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BJ_H0256_T_003
-
010_0940_c_12L[서序]화엄강백華嚴講伯 역산櫟山 노스님께서는 89년을 이 세상에 머무르시면서 40여 년 동안 법문을 설하셨는데, 법우法雨가 하늘에 가득 내리고 묘음妙音이 땅을 울렸으며 광채가 동방에 모이고 경사가 북해北海에 넘쳐 났다. 대가大家들과 이름난 무리들이 경전을 옆에 끼고 스님께 가르침을 청할 정도로 참으로 세상의 규범이셨으니, 누군들 스님을 공경히 우러르지 않겠는가.스님께서 평소 저술하신 시문詩文들은 마치 한암寒巖 노인이 나뭇잎과 벽 위에 흩어 적어 놓은 글9)과 같았으니, 이것들을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현혹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것이 스님의 본심이었다. 다만 일상의 여가 중에 기연機緣에 응하고 사물을 접할 때면 찬탄하기도 하고 읊조리기도 하여 우연히 권질卷帙을 이루었을 뿐이다. 노스님께서는 일찍이 그것들을 불살라 후세에 전하지 않으려 하셨으나, 은손恩孫 용연龍淵이 몰래 감추어 두었다가 스님께서 입적하신 지 8년째 되는 해에 비로소 간행하니, 총 1권 2편이다.자비로우신 모습 이미 간데없으나 노스님께서 남기신 손때는 오히려 새로우니, 아아! 애석하도다. -
010_0940_c_12L[序]
010_0940_c_13L華嚴講伯櫟山師翁住世八十九年。
010_0940_c_14L敎談四十餘載。法雨漫天。妙音動地。
010_0940_c_15L光凝東邱。慶溢北海。大手名曹橫經
010_0940_c_16L請益。眞世模範。孰不敬仰。平日所著
010_0940_c_17L詩若文。如寒巖老人木葉堂壁上散書
010_0940_c_18L文字。本懷不欲別爲一書。耀人耳目。
010_0940_c_19L只是日用之暇。應機椄物。或讃或咏。
010_0940_c_20L偶爾成卷。老師甞欲燒之不傳。恩孫龍
010_0940_c_21L淵密而藏之。歿後八年。始克繡梓。總
010_0940_c_22L一卷二編。慈容已逝。手澤尙新。嗚呼
010_0940_c_23L{底}崇禎紀元後五戊子安邊雪峯山釋王寺內院
010_0940_c_24L庵開刊本(精神文化硏究院圖書館所藏)。
-
010_0941_a_01L노스님께서 일찍이 이것을 불사르고자 하신 것은 뜻이 도에 있었던 것이요, 언어 문자에 있지 않은 것이며, 은손 용연이 몰래 감추어 두었다가 후세에 전한 것은 뜻이 도에 있으면서도 언어 문자를 여의지 않은 것이다. 만약 단지 언어 문자에 있지 않다는 점만 한사코 추구하면, 끝내 모자라게 되는 과실을 면치 못할 것이요, 만약 단지 언어 문자를 여의지 않는다는 점만 한사코 추구하면, 또한 덕지덕지 늘어나는 허물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언어 문자에 있지 않음과 언어 문자를 여의지 않음이 떼려야 뗄 수가 없으니, 자못 허공의 새 발자국이 또한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면서도 아주 없는 것도 아닌 것과 같다. 그리하여 차조무애遮照無碍10)하여 원만히 묘법을 성취하니, 노스님의 말씀이 이 경계에 이르러 다시금 광채를 발하게 되었다. 이 보잘것없는 납승衲僧은 숙세宿世에 무슨 복덕을 지었길래 스님의 문하에 참여하여 전후로 2년간 가까이에서 모시며 은택을 입었던가. 그리고 또 지금 스님의 문집을 간행하는 일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여 두 달 남짓 동안 온 정신을 다 기울여 스님께서 남기신 뜻을 궁구하니, 어찌 기뻐하며 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침내 감히 보잘것없는 정성을 다하여 공경히 화엄華嚴의 법우法雨가 대지를 두루 적심을 찬탄하노라.세차歲次 무자년(1888, 고종 25) 7월 15일에 동문 법손同門法孫 완명 심주翫溟心舟가 삼가 쓰다. -
010_0941_a_01L惜哉。老師嘗欲燒之。意在道。不在於
010_0941_a_02L言語文字也。恩孫密藏傳之。意在道。
010_0941_a_03L不離於言語文字也。若但一向推之不
010_0941_a_04L在。終未免損減之失。若但一向推之不
010_0941_a_05L離。亦未免增益之過。今則不然。不在
010_0941_a_06L不離。去離不得。殆若虛空鳥跡。亦非
010_0941_a_07L實有。亦非都無。遮照無碍。圓成妙法。
010_0941_a_08L老師之言。至於此地。更生光輝。小衲
010_0941_a_09L宿生何作。叅同門下。前後二載。近侍
010_0941_a_10L霑恩。又今刊役。叅其始終。兩箇月餘。
010_0941_a_11L竭思遺意。豈無慶躍。肆以敢竭鄙誠。
010_0941_a_12L敬讃華嚴。法雨普霑大地也。
010_0941_a_13L龍集戊子流火月休夏日。同門法孫
010_0941_a_14L翫溟心舟謹識。
-
010_0941_b_01L
- 9)한암寒巖 노인이~놓은 글 : 한암 노인이란 선종화禪宗畵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당唐나라 때의 기인奇人 선승禪僧인 한산寒山을 가리킨다. 실존 인물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기괴한 일화와 파격의 시로 알려져 있다. 절강성浙江省 시풍현始豊縣 한암寒巖에 기거하였으며. 그의 시는 세상에 대한 풍자가 심하고, 인과응보의 내용을 담은 특이한 형태로, 흥에 겨워 나뭇잎이나 촌가의 벽에 써 놓은 것을 모은 것이라 한다.
- 10)차조무애遮照無碍 : 일체 사물에 대한 분별을 깨부수고 진공眞空으로 돌아가는 것을 차遮라 하고, 지혜 광명으로 사물의 본성을 투철하게 보는 것을 조照라고 한다. 일면 반대의 의미로 보이는 이 두 가지에 원융圓融하여 걸림 없이 불이법不二法의 경지가 되는 것을 차조무애라 한다.
- 1){底}崇禎紀元後五戊子安邊雪峯山釋王寺內院庵開刊本(精神文化硏究院圖書館所藏)。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공근식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