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4_0048_b_01L불설장자녀암제차사자후요의경
(佛說長者女菴提遮師子吼了義經)
014_0048_b_01L佛說長者女菴提遮師子吼了義經


실역인명(失譯人名)
김철수 번역
014_0048_b_02L失譯人名今附梁錄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4_0048_b_03L如是我聞
한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한량없는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함께 계셨으며, 보살마하살의 무리도 함께 있었다.
014_0048_b_04L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無量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菩薩摩訶薩衆俱
그때 사위성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20여리 떨어진 곳에 장제(長堤)라고 하는 한 촌락이 있었다. 그 마을에는 바사이가(婆私膩迦)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014_0048_b_06L爾時舍衛城西二十餘里有一村名曰長有一婆羅門名婆私膩迦在其中住
그 사람은 학문이 넓고 박식하였으며, 내전(內典)1)을 깊이 믿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경하여 받들었다.
014_0048_b_08L其人學問廣博深信內典敬承佛教
그때 바라문은 대회(大會)를 베풀고 싶어서 기원(祇洹)에 이르러 부처님과 승가(僧伽)를 초청하였다.
014_0048_b_09L時婆羅門欲設大會至祇洹所請佛及僧
부처님께서 그 청을 받아들이셨고, 바라문은 집으로 돌아갔다.
佛則受其請婆羅門還家
또 약속한 때가 되자 부처님과 대중들은 그 마을로 찾아가 바라문의 집에 이르렀다.
014_0048_b_11L又剋其時佛與大衆往詣彼村至婆羅門
그때 장자는 부처님을 바라보고 마음이 뛸 듯이 기뻐서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여 곧 모든 권속들을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 각각 부처님께 예를 올려 공경하고 머물렀다.
014_0048_b_13L爾時長者見佛歡喜踊躍不能自卽率諸眷屬來至佛所各各禮佛恭敬而住
그 바라문에게는 다 큰 딸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이 암제차(菴提遮)였다. 전에 다른 사람에게 시집갔는데 잠시 친정에 와 있었다. 부모를 잘 모시고 보살폈으며, 용모가 단정하였고 도량이 넓어서 마음씀이 부드럽고 겸손하였다. 속이 툭 트여서 부부간에 잘 화합하였고, 친족들을 잘 모시고 부양했으며, 지아비를 금계(禁戒)를 지키듯 섬겼으니, 그 태도가 비할 데가 없어 보통 여성들을 넘어섰다.
014_0048_b_15L其婆羅門有一長女名菴提遮先𡣪與人暫來還家侍省父母其女容貌端正其度高遠用心柔下其懷豁然能和夫妻侍養親族事夫如禁其儀無比出於群類
부모와 권속 모두가 나와 부처님을 뵈었으나 오로지 이 여인만이 집안에 홀로 머물러 있었다. 그 여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가 그 말미암는 바를 헤아릴 수 없었으므로 이름을 암제차라 한 것이었다.
014_0048_b_19L父母眷屬皆出見佛唯有此女獨在室內其女自以生來父母莫測其所由故名之菴提遮
그때 여래께서는 곧 장자에게 딸이 하나 있으며, 집 안에 있으면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음을 아셨고, 또한 그녀가 밖으로 나오지 않은 까닭도 아셨다.
014_0048_b_22L爾時如來卽知長者有一女在室內未出知其不出所由
014_0048_c_01L만일 그녀가 밖으로 나오면 대중들이나 모든 천상이나 인간에게 한량없는 이로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고, 부처님께서 곧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014_0048_c_01L若其出利益無量大衆及諸天人佛卽告長者言
“그대의 권속은 빠짐없이 다 밖으로 나왔는가?”
汝之眷屬出來盡耶
그 바라문은 손을 모아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이 딸아이가 나오지 않은 상황을 부끄럽게 여겨서 침묵한 채 답하지 못했다.
014_0048_c_03L其婆羅門束手長跪佛前以此女不出之狀將之爲恥默然未荅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이내 말씀하셨다.
014_0048_c_05L佛則知其意告之言
“점심때가 되었으니 공양을 베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中時向至可設供耶
그때 바라문은 곧 부처님의 말씀을 받들어 공양을 베풀었다. 대중들과 그 장자의 권속들이 모두 점심을 마쳤으나, 오직 이 여인만이 그때까지도 음식을 먹지 못했다.
014_0048_c_06L時婆羅卽承佛教起設供養大衆及其長眷屬中食已訖唯有此女未及得
그때 여래께서는 발우 안에 일부러 음식을 남기셨다가 한 화녀(化女:변화시켜 낸 여인)를 보내 이 남은 음식을 가져다 그 집 안에 있던 여인 암제차에게 주셨다.
014_0048_c_09L時如來鉢中故留殘食遣一化女將此餘食與彼室內女菴提遮
그때 화녀가 게송으로 알렸다.
014_0048_c_10L時化女人以偈告曰

이 음식은 여래께서 남기신 것으로
위없이 뛰어나신 분께서 주셨습니다.
제가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받드니
원컨대 어진 이여, 청정한 것을 받으소서.
014_0048_c_11L此是如來餘
無上勝尊賜
我當承佛教
願仁淸淨受

암제차 여인이 곧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014_0048_c_13L其女菴提遮卽以偈歎曰

오, 대자대비시여
제가 집 안에 있는 줄 아시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보내주시니
곧 우러러 성스러운 분의 뜻을 알겠습니다.
014_0048_c_14L嗚呼大慈悲
知我在室已
今賜一味食
尋仰睹聖旨

다시 게송으로 그 화녀에게 답하여 말했다.
014_0048_c_16L復以偈荅彼化女曰

나는 항상 마음속으로
대성(大聖)께서 행하시는 바를 생각하였다네.
일찍이 그대와 더불어 다름이 없으니
무슨 일인들 청정하지 않겠는가.
014_0048_c_17L我常念所思
大聖之所行
未曾與汝異
何事不淸淨

그 화녀는 암제차가 말한 게송을 듣고 나서 곧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014_0048_c_19L其化女聞菴提遮說偈已卽沒不現
암제차는 마음으로 게송을 염송(念誦)하였다.
014_0048_c_20L其女菴提遮以心念誦偈言

나의 지아비는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원컨대 나타나시어 뛰어난 분을 뵙고
내 마음이 깨끗함을 아셨으면 좋으련만
속히 오시어 함께 법문을 들을 수 있었으면
014_0048_c_21L我夫今何在
願出見勝尊
願知我心淨
速來得同聞
014_0049_a_01L
그때 암제차의 깨끗한 마음의 힘 때문에 그 남편이 마음을 따라 그곳에 이르렀다. 암제차는 그 남편을 보자 마음이 기뻐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했다.
014_0048_c_23L爾時菴提遮淨心力故其夫隨念卽至其所是女菴提遮見其夫已心生歡喜以偈歎曰

아아, 대승존(大勝尊)께서
지금 저의 소원을 들어 주셨으니
작은 계(戒)를 깨뜨림을 사양하지 않겠지만
함께 법문을 듣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014_0049_a_03L嗚呼大勝尊
今隨濟我願
不辭破小戒
恐當不同聞

그녀의 남편은 암제차가 게송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나서, 곧 다시 게송으로 꾸짖어 말하였다.
014_0049_a_05L其夫見菴提遮說偈言已卽還以偈責曰

아아, 그대는 크게 어리석도다
자신의 합당함을 잘 모르는구나.
수고롭게도 대성께서 남은 음식을 보내 주셨으니
계를 지킨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014_0049_a_07L嗚呼汝大癡
不知善自宜
勞聖賜餘食
守戒竟何爲

이때 암제차는 그녀의 남편을 따라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 각자 부처님과 모든 대중들에게 예를 올리고 공경히 서있었다.
014_0049_a_09L時女菴提遮卽隨其夫往詣佛所自禮佛及諸大衆恭敬而立
암제차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014_0049_a_11L時女菴提遮以偈歎曰

제가 생각하건대
대자비로 시방세계를 구호(救護)하시는 분께서
비밀장(秘密藏)을 열어 베푸시고자
저에게 청정한 남은 음식을 주셨습니다.
014_0049_a_12L我念大慈悲
救護十方尊
欲設秘密藏
賜我淨餘食

대성(大聖)은 너무 만나기 어렵고
세간 사람들 마음에는 의문이 있으니
누가 법을 여쭈어
중생들 보리의 터전을 일으키겠습니까?
014_0049_a_14L 大聖甚難會
世心有所疑
誰可問法者
發衆菩提基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014_0049_a_15L爾時舍利弗卽白佛言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어떤 여인이기에 갑자기 여기에 왔으며, 또 이와 같은 법을 설하고 게를 말하여 부처님께서 남기신 음식을 얻었습니까?”
014_0049_a_16L世尊此是何女人忽爾來至此復說如是法偈得餘食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佛告舍利弗言
“이 여인은 장자의 딸이다.”
此是長者女
사리불이 다시 여쭈었다.
014_0049_a_18L復問曰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인연으로 여기에 왔습니까?”
從何而來何因至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014_0049_a_19L佛告舍利弗
“이 여인은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이 집 안에 있었다. 비록 부모님이나 권속들이 있었지만 그 지아비가 없었으므로 스스로 경계하고 공경하여 지아비의 인연을 따랐기 때문에 부모를 따라 가볍게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다.”
014_0049_a_20L此女人不從遠來只在此室有父母眷屬其夫不在以自誡敬順夫因緣故不從父母輕爾出遊現於大衆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時舍利弗白佛言
014_0049_b_01L“이 여인은 어떤 선한 인연 때문에 이 장자의 집에 태어났으며, 그 용모가 이와 같습니까? 또한 어떤 인연 때문에 이와 같은 장부와 금약(禁約)을 맺어 이렇듯 자기 마음대로 부처님과 성중들을 뵐 수 없습니까?”
014_0049_a_23L是女以何善因故生此長者家其容若此復以何因緣故得如是士夫禁約若此不能自由見佛及僧
부처님께서 곧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佛卽告舍利弗
“그대가 직접 물어보아라.”
014_0049_b_03L汝自問之
이에 사리불이 그녀에 물었다.
時舍利弗問其女曰
“당신은 어떤 인연 때문에 이 장자의 집안에 태어났으며, 또한 어떤 인연으로 이와 같은 사람을 지아비로 얻어 금계(禁戒)를 맺고 이렇듯 자기 뜻대로 부처님과 성중(聖衆)들을 뵙지 못하는 것입니까?”
014_0049_b_04L汝以何因生此長者家復以何因緣得如是人爲夫禁戒若此不能自由見佛及
암제차가 게송으로 답하였다.
其女菴提遮以偈答曰

저는 악한 일을 짓지 않아
이 장자의 집안에 태어났고
또한 여인의 모습에 집착하지 않아
이 청정한 지아비를 얻었습니다.
014_0049_b_07L我以不惡生
生此長者家
又不執女相
得是淸淨夫

저는 집 안에 있으면서도
자재한 경지라고 여겼으니
이 분위(分位)2)를 넘은 적이 없으므로
대성(大聖)께서 아시고 저에게 남은 음식을 주셨습니다.
014_0049_b_09L 我在內室中
以爲自在竟
是分未曾越
聖知賜我餘

아아, 이제 대덕(大德)께서는
그 진실된 까닭을 알지 못하고
실오라기만큼도 등에 지고 넘지 못하니
그러고도 대자재인이라 할 수 있는지요.
014_0049_b_10L 嗚呼今大德
不知眞實由
絲毫不負越
故名大自在

저는 비록 집 안에 있었어도
대성존(大聖尊)께서 마치 눈앞에 계신 것 같았는데
그대는 아라한이라 불리며
항상 따라다니면서도 보지 못하니
014_0049_b_11L我雖內室中
尊如目前現
仁稱阿羅漢
常隨不能見

대성께서는 색신(色身)도 아니시고
또한 색신의 모습을 떠난 것도 아닌데
성문들은 파순(波旬)을 보고
큰 힘을 지닌 이라 일컫습니다.
014_0049_b_13L 大聖非是色
亦不離色身
聲聞見波旬
謂是大力人

아아, 지금 대덕께서는
성인의 작은 방편만을 따라
본원적인 까닭을 모르고
저에 대해 전도된 견해를 내시는군요.
014_0049_b_14L 嗚呼今大德
隨聖少方便
不知本元由
於我生倒見

그때 사리불은 침묵하여 말을 그치고 스스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말하길 ‘이 사람은 어떤 여인이기에, 그 변재(辯才)가 이와 같아 내가 미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014_0049_b_15L爾時舍利弗默然而止私自念言此是何女人其辯若此我所不及
부처님께서 곧 사리불의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014_0049_b_17L佛卽知其意而告之曰
“문답(問答)에서 물러나 다른 마음을 내지 말도록 하라.
이 여인은 이미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말씀하신 바를 만났으니, 이 법약(法藥)에 대해 의심하지 말아라.”
014_0049_b_18L勿退於問答生於異是女人已經値無量諸佛所說是法藥勿疑之也
그때 문수사리가 암제차에게 물었다.
014_0049_b_20L爾時文殊師利問菴提遮曰
“당신은 지금 태어남과 죽음의 뜻을 압니까?”
014_0049_b_21L汝今知生死義耶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荅曰
“부처님의 위신력이 있기 때문에 압니다.”
以佛力故知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曰
“만약 안다면 태어남이란 어떤 것입니까?”
014_0049_b_22L若知者生以何爲義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荅曰
“태어남[生]이란, 태어나지 않음[不生]을 태어나는 것으로써 뜻을 삼습니다.”
014_0049_b_23L生以不生生爲義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曰
“어떻게 태어나지 않음을 태어나는 것이 뜻이 됩니까?”
云何不生生爲義耶
014_0049_c_01L암제차가 대답하였다.
014_0049_c_01L答曰
“만약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네 가지 연(緣)이 결국 일찍이 스스로 화합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 합당한 바에 따라 말한다면 태어남의 뜻이 됩니다.”
014_0049_c_02L若能明知地風四緣畢竟未曾自得有所和合而能隨其所宜有所說者以爲生義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曰
“만약 지ㆍ수ㆍ화ㆍ풍이 결국 스스로 화합하는 바가 없다는 것을 태어남의 뜻이라고 한다면, 마땅히 태어남의 상(相)도 없을 것이니, 무엇을 가지고 뜻을 삼겠습니까?”
014_0049_c_04L若知地畢竟不自得有所和合爲生義者卽應無有生相將何爲義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答曰
“비록 태어나는 곳에 있더라도 태어남이 없다면 이것이 바른 태어남이므로 그런 뜻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014_0049_c_06L雖在生處而無生者是爲正生故說有義
문수사리가 다시 물었다.
文殊又問曰
“죽음이란 어떤 것입니까?”
死以何爲義耶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014_0049_c_08L
“죽음[死]이란 죽지 않음[不死]을 죽는 것으로써 뜻을 삼습니다.”
死以不死死爲義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曰
“어떻게 죽지 않음을 죽는 것으로써 죽음의 뜻을 삼습니까?”
014_0049_c_09L云何以不死死爲死義耶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答曰
“만약 지ㆍ수ㆍ화ㆍ풍이 결국 스스로 흩어지는 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 합당한 바에 따라 말한다면, 이것이 죽음의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014_0049_c_10L若能明知地畢竟不自得有所散而能隨其所宜有所說者是爲死義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曰
“만약 지ㆍ수ㆍ화ㆍ풍이 결국 스스로 흩어지지 않는다면, 곧 죽음의 상(相)도 없을 것인데, 무엇을 가지고 뜻을 삼겠습니까?”
014_0049_c_12L若知地畢竟不自得散者無死相將何爲義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答曰
“비록 죽는 곳에 있더라도 그 마음이 없어지지 않으면 이것이 바른 죽음이므로 그런 뜻이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014_0049_c_14L雖在死處其心不亡者是爲正死故說有義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014_0049_c_15L文殊師利又問曰
“항상[常]이란 어떤 뜻입니까?”
常以何爲義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荅曰
“모든 법이 결국 생하였다가 멸하고 변하고 바뀌어 정해진 것이 없음이 마치 허깨비와 같은 모습임을 분명히 알고 그 합당한 바에 따라 말한다면, 이것이 항상의 뜻입니다.”
014_0049_c_16L若能明知諸法畢竟生滅變易無定如幻而能隨其所宜有所說者是爲常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
“만약 모든 법이 결국 생멸(生滅)하여 정해진 것이 없음이 마치 허깨비와 같은 모습인 줄 아는 것이라면 이것은 곧 무상(無常)이라는 뜻인데, 어떻게 항상의 뜻이라 할 수 있습니까?”
014_0049_c_19L若知諸法畢竟生滅無定如幻相者卽是無常義云何將爲常義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荅曰
“모든 법은 생하였다 해도 스스로 생한 것이 아니고, 멸했다고 해도 스스로 멸한 것이 아니며, 나아가 변하여 바뀌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변하여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의 뜻이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014_0049_c_21L諸法生而不自得生滅而不自得滅乃至變易亦復如是以不自得故說爲常義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曰
“무상(無常)은 어떤 뜻입니까?”
014_0049_c_23L無常以何爲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荅曰
014_0050_a_01L“만일 모든 법이 결국 불생불멸(不生不滅)임을 알고 이와 같은 모습에 따라 그 합당함을 말한다면, 이것이 무상의 뜻입니다.”
014_0050_a_01L若知諸法畢竟不生不滅如是相而能隨其所宜有所說者爲無常義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曰
“만일 모든 법이 결국 불생불멸임을 안다면 곧 이것은 항상의 뜻인데, 어째서 무상의 뜻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014_0050_a_03L若知諸法畢竟不生不滅者卽是常義云何說爲無常義耶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答曰
“단지 모든 법은 자재하게 변하고 바뀌어서 정해진 모습이 없으므로 스스로 따를 수 없으니, 이와 같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무상의 뜻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014_0050_a_05L但以諸法自在變易無定相不自得隨如是知者故說有無常義耶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曰
“공(空)은 어떤 뜻입니까?”
空以何爲義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答曰
“만약 모든 법의 모습이 일찍이 스스로 공하지 않고 무너짐이 없어 지금 존재하고, 공하지 않으면서 공하고,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공의 뜻이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014_0050_a_07L能知諸法相未曾自空不壞今有能不空空不有有者故說有空義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014_0050_a_09L問曰
“공하지 않으면서 공하고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한다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니, 어떻게 공의 뜻이라 할 수 있습니까?”
014_0050_a_10L若不空空不有有者卽無有事將何爲空義耶
암제차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14_0050_a_11L其女菴提遮則以偈答曰

아아, 훌륭한 대덕이여
참된 공[眞空]의 뜻을 모르십니까?
색(色)에는 자상(自相)이 없으니
어찌 공과 같지 않을 수 있습니까?
014_0050_a_12L嗚呼眞大德
不知眞空義
色無有自相
豈非如空也

공이 만약 저절로 공함이 있다면
색(色)을 포용할 수 없을 것이지만
공은 스스로 공하지 않기 때문에
온갖 색이 이를 따라 생겨납니다.
014_0050_a_14L空若自有空
則不能容色
空不自空故
衆色從是生

그때 문수사리가 다시 물었다.
014_0050_a_15L爾時文殊師利又問曰
“자못 생(生)이 불생(不生)의 모습[相]임을 명백하게 안다면 생(生)은 머무는[留] 것입니까?”
014_0050_a_16L頗有明知生而不生相爲生所留者不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荅曰
“그렇습니다. 비록 그 힘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분명하게 알더라도 생(生)이 머문다는 것은 옳습니다.”
014_0050_a_17L自明見其力未充而爲生所留者是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又問
“자못 무지하여 생의 성품[性]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결국 생은 머무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014_0050_a_19L頗有無知不識生性而畢竟不爲生所留者不
암제차가 답하였다.
荅曰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일 생의 성품을 알지 못한다면 비록 조복함을 바탕으로 약간의 편안한 곳을 얻더라도, 그 불안한 상(相)을 항상 다스려야 하며, 만약 생의 성품을 알 수 있다면 비록 불안한 곳에 있더라도 길(吉)한 상이 항상 앞에 나타납니다.
014_0050_a_20L所以者何若不見生性雖因調伏少得安處不安之相常爲對治若能見生性者雖在不安處而吉相常爲現前
014_0050_b_01L만약 이와 같이 알지 못하면 비록 갖가지 뛰어난 변재와 담설(談說)을 갖추고 전적(典籍)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더라도 이는 곧 생멸심(生滅心)이며, 저 실상(實相)에 관한 긴밀하고 중요한 말을 하더라도 소경이 색을 구별하는 것과 같으니, 다른 사람의 말에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ㆍ흑색이라고 말은 하지만 스스로는 색의 바른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지금 모든 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014_0050_a_23L若不如是知者雖有種種勝辯談說甚深典籍而卽是生滅心說彼實相密要之言如盲辯色因他語故說得靑而不能自見色之正相今不能見諸法者亦復如是
다만 지금 생하여도 생한 것은 죽게 되니, 죽는다면 그 사람에게는 곧 생사의 뜻이 없는 것입니다. 상(常)과 무상(無常)에 묶여 있는 경우도 이와 같습니다.
014_0050_b_05L但今爲生生爲死所死者於其人卽無生死之義耶若爲常無常所繫者亦復如是
마땅히 알아야만 하니, 대덕이시여, 공(空) 또한 스스로 공할 수 없는 까닭에 공의 뜻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014_0050_b_07L當知大德空者亦不自得空故說有空義耶
그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014_0050_b_09L爾時佛告文殊師利
“그렇다, 그렇다.
암제차가 말한 내용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으니, 태양이 차가워질 수 있고 달이 뜨거워질 수 있다하더라도 이 암제차가 말한 것은 바뀔 수 없다.”
014_0050_b_10L如是如是如菴提遮所說眞實無異日可令冷月可令熱是菴提遮所說不可移易
그때 사리불이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014_0050_b_12L時舍利弗復問其女曰
“당신의 지혜와 말솜씨가 이와 같아서 부처님께서도 칭찬하실 정도이고, 우리들 성문으로서는 미칠 바가 아닌데, 어찌하여 이런 여인의 모습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까?”
014_0050_b_13L汝之智慧辯才若佛所稱歎我等聲聞之所不及何不能離是女身色相
그녀가 답하여 말했다.
其女答曰
“제가 대덕께 묻고자 하니 곧 생각 나는 대로 저에게 대답해 주십시오.
대덕이시여, 대덕께서는 지금 현재 남성이십니까?”
014_0050_b_15L欲問大德卽隨意答我大德今現是男不
사리불이 말하였다.
“저는 비록 겉모습은 남성이지만 마음은 남성이 아닙니다.”
014_0050_b_17L舍利弗言我雖色是男而心非男也
그녀가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저도 그와 같습니다.
대덕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비록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여성이 아닙니다.”
014_0050_b_18L其女言大德我亦如是如大德所言雖在女相其心卽非女也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현재 지아비에게 잡혀 매여 있으니, 어떻게 그와 같을 수 있습니까?”
014_0050_b_19L舍利弗言汝今現爲夫所拘執何能如此
그녀가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스스로 자기가 한 말을 믿습니까?”
014_0050_b_20L其女答曰大德能自信己之所言不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 자신이 한 말을 어찌 스스로 믿지 않겠습니까?”
014_0050_b_21L利弗言我之自言云何不自信
그녀가 대답하였다.
014_0050_b_22L其女答曰
014_0050_c_01L“만일 스스로 믿으신다면, 대덕이시여, 앞서 저에게 ‘나의 모습은 남성이지만 마음은 남성이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곧 마음과 모습[色]에 두 가지 쓰임이 있는 것입니다.
만일 대덕께서 이런 말을 스스로 믿으신다면 저에 대해서 지아비가 있다는 그릇된 견해를 내지 않았을 것이니, 대덕께서 스스로 남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에 대해 여성이라는 상(相)을 내게 되고, 저를 여인의 모습으로 여겼기 때문에 대덕의 마음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자기는 남성이고 저 사람은 여성이라는 견해를 일으킨다면, 법에 대해 진실한 믿음을 낼 수 없습니다.”
014_0050_b_23L若自信者大德前言說我色是男而心非男卽心與色有所二用若大德自信此言者於我所不生有夫之惡見大德自男故生我女相以我女色故壞大德心也而自男見彼女者則不能於法生實信也
사리불이 말하였다.
“제가 당신에 대해서 감히 나쁜 생각을 냈겠습니까?”
014_0050_c_05L舍利弗言我於汝所不敢生於惡見
그녀가 대답하였다.
“다만 세존을 대하고 있기 때문이니, 감히 이것을 진실한 말이라 할 수 있습니까?
만약 진실로 나쁜 생각을 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저에게 ‘당신은 지금 현재 지아비에게 잡혀 매인 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은 어디로부터 온 것입니까?”
014_0050_c_06L其女答曰但以對世尊故不敢是實言也若實不生惡見者云何說我言汝今現爲夫所拘執是言從何而來
사리불이 말하였다.
“제가 익힌 것을 여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니, 진실한 마음이 아닙니다.”
014_0050_c_09L利弗言我以久離習故有此之言非實心也
그녀가 물었다.
其女問曰
“대덕이시여, 제가 지금 물을 것이니, 생각나는 대로 저에게 대답해 주십시오.
대덕께서는 이미 오래 전에 남녀에 대한 차별적인 모습을 여의었다고 하셨습니다. 대덕이시여, 모습[色]을 오래 전에 여의었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마음을 오래 전에 여의었다는 것입니까?”
014_0050_c_11L大德我今問者隨意答我大德旣言久離男女相者德色久離心久離
사리불이 침묵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014_0050_c_13L時舍利弗默然不
그때 암제차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爾時菴提遮以偈頌曰

만일 마음을 오래 전에 여의었다면
끝내 견해를 내지 않아야 할 것인데
누가 여인이라는 생각을 지어
모습에 대해 깨끗하지 못한 생각을 일으켰습니까?
014_0050_c_14L若心得久離
畢竟不生見
誰爲作女人
於色起不淨

만일 모습을 오래 전에 여의었다고 한다면
법이 본래 스스로 있지 않으니
끝내 물듦이 없었을 텐데
무엇으로 악한 생각을 짓는 것입니까?
014_0050_c_16L若論色久離
法本不自有
畢竟不曾污
將何爲作惡
아, 지금 대덕께서는
헛되이 배워서 알지 못하므로
자신은 남성이고 저는 여성이라 하시니
어찌 허망한 생각으로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014_0050_c_17L嗚呼今大德
徒學不能知
自男生我女
豈非妄想非

대중 앞에서 뉘우치시고
법에 대해 의심을 내지 마십시오.
제가 앞에서 한 말은
부처님께서 위신력으로 호지(護持)한 것입니다.
014_0050_c_18L悔過於大衆
於法勿生疑
我上所言說
是佛神力持

암제차가 게송을 마치자 저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과 천(天)과 인간 천여 명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얻었다.
014_0050_c_20L時菴提遮說是偈已其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天及人一千餘人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014_0051_a_01L5천의 무리가 있었으니, 그 가운데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은 자들과 법안(法眼)을 얻은 자들과 또한 마음의 해탈[心解脫]을 얻은 자들이 있었다.
저 수많은 성문 무리 가운데 불법(佛法)을 신행함에 있어 스스로 부끄럽다고 여기는 이들이 한없이 많았다.
014_0050_c_23L有五千衆於中得無生法忍者得法眼者又得心解脫者其無量聲聞衆而於佛法自生慚恥者無量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014_0051_a_03L爾時佛告舍利弗
“이 여인은 평범한 여인이 아니다. 이미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을 뵈었고, 항상 이와 같은 『사자후요의경(師子吼了義經)』을 설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다.
나도 이 여인과 더불어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을 모셨으니, 이 여인도 오래지 않아 마땅히 정각을 이룰 것이다.
이 많은 무리 가운데서 이 여인이 말한 법의 요체에 대해 진실한 믿음을 내는 이들은 모두 이미 오래 전에 이 여인이 법을 말한 것을 들었기 때문에 지금 곧 바른 믿음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사자후요의경」을 진실되게 받아서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014_0051_a_04L是女人非是凡也値無量諸佛常能說如是師子吼了義經利益無量衆生我亦自與是女人同事無量諸佛已是女人不久當成正覺是諸衆中於是女人所說法要卽能生實信者皆已久聞是女人所說法故今則能生正信是故應當諦受是『師子吼了義經』勿疑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014_0051_a_11L佛告阿難言
“그대는 마땅히 이 장자의 딸 암제차가 말한 『사자후요의문답경』의 문장을 받아 지니도록 하라.
다음으로 그대에게 부촉(付囑)하니, 그대는 마땅히 잘 받아 지녀야 한다.”
014_0051_a_12L汝當受持此長者女菴提遮以師子吼了義問答經章句次第付囑於汝汝當諦受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다 받아 지니겠습니다.”
014_0051_a_14L阿難白佛言唯然今悉受已
그때 대중들은 암제차 여인이 말한 법문을 듣고 나서 마음이 매우 기뻐서 뛰어오를 듯한 즐거움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며, 각기 스스로 설한 것과 같이 수행하였다.
014_0051_a_15L爾時大衆聞女菴提遮說法已心大歡喜踊悅無量各自如說修行
佛說長者女菴提遮師子吼了義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불교의 전적(典籍)을 말하며, 불교 이외의 서적을 외전(外典)이라고 한다.
  2. 2)사물에 따라 나눠진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