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122_a_01L불설장자자오뇌삼처경(佛爲長者子懊惱三處經)


후한(後漢) 안식국(安息國) 안세고(安世高)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院) 정사(精舍)에서 큰 비구들 1,2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사위성(舍衛城)에는 큰 장자가 있었는데, 재산이 매우 많았고, 밭ㆍ논ㆍ소ㆍ말이 헤아릴 수 없었으나 자식이 없었다. 그런데 그 국법에 아들이 없으면 죽은 뒤엔 재산은 관청에 귀속되게 되어 있었으므로, 장자 부부는 하늘과 일월성신(日月星辰)께 빌었으며, 자식을 구하려고 문호(門戶)를 세웠으나 자식은 역시 얻을 수가 없었다.
그때에 장자의 부인은 삼보(三寶)께 귀명(歸命)하여 5계(戒)를 받았으며 밤낮으로 정진하되 게을리 하지 아니했으므로 곧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부인이 지혜로우면 다섯 가지 일을 능히 아나니, 첫째는 남편의 뜻을 앎이요, 둘째는 남편이 생각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앎이요, 셋째는 임신하게 된 까닭을 앎이요, 넷째는 남자와 여자를 구별해 앎이요, 다섯째 선과 악을 구별함이다. 장자의 부인이 장자에게 자기가 임신하였음을 알리니 장자는 기뻐하였으며, 날마다 옷과 음식을 공양하되 깨끗하고 세밀하게 하였으며, 열 달이 차서 남자를 낳으매 젖먹이는 이, 목욕시키는 이, 옷 입히는 이, 안아 주는 이 등 다섯 유모를 두었다.
아이가 자라 십오륙 세가 되자 장자 부부는 아들을 위해 색싯감을 찾아 장자의 딸을 얻었는데 단정하고 예뻤다. 성 밖 별관[園館]에서 손님을 많이 청하여 먹고 즐기게 하였는데 음식이 정결하고 연하여 사방에서 오는 이를 막을 수 없었다. 이렇게 손님을 접대한 지 7일이 되던 날, 아들 부부는 동산에서 놀았다. 거기엔 무우(無憂)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빛깔이 매우 고와서 마치 붉은 명주[緋]와 같은 꽃이 피어 있었다. 신부가 남편에게 꽃을 갖고 싶다고 말하니, 신랑은 곧 그 꽃을 꺾으려고 나무에 올라가다가 가지가 약해 꺾어지면서 땅에 떨어져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부모는 그 말을 듣고 달려가서 어머니는 머리를 끌어안고 아버지는 두 다리를 붙들고 아무리 어루만지며 보았으나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 부모는 슬퍼서 오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손님들도 이를 보고는 또한 슬퍼하였다.
“죽음이 어찌 그리 빠른가. 밥도 덜 먹고 놀기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나무에서 떨어지다니, 죽음이란 무상하구나.”
그때 불세존(佛世尊)께서는 아난(阿難)과 함께 옷을 입고 발우를 드시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시다가 그 장자 부부를 보셨는데, 하나 있던 아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어 어찌나 슬프게 울던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보시니 그 아이는 도리천(忉利天)에서 수명이 다해서 장자의 집에 태어났으며 죽어서는 용으로 되었다가 금시조왕(金翅鳥王)에게 다시 잡아먹혀, 세 곳에서 슬프고 애통해하며 동시에 장례를 치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집에 가서 그 뜻을 설명하여 그들의 근심을 덜어주자. 그렇지 않으면 부부는 서러움에 겨워 죽을지도 모른다.”
아난은 대답하고 곧 부처님을 따라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들은 장자는 환희하여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절하였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물으셨다.
“어찌해서 이렇게 슬퍼하는가?”
장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복이 없어 자식 하나 있던 것을 장가 들이고 손님들을 청하였는데, 먹고 놀기를 채 끝내기도 전에 꽃을 꺾으려 나무에 올라갔다가 땅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이에 저의 몸은 돌 같고 마음은 강철 같사옵니다. 마침 얻은 외아들인데 나를 버리고 죽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나면 죽음이 있고 물건이 생기면 없어짐이 있나니, 명(命)이 다함에 이르는 것은 피하고 감출 수 없으니,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 다시는 서러워 마시오.”
때에 부처님께서는 광명을 놓아 시방을 두루 비추시고 장자로 하여금 천상과 용(龍) 가운데 각각 그의 부모들이 울고 있는 것을 보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아이는 본래 도리천에서 수명이 다해 그대 집에 태어났으며, 또 수명이 다하여 용(龍) 중에 태어났는데, 금시조왕이 곧 잡아먹어, 세 곳에서 같은 때에 우니, 그는 누구의 아들이오?”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천상의 모든 하늘의 아들이
곧 그대의 아들이냐?
용(龍) 중에 있으니
용신(龍神)의 아들인가?

부처님 그 말을 설명하노니
곧 하늘의 아들도 아니며
그대의 아들도 아니며
용의 아들도 또한 아닐세.

나고 죽는 모든 인연
무상(無常)하기 허깨비와 같고
일체가 오래 머물지 못함은
흡사 지나는 손[客]과 같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죽음은 여읠 수 없는 것, 지난 일은 쫓지 마오.”
장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아이의 죄와 복은 어떠하오며, 부귀하게 태어났다가 일찍 죽음은 무엇에 인연하였기 때문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아이는 전세(前世)에서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남을 존경하여 이 인연의 복덕으로 부귀한 집에 태어났으나, 활쏘기를 좋아하고 사냥을 즐겨 많은 생명을 해쳤으므로 수명이 짧을 것이라. 죄와 복이 사람을 따름은 그림자가 몸뚱이를 따르는 것과 같네.”
장자는 뛰듯 기뻐하다가 법인(法忍)을 얻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장자 부부와 모든 대중들은 다들 마음으로 기뻐하게 받아들였다.
020_1122_a_01L佛說長者子懊惱三處經後漢安息國三藏安世高譯聞如是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精舍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爾時舍衛城有大長者財富無數田宅牛馬不可稱計家無親子其國俗法若無子者壽終之後財沒入官長者夫婦禱祠諸天日月星辰求索子息豎立門戶亦不能得長者婦歸命三寶奉受五戒晨夜精進不敢懈怠便得懷軀婦人黠者有五事應知一者知夫壻意二者知夫壻念不念三者知所因懷軀四者別知男女者別善惡是長者婦報長者言我已懷軀長者歡喜日日供養衣被飮食極使精細十月已滿便生得男五乳母共供養子乳哺者洗浴者衣被者抱持者兒卽長大年十五六長者夫爲子索婦得長者女端正姝好城外園館大請人客飮食娛樂餚膳精細四方來者無所拒逆如是賓從至于七日兒夫婦遊行園中有樹名曰無憂其上有花色甚鮮好如弱緋婦語夫言欲得此華夫便上樹取此華樹枝細劣卽時摧折兒便墮斷絕而死父母聞之知墮樹死便走奔趣母抱其頭父抱兩腳摩挲瞻永絕不蘇父母悲哀五內摧傷客見之亦代哀痛死何急疾衆客飮食娛樂未畢而反墮樹死亡無常佛世尊與阿難俱著衣持鉢入城分見長者夫婦獨有一子而墮樹死啼哭悲傷甚不可言佛見此兒所從來生從忉利天壽命終盡過生於長者家死卽生龍中金翅鳥王復取食三處悲哀悉共發喪佛告阿難長者所解喩其意爲除其患設不爾恐愁憂死阿難言唯然卽從佛行到長者所長者聞佛來到其所心卽歡喜稽首佛足佛問長者何爲愁憂乃如是乎長者白佛我身無相由有一子爲其娶婦請客飮食娛樂未畢上樹取華墮地便死我身如石心如剛鐵適得一子而捨我死佛告長者人生有死物成有敗對至命盡不可避藏捐去憂念勿復憂慼佛出光遍照十方使長者見天上龍中父母啼哭佛語長者此兒本從忉利天上壽盡命終來生卿家壽盡便生龍金翅鳥王卽取噉之三處一時共啼爲是誰子佛卽說偈言天上諸天子 爲是卿子乎 爲在諸龍中龍神之子耶 時佛自解言 非是諸天子亦非爲卿子 復非諸龍子 生死諸因緣無常譬如幻 一切不久立 譬若如過客佛語長者死不可得離去事不追者白佛言此兒宿命罪福云何生豪富家其命早夭此爲何應佛言此兒前世好喜布施尊敬於人緣此福德生豪富家喜射獵戲傷害群生用是之故令身命短罪福隨人如影隨形長者踊躍逮得法忍佛說如是長者夫婦一切衆會皆歡喜受佛說長者子懊惱三處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