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 / 釋迦如來行蹟頌

ABC_BJ_H0093_T_002

006_0484_c_01L
석가여래행적송병서釋迦如來行蹟頌竝序
천태 말학 부암산 무기 찬집

법성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없는데, 어찌하여 의보依報와 정보正報,9)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이 따로 있겠는가? 진여는 청정하여 한 근원일 뿐인데, 어찌하여 자신과 타인, 중생과 부처에 간격이 있겠는가.
그러나 중생은 이 오묘한 이치에 어두워 여러 겁 동안 자신의 신령스러운 빛을 감추고, 항상 세 가지 공덕장(三德藏)10)에 안주하면서도 언제나 스스로 몽매하며, 일여一如의 평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또한 알지 못하는구나.
우리 부처님(能仁)께서는 이러한 전도됨과 미혹함을 가엾게 여기시어 집안의 보물을 맡기고자 하시고 옷 속의 보배 구슬을 보여 주시었다.
그러므로 오심 없이 오시어 구름 같은 몸을 사바세계(堪忍)11)에 펼치셨고, 말씀 없이 말씀하시어 진리의 비를 불타는 중생 세계(沃焦12))에 뿌리셨다. 49년이 지나 3백여 법회를 베풀어 제도함 없이 제도하시어 중생을 끝까지 제도하셨고, 입멸함 없이 입멸하시어 무여열반의 경지에 들어가셨다. 그 방편은 헤아릴 수 없거니와 그 이익은 어찌 비유와 말씀으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쌍림雙林에서 (열반하신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2천3백 년이고, 5인도五印度13)에서 이곳(고려)까지는 6만 8천 리가 넘는다. 하지만 남기신 바람 멀리까지 뻗쳤으니, 번뇌의 구름을 다 쓸어버리네. 남기신 은혜 멀리까지 적셨으니,

006_0484_c_01L

006_0484_c_02L釋迦如來行蹟頌并序

006_0484_c_03L

006_0484_c_04L天台末學浮6)庵無寄撰集

006_0484_c_05L
詳夫法性圓融無二相寧存乎依正根
006_0484_c_06L眞如淸淨祗一源何隔於自他生佛
006_0484_c_07L而衆生昧斯妙理於多劫韜已靈光
006_0484_c_08L安住三德藏中而恒自昧亦臥在一如
006_0484_c_09L牀上然亦不知故我能仁哀玆倒惑
006_0484_c_10L欲委家中之寶又示衣裏之珠是以不
006_0484_c_11L來而來布身雲於堪忍無說而說
006_0484_c_12L法雨於沃焦歷四十九年設三百餘會
006_0484_c_13L不度而度度窮有識非滅而滅滅入
006_0484_c_14L無餘其方便也不可思量其饒益也寧
006_0484_c_15L容喩說自雙林到於今日將二千三百
006_0484_c_16L從五印至于此方過六萬八千里
006_0484_c_17L猶遺風遐振兮蕩了煩雲餘澤遠霑兮
006_0484_c_18L{底}隆慶五年書刊本(高麗大學校所藏) {甲}嘉
006_0484_c_19L靖八年全羅道光陽縣白雲山萬壽菴開板節要本
006_0484_c_20L(高麗大學校所藏通錄撮要合刊不分上下卷)
006_0484_c_21L{乙}隆慶六年壬申頭流山臣興寺開板本 (高麗大
006_0484_c_22L學校所藏) {丙}崇德八年水淸山龍腹寺開板本
006_0484_c_23L(國立圖書館所藏) {丁}崇禎紀元後八十一年己
006_0484_c_24L浩然後跋本(東國大學校所藏) {戊}續藏經
006_0484_c_25L二編乙第三套第二册
「事」無有{戊}「壺」
006_0484_c_26L作「壺」{戊}
「與」作「興」{甲}{丁}{戊}「蹟」作
006_0484_c_27L「迹」{甲}次同
「庵」作「菴」{甲}

006_0485_a_01L시들어 가는 만물을 무성하게 하네. 넓고 넓구나, 자비의 바다여. 높고 높구나, 은덕의 산이여.
아! 우리들 중생은 어떤 업의 인연으로 어느 곳을 다녔기에 일찍이 범음梵音의 말씀 친히 듣지 못하고, 정법의 시기 아직 만나지 못했던가. 말법의 어려운 시기에 어쩌다 태어나니, 타고난 성품 역시 심히 악하고 어리석구나.
하지만 다행히 자비로운 교화를 받아서 외람되이 석문釋門에 참여하였는데, 모습은 승려 비슷하나 행동은 완전히 계율에 어긋난다. 경론을 독송하나 근본 종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기記와 장章의 주석서를 찾아 살피되 이익만을 바라고 있구나. 이렇듯 생각하고 닦는 지혜가 없는데14) 어찌 증득의 공功을 기약하랴. 이것을 생각한다면, 어찌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겠는가.

얼핏 듣자니 삿됨을 간별하여 성인의 바른 길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먼저 교학을 배워야 하고,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방식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렇다면 현성賢聖의 속마음을 일부나마 얻은 것이요, 사람과 천인의 안목이 될 만하다. 이래야 불제자라 할 수 있으니, 그렇지 않다면 어찌 마구니의 무리됨을 면할 수 있으랴.
이를테면 세속의 무리들도 그 아비의 성명, 나고 죽은 때, 나이의 많고 적음, 지어 놓은 여러 가지 업의 높고 낮음, 교묘함과 졸렬함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사람의 머리를 한 짐승’이라 하니, 이보다 큰 불효가 없기 때문이다. 석존의 제자가 되어 본사의 성명과 탄생하고 입멸하신 연월, 수명의 길고 짧음, 말씀하신 가르침의 방편과 진실(權實)15)이나 드러남과 은밀함(顯密)16)을 알지 못하면, 이는 ‘승려 모습을 한 속인’이라 할 것이니, 이보다 더한 불순함이 무엇이겠는가. 불효하고 불순한 허물을 지으면, 무간지옥의 끝없는 고통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와 교화하신 자취, 남기신 법이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인연, 세계가 이루어지고 머물고 무너지고 텅 비는 일, 오랜 시간의 길고 짧음의 이유가 경론에 두루 있으므로 거울삼을 수 있으나, 우리들처럼 새로 배우는 사미의 무리는 자세히 찾을 수 없어 모르는 것이 많다.

006_0485_a_01L榮乎槁物蕩蕩1) [2] 慈悲之海巍巍乎
006_0485_a_02L恩德之山嗚呼我等衆生以底業緣
006_0485_a_03L遊何方所早不親聞梵音之說又未得
006_0485_a_04L遭正法之時俄受生於季末之艱亦賦
006_0485_a_05L性也頑嚚之甚然而幸承慈化濫預釋
006_0485_a_06L貌可類於道流行全乖於戒品
006_0485_a_07L讀誦於經論不解根宗或尋討於記章
006_0485_a_08L但希利養是以未有思修之慧安期證
006_0485_a_09L得之功若是念之可無耻也竊聞如
006_0485_a_10L欲揀邪而入聖正道應先學敎而知佛
006_0485_a_11L化儀是則已分得於賢聖之心肝亦可
006_0485_a_12L爲於人天之眠目如是方名佛子不然
006_0485_a_13L豈免魔徒且如世流若不知厥父之姓
006_0485_a_14L生沒日時甲乙多少所作衆業
006_0485_a_15L夷巧拙則斯曰人頭之獸也不孝莫大
006_0485_a_16L乎是其爲釋子若未了本師之氏字
006_0485_a_17L誕滅年月壽命遠近所說諸敎權實
006_0485_a_18L顯密則此稱僧貌之俗歟不順孰過
006_0485_a_19L于玆當知不孝不順之𠍴未免無間無
006_0485_a_20L斷之苦

006_0485_a_21L
夫吾佛出興行化之蹟遺法普被益物
006_0485_a_22L之緣世界成住壞空之事劫波大小長
006_0485_a_23L短之由布在經論可以鏡焉然我等新
006_0485_a_24L學沙彌之軰不能廣尋味者多矣

006_0485_b_01L
그러므로 이제 어리석은 내가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17)에 의지하고, 여러 경론 가운데 두드러진 말씀을 모으고, 여러 전기에 나타난 말씀을 자세히 살펴서 모두 776구의 게송으로 편집하였다. 구句에서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곧 본문으로 구句 아래에 주석을 달아 보는 이가 쉽게 이해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가까이 보여 멀리 보게 하려는 것이며, 간략한 것에 의거하여 자세히 알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인용한 문장이 다소 번거롭고 언사도 완숙하지 못하다. 비록 대중의 질책이 돌아올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로 나아가는 이의 첫 걸음에 이롭게 하고자 하니, 바라건대 학식 있는 여러 분들은 꾸짖지 마시라.
천력 원년18) 무진 12월 보름에 서문을 쓰다.


006_0485_b_01L今不肖依天台四敎儀文又摭諸經論
006_0485_b_02L中所2)著之言及詳衆傳記上所彰之說
006_0485_b_03L編以成頌凡七百七十六句而又句中
006_0485_b_04L義未顯者仍以本文註于句下使見者
006_0485_b_05L易曉焉是則視近見遠據略知廣矣
006_0485_b_06L然而援引稍繁言辭未婉縱知衆嘖之
006_0485_b_07L歸已庶資新進之初行冀諸達士3) [3]
006_0485_b_08L以爲誚時天曆元年戊辰臘月旣望序
006_0485_b_09L述云

006_0485_b_10L「乎」無有{戊}「著」作「着」{甲}「母」作「毋」
006_0485_b_11L{丁}
  1. 9) 의보依報와 정보正報 : 중생들의 몸과 마음을 정보正報라 하는 것에 반하여, 그것이 의지하는 곳이 되는 국토세계는 의보依報라 한다.
  2. 10)세 가지 공덕장(三德藏) : 법신·반야·해탈의 세 가지 덕을 말한다.
  3. 11)사바세계(堪忍) : 이 세계의 중생들은, 안으로는 여러 가지 번뇌가 있고, 밖으로는 추위·더위·갈증·기아 등을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사바세계를 감인堪忍이라고 한다.
  4. 12)옥초沃焦 : 대해의 밑바닥에서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돌을 말한다. 산과 같이 크기 때문에 옥초산이라 하는데, 그 돌 아래에는 아비지옥의 불이 타고 있다. 이것은 범부의 욕정이 무궁무진하고 옥초석이 타는 듯 뜨거워서 중생 세계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비유한다.
  5. 13)5인도五印度 : 고대 인도를 천축天竺이라 부르고, 동·서·남·북·중앙 다섯으로 구분하여 이를 5천축 혹은 5인도라 하였다.
  6. 14)문聞·사思·수修 세 가지 지혜 가운데 스스로 생각하여 얻는 지혜(思慧), 스스로 실천하여 수행하여 얻은 지혜(修慧) 두 가지가 없다는 말이다.
  7. 15)방편과 진실(權實) : 권교權敎와 실교實敎를 말한다. 궁극적인 가르침이 실교라면, 그 진실의 가르침에 인도하기 위한 방편은 권교가 된다.
  8. 16)드러남과 은밀함(顯密) : 현교顯敎와 밀교密敎를 말한다. 언어나 문자로 분명하게 말한 가르침이 현교라면, 비밀스럽게 말한 가르침은 밀교이다.
  9. 17)『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 : 고려 제관諦觀 지음. 천태종의 교판인 오시팔교의 차례를 기록한 책. 본래는 하권도 있었다 하나,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주석서로 『사교집해四敎集解』 3권, 『사교집주四敎集註』 10권, 『사교의비석四敎儀備釋』 3권 등 10여 부가 있다.
  10. 18)천력天曆 원년 : 천력은 원나라 문종의 연호, 천력 원년은 1328년이다. 고려 충숙왕 15년에 해당한다.
  1. 1){底}隆慶五年書刊本(高麗大學校所藏) {甲}嘉靖八年全羅道光陽縣白雲山萬壽菴開板節要本(高麗大學校所藏。通錄撮要合刊。不分上下卷){乙}隆慶六年壬申頭流山臣興寺開板本 (高麗大學校所藏) {丙}崇德八年水淸山龍腹寺開板本(國立圖書館所藏) {丁}崇禎紀元後八十一年己丑。浩然後跋本(東國大學校所藏) {戊}續藏經。第二編乙第三套第二册。
  2. 2)「事」無有{戊}。
  3. 3)「壺」作「壺」{戊}。
  4. 4)「與」作「興」{甲}{丁}{戊}。
  5. 5)「蹟」作「迹」{甲}次同。
  6. 6)「庵」作「菴」{甲}。
  7. 1)「乎」無有{戊}。
  8. 2)「著」作「着」{甲}。
  9. 3)「母」作「毋」{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