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0_0479_a_01L아육왕태자법익괴목인연경 서(序)
(阿育王太子法益壞目因緣經)


무릇 선과 악의 운수가 마주치는 것은 형체와 그림자가 서로 드러나듯 하여 받는 대연(對緣)이 분명하다. 무릇 세 가지 차별이 있으니, 지금이고 중간이고 나중이다.
아홉 빛깔 사슴으로 깊은 은혜를 베풀어 천비(天妃)의 눈과 귀를 기쁘게 하였는데 외로이 금수(禽獸)의 왕이 되어 사람의 목숨을 온전히 구하되 그 형체로 5대(大)의 혹형을 받았으니, 이것은 지금이다. 군도(群徒)가 깊은 구덩이에 빠져들고 그 아신(我身)에 빠져 윤회에 떠돌면서도 돌이키지 못하여 그 몸이 대를 이은 재앙으로 고달픔에도 왕자가 눈을 잃을 것을 깨닫지 못했으니, 이것은 중간이다. 아란나 범지(阿蘭那梵志)가 무상(無想)에서 화를 입고 어린아이의 노리개처럼 그 처음과 끝에 오래도록 미혹하여 날개 돋은 거친 수달이 되어 허공을 날고 물에 잠기면서 곤혹을 치른 바가 헤아릴 수도 없으니, 이것은 나중이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이 혼령을 내린 것이 반드시 곡절이 있는지라, 애쓰되 미리 하지 않음이 없음은 푸르고 흰 것처럼 분명하다.
3세를 그윽이 비쳐보면 생사의 흐름에 빠져서 길이 심은 업이, 볼 적마다 변하는 것이 굽지 않은 질그릇처럼 번거롭게 그 나아감을 백련(百練)의 가마로 인도하였다.
여래께서 가신 이후로 아육왕(阿育王)이 보위에서 염부제를 다스리되 그 빛의 흐름을 윤택하게 하였으니, 부도와 사찰이 8만 4천이었다. 나한(羅漢)이 세상에 임하여 수억의 중생들을 제도하니, 국주(國主)가 이를 근본으로 스승 삼았기에 비 내리듯 하는 현묘한 교화를 만백성이 우러러 받들어 심식(心識)의 평안함이 천자(天子)에 힘입어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왕자 법익(法益)은 지난 과거에 홍업(弘業)을 심어 왕궁에 태어나되 그 용모가 남달랐으나, 나중에 다시 그 대연을 받게 되었어도 연기(緣起)의 만남을 알지 못했다.
진(秦)의 상서령(尙書令) 공(公) 보국장군(輔國將軍) 종정경(宗正卿) 영성문(領城門) 교위사자(校尉使者) 사예교위(司隸校尉) 요민(姚旻)은 남안군(南安郡) 사람이다. 친(親)인 요조(姚詔)의 둘째형으로 자(字)는 경의(景嶷)이다. 유자(儒者)의 사표인지라 뛰어난 공적이 천 년[載]에 나란하며, 그 무훈이 출중하여 야밤의 달빛처럼 홀로 우뚝하고, 말소리가 폐부에 통하여 변재가 드넓고 원대하며, 마음대로 글을 짓되 높이 날아올라 시비가 없었다. 덕이 순수하고 깊은데다 틀을 헤아리기 어려웠으니, 뭇 재[才]들에게는 빼어난 글[逸翰]로 공경 받고 곤봉(昆鋒)들에 용위(龍威)를 떨쳤다. 그러나 미혹이 오래되어 구제받지 못함을 가엾이 여기고 어리석은 무리가 깨닫지 못함을 한탄하였는지라, 선대의 자취를 밝혀서 말대(末代)의 속세에 현종(玄宗)을 세우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천축(天竺)의 사문 담마난제(曇摩難提)를 청하여 이 연본(緣本)을 내었다.
진건(秦建) 초엽 6년 신묘년(辛卯年)에 안정성(安定城)에서 2월 18일에 시작하여 2월 25일에 마쳤다. 범본(凡本)의 게송 343수를 한문으로 고쳐 내었으니, 1만 880자이다. 진나라 말로 번역함에 그 이치가 어려움을 생각하여 문구를 버리고 뜻을 취하기도 하였고, 문맥이 막히면 비껴 통하기도 하였으며, 외우는 이에게 풀이 받기도 하였고, 사적(事蹟)을 간략히 하여 인용하기도 하였으니, 기약하는 바는 후대의 학인들이 죄와 복이 헛되지 않음을 살펴보도록 하는 일이다. 설령 조금이라도 그 색(色)을 윤택하게 한다면 모두 조짐에 새겨질 터이기에, 이에 서(敍)한다.


아육왕식괴목인연경(阿育王息壞目因緣經)


부진(符秦) 천축(天竺) 삼장 담마난제(曇摩難提) 한역
박용길 번역


인간이 죽음과 삶에 놓여
뒤얽히며 내려온 지 오래이라
죄를 익힌 식심(識心)이 깊어지면
그를 따라 괴로움과 혼란이 일어나네.

음욕은 병(病)이 되어
반드시 격렬한 파랑을 일으키니
마치 강물이 폭포수로 흘러넘치는 것처럼
상처 입고 손해 봄이 있게 되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다잡아
생각으로 헤아림이 분명하며
맑고 의젓하게 자신을 지켜
모든 악의 근원을 훌륭히 다스리네.

스물한 가지 번뇌[結]는
사람의 마음을 더럽히고 물들여
모든 것을 잃게 하고
급기야 제멋대로 행동하게 하네.
모두 마음을 하나로 모아
내 얘기를 들으라,
아육왕의 아들이
눈을 잃게 된 내력을.

소문은 변방의 여덟 표지판을 지나
온 나라 안에 두루 퍼졌으니
많은 사람들이 너무 뜻밖이라
놀라고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네.

거룩한 왕 아육(阿育)은
중앙에서 온 세계를 통일하였으니
염부제(閻浮提)를 다스림에
그 명을 따르지 않는 이 없었네.

또한 왕이 자식을 얻었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날 때부터 훌륭한 상호를 갖추어
왕위를 잇기에 충분하였네.

눈빛은 맑고 또렷하여
마치 천제(天帝)의 모습과 같았으니
왕은 이런 남다른 생김새를 보고
그 기쁨이 한량없었네.

서둘러 여러 신하들과
사문(沙門)과 도사(道士)들을 불러
몸소 아이를 품어 보이고선
그 모습을 살피도록 하였네.
아울러 여러 신하들에게 영을 내려
아이의 이름을 짓게 하기를,
세상 사람들이 드높이 칭송하고
그 명성이 온 세계에 두루하게 하라.

여러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왕의 명을 받들어 말하기를,
왕께서 이처럼 귀한 왕자를 얻으시니
세상에 드문 일입니다.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신 덕분에
하늘에서 이런 신인(神人)을 내려주셨으니
이제 그 이름 지으라 하시니
법익이라 부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왕께서 만드신 법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이 법으로 백성을 가르치심에
도리에 어긋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바로 이런 이유로
법에 의한 진실한 아들이기에
거룩한 아들이라 부르며
법익이라 부르겠습니다.

눈은 마치 연꽃과 같아
보는 사람마다 기뻐하고
바라볼 때마다 모두 황홀해 하니
마치 하늘의 제석천왕 같습니다.
말씨는 또렷하여
느리거나 빠르지도 않으며
천성은 부드러워
졸렬하거나 난폭하지 않습니다.

이 이름의 덕스러움은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으며
이제 다시 호(號)를 붙인다면
천안(天眼)이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아육왕은
끔찍이 받들고 사랑하면서
수시로 보살피고 돌보아
아무런 허물도 없도록 하였네.

왕은 항상 다른 사람을 보내어
속속들이 사정을 살피게 하였고
왕자에게 별 탈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야
비로소 식사를 하였네.

몸소 법익을 안고
하루 종일 즐겁게 놀았으니
애틋한 마음과 사랑스러운 감동 뿐
자나 깨나 싫지가 않았네.

법익에게 말하기를,
너는 어떤 복을 지었기에
이런 눈을 얻었느냐?
마치 우담바라꽃 같구나.
혹시 왕궁 안의 정원에 나가거나
나라 안을 여행할 때면
언제나 장수가 지키도록 하여
걱정거리가 없도록 하였네.

모든 남자와 여자들이
천안(天眼)을 보고 나선
모두가 헛된 생각을 일으켜
사랑하고픈 욕망을 품었네.

왕은 타고난 성품이
여색(女色)을 지나치게 좋아하였으니
왕궁 안의 모든 시녀들은
그 모습이 천신의 왕비 같았네.

왕의 부인(婦人)들은 모두
속으론 자태(姿態)를 갖추고
외양은 품위 있고 아름답고 애교 있어
행동거지 어느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었네.

왕의 대부인(大夫人)은
이름이 정용(淨容)이었으니
밤낮으로 기회를 보아
천안과 정을 통하고자 하였네.

나는 어느 날에나
이 소원이 이루어져
천안과 더불어
한가롭고 아늑한 곳에서 함께 노닐 수 있을까?
내 뜻대로 이루어만 진다면
하늘의 왕궁도 부럽지 않고
곧바로 죽더라도
세상에 아무런 여한이 없으리.

어느 날 태자는
맑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대부인의 처소로 와서
무릎을 꿇어 절하고 문안을 드렸네.

서둘러 일어나셔서
힘드시더라도 산책 좀 하옵소서.
아울러 달콤한
석류[吉祥之菓]를 올렸네.

부인은 태자를 보고 나서
욕정이 무섭게 타올랐고
문득 말하기를, 너는 예전엔
나와 함께 놀지 않았느냐.

이전엔 나의 소원을 모두 들어 주고
부모 자식간의 정을 지극히 하였으니
지금도 너와 내가 함께 즐긴다면
역시 좋지 않겠느냐?

천안이 이 말을 듣고
손으로 뿌리치고 나서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괴롭구나, 이러한 말씀을 하시다니.
그 어떤 재앙이 이보다 심할까?
쓰라린 고통이 가슴을 꿰뚫는구나.
길러 주신 은혜가 무겁다고 하지만
어찌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오.

천천히 물러 나와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서는
조용히 자신을 가다듬었네.

한편 정용은 자신의 소원을 거부하는 것을 보고
또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가슴을 치고 탄식하고는
해를 끼칠 생각을 일으켰네.

머리를 쑥대강이처럼 헝클어뜨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분노에 휩싸였으니
마치 나찰귀(羅刹鬼) 같았네.

저 놈이 어찌
나에게 이런 치욕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내 반드시 방법을 찾아
두 눈을 뽑아 버리리라.

그리하여 온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왕자를 보거나 듣고 싶어 하는 이가 없게 하리니
도대체 어느 남자나 여자가
그 꼴을 보려 하겠는가?
그 때 한 신하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야사(耶奢)였고
부왕의 신임이 두터운 까닭에
온 백성이 그 위세에 굴복하였네.

나라의 명절이 시작되어
축하를 드리러 왕궁에 들어가
왕을 뵙고 손을 모아 겸양의 뜻을 표하니
마치 옛날의 훌륭한 예절을 보는 듯하였네.

왕자가 보고서는
손으로 머리를 치고는 말하기를,
상서롭지 못한 응대를 하는구나.
감히 내 앞에 서다니.

속히 네 본자리로 돌아가고
이 자리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라.
나는 이제 조정에 들어가
거룩하신 왕에게 경하(慶賀)를 올리리라.

야사는 찾아 와서 손을 잡고는
거짓으로 거듭 존경을 표하기를,
원컨대 왕자님께선
끝없는 장수를 누리소서.

조금 전 그 존귀하신 손으로
신의 머리를 치셨으니
부드럽고 연약하신 몸에
흠이라도 나진 않으셨습니까?
웃음을 머금고 천천히 말하면서
겉으로는 기쁨을 드러냈지만
속으로는 분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켰으니
마치 뱀이 독을 품은 것과 같았네.

혼자 몰래 생각하기를,
내 반드시 이 원수를 갚으리니
왕자의 오른쪽 팔을 절단 내지 못하면
끝내 세상에 나서지 않으리.

야사는 무릎 꿇어 인사를 마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이 일을 마음에 새겼다가
정용에게 고해 바쳤네.

정용도 마주 대하여 말하기를,
경(卿)께서도 나의 말을 들어보시오.
나도 역시 궂은일을 당하였으니
부끄러워 차마 말할 수도 없구려.

그가 자행한 치욕을
어찌 용서할 수 있으리오.
몸을 갈가리 베어버린다 해도
끝내 용서할 수 없을 것이오.

야사여, 이는 마치
물 속에서 불이 일어나
산과 들을 태우고
성곽과 마을을 불태우는 것과 같소.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본다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지 않음이 없으리니
여러 신하들도 마주 보고
함께 의논하여 이렇게 말할 거요.

오늘 점괘는 어찌하여
물 속에서 불이 일어난다 하였을까?
물은 능히 불을 끌 수 있는데
물에서 불이 생겨나다니.

이제 이 왕자도
비유하자면 그와 같으니
그 왕자를 만났을 때
마치 물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소.

내 마음에 지어왔던 모든 공덕을
한꺼번에 태워버렸으니
전에는 태자가 두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태자가 두렵고 꺼려지는구려.

나는 항상 긴 밤 내내
이런 생각들을 했었소.
내 이제 나이가 들고 쇠약하니
아들의 힘을 빌려야만 하리라.

그런데 오히려 나를 끌어 잡고 욕보이기를
마치 창녀 희롱하듯 하였으니
이 일을 그대에게도 숨긴다면
대체 누구에게 호소해야 옳겠소?
야사가 말하기를,
허물과 죄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온데
마마를 무너뜨리고 저를 욕보였으니
되갚아 줄 적당한 기회를 궁리해야 합니다.

반드시 계책을 세우고
방법을 찾음이 마땅하오니
두 눈을 뽑아버리지 못한다면
이는 앙갚음이 아닙니다.

그 때 어떤 아라한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선념(善念)이며
천안도 스승으로 받들고
모든 백성들도 존경하였네.

진인(眞人)이 선정에 들어
도력으로 살펴보니
왕자는 나중에 반드시
인연의 업보를 받게 되어 있었네.

자주 깨우쳐 주고
진리를 자세히 설명하여
뭇 생명의 변화를 알게 하고
만물은 공(空)으로 돌아감을 알게 했네.

왕자와 더불어 말하기를
빛깔은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느니 없다느니 할 만한 것도 또한 없으며
없다는 것 역시 없다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소리는 밖에서 일어난 자극을
귀를 거쳐 안에서 분간하는 것이며
냄새는 제 맘대로 이리저리 떠다니는데
코가 이를 받아 들여 분간합니다.

온갖 맛은 입을 거치면서
혀의 능력을 증가시키며
몸은 부드럽고 섬세한 것을 탐하고
의식은 대상[法]을 인식함에 만족할 줄 모릅니다.

대상이 있으면 역시 실제로 있다고 여기고
대상이 없으면 역시 실제로 없다고 여기나
이와 같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있지 않고
없다는 것마저 없다는 것도 또한 없습니다.

마치 물거품이 모인 것과 같아
반드시 무너져 없어지게 되니
눈도 또한 변함없는 주인이 없어서
오랫동안 보존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물 위의 거품 같아
모였다가는 흩어져 사라져 버리니
반드시 깊이 살펴보소서.
어느 것도 제자리에 있지 않고 변화합니다.

눈이란 것도 변하여
생겨났다가 쇠약해지기를 멈추지 않으니
반드시 스스로 노력하여
천안(天眼)을 구하도록 하십시오.
천안이란 것은
부수거나 무너뜨릴 수가 없으며
조금씩 그것에 가까워지면
아무런 근심도 없게 됩니다.

자주 세속의 일을 잊고
설법을 들으러 다니며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하여
함께 교분을 나누십시오.

설법을 듣고 생각을 깨치면
마음의 눈이 청정해질 것이며
다시 훌륭한 도반을 의지하면
아라한의 경지에 이를 것입니다.

마음을 모아 부처님을 생각하며
법보를 사유하며
거룩한 스님들을 공경하여 받들며
스승과 웃어른들께도 그리해야 합니다.

마음을 쉽사리 움직이지 않으면
곧 크게 성취하여
움직임이 없는 경지에 머무르게 되리니
이런 이는 바로 참된 부처님의 자손입니다.

법익은 이 말을 듣고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는 가운데 생각하기를,
이 말씀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니
어떤 일도 홀로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어찌해서 지금 스승께서는
사람의 육신을 들어
특별히 눈의 무상함을 깊이 명심하도록
은근히 다짐을 주시는 걸까?

마땅히 가르침을 잘 지켜
빈틈없이 행할 일이니
어찌 감히 경솔히 하여
훌륭하신 스승님의 가르침을 어길 것인가?

당시 그 무렵
염부제 안에
보살이 전생에 수행을 위해
목숨을 바친 곳이 있었네.

그 이름은 석실(石室)로
항상 왕이 잘 다스리더니
우연히 나라가 무너지고
왕 역시 죽기에 이르렀네.

나라 안의 여러 신하들과
늙고 젊은 백성들은
함께 몰려왔네,
아육왕이 계신 곳으로.

절을 하며 우러러 뵙고
두 손을 모아 말하기를,
거룩하신 대왕님이시여,
부디 번성하시고 만수무강하옵소서.
저희 석실국은 무너지고
왕은 자리를 버리고 돌아가셨으니
원컨대 대리인을 보내 주시어
버림받은 백성들을 다스려 주십시오.

아육왕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야사에게 말하기를,
서둘러 대리인을 보내야 하겠거늘
누가 그곳을 다스리기에 마땅할까?

그곳의 백성들은 억세고 강건하니
모름지기 이것을 감당할 만한 자라야지
평범한 자에게
그 땅을 맡겨서는 안 될 것이오.

야사가 혼자 생각하기를,
이제 드디어 때가 왔다.
반드시 왕자인 법익을 보내어
그곳을 다스리게 하자.

야사는 즉시 무릎을 꿇어 예를 올린 다음
왕에게 말하기를,
원컨대 허락하고 들어 주소서,
미천한 신이 아뢰는 말씀을.

건타월국(乾陀越國)은
즐겁기가 하늘의 궁전과 같으니
원컨대 왕자님을 보내시어
버려진 백성들을 다스리게 하옵소서.
이는 곧 그 나라 사람들에겐
대왕의 지극하신 감응을 만남이요,
또한 대왕님의 위엄을
멀리 온 세계에 떨침이 될 것입니다.

부왕(父王)은 이 말을 듣고
문득 크게 성내면서,
예끼, 어리석은 말을 하는구나.
어찌 그 말을 듣고 내가 좋아할 수 있겠느냐?

그대는 이 나라의 주인도 아니고
또한 백성을 다스리는 자도 아닌데
대체 어떤 힘을 가졌기에
나의 자식을 보내려 하는가?

어찌하여 너의 혀는
갈래갈래 찢어지지도 않고
감히 귀한 내 아들을
보내자고 말하느냐?

지금 너의 무거운 죄는
두 번 죽어 마땅하나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바로 잡으면
나의 손을 더럽히지는 않으리라.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거듭해서 자신을 타이르고 뉘우쳐
신중히 행동하여 경의 가족들을 돌보고
천명을 누릴 수 있도록 하라.
만약 내 자식의 이름을
다시 일컫는 자가 있다면
내 몸소 칼을 잡고
그들의 목을 베리라.

만약 다시 내 앞에서
내 자식의 이름을 거론하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산 채로 혀를 뽑아
내가 이것을 먹을 것이다.

설령 나의 자식이
지난날 너와 원수를 맺었더라도
그것은 단지 과거에 지은
인연에 따른 결과이리라.

현재에 이르러선
몸과 입과 마음으로
이제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하니
지난날의 잘못을 마음에 새겨두지 말라.

그 때 야사는 증오의 마음을 품고는
목숨도 돌보지 않고
다시 왕 앞에 무릎을 꿇어 예를 올린 다음
거듭 자신의 심정을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대왕님이시여,
원컨대 대왕님의 위신력으로
신중히 생각하셔서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지 마옵소서.
서쪽에 위치한 그곳의 백성들은
본성이 완고하고
항상 싸우고 다투며
군사를 일으켜 정복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잘 교화하여
인심을 부드럽게 받아들인다면
여러 신하들이 화목할 것이니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건타월국에는
진기한 물건과 보물이 가득하며
박학다식하고 훌륭한 인재가 많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또한 석실성(石室城)은
지금까지도 그 명예가 결코 식지 않는
그 옛날 화영왕(花瓔王)이
다스리던 곳입니다.

뒤쪽 정원에 있는 연못에는
금연화(金蓮花)가 피는데
은으로 된 잎에 보배로 된 줄기이니
그 가치가 염부제와 맞먹습니다.

그 성은 위엄을 갖추어
신령스런 덕이 한량없으니
이는 보통 사람이
다스릴 만한 나라가 아닙니다.
그 나라가 비록 서쪽 변방에 있지만
이로운 일이 풍요롭고 많으니
원컨대 대왕님께서는 잘 살피시어
저의 보잘것없는 말을 소홀히 여기지 마옵소서.

이러한 까닭으로 거듭 여쭙는 것이니
나라의 일이 막중한데
어찌 감히 제멋대로 생각하여
왕자님을 보내자고 하겠습니까?

왕자님은 본성이 영리하고 슬기로우며
모든 법을 두루 아시며
병사를 이끌고 전쟁하는 계략을
모두 갖추어 능숙하게 익혔습니다.

설사 그런 나라라고 할지라도
왕자님과 마주치는 자들은
칼과 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항복할 것입니다.

말씨는 부드럽고 온화하여
거칠거나 사납지 않으며
본성이 관대하고 어질어
탐욕스럽거나 인색하지 않으십니다.

술을 지나치게 먹지 않고
여색을 자제하며
인정이 많아 차별 없이 사랑하며
나라를 다스림에는 아첨을 싫어합니다.
만약 이러한 덕이 없다면
신이 어찌 감히
듣기 거북한 말씀을 여쭙겠습니까?
원컨대 제 때에 맞추어 허락하옵소서.

왕은 모름지기 한 가지에 전념해야 하니
어찌 두 가지 걱정을 모두 만족하실 수 있겠습니까?
비록 귀하신 왕자님이지만
석실국을 위하는 일임을 헤아리소서.

지금 제 때에 대책을 세우시지 않는다면
나중에 반드시 근심이 있을 것이니
일을 미리 염려하지 않는다면
그르침이 이와 같을 것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는
마치 음식을 먹다가 막힌 것 같았으니
목을 넘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토할 수도 없었네.

야사가 속이는 줄을
깨닫지 못하고
나방이 불 속으로 뛰어들 듯
미처 나중의 일은 살펴보지 못했네.

그 때에 아육왕은
눈물을 떨구며 명하기를,
법익을 보내
그곳을 맡아 다스리게 하라 하였네.
가까운 신하들 수만 명이
저절로 메아리처럼 응했으니
훌륭한 보물들을
왕궁의 정원에 쌓아 놓았네.

아육왕은 몸소
손에 왕관을 들고
법익의 머리에 씌워 주면서
고하여 말하였네.

훌륭하구나. 새로운 왕이여,
길하여 이롭지 않은 일이 없을 것이니
항상 나의 혈육만이
이 자리에 오르도록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춤추고 악기를 타며
화려한 무늬의 깃발을 내걸었으니
그 종류가 수천 가지였네.

온 나라 안에
두루 펄럭이지 않는 곳이 없었으며
8유순(由旬) 안에는
백성들로 가득 찼네.

갑옷을 입힌 코끼리와 말이
각각 8만 4천이며,
금은을 섞어 장식한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네.
깃털로 장식한 마차가
8만 4천이요,
보병의 무리
또한 8만 4천이었네.

마치 하늘의 제석천왕처럼
후원을 떠나 출발하였으니
아름다운 여인들과 거느린 무리들을 보라
세상에 무엇이 이보다 더 즐거우리오.

이와 같이 하여 왕자는
그 지역에 이르러
석실성에 들어가니
앞뒤로 따르는 무리가 헤아릴 수 없었네.

왕이 이르는 곳마다
만민(萬民)들이 경축을 외치며
마음껏 즐거워하였으니
마치 도리천 같았네.

성안의 거리와 마을마다
화려한 무늬의 깃발을 내걸었으며
땅바닥에는 향을 우려낸 물을 뿌려
두루 향내음이 나지 않는 곳이 없었네.

그 때 왕 법익이
백성들에게 고하기를,
그대들은 성심껏
나를 존중하여 주는구나.
앞으로 7일 동안은
각자 맡은 일을 쉬도록 하라.
내 마땅히 그대들에게
재물과 보물을 내리리라.

내가 궁중에서 즐기듯이
다섯 가지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마음껏 놀기를
밤낮으로 싫증나지 않을 때까지 하라.

내가 이제 그대들에게 주는 것은
무엇이든 그대들의 바람대로일 것이니
가령 빚을 졌다면
빚을 갚을 재물을 내어 줄 것이다.

가령 재산을 모두 잃고 지위가 떨어져
남의 노비가 되었다면
재물과 비단을 나누어 주어
노역에서 벗어나게 해 주리라.

성안에 사는 모든 백성들은
남자건 여자건 어른이건 아이건
널리 착한 행동을 익히도록 만들어
원한을 품는 일이 없도록 하리라.

또한 외곽에 있는 제후국에도
나의 교시를 선양할 것이니
6년 동안은
공물을 받지 않도록 하리라.
가령 홀몸으로 궁핍하거나
더없이 가난하여 곤궁한 자는
역시 내가 재물을 베풀어
궁핍하지 않도록 하리라.

누구든지 능히 스스로 닦아
죽이거나 도둑질 할 마음이 없으면
나는 반드시 그를 존경하기를
마치 왕인 나와 같이 할 것이다.

그 때 왕 법익은
다시 영을 내려 말하기를,
보름마다 사흘씩 재일(齋日)이 있으니
이 같은 날은 만나기가 어려우니라.

남녀가 서로 권하여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여덟 가지 청정한 계와
여래의 재법(齋法)을 받들어 지켜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몸은 억겁(億劫)을 지나야만 받을 수 있으니
8재계(齋戒)를 지킴에 등한히 말고
전도(顚倒)된 법을 멀리하라.

바다에 떠다니는 널빤지 구멍에
눈 먼 거북이 요행히 고개를 내민 것과 같으니
이런 비유로 표현할 수 있으리라.
사람 몸 받기 어려움을.
그대들은 이미 사람의 과보를 받았으니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말라.
사람이 누리는 5욕락(慾樂)은
환상이고 거짓이며 진실하지 않느니라.

하늘에 나는 복을 지으면 반드시
도리천궁(忉利天宮)의
칠보전당(七寶殿堂)에 태어나
감로(甘露)를 먹게 되리라.

모든 것을 바라는 대로 얻고
하늘의 복을 누릴 것이니
마땅히 보름 동안마다
세 번씩 있는 재일을 받들어 지키라.

그 때 석실국의 왕은
가르쳐 뉘우치도록 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
온 나라에 풍년이 들고
백성들은 편안하였네.

그곳의 어떤 남녀들은
왕을 만나고 나서
목숨이 다한 뒤에
모두 천상에 태어났네.

한편 대왕 아육은
사신에게 묻기를,
법익의 다스림이
법도에 맞던가, 안 맞던가?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은
한결같이 복종하는가, 안 하는가?
경은 지금 바로 소상히 말하여
궁금함이 없도록 하라.

사신은 기뻐하면서
아육왕 앞에 고하기를,
대왕님이시여 만수무강하시어
만백성의 의지가 되어 주소서.

거룩하신 법익왕은
기력이 강건하며
항상 정법으로
서쪽 지방에 사랑을 베풀어 교화하고 계십니다.

석실성 안은
마치 하늘나라 제석천의 궁전과 같으며
왕은 그 중앙에서 다스리니
마치 하늘나라의 제석천왕과 같습니다.

건타월국은
토양이 기름지고 백성이 번성하며
행동은 진실하여
헛된 거짓이 없습니다.

살인이나 도둑질을 하지 않고
정법을 순순히 따르면서
모든 백성들이
한량없이 경축하고 찬탄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원컨대 대왕님께서는
만수무강하시어
저희들이 성군(聖君)의 덕을 입어
제각기 편안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옵소서.

아육왕이 이 말을 듣고는
그 경사스러움을 기뻐하고 즐거워하였으며
부드럽고 기쁜 얼굴빛으로
야사에게 말하였네.

내가 이제 큰 이익을 얻고
치덕(治德)을 실현하게 되었으니
이는 법익 왕자가
바른 이치로 나라를 다스린 까닭이다.

예의와 금령(禁令)으로 백성을 이끌며
은혜와 화합으로 인도하니
모든 백성들이
받들어 모시지 않음이 없구나.

이제 마땅히 나라를 나누어
염부제 땅 가운데
절반은 내가 취하고
절반은 아들에게 주리라.

나의 아들 법익으로 하여금
오랫동안 장수하면서
지금과 다름없이
백성들을 다스리도록 할 것이다.
인더스강[新頭河]의 바깥쪽
사가국(娑伽國)에서부터
건타월성(乾陀越城)과
오특(烏特)의 여러 마을
검부(劍浮)와 안식(安息)과
강거(康居)와 오손(烏孫)과
구자(龜茲)와 우전(于闐)과
중국[秦土]에 이르기까지

이 염부제의 절반을
법익에게 주어서
백성들을 잘 다스리고
그 이름을 후세까지 드날리도록 할 것이다.

사자(師子)와 담라(曇羅)와
마갈(摩竭)과 금근(金根)과
유야(維耶)와 사위(舍衛)와
나형(裸形)과 수이(垂耳)

설산(雪山)의 북쪽에서
바닷가에 이르는 곳까지는
내가 몸소 가르치고 다스려서
끝이 없도록 할 것이다.

야사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독화살에 맞은 듯했으니
겉으로는 거짓 웃음을 지었으나
속으로는 분한 마음을 품었네.

바로 무릎을 꿇고 여쭙기를,
대왕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지금 즉시 영을 전하되
감히 늦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몰래 혼자
지난날의 괴로웠던 일을 생각하니
세 가지 독한 마음이 융성하여
목숨도 돌아보지 않게 되었네.

지난날 나의 머리를 쳤으니
그 아픔을 잊기가 어렵구나.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언제 다시 갚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바로 물러나와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서
은밀히 측근을 보내
정용에게 모든 것을 말하였네.

정용이 이 말을 듣고
야사에게 이르기를,
서둘러 칙서(勅勅書)를 꾸며
왕위를 빼앗고 형벌을 가하도록 하시오.

아무도 밖에서 엿보아
이 사실을 듣거나 보아서는 안 되니
만약 이 사실이 드러나면
우리 두 사람 모두 죽게 될 것이오.
야사가 말하기를,
칙서를 꾸미기는 쉬우나
오직 왕의 도장을 써서
칙서를 봉해야만 합니다.

정용이 답하여 말하기를,
도장을 쓸 일이 나도 걱정이지만
이제 반드시 함께 노력한다면
해내지 못할까 어찌 근심하리오.

부디 부탁을 받고 갈 만한 사람을
잘 생각하시어
경솔하게 행동하거나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시오.

그 때 야사는
왕명을 사칭하여
칙서를 마음대로 꾸미고
헛된 말을 가득히 늘어놓았네.

석실국을 가볍게 속여서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것처럼 하였으며
아육왕의 이름으로
석실국에 대해 분노를 표현했네.

만약 그곳에서 편안히 살기를 바란다면
염부제 땅의 백성들은
속히 나의 명을 따르고
어기지 말라.
이 칙서를 보는 대로
봉인(封印)을 살핀 다음
법익을 붙잡아서
두 눈을 빼도록 하라.

그는 나의 아들이 아니고
나는 그의 아비가 아니며
그가 다스리던 나라도
나의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칙서를 몰래 만들어서
정용에게 가서 보여 주며 말하기를,
왕의 도장만 갖추면
아무 것도 의심할 일이 없습니다.

이제 도장을 찍기만 하면
내일 바로 칙서를 보낼 것이니
만약에 조금이라도 더 머뭇거렸다간
발각될 일이 두렵습니다.

그러자 정용은
바로 그날로
왕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면서
변괴가 있었다고 거짓말하였네.

어젯밤에 자면서 꿈을 꾸었는데
매우 불길하니
장차 왕의 몸에
질병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미리 조심해서
악몽을 예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니
원컨대 이 달콤한 술을 드시어
제 마음을 기쁘게 하소서.

상서롭지 않은 징조도
능히 항복 받으실 수 있을 것이며
그 존귀함이 왕과 백성에게 미치어
길이 걱정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왕이 물어 말하기를,
꿈은 사실이 아니니
어찌 내 몸에
질병이 있도록 할 수 있겠소?

정용이 이 말을 듣더니
거듭 슬피 울면서
하늘을 향해 통곡하다가
땅바닥에 몸을 던졌네.

왕이 애틋하게 여기고 생각하기를,
내 마땅히 술을 받으리라
부인이 저러다가
목숨을 잃게 해선 안 되겠다.

이 때에 왕은 웃음을 머금고
천천히 일러 말하기를,
그대가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그대를 위해 그것을 마시리라.
어찌 그대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버리도록 할 수 있겠소.
이것은 하찮은 일이니
내 그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소.

왕은 곧 술을 받아
조금 마시고 나자
얼마 안 있어 취하여 잠들어
마침내 감각도 없게 되었네.

정용이 도장을 몰래 꺼내
칙서에 찍어 봉인하니
그 때 왕의 시종들 가운데
아무도 이것을 본 자가 없었네.

왕은 마침 꿈속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도장을 꺼내 가는 것을 보고
소스라쳐 일어나
좌우를 둘러보고 말하였네.

이제 막 편안히 잠들어
생각이 아득히 꺼져 가는데
누군가 와서 내 몸을 건드려
정신을 산란하게 하였다.

서둘러 이것을 조사하여
헛됨이 없도록 하리니
여기에는 반드시 음모가 있어서
내 몸을 해롭게 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철륜(鐵輪)을 날려
대왕의 빛나는 위엄을 떨치면서
정용에게 말하였네.

누가 너를 시켜
나의 보배 도장을 훔치게 하였느냐?
만약 자백하지 않는다면
바로 죽여 버리리라.

정용이 두려운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왕에게 말하기를,
원컨대 대왕께서는 잘 살피어 주옵소서.
저는 진실로 그럴 마음이 없었습니다.

왕은 더 한층 분노하면서
거듭 말하기를,
그대 외에 달리
내 몸을 만진 사람은 없다.

이제 내 앞에서
진심으로 잘못을 자백하지 않는다면
내 마땅히 너의 몸을
두 조각 내리라.

정용이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무릎 꿇고 왕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꿈속의 환상이
괴이하게 나타난 것일 뿐입니다.
너무나 하찮은 가문에
외롭고 가난하고 천박한 제가
어찌 감히 대왕 앞에서
사실을 속이고 헛말을 하겠습니까?

설령 왕의 도장이 필요하다고 해도
어찌 몰래 훔치겠습니까?
성심으로 왕께 고한다면
어찌 얻지 못하겠습니까?

왕은 이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다가
다시 침대로 가서 잠이 들어
새벽이 될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네.

정용은 급히 영을 내려
간신인 야사로 하여
속히 사신을 보내게 하고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고 하였네.

바로 그 무렵
왕자 법익은
여러 신하들과 함께
궁궐에 모여 있었네.

즐겁게 놀면서
마음껏 기뻐하고 있었는데
마침 칙서가
석실성에 도착하였네.
왕은 부왕의 칙서가
밖에 도착해 있다는 말을 듣고
일어나 나아가 맞이하였고
무릎 꿇고 절하여 우러러 받들었네.

옆의 신하에게 주어
봉인을 열도록 한 다음
왕명의 내용을 살펴보니
지극히 엄격하고 절도 있었네.

아육왕을 칭하고는
이 땅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으니
만약 평안히 살고 싶거든
석실성에 사는 자들은

속히 왕자를 잡아서
두 눈을 빼어내되
잠시도 머뭇거려서는 안 되니
그림자 옮겨 가듯이 시행하라.

법익이 그 내용을 듣고는
스스로 땅바닥에 몸을 내던지며
내가 부왕께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이러한 칙서를 보내시어
나의 두 눈을 뽑아버리려 하시다니
혹시나 누군가
부왕께 모함한 것은 아닐까?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은
이와 같이 절박한 왕명을 듣고는
모두가 놀라 두려워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네.

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이란 말인가?
이런 변괴를 보게 되다니
대왕이 크게 분노한다면
다시는 왕조를 이을 수 없으리라.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여러 신하들은
더러 이 일을 두고 의논하기를,
우리들이 어찌 감히
법익왕의 눈을 못 쓰게 할 수 있으리오.

법익왕이 아니었다면 어느 누가
이 무너진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으리오.
대왕의 뜻이라고는 하나
어찌 감히 두 눈을 빼내겠는가?

벼슬아치들은 함께 모여
나라의 경계를 굳게 지키고
먼 곳과 가까운 곳에 알려
다 같이 전쟁 준비를 하자.

차라리 백성이 죽고
처자식을 잃더라도
우리의 왕이
그 고통을 당하게 하진 않으리라.
급히 북을 울려서
변방의 장수들을 소집하고
칙서를 불태우고
사신을 잡아 죽이자.

아육왕은 우리의 왕이 아니고
우리도 그의 백성이 아니니
거룩하신 법익왕의 눈을 못 쓰게 하라는
그의 영을 따르지 않으리라.

이 때 법익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대왕의 명령을 거역하는
그런 마음을 내지 말라.

부왕의 병사들은
그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고
용맹하고 굳건하기가
세상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그대들이 비록
각기 최선을 다한다 해도
일을 이루지도 못하고
나라 전체가 망할 것이다.

나의 목숨은 어찌 지킬 것이고
누구인들 몸이 성할 것이며
나아가 부왕으로 하여금
원한만 깊어지도록 할 것이다.
차라리 육신을 손상하여
분수대로 칙명을 받으리니
어찌 내 한몸 건지자고
온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으리오?

그대들은 다시는
이 일로 논란치 말고
속히 부왕의 명을 받들어
내 눈을 못 쓰게 하라.

무릇 성함이 있으면 쇠함이 있고
모였던 것은 흩어지기 마련이라,
이 몸이 없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으리니
죽음인들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더냐.
이 육신은 고통의 그릇이어서
항상 더러운 것이 질질 흐르고 냄새나는 것이니
하나도 욕심을 낼 것이 없다고.

어서 빨리 성안에 이렇게 알려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여
법익왕에게서
두 눈을 뽑겠느냐?

그 자에겐 이제 천만금에 해당하는
보배 목걸이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금은을 주겠노라.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이
이러한 영을 듣고
성문 앞에 모여 들었으니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었네.

모양은 달라도 같은 곳을 향하여
한결같이 소리를 높여
하늘을 보고 땅을 치며 울면서
각기 호소하여 말하였네.

아, 어떤 고통이 이보다 더할까.
우리의 거룩한 왕을 잃게 되다니
마치 하늘의 왕궁과 같은 이곳이
어찌 무너져야 한단 말인가?

성곽도 왕궁처럼
오래지 않아 폐허가 되고
나라 안의 모든 땅도
황무지가 되겠구나.

우리 모두 함께
이웃 나라에 말을 전하세.
아육왕은
악인의 우두머리라고.

자식을 죽이고 이름을 드날리니
대체 무엇을 귀하게 여긴단 말이오.
자식도 오히려 사랑하지 않는데
백성들이 어떻게 믿고 의지하겠는가?
그 때 성안에
어떤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일찍이 왕자로부터
아주 사소한 일로 미움을 산 적이 있었네.

마침내 그는 바로 나아가서
막중한 일을 자신이 맡겠다며 말하기를,
저는 눈도 빼어 내고
목도 자를 수 있습니다.

좌우에 있던 여러 신하들이
그를 가리키며 여쭙기를,
이 사람이 스스로 밝히기를
자신이 왕의 눈을 못 쓰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깊이 살피시어
부왕의 명을 거절하시고
원하옵건대 왕께서는
이와 같이 심한 고통을 받지 마옵소서.

왕은 그 사람을 보더니
슬픔의 눈물을 흥건히 흘리며
좌우를 둘러보고
신하들에게 고하였네.

내가 이 나라에 머무른 지도
어언 12년
그 동안 허물도 많았으나
모두들 용서하시오.
가령 이제
내 눈을 못 쓰게 만드는 것을 보더라도
근심하거나 괴로워 말고
어떤 나쁜 생각도 일으키지 마시오.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
전에 늘 해왔던 법대로 나랏일을 돌보며
정법으로 다스려
마땅한 일을 하도록 힘쓰시오.

생각을 바르게 하여
하늘의 복을 받고자 생각하고
항상 재계(齋戒)를 염두에 두어서
이것을 어기지 마시오.

왕은 보관(寶冠)과
둥글고 네모난 옥을 꿰어 만든 목걸이와
보배로 장식한 신발을 벗어
앞에 선 사람에게 주면서 말하였네.

그대는 반드시 내가
법의 근본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눈을 하나하나 빼서
손바닥에 놓아 주시오.

그 때 그 악인은
날카로운 칼을 손에 잡고
먼저 한쪽 눈알을 빼어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네.
왕은 몸소 자신의 눈알을 집어 들고
깊이 생각하기를,
이제 기억이 나는구나.
전에 스승께서 가르쳐 주셨던 것이.

이제 갑자기 마음으로 깨닫게 되니
그 뜻을 잊을 수가 없구나.
지난날 스승께서 설한 가르침은
그 이치가 진실로 깊었구나.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눈이란 무상한 것이라 하셨으니,
스승의 가르침은 지극하였고
진실로 헛되이 꾸민 말이 아니었구나.

조용하고 은밀하게 관찰하여
무상의 뜻을 깨닫고 보니
이 눈은 오래가지 않아서
반드시 못쓰게 될 것이었구나.

눈이여, 나는 이제 너의 근본을 알지만
미혹한 세상 사람들은
모두 어리석게도 아낄 줄만 알고
이것이 공(空)인 줄은 모르는구나.

생사(生死)의 더럽고 탁한 모습은
마치 파초(芭蕉)와 같아서
몸통은 잎으로만 겹겹이 싸여 있고
속에 단단한 알맹이라고는 없다.
여기에서 지혜로운 이는 아무것도
탐할 것은 없다고 관찰하니
어찌 다시 생각을 일으켜
눈이라는 대상에 집착하겠는가?

눈은 나의 것이 아니며
지어내거나 만든 것도 아니며
거기에 내가 있는 것도 아니니
어찌 눈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리석은 이는 의혹을 일으켜
눈의 작용에 깊이 집착하니
삶과 죽음의 어두운 바다를
길이길이 돌고 돈다.

눈이여, 이제 너를 돌려줄 터이니
영원히 서로 이별이구나.
어디에서 기원하여
나에게 눈이 주어졌는가?

마치 물 위의 거품이
잠시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는 것과 같으니
헛될 뿐 진실하지 않구나.
육안(肉眼)의 쓰임새여.

이와 같이 법익은
눈의 근원을 자세히 관찰하여
깊고 묘한 뜻을 사유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었네.
혼란을 다스려 바로 잡아
마음이 금강(金剛)과 같아졌으니
모든 잡된 생각은 고요히 사라지고
굳건한 의지로 흔들리지 않았네.

그 때 그 악인은
다시 날카로운 칼로
두 번째 눈을 빼내서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네.

본래 어느 곳에서 왔는지
거듭 눈의 근원을 관찰하고는
모든 법은 적멸하여
만물이 귀화(歸化)함을 알았네.

그 자리에서 바로
천안통(天眼通)을 얻어
모든 번뇌를 여의고
저절로 도의 자리에 이르렀네.

하늘과 땅도 감동하여
여섯 가지 모습으로 진동하였고
기쁨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훌륭하구나, 하고 세 번을 외쳤네.

세상의 더러운 눈을 버려
청정한 눈을 얻으니
공덕이 조금 쌓이자
내 스스로 도를 이루었음을 알겠구나.
모든 신하들은 울부짖으며
땅바닥 위에 몸을 던지고는
그 어떤 고통이 이보다 심할까?
우리는 이제 하늘같은 분을 잃었구나.

옛날에 어떤 인연을 지었으며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금 이와 같이 눈을 상하여
기왓장이나 돌멩이처럼 버림을 받으신단 말입니까?

거듭 손을 앞에 모으고
각자가 여쭙기를,
원컨대 왕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다시 이 땅을 다스려 주옵소서.

저희들은 함께
부왕이 계신 곳으로 가서
저희들의 뜻을 여쭙고
이 나라를 통치하도록 허락받겠습니다.

그 때 법익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감사하고 위로하기를,
모든 백성들에게 깊이 감사하며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지만

육신을 못 쓰게 된 사람이
어찌 그대들의 나라를 평안케 하겠소.
마땅히 스스로 물러나야 하리니
지금 곧 이 나라를 떠나겠소.
부인과 함께
시종 하나를 거느리고
왕의 자리를 홀연히 버리고
걸어서 길을 떠나갔네.

이곳저곳의 마을과
군과 현과 나라의 수도를 두루 흘러 돌고
거친 들판과
험난한 곳을 밟고 다녔네.

한편 태자는
어려서부터 거문고를 잘 탔으니
아름다운 그 소리 맑고 묘하기가
세상에 드물 정도였네.

그 재주에 의지하여
집집마다 밥을 빌며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다니며
스스로 목숨을 연명하였네.

이와 같이 떠돌며
여러 마을과 성곽을
하나하나 지나다가
드디어 부왕이 다스리는 나라에 이르렀네.

그 때 고약한 소문이
온 나라에 떠돌기를,
아육왕이
자식의 두 눈을 못 쓰게 하였다 하네.
크고 작은 마을과 온 나라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면서
우리들은 이제
어디로 도망가야 하리오.

남녀노소가 함께
마주 보고 슬피 울면서 말하기를,
태자가 부왕에게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저 악인은 어찌
손이 끊어져 못쓰게 되지도 않고
우리의 거룩한 왕을 데려다가
두 눈을 못 쓰게 하였나.

그러자 왕자 법익이
백성들에게 고하기를,
부왕께서는 잘못이 없으니
세상 사람들은 원망하지 말라.

이것은 내 전생의 업으로
지금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니
이러한 인연은 오래된 것으로
금생만 보아서는 안 되오.

이 때 아육왕은
높은 누각 위에서
정용과 함께
누워 자고 있었네.
왕자 법익은
마구간 안에서 쉬면서
밤새도록 즐거이 노래하고
거문고를 타며 혼자 즐기고 있었네.

왕이 마침 거문고 소리를 듣고
탄식하면서 언뜻 의심하기를,
여러 음들이 조화롭고 아름답기가
마치 우리 법익을 보는 듯하구나.

누가 거문고를 타기에
소리가 예까지 울려오는가?
혹시 이는
우리 법익이 아닐까?

정용이 답하기를,
저 사람은 왕자가 아니라
눈 없는 사람으로
걸식하며 혼자 살아가는 자입니다.

건타월국은
마치 하늘의 제석천왕이 사는 궁전인 듯하며
왕자가 서쪽 지방을 다스리는 것은
마치 햇빛이 구름을 뚫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왕께서는 일어나셔서
내전으로 드시어 정무에 임하소서.
모든 신하들이 모여서
대왕님을 뵙고자 하나이다.
정용은 이로써 왕으로 하여금
생각을 다른 곳에 두도록 하니
무서운 재앙이 자신의 몸에 미치리라는
두려움이 가라앉지를 않았네.

왕은 다시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더니
문득 소스라쳐 일어나
들려오는 소리를 자세히 살피었네.

좌우를 둘러보며 말하기를,
이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바로 나의 아들이
이곳에 온 것이다.

왕은 곧 정용을 꾸짖어 물리치더니
여러 말 필요 없이
속히 이 사람을 데려와
나에게 보여 주도록 하라.

신하를 보내어 불러오게 하니
왕이 있는 곳으로 함께 오는데
왕이 멀리서 왕자를 알아보고는
땅바닥 위에 몸을 던졌네.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원망하다가
생각이 일시에 뒤엉켜 버렸으니
창백한 모습으로 비통에 젖어
마치 불에 덴 듯 하였네.
여러 신하들이 물을 뿌린 다음
부축하여 일으켜 앉히고는
왕관과 의관을 바로잡아 주니
왕이 물어 말하였네.

누가 내 아들의 눈을 못 쓰게 하여
이토록 괴롭게 한단 말인가?
나의 심장과 간을 도려내는 듯하니
다시 원래의 눈으로 되돌려 놓아라.

전에는 천신의 눈[天眼)같더니
이제 이처럼 끔찍한 재앙을 만나다니
아육왕은 슬픔에 목이 메 숨이 넘어가
잠시 죽은 듯하다가 다시 살아났네.

다시 왕관을 집어
땅바닥에 내던지고
머리를 산발하여
대왕의 위엄을 내던져 버렸네.

보배로 만든 목걸이는
여기저기에 흩어졌고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잡고
좌우에 외쳤네.

나는 이제 반드시
천하를 멸하리니
늙은이든 젊은이든
나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리라.
석실성에 사는 자들은
모조리 씹어 먹고
모든 백성들은
똑같이 눈을 빼내리라.

건타월국을
황무지로 만들 것이니
이들은 내 자식의 청정한 눈을
못쓰게 만든 일에 관련된 자들이다.

또한 반드시 이렇게 해치리니
내가 거하고 있는 이 나라 사람은
남자와 여자를 묻지 않고
모두 눈을 빼내리라.

그리하여 쇠바퀴 살에 던져 넣고
공중에서 빙빙 돌려
염부주 안의
형체를 가진 모든 것을 죽이리라.

부왕은 눈물을 흘리며
왕자에게 묻기를,
누가 너의 눈을 못 쓰게 하여
이 지경이 되었느냐?

내 심장과 간장을
마디마디 잘라 내는 듯하구나.
이 광경을 지켜 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은
애통해 하고 가엾이 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네.
왕자가 이윽고 대답하기를,
칙서가 왕궁으로부터 오니
영이 엄정하고 절실하여
놀라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원컨대 부왕께서는
석실성의 사람들을 원망하지 마옵소서.
그 사람들은 어질고 화목하여
아무런 허물도 없습니다.

단지 이 몸이 복이 적어서
이러한 재앙을 자초했을 뿐이니
이 모두가 전생에서 비롯한
선하지 않은 업의 과보입니다.

당시 석실성의 신하들은 칙서를 보고
모두가 분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육왕은 어찌하여
이처럼 어질지 못한 일을 저질렀을까?

염부제 땅은
참으로 무자비하구나.
어떻게 이 왕자를 해치려는
그런 마음을 낸단 말인가?

우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함께 모여서
나라 안에 고하여
전쟁에 쓸 장비를 단단히 갖추도록 하자.
차라리 이 나라를 잃고
형벌을 받을지언정
왕자로 하여금
이와 같은 치욕을 받게 할 순 없다.

칙서를 불태우고
사신을 죽인 다음
석실성 안에
급히 북을 울려 알리자.

그는 우리의 왕이 아니고
우리는 그의 신하가 아니니
참으로 왕자의 눈을
감히 못쓰게 할 수는 없다.

제가 그곳 사람들에게
깨우쳐 주며 말하기를,
부왕의 영을 거역하는
그런 생각을 품지 말라.

어찌 부왕에 대해
반역하는 마음을 내리오.
옛날부터 지금까지
흥하고 쇠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오.

곧바로 존엄하신 명을 수행하여
엄교(嚴敎)를 따라야 할 것이니
머뭇거리고 지체하여
칙서의 명을 거역할 순 없다 하였습니다.
그 나라 백성들은 모두 어리석어
참과 거짓을 알지 못하고 한 일이니
원컨대 부왕께서는 용서하는 마음을 베푸시어
분노가 미치지 않도록 하소서.

대왕께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부처님의 말씀을 헤아리소서.
인욕은 큰 힘이 있어
능히 온갖 원망을 이길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즉시 분노를 떨쳐 내고
저들의 허물을 파헤치지 마옵시며,
저의 눈 때문에
살해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진 마옵소서.

지옥의 고통을 주고
짓밟아 쓰라린 고초를 주면
그 죄의 과보를 고스란히 받게 되니
이 아들이 바로 그러했음을 되뇌소서.

만일 백성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시며
본원(本願)을 헤아리는 분이시라면
어찌 자식의 몸을 빙자하여
백성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온 국토의 남녀와
모든 백성들이
한결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으니
원컨대 이제 관대하게 용서하소서.
바로 그 때
왕자를 가르쳤던 스승은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고 있었네.

손에는 발우를 들고
가사를 바로 여미고
나란히 서서
점차 왕궁 문에 가까이 다가왔네.

아육이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슬픔의 눈물을 흥건히 흘리며
바로 일어나 앞에 나가 맞이하고는
무릎을 꿇어 예를 올리면서 물었네.

지난날 존자(尊者)의 제자였던
법익 왕자가
이제 재앙을 맞아
두 눈을 못 쓰게 되었습니다.

그 슬픔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어
애절함을 이겨내기가 어려우니
원컨대 존자께서는 살피시어
법의 약으로 치료해 주십시오.

그 아라한이 대답하기를,
모든 것이 무상하여 백 번을 변화하니
이것은 옛날의 일에서 유래하였지
현재에 갑자기 닥친 일은 아닙니다.
거느린 비구들을 살펴보고는
곧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왕에게 말하기를, 사람을 불러
법익을 이리 오도록 하십시오.

부왕이 몸소 안으로 들어가
손을 잡고 인도해 나오니
지켜보던 몇 만이나 되는 사람들 모두
마음 아파하지 않는 이 없었네.

왕자는 존자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강물과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슬픔과 분노로 목이 맨 채
겸손히 자신을 낮추어 말하였네.

옛날에 스승님께서는 제게
여래의 진실한 말씀을 가르치시기를,
눈이란 무상하며
또한 견고하지 않다.

이 뜻을 사유하길
깊고 그윽이 하여야 하니
육신의 눈은 더럽고 탁하여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마치 물거품과 같으며
햇빛에 빛나는 이슬과 같으며
물 위에 뜬 거품과 같으며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고 태양의 움직임과 같다.
속 빈 파초 둥치와 같으며
봄날 아지랑이와 같아
허깨비처럼 진실하지 않으니 지혜로운 이라면 버려야 할 것이요,
어찌 욕심을 낼 것인가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 아육왕은
존자의 앞에 무릎 꿇고 말하기를,
원컨대 지극한 도리를 설해 주시어
다시 한번 진리를 볼 수 있게 하소서.

이 슬픔과 분노를
모두 씻어 내어 맑고 고요하게 하시고
헤매고 떠도는 무리들로 하여금
진리로 돌아가게 하옵소서.

존귀한 가르침을 사유하여
평안히 무위(無爲)에 머물러서
장차 돌아오는 세상에서는
전생의 업의 근원을 알도록 해 주십시오.

아라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왕자에게로 가서
하얀 빛깔의 보자기를 집어
법익의 머리에 씌웠네.

왕자의 친어머니인
월광(月光) 부인도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으고 꿇어앉았네.
몸소 향로를 들고는
온 사방 여러 나라의
방향과 경계를 향하여
온갖 이름난 향을 살라 올렸네.

하늘과 땅의 모든 신들과
존귀하고 힘센 귀신들의 왕이시여,
빠짐없이 이곳으로 모이셔서
지성으로 서원하는 것을 증명하옵소서.

우리 법익 왕자의
두 눈을 되찾게 하고자 하니
모든 신들께서는 증명하시어,
이 지극한 정성에 감응하옵소서.

여덟 부류의 귀신들이
즉시 메아리처럼 응하여
사방에서 모여드니
허공에 빈틈이 없었네.

다시 왕자에게 이르기를,
그대는 진심으로 원을 세워
부처님과 법과
존경하는 스승님께 귀의하라.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과
이제 여기에 온 모든 이들에게도
스스로 목숨을 다해 귀의하여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켜라.
모든 현인들께서는 저의
진실한 서원을 들으시고
두 눈을 바꾸어 집착함이 없는
청정한 눈을 얻게 하소서.

저는 득도 이후로
끝내 먼저 밥을 먹지 않았고
반드시 다른 사람을 앞서 제도하고
그 다음에 밥을 먹었습니다.

기억하건대 저는 옛날에
모든 부처님들을 받들어 섬겼으니
식(式)부처님과 유위(維衛)부처님과
비사(毘舍)부처님이십니다.

얼마 되진 않았지만
고운 무늬의 비단으로 만든 꽃 일산(日傘)과
춤과 음악으로
공양을 드렸습니다.

또한 등불을 밝혀
존귀한 광명을 이어가도록 했으니
이러한 덕을 인연으로 하여
다시 눈을 돌려주십시오.

옛날에 식(式)부처님께도
이런 서원을 발하였으니
눈 없는 모든 이들을
내 마땅히 치료하리라.
두 눈을 되찾게 하여
전과 다름이 없도록 하리라.
만일 저의 서원이 이루어졌다면
눈이 다시 청정해지도록 하옵소서.

살펴보니 왕자는 또한
과거의 5백 생 동안
나의 자식이었으니
이는 사실이고 헛된 말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이번의 육신을 끝으로
다시는 인간의 육신을 받지 않을 것이니
원컨대 왕자로 하여금
저와 다름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아육왕에게 고하기를,
왕께서는 기억하십시오.
옛날에 왕께서는 한 줌의 흙을
여래께 공양하였습니다.

이것이 복전이 되어
염부제를 얻어
홀로 철륜(鐵輪)으로 누비어도
당할 무리들이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역시
지성으로 서원을 발하시어,
그 복이 왕자에게 미쳐서
눈을 얻도록 하소서.
이 때 존자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열여덟 가지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자유자재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였네.

왕이 그것을 보더니
두 손을 모은 채 무릎 꿇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땅바닥에 엎드려 말하였네.

목숨을 다하여 귀의하오니
우리의 존귀하신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많은 복을 제게 주시어
염부제를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곧 여래께서는
제게 특별히 수기하시기를,
내가 떠나고 100년 뒤에
어떤 왕이 나오리라.

그는 염부제 땅
곳곳마다 가득히
8만 4천의
여래를 모신 탑을 세우리라 하셨습니다.

신령스러운 입으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제 그대로 이루어져
온 나라 안에 걸쳐
널리 복된 불사를 일으키고
염부제를 다스려
홀로 자유롭게 누비게 되었으니
만일 부처님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다면
청정한 눈을 얻게 하옵소서.

지난날 부처님 전에
복의 씨앗을 뿌리고
나라 안의 여러 수행자와 도인들과
3보를 존경하여 받들었으며

가난하고 배고픈 모든 나형 외도(裸形外道)들에게
보시를 베풀었으니
이러한 복업을
왕자에게 베풀어 주옵소서.

이 때에 왕은 옛날에
나라 안의 여러 마을을 두루 살피다가
뭇 산을 지나
철위산(鐵圍山) 밖에 당도했던 일을 떠올렸네.

밑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데
우레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고
메아리가 애절하였으니
아주 슬프고 괴로운 소리였네.

왕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는데
그러다가 염라대왕을 보니
신하와 관리들의 도움을 받아
죄의 원인과
범행 내용을 심문한 다음
신속히 결단을 내려
죄에 따라 다스리되
더도 덜도 아닌 공평한 마음이었네.

열여덟 지옥에는
뜨거운 불꽃이 용솟음치고
열여섯 칸의 방이
하나의 가마솥을 둘러싸고 있었네.

칼의 산과 검(劍)의 숲과
불의 수레와 화로 안의 숯불에
죄인들이 울부짖으니
쓰라린 고통이 만 가지나 되네.

왕이 좌우에게 묻기를,
이는 어떤 사람인가?
신하들이 답하기를,
죽은 이들의 왕입니다.

이 왕은 선악을 판별하고
죄의 무겁고 가벼움을 조사하며
허물을 찾아내고
현명한 자인지 어리석은 자인지를 가려냅니다.

이 때 아육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고하기를,
죽음의 왕도 오히려
지옥을 만들고 다스리는구나.
나는 지금
살아 있는 백성의 왕이니
어찌 또한
지옥을 다스리지 못하겠느냐?

다시 여러 신하들에게 묻기를,
이 사람과 같이 극악 흉포하여
지옥을 다스릴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여러 신하들이 답하기를,
다른 선택은 없고
오직 5역(逆) 죄인만이
지옥을 만들 수 있을 뿐입니다.

노랑머리에 붉은 눈
말려 올라간 눈썹에 볼록 솟은 뺨
위로 불거진 이마에 납작코만이
악을 행할 수 있습니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기를,
이와 같은 생김새의 악인을
두루 수소문하여
속히 와서 알리도록 하라.

신하들은 즉시 온 나라 안의 마을로
급히 달려 나갔고
어떤 연못가에서
그물을 짜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네.
옆에는 날아가는 새를 향해
활을 준비해 놓고
앞에는 새떼를 잡으려고
독을 바른 먹이를 뿌려 놓았네.

발밑에는 낚시를 드리워
연못의 고기를 낚으려 하고
뒤에는 올가미를 놓아
가만히 노루와 사슴을 노리고 있었네.

입으로는 새소리를 내어
날짐승과 들짐승을 유인하고 있었으니
모든 신하들이 그 사람을 보고는
자신들이 찾는 사람과 같음을 알았네.

신하들은 돌아와 그 상황을
왕에게 사실대로 알렸으니
악인을 찾으러 다니던
정성이 이와 같았네.

왕은 말하기를, 훌륭하구나.
과연 내가 원하던 사람이니
이 사람을 데려와
반드시 지옥의 일을 맡기리라.

왕은 사람을 보내어 이르기를,
나는 그대를 만나서
진귀한 보배를 많이 주고자 하니
내 뜻에 따라 주기를 바란다.
악인이 대답하기를,
저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며
아는 것도 없는데
왕께서는 저를 어디에 쓰고자 하십니까?

사신이 다시 대답하기를,
그대는 반드시 귀하게 될 것이니
그대의 육신을 얻어
지옥의 일을 다스리게 하고자 한다.

악인이 기뻐하면서
즉시 집으로 돌아가
사정을 상세하게
부모에게 말씀드렸네.

부모들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하고 근심하면서
서로 아들을 끌어안고
가도록 놓아주지 않았네.

아들은 화가 잔뜩 나서
바로 날카로운 칼을 빼어 들고
부모를 베어 죽인 다음
이들을 버리고 길을 떠났네.

왕이 있는 곳으로 와서
무릎 꿇고 절하여 문안을 올리고는
읍하는 자세로 공손히 물러나
한쪽 편에 섰네.
왕이 악인에게 묻기를,
그대에게는 부모가 있어
보살펴 모실 사람이 없을 텐데
어떻게 올 수 있었느냐?

악인이 스스로 말하기를,
부모가 완강히 가로막기에
칼로 베어 죽인 다음
버려두고 왔습니다.

왕이 말하기를, 참으로 고약하구나.
이야말로 진짜 5역 죄인이니
부모까지 죽였는데
어찌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기겠느냐?

즉시 이 사람에게 맡기어
지옥성을 만들었으니
물이 끓는 솥과 검의 숲이 있고
쇳물을 부어 높이 담을 둘러 쳤네.

이 사람을 시켜
지옥의 주인으로 삼고
여러 신하들을 세워
각기 그 직책을 주었네.

염라대왕이 그러하듯
옥졸들에게 영을 내리기를,
지옥에 들어온 자는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하라.
귀하고 천한 이나
부자거나 존경받는 이나
일단 그 죄를 다스리는 데에는
어느 누구라도 잘잘못을 참견하지 못하게 하라.

설령 나 자신이
이곳에 들어왔다 해도
역시 내보내 달라는 말을 듣지 말고
무거운 법을 적용하도록 하라.

성의 둘러싼 주변에는
갖가지 아름다운 과일 나무를 심고
정원의 경치를 잘 다듬도록 하니
마치 하늘의 궁전과 같은 모양이었네.

그 때 마침 나는 혼자 걸으며
두타행(頭陀行)을 하고 걸식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다가
이 지옥 성문 앞에 도착하게 되었네.

향기로운 꽃들과
무성한 나무들을 밖에서 보고
이곳을 부자로서 훌륭하고
존귀한 사람이 사는 집으로 생각하였네.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
걸식을 하려는데
정작 죄인을 다스리는 장면을 보고는
소스라쳐 놀라 되돌아 나오려 하였네.
옥졸이 앞에서 잡고는
보내달라는 말은 안 듣고
물이 끓고 있는 솥으로 데려가
다섯 가지 고통을 주려고 하였네.

내가 다시 빌면서 말하기를,
관용을 조금만 베푸시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만 기다려 준다면
은혜를 입음이 한량없을 것입니다.

도를 배운 지도 얼마 안 되고
또한 부처님 말씀을 널리 암송하지도 못했으니
원컨대 시방의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일을 허락해 주십시오.

악인은 말없이 허락하고
해가 중천에 뜰 때를 기약하였는데
그렇게 말하고 얼마 안 있어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잡혀왔네.

음란한 죄를 범한 일로 잡혀와
죄상을 밝힌 다음
절구통 안에 넣고
절구공이로 짓찧었네.

잠깐 사이에
가루로 변했으니
그 때 나는 이것을 보고
오직 부처님 말씀만을 생각하였네.
몸은 물거품과 같다 하셨으니
참으로 진실하구나, 그 말씀이여.
태를 가르고 몸을 받았으면
반드시 이처럼 되는 일이 있구나.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성인을 만나더라도
누가 이 고통을 면할 것인가?
나는 이제 반드시
예사롭지 않은 그 뜻을 헤아리리라.

아홉 가지 번뇌를 분별해 보니
이는 깨끗하지 못한 것이고
또한 금방 변하는 것으로
흰 비둘기 빛깔의 뼈가 되리라.

모양을 가진 이 육신은
이전에 죽은 사람들의 뼈가 모인 것으로
갖가지 모양으로 변화한 것이 한 번만이 아니니
마치 허깨비 같고 요술 같구나.

그 즉시 깊은 뜻을 깨달아
번뇌를 여의고 속박을 벗어나
기쁜 마음이 안에 가득하고
밖으로 기운이 흘러 넘쳤네.

통쾌하구나, 복의 과보를 얻어
삶과 죽음을 벗어났으니
마음속 생각은 고요하며
뜻은 금강(金剛)과 같도다.
하늘과 땅이 불꽃 속에서
한몸으로 뒤엉켜 녹아내리고
온 하늘에 불꽃이 가득하다 한들
어찌 나를 불태울 수 있으랴?

옥졸이 다시 재촉하여
물이 끓는 솥 안으로 들어갈 때
나는 한껏 웃으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었네.

옥졸은 화를 내면서
사람 넷을 보내
각기 사지를 붙잡고
솥 안에 거꾸로 집어넣었네.

뜨겁던 물은 식고 불은 꺼져서
아주 시원하게 변했으며
볼기를 치던 옥졸들도
모두 가만히 쉬었네.

그 즉시 천 개의 꽃잎을 가진
연꽃을 요술로 만들어
그 연꽃 가운데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네.

앉고 눕고 솟았다 사라졌다 하는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리며
혹은 허공을 날거나
땅 속 일곱 길 깊은 곳을 오가기도 하였네.
옥졸이 보고 놀라
아육왕에게 고하기를,
옥 안에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일입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잠시 납시어
니리성(泥犁城)에 오셔서
불길하고 해괴하며
매우 이상한 이 일을 직접 보옵소서.

왕이 악인에게 말하기를,
내가 저번에 약속하기를
설령 내가 그곳에 들어가더라도
역시 나올 수가 없다고 하였다.

전륜왕은
두 가지로 말하지 않거늘
이제 어찌 내가 다시
이 문으로 들어가겠느냐?

악인이 왕에게 말하기를,
들어오셔도 고통이 없도록
오늘 하루만 허락하고
이후로는 다시 제한하겠습니다.

왕이 즉시 따라 들어가
솥 안에 있는 사람을 보니
연꽃 위에 앉아
결가부좌를 하고 있네.
왕이 멀리서 묻기를,
너는 어떤 사람이냐?
내가 답하기를,
나는 비구입니다.

왕이 다시 묻기를,
너는 지금 옥 안에 있으니
마땅히 죄인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어찌 비구라고 하느냐?

그 때 내가 말하기를,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오.
성인께서 주신 은혜를 입고
그대는 남천하(南天下)의 왕이 되었소.

영겁의 세월에 걸쳐 공을 쌓아
비로소 그 과보를 얻게 되었거늘
이제 다시 성인을 비방하여
죄인이라 부르다니.

왕이 다시 도인에게 묻기를,
너는 어떤 까닭으로
전륜왕 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감히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부르느냐?

이 때 내가 고하기를,
그대는 어린아이였을 때
한 줌의 흙을
여래께 받들어 올렸소.
이 일로 부처님으로부터 축원을 받았고
다시 가섭사(迦葉寺)에 가서
물과 진흙을 섞어
절의 남쪽 벽을 보수하였소.

부처님께서 수기하시길, 너는 뒤에 반드시
남쪽 염부제의
전륜왕이 될 것이며
이름을 아육이라 할 것이다.

너는 하루만에
8만 4천의,
여래의 유골을 모신 탑을
일으켜 세우리라.

왕이 만든 이 지옥성도
부처님의 탑이란 말이오?
이는 오히려 화를 자초하여
다시 한량없는 죄를 짓는 일이오.

정신이 뒤바뀌고
무지한 마음에 휩싸이며
어리석은 중에도 가장 어리석다 할지라도
지금 왕만큼 심하지는 않을 것이오.

어떤 사람은 미혹에 집착하여
죽을 때까지 이를 고치지 않으니
이제 그대를 어리석다고 이른 것이
어찌 잘못된 말이겠소?
왕은 즉시 잘못을 깨닫고
오체투지의 예로
서둘러 스스로 참회한 다음
즉시 나를 받들어 공경하였네.

곧바로 지옥성을 부수고
선(善)의 근본을 일으켜 세워
생하거나 멸함이 없는
열반의 가르침을 구하였네.

전생에 심은 한 움큼 흙의 공덕으로
이제 왕의 자리에 올랐으니
부처님 복전(福田)에서
모든 번뇌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겠습니다.

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3보를 받들어 모시도록 할 것이니
이러한 복을 살피어
법익이 눈을 얻도록 해 주십시오.

왕과 존자가
지성으로 서원을 발하자
바로 앉은 자리에서
법익의 눈이 완전히 갖춰졌네.

하늘의 모든 신들과 아수라와
온갖 귀신의 왕들이
한결같이 훌륭하다고 찬탄하였고
전에 없던 일이라며 감탄하였네.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감응에
곧 앞으로 나아가 얼굴을 덮은 천을 벗겨내고
법익의 두 눈을 살펴보았네.

왕과 부인이
멀리서 법익을 바라보니
생김새가 훌륭하여
세상에 드문 모습이네.

이 때 하늘과 땅도
여섯 가지 모양으로 진동하고
산과 강과 바위들도
높이 솟았다 가라앉았다 하였네.

마음속에 차오르는 기쁨으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왕은 스스로 무릎 꿇고
존자에게 말씀드렸네.

존자께서는 마치 살아 계신 부처님처럼
사람들에게 눈을 베풀어 주시니
그 복의 위신력에 힘입어
저의 자식에게 다시 청정한 눈이 생겼습니다.

왕은 이와 같이 놀라운 조화를 보고
말을 다할 수가 없어서
이 사람은 반드시 하늘의 신이
나를 속이고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였네.
자신의 보배관을 벗어
법익에게 주고는
전륜왕의 자리를 물려주고
염부제를 다스리게 하였네.

왕자가 그 앞에 무릎 꿇고
부왕에게 말하기를,
저는 감히 존위(尊位)를 이을 만한
위엄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부왕이 고하기를,
그대의 행적을 살피건대
그대는 바로 하늘의 신이니
모든 점이 다 그러하여 아무런 의심도 없다.

그대가 나의 다스림을 받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니
그대는 마땅히 왕위를 받으라.
내 마땅히 신하로서 그대를 보좌하리라.

속히 나의 말을 따라
이 보관을 받을 것이며
어려울 것이라 염려하지 말고
오히려 기뻐하는 생각을 내도록 하라.

존자도 다시 말하기를,
왕자께서는 마땅히
이 천관(天冠)을 받아 위용을 갖추시고
6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십시오.
왕자께서는 전생에 본래 왕으로서
6만 년을 지내셨으니
이제 이 6년은
보잘 것 없이 작은 숫자입니다.

아육왕이 궁금해 하면서
존자에게 묻기를,
원컨대 전생의 인연을 설해 주시어
저의 어리석은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왕자는 전생에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이 높고 존귀하게 되었고
또 나의 아들로 태어나서는
청정하고 밝은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또한 중간에 눈을 상하게 되었다가
이제 다시 완전한 눈을 얻게 되었으니
대체 어떤 인연을 지었기에
존자를 만나게 되었습니까?

존자의 인도를 따라
법의 눈을 뜨고
지금은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모든 번뇌의 티끌을 멸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도를 이루어
영원히 삶과 죽음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원컨대 전생에 행했던 그대로를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가 왕에게 고하기를,
제가 드리는 말씀을 듣고
전생의 인연을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91겁(劫) 전의
과거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유위(維衛)여래입니다.

그 때 왕자께서는
저의 아들이었는데
산수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저는 7일마다
그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왕자는 여래의 형상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곧 형상으로써
여래의 뛰어남을 널리 알렸으니
여래께서도 훌륭하다고 칭찬하시면서
같은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곧 왕자는 그 부처님께
믿는 마음을 내어 서원하기를,
다시 태어날 때에는
3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항상 모습이 단정하고
눈이 총명하며
훌륭한 가문에 태어나고
비천한 곳에는 태어나지 않게 하소서.

여자로 태어날 때는 항상
사랑스럽고 존경스럽게 보이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땅바닥에 엎드려 내게 절을 올리도록 하소서.

그 뒤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식(式)여래인데
모든 비구들을 데리고
청명성(淸明城)에 오셨을 때
저는 장자(長者)였고
왕자는 저의 아들로서
함께 공양을 올리고
식(式)여래를 받들어 모셨습니다.

그 다음의 부처님 이름은
수섭(隨葉)여래인데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을
번뇌에서 벗어나도록 하셨습니다.

그 때도 역시 나의 아들인 왕자가 소원하여
등불을 들고
7일 낮 7일 밤 동안
광명이 꺼지지 않게 하였습니다.

왕자는 이 복의 도움에 힘입어
길이 고뇌를 여의고
태어나는 곳마다
청정한 천안(天眼)을 얻었습니다.

현겁(賢劫) 중에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으니
명호는 구손나(拘孫那)이시고
제도해 준 이들은 한량이 없었습니다.

32상(相)을 갖추고
몸빛은 순수한 금색이며
도수(道樹: 보리수) 아래에 앉아
마군의 원성을 항복받으셨습니다.

66년 동안
한 달에 6일, 일 년에 3달씩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켜
처음부터 아무런 실수도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 다시 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구나함존(拘那含尊)이시고
세상을 밝게 비춰 주시니
마치 가득 차오른 달과 같았습니다.

그 때 나는 역시
장자의 몸이었고
왕자는 나의
막내아들이었습니다.
아라한의 경지를 얻은
어떤 비구가
차례대로 걸식을 하다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때 작은며느리가
입을 옷과 음식과
누워 자는 침상과 약품을
그 비구에게 공양하였습니다.

왕자는 성이 나서
가만히 아내에게 말하기를,
어찌해서 너는 지금
저 사람과 내통하느냐?

내 반드시
저 비구의 눈을 못 쓰게 할 것이다.
웬 거지같은 놈이
남의 마누라를 넘보다니.

그 다음에 어떤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가섭(迦葉)이며,
여러 가지 훌륭한 모습을 갖추고
이 세상에 나오셨습니다.

나는 그 때도 역시
큰 부자로서
많은 은혜를 널리 베풀어
그 이름이 사방에서 널리 칭송되었습니다.
다시 왕자를 아들의 인연으로 만났는데
날 때부터 두 눈이 없었으니
이는 전생의 업에 의한 괴로운 과보로
이러한 재앙을 당한 것입니다.

법익 왕자는 부처님의 형상을 그려 모신 인연으로
지금 그 과보를 얻어
날 때부터 왕의 핏줄을 받고
비할 바 없이 뛰어난 용모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또한 꿰뚫어 보는 눈을 갖추어
여느 사람들 가운데 홀로 우뚝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이 즐거워지고
그 위의에 굴복하지 않음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전생에
보살[眞人] 아라한을 비방하였고
자신의 아내와 관계 지워
그의 눈을 못 쓰게 하려고 하였습니다.
전생의 이러한 악행으로
이제 두 눈을 못 쓰게 되었던 것이니
선이든 악이든 그 과보는
끝내 썩어 없어지지 않습니다.

당시 나는 가섭부처님과
여러 비구들을 초청하여
7일 동안 공양을 올리고
아울러 다른 물건들도 보시하였습니다.

아들도 역시
7일 낮 7일 밤 동안
여래와 다른 거룩한 스님들을
받들어 모셨습니다.

양손에 등불을 든 채
모양을 조금도 흩뜨리지 않고
매일 세 번씩 참회하고
진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제가 본래 지은
몸과 입과 생각의 업[行]은
이제 모두 그 허물을 고치고
부지런히 금계(禁戒)를 닦겠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다시
이와 같이 거룩하신 부처님을 뵙게 된다면
원컨대 비천한 저로 하여금
다시 받들어 모실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만남에서
고통을 다하고
아버지와 함께
아라한이 되도록 하소서.

일찍이 유위 여래 앞에
7일 동안 등불을 켜고
복을 구하고자 발원하여
천안을 얻었으며,
이제 비록
육신의 눈마저 못쓰게 되었으나
이 인연으로 즉시 천안의 과보를
얻게 된 것입니다.

가섭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한 시기를 만나 발원하기를,
원컨대 다시 태어날 때는
청정한 눈을 얻게 하소서.

또다시 때때로
굳건한 서원을 세우기를,
아버지와 제가 함께
동시에 도를 이루게 하소서.

6년 동안 나라를
정법으로 다스리고
그 기한을 마치면
문득 번뇌를 다하도록 하소서.

왕이 이 말을 듣고
선한 마음이 생겨나
즉시 앞에 무릎을 꿇고
땅 위에 엎드려 말하였네.

존자께서는 이제 청정하시어
모든 번뇌의 때에 집착함이 없고
현명하고 거룩한 법에 따라
열반에 평안히 머무르고 계시는군요.
그 후 새로운 왕 법익이
염부제를 다스리니
도적도 없고
백성을 얕보고 빼앗는 자도 없었네.

질병도 없고
도를 그르치는 행위도 없으며
널리 자비심이 행해져
서로가 화목한 얼굴로 바라보았네.

그 때 법익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고하기를,
그대들이 효성스럽고 양순하여
간사한 마음을 품지 않고

죽이고 도적질하는 마음을 일으켜
좋지 않은 과보를 당하지 않으며
음행을 하지 않고
거짓말과 꾸미는 말을 하지 않으며
술을 입에 대지 않고
항상 불법을 따라
바른 가르침을 어기지 않으면
문득 도의 자취를 이룰 것이다.

그 때 법익왕이 나라를 잘 다스린 지
6년이 지나자
무릎 꿇고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부왕에게 말하였네.

저는 부왕의 명을 받고
감히 어기지 않았으니
이제 출가하여
청정한 행을 닦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부왕이 즉시
출가하여 배우도록 허락하니
법익은 부모의 발에 예를 올린 다음
물러간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네.

존자에게로 가서
스스로 말하여 여쭙기를,
원컨대 스승님께서는 허락하시어
제가 도(道)의 길에 있도록 해 주십시오.

존자가 온화한 얼굴로
고하여 말하기를,
잘 왔구나, 보살[眞子]이여.
부지런히 청정한 행을 닦으라.

그대는 금생(今生)의 몸으로
모든 번뇌를 끊을 수 있으리니
게으른 생각을 품어
다시 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머리털과 수염을 깎고
생각을 하나로 모으니
널리 땅이 진동하고
하늘에서 온갖 꽃이 비처럼 내렸네.
바로 이어서
구족계를 받으니
보살의 법 가운데
깨닫지 못한 것이 하나도 없었네.

존자는 점차 가르쳐 나아가면서
바른 도리를 가리켜 말하기를,
눈이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니
반드시 깊이 사유하라.

이 5음(陰)을 관찰하기를,
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짓는 자도 지은 바도 없고
받는 자도 없다고 관찰하라.

그것은 모두 공(空)한 것임을 알아야 하니
어리석은 자는
머리털과 몸뚱이와
손톱과 이빨 등에 깊이 집착한다.

피와 골수와 창자와 위장 등은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으니
이 육신은 청정하지 않고
또한 견고하지도 않다.

너는 유위법(有爲法)을
마땅히 깊이 사유하라.
이 5음의 형상은
허깨비처럼 나타나 헛되고 거짓되다.
이로 인하여 흐름이 막혀서
해탈을 얻지 못하는데
이제 너는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여
해탈의 성(城)에 이르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것에
어찌 헛됨이 있으리오.
길이 무위(無爲)를 즐기어
그 마음을 맑고 깨끗하며 고요하게 하라.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과거의 어떤 부처님께서도
중생 깨우치기를 어려워 하셨다는 이야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용맹스런 마음을 내어
평안하고 아늑한 곳에 이르러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기약하라.

이와 같이 존자가
법익을 가르쳤으니
법익은 밤낮없이 수행하며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네.

이 5음을 관찰하기를
마치 몸에 붙은 불을 끄듯이 부지런히 하였으니
즉시 아라한의 경지에 올라
다시는 물러서지 않았네.
존자가 거듭 고하기를,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은
도와 무관한 일이나
세속의 번잡한 일은 하지 말라.

원래 천인(天人)들조차도
삶과 죽음을 유랑하며
윤회의 강을 떠다니다가
다섯 곳의 세상 가운데로 떨어지게 된다.

그들은 결국 이곳에도 태어나게 되는데
이 모두는 인연에 의한 것이니
인연에 따른 사람의 종류를
이제 너를 위해 말해 주리라.

걸어 다니다가 잘 넘어지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홀린 듯이 바라보며
항상 히죽거리고 잘 기억하지 못하며
움직임이 경망스럽고
넓은 들판을 떠돌아다닌다면
이 사람은 바로
활(活)지옥에서 온 것이다.

몸의 마디마디가 타는 듯이 아프고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며
흉악한 꿈에 놀라 깬다면
흑승(黑繩)지옥에서 온 것이다.

거친 머릿결에 사나운 눈
뻐드렁니에다 성도 잘 내며
쉰 목소리에 성질이 사납고 급하면
합회(合會)지옥에서 온 것이다.

말소리가 높고 크며
부끄러운 줄 모르며
싸우면서 소리 지르기를 즐기고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며
누워 자면서 신음 소리를 내고
꿈꾸면서 자주 놀라 소리를 지르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제곡(啼哭)지옥에서 온 것이다.

항상 슬피 울기를 좋아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며
가족들과 싸우기를 즐기고
친소(親疎)가 없으며

말하다가 갑자기 성을 내며
자고 나서 먹지 않으면
이 사람은 본래
대제곡(大啼哭)지옥에서 온 것이다.

키는 크고 다리는 가늘며
힘줄이 빈약하고
말할 때 목이 메어
소리가 마치 옹기 깨지는 듯하며

정신이 불안정하고
마음이 효성스럽고 양순하지 않으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아비(阿鼻)지옥에서 온 것이다.

신체가 거칠고 추하며
추위 견디기를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더운 것과 물기 없는 것을 좋아하며
인색하고 탐욕스럽고 질투가 많으며
사람을 보면 은혜를 베풀고는
스스로 후회하고 번뇌하면
이 사람은
열(熱)지옥에서 온 것이다.

불을 보면 무서워 놀라면서도
평소 따뜻하고 뜨거운 것을 좋아하며
발걸음이 가볍고 빠르며
일을 피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며

일을 해놓고는 후회하다가
다시 일을 시도한다면
이 사람은
대열(大熱)지옥에서 온 것이다.

잠을 적게 자고 성을 잘 내며
받은 것을 잘 잃으며
무엇을 만들어도 작고 좁게 만들며
마음이 넓고 크지 않으며

큰 것을 보면 무서워하고
작은 것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이 사람은
우발(優鉢)지옥에서 온 것이다.

붉은 눈에 추한 모습이며
항상 소송하기를 좋아하며
성현을 비방하고
도를 얻은 이들을 헐뜯으며
밤낮으로 사람들을 엿보기를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나 않나 하고 살핀다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발두(鉢頭)지옥에서 온 것이다.

눈이 도끼눈이며
부모에게 불효하며
태어나 단명하면
구모(拘牟)지옥에서 온 것이다.

칼을 가지고 다니기를 좋아하며
억지를 부려 사람들과 싸우다가는
반드시 사람에게 살해당하니
빈지(邠持)지옥에서 온 것이다.

날 때부터 몸에 부스럼이 있으며
입에서 냄새가 나서
사람들과 친하지 못하면
광(曠)지옥에서 온 것이다.

모습은 장대하나
걸음은 유약하며
머리카락이 성글고 피부가 엷으며
항상 병으로 아파하며

사람을 보면 성을 내며
음식을 탐하여 싫어하지 않으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염(炎)지옥에서 온 것이다.

몸은 희고 눈은 푸르며
말을 하면 곧 입가에 거품이 일고
말에 매듭이 없으며
마른 흙을 가지고 놀기 좋아하며

깊은 진흙 구렁을 보고
그 위에 벌렁 누우면
이 사람은
회(灰)지옥에서 온 것이다..
눈이 노랗고 머리가 울퉁불퉁하여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며
일에 닥쳐 당황하고 두려워하면
검수(劍樹)지옥에서 온 것이다.

손에 항상 칼을 들며
싸움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금방 기뻐하며
칼날에 다치게 되면
도(刀)지옥에서 온 것이다.

몸빛이 검고 온전치 않으며
어두운 방에 있기를 좋아하며
욕을 잘하면
열회(熱灰)지옥에서 온 것이다.

힘이 없고 기가 약하여
자신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어야 할지
한번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며
설사 가축을 죽이는 것을 보게 되더라도
그 곁을 떠나지 않으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박(剝)지옥에서 온 것이다.

수시로 성을 내고
바로 잘못을 알아 후회하며
그때그때 사죄해 놓고는
하룻밤도 지나지 않으며

마치 죄인에게 벌을 가하듯이
자신을 몹시 책망하면
이 사람은
국(鞠)지옥에서 온 것이다.

누추한 곳에서 자기를 좋아하고
거칠고 상한 음식을 즐겨 먹으며
누추한 옷을 입으면
시(屎)지옥에서 온 것이다.

얼굴 생김새가 추악하며
말투가 거칠고 사나우며
사람을 헐뜯어 싸우기를 좋아하면
선향(善香)지옥에서 온 것이다.

이와 같으니 반드시 그 용모와
어느 지옥에서 왔는지를 살펴서
마치 겁화(劫火)를 피하듯
잘 알고 멀리하라.

다음은 축생에서 와서
그 받은 모양이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을 말하리니
마음을 모아 잘 살펴서
그러한 인연을 짓지 않도록 하라.

말씨가 느리고
성을 내지 않으며
어른을 겸손히 공경하면
코끼리 중에서 온 것이다.

몸이 크고 지저분하며
추위와 배고픔을 잘 견디며
화를 내어 풀리기 힘들면
낙타 중에서 온 것이다.

먼 길을 잘 다니고 잘 먹으며
험난한 곳을 피하지 않으며
일을 잘 기억하고 진실을 가려내면
말 중에서 온 것이다.
온순하고 너그러우며
더위와 추위를 참고 걸으며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소 중에서 온 것이다.

큰 소리를 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여기저기에 사랑하는 마음을 내며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으면
당나귀 중에서 온 것이다.

긴 송곳니에 두려움이 없고
항상 육식을 즐기며
많은 일거리를 어려워하지 않으면
사자 중에서 온 것이다.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하며
넓은 들판을 돌아다니며
처자를 돌보지 않으면
호랑이 중에서 온 것이다.

털이 길고 눈은 작으며
성을 잘 안 내며
한곳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새 중에서 온 것이다.

그 성격에 반복하는 일이 없고
벌레를 죽이기 좋아하며
무덤 가에서 혼자 있기를 좋아하면
여우 중에서 온 것이다.
목소리가 작고 용맹하며
음욕이 없으며
처자식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리 중에서 온 것이다.

훌륭한 직책을 좋아하지 않고
가만히 살펴 범법자를 잡으며
잠을 적게 자고 성을 잘 내면
개 중에서 온 것이다.

키가 작고 털이 길며
많이 먹고 많이 자며
깨끗한 곳을 싫어하면
돼지 중에서 온 것이다.

털이 노랗고 포악하며
혼자 산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꽃과 과일을 즐겨 먹으면
원숭이 중에서 온 것이다.

잘 잊고 뻔뻔스러우며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해보아 알면서도 다시 반복하면
까마귀 중에서 온 것이다.

정이 많고 색욕이 많으며
도리를 다하지 않으며
생각을 오래 담아 두지 않으면
비둘기 중에서 온 것이다.
행실이 어긋나고 사나우며
강하게 항변해도 그 욕됨을 참아내며
부모에게 불효하면
가마우지[鸕鳩] 중에서 온 것이다.

바른 법도 알지 못하고
바르지 않은 법도 알지 못하며
밤낮으로 어리석고 미혹하면
양 중에서 온 것이다.

음란함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즐기며
세력이 큰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으면
앵무새 중에서 온 것이다.

행동이 졸렬하고 포악하며
많은 사람들 속에 있기를 좋아하며
말이 많고 번잡스러우면
구관조 중에서 온 것이다.

발걸음이 느리고
생각에 규범이 있으며
생명 있는 것을 많이 해치면
학(鶴) 중에서 온 것이다.

몸이 작고 음란함을 좋아하며
생각이 차분하지 않고
이성을 보는 대로 마음이 흔들리면
참새 중에서 온 것이다.
눈이 붉고 이빨이 짧으며
말을 하면 곧 거품을 내고
눕기만 하면 몸을 휘감으면
살모사 중에서 온 것이다.

말하자마자 성부터 내어
상대의 뜻을 알아보지 않으며
입에서 뜨거운 기운[火毒]이 나오면
전갈 중에서 온 것이다.

혼자 있는 곳에서 욕심껏 먹으며
목소리가 사납게 울리고
밤에 잘 자지 않으면
고양이 중에서 온 것이다.

벽을 뚫어 도둑질하며
재물을 탐하고 두려움이 많으며
또한 사람들 사이에 멀고 가까움이 없으면
쥐 중에서 온 것이다.

이와 같으니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축생에서 왔는지 잘 살피라.
다음은 아귀(餓鬼)를 설하리니
마음을 모아 잘 들으라.

키가 크고 두려움이 많으며
머리카락이 몸을 감고
옷이 지저분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입술이 마르고 코가 삐뚤며
몸빛이 노랗고 목구멍이 좁으며
다니면서 잘 넘어지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음란하고 인색하고 탐욕스러우며
남이 이익을 보면 샘을 내고
베풀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움직일 때마다 싸우고 소송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지성스러움을 믿지 않으며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힘도 약하고 지혜가 적으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목소리가 일그러지고 울림이 없으며
갑자기 성을 내며
빨리 먹고 뜨거운 것을 좋아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항상 재물이 궁핍하고
빈털터리에 누추하며
지혜로운 이에게 비웃음을 사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가족들이 부처님을 섬기지 않으며
설법 듣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영원히 하늘에 이르는 길이 끊어지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아내와 자식과
형제자매를 중히 여기지 않으며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으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나면서부터 맨 몸뚱이의 고아로서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으며
끝내 그 모습 그대로 돌아가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생각이 편협하고
화려한 장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행동이 지저분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움직여도 얻는 것이 없으며
일을 해도 그르치기만 하기에
사람들에게 쫓겨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일을 도모하다가 자주 실패하며
그럼에도 원인을 살피지 않고
사람들의 조언을 듣지 않으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깨끗한 곳을 좋아하지 않고
변소 안에 살기를 좋아하며
얼굴 모양이 지저분하면
풍신(風神) 중에서 온 것이다.

몸이 크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며
항상 욕심껏 고기를 먹고
신사(神祠)에서 혼자 즐기면
열차(閱叉:야차) 중에서 온 것이다.

성내어 같이 싸우기를 좋아하며
물건을 보면 욕심을 내고
두려워 피하는 일이 없으면
열차 중에서 온 것이다.

보는 사람마다 털이 곤두서고
마치 무엇을 잃은 듯이
바로 앞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면
나찰(羅刹) 중에서 온 것이다.

몸이 호리호리하고 피부가 엷으며
안색이 즐겁고 흥겨운 표정이며
음악을 듣고 환희하면
건답화(乾畓和:건달바) 중에서 온 것이다.

아름답고 경쾌한 것을 생각하며
향을 스스로 바르고
온갖 기술을 갖추면
건답화 중에서 온 것이다.
항상 춤과 노래를 즐기고
남녀의 시중을 받으며
먼저 말하고 나중에 웃으면
견타(甄陀:긴나라) 중에서 온 것이다.

성격이 부드러우며
때가 되어 깨닫고
번뇌의 속박을 끊으면
진다라(眞陀羅:긴나라) 중에서 온 것이다.

이것이 아귀의 모습이고
야차와 나찰에서 온 모습이며,
다음은 마땅히
사람에서 다시 태어난 것을 설하리라.

가서 태어날 곳을 알며
집착하여 속지 않고
할 일을 깨달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모든 속임수와 거짓을 알아채고
일찍부터 그러한 일을 하지 않으며
평등하게 행하여 나아가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듣자마자 알아차려 잊지 않고
간사하고 거짓된 말을 믿지 않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탐욕과 음심과 인색함과 질투는
마음을 잡아 어렵게 버리며
곳곳의 풍속을 모두 알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뜻을 믿고 은혜를 베풀며
법과 법 아닌 것을 알아
마음이 조금도 치우치지 않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도 닦을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게으르지 않으며
거룩하고 현명한 이들을 공경하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계를 지키고 많이 들은
사문(沙門)을 보면
지극한 마음으로 받들어 섬기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모든 부처님과
바른 법과 스님들을 공양하여 섬기며
수시로 법문을 들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설법을 들으면 능히 알고
나쁜 소리를 들으면 따라 하지 않으며
속히 열반[泥洹]을 얻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에서 다시 태어난
그 모습을 간략히 설한 것이며,
이제는 천신(天神)에서」
태어난 모습을 설하리라.

둥근 눈에 네모난 얼굴
몸은 노랗고 머리카락은 금빛이며
온갖 기술을 다 갖추었으면
아수륜(阿須倫:아수라) 중에서 온 것이다.

바로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의심하여 나무라는 일이 없으며
원수를 보고 갑자기 공격하면
아수륜 중에서 온 것이다.

수미산을 의지하는 천신에
다섯 부류가 있으며,
전생에 지은 인연에 따라
각기 그 모습이 다르다.

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굵으며
항상 웃음을 머금고 기뻐하며
지혜로운 이를 반드시 보살피면
곡천(曲天) 중에서 온 것이다.

생각이 미묘한 것을 좋아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은 적으며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면
시천(尸天)에서 온 것이다.
키가 크고 몸빛이 희며
얼굴빛이 단정하며
불빛을 좋아하지 않으면
파천(婆天)에서 온 것이다.

항상 기쁘고 즐거워하며
욕을 먹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것을 용납하지 않으면
낙천(樂天)에서 온 것이다.

사유하여 고통을 참아내며
뜻을 분별하기 좋아하고
부모에게 효성스러우면
비사천(毘沙天)에서 온 것이다.

집에서 자기를 좋아하지 않고
숲 속에 다니기를 좋아하며
항상 여자를 그리워하면
삼십삼천에서 온 것이다.

비록 재물도 적고
비천한 집안에 태어났으나
마음으로 청정함을 즐기면
삼십삼천에서 온 것이다.

자기 뜻대로 마음대로 행하다가
저질러 놓은 일을 감당 못하여
희망이 끊어지고 소원과 어긋나게 되면
염천(炎天)에서 온 것이다.
다른 여자와 음행하는 것을 기뻐하고
자신의 처는 지키지 않으며
귀신의 부림을 받으면
타화천(他化天)에서 온 것이다.

부모를 받들어 섬기며
항상 법을 따르고 의당함을 본받으며
자신을 반성하고 남을 받아들이면
도술천(兜術天: 도솔천)에서 온 것이다.

도 아닌 것에서 도를 구하나
조심하는 마음이 없으며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범천(梵天)에서 온 것이다.

뜻이 완고하고 성격이 소박하며
항상 욕심껏 잠만 자고
법을 알지 못하면
무상천(無想天)에서 온 것이다.

다섯 갈래길[五趣]의 중생들은
그 근본이 각각이어서
성격과 행동이 같지 않고
마음 씀씀이가 매우 다르다.

그 때 아육왕은
오히려 마음에 성이 차올라
여러 신하들에게 고하기를,
나의 영(令)을 반드시 잘 들으라.
그대들은 이 날카로운 검과
신묘한 철륜(鐵輪)이 보일 것이니
만약에 나의 칙서를 위조한 주동자를
당장에 잡아오지 않으면

염부제의 백성들을
반드시 다 죽이고
이 염부제 땅을
빈 들판과 같이 질펀한 흙더미로 만들겠다.

여러 신하들이 무릎 꿇고 절하면서
왕에게 말하기를,
원컨대 너그러이 참으시옵소서.
지금 바로 찾아보겠습니다.

사방으로 나아가 묻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으며
옷을 바꾸어 입고 모양을 고치고는
얼굴을 숨기고 은밀히 조사하였네.

누가 칙서를 위조하고
사신을 보낸 자는 누구이며
석실성을 왕래한
그 사람은 누구인가?

감추어 두었던 사실을 마음에서 끌어내
모두 소리 높여 드러내 말하기를,
부인인 정용과
야사의 소행입니다.
여러 신하들이 모여들어
왕에게 다시 말하기를,
저희들이 드리는
칙서와 도장 사건의 진상을 들으소서.

바로 그 도적들은
대왕님의 바로 곁에 있었던
부인 정용과
대신 야사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천자(天子)의 위용을 떨치어 대노하면서
즉시 좌우에 명하여
두 사람을 속히 잡아 오라 하였네.

왕 앞에 잡아 오자
사실을 다그쳐 묻기를,
너희들이 정말로
왕자의 눈을 못 쓰게 하였느냐?

두 사람은 두려워 떨면서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으니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말하지도 않고
아니라고 말하지도 않았네.

왕은 한껏 성이 차올라
곁에 있는 신하들에게 명하기를,
이자들을 당장에 데려다가
쇠감옥에 가두어 놓고
둘레에 불을 놓아
태워 죽이도록 하라고 하자
즉시 두 사람의 손을 뒤로 묶어
감옥으로 데려갔네.

타오르는 불로 태워 죽이니
두 사람은 죽어 지옥에 가서
반드시 몇 겁을 두고
거듭 고난을 겪으리.

그들이 왕자의 눈을 해친 까닭은 무엇인가?
지난날 왕자는
바라내(波羅奈)국에 태어났었는데
재물이 한량없이 많았었네.

언젠가 한 늙은 여인이
궁핍하여 얼어 터진 맨몸으로
한 아이를 데리고
그 집 문 앞에서 구걸을 하였네.

왕자가 나가서 보고는
갑자기 성을 내면서
손으로 흙을 집어
그들의 두 눈에 뿌렸네.

모자는 분노를 품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나
너를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두 눈을 빼어내
기와 조각이나 돌처럼 내던져 버리리라 하였으니
이처럼 선과 악의 결과는 썩지 않고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 한다네.

그 때의 늙은 여인은
지금의 부인이고
함께 왔던 아이는
지금의 야사라네.

일찍이 아라한을 비방하고
궁핍한 여인을 욕보인
여러 인연이 갑자기 밀어닥치니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이 때에 존자는
여러 백성들에게
훌륭한 맛을 가진
불법의 미묘한 가르침을 널리 설하였네.

반드시 깊이 사유해야 하니
눈이라는 요소는
본래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오되 그 시작이 없고
가되 그 끝이 없으며
자취를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무엇이 눈인가?
눈이라는 대상에 집착하여
그것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지니
이 역시 오래 가지 않고
반드시 허물어져 못 쓰게 된다.

빛깔[色]은 마치 거품 덩어리와 같고
일체의 대상[法]은 갈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소리[聲]와 냄새[香]와 맛[味]이란 것도
전혀 진실하지 않다.

고맙고 사랑스런 이는 헤어지면 괴롭고
원한 맺고 미운 이는 만나면 괴로우니
반드시 모두 버리고
자비를 닦으라.

이 때에 월광(月光) 부인과
시녀들을 비롯한
60여 명의 여인들은
설법을 듣고 진리를 알게 되었네.

처음으로 도의 자취를 보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져
일곱 번 나고 일곱 번 죽고 나면
고통의 근원을 다하게 되었네.

다시 십의 천 배나 되는
용맹한 보살들도
빈래도(頻來道)를 얻고
수행의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네.
3천 명의 부인들은
모든 번뇌의 때를 벗고
다함께 도과(道果)를 얻어
열반[無爲]에 평안히 머무르게 되었네.

다시 백의 천 배나 되는
모든 부자와 존귀한 사람들은
스스로 3보(寶)에 귀의하고
법익 왕자를 스승으로 모셨네.

선념(善念) 존자는
모든 비구들을 이끌고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네.

정사(精舍)에 도착하여
설법을 모두 마친 다음
허공으로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모습으로 변하면서
앉고 눕기를 마음대로 하다가
각기 육신의 수명을 버리고
열반의 세계에 들어갔으니
다시는 나고 늙는 일이 없네.
030_0479_a_01L阿育王太子法益壞目因緣經序原夫善惡之運契猶形影之相湏對明驗凡三差焉現也中也後也九色之深恩以悅天妃之耳目孤禽投王而全命形受五兀之切酷斯現報也群徒潛淪於幽壑神陟輪飄而不改身酸歷世之殃舋不曉王子之喪目斯中報也阿蘭縱禍於無想佩永惑於始終爲著翅之暴狸飛沈受困而難計斯後報也故聖人降靈必有所由非務不豫靑白明矣玄鑑三世弱喪之流深記來變坏形之累趣使引入百練之室自如來逝後阿育登位綱維閻浮光被流洽圖形神寺八萬四千羅漢御世汎濟億數主師宗玄化滂涌萬民仰戴而不已神祇欽賴而愈深然王子法益宿殖洪業生在王宮容貌殊特後復受對靡知緣起會秦尚書令公輔國將軍宗正卿領城門校尉使者司隸校尉姚旻者南安郡人也親姚詔之次兄字景嶷文爲儒表則列勳於千載武爲邈群則皎然而獨摽亢音通冥則辯機而曠遠執素縱情則翺翔而無論也純懿範也難摸恭逸翰於群才龍威於昆鋒然愍永惑之叵救傷愚黨之不寤欲紹先勝之遺迹豎玄宗於末俗故請天竺沙門曇摩難提出斯緣本秦建初六年歲在辛卯於安定城二月十八日出至二十五日梵本三百四十三首盧冶傳爲漢一萬八百八十言念譯晉音情義實難或離文而就義或正滯而傍通或取解於誦人或事略而曲備冀將來之學士令鑑罪福之不朽設有毫釐潤色者盡銘之於萌兆故敍之焉阿育王息壞目因緣經符秦天竺三藏曇摩難提譯人在生死 纏緜來久 習罪識深從起惱亂 婬之爲病 必成波激猶河瀑溢 有所傷損 慧者執心念計分明 淡泊自守 御諸惡原二十一結 染污人心 盡當捐棄反放逸行 咸共一心 聽我所說阿育王息 壞目之元 聲徹八表彌滿國界 群庶悤悤 靡不驚愕聖王阿育 於中統化 領閻浮境莫不從令 王復生子 顏貌端政生有豪相 應紹王位 眼視淸明如天帝像 王睹此變 甚悅無量便召群臣 沙門道士 躬自抱示使彼瞻相 又勅諸臣 更立名字令世稱掦 聲聞四遠 群臣拜首承教而曰 王生貴子 世之希有由正法治 天降此神 今當立號名曰法益 所以然者 王法整故以法教民 未曾違理 我等正是法之眞子 故稱聖子 字之法益目猶蓮花 見者喜悅 瞻視俱眴如因提王 言辭詳敍 不緩不急天性柔和 不行卒暴 有此名德不可具記 今更重稱 號曰天眼然阿育王 最所敬愛 隨時瞻養不令有失 王恒遣候 探察內伺知子吉祥 然後乃食 躬抱法益欣弄終日 情愍愛感 寤寐無厭語法益言 汝造何福 今獲此目如優鉢花 若在園苑 出遊國界恒令將護 不使憂慼 諸有男女見天眼來 皆起邪念 興欲情想王素稟性 偏著女色 內宮侍人像如天妃 諸有婦人 心懷姿態窈窕娥媚 無不貫練 王大夫人名曰淨容 晝夜伺捕 欲與私通我當何日 果其所願 得與天眼閑靜共遊 意便充足 不羡天宮正爾殞身 於世無怨 時王太子淸晨早起 至夫人所 跪拜問訊興居輕利 遊步勞耶 兼獻甘美吉祥之菓 夫人見來 欲意熾盛便言汝前 與吾共遊 旣充我願又親情畢 彼我同歡 不亦快乎天眼聞之 以手掩耳 內自思惟酷哉斯言 何災之甚 痛貫心懷育養恩重 豈容此法 漸漸退卻復道而去 還歸所在 靜默自修彼見違願 又斷望意 椎胸歎息起謀害心 蓬頭亂髮 而坐于地瞋恚所縛 如羅剎鬼 彼人云何取我辱之 要當方便 挑雙目出令此國界 無見聞者 何況男女睹其形容 爾時有臣 名曰耶奢父王所恃 威伏萬民 逼節之初來入慶賀 朝謁揖讓 如舊世禮王子見來 以手拍頭 不祥之應在吾前立 速還本處 勿復停此吾欲入朝 慶賀聖尊 臣尋捉手佯致重敬 願令王子 享壽無窮向以尊手 而拍臣頭 柔軟之體無所損乎 含笑徐語 趣悅前意內興恚怒 如蛇懷毒 竊自思惟要當報怨 不墮右手 終不行世耶奢旣跪 退還所在 以此元本向天后說 夫人尋對 卿聽我語亦有瑕穢 慚不能言 彼所毀辱何地容之 分受形斬 終不原捨猶如耶奢 水中生火 燒焚山野城郭縣邑 諸人見之 莫不驚怪群臣相對 而共論講 何圖今日水中生火 水能滅火 方從中生今此王種 譬喩亦然 遇此太子猶水生火 焚燒我心 所造功德本無恐懼 今生怖畏 我恒長夜而生斯念 吾年衰老 必得子力反更摧辱 如弄婬種 此事隱匿當復訴誰 耶奢白言 愆罪宜懲毀尊辱臣 謀當時施 要設㩲巧求其方宜 不挑雙目 則非報怨時有羅漢 名曰善念 天眼師宗人民所敬 眞人入定 以道力觀王子後必 當受緣對 數數教誨微說道教 令知機變 萬物歸空與王子說 色亦無有 有無亦無無亦無無 聲從外應 由耳內候香自波揚 鼻識而受 衆味經口轉增舌根 身貪細滑 意法無厭法有亦有 法無亦無 無有有無無無亦無 猶如聚沫 必當毀敗眼無常主 不可久保 如水上泡會歸磨滅 當念思惟 無常之變眼者遷轉 興衰不停 當自勖勉求於天眼 夫天眼者 無能壞敗漸當至彼 無憂之處 數捨俗務往聽法言 親善知識 與共交遊聞法意寤 眼得淸淨 由善良友逮阿羅漢 專心念佛 思惟法寶敬奉聖衆 及師尊長 意不移易則遇大達 住不動地 眞佛之子法益聞之 悲喜交集 此必有因事不孤爾 云何人身 眼亦無常師今誡勅 慇懃至深 宜當防護施行嚴教 豈敢輕慢 違我聖師當於爾時 閻浮提內 菩薩所行投身之處 名曰石室 恒有王治會遇國毀 主亦喪亡 國界群臣庶民大小 普共就詣 阿育王所前拜敬謁 叉手而言 聖王延壽興利康彊 石室散王 捨位遷神願賜差次 領遺荒民 王尋顧眄告耶奢曰 速勅差遣 應誰統領彼民剛强 須堪能者 無令凡人錄攝彼土 耶奢自念 今正是時當遣王子 法益使攝 輒前長跪卽白王言 願垂聽許 微臣所啓乾陁越國 樂如天宮 願差王子統遺荒民 便爲彼土 至感所遇亦使天威 遠震無外 父王聞之卽便瞋恚 咄愚所啓 豈足上聞卿非國主 又非領民 爲因何力使吾息往 汝舌云何 不段段墮方欲遣吾 窮胎之子 今重原汝再死之罪 好自改愆 勿殞吾手從今至竟 重誡勅汝 愼護卿族得迎天命 設有稱吾 息名號者躬自執劍 梟汝等首 若復更有面稱字者 當生拔舌 吾取食之假使我子 昔與卿讎 過去所作因緣之本 及以現在 身口意行今悉原恕 不錄前罪 時臣懷嫌不顧命根 前復長跪 重白情實善哉大王 願垂天威 留神思惟使國不亂 西方人民 受性禎質恒好鬪訟 興兵攻伐 宜須善化綏納人心 群臣和穆 豈非嘉會乾陁越國 饒珍多寶 高才博聞無事不閑 又石室城 名譽不朽昔花瓔王 所治之處 後園池水生金蓮花 銀葉寶莖 價直閻浮此城有威 神德無量 非是常人所可臨顧 國雖西垂 益事豐廣願王善察 不忽微言 所以頻啓以國事重 何敢專意 使太子移利根聰睿 具知諸法 兵戰技術皆備貫練 設當彼土 遭王子者不加刀扙 自然降伏 所言柔和無有麤獷 受性寬仁 無貪悋心酒不過口 於色自制 恩接博愛治無阿曲 設無此德 臣豈敢宣是以煩聽 願垂時許 王當專一何足二憂 設念尊息 慮彼國爲今不時謀 後必有患 事不豫慮敗在斯須 王聞此語 如食遇噎旣不入腹 又不得吐 大臣所惑莫有覺知 猶蛾投火 不顧後緣時王阿育 涕零教曰 諭遣法益統攝彼土 近臣數萬 自然嚮應吉祥寶物 尋集天庭 育王躬自手擎天冠 串法益首 而告之曰善哉新王 吉無不利 常使吾種登尊此位 椎鍾鳴鼓 作倡伎樂懸繒幡蓋 數千百種 於彼國土靡不周遍 八由旬內 人民充滿著鎧象馬 各八萬四 金銀交飾不可稱計 羽寶之車 八萬四千步兵之衆 復八萬四 如天帝釋出遊後園 玉女營從 樂何可過如是王子 至彼方域 入石室城導從無數 王至國界 萬民稱慶適意自娛 如忉利天 城內里巷懸繒幡蓋 香汁灑地 靡不周遍時王法益 告人民曰 卿等以誠尊重吾者 於七日中 各勿作務吾當賜卿 財寶之物 如我宮中五樂自娛 恣情遊戲 晝夜無厭吾今賜汝 隨意之寶 假令負債出物代償 若有墮落 爲人奴婢給與財帛 令不作役 盡令城內男女大小 普修行善 無令有怨復勅外境 宣吾教令 六年之內勿輸貲財 設有孤窮 極貧匱者吾亦施物 不令有乏 其能自修無殺盜心 吾當敬待 如己無異時王法益 重宣令曰 半月三齋此日難遇 男女相勸 無起懈怠奉持八關 如來齋法 佛說人身億劫乃獲 及八無閑 顚倒之法如板浮海 盲鼈投孔 此猶可冀求人身難 汝等已果 莫生憍慢人中五樂 幻僞不眞 當建天福適忉利宮 七寶殿堂 食以甘露其有欲得 受天之福 當於半月奉持三齋 時石室王 教誨不懈擧國豐熟 人民安隱 其有男女遭遇彼王 命終之後 皆生天上大王阿育 而問來使 法益治化爲如法不 國界人民 盡靡伏不卿今具說 不足疑難 來使歡悅卽前自宣 大王壽考 萬民蒙賴法益聖王 氣力康强 恒以正法恤化西方 石室城中 如天帝宮王於中治 猶天王釋 乾陁越國土豐民盛 所行眞實 無有虛僞不殺不盜 順從正法 人民之類嘆慶無量 願使大王 延壽無窮蒙聖之德 各寧其所 阿育王聞喜慶歡悅 和顏悅色 告耶奢曰吾獲大利 其德實顯 法益王子以理治化 率以禮禁 導以恩和人民之類 莫不戴奉 今當分此閻浮利地 吾取一分 一分賜子使我法益 長生壽考 治化人民如今無異 新頭河表 至娑伽國乾陁越城 烏特村聚 劍浮安息康居烏孫 龜茲于闐 至于秦土此閻浮半 賜與法益 綱理生民垂名後世 師子曇羅 摩竭金根維耶舍衛 裸形垂耳 雪山北界至于海際 吾躬訓化 令無有限臣耶奢聞 如被毒箭 外佯含笑內懷瞋恚 卽跪對曰 奉大王教正爾傳令 不敢稽遲 竊自念本宿對之惱 三毒隆盛 不顧身命昔椎我頭 其痛難忘 今不報怨何日可果 尋卽卻退 還歸所止密遣侍人 具白天母 夫人聞已勅耶奢曰 速作秘書 退位刑罰無令外伺 而見聞者 若當事顯俱亦傾沒 耶奢白言 秘書易辦唯須金印 用封印書 夫人報曰印自我憂 今當供辦 何慮不果善思行人 可付往者 無令輕擧事情外露 時臣耶奢 詐稱王命私述聖旨 虛辭萬端 輕詐彼土欲令灰燼 云阿育王 感恚彼國若欲安此 閻浮地者 速從我命不足違戾 見吾書信 幷睹印封摧撿法益 挑兩目出 此非我子我非彼父 所治國界 亦非我有竊爲此書 往示夫人 啓辦寶印不足疑難 今得印者 明當遣信若小稽留 恐事彰露 爾時夫人卽以其日 向王涕泣 佯稱變怪昨夜臥夢 極爲不祥 將恐王身會遇疾病 宜先豫慮 以禳惡夢願飮甜漿 用悅我心 便能伏厭不祥之應 尊及君民 永無有憂王尋告曰 夢是非眞 安能令吾身値疾病 夫人聞此 重更悲泣向天號哭 宛轉于地 王當垂愍應受我酒 無令妾身 永失命根時王含笑 徐告之曰 卿意欲爾當爲飮之 焉得使汝 自喪其命此是小事 吾不相逆 王卽受酒飮小過差 尋醉睡眠 了無所覺夫人取印 用封撿書 于時侍從無見之者 王於夢見 有人解印尋時驚覺 問左右曰 方始安眠心識澹泊 誰來擾吾 神不得寧速撿挍之 無令有虛 斯必有謀欲危吾身 手執利劍 及飛鐵輪奮赫天威 語夫人言 誰乃令汝取吾寶印 設不時首 正爾逝滅夫人懷懼 長跪白言 願王垂察實無此情 王重瞋恚 復告之曰更無餘人 觸嬈吾者 今不面對以誠陳過 當取汝身 分爲二段夫人涕泣 跪白王曰 此是夢幻現瑞怪耳 種非凡細 孤窮裸淺何敢王前 虛稱詐實 假使須印焉得偸竊 以誠告王 豈不得耶王聞此語 默然不對 復還寢臥達曉乃覺 夫人急勅 僞臣耶奢速遣信使 不足停滯 當爾之時王子法益 與諸群臣 共集殿上歡會遨遊 隨意所娛 書信達到石室城內 王聞外有 父王教勅尋起前迎 拜跪頂受 授與左右使發印封 見上教令 至爲嚴切稱阿育王 普恚斯土 若欲安居石室城者 速撿王子 挑兩目出無令停滯 使影移轉 法益聞已自投于地 我有何過 於父王所遣此書命 毀我兩目 將非有人向父王讒 群臣人民 聞此切教咸共驚愕 莫知所如 何災之甚乃見此變 大王瞋恚 無復繼嗣其中群臣 或作是論 我等不敢毀法王目 誰有此人 能興斯壞敢復擧意 挑出兩目 卿輩共集固守境界 傳告遠近 供辦戰具寧喪人民 分失妻子 不令我主受此苦痛 急擊鳴鼓 召方外將火燒此書 摧殺來信 彼非我主我非彼民 實不從命 毀聖王目時王法益 告群臣曰 勿生此心拒逆聖教 父王兵衆 非算所籌勇猛剛健 世之希有 卿等雖欲各現微誠 事不果者 國界普喪我命何常 身爲誰有 乃使大王怨情至深 寧殞身命 分受來勅安得自濟 使國荒亂 卿等勿復思向來論 速受王教 取吾眼毀夫盛有衰 合會有離 無身則已死豈可避 佛不說乎 是身苦器恒漏臭處 無一可貪 速告城內誰能堪任 取王法益 挑出雙目今賜寶瓔 價直千萬 兼與金銀不可稱計 國土人民 聞此教令運集宮門 投鍼不下 異形同嚮悉共高聲 號天叩地 各訴辭曰何酷之甚 失我聖王 如此天宮云何遷轉 城郭如是 坵荒不久國界邦土 悉爲堆陵 我等咸共傳告鄰國 云王阿育 爲惡之首殺兒揚名 有何可貴 尚不愛子民何所恃 爾時城內 有一凡人昔與王子 小小讎嫌 徑自直前求受重募吾堪挑眼 亦能梟首左右諸臣 指示啓白 此人自稱堪毀王目 猶可思詳 拒父王教願不使主 受此毒痛 王見此人悲泣交集 左右顧視 告群臣曰吾居此城 十有二年 備有愆短咸共原恕 設復今見 毀吾目時勿復愁惱 起諸惡念 還理國事如舊常法 以正治化 務使得宜正使意欲 食天之福 常念齋戒無違斯須 王脫寶冠 珠璣瓔珞及寶履屣 授與前人 卿當知吾欲思法本 一一挑眼 著我掌中時彼惡人 手拔利劍 先挑一目授王掌中 王自執眼 而熟思惟方憶先師 本所教誨 霍然心悟繫意不忘 昔師所演 理極深遠而告我曰 眼者無常 師勅至誠實無虛詐 寂靜微察 解無常義此眼不久 爲當壞敗 眼我知本誑惑世人 群愚翫習 不知是空生死穢濁 如芭蕉樹 葉葉相覆中無有堅 智者觀察 無一可貪豈復興意 著於眼色 眼非我有非作非造 彼無有我 焉有眼哉愚者起惑 深著眼識 輪轉幽冥長流之海 眼今與汝 永共別離由何元本 與吾作眼 如水上泡乍起乍滅 虛僞無眞 用肉眼爲如是法益 微觀眼原 思惟玄妙意不移動 執正御亂 心如金剛諸想永寂 志不流馳 爾時彼人復以利劍 挑第二目 著王掌中重觀眼原 本從何致 解諸法寂萬物歸化 卽於坐上 得天眼通諸塵垢盡 自致道迹 感應天地六變震動 喜情內發 而三稱善捨世穢目 致斯淨眼 功德微著自知道成 諸臣呼嗟 夗轉于地痛何甚酷 失我所天 昔造何緣爲何宿對 今敗此目 如捐瓦石又重叉手 各自陳啓 願王垂愍還統此邦 我等相率 詣父王所訴辭自陳 令理國土 時王法益慰謝諸臣 深感元元 至報之心形毀之士 何安貴邦 宜則自退時出國界 卽將夫人 侍臣有一捐王忽位 涉道而去 周流村聚郡縣國邑 徙履曠野 嶮岨之難然王太子 素善彈琴 嘉音淸妙世所希有 依憑此術 家家乞食從國至國 用自濟命 如是經歷諸郡城郭 漸漸便至 父王治處時臭惡聲 流聞海表 云王阿育毀兒兩目 村落郡國 莫不驚動吾等悉當 於何處避 男女大小悲泣相向 太子於王 有何罪咎彼人焉得 手不斷壞 取我聖王毀此兩目 王子法益 告諸人民父王無咎 世人無怨 是我宿對今受其報 此緣久矣 非適今世時阿育王 在高樓上 獨與夫人而共寢寐 王子法益 止馬廏內竟夜歌戲 鼓琴自娛 王聞琴聲悵然意變 宮商和雅 似吾法益何人彈琴 嚮震乃爾 將非卽是吾法益耶 夫人報曰 此非王子無目之士 行乞自活 乾陁越國如釋天宮 領統西方 如日貫雲王今時起 詣殿治正 諸臣運集欲覲至尊 趣欲使王 志意他念入出慄怖 恐殃及身 王重聞音鼓琴之聲 卽便驚起 微察來嚮顧謂左右 此非異人 定是我子來至此耳 咄弊婦人 不須多言速將此人 使吾見之 尋遣使喚將至王所 王遙見來 自投于地號天稱怨 心意倒錯 憂悴悲感如被火然 諸臣水灑 扶令起坐正冠嚴服 而問之曰 誰壞子目酸毒乃爾 傷我心肝 復用活爲本如天眼 今遭此災 悲哽斷絕死而復蘇 復捉寶冠 而投于地亂頭散髮 奮振天威 珠璣瓔珞各在異處 手執利劍 告左右曰吾今要當 消滅天下 老舊小壯無免吾手 石室城人 盡當茹食人民之類 斯挑眼出 乾陁越國令使坵荒 坐壞吾息 淸淨之目亦當害此 吾所居國 不問男女皆悉挑眼 卽擲鐵輪 於空中轉殺閻浮內 有形之屬 父王涕零問王子曰 誰壞子目 乃致於斯令我心肝 寸斷抽絕 觀者億數無不哀愍 王子尋對 書印此發教令嚴切 莫不驚愕 願王勿責石室城人 彼民仁和 無有愆罪是子薄祐 招致斯殃 皆由曩昔不善之報 諸臣見書 悉懷瞋恚阿育何爲 行此不仁 於閻浮地實無慈愍 云何興心 毀此王子我等諸人 皆共運集 傳告國界嚴備戰具 寧失邦域 分受刑罰不使王子 受此毀辱 勅燒書信幷殺來使 於石室城 速擊鳴鼓彼非我主 我非彼臣 實不敢毀王子雙目 子尋誨喩 彼界人民勿興此懷 拒逆聖教 何於父王生反逆心 自古迄今 興衰有限時行尊幼 承來嚴教 莫得稽留違此書命 生民群愚 不識眞僞願王含容 垂恕不及 大王留神觀察佛語 忍爲大力 能勝衆怨時可捨放 不錄罪愆 莫以子目起殺害心 地獄苦痛 考掠酸楚備受罪報 用憶子爲 若見愛愍惠本願者 何於子身 殺害人民國土男女 民萌之類 悉懷恐怖願時赦宥 當於爾時 王子師主將諸比丘 入城乞食 手執應器法服齊整 漸漸以次 至王宮門阿育遙見 悲泣交集 卽起前迎長跪問訊 昔尊弟子 法益王子今遭殃舋 毀壞雙目 悲感情傷哀切難勝 願尊臨顧 療以法藥羅漢報曰 無常百變 此來久矣非適今也 尋將比丘 卽前就坐告王勅喚 使法益來 王躬自入手執導引 觀者數萬 莫不痛心前接足禮 淚如駛河 悲憤哽噎謙卑說曰 昔師教誨 誠如來勅眼者無常 亦無牢固 思惟此義淵玄深遠 肉眼穢濁 不可恃怙亦如聚沫 被照之露 猶水浮泡鏡像光移 芭蕉野馬 幻化不眞智者所棄 有何可貪 時王阿育前跪白言 願演至味 使復視瞻愁憂憤心 拔濯淸淵 流浪之徒使還歸眞 思惟尊教 安處無爲令將來世 知宿命原 羅漢尋起至王子所 手執白㲲 覆法益頭月光夫人 親王子母 尋起于座叉手跪侍 躬擎香爐 燒衆名香向十方國 方面境界 諸有神祇尊豪鬼王 盡集此處 證至誠誓令我法益 還復眼目 諸神證明至誠感動 八部鬼神 卽時嚮應四面運集 無空缺處 復告王子發汝心願 歸佛法衆 及尊師長過去諸佛 方將來者 自投歸命興尊敬心 諸賢聽我 發眞實誓以逮不著 獲淸淨眼 得道以來終不先食 要前度人 然後乃飡憶念我昔 承事諸佛 式佛維衛毘舍如來 以若干種 繒綵花蓋作倡妓樂 以用供養 加復然燈續尊光明 緣此德本 使復眼根昔於式佛 發此誓願 諸無肉眼吾當療治 還復眼根 如前無異設果我願 得眼根淨 若復王子五百世中 審是我息 如實不虛吾以今身 更不受胎 願令王子如我無異 復告阿育 王念昔日以一掬土 施於如來 由此福田王閻浮提 鐵輪獨遊 而無儔匹今亦當發 至誠之誓 福及王子使得眼根 爾時尊者 騰遊虛空作十八變 涌沒自由 大王見已叉手長跪 專精其念 自投于地歸命我尊 釋迦文佛 蒙遺餘福統閻浮地 若使如來 記莂我身吾逝百歲 當有王出 於閻浮地起八萬四 如來神廟 周滿方域神口所說 今已果獲 彌綸境內普興福業 領閻浮界 獨步自由設法不虛 得眼根淨 昔所種福於眞人所 敬奉三寶 國師道士及施窮乏 諸裸形者 以此福業施於王子 王念昔遊 巡行國界乃經諸山 鐵圍之表 聞下有聲雷震天地 嚮嚮哀切 音甚酸酷王乃下眄 見閻羅王 臣吏參佐辟問罪因 所犯形狀 輒便決斷隨罪付治 無增減心 十八地獄熱熾涌沸 十六鬲子 圍繞一鑊刀山劍樹 火車爐炭 罪人叫哭苦毒萬端 王問左右 此爲何人諸臣答曰 死人王也 王別善惡撿罪輕重 司察殃咎 料簡賢愚是時阿育 告群臣曰 死王猶尚造地獄治 我今乃是 生民之王豈復不能 地獄治化問諸群臣 誰有斯人 極惡兇暴領地獄者 諸臣對曰 唯有無澤五逆之人 能造地獄 黃髮赤眼卷眉腫頰 高顙騫鼻 乃能行惡王勅諸臣 訪覓惡人 如此比類速來上奏 臣卽馳奔 國界縣邑見一池側 有一織罽 傍設弓箭仰射飛鳥 前灑毒飯 用捕群雀腳牽鉤餌 以釣淵魚 後施玄弶微伺獐鹿 引頸鳥鳴 招致鳥獸諸人見之 審如所募 臣還以狀白王情實 行求惡人 其誠如斯王言善哉 乃果我願 究尋此人必辦獄事 王遣人喚 云吾欲見重賜珍寶 隨意所須 惡人報曰我是小人 無所識知 王用我爲使復答言 卿必遷貴 欲得汝身治地獄事 其人歡喜 卽還到家具以事狀 而啓父母 父母聞之甚懷憂慼 各自抱兒 不放令去兒意勇盛 卽拔利劍 斫殺父母而捨之去 往至王所 跪拜問訊揖讓修敬 在一面立 王問惡人卿父母在 無瞻養者 何由得來彼人自陳 父母固遮 以劍斫殺而捨之來 王言苦哉 眞五逆者猶害父母 餘人何怙 卽委此人造地獄城 鑊湯劍樹 注鐵垣牆尋使其人 爲地獄主 立諸臣佐各有所典 如閻羅王 約勅獄卒有入獄者 無令使出 不問貴賤豪尊長者 得便治罪 勿責曲直正使我身 入此中者 亦莫聽出加以重法 繞城周帀 種好菓樹修治園觀 狀如天宮 時我獨步頭陁乞食 漸漸以次 到此城門外見香花 樹木繁茂 謂是好人豪貴居家 卽便入門 欲從索食但見治罪 驚怖欲還 獄卒前捉不聽使出 將至鑊所 欲加五毒我復求曰 小見寬恕 至日中者抱恩無已 學道日淺 又不廣誦願聽見許 禮十方佛 惡人默許期剋日中 語未久頃 男女二人坐犯淫法 將入治罪 置碓臼中以杵擣之 斯須之閒 變成爲沫時吾見之 唯念佛語 身如聚沫誠哉斯言 受身胎分 要有斯對遇聖恒沙 誰免此患 吾今當計非常之義 分別九漏 不淨之穢又頃復變 爲白鴿色 思念此形如久骨聚 變易非一 如幻如化卽時意悟 漏盡結解 欣情內充形發於外 快哉福報 與生死別心意寂定 志如金剛 天燋地爛融然一體 彌天熾火 安能燒我獄卒復催 時入鑊湯 我時方笑顏色容悅 獄卒瞋恚 差其四人各扶兩腋 倒著鑊中 湯冷火滅變成淸涼 考掠榜笞 普皆休息卽便化作 千葉蓮花 於蓮花中結跏趺坐 坐臥涌沒 作十八變或飛虛空 去地七仞 獄卒見驚白阿育王 獄中奇異 未曾所見願王蹔屈 至泥犂城 臨視災怪窮異之變王語惡人 我先有要 正使我入亦不得出 轉輪王教 言無有二我今那得 復入此門 吏白王曰但入無苦 聽今一日 後更立限王卽隨入 見鑊中人 在蓮花上結跏趺坐 王遙問曰 汝是何人我復報曰 吾是比丘 王復問曰汝今在獄 當稱罪囚 何言比丘時吾語言 汝眞愚人 蒙聖遺恩王南天下 永劫積功 始乃得之方更謗聖 稱爲罪囚 王問道人汝今何故 轉輪王前 面稱愚人時吾告曰 汝童子時 以一把土奉上如來 佛受呪願 詣迦葉寺以水和埿 補寺南壁 記汝後當南閻浮提 作轉輪王 名曰阿育一日之中 便當興立 八萬四千如來神廟 王今此獄 是浮圖耶反更招禍 無邊之罪 神識倒錯癡心纏裹 愚中之愚 莫甚王身或人執迷 至死不改 今稱汝愚何惑之有 王意卽寤 五體投地便自懺悔 卽事我身 於是罷獄興立善本 求獲無爲 不起滅法本種土栽 今致王位 於佛福田淨諸結穢 盡持疆界 奉上三寶審有此福 使得眼根 王及尊師發至誠誓 卽於座上 獲完淨眼諸天須淪 神祇鬼王 皆稱善哉歎未曾有 不可思議 神感之應卽前發疊 觀視眼目 王及夫人遙見法益 容貌殊異 世之希有爾時天地 六變震動 山河石壁𡽠峨踊沒 內懷歡喜 不能自勝前自長跪 白天師曰 師如生佛施人眼目 蒙福威力 更生淨眼王見瑞應 不可稱說 此必天身寄生吾耳 脫己寶冠 授與法益紹轉輪王 統閻浮提 王子前跪白父王曰 子無此威 敢紹尊位父王告曰 觀卿行迹 定是天神畢然不疑 卿在我治 則非其宜汝應紹位 我宜臣佐 速隨吾語受此寶冠 勿足疑難 興猶豫想師復告曰 王應受此 天冠威容治化六年 昔本爲王 經六萬歲時少六年 減不充數 阿育王疑白大師言 願說本緣 開發蒙心於何造行 致斯豪尊 旣爲我子眼得淨明 又中毀眼 今獲完目復作何緣 與尊相遇 導引法師得法眼淨 今爲佛子 諸塵垢滅復已成道 永離生死 願說昔日所更行本 師告王曰 聽我所說諦自思念 昔所因緣 過去之世九十一劫 有佛名曰 維衛如來爾時王子 爲我作兒 兼知數技則善圖畫 我身七日 供養彼佛王子畫造 如來形像 卽以形像宣示最勝 如來稱善 實無等倫卽於彼佛 發心誓願 所生之處莫墮惡趣 恒使端正 眼目聰明生値豪族 不處卑賤 常爲婦人所見愛敬 其有睹者 皆投于地次後有佛 名式如來 將諸比丘遊淸明城 我爲長者 此爲我息復共供養 承事式佛 次佛名曰隨葉如來 度脫人民 不可稱計爾時求願 爲子上燈 七日七夜光明不斷 乘此福祐 長離苦惱所生之處 得天眼淨 於賢劫中有佛出世 名拘孫那 度人無量三十二相 紫磨金色 坐道樹下降伏魔怨 六十六年 奉持禁戒月六歲三 初不脫失 次復有佛拘那含尊 照曜世閒 如月盛滿爾時我亦 爲長者身 王子與我作最小兒 有一比丘 得阿羅漢以次乞食 來至貧家 時我兒婦供養比丘 衣被飮食 牀臥醫藥王子懷恚 竊語己婦 卿今何爲與此人通 我要當壞 此比丘目是何乞士 觀視吾婦 次後有佛名曰迦葉 衆相具足 出現於世我時復爲 大豪長者 廣接恩惠名稱四遠 復遇此兒 生無兩目由本苦報 受此殃罪 因造圖像今致此報 生在王種 顏貌無雙又眼徹視 在衆獨尊 見者心歡靡不威伏 以曩昔謗 眞人羅漢坐視婦人 欲壞他目 由本惡行今毀兩目 善惡之報 終不腐朽我請迦葉 及比丘衆 供養七日隨所給施 子亦復於 七日七夜奉敬如來 及諸聖衆 兩手擎燈形不移動 日三懺悔 自歸於佛我本所造 身口意行 今盡改過謹修禁戒 設後更遇 如此聖尊願使鄙賤 得遭奉敬 卽於彼會盡於苦際 與父同時 成阿羅漢於維衛佛 七日然燈 發願求福而獲天眼 今雖毀壞 肉眼根本卽時便獲 天眼之報 旣遇迦葉興出世時 願使更生 得淸淨眼或復有時 建立堅誓 使我與父同時成道 於六年中 正法王治竟此數已 便當盡漏 王聞此語善心生焉 卽前長跪 自投于地尊今淸淨 諸垢無著 於賢聖法安處無爲 法益新王 領閻浮提無有賊盜 劫掠人者 無有疾病邪業之道 普行慈心 相視和顏時王法益 告群臣曰 卿等孝順勿懷奸邪 興殺盜心 不善之報亦莫淫泆 妄言綺語 酒不過口恒當順法 不違正教 便成道迹時王善化 已經六年 長跪叉手白父王曰 子受王命 不敢違戾乞聽出家 修淸淨行 王卽聽許令出家學 禮父母足 便辭而去往詣於師 自陳啓曰 願師聽納得在道次 尊者和顏 而告之曰善來眞子 勤修梵行 卿於今身斷除諸漏 莫懷懈怠 更受毀辱剃除鬚髮 專精心意 普地震動雨天雜花 尋時卽受 具足之戒眞人之法 無不曉了 師漸教誨指授宜則 眼如夢幻 當熟思惟觀此五陰 都無所有 無人無作亦無受者 知之悉空 愚者深著髮毛身體 爪齒之屬 血髓腸胃不淨充滿 此身無淨 亦無牢固汝當思念 有爲之法 此五陰形幼化虛僞 由此流滯 不得解脫汝今慇懃 至解脫城 如佛所嘆豈有虛乎 長樂無爲 澹泊虛寂諸佛過去 如恒沙數 難寤衆生不聞不睹 興勇猛心 於瞿曇法至安隱處 無往還期 如是尊者教誨法益 晝夜經行 無復懈息觀此五陰 如被火然 卽成羅漢不復退轉 師復重告 諸來會者捐忽非務 及俗煩鬧 天人根元流浪生死 漂滯馳騁 墮於五趣彼終生此 皆有因緣 人根相類今爲汝說 行步顚蹶 不自覺知視瞻眩惑 恒喜多忘 擧動輕漂浮遊曠野 此人乃從 活地獄來支節煩痛 睡眠驚覺 夢寤凶惡黑繩獄來 麤髮戾眼 長齒喜瞋聲濁暴疾 合會獄來 語聲高大不知慚愧 喜鬪喚呼 不別眞僞眠臥呻呤 夢數驚喚 當知此人啼哭獄來 恒喜悲泣 登高遠望好鬪家人 無有親疏 言便致恚經宿不食 此人本從 大啼哭來身長腳細 筋力薄尟 言語咽塞聲如破甕 神識不定 心無孝順當知此人 阿鼻獄來 身體麤醜長苦寒戰 好熱喜渴 慳貪嫉妒見人惠施 自致煩惱 此人乃從熱地獄來 見火驚恐 復喜暖熱行步輕便 不避事宜 所作尋悔復欲更施 此人復從 大熱獄來小眠喜瞋 所受多忘 所造短狹無曠大心 見大而懼 視小歡娛此人乃從 優鉢獄來 赤眼醜形常喜鬪訟 誹謗聖賢 諸得道者晝夜伺人 非法之行 當知此人鉢頭獄來 眼視三角 不孝二親生便短命 拘牟獄來 好帶刀劍强撩人鬪 必爲人殺 邠持獄來身生瘡痍 口氣臭處 與人無親曠地獄來 形體長大 行步劣弱少髮薄皮 恒多病痛 見人則瞋貪餮無厭 當知此人 從炎獄來體白眼靑 語便流沫 言無端緖好弄塵土 見深瘀泥 身臥其上此人乃從 灰地獄來 卷頭黃目人所惡見 臨事惶怖 劍樹獄來手恒執刀 聞鬪便喜 爲刃所害從刀獄來 體黑騫戾 喜止冥室口出惡言 熱灰獄來 薄力少氣不得自在 得失之宜 一不由己設見屠殺 不離其側 當知此人從剝獄來 瞋恚無常 尋知變悔時能辭謝 不經日夜 懇責其心如被刑罰 此人乃從 鞠地獄來喜宿醜處 好食麤弊 所著醜陋從屎獄來 顏貌醜惡 口氣麤獷好讒鬪人 善香獄來 當觀此貌所從來處 知之遠離 如避劫燒次說畜生 受形殊異 專心思察無造彼緣 語言舒遲 不起瞋恚謙敬尊長 從象中來 身大醜穢堪忍飢寒 健瞋難解 從駝中來遠行健食 不避嶮難 億事識眞從馬中來 恩和寬仁 堪履寒熱所行無記 從牛中來 高聲無愧多所愛念 不別是非 從驢中來長牙無畏 恒貪肉食 衆事不難從師子來 身長眼圓 遊於曠野憎嫉妻子 從虎中來 毛長眼小少於瞋恚 不樂一處 從禽中來性無返復 喜殺害虫 獨樂丘塚從狐中來 少聲勇健 無有婬欲不愛妻息 從狼中來 不好妙服伺捕奸非 少眠多怒 從狗中來身短毛長 饒食睡眠 不喜淨處從豬中來 毛黃卒暴 獨樂山陵貪食花菓 從獼猴來 多妄强顏無所畏難 行知反復 從烏中來情多色欲 少於分義 心無有記從鴿中來 所行返戾 彊辦耐辱不孝父母 鸕鳩中來 亦不知法復不知非 晝夜愚惑 從羊中來好婬喜談 數親豪族 衆人所愛鸚鵡中來 所作卒暴 樂人衆中言語多煩 鸜鵒中來 行步舒緩意有所規 多害生類 從鶴中來體小好婬 意不專定 見色心惑從雀中來 眼赤齒短 語便吐沫臥則纏身 從蚖中來 語則瞋恚不察來義 口出火毒 從蝎中來獨處貪食 聲嚮喑呃 從則少睡從狸中來 穿牆竊盜 貪財健恐亦無親疏 從鼠中來 深觀相貌從畜生來 次說餓鬼 專意聽之身長多懼 以髮纏身 衣裳垢坋從餓鬼來 脣乾鼻騫 咽細色黃行喜顚倒 從餓鬼來 婬妷慳貪嫉彼所得 不好惠施 從餓鬼來不孝父母 家室大小 動則諍訟從餓鬼來 不信至誠 所行趣爲薄力少智 從餓鬼來 聲壞嚮塞卒興瞋恚 食便好熱 從餓鬼來恒乏財貨 空貧匱陋 智者所嗤從餓鬼來 門不事佛 不好聞法永絕天路 從餓鬼來 不敬妻子兄弟姊妹 人所憎嫉 從餓鬼來生則孤裸 無人瞻視 終歸來處從餓鬼來 意局褊狹 不好榮飾所行醜陋 從餓鬼來 所爲不獲所作事幡 人所驅逐 從餓鬼來成事喜敗 不審根元 不受人諫從餓鬼來 不樂淨處 喜居廁溷顏貌醜穢 從風神來 身大喜好恒貪食肉 獨樂神祠 從閱叉來健瞋合鬪 見物貪著 無有畏忌從閱叉來 見者毛豎 直前熟視如似所失 從羅剎來 體狹皮薄顏色和悅 聞樂歡喜 乾沓和來意好輕飄 香熏自塗 多諸技術乾沓和來 恒喜歌儛 男女所侍先語後笑 甄陁中來 情性柔軟曉了時節 能斷漏結 眞陁羅來此餓鬼相 閱叉羅剎 次當說人隨其根元 知趣所生 所執不妄曉了事業 從人道來 解諸幻僞已不爲之 所作平等 從人道來善惡之言 初不忘失 不信奸僞從人道來 貪婬慳嫉 執心難捨盡解方俗 從人道來 信意惠施解法非法 心不偏頗 從人道來不失時節 亦不懈怠 恭敬聖賢從人道來 設見沙門 持戒多聞至心承事 從人道來 供事諸佛正法衆僧 隨時聞法 從人道來聞法能知 聞惡不爲 速逮泥洹從人道來 此是人相 粗說其貌今說天狀 所從來處 圓眼面方黃體金髮 盡備技術 阿須倫來直前視地 無有疑難 見怨輒擊阿須倫來 依須彌山 有五種天本所造緣 其相不同 腰細腳麤恒喜含笑 智者當察 從曲天來意好微妙 少於資財 見鬪則懼從尸天來 身長體白 顏色端正不好火光 從婆天來 常懷悅豫聞惡不懅 不從彼受 從樂天來思惟忍苦 好分別義 慈孝父母毘沙天來 宿不樂家 喜遊林藪志念女色 從三天來 財寶雖少生卑賤家 心樂淸淨 從三天來任己自行 所爲不剋 望斷願違從炎天來 意喜他婬 不守己妻爲鬼所使 他化天來 承事父母恒法則宜 已短彼受 兜術天來非道求道 心無恪想 不樂在家從梵天來 意頑性質 恒貪睡眠亦不解法 無想天來 五趣衆生各有元本 性行不同 志操殊異時王阿育 心猶懷恚 告諸群臣聽我要令 卿等觀此 利劍神輪若不時撿 造書之首 盡當殺害閻浮地民 令此境界 丘如曠野諸臣拜跪 前白王言 願垂寬忍今當究審 尋出四布 聽外謠言改形易服 隱容微察 爲誰作書信使是誰 往來石室 斯是何人匿情內發 聲流外彰 夫人善容耶奢所造 諸臣運集 前白王言聽臣所陳 書印之原 今者此賊在王肘腋 夫人善容 臣耶奢是王聞此語 奮赫天威 卽勅左右催撿此人 將來王所 詰問情實卿等審毀 王子目耶 二人戰慄默然不對 亦不言作 復不言非王瞋恚盛 勅語傍臣 速將此人閉著鐵窂 周帀然火 取焚燒之卽收反縛 將詣獄所 熾火燒殺死入地獄 當復經歷 劫數之難所以然者 王子昔日 生波羅柰貲財無極 時有老母 孤窮裸凍兼將孤子 詣門乞求 王子出見便生瞋恚 以手掬土 坋其兩目母子懷恚 興心生念 設我更生與汝相遇 當挑兩目 如捐瓦石善惡不腐 如影隨形 時老母身今夫人是 所將孤兒 耶奢身是旣謗羅漢 又辱孤母 衆緣逼切有何可避 爾時尊者 與諸人民廣說法味 微妙之教 當熟思惟眼聚之法 本從何來 移至何所來亦無始 去亦無終 尋不見迹何者是眼 莫著眼色 起有常想此亦不久 必當壞敗 色如聚沫法當分散 聲香味法 都無眞實恩愛離苦 怨憎會苦 盡當捐捨修行慈仁 月光夫人 婇女之衆六十餘人 聞法見諦 初見道迹得法眼淨 七生七死 盡於苦原復有勇猛 十千開士 得頻來道無復畏難 三千夫人 諸垢穢盡皆得道果 安處無爲 復有百千諸豪尊貴 受三自歸 師宗法益尊者善念 將諸比丘 上天導引復道而去 到精舍已 終訖說法飛在虛空 作十八變 坐臥自由各捨形壽 入泥洹界 無復生老阿育王大子法益壞目因緣經一卷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