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791_a_01L오모자경(五母子經)


오(吳) 월지국(月氏國) 지겸(支謙) 한역
김철수 번역


옛날에 어떤 아라한(阿羅漢)이 산속에서 도업(道業)을 받들어 행하고 있었다. 한편 한 어린 소년이 있었는데 그의 나이가 일곱 살에 이르자 도법(道法)을 매우 좋아하여 어머니를 떠나 출가하여 사미(沙彌)가 되기를 구하였다. 그리하여 그 어린 소년은 대사문(大沙門)을 따라 산 속에서 도(道)를 배우면서 스승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제공하였고, 경을 외우고 도를 수행할 때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의 나이 여덟 살에 이르렀을 때, 그는 혜안(慧眼)을 얻어 꿰뚫어 보는 것이 끝이 없었으며, 귀는 천상천하에서 행해지는 선과 악을 관통하여 들을 수 있어 모든 것을 듣고 그것에 관해 알았으며, 몸은 날아다닐 수 있어 어느 곳에나 이를 수 있었고, 한 몸을 분신(分身)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등 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스스로 숙세의 일[宿命]을 알아 어느 곳으로부터 와서 태어나게 되었는지를 알았고, 사람들이나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는 벌레 같은 부류가 겪어 온 선과 악의 길에 관하여 모든 것을 다 알았다. 그는 선세(先世)의 숙명(宿命)이 다섯 어머니의 자식이 되었던 시절에 관해서도 알게 되어 앉은 채로 혼자 미소 지었다.
그의 스승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웃느냐?”
사미(沙彌)가 답하였다.
“웃지 않았습니다.”
스승이 말하였다.
“이 산 속에는 노래 부를 일도 없고,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출 일도 없는데 그렇다면 너는 나를 비웃은 것이냐?”
사미가 답하였다.
“감히 스승님을 비웃을 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저 혼자 웃었을 뿐입니다. 저의 몸은 하나인데 다섯 어머니의 자식이 되었으니, 그 어머니들은 모두 저를 위하여 밤낮으로 통곡하고 울면서 마음이 상하여 극심한 수심에 싸인 채 스스로 억제하지를 못하시고, 항상 자식을 걱정하는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스스로 이 한 몸이 다섯 가문에 심한 근심을 끼친 것을 생각하고 이 때문에 웃은 것이지 감히 스승님을 비웃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첫 번째 어머니의 자식이 되었을 때에 이웃집에도 또한 아들을 낳아 저와 같은 날 출생하였습니다. 그가 집을 출입하며 걸어 다닐 때 저의 어머니는 그의 모습을 보시고 슬픔에 잠겨 나의 자식도 살아 있었으면 마땅히 이와 같이 출입하며 걸어 다녔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극심하게 수심에 잠겨 눈물을 비 오듯 흘리시며 슬픔에 차 ‘자식이 생각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두 번째 어머니의 자식이었을 때 저는 다시 단명하여 일찍 죽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젖먹이 아이를 보시면 젖먹이 아이였던 제가 생각나서 슬프고 애통해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고, ‘내 자식이 생각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세 번째 어머니의 자식이었을 때 저는 다시 열 살의 어린 나이로 죽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음식을 대하시면 슬퍼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내 아들이 살아 있다면 나와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을 텐데’라고 하셨고, 제가 죽어 당신만 혼자 음식을 대하게 되셨다는 생각에 오열하시면서 제 생각이 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다시 네 번째 어머니의 자식이었을 때에도 저는 박명(薄命)하여 일찍 죽었습니다. 그러다 제 또래들이 신부를 얻자 저의 어머니는 그런 모습을 보시고 ‘내 아들도 살아 있다면 아내를 얻을 터인데’라고 생각하시고 ‘내가 하늘을 저버린 일이 무엇이기에 내 자식을 죽게 했을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다시 다섯 번째 어머니의 자식이었을 때는, 제 나이 일곱 살에 이르자 저는 도를 좋아하여 집에 있기를 마다하고 어머니 곁을 떠나 스승님을 따라 산 속에 들어와 도를 구하여 아라한도를 얻었습니다. 그러자 저의 어머니는 날마다 슬피 우시면서 ‘내가 자식을 하나 낳았으나 스승을 따라 도를 배우러 떠나 버려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배가 고픈지 잘 먹고 있는지 추위에 떠는지 따뜻하게 지내는지도 알지 못하며, 생사여부도 알지 못하고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시면서 극심하게 수심에 잠겨 ‘내 아들이 생각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 다섯 분의 어머니들은 함께 모여서 각기 ‘내 자식을 잃었다’고 말하면서 서로 슬피 울기를 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 한 몸과 한 혼백은 점차 윤회하면서 다섯 어머니의 뱃속에서 아들이 되어 견고한 의혹을 지닌 사람으로 태어나 여러 사람들을 슬픔에 겨워 거의 미치게 했고, 모두 저의 한 몸을 생각하게 하여 그분들이 각기 자살하고 싶은 심정을 갖게 했습니다. 그래서 웃은 것입니다.
저는 ‘세간의 범부들이 사람이 죽으면 어디에 이르러 태어나는지 알지 못하고 다들 죽었다고만 말한다’라고 생각합니다. 범부들이 어찌 죽음에 대해 알겠습니까? 태어나서 선(善)을 지으면 스스로 그 복을 얻고 악(惡)을 지으면 그 재앙을 받는 것이니, 이는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것입니다.
세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악업을 행하고도 무서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죽은 후에는 마땅히 태산지옥(泰山地獄)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그 고통이 지극할 것이니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저는 세간의 힘든 괴로움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하직하고 산에 들어와 정진하여 도를 구한 것입니다. 저는 이제 눈으로 축생ㆍ아귀ㆍ지옥의 세계를 번갈아가며 그 공포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저는 이제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경법(經法)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밤낮으로 다섯 분의 어머니들을 연민하다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하고 바라는 바를 모두 다 얻고 보니, 세간인들이 계속해 윤회하면서 서로 몸을 받아 태어나고 또한 서로 웃으면서 쉼 없이 몸은 흙으로 돌아가고 혼백은 지은 선악(善惡)의 과보를 따르니, 모두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은혜와 애착의 감정을 끊고 탐욕을 떠날 수 있으면 세간을 넘어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는 다시는 생사와 함께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몸을 한스럽게 여겨 끊겠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생사의 씨를 뿌리지 않겠습니다. 마땅히 니원도(泥洹道)의 최상락(最上樂)에 이를 것이며, 다시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괴로움과 함께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스승에게 이런 말을 한 다음 날아서 가버렸다.
019_0791_a_01L五母子經 白仁 吳月氏國居士支謙譯昔者有阿羅漢在山中奉行道業一小兒年始七歲大好道法辭母出求作沙彌隨大沙門於山中學道給師所須誦經行道無有懈至年八歲得慧眼能通視無極耳能徹聽天上天下所爲善惡皆聞知之身能飛行所在至到能分一身及人自化無所不作自知宿命所從來生及人蚑行蠕動之類所經歷善惡之道皆悉知之先世宿命爲五母子時便坐自笑其師問何等而笑沙彌答言無所笑也師曰是山中亦無歌唱伎汝笑嗤我耳沙彌答言不敢笑師但自笑耳我一身爲五母作子母皆爲我晝夜啼哭感傷愁毒不能自止常念子憂思未常忽忘我自念一身而憂毒五家以是笑耳不敢笑師與第一母作子時竝鄰亦復生子我同日而生其子出入行步我母見便悲念我子在者亦當出入行步如是愁毒淚下如雨悲言念子我爲第二母作子時我短命又早死我母見人乳兒便念乳我悲哀涕泣言念我子我爲第三母作子時我年十歲復少死母臨食悲哭泣淚言念我子在者亦當與我共食捨我死去使我獨食哽咽言念我復爲第四母作子我薄命先死我等輩娶婦我母見卽念我子在者亦當爲子娶婦我何負蒼天而殺我子復爲第五母作子時我始年七歲好道辭家捨母隨師入山求道得羅漢道我母日日啼哭言我生一子隨師學道不知所飢飽寒溫不知生死不復相見毒言念我子是五母適共一會各各言亡我子相對啼哭不能相止是我一身一魄展轉而與五母腹中作子固疑惑人而使衆悲哭發狂但共念我一身耳各欲自殺是故笑耳發念世閒凡人不知死當有所至生皆共言死耳凡人何能知死當有生作善自得其福作惡得其殃不有所遺在世閒皆爲惡業無所畏難死後當入泰山地獄中苦痛極哉後悔無所及我厭世閒勤苦故辭父母入山精進求道今我目見畜生餓鬼地獄代之恐怖今被蒙佛恩得聞經法今我日夜憐傷五母不能自脫反憂我所求願皆以得念世閒人展轉相亦復相笑無有休息身皆歸土魂當所作隨其善惡皆不能自拔斷其恩愛能離貪欲可得度脫我以不復與生死會我恨身以斷如人不種泥洹道最樂長復與勤苦爲師說之已便飛去佛說五母子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