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괄허집(括虛集) / 括虛大和尙遺稿後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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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허 대화상 유고 후발括虛大和尙遺稿後跋
덕이 없는데도 일컫는 것은 그 조상을 속이는 것이요, 덕이 있는데도 일컫지 않는 것은 그 어짊을 없애 버리는 것이다.돌아가신 스승 괄허括虛 화상和尙은 나에게는 5세조世祖가 된다.잠영簪纓의 후예로 일찍이 상문桑門(불문)에 몸을 의탁하였는데, 재주와 덕이 무리 가운데 뛰어나서 지혜가 통하지 않는 바가 없었다.백가百家의 예림藝林에서 깊고 오묘한 의미를 탐색하였고, 팔만八萬의 해인海印에서 깊은 기미幾微를 끝까지 궁구하였다.꽃은 만행萬行으로 피고, 마음은 육근六根을 제거하였다.이로써 당세에 칭찬받았고 일찍 대성함에 이르렀다.환암幻庵 장로長老에게서 선법을 전해 받고 환응喚應 선사禪師에게서 의발을 전해 받았다.이 두 분의 선사는 우리 동토에서 선과 교를 크게 천양하신 분들이다.스승이 이와 같으니 조계曺溪의 연원을 또한 알 만하도다.교남嶠南(영남)의 이름난 사찰에서 왕래해 달라는 청을 받아 경전을 가지고 묻고 논박했으니, 빈손으로 왔다가 채워서 돌아간 이를 어찌 하나하나 일컬을 수 있겠는가?
오호라, 시율詩律과 문장은 화상이 여사餘事로 하던 것이니 어찌 권질卷帙을 이루어 세상에 전파하려는 뜻이 있었겠는가? 다만 강의에서 물러난 여가에 때때로 내방한 현사대부賢士大夫들과 더불어 수창한 것을 문인이 수집하여 책으로 만들었다.그 언사는 자신의 뜻을 완미하게 드러냈고, 그 지조와 아량을 맑게 드러냈는데, 부화浮華하게 새기는 모양이 없이 자연히 흘러나오는 메아리에 의지하였으니,

010_0324_a_12L括虛大和尙遺稿後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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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德而稱者誣其祖也有德而不稱者
010_0324_a_14L泯其賢也先師括虛和尙於我爲五世祖
010_0324_a_15L而簪纓後裔早托桑門才德出倫知無
010_0324_a_16L不通百家藝林▼(扌+突)賾索隱八萬海印
010_0324_a_17L㴱硏幾花敷萬行心除六根以是見稱
010_0324_a_18L於當世而至其早成受禪於幻庵長老
010_0324_a_19L傳鉢於喚應禪師此兩禪師吾東土大闡
010_0324_a_20L禪敎者也有師如此曺溪爲源亦可知
010_0324_a_21L被請徃來於嶠南名刹執經問難
010_0324_a_22L來實去者豈可一一稱之哉嗚呼詩律
010_0324_a_23L文章和尙之餘事則詎有卷帙播世之意
010_0324_a_24L但講退之暇與賢士大夫之有時來訪
010_0324_a_25L而酬應唱和者門人收集成卷其辭婉其
010_0324_a_26L淸其操雅無雕刻浮華之態依自然流

010_0324_b_01L재주와 덕이 무리보다 뛰어나지 않았다면 어찌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무자년(1888) 봄에 후손 혜운 치민惠雲致敏 등이 유고를 간행하여 영원히 전하고자 하면서 나에게 발문을 구해 책 끝을 꾸미고자 하였다.나 같은 불초한 자가 어찌 감히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적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같은 조상의 후손이라는 것에 매여 선조의 덕에 대해 글을 쓰지 않고 끝내 한마디도 없으면 안 될 것이다.그러므로 고루함을 꺼리지 않고 졸렬함을 잊고 삼가 발문을 쓴다.화상의 관향과 자호는 행록에 갖추어 실려 있으므로 더 쓰지 아니한다.
무자년 3월 하순에 후손 만선 포순滿船抱淳이 삼가 쓰다.

010_0324_b_01L出之響非才德之出倫烏能如此戊子
010_0324_b_02L後孫惠雲致敏等以其遺藁欲繡梓
010_0324_b_03L而圖不朽謀我求跋以藻卷尾以吾之
010_0324_b_04L不肖何敢點毫於其間哉然而係是同祖
010_0324_b_05L之孫其於先祖之德不可以不文終無一
010_0324_b_06L言故不嫌孤陋忘拙謹跋而和尙姓貫
010_0324_b_07L字號備載於行錄故不爲架床云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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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戊子三月下瀚後孫滿船抱淳謹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