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1. 개요
경명은, ‘바라문인 알파라연이 존귀한 종족에 대하여 질문한 것’이라는 뜻이다. 당시 인도사회에서 가장 높은 계급을 자처하던 바라문에게, 그들의 4성(姓)제도에 대한 견해가 그릇되었다고 깨우쳐 주는 경전이다. 줄여서 『범지알라문종존경(梵志頞羅問種尊經)』이라고도 한다.
2. 성립과 한역
동진(東晋)시대에 축담무란(竺曇無蘭)이 381년에서 395년 사이에 양도(楊都)의 사진서사(謝鎭西寺)에서 번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이역본으로는 『중아함경』제151경인 『범지아섭서경(梵志阿攝恕經)』과 팔리어본 MN. 93 Assalāyana sutta가 있다.
4. 구성과 내용
부처님이 500명의 비구들과 함께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있을 때였다. 성안에 있던 500명의 바라문들은 성을 나와 농막에서, 바라문들만 입에서 태어났으며 바라문들은 일곱째 범천(梵天)의 자손이고 바라문 종족은 죽은 뒤에 범천에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부처는 바라문 종족을 왕족이나 농부와 기술자 종족과 같다고 한다며 부처를 비난하였다. 바라문들은 자신들의 대표로 알파라연을 뽑아 부처의 부당한 주장을 논박하기로 하였다. 알파라연은 500명의 바라문들과 함께 부처님이 머무는 처소로 찾아와서 자신들이 먼저 논의한 내용에 대하여 해명할 것을 요구하자, 부처님이 설하셨다. “불법(佛法)에서는 종족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하지 않는다. 바라문의 아들이 왕족의 딸과 결혼하면 왕족의 딸이 자식을 낳을 것이고 왕족의 아들이 농부의 딸과 결혼하면 농부의 딸이 자식을 낳을 것이며 기술자의 아들이 바라문의 딸과 결혼하면 바라문의 딸이 아들을 낳을 것이므로 종족들 간의 구별은 있을 수 없다. 불법에서는 행(行)을 근본으로 삼으므로 행이 선(善)한 자가 가장 큰 종족이며 천하의 존귀함은 행의 선으로써 얻는 것이다. 4성의 종족들 가운데 살생을 좋아하고 도둑질이나 음행(淫行)하기를 좋아하며 어리석은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제사 지내기를 좋아하는 등의 행을 하는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 바라문들이 비록 그러한 악을 저질러도 범천의 자손이기 때문에 입에서 태어났고 죽어서는 모두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하나, 바라문 종족도 선행을 할 경우에만 천상에 난다. 사람의 종류는 모두 마음과 뜻과 의식에 따라 생기는 것이므로 마음과 뜻과 의식이 악하면 축생과 아귀와 지옥에 들어간다. 4성의 종족들 가운데 어떤 종족도 행이 악하면 3악도(惡道)에 들어간다. 왕이 고명한 자를 불러 신하를 삼는데 고명한 자가 어떤 종족에 속해 있는가에 대하여 묻지 않고, 추위 때문에 지핀 불은 4성의 종족을 가리지 않고 둘러앉은 모든 종족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보내며, 4성의 종족들 모두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에 다 같이 열 달을 보내야 하고, 해와 달도 특정한 종족만을 비추지 않는다. 이와 같이 모든 종족은 차이가 없으며 바라문 종족이라도 부모에게 불효하고 살생과 도둑질 등의 10악행을 행한 자는 죽어서 지옥에 간다.” 끝으로 부처님이 알파라연에게 부처님이 전생에 천도(天道)를 지닌 아혁(阿洫)이라는 이름으로 출신을 묻는 일곱 바라문을 교화했던 일화를 설하자, 알파라연과 바라문들은 부처님에게 용서를 구하고 예배한 후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