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가산고(伽山藁) / 伽山藁卷之一

ABC_BJ_H0246_T_003

010_0759_b_02L
가산고 제1권(伽山藁 卷之一)
총목차總目次
가산고 제1권(伽山藁 卷之一)
오언절구五言絕句 39편
동축사 즉사(東竺即事)
그 두 번째(其二)
그 세 번째(其三)
그 네 번째(其四)
그 다섯 번째(其五)
그 여섯 번째(其六)
그 일곱 번째(其七)
봉도에서 찾아온 나그네에게 읊어 주다(口呼贈蓬島來客)
필법을 배우는 강 수재에게(示姜秀才學筆)
임 충렬공 사당에 참배하고(謁林忠烈公廟)
속내를 털어놓다(叙懷)
금릉에서 옛일을 회상하다(金陵懷古)
매화 감상(賞梅)
불국사를 지나다가 경암 장석의 서거를 탄식하며(過佛國寺嘆慶庵丈席逝)
짙은 안개(烟嵐)
병석에서(病中)
바닷가 절에서 살며(寓海寺)
하양에서 길을 가다가(河陽途中)
연등암에서 밤새워 얘기하다(燈庵夜話)
장난삼아 장 수재에게 주다(戱贈張秀才)
귀뚜라미(促織)
한밤중(午夜)
구일(九日)
삼가 최 어른의 운을 따라(謹次崔丈)
가을(秋事)
화장산 오두막에서 묵다(宿華藏廬)
삼가 석산 한 상사의 운을 따라(謹次石山韓上舍)
호계(虎溪)
『산해경』에 제하다(題山海經)
길에서(途中)
이름난 스님을 조롱하다(嘲名僧)
계곡 여울에서(溪湍)
성품의 선함(性善)
놓쳐 버린 마음을 찾아라(求放心)
종(鐘)
석문의 노인(石門老人)
우연히 쓰다(偶題)
『진사』를 읽고(讀晋史)
산속의 봄(山春)
삼가 국화를 노래한 시의 운을 따라(敬次咏菊韻)
원운을 첨부한다(附原韻)
삼가 고운 선생께서 압운하신 천 자를 따라(敬次孤雲先生押天字韻)
선생의 원운을 첨부한다(附先生原韻)
쌍계사를 지나다가 국사의 비를 읽고(過雙溪寺讀國師碑)
길에서(途中)
금강산으로 가는 화봉 대사께 드립니다(贈華峯大師之金剛山)
운문령을 넘다가(踰雲門嶺)
오언율시(五言律)
삼가 영화루 현판의 운을 따라(謹次映花樓板韻)
삼가 운금헌 현판의 운을 따라【울산목관의 동헌】(謹次雲錦軒板韵【蔚山牧官東軒】)
깊은 암자의 그윽한 흥취(深庵幽興)
나그넷길에서 맞이한 가을(客中逢秋)
밤에 앉아서(夜坐)
회산께서 읊으신 ≺금강산≻의 운을 따라(次晦山吟金剛山韵)
내가 석실에서 운문사로 옮겼을 때, 이 사문께서 기존의 누명에서 풀려난 후 시를 보내왔다. 너무나 기뻐 이에 차운하여 경사스러운 일에 축하의 뜻을 표하였다(余自石室移雲門時。 李斯文蒙原解累後遣詩。 喜極仍次賀慶。)
이학규의 원운을 첨부한다(附原李學逵)
체류하면서(滯留)
장 사호 막료를 이별하며(別張司戶幕僚)
태화루(太和樓)
김씨의 강루에 제하다(題金氏江亭)
관서에서 온 여행객의 운을 따라(次關西遊客)
어떤 사람이 찾아와 이학규 사문께서 지으신 ≺서림사≻라는 시를 말해 주었다. 이에 삼가 화운하다(有人來。 說李斯文【學逵】題西林寺詩。 仍奉和。)
원운을 첨부한다(附原)
축암에서(竺庵)
박 석사의 운을 따라(次朴碩士)
남가락 이학규 노인께서 지으신 ≺영구암≻에 삼가 화운하다(奉和南駕洛老人李學逵題靈龜庵)
원운을 첨부한다(附原)
임경대에 올라(登臨鏡臺)

010_0759_b_02L伽山藁卷之一

010_0759_b_03L

010_0759_b_04L1)總目次

010_0759_b_05L
卷一

010_0759_b_06L
五言絕句三十九篇

010_0759_b_07L
東竺即事
口呼贈蓬島來客示姜
010_0759_b_08L秀才學筆謁林忠烈公廟叙懷
010_0759_b_09L陵懷古賞梅過佛國寺嘆慶庵丈席
010_0759_b_10L烟嵐病中寓海寺河陽途
010_0759_b_11L燈庵夜話戱贈張秀才促織
010_0759_b_12L午夜九日謹次崔丈秋事宿
010_0759_b_13L華藏廬謹次石山韓上舍虎溪
010_0759_b_14L山海經途中嘲名僧溪湍
010_0759_b_15L求放心石門老人偶題
010_0759_b_16L讀晉史山春敬次咏菊韻敬次孤
010_0759_b_17L雲先生押天字韻過雙溪寺讀國師碑
010_0759_b_18L途中贈華峯大師之金剛山踰雲門
010_0759_b_19L

010_0759_b_20L
五言律二十五扁

010_0759_b_21L
謹次映花樓板韻謹次雲錦軒板韵
010_0759_b_22L庵幽興客中逢秋夜坐次晦山吟
010_0759_b_23L金剛山韵余自…賀慶滯留別張
010_0759_b_24L司戶幕僚太和樓題金氏江亭
010_0759_b_25L關西遊客有人…奉和竺庵次朴
010_0759_b_26L碩士奉和…靈龜庵登臨鏡臺

010_0759_c_01L마하사(摩訶寺)
쌍벽루(雙碧樓)
봄비(春雨)
눈 내린 뒤(雪後)
먼 길 온 나그네를 조롱하다(嘲遠客)
토굴(土窩)
약야계若邪溪
또又
봄날의 감회(春懷)
칠언절구七言絕句
백파 임호 어른께 화운하다(和白坡【林丈虎】)
임호의 원고를 첨부한다(附原藁)
현종암懸鍾巖
감회를 노래하다(咏懷)
그 두 번째(其二)
꽃을 감상하다(賞花)
봄날(春日)
『수색집』을 열람하다가 ≺영랑호≻라는 절구 한 수를 보고 운을 쫓아서 조롱하다(閱水色集。 見永郞湖一絕。 追哂嘲。)
흥이 나서(遣興)
즉사即事
흰 갈매기(白鷗)
정원루에 올라(登靖遠樓)
운와 노 어른께서 가산에게 준 시를 화운한 이 칠곡 어른의 시를 삼가 차운하여(謹次漆谷李丈和雲窩盧丈贈伽山)
다음날 대비사로 가서는 사람을 시켜 세 편의 시를 보내왔기에 화운하여 숙소로 보냈다(明日去大悲寺。 使人傳寄三章。 仍和投寓中。)
원제原題
은헌隱軒
김생의 시를 뒤쫓아 차운하다(追次金生)
스스로 풀다(自解)
집청정에서 반구대를 보다(集淸亭見盤龜臺)
기러기 소리를 듣고(聞新雁)
봄날의 흥취(春興)
청명淸明
검문의 옛 절(劒門古寺)
학남루鶴南樓
또又
안주에서 즉사(安州即事)
계곡 바위에 도경을 서사하다(寫道經溪石)
두 번째(二)
봄밤(春宵)
밤에 앉아 우연히 읊다(夜坐偶吟)
걸식하는 승려(乞僧)
선자 화상의 ‘유遊’ 자 운을 염하다(拈舡子和尙遊字)
시인께 드립니다(贈詩村)
흥이 나서(遣興)
어느 날 동자 대여섯 명과 검문의 폐허가 된 성채에 올랐는데, 때는 도광 3년(1823) 계미 3월 초순이었다. 잔도에 구름만 자욱하고 바위 성가퀴에는 꽃도 이미 졌으며, 서쪽 조령까지 이어진 300리 낙동강이 동쪽 계림의 천년 고국으로 아스라이 사라지고 있었으니, 한 장소를 구경하러 왔다가 만고의 시름으로 가슴만 아팠다. 산에 석양이 깃들고 새들이 숲을 내려가기에 초연히 바위에 앉아 절구 한 수와 율시 한 수를 읊고 돌아왔다(日與童子五六人。 登劔門廢寨。 時道光三年癸未暮春之初。 棧道雲深。 岩堞花落。 西極達嶺三百里洛江。 東盡雞林一千年故國。 遊目一處。 傷心萬古已。 而夕陽在山。 禽鳥下林。 悄然而坐巖頭。 詠一絕一律以歸。)
우연히 읊다(偶吟)
범영루 현판의 운을 따라(次泛影樓板韵)
가산을 읊은 여섯 수(伽山六咏)
피향당에 제하다(題披香堂)
낙화암의 아침 아지랑이에 제하다(題落花巖朝嵐)
비구니 스님의 오도시를 보고(見尼僧悟道詩)
동림사를 지나며(過東林)
백로를 그린 수묵화(水墨鷺圖)
동촌에서 『맹자』를 빌리다(借孟子東村)
회포를 풀다(遣懷)
『청천집』을 열람하고(閱靑泉集)
어느 스님의 시집에 제하다(題僧軸)
가산고 제2권(伽山藁 卷之二)
칠언율시(七言律) 56편
일천 허형 공께서 시를 남겼는데, 근본으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도록 도우려는 뜻이었다. 그저 인정이 넘쳐 이러는 것이겠지 했지만, 그 논의의 거슬림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이때 양산지사 추산 김유헌 공께서 즉석에서 거듭 화운하시기에, 이 모두를 원고에 덧붙여 기록한다(一川許公【珩】遺韵。 奬悟以返本意。 只爲欵欵。 而不可離他論牴牾。 時秋山金公【裕憲】知梁山。 即上仍和來。 並玆陪錄藁中。)
일천 공의 원운을 첨부한다(付原一川公)
추산 공의 차운을 첨부한다(附次秋山公)
표충사 시권의 말미에 삼가 차운하여 쓰다(伏次韵書表忠祠詩卷尾)
청심루淸心樓
동산으로 유람 오신 병마사께 올립니다(上兵馬使遊東山)
삼가 ≺진남루 중수≻의 운을 따라(謹次鎭南樓重修韵)
또 삼가 목감 이의철 공의 운을 따라(又謹次牧監李公【懿喆】韵)
무장사에서 이 사문을 만나 밤새 이야기 나누다(鍪藏寺逢李斯文夜話)
만폭동萬瀑洞
술병을 차고 동산을 유람하다(携酒遊東山)
반구대盤龜臺
학성 김재철에게 화운하여(和鶴城金生【在哲】)
도와 최 상사공과 나 계오는 서로 높이 사는 바가 있었는데, 불행히도 먼저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러고 5년이 지나 장천사에 일이 있어 수옥정에 올랐다가 비창함을 이기지 못해 예전의 운으로 심정을 서술하였다(陶窩崔上舍公。 與悟有所取。 不倖卒 後五年。 有事障川寺。 登漱玉亭。 不勝悲愴。 拈前韵叙懷。)
서울에서 유람 온 나그네의 시를 차운하여(次京華遊客)
농암 최기 어른의 ≺관해≻를 차운하여(次聾庵崔丈【機】觀海)
원운을 첨부한다(附原)
강선루降仙樓
이생의 시를 뒤쫓아 차운하다(追次李生)
영지사靈芝寺
계미년(1823) 봄에 마침 갈 일이 있어 운부암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때 화사한 달이 뜨자 선사이신 징월 대사澄月大師께서 얼마 전 한양의 서강에서 박옹泊翁·연천淵泉 등 제현의 시에 덧붙인 시운이라며 계오에게 보여 주면서 화운해 보라 하셨다. 이에 삼가 차운하였다(癸未春。 適有行。 到雲浮庵。 時華月出。 其先師澄月大師。 頃於漢陽西江上。 陪泊翁淵泉諸賢賦詩韵。 示悟求和。 敬次。)

010_0759_c_01L訶寺雙碧樓春雨雪後嘲遠
010_0759_c_02L土窩若邪溪
春懷

010_0759_c_03L
七言絕句四十二篇

010_0759_c_04L
和白坡
懸鍾巖咏懷
賞花
010_0759_c_05L春日閱水色集…哂嘲遣興
010_0759_c_06L
白鷗登靖遠樓謹次…贈
010_0759_c_07L伽山
明日…寓中
隱軒
010_0759_c_08L次金生自解集淸亭見盤龜臺
010_0759_c_09L新雁春興淸明劒門古寺
010_0759_c_10L南樓
安州即事
寫道經溪石

010_0759_c_11L春宵夜坐偶吟乞僧拈舡子和尙
010_0759_c_12L遊字贈詩村遣興日與童子…一
010_0759_c_13L律以歸偶吟次泛影樓板韵伽山
010_0759_c_14L六咏題披香堂題落花巖朝嵐
010_0759_c_15L尼僧悟道詩過東林水墨鷺圖
010_0759_c_16L孟子東村遣懷閱靑泉集題僧軸

010_0759_c_17L
卷二

010_0759_c_18L
七言律五十六篇

010_0759_c_19L
一川…藳中伏次韵書淸心樓
010_0759_c_20L兵馬使遊東山謹次鎭南樓重修韵
010_0759_c_21L謹次牧監李公懿喆韵鍪藏寺逢李斯
010_0759_c_22L文夜話萬瀑洞携酒遊東山盤龜
010_0759_c_23L和鶴城金生在哲陶窩…叙懷
010_0759_c_24L次京華遊客次聾庵崔丈機觀海
010_0759_c_25L仙樓追次李生靈芝寺癸未…敬
010_0759_c_26L目次編者作成補入

010_0760_a_01L그 옛날의 정의에 잠시라도 깃들려면 이것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시 한 수를 지어서 말미에 붙였다(以此不可以寓奮誼。 㪅得一詩以尾之。)
9일에 이생께 삼가 화운하다(九日奉和李生)
금령역 앞에서 입으로 읊은 시(金嶺驛前口號)
밤비(夜雨)
암자 누각에서 우연히 지은 한 수(庵樓偶得一韵)
삼가 초남 사문 박유행의 시를 차운하여(謹次楚南斯文朴【維行】)
원제原題
삼가 해려【이학규의 자호】께서 보내온 ≺남호≻의 운을 따라(謹次海廬【李學逵自號】所送南湖韵)
원제原題
월선정月先亭
관수루觀水樓
김 처사의 숲속 거처에 제하다(題金處士林居)
이성 객관의 운을 따라(次利城客舘韵)
삼가 백련서사 생원 최남복의 운을 따라(謹次白蓮書社生員崔【南復】韵)
원제原題
삼가 신야 사문 최림께 올립니다(謹呈莘野斯文崔【琳】)
최림의 차운(次韵)
영남루嶺南樓
능파각凌波閣
조양각朝陽閣
『인악유고』를 열람하다가 오월당에게 보낸 편지의 운을 얻게 되었다【공경히 서권의 말미에 차운하였다.】(閱仁岳遺稿。 得與梧月堂書韵。【敬次書卷尾。】)
고운사 운수암(孤雲寺雲水菴)
보경사寶鏡寺
팔공산 운부암에 회은재가 있는데, 영파 장로께서 새로 지은 정사이다. 서울의 사대부들께서 현판에 운을 많이 남기셨기에 이에 차운한다(八公山。 雲浮庵。 有晦隱齋。 影波長老之新構精舍也。 京華士大夫多遺板韻。 仍次。)
촉석루矗石樓
청암 명진당靑巖明眞堂
홍제당弘濟堂
『징월유고』를 열람하다가 “주장자 끝엔 만물로 드러난 태평성대의 나날, 풀무 바닥엔 끝이 없는 조화옹의 봄날”이라 하신 말씀이 있었다. 이 구절 가운데 현묘한 뜻이 있어 이에 화운을 덧붙였다(閱澄月遺稿。 有云錫端有衆昇平日。 橐底無窮造化春。 此句中有玄解。 仍拚和。)
백운산白雲山
양산군 저자에서 밤에 공부의 운을 잡고(梁山郡邸。 夜拈工部韻。)
작은 암자(小庵)
삼락당三樂堂
옛 기록의 ≺자과≻라는 시의 운을 잡아(拈古錄自過)
연등사 작은 모임에서 도주의 여러 대아들께 화운하다(和道州諸大雅燃燈社小集韻)
또又
또又
늙은 모습(老象)
염사철 사문의 차운을 첨부한다(附次韻廉斯文思哲)
계림에서 옛일을 회상하다(雞林懷古)
무계산 나루에서(武溪山津)
장수 승이 훈 장로에게 준 ≺수도사에 노닐다≻를 뒤쫓아 차운하다(追次長水丞與訓老遊修道)
청도 옛 친구에게 보냅니다(寄淸道故人)
차운하여(次韻)
석면 노인石眠老人
희겸의 화운을 첨부한다(附和 喜謙)
천성산 내원동을 나서며【본명은 원적산이고, 신라 시대 원효 법사께서 당나라 승려 천명과 『화엄경』을 강론하셨다. 따라서 산꼭대기에 화엄평이 있고, 또 천성산이라 한다.】(出千聖山內院洞【本名圓寂山。 而羅朝元曉法師。 與唐僧千人講論華嚴。 故山上有華嚴坪。 而千聖山云。】)
희겸의 원운을 첨부한다(附元手 喜謙)
또 혜민의 운을 첨부한다(又 惠旻)
첨부한 시(附詩)
월하의 문인 희겸이 선사의 유고를 소매에 담고 찾아왔다. 아울러 율시 두 수를 올렸는데 맑고 놀라우며 외울 만하였고, 법사의 풍모가 서려 있었다. 이에 그의 운을 따라 써서 드린다【노하옹 권직】(月荷門人喜謙。 袖其先師遺稿而來。 仍呈二律詩。 淸警可諷。 有法師之風。 步其韻以贈。【老荷翁權溭】)
삼가 동경 윤 노하옹께 올립니다(謹呈東京尹老荷翁)
월하 상인 시집에 제하다(題月荷上人詩集)
소疏
국재 수륙대회 각단별소(國齋水陸大會各壇別䟽)
영산단에 낮에 올린 별소(靈山晝別)
밤에 상단에 올린 별소(夜上別)
밤에 중단에 올린 별소(夜中別)
축문祝文
신중단 축문神衆壇祝文
향사 축문享祀祝文
표충서원 신주 이운 축문表忠書院神主移運祝文
신주 봉안 축문(奉安祝文)
가산고 제3권(伽山藁 卷之三)
오언고시 五古 11편
비 온 후에 짓다(雨後作)
비가 막 개고(新霽)
한강을 건너며(渡漢江)
성 서쪽의 작은 모임에서(城西小社)
경주에서 있었던 일(東州記事)
게으름을 노래하다(咏慵)
옛날을 생각하다(感古)
상가행傷歌行
어머니 생각(念慈親)
가을밤에 짓다(秋夜作)
이치를 통달하다(達理)

010_0760_a_01L以此…一詩以尾之九日奉和李
010_0760_a_02L金嶺驛前口號夜雨庵樓偶得
010_0760_a_03L一韵謹次楚南斯文朴維行謹次海
010_0760_a_04L廬所送南湖韵
月先亭觀水樓
010_0760_a_05L題金處士林居次利城客舘韵

010_0760_a_06L次白蓮書社生員崔南復韵謹呈莘野
010_0760_a_07L斯文崔琳嶺南樓凌波閣朝陽閣
010_0760_a_08L閱仁岳…卷尾孤雲寺雲水菴
010_0760_a_09L鏡寺八公山…仍次矗石樓靑巖
010_0760_a_10L明眞堂弘濟堂閱澄月…仍拚和
010_0760_a_11L白雲山梁山群邸夜拈工部韻小庵
010_0760_a_12L三樂堂拈古錄自過和道州諸大雅
010_0760_a_13L燃燈社小集韻
老象雞林懷古
010_0760_a_14L溪山津追次長水丞與訓老遊修道
010_0760_a_15L淸道故人次韻石眠老人出千聖
010_0760_a_16L山內院洞

010_0760_a_17L
附詩三篇

010_0760_a_18L
月荷…以贈謹呈東京尹老荷翁
010_0760_a_19L月荷上人詩集

010_0760_a_20L
一篇

010_0760_a_21L
國齋水陸大會各壇別䟽

010_0760_a_22L
卷三

010_0760_a_23L
五古十一篇

010_0760_a_24L
雨後作新霽渡漢江城西小社
010_0760_a_25L東州記事咏慵感古傷歌行
010_0760_a_26L慈親秋夜作達理

010_0760_b_01L칠언고시(七古)
언양현에 잠시 머물며(寓居彦陽縣)
그 두 번째(其二)
그 세 번째(其三)
그 네 번째(其四)
그 다섯 번째(其五)
그 여섯 번째(其六)
그 일곱 번째(其七)
잡저 찬雜著 讃
동명 대사 상찬東溟大師像讃
밀암 대사 상찬密庵大師像讃
구룡 대사 상찬九龍大師像讃
석담 대사 상찬石潭大師像讃
침허 대사 상찬枕虗大師像讃
월파 대사 상찬月波大師像讃
서書 8편
금학헌 좌하의 편지에 재차 답장을 올립니다(復答上琴鶴軒座下書)
매산재 홍직필 공의 답장을 첨부한다(附答梅山齋洪公【諱直弼】)
인산 대아께 올리는 편지(上仁山大衙書)
일천 허형 공의 답장을 첨부한다(附答一川許公【諱珩】)
양산 대아께 올리는 편지(上梁山大衙書)
추산 김유헌 공의 답장을 첨부한다(附答秋山金公【諱裕憲】)
이 남가락 어른의 편지에 삼가 답합니다(奉答南駕洛李丈書)
도와 최남복 상사께 삼가 안부를 여쭙는 편지(奉候陶窩崔上舍【南復】書)
답장을 첨부한다(附答)
일천 최림 사문께 삼가 안부를 여쭙는 편지(奉候逸川崔斯文【琳】書)
답장을 첨부한다(附答)
용담사 최옥 사문께 삼가 안부를 여쭙는 편지(奉候龍潭社崔斯文【▼(沃/王)】書)
답장을 첨부한다(附答)
호운 대사에게 답하다(答灝雲大師)
가산고 제4권(伽山藁 卷之四)
기記 8편
신흥사 대웅전 단확기新興寺大雄殿丹雘記
통도사 석종기通度寺石鍾記
석골사 위쪽 함화암 중창기(石骨寺上含花庵重記)
성주 쌍계사 청암 명진당 중창기(星州雙溪寺靑巖明眞堂重記)
하동부 칠불선원 중창기河東府七佛禪院重剏記
영정사 남계료 중창기靈井寺南溪寮重剏記
표충사 이건기表忠祠移建記
염화실기拈花室記
서序 3편
화곡집 후서 花谷集後序
신선루 서神仙樓序
소은암 서小隱庵序
상량문上樑文 12편
보광전 상량문普光殿上樑文
통도사 사리각 중수 상량문通度寺舍利閣重修上樑文
불국사 극락전 상량문佛國寺極樂殿上樑文
문슬헌 상량문捫虱軒上樑文
연등암 영각 상량문燃燈庵影閣上樑文
표충 서원 이건사우 상량문表忠書院移建祠宇上梁文
명인루 상량문明禋樓上梁文
영산 대흥사대웅전 상량문靈山大興寺大雄殿上梁文

010_0760_b_01L
七古一篇

010_0760_b_02L
寓居彦陽縣

010_0760_b_03L
六篇

010_0760_b_04L
東溟大師像讃密庵大師像讃九龍
010_0760_b_05L大師像讃石潭大師像讃枕虛大師
010_0760_b_06L像讃月波大師像讃

010_0760_b_07L
八篇

010_0760_b_08L
復答上琴鶴軒座下書上仁山大衙書
010_0760_b_09L上梁山大衙書奉答南駕洛李丈書
010_0760_b_10L候陶窩崔上舍南復書奉候逸川崔斯
010_0760_b_11L文琳書奉候龍潭社崔斯文書答灝
010_0760_b_12L雲大師

010_0760_b_13L
卷四

010_0760_b_14L
八篇

010_0760_b_15L
新興寺大雄殿丹雘記通度寺石鍾記
010_0760_b_16L石骨寺上含花庵重剏記星州雙溪寺
010_0760_b_17L靑巖明眞堂重剏記河東府七佛禪院
010_0760_b_18L重剏記靈井寺南溪寮重剏記表忠
010_0760_b_19L祠移建記拈花室記

010_0760_b_20L
三篇

010_0760_b_21L
花谷集後序神仙樓序小隱庵序

010_0760_b_22L
上樑文十二篇

010_0760_b_23L
普光殿上樑文通度寺舍利閣重修上
010_0760_b_24L樑文佛國寺極樂殿上樑文捫虱軒
010_0760_b_25L上樑文燃燈庵影閣上樑文表忠書
010_0760_b_26L院移建祠宇上梁文明禋樓上梁文
010_0760_b_27L山大興寺大雄殿上梁文京畿道廣州

010_0760_c_01L경기도 광주 동쪽 칠성암 중창 상량문(京畿道廣州東七星庵重剏上梁文)
통도사 전등전 초창 상량문通度寺傳燈殿草剏上梁文
석남사 견역 유공비명【병서】(石南寺蠲役有功碑銘【并序】)
문인 희겸에게(示門人喜謙)
월하 대화상 행장(月荷大和尙行狀)
월하 상인 유집 발(月荷上人遺集跋)
오언절구五言絕句 39편
동축사1) 즉사2)(東竺即事)
蕭條東竺寺       쓸쓸한 동축사
逶迤麻骨山       구불구불한 마골산
隔窓紅樹裡       창 너머 단풍나무 숲으로
落日照孱顔       지는 햇살이 봉우리를 비춘다
그 두 번째(其二)
荒庭雲入宿       황폐한 뜰에는 구름이 들어와 잠자고
危塔鳥登來       가파른 탑에는 새들이 찾아와 오르네
秋興偏多此       가을의 흥취가 유난히 넘쳐나는 이곳
客心忽古臺       나그네 마음 문득 옛 누대에 오른 듯
그 세 번째(其三)
海濶凌蓬島       광활한 바다 봉도3)에 넘실대고
天低壓翠微       낮아진 하늘 산자락을 짓누르네
鯨歕怒濤急       고래가 물을 뿜나 파도가 급해지더니
驅雨疾霏霏       비바람을 몰고 와 부슬부슬 내린다
그 네 번째(其四)
一勺能爲海       한 잔의 물로 바다를 만들 순 있겠지만
九層匪本山       아홉 층을 쌓더라도 이 산만은 못하리
已已無聲臭       그만두자 그만둬, 소리도 냄새도 없으니
仰天大笑還       우러러 하늘 보고 한바탕 웃고 돌아선다
그 다섯 번째(其五)
談色松顚嫩       옅은 빛깔이 솔 꼭지에 어여쁘고
墨香石面深       먹의 향기가 돌 표면에 깊어라
蓉城豪秀士       부용성4) 호걸 빼어난 선비들이
前夜箇追尋       간밤에 이곳을 다녀들 가셨나 봐
그 여섯 번째(其六)
鳥啼言可解       새가 우네, 뭔 말인지 알겠네
花落心自憐       꽃이 지네, 마음 절로 가엾어라
物亦消長理       저들도 늘고 주는 이치가 있는데
吾何學少年       내 어찌 여전히 배우는 소년이랴

010_0760_c_01L東七星庵重剏上梁文通度寺傳燈殿
010_0760_c_02L草剏上梁文石南寺蠲役有功碑銘并序
010_0760_c_03L示門人喜謙

010_0760_c_04L
月荷大和尙行狀

010_0760_c_05L

010_0760_c_06L1) [2] 言絕句

010_0760_c_07L東竺即事

010_0760_c_08L
蕭條東竺寺逶迤麻骨山

010_0760_c_09L隔窓紅樹裡落日照孱顔

010_0760_c_10L其二

010_0760_c_11L
荒庭雲入宿危塔鳥登來

010_0760_c_12L秋興偏多此客心忽古臺

010_0760_c_13L其三

010_0760_c_14L
海濶凌蓬島天低壓翠微

010_0760_c_15L鯨歕怒濤急驅雨疾霏霏

010_0760_c_16L其四

010_0760_c_17L
一勺能爲海九層匪本山

010_0760_c_18L已已無聲臭仰天大笑還

010_0760_c_19L其五

010_0760_c_20L
談色松顚嫩墨香石面深

010_0760_c_21L蓉城豪秀士前夜箇追尋

010_0760_c_22L其六

010_0760_c_23L
鳥啼言可解花落心自憐

010_0760_c_24L物亦消長理吾何學少年

010_0760_c_25L此上有「詩」一字編者除之

010_0761_a_01L
그 일곱 번째(其七)
斷吟後染毫       읊조리길 멈춘 후 붓을 적시고
欲坐前拂石       좌선하려고 먼저 돌부터 터는데
有客來松壇       소나무 언덕으로 손님이 찾아와
老僧忙設席       자리를 펴느라 허둥대는 노스님
봉도에서 찾아온 나그네에게 읊어 주다(口呼贈蓬島來客)
子來蓬島上       그대가 봉래산에서 왔다니
借問安期生       안기생5) 소식이나 물어보세
與碁童六七       바둑을 두던 동자 예닐곱과
採藥入何城       약초를 캐고 어느 성으로 가셨나
필법을 배우는 강 수재6)에게(示姜秀才學筆)
將軍擐甲胄       장군이 갑옷을 두르듯
士卒固城池       병사가 성곽을 방어하듯
齊氣銳兵刃       고른 기운으로 칼날 세우고
然後學羲之       그런 다음에 왕희지를 배우라
임 충렬공7) 사당에 참배하고(謁林忠烈公廟)
靑山乎烈立       청산처럼 우뚝한 충렬
綠水也名流       녹수처럼 흐르는 명성
再拜將軍廟       장군의 사당에 두 번 절하니
眉愁滿朔州       미간의 근심 삭주에 가득하네
속내를 털어놓다(叙懷)
人云胡不俗       왜 환속하지 않느냐고 다들 말하지만
自念卒爲僧       나는 승려로 살다가 죽을 생각이네
故鄕無一字       고향이 있다지만 소식 한 자 없으니
深夜伴孤燈       깊은 밤 외로운 등불이나 벗해야지
금릉8)에서 옛일을 회상하다(金陵懷古)
水流駕洛國       낙동강 흐르는 가락국
花落金陵村       꽃이 지는 금릉의 시골
苔蝕千年石       이끼가 갉아먹은 천년 바위에
猶餘小篆文       여전히 남아 있는 소전9)의 문장
매화 감상(賞梅)
寫春淸潤筆       봄을 묘사하는 맑고 촉촉한 붓
飮月冷添杯       달을 머금어 시원함을 더한 잔
好句良宵得       아름다운 구절에 이렇게 좋은 밤
山窓上嫩梅       산속 창가에는 어여쁜 매화가
불국사를 지나다가 경암 장석10)의 서거를 탄식하며(過佛國寺嘆慶庵丈席逝)
人在靑山中       그 사람 푸른 산에서 살았건만
人衰山不老       사람만 시들고 산은 늙지 않았네
客來無故人       나그네 찾아왔으나 옛 친구 없어
回首淚春艸       고개를 돌리고 봄풀에 눈물짓누나

010_0761_a_01L其七

010_0761_a_02L
斷吟後染毫欲坐前拂石

010_0761_a_03L有客來松壇老僧忙設席

010_0761_a_04L口呼贈蓬島來客

010_0761_a_05L
子來蓬島上借問安期生

010_0761_a_06L與碁童六七採藥入何城

010_0761_a_07L示姜秀才學筆

010_0761_a_08L
將軍擐甲胄士卒固城池

010_0761_a_09L齊氣銳兵刃然後學羲之

010_0761_a_10L謁林忠烈公廟

010_0761_a_11L
靑山乎烈立綠水也名流

010_0761_a_12L再拜將軍廟眉愁滿朔州

010_0761_a_13L叙懷

010_0761_a_14L
人云胡不俗自念卒爲僧

010_0761_a_15L故鄕無一字深夜伴孤燈

010_0761_a_16L金陵懷古

010_0761_a_17L
水流駕洛國花落金陵村

010_0761_a_18L苔蝕千年石猶餘小篆文

010_0761_a_19L賞梅

010_0761_a_20L
寫春淸潤筆飮月冷添杯

010_0761_a_21L好句良宵得山窓上嫩梅

010_0761_a_22L過佛國寺嘆慶庵丈席逝

010_0761_a_23L
人在靑山中人衰山不老

010_0761_a_24L客來無故人回首淚春艸

010_0761_b_01L
짙은 안개(烟嵐)
風恬幽壑靜       바람 잦아들어 깊은 골 고요하고
翠積暮天寒       비췻빛 쌓여 저녁 하늘 서늘한데
突兀今如此       갑자기 지금 이 지경이니
何人記假山       누가 가산을 기록하나 봐11)
병석에서(病中)
枕上聽鶯語       베갯머리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고
問諸童子曰       벌써 봄이냐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家前五柳樹       집 앞에 서 있는 다섯 그루 버드나무12)
綠陰能漲日       녹음이 늘어져 해를 가릴 정도라나
바닷가 절에서 살며(寓海寺)
繁鶯喬木語       꾀꼬리 떼13) 교목에서 하시는 말씀
淸濁不能知       맑은지 탁한지 알 수가 없네
但爲覉人事       그저 인간사에 얽어맬 심사로
緜蠻下上枝       가지를 오르내리며 꾀꼴꾀꼴14)
하양에서 길을 가다가(河陽途中)
瓦岡朝水臥       기와 언덕 아침에 강물처럼 누웠더니
滄墅夕桃紅       푸른 들판 저녁에 복사꽃처럼 붉어라
風雨前宵事       비바람 휘몰아쳤던 지난밤의 일
謾悲鑷髮翁       괜히 슬퍼하며 머리 여미는 노인
연등암에서 밤새워 얘기하다(燈庵夜話)
燈華如畫裏       대낮처럼 밝힌 등불의 꽃 속에서
詩語又人間       아름다운 시와 또 사람들 틈에서
呼童頻洗勺       아이야 잔 씻어 오너라 재촉하고는
把酒對靑山       술잔을 잡고 푸른 산과 마주하네
장난삼아 장 수재에게 주다(戱贈張秀才)
白髮人間事       백발이 되도록 겪어 온 인간사
孤燈影裏依       외로운 등불 그림자에 의지했지
童心猶未改       철부지 마음 아직도 못 고쳤는데
胡謂老僧衰       어찌 노승더러 쇠약했다 하는가
귀뚜라미(促織)
促織懸瓠葉       귀뚜라미가 박 잎에 매달리고
流螢穿竹林       반딧불 강물이 대숲을 꿰뚫는다
秋虫同萬化       가을벌레도 똑같이 천변만화하니
天地有公心       하늘과 땅은 공평한 마음 가졌구나
한밤중(午夜)
碩鼠走浮樑       큰 쥐15)가 높다란 대들보 위를 달려
樑塵下土牀       대들보 먼지가 흙 침상에 떨어졌네
忽然幽夢罷       홀연히 깊은 꿈에서 깨고 보니
山月在西廂       산 달이 서쪽 행랑채에 걸렸구나

010_0761_b_01L烟嵐

010_0761_b_02L
風恬幽壑靜翠積暮天寒

010_0761_b_03L突兀今如此何人記假山

010_0761_b_04L病中

010_0761_b_05L
枕上聽鶯語問諸童子曰

010_0761_b_06L家前五柳樹綠陰能漲日

010_0761_b_07L寓海寺

010_0761_b_08L
繁鶯喬木語淸濁不能知

010_0761_b_09L但爲覉人事緜蠻下上枝

010_0761_b_10L河陽途中

010_0761_b_11L
瓦岡朝水臥滄墅夕桃紅

010_0761_b_12L風雨前宵事謾悲鑷髮翁

010_0761_b_13L燈庵夜話

010_0761_b_14L
燈華如畫裏詩語又人間

010_0761_b_15L呼童頻洗勺把酒對靑山

010_0761_b_16L戱贈張秀才

010_0761_b_17L
白髮人間事孤燈影裏依

010_0761_b_18L童心猶未改胡謂老僧衰

010_0761_b_19L促織

010_0761_b_20L
促織懸瓠葉流螢穿竹林

010_0761_b_21L秋虫同萬化天地有公心

010_0761_b_22L午夜

010_0761_b_23L
碩鼠走浮樑樑塵下土牀

010_0761_b_24L忽然幽夢罷山月在西廂

010_0761_c_01L
구일16)(九日)
白酒金多處       백주17)는 돈 많은 곳에나
黃花蘂一時       국화꽃 향기도 잠시 한때
山燈秋夢事       산에 등불 밝혔던 가을날의 꿈
已覺更難知       깨고 나니 더욱 알기 어려워라
삼가 최 어른의 운을 따라(謹次崔丈)
可憐崇佛者       가엾어라, 부처를 숭상한다는 자
自愧業儒人       부끄러워라, 유업을 닦는다는 사람
安得好男子       훌륭한 남자가 될 수나 있을까
日哦山有榛       매일 산속 개암나무18)나 읊어 댄다
가을(秋事)
洞裏烟霞冷       골짜기 속은 차가운 안개
窓間蟋蟀吟       창틈에는 쓰르라미 소리
商聲物猶感       상성19)에는 만물도 감격하는데
況我白頭心       하물며 백발이 된 나의 마음일까
화장산 오두막에서 묵다(宿華藏廬)
一宿華藏山       하룻밤 묵어가는 화장산
主人隣里去       주인이 이웃 마을로 가 버렸네
夜半聞鼓吹       한밤중 울리는 저 음악 소리
明月天中處       밝은 달님만 하늘 한가운데
삼가 석산 한 상사20)의 운을 따라(謹次石山韓上舍)
愛人人我愛       그를 사랑하면 그도 나를 사랑하고
憎人人我憎       그를 미워하면 그도 나를 미워하지
愛憎惟在我       사랑도 미움도 오직 내 탓인데
何必問山僧       왜 하필 이 산승에게 물으실까
호계(虎溪)
自從虎溪上       호계 골짜기를 따라 오르면서
觀水長嘆曰       물을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다
美㦲爾盈科       아름다워라, 너는 구덩이를 채우고 넘치는데21)
我何功白髮       나는 백발이 되도록 무슨 공덕 이루었나
『산해경』에 제하다(題山海經)
水臣王大海       모든 강들의 왕인 큰 바다와
山施祖崐崘       모든 산들의 조상인 곤륜산까지
包納心胷內       가슴속에 품고 거두었으니
至㦲若有人       최고지, 이런 사람 있으면
길에서(途中)
人過大澤陂       사람들 큰 못 둑을 지나가고
日落西亭上       해는 서쪽 정자 위로 기우네
萬古有心懷       만고에 품은 가슴속 뜻 있으니
郍堪鳴劔響       명검22)의 울림을 어찌 감당할까

010_0761_c_01L九日

010_0761_c_02L
白酒金多處黃花蘂一時

010_0761_c_03L山燈秋夢事已覺更難知

010_0761_c_04L謹次崔丈

010_0761_c_05L
可憐崇佛者自愧業儒人

010_0761_c_06L安得好男子日哦山有榛

010_0761_c_07L秋事

010_0761_c_08L
洞裏烟霞冷窓間蟋蟀吟

010_0761_c_09L商聲物猶感況我白頭心

010_0761_c_10L宿華藏廬

010_0761_c_11L
一宿華藏山主人隣里去

010_0761_c_12L夜半聞鼓吹明月天中處

010_0761_c_13L謹次石山韓上舍

010_0761_c_14L
愛人人我愛憎人人我憎

010_0761_c_15L愛憎惟在我何必問山僧

010_0761_c_16L虎溪

010_0761_c_17L
自從虎溪上觀水長嘆曰

010_0761_c_18L美㢤爾盈科我何功白髮

010_0761_c_19L題山海經

010_0761_c_20L
水臣王大海山施祖崐崘

010_0761_c_21L包納心胷內至㢤若有人

010_0761_c_22L途中

010_0761_c_23L
人過大澤陂日落西亭上

010_0761_c_24L萬古有心懷郍堪鳴劒響

010_0762_a_01L
이름난 스님을 조롱하다(嘲名僧)
野僧歸石逕       촌뜨기 중 돌길로 돌아오네
白衲欺雲白       구름보다 하얀 납의를 입고
可笑爲詩役       우습구나, 시로 품팔이하며
去來紅塵陌       홍진의 거리를 왔다 갔다
계곡 여울에서(溪湍)
澗碎玄琴上       거문고23) 위로 시냇물 부서지고
山揫紫玉間       자줏빛 옥 사이로 산들이 모였건만
丈夫無屑意       남아 대장부 달가워하는 마음이 없어
便道洗心還       곧장 말하네, 마음 씻었으면 돌아가세
성품의 선함(性善)
一性與天同       하나의 성품은 하늘과 같지만
七情由我異       칠정24)이 나로 인해 달라지네
發之須中節       감정 일으킬 때는 반드시 절도에 맞게25)
畢竟无他地       끝내 이것 외에 다른 것은 없지
놓쳐 버린 마음을 찾아라26)(求放心)
放心由物慾       물욕으로 인해 마음을 놓쳐 버리게 되니
存誠即天理       성실한 마음 보존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
存存而勿放       보존하고 또 보존해 놓쳐 버리지 말라
神氣藹然起       정신과 기운이 성대하게 일어나리라
종(鐘)
爾鳴大瀏湸       너의 울음 너무나 맑아
日夜也受棒       밤낮으로 매를 맞는구나
吾人亦如此       나 역시도 이와 같아서
名譽猶惶悚       명예가 오히려 두렵구나
석문의 노인(石門老人)
白首龍鍾老       하얀 머리에 볼품없는27) 노인
簷前柝火松       처마 앞에서 관솔을 쪼개고 있네
植杖問前路       지팡이를 세우고 길을 물었더니
擧手點雲中       손을 들어 구름 속을 콕!
우연히 쓰다(偶題)
海山爲本宅       바다와 산을 본래 집으로 삼고
風月忝新隣       바람과 달을 새 이웃으로 더해
高臥蘿牀上       넝쿨 침상 위에 높이 누웠더니
小禽報元春       작은 새들이 새봄이라 알리네
『진사』를 읽고(讀晋史)
去古猶未遠       과거 옛일 오히려 멀지 않나니
儒人胡不多       유자들이 어찌 많지 않았으랴
只爲老莊輩       그저 노장을 따르는 무리들이
蕩敗禮云麽       예를 망쳤다고만 할 수 있을까

010_0762_a_01L嘲名僧

010_0762_a_02L
野僧歸石逕白衲欺雲白

010_0762_a_03L可笑爲詩役去來紅塵陌

010_0762_a_04L溪湍

010_0762_a_05L
澗碎玄琴上山揫紫玉間

010_0762_a_06L丈夫無屑意便道洗心還

010_0762_a_07L性善

010_0762_a_08L
一性與天同七情由我異

010_0762_a_09L發之須中節畢竟无他地

010_0762_a_10L求放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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放心由物慾存誠即天理

010_0762_a_12L存存而勿放神氣藹然起

010_0762_a_13L

010_0762_a_14L
爾鳴大瀏湸日夜也受棒

010_0762_a_15L吾人亦如此名譽猶惶悚

010_0762_a_16L石門老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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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首龍鍾老簷前柝 [1] 火松

010_0762_a_18L植杖問前路擧手點雲中

010_0762_a_19L偶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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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山爲本宅風月忝新隣

010_0762_a_21L高臥蘿牀上小禽報元春

010_0762_a_22L讀晋史

010_0762_a_23L
去古猶未遠儒人胡不多

010_0762_a_24L只爲老莊輩蕩敗禮云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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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봄(山春)
靑山圍四壁       푸르른 산이 사방을 에워싸고
白水臥深溪       맑은 물이 깊은 골에 누웠는데
古樹花心漸       고목나무의 꽃망울은 더디고
夜來風雨凄       간밤의 비바람은 처량하기만
삼가 국화를 노래한 시의 운을 따라(敬次咏菊韻)
四海霜來地       사해의 서리가 땅에 내리고
九州菊有花       구주의 국화가 꽃을 맺었는데
杖不聞香去       지팡이는 향기를 맡지 않으려나 봐
無敎日三斜       세 번만 더 기울라며 해를 꾸짖지 않네
원운을 첨부한다(附原韻)
今年秋色晩       올해는 가을이 늦어
九日未黃花       구일에도 국화가 피질 않네
倚杖東籬下       지팡이에 기대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天風白髮斜       하늘에서 부는 바람에 백발만 나부낀다
【매산28)梅山】

菊香冝晩節       국화 향기는 늦가을이 제격이니
還愛懶開花       게으르게 피는 꽃이 되려 어여뻐라
月明霜重夜       두둥실 달 밝고 된서리 내리는 밤에
看取滿簾斜       주렴 가득히 기우는 꽃을 바라보리라
【천곡川谷】
삼가 고운 선생께서 압운하신 천 자를 따라(敬次孤雲先生押天字韻)
花開洞別界       화개동에 별세계가 있으니
樂浪洲壺天       낙랑주29)의 호리병 속 천지30)
孤雲能不死       고운 선생은 죽지 않았으니
風度二千年       그 풍도 2천 년을 이어 온다네
선생의 원운31)을 첨부한다(附先生原韻)
東國花開洞       동쪽 나라 화개동은
壺中別有天       항아리 속 별천지라
神仙推玉枕       신선이 되어 옥침을 베니
身世歘千年       천년의 세월도 잠깐인 신세
쌍계사를 지나다가 국사32)의 비를 읽고(過雙溪寺讀國師碑)
作客雙溪寺       쌍계사의 나그네가 되어
爲尋國師碑       국사의 비를 찾아보았네
孤雲天下士       고운이라는 천하제일 선비
奔走晩唐時       만당 시절에 꽤나 분주하셨군
길에서(途中)
白酒三盃力       막걸리 석 잔의 힘으로
靑山十里行       푸른 산 10리 길을 가다가
遙望何處寺       어디가 절일까 멀리 내다보니
巖下暮烟生       바위 아래에서 저녁연기 모락모락

010_0762_b_01L山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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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圍四壁白水臥深溪

010_0762_b_03L古樹花心漸夜來風雨凄

010_0762_b_04L敬次咏菊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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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海霜來地九州菊有花

010_0762_b_06L杖不聞香去無敎日三斜

010_0762_b_07L附原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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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年秋色晩九日未黃花

010_0762_b_09L倚杖東籬下天風白髮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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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山

010_0762_b_11L
菊香冝晩節還愛懶開花

010_0762_b_12L月明霜重夜看取滿簾斜

010_0762_b_13L
川谷

010_0762_b_14L敬次孤雲先生押天字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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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開洞別界樂浪洲壺天

010_0762_b_16L孤雲能不死風度二千年

010_0762_b_17L附先生原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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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國花開洞壺中別有天

010_0762_b_19L神仙推玉枕身世歘千年

010_0762_b_20L過雙溪寺讀國師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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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客雙溪寺爲尋國師碑

010_0762_b_22L孤雲天下士奔走晩唐時

010_0762_b_23L途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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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酒三盃力靑山十里行

010_0762_b_25L遙望何處寺巖下暮烟生

010_0762_c_01L
금강산으로 가는 화봉 대사께 드립니다(贈華峯大師之金剛山)
積歲金剛願       여러 해 금강산 구경을 소원하다가
今朝瓶錫行       오늘 아침 물병에 지팡이 들고 나서네
尊非花鳥客       존자여, 꽃과 새들의 손님 되지 마시고
直上衆香城       곧장 담무갈의 중향성33)에 오르소서
운문령34)을 넘다가(踰雲門嶺)
水聲爭到耳       물소리가 앞 다퉈 귀를 찌르고
花笑甚催詩       꽃의 미소가 자꾸 시를 재촉해
不計前程遠       가야 할 길 멀다는 것 계산도 않고
巖頭費一時       바위 앞에 퍼질러 한나절 허비했네
오언율시(五言律)
삼가 영화루35) 현판의 운을 따라(謹次映花樓板韻)
彦之邑如斗       언양읍은 자그마하여
勸課政無催       권과의 정사도 바쁠 것 없지
月素弄琴尺       하얀 달밤엔 금척36)이나 희롱하고
春靑携酒盃       푸르른 봄날엔 술잔을 손에 든다
皆山歸鳥入       온 산에 집으로 돌아오는 새떼들
一水泛花來       한 줄기 강에는 떠내려오는 꽃잎
極目多萑葦       아무리 실눈을 떠도 갈대가 우거져
鄕心借石臺       고향이 그리운 맘에 돌 누대에 올라 본다
삼가 운금헌 현판의 운을 따라【울산목관의 동헌】(謹次雲錦軒板韵【蔚山牧官東軒】)
夾寨霜秋逼       협채37)에 가을 서리 닥쳤는데
籃關廨宇晴       남관의 관아는 쾌청하여라
圉人分草藁       말 치는 사람 마른 풀을 나눠 줘도
牧馬食山城       기르는 말들은 산성을 뜯어 먹네
浮海問津吏       바다를 떠돌며 나루터를 묻는 관리
入蓬俱藥生       봉래산에 들어가 약초와 사는 사람
借家留一宿       집을 빌려 하룻밤 묵어가자니
詩酒夢三淸       시와 술과 꿈, 세 가지가 맑아라
깊은 암자의 그윽한 흥취(深庵幽興)
庭花連翠葆       뜰에 핀 꽃들 푸른 채소밭에 이어지고
簷霧淡微明       처마 끝의 안개는 어스름처럼 담박해라
潭險老龍據       못이 험악해 늙은 용이 의지하고
林賖牝鹿行       숲이 아득해 암사슴이 뛰논다네
雲關時復捲       구름 빗장도 때 되면 다시 걷히고
鶯語夕當淸       꾀꼬리 노래도 저녁이면 절로 맑아져
草樹吹幽逕       풀과 나무가 부르는 그윽한 오솔길로
凉飄取次輕       시원한 바람에 나서면 발걸음도 가벼워

010_0762_c_01L贈華峯大師之金剛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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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歲金剛願今朝瓶錫行

010_0762_c_03L尊非花鳥客直上衆香城

010_0762_c_04L踰雲門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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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聲爭到耳花笑甚催詩

010_0762_c_06L不計前程遠巖頭費一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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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762_c_08L五言律

010_0762_c_09L謹次映花樓板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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彦之邑如斗勸課政無催

010_0762_c_11L月素弄琴尺春靑携酒盃

010_0762_c_12L皆山歸鳥入一水泛花來

010_0762_c_13L極目多萑葦鄕心借石臺

010_0762_c_14L謹次雲錦軒板韵蔚山牧官東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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夾寨霜秋逼籃關▼(厂*解)宇晴

010_0762_c_16L圉人分草藁牧馬食山城

010_0762_c_17L浮海問津吏入蓬俱藥生

010_0762_c_18L借家留一宿詩酒夢三淸

010_0762_c_19L深庵幽興

010_0762_c_20L
庭花連翠葆簷霧淡微明

010_0762_c_21L潭險老龍據林賖牝鹿行

010_0762_c_22L雲關時復捲鶯語夕當淸

010_0762_c_23L草樹吹幽逕凉飄取次輕

010_0762_c_24L客中逢秋

010_0763_a_01L
나그넷길에서 맞이한 가을(客中逢秋)
秋夜寒蛩織       가을밤 싸늘한 귀뚜라미 소리38)
霜朝隻鴻飛       서리 내린 아침에 외기러기 날아가네
微明烏鵲下       희끗희끗한 하늘에서 까막까치가 내려와
催漏昻叅稀       눈물만 재촉하고 아득히 높은 곳으로
十年今日客       10년 전 그 사람이 오늘 이 나그네
萬事異時違       만사가 지난날 뜻과 어긋나 버렸네
何以卒其歲       올 한 해를 또 어떻게 보내야 할까
故鄕無寄衣       고향에서 보내 주는 옷도 없는데
밤에 앉아서(夜坐)
小閣新孤燭       작은 누각에 외로운 등불이 새롭고
洿池有白雲       옴폭한 연못에는 흰 구름이 어렸네
三才開混沌       삼재39)가 혼돈을 열어젖히고
一氣鑠淫氛       일기40)가 음침한 기분을 녹여 버린다
魚樂暄凉異       물고기의 즐거움도 더위 추위에 다르고
花心晝夜分       꽃의 마음도 낮과 밤으로 나누어지니
淸宵燒香告       청량한 밤에 향 사르고 고하면
上帝昭然聞       상제께서도 훤히 들으시겠지
회산41)께서 읊으신 ≺금강산≻의 운을 따라(次晦山吟金剛山韵)
俯臨萬瀑洞       만폭동을 굽어보고
遙見衆香城       멀리 중향성 바라보자니
東海水無讓       동해의 물은 사양함이 없고
金剛山大成       금강산은 크게 성취하였구나
人能遊聖域       누구나 성인의 땅에 노닐 수 있고
學不誤平生       배우면 평생 그르치지 않나니
之子多知識       그대, 지식이 많은 분이여
肯馳花鳥聲       어찌 꽃과 새소리 좇으랴
내가 석실에서 운문사로 옮겼을 때, 이 사문42)께서 기존의 누명에서 풀려난 후 시를 보내왔다. 너무나 기뻐 이에 차운하여 경사스러운 일에 축하의 뜻을 표하였다(余自石室移雲門時。 李斯文蒙原解累後遣詩。 喜極仍次賀慶。)
南中百里國       남쪽 땅에 백 리의 나라 있어
洛下千年春       낙동강 아래는 천년의 봄날
日月光華地       해와 달이 찬란히 빛나던 땅도
書生往復新       서생께서 오가시니 더욱 새로워라
有人名不匿       이름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 있어
無面帒相親       면목 없는 자루 같은 놈 가까이하네
氣合惟前古       기운의 합함은 옛날부터 있던 일이니
忝乎處士隣       욕되지만 처사님의 이웃이고자 합니다
이학규43)의 원운을 첨부한다(附原李學逵)
石室辭殘臘       석실에서 남은 섣달을 보내고
雲門値早春       운문에서 새봄을 맞으시니
桑陰三宿罷       뽕나무 그늘에서 사흘 잠을 깨고44)
梅蘂一番新       매화 꽃송이가 한바탕 새롭겠지요
禪悅嗟何晩       아, 선가의 희열을 왜 이리 늦게 만났을까
吟懷念莫親       노래하며 그리워하지만 다가갈 길이 없군요

010_0763_a_01L
秋夜寒蛩織霜朝隻鴻飛

010_0763_a_02L微明烏鵲下催漏昻叅稀

010_0763_a_03L十年今日客萬事異時違

010_0763_a_04L何以卒其歲故鄕無寄衣

010_0763_a_05L夜坐

010_0763_a_06L
小閣新孤燭洿池有白雲

010_0763_a_07L三才開混沌一氣鑠淫氛

010_0763_a_08L魚樂暄凉異花心晝夜分

010_0763_a_09L淸宵燒香告上帝昭然聞

010_0763_a_10L次晦山吟金剛山韵

010_0763_a_11L
俯臨萬瀑洞遙見衆香城

010_0763_a_12L東海水無讓金剛山大成

010_0763_a_13L人能遊聖域學不誤平生

010_0763_a_14L之子多知識肯馳花鳥聲

010_0763_a_15L余自石室移雲門時李斯文蒙原解
010_0763_a_16L累後遣詩喜極仍次賀慶

010_0763_a_17L
南中百里國洛下千年春

010_0763_a_18L日月光華地書生往復新

010_0763_a_19L有人名不匿無面帒相親

010_0763_a_20L氣合惟前古忝乎處士隣

010_0763_a_21L附原李學逵

010_0763_a_22L
石室辭殘臘雲門値早春

010_0763_a_23L桑陰三宿罷梅蘂一番新

010_0763_a_24L禪悅嗟何晩吟懷念莫親

010_0763_b_01L遠慚蓮社客       백련사의 나그네들에겐 한참 부끄럽지만
老卜滿公隣       늘그막에 만공45)의 이웃 되기로 정했답니다
체류하면서(滯留)
何笑彼劉毅       저 유의46)를 어찌 비웃으랴
甔儲一掃如       차곡차곡 쌓아 둔 것 단번에 써 버렸네
龍山醉落帽       용산에서 취해 모자를 떨어트리더니47)
薛舍食無魚       궁벽한 집 밥상에는 생선도 없구나48)
雲際鳥飛去       구름 가의 새들 다 날아가 버리고
閣中人語虛       누각 속 사람 소리도 텅 비었는데
三更寒睡熟       삼경이라 시원해 잠도 잘 오니
懶讀老聃書       노담의 책49) 읽기도 귀찮아진다
장 사호50) 막료를 이별하며(別張司戶幕僚)
恢恢游刃去       널찍한 곳에다 칼날을 놀리시면51)
別駕任當優       별가52)의 임무가 분명 수월하리니
忠武許昭烈       충무는 소열을 허락하고53)
周郞佐仲謀       주랑은 중모를 보좌했지요54)
越嶲隣左海       월수55) 가까이에는 동해가 있고
儋耳接瀛洲       담이56)는 영주57)와 접하고 있어
萬里烟波息       만 리에 안개와 파도가 잦아드니
姗姗此夜秋       쌀쌀맞은 이 밤도 가을이군요
태화루58)(太和樓)
太和江上城       태화강 위의 성에 오르니
寂莫野雲生       적막한 들판에 구름만 이네
舟纜夕陽歛       배의 닻줄은 석양빛을 거두고
竹枝春鳥鳴       대나무 가지에서 봄새가 우노라
百年如一眴       백 년의 세월도 한순간이라
方册但迂情       책도 그저 마음에서 멀어질 뿐
强欲狂歌作       억지로라도 미친 듯 노래하고 싶지만
忽然慷慨聲       갑자기 분통이 터져 나오는 소리
김씨의 강루에 제하다(題金氏江亭)
[1]
忘機天地本       심기마저 잊으면 천지의 근본이라
終日坐漁磯       종일 낚시터 바위에나 앉았더니
山影孤帆去       산 그림자는 외로운 돛단배 되어 떠나고
鷺光晩浦歸       백로의 하얀빛이 저녁 포구로 돌아온다
一身琴上老       홀로 거문고를 타는 노인이여
萬事酒中微       만사가 술잔 속에 희미해라
滾滾烟簑夢       쏜살같이 흘러간 도롱이의 꿈
春江十里霏       봄 강 10리에 보슬비가 내린다

[2]
晴江何鳥夢       맑은 강가에서 어떤 새가 꿈을 꾸나
寒屋匪吾愁       오두막 썰렁해도 나는 근심 않는다네
一榼賓朋合       하나의 술통으로 손님 벗과 어우러지면
半窓日月流       반쪽 작은 창으로 해와 달이 흘러간다오
鵠烏天性以       고니건 까마귀건 하늘의 성품 타고나고
涇渭本心由       경수도 위수도 본마음에서 비롯된 것

010_0763_b_01L遠慚蓮社客老卜滿公隣

010_0763_b_02L滯留

010_0763_b_03L
何笑彼劉毅甔儲一掃如

010_0763_b_04L龍山醉落帽薛舍食無魚

010_0763_b_05L雲際鳥飛去閣中人語虛

010_0763_b_06L三更寒睡熟懶讀老聃書

010_0763_b_07L別張司戶幕僚

010_0763_b_08L
恢恢游刃去別駕任當優

010_0763_b_09L忠武許昭烈周郞佐仲謀

010_0763_b_10L越嶲隣左海儋耳接瀛洲
010_0763_b_11L萬里烟波息姗姗此夜秋

010_0763_b_12L太和樓

010_0763_b_13L
太和江上城寂莫野雲生

010_0763_b_14L舟纜夕陽歛竹枝春鳥鳴

010_0763_b_15L百年如一眴方册但迂情

010_0763_b_16L强欲狂歌作忽然慷慨聲

010_0763_b_17L題金氏江亭

010_0763_b_18L
忘機天地本終日坐漁磯

010_0763_b_19L山影孤帆去鷺光晩浦歸

010_0763_b_20L一身琴上老萬事酒中微

010_0763_b_21L滾滾烟簑夢春江十里霏(一)

010_0763_b_22L晴江何鳥夢寒屋匪吾愁

010_0763_b_23L一榼賓朋合半窓日月流

010_0763_b_24L鵠烏天性以涇渭本心由

010_0763_c_01L相對烟沙坐       마주하여 안개 낀 모래밭에 앉았으니
安閑彼白鷗       저 흰 갈매기처럼 편안하고 한가해라
관서에서 온 여행객의 운을 따라(次關西遊客)
文字括囊久       문자의 주머니를 여민 지59) 오래인데
客來楓菊間       단풍나무 국화 사이로 나그네가 오셨네
也難錢神禱       정말 어려운 게 돈 귀신 기도인데
足解老僧顔       노승 얼굴이 활짝 펴질 만도 하지
淸夢繞烟月       안개와 달빛 맴돌면서 맑은 꿈을 꾸고
仙緣多海山       산과 바다 신선들과 많은 인연 맺다가
可憐百結子       누더기를 걸친 자60)를 가엾이 여겨
落葉題詩還       엽전 떨어뜨리며 시 짓고 돌아가네
어떤 사람이 찾아와 이학규 사문께서 지으신 ≺서림사≻라는 시를 말해 주었다. 이에 삼가 화운하다(有人來。 說李斯文【學逵】題西林寺詩。 仍奉和。)
九月西林寺       9월의 서림사61)
楓光畫裏開       단풍 빛이 그림처럼 펼쳐졌네
客塵俄尓歇       객진 번뇌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山雨忽然來       산비가 갑자기 찾아든다
法界晨鍾響       법계에 종소리 진동하고
神壇寶獸灰       신령한 단에는 향로의 재
故人傳奮事       친구가 분발할 일 전하니
不覺洒靈臺       나도 모르게 상쾌해지는 마음
원운을 첨부한다(附原)
蕭颯西林路       쓸쓸한 바람이 부는 서림의 길이여
禪扉盡日開       선방의 사립문은 온종일 열렸구나
碧溪人影渡       푸른 계곡을 사람의 그림자 건너자
黃葉雨聲來       누런 나뭇잎에 빗소리가 찾아드네
絕粒看金字       곡기를 끊고서 금자 경전 살펴보고
燒香拾墨灰       향을 사르며 타 버린 글을 줍노라니
老師遺半偈       노사께서 남기신 반 토막의 게송
明鏡本非臺       밝은 거울은 본래 대가 아니라나62)
축암에서(竺庵)
同客倦登樓       객과 함께 쉬엄쉬엄 오른 누각
空懷宋玉愁       부질없이 송옥의 시름63)이 어리네
低眉凝紫府       고개를 숙여 자부64)를 응시하고
拍手夎瀛洲       손뼉을 치며 영주에 걸터앉는다
綠水流雙道       푸른 물이 흐르는 두 갈래 길
白雲淡九秋       흰 구름도 담박한 9월의 가을
夢中說夢事       꿈속에서 꿈 이야기 늘어놓자니
誰覺此心悠       유유한 이내 맘을 그 누가 알까
박 석사의 운을 따라(次朴碩士)
松茶饒點粥       솔 차가 넉넉해 죽에도 뿌리고
雪沁滌塵襟       눈발 스며들어 찌든 가슴 씻자니

010_0763_c_01L相對烟沙坐安閑彼白鷗(二)

010_0763_c_02L次關西遊客

010_0763_c_03L
文字括囊久客來楓菊間

010_0763_c_04L也難錢神禱足解老僧顔

010_0763_c_05L淸夢繞烟月仙緣多海山

010_0763_c_06L可憐百結子落葉題詩還

010_0763_c_07L有人來說李斯文學逵題西林寺詩
010_0763_c_08L仍奉和

010_0763_c_09L
九月西林寺楓光畫裏開

010_0763_c_10L客塵俄尓歇山雨忽然來

010_0763_c_11L法界晨鍾響神壇寶獸灰

010_0763_c_12L故人傳奮事不覺洒靈臺

010_0763_c_13L附原

010_0763_c_14L
蕭颯西林路禪扉盡日開

010_0763_c_15L碧溪人影渡黃葉雨聲來

010_0763_c_16L絕粒看金字燒香拾墨灰

010_0763_c_17L老師遺半偈明鏡本非臺

010_0763_c_18L竺庵

010_0763_c_19L
同客倦登樓空懷宋玉愁

010_0763_c_20L低眉凝紫府拍手夎瀛洲

010_0763_c_21L綠水流雙道白雲淡九秋

010_0763_c_22L夢中說夢事誰覺此心悠

010_0763_c_23L次朴碩士

010_0763_c_24L
松茶饒點粥雪沁滌塵襟

010_0764_a_01L滿庭月素面       뜰에 가득한 달님은 새하얀 얼굴
出岫雲無心       봉우리 나서는 구름은 무심도 하지
壺中山水見       호리병 속에 산과 강이 나타나
分外友明尋       빼어난 벗님들 구경하러 오니
來日燃燈社       내일 연등정사 모임에 참석해
須君嗣玉音       그대도 꼭 옥 소리를 이으시게
남가락 이학규 노인께서 지으신 ≺영구암≻65)에 삼가 화운하다(奉和南駕洛老人李學逵題靈龜庵)
庵在天之半       하늘 허리춤에 암자가 있어
雲禽共戱欄       구름과 새들이 함께 노니는 난간
奇文尋斗錯       북두성 뒤섞인 곳에서 기이한 문장을 찾고
物象玩龜盤       거북이 반석에서 물상을 감상한다
短管乾坤小       짧은 대롱으로 보면 하늘과 땅도 작고
一壺世界寛       하나의 호리병 속에도 세계가 넓어라
餘事我何取       나머지 일들이야 내 어찌 상관하랴
是人然後看       이분도 나중에 구경하러 오시겠지
원운을 첨부한다(附原)
靑冥驚▼(喬+元)▼(虛+元)       푸른 하늘도 깜짝 놀랄 높다란 곳
石角置危欄       치솟은 바위에 설치한 가파른 난간
木抄聞僧語       나무 끝에서 스님들의 말씀이 들리고
階前見鶻盤       계단 앞에는 송골매 둥지가 보인다
秋從牛渚冷       우저66)에서부터 서늘해진 가을
天向馬州寛       마주67)를 향해 탁 트인 하늘
緬憶玆山色       이 산의 풍경이 아스라이 떠올라
城中日日看       성에서도 매일매일 바라보노라
임경대68)에 올라(登臨鏡臺)
洛水白如練       낙동강은 명주처럼 새하얗고
江篁靑雜烟       강가의 대숲이 안개에 섞여 푸르네
霜朝臨鏡裏       서리 내린 아침은 임경대 속에서
風夕落霞邊       바람 부는 저녁은 지는 노을 가에서
三叉中七點       삼차69) 가운데 칠점산70)이 있고
孤寺又千年       외로운 절은 또 천년의 세월
今日勝幽賞       오늘 너무나 좋은 구경 했습니다
崔翁無恙焉       최 노인71)께서도 무탈하시오
마하사72)(摩訶寺)
[1]
石岡開野寺       돌 언덕에 세운 야산의 절이라
松栝斧斤侵       소나무 노송나무 도끼질을 당하네
像法無殊域       허나 불법에는 특별한 구역 없기에
施人載一心       일심이나 싣고 가라며 베풀어 주지
窓前當月色       창 앞에 당도한 달빛
枕上過鍾音       베갯머리를 지나는 종소리
已發悄然境       이미 드러난 초연한 경계가
潭潭淸夜吟       깊고도 넓은 청야음73)이로다

[2]
野寺秋容冷       야산의 절이라 가을 모습 냉랭하고
騷騷日未曛       쓸쓸한 햇살이 황혼으로 물들기 전

010_0764_a_01L滿庭月素面出岫雲無心

010_0764_a_02L壺中山水見分外友明尋

010_0764_a_03L來日燃燈社須君嗣玉音

010_0764_a_04L奉和南駕洛老人李學逵題靈龜庵

010_0764_a_05L
庵在天之半雲禽共戱欄

010_0764_a_06L奇文尋斗錯物象玩龜盤

010_0764_a_07L短管乾坤小一壺世界寛

010_0764_a_08L餘事我何取是人然後看

010_0764_a_09L附原

010_0764_a_10L
靑冥驚▼(喬+元)𠿻▼(虛+元)石角 [2] 置危欄

010_0764_a_11L木抄 [3] 聞僧語階前見鶻盤

010_0764_a_12L秋從牛渚冷天向馬州寛

010_0764_a_13L緬憶玆山色城中日日看

010_0764_a_14L登臨鏡臺

010_0764_a_15L
洛水白如練江篁靑雜烟

010_0764_a_16L霜朝臨鏡裏風夕落霞邊

010_0764_a_17L三叉中七點孤寺又千年

010_0764_a_18L今日勝幽賞崔翁無恙焉

010_0764_a_19L摩訶寺

010_0764_a_20L
石岡開野寺松栝斧斤侵

010_0764_a_21L像法無殊域施人載一心

010_0764_a_22L窓前當月色枕上過鍾音

010_0764_a_23L已發悄然境潭潭淸夜吟(一)

010_0764_a_24L野寺秋容冷騷騷日未曛

010_0764_b_01L空山鳥一樹       휑한 산의 새들은 한 나무로 모이고
暝壑溪雙雲       어둑한 계곡에서 구름 한 쌍이 인다
艸木風霜勁       풀과 나무도 바람과 서리에 저리 굳세니
老人志氣分       늙은 사람도 뜻과 기개가 분명해야 하리
蚤知此道理       이 도리를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所獲出其羣       획득한 바가 그 무리를 벗어났을 텐데
쌍벽루74)(雙碧樓)
河檉吹宿隴       황하의 능수버들이 숙소에 간드러지고
江竹嫩春陰       장강의 대나무가 봄 그늘에 어여뻐라
水碧靑山影       강물의 푸른빛은 청산의 그림자요
烟虛白鷺心       안개의 허허로움은 백로의 마음이로다
客衫寒古檻       나그네 적삼으로는 옛 난간이 추워
夕日下遙林       저녁 햇살에 먼 숲을 내려오나니
我豈浮誇子       내 어찌 부질없이 과장하는 자이랴
自揣楚狂吟       내 생각엔 초나라 광인의 노래라네
봄비(春雨)
[1]
春雨同時下       봄비가 동시에 내리네
撢知萬物心       만물의 마음을 짐작하겠네
昆虫魚鱉化       곤충 물고기 자라가 부화를 하고
山川艸木欽       산천의 초목들이 모두 공경하겠지
癈癃于日感       고질병이 오늘따라 더하던 차에
天地是恩深       천지가 베푸신 이 은혜 깊기도 해라
南牖掀簾看       남쪽 문에 쳤던 발 훌쩍 걷고 바라보니
幽壑景雲沉       그윽한 골짜기에 오색구름이 잠겼구나

[2]
雨過東山後       비가 동산을 지나간 후
殷勤造化成       은근히 조화가 이루어지네
暗紅桃杏間       짙은 분홍빛이 복숭아와 살구 나무 사이에
軟綠梧柳呈       연한 초록빛이 오동나무와 버들에 비친다
村酒香而淥       촌 동네 술이지만 향기롭고 게다가 거른 술
春琴蕩忽淸       봄날의 가야금도 흐드러지다 문득 맑아졌는데
磵厓吟久坐       개울 언덕에서 끙끙대며 한참을 앉았어도
物色少留情       정을 줄 만한 아름다운 풍경이 적구나
눈 내린 뒤(雪後)
舊雪仍新雪       쌓였던 눈 위로 새 눈이 쌓여
前山如後山       앞산도 뒷산도 그게 그 모습
陰陽同一體       음과 양도 동일한 하나의 몸인데
物我孰分顔       만물과 나의 얼굴을 누가 구분하랴
簷裕飛禽托       처마가 넉넉해 날아가던 새들 의탁하고
樵先宿食安       미리 해 둔 땔감 덕에 먹고 자기 편안해라
鉢囊雖不厚       발우 담은 주머니가 비록 두둑하진 않지만
足且免艱難       간난을 면하기엔 이만하면 충분하지
먼 길 온 나그네를 조롱하다(嘲遠客)
短策三南外       짧은 지팡이 짚고 삼남75) 밖으로
單瓢兩北間       표주박 하나로 양북76) 사이에서

010_0764_b_01L空山鳥一樹暝壑溪雙雲

010_0764_b_02L艸木風霜勁老人志氣分

010_0764_b_03L蚤知此道理所獲出其羣(二)

010_0764_b_04L雙碧樓

010_0764_b_05L
河檉吹宿隴江竹嫩春陰

010_0764_b_06L水碧靑山影烟虛白鷺心

010_0764_b_07L客衫寒古檻夕日下遙林

010_0764_b_08L我豈浮誇子自揣楚狂吟

010_0764_b_09L春雨

010_0764_b_10L
春雨同時下撢知萬物心

010_0764_b_11L昆虫魚鱉化山川艸木欽

010_0764_b_12L癈癃于日感天地是恩深

010_0764_b_13L南牖掀簾看幽壑景雲沉(一)

010_0764_b_14L雨過東山後殷勤造化成

010_0764_b_15L暗紅桃杏間軟綠梧柳呈

010_0764_b_16L村酒香而淥春琴蕩忽淸

010_0764_b_17L磵厓吟久坐物色少留情(二)

010_0764_b_18L雪後

010_0764_b_19L
舊雪仍新雪前山如後山

010_0764_b_20L陰陽同一體物我孰分顔

010_0764_b_21L簷裕飛禽托樵先宿食安

010_0764_b_22L鉢囊雖不厚足且免艱難

010_0764_b_23L嘲遠客

010_0764_b_24L
短策三南外單瓢兩北間

010_0764_c_01L雲心踰蜀道       구름 같은 마음으로 촉도77)를 넘고
鳥夢過吳山       새처럼 꿈꾸면서 오산을 넘으셨군
酒後多言弊       한잔 걸치고 나면 헛소리가 많고
詩中一字難       시를 지으려 해도 글자마다 어려워
吾今不對券       내가 요즘은 아예 시집을 보지 않고
六識混餘閒       육식마저 흐릿해 한가하게 지낸다네
토굴(土窩)
自爲金佛窟       스스로 금불굴이라 하고
或曰玉仙關       혹 옥선관이라고도 하지
花鳥不何處       꽃과 새도 어딘지 모르는 곳
夢魂惟此間       꿈속의 혼만이 오직 이곳에
月韶松亦老       달빛 곱고 소나무도 늙었으니
雲面鶴將還       저 구름에서 학이 돌아오리라
百郡今無籍       온 고을에 이젠 호적조차 없으니
名山又字山       이름도 산이요 자도 산이로다
약야계78)若邪溪
春日雲門寺       봄날의 운문사
若邪溪上橋       약야계 위의 다리
漣漪明鯉目       찰랑이는 물결에는 또렷한 잉어 눈알
花蘂動蜂腰       꽃술에 매달린 벌들은 허리를 흔들흔들
煩敲妨咏嘯       번잡하게 퇴고하다가 노랫가락 잃어버리고
散慮落逍遙       잡생각 떨치려다가 정처 없이 헤매기만
笑看烟禽向       안개 속 금상79)인가 하고 웃으며 봤더니
山童夕採樵       산골 아이 저녁이라 땔감을 줍고 있네
또又
花木叅差地       꽃과 나무가 들쭉날쭉한 땅
丹靑遠近坡       절집 단청이 원근에 늘어선 비탈
臥條飜舞袖       누운 솔가지는 춤추듯 소맷자락 뒤집고
鳴澗逼笙歌       졸졸거리는 시내는 꼭 생황의 노래인 듯
孌婉鶯兒集       순하고 어여쁜 꾀꼬리들 모이고
文章習類多       문장을 익히신 부류들도 많아라
江山能宇宙       우주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강산이니
豪右不耽他       호우80)들 다른 건 탐내지도 않겠네
봄날의 감회(春懷)
春雨東山下       봄비가 동산에 내리네
麥登已可知       보리 수확이 끝난 걸 알겠네
平林均甲坼       평지의 숲 나무들이 고루 눈을 틔우고
曠野慣靑肥       넓은 들판도 늘 그랬듯 푸르고 기름지겠지
新沼蝦蟆吠       새로 판 못에서는 개구리가 와글와글
臥楊白絮依       누운 버들엔 새하얀 솜털이 여전해
即命沙彌子       곧장 사미를 불러 명하였네
爲圖菜圃治       얘야, 채소밭 갈아야지

010_0764_c_01L雲心踰蜀道鳥夢過吳山

010_0764_c_02L酒後多言弊詩中一字難

010_0764_c_03L吾今不對卷 [4] 六識混餘閒

010_0764_c_04L土窩

010_0764_c_05L
自爲金佛窟或曰玉仙關

010_0764_c_06L花鳥不何處夢魂惟此間

010_0764_c_07L月韶松亦老雲面鶴將還

010_0764_c_08L百郡今無籍名山又字山

010_0764_c_09L若邪溪

010_0764_c_10L
春日雲門寺若邪 [5] 溪上橋

010_0764_c_11L漣漪明鯉目花蘂動蜂腰

010_0764_c_12L煩敲妨咏嘯散慮落逍遙

010_0764_c_13L笑看烟禽向山童夕採樵

010_0764_c_14L

010_0764_c_15L
花木叅差地丹靑遠近坡

010_0764_c_16L臥條飜舞袖鳴澗逼笙歌

010_0764_c_17L孌婉鶯兒集文章習類多

010_0764_c_18L江山能宇宙豪右不耽他

010_0764_c_19L春懷

010_0764_c_20L
春雨東山下麥登已可知

010_0764_c_21L平林均甲坼曠野慣靑肥

010_0764_c_22L新沼蝦蟆吠臥楊白絮依

010_0764_c_23L即命沙彌子爲圖菜圃治

010_0765_a_01L
칠언절구七言絕句
백파 임호 어른께 화운하다(和白坡【林丈虎】)

당호를 바꾼 일을 타파하다(打更號事)

【어떤 이가 ‘하荷’ 자를 ‘아鴉’ 자로 바꿨다 여겨 ‘월아月鴉’라고 가서 말하였다. 따라서 임씨 어른이 수편首篇에서 뜻을 밝혔다. 이는 말을 전한 자의 잘못이다.(或以爲改荷作鴉。 以月鴉行之云。 故林丈首篇標旨。 此是傳言者妄也。)】

玉毫明月小乘臺     옥호81) 같은 밝은 달님 자그마하게 대에 오르면
渠荷的歷歲頻回     도랑에 연꽃 선명한 계절이 금방 또 돌아오지요
如何晩暮更禪號     뭣 하러 다 늙은 나이에 선승의 이름 바꾸리오
落日寒鴉惹事來     지는 햇살에 갈까마귀가 야기한 일이겠지요

면벽面壁

見心無迹似描空     봐야 할 마음 자취가 없어 허공을 그리는 듯
用鑿金山寸寸功     끌로 쇳덩어리 산을 한 치 한 치 깎아 본다
萬仞懸崕危鳥道     만 길 아찔한 절벽의 위험한 조도82)
攀緣不得落坑中     붙잡을 것 찾지 못하면 구렁텅이로 떨어지지

자비慈悲

寧費千金叵費詩     차라리 천금을 허비하지 시를 낭비해선 안 되지요
迺能言志敢侈辭     그래야 뜻을 말할 수 있지83) 감히 표현의 사치를
窃觀身毒无邊刹     신독84)의 가없는 세계를 가만히 관찰해 보니
造化權輿一度悲     조화의 권여85)가 한 차례의 자비더군요
임호의 원고를 첨부한다(附原藁)
당호를 ‘월아’로 바꿨다는 소식을 듣고(聞改號月鴉)

荷惟禪色合蓮臺     연꽃은 선가의 풍경이요 연대와도 어울리는데
三足金烏繞榜回     다리 셋 달린 금 까마귀가 문패 주위를 빙빙
難變天台山上月     변하기 어려운 것이 천태산에 뜨는 달이건만
神機幻得日中來     신비한 요술로 대낮에나 오는 놈을 만드셨네

면벽面壁

觀心漸入盡虛空     마음을 관해 점점 진허공으로 들어가면
見性誰知頓悟功     성품을 보니, 누가 알랴 돈오의 공덕을
自是相傳眞箇妙     이로부터 이 참됨과 묘함을 서로 전하며
無言佛祖少林中     말없는 부처와 조사 소림사에 머무셨네

자비慈悲

宋君歸處賴呈詩     돌아가는 송군에게 맡겨 시를 바치오니
未敢支離强說辭     못난 저는 감히 억지 표현은 못 하겠군요
早識福田因果報     복전의 인과응보는 일찍부터 알고 있고
佛家心法大慈悲     불가의 마음 쓰는 법은 대자대비하지요
현종암懸鍾巖
月氏斧斲石鐘成     월지가 도끼로 깎아 만들었다는 석종86)
忽被潮桴謾作聲     갑자기 조수에 맞아 부질없이 소리를 낸다
秘跡邈然塵刼外     신비한 자취 아득하여 진겁87) 밖의 일인데
愚人贅說誤蒼生     못난이들 쓸데없는 말로 창생을 현혹하네
감회를 노래하다(咏懷)

010_0765_a_01L七言絕句

010_0765_a_02L和白坡林丈虎

010_0765_a_03L
打更號事或以爲改荷作鴉以月鴉行之云
林丈首篇標旨此是傳言者妄也

010_0765_a_04L
玉毫明月小乘臺渠荷的歷歲頻回

010_0765_a_05L如何晩暮更禪號落日寒鴉惹事來

010_0765_a_06L
面壁

010_0765_a_07L
見心無迹似描空用鑿金山寸寸功

010_0765_a_08L萬仞懸崕危鳥道攀緣不得落坑中

010_0765_a_09L
慈悲

010_0765_a_10L
寧費千金叵費詩迺能言志敢侈辭

010_0765_a_11L窃觀身毒无邊刹造化權輿一度悲

010_0765_a_12L附原藁

010_0765_a_13L
荷惟禪色合蓮臺三足金烏繞榜回

010_0765_a_14L難變天台山上月神機幻得日中來

010_0765_a_15L
右聞改號月鴉

010_0765_a_16L
觀心漸入盡虛空見性誰知頓悟功

010_0765_a_17L自是相傳眞箇妙無言佛祖少林中

010_0765_a_18L
右面壁

010_0765_a_19L
宋君歸處賴呈詩未敢支離强說辭

010_0765_a_20L早識福田因果報佛家心法大慈悲

010_0765_a_21L
右慈悲

010_0765_a_22L懸鍾巖

010_0765_a_23L
月氏斧斲石鐘成忽被潮桴謾作聲

010_0765_a_24L秘跡邈然塵刼外愚人贅說誤蒼生

010_0765_a_25L咏懷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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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節人間有謝來     시절이건 인간이건 온다는 걸 사양함이 있으니
上天花詔下先梅     꽃 피우란 상천의 조칙에도 하계는 우선 매화만
老僧石屋焚香坐     노승이 바위틈 집에서 향을 사르고 앉았으니
月入西窓久徘佪     서쪽 창으로 들어온 달님 오래오래 배회하네
그 두 번째(其二)
一生飮啄累山家     한평생 먹고 마시며 절집에 누만 끼치다가
殘燭寥寥誦法華     꺼져 가는 촛불에 쓸쓸히 법화경을 독송한다
物象推尋多少盡     물상을 연구하는 일도 얼마 후엔 끝나겠지
小階猶植各名花     작은 계단에 그래도 갖가지 화초 심어 본다
꽃을 감상하다(賞花)
扶藜一起步輕塵     지팡이 짚고 일어서자 가벼운 걸음에 먼지가 풀풀
晩賞紅花詠莫春     붉은 꽃 늦도록 감상하며 저무는 봄을 노래한다
繄彼人間凝滯者     저 인간세계에 엉켜 꼼짝도 못 하는 자들은
不知萬物屈而伸     만물이 움츠렸다 활짝 편 걸 모르시나 봐
봄날(春日)
百世何憂陶老貧     도씨 노인88)의 가난을 백세에 누가 걱정했나
玄琴白酒日相親     거문고에다 막걸리를 매일 가까이하며 살았지
吾今論議非踈濶     지금 나의 논의가 영 엉터리 같지 않거든
但願消愁麴米春     그저 시름을 녹일 국미춘89)이나 한잔 주소
『수색집』90)을 열람하다가 ≺영랑호≻91)라는 절구 한 수를 보고 운을 쫓아서 조롱하다(閱水色集。 見永郞湖一絕。 追哂嘲。)
永郞湖上永郞從     영랑호92)에서 영랑을 쫓지만
豪士古今云不逢     고금의 호사들 만나질 못했다 하네
嬴政劉郞寒笑去     쓸쓸히 웃으며 떠난 영정93)과 유랑94)이여
見君一雪盜虗蹤     헛된 자취 훔치려던 심보 단번에 씻었구려
흥이 나서(遣興)
愛於春酒皺眉開     봄날의 술을 사랑하자 미간의 주름 펴지고
感彼蘭畦藥草胎     저 난초에 마음을 주자 약초가 알을 뱄네
永晝孤眠尤寂莫     기나긴 한낮 혼자서 자려니 너무나 적막한데
隣僧探意問經來     이웃 스님 속내 더듬고 경을 물으러 오셨네
즉사即事
[1]
採掇籬花雙袖盈     따고 주운 조리 꽃이 양 소매에 가득해
曲腰伸直眼遊橫     굽은 허리 곧게 펴고 휘휘 둘러보았더니
渥丹楓樹千崖上     붉디붉은 단풍나무는 천 길 벼랑 위에
白首風塵又一生     흰머리는 먼지바람 속에서 또 한세상

[2]
家無白酒又無書     집에 막걸리도 없고 또 책도 없어
永日松窓生兀如     긴 하루 소나무 창에 우두커니 앉았다가
起把靑藜兼躡屩     일어나 청려장95) 잡고 또 짚신을 신고
東行磐石北行渠     동쪽 반석으로 갔다 북쪽 도랑으로 갔다
흰 갈매기(白鷗)
短小虗亭靑野遠     자그마한 빈 정자가 푸른 들에서 멀어
白鷗時與白頭居     흰 갈매기 때때로 흰머리와 지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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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節人間有謝來上天花詔下先梅

010_0765_b_02L老僧石屋焚香坐月入西窓久徘佪

010_0765_b_03L其二

010_0765_b_04L
一生飮啄累山家殘燭寥寥誦法華

010_0765_b_05L物象推尋多少盡小階猶植各名花

010_0765_b_06L賞花

010_0765_b_07L
扶藜一起步輕塵晩賞紅花詠莫春

010_0765_b_08L繄彼人間凝滯者不知萬物屈而伸

010_0765_b_09L春日

010_0765_b_10L
百世何憂陶老貧玄琴白酒日相親

010_0765_b_11L吾今論議非踈濶但願消愁麴米春

010_0765_b_12L閱水色集見永郞湖一絕追哂嘲

010_0765_b_13L
永郞湖上永郞從豪士古今云不逢

010_0765_b_14L嬴收劉郞寒笑去見君一雪盜虗蹤

010_0765_b_15L遣興

010_0765_b_16L
愛於春酒皺眉開感彼蘭畦藥草胎

010_0765_b_17L永晝孤眠尤寂莫隣僧探意問經來

010_0765_b_18L即事

010_0765_b_19L
採掇籬花雙袖盈曲腰伸直眼遊橫

010_0765_b_20L渥丹楓樹千崖上白首風塵又一生(一)

010_0765_b_21L家無白酒又無書永日松窓生兀如

010_0765_b_22L起把靑藜兼躡屩東行磐石北行渠(二)

010_0765_b_23L白鷗

010_0765_b_24L
短小虗亭靑野遠白鷗時與白頭居

010_0765_c_01L爾於我也無餘憾     너는 나에게 서운한 감정일랑 없겠지
但可飛飛不害魚     훨훨 날기만 하고 고기는 해치지 말거라
정원루96)에 올라(登靖遠樓)
遠客借登靖遠樓     먼 길 가는 나그네 잠시 오른 정원루
鳳凰忽去紫芝留     봉황은 홀연히 떠나고 자지97)만 남았네
靑山落日連滄海     푸른 산과 지는 해를 이어 주는 창해요
浩渺中間浮白鷗     넓고 아득한 그 사이를 떠도는 흰 갈매기
운와 노 어른께서 가산98)에게 준 시를 화운한 이 칠곡 어른의 시를 삼가 차운하여(謹次漆谷李丈和雲窩盧丈贈伽山)
[1]
可憐宇宙此生涯     가련하구나, 우주를 떠도는 이놈의 생애여
寄食陶隣向習家     도잠 이웃에게 밥 얻어먹고 습씨 집99)으로 향하네
物我同胞齊異氣     만물과 내가 동포이니 기운의 차이를 고르게 하라고
匹夫韓信語蕭何     필부였던 한신이 소하에게 말했지요

[2]
人事㪅無一等神     사람살이에도 한결같은 정신이란 없는데
況乎海上有何仙     하물며 바다 위에 무슨 신선이 있으리오
道雖微矣尋常見     도라는 게 미묘하다지만 또 쉽게 볼 수 있는 것
日事漁樵夜穩眠     낮에는 고기 잡고 나무하고 밤에는 편히 잠자는 것
다음날 대비사로 가서는 사람을 시켜 세 편의 시를 보내왔기에 화운하여 숙소로 보냈다(明日去大悲寺。 使人傳寄三章。 仍和投寓中。)
[1]
東運三傳一變齊     동토로 운행한 세 전통100)이 한 번 변해 같아지니
右文機栝底同梯     학문을 숭상하는 기괄101)에 있어선 같은 사다리102)
殘經出自西天域     낡은 경전103)은 저 서쪽 천축의 땅에서 나와
容見中州大聖儕     중국에 모습을 드러내어 대성104)과 함께했지요

[2]
夫子學鄒先入齊     선생께서 추옹105)께 배우러 제나라로 갔더니
箇中自有用工梯     그 가운데 저절로 공부할 사다리가 있었네
死生筋力專書籍     죽기 살기로 화살을 쏘듯 서적에 전력하여
七十人間已寡儕     70명106) 틈에서 이미 함께할 자 드물군요

[3]
水叟山翁樂二齊     물가 늙은이와 산속 노인 즐거움은 둘 다 마찬가지
雲中發笑打空梯     구름 속에서 한바탕 웃고 허공의 사다리를 부수네
東林古寺前消息     여산의 동림사 오래된 절 그 옛날 소식은
但見吾僧白首儕     우리나 스님이나 흰머리는 똑같다고 본 것

공께서 앞서 절구 두 수를 보내시더니, 또 절구 세 수로 담비 꼬리를 이으셨네요.107) 뒤에 보낸 절구 세 수 중 맨 앞의 한 수는 못난 중을 조롱한 것이고, 가운데 한 수는 자기를 풍자한 것이고, 뒤의 한 수는 동고동락하는 이들을 희롱한 것이더군요. 저도 차례차례 그 발자국을 따라서 제儕 자 운으로 세 수를 지어 보았습니다. 맨 앞의 한 수에서는 선가禪家의 패자牌子108)를 간파하였고, 가운데 한 수에서는 문장에 돈독한 공을 찬탄하였고, 마지막 한 수에서는 여러 어른들께서 노닐며 감상하는 일을 대략 논해 보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공께서 훗날 또 어떤 기량을 보이실지. 하, 하.
원제原題

010_0765_c_01L爾於我也無餘憾但可飛飛不害魚

010_0765_c_02L登靖遠樓

010_0765_c_03L
遠客借登靖遠樓鳳凰忽去紫芝留

010_0765_c_04L靑山落日連滄海浩渺中間浮白鷗

010_0765_c_05L謹次漆谷李丈和雲窩盧丈贈伽山

010_0765_c_06L
可憐宇宙此生涯寄食陶隣向習家

010_0765_c_07L物我同胞齊異氣匹夫韓信語蕭何(一)

010_0765_c_08L人事㪅無一等神況乎海上有何仙

010_0765_c_09L道雖微矣尋常見日事漁樵夜穩眠(二)

010_0765_c_10L明日去大悲寺使人傳寄三章仍和
010_0765_c_11L投寓中

010_0765_c_12L
東運三傳一變齊右文機栝底同梯

010_0765_c_13L殘經出自西天域容見中州大聖儕(一)

010_0765_c_14L夫子學鄒先入齊箇中自有用工梯

010_0765_c_15L死生筋力專書籍七十人間已寡儕(二)

010_0765_c_16L水叟山翁樂二齊雲中發笑打空梯

010_0765_c_17L東林古寺前消息但見吾僧白首儕(三)

010_0765_c_18L
公先以二絕投之次以三絕續貂
010_0765_c_19L三絕中初一嘲弊秃中一諷自己
010_0765_c_20L后一戱同苦余節次追步拚齊字三
010_0765_c_21L前一覻破禪家牌子中一嘆公篤
010_0765_c_22L于文后一大論諸丈遊賞底段未知
010_0765_c_23L公異日有如何伎倆呵呵

010_0765_c_24L原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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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偶入靑山碧水涯     우연히 푸른 산 푸른 물가로 들어와
眞心蹔討瑞巖家     서암의 집109)에서 참된 마음을 잠시 토론하였네
明珠一掬晴朝玩     밝은 구슬을 한 움큼이나 비 갠 아침에 완미하고
木果遙投奈愧何     목과를 멀리서 던지자니 어찌나 부끄러운지

[2]
荷淸月白是精神     연꽃처럼 맑고 달처럼 깨끗한 그런 정신
人說前身賈浪仙     전생에 가낭선110)이었다고 사람들 말하지
黃經夜夜高聲讀     누런 경전 밤마다 큰 소리로 독송하시니
林鶴無端不得眠     숲속의 학들 무단히 잠을 이루지 못하네

【이상 2수는 노盧 형이 스님께 드린 시입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여만如滿이나 태전太顚을 보게 된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한유와 백거이111)의 수단도 없이 그 칼날을 대적하는 저는 저희 무리의 수치라 하겠습니다. 봄과 가을 두 계절에 삼가 도모하시는 호계의 삼소112)를 기다렸다가 내원에서 결사하는 날에 내보여도 무방하겠는지요.(此二首盧兄贈師韵。 生此世也。 得見如滿太顚。 倖矣。 無韓白手叚。 以敵其鋒。 吾輩恥也。 待秋春二時亟圖虎溪三笑。 此帋投示於內院結社之日。 或无妨也。)】

[3]
上人精進少肩齊     상인께서는 정진하시느라 어울림을 줄이고
拚得沙門入道梯     훌쩍 사문이 되어 도의 사다리로 들어가셨네
恠底衡山磅礴氣     괴이하구나, 형산의 크고 단단한 기상이여
徒然生出惠然儕     헛되이 태어난 놈이 함께하여 영광입니다

[4]
箕聖儒風等魯齊     기성113)의 유풍이 노나라114)와 한가지인데
通於中國錯航梯     중국을 통하면서 어지러워진 배와 사다리115)
㝡恨吾生生也晩     가장 한스러운 것은 제가 너무 늦게 태어나
莊壇席上失賜儕     엄숙한 단의 돗자리에 은사도 없이 함께한 것

[5]
山翁壽欲與山齊     산속 노인 산만큼이나 장수하고 싶어
採藥朝朝拚石梯     약을 캐고 아침마다 돌계단을 쓰네
白日果然生羽翰     대낮에 과연 날개가 돋아나니116)
恐失香岑結社儕     향봉의 결사를 함께 못 하면 어쩌지

【제齊자 운으로 처음에 열 수를 지어 봤는데 좌우의 꾸지람을 듣고 그만뒀습니다. 길을 걷다가 또 세 수를 읊게 되어 그 꼬리를 이었는데, 하나는 상인을 말한 것이고, 하나는 저 자신을 말한 것이고, 하나는 저희 벗을 말한 것입니다. 문장이 보시기에 부족하겠지만 마음만큼은 이로써 서로 비출 수 있을 것입니다.(齊字初擬十首。 被左右喝。 止之。 途上又吟得三首。 屬其尾。 一道上人。 一道自己。 一道吾友。 文不足觀。 而心可以相照也。)】
은헌隱軒
聞道南陽舊艸廬     도를 들으러 남양117)의 옛 초가집 찾았더니
綸巾坐讀虙羲書     윤건118)을 쓰고 앉아 복희의 책119) 읽으시네
隱軒今日農家業     은헌이여, 요즘 농사일은 어떻습니까
也喜田租太半除     기쁘게도 토지세가 거의 반이나 감면됐다오
김생의 시를 뒤쫓아 차운하다(追次金生)
雲社初筵接上賓     운사 첫 모임에 윗자리 손님으로 초대했다며
病中攣膝强求伸     병들어 쥐가 난 무릎을 억지로 펴라 하시네
乃云四海無家客     그래서 말했지요, 사해에 집 없는 나그네도
也識三生有債人     삼생에 빚진 사람 있다는 걸 정말 알겠구려
스스로 풀다(自解)
老齒幾於六十蓂     늙은 이빨 거의 60년을 쓰도록
塵間計較不曾生     홍진 틈에서 계교를 일으킨 적 없었는데
今朝愁夢如能殺     오늘 아침 걱정스러운 꿈 마치 날 죽일 듯
此後孤山㪅有情     이제부턴 이 외로운 산도 더욱 정이 가겠구나
집청정120)에서 반구대를 보다(集淸亭見盤龜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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偶入靑山碧水涯眞心蹔討瑞巖家

010_0766_a_02L明珠一掬晴朝玩木果遙投奈愧何(一)

010_0766_a_03L荷淸月白是精神人說前身賈浪仙

010_0766_a_04L黃經夜夜高聲讀林鶴無端不得眠此二首
盧兄贈
010_0766_a_05L師韵生此世也得見如滿太顚倖矣無韓白手叚 [6]
以敵其鋒吾輩恥也待秋春二時亟圖虎溪三笑
010_0766_a_06L此帋投示於內院結
社之日或无妨也
(二)

010_0766_a_07L上人精進少肩齊拚得沙門入道梯

010_0766_a_08L恠底衡山磅礴氣徒然生出惠然儕(三)
010_0766_a_09L箕聖儒風等魯齊通於中國錯航梯

010_0766_a_10L㝡恨吾生生也晩莊壇席上失賜儕(四)
010_0766_a_11L山翁壽欲與山齊採藥朝朝拚石梯

010_0766_a_12L白日果然生羽翰恐失香岑結社儕齊字初
擬十首
010_0766_a_13L被左右喝止之途上又吟得三首屬其尾一道
上人一道自己一道吾友文不足觀而心可以
010_0766_a_14L相照
(五)

010_0766_a_15L隱軒

010_0766_a_16L
聞道南陽舊艸廬綸巾坐讀虙羲書

010_0766_a_17L隱軒今日農家業也喜田租太半除

010_0766_a_18L追次金生

010_0766_a_19L
雲社初筵接上賓病中攣膝强求伸

010_0766_a_20L乃云四海無家客也識三生有債人

010_0766_a_21L自解

010_0766_a_22L
老齒幾於六十蓂塵間計較不曾生

010_0766_a_23L今朝愁夢如能殺此後孤山㪅有情

010_0766_a_24L集淸亭見盤龜臺

010_0766_b_01L
蒼巖保護大明年     푸른 바위가 보호한 대명의 연호121)
再拜靑山苔局邊     푸른 산 이끼더미 가에 재배하노라
白日溪川吟久坐     읊조리면서 한낮 시냇가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孤邨裊裊起寒烟     외딴 마을에서 하늘하늘 차가운 연기 일어난다
기러기 소리를 듣고(聞新雁)
何物▼(口+雝)▼(口+雝)上界虛       어떤 놈이 상계 허공에서 끼룩끼룩거리나
聞來不覺斷腸如     그 소리 들려오니 어느새 창자가 끊어질 듯
明朝應到瀟湘岸     내일 아침이면 분명 소상강 언덕에 닿겠지
願致西窓夢裡書     서창 꿈속에서 쓴 편지를 부디 전해 주게나
봄날의 흥취(春興)
夢入蓬山舊艸家     꿈속에서 봉래산의 옛 초가를 찾았더니
宛如莊叟化春蛾     꼭 늙은 장자가 봄 나방으로 변한 듯122)
回來枕上無消息     돌아오니 베갯머리에 아무런 소식 없고
惟有簾前未落花     주렴 앞엔 미처 떨어지지 않은 꽃잎만
청명淸明
投壺飮酒送殘春     투호 놀이에 술 마시며 남은 봄을 보내니
半是狂人半醉人     반은 미친 사람이요 반은 취한 사람
仰視飛禽蒼鹿逐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 푸른 사슴 뒤쫓나니
少年豪氣正佳辰     젊은이의 호쾌한 기상이 참 아름다운 날
검문의 옛 절(劒門古寺)
劔閣東頭玉刹連     검각 동쪽으로 옥 같은 세계 이어지고
古碑鳥迹半苔錢     옛 비석엔 새 발자국, 반은 동그란 이끼
春風飛入天門洞     훈훈한 봄바람이 날아드는 천문동
流水高山又百年     흐르는 물 높은 산에서 또 백 년의 세월
학남루123)鶴南樓
靑天接海遠如低     푸른 하늘이 바다에 맞닿아 고개 숙이듯 멀어지고
瘴霧連壕斷欲迷     장무124)가 꿈틀대는 해자는 헤매려던 마음 끊어 놓네
徧訪盧侯生不在     아무리 노후125)를 찾아봐도 어디에도 계시지 않아
伊吾今日蔑燕齊     이오126)에서 요즘은 연제127)를 업신여긴다지
또又
水曲山回狀蜿虬     강이 굽이치고 산이 도네, 꿈틀거리는 규룡처럼
無窮擁抱又盤流     끝없이 안고 품다가 또 휘돌아 흐르는구나
危欄遠立東甌越     멀리 동구128) 월나라에 가파른 난간 서 있어
彷彿嚴陵七里洲     엄릉129)의 7리 모래섬을 방불케 하는구나
안주에서 즉사(安州即事)
[1]
客心悽愴足春眠     나그네 마음 처량해 봄잠 자기 알맞고
華髮蕭蕭白日邊     노인의 머리 희끗희끗 지는 해에 뽀얗네
細艸高花無盡處     보드라운 풀과 높이 핀 꽃이 다함 없는 곳
夕陽樓閣鎻寒烟     석양빛의 누각을 차가운 안개가 닫는구나

[2]
樓箔山河影裏垂     산과 강의 그림자 속에 누각의 발 드리우자
靑冥無數野花飛     푸르스름한 어스름에 무수한 들꽃이 날린다

010_0766_b_01L
蒼巖保護大明年再拜靑山苔局邊

010_0766_b_02L白日溪川吟久坐孤邨䙚䙚起寒烟

010_0766_b_03L聞新雁

010_0766_b_04L
何物𡄸𡄸上界虛聞來不覺斷腸如

010_0766_b_05L明朝應到瀟湘岸願致西窓夢裡書

010_0766_b_06L春興

010_0766_b_07L
夢入蓬山舊艸家宛如莊叟化春蛾

010_0766_b_08L回來枕上無消息惟有簾前未落花

010_0766_b_09L淸明

010_0766_b_10L
投壺飮酒送殘春半是狂人半醉人

010_0766_b_11L仰視飛禽蒼鹿逐少年豪氣正佳辰

010_0766_b_12L劒門古寺

010_0766_b_13L
劒閣東頭玉刹連古碑鳥迹半苔錢

010_0766_b_14L春風飛入天門洞流水高山又百年

010_0766_b_15L鶴南樓

010_0766_b_16L
靑天接海遠如低瘴霧運壕斷欲迷

010_0766_b_17L徧訪盧侯生不在伊吾今日蔑燕齊

010_0766_b_18L

010_0766_b_19L
水曲山回狀蜿虬無窮擁抱又盤流

010_0766_b_20L危欄遠立東甌越彷彿嚴陵七里洲

010_0766_b_21L安州即事

010_0766_b_22L
客心悽愴足春眠華髮蕭蕭白日邊

010_0766_b_23L細艸高花無盡處夕陽樓閣鎻寒烟(一)

010_0766_b_24L樓箔山河影裏垂靑冥無數野花飛

010_0766_c_01L川原緜邈鳥啼去     아스라한 개울 근원으로 새들 울며 떠나는데
十里關山吹笛誰     10리 관산에서 피리를 부는 자는 누굴까
계곡 바위에 도경을 서사하다(寫道經溪石)
氣暑蠅薨猒艸棲     무더운 날씨에 파리와 귀찮은 풀들이 수북수북해
呼童携硯入雲溪     아이를 불러 벼루 들고 구름 계곡으로 들어갔네
精書道訣眞經字     도의 비결인 진경130)의 글자 정성을 다해 쓰자
無數鵝羣集會稽     무수한 거위 떼가 회계로 모이는구나131)
두 번째(二)
鳥聲亂又水聲淸     새소리 어지럽고 또 물소리도 맑아
白髮無心坐濯纓     백발노인 무심히 앉아 갓끈을 씻네
傍有兒童歡待我     곁에 있던 아이만 나를 환대하고
雲深不見換鵝亭     구름 깊어 환아정132)은 보이질 않네
봄밤(春宵)
日呼童子掃樓塵     낮에 동자를 불러 누각의 먼지 쓸라 했더니
童子不知老意嗔     늙은이 마음도 몰라주고 동자가 화를 내네
海上親朋曾有約     바닷가 친한 벗님들이 약속한 적 있으시니
今宵與我恐尋春     오늘밤엔 나와 함께 봄나들이하실 게야
밤에 앉아 우연히 읊다(夜坐偶吟)
山樓七月挽凉風     산속 누각 7월에 서늘한 바람 끌어와
初夜潭潭月影中     초저녁에 넘실대는 달그림자 속에서
正坐閒繙金字訣     바로 앉아 한가하게 금자 비결 풀어 보니
書香如縷短簷空     책의 향기 실낱 같고 짧은 처마 휑하구나
걸식하는 승려(乞僧)
▼(艹/(足+鄭))䕽鶉衣繫棘匏       머뭇머뭇 누더기 입고 가시울타리에 바가지 걸자
東邨北郭老狵嘷     동쪽 마을 북쪽 성곽에서 늙은 삽살개가 짖네
斜陽植杖蹰躇路     석양에 지팡이 세우고 어디로 갈까 주저하다가
遙望炊烟眼力勞     멀리 밥 짓는 연기 바라보느라 눈이 피곤해라
선자 화상의 ‘유遊’ 자 운133)을 염하다(拈舡子和尙遊字)
東浮滄海始今遊     동쪽 창해를 떠돌며 오늘부터 노닐리라
急收舡子往投鉤     급히 사공 데리고 나가 낚싯대를 던졌더니
水深綸短魚前却     물은 깊고 줄이 짧아 고기가 코앞에서 멈칫
漁事自然長不休     고기잡이 자연히 길이 쉬지 못하겠구나
시인께 드립니다(贈詩村)
我自人間不適心     내 본래 인간 세상을 마음에 두지 않았고
家貧無酒好人臨     집이 가난해 술도 없는데 좋은 분이 오셨네
雲中君識幽人意     구름 속에서 그대가 유인의 뜻을 알고
爲奏深山綠水琴     깊은 산 푸른 물로 거문고를 타는구려
흥이 나서(遣興)
逸興長於春晝長     봄날이 길어지자 남다른 흥취도 늘어지네
琴書雖拙意蒼茫     거문고 글씨 졸렬해도 뜻만큼은 아득해라

010_0766_c_01L川原緜邈鳥啼去十里關山吹笛誰(二)

010_0766_c_02L寫道經溪石

010_0766_c_03L
氣暑蠅薨猒艸棲呼童携硯入雲溪

010_0766_c_04L精書道訣眞經字無數鵝羣集會稽

010_0766_c_05L

010_0766_c_06L
鳥聲亂又水聲淸白髮無心坐濯纓

010_0766_c_07L傍有兒童歡待我雲深不見換鵝亭

010_0766_c_08L春宵

010_0766_c_09L
日呼童子掃樓塵童子不知老意嗔

010_0766_c_10L海上親朋曾有約今宵與我恐尋春

010_0766_c_11L夜坐偶吟

010_0766_c_12L
山樓七月挽凉風初夜潭潭月影中

010_0766_c_13L正坐閒繙金字訣書香如縷短簷空

010_0766_c_14L乞僧

010_0766_c_15L
𫊛䕽鶉衣繫棘匏東邨北郭老狵嘷

010_0766_c_16L斜陽植杖蹰躇路遙望炊烟眼力勞

010_0766_c_17L拈舡 [7] 子和尙遊字

010_0766_c_18L
東浮滄海始今遊急收舡子往投鉤

010_0766_c_19L水深綸短魚前却漁事自然長不休

010_0766_c_20L贈詩村

010_0766_c_21L
我自人間不適心家貧無酒好人臨

010_0766_c_22L雲中君識幽人意爲奏深山綠水琴

010_0766_c_23L遣興

010_0766_c_24L
逸興長於春晝長琴書雖拙意蒼茫

010_0767_a_01L但甘飽食閒眠穩     배불리 먹고 편안히 잠자면 그저 달 가운데
況復幽花滿室香     게다가 숨은 꽃들이 방에 가득 향기까지
어느 날 동자 대여섯 명과 검문의 폐허가 된 성채에 올랐는데, 때는 도광 3년(1823) 계미 3월 초순이었다. 잔도에 구름만 자욱하고 바위 성가퀴에는 꽃도 이미 졌으며, 서쪽 조령까지 이어진 300리 낙동강이 동쪽 계림의 천년 고국으로 아스라이 사라지고 있었으니, 한 장소를 구경하러 왔다가 만고의 시름으로 가슴만 아팠다. 산에 석양이 깃들고 새들이 숲을 내려가기에 초연히 바위에 앉아 절구 한 수와 율시 한 수를 읊고 돌아왔다(日與童子五六人。 登劔門廢寨。 時道光三年癸未暮春之初。 棧道雲深。 岩堞花落。 西極達嶺三百里洛江。 東盡雞林一千年故國。 遊目一處。 傷心萬古已。 而夕陽在山。 禽鳥下林。 悄然而坐巖頭。 詠一絕一律以歸。)
吹律幽燕白艸靑     율관을 불자134) 유연135)의 허연 풀이 파래졌다니
願傳其術滌神兵     그 기술 전수받아 저 신의 군사들136) 씻어 버렸으면
我亦人間觀物子     나 역시 인간이요 만물을 구경하는 자
落花時節上高城     꽃이 지는 시절에 옛 성터에 올랐어라
우연히 읊다(偶吟)
無魚無輿又無家     생선도 없고 수레도 없고 또 집도 없어
長鋏孤心此日多     긴 칼 차고 마음만 외로운 이런 날이 많지
吾人白髮尋常事     나라는 사람 백발로 심상하게 하는 일
眼拭西窓霧裏花     서쪽 창가 안개 속 꽃에 눈 비비는 일
범영루137) 현판의 운을 따라(次泛影樓板韵)
古殿參差下映池     들쑥날쑥한 옛 전각들 그 아래의 영지
綠萍春水錦波漪     마름 뜬 봄 강물에 비단 물결 일렁이네
壁詩有意留歸客     벽의 시가 일부러 나그네를 붙잡았나 봐
好雨靑山日又遲     단비 내리는 청산에 해는 또 느릿느릿
가산138)을 읊은 여섯 수(伽山六咏)
사자암獅子巖

前在西極獸王家     그 옛날 저 서쪽 끝 동물의 왕이
枉服眚灾移謫伽     억울하게 누명 쓰고 가지산으로 유배되었네
己去精神遺幻殼     정신은 가 버리고 허깨비 껍질만 남았으니
軆肥不可渡流沙     몸집이 뚱뚱해서 사막을 건널 수 없었다나

구름 고개(雲峙)

淡性能浮蒼翠際     담담한 성품이라 푸른 산 사이로 떠다닐 수 있고
虛心忽散極無中     허허로운 마음이라 홀연히 무無 속으로 흩어지네
峻峯限隔天西北     높은 봉우리가 서쪽 북쪽 하늘을 막고 있지만
似有因緣一路通     인연이 있었던지 한 가닥 길이 통하는구나

석탑石塔

古今一眴云千祀     고금이 한순간이지만 천년이라 말하고
天地同家有異鄕     천지가 한집안이지만 각자 고향이 있지

010_0767_a_01L但甘飽食閒眠穩況復幽花滿室香

010_0767_a_02L日與童子五六人登劒門廢寨
010_0767_a_03L道光三年癸未暮春之初棧道雲
010_0767_a_04L岩堞花落西極達嶺三百里
010_0767_a_05L洛江東盡雞林一千年故國遊目
010_0767_a_06L一處傷心萬古已而夕陽在山
010_0767_a_07L禽鳥下林悄然而坐巖頭詠一絕
010_0767_a_08L一律以歸

010_0767_a_09L
吹律幽燕白艸靑願傳其術滌神兵

010_0767_a_10L我亦人間觀物子落花時節上高城

010_0767_a_11L偶吟

010_0767_a_12L
無魚無輿又無家長鋏孤心此日多

010_0767_a_13L吾人白髮尋常事眼拭西窓霧裏花

010_0767_a_14L次泛影樓板韵

010_0767_a_15L
古殿參差下映池綠萍春水錦波漪

010_0767_a_16L壁詩有意留歸客好雨靑山日又遲

010_0767_a_17L伽山六咏

010_0767_a_18L
前在西極獸王家枉服眚灾移謫伽

010_0767_a_19L己去精神遺幻殼軆肥不可渡流沙

010_0767_a_20L
右獅子巖

010_0767_a_21L
淡性能浮蒼翠際虛心忽散極無中

010_0767_a_22L峻峯限隔天西北似有因緣一路通

010_0767_a_23L
右雲峙

010_0767_a_24L
古今一眴云千祀天地同家有異鄕

010_0767_b_01L破塔幽庭餘舊跡     부서진 탑 으슥한 뜰에 남아 있는 옛 자취들
玲瓏秋月夜荒凉     가을 달 영롱한 밤이면 더욱 황량하여라

석장石丈

試問丈人沮溺公     저닉공139) 어르신께 어디 한번 물어봅시다
如何盛代隱於嵩     태평성대인데 왜 높은 산에 숨어 사십니까?
悄然無語蒼松見     초연히 말이 없고 창공만 바라보니
疑是先天太極翁     아마도 천지 이전의 태극옹이신가 봐

호구의 푸른 솔(壺口靑松)

身忘寵異一偏情     특별한 총애를 잊은 몸으로 한결같이 바치는 충정
氣耐寒枯百苦行     추위와 메마름 참는 기상으로 온갖 고행 실천하네
傍此淸溪湍射了     곁에 있던 맑은 시내마저 쏜살같이 가 버렸지만
于今足雪大夫名     지금도 눈을 밟고 섰으니 대부라 부르리라

화분에 심은 국화(盆菊)

菊花甞與陶翁好     도씨 노인140)과 함께 국화 감상 좋더니
翁去無人花自笑     노인은 가고 사람 없어 꽃만 혼자 웃네
用事當塗有牧丹     권력 잡아 가는 길에 모란이 핀다 해도
不如林下胡僧老     숲에서 늙어 가는 오랑캐 스님만 못하지
피향당에 제하다(題披香堂)
石壇風燭五㪅殘     석단의 바람 앞 촛불은 오경이라 거물거물
月宿庭花露氣寒     달님 잠든 뜰의 꽃에 이슬 기운 차가워라
況復幽人長不寐     게다가 숨어 사는 사람 밤새 뒤척거리는데
渚禽呼過小欄干     물새가 휙 부르고 자그만 난간 지나가네
낙화암의 아침 아지랑이에 제하다(題落花巖朝嵐)
落花巖下落花愁     낙화암 아래로 떨어지는 꽃들의 슬픔
咽咽鳴泉打石頭     목메어 우는 샘물이 바위를 때리누나
眞面還羞無古國     고국 사라진 맨얼굴이 도리어 부끄러워
牽來朝霧洞天浮     동천141)에 떠돌던 아침 안개를 끌어오셨나
비구니 스님의 오도시를 보고(見尼僧悟道詩)
花鳥臭聲歲歲春     꽃과 새들의 냄새와 소리가 해마다 봄이요
春心記莂茂陵雲     봄날의 심정으로 맺은 약속은 무릉의 구름
問君尼輩何知識     물어보세, 그대 비구니들이여 뭘 알았기에
謾捉當年春十分     그해 찬란했던 봄날만 부질없이 붙잡는가
동림사를 지나며(過東林)
病責枝笻踏綠陰     병을 꾸짖는 지팡이로 녹음을 밟으니
上周虛碧下周林     위로는 온통 푸른 허공 아래는 온통 숲
箇中幽致天無恡     그 속의 그윽한 흥치 하늘에 부끄럼 없어
分付枯僧次第吟     여윈 스님들에게 분부해 차례로 읊조린다
백로를 그린 수묵화(水墨鷺圖)

010_0767_b_01L破塔幽庭餘舊跡玲瓏秋月夜荒凉

010_0767_b_02L
右石塔

010_0767_b_03L
試問丈人沮溺公如何盛代隱於嵩

010_0767_b_04L悄然無語蒼松見疑是先天太極翁

010_0767_b_05L
右石丈

010_0767_b_06L
身忘寵異一偏情氣耐寒枯百苦行

010_0767_b_07L傍此淸溪湍射了于今足雪大夫名

010_0767_b_08L
右壺口靑松

010_0767_b_09L
菊花甞與陶翁好翁去無人花自笑

010_0767_b_10L用事當塗有牧丹不如林下胡僧老

010_0767_b_11L
右盆菊

010_0767_b_12L題披香堂

010_0767_b_13L
石壇風燭五㪅殘月宿庭花露氣寒

010_0767_b_14L況復幽人長不寐渚禽呼過小欄干

010_0767_b_15L題落花巖朝嵐

010_0767_b_16L
落花巖下落花愁咽咽鳴泉打石頭

010_0767_b_17L眞面還羞無古國牽來朝霧洞天浮

010_0767_b_18L見尼僧悟道詩

010_0767_b_19L
花鳥臭聲歲歲春春心記莂茂陵雲

010_0767_b_20L問君尼輩何知識謾捉當年春十分

010_0767_b_21L過東林

010_0767_b_22L
病責枝笻踏綠陰上周虛碧下周林

010_0767_b_23L箇中幽致天無恡分付枯僧次第吟

010_0767_b_24L水墨鷺圖

010_0767_c_01L
白羽白毛兼白趾     하얀 날개에 하얀 털 거기에 발까지 하얀데
平波底性浴無時     잔잔한 물결 같은 성품에 무시로 목욕하네
龍眠不識天眞體     용면142)도 알아차리지 못할 천진한 본체여
幻爾身形水墨池     허깨비 같은 너의 모습만 수묵의 연못에
동촌에서 『맹자』를 빌리다(借孟子東村)
讀書山室不收書     독서하는 산실에 책이 하나도 없어
以待窮儒後獵漁     가난한 선비 기다렸다 낚시질 나섰네
孟子全編今借去     그 덕에 『맹자』 전편을 이제 빌려 가나니
凭看風度古今如     덕 보는 풍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구려
회포를 풀다(遣懷)
屋右山重左水圍     오른쪽엔 산이 첩첩 왼쪽엔 계곡이 휘감은 집
勢幽門外客來稀     산세 수세 아득하여 문 밖에 찾는 이 드물어라
親朋擧老無新面     가까운 벗님도 거의 노인네 새로운 얼굴 없지만
詩雅可憐藏腹歸     고상한 시인들 어여삐 여겨 뱃속에 담고 돌아가네
『청천집』143)을 열람하고(閱靑泉集)
然乎海上有蓬萊     그렇지요, 바다 어딘가 봉래산이 있겠지요
但以長生不可㦲     다만 그곳에 간다 해도 장생은 불가능하지요
間尙浮華緣儒術     유술144) 때문에 세상이 오히려 겉만 화려해져
使公泉底久裵徊     공으로 하여금 샘 바닥을 오래 배회하게 했군요
어느 스님의 시집에 제하다(題僧軸)
巖泉興味世無傳     바위틈 샘의 흥미가 세상에 전해지지 않아
朝餟延時就午眠     아침 마지로 시간 보내고 낮잠이 늘어졌네
客到寒窓山晝靜     나그네가 와도 싸늘한 창에다 산은 대낮에도 고요해
暖林花鳥語風便     따뜻한 숲에서 꽃과 새들이 바람의 편지를 읽어 주네

010_0767_c_01L
白羽白毛兼白趾平波底性浴無時

010_0767_c_02L龍眠不識天眞體幻爾身形水墨池

010_0767_c_03L借孟子東村

010_0767_c_04L
讀書山室不收書以待窮儒後獵漁

010_0767_c_05L孟子全編今借去凭看風度古今如

010_0767_c_06L遣懷

010_0767_c_07L
屋右山重左水圍勢幽門外客來稀

010_0767_c_08L親朋擧老無新面詩雅可憐藏腹歸

010_0767_c_09L閱靑泉集

010_0767_c_10L
然乎海上有蓬萊但以長生不可㢤

010_0767_c_11L間尙浮華緣儒術使公泉底久裵徊

010_0767_c_12L題僧軸

010_0767_c_13L
巖泉興味世無傳朝餟延時就午眠

010_0767_c_14L客到寒窓山晝靜暖林花鳥語風便

010_0767_c_15L
伽山稿卷之一

010_0768_a_01L
  1. 1)동축사東竺寺 : 울산광역시 동구 동부동 마골산摩骨山에 소재하는 사찰.
  2. 2)즉사即事 : 그 자리에서 당장에 보고 들은 것을 읊은 시.
  3. 3)봉도蓬島 :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동해의 봉래산蓬萊山.
  4. 4)부용성(蓉城) : 전설 속 선경仙境.
  5. 5)안기생安期生 : 신선의 이름. 하상 장인河上丈人에게서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가르침을 배우고 동해 바닷가에서 약을 팔았는데, 진시황秦始皇이 동쪽을 순시하다가 그를 만나 3일 밤낮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뒤 진시황이 사신을 파견해 그를 찾아보게 하였으나 만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史記』 권12 「孝武本紀」.
  6. 6)수재秀才 : 당송 때 과거 응시자나 생원生員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총각의 미칭으로 주로 쓰였다.
  7. 7)임 충렬공林忠烈公 : 사명 유정四溟惟政(1544~1610) 대사를 지칭한다. 속성이 풍천豊川 임씨任氏.
  8. 8)금릉金陵 : 현재 경상북도 김천金泉의 옛 지명이다.
  9. 9)소전小篆 :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후 이사李斯가 문자를 통일시키기 위하여 만든 글자.
  10. 10)장석丈席 : 함장函丈과 같은 뜻으로 스승 또는 강론하는 자리를 말한다. 옛날 스승을 모시고 강론할 때에 거리를 한 길(丈)쯤 둔 데서 생겼다.
  11. 11)누가 가산을 기록하나 봐(何人記假山) : 가산假山은 정원에 나무나 돌을 쌓아 만든 인공人工의 산이다. 미수眉叟 허목許穆의 「石假山記」에 “돌들이 첩첩이 쌓여 서로를 의지한 가운데 사이사이 아름다운 나무와 특이한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그곳은 항상 음기陰氣가 짙게 쌓여서 자욱한 안개가 낀 듯한 것이 은연중에 깊은 산중의 신비로운 기운이 변화하여 만물을 생육시키는 것과도 같았으므로 나는 대단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磈礧相支。 間植佳木異卉。 其間常有積氣濃陰。 若霞霧駮鬱。 隱然若深山之中。 神氣變化以發生育。 穆甚奇之。)”라는 표현이 있다.
  12. 12)다섯 그루 버드나무(五柳樹) : 진晉나라 도잠陶潛이 집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 놓고 자칭 ‘오류 선생’이라 하면서 「五柳先生傳」을 지었다.
  13. 13)꾀꼬리 떼(繁鶯) : 권력자 주변에서 아첨하는 권문세가를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권필權韠이 광해군 당시의 조정을 풍자한 시에 “대궐 버들 푸르고 푸르러 꾀꼬리들 요란히 날고, 도성 가득 벼슬아치들 봄볕에 아양을 떠네.(宮柳靑靑鶯亂飛。 滿城冠蓋媚春暉。)”라는 구절이 있다. 『燃藜室記述』 권19 「廢主光海君故事本末」.
  14. 14)꾀꼴꾀꼴(緜蠻) : ‘면만緜蠻’은 황조黃鳥 즉 꾀꼬리 울음소리이다.
  15. 15)큰 쥐(碩鼠) : 탐학과 폭정을 일삼는 위정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詩經』 「魏風」에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의 고달픔을 읊은 시 ≺碩鼠≻가 있다.
  16. 16)구일九日 : 9월 9일 즉 중구일重九日, 중양절重陽節을 뜻한다. 중양절에는 백주白酒에 국화꽃을 띄워 마시는 풍속이 있었다.
  17. 17)백주白酒 : 중양절에 마시는 술을 말한다. 도연명陶淵明이 중양절에 술이 없어 속절없이 울타리 밑에서 술에 띄울 꽃잎만 따고 있는데, 백의白衣를 입은 사람이 술을 싣고 왔다고 한다. 『南史』 권75 「陶潛列傳」.
  18. 18)산속 개암나무(山有榛) : 임금을 그리워하는 시를 뜻한다. ‘산유진山有榛’은 임금을 그리워하는 시인 『詩經』 「邶風」 ≺簡兮≻에 나오는 구절이다. “산에는 개암나무, 진펄에는 감초. 누구를 그리 생각하시나, 서방의 고우신 님. 저 고우신 님이여, 서방에 계신 님이여.(山有榛。 隰有苓。 云誰之思。 西方美人。 彼美人兮。 西方之人兮。)”라는 구절이 있다.
  19. 19)상성商聲 : 오음五音의 하나로 강하고 맑게 들리는 소리를 말한다. 상성은 사시四時에서는 가을, 오행五行에서는 금金, 방위로는 서西에 해당한다. 비장悲壯한 성조聲調를 뜻한다.
  20. 20)상사上舍 : 생원·진사시를 통과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21. 21)구덩이를 채우고 넘치는데(盈科) : 맹자의 제자 서자徐子가 공자가 자주 물을 칭탄한 까닭을 묻자, 맹자가 “근원 있는 샘물은 밤낮을 쉬지 않고 콸콸 솟아나 구덩이를 그득히 채우고는 앞으로 나아가 바야흐로 사해에 이른다. 근본이 있는 사람도 이와 같은 것이니, 이것을 취하신 것이다.(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有本者如是。 是之取爾。)”라고 하였다. 『孟子』 「離婁 下」.
  22. 22)명검鳴劔 : 전욱顓頊이 썼다는 보검이다. 적진 쪽으로 겨누기만 해도 승리를 거두고, 칼집에 넣어 두면 용호龍虎의 울음소리를 냈다고 한다. 『拾遺記』 「顓頊」.
  23. 23)거문고(玄琴) : ‘현금玄琴’은 거문고의 별칭으로 현학금玄鶴琴이라고도 한다. 진晋나라에서 고구려로 칠현금七絃琴을 보냈는데, 고구려 사람들이 그것을 타는 법을 몰라 나라 안에서 연주할 수 있는 자를 구하였다. 그때 왕산악王山岳이 일곱 줄을 여섯 줄로 고치고 100여 곡을 연주하자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학금이라 이름을 붙였다. 『東史綱目』 경문왕景文王 6년.
  24. 24)칠정七情 :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곱 가지의 감정. 곧 기쁨(喜)·분노(怒)·슬픔(哀)·즐거움(樂)·사랑(愛)·미움(惡)·욕망(欲)을 말한다.
  25. 25)감정 일으킬~절도에 맞게 : 『中庸章句』 1장에 “희로애락의 감정이 발동하기 이전 상태를 중이라고 하고, 발동했지만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한다. 중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는 천하에 모두 통하는 길이다.(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라고 하였다.
  26. 26)놓쳐 버린 마음을 찾아라(求放心) : 『孟子』 「告子 上」에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없다. 놓쳐 버린 그 마음을 다시 찾는 것일 뿐이다.(學文之道。 無他。 求其放心而已矣。)”라고 하였다.
  27. 27)볼품없는(龍鍾) : ‘용종龍鍾’은 대나무 이름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람이 늙어서 대나무 가지와 잎이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과 같은 모습을 형용한 말이라고도 한다.
  28. 28)매산梅山 : 조선 후기 유학자 홍직필洪直弼(1776∼1852)의 호. 어려서부터 성리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여러 차례 직위가 제수되었으나 평생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다.
  29. 29)낙랑주樂浪洲 : 낙랑은 여러 지역의 이름으로 쓰였다. 『국역 신증동국여지승람』 제21권 「경상도 경주부」에는 낙랑이 경주에 속한 군 이름으로 나온다. 또한 『국역 성호사설』 제2권 「천지문 낙랑예맥」에 “낙랑 땅을 지금 사람들은 혹 경주라 하고, 혹 평양이라 하며, 혹 요동이라고도 한다. 한나라가 신라와 고구려를 모두 봉하여 낙랑으로 삼았으니, 경주와 평양을 낙랑이라고 칭한 것은 여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우리나라를 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30. 30)호리병 속 천지(壺天) : 신선 세계를 뜻한다. 후한後漢 때 선인仙人 호공壺公이 시장에서 약을 팔다가 장이 파하면 문득 병 속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이를 지켜본 비장방費長房이 그를 따라 병 속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거기에 엄연한 별천지別天地가 있었다는 고사가 있다. 『後漢書』 권82.
  31. 31)선생의 원운 : 선생은 최치원을 지칭한다. 『熱河日記』 「避暑錄」에서 “선조宣祖 신묘년(1591)에 성주星州 쌍계사雙溪寺 스님이 바위틈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는데 절구絶句 열 마디가 쓰여 있었다.”라고 하고 이 시를 소개하였다. 그리고 “그 글씨의 획이 깨끗하였으며 세속에서 전하는 고운의 필적과 크게 다름이 없었다.”라고 하였다.
  32. 32)국사國師 : 한국 범패梵唄의 시조로 추앙받는 진감 선사眞鑑禪師를 지칭한다. 804년(애장왕 5) 세공사歲貢使로 당나라에 갔다가 830년(흥덕왕 5)에 귀국하여 옥천사玉泉寺, 즉 지금의 쌍계사에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였다. 지리산 쌍계사에 최치원이 지은 진감선사대공탑비眞鑑禪師大空塔碑가 있다.
  33. 33)중향성衆香城 : 금강산을 지칭한다. 『華嚴經』·『大般若波羅蜜經』 등에서 “중향성衆香城에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이 상주하며 마하반야바라밀을 항상 연설한다.”라고 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중향성이 곧 금강산이라는 믿음이 전해진다.
  34. 34)운문령雲門嶺 : 운문재라고도 한다. 대구와 밀양에서 청도를 거쳐 울산으로 가는 고갯길이다.
  35. 35)영화루映花樓 : 울주 언양읍성 남문 위에 있는 누각.
  36. 36)금척琴尺 : 가야금을 타는 악사, 또는 연주하는 막대.
  37. 37)협채夾寨 : 기각지세掎角之勢를 이루고 있는 협성夾城이라는 뜻이다. 난공불락의 요새로서 후량後梁의 수도였다. 『新五代史』 「死節傳」 ‘王彦章’.
  38. 38)귀뚜라미 소리(蛩織) : 귀뚜라미를 촉직促織이라 칭하기도 한다. 날씨가 추워지니 빨리 베를 짜라고 재촉하는 소리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39. 39)삼재三才 : 천天·지地·인人을 말한다.
  40. 40)일기一氣 : 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원기元氣.
  41. 41)회산晦山 : 회산 보혜晦山普慧를 지칭한다. 회산은 유년 시절 범어사로 들어가 머리를 깎고 계를 받아 스님이 되었으며, 이후로 전국의 유명한 강론 자리를 찾아다니며 불교 경전은 물론 유가·도가의 전적들까지 두루 배우고 익혔다. 성품이 호걸스러웠고 모습은 풍후豐厚하였으며, 재주는 문장과 글씨 두 가지를 겸했고 덕德은 삼남三南에 으뜸이었다고 한다. 『東師列傳』 제4권 「晦山講伯傳」.
  42. 42)이 사문李斯文 : 이학규李學逵를 지칭한다. 사문斯文은 유가儒家의 학문과 도의, 또는 유학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論語』 「子罕」에서 공자가 “문왕文王이 이미 별세하였다고 해서 문文이 여기에 없는가? 하늘이 이 문(斯文)을 없애려 하였다면 내가 이 문에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다.(文王旣沒。 文不在玆乎。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 不得與於斯文也。)”라고 하였다.
  43. 43)이학규李學逵(1770∼1835) : 조선 후기의 문인. 본관은 평창平昌. 자는 성수醒叟 또는 성수惺叟, 호는 낙하생洛下生 또는 낙하洛下이다. 실학의 가문에서 성장하여 약관의 나이에 문학文學으로 명성을 얻어 정조의 인정을 받았다. 벼슬이 없는 선비로서 『奎章全韻』의 편찬 사업에 참여하였고, 다시 왕명에 의하여 원자궁元子宮에 내릴 책을 교감하고 수정 보완하였다. 순조 1년(1801) 신유사옥으로 이승훈李承薰 등과 함께 구금되어 전라도 능주綾州로 유배되었다가 다시 김해로 유배지를 옮겼다. 순조 24년(1824) 4월에 방면되었다. 이 시는 이 무렵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학규는 유배에서 풀려난 뒤에도 김해 지방을 내왕하며 이곳의 문사들과 계속 교류하였고, 말년에 충주 지방으로 이주해 여생을 마쳤다. 저서로 『洛下生藁』 등 20여 책이 있다.
  44. 44)뽕나무 그늘에서~잠을 깨고 : 한곳에 정착하지 않는 승려의 삶을 뜻한다. 『後漢書』 권30 「襄楷列傳」에 “불법佛法을 닦는 승려가 뽕나무 아래에서 사흘 밤을 계속 묵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애착이 생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니, 이는 그야말로 정진精進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浮屠不三宿桑下。 不欲久生恩愛。 精之至。)”라는 말이 나온다.
  45. 45)만공滿公 : 월하 스님을 당나라 승려 여만如滿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여만은 당나라 헌종憲宗의 정승이었던 배도裵度·백거이白居易와 함께 향산사香山社를 결성하였다. 백거이는 향산 거사香山居士라 자호하였다.
  46. 46)유의劉毅(216~285) : 자는 중웅仲雄. 진晉나라 때 공신으로, 재산을 영위하지 않았고, 기개가 매우 높았다. 유의가 유유劉裕 등과 수백만 전錢의 판돈을 걸고 저포樗蒲라는 도박을 한 적이 있는데, 두보杜甫가 이를 두고 ≺今夕行≻에서 “그대여 유의를 비웃지 마소. 예전부터 평민으로 사는 게 소원이라 집에 쌀 한 섬 남기지 않고 백만 전을 써 버렸다네.(君莫笑劉毅。 從來布衣願。 家無儋石輸百萬。)”라고 하였다. 『晋書』 권45 「列傳」 15 ‘劉毅傳’.
  47. 47)용산에서 취해 모자를 떨어트리더니(龍山醉落帽) :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한껏 풍류를 즐겼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맹가孟嘉가 중양절重陽節에 환온桓溫이 베푼 용산龍山의 연회에서 자기 모자가 바람에 날려가 떨어진 것도 모르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晋書』 권98 「列傳」 68 ‘孟嘉傳’.
  48. 48)밥상에는 생선도 없구나(食無魚) : 보잘것없는 음식을 말한다. 전국시대 때 제齊나라 풍환馮驩이 맹상군孟嘗君의 식객으로 있었는데, 하등下等 막객幕客의 대우를 받으며 밥상에 고기 반찬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자 장검의 칼자루를 두드리며 “장검아 돌아가자, 밥상에 고기가 없구나(長鋏歸來乎。 食無魚。)” 하고 노래했다고 한다. 『史記』 권75 「孟嘗君列傳」.
  49. 49)노담의 책(老聃書) : 노자老子의 『道德經』을 말한다. 담聃은 노자의 자字이다.
  50. 50)사호司戶 : 호적을 담당하는 관리.
  51. 51)널찍한 곳에다 칼날을 놀리시면(恢恢游刃去) : 정사를 처리함에 있어 억지로 처리하려 들지 말고 먼저 가능하고 쉬운 방법을 찾아내 업무를 수행하라는 뜻이다. 회회恢恢는 매우 넓은 모양이다. 포정庖丁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해 소를 잡는데, 소 잡는 솜씨가 매우 뛰어나 문혜군이 감탄하였다. 문혜군이 그 솜씨가 유난히 빼어난 까닭을 묻자 포정이 “두께가 없는 칼을 두께가 있는 틈새에 넣으니, 널찍하여 칼날을 움직임에 있어 반드시 여유가 있습니다.(以無厚入有間。 恢恢乎。 其於遊刃。 必有餘地矣。)” 하였다. 『莊子』 「養生主」.
  52. 52)별가別駕 : 지방 장관의 보좌관.
  53. 53)충무는 소열을 허락하고(忠武許昭烈) : ‘충무忠武’는 제갈량諸葛亮의 시호이고, ‘소열昭烈’은 촉한蜀漢 유비劉備의 시호이다.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은거하던 자신의 초가집으로 유비가 세 차례나 방문하는 정성을 보이자 군사軍師가 되는 것을 허락하였다.
  54. 54)주랑은 중모를 보좌했지요(周郞佐仲謀) : ‘주랑周郞’은 오吳나라 손권孫權의 장수 주유周瑜를 가리키고, ‘중모仲謀’는 손권의 자字이다.
  55. 55)월수越嶲 : 중국 사천성 四川省에 있던 군 이름이다.
  56. 56)담이儋耳 : 중국 해남성海南省에 있던 군 이름이다.
  57. 57)영주瀛洲 : 동해 바다에 있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
  58. 58)태화루太和樓 : 태화 강변에 위치한 신라 시대 사찰 태화사의 부속 건물이었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영남의 3대 누각으로 유명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고 누각의 골격만 남았다. 그 후 일제 강점기(1940년) 때 완전히 철거하였던 것을 최근 복원하였다.
  59. 59)주머니를 여민 지(括囊) : 괄낭括囊은 주머니를 여민다는 뜻으로, 속에 감추어 두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周易』 「坤卦」 육사六四에 “주머니를 졸라매듯 하면 허물도 없고 칭찬도 없을 것이다.(括囊无咎无譽)”라고 하였다.
  60. 60)누더기를 걸친 자(百結子) : 백결百結은 100군데나 기웠다는 뜻으로, 여기저기 더덕더덕 기운 누더기를 말한다.
  61. 61)서림사西林寺 : 경상남도 김해시 신어산神魚山에 소재한 사찰로 현재 사명은 은하사銀河寺이다. 가락국 허황후의 오빠인 장유 화상이 동림사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62. 62)밝은 거울은~대가 아니라나(明鏡本非臺) : 육조 혜능 대사의 게송에 “보리수는 본래 나무가 아니고, 밝은 거울 역시 대가 아니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먼지와 때가 끼리오.(菩提本無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라고 하였다. 『六祖壇經』.
  63. 63)송옥의 시름(宋玉愁) : 송옥은 초楚나라 문인으로 굴원屈原의 제자이다. 굴원의 추방을 슬퍼하며 「九辯」이라는 뛰어난 부賦를 남겼다.
  64. 64)자부紫府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세계이다.
  65. 65)영구암靈龜庵 : 자라 형상인 신어산의 머리 위치에 있는 암자이다.
  66. 66)우저牛渚 : 창녕의 우포 늪을 말한다.
  67. 67)마주馬州 : 대마도對馬島. 맑은 날 아침이면 영구산에서 대마도가 보인다고 한다.
  68. 68)임경대臨鏡臺 :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에 소재한다. 통일신라 시대 때 고운 최치원이 황산강黃山江(낙동강의 옛 이름)의 유장한 풍광을 즐겨 감상하던 곳이라 한다. 최공대崔公臺라고도 한다.
  69. 69)삼차三叉 : 세 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해지는 지점을 일컫는다.
  70. 70)칠점산(七點) : 경상남도 양산군梁山郡에 있는 산이다. 작은 산이 흡사 일곱 개의 점을 찍어 놓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락국 때 참시 선인旵始仙人이 놀던 곳이라 한다. 이 산에서 10리쯤 되는 지점에 초선대招仙臺가 있는데, 가락국의 왕이 이곳에 와서 칠점산에 있는 참시 선인을 부르면 곧바로 배를 타고 가야금을 안고 와서 함께 즐겼다고 한다. 『국역 신증동국여지승람』 제22권 「경상도 양산군」.
  71. 71)최 노인(崔翁) : 최치원 선생을 지칭한다.
  72. 72)마하사摩訶寺 :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금련산金蓮山에 소재하는 사찰.
  73. 73)청야음淸夜吟 : 밤중에 들려오는 맑은 종소리를 말한다. 송나라의 철인 소옹邵雍이 지은 오언절구 ≺淸夜吟≻은 도의 경지를 밝힌 것으로 유명하다. 시는 다음과 같다. “달이 하늘 한복판에 이르고, 바람이 물 위로 불어올 때. 이와 같은 청랑한 경지를, 아는 사람 아마도 적겠지.(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
  74. 74)쌍벽루雙碧樓 : 경상남도 양산시 북부동에 소재하는 누각. 누각 아래로 흐르는 시내와 주위의 대밭이 모두 푸르다 하여 쌍벽루라 하였다.
  75. 75)삼남三南 : 호서·호남·영남을 삼남이라 한다.
  76. 76)양북兩北 : 강원도와 함경도 지방을 합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77. 77)촉도蜀道 : 험난한 길을 의미한다. 촉蜀나라로 통하는 잔도棧道는 험난하기로 유명하다.
  78. 78)약야계若耶溪 : 약야계는 본래 중국 절강성浙江省 회계현會稽縣 동남쪽에 있는 시내로 춘추시대 월나라의 미녀 서시西施가 빨래한 곳으로 유명하다. 두보의 ≺奉先劉少府新畫山水障歌≻에 “약야계여, 운문사여. 나만 홀로 어이해 속세에 묻혀 있으랴, 푸른 짚신과 베 버선 차림이 이제부터 시작일세(若耶溪。 雲門寺。 吾獨胡爲在泥滓。 靑鞋布襪從此始。)”라고 한 구절이 있다. 본문의 시는 우리나라 청도 운문사 앞의 개울을 두고 읊은 시이다.
  79. 79)안개 속 금상(烟禽向) : 산천을 유람하는 은자를 뜻한다. 금상禽向은 전한前漢 말기 왕망王莽 시절에 벼슬을 버리고 은거한 유생儒生 금경禽慶과 같은 시기의 은사隱士 상장向長을 합칭한 말이다. 상장은 아들딸을 시집장가 보낸 후에 그의 친구 금경과 함께 오악五嶽의 명산名山을 두루 유람하였는데, 끝내 그들이 죽은 곳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後漢書』 권83 「逸民列傳」.
  80. 80)호우豪右 : 고장에서 세력이 넓고 강한 사람.
  81. 81)옥호玉毫 : 여래如來의 미간眉間에 난 백옥처럼 흰 털을 말한다.
  82. 82)조도鳥道 : 새나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험준한 산길을 말한다.
  83. 83)뜻을 말할 수 있지(能言志) : 시를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書經』 「舜典」에 “시는 뜻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詩言志)”라고 하였다.
  84. 84)신독身毒 : Sindhu의 음역으로 인도를 지칭한다. 여기서는 부처님의 세계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85. 85)권여權輿 : 사물의 시작이나 시초, 바탕을 뜻하는 말이다. 『爾雅』에 “권여는 시始이다.”라고 하였다. 저울을 만들 때는 먼저 저울대(權)부터 만들고, 수레를 만들 때는 먼저 판자(輿)부터 만드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86. 86)월지가 도끼로~만들었다는 석종(月氏斧斲石鐘成) : ‘월지月氏’는 월지月支라고도 하며, 서역에 있던 왕국 이름이다. 「楡岾寺誌」에 석종과 53불 설화가 나온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사람들이 부처님을 그리워하자 문수사리가 사람들에게 각기 불상을 조성하게 하였다. 문수사리는 그 가운데 53구의 불상을 골라 종 안에 넣고 바다에 띄우면서 인연 있는 나라에 도착하기를 축원하였다. 53불을 태운 그 배는 월지국月支國에 도착하였고, 월지국왕은 53불을 극진히 공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런 화재로 법당이 소실되었다. 왕이 다시 법당을 지으려 하자 그날 밤 꿈에 53불이 나타나 “여기 머무르지 않겠으니 붙잡지 말라.”라고 하였다. 잠에서 깬 왕은 다시 53불을 종에 넣고 바다에 띄우면서, 인연 있는 나라에 도착하기를 축원하였다. 그 종이 큰 바다를 표류하다가 인도를 떠난 지 500년 만인 신라 제2대 남해왕 원년에 금강산 동쪽 해안 고성군 안창현安昌縣 포구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87. 87)진겁塵刼 : 아득히 긴 세월을 뜻한다. 미진겁微塵劫·진사겁塵沙劫이라고도 한다.
  88. 88)도씨 노인(陶老) : 팽택령彭澤令을 지내다 귀향하여 가난하게 살아간 도잠陶潛을 가리킨다.
  89. 89)국미춘麴米春 : 중국 운안雲安의 명주名酒. 흔히 술의 별칭으로 쓰인다.
  90. 90)『수색집水色集』 : 조선 중기 문신인 허적許樀(1563~1640)의 시문집. 8권 4책으로 1658년(효종 9)에 간행되었다.
  91. 91)≺영랑호永郞湖≻ : 『水色集』 권5에 수록되어 있다. 원운은 “曾遊楓岳未相從。 今到玆潭擬一逢。 落日滿山秋水闊。 廻遑何處訪靈蹤。”이다.
  92. 92)영랑호 : 간성杆城 남쪽에 있는 호수이다. 영랑은 원래 신라 효소왕孝昭王 때의 화랑花郞으로, 술랑述郞·남랑南郞·안상安詳 등과 함께 이른바 사선四仙으로 꼽힌다. 전설에 의하면 이들이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무술 대회에 나가기 위해 삼일포三日浦에서 3일 동안 쉬다가 금성金城으로 가는 길에 이 호수에 도착하였는데, 영랑이 호수의 풍경에 도취된 나머지 대회 참석도 잊고 노닐었다고 한다.
  93. 93)영정嬴政 : 진시황의 성명姓名. 영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하지만 결국 순행巡行 길에서 51세의 나이로 병사하였다.
  94. 94)유랑劉郞 : 한 무제漢武帝를 지칭한다. 무제는 도교에 심취하여 신선을 찾으려고 평생 애를 썼다. 그러다 만년에 분수 남쪽(汾陰)에서 후토신后土神에게 제사를 드린 뒤에 배를 타고 신하들과 술을 마시면서 ≺秋風辭≻를 지었다. 그 노래에 “퉁소와 북이 울리니, 돛대 노래 일어난다. 젊음이 몇 대이냐, 늙음을 어이하리.”라는 구절이 있다. 인생의 무상함을 탄식하는 애조哀調를 띠고 있다.
  95. 95)청려장(靑藜) :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 명아주 줄기는 단단하고 가벼워 노인들의 지팡이로 알맞다. 흔히 은자隱者의 지팡이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96. 96)정원루靖遠樓 : 동래 읍성에 있던 누각.
  97. 97)자지紫芝 : 선약仙藥인 일종의 영지靈芝. 진秦나라 말기에 은사隱士인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 선생甪里先生 등 네 노인(四皓)이 상산商山에 은거하면서 자지紫芝를 캐 먹고 자지가紫芝歌를 불렀다고 한다.
  98. 98)가산伽山 : 월하 계오月荷戒悟 자신을 지칭한다.
  99. 99)습씨 집(習家) : 죽림칠현 중 하나인 산간山簡이 자주 찾아가 노닐었던 곳이다. 『晉書』 「山簡傳」에 “습씨들은 형양荊襄 지방의 호족豪族으로 아름다운 동산과 못을 가지고 있었는데, 산간이 양양襄陽을 다스릴 때 늘 그곳에 나가 노닐며 술을 마셔 취하곤 했다.” 하였다.
  100. 100)동토로 운행한 세 전통(東運三傳) : 유儒·불佛·선仙을 말한다.
  101. 101)기괄機栝 : 쇠뇌의 시위를 거는 곳인 노아弩牙와 화살의 시위를 거는 곳인 전괄箭栝을 기괄이라 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 장치를 뜻한다.
  102. 102)사다리 : 이상 세계로 오르기 위한 수단, 즉 제시하는 방편을 뜻한다.
  103. 103)낡은 경전(殘經) : 불경佛經을 말한다.
  104. 104)대성大聖 : 공자를 지칭한다.
  105. 105)추옹鄒翁 :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추연鄒衍을 가리킨다. 천체우주天體宇宙에 관하여 글을 저술하였는데, 그 변론辯論이 워낙 굉원박대宏遠博大하여 세상 사람들이 담천연談天衍이라 칭송하였다.
  106. 106)70명(七十人) : 함께한 동료들을 공자의 제자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공자의 제자가 모두 3천여 명이나 되지만 몸소 육예六藝를 통한 자는 72인에 불과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107. 107)담비 꼬리를 이으셨네요(續貂) : 좋은 문장을 이었다는 뜻이다. 흔히 좋지 못한 시문詩文으로 좋은 시문을 이어 짓는 것을 구미속초狗尾續貂라 한다. 고대에 임금을 가까이서 보필하는 고급 관리들은 관의 장식으로 담비 꼬리를 썼는데, 진晉나라 때 조왕趙王 사마륜司馬倫이 조정의 정사를 전단하면서 봉작封爵이 너무 많은 나머지 담비 꼬리가 부족해 개 꼬리로 보충하였던 데서 유래하였다. 『晉書』 권59 「趙王倫列傳」.
  108. 108)패자牌子 : 신주神主 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공식으로 보내는 편지.
  109. 109)서암의 집(瑞巖家) : 월하 대사의 거처를 당말의 승려 서암 사언瑞巖師彦의 처소에 비유하였다. 주자 문하에서도 마음을 어둡지 않게 항상 일깨우는 방법으로 서암의 가르침을 채택하였다. 『心經』 권1 「易坤之六二條」 주注에서 “서암瑞巖이란 승려가 매일같이 자신에게 묻기를 ‘주인옹主人翁은 깨어 있는가?’ 하고는, 스스로 ‘깨어 있노라’ 하고 답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라고 하였다.
  110. 110)가낭선賈浪仙 :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 낭선浪仙은 그의 자이다. 승려로서 이름을 무본無本이라 했다가 뒤에 환속하여 장강 주부長江主簿가 되었다.
  111. 111)한유와 백거이(韓白) : ‘한韓’은 한유韓愈, ‘백白’은 백거이白居易를 지칭한다. 한유는 태전 선사와 백거이는 여만 선사와 깊이 교류하였다.
  112. 112)호계의 삼소(虎溪三笑) : 방외의 벗들이 어우러지는 모임을 뜻한다.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로 들어가는 길목에 다리가 있었는데, 혜원慧遠은 일찍이 그 다리를 건너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도연명陶淵明과 육수정陸修靜이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날,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을 전송하다 자기도 모르게 호계의 다리를 지나쳤다고 한다. 혜원이 이 일을 두 벗에게 말하였고, 세 사람은 호계 가에서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고 한다.
  113. 113)기성箕聖 : 은殷나라 주왕紂王의 숙부였던 기자箕子를 지칭한다. 주왕의 무도無道함을 간했으나 듣지 않자, 거짓 광인狂人 행세를 하며 노예가 되었다. 주 무왕周武王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천자가 된 다음 기자에게 찾아가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묻자 홍범구주洪範九疇를 가르쳐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書經』 「洪範篇」이다. 그 후 무왕은 기자를 조선朝鮮에 봉하여 평양平壤에 도읍을 정했다고 한다. 공자 역시 『論語』 「微子」에서 “기자는 은나라 세 분의 인자仁者 가운데 한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114. 114)노나라(魯) : 노나라 출신인 공자의 유풍을 뜻한다.
  115. 115)배와 사다리(航梯) : 험한 산을 사다리를 놓아 오르고, 큰 바다나 강을 배로 건너듯 궁극에 도달하는 방편으로서의 가르침을 뜻한다.
  116. 116)대낮에 과연 날개가 돋아나니(白日果然生羽翰) :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주자朱子의 「齋居感興」에 “금 솥에 용과 범이 서려 있더니, 3년 만에 신선의 단약을 고았어라. 한 숟갈 입에 떠서 넣으니, 대낮에 날개가 돋아나네.(金鼎蟠龍虎。 三年養神丹。 刀圭一入口。 白日生羽翰。)”라고 하였다.
  117. 117)남양南陽 : 상대인 은헌을 촉한蜀漢의 승상丞相 제갈량諸葛亮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제갈량은 유비를 만나기 전에 일찍이 고향인 남양의 초려에 은거하였다.
  118. 118)윤건綸巾 : 일종의 두건頭巾으로 은자의 상징이다.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군중에서 썼기 때문에 제갈건諸葛巾이라고도 한다. 제갈량이 사마의司馬懿와 위수渭水 가에서 싸울 적에 흰 수레에 올라 갈건葛巾을 쓰고 백우선白羽扇으로 삼군三軍을 지휘하였다고 한다.
  119. 119)복희의 책 : 『周易』을 말한다. 고대 중국의 군주인 복희씨가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새겨진 무늬인 하도河圖를 바탕으로 팔괘八卦를 그렸다고 한다.
  120. 120)집청정集淸亭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인근에 있는 정자. 경주 최씨 정무공貞武公 최진립崔震立의 증손 운암雲岩 최신기崔信基가 숙종 39년(1713)에 건립하였다.
  121. 121)대명의 연호(大明年) : 흔히 명나라의 연호를 지칭하지만, 시의 내용은 굳건히 유지되는 조선 왕조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122. 122)꼭 늙은~변한 듯 : 『莊子』 「齊物論」에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는데, 깨어나 보니 여전히 인간 장주莊周였다는 호접몽胡蝶夢 이야기가 나온다.
  123. 123)학남루鶴南樓 : 울산시 동구 남목南牧에 소재하는 누각.
  124. 124)장무瘴霧 : 풍토병을 일으키는 습하고 더운 안개.
  125. 125)노후盧侯 : 진시황 때의 술사로 본래 연燕나라 사람이다. 진시황이 그를 불러 박사博士로 삼고 신선神仙을 찾아오게 하였으나, 한번 떠나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노산盧山에 은거하다가 선인仙人 약사若士를 만나서 뒤에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淮南子』 「道應訓」.
  126. 126)이오伊吾 : 중국 신강성新疆省 합밀哈密 근처의 옛 지명이다. 먼 서쪽 변경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127. 127)연제燕齊 : 연燕과 제齊 모두 동해를 접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예로부터 동해에 신선들이 사는 곳인 삼신산이 있다고 믿었다. 전하여 동쪽 해안 지역을 뜻한다.
  128. 128)동구東甌 : 중국 동남부의 지명이다.
  129. 129)엄릉嚴陵 : 중국 절강성浙江省 동려현桐廬縣의 동강桐江에 있는 지명으로 엄뢰嚴瀨라고도 한다. 후한後漢의 은사隱士인 엄광嚴光이 은둔하며 낚시질한 곳이라 하여 그의 자인 자릉子陵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엄광은 어려서 광무제光武帝와 친한 사이였다. 광무제가 즉위한 뒤 높은 벼슬을 내리며 부르자 곧 이름을 바꾸고 부춘산富春山에 은거하며 낚시질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後漢書』 권83 「逸民列傳」 ‘嚴光’.
  130. 130)진경眞經 : 『道德經』을 말한다.
  131. 131)무수한 거위~회계로 모이는구나 : 왕희지王羲之의 고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진晉나라 때의 명필名筆 왕희지가 본래 거위를 매우 좋아했는데, 회계 내사會稽內史를 지낼 때 산음현山陰縣의 한 도사道士가 거위를 많이 기르고 있었다. 왕희지가 그것을 구경하고는 매우 좋아하자 그의 글씨를 좋아하던 도사가 “『道德經』을 써 주면 거위를 많이 주겠다.”라고 약속하였다. 그러자 왕희지가 흔연히 써 주고 그 거위를 가지고 돌아왔다는 고사가 있다. 일설一說에는 왕희지가 써 준 것이 『黃庭經』이라고도 한다.
  132. 132)환아정換鵝亭 : 경남 산청의 산청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정자이다. 1395년경 산음 현감 심린沈潾이 산음현 객사의 후원으로 정자를 창건하고, 권반權攀이 왕희지가 자신의 글씨를 산음 도인의 거위와 바꾸었던 고사에 근거해 정자명을 ‘환아정換鵝亭’이라고 지었다. 여러 차례 중수되다가 1950년 화재로 전소하였다.
  133. 133)선자 화상의 ‘유遊’ 자 운 : 선자 화상船子和尙은 당나라 승려 덕성德誠을 지칭한다. 약산 유엄藥山惟嚴(751~834)의 제자로 소주蘇州 화정華亭에 은둔하였다. 오강吳江에서 뱃사공 노릇을 했기 때문에 선자船子 화상이라 칭한다. 말년에 협산 선회夾山善會를 지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五燈會元』에 그가 지은 게송이 몇 수 기록되어 있는데, 유遊자 운은 다음과 같다. “30년이나 바다를 노닐었지만, 물이 맑아 고기 뻔히 보이는데 바늘을 물지 않네. 낚싯대 작살내어 다시 대로 심었더니, 이것저것 궁리하지 않고도 금방 편안해지네.(三十年來海上遊。 水清魚現不吞鉤。 釣竿斫盡重栽竹。 不計功程得便休。)” 『五燈會元』 권5(X80, 115a).
  134. 134)율관을 불자(吹律) : 추연鄒衍이 연燕나라의 곡구谷口에 있을 때, 땅이 비옥한데도 기후가 썰렁하여 농사가 안 되는 것을 보고, 양률陽律을 불어 날씨를 따뜻하게 해서 곡식이 잘 자라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135. 135)유연幽燕 : 중국의 요동遼東 및 하북河北 지방을 말한다. 전국시대에는 연燕나라, 당唐나라 이전에는 유주幽州로 불렸기에 유연이라 칭한다.
  136. 136)신의 군사들(神兵) : 비(雨師)·구름(雲師)·바람(風師)을 뜻한다.
  137. 137)범영루泛影樓 : 경주 불국사에 있는 누각.
  138. 138)가산伽山 : 가지산이다. 계오는 이 산에 오랫동안 주석하였다.
  139. 139)저닉공沮溺公 : 저닉沮溺은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두 은자隱者였던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을 합칭한 말이다. 공자가 일찍이 초나라에서 채蔡나라로 가던 도중에 장저와 걸닉이 함께 밭을 갈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로子路를 시켜 장저에게 나루를 묻게 했더니, 장저가 “저 수레 고삐를 잡고 있는 분은 누구냐?” 하고 되물었다. 자로가 공구孔丘라고 말하자, 장저가 “그분이면 나루를 알겠지.” 하고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다시 걸닉에게 묻자 그 역시 가르쳐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밭일만 했다고 한다. 『論語』 「微子」.
  140. 140)도씨 노인(陶翁) : 국화를 좋아했던 도연명을 말한다.
  141. 141)동천洞天 : 신선의 세계.
  142. 142)용면龍眠 : 송宋나라의 저명한 화가畫家 이공린李公麟의 별호. 이공린이 벼슬을 그만두고 용면산龍眠山에 들어가 지내며 용면거사龍眠居士라 자호하였다.
  143. 143)『청천집靑泉集』 : 조선 후기의 문신 신유한申維翰(1681~1752)의 문집. 총 6권 3책이다. ≺題矗石樓≻·≺山有花曲〉 등이 유명하다.
  144. 144)유술儒術 : 유가儒家의 학술.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此上有「詩」一字。編者除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