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1. 개요
이 경은 광본 『금강정경(金剛頂經)』 18회 중 제15회에 해당하며, 보리심의 구현을 위한 수행 단계를 만다라로 표현한 것이다. 산스크리트경명(梵語經名)은 Sarvatathāgatakāyavākcittarahasyaguhyasamājamahātantrarāja이고, 티벳어경명(西藏語經名)은 De bshin gśegs pa thams cad kyi sku gsuṅ thugs kyi gsaṅ chen gsaṅ ba ḥdus pa shes bya ba brtag paḥi rgyal po chen po이다. 줄여서 『금강삼업경금강삼업경(金剛三業經)』·『비밀대교왕경(秘密大敎王經)』이라 하고, 별칭으로 『비밀집회유가비밀집회유가(秘密集會瑜伽)』·『비밀집회(秘密集會)』라고도 한다.
2. 성립과 한역
중국 북송(北宋)시대에 시호(施護, Dānapāla)가 1002년에 한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은 없다.
4. 구성과 내용
총 7권으로 구성된 이 경은 광본(廣本) 『금강정경』 18회 가운데 제15회에 해당하며, 보리심의 구현을 위한 수행의 단계를 만다라로 표현한 것이다. 모두 18개의 분(分)으로 이루어지며 내용상으로 3개의 부분으로 나눈다. 즉 제1분에서 제12분에 해당하는 전반부는 비밀 집회 유가의 기본적인 교설을 설하며, 제13분에서 제17분까지는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집성·조직한다. 제18분은 마지막으로 전체 내용을 요약해 해설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구성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이 경의 형성 과정에 의한 것으로 서로 이질적인 내용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 차이 때문에 인도나 티베트의 전승에서는 제17분까지를 근본 탄트라, 제18분을 속(續) 탄트라라고 부른다. 근본 탄트라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비교하면, 후반부는 그 분량이 전반부의 2∼3배에 달하며 진언과 다라니의 분량도 훨씬 더 늘어난다. 또한 작단법(作壇法), 호마법(護摩法), 염송법(念誦法), 만다라의 설명 등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어 의궤적인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그리고 제18분은 4지(支) 성취법, 또는 4종(種) 방편으로 비밀 집회 탄트라의 실천 체계를 요약한다. 먼저 설법의 주체인 대비로자나 여래가 청정법계에 거주하고, 그곳에 거주한 아촉여래가 대삼매야(大三昧耶) 만다라에 들어가고자 할 때, 대비로자나불은 제불(諸佛)의 만다라가 출현하는 순서를 설한다. 이어서 대비로자나불은 실천적으로는 일체 여래의 신·구·업의 주체로 표현된다. 이러한 비로자나불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각종 요가행이 필요하다. 관상(觀想)의 대상으로서 대삼매야 만다라에 있는 대비로자나불은 우주 그 자체에 해당한다. 이 우주를 담아내는 수행은 관상이며, 그 최상의 수행 단계를 미세(微細) 유가라고 한다. 이러한 수행의 절차는 만다라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그려진다. 심월(心月) 만다라, 대륜(大輪) 만다라, 묘월(妙月) 만다라, 일륜(日輪) 만다라, 5불(佛) 만다라 등 다섯 가지 만다라를 통해 수행의 절차를 차례로 전개한다. 수행 절차에 따른 만다라의 기능을 보면, 심월 만다라는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본성이 본래 청정한 것임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대륜 만다라는 탐(貪)을 본래 청정한 연꽃에 비유하여, 모든 번뇌를 단절하기 위한 것이다. 묘월 만다라는 자신이 본성이 본래 청정한 것으로서, 본래 보리심의 위에 있는 것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또 일륜 만다라는 지혜의 청정함을 밝히기 위한 것이며, 5불 만다라는 5불(佛)의 평등, 5지(智)에 의한 행위, 5안(眼)에 의한 관찰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만다라는 교리 체계의 골격을 이룬다. 이 만다라의 구성을 살펴보면, 중앙에 비로자나금강 여래가 위치하고 동쪽에 아촉금강 여래, 남쪽에 보생금강 여래, 서쪽에 무량수금강 여래, 북쪽에 불공성취금강 여래가 안주한다. 그 4방에는 아촉금강 여래에서 출생한 불안(佛眼) 보살이 동남쪽에 위치하며, 비로자나 금강 여래에서 출생한 마마지(摩摩枳) 보살이 서남쪽에, 무량수 여래에서 출생한 백의(白衣) 보살이 서북쪽에, 불공성취 여래에서 출생한 다라(多羅) 보살이 동북쪽에 자리한다. 그리고 4문(門)에는 염만득가(焰鬘得迦) 명왕(明王), 금강대분노발라연득가(金剛大忿怒鉢羅硏得迦) 명왕, 금강대분노발납만득가(金剛大忿怒鉢納鬘得迦) 명왕, 금강대분노미근난득가(金剛大忿怒尾覲難得迦) 명왕 등이 각각 동남서북에 자리한다. 이상의 제존은 한 만다라 속에 위치하여 미세(微細), 갈마(羯磨) 등의 묘용(妙用)을 나타낸다. 『금강정경』의 성립 시기로 볼 때 후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원형은 약 3세기경에 성립된 것으로 본다. 인도와 티베트에서는 범문과 티베트의 주석서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이 경전이 상당히 유포된 것으로 보이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는 주석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유포 과정은 중국에서 무상 유가 밀교의 유포가 거의 없었음을 의미하는데, 무상 유가 관계의 탄트라에 대한 송대 번역에는 의미가 불명확한 부분이 있고 오역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