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부휴당대사집(浮休堂大師集) / 浮休堂大師集卷之二

ABC_BJ_H0149_T_003

008_0005_b_01L
부휴당대사집浮休堂大師集 卷二
오언율시五言律詩
산거 잡영山居雜詠
俛仰天地間    천지간에 쳐다보고 굽어보면서
暫爲一時客    잠시 한때 머물다 가는 길손
穿林種新茶    숲을 뚫어 새 차를 심고
洗鼎烹藥石    솥을 씻어 약석藥石도 익히고
月夜弄月明    달밤에 밝은 달과 희롱하면서
秋山送秋夕    가을 산속에서 추석을 보낸다오
雲深水亦深    구름도 깊고 물도 깊은 이곳
自喜無尋迹    자취 찾을 길 없음을 스스로 기뻐하네
또(又)
林泉曾有約    예전에 숲과 샘물에게 약속했었지
終老水雲間    물과 구름 사이에서 늙어 죽겠다고
谷靜松聲徹    골이 고요하니 솔바람 소리 또렷하고
山深月色寒    산이 깊으니 달빛이 차갑기도 해라
白雲朝出峀    흰 구름은 아침에 산굴에서 나오고
靑鳥暮還山    푸른 새는 저녁에 산으로 돌아오네46)
寂寞禪窓下    선창禪窓 아래에서 적막하게 지내는 몸
秋來鬢自斑    가을이 오니 귀밑머리 저절로 희끗
또(又)
山色映人衣    산색山色은 옷에 어리비쳐 물들고
秋光送夕暉    가을 풍광 속에 저녁 해는 지네47)
風淸松自響    바람 맑아 소나무 흔들리는 소리
霜落鴈初飛    서리 내리자 날아가는 기러기 떼
錦繡堆楓岸    단풍나무 숲 언덕은 비단처럼 물들고
烟霞富翠微    푸른 산자락엔 안개 노을이 자욱하네
徘徊吟獨賞    배회하고 읊조리며 홀로 감상하다
日暮掩柴扉    땅거미 질 때쯤 사립문 닫는다오
또(又)
石徑繞山危    돌길이 아슬아슬 산을 휘도니
人間消息稀    인간 세상 소식이 드물 수밖에
月中香桂落    달 속에선 향기로운 계화桂花가 지고48)
雲外塞鴻飛    구름 너머로 변방 기러기 날아가는 때
霜薄花猶發    무서리 내려도 꽃은 아직 피어 있고
日斜鳥互歸    해 기울자 새들도 서로 돌아온다네
自知多勝事    좋은 일 많은 줄을 나 자신 안다마는
坐久冷侵衣    오래 앉아 있자니 냉기가 옷에 배네49)

008_0005_b_02L浮休堂大師集卷之二

008_0005_b_03L

008_0005_b_04L五言律詩

008_0005_b_05L山居雜詠

008_0005_b_06L
俛仰天地間暫爲一時客

008_0005_b_07L穿林種新茶洗鼎烹藥石

008_0005_b_08L月夜弄月明秋山送秋夕

008_0005_b_09L雲深水亦深自喜無尋迹

008_0005_b_10L

008_0005_b_11L
林泉曾有約終老水雲間

008_0005_b_12L谷靜松聲徹山深1)月色寒 [16]

008_0005_b_13L白雲朝出峀靑鳥暮還山

008_0005_b_14L寂寞禪2)窓下秋來鬢自斑 [17]

008_0005_b_15L

008_0005_b_16L
山色映人衣秋光送夕暉

008_0005_b_17L風淸3)松自響霜落鴈初飛

008_0005_b_18L錦繡堆楓岸烟霞富翠微

008_0005_b_19L徘徊吟獨賞日暮掩柴扉

008_0005_b_20L

008_0005_b_21L
石徑繞山危人間消息稀

008_0005_b_22L月中香桂落雲外塞鴻飛

008_0005_b_23L霜薄花猶發日斜鳥互歸

008_0005_b_24L自知多勝事坐久冷侵衣

008_0005_c_01L
또(又)
山長路亦危    산이 높고 길 또한 위태로우니
門外客來稀    문외에서 찾는 객 보기 드물어
北嶺晴雲度    비 갠 뒤 구름 지나가는 북쪽 산마루요
南山細雨飛    가랑비 흩날리는 남쪽 산이로세50)
菊香蜂鳥閙    향기로운 국화에 벌과 새 시끄럽고
松老鶴猿歸    늙은 소나무에 학과 원숭이 돌아오네
獨立淸溪暮    홀로 선 맑은 시냇가 저녁나절
秋風動草衣    가을바람이 초의草衣를 흔드는구나
폐사를 지나며(過廢寺)
寥落深山寺    쓸쓸하여라 깊은 산 사원이여
無人碧殿開    사람은 없고 불전佛殿만 열려 있네
山空猿獨嘯    빈산에 원숭이 혼자 휘파람 불고
花發鳥爭廻    꽃 피자 새들은 다투어 돌아오누나
石磴橫秋草    돌다리엔 가을 풀 무성하고
玉階滿綠苔    옥돌 층계엔 푸른 이끼 짙게 덮였네
夕陽山色裏    저녁 햇빛 물드는 산 빛 속에서
孤客不勝哀    외로운 길손 슬픔을 가누지 못하겠네
피리 소리를 듣고(聞笛)
寒風催夜漏    차가운 바람 속에 밤은 깊어만 가는데
何處篴聲哀    어디선가 들려오는 서글픈 피리 소리
暗引客愁至    남몰래 밀려오는 나그네 시름이요
却牽鄕思來    불현듯 달려가는 고향 생각이라
關山幽怨切    타향살이 한탄하는 애절한 곡조가
雪月遠情開    눈 위의 달빛 속에 멀리 퍼져 나가네
獨坐空惆悵    홀로 앉아 듣자니 공연히 슬퍼
飄零一梅梅    정처 없이 떠도는 미미한 이 몸
강가의 객점에서 묵으며(宿江店)
行客投野店    길 가는 나그네 시골 객점 투숙하니
夕風動蘆花    저녁 바람에 갈대꽃이 흔들거리네
水烟籠水渚    물가 주위를 둘러싼 물안개요
漁火對漁家    어부의 집 마주한 어등漁燈이로세
月出孤峰靜    달은 고요한 한 뫼에서 떠오르고
船廻兩岸斜    배는 비탈진 두 언덕에 돌아오네
夜深門外看    밤 깊어 문밖을 내어다보니
潮入沒平沙    조수가 밀려와 백사장을 집어삼켰네
치악산 상원에서(雉嶽山上院)

008_0005_c_01L

008_0005_c_02L
山長路亦危門外客來稀

008_0005_c_03L北嶺晴雲度南山細雨飛

008_0005_c_04L菊香蜂鳥閙松老鶴猿歸

008_0005_c_05L獨立淸溪暮秋風動草衣

008_0005_c_06L過廢寺

008_0005_c_07L
寥落深山寺無人碧殿開

008_0005_c_08L山空猿獨嘯花發鳥爭廻

008_0005_c_09L石磴橫秋草玉階滿綠苔

008_0005_c_10L夕陽山色裏孤客不勝哀

008_0005_c_11L聞笛

008_0005_c_12L
寒風催夜漏何處篴聲哀

008_0005_c_13L暗引客愁至却牽鄕思來

008_0005_c_14L關山幽怨切雪月遠情開

008_0005_c_15L獨坐空惆悵飄零一4) [18]

008_0005_c_16L宿江店

008_0005_c_17L
行客投野店夕風動蘆花

008_0005_c_18L水烟籠水渚漁火對漁家

008_0005_c_19L月出孤峰靜船廻兩岸斜

008_0005_c_20L夜深門外看潮入沒平沙

008_0005_c_21L雉嶽山上院

008_0005_c_22L「月色寒」三字磨滅{丙}「窓下…自斑」七字
008_0005_c_23L磨滅{丙}
「松自…初飛」八字磨滅{丙}「梅」
008_0005_c_24L作「樹」{甲}{乙}{丙}

008_0006_a_01L
鴈塔庭中古    탑은 뜰 안에 고색창연히 줄지어 있고
松風洞裡寒    솔바람 소리는 골에 차갑게 울려라
鍾聲驚醉夢    취한 꿈을 깨워 주는 종소리라면
燈火報晨昏    아침저녁 알려 주는 등화燈火라 할까
掃地淸人骨    땅을 쓰니 사람의 뼈가 시원해지고
焚香淨客魂    향을 피우니 길손의 혼이 맑아지누나
不眠過夜半    잠 못 이룬 채 깊은 밤 지나는데
窓外雪紛紛    창밖에는 어지럽게 눈이 내리네
각림사 현판의 시에 차운하다(次覺林懸板韻)
山深野色斷    산이 깊으니 들판 풍경 사라지고
溪近水聲連    내가 가까우니 물소리가 이어지네
月隱峰頭樹    봉우리 위 나무에 숨은 달이요
烟生林下泉    숲 아래 샘에서 나오는 안개로세
庭松含古態    뜨락의 솔은 고태를 머금었고
春鳥報新年    봄 새는 신년을 알려 주누나
獨倚南軒臥    남쪽 난간에 홀로 기대 누워 있으니
淸風起暮天    저물녘 맑은 바람이 불어오네
월정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月精寺韻)
江湖萬里客    강호 만 리 떠도는 나그네가
落日獨憑欄    해질녘 홀로 난간에 기대섰네
山影沉江倒    강물에 거꾸로 비친 산 그림자
春禽帶暮還    석양을 띠고 돌아오는 봄 새로세
鄕愁天外散    향수는 하늘 밖으로 흩어지고
歸意此中寛    돌아갈 뜻은 이 안에서 느긋해라
縹緲烟霞裡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안개 노을
巉巖幾百盤    깎아지른 바위산을 겹겹이 감도네
또(又)
五臺山下路    오대산에서 내려오는 길
日暮步遲遲    해질녘 걸음 마냥 더디기만
入院渾忘世    상원上院에 들어 세상일 모두 잊고
登樓却憶師    누대에 올라 문득 스승님 생각했소
鍾聲雲裡寺    구름 속 사원에서 울리는 종소리요
松影月中巵    달빛 비치는 잔에 잠긴 솔 그림자라
到處心凝㝎    어딜 가나 마음이 안정되나니
禪關久不移    선관禪關51)은 오래도록 변함없어라
정양사52) 현판의 시에 차운하다(次正陽懸板)
蓬萊仙景好    봉래산 선경 좋기도 해라
銀作萬重城    은빛으로 만 겹의 성을 이루었구나
雲外瓊峯列    구름 밖에는 옥 봉우리가 도열하고
林間玉澗鳴    숲 사이엔 옥돌 구르듯 냇물 소리 울리네
天低身欲近    하늘이 낮으니 몸이 가까워지고 싶고
月出眼還明    달이 뜨니 눈이 다시 밝아지도다
踏遍江湖地    강호의 땅을 두루 답사하였지만
玆遊冠一生    이곳 유람이 일생에 으뜸이로다

008_0006_a_01L
鴈塔庭中古松風洞裡寒

008_0006_a_02L鍾聲驚醉夢燈火報晨昏

008_0006_a_03L掃地淸人骨焚香淨客魂

008_0006_a_04L不眠過夜半窓外雪紛紛

008_0006_a_05L次覺林懸板韻

008_0006_a_06L
山深野色斷溪近水聲連

008_0006_a_07L月隱峰頭樹烟生林1)下泉 [19]

008_0006_a_08L庭松含古態春鳥報新年

008_0006_a_09L獨倚南軒臥淸風起暮天

008_0006_a_10L次月精寺韻

008_0006_a_11L
江湖萬里客落日獨憑欄

008_0006_a_12L山影沉江倒春禽帶暮還

008_0006_a_13L鄕愁天外散歸意此中寛

008_0006_a_14L縹緲烟霞裡巉巖幾百盤

008_0006_a_15L

008_0006_a_16L
五臺山下路日暮步遲遲

008_0006_a_17L入院渾忘世登樓却憶師

008_0006_a_18L鍾聲雲裡寺松影月中巵

008_0006_a_19L到處心凝㝎禪關久不移

008_0006_a_20L次正陽懸板

008_0006_a_21L
蓬萊仙景好銀作萬重城

008_0006_a_22L雲外瓊峯列林間玉澗鳴

008_0006_a_23L天低身欲近月出眼還明

008_0006_a_24L踏遍江湖地玆遊冠一生

008_0006_b_01L
임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林秀才)
杖飄千里路    지팡이 짚고서 천 리 길 떠돌다가
眼碧三山霞    삼산의 노을 보니 두 눈이 반가워라
頭戴湘江竹    머리 위에 이었나니 상강湘江의 대53)
足行野菊葩    발로 밟고 가나니 들국화 꽃잎이라
胷藏宛碧玉    가슴에는 조촐한 벽옥을 품고
身被破袈裟    몸에는 누더기 가사를 둘렀어라
明月松窓下    솔 있는 창가에 밝은 달 뜨면
修禪更折邪    선을 닦으며 다시 사마邪魔를 꺾는다오
우경루의 시에 차운하다(次右慶樓韻)
含月山有寺    함월산含月山54)에 절이 있나니
雲深水重重    구름 짙게 끼고 물은 겹겹이라
月映庭中塔    달은 뜨락 안의 탑을 비추고
風鳴樓上鍾    바람은 누상의 종을 울리도다
夜靜夢魂斷    밤이 고요하니 꿈 혼이 끊어지고
興多詩思濃    흥치興致가 진진하니 시상이 샘솟도다
岸巾吟一絶    두건 벗고 절구 한 수 읊는 이 몸
白髮轉髼鬆    흰 머리칼만 더욱 희끗해졌도다55)
회계 산인에게 부치다(寄會溪山人)
隱淪林下士    산속에 숨어 사는 우리 선비님
終日獨沉吟    하루 종일 혼자서 시만 읊는다네
地僻村民少    땅이 외져서 마을 사람 적고
山高草屋深    산이 높아서 초옥이 깊숙한 곳
幾看秋夜月    몇 번이나 가을밤 달을 보면서
空起故鄕心    부질없이 고향 생각 일으켰던가
相憶不相見    생각만 하고 만나 보지 못하다니
愁懷難自禁    수심을 스스로 금하기 어려워라
이상의 시에 차운하여 문 도인에게 주다(次李相韻贈文道人)
客裡還逢客    객지에서 다시 객을 만나서
談懷日欲傾    회포를 얘기하노라니 하루해가 기우뚱
心閑能外世    마음이 한가해서 세상을 도외시하고
年老已忘形    나이 많이 먹으면서 형체를 잊었다오
磨業塵緣靜    업장業障을 갈아 없애니 세상 인연 고요하고
凝神道眼明    정신을 집중하니 도안道眼이 밝아라
想知常宴坐    아마도 언제나 좌선56)을 하면서
返照自心經    자기 마음의 경전을 돌이켜 보리라
종봉에게 부치다(寄鍾峯)
聞君入五臺    듣자니 오대산에 들어가려고
駕鶴別蓬萊    학 타고서 봉래산을 떠나셨다지
雲有洞中鎻    구름이 골짜기 가로막았으니
客無林下回    산림으로 돌아오는 객이 있겠소
秋山長寂寞    언제나 적막한 가을 산에서
江月獨徘徊    강월江月과 함께 홀로 배회한다오

008_0006_b_01L次林秀才

008_0006_b_02L
杖飄千里路眼碧三山霞

008_0006_b_03L頭戴湘江竹足行野菊葩

008_0006_b_04L胷藏宛碧玉身被破袈裟

008_0006_b_05L明月松窓下修禪更折邪

008_0006_b_06L次右慶樓韻

008_0006_b_07L
含月山有寺雲深水重重

008_0006_b_08L月映庭中塔風鳴樓上鍾

008_0006_b_09L夜靜夢魂斷興多詩思濃

008_0006_b_10L岸巾吟一絕白髮轉髼鬆

008_0006_b_11L寄會溪山人

008_0006_b_12L
隱淪林下士終日獨沉吟

008_0006_b_13L地僻村民少山高2)草屋深 [20]

008_0006_b_14L幾看秋夜月空起故鄕心

008_0006_b_15L相憶不相見愁懷3)難自禁 [21]

008_0006_b_16L次李相韻贈文道人

008_0006_b_17L
客裡還逢客談懷日欲傾

008_0006_b_18L心閑能外世年老已忘形

008_0006_b_19L磨業塵緣靜凝神道眼明

008_0006_b_20L想知常宴坐返照自心經

008_0006_b_21L寄鍾峯

008_0006_b_22L
聞君入五臺駕鶴別蓬萊

008_0006_b_23L雲有洞中鎻客無林下回

008_0006_b_24L秋山長寂寞江月獨徘徊

008_0006_c_01L靜坐誰相問    정좌한 이 몸 소식 누가 물어 줄까
愁來鬢自衰    시름 속에 귀밑머리 절로 쇠할 뿐
기상에게 받들어 부치다(奉寄奇相)
山谷來卜宅    산골에 오신 것은 터 잡으려고
白雲鎻重重    백운이 겹겹으로 봉쇄한 이곳
無心看世態    세태를 보는 데는 관심이 없고
有意翫靑松    청송을 감상할 뜻만 있어라
年老宦情薄    연로하니 벼슬 생각도 엷어지고
身閑人事慵    몸이 한가하니 인사人事도 게을러지네
烟霞應得趣    연하烟霞의 취향을 응당 얻으시리
偃蹇似高峰    높은 산봉우리처럼 우뚝하시니
또(又)
絶頂新芧屋    꼭대기에 띳집을 새로 엮었나니
山深水亦重    산도 깊고 물도 겹으로 두른 이곳
經年無俗迹    해가 지나도록 속인의 자취 없고
終日對寒松    종일토록 세한歲寒의 소나무 마주할 따름
向壁尋禪久    면벽하고 내내 참선만 할 뿐
掩關待客慵    손님 접대는 문 닫고서 등한하기만
空門身已老    공문空門57)에 귀의한 몸 이미 늙어서
無力下雲峰    구름 낀 산 내려갈 힘이 없다오
최상의 괘궁루 시에 차운하다(次崔相掛弓樓韻)
洞深春水淥    골 깊은 봄 냇물 맑게 흐르고
城逈碧山秋    성 멀리 보이는 푸른 산의 가을
短板橫雉堞    성가퀴에 가로놓인 짧은 널빤지요
閑弓掛戍樓    수루에 걸려 있는 한가한 활이로세
忠貞懸北闕    충정의 마음은 언제나 대궐 향하고
雄武壓南州    용맹한 기상은 남쪽 고을 진압하도다
爲國勞心力    나라 위해 몸 바친 이 정성이여
誰知事事幽    깊숙한 속까지 낱낱이 알아 줄 이 누구일까
또(又)
神武臨時壯    그 당시 신무神武한 작전 얼마나 장했던가
能驅百萬師    백만 군대를 능히 지휘하였도다
城機如鐵壁    성을 지킬 때는 철벽과 같았나니
英氣貫天暉    영명한 그 기운 태양을 꿰뚫었지
指畫成功易    계획하면 손쉽게 공을 이루었고
經營謀事奇    경영하면 기이하게 일을 주선했다오
台衡應不遠    재상의 지위58)가 멀지 않으리니
承詔步丹闈    조칙 받들고서 대궐에 나아가리다
종봉과 헤어지며(別鍾峯)

008_0006_c_01L靜坐誰相問愁來鬢自衰

008_0006_c_02L奉寄奇相

008_0006_c_03L
山谷來卜宅白雲鎻重重

008_0006_c_04L無心看世態有意翫靑松

008_0006_c_05L年老䆠情薄身閑人事慵

008_0006_c_06L烟霞應得趣偃蹇似高峰

008_0006_c_07L

008_0006_c_08L
絕頂新芧屋山深水亦重

008_0006_c_09L經年無俗迹終日對寒松

008_0006_c_10L向壁尋禪久掩關待客慵

008_0006_c_11L空門身已老無力下雲峰

008_0006_c_12L次崔相掛弓樓韻

008_0006_c_13L
洞深春水淥城逈碧山秋

008_0006_c_14L短板橫雉堞閑弓掛戍樓

008_0006_c_15L忠貞懸北闕雄武壓南州

008_0006_c_16L爲國勞心力誰知事事幽

008_0006_c_17L

008_0006_c_18L
神武臨時壯能驅百萬師

008_0006_c_19L城機如鐵壁英氣貫天暉

008_0006_c_20L指畫成功易經營謀事奇

008_0006_c_21L台衡應不遠承詔步丹闈

008_0006_c_22L別鍾峯

008_0006_c_23L「下泉」二字磨滅{丙}「草屋深」三字磨滅{丙}
008_0006_c_24L「難自禁」三字磨滅{丙}

008_0007_a_01L
交契如松栢    우리 우정 송백과 같았나니
知心問幾年    마음 안 것이 묻노라 몇 년인고
頭流同染指    두류頭流에선 똑같이 종지를 연구했고59)
楓嶽共隨緣    풍악에선 어울려 유람을 했지
一別情多少    헤어지는 심정 어떻다 할까
獨行路八千    홀로 가는 길 팔천 리로세60)
死生從此隔    생사가 이로부터 나뉠 것이라
離思益茫然    이별의 정 더욱더 망연하여라
서산의 시에 차운하여 연 선백에게 주다(次西山韻贈衍禪伯)
閑臥高峯頂    높은 산 정상에 한가로이 누워
不與世浮沉    세상과 부침하는 일이 없다오
無事弄山月    할 일이 없는지라 산 달을 희롱하고
虗懷聽水琴    마음을 비운 채 물 거문고 듣는다네
隨緣能悟道    인연을 따르면서 도를 깨닫고
即物便明心    외물外物을 대하면서 마음을 밝힌다오
一笑相分手    한번 웃고 서로 헤어지는 길
落日掛西岑    지는 해가 서쪽 산에 걸려 있네
유상과 함께 산을 유람하며(與柳相遊山)
陶令歸廬嶽    도령陶令61)이 여악廬嶽을 찾아와서
虎溪微雨秋    호계虎溪에 가랑비 뿌리는 가을62)
風鍾林下寺    숲 아래 절에서는 바람에 울리는 종소리요
鳳管洞中樓    골 안의 누대에선 피리 부는 소리로세
霜葉飛丹壑    붉은 계곡에 휘날리는 단풍잎이요
玉峯映碧流    푸른 냇물에 비치는 옥 봉우리로다
夕陽多勝事    석양에 좋은 경치 많기도 하니
奇絶冠靑丘    기이한 절경으로 동방에 으뜸일세
남 대쉬의 시에 차운하다(次南大倅韻)
落魄江湖久    강호에 낙백落魄한 지 이미 오래
西歸又滯征    서쪽에 돌아가는 일도 지체되기만
幾看新曆日    몇 번이나 새해가 바뀌었던가
未掃古墳塋    아직껏 선영에 성묘도 못했다네
獨入仙山靜    고요한 선산仙山에 홀로 들어가
坐聽玉澗鳴    옥 구르는 냇물 소리 앉아서 듣는다오
逢僧閑打話    스님 만나 한가로이 얘기 나누고
睡起賞春晴    잠에서 깨어 맑은 봄날 감상할 따름
또(又)
自從祝髮行    머리를 깎은 뒤로부터는
長臥白雲間    언제나 누웠나니 흰 구름 사이
無事還成懶    일이 없다 보니 게으름이 습관 되고
因禪又得閑    참선한답시고 한가함 또 얻었다오
經年無俗客    한 해가 다 가도록 속세의 객이 없어
終日對靑山    하루 내내 푸른 산만 마주할 따름
寂寞烟霞裡    연하 속에서 적막하게 지내다가
逢君一破顏    그대 만나 한번 웃어 보았소

008_0007_a_01L
交契如松栢知心問幾年

008_0007_a_02L頭流同染指楓嶽共隨緣

008_0007_a_03L一別情多少獨行路八千

008_0007_a_04L死生從此隔離思益茫然

008_0007_a_05L次西山韻贈衍禪伯

008_0007_a_06L
閑臥高峯頂不與世浮沉

008_0007_a_07L無事弄山月虗懷聽水琴

008_0007_a_08L隨緣能悟道即物便明心

008_0007_a_09L一笑相分手落日掛西岑

008_0007_a_10L與柳相遊山

008_0007_a_11L
陶令歸廬嶽虎溪微雨秋

008_0007_a_12L風鍾林下寺鳳管洞中樓

008_0007_a_13L霜葉飛丹壑玉峯映碧流

008_0007_a_14L夕陽多勝事奇絕冠靑丘

008_0007_a_15L次南大倅韻

008_0007_a_16L
落魄江湖久西歸又滯征

008_0007_a_17L幾看新曆日未掃古墳塋

008_0007_a_18L獨入仙山靜坐聽玉澗鳴

008_0007_a_19L逢僧閑打話睡起賞春晴

008_0007_a_20L

008_0007_a_21L
自從祝髮1) [22] [1] 長臥白雲間

008_0007_a_22L無事還成懶因禪又得閑

008_0007_a_23L經年無俗客終日對靑山

008_0007_a_24L寂寞烟霞裡逢君一破顏

008_0007_b_01L
장 정자의 시에 차운하다(次張正字)
日暮江村雨    해질녘 비 내리는 강 마을에서
相逢恠老身    뜻밖에도 늙은 몸 상봉하였네
獨遊千里久    홀로 천 리 길 오래도록 떠돌다가
對話一宵新    하룻밤 마주 얘기하니 새롭기만 해라
已笑塵中事    속진의 일 이미 웃어넘기고서
曾探物外眞    외물 밖의 참을 일찍이 찾았더라오
亂離將別恨    난리 통에 이별하는 한스러움에
空有淚霑巾    부질없이 수건에 눈물 적시오
영 판사에게 부치다(寄英判事)
野寺前秋別    들녘 절에서 지난 가을 헤어졌는데
深山此日情    깊은 산에서 오늘 이렇게 만나다니요
松窓寒月色    솔 비치는 창가엔 차가운 달빛이요
雲壑亂溪聲    구름 머문 골엔 어지러운 냇물 소리
不幸逢多難    불행히도 다사다난한 때를 만나
無端送一生    무단히 한평생 흘려보내는구려
曺溪消息斷    조계曹溪63)의 한 소식이 끊어졌으니
心卬更誰明    심인心印64)을 누가 다시 밝히려는지65)
명나라 요 상공의 시에 차운하다(次天朝姚相公韻)
古寺停雙斾    오래된 절에 귀인의 행차 멈추자
林間有鳥啼    숲속에서 새들도 환영하며 노래하네
上方山月照    상방上方엔 산 위의 달이 환하고
下界洞雲迷    하계下界엔 골짜기 구름이 희미해라
玉節光輝嶽    옥 부절의 광채는 산악을 밝히고
龍旌影曜溪    용 깃발의 그림자는 시내에 비치누나
他時歸故國    뒷날 고국에 돌아가시거든
倘記老僧栖    노승이 머문 곳 기억해 주시기를
민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閔秀才)
一笑對心知    한번 웃고서 지기知己로 대했는데
悽然又別離    처량하게 또 다시 이별이라니
交情如水淡    물과 같이 담담한 우리 우정이요
詩思與雲馳    구름과 함께 달려가는 시상이로다
世事令人困    세상일은 사람을 곤고하게 하고
秋風使我悲    추풍은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東西一網罟    동쪽이나 서쪽이나 그물투성이라
回首恨何之    머리 돌려도 한스럽게 갈 곳이 없네
또(又)
携手禪窓下    선창禪窓 아래에서 손을 서로 잡았나니
秋山日暮時    지금은 가을 산에 해가 저물 때
寒鴉飛北嶺    갈까마귀는 북쪽 산으로 날아가고
霜菊滿東籬    서리 맞은 국화는 동쪽 울타리66)에 가득
鴈向瀟湘晩    기러기는 느지막이 소상강瀟湘江으로 향하고
雲歸鶴洞遲    구름은 더디게 학동鶴洞으로 돌아오네

008_0007_b_01L次張正字

008_0007_b_02L
日暮江村雨相逢恠老身

008_0007_b_03L獨遊千里久對話一宵新

008_0007_b_04L已笑塵中事曾探物外眞

008_0007_b_05L亂離將別恨空有淚霑巾

008_0007_b_06L寄英判事

008_0007_b_07L
野寺前秋別深山此日情

008_0007_b_08L松窓寒月色雲壑亂溪聲

008_0007_b_09L不幸逢多難無端送一生

008_0007_b_10L曺溪消息斷2) [23] [2] 更誰明

008_0007_b_11L次天朝姚相公韻

008_0007_b_12L
古寺停雙斾林間有鳥啼

008_0007_b_13L上方山月照下界洞雲迷

008_0007_b_14L玉節光輝嶽龍旌影曜溪

008_0007_b_15L他時歸故國倘記老僧栖

008_0007_b_16L次閔秀才

008_0007_b_17L
一笑對心知悽然又別離

008_0007_b_18L交情如水淡詩思與雲馳

008_0007_b_19L世事令人困秋風使我悲

008_0007_b_20L東西一網罟回首恨何之

008_0007_b_21L

008_0007_b_22L
携手禪窓下秋山日暮時

008_0007_b_23L寒鴉飛北嶺霜菊滿東籬

008_0007_b_24L鴈向瀟湘晩雲歸鶴洞遲

008_0007_c_01L談玄又一笑    청담淸談을 나누며 또 한 번 웃나니
情契有誰知    우리의 우정을 아는 자 누구일까
또(又)
多愁頭欲白    시름이 많아 머리는 온통 세려 하고
霜葉洞中天    골짜기 하늘에는 서리 맞은 나뭇잎
鴈呌秋江上    가을 강가에서 울부짖는 기러기요
猿啼暮峀巓    저녁 산마루에서 눈물짓는 원숭이라
山川依舊色    산천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文物盡今年    금년의 문물文物은 이제 막바지
垂淚斜陽裡    기우는 햇빛 속에 눈물 떨구며
茫然古寺前    옛 절 앞에 망연히 서 있노라
박 정자의 시에 차운하다(次朴正字韻)
客路開談笑    객지에서 만나 웃고 얘기하다
隨緣還自分    떠돌아다니는 것이 나의 생활이라
仙姿何得見    신선의 자태를 어떡하면 뵐까
消息又難聞    소식 또한 듣기가 어려워라
日暮思吟鬢    해가 저물면 시상에 빠져들고
夜深夢醉魂    밤이 깊으면 꿈속에 취한다네
秋風山更好    가을바람 부는 산 더욱 좋으니
一欲再論文    다시 한 번 문장을 함께 논해 봤으면
오 대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悟大師韻)
我欲追蹤去    나도 뒤따라가고 싶지만
其如老病何    늙고 병든 것을 어떻게 하나
驚秋添鬢白    가을 들어 백발이 부쩍 늘면서
惜別更愁多    이별의 슬픔에 시름 더욱 몰려오네
獨坐悲前事    홀로 앉아 예전의 일 슬퍼하노니
空山亂暮鴉    까마귀 어지럽게 나는 빈산의 저녁이라
中間橫一嶺    중간에 재 하나 가로놓였으니
莫厭再乘霞    노을 타고 다시 오시기 싫어 마오
또(又)
自從分手後    우리 서로 헤어진 뒤로
眠食問如何    기거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客裡風光少    객지에 풍광은 낯설어도
愁中詩思多    시름 속에 시상은 많다오
無聊看好月    무료하게 쳐다보는 밝은 달이요
厭意聽寒鴉    싫증나게 듣는 갈까마귀 소리라
只隔片雲在    조각구름에 가로막혔을 뿐이니
短笻還拂霞    지팡이 짚고 노을을 헤쳐 봄이 어떠실지
남궁 진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南宮進士韻)
尋仙丹洞裏    연단鍊丹하는 동천洞天으로 신선 찾아가거나
採藥白雲丘    흰 구름 깊은 산으로 약초 캐러 간다네67)

008_0007_c_01L談玄又一笑情契有誰知

008_0007_c_02L

008_0007_c_03L
多愁頭欲白霜葉洞中天

008_0007_c_04L鴈呌秋江上猿啼暮峀巓

008_0007_c_05L山川依舊色文物盡今年

008_0007_c_06L垂淚斜陽裡茫然古寺前

008_0007_c_07L次朴正字韻

008_0007_c_08L
客路開談笑隨緣還自分

008_0007_c_09L仙姿何得見消息又難聞

008_0007_c_10L日暮思吟鬢夜深夢醉魂

008_0007_c_11L秋風山更好一欲再論文

008_0007_c_12L次悟大師韻

008_0007_c_13L
我欲追䗥去其如老病何

008_0007_c_14L驚秋添鬢白惜別更愁多

008_0007_c_15L獨坐悲前事空山亂暮鴉

008_0007_c_16L中間橫一嶺莫厭再乘霞

008_0007_c_17L

008_0007_c_18L
自從分手後眠食問如何

008_0007_c_19L客裡風光少愁中詩思多

008_0007_c_20L無聊看好月厭意聽寒鴉

008_0007_c_21L只隔片雲在短笻還拂霞

008_0007_c_22L次南宮進士韻

008_0007_c_23L
尋仙丹洞裏採藥白雲丘

008_0007_c_24L「行」作「後」{甲}{乙}{丙}「卬」疑「印」{編}

008_0008_a_01L名重人難並    명성은 중하여 남이 견주기 어려운데
心閑道自孤    마음은 한가하여도 혼자 외롭다오
松琴世外曲    솔 거문고는 세상 밖의 곡조요
詩茟壁間圖    시필詩筆은 사람들이 벽에 걸어 놓는다네
相見知何日    어느 날에 우리 서로 만나서
登高費眼盱    높은 산에 올라가 실컷 바라볼거나
고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高秀才韻)
自從歸隱後    돌아와 숨어 살기 시작한 뒤로
已是十年餘    벌써 흘러간 십여 년 세월
洞口雲深鎻    동구에 구름이 굳게 빗장을 채워
柴門跡漸踈    사립문에 인적이 갈수록 드물기만
渴霑半掬水    목마르면 반 움큼 물로 적시고
飢食滿山蔬    배고프면 산에 널린 나물을 먹는다오
天外聞名久    하늘 밖에서 오래전에 이름을 들었는데
山中識面初    산중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알았구려
또(又)
避人兼避世    사람도 피하고 세상도 피하려고
拂袖入仙區    소매 떨치고서68) 신선의 구역으로
富貴單雲衲    한 벌 납의로 넉넉하고
生涯九節浦    구절포九節浦69)로 활기 돋운다네
詩書靜裏友    시서詩書는 고요함 속의 벗이요
山水眼前圖    산수는 눈앞의 그림이로세
心死如灰冷    마음은 식어 재처럼 냉랭하고
形枯共鶴癯    육신은 말라서 학처럼 여위었소70)
취병 산인의 시에 차운하다(次翠屏山人)
翠屏今日話    취병翠屏에선 오늘 얘기 나누고
楓嶽舊遊情    풍악楓嶽에선 예전에 유람하였지
日暮長江靜    해 저물녘 고요한 강 아스라이 흐르고
春深短嶽靑    봄 깊으니 푸른 산은 더욱 가까워라
孤村人語少    외로운 마을엔 사람 소리 적고
隣寺磬聲淸    가까운 절에선 경쇠 소리 맑아라
別後相思夢    이별한 뒤로 꿈속에 그리다가
依然到此亭    나도 몰래 이 정자에 이르렀다오
정 상인에게 주다(贈正上人)
旣入神仙洞    신선의 동천洞天에 들어가서는
移栖杳靄間    자욱한 운무 사이로 다시 옮겼네
眼禁隨物色    눈은 물색을 좇는 일을 금하고
笻不入塵寰    지팡이는 티끌세상 들여놓지 않는다네
問道看庭樹    정전백수자71) 화두를 간하며 참구하고72)
焚香對聖顏    성안聖顔을 배알하고 향을 사르네
一朝開活眼    어느 날 살아 있는 눈을 활짝 뜨면
天地在毫端    천지가 터럭의 끝에 있으리라
유상의 시에 차운하여 진 상인에게 주다73)(次柳相韻贈眞上人)

008_0008_a_01L名重人難並心閑道自孤

008_0008_a_02L松琴世外曲1) [24] [3] 壁間圖

008_0008_a_03L相見知何日登高費眼盱

008_0008_a_04L次高秀才韻

008_0008_a_05L
自從歸隱後已是十年餘

008_0008_a_06L洞口雲深鎻柴門跡漸踈

008_0008_a_07L渴霑半掬水飢食滿山蔬

008_0008_a_08L天外聞名久山中識面初

008_0008_a_09L

008_0008_a_10L
避人兼避世拂袖入仙區

008_0008_a_11L富貴單雲衲生涯九節浦

008_0008_a_12L詩書靜裏友山水眼前圖

008_0008_a_13L心死如灰冷形枯共鶴癯

008_0008_a_14L次翠屏山人

008_0008_a_15L
翠屏今日話楓嶽舊遊情

008_0008_a_16L日暮長江靜春深短嶽靑

008_0008_a_17L孤村人語少隣寺磬聲淸

008_0008_a_18L別後相思夢依然到此亭

008_0008_a_19L贈正上人

008_0008_a_20L
旣入神仙洞移栖杳靄間

008_0008_a_21L眼禁隨物色笻不入塵寰

008_0008_a_22L問道看庭樹焚香對聖顏

008_0008_a_23L一朝開活眼天地在毫端

008_0008_a_24L次柳相韻贈眞上人

008_0008_b_01L
山水磨雲衲    산수에서 운수납자 탁마하고
烟霞養性眞    연하 속에서 참 성품을 기른다오
臘高頭欲白    법랍法臘이 높아서 머리는 희려 하지만
叅久意猶新    참구參究가 무르익을수록 뜻은 더욱 참신하네
鍊業經多刼    몇 겁을 수행 연마하였으며
安禪問幾春    좌선한 지는 몇 해이던가
笑他塵世客    우스워라, 저 티끌세상의 객이여
卓志老嶙峋    드높은 뜻 늙어서도 우뚝하고녀
최 생원의 시에 차운하다(次崔生員韻)
古寺多奇勝    옛 절에 뛰어난 경치 많아서
登樓賞未酬    누대에 올라 아직 다 감상을 못하였소
松花隨雨落    송화는 빗방울 따라 땅에 떨어지고
竹葉浸溪流    죽엽은 냇물에 잠겨 떠내려가는구나
仙去風猶在    신선은 갔어도 풍류는 여전히 남았는데
鶴歸影不留    학은 돌아가 그림자 머물러 있지 않네74)
一遊情未洽    한 번 유람으로 마음이 흡족하지 않아
臨發更夷猶    출발하려 하다가 다시 머뭇거리노라
송운75) 대사에 대한 만장(挽松雲章)
幾年遊幻海    허깨비 바다에서 노닌 것이 몇 년인가
今日始歸眞    오늘에야 비로소 참 세계로 돌아갔네
物外風雲主    세상 밖에서는 풍운의 주인이요
人間柱石臣    세상 안에서는 주석柱石의 신하였어라
寛仁常愛衆    관후하고 인자하여 대중을 항상 사랑했고
爲國便忘身    나라 위한 일이라면 한 몸을 잊었다오
遽隔幽明路    이승 저승으로 갑자기 길이 나뉘다니
天涯淚滿巾    하늘 끝에서 눈물로 수건을 적시노라
희사의 시에 차운하다(次熙師韻)
松花長作食    송홧가루로 언제나 음식을 삼고
荷葉過殘年    연잎 옷으로 남은 해 보내는 분
立志如山嶽    수립한 뜻은 산악과 같고
安心似海天    안정된 마음은 해천海天과 흡사해라
常懷求道念    항상 구도의 일념 품고서
不滯止啼錢    울음 그치게 하는 돈에 끌리지 않는다오76)
若到心空處    만약 마음이 공한 곳에 이르면
同塵隨世緣    세상 인연 따르면서 동진同塵77)하리이다
벗에게 부치다(寄友)
水雲千里外    물과 구름 너머 천 리 밖에서
何日不相思    어느 날이고 그리워하지 않았으리
客懷誰與語    나그네의 심회를 누구와 얘기할까
空尋別時期    부질없이 헤어질 때의 기약을 떠올리네
今逢歸北鴈    지금 북으로 가는 기러기를 만났기에
遠寄舊情辭    옛정을 담은 글을 멀리 부치오
해상의 물物 자에 차운하다(次海商物字)

008_0008_b_01L
山水磨雲衲烟霞養性眞

008_0008_b_02L臘高頭欲白叅久意猶新

008_0008_b_03L鍊業經多刼安禪問幾春

008_0008_b_04L笑他塵世客卓志老嶙峋

008_0008_b_05L次崔生員韻

008_0008_b_06L
古寺多奇勝登樓賞未酬

008_0008_b_07L松花隨雨落竹葉浸溪流

008_0008_b_08L仙去風猶在鶴歸影不留

008_0008_b_09L一遊情未洽臨發更夷猶

008_0008_b_10L挽松雲章

008_0008_b_11L
幾年遊幻海今日始歸眞

008_0008_b_12L物外風雲主人間柱石臣

008_0008_b_13L寛仁常愛衆爲國便忘身

008_0008_b_14L遽隔幽明路天涯淚滿巾

008_0008_b_15L次熙師韻

008_0008_b_16L
松花長作食荷葉過殘年

008_0008_b_17L立志如山嶽安心似海天

008_0008_b_18L常懷求道念不滯止啼錢

008_0008_b_19L若到心空處同塵隨世緣

008_0008_b_20L寄友

008_0008_b_21L
水雲千里外何日不相思

008_0008_b_22L客懷誰與語空尋別時期

008_0008_b_23L今逢歸北鴈遠寄舊情辭

008_0008_b_24L次海商物字

008_0008_c_01L
衆生五蘊身    오온五蘊78)으로 이루어진 중생의 몸
中有一靈物    그 안에 하나의 신령스러운 물건이 있다오
玄玄隱視聽    현묘하고 현묘해서 보고 들을 수 없고
赫赫明日月    혁혁해서 해와 달보다 밝다오
萬殊箇裡圓    온갖 것이 이 안79)에선 원융하니
彼此何須別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여 무엇하리오
迷來强安名    미혹하면 억지로 이름을 붙이지만
悟去元無說    깨달으면 원래 붙일 말이 없다네80)
投簪御雲來    벼슬 버리고 구름 타고 와
對面分殺活    대면하고는 살활殺活을 나누는구나81)
또(又)
浮休一老翁    부휴라는 한 늙은이는
活計淸無物    살림살이 단출하여 한 물건도 없네82)
日暮弄松風    해 저물면 솔바람을 희롱하고
夜深翫山月    밤 깊으면 산 달을 감상할 따름
機息絶營謀    기심機心이 끊어져서 꾀부리는 일도 없고
心灰無所別    마음이 재와 같아서 분별할 것도 없다오
避世入深居    세상 피해 깊이 들어와 은거하니
何人寄問說    어떤 사람이 안부나 물어보리까
吾法有自來    내 법은 전해 내려온 유래 있으니
一言具殺活    한마디에 살활殺活을 갖추었다는 것이네

008_0008_c_01L
衆生五蘊身中有一靈物

008_0008_c_02L玄玄隱視聽赫赫明日月

008_0008_c_03L萬殊箇裡圓彼此何須別

008_0008_c_04L迷來强安名悟去元無說

008_0008_c_05L投簪御雲來對面分殺活

008_0008_c_06L

008_0008_c_07L
浮休一老翁活計淸無物

008_0008_c_08L日暮弄松風夜深翫山月

008_0008_c_09L機息絕營謀心灰無所別

008_0008_c_10L避世入深居何人寄問說

008_0008_c_11L吾法有自來一言具殺活

008_0008_c_12L「茟」作「筆」{甲}{乙}{丙}

008_0009_a_01L
  1. 46)흰 구름은~산으로 돌아오네 :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歸去來辭〉에 “구름은 무심히 산굴에서 나오고 / 새는 날다 지쳐 돌아올 줄을 안다(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라는 명구가 나온다.
  2. 47)산색山色은 옷에~해는 지네 : 김시습金時習의 시 〈淸平山〉의 첫 수에 “청평산의 산색 옷에 어리비쳐 물들고 / 쓸쓸히 저녁놀 속에 해는 저무네(淸平山色映人衣 慘淡煙光送落暉)”라고 한 구절과 의경意境이 비슷하다.
  3. 48)달 속에선~계화桂花가 지고 : 당나라 송지문宋之問의 시 〈靈隱寺〉에 “계수나무 꽃이 달 속에 떨어지니 / 하늘 향기가 구름 밖에 나부끼네(桂子月中落 天香雲外飄)”라는 명구가 있다. 보통 사원에서 중추仲秋 전후의 시절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4. 49)오래 앉아~옷에 배네 : 『五燈全書』 권59 「孤月淨澄章」(X82, 241b10), “서강西河(山西省) 출신으로 속성은 장씨이다. 처음에 월계 유징月溪惟澄에게서 참구하였는데, 월계가 조주의 무자화두를 간하도록 하였다. 이틀 만에 깨달으니 월계가 그를 빼어나다고 여겼다. 다시 촉(四川省) 땅으로 들어가 비설산에서 3년을 혼자 지냈다. 하루는 밥을 지어 놓고 돌아올 때를 정하고 갔으나 깨달았을 때 밥은 이미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땅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기 때문에 찬 기운이 발에 엄습하여 일어나지 못하였다. 때마침 어떤 사람이 짊어지고 뒷산에 이르러 숨을 고르고서야 나았다. 하루는 나무 위에 앉아 있다가 폭죽 터지는 소리를 듣고서 순간 크게 깨달았다.(西河張氏子. 首參月溪澄, 令看趙州無字話. 二日有省, 澄異之. 復入蜀獨居飛雪山三年. 一日炊飯定去, 覺時飯已成醭. 以地坐久, 足爲冷濕所浸不能起. 得人荷至後山, 調息始愈. 一日坐木上, 聞爆竹聲, 豁然大悟.)”
  5. 50)비 갠~남쪽 산이로세 : 북쪽 산마루(北嶺)와 남산南山은 북쪽과 남쪽이라는 방위로 서로 대립하는 곳이 아니라 북쪽 산마루가 곧 남산이고 남산이 곧 북쪽 산마루로 본래는 한곳이다. 눈앞에 전개된 사물이나 현상을 가지고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를 표현한 말이다. ‘남산에 구름 이니 북산에 비 내린다(南山起雲北山下雨)’는 말과도 같다. 이하 5ㆍ6구 경련頸聯에서 ‘향기로운 국화에 벌과 새가 모여들고 / 늙은 소나무에 학과 원숭이가 깃들인다’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6. 51)선관禪關 : 선림禪林과 같은 말. 좌선하는 도량을 가리킴.
  7. 52)정양사正陽寺 : 강원도 금강군 내금강리 소재. 신라시대 때 창건되었다.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으로부터 내려오는 금강산 정맥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정양사라는 이름도 이로부터 붙여졌다고 전한다. 정양사 망루인 헐성루歇惺樓는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일시에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8. 53)상강湘江의 대 : 반죽斑竹으로 만든 삿갓. 요堯임금의 두 딸로 순舜임금의 왕비가 된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임금 사후에 상강에서 슬피 울다가 물에 빠져 죽었는데, 이때 흘린 눈물방울이 대나무에 얼룩져서 소상반죽瀟湘斑竹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博物志』 권8 참조.
  9. 54)함월산含月山 : 경상북도 월성군月城郡 양북면陽北面 호암리虎岩里 소재. 신라 때에는 남악南岳이라고 불렀으며, 선덕여왕 때 창건한 기림사祇林寺가 있다. 『新增東國輿地勝覽』 권21 「慶尙道」 〈慶州〉 참조.
  10. 55)흰 머리칼만 더욱 희끗해졌도다 : 『五燈會元』 권12 「景淳知藏」(X80, 259c17), 『續傳燈錄』 권25 「景淳知藏」(T51, 641c11)에 “추위가 무서워 삭발을 게을리했더니 머리칼이 희끗해졌다(怕寒懶剃髼鬆髮)”라는 게송이 나온다.
  11. 56)좌선(宴坐) : 안선安禪ㆍ연좌燕坐라고도 한다.
  12. 57)공문空門 : 불교를 가리키는 말. 공空 사상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최고의 가르침으로 삼으므로 불교를 가리켜 공문이라 한다.
  13. 58)재상의 지위(台衡) : 태台는 자미궁紫微宮 주위에 각각 두 개의 별로 이루어진 상태上台ㆍ중태中台ㆍ하태下台 세 쌍의 별을 가리키며 삼공三公에 견준다. 형衡은 옥형玉衡을 뜻하는데 북두칠성의 다섯째 별 또는 다섯째에서 일곱째 별까지의 세 별을 아울러 일컫기도 한다.
  14. 59)종지를 연구했고(染指) : 염지染指는 손가락으로 음식 맛을 보다, 이익을 나누어 갖다, 어떤 일에 함께 참여하다 등의 뜻인데, 이 시에서는 불법의 종지를 함께 탐구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15. 60)홀로 가는~팔천 리로세 :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으로 떠나는 것을 표현한 말. 당나라 한유韓愈의 시에 “아침에 상소문 하나 구중궁궐에 올렸다가 / 저녁에 팔천 리 떨어진 조주로 좌천되었다네(一封朝奏九重天 夕貶潮州路八千)”라는 시구가 있다. 『韓昌黎集』 권10 〈左遷至藍關示姪孫湘〉 참조.
  16. 61)도령陶令 : 도잠陶潛을 이름. 팽택彭澤 현령縣令을 지낸 적이 있으므로 이와 같이 부름.
  17. 62)도령陶令이 여악廬嶽을~뿌리는 가을 : 진나라 도잠이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로 고승 혜원慧遠을 찾아갔다가 호계虎溪에서 파안대소했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주 45 참조.
  18. 63)조계曹溪 : 육조六祖 혜능慧能이 조계산曹溪山 보림사寶林寺에서 선종의 종지를 널리 폈던 데서 조계라 하면 ‘혜능’ 또는 ‘선종’을 일컫는다.
  19. 64)심인心印 : 불심인佛心印ㆍ불인佛印이라고도 한다. 인印은 인가印可ㆍ인증印證한다는 뜻이다. 스승과 제자의 마음이 서로 부합하여 일체가 되는 것 또는 스승이 제자의 깨달음을 인가하는 것을 뜻한다. 부처의 염화拈華에 가섭이 미소한 일화로부터 역대의 조사들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인가하고 전수한 방식을 가리킨다. 『憨山老人夢遊集』 권32 「題諸祖道影後」(X73, 692b19), “역대 모든 조사들이 불심인을 전한 종사이다. 지난날 세존께서 영산회상에서 설법하실 때 항상 제자 천이백오십 인이 따랐고, 최후에 꽃을 들어 보이시자 가섭이 파안미소하여 마침내 심인을 전하고 교외별전의 종지를 삼았다. 이로부터 선종 28대 조사로 이어졌고 멀리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달마 대사에 이르러 여섯 번 전해져 조계 혜능에까지 이르렀다. 그 아래로 남악과 청원 대에 이르러 다섯 종파로 나뉘었다.(諸祖乃傳佛心印之宗師也. 意昔世尊說法靈山, 常隨弟子千二百五十人, 及佛末後拈花, 迦葉破顏微笑, 遂傳心印, 爲教外別傳之旨. 是爲禪宗二十八代, 至達摩大師遠來東土, 六傳而至曹溪. 下有南嶽青原, 以分五宗.)”
  20. 65)조계曹溪의 한~다시 밝히려는지 : 누가 선종의 법맥을 다시 이어서 쇠미한 종풍을 떨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21. 66)동쪽 울타리(東籬) : 진나라 도잠의 시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면서 / 유연히 남쪽 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는 시구가 있다. 『陶淵明集』 권3 〈飮酒〉 5 참조.
  22. 67)흰 구름~캐러 간다네 : 당나라 때 가도賈島의 시 〈訪道者不遇〉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 스님은 약초를 캐러 나갔다네 / 이 산속에 계신 것만은 분명한데 / 구름이 깊어서 어딘지는 모른다네(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라는 표현이 있다.
  23. 68)소매 떨치고서(拂袖) : 결연히 떠날 때의 기세를 표현하는 말.
  24. 69)구절포九節浦 : 약초 이름. 창포菖蒲의 일종이다. 줄기 마디가 촘촘하며 한 치가 아홉 마디 이상이어서 구절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抱朴子』 「仙藥」에 “창포는 바위에서 나온 것을 얻어야 하는데, 한 치에 아홉 마디 이상 되는 것으로 보라색 꽃을 피우는 것이 특히 좋다.(菖蒲須得生石上, 一寸九節已上, 紫花者尤善也.)”라는 말이 나오고, 고시古詩에 “바위에서 나온 창포 / 한 치에 여덟아홉 마디 / 선인이 나에게 먹으라고 권하여 / 나의 안색을 좋게 했다오(石上生菖蒲 一寸八九節 仙人勸我餐 令我好顔色)”라는 구절이 있다.
  25. 70)마음은 식어~학처럼 여위었소 : 열기가 완전히 식어 차가워진 재(死灰)는 온갖 번뇌 망상이 사라진 경지를 표현하고, 학처럼 여윈 몸(形枯)은 일체의 사려분별이나 마음 작용을 멸한 상태를 표현한다.
  26. 71)정전백수자(庭樹) :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를 줄인 말이다. 주 20 참조.
  27. 72)참구하고(問道) : 참선문도參禪問道와 같은 말. 참선하며 도를 탐구하는 것을 말함.
  28. 73)일반적으로 좌선은 벽계산간碧溪山間 주위의 한적한 곳에서 행해야 한다는 마음에 구애되기 쉬우나,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 수행을 위해서 반드시 산수山水라는 환경이 필수 조건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말 두순학杜荀鶴의 시 〈夏日題悟空上人院〉에 “삼복더위에 문 닫아걸고 기운 납의 걸친 채로 / 마루엔 소나무 대나무 그림자도 지지 않네 / 좌선에 어찌 반드시 산수가 필요할까 / 마음속 번뇌 멸하면 불 속도 서늘한 것을(三伏閉門披一衲 兼無松竹蔭房廊 安禪不必須山水 滅得心中火自凉)”이라 하였다. 후에 선림에서는 이 시의 3ㆍ4구를 즐겨 인용하여 그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 자유무애하게 행하는 데에 좌선의 참뜻이 있음을 대변해 말한다. 전체적인 뜻은 이러한 맥락과 통하면서도 위의 시에서는 산수의 경계와 운수납자가 하나로 어우러져 좌선 수행하는 가운데 참된 본성을 실현하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29. 74)신선은 갔어도~있지 않네 : 옛날 선인仙人인 자안子安이 황학黃鶴을 타고 내려온 곳에 황학루黃鶴樓라는 누각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하는데, 이를 소재로 읊은 당나라 최호崔顥의 시 〈黃鶴樓〉에 “황학은 한번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 흰 구름만 천 년토록 부질없이 떠 있도다(黃鶴一去不復返 白雲千載空悠悠)”라는 구절이 나온다.
  30. 75)송운松雲 : 유정惟政의 호.
  31. 76)울음 그치게~끌리지 않는다오 : 불경의 언어 문자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종에서는 부처의 팔만사천법문이 모두 중생을 인도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설법方便說法으로서 마치 어린아이가 울 적에 부모가 나무의 누런 잎사귀를 종이돈이라고 속여서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黃葉止啼)과 같다고 한다. 『北本大般涅槃經』 권20 「嬰兒行品」(T12, 485c10), 『從容錄』 제7칙 「藥山陞座」(T48, 231c12)에 이 내용이 나온다. 『宏智廣錄』 권2 (T48, 19a17), “미련한 아이는 누런 잎을 돈이라 여겨 울음 그치고 / 뛰어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바람처럼 달린다네(癡兒刻意止啼錢 良駟追風顧影鞭)”
  32. 77)동진同塵 :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준말. 특별히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세상과 원만하게 화합하는 것을 말한다. 『老子』 4장,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과 함께한다.(和其光同其塵.)”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33. 78)오온五蘊 : ⓢ pañca skandha. 인간의 심신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의 가합적假合的 요소. 색色(ⓢ rūpa)ㆍ수受(ⓢ vedanā)ㆍ상想(ⓢ saṃjñā)ㆍ행行(ⓢ saṃskāra)ㆍ식識(ⓢ vijñāna)을 가리킨다. 색은 물질 현상인 육신을 말하고 기타 네 가지는 심리 현상을 설명한다. 『般若心經』(T8, 848c7),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오온이 모두 공空한 것을 비춰 보고 일체의 고액苦厄에서 벗어났다.(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34. 79)이 안(箇裡) : 제2구에서 말한 ‘하나의 신령스러운 물건(一靈物)’을 가리킨다.
  35. 80)미혹하면 억지로~말이 없다네 :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신령스러운 물건(一靈物)’이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36. 81)벼슬 버리고~살활殺活을 나누는구나 : 일영물一靈物 또는 일물一物의 특성은 현현玄玄하고 혁혁赫赫하며, 그 안에서는 온갖 것이 원융하여 피차를 분별할 필요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분별ㆍ무차별의 상태에만 머물러 있으면서 이를 진실로 여겨서도 안 된다. 그러므로 마지막 구절에서 지위 고하가 있는 차별의 경계를 ‘벼슬’이라는 말로 대표하여 이(차별)를 버리고 와서는 다시금 살활을 나눈다고 함으로써 분별과 차별의 경계를 함께 제시해 보인 것이다. 다음 시에서도 무언가를 도모하고 꾀하거나 분별하는 마음이 사라진 일상의 삶을 전개하고, 마지막 구절에서는 자신의 법이란 ‘한마디에 살활을 갖춘 것’이라고 함으로써 앞의 무분별의 경계와 함께 분별의 경계를 제시하고 있다. 『圓覺經』(T17, 917b10), “망상의 경계에 머무르되 분별을 더하지도 말며, 분별이 없는 상태를 진실이라고 헤아리지도 마라.(住妄想境, 不加了知, 於無了知, 不辨眞實.)”; 『大寶積經』 권4(T11, 21b26), “일체의 모든 법은 여래가 임시로 이름 붙여(假名) 설하신 것일 뿐이다. 모든 법이 가명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법을 시설할 수도 나타내 보일 수도 없는 것이다. 나타내 보일 수 없으므로 여래께서 설하신 법은 모두 참된 승의인 것이다.(一切諸法, 皆是如來假名說故. 若彼諸法由假名者, 是則不可以法施設, 亦無示現. 無示現故, 如來所說, 皆眞勝義.)”
  37. 82)살림살이 단출하여~물건도 없네 : 다음 3ㆍ4구에서 그의 살림살이가 어떠한지를 표현하고 있다. 송풍松風과 산월山月이 살림살이의 전부인 것이다.
  1. 1)「月色寒」三字磨滅{丙}。
  2. 2)「窓下…自斑」七字磨滅{丙}。
  3. 3)「松自…初飛」八字磨滅{丙}。
  4. 4)「梅」作「樹」{甲}{乙}{丙}。
  5. 1)「下泉」二字磨滅{丙}。
  6. 2)「草屋深」三字磨滅{丙}。
  7. 3)「難自禁」三字磨滅{丙}。
  8. 1)「行」作「後」{甲}{乙}{丙}。
  9. 2)「卬」疑「印」{編}。
  10. 1)「茟」作「筆」{甲}{乙}{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