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영허집(暎虛集) / 暎虛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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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허집 권2(暎虛集 卷之二)
오언율시五言律詩
마음을 돌림(回心)
衰鬢先年白     귀밑머리 시어 나이 앞서 희어지니
滿腔憂道心     가슴 가득 도심道心을 걱정할 뿐
世緣慙未斷     세상 인연은 부끄럽게도 아직 끊지 못해
勳業媿初心     공훈과 업적은 처음 먹은 마음에 부끄럽구나
病鶴凌空志     병든 학이 창공으로 솟아오르려 하고
潜蛟興雨心     잠긴 교룡이 비를 일으키려는 마음 내었네
名山多故舊     이름난 산에 오래된 친구들이 많은데
何日與論心     어느 날에나 함께 이 마음 논해볼까
이별離別
寡助兼多難     돕는 이가 적고 어려움도 많거늘
逢秋又送君     가을을 만나서 또 그대를 보내누나
悲凉聞去鴈     떠나는 기러기 소리에 슬퍼지고
悽斷望歸雲     가는 구름 바라보니 처연도 하지
告別情何極     이별을 고하는 마음인들 어떠하랴
停杯日已曛     찻잔 멈추니 날이 벌써 어두워라
不堪來往意     이 생각 저 생각 견디지 못하겠거늘
風雨晩紛紛     비바람이 저물녘 어지러이 몰아치네
결하結夏1)
正令纔提起     정령2)이 제기되자마자
魔軍已悚神     마군들 벌써 두려움에 떠네
但知心是佛     다만 이 마음이 부처임을 알 뿐이니
何患父非親     어찌 아비가 친부 아님을 근심하랴
在事通無事     일에 처하되 일 없음과 통하니
常身即法身     평상시 몸이 바로 법신이로다
色聲元不碍     성색은 원래 방해되지 않으니
全體舊時人     온 몸이 옛날 그 사람이로다
염불승念佛僧
淨土修行路     정토의 수행길이
人間功德林     세상의 공덕림이라
施爲增白業     시주하면 선업을 더함이 되니
開口吐黃金     입을 열어 황금을 토해주네
六字同千念     육자3)는 천 가지 생각과 같으며
三觀只一心     삼관4)은 한마음일 뿐이로다
彌陁在何處     미타가 어디에 있는가
淸淨妙言音     청정하고 묘한 말소리에 있지

008_0036_b_01L暎虛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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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036_b_03L五言律詩

008_0036_b_04L回心

008_0036_b_05L
衰鬂先年白滿腔憂道心

008_0036_b_06L世緣慙未斷勳業媿初心

008_0036_b_07L病鶴凌空志潜蛟興雨心

008_0036_b_08L名山多故舊何日與論心

008_0036_b_09L離別

008_0036_b_10L
寡助兼多難逢秋又送君

008_0036_b_11L悲凉聞去鴈悽斷望歸雲

008_0036_b_12L告別情何極停杯日已曛

008_0036_b_13L不堪來往意風雨晩紛紛

008_0036_b_14L結夏

008_0036_b_15L
正令纔提起魔軍已悚神

008_0036_b_16L但知心是佛何患父非親

008_0036_b_17L在事通無事常身即法身

008_0036_b_18L色聲元不碍全體舊時人

008_0036_b_19L念佛僧

008_0036_b_20L
淨土修行路人間功德林

008_0036_b_21L施爲增白業開口吐黃金

008_0036_b_22L六字同千念三觀只一心

008_0036_b_23L彌陁在何處淸淨妙言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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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를 회고함(新羅懷古)
故國興亡事     옛 나라의 흥하고 망한 일
茫茫欲問誰     아득한 자취 누구에게 물어볼까
王孫乘鳳去     왕손은 봉황을 타고 떠나
歌舞上天歸     노래하고 춤추면서 하늘로 돌아갔다
石老雲空鎻     오래된 바위에 구름은 속절없이 막혔고
山靑江自悲     푸른 산가에 강은 스스로 슬퍼하누나
向來行輦路     그 옛날 수레로 지나왔던 길
春雨落花飛     봄비에 꽃이 어지러이 날리며 떨어지네
양생養生
於世安身術     세상에서 몸을 편케 하는 방법으로
莫良灰此心     이 마음을 재가 되게 함만 없지5)
自乾人唾面     남이 얼굴에 침을 뱉어도 말릴 것이니
寧受鬼知金     어찌 귀신이 아는 돈을 받으리요
瓦合同貧病     기와집은 가난하고 병든 이와 함께하고
珠全共陸沉     옥구슬은 육침6)과 함께하리
效他前澗水     저 앞 시냇물을 본받을지니
隨淺又隨深     때에 따라 얕아지기도 또 깊어지기도
결제結制
禁足靑山裏     청산 속에 발을 묶어 놓고
九旬念無違     구순 동안 생각에 어긋남이 없어야지
頭燃求至道     머리에 붙은 불 끄듯 지극한 도를 구하고
履薄畏邪思     살얼음 밟듯 사악한 생각 조심하리
百鍊多生業     끝없는 단련은 여러 생의 업이며
明星一夜期     명성은 하룻밤의 기약이라7)
身心俱放下     몸과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閑坐亦無爲     하는 것 없이 한가롭게 앉았노라
홀로 앉아(獨坐)
廓徹超三際     툭 터져 삼제8)를 초월하니
微塵括十虛     한 티끌 속에 십허9)를 담는구나
本無名寂滅     본래 적멸이라 이름할 수 없었으니
那更號眞如     어찌 또 진여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竊比隨風鳥     적이 바람 따라 나는 새에는 견주어도
難同透網魚     그물을 통과한 물고기10)는 되지 않겠네
蕭然唯獨坐     고요하게 홀로 앉아 있노라니
可稱入無餘     무여11)에 들었다고 할 만
회포를 읊다(詠懷)
尙志寧矯俗     뜻 높게 한다고 어찌 세속을 바로잡으랴
非才好退藏     재주 없으니 물러나 숨는 게 맞지
踈慵無可用     게을러 빠졌으니 쓸 만한 데 없지만
放曠有何妨     얽매임 없으니 무엇을 꺼리랴
海客譏參魯     바다 객은 노둔한 증삼12)을 기롱하고
山人笑點狂     산 사람은 광사 증점13)을 비웃노라

008_0036_c_01L新羅懷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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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國興亡事茫茫欲問誰

008_0036_c_03L王孫乘鳳去歌舞上天歸

008_0036_c_04L石老雲空鎻山靑江自悲

008_0036_c_05L向來行輦路春雨落花飛

008_0036_c_06L養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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於世安身術莫良灰此心

008_0036_c_08L自乾人唾面寧受鬼知金

008_0036_c_09L瓦合同貧病珠全共陸沉

008_0036_c_10L效他前澗水隨淺又隨深

008_0036_c_11L結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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禁足靑山裏九旬念無違

008_0036_c_13L頭燃求至道履薄畏邪思

008_0036_c_14L百鍊多生業明星一夜期

008_0036_c_15L身心俱放下閑坐亦無爲

008_0036_c_16L獨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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廓徹超三際微塵括十虛

008_0036_c_18L本無名寂滅那更號眞如

008_0036_c_19L竊比隨風鳥難同透綱魚

008_0036_c_20L蕭然唯獨坐可稱入無餘

008_0036_c_21L詠懷

008_0036_c_22L
尙志寧矯俗非才好退藏

008_0036_c_23L踈慵無可用放曠有何妨

008_0036_c_24L海客譏參魯山人笑點狂

008_0037_a_01L任他牛馬喚     타인이 소나 말이라 부르는14)대로 내버려 두고
自在臥雲岡     구름 산등성이에 누워서 자유자재 하노라
솔잎을 맛봄(噉松)
錐盡何須卓     송곳이 없으니 어찌 세우랴15)
今年直是貧     올해야말로 참으로 가난이로다
服松靑入骨     솔잎 먹자 푸르름이 골수에 들고
飮水白通神     물을 마시니 맑음이 정신에 통하네
獨坐山中老     홀로 앉아 산중에서 늙어가니
無心世上人     세상 사람들에 무심해지네
香燈緣外事     향등 올림은 외부의 일이요
宿習見天眞     오랜 습관에서 천진을 보노라
다시 서산대사를 뵙다(再參西山)
一見淸虛後     한번 청허16)를 뵌 뒤로는
常行寂滅中     늘 적멸 속을 다녔다네
胸懷寬碧海     흉회가 푸른 바다처럼 넓어져
活計付長風     살 계책을 큰바람에 붙였지
在事通無事     일에 처하되 일 없음에 통하고
居空不落空     공에 거하되 공에 떨어지지 않아
逢人言妙旨     만나는 이마다 묘한 뜻 일러주니
六耳不相同     육이17)와는 도모하지 않는다네
원통대사께 바침(奉呈圓通大師)
圓通眞性外     진성 바깥까지 둥글게 통하고 보니
空色法身中     공과 색이 법신 가운데 물건이로다
觸物元無着     사물과 접해도 원래 집착 않으니
聞聲不用䏊     소리 들어도 귀머거리 될 필요 없네
寒溪迎白日     찬 시내는 밝은 해를 맞이하고
古栢引淸風     묵은 잣나무는 맑은 바람 끌어들이듯
一味成三昧     한번 삼매를 맛본지라
怡然看碧峰     즐거운 마음으로 푸른 봉우리 바라보네
설매상인에게 보임(示雪梅上人)
天性非生熟     천성은 날것도 익은 것도 아닌지라
庬公未易嘗     방공18)조차도 맛보기 쉽지 않은 것
葉從花並勝     잎은 꽃과 아우러져 아름답고
名與實俱光     이름은 열매와 함께 빛나네
玉雪春天色     옥 같고 눈 같은 꽃은 봄날 빛깔이고
靑黃夏日香     청매실과 황매실은 여름날 향기로다
乘時能止渴     때에 맞춰 갈증을 멈추어주나니19)
一味古今同     그 맛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네
도초암에 쓰다(題道草庵)
古人云此庵     옛사람이 이르기를 이 암자는
一宿能得道     하룻밤 만 자도 득도한다 하였는데
今我過五更     나는 지금 오경이 지나도록
別無新證悟     달리 새로 깨달은 것은 없구나

008_0037_a_01L任他牛馬喚自在臥雲岡
 

008_0037_a_02L噉松

008_0037_a_03L
錐盡何1)須卓今年直是貧

008_0037_a_04L服松靑入骨飮水白通神

008_0037_a_05L獨坐山中老無心世上人

008_0037_a_06L香燈緣外事宿習見天眞

008_0037_a_07L再叅西山

008_0037_a_08L
一見淸虛後常行寂滅中

008_0037_a_09L胸懷寬碧海活計付長風

008_0037_a_10L在事通無事居空不落空

008_0037_a_11L逢人言妙旨六耳不相同

008_0037_a_12L奉呈圓通大師

008_0037_a_13L
2)圓通眞性外空色法身中

008_0037_a_14L觸物元無着聞聲不用䏊

008_0037_a_15L寒溪迎白日古栢引淸風

008_0037_a_16L一味成三昧怡然看碧峰

008_0037_a_17L示雪梅上人

008_0037_a_18L
天性非生熟庬公未易嘗

008_0037_a_19L葉從花並勝名與實俱光

008_0037_a_20L玉雪春天色靑黃夏日香

008_0037_a_21L乘時能止渴一味古今同

008_0037_a_22L題道草庵

008_0037_a_23L
古人云此庵一宿能得道

008_0037_a_24L今我過五更別無新證悟

008_0037_b_01L踈鍾遠寺來     성긴 종소리가 먼 절에서 들려오니
翡翠聲初報     물총새 제 소리로 막 화답하네
一瞥蕩塵懷     언뜻 보아도 혼탁한 마음을 씻어주니
庵名眞不誤     암자 이름이 정말로 거짓은 아니로다
선지禪旨
舞劍誰當刄     춤추는 칼날 누가 당해내랴
活搥獨自揮     자기 홀로 살아서 휘두르네
佛無藏跡處     부처도 자취를 감추는 곳 따로 없거늘
魔豈隱身時     마귀야 어찌 몸 숨기는 때 있으랴
血浪衝天湧     피물결 하늘을 찌를 듯 용솟음치고
寒風拂地吹     찬바람은 땅을 훑으며 지나가네
雖云三十棒     비록 삼십방20)이라 하지만
那似瞎雙眉     어찌 눈썹 떨어지게 함과 같겠는가21)
선사에게 보임(示禪師)
堪笑禪師近     우습구나 선사와 가까운 게
求奇太過看     기이한 것 구함이 너무 지나치네
凡常情若盡     범상한 마음이 다 없어지고 나면
解證悟非難     깨달음이란 어려운 게 아닐 테지
未得虛懷處     마음 비워진 곳을 찾지 못한다면
飜爲猛火團     도리어 사나운 불길에 휩싸이고
任心如不碍     마음에 맡겨 거리낌이 없으면
觸事捴平安     만나는 일마다 모두 평안하리
능엄경을 읽고서(讀楞嚴)
了悟眞空樂     진공의 즐거움 깨달아
春風浩浩歌     봄바람에 호호탕탕 노래하노라
一生同幻夢     일생은 환몽과 같고
三界若空華     삼계는 공화22)와 같다네
縛脫元由我     속박에서 벗어남은 내게 달려있는 것
縱橫不在他     어찌 다른 데 달려 있으리오
修修合本妙     갈고 닦아야 본래의 묘함에 합하거늘
大家共囉囉     그대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구나
선요23)를 읽고서(讀禪要)
不覿當天月     하늘의 달을 보지 못하고
徒尋四道羊     사방 갈라진 길에서 양을 찾고 있구나
神丹便起死     신단은 죽은 자를 일어나게 하고
法語即回鄕     법어는 고향을 찾게 하지
粗略言前露     전로에 대해 말한 건 조략하지만
精微說表藏     표장을 논한 것은 정미하구나
優游能體會     푹 젖어 들어 온몸으로 알아차리고
猛烈自承當     용맹 정진하여 스스로 알아야 하리
희상인이 법어를 구하기에 답함(答贈熈上人求語)
擧目靑天外     고개 들어 하늘 밖을 보니
山河絶點塵     산하는 한 점 티끌 없이 맑고 밝네

008_0037_b_01L踈鍾遠寺來翡翠聲初報

008_0037_b_02L一瞥蕩塵懷庵名眞不誤

008_0037_b_03L禪旨

008_0037_b_04L
舞釼誰當刃活搥獨自揮

008_0037_b_05L佛無藏跡處魔豈隱身時

008_0037_b_06L血浪衝天湧寒風拂地吹

008_0037_b_07L雖云三十棒那似瞎雙眉

008_0037_b_08L示禪師

008_0037_b_09L
堪笑禪師近求奇太過看

008_0037_b_10L凡常情若盡解證悟非難

008_0037_b_11L未得虛懷處飜爲猛火團

008_0037_b_12L任心如不碍觸事捴平安

008_0037_b_13L讀楞嚴

008_0037_b_14L
了悟眞空樂春風浩浩歌

008_0037_b_15L一生同幻夢三界若空華

008_0037_b_16L縛脫元由我縱橫不在他

008_0037_b_17L修修合本妙大家共囉囉

008_0037_b_18L讀禪要

008_0037_b_19L
不覿當天月徒尋四道羊

008_0037_b_20L神丹便起死法語即回鄕

008_0037_b_21L粗略言前露精微說表藏

008_0037_b_22L優游能體會猛烈自承當

008_0037_b_23L答贈熈上人求語

008_0037_b_24L
擧目靑天外山河絕點塵

008_0037_c_01L頭頭咸妙體     저마다가 모두 묘체이고
物物捴天眞     물물마다 천진 그대로네
醉舞梁園夜     한 밤에 양원24)에서 취하여 춤추고
高歌謝樹春     늦은 봄 사수25)에서 크게 노래하네
色聲非別事     성색은 특별히 다른 일이 아니니
元是本來人     원래 사람의 본래 모습이라오
정양사의 진헐대에서(眞歇臺正陽)
靑陽入正陽     청양사에서 정양사로 들어가
眞歇臺邊歇     진헐대 옆에서 쉬었네
水色碧於藍     물빛은 쪽보다도 더 푸르고
山顔白勝雪     산빛은 눈보다 더 하얗구나
龍頷一二區     용함26)의 한두 구역이지만
法起萬千列     법기봉27)향해 만천으로 줄을 섰네
飛瀑與松風     쏟아지는 폭포와 시원한 솔바람
無非般若說     반야의 즐거움이 아닌 게 없도다
한 물건(一物)
吾家有一物     나에게 한 물건이 있으니
無尾亦無頭     꼬리가 없고 머리도 없다네28)
出入同來往     내가 들고 남에 함께 오가고
行藏共去留     행하든 간직하든 따라다니네
窮尋多寂寞     궁구하여 찾으려들면 고요해지고
動用極優游     움직여 쓰면 극히 한가해지네
覿面無名狀     마주볼 땐 이름도 모습도 없지만
逢人笑不休     사람 만나면 웃기를 그치지 않는다네
염불念佛
心香也一炷     마음의 향 한 자루 피워놓고
日夜想西方     밤낮 서방정토를 생각하네
夢入華池裏     꿈에 아름다운 연못으로 가서
身遊寶樹傍     이 몸 보수29)곁에서 노니네
觀音同汲水     관세음보살과 함께 물을 긷고
勢至共眠床     세지30)와 함께 잠에 드네
開佛眞知見     만약 불지견을 열게 된다면
無非極樂堂     극락당이 아닌 곳이 없으리
밤에 금륜암에 앉아서(金輪庵夜坐)
不向紅塵路     홍진의 길을 향하지 않은지라
生涯亦屢空     사는 동안 자주 곤궁했지
屋踈餘皓月     허름한 집에 밝은 달빛 넉넉하고
衣破足淸風     해진 옷엔 맑은 바람 시원하구나

008_0037_c_01L頭頭咸妙體物物捴天眞

008_0037_c_02L醉舞梁園夜高歌謝樹春

008_0037_c_03L色聲非別事元是本來人

008_0037_c_04L眞歇臺正陽

008_0037_c_05L
靑陽入正陽眞歇臺邊歇

008_0037_c_06L水色碧於藍山顏白勝雪

008_0037_c_07L龍頷一二區法起萬千列

008_0037_c_08L飛瀑與松風無非般若說

008_0037_c_09L一物

008_0037_c_10L
吾家有一物無尾亦無頭

008_0037_c_11L出入同來往行藏共去留

008_0037_c_12L窮尋多寂寞動用極優游

008_0037_c_13L覿面無名狀逢人笑不休

008_0037_c_14L念佛

008_0037_c_15L
心香也一炷日夜想西方

008_0037_c_16L夢入華池裏身遊寶樹傍

008_0037_c_17L觀音同汲水勢至共眠床

008_0037_c_18L開佛眞知見無非極樂堂

008_0037_c_19L金輪庵夜坐

008_0037_c_20L
不向紅塵路生涯亦屢空

008_0037_c_21L屋踈餘皓月衣破足淸風

008_0037_c_22L「須」底本多用「湏」今改爲本字「須」以下倣此
008_0037_c_23L不更加註{編}
「圓通…讀禪要(中段十八行)」
008_0037_c_24L二百六十字缺落於底本編者依覆刻本補入

008_0038_a_01L耳靜心安海     귀 조용하니 마음이 바다처럼 편안하고
身閑氣健虹     몸 한가하니 기가 무지개처럼 굳세도다
廓然無一念     탁 트여 한 생각도 남음이 없나니
後夜竟誰同     밤 깊어지면 누구와 함께 할까
묘향산(香山)
瀟洒又瀟洒     맑고 깨끗한데 다시 맑고 깨끗해
一塵念不生     한 티끌 생각도 일지 않네
忘機唯合道     기심 잊으니 도에 합하고
信步只閑行     발길 닫는 대로 한가로이 걸을 뿐
雨霽花更發     비 개이자 꽃 다시 피어나고
春深鳥自鳴     봄 깊어지니 새 절로 지저귀네
淸風明月夜     맑은 바람 부는 밝은 달밤에
歷歷復惺惺     정신은 또렷하고 맑아지네
다시 낙가산을 유람하고(再遊洛迦山)
洛迦山上寺     낙가산31)절에 오르니
秋去又春來     가을에 떠났다가 봄에 다시 왔다네
不食沙鷗矢     물새의 똥 먹지 아니하니
寧慚義湘臺     어찌 의상대에 부끄러우리오
海天雲一樣     바다와 하늘의 구름은 한 모습이고
梨杏樹雙開     배꽃과 살구꽃도 활짝 피었구나
別有堪怜處     달리 서늘해지는 광경 있으니
漁舟帶月回     고깃배가 달빛을 받으며 돌아옴이라
가타율伽陁律
宦海驚蝴蝶     벼슬살이 고해에서 호접몽을 퍼뜩 깨고
頭流翫碧松     두류산에서 푸른 솔을 완상하노라
德兼才未普     덕과 재주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고
貧與病相從     가난과 병만 따라다녔지
靜坐聞無說     정좌하여 말 없는 설법을 듣고32)
忘機色即空     기심 잊으니 색이 바로 공일세
大忘人世事     사람 세상사를 크게 잊었으니
都在五言中     이 모두 오언시 속에 있도다
해진 가사를 읊음(破衲吟)
衣破珠從露     옷 해지니 구슬이 드러나고33)
心忘鏡自空     기심 잊으니 거울이 절로 비었어라
無爲㝠本性     무위해야 본성에 명합하고
有相爽眞宗     상에 집착함은 진종과 어긋나네
四智於焉現     네 지혜가 여기에서 드러나면
三身彼岸通     삼신이 피안과 통하리니
不離分別界     분별계를 떠나지 않아도
圓入一乘中     일승34)속으로 원만히 들어가네
영 선사에게(寄英禪師)
北望情何極     북으로 바라보니 이 마음 끝이 있으랴
南行路轉難     남으로 갈수록 길은 더욱 험난해지네

008_0038_a_01L耳靜心安海身閑氣健虹

008_0038_a_02L廓然無一念後夜竟誰同

008_0038_a_03L香山

008_0038_a_04L
瀟洒又瀟洒一塵念不生

008_0038_a_05L忘機唯合道信步只閑行

008_0038_a_06L雨霽花更發春深鳥自鳴

008_0038_a_07L淸風明月夜歷歷復惺惺

008_0038_a_08L再遊洛迦山

008_0038_a_09L
洛迦山上寺秋去又春來

008_0038_a_10L不食沙鷗矢寧慚義湘臺

008_0038_a_11L海天雲一㨾梨杏樹雙開

008_0038_a_12L別有堪怜處漁舟帶月回

008_0038_a_13L伽陁律

008_0038_a_14L
宦海驚蝴蝶頭流翫碧松

008_0038_a_15L德兼才未普貧與病相從

008_0038_a_16L靜坐聞無說忘機色即空

008_0038_a_17L大忘人世事都在五言中

008_0038_a_18L破衲吟

008_0038_a_19L
衣破珠從露心忘鏡自空

008_0038_a_20L無爲㝠本性有相爽眞宗

008_0038_a_21L四智於焉現三身彼岸通

008_0038_a_22L不離分別界圓入一乘中

008_0038_a_23L寄英禪師

008_0038_a_24L
北望情何極南行路轉難

008_0038_b_01L無才誰與友     재주가 없으니 뉘가 벗해주랴
失計獨離山     계획이 어긋나 홀로 산을 떠나네
取笑雲中老     구름 속 늙은이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보니
羞看世上顔     세상 사람들 얼굴 보기가 부끄러워라
秋風愁不寐     가을바람에 시름겨워 잠 못 들거늘
明月入窓間     밝은 달빛만 창문에 가득하구나
밤에 앉아서(夜坐)
夜深寒更苦     밤이 깊어지니 추위 더욱 매서운데
天淨月微昇     맑은 하늘엔 달이 희미하게 떠오르네
故國餘千里     고향은 예서 천여 리 떨어져 있는데도
禪窓話一燈     선창에서 등불과 대화를 나누네
不妨鍾省悟     범종 소리 깨침을 방해하지 않으니
寧見紙吹僧     어찌 종이조각에 산승이 흔들리랴
已豁娘生眼     태어나 눈이 트인 이래로
空花望未曾     일찍이 공화를 바라보지 않았노라

008_0038_b_01L無才誰與友失計獨離山

008_0038_b_02L取笑雲中老羞看世上顏

008_0038_b_03L秋風愁不寐明月入窓間

008_0038_b_04L夜坐

008_0038_b_05L
夜深寒更苦天淨月微昇

008_0038_b_06L故國餘千里禪窓話一燈

008_0038_b_07L不妨鍾省悟寧見紙吹僧

008_0038_b_08L已豁娘生眼空花望未曾
  1. 1)결하結夏 : ‘결제結制’ㆍ‘입제立制’라고도 한다. 하夏는 하안거夏安居의 준말로 하안거를 시작하는 첫날인 음력 4월 16일 혹은 5월 16일을 말한다.
  2. 2)정령正令 : 불법佛法. 선문禪門에서는 교외별전敎外別傳의 뜻을 가리킴.
  3. 3)육자六字 : ‘육자명호六字名號’라 하며, 부처의 명호인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여섯 자를 말한다.
  4. 4)삼관三觀 : ‘삼체三諦’, 곧 공空, 가假, 중中의 진리를 관찰하는 세 가지 지혜.
  5. 5)『莊子』「齊物論」의 “마음을 불 꺼진 재처럼 할 수 있는가?(心固可使如死灰乎)”라는 표현에서 나온 말.
  6. 6)육침陸沈 : 뭍에 젖는다는 뜻으로, 속인과 함께 생활하며 겉으로는 속인과 다름없는 삶을 사는 은자를 가리킨다.
  7. 7)12월 8일 명성이 나올 때 석가모니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것을 가리킴.
  8. 8)삼제三際 : 삼세三世인 과거, 현재, 미래.
  9. 9)십허十虛 : 온 세상.
  10. 10)『碧巖錄』제49칙에 삼성혜연三聖慧然이 설봉 의존선사雪峰義存禪師를 뵙고 “그물을 빠져나온 금붕어는 무엇을 먹을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자, “네가 그물을 빠져나오면 말해주겠다.”라고 답변한 내용이 있다. 그래서 ‘그물을 벗어난 물고기’는 속박을 벗어난 경지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그런데 당나라 동안상찰同安常察의 게송인 「十懸談」 가운데 두 번째인 「祖意」에 ‘그물을 벗어나도 여전히 물에는 매어 있다.(透網金鱗猶滯水)’는 구절이 있어서, 세간의 번뇌는 벗어났어도 아직 법견法見을 잊지는 못한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11. 11)무여無餘 :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준말로, 번뇌가 남김없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열반의 경지를 말한다.
  12. 12)노둔한 증삼曾參 : 증삼은 공자의 제자로 자는 자여子輿이다. 그는 ‘일일삼성一日三省’의 고사로도 유명하며, 아버지 증점曾點이 사소한 잘못으로 가지고 심하게 매질을 하여도 이를 달게 받으며 부모 섬기기를 극진히 하자, 공자는 일찍이 그를 평하여 어리석다고 하였다.
  13. 13)광사 증점曾點 : 증점은 증삼의 아버지이고 공자의 제자이다. 당시 실권자였던 계무자季武子가 죽자 대부들이 모두 조문을 하였으나, 그는 문에 기대어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광사라고 불렀다.
  14. 14)『莊子』「天道」에 사성기士成綺가 다시 찾아오자 노자老子가 “예전에 당신이 나를 소라고 부르면 소라고 생각했고 말이라고 부르면 말이라고 생각했소.(昔者子呼我牛也而謂之牛, 呼我馬也而謂之馬.)”라고 한 말이 있음.
  15. 15)『景德傳燈錄』권11에 향엄 지한香嚴智閑선사의 “지난해 가난은 가난이 아니라네, 금년 가난이야말로 가난이지. 작년에는 송곳 세울 땅이 없더니 올해에는 송곳조차 없구나.(去年貧未是貧, 今年貧始是貧, 去年無卓錐之地, 今年錐也無.)”라는 게송이 있음.
  16. 16)청허淸虛 : 서산대사 휴정休靜의 호.
  17. 17)육이六耳 : 세 사람을 뜻한다. 원래 ‘육이부동모六耳不同謀’라는 언급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 사람으로서는 비밀을 지켜 계획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곧 불가에서 ‘이식耳食의 학문’은 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18. 18)방공厖公: 큰 어른이란 의미인데, 여기서는 상대방인 설매상인雪梅上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19. 19)위魏나라 조조曹操가 한여름 군사들을 이끌어 행군할 때 군사들 갈증이 심해지자, 앞에 매실이 주렁주렁 열린 매화나무 숲이 있다고 전하게 하니 군사들 입에 침이 돌고 기운을 차렸다고 하는 고사를 원용함.
  20. 20)삼십방三十棒 : 선승이 제자나 불도를 훈계할 때 서른 번 죽비로 때리는 일.
  21. 21)단하丹霞가 목불木佛을 태우자, 원주院主가 꾸짖었다. 단하는 재를 헤치며 사리를 찾는다고 했다. 원주가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냐고 하자, 단하는 “없으면 다시 양존兩尊을 태우겠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원주는 눈썹이 떨어져 버렸다. 『宗範』권하.
  22. 22)공화空華 : 번뇌로 말미암아 떠오르는 온갖 헛된 생각.
  23. 23)선요禪要 : 원나라 고봉 원묘高峯原妙(1238∼1295) 선사가 선법禪法의 요의要議를 적은 책.
  24. 24)양원梁園 : 한나라 경제景帝 때 문제文帝의 둘째 아들인 양효왕梁孝王이 지은 정원. 그는 이곳과 요화궁曜華宮이란 전각을 지어 사방의 호걸들을 초치하여 대접했는데, 이로 인해 한때 산동山東의 유사遊士들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25. 25)사수謝樹 : 한나라 문제文帝가 심었다고 하는 나무. 그는 몸소 검소함을 실천하여 백성의 모범이 되고자 했는데, 이 나무도 낮은 자세로 온후한 풍속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로 심었다고 한다.
  26. 26)용함龍頷 : 용의 턱이란 뜻인데, 미상이나 금강산의 산세에서 이곳 정양사 일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27. 27)법기봉法起峯 : 내금강 만폭동에 있음. 금강산에 상주하는 법기보살法起菩薩, Dharmodgata에서 연유함. 『新華嚴經』권45「諸菩薩住處品」.
  28. 28)육조六祖가 무리에게, “내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꼬리도 없고 이름도 자도 없고 등도 얼굴도 없다. 그대들은 아느냐?”고 묻자, 하택신회荷澤神會가 나서서, “이것은 제불諸佛의 본원本源이요 신회神會의 불성佛性입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禪宗正脈』권1.
  29. 29)보수寶樹 : 극락세계에 있다는 칠보七寶로 단장된 나무.
  30. 30)세지勢至 : 세지보살勢至菩薩. 지혜와 광명으로 중생을 비추어 삼악도三惡道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보살로, 아미타여래의 오른쪽에 위치한다.
  31. 31)낙가산洛迦山 : 보타낙가산普陀洛迦山에서 유래.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곳. 『新譯華嚴經』권68. 여기서는 강릉 낙산사가 있는 산을 가리킴.
  32. 32)여래께서 말없이 말씀하시고 가섭迦葉이 들음 없이 듣는다는 표현이 『景德傳燈錄』권18 등에 나옴.
  33. 33)『법화경』에 나오는 일곱 가지 비유의 하나. 자기 옷 속에 귀한 보물이 있는 줄 모르고 궁핍하게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은 불성을 지니고 있는데도 번뇌에 사로잡혀 있음을 비유함.
  34. 34)일승一乘 : 즉 ‘일승법一乘法’. 화엄종에서 성불成佛하는 유일한 교법敎法을 뜻한다. 여기서 승乘은 수레를 뜻하며 이 수레가 사람을 싣고 열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비유한다.
  1. 1)「須」底本多用「湏」今改爲本字「須」以下倣此不更加註{編}。
  2. 2)「圓通…讀禪要(中段十八行)」二百六十字。缺落於底本。編者。依覆刻本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