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443_a_01L불설서동자경(佛說逝童子經)


서진(西晉) 지법도(支法度) 한역
박혜조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羅閱祇)1)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셨다. 평소대로 아침에 여러 비구들과 함께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들고 성안에 들어가셔서 탁발[分衛]2)을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부자(富者)인 가라월(迦羅越)3)의 집으로 향해 가셨는데,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의 나이는 열여섯 살이었고, 이름은 서(逝)였다. 그때 그는 세 번째 문 안에 있으면서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았다.4) 부처님의 몸은 기묘한 상호(相好)를 갖추었고, 용모가 단정하며 마음이 안정되어 모든 감관[根]이 고요히 적멸하였다. 게다가 목둘레에서 빛이 나와 밝은 광채가 매우 절묘했으며, 타오르는 듯한 광명이 치성하였다. 그것은 마치 태양의 해맑은 빛이 충만할 때처럼 문 안을 전부 비추었다. 그때 서(逝) 동자가 부처님의 이러한 모습을 뵙고는, 마음속으로 환희하며 숙연히 공경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당(堂)에 올라가 어머니를 위하여 게송을 지어 말했다.

금빛 광명의 빛이 백여 가지나 되니
이를 직접 보고 듣는 것은 희유(稀有)한 일이라.
지금 그러한 분이 오셔서 밖에 계시니
마땅히 그분이 구하시는 것을 드리소서.

위의(威儀)는 범왕(梵王)보다도 거룩하고
광명으로 빛나는 얼굴은 모든 천신(天神)보다 뛰어나도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오셨을 따름이니
원하옵건대 가진 것을 그분께 드리소서.

어머니가 서 동자의 말을 듣고 곧바로 말했다.
“그 사람이 네가 칭송하는 말과 같다면, 그가 어찌 빈궁해서 너와 같은 아이에게마저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겠느냐? 한결같이 의혹스럽지 않느냐? 따라서 지금 네가 말하는 것은 너무나 합당하지 않은 것 같구나.”
그때 부처님께서 곧 신족통(神足通)으로 변화를 나타내시니, 몸에서 나온 광명이 일곱 겹의 문을 비추니 그 안이 전부 다 크게 밝아졌다. 서 동자가 부처님의 위신력에 감동하여 거듭 어머니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했다.

비유컨대 사람이 불을 보고
스스로 그 속에 뛰어들어 종말을 맞듯이
올바로 부처님을 향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하늘과 사람 가운데 홀로 존귀하시고
지극한 성인으로 이보다 더 높은 이가 없으리니
바로 최고로 공양 받으실 만한 분이므로
보시한다면 반드시 커다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원하건대 지금 가지고 있는 식량을 나누어서
쓸 만큼만 남기고 저에게 주십시오.
그것으로써 존귀하신 이를 받들려 하오니
이러한 환희는 늘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곧 소유하고 있던 좋은 옷과 밥그릇을 서 동자에게 주었고, 서 동자는 그것을 가지고 나와 부처님 처소로 갔다. 그리고는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어 부처님께 예의를 표하고는 물러나 한쪽에 서서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제가 여래를 뵙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경히 마음을 모으고 있으니, 다만 불쌍히 여기시어 이미 보시한 것들을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때에 맞게 그것을 받으시고, 서 동자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대가 인색한 마음을 조복함으로써
능히 훌륭하게 보시 공덕을 닦으니,
오늘 부처님께 공양함으로 해서
생각하는 것마다 길하지 않음이 없으리라.

서 동자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곧 스스로 게송으로 아뢰었다.

저는 부귀도 원하지 아니하고
또한 제석(帝釋)이나 범천(梵天)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위없는 최상의 지혜로
부처님처럼 위없는 자가 되기를 원하옵니다.

그때 제석천[天帝釋]이 내려와 서 동자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겨우 한 번의 보시로써
부처가 되기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불도란 항상 날 적마다 보시해서
수미산(須彌山)만한 보배의 공덕을 쌓아야 하네.
그렇게 천억 겁의 세월을 지내며
항상 자애로운 마음을 행해야 하리니,
한 번의 보시로써
위없는 불도를 깨달아 증득할 수는 없다네.

서 동자가 곧바로 제석천에게 게송으로 답하였다.

비유하자면 훌륭한 장인이
거목(巨木)을 베고자 해도
한 번 도끼를 내려찍어서는
금방 거목을 벨 수 없나니,

도끼로 찍기를 점차 계속하다 보면
태산 같은 나무라도 베어낼 수 있는 것과 같다네.
업장을 벗는 것도 작은 것에서 얻어지니
불도를 구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다네.

한 번 보시한 것을 의지하지 않고도
큰 도(道) 성취하는 것을 밝히리니,
내가 믿음을 가지고 정진해 가면
반드시 세간의 대장부 되리라.

제석천이 다시 서 동자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했다.

존귀한 제석천 되기를 구하는 것이 나을 것이네.
제석과 범천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능히 불법에 응하는 이는 적으니
불도란 심히 얻기 어려운 것이네.

서 동자가 제석천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설령 온 천지 가득히
치성한 불길 속으로
내 온몸을 던지는 한이 있을지언정
마침내 부처가 되고자 하는 이 마음 저버리지 않으리.

가령 모든 사람이
전부 한결같이 도적이 되어 나를 해친다 해도
항상 자애로운 마음 향하길 원하오니
마침내 대도(大道)를 무너뜨리지 않게 하소서.

부질없구나, 제석과 범천이여.
그들 모두 생사법에 불과한 것을.
일체지(一切智)에 귀의하기 원하오니
사자의 웅장함같이 용맹스럽게 하소서.

제석천이 다시금 서 동자를 위하여 한 게송을 말했다.

훌륭하도다. 좋은 이익을 얻었으니,
공경스럽기가 부처님과 같도다.
오로지 큰 도(道)를 향해 정진하니
생각건대 그대는 반드시 부처를 이루리라.

서 동자가 제석천에게 대답하여 게송으로 말했다.

천왕은 또한 의심하지 말지어다.
여기 위없는 불도를
정진함에 있어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니
다음 세상을 만나면 부처가 되리라.


그러자 제석천이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서 동자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미 지난 세상에서
팔천 분의 부처님을 공경히 모시면서
마음으로 늘 큰 도를 원하고
뭇 중생을 편안하게 하려 했으니

12억 겁이 지난 후에도
마침내 악도에 떨어지지 아니하며
오로지 덕스러운 선행을 많이 닦아서
항상 그렇게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킬 것이네.

그대는 미래에 백억 번을 돌이켜서
전륜성왕[王遮迦越]이 될 것이고
또한 사천왕(四天王)이 되어
매번 손쉽게 정법을 수행할 것이네.

또 미래에 제석(帝釋)이 되어
언제나 청정한 행을 여의지 아니할 것이고
다음에 도솔천[兜術天]에 태어나리니,
그렇게 되면 도(道)와 덕(德)이 완성될 것이네.

미래에는 천 나라의 세계에서 거주하며
중앙에서 부처를 이루리니
이름은 수미겁(須彌劫)부처님이라 하고
모두가 섬기지 않는 이가 없으리라.

천 나라는 각각 가로와 세로가
480리이며
궁궐의 담장을 장식하길
모두 보배로써 하느니라.

첫 모임에서 설법할 때
60천억의 사람들이
제자가 되어 득도해서는
모두 아라한(阿羅漢)의 경지를 증득할 것이네.

두 번째 모임에서 경전을 설할 때
40천억의 사람들이
모두 아라한의 지혜에 들어가서
제도되는 중생이 매우 많을 것이네.

세 번째 모임에서 경전을 설할 때
제도되는 중생이 매우 많으며
번뇌를 여의고 청정한 지혜로 들어가
모두 집착할 바가 없음을 증득할 것이네.

이때 부처님 나라 안에는
산란하고 사악한 중생이 없어서
모두 다 불도(佛道)의 법을 향하고
일체 행이 충직할 것이네.

질병의 근심과 괴로움은
모두 그치고 귀신이란 것도 없으며
그 당시 사람들은 모두 화목하여
계속해서 서로에게 편안한 생각을 줄 것이네.

날씨는 3일에 한 번 비가 오되
겨우 먼지를 잠재울 정도이며,
추위와 더위는 늘 적절하여
약간의 씨앗으로도 사람들이 먹고사네.

족성자(族姓子)와 족성녀(族姓女)가
혹 착한 마음을 일으켜
부처님을 경애하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공양해야 하네.

내가 이제 바로 부연 설명하는
보살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행하면
바른 깨달음 앞에 직면하여
즉각 부처님의 혜안(慧眼)을 얻으리라.

모든 부처님은 헤아릴 수 없으며
경법(經法)도 다할 수 없으니,
만일 헤아릴 수 없이 공경한다면
그 복의 과보 역시 한량없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수결(授決)을 설해 마치시자, 가라월(迦羅越)의 아들인 서 동자와 제석천 및 모든 비구들이 경을 듣고 환희하여 모두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을 위하여 예를 표하고는 물러갔다.
011_0443_a_01L佛說逝童子經西晉沙門支法度譯聞如是一時佛在羅閱祇耆闍崛山平旦從諸比丘被袈裟持應器城分衛佛行向富迦羅越門富迦羅越有子年十六名曰逝在第三門內遙見佛來身有奇相容貌端正心意安靜諸根寂寞項中光出影耀殊絕炎明熾盛若日之淨月盛滿時悉照門內逝見佛如是心中歡喜肅然而便趍上堂爲母說偈言金光色百餘 希此所見聞 今來住在外當給其所求 威儀過梵王 光顏殊諸天哀我故來耳 願以持與之其母聞逝言卽告曰如汝所稱者人豈貧窮何爲當乞兒耶一何惑哉今所言者殊不合義爾時佛便以神足現化放身光明徹照七重門內爲大明逝感佛威神復爲母說偈言譬如人見火 端自投其中 不善向佛者自賊亦如是 天人中獨尊 至聖無復上是最可供養 施必得大利 今所有食分願取用與我 欲以奉上尊 此歡難常値其母卽以所有好衣及食具與逝持出詣佛所以頭面著地爲佛作禮卻住一面叉手白佛言今我見如來虔心恭敬注意於佛惟以加哀受已所施佛應時受之爲逝說偈言汝以伏慳意 能善修治施 今日供養佛所念莫不吉逝聞佛所語卽自說偈言我不願富貴 亦弗望釋梵 但願最智慧如佛而無上爾時天帝釋下立逝前說偈言纔用一布施 欲求佛者難 道常世世施積若須彌寶 經歷千億劫 恒行慈愛心不可以一施 得覺無上道逝卽答天帝釋說偈言譬如大工匠 欲伐巨木者 猶不一下斧便以斷大樹 斧斫稍以漸 可盡太山木剝業從微得 求道亦如是 明不用一施而得成大道 我有信精進 必爲世閒將天帝釋復爲逝說偈言不如求尊天 釋梵易可得 尟能應佛法佛道甚難得逝答天帝釋說偈言設使一天下 滿中火洞然 吾以身遍投終不捨佛意 假令一切人 皆共賊害我願常慈心向 終不廢大道 脆哉釋梵天彼皆爲死法 願歸一切智 勇若師子雄天帝釋復爲 逝說一偈言快哉得善利 乃有敬在佛 專精向大道想汝必作佛逝答天帝釋說偈言天王且勿疑 於斯無上道 精進吾匪懈會於世爲佛於是天帝釋默然時佛爲逝說偈言汝已於往世 敬事八千佛 心常願大道欲得安群生 後十二億劫 終不墮惡道但多修德善 恒以興尊意 汝當百億返作王遮迦越 亦爲四天王 每輒行正法又當爲帝釋 未常遠梵行 後生兜術天然則道德成 當居千國界 中央得作佛名曰須彌劫 一切莫不事 千國各橫廣四百八十里 宮牆之嚴飾 一切皆以寶初會說法時 六十千億人 爲弟子得度皆得阿羅漢 再會說經時 四十千億人皆入羅漢慧 所度爲甚衆 三會說經時所度甚衆多 離垢入淨慧 悉得無所著是時佛剎中 無有亂惡衆 皆悉向道法一切行忠直 疾病之憂苦 都已無是鬼時人皆和睦 展轉相念安 天日三時雨纔足掩土塵 寒暑常調適 度人若干種族姓之男女 若欲興善意 敬愛於佛者供養當如此 吾今敷演是 菩薩所當行面於正覺前 卽得佛慧眼 諸佛無有數經法不可盡 若以無數敬 福報亦無量佛說是決已迦羅越子逝天帝釋及諸比丘聞經歡喜皆前爲佛作禮而去逝童子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범어 Ra-jagrha의 음역으로, 마갈타국의 왕사성을 말한다.
  2. 2)범어 Pindapa-ta의 음역으로, 빈다파다(賓茶波多)라고도 쓰며, 탁발(托鉢)ㆍ걸식(乞食)ㆍ단타(團墮)라고 번역한다.
  3. 3)거사(居士). 출가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서 불법에 귀의한 남자. 『보살서경(說菩薩逝經)』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단니가내(檀尼加柰)’이며, 매우 부유했다고 한다.
  4. 4)부가라월의 집은 그 규모가 장대하여 문이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다. 서(逝)는 이때 일곱 겹의 문 가운데 세 번째에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