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5_0119_a_01L미륵보살소문경론(彌勒菩薩所問經論)
015_0119_a_01L彌勒菩薩所問經論卷第一


후위(後魏) 보리류지(菩提流支) 한역
015_0119_a_02L後魏天竺三藏菩提流支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5_0119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1)께서 왕사성(王舍城)2) 기사굴산(耆闍崛山)3) 중에서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함께 계셨으며, 여러 보살마하살도 1만[十千] 인이었다.
015_0119_a_04L一時婆伽婆住王舍城耆闍崛山中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幷諸菩薩摩訶薩十千人等
그때 미륵보살마하살(彌勒菩薩摩訶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에 옷을 걸쳐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서, 부처님을 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조그마한 법으로써 여래시며, 공양 받을 만한 이[應供]시며, 다 옳게 깨달은 이[正遍知]께 묻고자 하옵니다. 잘 모르겠으나 세존이시여, 허락하시겠나이까?”
015_0119_a_06L爾時彌勒菩薩摩訶薩卽從坐起袒右肩右膝著地合掌向佛白佛言世尊我今欲以少法問於如來遍知不審世尊聽許以不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그대는 마음에서 생각나는 대로 여래며, 공양 받을 만한 이며, 다 옳게 깨달은 이에게 물으라. 나는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여 그대의 마음을 기쁘게 하리라.”
015_0119_a_10L爾時世尊告彌勒菩薩摩訶薩言彌勒隨汝心念問於如來正遍知我當爲汝別解說令汝心喜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듣고자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몇 가지 법을 성취하여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하게 나아가는 법 중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기지도 않으며,
015_0119_a_13L爾時彌勒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如是願樂欲聞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幾法退阿耨多羅三藐三菩提於勝進法中不退不轉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키며,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 모습[自體相]을 알며,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으며,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나이까?”
015_0119_a_17L行菩薩行時降伏一切諸魔怨敵如實知一切法自體相於諸世閒心不疲惓以心不疲惓故不依他智速疾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미륵이여, 그대는 이제야 여래에게 이와 같은 깊은 이치를 물을 수 있었도다.”
015_0119_a_20L爾時世尊告彌勒菩薩摩訶薩言善哉彌勒汝今乃能問於如來如是深義
015_0119_b_01L부처님께서는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한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나는 그대를 위하여 이와 같은 깊은 이치를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바로 그때에 미륵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듣고자 하나이다.”
015_0119_b_01L佛復告彌勒菩薩摩訶薩言汝今應當一心諦聽吾當爲汝分別解說如是深義卽時彌勒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如是願樂欲聞
부처님께서는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여덟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하게 나아가는 법 중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기지도 않으며,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키며,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 모습을 알며,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으며,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느니라.
015_0119_b_04L佛復告彌勒菩薩摩訶薩言彌勒若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八法不退阿耨多羅三藐三菩提於勝進法中不退不轉行菩薩行時降伏一切諸魔怨如實知一切法自體相於諸世閒心不疲惓以心不疲惓故不依他智速疾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
무엇이 여덟 가지 법인가? 미륵이여, 이른바,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마음[深心]을 성취하고, 행의 마음[行心]을 성취하고, 버림의 마음[捨心]을 성취하고, 방편에 잘 회향할 줄 아는 마음[善知廻向方便心]을 성취하고, 크게 사랑하는 마음[大慈心]을 성취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大悲心]을 성취하고, 방편을 잘 앎[善知方便]을 성취하고,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015_0119_b_11L等爲八彌勒所謂諸菩薩摩訶薩成就深心成就行心成就捨心成就善知迴向方便心成就大慈心成就大悲心成就善知方便成就般若波羅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을 찬탄하거나 부처님을 헐뜯는 것을 듣고서도 그 마음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법을 찬탄하거나 법을 헐뜯는 것을 듣고서도 그 마음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승가를 찬탄하고 승가를 헐뜯는 것을 듣고서도 그 마음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견고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깊은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015_0119_b_16L彌勒云何諸菩薩摩訶薩成就深彌勒若諸菩薩摩訶薩聞讚歎佛及毀訾佛其心畢竟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堅固不動聞讚歎法及毀訾法其心畢竟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堅固不動聞讚歎僧及毀訾僧其心畢竟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堅固不動彌勒如是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深心
015_0119_c_01L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행의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산목숨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도둑질을 멀리 여의고, 삿된 음행을 멀리 여의고, 거짓말을 멀리 여의고, 이간질을 멀리 여의고, 나쁜 말을 멀리 여의고, 꾸밈말을 멀리 여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행의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015_0119_c_01L彌勒云何諸菩薩摩訶薩成就行心彌勒若諸菩薩摩訶薩遠離殺生遠離偸盜遠離邪婬離妄語遠離兩舌遠離惡口遠離綺彌勒如是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行心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버리는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버리는 이[捨主]이거나 베푸는 이[施主]로서 여러 사문과 바라문과 가난한 이와 거지며 하천한 사람들에게 의복ㆍ음식ㆍ침구와 병을 따라서 탕약이며 구하는 물건을 보시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버리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015_0119_c_06L彌勒云何諸菩薩摩訶薩成就捨心彌勒若諸菩薩摩訶薩是能捨主是能施主施諸沙門及婆羅門貧窮乞丐下賤人等衣食臥具隨病湯藥所須之物彌勒如是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捨心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방편에 회향할 줄 잘 아는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닦고 있는 선한 뿌리인 몸과 입과 뜻의 업을 모두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방편에 회향할 줄 잘 아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015_0119_c_11L彌勒云何諸菩薩摩訶薩成就善知廻向方便心若諸菩薩摩訶薩所修善根謂身口意業皆悉迴向阿耨多羅三藐三菩提彌勒如是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善知迴向方便心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크게 사랑하는 마음[大慈心]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크게 인자한[大慈] 몸의 업을 성취하고, 마침내 크게 인자한 입의 업을 성취하고, 마침내 크게 인자한 뜻의 업을 성취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크게 사랑하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015_0119_c_16L彌勒云何諸菩薩摩訶薩成就大慈心彌勒若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大慈身業竟成就大慈口業畢竟成就大慈意彌勒如是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大慈心
015_0120_a_01L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나무랄 수 없는 몸의 업을 성취하고, 마침내 나무랄 수 없는 입의 업을 성취하고, 마침내 나무랄 수 없는 뜻의 업을 성취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015_0119_c_21L彌勒云何諸菩薩摩訶薩成就大悲心彌勒若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不可譏呵身業畢竟成就不可譏呵口業畢竟成就不可譏呵意業彌勒如是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大悲心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잘 앎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세간의 도리[俗諦]를 잘 알고 첫째가는 이치의 진리[第一義諦]를 잘 알며 두 가지 진리를 잘 알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방편을 잘 앎을 성취하느니라.
015_0120_a_03L彌勒云何諸菩薩摩訶薩成就善知方便彌勒若諸菩薩摩訶薩善知世諦善知第一義諦善知二諦彌勒如是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善知方便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 법에 의하여 이 법이 있고, 이 법에 의하여 이 법이 생긴다’고 이렇게 깨달아 알면, 이른바 무명(無明)은 지어감[行]에 반연되고, 지어감은 의식[識]에 반연되고, 의식은 이름과 물질[名色]에 반연되고, 이름과 물질은 여섯 가지 감관[六入]에 반연되고,
015_0120_a_07L彌勒云何諸菩薩摩訶薩成就般若波羅蜜彌勒若諸菩薩摩訶薩如是覺知依此法有此法依此法生此法所謂無明緣行行緣識識緣名色色緣六入
여섯 가지 감관은 닿음[觸]에 반연되고, 닿음은 느낌[受]에 반연되고, 느낌은 욕망[愛]에 반연되고, 욕망은 잡음[取]에 반연되고, 잡음은 존재[有]에 반연되고, 존재는 낢[生]에 반연 되고, 낢은 늙음ㆍ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憂悲苦惱]에 반연되나니, 이와 같이 하여 오직 큰 고통의 무더기가 있느니라.
015_0120_a_12L六入緣觸觸緣受受緣愛愛緣取取緣有有緣生生緣老死憂悲苦惱如是唯有大苦聚集
미륵이여, 이 법이 없기 때문에 이 법도 없고 이 법이 스러지기 때문에 이 법도 스러지나니, 이른바 무명이 스러지면 지어감이 스러지고, 지어감이 스러지면 의식이 스러지고, 의식이 스러지면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고,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면 여섯 가지 감관이 스러지고,
015_0120_a_14L彌勒法無故此法無此法滅故此法滅謂無明滅則行滅行滅則識滅識滅則名色滅名色滅則六入滅
여섯 가지 감관이 스러지면 닿음이 스러지고, 닿음이 스러지면 느낌이 스러지고, 느낌이 스러지면 욕망이 스러지고 욕망이 스러지면 잡음이 스러지고, 잡음이 스러지면 존재가 스러지고, 존재가 스러지면 낢이 스러지고, 낢이 스러지면 늙어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스러지나니, 이와 같이 하여 오직 큰 고통의 무더기가 스러지느니라.
미륵이여,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느니라.
015_0120_a_17L六入滅則觸滅觸滅則受滅受滅則愛滅滅則取滅取滅則有滅有滅則生滅生滅則老死憂悲苦惱滅如是唯有大苦聚集滅彌勒如是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般若波羅蜜
015_0120_b_01L미륵이여, 이를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여덟 가지의 법을 성취한다고 하나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하게 나아가는 법 중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기지도 않으며, 보살의 행을 행할 때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 받으며,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의 모습을 알며,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으며,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느니라.”
015_0120_a_22L彌勒是名諸菩薩摩訶薩畢竟成就八法退阿耨多羅三藐三菩提於勝進法中不退不轉行菩薩行時降伏一切諸魔怨敵如實知一切法自體相諸世閒心不疲惓以心不疲惓故不依他智速疾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미륵보살마하살과 그 밖의 여러 보살마하살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며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 하는 따위의 일체 대중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믿어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
015_0120_b_06L佛說此經已彌勒菩薩摩訶薩及餘諸菩薩摩訶薩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夜叉乾闥婆阿修羅樓羅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切大衆聞佛所說皆大歡喜信受奉行


미륵보살마하살소문경론 제1권
015_0120_b_11L彌勒菩薩摩訶薩所問經論卷第一


후위 보리류지 한역



미륵 세존께 귀명하옵니다.
015_0120_b_12L歸命彌勒世尊
【문】무엇 때문에 여래께서 이 수다라(修多羅)4)를 말씀하셨는가?
015_0120_b_13L問曰何故如來說此修多羅
【답】버림[捨] 등의 네 구절은 보시와 계율과 수행하는 형상의 이 세 가지 공덕을 나타내 보인 것으로서, 이것은 보살ㆍ외도ㆍ성문ㆍ벽지불에게 공통되는 법이다. 깊은 마음 등의 네 구절, 곧 그 네 가지 법은 오직 보살만이 행한다는 것을 나타내 보인 것으로서, 외도와 성문과 벽지불에게 공통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015_0120_b_14L答曰捨等四句示現施行相三種功德是菩薩外道聲聞支佛共法深心等四句示現卽彼四法唯菩薩行不與外道聲聞辟支佛是故如來說此修多羅
보시는 베풀어 주는 공덕을 나타내 보이고, 산목숨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는 등은 계율의 공덕을 나타내 보이며, 사랑함과 가엾이 여김 등의 두 구절은 수행의 공덕을 나타내 보인다. 이 뜻은 무엇인가?
015_0120_b_18L布施示現施功德遠離殺生等示現戒功德悲等二句示現修行功德此義云何
015_0120_c_01L외도와 범부에 있어서는 선지식을 여의고 바른 법을 듣지 않으며 잘 생각하지 않고 말씀대로 행하지 않기 때문이며, 있음의 소견[常見] 등에 망령되이 집착하여 업인(業因)을 모으므로 모든 번뇌[結使] 따위가 서로 의지하면서 힘을 지녀 세간의 원인[因]을 더욱 자라게 하기 때문이며, 견고하게 허망한 데에 집착하여 결정코 세간의 원인을 성취하기 때문이며, 진리의 소견을 여의기 때문이며, 다른 이를 이롭게 한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며, 세상의 즐거움을 탐내며 집착하기 때문이다.
015_0120_b_20L有外道凡夫離善知識不聞正法善思惟不如說行故妄執常見等能集業因諸結使等相依有力增長世閒因故堅著妄執決定成就世閒因離實諦見故無利益他心故貪著世樂故
저 외도들이 비록 보시 등의 선한 뿌리의 종자가 있다 하더라도, 의심과 뉘우침 때문에 애욕의 물에 의식을 적시고 다섯 가지 쌓임[五取陰]의 땅에 머물러서 무명의 흙에 덮이면서 시절과 화합하여 의식의 싹이 트게 되어 차례로 더욱 자라서 세간의 결과를 이룩한다.
015_0120_c_03L彼諸外道雖有施等善根種以疑悔故愛水潤識住五取陰地無明土覆時節和合能生識牙次第增長成世閒果
또, 성문ㆍ벽지불승의 사람은 선지식을 가까이 하여 그로부터 이미 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고서 나고 죽음의 바다에 있는 사람들을 건너게 하려 하다가, 세간은 허물이며 근심이라고 말함을 듣고 다시 스스로 소견이 적어져서 세간의 괴로움을 싫어하고 열반의 즐거움을 즐기어 세간을 버리려고 하여 벗어나는 도[出道]를 추구하므로, 비록 보시 등의 공덕을 지니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시 보시 등의 공덕을 여의지 않으며, 번뇌를 능히 항복받고 으뜸가고 훌륭한 법을 얻는다.
015_0120_c_06L又聲聞辟支佛人親近善知識從已度生死海欲度生死海人聞說世間過患復自少見厭世閒苦樂涅槃樂欲捨世閒追求出道雖不取施等功德而亦不離施等功能伏煩惱得上勝法
이런 이치 때문에, 비록 또 보시 등의 선법(善法)을 닦아 모은다 하더라도 네 가지 법이 없으므로 큰 보리를 얻지 못한다.
015_0120_c_11L以是義故復修集施等善法以無四法故不得大菩提
또, 보살승의 사람은 마침내 여덟 가지 법을 완전히 성취하고 큰일을 이룩하여 무거운 짐을 걸머지고서 참된 선지식을 가까이 하며 깊이 세간의 과실과 우환을 보고 열반의 고요함을 알면서도 중생들을 위하여 짐짓 세간의 고통을 싫어하지 않는다.
015_0120_c_13L菩薩人畢竟具足成就八建立大事荷負重擔親近眞善知深見世閒過患知涅槃寂靜爲衆生故不厭世閒苦
처음 보리심을 내어서 그 원인[因]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마음이 성취되고, 자신의 즐거움을 버리고 중생들의 이익을 위하기 때문에 보시 등의 공덕을 수행하여 큰 보리에 회향하며, 방편의 힘에 의하여 아주 적은 보시 등의 공덕이 더욱 자라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에 떨어지지 않으며, 마침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기 때문에 보시 등의 공덕을 깨끗이 할 수 있고 보살의 도에 머무르게 된다.
015_0120_c_16L初發菩提心不失因故深心成就捨自身樂爲利益衆生故修行施等功德迴向大菩提方便力增長微少施等功德能護自身不墮聲聞辟支佛地以究竟成就般若波羅蜜故能淸淨施等功德住菩薩道
깊은 마음 등의 네 구절은 보시 등의 네 구절을 껴잡을 수 있고 보살을 위한 것으로 같은 법이 아니며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을 수 있다 함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015_0120_c_22L示現深心等四句能攝取施等四句爲菩薩不同法能得一切種智是故如來說此修多羅
015_0121_a_01L【문】다시 어떠한 이치 때문에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는가?
015_0121_a_01L問曰復以何義如來說此修多羅
【답】원인이 없음[無因]과 원인이 뒤바뀜[顚倒因]을 막고 바른 인과를 따르기 위함이다. 그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이 뜻은 무엇을 말하는가?
015_0121_a_02L爲遮無因顚倒因隨順正因果故如來說此修多羅此義云何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함은 깊은 마음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마하살이 법계(法界)를 볼 때에 곧 보리심의 장애인 몸에 대한 고집[身見] 등의 온갖 번뇌를 영원히 여의게 됨으로써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를 벗어나서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며, 초지(初地)에서 보리심을 일으킨 그 원인[因]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마음을 증득하였나니, 그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015_0121_a_04L言不退阿耨多羅三藐三菩提者以深心成就故此明何義以諸菩薩摩訶薩見法界時卽得永離菩提心障謂身見等一切煩惱出過聲聞辟支佛地入菩薩位起於初地菩提之心不失因故證得深心是故名爲不退阿耨多羅三藐三菩提
또 ‘옮기지도 않는다’ 함은 훌륭한 법을 증득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보시의 행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또 무슨 뜻인가? 해침이 없는 마음을 일으키는 근본의 업으로써 맨 위의 으뜸가고 훌륭한 행을 껴잡나니, 그러므로 근본의 업을 옮기거나 여의지 않고 보시 등의 행을 수행하며 온갖 곳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이런 이치 때문에 옮기지도 않는다고 한다.
015_0121_a_11L又言不轉者以證勝法故此明何義以成就施行故復何義以起無損害心根本業道取上上勝行是故不轉離根本業道修行施等行一切處不退以是義故名爲不轉
또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 함은 회향의 방편을 잘 아는 마음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간략하게 네 가지 악마[四魔]를 말함이니, 번뇌의 악마[煩惱魔]ㆍ쌓임의 악마[陰魔]ㆍ죽음의 악마[死魔]와 하늘의 악마[天魔]이다.
015_0121_a_16L又言行菩薩行時降伏一切諸魔怨敵者以善知迴向方便心成就故此明何義略說四魔謂煩惱魔陰魔死魔及以天魔
오직 번뇌의 악마가 근본이 되며 번뇌의 악마에 의하여 그 밖의 세 가지 악마가 있게 된다. 왜 그러한가? 모든 범부는 번뇌로써 마음을 얽매고 이 번뇌로 얽매어진 마음에 의하여 세간을 즐기고 그곳의 즐거움을 구하면서 보시 등의 법은 하늘의 길에 회향시키기 때문이다.
015_0121_a_19L唯煩惱魔以爲根本依煩惱魔有餘三魔何以故諸凡夫煩惱纏心依此煩惱所纏之樂於世閒求彼處樂布施等法迴向天道以此義故爲彼陰魔死魔所纏繫屬天魔
015_0121_b_01L그러므로 보살은 몸에 대한 고집 등의 온갖 번뇌를 끊고, 또 살지 못하리라는 두려움[不活畏] 등을 멀리 여의어 자신의 즐거움을 버리고 중생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사랑함과 가엾이 여김과 보시 등의 행인 선한 뿌리의 공덕을 닦고 모아서 모두 다 살바야지혜(薩婆若智)5)에 회향하며, 온갖 악마들의 나쁜 길을 멀리 여읜다. 그 때문에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킨다고 한다.
015_0121_b_01L是故菩薩斷身見等一切煩惱復能遠離不活等畏捨自身爲欲利益諸衆生故修集慈悲布施等行善根功德皆悉迴向薩婆若遠離一切諸魔惡道是故名爲行菩薩行時降伏一切諸魔怨敵
또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함은 크게 사랑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015_0121_b_06L又言於諸世閒心不疲惓者以大慈大悲心成就故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보살마하살은 언제나 세간의 일체 중생들이 어리석음의 화살에 맞아서 마음에 고통을 받으므로 크게 사랑하는 마음과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했기 때문에 중생들의 이익은 곧 자기 이익으로 보나니, 그 때문에 크게 사랑함과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생기며, 곧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고 한다.
015_0121_b_08L此明何義以諸菩薩摩訶常爲世閒一切衆生愚箭所射心受苦惱以大慈大悲心成就故見衆生利卽是己利是故大慈大悲心生則能利益一切衆生是故名爲於諸世閒心不疲惓
또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의 모습을 안다’고 함은 방편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015_0121_b_13L又言如實知一切法自體相者以方便成就故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모든 법의 제 자체의 모습[自相]은 동일한 모습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또 무슨 뜻인가? 모든 보살마하살은 세상의 도리를 잘 알고 첫째가는 이치의 진리에 대한 방편을 잘 안다. 이 때문에 있다[有] 없다[無]는 두 가지 치우친 데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015_0121_b_14L此明何義以知諸法自相同相故此復何義諸菩薩善知世諦善知第一義諦方便是故不著有無二邊此明何義
보살이 비록 의식(意識)으로 경계의 일을 본다 하더라도 먼저 이미 의식과 경계의 길을 자세히 살폈다. 왜 그러한가? 첫째가는 이치의 진리와 깊은 마음의 힘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있다고 집착하는 치우친 소견에 떨어지지 않는다.
015_0121_b_17L薩雖見識境界事而先已觀察識境界事何以故以常不捨第一義諦深心力故是故不墮著有邊見
015_0121_c_01L비록 항상 첫째가는 이치의 진리를 버리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언제나 세간의 도리에 대한 일을 잘 안다. 왜 그러한가? 언제나 모든 함이 있는 행[有行爲]을 밝게 봄으로써 세간의 마음과 생각과 말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없다고 집착하는 치우친 소견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 두 가지의 이치를 잘 아는 까닭에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의 모습을 안다고 한다.
015_0121_b_20L雖常不捨第一義諦而常善知世諦之事以故以常明見諸有爲行不捨世閒心念言說故是故不墮著無邊見能善知此二種義是故名爲如實知一切法自體相
또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다’ 함은 반야바라밀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015_0121_c_02L又言以心不疲惓故不依他智速疾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者以般若波羅蜜成就故明何義
모든 보살마하살은 반야로써 함이 있는 법을 자세히 살피기 때문이다. 이는 또 무슨 뜻인가? 보살이 모든 함이 있는 행을 자세히 살펴 사람이 없고 중생이 없고 주장이 없고 자재함이 없어서 갈마들며 다 같이 서로가 의지하여 더욱 자라면서 힘을 지녀 본래의 업에 의하여 온갖 업을 지음은, 마치 요술하는 사람이 요술로 사람을 만들어서 가고 오고 뛰고 머뭇거리며 갖가지로 재주를 부려도 고달픔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015_0121_c_05L以諸菩薩摩訶薩般若觀察有爲法故此復何義菩薩觀察諸有爲行無人無衆生無主無自在迭共相因增長有力依於本業造一切業猶如幻師所作幻人往來跳躑種種技術無疲惓者是故名爲以心不疲惓故
또 ‘마음이 고달프지 않다’ 함은 중생이라는 고집[衆生相]을 여의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015_0121_c_11L又心不疲惓者以離衆生相故此明何義
함이 있음의 변천하는 모든 법[諸行]은 모두가 진실함이 없어서 오직 갖가지 모든 업의 부림과 행과 다른 힘만이 있어서 서로가 의지하기 때문에 함이 있음의 변천하는 모든 법을 성취한다. 그 때문에 보살은, 함이 있는 법은 진실로 신아(神我)가 없는 줄 알고서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수행하는 것을 따라 모두 비리야바라밀(毘梨耶波羅蜜)6)을 더욱 자라게 하고 이룩함으로써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다.
015_0121_c_12L有爲諸行一切無實唯有種種諸業使行他力相依故能成就有爲諸行是故菩薩知有爲法實無神我而不依他智隨所修行皆以毘離耶波羅蜜增長成辦速疾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
모든 보살마하살이 살바야(薩婆若)를 구함으로써 원인이 없음과 원인이 뒤바뀜을 멀리 여의고 바른 인과를 따르는 것을 나타내 보이나니, 그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015_0121_c_17L以諸菩薩摩訶薩求薩婆若示現遠離無因顚倒因隨順正因果是故如來說此修多羅
【문】또, 어떠한 이치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는가?
015_0121_c_19L問曰復以何義如來說此修多羅
【답】부정취(不定聚)에 의한 보살이 정정취(正定聚)를 구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행을 성취하는가? 정정취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니, 그 보살의 정정취에 들어가서 바른 인연의 행 닦는 것을 나타내 보인다. 그 때문에 여래께서는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이 뜻은 어떠한 것인가?
015_0121_c_20L依不定聚菩薩求定聚故成就何等行得入正定聚示現彼菩薩入正定聚修正因行是故如來說此修多此義云何
015_0122_a_01L보살로서 아직 초지의 바른 지위를 증득하지 못하면, 비록 한량없는 겁 동안 선한 뿌리를 익히고 모은다 하더라도 물러나지 않는 지위[不退轉位]를 얻을 수가 없고 마침내 두려움 없는 곳을 얻지 못하고 마음이 편안하거나 고요하지 못하여 항상 세간의 괴로움에 핍박을 당하고,
015_0122_a_01L菩薩未證初地正位無量劫修集善根而未能得不退轉未得畢竟無怖畏處心未安隱爲世閒苦惱所逼
보리심의 근본이 되는 사랑함과 가엾이 여김의 마음의 힘을 얻지 못하고 뛰어난 힘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세간 길의 지혜로써 열두 가지 인연을 살피고 사실대로 함이 있는 변천을 살피어 세간의 길에 의지하므로, 고요한 법계를 자세히 살피고 큰 열반을 구하면서도 방편의 지혜[方便智]가 없으므로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에 떨어진다.
015_0122_a_04L未得菩提心根本慈悲心力未得增上力故以世閒道智觀察十二因緣如實觀有爲行依世閒道觀寂靜法界求大涅槃無方便智故墮聲聞辟支佛地
만약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에 떨어지면 세 가지의 놓침이 있다. 무엇이 세 가지의 놓침인가? 첫째 온갖 대승의 선한 뿌리 종자를 놓침이며, 둘째 일체 중생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의 원인을 놓침이며, 셋째 살바야의 지혜를 놓치는 것이다.
015_0122_a_08L若墮聲辟支佛地有三種失何等爲三退失一切大乘善根種子二者退失能與一切衆生樂因三者退失薩婆若智
이런 이치 때문에 여래께서는 경전에서 말씀하셨다.
“가섭(迦葉)아, 마치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이 비록 가짜 유리의 구슬을 닦고 깎는다 하더라도 그 가짜 구슬은 끝내 진짜 유리 보배로 만들 수가 없는 것처럼, 그와 같으니라. 가섭아, 모든 성문들이 계율ㆍ선정ㆍ지혜와 두타(頭陀)7) 등의 온갖 공덕을 닦는다 하더라도 끝내 도량에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없느니라.
015_0122_a_12L以是義故如來經中說言譬如一切世閒天人雖復修治僞琉璃珠而彼僞珠終不能作眞琉璃如是迦葉一切聲聞修戒定慧頭陁等一切功德終不能得坐於道場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
가섭아, 마치 큰 비유리(毘琉璃)8)를 닦고 깎으면 뜻대로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값진 보배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그와 같으니라. 가섭아, 보살의 행을 닦으면 그 때문에 온갖 성문과 벽지불 등이며 사람과 하늘을 출생시킬 수 있느니라.”
015_0122_a_17L迦葉如修治大毘琉璃隨意能得無量百千萬億珍寶如是迦葉修菩薩行故能出生一切聲聞辟支佛等及以人
015_0122_b_01L이런 이치에 의하기 때문에 여래께서는『보적경(寶積經)』에서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네 가지의 그릇된 선지식이 있나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 성문승을 구하는 사람으로서 자기만 제도되려고 하는 이이며, 둘째 연각승을 구하는 사람으로서 조그마한 일을 기뻐하고 즐기는 이이며, 셋째 외도의 경전인 로가야(路伽耶)9) 등을 읽는 이이며, 넷째 온갖 글과 말의 수식을 익히고 배우는 이이다. 여기에 있는 이 네 가지를 가까이 하면 세간의 이익만이 불어나고 법의 이익은 불어나지 않느니라.”
015_0122_a_21L依此義故如來『寶積經』中說菩薩有四種非善知識何等爲四一者聲聞人但欲自度二者求緣覺人喜樂小事三者讀外經典路伽耶等習學一切文辭嚴飾所有親近此四種者但增世利不增法利
또, 어떤 경 중에서 대덕 가섭이 문수사리(文殊師利)에게 말하였다.
“어떤 5역(逆)을 범한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모든 공덕을 닦으면 큰 보리를 증득할 수 있지만 아라한은 그러할 수 없습니다. 마치 감관이 부서진 사람은 다섯 가지 욕심의 경계에 능히 하는 것이 없고 더욱 더하게 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015_0122_b_03L復有經中大德迦葉白文殊師利五逆人能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修諸功德證大菩提而羅漢不能譬如根敗之人於五欲境界無所能無所增益
그와 같이 성문과 벽지불승의 사람은 모든 번뇌를 여의고서 온갖 부처님의 법에 능히 하는 것이 없고 더욱 더하게 하는 것이 없으며 이와 같이 부처님의 법을 자세히 살피는 힘이 없습니다.
015_0122_b_08L如是聲聞辟支佛人離諸結使於一切佛法無所能爲無所增益無如是觀察佛法力
그러므로 문수사리여, 모든 범부로서는 여래의 은혜를 갚겠지만 성문은 갚지 못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범부인 사람은 부처님의 공덕을 듣고 3보(寶)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있지만 성문승의 사람은 비록 죽을 때까지 모든 부처님 법의 열 가지 힘[十力]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畏]을 듣는다 하더라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015_0122_b_10L是故文殊師利一切凡夫報如來恩非聲聞也何以故凡夫之人聞佛功德爲不斷絕三寶種故能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聲聞之人雖復終身聞諸佛法十力四無畏等而不能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또,『반야바라밀경(般若波羅蜜經)』에서 말씀하셨다.
“천자들아,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않았으면 그 사람은 큰 보리심을 내어야 하느니라. 이미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에 들었으면 다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없느니라.
015_0122_b_16L又『般若波羅蜜經』中說諸天子未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彼人應發大菩提心已入聲聞辟支佛位不能復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무슨 까닭인가? 온갖 성문과 벽지불 등은 나고 죽음의 흐름을 끊었으므로 자주 세간에 받아날 수가 없기 때문이니라.”
015_0122_b_20L何以故一切聲聞支佛等斷生死流不能數數受生世
015_0122_c_01L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모든 보살마하살은 초지 중에서 진리[實諦]를 보았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그 인연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깊은 마음을 껴잡아 얻었다.
015_0122_b_22L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諸菩薩摩訶薩於初地中見實諦故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不失因故攝得深心
반야바라밀로써 사실대로 껴잡아서 계행 등을 닦았으므로 몸과 목숨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중생을 이롭게 하기만 하나니, 수행하는 그때의 이름을 물러나지 않는 보살[不退轉菩薩]이라고 한다.
015_0122_c_02L以般若波羅蜜如實攝取修戒行等不著身命唯爲利益衆生修行彼時名爲不退轉菩薩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10지 수다라 중에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이와 같은 마음을 내면 즉시 범부의 자리를 뛰어넘어 보살의 지위에 들어간다. 부처님의 집[佛家]에 태어나 있으면서 성바지가 높고 귀하며, 헐뜯고 싫어할 수 없이 온갖 세간의 길을 뛰어넘어 보살의 법 중에 잘 머무른다. 보살의 바른 처소에 잘 머물러서 3세에 평등한 진여(眞如)의 법 중에 들어가며, 여래의 종자 중에서 반드시 마지막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마치리라.”
015_0122_c_04L應知故如來十地修多羅中說菩薩生如是心卽時過凡夫地入菩薩位生在佛家種姓尊貴無可譏嫌過一切世閒道善住菩薩法中善住菩薩正處入三世平等眞如法中如來種中畢定究竟阿耨多羅三藐三菩提
보살로서 이러한 법에 머무르면 보살의 환희지(歡喜地)에 머무른다고 하며, 움직이지 않는 법이기 때문에 다섯 가지 두려움[五怖畏]을 뛰어넘는다. 이른바 살지 못하리라는 두려움[不活畏], 나쁜 이름의 두려움[惡名畏], 죽음의 두려움[死畏], 나쁜 길에 떨어지는 두려움[墮惡道畏], 대중의 위덕에 대한 두려움[大衆威德畏]이니, 그는 모두 멀리 여의게 된다. 무슨 까닭인가? 이 보살들은 나[我] 따위의 고집[相]을 떠났기 때문이다.
015_0122_c_10L菩薩住如是法名住菩薩歡喜地以不動法故過五怖畏所謂不活畏惡名畏死畏墮惡道畏大衆威德畏彼皆遠何以故是諸菩薩離我等相故
범부의 자리를 초월한 이로서 그 초월하는 것에 아홉 가지가 있나니, 알아야 한다.
보살의 지위에 들어간 이는 지위가 뛰어났나니, 처음 세간을 벗어나려는 마음을 이룸이 마치 처음 태 안에 머무르는 것과 같아서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015_0122_c_14L凡夫地者彼過有九種應知入菩薩位者位過初成出世閒心如始住胎相似法故
부처님의 집에 태어나 있는 이는 집이 뛰어났나니, 방편반야(方便般若)에 의함으로써 집에 태어나서 사는 것과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성바지가 높고 귀하여 헐뜯을 수 없는 이는 성바지가 뛰어났나니, 대승의 행으로써 아들을 낳는 것과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015_0122_c_17L生在佛家者家過以依方便般若生家生相似法故種姓尊貴無可譏嫌者種姓過以大乘行生相似法故
온갖 세간의 길을 뛰어난 이는 나오는 것이 뛰어났나니, 세간의 길로써는 껴잡을 수 없어서 길을 나와서 사는 것과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세간을 벗어나는 길에 들어간 이는 들어가는 것이 뛰어났나니, 세간을 벗어나는 길로써 껴잡아 길에 들어가서 사는 것과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015_0122_c_20L過一切世閒道者出過世閒道不能攝取出道生相似法故入出世閒道者入過以出世閒道攝取入道生相似法故
015_0123_a_01L보살의 법 중에 잘 머무른 이는 몸이 뛰어났나니, 크게 가엾이 여기는 것으로써 바탕을 삼아 남의 일을 하면서도 곧 자기의 일이라 여기어 제 몸과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보살의 바른 처소에 잘 머무른 이는 처소가 뛰어났나니, 세간의 방편을 버리지 않고 좋고 교묘한 솜씨에 물들지 않으며 바르게 살 데에 머무는 것과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015_0122_c_23L善住菩薩法中身過以大悲爲體於作他事卽是己事自身體相似法故善住菩薩正處者處過不捨世閒方便不染善巧正住生住處相似法故
3세의 평등한 진여의 법 중에 들어간 이는 업(業)이 뛰어났나니, 공(空)과 거룩한 지혜[聖智]를 따르면서 사는 것과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여래의 종자 중에 반드시 마지막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마치는 이는 마지막이 뛰어났나니, 부처님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고 마지막 열반의 도가 성취하는 것과 서로 비슷한 법이기 때문이다.
015_0123_a_04L入三世平等眞如法中者業過順空聖智生命相似法故如來種中決定究竟阿耨多羅三藐三菩提者畢竟過佛種不斷究竟涅槃道成就相似法故
이와 같이 범부로 태어나고 보살로 태어날 적의 태 안에 드는 것이 같지 아니함을 보였나니, 물듦이 있고 물듦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다면 차례로 집이 서로 비슷하지 않고 성바지가 서로 비슷하지 않고 나감이 서로 비슷하지 않고, 들어감이 서로 비슷하지 않고, 몸이 서로 비슷하지 않고, 처소가 서로 비슷하지 않고, 생업(生業)이 서로 비슷하지 않고, 성취(成就)가 서로 비슷하지 않다. 이와 같은 것은 존자(尊者) 바수반두[婆藪槃豆]가 ‘마지막에 성취되는 마음’이라고 말하였으며, 그 밖의 논사(論師)는 다시 법 해석이 다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3_a_08L如是示現凡夫生菩薩生入胎不相似以有染無染故如是次第家不相似種姓不相似出不相似入不相似身不相處不相似生業不相似成就不相如是尊者婆藪槃豆說畢竟成就有餘論師更異法釋偈言

보살마하살은
어떠한 마음을 내게 됨으로써
세간이 허망한 것인 줄로 보는가?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처음 마음[初心]이라 하셨다.
015_0123_a_14L菩薩摩訶薩
以生何等心
見世閒虛妄
佛說彼初心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세간이 허망한 것인 줄로 본다’ 함은 온갖 세간은 오직 인연만으로써 나고 참 모습이 없다는 것이다. 존자 용수(龍樹)보살이 게송으로 말한 것과 같다.
015_0123_a_16L此明何義見世閒虛妄者以一切世閒唯因緣生無有實體如尊者龍樹菩薩偈言

인연이 화합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그 법이야말로 참 모습이 없으며
만약 참 모습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법이 있다고 하리오.
015_0123_a_19L因緣和合生
彼法無實體
若無實體者
云何名有法
015_0123_b_01L
거룩한 이 무진의보살(無盡意菩薩)마하살이『무진경(無盡經)』에서 말하였다.
“인연을 자세히 살피는 방편지(方便智)로써 온갖 법은 인(因)에 의지하고 연(緣)에 의지하여 화합하면서 생기는 줄 알며, 만약 온갖 법이 인에 의지하고 연에 의지하여 화합하면서 생긴다면 그 법에는 나[我]와 사람과 중생과 수명에 의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나가 아니고 사람과 수명이 아니라면 그 법은 과거ㆍ현재ㆍ미래라 함을 헤아릴 수 없으리라.”
015_0123_a_21L聖者無盡意菩薩摩訶薩無盡經中觀察因緣方便智知一切法依因依緣和合而生若一切法依因依緣依和合生彼法不依我衆生壽命若法非我非人壽命彼法不可數爲過去現在未來
보살이 만약에 이와 같이 자세히 살필 수 있으면, 이를 보살마하살로서 인연이 화합함을 자세히 살피는 방편지라고 한다.
‘나에 의하지 않는다’ 함의 이 뜻은 무엇인가? 갖가지 인연의 법에 의지하여 나고, 나에 의하여 나지 않나니, 실제로 나라는 바탕이 없기 때문이다.
015_0123_b_04L菩薩若能如是觀察是名菩薩摩訶薩觀察因緣和合方便智不依我者此義云何以依種種因緣法生不依我生以無實我體故
마치 여러 가지가 반연되어 불이 생기고 불의 본바탕은 열이 있는 것이지만 열은 참 모습이 없고 인연이 화합함으로써 불과 열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그와 같아서 몸의 감관을 여의고서 바깥을 알거나 또 참 나[實我]가 있는 것이 아니니, 참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015_0123_b_07L如衆緣生火火體有熱熱無實體因緣和合名火有熱如是不離身根知外更有實我以無實體故
참 모습이 없다 함은 허공과 같다는 것인가, 함이 있음과 같다는 것인가? 만약 허공과 같다고 하면 곧 이는 물건이 없으며, 만약 함이 있음과 같다고 하면 곧 이는 무상하리라.
나와 사람ㆍ중생ㆍ수명 등이라 함은 중생을 교화할 수 있는 갖가지 이름들이니, ‘참 나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015_0123_b_10L無實體爲同虛空爲同有爲若同虛空是無物若同有爲卽是無常壽命等者爲可化衆生種種名說非有實我
또 경전에서 대해혜(大海慧)보살이 거룩한 이 대비사범(大悲思梵)을 위하여 온갖 부처님 법의 성취를 말하는 것과 같나니,「문답품(問答品)」중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015_0123_b_14L又如經中大海慧菩薩爲聖者大悲思梵說成就一切佛法問答品中偈言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는지라
그 법은 참 모습이 없는 것이며
법이 만약 참으로 모습 없다면
그 법은 실제로 난 것이 아니리라.
015_0123_b_16L諸法因緣生
彼法無實體
法若實無體
彼法實不生

보살은 중생들이 이와 같이
실제가 없는 줄 알 것이며
그 실제의 지혜에 의지하여
모든 법의 허망함과 진실임을 알지로다.
015_0123_b_18L菩薩知衆生
如是無實際
依彼實際智
知諸法虛實
015_0123_c_01L
이런 이치 때문에, 보살은 온갖 법은 인연이 화합하여 생기며 중생은 그 참 모습[實體]이 없는 줄 안다.
만약 이와 같다면, 온갖 세간의 마음과 의식은 모두 허망한 분별이며, 그 보살의 마음은 온갖 법의 실제에 평등하고 걸림이 없어서 지혜와 행은 곧 처음의 마음[初心]이다. 그러므로 처음에 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이라 한다. 그 때문에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3_b_19L以是義故菩薩知一切法因緣和合而生衆生無其實體若如是者一切世閒心識皆是虛妄分別彼菩薩心於一切法實際平等無㝵智行卽是初心是故名爲初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是故偈言

그가 범부 자리를 보지 아니함은
그 바탕이 공(空)한 까닭이리니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되
저 범부 자리를 뛰어넘는다 하셨다.
015_0123_c_02L彼不見凡地
以彼體空故
是故諸佛說
過彼凡夫地

성인의 법을 멀리 여의고
몸에 대한 소견 등에 물들고 집착하며
다섯 가지 욕심의 자량[資生]에 머문지라
그 때문에 범부인 사람이라 한다.
015_0123_c_04L遠離聖人法
染著身見等
住五欲資生
故名凡夫人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자리’라 함은 그곳에서 범부를 내는 것이므로 이를 ‘범부 자리’라 한다. 이는 바로 삼계 중에서 번뇌에 얽매인 곳이어서 번뇌에 의지하여 머물러서 나므로 이를 범부의 자리라 한다.
015_0123_c_05L此明何義地者彼處生凡人是名凡夫地此是三界中煩惱所縛處依止煩惱生是名凡夫地
그러므로 그는 처음 마음에서 삼계가 모두 공(空)한 것으로 보고 한 법의 형상도 일으키지 않으며, 그 한 법의 형상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온갖 처소에 낢을 원하지 않으며, 사랑함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다스려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언제나 고요한 법의 모습을 자세히 살피나니, 이런 이치 때문에 ‘그 보살은 범부의 자리를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3_c_08L是故彼初心見三界皆空不起一法相以其不起一法相故則不願樂一切處生除慈悲心爲欲教化諸衆生故而常觀察寂靜法體以是義故說彼菩薩過凡夫是故偈言

법의 모습이 없기 때문에 공하고
공하기 때문에 짓는 일이 없으며
온갖 형상을 여의기 때문에
지혜로운 이는 구하는 것이 없다.
015_0123_c_13L法體無故空
空故無所作
離一切相故
智者無所求

‘보살의 자리에 들어간다’ 함을 게송으로 말하겠다.

공을 곧 보리(菩提)라고 하나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되 번뇌의 병으로써
벽지불의 자리에 떨어지고
성문의 지위를 취득한다 하셨다.
015_0123_c_15L入菩薩位者偈言
卽空名菩提
佛說煩惱病
墮辟支佛地
及取聲聞位

‘공을 곧 보리라고 한다’ 함은 사실대로 중생이 허공인 것인 줄 깨달아 앎을 보리라고 하나니, 그 때문에 거룩한 분 무진의보살은 4념처(念處)에서 말하였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법을 닦고 살필 때에, 만약 온갖 법이 공, 형상 없음[無相], 소원 없음[無願], 행이 없음[無行], 남이 없음[無生], 일어남이 없음[無起]을 여의고 12인연을 여의었다고 보면 사실대로의 깨달음이라 말하지 못한다.
015_0123_c_18L卽空名菩提者如實覺知衆生虛空名爲菩提是故聖者無盡意菩薩四念處說諸菩薩摩訶薩修法觀時見一切法離空無相無願無行無生無起及離十二因緣者不名如實覺
015_0124_a_01L 만약 적은 법이라도 공, 형상 없음, 소원 없음, 행이 없음, 남이 없음, 일어남이 없음을 여의고 12인연을 여의었다고 보지 않으면, 보살로서 이와 같이 일체 중생은 그 참 모습이 없는 것으로 깨달아 안 것이다. 이를 사실대로의 깨달음이라 한다.”
015_0123_c_23L若不見少法離空無相無願無行無起及離十二因緣菩薩若能如是覺知一切衆生無其實體是名如實覺
그러므로 게송으로 말하기를 ‘곧 공(空)을 보리(菩提)라고 한다’고 하였다.
만약 초지 보살로서 일체 중생들이 공한 것인 줄 깨달아 알고서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을 버리고 성문과 벽지불의 지위를 취득한다면, 이것은 곧 초지 보살로서 다스려야 할 번뇌라고 하리라. 그 때문에 게송으로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되 번뇌의 병으로써 벽지불의 자리에 떨어지고 성문의 지위를 취득한다 하셨다’고 하였다.
또 다시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4_a_04L是故偈言卽空名菩提故若初地菩薩覺知一切諸衆生空棄捨利益一切衆生而取聲聞辟支佛位則名爲初地菩薩所治煩惱是故言佛說煩惱病墮辟支佛地及取聲聞位故又復偈言

공을 알고 두 가지 치우침[二邊]을 여의면
두 가지 물듦의 열반이 없으리니
열반의 물듦이 없음으로써
부처님께서는 보살의 자리라고 하셨다.
015_0124_a_09L知空離二邊
無二染涅槃
以無涅槃染
佛說菩薩位

‘공을 알고 두 가지 치우침을 여읜다’ 함의 이 뜻은 무엇인가? 여래께서 『법인경(法印經)』에서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다.
“‘차별이 없는 법이라 함은 곧 공임을 이르느니라.’
사리불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시는 공이라 함은, 이는 무엇을 말씀하시나이까?’
015_0124_a_11L知空離二邊者此義云何如『如來法印經』中說舍利弗言無差別法者名爲空舍利弗言世尊所言空者言何謂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말하고 있는 공이라 하는 것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만약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면 그는 표시할 수가 없는 것이며, 만약 표시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는 세간이 아니고 세간을 벗어난 것도 아니다. 세간이 아니고 세간을 벗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이라 말하느니라.’”
015_0124_a_15L佛告舍利弗所言空者非可非不可說若非可說非不可說不可表若不可表彼非世閒非出世以非世閒非出世閒故說名爲空
만약 이와 같이 공을 환히 알게 되면 두 가지 치우침을 여의었다고 하며, 보살이 만약 그 두 가지 치우침을 여의면 번뇌에 떨어지지도 않고 성문과 벽지불 등의 두 가지 열반을 취득하지도 않는다.
015_0124_a_18L若能如是了知空者名離二邊菩薩若離彼二邊者不墮煩惱不取聲聞辟支佛等二種涅槃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되 번뇌의 병으로써’라고 함은 다른 자리의 형상을 취득하기 때문이다. 다른 자리의 형상을 취득한다 함은 성문과 벽지불 등의 다른 자리의 형상을 취득한다는 것이며, 또한 중생을 이롭게 함을 버리는 것이라고도 한다.
015_0124_a_21L佛說煩惱病者取異地相故取異地相者謂取聲聞辟支佛等異地相故亦名棄捨利益衆生
015_0124_b_01L함이 없음[無爲]의 열반을 취득하기 때문이며, 또 부처님의 보리를 방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시 다른 뜻도 있다.
번뇌의 병이 없다 함은 번뇌의 병을 떠났기 때문이니, 그가 2승(乘)의 열반을 취득하지 않고 본래 서원한 힘에 의지하여 중생들 이롭게 함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와 같다면 2승의 병이 없고 번뇌의 병도 없으므로 사실대로 온갖 법의 공(空)을 닦고 행하리니, 이를 모든 보살마하살이 보살의 자리에 들어간다고 한다.
015_0124_b_01L以取無爲涅槃樂故又以妨於佛菩提故復有異義無煩惱病者煩惱病故以其不取二乘涅槃依本願力不捨利益諸衆生故若如是者無二乘病無煩惱病如實修行一切法空是名諸菩薩摩訶薩入菩薩位
온갖 번뇌를 멀리 여의고 온갖 다스릴 법[對治法]을 멀리 여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보살은 두 가지 행이 없고 본래 서원한 힘에 의지하여 중생들 이롭게 함을 버리지 않으며, 그 때문에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에 떨어지지 않고 세간의 번뇌에 물듦을 받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보살마하살 등의 가장 어려운 훌륭한 일이다.
015_0124_b_06L以能遠離一切煩惱遠離一切對治法故如是菩薩以無二行依本願力不捨利益諸衆生故不墮聲聞辟支佛地不爲世閒煩惱所染此是菩薩摩訶薩等最難勝事
비록 일체 중생들을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생을 위하여 모든 행을 닦고 행하므로, 이와 같은 일은 생각할 수도 없고 말로 할 수도 없으며 온갖 세간에서는 깨달아 알 수도 없고 제일의 있기 드문 일로서 온갖 성문과 벽지불 등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치 때문에, 용수보살마하살의『집보리공덕론(集菩提功德論)』에서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015_0124_b_11L以雖不見一切衆生而爲衆生修行諸行如是之事不可思議一切世閒不能覺知第一希有一切聲聞辟支佛等所不能見以此義故龍樹菩薩摩訶薩『集菩提功德論』中說偈言

이는 으뜸가고 있기 드문 일로서
첫째이며 불가사의하나니
보살은 그들을 위해 모든 행을 행하나
중생들을 보지 아니하느니라.
015_0124_b_16L此最希有事
第一不思議
菩薩爲行行
而不見衆生

여래께서도 모든 보살마하살을 찬탄하기 위하여 사실대로 있기 드문 공덕을 말씀하셨나니, 경전 중의 말씀과 같다.
“보살마하살에게 네 가지 진실한 공덕이 있나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015_0124_b_18L如來亦說爲欲讚歎諸菩薩摩訶薩如實希有功德如經中說菩薩摩訶薩有四種眞實功德
015_0124_c_01L 첫째 공(空)을 믿고 알 수 있으며 또한 인과도 믿음이며, 둘째 온갖 법에는 나[我]가 없음을 알고서 중생들에게 사랑함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킴이며, 셋째 깊이 열반을 즐기면서 나고 죽음에 노닒이며, 넷째 짓는 것과 하는 일이 모두 중생을 위한 것이지만 과보를 구하지 않는 것이니라.”
만약 이와 같은 이면, 곧 부처님 집에 태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4_b_21L何等爲四一者能信解空亦信因果二者知一切法無有吾我而於衆生起大悲心三者深樂涅槃而遊生死四者所作施行皆爲衆生不求果報若如是者卽生在佛家是故偈言

보살마하살은
모든 번뇌를 여읨으로써
곧 보살의 지위를 증득하나니
그러므로 부처님의 집에 태어난다.
015_0124_c_03L菩薩摩訶薩
以離諸煩惱
則證菩薩位
是故生佛家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또 ‘부처님의 집’이라 함은 어떠한 법을 행하면 여래의 집에 태어나게 되는가? 번뇌를 여의기 때문이며, 공의 행을 알기 때문이며, 스스로의 지위를 알기 때문이며, 또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을 짓기 때문이며, 행을 헷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법을 얻으면 보살마하살로서 부처님 집에 태어나게 된다고 한다.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4_c_05L此明何義又佛家者行何等法生如來家謂離煩惱故解空行故知自位又作利益衆生行故不迷失行故得如是法名爲菩薩摩訶薩生在佛此明何義偈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여래의 집이란
방편반야(方便般若)를 말하는 것으로서
보살은 이 집에 태어나게 되나니
그러므로 싫어할 수 없다.
015_0124_c_10L佛說如來家
謂方便般若
菩薩生是家
是故不可嫌

이 뜻은 무엇인가? 방편이라 함은, 간략히 말해서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반야라 함은, 이른바 온갖 법을 취득하지 않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법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집이다.
015_0124_c_12L此義云何言方便者略說不捨一切衆生言般若者所謂不取一切諸法此二種法是諸佛家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방편과 반야에 의하여 나고 방편과 반야의 두 가지 법에 포섭되기 때문에, 보살마하살은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세간에 태어나 있으면서도 진실로 번뇌의 업에 의하여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015_0124_c_15L是故菩薩摩訶薩依方便般若生以爲方便般若二法之所攝故菩薩摩訶薩爲欲利益一切衆生生在世閒而實不依煩惱業生
만약 그와 같다면, 보살마하살은 헐뜯거나 싫어할 수 없으며 온갖 하늘 등의 꾸짖을 수 있는 법은 모두 다 멀리 여의었으므로 부처님의 훌륭한 집에 태어난다.
이런 이치 때문에, 성바지가 높고 귀하여서 헐뜯거나 싫어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여래의 수다라에서 바라문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5_0124_c_19L若如是者菩薩摩訶薩不可譏一切天等可呵之法皆悉遠離佛勝家以是義故種姓尊貴不可譏是故如來修多羅中爲婆羅門而說偈言
015_0125_a_01L
하늘과 사람과 건달바와
용과 야차며 날짐승들의
이와 같은 따위의 모든 업은
모두 다 이미 다하여 없어졌다.
015_0124_c_23L天人乾闥婆
龍夜叉衆鳥
如是等諸業
皆悉已滅盡

그 번뇌가 흩어지고 다하여 없음은
마치 연꽃이 물들지 않음 같나니
만약 이런 줄을 알 수 있다면
욕심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으리라.
015_0125_a_02L彼漏散滅盡
如蓮華不染
若能如是知
不染著諸欲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을 참된 부처님의 제자라고 하며, 하늘 따위거나 외도의 제자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5_a_03L如是菩薩摩訶薩是名眞佛子非天等異子是故偈言

보살이 실제(實際)를 알고
그리고 바라밀(波羅蜜)을 닦으며
샘[漏]이 없는 길을 얻음으로써
그 때문에 세간을 넘어 벗어나게 된다.
015_0125_a_05L菩薩知實際
及修波羅蜜
以得無漏道
故出過世閒

‘보살이 실제를 안다’ 함은 이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 온갖 법은 모두 다 고요함을 밝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여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5_0125_a_07L菩薩知實際者此明何義明一切法皆悉寂靜是故如來而說偈言

온갖 법은 바탕이 없고
진실로 모든 일이 없음으로써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실제라고 이름할 수 있느니라.
015_0125_a_09L一切法無體
以實無諸事
不生不滅故
得名爲實際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은 온갖 법에 바탕이 없어서 참된 실제임을 아나니, 반야바라밀로써 끊는 길의 행을 알고, 다섯 가지 바라밀로써 방편과 공덕의 길을 안다.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이 공덕과 지혜로써 부처님의 보리를 이룰 수가 있고 모든 번뇌를 다할 수가 있고 중생들을 이롭게 할 수 있다.
015_0125_a_11L如是般若波羅蜜知一切諸法無體眞實際以般若波羅蜜知斷道行波羅蜜知方便功德道如是菩薩摩訶薩以此功德智慧能成佛菩提盡諸煩惱能利益衆生
또, 모든 바라밀을 닦고 그대로의 실제를 알기도 한다. 어떻게 아는가? 보시한 이와 받는 이와 재물의 세 가지 법을 보지 않기 때문에 깨끗한 모든 바라밀을 닦고 행하며, 보살이 이와 같이 실제를 닦고 행하므로 샘이 없으며, 샘이 없기 때문에 온갖 세간의 길을 뛰어넘어 벗어난다. 그러므로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5_a_16L又修諸波羅蜜亦知如實際云何知不見施者財物三種法故修行淸淨諸波羅菩薩如是修行實際是故無漏無漏故出過一切諸世閒道是故偈言

분별과 세간의 행이며
번뇌의 빽빽한 숲 속에서
세간의 지위를 잡아서 냄이
바로 세간을 벗어나는 길에 들어감이다.
015_0125_a_20L分別世閒行
煩惱稠林中
取出世閒位
是入出世道
015_0125_b_01L
‘분별과 세간의 행’이라 함은 간락하게 두 가지 분별이 있다. 첫째는 실제대로 분별함[實分別]이니, ‘빛깔은 바로 볼 수 있는 형상이다’라고 하는 이와 같은 따위이며, 둘째는 더 낫게 분별함[勝分別]이니, 곧 ‘그 빛깔 중에는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희다’고 하는 따위이다.
015_0125_a_22L分別世閒行者略有二種分別一者實分別謂色是可見相如是等二者勝分別卽彼色中靑黃赤白等
‘세간’이라 함은, 곧 다섯 가지 쌓임[五陰]이다.
‘번뇌의 빽빽한 숲’이라 함은 깊고 험하고 검고 캄캄하고 두렵고 무서울 만한 데로서 자세히 살펴볼 수도 없고 보기가 어렵고 알기가 어려운 데다.
015_0125_b_02L世閒卽五陰煩惱稠林者深嶮黑闇恐怖可畏不可觀察難見難知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자체로 분별하고 더 낫게 분별하고 다섯 가지 쌓임으로 분별함을 자세히 살피되, 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일 중에서 집착하지 않고 생각하기를 ‘나는 어떻게 중생들에게 알게 하여야 할까?’ 라고 한다. 그러므로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5_b_04L如是菩薩摩訶薩觀察自體分別勝分別陰分別如向所說事中不著作是思我當云何令衆生解是故偈言

사실대로 온갖 법을 알되
실제로 더 낫게 쌓임으로 하나다 둘이다 라고 알며
중생들의 일을 보지 않으면서
어떻게 중생들을 교화할까 한다.
015_0125_b_07L如實知諸法
實勝陰一二
不見衆生事
云何化衆生

보살마하살은
샘이 없는 지혜[無漏智]를 닦고 행하며
그리고 공덕의 행으로써
세간을 벗어나는 길에 나아간다.
015_0125_b_09L菩薩摩訶薩
修行無漏智
及以功德行
趣於出世道

그 때문에 보살은 세간을 벗어나는 길에 들게 된다.
【문】어떻게 보살의 법 중에 잘 머무르는가?
【답】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5_b_10L是故菩薩入出世閒道問曰云何善住菩薩法中答曰偈言

보살의 모든 자리에 들어가
이미 그 법 중에 편안히 머물러
신통과 자재함에 의지하여서
일체 중생들을 교화하느니라.
015_0125_b_12L入菩薩諸地
安住己法中
依通及自在
化一切衆生

‘보살의 모든 자리에 들어간다’ 함은 아래 경전에서의 말씀과 같이, 지(地)에서 지로 옮기어 가는 것을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일체 중생들을 교화한다’ 함은 아래 경전에서의 말씀과 같이, 백 가지 삼매[三昧]를 얻고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에 이르기까지 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015_0125_b_14L入菩薩諸地者如下經言善知地地轉行故化一切衆生者如下經言百三昧乃至無量百千萬億那由他劫不可數知故
‘자재함을 얻는다’ 함은 말대로의 갖가지 공덕을 어떠한 때에 어떠한 법으로 어떠한 자재함을 어떻게 성취하며 어떠한 행에 종사하느냐 하는 것이다. 모든 자재함을 얻으면 온갖 부처님 법의 종자와 이치에 물러나지 않으며, 온갖 부처님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보살의 법 중에 잘 머무른다고 한다.
015_0125_b_18L得自在者如說種種功德何等時何等法何等自在何等成就事何等行得諸自在不退一切佛法種子義成就一切佛法故言善住菩薩法中
015_0125_c_01L【문】어떻게 보살의 바른 처소에 잘 머무르는가?
【답】게송으로 말하겠다.

한때에 모든 부처님의 곁에서
듣고 지니고 생각하고 닦고 말하며
행하고 알며 뜻이 성취하고
바르게 깨달으며 공양하는 따위이니
015_0125_b_22L問曰云何善住菩薩正答曰偈言
一時諸佛邊
聞持思修說
行解義成就
正覺供養等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법을 닦고 행하면
이를 보살의 바른 처소 중에서
편안히 머무른다고 한다.
015_0125_c_02L菩薩摩訶薩
修行如是法
是名爲安住
菩薩正處中

그 때문에 경전에서 ‘보살의 바른 처소에 잘 머무른다’고 하셨다.
【문】어떻게 3세의 평등한 진여의 법 중에 들어가는가?
015_0125_c_03L是故經言善住菩薩正處問曰云何入三世平等眞如法中

【답】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알고
부처님과 보살의 행을 알며
부처님과 3세가 공(空)한 줄 알면
이것을 뜻으로 잘 들었다[入] 하리라.
015_0125_c_05L答曰偈言
知諸佛菩提
及佛菩薩行
知佛三世空
是名善意入

이 뜻은 무엇인가? 일체 3세 부처님들의 법신(法身)이 평등함을 안다는 것이다. 또 다시, 모든 부처님들은 육신[色身]에 의지하여 알 수 있기 때문에 온갖 부처님과 보살의 행을 닦고 행하며, 온갖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법은 다 인연으로부터 화합하여 생기고 그 참 모습이 없다 함을 아는 것이다.
015_0125_c_07L此義云何謂知一切三世諸佛法身平等又復能知一切諸佛依色身故修行一切佛菩薩行及知一切過去未來現在諸法皆從因緣和合而生無其實體
‘뜻으로 잘 들었다’ 함은 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3세의 모든 법은 평등하여 둘이 없으므로, 사실대로 한 맛[一味]이며 똑같은 맛인 줄 알면 무너뜨리지 않고 들게 된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말씀하시기를 “3세의 평등한 진여의 법 중에 드느니라”고 하셨다.
015_0125_c_12L善意入者如向所說三世諸法平等無二如實而知一味等味不破壞入是故經言入三世平等眞如法中
【문】어떻게 여래의 종자 중에서 마지막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끝내 마치는가?
【답】게송으로 말하겠다.

보살이 번뇌를 깨끗이 하고
중생의 마음을 깨끗이 하며
큰 자비를 완전히 갖추면
끝내 보리를 이루어 마치리라.
015_0125_c_15L問曰云何如來種中畢定究竟阿耨多羅三藐三菩提答曰偈言
菩薩淨煩惱
及淨衆生心
具足大慈悲
畢定成菩提

‘보살이 번뇌를 깨끗이 한다’ 함의 이 뜻은 무엇인가? 초지에서 다스려야 할 몸에 대한 소견 등의 번뇌는 견도(見道)할 때에 그 안에서 모두 다 멀리 여의기 때문에 그 견도하는 가운데서 번뇌를 멀리 여읜다. 이 앞에서 말한 온갖 법이 3세에 평등함과 여실(如實)을 말하는 데서 말한 것과 같다.
015_0125_c_18L菩薩淨煩惱者此義云何以初地所治身見等煩惱於見道時中皆悉遠離故彼見道中遠離煩惱如向所說見一切法三世平等如實中說
‘중생의 마음을 깨끗이 한다’ 함은 아래 경전에서의 말씀인 ‘찰나 동안에 백 중생을 교화하며, 또 서원의 힘으로써 자재하고 훌륭하다’ 함에 이르기까지의, 이와 같은 등이다.
015_0125_c_22L及淨衆生心者如下經言於一念頃教化百衆生乃至若以願力自在勝上是等
015_0126_a_01L교화하는 힘에 의하여 모든 번뇌를 깨끗이 하기 때문이며 얻기 때문이니, 아래의 경전에서 말씀하되 “그러므로 나는 먼저 선법에 머물러야 하며,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법에 머무르게 하여야겠다”고 하였다. 무슨 까닭인가? 만약 사람이 스스로가 선함을 행하지 않고 선한 행을 갖추지 않으면서 다른 이를 위하여 법을 말하며 선법에 머무르게 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는 이치가 없기 때문이다.
015_0126_a_02L依教化力淸淨諸煩惱故得下經言是故我當先住善法亦令他人住於善法何以故若人自不行善不具善行爲他說法令住善法無有是處
크게 사랑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얻었기 때문에, 그러므로 위의 경전에서 말씀하되 ‘이 마음은 크게 가엾이 여기는 것으로써 우두머리를 삼는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보살은 스스로가 번뇌를 깨끗이 하고 중생의 마음을 깨끗이 하며 큰 자비를 갖추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고 하며 반드시 큰 보리에 나아가기 때문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6_a_06L以得大慈大悲心故是故上經是心以大悲爲首是故菩薩自淨煩惱淨衆生心具大慈悲名爲畢竟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以畢定進趣大菩提故偈言

부처님의 제자 금강장(金剛藏)께서
열 가지 법의 처음 마음을 말했나니
바로 부처님의 보리라 이름하며
마침내 부처님 도를 이루기 때문이다.
015_0126_a_10L佛子金剛藏
說十法初心
卽名佛菩提
畢成佛道故

이 뜻은 무엇인가? 거룩한 금강장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은 보살 초지의 샘이 없는 보리심이다”라고 말하였나니, 곧 이 열 가지 마음은 부처님의 보리라고 이름하기 때문에 마지막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한다.
또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6_a_12L此義云何以聖者金剛藏菩薩摩訶薩說此十種法爲菩薩初地無漏菩提心卽此十種心名爲佛菩提故言畢竟阿耨多羅三藐三菩提又偈言

비유하면 마치 좋은 종자가
줄기와 잎 따위를 낼 수 있는 것처럼
그와 같아서 보리심은
모든 부처님의 법과 다르지 않다.
015_0126_a_16L譬如好種子
能生莖葉等
如是菩提心
不異諸佛法

이 뜻은 무엇인가? 처음 증득한 법의 마음이 온갖 부처님 법에서 종자가 되며, 초지의 법이 온갖 부처님의 법에게 원인[因]이 되기 때문이다. 또 게송으로 말하겠다.
015_0126_a_18L此義云何以初證法心於一切佛法以爲種子以初地法與一切佛法以爲因故又偈言

초지의 마음이 더욱 자라남을
부처님께서는 모든 지(地)가 된다고 하셨으며
최묘승(最妙勝)보살은
초승달로써 비유를 삼았다.
015_0126_a_21L初地心增長
佛說爲諸地
最妙勝菩薩
說初月爲喩
015_0126_b_01L
이는 무슨 뜻을 설명하는 것인가?『문수사리문보리경(文殊師利問菩提經)』에서 게송으로 말씀한 것과 같다.
015_0126_a_23L此明何義如『文殊師利問菩提經』中說偈言

비유하면 마치 초승달이
더욱 자라서 곧 만월이 된 것처럼
그와 같아서 환희지(歡喜地)가
더욱 자라서 곧 부처님이 된다.
015_0126_b_02L譬如月初生
增長卽滿月
如是歡喜地
增長卽是佛

이와 같은 열 가지 구절의 이치에 다른 논사들은 해석이 다른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부정취 보살에게 정정취를 구하게 하기 위하여 이 수다라를 말씀하셨다.
015_0126_b_04L如是十句義餘論師異釋應知是故如來爲不定聚菩薩求定聚故說此修多羅
彌勒菩薩所問經論卷第一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범어 bhagavat의 음역으로 세존(世尊)이라 의역한다.
  2. 2)범어 rāja-gṛha의 의역으로 중인도 마가다국의 수도이다.
  3. 3)‘기사굴’은 범어 gṛdhrakūṭa의 음역이며 ‘산’은 범어 parvata의 의역이다. 취봉산(鷲峰山)이라 하며 중인도 마가다국의 수도 왕사성의 동북쪽에 있다.
  4. 4)범어 sūtra의 음역으로 경(經)을 말한다.
  5. 5)범어 sarva-jña의 음역으로 일체지(一切智)를 의미한다.
  6. 6)범어 vīrya-pāramita의 음역으로 정진바라밀을 의미한다.
  7. 7)범어 dhūta의 음역으로 의식주의 탐욕을 없애는 수행으로 통상적으로 12가지가 있다.
  8. 8)범어 vaiḍūrya의 음역으로 청색의 보석이다.
  9. 9)범어 lokāyata의 음역으로 순세외도(順世外道)를 말한다. 여기서는 순세외도의 경론을 읽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