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3_1171_a_01L불설천불인연경(佛說千佛因緣經)
013_1171_a_01L佛說千佛因緣經


후진(後秦) 구자국삼장(龜玆國三藏)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이진영 번역
013_1171_a_02L 後秦龜茲國三藏鳩摩羅什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3_1171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큰 비구 대중 5천 명과 함께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셨다. 그들의 이름은 존자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와 존자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과 존자 가야가섭(伽耶迦葉)과 존자 나제가섭(那提迦葉)과 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존자 사리불(舍利佛)과 존자 대목건련(大目犍連)과 존자 가전연(迦栴延)과 존자 아나율(阿那律)과 존자 아난(阿難) 등 큰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모두가 대중이 아는 바 그대로 잘 조복된 코끼리 왕처럼 해야 할 일을 이미 끝내어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갖추었다.
013_1171_a_04L一時佛在王舍城耆闍崛山中與大比丘衆五千人俱其名曰尊者阿若憍陳如尊者優樓頻蠡迦尊者伽耶迦葉尊者那提迦葉者摩訶迦葉尊者舍利弗尊者大目犍連尊者迦栴延尊者阿那律尊者阿難等皆大阿羅漢而衆所知識調象王所作已辦三明六通具八解
또 8만 4천 명의 보살마하살들은 범덕(梵德)보살ㆍ정행(淨行)보살ㆍ무변행(無邊行)보살을 우두머리로 한 보살들과 발타바라(跋陀波羅)ㆍ응여무변(應與無邊) 보살을 우두머리로 한 보살들과, 다른 세계로부터 모여온 월음(月音)보살ㆍ월장(月藏)보살ㆍ묘음(妙音)보살을 우두머리로 한, 이 같은 큰 보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오랫동안 범행(梵行)을 닦아서 안온 청정하였고, 수릉엄(首楞嚴)삼매에 머물러 8만 4천의 모든 바라밀(波羅蜜)을 구족함으로써 사바세계와 시방국토에 변화로 지은 부처님을 나타내었고, 동시에 미묘한 법 바퀴를 굴려 반열반(般涅槃)을 나타내기도 하여 기사굴산의 승선강당(昇仙講堂)에서 모두 사자후(師子吼)를 하였다.
013_1171_a_12L菩薩摩訶薩八萬四千人梵德菩淨行菩薩無邊行菩薩而爲上首跋陁波羅應與無邊俱爲上首也方月音菩薩月藏菩薩妙音菩薩而爲上首如是等諸大菩薩皆久修梵安隱淸淨住首楞嚴三昧皆悉具足八萬四千諸波羅蜜於娑婆世界及十方國示現作佛轉妙法輪現般涅槃於耆闍崛山昇仙講堂皆師子
013_1171_b_01L이 여러 보살마하살들이 각각의 과거세의 인연을 말하자 그 음성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하여,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 등 모든 대중이 다 함께 모였다.
013_1171_a_21L是諸菩薩摩訶薩等各各自說過去因緣如是音聲遍滿三千大千世天龍夜叉乾闥婆阿修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一切大衆皆悉集會
그때 세존께서 석실(石室)에서 나오시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여러 성문과 보살들이 함께 무슨 강론을 하였느냐?”
013_1171_b_03L爾時世尊從石室出問阿難言今諸聲聞諸菩薩等皆何講論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러 보살들은 각자가 자신들의 과거세의 인연을 말하였나이다.”
013_1171_b_05L阿難白佛世尊諸菩薩衆各各自說宿世因
그때 세존께서는 편안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마치 위엄을 갖춘 큰 코끼리[龍象]처럼 걸으시면서 승가리(僧迦梨)를 입으시고 대중 속으로 들어와 여러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013_1171_b_07L爾時世尊安庠徐步如大龍象僧伽梨入大衆中告諸菩薩言
“그대들은 이제 각각 무슨 이치를 말하였기에 그 큰 음성이 이 세계를 두루 가득하게 하는가?”
013_1171_b_08L汝等今者各說何義其大音聲遍滿世界
발타바라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부처님을 위해 사자좌(師子座)를 깔고는,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하고 부처님께 사자좌에 앉으시기를 청하면서 아뢰었다.
013_1171_b_09L跋陁波羅菩薩卽從坐起自爲世尊敷師子座頭面禮足請佛就坐白佛
“세존이시여, 제가 오늘 세존께 여쭙고 싶은 것이 약간 있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해설하여 주옵소서.”
013_1171_b_12L世尊我於今日欲少諮問唯願世爲我解說
이 말씀을 아뢸 때에 8만 4천의 보살들이 제각기 영락(瓔珞)을 벗어 부처님께 흩뿌려 공양하자, 그 뿌려진 영락이 부처님의 정수리 위에 머물러 마치 수미산(須彌山)처럼 볼 만한 장엄을 나타내고, 거기에 변화로 나타난 천 부처님이 산굴(山窟) 속에 앉아 있었다.
013_1171_b_13L說是語時八萬四千諸菩薩等各脫瓔珞散佛供養所散瓔珞住佛頂上如須彌山嚴顯可觀千化佛坐山窟中
이때에 여러 보살들은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를 올리고 이구동음(異口同音)으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013_1171_b_16L時諸菩薩頂禮佛異口同音白佛言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이 현겁(賢劫)의 천 부처님과 더불어 과거세에 어떠한 공덕을 심고 어떠한 도(道)의 행을 닦았기에 항상 같은 곳에 태어나 같은 집에 살면서 한 겁 동안에 차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성취하게 되며, 나아가서는 이 더럽고 나쁜 중생들을 교화하고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견고히 세 종류의 청정한 보리심(菩提心)을 내게 하나이까? 원컨대 저희들과 미래세의 중생들을 위해 이 현겁의 천 보살이 과거세에 모든 바라밀을 닦는 그 본사(本事)의 과보를 자세히 분별하여 말씀해 주옵소서.”
013_1171_b_17L世尊世尊與賢劫千佛過去世時種何功德修何道常生一處同共一家於一劫中第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化度濁惡諸衆生等令其堅發三種淸淨菩提之心願爲我等及未來世諸衆生故當廣分別賢劫千菩薩過去世諸波羅蜜本事果報
013_1171_c_01L그러자 세존께서는 여러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013_1171_c_01L爾時世尊告諸菩薩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 그대들을 위해 분별하여 자세히 말하리라.
013_1171_c_02L諦聽諦聽思念之吾當爲汝分別廣說
발타바라야, 너는 이제 알아 두라. 지금으로부터 과거 한량없고 셀 수 없는 백천만억 아승기겁(阿僧祇劫)보다 더 오래된 그 어느 때에 대장엄(大莊嚴)이란 세계가 이 사바세계에 있었다.
013_1171_c_03L跋陁波汝今當知乃往過去無量無數百千萬億阿僧祇劫復過是數爾時此娑婆世界名大莊嚴
겁의 이름은 대보(大寶)이고, 그 세계에 출현하신 부처님의 명호는 보등염왕(寶燈焰王)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 (佛世尊)이셨다.
013_1171_c_06L劫名大寶有佛世尊名寶燈焰王如來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天人師世尊出現於世
그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실 때에도 역시 이 3승(乘)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셨는데, 부처님 수명은 반겁이었지만 바른 법[正法]이 한 겁 동안 세간에 머물고 형상법[像法]이 두 겁 동안 세간에 머물렀으며, 형상법 동안에 광덕(光德)이란 한 대왕(大王)이 있어 10선도(善導)로써 백성을 교화하기를 마치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이 하여 그 국토를 안락하게 하였다.
013_1171_c_09L彼佛世尊出現世時亦以三乘教化衆生壽半劫正法化世住於一劫像法化世住於二劫於像法中有一大王曰光德十善化民國土安樂如轉輪
이 대왕은 모든 백성에게 비타론(毘陀論)을 외우게 하였다. 당시 학당(學堂)에 1천 동자(童子)가 있었는데, 그 동자들은 나이 각각 15세로 총명하고 민첩하였으며 지식이 풍부하였다. 여러 비구들로부터 불ㆍ법ㆍ승을 찬탄함을 듣고는, 그 중에 연화덕(蓮華德)이란 동자가 선칭(善稱) 비구에게 물었다.
013_1171_c_14L爾時大王教諸人民誦毘陁論學堂中有千童子年各十五聰敏多聞諸比丘讚佛有一童子名蓮花德白善稱比丘言
‘어떤 것을 불(佛)이라 하고, 어떤 것을 법(法)이라 하고, 어떤 것을 승(僧)이라 합니까?’
013_1171_c_17L云何名佛何名法云何名僧
선칭 비구가 곧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比丘偈答言
바라밀을 원만히 갖추어
청정한 성품 지혜 깨닫고
수승한 마음을 성취하기에
이를 일러 불이라 하며
013_1171_c_18L波羅蜜滿足
淨性覺智慧
勝心得成就
故號名爲佛

더러움 없는 성품 청정하여
영원토록 이 세간을 여의고
세간의 5온(蘊)을 보지 않고서
항상 머물므로 이를 법이라 하며
013_1171_c_20L無染性淸淨
永離於世閒
不觀世五陰
常住名爲法

몸과 마음 항상 함이 없어[無爲]
길이 네 종류의 음식을 여의고
세간의 훌륭한 복밭[福田] 되므로
이를 일러 비구승이라 하네.
013_1171_c_21L身心常無爲
永離四種食
爲世良福田
故稱比丘僧
013_1172_a_01L
이렇게 1천 동자는 3보(寶)의 이름을 듣자, 각각 향과 꽃을 지니고 그 비구를 따라 승방(僧房)에 나아가 탑(塔)에 들어가 예배하고 불상(佛像)을 보게 되었는데, 그 불상의 너비와 높이는 62나유타 유순이고 8만 4천의 모든 상호문(相好門)을 다 구족하여 있었다.
013_1171_c_22L千童子聞三寶名各持香花隨從比丘行詣僧房入塔禮拜見佛色像彼像身量高六十二那由他由旬萬四千諸相好門皆悉具足
1천 동자들은 이 불상을 보고 나서 비구에게 물었다.
013_1172_a_03L時千童子見佛像已白比丘言
‘이같이 수승한 사람이며 위없는 대사께서는 과거세에 어떤 공덕을 닦았기에 위없고도 수승한 이 같은 모습을 얻었습니까?’
013_1172_a_04L如此勝人大無上士過去世時修何功德乃得如是無上勝相
비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들은 이제 자세히 들어라. 그 부처님은 과거세 8만 4천의 모든 바라밀(波羅蜜)을 수행하였고, 다시 37품(品)의 보리 돕는 법[助菩提法]을 닦아 익히셨으므로 이같이 단정하고 장엄한 몸을 얻으셨다.
013_1172_a_06L比丘答言善男子汝今諦聽佛世尊者過去修行八萬四千諸波羅蜜亦復修習三十七品助菩提法故得如此端嚴之身
또 여래의 몸은 이 8만 4천의 상호문을 지닐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不共法)과 대비(大悲)의 3념처(念處)와 3명(明)ㆍ6통(通)ㆍ8해탈 등을 모두 갖추셨다.’
013_1172_a_09L如來身者不但有此八萬四千諸相好門亦有十力四無所畏十八不共大悲三念三明六通八解脫等
1천 동자는 부처님을 찬탄한 그 비구의 말을 듣고 나서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를 올리면서 곧 불상 앞에서 큰 서원을 세웠다.
013_1172_a_12L時千童子聞於比丘讚歎佛已五體投地卽於像前發弘誓願
‘저희들은 이제 각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앞으로 많은 겁수를 지난 뒤엔 지금의 세존과 다름없이 꼭 성불하겠습니다.’
013_1172_a_14L我等今者各各應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過筭數劫得成佛如今世尊等無有異
세 번째 동자인 연화장(蓮花藏)이 또 서원을 세웠다.
‘저희들이 이제 이 비구를 인하여 3보의 이름을 들었고, 다시 여래의 색상(色像)을 뵙게 되었으니, 미래세에 틀림없이 성불할 것이므로 성불하기 전까지 그 동안에는 항상 비구와 함께 같은 처소에서 살겠습니다.’
013_1172_a_16L第三童子名蓮華藏復發誓願我等今者比丘故聞三寶名復得見於如來色於未來世成佛無疑未成佛閒與比丘共生一處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그때에 1천 동자가 3보의 이름을 듣고 몸과 마음으로 기뻐했기 때문에 그들은 수명의 길고 짧음에 따라 목숨이 끝날 때에 가서는, 3보의 선근(善根)을 들은 그 인연의 힘으로 51겁에 걸친 생사의 업을 다 제거했으며,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범천 세상의 여러 하늘에 태어나 법을 자라게 하였다.
013_1172_a_20L跋陁波羅汝今當時千童子聞三寶名身心歡喜壽長短後皆命終臨命終時以聞三寶善根因緣力故除卻五十一劫生死之業命終之後得生梵世諸天生
013_1172_b_01L 혹은 범천의 궁전에 태어나 곧 3념처를 얻음으로써 스스로 과거세에 3보의 명칭을 들은 것을 기억한 인연을 말미암아 천상에 태어나기도 하였다.
013_1172_b_02L生梵宮已卽得三念自憶往世三寶名以是因緣得生天上
그때에 1천 범왕은 각각의 궁전에 올라 여러 범천들과 함께 7보(寶)의 꽃을 가지고 옛날의 탑 앞에 이르러 불상을 공양하였다. 그리고 1천 범왕은 또 이구동성으로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013_1172_b_03L時千梵王各乘宮殿與諸梵俱持七寶花故塔前供養佛像時千梵王異口同音而說偈言

혜일(慧日)의 큰 명칭
선적(善寂)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3보 이름 듣고 악업을 제거했기에
자연히 이 범세에 태어났으니
나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큰 해탈한 이께 귀의합니다.
013_1172_b_06L慧日大名稱
久住善寂地
聞名除諸惡
自然生梵世
我今頭面禮
歸依大解脫

이 게송을 읊고는 각각 범천 세상으로 돌아갔다.
013_1172_b_08L說此偈已各還梵世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그때 국왕으로서 10선도로써 사람을 교화하여 오랜 뒤 성불한 이는 비바시(毘婆尸)여래가 바로 그이고, 선칭 비구는 바로 시기(尸棄)여래이다. 그리고 1천 동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구류진(拘留秦)부처님과 내지 최후의 누지(樓至)여래가 그 사람이다.
013_1172_b_09L跋陁波羅汝今當知時彼國王十善化人者久已成毘婆尸如來是善稱比丘尸棄如來是時千童子豈異人乎今拘留秦乃至最後樓至如來是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내가 현겁의 천 보살과 더불어 저 부처님으로부터 3보의 명칭을 듣고 처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그 사실이 이와 같노라.”
013_1172_b_13L跋陁波羅汝今當知我與賢劫千菩薩從彼佛所聞三寶名始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其事如是
부처님께서는 다시 발타바라에게 말씀하셨다.
013_1172_b_16L佛告跋陁波羅
“너는 이제 알아 두라. 내가 기억하건대 과거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아승기겁에 어떤 큰 나라가 이 사바세계에 있었다. 그 나라의 이름은 바라내(波羅㮈)이고 임금의 이름은 범덕(梵德)이었는데, 그 국왕이 항상 착한 법으로써 백성들을 교화하였기 때문에 그때 사람들 수명은 8만 4천 겁이었다.
013_1172_b_17L汝今當知我念過去無量無數阿僧祇劫此娑婆世界有一大國名波羅捺王名梵德常以善法化諸人民彼時人壽八萬四千劫
그런데 어느 때 국왕 범덕은 자신의 늙어 가는 모양[衰相]을 보고는 나라를 아들에게 맡기고 출가하여 선인(仙人)이 살고 있는 우담발(憂曇鉢) 숲 속에서 도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013_1172_b_20L時王梵德自見衰相以國付子出家學道於仙人生地憂曇鉢林中
013_1172_c_01L그는 이른 아침에 출가하여 단정히 앉아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꾸로[逆] 바로[順] 12인연(因緣)을 관찰하되 무릇 열여덟 번을 되풀이한 나머지 곧 벽지불(辟支佛)의 도를 얻어 허공에 몸을 솟구쳐 열여덟 가지 변화를 일으켰다.
013_1172_b_22L晨朝出家端坐思惟經一食頃逆順觀於十二因緣往復觀察凡十八遍應時卽得辟支佛道踊身虛空作十八變
우담발 숲 속의 5백 범지가 그 벽지불의 발바닥에 12인연의 문자가 있음을 보게 되었다. 곧 ‘무명은 행을 인연하고[無明緣行], 행은 식을 인연하고[行緣識], 식은 명색을 인연하고[識緣名色], 명색은 6입을 인연하고[名色緣六入], 6입은 촉을 인연하고[六入緣觸], 촉은 수를 인연하고[觸緣受], 수는 애를 인연하고[受緣愛], 애는 취를 인연하고[愛緣取], 취는 유를 인연하고[取緣有], 유는 생을 인연하고[有緣生], 생은 노사우비고뇌를 인연한다[生緣老死憂悲苦惱]’라는 이 같은 문자가 있음을 보게 되었다.
013_1172_c_02L優曇林中有五百梵志見辟支佛足下有十二因緣文字無明緣行行緣識緣名色名色緣六入六入緣觸觸緣受受緣愛愛緣取取緣有有緣生緣老死憂悲苦惱
5백 비구들이 이 문자를 보고 무명(無明)에 인연한 행은 아무 데도 일어나는 것이 없음을 관찰함으로써 그 중의 3백 비구는 곧 벽지불의 도를 얻고, 또 2백 비구는 무명에 인연한 행과 애(愛)ㆍ취(取)ㆍ유(有)를 관찰함으로써 곧 벽지불을 성취하였으며, 또 어떤 비구는 무명으로부터 내지 노사우비고뇌를 관찰함으로써 무상(無常)한 행을 인하여 곧 벽지불을 성취하였으니, 하루 동안에 우담발 숲 속의 5백 한 사람 벽지불이 세간에 출현하였다.
013_1172_c_07L五百梵志見此文字有觀無明緣行無所依起三百人應時卽得辟支佛道又二百觀無明緣行及愛取有應時卽得成辟支佛又觀無明乃至老死憂悲苦惱因無常行成辟支佛優曇鉢林一日之中有五百一辟支佛出現於
그러자 그때 온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내지 범세(梵世)의 여러 하늘 궁전까지 진동하였고, 1천 범왕은 각각 옷자락[衣裓]에 만다라(曼陀羅)꽃ㆍ마하만다라꽃ㆍ만수사(曼殊沙)꽃ㆍ마하만수사꽃을 가득 담아 우담발숲 속에 나아가서 그 벽지불들에게 공양하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013_1172_c_14L是時大地六種震動乃至梵世諸天宮殿時千梵王各以衣裓盛曼陁羅花摩訶曼陁羅花曼殊沙花摩訶曼殊沙花至優曇林中供養辟支佛頭面禮足白言
‘대덕이시여, 저희들을 위해 설법하여 주소서.’
大德爲我說法
그리하여 벽지불이 허공에 몸을 솟구쳐 열여덟 가지 변화를 일으켜 손을 펴고 발을 드러내자 1천 범왕은 그 발바닥에 12인연의 문자 모양이 있고, 손바닥 안에는 10선도의 글이 있으며, 정수리 광명 속에는 5계(戒)와 8재계[支齋]의 글이 나타남을 보았다.
013_1172_c_18L時辟支佛踊身虛空作十八變舒手現足時千梵王見其足下十二因緣文字相現見其掌中有十善文於頂光中見五戒法八支齋文
그래서 1천 범왕은 몸과 마음으로 기뻐하여 그 문자를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면서 큰 서원을 세웠다.
013_1172_c_22L時千梵王身心歡喜受持讀誦發弘誓願
013_1173_a_01L‘우리들이 이제 여러 쾌사(快士)들을 보니 가부앉음[結跏趺坐]은 마치 선정에 들어간 모습 같은데, 몸에 광명을 나타내어 이 문자를 보임은 우리들로 하여금 읽어 외우게 함이리라.’
013_1172_c_23L我等今者見諸快士結加趺坐如入禪定身分光明有此文字令我讀誦
그때에 범왕의 무리 가운데 혜견(慧見)이란 범왕이 다른 범왕들에게 말하였다.
013_1173_a_02L時梵衆中有一梵王名曰慧見告餘梵言
‘우리들이 이제 벽지불을 보고서 5계와 8재계를 받아 지니고 10선도를 행하고 12인연을 관찰해야 할 것을 알았으니, 이 선근으로써 깊고 깊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되, 우리가 벽지불이 될 때엔 지금의 벽지불보다 백천만 배나 많은 설법으로 사람들을 제도하며, 우리가 성불할 때엔 우리의 명칭을 들은 이거나 우리의 형상을 본 이라면 모두 그들의 한량없는 장애를 없애게 하기를 마치 오늘날 우리가 벽지불을 본 것처럼 해야 하리라.’
013_1173_a_03L我於今者見辟支佛受持五戒八支齋法當行十善觀諸緣起以此善根迴向甚深阿耨多羅三藐三菩提願我等作佛時說法度人過於辟支佛百千萬倍我成佛時聞我名者見我形者速得除滅無量障㝵如我今者見辟支佛
그리하여 1천 범왕은 공양을 마치고 각자의 처소에 돌아가 안정하면서 그들의 수명에 따라 각각 목숨을 끝냈는데, 목숨을 끝낸 뒤에는 사바세계의 1천 사천하에 1천 전륜성왕으로 태어나 10선도로써 교화하니, 그 지난 생의 선업의 원력 때문에 인연에 따르지 않고 8만 4천 세의 수명을 누렷다.
013_1173_a_10L時千梵王供養畢已各還所安隨梵天壽後各命終命終之後於娑婆世界千四天下爲千轉輪王十善教化本善願故不隨因緣壽命八萬四千歲
또 목숨을 끝내려는 무렵에 설산(雪山)에 있는 한 바라문(婆羅門)을 만났다. 그는 총명하고도 지혜가 많아 반겁 동안을 살면서 열 가지 부처님 명호를 갖추신 전단장엄(栴檀莊嚴)이란 여래를 따라 그 여래로부터 보시바라밀[檀波羅蜜]의 깊은 설법을 들은 큰 선인이었다. 곧 ‘보시하는 자나 보시 받는 자를 보지 않고 평등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해야 한다’는 설법이었다.
013_1173_a_14L臨欲終時雪山之中有一婆羅門聰明多智壽命半劫於先經中聞過去有佛號栴檀莊嚴如來十號具足彼佛世尊說甚深檀波羅蜜見施者及以受者心行平等而行布
이때 큰 선인이 이 사실을 듣고는 설산에서 나와 1천 성왕에게 이르러 재보(財寶)를 요구하면서 여러 성왕들을 위해 이 깊고 깊은 보시바라밀을 널리 찬설하는데, 그는 오른발로 발돋움을 하고 오른손을 올려 성왕들의 앞에 서서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013_1173_a_19L時大仙人聞此事已從雪山出千聖王求索財寶廣爲諸王讚說甚深檀波羅蜜翹於右足而擧右手立王前而說偈言

보시는 묘하고도 좋은 약이므로
그 약 먹는 자 항상 죽지 않나니
몸과 마음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모든 재물을 공적(空寂)하게 보며
013_1173_a_22L施爲妙善藥
服者常不死
不見身與心
觀財物空寂
013_1173_b_01L
그 보시 받는 자도 허공처럼
이같이 참된 보시를 행하여
보시하는 자와 받는 자가 없어야만
이것을 곧 보살행이라 하네.
013_1173_b_01L受者如虛空
如是行布施
無財及受者
乃應菩薩行

1천 성왕은 각각 그 태자들에게 국토를 맡기고 온 나라에 선포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모든 보시를 닦고자 하니 재보가 필요한 모든 빈궁한 자는 우리의 처소에 오라. 우리는 원하는 바에 따라 보시하겠노라.’
013_1173_b_02L時千聖王各以國土付其太子告下諸國我等今者欲修一切施諸有貧窮須財寶者可詣我所當隨意施
그러자 온 나라의 백성들이 다 1천 성왕의 처소에 모여 와서 성왕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이 필요한 것은 다름이 아니고 다만 두 가지 일이온데, 첫째는 천악(天樂)과 둘째는 천녀(天女)입니다.’
013_1173_b_05L諸國一切人民皆悉來集千聖王白言聖王我等今者唯乏二事無所須何等二事一者天樂二者天
그리하여 1천 성왕은 마니주(摩尼珠)를 높은 당기[幢] 위에 두고서 큰 서원을 세웠다.
‘저희들의 복덕이 착한 과보를 받을 수 있게끔 진실하여 헛되지 않다면 여의주(如意珠)로 하여금 천악을 널리 내려 모든 중생에게 공급하소서.’
013_1173_b_09L時千聖王持摩尼珠置高幢上大誓願我等福德受善果報眞實不令如意珠普雨天樂供給一切念卽雨種種樂器
그러자 그 염원에 따라 곧 갖가지 악기를 퍼붓는데, 때마침 모든 악기가 허공에 머물러 있으면서 두드리지 않아도 스스로 울렸다.
013_1173_b_12L時諸樂器住虛空不鼓自鳴
다시 염원하였다.
‘저희들의 복덕 착한 것이 진실하여 헛되지 않다면 여의주로 하여금 널리 천녀를 내려 주옵소서.’
013_1173_b_13L復更生念若我福善眞實不虛令如意珠普雨天女
그러자 역시 그 염원에 따라 곧 많은 천녀를 내리는데, 마치 마천(魔天)의 왕후같이 용모와 위의가 단정하였고 낱낱 천녀는 각기 5백 권속을 거느리고 있었다.
013_1173_b_14L應念卽雨種種天女容儀庠序如魔天后一天女各有五百眷屬以爲侍者
1천 성왕은 많은 백성들의 염원을 만족케 하고 나서 곧 국토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시작하니, 왕의 천 아들과 여러 신하, 백성들이 다 울부짖으면서 왕의 뒤를 따라 대왕을 설산에까지 전송하였다.
013_1173_b_16L千聖王滿衆願已卽捨國土出家學時王千子及諸臣民皆悉號咷從王後奉送大王至於雪山
1천 성왕이 그의 신하와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013_1173_b_19L時千聖王告諸臣民
‘모든 행이 덧없고 나의 몸도 주인이 없나니 성품[性]과 형상[相]이 다 공하여 있는 것이란 마침내 사라지는 것이다. 내 이제 이 이치를 이해하고 믿게 되었으므로 국토를 버려도 아무런 애착이 없다.’
013_1173_b_20L諸行無常我身無主相皆空有者歸滅我於今者信解此是以棄國無所戀著
그리고는 곧 바라문을 따라 설산으로 들어갔으며, 왕의 아들ㆍ신하ㆍ백성들은 하직하고 다 본국으로 돌아갔다.
013_1173_b_22L卽隨婆羅門入於雪山王子臣民辭退還國
013_1173_c_01L1천 성왕은 설산 속에서 각각 초암(草菴)을 짓고 단정히 앉아 생각하면서 큰 서원을 세웠다.
013_1173_b_23L時千聖王於雪山中各立草庵端坐思惟發弘誓願
‘마땅히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위없는 도를 구하여 크게 보시하리라.’
013_1173_c_02L當度一切求無上道思大施義
이렇게 생각하자, 성왕들은 전생에 열 가지 착한 도를 행한 그 과보 때문에 설산의 1천 귀신이 각각 선과(仙果)를 바쳐 날마다 공급함으로써 다시는 음식을 구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며, 때마침 5신통(神通)을 얻어 허공에 날아다니고 한 겁의 수명을 누렸다.
013_1173_c_03L聖王宿世十善報故雪山千神各獻仙果日日供給更不求食應時卽得獲五神通飛騰虛空壽命一劫
그때 설산 속에 큰 야차(夜叉)가 있었으니, 몸의 길이가 4천 리요, 위로 솟은 송곳니의 높이가 80리며, 얼굴에는 열두 개의 눈이 있어 눈으로부터 내는 피의 빛깔이 마치 불에 녹은 구리쇠 같았는데, 그 야차가 왼손에 칼을 잡고 오른손에 몽둥이를 들고서 성왕 앞에 멈추어 큰 소리로 외쳤다.
013_1173_c_05L時雪山中有大夜叉身長四千里牙上出高八十里面十二眼眼出逬光如融銅左手持劍右手持叉聖王前高聲唱言
나는 지금 굶주리고 목마르나 먹을 것이 없으니, 원컨대 자비한 성왕은 가엾이 여겨 나에게 먹을 것을 조금 주시오.’
013_1173_c_09L我今飢渴無所飯唯願聖王慈悲矜愍施我少食
성왕들은 야차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들의 서원이 바로 모든 시여(施與)를 하는 것이다.’
013_1173_c_10L千聖王告夜叉言我等誓願一切施
그리고는 각각 물을 가져와 야차의 손을 씻게 하고 선과(仙果)를 주어 먹게 하였는데 야차는 선과를 받고는 성을 내어 그것을 땅에 던져버리면서 성왕들에게 말하였다.
013_1173_c_12L各各以水澡夜叉手授以仙果令食之夜叉得果怒棄置地告聖王
‘나는 아버지 야차는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으며, 나의 어머니 나찰(羅刹)은 항상 사람의 심장을 빨고 사람의 뜨거운 피를 마셨다. 내 이제 몹시 굶주려 사람의 심장과 피가 필요할 뿐이거늘 어찌 과일을 먹으라 하는가.
013_1173_c_14L我父夜叉噉人精氣我母羅剎噉人心飮人熱血我今飢急唯須人心血何用果爲
그러자 1천 성왕이 야차에게 말하였다.
‘모든 버리기 어려운 것 가운데 자기 몸보다 더한 것이 없다. 우리들은 오늘에 심장을 버려 그 것을 갖고 너에게 보시할 수는 없노라.’
013_1173_c_16L時千聖王告夜叉言一切難捨無過己身我等今日不能捨心持用相與
013_1174_a_01L그러자 야차는 곧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是時夜叉卽說偈言

심장을 보아도 심장이란 모양이 없고
몸은 네 원소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여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어야만
곧 보살행이라 말할 수 있네.
013_1173_c_18L觀心無心相
四大色所成
一切悉能捨
乃應菩薩行

그때 설산에 또 뇌도발제(牢度跋提)라는 한 바라문이 있어서 야차에게 말하였다.
013_1173_c_20L時雪山中有婆羅門名牢度跋提夜叉言
‘원컨대 대사는 나를 위해 설법하시오. 나는 이제 심장과 피를 아끼지 않으리다.’
013_1173_c_22L唯願大師爲我說法我今不惜心之與血
그리고는 곧 홑옷[單衣]을 벗어 높은 자리에 깔아 두고 야차를 청하여 그 자리에 앉게 하니 큰 야차는 곧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013_1173_c_23L卽脫單衣敷爲高座請夜叉令就此座時大夜叉卽說偈言

함이 없는 도를 구하려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베고 끊는 온갖 고통 받을지라도
마치 땅처럼 참을 수 있으며
또 받은 자를 보지 않아
법 구하는 마음 뉘우치지 않고
모든 것을 조금도 아낌없이
불붙은 머리털 구제하는 것처럼
굶주리고 목마른 중생 널리 구제해야만
곧 보살행이라 말할 수 있다오.
013_1174_a_02L欲求無爲道
不惜身心分
割截受衆苦
能忍猶如地
亦不見受者
求法心不悔
一切無悋惜
猶如救頭然
普濟衆飢渴
乃應菩薩行

이 게송을 들은 뇌도발제는 몸과 마음이 기뻐서 곧 날카로운 칼을 갖고 가슴을 찔러 심장을 내려고 하는데, 그때 땅에서 지신(地神)이 뛰어나와 뇌도발제에게 말하였다.
013_1174_a_06L時牢度跋提聞此偈已身心歡喜持利劍刺胸出心是時地神從地踊白牢度跋提
‘원컨대 큰 선인께서는 저희들을 비롯한 산과 나무의 신들을 가엾이 여기사 저 한 귀신을 위해 신명을 버리지 마옵소서.’
013_1174_a_09L唯願大仙愍憐我等及山樹神莫爲一鬼捨於身命
뇌도발제는 다음의 게송으로 여러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013_1174_a_10L時牢度跋提告諸神言

이 몸은 눈홀림과 아지랑이 같아
나타나는 대로 곧 변하고 사라지고
또 부르는 소리와 메아리 같아
부름이 끝나면 다시 응하지 않으며
013_1174_a_11L此身如幻炎
隨現卽變滅
猶如呼聲響
呼已更不應

4대와 5온의 힘도
그 세력 오래 머물지 않나니
한량없는 천만억 세를 지나도록
아직 법을 위해 죽은 적 없네.
013_1174_a_13L四大五陰力
其勢不久停
於千萬億歲
未曾爲法死

나 이제 법을 위한 까닭에
심장과 피로써 보시하노니
부디 나를 굳게 막지 말고
나의 위없는 지혜를 방해하지도 말라.
013_1174_a_14L我今爲法故
以心血布施
愼勿固遮我
障我無上慧

나 이 보시의 과보로써
서원 세워 불도를 이룩하리니
만약 뒷날 성불할 때엔
먼저 너희들을 제도해 주리라.
013_1174_a_15L以此布施報
誓願成佛道
若後成佛時
要先度汝等

이 게송을 읊고는 야차 앞에 누워서 칼로 목을 찔러 그 피를 야차에게 보시하며, 다시 가슴을 도려 심장을 내어 주었다.
013_1174_a_17L說此偈已臥夜叉前以劍刺頸施夜叉血卽復破胸出心與之
그러자 하늘ㆍ땅이 크게 움직이고 햇빛이 정기가 없어지고, 구름도 끼지 않고 우레 소리만 나는데, 다섯 야차들이 사방에서 모여와 서로 경쟁하면서 뜯고 찢어 다 먹은 뒤에 크게 부르짖고는, 허공에 뛰어올라 1천 성왕에게 말하였다.
013_1174_a_19L是時天地大動日無精光無雲而雷有五夜叉從四方來爭取分裂競共食之食已大叫躍立空中告千聖王
‘누가 뇌도발제와 같이 보시를 행할 수 있겠느냐? 이러한 보시를 행해야만 성불할 수 있으리라.’
013_1174_a_22L誰能行施如牢度跋提如此行施乃可成佛
013_1174_b_01L1천 성왕이 놀라고 겁내어 물러나면서 다시는 보리심을 내려고 하지 않는 한편, 그 마음을 바꾸어 각각 그들의 국토로 돌아가려 하자, 다섯 야차가 곧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013_1174_a_23L千聖王驚怖退沒不欲菩提生變悔各欲還國時五夜叉卽說偈言

살생하지 않음이 부처님 종자이고
인자한 마음이 좋은 약이 되므로
대비는 언제나 안온하여서
늙어 죽을 때까지 끝내 변함 없나니.
013_1174_b_02L不殺是佛種
慈心爲良藥
大悲常安隱
終無老死異

몸을 받은 모든 중생들
죽음을 겁내어 도리어 남을 해치니
그러므로 여러 보살들
살생하지 않는 계율을 가르치노라.
013_1174_b_04L一切受身者
畏殺毒害人
是故諸菩薩
教行不殺戒

그대들 이제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마땅히 살생하지 않는 일 행할지니
어찌 각자의 국토에 돌아가서
이 고요한 곳 버리고 시끄러움 구하려 하나.
013_1174_b_05L汝今若畏死
當行不殺事
云何欲還國
捨靜求憒鬧

1천 성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 잠잠히 머물렀다.”
013_1174_b_06L時千聖王聞此語已皆默然住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013_1174_b_07L佛告跋陁波羅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맨 처음에 보시바라밀을 찬설한 바라문은 바로 과거의 정광명왕(定光明王)부처님이시고, 뇌도발제는 과거의 연등(然燈)부처님이 그이니라.
013_1174_b_08L汝今當知第一婆羅門檀波羅蜜者過去定光明王佛是度跋提者過去然燈佛是
그때 1천 성왕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연등부처님을 뵙고 모든 고행을 닦다가 중도에 후회하는 마음을 냄으로써 한 겁 동안 큰 지옥에 떨어졌다.
013_1174_b_10L時千聖王出家學道見然燈佛修諸苦行心生悔恨於一劫中墮大地獄
그러나 지옥에 떨어져도 보리의 원력으로 마음을 장엄하였기 때문에 지옥의 불에 타 죽지 않고서 그 때부터 다시 등명왕(燈明王)보살을 만나게 되었는데, 보살이 그들에게 설법하기 위해 지옥으로부터 나오게 하여 과거의 해탈칭장엄(解脫稱莊嚴)부처님을 비롯해, 내지 최후의 묘자재왕(妙自在王)부처님까지 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013_1174_b_12L雖墮地獄菩提願力莊嚴心故火不能燒從是已後復得値遇燈明王菩薩爲其說從地獄出廣爲讚歎過去千佛解稱莊嚴佛乃至最後妙自在王佛
때에 1천 성왕이 천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기뻐하여 공경히 예배하였으므로 그 인연에 따라 9억 나유타 항하사 겁의 생사의 죄를 초월하였느니라.
013_1174_b_16L時千聖王聞千佛名歡喜敬禮以是因緣超越九億那由他恒河沙劫死之罪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그 때의 1천 성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우리들 현겁의 천 부처가 바로 그들이니라.”
013_1174_b_19L跋陁波羅汝今當知時千聖豈異人乎我等賢劫千佛是也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에 모든 대중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 매우 기뻐하여서, 대중 가운데 80명의 사람은 위없는 도의 마음을 내고, 2백 50명의 사람은 번뇌가 다 사라져 아라한(阿羅漢)을 이루었다.
013_1174_b_20L說是時一切大衆聞佛所說皆大歡八十人發無上道心二百五十人漏盡意解成阿羅漢
013_1174_c_01L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발타바라여, 이제부터 과거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아승기겁에 어떤 큰 나라가 이 염부제(閻浮提)에 있었으니, 왕의 이름은 수사제(須闍提)이고 나라의 이름은 승번(勝幡)이었다.
013_1174_b_23L復次跋陁波羅乃往過去無量無數阿僧祇劫此閻浮提有大國王名須闍提國名勝幡
그 왕은 출생할 때부터 7보를 구족하였고 하늘에서 서른네 가지 서응(瑞應)이 내렸다. 왕은 또 모태에서 땅에 내려지자 곧 다닐 수 있어 7보가 스스로 이르며, 사방 여러 산에는 각각 1억의 신선이 있어서 5신통을 갖추어 궁전 앞에 날아 모이고 다시 백만억 항하사의 7보로 된 큰 산이 궁전 앞에 솟아나기도 하며 허공 속에 벌려 머물기도 하여 그 신선들에 응하였다.
013_1174_c_03L其王生時七寶承足天降瑞應三十有四墮地卽行七寶自至四方諸山各有一億神仙五通具足飛集殿前復有百萬億恒河沙七寶大山踊出殿前列住空中以應神仙
수사제왕이 점차 자라 사천하의 왕이 되어서는 그 위덕(威德)이 자재로워 10선도로써 사람을 교화하니, 왕의 위덕의 힘으로 말미암아 모든 백성이 다 도리천(忉利天)과 같은 쾌락을 받았다.
013_1174_c_08L須闍提王漸漸長大王四天下威德自在十善化人王德力故一切人民皆受快樂如忉利天
그때 여러 선인들이 각각 선경(仙經)을 가지고 왕에게 바쳐 읽게 하자, 왕이 그 선경을 읽고 과거세 부처님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신 보화유리공덕광조(寶華琉璃功德光照)여래에 대해 듣게 되었다. 왕이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몸과 마음으로 기뻐한 나머지 곧 보배 관을 벗어 사방을 향해 예배하고 큰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013_1174_c_10L時諸仙人各持仙經授王令讀王讀經已聞過去有佛號寶花琉璃功德光照如來十號具足王聞佛名身心歡喜卽脫寶冠向四方禮發大誓願
‘나는 오늘부터 이 사천하의 모든 보배를 다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 위해 광명 보리수 아래 앉아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리니,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나는 끝내 일어나지 않으리라.’
013_1174_c_14L我於今日捨四天下一切所珍出家學道坐於光明菩提樹下身心不動若不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我終不起
이때에 욕계의 여섯 천왕 중 금강마니주(金剛摩尼珠)라는 천왕이 마군의 무리 8만억천을 거느리고 그 낱낱 귀신 군사로 하여금 아주 겁나고 두려울 만한 백억 가지 모양을 변화로 지어 그 보리수에 모여 왔다.
013_1174_c_17L時六欲天王名金剛摩尼珠與諸魔衆八萬億千一一鬼兵作百億變狀甚可怖畏競集道樹
때마침 수사제왕은 보리수 아래 단정히 앉아 지인자심왕(智仁慈心王)삼매에 들었기 때문에 그 삼매의 힘으로써 마군의 군사를 한꺼번에 파괴하고 49일이 지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였다.
013_1174_c_20L時須闍提王端坐樹下入智印慈心王三昧三昧力時魔兵衆同時碎壞經七七日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
013_1175_a_01L 그리하여 여러 신선들이 함께 와서 미묘한 법 바퀴를 굴리기 청하였는데, 그 선인들 중에 광과(光果)라는 큰 선인이 먼저 게송으로 말하였다.
013_1174_c_23L時諸神仙俱來勸請轉妙法輪仙人衆中有一大仙名曰光果說偈請曰

대덕이시여, 수사제왕은
금수레로 사방을 굴리신 왕이건만
이제 이 일곱 보배 다 버리기를
마치 새가 깃털 하나를 버리듯 하고
광명 보리수 아래 앉아서
만억의 마군을 항복 받으며
013_1175_a_02L大德須闍提
金輪王四域
今捨此七寶
如鳥去一毛
坐於光明樹
降伏萬億魔

감로의 법을 듣고는
도 배워 이미 성취하고
상호(相好)도 견줄 데 없어
그 위신의 광명 시방을 비추시네.
013_1175_a_04L甘露法已聞
學道已成就
相好特無比
威光照十方

저희들 이제 땅에 엎드려 예배하오니
원컨대 대 선적(善寂)께서는
반드시 저희들을 제도해 주시고
나아가선 법 바퀴 굴리옵소서.
013_1175_a_06L當號大善寂
願必度我等
我今頭面禮
勸請轉法輪

두 번째 광장(光藏)이란 선인이 또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013_1175_a_07L第二仙人名曰光藏復說偈言

큰 성인 중생을 가엾이 여기사
서원 세워 보리수 아래 앉아
온갖 마군을 꺾어 부수매
번뇌의 바다 이미 말라 버렸네.
013_1175_a_08L大聖愍衆生
誓願坐樹下
摧伏諸魔軍
結使海已竭

원컨대 더욱 이 중생 위하사
감로의 법을 자세히 연설하소서.
願爲衆生故
廣說甘露法

그때에 세존께서 여러 선인들의 청을 잠잠히 받아들여 광명 보리수 아래 앉아서 미묘한 법 바퀴를 굴리고 온몸을 광명을 놓아 시방세계를 비추시자 그 광명이 마치 금 빛깔 같으며, 4제(諦)와 12인연과 백억의 게송을 자세히 말씀하시매, 처음 모임에서 사방 산의 신선들은 다 생사 없는 법의 지혜[無生法忍]를 얻었고, 그 밖의 백천 사람은 위없는 도심(道心)을 냄으로써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무수한 사부대중은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고, 보리심을 내는 자는 그 수를 알 수 없었다.
013_1175_a_10L爾時世尊默然受於諸仙人請於光明菩提樹下轉妙法輪擧身放光照十方界皆如金色廣說四諦及十二因緣凡百億偈初會聞法四山諸仙皆得無生法忍百千人發無上道心出家學道無數四部得須陁洹道發菩提心數不可知
또한 부처님의 수명은 25만 겁인 한편, 바른 법이 2백만 겁 동안 세간에 머물고, 형상법이 4백만 겁을 머물렀으며, 그 부처님의 법이 사라지려는 때에는 모든 비구들이 돌아다니면서 교화하였느니라.
013_1175_a_17L佛壽二十五萬正法住世二百萬劫像法住世四百萬劫彼佛世尊法欲滅時有諸比丘遊行教化
그때에 또 어떤 나라가 있었으니 나라 이름은 전광(電光)이었다. 거기서 뇌도발제(牢度跋提)란 장자가 있어서 외도의 법을 수행하고 범천을 섬기었는데, 전광국의 대왕이 1천 동자를 그 사람에게 보내어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고 천신을 모신 사당을 청소하게 하였다.
013_1175_a_20L時有一國名曰電光一長者名牢度跋提修行外道事梵天法電光大王遣千童子供給彼人灑掃天廟
013_1175_b_01L 1천 동자들이 각각 하늘 꽃을 지니고 천사(天寺)에 가려고 할 무렵, 중도에서 어떤 비구들이 불상(佛像)을 모시고 다니는 것을 보고, 동자들이 물었다.
013_1175_a_23L時千童子各持天花欲往天寺於其中路見諸比丘持佛像行童子問言
‘이는 어떤 신선이기에 단정한 위광(威光)이 그같이 뛰어났습니까?’
013_1175_b_02L此是何神端正威光巍巍乃爾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이는 바로 대선적(大善寂)의 상이라오.’
諸比丘言此大善寂像
동자들이 다시 물었다.
‘그는 어떤 종성(種姓)에 태어나 어떤 이치를 깨달았습니까?’
013_1175_b_03L童子問大善寂者生何種姓有何等義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모르겠는가? 오랜 과거세에 국토를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도를 이룩한 수사제왕의 명호가 대선적이신데, 그 분은 정광림(淨光林)에서 반열반에 드셨고, 우리는 바로 그 분의 제자로서 이제 이 대선적의 상을 모시는 것이오.’
013_1175_b_04L丘答言汝不知乎過去久遠須闍提棄國出家成無上道號大善寂淨光林入般涅槃我等今者是其弟今我所持是善寂像
그래서 1천 동자가 부처님의 인연을 듣고 각각 연꽃으로 공양하고 불상의 발에 정례(頂禮)를 드렸느니라.
013_1175_b_08L時千童子聞佛因緣各持蓮花以供養像頂禮像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불상에 공양한 그 인연으로, 그때 동자들은 각자의 길고 짧은 수명에 따라 목숨을 끝내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곧 60억 나유타의 여러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 친근 공양함으로써 위없는 도에서 퇴전하지 않았느니라.
013_1175_b_10L跋陁波羅汝今當知以是供養佛像因緣時諸童子隨壽長短各自命命終之後卽得値遇六十億那由他諸佛親覲供養於無上道得不退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그 부처님 때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던 사방 산의 선인은 지금 시방에서 각각 성불하신 부처님이고, 꽃으로써 공양한 1천 동자는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우리들 현겁의 천 부처가 바로 그들이니라.
013_1175_b_14L跋陁波羅汝今當知彼佛世中山仙人數不可知者今十方面各得成佛時千童子花供養者豈異人乎我等賢劫千佛是也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부처님 멸도한 뒤에 만약 사부 중생이 꽃 한 송이를 갖고 불상에 공양하더라도 그는 두 가지 복을 받으리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첫째 항상 화생(化生)할 수 있고, 둘째 모습이 단정할 것이다. 또 두 가지 복을 얻을 것이니, 첫째는 항상 여러 부처님을 만나게 되고, 둘째는 많은 생을 천상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013_1175_b_17L跋陁波羅今當知佛滅度後若諸四衆若持一供養佛像得二種福何等爲二常得化生二者形色端正復得二一者恒得値遇諸佛二者多生天
그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매우 기뻐하였다.
時諸比丘聞佛所說皆大歡喜
013_1175_c_01L부처님께서는 또 발타바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알아 두라. 내 기억하건대, 과거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천만억 겁 때에 어떤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부처님은 열 가지 명호를 갖추신 보개조공(寶蓋照空)여래이셨다.
013_1175_b_22L佛告跋陁波羅汝今當知我念過去無量無數千萬億劫彼時有佛號寶蓋照空如來應供十號具足
그 부처님이 출현하실 때엔 이 삼천대천세계가 금강불찰(金剛佛刹)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으며, 보개조공여래께서도 이 3승(乘)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셨다. 부처님 멸도하신 뒤 형상법이 머무는 동안에 월집(月集)이란 한 장자가 있어, 부락을 돌아다니면서 중생을 교화하고 게송을 읊어 보개조공여래의 명호를 찬탄하였다.
013_1175_c_02L彼佛出此三千大千世界如金剛佛剎等無有異寶蓋照空如來亦以三乘教化衆生佛滅度後於像法中有一長名曰月集遊行聚落教化衆生偈讚歎寶蓋照空如來名號

보개조공 여래ㆍ정변지
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은
영원히 생사를 여읜 석사자(釋師子)로서
더러움 없고 청정한 참된 지혜이시라.
013_1175_c_07L寶蓋照空正遍知
無上調御天人師
久離生死釋師子
無染淸淨應眞慧

능히 세간 위해 훌륭한 복밭 되어
의왕(醫王)처럼 모든 중생 구제하시리니
명호만 들어도 큰 해탈 얻을 것이므로
나 이제 위없이 거룩한 이께 예배합니다.
013_1175_c_09L能爲世閒良福田
普濟一切如醫王
聞名必得大解脫
我今頂禮無上勝

그 장자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갖가지 꽃과 향으로 보개조공여래의 불상에 공양하였는데, 꽃 공양을 마치자 1천 비구가 강당에 들어와서 그 큰 장자가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부처님 찬탄하는 게송 외우는 것을 보고, 일장(日藏)이란 우두머리 비구가 장자에게 물었다.
013_1175_c_11L時彼長者說此偈已以種種花香養寶蓋照空佛像花供養已有千比丘來入講堂見大長者花香供養讚佛偈第一比丘名曰日藏問長者
‘그대가 이제 날마다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부처님 명호를 찬탄함은 무엇을 구하려 함입니까?’
013_1175_c_16L汝今日日香花供養讚歎佛名求何等
장자가 대답하였다.
‘대덕 비구시여, 전일한 마음으로 들으십시오. 내가 이제 공양함은 위없고 평등한 대도를 구하기 때문입니다.’
013_1175_c_17L長者白言大德比丘應一心今我供養欲求無上平等大道
비구가 또 장자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위없는 도라 합니까?’
013_1175_c_18L丘問言云何名爲無上大道
장자는 다음의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013_1175_c_19L長者答言

집착 없고 의지하는 곳도 없고
더러움[累] 없이 마음 고요하여
본래의 성품이 허공 같으므로
이를 위없는 도라 일컬으며
013_1175_c_20L無著無所依
無累心寂滅
本性如虛空
是名無上道

대인(大人)다운 마음을 행하되
자비로써 가장 으뜸을 삼아
서른일곱 가지 도 돕는 품으로
생각 없애는 그 힘 장엄하고
013_1175_c_22L大人心所行
慈悲爲最勝
三十七滅意
覺道力莊嚴

여섯 바라밀의 배를 타고서
영원히 생사의 흐름을 건너되
그곳에 집착하는 마음 없으므로
이를 위없는 도라 일컬으며
013_1175_c_23L乘於六度舩
永度生死流
彼處心無著
故名無上道
013_1176_a_01L
부처님의 지혜 수미산과 같고
곱게 피는 연꽃 같기도 하여
공한 성품 길이 깨달았으므로
이를 위없는 도라 일컬으며
013_1176_a_01L佛慧如須彌
亦若蓮花敷
久達解性空
故名無上道

조절하고 제어하여 마음을 알다시피
실제의 성품도 그렇게 하여
삼계의 모든 존재가
다 공적 속에 들어감을 알고
013_1176_a_03L調御知心如
實際性亦然
三界一切有
皆入如寂中

생사 없는 모든 형상까지
함께 법계의 성품에 들어가
이같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므로
이를 위없는 도라 일컫는다네.
013_1176_a_04L不調無生相
同入法界性
如此無所有
故稱無上道

이때에 장자가 이 게송을 읊고는 비구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대덕도 이 위없는 도를 행하십시오.’
013_1176_a_05L是時長者說此偈已白比丘言唯願大德行無上道
그러자 비구는 다시 게송을 읊어 말하였다.
日藏比丘復說偈言

그대가 말한 이치와 같이
행함도 없고 의지함도 없어
본래의 성상(性相)이 공적하다면
나는 어떤 법을 행해야 하오.
013_1176_a_07L如仁所說義
無行無所依
本性相空寂
我當行何法

내가 큰 도를 물음은
부처님 지혜를 알려는 것이온데
이제 법계의 모양을 말하되
허공같이 앎이 없다 하니
013_1176_a_09L我所問大道
欲知佛覺智
今說法界相
無知如虛空

이 앎이 없는 속에
욕심 없고 구하는 것도 없어
이같이 성상이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을 행해야 하리까.
013_1176_a_10L於此無知中
無欲無所求
如是性相滅
我當何所行

이때에 장자도 다시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013_1176_a_11L是時長者復說偈言

해의 광명이 공중에 머물러
모든 곳을 두루 비춤은
그 또한 어둠을 파괴하려는
심상(心相)이 있어서가 아니라
013_1176_a_12L日光住空中
普照於一切
彼亦無心相
欲破諸闇暝

다만 광명의 힘이 밝게 비추어
모든 어둠을 넘어서므로
어둠과 광명 그 두 가지가
함께 아무런 생각이 없나니
013_1176_a_14L光明力照曜
超過諸黑闇
黑闇與光明
二俱無心意

광명의 본성이 어둠에 머물지 않고
어둠의 본성도 잠시 머물지 않는 것처럼
부처님 지혜 또한 그와 같아
사라짐도 없고 나는 것도 없으시네.
013_1176_a_15L本性無住闇
闇性不暫停
佛慧亦如是
無滅無所生

지혜ㆍ힘ㆍ도의 장엄함은
다섯 가지 눈을 따라 일어나고
여섯 신통은 연꽃과 같아
세간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013_1176_a_16L智力道莊嚴
從於五眼起
六通如蓮花
不染著世閒

계율ㆍ선정ㆍ지혜의 장엄함은
세간의 모양을 벗어남이니
그러므로 이 위없이 평등한
큰 도에 귀의해야 한다오.
013_1176_a_18L戒定慧莊嚴
超度世閒相
是故應歸依
無上平等道

이때에 장자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비구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그대는 이제 위없는 도를 구하려 합니까?’
013_1176_a_19L是時長者說此偈已白比丘言大德汝今欲求無上道不
그러자 일장 비구는 장자의 말을 듣고 깊이 그 이치를 깨달아 불상의 발에 정례하고 게송을 읊었다.
013_1176_a_21L日藏比丘聞長者言深解義趣頂禮佛足而說偈言

크게 해탈하신 부처님께 예배하오니
오래 열반에 머물러 모든 존재 없애고
번뇌 없는 지혜 힘으로 장엄하시매
장자의 말씀처럼 적멸하신 그 지혜입니다.
013_1176_a_22L頂禮佛足大解脫
久住涅槃滅諸有
無漏智力所莊嚴
如長者說寂滅慧
013_1176_b_01L
내 이제 더러움에 물들지 않아
세간을 초월하여 공한 모양 구하려 하고
나 이제 얽매이지도 풀려나지도 않아
물질에 머물지 않는 적멸한 도 구하려 하며
013_1176_b_01L我今欲求無染累
超過世閒諸空相
我今求於寂滅道
不縛不解不住色

다시 얽매임과 풀려남 속에 들지 않고
생사에 벗어나 해탈 모양 얻으리니
이 자리가 이른바 감로의 도이오매
나의 소원대로 그 과를 이룩하렵니다.
013_1176_b_03L亦復不入縛解中
無有生死解脫相
此處名爲甘露道
如我所願得成果

여섯 바라밀을 수행해 거리낌 없고
결정코 수릉엄에 머물며
부처님 지위와 위의의 행을 갖추어
과거 부처님처럼 지혜를 만족하니
금강같이 파괴되지 않는 공의 지혜
이것이 일체지(一切智)이신 대인의 일이라.
013_1176_b_05L修行六度無㝵累
必定得住首楞嚴
具佛職位威儀行
滿足佛智如先佛
金剛不壞性空慧
是一切智大人事

마니보주여의왕(摩尼寶珠如意王)
나도 그에 합치되는 모습 얻으리니
평등한 바라밀 닦아
위없는 성품 이룩하렵니다.
013_1176_b_08L摩尼寶珠如意王
我亦當得一合相
平等度意無上性

이때에 비구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013_1176_b_10L是時比丘說此偈已告長者言
‘그대는 이제 알아두시오. 내가 이미 그대가 말한 게송의 이치를 알았으므로 보리의 그릇 되는 것을 감임(堪任)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 1천 비구는 오늘부터 성불할 때까지 항상 대자(大慈)를 닦아 모든 중생을 널리 사랑하되 모든 중생을 헐뜯거나 원망하지도 않을 것인데, 하물며 죽이고 해를 입히겠습니까?
013_1176_b_11L汝今當知我已解汝所說偈義我已堪任爲菩提器我等千比丘從今日乃至成佛常修大慈普愛一切於諸衆生不生毀呰何況殺害
또 우리는 오늘부터 보리에 이르기까지 항상 대비(大悲)를 일으켜 널리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되 대비에서 가엾이 여기는 모양을 나타내거나 애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013_1176_b_15L我從今日乃至菩常起大悲普攝一切而於大悲不起悲相不生戀著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다른 사람의 즐겨함을 볼 때에 마음으로 기뻐하기를 마치 비구가 셋째 선정[三禪]의 묘락을 얻어 즐겨 하는 감촉과 즐겨 하는 모양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하겠습니다.
013_1176_b_17L我從今日乃至成見他得樂心生欣悅猶如比丘得三禪樂不起樂觸及樂覺相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중생이나 중생의 모양을 보지 않고 기쁨에 머물지도 않는 한편 버림[捨] 속에 들어가지도 않겠습니다.
013_1176_b_19L我從今日乃至成佛不見衆生及衆生相不住喜不入捨中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아흔다섯 종류의 모든 나쁜 계율을 끝내 짓지 않겠습니다.
013_1176_b_21L我從今日乃至成終不造作九十五種諸惡律儀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내 몸을 위하여 여덟 종류의 깨끗하지 못한 물건을 모으거나 불리지 않을 것이니 만약 쌓아둔 것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중생을 요익(饒益)하게 하기 위한 까닭일 것입니다.
013_1176_b_22L從今日乃至成佛終不爲己畜養八種不淨之物若有畜積必爲饒益諸衆生故
013_1176_c_01L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보살의 법장(法藏)을 헐뜯거나 비방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어떤 사람이 훌륭한 변재(辯才)와 끝없는 지혜를 갖고 있으면서 백천 세 동안 삿된 소견과 의존을 말한다면 우리는 차라리 몸이 가는 티끌처럼 부수어질지언정 끝까지 믿어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013_1176_c_02L我從今日乃至成佛終不毀謗菩薩法藏若有辯才智慧無極邪見論滿百千歲我寧碎身猶如微終不信受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설사 어떤 중생이 착한 업을 짓는 데 힘쓰지 않고 5역죄(逆罪)를 범하더라도 반드시 그들을 교화하여 요익하게 하겠습니다.
013_1176_c_05L我從今日乃至成佛有衆生不造善業作五逆罪必當教化令得饒益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서원을 세워 오탁악세의 고통에 헤매는 중생을 제도하겠으며,
013_1176_c_07L我從今日乃至成佛願當度五濁惡世沒苦衆生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항상 모든 바라밀을 수행하여 그 변제(邊際)를 없애고 큰 지혜의 언덕에 도달하겠습니다.
013_1176_c_08L我從今日乃至成佛常當修行諸波羅蜜其邊際到大智岸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끝내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고 반드시 이치로써 위안하여 요익하게 하겠습니다.
013_1176_c_10L我從今日乃至成終不放捨一切衆生必當安慰以義饒益
또 우리는 오늘부터 성불하기까지 원력을 세워 모든 불사를 두루 장엄하고 온갖 청정한 행을 닦되 열 가지 진귀한 보배로써 각족(脚足)을 삼고 원 없는[無願] 해탈문으로써 안목(眼目)을 삼아 큰 허공의 궁극의 열반에 노닐겠습니다.’
013_1176_c_12L我從今日乃至成佛願普莊嚴一切佛事修諸淨行十種珍寶以爲腳足無願解脫以爲眼目遊於大空畢竟涅槃
이때 1천 비구들은 이러한 서원을 세우고 나서, 온몸을 땅에 엎드려 여러 부처님께 두루 예배하고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013_1176_c_15L時千比丘發此誓已體投地遍禮諸佛而說偈言

부처님 지혜 해탈에서 일어나므로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고
본래의 성상(性相)이 스스로 공하여
금강삼매에 유희하셨네.
013_1176_c_16L佛智不可動
從於解脫生
本性相自空
遊戲金剛心

이미 번뇌의 마군을 부수었고
쌓임과 덮개를 길이 제거하신
청정하고 크게 지혜로운 이께
저희들 이제 엎드려 예배합니다.
013_1176_c_18L已摧煩惱魔
陰蓋永已除
淸淨大慧者
我今頭面禮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시방 부처님께 두루 예배하자 이때 공중에는 구름 없이 우레가 치고 여러 하늘ㆍ용ㆍ귀신들은 하늘 꽃을 널리 퍼부어 공양하면서 게송을 읊었다.
013_1176_c_19L說此偈已遍禮十方一切諸佛是時空中無雲而雷諸天龍神普雨天花以爲供養而說偈言

거룩하도다, 훌륭한 대사님들.
출가하여 범행(梵行) 닦되
깨끗이 살기 위해 걸식하고
항상 네 종류의 음식을 여의시네.
013_1176_c_22L善哉勝大士
出家修梵行
淨命乞自活
常離四種食
013_1177_a_01L
1천에 가득한 대중 스님들
먹물 옷에 발우 잡아
이제 다시 가장 높고 미묘한
그 보리심 내시오니
013_1177_a_01L染衣執應器
大數滿一千
今復發最上
微妙菩提心

복밭 중에 가장 뛰어난 복밭
비구 스님보다 앞설 이 없으므로
저희들 이제 머리 조아려
대승(大乘) 수행한 이에게 예배합니다.
013_1177_a_02L福田中最勝
無過比丘僧
我今頭面禮
修行大乘者

이때 1천 비구가 이 게송의 공덕 찬탄함을 듣고 몇 배로 정진을 더하여 곧 깊고 깊은 관불삼매(觀佛三昧)를 얻고 나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013_1177_a_03L時千比丘聞偈歎德倍加精進卽得甚深觀佛三昧告長者言
‘거룩합니다. 장자시여, 우리들이 그대를 인하여 보리심을 내었으니, 그대도 이 불법의 바다 속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소서.’
013_1177_a_05L善哉長者我因汝故發菩提心汝亦應於佛法海中出家學道
그때 장자는 비구의 가르침을 받아 바른 법 속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는데, 항상 두타(頭陀)를 닦고 모든 고행을 겪고서 49일 지난 뒤 생사 없는 지혜[無生忍]를 얻었느니라.
013_1177_a_07L爾時長者受比丘教於正法中出家學道常修頭陁備諸苦行經七七日得無生忍
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그때 장자로서 많은 사람을 교화하여 보리심을 내게 한 사람은 바로 오래 전에 성불하신 수승월왕(殊勝月王)부처님이시니라.
013_1177_a_09L跋陁波羅汝今當知時大長者教化多人發菩提心者久已成佛殊勝月王佛是也
만약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그 부처님의 명호를 듣는다면 항상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는 동시에 곧 12억 겁 동안의 지극한 무거운 악업을 벗어날 것이다. 그때 1천 비구로서 서원을 낸 이들은 바로 우리들 현겁의 천 부처가 그들이니라.
013_1177_a_11L若有善男子善女人聞是佛名恒得値佛於菩提心得不退轉卽得超越十二億劫極重惡業時千比丘發誓願者我等賢劫千佛是也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에 백천 범왕은 보리심을 내어 부처님을 생각하고, 천 우바새(優婆塞)들은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으며, 울다라의 어머니[鬱多羅母] 선현(善現)비구니를 비롯한 5백 비구니들은 모든 번뇌[漏心]를 끊고 해탈하여 아라한을 이룩하였다.
013_1177_a_15L說是語時百千梵王發菩提心思佛千優婆塞等得無生法忍鬱多羅母善賢比丘尼等五百比丘尼不受諸漏心得解成阿羅漢
이 말씀을 하실 때에 모여 있던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매우 기뻐하였다.
013_1177_a_19L說是語時時會大衆佛所說皆大歡喜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013_1177_a_20L佛告跋陁波羅
013_1177_b_01L“발타바라여, 너는 이제 알아 두라. 내 기억하건대, 과거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아승기겁 때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부처님은 열 가지 명호를 갖추신 정음(淨音)여래이시다. 그 부처님이 출현하실 때에 이 삼천대천세계가 마치 보배로 장엄한 나라와 다름없이 7보로써 장엄되었으며, 부처님의 수명은 20대겁이었다. 그리고 바른 법이 40겁 동안 세간에 머물고 형상법이 그 배로 80겁을 머물면서 역시 3승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였다.
013_1177_a_21L汝今當知我念過去無量無數阿僧祇劫彼時有佛號淨音如來十號具足彼佛出時此三千世界七寶莊嚴如寶莊嚴國等無有佛壽二十大劫正法住世四十劫像法倍壽八十劫亦以三乘教化衆
그 형상법 동안에 일체인(一切忍)이라는 한 비구가 있어서 보살 갈무리[藏]를 지니고 보살법을 행하였는데 촌락을 돌아다니면서 항상 이 게송을 읊었다.
013_1177_b_04L於像法中有一比丘名一切忍菩薩藏行菩薩法遊巡村落常說此偈

부처님의 평등한 공에 머무르고
법의 성상(性相) 또한 그러하며
승가의 함이 없는 모임에 의지하니
3보의 이치는 다름없다네.
013_1177_b_06L佛住平等空
法性相亦然
僧依無爲會
三寶義無異

성상의 본래 공함을 깨닫고
적멸한 곳에 귀의하여
항상 진리 그대로의 도를 행해야만
곧 보살행이라 말할 수 있네.
013_1177_b_08L了本性相空
歸依處寂滅
常行眞如道
乃應菩薩行

인욕진(忍辱進) 비구가 항상 이 게송을 읊었는데, 그때 화광림(華光林)속에 있는 1천 범지(梵志)들이 자ㆍ비ㆍ희ㆍ사의 네 가지 범행(梵行)을 닦고 있다가, 이 비구가 3보의 이치를 나타내는 명칭을 찬탄하는 게송을 듣자 몸과 마음이 기뻐져서 곧 비구에게 물었다.
013_1177_b_09L忍辱進大比丘常說此偈時花光林中有千梵志修四梵行慈悲喜捨此比丘讚三寶義名身心歡喜卽白比丘
‘어떤 경전 가운데 그러한 이치가 있습니까?’
於何經中有如此義
비구가 대답하였다.
‘큰 조어사께서 『대방등진실경(大方等眞實經)』 속에 불ㆍ법ㆍ승 3보의 평등한 공의 지혜는 하나의 상(相) 가운데 머문다고 말씀하셨소.’
013_1177_b_13L比丘白言大調御師於大方等眞實經中說佛僧平等空慧住一相中
이때 1천 범지들은 불ㆍ법ㆍ승 3보의 평등한 공의 지혜를 듣고 곧 깊고 깊은 큰 공의 지혜의 이치를 생각하며 8천 세(歲)에 걸쳐 단정히 앉아 선정에 들었으나, 그 공의 법에서 결정된 깨달음을 얻지 못하여 다시 모든 법의 공함을 생각하였는데, 역시 진리다운 그 실제(實際)의 결정된 깨달음을 얻지는 못하였다.
013_1177_b_15L時千梵志聞佛僧平等空慧卽思甚深大空智義八千歲中端坐正受於空法中而不決了復更思惟一切法空於如實際亦不決了
그러나 의심하지 않고 비방하지도 않으면서 이 생각만을 계속하였다. 때마침 지장(智藏)이란 비구가 여러 범지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013_1177_b_19L然不生疑亦不誹謗作此思惟時有一比丘名曰智藏諸梵志
013_1177_c_01L‘그대들은 아시는가? 과거세에 열 가지 명호를 구족한 삼매존풍(三昧尊豊)이란 여래가 계시어 똑같은 자호를 가진 백천억 부처님이 다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般若波羅密)을 말씀하셨소. 그 경전에 이르기를, 모든 법은 머물지 않아 법의 본성이 다 공하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범지여, 이 공한 법을 마음에 아직 분명하게 깨닫지 못한 이로서는 다만 전일한 마음으로 공의 지혜에 돌아가야 될 줄 생각하오.’
013_1177_b_21L汝等知不過去有佛名三昧尊豐如來十號具足如是同字百千億佛皆說甚深般若波羅蜜其經中≺不住諸法法性皆空≻如是梵志空法中心不明了但當一心歸於空
이때 1천 범지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여 비구에게 대답하였다.
013_1177_c_03L時千梵志聞此語已心大歡喜比丘言
‘반야바라밀이 바로 큰 공의 지혜이었건만 저희들은 무명에 덮여 공의 이치를 깨달을 길이 없었습니다. 이제 대덕께서 말씀한 법을 들으니 몸과 마음이 따라 기쁩니다.’”
013_1177_c_04L般若波羅蜜是大空智我等今者無明所覆於空義中無由解了但於大德所說法中身心隨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타바라여, 설법을 잘하는 저 두 비구 중에 첫째의 비구는 이제 이미 묘락국(妙樂國)에서 성불한 환희장엄주왕(歡喜莊嚴珠王)부처님이시니, 어떤 사부 중생이라도 저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서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귀의한다면 그는 곧 5백만억 아승기겁에 쌓인 생사의 죄를 벗어날 것이니라.
013_1177_c_06L佛告跋陁波羅彼二比丘善說法者第一比丘今已成佛於妙樂國歡喜莊嚴珠王佛是若有四衆聞彼佛名五體投地歸依頂禮卽得超越五百萬億阿僧祇劫生死之罪
또 둘째의 비구는 오래 전에 성불하여 열 가지 명호를 구족한 제보당마니승광(帝寶幢摩尼勝光)여래이시니, 그 부처님께도 어떤 사부 중생이라도 명호를 듣고서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귀의한다면 곧 7백만억 아승기겁에 쌓인 생사의 죄를 벗어나게 되리라.
013_1177_c_11L第二比丘久已成佛號帝寶幢摩尼勝光如來十號具足若有四衆聞彼佛名五體投地歸依頂禮卽得超越七百萬億阿僧祇劫生死之罪
그 때의 1천 범지는 이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서도 놀라고, 의심하거나 겁내고 비방하지 않음으로써 곧 50억 겁에 쌓인 생사의 죄를 벗어나는 동시에 몸을 다른 세계에 버리고 곧 16억 부처님을 만나 그 여러 부처님으로부터 염불(念佛)삼매를 얻어서 마음을 장엄하고 또 염불삼매로 마음을 장엄한 까닭에 점점 공한 법 가운데에서 마음의 깨달음을 얻었느니라.
013_1177_c_15L時千梵志以聞甚深般若波羅蜜身心歡喜不生驚疑誹謗卽得超越五十億劫生死之捨身他世卽得値遇十六億佛諸佛所得念佛三昧以莊嚴心念佛三昧莊嚴心故漸漸於空法中心得開解
013_1178_a_01L발타바라여, 그 때의 1천 범지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들 현겁의 천 부처가 바로 그들이니, 공한 법을 듣고서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바세계에서 점차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은 마땅히 이 공의 이치에 대해 의혹을 품는 마음이 없어야 하느니라.”
013_1177_c_21L跋陁波羅時千梵志豈異人乎我等賢劫千佛是以得聞空法心無疑故於娑婆世界次第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故一切衆生應於空義心無疑惑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에, 모임의 대중들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초과(初果)를 얻은 자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발심한 자는 그 수가 너무 많아서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다 매우 기뻐하여서 부처님 발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013_1178_a_02L佛說此語時時會大聞佛所說有得初果有發無上正眞道意數甚衆多不可具說一切大衆聞佛所說皆大歡喜頂禮佛足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발타바라여, 내 기억하건대 과거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아승기겁 때에 어떤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부처님은 열 가지 명호를 구족한 해혜(海慧)여래이시고 나라의 이름은 정락(淨樂)이었다.
013_1178_a_05L佛告跋陁波羅我念過去無量無數阿僧祇劫彼世有佛名海慧如來號具足國名淨樂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하고 땅에서 보배 꽃이 피어 나는 그 국토는 마치 일곱 가지 보배가 어우러진 수미산 같아서 장엄하고 뛰어나게 드러나 가히 사랑할 만하였고, 그 부처님 세존은 항상 선정에 들어 잠잠히 말씀하지 않고 끝내 설법하지 않으면서 다만 대인(大人)의 모습인 백호(白毫)로부터 광명을 놓아 불사를 일으키셨다.
013_1178_a_08L七寶莊嚴地生寶如須彌山七寶合成嚴顯可愛佛世尊常入禪定默然不言終不說但放白毫大人相光施作佛事
그런데 어떤 중생은 이 백호의 광명을 10선도(善道)의 인(印)처럼 보고 10선도의 이치를 말하였고, 어떤 중생은 백호의 광명을 5계(戒)의 인처럼 보고 5계의 이치와 5계의 인연을 말하였으며, 어떤 중생은 백호의 광명을 8계(戒)의 인처럼 보고 8계의 이치와 8재계의 인연을 말하였다.
013_1178_a_11L有衆生見白毫光如十善印說十善或有衆生見白毫光如五戒印五戒義及五戒緣或有衆生見白毫如八戒印說八戒義及八戒緣
또 어떤 중생은 백호의 광명을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의 인처럼 보고 바라제목차의 이치와 바라제목차의 인연을 말하였고 어떤 중생은 백호의 광명을 6바라밀의 인처럼 보고 8만 4천 가지 모든 바라밀의 이치를 말하였으며, 어떤 중생은 백호의 광명을 4제(諦)의 인처럼 보고 4제의 이치와 37조보리분법(助菩提分法)을 말하였다.
013_1178_a_15L有衆生見白毫光如波羅提木叉印說波羅提木叉義及波羅提木叉緣或有衆生見白毫光如六波羅蜜印說八萬四千諸度義或有衆生見白毫光如四諦印說四諦義及三十七助菩提分法
013_1178_b_01L그리고 어떤 중생은 백호의 광명을 독각(獨覺)의 인처럼 보고 12인연의 이치를 말하였고, 어떤 중생은 백호의 광명을 지상(智相)의 인처럼 보고 보살의 첫째 지위[初地]로부터 열째 지위[十地]의 경계까지를 말하고, 수릉엄광인(首楞嚴光印)삼매를 말하기도 하고 금강(金剛) 선정의 파괴할 수 없는 경계를 말하기도 하였다.
013_1178_a_21L或有衆生見白毫光獨覺印說十二因緣義或有衆生見白毫光如智相印演說菩薩初地境乃至十地說首楞嚴光印三昧金剛定不壞境界
발타바라여, 이와 같은 백호의 대인의 모습 속에는 한량없고 셀 수 없는 항하사의 인(印)이 있어서 어떤 인 속에서는 두려움 없는 법을 연설하고, 어떤 인 속에서는 아흔다섯 종류 외도의 삿된 술법을 연설하고, 어떤 인 속에서는 모든 하늘 무리의 가장 미묘한 보응(報應)을 말하였다.
013_1178_b_02L跋陁波羅如是白毫大人相中現無量無數恒河沙印或有印中演法無畏或有印中說九十五種外道邪術或有印中說諸天衆上妙報應
또 어떤 인 속에서는 겁의 이루어짐과 겁의 무너짐을 말하고, 어떤 인 속에서는 해ㆍ달과 다섯 성좌ㆍ스물여덟 열수(列宿)의 재앙과 이변, 변괴와 그 밖의 모든 세간 일을 말하고 어떤 인 속에서는 모든 신선과 귀신의 도를 말하였으니, 이 백호의 인은 널리 시방을 두루 비추어 중생을 교화하매, 인연 있는 것에 따라서 불사를 나타내 보였다.
013_1178_b_06L或有印中說於劫成及與劫壞或有印中說日月五星二十八宿災異變怪一切世事或有印中說諸神仙及鬼神道此白毫印普照十方化度衆生隨有緣者顯現佛事
그 부처님의 수명은 12대겁이며 바른 법은 12겁을 머물고 형상법이 24겁을 세간에 머물렀다.
013_1178_b_10L彼佛壽命十二大劫正法住世亦十二劫像法住世二十四劫
그 형상법 중 1천 바라문이 있어 그 중의 첫째 바라문인 단나세기(檀那世寄)로부터 제일 마지막 바라문 분야세라(分若世羅)에 이르기까지 1천 바라문이 각각 총명하고 지혜가 넓어 모두 4비타론(毘陀論)을 통달하였다.
013_1178_b_12L於像法中有千婆羅門第一婆羅門名檀那世其最後名分若世羅千婆羅門聰明博智各皆通達四毘陁論
또 해혜여래의 형상법 중에 정룡풍장엄(淨龍豊莊嚴)이란 비구가 있어 그 여러 바라문과 더불어 함께 논란하였는데, 바라문들이 모두 비타론 경전의 신아(神我)의 법을 말하는 반면 사문이 다시 12부 경전의 깊은 공의 이치로써 무상(無相)을 연설하여 그 탐착을 깨뜨렸다.
013_1178_b_15L海慧如來像法之中有一比丘名曰淨龍豐莊嚴與諸婆羅門共相難詰婆羅門說毘陁論經神我之法沙門復以十二部經甚深空義演說無相破其貪
1천 바라문이 그 무상의 이치를 듣고 비구에게 물었다.
千婆羅門聞無相義白比丘言
‘그대는 어느 곳에서 이 나 없는[無我] 공적한 이치를 얻었습니까?
013_1178_b_20L於何處得此無我空寂之法
비구가 대답하였다.
‘열 가지 명호를 구족한 3세의 부처님들께서 다 선설하신 법이오. 해혜여래의 백호인(白毫印) 속에서 항상 이 게송을 읊었다오.’
013_1178_b_21L比丘答三世諸佛十號具足所共宣說慧如來白毫印中常說此偈
013_1178_c_01L
본 성품의 뜻은 나지 않으므로
받을 것 없고 가질 것도 없네.
네 원소의 성품은 눈홀림 같고
다섯 쌓임은 아지랑이나 번개 같네.
013_1178_b_23L本性義不生
無受無取者
四大性如幻
五陰如炎電

일체의 여러 세간은
마치 불바퀴[火輪] 돌리는 것처럼
다 무명을 따라 구르니
업력으로 나는 것을 장엄하네.
013_1178_c_02L一切諸世閒
猶如旋火輪
皆隨無明轉
業力莊嚴生

성상(性相)은 본래 덧없으므로
나[我] 없고 나는 것[生]도 없다고 관찰하고
그 본말의 인연 이치를
슬기로운 자 응당 잘 관찰하지만
본 성품의 실제 공한 것을
얽매이고 집착하여 잘못 있다고 보네.
013_1178_c_03L觀性相無常
無我無有生
智者應諦觀
本末因緣義
本性實際空
縛著撗見有

만약 공의 이치를 통달해 안다면
원(願) 없고 조작하는 곳도 없고
형상 없고 의지하는 곳도 없어서
반드시 부처님처럼 그 도를 얻을 것이며
013_1178_c_05L若能達解空
無願無作處
無相無所依
必得道如佛

뭇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아
모든 하늘ㆍ사람을 다 도탈케 하고
또 큰 해탈에 들어가
공이 바로 본보(本報)임을 알리니
이것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
나 없고 공한 이치라 이른다네.
013_1178_c_06L降伏衆魔怨
度脫諸天人
亦入大解脫
知空是本報
是名佛所說
無我及空義

이 게송을 읊고 나자 1천 바라문이 마음이 몹시 기뻐 그 비구의 발에 엎드려 예배하고 각자 돌아가서 숲 속에 단정히 앉아 나 없음과 공의 이치를 8천만 해가 지나도록 생각하였으나 아직 그 큰 공의 이치에 대해 마음 속에서 결정된 깨달음을 얻지 못하였다.
013_1178_c_08L說此偈已千婆羅門心大歡喜禮比丘足各自還歸端坐林野思無我空經八千萬歲於大空義心不決了
그러나 공의 이치를 생각한 그 공덕의 힘 때문에 곧 공 속에서 백천 부처님을 뵙고 여러 부처님으로부터 염불삼매를 얻는 한편, 그 삼매 속에서 곧 해혜부처님을 뵈었는데, 그 백호의 인 속에서 감로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013_1178_c_11L思空義功德力故卽於空中得見百千佛於諸佛所得念佛三昧卽於三昧中見海慧佛白毫印中說甘露偈

만약 도의 마음 내려면
보살의 계율을 닦아 지니고
진실한 공을 구하려면
보살의 도를 따라 배우며
013_1178_c_14L若欲發道心
修持菩薩戒
欲求眞實空
隨學菩薩道

항상 인자한 마음 행하여
성냄과 해치는 생각 제거하고
모든 중생 가엾이 여겨
저 몸의 공적함을 관찰할지라.
013_1178_c_16L常當行慈心
除去恚害想
悲愍於一切
觀彼身空寂

나의 몸 성상 없어
네 원소를 빌려 존재하나니
모든 불법에 수순하여
살생하거나 성내지 않고
모든 법을 다 감수하여
그 마음 마치 땅과 같으며
013_1178_c_17L我身無性相
假於四大生
隨順諸佛法
不殺不起瞋
悉堪受諸法
其心猶如地

항상 집착 없음을 행하여
한 마음으로 한 뜻에 머물고
법의 평등을 두루 관찰하여
저것 없고 이것도 없이
바른 마음으로 이 이치 생각해야만
곧 보살행이라 말할 수 있네.
013_1178_c_19L常行無所著
一心住一意
悉觀法平等
無彼亦無此
正心思此義
乃應菩薩行
013_1179_a_01L
이때 1천 바라문이 이 게송을 듣고는 몸과 마음이 기뻐서 배로 정진을 더하여 곧 제불현전(諸佛現前)삼매를 얻었고, 그 삼매를 바로 받아 굳게 지님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퇴전하지 않았느니라.
013_1178_c_21L時千婆羅門聞此偈已身心歡喜倍加精進卽得諸佛現前三昧於三昧中堅固正受不退轉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발타바라여, 그 때의 용풍장엄(龍豊莊嚴) 비구는 바로 오래 전에 성불하여 화광(華光) 국토에 계시는 용자재왕(龍自在王)부처님이시다. 1천 바라문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우리들 현겁의 천 부처가 바로 그들이니라.
013_1179_a_02L跋陁波羅爾時龍豐莊嚴比丘者久已成佛花光國土龍自在王佛是千婆羅門豈異人乎我等賢劫千佛是
발타바라여, 나는 현겁의 천 부처와 함께 해혜여래의 남기신 법에서 큰 공의 게송을 듣고 단정히 앉아 생각하여 마음으로 결정된 깨달음을 얻지는 못하였으나 그래도 한량없는 억겁 동안에 쌓인 생사의 죄를 벗어났노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공의 이치를 생각하여 증득해야 하리라.”
013_1179_a_05L跋陁波羅我與賢劫千於海慧如來遺法之中聞大空偈端坐思惟心不決了猶得超越無量億劫生死之罪是故汝等應於空義思惟取證
이때에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초과(初果)를 얻은 이도 있었고,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를 발심한 이도 있었으며, 벽지불도의 인연을 심은 이도 있었다. 그때 모인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매우 기뻐하였다.
013_1179_a_09L是時衆會聞佛所說有得初果有發無上正眞之道有種辟支佛道因緣者時會大衆聞佛所說皆大歡喜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발타바라여, 내 기억하건대 과거 한량없는 억겁 때에 자재승(自在勝)이란 부처님이 계시어 열 가지 명호를 구족하셨으니, 그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실 때엔 이 사바세계의 온 땅이 금 빛깔이어서 금 꽃과 금 광명이 세계에 두루 가득하였다.
013_1179_a_12L跋陁波羅我念過去無量億彼時有佛號自在勝如來十號具彼佛世尊出現世時此娑婆世界其地金色金花金光充遍世界
그리고 자재승여래의 수명은 50대겁이며 바른 법이 30대겁 동안 세간에 머물고, 형상법이 백20대겁을 세간에 머물렀는데, 그 형상법 동안에 1천 거사가 있어서 그들은 다 재보가 많아 각각 1억을 갖고 있었으나 비록 세속의 이익을 얻어도 그것을 기뻐하지 않고 항상 괴롭고 공하고 덧없는 상(相)을 닦았다.
013_1179_a_15L自在勝如來壽五十大劫正法住世三十大劫像法住世百二十大劫於像法中有千居士多饒財寶各儲一億獲俗利不以喜悅常修苦空無常之
그 때의 세간에 총명하고도 지혜가 많은 마하나가(摩訶那伽)라 하는 한 우바새가 있어서, 그가 거사의 처소에 이르러 큰 소리로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013_1179_a_20L彼時世中有一優婆塞聰明多智名摩訶那伽至居士所高聲說偈

재물은 주인 없는 것이므로
국왕과 도적에게 침략 당하고
물과 불에 해를 입고 바람에 날려
편치 않고 오래 가질 수도 없나니
013_1179_a_21L財爲無主物
王賊所侵劫
水火風吹盡
不安不久居

이 몸 또한 덧없는 것이므로
항상 늙고 병듦의 시달림 받고
바삐 뭇 일을 경영할 뿐
그 적해(賊害)에 죽는 줄을 모르네.
013_1179_a_23L此身屬無常
恒爲老病使
悤悤營衆務
不覺死賊苦
013_1179_b_01L
덧없음은 바람 힘에 흩어짐 같고
재물은 큰 독사와 같아
그 해독이 용보다 사나워서
이 세간의 온갖 원수 되나니
013_1179_b_01L無常風力解
財如大毒蛇
毒害猛於龍
亦爲世怨俱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ㆍ성인은
재물 보기를 부스럼처럼 보고
또 사람들이 콧물과 침을
대지에 내뱉는 것처럼 하셨네.
013_1179_b_02L諸佛及賢聖
視財如瘡疣
捐之於大地
如人棄涕唾

보시 닦는 선사(善士)라면
항상 나 없음을 관찰하여
재물과 주는 자ㆍ받는 자
세 가지 법이 함께 공적하게
이것으로 마음을 장엄하여야만
곧 보살행이라 말할 수 있으리.
013_1179_b_04L善士修布施
恒觀於無我
財物及受者
三法俱空寂
以此莊嚴心
乃應菩薩行

1천 거사는 우바새가 읊은 게송 이치를 듣고 마음 깊이 전에 없던 기쁨을 얻어서, 곧 서로 이끌고 승방(僧房)에 이르렀다. 승방에 이르러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013_1179_b_06L時千居士聞優婆塞所說偈義深心歡喜得未曾有卽共相隨到於僧房到僧房已白諸比丘
‘이 대중 가운데 누구라도 지혜 있는 이라면, 원컨대 저희들에게 감로의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013_1179_b_09L此大衆中誰有智者唯願爲我說甘露法
이때에 대중 가운데 정음(淨音)이란 한 비구가 있어서 여러 거사들에게 보시바라밀을 널리 찬탄하고 곧 이어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013_1179_b_10L爾時衆中有一比丘名曰淨音爲諸居士廣讚菩薩檀波羅蜜卽說此偈

과거에 부처님 계셨으니
부처님 명호 자재승이시라.
013_1179_b_12L過去有佛
號自在勝

그 부처님 세존께서
항상 이 법 말씀하셨으니
보시야말로 묘취(妙聚)여서
끝없는 과보 받으므로
천상ㆍ세간의 모든 사람들
다 보시로 인해 성립한다 하셨네.
013_1179_b_13L彼佛世尊
常說此法
施爲妙聚
受報無窮
諸天世人
因施得立

그러므로 슬기로운 자
마땅히 보시를 행할지니
보시는 보배 덮개[寶蓋]여서
빈궁한 이를 덮어 옹호하고
그 과보로 금세나 후세에
태어나는 곳마다 안락하네.
013_1179_b_15L是故智者
應行修施
施爲寶蓋
覆護窮者
今世後世
生處安樂

만약 그 보시의 뜻을 넓혀서
공의 슬기로운 마음 닦아
013_1179_b_17L若能廣意
修空慧心

모든 존재[有]에 머물지 않고
더욱더 보시를 행한다면
이같이 보시하는 자
반드시 불도를 이룩하리.
013_1179_b_18L不住諸有
而行布施
如此施者
必成佛道

옛날의 모든 부처님들
이 보시의 법 말씀하셨으니
때맞추어 수행할 것을
장자들은 응당 생각할지라.
013_1179_b_19L古昔諸佛
所說檀法
長者應念
宜時修行

1천 거사가 비구로부터 다시 보시바라밀 찬탄함을 듣고 몸과 마음이 기뻐서 곧 국왕의 처소에 나아가 대왕에게 말하였느니라.
013_1179_b_20L時千居士復聞比丘讚於布施身心歡喜卽詣王所啓大王言
013_1179_c_01L‘저희들이 오늘 여러 비구로부터 보시바라밀 찬탄하는 말씀을 들었으니, 원컨대 대왕은 저희들을 위해 명령을 선포하사 나라 안의 모든 빈궁한 백성들에게 두루 듣고 알게 하옵소서.’
013_1179_b_22L我等今日聞諸比丘讚說檀波羅蜜唯願大王爲我宣令一切國內貧苦衆生普使聞知
佛說千佛因緣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