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정토감주(淨土紺珠) / 淨土紺珠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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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감주淨土紺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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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감주 서문(淨土紺珠序)
나는 세간의 온갖 법은 상수象數1)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옛날 성왕聖王은 황하에 출현한 용마(河驪)를 보고 팔괘八掛2)를 그렸으며 신령스런 거북의 상서를 얻어 구주九疇3)를 서술했다고 들었다. 이는 진실로 모든 존재의 강령이요, 뭇 법의 관건이다.
정토淨土 일문一門으로 말하자면 출세간出世間의 법으로 간단하고 쉽고 곧고 빨라서 등급에 떨어지지 않는데, 어찌 이러한 일一ㆍ이二ㆍ삼三ㆍ사四, 백百ㆍ천千ㆍ만萬ㆍ억億의 수목數目을 쓰겠는가? 다만 오탁五濁4)의 악한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정토법淨土法을 닦되 근기가 같지 않기 때문에 과果를 증득하는 자리도 자연히 사토四土5)와 구품九品6)을 나타내니 어찌 이러한 수목을 도외시하겠는가?
법당산法幢山 허주虛舟7) 장로는 일찍이 종승宗乘8)을 깨달아 현풍玄風을 크게 밝혔으니, 진실로 총림叢林의 영수요 말법末法의 나루터이자 다리이다. 지금 경론 중에 정토에 관계된 말로서 숫자에 속한 것을 취해 한 권의 책을 집성輯成하고 ‘정토감주’라고 하였으니, 이는 장연공張燕公9)이 일을 기억하여 잊지 않았던 뜻을 취한 듯하다.
옛날 천태天台10)ㆍ중봉中峯11)ㆍ천여天如12)ㆍ감산憨山13) 여러 대사들은 모두 선종의 큰 장인(大匠)이다. 문정門庭(종풍)이 고매했으나 사람들을 가르칠 때에는 또한 이 정토문을 잡아 간곡하게 타이르기를 그치지 않았으니 어찌 자비심이 간절하고 사람 제도하는 것을 급한 일로 여겨 생사윤회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을 가리켜 보여 주신 것이 아니겠는가? 뒤에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스님의 노파심과 염려를 알아야 할 것이다.
 기묘년(1879) 6월에 노련거사露蓮居士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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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826_a_02L1)淨土紺珠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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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聞之世間萬法不外象數故古昔
011_0826_a_05L聖王見河驪而畫八卦得龜瑞而叙九
011_0826_a_06L此寔爲萬有之綱領衆法之樞紐也
011_0826_a_07L至若淨土一門是出世間之法簡易直
011_0826_a_08L尙不落於階級安用此一二三四百
011_0826_a_09L千萬億之數目爲也但以濁世人
011_0826_a_10L淨土法根機不同故證果之地自然
011_0826_a_11L而現四土九品則何甞外乎此數目哉
011_0826_a_12L法幢山虛舟長老早悟宗乘大闡玄
011_0826_a_13L眞叢林之領袖末法之津梁也
011_0826_a_14L取經論中淨土句語屬數者輯成一書
011_0826_a_15L名曰淨土紺珠盖取張燕公記事不忘
011_0826_a_16L之義也在昔天台中峯天如憨山諸師
011_0826_a_17L俱是禪宗大匠門庭高峻而及其誨
011_0826_a_18L又拈此門諄諄不已豈非慈悲
011_0826_a_19L心切度人爲急指示出要之捷徑耶
011_0826_a_20L後之讀是編者亦須知師之婆心忉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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己卯季夏露蓮居士題
  1. 1)상수象數 : 『左傳』에서 “거북점은 상이고 산대점은 수이다. 사물이 생겨나고 나서 상이 있게 되고, 상이 있게 된 뒤에 불어남이 있게 되며, 불어남이 있게 된 뒤에 수가 있게 된다.(龜象也。筮數也。物生而後有象。象而後有滋。滋而後有數。)”라고 하였고, 「杜預注」에서 “거북점은 형상으로 보이는 것이고, 산대점은 수로서 알리는 것이다.(龜以象示。筮以數吿。)”라고 하였다.
  2. 2)팔괘八掛 : 『周易』에서 제시한 여덟 가지 괘. 『周易』 「繫辭傳」에서 “천지만물이 변화하는 가운데 태극이 있으니, 이 태극이 양의를 낳았고, 양의가 사상을 낳았으며,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易有太極。是生兩儀。兩儀生四象。四象生八卦。)”라고 하였다. 양의는 음과 양이며, 사상은 소양少陽ㆍ노양老陽ㆍ소음少陰ㆍ노음老陰이며, 팔괘는 건乾ㆍ곤坤ㆍ진震ㆍ손巽ㆍ감坎ㆍ이離ㆍ간艮ㆍ태兌의 여덟 가지 괘를 가리킨다.
  3. 3)구주九疇 :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말한다. 우禹임금이 홍수를 다스릴 때에 낙수洛水에서 신령스러운 거북을 얻었는데, 그 등에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개의 큰 법, 곧 오행五行ㆍ오사五事ㆍ팔정八政ㆍ오기五紀ㆍ황극皇極ㆍ삼덕三德ㆍ계의稽疑ㆍ서징庶徵ㆍ오복五福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4. 4)오탁五濁 : 오재五滓ㆍ오혼五渾이라고도 한다. 감겁減劫(인간의 수명이 점차 짧아지는 시대)에 일어나는 다섯 가지의 더럽고 혼탁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첫째, 겁탁劫濁이니, 사람의 수명이 30세, 20세, 10세로 줄어들면서 차례대로 기근ㆍ질병ㆍ전쟁이 일어나 흐려지는 재액을 입는 것이다. 둘째, 견탁見濁이니, 말법末法 시대에 이르러 사견邪見과 사법邪法이 다투어 일어나 부정한 사상의 탁함이 넘치는 것이다. 셋째, 번뇌탁煩惱濁 또는 혹탁惑濁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마음에 번뇌가 가득하여 흐려지는 것이다, 넷째, 중생탁衆生濁 또는 유정탁有情濁이라고도 한다. 사람이 악행만 일삼고 인륜 도덕을 돌아보지 않으며 나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 명탁命濁 또는 수탁壽濁이라고도 하며, 인간의 수명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5. 5)사토四土 : 부처님이 머무는 국토를 그 성격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눈 것이다. 첫째, 범성동거토凡聖同居土이니, 인도와 천도의 범부가 성문ㆍ연각 등의 성자와 함께 머무는 국토이다. 둘째, 방편유여토方便有餘土이니, 아라한ㆍ벽지불ㆍ십지 이전의 보살 등이 머무는 곳이다. 셋째, 실보무장애토實報無障碍土이니, 일부의 무명을 끊은 보살이 태어나는 곳이다. 넷째, 상적광토常寂光土이니, 근본무명을 완전히 끊어서 없앤 부처님이 머무는 곳이다.
  6. 6)구품九品 : 정토교에서 왕생의 형태에 따라서 중생을 아홉 가지 품으로 나눈 것이다. 먼저 상上ㆍ중中ㆍ하下의 세 가지 품이 있는데, 이들 각각에 다시 상ㆍ중ㆍ하가 있어서 모두 아홉 가지가 된다.
  7. 7)허주虛舟 : 본서를 찬집한 허주 덕진虛舟德眞(1815~1888)은 법명이 덕진이고, 법호가 허주이다. 어려서 조계산曹溪山 송광사松廣寺에서 출가하여 선암사仙巖寺 칠불암七佛庵ㆍ백양사白羊寺 물외암物外庵ㆍ내장산內藏山 원적암圓寂庵ㆍ가지산迦智山 내원암內院庵 등에 두루 주석하였다. 하루에 한 끼니만 먹으며 철저히 계율을 지키면서 자기 수행과 대중 교화에 혼신을 다하여 가는 곳마다 사부대중이 운집하였다고 한다. 조선 말기에 경순敬淳과 더불어 당대의 가장 뛰어난 선지식으로 불렸다.
  8. 8)종승宗乘 : 중요한 가르침이라는 뜻. 각 종파에서 자기 종파의 가르침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이 말은 본래 선종에서 자기 종파의 가르침을 종승이라 하고, 그 밖의 교종에서 전하는 가르침을 여승餘乘이라 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따라서 주로 선종의 가르침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9. 9)장연공張燕公 : 당나라 현종 때의 재상인 장열張說(667~731)을 가리킨다. 연공은 봉호이다. 정치인이자 문인으로 선종 조사와 활발하게 교류하였다. 문장이 매우 뛰어나서 허국공許國公 소정蘇頲과 함께 연허대수필燕許大手筆로 일컬어졌다. 장열이 재상이 되자 어떤 사람이 ‘기사주記事珠’라고 하는 감색의 보주(紺珠)를 선물했는데, 간혹 어떤 일이 잘 기억나지 않을 때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면 기억이 모두 떠올랐기 때문에 장열이 비장해 두고 보물로 삼았다고 한다.
  10. 10)천태天台 : 수나라 때의 스님 지의智顗(538~597)를 가리킨다. 천태종의 개조로 자는 덕안德安이고, 속성은 진陳씨이며, 형주 화용현華容縣 출신이다. 18세에 과원사果願寺의 법서法緖에게 출가하였다. 얼마 뒤 혜광惠曠에게 율장과 대승경전을 배웠다. 나중에 태현산太賢山에 들어가 『法華經』ㆍ『無量義經』ㆍ『普賢觀經』 등을 염송하여 그 뜻을 통달하였다. 560년 광주 대소산大蘇山의 혜사慧思를 참예하였는데 혜사가 과거에 영취산에서 함께 『法華經』을 들었던 인연을 말해 주고 그를 위해 보현도량법을 보이고 사안락행四安樂行을 설하였다. 마침내 이 산에 머물면서 법화삼매法華三昧를 행하였다. 591년 여산에 머물면서 진왕 양광楊廣에게 보살계를 주고 지자대사智者大師의 호를 받았다. 당양현當陽縣에 옥천사玉泉寺를 창건하고 『法華玄義』ㆍ『摩訶止觀』을 강의하였다. 597년 천태산 석성사에서 나이 60세로 입적하자 후주 세종이 법공보각존자法空寶覺尊者, 송 영종寧宗이 영혜대사靈慧大師라 시호를 내렸다. 저서로 『法華玄義』ㆍ『法華文句』ㆍ『摩訶止觀』ㆍ『觀音玄義』ㆍ『觀音義疏』ㆍ『金光明玄義』ㆍ『金光明文句』ㆍ『觀無量壽經䟽』 등 30여 종이 있다.
  11. 11)중봉中峯 : 원나라 때의 스님 명본明本(1263~1323)을 가리킨다. 속성은 손씨이고, 항주杭州 전당錢塘 사람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사관死關에서 고봉 원묘高峰原妙를 찾아 심요心要를 묻고 『金剛經』을 읽었다. 뒤에 샘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활연히 깨쳤다. 고봉의 법을 받고는 일정하게 머무는 곳 없이 배(船)에서 지내기도 하고 암자에서 거주하기도 하였다. 1318년(연우 5) 인종仁宗이 귀의하여 금란가사와 불자원조광혜선사佛慈圓照廣慧禪師의 호를 내렸다. 1323년(지치 3) 8월에 나이 61세로 입적하였다. 뒤에 문종이 지각선사智覺禪師, 순종이 보각선사普覺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저서로 『廣錄』 30권이 있다.
  12. 12)천여天如 : 원나라 때의 스님 유칙維則(?~1354)을 가리킨다. 어려서 화산禾山에게 머리를 깎고 뒤에 천목산天目山에서 노닐다가 중봉 명본中峰明本 선사에게서 법을 얻고 그의 법을 이었다. 『淨土或問』을 지어 정토의 가르침에 대한 의혹을 없애고 수행에 힘썼다. 저서로 『禪宗語錄』ㆍ『十方界圖說』 등이 있다.
  13. 13)감산憨山 : 명나라 때의 스님 덕청德淸(1546~1623)을 가리킨다. 속성은 채蔡씨이고, 자는 징인澄印이다. 금릉 전초全椒 사람이다. 20세에 보은사報恩寺 서림西林에게 출가하고 무극 명신無極明信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華嚴玄談』을 듣고 청량 징관淸涼澄觀의 사람됨을 사모하여 자신의 자를 징인澄印이라고 하였다. 감산은 호이며, 일반적으로 감산대사憨山大師라고 존칭한다. 시호는 홍각선사弘覺禪師이다. 덕청은 염불과 간화선을 함께 닦았는데 주굉袾宏ㆍ진가眞可ㆍ지욱智旭과 더불어 명나라 때의 사대 고승四大高僧으로 칭해진다. 저서로 『觀楞伽經記』ㆍ『法華經通義』ㆍ『圓覺經直解』ㆍ『起信論直解』ㆍ『憨山老人夢遊集』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