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1. 개요
이 경은 부처님이 중생을 자비로 제도하듯이, 국왕은 나라를 지키는데 백성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전이다. 『법화경(法華經), 『금강명경(金光明經)』과 함께 호국 3부경 가운데 하나이다. 이다. 반야경 계통의 최초의 역경으로『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의 법(法)과 이를 수지(受持)하는 공덕에 관하여 설하고 이러한 도(道)를 수행할 것을 권하는 내용이다
2. 성립과 한역
당(唐)나라 때 불공(不空, Amoghavajra)이 765년에 대흥선사(大興善寺)에서 한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줄여서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 또는 『인왕호국경(仁王護國經)』이라고도 한다.
이역경으로 후진(後秦) 시대에 구마라집(鸠摩罗什, 344~413)이 한역한 『불설인왕반야바라밀경(佛說仁王般若波羅蜜經)』(K.19, T.245)이 있다.
주석서로 신라 원측의 『인왕경소(仁王經疏)』 6권이 현존하고 있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전은 전체 2권 8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 서품(序品), 제2 관공품(觀空品), 제3 보살교화품(菩薩敎化品), 제4 이제품(二諦品), 제5 호국품(護國品), 제6 산화품(散華品), 제7 수지품(受持品), 제8 촉루품(囑累品) 등이다.
이 경전의 내용을 보면, 제1 서품은 왕사성 독수리봉에서 이 경전이 설해짐을 말하고 있다. 석가모니불이 대공적(大空寂) 삼매에 들어가서 큰 광명을 놓으며 보배 꽃을 내는 등의 상서로운 일을 나타내자, 대중들은 “법신(法身)의 대각(大覺) 세존(世尊)은 이미 마하(摩訶), 금강(金剛), 천왕문(天王問), 광찬(光讚)의 반야바라밀경을 이미 설하셨다. 오늘 여래께서 큰 광명을 놓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라고 의심하였다. 그러자 사위국의 파사닉왕(波斯匿王)이 신력(神力)으로써 8만 가지의 음악을 연주하고 시방의 보살들도 와서 음악을 연주하자, 부처님이 선정으로부터 일어나서 금강산왕(金剛山王)과 같은 사자좌(師子座)에 앉으셨다. 여기서 마하반야바라밀경, 금강반야바라밀경, 승천왕반야바라밀경, 광찬반야바라밀경 등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러한 경전들보다 더 늦게 성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2 관공품은 16개 나라의 왕들을 상대로 하여 나라를 보호하는 법보다 먼저 부처가 될 수 있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공을 관찰하라고 설한다. 부처가 되려고 도를 닦는 자는 사람의 몸이나 마음 등은 그 본성이 허공과 같은 것으로 순간적으로 생겨나고 없어지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허공처럼 텅 빈 속에서 어떤 사물을 보려고 하거나 알아내려고 하거나,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이런 사람은 끝없는 탐욕의 포로가 되어서 윤회한다.
제3 보살교화품은 파사닉왕이 부처님께 “10지의 행을 보호하는 보살은 어떠한 행을 행하며, 어떠한 행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며, 어떠한 모습으로써 중생을 교화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5인(忍)을 제시한다. 복인(伏忍), 신인(信忍), 순인(順忍), 무생인(無生忍), 적멸인(寂滅忍) 등을 행하는 것이 모든 불보살의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이 된다. 또 부처님은 파사닉왕에게 “환화(幻化)의 몸으로써 환화의 중생을 보는 것과 같다면, 이는 보살이 진실로 중생을 교화하는 일이 된다.”라고 설한다.
제4 이제품은 보살은 제일의제(第一義諦) 중에 있으면서 언제나 2제(諦)를 비추어서 중생을 교화한다고 설한다. 보살이 아직 성불하지 않았을 때는 보리로써 번뇌를 삼지만, 보살이 성불할 때는 번뇌로써 보리를 삼는다. 왜냐하면 제일의제에서는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인왕경을 읽고 외우면 부처가 될 수 있으며, 왕이 잘 믿고 받들면 성벽이나 방패로 둘러싸인 것처럼 나라가 굳건해질 것이라고 가르친다.
제5 호국품에서는 나라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국토가 어지럽게 파괴되고 도둑이 와서 나라를 깨뜨리고자 할 때 100구(軀)의 불상, 100구의 보살상, 100구의 나한상, 100명의 비구, 4부 대중, 7중(衆)을 청하여 함께 이 경전을 듣고 100명의 법사를 청하여 반야바라밀을 외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온갖 잡신들도 기꺼이 나라를 보호해 줄 것이다. 신라 시대에 성행한 백고좌법회(百高座法會)는 이 호국품에 근거한 것이다.
제6 산화품(散華品)에서는 16개 나라의 왕들이 부처님께서 설하는 반야바라밀을 듣고서 환희하여 100만억의 꽃을 뿌린다. 그 꽃들이 허공에서 변하여 하나의 사자좌가 되자 시방의 모든 부처님은 함께 이 사자좌에 앉아서 반야바라밀을 설한다. 그때 부처님이 왕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다섯 가지의 불가사의한 신변(神變)을 나타내고, 하나의 꽃을 무량한 꽃에 넣고 무량한 꽃을 하나의 꽃에 넣으며, 무량한 수미산과 무량한 대해(大海)를 개자(芥子) 중에 넣고, 하나의 불신(佛身)을 무량한 중생신(衆生身)에 넣는다. 불신도 중생신도 세계도 불가사의하다. 그때 시방의 모든 하늘이 불화(佛華) 삼매를 얻었으며, 모든 보살은 그 몸으로 부처를 이루었다.
제7 수지품은 부처님이 멸도(滅度)한 이후 법이 소멸하게 될 때를 당하여 모든 국왕이 반야바라밀을 수지하여 크게 불사를 행하라고 설한다. 16개의 큰 나라, 500개의 중간 크기의 나라, 만 개의 작은 나라들 중에 일곱 가지 두려워해야 할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제거하기 위해서 반야바라밀을 강독하면 일곱 가지 어려움이 곧 멸하고, 일곱 가지 복이 곧 생한다. 모든 나라의 왕들이 이러한 설법을 듣고서 반야바라밀을 수지하였으며, 16개 나라의 왕들은 나라의 일을 동생에게 맡기고 출가하였다.
제8 촉루품은 부처님이 멸도한 이후에도 불교가 계속 흥성하도록 왕들에게 부탁한다. 부처님이 멸도한 이후 불교가 쇠퇴할 때는 왕들이 이를 부흥시켜야 한다. 왕이 권력으로 불교를 억압하거나 비구들을 억누르고 천대하면 나라에 질병이 만연하고 자연 재해가 들이닥칠 것이며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왕들과 하늘 사람들은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면서 자기들은 비구들을 억누르지 않을 것이며 불교를 보호할 것이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