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아암유집(兒庵遺集) / 蓮坡老師遺集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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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파 노스님 유고집 발문(蓮坡老師遺集跋)
옛말에 이르기를,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말이 있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덕이 있는 사람은 입으로 말을 쏟아내어 시와 문장을 짓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문詩文은 진실로 불도를 수행하는 집안에서는 본분의 일이 아니라 여가가 있을 때 하는 일이다. 오직 선정禪定의 영액靈液(정수)을 닦다가 부득이하여 인간 세상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그러므로 신라와 고려 사이의 고승들도 역시 많은 시문을 남겨 아직까지 이 세상에 나돌고 있다.
연파蓮坡 노스님은 근대에 태어난 드문 인재로, 출가하고부터 경학에 마음을 두었을 뿐 저술은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학사들이 많이 찾아와 풍도風度를 듣고 서로 시문을 주고받았다. 아무렇게나 내뱉어도 주옥 같은 글이 되었는데, 문인들이 찾아 모으는 것까지 금하진 못했다. 그 약간의 유고를 살펴보니 담긴 뜻을 표현함이 맑고 심원할 뿐더러 꾸미거나 윤택하게 한 흔적이 전혀 없어

010_0709_b_16L蓮坡老師遺集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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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語有曰有德者必有言謂其有德者
010_0709_b_18L發於口而爲詩若文也然詩文之能固釋
010_0709_b_19L家之餘事惟其脩養禪定之靈液不得已
010_0709_b_20L而流露于人世故羅麗間高僧亦多詩文
010_0709_b_21L之遺行於世尙矣蓮坡老師間生于近
010_0709_b_22L自出家潛心經學不喜著述學土多
010_0709_b_23L聞風酬唱涕唾珠玉不禁門人之攟
010_0709_b_24L觀其略干之遺稿寄意淸遠絕去粉

010_0709_c_01L성큼성큼 옛사람의 경지에 들어갔으니, 곤륜산의 옥 조각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욱 값진 것과 같다고 말할 만하다.
우리 동방의 나라에 명성이 있고 덕 높은 스님들이 시로 인해 소문이 난 이가 많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이름이 나라 밖을 건너지는 못했다. 오직 우리 노장 스님의 시초詩抄만이 중국에까지 전해져서 건륭乾隆과 가경嘉慶 연간에 거수鉅手와 명조名曹들 모두로부터 부러워하는 찬탄을 샀다. 관각館閣 옹방강翁方綱과 같은 분도 얻기 힘든 인재를 얻었다 하여 몹시 기뻐하였고, 서로의 형상을 잊고 교분을 맺을 뜻을 보였으며, 자신이 직접 그린 담계覃溪의 초상과 동파東坡의 소상小像, 그리고 『복초재시집復初齋詩集』 6책, 손수 쓴 『금강경』 1부를,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가 연경燕京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편에 보내왔으니, 지금까지도 두륜산 산중에 보관되어 있다. 이는 일찍이 없었던 인연이니, 그 시의 품격이 매우 뛰어나지 않았다면, 어찌 이럴 수가 있었겠는가?
변려문에는 더욱 뛰어난 솜씨가 있어서 격식과 율법이 정밀하고 엄격하였다. 이 때문에 다산 정약용이 「대둔사 비각 다례 축문大芚寺碑閣茶禮文」을 읽고 찬양하며 말하기를, “이 편篇은 바로 관각館閣의 큰 문장가가 지은 것 같아 이윤보李閏甫와 임이호林彜好의 빼어난 문장을 이을 만하다. 글자마다 치달리고 글귀마다 용솟음치는 것 같음을 느끼곤 했으니, 나물과 죽만 먹는 승려의 어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로 보건대 노스님은 참으로 덕을 지니신 분이라 하겠다. 그 말씀하신 시와 글들이 비록 세상에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다고 해도 어찌 가능한 일이겠는가.
이에 스님의 후손(雲仍)인 경허 취운鏡虛翠雲 공이 여러 문도들과 협의하여 그 유고를 간행하여 영원토록 먼 후세에 남기기를 도모하려고 하였다. 나도 또한 그 문하에 속하니,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이길 수 없어 손을 씻고 삼가 권말에 이 글을 쓴다.
세존 기원 2947년 경신년(1920) 4월 일 불초不肖 문손門孫 원응 계정圓應戒定이 삼가 쓴다.

010_0709_c_01L駸駸入古人室可謂崑山片玉愈寡
010_0709_c_02L愈珍我東名宿以詩有聞者不爲不多
010_0709_c_03L而其名不踰方域矣惟我老師詩抄流入
010_0709_c_04L中原乾嘉間鉅手名曹咸發羨企之歎
010_0709_c_05L至若翁閣學方綱深喜難得爲表忘形之
010_0709_c_06L以自寫覃溪肖像東坡小像及復初
010_0709_c_07L齋詩集六册手書金剛經一部寄送金阮
010_0709_c_08L堂正喜燕使回便至今藏存頭輪山中
010_0709_c_09L寔未曾有緣也非其詩品超倫焉能如是
010_0709_c_10L尤工於騈儷文格律精嚴故丁茶山鏞
010_0709_c_11L見其大芚寺碑閣茶禮文讚曰此篇是館
010_0709_c_12L閣大手能嗣李閏甫林彜好之絕響
010_0709_c_13L字字跳盪句句聳疎非復蔬笋口氣者也
010_0709_c_14L由是觀之老師眞有德者其發言之詩若
010_0709_c_15L雖欲不聞於世安可得乎玆者雲仍
010_0709_c_16L鏡虛翠雲公協議諸門徒期欲繡梓其遺
010_0709_c_17L稿圖永遐世余亦忝其門下者不勝隨
010_0709_c_18L盥手謹書于卷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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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尊紀元二九四七年庚申四月日
010_0709_c_20L肖門孫圓應戒定謹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