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극암집(克庵集) / 克庵集卷之一

ABC_BJ_H0282_T_003

011_0566_a_02L
극암집 제1권(克庵集 卷一)
총목차總目次
극암집 제1권(克庵集 卷一)
오언절구五言絶句
사문 김성호의 은거에 대해 쓰다(題金斯文聲浩幽居)
은선암을 방문하여(訪隱仙庵)
이씨의 산속 정자에 갔다가 만나지 못하고(過李氏山亭不遇)
또又
봄날에 노호 정현익의 은거지에 가서(春日過蘆湖鄭玄益幽居)
우연히 읊다(偶吟)
봄날에 되는 대로 읊다(春日謾吟)
강 누각에 밤에 앉아(江閣夜坐)
낙조落照
입춘立春
오언율시五言律詩
이별의 시에 화답하다(和留別)
덕산에서 자고 일찍 출발하며(宿德山早發)
중추에 객을 마주하여(仲秋對客)
봄날 즉석에서(春日卽事)
나그네 길에(客裏)
낙금헌의 시에 차운하여(次樂琴軒韻)
세모에 양진을 건너며(歲暮過陽津)
객에게 보이다(示客)
수석대에 대해 쓰다(題水石臺)
혼원에게 보여 주는 게송(示混元偈)
수옹에게 보여 주는 게송(示睡翁偈)
석응에게 보여 주는 게송(示石應偈)
칠언절구七言絶句
석천폭포를 보며(觀石泉瀑布)
수양버들(垂楊)
그리움 두 수(懷人二絶)
사월 글방에서 밤에 대화하며(沙月塾夜話)
나그넷길에 송별하며(客中送別)
고인의 시를 읽고서(讀故人詩)
최정산을 바라보며(望最頂山)
사문 박회도에게 드림(呈朴斯文會道)
봄날 길을 가다가(春日途中)
칠언율시七言律詩
산성에서 봄 아침에 안개를 헤치며(山城春朝啄霧)
새벽에 동천을 나서며(曉出洞天)
친구에게 회포를 풀어내며(與友人叙懷)
초승달(初月)
제비(鷰)
아이들 놀이를 보고(看兒戱)
통판 동릉 이보인의 시에 차운하여(敬次通判洞陵李輔仁韻)
부. 혼원 세환이 지은 시(附混元世煥)
석응 달현이 지은 시(石應達玄)
금강산을 완람하며 통천의 총석정과 금란굴을 보려 했고, 배를 타면 볼 수 있었는데 고용할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동릉 이보인께서 당시 통천군 수령이셨는데 방문하니 기뻐하고서 즉시 뱃사공에게 배를 띄우라 명하셨다. 장관을 관람하고 며칠 머무르는데 대접을 후하게 해 주시고 도에 관한 논의가 굉장해서 나그네 시름을 싹 잊었다. 이별을 하게 됨에 시와 서문을 써 주셔서 화답하여 올린다(玩金剛。 而意見通川之叢石金蘭。 乘船可見也。 無雇直恨矣。 洞陵李侯輔仁。 時宰是郡。 訪入欣然。 卽命艘工泛舟。 壯觀歸。 留數日。 官供甚厚。 道論恢宏。 頓忘覊懷。 臨別贈詩並序。 扳和以呈。)
부. 혼원 세환이 지은 시(附混元世煥)
혼경 세영이 지은 시(混鏡世映)
원시(原)
바다를 보고(觀海)
밀양 수령 조장우의 시에 삼가 차운하여(謹次密州使君趙章宇韻)
유생 박재우와 함께 지은 부(與朴生在佑共賦)
갑자년(1864) 가을에 호남에 갔다가 날이 저물어 참봉 김세순의 서사書社에서 묵게 되었다. 대접이 정성스러웠고 언론이 갈수록 대단하여 산수를 평가하면서 밤새도록 객회를 잊었다.(歲甲子秋。 爲客湖南。 抵暮寄宿於叅奉金世淳書社。 接待欵曲。 言論愈奇娓娓。 山水之評。 忘懷達夜。)
가을밤에 손 마주해 ‘마음 심’ 자를 뽑아서(秋夜對客拈心字)

011_0566_a_02L克庵集卷之一

011_0566_a_03L

011_0566_a_04L1)總目次 [2]

011_0566_a_05L
卷一

011_0566_a_06L
五言絕 九篇

011_0566_a_07L
題金斯文聲浩幽居訪隱仙庵
011_0566_a_08L李氏山亭不遇
春日…幽居偶吟
011_0566_a_09L春日謾吟江閣夜坐落照立春

011_0566_a_10L
五言律 十二篇

011_0566_a_11L
和畱別宿德山早發仲秋對客
011_0566_a_12L春日卽事客裏次樂琴軒韻
011_0566_a_13L暮過陽津示客題水石臺
011_0566_a_14L混元偈示睡翁偈示石應偈

011_0566_a_15L
七言絕 九篇

011_0566_a_16L
觀石泉瀑布垂楊懷人二絕
011_0566_a_17L月塾夜話客中送別讀故人詩
011_0566_a_18L望最頂山呈朴斯文會道春日途中

011_0566_a_19L
七言律 三十六篇

011_0566_a_20L
山城春朝啄霧曉出洞天與友人
011_0566_a_21L叙懷初月看兒戱敬次
011_0566_a_22L通判洞陵李輔仁韻玩金剛…和
011_0566_a_23L以呈觀海謹次密州使君趙章
011_0566_a_24L宇韻
與朴生在佑共賦歲甲
011_0566_a_25L子秋…忘懷達夜秋夜對客拈心字

011_0566_b_01L산에서 등 켜고 대화하다(山燈會話)
봄날에 함께 읊다(春日聯吟)
반딧불을 노래하다(詠螢)
야엄거사 추문석을 이별하며(別也广居士秋文碩)
계남의 작은 모임(溪藍小會)
사곡의 은거지를 방문하여 쓴 시를 차운하여(次訪師谷幽居韻)
대율리 서당을 중수하면서 지은 시에 차운하여(次大栗里塾重修韻)
유산객의 시첩에 쓰다(題遊山客詩帖)
유학자 만호 채정식의 시에 차운하여(次晩湖蔡斯文廷植韻)
잔치를 베풀어 작별함(餞別)
팔하 족장 석지의 생일잔치 시에 차운하여(次八下族丈錫止晬宴韻)
난계蘭禊
학산의 단란한 대화(鶴山欒語)
고향 편지를 보고 느낌이 있어 회포를 적다(見故鄕書有感寫懷)
축삼 사미에게 주는 가르침(贈竺森沙彌訓語)
이 몇 마디 말을 항상 좋아했는데 홍 상인이 돌아간다기에 이별 선물로 비로소 사용한다(此數語常愛。 而因弘上人歸。 代贐始用)
동지冬至
연죽와 시에 차운하여(次然竹窩韻)
구산 수령 운파 조병유의 생일잔치 시에 차운하여(次龜山使君雲坡趙秉瑜晬宴韻)
학산에서 유생 이덕양과 시를 짓다(鶴山客裏與李生德養拈韻)
가을날 단아한 모임(秋日雅集)
병중에 우연히 읊다(病中偶吟)
파계사 금당에 쓰다(題把溪金堂)
부. 백운 이화상이 지은 시(附白雲李華祥)
치당 신숙균이 지은 시(恥堂申琡均)
송재 현경운이 지은 시(松齋玄擎運)
성당 이정상이 지은 시(惺堂李定祥)
우항 정내조가 지은 시(雨航鄭來朝)
중산 서경순이 지은 시(中山徐畊淳)
동초 소현규가 지은 시(東樵蘇鋧奎)
하산 서긍수가 지은 시(霞山徐兢洙)
노산 우동식이 지은 시(蘆山禹東軾)
만시挽詩
매수 정관용에 대한 만시(挽梅叟鄭官容)
만호 사문 채정식에 대한 만시(挽晩湖蔡斯文廷植)
매석 대아 김도제에 대한 만시(輓梅石金大雅道濟)
호군 김정두에 대한 만시(挽護軍金楨斗)
극은 이상후에 대한 만시(挽克隱李相厚)
동지 신곡 이순일에 대한 만시(輓同知莘谷李順一)
오위장 마형두에 대한 만시(挽五衛將馬亨斗)
은자의 노래(隱者歌)
극암집 제2권(克庵集 卷二)
편지(書)
시광 김준영 사문에게 보내는 답서(答詩匡金斯文俊榮書)
경산 사군 이헌소에게 올리는 답서(答上慶山使君李憲昭書)
응담에게 보내는 편지(寄凝潭書)
기장 사군 추원 오영석에게 드리는 편지(呈機張使君秋園吳榮錫書)
상사 박제순에게 보내는 편지(與朴上舍齊淳書)
진사 김준근에게 보내는 답서(答金進士俊根書)
사문 김정로에게 보내는 편지(與金斯文貞魯書)
대아 두계화에게 보내는 답서(答杜大雅啓華書)
대아 박정수에게 보내는 편지(與朴大雅廷秀書)
대아 이춘섭에게 보내는 편지(與李大雅春燮書)
일허 주지께 보내는 답서(答一虛丈室書)
일청거사 전낙도에게 보내는 답서(答一靑居士全洛都書)
효자 김우묵을 위로하는 편지(慰金孝禹默書)
혜운당께 보내는 답서(答惠雲堂書)
사문 최정술에게 보내는 답서(答崔斯文廷述書)

011_0566_b_01L山燈會話春日聯吟詠螢
011_0566_b_02L也广居士秋文碩溪藍小會次訪
011_0566_b_03L師谷幽居韻次大栗里塾重修韻
011_0566_b_04L遊山客詩帖次晩湖蔡斯文廷植韻
011_0566_b_05L餞別次八下族丈錫止晬宴韻
011_0566_b_06L鶴山欒語見故鄕書有感寫懷
011_0566_b_07L贈竺森沙彌訓語此數語常愛而因
011_0566_b_08L弘上人歸代贐始用冬至次然竹
011_0566_b_09L窩韻次龜山使君雲坡趙秉瑜晬宴
011_0566_b_10L鶴山客裏與李生德養拈韻
011_0566_b_11L日雅集病中偶吟題把溪金堂

011_0566_b_12L
八篇

011_0566_b_13L
挽梅叟鄭官容挽晩湖蔡斯文廷植
011_0566_b_14L挽梅石金大雅道濟挽護軍金楨斗
011_0566_b_15L挽克隱李相厚挽同知莘谷李順一
011_0566_b_16L挽五衞將馬亨斗隱者歌

011_0566_b_17L
卷二

011_0566_b_18L
二十五篇

011_0566_b_19L
答詩匡金斯文俊榮書答上慶山使
011_0566_b_20L君李憲昭書寄凝潭書呈機張使
011_0566_b_21L君秋園吳榮錫書與朴上舍齊淳書
011_0566_b_22L答金進士俊根書與金斯文貞魯書
011_0566_b_23L答杜大雅啓華書與朴大雅廷秀書
011_0566_b_24L與李大雅春燮書答一虛丈室書
011_0566_b_25L一靑居士全洛都書慰金孝禹默書
011_0566_b_26L答惠雲堂書答崔斯文廷述書

011_0566_c_01L우항 정내조에게 보내는 편지(與雨航鄭來朝書)
용호 화상께 드리는 편지(呈龍湖和尙書)
보운 화상께 드리는 편지(呈寶雲和尙書)
대호 사문 장용수에게 보내는 답서(答大湖蔣斯文龍洙書)
단산 대아 최봉성에게 보내는 답서(答丹山崔大雅鳳成書)
중산의 효자 서경순을 위로하는 편지(慰中山徐孝畊淳書)
운초 대아 홍백우에게 보내는 답서(答雲樵洪大雅百佑書)
매곡 대아 홍명우에게 보내는 답서(答昧谷洪大雅明佑書)
율사 대아 홍규흠에게 보내는 답서(答栗史洪大雅奎欽書)
하산거사 서긍수에게 보내는 답서(答霞山居士徐兢洙書)
극암집 제3권(克庵集 卷三)
서序
성전암 장명등 서(聖殿庵長明燈序)
불조보세계 서(佛祖譜世系序)
승보 서僧譜序
연죽와 서然竹窩序
학계 서學契序
기記
동화사 부도암 독락대 중수기桐華寺浮圖庵獨樂臺重修記
파계사 성전암 중수기把溪寺聖殿庵重修記
양주 도봉산 회룡사 중수기楊州道峯山回龍寺重修記
찬賛
결제 상단 축찬結制上壇祝賛
결제 중단 축찬結制中壇祝賛
꿈 풀이 찬(夢解賛)
문文
환성사 응향각 상량문環城寺凝香閣上樑文
파계사 금당암 칠성전 상량문把溪寺金塘庵七星殿上樑文
동화사 금당 탑전 상량문桐華寺金堂塔殿上樑文
영파 화상의 비각을 중수하는 회문(影波和尙碑閣重修回文)
기우제문祈雨祭文
다축문茶祝文
천황제문天皇祭文
세가 자서世家自敍
[부록附錄]
가장家狀
극암집 발克庵集跋
극암집 후서克庵集後叙

011_0566_c_01L雨航鄭來朝書呈龍湖和尙書
011_0566_c_02L寶雲和尙書答大湖蔣斯文龍洙書
011_0566_c_03L答丹山崔大雅鳳成書慰中山徐孝
011_0566_c_04L畊淳書答雲樵洪大雅百佑書
011_0566_c_05L昧谷洪大雅明佑書答栗史洪大雅
011_0566_c_06L奎欽書答霞山居士徐兢洙書

011_0566_c_07L
卷三

011_0566_c_08L
五篇

011_0566_c_09L
聖殿庵長明燈序佛祖譜世系序
011_0566_c_10L譜序然竹窩序學契序

011_0566_c_11L
三篇

011_0566_c_12L
桐華寺浮圖庵獨樂臺重修記把溪
011_0566_c_13L寺聖殿庵重修記楊州道峯山回龍
011_0566_c_14L寺重修記

011_0566_c_15L
三篇

011_0566_c_16L
結制上壇祝賛結制中壇祝賛
011_0566_c_17L解賛

011_0566_c_18L
七篇

011_0566_c_19L
環城寺凝香閣上樑文把溪寺金塘
011_0566_c_20L庵七星殿上樑文桐華寺金堂塔殿
011_0566_c_21L上樑文影波和尙碑閣重修回文
011_0566_c_22L雨祭文茶祝文天皇祭文

011_0566_c_23L
附錄 二篇

011_0566_c_24L
世家自序家狀

011_0566_c_25L總目次編者改作補入

011_0567_a_01L
오언절구五言絶句
사문1) 김성호의 은거에 대해 쓰다(題金斯文聲浩幽居)
水淨心隨淨      물 맑아 마음도 따라 맑고
山深道自深      산 깊어 도심도 절로 깊은데
豈無仁智者      어질고 지혜로운 이가 없으니
此樂與誰尋      이 즐거움을 뉘와 함께 찾을까
은선암을 방문하여(訪隱仙庵)
澗響傳琴譜      샘물 소리는 가야금 악보 전하고
巖苔學篆書      바위 이끼는 전서 글씨 배운 듯
白雲開一路      흰 구름이 한 줄기 길을 열어
導我入仙廬      나를 인도하여 은선암에 드네
이씨의 산속 정자에 갔다가 만나지 못하고(過李氏山亭不遇)
庭下千竿竹      정자 아래 천 그루 대나무들
架頭百本書      시렁 위에는 백 가지 서적들
憑欄風自遠      난간에 기대니 바람 불어와
夾若太淸居      상쾌함이 태청2)인 듯하네
또又
幽花惟蝶影      그윽한 꽃에는 나비 그림자만
深樹只蟬聲      깊은 나무에는 매미 소리만
移時悵延佇      오래도록 쓸쓸히 기다리노니
誰共話中情      뉘와 함께 속마음 이야기할까
봄날에 노호 정현익의 은거지에 가서(春日過蘆湖鄭玄益幽居)
籬落江湖近      울타리가 강가에 가까우니
十分白鷺沙      온통 백로처럼 하얀 백사장
客去門空閉      객이 가면 문은 닫히지만
花香尙滿家      꽃향기는 여전히 집에 가득하리
우연히 읊다(偶吟)
方塘開一鑑      연못은 하나의 거울이 되고
雲影更徘徊      구름 그림자가 또 배회하네
淸意如何得      맑은 뜻을 어떻게 얻을까
源頭水自來      근원에서 물은 절로 오누나
봄날에 되는 대로 읊다(春日謾吟)
春日多佳麗      봄날에 아름다운 게 많아
山禽百種啼      산새들 갖가지로 울어 대고
花明心自樂      환한 꽃에 마음 절로 즐거워
懶屐渡前溪      나막신 끌고 앞 시내 건너네
강 누각에 밤에 앉아(江閣夜坐)
月上虛洲白      달이 텅 빈 물가를 비추고
雲歸亂峀靑      구름 돌아가 산은 푸른데

011_0567_a_01L五言絕

011_0567_a_02L題金斯文聲浩幽居

011_0567_a_03L
水淨心隨淨山深道自深

011_0567_a_04L豈無仁智者此樂與誰尋

011_0567_a_05L訪隱仙庵

011_0567_a_06L
澗響傳琴譜巖苔學篆書

011_0567_a_07L白雲開一路導我入仙廬

011_0567_a_08L過李氏山亭不遇

011_0567_a_09L
庭下千竿竹架頭百本書

011_0567_a_10L憑欄風自遠 [4] 若太淸居

011_0567_a_11L

011_0567_a_12L
幽花惟蝶影深樹只蟬聲

011_0567_a_13L移時悵延佇誰共話中情

011_0567_a_14L春日過蘆湖鄭玄益幽居

011_0567_a_15L
籬落江湖近十分白鷺沙

011_0567_a_16L客去門空閉花香尙滿家

011_0567_a_17L偶吟

011_0567_a_18L
方塘開一鑑雲影更徘徊

011_0567_a_19L淸意如何得源頭水自來

011_0567_a_20L春日謾吟

011_0567_a_21L
春日多佳麗山禽百種啼

011_0567_a_22L花明心自樂懶屐渡前溪

011_0567_a_23L江閣夜坐

011_0567_a_24L
月上虛洲白雲歸亂峀靑

011_0567_b_01L遠天星斗轉      먼 하늘에 별자리 옮아가고
寒霏向曉零      찬비가 새벽 향해 듣누나
낙조落照
藕花紅欲墮      연꽃이 붉어 떨어지려 하는데
荻葉綠還迷      억새 잎 푸르러 다시 아득하고
樵歌牛共下      초동이 노래하며 소와 내려오니
山日已傾西      해는 이미 서산으로 기울었네
입춘立春
庭梅初覺夢      뜰의 매화는 막 잠에서 깨고
澗柳始生心      시냇가 버들은 비로소 싱그럽네
盤菜開新味      소반의 채소는 새 맛을 알리니
春情自不禁      춘정을 절로 금할 길 없어라
오언율시五言律詩
이별의 시에 화답하다(和留別)
夜闌忘倚枕      밤 깊도록 눕는 것도 잊고서
詩竟未移燈      시 끝나도록 등불 옮기지 않았네
已恨春爲客      봄에 나그네 된 것도 아쉬운데
重嗟老別朋      늙어 벗을 이별함 거듭 서운해
海鷗憐共逐      바다 갈매기 좋아서 같이 놀고
林露愛相凝      숲의 이슬 좋아서 서로 엉기지
欲識愁多少      근심의 많고 적음 알고 싶은가
山雲更萬層      산 구름이 거듭 만 겹이라네
덕산에서 자고 일찍 출발하며(宿德山早發)
晨起治笻屨      새벽에 일어나 행장을 차리니
戴溪宿霧晴      대계3)의 묵은 안개 맑아졌네
山明仁者意      산이 밝음은 인자의 뜻이요
水麗智人情      물이 고움은 지자의 정이라
病鶴猶能舞      병든 학 여전히 춤출 수 있고
乳鷄始學鳴      어린 닭 비로소 울음 배우네
通宵論膽盡      밤새도록 마음을 다 토로하고
早日更回程      아침 일찍 다시 길에 오르네
중추에 객을 마주하여(仲秋對客)
適來皆舊面      마침 온 이들이 모두 구면이라
重對㪅何如      거듭 마주하니 또 어떠한가
離恨長時在      이별의 아쉬움이 길더니
座香去後餘      앉은 자리 향이 간 후에도 남아
澹烟浮古篆      맑은 연기는 옛 글자 모양이요
彤葉載新書      붉은 잎은 새 책을 실은 듯하네
日暮山逾靜      날이 저물어 산 더욱 고요하니
松琴和澗疎      솔 소리가 물소리와 어울리누나

011_0567_b_01L遠天星斗轉寒霏向曉零

011_0567_b_02L落照

011_0567_b_03L
藕花紅欲墮荻葉綠還迷

011_0567_b_04L樵歌牛共下山日已傾西

011_0567_b_05L立春

011_0567_b_06L
庭梅初覺夢澗柳始生心

011_0567_b_07L盤菜開新味春情自不禁

011_0567_b_08L

011_0567_b_09L五言律

011_0567_b_10L和留別

011_0567_b_11L
夜闌忘倚枕詩竟未移燈

011_0567_b_12L已恨春爲客重嗟老別朋

011_0567_b_13L海鷗憐共逐林露愛相凝

011_0567_b_14L欲識愁多少山雲更萬層

011_0567_b_15L宿德山早發

011_0567_b_16L
晨起治笻屨戴溪宿霧晴

011_0567_b_17L山明仁者意水麗智人情

011_0567_b_18L病鶴猶能舞乳鷄始學鳴

011_0567_b_19L通宵論膽盡早日更回程

011_0567_b_20L仲秋對客

011_0567_b_21L
適來皆舊面重對㪅何如

011_0567_b_22L離恨長時在座香去後餘

011_0567_b_23L澹烟浮古篆彤葉載新書

011_0567_b_24L日暮山逾靜松琴和澗疎

011_0567_c_01L
봄날 즉석에서(春日卽事)
春來知幾日      봄이 온 지 며칠 안 되는데
山色欝沈沈      산빛이 침침하게 울창하네
峯雪殘猶暎      봉우리 눈이 남아 빛나는데
巖泉瀉更深      바위샘은 한층 깊게 흐르네
田翁播舊種      밭 노인은 씨앗을 뿌리고
村穉燒新林      마을 아이는 새 숲 태우는데
遊鳥何心性      노니는 새는 어떤 심성인가
公然百度吟      공연히 백 번 읊조리누나
나그네 길에(客裏)
野樹荒村外      들녘 나무 외딴 마을 밖에서
山蹊盡日斜      산길에 해는 다 져 버리고
無人問來信      소식을 물을 사람 없으니
今我久離家      지금 나는 집 떠난 지 오래
嶺夜經新月      산마루 밤에 새 달을 지나니
城春及早花      성의 봄에 꽃은 일찍 피어
停雲將遠意      머문 구름은 멀리 뜻 가지고
目極到天涯      아스라이 하늘 끝에 이르네
낙금헌의 시에 차운하여(次樂琴軒韻)
擅得名區主      이름난 경치를 독차지한 주인
自憐物外形      세상 밖 모습이 절로 어여뻐
臨門流水淨      문 가까이 흐르는 물이 맑고
倚檻晩山靑      난간 기대니 늦은 산 푸르며
對酒賓盈座      술을 대하는 손님이 가득하여
調琴月上庭      거문고 고르니 달이 뜰에 뜨고
傳來家有訓      전통 있는 집이라 가훈 있어
耕罷又治經      밭일 마치고 또 경전을 읽네
세모에 양진을 건너며(歲暮過陽津)
遠客空留雪      먼 객은 공연히 눈을 남기고
寒窻日再明      찬 창에 해는 다시 밝아서
柳梢醒澗色      버들 끝에 시냇물 빛이 깨어나
水下咽泉聲      물 떨어져 꼴깍대는 샘 소리
慣別無相贈      이별이 익숙해 선물도 없지만
論懷尙不平      회포는 여전히 평온하지 못해
一盞相勸盡      술 한 잔에 다하길 권하다
翻作浩歌行      문득 호탕한 노래 짓노라
객에게 보이다(示客)
前山風雨急      앞산에 비바람 거세더니
花樹半離披      꽃과 나무 절반이나 떨어졌는데
書味頻嘗否      글의 맛은 자주 맛보았는지
泉聲熟聽之      샘 소리는 잘 듣고 있는지
蓮燈除惡夢      연꽃 등불은 악몽을 없애 주고
蕉露寫新詩      파초 이슬에 새 시를 쓴다네

011_0567_c_01L春日卽事

011_0567_c_02L
春來知幾日山色欝沈沈

011_0567_c_03L峯雪殘猶暎巖泉瀉更深

011_0567_c_04L田翁播舊種村穉燒新林

011_0567_c_05L遊鳥何心性公然百度吟

011_0567_c_06L客裏

011_0567_c_07L
野樹荒村外山蹊盡日斜

011_0567_c_08L無人問來信今我久離家

011_0567_c_09L嶺夜經新月城春及早花

011_0567_c_10L停雲將遠意目極到天涯

011_0567_c_11L次樂琴軒韻

011_0567_c_12L
檀得名區主自憐物外形

011_0567_c_13L臨門流水淨倚檻晩山靑

011_0567_c_14L對酒賓盈座調琴月上庭

011_0567_c_15L傳來家有訓耕罷又治經

011_0567_c_16L歲暮過陽津

011_0567_c_17L
遠客空留雪寒窻日再明

011_0567_c_18L柳梢醒澗色水下咽泉聲

011_0567_c_19L慣別無相贈論懷尙不平

011_0567_c_20L一盞相勸盡翻作浩歌行

011_0567_c_21L示客

011_0567_c_22L
前山風雨急花樹半離披

011_0567_c_23L書味頻嘗否泉聲熟聽之

011_0567_c_24L蓮燈除惡夢蕉露寫新詩

011_0568_a_01L遊人雙眼碧      노니는 이의 두 눈은 푸르러
只自許心知      마음 아는 이에게만 허락하네
수석대에 대해 쓰다(題水石臺)
夏天如火宅      여름 하늘은 불난 집 같으니
水榭境偏佳      물가 정자의 경치 유독 좋아
隔墻花數朶      담 넘어 꽃은 몇 송이 피고
夾路草全埋      길가 풀은 온통 길 메웠구나
淡平誰口氣      담담한 건 누구의 말투인가
踈傲我胷懷      데면데면한 건 나의 마음
勝地無人到      좋은 곳에 사람들 오지 않으니
行歌白石崖      흰 바위 끝에서 노래 부르네
혼원에게 보여 주는 게송(示混元偈)
培養祗園樹      기원4)의 나무를 배양하니
人言材可樑      대들보감이라고들 하네
煌煌楣上額      휘황한 처마 위 편액에
三字混元堂      세 글자 ‘혼원당’이라
昔日拈花會      옛날 염화 모임 당시에
飮光獨破顏      음광이 홀로 웃었지5)
黃梅依舊發      노란 매화는 전처럼 피어
從此好緣還      이로써 좋은 인연 돌아오니
芥緣針上合      겨자와 바늘이 상합하듯6)
蕉信雪中由      파초 소식이 눈 속에 피네7)
兒啼方止後      아이가 울음 막 그친 후에8)
黃葉不盡秋      누런 잎 가을까지 다하지 않네
수옹에게 보여 주는 게송(示睡翁偈)
俄經六賊亂      갑자기 육적9)의 난을 겪고
驀地失家兒      순식간에 아이를 잃어버려
不覺衣珠在      옷 속 구슬을 깨닫지 못하고10)
空然作乞兒      공연히 구걸하는 아이 되었네
糞役除還貴      똥 치는 일 그만두고 귀해지니
滿堂典寶兒      집 가득히 보물 맡은 아이라네
實相於今示      실상을 이제 보이노니
本來主人兒      본래 주인 아들이라네
석응에게 보여 주는 게송(示石應偈)
意得如如璞      뜻은 여여한 옥을 얻음인데
見皆例石評      보는 건 모두 평범한 돌이라
磨來美玉在      가다듬으면 미옥이 있으리니
終謂始經營      결론을 말하면 경영을 시작하라 권하네
試作相傳器      전해 줄 그릇을 시험삼아 만들어
爲燈第一精      등불 중에 첫째가는 정미함을 갖추라
點懸娑婆界      점점이 사바세계에 걸리면
光續龍華明      빛이 용화11)의 밝음 이으리

011_0568_a_01L遊人雙眼碧只自許心知

011_0568_a_02L題水石臺

011_0568_a_03L
夏天如火宅水榭境偏佳

011_0568_a_04L隔墻花數朶夾路草全埋

011_0568_a_05L淡平誰口氣踈傲我胷懷

011_0568_a_06L勝地無人到行歌白石崖

011_0568_a_07L示混元偈

011_0568_a_08L
培養祗園樹人言材可樑

011_0568_a_09L煌煌楣上額三字混元堂

011_0568_a_10L昔日拈花會飮光獨破顏

011_0568_a_11L黃梅依舊發從此好緣還

011_0568_a_12L芥緣針上合蕉信雪中由

011_0568_a_13L兒啼方止後黃葉不盡秋

011_0568_a_14L示睡翁偈

011_0568_a_15L
俄經六賊亂驀地失家兒

011_0568_a_16L不覺衣珠在空然作乞兒

011_0568_a_17L糞役除還貴滿堂典寶兒

011_0568_a_18L實相於今示本來主人兒

011_0568_a_19L示石應偈

011_0568_a_20L
意得如如璞見皆例石評

011_0568_a_21L磨來美玉在終謂始經營

011_0568_a_22L試作相傳器爲燈第一精

011_0568_a_23L點懸娑婆界光續龍華明

011_0568_b_01L
칠언절구七言絶句
석천폭포를 보며(觀石泉瀑布)
盡日經營石一泉    종일토록 석천을 경영하노라니
誰家別業畫中川    누구 별장에 그려 놓은 하천인가
此行不是人間會    이 행차는 인간 모임 아니리니
笻屨翛然若上天    지팡이 짚고 훌쩍 하늘에 오른 듯
수양버들(垂楊)
黃抽綠展壓枝枝    노랗게 나와 푸르게 퍼져 가지마다 무거우니
嫰色如流二月時    고운 빛이 흐르는 듯한 이월 시기에
政似佳人新沐髮    정녕 미인이 막 머리 감은 듯하고
當風梳櫛不禁吹    바람결에 빗질하니 불기를 멈출 수 없네
그리움 두 수(懷人二絶)
[1]
萍鄕一展此何遲    부평초 마을에 한 번 만남이 어찌 이리 더딘가
嶺樹湖雲入夢時    영남 나무와 호남 구름12)이 꿈에 드는 때에
聞說吾君麗藻響    그대의 아름다운 시문 소식을 듣고서는
發言同調浪仙詩    발언하기를 낭선13) 시와 같다 하노라

[2]
彬彬氣宇世無前    빛나는 기상은 세상에 전에 없었고
文苑名高衆體圓    문단에서 고명하여 여러 문체 능했지
倘有淸篇思我未    혹시 작품에서 나를 생각함이 있던가
望中懷緖日如年    그리는 마음은 하루가 일 년 같다네
사월14) 글방에서 밤에 대화하며(沙月塾夜話)
鏡裏行人十里沙    거울 속에 가듯 십 리에 걸친 모래밭
滿庭梅月是誰家    뜰 가득한 매화 달은 누구 집이런가
聞君良話多春意    그대의 좋은 이야기에 춘정이 많으니
入髓津津勝喫茶    흥미진진함이 차 마시는 것보다 낫네
나그넷길에 송별하며(客中送別)
一雨東風三日留    동풍에 비 내려 삼일을 머무르면서
對君胷海泛虛舟    그대를 마주하여 가슴 바다에 빈 배 띄웠네
暮春從古多離恨    늦봄은 예로부터 이별 한이 많더니
花自無言水自流    꽃은 절로 말 없고 물만 절로 흐르네
고인의 시를 읽고서(讀故人詩)
詩中有畫古來稀    시 속에 그림 있음은 예로부터 드무니
喚起維摩亦復宜    유마15)를 불러일으킴도 또한 마땅하리
嶠樹湖雲連斷處    영남 나무와 호남 구름이 이어졌다 끊기는 곳
思君不見夢依依    그대 그리워도 보지 못하니 꿈에도 아쉽구나
최정산16)을 바라보며(望最頂山)
崢嶸遠勢控重山    아스라이 먼 기세로 산들을 거느리고
夾氣晴晨呈好顏    서늘하고 맑은 새벽에 좋은 안색 드러내네
絕頂登臨天一握    절정에 올라 하늘 가까이 한번 움켜쥐니
逍遙壯觀在那間    소요하는 경관이 어느 사이에 있는가

011_0568_b_01L七言絕

011_0568_b_02L觀石泉瀑布

011_0568_b_03L
盡日經營石一泉誰家別業畫中川

011_0568_b_04L此行不是人間會笻屨翛然若上天

011_0568_b_05L垂楊

011_0568_b_06L
黃抽綠展壓枝枝嫰色如流二月時

011_0568_b_07L政似佳人新沐髮當風梳櫛不禁吹

011_0568_b_08L懷人二絕

011_0568_b_09L
萍鄕一展此何遲嶺樹湖雲入夢時

011_0568_b_10L聞說吾君麗藻響發言同調浪仙詩(一)

011_0568_b_11L彬彬氣宇世無前文苑名高衆體圓

011_0568_b_12L倘有淸篇思我未望中懷緖日如年(二)

011_0568_b_13L沙月塾夜話

011_0568_b_14L
鏡裏行人十里沙滿庭梅月是誰家

011_0568_b_15L聞君良話多春意入髓津津勝喫茶

011_0568_b_16L客中送別

011_0568_b_17L
一雨東風三日留對君胷海泛虛舟

011_0568_b_18L暮春從古多離恨花自無言水自流

011_0568_b_19L讀故人詩

011_0568_b_20L
詩中有畫古來稀喚起維摩亦復宜

011_0568_b_21L嶠樹湖雲連斷處思君不見夢依依

011_0568_b_22L望最頂山

011_0568_b_23L
崢嶸遠勢控重山 [5] 氣晴晨呈好顏

011_0568_b_24L絕頂登臨天一握逍遙壯觀在那間

011_0568_c_01L
사문 박회도에게 드림(呈朴斯文會道)
徹物無瑕寶鑑眞    만물에 통하여 티 없이 진실한 보배거울
丹田治養穏然春    단전을 다스려 배양하니 온화한 봄이라
今來候意曾年在    이번에 온 안부의 뜻은 지난해 있어
珎重先生折角巾    진중하시길, 절각건17)의 선생이여
봄날 길을 가다가(春日途中)
綠髮毿毿五七兒    검푸른 머리 기다란 대여섯 살 아이들
相歌採草上溪湄    노래하며 시냇가에서 풀을 뜯더니만
俄然齊到垂楊下    문득 모두들 수양버들 아래로 가서는
爭折柔條作笛吹    다투어 여린 가지 꺾어 버들피리 부네
칠언율시七言律詩
산성에서 봄 아침에 안개를 헤치며(山城春朝啄霧)
雨餘蒸氣壓山城    비 그치고 수증기가 산성을 압도하여
澹泊迷茫一望平    담백하고 아득하게 온통 평평하네
遮野非形濃色合    들녘 가린 건 형체 아닌 짙은 빛깔
着林無沫濕痕生    숲에 붙은 건 포말 없이 생긴 습기
春天未罷初酣夢    봄날에 달콤한 꿈 끝나기 전에
午日還含欲曙情    낮 해가 오히려 맑은 정취 머금으려
向晩東風吹倒壑    늦게야 동풍이 골짜기에 불어오니
萬松微動碧波聲    온갖 솔들이 미동하여 파도 소리 내네
새벽에 동천18)을 나서며(曉出洞天)
溪頭茅屋不禁風    시냇가 초가집은 바람 가리지 못하고
秋柳毿毿日在東    가을 버들은 하늘하늘 해는 동쪽에
浩蕩羣山烟樹外    호탕한 산들은 안개 숲 너머로
委蛇一路水田中    구불구불 한 줄기 길은 논 사이로
多情野鳥飛還下    다정한 들녘의 새는 오르락내리락
無數崖花碧又紅    무수한 벼랑의 꽃은 푸르고 붉어
此去公山三百里    여기서 팔공산까지는 삼백 리
祗應步步不離空    응당 걸음걸음 허공을 여의지 않으리
친구에게 회포를 풀어내며(與友人叙懷)
同庚相對話曾年    동갑에 마주하여 옛일을 말하노니
憶昔淸狂座上先    기억하네 미친 듯 윗자리 욕심내던 때
腹有奇書應自負    뱃속에 기서 있음을 응당 자부하나
枕無靈夢尙憨眠    베개에 영험한 꿈19) 없이 어리석은 잠
闌删臈酒殘梅後    납주20)를 줄이니 매화 쇠잔한 후요
惹起春愁老鴈邊    봄 근심을 야기하니 늙은 기러기 옆이라
戀世情根除未盡    세상 연연해하는 정을 제거하지 못하고
良辰倍覺轉悽然    좋은 시절에 처연함을 더욱 깨닫노라
초승달(初月)

011_0568_c_01L呈朴斯文會道

011_0568_c_02L
徹物無瑕寶鑑眞丹田治養穏然春

011_0568_c_03L今來候意曾年在珎重先生折角巾

011_0568_c_04L春日途中

011_0568_c_05L
綠髮毿毿五七兒相歌採草上溪湄

011_0568_c_06L俄然齊到垂楊下爭折柔條作笛吹

011_0568_c_07L

011_0568_c_08L七言律

011_0568_c_09L山城春朝啄霧

011_0568_c_10L
雨餘蒸氣壓山城澹泊迷茫一望平

011_0568_c_11L遮野非形濃色合着林無沫濕痕生

011_0568_c_12L春天未罷初酣夢午日還含欲曙情

011_0568_c_13L向晩東風吹倒壑萬松微動碧波聲

011_0568_c_14L曉出洞天

011_0568_c_15L
溪頭茅屋不禁風秋柳毿毿日在東

011_0568_c_16L浩蕩羣山烟樹外委蛇一路水田中

011_0568_c_17L多情野鳥飛還下無數崖花碧又紅

011_0568_c_18L此去公山三百里祗應步步不離空

011_0568_c_19L與友人叙懷

011_0568_c_20L
同庚相對話曾年憶昔淸狂座上先

011_0568_c_21L腹有奇書應自負枕無靈夢尙憨眠

011_0568_c_22L闌删臈酒殘梅後惹起春愁老鴈邊

011_0568_c_23L戀世情根除未盡良辰倍覺轉悽然

011_0568_c_24L初月

011_0569_a_01L
愛看如得故人書    사랑스레 보나니 친구 편지 받은 듯
纔破昏衢照索居    겨우 어둔 거리 파헤쳐 내 집 비추네
孤且逈分江海岸    외롭고 멀리 강 바다 언덕을 나누고
纖猶明散斗牛墟    가늘어도 밝게 두우성21)을 흩뜨리니
蛾成眉畫開粧鏡    나방처럼 그린 눈썹 이루려 화장대 열고
鯨吐釣鉤掛尾閭    고래가 낚싯바늘 토해 꼬랑지에 걸렸네
伴爾吟詩梅下坐    너와 같이 시를 읊어 매화 아래 앉으니
淸輝解起病餘余    맑은 빛이 병들었던 나를 일으켰구나
제비(鷰)
于飛燕燕逈迢塵    쌍쌍이 나는 제비는 티끌 멀리하니
丹頷玄衣厥像眞    붉은 턱 검은 옷의 그 모습 참되라
守信無違三九月    신의 지켜 삼·구월을 어기지 않고22)
營巢不擇富貧人    집 지을 때 부자와 가난뱅이 가리지 않고
隔簾顧眄情如舊    주렴 넘어 슬며시 보는 정은 예전 같고
入幕喃呴聽更新    장막으로 들리는 지저귐은 더욱 새롭네
愛爾裁詩詩料足    네가 좋아 시를 지으니 시상 넉넉하고
文章千古自相親    문장은 천고에 저절로 서로 친하도다
아이들 놀이를 보고(看兒戱)
俄聚東街㪅聚西    동쪽 거리에 모였더니 다시 서쪽에 모여
一羣之犢一羣鷄    한 무리는 송아지요 한 무리는 닭이라
戱隨飛鼬懸登樹    나는 족제비 따라 매달리듯 나무 오르고
浴學游魚出沒溪    시냇물에서 물고기 헤엄 배워 출몰하며
岸柳纔萌吹盡笛    벼랑의 버들 겨우 싹 나는데 피리 만들고
山花初發插爲筓    산의 꽃이 막 피는데 꺾어서 머리에 꽂아
喜曾無故悲無故    기뻐함도 까닭 없고 슬퍼함도 까닭 없어
半是歌聲半是啼    절반은 노랫소리요 절반은 울음소리구나
통판23) 동릉24) 이보인의 시에 차운하여(敬次通判洞陵李輔仁韻)
春懷無賴坐春深    봄 회포를 풀 길 없어 그저 앉았는데
鳧舃遙臨寂寞林    수령25)께서 멀리 적막한 숲에 오시니
百里東風看麥氣    백 리 동풍에 보리 기운이 보이고
一天明月在梅心    하늘의 밝은 달은 매화 마음에 있어라
履素何營晝衣錦    결백한 행실에 어찌 비단옷 꾸미리
政淸應却夜懷金    청렴한 정치는 밤에 황금도 사양하리26)
陶令前身今太守    이전의 도령27)이 지금의 태수이니
晩年結社喜相尋    만년의 결사로 기쁘게 서로 찾는구나
부. 혼원 세환이 지은 시(附混元世煥)
休公華旆入山深    휴공의 화려한 깃발이 깊은 산에 들어오니
香社遺風又我林    향사28)의 남은 풍속이 또한 나의 숲이라
戀闕丹忠應有夢    대궐 그리는 붉은 충심에 응당 꿈꾸리니
視民赤子每傷心    백성을 자식 돌보듯 매양 상심하는구나
絃邊白雪襟如水    현 주위엔 ≺백설가≻29)요 마음은 물 같아30)
醉裏靑春槖盡金    취한 청춘은 주머니 황금31)을 다 쓰고
伊後明花時景好    이후에 밝은 꽃으로 경치 좋을 때에
幸敎車馬更相尋    바라건대 마차 타고 다시 찾아 주시길

011_0569_a_01L
愛看如得故人書纔破昏衢照索居

011_0569_a_02L孤且逈分江海岸纖猶明散斗牛墟

011_0569_a_03L蛾成眉畫開粧鏡鯨吐釣鉤掛尾閭

011_0569_a_04L伴爾吟詩梅下坐淸輝解起病餘余

011_0569_a_05L

011_0569_a_06L
于飛燕燕逈迢塵丹頷玄衣厥像眞

011_0569_a_07L守信無違三九月營巢不擇富貧人

011_0569_a_08L隔簾顧眄情如舊入幕喃呴聽更新

011_0569_a_09L愛爾裁詩詩料足文章千古自相親

011_0569_a_10L看兒戱

011_0569_a_11L
俄聚東街㪅聚西一羣之犢一羣鷄

011_0569_a_12L戱隨飛鼬懸登樹浴學游魚出沒溪

011_0569_a_13L岸柳纔萌吹盡笛山花初發插爲筓

011_0569_a_14L喜曾無故悲無故半是歌聲半是啼

011_0569_a_15L敬次通判洞陵李輔仁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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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懷無賴坐春深鳧舃遙臨寂寞林

011_0569_a_17L百里東風看麥氣一天明月在梅心

011_0569_a_18L履素何營晝衣錦政淸應却夜懷金

011_0569_a_19L陶令前身今太守晩年結社喜相尋

011_0569_a_20L附混元世煥

011_0569_a_21L
休公華旆入山深香社遺風又我林

011_0569_a_22L戀闕丹忠應有夢視民赤子每傷心

011_0569_a_23L絃邊白雪襟如水醉裏靑春槖盡金

011_0569_a_24L伊後明花時景好幸敎車馬更相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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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응 달현이 지은 시(石應達玄)
琴鶴蕭凉入洞深    거문고와 학, 쓸쓸한 골에 깊이 들어오니
滿山花木自成林    온 산 가득히 꽃과 나무가 숲을 이루었네
梅軒月上初醒夢    매화 난간에 달 뜨자 막 잠이 깨고
蓬闕雲開逈注心    쑥 문에 구름 열리자 멀리 마음을 쏟네
歌和春情多白雪    노래는 춘정에 어울려 ≺백설가≻ 많고
詩兼酒政散黃金    시와 술 겸하니 진정 황금을 쓸 만하네
聊知官府如僧舍    관청이 사찰과 같음을 알 만하니
興在淸閒有此尋    맑고 한가함에 흥이 나 여기서 찾네
금강산을 완람하며 통천의 총석정과 금란굴을 보려 했고, 배를 타면 볼 수 있었는데 고용할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동릉 이보인께서 당시 통천군 수령이셨는데32) 방문하니 기뻐하고서 즉시 뱃사공에게 배를 띄우라 명하셨다. 장관을 관람하고 며칠 머무르는데 대접을 후하게 해 주시고 도에 관한 논의가 굉장해서 나그네 시름을 싹 잊었다. 이별을 하게 됨에 시와 서문을 써 주셔서 화답하여 올린다(玩金剛。 而意見通川之叢石金蘭。 乘船可見也。 無雇直恨矣。 洞陵李侯輔仁。 時宰是郡。 訪入欣然。 卽命艘工泛舟。 壯觀歸。 留數日。 官供甚厚。 道論恢宏。 頓忘覊懷。 臨別贈詩並序。 扳和以呈。)
太守風流不可攀    태수의 풍류는 붙잡을 수 없으니
飄颻鳧舃遠塵寰    표연히 멀리 티끌세상 벗어났네
官於聖世民同樂    관직은 태평성대에 백성과 함께 즐겁고
地是仙區吏亦閒    지역은 신선 구역이라 업무도 한가하네
舊誼嶠南携鉢錫    영남에서 친분 있어 지팡이 짚고 오니
壯遊物外話江山    세상 밖 장쾌한 유람으로 강산을 말하네
伊來明月多秋興    이즈음 밝은 달에 가을 흥취가 많으니
爲說彭衙放白鷳    팽아에서 백한을 놔 주었다33) 말하리라
부. 혼원 세환이 지은 시34)(附混元世煥)
蘭石軒高尙可攀    난석헌35) 아스라이 높이 잡고 오르니
此身忘却在塵寰    이 몸이 티끌세상에 있음을 잊었네
租輸野屋家家給    세금은 민가로 옮겨 주어 집마다 풍족하고
花落空庭事事閒    꽃은 빈 뜰에 지고 일마다 한가롭네
吏隱何須由厚祿    관리로 숨는 게36) 두터운 봉록 때문이랴
宦遊兼自愛名山    벼슬로 유유자적하며 명산을 사랑하네
故園松菊猶無恙    옛 뜰의 솔과 국화는 여전히 탈 없으니
莫向秋風放白鷴    가을바람 향해 백한 놓아 주지 마시라
혼경 세영이 지은 시(混鏡世映)
石字高軒可仰攀    난석헌 높다란 누각을 잡고 오르니
丹樓鈴閣異塵寰    붉은 누각의 영각37) 티끌세상과 달라
讓田民俗耕桑勸    밭을 사양하고 농사 권하는 백성들이요
字牧官庭簿牒閒    문서 처리도 한가한 관아의 뜰이라
從古通川連大海    예로부터 통천은 큰 바다와 이어져
至今隱吏鎭名山    지금까지 은거한 관리들의 명산이러니
使君五馬風流足    이곳 수령의 풍류가 넉넉하여
且得東來未放鷳    동쪽에서 놓아 주지 않은 백한 얻었네

011_0569_b_01L石應達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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琴鶴蕭凉入洞深滿山花木自成林

011_0569_b_03L梅軒月上初醒夢蓬闕雲開逈注心

011_0569_b_04L歌和春情多白雪詩兼酒政散黃金

011_0569_b_05L聊知官府如僧舍興在淸閒有此尋

011_0569_b_06L玩金剛而意見通川之叢石金蘭
011_0569_b_07L乘船可見也無雇直恨矣洞陵李
011_0569_b_08L候輔仁時宰是郡訪入欣然
011_0569_b_09L命艘工泛舟壯觀歸留數日
011_0569_b_10L供甚厚道論恢宏頓忘覊懷
011_0569_b_11L別贈詩並序扳和以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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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守風流不可攀飄颻鳧舃遠塵寰

011_0569_b_13L官於聖世民同樂地是仙區吏亦閒

011_0569_b_14L舊誼嶠南携鉢錫壯遊物外話江山

011_0569_b_15L伊來明月多秋興爲說彭衙放白鷼

011_0569_b_16L附混元世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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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石軒高尙可攀此身忘却在塵寰

011_0569_b_18L租輸野屋家家給花落空庭事事閒

011_0569_b_19L吏隱何須由厚祿宦遊兼自愛名山

011_0569_b_20L故園松菊猶無恙莫向秋風放白鷴

011_0569_b_21L混鏡世映

011_0569_b_22L
石字高軒可仰攀丹樓鈴閣異塵寰

011_0569_b_23L讓田民俗耕桑勸字牧官庭簿牒閒

011_0569_b_24L從古通川連大海至今隱吏鎭名山

011_0569_b_25L使君五馬風流足且得東來未放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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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原)
내가 달성에서 금란金蘭(통천)으로 옮기고 다음 해 가을에 달성 파계사의 혼원이 제자 혼경과 함께 스승 극암 화상을 모시고 와서, 월정사와 풍악산 경치들을 두루 유람하고 관동팔경의 제일인 누대(총석정) 위로 나를 방문하였다. 스승과 상좌는 문학으로 세상에 유명하므로 돌아갈 때 율시 한 수를 지어 주었다.

冥搜蓬瀛苦躋攀    봉래·영주산 찾아 어렵사리 오시니
飄然飛錫出塵寰    표연히 지팡이 날려 티끌세상 벗어났네
黃花彤葉新詩在    노란 꽃 붉은 잎에 새로운 시 있으니
明月白雲舊夢閒    밝은 달 흰 구름에 옛 꿈이 한가롭네
行李三衣兼一鉢    행장은 세 벌 옷에 바루 하나뿐이거늘
歸程萬水復千山    돌아갈 길은 만 겹 천 겹의 물과 산이라
嶠南人士如相問    영남의 인사들이 내 소식 묻는다면
爲道秋來已放鷴    가을에 이미 백한 놓아 주었다 말해 주오
바다를 보고(觀海)
兩儀肇判一丸圓    천지가 나뉘어 하나의 둥그런 원이 되고
浩瀚蒼蒼水氣連    드넓게 푸르고 푸른 물 기운 이어지니
軒畫萬區元是島    헌원씨38) 구획한 구역들은 원래 섬이요
禹通丸澤若干川    우임금은 구주의 못과 하천을 유통시켜
白雲留作東西岸    흰 구름이 머물러 동서의 기슭 이루고
紅日昇分上下天    붉은 해는 떠올라 상하의 하늘 나누네
河伯望洋宜有歎    하백39)이 바다 보면 마땅히 탄식하리니
無邊此外㪅無邊    끝없는 이 바다 밖에 다시 끝없으리
밀양 수령 조장우의 시에 삼가 차운하여(謹次密州使君趙章宇韻)
[1]
仙驂飛自絳霞村    신선 수레가 강하촌에서 내려와서
莅坐南樓竹樹園    죽수원 남쪽 누대에 이르러 앉으니
家勢人傳靑史蹟    집안 형세는 사람들이 전해 역사에 남고
天恩鳳降紫泥痕    하늘 은혜가 봉황처럼 내려 붉은 흔적
治明市巷謳歌發    도시는 정치 잘해서 노래 울리고
聲動山河鼓吹喧    산하를 울리는 북소리 떠들썩했네
一識賢於封萬戶    만호후40) 임명보다 한 번 만남이 좋아
盈門車馬客塵昏    자욱한 먼지로 문에 가득한 마차 손님

[2]
鶴氅陽巾濟濟多    학창의에 화양건 쓴 선비들 즐비하니
夜吟梅閣月微斜    매화누각 희미한 달밤에 읊조리네
芳樽綠暎睢園竹    술동이에 비친 푸른빛은 수원의 대나무
采筆朱含鄴水花    채색 붓은 붉게 업수의 꽃을 머금었네41)
鍾鼎泰平都護府    종정42)은 태평한 도호부43)의 자취요
簪纓鄭重大方家    관모는 정중한 대방가 모습이라
遐氓咸戴吾王德    먼 지방의 백성이 임금의 덕을 느껴
四境康衢擊壤歌    사방에서 태평세월 ≺격양가≻를 부르네

[3]
琴語轉淸武俗新    거문고 소리 더 맑아지고 풍속44)은 새롭네
同胞天地子來民    천지가 동포요 백성을 자식처럼 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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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自達城陞移金蘭之越明年秋達之
011_0569_c_03L把溪上人混元與弟混鏡陪師克庵
011_0569_c_04L和尙遍歷月精楓岳諸勝訪余於關東
011_0569_c_05L八景第一樓上蓋其師佐以文學鳴於
011_0569_c_06L世也於其歸聊贈一律

011_0569_c_07L
冥搜蓬瀛苦躋攀飄然飛錫出塵寰

011_0569_c_08L黃花彤葉新詩在明月白雲舊夢閒

011_0569_c_09L行李三衣兼一鉢歸程萬水復千山

011_0569_c_10L嶠南人士如相問爲道秋來已放鷴

011_0569_c_11L觀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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兩儀肇判一丸圓浩瀚蒼蒼水氣連

011_0569_c_13L軒畫萬區元是島禹通丸 [6] 澤若干川

011_0569_c_14L白雲留作東西岸紅日昇分上下天

011_0569_c_15L河伯望洋宜有歎無邊此外㪅無邊

011_0569_c_16L謹次密州使君趙章宇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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仙驂飛自絳霞村莅坐南樓竹樹園

011_0569_c_18L家勢人傳靑史蹟天恩鳳降紫泥痕

011_0569_c_19L治明市巷謳歌發聲動山河鼓吹喧

011_0569_c_20L一識賢於封萬戶盈門車馬客塵昏(一)

011_0569_c_21L觀氅陽巾濟濟多夜吟梅閣月微斜

011_0569_c_22L芳樽綠暎睢園竹采筆朱含鄴水花

011_0569_c_23L鍾鼎泰平都護府簪纓鄭重大方家

011_0569_c_24L遐氓咸戴吾王德四境康衢擊壤歌(二)

011_0569_c_25L琴語轉淸武俗新同胞天地子來民

011_0570_a_01L治能乳復連山穴    연산 굴에서 젖이 다시 나오게 하고
瑞可珠還合浦濱    합포 물가에 구슬이 돌아옴45) 같구나
漢北名花千里月    한강 북쪽 이름난 꽃에 천 리 달 비추고46)
江南芳草一年春    한강 남쪽 아름다운 풀 일 년 내내 봄이라
斧斤不入沙門靜    도끼 들어오지 않는 사찰은 고요하니
感頌吾侯政有仁    우리 수령의 인자한 정치에 감동하네
유생 박재우와 함께 지은 부(與朴生在佑共賦)
尋眞共集蔚藍天    진리 찾으러 함께 짙푸른 하늘에 모이니
世念灰成一點烟    세상 생각은 잿빛 한 점 연기로 변했네
睡到癡雲輕過壑    졸게 하는 어리석음 구름의 골을 지나고
覺來寒月靜生筵    깨어나니 찬 달에 고요함이 깃드는 자리라
岸柳靑垂鸎語後    언덕에 버들 푸르고 꾀꼬리 우짖는데
井梧黃落鳳棲前    우물가 오동은 봉황 머물기 전 잎이 지네
對客無言歌洗耳    손님 마주해 말없이 노래로 귀를 씻노라
滄浪以外▼(氵+頴)之川  창랑47)의 바깥 영수48)에서
갑자년(1864) 가을에 호남에 갔다가 날이 저물어 참봉 김세순의 서사書社49)에서 묵게 되었다. 대접이 정성스러웠고 언론이 갈수록 대단하여 산수를 평가하면서 밤새도록 객회를 잊었다.(歲甲子秋。 爲客湖南。 抵暮寄宿於叅奉金世淳書社。 接待欵曲。 言論愈奇娓娓。 山水之評。 忘懷達夜。)
郭外淸庄黃葉村    성곽 밖 황엽촌의 청아한 집
地幽人澹是誰園    그윽한 곳 맑은 사람, 누구의 뜰이런가
懷君禁苑梅初夢    임금 그리노니 대궐엔 매화가 처음 꿈꾸고
待我西峯月一痕    나를 기다리는 서녘 봉우리 달만 외로워
客裏登樓來楚峀    초나라에서 온 손님은 누각 올라
詩多落木過吳門    시 많은 숲에서 오문을 지나네50)
逢筵轉作相離恨    만남의 자리는 점차 이별의 한 만드니
不識何年更對論    어느 해에나 다시 만날지 모르겠네
가을밤에 손 마주해 ‘마음 심’ 자를 뽑아서(秋夜對客拈心字)
一點靈犀照兩心    영험한 무소뿔51) 하나가 두 마음 비추네
黃花誰喜笑庭心    뜰 가운데 노란 꽃을 누가 기뻐 웃는가
霜前木立蒼茫夢    서리 앞서 서 있는 나무는 아득히 꿈꾸며
雨後星開碧落心    비 그치고 별이 하늘 가운데를 여니
珎重新詞傾繡肚    진중한 시어로 아름다운 생각 쏟아 내며
殷勤舊誼凸盃心    은근한 정의로 잔을 싹 비우네
聞君話語如茶喫    그대 이야기 듣노라면 차 마시는 것 같아
入髓津津徹悟心    흥미진진하게 들어와 마음을 깨우치네
산에서 등 켜고 대화하다(山燈會話)
秉燭良宵意蕩然    촛불 밝힌 좋은 밤에 기분 유쾌한데
墨緣惱我困來眠    시 인연은 나를 피곤하게 해 잠드네
紅杏氣熏酣夢熟    붉은 앵두 기운이 무르익어 꿈 달콤하고
白楊風細絮魂牽    흰 버들에 바람 솔솔 버들솜 날리네
滁亭翁臥環山裏    제정52)의 노인은 에워싼 산 속에 누웠고
蘭稧客來曲水邉    난계53)의 손님은 곡수가에 왔으니

011_0570_a_01L治能乳復連山穴瑞可珠還合浦濱

011_0570_a_02L漢北名花千里月江南芳草一年春

011_0570_a_03L斧斤不入沙門靜感頌吾侯政有仁(三)

011_0570_a_04L與朴生在佑共賦

011_0570_a_05L
尋眞共集蔚藍天世念灰成一點烟

011_0570_a_06L睡到癡雲輕過壑覺來寒月靜生筵

011_0570_a_07L岸柳靑垂鸎語後井梧黃落鳳棲前

011_0570_a_08L對客無言歌洗耳滄浪以外▼(氵+頴)之川

011_0570_a_09L歲甲子秋爲客湖南抵暮寄宿於
011_0570_a_10L叅奉金世淳書社接待欵曲言論
011_0570_a_11L愈奇娓娓山水之評忘懷達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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郭外淸庄黃葉村地幽人澹是誰園

011_0570_a_13L懷君禁苑梅初夢待我西峯月一痕

011_0570_a_14L客裏登樓來楚峀詩多落木過吳門

011_0570_a_15L逢筵轉作相離恨不識何年更對論

011_0570_a_16L秋夜對客拈心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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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點靈犀照兩心黃花誰喜笑庭心

011_0570_a_18L霜前木立蒼茫夢雨後星開碧落心

011_0570_a_19L珎重新詞傾繡肚殷勤舊誼凸盃心

011_0570_a_20L聞君話語如茶喫入髓津津徹悟心

011_0570_a_21L山燈會話

011_0570_a_22L
秉燭良宵意蕩然墨緣惱我困來眠

011_0570_a_23L紅杏氣熏酣夢熟白楊風細絮魂牽

011_0570_a_24L滁亭翁臥環山裏蘭稧客來曲水邉

011_0570_b_01L廉道人間惟景物    인간세상 유일한 경물이라 말하지 말라
任他寒士不關錢    저 가난한 선비는 돈을 상관 않느니
봄날에 함께 읊다(春日聯吟)
桃李城邊楊柳溪    복사꽃·살구꽃 핀 성의 버들 시냇가
尋眞一路入雲迷    진리 찾는 길은 구름 속으로 아득하네
雉鳴更覺靑山邃    까치 울어 다시금 깨닫노니 청산은 깊고
鸎坐翻看綠葉低    꾀꼬리 앉아 다시 보니 잎사귀 낮아라
林下殘花持晩節    숲 아래 진 꽃은 늦봄을 부여잡고
松間明月慰幽棲    솔 사이 밝은 달은 외로움 위로하네
對人欲售名區景    사람들에게 이름난 경치 자랑하고자
吟得新詩直幅題    새로운 시 읊어서 시폭에 쓰노라
반딧불을 노래하다(詠螢)
淸秋如畫夜遲遲    그림처럼 맑은 가을밤은 더디 가는데
熠燿流空自不欺    반짝이며 공중에 흘러 속일 수 없네
幻作紛紛星散曉    환영인 듯 이리저리 별처럼 반짝이다가
飛來耿耿燭殘時    깜빡깜빡 날아오니 초가 꺼질 때라
乍沾白露愁邊照    잠깐 이슬에 젖어 근심스레 비추더니
暗拕輕風拾處虧    몰래 미풍이 이지러진 것 걷어 가는데
竟到林窻交影亂    마침내 숲 창가에 와 어지러이 나니
呼童弄汝一吟詩    아이 불러 너를 희롱하며 시 읊노라
야엄거사 추문석을 이별하며(別也广居士秋文碩)
江雨瀟瀟江樹暗    강가에 비가 수수수 내려 어둔 나무에
離愁堪聽草虫鳴    이별의 근심 어이 견디나 풀벌레 소리
無聊倒榻寒燈耿    무료하게 걸린 책상54)엔 등불만 깜박대고
怊悵登樓殘月明    쓸쓸이 누각에 오르니 달만 밝아라
鶴報船歸曾見驗    학이 알리니 배 돌림55)은 이미 경험했고
花前鴈後更留名    화전안후56)로 다시 이름 남기네
如今始覺情爲病    지금에야 정이 병이 되는 줄 안 것처럼
目送天涯淚欲生    하늘 끝으로 송별함에 눈물이 나려 하네
계남의 작은 모임(溪藍小會)
數架仙庵枕碧溪    서너 칸 신선 암자가 시내를 베고 있어
坐來玄話世情迷    앉아서 현묘한 이야기에 세상사 아득해
林深空翠衣邊濕    숲 깊고 하늘은 파랗게 옷에 물들까
樓逈晴嵐眼下低    누각 멀리 아지랑이는 눈 아래 나지막이
不動一生心化石    일생동안 변하지 않으니 마음은 돌이 되고
相從千里信爲梯    천 리를 두고 따르니 믿음이 사다리 되네
百年安得如今日    백 년을 어찌 지금처럼
選勝逍遙物外棲    경치 좋은 곳 소요하며 속세 밖에 머물까
사곡의 은거지를 방문하여 쓴 시를 차운하여(次訪師谷幽居韻)
硯田農業歲無荒    벼루 밭의 농업은 해마다 흉작 없고57)
雪夜幾迎帶月檣    설야에 달빛 실은 배를 몇 번이나 맞았나58)
報客先期回呌鶴    기한보다 앞섬을 학이 울어 객에게 알리고
踏蕉浪跡已過羊    어지러이 파초 밟은 흔적은 양이 지나감이라

011_0570_b_01L廉道人間惟景物任他寒士不關錢

011_0570_b_02L春日聯吟

011_0570_b_03L
桃李城邊楊柳溪尋眞一路入雲迷

011_0570_b_04L雉鳴更覺靑山邃鸎坐翻看綠葉低

011_0570_b_05L林下殘花持晩節松間明月慰幽棲

011_0570_b_06L對人欲售名區景吟得新詩直幅題

011_0570_b_07L詠螢

011_0570_b_08L
淸秋如畫夜遲遲熠燿流空自不欺

011_0570_b_09L幻作紛紛星散曉飛來耿耿燭殘時

011_0570_b_10L乍沾白露愁邊照暗拕輕風拾處虧

011_0570_b_11L竟到林窻交影亂呼童弄汝一吟詩

011_0570_b_12L別也广居士秋文碩

011_0570_b_13L
江雨瀟瀟江樹暗離愁堪聽草虫鳴

011_0570_b_14L無聊倒榻寒燈耿怊悵登樓殘月明

011_0570_b_15L鶴報船歸曾見驗花前鴈後更留名

011_0570_b_16L如今始覺情爲病目送天涯淚欲生

011_0570_b_17L溪藍小會

011_0570_b_18L
數架仙庵枕碧溪坐來玄話世情迷

011_0570_b_19L林深空翠衣邊濕樓逈晴嵐眼下低

011_0570_b_20L不動一生心化石相從千里信爲梯

011_0570_b_21L百年安得如今日選勝逍遙物外棲

011_0570_b_22L次訪師谷幽居韻

011_0570_b_23L
硯田農業歲無荒雪夜幾迎帶月檣

011_0570_b_24L報客先期回呌鶴踏蕉浪跡已過羊

011_0570_c_01L白雲北岳華山媚    북악의 흰 구름은 화산59)의 눈썹이요
寶樹南隣孝里芳    남쪽 이웃의 보배나무는 효리의 아름다움
問道主翁何所樂    주인옹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으니
撫松盡日興懷長    소나무 어루만지며 종일토록 흥겨워한다네
대율리 서당을 중수하면서 지은 시에 차운하여(次大栗里塾重修韻)
八公山下一書堂    팔공산 아래 있는 서당 하나
破却天荒幾度霜    부서지는 혼돈을 몇 년이나 겪었나
活水流源歸大海    활기찬 물은 흘러서 바다로 돌아가고
穉梧培土待朝陽    어린 오동에 흙 돋우며 아침 해 기다리니
須勤踐履升高域    근면히 실천하여 높은 경지에 오르리라
爲有絃歌讌落觴    거문고 노랫소리와 술잔으로 잔치하니
濟濟靑襟多少士    즐비한 푸른 깃의 많은 선비들
文明聖世好觀光    밝고 성스러운 세상 광경 보기 좋아라
유산객의 시첩에 쓰다(題遊山客詩帖)
峽雨纔乾百澗晴    골짜기 비가 개자마자 온갖 시내 맑고
山隨詩筆座間生    산은 시 쓰는 붓에 따라 자리에 생기네
塵緣似罟宜抽跡    세상 인연은 그물 같아 벗어나야 하는데
勝地如枰任寄情    경치 좋은 곳 바둑판 같아 정을 붙이네
菊醆留人香淹苒    국화 술잔은 사람에게 짙은 향기 남기고
松䆫剪燭眼虛明    솔 창에서 초 심지 자르니 눈 밝아지네
於吾信宿眞良晤    나에게 이틀 머묾은 진실로 좋으니
莫唱驪歌促杖輕    이별가60) 불러 지팡이 재촉하지 말라
유학자 만호 채정식의 시에 차운하여(次晩湖蔡斯文廷植韻)
詩能無價買靑山    시는 청산을 살 만큼 값을 매길 수 없고
深結情懷笑語閒    깊이 정을 맺어 웃으며 이야기 한다네
投轄堪欣留玉局    떠남을 만류하여61) 흔연히 옥국에 머물게 해
停驂忘返臥蓮關    마차 멈추고 돌아감도 잊고 연관62)에 누우니
秋花儋泊開新譜    가을 꽃 담백하여 새 족보를 여는 듯하고
峯月分明證舊顏    봉우리 달은 뚜렷이 옛 얼굴임을 증명하네
一曲把溪風景好    한 굽이 파계사는 풍경이 좋으니
願言遊賞莫催還    바라건대 완상함을 재촉하지 마시게
잔치를 베풀어 작별함(餞別)
夕照蒼然宿鳥回    석양에 창연하게 새가 돌아오는데
此心無賴强登臺    이 마음 의지할 데 없어 억지로 누대 올라
遙看潭水深千尺    멀리 바라보니 연못은 깊이가 천 길이라
更唱陽關進一盃    양관삼첩63) 다시 불러 한 잔 권하노니
鄕懷呌鴈愁邊至    고향 그리는 기러기는 근심스레 울어 대고
春信寒梅雪裏開    봄 알리는 매화는 눈 속에 피었구나
逢君始覺桑緣重    그대 만나 비로소 불교와 인연64) 중함을 알고
莫以詩成餞別催    시를 완성해야 하니 이별을 재촉 마시라
팔하 족장65) 석지의 생일잔치 시에 차운하여(次八下族丈錫止晬宴韻)
好箇男兒用有時    호남아는 쓰일 시기가 있나니
西山休道日遲遲    서산의 해가 느리다고 말하지 말라

011_0570_c_01L白雲北岳華山媚寶樹南隣孝里芳

011_0570_c_02L問道主翁何所樂撫松盡日興懷長

011_0570_c_03L次大栗里塾重修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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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公山下一書堂破却天荒幾度霜

011_0570_c_05L活水流源歸大海穉梧培土待朝陽

011_0570_c_06L須勤踐履升高域爲有絃歌讌落觴

011_0570_c_07L濟濟靑襟多少士文明聖世好觀光

011_0570_c_08L題遊山客詩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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峽雨纔乾百澗晴山隨詩筆座間生

011_0570_c_10L塵緣似罟宜抽跡勝地如枰任寄情

011_0570_c_11L菊醆留人香淹苒松䆫剪燭眼虛明

011_0570_c_12L於吾信宿眞良晤莫唱驪歌促杖輕

011_0570_c_13L次晩湖蔡斯文廷植韻

011_0570_c_14L
詩能無價買靑山深結情懷笑語閒

011_0570_c_15L投轄堪欣留玉局停驂忘返臥蓮關

011_0570_c_16L秋花儋 [7] 泊開新譜峯月分明證舊顏

011_0570_c_17L一曲把溪風景好願言遊賞莫催還

011_0570_c_18L餞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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夕照蒼然宿鳥回此心無賴强登臺

011_0570_c_20L遙看潭水深千尺更唱陽關進一盃

011_0570_c_21L鄕懷呌鴈愁邊至春信寒梅雪裏開

011_0570_c_22L逢君始覺桑緣重莫以詩成餞別催

011_0570_c_23L次八下族丈錫止晬宴韻

011_0570_c_24L
好箇男兒用有時西山休道日遲遲

011_0571_a_01L經綸老去人誰解    경륜으로 늙어 감을 누가 알랴
天地推旋我自知    천지의 흐름을 나는 절로 아나니
鸞戶分絃奇亦數    난새의 집 안에 현악기 나누니 숫자도 기이해
鵠庭奉酌賀惟詩    고니의 뜰66)에서 술 올리며 시로 축하드리니
未叅盛宴還堪愧    성대한 잔치에 참여 못함이 오히려 부끄럽고
只願年年趂此期    다만 해마다 이때가 오기를 기원하네
난계蘭禊
嶠南人物比年初    영남의 인물이 연초에 비교하니
晋代風流較有餘    진나라 풍류67)보다도 풍성하도다
地擇芳蘭敦宿契    난초 지역을 택하여 계회를 도탑게 하니
逕開脩竹許同居    긴 대나무68) 사이 오솔길 열어 동거 허락하네
追憐點也成春服    증점이 봄옷 이룬 것69)을 기쁘게 여기고
傳得羲之寫本書    왕희지가 본서 적은 것을 전해 얻었네
曲水添觴稀事做    곡수에 잔을 더해70) 희귀한 일 만드니
歸來興味夢淸如    돌아오는 흥미는 꿈처럼 맑기만 하네
학산의 단란한 대화(鶴山欒語)
石凍沙寒屐齒鳴    돌도 얼고 모래도 차갑게 나막신 울리니
來棲靈境最爲榮    영험한 지경에 머묾이 최고로 영화롭네
庭空雪壓梅魂重    빈 뜰 가득한 눈에 매화의 혼이 무거운데
樹老風搖鳥夢輕    늙은 나무를 바람이 흔들어 새의 꿈 가볍네
䬪飥金山捫蝨坐    수제비 먹고 금산사에서 벼룩 잡으며 앉았고
松聲鶴觀聽碁行    소나무 백학관에서 바둑 두는 소리 들으며71)
徘徊還覔前塵跡    배회하다가 다시 앞 자취 찾으면서
謾把詩愁觸物成    그저 시를 부여잡고 눈길 닿는 대로 짓노라
고향 편지를 보고 느낌이 있어 회포를 적다(見故鄕書有感寫懷)
愁雲釀雪遞陰晴    구름이 눈을 빚더니 그늘이 맑아지는데
却見鄕書百感生    고향 편지를 보니 온갖 감회가 생겨
淚暗松楸空悵望    고향 생각에 눈물이 흘러 쓸쓸해지네
春回花樹自分明    봄이 돌아와 꽃나무들이 분명해지지만
梵智還家寧有日    범지72)가 집에 돌아갈 날 어찌 있겠나
子卿歸鴈竟無聲    자경73)의 기러기는 끝내 소리 없었지
雖異形骸秉彜在    비록 모습은 달라도 윤리는 같으니
終時有客問枯榮    마칠 때 영화로웠는지 묻는 객이 있으리
축삼 사미에게 주는 가르침(贈竺森沙彌訓語)
비방을 들어도 화내지 않으니 불이 허공에서 타다가 끝내는 절로 꺼지는 것과 같고, 비방을 들어도 스스로 구하니 누에가 실을 토해 내 도리어 면을 짜는 것과 같으며, 과오가 없는데 비방을 받았으니 그렇게 말한 자가 망령될 뿐 내게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였다. 너는 명민하고 재주가 타인보다 앞서서 시기를 많이 받으니 더욱 삼가야 한다. 이어서 율시를 보여 준다.


011_0571_a_01L經綸老去人誰解天地推旋我自知

011_0571_a_02L鸞戶分絃奇亦數鵠庭奉酌賀惟詩

011_0571_a_03L未叅盛宴還堪愧只願年年趂此期

011_0571_a_04L蘭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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嶠南人物比年初晋代風流較有餘

011_0571_a_06L地擇芳蘭敦宿契逕開脩竹許同居

011_0571_a_07L追憐點也成春服傳得羲之寫本書

011_0571_a_08L曲水添觴稀事做歸來興味夢淸如

011_0571_a_09L鶴山欒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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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凍沙寒屐齒鳴來棲靈境最爲榮

011_0571_a_11L庭空雪壓梅魂重樹老風搖鳥夢輕

011_0571_a_12L䬪飥金山捫蝨坐松聲鶴觀聽碁行

011_0571_a_13L徘徊還覔前塵跡謾把詩愁觸物成

011_0571_a_14L見故鄕書有感寫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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愁雲釀雪遞陰晴却見鄕書百感生

011_0571_a_16L淚暗松楸空悵望春回花樹自分明

011_0571_a_17L梵智還家寧有日子卿歸鴈竟無聲

011_0571_a_18L雖異形骸秉彜在終時有客問枯榮

011_0571_a_19L贈竺森沙彌訓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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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謗而不怒如火焚空終自息滅

011_0571_a_21L聞謗而自救如蠶吐絲反爲纒綿

011_0571_a_22L無過而被謗彼言者妄於我何有

011_0571_a_23L汝是性敏才在人前人多忌勝

011_0571_a_24L可愼之繼以四律以示

011_0571_b_01L
人間善惡禀天生    인간 선악은 하늘에서 받아 태어났으니
以我心衡稱重輕    내 마음의 저울로 경중을 헤아리네
樹枝剛健風難折    나뭇가지 강건해야 바람에 꺾이지 않고
灘石方尖水易聲    여울의 바위 모서리에 물소리 나기 쉬워
衆鳥喧春春自淑    새들이 봄 노래하나 봄은 절로 정숙하고
點雲蔽日日惟明    한 점 구름이 해를 가려도 해는 밝아라
忠信交人人不侮    충심과 믿음으로 사귀면 모욕하지 않고
尋常忍憤永和平    심상하게 분노 참으면 화평이 영원하리
이 몇 마디 말을 항상 좋아했는데 홍 상인이 돌아간다기에 이별 선물로 비로소 사용한다(此數語常愛。 而因弘上人歸。 代贐始用)
二年通寄一年强    이 년 만에 기별하고 일 년은 참으니
强把人情自遠望    억지로 인정 잡아 멀리서 바라보네
顧我本無兒女涙    나는 본래 아녀자의 눈물 없으나
離君難作丈夫膓    그대 떠나니 장부의 마음 어렵구나
春馳意馬輕輕動    봄에 말 같은 마음은 가벼이 달려가고
柳拕愁絲日日長    버들 근심가지 흔들어 나날이 길어지네
縹緲烟雲天外路    아스라한 연기구름의 하늘 밖 길을
來何忽也去何忙    어이하여 홀연히 왔다가 서둘러 가는가
동지冬至
光陰代謝自相催    광음이 번갈아 가며 서로 재촉하니
復見天心春次來    다시금 하늘 보니 봄이 다음에 오겠네
忽返化權噓橐籥    홀연 조화의 권한 돌이켜 풀무74) 불어
細思塵冗畫爐灰    세상사 세밀히 생각하여 재에 그리나니
愁邊有鴈聽江浦    근심스런 기러기 소리 포구에 들리고
病裏無詩答早梅    병들어 이른 매화에 답할 시도 없구나
日線漸長當歲暮    햇살은 점차 길어져 세모를 당하니
無多餘興臘前盃    많지 않은 여흥으로 술잔을 대하네
연죽와 시에 차운하여(次然竹窩韻)
幽居編竹定蕭然    대나무 엮은 거처는 정녕 쓸쓸하여
事事隨爲但聽天    일마다 따라 함에 다만 하늘 뜻 듣네
荀氏八龍今下食    순씨의 여덟 용75)이 내려와 식사하고
蔣家三逕復開筵    장씨의 세 오솔길76)에 다시 잔치 열었네
榮枯不入淸閒界    영화와 시듦은 청한한 세계 못 들어오고
憂樂無關老大年    근심과 즐거움은 노대가와 무관하다네
倩問箇中庭實意    그중에 진실한 뜻을 물어보고자 하면
仰瞻堂宇揭諸扁    우러러 집에 걸린 현판을 보시라
구산77) 수령 운파 조병유의 생일잔치 시에 차운하여(次龜山使君雲坡趙秉瑜晬宴韻)
丹蓂重見受生年    붉은 명협78) 이파리 다시 보여 생일을 받으니
信有篔簹不老仙    진실로 왕대가 있어 늙지 않는 신선 되고
感誦莪章那有極    감사히 ≺육아장≻79) 부름에 어찌 끝이 있으리오
喜供萊舞更堪憐    노래자80)의 춤 기쁘게 드리니 다시금 어여뻐
憂民白髮南州短    백성 근심하느라 흰 머리가 남쪽에서 짧아지나
愛國丹心北闕懸    나라 사랑하는 붉은 마음은 대궐 향해 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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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間善惡禀天生以我心衡稱重輕

011_0571_b_02L樹枝剛健風難折灘石方尖水易聲

011_0571_b_03L衆鳥喧春春自淑點雲蔽日日惟明

011_0571_b_04L忠信交人人不侮尋常忍憤永和平

011_0571_b_05L此數語常愛而因弘上人歸代贐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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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年通寄一年强强把人情自遠望

011_0571_b_08L顧我本無兒女涙離君難作丈夫膓

011_0571_b_09L春馳意馬輕輕動柳拕愁絲日日長

011_0571_b_10L縹緲烟雲天外路來何忽也去何忙

011_0571_b_11L冬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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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代謝自相催復見天心春次來

011_0571_b_13L忽返化權噓橐籥細思塵冗畫爐灰

011_0571_b_14L愁邊有鴈聽江浦病裏無詩答早梅

011_0571_b_15L日線漸長當歲暮無多餘興臘前盃

011_0571_b_16L次然竹窩韻

011_0571_b_17L
幽居編竹定蕭然事事隨爲但聽天

011_0571_b_18L荀氏八龍今下食蔣家三逕復開筵

011_0571_b_19L榮枯不入淸閒界憂樂無關老大年

011_0571_b_20L倩問箇中庭實意仰瞻堂宇揭諸扁

011_0571_b_21L次龜山使君雲坡趙秉瑜晬宴韻

011_0571_b_22L
丹蓂重見受生年信有篔簹不老仙

011_0571_b_23L感誦莪章那有極喜供萊舞更堪憐

011_0571_b_24L憂民白髮南州短愛國丹心北闕懸

011_0571_c_01L吏胥賓朋同進賀    향리와 벗들과 나란히 나아가 축하드리니
壽而康樂福完全    장수하시고 복록이 완전하시길 기원하네
학산에서 유생 이덕양과 시를 짓다(鶴山客裏與李生德養拈韻)
洞天圍小接諸天    좁은 동천81)에서 천신들을 접하니
天借佳緣一榻聯    하늘이 인연을 주어 나란히 앉았네
樵斫靑山歸野墅    초동은 청산을 잘라 집으로 돌아가고
農分白水引禾田    농부는 물을 나눠 자기 논으로 이끄네
舊情不壞盟深石    옛 정은 스러지지 않아 돌처럼 굳은데
浪跡無浪刻後船    물거품 자취는 뒤 배에 새기지 못하나
詩上淸標同氣味    시의 고결한 맑음은 기운과 맛이 같아서
坐來談笑意欣然    앉아서 담소하니 흔연히 기쁘구나
가을날 단아한 모임82)(秋日雅集)
臭味芝蘭利斷金    향기는 지초·난초 같고 날카로움은 쇠 끊을 듯
一言然諾細論心    한마디 말로 허락하고 자세히 마음을 논하네
江天露重蒹葭冷    강 하늘에 서리 무거워 갈대는 차가우니
林屋秋深蟋蟀吟    숲속 집에 가을은 깊어 귀뚜라미 우는데
殘菊經霜持艶態    국화는 서리 맞아도 고운 자태 지니고
素琴在匣剩淸音    거문고83)는 함에서도 맑은 소리 남아 있듯
知君不染塵荒事    그대는 세상사 거친 일에 물들지 않음 아나니
氷月交光照徹襟    얼음 같은 달이 빛나서 흉금을 꿰뚫는도다
병중에 우연히 읊다(病中偶吟)
支離隔歲沉吟苦    지리하게 해 넘도록 고통에 신음하면서
聊得神方依舊平    신이한 방책 얻어 이전처럼 지내길 비네
極浦雲晴天臬淨    수평선 구름은 맑고 하늘은 정갈하니
扶桑日出海門明    동해에 해가 솟아 바다가 환해지고
壽星開夜長垂影    수성84)은 밤에 떠서 긴 그림자 드리우니
病樹回春㪅發榮    병든 나무가 회춘하여 다시 꽃 피우리
人命在天蘇有日    인명은 재천이니 회복할 날 있어서
此生永保百年生    이 삶을 영원히 지켜 백 년 동안 살리
파계사 금당85)에 쓰다(題把溪金堂)
公山臥起已多年    팔공산에서 기거한 지 이미 여러 해
早晩煙霞隨一筵    아침저녁 노을 안개가 자리에 이네
蓮雨道場雲彩裏    연꽃 비 내리는 도량은 채색 구름 속
玉書春殿日華邊    옥 글씨 있는 춘전86)은 환한 햇살 속
和風雪盡吹初㝎    바람결에 눈 내리다 막 그치니
白月天空滿自圓    흰 달이 하늘에서 절로 원만하구나
看罷床經移凭檻    책상에서 경전 보다 옮겨 난간에 기대니
爐香燒歇水涓涓    화로 향은 다 타고 물방울이 뚝뚝 듣네
부. 백운 이화상이 지은 시(附白雲李華祥)
靈山傳鉢後千年    영산에서 의발을 전한 지 천여 년
重見金堂設法筵    다시금 금당에 법회 설한 것을 보네
活計有書兼有畵    살 방도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데
禪心無裏亦無邊    선사 마음엔 가운데도 없고 주변도 없어

011_0571_c_01L吏胥賓朋同進賀壽而康樂福完全

011_0571_c_02L鶴山客裏與李生德養拈韻

011_0571_c_03L
洞天圍小接諸天天借佳緣一榻聯

011_0571_c_04L樵斫靑山歸野墅農分白水引禾田

011_0571_c_05L舊情不壞盟深石浪跡無浪刻後船

011_0571_c_06L詩上淸標同氣味坐來談笑意欣然

011_0571_c_07L秋日雅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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臭味芝蘭利斷金一言然諾細論心

011_0571_c_09L江天露重蒹葭冷林屋秋深蟋蟀吟

011_0571_c_10L殘菊經霜持艶態素琴在匣剩淸音

011_0571_c_11L知君不染塵荒事氷月交光照徹襟

011_0571_c_12L病中偶吟

011_0571_c_13L
支離隔歲沉吟苦聊得神方依舊平

011_0571_c_14L極浦雲晴天臬淨扶桑日出海門明

011_0571_c_15L壽星開夜長垂影病樹回春㪅發榮

011_0571_c_16L人命在天蘇有日此生永保百年生

011_0571_c_17L題把溪金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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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山臥起已多年早晩煙霞隨一筵

011_0571_c_19L蓮雨道場雲彩裏玉書春殿日華邊

011_0571_c_20L和風雪盡吹初㝎白月天空滿自圓

011_0571_c_21L看罷床經移凭檻爐香燒歇水涓涓

011_0571_c_22L附白雲李華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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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山傳鉢後千年重見金堂設法筵

011_0571_c_24L活計有書兼有畵禪心無裏亦無邊

011_0572_a_01L非春覺樹花長在    봄은 아닌데 보리수꽃 여전히 피어 있고
是夜承天月復圓    밤이라 하늘 받들어 달이 다시 원만하네
白首做來甚事業    백수가 되도록 무슨 사업을 하였던가
願將慈海報埃涓    자비의 바다로 세속을 건지기 바라노라
치당 신숙균이 지은 시(恥堂申琡均)
空門入定幾何年    사찰에서 선정한 지 몇 해런가
鎭日跏趺講法筵    종일토록 가부좌하여 법회에 참여하네
如是淸虛無一物    이처럼 청허하여 한 물건도 없으니
異生因果在誰邊    이생의 인과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
鍾聲撞破祇林寂    종소리 울려 퍼지는 기림87)은 적막하고
佛眼通明慧月圓    부처 눈은 밝아서 지혜 달처럼 원만하네
想到箇中玄妙處    그중에 현묘한 것을 생각하노라니
三瓶淨水自涓涓    세 정병88)에 담긴 물 뚝뚝 떨어지네
송재 현경운이 지은 시(松齋玄擎運)
飮水看山七十年    물 마시며 산 바라본 지 70년
豈知瓶鉢老詩筵    바리때로 늙은 시인의 자리를 어찌 알리
紛紛冠蓋停林下    분분히 벼슬아치들이 숲에 모여들고
濟濟闍梨講樹邊    수많은 승려들이 나무 옆에서 강의 듣네
雲氣三天虹遠貫    삼천89)의 구름기운을 무지개 멀리 꿰뚫고
湖心萬頃月長圓    만경의 호수 가운데 달은 길이 원만한데
休公也是杞憂子    휴공은 그야말로 근심 많은 인물이라
幾夜寒燈涙滴㳙    몇 날 밤이나 찬 등불에 눈물 떨구었나
성당 이정상이 지은 시(惺堂李定祥)
寄跡烟霞問幾年    자취를 산에 붙인 지 몇 년인지 물으니
瓣香凝注講眞筵    판향90) 어리는 자리에서 강연하네
空寂形骸遊物外    공허한 형체로 물외에서 노니니
淸閒巾鉢任詩邊    청한한 바루는 시 옆에 놓여 있네
白首南風知已晩    흰 머리에 남풍 불어 이미 늦음 알고
碧山新月照心圓    푸른 산의 새 달은 원만한 마음 비추니
玄理由來深似水    현묘한 이치의 유래는 물처럼 깊은데
活機流動聽㳙㳙    유동하는 활기로 물방울 소리 듣네
우항 정내조가 지은 시(雨航鄭來朝)
祇樹論交已昔年    사찰91)에서 교제 논한 때가 이미 작년
曇華日繞誦經筵    우담바라 날마다 경전 외는 자리 둘렀네
堅持半偈求諸品    반 게92)를 굳게 지녀 모든 것 구하여
不說甘中與苦邊    달콤한 중앙과 쓴 주변을 말하지 않고
直得虛空明鏡照    허공에서 밝은 거울에 비침을 바로 구해
超登彼岸法輪圓    피안의 원만한 법륜에 뛰어오르니
吾師養志知何處    우리 선사의 뜻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每夜松䆫澗水㳙    매일 밤 솔 창에 개울물이 떨어지네
중산 서경순이 지은 시(中山徐畊淳)
儒林失望造禪年    유림에서 실망하여 선정으로 나아가
祇受玄經啓講筵    현묘한 경전 받아 강연을 열었네
福地早占雲有定    복된 땅을 일찍 차지하니 구름 머물고
智舟可達海無邊    지혜 배로 닿을 수 있는 바다는 끝없어
鍾聲欲斷谷風逈    종소리 끊일 듯 계곡 바람은 아득하고
塔影漸高山月圓    탑 그림자 높아지고 산 달은 둥그렇네

011_0572_a_01L非春覺樹花長在是夜承天月復圓

011_0572_a_02L白首做來甚事業願將慈海報埃涓

011_0572_a_03L恥堂申琡均

011_0572_a_04L
空門入定幾何年鎭日跏趺講法筵

011_0572_a_05L如是淸虛無一物異生因果在誰邊

011_0572_a_06L鍾聲撞破祇林寂佛眼通明慧月圓

011_0572_a_07L想到箇中玄妙處三瓶淨水自涓涓

011_0572_a_08L松齋玄擎運

011_0572_a_09L
飮水看山七十年豈知瓶鉢老詩筵

011_0572_a_10L紛紛冠蓋停林下濟濟闍梨講樹邊

011_0572_a_11L雲氣三天虹遠貫湖心萬頃月長圓

011_0572_a_12L休公也是杞憂子幾夜寒燈涙滴㳙

011_0572_a_13L惺堂李定祥

011_0572_a_14L
寄跡烟霞問幾年瓣香凝注講眞筵

011_0572_a_15L空寂形骸遊物外淸閒巾鉢任詩邊

011_0572_a_16L白首南風知已晩碧山新月照心圓

011_0572_a_17L玄理由來深似水活機流動聽㳙㳙

011_0572_a_18L雨航鄭來朝

011_0572_a_19L
祇樹論交已昔年曇華日繞誦經筵

011_0572_a_20L堅持半偈求諸品不說甘中與苦邊

011_0572_a_21L直得虛空明鏡照超登彼岸法輪圓

011_0572_a_22L吾師養志知何處每夜松䆫澗水㳙

011_0572_a_23L中山徐畊淳

011_0572_a_24L
儒林失望造禪年祇受玄經啓講筵

011_0572_a_25L福地早占雲有定智舟可達海無邊

011_0572_a_26L鍾聲欲斷谷風逈塔影漸高山月圓

011_0572_b_01L夢入把溪論社事    꿈에 파계사에 들어가 모임 논하였는데
攪來猶聞水潛㳙    깨어 보니 여전히 물소리 들리는구나
동초 소현규가 지은 시(東樵蘇鋧奎)
八公淑氣鍾千年    팔공산의 맑은 공기 천 년을 모아
有此禪師珎重筵    이러한 선사가 진중히 자리에 있으니
道術貫通鄒魯域    도력은 추·노93) 영역을 관통하였고
篇章超越漢唐邊    문장은 한·당94) 경계를 초월하였네
神仙誤落人間在    신선이 잘못 인간세상에 떨어졌으나
鏡月分明心上圓    거울 같은 달 또렷하여 원만한 마음이라
洗鉢叅經緣已晩    바루 씻고 경연에 참가한 인연 늦었으나
肯將瓶水借餘涓    어찌 병의 물95)로 남은 방울을 빌리랴
하산 서긍수가 지은 시(霞山徐兢洙)
瘦鶴孤松不記年    야윈 학 외론 솔에 몇 년인지 기억 않고
朝朝相對誦經筵    아침마다 마주하여 경전을 외는구나
沈淪世入腥氊裏    세상에 빠져 비린내 나는 곳에 들었다가
解脫人歸淨土邊    해탈한 사람으로 정토로 돌아가는구나
初地春深花并在    처음엔 봄 깊어 꽃이 함께 피어나고
諸天雲破月長圓    제천의 구름 깨뜨려 달이 길이 원만하네
禪家滿足因空色    선가의 만족은 공즉시색으로 말미암고
山始丘陵水始涓    산은 언덕에서 물은 방울에서 시작하네
노산 우동식이 지은 시(蘆山禹東軾)
住錫公山四十年    팔공산에 주석한 지 사십 년
襟懷相許粲花筵    흉금을 나누어 꽃처럼 환한 자리
交深一榻憑誰下    사귐은 깊은데 탁자를 누가 내릴까96)
學到三乘透不邊    학식은 삼승97)에 도달하여 끝이 없네
普靜流雲知獨㝎    보정사 흐르는 구름은 홀로 선정을 알고
康莊新月得重圓    강장98)의 새 달은 다시 원만하게 되니
混經波篆眞源在    혼경의 파전에 참된 근원 있고
萬刧恒河點大涓    만겁의 항하에 큰 물방울 찍네
만시挽詩
매수 정관용에 대한 만시(挽梅叟鄭官容)
觀行聽言識性天    행동을 관찰하고 말 들으면 성품 아나니
仁風近里賴而宣    그 덕분에 인풍이 인근에 펼쳐졌는데
金丹九煎眞仙否    금단99)을 아홉 번 구워 신선이 되었나
薤露一歌擧世然    해로 노래100) 하나를 온 세상이 부르네
帝側他年如復見    상제 곁에서 훗날 다시 볼 듯하니
人間此日不須憐    인간세상의 이날을 근심하지 말지라
立庭已有趨前慶    뜰에 서서 앞으로 가는 경사 있었으니
勤讀勤耕錫福全    근면히 독서하고 밭 갈아 복록 온전하리
만호 사문 채정식에 대한 만시(挽晩湖蔡斯文廷植)
南州文質賴彬彬    남쪽이 그대 덕에 문채와 바탕 빛났으니
滿腹猶餘濟世綸    배에 가득하고도 남은 세상 경영의 의론

011_0572_b_01L夢入把溪論社事攪來猶聞水潛㳙

011_0572_b_02L東樵蘇鋧奎

011_0572_b_03L
八公淑氣鍾千年有此禪師珎重筵

011_0572_b_04L道術貫通鄒魯域篇章超越漢唐邊

011_0572_b_05L神仙誤落人間在鏡月分明心上圓

011_0572_b_06L洗鉢叅經緣已晩肯將瓶水借餘涓

011_0572_b_07L霞山徐兢洙

011_0572_b_08L
瘦鶴孤松不記年朝朝相對誦經筵

011_0572_b_09L沈淪世入腥氊裏解脫人歸淨土邊

011_0572_b_10L初地春深花并在諸天雲破月長圓

011_0572_b_11L禪家滿足因空色山始丘陵水始涓

011_0572_b_12L蘆山禹東軾

011_0572_b_13L
住錫公山四十年襟懷相許粲花筵

011_0572_b_14L交深一榻憑誰下學到三乘透不邊

011_0572_b_15L普靜流雲知獨㝎康莊新月得重圓

011_0572_b_16L混經波篆眞源在萬刧恒河點大涓

011_0572_b_17L

011_0572_b_18L

011_0572_b_19L挽梅叟鄭官容

011_0572_b_20L
觀行聽言識性天仁風近里賴而宣

011_0572_b_21L金丹九煎眞仙否薤露一歌擧世然

011_0572_b_22L帝側他年如復見人間此日不須憐

011_0572_b_23L立庭已有趨前慶勤讀勤耕錫福全

011_0572_b_24L挽晩湖蔡斯文廷植

011_0572_b_25L
南州文質賴彬彬滿腹猶餘濟世綸

011_0572_c_01L九老淸遊曾結誼    구로101)의 청한한 유희로 정분을 맺었고
八旬淳德便行仁    팔순의 도타운 덕으로 인을 행하였네
海潤桑畦遐筭積    바다처럼 넓은 뽕나무밭에 산가지 쌓이고
春深蘭砌遠香新    봄 깊어 난초 섬돌에 새 향기 멀어지는데
若聞有時雙鳳笛    쌍봉의 피리 소리102) 듣는 때가 있다면
從斯疑作玉京臣    이로써 천상의 신하 되었는가 생각하리
매석 대아103) 김도제에 대한 만시(輓梅石金大雅道濟)
만경104)이 신선이 되자 비연105)이 애도하였고, 구양수106)가 서거하자 혜근107)이 통곡하였다. 자고로 글 짓는 납자는 왕왕 기미가 그러하다. 나는 공과 사귐이 가까우나 정이 매우 돈독하다. 문장으로 상합함이 비연과 석공, 혜근과 구양수와 같을 뿐만이 아니니, 티끌처럼 많은 인간세상에서 전생에 못다 한 인연을 바꿔 얻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 잠깐 동안의 뜬 인생에 한숨 같은 꿈이로다. 공께서는 일찍이 구양수와 석공에 비기셨는데 이제 두 공처럼 신선이 되셨다. 나 또한 비연과 혜근처럼 통곡을 하노니, 공께서는 아실까. 아아, 한 구역의 샘과 바위들을 누가 주장할 것인가. 책상에 가득한 경전과 역사서 등을 누구와 토론할 것인가. 이어서 슬퍼하고 통곡하노라. “노래하네 노래하네 부추 위 이슬, 한번 이별에 정녕 아득하구나. 거문고 안고 ≺아양곡≻108) 연주하고 싶으나 줄 끊어져 서글프게 하네. 학을 타고 날아 신선 되어 가 버리니, 어느 때나 다시 같이 노닐까. 공을 생각하지만 공은 보이지 않고 산 위에 달만 영원하도다.”

林泉俱異卜幽居    숲과 샘 모두 기이한 곳에 거처 정해
祗得淸緣一把裾    청한한 인연 얻어 옷깃 한번 잡았네
賢子經邦能補衮    현명한 이는 나라 경영해 임금 보필하고
穉孫繩武解勤書    어린 손자는 뒤를 이어 독서에 열중하여
山川草木留精後    산천의 초목에는 정신이 남아 있고
鄕黨州閭頌德餘    마을과 고을에서는 덕을 기리는구나
昨夜夢中相見別    지난 밤 꿈에 보고서 이별하였다가
忽驚門外過靈車    문득 놀라니, 문밖에 상여가 지나가네
호군109) 김정두에 대한 만시(挽護軍金楨斗)
昔有仙翁降自天    지난날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七星巖下卜居先    칠성암 아래에 먼저 거처하더니

011_0572_c_01L九老淸遊曾結誼八旬淳德便行仁

011_0572_c_02L海潤桑畦遐筭積春深蘭砌遠香新

011_0572_c_03L若聞有時雙鳳笛從斯疑作玉京臣

011_0572_c_04L輓梅石金大雅道濟

011_0572_c_05L
曼卿仙矣秘演悼之歐陽逝矣
011_0572_c_06L勤哭之自古文章衲子往徃氣味然
011_0572_c_07L吾與公相交雖近情誼甚篤矣
011_0572_c_08L文章契合不啻若演勤之於歐石二
011_0572_c_09L而倘未知化界塵塵換得前生未
011_0572_c_10L了因耶忽忽浮生一夢噓唏公嘗
011_0572_c_11L以歐石二公自許而今如二公登仙
011_0572_c_12L吾亦以演勤二子同哭公可知否
011_0572_c_13L嗚呼一區泉石孰主張是滿案經史
011_0572_c_14L孰與論是繼以哀些以哭曰有歌有
011_0572_c_15L歌薤上露一別政悠悠抱琴欲奏峩
011_0572_c_16L洋曲絃斷使人愁駕鶴翺翔升仙去
011_0572_c_17L何時更同遊思公兮公不見山月千
011_0572_c_18L

011_0572_c_19L
林泉俱異卜幽居祗得淸緣一把裾

011_0572_c_20L賢子經邦能補衮穉孫繩武解勤書

011_0572_c_21L山川草木留精後鄕黨州閭頌德餘

011_0572_c_22L昨夜夢中相見別忽驚門外過靈車

011_0572_c_23L挽護軍金楨斗

011_0572_c_24L
昔有仙翁降自天七星巖下卜居先

011_0573_a_01L顯揚邦渥身能享    나라를 빛내고 자신은 부귀 누리며
仁善家風世所傳    인하고 선한 가풍 대대로 전해
蘭砌春長香聞遠    섬돌의 난초는 봄에 자라 향기 퍼지고
蓮巢龜息福成全    연꽃 처소와 거북이 숨110)에 복이 완전하고
塵緣脫了乘雲去    세속 인연 벗어나 구름 타고 가니
應復趨蹌玉帝前    응당 옥황상제 앞에서 신하 되리라111)
극은 이상후에 대한 만시(挽克隱李相厚)
春光欲暮落花時    봄빛이 저물고 꽃이 지려는 때
感舊人情愁上眉    옛 인정에 느꺼워 근심이 이네
孝友古家賢父老    효우로 이름난 고가의 현명한 부로들
笑談今世好男兒    담소 나누는 금세의 호남아로다
星垂南極八旬邵    별이 드리운 남극112)은 팔순의 아름다움
庭茁芳蘭三朶奇    뜰에 돋아난 난초 세 줄기113) 기이하네
一語便成泉下訣    한마디가 문득 영원한 이별이 되니
倚雲回首不勝悲    구름에 머리 돌려 슬픔을 가누지 못하네
동지 신곡 이순일에 대한 만시(輓同知莘谷李順一)
歸寄都因造化兒    살고 죽음은 모두 조화옹 때문이요
臨門一面似相期    문에서 한번 봄에 서로 약속함 같아
弘恩顯赫終爲感    큰 은혜 빛나서 마침내 감동 되었는데
馨德文明永有辭    향기로운 덕과 밝음을 영원히 이별하네
故宅留祥三鳳藹    고택에 머문 상서로운 세 봉황이여
佳城入夢百花悲    가성114)에 꿈꾸니 온갖 꽃 슬프도다
白雲乘去山猶在    백운을 타고 가도 산은 남아 있고
杜宇空啼月下枝    두견새 그저 우는 달 아래 나뭇가지
오위장115) 마형두에 대한 만시(挽五衛將馬亨斗)
達城歸路舊居尋    달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옛 거처 찾으니
消息茫茫隔一陰    소식은 망망하여 음양으로 멀어졌네
星照南天華鶴髮    별 빛나는 남쪽 하늘에서 흰 머리로
恩霑北闕注葵心    은혜로운 대궐 향하는 해바라기 마음
參商悵望空勞夢    멀리 떨어져116) 슬피 그저 꿈만 꾸다가
山水蒼凉忽斷琴    산수도 서늘하여 홀연 거문고 끊어지네
餘慶綿綿堪頌賀    남은 경사 이어짐을 감히 송축하노니
庭蘭馨發見春深    깊은 봄에 뜰의 난초 향기로움을 보네
은자의 노래(隱者歌)
丈夫生世兮      대장부 세상에 남이여
志在經邦懷永圖    나라 경영하여 길이 도모할 뜻 품었으나
否則山林兮      운수 막혀 산림에 있음이여
藥草養身宿痾無    약초로 몸 길러 묵은 병 없도다
種花養竹兮      꽃 심고 대나무 기름이여
木石烟雲隣不孤    나무, 바위, 안개, 구름 있어 외롭지 않고
園收芋栗兮      정원에서 토란과 밤을 거둠이여
終年餘粮無艱虞    말년에 양식 남아 근심 없도다
明䆫暖几兮      밝은 창에 따사로운 책상이여
山誌水經是工夫    산수를 구경함이 공부로다
有時客到兮      때때로 객이 옴이여
松釀常存不用活    솔잎주 늘 있어 술 살 필요 없어라

011_0573_a_01L顯揚邦渥身能享仁善家風世所傳

011_0573_a_02L蘭砌春長香聞遠蓮巢龜息福成全

011_0573_a_03L塵緣脫了乘雲去應復趨蹌玉帝前

011_0573_a_04L挽克隱李相厚

011_0573_a_05L
春光欲暮落花時感舊人情愁上眉

011_0573_a_06L孝友古家賢父老笑談今世好男兒

011_0573_a_07L星垂南極八旬邵庭茁芳蘭三朶奇

011_0573_a_08L一語便成泉下訣倚雲回首不勝悲

011_0573_a_09L輓同知莘谷李順一

011_0573_a_10L
歸寄都因造化兒臨門一面似相期

011_0573_a_11L弘恩顯赫終爲感馨德文明永有辭

011_0573_a_12L故宅留祥三鳳藹佳城入夢百花悲

011_0573_a_13L白雲乘去山猶在杜宇空啼月下枝

011_0573_a_14L挽五衛將馬亨斗

011_0573_a_15L
達城歸路舊居尋消息茫茫隔一陰

011_0573_a_16L星照南天華鶴髮恩霑北闕注葵心

011_0573_a_17L參商悵望空勞夢山水蒼凉忽斷琴

011_0573_a_18L餘慶綿綿堪頌賀庭蘭馨發見春深

011_0573_a_19L隱者歌

011_0573_a_20L
丈夫生世兮志在經邦懷永圖否則山
011_0573_a_21L林兮藥草養身宿痾無種花養竹兮
011_0573_a_22L木石烟雲隣不孤園收芋栗兮終年餘
011_0573_a_23L粮無艱虞明䆫暖几兮山誌水經是工
011_0573_a_24L有時客到兮松釀常存不用活 [8]

011_0573_b_01L世塵不到兮      세상 티끌 미치지 못함이여
阿陸澗槃樂于于    언덕과 굽이도는 시냇가에서 즐겁고117)
心地春和兮      마음은 봄처럼 화평함이여
性天月朗破昏衢    품성은 달처럼 밝아 어둔 거리 깨뜨리네
養吾浩然兮      나의 호연지기를 기름이여
天地之間充塞乎    천지 사이에 충만하게 가득하도다
日與逍遙兮      날마다 같이 소요함이여
山之禽野之獸一胞吾  산새와 들녘 짐승들이 나의 동포로다

011_0573_b_01L塵不到兮阿陸澗槃樂于于心地春和
011_0573_b_02L性天月朗破昏衢養吾浩然兮
011_0573_b_03L地之間充塞乎日與逍遙兮山之禽野
011_0573_b_04L之獸一胞吾

011_0573_b_05L
克庵集卷之一

011_0573_c_01L
  1. 1)사문斯文 : 유학자를 이르는 말이다.
  2. 2)태청太淸 : 도교에서 하늘을 일컫는 말이다.
  3. 3)대계戴溪 : 시내 이름. 동진東晉 시대 왕휘지王徽之가 눈 내리는 밤에 대규戴逵를 방문했던 절강성浙江省 섬계剡溪를 대계라고도 한다.
  4. 4)기원祗園 : 사찰. 기원정사祗園精舍의 준말이다. 옛날 중인도 마가다(magadha) 사위성舍衛城 남쪽에 있던 절로 석가모니의 수도와 설법을 위해 수달장자須達長者가 세웠다.
  5. 5)옛날 염화~홀로 웃었지 : ‘염화미소’를 가리킨다. 음광飮光은 가섭迦攝의 의역으로, 십대제자十大弟子 중 한 명이다. 마가다 출신으로 엄격하게 수행하여 두타제일頭陀第一이라 일컬었다. 『大梵天王問佛決疑經』에 따르면, 영산靈山에서 범왕梵王이 석가에게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치자 석가가 연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다.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하였으나, 가섭만은 참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고 이에 석가는 가섭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열반묘심涅槃妙心, 실상무상實相無相, 미묘법문微妙法門 등의 불교 진리를 전해 주었다.
  6. 6)겨자와 바늘이 상합하듯 : 개자투침芥子投針. 극히 만나기 어려움을 비유한다. 도리천忉利天에서 겨자씨 하나가 아래로 떨어져서 염부제閻浮提에 곧추 세운 바늘 위에 꽂히는 것처럼 부처의 출세出世를 만나기 어렵다는 ‘추개투침봉墜芥投針鋒’의 비유가 북본北本 『涅槃經』 권2에 실려 있다.
  7. 7)파초 소식이~속에 피네 : 여기서 파초는 깨달음을 비유한 듯하다. 2조 혜가慧可가 눈밭에 밤새 서서 달마에게 법을 구했으나 달마가 일체 응대를 하지 않자 계도戒刀로 자기 팔뚝을 끊으니 뿜어 나온 핏속에서 파초가 피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8. 8)아이가 울음~그친 후에 : 『大般涅槃經』 권20 「嬰兒行品」(T12, 485b)에서 “저 어린아이가 울 때에 부모가 버드나무의 누런 잎을 들고서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내가 이 황금을 너에게 줄게.’라고 말하면 어린아이가 그것을 보고는 진짜 황금이라고 생각해 곧 울음을 그치는 것과 같다.(如彼嬰兒啼哭之時。 父母即以楊樹黃葉而語之言。 莫啼莫啼。 我與汝金。 嬰兒見已。 生眞金想。 便止不啼。)”라고 하였다.
  9. 9)육적六賊 : 눈·귀·코·혀·몸·뜻의 육근六根을 이르는 말이다.
  10. 10)옷 속~깨닫지 못하고 : 『法華經』 권4 「五百弟子授記品」 제8에, 부유한 친구가 가난한 친구의 옷섶에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배구슬을 넣어 두었으나 가난한 친구가 그 사실을 몰라 여전히 궁상을 떨고 살았다는 비유가 나온다. ‘옷 속의 명주明珠’는 중생이 본래 구유具有한 불성을 가리킨다.
  11. 11)용화龍華 : 미륵불이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하면서 중생을 모두 제도하기 위해 연 세 번의 법회를 말하기도 하고, 미륵불이 출현할 용화세계를 가리키기도 한다.
  12. 12)영남 나무와 호남 구름 : 구름과 나무는 떨어져 있는 친구 사이를 말한다. 두보杜甫의 시 ≺春日憶李白≻에 “위수 북쪽 봄에 나무 우거지고, 강동의 저문 하늘에 구름이 흐르네(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라고 하였다.
  13. 13)낭선浪仙 : 중당中唐 때의 시인 가도賈島의 자. ≺尋隱者不遇≻ 등의 시를 남겼다.
  14. 14)사월沙月 : 경북 안동·산청·경산 등지에 해당 지명이 있는데, 여기서는 대구 사월동을 가리키는 듯하다.
  15. 15)유마維摩 : 왕유王維(699~759)를 가리킨다. 그의 자가 마힐摩詰이다. 모친 최씨崔氏가 열렬한 불교 신자로서 왕유도 이 영향으로 유마힐維摩詰을 닮고자 하여 자를 마힐이라 했다고 한다. 그는 “시 속에 그림이 들어 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불詩佛’이라는 칭호를 얻은 자연시인이다.
  16. 16)최정산最頂山 : 달성군 가창면嘉昌面에 있는 산.
  17. 17)절각건折角巾 : 도인이 쓰던 위가 구부러진 쓰개.
  18. 18)동천洞天 : 산과 내로 둘러싸인,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답고 좋은 곳을 말한다.
  19. 19)베개에 영험한 꿈 : 한단지몽邯鄲之夢을 가리키는 듯하다. 당나라 심기제沈旣濟가 쓴 「枕中記」에, 노생盧生이 한단邯鄲에서 도사 여옹呂翁의 베개를 빌려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부귀영화의 꿈을 꾼 고사가 나온다. 전하여 부귀공명의 덧없음을 뜻한다.
  20. 20)납주臈酒 : 섣달에 빚어서 봄에 마시는 술을 가리킨다.
  21. 21)두우성(斗牛墟) : 작은곰자리 8성星.
  22. 22)신의 지켜~어기지 않고 : 봄을 알리는 삼월삼짇날에 강남으로 갔던 제비들이 다시 돌아왔다가 가을이 되면 돌아간다.
  23. 23)통판通判 : 판관判官. 조선 시대 종5품 외관직의 하나. 소속 관아의 행정 실무를 지휘·담당하거나 지방관을 도와 행정·군정에 참여하였다. 『承政院日記』 고종 17년(1880) 4월 25일 기사에 이보인을 대구 판관으로 임명한다고 하였고, 1882년에 통천 군수로 옮기므로, 이 시는 1880년이나 1881년에 지어진 것이다.
  24. 24)동릉洞陵 : 미상. 지명인 듯하다.
  25. 25)수령(鳧舃) : 부석鳧舃은 오리 속의 신발이라는 뜻으로, 고을 수령을 가리킨다. 후한後漢 왕교王喬의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섭현葉縣의 현령으로 있으면서 매월 삭망朔望 때마다 먼 길을 마차도 없이 조정에 나오곤 하였는데, 임금이 이를 괴이하게 여겨 태사太史로 하여금 탐지하게 한 결과, 그가 올 때마다 동남쪽에서 두 마리 오리(雙鳧)가 날아왔으므로 그물을 쳐서 이를 잡고 보니 바로 상서령尙書令 때 하사받았던 신발(舃)이 그 속에 있더라는 전설이 전한다. 『後漢書』 「王喬傳」.
  26. 26)밤에 황금도 사양하리 : 후한의 양진楊震이 동래東萊 태수太守로 있을 때 창읍昌邑의 현령 왕밀王密이 밤에 찾아와 뇌물로 금 10근을 선사하며 “아무도 모른다.”고 하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모른다 하는가.(天知地知我知子知。 何謂無知。)” 하며 돌려보냈다. 『後漢書』 권54 「楊震列傳」.
  27. 27)도령陶令 : 도연명陶淵明(365~427). 팽택령彭澤令을 지낸 바 있는 동진東晉의 시인으로 이름은 잠潛,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 연명은 자字이다.
  28. 28)향사香社 : 당나라 때 백거이白居易(772~846)가 향산香山의 승려 여만如滿과 함께 결성한 모임인 향화사香火社의 준말이다.
  29. 29)≺백설가白雪歌≻ : 고상한 노래를 의미한다. 초楚나라의 서울인 영郢에서 어떤 사람이 유행가를 불렀더니 같이 합창하는 자가 수백 명이었다. 그러나 수준이 높은 노래인 양춘陽春·백설白雪을 부를 적에는 따라 부르는 자가 거의 없었다고 하였다. 『文選』, 송옥宋玉의 「對楚王問」.
  30. 30)현 주위엔~물 같아 : 이백李白의 시에 “백설의 곡조를 섬섬옥수로 연주하고, 녹수의 곡조로 텅 빈 마음 맑게 하네.(白雪亂纖手。 綠水淸虛心。)”라는 표현이 나온다. 『李太白集』 권22 ≺月夜聽盧子順彈琴≻.
  31. 31)주머니 황금 : 한고조漢高祖 때 육가陸賈가 일찍이 한고조의 명을 받들어 남월南越에 사신으로 갔을 적에 월왕 위타尉他가 그를 무척 좋아한 나머지 몇 달 동안 함께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다가 귀환할 무렵에는 그의 행장에 천금의 가치가 있는 보물을 싸 주며 선물했던(賜陸生橐中裝直千金) 탁금槖金의 고사가 전한다. 『漢書』 권43 「陸賈傳」.
  32. 32)당시 통천군 수령이셨는데 : 『承政院日記』 고종 19년(1882) 3월 16일 기사와 고종 26년(1889) 7월 29일 기사에 이보인을 통천 군수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혼원 세환도 같이 갔다고 하였고, 부록으로 실린 이보인의 시 제목에 달성에서 옮긴 다음 해라고 하였으므로 1883년이 된다.
  33. 33)팽아에서 백한을 놔 주었다 :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리킨다. 당나라 옹도雍陶의 시 ≺和孫明府懹舊山≻에 “가을이라 달을 보니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많구나, 스스로 일어나 조롱을 열고 백한을 날려 보내네.(秋來見月多歸思。 自起開籠放白鷳。)”라고 하였다. 백한白鷳은 꿩과에 속하는 새이다.
  34. 34)『混元集』 권2 「金剛錄」에 이 시가 실려 있는데 “계미년(1883) 초여름에 예천 용문에 올랐고, 중추에 두셋 학인들과 사부를 모시고 금강산에 들어갔다.(余於癸未肇夏。 登醴泉之龍門。 至仲秋。 與二三學徒。 侍師主入金剛。)”고 하였다.
  35. 35)난석헌蘭石軒 : 『混元集』 권2에 “난석헌 편액이 이은당 현판과 함께 있다.(有蘭石軒扁額與吏隱堂懸板。)”는 기록이 있다. ‘난석헌’은 총석정과 금란굴을 합한 제명으로 보인다.
  36. 36)관리로 숨는 게(吏隱) : 관직에 있으나 은자와 같이 부귀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를 말한다.
  37. 37)영각鈴閣 : 지방관이나 번진藩鎭의 장수가 집무하는 곳이다. 본래 도독都督의 관사官舍 대문에 방울(鈴)을 걸어 두어 불의의 사태에 대비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38. 38)헌원씨軒轅氏 : 삼황三皇에 이어 중국을 다스린 오제五帝의 첫 번째 왕이다. ‘황제黃帝’라는 명칭은 재위 기간 중 황룡이 나타나 토덕土德의 상서로운 징조가 있다고 하여 붙여졌다.
  39. 39)하백河伯 : 강물의 신.
  40. 40)만호후萬戶侯 : 일만 호의 백성이 사는 영지領地를 가진 제후라는 뜻으로, 세력이 큰 제후를 일컫는다. 이백李白의 「與韓荊州書」에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만호후에 봉해지기보다는 그저 한 형주를 한 번 알기만을 바랄 뿐이다.(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라는 말이 나온다.
  41. 41)술동이에 비친~꽃을 머금었네 : 당나라 왕발王勃의 「滕王閣序」에 “수원睢園의 푸른 대는 그 기상이 도연명陶淵明의 술동이에 넘쳤고, 업수鄴水의 붉은 꽃은 그 빛이 사영운謝靈運의 붓을 비추었네.(睢園綠竹。 氣凌彭澤之樽。 鄴水朱華。 光照臨川之筆。)”라는 구절을 원용한 표현이다. 수원은 한나라 양효왕梁孝王 유무劉武가 세운 것으로 양원梁園 또는 토원兔園, 수죽원修竹園이라고도 하며, 현재 상구시商丘市 양원구梁園區에 터가 있다. 업수는 지금의 하북성河北省 임장현臨漳縣에 있다.
  42. 42)종정鍾鼎 : 종鐘과 솥(鼎)의 병칭. 『三國志』 「魏志」에 “공명이 정종에 나타난다.(功名著於鼎鐘)”고 했고, 「麒麟閣賦」에 “종정에 명한다.(銘之以鼎鐘。)”라는 기록이 있다.
  43. 43)도호부都護府 : 지방 행정기관. 1415년 주민이 1천 호 이상인 고을을 도호부로 하면서 밀양도호부密陽都護府가 되었다. 『大典會通』에 의하면, 경기 8, 충청 1, 경상 14, 전라 7, 황해 6, 강원 7, 함경 18, 평안 14 등 모두 75개의 도호부가 있었다.
  44. 44)풍속(武俗) : 무속武俗은 무성武城의 풍속을 말한다. 공자의 제자 자유子遊가 무성 수령으로 있을 때 거문고를 타며 예악의 정치를 펼치자, 닭 잡는 데에 소 잡는 칼을 쓴다고 공자가 농담을 했다. 『論語』 「陽貨」.
  45. 45)합포 물가에 구슬이 돌아옴(珠還合浦濱) : 청렴한 정사를 펼쳐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뜻이다. 후한後漢 때 합포에서 좋은 구슬이 생산되었는데, 탐관오리들이 수령으로 오면서 잠시 구슬이 나오지 않다가 맹상孟嘗이 태수로 부임하여 청렴한 정사를 행하자 다시 구슬이 생산되기 시작했다는 고사가 전해 온다. 『後漢書』 「孟嘗傳」.
  46. 46)이름난 꽃에~달 비추고 : 당나라 낙빈왕駱賓王의 시 ≺望月有所思≻에 “九秋涼風肅。 千里月華開。”라는 구절이 있다.
  47. 47)창랑滄浪 : 중국 한수漢水의 하류 지역. 굴원屈原의 ≺漁父辭≻에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고 했다. 이 ≺漁父辭≻를 ‘창랑가滄浪歌’라고도 하는데, 세상 모든 일은 자연에 맡기고 이 세상과 거슬리지 않음이 좋다는 뜻이 담겨 있다.
  48. 48)영수潁水 : 요임금이 허유許由를 불러 구주九州의 우두머리로 임명하려 하자, 허유는 어지러운 소리를 들었다며 영수潁水(허난성 동부 및 안후이성 서북부)로 가서 귀를 씻어 자신의 고결함을 보였다고 한다.
  49. 49)서사書社 : 독서하거나 시를 짓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서원의 의미로도 쓰이는데, 여기서는 개인의 서실을 가리키는 듯하다.
  50. 50)오문을 지나네(過吳門) : 달빛 속에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오문吳門은 오나라 도성의 서쪽 성문인 창문閶門을 말한다. 공자가 안연顔淵과 함께 노魯나라 태산泰山에 올라갔는데, 오나라 창문 밖에 백마가 매여 있는 것을 보고 안연에게 저것이 보이느냐고 묻자, 안연이 한 필의 흰 비단이라고 대답하니, 공자가 그 말을 듣고, “그것은 말이니라.”라고 하였다. 『論衡』 권4 「書虛篇」.
  51. 51)영험한 무소뿔(一點靈犀) : 영력靈力이 있는 무소의 뿔은 하나의 구멍이 뿌리에서 끝까지 통한다고 하여 두 사람의 마음이 잘 통함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52. 52)제정滁亭 : 송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제주滁州 태수太守로 있을 때 이름 지은 취옹정醉翁亭을 가리킨다. 그는 이 정자에 여러 손들과 함께 놀면서 「醉翁亭記」를 지었다. 『古文眞寶』 후집 권6 「醉翁亭記」.
  53. 53)난계蘭稧 : 진목제晉穆帝 영화永和 9년 늦은 봄에 회계會稽 산음山陰의 난정에서 왕희지王羲之·사안謝安 등 42인의 명사들이 모여 계사禊事를 행하고 이어 곡수曲水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으면서 성대한 풍류놀이를 벌였다. 이때 왕희지가 직접 짓고 쓴 「蘭亭記」가 유명하다.
  54. 54)무료하게 걸린 책상 : 벽에 걸린 책상을 내려 마주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후한後漢의 진번陳蕃이 예장豫章 태수太守로 있을 적에 다른 손님은 일체 접대를 하지 않다가 현인賢人인 서치徐穉가 오기만 하면 특별히 걸상 하나를 내려놓고 환담을 하고 나서는 그가 가면 다시 올려놓았다는 현탑懸榻의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徐穉傳」.
  55. 55)학이 알리니 배 돌림(鶴報船歸) : 송나라 때의 은자隱子 임포林逋가 고산孤山에 은거하면서 항상 두 마리의 학을 길렀다. 임포는 언제나 작은 배를 타고 서호西湖에서 노닐었는데, 혹 손이 임포를 찾아오면 동자童子가 학의 우리를 열어 주어 학들이 날아서 임포에게 갔다. 임포가 그것을 보고서 손님이 온 것을 알고 배를 돌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宋史』 권457 「隱逸列傳」 ≺林逋≻.
  56. 56)화전안후花前鴈後 : 생각은 꽃 피기 전에 벌써 발생하는데 돌아갈 날은 기러기 난 다음이라는 뜻으로, 고향 갈 생각이 앞섬을 뜻한다. 남북조南北朝 설도형薛道衡의 시 ≺人日思歸≻에 “入春才七日。 離家已二年。 人歸落雁後。 思發在花前。”이라고 했다.
  57. 57)벼루 밭의~흉작 없고 : 벼루 밭(硯田)은 문필 생활을 뜻한다. 허균許筠의 『閑情錄』에 명나라 진계유陳繼儒의 『岩栖幽事』를 출전으로 “硏田無惡歲”라는 말이 기재되어 있다.
  58. 58)설야에 달빛~번이나 맞았나 : 진晉나라 왕휘지王徽之가 폭설이 내린 달 밝은 밤에 산음山陰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좌사左思의 초은시招隱詩를 읊다가, 불현듯 섬계剡溪에 있는 벗 대규戴逵가 보고 싶어지자, 밤새도록 배를 몰고 그 집 앞에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왔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흥이 나서 갔다가 흥이 다해서 그냥 돌아왔다.(乘興而行。 興盡而返。)”고 대답한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任誕」.
  59. 59)화산華山 : 경북 군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828m이다.
  60. 60)이별가(驪歌) : 선진先秦 시대의 일시逸詩로 ≺驪駒≻가 있는데, 고대에 이별할 때 부르던 노래다.
  61. 61)떠남을 만류하여(投轄) : 투할投轄은 “굴대 빗장을 빼서 (우물 속에) 던져버린다.”는 뜻으로 상대방 수레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漢書』 「遊俠傳」에 “진준이 비녀장을 던지다.(陳遵投轄)”란 일화가 나온다.
  62. 62)연관蓮關 : 위 구절의 옥국玉局과 함께 사찰을 가리키는 듯하다.
  63. 63)양관삼첩陽關三疊 : 왕유王維(699~759)의 시 ≺送元二使安西≻를 가리킨다. “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64. 64)불교와 인연(桑緣) : 불교나 사찰을 상문桑門이라고 하므로 상연桑緣은 불교나 불도와의 인연을 가리킨다.
  65. 65)족장族丈 : 성姓과 본本이 같은 일가로서 유복친有服親에 들지 않는 위 항렬의 어른을 말한다. 극암은 달성 서씨이다.
  66. 66)고니의 뜰(鵠庭) : 난새의 집(鸞戶)과 고니의 뜰이란 자손이 뛰어남을 비유한 말이다. 송나라 소식蘇軾의 「祭張文定公文」에 “자식 하나에 손자 네 명으로 난새와 고니가 뜰에 있네.(一子四孫。 鸞鵠在庭。)”라 하였다.
  67. 67)진나라 풍류 : 동진 시대 왕희지가 계회契會를 기록한 「蘭亭集序」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68. 68)긴 대나무(脩竹) : 「蘭亭集序」의 “茂林修竹”을 원용한 표현이다.
  69. 69)증점이 봄옷 이룬 것 : 증점曾點은 공자 제자이다. 다른 제자들과 공자를 모시다가 각자 자신의 뜻을 말해 보라는 질문을 받고 “봄날 옷이 만들어졌으면 어른 대여섯 명과 아이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沂水에 가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의 대 아래서 바람을 쐬면서 시를 읊조리다가 돌아오고 싶습니다.(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대답해 칭찬을 받았다.
  70. 70)곡수에 잔을 더해 : 「蘭亭集序」의 “물길을 끌어들여 잔을 띄우는 곡수로 삼았다.(引以爲流觴曲水。)”를 원용한 표현이다.
  71. 71)소나무 백학관에서~소리 들으며 : 송나라 소식蘇軾의 시 ≺觀棋≻ 서문에 “나는 본디 바둑을 둘 줄 모르는데, 일찍이 여산廬山의 백학관에서 혼자 노닐 때 고송古松 밑으로 흐르는 물에서 바둑 두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였다.”고 하였다. 『蘇東坡集』 권41.
  72. 72)범지梵智 : 부처님의 명호. 『華嚴經』 권4 「如來名號品」에 “또 아래쪽에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나라를 지나 세계가 있으니 그 이름은 파리색이요, 그 부처님 명호는 범지梵智이며, 거기 있는 보살은 그 이름이 지수智首였다.(下方過十佛剎微塵數國。 有世界名玻瓈色。 佛號梵智。 菩薩字智首。)”라는 구절이 있다.
  73. 73)자경子卿 : 한나라 장수 소무蘇武의 자. 전한 무제 때 중랑장中郎將으로 부절符節을 들고 흉노에 사절로 가니, 선우單于가 항복을 받으려고 토굴에 가두고 음식을 주지 않았다. 마침 눈이 내리자 소무는 털로 만든 담요 올과 눈을 함께 씹어 먹어 수일간 죽지 않으니 흉노는 그를 귀신이라 하며 북해가로 옮겨 숫양들을 기르게 하면서 그 양들이 새끼를 낳으면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전한에서는 소제昭帝가 즉위하여 흉노와 화친을 맺고 소무를 돌려보내라 하니 흉노는 소무가 죽었다고 했는데, 소무의 부하인 상혜常惠가 계교를 써서 전한의 사자에게 “임금이 상림上林에서 사냥하던 중 기러기 발에 맨 비단 글을 보니 어떤 못가에 있다고 하더라.”고 말하도록 하여 풀려났다.
  74. 74)풀무(橐籥) :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이 그 안이 허무하면서도 만물을 만들어 낸다(天地之間。 其猶橐籥乎。)”는 말이 『老子』에 있다.
  75. 75)순씨의 여덟 용(荀氏八龍) : 순씨는 순숙荀淑이다. 후한 때 순숙의 여덟 아들이 모두 재능이 뛰어나 ‘순씨팔룡荀氏八龍’이라 일컬어졌다.
  76. 76)장씨의 세 오솔길(蔣家三逕) : 장씨는 장후蔣詡이다. 왕망王莽이 반란을 일으켜 신新나라를 세우자 장후는 벼슬을 내놓고 향리에 은둔하여 집 안 대나무 밭 아래에 세 개의 오솔길을 내고는 오직 친구인 구중求仲과 양중羊仲 두 사람과만 교유했다. 『蒙求』 상 「蔣詡三逕」.
  77. 77)구산龜山 : 현재의 마산이다.
  78. 78)명협蓂莢 : 요임금 때 났었다는 전설상의 상서로운 풀이다.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하루에 한 잎씩 돋아났다가 열엿새부터 그믐까지 하루에 한 잎씩 떨어지고, 작은달에는 마지막 한 잎이 시들기만 하고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달력풀 또는 책력풀이라고도 한다.
  79. 79)≺육아장蓼莪章≻ : 부모의 은공을 노래한 시. 『詩經』 「小雅」.
  80. 80)노래자老萊子: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 그는 나이 들어서도 늙은 부모를 위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재롱을 부렸다고 한다.
  81. 81)동천洞天 : 산과 내로 둘러싸인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말한다.
  82. 82)단아한 모임(雅集) : 아집雅集이란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는 모임을 가리킨다.
  83. 83)거문고(素琴) : 소금素琴은 본래 줄 없는 거문고를 가리킨다. “潛不解音聲。 而畜素琴一張。 無弦。 每有酒適。 輒撫弄以寄其意。” 『宋書』 「陶潛傳」.
  84. 84)수성壽星 : 남극 부근의 하늘에 보이는 별. 노인성, 남극노인성이라고도 한다.
  85. 85)금당金堂 : 절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으로 부처님(금인)을 모시는 법당이다. 금당을 대웅전이라고 부른 것은 고려 시대부터이다.
  86. 86)옥 글씨 있는 춘전春殿 : 파계사에 숙종·영조·정조의 어필이 있었다고 하니, 옥 글씨는 임금의 글씨를 가리키며, 춘전(세자궁)은 숙종의 부탁에 따라 현응玄應이 세자 잉태를 기도하였고 효험이 나타난 일을 가리킨다.
  87. 87)기림祇林 : 석가를 위해 수달장자須達長者가 세운 설법 도량인 기원정사祇園精舍가 있던 숲. 마갈타 나라 사위성舍衛城 남쪽에 있었다.
  88. 88)정병淨瓶 : 수병水甁, 감로병甘露甁 또는 보병寶甁이라고도 한다. 정병은 본래 인도에서 승려가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던 물병에서 유래한 것으로, 차츰 공양구供養具로 그 쓰임의 폭이 넓어지고 동시에 구제자의 상징이자 자비심을 표현하는 지물持物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특히 불교 회화나 조각에서 관세음보살이 지니고 다니는 지물로 표현하는데, 이는 정병에 담겨 있는 감로수로 모든 중생들의 목마름과 고통을 덜어 주고자 하는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상징한다.
  89. 89)삼천三天 :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곳이다. 옥청玉淸·상청上淸·태청太淸을 삼청경三淸境이라 하며 또 삼천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그저 ‘하늘’을 가리킨다.
  90. 90)판향瓣香 : 화판花瓣 즉 꽃잎 모양의 향이다.
  91. 91)사찰(祇樹) : 기수祇樹는 기원祇園, 즉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약칭이다. 석가모니를 위해 급고독給孤獨 장자가 기타祇陀 태자에게 숲을 사서 건립한 정사精舍이다.
  92. 92)반 게偈 :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의 후반게後半偈을 말한다. 『涅槃經』 제14에 석가여래가 과거 생에 설산에 들어가 보살행을 닦을 때에, 나찰羅刹에게 앞의 반 게를 듣고 기뻐서 후반을 듣고자 하였다. 그러나 나찰이 일러 주지 않으니 석가는 몸을 버려 나찰에게 주기로 약속하고 그것을 마저 들었다. 그래서 ‘설산의 반 게’라고 한다.
  93. 93)추鄒·노魯 : 추나라의 맹자와 노나라의 공자를 가리킨다.
  94. 94)한漢·당唐 : 한나라에는 문인으로 사마상여司馬相如 등이 있고, 당나라에는 한유韓愈 등이 있다.
  95. 95)병의 물(瓶水) : 불교의 깊은 뜻에 비유하여 스승으로부터 전수받는 것을 나타내는 데 사용한다.
  96. 96)탁자를 누가 내릴까 : 주 54 참조.
  97. 97)삼승三乘 : 승乘은 짐을 싣는 수레로 부처님이 중생을 태우고 깨달음의 경지로 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성문승聲聞乘·연각승緣覺乘·보살승菩薩乘의 삼승이 있다.
  98. 98)강장康莊 : 대도大道의 뜻으로 강구康衢라고도 한다. 『爾雅』에 의하면, 다섯 군데로 통하는 길을 ‘강康’이라 하고, 여섯 군데로 통하는 길을 ‘장莊’이라 한다.
  99. 99)금단金丹 : 금이나 단사丹砂를 정련하여 만든 영약靈藥이다. 먹으면 신선이 되어 불로장생한다고 한다.
  100. 100)해로薤露 노래: 장송곡. 해로는 부추에 서린 이슬같이 쉬 마른다는 뜻이다. 장송곡으로 귀인貴人에게는 해로의 노래, 하급 관리나 평민에게는 호리蒿里의 노래를 불렀다 한다.
  101. 101)구로九老 :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나이가 많고 벼슬에서 물러난 여덟 사람과 낙양洛陽에 모여 놀고 이 모임을 ‘향산구로회香山九老會’라 불렀다.
  102. 102)쌍봉의 피리 소리(雙鳳笛) : 쌍봉관雙鳳管 즉 두 관을 합하여 십이율十二律을 정하고, 관 끝에 두 개의 혀를 두고 봉황 모양으로 새겨 머리를 삼은 관악기를 가리킬 수도 있고, 두 봉황의 울음소리 같은 피리 소리를 뜻할 수도 있다.
  103. 103)대아大雅 : 선비에 대한 존칭이다.
  104. 104)만경曼卿 : 석연년石延年(994~1041)의 자이다. 호는 보노자葆老子이고, 북송北宋의 문학가이자 서법가書法家이다. 시와 서법書法에 능했고, 저서로 『石曼卿詩集』이 있다.
  105. 105)비연秘演 : 석만경과 절친했던 승려. 구양수歐陽修의 「釋秘演詩集序」 참조.
  106. 106)구양수歐陽脩 : 송나라의 정치가 겸 문인이다. 한림원 학사翰林院學士 등의 관직을 거쳐 태자 소사太子少師가 되었다. 송나라 초기의 미문조美文調 시문인 서곤체西崑體를 개혁하고, 당나라의 한유를 모범으로 하는 시문을 지었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었으며,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107. 107)혜근惠勤 : 구양수와 삼십여 년 사귀었던 승려. 구양수가 죽고 나서 혜근은 구양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소식蘇軾의 「錢塘勤上人詩集序」, 『古文眞寶後集』.
  108. 108)≺아양곡峩洋曲≻ : 춘추시대 백아伯牙가 타고 종자기鍾子期가 들었다는 거문고의 곡조이다. 백아가 일찍이 높은 산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듣고 말하기를 “좋다, 높다란(峨峨) 것이 마치 태산泰山 같구나.”라고 하고, 또 백아가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말하기를 “좋다, 광대한(洋洋) 것이 마치 강하江河 같구나.”라고 하여, 백아가 생각한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다 알아들었다.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백아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 버리고 종신토록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데서 전하여 둘도 없는 지기지우知己之友의 관계를 의미한다.
  109. 109)호군護軍 : 조선 시대 오위五衛 소속의 정4품 관직.
  110. 110)거북이 숨(龜息) : 거북이처럼 느리게 쉬는 단전호흡을 말한다.
  111. 111)신하 되리라(趨蹌) : 추창趨蹌은 예도禮度에 맞게 허리를 굽히고 총총걸음으로 빨리 걸어가는 것을 말한다.
  112. 112)남극南極 : 도교에서 장수長壽를 맡은 별자리라고 하며, 노인성이라고도 한다.
  113. 113)난초 세 줄기 : 세 명의 자식을 가리킨다. 춘추시대 정鄭나라 여성인 연길燕姞의 꿈에 손에 난초를 든 천사가 나타나서 “나는 너의 조상이다. 이 난초를 너의 아들로서 주겠다. 난초는 나라에서 제일가는 향기를 지닌 꽃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를 난초와 같이 사랑할 것이다.”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 꿈은 그대로 맞아서 그녀는 정나라의 임금인 문공文公의 부름을 받아서 뒤에 왕위를 이은 목공穆公을 낳았다고 한다. 그리고 난초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손蓀’ 자는 자손을 가리키는 ‘손孫’ 자와 발음이 같아서, 난초는 자손 번창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114. 114)가성佳城 : 아름다운 성곽이라는 뜻인데, 무덤을 일컫는 미칭으로 쓰인다.
  115. 115)오위장五衛將 : 오위도총부五衛都摠府에 딸려 오위의 군사를 거느리던 장수.
  116. 116)멀리 떨어져(參商) : 참상參商은 서쪽의 ‘참성參星’과 동쪽의 ‘상성商星’으로서 멀리 떨어져 있음을 가리킨다.
  117. 117)즐겁고(樂于于) : 우우于于는 자득自得한 모양을 일컫는 말이다. 『莊子』 「應帝王」 “泰氏其臥徐徐。 其覺于于。”
  1. 1)總目次。編者改作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