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7_0001_a_01L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大集大虛空藏普薩所問經) 제1권
037_0001_a_01L大集大虛空藏菩薩所問經卷第一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 특진(特進) 시(試) 홍려경(鴻臚卿) 숙국공(肅國公)으로 식읍(食邑)이 삼천호(三千戶)요,
자의(紫衣)를 하사받고 사공(司空)에 추증되었으며, 시(諡)는 대감정(大鑑正)이고
호(號)는 대광지(大廣智)인 대흥선사(大興善寺) 삼장
사문 불공(不空) 받들어 한역
이진영 번역
037_0001_a_02L開府儀同三司特進試鴻臚卿肅國公食邑三千戶賜紫贈司空謚大鑑正號大廣智大興善寺三藏沙門 不空奉 詔譯


이와 같이 들었다.
037_0001_a_04L如是我聞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는 여래 경계의 보장엄(寶莊嚴) 도량에 계셨으니, 그 도량은 바로 여래의 가피력이 미치는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보살들이 크나큰 복덕의 자량(資糧)을 쌓고 평등한 행을 성취하기 위해 머무는 궁전이었다. 또 한편으로 여래께서 끝없이 깊고도 깊은 법을 연설하시고 신통의 걸림 없는 지혜로 머무시는 곳이었으며, 그 크고도 훌륭한 방편의 지혜를 능히 나타내시고 아무 것도 없는 지혜의 행에 들어가시는 처소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도량에서는 미래세의 한량없이 뛰어난 공덕을 길러내기 위하여 여래께서 일체의 법을 나타내 증명하시고, 다시 평등하고도 자재롭게 위없이 청정한 법륜(法輪)을 굴려서 여러 제자들을 조복하셨다. 나아가서는 일체 유정들의 뜻을 통달하고 그 근기에 대해 잘 알아서 피안(彼岸)에 이르게끔 번뇌의 습기를 다 끊어주시고, 그 밖의 온갖 불사를 일으키시면서 큰 비구들 6백만과 함께 머무셨는데, 이에 따라 그 많은 비구들도 다 여래 법왕(法王)의 아들로서 마음과 지혜가 뛰어난 해탈을 얻었고, 이미 일체의 번뇌의 속박을 끊었으며, 그 깊은 부처님의 법에 들어가는가 하면, 다시 무상(無相)의 법을 통달하고 엄정하고 뛰어난 위의를 구족하고 큰 복밭(福田)을 늘림으로써 여래의 가르침대로 잘 따랐다.
037_0001_a_05L一時薄伽梵在如來境界寶莊嚴道場而此道場皆是如來之所加持積集廣大福德資糧大行等流之所成就是諸菩薩所住宮殿說無邊甚深法處亦是如來遊戲神通無礙智境能生廣大善巧念慧無所有智所行處盡未來世稱讚無量殊勝功德世尊現證一切諸法等自在善轉無上淸淨法輪善能調伏諸弟子衆善達一切有情意樂知一切諸根彼岸善斷一切煩惱結於諸佛事任運施作無有休息大苾芻衆六百萬人俱此諸苾芻皆是如來法王之子心善解脫慧善解已斷一切煩惱結縛善說一切甚深佛法復能通達於無相法端嚴殊特具足威儀爲大福田增長之處住如來之所教令
037_0001_b_01L또한 시방의 다른 불국토로부터 무량 무수의 헤아릴 수도 없고 비유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보살들은 찰나 사이에 끝없는 불세계(佛世界)에 머물면서 일체의 여래를 받들어 공양하고 설법을 청해 법을 듣는 것에 싫증을 내지 않았으며, 항상 일체의 유정들을 성숙시키고 뛰어난 방편으로써 능히 제일의 청정한 피안에 이르렀다. 또 걸림 없는 지혜로 갖가지 희론(戱論)을 분별하였고 그 지위가 다 일체지(一切智)의 지혜에까지 접근하였다. 그 보살들의 명호를 든다면, 전천(電天)보살ㆍ전승(戰勝)보살ㆍ변조(遍照)보살ㆍ용건(勇健)보살ㆍ최의(摧疑)보살ㆍ분신(奮迅)보살ㆍ관찰안(觀察眼)보살ㆍ상서수(常舒手)보살 등 이러한 우두머리 보살마하살들이었다.
037_0001_a_22L復有菩薩摩訶薩衆從諸佛剎而來集會其數無量不可思議不可譬喩不可言說此諸菩薩於剎那頃遊戲無邊諸佛世界供飬奉事一切如來勸請說法聞法不厭常恒成熟一切有情善巧方便能到第一淸淨彼岸住無礙解超越種種分別戲論位皆鄰近一切智智其名曰電天菩薩勝菩薩遍照菩薩勇健菩薩摧疑菩奮迅菩薩觀察眼菩薩常舒手菩與如是等上首菩薩摩訶薩俱
037_0001_c_01L그 때에 세존께서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이 큰 모임에서 깊고 깊은 법을 널리 설하셨는데, 그 일체의 대중들은 다 허공의 보배 누각(樓閣)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 뛰어난 장엄은 마치 대장엄(大莊嚴)세계 속의 보배로 장엄된 불국토와 같았으며, 다른 보살들이 머물고 있는 누각도 차이가 없었다. 또 이러한 많은 대중들 각각은 그 누각 속에 앉아 있는 모습을 서로가 볼 수 있었다. 그 때에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의 모든 형상을 포함한 소미로산(蘇迷盧山:수미산)ㆍ윤위산(輪圍山:철위산)과 남섬부주(南贍部洲)의 도시ㆍ촌락ㆍ강ㆍ시내ㆍ샘ㆍ바다ㆍ언덕ㆍ숲ㆍ초목과 일체의 땅ㆍ주택ㆍ궁전들이 다 가려져 보이지 않았고, 또 욕계(欲界)ㆍ색계(色界)를 비롯한 유정천(有頂天)1) 모든 궁전과 유정들의 갖가지 형상도 다 보이지 않았다. 마치 겁화(劫火)가 일어난 뒤에 온 땅이 다 타버리고 허공만이 남아 있어 어떠한 물질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이 삼천대천세계에서는 보장엄도량을 제외하고는 유정들의 눈에 어떠한 물질의 형상을 볼 수 없었다. 반면에 이 보장엄도량의 모든 성문ㆍ보살과 천룡(天龍)ㆍ약차(藥叉)ㆍ건달바(乾闥婆)들과 일체 대중의 그 모습은 보다 더 분명히 나타났다. 또한 이 도량에서는 사자좌(師子座)가 홀연히 솟아 나왔는데, 그 높이와 너비는 1만 유선나(踰繕那)에 이르렀으며, 여기서 내뿜는 청정한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서 해와 달의 광명ㆍ제석(帝釋)ㆍ범천(梵天)ㆍ호세천(護世天)의 광명조차도 다 나타나지 못하게 하였다. 바로 그 때에 부처님께서 이 사자좌에 오르시자, 여러 대중들이 이 뛰어나고 기묘한 모습을 보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 뛸 듯이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그들은 서로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와 같이 뛰어난 장엄의 누각과 갖가지 기묘한 모습이야말로, 가령 우리들이 한 겁(劫)의 수명을 거치면서 말하려고 하여도 말로써는 다 할 수 없으리라.”
037_0001_b_11L爾時世尊爲諸菩薩摩訶薩說大集會甚深法時一切大衆處在虛空住寶樓閣而此樓閣莊嚴殊勝猶如大莊嚴世界中一寶莊嚴佛土諸菩薩衆所住樓閣無有異也—是諸大衆各各相見皆坐其中時此三千大千世界一切色像蘇迷盧山輪圍山大輪圍山贍部洲等聚落城邑江河泉流陂池大海叢林草木一切地居所有宮殿悉皆隱蔽而不復現空居乃至有頂諸天宮殿及諸有情形色之類亦悉不現猶如劫燒火災之後大地焚爇唯有虛空中無一色爲眼所見此亦如是三千大千世界之中無一色相爲諸有情眼所睹見唯除此寶莊嚴道場聲聞菩薩諸天乾闥婆等一切衆會所有色像了然顯現又此道場有師子座自然涌其量高廣萬踰繕那此師子座出淨光明普照三千大千世界映蔽日月釋梵護世所有諸光皆不復現坐其上時諸大衆見此奇特勝妙相踊躍歡喜歎未曾有互相謂言是殊勝莊嚴樓閣善巧差別假使我等住一劫壽說莫能盡
그 때에 사리자(舍利子)가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이어 받아 보배 누각으로부터 일어나 허공에 서서 옷을 가다듬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다음 앉아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로움을 먼저 나타내시어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형상을 마치 큰 허공처럼 다 덮어 보이지 않게 하시고, 온갖 보배로 장엄된 이 누각만을 홀연히 나타내시는 것입니까?”
037_0001_c_13L爾時舍利子承佛威神從寶樓閣起住虛空整理衣服偏袒右肩䠒跪合掌而白佛言世尊是何因緣先現此於此三千大千世界所有色像皆隱蔽如大虛空唯有如是所居衆寶莊嚴樓閣自然顯現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너는 지금 이 보배 누각을 보고 있느냐?”
037_0001_c_19L佛告舍利子汝今見此寶樓閣不
사리자는 답하고 나서 부처님을 다시 우러러 보았다.
答言已見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너는 능히 이 보배 누각의 공덕의 다함 없는 것에 대해서 찬탄할 수 있겠느냐?”
037_0001_c_20L佛言舍利子汝能讚歎此寶樓閣功德盡
사리자가 대답하였다.
“저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찬탄하더라도 진실로 그 공덕을 다 말할 수 없습니다.”
037_0001_c_22L舍利子言盡我壽量不能稱讚眞實功德
037_0002_a_01L“그러하니라. 사리자여, 저 대장엄(大莊嚴)세계 안에는 묘한 보배 누각이 있어서 일체의 대중들이 다 그 허공의 누각에 머무는데, 지금의 이 누각도 그와 같은 것이 나타난 것이니라.”
037_0001_c_23L如是舍利子有世界名大莊彼中所有妙寶樓閣一切衆會皆住虛空今此樓閣如彼所現
사리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대장엄세계란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037_0002_a_02L舍利子白佛言世尊彼大莊嚴世界今在何
037_0002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여기에서 동방으로 여덟 불세계를 지나고 가는 티끌처럼 수많은 불국토를 지나면, 거기에 대장엄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에는 일보장엄(一寶莊嚴)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시어 설법하시느니라.
사리자여, 무슨 인연으로 그 명칭이 대장엄(大莊嚴)인가 하면, 저 세계의 모든 장엄은 가장 뛰어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니라. 가령 내가 한 겁 동안을 세간에 머물며 찬탄하더라도 다 말할 수 없으니, 이 때문에 대장엄이라고 하느니라. 또 무슨 인연으로 그 부처님의 명호(名號)가 일보장엄(一寶莊嚴)인가 하면, 항상 큰 보리의 마음만으로써 널리 설하시고 그것을 보배로 생각하시니, 이 때문에 일보장엄이라고 하느니라. 그리고 그 부처님께서는 설법하실 때에 여러 보살들과 함께 사자좌(師子座)와 보배 누각에 오르시되, 높이가 80구지(俱胝)가 되는 다라수(多羅樹)의 허공 위로 솟아 오르셔서 여러 보살들에게 허공청정(虛空淸淨) 법인(法印)을 설하시느니라.
다시 선남자여, 허공청정 법인이란 그 일체의 법이 성품을 여의고 또 성품이 없기 때문이며, 성품을 여의고 또 성품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드러내 보이는 것[表示]이 없기 때문이며, 드러내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광명을 나타냄이 없기 때문이며, 광명을 나타냄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고요한 상(相)이기 때문이며, 고요한 상이란 그 일체의 법이 두 가지 상이 없기 때문이며, 두 가지 상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차별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차별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한 가지 도(道)의 상(相)에 들어가기 때문이며, 한 가지 도(道)의 상(相)이란 그 일체의 법이 본래의 성품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본래의 성품이 청정한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3세(世)를 다 초월하기 때문이며, 3세를 다 초월하는 것이란 그 일체 법이 의지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며, 의지하는 곳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어떤 그림자나 형상이 없기 때문이며, 그림자와 형상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모든 경계를 다 초월하기 때문이며, 모든 경계를 다 초월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안팎이 다 청정하기 때문이며, 안팎이 다 청정한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번뇌로 물듦이 없기 때문이며, 번뇌로 물듦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의 성품이 적정(寂靜)하기 때문이며, 법의 성품이 적정한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마음과 의식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마음과 의식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상(相)을 여의어 본래 생기(生起)함이 없기 때문이며, 상을 여의어 본래 생기함이 없는 것이란 일체의 법이 나[我]가 없는 경지에서 모든 것을 포섭하기 때문이며, 나가 없는 경지에서 모든 것을 포섭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을 주재(主宰)하는 자가 없기 때문이며, 주재하는 자가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의 성품이 나[我]가 없기 때문이며, 법의 성품이 나가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본래 청정하기 때문이며, 본래 청정한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본래 열반(涅槃)이 없기 때문이며, 본래 열반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의 성품이 허깨비와 같기 때문이며, 허깨비와 같은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실제가 없기 때문이며, 실제가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조작의 상(相)이 없기 때문이며, 조작의 상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몸과 마음의 상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몸과 마음의 상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상을 여의어 상이 없기 때문이며, 상을 여의어 상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자상(自相)이 동요하지 않기 때문이며, 자상이 동요하지 않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의지함이 없기 때문이며, 의지함이 없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인연에 화합하여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며, 인연에 화합하여 일어나지 않는 것이란 그 일체의 법이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니라.
사리자여, 저 일보장엄여래께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이러한 서른두 가지의 허공청정 법인을 널리 설하실 때에, 한량없는 보살들이 모든 법의 성품과 더불어 허공 등에 대해서 깨달아 알고 자재로이 청정한 법의 지혜를 얻느니라.
037_0002_a_04L佛言舍利子東方過此八佛世界微塵數佛土有世界名大莊嚴佛號一寶莊嚴如來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世尊今現在說法舍利子以何因緣名大莊嚴彼世界中所有莊嚴殊勝之事若我住世以一劫壽說不能盡是故名之爲大莊嚴復以何緣名爲一寶莊嚴彼佛常說唯以大菩提心而爲其寶是故名爲一寶莊嚴彼佛說法與諸菩薩昇師子座及寶樓閣踊在虛空高八十俱胝多羅樹爲諸菩薩說虛空淸淨法印善男子云何名爲虛空淸淨法印所謂一切法離性無性故云何離性無性謂一切法無所表示故云何無表示謂一切法無光顯故云何無光顯謂一切法遠離緣慮故云何無緣慮謂一切法寂靜相故云何寂靜相謂一切法無二相故云何無二相謂一切法遠離別異故云何無別異謂一切法入一道相故云何入一道相謂一切法自性相淸淨故云何自性相淸淨一切法超過三世故云何超過三世謂一切法無依處故云何無依處一切法無影像故云何無影像謂一切法超過境界故云何過諸境界一切法內外淸淨故云何內外淸淨謂一切法性無雜染故云何無雜染謂一切法性寂靜故云何性寂靜一切法遠離心識故云何離心謂一切法出離相本不生故云何出離相本不生謂一切法無我攝受云何無我攝受謂一切法無主宰云何無主宰謂一切法性無我故云何性無我謂一切法本來淸淨故云何本來淸淨謂一切法本無涅槃云何無涅槃謂一切法性如幻故云何性如幻謂一切法無實事故云何無實事謂一切法無造作相故云何無造作相謂一切法遠離身心相故云何遠離身心相謂一切法離相無相故云何離相無相謂一切法自相不動故云何自相不動謂一切法無所依止故云何無所依止謂一切法無所緣故云何無所緣謂一切法遠離阿賴耶故舍利子彼一寶莊嚴如爲諸菩薩說如是三十二虛空淸淨法印時無量菩薩知諸法性與虛空等得法自在淸淨智忍
사리자여, 저 대장엄세계에 있는 보살들이 보시로 장엄하는 것은 한량없는 겁에 걸쳐 희사하는 것에 수순하기 때문이고, 청정한 계율로 장엄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여 온갖 번뇌가 없기 때문이며, 인욕으로 장엄하는 것은 어떤 유정에게도 해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고, 정진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법의 자량(資糧)을 쌓기 때문이며, 선정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법에 머물되 해탈의 평등에 이르기 때문이고, 지혜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번뇌의 습기를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들을 구제하기 때문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들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들을 언제나 즐겁게 하기 때문이고, 크게 희사하여 장엄하는 것은 일체의 유정들에 대해 애증(愛憎)이 없기 때문이니라.
037_0002_c_07L舍利子大莊嚴世界所有菩薩以布施莊嚴於無量劫隨順捨故以淨戒莊嚴心淸淨無諸垢故以忍辱莊嚴於諸有情無害心故以精進莊嚴積集一切法資糧故以靜慮莊嚴遊戲一切解脫等持等至故以智慧莊嚴遠離一切煩惱習故以大慈莊嚴拔濟一切有情故以大悲莊嚴不捨一切有情故以大喜莊嚴於一切有情常喜悅故以大捨莊嚴於一切有情無憎愛故
037_0003_a_01L다시 사리자여, 저 일보장엄세계에는 대허공장(大虛空藏)이라는 보살마하살이 있느니라. 그는 걸림이 없는 지혜를 얻기 위해 큰 복된 공덕과 위신력(威神力)으로 스스로를 장엄하고, 상호(相好)로 그 몸을 장엄하고, 변재(辯才)로 그 말을 장엄하고, 뛰어난 선정으로 그 마음을 장엄하고, 다라니[總持]의 많은 지식으로 그 생각을 장엄하고, 평등히 버리는 마음으로 그 진실을 장엄하고, 지혜로 모든 세계의 뜻을 장엄하고, 정진 가행(加行)2)으로 그 증상(增上)의 뜻을 장엄하니, 모두가 이 일체의 법에 의혹이 없기 때문이니라.
또한 그 보살은 모든 신통에 자재로이 머물기 위하여 신족(神足)으로 장엄하고, 보배로운 손의 공덕을 얻어 항상 보시하기 위하여 복된 공덕으로 장엄하고, 유정들의 갖가지 뜻을 분별하기 위하여 지혜로 장엄하고, 유정들로 하여금 수승한 법을 알게 하기 위하여 깨달음으로 장엄하고, 5안(眼)3)을 다 청정하게 하기 위하여 눈으로 장엄하고, 모든 법의 이치를 마치 메아리처럼 듣기 위하여 귀로 장엄하고, 법의 다함이 없는 이치를 널리 설하기 위하여 걸림이 없는 변재로 장엄하고, 부처님의 10력(力)을 얻어 마군을 굴복시키기 위하여 힘으로 장엄하고, 모든 외도를 꺾고 굴하지 않기 위하여 무외(無畏)로 장엄하고, 부처님의 끝없는 공덕을 얻기 위하여 공덕으로 장엄하고, 모공(毛孔)으로부터 마치 메아리처럼 법을 연설하기 위하여 법으로 장엄하고, 일체의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능히 보기 위하여 광명으로 장엄하고, 일체의 불국토에 널리 비추기 위하여 광명으로 장엄하고, 어떤 일의 착오를 없애기 위하여 기억하는 마음으로 장엄하고, 말과 행동이 같게 하기 위하여 가르침으로 장엄하고, 일체의 온갖 모습을 나타내기 위하여 신통 변화로 장엄하고, 얽매임이 없이 자재롭게 거닐기 위하여 일체의 부처님의 찬탄으로 장엄하고, 일체의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기 위하여 일체의 선한 법으로 장엄하였느니라.
037_0002_c_18L復次舍利子彼一寶莊嚴如來世界有菩薩摩訶薩名大虛空藏以大福德及大威力而自莊嚴獲無礙智以相好莊嚴於身以辯才莊嚴於語以勝定莊嚴於心以多聞摠持莊嚴於念以平等捨莊嚴於實以慧莊嚴於諸趣意樂以勝進加行莊嚴於增上意樂到於一切法無疑惑故以神足莊嚴遊戲自在諸神通故以福德莊嚴獲寶手功德常施捨故以智莊嚴分別有情種種意樂故以覺莊嚴令諸有情悟勝法故以眼莊嚴能於五眼得淸淨故以耳莊嚴聞諸法義如響應故以無礙解莊嚴法義詞辯無盡說故以力莊嚴得佛十力壞魔怨故以無畏莊嚴摧諸外論無所屈以功德莊嚴獲佛無邊諸功德故以法莊嚴於衆毛孔演法如響故明莊嚴能見一切佛法藏故以光莊照耀一切諸佛剎故以記心莊嚴無錯謬故以教誡莊嚴令如說行故以神境莊嚴變現一切種種相故一切佛讚歎莊嚴住無繫屬得自在以一切善法莊嚴入一切佛法境
037_0003_b_01L사리자여, 저 허공장보살마하살이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으므로, 다른 여러 보살들과 함께 발심하여 이제 이 사바[娑訶]세계에 오려고 하느니라. 그는 여기에 와서 나에게 공경히 예배하고 받들어 공양함과 아울러 이 큰 모임에서 미묘한 법문을 분별하여 시방에서 모여든 보살들로 하여금 청정한 환희심을 내어 믿게 하고, 또 그들로 하여금 이 큰 도의 법을 다 거두어들이게 하려고 하느니라.”
037_0003_a_20L舍利子彼虛空藏菩薩摩訶薩就如是無量功德與諸菩薩發意欲來詣此娑訶世界瞻仰於我恭敬奉事供養亦爲分別此大集會微妙法門令斯十方諸來菩薩生大喜悅淸淨信樂又令菩薩攝受大攝受道法故
그 때에 대허공장보살마하살이 그 12구지(俱胝)의 보살들에게 앞뒤로 둘러 싸여서 일심으로 일보장엄여래를 우러러 보며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양하려 하오니,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037_0003_b_03L爾時大虛空藏菩薩摩訶薩與十二俱胝菩薩前後圍遶一心瞻仰一寶莊嚴如來白言世尊我今欲詣娑訶世界禮拜供養釋迦牟尼佛願見聽
일보장엄여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너의 생각대로 하여라.”
그러자 대허공장보살은 일보장엄여래께 엎드려 예배하고 마주보아서 그 부처님으로부터 불세계를 거니는 신통의 힘을 이어받았다. 그는 곧 그 국토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한 찰나 사이에 사바세계의 장엄도량에 이르렀다. 이 때에 허공장보살을 비롯한 모든 보살들은 허공에 머무르면서 저 세계로부터 가지고 온 온갖 미묘한 꽃과 향을 빗물처럼 뿌렸다. 그것은 가루 향ㆍ바르는 향과 깃발ㆍ일산ㆍ비단이었으며, 또한 월화(月花)ㆍ대월화(大月花) 따위의 미묘하고도 수승한 꽃과 일월광화(日月光花)ㆍ일등화(日燈花)ㆍ일정화(日精花)ㆍ애화(愛花)ㆍ대애화(大愛花)ㆍ조요화(照曜花)ㆍ사달라화(娑闥羅華)ㆍ변무구화(遍無垢花)ㆍ청정무구화(淸淨無垢花)ㆍ금광조요화(金光照曜花)ㆍ허공조요화(虛空照曜花)ㆍ대백향조촉화(大白香照觸花)ㆍ백엽천예화(百葉千蘂花)ㆍ제우화(除憂花)ㆍ작희화(作喜花)ㆍ천소찬화(天所讚花)ㆍ용화(龍花)ㆍ안락생희화(安樂生喜花)ㆍ선지화(禪枝花)ㆍ영신쾌락화(令身快樂花)ㆍ영심환희화(令心歡喜花)ㆍ향변삼천세계화(香遍三千世界花)ㆍ식제중병화(息除衆病華)ㆍ묘위덕장엄화(妙威德藏嚴花)ㆍ유출무변복덕화(流出無邊福德花)ㆍ조촉시방보살화(照觸十方菩薩華) 따위의 온갖 꽃들이었는데, 빗물처럼 내린 꽃들은 그 높이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였다.
037_0003_b_08L彼佛告言今正是時隨汝意往時頂禮一寶莊嚴如來足已住對面承佛遊戲無行神通從彼國沒忽然不現一念之頃與衆菩薩至此娑訶世界寶莊嚴道場住於虛空散彼世界衆妙花香如雨而下所謂末香塗香憧憣繒蓋月花大月花妙殊勝日月光花日燈花日精花愛花愛花照曜花娑闥羅花勝妙娑闥羅遍無垢花淸淨無垢花金光照曜虛空照曜花大白香照觸花百葉千蕊花除憂花作喜花天所讚花龍花安樂生喜花禪枝花令身快樂花心歡喜花香遍三千世界花息除衆病華妙威德莊嚴花流出無邊福德照觸十方菩薩華雨如是等種種妙華積高至膝周遍三千大千世界
037_0003_c_01L그 때에 사바세계의 대중들이 이 꽃들을 보고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수승한 갖가지 꽃과 온갖 미묘한 음악이야말로 과거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도대체 이 꽃들과 음악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유래를 말씀해 주십시오.”
037_0003_c_01L時諸大衆見此花已白言世尊如是種種勝妙諸華衆妙妓樂昔所未見昔所未聞從何所來願見開示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것은 저 허공장보살마하살이 대장엄세계로부터 이 모임에 와 허공에 머무르면서, 나와 경전의 법을 공양하기 위하여 먼저 이 미묘하고도 수승한 갖가지 꽃들을 뿌린 것이니라.”
037_0003_c_04L佛言是彼大虛空藏菩薩摩訶薩從大莊嚴世界而來此會住在虛空先雨如是勝妙諸花供養於我及此經法
그 때에 대허공장보살마하살이 함께 온 보살들을 데리고 허공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다음 오른쪽으로 세 번을 돌고는 한쪽에 물러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일보장엄여래께서 세존께 문안인사 드리길 ‘세존께서는 편찮으신 데나 근심거리가 없으시고 편안하십니까?’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12구지의 보살들은 과거부터 일찍이 세존께 교화를 받은 이들이기에, 이제 저와 함께 이 사바세계에 와서 『대집경(大集經)』에 대해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 세존께서 저희들을 보내신 것도 이 여러 보살들로 하여금 일체의 법에 있어서 자재로움을 얻고 큰 법을 성취하게 하기 위함이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거두어 주시고 이 깊고도 깊은 법의 진리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037_0003_c_07L爾時大虛空藏菩薩摩訶薩與俱來菩薩從空而下頭面禮足遶佛三帀住一面立而白佛言世尊彼一寶莊嚴如來問訊世尊少病少惱起居輕安樂行不此有十二俱胝菩薩以曾受世尊化導與我俱來詣此娑訶世界爲欲聽聞『大集經』故彼世尊爲欲令諸菩薩於一切法得自在故成就大法故唯願世尊哀愍攝受說如是甚深法要
그 때에 대허공장보살이 곧 공중으로부터 변화를 일으켜서 큰 보배 일산과 온갖 보배 장엄으로 여래의 정수리를 덮자, 그 광명이 시방에 두루 비추었다. 여래께서는 사자좌(師子座)에 오르셨는데, 그 사자좌의 높이와 너비는 만 유선나(踰繕那)에 달했다. 이에 대허공장보살이 합장하고서 게송[伽他]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037_0003_c_17L爾時大虛空藏菩薩卽於空中變大寶蓋衆寶莊嚴覆如來頂光明照耀遍徹十方昇於如來師子之座其座高廣萬踰繕那於是大虛空藏菩薩合掌讚佛說伽他曰

최상의 공덕과 미묘한 지혜
한량없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허공처럼 평등하고 고요하니
그 비할 바 없는 이에게 예경드립니다.
037_0003_c_22L上法功德妙智尊
淸淨無垢無限量
如空平等寂無動
敬禮甚深無與等
037_0004_a_01L
온몸의 미묘한 모습을 보이시되
법의 몸을 여의지 않은 그 몸을 보이시고
자비로운 모습을 유정들에게도 나타내시되
복덕으로 장엄된 그 모습을 나타내시네.
037_0004_a_01L能示身相微妙色
不離法身現是身
悲隨有情身亦然
普現百福莊嚴相

이미 음성을 여의고 보고 듣는 것이 없으시며
모든 언어를 끊어서 말하여 나타냄이 없으시니
비록 말의 성품이 메아리와 같음을 아시더라도
큰 자비심으로 유정들을 위해 널리 설하시네.
037_0004_a_03L已離音聲無聞見
斷諸言詞無說示
雖知語性如空響
以大悲心而演說

모든 유정들에게 그 마음을 평등하게 하시고
마음은 허깨비와 같아 본래의 성품이 없음을 아시고
마음의 행조차도 상념이 없는 것임을 다 아시고
끝내 구경(究竟)의 평등한 그 마음을 마음으로 삼으시네.
037_0004_a_05L於諸有情心平等
知心如幻無自性
悉知心行無思慮
平等究竟心爲心

온갖 모습으로 세간을 제도하시되
선서(善逝)의 모습을 얻음이 없이
그 미묘한 공덕에 의지하시어
좋아하는 것에 따라 나타내시네.
037_0004_a_07L示現種種度世閒
善逝身形無所得
以妙所依功德體
隨其所樂爲現身
얻을 것 없는 법을 깨달으시고
일체의 법에 집착과 분별을 여의시고
유정들을 제도할 수 있는 법을 알아서
때에 알맞게 항상 끊임없이 설법하시네.
037_0004_a_09L法無所得佛亦然
不著於法離分別
知法能度有情故
隨宜爲說常無閒

대중들이 다 부처님의 모습을 보더라도
그 나타내신 모습에는 다 차별이 있으니
세존께서 이미 몸과 마음의 상을 벗어나
나타내신 모습대로 유정을 즐겁게 하시네.
037_0004_a_11L大衆普共觀佛身
所現色相皆差別
世尊已離身心相
隨現皆令衆歡喜

인연이 화합하여 일어나는 모든 법은
진실한 법이 아닌 허망한 분별이므로
모든 법이 다 이러한 것임을 아시어
깨달음과 열반을 성취하고 증명하시네.
037_0004_a_13L因緣和合諸法生
虛妄分別非眞實
以知諸法悉如是
得成正覺證涅槃

이미 분별과 두 극단을 끊어 버려서
고요하고 본래의 성품이 없음을 아시니
비록 모든 법의 성품이 청정함을 아시더라도
업의 과보를 벗어나는 것에는 어긋남이 없으시네.
037_0004_a_15L旣斷分別離中邊
知其空寂無自性
雖知諸法性淸淨
善說業果無差違

법은 유정ㆍ수명ㆍ사람이란 것이 없어
허공처럼 고요하고 이름조차 없으므로
저 유정들이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달아
다 감로(甘露)의 문에 들어가게 하시네.
037_0004_a_17L法無有情壽及人
寂然如空離名字
了彼有情實非有
悉令證入甘露門

부사의한 백억의 행을 닦아
힘써 위없는 도를 구하시고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할 일을 이미 마쳐서
행이 없는 곳에 이르러 열반을 깨달으셨네.
037_0004_a_19L已修百億行難思
精進求於無上道
由此因緣已成辦
到無行處覺涅槃
법의 성품에 차별이 없어서
상ㆍ중ㆍ하가 다 평등하고
평등한 지혜에 머물러 분별이 없으시니
부처님께서는 항상 선정에 들어 계시네.
037_0004_a_21L妙覺諸法性無殊
於上中下皆平等
住平等智無分別
故佛常無不定心
037_0004_b_01L
온(蘊)ㆍ처(處)ㆍ계(界)4)가 허깨비와 같고
삼계(三界)가 마치 물 속의 달과 같고
유정들도 꿈과 같아서 진실이 아니더라도
부처님께서는 항상 이러한 것을 설하시네.
037_0004_a_23L知蘊處界皆如幻
三界猶如水中月
有情如夢性非眞
爲說如此非眞法

세간에서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시어
가히 얻을 수 없는 모습을 얻으셨으니
보리(菩提)를 성취하심도 그와 같아서
굴릴 수 없는 법륜(法輪)을 굴리시네.
037_0004_b_02L世諦說成無上覺
不可說得無得相
菩提無得輪亦然
轉無轉相無所轉

자타(自他)가 다 피안(彼岸)에 이르고
자타가 다 의혹의 얽매임을 벗어나고
자타가 다 대승의 즐거움을 얻고
자타가 다 열반을 증득하게 되네.
037_0004_b_04L自度度他於彼岸
自解解他諸繫惑
自安安他置大乘
自他俱證涅槃樂

유정이란 생멸(生滅)도 없고
본래부터 청정한 것일 뿐
그 성품은 허깨비와 같으므로
어떤 유정이라도 보리를 증득하네.
037_0004_b_06L有情無生亦無滅
有情本來常淸淨
有情自性如幻相
有情旣悟證菩提

물질은 허공과 같아 생겨남이 없고
일체의 세간 역시 이와 같으며
법도 물질과 물질의 형상을 다 여의니
이러한 이치로써 물질의 고요함을 아네.
037_0004_b_08L色如虛空無有生
一切世閒亦如是
是法無色離色相
由知是義色寂靜

여래의 공덕을 찬탄함으로 말미암아
청하여 듣고 찬탄하는 것이 다 심오하네.
여래의 공덕은 허공처럼 헤아릴 수 없고
둘도 없는 진실이니 이를 찬탄하네.
037_0004_b_10L以喩稱讚如來德
有情聞讚皆深著
佛德如空不可量
如是無二眞讚佛

유정들을 능히 깨쳐서 예경받으시고
무심히 얻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셨네.
모든 부처님께서 부처님만을 능히 찬탄하시니
제가 진덕존(眞德尊)께 예경하듯 그와 같이 하시네.
037_0004_b_12L敬禮能覺諸有情
無觀無心至無得
唯有諸佛能讚佛
我禮如如眞德尊

유정도 없고 나라는 존재도 없고
부처님의 법계도 다 동일함을 아시고
욕심을 여읜 모든 법에 대해 아시므로
이제 이렇게 평등존(平等尊)께 공양드립니다.
037_0004_b_14L了諸有情無我人
諸佛法界同一相
已知諸法離欲相
故我供養平等尊
037_0004_c_01L
그 때에 대허공장보살이 이 게송을 읊고 나자, 보장엄도량의 그 미묘한 누각들이 일시에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공중에서는 다음과 같은 음성이 들렸다.
“석가모니세존께서는 무수한 구지(俱胝) 나유타(那庾多)의 백천 겁(劫)에 걸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邈三菩提)의 법을 쌓으셨기에 대허공장보살이 이렇듯 미묘한 게송으로 찬탄하는 것이니, 이러한 공덕의 찬탄은 꿈에서도 듣기 어려운 것이거늘 하물며 쉽게 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나 이 게송을 듣고서 신심을 내어 잘 닦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오래지 않아 허공장보살처럼 사자의 울부짖음을 낼 수 있으리라.”
037_0004_b_16L爾時大虛空藏菩薩摩訶薩說是伽他已卽時寶莊嚴道場妙寶樓閣六種震動空中出聲而作是言釋迦牟尼世尊於無數俱胝那庾多百千劫所有積集阿耨多羅三藐三菩提此大虛空藏菩薩以妙伽他悉能稱揚善男子若於夢中尚未曾聞況得見若有善男子善女人聞此伽能生信解解已修行當知此人漸次不夂能師子吼如虛空藏菩薩
037_0005_a_01L대허공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사바세계에 와서 세존을 우러러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는 것은 『대집경전(大集經典)』을 듣고자 함입니다. 이 대중보살들도 각각 법에 의심이 있어서 설법을 들으려는 것이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로 하여금 법의 광명을 얻어 명료한 지혜를 내게 해 주십시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어떤 방편을 내려 주신다면 저희들은 지금 그 명료한 이치에 대해 여쭈겠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바로 걸림이 없는 지혜를 갖추신 이로서 일체의 유정들의 근기를 잘 아시어 앞뒤로 성숙하게 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광명을 얻으신 이로서 모든 어둠을 제거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이치를 깨달으신 이로서 모든 구의(句義)를 잘 분별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그 때를 잘 아시는 이로서 때를 놓쳐서 수기(授記) 하시는 일이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마땅함을 아시는 이로서 유정들의 마땅함에 따라 설법하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유희(遊戱)의 신통을 갖추신 이로서 모든 신통에 자유자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바르게 관찰하시는 이로서 유정들의 마음과 행을 마치 손바닥에 있는 물건을 보듯이 밝게 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너무나 거룩하신 이로서 그 누구도 세존의 정수리를 볼 수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가장 용맹하신 이로서 삼천대천세계에 그 누구도 깔볼 수 없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저절로 깨달으신 이로서 일체의 법을 스승 없이 증득하셨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훌륭한 길잡이로서 모든 길 가운데 바른 길을 보여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의왕(醫王)으로서 감로(甘露)의 약을 내려 유정들의 의혹과 장애에 얽매인 온갖 병을 영원히 씻어 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큰 힘을 지니신 이로서 그 어떠한 처소에서라도 3명(明)으로 다 통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두려움이 없으신 이로서 일체 세간의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ㆍ범지(梵志)ㆍ천마(天魔)들에게 큰 사자의 부르짖음을 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18불공법(不共法)을 성취하신 이로서 3세(世)의 걸림 없는 지혜를 얻어 몸ㆍ입ㆍ뜻이 청정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삼마발저(三摩鉢底)5)를 깨치신 이로서 18불공법을 평등히 아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인자한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걸림 없는 지혜로 모든 유정들을 마치 허공처럼 평등히 관찰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평등한 지혜로 유정들의 선악과 고통과 즐거움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기뻐하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선정(禪定)의 해탈을 닦아 피안(彼岸)에 이르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버리는 마음에 머무시는 이로서 그 마음이 허공과 같이 아무런 애증(愛憎)이 없으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평등에 머무시는 이로서 일체 여래의 평등한 지혜에 들어가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바라는 것이 없는 이로서 지혜를 구족하시고 명예와 이익을 멀리하시기 때문이고, 또 세존께서는 일체의 지혜를 갖추신 이로서 5안(眼)이 청정하시어 일체 법의 구경(究竟)을 다 보시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이러한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을 성취하셨음을 저희들이 알고 있고 또한 저희들이 이 법을 사랑하고 즐거워하여 감히 여쭈려는 것입니다. 이 여러 유정들로 하여금 평등한 법을 듣고서 그 방편에 따라 일체지(一切智)의 지혜를 내게 해 주십시오.”
037_0004_c_03L爾時大虛空藏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我爲欲聞大集經典故來至此娑訶世界瞻仰世尊禮拜供養聽聞斯法今此衆中諸來正士各各於法而有疑心唯願世尊令於諸法得法光明生決定慧善哉世尊我今欲問決定之義唯願如來少賜方便何以世尊是無礙智者善知一切有情諸根前後熟故世尊得光明者離諸闇暝故世尊知義者善能分別諸句義故世尊知時者不越時授記故尊知宜者於諸有情隨宜說法故尊遊戲者於諸神通得自在故世尊淨觀察者了有情心行如掌中故尊高大者無能見頂故世尊勇健者三千界中無能陵屈故世尊自然者無師證悟一切法故世尊導師者諸道中示正路故世尊大醫王者甘露藥能永除斷有情惑障纏蓋病世尊持大力者得於是處非處乃至三明故世尊大無畏者於一切世閒沙門婆羅門諸天魔梵之中大師子吼無所畏故世尊成就不共法者獲得三世無礙智身意淸淨三摩鉢底解脫知見等不共法故世尊住大慈者以無礙慧於諸有情平等觀如虛空故世尊住大悲者以平等慧於諸有情善行惡行若苦若樂無所動故世尊住大喜者行於禪定解脫到彼岸故世尊住大捨者心無憎愛如虛空故世尊住平等者入一切如來平等智故世尊無希望者智慧滿足遠名利故世尊一切智者五眼淸淨見一切法悉究竟故我知世尊成就如是無量無邊功德我等今者愛樂法故於此法中欲小諮問令諸有情於平等法方便出生一切智智
그 때에 부처님께서 허공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보살이여, 너는 긍가하사(殑伽河沙:항하사)의 수와 같은 그 많은 부처님들께 이미 수기(授記)를 받았으니, 이제 너의 질문에 따라 분별하여서 환희심을 내게 하리라.”
037_0005_a_17L爾時佛告虛空藏菩薩摩訶薩言善哉正士汝於殑伽河沙佛所已得授記我今聽汝隨有所問當爲分令得歡喜
그러자 대중 가운데 있던 공덕왕광명(功德王光明)이라는 보살이 허공장 보살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떠한 연유로 여래께 여쭈시는 것입니까?”
037_0005_a_21L於是衆中有菩薩摩訶名功德王光明問虛空藏菩薩言汝爲何故問於如來
허공장보살은 곧 게송을 읊어 답하였다.
037_0005_a_23L時大虛空藏菩薩卽以伽他而答之曰
037_0005_b_01L
유정들에게 평등한 마음을 널리 베푸시고
다시 평등한 마음으로 피안(彼岸)에 머무시고
마음을 깨쳐 미묘한 이치에 무심히 드셨으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01L普心等於諸有情
妙心等住於彼岸
悟心無心入妙理
是故我問於世尊

청정한 광명이 모든 어둠을 걷고
다시 저 의혹을 다 끊어버리며
유정들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시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03L得光無暗淸淨者
無疑能斷彼疑惑
爲令決定得解脫
是故我問於世尊

나[我]와 나 없음[無我] 이 항상 청정함을 아시어
유정들이 나 없는 경지에 머물게 하시고
다시 그 얽매인 소견을 벗어나게 하시니
지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05L知我無我悉淸淨
常利有情住無我
解脫有情我見縛
爲此等故問世尊

뛰어난 위의의 계율에 머무시고
마음이 청정하고 허공처럼 평등하시며
수미산처럼 견고해 흔들리지 않으시니
이렇게 공덕이 있는 이께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07L威儀善住於淨戒
意樂淸淨虛空等
堅固不動若迷盧
是故我問功德者

끝없는 정진과 물러나지 않는 용맹으로
아만(我慢)과 모든 마군을 다 꺾으시고
저 번뇌의 얽매임을 청정하게 하시니
이렇게 단엄(端嚴)하신 이께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09L精進無邊勇無退
能摧我慢衆魔怨
自淨淨彼煩惱纏
故我請問端嚴者

보시ㆍ계율ㆍ인욕ㆍ정진ㆍ선정
해탈의 모든 바라밀을 닦으셔서
청정한 지혜에 머무시니
이렇게 청정한 이치를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11L樂聞施精進
禪定解脫發諸通
淸淨無垢勝慧明
故我問於淸淨義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에 머무시어
생사(生死)나 열반을 나타내 보여주시고
생겨남도 머묾도 가고 오는 것도 없으시니
이렇게 청정한 지혜를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13L住空無相無願者
示現生死或涅槃
無生無住無去來
故我問於淸淨智
성문ㆍ연각과 그 밖의 대중으로서
질문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깊고도 가없는 지혜를 지니셨으니
이렇게 세존께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15L甚深知見無崖際
聲聞緣覺及餘衆
無能難問不可測
我爲如是問世尊

바른 법을 즐겨하여 통달하시고
법과 법이 아닌 것에도 집착이 없으시고
항상 선한 법을 지켜 동요하지 않으시니
이렇게 여래의 법을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17L樂於正法能通達
法與非法俱無取
常於善法心不亂
是故我問如來法

부처님의 종자를 끊지 않으시고
바른 법과 스님과 승단을 옹호하시고
그 명성이 3세의 부처님께 떨치시니
이렇게 공덕의 바다에 대해 여쭙는 것입니다.
037_0005_b_19L不斷佛種諸賢士
能護正法及僧伽
名聞三世諸佛稱
故我問於功德海
037_0005_c_01L
대허공장보살은 이 게송으로 공덕왕광명보살에게 답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보시바라밀다(布施波羅蜜多)를 저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계율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반야 바라밀을 저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복덕과 지혜의 이 두 가지로 장엄하여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불ㆍ법ㆍ승을 여의지 않고 항상 따라서 생각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버림[捨]과 계율과 하늘을 항상 따라서 생각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열반으로 모든 행을 평등하게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일체 유정들의 행의 모습에 대해 잘 아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부처님 법의 보배 창고를 잘 간직하여 여래께서 깨달으신 저 법의 성품에 대해 여실히 아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유정들의 본래의 청정함을 잘 알아서 성숙시키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이치에 상응하는 법을 닦아 구경(究竟)에 이르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신통을 잃지 않고서 일체의 법에 자재함을 얻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일체의 성문ㆍ벽지불도 측량할 수 없는 그 깊고도 깊은 부처님 법의 이치에 머무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연기(緣起)의 법에 들어가되 뛰어난 지혜로써 일체의 치우친 소견을 멀리 여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여래의 인(印)으로써 진리의 인을 맺고 끊임없이 뛰어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법계의 그 깊은 처소에 들어가되 일체의 법이 다 평등한 성품의 것임을 관찰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금강처럼 견고한 뜻을 지니고서 이러한 대승(大乘)에 머물러 흔들리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보살이 스스로의 경계를 부처님의 경계처럼 청정하게 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다라니를 얻어서 그 법의 행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여래의 가호를 받아 걸림이 없는 변재(辯才)를 얻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생사(生死) 속에서 자재함을 얻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원수와 적을 꺾고 4마(魔)6)를 뛰어 넘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한량없는 복덕의 자량(資糧)을 쌓아서 유정들에게 의지할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부처님께서 없는 세간에 출현하여 유정들을 위해 온갖 불사를 일으키는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또 보살이 해인(海印) 삼마지(三摩地:삼매)를 얻어서 일체 유정들의 마음의 행에 물들지 않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집착에 물들지 않아서 마음이 허공의 바람처럼 아무런 걸림이 없는 것이란 어떤 것이고, 위의를 닦아 광명을 성취함으로써 다른 인연을 따르지 않고 저절로 지혜를 얻어 대승의 일체지(一切智)의 지혜에 이른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037_0005_b_21L爾時大虛空藏菩薩以伽他答功德王光明菩薩已白佛言世尊云何菩薩修行布施波羅蜜多猶若虛空何修行淨戒忍辱精進禪定般若波羅蜜多猶若虛空云何修行福德慧二種莊嚴猶若虛空云何不捨離佛隨念不捨離法隨念僧隨念捨隨戒隨念天隨念云何菩薩修行諸行等於涅槃云何菩薩善知一切有情行相云何能持佛法寶藏如來等覺彼法性相如實而知云何菩薩善知有情本來淸淨而成熟之云何菩薩如理相應修習佛法至於究竟何菩薩不壞神通於一切法而得自云何菩薩得住甚深佛法理趣切聲聞及辟支佛所不能測云何菩薩入緣起善巧智遠離一切邊見何菩薩以如來印印於眞如不閒斷善巧智云何菩薩入於法界甚深理見一切法互相周遍平等一性何菩薩意樂堅固猶若金剛於此大乘無有傾動云何菩薩於自境界淸淨如佛境界云何菩薩得陁羅尼無忘法行云何菩薩獲得如來加持無礙辯才云何菩薩於生死中而得自云何菩薩摧伏怨敵超越四魔何菩薩積集無量福德資糧爲諸有情作所依止云何菩薩出無佛世諸有情而作佛事云何菩薩獲得海印三摩地不染一切有情心行云何菩薩得無染著心如虛空風無有障云何菩薩善知軌儀修行離暗獲得光明不隨他緣得自然智速到大乘一切智智
이에 부처님께서 허공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보살이여, 네가 지금 이러한 깊은 이치를 여래에게 물은 것은 다 유정들을 위한 것이므로, 너는 일체의 부처님 법을 환히 깨닫게 되리라. 너는 이미 과거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받들어 공양하여 많은 선근(善根)을 심었고, 정진의 갑옷을 입은 채 부지런히 법을 구하여 그 지혜의 몽둥이로 마군을 몰아 냄으로써 항상 일체의 유정을 이롭게 하였느니라. 또 저 세간의 비난받거나 칭찬 받는 여덟 가지의 법을 초월하여 허공처럼 평등한 행을 닦고 오래도록 일체지의 지혜를 쌓았으므로, 이러한 너의 공덕이야말로 그지없고 한량없노라.
이와 같기에 보살이여, 항하사 수의 과거 부처님께 일찍이 그 이치를 물은 것과 같이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여라.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해, 보살이 공덕을 얻어 대승의 일체지의 지혜에 이르는 것에 대해 분별하여 해석하리라.”
037_0006_a_10L爾時佛告大虛空藏菩薩摩訶薩言善哉善哉正士復言善哉善哉正士汝今善能問於如來如是深義能爲有情發如是問汝能明了一切佛法已曾供養奉事過去無量諸佛於諸佛所種諸善根被精進甲求法無厭以智慧器杖出諸魔境常樂利益一切有情超越世閒毀譽八法心行平等猶若虛空夂已積集一切智智汝功德邊際叵量已於恒沙過去佛所曾問斯義是故正士諦聽諦聽思念之吾當爲汝分別解說菩薩摩訶薩所獲功德到於大乘一切智智
허공장보살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기꺼이 설법을 듣기를 원합니다.”
037_0006_a_23L虛空藏菩薩言唯然世尊願樂欲聞
037_0006_b_01L부처님께서는 허공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은 보시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아 네 가지 법을 성취하느니라. 이른바 그 네 가지 법이란, 첫째는 자신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유정이 청정한 것이고, 둘째는 유정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셋째는 보시가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회향(廻向)이 청정한 것이고, 넷째는 회향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리가 청정한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바로 보살이 보시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아 네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037_0006_b_01L佛告大虛空藏菩薩言善男子菩薩成就四法修行布施波羅蜜多猶若虛空云何爲四所謂以我淸淨故有情淸淨以有情淸淨故施卽淸淨施淸淨故迴向淸淨以迴向淸淨故菩提淸淨善男子是爲菩薩成就四修行布施波羅蜜多猶若虛空
또 보살은 보시바라밀다를 청정하게 닦아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느니라. 이른바 그 여덟 가지 법이란, 첫째는 나가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둘째는 나의 것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셋째는 인(因)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넷째는 견해가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다섯째는 상(相)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여섯째는 이상(異相)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일곱째는 과보를 바라지 않는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고, 여덟째는 마음이 허공처럼 평등하고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보시가 청정한 것이니라. 이것이 바로 보살이 보시바라밀다를 청정하게 닦아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037_0006_b_08L若菩薩成就八法能淨修行布施波羅蜜多云何爲八所謂我淸淨施我所淸淨施因淸淨施見淸淨施淸淨施異相淸淨施不望果報淸淨心平等如虛空淸淨施是爲菩薩成就八法能淨修行布施波羅蜜多
037_0006_c_01L선남자여, 마치 허공이 그 끝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한없이 닦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너무나 넓어서 걸림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널리 회향하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물질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물질을 버리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아무런 느낌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느낌을 떠나서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모든 물듦을 여의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어떤 조작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조작을 여의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어떤 의식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의식을 여의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모든 불국토를 두루 덮어 주는 것처럼 보살이 그 대자대비한 보시의 닦음으로 항하사 수의 불국토 유정들을 두루 덮어 주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다함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3보(寶)의 종자를 끊음 없이 보시를 회향하는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어둠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번뇌의 어둠을 여의고 보시를 닦는 것도 그러하며, 마치 허공이 어떤 상(相)을 나타내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닦음에 있어서 그 마음이 청정한 것도 그러하고, 마치 허공이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닦음에 있어서 유정을 널리 포섭하는 것도 그러하니라.
또 허깨비가 허깨비에게 보시할 때에 마음에 분별이 없고 그 과보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보시를 닦음도 다 허깨비와 같아서 아무런 분별이 없고 과보를 바라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은 보시를 닦음에 있어서, 수승한 지혜로써 하여 모든 번뇌를 버리고 방편의 지혜로써 하여 유정들을 버림이 없느니라. 이것이 바로 보살이 보시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는 것이니라.”
037_0006_b_14L善男子譬如虛空無有邊際菩薩無限行施亦復如是譬如虛空寬廣無菩薩迴向行施亦復如是譬如虛空無色菩薩離色行施亦復如是如虛空無有受者菩薩離受行施亦復如是譬如虛空無所染著菩薩遠離染著行施亦復如是譬如虛空無所爲作菩薩遠離有爲行施亦復如譬如虛空無有識想菩薩離於識想行施亦復如是譬如虛空遍諸佛菩薩大慈行施遍緣恒沙諸佛國土一切有情亦復如是譬如虛空無有窮盡菩薩不斷三寶種迴向行施亦復如是譬如虛空無有暗暝薩行施離煩惱暗亦復如是譬如虛空無相顯現菩薩行施心體淸淨亦復如是譬如虛空含容一切菩薩行施普攝有情亦復如是又如變化人施變化者無心分別不希其報菩薩行施亦復如是皆如幻化遠離能所不希果報善男子菩薩行施以勝智慧捨諸煩惱以方便智不捨有情爲菩薩修行布施波羅蜜多猶若虛空
그 때에 등수(燈手)보살마하살이 그 모임에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떠한 상(相)으로 이 보시바라밀다를 닦아야 하는 것입니까?”
037_0006_c_14L爾時燈手菩薩摩訶薩在於會中卽從座起白佛言世尊菩薩摩訶薩以何等相修行如是布施波羅蜜多
037_0007_a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상이 없이 이러한 보시바라밀다를 닦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그 일체의 법에 자신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자신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유정(有情:중생)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유정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법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법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지혜라는 상이 없는 것은 지혜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마음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마음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세간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세간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물질[色]이라는 상이 없는 것은 물질이라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고, 보고 듣는 상이 없는 것은 보고 듣는 상이 청정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보살은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이 일체의 상을 벗어나 상이 없는 구경(究竟)의 경지에 이르고, 다함이 없는 지혜를 성취하여 비로소 여래의 기별(記莂)을 얻고, 보살 니야마(尼夜摩)7)의 지위에 머물러 보살의 물러나지 않는 인(印)으로써 그것을 맺느니라. 또 관정(灌頂)의 지위에 이르러 일체의 평등한 법을 성취함으로써 모든 유정들의 행(行)의 실상을 알게 되니, 보살은 이러한 행으로써 보시바라밀다를 닦아야 하느니라.”
037_0006_c_17L善男子菩薩摩訶薩應以無相修行如是布施波羅蜜多何以故以一切法無身相身相淸淨故無有情相有情相淸淨故無法相法相淸淨故無智相智相淸淨故無慧相慧相淸淨無心相心相淸淨故無世閒相世閒相淸淨故無色相色相淸淨故無見見相淸淨故如是乃至無暗無明離一切相無相究竟邊際獲無盡忍得於如來決定記莂住於菩薩尼夜摩位以不退印印之得佛灌頂成就一切平等佛法善知一切有情行相菩薩以如是行修行布施波羅蜜多
부처님께서 이 법을 널리 설하실 때에 그 모임에 있어서 1만 6천의 보살들이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과 같음을 보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037_0007_a_08L說是法時萬六千菩薩於諸法中見諸法性猶若虛空獲無生法忍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037_0007_a_10L爾時世尊說伽他曰

항상 청정한 마음으로 보시를 닦고
보리를 구하되 과보(果報)를 바라지 않고
보시를 하고도 후회하지 않고 기뻐해야만
이것이 해탈을 얻는 미묘한 보시이니라.
037_0007_a_11L心常淸淨恒行施
爲求菩提不望報
施已歡喜無追悔
是爲妙施得解脫

지혜로운 자는 법이 허깨비와 같음을 알아
그 밖의 온갖 재보(財寶)를 탐하지 않고
몸과 목숨까지도 돌보지 않음으로써
부처님의 저 보리의 마음에 뜻을 두느니라.
037_0007_a_13L智者知法皆如幻
不顧身命及以財
於餘資具皆不貪
志佛菩提心決定

평등한 보시에는 애증(愛憎)이 없고
항상 정진하여서 물러남이 없으며
모든 법을 허공과 같이 관찰함으로써
기뻐함도 없고 싫어함도 없느니라.
037_0007_a_15L悉皆等施無憎愛
不生退沒恒進修
由觀諸法如虛空
是故無喜亦無厭

법의 성품이 본래 청정한 것임을 알아
보리를 구하고 보시하는 것 역시 그렇게 하고
보시로 말미암아 탐욕을 내지 않으며
항상 사심(捨心)을 닦아 희론(戱論)이 없느니라.
037_0007_a_17L知法性相本淸淨
菩提與施亦復然
由於所施不生貪
故常能捨無戲論

등한 보시는 온갖 생각을 여의고
상 ㆍ중ㆍ하에 분별이 없는가 하면
뜻이 청정하여 항상 허물이 없으며
지혜로운 보시여서 바라는 것이 없느니라.
037_0007_a_19L平等普施離思慮
於上中下無分別
意樂淸淨常無垢
所有惠施離悕望

몸은 허깨비와 같아 다 덧없는 것임을 아니
재보 역시 견고하지 않아 한바탕 꿈과 같고
세간을 위해 자비를 베풂으로 말미암아
항상 보시하고 세간에 물들지 않느니라.
037_0007_a_21L知身幻化皆無常
財亦不堅如夢電
卽生悲愍世閒故
而能常施不染世
037_0007_b_01L
나 없는 보시로 번뇌를 청정하게 하고
이러한 보시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우며
어떠한 마군도 그 틈을 엿보지 못하게 하니
이러한 보시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느니라.
037_0007_a_23L無我行施煩惱淨
卽能建立於佛教
不爲魔羅所得便
如是施心難挍量

보시의 마음으로 10력(力)을 설하고
마땅히 청정한 계율의 행에 머무니
이로 말미암아 수행하여 정려(靜慮)와
지혜를 문득 원만히 성취하는 것이니라.
037_0007_b_02L十力所說此施心
應住淸淨尸羅行
由此善修獲靜慮
智慧便能速圓滿

보시와 계율이 마음과 더불어 청정하여
모든 번뇌를 태워 다시는 나지 않으며
자타(自他)가 다 이로움을 얻어
함이 없는 열반의 즐거움을 얻느니라.
037_0007_b_04L施戒與心俱淸淨
燒諸結使不復生
自他皆獲於利益
能得無爲涅槃樂
보시를 닦아 탐욕을 제거함으로써
어떤 것에도 더럽혀지거나 집착하지 않고
유정들로 하여금 다 고뇌를 벗어나 스스로
청정한 보리의 인(因)을 성취하게 하느니라.
037_0007_b_06L爲除貪結行於施
是故不染亦不著
惠彼令無於苦惱
自成淸淨菩提因

보시의 마음은 물러남이 없어
이로 말미암아 보살의 성품을 얻게 되고
그리고 보리의 청정한 공덕을 얻게 되니
곧 능히 한량없는 유정들을 제도하느니라.
037_0007_b_08L所施心無於退沒
由斯得見菩提性
已見菩提淸淨德
則能度於無量衆
大集大虛空藏菩薩所問經卷第一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색계(色界)의 제4천(天)인 색구경천(色九竟天)을 뜻하는 것임.
  2. 2)신(身)ㆍ구(口)ㆍ의(意)의 작용을 더하여 행한다는 의미에서 정행(正行)에 대한 예비행을 말한다.
  3. 3)육안(肉眼)ㆍ천안(天眼)ㆍ혜안(慧眼)ㆍ법안(法眼)ㆍ불안(佛眼)을 말한다.
  4. 4)5온(蘊)은 존재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로서 물질[色]ㆍ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이다. 12처는 감각기관과 그 대상인 6근(根)과 6경(境)을 말하는 것이고, 18처(處)는 이 6근(根)과 6경(境)에 6식(識)을 더한 것이다.
  5. 5)정(定)이나 등지(等至)를 뜻한다.
  6. 6)네 가지 삿된 마구니로서 번뇌마(煩惱魔)ㆍ음마(陰魔)ㆍ사마(死魔)ㆍ타화자재천마(他化自在天魔)가 그것이다.
  7. 7)수행의 단계에서 어떤 결정지(決定地)에 이른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