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통록촬요(通錄撮要) / 通錄撮要第二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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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록촬요 제2권通錄撮要 第二卷
제3 호현품100여 칙이며, 제4권 중간까지이다.
직계로 한 사람에게만 전했던 것은 아니지
어쩌랴, 방계인 사람도 다들 제 몫이 있었네.
◯ 우두산 법융 선사제4조의 방계
그는 윤단閏丹 연릉延陵 사람으로 성은 위韋씨이다. 19세에 경사經史를 배워 통달하고, 대부반야大部般若를 열람하다가 자못 취향할 바를 얻고는 이렇게 감탄하였다.
“유도儒道는 세간의 경전이지 궁극의 법이 아니다. 반야의 바른 관(正觀)이야말로 세간을 벗어나는 배로구나.”
곧바로 스승에게 귀의하여 머리를 깎았고, 계를 받은 후에는 우두산牛頭山 유서사幽棲寺의 바위굴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종일 좌선하면서 벽을 바라보며 마음을 관하였는데, 사람을 보아도 일어나지 않고 합장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온갖 새들이 꽃을 물어 오는 이적이 있었다.
도신 대사가 멀리서 기상氣象을 관찰하고는 그 산에 분명 기이한 사람이 있음을 알고는 직접 스스로 찾아가 법융을 만났다. 하지만 그는 단정히 앉아 태연자약하였으며 돌아보지도 않았다. 도신이 물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십니까?”
“마음을 관합니다.”
“관하는 자는 어떤 사람이며, 마음이란 어떤 물건입니까?”
법융은 대답하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절을 올렸다. 그리고 물었다.
“대덕께서는 어디 계시는 어른이십니까?”
도신이 말하였다.
“빈도는 일정하게 머무는 곳 없이 동으로 서로 다닙니다.”
“그렇다면 도신 대사를 아십니까?”
“왜 그를 물으시는 겁니까?”
“그 덕을 흠모한 지 오래입니다. 한번 찾아뵙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도신이 말하였다.
“도신道信을 만나고 싶다면 바로 빈도입니다.”
법융이 대사를 인도해 암자에 도착했는데, 암자 주위로 호랑이와 이리 종류들만 보였다. 도신이 손을 들면서 두려워하는 몸짓을 하자 법융이 말하였다.
“아직도 그런 것이 남았습니까?”
도신이 되물었다.
“지금 무엇을 보았습니까?”
법융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도신이 한참 있다가 법융이 좌선하는 돌 위에다 ‘불佛’ 자 하나를 쓰자, 법융이 그것을 보고 두려워하였다.
도신이 말하였다.
“아직도 그런 것이 남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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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_0774_c_02L通錄撮要第二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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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_0774_c_04L互顯品1) [15] 一百餘則
至四卷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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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唯直下秖單傳爭奈旁人皆有分

007_0774_c_06L牛頭山法融禪師四祖
旁出
閏丹延陵韋氏
007_0774_c_07L年十九學通經史尋閱大部般若
007_0774_c_08L有所趣乃歎曰儒道世典非究竟法
007_0774_c_09L般若正觀出世舟航便投師落髮受戒
007_0774_c_10L而後入牛頭山幽棲巖室終日宴坐
007_0774_c_11L向壁觀心見人不起亦不合掌時有
007_0774_c_12L百鳥㘅花之異信大師遙觀氣象知彼
007_0774_c_13L山必有異人躬自訪尋見融端坐自若
007_0774_c_14L曾無所顧乃問在此作什麽曰觀心
007_0774_c_15L信曰觀是何人心是何物融無語便
007_0774_c_16L起作禮乃曰大德高棲何所信曰貧道
007_0774_c_17L不決所止或東或西曰還識信大師否
007_0774_c_18L信曰何以問他曰嚮德滋久冀一禮謁
007_0774_c_19L信曰若欲道信貧道是也融遂引大師
007_0774_c_20L至菴所繞菴唯見虎狼之類信擧手作
007_0774_c_21L怖勢融曰猶有這箇在信曰適來見箇
007_0774_c_22L什麽融無語信良久於融宴坐石上
007_0774_c_23L書一佛字融覩之悚然信曰猶有這箇
007_0774_c_24L「苐」通用「第」{編}次同

007_0775_a_01L법융은 깨닫지 못하였다. 그래서 머리를 조아리고 참다운 요체를 설해 주기를 청하였다.
도신 대사가 말하였다.
“백천 가지 법문이 똑같이 마음으로 돌아가고, 항하 모래알처럼 수많은 오묘한 공덕들이 몽땅 마음 근원(心源)에 있습니다. 나아가 신통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스로 구족하여 그대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체의 번뇌와 업장이 본래 공적하고, 일체의 인과가 모두 꿈이나 허깨비 같아 벗어나야 할 삼계도 없고 구해야 할 보리도 없으며, 사람이건 사람이 아닌 것이건 성품과 모양이 평등하니, 대도大道는 허허롭고 넓어 사려가 끊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법을 그대가 지금 이미 가지고 있어 조금도 모자람이 없으니, 부처님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다시 특별한 법이란 없으니, 그대는 그저 마음에 맡겨 자재하십시오. 관행을 짓지도 말고, 마음을 맑히지도 말고, 탐욕과 분노를 일으키지도 말고, 근심과 걱정을 품지도 마십시오. 탕탕하게 걸림 없이 마음대로 종횡하면서 어떤 선도 짓지 말고 어떤 악도 짓지 마십시오. 걷고 서고 앉고 누우면서 눈에 부딪히고 만나는 인연들이 모두 부처님의 오묘한 작용이라 쾌락하여 근심이 없기 때문에 그 이름을 부처님이라 하는 것입니다.”
법융이 물었다.
“마음에 이미 구족하다면 어떤 것이 부처님이고, 어떤 것이 마음입니까?”
도신이 말하였다.
“마음이 아니면 부처를 묻지 못하니, 부처를 묻는 것이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법융이 물었다.
“관행을 짓지 말라고 하셨는데, 경계가 일어날 때에는 어떻게 대치해야 합니까?”
도신이 말하였다.
“경계인 연緣에는 좋고 나쁨이 없으니, 좋고 나쁨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마음이 억지로 이름을 짓지 않는다면 망령된 감정이 어디로부터 일어나겠습니까? 망령된 감정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참된 마음(眞心)이 저절로 두루 알게 됩니다. 그대가 그저 마음 따라 자재하면서 더 이상 대치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곧 변함없는 상주법신常住法身이라 합니다. 내가 승찬 대사에게서 받은 돈교법문頓敎法門을 이제 그대에게 부촉하니, 미래에 다섯 사람이 법을 통달하여 그대의 현묘한 덕화를 계승할 것입니다…….”
대중들의 양식이 떨어지자 스님이 단양丹陽에서 시주를 받았는데, 쌀 한 섬 여덟 말을 직접 지고서 80리 길을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기를 솔선수범하여 매일같이 하였다.
법융이 교화를 펼치다가 어느 날 상수 제자인 지암智巖에게 법을 부촉하여 대대로 전수하도록 당부하고는, 산을 내려가려 하면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007_0775_a_01L融未曉悟乃稽首請說眞要信曰
007_0775_a_02L百千法門同歸方寸河沙妙德總在
007_0775_a_03L心源乃至神通變化悉自具足不離
007_0775_a_04L汝心一切煩惱業障本來空寂一切
007_0775_a_05L因果皆如夢幻無三界可出無菩提
007_0775_a_06L可求人與非人性相平等大道虗廣
007_0775_a_07L絕思絕慮如是之法汝今已得更無
007_0775_a_08L闕少與佛何殊更無別法汝但任心
007_0775_a_09L自在莫作觀行亦莫澄心莫起貪噴
007_0775_a_10L莫懷愁慮蕩蕩無礙任意縱橫不作
007_0775_a_11L諸善不作諸惡行住坐臥觸目遇緣
007_0775_a_12L總是佛之妙用快樂無憂故名爲佛
007_0775_a_13L融曰心旣具足何者是佛何者是心
007_0775_a_14L信曰非心不問佛問佛非不心融曰旣
007_0775_a_15L不許作觀行於境起時如何對治
007_0775_a_16L曰境緣無好醜好醜起於心心若不强
007_0775_a_17L妄情從何起妄情旣不起眞心任
007_0775_a_18L徧知汝但隨心自在無復對治即名
007_0775_a_19L常住法身無有變異吾受璨大師頓敎
007_0775_a_20L法門今付於汝向後當有五人達法
007_0775_a_21L紹汝玄化
師因衆乏粮乞於丹陽
007_0775_a_22L負米斛八斗行八十里朝去暮歸
007_0775_a_23L以爲常隆化一日付法上首智巖
007_0775_a_24L以次傳授將下山謂衆曰吾不復此矣

007_0775_b_01L당시 새와 짐승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한 달이 넘도록 그치지 않았고, 암자 앞에 있던 큰 오동나무 네 그루가 한여름인데도 홀연히 스스로 시들었다. 그 이듬해 정월 23일에 돌아가셨으니, 수명은 64세였다. 탑을 세웠다.
◯ 북종 신수 대사제5조의 방계
그는 개봉開封 이李씨이다. 어려서부터 유가의 업을 가까이해 널리 섭렵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러다 갑자가 은애의 정을 버리고 출가해 스승을 찾고 도를 묻다가 홍인 대사를 만남으로써 좌선에 힘쓰게 되었다. 스님이 이에 탄복하면서 말하였다.
“이분이 진짜 나의 스승이시다.”
고행하며 절개를 지키기로 마음에 맹세하고는 나무하고 물 긷는 험한 일들을 자임하면서 도를 구하였다. 홍인이 묵묵히 이를 알아보고 더욱 소중히 여기면서 말하였다.
“내가 제도한 사람이 많지만 이해와 깨달음(解悟)에 있어서 그대를 따를 자는 없다.”
스님은 신장이 8척이었고, 세 황제의 스승이고 양경兩京의 법주로서 그 세력이 하늘에 닿을 지경이었다. 사부대중이 구름처럼 모여 법의 요체를 설해 달라 청하자 스님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一切佛法      일체의 불법이
自心本有      자기 마음에 본래 있으니
將心外求      마음을 가지고 밖으로 구하면
捨父逃走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

스님은 신룡神龍 2년(706)에 입멸하였고, 승랍은 80세였다. 시호는 대통선사大通禪師이다.
◯ 숭악 혜안 국사제5조의 방계
그는 형주荊州 지강支江 사람으로 성은 위衛씨이다. 양제焬帝가 스님을 불렀지만 나아가지 않고 두타행頭陀行을 실천하였으며, 홍인 대사에게 이르러 드디어 마음의 요체를 얻었다. 나중에 또 고종高宗이 스님을 부른 적이 있지만 조칙을 받들지 않았다. 이름난 유적지들을 편력하다가 숭산嵩山 소림少林에 이르러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다.”
이때부터 참선하는 이들이 폭주하였고, 탄연坦然과 회양懷讓 두 사람이 찾아와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이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의 뜻입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왜 자기自己의 뜻은 묻지 않는가?”
“어떤 것이 자기의 뜻입니까?”
“비밀스러운 작용을 관찰하도록 하라.”
“무엇이 비밀스러운 작용입니까?”
그러자 스님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떴다. 탄연은 그 말끝에 돌아갈 곳을 알아 다시는 다른 곳으로 떠돌지 않았고, 회양은 조계曹溪로 돌아갔다.
스님이 어느 날 문도들에게 말하였다.

007_0775_b_01L時鳥獸哀号踰月不止菴前有四大桐
007_0775_b_02L仲夏之月忽自凋落明年正月二
007_0775_b_03L十三日終壽六十有四建塔

007_0775_b_04L北宗秀大師五祖
旁出
開封李氏小親儒業
007_0775_b_05L愽綜多聞俄然捨愛出家尋師訪道
007_0775_b_06L遇忍大師以坐禪爲務師乃歎曰
007_0775_b_07L眞吾師也誓心苦節以樵汲自役而求
007_0775_b_08L其道忍默而識之深加器重謂之曰
007_0775_b_09L吾度人多矣至於解悟無及汝者
007_0775_b_10L身長八尺三帝門師二京法主勢力
007_0775_b_11L連天四衆雲集請說法要師示偈曰

007_0775_b_12L一切佛法自心本有

007_0775_b_13L將心外求捨父逃走

007_0775_b_14L師神龍二年入滅僧臘八十謚大通禪
007_0775_b_15L

007_0775_b_16L嵩嶽慧安國師五祖
旁出
荊州支江衛氏
007_0775_b_17L帝徵師不赴行頭陁行至忍大師
007_0775_b_18L得心要後又高宗嘗召師不奉詔
007_0775_b_19L歷名迹至嵩少乃云是吾終身之地
007_0775_b_20L自爾禪者輻湊有然讓二人來叅乃問
007_0775_b_21L如何是祖師意師曰何不問自己意
007_0775_b_22L如何是自己意師曰當須 [9] 密作用問如
007_0775_b_23L何是密作用師閉目了開目坦然言
007_0775_b_24L下知歸更不他適議歸曹溪師一日

007_0775_c_01L“내가 죽거든 시체를 가져다 숲에다 두었다가 들불이 일어나거든 태워 버려라.”
문을 닫고 누워서 입적하니, 춘추는 128세였다. 문인들이 유언에 따라 시체를 메다 숲속에 두었는데, 과연 들불이 일어나 자연히 화장되었다. 80개의 사리를 얻었고, 궁중에 전해진 것이 남아 있다.
◯ 몽산 도명 선사제5조의 방계
그는 진陳나라 선제宣帝의 후손이다. 7국이 멸망하자 평민이 되었지만 왕손이라는 이유로 직위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장군이라는 칭호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영창사永昌寺에서 출가하였고, 도를 흠모하는 마음이 간절해 홍인 대사의 법회를 찾아가 의지하였다. 그곳에서 온 마음을 다해 연구하였지만 처음에는 이해하거나 깨달은 것이 없었다. 그러다 홍인 대사가 노盧씨 행자에게 비밀히 가사와 법을 전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수십 명을 거느리고 대유령大庾嶺까지 뒤쫓았는데, 도명이 가장 먼저 도착하였다. 행자가 곧 가사와 발우를 돌 위에다 놓으며 말하였다.
“이 옷은 믿음을 표시하는 것인데 힘으로 다퉈서야 되겠습니까? 당신 뜻대로 가져가십시오.”
도명이 그것을 들려고 했지만 산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온 것은 법을 구하려는 것이지 옷과 발우를 위해서가 아니오. 바라건대 행자께서 나를 위해 법을 열어 보여 주시오.”
노 행자가 말하였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마십시오.”
한참 있다가 말하였다.
“바로 이럴 때, 어떤 것이 도명 상좌의 본래면목本來面目입니까?”
도명은 그 자리에서 깨달은 바가 있어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옛날부터 거론되었던 비밀스러운 뜻 외에 모든 부처님의 비밀스러운 뜻이 더 있습니까?”
노 행자가 말하였다.
“제가 당신에게 설명해 주는 것은 비밀스러운 뜻이 아닙니다. 당신이 만약 자신을 돌이켜 비춰 본다면 그 비밀스러움이 당신에게 있습니다.”
도명이 말하였다.
“제가 황매산에서 지내기는 했지만 자신의 면목은 전혀 살피지 못했습니다. 이제 가르침을 받고 보니, 사람이 물을 마시면 차가운지 따뜻한지 저절로 아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는 행자께서 저의 스승이십니다.”
그는 예배한 후 몽산蒙山으로 가서 현묘한 교화를 크게 펼쳤다.

007_0775_c_01L謂徒曰吾死已將屍向林中待野火焚
007_0775_c_02L閉戶𪦈身而寂春秋一百二十八
007_0775_c_03L門人遵旨舁置林間果野火自然闍維
007_0775_c_04L得舍利八十粒留傳宮中

007_0775_c_05L蒙山明禪師五祖
旁出
陳宣帝之裔孫七國
007_0775_c_06L喪亡流落民間以其王孫嘗受署
007_0775_c_07L有將軍之號少於永昌寺出家慕道頗
007_0775_c_08L徃依忍大師法會極意硏尋初無
007_0775_c_09L解悟及聞忍師密付衣法與盧行者
007_0775_c_10L數十人逐至大庾嶺明最先及行者
007_0775_c_11L即▼(木+鄭)衣鉢於石上曰此衣表信可力爭
007_0775_c_12L任君將去明遂擧之如山不動
007_0775_c_13L曰我來求法非爲衣鉢也願行者爲我
007_0775_c_14L開示盧曰不思善不思惡良久曰正
007_0775_c_15L當恁麽時那箇是明尙1) [16] 本來面目
007_0775_c_16L明當下有省徧體2) [17] 流曰上來所擧
007_0775_c_17L密意外還更有諸佛密意否盧曰我與
007_0775_c_18L汝說者即非密意汝若返照自己
007_0775_c_19L在汝邊明曰某甲雖在黃梅悉未省
007_0775_c_20L自己面目今蒙指示如人飮水冷暖
007_0775_c_21L自知今即行者某甲師也作禮而後
007_0775_c_22L徃蒙山大昌玄化

007_0775_c_23L「痤」與「座」通用耶{編}「汙」當作「汗」{編}

007_0776_a_01L
◯ 남악 회양 선사혜능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경조京兆 두杜씨이다. 15세에 형주荊州 옥천사玉泉寺로 가서 홍경弘京 율사에게 출가한 후, 비니장毗尼藏을 익히다가 어느 날 탄식하였다.
“무릇 출가자라면 무위법無爲法을 실천해야 하는데…….”
이때 동학인 탄연坦然이 스님의 뜻과 기상이 고매한 것을 알고 숭산嵩山의 혜안 국사를 찾아뵙자고 권유하였다. 회양이 찾아가 알현했지만 계합하지 못하자 혜안 국사가 조계로 찾아가도록 지시하였다. 스님이 명을 받들어 조계로 가서 육조를 알현하자 조사가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숭산에서 왔습니다.”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스님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 후 8년이 지나 홀연히 깨달은 바가 있어 황급히 조사에게 말씀드렸다.
“제가 오늘에야 도를 얻었습니다.”
조사가 말하였다.
“어떤 것이 도인가?”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닦아서 증득해야 하는가?”
“닦고 증득함이 없지는 않지만 오염시켜서는 안 됩니다.”
“오염시키지 않는 그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시는 것이다. 그대가 이미 그러하고 나도 또한 그러하다. 서천의 반야다라般若多羅께서 그대 발아래에서 망아지 한 마리가 나와 천하 사람을 밟아 죽일 것이라 예언하셨으니, 네 마음속에만 간직해 두어야지 서둘러 말할 필요는 없다.”
스님이 이때부터 곁에서 15년을 시봉하면서 현묘한 깨달음이 나날이 더하였다.
스님에게 누가 물었다.
“거울이 물상物像을 만들어 낼 때, 물상이 이루어진 뒤 거울의 밝음은 어디로 갑니까?”
“대덕의 어린 시절 모습은 어디에 있습니까?”
다시 물었다.
“물상이 이루어진 뒤에는 왜 비추지 못합니까?”
“비록 비추지 못한다 해도 남을 속이는 부분은 한 점도 찾을 수 없습니다.”
스님은 천보天寶 3년(744)에 원적하였고, 칙령으로 대혜선사大慧禪師 최승륜最勝輪의 탑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 현각 대사혜능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영가永嘉의 대戴씨이다.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삼장을 두루 탐구하였고, 네 가지 위의 가운데서 항상 깊이 선관禪觀을 닦았다. 현책玄策이 방문하여 궁극의 이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하는 말들이 암암리에 조사의 뜻과 합치하였다. 그래서 물었다.
“당신이 법을 얻은 스승은 누구십니까?”
“방등方等의 경론을 배울 때는 각기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런 뒤 『유마경』을 보고

007_0776_a_01L南嶽懷讓禪師嗣能
大師
亰兆杜氏年十五
007_0776_a_02L徃荊州玉泉弘亰律師處出家之後
007_0776_a_03L毗尼藏一日歎曰夫出家者爲無爲
007_0776_a_04L時同學坦然知師志氣高邁勸謁
007_0776_a_05L嵩山安國師讓來謁不契安發旨 [10] 曹溪
007_0776_a_06L師禀命徃謁曹溪祖曰什麽處來曰嵩
007_0776_a_07L山來祖曰什麽物恁麽來師無語
007_0776_a_08L經八年忽然有省遽白祖曰某甲今
007_0776_a_09L日道得也祖曰作麽生是道曰說似一
007_0776_a_10L物即不中祖曰還可修證否曰修證即
007_0776_a_11L不無汙染即不得祖曰即此不汙染
007_0776_a_12L是諸佛之所護念汝旣如是吾亦如是
007_0776_a_13L據西天般若多羅讖汝足下出一馬
007_0776_a_14L蹋殺天下人應在汝心不須速說
007_0776_a_15L師自此執侍左右一十五載日益玄悟
007_0776_a_16L師因問如鏡鑄像像成後明向甚處去
007_0776_a_17L曰大德爲童子時相貌何在問秖如像
007_0776_a_18L成後爲什麽不鑒照曰雖然不鑑照
007_0776_a_19L謾他一點也不得師天寶三年圓寂
007_0776_a_20L大慧禪師最勝輪之塔

007_0776_a_21L玄覺大師
永嘉戴氏丱歲出家徧探
007_0776_a_22L三藏於四威儀中常㝠禪觀玄策相訪
007_0776_a_23L極談出言暗合諸祖乃曰仁者得法師
007_0776_a_24L曰我聽方等經論各有師然後看

007_0776_b_01L불심종佛心宗을 깨달았는데, 아직까지 증명해 준 자가 없었습니다.”
현책이 말하였다.
“위음왕불威音王佛 이전이라면 그래도 괜찮지만, 그 이후에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았다 하는 것은 모조리 천연 외도입니다.”
“부디 당신이 저를 증명해 주십시오.”
현책이 말하였다.
“저의 말은 가볍습니다. 저의 스승이 계신 조계에는 사방의 학자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습니다.”
스님이 드디어 현책과 함께 찾아와 조사의 주위를 세 바퀴 돌고는 석장을 떨치고 섰다.
조사가 말하였다.
“무릇 사문이란 3천 가지 위의와 8만 가지 세밀한 행을 갖추어야 하는데, 대덕은 어디서 왔기에 도도한 아만을 부리는가?”
“생사의 일이 중대하고 무상함이 너무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조사가 말하였다.
“왜 몸소 무생無生을 취해 본래 빠름이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가?”
“그 몸이 곧 무생이고, 깨달음에는 본래 빠름이 없습니다.”
조사가 말하였다.
“그렇지, 그렇지.”
스님은 비로소 위의를 갖추고 절을 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하직을 고하자 조사가 말하였다.
“돌아가는 건 아주 빠르군.”
“본래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데 어찌 빠름이 있겠습니까?”
“움직임이 아니라는 걸 누가 아는가?”
“당신 스스로 분별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대는 무생의 마음을 깊이 터득하였구나.”
“무생인데 어찌 마음이 있겠습니까?”
“마음이 없다면 누가 분별하는가?”
“분별 역시 마음이 아닙니다.”
조사가 탄복하면서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하룻밤이라도 잠시 머물다 가라.”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일숙각一宿覺이라 하였다. 스님은 선천先天 2년(713) 10월 17일에 편안히 앉아 열반에 드셨다. 시호는 무상대사無相大師이고, 탑명은 정광淨光이다.
◯ 청원 행사 선사혜능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안성安城 유劉씨이고, 어린 나이에 출가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도를 논할 때마다 스님은 오로지 침묵만 지켰다. 이윽고 조계로 찾아가 물었다.
“마땅히 무엇에 힘써야 계급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조사가 도리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했었는가?”
“성제聖諦마저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계급에 떨어졌었는가?”
“성제마저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계급에 떨어지겠습니까.”
조사가 말하였다.
“그렇지, 그렇지. 그대는 잘 보호하고 간직하라.”
스님은 곧 절하고 물러났다. 당시 조사 회하에 학도들이 비록 많았지만 스님이 상수上首가 되었으니, 또한 혜가 대사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소림少林에서 그를 ‘골수를 얻은 자’로 여긴 것과 같았다.

007_0776_b_01L維磨經悟佛心宗未有證明者策云
007_0776_b_02L威音已前即得而後無師自悟盡是
007_0776_b_03L天然外道曰願仁者爲我證據策云我
007_0776_b_04L語輕我師曺溪四方雲集師遂同策
007_0776_b_05L繞師三匝振錫而立祖曰夫沙門
007_0776_b_06L具三千威儀八萬細行大德自何方
007_0776_b_07L生大我慢曰生死大事無常迅速
007_0776_b_08L祖曰何不體取無生了本無速曰體即
007_0776_b_09L無生了本無速祖曰如是如是師方
007_0776_b_10L具威儀叅禮須臾告辭祖曰返大速乎
007_0776_b_11L曰本自非動豈有速耶祖曰誰知非動
007_0776_b_12L曰仁者自生分別祖曰汝甚得無生之
007_0776_b_13L曰無生豈有意耶祖曰無意誰當分
007_0776_b_14L曰分別亦非意祖歎曰善哉少留
007_0776_b_15L一宿時謂一宿覺師先天二年安坐示
007_0776_b_16L謚無相大師塔曰淨光

007_0776_b_17L淸源行思禪師
安城劉氏幼歲出家
007_0776_b_18L每群居論道師唯默然乃徃曺谿叅
007_0776_b_19L當何所務即不落階級祖曰汝曾作
007_0776_b_20L什麽來曰聖諦亦不爲祖曰落何階級
007_0776_b_21L曰聖諦尙不爲落何階級祖曰如是如
007_0776_b_22L汝善護持師即禮謝時會下學徒
007_0776_b_23L雖衆師爲上首亦猶可大師不言
007_0776_b_24L林謂之得髓矣

007_0776_c_01L조사가 어느 날 스님에게 말하였다.
“예로부터 옷과 법을 쌍으로 운행하여 스승에게서 제자로 번갈아 전했으니, 옷은 믿음을 표시하고 법은 마음을 인가한 것이다. 내가 지금 사람들을 얻었는데, 어찌 믿지 않을 것을 걱정하겠는가. 나도 옷을 받은 이후로 이렇듯 많은 환난을 당했는데, 하물며 후대이겠는가. 다툼이 분명 많을 것이니, 옷은 이 절에 남겨 두고 그대는 앞으로 한 지방을 나누어 교화하면서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스님은 예배하고 물러났으며, 나중에 청원산에 머물면서 현묘한 교화를 크게 떨쳤다.
누가 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여릉廬陵의 쌀은 값이 얼만가?”
신회神會가 찾아오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조계에서 왔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왔는가?”
신회가 몸을 떨치고 우뚝 섰다. 그러자 스님이 말하였다.
“여전히 기왓장과 자갈을 들고 다니는구나.”
“화상께서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순금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있다 한들 그대는 어느 곳에다 두려는가?”
신회가 곧 예배하였다. 스님은 당나라 개원開元 연중에 대중들에게 알리고 떠나가셨다. 희종僖宗이 홍제선사弘濟禪師라는 시호를 내리고, 귀진歸眞의 탑이라 하였다.
◯ 하택 신회 선사혜능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양양襄陽 고高씨이다. 14세에 사미가 되어 육조께 예배하였다.
조사가 물었다.
“지식知識이 멀리서 찾아오느라 몹시도 고생했는데, 근본도 가지고 왔는가? 만약 근본을 가지고 있다면 곧 당연히 주인도 알 것이니, 시험 삼아 말해 보라.”
대사가 대답하였다.
“머무름 없음(無住)이 근본이 되고, 봄(見)이 곧 주인입니다.”
조사가 “이런 사미와는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하며 곧바로 때렸다.
스님이 곧 “큰 선지식은 여러 겁을 지나도 만나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미 만났는데, 어찌 몸과 목숨을 아끼겠습니까?” 하고는 이때부터 시봉하였다.
조사가 어느 날 대중들에게 법문하였다.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으며, 이름도 없고 자字도 없는데, 위로 하늘을 지탱하고 아래로 땅을 지탱하며, 밝기는 태양과 같고 검기는 옻칠과 같으며, 항상 움직이는 작용 가운데 있지만 움직이는 작용 가운데서 거둘 수가 없다. 여러분은 아시겠는가?”
스님이 대중 가운데서 나와 말하였다.
“그것은 모든 부처님의 본래 근원이고, 또한 신회의 불성입니다.”
조사가 곧바로 때리고는 말하였다.
“내가 ‘한 물건’이라고 말한 게 일찌감치 빗나간 것인데, 너는 거기다 다시 ‘본래 근원’이니 ‘불성’이니 하는구나.

007_0776_c_01L
祖一日爲師曰從上衣法雙行師資遞
007_0776_c_02L衣以表信法乃印心吾今得人
007_0776_c_03L患不信吾受衣以來遭此多難況乎
007_0776_c_04L後代爭竸必多衣即留鎭山門汝當
007_0776_c_05L分化一方無令斷絶師禮而退後住
007_0776_c_06L淸源山大闡玄化云云師因問如何是
007_0776_c_07L佛法大意曰廬陵米作麽價神會來叅
007_0776_c_08L師曰什麽處來曰曺溪來師曰將得什
007_0776_c_09L麽物來會振身而立師曰猶持瓦礫在
007_0776_c_10L曰和尙莫有眞金與人否師曰設有汝
007_0776_c_11L向什麽處著會即禮拜師唐開元中
007_0776_c_12L告衆而逝僖宗謚弘濟號歸眞之塔

007_0776_c_13L荷澤神會禪師
襄陽高氏年十四爲
007_0776_c_14L沙彌禮六祖祖曰知識遠來艱辛
007_0776_c_15L將得本來否若有本即合識主試道
007_0776_c_16L曰以無住爲本見即是主祖曰這
007_0776_c_17L沙彌爭合取次語便打師即曰大善
007_0776_c_18L知識歷劫難逢今旣得遇豈惜身命
007_0776_c_19L自此侍奉祖一日示衆曰吾有一物
007_0776_c_20L無頭無尾無名無字上柱天下柱地
007_0776_c_21L明如日黑似漆常在動用中動用中收
007_0776_c_22L不得諸人還知否師出衆曰是諸佛
007_0776_c_23L之本源亦是神會之佛性祖便打
007_0776_c_24L曰我喚作一物早是不中也汝更喚作

007_0777_a_01L나중에 설령 머물 곳이 있게 된다 해도 역시나 이런 지해知解를 숭상하는 무리들일 것이다.”
스님은 예배하고 물러갔다. 혜능 대사가 입멸하고 20년 사이에 조계曹溪의 돈지頓旨가 형오荊吳 지방에서 침체되고, 숭악嵩嶽의 점문漸門이 진락秦洛 지방에서 성행하였다. 스님이 이에 서울로 들어가 천보天寶 4년(745)에 비로소 두 종파남종은 돈교頓敎이고, 북종은 점교漸敎이다.를 확정하였다.
어느 날 고향에서 양친이 사망하셨다는 소식이 왔다. 스님은 대중을 소집하고 법당에 들어가 종을 치면서 대중에게 공지하였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함께 돌아가셨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波羅密을 염해 주시기를 대중께 청합니다.”
대중들이 막 염하려고 하던 차에 스님이 다시 종을 치면서 말하였다.
“애쓰신 대중들께서는 이제 각자 돌아가십시오.”
스님은 상원上元 원년(760) 5월 13일에 엄숙히 천화하였으니, 수명은 75세였다. 반야대사般若大師의 탑塔이라는 시호를 하사하였다.
◯ 서경 광택사 혜충 국사혜능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월주越州 염冉씨이다. 조계의 심인心印을 받은 후 백애산白崖山에 살며 40년을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지만 도행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당나라 숙종肅宗이 조칙을 내려 서울로 올라가자 스승의 예로써 대접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성품을 보고 나서도 다시 보시하며 복을 지어야 합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여러 부처님과 보살님 같은 분들도 모두들 복과 지혜라는 두 가지 장엄을 구족하셨는데 어찌 인과因果를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만약 성품을 보았다면 일체 선한 인因들을 두루 지어야 합니다. 보시하고, 계율을 지키고, 불상을 조성하고, 승려들을 출가시키고, 가난한 자들에게 베풀어 고통을 구제하고 재난을 없애 주는 것들이 모두 부처님과 보살들께서 하시는 일이고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훌륭한 인因들입니다. 아울러 도를 돕고 원만한 성품의 바다로 회향해야 바야흐로 도를 닦음에 계합하고 진리에 합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선을 짓더라도 보답을 바라서는 안 되니, 영가永嘉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住相布施生天福   모습에 머무는 보시는 하늘에 태어나는 복이니
猶如仰箭射虗空   그 복은 위로 허공을 향해 쏜 화살과 같네
勢力盡箭還墜    힘이 다하면 화살은 다시 떨어져
招得來生不如意   다음 생에는 원치 않는 과보를 초래하니
爭似無爲實相門   어찌 무위의 실상문만 하겠는가
一招直入如來地   한번 뛰면 곧장 여래의 땅으로 들어간다네

그러니 폐하께서도 그저 공덕이 없는 곳을 향하면서 닦으십시오. 모든 부처님도 이 문을 따르지 않고 도를 얻으신 분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또 물었다.

007_0777_a_01L本源佛性已後設有箇住處也秖是箇
007_0777_a_02L知解宗徒師禮拜而退能大師滅後二
007_0777_a_03L十年中曺溪頓旨沉廢於荊吳嵩嶽
007_0777_a_04L漸門盛行於秦洛師乃入京天寶四年
007_0777_a_05L方定兩宗南頓
北漸
師一日鄕信至報二親
007_0777_a_06L師集衆入堂白槌曰父母俱喪
007_0777_a_07L大衆念摩訶般若波羅密衆擬念次
007_0777_a_08L却白槌曰勞煩大衆即散去師上元元
007_0777_a_09L年五月十三日奄然而化壽七十五
007_0777_a_10L賜般若大師之塔

007_0777_a_11L西京光宅寺慧忠國師
越州冉氏
007_0777_a_12L曺谿心印後居白崖山四十年不下
007_0777_a_13L道行普聞唐肅宗詔赴上京待以師禮
007_0777_a_14L乃問見性了還用布施作福否師曰且
007_0777_a_15L如諸佛菩薩皆具福惠兩嚴豈可撥無
007_0777_a_16L因果今若見性了凡作一切善因
007_0777_a_17L施持戒造像度僧施貧濟苦拔難
007_0777_a_18L是諸佛菩薩作用不可思議良因並廻
007_0777_a_19L助道圓滿性海方契修道合得眞理
007_0777_a_20L然雖作善不可望報永嘉云住相布
007_0777_a_21L施生天福猶如仰箭射虗空勢力盡箭
007_0777_a_22L還墜招得來生不如意爭似無爲實相
007_0777_a_23L一招 [11] 直入如來地陛下但向無功
007_0777_a_24L處脩且諸佛無不從此門而得道又因

007_0777_b_01L“가르침 가운데서 유정有情이 부처가 된 경우만 보았고, 무정無情이 수기를 받은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현겁의 부처님 천 분 가운데 어느 분이 무정불無情佛입니까?”
대답하였다.
“황태자가 왕위를 받기 전일 때에는 오직 하나의 몸일 뿐이지만 왕위를 받고 나면 온 국토가 모조리 왕에게 속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국토가 따로 왕위를 받는 일이 어찌 있겠습니까? 지금 다만 유정이 수기를 받기만 하면 부처가 될 때에 시방의 국토가 모조리 그 부처님의 몸입니다. 무정이 수기를 받는 일이 어찌 다시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동산 양개洞山良价가 물었다.
“무엇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
국사가 말하였다.
“담장과 벽과 기왓장과 자갈이 그것이다.”
“담장ㆍ벽ㆍ기왓장ㆍ자갈이라면 어찌 무정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무정이다.”
“무정인데도 설법할 줄 안다는 말씀이십니까?”
“활활 타는 불꽃처럼 항상 설해서 그 설법이 쉴 틈이 없다.”
“무정의 설법은 어떤 사람이 들을 수 있습니까?”
“모든 성인들이 들을 수 있다.”
“화상께서도 들으십니까?”
“나야 듣지 못하지. 내가 만약 듣는다면 모든 성인과 같아져서 그대가 나의 설법을 듣지 못한다.”
“그렇다면 중생은 들을 자격이 없겠군요.”
“나는 중생을 위해 설법한다.”
“중생들이 들은 뒤에는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중생이 아니다.”
동산은 깨닫지 못했고, 나중에 앞의 이 인연을 거론하며 위산 영우潙山靈祐 화상에게 물었다.
“양개는 모르겠습니다.”
영우가 주장자를 들어 세우면서 말하였다.
“나에게도 그런 자잘한 것들이 있다. 다만 기인을 만나는 일이 드물 뿐이다.”
동산이 다시 운암雲巖에게 찾아가 드디어 앞서 두 존사에게 질문했던 인연들을 거론하고 말하였다.
“양개는 모르겠습니다. 화상께서 앞의 의심들을 타파해 주십시오.”
운암이 말하였다.
“처음에 했던 질문부터 다시 해 보게.”
양개는 “무엇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 하고 물었고, 나아가 “중생이 아니다.”고 대답하였다.앞의 문답과 다르지 않다.
양개가 말끝에 깨달은 바가 있어 게송 한 수를 지었다.
정말 신기하구나, 정말 신기해
무정의 설법은 불가사의하구나
귀로 들으려 하면 소리가 나타나지 않지만
눈으로 관찰할 때 비로소 알게 되네


007_0777_b_01L問敎中但見有情作佛不見無情受記
007_0777_b_02L且賢劫千佛誰是無情佛耶荅如皇太
007_0777_b_03L子未受位時唯一身耳受位之後
007_0777_b_04L土盡屬於王寧有國土別受位乎
007_0777_b_05L但有情受記作佛之時十方國土
007_0777_b_06L是這那佛身那得更有無情受記耶
007_0777_b_07L山良价問如何是古佛心國師曰
007_0777_b_08L壁瓦礫是曰墻壁瓦櫟豈不是無情
007_0777_b_09L曰是無情曰無情還解說法也無師曰
007_0777_b_10L常說熾然說無間歇曰無情說法什麽
007_0777_b_11L人得聞師曰諸聖得聞曰和尙還聞否
007_0777_b_12L師曰賴我不聞我若聞即齊於諸聖
007_0777_b_13L汝即不得聞我說曰恁麽則衆生無分
007_0777_b_14L去也師曰我爲衆生說曰衆生聞後如
007_0777_b_15L師曰即非衆生山未悟後擧前因
007_0777_b_16L問潙山祐和尙良价不會祐擧柱
007_0777_b_17L杖卓云我這裏也有些些秖是罕遇
007_0777_b_18L奇人曰告和尙爲良价說祐曰父母所
007_0777_b_19L生口終不爲子說山又到雲巖遂擧
007_0777_b_20L前問兩尊因緣之事云良价不會告和
007_0777_b_21L尙決破前疑巖曰從頭問將來价問如
007_0777_b_22L何是古佛心乃至荅即非衆生雖前問
荅不別

007_0777_b_23L价言下有省乃成一偈也大奇也大奇
007_0777_b_24L無情說法不思議若將耳聽聲不現

007_0777_c_01L운암이 이를 인정해 양개가 운암을 계승하였다.
국사가 교화의 인연이 끝나 갈 무렵 대종 황제代宗皇帝에게 이별을 알리자 대종이 말하였다.
“탑의 모양을 그려 주시기를 스님께 청합니다.”
국사가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 황제를 부르며 말하였다.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빈도가 간 후에 응진應眞이라는 시자가 도리어 이 일을 알 것입니다.”
스님은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붙이고 영원히 떠나셨다. 탑을 세우고, 칙령으로 대증선사大證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대종이 나중에 응진을 궐내로 불러들여서 앞서 있었던 일을 거론하고 물었다. 그러자 응진이 한참 묵묵히 있다가 말하였다.
“성상聖上께서는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응진이 이에 게송 한 수를 올렸다.

湘之南澤之北    상湘의 남쪽, 담潭의 북쪽
中有黃金充一國   그 가운데 있는 황금이 가득한 나라
無影樹下合同舡   그림자 없는 나무 아래에서 함께 배를 타고
瑠𤫚殿上無知識   유리 궁전 위에는 아는 이가 없다네

◯ 신주 지상 선사혜능 대사를 계승하였다.
더벅머리 시절에 출가하여 견성見性의 뜻을 세우고 육조를 찾아뵙자 조사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근래 백봉산白峰山으로 가서 대통 화상大通和尙(神秀)을 뵈었습니다. 그분께서 견성하여 성불하는 이치를 보여 주셨지만 여우 같은 의심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스님께서 의심을 해결해 주십시오.”
조사가 말하였다.
“그분이 무슨 말을 하던가?”
“그곳에 도착해 석 달 동안 아무런 가르침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법을 위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까닭에 한밤중에 홀로 방장에 들어가 그분께 간절히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허공을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네가 본 허공은 모양이 있던가?’
그래서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허공은 형체도 없는데 무슨 모양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의 본래 성품이 마치 허공과 같다. 자기 성품을 돌이켜 관찰해 한 물건도 볼 수 있는 게 없음을 깨달으면 이것을 정견正見이라 한다. 또 한 물건도 알 수 있는 게 없으면 이것을 진지眞知라 한다. 파랗고 노랗고 길고 짧은 것들이 없으며, 그저 본래 근원이 청정하고 깨달음의 본체가 원만하고 밝음을 본다면 이를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 하고, 또 극락세계極樂世界라 하고, 또 여래의 지견知見이라 한다.’
제가 비록 이런 설법을 듣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석연치 못합니다. 스님께서 의심을 타파해 주십시오.”
조사가 말하였다.
“그분의 말씀에는 아직도 지견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대가 깨닫지 못한 것이다.

007_0777_c_01L處觀時方得知巖曰然之价嗣雲巖
007_0777_c_02L國師化緣將畢乃辭代宗皇帝宗曰就
007_0777_c_03L師請取塔㨾子師良久召曰會麽
007_0777_c_04L不會師曰貧道去後有侍者應眞
007_0777_c_05L知此事師右脇長徃建塔敕謚大證
007_0777_c_06L禪師宗後詔應眞入內擧前語問應眞
007_0777_c_07L良久曰聖上會否曰不會應眞乃上
007_0777_c_08L一偈

007_0777_c_09L
湘之南澤 [12] 之北中有黃金充一國

007_0777_c_10L無影樹下合同舡瑠𤫚殿上無知識

007_0777_c_11L信州智常禪師
髫年出家志求見性
007_0777_c_12L叅六祖祖曰汝從何來曰近徃白峯山
007_0777_c_13L禮大通和尙蒙示見性成佛之義未決
007_0777_c_14L狐疑願師決疑祖曰彼有何言曰到
007_0777_c_15L彼三月未蒙開示以爲法切故於中
007_0777_c_16L夜獨入方丈哀請彼乃曰汝見虗空否
007_0777_c_17L對曰見彼曰汝見虗空有相貌否對曰
007_0777_c_18L虗空無形有何相貌彼曰汝之本性
007_0777_c_19L猶如虗空返觀自性了無一物可見
007_0777_c_20L是名正見無一物可知是名眞知
007_0777_c_21L有靑黃長短但見本源淸淨覺體圓
007_0777_c_22L即名見性成佛亦名極樂世界
007_0777_c_23L名如來知見某甲雖聞此說猶未決了
007_0777_c_24L乞師破疑祖曰彼說猶存知見令汝未

007_0778_a_01L내가 이제 그대에게 게송 한 수를 일러 주겠다.”

不見一法存無見   한 법도 보지 않음은 없다는 견해를 간직하는 것
大似浮雲遮日面   그건 뜬구름이 태양을 가리는 것과 똑같고
不知一法守空知   한 법도 알지 않음은 공하다는 앎을 지키는 것
還如大虗生閃電   그건 도리어 태허에서 번개가 치는 것과 같네
此之知見瞥然興   이런 지견이 별안간 일어나면
錯認何曾解方便   오인한 것이니, 어찌 방편을 이해했으랴
汝當一念自知非   그대가 한 생각에 잘못이었음을 스스로 안다면
自己靈光常顯現   자기의 신령한 광명이 항상 드러나리라

스님은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마음이 탁 트였다. 그래서 게송 한 수를 올렸다.

無端起知見     까닭 없이 지견을 일으켜
著相求菩㮛     모양에 집착해 보리를 구하였네
情存一念悟     망정이 여전한 한 생각의 깨달음으로
寧越昔時迷     지난날의 미혹을 어찌 초월하리오
自性覺圓體     자성의 깨달음의 원만한 본체가
隨照枉遷流     비춤을 따라 제멋대로 천류하나니
不入祖師室     조사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茫然取兩頭     아득히 두 갈래에서 갈팡질팡했으리라

◯ 사공산 본정 선사혜능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강주絳州 장張씨이고, 어린 나이에 출가하였다. 조계에서 법을 얻은 후에 당나라 천보天寶 3년(744)에 현종玄宗이 스님을 불러 서울로 갔다. 다음 해 양가兩街의 명승과 석학을 내도량으로 초빙해 선사와 함께 부처님의 진리를 드날리게 하였다. 이때 원遠 스님이라는 이가 따지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지금은 성상 앞에서 종지를 비교하고 헤아리는 자리이니, 모름지기 바로 묻고 바로 대답해야지 번거로운 말들은 필요 없습니다. …… 이제 선사께서 모습 위에서 모습이 없음을 설명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정명경淨名經』에서 ‘사대에 주인이 없고, 몸에도 또한 나가 없다.’ 하였으니, 나다 내 것이다 하는 견해가 없어야 도와 상응합니다. 만약 사대에 주인이 있다고 여긴다면 이것은 ‘나’가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만약 아견我見이 있다면 겁이 다한다 해도 도를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四大無主復如水   사대에 주인이 없는 게 또 강물과 같아
遇曲逢直無彼此   굽은 길 곧은 길 뭘 만나건 가리지 않나니
淨穢兩處不生心   더럽고 깨끗한 두 곳에서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데
壅決何曾有二意   막히거나 트인다고 어찌 두 마음을 가진 적 있으랴
觸境但似水無心   부딪치는 경계마다 그저 물처럼 무심하기만 하다면
在世縱橫有何事   세상에 머물며 종횡한들 무슨 일이 있으랴

또 지명志明이 물었다.
“만약 ‘무심無心이 도이다.’라고 말한다면, 기왓장이나 자갈도 무심하니

007_0778_a_01L吾今示汝一偈

007_0778_a_02L不見一法存無見大似浮雲遮日面

007_0778_a_03L不知一法守空知還如大虗生閃電

007_0778_a_04L此之知見瞥然興錯認何曾解方便

007_0778_a_05L汝當一念自知非自己靈光常顯現

007_0778_a_06L
師聞已心意豁然乃上一偈

007_0778_a_07L無端起知見著相求菩1) [18]

007_0778_a_08L情存一念悟寧越昔時迷

007_0778_a_09L自性覺圓體隨照枉遷流

007_0778_a_10L不入祖師室茫然取兩頭

007_0778_a_11L司空山本淨禪師
絳州張氏幼歲披
007_0778_a_12L於曺溪得法之後唐天寶三年
007_0778_a_13L宗詔師到亰明年召兩街名僧碩學
007_0778_a_14L內道塲與師闡揚佛理時有遠師抗聲
007_0778_a_15L今對聖上校量宗旨應須直問直
007_0778_a_16L不假繁辭云云今請禪師於相上
007_0778_a_17L說無相師曰淨名經云四大無主
007_0778_a_18L亦無我無我所見與道相應若以四
007_0778_a_19L大有主是我若有我見窮劫不會道
007_0778_a_20L偈曰

007_0778_a_21L四大無主復如水遇曲逢直無彼此

007_0778_a_22L淨穢兩處不生心壅決何曾有二意

007_0778_a_23L觸境但似水無心在世縱橫有何事

007_0778_a_24L
又志明問若言無心是道瓦礫無心

007_0778_b_01L역시 도라야 합당합니다. 또 ‘몸과 마음이 본래 도이다.’라고 말한다면, 사생四生ㆍ십류十類가 모두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역시 도라야만 합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대덕이 만약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알음알이를 짓는다면 도와는 아득히 멀어지게 됩니다. 즉 이렇게 보고 듣고 깨닫고 알기를 구하는 자는 도를 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경에서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육근마저도 없는데 보고 듣고 깨닫고 앎이 무엇을 의지해 성립하겠습니까? 근본을 추궁해 보면 없는데 어느 곳에다 마음을 간직하겠습니까? 어찌 풀ㆍ나무ㆍ기왓장ㆍ자갈과 다를 수 있겠습니까?”
지명이 말문이 막혀 물러갔다. 스님이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見聞覺知無障礙   보고 듣고 깨닫고 앎에 장애가 없으면
聲香味觸常三昧   소리ㆍ향기ㆍ맛ㆍ감촉이 항상 삼매라
如鳥空中秖麽飛   마치 새가 허공을 저렇게 날아가듯이
無取無捨無憎愛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고 미움도 사랑도 없네
若會應處本無心   응하는 곳마다 본래 무심임을 깨닫는다면
始得名爲觀自在   비로소 관자재라 부르게 된다네

또 임금의 측근 신하가 물었다.
“이 몸은 어디에서 왔고, 100년 뒤에는 다시 어디로 돌아갑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저 꿈속의 사람은 어디에서 오고, 잠에서 깨었을 때는 어디로 갑니까?”
“꿈을 꿀 때는 없다고 할 수 없고, 깨어나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비록 있다가 없다가 함이 있기는 하지만 오고 가는 곳은 없습니다.”
“빈도의 이 몸 역시 그 꿈과 같습니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視生如在夢     삶을 꿈을 꾸는 것으로 보나니
夢裡實是閙     꿈속에서는 실로 요란스럽지
忽覺萬事休     홀연히 깨달아 만사가 쉬는 것도
還同夢裡悟     도리어 꿈속의 깨달음과 같네
智者會悟夢     꿈이란 걸 알면 지혜로운 자
迷人信夢閙     꿈속의 소란을 믿으면 미혹한 사람
會夢無兩般     꿈이란 걸 알면 두 가지가 차이 없고
一悟無別悟     한번 깨고 나면 특별히 깨달음이랄 것도 없나니
富貴與貧賤     부귀한 자에게도 빈천한 자에게도
更亦無別路     이 밖에 달리 특별한 길은 없다네

스님은 상원上元 2년(761) 5월 5일에 적멸로 돌아가셨다. 칙명으로 대효선사大曉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 강서 도일 대사회양 화상을 계승하였다.
그는 한주漢州 마馬씨이다. 용모가 기이하고, 소걸음에 호랑이 눈길이었으며, 혀를 내밀면 코를 덮고, 발바닥에는 두 개의 바퀴 문양이 있었다.

007_0778_b_01L亦合是道又道身心本來是道四生十
007_0778_b_02L皆有身心亦應是道師曰大德若
007_0778_b_03L作見聞覺知之解與道懸殊即是求見
007_0778_b_04L聞覺知之者非是求道之人經曰無眼
007_0778_b_05L耳鼻舌身意六根尙無見聞覺知憑何
007_0778_b_06L而立窮本不有何處存心焉得不同
007_0778_b_07L草木瓦礫明杜口而退師有偈曰

007_0778_b_08L見聞覺知無障礙聲香味觸常三昧

007_0778_b_09L如鳥空中秖麽飛無取無捨無憎愛

007_0778_b_10L若會應處本無心始得名爲觀自在

007_0778_b_11L
有近臣問此身從何而來百年之後
007_0778_b_12L復歸何處師曰如人夢時從何而來
007_0778_b_13L睡覺時從何而去曰夢時不可言無
007_0778_b_14L旣覺不可言有雖有有無來徃無所
007_0778_b_15L師曰貧道此身亦如其夢乃有偈曰

007_0778_b_16L視生如在夢夢裡實是閙

007_0778_b_17L忽覺萬事休還同夢裡悟

007_0778_b_18L智者會悟夢迷人信夢閙

007_0778_b_19L會夢無兩般一悟無別悟

007_0778_b_20L富貴與貧賤更亦無別路

007_0778_b_21L師上元二年五月五日歸寂敕謚大曉
007_0778_b_22L禪師

007_0778_b_23L江西道一大師嗣讓
和尙
漢州馬氏容貌奇
007_0778_b_24L牛行虎視引舌過鼻足有二輪文

007_0778_c_01L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선정을 익혔는데, 어느 날 회양 선사가 찾아와서 살펴보고 물었다.
“대덕은 이곳에서 지내며 무엇을 하는가?”
“좌선합니다.”
“도모하는 게 뭔가?”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
회양 선사는 곧바로 벽돌 하나를 집더니 바위에다 갈았다.
도일이 물었다.
“뭘 하십니까?”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벽돌을 간다고 어찌 거울이 되겠습니까?”
“좌선한다고 어찌 부처가 되겠는가?”
“어떻게 해야 옳습니까?”
“사람이 수레를 모는 것과 같다. 수레가 가지 않으면 수레를 때려야 옳은가, 소를 때려야 옳은가?”
도일이 대답이 없자 회양 선사가 말하였다.
“그대는 좌선坐禪을 배우는 것인가, 앉은뱅이 부처(坐佛)를 배우는 것인가? 만일 좌선을 배운다면 선禪은 앉거나 눕는 것이 아니다. 만약 앉은뱅이 부처를 배운다면 부처는 정해진 모습이 아니다. 머무름이 없는 법에서 취하거나 버려서는 안 된다. 그대가 만약 앉은뱅이 부처라면 그것은 곧 부처를 죽이는 짓이고, 만약 앉은 모습을 고집한다면 그 이치를 통달한 것이 아니다…….”
가르침을 받은 도일은 마음이 초연해져서 10년을 시봉하였고, 그 오묘한 뜻이 나날이 더해 갔다. 회양 선사 회하에 동참한 사람이 아홉 명이었는데 오직 스님에게만 심인을 비밀히 전수하였으니, 회양 선사에게 있어 도일은 행사行思 선사의 희천希遷과 같았다. 근원은 같지만 갈래가 달랐기 때문에 선법의 성황이 두 스님에게서 시작되었다. 유가劉軻가 말하기를 “강서江西의 주인은 대적大寂이요, 호남湖南의 주인은 석두石頭라. (학인들이) 끊임없이 왕래하니, 두 대사를 뵙지 못했다면 무지한 자들이다.”라고 하였다. 서천의 반야다라般若多羅가 이렇게 예언하였다.

震旦雖闊無別路   진단이 비록 넓다지만 다른 길은 없으니
要假姪孫脚下行   자손의 힘을 빌려야 발밑에서 시행되리라
金雞解㘅一粒米   금 닭이 쌀 한 톨을 물어 올 줄 알아
供養十方羅漢僧   시방의 아라한에게 공양하리라

또 혜능 대사가 회양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반야다라께서 그대 발아래에서 망아지 한 마리가 나와 천하 사람을 밟아 죽일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이후로 강서의 법이 천하에 퍼져 당시 사람들이 마조馬祖라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서 학도들이 법좌 아래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당에 오르자 방거사龐居士가 물었다.
“본래 몸을 미혹하지 말고 스님께서는 높이 바라보십시오.”

007_0778_c_01L幼歲出家習禪㝎一日讓師徃見乃
007_0778_c_02L大德在這裏作什麽曰坐禪師曰
007_0778_c_03L圖箇什麽曰圖作佛師乃取一㙛
007_0778_c_04L石上磨曰作什麽師曰磨作鏡曰磨
007_0778_c_05L㙛豈得成鏡師曰坐禪豈得成佛耶
007_0778_c_06L如何即是師曰如人駕車車若不行
007_0778_c_07L打車即是打牛即是彼無對師曰汝
007_0778_c_08L學坐禪爲學坐佛若學坐禪禪非坐
007_0778_c_09L若學坐佛佛非㝎相於無住法
007_0778_c_10L應取捨汝若坐佛即是殺佛若執坐
007_0778_c_11L非達其理云云師蒙開示心意超
007_0778_c_12L侍奉十秋日益奧旨讓師會下
007_0778_c_13L叅九人唯師密授心印讓之一猶思之
007_0778_c_14L遷也同源而異派故禪法之盛始于
007_0778_c_15L二師劉軻云江西主大寂湖南主石
007_0778_c_16L徃來憧憧不見二大師爲無知矣

007_0778_c_17L
西天般若多羅記曰

007_0778_c_18L震旦雖闊無別路要假姪孫脚下行

007_0778_c_19L金雞解㘅一粒米供養十方羅漢僧

007_0778_c_20L
又能大師謂讓曰多羅讖云汝足下生
007_0778_c_21L一馬駒踏殺天下人後江西法布天
007_0778_c_22L時謂馬祖焉由是學徒雲集坐下
007_0778_c_23L上堂龐居士問不昧本來身請師高
007_0778_c_24L「㮛」疑「提」{編}

007_0779_a_01L도일 대사가 바로 위를 힐끔거렸다.
방거사가 말하였다.
“한결같은 줄 없는 거문고를 오직 스님만이 오묘하게 연주하시는군요.”
대사가 바로 아래를 힐끔거렸다. 방거사가 예배하자 스님이 곧바로 방장으로 돌아가셨다. 그러자 거사가 뒤를 따르며 말하였다.
“재주 부리다 일을 망쳤습니다.”
어느 저녁에 스님이 달구경을 하다가 곁에서 모시던 스님들에게 물었다.
“바로 이럴 때는 어떠한가?”
지장智藏이 말하였다.
“공양을 올리기에 딱 좋습니다.”
회해懷海가 말하였다.
“수행하기에 딱 좋습니다.”
보원普願은 소매를 털고 나가 버렸다.
도일 대사가 말하였다.
“경전은 창고(藏 : 지장智藏)로 들어가고, 선禪은 바다(海 : 회해懷海)로 들어가고, 오직 보원만이 홀로 만물 밖으로 초월했구나.”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께서는 왜 마음이 곧 부처라고 말씀하십니까?”
도일 대사가 대답하였다.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다.”
“울음을 그친 다음에는 어떻게 합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고 하지.”
“이 두 가지를 제외한 사람이 오면 어떻게 지시합니까?”
“그런 사람에게는 물건도 아니라고 말하지.”
“홀연히 그 가운데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 사람도 대도를 체득하게 하지.”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지금 이것은 어떤 뜻인가?”
등은봉鄧隱峯이 이별을 고하자 대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석두石頭로 갑니다.”
“석두로 가는 길은 미끄럽다.”
“지니고 다니는 장대가 있으니 마당을 만나면 놀이나 하겠습니다.”
그곳에 도착해 선상禪床을 한 바퀴 돌고 석장을 한 번 굴리고는 물었다.
“이게 무슨 종지입니까?”
석두가 말하였다.
“아이고, 아이고.”
등은봉이 할 말이 없어 곧바로 돌아와 이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대사가 말하였다.
“그대는 다시 가서 그가 ‘아이고’라고 할 때 그대가 곧바로 길게 ‘허噓’ 하고 탄식하라.”
등은봉이 다시 가서 앞서와 마찬가지로 물었다.
“이게 무슨 종지입니까?”
그러자 석두가 길게 “허” 하고 탄식하였다. 등은봉은 또 할 말이 없어 다시 돌아와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대사가 말하였다.
“그대에게 석두로 가는 길은 미끄럽다고 말했지 않냐.”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무릇 법을 구하는 자는 마땅히 구하는 바가 없어야 하니, 마음 밖에 따로 부처님이 없고 부처님 밖에 따로 마음이 없느니라. 선을 취하지도 말고 악을 버리지도 말라. 더러움과 깨끗함 양쪽에 모두 의지하지 않으면 죄와 복의 성품이 공함을 통달하리라. 생각 생각마다 얻을 수 없나니,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계는 오직 마음뿐이요, 삼라만상이 한 법이 찍어 낸 것이다. 무릇 보이는 색色이

007_0779_a_01L著眼師直上覷士曰一等勿絃琴
007_0779_a_02L師彈得妙師直下覷士禮拜師便歸方
007_0779_a_03L士隨後道弄巧成拙一夕師翫月
007_0779_a_04L謂侍僧曰正恁麽時如何智藏曰
007_0779_a_05L正好供養懷海曰正好脩行普願拂袖
007_0779_a_06L出去師曰經入藏禪入海唯有普願
007_0779_a_07L獨超物外僧問和尙什麽說即心即佛
007_0779_a_08L師曰爲止兒啼問止啼後如何師曰非
007_0779_a_09L心非佛問除此二種人來如何指示
007_0779_a_10L師曰向伊道不是物問忽遇其中人來
007_0779_a_11L時如何師曰且敎伊體會大道問如何
007_0779_a_12L是西來意師曰即今是什麽意鄧隱峯
007_0779_a_13L辭去師曰什麽處去曰石頭去師曰
007_0779_a_14L石頭路滑曰竽木隨身逢塲作戱
007_0779_a_15L彼繞禪床一帀振錫一下乃問是何宗
007_0779_a_16L頭曰蒼天蒼天峯無語却廻擧似
007_0779_a_17L師曰汝更去見他道蒼天時汝便長噓
007_0779_a_18L一聲峯再去依前問是何宗旨頭長
007_0779_a_19L噓一聲峯又無語復歸擧似師曰向
007_0779_a_20L汝道石頭路滑上堂曰夫求法者
007_0779_a_21L無所求心外無別佛佛外無別心
007_0779_a_22L取善不捨惡淨穢兩邊俱不依怙
007_0779_a_23L罪福性空念念不可得無自性故
007_0779_a_24L界唯心森羅萬像一法之所印凡所見

007_0779_b_01L모두 마음을 보는 것이다. 마음은 스스로 마음일 수 없고 색을 말미암기 때문에 있는 것이니, 그대들은 그저 시절 따라서 설명하라. 그대로가 현상이고 그대로가 이치라서 전혀 장애가 없고, 보리菩提라는 도과道果 역시도 이와 마찬가지다. 마음에서 생겨난 것을 곧 색이라고 부르는데, 색이 공함을 알기 때문에 생겨남이 곧 생겨남이 아니다. 만일 이 마음을 깨닫는다면, 비로소 때에 따라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면서도 길이 성인의 태胎를 기르면서 운運에 맡겨 세월을 보내게 되리니, 달리 무슨 일이 있겠냐? 그대들이 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어떤 악도 저지르지 않고 발우 하나 납의 한 벌로 분수 따라 생애를 보내며, 함께 어울려 일어나고 앉으면서 계행을 더욱 훈습하고 청정한 업을 쌓는다면, 그저 이와 같이 할 수만 있다면 통달하지 못할까를 뭐 하러 걱정하겠는가? 오래들 서 있었다. 여러분은 소중히 간직하라.”
대사에게 입실한 제자는 139명이고, 각기 한 지방의 스승이 되어 교화를 끝없이 펼쳤다. 대사는 정원貞元 4년(788) 정월에 숲속을 거닐다가 평탄한 골짜기를 보고는 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쇠한 몸이 다음 달에는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과연 2월 4일이 되자 목욕하고 가부좌를 하고서 입멸하셨다. 시호는 대적선사大寂禪師이고, 탑명은 대장엄大莊嚴이다.

◯ 남악 석두 희천 선사행사 화상을 계승하였다.
그는 단주端州 고요高要의 진陳씨이다. 곧장 조계曹谿로 찾아가 출가해 제자가 되었다. 아직 구족계를 받기 전이던 어느 날 이렇게 물었다.
“화상이시여, 100년 뒤에는 희천이 누구를 의지해야 합니까?”
혜능이 말하였다.
“내가 떠나가거든 행사行思를 찾아가라.”
스님은 그 후 늘 조용한 곳에서 단정히 앉아만 있었다. 당시 제일 수좌가 보고서 말하였다.
“그대 스승이 이미 떠나셨는데, 어쩌자고 부질없이 앉아만 있는가?”
스님이 곧 행사 화상을 찾아뵙자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조계에서 왔습니다.”
“무엇을 얻어서 가지고 왔는가?”
“조계에 가기 전에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조계에는 무엇 하러 갔는가?”
“조계에 가지 않았다면 잃어버린 적이 없다는 걸 어찌 알았겠습니까?”
행사 화상이 말하였다.
“그대는 제대로 조계에 갔다가 왔구나.”
스님이 곧바로 예배하였다.
다른 날 물었다.
“조계 대사께서도 화상을 알아보셨습니까?”

007_0779_b_01L皆是見心心不自心因色故有
007_0779_b_02L但隨時言說即事即理都無滯礙
007_0779_b_03L提道果亦復如是於心所生即名爲
007_0779_b_04L知色空故生即不生若了此意
007_0779_b_05L可隨時著衣喫飯長養聖胎任運過
007_0779_b_06L更有何事汝受吾敎不造諸惡
007_0779_b_07L分過生一鉢一衲起坐相隨戒行增
007_0779_b_08L積於淨業但能如是何慮不通
007_0779_b_09L久立諸人珎重師入室弟子一百三十
007_0779_b_10L九人各爲一方師轉化無窮師於貞
007_0779_b_11L元四年正月林中經行次見洞壑平坦
007_0779_b_12L乃謂侍僧曰吾之朽1) [19] 當於來月歸
007_0779_b_13L玆矣果至二月四日沐浴跏趺入滅
007_0779_b_14L謚大寂禪師塔曰大莊嚴

007_0779_b_15L南嶽石頭遷禪師嗣思
和尙
端州高安 [13] 陳氏
007_0779_b_16L直造曺谿度爲弟子未具戒一日問
007_0779_b_17L和尙百年後希遷依附何人能曰待吾
007_0779_b_18L尋思去師後每於靜處端坐寂若
007_0779_b_19L忘生2) [20] 一座見乃曰汝師已逝
007_0779_b_20L坐奚爲師即徃謁思和尙問子何方而
007_0779_b_21L曰曺谿來思曰將得什麽來曰未
007_0779_b_22L到曺谿亦不失思曰恁麽則用到曺谿
007_0779_b_23L作什麽曰若不到曺谿爭知不失
007_0779_b_24L曰子親到曺谿來師便禮拜異日問曺

007_0779_c_01L대사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그럼 나를 알아보겠는가?”
“아는데 또 어떻게 알아볼 수 있습니까?”
“뿔 달린 온갖 짐승들이 많지만 기린 한 마리면 충분하다.”
스님이 곧 예배하였다.
스님에게 도오道悟가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몰라서는 안 되지.”
“위로 다시 옮겨 갈 자리가 있습니까?”
“긴 허공은 흰 구름이 나는 것을 막지 않는다.”
“무엇이 선禪입니까?”
“벽돌이다.”
“무엇이 도道입니까?”
“나무토막이다.”

참동계叅同契
竺土大僊心     천축 땅 위대하신 선인의 마음을
東西密相付     동방 서방에서 비밀히 서로 전하니
人根有利鈍     사람의 근기에는 둔하고 영리함 있지만
道無南北祖     도에는 남쪽 북쪽의 조사가 없네
靈源明皎潔     신령한 근원이 맑고 깨끗하건만
枝派暗流注     갈래진 물결은 어둠 속에 흐르나니
執事元是迷     형상에 집착하면 원래 이것이 미혹이요
契理亦非悟     이치에 계합해도 역시 깨달음 아니네
門門一切境     육근의 문마다 일체 경계가
廻互不廻互     회호하면서 회호하지 않나니
廻而更相渉     회호하면 서로의 자리로 건너가고
不爾依位住     회호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머문다
色本殊質象     색은 본래 형질이나 형상과 다르고
聲元異樂苦     소리는 원래 즐거움이나 괴로움과 다르니
暗合上中言     어둠 속에서 상등 중등의 말씀에 합하고
明明淸濁句     밝음 속에서 맑고 탁한 구절을 밝혀
四大性自復     사대의 성품이 스스로 회복되면
如子得其母     아들이 그 어머니를 만난 것과 같으리라
火熱風動搖     뜨거운 불, 흔들리는 바람
水濕地堅固     촉촉한 물, 견고한 땅
眼色耳音聲     눈과 빛깔, 귀와 음성
鼻香舌醎醋     코와 향기, 혀와 짜고 신 맛
然於一一法     이처럼 낱낱의 법에서
依根葉分布     뿌리에 의지해 잎들이 퍼진 것이니
本末須歸宗     근본도 말단도 반드시 종지로 돌아가야 하고
尊卑用其語     존귀하고 비천한 자도 그 말씀 따라야 하네
當明中有暗     밝다가 어둠이 나타났다 해도
勿以暗相遇     어두운 모양을 만났다 여기지 말고
當暗中有明     어둡다가 밝음이 나타났다 해도
勿以明相覩     밝은 모양을 보았다 여기지 말라
明暗各相對     밝음과 어두움 각각이 상대적인 것이
比如前後步     비유하면 앞걸음과 뒷걸음의 관계와 같다
萬物自有功     만물은 각기 공능이 있으니
當言用及處     작용이 미치는 곳까지 말해야 하리라
事存凾蓋合     현상이 존재하면서 함과 뚜껑처럼 들어맞고
理應箭鋒柱     이치가 응현하면서 화살촉과 칼날처럼 맞부딪치니
承言須會宗     말씀을 받들었으면 모름지기 종지에 회합해야지
勿自立䂓矩     스스로 법규를 세우지는 말라
觸目不會道     눈으로 보고도 도를 만나지 못하는데
運足焉知路     발을 움직인들 어찌 길을 알겠는가
進步非遠近     걸음을 나설 때 중요한 건 거리가 아니지
迷隔山河爾     미혹하면 산과 강이 그대를 막아선다
謹白叅玄人     삼가 현묘함을 참구하는 이들에게 말하노니
光陰莫虗度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007_0779_c_01L谿大師還識和尙否思曰汝還識吾否
007_0779_c_02L曰識又爭能識思曰衆角雖多一麟
007_0779_c_03L足矣師即禮拜

007_0779_c_04L
師因道悟問如何是佛法大意曰不得
007_0779_c_05L不知曰向上更有轉處也無師曰長空
007_0779_c_06L不礙白雲飛問如何是禪師曰碌㙛
007_0779_c_07L曰如何是道師曰

007_0779_c_08L木頭
叅同契
竺土大僊心東西密相付

007_0779_c_09L人根有利鈍道無南北祖靈源明皎潔

007_0779_c_10L枝派暗流注執事元是迷契理亦非悟

007_0779_c_11L門門一切境廻互不廻互廻而更相涉

007_0779_c_12L不爾依位住色本殊3)篔象聲元異樂苦

007_0779_c_13L暗合上中言明明淸濁句四大性自復

007_0779_c_14L如子得其母火熱風動搖水濕地堅固

007_0779_c_15L眼色耳音聲鼻香舌醎醋然於一一法

007_0779_c_16L依根葉分布本末須歸宗尊卑用其語

007_0779_c_17L當明中有暗勿以暗相遇當暗中有明

007_0779_c_18L勿以明相覩明暗各相對比如前後步

007_0779_c_19L萬物自有功當言用及處事存凾蓋合

007_0779_c_20L理應箭鋒柱承言須會宗勿自立䂓矩

007_0779_c_21L觸目不會道運足焉知路進步非遠近

007_0779_c_22L迷隔山河爾謹白叅玄人光陰莫虗度

007_0779_c_23L「筫」疑「質」{編}「苐」通用「第」{編}次同
007_0779_c_24L「篔」疑「質」{編}

007_0780_a_01L
초암가草菴歌
吾結草菴無寶貝   내가 엮은 초가 암자에 보배 없지만
飯了從容圖睡快   한술 뜨고 느긋하게 잠자기 좋지
成時初見芧草新   완성했을 때 처음 보니 띠가 새로웠고
破後還將芧草盖   부서진 뒤에도 띠를 갖다 지붕을 덮는다
住菴人鎭長在    암자에 사는 사람 늘 눌러앉아 있으니
不屬中間與內外   중간에도 안팎에도 속하지 않네
世人住處我不住   세상 사람 머무는 곳 나는 머물지 않고
世人愛處我不愛   세상 사람 좋아하는 곳 나는 좋아하지 않네
菴雖小含法界    암자 비록 작으나 법계를 머금으니
方丈老人相體解   방장의 노인들이나 서로 체득하고 이해하지
上乘菩薩信無疑   상승의 보살이라면 믿어 의심치 않겠지만
中下聞之必生怪   중ㆍ하근기가 들으면 반드시 의심하리라
問此菴壞不壞    누가 묻네, 이 암자 무너지는가, 무너지지 않는가
壞與不壞主元在   무너지건 무너지지 않건 주인은 원래부터 있었지
不居南北與東西   남북에서도 살지 않고 동서에서도 살지 않으니
基上堅牢以爲最   그 기반이 견고함을 최고로 여긴다네
靑松下明牎內    푸른 솔 아래요 밝은 창 안이라
玉殿朱樓未爲對   옥의 대궐과 단청한 누각도 견줄 수 없어라
衲帔幪頭萬事休   누더기를 머리까지 덮어쓰면 만사 그만이니
此時山僧都不會   이럴 때 산승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네
住此菴休作解    이 암자에 머물려면 알음알이를 짓지 말라
誰誇鋪席圖人買   누가 거창하게 가게 차리고 사람들에게 팔려고 하는가
廻光返照便歸來   빛을 돌이켜 반조하면 곧바로 돌아오나니
廓達靈根非向背   텅 트인 신령한 근원은 향하거나 등지는 것 아니네
遇祖師親訓誨    조사를 만나면 친히 가르쳐 주나니
結草爲菴莫生退   띠를 엮어 암자를 짓고 물러서지 말라
百年拋却任縱橫   백 년을 내버려 두어도 걸림이 없고
擺手便行且無罪   손을 털고 떠나간들 죄가 안 되네
千種言萬般解    천 가지 말과 만 가지 해석이
秖要敎君長不昧   그저 그대를 길이 어둡지 않게 하려는 것
欲識菴中不死人   암자 속의 죽지 않는 사람을 알고 싶은가
豈離而今這皮袋   어찌 지금 이 가죽 부대를 떠나서 있으랴

스님은 정원貞元 6년(790)에 세상을 뜨셨으니, 수명은 91세이고 법랍은 63세였다. 무제대사無際大師라는 시호를 내렸고, 탑명은 견상見相이다.

師貞元六年順世壽九十一。 臘六十三。 謚無際大師。 塔曰見相。
◯ 등주 단하산 천연 선사석두 화상을 계승하였다.
그는 어디 사람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유교를 배워 과거를 보러 장안으로 들어갔는데, 여관에서 자다가 홀연히 흰 광명이 방 안에 가득한 꿈을 꾸었다. 이에 점치는 사람이 공空을 터득할 상서라 해석하였다. 나중에 한 선객禪客을 만났는데, 그가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십니까?”
“과거를 보러 갑니다.”
“관리로 뽑히는 것이 부처로 뽑히는 것만 하겠습니까?”
“부처로 뽑히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선객이 대답하였다.

007_0780_a_01L草菴歌

007_0780_a_02L
吾結草菴無寶貝飯了從容圖睡快

007_0780_a_03L成時初見芧草新破後還將芧草盖

007_0780_a_04L住菴人鎭長在不屬中間與內外

007_0780_a_05L世人住處我不住世人愛處我不愛

007_0780_a_06L菴雖小含法界方丈老人相體解

007_0780_a_07L上乘菩薩信無疑中下聞之必生怪

007_0780_a_08L問此菴壞不壞壞與不壞主元在

007_0780_a_09L不居南北與東西基上堅牢以爲最

007_0780_a_10L靑松下明牎內玉殿朱樓未爲對

007_0780_a_11L衲帔幪頭萬事休此時山僧都不會

007_0780_a_12L住此菴休作解誰誇鋪席圖人買

007_0780_a_13L廻光返照便歸來廓達靈根非向背

007_0780_a_14L遇祖師親訓誨結草爲菴莫生退

007_0780_a_15L百年拋却任縱橫擺手便行且無罪

007_0780_a_16L千種言萬般解秖要敎君長不昧

007_0780_a_17L欲識菴中不死人豈離而今這皮袋

007_0780_a_18L師貞元六年順世壽九十一臘六十三
007_0780_a_19L謚無際大師塔曰見相

007_0780_a_20L鄧州丹霞山天然禪師嗣頭
和尙
不知何許人
007_0780_a_21L初習儒學將入長安應擧宿於旅邸
007_0780_a_22L忽夢白光滿室占曰解空之祥也後遇
007_0780_a_23L一禪客問曰仁者何徃曰選官去
007_0780_a_24L曰選官何如選佛問選佛當徃何所

007_0780_b_01L“지금 강서江西에 마조 대사가 세상에 나타나셨는데, 그곳이 부처를 뽑는 도량입니다. 당신도 그리로 가시오.”
스님은 그 길로 강서로 찾아가 마조 대사를 보자마자 양손으로 복두幞頭를 구겨 버렸다. 마조가 그를 응시하다가 말하였다.
“남악南嶽의 석두石頭가 그대의 스승이다.”
스님은 곧바로 남악으로 찾아가 석두를 만났고, 역시 앞서와 같은 마음으로 그에게 귀의하였다. 그러자 석두가 말하였다.
“헛간으로 가거라.”
스님은 예배하고 물러나 행자들의 방으로 들어가 차례에 따라 부엌일을 무려 3년이나 담당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석두가 홀연히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일은 불전 앞의 풀을 깎자.”
이튿날, 모든 사람이 각기 삽과 괭이를 들고 와 풀을 깎는데, 스님 혼자만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 머리 깎는 칼을 들고 석두 앞에 호궤하였다. 석두가 미소를 지으며 칼을 받아 들고서 머리를 깎아 주었다. 그러고는 계법戒法을 설해 주려고 하자 스님이 귀를 막고 나가 버렸다. 그런 다음 다시 마조 대사를 찾아뵈러 갔는데, 참례도 하기 전에 곧바로 승당으로 들어가 성승聖僧의 목에 올라탔다. 당시 대중들이 경악하여 급히 보고하자 마조 대사가 직접 승당으로 들어와 그를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들이 천연天然스럽구나.”
스님이 얼른 내려와 예배하면서 말하였다.
“법호를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로 인해 이름을 천연이라 하였다.
나중에 혜림사慧林寺에 갔는데, 날씨가 추워지자 목불木佛을 가져다 때고는 그 불을 쬐었다. 어떤 사람이 이를 꾸짖자 스님이 말하였다.
“나는 태워서 사리를 얻으려고 했소.”
“나무 불상에 어떻게 사리가 있나?”
“그렇다면 왜 나를 꾸짖는가?”
또 혜충 국사를 뵈러 가서 먼저 시자侍者를 보고 물었다.
“국사께서 계십니까?”
“계시기는 계시지만 손님을 만나지 않습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아주 깊고도 아득한 분이시군요.”
“부처님의 눈으로 엿보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용은 용 새끼를 낳고, 봉황은 봉황 새끼를 낳는군요.”
그러고는 곧바로 나와 버렸다. 국사가 잠에서 일어나자 시자가 앞에 있었던 일을 보고하였다. 그러자 국사가 바로 시자를 때리고는 절에서 쫓아 버렸다. 스님이 소문을 듣고는 다시 국사를 찾아뵈었다. 보자마자 곧바로 좌구를 펴자 국사가 말하였다.
“그럴 필요 없다, 그럴 필요 없어.”
스님이 물러서자 국사가 말하였다.
“그렇지, 그렇지.”
스님이 다시 앞으로 다가서자 국사가 말하였다.
“아니지, 아니야.”
스님이 국사를 한 바퀴 돌고는 곧바로 나가 버리자

007_0780_b_01L曰今江西馬大師出世此是選佛塲
007_0780_b_02L者可徃師遂直造纔見馬大師便以
007_0780_b_03L兩手拓幞頭祖顧視之曰南嶽石頭
007_0780_b_04L是汝之師師遽徃彼見石頭亦以前意
007_0780_b_05L投之頭曰著槽廠去師禮拜退入行
007_0780_b_06L者堂隨次執㸑役凡三年忽一日頭
007_0780_b_07L告衆曰來日剗却佛殿前草至來日
007_0780_b_08L衆人各偹鍬钁剗草獨師以盆盛水
007_0780_b_09L剃刀胡跪於頭前頭微笑接刀剃髮
007_0780_b_10L說戒法師掩耳而出後却徃謁馬大師
007_0780_b_11L未叅禮便入僧堂騎却聖僧頸時衆
007_0780_b_12L驚愕遽報大師躬入見之乃曰我子天
007_0780_b_13L師便下禮拜曰謝賜法號因此名
007_0780_b_14L天然後至慧林寺天寒取木佛焚而
007_0780_b_15L向之或譏之師曰吾燒取舍利曰木
007_0780_b_16L佛何有舍利師曰若爾何責我乎
007_0780_b_17L謁忠國師先見侍者乃問國師在否
007_0780_b_18L曰在即在秖是不見客師曰太深遠生
007_0780_b_19L曰佛眼覷不見師曰龍生龍子鳳生鳳
007_0780_b_20L便出國師睡起侍者以前因緣告
007_0780_b_21L國師便打侍者遣出院師聞得却謁
007_0780_b_22L國師纔見便展坐具國師曰不用不用
007_0780_b_23L師退步國師曰如是如是師却進前
007_0780_b_24L國師曰不是不是師繞國師一匝便出

007_0780_c_01L국사가 말하였다.
“성인께서 떠나시고 세월이 아득해 사람들이 대부분 나태하니, 30년 뒤에는 이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또 방거사를 찾아갔다가 문 앞에서 그의 딸을 먼저 만났다. 그녀는 바구니를 들고 나물 캐러 가던 길이었다. 물었다.
“거사께서는 계시는가?”
딸이 바구니를 내려놓고 손을 모으고 섰다. 스님이 말하였다.
“그래서 결국 거사께서 계시다는 거냐?”
딸은 바구니를 들고 바로 가 버렸고, 스님도 곧바로 돌아와 버렸다. 딸이 그의 아버지에게 보고하자 그의 아버지가 말하였다.
“원수의 자식이 우리 집안 가풍을 망치는구나.”
그의 어머니가 듣고는 말하였다.
“붉은 흙을 젖 먹이는 소에게 발라라.”
스님이 장경長慶 4년(824)에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가련다.”
목욕을 마치고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짚고 신을 신은 뒤 한 발을 내디뎠는데, 발이 미처 땅에 닿기도 전에 천화하였다. 수명은 86세였다.
◯ 약산 유엄 선사석두 화상을 계승하였다.
그는 남강南康 한韓씨이다. 17세에 출가하였으며, 석두 화상을 찾아뵙고 비밀히 현묘한 종지를 깨달았다. 어느 날 스님이 앉아 있는데 석두가 보고서 물었다.
“그대는 거기서 무엇을 하는가?”
“한 물건을 위반하지 않습니다.”다른 본에는 ‘위반하다(違)’가 ‘하다(爲)’로 되어 있다.
석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한가롭게 앉아 있는 것이구나.”
“한가롭게 앉았다면 위반하는 것입니다.”
“그대가 ‘위반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위반하지 않는다는 게 뭐냐?”
“천 명의 성인도 모릅니다.”
석두가 말하였다.
“그렇지, 그렇지. 내 게송 하나를 들어 보라.

從來共住不知名   늘 함께 머물면서도 이름을 모르고
任運相將秖麽行   운에 맡기고 서로 어울려 그저 이렇게 가네
自古上賢猶不識   예로부터의 뛰어난 성현들도 알지 못했는데
造次凡流豈可明   덤벙거리는 범부들이 어찌 밝힐 수 있으랴”

스님이 바로 예배하였다. 나중에 약산藥山에 머물자 승려들(海衆)이 구름처럼 모였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첫째, 이것을 버려서는 안 된다. 이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저 높고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서고, 깊고 깊은 바다 밑으로 다녀야 비로소 얻게 되니, 이러한 경지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와 같이 할 수 있다면 비로소 조금이라도 상응하게 된다. 요즘 머리를 내밀고 찾아오는 자들은 모조리 일이 많은 사람들뿐이다. 이처럼 어리석고 둔한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책자 속의 말이나 기억해 자기의 견해라 여기고는

007_0780_c_01L國師曰去聖時遙人多懈怠三十
007_0780_c_02L年後覔此人也難得又訪龐居士
007_0780_c_03L門先見女子提籃取菜次便問居士在
007_0780_c_04L女放下籃子斂手而立師曰畢竟
007_0780_c_05L居士在否女提籃子便行師便廻去
007_0780_c_06L女告其父父曰寃家之子喪我門風
007_0780_c_07L其母聞乃曰赤土茶 [14] 牛嬭師長慶四年
007_0780_c_08L告衆曰吾欲行矣浴訖戴笠策杖授
007_0780_c_09L垂一足未及地而化壽八十六云云

007_0780_c_10L藥山惟儼禪師
南康韓氏十七出家
007_0780_c_11L徃謁頭和尙密領玄旨一日師坐次
007_0780_c_12L頭覩之乃曰汝在遮裏作什麽曰一物
007_0780_c_13L不違他本
作爲
頭曰恁麽則閑坐去也曰閑
007_0780_c_14L坐則違也頭曰汝道不違不違箇什麽
007_0780_c_15L曰千聖亦不識頭曰如是如是聽吾一
007_0780_c_16L

007_0780_c_17L從來共住不知名任運相將秖麽行

007_0780_c_18L自古上賢猶不識造次凡流豈可明

007_0780_c_19L
師便禮拜後住藥山海衆雲集上堂
007_0780_c_20L*苐 [21] 一不得棄這箇這箇是不易得
007_0780_c_21L須是向高高峯頂立深深海底行始得
007_0780_c_22L此處不易得若能如是方有少分相應
007_0780_c_23L如今出頭來盡是多事人覓箇癡鈍人
007_0780_c_24L不可得莫秖記册字上言語以爲自己

007_0781_a_01L다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면 문득 경멸하며 교만을 떠는 짓을 하지 말라. 또한 먹물 옷을 입고 살면서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 속에 이르면 더욱 미세함이 있으니, 예사롭게 여기지 말라. 반드시 알고, 반드시 알아야 한다. 진중하라.”
자사刺史 이고李翶가 스님의 도풍을 흠모하여 여러 차례 초청했지만 응하질 않았다. 이에 직접 산으로 들어가 찾아뵈었는데, 마침 스님이 경을 보고 있었다. 시자가 태수太守가 이곳에 왔다고 말씀드렸지만 스님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고는 성질이 급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얼굴을 보는 것이 이름을 듣는 것만 못하군.”
그러자 스님이 태수를 불렀다.
“귀는 귀하게 여기고 눈은 천하게 여기셔서야 되겠습니까?”
이고가 손을 모으고 사과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스님이 한참을 침묵하다 말하였다.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습니다.”
이고가 흡족하여 기뻐하면서 게송을 지어 스님께 올렸다.

練得身形似鶴形   단련해서 얻은 몸의 형상 흡사 학 같고
千株松下一凾經   천 그루 소나무 아래에는 한 상자의 경전
我來問道無餘說   내가 찾아와 도를 묻자 다른 말씀 없으시고
雲在靑天水在缾   구름은 푸른 하늘에 물은 병에 있다 하시네

스님이 어느 날 밤에 산에 올랐다가 홀연히 달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길게 휘파람을 한 번 불었는데, 그 소리가 90여 리까지 들렸다. 주민들 모두가 이웃집에서 나는 소리라 여겼다가 서로서로 추궁하다 약산까지 찾아오자 대중들이 말하였다.
“지난밤에 화상께서 산에 올랐다가 길게 휘파람을 한 번 부셨습니다.”
스님께서 임종하시려 하면서 외쳤다.
“법당이 쓰러진다. 법당이 쓰러진다.”
대중이 모두 기둥을 잡고 버티자 스님이 손을 들고 말하였다.
“그대들은 내 뜻을 모른다.”
그리고 입적하니, 수명은 84세였다. 시호는 홍도대사弘道大師이고, 탑명은 화성化成이다.
◯ 대전 화상석두 화상을 계승하였다.
처음에 석두石頭를 찾아가자 석두 화상이 물었다.
“어느 것이 그대의 마음인가?”
“말하는 이것입니다.”
석두가 “나가라.”고 고함을 쳤다. 스님은 곧바로 나왔다. 10여 일쯤 지나 다시 물었다.
“먼저의 대답이 틀렸다면, 이를 제외하고 어떤 것이 마음입니까?”
석두가 대답하였다.
“눈썹을 치키거나 눈을 깜박이는 것을 제외한 마음을 가져오라.”
“가져올 마음이 없습니다.”
“너는 원래 마음이 있는데, 왜 마음이 없다고 하는가? 마음이 없다고 해도 비방하는 것이랑 똑같다.”
스님이 이 말끝에 크게 깨달았다. 다른 날 곁에서 모시고 있던 차에 석두가 물었다.
“그대는 참선하는 승려인가, 이 고을 저 고을 돌아다니는 승려인가?”

007_0781_a_01L知見見他不解便生輕慢又莫在衲
007_0781_a_02L衣下空過到遮裏更微細在莫將作等
007_0781_a_03L須知須知珎重刺史李翺嚮師道
007_0781_a_04L屢請不赴乃入山相謁値師看經
007_0781_a_05L侍者遂告太守在此師不顧翺性偏急
007_0781_a_06L乃曰見面不如聞名師召大守何得貴
007_0781_a_07L耳而賤目翺拱手謝之乃問如何是道
007_0781_a_08L師良久曰會麽曰不會師曰雲在靑
007_0781_a_09L天水在缾翺忻所愜述偈上師練得
007_0781_a_10L身形似鶴形千株松下一凾經我來問
007_0781_a_11L道無餘說雲在靑天水在缾師一夜登
007_0781_a_12L忽覩月現乃長嘯一聲應九十餘
007_0781_a_13L居民盡謂隣家遞相推問徒衆曰
007_0781_a_14L昨夜和尙登山長嘯一聲師將順世
007_0781_a_15L乃呌法堂倒也法堂倒也衆皆持柱撑
007_0781_a_16L師擧手曰子不會我意遂告寂
007_0781_a_17L八十有四謚弘道大師塔曰化成

007_0781_a_18L大顚和尙
初到石頭問阿那箇是汝
007_0781_a_19L曰言語者是頭喝出去師便出
007_0781_a_20L于旬日却問前者旣不是除此外
007_0781_a_21L者是心頭曰除却揚眉動目將心來
007_0781_a_22L曰無心可將來頭曰汝元來有心何言
007_0781_a_23L無心無心盡同於謗師言下有省
007_0781_a_24L日侍立次頭問汝是叅禪僧是州縣白

007_0781_b_01L“참선하는 승려입니다.”
“어떤 것이 선인가?”
“눈썹을 치키고 눈을 깜박이는 것입니다.”
“눈썹을 치키고 눈을 깜박이는 것을 제외한 그대의 본래면목을 가져와 나에게 바쳐 보라.”
“화상께서는 눈썹을 치키고 눈을 깜박이는 것을 제외한 저를 살펴보십시오.”
“나는 제거했다.”
“이미 화상께 바쳤습니다.”
“그대가 이미 바쳤다는 ‘내 마음’이란 게 어떤 것인가?”
“화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대의 일에는 관계하지 않는다.”
“본래 물건이 없습니다.”
“그대도 물건이 없다.”
“이미 물건이 없다면 곧 참된 물건이겠습니다.”
“참된 물건은 얻을 수 없다. 그대 마음의 견량見量과 의지意旨가 이 정도였구나. 부디 잘 보호하고 지켜라.”
스님이 곧 예배하였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알아야 한다. 마음을 가져와 보여 줄 수 있으면 비로소 도를 볼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그저 눈썹을 치키거나 눈을 굴리거나 한 번 말하고 한 번 침묵하는 것을 인정해 곧바로 인가하고는 이를 심요心要로 여기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것은 실제로는 아직 끝내지 못한 것이다. 내가 이제 그대들에게 분명히 말해 주겠으니, 각자 듣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다만 온갖 망상과 헤아리는 견해를 버리기만 하면 곧 그대의 참마음이다…….”
◯ 무주 선사무상 화상을 계승하였다.
그는 백애산白崖山에서 오로지 좌선에 힘쓰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 당나라 상국相國 두홍점杜鴻漸과 문답하던 차에 까마귀가 울었다.
두 공이 물었다.
“들리십니까?”
“들립니다.”
까마귀가 날아가고 나서 두 공이 또 물었다.
“들리십니까?”
“들립니다.”
두 공이 말하였다.
“까마귀가 날아가 아무 소리도 없는데, 어떻게 ‘들린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스님이 이에 널리 대중을 향해 말하였다.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바른 법은 듣기 어려우니, 각자 자세히 들으십시오. 들리는 것이 있건 들리는 것이 없건 들음의 성품과는 관계없습니다. 본래 나지도 않았는데 어찌 멸한 적이 있겠습니까. 소리가 있을 때는 소리 티끌이 스스로 나는 것이고, 소리가 없을 때는 소리 티끌이 스스로 소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들음의 성품은 소리를 따라 나지도 않고 소리를 따라 멸하지도 않습니다. 이 들음의 성품을 깨달으면

007_0781_b_01L蹋僧曰叅禪僧頭曰何者是禪曰揚
007_0781_b_02L眉動目是頭曰除却揚眉動目外將汝
007_0781_b_03L本來面目呈我看曰請和尙除却揚
007_0781_b_04L眉動目外鑑某甲頭曰我除竟曰呈
007_0781_b_05L和尙了也頭曰汝旣將呈我心如何
007_0781_b_06L曰不異和尙頭曰不關汝事曰本來無
007_0781_b_07L頭曰汝亦無物曰旣無物即眞物
007_0781_b_08L頭曰眞物不可得汝心見量意旨如此
007_0781_b_09L大須護持師即禮拜上堂曰夫學
007_0781_b_10L道之人須識自家本心將心相示
007_0781_b_11L可見道多見時軰只認揚眉動目
007_0781_b_12L語一默驀頭印可以爲心要此實未
007_0781_b_13L吾今爲汝分明說出各須聽受
007_0781_b_14L除却一切妄運想念見量即汝眞心云
007_0781_b_15L

007_0781_b_16L無住禪師嗣無相
和尙後
居白崖山專務宴坐
007_0781_b_17L經累歲唐相國杜𩿨漸來問答次
007_0781_b_18L杜公問還聞否師曰聞鵝去已
007_0781_b_19L又問聞否曰聞公曰鵶去無聲安得
007_0781_b_20L言聞師乃普告大衆佛母 [15] 難値正法
007_0781_b_21L難聞各各諦聽無聞有聞非關聞性
007_0781_b_22L本來不生何曾有滅有聲之時是聲
007_0781_b_23L塵自生無聲之時是聲塵自滅而此
007_0781_b_24L聞性不隨聲生不隨聲滅悟此聞性

007_0781_c_01L소리 티끌에 굴려지는 일을 면하게 됩니다.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들음은 생기고 소멸하는 일이 없고, 들음은 가고 오는 일도 없습니다.”
두 공과 대중이 모두 머리를 조아리고 예배하였다.
◯ 대주 혜해 선사마조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달주達州 주朱씨이다. 처음 마조를 찾아뵙자 마조가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대운사大雲寺에서 왔습니다.”
“어떤 일을 꼭 하겠다고 여기를 찾아왔는가?”
“불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마조가 말하였다.
“자기 집 안의 보배 창고는 돌아보지 않고 집을 버린 채 정신없이 달리니, 뭐 하는 짓인가? 나의 이곳에는 한 물건도 없는데 무슨 불법을 구하겠다는 것인가?”
스님이 곧바로 예배하고 물었다.
“어떤 것이 혜해慧海의 자기 집 안의 보배 창고입니까?”
마조가 대답하였다.
“바로 지금 나에게 묻는 것이 그대의 보배 창고이다. 온갖 것이 구족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왜 헛되이 밖에서 구하는가?”
스님이 말끝에 깨달은 바가 있어 근본 마음은 지각을 말미암지 않음을 스스로 알아차렸다. 그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예배하며 감사드렸고, 6년을 받들어 모셨다.
『유마경』을 강의하는 좌주가 물었다.
“경에 말하기를 ‘육사외도六師外道가 당신의 스승이라서 그들을 의지해 출가하고, 그들이 떨어지는 곳에 당신 역시 떨어져야 한다. 당신에게 보시하는 것은 복전福田이라 할 수 없고, 당신에게 공양하는 자는 삼악도에 떨어져야 한다. 부처님을 비방하고 법을 비방하고 승가의 무리에 들어가지 않아 끝내 열반을 얻지 못해야 한다. 당신이 만약 이와 같다면 비로소 이 밥을 먹을 수 있다.’ 하였는데, 이 부분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스님이 대답하였다.
“미혹해서 육근六根을 따라다니는 자를 육사六師라 하고, 마음 밖에서 부처를 구하는 자를 외도外道라 합니다. 보시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복전이라 할 수 없고, 마음을 내어 공양을 받으면 삼악도에 떨어집니다. 그대가 만약 부처님을 비방할 수 있다면 부처를 구함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고, 법을 비방할 수 있다면 법을 구함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고, 승가의 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승가를 구함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끝내 열반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지혜의 작용이 현전한 것입니다. 만일 이와 같이 이해할 수 있는 자라면 곧바로 법희法喜와 선열禪悅의 음식을 얻을 것입니다.”
『화엄경』을 강의하는 지志 좌주가 물었다.
“선사께서는 왜 ‘푸르고 푸른 대나무가 모조리 법신이고, 빽빽이 우거진 노란 국화가 반야 아닌 것이 없다.’는 말씀을 수긍하지 않으십니까?”

007_0781_c_01L免聲塵之所轉當知聞無生滅聞無
007_0781_c_02L去來公與大衆稽首作禮

007_0781_c_03L大珠慧海禪師嗣馬
達州朱氏初叅馬
007_0781_c_04L祖曰從何處來曰大雲寺來祖曰
007_0781_c_05L來此擬須何事曰來求佛法祖曰自家
007_0781_c_06L寶藏不顧拋家散走作什麽我這裏
007_0781_c_07L一物也無求甚麽佛法師便禮拜
007_0781_c_08L阿那箇是慧海自家寶藏祖曰即今問
007_0781_c_09L我者是汝寶藏一切具足更無欠少
007_0781_c_10L使用自在何假外求師言下有省
007_0781_c_11L識本心不由知覺踊躍禮謝奉養六載
007_0781_c_12L維摩座主問經云彼外道六師等是汝
007_0781_c_13L之師因其出家彼師所墮汝亦隨墮
007_0781_c_14L其施汝者不名福田供養汝者墮三
007_0781_c_15L惡道謗於佛毁於法不入衆數終不
007_0781_c_16L得滅度汝若如是乃可取食於此未
007_0781_c_17L願爲解說師曰迷隨六根者號之
007_0781_c_18L爲六師心外求佛名爲外道有物可
007_0781_c_19L不名福田生心受供墮三惡道
007_0781_c_20L若能謗佛者是不著佛求毁於法者
007_0781_c_21L是不著法求不入衆數者是不著僧求
007_0781_c_22L不得滅度智用現前若能如是解者
007_0781_c_23L便得法喜禪悅之食華嚴志座主問
007_0781_c_24L故師不許靑靑翠竹盡是法身鬱鬱

007_0782_a_01L스님이 대답하였다.
“법신은 형상이 없지만 푸른 대나무로 응현해 형상을 이루고, 반야는 앎이 없지만 노란 국화를 상대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 노란 국화와 푸른 대나무에 반야와 법신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경에 말하기를 ‘부처님의 참 법신은 마치 허공과 같지만 만물에 감응해 형상을 나타내는 것이 마치 물속의 달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노란 국화가 만약 반야라면 반야는 곧 무정물과 같을 것이고, 푸른 대나무가 법신이라면 푸른 대나무가 도리어 감응하면서 작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좌주여,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성품을 본 사람이라면 ‘그렇다’고 말해도 되고, ‘그렇지 않다’고 말해도 됩니다. 쓰임새 따라 말하면서 시비에 막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품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푸른 대나무라고 말하면서 푸른 대나무에 집착하고, 나아가 반야라고 말하면서 반야를 모릅니다. 그래서 모두 논쟁거리가 되고 맙니다.”
좌주가 예배하고 물러갔다.
또 삼장 법사가 물었다.
“진여眞如에도 변역變易이 있습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변역이 있습니다.”
“선사는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스님이 도리어 삼장에게 물었다.
“진여가 있습니까?”
“있지요.”
“만약 변역이 없다고 말한다면 평범한 승려임에 틀림없군요. 어찌 듣지도 못했습니까? 선지식은 능히 삼독三毒을 삼취정계三聚淨戒로 바꾸고, 육식六識을 육신통六神通으로 바꾼다고 했습니다. 삼장은 진실로 자연외도自然外道이군요.”
“그렇다면 진여는 변역이 있는 것입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진여에 변역이 있다고 집착하면 역시 외도입니다.”
“선사는 아까는 진여에 변역이 있다고 하시더니 지금은 또 변역하지 않는다고 하시니, 어느 말이 옳습니까?”
“만약 성품을 본 사람이라면 마니주摩尼珠에 빛깔이 나타나는 것처럼 ‘변한다’고 말해도 되고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됩니다. 하지만 만약 성품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진여가 변한다’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변한다’는 견해를 짓고,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변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짓습니다.”
삼장이 말하였다.
“남종南宗은 참으로 측정할 수 없군요.”
원源 율사가 물었다.
“화상께서도 도를 닦으실 때 공력을 들이십니까?”
“공력을 들입니다.”
“어떻게 공력을 들이십니까?”

007_0782_a_01L黃花無非般若師曰法身無像應翠
007_0782_a_02L竹以成形般若無知對黃花而顯相
007_0782_a_03L非彼黃花翠竹而有般若法身故經云
007_0782_a_04L佛眞法身猶若虗空應物現形如水
007_0782_a_05L中月黃花若是般若般若即同無情
007_0782_a_06L翠竹若是法身翠竹還能應用座主會
007_0782_a_07L曰不了師曰若見性人道是亦得
007_0782_a_08L道不是亦得隨用而說不滯是非
007_0782_a_09L不見性人說翠竹著翠竹乃至說般若
007_0782_a_10L不識般若所以皆成爭論主禮拜而退
007_0782_a_11L又三藏法師問眞如有變易否師曰有
007_0782_a_12L變易曰禪師錯也師却問三藏有眞
007_0782_a_13L如否曰有師曰若無變易決定是凡
007_0782_a_14L僧也豈不聞善知識者能廻三毒
007_0782_a_15L三聚淨戒廻六識爲六神通眞如若
007_0782_a_16L無變易三藏眞是自然外道也曰若爾
007_0782_a_17L眞如即有變易否師曰若執眞如有
007_0782_a_18L變易亦是外道曰禪師適來說眞如
007_0782_a_19L有變易如今又道不變易如何即是
007_0782_a_20L師曰若見性者如摩尼珠現色說變亦
007_0782_a_21L說不變亦得若不見性人聞說眞
007_0782_a_22L如變便作變解聞說不變便作不變
007_0782_a_23L藏曰南宗實不可測又源律師問
007_0782_a_24L和尙修道還用功否師曰用功曰如

007_0782_b_01L“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잡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 스님과 똑같이 공력을 들이는 것입니까?”
“같지를 않습니다.”
“왜 같지 않습니까?”
“그들은 밥을 먹을 때도 기꺼이 밥을 먹지 않고 온갖 것을 찾고 따지며, 잠을 잘 때도 기꺼이 잠을 자지 않고 온갖 것을 계산하고 비교합니다. 그래서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율사가 말문이 막혔다.
또 법명法明이라는 율사가 스님에게 말하였다.
“선사들은 공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스님이 말하였다.
“도리어 좌주들이 공에 떨어졌지요.”
법명이 깜짝 놀라며 말하였다.
“왜 공에 떨어졌다고 하십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경전과 논서는 종이에다 먹으로 쓴 문자이고, 소리 위에서 단어(名)와 구절(句) 따위의 법을 건립한 것이니, 공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좌주들은 그것을 교체敎體라며 집착하고 있으니, 어찌 공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겠습니까?”
법명이 말하였다.
“선사께서 공에 떨어진 게 아닙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공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물며 문자까지도 모두 지혜로부터 생긴 것이고 대용大用이 현전한 것인데, 어떻게 공에 떨어질 수 있겠습니까?”
법명이 예배하며 감사드리고 물러갔다.
◯ 석공산 혜장 선사마조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본래 사냥으로 업을 삼으면서 사문沙門을 싫어하였다. 하루는 사슴을 쫓다가 마조의 암자 앞을 지나게 되었다.
마조에게 물었다.
“사슴이 지나는 것을 보셨소?”
마조가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사냥꾼입니다.”
“화살 한 발로 몇 마리나 잡는가?”
“화살 한 발이면 한 마리는 꼭 잡지요.”
“당신은 활 솜씨가 별로군.”
“화상은 활을 쏠 줄 압니까?”
“쏠 줄 알지.”
“화상은 화살 한 발로 몇 마리나 잡습니까?”
“화살 한 발로 한 무리를 잡지.”
“저것들도 나와 같은 생명체들인데, 한 무리를 다 잡아서야 되겠습니까?”
마조가 말하였다.
“그대가 그런 줄 안다면 왜 자신은 쏘지 않는가?”
“저 자신을 쏘라 하신다면, 손을 댈 곳이 없습니다.”
“이놈이 아득한 겁의 무명을 오늘 단박에 쉬는구나.”
석공은 그 자리에서 활과 화살을 던져 버리고 마조에게 귀의해 출가하였다. 어느 날 일을 하는데 마조가 물었다.
“너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소를 키웁니다.”
“소를 어떻게 키우는가?”
“획 돌아 풀밭으로 들어가면 얼른 콧구멍을 잡아서 데리고 옵니다.”

007_0782_b_01L何用功師曰飢來喫食困來即眼
007_0782_b_02L一切人揔如是同師用功否師曰不
007_0782_b_03L曰何故不同師曰他喫飯時不肯
007_0782_b_04L百種須索睡時不肯睡千般計較
007_0782_b_05L所以不同律師杜口又律師法明
007_0782_b_06L師曰禪師家多落空師曰却是座主
007_0782_b_07L家落空明驚曰何得落空師曰經論
007_0782_b_08L是紙墨文字於聲上建立名句等法
007_0782_b_09L非是空座主執滯敎體豈不落空
007_0782_b_10L禪師落空否師曰不落空況文字
007_0782_b_11L皆從智慧而生大用現前那得落空
007_0782_b_12L明禮謝而退

007_0782_b_13L石鞏山慧藏禪師
本戈獵爲務惡見
007_0782_b_14L沙門因逐鹿從馬祖庵前過問祖曰
007_0782_b_15L還見鹿過否祖曰汝是何人曰獵人
007_0782_b_16L祖曰一箭射幾箇曰一箭射一箇祖曰
007_0782_b_17L汝射不善曰和尙解射否祖曰解射
007_0782_b_18L曰和尙一箭射幾箇祖曰一箭射一群
007_0782_b_19L曰彼此生命何得射一群祖曰汝知如
007_0782_b_20L何不自射曰若敎某甲自射直是
007_0782_b_21L無下手處祖曰這漢廣劫無明今日頓
007_0782_b_22L鞏當時擲下弓箭投祖出家一日
007_0782_b_23L作務次祖問汝在這裏作什麽曰牧
007_0782_b_24L祖曰如何牧牛曰一廻落草去

007_0782_c_01L마조가 말하였다.
“그렇지, 그렇지.”
◯ 반산 보적 선사마조 대사를 계승하였다.
시장에서 한 나그네가 돼지고기를 파는 것을 보고 그 백정에게 말했다.
“좋은 부위로 한 근만 잘라 주시오.”
백정이 칼을 내려놓고는 합장하고 말하였다.
“장사長史여, 어디가 좋지 않은 부위입니까?”
스님은 그 말끝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또 사람이 죽었는데, 상여잡이가 요령을 흔들면서 “붉은 태양도 결국은 서쪽으로 지는구나, 정처 없는 혼령이여 어디로 가려는가.” 하자 휘장 아래의 효성스러운 자식들이 곡을 하면서 “슬프구나, 슬프구나.” 하였다. 이것을 보고 스님은 홀연히 몸과 마음에 환희심이 솟구쳤다. 돌아와 이 이야기를 마조께 말씀드리자 마조가 인가하였다.
스님이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마음에 아무 일이 없다면 만법이 생겨나지 않는다. 의식에 현묘하고 미묘함마저 끊어진다면 가는 먼지인들 어찌 성립하겠는가? 도는 본래 체體가 없는데도 도를 의지해 이름(名)을 세우고, 도는 본래 이름이 없는데도 이름을 의지해 호칭(號)을 세운다. 만약 ‘마음이 곧 부처다.’라고 말한다면 아직 현묘함과 미묘함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이고, 만약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여전히 이것은 자취를 가리키는 극칙極則일 뿐이다. 위로 향하는 한 길(向上一路)은 천 명의 성현도 전하지 못하는 것인데 배우는 자들이 그림자를 잡으려는 원숭이처럼 몸만 수고롭게 하는구나. 대도大道는 중간이 없는데 다시 무엇을 앞이라 하고 뒤라 하겠는가? 아득한 허공은 한계가 끊어졌는데 무엇으로 측량을 하겠으며, 허공이 이미 이와 같다면 도를 다시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마음 달이 홀로 둥글어 그 광명이 만상을 머금고 있으니, 광명이 경계를 비추는 것도 아니고, 경계 또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광명과 경계가 모두 없어지면 다시 이것이 무슨 물건인가?
선덕禪德이여, 마치 칼을 휘둘러 허공을 베는 것과 같으니, 미치고 미치지 못함을 논하지 말라. 이것은 바로 허공의 바퀴가 자취가 없고, 칼의 날에 이지러짐이 없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을 수 있다면 마음 마음에 앎이 없나니, 온 마음이 곧 부처요, 온 부처가 곧 사람이다. 사람과 부처가 다르지 않아야 비로소 도라 할 수 있다.
선덕이여, 이런 가운데서 도를 배울 수 있다면, 마치 땅이 산을 받들고 있되 산의 높고 험함을 모르는 것과 같고, 돌이 옥을 품고 있되 옥에 티가 없음을 모르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한다면 이것을 출가라 한다. 따라서 도사導師께서 말씀하셨다.
‘법이 본래 서로를 장애하지 않고, 삼제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면 오히려 금가루를 눈에 넣은 재난과 같다.’

007_0782_c_01L鼻拽將來祖曰如是如是

007_0782_c_02L盤山寶積禪師
因於市肆見一客買
007_0782_c_03L猪肉語屠家曰精底割一斤來屠家
007_0782_c_04L放下刀叉手云長史那箇是不精底
007_0782_c_05L言下有省又見人▼(扌+舁)喪謌郞振鈴云
007_0782_c_06L紅輪決定沉西去未委靈魂徃那方
007_0782_c_07L下孝子哭云哀哀師忽身心踊躍
007_0782_c_08L擧似馬祖祖印可師示衆曰心若無
007_0782_c_09L萬法不生意絶玄微纎塵何立
007_0782_c_10L本無體因道而立名道本無名因名
007_0782_c_11L而立號若言即心即佛未入玄微
007_0782_c_12L言非心非佛猶是指蹤之極則向上一
007_0782_c_13L千聖不傳學者勞形如猿捉影
007_0782_c_14L道無中復誰先後長空絶際何用稱
007_0782_c_15L空旣如斯道復何說心月孤圓
007_0782_c_16L吞萬像光非照境境亦非存光境俱
007_0782_c_17L復是何物禪德譬如擲釰揮空
007_0782_c_18L論及與不及斯乃空輪無迹釰刃無虧
007_0782_c_19L若能如是心心無知全心即佛全佛
007_0782_c_20L即人人佛無異始爲道矣禪德可中
007_0782_c_21L學道似地擎山不知山之孤峻如石
007_0782_c_22L含玉不知玉之無瑕若得如是是名
007_0782_c_23L出家故導師曰法本不相礙三際亦
007_0782_c_24L復然無爲無事人猶是金鎻難所以

007_0783_a_01L그러므로 신령스러운 근원은 홀로 빛나고, 길이 끊어져 생기는 일이 없으며, 큰 지혜는 밝음이 아니고, 참다운 공은 자취가 없다. 진여니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말들이 모두 잠꼬대이고, 부처와 열반도 모두 말에다 말을 더한 것일 뿐이다.
선덕이여, 모름지기 스스로 살펴보라. 아무도 그대를 대신하지 못한다. 삼계에 법이 없는데 어디서 마음을 구하며, 사대가 본래 공한데 부처인들 어디에 의지해 머무르겠는가? 선기璿璣는 움직이지 않으며 고요히 말이 없으니,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 드러낼 뿐 다시 다른 일은 없다. 진중하라.”
스님이 장차 세상을 뜨려고 하면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누가 나의 얼굴을 그릴 수 있겠는가?”
대중이 다들 스님의 초상을 그려다 바쳤지만 스님은 그들을 모두 때렸다. 오직 보화普化만이 휙 물구나무를 서더니 나가 버렸다.
스님이 말하였다.
“저 스님이 나중에 미친 짓으로 사람들을 교화할 날이 있으리라.”
스님이 천화하신 후 응적대사凝寂大師 진제의 탑(眞際之塔)이란 시호를 내렸다.
◯ 오설산 영묵 선사마조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비릉毗陵의 선宣씨이다. 처음에 마조를 찾아가 머리를 깎게 되었다. 구족계를 받은 후 곧 심인을 받고, 멀리 석두石頭를 찾아뵈었다.
물었다.
“한마디에 서로 계합하면 머물고, 서로 계합하지 않으면 가겠습니다.”
석두가 자리에 앉자 스님이 곧바로 나가 버렸다. 석두가 불렀다.
“사리闍梨.”
스님이 고개를 돌리자 석두가 말하였다.
“날 때부터 늙을 때까지 단지 그것뿐이다. 다시는 다른 곳에서 찾지 말라.”
스님은 드디어 주장자를 걸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무심無心이 됩니까?”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뒤집어도 태연하고 고요하며 땅이 흔들려도 편안히 잠드는데 어떻게 그것을 분별하겠는가?”
스님은 원화元和 연중에 목욕하고 향을 사르고는 단정히 앉아 대중에게 말하였다.
“법신은 원만하고 적멸하지만 오고 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 명의 성현이 근원은 같고 만 가지 영혼이 하나로 돌아가니, 내가 이제 물거품처럼 흩어진다 해서 어찌 슬퍼하겠는가? 공연히 스스로 정신을 수고롭게 하지 말고 모름지기 정념正念을 간직하라. 이 명命을 준수한다면 참으로 나의 은혜를 갚는 일이요, 말을 어긴다면 나의 제자가 아니다.”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가는 곳이 없다.”
“저는 왜 보지 못합니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마치고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수명은 72세이고, 법랍은 41세였다.

007_0783_a_01L靈源獨耀道絕無生大智非明眞空
007_0783_a_02L無迹眞如凡聖皆是夢言佛及涅槃
007_0783_a_03L並爲增語禪德且須自看無人替代
007_0783_a_04L三界無法何處求心四大本空佛依
007_0783_a_05L何住璿璣不動寂爾無言覿面相呈
007_0783_a_06L更無餘事珎重師將順世謂衆曰
007_0783_a_07L有人邈得吾眞否衆皆將寫眞呈師並
007_0783_a_08L唯普化便打斤斗而出去師曰遮僧
007_0783_a_09L向後風狂接人去在旣奄化後謚凝寂
007_0783_a_10L大師眞際之塔

007_0783_a_11L五洩山靈默禪師
毗陵宣氏初謁馬
007_0783_a_12L遂得披剃具戒後即受心印遠謁
007_0783_a_13L石頭乃問一言相契即住不相契即去
007_0783_a_14L頭據坐師便出頭召曰闍梨師廻首
007_0783_a_15L頭曰從生至老秖遮箇更莫別求師遂
007_0783_a_16L挂錫師因問如何得無心去曰傾山覆
007_0783_a_17L海晏然靜地動安眠豈采伊師元和
007_0783_a_18L沐浴焚香端坐告衆曰法身圓寂
007_0783_a_19L示有去來千聖同源萬靈歸一吾今
007_0783_a_20L漚散胡假興哀無自勞神須存正念
007_0783_a_21L若遵此命眞報吾恩儻固違言非吾
007_0783_a_22L之子時僧問和尙向什麽處去師曰
007_0783_a_23L無去處曰某甲何不見師曰非眼所覩
007_0783_a_24L言訖奄然順化壽七十有二臘四十一

007_0783_b_01L
◯ 유관 선사마조 대사를 계승하였다.
그는 구주衢州의 축祝씨이다. 열세 살 때 살생하는 것을 보고는 애처로워하면서 먹지 않았고, 이에 출가하기를 원하였다. 처음에는 계율(毗尼)을 익히고 지관止觀을 닦았는데, 나중에 대적大寂을 찾아뵙고 비로소 마음의 요체를 얻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매우 좋은 산이다.”
“학인이 도를 물었는데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좋은 산이라 말씀하십니까?”
“너는 그저 좋은 산으로만 알고 있구나. 어찌 도를 통달한 적이 있겠는가.”
백거이白居易가 물었다.
“선사라 하면서 어찌하여 설법을 하십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위없는 보리는 몸에 있으면 계율이 되고, 입으로 말하면 법이 되고, 마음으로 행하면 선이 됩니다. 응하여 사용하는 것은 셋이지만 그 궁극은 하나입니다. 비유하자면 강江(장강)과 호湖(동정호)와 회淮(회수)와 한漢(한수)은 소재하는 장소에 따라 이름을 세운 것입니다. 이름은 비록 하나가 아니지만 물의 성품은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계율이 곧 법이고 법이 선을 벗어나지 않는데, 왜 그 가운데서 허망하게 분별을 일으키십니까? 어떤 스님이 대주 혜해大珠慧海 선사께 ‘율사ㆍ법사ㆍ선사 가운데 어떤 분이 가장 수승한지 모르겠다.’고 하자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율사란 비니毗尼의 법장을 열어서 부처님의 유풍을 전하고, 준수한 것인지 범한 것인지를 통달하고 허용할 부분과 금지할 부분에 통달하며, 위의를 지키고 궤범을 시행하며, 세 차례의 갈마羯麽를 시행하여 네 과위의 최초 원인을 만드는 자이니, 만약 오랜 세월 덕을 쌓은 장로(白眉)가 아니라면 어찌 감히 흉내나 내겠는가.
법사란 사자좌에 걸터앉아 폭포 같은 웅변을 쏟아 내고, 빽빽이 모인 사람들을 마주해 현묘한 관문을 열어 주며, 반야의 오묘한 방편문으로 삼륜三輪이 평등한 공을 베푸는 자이니, 만약 용상 대덕이 아니라면 어찌 감히 이 일을 감당하겠는가.
선사란 추요樞要를 취하여 마음의 근원을 곧바로 깨닫고, 나타나고 사라지고 거두고 펴면서 종횡으로 사물에 응하고, 현상과 이치에 모두 균등하여 단박에 여래를 보고, 생사의 깊은 근원을 뽑아 버려 눈앞의 삼매를 얻는 자이니, 만약 안정된 선정으로 고요히 사유하지 않는다면 여기에 이르러 모두가 망연할 것이다. 근기에 따라 법을 주기에 비록 삼학三學의 차별이 있지만 뜻을 얻고 말을 잊는다면 일승一乘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므로 경에서 말씀하셨다.

十方佛土中     시방의 불토 안에는
唯有一乘法     오직 일승의 법만 있고
無二亦無三     이승도 없고 삼승도 없다

007_0783_b_01L惟寛禪師
衢州祝氏年十三見殺生
007_0783_b_02L䀌然不食乃求出家初習毗尼修止
007_0783_b_03L後叅大寂乃得心要師因問如何
007_0783_b_04L是道曰大好山曰學人問道何言好山
007_0783_b_05L師曰汝秖識好山何曾達道白居易問
007_0783_b_06L旣曰禪師何以說法師曰無上菩
007_0783_b_07L提者被於身爲律說於口爲法行於
007_0783_b_08L心爲禪應用者三其致一也譬如江
007_0783_b_09L湖淮漢在處立名名雖不一水性無
007_0783_b_10L律即是法法不離禪云何於中
007_0783_b_11L起分別如慧海因問未知律師法師禪
007_0783_b_12L何者最勝彼曰夫律師者啓毗尼
007_0783_b_13L之法藏傳壽命之遺風洞持1)▼(犭+巴)而達
007_0783_b_14L開遮秉威儀而行軌範牒三羯麽作
007_0783_b_15L四果初因若非宿德白眉焉敢造次
007_0783_b_16L夫法師者踞師子之座瀉懸河之辯
007_0783_b_17L對稠人廣衆啓鑿玄關般若妙門
007_0783_b_18L三輪空施若非龍象蹴蹋安敢當斯
007_0783_b_19L夫禪師者撮其樞要直了心源出沒
007_0783_b_20L卷舒 [16] 橫應物咸均事理頓見如來
007_0783_b_21L拔生死之深根獲現前之三昧若不安
007_0783_b_22L禪靜慮到遮裏揔須茫然隨機授法
007_0783_b_23L三學雖殊得意忘言一乘何異故經
007_0783_b_24L十方佛土中唯有一乘法無二亦

007_0783_c_01L除佛方便說     부처님의 방편설은 제외하니
但以假名字     그건 다만 거짓 명자로
引導於衆生     중생들을 인도하신 것이다’ ”

물었다.
“이미 분별이 없다면 어떻게 마음을 닦습니까?”
“마음이 본래 손상된 일이 없는데, 닦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더러움과 깨끗함을 막론하고 일체 생각(念)을 일으키지 말라.”
물었다.
“더러움이야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만, 깨끗함도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까?”
“금가루가 귀한 보배라지만 눈에 들어가면 역시 병이 된다.”
물었다.
“닦음도 없고 생각함도 없으면 범부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범부는 무명이고 이승은 집착이니, 이 두 가지 병을 여의어야 참수행이라고 말한다. 참수행이란 힘을 써서도 안 되고 망각해서도 안 되니, 힘을 쓰면 집착에 가깝고 망각하면 무명에 떨어진다. 이것을 마음의 요체라고 그렇게 말한다.”
물었다.
“도가 어디에 있습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바로 눈앞에 있다.”
“저는 왜 보지 못합니까?”
“그대는 ‘나(我)’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지 못한다.”
“제가 ‘나(我)’가 있기 때문에 보지 못한다면, 화상께서는 그럼 보십니까?”
“‘너’가 있고 ‘나’가 있으면 더욱더 보지 못한다.”
“‘나’도 없고 ‘너’도 없으면 그럼 보입니까?”
“‘너’도 없고 ‘나’도 없는데 누가 보기를 바란단 말인가?”
스님은 원화元和 연중에 돌아가셨다. 시호는 대철선사大徹禪師, 정진正眞의 탑이다.
◯ 양주 방온마조 대사에게 참학하였다.
그의 자字는 도현道玄이다. 대대로 유도儒道로 업을 삼는 집안이었으나 어릴 적에 번뇌를 깨닫고 참된 진리를 구할 뜻을 품었다. 처음에 석두石頭를 찾아갔고, 나중에 단하丹霞와 벗이 되었다.
어느 날 석두가 물었다.
“자네는 나를 만난 뒤로 날마다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날마다 하는 일을 물으신다면 입을 열 곳이 없습니다.”
그러고는 게송을 올렸다.

日用事無別     날마다 하는 일에 별다른 것 없으니
唯予自偶諧     오직 저 자신과 어울릴 뿐입니다
頭頭非取捨     이것도 저것도 취하거나 버릴 것이 아니고
處處勿張乖     이곳저곳에서 펼치거나 어겨서도 안 됩니다

朱紫誰爲號     붉은색과 자주색은 누가 붙인 이름인가
丘山絕點埃     언덕이건 산이건 티끌 한 점 없어라
神通并妙用     신통과 오묘한 작용이란
運水及般柴     물 긷고 나무하는 일

석두가 말하였다.
“그렇지.”
나중에 마조에게 물었다.
“만법과 벗하지 않는 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007_0783_c_01L無三除佛方便說但以假名字引導
007_0783_c_02L於衆生問旣無分別何以修心師曰
007_0783_c_03L心本無傷損云何要修理無論垢淨
007_0783_c_04L一切勿念起問垢即不可念淨無念可
007_0783_c_05L師曰金屑雖寶著眼亦爲病問無
007_0783_c_06L修無念何異凡夫耶師曰凡夫無明
007_0783_c_07L二乘執著離此二病是名眞修眞修
007_0783_c_08L不得勤不得忘勤即近執著忘即
007_0783_c_09L落無明此爲心要云爾問道在何處
007_0783_c_10L師曰祇在目前曰我何不見師曰汝有
007_0783_c_11L我故所以不見問我有我故即不見
007_0783_c_12L和尙還見否答有汝有我展轉不見
007_0783_c_13L問無我無汝還見否曰無汝無我
007_0783_c_14L誰求見師元和中終謚大徹禪師正眞
007_0783_c_15L之塔云云

007_0783_c_16L襄州龐蘊
字道玄世以儒爲業
007_0783_c_17L悟塵勞志求眞諦初謁石頭後與丹
007_0783_c_18L霞爲友一日頭問子見老僧已來
007_0783_c_19L用事作麽生曰若問日用事即無開口
007_0783_c_20L乃上偈日用事無別唯予自偶諧
007_0783_c_21L頭頭非取捨處處勿張乖朱紫誰爲號
007_0783_c_22L丘山絕點埃神通并妙用運水及般柴
007_0783_c_23L石頭曰然後問馬祖不與萬法爲侶者
007_0783_c_24L「▼(犭+巴)」疑「犯」{編}

007_0784_a_01L마조가 말하였다.
“그대가 한입에 서강西江 물을 다 마시기를 기다렸다가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거사가 말끝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그곳에 머물면서 2년 동안 모신 후에 게송 한 수를 올렸다.

有男不婚      장가가지 않은 남자들
有女不嫁      시집가지 않은 여자들
大家團欒頭     큰 집에 단란하게 둘러앉아
共說無生話     함께 무생無生을 이야기하네

이때부터 기지와 변재가 신속하고 민첩해 온 지방에서 그를 흠모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곽서郭西의 작은 집에서 살았는데, 영조靈照라는 딸 하나가 항상 따라다니면서 대나무 조리를 엮어 그것을 팔아 아침저녁 끼니를 이었다. 이런 게송을 지었다.

心如境亦如     마음도 여여하고 경계도 여여해
無實亦無虗     진실도 없고 허망도 없구나
有亦不管      있음도 상관하지 않고
無亦不居      없음에도 머물지 않으니
不是賢聖      이는 현성이 아니라
了事凡夫      일을 마친 범부일 뿐

거사가 열반에 들려고 할 때, 딸 영조에게 나가서 해가 어디쯤 있는지 살피고 정오가 되면 알리라 하였다. 영조가 뜻을 알고는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와 보고하였다.
“해가 벌써 중천에 떴고 일식까지 있습니다.”
거사가 문을 열고 나가 살피는 틈에 영조가 아버지 자리에 올라가 합장한 채 앉아서 열반에 들었다. 거사가 돌아와 보고는 웃으며 말하였다.
“내 딸의 기봉이 민첩하구나.”
그래서 다시 7일을 연기하였는데, 주의 목사 우공于公이 문병을 오자 거사가 말하였다.
“그저 온갖 있는 것을 비우기를 바랄 뿐이니, 절대로 온갖 없는 것을 채우려 하지 마십시오. 세간에 잘 머물다 가니 모든 게 메아리 같고 그림자 같구려.”
말을 마치고는 우공의 무릎을 베고 죽었다. 유언에 따라 시체를 태워서 버리니, 강호의 승속들이 애도하면서 말하였다.
“선문의 방거사는 비야리성毗耶離城의 정명淨名이었다.”
당시 그가 지은 게송 300여 편이 세상에 전한다.
◯ 지주 남전 보원 선사마조 대사를 계승하였다.
정주鄭州의 왕王씨이다. 처음에는 상부相部의 구장舊章을 익혀 계율의 편篇과 취聚를 궁구하였고, 다음에는 여러 강석을 다니면서 『능가경楞伽經』ㆍ『화엄경華嚴經』 등을 편력하였고, 『중론中論』ㆍ『백론百論』ㆍ『십이문론十二門論』의 관법에 들어가 현묘한 이치를 정밀히 연마하였다. 그 후 대적大寂의 방을 두드려 단박에 통발을 잊고 유희삼매遊戲三昧를 얻었다. 어느 날 대중 스님들에게 죽을 돌리는데 마조가 물었다.
“통에 뭐가 들었는가?”
스님이 말하였다.
“이 늙은이가 입을 다물 것이지 무슨 말을 이리 지껄이는가.”

007_0784_a_01L是什麽人祖曰待汝一口吸盡西江水
007_0784_a_02L即向汝道居士言下有省乃住叅承二
007_0784_a_03L年後遂上一頌有男不婚有女不嫁
007_0784_a_04L大家團欒頭共說無生話自爾機辯迅
007_0784_a_05L諸方嚮之云云後居郭西小舍
007_0784_a_06L女靈照常隨製竹漉籬令䰞之以供
007_0784_a_07L朝夕有偈曰心如境亦如無實亦無
007_0784_a_08L有亦不管無亦不居不是賢聖
007_0784_a_09L事凡夫居士將入滅遂令女靈照
007_0784_a_10L視日早晩及午以報靈照領旨出遽
007_0784_a_11L廻報曰日已中矣而有蝕也居士出戶
007_0784_a_12L觀次照登父座合掌坐亡居士廻見
007_0784_a_13L笑曰我女鋒捷矣於是更延七日州牧
007_0784_a_14L于公問疾次居士謂曰但願空諸所
007_0784_a_15L愼勿實諸所無好住世間皆如影
007_0784_a_16L言訖枕公膝而終遺命焚棄江湖
007_0784_a_17L緇白傷悼謂禪門龐居士即毗耶淨名
007_0784_a_18L有詩偈三百餘篇而傳於世

007_0784_a_19L池州南泉普願禪師
鄭州王氏初習
007_0784_a_20L相部舊章究毗尼篇聚次遊諸講肆
007_0784_a_21L歷楞伽華嚴入中百門觀精練玄義
007_0784_a_22L扣大寂之室頓然忘筌得遊戱三昧
007_0784_a_23L一日爲衆僧行粥次馬祖問桶裏是什
007_0784_a_24L師曰遮老漢合取口作恁麽語話

007_0784_b_01L마조는 바로 그만두었고, 나머지 동참했던 사람들도 감히 스님에게 따져 묻는 자가 없었다. 그 후로 현묘한 강령을 크게 떨치자 이때부터 배우는 이들이 수백 명을 밑돌지 않았고, 그 말씀이 제방에 가득하여 그를 영장郢匠이라 지목하였다.
어느 날 스님이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절대로 말로 단정하지 말라. 말로 단정하면 머리에 뿔이 난다. ‘여여如如’라 부른다 해도 일찌감치 이는 변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모름지기 이류異類17@ 가운데서 행동해야 한다.”
나중에 귀종歸宗이 이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비록 축생처럼 행동하지만 축생의 과보를 받지는 않는다.”
스님이 이 이야기를 듣고 말하였다.
“맹팔랑孟八郞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엄경』이 바로 법신불이 설하신 것이라는데, 어떻습니까?”
“그대는 조금 전에 무슨 말을 했는가?”
그가 다시 묻자 스님이 그를 응시하면서 탄식하였다.
“만약 법신이 설한 것이라면 그대가 그걸 어느 곳에서 듣겠는가?”
“저는 모르겠습니다.”
“참 어렵구나, 참 어려워. 일단 가서 진중하라.”
스님이 ‘내일은 농장을 둘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날 밤 토지신土地神이 먼저 농장 담당자에게 알려 주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스님이 도착해 물었다.
“왕노사王老師가 올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줄줄이 늘어서 있나?”
담당자가 대답하였다.
“어젯밤에 토지신이 찾아와 알려 주었습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노승의 수행이 힘이 없어서 귀신에게 들켰구나.”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이미 대선지식이신데 왜 도리어 귀신에게 들켰습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토지신 앞에 밥 한 몫을 더 놓아라.”
스님이 병을 보이자 제일좌第一座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세상을 뜨신 후에 어디로 가시렵니까?”
“산 아래 한 마리 암소가 되련다.”
“제가 화상을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그대가 나를 따라오려면 모름지기 한 줄기 풀을 물고 와야 한다.”
스님은 대화大和 8년(834)에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눈병에 반짝이던 별빛, 등불에 춤추던 허깨비가 오래도 견디었다. 내가 오거나 간 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말씀을 마치고 이별하니, 수명은 87세이고 법랍은 57세였다.
◯ 자옥산 도통 선사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삼계를 벗어날 수 있습니까?”

007_0784_b_01L馬祖便休自餘同叅之流無敢詰問
007_0784_b_02L後大振玄綱自此學道不下數百
007_0784_b_03L言滿諸方目爲郢匠一日師示衆曰
007_0784_b_04L忌道著道著即頭角生喚作如如
007_0784_b_05L是變也今時人須向異類中行後歸宗
007_0784_b_06L聞乃曰雖行畜生行不得畜生報
007_0784_b_07L聞乃曰孟八郞又恁麽去也師因僧
007_0784_b_08L問華嚴經是法身佛說如何曰汝適來
007_0784_b_09L道什麽語僧再問師顧示歎曰若是
007_0784_b_10L法身說汝向什麽處聽僧曰某甲不會
007_0784_b_11L師曰大難大難且去珎重師擬取明日
007_0784_b_12L遊莊其夜土地神先報莊主乃預以
007_0784_b_13L爲偹師到乃問爭知王老師來排辨
007_0784_b_14L如此主曰昨夜土地神來報師曰老僧
007_0784_b_15L修行無力猶披鬼神覷見時僧問
007_0784_b_16L是大善知識爲什麽却被鬼神覷見
007_0784_b_17L曰土地前更下一分飯師示疾1) [22]
007_0784_b_18L座問和尙百年後向什麽處去師曰山
007_0784_b_19L下作一頭水牯牛去僧曰某甲隨和尙
007_0784_b_20L去還得否師曰汝若隨我來却須㘅取
007_0784_b_21L一莖草來師大和八年告衆曰星翳燈
007_0784_b_22L幻亦久矣莫謂吾有去來也言訖而謝
007_0784_b_23L壽八十七臘五十七

007_0784_b_24L紫玉山道通禪師
因問如何得出三界

007_0784_c_01L대답하였다.
“그 속에 얼마나 있었는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벗어납니까?”
“청산은 흰 구름이 날아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
우적于頔 상공相公이 물었다.
“어떤 것이 심한 바람이 배에 불어닥쳐 나찰 귀신의 나라로 표류하는 것입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우적이여, 당신이 그런 일은 물어서 무엇 하리오?”
상공이 깜짝 놀라자 스님이 그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나찰 귀신의 나라에 표류하는 것입니다.”
상공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스님이 상공을 부르자 공이 “네.” 하고 대답을 하였다.
스님이 말하였다.
“다시는 다른 것을 구하지 마십시오.”
나중에 어떤 스님이 이 이야기를 약산藥山에게 거론하자, 약산이 말하였다.
“꽁꽁 묶어 죽이는구먼.”
“화상이라면 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약산이 그 스님의 이름을 불렀다. 그 스님이 “네.” 하고 대답하자, 약산이 말하였다.
“그게 뭔가?”
◯ 자만 선사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둡다는 것을 제외하고 다시 무엇을 말해야 할까?”
이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다툼 없는 구절입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온 천지가 시끄러운 것이다.”
◯ 홍은
좌선하고 있는데, 앙산仰山이 계를 받고 돌아와 사계謝戒의 예를 드리러 왔다. 스님이 손뼉을 치며 입으로 “화화和和” 하였다. 그러자 앙산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갔다. 스님이 또 손뼉을 치면서 “화화” 하자 앙산이 중간에서 서서 곧바로 사계의 예를 마쳤다.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이런 삼매를 얻었는가?”
앙산이 대답하였다.
“조계曹谿 탈인자脫印子에게서 배워 왔습니다.”
스님이 물었다.
“네가 말해 보라. 조계 대사께서는 이 삼매를 사용해 어떤 사람을 맞이했는가?”
앙산이 대답하였다.
“일숙각一宿覺을 맞이했습니다.”
앙산이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디서 이런 삼매를 얻으셨습니까?”
“나는 마조 대사의 처소에서 이 삼매를 배웠다.”
앙산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해야 성품을 볼 수 있습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너에게 비유로 설명하겠다. 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에 창문이 여섯 개가 있고, 그 안에 원숭이 한 마리가 있다. 동쪽에서 ‘원숭아’ 하면 원숭이가 이에 응답하고, 이와 같이 여섯 창 어디에서 부르건 모두 응답하는 것과 같다.”
앙산이 예배하고 일어나 말하였다.
“화상의 깨우침으로 모든 것을 완전히 알았습니다. 다만

007_0784_c_01L答在裏許多少時耶問如何出離
007_0784_c_02L師曰靑山不礙白雲飛于頔相公問
007_0784_c_03L何是黑風吹其舡舫漂墮羅刹鬼國
007_0784_c_04L曰于頔汝問恁麽事作什麽公失色
007_0784_c_05L乃指曰遮箇是漂墮羅刹鬼國公又問
007_0784_c_06L如何是佛師召相公公譍𠰚師曰更
007_0784_c_07L莫別求後僧擧似藥山山曰縛殺也
007_0784_c_08L曰和尙又如何山乃召其僧某甲僧譍
007_0784_c_09L𠰚山曰是什麽
自滿禪師
示衆曰
007_0784_c_10L却日明夜暗更說什麽即得時僧問
007_0784_c_11L如何是無諍之句師曰喧天動地
洪恩

007_0784_c_12L坐次仰山受戒廻謝戒師以手拍口
007_0784_c_13L和和山從西過東師又拍口曰
007_0784_c_14L山從東過西師又拍口曰和和
007_0784_c_15L當中立便謝戒了師問什麽處得此三
007_0784_c_16L昧來山曰於曺谿脫印子學得來師曰
007_0784_c_17L汝道曺谿用此三昧接什麽人山曰接
007_0784_c_18L一宿覺山曰和尙什麽處得此三昧來
007_0784_c_19L師曰我於馬大師處學得山却問如何
007_0784_c_20L得見性師曰我與汝說箇比諭如有一
007_0784_c_21L屋有六窓內有一獼猴東邊喚狌
007_0784_c_22L狌狌乃應如是六窓俱喚俱應
007_0784_c_23L禮拜起曰如和尙所諭無不了知
007_0784_c_24L「苐」通用「第」{編}

007_0785_a_01L안에 있는 원숭이가 잠들었을 때 밖에 있는 원숭이가 만나고 싶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스님이 승상繩牀에서 내려와 앙산을 잡고 말하였다.
“원숭아, 너를 만났구나. 비유하자면 초명蟭螟 벌레가 모기 눈썹에다 둥지를 틀고 네거리로 나가 ‘땅은 광활한데 사람이 드물어 만나는 자가 적다.’고 외치는 것과 같다.”
그러고는 곧바로 풀어 주었다.
◯ 총인
상당하여 말하였다.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눈썹만 까딱해도 일찌감치 어긋난 것이다.”
이때 마곡麻谷이 물었다.
“눈썹을 까딱하는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 어떤 것이 이 일입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어긋났다.”
마곡이 선상을 번쩍 들어 엎어 버리자 스님이 일어나 바로 때렸다.
◯ 용산
동산洞山이 행각하던 시절에 길을 잃고 헤매다 그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스님이 물었다.
“이 산에는 길이 없는데, 사리闍梨는 어디로 오셨습니까?”
동산이 말하였다.
“길이 없다는 것은 그만두고, 화상께서는 어디로 들어오셨습니까?”
“나는 구름처럼 물처럼 행각한 적이 없습니다.”
동산이 다시 물었다.
“화상께서는 이 산에 머무신 지 얼마나 되십니까?”
“세월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 산이 먼저 머물렀습니까, 화상께서 먼저 머물렀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왜 모르십니까?”
“저는 인간과 하늘로부터 오지 않았습니다.”
동산이 다시 물었다.
“어떤 사람이 손님 가운데 주인입니까?”
“오랜 세월 문지방을 나서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주인 가운데의 손님입니까?”
“푸른 산이 흰 구름에 덮인 것이지요.”
“손님과 주인과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장강長江의 물과 파도이지요.”
“손님과 주인이 만나면 무슨 말을 합니까?”
“맑은 바람이 밝은 달을 씁니다.”
동산이 다시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떤 도리를 보시고 곧바로 이 산에서 머물게 되셨습니까?”
“두 마리 진흙 소가 싸우면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내가 본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오.”
이 일을 두고 게송을 읊었다.

三間茅屋從來住   세 칸 초가집에서 예전부터 사노라니
一道神光萬境閑   한 줄기 신령한 빛이 만 경계에 한가롭다
莫作是非來辨我   옳고 그름을 가지고 나와 따지려 하지 말라
浮生穿鑿不相關   들뜬 중생의 천착은 상관하지 않노라

◯ 양 좌주
마조가 양亮 좌주座主에게 물었다.
“경론 강의를 잘한다던데 사실인가?”
양 좌주가 말하였다.

007_0785_a_01L如裏面獼猴睡著外面獼猴欲與相見
007_0785_a_02L又且如何師下繩牀把住山曰狌狌
007_0785_a_03L與汝相見譬如蟭螟蟲在蚊子眼睫上
007_0785_a_04L作窠向十字街頭呌云土曠人稀相
007_0785_a_05L逢者少便拓開
總印
上堂曰若論此
007_0785_a_06L貶上眉毛早是蹉過時有麻谷
007_0785_a_07L貶上眉毛即不問如何是此事師曰嗟 [17]
007_0785_a_08L過也谷掀倒禪牀師起來便打
龍山

007_0785_a_09L因洞山行脚時迷路因此而到師問此
007_0785_a_10L山無路闍梨從何處來山曰無路且置
007_0785_a_11L和尙從何而入師曰我不從雲水來
007_0785_a_12L曰和尙住此山多少時耶師曰春秋不
007_0785_a_13L山曰此山先住和尙先住師曰不
007_0785_a_14L山曰爲什麽不知師曰我不從人天
007_0785_a_15L洞山却問如何賔中主師曰長年不
007_0785_a_16L出戶山曰如何是主中賔師曰靑山覆
007_0785_a_17L白雲山曰賔主相去幾何師曰長江水
007_0785_a_18L上波山曰賔主相見有何言說師曰
007_0785_a_19L淸風拂白月山曰和尙見箇什麽道理
007_0785_a_20L便住此山師曰我見兩箇泥牛鬭入海
007_0785_a_21L直至如今無消息因而有偈

007_0785_a_22L三間芧屋從來住一道神光萬境閑

007_0785_a_23L莫作是非來辨我浮生穿鑿不相關

007_0785_a_24L
馬祖問
亮座主
大講得經論是否主云

007_0785_b_01L“외람됩니다.”
“무엇을 가지고 강의하는가?”
“마음을 가지고 강의합니다.”
“마음은 재주 좋은 광대와 같고 의식은 광대에게 장단 맞추는 자와 같다. 육식六識과 어울리는 것을 어떻게 강의라 하겠는가?”
스님이 항의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마음이 강의를 못한다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강의를 한다는 말입니까?”
마조가 말하였다.
“도리어 허공이라면 강의할 수 있지.”
양 좌주는 수긍하지 않고 곧바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마조가 불렀다.
“좌주.”
양 좌주가 머리를 돌리자 마조가 말하였다.
“그게 뭔가?”
양 좌주가 활연대오豁然大悟하고 예배하자 마조가 말하였다.
“이 둔한 중아, 절은 해서 무엇 하겠는가?”
양 좌주가 말하였다.
“저만큼 경론을 강의할 자가 없다고 여겼는데, 오늘 마조 대사의 한마디 질문에 평생 공부가 얼음처럼 녹아 버렸습니다.”
◯ 수로
마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으로부터 오신 분명한 뜻입니까?”
마조가 가슴팍을 차서 한 방에 쓰러뜨렸다. 스님이 이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일어나 손뼉을 치면서 깔깔대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참 기이하구나, 참 기이해. 백천 삼매와 한량없는 오묘한 이치가 그저 하나의 털끝에서 문득 근원을 알아차리는 것이었구나.”
혜해慧海부터 여기까지는 모두 달마 제8세 마조 대사의 방계이다.
◯ 홍주 백장 회해 선사마조를 계승하였다.
마조의 회하에 있을 때, 어느 날 마조가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산 뒤에서 오는 길입니다.”
“그래, 사람은 만났느냐?”
“만나지 못했습니다.”
“왜 만나지 못했을까?”
“만나면 곧바로 화상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조가 말하였다.
“어디서 그런 소식을 얻었느냐?”
백장이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는 곧바로 예배하였다.
그러자 마조가 말하였다.
“도리어 이 노승이 잘못했네.”
어느 날 스님이 마조를 모시고 길을 걷다가 오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마조가 물었다.
“저게 뭐냐?”
“오리입니다.”
마조가 한참 침묵하다가 말하였다.
“어디로 갔느냐?”
“저쪽으로 날아갔습니다.”
마조가 가까이 다가와 스님의 코를 잡아 비틀었다.
스님도 모르는 사이에 “아야” 하는 비명 소리가 터졌다.
마조가 말하였다.
“네가 조금 전에 날아가 버렸다고 하더니, 원래부터 여기에 있었구나.”
스님이 여기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다음 날 마조가 당에 올라 대중들이 모이자

007_0785_b_01L不敢祖云將什麽講曰將心講祖曰
007_0785_b_02L心如工伎兒意如和伎者六識爲伴侶
007_0785_b_03L作麽生講師抗聲曰心旣講不得
007_0785_b_04L空莫講得否祖曰却是虗空講得主不
007_0785_b_05L便出祖召云座主主廻首祖曰是
007_0785_b_06L作麽主豁然禮拜祖曰鈍根阿師
007_0785_b_07L拜作什麽主曰某甲所講經論將謂無
007_0785_b_08L及至今日被大師一問平生工夫
007_0785_b_09L永釋
水老
問馬祖曰如何是西來的的
007_0785_b_10L祖攔胷一蹋倒師乃有省起來無
007_0785_b_11L呵呵大笑曰大奇大奇百千三昧
007_0785_b_12L無量妙義秖向一尾 [18] 頭上便識得根源
007_0785_b_13L自慧海至此皆是達磨
第八其馬祖旁出也

007_0785_b_14L洪州百丈懷海禪師
在馬祖會下
007_0785_b_15L日祖問什麽處來曰山後來祖曰還
007_0785_b_16L逢著人否曰不逢著祖問爲什麽不逢
007_0785_b_17L曰若逢著即擧似和尙祖曰甚處
007_0785_b_18L得遮箇消息來曰某甲罪過便禮拜
007_0785_b_19L祖曰却是老僧罪過一日師侍祖行次
007_0785_b_20L忽見鴨飛過去祖問是什麽曰鴨子
007_0785_b_21L祖良久曰什麽處去也曰飛過那邊去
007_0785_b_22L祖近前把師鼻孔搊師不覺失聲
007_0785_b_23L呌阿㖿祖曰汝向道飛過去元來秖在
007_0785_b_24L遮裏師於此有省至明日祖上堂衆

007_0785_c_01L스님이 앞으로 나가 절하는 돗자리를 말아 버렸다. 그러자 마조가 곧바로 자리에서 내려와 방장으로 돌아갔다. 스님이 모시고 서 있자 마조가 다시 물었다.
“내가 조금 전에 당에 올라 대중에게 설법도 하지 않았는데, 너는 왜 돗자리를 말아 버렸느냐?”
스님이 말하였다.
“어제는 화상께서 코를 비트는 통에 무지 아팠습니다.”
“너 어제는 어디를 갔다 왔냐?”
“오늘은 코가 또 아프지 않습니다.”
마조가 말하였다.
“네가 어제 일을 깊이 밝혔구나.”
스님은 예배하고 물러난 뒤, 시자실로 돌아와 통곡을 하였다. 같이 시자를 하던 이가 물었다.
“너 무슨 일로 우는 거니?”
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어제 화상에게 코를 비틀려서 너무 아파.”
같이 일하던 시자가 말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내게 말해 봐.”
스님이 말하였다.
“네가 직접 가서 대사께 물어봐.”
시자가 곧바로 당두堂頭께 찾아가 여쭈었다.
“회해 시자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 방에서 울고 있습니다. 대사께 알리오니, 저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마조가 말하였다.
“그건 그가 알 것이다. 네가 직접 가서 그에게 물어봐라.”
시자가 방으로 돌아왔는데 스님이 웃고 있었다. 시자가 물었다.
“대사께서 네가 알 것이라고 말씀하면서 나더러 직접 너에게 물어보라고 하시더라. 나에게 말해 보라.”
스님이 말하였다.
“네가 조금 전에 볼 때는 내가 울었고, 지금 볼 때는 내가 웃는다.”3일 동안 귀가 먹었던 이야기는 아래 황벽黃蘖 스님 항목에 있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무엇이 대승의 돈교법문頓敎法門입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먼저 모든 반연을 쉬어라. 선한 일이건 선하지 못한 일이건 일체 모든 법을 기억하지도 말고 몸과 마음을 놓아 버려서 자유롭게 하라. 마음이 나무나 돌덩어리처럼 분별하는 것이 없고 마음이 행하는 바가 없어 마음의 바탕(心地)이 허공과 같으면 구름이 흩어져 태양이 드러나는 것처럼 지혜의 태양이 저절로 나타난다. 그러면 오욕五欲과 팔풍八風을 마주해도 보고 듣고 깨닫고 앎에 속박되지 않고, 어떤 경계에도 미혹되지 않아서 자연히 신통神通과 묘용妙用을 구족하게 될 것이니, 이런 사람이 해탈한 사람이다. 온갖 경계를 마주하여 마음에 고요함도 산란함도 없고, 마음을 거두지도 않고 흩뜨리지도 않고, 온갖 소리와 색을 투과하여

007_0785_c_01L師出卷却禮拜簟子祖便下座
007_0785_c_02L方丈師侍立祖却問我適來上堂
007_0785_c_03L曾爲衆說法汝爲什麽卷却簟子
007_0785_c_04L昨日鼻孔被和尙搊得痛祖曰汝昨日
007_0785_c_05L去什麽處來曰今日鼻孔又不痛也
007_0785_c_06L祖曰汝深明昨日事師禮謝後廻侍者
007_0785_c_07L寮內哭同事侍者問汝爲什麽事哭
007_0785_c_08L師曰我昨日鼻孔被大師搊得痛同事
007_0785_c_09L侍者曰有什麽因緣說似我師曰汝
007_0785_c_10L自去問大師侍者便徃堂頭問海侍者
007_0785_c_11L昨日有什麽因緣而今在寮中哭告大
007_0785_c_12L爲某甲說祖曰是他會也汝自去
007_0785_c_13L問取他侍者廻寮却見師笑侍者便
007_0785_c_14L大師道汝會也敎我自問汝爲我
007_0785_c_15L說來師曰汝適來見我哭而今見我笑
007_0785_c_16L三日耳聾之文
下在黃蘖話
師因問如何是大乘頓敎
007_0785_c_17L法門曰汝等先歇諸緣善與不善
007_0785_c_18L切諸法莫憶放捨身心令其自在
007_0785_c_19L如木石無所辨別心無所行心地若
007_0785_c_20L慧日自現如雲開日出對五欲八
007_0785_c_21L不被見聞覺知所縛不被諸境所惑
007_0785_c_22L自然具足神通妙用是解脫人對一切
007_0785_c_23L心無靜亂不攝不散透過一切聲

007_0786_a_01L걸리거나 막힘이 없으면, 이를 도인道人이라 한다. 그저 온갖 선과 악, 더럽고 깨끗함, 유위有爲의 세간 복과 지혜에 구속되지만 않으면, 곧 이를 부처님의 지혜(佛慧)라 한다. 옳고 그름,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옳은 이치와 잘못된 이치 등의 모든 소견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속박되지 않고 마음이 자재하게 되면, 이를 처음 발심한 보살이 곧바로 부처님의 경지(佛地)에 오르는 것이라 한다. 일체 모든 법은 본래 스스로 공하다 하지 않고, 본래 스스로 색이라 하지도 않는다. 또한 옳다고, 그르다고, 더럽다고, 깨끗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또한 사람을 구속할 마음도 없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허망하게 계산하고 집착하는 것일 뿐이다. …… 부디 진중하라.”
대중들이 당을 내려가자 스님이 그들을 불렀다. 대중들이 고개를 돌리자 스님이 말하였다.
“이것이 무엇인가?”약산藥山은 이것을 백장 스님의 하당법문(下堂句)이라 지목하였다.
스님은 당나라 원화元和 9년(814) 정월 17일에 천화하셨으니, 수명은 95세였다. 칙명으로 대지선사大智禪師라는 시호를 내렸고, 탑명은 대보승륜大寶勝輪이다.
◯ 담주 대위산 영우 선사백장의 방계
그는 복주福州의 조趙씨이다. 15세에 부모를 이별하고 출가해 대ㆍ소승의 가르침을 연구하였고, 23세에 강서江西로 찾아갔다.
어느 날 곁에서 모시고 섰는데 백장이 물었다.
“누구냐?”
“영우靈祐입니다.”
“네가 화로를 헤쳐 불이 있는지 살펴보아라.”
스님이 헤쳐 보고 말하였다.
“없습니다.”
백장이 몸소 깊숙이 헤치더니 작은 불씨 하나를 찾아 들고서 말하였다.
“이건 불이 아닌가?”
스님이 이 일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옛사람이 ‘불성의 뜻을 알고 싶다면 마땅히 시절인연을 살펴보라. 시절이 이르면 그 이치가 저절로 드러난다.’ 하신 말씀을 제대로 알겠습니다.”
백장이 말하였다.
“이것은 잠시의 갈림길일 뿐이다.”
다음 날 백장을 따라 산을 유람하던 차에 백장이 물었다.
“불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백장이 말하였다.
“어디에 있느냐?”
스님이 한 가닥 풀을 집어 들고 두세 번 불더니 올렸다.
백장이 말하였다.
“벌레 먹은 나무 같구먼.”
스님이 전좌典座 소임을 살 때, 사마司馬 두타頭陀가 호남湖南에서 와서 백장에게 말씀드렸다.
“제가 호남에 있을 때 대위산大潙山이라는 산을 하나 찾아냈는데, 그곳은 천오백 선지식이 머물 만한 곳이었습니다.”
백장이 말하였다.
“나도 괜찮겠는가?”

007_0786_a_01L無有滯礙名爲道人但不被一切
007_0786_a_02L善惡垢淨有爲世間福智拘繫即名爲
007_0786_a_03L佛慧是非好醜是理非理諸知見捴
007_0786_a_04L不被繫縛處心得自在名初發心
007_0786_a_05L菩薩便登佛地一切諸法本不自空
007_0786_a_06L本不自色亦不言是非垢淨亦無心縛
007_0786_a_07L但人自虗妄計著云云伏惟珎重大衆
007_0786_a_08L下堂乃召之大衆廻首師曰是什麽
007_0786_a_09L便下座藥山目之爲
百丈下堂句
師唐元和九年正月
007_0786_a_10L十七日而化壽九十五敕謚大智禪師
007_0786_a_11L塔曰大寶勝輪潭州大潙山祐禪師百文
旁出

007_0786_a_12L福州趙氏年十五辭親出家究大小乘
007_0786_a_13L二十三徃江西侍立次丈問誰
007_0786_a_14L靈祐丈曰汝撥鑪中看有火否師撥曰
007_0786_a_15L丈自深撥得少火擧云此不是火
007_0786_a_16L師因此有省乃曰信知古人道欲識佛
007_0786_a_17L性義當觀時節因緣時節若至其理
007_0786_a_18L自彰丈曰此乃暫時歧路耳師即禮拜
007_0786_a_19L而退次日隨丈遊山次丈問將得火來
007_0786_a_20L荅將得來丈曰在什麽處師拈一
007_0786_a_21L枝草吹三兩吹呈丈曰如蟲蝕木師爲
007_0786_a_22L典座時司馬頭陁自湖南來告百丈
007_0786_a_23L某甲在湖南尋得一山名大潙山
007_0786_a_24L是一千五百善知識所居之處丈曰吾

007_0786_b_01L두타가 말하였다.
“화상은 뼈(骨)로 된 사람인데 그 산은 살(肉)로 된 산이라서 안 됩니다.”
“그러면 수좌는 괜찮겠는가?”
“이 사람은 안 됩니다.”
“전좌는 괜찮겠는가?”
두타가 한 번 보고 말하였다.
“이 사람이 그 산으로 가서 10년쯤 지나면 불법이 크게 흥성할 것입니다.”
백장이 밤에 스님을 방으로 불러들여 법을 부촉하면서 말하였다.
“나의 교화 인연은 여기에 있다. 위산은 빼어난 경계이니, 그대가 그곳에 살면서 나의 종지를 계승해 후학들을 널리 제도하라.”
이때 제일좌가 말하였다.
“영우가 후배인데 어떻게 주지가 될 수 있습니까?”
백장이 이 말을 듣고서 대중을 소집해 물었다.
“너희들이 노승의 뜻에 계합하는 일전어一轉語를 내릴 수 있다면 그곳으로 보내 주지를 시키리라.”
그러고는 정병淨甁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나는 이것을 정병이라 부른다. 너희들은 이것을 정병이라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제일좌가 말하였다.
“말뚝이라 해서는 안 됩니다.”
백장이 다시 스님에게 묻자 스님이 정병을 걷어차 쓰러뜨리고는 바로 나가 버렸다.
백장이 말하였다.
“수좌가 도리어 위산에게 졌구나.”
결국 스님을 위산으로 보냈다. 스님은 명을 받들어 그곳으로 가서 풀을 엮어 암자를 짓고 도토리를 먹으면서 새와 짐승을 벗 삼았는데, 5년 7년이 지나도록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스님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세상에 나온 것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었다. 혼자 좌선한다고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곧바로 그 암자를 버리고 아래 산 입구로 내려가는데 호랑이ㆍ표범ㆍ이리ㆍ뱀이 길 한가운데 늘어섰다.
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이곳에 인연이 있다면 당장 흩어지고, 그렇지 않다면 너희들 마음대로 잡아먹어라.”
말을 마치자마자 짐승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스님은 다시 암자로 돌아왔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안安 상좌를 만나게 되었다. …… 이때부터 왕의 교화로 따르는 무리가 점점 많아졌으니, 과연 사마 두타의 예언과 같았다.
스님이 상당하여 말하였다.
“도인의 마음은 솔직해서 거짓이 없고, 배후도 없고 표면도 없으며 속이는 마음도 없다. 하루 종일 보이고 들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다시는 왜곡하는 일이 없고, 또한 눈을 감거나 귀를 막지도 않는다. 그저 정情을 사물에 붙이지만 않으면 된다. 위로부터의 모든 성인들께서는 혼탁한 쪽의 허물과 재앙을 말했을 뿐이다. 만약 저 허다한 악각惡覺과 정견情見과 상습想習의 일들이 없다면

007_0786_b_01L可耶陁曰和尙骨人彼肉山不可
007_0786_b_02L曰首座可也曰此人不可丈曰典座可
007_0786_b_03L陁一見乃曰此人來到於山十年
007_0786_b_04L佛法大興丈夜召師入室囑付曰
007_0786_b_05L化緣在此潙山勝境汝當居之嗣續吾
007_0786_b_06L廣度後學1) [23] 一座曰祐公後生
007_0786_b_07L何得住持丈聞乃集衆問汝等下得一
007_0786_b_08L轉語契老僧意當徃住彼乃指淨餅
007_0786_b_09L我喚作淨缾汝不得喚作淨缾
007_0786_b_10L作什麽*苐 [24] 一座曰不可喚作不 [19] 𣔻也
007_0786_b_11L丈却問師師蹋倒淨缾便出去丈曰
007_0786_b_12L首座輸却山子了也遂令師徃潙山
007_0786_b_13L奉命徃彼結草爲菴橡果爲食鳥獸
007_0786_b_14L爲友經于五七載絶無來者師自念
007_0786_b_15L我出於世利益於人獨坐何益
007_0786_b_16L便捨菴下至山口虎豹狼蛇橫在路
007_0786_b_17L師曰我於此有緣即散去不然
007_0786_b_18L汝啖之言訖即獸散去師却廻菴
007_0786_b_19L及一載乃見安尙座云云自後王化
007_0786_b_20L徒衆漸多果如頭陁所記上堂曰
007_0786_b_21L道人之心質直無潙 [20] 無背無面無詐妄
007_0786_b_22L一切時中視聽尋常更無委曲
007_0786_b_23L不閉眼塞耳但情不附物即得從上
007_0786_b_24L諸聖秖是說濁邊過患若無如許多惡

007_0786_c_01L마치 맑고 고요한 가을철 강물처럼 청정하고, 함이 없고, 맑고 고요하며, 장애가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도인道人이라 부르고, 또한 일 없는 사람이라 한다.”
이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돈오頓悟한 사람도 다시 수행해야 합니까?”
“만일 제대로 깨달아 근본을 얻었다면 그는 스스로 때(時)를 알 것이니, 닦는다거나 닦지 않는다 하는 것이 두 갈래의 말일 뿐이다. 가령 지금 처음으로 발심한 사람들이 비록 인연 따라 한 생각(一念)에 돈오했다 해도 자성의 이치야 있겠지만 비롯함이 없는 광겁曠劫의 습기는 단박에 청정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그로 하여금 현재의 업과 흐르는 의식을 깨끗이 제거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수행이지, 그로 하여금 수행하며 나아가게 할 법이 따로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 들음을 통해 이치에 들어가고 들은 이치가 깊고 오묘하면 마음이 스스로 원만하고 밝아서 미혹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비록 백천 가지 오묘한 의리로 당대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해도, 이것은 자리에 앉아 옷을 걸치고서 살아갈 방도를 비로소 스스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요점을 말하자면 실제인 이치의 땅에서는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지만 만행을 닦는 문에서는 한 법도 버리지 않는다. 만일 단칼에 자르고 들어간다면 범부와 성인의 정情이 다하고 본체가 드러나 참되고 영원하며 이치와 현상이 둘이 아니라서 그대로 여여한 부처이니라.”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 스님이 대중을 응시하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스님이 앙산仰山에게 물었다.
“오묘하고 깨끗하고 밝은 마음을 너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
앙산이 말하였다.
“산과 강과 대지와 해와 달과 별들입니다.”
“너는 겨우 그런 일을 얻었구나.”
“화상께서 조금 전에 무엇을 물으셨습니까?”
“오묘하고 깨끗하고 밝은 마음을 물었지.”
앙산이 말하였다.
“뭐라고 부를 일이 없습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그렇지, 그렇지.”
앙산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스님이 등롱燈籠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매우 좋은 등롱이다.”
“그저 이것이라고만 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이게 뭔데?”
“매우 좋은 등롱이지요.”
스님이 말하였다.
“과연 보지 못하는구나.”
앙산이 모시고 서 있다가 말하였다.
“일천 강의 본체는 나눌 수 없습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불법은 모름지기 그렇게 이해해야 비로소 된다.”

007_0786_c_01L覺情見想習之事譬如秋水澄渟淸淨
007_0786_c_02L無爲澹泞無礙喚他作道人亦名無
007_0786_c_03L事人時有僧問頓悟之人更用脩行
007_0786_c_04L師曰若眞悟得本他自知時脩與
007_0786_c_05L不脩是兩頭語如今初心雖從緣得
007_0786_c_06L一念頓悟自理猶有無始曠劫習氣
007_0786_c_07L未能頓淨須敎渠淨除現業流識即是
007_0786_c_08L修也不可別有法敎渠脩行趣向
007_0786_c_09L聞入理聞理深妙心自圓明不居惑
007_0786_c_10L縱有百千妙義抑揚當時此乃得
007_0786_c_11L坐披衣自解作活計始得以要言之
007_0786_c_12L實際理地不受一塵萬行門中
007_0786_c_13L捨一法若也單刀趣入則凡聖情盡
007_0786_c_14L體露眞常理事不二即如如佛上堂
007_0786_c_15L衆集師顧視大衆便下座師問仰山
007_0786_c_16L妙淨明心汝作麽生會曰山河大地日
007_0786_c_17L月星辰師曰汝秖得其事山曰和尙適
007_0786_c_18L來問什麽師曰妙淨明心山曰喚作事
007_0786_c_19L也無師曰如是如是仰山問如何是
007_0786_c_20L祖師西來意師指燈籠曰大好燈龍
007_0786_c_21L曰莫秖這便是也無師曰是什麽曰大
007_0786_c_22L好燈籠師曰果然不見山侍立次
007_0786_c_23L曰千江體不分師曰佛法須恁麽會始
007_0786_c_24L「苐」通用「第」{編}次同

007_0787_a_01L“황금이 황금과 함께하는 것과 같아 끝내 다른 색은 없으니, 어찌 다른 이름이 있겠습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다른 이름이 없는 도리를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앙산이 말하였다.
“병ㆍ쟁반ㆍ비녀ㆍ팔찌ㆍ술잔ㆍ어음ㆍ사발ㆍ동이입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혜적慧寂이 이렇게 선을 설하니, 사자의 울음에 야간野犴ㆍ여우ㆍ호랑이 등의 족속들이 놀라서 흩어지는 것과 같구나.”
스님은 당나라 대중大中 7년(853) 정월 9일에 편안히 돌아가셨으니, 수명은 83세였다. 칙명으로 대원선사大圓禪師라는 시호를 내렸고, 탑명은 청정淸淨이다.
◯ 홍주 황벽산 희운 선사백장을 계승하였다.
그는 민閩 지방 사람이다. 이마 사이에 구슬 같은 것이 불룩 솟아 있었고, 음성이 낭랑하고 매끄러웠으며, 의지가 담담하였다. 여러 지방을 유행하다가 백장의 문하로 찾아가자 백장이 물었다.
“우뚝하고 당당하게 어느 지방에서 왔는가?”
스님이 말하였다.
“우뚝하고 당당하게 영남에서 왔습니다.”
“우뚝하고 당당하게 무슨 일로 왔는가?”
“우뚝하고 당당하게 특별한 일 때문에 온 것은 아닙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예배하였다.
스님이 어느 날 말하였다.
“마조 대사를 찾아뵈러 가고 싶습니다.”
백장이 말하였다.
“대사께서는 이미 천화하셨다.”
“제가 복이 없군요. 대사께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화상께서 한두 가지 들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백장이 말하였다.
“내가 두 번째 참예했을 때 일이다. 대사께서 곁에 모시고 서서 한참을 아무 말도 없는 나를 보시더니, 선상 모서리에서 불자를 들어 똑바로 세우셨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이것 그대로 사용하십니까, 이것을 떠나서 사용하십니까?’
그러자 대사께서 불자를 본래 자리에 걸어 놓으셨다. 내가 한참 침묵하고 있자 대사께서 도리어 물으셨다.
‘네가 이후에 두 조각 입술을 열게 되면 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하려는가?’
나 역시 불자를 집어 똑바로 세우자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이것 그대로 사용하는가, 이것을 떠나서 사용하는가?’
내가 불자를 걸어 두려고 하는데 대사께서 갑자기 고함을 치셨다. 나는 당시 곧바로 사흘 동안 귀가 먹고 눈이 캄캄했다.”
스님이 이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혀를 내두르며 뒤로 물러섰다.
백장이 말하였다.
“자네가 이후로 마조 대사를 계승하지 않겠는가?”
“아닙니다. 오늘 화상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통해 마조 대사의 대기지용大機之用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만약 마조 대사를 계승한다면 저의 자손을 잃게 됩니다.”

007_0787_a_01L曰如金與金終無異色豈有異名
007_0787_a_02L師曰作麽生說無異名底道理山曰
007_0787_a_03L缾盤釵釧斝券盂盆師曰寂子恁麽說
007_0787_a_04L如師子吼驚散野犴狐狼之屬
007_0787_a_05L唐太中七年正月九日怡然而逝壽八
007_0787_a_06L十三敕謚大圓禪師塔曰淸淨

007_0787_a_07L洪州黃檗山運禪師
閩中人也額間
007_0787_a_08L隆起如珠音辭朗潤志意冲澹遊方
007_0787_a_09L造百丈之門丈曰巍巍堂堂從何方而
007_0787_a_10L曰巍巍堂堂從嶺南而來丈曰巍
007_0787_a_11L巍堂堂爲何事曰巍巍堂堂不爲別
007_0787_a_12L便禮拜師一日欲去叅馬大師
007_0787_a_13L曰大師已遷化了也曰某甲薄幸不知
007_0787_a_14L大師有什麽因緣望和尙擧一兩則看
007_0787_a_15L丈曰我再叅時大師見我侍立良久
007_0787_a_16L於禪牀角頭取拂子竪起我問即此用
007_0787_a_17L離此用大師挂拂子於舊處我良久
007_0787_a_18L大師却問汝已後開兩片皮將何爲人
007_0787_a_19L我亦取拂子竪起大師曰即此用離此
007_0787_a_20L我擬挂拂子大師便喝我當時直
007_0787_a_21L得三日耳聾眼暗師聞此語不覺吐舌
007_0787_a_22L退後丈曰子已後莫承嗣馬大師去否
007_0787_a_23L曰不然今日因和尙擧得見馬大師大
007_0787_a_24L機之用已後若承嗣馬大師喪我兒孫

007_0787_b_01L백장이 말하였다.
“견해가 스승과 나란하면 스승의 덕을 반쯤 감하는 것이다. 견해가 스승을 능가해야 비로소 전수를 감당할 수 있다. 자네는 스승을 초월하는 견해를 가진 게 분명하다.”
스님이 바로 예배하였다.
위산潙山이 앙산仰山에게 물었다.
“백장이 재차 마조 대사를 찾아뵈었던 인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앙산이 말하였다.
“이것은 대기의 작용을 드러낸 것입니다.”
영우가 말하였다.
“마조 대사로부터 80여 선지식이 배출되었는데, 몇 사람이 그 대기大機를 얻고, 몇 사람이 그 대용大用을 얻었는가?”
앙산이 말하였다.
“백장이 그 대기를 얻고, 황벽이 그 대용을 얻었습니다. 나머지는 모조리 말만 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위산이 말하였다.
“그렇지, 그렇지.”
분주 소(汾州善昭) 화상이 이를 염하였다.
“알았다면 바로 쉴 것이지, 왜 사흘 동안 귀가 먹고 눈이 멀었다고 말했을까?”
석문 총(石門蘊聰) 화상이 말하였다.
“사흘 동안 귀가 먹고 눈이 멀지 않았다면, 어찌 마조로부터 할을 한 번 당했겠는가?”
분주 소 화상이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내가 한 말을 저 석문과 비교해 보니 한 보름은 더 참구해야겠다.”
어떤 스님이 백장에게 물었다.
“무엇이 기이하고 특별한 일입니까?”
“홀로 대웅봉大雄峯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 스님이 예배하자 백장이 바로 때렸다.
백장이 나가다가 황벽을 보고 물었다.
“어디를 갔다 오느냐?”
황벽이 대답하였다.
“대웅산大雄山 아래로 버섯을 따러 갔다 옵니다.”
“대웅산 아래에 호랑이 한 마리가 있는데 보았는가?”
황벽이 곧바로 호랑이 소리를 내자 백장이 도끼를 들고 곧바로 내려찍을 태세였다. 황벽이 움켜쥐고 뺨을 한 대 갈기자 백장이 그만두었다. 백장은 곧바로 당으로 올라가 대중에게 말하였다.
“대웅산 아래에 호랑이가 한 마리 있으니, 여러분은 출입하면서 잘 살펴라. 산승도 오늘 직접 한 입 물렸다.”
그러고는 바로 당을 내려왔다.
영우 화상이 앙산에게 물었다.
“황벽의 호랑이 화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앙산이 말하였다.
“화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우가 말하였다.
“백장이 당시 도끼 한 방으로 때려죽였어야 했는데, 어쩌다 이 지경을 만들었을까?”
앙산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너는 또 어떻게 생각하는데?”
“곧바로 호랑이 머리에 올라탔어야지 호랑이 꼬리까지 거둘 필요는 없습니다.”
영우가 말하였다.
“혜적아, 말이 험하구나.”
스님이 상당하여 “너희들은 모두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하고는 주장자로 쫓아 버렸다.

007_0787_b_01L丈曰見與師齊減師半德見過於師
007_0787_b_02L方堪傳授子甚有超師之見師便禮拜
007_0787_b_03L潙山問仰山百丈再叅馬師因緣作麽
007_0787_b_04L山曰此是顯大機之用祐曰馬大師
007_0787_b_05L出八十餘圓善知識幾人得其大機
007_0787_b_06L人得其大用山曰百丈得其大機黃蘖
007_0787_b_07L得其大用餘者皆是唱道之師潙山曰
007_0787_b_08L如是如是汾州昭和尙拈曰悟去便休
007_0787_b_09L說什麽三日耳聾眼暗石門聰和尙曰
007_0787_b_10L若不三日耳聾眼暗爭受他一喝昭聞
007_0787_b_11L乃曰我恁麽道較他石門半月程
007_0787_b_12L丈因問如何是奇特事曰獨坐大雄峯
007_0787_b_13L僧禮拜丈便打丈出次見黃蘗問什
007_0787_b_14L麽去來蘗曰大雄山下採菌子去來
007_0787_b_15L丈曰大雄山下有一虎子還見否
007_0787_b_16L便作虎聲丈取斧便斫勢蘗約住打一
007_0787_b_17L丈便休丈便上堂謂衆曰大雄山
007_0787_b_18L下有一虎子汝等出入好看山僧今日
007_0787_b_19L親遭一口便下堂祐和尙問仰山
007_0787_b_20L虎話作麽生山曰和尙作麽生祐曰百
007_0787_b_21L丈當時一斧斫殺因什麽到如此
007_0787_b_22L曰不然祐曰子又作麽生山曰直須騎
007_0787_b_23L虎頭不須收虎尾祐曰寂子有險崖之
007_0787_b_24L上堂曰汝等諸人欲何所求以柱

007_0787_c_01L그래도 대중이 흩어지지 않자, 황벽이 자리에 앉아 다시 말하였다.
“너희들은 보지 못했는가? 마조 대사의 제자 가운데 도량을 차지하고 앉은 사람이 80여 명이지만 바른 법안을 얻은 자는 두세 사람뿐이니, 그 나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리라. 무릇 출가자라면 모름지기 위로부터 전해 온 일에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저 제4조의 제자 법융 스님도 횡설수설하였지만 위로 통하는 관문의 빗장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하였다. 이런 안목이라면 바야흐로 삿되고 바른 종파의 무리를 가릴 수야 있겠지만 일단 사람의 일에 맞닥뜨리면 절대로 몸소 깨달을 수가 없다. 그저 말을 배워 그것을 기억해 가죽 주머니 속에 차곡차곡 쌓아 둘 줄만 알고서 가는 곳마다 ‘나는 선을 안다’고 자칭한들, 그것이 너희의 생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상류上流를 가볍게 여기면 쏜살같이 지옥에 들어가리라. 나는 너희들이 문으로 들어오는 것만 보아도 바로 다 알아 버린다. 알겠는가? 시급히 노력해야지 용이한 일로 여기지 말라. 한 조각 옷을 걸치고 입에 밥을 넣으면서 일생을 헛되이 보낸다면 눈 밝은 사람이 그대를 비웃을 것이며, 오랜 뒤에는 모조리 속물로 계산되어 지옥으로 잡혀갈 날이 있으리라. 마땅히 스스로 가깝고 먼 일들을 살펴보라. 이게 누구 면전의 일인가? 알려면 당장 알고, 모르겠다면 흩어지는 것만 못하다.”
스님이 자리에서 내려왔다.
◯ 용담
용담龍潭이 도오道悟 화상에게 물었다.
“제가 여기에 온 뒤로 아직까지 마음의 요체(心要)에 대한 가르침을 받지 못했습니다.”
도오가 말하였다.
“그대가 온 뒤로 나는 그대에게 마음의 요체를 가르쳐 주지 않은 적이 없다.”
숭신崇信이 말하였다.
“어디서 가르쳐 주셨습니까?”
“그대가 차를 올리면 내가 그대를 위해 받았고, 밥을 갖다 주면 그대를 위해 받았고, 그대가 합장하면 나는 고개를 숙였다. 어디서 그대에게 마음의 요체를 가르쳐 주지 않았느냐?”
숭신이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묵묵히 있자 도오가 말하였다.
“보려면 당장 보아야지, 생각으로 헤아리면 바로 어긋난다.”
숭신이 그 자리에서 깨달음이 열렸다. 이에 물었다.
“어떻게 보호해야 합니까?”
“성품에 맡겨 소요하고, 인연 따라 널리 놓아 버려라. 그저 범부의 마음을 다할 뿐, 따로 수승한 견해란 없느니라.”

007_0787_c_01L杖趂之大衆不散蘖却坐復曰汝等
007_0787_c_02L不見馬大師下有八十餘人坐道塲
007_0787_c_03L得正法眼者三兩人其餘即可知也
007_0787_c_04L出家兒須知有從上來事分始得
007_0787_c_05L如四祖下融師橫說竪說未知有向上
007_0787_c_06L關捩子有此眼目方辨邪正宗黨
007_0787_c_07L當人事宜不能體會得但知學言語
007_0787_c_08L念向皮袋裏安著到處稱我會禪還替
007_0787_c_09L得生死也無輕忽上流入地獄如箭射
007_0787_c_10L我纔見汝入門來便識得了也還知否
007_0787_c_11L急須努力切莫容易事持片衣口食
007_0787_c_12L空過一生明眼人笑汝久後揔被俗漢
007_0787_c_13L筭將去在冝自看遠近是阿誰面上事
007_0787_c_14L若會即便會若不會不如散去師下
007_0787_c_15L
龍潭
問道悟和尙曰某甲自到來
007_0787_c_16L未蒙指示心要悟曰汝自到來吾未嘗
007_0787_c_17L不指示汝心要信曰何處指示悟曰汝
007_0787_c_18L擎茶來吾爲汝接汝行食來吾爲汝
007_0787_c_19L汝和南吾低首何處不指示汝心要
007_0787_c_20L信低頭良久悟曰見則直下便見擬思
007_0787_c_21L即差崇信當下開悟1) [25] 問如何保任
007_0787_c_22L悟曰任性逍遙隨緣放曠但盡凡心
007_0787_c_23L別無勝解

007_0787_c_24L「乃」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

007_0788_a_01L
◯ 보화 화상보적을 계승하였다.
그가 어디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미친 척하면서 법도法度가 없었으며, 시장이나 묘지에서 방울 하나를 흔들면서 말하였다.
“밝은 놈이 오면 밝은 놈이 때리고, 어두운 놈이 오면 어두운 놈이 때린다.”
임제臨濟가 어떤 스님을 시켜 그를 붙들어 세우고 이렇게 말하게 했다.
“이런 놈도 저런 놈도 모두 아닐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스님이 손을 잡아끌고 달리면서 말하였다.
“내일 대비원大悲院에서 재齋가 있단다.”
사람만 보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항상 방울을 한 번 흔들었기에 당시 사람들이 보화普化라고 불렀다. 혹은 방울을 가지고 사람에게 다가가 귓가에 흔들거나 혹은 그의 등을 톡톡 두드려서 뭔가 싶어 사방을 둘러보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손을 펴면서 말하였다.
“나에게 똑바로 꿰맨 걸 하나만 주시오.”
사람들이 간혹 두루마기를 주기도 하고 누비를 주기도 하였지만 모두 받지를 않고 방울을 흔들면서 가 버렸다. 임제가 이 소식을 듣고 사람을 시켜 관棺 하나를 보내자, 스님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임제는 말이 많아.”
그러고는 얼른 받고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일 동문으로 가서 천화하리라.”
고을 사람들이 모두 전송하러 나오자 성질이 난 목소리로 말하였다.
“오늘은 일진이 안 맞다. 내일 남문에서 천화하리라.”
사람들이 또 따라가자 다시 말하였다.
“내일 서문이 길할 것 같다.”
그래서 따라나서는 사람들이 차츰 줄어들었다. 넷째 날에는 직접 관을 메고 북문 밖으로 나가서 방울을 흔들며 관으로 들어가 입적하였다. 사람들이 관을 열고 살펴보았지만 시체가 보이지 않았고, 점점 멀어지는 방울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허공으로 올라가며 부서진 관을 버리고 떠났으니, 시장 사람들이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통록촬요』 제2권 끝

007_0788_a_01L普化和尙嗣寶
不知何許人也佯狂無
007_0788_a_02L或城市或塚間1) [26] 一鐸云明頭
007_0788_a_03L來明頭打暗頭來暗頭打臨濟令僧提
007_0788_a_04L住曰2) [27] 不恁麽時如何師拽手走曰
007_0788_a_05L來日大非 [21] 院裏有齋凡見人3) [28] 高下
007_0788_a_06L皆振鐸一聲時號普化或將鐸就人
007_0788_a_07L邊振之或拊4) [29] 有四顧者即展手
007_0788_a_08L乞我一箇直敠 [22] 人或與披襖或與
007_0788_a_09L5) [30] 皆不受之振鐸而去臨濟聞
007_0788_a_10L令人送與一棺師笑曰臨濟饒舌便
007_0788_a_11L受之乃告衆曰明日去東門遷化
007_0788_a_12L人皆送厲聲曰今日葬不合靑烏第二
007_0788_a_13L日南門遷化人亦隨之又曰明日西門
007_0788_a_14L方吉人出漸稀第四日自擎棺出北
007_0788_a_15L門外振鐸入棺而逝人揭視之不見
007_0788_a_16L唯聞鐸聲漸遠昇空破棺弃去市人莫
007_0788_a_17L則其由

007_0788_a_18L
通錄撮要第二卷終

007_0788_a_19L「振」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揔」底
007_0788_a_20L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
「無」底本磨滅
007_0788_a_21L依天理大本補入{編}
「其」底本磨滅依天理
007_0788_a_22L大本補入{編}
「布」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
007_0788_a_23L入{編}
    1. 1)「苐」通用「第」{編}次同。
    2. 1)「痤」與「座」通用耶{編}。
    3. 2)「汙」當作「汗」{編}。
    4. 1)「㮛」疑「提」{編}。
    5. 1)「筫」疑「質」{編}。
    6. 2)「苐」通用「第」{編}次同。
    7. 3)「篔」疑「質」{編}。
    8. 1)「▼(犭+巴)」疑「犯」{編}。
    9. 1)「苐」通用「第」{編}。
    10. 1)「苐」通用「第」{編}次同。
    11. 1)「乃」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
    12. 1)「振」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
    13. 2)「揔」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
    14. 3)「無」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
    15. 4)「其」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
    16. 5)「布」底本磨滅。依天理大本補入{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