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賢愚經卷第三

ABC_IT_K0983_T_003
029_1026_c_01L현우경 제3권
029_1026_c_01L賢愚經卷第三

원위 양주 사문 혜각 등이 고창군에서 한역
029_1026_c_02L元魏涼州沙門慧覺等在高昌郡譯

15.거타신시품(鉅陁身施品)
029_1026_c_03L鋸陁身施品第十五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26_c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기사굴산(祇闍崛山)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몸에 바람병[風患]이 있었다. 의사 기역(祇域)은 부처님을 위해 약소(藥酥)를 만들고 거기에 서른두 가지 약을 타서 부처님께 드려, 하루에 서른두 냥쭝씩 드시게 하였다.
그때 제바달(提婆達)은 항상 질투심을 품고 마음이 교만하여 부처님과 같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부처님께서 약소를 드신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시기하여 부처님과 같이 먹으려고 생각하고 기역에게 명령하였다.
“나를 위해 그 약을 만들라.”
기역은 그를 위해 약을 만들어 주면서 말하였다.
“하루 네 냥쭝씩 드십시오.”
제바달은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몇 냥쭝씩 드시느냐?”
“하루 서른두 냥쭝씩 드십니다.”
“나도 서른두 냥쭝씩 먹겠다.”
“부처님께서는 당신 몸과 같지 않습니다. 당신은 많이 드시면 반드시 딴 병이 생길 것입니다.”
제바달은 말하였다.
“나도 먹으면 넉넉히 소화할 수 있다. 내 몸이나 부처 몸이나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내게 먹도록만 하라.”
029_1026_c_05L一時佛在羅閱祇耆闍崛山中爾時世尊身有風患祇域醫王爲合藥酥用三十二種諸藥雜合佛日服三十二兩時提婆達常懷嫉心自高大望與佛齊聞佛世尊服於藥酥情中貪慕欲同佛服復勅祇當與我合爾時祇域復與合之語之言日服四兩提婆達問佛服幾祇域答言日三十二兩提婆達言我亦當服三十二兩祇域答言如來身者不與汝同汝若多服必更爲患提婆達言我若服之自足能消我身佛身有何差別但與我服
029_1027_a_01L그는 부처님을 본받아 하루 서른두 냥쭝씩 먹었다. 약이 몸에 들어가 여러 혈맥으로 배어들자 제바달다(提婆達多)는 힘이 약해 소화시키지 못하고 온몸과 사지의 뼈마디가 몹시 아파 신음하고 부르짖으면서 답답해 뒹굴었다.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겨 멀리서 손을 펴 그 머리를 어루만지셨다. 약은 소화되고 고통은 사라지면서 병은 벌써 나았다.
그는 그것이 부처님 손인 것을 알고 말하였다.
“실달(悉達)의 다른 기술은 세상이 써 주지 않으니까, 이제는 의술을 배워 세상에 알리는구나.”
그때 아난은 이 말을 듣고 하도 원통하여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저 제바달다는 은혜를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가엾이 여겨 병을 고쳐 주셨는데, 그는 그런 나쁜 말을 하였습니다. 무슨 심정으로 그런 마음을 가지는지 항상 부처님에 대해 질투만 하고 있습니다.”
029_1026_c_17L卽習效佛日日亦服三十二兩藥在體中流注諸脈身力微弱不能消轉擧身支節極患苦痛呻吟喚呼煩憒夗轉世尊憐愍卽遙申手以摩其頭藥時卽消痛患卽除病旣得愈看識佛手因而言曰悉達餘術世不承用復學醫道善能使知於時阿難聞說此語情用悵恨長跪白佛提婆達多不識恩養世尊慈矜爲之除患方更吐此不善之言有何情懷能生此心長夜思嫉向佛世尊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제바달다는 오늘만 그런 나쁜 마음으로 나를 중상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생에도 항상 나쁜 마음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느니라.”
029_1027_a_06L佛告阿難提婆達者不但今日懷不善心欲中傷我過去世時亦常惡心殺害於我
“전생에 그가 부처님을 해치려던 그 사실을 알고자 합니다.”
029_1027_a_08L阿難白佛不審過去傷害之事因緣云何
“잘 들으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세존이시여, 일심으로 듣겠습니다.”
029_1027_a_09L佛言善聽當爲汝說唯然世尊當一心聽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 헤아릴 수 없는 아승지 겁에 이 염부제에 큰 성(城)이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고, 그때의 국왕 이름은 범마달(梵摩達)이었다. 그는 흉하고 사나워 자비심이 없고, 사치하고 음탕하여 쾌락을 즐기며, 항상 미워하는 마음으로 해치기를 좋아하였다.
어느 때 그는 꿈 속에서 어떤 짐승을 보았다. 온몸의 털은 금빛이요, 털끝마다 금빛 광명을 내어 사방을 비추면 그것도 모두 금빛이었다.
그는 꿈을 깨고 생각하였다.
‘이 세상에는 반드시 내가 꿈에서 본 것과 같은 것이 있으리라. 사냥꾼에게 명령하여 그 가죽을 구하자.’
그는 여러 사냥꾼을 불러 명령하였다.
‘나는 꿈에 어떤 짐승을 보았다. 온몸의 털은 금빛이요, 털끝마다 광명을 내는데, 이상하고 휘황하였다. 이 나라에 반드시 그런 물건이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두루 돌아다니면서 그것을 구해 잡아야 한다. 만일 그 가죽을 구하면 중한 상을 주고 또 너희 자손들 7대(代)에 먹을 것을 줄 것이다. 그러나 애를 써서 그것을 구하지 못하면 너희들을 죽이고 너희들의 족속을 멸하리라.’
사냥꾼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근심하고 걱정하였으나 방법이 없었다.
029_1027_a_10L佛告阿難過去久遠不可計數阿僧祇劫此閻浮提有一大城名波羅柰爾時國王名梵摩達兇暴無慈奢婬好樂每懷惡忌好爲傷害爾時其王欻於夢中見有一獸身毛金色其諸毛端出金光明照于左右皆亦金色覺已自念如我所夢世必有此當勅獵者求覓其皮作是念已召諸獵師而告之言我夢有獸身毛金色毛頭出光殊妙晃朗想今國界必有此物仰汝等輩廣行求捕若得其皮當重賜與令汝子孫食用七世若不用心求不得者當俱誅滅汝等族黨時諸獵師得王教已憂愁憒憒無復方計
029_1027_b_01L그들은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왕이 꿈에서 본 짐승을 우리는 일찍이 본 일이 없다. 어디 가서 그것을 구하겠는가. 만일 그것을 얻지 못하면 왕의 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니 우리는 아주 살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의논하자 번민은 더욱 더하기만 하였다. 또 어떤 이는 말하였다.
‘이 산이나 늪에는 독한 벌레와 모진 짐승이 많아서 아무리 두루 다니면서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숲이나 들에서 우리는 차례로 죽고 말 것이다. 우선 가만히 한 사람을 사서 그를 보내어 구하도록 하자.’
여러 사람들은 좋다 하고, 어떤 한 사람을 구해 그에게 권하였다.
‘너는 힘을 다해 두루 다니면서 구해 보라. 만일 네가 얻어 가지고 돌아오면 우리는 힘을 합해 너에게 중한 상을 줄 것이요, 혹 산이나 늪에서 해를 당해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그 재물을 네 처자에게 주리라.’
그는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 신명을 버리자.’
이렇게 마음먹고 곧 떠나기로 하였다. 그는 곧 갈 길 준비를 하고 험한 길을 떠났다.
029_1027_b_01L聚會一處共議此事王所夢獸生未曾睹當於何所而求覓此若今不得王法難犯我曹徒類永無活路論此事已益增悶惱又復有言此山澤中毒虫惡獸亦甚衆多遠行求覓必不能得交當喪身困死林野且私募一人行求之衆人言善更相簡練曉勸一汝可盡力廣行求覓若汝吉還曹合物當重賞汝設令山澤遇害不亦當以物與汝妻子其人聞此自念言爲此衆人分棄身命內計已卽可當行辦行道具涉險而去
오랫동안 돌아다니자 몸은 여위고 힘은 빠졌다. 때는 한여름이라, 뜨거운 사막 길에 이르러서는 입술과 목은 마르고, 찌는 듯 답답하여 죽을 것 같았다. 혹독한 고통을 견디다 못하여 슬피 울면서 부르짖었다.
‘누가 자비스런 마음으로 나를 가엾이 여겨 내 신명을 구제해 줄 것인가.’
029_1027_b_13L已經久身羸力弊天時盛暑到熱沙脣乾渴乏鬱蒸欲死窮酸苦切悴而言誰有慈悲矜愍我者當見拯救我身命
029_1027_c_01L그때 그 늪에 어떤 들짐승이 있었는데, 이름이 거타(鋸陀)였다. 온몸의 털은 금빛이요, 털끝마다 광명이 있었다. 그것은 멀리서 이 말을 듣고 못내 가엾이 여겨 찬 샘물에 들어갔다가는 그리로 와서 몸으로 그를 싸안았다. 조금 기운을 돌리자 그를 데리고 샘물로 가서 목욕을 시켜 주고, 다니면서 과실을 주워다 그를 먹였다.
그는 몸이 회복되자 생각하였다.
‘이 이상한 짐승은 털빛에 광명이 있다. 이것은 우리 대왕이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죽게 되었을 때에 이것을 힘입어 목숨이 살아났다. 그 은혜를 알고도 갚지 못하면서 어찌 해칠 마음을 내겠는가. 그러나 만일 이것을 잡지 않으면 저 사냥꾼의 종족들이 모두 다 죽게 될 터인데.’
이렇게 생각하자 슬픔을 견딜 수 없었다. 거타는 물었다.
‘왜 슬퍼하십니까?’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심정을 토로하였다. 거타는 말하였다.
‘그 일은 걱정 마십시오. 내 가죽은 얻기 쉽습니다. 생각하면 나는 전생에 수없이 몸을 버렸지만 일찍이 복을 짓기 위해 목숨을 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내 몸 가죽으로 저 여러 사람의 목숨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만일 나를 잡으려거든 가죽만 벗기고 목숨은 끊지 마십시오. 나는 이미 당신에게 준 몸이라 결코 회한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 사냥꾼은 천천히 그의 가죽을 벗겼다.
029_1027_b_17L時山澤中有一野獸曰鋸陁身毛金色毛頭光明遙聞其甚憐愍之身入冷泉來至其所身裹抱小還有力將至水所爲其洗行拾菓蓏來與食之體旣平復自念言睹此奇獸毛色光明是我大王所須之者然我垂死賴其濟命識其恩未能酬報何能生心當害於若復不獲彼諸獵師宗黨徒類被誅戮念此事已悲不自勝鋸陁問何以不樂垂泣而說心所懷事陁語言此事莫憂我皮易得計我前捨身無數未曾爲福而能捨壽以身皮濟彼衆命心懷歡喜如有所但剝取皮莫便絕命我已施汝無悔恨爾時獵師卽徐剝皮
그때에 거타는 선 채로 서원을 세웠다.
‘지금 나는 내 가죽을 이 사람에게 주어 저 여러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제합니다. 그 공덕을 일체 중생에게 베풂으로써 위없는 바르고 참된 불도를 이루고, 일체 중생을 생사의 고통에서 두루 건져 열반의 안락한 곳에 편히 살게 하소서.’
이렇게 발원하자 3천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래서 제천(諸天)의 궁전이 요동쳐 편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놀라 그 까닭을 찾다가 보살에게 가죽을 벗겨 보시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곧 하늘에서 내려와 그에게 가서 꽃을 흩어 공양하였는데, 흐르는 눈물이 비와 같았다.
사냥꾼이 가죽을 벗겨 가지고 떠난 뒤에 그의 몸에서 흘러 내리는 피는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또 8만 파리와 개미 떼가 그 몸에 모여들어 그 살을 파먹었다. 그는 어떤 구멍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었으나 그들이 상할까 걱정하여 고통을 참고 버티어 서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살을 먹이다가 거기서 그대로 죽고 말았다.
그때 그 파리와 개미 떼들은 보살의 몸을 먹음으로써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에 나게 되었다.
029_1027_c_09L爾時鋸卽自立願今我以皮用施此人彼衆人所愛之命持此功德施及衆用成佛道無上正眞普度一切生死之苦安著涅槃永樂之處作此願三千國土六反震動諸天宮殿搖不寧各用驚愕推尋其相見於菩薩剝皮布施卽從天下來到其所花供養涕淚如雨剝皮去後身肉赤血出流離難可看睹復有八萬蠅蟻之屬集其身上同時唼食時欲趣復恐傷害忍痛自持身不動搖以身施死於彼中時諸蠅蟻緣食菩薩身者命終之後皆得生天
029_1028_a_01L그때 사냥꾼은 가죽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 그것을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것을 받고 처음 보는 물건이라 신기하게 여기고 기뻐하면서 그 곱고 부드러움을 좋다 하여 언제나 깔고 누워 있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졌느니라.
이와 같이 아난이여, 그때의 그 짐승 거타는 지금의 내 몸이요, 범마달왕은 지금의 저 제바달이며, 8만 벌레들은 바로 내가 처음 부처가 되어 비로소 법륜을 굴릴 때 도를 얻은 8만 하늘 그들이니라.
저 제바달은 그때에도 나를 죽였고 지금에 와서도 착한 마음이 없이 언제나 해치려고만 하고 또 중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029_1027_c_22L爾時獵師擔皮到國奉上於王王見歡喜奇之未有善其細軟常用敷臥心乃安隱情用快樂如是阿難欲知爾時獸鋸陁者今我身是彼梵摩達王今提婆達是八萬諸虫我初成佛始轉法輪上八萬諸天得道者是此提婆達彼世時傷害於我乃至今日猶無善長夜思害欲相中傷
존자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슬퍼하고 원망하면서 서로서로 격려하여 부지런히 법을 구하였다.
그리하여 수다원을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을 얻는 이도 있었으며, 벽지불의 인연을 심는 이도 있었고, 위없는 불도에 뜻을 두는 이도 있었으며,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기뻐하고 공경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28_a_07L賢者阿難諸會者聞佛所說悲悵兼懷各自感懃求法要有得須陁洹斯陁含那含阿羅漢者有種辟支佛因緣者有發無上佛道意者有住不退地者咸各歡喜敬戴奉行

16.미묘비구니품(微妙比丘尼品)단본(丹本)에는 이 품이 제4권에 있으며 순번이 19이다
029_1028_a_12L微妙比丘尼品第十六丹本此品在第四卷爲第十九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28_a_13L如是我聞
029_1028_b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타정사(祇陁靜舍)에 계셨다.
파사닉왕이 죽은 뒤에 그 태자 유리(流離)가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성품이 포악하고 자비심이 없어, 술에 취한 코끼리를 내몰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짓밟아 죽게 하였다.
그때 귀족 부인들은 그것을 보고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세속을 버리고 집을 떠나 비구니가 되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그 여자들이 모두 석가 종족이나 왕족으로서 귀하고 단정하기가 나라에서 제일이면서 온갖 탐욕을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닦는 이가 5백 인이나 되는 것을 보고, 모두 칭송하면서 다투어 공양하였다. 그 비구니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집을 떠났다고 말하지마는, 아직 법약(法藥)을 먹지 못하여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없애지 못하였다. 이제 저 투라난타(偸羅難陁) 비구니에게 나아가 경법을 들으면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에게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한 뒤에 제각기 하소연하였다.
“우리는 비록 도를 닦는다고 하지마는 아직 감로(甘露)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깨우쳐 주십시오.”
029_1028_a_14L一時佛在舍衛國祇陁精波斯匿王崩背之後太子流離政爲王暴虐無道驅逐醉象蹹殺人不可稱計時諸貴姓婦女見其如心中摧悴不樂於俗卽共出家比丘尼國中人民見諸女人或是釋或是王種尊貴端正國中第一捨諸欲出家爲道凡五百人莫不嘆競共供養諸比丘尼自相謂言等今者雖名出家未服法藥消婬怒寧可共詣偸羅難陁比丘尼所受經法冀獲所剋卽往其所作禮問各自陳言我等雖復爲道未獲甘願見開悟
투라난타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저들이 받은 계율을 배반하게 하고, 법복과 발우를 버리게 하면 또한 통쾌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다 존귀한 큰 성바지로서 농사와 일곱 가지 보배와 코끼리ㆍ말ㆍ노비들이 모자랄 것이 없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것들을 버리고 부처님의 계율을 받고 비구니가 되어 그처럼 고생하는가.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부부와 자녀끼리 서로 즐기고, 마음대로 보시하면서 한 세상을 영화롭게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비구니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실망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떠났다.
029_1028_b_04L時偸羅難陁心自念言我今當教令其反戒吾攝衣鉢不亦快乎卽語之曰汝等尊貴大姓田業七寶象馬奴婢所須不乏何爲捨之持佛禁戒作比丘尼辛苦如是不如還家夫妻男女共相娛樂恣意布施可榮一世諸比丘尼聞說是語心用惘然卽各涕泣捨之而去
그들은 다시 미묘(微妙)비구니에게로 가서 예배하고 법답게 문안한 뒤에 제각기 아뢰었다.
“우리는 집에 있으면서 세속 일을 익혀온 지 오래인지라, 이제 비록 집을 떠났으나 아직 마음은 들뜨고 정욕은 불꽃 같아 스스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기고 우리를 위해 설법하여 이 죄의 뚜껑을 열어 주소서.”
미묘 비구니는 물었다.
“너희들은 삼세(三世)의 일에 있어서 어떤 것을 묻고자 하는가?”
“과거와 미래는 그만두고 현재만 말씀하여 이 의혹을 풀어 주소서.”
029_1028_b_11L復至微妙比丘尼所前爲作禮問訊如法卽各啓曰我等在家習俗迷久今雖出家心意蕩逸情欲熾燃不能自解願見憐愍爲我說法開釋罪蓋爾時微卽告之曰汝於三世欲問何等比丘尼言去來且置願說現在解我疑結
029_1028_c_01L“대개 음욕이란, 마치 성한 불길이 산과 들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그것은 자꾸 번지고 불어나가 갈수록 많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음욕에 빠져 서로 해치다가 세월이 흐른 뒤에는 마침내 3도(途: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져 거기서 빠져 나올 기약이 없었다.
대개 집을 즐긴다는 것은 서로 모이고 합하는 것을 탐내는 것이니, 은혜와 사랑, 영화와 즐거움의 인연으로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이별하며, 관청의 벌을 받아 서로 울고 사모하여 5장(腸)이 찢어지고 까무러쳤다가는 다시 깨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집을 생각하는 정은 깊고 굳어, 우리 마음을 얽매는 것은 감옥보다 더한 것이다.
나는 본래 어떤 범지의 집에 태어났다. 우리 아버지는 존귀하기 나라에서 제일이었다. 그때 어떤 범지의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지혜로웠다. 그는 내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중매를 보내어 나를 맞이해 아내로 삼아 한 가정을 이루었다. 나는 그 뒤에 아들을 낳았고, 시댁 부모는 계속해서 죽었다.
029_1028_b_18L微妙告曰夫婬欲者譬如盛火燒于山澤蔓莚滋甚所傷彌廣人坐婬欲更相賊害日月滋長致墮三途無有出期夫樂家者貪於合會恩愛榮樂因緣生老病死離別縣官之惱轉相哭戀傷壞心肝絕而復蘇家戀深固心意纏縛甚於牢獄我本生於梵志之家我父尊貴國中第一爾時有梵志子聰明智慧聞我端正卽遣媒娉我爲婦遂成室家後生子息家父母轉復終亡
나는 다시 아이를 배어 남편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몸에 더러운 것이 많고 또 달이 차면 혹 위험한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친정에 돌아가 봐야 하겠습니다.’
남편은 좋다 하고, 곧 보내 주었다.
친정으로 가는 도중에 몸이 자꾸 아파 어떤 나무 밑에서 쉬었다. 그때 남편은 따로 누워 있었다.
나는 그 날 밤에 아기를 낳고, 부정한 것이 많이 흘러나왔다. 독사가 그 냄새를 맡고 오다가 남편을 물어 죽였다. 나는 그 밤에 몇 번이나 남편을 불렀으나 소리가 없었다. 새벽이 되어 겨우 일어나 남편에게로 가서 그 손을 잡았다가 그가 독사에 물려 몸은 부어 터질 듯하고 사지는 허물어진 것을 비로소 알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까무러쳤다. 그때 큰 아이는 아버지가 죽은 것을 보고 소리 내어 울부짖었다. 나는 그 아이 우는 소리를 듣고 깨어나, 큰 아이는 등에 업고 갓난아이는 안고 울면서 길을 떠났다. 길은 멀고 험한데 사람은 자취도 없었다.
029_1028_c_05L我時妊娠而語夫今我有娠穢污不淨日月向滿有危頓當還我家見我父母夫卽言遂便遣歸至於道半身體轉痛一樹下時夫別臥我時夜產污露大毒蛇聞臭卽來殺夫我時夜喚數反無聲天轉向曉我自力起往牽夫知被蛇毒身體腫爛支節解散時見此卽便悶絕時我大兒見父身失聲號叫我聞兒聲卽時還蘇便取大兒檐著項上小兒抱之涕泣進道復曠險絕無人民
029_1029_a_01L도중에 큰 강이 있었는데 깊고 또 넓었다. 큰아이는 강가에 두고 먼저 갓난아이를 업고 강을 건너 저쪽 언덕에 두었다. 그리고 큰아이를 데리러 되돌아 올 때에 아이는 멀리서 나를 보고 물로 달려들어 오다가 그만 물에 떠내려갔다. 나는 쫓아갔으나 구하지 못하고, 아이는 떴다 잠겼다 하면서 아주 가고 말았다.
나는 도로 돌아서 갓난아이에게로 갔다. 그러나 갓난아이는 늑대가 먹어 버리고 피만 땅에 질펀하였다. 나는 또 까무러쳤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나는 또 길을 떠나가다가 길에서 어떤 범지를 만났다. 그는 아버지 친구였다. 그는 곧 내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기에 그처럼 피로해 보이느냐?’
나는 그 동안에 겪어 온 괴롭고 쓴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그는 나의 괴롭고 외로운 사정을 가엾이 여겨 마주 보고 울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우리 부모와 친척들은 모두 평안하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너희 집에 얼마 전에 불이 나서 부모와 자녀들이 한꺼번에 다 타 죽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또 까무러쳤다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그는 나를 가엾이 여겨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여러 가지를 대어 주어 모자람이 없게 하면서 자식처럼 돌보아 주었다.
029_1028_c_16L至於中路一大河旣深且廣卽留大兒著於河先擔小兒度著彼岸還迎大者遙見我卽來入水水便漂去我尋追力不能救浮沒而去我時卽還欲趣小兒狼已噉訖但見其血流離在我復斷絕良久乃蘇遂進前路一梵志是父親友卽問我言汝從何困悴乃爾我卽具以所更苦毒之事告之爾時梵志憐我孤苦相對涕我問梵志父母親里盡平安不志答言汝家父母大小近日失火一時死盡我時聞之卽復悶絕良久乃蘇梵志憐我將我歸家供給無乏看視如子
그때 어떤 다른 범지는 내 얼굴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내게 아내 되기를 청하였다. 나는 허락하고 그에게 가서 가정을 이루었다. 나는 또 아이를 배어 해산할 때가 가까웠다. 그때 남편은 밖에 나가 다른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돌아왔다.
나는 아기를 낳으려고 혼자서 문을 잠그고 방에 있었다. 아기를 낳는 중에 남편은 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쳐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나가서 문을 열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나를 매질하였다. 나는 그 사정을 말하였다. 그는 더욱 성을 내어 곧 아기를 죽여 타락[酥]에 볶아 나에게 먹으라고 재촉하였다. 나는 하도 기가 막혀 차마 그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매질하였다. 나는 그것을 먹고 나자 가슴이 쓰리고 맺히었다. ‘내가 하도 박복하여 이런 사람을 만났다’ 한탄하고, 곧 그를 버리고 갔다.
나는 그 길로 바라내로 가서 성 밖의 어느 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었다.
029_1029_a_07L時餘梵志見我端正求我爲婦卽相許可適共爲室我復妊娠日月已滿時夫出外他舍飮酒日暮來歸我時欲產獨閉在內時產未竟梵志打門大喚無人往開梵志瞋恚破門來入卽見撾打我如事說梵志遂怒卽取兒殺以酥熬煎逼我使食我甚愁惱不忍食之復見撾打食兒之後心中酸結自惟福盡乃値斯人便棄亡去至波羅柰在於城外樹下坐息
029_1029_b_01L그때 그 나라의 어떤 장자의 아들이 마침 처음 아내를 잃고 성 밖 동산에 묻고 그를 잊지 못하여 날마다 성을 나가 무덤 위에서 울었다. 그는 나를 보자 곧 내게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혼자 길가에 앉아 있는가?’
나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다시 내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저 동산에 들어가 놀고 싶은데 좋겠는가?’
나는 곧 좋다 하고 갔다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 며칠이 지나 그는 병을 얻어, 구하지 못하고 갑자기 죽었다. 그때 그 나라 법에는, 살았을 때에 서로 사랑하였으면 장사하는 날에 무덤 속에 같이 묻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묻혔으나 목숨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었다.
029_1029_a_16L時彼國中有長者子適初喪婦乃於城外園中埋之戀慕其婦日往出城塚上涕哭彼時見我卽問我言汝是何人獨坐道邊我如事說復語我言今欲與汝入彼園觀寧可爾不我便可之遂爲夫妻經于數日時長者子得病不救奄忽壽終時彼國法若其生時有所愛重臨葬之日幷埋塚中我雖見埋命故未絕
그때 도적 떼가 와서 그 무덤을 파다가 내 얼굴이 단정한 것을 보고 곧 나를 아내로 삼았다. 수십 일 뒤에 그는 또 나가 도둑질하다가 주인에게 잡혀 목이 잘렸다. 그 부하들이 그 시체를 가지고 돌아와 장사할 때에 그 국법에 따라 나도 같이 묻혔다. 나는 무덤 속에서 사흘을 지났다. 늑대와 여우와 개들이 와서 송장을 먹으려고 무덤을 팔 때에 나는 다시 살아 나오게 되었다.
나는 내 자신을 한탄하면서 나무랐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열흘 동안에 이런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가. 이제는 무엇을 받들어 남은 목숨을 마칠 것인가.’
그래서 생각하였다.
‘나는 일찍이 들었다, 한 석가의 아들이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부처가 되어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안다고. 차라리 거기 가서 몸과 마음으로 귀의하자.’
나는 곧 기원(祇洹)으로 달려가서 나무에 꽃이 활짝 핀 듯, 별 속의 달과 같은 부처님의 모습을 멀리서 뵈었다.
029_1029_b_02L時有群賊來開其塚爾時賊帥見我端正卽用爲婦數旬之中復出劫盜爲主所覺卽斷其頭賊下徒衆卽持死屍而來還我便共埋之如國俗法以我幷埋時在塚中經于三日諸狼狐狗復來開塚欲噉死人我復得出重自剋責宿有何殃旬日之閒遇斯罪苦死而復生當何所奉得全餘命卽自念言我昔常聞釋氏之子棄家學道道成號佛達知去來寧可往詣身心自歸卽便逕往馳趣祇洹遙見如來如樹花茂星中之月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번뇌가 없는[無漏] 3달(達:세 가지 밝은 지혜)로 나를 제도할 수 있음을 살피시고 곧 오셔서 나를 맞이하셨다. 나는 그때에 알몸이라 아무 것도 가릴 것이 없어, 곧 땅에 주저앉아 손으로 유방을 가렸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명령하셨다.
‘너는 옷을 가져다 저 여인에게 입히도록 하라.’
나는 옷을 입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아래 예배한 뒤에 그 동안에 겪은 죄 많은 사정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원컨대 저를 가엾이 여겨 도 닦기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여자를 데려다 교담미(憍曇彌)에게 맡기고 계법(戒法)을 주게 하라.’
교담미는 곧 내게 계법을 주어 나는 비구니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4제(諦)의 요지와 인생은 괴롭다는 것, 모든 것은 공하고 무상하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 법을 듣고는 결심하고 부지런히 공부하여 아라한이 되어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현세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마는 그것은 모두 전생에 지은 업의 갚음으로서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는 것이었다.”
029_1029_b_14L爾時世尊以無漏三達我應度而來迎我我時形露無用自卽便坐地以手覆乳佛告阿難持衣往覆彼女人我時得衣卽便稽首世尊足下具陳罪厄願見垂愍我爲道佛告阿難將此女人付憍曇令授戒法時大愛道卽便受我比丘尼卽爲我說四諦之要苦空非我聞是法剋心精進自致應眞知去來今我現世所更勤苦難可具如宿所造毫分不差
029_1029_c_01L그때 비구니들은 다시 아뢰었다.
“전생에 어떤 죄를 지었기에 그런 재앙을 받았습니까? 설명하여 주십시오.”
029_1029_c_01L時諸比丘尼重復啓白宿有何咎而獲斯殃唯願說之
미묘는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가만히 들으라. 지나간 세상에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은 많았지마는 아들이 없어 작은 부인을 얻었다. 비록 천한 집 딸이었으나 얼굴이 아름다워 짝할 이가 드물었으므로 장자는 몹시 사랑하였다. 아이를 배고 열 달이 차서 사내를 낳았다. 부부는 애중히 여겨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큰 부인은 생각하였다.
‘나는 비록 귀족 집 딸이지마는 현재에 대를 이을 자식이 없다. 이제 저 아이가 성장하면 이 집을 맡아 전장[田]과 재산을 모두 다 가질 것이다. 나는 아무리 노고하여 재산을 쌓아 두더라도 마음대로 쓸 수 없을 것이다.’
질투심이 치솟아 일찍 죽여 버리는 것만 못하다고 마음으로 결정하고, 바늘을 아이 정수리에 꽂되 보이지 않게 꽂았다.
아이는 자꾸 말라 가다가 열흘 쯤 되어 드디어 죽고 말았다.
029_1029_c_03L微妙答曰汝等靜聽乃往過世有一長者財富無數無有子息更取小婦雖小家女端正少雙夫甚愛念遂便有娠十月已滿生一男兒夫妻敬重視之無厭大婦自念我雖貴族現無子息可以繼嗣今此小兒若其長大當領門戶田財諸物盡當攝持我唐勞苦積聚財產不得自在妒心卽生不如早殺內計已定卽取鐵鍼刺兒囟上令沒不現兒漸痟瘦旬日之閒遂便喪亡
작은 부인은 너무 애통하여 기절하였다가 다시 살아났다. 이것은 반드시 큰 부인이 시새워 내 아들을 죽인 것이리라 단정하고, 곧 부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무정하게도 내 아들을 시기해 죽인 것이다.’
큰 부인은 곧 맹세하였다.
‘만일 내가 네 아들을 죽였으면 세상마다 내 남편은 독사에 물려 죽고, 거기서 나는 자식은 물에 빠져 죽거나 늑대가 잡아먹을 것이요, 나는 산 채로 묻히거나 제 자식을 잡아먹을 것이요, 내 부모와 형제는 불에 타 죽을 것이다. 왜 나를 원망하느냐, 왜 나를 원망하느냐?’
그때 그 큰 부인은 죄와 복의 갚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앞에와 같이 맹세하였지마는 지금 다 그것을 받되 대신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알고 싶은가? 그때의 그 큰 부인은 바로 이 내 몸이니라.”
029_1029_c_13L小婦懊惱氣絕復蘇疑是大婦妒殺我子卽問大婦汝之無狀怨殺我子大婦卽時自呪誓曰若殺汝子使我世世夫爲毒蛇所殺有兒子者水漂狼食身見生埋自噉其子父母大小失火而死何爲謗我何爲謗我當於爾時謂無罪福反報之殃前所呪誓今悉受之無相代者欲知爾時大婦者則我身是
비구니들은 다시 아뢰었다.
“그러면 또 어떤 복을 지었기에 부처님께서 오셔서 맞이하셨고, 도(道)의 집에 들어가 생사를 면하게 되었습니까?”
029_1029_c_21L諸比丘重復問曰復有何慶得睹如來迎之耶得在道堂免于生死
029_1030_a_01L미묘는 대답하였다.
“옛날 바라내국에 큰 산이 있었는데, 이름이 선산(仙山)이었다. 그 산에는 언제나 벽지불과 성문(聲聞)들과 외도(外道)들의 신선들이 꽉 차게 살고 있었다. 그때에 어떤 연각(緣覺)은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어떤 장자 부인은 그를 보고 기뻐하여 공양을 올렸다. 연각은 그것을 먹고 허공에 날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내며 허공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였다. 부인은 그것을 보고 서원을 세웠다.
‘나도 뒷세상에 도를 얻어 저렇게 되게 하소서.’
그때의 그 부인은 바로 이 내 몸이다. 그 때문에 나는 부처님을 뵈옵고, 마음이 열려 아라한의 도를 이루었다. 지금 나는 아라한이 되었지마는 항상 뜨거운 바늘이 정수리로 들어가 발바닥으로 나오는 듯 밤낮으로 그런 고통을 받아 쉴 때가 없다. 재앙과 복은 이와 같이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라.”
029_1029_c_23L微妙答昔波羅柰國有一大山名曰仙山中恒有辟支佛聲聞外道神仙無有空缺彼時緣覺入城分衛有長者婦見之歡喜卽供養之緣覺食已飛昇虛空身出水火坐臥空中婦時見之卽發誓言使我後世得道如是爾時婦者則我身是緣是之故得見如來心意開解成羅漢道今日我身雖得羅漢恒熱鐵鍼從頂上入於足下出晝夜患此無復竟已殃福如是無有朽敗
그때에 5백 귀족 비구니들은 이 설법을 듣고 마음이 두려웠다. 그리하여 탐욕의 근본은 타는 불꽃과 같다고 관(觀)하여, 탐욕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다. 또 집에 있는 고통은 감옥보다 더하다고 생각하여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한꺼번에 선정에 들어 아라한의 도를 얻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한마음으로 미묘 비구니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은 음욕에 얽히고 매여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다가 지금 자비로운 은혜를 입어 생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029_1030_a_11L爾時五百貴姓比丘尼聞說是心意悚然觀欲之本猶如熾火欲之心永不復生在家之苦甚於牢諸垢消盡一時入定成阿羅漢道各共齊心白微妙曰我等纏緜繫著婬欲不能自拔今蒙仁恩導得度生死
그때 부처님께서는 찬탄하셨다.
“장하다, 미묘여. 대개 도를 닦는 사람은 법으로써 서로 가르치고 경계하여야 부처의 제자라 할 수 있느니라.”
029_1030_a_16L時佛歎曰快哉微妙夫爲道者能以法教轉相教誡可謂佛子
대중들은 이 설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30_a_18L衆會聞說莫不歡喜稽首奉行

17.아수가시토품(阿輸迦施土品)단본에는 이 품이 제4권에 있고 순번이 22이다
029_1030_a_19L阿輸迦施土品第十七丹本此品在第四卷爲第二十二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30_a_20L如是我聞
029_1030_b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새벽에 아난과 함께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도중에서 아이들이 소꼽장난하는 것을 보셨다. 아이들은 흙을 모아 집과 창고를 짓고 보물과 곡식을 만들었다.
한 아이가 멀리서 오시는 부처님의 그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마음으로 공경하고 기뻐하여 보시할 마음이 생겼다. 그는 곧 창고에서 곡식이라 이름지은 흙을 한 줌 쥐어 부처님께 보시하려 하였다. 그러나 키가 작아 미쳐 가지 못하여 한 아이에게 말하였다.
“나는 네 위에 올라가 이 곡식을 부처님께 보시하겠다.”
한 아이는 매우 기뻐하여 좋다고 대답하였다. 그 아이는 곧 다른 아이 어깨에 올라서서 부처님께 흙을 바쳤다.
029_1030_a_21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世尊晨與阿難入城乞見群小兒於道中戲各聚地土作宮舍及作倉藏財寶五穀有一小遙見佛來見佛光相敬心內發喜踊躍生布施心卽取倉中名爲穀卽以手掬欲用施佛身小不逮一小兒我登汝上以穀布施小兒歡報言可爾卽躡肩上以土奉佛
부처님께서는 발우를 낮추고 머리를 숙여 그것을 받아 아난에게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가지고 가서 내 방바닥을 발라라.”
걸식을 마치고 절에 돌아왔다. 아난은 그 흙으로 부처님 방바닥을 발랐다. 한 귀퉁이를 바르자 흙은 다 되었다. 그는 옷을 바르게 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까 그 아이가 기쁘게 흙을 보시하여 내 방 한 귀퉁이를 발랐다. 그는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내가 열반한 지 백 년 뒤에는 국왕이 되어 이름을 아수가(阿輸伽)라 할 것이요, 그 다음 아이는 대신이 되어 이 염부제의 모든 나라를 함께 맡아 3보(寶)를 드러내고 널리 공양을 베풀며, 사리(舍利)를 펴 염부제를 두루하고, 또 나를 위해 8만 4천의 탑을 세울 것이다.”
029_1030_b_06L卽下鉢低頭受土受之已訖授與阿語言持此塗污我房乞食旣得詣祇洹阿難以土塗佛房地齊污一邊其土便盡污已整衣服具以白佛告阿難向者小兒歡喜施土土足塗污佛房一邊緣斯功德我般涅槃百歲之後當作國王字阿輸迦其次小當作大臣共領閻浮提一切國土興顯三寶廣設供養分布舍利遍閻浮提當爲我起八萬四千塔
아난은 기뻐하여 다시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옛날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그런 많은 탑의 갚음이 있습니까?”
029_1030_b_16L阿難歡重白佛言如來先昔造何功德乃有此多塔之報
029_1030_c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마음을 기울여 들으라. 오랜 옛날 아승기겁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파새기(波塞奇)였다. 그는 이 염부제의 8만 4천 나라를 맡아 있었고, 그때의 부처 이름은 불사(弗沙)였다.
파새기왕은 여러 신민들과 함께 그 부처님과 비구승을 네 가지 물건으로 공양[四事供養]하고 한량없이 공경하며 사모하였다.
그때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지금 이 큰 나라 인민들은 항상 부처님을 뵈오며 예배하고 공양한다. 그러나 그 밖의 작은 나라들은 모두 변방에 치우쳐 있어 그 인민들은 복을 닦을 인연이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 초상을 그려 여러 나라에 널리 펴 모두 공양하게 하리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화공들을 불러 초상을 그리게 하였다. 화공들은 부처님 곁에 와서 부처님 상호(相好)를 보고 그리려 하였다. 그러나 한 곳을 그리고 나면 다른 곳은 잊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자세히 보고 붓을 들어 한 모습을 그리고 나면 다른 모습은 또 잊어버려 모두를 다 그릴 수가 없었다.
029_1030_b_18L佛言阿難專心善過去久遠阿僧祇劫有大國王波塞奇典閻浮提八萬四千國時世有佛名曰弗沙波塞奇王與諸臣民供養於佛及比丘僧四事供養敬慕無量爾時其王心自念言今此大國人民之類常得見佛禮拜供養其餘小國各處邊僻人民之類無由修福就當圖畫佛之形像布與諸國咸令供養作是念已卽召畫師勅使圖畫時諸畫師來至佛邊看佛相好欲得畫之適畫一處忘失餘處重更觀看復次下手忘一畫一不能使成
그때 그 불사부처는 여러 가지 색채를 조화롭게 하여 손수 자기 초상을 그려 본보기로 삼았다.
그제야 화공들은 그것을 본받아 모두 8만 4천 초상을 그리니, 아주 깨끗하고 묘하며 단정하기 그 부처님과 같았다. 그것을 여러 나라에 두루 펴되 한 나라에 한 점씩 주었다. 그리고 영을 내려 인민들로 하여금 꽃과 향을 마련하여 공양하게 하였다.
여러 국왕과 신민들은 부처님 상을 얻어 기뻐하고 공경하여 받들기를 부처님 몸을 뵈온 듯이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아난이여, 그때의 그 파새기왕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니라.
나는 그때에 8만 4천의 부처님 상을 그려 여러 나라에 널리 펴고 사람들로 하여금 공양하게 하였으므로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세상마다 복을 받되, 언제나 천상이나 인간의 제왕이 되었고,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이 단정하고 아주 묘하였으며,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을 갖추게 되었고, 또 그 공덕으로 부처가 되었다. 그리하여 열반한 뒤에는 다시 이 8만 4천 탑의 과보를 얻게 되었느니라.”
029_1030_c_07L時弗沙佛調和衆彩手自爲畫以爲摸法畫立一像於是畫師乃能圖畫都盡八萬四千之像極令淨妙端正如佛布與諸國一國與一又作告下勅令人民辦具花香以用供養諸國王臣民如來像歡喜敬奉如視佛身如是阿難波塞奇王今我身是緣於彼世畫八萬四千如來之像布與諸國令人供養緣是功德世世受福天上人中恒爲帝王所受生處端正殊妙三十二相十種好緣是功德自致成佛涅槃之當復得此八萬四千諸塔果報
현자 아난과 여러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30_c_19L賢者阿難及諸會者聞佛所說歡喜奉行

18.칠병금시품(七甁金施品)단본에는 순번이 23이다
029_1030_c_20L七甁金施品第十八丹本爲二十三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30_c_21L如是我聞
029_1031_a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비구들은 제각기 다른 나라에서 마음대로 안거하였다. 그들은 90일 동안의 안거를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가 거룩한 가르침을 받았다.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기 때문에 인자한 마음으로 가엾이 여겨, 곧 손바닥에 천 폭 바퀴 무늬가 있는 손을 들어 그들을 위로하시고 뜻을 낮추어 물으셨다.
“너희들은 먼 벽지에 있으면서 음식과 공양에 불편은 없었느냐?”
부처님의 공덕은 세상에 그 짝이 없는데 지금 뜻을 낮추시어 비구들을 보시고 특별히 겸손함을 품고 공경하셨다. 아난은 그것을 보고 매우 괴이하게 여겨 곧 여쭈었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가장 특별한 일이고, 또 공덕과 지혜는 세상에 보기 드뭅니다. 그런데 지금 뜻을 낮추시어 비구들을 위로하여 물으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세존께서 그처럼 겸손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까?”
029_1030_c_22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諸比丘各處異國隨意安居經九十日安居已竟各詣佛所諮受聖教爾時世尊與諸比丘隔別經久慈心愍傷卽擧千輻相輪神手而慰勞之下意問訊汝等諸人住在僻遠飮食供養得無乏耶如來功德世無儔類今乃下意瞻諸比丘特懷謙敬阿難見之甚怪所以卽白佛言世尊出世最爲殊特功德智慧世之希有今乃下意慰喩問訊諸比丘衆何其善耶不審世尊興發如是謙卑之言爲遠近耶
029_1031_b_01L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뜻을 알고 싶으냐?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아난은 분부대로 잘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수없고 한량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다.
그때 어떤 사람은 집안 살림을 잘 다스렸다. 그러나 금을 특히 좋아하여 힘을 다해 금을 모을 때에 괴로움을 돌보지 않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부지런히 노동하여 거기서 생긴 돈은 모두 금을 사는 데 썼다. 그래서 한 병을 채워서는 집안에 땅을 파고 감추어 두었다.
이렇게 갖가지로 몸을 괴롭혀 여러 해가 지나도록 옷도 변변히 입지 않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으면서 쉬지 않고 금을 모아 마침내 일곱 병을 채워 모두 묻어 두었다.
그 뒤에 그는 병에 걸려 목숨을 마치고는, 금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에 한 마리 독사가 되어 그 집에 돌아와 그 금병을 지켰다. 여러 해가 지나 그 집이 허물어지고 거기서 사는 사람은 없었으나, 그 독사만은 그 금병을 지키고 있었다. 목숨이 다하여 몸을 버리고도 금을 사랑하는 마음을 쉬지 않아, 다시 본래 몸을 받아 그 몸으로 금병(金甁)들을 감고 있었다.
029_1031_a_11L世尊告曰欲知不乎明聽善思當爲汝說奉教善聽佛告阿難過去久遠無數無量不可思議阿僧祇劫此閻浮提有一大國名波羅柰時有一人好修家業意偏愛金勤力積聚作役其身四方治生所得錢財盡用買金因得一甁於其舍內掘地藏之如是種種懃身苦體經積年歲終不衣食聚之不休乃得七甁悉取埋之其人後時遇疾命終由其愛金轉身作一毒蛇之身還其舍內守此金甁經積年歲其舍摩滅無人住止蛇守金甁壽命年歲已復向盡捨其身已愛心不息復受本形自以其身纏諸金甁
이렇게 계속하여 수만 년을 지내고 최후로 독사 몸을 받았을 때에는 그 몸에 싫증이 생겼다. 그는 그 원인을 생각하였다.
‘이 금 때문에 이런 나쁜 몸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제는 이것을 좋은 복밭에 보시하여 세세생생에 그 복의 갚음을 받으리라.’
이렇게 생각을 결정하고는 길가 풀 속으로 달아나 몸을 숨기고 기다리면서 만일 누가 오면, ‘나는 그에게 이 사정을 말하리라’라고 생각하였다.
029_1031_b_02L如是展轉經數萬歲最後受身厭心復生自計由來爲是金故而受惡形無有休已今當用施快福田中使我世世蒙其福報思惟計定往至道邊竄身草中匿身而設有人來我當語之
마침 그때에 독사는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독사는 그를 불렀다. 그는 부르는 소리를 듣고 좌우를 둘러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므로 그대로 걸어갔다. 그제야 독사는 몸을 나타내어 부르면서 말하였다.
‘여보십시오, 내게로 가까이 좀 오십시오.’
사람은 대답하였다.
‘네 몸에는 독이 있다. 나를 왜 부르느냐, 내가 너에게 가까이 가면 반드시 해를 입을 텐데.’
독사는 말하였다.
‘내가 진실로 나쁜 마음을 가졌다면 당신이 오지 않더라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는 겁이 나서 독사에게로 갔다.
독사는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여기 금병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당신에게 주어 공양함으로써 복을 지으려 하는데 될 수 있겠습니까?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해칠 것입니다.’
그는 할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029_1031_b_07L爾時毒蛇見有一人順道而過蛇便呼之人聞喚左右顧望不見有人但聞其聲道而行蛇復現形喚言咄人可來近人答蛇言汝身毒惡喚我用爲若近汝儻爲傷害蛇答人言我茍懷設汝不來亦能作害其人恐懼至其所蛇語人言吾今此處有一甁欲用相託供養作福能爲之不不爲者我當害汝其人答蛇我能爲
029_1031_c_01L그러자 뱀은 그 사람을 데리고 금 있는 곳으로 가서 금병을 파내어 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당신은 이 금을 가지고 스님들에게 공양하되, 음식을 베푸는 날에는 잊지 말고 아수제(阿輸提)를 가지고 와서 나를 메고 그리로 가 주십시오.’
그는 그 금을 가지고 절에 가서 유나승(維那僧)에게 위의 사정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 독사는 공양을 베풀고자 합니다. 날을 빨리 정하십시오.’
스님은 그 금을 받아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였다. 공양하는 날이 되어 그는 조그마한 아수제를 가지고 뱀 있는 곳으로 갔다. 뱀은 그를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수고에 감사한 뒤에, 곧 아수제 위에 올라가 몸을 도사렸다. 그는 천을 그 위에 덮어 그것을 메고 절로 갔다.
029_1031_b_17L時蛇將人共至金所出金與之告之曰卿持此金供養衆僧設食之好念持一阿輸提來取我舁去人擔金至僧伽藍付僧維那具以上向僧說之云其毒蛇欲設供養作食日僧受其金爲設美膳作食日其人持一小阿輸提往至蛇所見其人心懷歡喜慰喩問訊卽盤其上阿輸提於是其人以疊覆上向佛圖
길에서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오십니까, 안녕하십니까?’
그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그는 한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메었던 독사는 화를 내어 성한 독을 머금고 그를 죽이려 하다가 도로 성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왜 이처럼 예의를 모르는가. 남은 호의로 정중하게 안부를 세 번이나 묻는데 한 마디 대답도 없으니, 어찌 그리 무심한가.’
이렇게 생각하자 화가 치밀어 올라 또 죽이고 싶어 막 독을 토하려 하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나를 위해 복을 짓는데 나는 아직 은혜를 갚지 못하였다.’
이렇게 재삼 되풀이하다가 도로 성을 참고는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내게 큰 은혜가 있다. 비록 죄를 지었더라도 참는 것이 도리에 마땅하리다.’
029_1031_c_03L道逢一人問擔蛇人汝從何體履佳不其人默然不答彼問三問之不出一言所持毒蛇卽便瞋含毒熾盛欲殺其人還自遏折自思念云何此人不知時宜他以好問訊進止鄭重三問無一言答可疾耶作是念已毒心復興隆猛內復欲害之臨當吐毒復自思惟人爲我作福未有恩報如是再三自奄伏此人於我已有大恩雖復作事宜忍之
가다가 호젓한 곳에 이르러 뱀은 그에게 말하였다.
‘나를 땅에 내려 놓으십시오.’
뱀은 그를 몹시 나무라고 또 법답게 훈계하였다. 그는 그제야 잘못을 뉘우치고 겸허한 마음이 생겨 모든 것을 가엾이 여기었다. 뱀은 거듭 훈계하여 말하였다.
‘다시는 그러지 마십시오.’
그는 뱀을 메고 절에 가서 그것을 스님들 앞에 내려놓았다.
그때에 스님들은 공양 때가 되어 줄을 이어 서 있었다. 뱀은 그를 시켜 그들에게 차례로 향을 피우게 하고, 스스로는 믿는 마음으로 향을 받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그것이 끝나도록 자세히 바라보면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스님들이 앞에서 인도하여 탑을 두루 돌았다. 그는 물을 가지고 와서 스님들의 손을 씻어 주었다. 뱀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손 씻는 사람을 보되 조금도 염증을 내지 않았다.
스님들은 공양을 마치고 뱀을 위하여 널리 설법하였다.
029_1031_c_13L前到空處蛇語其人我著地窮責極切囑戒以法其人於便自悔責生謙下心垂矜一切重囑及莫更爾耶其人擔蛇至僧伽著衆僧前於時衆僧食時已到行而立蛇令彼人次第賦香自以信視受香者如是盡底熟看不移僧引行遶塔周帀其人捉水洗衆僧蛇懷敬意觀洗手人無有厭心僧食訖重爲其蛇廣爲說法
029_1032_a_01L뱀은 더욱 기뻐하여 다시 보시할 마음이 생겨 유나승을 데리고 금병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머지 여섯 병을 모두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이렇게 복을 짓고는 이내 목숨을 마치고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도리천에 났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알고 싶으냐? 그때의 그 뱀을 메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독사는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니라.
나는 옛날 뱀을 메고 갈 때에 뱀의 꾸지람을 듣고 부끄러워하면서 서원을 세웠다. 겸허한 마음으로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보리라고.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아직 한 번도 중단한 일이 없었느니라.”
029_1031_c_22L蛇倍歡喜更增施心將僧維那到本金所殘金六甁盡用施僧作福已訖便取命終由其福德生忉利天佛告阿難欲知爾時擔蛇人者豈異人乎則我身是時毒蛇者今舍利弗是我乃往日擔蛇之時爲蛇見責慚愧立誓生謙下等視一切未曾中退乃至今日
그때 여러 비구들과 아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32_a_06L諸比丘阿難之等聞佛所說歡喜奉行

19.차마현보품(差摩現報品)단본에는 순번이 24이다
029_1032_a_07L差摩現報品第十九丹本爲二十四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32_a_08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죽림정사에서 수없이 많은 큰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에 그 나라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집이 가난하여 돈도 곡식도 없이 곤궁히 지내었다. 아무리 부지런히 노력해도 가난은 더욱 심하여 어쩔 도리가 없었으며, 입을 것도 먹을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면 현세에서 그 복을 받을 수 있는가?”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너는 모르는가. 지금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일체 중생을 복으로 건지고 이롭게 하여 구원을 받지 않는 이가 없다. 또 그 부처님에게는 큰 제자 네 분이 있다. 즉, 마하가섭(摩訶迦葉)ㆍ대목건련(大目犍連)ㆍ사리불(舍利弗)ㆍ아나율(阿那律) 들이다. 이 네 분 현사는 항상 가난한 이들을 가엾이 여기고 고액을 받는 중생들을 복되게 한다. 만일 네가 지금 믿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그분들에게 공양올리면 현세에서 너의 소원을 이룰 것이다.”
029_1032_a_09L一時佛住羅閱祇竹林精與尊弟子無央數衆爾時國中一婆羅門居貧窮困乏於錢穀勤加不懈衰禍遂甚方宜理盡衣食不供便行問人今此世閒作何等行令人現世蒙賴其福有人答言汝不知耶今佛出世福度衆生祐利一切無不得度如來復有四尊弟子摩訶迦葉大目犍連舍利弗阿那律等斯四賢每哀貧乏常行福利苦厄衆生今若能以信敬心設食供養此諸賢則可現世稱汝所願
029_1032_b_01L그때 바라문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나라 안으로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노동하여 재물을 조금 얻었다. 그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음식을 준비하여 여러 성현을 청하여 하루 공양하였다. 그리고 일심으로 정진하면서 현세의 갚음이 오기를 바랐다.
바라문의 아내 이름은 차마(差摩)진(晉)나라 말로는 안온(安穩)이라는 뜻이다인데, 그는 존자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여러 큰 제자들은 차마에게 8관재(關齋) 받는 것을 권하여 재(齋)를 받고는 모두 절로 돌아갔다.
029_1032_a_20L時婆羅門諸人所說如是事已心懷歡喜往其國中遍行自衒作役其身得少財物擔至其家施設飮食請諸賢聖供養一日剋心精勤望現世報婆羅門婦字曰差摩晉言安隱飯僧已訖諸尊弟子請差摩受八關齋受齋已訖各還精
그때 병사왕은 숲에서 놀고 성으로 돌아오다가 길에서 어떤 사람이 나라에 중죄를 짓고 나뭇가지 끝에 결박되어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왕을 보고 슬퍼하면서 먹을 것을 조금 청하였다. 왕은 그를 가엾이 여겨 곧 먹을 것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거기서 떠났다. 왕은 해가 저물어 낮의 일을 깜빡 잊었다가 밤이 되어 생각하였다.
‘나는 아까 그 죄인에게 먹을 것을 주기로 약속하였는데 어째서 깜빡 잊었을까?’
곧 사람을 시켜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려고 하였으나 아무도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은 밤중인데 길에는 아마 사나운 짐승이나 모진 귀신이나 나찰의 재화가 많을 것입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을지언정 거기는 갈 수 없습니다.”
029_1032_b_04L時甁沙王値遊林澤還來向城見一人犯王重罪縛著摽頭豎在道見王悲哀求索少食王情愍傷可當與正爾別去時王竟日忽忘前夜卒自念我以先許彼罪人食何欻忘卽時遣人致食往與擧宮內無欲往者咸作是說今是夜半路恐有猛獸惡鬼羅剎禍難衆多死於此不能去也
그때 왕은 그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곧 나라에 영을 내렸다.
“누구든지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면 상금 천 냥을 주리라.”
그러나 나라 안에는 아무도 그 모집에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차마는 늘 사람들이 하던 말을 들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8관재를 받들어 지니면, 어떤 모진 귀신이나 독한 짐승들의 일체 재화도 침해하지 못한다’는.
차마는 이런 말을 들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집은 빈궁하고 또 나는 재법을 받들어 지닌다. 지금 왕이 모집하는 것은 나를 위하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가서 거기에 응모하여 값을 받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곧 가서 응모하였다.
그때 왕은 또 차마에게 말하였다.
“나를 위해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고 무사히 돌아오면 나는 너에게 금 천냥을 주리라.”
029_1032_b_12L爾時國王念彼人身心煩惱極懷憐愍卽令國中能致食至彼人所賞金千兩國中人無受募者於時差摩常聞人說世有人受持八關齋者衆邪惡鬼獸之類一切惡災無能傷害差摩聞便興此心我家貧窮加復受齋王所募欲爲我耳我今當往受其募思惟已定往應王募爾時國王語差摩爲吾擔食至彼人所若達來吾定當與汝金千兩
029_1032_c_01L차마는 분부를 받아 밥을 가지고 가기로 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재법을 가져 조금도 빠뜨림이 없었다. 그래서 길을 따라 떠났다. 성을 벗어나 차츰 멀리 가다가 남바(藍婆)라는 한 나찰 귀신을 만났다. 그때에 그 귀신은 5백명 새끼를 낳았는데 처음으로 몸을 풀고 나서 몹시 주리고 목말라 차마를 보자 잡아먹으려 하였다. 그러나 차마는 재법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지녔기 때문에 귀신은 도리어 두려워하였다. 굶주림에 시달려 차마가 가지고 있는 음식을 빌면서 말하였다.
“조금만 나를 주시오.”
차마는 거역하지 않고 조금 주었다. 비록 적었으나 귀신의 힘 때문에 그것으로써 배가 불렀다.
그때 나찰은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나찰은 기뻐하면서 다시 말하였다.
“나는 지금 아이를 낳고 안온하게 되었고 당신 때문에 목숨이 살았습니다. 내게 이익됨이 적지 않아 나는 살게 되었고, 또 좋은 이름을 들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釜]가 있어 그것으로 당신의 은혜를 갚겠습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029_1032_b_22L差摩卽時勅擔往至心持齋無有缺失順道而出城漸遠逢一羅剎名曰藍婆鬼是時生五百子初生已竟極懷飢見差摩來望以爲食然彼差摩齋無缺羅剎見之逆懷怖畏飢餓所現身從乞所擔之食持少施我摩不逆以少丐之所施雖少鬼神力而用飽滿於時羅剎問差摩言字何等女人答言我字差摩羅剎歡語差摩言今我分身而得安隱卿活命益我不少我旣蒙活復聞好我所住處有一釜金持以報卿時念取
귀신은 또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차마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음식을 가지고 어느 사람에게 주려고 가는 길이다.”
남바는 또 말하였다.
“내 누이동생이 저 앞에 사는데 이름은 아람바(阿藍婆)입니다. 만일 당신이 만나게 되거든 나를 위해 안부를 묻고, 나는 5백 명 아들을 낳고 몸이 안온하다고 내 사정을 자세히 알려 소식을 전해 주십시오.”
차마는 그 말대로 길을 따라가다가 아람바를 만나 곧 안부를 묻고 남바의 사정을 자세히 말하면서 5백 아들을 낳아 모두 안온하다고 하였다.
029_1032_c_12L又復問言汝欲何至差摩答欲持此食往與彼人藍婆又言有女妹在前住止字阿藍婆卿若見爲吾問訊云我分身生五百子體安隱具騰我情令知消息差摩如順道而去見阿藍婆卽出問訊其藍婆情事委曲生五百子皆悉安
029_1033_a_01L그때 아람바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아람바는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 언니가 해산하여 안온하고 또 당신 이름이 좋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지금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가 있어 당신에게 드립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그는 또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나는 왕을 위해 음식을 가지고 어떤 사람에게 간다.”
아람바는 말하였다.
“내 사내 동생 분나기(分那奇)가 저 앞 길에 있습니다. 나를 위해 안부를 묻고 이 누이의 뜻을 전해 주십시오.”
차마는 그를 하직하고 길을 따라 나아갔다. 그 말대로 분나기를 만났다. 그 두 누이를 위해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큰 누이는 아들 5백 명을 낳고 몸이 안온하여 조금도 언짢은 일이 없다’고 전하였다.
029_1032_c_19L時阿藍婆聞之歡喜問婦人曰汝字何女人答言我字差摩羅剎聞亦用歡悅我姊分身復得安隱字復好何其善也今此住處有一釜我用賜卿來時念取又問之曰欲何至差摩答言爲王檐食至彼人阿藍婆曰我有一弟字分那奇在前路爲吾問訊因騰姊意卽復共順道而進到前如意見分那奇其二姊具說意狀云彼大姊生五百身輕安隱無有不祥
그때 분나기는 두 누이가 편안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면서 다시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당신 이름은 안온이요, 또 내 누이들이 편안하다는 소식을 전하니 더욱 유쾌합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가 있어 그것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차마는 그를 하직하고 길을 따라가다가 옛날의 그곳을 기억하고 그 사람에게 가서 밥을 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금 세 가마를 가져다 집에 두고 다시 왕에게 상금 천 냥을 얻어 그 집은 가난을 면하고 곧 부자가 되었다.
029_1033_a_06L時分那奇其二姊平安消息心用歡喜復問差汝字何等婦人答曰我字差摩鬼答言汝字安隱復傳我姊平安消倍何快耶卽語差摩言我此住處金一釜以用遺卿來時念取辭別已引路而去憶識故處至彼人所食已訖還來本處取金三釜持至其復於王家得賞金千兩其家於是拔貧卽富
그 나라 백성들은 그 집에 재물과 보배가 많은 것을 보고 기꺼이 하인이 되려고 그 집에 몰려와 심부름꾼이 되었다.
왕은 그의 복덕이 그러하다는 말을 듣고 곧 궁으로 불러 대신을 삼았다.
그는 이미 왕의 녹을 먹고 또 부자가 되자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정성스럽고 독실하여 복업을 더욱 널리 늘이기 위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큰 공양을 베풀었다.
부처님께서는 스님들과 함께 그의 청을 받고 공양이 끝난 뒤에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마음이 열려 수다원이 되었다.
그때 대중들과 아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33_a_15L國中庶民見其家內財寶饒多各各慕及樂爲營從來至其家承給使令王聞是人福德如是卽召至宮拜爲大臣旣蒙王祿其家又富信心誠篤廣殖福業請佛及僧施設大檀佛與徒衆悉受其請飮食已訖佛爲說法心意開解成須陁洹時諸會者阿難之等聞佛所說歡喜奉行

20.빈녀난타품(貧女難陁品)단본에는 이 품이 제11권에 있으며 순번이 53이다
029_1033_a_22L貧女難陁品第二十丹本此品在第十一卷爲五十三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33_a_23L如是我聞
029_1033_b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그 나라에 난타(難陁)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가난하고 고독하여 구걸하면서 살아갔다.
그녀는 국왕과 신민의 노소들이 모두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로 빈천한 집에 태어나, 복밭을 만났건마는 종자가 없을까?’
못내 괴로워하고 마음 아파하면서 미미한 공양이나마 기약하고, 곧 나가 구걸하기를 늦도록 쉬지 않았으나 겨우 돈 1전을 얻었을 뿐이다.
그는 그것을 가지고 기름집으로 가서 기름을 사려 하였다. 기름집 주인은 물었다.
“1전어치 기름을 사봐야, 너무 적어 쓸 데가 없을 텐데 무엇에 쓰려는가?”
난타는 그 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기름집 주인은 그를 가엾이 여겨 기름을 갑절로 주었다. 그는 그것을 얻고 매우 기뻐하여 등불 하나를 만들어 가지고 절로 갔다.
그것을 부처님께 바친 뒤 부처님 앞에 있는 여러 등불 가운데 두었다. 그리고 서원을 세웠다.
‘저는 지금 빈궁하여 이 작은 등불로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이 공덕으로써 저로 하여금 내생에 지혜의 광명을 얻어 일체 중생의 어두움을 없애게 하소서.’
이렇게 서원을 세우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029_1033_b_01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國中有一女人名曰難貧窮孤獨乞丐自活見諸國王臣民大小各各供養佛及衆僧心自思我之宿罪生處貧賤雖遭福田有種子酸切感傷深自咎悔便行乞以俟微供竟日不休唯得一錢詣油家欲用買油油家問曰一錢買少無所逮用作何等難陁具以所懷語之油主憐愍增倍與油得已歡足作一燈擔向精舍奉上世尊於佛前衆燈之中自立誓願我今貧用是小燈供養於佛以此功德我來世得智慧照滅除一切衆生垢作是誓已禮佛而去
밤이 지나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으나 그 등불만은 홀로 켜져 있었다.
그때 목련(目連)은 그 날 당번이 되었다. 날이 밝은 것을 보고 등불을 걷어 치우려다가 그 한 등불만이 홀로 밝게 타면서 심지가 닳지 않은 것이 새로 맨 등불 같은 것을 보았다. 그는 낮에 켜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고, 그것을 꺼 두었다가 저녁에 다시 켜려고 손으로 끄려 하였다. 그러나 불꽃은 여전하여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옷자락으로 부쳤으나 불꽃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029_1033_b_15L乃至夜竟燈盡滅唯此獨燃是時目連次當日察天已曉收燈摒擋見此一燈燃明好膏炷未損如新燃燈心便生白日燃燈無益時用欲取滅之規還燃卽時擧手扇滅此燈燈焰如無有虧滅復以衣扇燈明不損
029_1033_c_01L부처님께서는 목련이 그 등불을 끄려고 하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지금 그 등불은 너희 성문들로서는 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네가 4해(海)의 물을 거기에 쏟거나 산바람으로 그것을 불더라도 그것은 끌 수 없다. 왜냐 하면 그것은 일체 중생을 두루 건지려고 큰 마음을 낸 사람이 보시한 물건이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난타 여인은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에게 수기를 주셨다.
“너는 오는 세상 두 아승기와 백 겁 동안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등광(燈光)이라 하고, 10호(號)를 완전히 갖출 것이다.”
이에 난타는 수기를 받고 기뻐하여 꿇어앉아 출가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시어 그는 비구니가 되었다.
029_1033_b_21L見目連欲滅此燈語目連曰今此燈非汝聲聞所能傾動正使汝注四大海水以用灌之隨嵐風吹亦不能所以爾者此是廣濟發大心人所施之物佛說是已難陁女人復來詣佛頭面作禮於時世尊卽授其記於來世二阿僧祇百劫之中當得作名曰燈光十號具足於是難陁記歡喜長跪白佛求索出家佛卽聽作比丘尼
혜명(慧命) 아난과 목련은 그 가난한 여자가 고액을 면하고 집을 떠나 수기 받는 것을 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난타 여인은 전생에 무슨 업을 지어 오랫동안 구걸하면서 살아 왔으며, 또 무슨 행으로 말미암아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네 무리들이 공경하고 우러르면서 다투어 공양하려 합니까?”
029_1033_c_08L慧命阿難目連見貧女人得免苦厄出家受記長跪合掌白佛言難陁女人宿有何行經爾許貧乞自活復因何行値佛出家輩欽仰諍求供養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에 가섭이라는 부처님이 계셨다. 그때에 어떤 거사의 부인은 몸소 나아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청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어떤 가난한 여자에게 공양받기를 먼저 허락하고 계셨다. 그 여자는 이미 아나함의 도를 얻은 여자였다.
그때 장자의 부인은 자기의 재산이 많은 것을 믿고 그 가난한 여자를 업신여겨, 부처님께 먼저 그 청을 받은 것을 불쾌히 여겨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제 공양을 받지 않고 저 거지의 청을 먼저 받으셨습니까?’
이렇게 나쁜 말로 성인을 업신여겼다. 그 뒤로 5백 년 동안 그는 언제나 빈천한 거지 집에 태어났다. 그러나 그 뒷날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기뻐하였기 때문에 지금 부처님을 만나 집을 나와 수기를 받았고 온 나라가 공경하고 우러르느니라.”
029_1033_c_12L佛言阿難過去有名曰迦葉爾時世中有居士婦往請佛及比丘僧然佛先已可一貧受其供養此女已得阿那含道長者婦自以財富輕忽貧者嫌佛世尊先受其請便復言曰世尊云何不受我供乃先應彼乞人請也以其惡輕忽賢聖從是以來五百世中生貧賤乞丐之家由其彼日供養如來及於衆僧敬心歡喜今値佛世家受記合國欽仰
029_1034_a_01L그때 대중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나라 왕과 신민들은 그 가난한 여자가 부처님께 등불 하나를 바침으로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모두 흠앙하는 마음을 내어 저마다 훌륭한 의복 등 네 가지 물건을 보시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그리하여 귀천 노소를 막론한 온 나라 남녀들이 향유(香油) 등불을 다투어 준비하여 기원(祇洹)으로 가지고 가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사람은 너무 많고 등불은 기원 수림의 사방에 가득하여 마치 별들이 공중에 흩어져 있는 것 같았다. 날마다 이리하여 일곱 밤을 지났다.
029_1033_c_22L爾時衆會聞佛說此已皆大歡喜國王臣民聞此貧女奉上一燈受記作佛皆發欽仰竝各施與上妙衣服四事無乏合國男女尊卑大小競共設作諸香油燈持詣祇洹供養於佛衆人猥多燈滿祇洹諸樹林中四帀彌滿猶如衆星列在空中日日如是經於七夜
그때 아난은 매우 기뻐하여 부처님의 여러 가지 덕행을 찬탄하고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과거 세상에 어떤 선(善)의 뿌리를 심었기에 이런 한량없는 등불 공양의 과보를 받습니까?”
029_1034_a_06L爾時阿難甚用歡喜嗟歎如來若干德行前白佛言不審世尊過去世中作何善根致斯無極燈供果報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두 아승기겁의 91겁 전에 이 염부제에, 이름이 파새기라는 큰 나라 왕이 있었다. 그는 이 세계 8만 4천 작은 나라를 맡아 있었다. 그가 태자를 낳았는데 몸은 자주 금빛이요,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을 갖추었으며, 그 정수리에는 저절로 된 보배가 있어 여러 가지 빛나는 모양이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하였다.
왕은 관상쟁이를 불러 그 상의 길흉을 점치게 하고, 이름을 지으라 하였다. 관상쟁이는 그 기묘한 상을 보고 손을 들어 외쳤다.
‘아, 훌륭하고 훌륭하여라. 이제 이 태자는 이 세상의 천상과 인간에서 짝할 이가 없습니다. 만일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집을 떠나면 스스로 깨치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관상쟁이는 이어 왕에게 물었다.
‘태자가 날 때에 어떤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정수리에 빛나는 보배가 저절로 솟아나 있었다.’
그래서 곧 이름을 지어 늑나식기(勒那識祇)―진(晉)나라 말로는 보계(寶髻)라는 뜻이다―라 하였는데, 그는 차츰 장성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워 부처가 되었다. 그리하여 인민들을 교화하여 많은 사람을 제도하였다.
029_1034_a_09L佛告阿難過去久遠二阿僧祇九十一劫此閻浮提有大國王名波塞奇主此世界八萬四千諸小國土王大夫人生一太子身紫金色三十二相八十種好當其頂上有自然寶衆相晃朗光曜人目卽召相師占相吉凶因爲作字相師披看見其奇妙擧手唱言善哉善哉今此太子於諸世閒天人之中無與等者若其在家作轉輪聖王若其出成自然佛相師白王太子生時何異事王答之言頂上明寶自然隨便爲立字字勒那識祇晉言寶髻年漸長大出家學道得成爲佛教化人民度者甚多
029_1034_b_01L그때 그 부왕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석 달 동안 공양하였는데, 거기에는 이름이 아리밀라(阿梨蜜羅)―진(晉)나라 말로는 성우(聖友)라는 뜻이다―라는 비구가 있었다. 이 비구는 등을 만들어 석 달 동안 공양하는 시주를 구하려고 날마다 성으로 들어가 여러 장자와 거사와 인민들에게 가서 소유(蘇油) 등불의 재료를 구하였다.
029_1034_a_23L爾時父王請佛及僧三月供養有一比丘字阿梨蜜羅言聖友保三月中作燈擅越日日入詣諸長者居士人民求索蘇油燈炷之具
그때 그 나라 공주 모니(牟尼)는 높은 다락에 올라 그 비구가 날마다 성에 들어와 무엇을 구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여 사람을 보내어 물었다.
‘존자는 늘 그처럼 수고하시는데, 무슨 일을 경영하십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석 달 동안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위해 등불을 켜려고 시주를 구합니다. 그래서 성에 들어가 여러 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소유 등불 재료를 구하고 있습니다.’
사신이 돌아가 보고하자 공주는 기뻐하면서 아리밀라에게 말을 전하였다.
‘지금부터는 다니면서 구걸하지 마십시오. 제가 등을 만들 재료를 공급하겠습니다.’
비구는 그리 하라 하였다. 그 뒤로 왕의 딸은 늘 소유 등불의 재료를 절에 보내었다.
029_1034_b_04L時王有女名曰牟尼登於高見此比丘日行入城經營所須生敬重遣人往問尊人恒爾勞苦所營理比丘報言我今三月與佛及作燈檀越所以入城詣諸賢者索蘇油燈炷之具使還報命王女歡又語聖友自今已往莫復行乞當給汝作燈之具比丘可之從是已常送蘇油燈炷之具詣於精舍
아리밀라 비구는 날마다 주선하여 등불을 켜 공양하고 일체 중생을 두루 제도할 서원을 세웠는데, 정성이 지극하고 독실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수기를 주셨다.
‘너는 오는 세상 아승기겁 뒤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정광(定光)이라 할 것이요, 10호(號)를 완전히 갖출 것이다.’
왕의 딸 모니는 아리밀라 비구가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 바치는 등불은 모두 내 소유요, 비구는 그것을 주선만 하였다. 그런데 지금 그 비구는 기별을 받는데 나만 홀로 받지 못하였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자기 심정을 하소연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모니에게도 수기를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오는 세상 두 아승기의 91겁 뒤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라 할 것이요, 10호를 완전히 갖출 것이다.’
이에 공주 모니는 부처님의 예언을 듣고, 기쁨이 마음 속에서 터져 나오면서 갑자기 남자로 변하였다. 그가 거듭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사문이 되기를 원하자,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셨다.
그는 용맹스럽게 정진하면서 부지런히 닦기를 쉬지 않았느니라.”
029_1034_b_12L友比丘日日經營燃燈供養發意廣濟誠心款著佛授其記汝於來世阿僧祇劫當得作佛名曰定光十號具王女牟尼聞聖友比丘授記作佛心自念言佛燈之物悉是我有比丘經營今已得記我獨不得作是念已往詣佛所自陳所懷佛復授記告牟尼曰汝於來世二阿僧祇九十一劫當得作佛名釋迦牟尼十號具足是王女聞佛授記歡喜發中化成男重禮佛足求爲沙門佛便聽之進勇猛勤修不息
029_1034_c_01L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아리밀라 비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과거의 정광부처님이 바로 그 이요, 공주 모니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내 몸이니라.
나는 옛날에 등불을 보시함으로 해서 그때부터 수없는 겁 동안에 천상과 인간에서 저절로 복을 받았고, 몸은 특별하여 다른 사람보다 뛰어났으며, 지금에 부처가 되었으니 그 등불의 과보를 받은 것이니라.”
029_1034_c_01L佛告阿難爾時比丘阿梨蜜者豈異人乎乃往過去定光佛是王女牟尼豈異人乎我身是也因由昔日燈明布施從是已來無數劫中天上世閒受福自然身體殊異超絕餘人至今成佛故受此諸燈明之報
그때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초과(初果)에서 4과(果)까지 받은 이도 있고, 연각(緣覺)의 선근을 심은 이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낸 이도 있었다.
혜명(慧命) 아난과 대중들은 모두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2)
029_1034_c_07L時諸大會聞佛所說有得初果乃至四果或種緣覺善根之者有發無上正眞道意慧命阿難及諸衆會咸共頂戴踊躍奉行
賢愚經卷第三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2)대정신수대장경에는 이하에 「대광명왕시발도심연품(大光明王始發道心緣品)」이 보입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