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역산집(櫟山集) / 櫟山集卷之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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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산집 하권(櫟山集 卷之下)
서書
관찰사 권돈인1) 공에게 올림(上巡相權公敦仁)
두루 순무巡撫할 적에 기체후氣體候가 강왕康旺하실 것이라 삼가 생각하니, 송축하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교중敎中과 격외格外의 풍속에 이르기까지도 공께서 다스리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으실 것입니다.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이 하나이고, 진제眞諦와 속제俗諦가 둘이 아니니, 어찌 배 상국裵相國, 장 승상張丞相과 같은 분이 아니겠습니까.2)
소석小釋은 전세의 인연이 박잡駁雜하여 지금 용렬하고 우둔한 자질로 보응報應를 받았으니, 어찌 감히 사람의 부류에 끼일 수 있겠습니까. 단지 깊은 산에 웅크리고 숨어 지내며 재주 없는 인생을 마치기를 기약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저를 버리지 않아 주셔서 며칠 밤 모시고 담소하니, 마치 취잠鷲岑에 올라 꽃 아래에서 웃는 듯하였습니다.3) 그렇지만 운산雲山이 멀리 가로막혀 있고, 공사公私 간에 자기 자리가 있으므로 헤어져 물러나온 뒤로 귀로는 그나마 대감의 소식을 듣고 있지만, 구름 서린 창, 달빛 비추는 자리에서 한번 앉아 인생 백 년을 보내지 못함이 한스럽습니다.
경에서 말하기를, “응당 법계의 성품을 관해야 할 것이니, 일체 사물은 오직 마음에서 빚어지는 것이다.”4)라고 하였으니, 비단 승려 또한 한번 보시는 가운데 교화할 중생일 뿐만 아니라 또한 법계法界로 살펴보면, 저 또한 상공의 마음속의 다를 것 없는 물건이니, 비록 삼사백 리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교화의 밖에 치지도외하지 않는 것이 대감의 뜻에 어떠하십니까. 이러한 이야기는 반문班門에서 도끼를 놀리는 것5)일 뿐임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 밖에 한 바리때 생계와 석 자의 허깨비 몸뚱어리야 어찌 대방大方6)께 말씀드릴 것이 있겠습니까.
지계 석사 황대려에게 답함(答芝溪黃碩士大呂)
편지 가득한 가르침과 3수의 아름다운 시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모시고 담소하며 전별한 이후로 어찌 우러러 사모하며 그리워하는 마음 없었겠습니까. 그렇지만 거처하는 곳이 반천 리나 떨어져 있고,

010_0950_a_02L櫟山集卷之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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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0_a_05L上巡相權公敦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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伏惟氣候旬宣康旺頌祝無已以至
010_0950_a_07L敎中之風格外之俗亦不外乎其間
010_0950_a_08L禪敎一致眞俗不二豈不是裵相國張
010_0950_a_09L丞相一般人乎小釋前緣駁雜今受庸
010_0950_a_10L愚之報何敢齒列於人類但塊蟄巖壑
010_0950_a_11L期終不材之年伏蒙不棄數霄陪話
010_0950_a_12L登鷲岑花下破顏然雲山隔遠公私
010_0950_a_13L有所辭退以來耳猶法音恨未能雲
010_0950_a_14L窓月席一坐百年經曰應觀法界性
010_0950_a_15L一切由 [11] 心造非但僧亦一視中化物
010_0950_a_16L以法界觀之我亦相公心中不異之物
010_0950_a_17L雖在三四百里之遠勿置化外於尊意
010_0950_a_18L如何如此說話非不知班門弄斧而已
010_0950_a_19L其外一鉢生計三尺幻軀何足聞大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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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0_a_22L答芝溪黃碩士大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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滿幅敎誨三首瓊琚出在夢外陪話
010_0950_a_24L餞別已後豈無斗仰注誠然地隔半千

010_0950_b_01L도道 또한 같지 않아 늘 귀공자께서 산승山僧을 대하는 의례적인 가르침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내 주신 편지를 삼가 받고, 처음에는 한 단락의 문장이 저의 눈에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듯하였는데, 오랫동안 자세히 음미하고서야 당신의 친밀한 정을 느꼈습니다. 서신을 보내 주신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나 봄의 따스한 절기가 되었는데, 삼가 기체후가 안락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 적지 않습니다. 산사람인 저는 한결같이 삼상三常7)을 어지럽히고 있어 세상일에 맞지 않습니다. 몇 가닥 백발 드리운 인생이 한 조각 청산靑山 속에 있으니, 이 밖의 일들이야 어찌 감히 번거로이 말씀드리겠습니까. 보내 주신 시편에서 보잘것없는 제 이름을 지나치게 일컬어 주시니 제 마음 절로 불안하고 얼굴도 따라서 붉어집니다. 게다가 산사람인 저는 본래 이 일에 기예가 있지 않은 데다 무망無妄한 질병8)이 휘감아 항상 고통에 신음하는 가운데 있어 받들어 수답酬答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보내 주신 시가 있는데 화답하는 시가 없으면 예의에 맞지 않는 일이기에 ‘어찌하여 빨리 죽지 않느냐(胡不遄死)’9)라는 책임은 면하려고 하므로 체율體律의 좋고 나쁨을 살피지 않고, 성격聲格의 맞고 안 맞고를 헤아리지 않고서10) 함부로 차운하여 삼가 드리오니, 시가詩家의 기준으로 비평하지는 말고 단지 소홀하지 않은 산사람의 정성을 가상하게 여겨 주시기를 삼가 바랄 뿐입니다.
초의당11)에게 답함(答草衣堂)
학림鶴林12)에서 자리를 함께하였던 일이 어제처럼 여겨졌는데 어느새 벌써 40년이 지나 버렸습니다. 수천 리나 떨어져 지내고 있어 소식이 아득히 끊어져 버렸으니 멀리서 그리워하는 마음 반드시 저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러러 생각하고 있던 중에 보내 주신 안부 편지를 받고 겸하여 두서너 개 형외形外의 신물信物까지 있었으니, 감격하고 하례드리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변변찮은 상좌 너댓이 연이어 귀 원院의 직임을 맡게 되었으니, 어찌 문정門庭께서 깊이 신경써 주신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스님이나 저나 칠순을 넘은 나이인지라 몸소 찾아가 만나 뵙고 감사드리지 못함을 한스러워할 뿐입니다.
봉은사 『화엄경華嚴經』 간행소에 답함(答奉恩寺華嚴刊所)

010_0950_b_01L道亦不同每以貴公子對山人例指知
010_0950_b_02L今伏承下書初疑一段文章光人
010_0950_b_03L眼目詳味久之方覺情密謹伏未審
010_0950_b_04L信後多時當春和節氣體侯 [12] 安樂
010_0950_b_05L慕不淺淺山人一味汨亂三常不足
010_0950_b_06L世事數莖白髮生涯一片靑山其外
010_0950_b_07L何敢煩告下送詩篇過穪賤名心自
010_0950_b_08L不安面隨赧然況山人本無有工於此
010_0950_b_09L亦纒無妄之疾常在呌苦中難可
010_0950_b_10L奉酬然有贈無答於禮不合要免胡
010_0950_b_11L不遄死之責故不觀體律之善否不料
010_0950_b_12L聲格之當違妄次伏呈勿以詩家事評
010_0950_b_13L只尙山人不忽之精伏望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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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0_b_15L答草衣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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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林合席於焉如昨已過了四十春秋
010_0950_b_17L相去數千里音容夐絕遠慕之心
010_0950_b_18L必一般而仰念中得承垂問兼有數
010_0950_b_19L三般形外之信物感賀無地又況賤嗣
010_0950_b_20L四五人連臨貴院之任席豈非門庭厚
010_0950_b_21L念之致彼此年跨七旬恨未得躬徃面
010_0950_b_22L謝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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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0_b_24L答奉恩寺華嚴刊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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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며칠 밤의 일은 평생 있었던 일들보다 오히려 나았으니, 일대사一大事의 인연일 뿐만 아니라, 또한 바로 세제世諦13)로 볼 때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좋은 모임이었습니다. 돌아가신 뒤로 그저 남녘의 구름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보내 주신 소식을 받으니, 자리를 함께하며 가르쳐 주시는 것보다 조금도 못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를 통해 무더위에 찰해제망刹海帝網14)의 관념觀念이 날로 더욱 나아지고 계심을 알았으니, 우러러 위안되는 마음 적지 않습니다. 저는 반천 리나 먼 곳에 있으면서 몸은 비록 속진俗塵에 물들어 있지만 마음은 청정淸淨하고자 할 뿐입니다. 국가에서 마음을 쏟고 사대부들이 밖에서 호위하여 공역工役을 마칠 기한을 연내로 잡고 있다고 삼가 들었습니다. 몹시도 기쁜 마음 어찌 그칠 수 있겠습니까. 어찌 관석觀席에 다시 들어가 참여하여 공역을 분담할 마음이 없겠습니까. 그렇지만 돌아보건대 제 자신의 책임은 무겁고 일의 형편은 이와 같아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한스러워한들 어이하겠습니까. 그저 무사히 성취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김 첨정에게 답함(答金僉正)
우러러 사모하던 차에 보내 주신 서찰을 삼가 받으니, 마치 존귀한 얼굴을 직접 뵙는 것만 같아 마음에 기쁨이 가득하였습니다. 더구나 이 엄동설한에 기체후 안녕하시다니 삼가 매우 깊이 하례드립니다. 노승은 잠시 편안히 지내며 죽지 않고 있으니, 쓸모없는 천한 여생이 어찌 이리도 심하게 오래 산단 말입니까. 대체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이제삼왕二帝三王의 도15)에 임금을 이르게 하고, 몸을 닦고 집을 바르게 하며, 어버이를 봉양하고 효도를 지극하게 한다면, 신하와 자식으로서의 행실은 이와 같이 할 뿐이고, 몸을 마친 후에 사책史冊에 이름 하나를 남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그 인도人道가 아니어서 이와 같이 할 수 없다면 공문空門에 의탁하여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어 궁벽한 골짜기에 족적을 맡기고 세간에서 이름을 숨겨 여산 원廬山遠,16) 미천 안彌天安17)과 시대는 비록 같지 않지만 자취를 앞뒤로 나란히 한다면, 또한 좋은 소식이라고 이를 만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노승의 경우에는 짐승들과 거처를 함께하고 초목과 세월을 함께하면서 단지 『시경詩經』에서 ‘어찌하여 빨리 죽지 않느냐’라고 노래한 장章만 부르니, 때때로 누군가와 서로 화답함이 있으리오. 시구詩句에서 이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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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秋數夕猶勝平生不啻大事因緣
010_0950_c_02L亦乃世諦邊不易得之好會歸錫之後
010_0950_c_03L徒望南雲矣際玆承叙小不下合筵撕
010_0950_c_04L憑審庚炎刹海帝網之觀念日愈
010_0950_c_05L珍勝慰仰不淺淺影半千遠地身雖
010_0950_c_06L染塵心欲淸淨而已欽聞邦家傾心
010_0950_c_07L縉紳外護畢役之期期於年內云
010_0950_c_08L躍何已豈無再入觀席叅坐分役之
010_0950_c_09L然顧自擔重事勢若此未遂所意
010_0950_c_10L恨如之何只望無魔成就不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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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0_c_12L答金僉正

010_0950_c_13L
斗仰之際伏承下書如瞻尊顏喜盈
010_0950_c_14L于中矧玆寒沍氣候安寧伏賀萬萬
010_0950_c_15L老僧姑安而不死無用之賤庚何其長
010_0950_c_16L遠之若此甚乎大凡人生於世致君於
010_0950_c_17L二帝三王之道修身齊家養親至孝
010_0950_c_18L則人臣人子之行事如此而已身後一
010_0950_c_19L名垂於竹帛也旣非其人道不若是
010_0950_c_20L寄於空門剃髮爲僧托跡窮壑名遁
010_0950_c_21L世間與廬山遠彌天安時雖不同
010_0950_c_22L相前後亦可謂好消息也然至於老僧
010_0950_c_23L與麋鹿同行止與草木同春秋但唱胡
010_0950_c_24L不遄死章有時與何人相和詩句云

010_0951_a_01L“호계에서 있었던 삼소의 즐거움 향모向慕하지 말지니, 나는 혜원과 같은 승려가 아니라네.”18)라고 하였습니다. 단지 반천 리 변방 밖에서 서신 보내 경향京鄕 이역異域의 소식을 묻습니다. 눈물 흘리며 굽어 헤아려 주시는 마음 생각하며 멀리서 감사하며 축원 드립니다.
상주 김룡사 대성암의 초청하는 글에 사양함(辭尙州金龍大成庵請狀)
옛날 정년丁年과 무년戊年 사이 당신의 산문山門에서 선지식善知識을 차례로 참알參謁할 적에 당신이 계신 암자의 장려壯麗함을 한번 보았고, 그 뒤로 연이어 학자들이 왕래함을 인하여 또한 당신이 계신 암자의 성대한 명성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한 달 정도 자리를 함께하여 길한 광명의 한 조각 그림자나마 부르고 잡으며 인연 맺지 못함을 매양 한스러워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당신의 서한이 멀리 궁벽한 골짜기에 이르니, 마치 어두운 곳에 등불을 놓은 것과 같았습니다. 곧바로 편지를 펼쳐 여러 차례 자세히 읽어 보니, 제가 재주 없다고 버리지 않으시고 한곳에 모이기를 바라는 초청의 편지임을 족히 알 수가 있었습니다. 외람되이 이런 은혜를 받은 뒤로 춤출 듯이 기쁜 마음 어찌 그칠 수 있겠습니까. 후한 은혜에 멀리서나마 감사드립니다만 당신의 뜻을 받들어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제가 회음후淮陰侯가 기식寄食하던 일에 핍진한 형편이고,19) 팽택 영彭澤令이 관직을 버린 일을 본받지 않기에20) 몸이 속세의 그물에 묶여 있어 맡고 있는 일들을 놓기가 어려우니, 참으로 이유가 있습니다. 삼가 보중하시기 바랍니다.
계동 석사 이정의에게 올림(上桂洞李碩士正誼)
우연히 신흥新興의 뜰에서 얼결에 만났다가 곧바로 헤어지니, 번개 불빛에 실을 바늘에 꿰는 것과 비슷하였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 고아高雅한 체후가 청정하고 상서祥瑞로우시리라 삼가 생각합니다. 함께 공부하려고 모인 접중接中21)이 또한 모두 큰 도움을 받아 고인의 삼동三冬의 충분함22)에 부끄럽지 않음에 이르러서이겠으며, 또 눈을 씻고 마주 바라보는 경지에 이르러서이겠습니까.23) 저는 10여 명의 납자衲子들과 함께 『화엄경華嚴經』과 『능엄경楞嚴經』을 토론하면서도 아직 차안遮眼에 이르지 못하였으니,24) 경經을 보는 것이 부족해서이겠지요. 대혜大慧가 하 운사夏運使에게 답한 편지25)에 이르기를, “도道가 같으면 하늘과 땅처럼 멀리 있어도 함께 있는 것과 같고, 의취意趣가 다르면 얼굴을 보고 있어도 초楚나라와 월越나라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으니,

010_0951_a_01L莫向虎溪三笑樂吾非慧遠一般僧
010_0951_a_02L控半千塞外書以來問京鄕異域念以
010_0951_a_03L垂淚下恤之心遠謝感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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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1_a_05L辭尙州金龍大成庵請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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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在丁戊間歷叅知識於貴山門一見
010_0951_a_07L貴庵之壯麗厥後連因學者之來徃
010_0951_a_08L聞貴菴之盛聲每恨不匝月同榻吉光
010_0951_a_09L片影呼携結緣矣想外華翰遠及窮
010_0951_a_10L如暗得燈忽遽披緘細讀數過
010_0951_a_11L知不以無才棄之要會一處之邀書也
010_0951_a_12L叨蒙已來舞蹈何階遙謝厚賜然不
010_0951_a_13L得奉副者勢盡淮陰之寄食不效彭澤
010_0951_a_14L之去官身纒世羅難釋推帚良由以
010_0951_a_15L伏惟珍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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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1_a_17L上桂洞李碩士正誼

010_0951_a_18L
偶於新興庭畔乍逢乍別彷彿然電光
010_0951_a_19L影裡穿針相似也伏惟寒威雅履淸祥
010_0951_a_20L一會椄中亦皆得鼎重而至於不愧古
010_0951_a_21L人三冬之足乎又至於拭靑看對之境
010_0951_a_22L影與十數介衲子相論華嚴楞嚴
010_0951_a_23L猶未至遮眼看經欠哉大慧答夏運使
010_0951_a_24L書云道契則霄壤共處趣異則覿面楚

010_0951_b_01L눈을 마주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산을 기울인 채 얘기를 나누었으니,26) 어찌 단지 아양峨洋의 사귐27)일 뿐이겠습니까. 마음이 합하면 불인佛印이 이른바 대천사계大千沙界가 하나의 선상禪床이라는 말28)이 족히 특이할 것이 없고, 성정性情이 어긋나면 선유先儒가 이른바 도道가 같지 않으면 함께 도모하지 않는다고 한 말29)이 오히려 너그러운 말이 됩니다. 작별할 때 간곡하게 하신 말씀 가운데 『금강경金剛經』을 가지고 빈도貧道에게 물으셨는데, 이른바 ‘금강金剛’이라는 말은 비유이니, 자심반야自心般若를 비유합니다. 반야般若에 이理·지智·행行이 있는 것이 저 금강金剛에 견堅·이利·명明이 있는 것과 비슷한 까닭에 금강이라 말한 것입니다. 얽매여서 보면 한평생 낡은 옛 종이를 꿰뚫고 있을 뿐이지만, 통오通悟하여 보면 책을 펼치기도 전에 심화心花30)를 발명하여 마치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환해집니다. 어찌 굳이 울음을 그치게 하는 황엽黃葉31)에 대해 일개 면목도 없는 이 사람에게 수고로이 물으실 것이 있겠습니까. 비록 이러하지만 손지현孫知縣처럼 글자를 삭제해서는 안 되고,32) 또 『금강경』에서 말한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낸다.(應無所住而生其心)”라는 말을 가지고 “『주역周易』의 도는 자주 옮긴다.(易之道屢遷)”라는 말에 조화 회통시키려다 대혜大慧에게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해서도 안 됩니다.33) 그러하니 부디 왼쪽으로 떨어지지도 말며, 오른쪽으로 떨어지지도 말고, 정면으로 나아가서 120근 무게의 물건을 짊어지고 외나무다리(獨木橋)를 지나갈 수 있다면 향산香山 백거이白居易와 동파東坡 소식蘇軾이 선사禪師의 한마디 말에 귀의할 곳을 알았던 1만 미담美談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34)
또 듣자 하니 당신의 접중接中에 화담華潭에게 도호道號를 받는 것을 허여 받은 자가 있다고 하는데, 근세 이래 귀공자貴公子 가운데 어찌 저와 같은 자가 있겠습니까. 우담발화優曇鉢花35)가 때로 한 번 피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그렇지만 이미 그 도호道號와 설법說法, 게문偈文을 받았다면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바라건대 영공께서는 빈도貧道를 위해 도호를 받은 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무상無常은 신속하고 생사生死는 일이 크니 만약 헛되이 일생을 지내 보내고 섣달 30일이 도래하면36) 어떻게 저 염라대왕에게 항거할 수 있으랴. 장성했던 모습은 멈춰 있지 않고 마치 불이 재가 되듯이 변하여 재촉하는 세월이 오히려 산천보다 빠르다. 인의仁義 속에서 입신양명立身揚名하고 적멸寂滅 가운데서 수심오성修心悟性한다면 몹시도 만족스러운 일로 두 방면의 학문을 겸하였다고 이를 만하겠지만,

010_0951_b_01L目擊不直傾盖嘗音豈但峨洋
010_0951_b_02L合則佛印所謂大千沙界一禪床不足
010_0951_b_03L奇特也情違則先儒所謂道不同不相
010_0951_b_04L爲謀者猶爲緩徐語也臨別叮嚀云
010_0951_b_05L以金剛經來問貧道所謂金剛喩也
010_0951_b_06L喩於自心般若般若有理智行類彼金
010_0951_b_07L剛之有堅利明故也局看則百年鑽古
010_0951_b_08L紙而已通之則未開卷時發明心花
010_0951_b_09L如返諸掌矣何須止啼之黃葉勞問於
010_0951_b_10L一介無面目漢乎然雖 [13] 如是無以削字
010_0951_b_11L同孫知縣又不以經中所言應無所住
010_0951_b_12L而生其心和會於易之道屢遷笑殺於
010_0951_b_13L大惠 [14] 幸須不落左不落右正面而去
010_0951_b_14L擔得百二十斤重物過獨木橋上則不
010_0951_b_15L全美於白香山蘇東坡一言下知歸者也
010_0951_b_16L又聞貴椄中有華潭許受號者挽近以
010_0951_b_17L來貴公子豈有如彼者如優曇鉢花時
010_0951_b_18L一現矣雖然旣受其道號及說法偈文
010_0951_b_19L不可忽不可忽願令公爲貧道傳說於
010_0951_b_20L受號者曰無常迅速生死事大若空
010_0951_b_21L過一生臈月三十日到來如何抗彼閻
010_0951_b_22L家老子乎壯色不停如火成灰年事
010_0951_b_23L促急猶勝山川立身揚名於仁義之中
010_0951_b_24L修心悟性於寂滅之上則可謂千足萬

010_0951_c_01L만약 혹시 단지 그 글만을 받는다면 비록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더라도 잃어버린 양을 찾을 길은 깨우치지 못하며, 한갓 선우善友의 집을 지나침이니, 옷 속의 진주를 찾아 헤매는 것과 같을 뿐이다.37) 평소 교분이 없는 사람 앞에서 이처럼 슬퍼하고 근심하면서 갈등葛藤38)이 너무 많은 것은 허물을 부르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이미 불법佛法의 호를 받았다면 이 가운데 사람이기 때문에 이 가운데 일(箇中事)과 함께 한길로 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 이야기(一絡索)는 또 한 자루의 섣달 부채와 비슷한 말이지만 근래 추위와 더위(寒暄)가 일정하지 않을 듯하기에 또한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번 웃는다.”39)
기記
흥국사40) 만월보전과 시왕 중수기(興國寺滿月寶殿與十王重修記)
금상今上께서 즉위하신 지 18년 되는 가경嘉慶 무인년(1818, 순조 18) 봄에 기허당騎虛堂 탄학 대사坦鶴大師께서 만월보전滿月寶殿을 중수重修하였다. 처음 창건한 것은 어느 시대인지 알 수 없지만 중수한 것은 뒤에 살펴보니, 네 차례일 뿐이었다. 그 새고 떨어진 것을 보수하고, 또 명부전冥府殿에 있는 시왕十王의 단청을 다시 칠하였다. 낙성하는 날 삼륜三輪41)을 두루 걸어 훗날의 실증이 되게 하였다. 변변찮은 내가 재주 없음을 헤아리지 않고 그 실제를 창도唱導하여 이 일을 서술하고자 한다.
살펴보건대 무상無上의 법왕法王은 드넓은 찰해刹海를 넉넉히 소유하고 커다란 법계法界를 몸소 두루 다니신다. 더구나 자심自心의 법당法堂은 용한龍漢42) 연간 이전에 경영되고 건립되었으며, 성색聲色 너머에 있으므로 견고하여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하니 어찌 우전왕于闐王이 부처님을 사모하여 불상을 만든 일을 빌리겠으며,43) 어찌 황금을 주고서 맞이하여 헌납하기를 기다리겠으며,44) 또한 어찌 음광 대사飮光大師가 일월日月을 삼킨 보응이 있겠는가.45) 그렇지만 한번 심왕心王46)을 배반하면 육도六道47)가 대부분 어긋나 버리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팔상八相으로 나투셔서48) 달(月)이 천 개의 강에 비치듯이 두루 살펴 중생의 병원病源에 맞게 약품藥品을 베풀어 만 가지 처방을 내리신 것이다.

010_0951_c_01L學兼兩輟如或但受其文則雖入
010_0951_c_02L先生之門不曉亡羊之路徒過善友之
010_0951_c_03L猶迷衣內之珠耳素昧平生人前
010_0951_c_04L如許怛怛忉忉葛藤太多者招尤之道
010_0951_c_05L然旣受佛法之號便是箇中人
010_0951_c_06L以箇中事一線通之也如上遮 [15] 一絡索
010_0951_c_07L又如一柄臈月扇子恐近來寒暄不常
010_0951_c_08L也小不得一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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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1_c_11L興國寺滿月寶殿與十王重修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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當宁涖阼之十八年嘉慶戊寅春有騎
010_0951_c_13L虛堂坦鶴大師乃重修滿月寶殿盖始
010_0951_c_14L創不知何代而但得重脩後考之四度
010_0951_c_15L而已補其漏落又改彩冥府十王
010_0951_c_16L落成之辰普揭三輪要爲後實不佞
010_0951_c_17L不揆不才欲唱其實以叙此事也
010_0951_c_18L夫無上法王富有刹海之廣身遍法界
010_0951_c_19L之大况自心法堂經營建立於龍漢年
010_0951_c_20L聲色那畔堅固不壞何假于闐之
010_0951_c_21L慕成何待布金而迎獻亦何有於飮
010_0951_c_22L光大師呑之日月之報也然一背心王
010_0951_c_23L六道多差由是八相化身月照千江
010_0951_c_24L穪衆生之病源設藥品而萬方故有釋

010_0952_a_01L그래서 석가와 약사藥師라는 다른 호칭이 있고, 만월滿月49)과 감인堪忍50)이라는 다른 세계가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지옥이니 명부니 하는 것은 권면하고 징계하기 위해서임에랴. 대체로 상像을 세워 존경하고 각閣을 세워 숭모하여 특별히 절하는 자로 하여금 장수하게 하고, 비는 자로 하여금 복을 받게 하며, 분향焚香하는 자로 하여금 재앙을 없애 주고, 공양을 올리는 자로 하여금 온갖 일마다 길상吉祥이 있게 하면서 그 유래한 바를 잊지 않는 데 이르게 하고, 또한 자심自心을 깨닫지 못하는 자들로 하여금 상계像季51)의 후오백년52) 중에 발심發心하고 기신起信하게 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빈 고을에 나아가면서 의심할 것이 없는 것과 같다.53) 그렇지만 공덕功德과 행사行事의 훌륭함을 칭송하고 찬양하는 것은 족히 기록할 것이 못 되므로 다시 긴요한 말을 다하지 않고 훗날을 기다린다.
석왕사 대웅전 중수기釋王寺大雄殿重修記
옛날의 임금 궁실은 흙 계단이 세 단이었고 띠풀을 다듬지 않고 이었다. 그렇지만 그 광채가 온 누리에 미쳤으며 위아래로 하늘과 땅에 이르렀으니,54) 그 당시에 어찌 붉은 난간이며 푸른 기와, 채색한 기둥이며 아로새긴 섬돌이 있었겠는가. 무릇 문장文章으로 귀천貴賤을 표시하고 예의禮義로써 존비尊卑를 구별하나니, 이는 인간 세상에서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베푸는 데 싫증내지 않고 고독한 이들에게 보시한 것55)은 다른 나라의 풍속이고, 청원靑園에 번개가 치고 백련白蓮의 꿈을 꾼 일56)은 천고千古에 한 번 있었던 일이니, 모두 오늘날의 선비들과 함께 논할 수는 없거니와, 본사本寺의 연기緣起에 대해 헤아려 보면 사찰들 가운데 우뚝한 것은 우리 성군聖君(태조 이성계)께서 남기신 글이 분명한 증거이다. 드넓은 천하 수만 리에 걸쳐 그 안에 가득한 창생들이 혹여 꿈속에서라도 누가 감히 헤아리고 말하면서 비판할 수 있겠는가.
무릇 이 대웅전의 창건은 홍무洪武 27년 갑술년(1394)에 있었으니 실로 성조聖祖께서 창업하신 세 번째 해였고, 보광전普光殿이라고 명명한 것을 숭정崇禎 기원 17년 갑신년(1644, 인조 22)에 벽암 대덕碧巖大德이 중건하면서 대웅전이라고 개칭하였다. 앞뒤로 성쇠盛衰의 곡절과 이 훌륭한 일을 주간한 여러 명류들의 명첩名帖은 모두 선인先人의 서술에 실려 있거니와

010_0952_a_01L迦藥師之異號滿月堪忍之別界况至
010_0952_a_02L於地府所以勸懲者乎盖設像尊之
010_0952_a_03L建閣崇之特使拜者壽禱者福焚香
010_0952_a_04L者滅灾獻供者隨萬事而吉祥以至
010_0952_a_05L乎不忘其所從來而亦使不能覺自心
010_0952_a_06L之者發心起信於像季後五百歲之中
010_0952_a_07L譬夫昇虛邑之無疑矣然稱讃功德
010_0952_a_08L行事善美不足爲記而又未盡要辭
010_0952_a_09L以待後日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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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2_a_11L釋王寺大雄殿重修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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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之人君土階三等茅茨不剪然光
010_0952_a_13L被四表格于上下那時豈有朱欄碧瓦
010_0952_a_14L畵楹彫砌夫文章以表貴賤禮義以別
010_0952_a_15L尊卑此人世之所不能無者也施無厭
010_0952_a_16L給孤獨殊方異俗靑園電白蓮夢
010_0952_a_17L古一事皆不足與時士論原於本寺之
010_0952_a_18L緣起則拔出萃類聖文明證普天下
010_0952_a_19L幾萬里滿中蒼生其或夢宣間誰敢
010_0952_a_20L擬㝢語會以議之哉夫此殿之創在於
010_0952_a_21L洪武二十七年甲戌實聖祖創業之第
010_0952_a_22L三年而號曰普光殿崇禎紀元之十七
010_0952_a_23L年甲申碧巖大德重建改號曰大雄殿
010_0952_a_24L前後盛衰之候幹善諸名之帖悉載於

010_0952_b_01L지금 기록하는 것은 단지 지금 막 중수하게 된 사실일 뿐이다. 그런데 다시 화갑花甲이 돌아오기 전 기유년(1669, 현종 10)에 행정 장로行淨長老가 또다시 중건하였다. 근세 이래로 사찰의 모습이 쇠락하였으되 이 대웅전의 퇴락은 예전에 비해 더욱 심하여 차마 폐허로 방치하기가 어려웠으므로 정미년(1847, 헌종 13) 겨울부터 사찰의 승려 원여元如와 상률尙律 등이 시주를 모으는 일을 자원하여 풀길과 돌길 사이에서 비바람을 무릅쓰고 얼음 물가와 진흙 비탈에서 손발이 부르터 가면서 수백 성星의 동銅을 모아다가 무신년(1848, 헌종 14) 초여름에 대웅전을 중수하고 서너 곳에서 공역을 이어 가 무너진 것들을 바로 세우고 훼손된 것들을 완성하였으니, 처음 창건할 때의 성덕聖德을 저버리지 않고 앞 시대를 이어 완공했던 성공盛功을 실추하지 않았다고 이를 만하다. 옛날의 면목이 이에 다시 새로워졌으니 과연 이제二帝의 강역에서 임금을 받들고 삼대三代의 세상에서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면, 비록 화려한 당에서 비단 옷을 입고 지내더라도 또한 인의도덕仁義道德의 경계에 무슨 해가 되겠는가.57) 아!
석왕사 명부전 중수기釋王寺冥府殿重修記
선성宣聖(공자)께서 『춘추春秋』를 지으시자 소인小人들이 두려워하였고, 능인能仁(부처)께서 천당과 지옥을 설법하시자 완우頑愚한 이들이 겁을 먹었다. 그들로 하여금 두려워하고 겁을 먹게 한 까닭은 선으로 옮겨 가게 하는 데 있었다. 그래서 “몽둥이(棒杈)를 마음대로 번갈아 사용하지 않는다면 깨달음의 땅에 오히려 한 사람도 보기 어려우리라.”라고 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오형五刑58)이 제정되자 윤상倫常이 행해지고, 삼장三章59)이 요약되자 강유綱維가 펼쳐진 것과 같다. 명부冥府의 설은 불경佛經에 나오고, 승사僧史에 실려서 감응感應한 사적에 자주 나오니, 비록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믿지 않은 적이 없다. 이 가운데 본사本寺의 명부전冥府殿은 옛적에 창건되어 흥폐興廢가 무상無常하였다. 근년 이래로 다른 법우法宇들과 함께 퇴락된 지가 자못 오래되었는데, 내수사內需司를 통해 대궐에 전달하여

010_0952_b_01L前人之述今之所記只以方今重脩之
010_0952_b_02L事實而已然再周花甲前己酉歲行淨
010_0952_b_03L長老又復重建挽近以來寺樣凋殘
010_0952_b_04L此殿之頹毁比前尤甚難忍廢置
010_0952_b_05L自丁未冬寺僧元如尙律等自願化行
010_0952_b_06L餐風沐雨於草巷石逕手龜足蠒於冰
010_0952_b_07L涯泥坂鳩得數百星銅以其戊申肇夏
010_0952_b_08L重修大雄殿繼役三四處頹者正
010_0952_b_09L者成可謂不負初創之聖德不墮繼完
010_0952_b_10L之盛功昔日面目於斯㪅新果能奉
010_0952_b_11L君於二帝之域濟衆於三代之世則雖
010_0952_b_12L玉堂錦衣亦何傷乎仁義道德之境也
010_0952_b_1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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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2_b_15L釋王寺冥府殿重修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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宣聖作春秋小人懼能二說堂獄頑愚
010_0952_b_17L其使懼且㤼之致在乎遷善也
010_0952_b_18L曰棒杈若不橫交用覺地猶難見一人
010_0952_b_19L譬夫五刊制而倫常行三章約而綱維
010_0952_b_20L冥府之說現於佛經載於僧史
010_0952_b_21L出於感應傳蹟之間雖愚夫愚婦未嘗
010_0952_b_22L不孚信于中本寺之冥府殿創在昔時
010_0952_b_23L興替無常挽近以來與他法宇同爲
010_0952_b_24L圮破時有暫久緣內需司轉達于重

010_0952_c_01L성조聖祖께서 불법을 숭앙崇仰하시는 까닭으로 중수하라는 은전을 후하게 내리셨다. 그렇지만 손댈 곳은 많은데 물자가 여전히 부족하여 절을 맡은 상인上人 보기寶機가 대철大哲과 유신有信 등으로 하여금 악공樂工 수십 명을 거느리고 다니며 인연을 모으고 재물을 모아 일정에 맞추어 일을 마치었다. 이 사람들은 많은 데에서 취하여 적은 데에 보태 주어60) 용재用財에 졸렬하지 않다고 이를 만하다.
석왕사 범종각 중수기釋王寺泛鍾閣重修記
내가 사실私室에서 병으로 칩거하며 문을 닫고 교유를 끊었는데, 홀연 어느 날 모일에 계수契首 보관 상인普寬上人이 문을 두드리며 고하기를, “본사本寺에서 계契를 둔 것을 계고稽考해 보면 민일旼日에게서 시작되었으니, 유래된 세월이 오래입니다. 그 당시 얼마나 넉넉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제가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것을 가지고 말해 보면 뇌묵 선사雷默先師61)께서 살아 계시던 말년에 약간의 재물을 저희들에게 전해 주시어 저희들이 받아 불렸습니다. 재물을 불렸던 뜻은 절을 보수하려는 데 있었는데, 하늘이 반드시 보우하시어 재물이 이에 여유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범종루泛鍾樓를 수리하고, 그 다음에 시왕재十王齋에 바치고서 불후不朽하게 해 달라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뒤에 저희를 잇는 이에게 준행하여 폐기하지 않도록 하고자 하니, 원컨대 선사께서 한마디 말씀으로 기문을 지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이에 응답하여 “아! 나는 평소 문장을 익히지 않은 데다 겸하여 병까지 있어 필연筆硯을 놓아 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어찌 기문을 쓸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성조聖祖께서 이 절을 창건하신 덕과 선사先師께서 절을 지키신 공력을 추념해 볼 때 의리상 끝내 사양할 수가 없다. 삼가 율시 한 수를 제題하고 작은 서문을 앞에 두어 후인들이 듣고 볼 수 있도록 하노라.”라고 하였다.
벽송대기碧松臺記
무릇 진세塵世의 즐거움은 부귀영달富貴榮達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010_0952_c_01L以聖祖崇仰厚賜重修然役處夥
010_0952_c_02L而物猶欠知寺上人寶機使大哲有信
010_0952_c_03L領樂工數十人募緣鳩財克日竣事
010_0952_c_04L若人也其可謂裒多益寡不拙於用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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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2_c_07L釋王寺泛鍾閣重修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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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病蟄私室杜門濶交忽於一日甲子
010_0952_c_09L契首普寬上人敲門以告曰稽考本寺
010_0952_c_10L之有契始於旼日而歲所由來久矣
010_0952_c_11L未知那時豊約之如何然以我所耳目
010_0952_c_12L者言之雷默先師末年以如干物
010_0952_c_13L於我輩我輩受而殖之殖物之意
010_0952_c_14L於補寺天必佑之物玆有裕先修泛
010_0952_c_15L鍾樓次獻十王齋以其不朽之意
010_0952_c_16L諸耳目要後繼我者遵而勿替願師
010_0952_c_17L一言以記之也余應之曰我素不
010_0952_c_18L閑文墨况兼以病撥置筆硯已久
010_0952_c_19L足記爲然追念聖祖建寺之德先師保
010_0952_c_20L寺之功義不可以終辭也謹題一律
010_0952_c_21L弁以小叙以爲後人之耳目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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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952_c_23L碧松臺記

010_0952_c_24L
夫塵世之樂莫有過於富貴榮顯然間

010_0953_a_01L그렇지만 간혹 그 즐거움을 버리고 산중의 삶을 기약하여 초가를 짓고서 일생을 보내는 자가 있으니, 무슨 즐거움을 즐거워하여 그러한 것인가. 그 즐거워할 바를 즐거워한 것이니, 중인衆人들의 즐거움을 즐거워한 것이 아니다. 이원李愿은 속세의 선비였는데, 반곡盤谷에서 즐거워한 일62)은 그 그윽이 묻혀 사는(幽潛) 즐거움을 즐거워한 것이었고, 원 공遠公은 개중箇中(불가)의 사람이었는데, 여산廬山에서 즐거워한 일63)은 그 현허玄虛의 즐거움을 즐거워한 것이었다.
도광道光 갑오년(1834, 순조 34) 여름에 석암碩巖 선사께서 그 승도僧徒 묘협妙冾과 함께 설봉산雪峰山의 원통암圓通菴에 한 터를 얻어 대나무 몇 개를 바위 모서리 사이에 잇대고 엮어서 거처를 만들고는 평소 품고 있던 즐거움을 이루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산사람 경한擎瀚 역시 작은 손길을 내어 도우니, 사람들이 모두 벽송대碧松坮라고 일컫는 곳이다. 이보다 30년 전에 설송 태전雪松太顚 스님이라는 분이 북방에서 와서 터를 잡고 암자 하나를 지었는데, 암자가 오래되어 저절로 무너져 내려서 나뒹구는 돌들과 뒤엉킨 칡덩굴 사이에 오직 상고할 수 있는 한 조각 비석만이 있었다. 거기에는 ‘강희병오사월일康熈丙午四月日’64)이라고 새겨져 있었는데, 오랫동안 완미해 보니 의문점이 없을 수가 없었다.
벽송碧松 스님65)은 남방 부안扶安 출신으로, 황명皇明 천순天順 갑신년(1464, 세조 10) 3월 15일에 태어나시고, 가정嘉靖 갑오년(1534, 중종 29) 11월 초하루에 입적入寂하셨으니, 대청大淸 강희 병오년에서 거슬러 헤아려 보면 130여 년이 된다. 남북으로 천 리나 떨어져 있는 거리야 혹 인연을 따라와 주석하여 처소가 일정함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백 년이나 차이가 나는 시간은 어찌 서로 어긋나지 않겠는가. 어떤 이가 “표석表石을 새긴 이 일은 반드시 중건하였을 때일 것이니, 벽송대라고 전해 오는 이야기는 응당 창건한 일을 가리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비록 그렇지만 사실을 기록한 것마저도 없어서 흐릿하게 마치 상고시대에 끈을 엮어(結繩) 의사를 표시하던 때66)와 같으니, 아득하여 궁구할 수가 없다.
천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고, 한 시내가 문빗장처럼 집에 임해 있으니, 속진俗塵의 화복은 백 년 인생이 한바탕 꿈인 것과 같다. 한나절 일정이 걸릴 만큼 높이 자리한 곳에서 약간의 경치를 굽어보니, 눈 아래의 안개 너머 너른 들판이 어느새 봄가을이 바뀌는 듯하고, 손가락 끝의 하늘가 뭇 산들이 문득 사라졌다 드러나니, 이것들이 모두 이 벽송대의 기이한 볼거리이다.

010_0953_a_01L或有背其樂而約於山而結其廬以送
010_0953_a_02L其天年者樂何樂而然歟樂其所樂
010_0953_a_03L非夫衆人之樂之樂也李愿俗士也
010_0953_a_04L盤谷之樂樂其幽潜之樂遠公箇人也
010_0953_a_05L廬山之樂樂其玄虛之樂道光甲午夏
010_0953_a_06L碩巖禪師與其徒妙冾相得一基於雪
010_0953_a_07L山之圓通菴數箭道巖角間結以爲捿
010_0953_a_08L擬作素懷之樂山人擎瀚亦出一隻手
010_0953_a_09L相助人皆穪碧松坮也前此三十年
010_0953_a_10L有雪松太顚師者自北方來卜搆一菴
010_0953_a_11L庵久自壞雜石蕞葛之間惟有一片石
010_0953_a_12L可考者刻曰康熈丙午四月日翫味久
010_0953_a_13L不可無疑盖碧松師翁南方扶安
010_0953_a_14L產也皇明天順甲申三月十五日生
010_0953_a_15L靖甲午十一月初一日寂自大淸康熈
010_0953_a_16L丙午歲泝計則百有三十餘年南北千
010_0953_a_17L里之遠或恐隨緣瓶錫處所無定
010_0953_a_18L百年之隔豈不相違或曰表石之刻
010_0953_a_19L此必重建也相傳之稱應指草創也
010_0953_a_20L雖然幷無記實依俙若結繩時事
010_0953_a_21L莫可究也千峯屛圍一溪扄臨塵間
010_0953_a_22L禍福一夢百年高當半日之程俯觀
010_0953_a_23L若千之景眼底之烟外大野於焉春秋
010_0953_a_24L指頭之天畔羣山斯忽晦明皆此臺之

010_0953_b_01L아, 즐거움은 즐거워하는 이에게 돌아가고, 공로는 공을 세운 이에게 돌아가니, 내가 이 벽송대에 올라 그 옛사람이 그 즐거움을 즐거워한 일에 느낌이 있어 기문을 짓는다.
승선교기升仙橋記
승선升仙이라는 말은 비比이다.67) 하늘은 텅 비고 땅은 그윽하며, 꽃은 활짝 피고 새들은 날아오르는데, 생애는 한 바리때 물에 부치고, 신세는 한 조각 구름과 같으니, 어찌 천년 뒤에 신선으로 화하여 화표華表 위에서 훨훨 날던 백학白鶴과 비슷하지 않겠는가.68) 승선이라는 말은 흥興이다. 봄에는 바람을 쐬고 가을에는 달을 구경하며 앞에 가는 자는 읊조리고 뒤따르는 자는 춤을 추면서 종일토록 돌아갈 줄 모르니, 이 어찌 또 조물주의 화로 속에 천기天機를 노닐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 승선이라는 말은 부賦이다. 속심俗心을 끊고 피안彼岸에 올라 불이문不二門에 들어가69) 조계曹溪의 방70)에 앉으니, 또한 어찌 금선씨金仙氏71)의 커다란 환상의 경계에 몸이 오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옛날 전성기에는 석홍교石虹橋가 있었는데, 순묘純廟 경오년(1810)에 거센 물살에 무너져 묻혀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근심거리가 된 지 거의 30년이 되었다. 금상今上 계묘년(1843, 헌종 9) 가을 경오에 갑수甲首72) 완성玩城 스님이 제일 먼저 이에 대한 논의를 꺼내 계원契員들을 모아 개미처럼 한마음으로 도모하고 벌떼처럼 열심히 공역에 종사하여 무너져 내린 것을 보수하고 일으키려고 생각하였는데, 석재石材는 위태롭고 토사土砂는 무너져 내리기에 목재木材로 하는 것만 못하였다. 그래서 돌을 빼내어 터를 다지고 나무를 베어 다리를 만들어 옛날의 돌을 대신하여 시내를 건너는 고생을 덜게 되었다. 뒤에 혹 앞서와 같은 폐단이 생기는 것이야 죽루竹樓의 옛일73)을 기약하고, 이어 승선升仙이라 명명하고서 율시律詩 한 수를 붙여 내가 소홀히 여기지 않는 뜻을 보인다.
단풍원기丹楓園記
임신년(1872, 고종 9) 9월 보름 달밤에 수락산인水落山人 영허자暎虛子가

010_0953_b_01L奇觀也樂歸樂人功歸功人余登
010_0953_b_02L斯坮也感其古人之樂其樂而記之

010_0953_b_03L

010_0953_b_04L升仙稿記

010_0953_b_05L
升仙之言比也天空地幽花開鳥飛
010_0953_b_06L生涯一鉢水身勢一片雲豈非類夫華
010_0953_b_07L表上翩翩白鶴羽化於千載乎升仙之
010_0953_b_08L興也春而風秋而月前者咏後者
010_0953_b_09L終日忘返此豈又非造化爐中游
010_0953_b_10L泳天機乎升仙之言賦也斷俗心
010_0953_b_11L彼岸入不二門坐曹溪室則亦豈不
010_0953_b_12L是身登於金仙氏一大幻域乎昔在全
010_0953_b_13L盛時有石虹橋純廟庚午刼水圮沒
010_0953_b_14L爲行人之所憂者殆三十寒暑矣當宁
010_0953_b_15L癸卯秋有庚午甲首玩城師首出其議
010_0953_b_16L與合契員蟻謀蜂役思欲補圮興廢
010_0953_b_17L而石則危土則解不如木之爲愈
010_0953_b_18L驅石以築基伐木以造橋代其昔日之
010_0953_b_19L以濟越川之苦後或如前之弊
010_0953_b_20L以竹樓古事期之仍以升仙名之續以
010_0953_b_21L一律示余不忽之意也

010_0953_b_22L

010_0953_b_23L丹楓園記

010_0953_b_24L
壬申菊望之月夕水落山人暎虛子

010_0953_c_01L그 동포同袍의 손님 서너 사람과 함께 차를 마시고 운자韻字를 부르며 높은 산속 붉게 물든 나무 사이에 모였다. 맑은 바람은 구름을 움직이고, 이지러진 봉우리는 달을 토하여 산 그림자는 달빛 아래 고요하고, 기러기 소리는 찻잔 속으로 들어왔다. 소매를 잡고 서로 읊조리자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돈을 쓰지 않아도 절로 찾아왔다. 지팡이를 들어 돌을 두드리니, 졸던 새와 꿈에 든 학이 외로운 구름과 함께 쌍쌍으로 날아올라 북두성에 이르러 그 자루를 맴돌았다. 달빛이 바야흐로 환히 비추고 있으니, 비록 시와 잔은 이미 다 끝났다고 하더라도 남은 흥은 아직도 사랑할 만한 서리 맞은 단풍과 가을 달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어서 손님들과 함께 읊조리니,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秋月窈窕兮             가을 달이 고요하고 어여뻐라.
可抱可遊              품에 안고 노닐 만하고
霜風蕭瑟兮             서릿바람이 쓸쓸하고 서늘해라.
且好且愁              좋기도 하다가 시름겹기도 하구나.
茶已盡兮詩亦盡           차는 다 떨어지고 시도 다 읊조리니
與明月以恒朋            밝은 달과 함께 늘 벗이 되네.
停長笻於月下            달빛 아래 긴 지팡이를 멈추고
掃石榻而自憑            돌 의자를 쓸고 스스로 기대어라.
思一生之容易            일생의 덧없음을 생각하노라니
不閑遊而何之            한가로이 노닐지 않고 어디로 가랴.
吾常日之所恨            내 평소 한스럽게 여기는 바는
不得全於當時            바로 그때에 만끽하지 못하는 것이라네.
世久無於伯樂            세상에 오래도록 백락이 없으니
雖有馬以誰知            비록 말이 있어도 누가 알아주리.74)
내원암의 범종을 주조한 일에 대한 기문(內院庵鑄鍾記)
종鍾이라는 물건은 몸체가 둥글고 가운데는 비어 있어 두드리면 응하여 소리를 낸다. 음악에서 금음金音이라 명명하니, 비록 알밀遏謐하는 때75)라도 그치지 않는다. 무신년 암자가 불타기 전은 내가 감히 자세히 알지 못하거니와 기유년에 암자를 중건重建한 뒤에 함월涵月,76) 완월翫月,77) 뇌묵雷默78) 등 여러 선사들이 종을 주조하려는 뜻이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는데, 지금 비로소 화로火爐 하나로 주조하니, 무게가 1백 근斤이었다. 이때는 바로 숭정崇禎 기원후紀元後 네 번째 임진년으로 순묘純廟 32년(1832) 가을 8월이었다. 송頌은 다음과 같다.

聲在東               소리가 동쪽에 울려 퍼지니
滄溟萬里接天空           푸른 바다 만 리에 뻗어 천공에 닿았어라.
蓬萊萬二千峯色           봉래산 1만 2천 봉의 경색이
隨月乘風入此中           달 따라 바람 타고 이곳으로 들어오누나.

聲在西               소리가 서쪽에 울려 퍼지니
彌阤佛壽一人齊           무량수불처럼 성상께서 장수하시리.

010_0953_c_01L與其同袍之客三四人携茶呼韻
010_0953_c_02L會于高岑紅樹之間淸風撥雲缺峯
010_0953_c_03L吐月山影靜於月色鴈聲侵於茶觥
010_0953_c_04L把袖相吟淸風明月不用錢以自來
010_0953_c_05L擧笻鳴石睡鳥夢鶴與孤雲以雙飛
010_0953_c_06L以至乎斗星回魁月光方明雖曰詩
010_0953_c_07L樽已傾然而餘興猶不負於霜楓秋
010_0953_c_08L月之可愛也仍與客而吟之其歌曰

010_0953_c_09L
秋月窈窕兮可抱可遊霜風蕭瑟兮
010_0953_c_10L且好且愁茶已盡兮詩亦盡與明月以
010_0953_c_11L恒朋停長笻於月下掃石榻而自憑
010_0953_c_12L思一生之容易不閑遊而何之吾常日
010_0953_c_13L之所恨不得全於當時世久無於伯樂
010_0953_c_14L雖有馬以誰知

010_0953_c_15L

010_0953_c_16L內院庵鑄鍾記

010_0953_c_17L
鍾之爲物體圓中虛敲之則應樂名
010_0953_c_18L金音雖遏謐之時不止焉戊申菴火
010_0953_c_19L之前余未敢詳矣己酉重建之後
010_0953_c_20L月翫月雷默諸先師有志未遂矣今始
010_0953_c_21L一爐以鑄重百斤時乃崇禎記 [16] 元後四
010_0953_c_22L回壬辰純廟三十二年秋八月也頌曰
010_0953_c_23L聲在東滄溟萬里椄天空蓬萊萬二千
010_0953_c_24L峯色隨月乘風入此中聲在西彌阤

010_0954_a_01L須摩提國今何處           수마제국79)은 지금 어디에 있느뇨.
時若雨暘㪅有奚           기후 알맞고 순조로우니 다시 무엇 바라리.

聲在南               소리가 남쪽에 울려 퍼지니
詢友百城五十三           백 개의 성 다니며 쉰세 명 선우善友를 참알하네.80)
路上如逢三譯使           그 길에서 먼 나라 사신을 만난다면
吾王聖德亦須談           우리 임금님 성덕도 말해야 하리.

聲在北               소리가 북쪽에 울려 퍼지니
元是咸山酆沛國           본래 이곳은 함산 풍패의 나라라네.81)
塞雨邊塵無處愁           변방의 비와 먼지에도 근심 없어
野歌村酒有時劇           촌야의 술자리 노랫가락 질펀하기도 해라.

聲在中               소리가 가운데 울려 퍼지니
五雲多處紫微宮           오운 자욱한 곳에 자미궁이 있네.82)
時臣有若甘盤類           감반83)과 같은 신하들이 보필하니
二帝乾坤三代風           이제二帝의 천지요 삼대의 풍속이로다.

聲在天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지니
瑤池筵上醉羣仙           요지의 연회84)에 뭇 신선이 취했어라.
等同施受叅其席           베풀고 받는 이가 똑같이 자리에 참여하여
使彼漏衰不現前           누쇠漏衰한 사바세계85) 드러나지 않게 하네.

聲在地               소리가 땅에 울려 퍼지니
金水鐵山俱得利           지옥 중생들이 모두 이로움을 얻었네.
爲報三途八難中           말하노니 삼도와 팔난86) 속에서
自看心地知無貳           심지를 스스로 봄에 둘이 아님을 알리라.

聲在我               소리가 나에게 울려 퍼지니
於世忠君親孝可           세속에서 임금께 충성하고 어버이께 효도해야 하리.
出世濟生盡已功           세간 떠나 중생 구제함도 다 이미 공이니
皆令回向圓成果           모두 회향하여 원만히 과를 이루게 하노라.

咄是箇甚麽直得無恨         쯧, 이 무엇인고? 곧바로 알아야 한이 없으리.
상량문上樑文
보개산 축성암 상량문寶盖山祝聖庵上樑文
서술하건대 도인道人의 약포藥圃가 옛적에 열렸으니, 구름 너머 훨훨 나는 백학의 그림자 드리우고, 화상和尙의 정사精舍를 새로이 지으니, 허공중에 땅땅 지팡이 짚고 노니는 소리 들리네. 명산대천名山大川 가운데 땅을 간택하여 보개산의 성주聖住에 터를 잡았구나. 삼십육동천三十六洞天87) 가운데 부개浮盖가 제일이라고 일컬어지니 도인導引의 현언玄言을 문득 들은 것이요, 이십팔장봉二十八將峯 가운데 환희歡喜가 가장 높은 봉우리 되니 지장地藏의 진면眞面을 항상 바라보네. 봉래산蓬萊山과 설악산雪嶽山의 승경勝景과 대등하니 비록 깨끗한 바위나 맑은 물은 없지만, 태백산太白山과 청량산淸凉山의 사이에서 명성이 높으니 언제나 깊은 향기와 짙은 풍광이 있네. 승경을 찾아 깊이 들어가 우의羽衣 입은 신선들과 어울리고, 진경眞景을 찾아 돌아갈 줄 잊으며, 장삼 입은 선승들과 소요하네. 이곳에 암자를 마련한 이 누구인가.

010_0954_a_01L佛壽一人齊須摩提國今何處時若雨
010_0954_a_02L暘㪅有奚聲在南詢友百城五十三
010_0954_a_03L路上如逢三譯使吾王聖德亦須談
010_0954_a_04L在北元是咸山酆沛國塞雨邊塵無處
010_0954_a_05L野歌村酒有時劇聲在中五雲多
010_0954_a_06L處紫微宮時臣有若甘盤類二帝乾坤
010_0954_a_07L三代風聲在天瑤池筵上醉羣仙
010_0954_a_08L同施受叅其席使彼漏衰不現前聲在
010_0954_a_09L金水鐵山俱得利爲報三途八難中
010_0954_a_10L自看心地知無貳聲在我於世忠君親
010_0954_a_11L孝可出世濟生盡已功皆令回向圓成
010_0954_a_12L是箇甚麽直得無1) [2]

010_0954_a_13L

010_0954_a_14L上樑文

010_0954_a_15L寶盖山祝聖庵上樑文

010_0954_a_16L
述夫道人之藥圃舊開雲外翩翩白鶴
010_0954_a_17L和尙之精舍新建空中鍠鍠飛錫聲
010_0954_a_18L相地於名山大川得基於寶盖聖住
010_0954_a_19L十六洞天浮盖穪第一即聞導引之玄
010_0954_a_20L二十八將峯歡喜爲最尊常見地
010_0954_a_21L藏之眞面品齊於蓬萊雪嶽之勝雖無
010_0954_a_22L白石淸流名高於太白淸凉之中常有
010_0954_a_23L沉香濃色探勝㴱入翩遷羽衣之侶
010_0954_a_24L尋眞忘返逍遙雨衲之禪卜居者誰

010_0954_b_01L기봉당奇峯堂 쾌성快誠과 청신사淸信士 황유晃濰로다. 젊은 시절 공명功名의 진구塵臼88)를 좋아하더니, 만년에 법계法界 도량으로 피하였구나. 그 마음은 녹수綠水와 청산靑山을 사랑하고, 그 성정은 홍진紅塵과 자맥紫陌89)을 싫어하였네. 우뚝한 뜻 굽히지 않으니, 원 공遠公이 동림東林에서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한 일90)을 마음으로 사모하였고, 한가로운 즐거움 다하지 않으니, 이원李愿이 반곡盤谷에 은거했던 일91)과 자취가 같네. 불이문不二門에 대해 입을 닫고 대답하지 않은 이는 바로 10홀笏 크기 방장方丈에 들어앉은 유마維摩 거사였고,92) 면벽面壁 수행으로 일법一法을 전한 이는 바로 9년 동안 소림少林에 있었던 달마達摩 대사였네.93) 만금을 바쳐 정성을 표하니 황제가 동태사同泰寺에 거둥하여 참알하였고,94) 풀 하나 꽂아 사찰을 세우니 제석천왕이 연등불燃燈佛 영접하여 예의를 표하였네.95)
사람은 예와 지금이 같지 않기도 하지만, 도는 범인과 성인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지금은 가경嘉慶 12년(1807)이요, 성상聖上(순조) 즉위 후 7년이라. 구름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바위들을 깎아 내고 녹나무며 소나무로 집을 엮었네. 산빛이 그윽하니 급고給孤의 동산96)이 어렴풋하고, 수풀이 무성하니 조계曹溪의 장실丈室97)이 아스라하네. 석가께서 세 번 변한 화토化土98)를 절로 용납하고, 노능盧能의 한 폭의 포단圃團99)을 펼 만하구나. 찬미하는 사詞는 강엄江淹의 붓100)이 없음이 부끄럽고, 들보 올리는 송頌은 이하李賀의 문장101)을 본받기 어렵구나. 짧은 서문을 삼가 쓰고 긴 들보 드는 일을 돕노라.

抛樑東               들보를 동쪽으로 드니
金烏湧出碧波中           푸른 물결 가운데 태양이 솟아오르네.
祥光滿照恒沙界           상서로운 빛 항하사恒河沙 세계에 가득 비추니
聖壽常同日月宮           성상의 장수 늘 일월궁과 같으리.

抛樑西               들보를 서쪽으로 드니
九品蓮花路一齊           구품연화102) 가는 길이 하나로구나.
結社東林叅衆士           동림의 백련 결사 참여한 선비들을
㪅看極樂願同居           극락에서 다시 보고 함께하길 바라네.

抛樑南               들보를 남쪽으로 드니
靈珠歡喜兩相叅           영주봉과 환희봉이 서로 참알하네.
居僧幸共地藏願           승려가 지장의 원력을 함께하기 바라니
喜捨慈悲滿面含           자비희사의 마음103) 온 얼굴에 머금었네.

抛樑北               들보를 북쪽으로 드니
聖壽萬年朝夕祝           성상께서 만수 누리시라 조석으로 축원하네.
散在市園各處星           흩어져 있는 시원市園 곳곳마다 별들이
邀傾環向紫微極           자미극104) 맞이하고 경배하며 둘러 있네.

抛樑上               들보를 위로 드니
雨暘時若自天降           해와 비가 알맞고 순조롭게 하늘에서 내려오네.
聖胎長養如螽斯           왕후께서 종사105)처럼 길이 후사를 양육하시니
日月星辰光慶相           일월성신 그 빛으로 경하드리네.

抛樑下               들보를 아래로 드니
昇平烟月遍朝野           태평 시절 풍광風光이 조야에 흡족해라.

010_0954_b_01L奇峯堂快誠淸信士晃濰早悅功名塵
010_0954_b_02L晩逃法界道場心愛綠水靑山
010_0954_b_03L厭紅塵紫陌卓志不屈心慕遠公之結
010_0954_b_04L社東林康樂無央迹同李愿之隱居盤
010_0954_b_05L杜口不貳門即維摩十笏方丈
010_0954_b_06L面傳一法是達摩九歲少林貢萬金表
010_0954_b_07L帝幸同泰寺叅偈 [17] 揷一草建刹
010_0954_b_08L迎燃燈佛來儀人或古今不同道則凡
010_0954_b_09L聖何異今玆嘉慶十二歲聖上之七年
010_0954_b_10L駕鑿雲石結搆楠松山光窈窕隱現
010_0954_b_11L給孤之園林樾軒昴 [18] 縹緲曹溪之室
010_0954_b_12L自容釋迦之三變化土可敷盧能之一
010_0954_b_13L幅圃團讚美之詞慙無江淹之筆
010_0954_b_14L樑之頌難效李賀之文短引恭疏
010_0954_b_15L樑助擧

010_0954_b_16L
拋樑東金烏湧出碧波中祥光滿照恒
010_0954_b_17L沙界聖壽常同日月宮拋樑西九品
010_0954_b_18L蓮花路一齊結社東林叅衆士㪅看極
010_0954_b_19L樂願同居拋樑南靈珠歡喜兩相叅
010_0954_b_20L居僧幸共地藏願喜捨慈悲滿面含
010_0954_b_21L樑北聖壽萬年朝夕祝散在市園各處
010_0954_b_22L邀傾環向紫微極拋樑上雨暘時
010_0954_b_23L若自天降聖胎長養如螽斯日月星辰
010_0954_b_24L光慶相拋樑下昇平烟月遍朝野

010_0954_c_01L淨名旨上別乾坤           정명淨名106)의 뜻 위의 또 다른 세상이니
此是吾家神異者           이것이 우리 불가의 신이한 것이라네.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 밝은 별빛 두루 비추고, 경사스런 구름 때때로 일어나며, 승속僧俗이 한마음으로 정성스레 기원하여 백 대가 지나도 없어지지 않게 해 주시며, 산야山野가 한뜻으로 길복을 축원하여 천겁이 지나도 길이 보존되게 해 주소서.
수락산 흥국사 대웅전 중건 상량문水落山興國寺大雄殿重建上樑文
서술하건대 가는 것은 반드시 돌아올 때가 있다는 말은 복희伏羲의 『주역周易』에 나오는 복양復陽에서 보았고,107) 황폐해진 옛 건물을 새로 중수한 일은 대씨戴氏의 『예기禮記』에 나오는 윤환輪奐에서 들었노라.108) 살펴보건대 본사는 국가의 원당願堂이요, 산문山門의 수찰首刹이다. 안개 너머 새소리에 천지가 고요한데 송축하는 범패 소리 언제나 읊조리고, 호리병에 든 승려의 꿈109)에 세월이 유장한데 예불하는 경쇠 소리 이따금 들리누나. 막힘과 통함은 한결같지 않고, 슬픔과 흥취는 서로 섞인다네. 비록 신라 때 창건했다고 하지만 전혀 남은 기록이 없고, 또 본조에서 중건하였다고 말하지만 역시 그 시기를 알 수가 없구나. 갑자년에 새로 지으니 생각지 못한 다행이었는데, 무인년에 불에 타 버리니 하늘에 사무치도록 서글프도다. 법우法宇와 승료僧寮가 모두 불바다에 들어가 버리니 예불하고 경전 전할 곳이 없고, 누각과 집터가 몽땅 잡초로 무성해지니 발원 올리고 중생 제도할 방도가 없구나. 단지 한 사찰이 탄식할 일일 뿐만 아니라 또한 여러 산문山門이 애석해할 일이로다.
이 사찰의 주지는 호號가 기허騎虛라고 하는데, 심사를 애태우면서 잠시도 편히 쉴 틈이 없었고, 수족을 열심히 움직여 겨우 중건할 기약이 있게 되었네. 먼저 명부冥府의 고당高堂을 수리하고, 다음으로 대웅大雄의 보전寶殿을 세웠네. 옛터를 바탕으로 하여 땅을 다지니 평탄하면서도 완전해졌고, 새 재목을 두루 갖추어 규모를 더하니 넓으면서도 크구나. 이때는 도광道光 원년 신사년(1821, 순조 21)이라네. 길운吉運이 다시 돌아오니 하늘이 돌보아 주는 은택을 다행히 입었고, 조물주가 서로 도와주니 신이 수호한 공로를 볼 수 있겠네.

010_0954_c_01L名旨上別乾坤此是吾家神異者

010_0954_c_02L
伏願上樑之後明星普照慶雲時興
010_0954_c_03L緇素一心而禱誠過百代而不滅山野
010_0954_c_04L同致而吉慶度千刼而長存

010_0954_c_05L

010_0954_c_06L水落山興國寺大雄殿重建上樑文

010_0954_c_07L
述夫無徃不返見羲易之復陽廢古修
010_0954_c_08L聞戴禮之輪奐顧惟本寺國家之
010_0954_c_09L願堂山門之首刹鳥歌烟外乾坤靜
010_0954_c_10L祝聖之梵唄常吟僧夢壼中歲月長
010_0954_c_11L佛之淸磬時聽否泰不一悲興相叅
010_0954_c_12L雖云羅代初營都無記迹又曰本朝重
010_0954_c_13L亦不知時閼逢困敦之經新驀地
010_0954_c_14L幸也著雍攝提之回祿蒼天悲夫
010_0954_c_15L宇僧寮盡入灰場禮佛2) [3] 經之無所
010_0954_c_16L樓地舍基渾作荒草施願濟生之迷方
010_0954_c_17L非但一寺之所嗟亦乃諸山之可惜
010_0954_c_18L有寺主號曰騎虛焦勞心思暫無安
010_0954_c_19L息之隙拮拒手足僅得重建之期
010_0954_c_20L修冥府之高堂次建大雄之寶殿仍古
010_0954_c_21L基而治地載坦載完備新材而添規
010_0954_c_22L且宏且大時維辛巳道光元年吉運重
010_0954_c_23L幸蒙天顧之澤造物相助可觀神
010_0954_c_24L「恨」疑「限」{編}「傅」疑「傳」{編}

010_0955_a_01L제비는 새로 중건한 일 하례하고, 햇무리는 옛날처럼 떠가네. 기둥 세운 날은 언제인가. 5월의 초순이요, 들보를 올린 날은 언제인가. 6월의 6일이라네. 그런대로 파곡巴曲110)을 불러 이에 영근郢斤111)을 돕노라.

兒郞偉抛樑東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드니
滿月藥師濟世中           만월 세계 약사여래가 제도하시는 세상 가운데라네.
共沐恩波無擾事           은택 함께 입어 시끄러운 일 없어
松窓懶起日輪紅           솔창 아래 게을리 일어나니 붉은 해가 뜨네.

兒郞偉抛樑西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드니
道峯萬丈碧難躋           푸른 도봉산 만장봉은 오르기 어려워라.
紅塵咫尺別開局           홍진 세상 가까이에 따로 가람을 여니
罕見遊人輪與蹄           노닐러 온 수레며 발자취 보기 드물구나.

兒郞偉抛樑南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드니
甘棠蔽芾口諵諵           폐불감당 노래112)를 입으로 읊조리네.
每看此地多贒士           이곳에 현인들 많음을 볼 때마다
想必召公敎再三           반드시 소공召公께서 재삼 교화했을 거라 생각하네.

兒郞偉抛樑北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드니
聖菴常祝壽千億           성암聖菴에서 항상 억만년 장수를 축원하네.
太平玉燭永無殘           태평 시대 옥촉113)이 길이 쇠하지 않으니
遙看九重雲五色           멀리 오색구름 속 구중궁궐 바라보네.

兒郞偉抛樑上            어영차 들보를 위로 드니
衆香一鉢咸供養           중향국 한 바리때 향반香飯114)을 다 함께 공양하네.
無量活佛度群生           무량한 활불이 중생을 제도하여
永敎十方消幻妄           길이 시방세계에 환망幻妄 그치게 하시네.

兒郞偉抛樑下            어영차 들보를 아래로 드니
老釋胸中忘指馬           노승은 흉중에 손가락과 말을 잊었네.115)
麥雨初晴午睡濃           맥우麥雨116)가 갤 무렵 낮잠에 푹 빠져
不知山外已生夏           산 너머에 벌써 여름 온 줄을 모르네.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 불천佛天이 복을 드리워 성상의 체후 언제나 강녕하시며, 장애가 사라지고 재앙이 그쳐 사방 중생들이 즐거워하며, 바람 순조롭고 비가 알맞아 만방 백성들이 다 평안하게 하소서.
수락산 내원암 지족루 신건 상량문水落山內院菴知足樓新建上樑文
하늘이 펼쳐 놓은 큰 화폭은 삼십육동천三十六洞天일 뿐만이 아니고, 땅이 열어 놓은 기절奇絶한 구역은 백천억 경계보다 오히려 많다네. 사람들은 혹 드러내 집을 짓지만 귀신은 오직 감추기만 하네. 국내의 명산들을 두루 참방하고 해외의 승지들을 널리 찾아다녔네. 봉래산蓬萊山 삼도三島는 그 자취가 선방仙方에 기이하고,117) 청량산淸凉山이라 하는 오대산五臺山은 그 이름이 석전釋典에 크게 징신徵信할 수 있네.118) 곤륜산崑崙山은 황복荒服 지역에 열려 있고,119) 금강산金剛山은 부상扶桑에 자리잡고 있네.120)

010_0955_a_01L護之功燕賀成新暈飛依舊立柱何
010_0955_a_02L蕤賓之初旬上樑那時林鍾之六
010_0955_a_03L聊唱巴曲爰侑郢斤

010_0955_a_04L
兒郞偉拋樑東滿月藥師濟世中共沐
010_0955_a_05L恩波無擾事松窓懶起日輪紅兒郞偉
010_0955_a_06L拋樑西道峯萬丈碧難躋紅塵咫尺別
010_0955_a_07L開局罕見遊人輪與蹄兒郞偉拋樑南
010_0955_a_08L甘棠蔽芾口諵諵每看此地多贒士
010_0955_a_09L必召公敎再三兒郞偉拋樑北聖菴常
010_0955_a_10L祝壽千億太平玉燭永無殘遙看九重
010_0955_a_11L雲五色兒郞偉拋樑上衆香一鉢咸供
010_0955_a_12L無量活佛度群生永敎十方消幻妄
010_0955_a_13L兒郞偉拋樑下老釋𦚾中忘指馬麥雨
010_0955_a_14L初晴午睡濃不知山外已生夏

010_0955_a_15L
伏願上樑之後佛天垂祐聖體恒安
010_0955_a_16L障盡灾消四衆快樂風順雨若萬方
010_0955_a_17L咸平

010_0955_a_18L

010_0955_a_19L水落山內院菴知足樓新建上樑文

010_0955_a_20L
天恢大幅不啻三十六洞天地拓奇塸
010_0955_a_21L猶多百千億界地人或現宅鬼惟秘藏
010_0955_a_22L遍叅國內名山愽究海外勝地蓬萊三
010_0955_a_23L迹奇異於仙方淸凉五臺名大孚
010_0955_a_24L於釋典崑崙闢於荒服金剛鎭於扶桑

010_0955_b_01L바닷가 끝에 있는 우리나라는 조선朝鮮이 그 국호라네. 나라에 있는 고을의 숫자는 모두 삼백예순 개인데 기학騎鶴의 주州121)가 그 안에 있고, 양주楊州에 있는 사찰의 숫자는 모두 마흔여덟 개인데 석출石出의 산122)이 그 수에 포함되어 있네. 옥류玉流와 금폭金瀑으로 골짝을 장엄하게 하고 불석佛石과 성봉星峯으로 산봉을 둘렀어라. 사봉獅峯은 빼어나고 부계鳧溪는 맑으며, 노석爐石은 앞에 있고 증암烝巖은 뒤에 있네. 지금 내원암內院菴은 산문山門의 청정한 경계요, 방가邦家의 기도하는 선림禪林이라네. 운한雲漢의 보묵寶墨123)이 찬란하고 자씨慈氏의 진신眞身124)이 우뚝 서 있네. 도솔암兜率庵 속에 찻잔 연기 그치니, 승려는 선정禪定에 들고 하늘은 꽃비를 내리며,125) 광응전光膺殿 위에 종소리 울리니, 새는 숲속에 잠들고 구름은 달을 토하네. 시내 흐르고 꽃망울 터지며 학은 울고 하늘은 높구나. 불자拂子를 들면서126) 삼구三句의 현문玄門127)을 늘 참구하고, 불진拂塵을 휘두르며128) 사종四種의 법계法界129)를 또한 강설하네. 석탑石塔은 밤이 들자 고요해지고, 청경淸磬은 구름 너머 퍼져 가네. 비단 개울은 봄빛이 깊어 가고, 붉은 노을은 동천에서 나오누나. 지대가 높아 여름에도 무더워 얼음 밟고 싶다는 생각 나지 않고, 산림이 깊어 봄에도 떵떵 나무 베는 소리가 많네. 성근 소나무 아래 생황 음악을 연주하고, 떨어지는 꽃잎은 비단 장막을 펼치었네. 깊은 계곡 향한 창문에서 승려는 빗소리를 듣다가 어렴풋이 동녘에 진 무지개를 옆으로 바라보고, 높은 산마루에 걸린 사찰에서 나그네는 구름 속에 묵었다가 깨어서는 신선이 천궐天闕에 조회 왔나 의심하네. 패엽貝葉130)을 넘기니 패엽마다 부처를 찬송하고, 범게梵偈131)를 음송하니 범게마다 임금을 축원하누나. 전각이며 요사채 아직 남아 있음을 매양 기뻐하면서도 누각이 부족함을 안타까워하기도 하네. 여름비 속에 온방溫房에서 연회를 베푸니 주객主客은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겨울바람 가운데 한지寒地에서 재를 올리노라니 상설霜雪이 몸에 내려앉누나. 일에 닥쳐서는 승속僧俗이 함께 근심하고 여유 있을 때엔 노소가 함께 논의하는데,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니, 저 조물주의 손길을 기다리네. 이에 재목을 모은 것이 산처럼 우뚝하여 공역을 일으키니 청원靑猿이 바리때 씻은 해132)이고, 터를 완성하고 누각을 이루어 길조에 부합하니 목계木鷄가 사신司晨한 해133)라네. 천은天恩 아님이 없거니와 또한 보시 받은 은택을 더하였네. 옛 모습으로 중수한 본 암자의 처음을 탐색하고, 새로 이룬 이 누각의 종말을 궁구하네. 지금 마침 길한 날을 가려서 이에 감히 들보 올리며 찬송贊頌하노라.


010_0955_b_01L海隅玆邦朝鮮厥號國有邑者三百
010_0955_b_02L六十騎鶴之州當中州有寺者四十
010_0955_b_03L八斯石出之山叅數玉流金瀑以莊谷
010_0955_b_04L佛石星峯以列巒獅峯秀而鳧溪淸
010_0955_b_05L石前而烝巖後今玆內院菴山門淨界
010_0955_b_06L邦家禱林雲漢之寶墨燦然慈氏之眞
010_0955_b_07L身屹立兜率庵中茶烟歇僧入定而天
010_0955_b_08L雨花光膺殿上㪅鍾鳴鳥宿林而雲吐
010_0955_b_09L水流花綻鶴鳴天高竪拂而常叅
010_0955_b_10L三句玄門揮塵而亦講四種法界石塔
010_0955_b_11L夜靜淸磬穿雲錦澗春㴱紅霞出洞
010_0955_b_12L地高而夏無欝欝踏冰之思山幽而春
010_0955_b_13L多丁丁伐木之聲踈松奏笙篁之音
010_0955_b_14L花鋪錦繡之帳窓臨絕澗僧聽雨推看
010_0955_b_15L依俙蝃在東寺寄高岑客宿雲覺來彷
010_0955_b_16L彿仙朝闕翻貝葉而葉葉讚佛誦梵偈
010_0955_b_17L而偈偈祝君每喜殿寮之尙存間惜樓
010_0955_b_18L閣之有闕夏雨設燕溫房主客逼汗
010_0955_b_19L冬風營齋寒地霜雪襯身臨事緇素俱
010_0955_b_20L遑閒老少共論莫之奈何也待彼
010_0955_b_21L造物焉於是資材山兀以興工靑猿洗
010_0955_b_22L鉢之歲完基樓成而叶吉木鷄司晨之
010_0955_b_23L莫非天恩亦添施澤原始本菴之
010_0955_b_24L修古要終斯樓之成新今屬卜吉簡辰

010_0955_c_01L
抛樑東               들보를 동쪽으로 드니
龍門勢大半天崇           용문龍門의 산세 거대하여 중천에 우뚝하도다.
閒中自愛山房靜           한가한 중에 산방의 고요함을 사랑하노니
睡覺松窓日已紅           자다 깬 솔창에 석양이 벌써 붉구나.

抛樑西               들보를 서쪽으로 드니
瑤池靑鳥向人啼           요지瑤池에서 온 청조靑鳥134)가 사람 향해 우는구나.
蓮房漏靜檀烟歇           승방에 번뇌 고요하고 단향檀香 연기 그쳤는데
入定紅袈祖令提           입정入定한 고승이 조사祖師의 정령正令 들어 보이네.135)

抛樑南               들보를 남쪽으로 드니
箇箇居僧盡善男           기거하는 승려마다 모두 선남자로다.
龍女獻珠琉璃轉           용녀가 바친 구슬 유리처럼 구르니136)
靈山是處拜瞿曇           영산은 구담에게 절한 곳이라네.137)

抛樑北               들보를 북쪽으로 드니
扶搖飛鳥垂雲翼           부요를 타고 날아오른 새 구름 날개 드리웠네.138)
若能乘彼逍遙遊           저것을 타고 소요유를 할 수 있다면
何㪅擧烟勞附杙           어찌 다시 횃불 밝히고 말뚝 붙잡고 찾아오랴.139)

抛樑上               들보를 위로 드니
二十八天次第量           이십팔천140)을 차례대로 헤아려 보네.
膺殿焚香是甚思           광응전에서 분향하며 무슨 생각했나.
萬年祝聖壽康壯           성군께서 강장康莊하게 만수 누리시라 축원하였네.

抛樑下               들보를 아래로 드니
休夏胸襟忘指馬           하안거에 든 스님의 흉금에는 지마指馬를 잊었네.141)
可笑月中興盡人           가소로워라 달빛 가운데 흥이 다한 사람이여,142)
那知嶺上送雲者           고개에서 구름 보낸 이를 어찌 알았으랴.143)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 보배로운 운수 하늘처럼 장구하고 크나큰 복록이 땅처럼 오래되며, 그 덕택으로 화안和安하여 질병이 없어 올라와 찾아오는 자들이 평생 동안 보답을 받고, 장수를 누려 강락康樂함이 끝이 없어 보시를 베풀고, 받는 이가 대계大界144)를 여유로이 노닐게 하소서.
석왕사 수군당 중건 상량문釋王寺壽君堂重建上樑文
살펴보건대 팔방을 통틀어 수많은 강산 중에 철령鐵嶺은 북해北海의 제일 관문關門이요, 일국을 통틀어 약간의 사찰 중에 설봉산雪峯山의 석왕사는 동방의 최상의 원당願堂이다. 북쪽으로는 풍패豐沛까지 3일의 일정이요,145) 남쪽으로는 장안長安까지 5백 리이다. 우리 석왕사는 성조聖祖가 왕운을 연 곳이요, 왕사王師가 머물렀던 곳이다.146) 세 서까래를 지고 나오는 꿈을 꾸어 길상吉祥이라 해몽하니, 처음은 적부赤符의 상서로운 노래147)와 부합하고, 왕위王位에 나아가 신덕神德을 펼치니, 끝에는 붉은붓의 표훈表勛이 드러났다.148) 5백 성인을 옮겨 안치하고 천 일 동안 헌향하니,149) 영험한 효험이 이미 드러났고, 공로에 대한 보답이 범상치 않았다.
인료仁寮의 구비龜碑에는 열성조列聖祖의 찬란한 보묵寶墨이 남아 있고,

010_0955_c_01L茲敢揭樑賛頌

010_0955_c_02L
拋樑東龍門勢大半天崇閒中自愛山
010_0955_c_03L房靜睡覺松窓日已紅拋樑西瑤池
010_0955_c_04L靑鳥向人啼蓮房漏靜檀烟歇入定紅
010_0955_c_05L袈祖令提拋樑南箇箇居僧盡善男
010_0955_c_06L龍女獻珠琉璃轉靈山是處拜瞿曇
010_0955_c_07L樑北扶搖飛鳥垂雲翼若能乘彼逍遙
010_0955_c_08L何㪅擧烟勞附杙拋樑上二十八
010_0955_c_09L天次第量膺殿焚香是甚思萬年祝聖
010_0955_c_10L壽康壯拋樑下休夏胷襟忘指馬
010_0955_c_11L笑月中興盡人那知嶺上送雲者

010_0955_c_12L
伏願上樑之後寶曆天長鴻祚地久
010_0955_c_13L德而和安無病登臨者受應平生
010_0955_c_14L而康樂無央施受者優游大界

010_0955_c_15L

010_0955_c_16L釋王寺壽君堂重建上樑文

010_0955_c_17L
詳夫通八垓許多江山鐵嶺作北海第
010_0955_c_18L一關防遍一國若干寺刹雪峯爲東方
010_0955_c_19L最上願堂北來豐沛三日程南去長安
010_0955_c_20L半千里惟我釋王寺聖祖啓運之地
010_0955_c_21L王師降嶽之場夢三椽而解吉祥初協
010_0955_c_22L赤符瑞頌御九位而敷神德終見彤管
010_0955_c_23L表勛五百尊之移安一千日之獻享
010_0955_c_24L靈效旣著酬勲非常仁寮龜碑列聖

010_0956_a_01L청사淸祠의 사좌獅座에는 세 분 화상和尙의 당당한 모습이 남아 있으며,150) 용루龍樓에는 높은 담이 솟아 있고, 학부鶴府에는 새벽 구름이 내려앉았다. 봄과 가을에 폐백을 내려 줌은 일체의 군신이 제사를 지내는 것과 어렴풋이 같고, 전후로 은혜를 입은 것은 칠제七帝의 스승에게 공물을 바치는 예例151)와 방불하다. 아, 옛날에는 열여섯 개의 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서너 개의 승방僧房만 남았다. 대개 그중 하나 수군당은 법전의 왼쪽 가장자리 승가僧家의 정면에 있다. 아침에 설교하여 삼승三乘을 모아서 일승一乘으로 회귀시키니152) 인승因乘의 도저到底가 과승果乘의 위이고, 저녁에 참선하여 삼구三句를 쳐 1구句를 이루니 말구末句153)는 원래 초구初句의 앞에 있다.
『반야경般若經』의 색色은 곧 공空이니, 왕사성王舍城 만고의 달이요, 정법안正法眼의 보고 웃는 것은 영취산靈鷲山의 일지화一枝花154)로다. 고금이 무상하고 성쇠가 일정치 않으니, 이미 이 당이 무너진 데다 더구나 연사蓮社가 화재를 당함에랴. 순영巡營에서 감사監司에게 보고하여 본부本府에서 주선하니, 360개의 고을 중에 매우 드문 성대한 일이로다. 국고國庫에서 재물을 내고 묘당廟堂에서 구획하여 1만 수천 금이 모였으니, 비교할 수 없는 큰 은혜로다. 보고 들었던 과객들도 이를 공경히 생각하거늘, 숙식하며 거처하는 사람들이 윗사람 우러러 체행하기를 어찌 소홀히 하겠는가. 불타고 무너졌던 곳들이 일시에 중건되고, 공실公室과 사실私室은 훼손되는 대로 수리될 것이로다. 이로 말미암아 옛터에 주춧돌을 세우니 묘좌卯坐 유향酉向 오룡午龍 자호子虎의 자리요, 길일에 들보를 올리니 임자壬子 병오丙午 기해己亥 기사己巳의 날이네. 긴 들보는 영근郢斤의 솜씨에 견줄 만하고,155) 짧은 노래는 파곡巴曲과 어울린다.

抛樑東               들보를 동쪽으로 드니
黃龍屹立白雲中           황룡이 우뚝이 백운 속에 서 있네.
有時從定鳴鍾出           때로 선정 속에 종소리 울려 퍼지고
片片雨花滿虛空           흩날리는 꽃비는 허공에 가득하네.

抛樑西               들보를 서쪽으로 드니
九品蓮池路不迷           구품연지九品蓮池156)는 길이 어둡지 않네.
敢問樂邦何處是           감히 묻노니 극락은 어디인가.
惟心淨土自相捿           유심정토惟心淨土가 절로 깃든 곳이라오.

抛樑南               들보를 남쪽으로 드니
五鉉節節慶雲叅           순임금의 오현금五絃琴을 연주함에 상서로운 구름이 참여하네.157)

010_0956_a_01L朝煌煌寶墨淸祠獅座三和尙堂堂威
010_0956_a_02L屹高墉於龍樓濕曉雲於鶴府
010_0956_a_03L秋降幣依俙然一體君臣祭祀同
010_0956_a_04L後蒙恩彷彿焉七帝門師俸貢例
010_0956_a_05L昔之十六室今存數三房盖此壽
010_0956_a_06L君一堂法殿左眉僧家正面朝而說
010_0956_a_07L會三乘歸一乘兮因乘到底果乘上
010_0956_a_08L暮則叅禪打三句成一句也末句元來
010_0956_a_09L初句前般若經色即空王舍城萬古月
010_0956_a_10L正法眼視而笑靈鷲山一枝花今古無
010_0956_a_11L否泰不一旣此堂之頹破況蓮社
010_0956_a_12L之火灾巡營報司本府周旋三百六
010_0956_a_13L十州罕遇之盛事內帑捐財廟堂區
010_0956_a_14L一萬數千金莫大之鴻恩見聞過
010_0956_a_15L欽惟猶斯宿食居人仰體豈忽
010_0956_a_16L者灾處破處一時重建公室私室
010_0956_a_17L毁修新由是定礎於舊基卯坐酉向午
010_0956_a_18L龍子虎之局上樑於吉日壬子丙午己
010_0956_a_19L亥己巳之辰脩樑賽於郢斤短唱和於
010_0956_a_20L巴曲

010_0956_a_21L
拋樑東黃龍屹立白雲中有時從定鳴
010_0956_a_22L鍾出片片雨花滿虛空拋樑西九品
010_0956_a_23L蓮池路不迷敢問樂邦何處是惟心淨
010_0956_a_24L土自相捿拋樑南五絃節節慶雲叅

010_0956_b_01L甘棠蔽芾民和樂           감당나무158) 우거진 곳에 백성이 화락하니
何必蠻人重譯三           만인蠻人을 위해 세 번이나 거듭 통역할 필요 있을까.159)

抛樑北               들보를 북쪽으로 드니
天生一水能成六           하늘이 일一로 물을 생성하니 능히 육六을 이루네.160)
萬物皆從易理生           만물이 모두 역易의 이치로부터 생겨나니
勸君順善莫從惡           그대에게 권하노니 선을 따르고 악을 따르지 말지어다.

抛樑上               들보를 위로 드니
無臭無聲浩莫尙           냄새 없고 소리 없으니161) 성대하여 더할 수 없네.
炙背愚誠自未知           자배炙背하는 어리석은 성심162)은 스스로 알지 못하니
焚香祝聖壽無量           향을 피워 성군의 무궁한 장수를 축원하네.

抛樑下               들보를 아래로 드니
太平淸淨無爲化           태평청정은 함이 없는 교화이네.163)
但願雨暘應若時           다만 원컨대 비와 볕이 때에 맞게 내려져
豊登萬里遍山野           만 리 산야에 두루 풍년 들기를.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 옥체玉體가 진중하고 신령神欞스런 이씨李氏 왕조가 길이 궁궐에 무성하며, 금신金身이 늘 보존되어 자혜로운 구름과 비가 속세를 두루 적셔 삼재팔난三灾八難164)은 모두 종식되고, 사은구유四恩九有165)가 모두 기뻐하게 해 주소서.
내원암에 새로 건립한 영당에 대한 상량문(內院菴新建影堂上樑文)
자세히 살펴보니 달마達摩가 천축天竺에서 온 뒤로 중화中華에 바야흐로 격외선格外禪166)이 전해졌고, 태고太古가 호주湖州를 오감에 동국東國에 비로소 중정中正한 도道가 알려졌다.167) 천 개의 등불168)을 맡겨서 사방을 비추고, 만 갈래 물결로 나뉘어 팔방으로 흐르니, 살아서는 가르치고 섬기며 죽어서는 부촉하고 이어 받든다. 삼가 생각건대 명을 받들어 바다를 건너니 칠치柒齒가 자항慈航에 복종하고, 자성自性을 길러 입산하니 백액白額이 비석飛錫에 길들여진다.169) 이로 말미암아 조정에서는 충을 표창하여 사액賜額하고, 산문山門에서는 덕을 숭상하여 공경하니 팔방에 두루 미쳐 더욱 많고, 영겁의 세월 지나도 더욱 유구하다. 석왕사釋王寺 내원암內院菴은 성조聖祖(태조)께서 조선을 건국할 운을 열었던 곳이니 왕사王師(무학 대사)가 사당을 두었고, 선조先祖가 공덕을 쌓던 곳이니 후손이 그 자취를 이었다. 당세에 참선하고 강경講經하며, 오랜 세월 공경히 공양하고 받들어 제사 지냈고, 마음에 보존하여 성심을 다하고 모습을 그려 추모하였다. 옛 건물이 협소함을 꺼려 새로운 당堂을 만들어 규모를 늘리되, 단규丹竅에서 정력을 고갈할까 염려하여 현은玄隱을 들어서 대신 관리하게 하였다.170) 이때는 함풍咸豊 10년(1860, 철종 11) 경신년이었다.

010_0956_b_01L甘棠蔽芾民和樂何必蠻人重譯三
010_0956_b_02L樑北天生一水能成六萬物皆從易理
010_0956_b_03L勸君順善莫從惡拋樑上無臭無
010_0956_b_04L聲浩莫尙炙背愚誠自未知焚香祝聖
010_0956_b_05L壽無量拋樑下太平淸淨無爲化
010_0956_b_06L願雨暘應若時豊登萬里遍山野

010_0956_b_07L
伏願上樑之後玉體珍重神欞仙李
010_0956_b_08L永茂於丹墀金身常存慈雲慧雨
010_0956_b_09L沾於火宅三灾八難之頓息四恩九有
010_0956_b_10L之咸欣

010_0956_b_11L

010_0956_b_12L內院菴新建影堂上樑文

010_0956_b_13L
詳夫達摩來自天竺中華方傳格外禪
010_0956_b_14L太古徃還湖州東國始通中正道任千
010_0956_b_15L燈而千照分萬派而萬流生而敎之事
010_0956_b_16L沒而囑者承者切念奉命越海
010_0956_b_17L齒伏於慈航養性入山白額馴於飛錫
010_0956_b_18L由是朝家表忠賜額山門崇德欽容
010_0956_b_19L八垓而彌多歷浩刼而愈久惟釋王寺
010_0956_b_20L內院菴聖祖啓運之地王師有祠
010_0956_b_21L祖積功之場後孫繼迹叅禪講經於當
010_0956_b_22L敬供奉祀於長時存心致誠圖像
010_0956_b_23L追慕憚舊閣之狹制 ▼(並+刄)新堂而增規
010_0956_b_24L慮丹竅之疲精擧玄隱而替管時維咸

010_0956_c_01L방춘芳春 2월 4일에 나무를 베고 터를 쌓았고, 3월 26일에 상량上樑을 완료하였다. 뒤쪽을 자방子方으로 하고, 정면을 오방午方으로 하니, 제도는 분명 남향으로 한 것이다. 날은 모인某寅이요, 시時는 모진某辰이니, 경영함은 길일을 택했다 이를 만하다. 짧은 노래를 소리 높여 불러 상량上樑하는 일에 화和한다.

抛樑東               들보를 동쪽으로 드니
竹林精舍虎溪東           죽림정사竹林精舍 호계虎溪171)의 동쪽이라네.
會中高釋皆如遠           법회에 모인 고승들 모두 혜원慧遠 같으니
齊播竺華與海東           천축天竺과 중화中華와 해동海東에 똑같이 전해졌네.

抛樑西               들보를 서쪽으로 드니
擧烟附杙古葱西           횃불을 들고 뗏목을 타고 온 옛 총령蔥嶺172) 서쪽이라네.
達摩涉險躬臨此           달마가 험한 지역 지나 몸소 이곳에 임하니
栢樹風聲吹自西           잣나무의 풍성風聲이 서쪽에서 불어오네.173)

抛樑南               들보를 남쪽으로 드니
微凉生處殿之南           서늘한 기운 생겨나는 곳 대웅전 남쪽이라네.
黃梅結果何消息           황매黃梅174)가 열매를 맺는 것 무슨 소식인가.
憶昔曹溪在嶺南           옛날 조계曹溪가 영남嶺南에 있었던 것175) 추억하네.

抛樑北               들보를 북쪽으로 드니
庵寄雪山鐵嶺北           암자는 철령 북쪽 설봉산에 기대 있네.
涵月千秋暎碧空           함월涵月176)은 긴 세월 허공에서 비추니
江南常照又江北           늘 강남을 비추고 또 강북을 비추네.

抛樑上               들보를 위로 드니
一句悟而又向上           1구句를 깨닫고 또 향상일로向上一路하는구나.
不願毘沙富貴如           비사문천毘沙門天에 부귀가 같기를 원하는 것 아니라
只將慶福頌君上           단지 경복慶福 가지고 군상을 송축하네.

抛樑下               들보를 아래로 드니
齊家治國平天下           집안은 가지런하고 나라는 다스려지며 천하는 균평하네.
道能宣化德兼人           도道는 교화를 펴고 덕은 훌륭하였으니
普照無垠樂上下           널리 비춤이 끝없어 상하를 즐겁게 하네.

삼가 바라건대 상량上樑한 뒤에 화상의 선덕先德은 사시四時를 흠향하여 이르시고, 문하門下의 후진後進은 천추千秋의 제천을 바치며, 영탱影幀과 전각이 선후로 지어졌으니, 일없는 솔바람에 태평세월을 누리게 해 주소서.
서序
기봉 노화상 문계에 대한 서문(奇峯老和尙門契序)
강물은 비록 만 갈래 지류支流로 흐르나 그 근원은 하나이고, 나무는 비록 천 갈래 줄기로 뻗어 나가나 그 뿌리는 하나이다. 우리 노사老師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어찌 우리 문도가 있으랴. 생각건대 우리 노화상께서는 청허淸虛177)의 제6대 법손이요, 함월涵月의 적손嫡孫이며, 뇌묵雷默의 문인이다. 관북關北에서 도성으로 와서 노니심에 양주楊州의 천보산天寶山과 수락산水落山 사이는

010_0956_c_01L豊十載歲次庚申芳春二月初四
010_0956_c_02L木築基三月念六上樑結局背子面
010_0956_c_03L制度之分明向陽日寅時辰經營
010_0956_c_04L之可謂擇吉高吟短唱廣和修樑

010_0956_c_05L
拋樑東竹林精舍虎溪東會中高釋皆
010_0956_c_06L如遠齊播竺華與海東拋樑西舉烟
010_0956_c_07L附杙古葱西達摩涉險躬臨此栢樹風
010_0956_c_08L聲吹自西拋樑南微凉生處殿之南
010_0956_c_09L黃梅結果何消息憶昔曹溪在嶺南
010_0956_c_10L樑北庵寄雪山鐵嶺北涵月千秋暎碧
010_0956_c_11L江南常照又江北拋樑上一句悟
010_0956_c_12L而又向上不願毘沙富貴如只將慶福
010_0956_c_13L頌君上拋樑下齊家治國平天下
010_0956_c_14L能宣化德兼人普照無垠樂上下

010_0956_c_15L
伏願上樑之後圖上先德享四時而格
010_0956_c_16L門下後徒獻千秋之齊薦而影而閣
010_0956_c_17L之後之先無事松風太平烟月

010_0956_c_18L

010_0956_c_19L

010_0956_c_20L奇峯老和尙門契序

010_0956_c_21L
水雖萬派其源一也樹雖千枝其根
010_0956_c_22L一也不有我師焉有吾徒惟我和尙
010_0956_c_23L淸虛第六代涵月嫡孫雷默門人也
010_0956_c_24L自關北而來遊於京楊天寶水落之間

010_0957_a_01L그 발걸음이 이르신 곳이요, 노화상의 법풍을 좇아 귀의한 자가 백여 명이었다. 귀의한 자는 누구인가? 우리 문도들이다. 이에 문계門契를 만들어 한편으로는 노화상께서 살아 계실 때 봉양하는 모임으로 삼고, 한편으로는 입적하신 뒤에 제향하는 모임으로 삼으니, 그 스승을 위하는 마음이 지극한 것이다. 계축契軸을 만들어 문도의 이름을 차례대로 쓰고, 또 나에게 서문을 지으라 하니, 내가 재주 없음을 헤아리지 않고서 이에 계축 머리에 써서 뒤에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바이다.
인봉 화상 문계에 대한 서문(仁峯和尙門契序)
오직 우리 불법佛法은 해탈과 인연을 종지로 삼으며,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지향점의 시작에는 반드시 스승이 있으니, 스승은 누구인가? 바로 의혹을 풀어 주는 선교禪敎의 주인이요, 계戒를 설하여 은덕을 쌓아 준 어른이다. 만약 우리 스승이 아니 계셨다면 어찌 우리들이 있으랴. 물에 비유하면 지류支流는 근원 없는 지류가 없고, 나무에 비유하면 가지는 뿌리 없는 가지가 없는 것이다. 서천西天과 중국에서 다섯 종파178)에 이르고, 우리 동방의 16종179)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승과 제자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들의 경우에는 청허淸虛의 정맥正脈이요, 함월涵月의 문손門孫이요, 뇌묵雷默의 상족上足이신 인봉 화상의 문도들이다. 우리 문도가 스승을 따른 지도 오랜 세월이 되었으니, 아랫사람의 마음으로 윗사람을 위하는 도리가 어찌 가볍다고 하겠는가. 그 은혜를 헤아려 보면 분골쇄신粉骨碎身하더라도 다 갚기가 어렵다. 그러나 풍진 세상일에 파묻힌지라 스승을 사모하는 마음을 내지 못하고서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계유년(1873, 고종 10) 중추仲秋에 사형 전밀典密이 문도들과 서로 이 일을 논의하여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는 뜻을 잊지 않고서 모두 그 정성을 다하여 문계門契를 만들어 정성을 드러내는 방도로 삼으니, 아! 그 정성이 지극하다고 이를 만하다. 이러한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윗사람을 받든다면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게 충성할 것이요, 아랫사람을 가르친다면 가문을 빛낼 사람이 될 것이다. 어찌 단지 세간 도리만 그러하랴.

010_0957_a_01L跡之所至從風歸依者以百其數
010_0957_a_02L之者誰吾等門人仍以設契一以爲
010_0957_a_03L生前之養一以作身後之享其爲師之
010_0957_a_04L之至矣成軸第名又求其序善影不
010_0957_a_05L度無才仍題其首以爲考後焉

010_0957_a_06L

010_0957_a_07L仁峯和尙門契序

010_0957_a_08L
惟我佛法解脫因緣爲宗成佛作祖爲
010_0957_a_09L趣之所始必有其師其師者誰
010_0957_a_10L解惑禪敎之主說戒積恩之長者歟
010_0957_a_11L無吾師豈有吾輩比之於水則派無
010_0957_a_12L無源之派比之於木則枝無無根之枝
010_0957_a_13L自西天唐土以至五派及於吾東方十
010_0957_a_14L六宗人莫不皆有師弟之續而至於吾
010_0957_a_15L淸虛正脉涵月門孫雷默上足
010_0957_a_16L峰和尙之門徒也吾等門徒從師久矣
010_0957_a_17L以在下之心爲上之道豈云浪然哉
010_0957_a_18L度其恩則碎骨難盡然而汨汨塵臼
010_0957_a_19L能出思師之心而以待時節矣時癸酉
010_0957_a_20L仲秋門兄典密與法族相論此事
010_0957_a_21L忘以葉歸根之義 而咸罄其誠建設
010_0957_a_22L門契以爲表誠之道其誠也可謂
010_0957_a_23L至矣以此誠心奉之於上則孝親忠
010_0957_a_24L敎之於下則輝門光庭豈但世諦

010_0957_b_01L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길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제 그 공덕을 기려 권축卷軸을 만들고 문도의 이름을 기록하여 후대의 아랫사람이 될 자들을 가르치고자 하노라.
월암 대덕 문계에 대한 서문(月巖大德門契序)
세상에 도를 말하는 자가 이르기를, “유교는 인의仁義를 종지로 하고, 도교는 자연自然을 종지로 하고, 불교는 인연因緣을 종지로 한다.”라고 하니, 경전에서 이른바, “어떠한 법도 인연에 따라 생겨나지 않는 법은 없다.”180)라는 것이 이것이다. 비록 형체를 지닌 것 가운데 큰 것인 천지라 할지라도 인연으로 생겨남을 피하지 못하며, 형체가 없는 것 가운데 큰 것인 허공에 이르러서도 또한 이에 색色을 인연하여 이름 지어지고 봄(見)을 인연하여 체體가 드러나니, 어찌 모두 일대인연법一大因緣法 가운데로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임금과 스승과 어버이인데, 또한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세상에 설 수 있을 것이며, 신자臣子와 제자의 무리들이 또 어찌 대중 속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우리 동문 월암 대덕은 쌍성雙城181) 사람으로, 소싯적에 멀리 삼남三南, 양서兩西, 영동嶺東, 관북關北 지방을 유력遊歷하였고, 이제 회갑이 된 때에 석왕사釋王寺 내원암內院菴에 와서 주석하게 되었다. 유력하며 이르는 곳마다 널리 중생을 교화하였는데, 혹은 대덕에게 도를 물어 법을 얻어서 불법의 경지 안으로 들어온 자도 있고, 혹은 활구活句를 참구하여 법맥을 이은 자도 있다. 그리고 혹 대덕이 수계사受戒師가 되어 준 이도 있고, 양육사養育師가 되어 준 이도 있으며, 또 재가의 신남信男 신녀信女로서 염불참회한 이들도 있다. 이들 모두 대덕을 스승으로 섬겨 그 수가 몹시 많으니, 거북과 용이 섞여 모여 있고, 꽃과 초목이 함께 윤택한 것이라 이를 만하다.
그 문인 심송枕松과 한성漢城 두 도인이 특별히 문계門契를 만들어 스승을 위하고 은혜에 보답하는 바탕으로 삼고자 하면서 나에게 서문을 청하였다. 내가 공경히 응낙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비록 문장이 서툴러 남을 위해 글을 짓기가 어려우나, 물리치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자식이 되어 그 어버이를 위하고 제자가 되어 그 스승을 위하고

010_0957_b_01L成佛作祖於焉在此欲讚其功而成
010_0957_b_02L卷錄名以敎後代之爲在下者云爾

010_0957_b_03L

010_0957_b_04L月巖大德門契序

010_0957_b_05L
世之語道者曰儒宗仁義道宗自然
010_0957_b_06L佛宗因緣經所謂未曾有一法不從因
010_0957_b_07L緣生者是也雖有形之大者天地未免
010_0957_b_08L于因緣之所生至於無形之大者虛空
010_0957_b_09L亦乃因色而立名因見而顯體則豈非
010_0957_b_10L盡入於一大因緣門中乎人倫之不可
010_0957_b_11L無者君師父而亦非因緣安能立於世
010_0957_b_12L而其臣子之徒弟子之屬又安能出於
010_0957_b_13L大衆也哉我同門月巖大德雙城人
010_0957_b_14L少時遠遊於三南兩西嶺東關北今在
010_0957_b_15L回甲時來住於釋王寺內院菴由來到
010_0957_b_16L廣化群品或有問道得法而入室者
010_0957_b_17L或有叅詳活句而受禪者抑或有受戒
010_0957_b_18L養育者又有在家之信男信女念佛
010_0957_b_19L懺悔者並皆事師其數甚多可謂龜
010_0957_b_20L龍混囿花卉同潤也其門人枕松漢城
010_0957_b_21L兩道人特設一契而欲爲爲師酬恩之
010_0957_b_22L請余以序余恪應之曰余雖倦於
010_0957_b_23L翰墨難爲人述文然不可却之者
010_0957_b_24L爲子而爲其父爲弟子而爲其師

010_0957_c_01L신민이 되어 그 임금을 위하는 마음들은 한가지이기 때문에 이 인연의 이야기를 펼쳐서 기록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수락산 내원암 불량록에 대한 서문(水落山內院庵佛粮錄序)
남녀의 결합이 없는 집안에 고옹古翁 선생이 있으니, 세상에서 이른바 부처요, 또한 금선金仙이라고도 칭한다. 그 도를 일컫는 자가 말하기를,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믿고, 교화하지 않아도 스스로 행해져서 드넓고 드넓어 백성들이 무어라 이름할 수 없다.”182)라고 하였다. 이 사람으로 말하자면, 형체가 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만복萬福이 그 몸에 갖추어져 있으니, 일심으로 믿고 귀의하면 복전福田을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천안제일天眼第一 아나율阿那律 존자가 황금 시체를 얻은 경우183)와 아이들이 흙을 공양한 경우184) 모두 복전을 얻지 못함이 없었다. 지금 신심을 지닌 사람이 이 절에 정성을 바쳐 부처를 천추토록 공양하여 만세토록 다함이 없는 복전을 축원하니, 이것이 이른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믿고, 교화하지 않아도 스스로 행하여 만세토록 복전을 구하는 경우인 것이다. 내가 우연히 이 사람의 이름을 보고 그 공덕을 듣고서 그 공덕을 부러워하여 찬탄하면서 말하기를, “천안제일 아나율 존자는 소승小僧에게 공양하여 가난함이 없게 되었고, 어린아이는 한때의 장난으로 복전을 얻게 되었다. 소승에게 공양함과 한때의 공양으로도 오히려 이와 같을 수 있거늘, 하물며 대각大覺이신 부처에게 천추토록 끊이지 않고 공양을 바치는 경우에 있어서이겠는가. 공덕의 유무는 논할 만한 것이 못 된다.”라고 하고는 붓을 던지고서 책을 덮을 따름이다.
석왕사 영세불망 사실釋王寺永世不忘事實
숭정崇禎 기원후 네 번째 무술년(1838, 헌종 4) 여름에 조정에서 3천4백 전錢을 나누어서 함경도 감영에 맡겨 인지료仁智寮와 용비루龍飛樓와 두 비각碑閣과 삼사원三師院185)의 기와와 단청을 보수하고, 여기저기 팔린 위토전位土田을 도로 물리며, 흘러 들어온 사채私債를 갚아 주고서 잔금 40금과

010_0957_c_01L爲臣民而爲君上者其心則一也故演
010_0957_c_02L此因緣之說而叙之也

010_0957_c_03L

010_0957_c_04L水落山內院庵佛粮錄序

010_0957_c_05L
無陰陽之家內有古翁先生者世所謂
010_0957_c_06L之佛亦穪金仙稱其道者曰不言而
010_0957_c_07L自信不化而自行蕩蕩焉民無能名
010_0957_c_08L曰此人也無形而形故萬福嚴身
010_0957_c_09L信歸依能得福田天眼之於金尸
010_0957_c_10L兒之於土供莫不皆然今夫有信之人
010_0957_c_11L獻誠於此寺供佛千秋祝萬世無竭之
010_0957_c_12L此所謂不言而自信不化而自行
010_0957_c_13L求福田於萬世者也余偶覽此人之名
010_0957_c_14L而聞其功也羨其功而讚之曰天眼供
010_0957_c_15L小僧而無貧小兒弄一時而得福供小
010_0957_c_16L一時尙能若此况獻供大覺千秋不絕
010_0957_c_17L者乎功之有無不足論之投筆而掩
010_0957_c_18L卷而已矣

010_0957_c_19L

010_0957_c_20L釋王寺永世不忘事實

010_0957_c_21L
崇禎紀元後四戊戌夏自朝家劃錢三
010_0957_c_22L千四百付諸咸營仁智寮龍飛樓兩碑
010_0957_c_23L閣三師院改瓦丹靑位土之散賣者還
010_0957_c_24L退私債之流來者報給而餘錢四十金

010_0958_a_01L감영에서 기부한 5백 민전緡錢을 본사本寺에 주어 다섯 곳을 수리하는 일을 영세토록 민멸되지 않을 기본 바탕으로 삼게 하였다. 아아! 성은이 본사에 미친 것이 전후로 거의 백여 차례인데, 지금 본사가 쇠락한 시기에 또 이와 같이 돌보아 주시는 성의聖意가 있으니, 세상에 드문 특별한 은전恩典이라 이를 만하다. 어느 날엔들 이 은혜를 잊으랴. 관찰사 서경보徐耕輔186) 공이 조정의 성대한 의사를 우러러 본받아 돈을 지급하여 절을 보수하니, 피폐함을 혁파해 준 덕이 또한 본사에 적지 않다. 이에 본사의 승도들이 마음으로 「보은편報恩篇」을 생각하고 입으로 「축수장祝壽章」을 외우면서187) 온종일 항시 잊지 않으니, 은혜를 입은 도리가 또한 부질없이 공허한 지경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심성정설心性情說
분명하고 분명하여 항상 알고, 허령하고 허령하여 어둡지 않은 것을 심心이라 하고, 뭇 오묘함을 머금어 어떤 부류든지 간에 바꿀 수 없는 것을 성性이라 하고, 이 심과 성에서 분별이 그치지 않는 것을 정情이라 한다. 성은 심의 체體이고, 정은 심의 용用이다. 심은 성과 더불어 두루하여 만물에까지 이르니, 모두 이것이 없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이르기를, “심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188)라고 하니, 이 심이란 것은, 마치 달이 허공에 있음에 구름이 없으므로 밝아지고, 구름이 있으므로 어두워짐과 같으나, 범인凡人에 있어서도 오염되지 않으며, 성인聖人에 있어서도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응당 알아야 한다. 비유하면 강물이 지류로 갈라짐에 비록 청류淸流와 탁류濁流가 되지만, 그 습한 성질은 한가지인 것과 같다.
유가儒家의 글에서 이르기를, “허령하고 어둡지 않아서 뭇 이치를 갖추어 있고, 만사에 응한다.(虛靈不昧。 具衆理。 應萬事。)”189)라고 하니, 우리 불가에 가까운 말이기는 하지만 체體를 가리킴은 같지 않다. 어째서인가? 저들이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천지 사이에 가득 차 있다는 것190)은, 우리 불가에서 이른바 천지를 아우르고 만상萬像을 포함하며, 허공이 대각大覺 가운데서 생겨나 기세간器世間을 건립한다는 것191)은 아니다.

010_0958_a_01L及營門捐下錢五百緡付之本寺以五
010_0958_a_02L處修理事爲永世不泯之資於戱
010_0958_a_03L恩之及於本寺者前後幾百數而今當
010_0958_a_04L淍殘中又有如此眷戀之聖意可謂曠
010_0958_a_05L世殊典何日忘之觀察使徐公耕輔
010_0958_a_06L仰體朝家之盛念給錢補寺革破固弊
010_0958_a_07L之德亦不小於本寺居寺之僧徒
010_0958_a_08L思報恩篇口誦祝壽章二六時中
010_0958_a_09L然不昧則受恩之道亦不虛歸於何有
010_0958_a_10L之地矣

010_0958_a_11L

010_0958_a_12L心性情說

010_0958_a_13L
了了常知靈靈不昧之謂心含於衆竗
010_0958_a_14L萬流不易之謂性從此心性分別不息
010_0958_a_15L之謂情性者心之體也情者心之用
010_0958_a_16L心與性周以至乎萬物莫不皆有
010_0958_a_17L故經曰心佛及衆生是三無差別
010_0958_a_18L知此心如月在空無雲故明有雲故
010_0958_a_19L然而在凡不染在聖不淨比如水
010_0958_a_20L派之雖曰淸濁濕性一也儒書曰
010_0958_a_21L靈不昧具衆理應萬事近於吾道
010_0958_a_22L指體不同何也彼以天命爲性而浩
010_0958_a_23L然之氣塞乎天地之間非吾所謂範圍
010_0958_a_24L天地抱含萬像空生大覺中建立器

010_0958_b_01L그리고 도가道家에서는 말하기를, “한 물건이 하늘이 생겨나기 전에 생겨났다.”192)라고 하니, 우리 불가에 가까운 말이기는 하지만 심과 성을 가리킨 말은 아니므로 논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대저 우리 불가의 이른바 심이라는 것은 허령하여 헤아리기 어렵고, 정묘하여 수승하며, 고금을 관통하고, 신구新舊가 없고, 내외를 관통하고, 또한 방소方所도 없으니, 만물의 주재요, 삼재三才의 근원이다. 드러나 정각(覺樹)에 있으면 둥근 달이 하늘에 떠오른 것과 같고, 매몰되어 생사고해生死苦海에 있으면 여의주가 먼지 속에 파묻힌 것과 같다. 천지도 이것이 장구히 존재함에는 미치지 못하고, 귀신도 이것의 신묘함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 이理를 들자면 소나무는 푸르고 꽃은 붉으며 솔개는 날고 물고기는 뛰어오름이 본디 이와 같고, 사事를 의거하자면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며 말은 굳세고 소는 유순한 것이 부류를 따라 받아서 유전流轉한다. 비록 그러하나 오직 이 한 물건은 금강석으로 만든 당자幢子와 같아서 수없이 생사生死를 거듭하여도 그 경계가 바뀌지 않으며, 육도六道를 윤회하면서 사생四生193)하여도 그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깨달았으므로 성인이요 미혹되었으므로 범부이니, 공자와 맹자가 이것을 얻어 유가가 되고, 황제黃帝194)와 노자老子가 이것을 얻어 도가가 되고, 손자孫子와 오자吳子195)가 이것을 얻어 병가兵家가 되고, 여상呂尙196)과 제갈량諸葛亮이 이것을 얻어 지략가가 되고,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와 반고班固와 사마천司馬遷197)이 이것을 얻어 문장가가 되고, 천지와 하해河海가 이것을 얻어 광대함이 되고, 귀신이 이것을 얻어 영험함이 되고, 산천과 초목과 토석土石과 조수鳥獸와 인물人物이 각기 이것을 얻어 각자의 부류를 따른다. 그리고 우리 불가는 이것을 얻어 대각大覺을 이루는데, 중생을 제도하고 적멸에 드는 것이 비록 광대무변하지만 이 심에서 떠나지 않는다.
혹은 그 일분一分을 얻고, 혹은 그 전체를 얻어 맹렬히 자신이 속한 부류 속에서 소리를 내는데, 혹은 수승하고 혹은 열등하니, 이는 지극히 공변되어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다. 이로써 형정刑政에 이르면 선과 악이 절로 나뉘고, 이로써 예악禮樂에 이르면 임금은 임금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져서 삼강三綱이 밝아지고 오륜五倫이 절로 바루어져 어떤 일을 하든 마땅하지 않음이 없게 된다. 이것이 심과 성과 정이 귀한 까닭이다.

010_0958_b_01L世間者也道曰一物生於先天之前
010_0958_b_02L近於吾道而不指心性之言故不足論
010_0958_b_03L夫吾所謂心也者虛靈難測妙要
010_0958_b_04L殊絕貫古貫今不改新舊通中通外
010_0958_b_05L亦無方所萬物之主三才之元現在
010_0958_b_06L覺樹如桂輪之昇天沒在迷海若驪
010_0958_b_07L珠之隱塵天地不及其長存鬼神不測
010_0958_b_08L其神妙舉理則松靑花紅鳶飛魚躍
010_0958_b_09L本如是也約事則天高地卑馬疆牛柔
010_0958_b_10L隨流禀轉雖然惟此一物如金剛幢子
010_0958_b_11L千生萬死不易其境六道四生不變
010_0958_b_12L其容覺之故聖迷之故凡孔孟得之
010_0958_b_13L以儒黃老得之以道孫吳得之以兵
010_0958_b_14L呂尙諸葛得之以謀猷李杜斑 [19] 馬得
010_0958_b_15L之以文章天地河海得之以廣大
010_0958_b_16L神得之以靈明山川草木土石鳥獸人
010_0958_b_17L各得之以從流乃至吾佛得之以大
010_0958_b_18L度生入滅雖廣大無際不離於方
010_0958_b_19L寸之上或得其一分或得其全體
010_0958_b_20L烈鳴於門戶之內而或勝或劣是知 [20]
010_0958_b_21L而無私者也以至乎刊政則善惡自分
010_0958_b_22L以至乎禮樂則君君臣臣父父子子
010_0958_b_23L而三綱以明五倫自正無所事以不當
010_0958_b_24L此心性情所以貴者也

010_0958_c_01L
설봉산 석왕사의 사계절 풍경에 대한 서문(雪峰山釋王寺四時景序)
천지가 개벽하매 어찌 명산名山의 대천大川이 없었겠는가. 산수가 빼어나매 반드시 풍광이 수려한 곳에 자리한 영험한 사찰이 있다. 그러나 산은 땅을 골라서 굴기崛起하고, 사찰은 사람을 말미암아 흥기興起하니, 오악삼산五嶽三山198)은 모두 빼어난 땅에 있고, 청룡사靑龍寺와 백마사白馬寺199)는 모두 이인異人에게서 말미암았다.
대저 지금 산사山寺는 학성鶴城200)의 서쪽과 철령鐵嶺의 북쪽에 있다. 산의 형세는 멀리 있는 산에서 이어져 와서 굴기하였고, 대해大海를 조망하며 스스로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소나무를 머금고 시냇물을 토해 내며, 들을 감싸고 산줄기를 띠고 있다. 그 풍경은 봉래산蓬萊山과 대등하니 누대 위에서 노니는 신선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여 영묘한 흔적이 밝고 밝으며, 그 이름은 설령雪嶺과 같으니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마구니를 항복시키는 것에 방불하여201) 신령스러운 위엄이 빛나고 빛난다. 층암層巖의 바위 모습은 봉황이 춤추고 용이 서려 있는 것과 같으며, 절벽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는 사자가 포효하고 호랑이가 으르렁대는 것과 같다. 부딪쳐 일어나는 물결의 작은 움직임은 우문禹門에서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소리202) 같고, 늘어선 산봉우리의 군집은 석실釋室에서 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203)과 같다. 산의 모습은 1천 가지로 다양하고, 산의 풍경은 계절마다 바뀐다. 봄날에 꽃이 산등성이를 단장하니 지저귀는 꾀꼬리 소리는 박자에 맞춰 노래한다. 가을에 낙엽이 계곡을 뒤덮으니 매미의 날개는 햇빛 속에서 춤을 춘다. 여름에 구름이 산봉우리를 끌어안으니 습한 기운은 비가 내린 것과 같다. 겨울에 눈이 나무에 맺히니 차가운 광채는 바람처럼 시리다. 돌아보며 완상할 것이 얼마나 되는가? 빼어난 풍경은 측량하기 어렵도다.
붉은 꽃잎이 시냇물에 점을 찍으며 내려앉으니 계곡물의 수면이 술에 취한 듯 발그레하게 흘러감을 보고, 흰 구름이 산을 덮으니 산봉우리가 백발이 된 듯 서 있는 것을 완상한다. 단풍잎은 불타오르는 듯 색채를 돋우고, 얼음은 구슬인 듯 광채를 더한다. 팔도에서 온 야객野客이 이러한 풍경을 완상하다 돌아가고, 사계절마다 오는 산새들은 노랫소리를 달리한다. 비록 이 산의 풍경이 신비로운 삼십육동천에는 끼이지 못하지만, 또한 이름이 알려진 몇몇 명산에게는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치가 비록 빼어나도 사람이 없으면 부질없이 공허한 땅이 되어 버리고, 산이 설령 좋다 하더라도 사찰이 없으면 끝내 공허한 이름이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빼어난 경치 위에 사람이 있고, 좋은 산 가운데 사찰이 있어야 한다. 이에 석왕사라는 보배로운 사찰이 있으니, 이른바 설봉산의 신령스러운 지역이다.
이 절은 바로 태조太祖 강헌대왕康獻大王께서 해몽解夢 받으시고서 용으로 승천하신 옛 못204)이고,

010_0958_c_01L雪峰山釋王寺四時景序

010_0958_c_02L
天開地闢豈無名山之大川山勝水奇
010_0958_c_03L必有景區之靈刹然而山起擇地寺興
010_0958_c_04L由人五嶽三山盡在於勝地靑龍白
010_0958_c_05L悉由於異人夫今之山寺鶴城之
010_0958_c_06L西鐵嶺之北山之爲形也連遠山而
010_0958_c_07L來起望大海而自留含松吐溪呑野
010_0958_c_08L帶嶺景等蓬萊依俙然遊仙坮上
010_0958_c_09L痕昭昭名同雪嶺彷彿焉降魔樹陰
010_0958_c_10L神威赫赫層巖石相鳳舞龍盤絕澗
010_0958_c_11L流聲獅吼虎叱激波微動禹門魚躍
010_0958_c_12L之聲列峀蹲居釋室石點之相形作
010_0958_c_13L以千品景移之四時春花粧巒鶯聲
010_0958_c_14L歌節秋葉掩壑蟬翼舞陽夏雲擁峯
010_0958_c_15L濕氣如雨冬雪結樹寒光似風顧翫
010_0958_c_16L幾何秀景難測紅花印水觀溪面之
010_0958_c_17L醉流白雲冒山翫峯頭之老立楓如
010_0958_c_18L火而熾色冰如珠而增光野客自八方
010_0958_c_19L而翫還山鳥逐四時而奏異雖不叅三
010_0958_c_20L十六洞川 [21] 之秘訣亦勿讓三四五山岳
010_0958_c_21L之現名景雖勝而無人浪歸於虛地
010_0958_c_22L設好而無寺終置於空名故景上有人
010_0958_c_23L山中有寺玆有釋王之寶刹所謂雪峯
010_0958_c_24L之靈塸此寺也乃太祖康獻大王解夢

010_0959_a_01L무학 묘엄無學妙嚴 존자가 마음을 밝히시고서 호랑이를 조복調伏시킨 신령스러운 터205)이다. 그러므로 석왕釋王이라 이름하고, 특별히 사원祠院을 내렸다.206) 이것이 이른바 산은 땅을 고르고, 사찰은 사람을 말미암는다는 것이다.
바깥의 불이문不二門과 조계문曹溪門은 단속문斷俗門과 등안각登岸閣으로 이어지고, 안쪽의 흥복루興福樓와 영월루暎月樓는 범종각泛鍾閣과 사천왕문四天王門이 두르고 있다. 팔상전八相殿과 시왕전十王殿은 모두 불가의 전각이요, 인지료仁智寮와 용비루龍飛樓는 태조께서 머무르시던 곳이다. 응진당應眞堂 안의 5백 나한상은 별처럼 벌여 있고, 석왕사 주변의 12승방僧房207)은 보필하듯 연이어져 있다. 사자좌獅子座에 엄숙히 앉아 있는 세 진영眞影은 지난날 왕사王師가 되셨던 분들이고, 이수螭首가 우뚝이 솟은 두 비석은 바로 성주聖主의 자취이다.208) 대웅전 우측에는 또한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용을 위해 지은 용왕각이 있고, 의중당義重堂 곁에는 연화세계蓮花世界 펼쳐진 극락전을 아울러 세웠다.
훌륭하도다! 구름을 뚫고 나가는 범종과 풍경 소리는 성상의 만년 장수를 길이 축원하고, 연기 자욱한 향불과 등불은 나라의 홍업鴻業에 복이 깃들기를 길이 기원한다. 그러므로 웅장한 도성에서 반천 리里 바깥인 이곳까지 성상의 은혜로운 물결이 길이 흐르고, 영험한 사찰의 12승방에는 아름다운 기운이 항상 가득 차 있다. 그대로 양 무제梁武帝가 세운 광택사光宅寺209)인 듯하고, 전승 태자戰勝太子의 무성한 숲210)에 비견되는 듯하다.
그 밖에 태조의 꿈을 해몽해 주고 태조가 사원을 설립해 준 것과 같은 등의 허다한 말들은 서책에 실려 있고, 수해水害를 당한 절을 중수해 주고 공덕을 이룬 것과 같은 등의 한량없는 말들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뜰의 배나무와 골짜기의 소나무, 산의 암자와 들의 밭211)에 대해서는 이미 옛사람의 손에 의해 기술되어 사방의 벽 주변에 두루 걸려 있으니, 다시 번거롭게 말하지 않는다.
비문碑文
뇌묵 화상 비명雷默和尙碑銘병서並序
숭정 기원후 네 번째 을유년(1825, 순조 25) 3월 10일에 삼중전지대부三重傳旨大夫212) 삼원213) 겸 팔도도총섭三院兼八道都摠攝 뇌묵당雷默堂께서

010_0959_a_01L龍飛之舊澤是無學竗嚴尊者明心虎
010_0959_a_02L伏之神基故名釋王特賜祠院此所
010_0959_a_03L謂山擇地寺由人外之不二曹溪連斷
010_0959_a_04L俗登岸之梵閣內之興福暎月匝泛鍾
010_0959_a_05L四王之天門八相十王盡是佛家
010_0959_a_06L寮龍樓皆爲御宇應眞堂內五百聖
010_0959_a_07L如星宿而列羅釋王祠邊十二僧舍
010_0959_a_08L若補弼而連椄獅座儼若之三影昔爲
010_0959_a_09L王師龍頭屹然之雙碑此乃聖跡大雄
010_0959_a_10L殿右亦有海藏之龍宮義重堂邊
010_0959_a_11L設極樂之蓮界大哉徹雲鍾磬長祝
010_0959_a_12L聖壽之萬年凝烟香燈永爲國祚之鴻
010_0959_a_13L故雄都半千里外恩波長流靈刹
010_0959_a_14L十二房中佳氣常滿依若梁武皇之光
010_0959_a_15L比如戰勝子之茂林其餘解夢設院
010_0959_a_16L許多之辭載於方册灾水成功無限
010_0959_a_17L之說傳於人口庭梨洞松山庵野田
010_0959_a_18L已述古人之手周揭四壁之邊㪅不煩
010_0959_a_19L說也云爾

010_0959_a_20L

010_0959_a_21L碑文

010_0959_a_22L雷默和尙碑銘並序

010_0959_a_23L
崇禎紀元後四乙酉三月十日三重傳
010_0959_a_24L旨大夫三院兼八道都摠攝雷默堂

010_0959_b_01L설봉정사雪峯精舍에서 입적하시니, 세수 82세요, 법랍 69세이다. 법휘法諱는 등린等麟, 자는 군서君瑞, 속성은 김해金海 김씨金氏이다. 부친의 휘는 득종得宗이고, 모친은 안악安岳 조씨曹氏이니, 갑자년(1744, 영조 20) 4월 23일에 방화사訪花社 풍촌豐村에서 태어나셨다. 12세에 정연靜演 스님을 따라 출가하여 14세에 석왕사에서 머리를 깎았고, 취송翠松 스님에게 구족계를 받았으며, 함월당涵月堂의 법맥을 따랐다. 28세에 완월翫月의 문하에서 건당建幢214)하니, 실다운 덕의 명성과 임금이 내려 준 은총의 드넓음은 모두 다 열거하기가 어렵다. 입적하던 날 밤에는 흰 구름이 아름다운 색채를 띠었고, 다비하던 날 아침에는 붉은 무지개가 하늘을 가로질렀으며, 바람이 일어나고 우레가 치는 상서祥瑞와 세 개의 영골靈骨이 나타나는 일이 있기까지 하였으니, 학성鶴城의 설봉산 앞에 대사의 비탑碑塔을 세웠다. 불초 법손 선영善影이 향을 사르고 목욕재계하고서 감히 비명碑銘을 지으니, 다음과 같다.

奄有宗旨              종지宗旨를 다 소유하시니
兩月淵源              양월兩月215)의 연원이셨네.
心德之厚              마음의 덕 두터우셨고
禪敎之全              선禪과 교敎를 겸전하셨도다.
瑞呈兆夢              상서祥瑞 나타나고 꿈에 징조 보이니
舍利燦然              찬연한 사리를 얻게 되었도다.216)
屹彼有石              우뚝한 저 비석이여
雪峀之前              설봉의 앞이로다.
설송 대사 비문雪松大師碑文
설송 대사의 문도인 유징有澄이 그 스승이 입적함에 스승의 사적이 민멸되지 않게 하고자 하여 나에게 비문을 써 줄 것을 청하였다. 내가 사양하였으나 끝까지 거절할 수가 없어서 이에 대사의 사적을 기술하니, 다음과 같다.
대사의 법휘는 전순戩恂이고, 설송은 그 법호이다. 속성은 연주延州 현씨玄氏로 대대로 개천价川에서 살았다. 부친의 휘는 대욱大旭이고, 모친은 최씨崔氏이니, 병오년(1786, 정조 10) 10월 초4일에 태어났다. 12세에 신교信敎 선사를 따라 출가하여 용공사龍貢寺에서 머리를 깎았으며, 다년 동안 교설을 탐구하여 이름이 원근에 알려졌다. 유암 최관柳庵最寬 대사에게서 법을 얻었고, 뇌묵 등린雷默等麟 대사에게서 선을 받았다.217) 불경을 강론하고 현구玄句를 참구하면서 진실함과 겸손함으로 사람들을 제접提接하였고, 신실함과 공경함으로 대중 가운데 거하였다.

010_0959_b_01L寂于雪峯精舍壽八十二臈六十九
010_0959_b_02L法諱等麟字君瑞姓金海金氏考諱
010_0959_b_03L得宗妣安岳曹氏甲子四月二十三日
010_0959_b_04L生於訪花社豐村年十二從靜演師出
010_0959_b_05L十四削髮於釋王寺受具於翠松師
010_0959_b_06L隨宗於涵月堂二十八建幢于翫月門
010_0959_b_07L實德聲名天寵巍葉悉所難擧而入
010_0959_b_08L寂之夜白雲成彩火浴之朝赤虹橫
010_0959_b_09L以至有風雷之禎祥三介之靈骨
010_0959_b_10L碑塔于鶴城雪山之前不肖法孫善影
010_0959_b_11L焚沐敢銘曰

010_0959_b_12L奄有宗旨兩月淵源心德之厚

010_0959_b_13L禪敎之全瑞呈兆夢舍利燦然

010_0959_b_14L屹彼有石雪峀之前

010_0959_b_15L

010_0959_b_16L雪松大師碑文

010_0959_b_17L
雪松門徒有澄以其師乘化要不掩泯
010_0959_b_18L請余以碑之余辭不獲已乃述之曰
010_0959_b_19L師法諱戩恂雪松其號俗姓延州玄氏
010_0959_b_20L世居价川考諱大旭妣崔氏生於丙
010_0959_b_21L午十月初四日十二從信敎禪師出家
010_0959_b_22L剃髮於龍貢寺多年學海名聞遐邇
010_0959_b_23L得法於柳庵最寬大師受禪於雷默等
010_0959_b_24L麟大師講黃卷叅玄句允讓椄來

010_0959_c_01L계묘년(1843, 헌종 9) 2월 18일에 입적하니, 세수 58세요, 법랍 47세이다. 아! 바름을 잡는 것을 경經이라 하고, 잊지 않는 것을 사史라 한다. 있는 사실을 덮어 버리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 현혹시키는 책망을 면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단지 게송 하나를 읊으면서 끝맺는다.

卓彼雪松繼祖風           우뚝한 저 설송이여, 조사의 유풍 이었으니
虎巖楓嶽柳庵公           호암虎巖 풍악楓嶽 유암공柳庵公이로다.218)
有人如問何消息           누군가 만약 어떤 소식이냐고 묻는다면
萬頃烟波月滿中           안개 낀 만경창파에 달이 가득하다 하리라.
덕암 대사 비문德巖大師碑文
대사의 법명은 영제瀛濟이고, 법호는 덕암德巖이며, 속성은 전주全州 이씨李氏이다. 부친의 휘는 종숙宗淑이고, 모친은 공씨孔氏이니, 건륭乾隆 무술년(1778, 정조 2) 3월 20일에 함흥 선덕사宣德社에서 태어났다. 영흥永興 지흥사地興寺의 여관 장로呂寬長老에게서 머리를 깎았으며, 수많은 강원講院을 다녀 그 학식을 넓혔다. 한성瀚星 화상의 문하에서 법을 이어받았으니, 함월涵月의 증손이요, 청허淸虛의 8대 법손이다. 불자拂子를 세우고서 법을 강론함에 학도들이 운집하니, 동방의 강석講席이라 이를 만했다. 중간에는 석왕사와 향산香山219)의 두 강원의 종정宗正을 거쳤으며, 말년에 석왕사에서 입적하니, 바로 도광道光 을미년(1835, 헌종 1) 6월 16일이다. 내가 동문으로 그 도학道學을 우러러보았으니, 대략 서술하여 다음과 같이 비명을 짓는다.

學海汪汪              교학敎學의 바다 넓고도 넓고
雪峰巍巍              설봉雪峰은 높고도 높아라.
講解淸淨              법을 강해講解함이 청정하니
群徒釋疑              무리들이 의심을 풀었도다.
年五十八              세수 58세라
桂輪碧天              둥근 달이 푸른 하늘에 떴구나.
有蹟記石              사적비가 있으니
釋寺東巓              석왕사 동쪽 산마루로다.
뇌묵 노화상 행장雷默老和尙行狀
자세히 살펴보건대 용렬하면서 드러나고자 하는 자는 분수에 넘치는 것이고, 달통하였으면서 한적하게 숨어 지내는 자는 어리석은 것이다.

010_0959_c_01L敬居衆癸卯二月十八日入寂東年五
010_0959_c_02L十八西臈四十七也嗟夫執正之謂經
010_0959_c_03L不忘之謂史圖免掩有眩無之責故只
010_0959_c_04L以一偈賽之

010_0959_c_05L卓彼雪松繼祖風虎巖楓嶽柳庵公

010_0959_c_06L有人如問何消▼(目/心) 萬頃烟波月滿中

010_0959_c_07L

010_0959_c_08L德巖大師碑文

010_0959_c_09L
師法名瀛濟道號德巖俗姓全州李氏
010_0959_c_10L考諱宗淑妣孔氏乾隆戊戌三月二十
010_0959_c_11L生于咸興宣德社剃髮於永興地興
010_0959_c_12L寺呂寬長老多歷講肆以廣其學
010_0959_c_13L法於瀚星和尙門下涵月之曾孫淸虛
010_0959_c_14L之八代法孫竪拂說講學徒雲臻
010_0959_c_15L謂東方講席間經釋香兩院宗正於末
010_0959_c_16L年在釋王寺入寂乃道光乙未六月十
010_0959_c_17L六日也余以同門仰其道學畧述於
010_0959_c_18L銘曰

010_0959_c_19L學海汪汪雪峰巍巍講解淸淨

010_0959_c_20L群徒釋疑年五十八桂輪碧天

010_0959_c_21L有蹟記石釋寺東巓

010_0959_c_22L

010_0959_c_23L雷默老和尙行狀

010_0959_c_24L
詳夫庸而欲著者濫也達而閑沒者

010_0960_a_01L일찍이 보건대 근래에 제방諸方에 품행이 있는 스님들 가운데, 어떤 경우는 “이름이 조야朝野에 알려지고 학문이 내전內典과 외전外典을 통달하여 송운松雲과 벽암碧巖220) 이후로는 그 스님이 독보적이다.”라고 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는 “마음이 자타自他에 공空하고 은택이 금수禽獸에까지 미쳐서 소림少林과 조계曹溪221) 이후로 그 스님만 한 사람이 없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본 자들이 그 말을 익히 겪어 그 허탄함을 즐기면서 실제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또한 말하기를, “그 스님의 행적이 정말로 그 말과 같다.”라고 하니, 후세 사람들이 비록 옥석을 구분하고자 하나 구분할 수 있겠는가?
오직 우리 선사께서는 관북關北 안변安邊 사람으로 법휘는 등린等麟이고, 자는 군서君瑞이며, 그 거처하는 당의 편액은 뇌묵당雷默堂이다. 속성은 김씨金氏이니, 세계世系가 김해金海 수로왕首露王의 후예에서 나왔다. 부친의 휘는 득종得宗이고, 모친은 안악安岳 조씨曹氏이니, 영묘英廟 갑자년(1744, 영조 20) 4월 23일 인시寅時에 안변의 방화산訪花山 풍촌리豐村里에서 태어나셨다.
태어나면서부터 기이하고 준수하여 학문에 매진하였다. 나이 겨우 12세에 친상親喪을 당하여 의지할 바가 없게 되자, 구담당龜潭堂 정인靜演 수좌首座를 따라 출가하였다. 14세 되던 정축년(1757, 영조 33) 석가모니불의 성도일成道日에 석왕사에서 머리를 깎고, 취송당翠松堂 명혜明慧 대사에게 구족계를 받은 후 완월당翫月堂 궤홍軌泓 대사222)에게 수학하였다. 학업을 넓히고자 하여 취운翠雲, 취송翠松, 영파影波,223) 영월影月 등의 본분종사本分宗師들을 참방하여 불경과 유가 경전을 공부하면서 법기法器를 예리하게 하였다. 후에 청허淸虛의 제6대 법손 함월涵月의 고제高弟인 완월翫月의 문하에서 입실入室224)하니, 스님의 나이 28세였다. 이때로부터 명성이 멀리까지 퍼져 나가 남북에서 와서 스님을 뵈려는 학도들로 항상 방이 가득 찼다. 교화를 펼치신 곳으로는 고원高原의 양천사梁泉寺, 양주楊州의 불암사佛巖寺, 황룡黃龍의 석천사石泉寺, 설봉의 석왕사, 도봉道峯의 원통사圓通寺, 수락水落의 흥국사興國寺와 향적암香積庵, 보문암普門庵, 내원암內院庵225)이다. 만년에는 오랫동안 설봉정사雪峯精舍에서 주석하셨는데, 선禪과 교敎로 법을 전수하고,

010_0960_a_01L愚也嘗見近來諸方有狀者或曰名聞
010_0960_a_02L朝野學通內外松雲碧巖以後渠師爲
010_0960_a_03L獨擅或曰心空人我恩及禽獸小林
010_0960_a_04L曹溪以後未有如渠師者也爲耳目者
010_0960_a_05L習歷其說樂其誕而爲實也亦曰厥師
010_0960_a_06L果如其言後世之人雖欲分玉石
010_0960_a_07L可得乎惟我先師關北安邊人諱等
010_0960_a_08L字君瑞顏其所居曰雷默堂俗姓
010_0960_a_09L金氏系出金海首露王裔考諱得宗
010_0960_a_10L母安岳曹氏英廟甲子四月二十三日
010_0960_a_11L寅時生於本府訪花山豐村里生而奇
010_0960_a_12L以學爲業矣年才十二遭罹親喪
010_0960_a_13L無所依歸因從龜潭堂靜演首座出家
010_0960_a_14L十四歲丁丑以釋師子成道日剃髮於
010_0960_a_15L釋王寺受具於翠松堂明慧大師從學
010_0960_a_16L於翫月堂軌泓大師欲贍學業訪諸翠
010_0960_a_17L雲翠松影波影月本分宗師竺墳魯誥
010_0960_a_18L以利其器後來入室於淸虛第六傳涵
010_0960_a_19L月高弟翫月門下師年二十八矣自此
010_0960_a_20L名聲遠播南北學徒之來見者常盈其
010_0960_a_21L其所化之處則高原之梁泉楊州
010_0960_a_22L之佛巖黃龍之石泉雪峯之釋王
010_0960_a_23L峯之圓通水落之興國香積普門內院
010_0960_a_24L其晩年久住雪峯精舍禪敎傳法

010_0960_b_01L비구와 비구니에게 계戒를 주어 승속僧俗의 남녀로 제자라 일컫는 자들이 거의 천여 명에 가까웠다. 중간에 특별히 조정의 명령을 받아 용주사龍珠寺에서 증사證師가 되고, 불암사佛巖寺를 개수改修하고, 석왕사를 중건할 때226) 모두 전지傳旨를 받들어 가자加資되었다. 또 대중들의 중망重望을 받아 석왕사와 향산香山의 총섭摠攝으로 부임하고, 해남 표충사表忠祠227)의 원장院長으로 갔다.
스님은 타고난 성품이 질박하면서 인자하고 위의가 있으면서 공손하였다. 그리고 온전히 부처님을 공양하고 마음을 닦는 것을 주된 일로 삼았고, 공명功名을 초개처럼 보았으며, 이욕利欲을 실오라기 같은 것으로 알았다. 부득이한 뒤에 그런 일을 하게 될 때도 유약하고 두려운 자세와 차분하고 굳건한 태도를 취하여 사람들이 무어라 이름할 수가 없었다.228) 경전을 강론하는 여가에 매양 인간 세상의 무상함을 탄식하면서 항상 염불을 자신의 업으로 삼았다. 소싯적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몸에 질병이 없고, 입 안에 빠진 치아가 없었으니, 어찌 부처님의 신력神力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금 성상의 재위 25년째인 도광道光 을유년(1825, 순조 25) 3월 초3일에 가벼운 병증을 보이셨으나 항상 부처님의 명호를 염송하면서 앉거나 눕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다가 초10일 유시酉時에 입적하시니, 세수 82세, 법랍 69세의 장수하신 나이셨다. 입적하시기 3일 전에 상서로운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였고, 입적하실 때가 되어서는 한 줄기의 흰 구름이 방 위에서부터 일어나 서쪽 하늘을 향해 길게 뻗쳤으며, 그 좌우로 일고여덟 줄의 상서로운 기운이 허공에 서려 하늘거렸고, 밤새도록 찬란하였다. 또 그 다음날에 신령스러운 비가 내려 시내가 불어나고 우렛소리가 산을 진동하였다. 다비하던 당일에는 붉은 노을이 다비하며 피어오르는 연기에 이어졌고, 습골拾骨에 임했을 때에는 향기로운 바람이 깃발을 펄럭였으니, 실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유한 일이었다. 이는 쿠시나가라 성 근처에서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하늘에서 네 가지의 꽃비229)가 내린 것과 유사하고, 계족산鷄足山에서 가섭 존자가 열반에 들 때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한 것230)과 방불하다.
이때를 당하여 산의 나무꾼과 들의 목동과 무지렁이 남녀들도 비록 스님의 존안을 뵙지 못하였으나 그 입적한 소식을 듣고서 모두 눈물을 훔치며 탄식하며 말하기를, “대사께서 하늘로 돌아가시니 불문에 대들보가 꺾였다.”라고 하였다.

010_0960_b_01L僧尼受戒男女道俗穪爲弟子者
010_0960_b_02L近千數中間特蒙朝令龍珠之於證師
010_0960_b_03L佛巖之於改修釋王之於重建皆受承
010_0960_b_04L傳加資又以衆所公望赴釋王香山之
010_0960_b_05L摠攝行海南表忠祠院長師之賦性
010_0960_b_06L質而仁文而恭全以聖供修心爲主
010_0960_b_07L視功名於草芥知利欲於縷結不得已
010_0960_b_08L後行 [22] 約若夕惕若恬靜如儼毅如
010_0960_b_09L人無得以名焉講經之暇每嘆人世之
010_0960_b_10L無常常以念佛爲己業自少至老
010_0960_b_11L無疾患口不缺齒豈不是佛神力歟
010_0960_b_12L當宁二十五年道光乙酉三月初三日
010_0960_b_13L示微疾然常誦佛號坐臥無難以初
010_0960_b_14L十日酉時入寂年高八十二臈長六十
010_0960_b_15L其入寂之前三日祥雲滿天當入
010_0960_b_16L寂之時一道白雲從其室上而起
010_0960_b_17L西亘天其左右有七八朶瑞氣冉冉盤
010_0960_b_18L郁郁竟夜又其翌日神雨漲川
010_0960_b_19L聲振山放火當日紅霞接烟拾骨臨
010_0960_b_20L香風飄幡耳目所洎實爲稀有
010_0960_b_21L俙然拘尸城畔天雨四花彷彿焉鷄足
010_0960_b_22L山中地震六種當此之際山樵野牧
010_0960_b_23L愚夫庸婦雖未見師顏聞其入寂
010_0960_b_24L掩淚嗟歎曰大師歸天空門折樑

010_0960_c_01L만약 생전의 인자한 마음과 두터운 덕이 자연히 구천으로 돌아가는 사이에 화합되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다비장에 기이한 광채가 대중의 마음을 깨우치더니, 삼우제를 지내던 밤에 온 절의 사람들에게 현몽하심에 이를 말미암아 세 조각의 영골靈骨을 다비장 서쪽으로 열 걸음 되는 곳의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쌓인 위에서 찾게 되었다. 신령스러운 광채가 어둡지 않고, 묘한 형체가 특히 빼어나 심상한 사람의 사리와는 동일 선상에서 논할 수가 없었다.
아! 근래에 노숙老宿들로 선백禪伯과 강덕講德이었던 분들이 혹 생전의 이름은 팔도에 두루 퍼졌으나 사후에는 한 점의 기적도 없으면, 이에 오직 “자취를 남기려 하지 않았다.”라고 하고, 혹 생전 행적의 실제는 터럭 하나만큼도 우러를 만한 것이 전혀 없어도 사후에 영골이 많이 나오면 이에 오직 “숙세의 인연이다.”라고 말한다. 우리 노화상 같은 경우는 이름과 실제가 딱 들어맞아 사바를 떠나 돌아가실 때에 화합되니, 살아서는 이름이 있고, 죽어서는 실제가 있어 천추토록 민멸되지 않을 분은 오직 우리 스님뿐이시리라. 우리 문도들은 오랫동안 대화상의 자애로운 그늘 속에 있으면서 그 입에서 화생化生한 사람들인지라,231) 대화상의 일동일정一動一靜을 분명하게 직접 겪어 자세히 알고 있다. 그러므로 감히 이렇게 대략 기록한다.
영찬影賛
취암 대사 진찬翠巖大師眞賛
知師之面              대사의 얼굴을 알게 되니
見師之眞              대사의 참마음을 보겠어라
七分面目              진영에 그려진 면목에
一片精神              한 조각 정신 깃들었도다
錦溪一曲              금계 한 굽이 물 위에
長夜月輪              긴 밤 떠오른 보름달일세
인월 선사 영찬印月禪師影賛
一生動靜              선사의 한평생 동정이
七分丹靑              화상에 다 드러나니
圓頂方袍              둥근 머리 네모진 가사요
手珠案經              손에는 염주 책상에는 불경일세
月猶可印              달도 외려 그 빛을 비출 수 있는데232)
鶴豈無聲              학이 어찌 소리가 없으리오233)
邈爾休儀              아득하여라 선사의 아름다운 모습
水麗山明              물빛 곱고 산빛 밝아라

010_0960_c_01L非生前之仁心厚德叶于自然冥玄之
010_0960_c_02L則何能致此耶闍維之處奇光警
010_0960_c_03L于衆心三虞之夜神夢現於渾寺
010_0960_c_04L以尋得三片靈骨於西方十餘步柯葉上
010_0960_c_05L神光不昧妙形特秀不可與夫尋常人
010_0960_c_06L靈珠舍利同日而論也挽近以來
010_0960_c_07L老老大大禪伯講德或生前之名普聞
010_0960_c_08L八垓死後無一點奇跡則乃惟曰不欲
010_0960_c_09L留迹或生前之實都無一毛可尙
010_0960_c_10L後有多介靈骨則亦惟曰宿世因緣
010_0960_c_11L於吾和尙吻然賓實叶乎寄歸生而
010_0960_c_12L有名死而有實亘千秋而不泯者
010_0960_c_13L惟吾師歟吾徒久在大和尙慈陰中
010_0960_c_14L其口而化生也一動一靜昭昭親悉
010_0960_c_15L敢此畧記

010_0960_c_16L

010_0960_c_17L影賛

010_0960_c_18L翠巖大師眞賛

010_0960_c_19L
知師之面見師之眞七分面目

010_0960_c_20L一片精神錦溪一曲長夜月輪

010_0960_c_21L印月禪師影賛

010_0960_c_22L
一生動靜七分丹靑圓頂方袍

010_0960_c_23L手珠案經月猶可印鶴豈無聲

010_0960_c_24L邈爾休儀水麗山明

010_0961_a_01L
환성234) 사옹 영찬喚醒師翁影賛
喚醒一名重一國           환성이라는 한 이름 온 나라에 중한데
一國重耶一名重耶          온 나라가 중한가 한 이름이 중한가
道在一芥則一芥重          도가 티끌 하나에 있으면 티끌 하나가 중하고
道在天下則天下重          도가 천하에 있으면 천하가 중한 법이거늘
吾恨不使法界㪅重耳         법계가 더욱 중해지게 못한 것이 내 한이로다
영성 대사 영찬永醒大師影賛
師之來也              대사가 옴에
其名永醒              그 이름이 영성이더니
師之去也              대사가 감에
其實永醒              그 실제가 영성이로다
名實彬彬              이름과 실제가 조화로워
一箇永惺              영원히 깨어 있으니
去也來也              가고 옴에
影之與形              진영이 형체와 같네
擧世混濁              온 세상이 혼탁한데
其誰云淸              그 누구를 맑다 하랴
國泰山高              국태산은 높고
龍江水靑              용강의 물은 푸르도다
용운235) 선사 영찬龍雲先師影賛
七尺形骸              7척의 건장한 몸으로
六旬春秋              예순의 춘추까지 사셨는데
幻身夢宅              덧없는 몸은 꿈 같은 것인지라
素面繪眸              얼굴은 그림으로만 남았네
敬上慈下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자비로우니
人穪出流              사람들 출중한 분이라 일컬었지
有佐不肖              불초한 상좌가
追遠莫求              추모하려 해도 만날 수가 없네
성담236) 대사 진찬性潭大師眞賛
心本一眞              마음이 본디 하나의 참된 것이니
身何更眞              육신이 어찌 또 참된 것이 될 수 있으랴
形元是幻              형체가 원래 헛된 것이니
影豈非幻              그림자가 어찌 헛된 것이 아니랴
身心形影都叅看           육신과 마음 형체와 그림자를 모두 참간한 분은
混混其惟一性潭           혼탁한 세상 사람들 중에 오직 성담 대사뿐이라오
咄                 쯧쯧
存以名聲傳北海           살아 있을 적에는 그 명성이 북방까지 전해지더니
去而功德詠南菴           죽어서는 그 공덕을 남방에서 노래하누나
구담당 진찬九潭堂眞賛
石峰橫潭              석봉이 연못가에 비껴 있으니
白雲夐寂              백운은 깊고도 고요하고
九潭繞峯              구담이 석봉을 둘러싸고 있으니
長天虛碧              드넓은 하늘은 맑고 푸르구나
針芥因緣              침개의 인연237)
非今是昔              지금이 아니라 옛적에 있었네
掛眞龍山              진영을 용산에 거니
萬世留跡              만세토록 자취 남으리라
하월당 진찬河月堂眞賛
智能珠運              지혜는 구슬을 굴리는 듯하고
定以杖堅              선정은 주장자인 양 견고하여라
定河淸淨              선정의 강물은 청정하고

010_0961_a_01L喚醒師翁影賛

010_0961_a_02L
喚醒一名重一國一國重耶一名重耶
010_0961_a_03L道在一芥則一芥重道在天下則天下
010_0961_a_04L吾恨不使法界㪅重耳

010_0961_a_05L永醒大師影賛

010_0961_a_06L
師之來也其名永醒師之去也

010_0961_a_07L其實永醒名實彬彬一箇永惺

010_0961_a_08L去也來也影之與形擧世混濁

010_0961_a_09L其誰云淸國泰山高龍江水靑

010_0961_a_10L龍雲先師影賛

010_0961_a_11L
七尺形骸六旬春秋幻身夢宅

010_0961_a_12L素面繪眸敬上慈下人穪出流

010_0961_a_13L有佐不肖追遠莫求

010_0961_a_14L性潭大師眞賛

010_0961_a_15L
心本一眞身何更眞形元是幻影豈
010_0961_a_16L非幻身心形影都叅看混混其惟一
010_0961_a_17L性潭存以名聲傳北海去而功德
010_0961_a_18L詠南菴

010_0961_a_19L九潭堂眞賛

010_0961_a_20L
石峰橫潭白雲夐寂九潭繞峯

010_0961_a_21L長天虛碧針芥因緣非今是昔

010_0961_a_22L掛眞龍山萬世留跡

010_0961_a_23L河月堂眞賛

010_0961_a_24L
智能珠運定以杖堅定河淸淨

010_0961_b_01L智月當天              지혜의 달은 하늘에서 밝게 빛나네
咄                 쯧쯧
是何境界              이 무슨 경계인가
未曾伊麽              알지 못하겠다 이 무엇인가
인봉 선사 진찬仁峯先師眞賛
양주楊州 수락산水落山 가운데에 한 노숙老宿이 계셨으니, 호號가 인봉仁峰이다. 몸을 닦고 뜻을 성실하게 하였으며,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잘 돌보아 주었으며, 늘 염불을 하고 축성祝聖238)하였다. 나이 70세가 되었을 때 병으로 방에서 졸하였다. 공을 베푼 이름과 실제를 듣고 본 사람들이 잊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꼭 진영이 필요하겠는가마는, 의연한 진영이 당堂에 남아 있다. 찬은 다음과 같다.

先師用心              선사의 마음 씀은
金流百尺              백 척의 금류239)
先師處身              선사의 처신은
鳧峯千尋              천심의 부봉240)일세
淸風拂面              맑은 바람은 얼굴을 스치고
明月滿襟              밝은 달빛은 흉금에 가득하네
월주 선백 영찬越洲禪伯影賛
涵月赤洲龍谷後           함월 적주 용곡의 뒤에
越洲出世繼流芳           월주가 세상에 나와 아름다운 명성을 이었어라
一場春夢於焉罷           일장춘몽 어언간에 깨었지만
猶有光明照此堂           여전히 광명이 이 당을 비추누나
만허당 진찬滿虛堂眞賛
生寄也               삶은 부침이요
寄者幻也              부침은 허깨비이며
死歸也               죽음은 돌아감이요
歸者亦幻也             돌아감 또한 허깨비이니
圖像留傳              유전되는 진영이
何况非幻              어찌 허깨비가 아니리오
幻乎幻乎              허깨비이고 허깨비이니
何須問眞              참을 물을 필요 있으랴
噫                 아아
杲日麗天              밝은 태양이 하늘에 떠 있으니
其光滿虛              그 빛이 허공에 가득하여라
화은당 영찬華隱堂影賛
有時華頂木羅漢           때로는 화정의 목나한241)이요
有時潙山水牯牛           때로는 위산의 수고우242)라네
大衆會麽              대중은 알겠는가
若也道得              말할 수 있다 해도
吾笑之               나는 웃고
若道不得              말할 수 없다 해도
吾亦笑之              나는 또한 웃네
笑之笑之              웃고 웃은들
有何長處              무슨 좋은 것이 있을까
旣無利益              이미 이익될 게 없고
抑不得已              또한 어쩔 수 없다네
拖泥帶水一轉語           타니대수243)하여 한마디 이르노라
桃李春風              복숭아와 오얏에 춘풍 불고
水流花淨              물은 흐르고 꽃은 맑으며
梧桐秋月              오동나무엔 가을달 비추고
鶴響天高              학의 울음소리는 하늘에 높아라
嘻                 아아
假使正眼人看來           만일 정법안장을 갖춘 사람이 본다면
亦未免呵呵大笑去矣         또한 껄껄 크게 웃음을 면치 못하리라
영담 대사 진찬永潭大師眞賛

010_0961_b_01L智月當天是何境界未曾伊麽

010_0961_b_02L仁峯先師眞賛

010_0961_b_03L
維楊水落山中有一老宿號仁峯
010_0961_b_04L身誠意敬上恤下常以念佛祝聖爲事
010_0961_b_05L年登七十病卒于室功施名實耳目
010_0961_b_06L不諼何須影爲依然七分圖像在堂
010_0961_b_07L賛曰先師用心金流百尺先師處身
010_0961_b_08L鳧峯千尋淸風拂面明月滿襟

010_0961_b_09L越洲禪伯影賛

010_0961_b_10L
涵月赤洲龍谷後越洲出世繼流芳

010_0961_b_11L一場春夢於焉罷猶有光明照此堂

010_0961_b_12L滿虛堂眞賛

010_0961_b_13L
生寄也寄者幻也死歸也歸者
010_0961_b_14L亦幻也圖像留傳何况非幻幻乎幻
010_0961_b_15L何須問眞杲日麗天其光滿虛

010_0961_b_16L華隱堂影賛

010_0961_b_17L
有時華頂木羅漢有時潙山水牯牛
010_0961_b_18L衆會麽若也道得吾笑之若道不得
010_0961_b_19L吾亦笑之笑之笑之有何長處旣無
010_0961_b_20L利益抑不得已拖泥帶水一轉語
010_0961_b_21L李春風水流花淨梧桐秋月鶴響天
010_0961_b_22L假使正眼人看來亦未免呵呵
010_0961_b_23L大笑去矣

010_0961_b_24L永潭大師眞賛

010_0961_c_01L
水之靜者潭             물 가운데 고요한 것이 담이니
靜則可久              고요하면 오래갈 수 있는지라
謂之永潭              영담이라 하였네
中必龍藏              그 가운데에는 반드시 용이 숨어 있고
載之以岳              산을 떠받치고 있어라
造化之功              조화의 공과
崇厚之德              돈후한 덕이
不無其理              그 이치가 없지 않도다
山上有澤              산 위에 못이 있으니
咸也感而虛受            함은 감동함이요 비워 받음이라
可見萬物之情也           만물의 정을 볼 수 있네244)
吁                 아아
一軸丹靑              한 축 그림으로
足見七分              그 모습을 볼 수 있도다
有號厥美              그 아름다움 이름한 것이 있으니
更不云云              더는 운운하지 않으리라
포대 화상245) 찬布袋和尙賛
饑則餐               배고프면 밥 먹고
困則眠               노곤하면 잠자니
大人境界              대인의 경계요
格外行色              격외의 행색이라
特地欠伸              갑자기 기지개 켜고 하품하는 것이
何等樣子              이 무슨 모양인가
一箇布袋              하나의 포대에
滿貯活水              활수가 가득 들어 있네
권선문勸善文
광주 봉은사 시왕 중수 권선문廣州奉恩寺十王重修勸善文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행하는 것을 선善이라 하고, 구하는 대로 얻게 해 주는 것을 시施라 하며, 일을 이어 하여 그치지 않는 것을 적積이라 한다. 적선積善은 삼교三敎246)의 한 길이요, 보시布施는 육도六度247)의 첫 관문이다. 옛말에 “큰 바다를 건너고자 한다면 반드시 배에 타고 천 리 길을 가고자 한다면 응당 노자와 식량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세상의 복덕과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자는 또한 먼저 모름지기 적선하고 보시를 해야 할 것이니, 그래야만 원대로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역』 「곤괘坤卦」 〈문언전文言傳〉에서 이르기를, “적선한 집은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게 되고, 불선不善을 쌓은 집은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성인께서 어찌 나를 속이시겠는가. 무릇 기수氣數의 이치는 가면 돌아오지 않음이 없다. 이 때문에 비록 지극히 굳건한 천지라도 다시 무너지고 비는 것이 있고, 불어나고 번성하는 인물이라도 늙고 죽음을 면치 못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만든 각양각색의 물건에 있어서이겠는가.
아아! 우리 명부전冥府殿의 자취는 상고上古시대로부터 비롯되어 조성된 지가 몇 년째인가. 중수重修한 것이 한 번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햇수가 오래된지라 쇠퇴하고 기울어져 단청이 퇴색하고 봉황과 용을 새긴 것들이 구름과 이내에 젖어

010_0961_c_01L
水之靜者潭靜則可久謂之永潭
010_0961_c_02L必龍藏載之以岳造化之功崇厚之
010_0961_c_03L不無其理山上有澤咸也感而虛
010_0961_c_04L可見萬物之情也一軸丹靑
010_0961_c_05L見七分有號厥美更不云云

010_0961_c_06L布袋和尙賛

010_0961_c_07L
饑則餐困則眠大人境界格外行色
010_0961_c_08L特地欠伸何等樣子一箇布袋滿貯
010_0961_c_09L活水

010_0961_c_10L

010_0961_c_11L勸善文

010_0961_c_12L廣州奉恩寺十王重修勸善文

010_0961_c_13L
能行之謂善隨求之謂施仍玆而不止
010_0961_c_14L之謂積積善者三敎之一路布施者
010_0961_c_15L六度之初門古曰欲渡大海必乘之舟
010_0961_c_16L欲行千里應備資粮世之欲求福慧者
010_0961_c_17L亦先須積善捨施然後如願成就故易
010_0961_c_18L曰積善之家必有餘慶積不善之家
010_0961_c_19L必有餘殃聖人豈欺人哉夫氣數之理
010_0961_c_20L無徃不復故雖天地之至堅而㪅有壞
010_0961_c_21L人物之滋殖而未免老死况人之
010_0961_c_22L所作物形形色者乎於戱惟我冥府之
010_0961_c_23L粵自上古造成幾歲重修不一
010_0961_c_24L而年久頹圮紫沬靑泥鳳冠龍衫

010_0962_a_01L심각하게 색이 변하고 모양이 깨졌으니, 거주하는 스님과 신사信士들의 걱정거리일 뿐만 아니라, 또한 바로 유람객들과 과객들의 탄식거리였다. 상의하여 중수하고자 하였으나 일은 큰데 힘은 미약하여 산승山僧들의 소소한 힘으로는 준비하기 어려웠다. 이에 권선문을 지어 여러 지방의 군자들께 두루 고하노라. 대개 일월이 비추지 않는 곳이 없지만 높은 고개 위를 먼저 비추고, 불천佛天께서 어느 사람인들 제도해 주시지 않겠는가마는 적선한 사람을 먼저 제도해 주시니, 어찌 이것이 일월과 불천에게 사사로움이 있어서이겠는가. 못이 맑으면 달이 드러나고, 기연機緣에 감동하면 응보가 생겨나는 법이니, 이것이 이른바 선을 쌓으면 경사가 있게 되고, 악을 쌓으면 재앙이 있게 된다는 것일 것이다. 삼가 바라건대 여러 군자들은 금생에 보시를 하는 선경善慶248)을 쌓아서 만세토록 다함이 없는 수승殊勝한 복을 심는다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으며, 어찌 훌륭하지 않겠는가.
삼각산 화계사 중수 권선문三角山華溪寺重修勸善文
대저 선善은 옮김이요, 옮김은 움직임이니, 길흉회린吉凶悔吝이 움직임에서 발생한다. 만약 다만 굳게 지켜 옮기지 않는다면, 어찌 군자로 견주어지겠는가. 지금 여기 화계사는 옛적 한 정사精舍였다. 세월이 오래됨에 비바람이 샌 지가 거의 10여 년의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몇몇 스님들이 때때로 중수하고자 하였으나 전각이며 요사채며 일이 이미 크고 재물을 갖출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의 졸렬한 계책과 짧은 글로 시주들에게 널리 고하노라. 삼가 티끌 같은 재물을 아까워하지 말고 각자 분수에 따라 보시를 행하여 이 일을 이루게 해 주기를 바라노니, 그렇게 한다면 어찌 참으로 선하고 또 훌륭한 일이 아니겠는가. 인과화복因果禍福의 설과 선악경앙善惡慶殃의 일은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것일 뿐만 아니라 또한 바로 승려들이 늘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굳이 여기에 쓰지 않을 뿐이다.

010_0962_a_01L於雲霞渝破玆㴱不惟居釋信士之所
010_0962_a_02L亦乃遊人過客之所嘆也謀欲重修
010_0962_a_03L事山力蚊不得以山僧小小之力所可
010_0962_a_04L備辦也玆出勸文普告於諸方君子之
010_0962_a_05L盖日月無所不照而先照於高嶺之
010_0962_a_06L佛天何人不濟而先濟於積善之人
010_0962_a_07L豈是日月佛天之有私潭澄月現機感
010_0962_a_08L應生此所謂善而慶惡而殃者歟伏願
010_0962_a_09L僉君子積今生惠施之善慶樹萬歲無
010_0962_a_10L竭之勝福豈不休哉豈不偉哉

010_0962_a_11L

010_0962_a_12L三角山華溪寺重修勸善文

010_0962_a_13L
夫善者遷也遷者動也吉㐫悔悋
010_0962_a_14L生乎動若但固執不遷則豈以君子擬
010_0962_a_15L之哉今此華溪寺者古之一精舍也
010_0962_a_16L歲月旣久風雨透漏殆十數年之多矣
010_0962_a_17L數小居僧時欲重修然殿閣也寮舍
010_0962_a_18L事旣重而物不能判 [23] 故拙策短詞
010_0962_a_19L普告檀門伏祝勿惜塵財各自隨分行
010_0962_a_20L以成此事豈不誠善且偉哉因果
010_0962_a_21L禍福之說善惡慶殃之事非但一世所
010_0962_a_22L共知亦乃釋子之常談故不必記之而
010_0962_a_23L

010_0962_b_01L
도봉산 원통사 약사전 중수 권선문道峯山圓通寺藥師殿重修勸善文
대저 복이란 것은 우연으로 구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을 쌓아야만 얻을 수 있고, 선이란 것은 갑작스러움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함이 있어야만 행할 수 있으니, 이는 파종播種을 해야 결실을 얻고, 배를 띄워야 언덕에 다다를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우리 약사전은 부처님께서 동방만월세계東方滿月世界에 거처하시어 늘 백호白毫로부터 무외광명無畏光明을 비추시고, 12상원十二上願249)을 설하시어 무량 중생들을 제도하시는 것이, 병의 수많은 원인에 세상의 좋은 의원이 약으로 수많은 중생들을 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약사라 이름하고, 저 부처님의 상을 모셔 놓고 수壽와 복福을 비는 곳으로 삼아 약사전이라고 하였다.
약사전은 옛적에 창건되었는지라, 비바람을 수없이 만나 담장과 벽이 깨지고 무너졌으며, 마룻대와 들보가 썩고 꺾였으며, 불좌佛座 위에 있는 푸른 연꽃이 비바람에 침식되어 거주하는 스님과 오가는 참배객들이 함께 한탄하며 애석히 여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 중수重修하고자 하나 재물이 없어 주관하기 어렵기에 한 축軸의 짧은 글로 여러분에게 두루 고하노니, 쓰고 남은 재물을 희사喜捨해서 다함이 없는 수승殊勝한 복을 심는다면, 어찌 선을 행하여 복을 짓고 권함을 인연하여 선을 닦는 일이 아니겠는가.
철령 성황당 중수 권선문鐵嶺城隍堂重修勸善文
관북 지방은 풍패豊沛의 땅250)이요, 철령 고을은 교통의 요지이다. 이 때문에 사시사철 공무公務나 사무私務를 보러 다니는 나그네들이 이곳을 끊임없이 왕래한 지가 지금 거의 백 년이나 되었다. 고개 위에 오래된 성황당 한 곳이 있는데, 어느 해에 어떤 사람이 창건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신의 영험함이 밝고도 밝아 원근에 소문이 났고, 근자에도 치성을 드리면 감응을 해 주는 도가 없지 않으니, 『시경詩經』 〈억抑〉에서 이른바 “헤아릴 수 없는데 하물며 싫어할 수 있겠는가.(不可度思。矧可射思。)”라고 한 말과, 『서경書經』에서 이른바 “오직 덕이 제물이다.(惟德繄物)”251)라고 한 말이 여기에서 증험되는 것이다. 중간에 무릇 여러 번이나 중수를 했는데도 지금 또 퇴락하여 쾌청한 때에도 오히려 햇볕과 달빛이 새어 드는데,

010_0962_b_01L道峯山圓通寺藥師殿重修勸善文

010_0962_b_02L
原夫福不可以偶求有善然後必得
010_0962_b_03L不可以忽得有勸然後要行如種得實
010_0962_b_04L如船到岸惟我藥師殿者佛居東方滿
010_0962_b_05L月世界常放白毫無畏光明設十二之
010_0962_b_06L上願度無量之衆生如世良醫之病有
010_0962_b_07L千源藥生多品故號爲藥師而遵像
010_0962_b_08L彼佛祈于壽福之處曰藥師殿殿▼(並+刄)
010_0962_b_09L在古多歷風雨墻壁破墮棟樑朽折
010_0962_b_10L座上靑蓮不免風雨之所侵居僧行客
010_0962_b_11L所共歎惜之不暇也今欲重脩無物難
010_0962_b_12L一軸短詞普告僉前捨其用餘之
010_0962_b_13L塵財植其不竭之勝福豈非行善而作
010_0962_b_14L福因勸而修善也哉

010_0962_b_15L

010_0962_b_16L鐵嶺城隍堂重修勸善文

010_0962_b_17L
關北一方豊沛之地一座鐵嶺是爲大
010_0962_b_18L故春秋四時公私行客未尙不絡
010_0962_b_19L繹于此者今幾百年矣嶺上有一城隍
010_0962_b_20L古廟未知何歲何人之所創建然神之
010_0962_b_21L爲靈昭昭焉見於近聞於遠間不無
010_0962_b_22L祈祝感應之道詩所謂不可度思矧可
010_0962_b_23L射思書所謂性 [24] 德繄物驗於此也
010_0962_b_24L間凡幾閱重脩而今又頹落晴時猶爲

010_0962_c_01L하물며 흐린 날의 비바람은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또 오가는 나그네들도 안타깝게 여기는데, 하물며 가까운 데 거주하는 사람들이 어찌 아침저녁으로 비탄하지 않겠는가. 중수하고자 하나 일은 크고 힘은 부족한지라 부끄러움과 꾸지람을 꺼리지 않고 동지들에게 두루 고하노니, 삼가 분수에 따라 보시해 주어 이 일을 이루게 해 주길 바라노라. 마음에 선을 쌓는 것은, 이른바 “선한 사람에게 복을 내리고 악한 사람에게 화를 내린다.(福善禍淫)”252)라는 말이 본래 경전에 실려 있으니, 어찌 반복해서 말할 것이 있겠는가.
아차산 화양사 바라 권선문峨嵯山華陽寺鈸鑼勸善文
대저 물건이 쓰이는 곳은 각기 그 자리가 있는 법이니, 지금 이 바라(鈸鑼)는 무엇을 위하여 만드는 것인가.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기 위하여 만드는 것이다. 소리가 천지를 진동함에 응하지 않은 곳이 없기에 위로 사공四空253)까지 통하여 다겁多劫의 사정취邪定聚254)들을 정신 차리게 하고, 아래로 삼도三途255)를 진동시켜 기나긴 어둠 속에 빠져 있던 이들을 제도하니, 이 때문에 이 물건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한 축軸의 짧은 글로 여러 재가在家 군자와 출가出家 군자로서 적선을 하는 시주들에게 널리 고하노니,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할 티끌 같은 재물을 아끼지 말아서 만세토록 없어지지 않을 복덕福德을 오래도록 심기를 삼가 바라노라. 그렇게 한다면 어찌 좋지 않겠는가.
소별疏別
석왕사의 백련당 및 수군당 중건과 각처 중수에 대한 낙성소(釋王寺白蓮壽君重建與各處重修落成疏)
삼가 아룁니다. 공왕空王의 고겁古劫에 가람을 불향산不響山 가운데 세우니 생주이멸生住異滅256)이 감히 옮기지 못하고, 몰하유향沒何有鄕257)에 도량을 무영수無影樹 아래에 세우니 지수화풍地水火風이 어찌 화를 끼칠 수 있겠습니까. 어디를 가든 보현행문普賢行門이요, 곳곳마다 화장찰해華藏刹海니, 중생들이 겁화劫火를 보더라도 우리의 불국토佛國土는 항상 있을 것입니다.

010_0962_c_01L日月之曝煦况晦陰之風雨何可避之
010_0962_c_02L又不免行客之見憐何况近居者
010_0962_c_03L那無朝夕之傷歎乎欲夫重修事贍力
010_0962_c_04L不憚愧責普告同志伏惟隨分施
010_0962_c_05L以成此事中心所積其所謂福善
010_0962_c_06L禍淫自載經籍胡可伸說

010_0962_c_07L

010_0962_c_08L峨嵯山華陽寺鈸鑼勸善文

010_0962_c_09L
大凡物之所用各有處焉今此鈸鑼
010_0962_c_10L何爲而作也供佛享聖而作也聲動天
010_0962_c_11L無處不應故上徹四空動多刼之
010_0962_c_12L邪定下震三途拔長夜之沉淪所以
010_0962_c_13L欲成此物一軸短文普告在家出家諸
010_0962_c_14L君子積善之檀門伏惟勿惜死不將去
010_0962_c_15L之塵財永植萬歲不朽之福德豈不善
010_0962_c_16L

010_0962_c_17L

010_0962_c_18L疏別

010_0962_c_19L釋王寺白蓮壽君重建與各處重修
010_0962_c_20L落成疏

010_0962_c_21L
伏以空王古刼建伽藍於不響山中
010_0962_c_22L住異滅莫敢遷也沒何有鄕設道場
010_0962_c_23L於無影樹下地水火風豈能灾之
010_0962_c_24L步普賢行門塵塵華藏刹海衆生見於

010_0963_a_01L
본사本寺를 상고해 보건대 성조聖祖의 초잠初潛에 서까래 세 개를 지고 나온 꿈을 풀이한 터요, 왕사王師가 만세의 왕업을 계획했던 자리입니다.258) 큰 역사役事를 경영하고서 존상尊像을 옮겨다 봉안하고 등극登極하신 뒤에 사찰을 건립하여 왕조를 세운 초기에 왕사의 공훈에 보답한 것입니다. 저 16방房의 성대한 위의는 급고원給孤園에서 부처님을 맞이한 일과 매우 비슷하고, 5백 결結의 후사厚賜는 난타사蘭陁寺259)에서 스님들에게 공양을 드린 일에 조금도 못지않으니, 삼대三代의 위의에 방불하고, 오천五天의 풍도를 보는 듯했습니다.
성쇠盛衰란 것이 한결같지 않고 세월의 흐름은 무상無常합니다. 아아! 흉년을 거듭 만남에 스님들의 거처가 두어 처소에 불과하게 되었고, 병화兵火를 누차 겪음에 위토位土가 다만 4, 5일 밭 갈 거리만 남았으니, 비록 훗날의 은혜를 계속해서 입었으나 예전의 사정事情에 견줄 수는 없습니다. 또 더구나 복은 아울러 진전되는 법이 없고, 화는 홀로 행해지지 않습니다. 옛적 큰 홍수가 났을 때는 허공 가득 물결이 일어났는데도 운감雲龕260)과 신장宸章261)이 별 탈 없이 화를 면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큰 불이 났을 때는 하늘까지 뻗치는 화염이 맹렬하게 타오르니, 극락전極樂殿과 백련당白蓮堂이 불행히도 화를 당했습니다.
성대합니다. 태양과 같은 성은의 빛이 유난히 이곳에만 밝게 비치고 은혜의 물결을 함께 목욕하여 영읍營邑에서 백방으로 힘써 도와주고, 묘당廟堂에서 만금의 재물로 일을 계획하여 실화失火로 타 버린 백련당을 옛터에 중건하고, 화를 입은 극락전을 향각香閣에 옮겨 봉안奉安하였습니다. 기울어지고 무너져 자취가 없어진 곳에 다시 자리를 정해 옮기고서 수군당壽君堂이라는 편액을 올렸고, 불에 조금 탄 범종루梵鐘樓를 예전처럼 수리하고서 흥복루興福樓라고 제하였습니다. 인지료仁智寮와 용비루龍飛樓는 비바람 새는 곳에 지붕을 새로 얹었고, 법전法殿과 승사僧舍는 깨지고 손상된 곳을 보수하였습니다. 내탕고內帑庫에서 재물을 더하여 내었고, 관찰사觀察使가 또 녹봉을 덜어 주었습니다. 공역工役에 쓸 넉넉한 재물을 완비한지라 위토를 마련해서 근심이 없도록 해 주었고, 염려함에 긍휼히 여겨 주신지라 요청한 바대로 절의 빚을 갚아 주었습니다. 현은玄隱 태화太和의 공덕이 작지 않고, 설하雪河 복성復性의 근로가 크게 많았습니다.
이치며 운수에는 손가락이며 말이라고 할 것262)이 그 단서가 많으니, 성은의 막대함을 공수拱手를 하고서 송축하고, 감독하며 역사役事를 함에 나무며 기러기가 될 것263)이 대치되니,

010_0963_a_01L劫火我此土之常存稽考本寺聖祖
010_0963_a_02L初潜釋夢三椽之址王師一席運籌
010_0963_a_03L萬世之場經營大功移安尊像建刹
010_0963_a_04L於登極之後酬勳於定鼎之初原夫十
010_0963_a_05L六房之盛儀大相似給孤園迎佛五百
010_0963_a_06L結之厚賜小不下蘭陁寺供僧彷彿三
010_0963_a_07L代威儀依俙五天風度盛衰不一
010_0963_a_08L今無常嗚呼荐遭歉荒僧居不過二
010_0963_a_09L三處所累經兵火位土惟存四五日耕
010_0963_a_10L雖繼蒙於後恩不得比於古事又況福
010_0963_a_11L無並進禍不單行昔之積水輪上
010_0963_a_12L空波瀾雲龕宸章無恙免禍今之大
010_0963_a_13L火聚中亘天烈熖樂殿蓮堂不幸被
010_0963_a_14L盛哉化日偏臨恩波共沐營邑之
010_0963_a_15L百般力救廟堂之萬金劃區重建失火
010_0963_a_16L之白蓮於舊基移安及殃之極樂於香
010_0963_a_17L傾頹泯迹更卜改扁曰壽君差脫
010_0963_a_18L梵樓重脩古題之興福仁寮龍樓之改
010_0963_a_19L覆滲漏法殿僧舍之修補破傷內帑加
010_0963_a_20L以出財方伯又爲捐俸役完物贍
010_0963_a_21L土可以不虞念果哀矜報債即爲副請
010_0963_a_22L玄隱太和之功德不小雪河復性之勤
010_0963_a_23L勞大多理也數也指馬多端拱手頌
010_0963_a_24L祝於天恩之莫大監之役之木鴈相拒

010_0963_b_01L불력佛力의 넓고 깊음에 입을 가리고서 손가락으로 가리켜 봅니다. 신해년(1851, 철종 2) 기해월 신해일에 재앙이 싹텄는데, 임자년(1852) 임자월 임자일에 공사를 마쳤습니다. 이에 삼가 육미六味를 올려 우러러 삼존三尊께 바칩니다.
삼가 생각건대 법신法身은 형체가 없으니 월인천강月印千江264)은 그 그림자가 화한 것이요, 진성眞性은 설하기 어려우니 유분오미乳分五味265)는 진부한 말입니다. 진부한 말에 의탁하여 진성을 설하고, 그림자에 부쳐 법을 드러냅니다. 10지十地와 삼현三賢266)이 함께 강림하고 오과五果와 사향四向267)이 모두 임합니다. 연꽃 수레가 많으니 세 보위의 자존慈尊이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앞뒤로 이르고, 옥 병풍이 첩첩하니 제천의 신중神衆이 향기로운 바람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대춘大椿의 8천 세를 아침으로 삼고 저녁으로 삼으시고,268) 억만년 보위寶位와 대통을 길이길이 뻗치시고, 하늘의 구름과 땅의 물 같은 선왕先王과 선후先后의 영령은 극락전과 백련당에서 적석궤궤赤舃几几269)하시며, 용반호열龍班虎列의 훌륭하고 어진 신하들은 태평연월에 성관星冠270)을 쓰고 늠름하게 보필하소서.
또 바라건대 지휘했던 영부營府의 두 공은 지위가 한 품계 올라 존귀하고, 함께 참여했던 척신戚臣 두 분 댁은 대대로 오복五福을 온전히 누려 자손이 번성하며, 힘을 보탠 분들은 수壽를 누려 강녕 무궁하고, 일을 주관한 분들은 복을 받아 평안한 몸으로 무탈하게 해 주소서. 사찰이 점차 성대해져서 성지聖址를 보호하고, 지키는 절목을 날로 더하며 달로 깊게 하고, 살림이 차츰 늘어나면 참된 공부를 하며 생활하는 방도에 연로한 사람들을 여유롭게 하고, 어린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소서. 전쟁을 그쳐서 국가의 복조福祚를 공고하게 하고, 전염병을 멸절滅絶시켜 풍년이 들게 하며, 분주히 노역하는 사람들과 왕래하며 관광하는 나그네들이 각기 뜻하는 바를 이루고, 일마다 마음대로 되게 해 주소서. 나무 도깨비와 산의 정령, 모든 비명횡사한 원혼들, 골짜기 위와 골짜기 아래의 주인이 있거나 없는 원친寃親271)의 비혼悲魂, 시방의 사부四部272) 대중, 법계法界의 삼도三途와 팔난八難273)에 이르기까지 모두 법회에 임하여 모두 흡족히 공양 받기를 바랍니다. 나머지 은혜의 물결이 적셔진 곳에

010_0963_b_01L掩口指占於佛力之弘㴱辛亥年己亥
010_0963_b_02L月辛亥日灾萠壬子年壬子月壬子日
010_0963_b_03L事訖玆者恭伸六味仰獻三尊伏惟
010_0963_b_04L法身無形月印千江者影化眞性難說
010_0963_b_05L乳分五味者陳言托陳詮眞寄影彰法
010_0963_b_06L十地三贒之同降五果四向之咸臨
010_0963_b_07L輅彬彬三寶慈尊駕祥雲而前假後假
010_0963_b_08L玉扆濟濟諸天神衆乘香風而上之下
010_0963_b_09L伏願王筭長春八千歲以爲朝爲夕
010_0963_b_10L寶籙大統億萬年以亘古亘今先王先
010_0963_b_11L后天雲地水之靈極樂蓮坮赤舃几
010_0963_b_12L良臣賢佐龍班虎列之屬太平烟
010_0963_b_13L星冠軒軒抑願指揮之營府兩公
010_0963_b_14L位高一品且尊且貴同叅之戚臣二宅
010_0963_b_15L世全五福多子多孫助力者壽而康
010_0963_b_16L樂無央幹事者福而平身無恙以至
010_0963_b_17L寺樣漸盛聖址守護之節日益月㴱
010_0963_b_18L產業稍增眞工活計之方老閑少逸
010_0963_b_19L干戈息而國祚鞏固 [25] 癘絕而年糓豊
010_0963_b_20L奔走執役之人徃來觀光之客
010_0963_b_21L穪所志隨事從心甚至於木魅山精
010_0963_b_22L知不知非命惡死洞上洞下有無主寃
010_0963_b_23L親哀塊塵方之四部羣氓法界之三途
010_0963_b_24L八難共臨法會悉飽眞供餘波所沾

010_0963_c_01L만물이 모두 즐거워하기를 바랍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며 회향回向274)하여 삼가 소를 올립니다.
정조 대왕 천릉275) 사십구일재 영산별正宗大王遷陵四十九日齋靈山別
각황覺皇께서 현신現身하시니 『화엄경華嚴經』과 『법화경法華經』을 온 세상에 널리 펴셨고,276) 세주世主께서 현기懸記하시니 『대운경大雲經』과 『보우경寶雨經』에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277) 삼계三界의 복전福田이요 일국一國의 보위寶位이신 정조 대왕의 영가靈駕를 여여如如하게 와서 좋이 보내 드리고자 하므로 도사導師께 공양을 올립니다.278)
삼가 생각건대 우리 정조 대왕은 그 은택이 백성들에게 끼쳐지니, 서교西郊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탄식279)을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고, 그 덕이 상제에까지 이르니 동방에 늘 경성景星의 기쁨280)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경신년(1800, 정조 24)에 승하하셨고,281) 또한 신사년(1821, 순조 21)에 천릉하였습니다.
수빈綏嬪(1770~1822,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의 생모) 저하께서는 그 은혜를 생각함이 망극하시니 애통해하는 마음이 어찌 한량이 있겠습니까. 유명幽明은 그 길이 다르니 인천人天의 윤회를 어찌 알겠습니까. 이목耳目이 닿지 않는 곳에서 머뭇거리며 떠나지 못하는 심사를 떨쳐 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장移葬을 한 지 49일이 되는 때에 보광법전普光法殿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거듭거듭 보시를 하는 때에 영산靈山 자존慈尊을 주인으로 삼고서 일승一乘의 오묘한 법을 펼쳐서 존령尊靈을 극락에 오르게 합니다. 별들처럼 늘어선 법신은 그 그림자가 심수心水282)에 떨어지기를 바랍니다. 달처럼 가득 찬 원력願力은 그 빛이 공운供雲283)과 화하기를 삼가 바랍니다.
우리 정조 대왕의 선가仙駕는 길지吉地를 잡아 화순하게 이장하고, 현궁玄宮에 의탁하여 길이 안장安葬하였습니다. 도사다천覩史多天284) 위에서 늘 우의羽衣를 입은 신선들의 반열에 끼고, 수마제국須摩提國285) 가운데서 성대한 집회를 하는 보살들과 함께 노니소서.
효의왕후孝懿王后(1753~1821, 정조의 妃)의 선가는 홍련紅蓮으로 발을 감싸니 팔덕지八德池286) 가운데서 신령의 옷깃을 깨끗이 씻고, 금련金輦으로 몸을 모셨으니 어삼御衫이 칠보수七寶樹287) 아래에서 나부끼게 되소서.
현륭원顯隆園288)에 모신 혜경궁惠慶宮(1735~1815, 사도세자의 妃이자 정조의 어머니)의 선가는 늘 연화세계蓮花世界에 앉아 항상 금선법문金仙法門289)을 들으소서.
소령원昭寧園(영조의 생모인 淑嬪 최씨)과 여러 위位의 선왕先王과 선후先后분들은 그 지위가 법왕法王에 올라 관음觀音, 대세지大勢至와 더불어 주객主客이 되고, 명성이 불국佛國에 퍼져 번갈아 가며 안양安養세계와 화장華藏세계를 오가소서.

010_0963_c_01L萬類咸樂稽首表白回向謹疏

010_0963_c_02L

010_0963_c_03L正宗大王遷陵四十九日齋靈山別

010_0963_c_04L
覺皇現身華嚴法華普設世主懸記
010_0963_c_05L大雲寶雨明言三界福田一國寶位
010_0963_c_06L欲如來而好去故獻供於導師伏惟正
010_0963_c_07L宗大王恩被下民西郊未聞不雨之嘆
010_0963_c_08L德及上帝東方每見景星之歡不幸逢
010_0963_c_09L庚申之泣弓抑亦當辛巳之占地綏嬪
010_0963_c_10L邸下恩念莫極哀痛何窮幽明路殊
010_0963_c_11L安知人天之徃返耳目不到難遣猶䂊
010_0963_c_12L之心思所以遷柩七七之辰擇地於普
010_0963_c_13L光法殿布施重重之會爲主於靈山慈
010_0963_c_14L演妙法之一乘薦尊靈於登樂
010_0963_c_15L願星羅法身影落心水恭惟月滿願力
010_0963_c_16L光和供雲惟我正宗大王仙駕卜吉地
010_0963_c_17L而宜移依玄宮而永鎭覩史多天上
010_0963_c_18L常叅眞仙之羽衣須摩提國中共遊菩
010_0963_c_19L薩之海會孝懿王后仙駕紅蓮襯足
010_0963_c_20L神襟灑於八德池中金輦奉身御衫飄
010_0963_c_21L於七寶樹下顯隆園惠慶宮仙駕常坐
010_0963_c_22L蓮花世界恒聽金仙法門昭寧園與先
010_0963_c_23L王先后列位仙駕位轉法王與觀音勢
010_0963_c_24L至而主伴名聞佛國遞安養花莊 [26] 而徃

010_0964_a_01L
또 바라건대 주상 전하(순조, 1790~1834)께서는 학수鶴壽290)를 무궁히 누리시기를, 바로 원생圓生의 40년을 낮으로 삼고 밤으로 삼는 것291)과 같이 하시고, 용루龍樓를 만세토록 보전하기를 대춘大椿의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가을로 삼는 것292)과 같이 하소서.
왕비 전하(純元王后, 1789~1857)께서는 「주남周南」에서 태임太姙의 인仁을 칭송하는 것과 같이 되시고, 서지西池에서 서왕모西王母의 장수를 축수하소서.293)
원자元子 저하께서는 그 현명함이 해나 달보다 밝고, 그 도가 건곤乾坤과 합하소서.
자궁慈宮 저하께서는 성수聖壽를 오래 누리시기를 남산南山의 무성한 소나무처럼 하시고, 옥체玉體를 안락하게 하시기를 요지瑤池의 반도蟠桃294)처럼 하소서. 조야朝野가 태평하고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들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큰 발원으로 우러러 삼가 아룁니다.
정원 십재 상별政院十齋上別
삼가 아룁니다. 법신法身은 형상이 없으나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에 코끼리가 태양을 타고 내려왔고,295) 진리는 말이 없으나 화연化緣을 따르기 때문에 말이 동토東土를 밟았습니다.296) 이는 봄이 만국萬國에 돌아온 것과 같고, 달이 수많은 강에 비치는 것297)과 같습니다. 비록 본심本心이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다고 해도 또한 망상妄想을 따라 부침浮沈하니, 불연佛緣에 기대지 않으면 윤회를 그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양 무제梁武帝가 금산사金山寺에서 처음으로 수륙재水陸齋를 지내 상나라 임금 주紂와 비간比干의 놀란 넋을 제도해 주었고, 영 선사英禪師가 북사北寺에서 두 번 신몽神夢에 감응하여 진나라 임금과 범수范睢의 가여운 넋을 제도해 주었습니다.298)
삼가 생각건대 지금 십재를 설하는 것은 옛적부터 그 의식이 있었습니다. 10지十地를 본떠서 모두 십재 때 10인에게 올리고, 일승一乘을 본받아 모두 한곳에서 하루에 행하였습니다. 당시에 재를 설한 사람들은 그 아들과 손자이고, 오늘날 망령亡靈이 된 것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입니다. 낮의 영산법회靈山法會에서는 일곱 축軸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설하고, 밤의 법계도량法界道場에는 한 곡조 어패魚唄를 연주합니다. 일진一眞 반야般若의 공화空火와 오분법신의 심향心香을 사릅니다. 뜰 가운데는 보개寶蓋를 매달고, 탁자 위에는 만화蔓花를 꽂습니다. 가장 맛 좋은 소락蘇酪과 제호醍醐를 공양하고,

010_0964_a_01L抑願主上殿下鶴筭無窮直同圓
010_0964_a_02L生之四十年爲晝爲夜龍樓萬歲
010_0964_a_03L如大春之八千歲爲春爲秋王妃殿下
010_0964_a_04L周南頌太妊之仁西池獻王母之壽
010_0964_a_05L子邸下明逾日月道合乾坤慈宮邸
010_0964_a_06L聖壽增長如南山茂松之盛玉體
010_0964_a_07L逸樂比瑤池蟠桃之間朝野太平
010_0964_a_08L歲豐冾以此大願仰對謹疏

010_0964_a_09L

010_0964_a_10L政院十齋上別

010_0964_a_11L
伏以法身無相爲衆生故象駕日輪
010_0964_a_12L眞詮無言隨化緣故馬踐東土似春
010_0964_a_13L回於萬國如月印於千江雖曰本心
010_0964_a_14L盖天盖地亦隨妄想或昇或沉非憑
010_0964_a_15L佛緣難息輪轉故梁武帝初乘水陸於
010_0964_a_16L金山渡商紂比干之驚魄英禪師再感
010_0964_a_17L神夢於北寺濟秦主范睢之哀魂切念
010_0964_a_18L現今設齋古有儀式表十地俱薦十
010_0964_a_19L人於十齋法一乘咸行一日於一處
010_0964_a_20L當時齋者其子其孫今日亡靈或父
010_0964_a_21L或祖晝之靈山法會演七軸之蓮經
010_0964_a_22L夜之法界道場奏一音之魚唄燃一眞
010_0964_a_23L般若之空火 ▼(蓻/火)五分法身之心香懸寶
010_0964_a_24L盖於庭中揷蔓花於卓上供蘇酪醍醐

010_0964_b_01L보배스런 화과花果와 등촉燈燭 등의 물건을 진열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양족 자존兩足慈尊299)께서는 무연無緣의 배를 움직이시고, 쌍운 대사雙運大士께서는 유정有情의 물고기를 건져서300) 여러 혼백들이 모두 구품九品301)에서 즐거움을 얻고, 여러 사람들이 삼재三災에서 곤액을 벗어나게 해 주소서. 한 방울 베풀어 주신 은덕의 남은 물결에 고통 받는 중생들이 모두 즐거워하기를 또한 바랍니다. 우러러 존영尊影을 대하며 소를 써서 삼가 아룁니다.
혜경궁 백 일 영산별惠慶宮百日靈山別
삼가 아룁니다. 온 법계法界 속의 한 단장壇場에 제불諸佛의 청량한 달빛이 환하게 허공에 비치고, 고금에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일승一乘의 미묘한 법음이 맑게 찰나의 시간을 두릅니다. 긴 허공이 천리만리 뻗어 나가는 듯하고, 밝은 달이 앞 시냇물 뒤 시냇물에 비치는 듯하니, 원행願行이 탄 바에 교화 무궁하소서.
삼가 들으니, 생사生死는 그 일이 크고, 귀천貴賤은 그 업業이 같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혜빈惠嬪 저하께서는 비록 천승千乘 임금님의 어머니의 자리에 계셨다고는 해도 늘 묵은 근심에 마음이 답답하였습니다. 응한 자취는 마야摩耶부인의 연을 따랐고, 실제 보응은 반야지혜般若智慧의 순함을 받았습니다. 사상四相이 절로 인과因果에 꺾이니, 구순九旬에 겨우 올랐는데 승하하셨습니다.
경안궁慶安宮 저하는 본래 효심으로 존령尊靈을 모셔 보수寶樹302)를 증득證得하게 하고자 하였고, 또한 성스러운 뜻으로 고인古人이 금어金魚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 말303)을 염려하였습니다. 그러니 만약 삼보三寶304)가 가한 은택이 아니면 선령仙靈을 해탈하게 할 방법이 없기에 정재淨財를 내신 것이 다만 백 일이 되었습니다. 우수牛首를 사르니 땅이 솟아오르고, 어음魚音을 연주하니 하늘에까지 진동합니다.305)
삼보자존三寶慈尊께서는 상서로운 빛이 내려져 금신金身이 드러날 수 있게 하시고, 두 분 선가仙駕가 수운愁雲을 다 걷어 버리고 혜월慧月을 바야흐로 밝히며, 법화法華에서 무생無生을 깨닫고, 정토淨土에서 피안彼岸에 오르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또 바라건대 주상 전하와 삼대전하三大殿下306)께서는 만고의 선리仙李가 신성한 자손들에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하시며,307)

010_0964_b_01L之上味列花果燈燭之珍儀伏願兩足
010_0964_b_02L慈尊運無緣之艇雙運大士拯有情
010_0964_b_03L之魚衆魂俱得樂於九品諸子同離厄
010_0964_b_04L於三灾亦願一滴餘波苦流咸樂
010_0964_b_05L對尊影表宣謹疏

010_0964_b_06L

010_0964_b_07L惠慶宮百日靈山別

010_0964_b_08L
伏以盡法界一壇場諸佛淸凉月昭昭
010_0964_b_09L映空亘古今須臾際一乘微妙音
010_0964_b_10L落周刹若長空而千里萬里如明月之
010_0964_b_11L前溪後溪願行所乘敎化無盡伏聞
010_0964_b_12L生死事大貴賤業同惟我惠嬪邸下
010_0964_b_13L雖曰位居千乘世主之母每爲心結萬
010_0964_b_14L事滯憂之人應跡則摩耶之隨緣實報
010_0964_b_15L則般若之酬順四相自催於因果九旬
010_0964_b_16L才登而昇遐慶安宮邸下自以孝心
010_0964_b_17L薦尊靈而欲證寶樹亦以聖意恐古人
010_0964_b_18L之不怕金魚若非三寶所加之澤難使
010_0964_b_19L仙靈解脫之方故出淨財第當百日
010_0964_b_20L▼(蓻/火)牛首而拔地奏魚音而振天惟願三
010_0964_b_21L寶慈尊祥光放而金身可現令使兩位
010_0964_b_22L仙駕愁雲盡而慧月方明悟無生於法
010_0964_b_23L登彼岸於淨土抑願主上三大殿下
010_0964_b_24L萬古仙李開花結實於聖子神孫千年

010_0964_c_01L천년의 반도蟠桃가 용루龍樓와 봉각鳳閣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무성하게 해 주소서.308) 전쟁을 길이 그쳐 국태민안國泰民安하게 해 주소서. 해마다 풍년이 들게 해 주시고, 바람이 고르고 비가 순하게 해 주소서. 나머지 은덕의 한 방울에 육도중생이 모두 기뻐하게 해 주소서. 우러러 영산에 빌며 정성을 표하여 삼가 아룁니다.
뇌묵 화상의 사리탑을 세울 때 올린 제문(雷默和尙樹塔祭文)
沛南鐵北              함흥 남쪽 철령 북쪽에
有邑鶴城              학성이라는 고을이 있으니
鶴城自古              학성은 예로부터
大道精亨              교통의 요충지였네
我師覺德              우리 선사 깨달으신 대덕께서는
禪敎兩全              선과 교를 겸전하셨으며
壽極福備              장수 누리고 복을 갖추니
門弟有千              제자가 천 명에 이르렀네
天恩罔極              성은이 망극하사
傳旨三重              전지를 세 번 거듭 내리셨으며
薪盡火滅              섶이 다 타 불이 꺼짐에
瑞氣盤空              상서로운 기운 허공에 서렸네
有道厥美              그 아름다움을 말한 사람 있어
式至于此              탑을 세우는 데 이르렀으며
厖鴻冲崇              그 기상 넓고도 드높아
適莫在己              적막309)이 자신에게 있었네
虎逝龍亡              범이 떠나고 용이 죽으니
一空山澤              산과 못이 텅 비었구나310)
時乎難留              때가 되어 머물기 어려워
夜㴱舟壑              밤 깊을 제 골짜기에 배를 숨기셨구나311)
渾寺呈夢              온 절 사람들의 꿈에 나타남에
舍利不緇              그 사리가 어둡지 않았어라312)
吾徒失怙              우리들은 믿을 곳을 잃었으니313)
是之爲依              이제 이 사리를 의지해야지
無縫鵠塔              무봉의 곡탑314)
卜建雪山              설산315)에 터 잡아 세우고
黃金一掬              한 움큼 되는 사리함을
藏旃其間              그곳에 묻었네
今擇良吉              이제 길일을 택하노니
樹冀永年              영원히 우뚝 서 있길 바라노라
一椀茶蔬              차 한잔을 올리며
伴告斯言              아울러 이 제문을 고하노라
봉선사316) 제향문奉先寺祭享文
亹亹聖祖              성조의 부지런한 공업은
點雲太空              허공의 한 점 구름이었네317)
入承大統              입승대통318)하시니
天佑吾東              우리 동방에 하늘의 복이 내렸네
不顯亦世              대대로 빛나게 하였으니319)
運昌德崇              복운은 창성하고 덕은 드높아라
昊紀官鳳              「호기」에는 관봉을 했다 하고320)
周雅羽螽              「주아」에는 우종이 있어라321)
弓裘斯墜              궁검이 이에 떨어지니322)
永建齋宮              영원히 남을 재궁을 지었네
此地昇日              이 땅에 해가 떠오르니323)
何渚流虹              하저에서는 무지개가 흘러내리네324)
陟降帝庭              상제의 뜰을 오르내리시리니
御氣乃通              어기가 마침내 감통하네325)
於戲不忘              아아 잊을 수가 없으니326)
曰聖也風              성군의 유풍이로다
遙瞻蜀廟              멀리 촉묘를 보니
歲時村翁              세시마다 촌옹이 제사를 올리는데327)
何況乎仙寢             어찌 선침에
敢效微忠              감히 충정을 바치지 않을 수 있으랴

010_0964_c_01L盤桃着根盛枝於龍樓鳳閣干戈永息
010_0964_c_02L國泰民安時歲登豐風調雨順餘波
010_0964_c_03L一滴六趣咸欣仰祝靈山表誠謹疏

010_0964_c_04L

010_0964_c_05L雷默和尙樹塔祭文

010_0964_c_06L
沛南鐵北有邑鶴城鶴城自古大道
010_0964_c_07L精亨我師覺德禪敎兩全壽極福備
010_0964_c_08L門弟有千天恩罔極傳旨三重薪盡
010_0964_c_09L火滅瑞氣盤空有道厥美式至于此
010_0964_c_10L厖鴻冲崇適莫在己虎逝龍亡一空
010_0964_c_11L山澤時乎難留夜深舟壑渾寺呈夢
010_0964_c_12L舍利不緇吾徒失怙是之爲依無縫
010_0964_c_13L鵠塔卜建雪山黃金一掬藏旃其間
010_0964_c_14L今擇良吉樹冀永年一椀茶蔬伴告
010_0964_c_15L斯言

010_0964_c_16L

010_0964_c_17L奉先寺祭享文

010_0964_c_18L
亹亹聖祖點雲太空入承大統天佑
010_0964_c_19L吾東不顯亦世運昌德崇昊紀官鳳
010_0964_c_20L周雅羽螽弓裘 [27] 斯墜永建齋宮此地
010_0964_c_21L昇日 [28] 渚流虹陟降帝庭御氣乃通
010_0964_c_22L於戲不忘曰聖也風遙瞻蜀廟歲時
010_0964_c_23L村翁何況乎仙寢敢效微忠

010_0965_a_01L
극락전 불사에 지신에게 올리는 제문(極樂殿佛事地神祭文)
天開地闢              천지가 개벽함에
各得淸寧              각기 청녕함을 얻으니328)
元亨利一              원하고 형하고 이한 것이 하나씩이요
惟牝馬貞              암말의 정함입니다329)
厚德載物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실으니
元吉資生              원하고 길하여 자생합니다330)
國有其社              나라에도 토지신이 계신데
家豈無靈              집에 어찌 그 영이 없겠습니까
吾今營辦              우리가 지금 불사를 시작하면서
必告厥情              반드시 그 실정을 고하노니
伏惟尊神              삼가 바라건대 존신께서는
來格馨誠              이 제사에 강림하여 주소서
無咎不害              허물하지 마시고 해치지 마시며
內外和平              안팎으로 화평하게 해 주시어
速成我事              우리의 불사를 속히 이루어 주시면
萬德眞精              만덕이 참되고 순일해질 것입니다

010_0965_a_01L極樂殿佛事地神祭文

010_0965_a_02L
天開地闢各得淸寧元亨利一惟牝
010_0965_a_03L馬貞厚德載物元吉資生國有其社
010_0965_a_04L家豈無靈吾今營辦必告厥情伏惟
010_0965_a_05L尊神來格馨誠無咎不害內外和平
010_0965_a_06L速成我事萬德眞精

010_0965_a_07L
010_0965_a_08L
  1. 1)권돈인權敦仁(1783~1859) : 상권의 주 101 참조.
  2. 2)선종禪宗과 교종敎宗이~분이 아니겠습니까 : 권돈인이 옛날 중국의 배 상국裵相國이나 장 승상張丞相처럼 불교를 깊이 이해하고 승려들과 어울릴 줄 아는 유자儒者라는 말이다. 배 상국은 당대唐代의 정치가 배휴裴休(791~870)로, 자는 공미公美이고, 맹주孟州 제원濟源 사람이다. 배숙裵肅의 아들이다. 목종穆宗 장경長慶 연간에 진사가 되어 여러 관직을 역임하고, 선종宣宗 대중大中 연간 병부시랑兵部侍郞이 되어 제도염철전운사諸道鹽鐵轉運使에 올랐다. 중서문하평장사中書門下平章事와 중서시랑中書侍郞을 역임하였고, 선무절도사宣武節度使를 비롯하여 소의昭義와 하동河東, 봉상鳳翔, 형남荊南 등지의 절도사로 봉직했다. 태위太尉에 추증되었다. 선종에 귀의한 사람으로 유명하여 여러 선사들의 어록에 일화를 남겼는데, 특히 황벽 희운黃檗希運이 개원사開元寺에 머무르고 있을 때의 일화에서 유래한 황벽형의黃檗形儀라는 화두로 유명하다. 장 승상은 북송北宋의 정치가 장상영張商英(1043~1122)으로, 자는 천각天覺, 호는 무진 거사無盡居士,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촉주蜀州 신진新津 사람이다. 영종英宗 치평治平 2년(1066) 진사가 되었고, 여러 관직을 거쳤다. 철종이 친정親政을 하자 우정언右正言과 좌사간左司諫이 되어 원우대신元祐大臣인 사마광司馬光과 여공저呂公著 등을 강력하게 공격했다. 휘종徽宗 때에는 중서사인中書舍人, 한림학사翰林學士, 상서우승尙書右丞 및 좌승左丞을 지냈고, 대관大觀 4년(1110)에 승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불교를 싫어하여 「무불론無佛論」을 써서 배척하였으나 뒤에 우연히 『유마경維摩經』을 읽고 정신正信을 일으켰다. 원우元祐 연간에 오대산에 문수상文殊像 조성을 발원하고 발원문을 지었다. 동림東林 총總 선사에게 선禪을 묻고, 다시 도솔兜率 열悅 선사를 참알參謁하여 비로소 깨친 뒤 진정 문眞淨文 화상에게 나아가 크게 깨달았다. 저서에 『호법론護法論』 1권과 『신종정전神宗正典』, 『무진거사집無盡居士集』 등이 있다.
  3. 3)취잠鷲岑에 올라~웃는 듯하였습니다 : 취잠은 불교의 성지로서 석가가 일찍이 교법敎法을 설했던 영취산靈鷲山이다. 석가가 영취산에 있을 때 어느 날 연꽃을 따서 여러 제자들에게 보이자, 아무도 그 뜻을 알아듣는 이가 없었는데, 당시 석가의 십대제자 가운데 두타제일頭陀第一인 마하가섭摩訶迦葉만이 그것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이에 석가가 이르기를, “나의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열반묘심涅槃妙心은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교외별전敎外別傳이니, 마하가섭에게 이것을 부촉付囑한다.”라고 했다는 데에서 온 말로, 권돈인을 석가에 비유하여 높여 말한 것이다.
  4. 4)경에서 말하기를~빚어지는 것이다 : 『화엄경華嚴經』 권19에서 “만약 어떤 사람이 과거, 현재, 미래 삼세의 일체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응당 법계의 성품을 관해야 할 것이니, 일체 사물은 오직 마음에서 빚어지는 것이다.(若人欲了知三世一切佛。應觀法界性。一切唯心造。)”라고 하였다.
  5. 5)반문班門에서 도끼를 놀리는 것 :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뛰어난 장인匠人 공수반公輸班의 집 문전에서 도끼를 휘두른다는 말로, 대가의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헤아리지 못하고 교만하게 군다는 뜻이다.
  6. 6)대방大方 : 식견이 넓은 대가大家라는 뜻으로, 대방지가大方之家의 준말이다. 『장자莊子』 「추수秋水」에서 하백河伯이 자신이 다스리는 하수河水의 물이 불어나자 의기양양하다가 북해北海에 이르러서 끝없이 펼쳐진 물을 보고는 북해의 신 약若을 향해 탄식하면서 말하기를, “속담에 ‘백쯤의 진리를 깨달은 자가 천하에 자기만 한 자가 없다고 여긴다’라는 말이 있으니, 이게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로소이다.……지금 내가 당신의 끝이 없음을 보니, 내가 당신의 문에 오지 않았더라면 거의 못 볼 뻔했구려. 그렇다면 나는 길이 대방가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입니다.(野語有之。聞道百。以爲莫己若者。我之謂也。……今我睹子之難窮也。吾非至於子之門則殆矣。吾長見笑於大方之家。)”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여기서는 권돈인을 가리킨다.
  7. 7)삼상三常 : 국정을 다스리는 세 가지 요체이다. 『국어國語』 「진어晉語 4」에서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진 이를 드러내는 것은 정치의 근간이고, 빈객을 예우하고 곤궁한 이를 긍휼히 여기는 것은 예교의 으뜸이며, 예교로 정치를 기율하는 것은 국가의 상도常道이다.……옥백과 주식은 분토와 같으니, 분토를 아끼면서 삼상을 훼손하고, 자리를 잃고 모인 것을 헐어 버리면서도 어렵게 여기지 않는다면 불가하지 않겠는가.(愛親明賢。政之幹也。禮賓矜窮。禮之宗也。禮以紀政。國之常也。……玉帛酒食。猶糞土也。愛糞土以毀三常。失位而闕聚。是之不難。無乃不可乎。)”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위소韋昭는 정치의 근간과 예교의 으뜸과 국가의 상도를 삼상이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데 관계되는 유가儒家의 도를 가리킨다.
  8. 8)무망無妄한 질병 : 아무런 까닭 없이 걸린 뜻밖의 병을 말한다. 『주역』 「무망괘无妄卦」 〈구오九五〉에서 “아무런 까닭이 없이 걸린 병이니, 약을 쓰지 않으면 저절로 낫는 기쁜 일이 있으리라.(无妄之疾。勿藥有喜。)”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9. 9)어찌하여 빨리 죽지 않느냐 : 『시경詩經』 〈상서相鼠〉에서 “쥐를 봐도 사지四肢가 있는데, 사람으로서 예의가 없단 말인가. 사람으로서 예의가 없는 이는, 어찌하여 빨리 죽지 않느냐.(相鼠有體。人而無禮。人而無禮。胡不遄死。)”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0. 10)체율體律의 좋고~헤아리지 않고서 : 체율과 성격聲格은 한시漢詩의 시체詩體와 성률聲律을 말하는 것으로, 이에 부합하게 하지 못한다는 겸사이다.
  11. 11)초의당草衣堂(1786~1866) : 순조와 헌종 때 승려로, 법명法名은 의순意恂, 자는 중부자中孚子, 호는 해옹海翁·해사海師 등이다. 15세에 운흥사雲興寺의 벽봉 민성碧峰敏性을 스승으로 모셨고, 24세에 강진康津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과 교유했으며, 30세에 서울에 올라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자하紫霞 신위申緯 등과 사귀었는데, 이때 많은 시를 지었다. 55세 때 살아 있는 채로 헌종憲宗에게 시호諡號를 받았다. 시서화詩書畫에 뛰어난 삼절三絶이었다. 저서에 『일지암시고一枝庵詩稿』 등이 있다.
  12. 12)학림鶴林 : 부처님이 사라娑羅의 쌍수雙樹 사이에서 입멸할 때 그 숲이 백학이 둥지에 무리 지어 모인 것처럼 흰색으로 변했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사찰을 가리킨다.
  13. 13)세제世諦 : 세속世俗의 측면에 입각하여 생멸生滅 등을 설명하는 이치를 말하는 것으로, 세간世間의 사실과 속지俗知의 이치를 가리킨다. 속제俗諦·세속제世俗諦·유제有諦라고도 하며, 진제眞諦의 대칭이다.
  14. 14)찰해제망刹海帝網 : 찰해는 찰토대해剎土大海를 말하는 것으로, 시방세계十方世界, 즉 온 우주를 가리키고, 제망은 제석천帝釋天에 펼쳐져 있는 보망寶網으로, 인다라망因陀羅網이라고도 하는데, 『화엄경』에서 제법諸法의 일一과 다多가 서로 같기도 하고 서로 포함하기도 해서 끝도 없이 거듭되는 뜻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15. 15)이제삼왕二帝三王의 도 : 유가儒家에서 상고시대의 당요唐堯와 우순虞舜의 이제와 하夏나라의 우왕禹王, 상商나라의 탕왕湯王, 주周나라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을 합칭한 삼왕이 이상적인 정치를 펼쳤던 도를 가리킨다.
  16. 16)여산 원廬山遠 : 동진東晉 때 고승 혜원慧遠으로, 여산 동림사東林寺에서 수도하면서 도잠陶潛을 비롯한 당시의 사대부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17. 17)미천 안彌天安 : 진晉나라 때 고승 도안道安으로, 도안이 형주荊州 양양襄陽에 있을 때, “고사 습착치가 도안을 찾아와서 자칭 사해 습착치라고 말하자, 도안이 미천 석도안이라고 대답하였는데, 당시에 사람들이 명답변이라고 하였다.(高士習鑿齒詣安。自稱四海習鑿齒。安答曰。彌天釋道安。時以爲名對。)”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미천은 하늘에까지 잇닿았다는 말로, 지기志氣가 고원高遠함을 비유한 말이다.
  18. 18)호계虎溪에서 있었던~승려가 아니라네 : 동진 시대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의 고승 혜원慧遠 법사가 호계虎溪를 건너지 않을 것을 맹세하였는데, 도잠陶潛·육수정陸修靜과 함께 노닐다가 그들을 전송할 때, 그들과 서로 의기가 투합한 나머지 이야기에 마음이 팔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호계를 건너가 범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세 사람이 서로 크게 웃었다(三笑)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여산기廬山記』 권2.
  19. 19)회음후淮陰侯가 기식寄食하던~핍진한 형편이고 : 처지가 몹시 궁핍하다는 말이다.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의 장수 한신韓信이 포의布衣 시절에 가난하여 하향현下鄕縣 남창南昌 정장亭長의 집에서 기식寄食하였다. 정장의 아내는 그를 귀찮게 여겨 새벽에 밥을 지어서 잠자리 안에서 먹어 버리고는 밥 먹을 때쯤 한신이 가면 밥을 차려 주지도 않았다. 뒤에 한신은 초왕楚王 항우項羽에게 갔으나 중용重用하지 않으므로 다시 패공沛公에게 가서 대장군大將軍이 된 다음, 많은 전공戰功를 세웠으며, 결국 초나라를 멸망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사기史記』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20. 20)팽택 영彭澤令이 관직을~본받지 않기에 : 도잠陶潛이 일찍이 팽택 영으로 있을 때, 군郡의 독우督郵가 팽택현을 순시하게 되어, 현리縣吏가 도잠에게 의관衣冠을 갖추고 독우를 뵈어야 한다고 하자, 도잠이 탄식하여 말하기를, “나는 오두미五斗米 때문에 허리를 굽혀서 향리鄕里의 소인小人을 섬길 수 없다.” 하고는, 현령의 인끈을 풀어 던지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어 읊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진서晉書』 권94 「도잠전陶潛傳」.
  21. 21)접중接中 : 상권의 주 172 참조.
  22. 22)고인의 삼동三冬의 충분함 : 상권의 주 69 참조.
  23. 23)눈을 씻고~경지에 이르러서이겠습니까 : 공부에 진전이 있어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24. 24)차안遮眼에 이르지 못하였으니 : 언어와 문자의 경계를 이미 떠났으면서도 그저 남의 눈가림용으로 불경을 보는 시늉을 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말이다. 당唐나라 선승禪僧 약산 유엄藥山惟儼이 불경을 보고 있을(看經) 적에 어떤 승려가 묻기를, “화상께선 남에겐 불경을 보지 못하게 하시면서 혼자서는 왜 불경을 보십니까?” 하자, “나는 그저 남의 눈을 가리려고 할 따름이다.(我只圖遮眼)”라고 대답하였는데, 그 승려가 다시, “저도 화상을 본받고 싶은데 되겠습니까?” 하자, “그대라면 쇠가죽도 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대답한 일화가 전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4.
  25. 25)대혜大慧가 하 운사夏運使에게 답한 편지 : 대혜(1089~1163)는 남송南宋 때 임제종臨濟宗 양기파楊岐派의 선승禪僧으로, 속성俗姓은 해奚, 자는 대혜大慧·담회曇晦, 호는 묘희妙喜·운문雲門, 시호는 보각 선사普覺禪師이다. 하 운사는 자가 지굉志宏이고, 운사는 곡물전운사穀物轉運使라는 관명官名이다. 이 글은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 권27에 수록되어 있다.
  26. 26)눈을 마주치는(目擊)~얘기를 나누었으니 :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는 말이다. 원문의 ‘目擊’은 자로子路가 공자孔子에게 말하기를, “선생님께서 온백설자溫伯雪子를 만나고자 하신 지가 오래되었는데, 만나고 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그런 사람은 한 번만 보아도 도가 있는 줄을 알 수 있으니, 또한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若夫人者。目擊而道存。亦不可以容聲矣。)”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장자莊子』 「전자방田子方」. 그리고 원문의 ‘傾盖’는 ‘경개여고傾蓋如故’의 준말로, 한漢나라 추양鄒陽의 「옥중상서자명獄中上書自明」에서 “흰머리 되도록 사귀었는데도 처음 만난 사람과 같은가 하면, 일산을 기울이고 처음 대했는데도 오래 사귄 사람과 같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제대로 알아주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 때문이다.(諺曰。白頭如新。傾蓋如故。何則。知與不知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사기史記』 권83 「추양열전鄒陽列傳」.
  27. 27)아양峨洋의 사귐 : 옛날에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그의 친구인 종자기鍾子期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는데, 백아가 일찍이 높은 산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듣고 말하기를, “좋다, 높다란(峨峨) 것이 마치 태산泰山 같구나.” 하였고, 또 백아가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듣고 말하기를, “좋다, 광대한(洋洋) 것이 마치 강하江河 같구나.”라고 하여, 백아가 생각한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다 알아들었다.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백아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 버리고 종신토록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던 데서 온 말이다. 지기지우知己之友의 관계를 비유한다. 『열자列子』 「탕문湯問」. 여기서 아양峨洋은 아아峨峨와 양양洋洋을 합쳐 한 말이다.
  28. 28)불인佛印이 이른바~선상禪床이라는 말 : 북송北宋의 불인 선사(1032~1098)가 지은 게송에서 “그 옛날 조주 선사는 겸손함이 적어 산문도 나서지 않고 조왕을 맞았다지. 금산의 무량한 상을 어찌 알 수 있었으랴? 대천세계가 모두 하나의 선상인 것을.(昔日趙州少謙光。不出山門迎趙王。怎知金山無量相。大千世界一禪床。)”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 원문은 ‘沙界’로 되어 있는데, 게송에는 ‘世界’로 되어 있다. 참고로 불인 선사는 이름은 요원了元, 자는 각로覺老인데, 금산사金山寺에서 주석하였다. 여산廬山에 있을 때는 소식蘇軾이 마침 황주黃州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어서 그와 교유하기도 하였다.
  29. 29)선유先儒가 이른바~한 말 :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서 공자孔子가 한 말이다.
  30. 30)심화心花 : 심화心華와 같은 말로, 우리들의 본심本心을 가리킨다. 본심의 청정함이 꽃(華)에 비유되므로 이렇게 일컬어진다.
  31. 31)울음을 그치게 하는 황엽黃葉 : 상권의 주 126 참조.
  32. 32)손지현孫知縣처럼 글자를~안 되고 : 손지현은 미상인데, 『금강경』을 좋아하여 항상 독송하였다고 한다. 그가 보리류지菩提流支 역 『금강경』과 천친天親·무착無着의 논송論頌을 들어 구마라집鳩摩羅什 역 『금강경』 「무단무멸분」 앞 구절의 ‘如來不以具足相故。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라고 한 부분에서 ‘不’ 자를 삭제하여 보리류지 역 『금강경』의 ‘如來可以相成就。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와 뜻이 통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대혜 종고大慧宗杲가 편지를 보내, “그대가 여러 삼장법사의 번역이 참됨을 잃어 근본 진실을 어지럽히고 문구를 가감하여 부처님의 뜻에 위배하였다고 비판하고서 또 말하기를, ‘처음 『금강경』을 지송할 때부터 바로 그 잘못을 깨닫고 정본을 구하여 그 그릇되고 틀린 것을 시정하려고 하였지만 거짓을 익힘이 이미 오래되었는지라 부화뇌동하고 있었는데, 도성의 장경본을 얻고 나서 비로소 의거함이 있게 되었다’라고 하며……또 ‘장수, 고산의 두 스님은 모두 글귀만 의지하고 뜻을 어겼다’라고 하셨는데,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감히 이와 같이 비판한다면, 곧 정히 육조 시대에 번역된 범본을 보아 여러 법사의 번역이 틀린 것을 다 얻어 보아야 비로소 얼음이 녹듯이 의심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범본이 없는데도 문득 자기 혼자의 견해로 성인의 뜻을 간삭한다면, 또한 인을 부르고 과를 받아 성인의 가르침을 훼방하여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일은 차치하고, 식자들이 보고 도리어 그대가 여러 법사의 잘못을 점검한 것처럼 하여 다시 그대 자신에게 비판이 돌아올까 염려됩니다.(左右詆諸聖師翻譯失眞。而汩亂本眞。文句增減。違背佛意。又云。自始持誦。即悟其非。欲求定本。是正舛差。而習僞已久。雷同一律。暨得京師藏本。始有據依。……又以長水孤山二師。皆依句而違義。不識左右敢如是批判。則定甞見六朝所譯梵本。盡得諸師翻譯錯謬。方始泮然無疑。既無梵本。便以臆見刊削聖意。則且未論招因帶果毀謗聖教墮無間獄。恐有識者見之。却如左右檢點諸師之過。還著於本人矣。)”라고 하였다.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 권30 「답손지현答孫知縣」.
  33. 33)『금강경金剛經』에서 말한~안 됩니다 : 대혜 종고大慧宗杲가 유언수劉彥脩에게 답한 편지에, “유언충劉彥冲이 공자께서 『주역』의 도는 자주 옮긴다고 일컬으신 말씀을 인용하여 불서 가운데 ‘응당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라는 말과 하나로 꿰뚫어 조화 회통시키려고 하고, 또 『주역』의 ‘고요히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흙이나 나무와 다름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는 더욱 가소롭습니다.(彥冲引孔子稱易之爲道也屢遷。和會佛書中應無所住而生其心爲一貫。又引寂然不動。與土木無殊。此尤可笑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대혜보각선사서』 권27 「답유보학答劉寶學」. 참고로 ‘『주역』의 도는 자주 옮긴다는 말’은, 『주역』 「계사전繫辭傳 하」에서 “『주역』이라는 책은 멀리하여 잊어서는 안 되고, 그 도는 자주 옮긴다. 변동하여 머물지 않아 육허에 두루 흘러 오르내림이 일정하지 않고 강유가 서로 교역交易하여 준칙으로 삼을 수 없고, 오직 변화에 나아가는 바이다.(易之爲書也不可遠。爲道也屢遷。變易不居。周流六虛。上下不常。剛柔相易。不可爲典要。唯變所適。)”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유언수는 이름은 자우子羽이고, 언수는 자이다. 보문각 학사寶文閣學士를 지냈다. 유언충은 유언수의 동생으로, 이름은 자훈子暈이고, 언충은 자이며, 호는 병산 거사屛山居士이다. 학문이 깊어 내전內典과 외전外典 모두 정통하였다. 주자朱子가 그에게 내전을 배우기도 하였다고 한다.
  34. 34)향산香山 백거이白居易와~않을 것입니다 : 당대唐代의 시인 백거이가 항주 자사杭州刺史로 부임하여 조과 도림鳥窠道林 선사에게 불법의 대의를 물었을 때,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봉행하라.”라고 대답하였는데, 백거이가 “그런 대답은 세 살 먹은 아이도 다 아는 것이다.(三歲孩兒也解恁麽道)”라고 하였다. 이에 선사가 “세 살 먹은 아이도 말할 수 있지만,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할 수 없는 것이다.(三歲孩兒雖道得。八十老人行不得。)”라고 하니, 백거이가 탄복하며 귀의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한편 북송北宋의 고승高僧 불인佛印 선사 요원了元은 소식蘇軾의 방외우方外友였는데, 하루는 소식이 불인을 방문하였다. 불인이 말하기를, “한림학사翰林學士께서 왕림하셨는데, 앉을 곳이 없으니 어찌한단 말이오.” 하므로, 소식이 장난삼아 “잠시 화상和尙의 몸을 빌려서 선상禪牀으로 삼고 싶소이다.” 하였다. 불인이 말하기를, “이 산승山僧이 한마디 전어轉語를 발하여 공이 즉시 답변을 하면 산승이 공의 요청을 따를 것이고, 공이 답변을 하지 못하면 이 산승의 요청에 따라서 공의 옥대玉帶을 풀어 산문山門을 지키도록 하겠소.” 하므로 소식이 이를 승낙하였다. 불인이 “산승의 몸은 본래 공허空虛한 것인데, 학사는 어디에 앉으려는 것이오?”라고 물었으나, 소식이 얼른 답변을 하지 못하자, 불인이 이에 시자侍者를 불러 이르기를, “이 옥대를 가져다가 산문을 지키도록 하라.”라고 하므로 소식이 마침내 웃으면서 옥대를 내주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35. 35)우담발화優曇鉢花 : 상과桑科에 속한 무화과無花果의 일종인데, 세상에서 말하는 3천년 만에 한 번 핀다는 꽃으로 이 꽃이 피면 부처님이 세상에 나온다고 한다.
  36. 36)섣달 30일이 도래하면 : 죽음에 임박하였다는 말로, 옛사람은 섣달 그믐날을 죽는 날에 비유하여 한 해가 끝나는 때가 일생이 끝나는 때와 같다고 여겼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황벽 희운黃檗希運과 대혜 종고大慧宗杲를 비롯하여 선사들의 서찰에 많이 보이는 표현이다.
  37. 37)비록 선생의~같을 뿐이다 : 『대방광불화엄경소연의초大方光佛華嚴經疏演義鈔』 권2에 나오는 말이다. 잃어버린 양을 찾을 길을 깨우치지 못한다는 것은 다기망양多岐亡羊을 말하는 것으로, 학문의 바른 길을 깨우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양자楊子의 이웃 사람이 양을 잃고 그 무리를 다 동원하고 다시 양자의 종까지 동원하여 찾으려 하였다. 이에 양자가 묻기를, “한 마리 양을 잃고 찾으러 가는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많은가?” 하자, 그가 말하기를,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찾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양자가 “양을 찾았는가?” 하고 묻자, “잃었습니다.” 하였다. 양자가 다시 “어째서 잃었는가?” 하자, 그가 말하기를, “갈림길 속에 다시 갈림길이 있어 양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기에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하였다. 이에 심도자心都子가 말하기를, “대도大道는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고, 학자는 방도方道가 많아 생명을 잃는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열자列子』 「설부說符」. 선우善友는 곧 선지식善知識과 같은 뜻으로, 도를 닦음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도반道伴을 가리키기도 하고, 스승을 가리키기도 한다.
  38. 38)갈등葛藤 : 문자와 언어가 마음에 얽혀 있음이 칡과 등나무(葛藤)가 넝쿨로 서로 얽혀 있는 것과 같음을 비유하여 말한 선가禪家의 용어로, 사상事相을 해석하고 설명하려다가 도리어 속박과 얽매임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 또 공안公案 가운데 이해하기 힘든 어구語句를 가리키기도 하고, 나아가 문답 공부를 하면서 쓸데없는 어구를 가지고 노는 것을 ‘쓸데없는 갈등(閒葛藤)’이라 하고, 문자와 언어에 집착하여 진의眞義를 터득하지 못하는 선禪을 ‘문자선文字禪’ 혹은 ‘갈등선葛藤禪’이라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자신이 하는 말이나 충고를 겸양으로 표현한 말이다.
  39. 39)이와 같은~한번 웃는다 : 쓸데없는 충고이지만 내 이야기가 그대의 깨달음에 혹시 보탬이 될지 모르겠다고 겸양으로 한 말이다. ‘이 이야기(一絡索)’는 언설言說이 길게 얽혀 있는 것이 마치 명주 동아줄(絡索)과 같다고 하는 비유로, 갈등葛藤, 일결一結과 비슷한 말이다. ‘한 자루의 섣달 부채(一柄臘月扇子)’는 쓸데없는 물건을 뜻하고, ‘추위와 더위(寒暄)’는 깨달음에 이치적으로는 단박에 번뇌가 없어지지만(寒) 현실적으로는 단박에 습기習氣가 제거되지 않는 상태(暄)를 가리킨다. 어떤 시에서 “엄동설한에 부채를 부치고, 삼복더위에 두터운 가죽옷을 입는다.(窮冬時搖扇。盛暑或重裘。)”라고 하였다. 대혜 종고가 참지정사參知政事 이한로李漢老에게 보낸 답장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는 일대사를 마친 사람의 분수에는 한 자루의 섣달 부채와 몹시 비슷하겠지만, 남쪽 지방에 추위와 더위가 일정하지 않을 듯하기에 또한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번 웃는다.(如此說話。於了事漢分上。大似一柄臘月扇子。恐南地寒暄不常。也少不得。一笑。)”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대혜보각선사서』 권25 「답이참정答李參政」.
  40. 40)흥국사興國寺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別內面 수락산水落山에 있는 사찰이다. 599년(신라 진평왕 21)에 원광圓光이 창건하고 수락사水落寺라 하였다. 1568년(선조 1) 나라에서 덕흥대군德興大君의 원당願堂을 짓고 흥덕사興德寺로 바꿨다가, 1626년(인조 4)에 중건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고쳤다.
  41. 41)삼륜三輪 : 보시하는 자, 보시 받는 자, 보시 받는 물건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이 세 가지에 대한 명단과 물목을 적은 것을 말한다.
  42. 42)용한龍漢 : 상권의 주 168 참조.
  43. 43)우전왕于闐王이 부처님을~일을 빌리겠으며 : 우전왕은 우다야나왕으로, 우전왕優塡王이라고도 하는데, 교상미국憍賞彌國의 왕이다. 부처님을 사모하여 전단향나무로 부처님의 모습을 조각하여 만들어 놓고 예배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불상의 기원이 되었다.
  44. 44)황금을 주고서~헌납하기를 기다리겠으며 : 수달다須達多 장자가 코살라국의 기타祇陀 태자의 소유였던 동산을, 그곳을 뒤덮을 만큼의 황금을 주고 사들인 뒤 정사精舍를 건립하고 석가모니를 맞이하여 헌납하고서 석가모니께서 설법을 펼 수 있도록 한 일을 가리킨다. 이곳을 기원정사祇園精舍라고 하는데, 초기 불교의 정사 가운데 가장 유명하며, 마가다국 왕사성王舍城의 죽림정사竹林精舍와 함께 불교 최초의 양대 가람伽藍이라 한다.
  45. 45)또한 어찌~보응이 있겠는가 : 『능엄경요해楞嚴經要解』에서 “마하가섭은 대음광으로 그 몸이 금빛인데, 일월을 삼킨 듯하다. 속진의 변화를 관하여 법계의 공적함을 깨달아 마침내 멸진삼매滅盡三昧를 닦아 의근을 멸하고 법진에 인연하지 않아 생멸 없음을 얻었으므로 백천 겁을 손가락 튕기는 순간에 뛰어넘어서 지금 계족산에서 미륵을 기다리다가 이러한 선정에 들어갔다.(摩訶迦葉大飮光也。其身金色。光吞日月。因觀塵變。悟法空寂。遂修滅盡定。以滅意根。不緣法塵。 得無生滅。故越百千劫如彈指頃。于今於鷄足山待彌勒。乃入此定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음광 대사飮光大師처럼 일월을 삼켜야 마음의 해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46. 46)심왕心王 : 마음. 마음이 삼계만법三界萬法의 주인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47. 47)육도六道 : 중생이 각자 지은 업業에 따라서 윤회한다는 천상天上·인간人間·수라修羅·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을 말하는데, 육취六趣라고도 한다.
  48. 48)팔상八相으로 나투셔서 :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 제도하기 위해 성도成道를 중심으로 하여 탄생에서 입멸까지의 여덟 단계의 일생을 현시한 것으로,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유성출가상逾城出家相·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을 가리킨다.
  49. 49)만월滿月 : 본래 둥근 달처럼 원만圓滿하여 흠결이 없는 부처님의 공덕을 지칭하는데, 여기서는 약사여래藥師如來가 주재하는 동방만월세계東方滿月世界를 가리킨다.
  50. 50)감인堪忍 : 사바세계娑婆世界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세계의 중생은 탐貪·진瞋·치癡 삼독三毒과 여러 고뇌를 인내하고, 또 여러 보살들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수고를 감내한다는 뜻에서 부르는 명칭이다.
  51. 51)상계像季 : 불가의 용어로 상법像法 시대의 말기라는 뜻이다. 부처님이 입멸한 뒤 5백 년은 정법正法이라 하고, 정법 후 1천 년은 상법像法이라 하는데, 정법 시대와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뜻이고, 상법 후 1만 년을 말법末法이라고 한다.
  52. 52)후오백년 : 부처님이 입멸한 뒤 2천5백 년간을 불교의 성쇠에 따라 다섯 등분한 것의 맨 마지막 5백 년. 투쟁견고鬪爭堅固의 시기라 한다.
  53. 53)빈 고을에~것과 같다 : 방해 당하는 일이 없이 손쉽게 일을 성취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역』 「승괘升卦」 〈구삼九三〉에서 “사람이 없는 빈 고을에 나아간다.(升虛邑)”라고 하였는데, 그 상象에서 “빈 고을에 나아감은 저지당할까 의심할 것이 없는 것이다.(升虛邑。无所疑也。)”라고 하였다.
  54. 54)그 광채가~땅에 이르렀으니 : 『서경書經』 「요전堯典」에서 “옛 요임금을 상고하건대 방훈이시니, 공경하고 밝고 문채롭고 생각이 깊고 편안하시며, 진실로 공손하고 능히 겸양하시어, 광채가 온 누리에 미쳤으며 위아래로 하늘과 땅에 이르셨다.(曰若稽古帝堯。曰放勳。欽明文思安安。允恭克讓。光被四表。格于上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55. 55)베푸는 데~보시한 것 : 옛날 인도 사위성舍衛城의 수달다須達多(Sudatta) 장자는 석가모니께서 설법을 하실 장소를 마련하고자 수많은 황금을 주고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사기도 하였는데, 특히 그는 고독孤獨한 수행자들에게 많은 보시를 베풀었기 때문에 급고독給孤獨이라고 불렸다.
  56. 56)청원靑園에 번개가~꾼 일 : 청원에 번개가 친 일은 진晉나라 때 신승神僧 축도생竺道生의 일화를 가리킨다. 축도생이 호구산虎丘山 청원사靑園寺에 주석하며 『열반경涅槃經』을 설법하니 바위가 머리를 끄덕였고, 주석한 지 열흘 만에 학인學人들이 운집했으며, 갑자기 우레가 청원사에 진동하더니 용이 승천했다. 그래서 절 이름을 용광사龍光寺로 고쳤다. 『법원주림法苑珠林』. 백련白蓮의 꿈을 꾼 일은 당대唐代의 진승眞乘의 일화를 가리킨다. 진승은 속성俗姓이 심씨沈氏로 어려서 부친이 문학文學을 배워 벼슬길에 나아가게 하려고 하니 시무룩하게 마지못해 하는 기색이 있었고 평소에는 불상을 배열하며 놀았다. 뒤에 출가하여 팔성도사八聖道寺에서 수계受戒하였고, 통현사通玄寺로 옮겨 상진常進 스님에게 계율을 배웠으며, 뒤에 경사京師의 운화사雲華寺에서 법화法華와 천태天台의 소의疏義를 배워 명성이 크게 드러났다. 정원貞元 11년에는 공덕사功德使 양대부梁大夫가 덕종德宗이 자주 안국사安國寺에 거둥하신다는 이유로 진승을 이곳에 옮겨 응대하게 하면서 공봉대덕供奉大德에 충원할 것을 상주하였다. 이때 안국사의 무체無滯 스님 또한 도업道業으로 덕종의 지우를 입고 있었는데 진승을 천거하여 국가를 위해 기복祈福하게 할 것을 상주하였다. 그런데 무체 스님은 문득 진승이 백련화白蓮華 한 가지를 들고 남쪽으로 떠나는 꿈을 꾸었는데, 얼마 있다 과연 진승이 질병을 이유로 돌아갈 것을 청하였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5 「당호주팔성도사진승전唐湖州八聖道寺眞乘傳」.
  57. 57)과연 이제二帝의~해가 되겠는가 : 이제는 요순堯舜, 삼대三代는 하은주夏殷周를 가리키는 말로, 모두 유가儒家에서 훌륭한 정치가 행해졌던 상고시대를 뜻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지금 임금을 요순과 같은 성군으로 만들고 지금 백성을 상고시대의 백성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집과 좋은 옷을 누리더라도 인의도덕에 해 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58. 58)오형五刑 : 죄의 경중에 따라 형법을 다섯 가지로 나눈 것으로, 상고에는 얼굴을 먹으로 뜨는 묵형墨刑, 코를 베는 의형劓刑, 발꿈치를 자르는 비형剕刑, 거세를 하는 궁형宮刑, 사형에 처하는 대벽大辟이 있었다가 수隋나라 이후에는 태笞·장杖·도徒·유流·사死의 다섯 가지로 되었다.
  59. 59)삼장三章 : 한 고조漢高祖가 관중關中에 들어가 종전에 있었던 진秦나라의 가혹한 법을 폐지하고 세 조항으로 줄여서 새로 만든 법인 ‘약법삼장約法三章’을 말한다. 세 조항의 법은 곧,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며, 남에게 상해를 입힌 자와 도둑질한 자에 대해서는 그 범죄 정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한다.(殺人者死。傷人及盜抵罪。)”라는 것이다. 『사기』 권8 「고조본기高祖本紀」.
  60. 60)많은 데에서~보태 주어 : 『주역』 「겸괘謙卦」 〈상象〉에서 “땅 가운데 산이 있는 것이 겸이니, 군자가 보고서 많은 데에서 취하여 적은 데에 보태 주어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풂을 공평하게 한다.(地中有山。謙。君子以。裒多益寡。稱物平施。)”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61. 61)뇌묵 선사雷默先師 : 상권의 주 97 참조.
  62. 62)이원李愿은 속세의~즐거워한 일 : 반곡盤谷은 곧 태항산太行山 남쪽 제원현濟源縣에 있는 지명인데, 이곳은 골짜기가 깊고 산세山勢가 험준해서 은자隱者가 살기에 알맞은 곳이라고 한다. 당唐나라 때 문신文臣 이원이 일찍이 벼슬을 사직하고 물러가 이곳에 은거隱居할 적에, 한유韓愈가 그를 송별送別하는 뜻으로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를 지어 그곳의 경관景觀과 부귀공명富貴功名의 무상함 등을 자세히 설파하여 그를 극구 칭찬하였다.
  63. 63)원 공遠公은~즐거워한 일 : 원 공은 동진東晉 때 고승 혜원慧遠으로,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서 수도하였는데, 명승名僧, 명유名儒 등과 함께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고서 같이 종유하기도 하였다.
  64. 64)강희병오사월일康熈丙午四月日 : 강희는 청淸나라를 개국한 성조聖祖의 연호로, 병오년은 1666년이다.
  65. 65)벽송碧松 스님 : 벽송은 당호이고, 법명은 지엄智儼, 법호는 야로野老, 속성은 송씨宋氏이다. 글공부와 칼 쓰기를 좋아하고 특히 병서에 능했다. 1491년(성종 22) 여진족이 북방을 침범하자 도원수 허종許琮을 따라 참전하여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28세에 세상의 속절없음에 출가를 결심하여 계룡산 상초암으로 들어가 조징祖澄 대사에게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다. 1508년(중종 3)에는 금강산 묘길상암으로 들어가 정진했으며, 1520년(중종 15)에는 지리산으로 들어가 초암에 머물며 정진을 거듭했다. 그가 읊은 노래와 게송 50수가 세상에 전해진다.
  66. 66)상고시대에 끈을~표시하던 때 : 문자가 없던 상고시대에 노끈으로 매듭을 맺어 부호를 삼아서 행했던 소박한 정치 형태를 말한다. 『주역』 「계사전繫辭傳 하」에서 “상고에는 노끈을 맺어서 다스렸는데, 후세에 성인이 이를 서계로 바꾸었다.(上古結繩而治。後世聖人易之以書契。)”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전설에는 신농씨神農氏가 이 결승의 정사를 행하였다고 한다.
  67. 67)승선升仙이라는 말은 비比이다 : 『시경詩經』의 육의六義, 곧 풍風·부賦·비比·흥興·아雅·송頌 가운데 하나인 비를 말하는 것으로, 뒤에 나오는 흥, 부와 함께 작시作詩의 방식을 말한다. 비란 어떤 사물로 다른 사물을 비유하여 표현하는 것이고, 흥은 먼저 다른 사물을 말하여 앞으로 읊을 말을 일으키는 것이고, 부는 어떤 일을 그대로 펼쳐서 곧바로 말하는 것이다. 이들 세 방식은 경우에 따라 서로 결합하여 서술되기도 한다. 『시경집전詩經集傳』. 여기서는 승선升仙이라는 단어의 뜻을 비·흥·부 세 방식으로 풀어 본다는 뜻이다.
  68. 68)어찌 천년~비슷하지 않겠는가 : 상권의 주 109 참조.
  69. 69)불이문不二門에 들어가 : 원문 ‘入不二門’은 ‘입불이법문入不二法門’의 준말로, 모든 법이 둘이 아닌 법문에 증입證入한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사찰의 입구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석가의 재가在家 제자 유마힐維摩詰 거사가, 석가가 설법할 적에 병을 핑계로 법회에 나가지 않자, 석가가 문수보살 등을 보내어 문병하였다. 문수보살이 “어떤 것이 보살의 입불이법문입니까?” 하니, 유마힐이 묵묵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므로, 문수보살이 크게 깨달아 “아무런 문자나 언어도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참으로 입불이법문이로다.”라고 했다는 『유마경』의 이야기에서 온 말이다.
  70. 70)조계曹溪의 방 : 조계는 선종禪宗의 육조六祖로 불리는 당唐나라 때 선승禪僧 혜능慧能으로, 그는 황매산黃梅山에서 오조 홍인弘忍에게 인가印可를 받아 의발衣鉢을 전해 받고 조계산曹溪山 보림사寶林寺에서 선종의 정통으로 일컬어지는 남종南宗을 개창하였다.
  71. 71)금선씨金仙氏 : 금선金仙은 대각금선大覺金仙의 약칭으로, 송宋나라 휘종徽宗 선화宣和 원년에 부처를 대각금선이라 개칭하고, 나머지 보살들은 선인仙人, 대사大士로 명명하라고 조서를 내린 데서 비롯되었다.
  72. 72)갑수甲首 : 사찰의 갑계甲契를 이끄는 갑장甲長을 말한다. 초기의 갑계는 계원 상호 간의 친목을 주로 했지만, 18세기 후반 이후로는 사원의 보수가 주요 목적이었다. 조선 후기 사찰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던 계는 갑계 이외에 어산계魚山契, 미타계彌陀契, 도종계都宗契 등 20여 종이 있었다.
  73. 73)죽루竹樓의 옛일 : 죽루는 대나무를 사용해서 지은 누각으로, 송宋나라 때 왕우칭王禹偁(954~1001)이 황주黃州에서 태수太守로 있을 때에 황주의 명산名産인 큰 대나무를 베어다가 기와 대신 그것으로 지붕을 덮어 누각을 짓고, 직접 「황주죽루기黃州竹樓記」를 지어 풍류를 즐겼던 일을 가리킨다.
  74. 74)세상에 오래도록~누가 알아주리 : 백락伯樂은 춘추시대 진 목공秦穆公 때 준마를 잘 감별하기로 유명했던 손양孫陽의 별명이다. 전국시대 종횡가縱橫家인 소대蘇代가 순우곤淳于髡에게 “준마를 팔기 위해 사흘간 시장에 내놓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더니, 백락이 한번 돌아보자 하루아침에 그 말의 값이 열 배나 뛰어올랐다.” 하였다.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 2」. 여기서는 지우知遇가 없음을 비유하였다.
  75. 75)알밀遏謐하는 때 : 알밀은 알밀팔음遏密八音의 준말로, 본래 천자가 승하하여 천하에 음악 소리가 끊어져 고요하다는 뜻이다. 『서경』 「순전舜典」에서 “요임금이 세상을 떠나자 백성이 마치 부모의 상을 당한 것처럼 삼년복을 입었고, 천하에 음악 소리가 끊어져 조용해졌다.(帝乃殂落。百姓如喪考妣三載。四海遏密八音。)”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밀謐’ 자는 ‘밀密’ 자와 통용된다.
  76. 76)함월涵月 : 조선 후기의 승려인 해원海源(1691~1770)의 법호이다. 함경도 함흥 출신으로 속성은 이씨李氏, 자는 천경天鏡이다. 14세 때 도창사道昌寺에서 출가하였고, 영지英智 대사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그 후 지안志安 대사에게서 깊은 이치를 얻어 법맥을 이었다. 법맥을 이은 뒤에도 40년을 한결같이 정진하면서 대강사大講師로서 후학들을 지도했다. 저서로 『천경집天境集』이 있다.
  77. 77)완월翫月 : 궤홍軌泓(1714∼1770)의 법호이다. 속성은 청주淸州 한씨韓氏로 12세 때 평강平康 보월사寶月寺로 출가하였고, 함월에게 불법을 배운 뒤 법맥을 이었다. 만년에는 석왕사에 머물면서 후학들을 지도하다가 입적하였다.
  78. 78)뇌묵雷默 : 상권의 주 97 참조.
  79. 79)수마제국須摩提國 : 시방정토十方淨土 중에 아미타불阿彌陀佛이 계시는 정토淨土인 극락세계極樂世界를 가리키는 말로, 수마제須摩堤·수마야須摩耶·수가마제須呵摩提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80. 80)백 개의~선우善友를 참알하네 : 상권의 주 174 참조.
  81. 81)이곳은 함산咸山 풍패豐沛의 나라라네 : 북방의 함경도가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고향이라는 말이다. 함산은 함경도 함흥咸興으로 태조 이성계가 발흥發興한 곳이고, 풍패는 한 고조漢高祖가 풍豐 땅에서 태어나 패沛 땅에서 발흥한 것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태조의 고향인 함흥을 풍패에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82. 82)오운五雲 자욱한~자미궁이 있네 : 임금이 계시는 한양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오운은 본래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의 오색五色이 찬란한 서운瑞雲을 뜻하는데, 길상吉祥의 징조라 하여 임금이 계신 곳을 가리킨다. 자미궁紫微宮은 천제天帝가 거처한다는 북두성北斗星 북쪽에 있는 성좌星座를 가리키는데, 전하여 천자의 대궐을 말한다. 자극紫極·자궁紫宮·자달紫闥이라고도 한다.
  83. 83)감반甘盤 : 은殷나라의 현신賢臣으로, 은 고종殷高宗의 잠저潛邸 시절에 사부師傅로 있다가 고종이 즉위한 뒤에는 재상이 되었다.
  84. 84)요지瑤池의 연회 : 요지는 선녀인 서왕모西王母가 거주하던 곤륜산崑崙山의 선경으로, 요지의 연회란 바로 목천자穆天子가 일찍이 서왕모를 찾아가 요지 가에서 함께 연회를 가졌던 데서 온 말이다. 『열자列子』 「주목왕周穆王」에서 “마침내 서왕모의 빈이 되어 요지 가에서 연회를 가졌다.(遂賓于西王母。觴于瑤池之上。)”라고 하였다.
  85. 85)누쇠漏衰한 사바세계 : 누쇠는 복이 새고 감하는 사바세계를 뜻하는 말로, 천상에는 항상 복록이 넘쳐 사바세계의 박복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일 듯한데, 자세하지 않다.
  86. 86)삼도三途와 팔난八難 : 삼도는 화도火塗·도도刀塗·혈도血塗로, ‘삼도三塗’라고도 하는데, 신身·구口·의意가 짓는 여러 악업惡業으로 인해 태어나는 곳인 지옥도地獄道·아귀도餓鬼道·축생도畜生道의 세 악도惡道를 말한다. 팔난은 부처님을 보고 정법正法을 배우기 어려운 여덟 가지 경우를 말한다. 즉 지옥에 있으면 어렵고, 축생에 있으면 어렵고, 아귀에 있으면 어렵고, 장수천長壽天에 있으면 어렵고, 울단월鬱單越에 있으면 어렵고, 농맹음아聾盲瘖瘂에 있으면 어렵고, 불전이나 불후에 있으면 어려운 것이다.
  87. 87)삼십육동천三十六洞天 : 도가道家에서 신선이 산다고 하는, 인간 세상의 서른여섯 곳 명산의 골짜기이다. 여기서는 보개산寶盖山의 동천을 가리킨다.
  88. 88)진구塵臼 : 진塵은 속진俗塵을, 구臼는 함정이나 우리를 비유하여 속진의 틀을 가리킨다.
  89. 89)홍진紅塵과 자맥紫陌 : 성시城市의 큰 길에는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붉은 먼지가 날리는 데에서 속세를 비유하는 말이다.
  90. 90)원 공遠公이~결성한 일 : 하권의 주 63 참조.
  91. 91)이원李愿이 반곡盤谷에 은거했던 일 : 하권의 주 62 참조.
  92. 92)불이문不二門에 대해~유마維摩 거사였고 : 불이문에 대해서는 하권의 주 69 참조. 유마는 석가모니의 재가 제자 유마힐維摩詰 거사로, 『수당가화隋唐嘉話』에서 “유마 거사의 석실은 수판手板을 가지고 종횡으로 헤아려 보건대 10홀을 용납할 정도였다.(有維摩居士石室。以手板縱橫量之。得十笏。)”라고 하였다. 10홀은 수판 열 개를 용납할 정도의 아주 작은 크기를 말한다.
  93. 93)면벽面壁 수행으로~달마達摩 대사였네 :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로 일컬어지는 보리달마菩提達摩가 남조南朝 양梁나라 때 인도에서 중국에 온 뒤에, 숭산嵩山 소림사에 머물면서 9년 동안이나 좌선을 함으로써 ‘벽관 바라문壁觀婆羅門’이라는 칭호를 얻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경덕전등록』 권3.
  94. 94)만금을 바쳐~거둥하여 참알하였고 : 양 무제梁武帝가 불교를 숭상하여 대성臺城에 동태사同泰寺를 짓고 이곳에서 세 번이나 사신捨身을 하였으며, 모든 제사에 희생을 없애고 밀가루로 빚어 대신하게 하였다.
  95. 95)풀 하나~예의를 표하였네 : 옛날 세존께서 여기에 사찰을 지으면 좋겠다고 하시자, 제석천왕帝釋天王이 풀 한 줄기를 땅에 꽂고 부처님께 범찰을 이미 지어 마쳤다고 고하니, 세존께서 미소를 지었다는 공안이 있고, 석가의 과거불인 연등불燃燈佛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제석천왕이 공양물을 준비하지 못해 스스로 진흙길에 엎드려 몸을 밟고 지나가시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96. 96)급고給孤의 동산 : 상권의 주 180 참조.
  97. 97)조계曹溪의 장실丈室 : 하권의 주 70 참조.
  98. 98)석가께서 세~변한 화토化土 : 화토는 삼불토三佛土의 하나인 변화토變化土로,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 제도하기 위해 화현化現하는 국토 혹은 부처님의 변화신變化身이 거처하는 땅을 말한다. 『유식론唯識論』에서는 법성토法性土·수용토受用土·변화토變化土 세 종류의 불토가 있는데, 법신불法身佛·보신불報身佛·응신불應身佛 삼신三身으로 변화한 부처님이 각각 거처한다고 말한다.
  99. 99)노능盧能의 한 폭의 포단圃團 : 조사祖師의 법석法席을 차릴 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노능은 속성이 노씨盧氏인 육조 혜능慧能을 가리킨다. 포단은 포단蒲團과 같은 말로, 참선할 때 앉는 방석이다.
  100. 100)강엄江淹의 붓 : 뛰어난 글재주를 비유한다. 양梁나라 때 문장가 강엄이 젊었을 적에는 문재文才가 매우 뛰어나서 좋은 시문을 지었는데, 만년에 야정冶亭에서 잠을 자다가 꿈을 꾸니, 곽박郭璞이라고 자칭하는 노인이 와서 말하기를, “내 붓이 그대에게 가 있은 지 여러 해이니, 이제는 나에게 돌려다오.” 하였다. 이에 자기 품속에서 오색필五色筆을 꺼내어 주었는데, 그 후로는 좋은 시문을 전혀 짓지 못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101. 101)이하李賀의 문장 : 훌륭한 문장을 말한다. 이하는 당대唐代의 시인으로, 7세 무렵 한유韓愈와 황보식皇甫湜이 그가 문장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찾아가 시를 짓게 하자, 이하가 대번에 즉석에서 장편시長篇詩를 짓고 스스로 제목을 〈고헌과高軒過〉라 명명하니, 한유와 황보식이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또 두목杜牧은 이하의 시집에 대한 서문에서, 그가 죽지 않고 조금 더 문장을 익혔다면, 「이소離騷」를 하인으로 굽어볼 만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또 그가 죽을 무렵에 붉은 옷을 입고 붉은 용을 탄 사람이 문서를 가지고 와서 말하기를, “그대를 부르러 왔소.” 하였다. 이하가 자리로 내려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저의 어머니가 늙고 병들었으므로 가고 싶지 않소.” 하니,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웃으며 말하기를, “상제가 백옥루白玉樓를 지어 놓고 즉시 그대를 불러 기문을 쓰라고 명하셨소. 괴롭지 않고 즐거운 곳이오.” 하였는데, 이윽고 이하가 죽었다고 한다. 『당문수唐文粹』 권99 「이하소전李賀小傳」.
  102. 102)구품연화九品蓮花 : 구품연화대九品蓮花臺로, 구품연대九品蓮臺, 구품연지九品蓮池라고도 한다. 정토淨土 신앙에서 정토에 왕생하는 사람들을 아홉으로 분류한다. 상품·중품·하품의 각 품에 상생·중생·하생이 있어 구품이 된다. 여기서는 구품을 포괄하여 사후에 가는 극락세계를 말한 것이다.
  103. 103)자비희사慈悲喜捨의 마음 : 자심慈心·비심悲心·희심喜心·사심捨心 등 사무량심四無量心을 말한다.
  104. 104)자미극紫微極 : 자미원紫微垣이라는 별자리가 북극성北極星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자미극 혹은 자극紫極이라고 부른다. 뭇별들은 모두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므로 임금을 상징하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105. 105)종사螽斯 : 메뚜기의 한 종류로, 『시경』 「주남」의 편명이기도 한데, 후비后妃가 덕이 훌륭하여 여러 첩에게서 자식이 많이 태어난 것을 질투하지 않아 왕실의 자손이 번성함을 찬양한 노래이다.
  106. 106)정명淨名 : 유마힐維摩詰의 별칭이다. 유마힐이 침묵으로 불이법不二法인 불법佛法을 잘 표현하였다.
  107. 107)가는 것은~복양復陽에서 보았고 : 『주역』 「태괘泰卦」 〈구삼九三〉에서 “평탄한 것은 반드시 기울어질 때가 있고, 가는 것은 반드시 돌아올 때가 있다.(無平不陂。無往不復。)”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양陽이 점차로 회복되는 것을 말하였기에 복양復陽이라고 말한 것이다. 다만 여기서 원문의 ‘無往不返’은 『주역』에 ‘無往不復’으로 되어 있다.
  108. 108)황폐해진 옛~윤환輪奐에서 들었노라 : 윤환은 건축물이 아름답고 화려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漢나라 때의 경학자經學者 대성戴聖이 지은 『예기禮記』에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진晉나라 헌문자憲文子가 저택을 신축하여 준공하자 대부들이 가서 축하하였는데, 이때 장로張老가 말하기를, “규모가 크고 화려하여 아름답도다. 제사 때에도 여기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상사 때에도 여기에서 곡읍을 하고, 연회 때에도 여기에서 국빈과 종족을 모아 즐기리로다.(美哉輪焉。美哉奐焉。歌於斯。哭於斯。聚國族於斯。)”라고 하니, 헌문자가 장로의 말을 되풀이하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자, 군자들이 축사와 답사를 모두 잘했다고 칭찬하였다. 『예기』 「단궁檀弓 하」.
  109. 109)호리병에 든 승려의 꿈 : 신선 세계를 노니는 꿈이라는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상권의 주 109 참조.
  110. 110)파곡巴曲 :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問〉에서 “영중에서 노래하는 나그네가 있어 맨 처음 하리곡과 파인곡을 노래하자 국중에서 그것을 이어 창화하는 자가 수천 인이었고, 양아곡과 해로곡을 노래하자 국중에서 그것을 이어 창화하는 자는 수백 인이었고, 양춘곡과 백설곡을 노래하자 국중에서 그것을 이어 노래하는 자는 수십 인에 불과했으니……이는 곧 곡조가 고상할수록 창화하는 자가 더욱 적기 때문이다.(客有歌于郢中者。其始曰下里巴人。國中屬而和者數千人。其爲陽阿薤露。國中屬而和者數百人。其爲陽春白雪。國中屬而和者不過數十人。……是其曲彌高。其和彌寡。)”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자신의 노래를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111. 111)영근郢斤 : 영郢 땅 사람의 자귀질이란 뜻으로 솜씨 좋은 장인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공역을 담당한 목수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장자莊子』 「서무귀徐無鬼」에서 “영인郢人이 장석匠石의 솜씨를 철저히 믿어 자신의 코끝에다 마치 파리 날개만 한 흙을 바르고는 장석을 시켜 그 흙을 깎아 내게 하였는데, 과연 장석이 바람소리가 휙휙 나도록 자귀를 휘둘러 깎아 냈는데도 흙만 깨끗이 다 깎이고 코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12. 112)폐불감당蔽芾甘棠 노래 : 『시경』 「소남召南」 〈감당甘棠〉에서 “무성한 저 감당나무 가지를 자르지 말고 휘지도 말라. 소백이 머무시던 곳이니라.(蔽芾甘棠。勿翦勿伐。召伯所茇。)”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이 시는 남국南國을 순행하면서 문왕文王의 정사를 폈던 소공召公의 덕을 추모하여 부른 노래이다. 여기서는 남쪽을 이야기하므로 이를 인용하여 말한 것이다.
  113. 113)옥촉玉燭 : 태평성대를 형용하는 말로, 『이아爾雅』 「석천釋天」에서 “사시四時의 기운이 화창和暢한 것을 일러 옥촉이라 한다.”라고 하였는데, 그 주에 “사시의 화창한 기운이 따뜻하고 밝게 비추므로 옥촉이라 한다.” 하였다.
  114. 114)중향국衆香國 한 바리때 향반香飯 : 중향국의 향적여래香積如來가 먹는 음식을 향적반香積飯, 혹은 향반香飯이라고 하는데, 『유마경維摩經』에 의하면, 향적여래가 뭇 바리때에 향반을 가득 담아서 보살菩薩들에게 주어 교화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승려의 음식을 향적반 혹은 향반이라고 하고, 사찰의 주방廚房을 향적이라고 한다.
  115. 115)노승老僧은 흉중에~말을 잊었네 : 세상의 시비是非를 초월하였다는 말이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서 “이것이 곧 저것이요, 저것이 곧 이것이다. 저것에도 하나의 시비가 있고, 이것에도 하나의 시비가 있다.……손가락(指)을 가지고 손가락의 손가락 아님을 깨우치는 것이 손가락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의 손가락 아님을 깨우치는 것만 못하고, 말(馬)을 가지고 말의 말 아님을 깨우치는 것이 말 아닌 것을 가지고 말의 말 아님을 깨우치는 것만 못하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16. 116)맥우麥雨 : 보리가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117. 117)봉래산蓬萊山 삼도三島는~선방仙方에 기이하고 : 선방은 도가道家의 서책으로,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의하면, 발해渤海의 동쪽에 대여岱輿·원교員嶠·방호方壺·영주瀛洲·봉래蓬萊의 다섯 신산神山이 있는데, 이 산들이 조수에 밀려 표류하여 정착하지 못하였다. 이에 천제天帝가, 혹 이 산들이 서극西極으로 표류할까 염려하여 처음에 금빛 자라(金鼇) 열다섯 마리로 하여금 이 산들을 머리에 이고 있게 함으로써 비로소 정착하게 되었다. 뒤에 용백국龍伯國의 거인이 단번에 이 자라 여섯 마리를 낚아 감으로써 대여와 원교 두 산은 서극으로 표류해 버리고, 방호·영주·봉래의 세 산만 남았다고 한다.
  118. 118)청량산淸凉山이라 하는~수 있네 : 청량산은 중국 산서山西에 있는 오대산五臺山으로, 혹서기酷暑期에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청량산이라는 별칭이 생겼다고 한다. 아미산峨眉山·보타산普陀山·구화산九華山과 함께 중국 불교의 4대 영산靈山으로 꼽히는데, 특히 『화엄경』에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주처住處라는 기록이 있기에 예로부터 문수가 시현示現하는 도량으로 일컬어져 왔다.
  119. 119)곤륜산崑崙山은 황복荒服~열려 있고 : 곤륜산은 중국의 서쪽에 있다는 신선산으로 서왕모西王母가 그곳에 살며, 산 위에는 예천醴泉과 요지瑤池가 있다고 한다. 곤륜산昆侖山이라고도 한다. 황복은 중국 고대에 왕기王畿를 중심으로 하여 주위를 원근에 따라 다섯으로 나눈 오복五服 가운데 가장 먼 구역으로, 왕기에서 2천5백 리 떨어진 지역이다. 참고로 왕기에서 가까운 데로부터 사방 5백 리 되는 거리마다 구분지어 전복甸服·후복侯服·수복綏服·요복要服·황복이라고 불렀다.
  120. 120)금강산金剛山은 부상扶桑에 자리잡고 있네 : 우리나라의 금강산이 동해에 접해 있다는 말이다. 부상은 전설상의 신목神木의 이름으로 해가 뜨는 동쪽을 가리키는데, 해가 뜰 때 이 나무 아래에서 솟아나 나무를 스치고 떠오른다고 한다.
  121. 121)기학騎鶴의 주州 : 본래 중국의 양주揚州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경기도 양주로 전용한 것이다. 양주에 수락산이 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옛날 어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각각 자기 소원을 말하는데, 그중 한 사람은 양주 자사가 되고 싶다 하고, 또 한 사람은 많은 재물을 갖고 싶다 하고, 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승천하고 싶다고 하자,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허리에 10만 꿰미의 돈을 차고, 학을 타고 양주로 날아가서 앞서 말한 세 사람의 소원을 겸하여 이루고 싶다.(腰纏十萬貫。騎鶴上揚州。欲兼三者。)”라고 하였다. 『사문유취事文類聚』 후집後集 권42 「학조鶴條」.
  122. 122)석출石出의 산 : 수락산水落山을 가리킨다. 구양수의 「취옹정기醉翁亭記」에서 “들꽃이 피어 그윽이 향기 나고 좋은 나무 우뚝 자라 울창한 그늘이 지며 바람 높고 서리 깨끗하며 수위가 낮아지며 바위가 드러나는 것은, 산간의 사계절이다(野芳發而幽香。佳木秀而繁陰。風霜高潔。水落而石出者。山間之四時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문충집文忠集』 권39.
  123. 123)운한雲漢의 보묵寶墨 : 운한각에 국왕의 친필이 있는 것을 가리킨다.
  124. 124)자씨慈氏의 진신眞身 : 자씨는 미륵보살彌勒菩薩로, 수락산의 미륵봉을 가리킨다.
  125. 125)하늘은 꽃비를 내리며 : 부처님이 『법화경法華經』을 강설講說한 것이 천신天神을 감동시킴으로 인하여 제천諸天의 각색各色 향화香花가 어지러이 땅에 떨어졌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126. 126)불자拂子를 들면서 : 고승高僧이 선리禪理를 담설할 때 불자를 들어 상대방을 각성시키는 용도로 사용하곤 하였다.
  127. 127)삼구三句의 현문玄門 : 삼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당대의 승려 임제 의현臨濟義玄의 일화에서 유래한 임제삼구臨濟三句를 말하는 듯하다. 한 승려가 임제에게 어떤 것이 진불眞佛이고, 어떤 것이 진법眞法이며, 어떤 것이 진도眞道냐고 묻자, 임제가 말하기를, “부처란 마음의 청정함이고, 법이란 마음의 광명이며, 참된 도란 온 누리에 걸림이 없이 비추는 청정한 광명의 작용이니, 이 셋은 이름만 다를 뿐 하나이다. 진정한 도인은 잠깐 동안도 마음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또 덧붙여 말하기를, “제1구에서 깨달으면 불조사佛祖師가 될 것이고, 제2구에서 깨달으면 인천사人天師가 될 것이며, 제3구에서 깨달으면 제 몸도 구제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현문은, 불교의 교리는 깊고 묘하므로 현玄이라 하고, 절대의 이상경理想境인 열반에 들어가는 길이므로 문門이라고 한다.
  128. 128)불진拂塵을 휘두르며 : 원문의 ‘揮麈’는 고라니 꼬리털(麈尾)을 매단 불자拂子를 잡고 휘두른다는 뜻으로, 위진魏晉 때 청담淸淡을 즐기던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다녀 담론談論을 뜻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선종禪宗의 승려들도 애용하였다.
  129. 129)사종四種의 법계法界 : 화엄종華嚴宗의 우주관宇宙觀으로, 사법계四法界 또는 사계四界라고도 한다. 화엄종은 전 우주가 일심一心에 통일되어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현상과 본체의 측면에서 관찰하면 사법계事法界·이법계理法界·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의 네 종류의 층차가 있다고 본다.
  130. 130)패엽貝葉 : 인도에서 자라는 패다라수貝多羅樹의 잎으로, 이 잎사귀에 불경을 썼던 데서 불경을 패엽경貝葉經이라고도 한다.
  131. 131)범게梵偈 :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송한 운문체韻文體의 경문經文을 가리킨다.
  132. 132)청원靑猿이 바리때 씻은 해 : 청靑은 방위로는 동방, 간지로는 갑 혹은 을이 되고, 원猿은 원숭이로 간지로는 신申이 되므로 여기서는 갑신년(1824, 순조 24)을 가리킨다. 참고로 청원은 부처님이 인도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갔을 때 미후獼猴, 즉 원숭이가 바리때를 빼앗아 나무 위로 올라간 뒤에 꿀을 담아서 공양하였다는 이야기를 가리킨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권7 「폐사리국조吠舍釐國條.」
  133. 133)목계木鷄가 사신司晨한 해 : 목木은 방위로는 동방, 간지로는 갑 혹은 을이 되고, 계鷄는 닭으로 간지로는 유酉가 되므로 여기서는 을유년(1825, 순조 25)을 가리킨다. 목계는 나무로 만든 닭이란 말로 덕이 완숙되어 바보스럽게 보이는 모양을 말한다. 옛날 기성자紀渻子라는 사람이 주 선왕周宣王을 위해 투계鬪鷄를 길렀다. 이를 기른 지 열흘 만에 싸울 만한 닭이 되었느냐고 왕이 묻자, 기성자가 “아닙니다. 지금 공연히 사나운 척하며 제 기운만 뽐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후로도 열흘 만에 한 번씩 왕이 계속 물어 맨 마지막인 네 번째 물었을 적에, 기성자가 대답하기를, “이제는 거의 되었습니다. 다른 닭이 울어도 이 닭은 조금도 태도를 변치 않아서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 만든 닭과 같습니다. 이제는 이 닭의 덕이 온순해져서 다른 닭이 감히 덤비지 못하고 달아나 버립니다.” 하였다. 『장자』 「달생達生」.
  134. 134)요지瑤池에서 온 청조靑鳥 : 요지는 선녀 서왕모西王母가 사는 곳으로, 하권의 주 84 참조. 청조는 서왕모의 사자使者를 말한다. 『한무고사漢武故事』에 의하면, 7월 7일에 갑자기 청조가 서방에서 날아와 승화전承華殿 앞에 내려앉으므로, 무제武帝가 그 연유를 동방삭東方朔에게 묻자, 동방삭이 말하기를, “서왕모가 오려는 것입니다.” 하였는데, 한참 뒤에 과연 서왕모가 오자, 청조 두 마리가 서왕모의 양쪽에 시립侍立했다고 한다.
  135. 135)입정入定한 고승이~들어 보이네 : 법상法床에 앉아서 조사의 정법, 선지禪旨를 보여 준다는 말이다.
  136. 136)용녀龍女가 바친~유리처럼 구르니 : 『법화경』에 의하면, 용녀가 일찍이 부처님을 매우 존경한 나머지 부처님에게 보주寶珠를 바쳤다고 한다.
  137. 137)영산靈山은 구담에게 절한 곳이라네 : 영산은 석가가 일찍이 가르침을 설했던 영취산靈鷲山을 가리키고, 구담瞿曇은 󰇄 Gautama의 음역으로 석가의 성씨이다.
  138. 138)부요扶搖를 타고~날개 드리웠네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서 “북명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이 곤鯤인데, 곤의 크기가 몇천 리인지는 모른다. 그것이 변화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이 붕새인데, 등은 태산 같고,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아서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를 올라가 구름을 벗어나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진 다음에야 남쪽으로 간다. 그가 남쪽 바다로 갈 적에 메추리가 쳐다보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저 새는 장차 어디를 가려는 걸까. 나는 뛰어올라 봤자 고작 두어 길도 못 오르고 도로 내려와 쑥대밭 사이에서 빙빙 돌 뿐이지만, 이것도 최고로 나는 것인데, 저 새는 장차 어디를 가려는 걸까’ 한다.(北冥有魚。其名爲鯤。鯤之大。不知其幾千里也。化而爲鳥。其名爲鵬。背若泰山。翼若垂天之雲。搏扶搖羊角而上者九萬里。絶雲氣。負靑天。然後圖南。且適南冥也。斥鷃笑之曰。彼且奚適也。我騰躍而上。不過數仞而下。翶翔蓬蒿之間。此亦飛之至也。而彼且奚適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부요는 회오리바람이다.
  139. 139)저것을 타고~붙잡고 찾아오랴 : 하늘을 타고 날아오면 되니, 굳이 횃불을 밝히고 말뚝을 붙잡으며 인도에서 멀리 중국으로 올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소요유逍遙遊는 본래 『장자莊子』의 편명으로, 장자는 이 편을 통해 대붕大鵬과 소구小鳩, 대춘大椿과 조균朝菌을 가지고 비유하여 어떠한 사물도 자기의 본성과 객관적 환경을 초월할 수 없음을 설명하면서 저마다 부여받은 성품에 맡기면서 대소大小, 영욕榮辱, 사생死生, 수요壽夭의 차별적인 관념을 버려야 비로소 자유로이 소요逍遙하여 어디를 가든 자적自適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뒤에 자유자재하여 구속이 없는 노닒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횃불 밝히고 말뚝 붙잡는다는 말은 담무갈曇無竭이 전법傳法을 위해 귀자龜茲, 사륵沙勒 제국諸國을 지날 때 총령葱嶺에 오르고 설산雪山을 지났는데, 장기障氣는 천 겹이고, 층빙層氷은 만 리에 걸쳐 있으며, 그 아래 큰 강이 있었다. 급류가 흐르는 위에 줄을 매달아 다리를 만들었는데, 앞사람이 먼저 다리를 건너가서 횃불을 들어 밝혀 주어야 뒷사람이 앞사람이 무사히 건너간 것을 알고 뒤에 다리를 건넜으며, 설산을 지날 때는 깎아지른 벼랑에 말뚝 구멍들이 나 있어 말뚝 네 개를 들고 말뚝 구멍에 박으며 벼랑을 올라가야 설산을 넘을 수가 있었다. 『화엄현담회현기華嚴懸談會玄記』 권21.
  140. 140)이십팔천二十八天 : 욕계欲界의 육천六天, 색계色界의 십팔천十八天,무색계無色界의 사천四天 등 삼계三界의 제천諸天을 말한다.
  141. 141)하안거에 든~지마指馬를 잊었네 : 하권의 주 115 참조.
  142. 142)달빛 가운데~다한 사람이여 : 상권의 주 50 참조.
  143. 143)고개에서 구름~어찌 알았으랴 : 남조南朝 양梁나라 도홍경陶弘景의 〈조문산중하소유부시이답詔問山中何所有賦詩以答〉 시에서 “산중에는 무엇이 있는고. 봉우리 위에 흰 구름이 많다오. 나 혼자만 즐길 수 있을 뿐, 임금님께 부칠 것은 못 된다오.(山中何所有。嶺上多白雲。只可自怡悅。不堪持寄君。)”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으로, 여기서는 산중에서 지내는 승려의 즐거움을 비유한 말이다.
  144. 144)대계大界 : 삼천대계三千大界와 같은 말로,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세계를 말한다. 불가에서는 무수히 많은 세계가 있다고 보는데, 1천 세계가 소천세계小千世界가 되고, 소천세계가 천 개 모여서 중천세계中千世界가 되고, 중천세계가 천 개 모여서 대천세계가 된다고 한다.
  145. 145)북쪽으로는 풍패豐沛까지 3일의 일정이요 : 풍패는 원래 한漢나라 고조高祖의 고향인데, 이후 왕조를 일으킨 제왕의 고향으로 통칭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태조 이성계의 고향인 영흥永興이 석왕사가 있는 안변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146. 146)우리 석왕사는~ 머물렀던 곳이다 : 상권의 주 2 참조.
  147. 147)적부赤符의 상서로운 노래 : 적부는 광무제光武帝 때 나타난 ‘적복부赤伏符’를 말한다. 광무제가 황제가 되기 전 장안長安에 있을 때에 관중關中에서 ‘적복부’를 얻었는데, 거기에서 “사칠四七의 즈음에 화火가 주인이 된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이현李賢의 주注에서 “사칠은 28인데, 고조高祖 때부터 광무제가 처음에 일어난 때까지가 228년으로, 바로 사칠의 즈음이다. 한漢나라는 화덕火德이므로 화가 주인이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후한서後漢書』 권1 「광무제기光武帝紀」.
  148. 148)붉은붓의 표훈表勛이 드러났다 : 붉은붓은 단심丹心을 나타내기 위하여 붓대를 붉게 칠한 붓으로, 보통 후비后妃의 거조를 기록하는 여사女史가 사용하였으므로 여자 사관 혹은 문필에 종사하는 규수를 일컫는 말이다. 『시경詩經』 「패풍邶風」 〈정녀靜女〉. 여기서는 사관史官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표훈은 공훈을 표창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태조의 공훈이 역사서에 길이 남아 전하고 있다는 말이다.
  149. 149)5백 성인을~동안 헌향하니 : 「설봉산 석왕사기」에 무학 대사가 이성계의 꿈을 풀이한 뒤에 이성계에게 “오늘 일을 절대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 그리고 큰일은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닌 만큼 이곳에 절 하나를 세우고 이름을 왕이 될 꿈을 해몽한 절이라는 뜻으로 석왕사라 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서둘러 짓지 말고, 3년을 기한으로 잡아 오백나한재五百羅漢齋를 지으면 반드시 왕업王業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성계가 1년 만에 절과 오백나한재를 짓고, 천 일 동안 기도를 올렸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다.
  150. 150)인료仁寮의 구비龜碑에는~남아 있으며 : 인료는 석왕사의 부속 건물인 인지료仁智寮이다. 인지료 서쪽과 용비루龍飛樓 동쪽에 비석이 있는데, 인지료 서쪽의 비석은 태조太祖, 숙종肅宗, 영조英祖의 어제어필御製御筆을 새긴 것이고, 용비루 동쪽의 비석은 정조正祖가 짓고 글씨를 쓴 석왕사의 기적비紀蹟碑이다. 세 분 화상은 석왕사에 봉향하고 있는 지공指空, 나옹懶翁, 무학無學 세 스님을 가리킨다. 『관암전서冠巖全書』 22책 「풍패성적기豐沛聖蹟記」.
  151. 151)칠제七帝의 스승에게~바치는 예例 : 당나라 덕종德宗 15년(799) 4월 덕종의 탄생일에 징관澄觀(738~839)에게 화엄종지華嚴宗旨를 강론하게 한 내용이 「소청량강화엄종지詔淸凉講華嚴宗旨」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신이 재배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정수리로 밝은 명을 받드니, 이를 말미암아 중외에 태보와 중신이 다 팔계로써 예를 올려 스승 삼는다. 무릇 구조를 지남에 칠제의 문사가 되었으니, 육조가 되었다.(臣再拜稽首。頂奉明命。由是中外。台輔重臣。咸以八戒禮而師之。凡歷九朝。爲七帝門師。是爲六祖。)”라고 하였다. 여기에 대한 주석에서 “구조라는 것은 당나라 현종, 숙종, 대종, 덕종, 순종, 헌종, 목종, 경종, 문종이고, 칠제는 곧 대종 이하 칠제이다.(九朝者。唐玄宗肅宗代宗德宗順宗憲宗穆宗敬宗文宗也。七帝者。卽代宗以下七帝也。)”라고 하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칠제의 스승이 된 징관에게 공물을 바치던 예와 비슷함을 말한 것이다.
  152. 152)삼승三乘을 모아서 일승一乘으로 회귀시키니 : 회삼귀일會三歸一이라는 말로 『법화경法華經』 이전에 말한 삼승은 방편이라고 하여 『법화경』의 일승一乘으로 다 포섭하여 거두는 것이요, 삼승은 일승에서 나누어 말한 것이므로 일승 이외에 삼승이 따로 없고, 삼승 이외에 일승이 따로 없다고 하는 이론이다.
  153. 153)말구末句 : 말후구末後句의 준말로 구경究竟, 필경畢竟, 구극究極, 지극至極이라는 뜻이다. 구句는 언구言句, 어구語句, 문구文句란 뜻으로 종문宗門의 활구活句를 말한다. 대오大悟 철저한 극치에 이르러 지극한 말을 토하는 것이다.
  154. 154)정법안正法眼의 보고~영취산靈鷲山의 일지화一枝花로다 : 일지화는 불교의 금바라화金波羅花를 말한다. 범왕梵王이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금바라화를 부처님에게 바치면서 부처님에게 설법해 주기를 청하니, 세존世尊이 그 꽃을 들고 대중에게 보였다. 그러자 수많은 대중이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유독 가섭迦葉만이 얼굴을 환하게 하고는 미소를 띠니, 세존이 “나에게 있는 정법안장열반묘심正法眼藏涅槃妙心을 가섭에게 부촉하노라.”라고 하였다.
  155. 155)긴 들보는~견줄 만하고 : 목수가 들보를 깎는 솜씨가 옛날 영郢 땅의 장석匠石과 견줄 만하다는 뜻이다. 자세한 내용은 하권의 주 111 참조.
  156. 156)구품연지九品蓮池 : 하권의 주 102참조.
  157. 157)상서로운 구름이 참여하네 : 상서로운 구름은 군주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는 석왕사를 중건할 때에 조정에서 도움을 준 것을 이렇게 말한 것인 듯하다.
  158. 158)감당나무 : 주周나라 무왕武王 때 소공召公이 서백西伯으로 정사를 베풀다가 감당나무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선정善政을 행하는 지방 장관을 형용하는 표현이다. 자세한 내용은 하권의 주 112 참조.
  159. 159)만인蠻人을 위해~필요 있을까 : 만인은 남방의 오랑캐를 말한다. 세 번이나 거듭 통역한다는 말은 주周나라 성왕成王 때에 남방의 월상越裳이 세 번 통역을 거쳐 와서 입조入朝한 일이 있는데, 남방은 중국과 언어와 풍속이 달라 여러 단계의 통역을 거쳐야만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국가의 교화가 잘 시행되어 통역할 필요도 없이 모든 백성들이 교화를 고르게 누릴 수 있게 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160. 160)하늘이 일一로~육六을 이루네 :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운행에 따라 천지의 만물이 생성된 것을 말한 것이다.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에서 “하수河水에서 도圖가 나오고, 낙수洛水에서 서書가 나오자 성인이 이를 본받았다.”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천天이 1이고 지地가 2이며, 천이 3이고 지가 4이며, 천이 5이고 지가 6이며, 천이 7이고 지가 8이며, 천이 9이고 지가 10이니, 천의 수數가 다섯이고, 지의 수數가 다섯이다. 다섯 자리가 서로 맞아서 각각 합함이 있는바, 천의 수는 25이고, 지의 수는 30이다. 그리하여 무릇 천지天地의 수가 55이니, 이것이 변화를 이루고 귀신을 행한다.”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주자朱子는 “천天이 1로써 수水를 낳으면 지地가 6으로써 이를 완성하고, 지가 2로써 화火를 낳으면 천이 7로써 이를 완성하고, 천이 3으로써 목木을 낳으면 지가 8로써 이를 완성하고, 지가 4로써 금金을 낳으면 천이 9로써 이를 완성하고, 천이 5로써 토土를 낳으면 지가 10으로써 이를 완성한다.”라고 하였다.
  161. 161)냄새 없고 소리 없으니 : 『시경詩經』 「대아大雅」 〈문왕文王〉에서 “상천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上天之載。無聲無臭。)”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다는 것은 하늘의 일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162. 162)자배炙背하는 어리석은 성심 : 자배는 햇볕에 등을 쬐는 것으로 곧 임금을 생각하는 성의에 비유한 말이다. 춘추시대 송宋나라의 한 야인野人이 떨어진 옷으로 겨울을 지내다가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여 하루는 그의 등을 햇볕에 쪼이니, 매우 즐거운 마음이 들어 자기 아내에게 “이렇게 좋은 것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이 법을 우리 임금에게 아뢰면 큰 상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열자列子』 「탕주楊朱」.
  163. 163)태평청정은 함이 없는 교화이네 : 원문은 ‘無爲化’인데, 이는 ‘함이 없어도 교화된다(無爲而化)’라는 말로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나는 함이 없는데 백성들은 절로 교화된다.(我無爲而民自化)”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64. 164)삼재팔난三灾八難 : 삼재는 수재水災·화재火災·풍재風災이고, 팔난은 여덟 가지 어려움인 배고픔(飢)·목마름(渴)·추위(寒)·더위(暑)·물(水)·불(火)·칼(刀)·전쟁(兵)인데, 세상에서 겪게 되는 온갖 고난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165. 165)사은구유四恩九有 : 사은은 네 가지의 중한 은혜를 말하는 것으로 부모은父母恩·중생은衆生恩·국왕은國王恩·삼보은三寶恩이라는 설과 사장은師長恩·부모은·국왕은·시주은施主恩이라는 설과 천하은天下恩·국왕은·사장은·부모은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구유는 중생들이 윤회하는 삼계구지三界九地, 즉 욕계欲界 1지, 색계色界 4지, 무색계無色界 4지를 가리킨다. 여기서는 사은이 내려진 온 누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166. 166)격외선格外禪 : 말이나 문자로 논할 수 있는 격식을 초월한 선법禪法을 가리키는 말로 상식이나 지식, 이론의 범주를 초월한 최상승선最上乘禪이다.
  167. 167)태고太古가 호주湖州를~도道가 알려졌다 : 태고는 보우普愚의 호號이다. 보우는, 성은 홍씨洪氏로, 13세에 회암사檜巖寺에서 승려가 되어 가지산迦智山에서 도를 닦았으며, 충목왕忠穆王 2년에 중국으로 가 호주湖州의 하무산霞霧山에서 석옥 청공石屋淸珙의 법을 이어받은 다음 귀국하여 공민왕恭愍王의 왕사王師가 되었다. 그 뒤 신돈辛旽의 투기로 인하여 속리산에 금고禁錮되었다가 신돈이 죽은 뒤에 다시 국사가 되었으며, 법랍法臘 69세로 용문산龍門山의 소설암小雪庵에서 입적하였다. 그로 인하여 임제―태고의 법통설이 형성되는 인연이 되었다.
  168. 168)천 개의 등불 : 등불은 불법을 상징한다. ‘천 개의 등불’이라 함은 시간적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에 법을 이어 주고 전해 받음을 말하는 것이다.
  169. 169)명을 받들어~비석飛錫에 길들여진다 : 자항慈航은 불보살이 대자대비로써 중생을 구도救度하여 생사生死의 바다를 벗어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칠치柒齒는 오랑캐를 지칭한 말로 오랑캐 풍속이 이를 검게 만들고 이마에 문신을 새기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백액白額은 백액호白額虎의 준말로, 범의 별칭이다. 범이 늙으면 이마가 희게 변하는데, 특히 힘이 세고 기세가 사나워서 사람이 잡기 어렵다고 한다. 비석은 석장을 공중에 던져 날아온다는 설화에서 유래하여 승려의 유람을 이른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스님은 내원암 영당影堂에 보관되어 있는 화상畵像 속의 스님을 말한 것인데, 당시 영당에는 아마도 지공指空, 나옹懶翁, 무학無學의 세 화상을 비롯하여 석왕사의 중창에 이바지한 스님들을 모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170. 170)단규丹竅에서 정력을~관리하게 하였다 : 단규는 신선들이 사는 암혈巖穴을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스님들이 기거하던 암혈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현은玄隱은 은자隱者를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숨어 사는 승려들을 말한 것이다. 따라서 승려들이 좁은 토굴에서 고생할까 염려하여 절을 증축하여 숨어 사는 승려들로 하여금 와서 절을 관리하게 하였다는 말이다.
  171. 171)호계虎溪 :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 앞을 흐르던 시내로, 여기서는 내원암 곁의 시내를 가리키는 듯하다. 자세한 내용은 상권의 주 47 참조.
  172. 172)총령蔥嶺 : 지금의 파미르 고원으로, 남으로는 북인도에 닿았고, 동서 두 갈래로 나뉘어 힌두쿠시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이 되었고, 북으로 뻗은 줄기는 옛적 서역이라고 하던 지방을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면서 천산산맥과 이어졌다. 달마가 중국으로 올 때 넘어온 지역이다.
  173. 173)잣나무의 풍성風聲이 서쪽에서 불어오네 : 어떤 승려가 조주 선사趙州禪師에게 “달마 대사가 왜 중국에 왔는가?”라고 물으니,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니라.(庭前柏樹)”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오등회원五燈會元』 「조주장趙州章」. 풍성風聲은 교화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174. 174)황매黃梅 : 황매산을 가리키는 말로 중국 선종禪宗의 육조인 혜능慧能이 오조인 홍인弘忍에게 의법衣法을 받았던 곳이다.
  175. 175)조계曹溪가 영남嶺南에 있었던 것 : 조계는 조계산曹溪山을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당나라 혜능慧能을 가리키는 말로 보인다. 혜능이 출가하기 전 영남에서 나무를 해다 시장에 내다 팔면서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았었다.
  176. 176)함월涵月 : 하권의 주 76 참조.
  177. 177)청허淸虛 : 조선 중기의 승려 휴정休靜(1520~1604)의 법호이다. 속성은 최씨崔氏, 속명은 여신汝信, 자는 현응玄應, 별호는 백화 도인白華道人, 서산 대사西山大師, 풍악 산인楓岳山人, 두류 산인頭流山人, 묘향 산인妙香山人, 조계 퇴은曹溪退隱 등이다. 1540년(중종 35) 영관靈觀 등을 계사戒師로 모시고 계를 받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병을 일으켜 전공을 세웠으며, 선조宣祖로부터 팔도선교도총섭八道禪敎都摠攝의 직함과 국일도 대선사 선교도총섭 부종수교 보제등계 존자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 扶宗樹敎 普濟登階尊者라는 최고의 존칭과 함께 정이품 당상관 직위를 하사받았다. 저서로 『청허당집淸虛堂集』, 『선가귀감禪家龜鑑』 등이 있다.
  178. 178)다섯 종파 : 중국 선종의 다섯 종파인 임제종臨濟宗, 조동종曹洞宗, 법안종法眼宗, 운문종雲門宗, 위앙종潙仰宗을 가리킨다.
  179. 179)우리 동방의 16종 : 고려에서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의 분파의 변화가 9종, 7종, 11종, 선교 양종 등으로 다양하여 어떤 특정한 종파를 확정하여 16종이라 하는지는 불분명한 점이 있다. 그러나 조선조에 대체적으로 선교를 통합하여 선교 16종이라고 부른 관례가 있었다.
  180. 180)어떠한 법도~법은 없다 : 『중론中論』 「관사제품觀四諦品」에 나오는 말이다.
  181. 181)쌍성雙城 : 지금의 함경도 고원군高原郡 일대이다.
  182. 182)말하지 않아도~수 없다 : 『치문경훈緇門警訓』 「잡록雜錄」에서 송宋나라 태재太宰가 성인聖人에 대해 공자孔子에게 묻자, 공자가 서방에 성인이 있다고 하면서 그 도를 말한 부분이다.
  183. 183)천안제일天眼第一 아나율阿那律~얻은 경우 : 천안제일은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삼생三生을 두루 관찰할 수 있는 천안통天眼通을 얻은 아나율 존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황금 시체를 얻었다는 것은,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 실려 있는 아나율 존자의 전생담을 가리킨다. 아나율 존자가 과거생에 가난한 집안의 사람이었는데, 마침 대기근이 들어 모든 사람이 굶주려 죽어 백골이 도처에 널려 있고, 수행자들도 탁발을 할 수가 없어 배가 고파 수행하기 어려울 지경인 때를 만나게 되었다. 이때 파사타婆斯吒라고 하는 벽지불辟支佛이 탁발을 하다가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아나율이 이를 보고 자기 집의 피밥(稗飯)을 보시하였다. 그런 뒤에 아나율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갔는데, 갑자기 백골의 시체 하나가 일어나 자기에게 안겼다. 아나율이 아무리 떼어 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백골을 품고 성으로 돌아왔더니, 백골이 황금으로 변했다. 아나율은 이렇게 벽지불에게 피밥 한 그릇을 공양한 공덕으로 황금을 얻었고, 다음 생에도 계속 제석천왕帝釋天王과 전륜성왕轉輪聖王으로 환생하여 가난함이 없게 되었으며, 마침내 석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나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184. 184)아이들이 흙을 공양한 경우 : 이는 『아육왕전阿育王傳』에 실려 있는 아소카 대왕의 전생담이다. 아소카 대왕이 과거생에 덕승德勝이라는 동자였는데, 무승無勝이라는 동자와 함께 길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이때 석가모니부처님이 길을 지나갔는데, 덕승은 부모가 보시하는 모습을 흉내내면서 석가모니부처님의 바리때에 흙을 공양하면서 자신이 미래세에 천지를 뒤덮을 정도로 공양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발원하였다. 이에 석가모니부처님은 자신이 열반한 뒤 백 년 뒤에 이 아이가 전륜성왕이 되어 자신의 사리를 나누어 8만 4천 개의 보탑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수기하였다. 결국 이 아이는 다음 생에 아소카 대왕으로 태어나 인도를 통일하고 불법을 수호하게 되었다.
  185. 185)인지료仁智寮와 용비루龍飛樓와 두 비각碑閣과 삼사원三師院 : 모두 석왕사의 부속 건물이다. 자세한 내용은 하권의 주 150 참조.
  186. 186)서경보徐耕輔(1771∼1839) : 본관은 달성達成, 자는 임세任世, 호는 묘옹卯翁,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병조판서, 대사헌, 이조판서, 함경도 관찰사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묘옹집』 등이 있다.
  187. 187)「보은편報恩篇」을 생각하고~「축수장祝壽章」을 외우면서 : 사찰의 청규淸規 가운데 가장 후대인 원元나라 때 편찬된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에 황제의 장수를 축원하고 보은을 규정한 「축리장祝釐章」과 「보은장報恩章」이 첫머리에 있다. 이 책은 고려 때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널리 보급되었다.
  188. 188)심과 부처와~차별이 없다 : 『화엄경華嚴經』 「야마천궁보살설게품夜摩天宮菩薩說揭品」에 나오는 말이다.
  189. 189)허령虛靈하고 어둡지~만사에 응한다 : 『대학장구大學章句』 경문經文 1장의 주자朱子의 주석에 나오는 말이다.
  190. 190)하늘이 명한~있다는 것 :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장에서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이르고, 성을 따름을 도라 이르고, 도를 품절해 놓음을 교라 이른다.(天命之謂性。率性之謂道。修道之謂敎。)”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상」에서 호연지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맹자가 “호연지기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하니, 정직함으로써 잘 기르고 해침이 없으면, 천지 사이에 꽉 차게 된다.(其爲氣也。至大至剛。以直養而無害。則塞于天地之間。)”라고 하였다.
  191. 191)천지를 아우르고~건립한다는 것 : 어느 특정한 경전에 단일하게 나오는 구절이 아니라 불가의 일반적인 관점을 말한 것으로 유가에 비해 불가의 관점이 더욱 광대무변함을 나타내고 있다. 허공이 대각 가운데서 생겨났다는 것은 『능엄경楞嚴經』에 나오는 말로, 드넓은 우주조차도 이 마음에 인연하여 생겨난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생겨난 우주에서 기세간器世間이 성립되는데, 기세간은 보통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가리킨다. 최초에 모든 중생들의 업력에 의해 허공에 바람이 일어 풍륜風輪이 생기고, 그 위에 구름이 일어나 수륜水輪이 생기며, 다시 그 위에 중생들의 업력에 의해 금륜金輪이 생기고, 금륜 위에 산이 솟아 비로소 하나의 세계가 형성되는데, 이를 기세간이라 한다.
  192. 192)한 물건이~전에 생겨났다 :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어떤 물건이 혼돈스럽게 이루어졌으니 천지보다도 먼저 생겨났다.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이 홀로 서서 변하지 않으니 천지의 어미가 될 만하다.(有物混成。先天地生。蕭呵寥呵。獨立而不改。可以爲天地母。)”라고 하였다.
  193. 193)사생四生 : 중생이 태어나는 네 가지 형태인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化生을 가리킨다.
  194. 194)황제黃帝 : 도가道家에서 그 가르침의 연원으로 삼는 고대 전설상의 제왕인 황제黃帝 헌원軒轅으로 삼황오제三皇五帝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5. 195)손자孫子와 오자吳子 : 전국戰國시대 때의 병법가인 손무孫武와 오기吳起로 각각 『손자병법孫子兵法』과 『오자병법吳子兵法』을 남겨 병법의 쌍벽이 되었다.
  196. 196)여상呂尙 : 주周나라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나라를 멸하고 천하를 차지하는 데 유력한 도움을 준 지략가이다. 본래 성은 강씨姜氏로 흔히 강태공姜太公으로 불리며, 그의 선조가 여呂 땅에 봉해졌으므로 여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197. 197)이백李白과 두보杜甫와 반고班固와 사마천司馬遷 : 이백과 두보는 당唐나라 때의 뛰어난 시인으로 당시唐詩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반고와 사마천은 한漢나라 때의 역사가로 반고는 『한서漢書』를, 사마천은 『사기史記』를 저술하였다. 이들의 문장은 모두 후대 문장가들의 전범이 되었다.
  198. 198)오악삼산五嶽三山 : 대체적으로 명산名山을 가리키는 말로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산들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199. 199)청룡사靑龍寺와 백마사白馬寺 : 청룡사는 중국 장안長安에 있었던 사찰로 중국 밀교密敎의 총본산이기도 했으며, 일본 밀교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혜과慧果를 비롯한 수많은 고승이 주석하였으며, 당唐나라 때에는 신라와 일본의 승려들이 유학을 가서 거처한 곳이기도 하다. 백마사白馬寺는 낙양洛陽에 있던 사찰로 중국 최초의 사찰이다. 후한後漢 명제明帝 때 인도의 승려인 가섭마등迦葉摩騰, 축법란竺法蘭 등이 불상과 경전을 흰 말에 싣고 들어오자, 명제가 불교를 신봉하여 8년 후에 이 절을 세워 백마사라고 하였다.
  200. 200)학성鶴城 : 함경도(현재는 강원도) 안변安邊의 학성산鶴城山에 있는 학성산성을 가리키며, 그 일대가 학성면鶴城面이다.
  201. 201)설령雪嶺과 같으니~것에 방불하여 : 석왕사釋王寺가 있는 설봉산雪峯山이 석가모니부처님이 6년 동안 고행했던 설산雪山과 이름이 같다는 말이다. 석가모니는 6년 동안 고행을 한 후 고행이 정각을 이루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닫고, 설산 아래로 내려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 석가모니가 곧 깨달음을 얻으려 하는 것을 알게 된 마왕魔王 파순波旬이 그 딸들을 보내어 석가모니를 유혹하게 하고, 자신도 직접 내려가 죽이겠다고 위협하였으나 끝내 석가모니를 막지 못하고 항복하였다.
  202. 202)우문禹門에서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소리 : 우문은 황하黃河에 있는 지명으로 우禹임금이 개착開鑿했다는 용문龍門을 가리킨다. 용문의 폭포는 3단계로 되어 있는데, 수많은 물고기들이 그 아래에 모였다가 그 3단계를 다 뛰어넘어 간 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203. 203)석실釋室에서 돌들이~끄덕이는 모습 : 석실은 문맥상 호구산虎邱山을 가리키는 듯하다. 진晉나라 때의 고승인 축도생竺道生이 호구산에 들어가 돌들을 모아 둘러놓고 『열반경涅槃經』을 강설하면서 자신의 설법이 부처님의 뜻에 부합하느냐고 묻자, 돌들이 머리를 끄덕였다(點頭)는 고사가 있다.
  204. 204)태조太祖 강헌대왕康獻大王께서~옛 못 :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설봉산에서 수련을 하던 중 방아를 찧는 꿈, 수탉이 우는 꿈, 서까래 세 개를 짊어진 꿈 등을 꾸고, 당시 토굴에서 수행 중이던 무학無學 대사에게 해몽을 부탁하였는데, 무학 대사로부터 왕이 될 꿈이라는 해몽을 받은 후에 조선을 개창한 사실을 가리킨다. 이성계는 왕으로 즉위한 후 당시 머물던 절에 석왕사라는 이름을 내렸다. 강헌은 태조의 시호이며, 못에 잠겨 있던 용이 승천했다는 것은 왕이 된 것을 말한다.
  205. 205)무학 묘엄無學妙嚴~신령스러운 터 : 무학 대사가 설봉산 토굴에서 수행하여 득도한 것을 가리킨다. 호랑이를 조복시킨다는 것은 사나운 마음을 조복 받는다는 뜻이다.
  206. 206)특별히 사원祠院을 내렸다 : 무학 대사가 열반에 든 후 석왕사에 지공指空, 나옹懶翁, 무학無學 세 스님의 사당을 세워 준 것을 가리킨다.
  207. 207)12승방僧房 : 석왕사에 부속된 12암자인 내원암內院庵, 은선암隱仙庵, 심적암深寂庵, 보문암普門庵, 천보암天寶庵, 보성암普成庵, 원명암圓明庵, 중암中庵, 양로사養老寺, 외원암外院庵, 벽송암碧松庵, 향적암香積庵을 가리킨다. 『관암전서冠巖全書』 22책 「풍패성적기豐沛聖蹟記」.
  208. 208)사자좌獅子座에 엄숙히~성주聖主의 자취이다 : 하권의 주 150 참조.
  209. 209)양 무제梁武帝가 세운 광택사光宅寺 : 강소성江蘇省 남경南京에 있는 사찰로 양 무제가 자신이 황제에 오르기 전에 살던 옛집을 희사하여 세웠다. 일설에는 양 무제가 황제에 오르기 전에 희사하여 세웠다고 하기도 한다. 절을 희사할 당시 관음보살상에서 7일 동안 방광放光하는 기적이 있었으므로 이름을 광택사라고 하였다.
  210. 210)전승 태자戰勝太子의 무성한 숲 : 전승은 󰇄 Jeta를 의역한 것으로, 흔히는 음역한 기타祇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승이라는 이름은 그의 아버지인 사위국舍衛國의 바사닉왕波斯匿王이 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한 데서 붙여졌다. 전승 태자는 자기 소유의 광대한 숲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것을 사위국의 장자인 수닷타가 전승 태자로부터 사들여 석가모니부처님에게 바쳤다. 이것이 바로 기수급고독원祗樹給孤獨園 또는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불리는 곳이다.
  211. 211)뜰의 배나무와~들의 밭 :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된 뒤 태종太宗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신사년(1401)에 북쪽을 순행하면서 석왕사에 들러 절의 뜰에다 배나무를 심고 골짜기 바깥으로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후로 석왕사의 소나무는 베지 못하는 금령이 내려졌으며, 배나무에서 생산되는 배는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이 되었다. 또한 조선을 개국한 지 3년째인 갑술년(1394)에 석왕사를 크게 창건하여 대찰大刹로 만들고 토지를 내려 주었다. 산의 암자들과 들의 밭은 이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관암전서』 22책 「풍패성적기」.
  212. 212)삼중전지대부三重傳旨大夫 : 특별한 벼슬의 명칭이라기보다는 세 차례에 걸쳐 전지傳旨를 받들어 대부로 가자加資된 사실을 가리키는 듯하다. 하권의 「뇌묵 노화상 행장雷默老和尙行狀」에 내용이 자세하다.
  213. 213)삼원三院 : 하권의 「뇌묵 노화상 행장」의 내용에 의거하면, 석왕사와 향산香山과 해남海南의 표충사表忠祠를 가리킨다. 향산은 영변寧邊의 묘향산妙香山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보현사普賢寺를 가리키는 듯하다. 보현사는 서산西山 대사가 입적한 곳이기도 하며, 주변을 아우르는 총본산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214. 214)건당建幢 : 법당法幢을 세운다는 뜻으로 수행과 지혜가 높아서 다른 이들의 사표師表가 될 만하면 전법사傳法師에게서 법맥法脈을 이어받는데, 이를 건당 혹은 입실入室이라고 한다.
  215. 215)양월兩月 : 뇌묵당의 스승인 완월翫月과 완월의 스승인 함월涵月을 가리킨다.
  216. 216)상서祥瑞 나타나고~얻게 되었도다 : 하권의 「뇌묵 노화상 행장」에 내용이 자세하다.
  217. 217)유암 최관柳庵最寬~선을 받았다 : 최관最寬 대사를 전법사傳法師로, 뇌묵雷默 대사를 수선사受禪師로 한 것이다.
  218. 218)호암虎巖 풍악楓嶽 유암공柳庵公이로다 : 호암은 호암 체정虎巖體淨(1687~1748)을, 풍악은 풍암 세찰楓岩世察(1688~1767)을, 유암은 본문에 나오는 유암 최관 대사를 가리킨다.
  219. 219)향산香山 : 하권의 주 213 참조.
  220. 220)송운松雲과 벽암碧巖 : 두 사람 모두 임진왜란 때 활동했던 이들로 팔도도총섭八道都摠攝 등을 역임하면서 조야에 이름이 알려졌던 인물들이다. 송운은 유정惟政(1544~1610)의 법호이다. 벽암은 각성覺性(1575∼1660)의 법호이다.
  221. 221)소림少林과 조계曹溪 : 소림은 중국 선불교의 초조初祖인 달마 대사를 가리키고, 조계는 육조 혜능慧能을 가리킨다.
  222. 222)완월당翫月堂 궤홍軌泓 대사 : 하권의 주 77 참조.
  223. 223)영파影波 : 성규聖奎(1728~1812)의 법호이다. 속성은 김씨이다. 어렸을 때 당대에 글씨로 유명했던 이광사李匡師에게 수학하기도 했으며, 20세에 경상도 청도 용천사湧泉寺에서 출가하였다. 해봉 유기海峰有璣, 함월 해원涵月海源을 비롯한 여러 고승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았으며, 『화엄경』의 공부에 매진하여 대강백이 되었다.
  224. 224)입실入室 : 하권의 주 214 참조.
  225. 225)향적암香積庵, 보문암普門庵, 내원암內院庵 : 글의 문세로 봤을 때는 수락산에 있는 곳이어야 하나, 내원암 외에는 수락산에 있는 암자가 아니다. 혹 현재는 조사되지 않으나 당시에는 있었던 것인지는 미상이다. 다만 이 세 곳 모두 석왕사에 딸린 부속 암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뇌묵 화상은 말년에는 석왕사에 오래 주석하였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세 암자를 설봉의 석왕사 다음에 연결시키지 않은 것은, 혹 뇌묵 대사가 주석한 차례대로 사찰의 이름을 나열하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226. 226)용주사龍珠寺에서 증사證師가~중건할 때 : 세 절 모두 왕실과 관련된 곳이다. 용주사는 정조正祖가 아버지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원찰願刹이며, 불암사는 도성 주변 사방에 왕실의 원찰을 세울 때 동쪽의 원찰로 지정된 곳이다. 석왕사는 태조가 왕이 되는 꿈을 해몽 받은 장소이다. 증사證師는 법회 등을 열 때 그 법회의 증명 법사를 가리킨다. 용주사에서 왕실과 관련된 제사를 올릴 때 증사가 된 듯하다.
  227. 227)해남 표충사表忠祠 : 전라도 해남군 대흥사大興寺에 있는 사당이다. 서산西山 대사 휴정休靜, 사명당泗溟堂 유정惟政, 뇌묵당雷默堂 처영處英의 충의를 추모하기 위하여 1789년(정조 13)에 제자들이 건립하였고, 같은 해에 사액을 받았다.
  228. 228)부득이한 뒤에~수가 없었다 : 조정의 명령을 받들어 높은 지위에 오르고 중망을 받아 자리에 나아갔어도 조심하고 의연한 태도를 취하여 사람들이 칭송하고 떠받들 만한 자취를 남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229. 229)네 가지의 꽃비 : 상서로운 일의 하나로 네 가지의 꽃은 만다라화曼陀羅華, 마하만다라화摩訶曼陀羅華, 만수사화曼殊沙華, 마하만수사화摩訶曼殊沙華를 가리킨다. 일설에는 백련화白蓮華, 청련화青蓮華, 홍련화紅蓮華, 황련화黃蓮華라고도 한다.
  230. 230)땅이 여섯~진동한 것 : 상서로운 일의 하나로 여섯 가지 진동이란, 땅이 동쪽에서 솟아서 서쪽으로 꺼지는 것, 서쪽에서 솟아서 동쪽으로 꺼지는 것, 남쪽에서 솟아서 북쪽으로 꺼지는 것, 북쪽에서 솟아서 남쪽으로 꺼지는 것, 가에서 솟아서 가운데로 꺼지는 것, 가운데에서 솟아서 가로 꺼지는 것이다. 또는 움직이는 것, 일어나는 것, 솟아오르는 것, 진동하는 것, 크게 소리를 내는 것, 부딪치는 것이라고도 한다.
  231. 231)그 입에서 화생化生한 사람들인지라 : 뇌묵 화상에게 지도를 받아 법문의 종자로 다시 태어났다는 뜻이다. 『백의금당이바라문연기경白衣金幢二婆羅門緣起經』에서 “사문과 바라문과 천인과 마구니와 범천 등 삼계가 일체 다 나의 아들이니, 모두 한 법을 함께하여 차별이 없다. 정법의 입에서 태어나고 동일한 법의 종자가 되니, 법을 좇아 화생하면 이것이 참 법자이다.(若沙門。若婆羅門。若天魔梵。三界一切。悉是我子。皆同一法。而無差別。正法口生。同一法種。從法所化。是眞法子。)”라고 하였다.
  232. 232)달도 외려~수 있는데 : 하나의 달빛이 수많은 강물에 비친다는 뜻으로, 원만한 불성의 진리가 온 시방세계에 두루 비치는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233. 233)학이 어찌 소리가 없으리오 : 어진 사람은 저절로 소문이 난다는 뜻이다. 『시경詩經』 「학명鶴鳴」에서 “구고에서 학이 우니 그 소리가 하늘까지 들리는도다.(鶴鳴于九皐。聲聞于天。)”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34. 234)환성喚醒(1664~1729) : 속성은 정씨氏鄭이고, 자는 삼낙三諾이며, 환성은 그의 호이다. 15세에 용문사龍門寺에서 승려가 되었고. 17세 때 정원淨源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금강산의 설제雪齊에게 법을 이어받고, 1690년 직지사直指寺의 화엄법회에서 진언震言으로부터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후 여러 곳에서 강석講席을 베풀어 후학을 교도하였으며, 종풍宗風을 크게 떨쳤다. 해남 대둔사大芚寺에 비가 세워졌고, 석왕사釋王寺에 문집 『환성집』의 판목이 있었다. 저서로 『선문오종강요禪門五宗綱要』가 있다.
  235. 235)용운龍雲 : 생몰 연대 및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으나, 『역산집』 부록에 실린 비명碑銘과 행장行狀을 상고해 보건대, 법명은 승행勝行으로, 역산 스님이 12세였던 1803년 당시 수락산 학림원鶴林庵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36. 236)성담性潭(?~1847) : 조선 후기의 선승인 수의守意의 법호이다. 전라남도 해남 출신으로 어려서 두륜산 대둔사大芚寺로 출가하여 담연湛演의 제자가 되었고, 인곡仁谷의 법맥을 이었다. 언제나 계를 엄격하게 지켰고, 수행에 철두철미하였다. 가지산加智山 내원암內院庵에서 입적하였다.
  237. 237)침개針芥의 인연 : 자석에 붙는 바늘과 호박琥珀에 붙는 먼지라는 뜻인데, 사람끼리 서로 의기가 투합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漢나라 왕충王充의 『논형論衡』 「난룡亂龍」에서 “호박琥珀은 지푸라기를 달라붙게 하고, 자석은 바늘을 끌어당기는 법이다.(頓牟掇芥。磁石引針。)”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38. 238)축성祝聖 : 국왕의 장수를 비는 선종禪宗의 의식을 말한다.
  239. 239)금류金流 : 수락산에 있는 폭포.
  240. 240)부봉鳧峯 : 수락산 정상 봉우리.
  241. 241)화정華頂의 목나한木羅漢 : 화정은 중국 천태산天台山 최고봉인 화정봉華頂峯을 말하는 듯하고, 목나한은 나무로 된 나한상羅漢像을 말하는 듯하다. 이에 대한 고사는 미상이다.
  242. 242)위산潙山의 수고우水牯牛 : 위산은 백장 회해百丈懷海의 법을 이어 중국 선종禪宗의 5가의 하나인 위앙종의 개조가 된 사람으로 이름은 영우靈祐이다. 수고우는 물빛 암소이다. 위산이 대중들에게 묻기를, “나는 죽은 뒤 산 밑에 가서 한 마리 물빛 소로 태어나 왼쪽 겨드랑이에 ‘위산의 중 아무개’라고 쓰겠다. 이때 위산의 중이 수고우가 됐다고 해야겠느냐, 아니면 수고우가 위산의 중이 됐다고 해야겠느냐?”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43. 243)타니대수拖泥帶水 : 화니대수和泥帶水와 같은 말로, 선善·악惡·시是·비非 등이 뒤섞여 분명히 구별되지 않음을 뜻한다.
  244. 244)산 위에~수 있네 : 『주역周易』 「함괘咸卦」에서 “천지가 감동하면 만물이 화생하고 성인이 인심을 감동시키면 천하가 화평하니, 감동하는 바를 보면 천지 만물의 정을 볼 수 있으리라.(天地感。而萬物化生。聖人感人心。而天下和平。觀其所感。而天地萬物之情可見矣。)”라고 하였고, 또 “산 위에 못이 있는 것이 함이니, 군자가 보고서 마음을 비워 남의 의견을 받아들인다.(山上有澤。咸。君子以。虛受人。)”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45. 245)포대 화상布袋和尙(?~916) : 중국 오대 후량後梁 때의 선승禪僧 계차契此를 가리킨다. 호는 정응定應이다. 당시 사람들은 장정자長汀子 또는 포대사布袋師라 불렀다. 명주明州 봉화奉化 출생이다. 체구가 비대하고 배가 불룩하게 나왔으며, 항상 커다란 자루를 둘러메고 지팡이를 짚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시주를 구하거나 인간사의 길흉 또는 일기를 점쳤다 한다. 게偈를 잘 지었으며, 봉화 악림사岳林寺에서 살다가 죽었다 한다. 미륵보살의 화신으로 존경을 받았다.
  246. 246)삼교三敎 : 불교佛敎, 유교儒敎, 도교道敎를 가리킨다.
  247. 247)육도六度 : 사람이 생사生死의 차안此岸에서 열반涅槃의 피안에 도달하기 위해 수행하는 여섯 가지 방법을 가리킨다. 곧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반야般若이다.
  248. 248)선경善慶 :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서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다.(積善之家。必有餘慶。)”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49. 249)12상원十二上願 : 12대원十二大願과 같은 말로, 약사여래가 수행할 때 세웠던 열두 가지의 서원을 말한다. 첫째는 내 몸과 남의 몸에 광명이 가득하게 하려는 원, 둘째는 위덕이 높아서 중생을 모두 깨우치려는 원, 셋째는 중생으로 하여금 욕망에 만족하여 결핍하지 않게 하려는 원, 넷째는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대승교大乘敎에 들어오게 하려는 원, 다섯째는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깨끗한 업業을 지어 삼취정계三聚淨戒를 갖추게 하려는 원, 여섯째는 일체의 불구자로 하여금 모든 기관을 완전하게 하려는 원, 일곱째는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 무상보리를 증득하게 하려는 원, 여덟째는 일체 여인으로 하여금 모두 남자가 되게 하려는 원, 아홉째는 천마天魔, 외도外道의 나쁜 소견을 없애고 부처님의 바른 지견知見으로 포섭하려는 원, 열째는 나쁜 왕이나 강도 등의 고난으로부터 일체중생을 구제하려는 원, 열한째는 일체중생의 기갈을 면하게 하고 배부르게 하려는 원, 열두째는 가난하여 의복이 없는 이에게 훌륭한 옷을 갖게 하려는 원이다.
  250. 250)풍패豊沛의 땅 : 함경도 지방이 바로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왕업을 일으킨 곳이라는 말이다. 풍패는 하권의 주 81 참조.
  251. 251)오직 덕이 제물이다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5년조에서 이 글은 『서경書經』 「주서周書」의 글이라고 하였으나, 「주서」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서逸書인 듯하다.
  252. 252)선한 사람에게~화를 내린다 : 『서경』 「탕고湯誥」에 보인다.
  253. 253)사공四空 : 무색계無色界의 네 곳을 이른다. 즉 공무변처空無邊處, 식무변처識無邊處, 무소유처無所有處,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이다.
  254. 254)사정취邪定聚 : 일체중생을 세 부류로 나누는데, 그중에 사중邪中으로 들어가도록 결정된 부류를 가리킨다.
  255. 255)삼도三途 : 세 가지 악도惡途이다. 화도火途 즉 지옥도地獄途, 혈도血途 즉 축생도畜生途, 도도刀途 즉 아귀도餓鬼途를 가리킨다.
  256. 256)생주이멸生住異滅 : 모든 사물이 생기고, 머물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네 가지 모습을 뜻한다.
  257. 257)몰하유향沒何有鄕 : 무하유향無何有鄕과 같은 말로,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무위無爲의 빈 경지로 장자莊子가 그리워하던 이상향을 말한다.
  258. 258)성조聖祖의 초잠初潛에~계획했던 자리입니다 : 성조는 태조 이성계李成桂를 가리킨다. 초잠은 『주역』 「건괘乾卦」에서 “초구는 못에 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初九。潛龍。勿用。)”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휴정休靜의 「설봉산석왕사기雪峯山釋王寺記」에 따르면, 석왕사는 고려 말인 1384년(우왕 10)에 이 절 근처의 토굴에서 지내던 무학 대사無學大師 자초自超가 태조 이성계의 꿈을 해석해 준 것이 인연이 되어 절을 크게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 꿈은 이성계가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진 꿈이었는데,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졌으니, 이는 ‘왕王’ 자의 형상으로 왕이 될 꿈이라고 풀이를 해 주었다고 한다. 왕사는 무학 대사를 가리킨다.
  259. 259)난타사蘭陁寺 : 범어로 Nālanda로, 중인도 마갈타국 왕사성의 북쪽에 있던 절이다. 7세기 초 현장玄奘이 인도에 유학할 무렵에는 인도 불교의 중심지였다. 이 절에서 많은 큰 스님들이 배출되었다. 밀교를 중국에 전한 금강지金剛智, 선무외善無畏는 모두 이 절에서 수학하였고, 또 북송北宋 때 중국에 온 법현法賢, 보타흘다補陀吃多 등도 이 절의 승려이다.
  260. 260)운감雲龕 : 석왕사의 운한각雲漢閣을 가리키는 듯하다.
  261. 261)신장宸章 : 석왕사의 신한각辰翰閣을 가리키는 듯하다.
  262. 262)손가락이며 말이라고 할 것 : 세상의 시비是非가 혼동된 것을 말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하권의 주 115 참조.
  263. 263)나무며 기러기가 될 것 : 『장자』 「산목山木」에서 “장자가 산중을 가다가는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가 있으나 쓸모가 없다 하여 사람이 그것을 베지 않은 것을 보았고, 또 자기 친구 집에 들어가서는 기러기가 잘 울지 못한다 하여 죽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의 제자가 묻기를, ‘어제 산중의 나무는 재목이 못 된 이유로 제 목숨대로 다 살 수 있었고, 오늘 이 집의 기러기는 재능이 없기 때문에 죽었으니, 선생은 어느 쪽에 처하시겠습니까?’ 하니, 장자가 말하기를, ‘나는 재목이 된 것과 재목이 되지 못한 것의 중간에 처하겠다’라고 하였다.”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공사를 할 적에 일의 선후나 경중에 따라 취사선택을 한다는 뜻으로 쓰인 말이다.
  264. 264)월인천강月印千江 : 하권의 주 232 참조.
  265. 265)유분오미乳分五味 : 젖은, 그 몸의 주인이 먹은 음식 그대로의 맛이 난다는 뜻이다. 부처님의 최초의 가르침은 한 가지인데, 이를 형용하기 위한 방편은 그 수가 매우 많은 것을 비유한 말이다.
  266. 266)10지十地와 삼현三賢 : 수행의 경지를 뜻하는 말이다. 10지는 이미 큰 지혜를 발해서 범부의 성품을 떠난 10지 보살을 가리키고, 삼현은 어느 정도 비슷하게 알기는 하나 아직 범부의 성품을 떠나지 못하고 10주十住, 10행十行, 10회향十廻向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행인을 가리킨다.
  267. 267)오과五果와 사향四向 : 오과는 원인에 의해 생겨나는 다섯 가지 존재 현상으로, 이계과離繫果, 증상과增上果, 등류과等流果, 사용과士用果, 이숙과異熟果이다. 사향은 소승들이 닦는 네 가지 계위階位로 증과證果를 향하여 수행하되, 아직 과果에 이르지 못한 동안을 말한다. 수다원향須陀洹向, 사다함향斯陀含向, 아나함향阿那含向, 아라한향阿羅漢向이다.
  268. 268)대춘大椿의 8천~저녁으로 삼으시고 : 대춘은 오래 산다는 나무 이름이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서 “아득한 옛날에 대춘이란 나무가 있었으니,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8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上古有大椿者。以八千歲爲春。八千歲爲秋。)”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 8천 년을 아침으로 삼고 저녁으로 삼으라고 한 것은 대춘보다 훨씬 오래 장수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269. 269)적석궤궤赤舃几几 : 『시경』 「낭발狼跋」에서 “공이 크고 좋은 자리 사양하시니, 면복의 붉은 신이 의젓하기만 하네.(公孫碩膚。赤舃几几。)”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이 시는 주공周公이 일찍이 관숙管叔, 채숙蔡叔으로부터 성왕成王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듣고, 또 성왕에게도 의심을 받았지만, 동방으로 피해 가 있으면서 조금도 동요하는 빛이 없이 태연자약하였으므로, 시인詩人이 주공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부른 노래이다.
  270. 270)성관星冠 : 별이 박혀 있는 모자로, 본래 도사道士의 복식인데, 여기서는 문무대신文武大臣들의 성대한 의복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271. 271)원친寃親 : 자신을 해치는 것과 자신에게 친근한 것을 가리킨다. 자신의 원수나 적을 원怨이라 하고, 자신의 친우親友를 친親이라 한다.
  272. 272)사부四部 : 사부중四部衆의 줄임말로, 사부중은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 우바새優婆塞, 우바이優婆夷를 가리킨다.
  273. 273)삼도三途와 팔난八難 : 하권의 주 86 참조.
  274. 274)회향回向 : 스스로 쌓은 선근善根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어 자타自他가 함께 불과佛果의 성취를 기하려는 것에서 유래한 말로, 여기서는 그러한 목적으로 쓴 글을 뜻한다.
  275. 275)천릉遷陵 : 이장移葬과 같은 말이다. 1821년에 현륭원顯隆園 동강東岡에 모셨던 정조대왕을 이 해에 현재 위치의 현륭원 서강西岡으로 이장하여 효의왕후를 부장祔葬하였다.
  276. 276)각황覺皇께서 현신現身하시니~널리 펴셨고 : 각황은 부처님을 가리킨다. 석가모니불이 영취산靈鷲山에 계시면서 『화엄경』과 『법화경』을 설법하신 일을 두고 말한 것이다.
  277. 277)세주世主께서 현기懸記하시니~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 세주는 부처님을 가리킨다. 현기懸記는 아주 멀리 있는 것에 대한 기록이라는 뜻으로, 부처님의 예언을 이르는 말이다. 『대운경』과 『보우경』은 모두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책이다. 『대운경』은 측천무후則天武后가 천명天命을 받아 나라를 통치한다고 논설한 책이다. 『보우경』은 부처님이 가야산 위에서 설법을 하고 있을 때 동쪽 하늘로부터 월광천자月光天子가 오색구름을 타고 부처님 앞에 나타나자 부처님이 그에게 수기授記를 주는데, 그 내용은 월광천자가 지난 세상에 부처님을 섬기면서 공덕을 닦은 인연으로 부처님이 열반에 든 후 2천 년이 지난 후 지나국支那國에 여자로 태어나 여왕이 되고 난 다음 도솔천에 올라가 미륵보살을 섬기다 나중에 미륵부처님이 될 것이라 하였다.
  278. 278)삼계三界의 복전福田이요~공양을 올립니다 : 삼계는 중생이 윤회하는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를 의미하고, 복전은 공양하고 보시하여 선을 행하고 덕을 닦으면 능히 복된 보응을 받는다는 말이다. 삼계의 복전과 일국의 보위는 정조 대왕을 가리킨다. 여래는 여여如如하게 온다는 뜻으로, 여여는 ‘그같이’라는 뜻이다. 즉 여래는 과거의 제불諸佛과 같은 동일한 길을 걸어 진리를 깨달아 열반의 피안으로 간다는 뜻이다. 원문의 ‘好去’는 여실히 저 언덕에 가서 다시 생사의 바다에 빠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역시 진리를 깨달아 열반한다는 뜻이다. 도사導師는 중생을 인도하여 불도에 들어가게 하는 사람인 부처님을 가리킨다.
  279. 279)서교西郊에서 비가~않는다는 탄식 : 『주역』 「소축괘小畜卦」에서 “소축은 형통하니 구름은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나의 서교로부터 왔기 때문이다.(小畜。亨。密雲不雨。自我西郊。)”라고 하였고, 「단전彖傳」에서 “‘구름은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다’라는 것은 오히려 가기 때문이요, ‘나의 서교로부터 왔다’라는 것은 베풂이 행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密雲不雨。尙往也。自我西郊。施未行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정조 대왕이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280. 280)경성景星의 기쁨 : 경성은 덕성德星 혹은 서성瑞星이라고 하는데, 왕도 정치가 펼쳐지는 시대에만 나타난다고 한다. 한유韓愈의 「여소실이습유서與少室李拾遺書」에서 “조정의 선비들이 목을 죽 빼고 동쪽으로 바라보기를 마치 상서로운 별이나 봉황이 처음 나타났을 적에 서로 다투어 먼저 보는 것을 유쾌하게 여기듯이 한다.(朝廷之士。引頸東望。若景星鳳凰之始見也。爭先睹之爲快。)”라고 하였다.
  281. 281)경신년에 승하하셨고 : 원문의 ‘泣弓’은 제왕帝王의 죽음을 뜻하는 말이다. 『사기』 권28 「봉선서封禪書」에서 “황제黃帝가 수산首山의 동銅을 캐어 형산荊山 아래서 솥을 지었는데, 그 솥이 완성되자 하늘에서 수염을 드리운 용이 내려와서 황제를 맞으니, 황제는 올라탔으나 그때 황제를 시종한 여러 신하와 후궁後宮 70여 명은 타지 못했다. 용이 마침내 올라가니, 나머지 소신小臣들이 모두 용의 수염을 잡고 늘어졌으나 용의 수염이 뽑히면서 신하들과 황제의 활과 칼은 떨어졌다. 황제가 하늘로 올라가 버리니, 백성은 그 궁검과 용의 수염을 안고 울었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본래는 ‘궁검弓劍’이란 말로 많이 쓰이는데, 궁검을 안고 울었다는 데서 온 말인 듯하다. 이해 8월 18일에 정조 대왕이 승하하였다.
  282. 282)심수心水 : 사물을 여실히 반영할 수 있는 마음을 가리킨다.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에서 “석가여래의 지혜의 달이 세간에 나옴에 또한 방편으로 그 증감을 보이며, 보살의 심수가 그 그림자를 나타냄에 성문과 성수들이 빛을 잃는다.(如來智月出世間。亦以方便示增減。菩薩心水現其影。聲聞星宿無光色。)”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83. 283)공운供雲 : 공양운供養雲, 공양운해供養雲海의 준말로, 시주물을 말한다.
  284. 284)도사다천覩史多天 : 도솔천兜率天이라고도 한다.
  285. 285)수마제국須摩提國 : 서방의 극락세계로 아미타불이 사는 곳이다.
  286. 286)팔덕지八德池 : 서방 극락세계의 욕지浴池로, 욕지 안에는 팔공덕수八功德水가 있다고 한다.
  287. 287)칠보수七寶樹 : 서방 극락세계에 있는 나무로, 일곱 가지 보배로 되어 있다고 한다.
  288. 288)현륭원顯隆園 : 정조正祖의 생부生父 장조莊祖와 비 경의왕후敬懿王后의 무덤으로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안녕리에 있다.
  289. 289)금선법문金仙法門 : 금선은 부처님을 가리키고, 법문은 수행자가 불도佛道로 들어오는 문으로, 여기서는 연화세계에서 비로자나불의 가르침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다.
  290. 290)학수鶴壽 : 학은 천년의 수를 누린다 하여 장수를 상징하고, 존귀한 분의 나이를 지칭하기도 한다.
  291. 291)원생圓生의 40년을~삼는 것 :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성 동북쪽에 있는 원생수圓生樹를 가리킨다. 이 나무에서 꽃이 피면 오묘한 향내가 멀리까지 퍼진다고 한다. 역시 장수를 축원하는 말이다.
  292. 292)대춘大椿의 8천~삼는 것 : 하권의 주 268 참조.
  293. 293)「주남周南」에서 태임太姙의~장수를 축수하소서 : 「주남」은 『시경』을 구성하는 큰 편명으로, 〈관저關雎〉와 〈갈담葛覃〉 등 11편으로 되어 있는데, 대부분 주나라의 후비后妃를 칭송한 것이다. 태임은 주나라 왕계王季의 비로 곧 문왕文王의 어머니이다. 「주남」에 태임만을 칭송한 편은 없으나, 대체로 「주남」에서 노래하는 후비의 덕을 본받아 순조를 잘 보필하고, 원자를 태평성대를 가져온 문왕과 같은 성군聖君으로 길러 달라는 뜻이다. 서왕모는 전설 속에 나오는 여신선으로, 불로장생不老長生하였다고 하는데, 서지는 그가 살았던 요지瑤池의 별칭이다. 즉 서왕모처럼 장수하기를 빈다는 뜻이다.
  294. 294)요지瑤池의 반도蟠桃 : 요지는 서왕모가 살았던 곳이고, 반도는 서왕모가 심었던 복숭아로 3천 년 만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고 하여 장수의 의미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편안하게 지내 장수하기를 빈다는 뜻이다.
  295. 295)중생들을 위하기~타고 내려왔고 : 석가모니가 도솔천에 호명護明이라는 이름의 보살로 있다가,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도솔천에서 내려와 정반왕의 첫째 왕비인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머물렀다. 그때 왕비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꿈에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를 보았다. 그 코끼리는 머리가 붉은빛이었고, 여섯 개의 다리와 코로 선 채, 금으로 상아를 단장하고 허공을 날아 내려와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왔다는 이야기에서 온 말이다.
  296. 296)화연化緣을 따르기~동토東土를 밟았습니다 : 화연은 교화하는 인연을 말한다. 후한後漢 명제明帝 때 인도의 승려 가섭마등迦葉摩騰, 축법란竺法蘭 등이 명제의 사신 채음蔡愔의 간청으로 불상과 경전을 흰 말에 싣고 중국으로 건너온 일을 가리킨다. 동토東土라고 한 것은, 중국이 인도의 동쪽에 있기 때문이다.
  297. 297)달이 수많은 강을 비추는 것 : 하권의 주 232 참조.
  298. 298)양 무제梁武帝가~제도해 주었습니다 : 양 무제의 꿈에 어떤 신승神僧이 나타나서 “중생들이 고통을 받는 것이 끝이 없는데, 어찌 수륙대재水陸大齋를 지내 그들을 제도해 주지 않는가?”라고 하기에, 두루 물으니 오직 지공誌公이란 스님만이, “경론經論을 두루 심구尋究해 보면 틀림없이 인연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양 무제가 곧바로 사람을 보내 대장경大藏經을 맞이해 오게 하여 오랜 시간 동안 열람하여 그 의문儀文을 만들기 시작하여 3년 만에 완성하였다. 이에 도량을 세워 한밤에 친히 의문을 받들면서 부처님께 축원하자 이험異驗이 있었다. 천감天監 4년(505) 2월 15일에 금산사金山寺에서 의식을 베푸니, 그 당시 일어난 신령한 응험을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의식은 중간에 행해지지 않다가 당나라 함형咸亨(670~673) 연간에 서경西京의 법해사法海寺의 영 선사英禪師가 태산 부군泰山府君이 부르기에 가서 설법을 해 주는 꿈을 꾸었다. 어떤 이인異人이 앞으로 와서 그에게 지금 대각사大覺寺의 오승吳僧 의제義濟가 그 의문을 얻었으니 구해서 대재를 지내 달라고 하자, 그것을 얻어 수륙대재를 지내 주었다. 의식이 끝나자 지난번의 그 이인이 그의 무리들을 이끌고 영 선사의 앞으로 와서 자신은 진나라 장양왕莊襄王이며, 또 그 무리들은 범수范睢 등 진나라의 신하들로, 모두 본죄本罪 때문에 명부冥府에 구금되어 있었다가, 옛적 양 무제가 금산사에서 수륙대재를 베풀어 전대 주왕紂王의 신하들이 모두 명부에서 벗어난 것을 보고 영 선사에게 부탁해 대재를 통해 참회를 하여 자신과 그 무리들이 이에 힘입어 인간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하고는 사라졌다는 고사가 있는데, 여기서 온 말이다. 『불조통기佛祖統記』 권33.
  299. 299)양족 자존兩足慈尊 : 지혜와 복덕을 아울러 갖춘 자비스런 분이라는 뜻으로 부처님을 가리킨다.
  300. 300)쌍운 대사雙運大士께서는∼물고기를 건져서 : 쌍운 대사는 지혜와 자비를 함께 쓰는 보살이란 말로, 오종자재五種自在 중 하나이다. 『대보적경大寶積經』 권68 「정천수기품淨天授記品」에서 “수명이 자재하여 보살이 법신의 혜명을 이미 이루어서 삶과 죽음, 일찍 죽음과 장수함이 전혀 없으나 유정을 초탈하여 드디어 제방에 기미를 따라 장단 수명의 상을 현시하여 걸림이 없음을 이른다.(壽命自在。謂菩薩雖已成就法身之慧命。了無生死夭壽。然爲度脫有情。遂以諸方便隨機示現長短壽命之相。而無有罣礙。)”라고 하였다. 유정有情의 물고기는 중생을 비유한 말이다.
  301. 301)구품九品 : 하권의 주 102 참조.
  302. 302)보수寶樹 : 칠보수七寶樹의 약칭이다. 칠보수는 극락세계에 있는 칠보로 이루어진 나무이다.
  303. 303)고인古人이 금어金魚를~한 말 : 대혜 선사大慧禪師가 왕 내한汪內翰에게 답한 편지에 설봉 진각雪峰眞覺이 “염라대왕은 금어 찬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閻王不怕佩金魚)”라고 한 말을 인용한 부분에서 온 말이다. 금어는 병사를 동원할 때 사용하는 부절로서, 물고기 모양으로 도금을 한 패이다. 즉 죽음에 이르러서는 어떤 권위도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서장書狀』 「답왕내한答汪內翰」.
  304. 304)삼보三寶 : 불佛, 법法, 승僧을 가리킨다.
  305. 305)우수牛首를 사르니~하늘에까지 진동합니다 : 우수는 우두전단牛頭旃檀과 같은 말로 좋은 향을 뜻하고, 어음은 어산魚山으로 범패이다. 향을 사르니 땅이 솟아오르고, 범패를 연주하니 하늘이 진동한다는 말로, 즉 천지의 신명이 상서祥瑞를 보인다는 뜻이다.
  306. 306)삼대전하三大殿下 : 대비大妃, 왕대비王大妃, 대왕대비大王大妃를 일컫는 말이다.
  307. 307)만고萬古의 선리仙李가~맺게 하시며 : 『태평광기太平廣記』에서 “노자의 어머니가 마침 오얏나무의 밑에 이르러 노자를 낳았는데,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줄 알았다. 노자가 그 나무를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저 나무의 이름으로 나의 성을 삼으시오’라고 하여 이씨로 성을 삼았다. 그 뒤에 당나라를 세운 이씨가 일찍이 스스로 노자의 후손이라고 말하였으므로 후세에 이씨의 종족이 창성한 것을 선리반근仙李蟠根이라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조선의 왕인 전주 이씨 왕조가 창성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308. 308)천년의 반도蟠桃가~해 주소서 : 반도는 서왕모西王母가 심었던 복숭아로 3천 년 만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고 하여 장수長壽의 의미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자손들이 계속해서 번창하고 수를 누리길 바란다는 의미이다.
  309. 309)적막適莫 : 의리에 따라 행할 뿐, 오로지 주장하거나 즐겨 하지 않음이 없는 처신을 말한다.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천하의 일에 있어 오로지 주장함도 없으며, 그렇게 하지 않음도 없어 의를 따를 뿐이다.(君子之於天下也。無適也。無莫也。義之與比。)”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논어』 「이인里仁」.
  310. 310)범이 떠나고~텅 비었구나 : 훌륭한 분이 돌아가신 것을 뜻하는 말이다. 소식蘇軾의 「제구양공문祭歐陽公文」에서 구양수歐陽脩의 죽음에 대해, “비유하자면 깊은 산, 큰 못에 용이 죽고 범이 떠나면 온갖 변괴가 나와 미꾸라지와 드렁허리가 춤추고 여우와 살쾡이가 울부짖는 것과 같다.(譬如深山大澤。龍亡而虎逝。則變怪雜出。舞鰌鱓而號狐狸。)”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고문진보후집』 권8.
  311. 311)골짜기에 배를 숨기셨구나 : 오래 살리라 믿었는데 덧없이 죽었음을 뜻한다. 『장자』 「대종사大宗師」에서 “골짜기에 배를 숨기고 못 속에 산을 숨겨 놓고 견고하다고 여기지만, 그러나 밤중에 힘이 센 사람이 지고 가는데도 어리석은 사람은 모른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12. 312)온 절~어둡지 않았어라 : 하권의 「뇌묵 노화상 행장雷默老和尙行狀」에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있다.
  313. 313)믿을 곳을 잃었으니 : 『시경詩經』 〈육아蓼莪〉에서 “아버지가 없으면 누구를 믿고 어머니가 없으면 누구를 믿을까.(無父何怙。無母何恃。)”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스승인 뇌묵 화상이 돌아가셨으니, 이는 부모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314. 314)무봉無縫의 곡탑鵠塔 : 곡림鵠林에 있는 탑이란 말이다. 곡림은 부처님이 세상을 떠난 곳으로 쌍림雙林 또는 사라쌍수沙羅雙樹라고도 한다. 이 곡탑에는 부처님의 사리가 간직되어 있다. 여기서는 뇌묵 화상의 사리가 들어 있는 사리탑을 이르는 말이다. 무봉이란 말은 탑에 층급層級이 없어서 붙은 말이다.
  315. 315)설산雪山 : 뇌묵 화상이 입적했던 석왕사釋王寺가 위치한 설봉산雪峰山을 가리킨다. 함경남도 안변군에 있다.
  316. 316)봉선사奉先寺 :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운악산雲岳山에 있는 절이다. 본래 969년(광종 20)에 법인 국사法印國師 탄문坦文이 창건하여 운악사雲岳寺라고 하였다. 그 뒤 조선 세종 때에 이전의 7종을 선교 양종으로 통합할 때 이 절을 혁파하였다가, 1469년(예종 1)에 세조의 비 정희왕후貞熹王后 윤씨尹氏가 세조를 추모하여 능침을 보호하기 위해 89칸의 규모로 중창한 뒤 봉선사라고 하였다.
  317. 317)성조聖祖의 부지런한~점 구름이었네 : 『상채어록上蔡語錄』에서 “반드시 세상을 뒤덮을 만한 공적은 허공의 한 점 구름과 같다.(必蓋世底功業。如太空中一㸃雲相似。)”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하 세조 이전의 임금들을 찬미한 말이다.
  318. 318)입승대통入承大統 : 종계宗系가 아닌 종친宗親으로 대통大統을 이은 경우에 쓰는 말이다. 세조는 본래 세종世宗의 둘째 아들로, 형인 문종文宗 사후死後에 조카인 단종端宗이 보위를 이었는데,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켜 단종을 폐위하고 보위에 오른 인물이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319. 319)대대로 빛나게 하였으니 : 『시경』 〈문왕文王〉에서 “문왕의 손자 백세토록 본손과 지손 번성하고, 모든 주나라 선비들도 대대로 빛나게 하시었도다.(文王孫子。本支百世。凡周之士。不顯亦世。)”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20. 320)「호기昊紀」에는 관봉을 했다 하고 : 「호기」는 『노사路史』 「소호기少昊紀」를 가리킨다. 「소호기」에 소호가 즉위할 적에 다섯 봉황이 마침 이르러 단서丹書를 준 상서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새의 이름으로 관명官名을 붙였던 고사를 말한다.
  321. 321)「주아周雅」에는 우종羽螽이 있어라 : 「주아」는 본래 『시경』의 「대아大雅」와 「소아小雅」를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주남周南」의 오류인 듯하다. 우종은 「주남」의 시 중 〈종사螽斯〉를 가리키는데, 〈종사〉는 후비后妃의 자손이 많음을 가리키는 시이다. 여기서는 세조의 자손들이 대대로 번성함을 뜻한다.
  322. 322)궁검이 이에 떨어지니 : 하권의 주 281 참조.
  323. 323)이 땅에 해가 떠오르니 : 제왕의 즉위를 뜻한다. 두목杜牧의 〈두추랑시杜秋娘詩〉에서 당나라 목종穆宗의 즉위를 노래하여 “함지에서 해가 솟는 경사로다.(咸池昇日慶)”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24. 324)하저河渚에서는 무지개가 흘러내리네 : 원문의 ‘渚’는 전설상의 지명인 화저華渚를 가리키는 말로, 『송사宋史』 「부서지符瑞志」에서 “제지帝摯 소호씨少昊氏의 어머니는 여절女節인데, 마치 무지개와 같은 별이 아래로 화저에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이윽고 꿈속에서 감응하여 소호少昊를 낳았다. 소호가 제위帝位에 오르니, 봉황이 날아오는 상서祥瑞가 있었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원자가 태어났다는 말인 듯하다.
  325. 325)상제上帝의 뜰을~마침내 감통하네 : 『시경』 〈문왕文王〉에서 “문왕의 오르내리심이 상제의 좌우에 계시니라.(文王陟降。在帝左右。)”라고 하였고, 「경지敬之」에서 “높고 높아 저 위에 있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그 일에 오르내리어 날로 살펴보심이 이에 계시니라.(無曰高高在上。陟降厥土。日監在茲。)”라고 하였으며, 〈민여소자閔予小子〉에서 “이 황조를 생각하여 뜰을 오르내림을 보는 듯하도다.(念茲皇祖。陟降庭止。)”라고 하였고, 〈방락訪落〉에서 “뜰에 오르내리며 집에 오르내림을 계속하도다.(紹庭上下。陟降厥家。)”라고 하였다.
  326. 326)아아 잊을 수가 없으니 : 『대학장구』 전 3장에서 “「시」에서 ‘아아! 전왕을 잊을 수가 없구나’ 하였다. 군자는 그 훌륭한 이를 훌륭하게 여기고, 가까운 이를 친애하며, 소인은 그 즐거운 것을 즐거워하고, 이로운 것을 이롭게 여긴다. 그러므로 세상을 떠났는데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詩云。於戲。前王不忘。君子賢其賢而親其親。小人樂其樂而利其利。此以沒世不忘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27. 327)멀리 촉묘蜀廟를~제사를 올리는데 : 『문헌통고文獻通考』의 복희伏羲 이하 제왕帝王들 가운데에 그 사묘祠廟가 군현郡縣에 있는 경우가 모두 스물다섯인데, 그 가운데 촌려村閭에서 제향을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니, 촉묘는 촌옹村翁이 제향을 올린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촉묘가 누구의 사당을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다.
  328. 328)각기 청녕함을 얻으니 : 청녕함을 얻었다는 말은, 『노자老子』 「법본法本」에서 “하늘은 한 가지 도를 얻어서 청명하고, 땅은 한 가지 도를 얻어서 영정하다.(天得一以淸。地得一以寧。)”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29. 329)원하고 형하고~암말의 정함입니다 : 『주역』 「곤괘坤卦」에서 “곤은 원하고 형하고 이하고 암말의 정함이다.(坤。元亨利。牝馬之貞。)”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30. 330)두터운 덕으로~길하여 자생합니다 : 『주역』 「곤괘」에서 “지극하다, 곤의 원이여. 만물이 의뢰하여 생겨나니 이에 순히 하늘을 받든다.(至哉。坤元。萬物資生。乃順承天。)”라고 하였고, “지세가 곤이니, 군자가 보고서 후한 덕으로 물건을 실어 준다.(地勢坤。君子以。厚德載物。)”라고 하였으며, “안정의 길함이 땅의 무강함에 응한다.(安貞之吉。應地无疆。)”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 1)「恨」疑「限」{編}。
  2. 2)「傅」疑「傳」{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