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2_0234_a_01L불설제공재환경(佛說除恐災患經)
012_0234_a_01L佛說除恐災患經


성견(聖堅) 한역
김성구 번역
012_0234_a_02L乞伏秦沙門釋聖堅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2_0234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거니실 때에 네 가지 무리의 제자[四部弟子]와 함께 계시면서 높고 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012_0234_a_04L一時佛遊王舍城竹林精舍與四部弟子大衆俱會說上妙法
그때에 유야리(維耶離) 나라에 나쁜 염병이 퍼져서 위맹(威猛)이 무시무시하여 마치 사나운 불길과 같았는데 죽는 이가 헤아릴 수조차 없었지만 돌아갈 곳도 없고 치료할 방법도 없었다. 국왕과 대신과 장자(長者)와 거사와 바라문(婆羅門)들이 모여서 두루두루 의논하기를 ‘나라가 재환(災患)을 만나서 그릇되고 사악한 것에 꺾이고, 염병의 불길에 태워져서 죽는 이가 헤아릴 수 없으니, 어떠한 의리에 의지하고 어떠한 방편을 베풀어야 이 재해를 없앨 수 있겠는가?’ 하였다. 바라문이 의논하기를 ‘마땅히 성문(城門)에다 제사하는 단(壇)을 베풀라’ 하고, 어떤 이는 의논하기를 ‘마땅히 성안의 네거리에다 큰 사당을 세워 해롭게 하는 요기(妖氣)를 물리쳐야 한다’고 하며, 어떤 이는 의논하기를 ‘응당 흰 말과 흰 낙타와 흰 소와 흰 염소와 흰 닭과 흰 개를 종류마다 백 마리씩 잡아서 제사하여 재앙을 물리치리라’고 하였다.
012_0234_a_05L維耶離國厲氣疫疾威猛赫赫猶如熾火死亡無數無所歸趣無方療國王大臣長者居士婆羅門集會博議國遭災患非邪所摧疫火所燒死亡無數當以何義設何方便以除災害婆羅門議言當於諸城門設祠祀壇或有議言當於城中四衢路頭立大祠祀禳卻害氣或有議言當用白馬白駝白牛白羊白雞白狗種種百頭而以祠祀鎭厭解除以禳卻之
그때에 모임 가운데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탄니(彈尼)1)였다. 부처님의 5계를 받들고, 10선(善)을 행하는 청신사(淸信士)로서 도의 자취를 밝게 증득하였는데, 그때 의견을 내어 말하였다.
“말씀하는 것을 들으니 나라에 재앙을 만나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하는데, 여러분의 대책을 들어보면 생명을 해쳐 목숨을 건지겠다는 것이니, 어찌 성사가 되겠는가. 옛날에 착하지 못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오늘 이런 액운을 만난 것이니, 마땅히 방편(方便)을 베풀어 선행으로써 악을 물리쳐야 영원히 괴로운 환난이 없을 것인데, 어찌하여 도리어 뒤바꾸어 해로운 행동으로써 편안함을 구하려는가. 오래도록 괴로움을 받아 벗어날 기약이 없으리라.”
012_0234_a_15L時衆會中有一長者名曰彈尼晉言才明奉佛五戒修行十善爲淸信士諦證道迹時發議曰唯聽所言國遭災患死亡無數如仁等議害生救命豈得然乎以先世時所行不善今遭斯厄當設方便以善禳惡永與苦別如何反倒行害求安長夜受苦無有出期
그때에 무리들이 제명에게 물었다.
“어떠한 의식을 베풀어야 합니까?”
012_0234_a_22L時諸大會問才明曰當設何議
012_0234_b_01L재명이 대답하였다.
“세상에는 큰 의지할 곳이 있으니,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의 사람과 하늘의 스승이니라. 온갖 것을 덮고 보호하시며, 자비롭게 중생을 어여쁘게 여기시니, 이름은 부처님이요, 삼계를 홀로 걸어가시느니라. 만일에 뜻을 낮추어서 이 나라에 빛나게 강림하시면 재앙을 분명히 없애실 것이니라.”
대중들이 듣고 모두 그의 말이 옳다고 여겨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012_0234_b_01L才明對曰世有大怙三千世界天人之師一切覆護慈愍衆生號名爲佛獨步三界若能降致光臨國者災害可除大衆聞之皆然其議莫不稱善
재명(才明)이 또 말하였다.
“부처님은 헤아릴 수 없는 겁에 6도(度)를 닦으셔서 나라와 재물과 코끼리ㆍ말ㆍ수레ㆍ탈것ㆍ머리ㆍ눈ㆍ골수[髓]ㆍ뇌ㆍ가죽ㆍ몸ㆍ처자들에게 한량없이 보시하시고, 계(戒)와 인욕과 정진과 일심(一心)과 지혜로써 태어날 때마다 스스로 극복하시기를 헤아릴 수 없이 하여 불도를 구하셨지만 자신의 몸만 위한 것이 아니었고, 다만 중생을 위하여 위태로운 액난을 구제하고, 모든 재앙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지옥ㆍ귀신ㆍ축생의 고통을 소멸하기 위해서였으니, 이제 불도를 이루신 뒤에도 본래의 맹세에 따라 두루 다니면서 구제하시는데 감로(甘露)의 약을 주어 중생들이 겪는 이 세상과 뒷세상의 괴로운 근심을 제거하고 영원히 편안함을 얻게 하시느니라.”
012_0234_b_05L才明又曰佛無數劫修治六度布施無限國城財寶象馬車乘頭目髓腦肌體妻子戒忍精進一心智慧每生自剋不可計量以求佛道不爲己身但爲衆生救濟危厄消除衆患生老病死地獄鬼神畜生之苦今成佛道順其本誓周行濟救授甘露藥消除衆生今世後世苦毒之患永令獲安
사람들이 모두 말하였다.
“그대의 말과 같다면 참으로 대단히 즐거운 일이지만, 부처님은 왕사성에 계시고, 아사세왕(阿闍世王)은 우리나라와 언짢은 관계에 놓여 있으니, 어찌 부처님께서 이곳에 오시는 것을 허락하겠습니까?”
다시 어떤 이가 말하였다.
“혹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허락할지도 모를 일이지.”
012_0234_b_13L衆會咸曰如仁所言甚誠大快佛在王舍阿闍世王與吾國嫌豈當聽佛來至此耶或復有言儻聽佛來
012_0234_c_01L그때 재명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시되 허공과 같아서 걸리는 바가 없으니 누가 능히 막겠는가. 마치 햇빛에 만물의 싹이 나고 자라나지 않는 것이 없는 것과 같으니, 부처님은 이 나라의 액운을 불쌍히 여기셔서 반드시 오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느니라. 다만 정중하게 사신을 보내 진기한 보물을 바치되 온순한 말씨와 공손한 말로써 아사세왕에게 보내고, 또 한편으로는 부처님께 가서 생명이 고통스럽고 절박한 사실을 아뢰면, 마음으로는 비록 언짢은 감정을 품었어도, 사신이 어질고 정중하며 묘한 보물을 조공(朝貢)으로 바치고, 논리(論理)가 부드러운 까닭에 일이 형통치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니라. 옛날부터 이웃 나라와 화합치 못하여 서로서로 침노했던 경우에도 모두 밝은 사신과 이름난 보물과 중요한 조공과 부드러운 말씨와 겸손한 태도로써 화해를 이루었느니라.”
서로 말하기를 ‘누가 사신으로 적당한가’ 하였다.
012_0234_b_16L才明曰佛興出世救衆生苦猶如虛空無所罣㝵誰能制止猶如日光萬物萌生莫不蒙育佛憐國厄必來無疑但遣重使貢遺琦珍溫辭雅謝詣阿闍世又別歸佛委命酸切心雖懷嫌信使賢重貢遺妙寶辭理柔軟事無不泰自古已來鄰國不恊還相侵叛皆由明使名寶重貢軟辭遜順而得和恊展轉相謂思誰任使
그때에 국왕과 장자ㆍ거사들이 모두 같은 뜻으로 말하였다.
“오직 청신사 재명 거사라야 부처님의 제자로서 사신이 되어 부처님을 모시러 갈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대중보다 먼저 부처님을 모시자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바로 재명에게 말하였다.
“오직 어지신 이만이 갈 수 있으리니, 나열기국에 가서 그 왕과 상의하여 부처님을 오시도록 부탁하소서.”
012_0234_c_02L爾時大衆國王大臣長者居士皆同意言唯淸信士長者才明是佛弟子可以爲使往行請佛所以者何先衆開建請佛之議便告才明唯仁可往詣王舍國與王相問求請佛來
그때에 재명이 사신의 임무를 맡고 가려 하자 대중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쪽을 향하여 합장하고 꿇어앉아 다섯 활개[五體]를 땅에 대고 머리 숙여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다시 꿇어앉아 재명에게 말하였다.
“부처님은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어서 자ㆍ비ㆍ희ㆍ호로써 중생을 도우시니, 바라옵건대 우리나라가 큰 환난을 만난 것을 불쌍히 여기소서. 병 들어 죽는 이가 사나운 들불에 초목이 타들어가는 것같이 널리 곤액(困厄)에 부딪쳤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부처님은 마치 어두운 곳에서 광명을 구하는 것 같으며, 추울 때 태양을 원하고, 덥고 목이 마를 때 그늘과 마실 것을 바라며, 병자(病者)가 좋은 의원을 구하고, 길 잃은 이가 자신을 이끌 사람을 구하는 것과 같사옵니다.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강림하시어 저희들을 구제하시고 감로법(甘露法)을 주시어 다시 깨어나도록 하옵소서.”
012_0234_c_07L爾時才明受使欲往於時大衆皆起退坐向佛方面叉手長跪五體投地以頂禮佛跪告才明佛天中天慈悲喜護加於群生唯憐鄙國遭遇大患疾病死亡猶猛野火焚燒草木普遭困厄幸佛世尊猶冥求曉寒願朝陽渴暑陰飮病追良醫迷者求導唯願世尊垂降救濟授甘露法令得蘇息
그때에 재명이 왕명을 받들고 사신이 되어 나열기(羅閱祗)에 닿아 지름길로 빠르게 나열기성에 이르렀다. 문 앞에서 국서(國書)와 공물(貢物)을 바치면서 만나 뵙기를 청하니, 그때 왕이 면회를 허락하였다. 재명은 여쭈었다.
“사명을 받들고 귀국에 왔사옵니다. 전에는 비록 화목치 못하였지만, 특별히 중대한 틈이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먼저 정성을 바치오니, 지난날의 화목치 못하였던 일은 잊으시고 만백성 모두를 안락하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어 큰 자비로 널리 덮어 주시니, 저의 나라에 큰 환난이 있어서 왕명에 의하여 부처님을 모시러 왔나이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부처님이 왕림하시도록 권유하시어서 저의 나라에 왕림하셔서 모든 재난을 없애고, 신령스러운 도움을 입도록 해 주시옵소서.”
012_0234_c_15L於是才明受命爲使詣羅閱祇涉路徑達到王舍城詣門求通書命貢遺時王聽見才明啓言奉使詣國前雖不和無他重隙故先致虔除前不恊俱綏萬民佛興於世大慈普覆國有重患因命請佛唯願大王勸佛迴光顧臨鄙國救濟災患冀蒙神祐
012_0235_a_01L왕은 잠자코 생각하기를 ‘꼭 부처님을 만류하여 나라 밖으로 나아가시지 못하게 하고자 하지만 이치상 그럴 수 없고, 힘으로 제지할 일도 아니로구나. 부처님은 큰 자비로써 시방을 두루 허락하시고, 밉고 고운 이를 평등하게 보셔서 구제한 일로 소임[務]을 삼으시니, 이런 까닭에 만류할 수 없도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재명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 가서 귀국의 사정을 말씀 드리는 것이 좋겠구려.”
012_0234_c_22L王默思惟適欲留佛令不出國無理得爾非力所制佛以大慈普許十方等視憎愛救濟爲務以是之故不可留之便告才明可詣佛所宣貴國命
이때 재명이 죽림(竹林)으로 향하여 어느덧 정사(精舍)의 문 앞에 이르렀다. 부처님을 뵈옵고, 정성을 다하여 예경하되 다섯 활개[五體]를 땅에 던지며,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여쭈었다.
“유야리국의 왕과 대신과 장자ㆍ거사들이 멀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옵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신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널리 사랑하시니, 모두가 구제해 주시는 은혜를 입습니다. 저의 나라가 액난을 만났사오니,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은혜를 드리우시어서 광림하셔서 괴로운 액난을 가엾게 여기시고, 다시 소생할 수 있도록 하옵소서.”
그때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시는 것으로 그의 부탁을 받아들이셨다. 재명은 부처님께서 가시자는 청원을 허락하신 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뻤다.
012_0235_a_03L於是才明辭詣竹林行到精舍見佛世尊盡虔禮敬五體投地右遶三帀長跪叉手而白佛言維耶離國諸王大臣長者居士遙禮佛足唯天中天普慈衆生莫不蒙濟鄙國遭厄唯願世尊垂恩降光憐愍苦厄令得蘇息時佛默然許其所請才明見佛受請許往歡喜無量
그때 나열기의 경계 안의 신령들과 하늘ㆍ용ㆍ귀신들이 부처님께서 청을 받으시고, 장차 다른 나라로 가실 줄 알았다. 모두가 요동하면서 슬픈 얼굴을 하며 기뻐하지 않았다. 이에 감응하여 그 나라의 왕 아사세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어찌하여 편안하셔서 근심이 없습니까? 지금부터 멀지 않아서 반드시 부처님께서 떠나시게 되리니, 마치 어린아이가 두 어버이를 잃은 것과 같고, 넓고 먼 길을 가다가 물과 양식이 끊기는 것 같으며, 사나운 추위에 따뜻한 옷을 잃은 것과 같을 일이옵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떠나신다면 나라는 의지할 곳을 잃을 것이오니 그 비유가 이러합니다.”
012_0235_a_10L時王舍國境內神祇鬼神知佛受請當詣他國莫不躁動慘然不悅便現感應語其國王阿闍世曰大王如何安然無憂於今不久當違離佛猶如嬰兒失其二親喩行曠路斷失水漿譬如猛寒亡失衣裳今佛當行國失恃怙其喩如是
012_0235_b_01L왕은 신령들이 나타나서 말하는 소리를 듣고, 감정이 처연해져서 몹시 근심하고 걱정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었다.
‘중생들이 완악하고 어리석으며, 성품이 둔하고 혼탁하거늘 지금 세존께서 떠나가시면 어떻게 다시 지혜의 숫돌을 얻어서 둔한 마음을 갈고, 누가 번뇌의 무거운 허물을 구제하며, 여러 세상의 무거운 빚은 누가 가르치어서 제거하고, 온갖 중생의 무거운 죄는 누가 가볍게 하며, 우리들이 오래도록 생사의 감옥에 갇혔어도 무거운 관문이 굳게 닫혔으니 누가 다시 바른 법의 열쇠로써 생사의 감옥의 무거운 관문과 굳은 울타리를 열며, 우리 모두가 번뇌에 물들고 뜨거운 뙤약볕에 굳어졌는데 어떻게 다시 부처님의 가르치신 시원한 월정(月精)과 명주(明珠)를 만나 더위를 없애겠는가.’
012_0235_a_17L王聞神祇降應說是情卽愴然甚懷愁苦默然思惟衆生頑愚志性鈍濁今離世尊安從復得智慧之礪磨瑩鈍心誰當濟其塵勞重愆宿世重責誰當誨除一切衆生重罪令輕吾等久在生死牢獄重關所閉誰當復以正法之鑰關生死獄重關牢閉吾等普爲勞垢盛陽暑熱所炙安從復得佛淸涼教月精明珠消除炎熱
왕은 곧 어가(御駕)를 꾸미게 하여 부처님께로 갔다.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평상시의 자리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은 왕을 위하여 바른 법을 말씀하시니, 처음과 중간이 모두 선하고, 몸과 입과 뜻이 맑아져서 청정하고 미묘하였다. 왕은 마음이 기뻐져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며칠 전에 유야리(維耶離)에서 사신이 와서 부처님을 청하였사온데 듣자오니 ‘이미 가시기를 허락하셨다’ 하오니 마음이 대단히 슬픕니다. 세존께서 떠나시는 것을 만류할 도리가 없사오나 오직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특별히 저의 청을 들으셔서 궁에 석 달만 머물러 주시옵소서.”
012_0235_b_03L王卽勅嚴駕出詣佛所稽首佛右遶三帀卻坐常位時佛爲王說正法化初中竟善淨身口意淸淨微王心歡喜叉手白佛頃維耶離使請世尊承已許往心甚懷慘無方留唯垂矜愍特受鄙請住宮三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중생들이 참으로 불쌍하거늘 석 달이나 머무르면 언제 모든 괴로운 무리들을 두루 구제하겠는가? 내가 헤아릴 수 없는 겁에 몸을 괴롭히면서 도를 구한 것은, 중생을 위하여 부처를 이루고 감로의 약으로써 중생에게 베풀려는 소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 소원을 이루었느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신기한 약을 조제하여 온갖 질병을 고치려 하였으면서 병자를 만나고도 본래의 서원(誓願)을 어기며 주지 않는다면 좋은 의원이 아니고, 강가에서 사람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건지러 가지 않으면 어진 이가 아니며, 넓은 들에서 길 잃은 이를 보고 바른 길을 가리켜 주지 않으면 인자한 사람이 아닌 것과 같으니라. 나는 큰 자비로써 널리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에 모든 나라와 성과 읍과 마을을 다니면서 모든 괴로움을 구제하는데, 감로의 약을 주어 의지할 곳이 없는 이는 의지하게 하고 돌아갈 곳이 없는 이는 돌아가게 하느니라.”
012_0235_b_08L告王言衆生可傷若住三月何時當周衆苦厄者吾無數劫苦身求道衆生故願欲成佛以甘露藥施於衆今願已成猶如有人合和神藥救衆患値遇病者違其本誓而不授則非良醫若在江側見漂流人往救度非賢士宜若於曠野見失路不示正道是則非仁吾以大慈愍衆生故遊諸國縣邑村落救濟衆賦甘露藥無恃者恃無歸者歸
012_0235_c_01L왕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자비하신 은혜를 베푸셔서 두 달만이라도 허락하옵소서.”
부처님은 짐짓 허락하지 않으셨다. 왕은 은근한 마음으로 꿇어앉아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여쭈었다.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운 것이 마치 등불을 켜서 밖에 놓은 것 같사오니 덧없는 바람을 만나면 홀연히 꺼질 것이옵니다. 이제 부처님과 헤어지면 어느 때 다시 거룩하신 모습을 뵈오리까. 바라옵건대 두 달만 허락하옵소서.”
부처님께서 거듭 허락하지 않으시니, 왕은 갑자기 제 몸을 부처님의 발 아래로 던지면서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특별히 큰 자비를 드리우셔서 제자들과 함께 한 달만 더 머무시옵소서.”
세존께서는 참을 수 없어 허락하셨다.
012_0235_b_18L重白佛唯垂慈恩許受二月佛故不王重慇懃長跪叉手垂泣白言難可保猶露然燈遇無常風奄忽便今與佛別何時當復更睹尊顏受二月佛重不許王便投身於佛足唯願世尊特加大慈與弟子衆住一月世尊不忍卽便許受
왕은 곧 일어나서 기쁜 마음과 공경스러운 생각으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한 뒤에 하직하여 궁으로 돌아왔다. 부엌에 명령하여 백 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되 지극히 깔끔하고 아름다우며 곱고 달고 향기롭고 맑게 하여 궁 안에 가득히 베풀었다. 채색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갖가지 보배로 만든 상과 평상, 좌구(坐具)를 즐비하게 장만하고, 쓸고 닦고 고치며 향수를 뿌려 모든 일의 준비를 끝마쳤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왕은 멀리 세존을 향하여 향을 피우고 꿇어앉아 여쭈었다.
“부처님은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옵니다. 성스럽게 때를 아셔서 뭇 성인들과 함께 신비로운 광명을 돌이켜 저의 궁전의 나물 밥[蔬食]에 이르시옵소서.”
012_0235_c_02L王便還心悅懷敬遶佛三帀禮辭還宮廚饌具百味之飯極令精好鮮甘香宮裏張施繒綵幡蓋雜寶牀机綖坐具掃除繕治香汁灑地衆事辦明日時至王於正路遙向世尊香長跪佛天中天聖達知時願與聖衆迴降神光到宮蔬食
그때 세존께서는 제자들에게 명령하시기를 법복(法服)과 발우를 가지고 왕의 부탁에 나아가게 하셨다. 부처님과 뭇 성인들이 왕궁에 이르니, 왕은 곧 정성을 다하여 꽃과 향과 음악으로 문 앞에서 맞이하였다. 들어가서 제각기 자리에 앉으시니, 왕은 몸소 물을 돌리고 뭇 성인들에게 두루두루 백 가지 맛있는 음식을 권하니 맑고 곱고 향기롭고 단맛이 모두 똑같았다. 날마다 밥과 와구와 병에 필요한 것을 공양하였고, 궁 밖에는 명령을 내려 길을 닦고 길가에 나무를 심고 일곱 갈래의 길을 닦아 강물에까지 이르게 하고, 휘장과 평상과 앉을 기구를 놓고 번기와 당기를 장엄하게 꾸미니 마치 하늘의 거리와 같았는데, 다시 5백 개의 7보(寶) 일산을 만들었다.
012_0235_c_09L於時世尊勅諸弟子法服執器行詣王請佛與聖衆俱到王宮王卽盡虔花香伎樂門迎佛入各就坐王自行水周遍聖手自斟酌百味飯食鮮潔香甘切平等日日供養飯食臥具疾藥所令勅外宮治塡道路種植街樹行街路乃至江水頓息帳幔及牀座嚴飾幡蓋猶如天街更新造作五百七寶蓋
012_0236_a_01L유야리국에서도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또한 일곱 갈래의 길을 다듬었으며, 길가에 나무를 심고 휘장과 평상과 자리를 준비하였다. 국왕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가 제각기 대중을 거느리고 나라 밖으로 나와서 부처님을 맞이하려 하였다. 한 달의 기한이 차자 부처님과 뭇 성인들이 궁에서 나와 길을 떠나시니, 왕을 따르던 대중은 부처님께 꽃을 뿌려 온 땅에 가득하였다. 대중이 모여드는데 가을날의 긴 강이 큰 바다로 모이는 것과 같았으며, 백월명주(白月明珠)와 7보로 꾸민 일산을 왕은 공경히 받들어서 부처님께 바치었다. 부처님과 대중들이 길을 따라가시다가 강가에 이르렀다.
012_0235_c_18L維耶離國聞佛當至亦復平治七行階路種植行樹帳幔牀座國王大臣長者居士各從大衆出國迎佛一月期滿佛與聖衆出宮臨路王從大衆以花散佛周遍覆地大衆來集猶秋水長投於大海白明月珠校七寶蓋王以恭敬手執奉上以覆世尊佛與大衆尋路而行至江水側
왕은 5백 개의 7보 일산을 부처님께 바치었고, 큰 바다의 용왕도 5백 개의 7보 일산을 바쳤으며, 항하(恒河)의 용왕도 5백 개의 7보 일산을 부처님께 바치었다.
그때에 유야리(維耶離) 나라에서 마중 나온 무리들의 옷차림이 장엄하고 고왔으니, 푸른 말, 푸른 수레, 푸른 일산, 푸른 번기[幡]를 하고 옷과 치장이 모두 푸른 사람과 붉은 말, 붉은 수레를 타고 옷과 치장이 모두 누런 사람, 흰 말, 흰 수레를 타고 옷과 치장이 모두 흰 사람, 검은 말, 검은 수레를 타고 옷과 치장이 모두 검은 사람들이 색색(色色)으로 무리를 나누고 따르는 이도 헤아릴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천제(天帝)가 놀러 나아가는 때의 위의를 알고자 하면 이러하니라.”
012_0236_a_02L時王上佛五百七寶蓋大海龍王亦復敬奉五百七寶蓋恒水諸龍亦俱上佛五百七寶蓋時天帝釋將諸天衆亦復獻佛五百七寶蓋時維耶離大衆迎者服飾嚴麗靑馬靑車靑蓋靑幡服飾皆靑赤馬赤車服飾皆赤黃馬黃車服飾皆黃白馬白車服飾皆白黑馬黑車服飾皆黑色色部別將從無數佛遙見之告諸弟子欲知天帝出遊觀時威儀如是
유야리국에서도 부처님께 5백 개의 7보 일산을 받들어 올리며 제각기 여쭈었다.
“부처님은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어서 넓은 세상을 다 덮으시니, 바라옵건대 일산 시주를 받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그 보시(布施)를 받으시고 일산 하나만 남기셨다.
012_0236_a_12L維耶離國奉迎上佛五百七寶蓋各以其蓋前至佛所各白佛言佛天中天普世覆願受蓋施佛受其施餘留一蓋
그때 모든 대중들이 각각 의심을 품었다.
‘모를 일이구나. 지난 세상에 덕을 쌓고 선을 실천한 과보로 바다의 용왕과 항하(恒河)와 도리천의 임금과 유야리국과 나열기국의 왕이 각각 7보의 묘한 일산을 받들어 올리려고 한꺼번에 모인 것일까?’
그러면서 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무슨 까닭으로 일산 하나만은 받지 않으시는 것일까?’
012_0236_a_15L諸大衆心各懷疑不審爲是宿世積德行善之報海龍恒龍忉利天帝耶離國羅閱祇王各各奉上七寶妙同時俱會又疑何故不受一蓋
그때 아난이 무리들이 의심하는 것을 알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대중이 모두 의심하기를 ‘오늘 무슨 까닭으로 2천5백 개의 7보 일산이 한꺼번에 이르러 부처님께 바쳐진 것일까. 이는 지난 세상에서 착하게 산 과보일까. 아니면 현재의 복일까’ 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모두의 의혹을 풀어 주옵소서.”
012_0236_a_19L阿難知衆懷疑長跪叉手前白佛天中天大衆普疑今日何緣是二千五百七寶寶蓋同時俱至上世尊爲是前世善本報乎今現福唯願世尊決一切疑
012_0236_b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한 마음을 모아 잘 들어라. 이제 너희들이 가진 의혹을 없애 주리라. 아주 오랜 옛날, 헤아릴 수 없는 옛날에 전륜성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마조(摩調)2)로, 사방을 잘 다스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천 명의 아들이 있고, 7보가 앞뒤로 따랐다. 왕의 막내아들이 아버지의 7보 일산을 보고, 그 어머니에게 물었다. ‘나는 언제나 저런 일산을 받고, 치장하게 되겠습니까?’ 어머니가 대답하였다. ‘너는 천 명의 왕자 가운데 가장 마지막인 막내아들이니, 만일 국왕이 없으면 태자(太子)가 계승하고, 태자가 별세하면 그 다음 왕자가 계승하며, 이렇듯이 다음다음 천 명의 아들에 이르러야 하리니, 그때가 되면 네 뼈는 썩어서 일산을 얻는 데 이르지 못하겠구나.’ 거듭 어머니에게 묻기를 ‘일산을 얻을 희망이 전혀 없나이까?’ 하고는, 죽어서 형체와 뼈가 썩으리라는 말씀을 듣고 옛날에 쌓은 복의 힘으로 송연(悚然)히 두려운 마음이 일어났다. ‘사람이 세간에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는 것을 알겠구나’ 하고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집을 떠나서 도를 배우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어머니는 몹시 슬퍼했지만 그 소원을 막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의 출가를 허락하마. 만일 네가 도를 이루거든 꼭 돌아와서 나를 제도하여야 한다. 그래야 허락할 것이다.’ ‘그러겠습니다. 도를 이루면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하였느니라.
012_0236_b_01L佛告阿難心專聽今當決除汝等所疑乃往過去無央數劫時有轉輪聖王名曰摩調晉言大天典主四域王有千子七寶導王末少子見其父王七寶御蓋問母曰我當何時得服此蓋以自光母言惟子王千子中汝最末小無大王太子承嗣若太子崩以次承展轉千子汝骨朽腐未央得蓋問母曰無蓋望耶因聞有死形骸當宿福追逮悚然心恐惟人生世當有死因報母曰唯願見聽捨家學母甚愍傷不違其願母告之曰汝捨家若卿道成要還見吾爾乃相對曰如勅道成當還
012_0236_c_01L즉시 숲 속으로 들어가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법복을 입고 고요한 곳에서 정진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번뇌를 다하여 연각(緣覺)의 법을 성취하였다. 모든 나라의 고을과 마을을 다니면서 복으로써 중생을 제도하면서 착한 뿌리[善根]를 심었더니, 문득 어머니께서 하셨던 부탁이 기억났다. 바로 허공으로 날아올라 본국의 왕궁에 이르러 어머니를 뵈오니, 온 궁 안의 아래위가 모두 도사의 신통을 보고 기뻐하였다. 왕의 채녀(婇女) 8만 4천 명 모두가 함께 머무시기를 부탁하니, 도사는 인자하여서 온갖 부탁을 거스르지 않고, 그 부탁을 다 받아들였다. 모든 채녀들은 궁의 뒷마당에 굴과 초막을 마련하고 그곳에 살면서 온 궁중이 의복ㆍ음식ㆍ평상ㆍ와구ㆍ병든 이에게 필요한 것을 공양하고, 아침저녁으로 예배하며 섬기었다.
012_0236_b_15L卽詣林藪剃鬚髮被著法服靜處勤修精進不竭盡塵勞成緣覺道遊行諸國邑村落福度衆生所種善本忽憶母便上昇空猶如鴈王還本國宮母相見闔宮大小見道士神通莫不歡喜王諸婇女八萬四千共請令住道士慈仁不逆一切便受其請諸婇女輩於宮後園爲設廬窟止宿其中擧宮供養衣食牀臥疾藥所須朝暮禮事
모든 세간의 장대한 이는 모두 늙고, 건강한 이도 반드시 병이 들며 나는 이는 모두 죽는 것이니, 그때 연각 도인(緣覺道人)도 그 궁전 안에서 문득 수명을 버리었다. 궁중의 채녀들은 섶나무와 기름과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예배하였으며, 뼈를 거두어 탑을 세우고, 아침저녁으로 예배하며 향을 사루고 등을 밝혔느니라.
012_0236_c_02L一切世閒壯者皆老强健必病生者皆死時辟支佛於其宮園便捨壽命擧宮婇女薪油花香供養以禮斂骨起塔朝暮禮拜燒香然燈
그때 마조왕이 사역(四域)을 돌아보고 와서 후원(後園)으로 행차하였다가 이 탑을 보았다. 모시는 신하를 돌아보고 물었느니라.
‘무슨 까닭에 이것이 있는가?’
채녀가 대답하였다.
‘이는 대왕의 가장 어리신 왕자였사오나 집을 떠나 도를 배우시다가 여기서 수명이 다하였으므로 이 탑을 세웠나이다.’
이어서 물었다.
‘누구의 아들이며, 무슨 까닭에 집을 떠났는가?’
다시 그 어머니를 불러서 물었다.
‘이 무덤이 그대의 소생(所生)인가?’
‘그러하옵니다.’
‘무슨 까닭에 도를 배웠는가?’
‘이 속에 든 애기는 옛날에 왕이 납시는 것을 보고 곧 돌아와서 물었나이다.
≺왕의 7보 일산은 언제쯤에나 저의 머리 위에서 펼쳐지겠나이까?≻
신첩(臣妾)이 대답하였나이다.
≺태자가 응당 성왕을 계승하고, 차례차례 천 명의 왕자가 지나야 하지만, 그때면 너의 뼈는 썩은 뒤이어서 영원히 일산의 희망은 없느니라≻ 하였나이다. 애기는 신첩의 말을 듣고 참연(慘然)히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려고 하기에 신첩이 허락하였나이다. 부지런히 배워서 도를 이루었기에 신첩 등이 머무르기를 부탁하고 공양하다가 수명이 다하였기에 이 탑을 세웠나이다.’
왕은 다시 물었다.
‘이 왕자는 일산 때문에 도를 배우러 떠났는가?’
‘그러하옵니다.’
012_0236_c_05L時王大天巡四域還臨幸後園見有此塔顧問侍臣何故有是婇女對曰此是聖王最下少子離家學道於此壽終爲立是塔因重發問是誰之子何緣捨家便召其母而問之曰是卿子耶對曰唯爾又復問曰何緣學道其母白王是兒往昔見王出遊卽還見問王七寶蓋不審何時在我上旋妾便告言太子應繼承嗣聖王展轉千子汝骨朽敗永無蓋望子聞妾言慘然畏死求行學道妾輒聽之勤學道成妾等請住供養盡壽建立此塔王復問曰子以蓋故行學道耶對曰如是
012_0237_a_01L왕은 그 아들이 일산을 얻지 못해 도를 배우다가 수명이 다한 것을 불쌍하게 여기고, 살아서 얻지 못한 일산을 지금이라도 그의 탑 주변을 일산으로 덮어 주겠다고 하였느니라. 그리고 왕은 발원하였느니라.
‘이제 이 일산을 도인의 탑에 바치니, 이러한 복보(福報)로써 불도를 이루어 중생의 생ㆍ노ㆍ병ㆍ사를 제도하여지이다.’
왕은 송구한 마음이 들어서 세상이 덧없으며 죽음을 면할 수가 없음을 알았다. 태자를 세워 왕위를 물려주고 왕은 사역(四域)과 7보와 천 명의 아들과 8만 4천의 후궁ㆍ채녀를 버리고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되었느니라. 아주 남다른 곳에서 도를 배워, 네 가지 맑은 행인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를 닦아 수명이 마친 뒤에는 하늘에 태어났느니라.”
012_0236_c_18L王愍其子不得蓋故學道盡壽生不得蓋今便以蓋覆其塔上王因發願今以此蓋奉得道塔緣是福報願成佛道濟度衆生生老病死王心悚然知世非常無免死者因立太子承嗣聖位王捨四域七寶千子八萬四千後宮婇女除剃鬚髮行作沙門靜處學道修四淨行慈悲喜護畢其形壽上生梵天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대들의 뜻에 어떠한가. 마조 대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이런 생각을 말아라. 바로 내 몸이니라. 그때 한 개의 일산을 연각의 탑에 바친 까닭에 그 복으로 땅 위에서는 전륜성왕이 된 것이 헤아릴 수 없고, 위로 올라가서는 천왕이 되어 하늘 세간의 복을 한없이 받았느니라. 한 일산의 복으로도 내가 2천5백 번을 전륜성왕이 되어서 사천하를 주관하였느니라.”
012_0237_a_04L佛告大衆於卿等意所志云何王大天者豈異人乎莫造斯觀則吾是也時以一蓋上緣覺塔緣是福報於此地上爲轉輪王不可稱數上爲天王天上世閒受福無限一蓋餘福吾應於世二千五百返爲轉輪主四天下
아난이 다시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에 한 일산은 받지 않으시나이까?”
012_0237_a_10L阿難又問世尊何故不受一蓋
“그것은 내가 한 세상에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될 복이거니와 버리고서 받지 않는 까닭은 이 복으로써 뒷세상에 내 법을 받고 제자가 되는 이에게 베풀어서 그들이 의복과 음식과 평상과 와구(臥具)와 약이 궁핍하지 않게 하려는 때문이니라. 과거 모든 부처님의 법이 없어질 때에 도를 배우는 이가 있지만 혹은 두렵거나 혹은 빈궁하기 때문에 도를 배우지 못한 이가 있거니와 나의 바른 법[正法]이 다하고 말세가 되었을 때에도 나의 법에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법복(法服)을 입고, 부처를 일러 스승이라 하면서 처자를 기를지라도 모두 사람들의 공양을 받거늘 하물며 부지런히 계행을 받들어 닦고 맑고 깨끗한 수행을 지키는 이가 나의 법이 다한들 공양을 받지 못하겠느냐?”
012_0237_a_11L佛言是吾一世轉輪王福以捨置而不受者以此福報施後末世受吾法化爲弟子者學士學女令此等不乏衣食牀臥疾藥過去諸法沒盡時其有學道或因恐怖因飢窮不得行道正法沒盡其有末於吾法化捨家學道被服法衣佛爲師畜妻養子此等皆尚得人供何況精勤修奉禁戒守淨行者吾法盡不得供養耶
012_0237_b_01L나열기국의 왕이 나라 안에 명령하여 강에다 다리를 놓게 하고, 부처님과 성중(聖衆)들이 건널 수 있도록 하였다. 유야리국의 왕도 다리를 놓아 부처님을 건너시게 하려고 하였고, 항하(恒河)의 용들도 서로가 얽히어 다리를 이루고 부처님이 건너시기를 청하였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나열기에서 세운 다리를 건너면 유야리와 용왕들이 속으로 한을 품을 것이요, 유야리에서 세운 다리로 건너면 아사세왕(阿闍世王)과 용이 한을 품을 것이며, 용이 만든 다리로 건너려 하면 두 임금이 한을 품으리라.’
부처님께서 또 생각하셨다.
‘내가 몸을 나누어 세 다리를 모두 지나도록 하리라.’
012_0237_a_20L羅閱祇王勅其部界令於江上更造新橋佛與聖衆得乘度江維耶離國亦復造橋欲使佛過恒水諸龍還相交編結龍爲橋請佛乘度時佛思惟若乘羅閱祇所造橋度恐維耶離國及諸龍王心懷微恨乘維耶離所造橋度恐阿闍世及龍懷恨欲乘龍橋恐二王有恨又思惟今當分身令於三橋皆有佛
부처님께서 다리에 도착하시니, 아사세왕은 그 무리 수억 중생과 함께 향과 꽃과 갖가지 보배와 풍류로써 불ㆍ법ㆍ성중에게 공양하였다. 왕과 신하들과 온갖 대중 수억천 명이 다섯 활개[五體]를 땅에 던지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스스로의 허물을 뉘우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을 전송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신통을 나타내시어 두 왕의 다리와 용왕들의 다리 위에 모두 부처님과 성중들과 하늘ㆍ용ㆍ귀신들이 있도록 하였다. 나열기왕과 유야리왕과 항하의 모든 용들이 제각기 자기가 놓은 다리 위에 부처님이 대중을 이끌고 건너시는 것을 보는데, 다른 다리 위에도 부처님이 계신 것은 서로가 알지 못하고 자신들이 세운 다리만 보았다.
012_0237_b_06L佛垂臨橋王阿闍世與其將從數億衆生香花雜寶伎樂供養佛法聖王與群臣一切大衆數億千人體投地自歸悔過垂泣送佛佛現神於二王橋及諸龍橋皆現有佛與聖衆俱鬼神乘橋度江王舍國維耶離王恒水諸龍各自見其所作橋上佛將大衆乘橋度江各不知見更有佛在餘橋上獨自見橋佛登度江
부처님께서 겨우 강을 건너시니, 8만 4천 아귀가 몸에서 연기와 불을 뿜고 있었다. 그를 본 사람 가운데 도를 얻지 못한 이들은 놀라서 외쳤다.
“이것이 무슨 불인가. 마치 큰 산이 타는 것 같구나. 저 불이 물 가까이 오는 것도 같고, 물에서 멀어지는 것도 같네.”
아난은 그들의 뜻을 알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고 부처님은 지극히 높고 지극히 거룩하시옵니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가장 거룩하신 님이시여, 온갖 중생이 이 불길을 보고 모두 두려워하옵니다. 이것은 어떠한 불길이옵니까? 바라옵건대 온갖 중생을 위하여 이것이 어떠한 불인지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012_0237_b_15L佛適度江已竟見八萬四千餓身出煙火其中未得道者見此火皆恐怖是何大火譬如燒其大山此大火或來近水或遠於水阿難悉知一切人意長跪叉手白佛言佛天中天佛至尊至重天上天下最尊切衆生見此火者無不恐怖此何等願佛爲一切衆生說此何等之火
012_0237_c_01L“지금의 이 아귀는 지난 세상에 부처를 만나지 못하여 법을 듣지 못하고 비구승(比丘僧)을 보지 못하고, 세간에 죄와 복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다가 아귀로 태어났느니라. 지금에야 부처를 보고 달려와서 모두가 예배하는데 머리를 땅에 대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여래에게 말하기를 ‘부처님은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며 지극히 높고 지극히 거룩하시옵니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의 온갖 중생과 곰실거리는 벌레와 기는 벌레들,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불쌍히 여기시니 부처님은 온갖 중생의 부모님이십니다. 저희들이 아귀에 떨어졌사오니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을 건져 주옵소서. 저희들도 온갖 중생의 무리이옵니다’ 하느니라.”
012_0237_b_22L佛語阿難此今餓鬼先世不逢佛不聞法亦不見比丘僧亦不知世閒有罪福生爲餓鬼如今見佛奔趣歸皆爲頭面著地長跪叉手白佛言佛天中天至尊至重天上天下憐愍一切衆生蠉飛蠕動有形之類佛爲一切衆生之父母使我墮餓鬼佛度我亦如一切衆生之類
부처님께서는 아귀가 지난 세상에서 지은 일을 아시지만 모든 중생을 위하시는 까닭에 아귀에게 물으셨다.
“지난 세상에 무엇을 하였기에 아귀가 되었느냐?”
아귀가 여쭈었다.
“전생에 비록 부처님을 뵈었으나 부처님을 알지 못했고, 비록 법을 보았으나 법을 몰랐고, 비록 비구승을 보았으나 비구승을 몰랐나이다. ‘저도 복을 짓지 않고 다른 사람도 복을 짓지 못하게 하였사오며, 복을 지은들 무슨 복이 있으며, 복을 짓지 않은들 무슨 죄가 있겠는가’ 하였사오며, 사람들이 복 짓는 것을 보면 항상 비웃는 말을 하였고, 사람들이 죄 짓는 것을 보면 항상 기쁜 뜻을 품었나이다.”
012_0237_c_07L佛亦知餓鬼先世所種佛爲一切衆生故問餓前世所種行今爲餓鬼餓鬼曰身雖見佛不知有佛雖見法不知有雖見比丘僧不知有比丘僧我亦不作福教他人亦不作福作福有何等福不作福有何種罪見人作福恒笑之見人作罪意常歡喜
부처님께서는 아귀에게 물으셨다.
“이 아귀에 태어난 지 몇 백 년이나 되었느냐?”
아귀가 대답하였다.
“제가 태어난 지 7만 세이옵니다.”
012_0237_c_14L佛問餓生此餓鬼之中以來至今更歷幾百年歲餓鬼報言我生中七萬歲
부처님께서 아귀에게 물으셨다.
“태어난 지 7만 세에 어떤 것을 먹으며, 어떤 음식을 얻었느냐?”
아귀가 대답하였다.
“저희들의 전생에 심은 행실이 지극히 악했습니다. 때문에 작은 물을 만나도 곧 변하여 보이지 않고, 큰물에 이르더라도 문득 귀신이나 용, 나찰(羅刹)들에게 쫓기며, 또 ‘너는 전생에 악을 심었거늘 이제 무슨 까닭에 이 강과 바다에 가까이하느냐’ 하며, 비록 큰 용이 하늘땅에 가득한 비를 뿌리는 일을 만나 빗물에 몸을 적시려고 해도 문득 자갈돌과 뜨거운 모래가 뿌려지거나 또는 숯불로 몸이 떨어지게 되옵니다.”
012_0237_c_16L問餓鬼生中七萬歲食飮何種爲得何食餓鬼報言我先世種行至惡値小水卽化不見至於大水便爲鬼羅剎所逐汝先世種惡今何以來近此江海雖値大龍普天放雨謂呼得雨漬其身方便礫石熱沙値炭火以墮其身
012_0238_a_01L부처님께서 아귀에게 물으셨다.
“태어난 지 7만 세에 여태까지 무엇을 먹었느냐?”
아귀가 대답하였다.
“세간에 계신 부모나 친척이 이름을 부르면서 복을 지어 주면 문득 조그마한 음식을 얻거니와 짓지 않는 이는 음식을 얻지 못하나이다.”
그때에 모든 아귀가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태까지 주리고 목마르옵니다. 부처님, 하늘 가운데 하늘께서는 온갖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니 지금의 아귀에게 조금이라도 마실 물을 주옵소서.”
012_0237_c_23L佛問餓鬼生中七萬歲由來飮食何等餓鬼報佛言有世閒父母親里稱其名字爲作追福者便小得食不作福者不得飮食諸餓鬼叉手白佛言從來飢渴佛天中天慈愍一切衆生今賜餓鬼小飮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발우에다 물을 떠다가 아귀에게 보시하여라.”
아난이 곧 발우를 들고 물을 떠다가 아귀에게 주니, 아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한 발우의 물로는 한 사람도 배불리 하지 못할 것이겠는데, 하물며 8만 4천이겠나이까.”
012_0238_a_06L佛語阿難捉鉢取水用布施餓鬼阿難便捉鉢取水與餓鬼餓鬼白佛今此一鉢水不飽一人況乃八萬四千
부처님께서 모든 아귀에게 말씀하셨다.
“8만 4천이 모두 이 발우의 물을 들고 지극한 마음으로 여래와 모든 제자에게 보시하여라.”
8만 4천의 아귀가 발우를 잡고 꿇어앉아 보시하면서 말하였다.
“저희들은 전생에 보시를 하지 않아 금생에 아귀로 태어나서 지금과 같이 아무 것도 없사옵니다. 이 발우의 물을 가지고 부처님과 모든 제자에게 보시하오니, 모든 아귀로 하여금 이 공덕에 의하여 세 갈래 나쁜 길을 멀리하고, 후생에 태어나는 곳에서는 부처님과 꼭 같으신 스승을 만나지이다.”
아귀가 아난에게 물을 드리니, 아난은 그것을 받아서 부처님께 드리어 한 모금 맛보시게 하고, 다시 1,250명 제자에게 넘겨 각각 한 모금씩 맛보게 하였다.
012_0238_a_09L佛語諸餓鬼八萬四千捉此鉢至心布施佛及諸弟子諸八萬四千餓鬼捉此鉢水長跪布施以我先世不布施今生餓鬼中如今無所有持此鉢水布施佛及諸弟子使諸餓鬼緣此功德遠離三惡道後所生得師如佛無異餓鬼過水與阿難阿難捉水與佛嘗一口過與千二百五十弟子各嘗一口
012_0238_b_01L부처님께서 모든 아귀에게 분부하시어 강에 들어가 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하게 하시니, 강과 바다의 용과 귀신이 막아서 아귀들이 목욕하고 물을 마시지 못하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바다의 용왕과 모든 귀신에게 말씀하셨다.
“다함이 없는 물을 어찌하여 아끼는가.”
모든 용과 귀신이 여쭈었다.
“물을 아끼는 것이 아니오라 아귀가 부정한 까닭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용왕과 귀신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도 헤아릴 수 없는 겁에서는 이러한 몸이 되었느니라. 다함이 없는 물을 아끼면 그대들도 뒤에는 이러한 몸이 되리니, 아끼고 탐내는 까닭에 아귀에 나는 것이니라.”
모든 용왕과 귀신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가 바다로 들어가서 모든 아귀들이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도록 허락하였다. 목욕을 마치고 다시 나와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며 합장하고 여쭈었다.
“부처님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어느 때에나 이 아귀의 몸을 벗어나오리까?”
“한 발우의 물 때문에 뒷세상의 미륵불이 세상에 나오시고, 사람의 수명이 8만 4천 세일 때에 지금 나타났던 모든 아귀는 사람의 몸을 받아 아라한의 도를 얻을 것이니라.”
그때에 모인 무리가 이 보시의 공덕을 듣고, 모두가 바른 길과 참된 뜻을 얻었으며, 모든 아귀는 부처님을 세 번 돌아 부처님께 예배하고서 물러갔다.
012_0238_a_17L佛語諸餓鬼入大江飮水幷可洗浴江海龍鬼神遮不得洗浴飮水佛語海龍王及諸鬼神極之水何以愛惜諸龍鬼神言不惜此水以餓鬼不淨故佛語海龍王卿身自從無數劫以來亦作此身愛惜無極之水卿後還作此身以慳貪故生爲餓鬼諸海龍王鬼神聞佛盡還入海聽諸餓鬼盡得飮水飽滿洗浴還出遶佛三帀爲佛作禮手白佛言佛天中天知當來過去時當脫此餓鬼之身佛言以一鉢水後當彌勒佛出世人壽八萬四千現諸餓鬼盡得人身皆得阿羅漢其諸衆會聞此布施功德者皆得正眞道意諸一切餓鬼遶佛三帀禮而去
유야리국의 왕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와 헤아릴 수 없는 나라 사람이 다섯 활개로 예배하고, 스스로 부처님의 발 앞에 엎드려 삼보(三寶)에 귀의하며, 향기로운 꽃과 풍류와 비단 일산과 번기와 당기로 부처님을 맞이하니, 땅 위에는 꽃이 수북하였고, 길을 이어서 공양하니, 날마다 끊이지 않고 성 앞에까지 이르렀다. 부처님이 성인들과 하늘과 용과 귀신을 거느리고 성문에 이르시어 황금빛 팔과 덕스러운 손으로 성 문턱을 만지시고, 범음(梵音)의 맑고 깨끗한 여덟 가지 소리로 게송을 말씀하셨다.
012_0238_b_10L維耶離國諸王大臣長者國人無數五體作禮自捉佛足命三寶香花伎樂繒蓋幢幡奉迎世尊華遍覆地尋路供養日日不絕于國城佛與聖衆鬼神往于城以金色臂德相之手觸城門閫梵淸淨八種之聲而說偈言

모든 중생의 무리가
땅 속에 살고 있거나
땅 위를 걷거나
허공을 다니면서 살거나
012_0238_b_16L諸有衆生類
在土界中者
行住於地上
及虛空中者

자비로써 중생을 사랑하여
제각기 편안히 쉬게 하고
밤낮으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모든 착한 법을 받들어 실천하여라.
012_0238_b_18L慈愛於衆生
令各安休息
晝夜勤專精
奉行衆善法
012_0238_c_01L
이 게송을 말씀하시니, 온 누리가 여섯 가지로 크게 진동하였다. 부처님께서 성안으로 들어가시니, 공중의 귀신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땅으로 다니는 귀신은 다투어 문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성문이 좁아 제각기 밀고 달리는 바람에 성을 무너뜨리면서 나아갔다. 그때에 성안에 있던 모든 부정과 뒷간의 냄새나는 것들은 밑으로 가라앉아 땅 속으로 숨어버리고, 높고 낮은 곳이 서로 좇아서 개울과 구덩이가 모두 평평해졌으며, 맹인이 보고 귀머거리가 듣고 벙어리가 말하고 앉은뱅이가 다니며, 미친 사람이 정신이 돌아오게 되고, 병든 사람이 고쳐지고, 코끼리ㆍ소ㆍ말이 슬피 울면서 서로 어울리며, 공후(箜篌)나 악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울어 높고 낮은 곡조가 조화를 이루며, 부녀들의 노리개가 서로 부딪쳐서 묘하게 울리고, 그릇과 그릇들이 저절로 소리가 나니, 부드럽고 화창하게 묘한 법을 연설하였다.
땅 속에 묻힌 갈무리[伏藏]는 저절로 드러나고, 온갖 중생은 뜨거움과 목마름에서 서늘한 물을 얻어 마시거나 목욕을 하여 태연히 소생하는 것같이 온 성안의 병자들이 쾌차하여 해탈하는 것도 그러하였다.
012_0238_b_19L說此偈已地卽爲之六返大動佛便入城空中鬼神昇空退散地行鬼神爭門競出城門不容各各奔突崩城而出於時城中諸有不淨廁穢臭惡下沈入地高卑相從溝坑皆平盲視聾聽瘂語躄行狂者得正病者除愈象馬牛畜悲鳴相和箜篌樂器不鼓自鳴宮商調和婦女珠環相揨妙響器物𤬪罌自然有聲柔軟和暢妙法之音地中伏藏自然發出一切衆生如遭熱渴得淸涼水服飮澡浴泰然蘇息擧城衆病除愈解脫亦復如是
부처님께서는 대중과 함께 곧 성을 나오시어 큰 자비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베푸시었다. 중생을 위하여 큰 보호를 드리워 주시려고 성을 두루두루 돌면서 문마다 축원(祝願)을 하시고 묘한 법을 펴시니, 흉한 것이 제거되고 상서로움이 이루어졌으며, 온 나라의 질병과 재앙이 모두 제거되어 나라 안이 온통 편안하여졌다.
012_0238_c_08L佛與大衆便還出城垂大慈哀欲爲衆生施大擁護遶城周帀門門呪願敷演妙法除凶致祥普國疾患災疫悉除國界盡安
그때에 재명(才明)이 부처님의 발 앞에 예배하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여쭈었다.
“먼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드리우셔서 내일은 모든 대중과 함께 온갖 중생을 위하여 저의 집에 강림하시어서 나물 진지를 받으시옵소서.”
부처님이 잠자코 계심으로써 허락하시니, 뛸 듯이 기뻐하며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아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물러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백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마련하니, 청정하고 향기롭고 맑으며, 빛이 곱고 맛이 좋았다. 집 안을 엄숙하게 치장하는데,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평상과 좌구를 늘어놓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꽃과 향을 뿌리고 태웠다. 공양하는 시설을 갖추어 마치고는 멀리 문 안에서 길게 꿇어앉아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때가 되었사오니, 바라옵건대 강림하옵소서.”
012_0238_c_12L於是才明前禮佛足長跪叉手白世尊言前許垂愍唯願明日與諸大衆愍衆生故迴光顧臨至舍蔬食佛默聽許歡喜踊躍右遶三帀禮佛而退歸家供辦百味飯食淸淨香潔色鮮味甘嚴飾家裏懸繒幡蓋牀坐綩綖香汁灑地散花燒香供設備辦遙於門中長跪燒香遙白佛言幸時降神
012_0239_a_01L그때 세존께서 모든 제자에게 분부하시되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재명 장자의 집에 가서 청을 받으라 하시었다. 곧 그의 문 앞에 이르니, 재명은 엄숙하고 공손하게 꽃과 향과 풍류로써 부처님을 집 안으로 드시도록 청하였다. 부처님과 성인들이 차례차례 자리에 앉으시니, 그때 재명 장자는 금병(金甁)을 들고 몸소 세숫물을 돌리었다. 음식도 손수 돌리어 위아래가 평등케 하고, 진지 잡수시기가 끝나니 다시 세숫물을 돌렸으며,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드리우셔서 지금과 같이 사흘만 더 머무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심으로써 허락하시었다. 이에 재명은 부처님과 성인들에게 공양하는데 갖가지가 향기롭고 맑은 것이 처음 날과 같았다. 나흘이 지난 뒤에 금빛 수건이 10만 냥이나 되는 것을 부처님께 바치었다. 다음 자리에는 9만 냥짜리 수건을 바치고, 차례차례 내려와서 끝자리에 앉은 이에게는 만 냥짜리 수건을 드리어 달친(噠嚫)3)을 삼았다.
012_0238_c_20L爾時世尊勅諸弟子著衣持鉢行詣長者才明受請卽到其門才明肅恭花香伎樂請佛入舍佛與聖衆以次就位於時才明執持金缾躬行澡水手自斟酌上下平等飯食畢訖重行澡水長跪叉手前白佛言唯願世尊垂四等心更受三日如今之請佛默便許於是才明供佛聖衆種種香潔如其初日四日已竟以金色疊價直十萬次到上座九萬價疊以次轉下末下坐者萬錢價疊以爲噠嚫
그의 아내가 또 일어나서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자비를 인간에 더하셔서 신비로운 광명을 머물러 있게 해 주옵소서. 천첩(賤妾)의 청을 물리치지 마시옵고 나흘만 더 머무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심으로써 허락하시었다. 그녀는 공양을 드리되 처음 날과 뒷날과 나흘에 이르도록 음식이 향기롭게 맑아서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나흘이 지나서는 또 10만 냥짜리 금빛 수건을, 최하의 자리에는 만 냥짜리를 바치었다.
012_0239_a_08L其妻卽起長跪叉手白世尊曰惟天中天慈加人物願留神光受賤妾請更住四日佛默然許其妻供養初日後日至于四日飯食香潔等無差異四日已竟又以金色十萬價疊奉上世尊次九萬疊最下萬
그때 재명의 아들이 일어나서 부처님 앞으로 나와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이미 저의 부모의 공양을 각각 나흘씩 받으셨으니, 자비와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드리우셔서 저의 청을 허락하시어 나흘만 더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심으로써 허락하시었다. 그는 공손하고 부지런히 나흘 동안 공양하는데, 음식의 달고 아름다운 것은 부모들의 것과 같았다. 곧 10만 냥짜리 금빛 수건을 세존께 바치고, 다음 자리에는 9만 냥, 가장 끝자리에는 만 냥짜리 수건을 드렸다.
012_0239_a_14L時才明子起至佛前長跪叉手世尊言惟天中天已受父母各四日幸垂慈哀憐愍受我四日之請亦默許其子恭勤四日供養飯食甘亦如父母卽以金色十萬價疊獻世尊次坐九萬末下萬錢
며느리도 일어나서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 자비가 넓으셔서 이미 시부모와 남편의 공양을 받으셨거니와 바라옵건대 전례(前例)와 같이 다시 나흘 동안 저의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심으로써 허락하시었다. 준비한 음식은 앞의 것과 다름이 없으며 나흘이 지나서는 또 10만 냥짜리 금빛 수건을 세존께 받들어 올리었다. 다음 자리에는 9만 냥, 끝자리에는 만 냥을 드리어 달친을 삼았다.
012_0239_a_19L子婦又起長跪白佛世尊弘慈已受公姑及夫供養幸如前比復受四日佛又默所設餚膳如前無異亦至四日以金色十萬價疊次坐九萬下坐萬以爲噠嚫
012_0239_b_01L집안의 위아래가 모두 부처님 앞에 모여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 진리[四諦]의 고(苦)ㆍ집(集)ㆍ진(盡)ㆍ도(道)를 연설하시고,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를 말씀하시어 번거로운 뜻의 스물두 가지 매듭을 끊고, 구렁텅이[溝港]를 깨닫게 하시었다.
012_0239_b_01L居家大小於佛前坐受訓誨佛爲頒宣敷演四諦苦集盡八賢聖路斷除勞意二十二結諦溝港
유야리국의 왕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와 온 나라의 백성들이 모두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우리나라에 오신 것은 다만 재명 장자 한 사람만 위하려는 것인가?’ 하였다. 모두가 혐의하는 뜻을 품고,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거나 걸어서 재명 장자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그 집을 무너뜨리면 부처님을 뵈올 수 있으리라 하여 대중이 벼락을 치듯이 움직이니, 떠드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실을 미리 아시면서도 짐짓 아난에게 물으시었다.
“밖에 무슨 소리이냐?”
012_0239_b_04L維耶離國諸王大臣長者合國人民皆生心念佛來至國獨以一才明故乎意皆懷嫌象馬車步皆共來集向才明家欲壞其舍得見世尊大衆震動響響有聲佛悉預睹故問阿難外有何聲
아난이 대답하였다.
“유야리국의 왕과 대신과 장자와 백성의 높고 낮은 이가 모두 원한의 마음을 품었나이다. 세존께서 나라에 드시었지만 재명이 모시고 돌아와서 혼자서만 자기 집에 16일이나 계시게 하니, 다른 이는 보지 못하기 때문에 미워하고 있나이다.”
012_0239_b_09L阿難白佛維耶離王大臣長者國人巨細皆懷怨心世尊入國才明請歸獨固在家至十六日餘不得見以此爲嫌故集會來欲見世尊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아가서 모든 사람을 위로하여 한을 품지 않도록 하여라. 여래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곧 들어오도록 허락하여라.”
아난이 모든 무리들이 들어오도록 허락하니, 국왕과 대신과 온갖 사람이 부처님의 분부를 전하여 듣자, 성내는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져서 조그마한 원한도 남지 않아, 마치 빗물에 티끌이 젖은 것과 같았다. 곧 들어가서 부처님을 뵈옵고 다섯 활개[五體]를 땅에 던져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지만, 대중이 바다와 같이 많아 그 집에 모두 수용하지 못해 밖에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부처님께서 모두를 불쌍히 여기시어 재명의 집을 유리로 변화하게 하시니, 안팎이 환하게 비치어서 모두 서로를 볼 수 있었다.
012_0239_b_13L佛告阿難出慰諸人莫齎恨意欲見佛者便聽使入阿難宣命謂諸大衆以啓聽入國王大臣及一切人聞佛教告怒心霍除無餘微恨如雨淹塵便入見佛五體投地稽首佛足大衆浩浩其舍不容在外者衆佛悉慈愍化才明舍令爲琉璃表裏淸徹悉通相見
이때 재명이 평상과 자리를 마련하여 주단과 담요를 깔았으며, 갖가지 음식을 마련하되 수정(水晶)과 유리와 금과 은과 갖가지 보배로써 그릇을 만들었다. 대중이 공양을 마치니, 재명은 부처님과 모든 귀빈(貴賓)의 앞에서 여쭈었다.
“검소한 거처와 나물 진지로 왕림하시옵기를 청하여 송구하옵니다. 바라옵건대 식기(食器)와 평상과 좌구를 가져 주옵소서.”
012_0239_b_20L於是才明爲設牀座氍毹毾㲪種種食具水精琉璃金銀雜寶以爲器物大衆食訖於是才明前白世尊及諸貴賓居儉蔬食枉屈顧臨願以食器及牀座具以相貢遺
012_0239_c_01L그때에 모였던 대중이 모두가 놀라 찬탄하였다.
“장자 재명은 명성을 세운 것이 허망하지 않아 공덕과 서로 부응(副應)하는구나. 큰 보시를 하고, 보배 기구까지 베풀어 고루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집의 재산이야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또 네 가지 무리의 제자들과 대중들은 의혹을 품었다.
‘재명 장자는 무슨 공덕이 있기에 부처님과 대중을 청하여 16일에 이르고, 왕과 만백성에게까지 공양하며, 보배 그릇까지 보시하니, 온 나라가 감로를 먹는구나. 전생의 복일까. 아니면 금생의 공덕일까.’
012_0239_c_01L時會大衆莫不愕然皆共歎咤長者才明立名不妄與德相副興設大施貢遺寶器莫不周遍家中財寶豈可訾計四部弟子及與大衆心皆懷疑長者才明有何功德請佛大衆至十六日及王臣民供養貢遺周遍一國得服甘露前世福耶今世德乎
아난은 곧 대중이 의심하는 마음을 알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중이 의혹을 품기를 ‘장자 재명은 어떠한 복밭[福田]에 공덕의 씨를 심었으며, 어떠한 스승을 만나서 가르침을 받았기에 이제 빛나는 과보를 받아서 재물이 한량없고, 마음이 밝고 실천이 밝아서 남보다 먼저 감로를 마시었을까’ 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본래의 실천을 분명하게 말씀하셔서 무리의 의심을 끊어 주옵소서.”
012_0239_c_08L阿難卽知衆會心疑長跪叉手前白佛言大會懷疑長者才明於何福田廣植德本遭何明師受其教誨今逮影報財富無限心明行淨先服甘露惟願世尊現說本行決一切疑
부처님께서 아난과 모든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한 마음으로 잘 들으라. 이제 의심하는 것을 풀어 주리라.
옛날에 바라내(波羅奈)라는 성이 있었고, 성 가까운 곳에 선거(仙居)라는 산이 있었느니라. 산의 못물[池水]과 숲과 꽃과 과일이 모두 쾌락하여 견줄 곳이 없었느니라. 세상에 부처님이 계시면 부처님과 제자들이 그 안에 살고, 부처님이 안 계시면 연각(緣覺)이 살며, 연각도 없는 세상에는 외도(外道)의 신선들이 그 안에 살아서 한 번도 끊이지 않았으니, 이 때문에 선거라 부르느니라.
012_0239_c_13L佛告阿難及諸大會一心善聽今當解暢心之所疑往世有城名波羅柰去城不遠山名仙居山中池水林樹花果快樂無比世有佛時與諸弟子遊處其中若世無佛緣覺居中若無緣覺外學神仙則居其中初無斷絕以是之故斯名仙居
012_0240_a_01L그때 연각이 살고 있었는데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마치고 법복을 입고 발우[鉢]를 들고 산을 벗어나서 걸식(乞食)을 하였느니라. 마을에 이르기 전에 폭풍과 비를 만났는데,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과일 밭이 있고, 그 안에 지키는 집이 있어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도사는 찾아가서 주인에게 말하였느니라.
‘길을 가다가 비바람을 만났으니, 바라옵건대 집에 들어가서 불을 쬐고 옷을 말리도록 허락하여 주옵소서.’
불러들여 나무를 가져다가 불을 피워 옷을 말리게 하니, 옷이 마르고 몸이 따뜻해지고 비바람도 조금 멎었느니라. 옷을 입고 떠나려 할 때에 과수원지기[園監]가 물었느니라.
‘도사께서는 어디를 가시려 하옵니까?’
‘온갖 생명이 의식으로써 사니, 나도 집을 버리고 법을 배우면서 걸식함으로써 살아갑니다. 만일에 밥을 얻지 못하면 몸과 목숨을 건지지 못하고, 모든 감관이 안정되지 않아서 도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012_0239_c_20L時有緣覺在山中止早起澡漱法服持鉢出山求食未至聚落遇暴風雨去道不遠有官果園中有園監見有煙出道士往詣報語主人行遇風雨幸聽入舍向火曝衣卽請令入取薪然火爲曝衣裳衣乾體暖風雨小歇著衣欲出園監問曰惟聖道士欲何所至答曰賢者一切有形衣食爲命吾捨家學乞食自存若不得食身命不濟諸根不定不能思道園監對曰貧家蔬食色麤味酸若垂甘受幸住勿行緣覺答曰學道求食不著色味充軀而已若相許食便住不行
과수원지기는 말하였느니라.
‘저의 집에 나물밥이 있는데 빛이 거칠고 맛이 없으나마 달게 받으실 수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가지 마옵소서.’
연각이 말하였느니라.
‘도를 배우는 이가 밥을 구하는 것은 빛과 맛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고 배를 채울 뿐입니다. 만일에 먹을 것을 주신다면 딴 곳으로 가지 않겠습니다.’
이에 과수원지기는 밥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서 부인에게 물었느니라.
‘밥이 다 되었소?’
‘다 되었습니다.’
그 나라의 밥 먹는 법은 밥을 나누어서 따로 먹게 되었으므로 남편이 부인에게 말하였느니라.
‘나의 몫을 가져오시오. 우연히 귀한 손님이 오시었으니, 밥을 대접하려 하오.’
아내가 생각하였다.
‘남편은 남자로서 수고로운 일을 하여야 하고, 추위와 더위를 겪어야 하거늘 만일 먹지 않으면 노동을 못하리라. 나는 여자이어서 집에 한가로이 있으니, 의당 나의 몫으로 그 손님을 대접하리라.’
그 아들이 또 말하였다.
‘부모는 늙으시었으니, 다 잡수시는 것이 옳습니다. 나의 몫으로 드리옵소서.’
며느리가 또 말하였다.
‘시부모와 남편께서 손을 먹이려 하시거니와 저는 젊어서, 기갈을 견딜 만 하옵니다. 바라옵건대 저의 몫으로 손님을 대접하옵소서.’
도사가 말하였다.
‘그대들은 모두가 착한 마음으로 베풀고자 하니, 마땅히 여러 사람의 몫에서 똑같이 덜어서 흡족히 손님을 대접하시오.’
곧 제각기의 밥에서 한 술씩을 덜었느니라.
012_0240_a_10L於是園監便歸取飯至家問婦飯食辦未對曰已辦其國食法分飯別食夫語婦曰取吾分來偶有要客欲以食之妻卽念言夫爲男子當執勞役涉冒寒暑假令不食不能執勞妾爲女人在家閑處可持妾分以候此客其子又言父母年老便可自食以我分與其子婦曰公姑及夫以許食客妾年幼壯堪忍飢渴乞以妾分持用食客大人便言汝等各各善心欲施可共減取衆人之分足以食客卽便各減己之飯分
012_0240_b_01L과수원지기는 또 생각하기를 ‘도사의 옷이 찢어져서 속살이 드러날 지경이구나’ 하고 아내에게 옷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의 처가 말하였느니라.
‘오직 한 벌의 옷이 있어서 손을 맞이할 때나 바꾸어 입을 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
남편이 다시 말하였다.
‘지난 세상에 보시한 것이 없어 지금 빈천에 빠져 남을 따르지 못하거늘 지금도 베풀지 않으면 어느 때 빈궁하고 하천(下賤)한 처지를 면하겠는가. 부귀하고 호화로운 이는 모두가 지난 세상에 보시한 복을 받은 것이거늘 지금도 보시를 계속하여 싫어하지 않으니, 나도 앞으로는 손님을 맞이할 때에 옷치장을 바꾸지 아니하리라.’
옷과 밥을 가지고 가족이 모두 도사의 처소에 이르렀느니라. 손을 씻고 밥을 받들어 올리었으며, 도사가 공양을 마치고 양치질하고 발우를 씻으니, 네 사람은 옷을 바치었느니라.
012_0240_a_21L園監又念道士衣裳裂壞形露因問其婦家中少有衣裳調無其妻對曰家中惟有一領疊衣會賓應門更共衣之餘無所有夫答婦言以前世時無所惠施今守貧賤不及逮人今者不施貧窮下賤何時當竟富貴豪尊衣食自然者是前世惠施之福今續惠施無有厭我亦不用會客應門改易服飾疊幷飯家屬皆往到道士所澡手奉道士食訖澡漱滌鉢四人奉疊授緣覺卽便衣之
연각은 설법으로써 교화하지 않고, 신통을 나타내어 중생을 기쁘게 하고, 도의 뜻을 일으키게 하려고 하면서, 주인에게 말하였느니라.
‘은혜로운 마음으로 도사에게 공양하였으니, 그대의 뜻을 굳게 하여 큰 서원(誓願)을 일으키라.’
말을 마치고는 허공으로 올라가서 가부좌(跏趺坐)를 맺거나 멈추거나 다니거나 하며, 연각을 변화하여 나타내니, 허공에 가득하여 각기 변화를 보이는데 몸에서 물과 불이 나오고, 물은 불을 끄지 않고, 불은 물을 침범하지 않았느니라. 얼마 동안 변화하다가 허공을 따라 날아가서 선거산(仙居山)으로 돌아가니, 과수원지기의 권속은 뛸 듯이 기뻐하여 합장하고 예배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슬픈 듯이 서원을 세우는데 ‘오늘 성스럽고 밝고 신성한 도사에게 공양하였사오니, 이 복덕의 과보로 세 나쁜 갈래인 지옥ㆍ아귀ㆍ축생을 여의고,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만나며, 하늘과 세간에서 풍부하고 안락하며, 깨달음과 지혜와 오력으로 감로의 맛을 마시어서 성스러운 스승과 같아지고자 하며, 밝은 스승을 만나면 신비로운 덕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하였느니라.”
012_0240_b_09L緣覺不以說法教現通神足悅寤衆生令發道意主人曰以能惠施供養道士堅强汝志發弘誓願語竟昇空結交趺坐住立經行變現緣覺充滿虛空各各現化身出水出火水不滅火火不侵水干變化乘空飛行還仙居山園監眷歡喜踊躍叉手作禮叩頭求哀便發誓願以今日惠施聖明神聖道士緣是福報離三惡道地獄餓鬼畜生之趣所生之處常共聚會天上世閒饒富安隱覺惠道力服甘露味如聖明師若遭明師神德殊勝
012_0240_c_01L부처님께서 다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과수원지기가 재명 장자고, 처와 아들과 며느리도 각각 본인이니라. 그때 한마음으로 거룩한 연각에게 보시한 까닭에 그때부터 91겁을 다시는 세 갈래에 들지 않고, 큰 복을 받았으며, 하늘과 세간에서 집안이 모이어 헤어지지 않았느니라. 그때에 발원하되 감로를 마시고 도를 깨달아 견해를 얻으며 뛰어난 스승을 만나려 한 까닭에 지금 나를 만나서 뛰어난 깨달음을 만나니, 한량없고 비유할 수 없으며 이제 감로를 마시고 먼저 세상의 스승과 같이 되었느니라.”
012_0240_b_21L佛告大衆時園監者則才明是子婦皆是本人爾時同心施尊緣覺自是以來九十一劫不更三塗受弘福報天上世閒室家聚會不相遠離爾時發願願服甘露覺道得解遭殊勝師緣是之故今遭値我得遇勝覺無限無喩今服甘露如其先師
그때에 대중이 부처님께서 설명하시는 공덕과 보응을 듣고, 모두가 기뻐하여 마음이 기껍고 뜻이 맑고 깨끗하여 제각기 삼보인 불ㆍ법ㆍ성중(聖衆)에 귀의하였다. 험준한 의혹이 풀리니, 혹은 5계를 받고, 혹은 집을 떠나서 배웠다. 그때에 모인 가운데 4천 명이 모두 도를 얻으니, 왕래(往來)와 불환(不還)과 무착(無着)의 과위를 얻었고,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 대승의 뜻을 일으켜 물러나지 않았다. 그때에 세존께서 자리를 일어나서 그 집을 나오시니 대중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려 물러났다.
012_0240_c_05L爾時大會聞佛頒宣功德報應莫不歡喜心悅意淸自歸三寶佛法聖衆嶮結除解或受五戒或捨家學於是會中有四千人皆得道迹往來不還無著之果無央數人發大乘意心不退轉於是世尊起出其舍一切大衆稽首各退
부처님과 대중은 내녀(奈女)의 숲에 있는 절로 향하시었다. 내녀는 부처님께서 대중을 거느리고 그의 숲과 동산에 이르신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곧 수레를 치장하고, 무리들과 함께 숲에 가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았다. 곧 보배 수레에서 내리어 구름에서 번개가 내리는 듯, 날개를 치면서 동산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길리(吉利) 하늘과 같이 옷맵시와 자태가 아주 남달라서 하늘의 옥녀(玉女)보다 뛰어나니, 동산 안의 모든 하늘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012_0240_c_11L佛與大衆遊至柰女林樹精舍柰女聞佛從大聖衆至其樹園心喜無量卽便嚴駕與其僕從詣園見佛到下寶車如雲降電趨翔入園如吉利天服飾姿容殊天玉女園樹諸天莫不迴目
012_0241_a_01L부처님께서 그러한 사실을 아시고, 이는 마군(魔軍)의 졸개들이 와서 청정한 계ㆍ정ㆍ혜ㆍ해탈ㆍ도(度)ㆍ지견(知見)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 생각하시었다. 곧 범음(梵音)으로써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내녀가 오니 각각 너희들의 뜻을 단속하라. 각각 정진의 칼과 활을 가지고, 모두가 지혜의 화살을 엄중히 마련하고 선정의 투구를 쓰고 계행의 수레를 타고, 번뇌의 군사와 싸울지니라. 너희들은 여인이 행하는 속임과 거짓을 잘 헤아리되 모두가 금으로 돈의 겉만을 바른 것 같으며, 파리의 날개로 더러운 것을 덮은 것처럼 생각하여라. 힘줄과 뼈가 연접하였고, 피와 살이 모였으며, 눈곱과 눈물과 몸에 있는 땀과 때를 씻지 않은 것같이 생각하여라. 이러한 생각을 하여 여인의 몸을 관찰하고 미혹한 색욕(色慾)을 제지하도록 하여라. 뼈의 무리를 자세히 살피건대 힘줄로써 속박하고, 피와 살로써 바르며, 의복으로 덮고 호화로운 채색으로 꾸미고 다니니, 마치 그림쟁이가 담 위에다 진흙으로 그리고 채색으로써 그림을 칠한 것과 같으니라. 여인의 몸도 그러하니, 마땅히 자세히 헤아려서 알고 음란한 마음을 없애도록 하여라.
012_0240_c_16L佛見其然是魔使來壞敗淨戒解脫度知見品卽以梵音告諸沙門柰女來至各撿汝意各自執持精進刀弓皆自嚴辦智慧之矢被定意鎧乘禁戒車與塵勞戰汝等當計女人所有欺誑一切如金塗錢皮薄如蠅翅以覆惡穢筋骨連綴血肉之聚眵涕唾身體汗垢若不洗拭作是計觀女人身以制迷惑色欲之意觀骨舍束縛以筋塗以血肉覆以衣飾以華綵猶如畫師立牆以墼埿塗惡露畫以綵色女人之身亦復如當諦計知除滅婬心
대저 도를 배우려 하면 먼저 마음을 잘 다스려야 그 뒤에 편안함을 얻으리라. 먼저 마음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미치지 못하고, 사악한 행실에서 쳇바퀴 돌 듯 하나니, 마치 말뚝의 말과 같아서 수명이 마치려 할 때에 원과 뜻이 어기어 마침내 해탈치 못하리라. 만일에 색을 보고 마음도 따라서 미혹하는 이는 덧없는 것이 영원하다고 여기고, 괴로운 것을 즐겁다고 생각하며, ‘나’가 없는 것을 ‘나’가 있다고 헤아리고, 부정한 것을 맑다고 생각하거니와, 지혜로운 사람은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청정치 못함을 깨닫느니라. 이렇게 깨달은 사람은 곧 긴 길에서 죽고 사는 근심을 여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러한 가르침을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니, 모두가 받아 지니고 한마음으로 받들어 실천하였다.
012_0241_a_06L夫欲學道調其心後可獲安不先調心後悔無邪行迷旋譬如櫪馬臨其壽終與意違終不解脫其有視色心隨惑無常計常苦有樂想無我計我淨淨想慧覺無常不淨達如是卽離長塗生死患難佛以是教諸弟子皆共受持一心奉行
012_0241_b_01L내녀(奈女)가 부처님을 뵈오니, 해가 구름에서 나온 것같이 금빛으로 빛나시므로 맑고 깨끗한 뜻을 일으켜 다섯 활개[五體]를 땅에 던지고 부처님의 발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가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내녀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은 생각이 방일하여 다섯 가지 욕망에 집착하거늘 너는 능히 마음을 제어하여 여래에게로 와서 묘한 법을 즐기니, 이는 네가 가장 영리한 탓이니라. 남자들이 번뇌의 속박에 머물러 있으면서 즐겨 법화(法化)를 받는 것은 기특하다 할 것이 없느니라. 여인들은 번뇌의 그물에 얽히어 두루두루 막히었으면서도 벗어날 요점을 알지 못하느니라. 온갖 세간은 괴롭고 공하고 덧없어서 믿을 수 없으니, 모진 질병이 건강을 침노하고, 늙음으로써 얼굴빛을 잃으며, 죽음은 수명을 겁탈하고, 위태로움은 안정을 침노하느니라. 이러한 고통에서 떠나고자 하면 부지런히 법을 받아 부지런히 실천하여야 비로소 이 고통을 면하리라. 여인은 원망하고 미워하는데, 서로 만나면 몹시 미워하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면 몹시 그리워하니, 무릇 여인들은 매양 이 두 가지에서 멀리 떠나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여인은 마땅히 부지런히 법을 받들어서 원수와 만나거나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다는 마음을 여의면 다시는 생ㆍ노ㆍ병ㆍ사를 만나지 않고, 온갖 고통이 두루 없어지리라.”
012_0241_a_13L柰女見如日出雲金光照耀發淸淨意體投地稽首佛足卻坐一面佛告柰女人情逸惑著五欲汝能御心迴屈詣佛所樂妙法化是汝最利男子安重塵勞垢薄樂受法化此不爲奇女人纏緜塵勞羅網盤旋周障不識出要一切世閒苦空無常不可怙恃强疾侵壯老失顏色死劫壽命危侵安隱欲離是患專精受法勤修奉行乃免斯苦女人怨憎相遇甚惡亦甚戀慕恩愛之別凡爲女人每不遠離於此二事是故女人當勤奉法可離怨會恩愛離別不復遭遇生老病死衆苦都滅
내녀가 부처님께서 여인의 더러움을 오묘하게 가르치시는 말씀을 듣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곧 일어나서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자비하신 마음을 베푸시어 성인들과 함께 저의 집에 왕림하셔서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심으로써 허락하시었다.
012_0241_b_04L柰女聞佛若干妙化女人之穢心懷慚愧卽起長跪叉手白佛願垂慈哀與聖衆俱至舍受食佛卽默受
내녀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서 집에 돌아와 백 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니, 달고 맛있고 깨끗하였다. 번기와 일산을 펼치고, 평상과 자리를 벌여 놓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꽃과 향을 뿌리고 태웠다.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을 청하기를 ‘때가 되었사오니 바라옵건대 성인들과 함께 왕림하여 주옵소서’ 하였다.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내녀의 집에 이르니 꽃과 향과 풍류로 부처님을 맞이하여 집으로 드시기를 청하였다. 각각 자리에 앉으신 뒤에 손수 물을 돌리고 음식을 받들었다. 공양을 마치시고, 양치질을 하신 뒤에 부처님께서는 널리 보시의 복보(福報)와 계행을 지키는 과보를 말씀하셨다.
“하늘과 인간의 쾌락은 장구하지 못하여서 위태롭고 헤어지는 것이어서 믿을 수 없으니, 네 가지 진리[四聖諦]와 8현성의 길[八賢聖路]이라야 큰 안락을 얻고 영원히 근심이 없으리라.”
모두가 마음이 기뻐져서 의심을 없애고 매듭이 풀리어 수다원(須陀洹)을 얻었다.
012_0241_b_07L於是柰女稽首而退還歸辦具百味之食甘脆精美張施幡蓋牀座綩綖香汁灑地燒香散花長跪請佛日時已到願與聖衆垂迴臨覆佛與弟子著衣持鉢至柰女家花香伎樂請佛入舍各就坐位手自斟酌行水奉食食訖澡漱佛爲廣說布施福報戒愼之果天人快樂不得長久危亡別離不可恃怙唯四聖諦八賢聖路以獲大安永無憂患心皆歡喜疑除結解得須陁洹
그때에 대중이 의혹을 품었다.
‘내녀는 전생에 어떠한 공덕이 있기에 나무의 꽃에서 나서 단정하고 예쁠까?’
012_0241_b_17L衆坐懷疑柰女前世有何功德從樹花生端正姝好
어진이[賢者] 아난은 무리들이 품은 의심을 알고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중이 모두 의심하되 내녀는 전생에 어떠한 복밭에 어떠한 공덕을 심었기에 지금 세존을 만나서 감로의 법을 받는가 하나이다.”
012_0241_b_18L賢者阿難知衆懷疑長跪叉手前白佛言衆坐悉疑柰女前世於何福田植何德本今遇世尊服甘露藥
012_0241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가섭부처님 때에 사람의 수명은 2만 세이었는데 부처님이 하실 일을 마치었으므로 수명을 버리시었느니라. 그때 선경(善頸)이라는 왕이 있었으니, 사리(舍利)에 공양하고, 7보의 탑을 세워 높이가 한 유순(由旬)이었느니라. 모든 중생이 등을 밝히고, 향을 피워 꽃ㆍ일산ㆍ비단을 올리면서 공양하였는데 그때에 한 무리의 여인들이 있었느니라. 탑에 공양하고자 하여 서로 이끌고 와서 탑의 주위를 청소하는데 개가 똥을 누어서 탑의 도량을 더럽히었느니라. 그때에 한 여인이 손으로 긁어다 버리니, 다른 여인이 그가 손으로 땅 위의 개똥을 치우는 것을 보고, 침을 뱉고 비웃으며 말하기를 ‘너는 손이 더러우니 가까이 오지 말라’ 하였느니라. 그 여인은 거슬러 꾸짖되 ‘너는 음탕한 물건을 가리고 있는 인간이지만 나는 물로써 씻으면 내 손은 곧 맑고 깨끗할 것이니라’고 하였다. 부처님은 인간과 하늘의 스승이시라 공경하는 뜻에 끝이 없으므로 손으로 더러운 것을 제거하였거니와 이미 손을 씻고 탑을 돌면서 발원하기를 ‘이제 탑의 도량을 쓸어서 더러운 것이 없어졌사오니, 바라옵건대 저의 오는 세상에 번뇌가 소멸하고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였느니라. 그때에 땅을 쓸던 모든 여인은 지금 이 모임에 있는 모든 여인이니, 그때에 땅을 쓸면서 번뇌를 멸하고 감로를 마시기를 소원하였느니라. 그때에 손으로 개똥을 치운 여인은 지금의 내녀이니, 그때에 발원(發願)하기를 ‘더러움을 만나지 말고, 태어나는 곳마다 맑고 깨끗해지이다’ 하였나니, 그러한 복으로 포태의 냄새나는 곳을 의지하지 않고, 항상 꽃에 의지하여 태어나느니라. 그때 한 마디 나쁜 소리를 내어 음탕한 여자라 꾸짖은 까닭에 지금도 이러한 음녀(婬女)라는 이름을 받느니라.”
012_0241_b_21L佛告阿難乃前過世迦葉佛時人壽二萬歲事終竟復捨壽命爾時有王名曰善供養舍利起七寶塔高一由延切衆生然燈燒香花蓋繒綵供養禮時有衆女欲供養塔便共相率除塔地時有狗糞污穢塔地有一女手撮除棄復有一女見其以手除地狗糞便唾笑之曰汝手以污不可復近彼女逆罵汝弊婬物水洗我手便可得淨佛天人師敬意無已手除不淨已便澡手遶塔求願今掃塔地污穢得除令我來世勞垢消滅淸淨無穢時諸女人掃塔地者今此會中諸女人是爾時掃地願滅塵勞服甘露味爾時以手除狗糞女今柰女是爾時發願不與污穢會所生淸淨是福報不因胞胎臭穢之處每因花以其爾時發一惡聲罵言婬女今受是婬女之名
부처님께서 널리 선과 악의 업보를 말씀하셨다.
“천상과 세간은 즐겁고 기쁘거니와 세 나쁜 갈래는 괴로우며, 서로 잡아먹으니 근심과 고통으로 부르짖는다.”
012_0241_c_17L佛爲廣說善惡報天上世閒榮樂歡娛三惡道苦相吞噉愁毒號哭
그때에 모인 무리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불ㆍ법ㆍ성중 삼보께 귀의하여 몸과 입과 뜻의 악을 제거하여 10선(善)을 받들어 실천하였으며,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 각각 3승(乘)에서 도의 뜻을 내어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절로 돌아오시었다.
012_0241_c_19L爾時衆會聞佛所歸命三尊佛法聖衆除身口意行十善無央數人各於三乘建立道一切歡喜遶佛三帀作禮而去世尊還至精舍
佛說除恐災患經
庚子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진(晉)나라 말로 재명(才明)이다.
  2. 2)진(晉)나라 말로 대천(大天)이다.
  3. 3)번역하여 보시(布施). 보시에는 두 가지가 있다. ①재시(財施):재물을 남에게 베푸는 일. ②법시(法施):남에게 교법을 말하여 들려주는 일. 시물(施物)은 오른손으로 받는 것이 관습이기 때문에, 오른손을 달친이라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