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3_0877_c_01L불설대승선견변화문수사리문법경(佛說大乘善見變化文殊師利問法經)
033_0877_c_01L佛說大乘善見變化文殊師利問法經


서천(西天) 중인도(中印度) 야란타라국(惹爛馱囉國) 천식재(天息災) 한역
최민자 번역
033_0877_c_02L西天中印度惹爛馱囉國密林寺三藏明教大師賜紫沙門臣 天息災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33_0877_c_03L如是我聞
한때 세존께서 왕사성(王舍城) 취봉산(鷲峯山:靈鷲山)에서 큰 비구 대중들과 큰 보살(菩薩) 문수사리(文殊師利) 등의 대중에 둘러싸여 계셨다.
이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불자여, 내가 이제 4성제(聖諦)에 대하여 마음에 전도(顚倒)를 일으키고 항상 윤회(輪廻)를 맴돌면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이 진실한 4성제법(聖諦法)을 설하리라.”
033_0877_c_04L一時世尊在王舍城鷲峯山中與大比丘衆幷大菩薩文殊師利等大衆圍遶爾時佛告文殊師利童子言佛子我今爲諸衆生於四聖心生顚倒恒處輪迴不能免離此眞實四聖諦法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각(正等覺)이시여, 어떤 인연(因緣)으로 모든 중생들이 이와 같이 허망(虛妄)한 윤회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합니까?”
033_0877_c_09L文殊師利白佛言世尊如來正等覺云何因緣而諸衆生不能遠離如是虛妄輪迴之中不覺不知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아견(我見)1)으로 중생들이 이와 같이 허망한 윤회를 받고 있으니, 무슨 까닭인가? 선남자(善男子)여, 모든 원인(原因)은 시작도 없는 옛적부터 허망하게 헤아림[計]과 집착(執着)을 일으켜 남과 나를 분별(分別)하기 때문이니라. 문수사리여, 이러한 인연으로 어리석음에 대한 업보(業報)로써 허망한 윤회를 받고 있으니, 무슨 까닭인가? 이들 모든 어리석은 중생들은 최상의 모든 적정법(寂靜法)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스스로 사유(思惟)하여 3업(業)을 깨닫지도 못하여 함부로 몸[身]ㆍ입[口]ㆍ마음[意]으로 숱한 번뇌(煩惱)와 아견에 의한 탐냄[我貪]과 아견에 의한 성냄[我瞋]과 아견에 의한 어리석음[我癡] 등을 짓기 때문이니라.
내가 이제 저 여래의 법 중에서 이러한 것을 증득하고 출가(出家)하여 청정(淸淨)한 계율을 받고 청정한 계행을 닦고 지켜 윤회를 멀리 여의고 열반의 도리(道理)를 증득하여 고륜(苦輪)2)에서 해탈했느니라.
033_0877_c_12L佛言文殊師利我見衆生受如是虛妄輪迴何以故善男子因無始已來妄生計執分別彼我殊師利以是因緣受此愚癡業報妄輪迴何以故是諸愚癡衆生不聞不知最上一切寂靜法故不自思惟警悟三業恣身口意造衆煩惱我貪我瞋我癡等我今於彼如來法中此出家受淸淨戒修持淨行遠離輪得涅盤道解脫苦輪
033_0878_a_01L다시 스스로 생각해 보니, 이 번뇌의 자성(自性)이 곧 선법(善法)이기 때문이며, 유루법(有漏法)이기 때문이며, 무루법(無漏法)이기 때문이며, 윤회법(輪廻法)이기 때문이며, 세간법(世間法)이기 때문이며, 출세간법(出世間法)이기 때문이며, 지혜(智慧)이기 때문이며, 견제법(蠲除法)이기 때문이며, 결정법(決定法)이기 때문이며, 법을 관(觀)하는 원만(圓滿)한 지혜이기 때문이며, 고제(苦諦)ㆍ집제(集諦)ㆍ멸제(滅諦)를 관하여 도제(道諦)를 결정(決定)하고, 나아가 법계(法界)까지도 결정하기 때문이니라.
033_0877_c_21L復自思惟煩惱性卽善法故卽有漏法故卽無漏法故卽輪迴法故卽世間卽出世卽智卽蠲除法卽決定法卽觀法圓滿智卽觀苦集滅決定道乃至決定法界故
다시 생각해 보니, 모든 행(行)이 헛되고 거짓이기 때문이며, 모든 행이 괴로움과 번뇌이기 때문이며, 모든 행이 곧 모습[相]이 없기 때문이니라. 나[我]가 이러하다는 것을 증득하면 모든 헛되고 거짓된 것에서 벗어나 뜻하는 대로 태어날 수 있으며, 만약 아견이 도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음을 관하면 곧 저 여래의 법을 증득하여 하는 일마다 뜻하는 대로 되며, 또 저 여래의 법을 잊지 않고 기억하되 의혹이 없을 것이니라. 모든 법에 대하여 마음에 차별이 없이 이와 같이 알면 곧 불신(不信)과 의혹과 비방과 찬탄을 멀리 여읠 것이며, 이러한 것을 증득하면 모든 아견에 의한 괴로움[我苦]에서 벗어날 것이니, 이때에는 나[我]가 조금도 환난(患難)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니라.
만약 아라한(阿羅漢)이 이러한 나를 알면 그가 임종(臨終)에 이르렀을 때 자신의 견해[自見]로 지어낸 것을 버리고 본심(本心)3)으로 불보리(佛菩提)를 증득하여 뜻하는 대로 좋아하는 곳에 자재(自在)하게 왕생(往生)할 것이니, 즉 무위계(無爲界)4)에 이른 까닭이며, 그가 이러한 고지(苦智)5)와 법지(法智)6)를 증득한 까닭이니라. 만약 나[我]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분명히 알아 모든 법에도 자성(自性)이 있다고 집착하면 믿지 못하는 마음과 의혹과 비방과 갖가지 두려움이 생겨날 것이며, 만약 이 법에 자성이 있음을 믿지 않으면 이것은 아견에 의한 집착이 다하여 없어진 까닭일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이 사유하여 멸제(滅諦)를 결정하며, 다시 그는 이 법이 마땅히 이와 같이 아견에 의하여 지어졌다고 사유하나니, 멸제를 증득한 까닭일 것이니라. 이 법이 만약 생겨난 것이라고 결정하고, 없어짐[滅]도 이러하다고 결정하면 그의 생각과 마음에 의혹이 생겨나 목숨이 다한 후에 대지옥(大地獄) 속에 떨어질 것이니, 어찌 여실(如實)하게 사유한다고 하겠는가? 모든 법을 지어낸 까닭이니라.”
033_0878_a_03L又復思惟一切行虛假故一切行苦惱故一切行卽無相故我若得此卽能遠離一切虛假得隨意生若觀我見不離道諦卽得彼法所作隨意復於彼法憶念無惑於一切法心無差別能如是知卽得遠離不信疑惑毀謗讚歎得此解脫一切我苦我於是時無有少分而難作者若阿羅漢能知此我彼臨命終時自見所棄捨本心得佛菩提隨意所樂自在而往卽得至於無爲界故彼得此苦智法智若了知我集一切法生不信心疑惑誹謗種種怖畏若不信此盡此集故彼作是思惟決定滅諦彼復思惟此法應如是作得滅諦故是法若作此決定滅作是決定彼意心生疑惑命終之後墮大地獄中何名如實思惟生一切法故
이 때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4성제의 핵심[心]을 볼 수 있습니까?”
033_0878_a_20L爾時文殊師利童子白佛言世尊何見四聖諦心
033_0878_b_01L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모든 법이 생겨나는 것이 아님[不生]을 보면 곧 고제(苦諦)를 보는 것이니라. 만약 생겨난 모든 법이 소멸하여 없어지는 것을 보면 이것이 곧 집제(集諦)이니라. 만약 가장 훌륭한 열반과 모든 적정한 법의 모습[法相]을 보면 이것이 곧 멸제(滅諦)이니라. 만약 구경(究竟)의 모든 법성(法性)을 보면 이것이 곧 도제(道諦)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그가 이 4성제가 진실된 것도 아니고 헛된 것도 아니며, 선법(善法)이기도 하고 불선법(不善法)이기도 하며, 유루법(有漏法)이기도 하고 무루법이기도 하며, 세간법이기도 하고 출세간법이기도 하며, 유위지(有爲智)이기도 하고 무위지(無爲智)이기도 하며, 변함이 없는 법[無變異法]이고, 고제와 집제를 관하여 지혜와 법을 판단[了別]하는 것임을 보면 곧 멸제를 결정하고, 나아가 법계와 도제까지 결정하여 바뀌거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모든 어리석고 미혹한 중생들은 욕망과 즐거움에 탐착(耽着)하여 이러한 실상법(實相法)에 대하여 미혹(迷惑)을 일으키는가? 저 모든 중생들은 적멸법(寂滅法:열반)을 자세히 사유하지 않아 나아가 모든 법의 적정한 자성(自性)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지[現前] 않는 것이니, 이 법이 취할 것도 아니고 버릴 것도 아니며, 취하고 버림을 벗어나 있는 것도 아니며, 저 탐욕(貪慾)의 경계(境界)에 열반이 나타나기도 하고, 노여움의 경계ㆍ어리석음의 경계, 나아가 윤회의 경계에도 모두 저 열반적정의 경계가 나타남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이와 같이 자성이 평등(平等)함을 보면 반드시 모든 법에 대하여 걸림 없이 자재함을 얻을 텐데 어찌하여 저 참되고 여실한 법을 알지 못하는가? 생겨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不生不滅] 법에 대하여 마음이 허공과 같이 평등하게 되면 곧 부처님과 평등해져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법이 평등하여 얻을 만한 것이 아니며, 승가(僧伽)와 평등하여 얻을 만한 것이 아니며, 나아가 열반적정까지도 평등하여 또한 얻을 만한 것이 아니니라. 이와 같이 이제껏 알지 못한[未曾有] 모든 법에 대하여 의혹을 일으키지 않으면 곧 의심이 없어져서 생겨나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으며 모든 것 중에 가장 훌륭한 열반적정의 경계에 이를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이와 같이 진제(眞諦)의 모든 법은 볼 수 없나니, 이런 까닭에 수보리(須菩提)가 여래께서 계신 곳에 가지 않고도 여래의 발에 정례(頂禮)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니라. 수보리도 실재하는 나가 없음[無我]을 증득하였거늘 하물며 여래이겠느냐? ‘어떻게 보는가?’ 하고 이렇게 이해하려 하지 말아라. 문수사리여, 이와 같이 모든 생겨나지 않는 법에 대하여 보려 하는 견해(見解)가 있기 때문에 4성제를 보지 못하는 것이니라.”
033_0878_a_22L佛告文殊師利若見一切法卽不生故卽見苦諦若見出生一切法消除故卽是集諦若見最上涅盤一切寂靜法相卽是滅諦見究竟一切法性卽是道諦文殊師若彼見此四聖諦非實非虛是善是不善法是有漏是無漏是世間是出世間是有爲智是無爲智是無變異法是觀苦集了別智法卽決定滅諦乃至決定法界道諦不可改變何故一切愚迷衆生耽著欲樂於此實相法中而生迷惑彼諸衆生於寂滅法不諦思惟乃至一切法寂靜自不得現前不知此法非取非捨離取捨在彼貪界顯現涅盤瞋界界乃至輪迴界悉能現彼涅盤寂靜界故若於一切法能現如是自性平當得一切法中自在無礙云何不知彼眞實法若於不生不滅法心同虛空卽佛平等不可得故法平等不可得故僧平等不可得故乃至涅盤寂靜平等亦不可得故如是於一切未曾有法不生疑惑卽得離疑不生不出至一切最勝涅盤寂靜界故殊師利如是眞諦一切法不可見故須菩提而不往詣禮如來足如須菩提尚得無我況復如來云何而見勿作是解文殊師利如是一切不生法中有所見故卽非見四聖諦
이 때 문수사리 법왕자(法王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4념처(念處)를 봅니까?”
033_0878_c_02L爾時文殊師利法王子白佛言世尊云何見四念處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저 수보리는 몸이 청정하지 않음[不淨]을 관하여 신념처(身念處)를 보았고, 받아들인 것[受]이 괴로움이라는 것을 관하여 수념처(受念處)를 보았고, 마음이 항상하지 않음[無常]을 관하여 심념처(心念處)를 보았고, 법에 나[我]가 없음을 관하여 법념처(法念處)을 보았느니라.”
033_0878_c_04L佛告文殊師利彼須菩提當得觀身不淨見身念處觀受是苦見受念處觀心無常見心念處觀法無我見法念處
문수사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실상(實相)7)을 어떻게 말하며, 또 참되고 여실한 4념처를 어떻게 봅니까?”
033_0878_c_07L文殊師利復白佛言世尊如是實相云何而說復云何見眞實四念處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참되고 여실한 진리[眞實諦]에 머물러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알기도 어려우니라.”
033_0878_c_09L佛告文殊師利此眞實諦如來所說難解難知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오직 바라오니 저 참되고 여실한 4념처의 연고(緣故)를 자세히 분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033_0878_c_10L文殊師利言唯願說之廣演分別彼眞實四念處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그대가 만약 허공과 같은 몸을 보면 이 몸에서 신념처(身念處)를 본 것이니라. 또 문수사리여, 만약 받아들인 것[受]에 대하여 안과 밖, 중간(中間)에서 얻을 것이 있으면 곧 수념처(受念處)를 본 것이니라. 또 문수사리여, 만약 이 심지(心智)8)에 모난 것과 둥근 것, 크고 작은 것이 있음을 보면 곧 이 마음 가운데에서 심념처(心念處)를 본 것이니라. 또 문수사리여, 만약 선법과 불선법, 유루법과 무루법, 나아가 번뇌에 이르기까지 이들 세간법과 출세간법 중에서 얻을 것이 있으면 곧 이들 법에서 법념처(法念處)를 보지 못한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이러한 참되고 여실한 4념처를 마땅히 이와 같이 이해해야 하느니라.”
033_0878_c_12L佛言文殊師利汝若見等虛空身卽見此身中身念處文殊師利若於受中內外中間有所得故卽見受念處文殊師利若見此心智有方圓大小卽見此心中心念處文殊師利若於善不善有漏無漏乃至煩惱世出世間法中有所得故卽非見此法中法念處文殊師利眞實四念處應如是解
문수사리가 세존께 아뢰었다.
“어떻게 4정근(正勤)을 봅니까?”
033_0878_c_20L文殊師利白世尊言云何見四正勤
033_0879_a_01L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12연생(緣生:十二因緣)을 관하면 마침내 공적(空寂)9)하고, 나아가 자성이 없어 모든 법이 얻을 만한 것이 아님에 이를 것이니, 반드시 정진(精進)하려는 마음을 내어 법에 걸맞도록 이미 생겨난 좋지 않은 모든 업[不善業]을 소멸시켜 없애며, 아직 생겨나지도 않은 좋지 않은 법[不善法]을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며, 아직 생겨나지 않은 선법에 대하여 정진하려는 마음을 내어 생겨나도록 하며, 이미 생겨난 선법은 오래 머물러 있도록 없애거나 잊지 않아야 하느니라. 반드시 원만(圓滿)하게 정진하려는 마음을 일으켜 마치 모든 법이 취함도 벗어나 있고 버림도 벗어나 있고, 취하고 버림이 아님도 벗어나 있는 것과 같이 바로 이와 같이 기억하여 잊지 않으면 그러한 마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곧 이 삼마지행(三摩地行)을 증득한 것이니라. 그가 어떻게 사유하여야 신족(神足)을 얻으며, 어떻게 모든 법에 평등하게 머무를 수 있는가? 문수사리여, 반드시 이와 같이 4정근을 보아야만 하느니라.”
033_0878_c_21L佛告文殊師若觀十二緣生究竟空寂乃至無一切法彼不可得當起精進心法滅除所生不善一切業故爲未生不善法令不起故未生善法起精進心令出生故所生善法令得久住廢忘故當起圓滿精進心故如一切法離取離捨非離取捨若得如是正憶念故彼不復起心卽得此三摩地彼云何思惟得神足故云何住平等一切法文殊師利應當如是見四正勤
문수사리가 다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5근(根)을 봅니까?”
033_0879_a_08L文殊師利又復白言世尊云何見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만약 마침내 모든 법이 생겨나는 것이 아님을 보면 곧 신근(信根)을 아는 것이니, 어째서인가? 문수사리여, 이 구경(究竟)의 생겨남이 없는 것을 아는 신근은 모든 법 중에서 마음으로 얻을 만한 것이 아니므로 본래부터 이러한 이름을 여의었느니라. 또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한 기억[憶念]을 여읜 까닭에 취구(趣求)10)도 없고 머무는 처소도 없으면 이것이 정진근(精進根)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눈앞에 분명하게 보이는 것을 여의고 차별(差別)을 멀리 여의어 차별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것이 염근(念根)이니라. 또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생겨나고 없어짐[生滅], 깨닫는 사람[能覺]과 깨달을 대상[所覺], 자성이 공성(空性)이라거나 공성이 아니라거나[非空性] 하는 생각을 여의면 이것이 정근(定根)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자성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다고 하는 것을 모든 법 중에서 얻을 수 없음을 깨달으면 이것이 혜근(慧根)이니라. 문수사리여, 반드시 5근을 이와 같이 이해하고 분명하게 알아야 하느니라.”
033_0879_a_10L佛言文殊師利若見究竟一切法不生卽解信根何以故文殊師利究竟不生信根於一切法中心不可得故本離此名文殊師利若於一切法離憶念故無有趣求不住方所是爲精進根文殊師利若於一切法離現前明了故遠離差別心不起故是爲念根文殊師利若於諸法離生滅能覺所覺性空性非空性故是爲定根文殊師利若性孰有孰無一切法中不可得故是爲慧根文殊師利應如是解了知五根故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5력(力)을 봅니까?”
033_0879_a_21L文殊師利言世尊云何見五力
033_0879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만약 이렇게 자성도 여의고 모양도 여읜[離性離相] 모든 넓고 큰 심법(心法)을 본다면 이것이 신력(信力)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보리(菩提)에 나아가 공덕(功德)을 구하되 취하고 버림도 벗어나고, 취하고 버림도 아닌 것도 벗어난다면 이것이 진력(進力)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모든 기억을 여의고 헤아림이나 집착이 없다면 이것이 염력(念力)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이 모양이 없음[無相]에 이른다면 이것이 정력(定力)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견해를 멀리 여의어 나아가 열반에 이른다면 이것이 혜력(慧力)이니라. 문수사리여, 반드시 5력을 이와 같이 이해하고 분명하게 알아야 하느니라.”
033_0879_a_22L佛言文殊師利若能見此離性離相一切廣大心法是爲信力文殊師利若於菩提進求功德能離取捨非離取捨是爲進力文殊師利若於一切法離諸憶念無有計執是爲念力文殊師若至一切法無相故是爲定力殊師利若能遠離一切所見乃至涅是爲慧力文殊師利應如是解知五力故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7각분(覺分)을 봅니까?”
033_0879_b_08L文殊師利言世尊云何見七覺分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자성이 없는 법을 보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염각분(念覺分)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마음으로 헤아려 알 수 없는 모든 법에 대하여 ‘선법이다, 불선법이다’라고 말하고 수기(受記)를 받는다면 이것이 택법각분(擇法覺分)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취하고 버리는 것을 여의거나, 취하고 버리는 것을 여의는 것이 아니거나, 또는 모든 법에 대하여 사려(思慮)를 여의는 것조차도 또 버린다면 이것이 정진각분(精進覺分)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애착(愛著)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모든 법이 생겨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면 이것이 희각분(喜覺分)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마음으로 신락(信樂)11)하고 모든 법이 얻을 만한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면 이것이 경안각분(輕安覺分)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마음에 도거(掉擧)12)가 없다면 이것이 정각분(定覺分)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머무름도 없고 집착도 없으며 깨달아 알려고 하지 않으면 모든 법에 대하여 탐욕도 집착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니, 이러한 사(捨)13)를 증득한다면 이것이 사각분(捨覺分)이니라. 문수사리여, 7보리분(菩提分)을 마땅히 이와 같이 이해하고 분명히 알아야 하느니라.”
033_0879_b_09L文殊師利若見一切無自性法憶念故是爲念覺分文殊師利若於一切法心不可測度說善不善及得受記是爲擇法覺分文殊師利若於一切法能離取捨非離取捨又於諸法捨離思慮是爲精進覺分文殊師若於一切法不生愛著解一切法卽無生故是爲喜覺分文殊師利於一切法心生信樂解一切法不可得故是爲輕安覺分文殊師利若於一切法心無掉擧是爲定覺分文殊師利若於一切法無住無著不可覺於一切法不生貪著若得此捨爲捨覺分文殊師利七菩提分應如是解而能了知
033_0879_c_01L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8정도(正道)를 봅니까?”
033_0879_c_01L文殊師利言世尊云何見八正道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바른 것[正]을 보지 못한다면 나아가 모든 것에 자성이 없음도 보지 못하고, 법에 두 모습[二相]이 없는 것도 보지 못하며, 마음에 걸림이 없다는 것까지도 보지 못하게 되나니, 이것이 정견(正見)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이 장애[罣礙]에서 벗어나 있고, 장애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아님을 발견하고서 마음에 집착할 것이 없어진다면 이것이 정사유(正思惟)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변제(邊際)14)가 없음을 보고서 변제가 없는 법을 찬탄(讚嘆)하고 평등하고 올바른 말을 한다면 이것이 정어(正語)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움직임도 지음도 없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悲慜心]15)도 여의었으며, 본래부터 생겨나지 않는 것임을 본다면 이것이 정업(正業)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기쁨도 없고 성냄도 없고 이러한 법이 생겨나지 않는다면 이것이 정명(正命)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생겨남과 소멸함이 없고, 작용함[力用]도 없음을 본다면 이것이 정정진(正精進)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고[念念不生] 지각(知覺)도 없고 모든 사유를 여읜다면 이것이 정념(正念)이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모든 법에 대하여 ‘자성이다, 자성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멀리 여의어 집착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것이 정정(正定)이니라. 문수사리여, 이 8정도를 반드시 이와 같이 이해하여 분명하게 알아야 하느니라.
033_0879_c_02L告文殊師利若不見正乃至不見一切無性法無二相心無罣礙是爲正文殊師利若見一切法離諸罣礙非離罣礙心無所著是爲正思惟殊師利若見一切法無有邊際稱無邊際平等善說是爲正語文殊師利若見一切法無有動作離悲慜心不生故是爲正業文殊師利若於一切法無喜無瞋諸法不生是爲正命文殊師利若於一切法無有起滅有力用是爲正精進文殊師利若於一切法念念不生無有知覺離諸思是爲正念文殊師利若於一切法自性非性而能遠離無有所著是爲正定文殊師利此八正道應如是解卽能了知
033_0880_a_01L문수사리여, 만약 이와 같이 4성제의 핵심을 본다면 곧 4념처ㆍ4정근ㆍ4신족ㆍ5근ㆍ5력ㆍ7보리분(菩提分)ㆍ8성도(聖道)의 참되고 여실한 핵심을 보게 될 것이니, 이것이 피안(彼岸)을 구한 것이요, 실제(實際)16)의 경지에 이른 것이며, 큰 안락(安樂)을 얻은 것이요, 중담(重擔)17)을 모두 버리고 번뇌를 멀리 여읜 것이며, 몸에 모습이 없음[無相]을 관하여 무생인(無生忍)18)에 이른 것이니라.
아라한(阿羅漢)ㆍ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이 청정한 피안에 이르는 길은 가르침을 많이 듣고 들은 대로 받아 지니는 것[多聞]이니 이것이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이고, 이것이 능인(能仁:부처님)의 제자로서, 원수를 물리치고 번뇌를 버리며 크게 굳건함을 증득하여 늙음도 없고 두려움도 없으며, 의혹도 없고 희론(戱論)도 없고, 저것[彼]도 없고 이것[此]도 없게 된 것이니, 이것을 비구가 성스러운 법의 당기[幢旗]를 걸었다19)고 이름하느니라.
문수사리여, 만약 이와 같은 법인(法忍)20)을 증득한다면 크나큰 선리(善利)21)를 얻고, 마땅히 모든 세간의 하늘[天]ㆍ사람ㆍ아수라(阿修羅)에게서 공양(供養)을 받을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이런 까닭에 모든 국토(國土)에서 그냥 모르고 지나치는 이가 없으며, 모두에게서 청정한 음식을 공양 받으며, 윤회를 벗어나 열반의 언덕에 이르러 모든 고통의 수레바퀴에서 탈피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모든 정변지(正徧知)ㆍ정등보리(正等菩提:정등각)에까지 이를 것이니, 이러한 마음[心法]을 내면 구하는 것을 모두 얻게 될 것이니라.”
033_0879_c_18L文殊師利若有見如是四聖諦心得見於四念處四正勤四神足五根五力七菩提分八聖道分眞實心故是求彼岸至實際地得大安樂悉捨重擔遠塵離垢觀身無相至無生忍阿羅漢沙門婆羅門至淨彼岸名曰多聞是眞佛子是能仁子能敵冤家棄擲煩惱得大堅固無老無怖無有疑惑亦無戲論無彼無此名此比丘爲聖法幢文殊師利若得如是法忍得大善利應得一切世間天阿修羅而爲供養文殊師利是故得一切國土無空過者悉受淸淨飮食供養爲離輪迴得涅盤岸脫諸苦輪乃至一切正徧知正等菩提起此心法所求皆得
이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에 3만 2천의 천자(天子)가 모두 이 법을 증득했다. 그러자 그 모든 하늘들이 여래ㆍ세존ㆍ응공ㆍ정등각과 문수사리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께 만다라꽃[曼陁羅花]과 마하만다라꽃[摩訶曼陁羅花]을 뿌려 공양하고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들은 여래 부처님의 법에 반드시 출가하여 청정한 계율을 받고,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 법을 한마음으로 듣고 받아 지녀 보리도(菩提道)를 얻을 것입니다.”
그러자 8천 1백의 비구 대중들이 마음의 번뇌가 다하여 무생해탈(無生解脫)을 증득하였고, 또 4만 2천의 보살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였다. 이때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와 모든 마왕(魔王)의 궁전(宮殿)과 산림(山林)ㆍ광야(曠野)ㆍ대지(大地)가 여섯 가지로 진동(振動)하였고, 허공에선 많은 하늘 꽃이 비 오듯 내리면서 찬탄(讚歎)하는 소리가 들렸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이 법을 훌륭하게 말씀하셨으니, 이러한 일은 이제껏 없었던 일입니다.”
이러한 음성이 퍼져 나와 시방에까지 널리 들렸다.
033_0880_a_11L爾時世尊說是法時三萬二千天子皆得此法彼諸天衆於如來世尊正等覺幷文殊師利菩薩摩訶薩曼陁羅花摩訶曼陁羅花而以供養作如是言彼等於如來佛法中當得出家受淸淨戒若說此法一心聽受得菩提道復有八千一百比丘衆得漏盡無生解脫復有四萬二千菩得無生法忍于時三千大千世界一切魔王宮殿山林曠野大地六種振動於虛空中雨衆天花讚言善哉善哉善說此法甚爲希有出是音聲十方普聞
033_0880_b_01L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문수사리 법왕자와 큰 보살과 모든 비구 대중과 일체 세간의 모든 하늘ㆍ사람ㆍ아수라ㆍ건달바(乾達婆) 등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모두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禮)를 올리고 물러갔다.
033_0880_b_01L佛說此經已文殊師利法王子及大菩薩諸比丘衆一切世間諸天人民阿修羅乾達婆等聞佛所各各歡喜禮佛而退
佛說文殊師利問法經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Ãtma-drsti. 실제로 존재하는 나[我]가 있다고 집착하는 잘못된 견해, 또는 무아(無我)인 법을 나[我]라고 집착하는 견해를 말한다. 인아견(人我見)과 법아견(法我見)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인아견은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의 5온(蘊)이 화합하여 이루어진 신심(身心)을 실아(實我)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법아견은 모든 법에 자성(自性)이 실재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2. 2)생사(生死)의 괴로운 과보가 유전(流轉)하여 그치지 않고 수레바퀴처럼 돌기 때문에 고륜이라 한다.
  3. 3)본성(本性), 즉 자기의 본래 진여심성(眞如心性)을 말한다. 본신(本身)이라고도 한다.
  4. 4)열반의 경지(境地), 또는 깨달음의 경계(境界)를 말한다.
  5. 5)고제(苦諦)의 이치를 아는 지혜이다.
  6. 6)4제(諦)의 이치를 아는 지혜이다. 즉, 4제의 이치를 알지 못하여 일어난 번뇌를 끊는 지혜를 말한다.
  7. 7)Dharmatã, Bhûta-tathatã. 실(實)은 허망하지 않다는 뜻이며, 상(相)은 무상(無相)의 뜻으로 이는 만유(萬有)의 본체ㆍ실체ㆍ진상(眞相)ㆍ본성(本性)을 가리키는 말이다. 화엄에서는 불변수연(不變隨緣)의 법성이 실상이 되고, 천태에서는 성구제법(性具諸法)이 실상이 되고, 소승에서는 아공(我空)인 열반이 실상이 되고, 대승에서는 아법구공(我法俱空)이 실상이 된다.
  8. 8)마음과 지혜, 즉 심(心)은 체(體)가 되고, 지(智)는 용(用)이니, 체와 용을 함께 말하여 심지라고 한다.
  9. 9) 상(相)이 없는 것을 공(空)이라 하고, 나고 없어짐이 없는 것을 적(寂)이라 한다.
  10. 10)아미타불의 극락정토를 향하여 나아가[趣] 왕생하기를 바라는[求] 것을 말한다.
  11. 11)법을 듣고 그것을 믿고 따르며 사모하고 즐거워하는 것. 즉 신심(信心)으로 환희(歡喜)하는 것을 말한다.
  12. 12)심소(心所)의 하나로서 산란(散亂)하다는 뜻이다. 즉 마음이 한 경계에 머물지 않고 복잡하고 산란하게 일어나는 정신 작용을 말한다.
  13. 13)선심소(善心所)의 하나로서 내심(內心)이 평등하여 집착이 없는 정신 작용을 말한다.
  14. 14)Anta. 변(邊)은 이것보다 훌륭한 것이 없는 가장 훌륭하다는 뜻이며, 제(際)는 유(類)ㆍ극(極)의 뜻이니, 어떤 부류에서 가장 훌륭하여 이것을 뛰어넘을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15. 15)송본(宋本)ㆍ원본(元本)ㆍ명본(明本)에는 민(愍)으로 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따라 민(愍)으로 번역하였다.
  16. 16)진여의 법성을 말하고, 또한 진여의 참된 이치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17. 17)bhãra. 의역하여 신고(辛苦)ㆍ심로(心勞)라 한다. 중생의 입장에서 무거운 짐은 번뇌에 해당하고, 보살의 입장에서 무거운 짐은 중생에 해당한다.
  18. 18)무생법인(無生法忍)의 약칭. 나고 죽음이 없는 이치에 안주(安住)하여 흔들림이 없는 것을 말한다.
  19. 19)인도에서는 전투에서 승리하면 승리를 나타내기 위하여 깃발을 걸었다고 한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마군을 항복시키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표시로서 당기를 건다는 표현을 쓴다.
  20. 20)믿기 어려운 미묘하고 깊은 법을 배우고 익혀서 법의 진리에 안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인(忍)은 인허(忍許)ㆍ인가(忍可)의 뜻이다.
  21. 21)이익이 훌륭하고 미묘한 것, 즉 보리(菩提)를 증득한 이익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