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根本說一切有部毘柰耶雜事卷第四

ABC_IT_K0893_T_004
022_0615_c_01L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 제4권
022_0615_c_01L根本說一切有部毘柰耶雜事卷第四


의정 한역
022_0615_c_02L三藏法師義淨奉 制譯


제1문 자섭송④
022_0615_c_03L第一門第四子攝頌之餘

그때 부처님께서 광엄성(廣嚴城)에 계셨다. 이 성안에 율고비자(栗枯毘子)가 있으니 이름은 선현(善賢)이었다. 성질이 거짓과 아첨이 없고, 바르고 곧음으로 행실을 삼았으며 날마다 세존께 경례하였다.
어느 때 부처님께 나아가고자 하였다.
실력자(實力子)비구는 우(友)ㆍ지(地)비구와 세세(世世)로 항상 원수로 대하였다.
022_0615_c_04L爾時佛在廣嚴城於此城中有栗姑毘子名曰善賢性無誑諂質直爲行每於日日敬禮世尊後於異時欲詣佛所實力子苾芻與友地苾芻於世世中常爲怨對
그때 우ㆍ지 두 비구가 사람들 사이에 노닐며 다니다가 광엄성에 이르렀다. 문득 길에서 선현을 만나보고 물었다.
“선현이여, 그대는 어디로 향하는가?”
선현이 대답하였다.
“성자여, 부처님께 가서 예배하려고 합니다.”
저 두 비구가 말하였다.
“세존께 가면 말씀을 잘 드려야 하는데, 그대는 지금 수승하고 묘한 말이 있어 세존께 바칠 수 있는가?”
“내게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022_0615_c_09L地二苾芻人閒遊歷至廣嚴城忽於路次逢見善賢問言善賢汝向何處報言聖者欲往禮佛彼二報曰至世尊所語爲奉獻汝今頗有勝妙語言奉世尊不答曰我無
“선현이여, 그대가 세존께 가거든 이렇게 말하라.
‘비구 실력자는 부끄럼이 없어서 법이 아닌 짓을 합니다. 그가 몸으로 제 아내와 더불어 함께 음욕을 채우는 부정한 짓을 하여 파라시가(波羅市迦)를 범했나이다.’ 세존께서 들으시면 반드시 크게 기뻐하시리라.”
선현이 듣고는 세존께 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는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실력자비구는 부끄럼이 없어서 법이 아닌 짓을 하나이다. 그가 몸으로 제 아내와 더불어 함께 음욕을 채우는 부정한 짓을 하여 파라시가를 범하였나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부처님께 하직하고 갔다.
022_0615_c_14L報言善賢汝至佛所作如是語苾芻實力子無有羞恥所行非法身與我妻共行婬欲作不淨行犯波羅市世尊聞已必大歡喜善賢聞已往世尊所禮佛足已在一面立白言實力子苾芻無有羞恥所行非身與我妻共行婬欲作不淨行犯波羅市迦作是語已辭佛而去
022_0616_a_01L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율고비자가 망령되게 훼방(毁謗)을 하였으니 마땅히 복발갈마(覆鉢羯磨)를 지으리라. 만약 또 이와 같은 무리가 있다면 역시 같이 처리하리라.”
자리를 펴고, 건추(楗椎)를 울리고, 먼저 고하고 나서 다음에 대중이 다 모이니, 한 비구로 하여금 단백갈마(單白羯磨)를 짓게 하였다.
“대덕 승가는 들으시오. 저 율고비자 선현이 근거없는 파라가법으로 실력자 청정비구를 비방하였소. 만약 승가로서 때가 되었으니 허락하겠으면 승가는 마땅히 허락하시오. 승가는 이제 선현에게 복발갈마의 처분을 할 것을 이렇게 아뢰오.”
022_0615_c_21L佛告諸苾芻彼栗姑毘子妄爲謗毀應可爲作覆鉢羯磨若更有餘如此流類亦應同與敷座席鳴楗稚先言告已次衆皆集令一苾芻作單白羯磨大德僧伽聽彼栗姑毘子善賢以無根波羅市迦法謗實力子淸淨苾芻若僧伽時至聽者僧伽應許僧迦今與善賢作覆鉢羯磨白如是
만약 승가가 복발갈마를 짓고 나면 비구는 그 집에 가지 않으며, 설사 가더라도 자리에 나아가지 않으며, 음식을 받지 않고, 설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선현의 집에 가서 ‘승가가 이미 내게 복발갈마의 처분을 내렸다’고 전하여라.”
그때 아난타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선현에게 가보니, 마침 선현이 볼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었다.
022_0616_a_07L若僧伽爲作覆鉢羯磨已苾芻不往其家設往不應就座不受飮食不爲說法佛告阿難陁汝今可往善賢住報言僧伽與汝已作覆鉢羯磨阿難陁敬受佛教詣善賢所于時善賢有緣出外
아난타가 그 부인에게 물었다.
“선현이 어디 있습니까?”
“성자여, 볼 일이 있어서 나갔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선현을 보시려고 합니까?”
“승가가 이미 그대의 집에 복발갈마의 처분을 내렸으니, 그리 아시오.”
“대덕이여, 복발갈마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만약 어떤 사람의 집에 승가가 복발갈마를 지으면, 모든 비구들이 그 집에 가지 않고, 설사 갔더라도 자리에 나아가지 않으며, 음식을 받지 않고 설법도 하지 않는 것이오.”
022_0616_a_13L阿難陁問其婦曰善賢何在答言聖者有緣須出問曰因何事故須見善賢答言應知僧伽已爲汝家作覆鉢羯磨問言大德云何名爲覆鉢羯磨答曰若有人家僧伽爲作覆鉢羯磨者諸苾芻衆不往其家設往不應就座不受飮食不爲說法
022_0616_b_01L여인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그렇다면 곧 이것은 성중(聖衆)이 우리에게 죄를 밝히고 금제(禁制)를 세워서 왕래하지 않는 것이니, 우리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복발의 처분을 하셨습니까?”
“그대의 남편 선현이 일찍이 부처님께 가서 이런 말을 하였소.
‘비구 실력자는 부끄러움이 없어서 법이 아닌 짓을 하나이다. 그가 몸으로 제 아내와 더불어 함께 음욕을 채우는 부정한 짓을 하여 파라시가를 범했나이다.’”
그 아내가 듣고는 곧 방 안으로 들어가고, 존자는 나아갔다.
022_0616_a_19L女人言大德准此卽是聖衆爲我墮籌立制作不往還事我有何過爲作覆鉢荅言汝夫善賢曾詣佛所作如是言苾芻實力子無有羞恥所行非身與我妻共行婬欲作不淨行犯波羅市迦其婦聞已卽便入室尊者出去
이때 선현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말하였다.
“당신은 압니까, 모릅니까? 성중이 당신을 위하여 복발갈마를 지었답니다.”
“좋구나. 복발이라니 아주 좋구나, 복발이라니.”
“아니, 당신은 이 복발의 뜻을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모르오.”
“만약 성중들로부터 복발처분이 내리면 모든 비구들이 그 집에 가지 않으며, 설사 가더라도 자리에 앉지 않고, 음식을 받지 않고, 설법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신은 일찍이 실력자비구가 나를 데리고 으슥한 곳에서 옳지 않은 짓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보지 못하였소.”
“당신은 지금 곧 가서 큰 스승님께 절하고 사과하시오. 만약 대자대비하신 어른께서 용서해 주시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집에 들어오지 마시오.”
022_0616_b_03L于時善賢事了還家妻曰君今知不聖衆爲君作覆鉢羯磨答曰善哉覆鉢極好覆鉢妻曰君頗解此覆鉢義不答言不解妻曰若被聖衆爲作覆鉢者諸苾芻衆不往其家設往不應就座不受飮食不爲說法君頗曾見實力子苾芻與我獨在屛處行非法耶答言不見爾今宜往禮謝大師若大慈尊見恕者善如不容捨勿入宅中
선현이 듣고는 부끄럽고 두려운 생각이 나서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절하고는 합장하고 땅을 두드리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항상 원하는 것은 아침에 씻고 양치하고는 큰 스승님께 가서 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는 길가에서 우ㆍ지 두 비구를 만났나이다. 그분들이 제게 묻기를, ‘그대는 어디로 가느냐?’고 하였습니다. 제가 ‘부처님께 가서 친히 예경하고자 한다’고 하였나이다. 그들이 말하기를, ‘그대가 부처님께 가면 부처님께 드릴 무슨 좋은 말이 있느냐’고 하였나이다.
제가 ‘없다’고 대답하였더니 그들이 제게 가르치기를, ‘부처님께 가거든 이렇게 말씀드리라. 세존이시여, 실력자비구는 부끄럼이 없어서 법이 아닌 짓을 하나이다. 그가 몸으로 제 아내와 더불어 함께 음욕을 채우는 부정한 짓을 하여 파라시가를 범했나이다’고 하라 하였나이다.
저 두 비구가 가르친 대로 그 말을 전한 것이온데 제게 무슨 허물이 있나이까.”
022_0616_b_12L善賢聞已心生慚怖尋詣佛所禮佛足已合掌叩地白言世尊我有常願旦澡漱已行禮大師我於中路見友地二苾芻彼問我言汝向何處我便報曰欲往佛所親爲禮敬彼言汝往佛所頗有善語奉獻佛不我答彼教我言至佛所已當作是言≺世尊實力子苾芻無有羞恥所行非身與我妻共行婬欲作不淨行犯波羅市迦彼二所教爲傳其語我有何過
022_0616_c_01L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선현이 헐뜯고 비방한 것은 원래 자기의 마음이 아니었으니, 마땅히 선현에게 앙발갈마(仰鉢羯磨)를 지어라. 또 이와 같은 유가 있으면 역시 마찬가지로 처리하리라.”
좌석을 펴고 건추를 울리고 두루 알리어서 대중이 다 모이게 하였다. 그리고 저 선현으로 하여금 상좌(上座) 앞에 꿇어앉아서 합장하고, 이와 같이 말하게 하였다.
“대덕 승가는 들으소서. 나 선현이 나쁜 벗[惡知識]에게 속았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실력자를 비방하였습니다. 이 인연으로 승가는 제게 복발갈마의 처분을 내리셨습니다.
제가 이제 대중께 앙발의 처분을 비오니, 원컨대 대덕 승가는 자비로 가엾이 여기시어 제게 앙발의 처분을 내리소서.”
022_0616_b_22L爾時世尊告諸苾芻善賢謗毀元非自心應與善賢作仰鉢羯磨有餘類如是應作敷座席鳴楗稚白已周大衆皆集令彼善賢於上座蹲踞合掌作如是言大德僧伽聽我善賢由惡知識所誑惑故以不實法謗實力子由是因緣僧伽與我作覆鉢羯磨我今從衆乞作仰鉢願大德僧伽與我仰鉢慈愍故
이렇게 세 번 말하게 하고는, 곧 선현을 보기는 하여도 들을 수는 없는 곳[見處不聞處]으로 보내어 합장하고 서 있게 하였다. 그리고 한 비구로 하여금 단배갈마를 짓게 하였다.
“대덕 승가는 들으시오. 저 율고비자 선현이 나쁜 벗에 속은 바 되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써 구수 실력자를 비방하였던 것입니다. 승가는 저에게 복발의 처분을 하였으나, 저 선현이 이제 승가에게 앙발의 처분을 비니 만약 승가로서 때가 되었으니 들어주겠으면 승가는 마땅히 허락하시오. 이제 선현을 위하여 앙발갈마를 지을 것을 이렇게 아룁니다.”
만약 승가가 앙발갈마를 짓고 나면 그때부터 모든 비구들은 그 집에 가서 자리에도 나아가 앉고, 음식도 받고 설법도 한다.
022_0616_c_07L如是三說卽遣善賢向見處不聞處合掌而立令一苾芻作單白羯磨大德僧伽聽彼栗姑毘子善賢由惡知識所誑惑故以不實法謗具壽實力子僧伽爲彼作覆鉢彼善賢今從僧伽乞作仰鉢若僧伽時至聽者僧伽應許僧伽今爲善賢作仰鉢羯白如是若僧伽爲作仰鉢羯磨已時諸苾芻應往其舍就座而坐受其飮食幷爲說法

제1문 자섭송⑤
022_0616_c_18L第一門第五子攝頌曰

남근[生支]과 얼굴을 거울처럼 보호하면서
노래와 춤 따위 오락을 하지 말라.
노래로 읊는 소리를 허락하시고
발우 쓰는 법 등 네 가지를 가르쳤다.
022_0616_c_19L生支面如鏡
不爲歌舞樂
許作歌詠聲
用鉢有四種
022_0617_a_01L
실라벌성에서였다.
그때 어느 비구가 오로지 고요한 선정을 닦으면서 가부좌로 앉았더니, 남근[生支]이 드디어 일어났다.
또 다른 때에, 걸식을 행하여 식사를 마치니 의발을 거두고 발을 씻고는 한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고요히 하였다. 그런데 엉뚱한 생각이 앞에 나타나면서 남근이 또 일어났다. 이미 욕정에 시달림을 입으니 배나 성난 마음을 발하여서 곧 그 근(根)을 내어서 돌 위에 놓고 다시 돌로 치니 드디어 손괴(損壞)되었다. 크게 괴로워하여 참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큰 괴로움을 만나서 아픈 것이 심장으로 타들어오는데, 대자대비하신 세존께서 어찌 가엾어 하시지 않나.’
022_0616_c_21L緣在室羅伐城有苾芻專修寂定跏趺而坐生支遂起復於異時次行乞食食事旣了收衣鉢洗足已於一樹下端居靜思作意現前生支復起旣被欲惱倍發瞋心卽出其根安在石上更以石打遂便損壞生大苦惱不能堪忍作如是念我遭大苦痛逼燒心世尊大慈寧不垂愍
그때 부처님께서 멀리서 그의 괴로움을 살피시고 그에게 가셔서 물으셨다.
“비구야, 너는 무슨 짓을 하였느냐?”
곧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어찌 나의 가르침을 듣지 않았느냐. 비구가 정욕[染欲]이 생길 때 부정관(不淨觀)을 하여서 음란한 뜻을 막아야 하거든, 어찌하여 네가 이제 어리석게도 마땅히 음욕의 생각을 없애야 할 것인데 도리어 남근을 쳤느냐.”
비구가 듣고는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일로 인하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먼저 너희에게 말하지 않더냐. 만약 정욕이 일어난 때는 마땅히 부정관을 닦을 것이며, 만약 성난 마음이 일어나거든 마땅히 자비관(慈悲觀)을 닦을 것이며, 만약 어리석은 마음이 일어나거든 마땅히 12인연관(因緣觀)을 닦을지니라. 만약 마땅히 닦을 것을 닦지 않으며, 마땅히 칠 것을 치지 않고서 다른 것을 치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022_0617_a_06L爾時遍覺遙鑑憂懷尋至彼邊問言苾芻汝作何事卽便具白佛言汝豈不聞我苾芻染欲生時作不淨觀屛息婬何故汝今愚癡之人應合打此翻更打餘苾芻聞已慚恥而默佛因此事告諸苾芻豈我先時不爲汝說染欲心起時應修不淨觀若瞋恚心起時應修慈悲觀若愚癡心起應修十二因緣觀若應修不修應打不打而更打餘者得越法罪
이 성중에 한 장자가 있었다. 장가든 지 얼마 안 되어 한 아들을 낳으니, 얼굴이 단정하여 남들이 보기를 좋아하였다.
뜻과 같이 길러서 차츰 성장하니 불법에 출가하였다. 마침 다른 일이 있어서 서다림(逝多林)을 하직하고, 사람들 사이에 나아가 노닐다가 오래지 않아서 얼굴에 종기가 생겼다.
좋지 못한 의사에게 나아가 치료를 받았는데 그가 침으로 찌르니 그의 입이 비뚤어졌다. 두루 다니고는 급고독원으로 돌아오니, 전에 알던 친구들이 모두 아는 체도 않고 위로하지 않았다.
022_0617_a_16L於此城中有一長者娶妻未久誕生一息顏貌端正人所樂觀養育隨情漸至成立於佛法律而爲出家遇有他緣辭逝多林人閒遊歷未久之頃面上生癰就不善醫師以爲救療以鍼刺其口便喎遊歷事周還歸給故時知友皆不祇承不爲安慰
022_0617_b_01L이상히 여기면서 물었다.
“대덕이시여, 어찌 나를 모릅니까?”
대답하여 말하였다.
“구수여, 내가 잊었구려. 그대가 누굽니까?”
그가 지난날의 일을 자세히 말하고, “내 이름은 아무개입니다” 하니, 주인이 괴이쩍게 말하였다.
“그대가 예전에는 얼굴이 단정하였는데, 웬일로 지금 입이 비뚤어지고 애처롭게 되었는가?”
곧 자세히 대답(對答)하였다.
022_0617_a_23L大德豈不識我耶報言具壽我忘相識汝是何人彼便具報往日之事我名某甲主人怪曰汝昔面首端正以何緣故今見喎衺卽便具答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체로 사람이 얼굴을 지키기를 밝은 거울을 지키듯이 하여 무식한 의사로 하여금 침으로 찌르게 하지 말지니, 만약 그런 짓을 하면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부처님 말씀과 같이 무식한 의사로 하여 치료하지 않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때 어느 비구가 머리와 얼굴에 열이 심하여 이마에서 뜨거운 피를 찔러서 빼고자 하였으나 훌륭한 의사[上醫]를 구할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상의가 없으면 가히 중의(中醫)를 시켜서 그 피를 빼도록 하라.”
022_0617_b_04L苾芻以緣白佛佛言凡人護面如護明鏡不應輒使無識醫人而行鍼刺若使作者得越法罪如佛所言不令無識醫人爲救療時有苾芻頭面熱悶欲於額上刺去熱血無上醫可求必無上醫可使中醫刺去其血
이 성중에 두 붕당이 있었으니, 하나는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요, 하나는 바라문들이었다. 무역하는 사람들은 노래와 춤으로 바라문을 이겼고, 바라문은 싸움으로 무역하는 사람을 이겼다.
어느 때, 바라문의 무리들이 서로 상의하였다.
“저 무역하는 사람은 가무로 우리를 이기고 우리는 싸움으로 항상 저들을 이기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무로도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
누가 말하였다.
“만약 이기고자 한다면 우리가 마땅히 가무를 익혀야 할 것이다.”
022_0617_b_10L此城中有二朋黨一是興易人二是婆羅門其興易人於歌舞事勝婆羅其婆羅門於鬪戰事勝興易者於異時婆羅門朋共相謂曰彼興易人歌舞勝我我以鬪戰常勝彼朋何方便我以歌舞亦勝於彼有人議若欲勝者我等宜應習歌舞事
022_0617_c_01L또 누가 말하였다.
“그것은 좋은 일인데, 우리가 누구에게서 그 가무를 배워야 할까.”
“성자 여섯 비구가 음악과 가무를 누구보다도 잘하니, 우리가 거기 가서 그것을 배우자. 그런데 저들이 탐심이 많아서 재물을 좋아하니, 구하는 것을 우리가 주자.”
이렇게 상의하고는 곧 함께 여섯 비구의 처소에 가서 절을 하고 청하였다.
“대덕이여, 원컨대 자비로 우리에게 가무를 가르쳐 주시오.”
여섯 비구가 말하였다.
“만약 떡과 과일 값을 가져오면 우리가 그대들을 가르치리라.”
그들이 이 말을 듣고 항상 떡값을 바쳤고 여섯 비구는 드디어 가무를 가르쳤다. 이미 잘 배우니, 모임이 있을 때 곧 싸우는 법으로 무역하는 사람을 이기고 나서 또 노래와 춤으로도 이겼다.
022_0617_b_17L有議曰此成好事令我於誰學其歌復有議曰聖者六衆善閑音樂於歌舞尤勝餘人我等可就親受其然彼多貪性愛財貨有所須者我等供給作此議已卽便共往六衆之敬禮足已請言大德願降慈悲教我歌舞六衆報曰若有餠果之直相供給者我當教汝彼聞其告常奉餠遂教歌舞旣善學已於聚會時便以戰法勝興易人復作歌舞亦還得
저들이 말하였다.
“전에는 우리가 가무로는 그대들을 이겼고, 그대들은 우리에게 싸움으로만 이겼는데, 어떻게 되어서 오늘은 그대들이 두 가지가 모두 세니 여기에 무슨 까닭이라도 있는가?”
바라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가 가무를 공들여서 배우고 익혔노라.”
“누가 가르쳤는가?”
“성자 여섯 비구가 자비로 우리를 가르친 것이다.”
모든 바라문들이 이 말을 듣고는 모두 미워하고 천히 여겼다.
“사문 석가의 제자가 들뜨는 짓을 하여 노래와 춤과 희롱하는 설비를 속인들에게 가르치다니…….”
022_0617_c_05L彼便告曰昔來我等歌舞勝君於我等鬪戰爲勝如何今日兩事俱此有何故答曰我於歌舞用功習問曰誰復相教答曰聖者六衆慈悲教我諸婆羅門聞是說已共生嫌沙門釋子作掉擧法歌舞戲具教諸俗人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노래와 춤으로 인하여 이러한 허물이 있으니, 비구는 마땅히 노래와 춤을 배우고 익히지 말라. 그런 짓을 하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세존께서 가무를 익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자, 그때 저 바라문이 그 가무를 잊고 여섯 비구의 처소에 가서 거듭 익히기를 구하니 여섯 비구들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계율을 제정하시어 노래와 춤을 허락하지 않으셨소.”
“만약 그렇다면 가서 가무의 도구를 없애야 옳겠습니다.”
여섯 비구가 말하였다.
“우리가 없애어 주리다.”
그리고는 곧 저들에게 가서 노래하고 춤추는 도구를 거두어 없애었다.
022_0617_c_11L苾芻以緣白佛佛言因作歌舞有如是過苾芻不應習學歌舞者得越法罪世尊不許習歌舞事婆羅門忘其歌舞詣六衆處求重溫時彼報言世尊制戒不許歌舞羅門曰若如是者可去屛除六衆報我爲屛除卽便詣彼攝除所有歌舞之具
그 뒤 모임에는 바라문의 노래와 춤이 저들만 못하였다. 바라문들이 모두 비방하고 헐뜯었다.
“사문 석가의 제자가 아주 망쳐 놓아서 우리가 저들만큼 못하게 하였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다른 사람의 가무의 도구를 없애지 말지니라. 만약 없애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그때 바라문이 다시 여섯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우리에게 유회와 오락을 가르쳐 주시오.”
그러나 여섯 비구는 허락하지 않았다.
022_0617_c_18L後時集會婆羅門歌舞之事不如彼朋諸婆羅門咸生譏毀沙門釋子深相損辱令我不如苾芻以緣白佛佛言苾芻不應攝除他人歌舞之具若攝除者得越法罪婆羅門復詣六衆報言教我戲樂六衆不許
022_0618_a_01L또 말하였다.
“성자여, 만약 가르치지 못하겠거든 잠시 저기에 가서 몸만 좀 나타내 주시오. 그러면 우리가 마땅히 이기겠습니다.”
그리하여 여섯 비구가 곧 가서 몸을 나타내니, 저 무역하는 사람들이 보고 곧 부끄러워서 음악을 못하고 비방하였다.
“사문 석가의 제자가 노래하고 춤추는 곳에 나타나다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저 노래하고 춤추는 곳에 가서 몸을 나타내지 말지니라. 만약 비구가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거나 읊거나, 혹 또 사람을 시키든지 자신이 거두든지 하여 가무의 도구를 없애거나 혹 또 가무하는 곳에 몸을 나타내거나 하면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아래는 존자 선화(善和)의 인연이다.
022_0617_c_23L報言聖者若不能教但願暫去於彼現身我當得勝六衆卽去旣往現身彼興易人見便羞恥不能作樂便生譏議沙門釋子於歌舞處來現其身佛言苾芻不應往彼歌舞之處故現其身若苾芻身作歌舞及以諷詠復教人或自收攝或復現身皆越法下是尊者善和因緣
그때 교섬비(憍閃毘)에 한 장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대선(大善)이었고 성품은 부드럽고 온화하였다.
그 아내가 임신하니, 존자 사리자(舍利子)가 저 복중(腹中)의 태아가 장차 교화를 받아서 수승하고 높은 과보를 얻을 것을 알고 그 집에 이르렀다.
그때 저 장자는 본디 신심이 있어서 삼보께 귀의하여 계를 받으니 이로부터 그 뒤로 자주 그 집에 이르렀다.
022_0618_a_08L爾時憍閃毘有一長者名曰大善性柔和其婦懷妊尊者舍利子知彼腹胎終將受化獲勝上果因至其宅彼長者素有信心求受歸戒從是已後數至其宅
일찍이 한 때 존자가 시종이 없이 장자의 집에 가니 장자가 물었다.
“대덕이여, 어찌 시종이 없이 혼자이십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현자여, 어찌 나더러 풀섶 속에서 시자를 얻으라는 것입니까. 바야흐로 당신네 집에서 얻어서 장차 시자를 삼을까 합니다.”
“성자여, 만약 그렇다면 내 아내가 임신하였으니 남자를 낳거든 마땅히 대덕에게 드려서 시종을 삼게 하리이다.”
“현자여, 원컨대 아이에게 병이 없기를 빕니다.”
그리고는 사리자는 갔다.
022_0618_a_13L曾於一時尊者獨行更無侍從至長者處問曰大德何因獨無侍從答言賢首豈當令我於草叢內得侍者乎於仁等處方可獲得將爲侍者答言聖者若如是者我婦妊娠若生男子當與大德以爲侍從報言賢首願兒無病便捨而去
그 장자의 아내가 8, 9개월 뒤에 한 남아를 낳으니 형모가 강마른데 그 목소리가 화하고 맑았다. 삼칠일이 차니 종친을 불러서 잔치를 베풀고, 그 아버지가 아들을 안고 나와 여러 사람에게 이름을 지어 달라 청하니 여러 사람이 의논하였다.
“이 아이가 형모가 강마르고, 음성이 화아(和雅)하며, 또 이 장자 대선의 아들이니 마땅히 이 아이의 이름을 선화(善和)라고 합시다” 하였다.
022_0618_a_19L其長者婦經八九月誕一男兒形貌羸瘦其聲和雅滿三七日已召集宗親爲設歡會其父抱子從衆乞字衆人議此兒形貌羸瘦音聲和雅復是長者大善之息應與此子名曰善和
022_0618_b_01L뒤에 점점 자라서 소년이 되었는데, 그때 존자 사리자가 아침때[小食時]에 의발을 가지고 교섬비성에 들어와서 차례로 걸식하여 대선의 집에 이르렀다. 장자가 보고는 반가워서 드디어 ‘잘 오셨습니다’ 하고, 합장하고 발에 절하였다. 그리고는 곧 그 발우를 받아서 좋은 떡과 과일 등 음식을 가득히 담아서 받들어 올리니 선화 동자가 성자의 얼굴을 보았다.
존자가 모습을 나타낸 것은 장자로 하여금 지난 일을 생각하게 한 것이었다.
022_0618_b_01L漸長大以至童年尊者舍利子於小食時著衣持鉢入憍閃毘城次第乞食至大善家長者見已遂唱善來合掌禮足便取其鉢盛滿勝上餠果飮食持以奉上善和童子觀聖者面尊者現相令長者憶
장자가 곧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네가 어머니 뱃속에서 아직 낳지도 않았을 때, 내가 벌써 너를 존자께 바쳐서 제자를 삼았으니 너는 이제 마땅히 존자를 따라가라.”
동자는 바로 이 최후생(最後生)을 받은 사람이었다. 쉽게 세속(世俗)을 버리고 곧 존자를 따라서 그 처소에 이르렀다.
존자가 곧 출가시키고 뒤에 구족계를 주어 법대로 가르치니, 곧 부지런히 애써 수행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의 과보를 얻었다.
022_0618_b_07L長者卽便告其子曰汝在母腹未誕之辰我已將汝施與尊者而爲弟子汝今宜可隨尊者去童子乃是最後生人易爲捨俗卽隨尊者至其住處尊者便與出家後受圓具如法開解遂卽策勤苦行無倦斷諸煩惱得阿羅漢果
이때 선화 비구가 읊어서 외는 소리로 경법(經法)을 찬송하니, 그 맑고 밝은 소리가 범천(梵天)에까지 사무쳐 올라갔다.
그때 수없는 중생이 그 소리를 듣고 다 모두 해탈분(解脫分)의 착한 뿌리를 심었고, 축생계의 의식(意識)을 품은 무리까지도 귀로 그 묘한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대중이 모인 데서 널리 고하셨다.
“너희들 비구야, 나의 법 가운데 있는 성문 제자로서 음성이 미묘하기로는 선화 비구가 가장 제일이로다. 그 화아한 소리를 냄으로 말미암아 능히 듣는 자로 하여금 환희심을 발하게 하니, 욕심을 떼지 못한 비구는 모두 자기의 업을 폐하고 날마다 그의 찬송함을 들을지니라.”
022_0618_b_13L是時善和苾芻作吟諷聲讚誦經法其音淸亮上徹梵天有無數衆生聞其聲悉皆種植解脫分善根乃至傍生稟識之類聞彼聲者無不攝耳聽其妙音爾時世尊因大衆集普告之曰汝等苾芻於我法中所有聲聞弟子音聲美妙善和苾芻最爲第一由其演暢音韻和雅能令聞者發歡喜心未離欲苾芻咸廢己業於日日中聽其讚誦
022_0618_c_01L그 뒤 어느 때, 교살라의 승광(勝光) 대왕이 백련화 코끼리를 타고 모든 종자(從者)들을 거느리고 새벽에 일이 있어 성을 나와 다른 곳으로 가는 참이었다.
선화 비구가 서다림 안에서 높은 소리로 경을 외우니, 이때 왕이 탄 코끼리가 그 소리를 듣고 좋아서 귀를 기울여 듣느라고 즐기어 앞으로 가지 않았다.
마부가 곧 갈고리를 채고 발을 굴렀으나 코끼리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022_0618_b_23L後於異時憍薩羅勝光大王乘白蓮花象與諸從者於後夜時有事出城須詣餘處善和苾芻於逝多林內高聲誦經于時象王聞音愛樂屬耳而聽不肯前行御者卽便推鉤振足象終不動
왕이 마부에게 말하였다.
“어서 코끼리를 가게 하여라.”
마부가 대답하였다.
“대왕님, 힘을 다하여 앞으로 몰아도 발을 옮기려고 하지 않으니, 이 코끼리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어디 제 뜻대로 가게 놓아두어라.”
그가 곧 갈고리를 놓자 문득 급고독원으로 가더니 절문밖에서 귀를 모아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선화 비구가 송경을 마치고는 네 게송으로 원을 발하여 말하였다.
022_0618_c_05L王告御者曰可令象答言大王盡力驅前不肯移足知此象意欲何之王曰放隨意去卽縱鉤便之給苑於寺門外攝耳聽善和苾芻誦經旣了便說四頌而發願言

하늘의 아수라와 야차들이여
와서 법을 듣는 자는 지극한 마음으로
불법을 옹호하여 길이 보존하고
세존의 가르침을 각각 부지런히 행하여라.
022_0618_c_10L天阿蘇羅藥叉等
來聽法者應至心
擁護佛法使長存
各各勤行世尊教

혹은 땅위에서 공중에서
듣는 무리들은 모두 이리 오라.
인간 세상에 자애로운 마음 일으키어
언제나 제 몸이 법에 맞게 살아가라.
022_0618_c_12L諸有聽徒來至此
或在地上或居空
常於人世起慈心
晝夜自身依法住

원컨대 모든 세계 항상 편안하고
가없는 복과 지혜로 중생을 이롭게 하고
죄업은 있는 대로 모두 없어지고
뭇 고통을 떠나 열반으로 돌아가리.
022_0618_c_14L願諸世界常安隱
無邊福智益群生
所有罪業竝銷除
遠離衆苦歸圓寂

계(戒)의 향으로써 몸을 맑게 하고
정(定)의 옷으로써 몸을 보호하며
보리(菩提)의 묘화(妙花)로써 두루 장엄하고
언제나 어디서나 안락하게 되어지이다.
022_0618_c_16L恒用戒香塗瑩體
常持定服以資身
菩提妙花遍莊嚴
隨所住處常安樂
022_0619_a_01L
그때 저 코끼리가 이 게송 듣고는 그 경이 끝난 것 알고 곧 귀를 흔들면서 발을 옮겨가는데, 마부가 몰던 대로 고삐를 따라서 가니 왕이 마부에게 물었다.
“어찌 이 코끼리가 이제는 고분고분히 가느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모르겠나이다. 이 절 안에 어떠한 성자인지 미묘한 음성으로 경전을 외우니, 코끼리가 듣고 좋아하여 잘 가지 않았던 것인가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마땅히 코끼리를 되돌려라. 저 존자를 심방하여 좋은 옷으로 받들어 보시하리라. 그리고 저 성에는 내일 나아가리라.”
022_0618_c_18L彼象王聞斯頌已知其經畢卽便搖耳擧足而行任彼驅馳隨鉤而去王問御者曰何故此象今隨意行人答曰未知寺內是何聖者美妙音聲諷誦經典象聞生愛遂不肯行若如是者宜可迴象就訪彼尊願親將上衣奉施可於明日當詣彼
마부가 곧 명령을 받들어 코끼리를 돌렸다. 왕궁[舊居]에 돌아오니, 그때 승만부인이 왕의 돌아옴이 빠른 것을 이상히 여기고 그 까닭을 물었다.
왕이 이제까지의 인연을 자세히 말하고,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좋은 천을 주오. 내가 친히 가서 저 경 읽는 스님께 바치고자 하오.”
승만부인이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 분이 성자 선화가 아닐까. 미묘한 음성으로 경전을 왼다면. 그러나 저 존자는 용모가 못생겼는데, 지금 우리 대왕은 성품이 훤칠한 것을 좋아하니 만약 보게 되면 대왕의 마음에 차지 않을 것이다. 만약 거만한 뜻이 일어나면 앞에 지나치게 공경했던 것을 후회할 것이니, 가히 방편을 써서 친히 가지 말게 하리라.’
022_0619_a_03L御者卽便奉命迴象未至舊居勝鬘夫人怪王來速請問所由王以上緣具答其事報言夫人可與上疊我欲親往奉彼經師勝鬘夫人便作是念豈非聖者善和以美妙音聲諷誦經典然彼尊者容儀醜陋今我大王性愛瑰偉如其見者不滿王心起慢情悔前敬重可設方便勿令親
그리고는 아뢰었다.
“대왕님, 저곳에 가는 것이 옳다면, 제가 마땅히 천을 가지고 가서 존자께 드리오리다.”
“부인은 다른 천을 마음대로 가지고 가오. 어찌 이것 때문에 교살라성이 가난해지기야 하겠소.”
부인은 말이 없었다.
왕이 좋은 천을 가지고 서다림에 가니, 그때 구수 아난타가 절 문 앞에서 거닐고 있었다. 왕이 보고는 곧 코끼리에서 내려 존자의 발에 절하고 물었다.
“대덕이여, 어떤 존자가 오늘 새벽에 경법(經法)을 외웠습니까?”
“대왕님이여, 어찌하여 물으시나이까?”
“대덕이여, 내가 옷을 가지고 와서 친히 드리려고 합니다.”
022_0619_a_11L白言大王可往彼城我當持疊奉施尊者答言夫人任將餘疊豈由此物憍薩羅城遂便貧乏夫人默爾乃持上妙疊詣逝多林具壽阿難陁於寺門前經行遊履王旣見已卽便下象禮尊者足問言大德是何尊者今日晨朝諷誦經法答言大王故須問大德我欲持衣躬親奉施
022_0619_b_01L존자가 생각하였다.
‘구수 선화가 음성은 미묘하여서 경법을 외우면 그 맑은 소리가 무리에서 뛰어나지만, 그러나 그 용모가 보통이 아니게 못났으니, 지금 대왕은 곱고 맑은 것을 좋아하는 성품인데 만약 그를 본다면 필경 비천하게 여기고 불경한 마음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니 가히 방편을 써서 친히 가지 못하게 하리라.’
그리고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님, 옷을 내게 주시오. 내가 갖다드리겠습니다.”
“대덕이여, 세존께서 찬탄하시기를 자기 손으로 가져다가 보시하는 것이 가장 제일이라고 하셨소. 이러므로 내가 이제 스스로 가지고 가서 드리고자 하오.”
022_0619_a_18L者念曰具壽善和音聲美妙諷誦經法雅韻超群然其容儀非常醜陋者大王性愛姸雅若其見者當生鄙賤起不敬心可設方便勿令親往大王衣可與我我爲奉施答言世尊讚歎自手持施最爲第一故我今欲自持與
그때 구수 선화가 낮에 노니는 곳에서 한 나무 밑에 가부좌로 앉아 있었는데, 아난타가 왕을 그곳으로 인도하여 와서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님, 저 나무 밑에 앉은 사람이 곧 묘한 음성의 존자입니다.”
왕이 나아가서 읍하고 보니 그 형모가 추한지라, 곧 가볍고 비천한 생각이 나면서 존경하고 믿는 마음이 없어졌다.
머리를 돌리고 눈썹을 숙이면서 옷을 던지고 가니, 선화가 왕의 이러한 모양을 보고 곧 게송을 설하였다.
022_0619_b_02L具壽善和在晝日遊處於一樹下跏趺而坐阿難陁引王至彼白言大王樹下坐人卽妙聲尊者王進祗揖見其貌醜便生輕鄙息敬信心迴首低眉擲衣而去善和見王如是卽說頌曰

만약 빛으로써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면
애욕으로 어지러운 마음인지라
능히 나를 보지 못할 것일세.
022_0619_b_07L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愛染亂彼心
不能當見我

만약 누가 속만을 알고
밖을 전혀 보지 않아서
안으로만 과보를 구한다면
이것은 소리에 어두워진 걸세.
022_0619_b_09L若人但知內
而不見於外
於內而求果
此爲聲所迷

만약 누가 바깥만 알고
안으로 전혀 보지 않아서
밖으로만 과보를 구한다면
이것도 소리에 어두워진 걸세.
022_0619_b_10L若人但知外
而不見於內
於外而求果
此亦聲所迷

만약 누가 안도 모르고
또한 바깥도 보지 않으면
범부들은 다 장애를 받는지라
이것도 소리에 어두워진 걸세.
022_0619_b_11L若人不知內
亦復不見外
凡夫皆被障
此亦聲所迷

만약 누가 안을 잘 알고
바깥도 역시 잘 본다면
슬기로운 자의 해탈이 되니
이것은 소리에 어두워짐이 아닐세.
022_0619_b_13L若人善知內
復善見於外
智者當出離
此不爲聲迷

그때 비구들이 모두 의심이 있어 세존께 아뢰었다.
“어떠한 인연으로 선화 비구는 그 형모가 추하고 소리가 화아하며, 불법 가운데 출가 수행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의 과보를 얻었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선화 비구는 일찍이 지은 바 업을 도리어 제가 받는 것이니라.”
널리 말씀하시고 게송으로도 설하셨다.
022_0619_b_14L諸苾芻咸皆有疑請世尊曰以何因緣善和苾芻其形醜陋言音和雅於佛法中出家修行斷盡諸漏得阿羅漢果世尊告曰善和苾芻曾所作業還須自受廣說乃至頌曰

가령 백 겁을 지내더라도
지은 바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과 연이 마주칠 때에
과보를 도리어 제가 받는다.
022_0619_b_19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022_0619_c_01L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마땅히 들어라. 먼 예전 이 현겁 중에 사람의 수명이 4만 세일 때, 구류손(拘留孫)이라는 부처님이 있어 세상에 출현하시어 10호를 구족하셨더니라. 저 세존께서 모든 불사를 다 원만히 하시고 남음이 없는 열반에 드셨는데, 그때 저 나라에 무우(無憂)라는 임금이 세존께서 남기신 사리에 공양하여 탑을 세우는데 둘레를 1유순으로, 높이를 반 유순으로 하는 것이었다. 사람을 시켜 감독하면서 점차로 짓는데, 그 감독하는 사람이 신심이 있고 어질고 착한 것을 좋아하여 정성껏 일하되 피로하거나 게으르지 않았다.
022_0619_b_21L爾時世尊告諸苾芻汝等應聽乃往古昔此賢劫中人壽四萬歲時有拘留孫佛出現世閒十號具足彼世尊所有佛事悉皆圓滿入無餘依妙涅槃界彼國主名曰無憂供養世尊遺餘舍利造窣堵波周圓一踰繕高半踰繕那令人守當漸次修造其人信心意樂賢善慇懃營作不生勞倦
그때 어느 일하는 사람 하나가 그 탑이 높고 큰 것을 보고 싫어하여 그 동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임금님이 이제 이 큰 탑을 많은 인공(人功)을 들여서 세우지만 언제나 끝날 것인지 원…….”
감독하는 사람이 듣고 말하였다.
“네가 능히 일을 못하겠으면 마음대로 갈 것이지 왜 불평스런 말을 하느냐.”
그 사람이 묵묵히 대답이 없었다. 감독하는 사람이 쫓아내고자 하였으나 그가 곧 사과하여 두루 전과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탑이 아직 다 되기 전에 또 싫증을 내고 불평을 하여서 감독이 몽둥이로 몰아내니, 다시 돌아와서 뉘우치고 사과하였으므로 또 공사를 시켰다.
드디어 탑이 완성되니 보는 자가 권태를 잊고, 백천 중생이 모두 다 기뻐하였다.
022_0619_c_07L有作人見窣堵波其量高大遂生嫌慢作如是語告同伴曰王今造此大窣堵波多費人功何日成就守人報曰汝不能作隨意當去因何輒出嫌慢之言彼默無對其守當人欲驅令出彼便收謝還依舊作塔猶未了復生嫌慢守人與杖驅之令出更還懺謝遣復本功乃至塔成觀者忘倦百千衆生悉皆歡喜
싫어하던 자가 보고는 곧 스스로 뉘우쳐 한탄하였다.
‘내가 먼저는 착하지 못하여서 탑이 너무 높고 크다고 경솔하고 건방진 말을 하였으니 내가 이제 마땅히 공양을 올리는 것이 옳다.’
그리고는 곧 요새 받은 품삯으로 묘한 금 풍경[金鈴]을 만들어서 탑 위에 달았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저 품팔이하던 사람이 곧 지금의 선화이니, 그 탑에 싫어하고 불손한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이제 사람의 몸을 얻었으나 그 모양이 보기 싫게 되었고, 금 풍경을 바쳤기 때문에 소리가 화아하여 듣는 자로 하여금 기쁘지 않음이 없게 하는 것이니라.”
022_0619_c_15L嫌者見已便自悔恨我於往時所爲不善見塔高大作輕慢言我今宜可辦其供養卽以比來所得雇直造妙金鈴懸在塔上汝等應知彼傭力人卽善和是由於塔處生嫌慢心今獲人身其形醜陋由奉金鈴言音和雅能令聽者無不歡悅
022_0620_a_01L그때 모든 비구들이 그래도 의심이 있어서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선화 비구가 먼저 어떠한 업을 지었기에,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경법을 외우는 소리가 범천에까지 사무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마땅히 그 일을 들어라.
저 먼 옛날,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일 때 가섭파(迦攝波)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어 10호를 구족하시고, 바라니사국(波羅痆斯國) 신선이 떨어진 곳인 시록림(施鹿林) 가운데에 계셨다.
성(城)과 숲 중간에 향기로운 과일나무가 있는데, 잘 우는 새가 여기 의탁하고 살았다.
022_0619_c_22L諸苾芻猶有疑念重白佛言大德善和苾芻先作何業由彼業力諷誦經法聲徹梵天世尊告曰汝等苾芻應聽其事於往昔時人壽二萬歲迦攝波佛出現世閒十號具足在婆羅痆斯國仙人墮處施鹿林中城林中閒有香果樹能鳴之鳥託此而居
그때 가섭파부처님께서 의발을 가지고 아침때에 성에 들어가 걸식하시는데 그 향기로운 과일나무 있는 데를 지나노라니, 이때 새가 부처님의 용의가 단정하고 엄연함이 금산(金山)과 같음을 보고, 곧 앵앵 하는 묘한 소리를 내면서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 도로 숲 속에 숨었다.
이와 같이 날마다 부처님이 지나심을 보면 부처님을 두루 돌면서 울고, 도로 가지 사이로 가서 기뻐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매에게 잡혀서 목숨을 마친 뒤로 큰 바라문의 집에 태어났는데, 이로부터는 다시 하천하거나 나쁜 무리에는 의탁하여 나지 않았고 오늘에 이르도록 태어나는 곳마다 좋은 소리를 얻어서 범천에 사무치고, 사람으로 하여금 사랑하고 즐겨하게 하였다.
“너희들 비구는 이러함을 마땅히 알아라. 저 잘 울던 새가 곧 이 선화이니라.”
022_0620_a_06L迦攝波佛執持衣鉢於小食時入城乞食在樹邊過是時彼鳥見佛世容儀端正儼若金山遂卽嚶嚶出妙音響繞佛三帀還隱林中如是日日見佛行過繞佛哀鳴還向枝閒歡喜而住忽於他日被鷹所搏命終之後生大婆羅門家從是以來更不託生下惡之類乃至今日所生之處得好聲響徹梵天令人愛樂汝等苾芻如是應知彼能鳴鳥卽是善和
022_0620_b_01L그때 모든 비구들이 다시 또 의심이 있어서 세존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선화 비구가 일찍이 어떠한 업을 지었기에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부처님 제자로서 음성의 미묘함이 가장 제일이 되었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선화 비구는 발원을 한 힘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과보를 받았느니라.”
“어떠한 발원을 하였나이까?”
“가섭파부처님 때에 선화가 출가하였는데, 그의 본 스승은 가섭파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염불과 독경이 제일이라고 일컫던 이었다.
022_0620_a_16L諸苾芻更復有疑請世尊曰大德和苾芻曾作何業由彼業力於佛弟子音聲美妙最爲第一世尊告曰和苾芻由發願力感得斯報作何發於迦攝波佛時善和出家其本師主於迦攝波佛諸弟子中唱導諷誦稱爲第一
그러나 그 선화가 처음 출가하여 나이가 늙기까지 비록 범행을 닦았으나 얻은 바가 없었는데 임종할 때에 이르러 한 원을 지었다.
‘내가 가섭파부처님의 성교(聖敎) 가운데 출가하여 수행하였으나, 끝내 얻은 바가 없나이다. 그러나 이 수승한 인연으로 저 가섭파부처님께서 수기하신 바인, 미래 세상 사람의 수명이 백 세일 때 출현하여 호를 석가모니 응공ㆍ정등각이라고 하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출가하여 번뇌를 끊어 없애고 아라한의 과보를 얻으며, 나의 친교사(親敎師)와 같이 불법 중에 찬송하는 제자로서 제일이라고 일컫는 것처럼 나도 역시 저 부처님을 만나서 출가하여 염불하고 독경하는 사람 중에서 제일이 되게 하여 주소서.’
022_0620_a_23L然其善和始自出家終至年邁雖修梵行無所證獲臨命終時作如是願我於迦攝波佛聖教之中出家修行竟無所獲願我以此勝因於迦攝波佛所授記者於未來世人壽百歲有佛出現號釋迦牟尼應正等覺我於彼教而得出家斷除煩惑得阿羅漢果如我親教師於佛法中讚誦弟子說爲第一我亦如是逢彼出家唱導人中稱爲第一
이 원력으로 말미암아서 나의 법 가운데 출가 수행하여 제자들 중에 염불하고 독경하는 이로서 제일이 된 것이니라.
너희들 비구는 마땅히 알아라. 과거에 업이 아주 검은 자는 아주 검은 과보를 받고, 만약 순백(純白)인 자는 순백의 과보를 받으며, 만약 잡업(雜業)인 자는 잡업보(雜業報)를 받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순흑(純黑)과 잡업을 버리고 순백업을 닦을지니라.”
그리 하시고, 다른 데와 같이 자세한 말씀을 하셨다.
022_0620_b_09L由彼願力於我法中出家修行於弟子中唱導之師說爲第一汝等苾芻應知往業若純黑者得純黑報若純白者得純白報若雜業者得雜業報汝等應可棄純黑雜業修純白業如餘廣說
같은 곳이었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경을 외울 때 성운(聲韻)을 익히지 않고 글귀대로 말하니 마치 그 소리가 대추를 다른 그릇에 쏟아 넣은 것 같았으나, 저 모든 외도들은 경전을 외우는데 읊조리는 소리를 지어서 하였다.
급고독장자가 날마다 세존께 가서 예경하는데, 그 길가에서 모든 외도들의 송경하는 소리를 듣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 모든 외도들은 나쁜 법에 출가하였어도 경전을 외는데 읊조리는 소리로 하니 듣기 좋은데, 우리 성자들은 소리를 운에 맞게 하지 않고 글귀만 쫓아서 하니 마치 대추를 다른 그릇에 쏟는 것과 같구나. 이것은 우리 일이니 마땅히 부처님께 아뢰야겠다.’
022_0620_b_14L緣處同前諸苾芻誦經之時不閑聲韻隨句而說猶如瀉棗置之異器彼諸外道諷誦經典作吟詠聲給孤獨長者日日常往禮覲世尊於其路側聞諸外道誦經之聲作如是念諸外道於惡法律而爲出家諷誦經典作吟詠聲音詞可愛我諸聖者不閑聲韻逐句隨文猶如瀉棗置之異此是我事當白大師
022_0620_c_01L그리고는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두 발에 절하고는 한쪽에 물러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모든 외도들은 나쁜 법에 출가하였어도 경전을 외우는데 읊조리는 소리로 하니 듣기가 좋은데, 우리 성자들은 소리를 운에 맞게 하지 않고 글귀만 따라서 하니 마치 대추를 다른 그릇에 쏟는 것과 같나이다. 만약 부처님께서 자비로 허락하신다면 모든 성자들이 읊는 소리를 지어서 경전을 독송하게 하옵소서.”
세존께서 허락하시는 뜻으로 잠잠히 계시니, 장자가 부처님의 묵허(黙許)하심을 보고는 절하고 갔다.
022_0620_b_23L旣至佛所禮雙足已退坐一面白言世尊彼諸外道於惡法律而爲出家諷誦經典作吟詠聲音詞可愛我諸聖者不閑聲韻逐句隨文猶如瀉棗置之異器佛世尊慈悲許者聽諸聖衆作吟詠聲而誦經典世尊意許默然無說者見佛默然許已禮佛而去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고하셨다.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읊는 소리를 지어서 송경할 것을 허락하노라.”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니 비구들이 읊는 소리로 경법을 외우고, 경을 읽고 가르침을 청하여 아뢰는 일도 모두 그렇게 하였다.
급고독장자가 사중(寺中)에 들어왔다가 절에서 승려들의 음성이 시끄러운 것을 보고 말하였다.
“성자여, 이 가람(伽藍)이 먼저는 법우(法宇)이더니 오늘은 건달바의 성으로 변하였습니까.”
022_0620_c_07L佛告諸苾芻從今已往我聽汝等作吟詠聲而誦經法佛聽許已諸苾芻衆作吟詠聲而誦經法及以讀經請教白事亦皆如是給孤長者因入寺中見合寺僧音聲喧雜白言聖者今此伽藍先爲法宇今日變作乾闥婆城
때에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읊조리는 소리를 지어서 경법을 외우거나 경을 읽거나 가르침을 청하여 아뢰는 일을 모두 하지 말라. 그러나 두 가지 일은 읊조리는 소리로 할지니 하나는 큰 스승님의 덕을 찬탄하는 것이요, 하나는 삼계경(三啓經)을 외우는 것이다. 나머지는 다 맞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두 가지 일, 즉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고 삼계경을 외우고 하는 일을 읊는 소리로 할 것을 허락하셨는데, 한 소년 비구가 이 두 일을 할 때 읊을 줄을 몰라서, 다만 아는 대로 그냥 말하니 대추 쏟는 소리와 같았다.
022_0620_c_13L苾芻以緣白佛佛言苾芻不應作吟詠聲誦諸經法及以讀經請教白事皆不應作然有二事作吟詠聲一謂讚大師德二謂誦三啓經餘皆不合佛許二事作吟詠聲讚佛德誦三啓有一少年苾芻作二事時不解吟詠但知直說如瀉棗聲
022_0621_a_01L비구들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두 가지는 읊는 소리로 하라고 하셨는데, 왜 하지 않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배우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배우라고 하시니, 그때 비구들이 방 안에서 복도에서 문간에서 당전(堂殿)에서 모두 읊는 소리를 배우고 익혔다.
장자가 들어와 보고 먼저처럼 싫어하며 말하였다.
“성자여, 건달바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였습니까.”
또 부처님께 가서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읊는 소리를 배우고, 드러난 데서 하지 말지니 어기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022_0620_c_20L諸苾芻曰佛許二事作吟詠聲如何不作答曰我先不解苾芻白佛佛言應學佛遣學時苾芻隨在房中廊下門屋堂殿悉皆學習吟詠之聲長者入見同上譏嫌白言聖者乾闥婆城未能捨棄復往白佛佛言應在屛處學吟詠聲勿居顯露違者得越法罪
같은 곳이었다.
한 비구가 서서 발우를 발우 주머니 속에서 꺼내니, 다른 비구가 말하였다.
“구수여, 서서 발우를 꺼내지 마오.”
“왜 나쁜가요.”
“땅에 떨어지면 깨지는데 어찌 나쁘지 않겠소.”
그가 곧 잠자코 있었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서서 발우를 다루지 말지니, 자루 안에 넣거나 씻거나 말리거나 하는 것을 모두 서서 하지 말지니라. 만약 어기는 자는 법 어기는 죄를 얻으리라.”
022_0621_a_04L緣處同前有一苾芻於鉢袋中立抽出鉢苾芻告曰具壽勿立抽鉢答言何過報曰墮地損壞豈非過耶彼便默然以緣白佛佛言苾芻不應立取其鉢若內袋中若洗若曝皆不應立違者得越法罪

제1문 자섭송⑥
022_0621_a_10L第一門第六子攝頌曰

옷을 밟는 일과 모든 주머니와
요와 방석에 대한 것과
일이 있어 3의를 놓아 두는 것과
여섯 가지 심념법(心念法)에 대한 것이다.
022_0621_a_11L蹈衣幷諸袋
褥及於坐具
有緣離三衣
六種心念法
부처님께서 강저산(江猪山) 무서운 곳 시록림(施鹿林)1) 가운데 계셨다.
보리 왕자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묘화루(妙花樓)로 청하여 성대하게 공양을 베풀었다.
이 누각 위에는 곳곳에 아침 노을로 장식된 훌륭한 천을 깔았다.
이때 세존께서 그곳에 오셔서 그 옷감을 깔은 것을 보시고 발로 밟지 않으시니, 모든 비구들도 감히 밟지 못하였다.
보리 왕자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자비로 밟고 지나가소서.”
그래도 부처님께서 밟지 않으시니, 왕자가 보고는 곧 그 옷감을 깐 것을 걷으니 부처님께서 그제야 앞으로 나아가셨다.
022_0621_a_13L佛在江猪山恐畏之處施鹿林中提王子請佛及僧於妙花樓盛設供於此樓上處處皆敷朝霞上疊時世尊旣至彼已見其衣覆不以足諸苾芻亦不敢躡菩提王子白世尊唯願世尊慈悲蹈過佛不爲王子見已卽攝敷衣佛方前進
022_0621_b_01L외도들이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 고타마가 공양을 받을 만한 힘이 없어서 왕자가 깔아 준 천을 감히 밟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이것을 아시고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신심 있는 바라문이나 장자ㆍ거사가 길에 훌륭한 옷감을 깔고 비구에게 청하기를 ‘원컨대 자비를 내리시어 밟고 가소서’ 한다면, 외도의 아만심을 꺾기 위하여 모든 것은 항상함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밟을 것이니 망설이지 말지니라.”
022_0621_a_20L道聞已作如是語沙門喬答摩未堪供養王子敷疊不敢履之佛知是已告諸苾芻若有信心婆羅門長者居於道路處敷上妙衣請苾芻曰降慈悲爲踐蹈欲伏外道我慢心作諸行無常想而爲履蹈勿生疑慮
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가 맨손으로 발우를 가지고 가다가 길에서 발이 어긋나면서 발우를 떨어뜨려 드디어 깨어졌다.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맨손으로 발우를 들지 말고 천으로 발우를 싸서 가지고 다닐지니라.”
그래도 전과 같은 폐단이 있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발우 주머니를 만들어서 넣어 가지고 다닐지니라.”
비구가 손으로 가지고 가다가 먼저와 같은 실수가 있게 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손으로 가지고 다니지 말고, 끈을 달아서 어깨에 걸고 다닐지니라.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022_0621_b_03L緣處同前有苾芻手擎鉢去在路腳跌鉢墮遂破因斯闕事以緣白佛佛言苾芻不應手擎其鉢便以衣角裹鉢而去廢闕同前佛言應作鉢袋盛去苾芻手攜招過如上佛言不應手持而去應可作襻挂髆持行若異此者得越法羅
같은 곳이었다.
그때 어느 비구가 장사하는 나그네와 함께 동행이 되어 세속에서 노니는데, 동행하는 사람 중에 바라문이 있어 갑자기 전염병[時患]에 걸려서 의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내게 이러한 병이 있으니 처방하여 달라.”
의사가 대답하였다.
“이 병에는 하리륵(訶梨勒)을 복용하면 반드시 낫는다.”
“여행 중이라 구할 데가 없다.”
의사가 말하였다.
“사문 석가모니의 제자들이 모든 약을 잘 아니, 그에게 구하면 반드시 혜택을 볼 것이다.”
022_0621_b_10L緣處同前有苾芻以商旅爲伴人閒遊行於行伴中有婆羅門忽染時詣醫人所我有如是病仁爲處方答言此病可服訶黎勒必當得差涉路無處可求醫曰沙門釋子善閑諸藥從彼求覓必當見惠
그때 저 바라문이 곧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성자여, 하리륵을 지닌 것이 있습니까?”
“있는데 무엇을 하려는가?”
“내 몸에 병이 있는데 의시가 그것을 복용하라고 하였으니, 있으면 혜택을 베푸시오.”
비구가 그를 대하여 발우 주머니를 열고 그 속에서 하리륵을 찾는데, 먼저 송곳과 칼이 나왔고 다음에는 가죽조각을 꺼내고 아울러 여러 가지 약을 깨끗한 것 더러운 것이 뒤섞여 있는지라, 바라문이 그 잡동사니를 보고 말하였다.
“성자여, 당신들 비구는 능히 이와 같은 깨끗하지 못한 일을 하는구료. 나는 차라리 몸뚱이가 죽으면 죽었지 이 약은 먹지 않겠소.”
022_0621_b_16L彼卽便詣苾芻所問言聖者有訶梨勒不答言我有用此何爲報言我身有病醫遣服之有時見惠苾芻對彼開鉢袋中覓訶黎勒先出錐刀次抽皮片幷諸雜藥淨穢交參婆羅門見其雜惡報言聖者仁等苾芻能作如是不淸潔事我寧身死不服斯藥
022_0621_c_01L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는 마땅히 세 가지 주머니를 준비할지니라. 하나는 발우 주머니요, 하나는 약주머니요, 하나는 여러 가지를 넣는 주머니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세 가지를 끈을 가지런히 하여 겨드랑 밑에 달고 다니니, 곧 그것이 비어져서 옷 밖으로 나타났다.
믿음 없는 속인들이 보고는 비웃어 말하였다.
“성자여, 어찌 겨드랑 밑에 북을 끼고 다니는가.”
022_0621_b_23L苾芻以緣白佛佛言苾芻應畜三種袋者鉢袋二者藥袋三者雜袋諸苾芻齊安三襻置之腋下卽便傍出衣下外現不信俗人見已譏笑報言豈可腋下挾鼓而行
비구가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를 가지런히 달지 말고 마땅히 차례로 길고 짧게 하여 서로 맞게 하여라.”
끈이 몸에 배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끈을 넓게 만들고 안에는 천을 대고 꿰매어서 말리지 않게 하여라. 만약 이와 다르게 하면 법 어기는 죄를 얻느니라.”
022_0621_c_05L苾芻以緣白佛言三種不應齊著應次第安長短相稱便安紐襻令身有損佛言須闊作於內安氈以線絡之勿令卷若異此者得越法罪
根本說一切有部毘柰耶雜事卷第四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녹야원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