의 하나. 세간 일체의 멀고 가까운 모든 고락의 모양과 온갖 형체와 색을 속속들이 내다볼 수 있는 자유자재한 작용력. 곧 장애를 받지 않고 자유자재하게 환히 뚫어 볼 수 있는 역용(力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