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침굉집(枕肱集) / 枕肱集[上]

ABC_BJ_H0167_T_002

008_0345_b_01L
총목차總目次
권상
오언절구五言絶句-28편
잠 도인에게 주다(呈岑道人)
규 도인에게 주다(贈圭道人)
이암의 시에 차운하다(次頥菴韵)
취봉의 시에 차운하다(次翠峯韵)
금화산 징광사에서(金華山澄光寺)
가야산의 노래(伽倻吟)
벗을 보내며(送友人)
심 도사가 두륜산에 돌아가는 것을 송별하며(別心道士歸頭輪山)
한매 대사를 찾아가서(訪寒梅大師)
차 판관과 헤어지며(別車判官)
유거에서 읊다(幽居偶吟)
벗과 함께 선암사에서 노닐며(與故人遊仙巖寺)
야유당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野遺堂韵)
조계산에서 회포를 적다(曹溪山書懷)
선준 사미에게 주다(贈禪俊沙彌)
은선대를 방문하다(訪隱仙臺)
최 상사의 글을 삼가 받고서(敬奉崔上舍)
금화산의 초청을 받고(被請金華山)
야유당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野遺堂韵)
야유당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野遺堂韵)
운수 동산 대사에게 증정하다(謹呈雲水東山大師)
사탄 물가의 선단사에서 묵다(宿沙灘上仙壇寺)
좌선하고 나서 우연히 읊어 순운 대사에게 증정하다(禪餘偶吟謹呈順雲大師)
선암사에서 벗 두셋과 함께 노닐다(仙岩寺與故朋二三同遊)
산중에서 우연히 읊다(山中偶吟)
도솔에 올라가서 읊다(上兠率吟)
금류동 소요당 벽 위에 제하다(題金流洞逍遙堂壁上)
문수전 중창文殊殿重剏
칠언절구七言絶句-45편
지리산 금류동에서 우연히 읊다(智異山金流洞偶吟)
좌주에게 주다(贈座主)
금봉 대사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金峯大師韵)
징 노사가 방장산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澄老師歸方丈)
송광사에 제하다(題松廣寺)
다시 선암사에 들어가다(再入仙岩寺)
무료한 가운데 회포를 적다(無聊中書懷)
황하산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黃下山韵)
만경암에 가자는 요청을 받고(被請行萬景菴)
구 병사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具兵使韵)
회련 대사에게 증정하다(呈會蓮大師)
조 생원이 서울에 가는 것을 전송하다(送趙生之京)
장 생원이 세상을 떠난 뒤에 가서 빈자리를 보고(張生損世後徃見空座)
야유당에게 증정하다(謹呈野遺堂)
양심당 선생을 찾아가다가 물에 막혀 건너지 못하고 짓다(訪養心堂先生隔水未渡作)

008_0345_b_01L1)枕肱集[上]

008_0345_b_02L

008_0345_b_03L2)總目次

008_0345_b_04L
卷上

008_0345_b_05L五言絶句二十八篇

008_0345_b_06L呈岑道人贈圭道人次頥菴韵
008_0345_b_07L翠峯韵金華山澄光寺伽倻吟
008_0345_b_08L友人別心道士歸頭輪山訪寒梅大
008_0345_b_09L別車判官幽居偶吟與故人遊
008_0345_b_10L仙巖寺謹次野遺堂韵曹溪山書懷
008_0345_b_11L贈禪俊沙彌訪隱仙臺敬奉崔上舍
008_0345_b_12L被請金華山敬次野遺堂韵敬次野
008_0345_b_13L遺堂韵謹呈雲水東山大師宿沙灘
008_0345_b_14L上仙壇寺禪餘偶吟謹呈順雲大師仙岩寺與故朋二三同遊山中偶吟
008_0345_b_15L兠率吟題金流洞逍遙堂壁上文殊
008_0345_b_16L殿重剏

008_0345_b_17L七言絕句四十五篇

008_0345_b_18L智異山金流洞偶吟贈座主謹次金
008_0345_b_19L峯大師韵送澄老師歸方丈題松廣
008_0345_b_20L再入仙岩寺無聊中書懷謹次
008_0345_b_21L黃下山韵被請行萬景菴謹次具兵
008_0345_b_22L使韵呈會蓮大師送趙生之京
008_0345_b_23L生損世後徃見空座謹呈野遺堂
008_0345_b_24L養心堂先生隔水未渡作上安生求差退

008_0345_c_01L안생에게 글을 써서 현기증을 낫게 할 약을 구하다(上安生求差退眩氣之藥)
임 지평에게 증정하다(謹呈任持平)
산에서 노닐며(遊山)
괘불에 제하다(題掛佛)
차가운 밤의 감회(寒夜有懷)
산속에서 밤중에 앉아 절구를 지어서 일감 노사의~(山中夜坐絶句呈日鑑老師香案)
유거에서 우연히 읊다(幽居偶吟)
오산에 올라 도선의 고적이 있는 것을 보고(登鰲山有道詵古跡)
각등 스님에게 주어 참선을 권하다(呈覺等師勸叅禪)
백곡에게 주다(贈白谷)
강변의 정자에서(江亭)
연암 대사에게 증정하다(呈蓮菴大士)
참선叅禪
염불念佛
향로대에 올라(登香爐臺)
맑은 밤 경쇠 소리 들리는데(淸夜聞磬)
우스개 시를 지어 노 판사에게 주다(戱呈老判事)
백헌 상국에게 증정하다(謹呈白軒相國)
황 사랑이 부유촌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黃舍郞歸富有村)
앞의 백헌의 시에 다시 차운하다(再用前白軒高韵)
헌 대사를 보내며(送軒大士)
허백당의 시에 차운하다(次虛白堂韻)
금봉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金峯韵)
행각승에게 주다(贈行脚僧)
안 생원과 헤어지며(別安生員)
윤 생원의 시에 차운하다(次尹生員韻)
오산의 암자에 제하다(題鰲山庵)
현 스님에게 부치다(寄玄師)
금류동에서 우연히 지은 육언절구(金流洞偶題六言絶句)
차운하다(次)
오언율시五言律詩-8편
영원암에 우거할 적에 두 명의 유생이 시를 청하기에~(寓居靈源菴有二儒求詩夢作)
붉은 국화를 노래하다(詠紅菊)
백곡 큰스님의 시에 차운하다(次白谷大老韵)
집에 돌아오며 도중에 짓다(歸家時途中作)
백곡의 향안에 올리다 呈白谷香案은휴 대사가 선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隱休大師歸仙山)
문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文秀才韵)
혜 판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慧判事韻)
칠언율시七言律詩-32편
만경암에 제하다(題萬景庵)
금강산에 올라(登金剛山)
집승정 현판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集勝亭板上韵)
요객당에 제하다(題邀客堂)
연봉암에 제하다(題蓮峯庵)
낙안 군수에게 올리다(上樂安郡守)
대나무를 노래하다(詠竹)
침강정에서 묵으며 차운하다(宿枕江亭次)
만휴 선생이 동명에게 증정한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萬休先生呈東溟高韵)
금성 민 생원의 객헌에 올리다(呈錦城悶生員客軒)
처음 선암사에 들어가서(初入仙岩寺)
미타전을 중창하고(彌陁殿重剏)
옥동에 꽃이 활짝 피어(玉洞明花)
향로암에서 읊다(香爐庵吟)
마음 아픈 봄날(傷春)
비로암에 제하다(題毘盧庵)
최 상사의 시에 삼가 화운하다(謹和崔上舍高韵)
최우곡이 낙제한 시에 삼가 화운하다(奉和崔牛谷落苐詩韵)
징광사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인들의 시회에 드리는 시(奉呈澄光寺同接諸生騷壇)
경을 시험하여 도첩을 준다는 말을 듣고(聞試經度牃)
백곡의 시에 차운하다(次白谷韵)

008_0345_c_01L眩氣之藥謹呈任持平遊山題掛
008_0345_c_02L寒夜有懷山中夜坐絕句呈日鑑
008_0345_c_03L老師香案幽居偶吟登鰲山有道詵
008_0345_c_04L古跡呈覺等師勸叅禪贈白谷
008_0345_c_05L呈蓮菴大士叅禪念佛
008_0345_c_06L香爐臺
淸夜聞磬戱呈老判事
008_0345_c_07L謹呈白軒相國送黃舍郞歸富有村
008_0345_c_08L用前白軒高韵送軒大士次虛白堂
008_0345_c_09L謹次金峯韵贈行脚僧別安生
008_0345_c_10L
次尹生員韻題鰲山庵金流洞偶題六言絕句

008_0345_c_11L五言律詩八篇

008_0345_c_12L寓居靈源菴有二儒求詩夢作詠紅菊
008_0345_c_13L次白谷大老韵歸家時途中作呈白谷
008_0345_c_14L香案送隱休大師歸仙山次文秀才韵
008_0345_c_15L次慧判事韻

008_0345_c_16L七言律詩三十二篇

008_0345_c_17L題萬景庵登金剛山謹次集勝亭板
008_0345_c_18L上韵題邀客堂題蓮峯庵上樂安
008_0345_c_19L郡守詠竹宿枕江亭次謹次萬休先
008_0345_c_20L生呈東溟高韵呈錦城悶生員客軒
008_0345_c_21L入仙岩寺彌陁殿重剏玉洞明花
008_0345_c_22L爐庵吟傷春題毘廬庵謹和崔上舍
008_0345_c_23L高韵奉和崔牛谷落苐詩韵奉呈澄光
008_0345_c_24L寺同接諸生騷壇聞試經度牃次白谷
008_0345_c_25L題名依版心而編者補入目次編者作成
008_0345_c_26L補入

008_0346_a_01L천관산 곤유암 현판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天冠山坤酉庵板上韵)
승평의 원님에게 올리다(呈昇平倅)
원각경을 간행하러 온 용흥사의 노스님에게 증정하다(贈龍興老師來印圓覺經)
봄날에 우연히 읊다(春日偶吟)
영장에게 올리다(呈營將)
호남 병사에게 올리다(呈湖南兵使道)
야유당에게 증정하다(呈野遺堂)
흡 도사가 시를 청하기에(酬洽道士乞句)
은옹 노형에게 증정하다(謹隱翁老兄)
장흥의 선비 마종훈이 도중에 시를 지으며 운을~(答長興士人馬鍾勳途中作呼韻)
마공의 시(馬公韻)
비로봉에 올라(登毘盧峰)
환향還鄕
선소의 시에 차운하다(次仙巢韵)
송원 장로가 꽃 한 가지를 꺾어서 선소로 하여금~(松原長老 折花一枝 使仙巢問此花~)
지리산 오향대에서(智異山五香臺)
금류동에서 감회에 잠겨(金流有所思)
칠불암에서 우연히 읊다(七佛庵偶吟)
징 노사가 방장산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澄老師歸方丈)
눌 스님에게 증정하다(贈訥師)
권하
문文-27편
우인友人에게 주다(呈友人)
취미당에 삼가 올리다(謹上翠微堂)
법회 용상龍象 첨단僉壇에 삼가 올리다(敬呈法會龍象僉壇)
백파 도인에게 증정하다(呈栢坡道人)
야유당에 삼가 올리다(敬呈野遺堂)
영월 대사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행장(詠月大師原始要終行狀)
풍조를 개탄하며 벗에게 스승을 찾을 것을 권하다(歎風勸友尋師)
팔령산 지장암 단청 모연문八嶺山地藏庵丹靑慕緣文
팔령산 능가사 대전 모연문八嶺山楞伽寺大殿募緣文
조계산 내은암 번와 권선문曹磎山內隱菴燔瓦勸善文
조계산 선암사 지장전 권선문(曹磎山仙岩寺地藏殿諭善說)
금화산 징광사 영산전 중창기金華山澄光寺靈山殿重剏記
동리산 대흥사에서 새로 만든 보련과 청당의 기문(桐裡山大興寺新造寶輦及請堂記)
증설甑說
동화사 번와燔瓦와 조상造像의 기문(桐花寺燔瓦造像記)
송광사 하사당 중수 권문松廣寺下舍堂重修勸文
송광사 화엄전의 동서 협실과 정문의 권문(松廣寺華嚴殿東西挾室與正門勸文)
조불 권문造佛勸文
선림禪林의 명복을 추도하는 계목契目 병인(禪林追㝠福契目并引)
유계遺誡
천개산 상원암기天盖山上院菴記
솥을 주조하면서 권선하는 글(鑄鼎勸文)
선암사 지장地藏과 시왕十王 등의 상相에 대한 기문(仙巖寺地藏與十王等相記)
선암사 능인전 중창 권문仙岩寺能仁殿重剏勸文
선암사 고법당 중창 유선시仙巖寺古法堂重剏諭善詩
또(又)
상당上堂 및 육색장六色掌 축원문(上堂及六色掌祝願)
교敎를 버리고 선禪을 닦을 것을 권한 글(放敎叅禪)
침굉 대사의 행장(枕肱大師行狀)
부록
침굉가枕肱歌
귀산곡歸山曲
태평곡太平曲
청학동가靑鶴洞歌
왕생가徃生歌

침굉집枕肱集 상上
오언절구五言絶句
잠 도인에게 주다(呈岑道人)
西來一寶燭      서쪽에서 건너온 촛불 하나를
何必苦推尋      어찌 꼭 고달프게 찾을 것 있나
夜深山雨後      밤 깊어 산속에 비가 그치면
凉月上東岑      밝은 달이 동산에 떠오르는걸

008_0346_a_01L謹次天冠山坤酉庵板上韵呈昇平
008_0346_a_02L贈龍興老師來印圓覺經春日偶吟呈營將呈湖南兵使道
呈野遺堂
008_0346_a_03L酬洽道士乞句謹隱翁老兄答長興士
008_0346_a_04L人馬鍾勳途中作呼韻馬公韻

008_0346_a_05L卷下

008_0346_a_06L二十七篇

008_0346_a_07L呈友人謹上翠微堂敬呈法會龍象僉
008_0346_a_08L呈栢坡道人敬呈野遺堂詠月
008_0346_a_09L大師原始要終行狀歎風勸友尋師
008_0346_a_10L嶺山…募緣文八嶺山楞伽寺大殿募緣
008_0346_a_11L曹溪山…勸善文曹磎山…諭善說
008_0346_a_12L金華山澄光寺靈山殿重剏記桐裡山大
008_0346_a_13L興寺新造寶輦及請堂記甑說桐花寺
008_0346_a_14L燔瓦造像記松廣寺下舍堂重修勸文
008_0346_a_15L松廣寺…勸文造佛勸文禪林追冥福
008_0346_a_16L契目并引遺誡天盖山上院菴記
008_0346_a_17L鼎勸文仙巖寺地藏與十王等相記
008_0346_a_18L岩寺能仁殿重剏勸文仙巖寺古法堂重
008_0346_a_19L剏諭善詩
上堂及六色掌祝願

008_0346_a_20L附錄

008_0346_a_21L枕肱歌(歸山曲ㆍ太平曲ㆍ靑鶴洞歌)

008_0346_a_22L

008_0346_a_23L1)五言絕句

008_0346_a_24L呈岑道人

008_0346_a_25L
西來一寶燭何必苦推尋

008_0346_a_26L夜深山雨後凉月上東岑

008_0346_b_01L
규 도인에게 주다(贈圭道人)
山白雲和雪      구름과 눈으로 산이 새하얗고
江明月印潭      달이 못에 비쳐서 강이 밝도다
滿看皆活物      가득 보이는 모든 것이 활물活物이니
誰更問前三      누가 다시 전삼前三2)을 물어보리오
이암의 시에 차운하다(次頥菴韵)
語妙何曾妙      묘妙를 말해도 어찌 묘가 될 것이며
言眞豈是眞      진眞을 말해도 어찌 진이 될 것인가
非眞非妙處      진도 묘도 아닌 곳이 어디 있을까
雪月影侵人      눈 위의 달그림자 사람에 번지네
취봉의 시에 차운하다(次翠峯韵)
鶴唳中岩月      중암中岩의 달빛 속에 학은 눈물짓고
鍾鳴半夜風      반야半夜의 바람결에 종은 울어 대네
如來眞妙說      여래의 참되고 묘한 이 설법이
寧墮有無功      어찌 유무有無의 공에 떨어지리오
금화산 징광사3)에서(金華山澄光寺)
迢遞嵩峯下      아스라이 높은 봉우리 아래
秋晴古寺深      맑은 가을날 깊숙한 옛 절
客來留一宿      나그네 찾아와서 묵는 하룻밤
松月助禪心      솔에 걸린 달이 선심禪心을 부추기네
가야산의 노래(伽倻吟)
萬古伽倻路      가야산의 길은 만고에 이어지고
千年碧桃開      벽도화는 천년토록 피고 지고
孤雲今不見      고운孤雲4)을 지금 다시 볼 수 없기에
携錫向南迴      석장 쥐고 남쪽으로 돌아가노라
벗을 보내며(送友人)
萬水千山路      일천 산 넘고 일만 강물 건너
悽然獨去身      처연히 혼자서 떠나가는 몸
無論去與住      가는 사람이나 머무는 사람이나
俱是夢中人      모두가 꿈속의 사람인 것을
심 도사가 두륜산5)에 돌아가는 것을 송별하며(別心道士歸頭輪山)
江上三秋別      깊은 가을날 강변의 이별이여
天涯獨去僧      하늘 끝으로 중 혼자 떠나가네
他年如我憶      훗날에 만약 내가 생각나거든
回首碧山層      이 청산으로 다시 머리 돌리기를
한매 대사를 찾아가서(訪寒梅大師)
峽口雲初濕      산골 어귀엔 구름이 막 젖어들고
磎頭雨半收      시내 머리엔 비가 반쯤 개었네
眞僧何處住      스님은 지금 어느 곳에 계시는지
門掩亂山秋      가을 산속에 문 홀로 닫혀 있네

008_0346_b_01L贈圭道人

008_0346_b_02L
山白雲和雪江明月印潭

008_0346_b_03L滿看皆活物誰更問前三

008_0346_b_04L次頥菴韵

008_0346_b_05L
語妙何曾妙言眞豈是眞

008_0346_b_06L非眞非妙處雪月影侵人

008_0346_b_07L次翠峯韵

008_0346_b_08L
鶴唳中岩月鍾鳴半夜風

008_0346_b_09L如來眞妙說寧墮有無功

008_0346_b_10L金華山澄光寺

008_0346_b_11L
迢遞嵩峯下秋晴古寺深

008_0346_b_12L客來留一宿松月助禪心

008_0346_b_13L伽倻吟

008_0346_b_14L
萬古伽倻路千年碧桃開

008_0346_b_15L孤雲今不見携錫向南迴

008_0346_b_16L送友人

008_0346_b_17L
萬水千山路悽然獨去身

008_0346_b_18L無論去與住俱是夢中人

008_0346_b_19L別心道士歸頭輪山

008_0346_b_20L
江上三秋別天涯獨去僧

008_0346_b_21L他年如我憶回首碧山層

008_0346_b_22L訪寒梅大師

008_0346_b_23L
峽口雲初濕磎頭雨半收

008_0346_b_24L眞僧何處住門掩亂山秋

008_0346_c_01L
차 판관과 헤어지며(別車判官)
惜別心能辭      석별의 정에 마음 흔들리고
臨分鬢欲衰      헤어지려니 귀밑머리가 세려 하네
秋山亦有恨      가을 산도 어쩌면 한이 맺혔는지
血淚染楓枝      피눈물로 단풍 가지 물들였구나
유거에서 읊다(幽居偶吟)
莫笑生涯薄      나의 생애 기박하다 웃지를 마오
腰懸一小刀      허리춤에 작은 칼 하나 찼는걸!
騰騰天地內      천지 안에서 기세등등하게
處處盡吾家      가는 곳마다 나의 집이라오
벗과 함께 선암사6)에서 노닐며(與故人遊仙巖寺)
秋晴孤寺夜      비 갠 가을날 외로운 절간의 밤
相對月明時      달빛 밝은 때에 서로 마주했네
此中無限興      이 속에 들어 있는 무한한 흥취
坐咏古人詩      앉아서 옛 사람의 시를 읊노라네
야유당7)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野遺堂韵)
爲訪陶村遠      멀리 도촌陶村을 찾아가려고
扶笻下碧山      지팡이 짚고 청산을 내려왔다오
相逢驚底事      서로 만나 놀란 것은
憔悴舊時顏      옛 얼굴이 몰라보게 초췌해진 것

부록 원운(附原韵)
應眞眞我友      진정한 도인인 참된 나의 벗
飛錫自何山      어느 산에서 석장錫杖을 날렸는지8)
重逢十載後      십 년 지나 다시 만나고 보니
怊悵兩衰顏      슬퍼라 둘 다 모두 얼굴 쇠했네
조계산에서 회포를 적다(曺溪山書懷)
平生愛六祖      평생토록 육조 스님을 사랑하여
休錫訪曺磎      조계 찾아 석장을 쉬었다오9)
風景今猶古      풍경은 지금 옛날과 같건마는
愧無南岳儕      남악南岳10)의 무리 없어서 부끄러워라
선준 사미에게 주다(贈禪俊沙彌)
爾也年雖少      그대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深沉有大量      깊이 침잠하고 도량이 크니
願言勤學習      바라건대 열심히 공부해서
雷雨冾塵方      세상에 흡족히 비 내리기를
은선대를 방문하다(訪隱仙臺)
禪心老益切      선심禪心이 늙을수록 더욱 간절해서
謝友向仙都      벗을 물리치고 선도仙都로 향했다오

008_0346_c_01L別車判官

008_0346_c_02L
惜別心能辭臨分鬢欲衰

008_0346_c_03L秋山亦有恨血淚染楓枝

008_0346_c_04L幽居偶吟

008_0346_c_05L
莫笑生涯薄腰懸一小刀

008_0346_c_06L騰騰天地內處處盡吾家

008_0346_c_07L與故人遊仙巖寺

008_0346_c_08L
秋晴孤寺夜相對月明時

008_0346_c_09L此中無限興坐咏古人詩

008_0346_c_10L謹次野遺堂韵

008_0346_c_11L
爲訪陶村遠扶笻下碧山

008_0346_c_12L相逢驚底事憔悴舊時顏

008_0346_c_13L附原韵

008_0346_c_14L
應眞眞我友飛錫自何山
008_0346_c_15L重逢十載後怊悵兩衰顏

008_0346_c_16L曺溪山書懷

008_0346_c_17L
平生愛六祖休錫訪曺磎

008_0346_c_18L風景今猶古愧無南岳儕

008_0346_c_19L贈禪俊沙彌

008_0346_c_20L
爾也年雖少深沉有大量

008_0346_c_21L願言勤學習雷雨冾塵方

008_0346_c_22L訪隱仙臺

008_0346_c_23L
禪心老益切謝友向仙都

008_0346_c_24L「五言絶句」編者補入

008_0347_a_01L倘不通宗眼      종안宗眼11) 을 만약 통하지 못한다면
誰稱大丈夫      누가 대장부라고 일컬으리오
최 상사12)의 글을 삼가 받고서(敬奉崔上舍)
月白天顏白      달이 희니 하늘 안색도 희고
花紅地面紅      꽃이 붉으니 땅의 얼굴도 붉네
一貫眞眞趣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참다운 흥취여
料應魯叟風      노수魯叟13)의 기풍도 이러했겠지요
금화산의 초청을 받고(被請金華山)
笑矣吾行也      우스워라 나의 행동거지여
嗟乎不丈夫      슬프다 장부답지 못함이여
生齡將耳順      예순의 나이가 되려 하는 지금에도
難拒友朋呼      붕우가 부르면 거절하지 못하니 원
야유당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野遺堂韵)
臘梅初吐雪      섣달 매화가 이제 막 눈꽃을 토하는데
誰與賞吟同      누구와 함께 감상하며 읊을거나
詩仙今已遠      시선詩仙은 지금 멀리 있는지라
怊悵月明中      밝은 달빛 속에 쓸쓸할 따름

부록 원운(附原韵)
日夕相思苦      밤낮으로 간절히 생각만 할 뿐
仙凡恨不同      선인과 범인이 함께하지 못해 한스러워
聊將三斗粟      애오라지 서 말의 곡식을
遠送白雲中      흰 구름 속에 멀리 보내오
야유당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野遺堂韵)
江南欲暮春      강남에 하루가 저물려는 봄날
花發飛紅雨      꽃이 피어 붉은 비로 흩날리네
回首憶詩仙      머리 돌려 시선을 생각하노라니
杳然天接樹      아득히 하늘이 나무에 잇닿았네

부록 원운(附原韵)
曺溪山上雲      조계산 위의 구름이 와서
來作峯前雨      봉우리 앞에 비를 뿌리네
春色滿階▼(㘲-九+羊)      봄빛이 섬돌을 가득 채웠나니
梅魂已半樹      매화 혼이 나무에 벌써 절반일세
운수 동산 대사에게 증정하다(謹呈雲水東山大師)
菴也禪林甲      암자로 말하면 선림의 으뜸으로
端宜佛者居      불자가 머물기에 마냥 좋아라
掛笻留五日      지팡이 걸어 놓고 머문 닷새 동안
時聽演三車      때때로 삼승三乘의 설법을 들었다네
사탄 물가의 선단사에서 묵다(宿沙灘上仙壇寺)
客宿仙壇寺      선단사에 묵은 나그네
迢迢夜未央      아득히 밤은 끝이 없어라

008_0347_a_01L倘不通宗眼誰稱大丈夫

008_0347_a_02L敬奉崔上舍

008_0347_a_03L
月白天顏白花紅地面紅

008_0347_a_04L一貫眞眞趣料應魯叟風

008_0347_a_05L被請金華山

008_0347_a_06L
笑矣吾行也嗟乎不丈夫

008_0347_a_07L生齡將耳順難拒友朋呼

008_0347_a_08L敬次野遺堂韵

008_0347_a_09L
臘梅初吐雪誰與賞吟同

008_0347_a_10L詩仙今已遠怊悵月明中

008_0347_a_11L附原韵

008_0347_a_12L
日夕相思苦仙凡恨不同

008_0347_a_13L聊將三斗粟遠送白雲中

008_0347_a_14L敬次野遺堂韵

008_0347_a_15L
江南欲暮春花發飛紅雨

008_0347_a_16L回首憶詩仙杳然天接樹

008_0347_a_17L附原韵

008_0347_a_18L
曺溪山上雲來作峯前雨

008_0347_a_19L春色滿階墀梅魂已半樹

008_0347_a_20L謹呈雲水東山大師

008_0347_a_21L
菴也禪林甲端宜佛者居

008_0347_a_22L掛笻留五日時聽演三車

008_0347_a_23L宿沙灘上仙壇寺

008_0347_a_24L
客宿仙壇寺迢迢夜未央

008_0347_b_01L悠然坐不寐      유연히 앉아서 잠 못 이루는데
月出五峯凉      서늘히 오봉 위에 달이 떠오르네
좌선하고 나서 우연히 읊어 순운 대사에게 증정하다(禪餘偶吟謹呈順雲大師)
月掛天顏白      달이 걸리니 하늘 얼굴도 하얗고
花零地面紅      꽃이 떨어지니 땅 얼굴도 붉도다
於斯高着眼      여기에서 높이 착안을 하였으니
誰曰小林風      누가 소림의 기풍을 말하리오
선암사에서 벗 두셋과 함께 노닐다(仙岩寺與故朋二三同遊)
客在仙巖寺      선암사에 찾아온 길손들이
秋山任意遊      가을 산에서 마음껏 유람하네
二三禪侶醉      두세 명의 선려禪侶들 흠뻑 취해서
忘却昔年愁      왕년의 시름은 모두 잊어버렸나 봐
산중에서 우연히 읊다(山中偶吟)
山中無限趣      산중의 무한한 흥취를
問着山中僧      산중의 중에게 물어봤더니
答言山雨後      산중에 비 온 뒤에 산중의 달이
山月夢雲層      꿈에도 구름 속에 보인다나요
도솔에 올라가서 읊다(上兠率吟)
月白塵心白      달이 밝으니 마음도 밝아지고
風淸世慮淸      바람이 맑으니 생각도 맑아지네
隱居無別意      은거하는 별다른 뜻은 없고
只欲學無生      그저 무생無生을 배우고 싶을 뿐
금류동 소요당14) 벽 위에 제하다(題金流洞逍遙堂壁上)
山月窓前白      산 위에 뜬 달은 창문 앞에 밝고
溪聲枕上淸      냇물 소리는 베개 위에 맑아라
隱居無限趣      은거하는 무한한 이 흥취를
難與外人評      세상 사람과 논하기 어려워라
문수전 중창(文殊殿重刱)
歲値赤龍秋      한 해가 적룡赤龍의 가을15)을 만난 때에
訥師脩此閣      눌 스님이 이 전각을 중건했다네
寒山指頭月      한산寒山의 손가락 끝에 있던 달이
夜夜窓前白      밤마다 창문 앞에 밝게 비치리라16)
칠언절구七言絶句
지리산 금류동에서 우연히 읊다(智異山金流洞偶吟)
洞裡花紅紅射日    골짝 꽃의 붉은 색은 태양에 반사되고
嶺頭松碧碧凌空    재 위 솔의 푸르름은 공중을 능지르네
一般春色分爲二    똑같은 봄빛이 나뉘어 둘이 되었나니
半入花林半入松    반쪽은 꽃숲 속, 반쪽은 솔 속으로

008_0347_b_01L悠然坐不寐月出五峯凉

008_0347_b_02L禪餘偶吟謹呈順雲大師

008_0347_b_03L
月掛天顏白花零地面紅

008_0347_b_04L於斯高着眼誰曰小林風

008_0347_b_05L仙岩寺與故朋二三同遊

008_0347_b_06L
客在仙巖寺秋山任意遊

008_0347_b_07L二三禪侶醉忘却昔年愁

008_0347_b_08L山中偶吟

008_0347_b_09L
山中無限趣問着山中僧

008_0347_b_10L答言山雨後山月夢雲層

008_0347_b_11L上兠率吟

008_0347_b_12L
月白塵心白風淸世慮淸

008_0347_b_13L隱居無別意只欲學無生

008_0347_b_14L題金流洞逍遙堂壁上

008_0347_b_15L
山月窓前白溪聲枕上淸

008_0347_b_16L隱居無限趣難與外人評

008_0347_b_17L文殊殿重剏

008_0347_b_18L
歲値赤龍秋訥師脩此閣

008_0347_b_19L寒山指頭月夜夜窓前白

008_0347_b_20L

008_0347_b_21L1)七言絶句

008_0347_b_22L智異山金流洞偶吟

008_0347_b_23L
洞裡花紅紅射日嶺頭松碧碧凌空

008_0347_b_24L一般春色分爲二半入花林半入松

008_0347_c_01L
좌주에게 주다(贈座主)
磨刀要剖鯤鯨腹    칼을 갈면 고래의 배를 갈라야 하고
辦道須叅趙老關    도를 논하려면 조로관趙老關을 두드려야지17)
面壁遺風知也否    면벽面壁의 유풍을 그대는 아는가 모르는가
多聞猶隔一重山    많이 아는 것은 오히려 한 겹의 산으로 막는 거라네18)
금봉 대사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金峯大師韵)
石壇雲靜鶴初飛    석단石壇의 구름 고요하고 학이 막 나는 때
滿目江山雨後奇    눈 가득 강과 산이 비 온 뒤에 기이해라
月白松窓僧睡穩    달 밝은 송창松窓에 중이 곤히 잠자는데
一聲漁笛入荊扉    고깃배 피리 소리 사립문에 들어오네
징 노사가 방장산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澄老師歸方丈)
年來何事我偏愁    연래에 무슨 일로 나만 시름겨운지
未透玄關欲白頭    현묘한 관문을 뚫지 못해 머리가 세려 하네
却羡老師歸方丈    부러워라, 노사는 방장산에 돌아가서
靜看庭栢月中遊    정백庭栢19)을 살피며 달빛 속을 거닐 테니
송광사에 제하다(題松廣寺)
春風一錫向曺磎    봄바람에 조계산을 향하는 석장 하나
洞府深深杜宇啼    깊고 깊은 골짝에 두견이 울음소리
雲疊水重塵世遠    구름과 물 중첩하여 세상과 떨어진 곳
葉齊山路綠苔迷    녹음 우거진 산길에 푸른 이끼 자욱해라
다시 선암사에 들어가다(再入仙岩寺)
十年重到仙巖寺    십 년 만에 선암사를 다시 찾아오니
滿洞風烟緫是情    골 가득 바람 안개 모두가 정답기만
況對故人論勝事    더군다나 고인과 멋진 일을 논함에랴
却忘歸路倚松欞    솔창에 기대어 돌아갈 길도 잊었다오
무료한 가운데 회포를 적다(無聊中書懷)
唱出巴歌和者衆    파가巴歌20)를 부르면 호응하는 자가 많아
浮沉與世得從容    세상과 부침하며 느긋이 지낼 터인데
生平擬皷峨洋曲    평생토록 아양곡峨洋曲만 연주하려 하며
却恨鍾期永不逢    종기鍾期를 만나지 못함을 한탄하누나21)
황하산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黃下山韵)
月華當戶夜三更    달빛이 문에 부서지는 밤중의 삼경에는
靜聽松琴謾興長    솔 풍금 소리 들으며 흥치興致가 진진했는데
豈料天明春色暮    어찌 알았으랴, 하늘 밝은 봄날의 저녁에는
老花飛入老唇香    늙은 꽃이 늙은 입술에 날아와 향기로울 줄

부록 원운(附原韵)
門掩靑山月五更    문 닫은 청산에는 오경의 달빛이요
鶴聲搖戞綠雲長    학 소리 청랑하게 푸른 구름 너머로

008_0347_c_01L贈座主

008_0347_c_02L
磨刀要剖鯤鯨腹辦道須叅趙老關

008_0347_c_03L面壁遺風知也否多聞猶隔一重山

008_0347_c_04L謹次金峯大師韵

008_0347_c_05L
石壇雲靜鶴初飛滿目江山雨後奇

008_0347_c_06L月白松窓僧睡穩一聲漁笛入荊扉

008_0347_c_07L送澄老師歸方丈

008_0347_c_08L
年來何事我偏愁未透玄關欲白頭

008_0347_c_09L却羡老師歸方丈靜看庭栢月中遊

008_0347_c_10L題松廣寺

008_0347_c_11L
春風一錫向曺磎洞府深深杜宇啼

008_0347_c_12L雲疊水重塵世遠葉齊山路綠苔迷

008_0347_c_13L再入仙岩寺

008_0347_c_14L
十年重到仙巖寺滿洞風烟緫是情

008_0347_c_15L況對故人論勝事却忘歸路倚松欞

008_0347_c_16L無聊中書懷

008_0347_c_17L
唱出巴歌和者衆浮沉與世得從容

008_0347_c_18L生平擬皷峨洋曲却恨鍾期永不逢

008_0347_c_19L謹次黃下山韵

008_0347_c_20L
月華當戶夜三更靜聽松琴謾興長

008_0347_c_21L豈料天明春色暮老花飛入老唇香

008_0347_c_22L附原韵

008_0347_c_23L
門掩靑山月五更鶴聲搖戞綠雲長

008_0347_c_24L「七言絶句」編者補入

008_0348_a_01L庭前獨立心天外    뜨락 앞에 홀로 선 마음은 하늘 저쪽
一縷仙風滿袖香    한 가닥 바람이 소매 가득 향기롭네
만경암에 가자는 요청을 받고(被請行萬景菴)
故人招我海山行    벗이 날 불러 바다 산에 가자는데
正値千峯積雪明    지금은 봉우리마다 눈이 쌓인 때
寒氣屭贔難咫尺    한기가 매서워서 지척도 어렵지만
只緣全老昔年情    단지 함께 늙어 온 왕년의 정 때문에
구 병사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具兵使韵)
[1]
百歲三分已二分    백 년 인생 중에 어느덧 삼분의 이
獨敲踈磬礼金文    홀로 경쇠 치고 예불하며 살았소
禪餘謾擬詩仙降    참선하다 시선이 내려왔나 싶어
淨洒松壇掃白雲    송단松壇에 물 뿌리고 흰 구름을 쓸었다오

[2]
別後依然兩地分    이별 뒤엔 전처럼 두 곳으로 헤어져서
相思空誦贈吾文    그리움에 제게 주신 글 한갓 외게 되겠지요
不知何日匡山寺    모르겠네 어느 날 광산사에서
更對高標詠月雲    다시 얼굴 마주하고 달 구름 읊을는지는

부록 원운(附原韵)
[1]
相逢未幾又相分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헤어지다니
幾日重逢更論文    어느 날 다시 만나 글을 또 논할는지
想得吾師歸去路    생각건대 우리 스님 돌아가는 길은
三花深處鎻曇雲    담운曇雲이 에워싼 삼화三花 깊은 곳이리라22)

[2]
儒釋休言本自分    유석儒釋의 본분이 다르다 말하지 마오
如今喜得老師文    지금 노사의 글을 얻어 마냥 기쁘기만
再三圭復偏多戀    너무도 연모하여 삼복백규三復白圭23) 하며
回首仙山鎻暮雲    저녁 구름 에워싼 선산仙山을 돌아보오
회련 대사에게 증정하다(呈會蓮大師)
憶曾連袂吐懷時    예전에 소매 맞대고 회포를 토로할 때
不覺禪窓日側遅    선창禪窓에 해가 기우는지도 몰랐었지요
別後寸心如滿月    보고픈 마음 보름달처럼 부풀었는데
何年重續舊佳期    예전의 좋은 때를 언제 다시 이을는지

부록 원운(附原韵)
相思不見已多時    생각만 할 뿐 보지 못한 많은 시간들
屈指如今歲月遅    손꼽아 보면 지금 세월이 오래됐소
八苦人間尤愛別    인간의 팔고八苦24) 중에 애별리고 더 심한데
叅啇何日續佳期    삼상參商25)이 언제나 좋은 옛날 이을는지
조 생원이 서울에 가는 것을 전송하다(送趙生之京)
相逢坐對孤村夜    서로 만나 마주 앉은 외로운 시골의 밤
不覺梅窓月欲殘    매화 창가에 달이 지려는 것도 몰랐네
却恨明朝分袂後    한스러워라 내일 아침 헤어지고 나면
一歸京路一歸山    하나는 서울로 하나는 산으로 가겠지
장 생원이 세상을 떠난 뒤에 가서 빈자리를 보고(張生損世後徃見空座)
平生相與無相與    평소 어울려 놀던 일도 이제는 그만
誰料歡情是痛情    기쁨이 슬픔으로 변할 줄 알았으랴

008_0348_a_01L庭前獨立心天外一縷仙風滿袖香

008_0348_a_02L被請行萬景菴

008_0348_a_03L
故人招我海山行正値千峯積雪明

008_0348_a_04L寒氣屭贔難咫尺只緣全老昔年情

008_0348_a_05L謹次具兵使韵

008_0348_a_06L
百歲三分已二分獨敲踈磬礼金文

008_0348_a_07L禪餘謾擬詩仙降淨洒松壇掃白雲(一)

008_0348_a_08L別後依然兩地分相思空誦贈吾文

008_0348_a_09L不知何日匡山寺更對高標詠月雲(二)

008_0348_a_10L附原韵

008_0348_a_11L
相逢未幾又相分幾日重逢更論文

008_0348_a_12L想得吾師歸去路三花深處鎻曇雲(一)

008_0348_a_13L儒釋休言本自分如今喜得老師文

008_0348_a_14L再三圭復偏多戀回首仙山鎻暮雲(二)

008_0348_a_15L呈會蓮大師

008_0348_a_16L
憶曾連袂吐懷時不覺禪窓日側遅

008_0348_a_17L別後寸心如滿月何年重續舊佳期

008_0348_a_18L附原韵

008_0348_a_19L
相思不見已多時屈指如今歲月遅

008_0348_a_20L八苦人間尤愛別1) [2] 何日續佳期

008_0348_a_21L送趙生之京

008_0348_a_22L
相逢坐對孤村夜不覺梅窓月欲殘

008_0348_a_23L却恨明朝分袂後一歸京路一歸山

008_0348_a_24L張生損世後徃見空座

008_0348_a_25L
平生相與無相與誰料歡情是痛情

008_0348_b_01L一隔幽明千載恨    이승 저승으로 막힌 천년의 한이여
四休亭上月空明    사휴정四休亭 위에 속절없이 달만 밝아라
야유당에게 증정하다(謹呈野遺堂)
憶昨雞村奉袂時    생각나네. 지난번 계촌雞村에서 뵈었을 때
爭吟佳句共忘疲    피곤함 잊고 다투어 시구를 읊던 일이
莫言別後形容隔    이별 뒤에 형용이 막혔다 말하지 마오
夜夜依然夢裡期    밤마다 예전처럼 꿈속에서 만나는 걸요
양심당 선생을 찾아가다가 물에 막혀 건너지 못하고 짓다(訪養心堂先生隔水未渡作)
風輕烟淡白沙洲    흰 모래톱에 가벼운 바람 엷은 안개
一片虛舟繫石頭    한 척의 빈 배가 바위 끝에 매어 있네
今日久留猶未渡    오래 머문 채 오늘도 건너가지 못해
詩囊橫枕轉堪愁    시 보따리 베고서 시름겨워 하노라
안생에게 글을 써서 현기증을 낫게 할 약을 구하다(上安生求差退眩氣之藥)
山人何事抱幽愁    산승이 무슨 일로 남몰래 걱정하다
眩氣侵身藥未求    현기증에 걸려서 약을 구하지 못하는지
聞說弟遭斯疾療    아우님도 이 병에 걸렸다 나았다던데
用何方術得差愈    무슨 방술을 써서 쾌차할 수 있었는지
임 지평에게 증정하다(謹呈任持平)
別來愁緖亂如絲    이별 뒤로 시름이 난마亂麻처럼 얽히면서
遙憶江南近海湄    강남쪽 근해의 물가를 멀리 생각했소
倘得他年餘命在    다른 날에 남은 목숨 그래도 살아남아
欲從高躅共吟詩    귀인을 모시고 함께 시를 읊어 봤으면
산에서 노닐며(遊山)
智異東瞻大白月    지리산에서 동쪽으로 태백산에 뜬 달을 보고
金剛西望妙香雲    금강산에서 서쪽으로 묘향산에 낀 구름을 보며
名山遍踏寛心目    명산을 두루 밟고 마음의 눈을 넓혀야
天下小言庶可云    천하가 작다고 말을 해도 괜찮으리라26)
괘불에 제하다(題掛佛)
如來獨立靑空裡    여래가 창공에 홀로 서 있으니
疑是靈山大法筵    영산의 대법회가 열리려나 봐
今日幸逢聞妙說    오늘 모쪼록 묘한 설법 들으시고
百千萬刼滌塵緣    백천만 겁 티끌 인연 씻으시기를
차가운 밤의 감회(寒夜有懷)
月隱西山風色凉    달은 서산에 숨고 바람은 썰렁
滿天星斗鬪光芒    하늘 가득 별들이 빛을 다투네
布衾不耐屭異氣    베 이불로는 한기를 견딜 수 없어
愁枕肱頭待大陽    팔베개하고 해 뜨기를 기다린다네
산속에서 밤중에 앉아 절구를 지어서 일감 노사의 향안에 올리다(山中夜坐絶句呈日鑑老師香案)
紺殿寥寥夜氣淸    밤기운 맑은 적요寂寥한 절간에서
風搖簷磬夢初驚    처마의 풍경 소리에 꿈을 깨었네

008_0348_b_01L一隔幽明千載恨四休亭上月空明

008_0348_b_02L謹呈野遺堂

008_0348_b_03L
憶昨雞村奉袂時爭吟佳句共忘疲

008_0348_b_04L莫言別後形容隔夜夜依然夢裡期

008_0348_b_05L訪養心堂先生隔水未渡作

008_0348_b_06L
風輕烟淡白沙洲一片虛舟繫石頭

008_0348_b_07L今日久留猶未渡詩囊橫枕轉堪愁

008_0348_b_08L上安生求差退眩氣之藥

008_0348_b_09L
山人何事抱幽愁眩氣侵身藥未求

008_0348_b_10L聞說弟遭斯疾療用何方術得差愈

008_0348_b_11L謹呈任持平

008_0348_b_12L
別來愁緖亂如絲遙憶江南近海湄

008_0348_b_13L倘得他年餘命在欲從高躅共吟詩

008_0348_b_14L遊山

008_0348_b_15L
智異東瞻大白月金剛西望妙香雲

008_0348_b_16L名山遍踏寛心目天下小言庶可云

008_0348_b_17L題掛佛

008_0348_b_18L
如來獨立靑空裡疑是靈山大法筵

008_0348_b_19L今日幸逢聞妙說百千萬劫滌塵緣

008_0348_b_20L寒夜有懷

008_0348_b_21L
月隱西山風色凉滿天星斗鬪光芒

008_0348_b_22L布衾不耐屭異氣愁枕肱頭待大陽

008_0348_b_23L山中夜坐絶句呈日鑑老師香案

008_0348_b_24L
紺殿寥寥夜氣淸風搖簷磬夢初驚

008_0348_c_01L香燈按壁專心久    향등 아래 면벽하고 전심하노라니
不覺東窓曉月明    어느새 동창에 새벽달이 밝아 오네
유거에서 우연히 읊다(幽居偶吟)
飯蔬飮水曲肱枕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눕더라도
氣穩神淸樂在中    몸과 마음 편안하면 즐거움이 그 속에27)
浮雲富貴非吾事    뜬구름 같은 부귀는 나와 상관없나니
欲向金臺聽柯風    금대金臺의 가지에 부는 바람 듣고 싶어라
오산에 올라 도선의 고적이 있는 것을 보고(登鰲山有道詵古跡)
直凌鰲峀扣雲扃    곧장 오산에 올라가서 산문을 두드리니
岩老松寒鶴不驚    바위는 늙고 솔은 차고 학도 놀라지 않네
石幀依然人已遠    돌 탱화는 의연한데 사람은 멀리 떠난 채
至今千載月空明    지금껏 천년토록 달빛만 괜히 밝아라
각등 스님에게 주어 참선을 권하다(呈覺等師勸叅禪)
笑矣吾行不丈夫    우스워라 나의 행동 장부답지 못함이여
嗟乎未了趙州無    조주趙州의 무無자 공안28)을 아직껏 해결 못하다니
勸君奮起男兒氣    그대는 모쪼록 남아의 기상을 분발하여
擊碎玄關落太虛    현관玄關을 격파하고 태허太虛에 낙착하시도록
백곡29)에게 주다(贈白谷)
師住雲林萬事休    스님은 구름 숲 거처하며 만사를 내려놓고
靜看庭栢月中游    뜰 앞의 잣나무30) 살피며 달빛 속을 거닐 텐데
吾嗟謾逐風兼雨    나는 슬프게도 공연히 비바람 맞으면서
渉水登山望遠秋    산 넘고 물 건너 먼 하늘만 바라보네요
강변의 정자에서(江亭)
莫恠江亭數擧頭    정자에서 머리 자주 든다 탓할 일 없으니
客懷安有愛眠▼(丘+鳥)  나그네가 조는 갈매기를 어찌 좋아하리
荷衣露濕香風晩    옷은 이슬에 젖고 바람 향기로운 저녁
淨瑩秋波可滌愁    투명한 가을 물결이 시름을 씻어 주네
연암 대사에게 증정하다(呈蓮菴大士)
禪林何事我偏愁    선림에서 무슨 일로 나만 시름겨운지
不見尊兄已十秋    존형을 못 뵌 지도 벌써 십 년이구려
何處再期雲影畔    어딘가 구름 그림자 옆에서 다시금 만나
共分松屑老一丘    잣을 함께 나누며 한 언덕에서 늙어 갈까
참선叅禪
叅禪不在多言語    참선은 많은 말을 할 필요 없이
只是當人着意看    단지 뜻을 집중해서 살펴보는 것
看去看來忘晝夜    밤낮을 잊고서 그렇게 하다 보면
十方坐斷獨閑閑    일체의 속박을 벗어나31) 홀로 넉넉하리라
염불念佛
心觀落日如懸鼓    매단 북처럼 지는 해를 관찰하며32)
口誦阿彌陁佛名    입으로 아미타불 명호名號를 외우노라

008_0348_c_01L香燈按壁專心久不覺東窓曉月明

008_0348_c_02L幽居偶吟

008_0348_c_03L
飯蔬飮水曲肱枕氣穩神淸樂在中

008_0348_c_04L浮雲富貴非吾事欲向金臺聽柯風

008_0348_c_05L登鰲山有道詵古跡

008_0348_c_06L
直凌鰲峀扣雲扃岩老松寒鶴不驚

008_0348_c_07L石幀依然人已遠至今千載月空明

008_0348_c_08L呈覺等師勸叅禪

008_0348_c_09L
笑矣吾行不丈夫嗟乎未了趙州無

008_0348_c_10L勸君奮起男兒氣擊碎玄關落太虛

008_0348_c_11L贈白谷

008_0348_c_12L
師住雲林萬事休靜看庭栢月中游

008_0348_c_13L吾嗟謾逐風兼雨涉水登山望遠秋

008_0348_c_14L江亭

008_0348_c_15L
莫恠江亭數擧頭客懷安有愛眠

008_0348_c_16L荷衣露濕香風晩淨瑩秋波可滌愁

008_0348_c_17L呈蓮菴大士

008_0348_c_18L
禪林何事我偏愁不見尊兄已十秋

008_0348_c_19L何處再期雲影畔共分松屑老一丘

008_0348_c_20L叅禪

008_0348_c_21L
叅禪不在多言語只是當人着意看

008_0348_c_22L看去看來忘晝夜十方坐斷獨閑閑

008_0348_c_23L念佛

008_0348_c_24L
心觀落日如懸鼓口誦阿彌陁佛名

008_0348_c_25L「啇」通用「商」{編}

008_0349_a_01L若能心口常相應    마음과 입이 항상 상응하게 하면
即得西方極樂生    서방 극락에 태어날 수 있으리라
향로대에 올라(登香爐臺)
[1]
超然獨立最高巓    초연히 최고봉에 홀로 서 있으니
百億乾坤一眼前    백억의 건곤이 한눈 앞에 펼쳐지네
惆悵男兒盈世界    슬프다 남아가 세계에 가득하건마는
有誰能做入中玄    누가 현묘한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까

[2]
香臺迢遞起雲邊    아득히 구름 이는 곳에 향로대가 있어
上有琳宮住老禪    그 위의 절간에 노 선사가 거한다오
夜深坐對談眞處    밤 깊어 마주 앉아 진리를 얘기하노라니
風滿前庭月滿天    앞뜰에는 바람이 하늘엔 달빛이 가득하네
맑은 밤 경쇠 소리 들리는데(淸夜聞磬)
一聲淸磬夢初醒    꿈을 막 깨운 한 가닥 맑은 경쇠 소리
驚起松窓月掛明    놀라 일어나니 송창에 달이 걸렸네
安得思如陶謝手    어떡하면 도연명陶淵明, 사령운謝靈運33) 같은 솜씨를 발휘하여
令渠寫我此中情    나의 지금 이 심경을 그려낼 수 있을까
우스개 시를 지어 노 판사34)에게 주다(戱呈老判事)
年將六十老緫攝    연세 육십 되어 가는 늙은 총섭緫攝35)이여
醉歩三城問幾秋    삼성三城36)의 취한 걸음 묻노니 몇 년인가
願入茅山香霧裡    바라건대 모산茅山의 구름 속에 들어가서
專心向壁做牛頭    전심으로 벽 향하고 우두牛頭를 행하시기를37)
백헌38) 상국에게 증정하다(謹呈白軒相國)
功成身退愛芳洲    공 이루고 물러나 모래섬을 사랑하며
獨占魚磯漢水秋    낚시터 홀로 차지하는 한강의 가을날
更想雨餘紅蓼月    또 생각건대 비 끝의 홍료紅蓼에 달 비치면
興酣吹笛起眠▼(丘+鳥)  흥에 취해 부는 피리 잠든 물새 깨우리라
황 사랑이 부유촌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黃舍郞歸富有村)
在山人恨出山人    산에 있는 사람은 나가는 사람이 한스러워
從此山光半欲貧    지금부터는 산 빛이 반쯤은 줄어들겠구만
收拾烟霞歸去後    안개 놀을 거둬 모아 돌아가고 난 뒤에는
空山唯有月孤輪    텅 빈 산에 오직 달만 외로이 떠 있으리
앞의 백헌의 시에 다시 차운하다(再用前白軒高韵)
風滿孤舟月滿洲    바람은 배에 가득 달빛은 모래섬에 가득
相公偏愛江楓秋    상공은 유독 강변의 단풍을 사랑하시네
閑來獨釣烟波▼(氵+闊)  안개 낀 물결 위에 한가히 홀로 낚시하며
盡日忘機對白▼(丘+鳥)  온종일 기심機心 잊고 백구를 대하시네
헌 대사를 보내며(送軒大士)
師去南天正値秋    스님이 남쪽으로 떠나는 이 가을날
千林紅葉亂颼颼    숲 속의 단풍잎 어지럽게 나부끼네
莫言他日重相見    뒷날에 다시 만나리라 말하지 마오
浮世猶如夢裡遊    이 세상 일 꿈속의 유희와도 같은걸

008_0349_a_01L若能心口常相應即得西方極樂生

008_0349_a_02L登香爐臺二首

008_0349_a_03L
超然獨立最高巓百億乾坤一眼前

008_0349_a_04L惆悵男兒盈世界有誰能做入中玄(一)

008_0349_a_05L香臺迢遞起雲邊上有琳宮住老禪

008_0349_a_06L夜深坐對談眞處風滿前庭月滿天(二)

008_0349_a_07L淸夜聞磬

008_0349_a_08L
一聲淸磬夢初醒驚起松窓月掛明

008_0349_a_09L安得思如陶謝手令渠寫我此中情

008_0349_a_10L戱呈老判事

008_0349_a_11L
年將六十老緫攝醉涉三城問幾秋

008_0349_a_12L願入茅山香霧裡專心向壁做牛頭

008_0349_a_13L謹呈白軒相國

008_0349_a_14L
功成身退愛芳洲獨占魚磯漢水秋

008_0349_a_15L更想雨餘紅蓼月興酣吹笛起眠

008_0349_a_16L送黃舍郞歸富有村

008_0349_a_17L
在山人恨出山人從此山光半欲貧

008_0349_a_18L收拾烟霞歸去後空山唯有月孤輪

008_0349_a_19L再用前白軒高韵

008_0349_a_20L
風滿孤舟月滿洲相公偏愛江楓秋

008_0349_a_21L閑來獨釣烟波 盡日忘機對白

008_0349_a_22L送軒大士

008_0349_a_23L
師去南天正値秋千林紅葉亂颼颼

008_0349_a_24L莫言他日重相見浮世猶如夢裡遊

008_0349_b_01L
허백당39)의 시에 차운하다(次虛白堂韻)
波飜人世事堪悲    물결 뒤집는 세상일 슬프기도 해
回首思今涕淚霏    머리 돌려 생각하면 눈물 나오네
山鳥亦知離客恨    산새도 고향 떠난 한을 아는지
隔林啼送不如歸    숲 너머서 ‘불여귀’ 하며 울어 보내네
금봉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金峯韵)
呑盡河沙大法王    강변의 모래알을 모두 삼킨 대법왕
色非紅綠亦非黃    홍색 녹색 아니요 황색도 아니라오
着衣喫飯尋常事    옷 입고 밥 먹는 일상적인 일을
誰道嚀叮做一▼(田+傷-亻)  누가 한바탕 간곡하게 말해 줄까
행각승에게 주다(贈行脚僧)
爾也年逾四十籌    그대 나이 이미 사십 성상을 넘도록
飽叅知識遍南州    선지식 찾아 남쪽 고을 두루 다녔네
西來妙旨何煩問    서래西來40)의 묘한 뜻을 굳이 물어볼 필요 있나
雲盡秋空月似鈎    구름 갠 가을 하늘에 달이 낚싯바늘 같은걸
안 생원과 헤어지며(別安生員)
[1]
仙寺經年獨倚樓    선암사에서 해 넘기며 홀로 누대에 기대어
每逢佳節幾四頭    좋은 시절 만날 때면 마음을 잡지 못했네
連襟一夜催歸路    온 밤을 함께하다 귀로를 재촉하는데
松栢寒烟總是愁    송백에 낀 찬 연기가 시름을 자아내네

[2]
別後相思寤寐中    이별 뒤로 자나 깨나 생각하다가
偶然相値賞吟同    우연히 서로 만나 함께 시를 읊었네
歡情未極還相別    기쁨이 다하기 전에 또 다시 이별
回首臨歧恨不窮    갈림길 돌아보니 한이 끝이 없어라
윤 생원의 시에 차운하다(次尹生員韻)
爲客山中無外事    산중에 나그네 되어 달리 할 일은 없고
金沙皓月得婆娑    금모래 밝은 달빛 아래 소요할 따름
幸逢麗藻偏多興    다행히 멋진 시 접하여 흥치興致가 진진한데
况是淸和黃鳥歌    더구나 화창한 날 꾀꼬리가 노래함이리오
오산의 암자에 제하다(題鰲山庵)
山高岩逈接雲端    산 높이 바위는 멀리 저 구름 끝에
世外仙都日月閑    세상 밖 선도仙都는 일월이 한가해라
石室蕭然僧入㝎    석실은 소연한데 중이 선정에 들었나니
不關秋色亂層巒    첩첩 산에 어린 가을빛은 아랑곳없이
현 스님에게 부치다(寄玄師)
不見尊兄已十年    존형을 못 뵌 지도 어느덧 십 년
題詩寄與却悽然    시 지어 부치려니 처연해지네
何時一逐飛龍隱    언제나 한번 비룡 따라 몸을 숨기고서
弄月忘機奏沒絃    달빛 아래 기심機心 잊고 무현금無絃琴41)을 탈까
금류동에서 우연히 지은 육언절구(金流洞偶題六言絶句)


008_0349_b_01L次虛白堂韻

008_0349_b_02L
波飜人世事堪悲回首思今涕淚霏

008_0349_b_03L山鳥亦知離客恨隔林啼送不如歸

008_0349_b_04L謹次金峯韵

008_0349_b_05L
呑盡可沙大法王色非紅綠亦非黃

008_0349_b_06L着衣喫飯尋常事誰道嚀叮做一

008_0349_b_07L贈行脚僧

008_0349_b_08L
爾也年逾四十籌飽叅知識遍南州

008_0349_b_09L西來妙旨何煩問雲盡秋空月似鈎

008_0349_b_10L別安生員二首

008_0349_b_11L
仙寺經年獨倚樓每逢佳節幾四頭

008_0349_b_12L連襟一夜催歸路松栢寒烟總是愁(一)

008_0349_b_13L別後相思寤寐中偶然相値賞吟同

008_0349_b_14L歡情未極還相別回首臨歧恨不窮(二)

008_0349_b_15L次尹生員韻

008_0349_b_16L
爲客山中無外事金沙皓月得婆娑

008_0349_b_17L幸逢麗藻偏多興况是淸和黃鳥歌

008_0349_b_18L題鰲山庵

008_0349_b_19L
山高岩逈接雲端世外仙都日月閑

008_0349_b_20L石室蕭然僧入㝎不關秋色亂層巒

008_0349_b_21L寄玄師

008_0349_b_22L
不見尊兄已十年題詩寄與却悽然

008_0349_b_23L何時一逐飛龍隱弄月忘機奏沒絃

008_0349_b_24L金流洞偶題六言絕句

008_0349_c_01L
茅菴在白雲白     띳집은 흰 구름이 하얗게 에워싸고
禮仙壇淸磬淸     선단에 예배하는 경쇠 소리 맑아라
夜將半諸品靜     밤이 반쯤 지나며 만물이 고요한데
月影寒松露零     찬 달그림자 아래 솔 이슬 떨어지네
차운하다42)
桂輪孤朗掛高天    높은 하늘에 걸린 밝은 달 하나가
照破郍邊更郍邊    이쪽 그리고 저쪽을 모두 비춰 주네
從玆慧目逾千日    이제 천 개의 해보다 밝은 지혜의 눈이
口掛長空眠不眠    잠도 자지 않고 하늘에 걸려 비추리라
오언율시五言律詩
영원암에 우거할 적에 두 명의 유생이 시를 청하기에 꿈결에 짓다(寓居靈源菴有二儒求詩夢作)
斗覺塵間夢      속진의 꿈을 홀연히 깨고 보니
乾坤共一家      하늘과 땅이 모두 한집안일세
磎聲三兩曲      냇물 소리 두세 곡조가
彈出太平歌      태평가를 연주해 주네
高樹露微月      높은 나무에 걸린 초생달이요
碧峯寒日斜      푸른 산에 비낀 겨울 해로다
松上鶴皷飛      솔 위의 학은 나래 치며 날아가고
層巖落藤花      층암 절벽 위에 등꽃이 떨어지네
誰知方丈裡      누가 알겠는가. 방장산方丈山43) 속에
無限好事多      좋은 일이 끝없이 많다는 것을
붉은 국화를 노래하다(詠紅菊)
弱質此移根      약질의 뿌리를 여기에 옮겨 심었더니
嫣然有異芬      상긋 미소 지으며 기이한 향기 내뿜네
色侵金壁耀      색깔은 금벽을 개먹으며 밝게 빛나고
香拂玉欄熏      향내음은 옥난간을 밀치며 훈훈해라
沐露枝陰濕      이슬에 목욕한 나뭇가지 구름에 젖고
梳風葉影飜      바람에 빗질한 나뭇잎 그림자 속에 뒤척이네
孤芳生苦晩      늦게서야 고생하며 피어난 꽃이여
媿不入陶村      도촌陶村44)에 들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라
백곡 큰스님의 시에 차운하다(次白谷大老韵)
江南春已晩      강남에 봄날이 벌써 저무는데
天▼(氵+闊)水浮空  공활空豁한 하늘에 강물이 서로 잇닿았네
柳嚲濛濛雨      부슬부슬 오는 비에 버들가지 늘어지고
花零細細風      솔솔 부는 바람에 꽃이파리 떨어지네
興兼愁未已      흥취와 시름이 다함이 없으니
詩與筆難工      시와 붓이 묘해지기 어려워라
回首斜陽外      석양 저 너머로 머리 돌리니
啼禽處處同      우는 새소리 어디나 똑같구나

008_0349_c_01L
茅菴在白雲白禮仙壇淸磬淸

008_0349_c_02L夜將半諸品靜月影寒松露零

008_0349_c_03L

008_0349_c_04L
桂輪孤朗掛高天照破郍邊更郍邊

008_0349_c_05L從玆慧目逾千日 [3] 掛長空眠不眠

008_0349_c_06L

008_0349_c_07L1)五言律詩

008_0349_c_08L寓居靈源菴有二儒求詩夢作

008_0349_c_09L
斗覺塵間夢乾坤共一家

008_0349_c_10L磎聲三兩曲彈出太平歌

008_0349_c_11L高樹露微月碧峯寒日斜

008_0349_c_12L松上鶴皷飛層巖落藤花

008_0349_c_13L誰知方丈裡無限好事多

008_0349_c_14L詠紅菊

008_0349_c_15L
弱質此移根嫣然有異芬

008_0349_c_16L色侵金壁耀香拂玉欄熏

008_0349_c_17L沐露枝陰濕梳風葉影飜

008_0349_c_18L孤芳生苦晩媿不入陶村

008_0349_c_19L次白谷大老韵

008_0349_c_20L
江南春已晩水浮空

008_0349_c_21L柳嚲濛濛雨花零細細風

008_0349_c_22L興兼愁未已詩與筆難工

008_0349_c_23L回首斜陽外啼禽處處同

008_0349_c_24L「五言律詩」編者補入

008_0350_a_01L
부록 원운(附原韵)
峽路經春阻      봄을 지나면서 산길이 막혀
溪堂盡日空      종일 비어 있는 냇가의 초당
草肥堤上雨      제방 위의 풀은 비에 살찌고
花惱檻前風      난간 앞의 꽃은 바람에 근심하네
睡熟身仍穩      잠을 푹 자니 몸도 따라 편안하고
詩成句或工      시를 지으면 멋진 구절 나오기도
掩門還獨坐      문을 닫고서 홀로 앉았나니
淸興與誰同      맑은 흥치 뉘와 함께하리오
집에 돌아오며 도중에 짓다(歸家時途中作)
家在天涯遠      하늘 끝 저 멀리에 있는 나의 집
迢迢七日程      자그마치 이레나 걸리는 거리
隨風桐葉落      오동잎은 바람 따라 떨어지고
和露菊花明      국화꽃은 이슬이 맺혀 밝아라
蕭索三秋晩      쓸쓸하도다 만추의 계절이여
飄然一錫輕      표표하도다 하나의 석장錫杖이여
應知故山鶴      고향에 있는 학은 나를 기다리며
待我月中鳴      달빛 속에서 아마도 울고 있겠지
백곡의 향안에 올리다(呈白谷香案)
友也才超古      벗님의 재주는 옛사람을 뛰어넘고
芳名冠海東      향기로운 이름은 해동의 으뜸이라
生齡吾已忝      태어난 나이야 내가 더 많다 해도
文彩爾偏雄      문채는 그대가 단연 앞서고말고!
鴻寶焉能秘      진귀한 보배를 비밀로 할 수 있으리오
囊錐立可通      주머니 속의 송곳은 바로 드러나는걸
將知入㝎處      알겠노라 선정禪定에 드는 그곳에
明月上孤峯      밝은 달이 산 위로 떠오를 줄을
은휴 대사가 선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隱休大師歸仙山)
山曉手分處      서로 이별하는 산중의 새벽
雪中人去時      눈 속에 사람이 떠나간다네
洞寒雲出倦      골이 추워 구름도 나오기 꺼려 하고
溪凍水流遅      내가 얼어붙어 물도 더디게 흐르네
世道無覊束      세상길에 묶임이 없고
空門不住期      공문空門에도 집착하지 않으니
想應相別後      알겠노라 서로 헤어진 뒤에
夜夜益悽其      밤마다 더욱 처량해질 줄을
문 수재45)의 시에 차운하다(次文秀才韵)
十載盟雲鶴      십 년 동안 구름의 학에 맹세하고서
空山掩石堂      텅 빈 산 석실의 문을 걸어 잠궜소
煩襟庄外散      산장 밖으로 답답한 마음 휘날리며
索趣㝎中長      선정 중에도 항상 흥취를 찾는다오
洗鉢龍鬚濕      발우를 씻은 용 수염은 촉촉하고
含花鳥觜香      꽃을 머금은 새 부리는 향기롭네

008_0350_a_01L附原韵

008_0350_a_02L
峽路經春阻溪堂盡日空

008_0350_a_03L草肥堤上雨花惱檻前風

008_0350_a_04L睡熟身仍穩詩成句或工

008_0350_a_05L掩門還獨坐淸興與誰同

008_0350_a_06L歸家時途中作

008_0350_a_07L
家在天涯遠迢迢七日程

008_0350_a_08L隨風桐葉落和露菊花明

008_0350_a_09L蕭索三秋晩飄然一錫輕

008_0350_a_10L應知故山鶴待我月中鳴

008_0350_a_11L呈白谷香案

008_0350_a_12L
友也才超古芳名冠海東

008_0350_a_13L生齡吾已忝文彩爾偏雄

008_0350_a_14L鴻寶焉能秘囊錐立可通

008_0350_a_15L將知入㝎處明月上孤峯

008_0350_a_16L送隱休大師歸仙山

008_0350_a_17L
山曉手分處雪中人去時

008_0350_a_18L洞寒雲出倦溪凍水流遅

008_0350_a_19L世道無覊束空門不住期

008_0350_a_20L想應相別後夜夜益悽其

008_0350_a_21L次文秀才韵

008_0350_a_22L
十載盟雲鶴空山掩石堂

008_0350_a_23L煩襟庄外散索趣㝎中長

008_0350_a_24L洗鉢龍鬚濕含花鳥觜香

008_0350_b_01L徒將熱椀響      단지 데운 찻잔의 소리를 가지고서
愧和雷聲章      뇌성의 문장에 화답하려니 부끄럽소
혜 판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慧判事韻)
偶逢靑眼客      우연히 만난 눈 푸른 길손
知是漢城回      이제 한성으로 돌아가는구려
道氣排雲月      구름 속의 달을 밀쳐내는 도기道氣라면
禪心慠雪梅      눈 속의 매화를 능가하는 선심이라
吟詩驚鬼魅      시를 읊으면 귀신을 놀라게 하고
揮筆振風雷      붓을 휘두르면 풍뢰를 일으킨다네
媿我沉㝠久      부끄러워라 오래도록 숨어 살면서
深跧井底來      개구리처럼 우물 속에 움츠렸으니
칠언율시七言律詩
만경암에 제하다(題萬景庵)
巖畔仙扉倚半空    반공 중에 걸려 있는 바위 옆의 산문
奇觀勝趣甲吾東    뛰어난 그 경치 우리 동방의 으뜸이라
門臨渤海波聲壯    문에서 굽어보는 발해의 물결 거대하고
棟壓層岑石勢雄    기둥이 짓누르는 바위산 모습 웅장해라
淑氣逈連雲影合    맑은 기운은 멀리 구름 그림자와 이어져 어울리고
晴光遙接日華濃    개인 빛은 멀리 햇빛과 맞닿아 짙어라
興餘擧首蒼茫外    흥에 겨워 아득히 저 너머 머리를 들면
七澤三相指顧中    칠택七澤과 삼상三湘46)이 모두 눈 안에 들어온다네
금강산에 올라(登金剛山)
早訪名區獨自登    일찍이 명승 찾아 혼자서 올랐지만
雄奇佳麗此偏增    멋진 경치는 이곳이 단연 으뜸이라
非冬雪色峯千疊    겨울이 아닌데 봉우리마다 하얀 눈빛이요
不雨雷聲瀑萬層    비가 안 와도 만폭동에 우렛소리 울린다오
西笁吠璃應抱拙    천축의 유리(吠璃)47)도 이보다는 못할 터인데
南山紫盖豈爭能    남산의 자수정이 어찌 견줄 수 있나
回看更有魂飜處    머리 돌리면 기막힌 곳이 또 있나니
紅錦天池日欲昇    일출에 붉은 비단 펼쳐지는 하늘 연못
집승정 현판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集勝亭板上韵)
偶尋高閣一笻過    지팡이 짚고 지나다가 우연히 찾은 고각高閣
烟淡沙頭露濕荷    연기 엷은 모래톱에 이슬 젖은 연꽃이라
霜重柳梢枝減嫩    버들은 서리 맞아 여린 가지 줄어들고
雨飛池面水增波    연못은 비가 내려 물결이 더 늘어나네
愁邊始覺身將老    시름 속에 몸이 늙어 감을 새삼 느끼고
客裡方知鬢欲華    객지에서 귀밑머리 세는 것을 알겠도다
今夜不敎明月去    오늘밤은 밝은 달을 못 가게 잡아 두고
淸歌妙舞醉姮娥    노래하고 춤추면서 항아(달)와 취해야지
요객당에 제하다(題邀客堂)


008_0350_b_01L徒將熱椀響愧和雷聲章

008_0350_b_02L次慧判事韻

008_0350_b_03L
偶逢靑眼客知是漢城回

008_0350_b_04L道氣排雲月禪心慠雪梅

008_0350_b_05L吟詩驚鬼魅揮筆振風雷

008_0350_b_06L媿我沉㝠久深跧井底來

008_0350_b_07L

008_0350_b_08L七言律詩

008_0350_b_09L題萬景庵

008_0350_b_10L
巖畔仙扉倚半空奇觀勝趣甲吾東

008_0350_b_11L門臨渤海波聲壯棟壓層岑石勢雄

008_0350_b_12L淑氣逈連雲影合晴光遙接日華濃

008_0350_b_13L興餘擧首蒼茫外七澤三相 [4] 指顧中

008_0350_b_14L登金剛山

008_0350_b_15L
早訪名區獨自登雄奇佳麗此偏增

008_0350_b_16L非冬雪色峯千疊不雨雷聲瀑萬層

008_0350_b_17L西笁吠璃應抱拙南山紫盖豈爭能

008_0350_b_18L回看更有魂飜處紅錦天池日欲昇

008_0350_b_19L謹次集勝亭板上韵

008_0350_b_20L
偶尋高閣一笻過烟淡沙頭露濕荷

008_0350_b_21L霜重柳梢枝減嫩雨飛池面水增波

008_0350_b_22L愁邊始覺身將老客裡方知鬢欲華

008_0350_b_23L今夜不敎明月去淸歌妙舞醉姮娥

008_0350_b_24L題邀客堂

008_0350_c_01L
秋老南州錦葉班    늦가을 남쪽 고을에 단풍잎 얼룩덜룩
登臨高閣興漫漫    높은 누각 올라 보니 감흥이 넘실넘실
屏間畫妙楊兼鄭    병풍 사이 묘한 그림은 양씨와 정씨 그림
壁上詩工柳與韓    벽 위의 절묘한 시구는 유씨와 한씨 작품
風擺碧梧踈影瘦    벽오동은 바람에 날려 성긴 그림자 수척하고
霜侵黃菊細香殘    누런 국화는 서리 맞아 여린 향기 쇠잔해라
塵區自有仙區趣    속세에서도 선경의 흥취 맛볼 수가 있는데
誰道乘槎陟海灣    배 타고 삼신산 오른다 그 누가 말하는가
연봉암에 제하다(題蓮峯庵)
雞園蕭洒近蒼穹    푸른 하늘과 가까운 소쇄한 절간(雞園)48)
佳氣淸幽萃此中    맑고 그윽한 기운이 이 속에 다 모였네
落鴈峯高天接樹    기러기 내려앉는 산의 하늘은 나무와 접하고
騫鵬海▼(氵+闊)水浮空  대붕이 높이 나는 바다의 물은 허공과 연했네
珠簾逈卷三江雨    발을 높이 걷으면 삼강三江의 빗줄기요
玉牗高開八嶺風    창문을 활짝 열면 팔령八嶺의 바람이라
物景自多塵外趣    속진을 벗어난 흥취 저절로 우러나니
端宜休錫做眞工    석장 쉬고 진짜 공부해 봄 직하네그려
낙안 군수에게 올리다(上樂安郡守)
人道浮槎政令公    사또의 정치가 공정하다 소문났는데
偶然來郡見聞同    우연히 고을에 와서 보니 과연 그대로일세
民家富潤烟花裡    민가는 연화烟花 속에 부유해지고
禾黍登▼(田+傷-亻)雨露中  곡식은 우로雨露 속에 익어 가누나
鈴閣再騰彭澤月    영각鈴閣엔 팽택彭澤의 달이 다시 떠오르고49)
琴軒重拂頴川風    금헌琴軒엔 영천頴川의 바람이 또 불어온다네50)
割雞焉用牛刀久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오래 쓰리오
薦治陰陽做大功    음양을 다스리는 공을 이루시리니51)
대나무를 노래하다(詠竹)
瘦骨森森碧砌隅    섬돌 구석에 빽빽이 서 있는 마른 뼈들
淸操應與衆芳殊    맑은 지조가 다른 꽃들과 다르고말고
風揉月夕梢彈瑟    달 뜬 저녁엔 바람이 거문고 연주하고
露濕烟朝葉墮珠    내 낀 아침엔 이슬이 구슬로 떨어지네
本固立貞思固有    굳건한 뿌리로 섰으니 본디 속성 그러하고
心空虛受合空無    속을 비워 받아들이니 비움과 없음에 합당하네
最憐勁節凌霜雪    가장 어여쁜 것은 서리와 눈을 이기는 굳은 절조
志似陽山餓死夫    그 뜻, 수양산首陽山에서 굶어 죽은 사나이52)와 같아라
침강정에서 묵으며 차운하다(宿枕江亭次)
翼然茅閣枕湖東    호수 동쪽에 날아갈 듯 서 있는 정자 하나
遠客登臨意萬重    나그네 올라와 굽어보니 만감이 교차하네
桂棹扣舩驚鴈鴨    노 저어 뱃전 두드리면 기러기, 오리가 놀라고
玉鈎投水㥘魚龍    낚싯바늘 물에 던지면 물고기, 용이 겁낸다네
蒼江白石迷簷外    처마 밖에 희미한 창강蒼江의 흰 돌이요
淡霧踈烟入戶中    문 안에 들어오는 옅고 성긴 연무로세
仍宿竹房淸不寐    그냥 대나무 방에 묵으려니 잠은 오지 않고
暗聞風便數聲鍾    바람결에 들려오는 몇 가닥 종소리

008_0350_c_01L
秋老南州錦葉班 [5] 登臨高閣興漫漫

008_0350_c_02L屏間畫妙楊兼鄭壁上詩工柳與韓

008_0350_c_03L風擺碧梧踈影瘦霜侵黃菊細香殘

008_0350_c_04L塵區自有仙區趣誰道乘槎陟海灣

008_0350_c_05L題蓮峯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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雞園蕭洒近蒼穹佳氣淸幽萃此中

008_0350_c_07L落鴈峯高天接樹騫鵬海水浮空

008_0350_c_08L珠簾逈卷三江雨玉牗高開八嶺風

008_0350_c_09L物景自多塵外趣端宜休錫做眞工

008_0350_c_10L上樂安郡守

008_0350_c_11L
人道浮槎政令公偶然來郡見聞同

008_0350_c_12L民家富潤烟花裡禾黍登雨露中

008_0350_c_13L鈴閣再騰彭澤月琴軒重拂頴川風

008_0350_c_14L割雞焉用牛刀久薦治陰陽做大功

008_0350_c_15L詠竹

008_0350_c_16L
瘦骨森森碧砌隅淸操應與衆芳殊

008_0350_c_17L風揉月夕梢彈瑟露濕烟朝葉墮珠

008_0350_c_18L本固立貞思固有心空虛受合空無

008_0350_c_19L最憐勁節凌霜雪志似陽山餓死夫

008_0350_c_20L宿枕江亭次

008_0350_c_21L
翼然茅閣枕湖東遠客登臨意萬重

008_0350_c_22L桂棹扣舩驚鴈鴨玉鈎投水㥘魚龍

008_0350_c_23L蒼江白石迷簷外淡霧踈烟入戶中

008_0350_c_24L仍宿竹房淸不寐暗聞風便數聲鍾

008_0351_a_01L
만휴 선생이 동명53)에게 증정한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萬休先生呈東溟高韵)
碩人硬語橫空虗    허공을 가르는 석인碩人54)의 굳센 말씀
快若波頭透網魚    그물로 물고기 잡듯 통쾌하기만
直躡杏壇通四勿    행단杏壇에 곧바로 나아가 사물四勿을 통하고55)
傍登蓮界策三車    연화세계(蓮界)에 올라 세 수레에 채찍을 가했다오56)
山中韻衲爭趍席    산중의 운납은 다투어 자리에 나아가고
海內名公恨未如    해내海內의 명공은 같지 못함을 한탄하네
聖上倘垂行輔佐    성상께서 은혜 내려 보좌하게 한다면
想應同軓又同書    수레와 문자가 똑같이 되게 할 텐데57)
금성58) 민 생원의 객헌에 올리다呈錦城悶生員客軒
匡山寺裡膠投漆    광산사에서 교칠膠漆59)이 붙듯 하였는데
便▼(尸/鬲)相思鬢已蓬    헤어져 생각하느라 귀밑털이 하얗게 셌네
長憶夢勞殘夜月    꿈에 나오는 잔야의 달빛도 항상 생각나고
每懷膓斷落花風    애 끊기는 낙화의 바람도 언제나 떠오르오
羡君道繼歐蘇後    부러워라 구소歐蘇60)의 뒤를 이은 그대의 도여
愧我名題渡遠中    부끄러워라 도원渡遠61) 가운데 든 내 이름이여
何日錦磎亭上晩    어느 날 금성의 저녁 시냇가 정자에서
共聞村笛倚孤松    솔에 기대어 피리 소리 함께 들어 볼까
처음 선암사에 들어가서(初入仙岩寺)
精藍寄在曺磎樷    가람이 조계 총림에 붙어 있나니
路轉山腰三百曲    길이 산허리 돌아 삼백 구비로세
陰洞風凉鍾磬鳴    바람 서늘한 골에 울리는 종소리요
層峯月吐杜鵑哭    달 뜨는 봉우리에 두견이 울음이라
巖邊流水響瀧瀧    물은 콸콸 소리 내며 바위 옆을 흘러가고
殿裡靑燈明煜煜    푸른 등불은 전각 속을 환히 비춰 주네
夜靜禪窓不得眠    고요한 밤 선창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鶴飜松露沾衣角    학이 날며 솔 이슬 떨어져 옷을 적시네
미타전을 중창하고(彌陁殿重剏)
碩德山人名悟師    덕망이 높은 산인인 우리 오 스님
經營此殿▣高嵬    이 전각 경영하여 높이 세웠다네
火龍始役渠渠壯    화룡火龍이 거창하게 공사를 시작하여
赤虺終功彩彩輝    적훼赤虺가 찬란하게 공사를 마감했네62)
簷接大樓風引戶    누대와 접한 처마에서 바람은 문을 끌고
軒臨方沼月寵苔    연못 위 난간의 달빛은 이끼를 총애하네
重脩勝趣誰能管    중수한 흥취를 누가 제대로 감상할까
曰號彌陁含笑咍    미타라 칭하는 분이 빙그레 미소 짓네
옥동에 꽃이 활짝 피어(玉洞明花)
倦步尋芳入洞春    걷기에 지쳐 꽃을 찾아 동구에 든 봄날
玉花明樹露中新    옥화가 나무 비치며 이슬 속에 새로워라
興酣覔句知酣興    흥겨워 시구 찾으면서 다시 흥겨웁고
神醉題詩覺醉神    심취해 시를 지으면서 다시 심취하노라
嫰色離奇瑤岸脚    언덕 밑엔 아리따운 여린 빛깔이요
淸香飄襲錦溪濱    시냇가엔 맑은 향기 풍겨 나오네

008_0351_a_01L謹次萬休先生呈東溟高韵

008_0351_a_02L
碩人硬語橫空虗快若波頭透網魚

008_0351_a_03L直躡杏壇通四勿傍登蓮界策三車

008_0351_a_04L山中韻衲爭趍席海內名公恨未如

008_0351_a_05L聖上倘垂行輔佐想應同軓又同書

008_0351_a_06L呈錦城悶 [6] 生員客軒

008_0351_a_07L
匡山寺裡膠投漆便相思鬢已蓬

008_0351_a_08L長憶夢勞殘夜月每懷膓斷落花風

008_0351_a_09L羨君道繼歐蘇後愧我名題渡遠中

008_0351_a_10L何日錦磎亭上晩共聞村笛倚孤松

008_0351_a_11L初入仙岩寺

008_0351_a_12L
精藍寄在曺磎樷路轉山腰三百曲

008_0351_a_13L陰洞風凉鍾磬鳴層峯月吐杜鵑哭

008_0351_a_14L巌邊流水響瀧瀧殿裡靑燈明煜煜

008_0351_a_15L夜靜禪窓不得眠鶴飜松露沾衣角

008_0351_a_16L彌陁殿重剏

008_0351_a_17L
碩德山人名悟師經營此殿1) [3] [7] 高嵬

008_0351_a_18L火龍始役渠渠壯赤虺終功彩彩輝

008_0351_a_19L簷接大樓風引戶軒臨方沼月寵苔

008_0351_a_20L重脩勝趣誰能管曰號彌陁含笑咍

008_0351_a_21L玉洞明花

008_0351_a_22L
倦步尋芳入洞春玉花明樹露中新

008_0351_a_23L興酣覔句知酣興神醉題詩覺醉神

008_0351_a_24L嫩色離奇瑤岸脚淸香飄襲錦溪濱

008_0351_b_01L笑看蜂蝶忘辛苦    우스워라 벌과 나비 온갖 고생 마다 않고
採取烟葩頻又頻    뻔질나게 꽃 속에서 꿀을 채취하는 것이
향로암에서 읊다(香爐庵吟)
萬事平生已墮甑    만사를 평생토록 깨진 시루(墮甑)63)로 여기고서
兀然高臥碧山層    올연히 청산 속에 높이 누워 지낸다오
澄心祖域心▼(犭+貟)亂    마음이 잔나비처럼 산란하면 조역祖域64)에서 맑히고
息意宗乘意馬騰    뜻이 말처럼 날뛰면 종승宗乘65)에서 쉬게 하네
三尺竹笻挑日月    석 자의 대지팡이로 해와 달을 둘러메고
七斥麻衲抱鵾鵬    일곱 근 베 누더기로 곤鵾과 붕鵬을 안는다오66)
功名富貴浮雲耳    공명과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일 따름
擬作禪林本分僧    선림의 본분인 중이나 제대로 되려 하오
마음 아픈 봄날(傷春)
衰年正苦鬢添霜    노년에 고달프게 백발만 늘어나는데
春事何須迅電光    봄날은 번갯불처럼 빨리도 지나가네
芝草競隨莎草綠    지초芝草는 사초莎草와 푸르름을 경쟁하고
桃花爭與李花香    복사꽃은 오얏꽃과 향기를 다투누나
林丘日暖鸚聲滑    날 따뜻한 숲 언덕엔 앵무새 소리 매끄럽고
池畔泥融鷰影忙    진흙 풀린 못가엔 제비 그림자 바쁘도다
物色嬋妍能幾許    아리따운 이 경치 얼마나 더 가겠는가
出門轉盻我偏傷    문 나서며 눈 돌리니 유독 마음 아파라
비로암에 제하다(題毘盧庵)
歲云辛卯性兼玲    지난 신묘년에 성性과 영玲 두 스님이
經始斯庵不日成    이 암자 짓기 시작하여 단숨에 이루었네
爽塏山中眞佛國    툭 트인(爽塏)67) 산중은 부처님의 나라요
蕭條物外是仙城    쓸쓸한 세상 밖은 신선의 성이로세
金鍾板瓦疑天作    쇠북과 널기와는 하늘이 제작한 듯
綠戶丹楹似鬼營    푸른 문 붉은 기둥은 귀신이 세운 듯
領望後來居此者    뒷날 이곳에 사는 이에게 바라노니
使毘盧面笑風欞    비로봉이 창문 향해 미소 짓게 하시도록
최 상사의 시에 삼가 화운하다(謹和崔上舍高韵)
人道崔公才獨步    사람들이 말하기를 최 공의 재주는 독보요
風流天下出凡庸    풍류 또한 범용한 수준을 뛰어넘는다네
氣雄早透丘軻妙    구가丘軻68)의 묘리를 일찍 뚫어 기상이 웅대하고
詞捷曾探甫白工    보백甫白69)의 솜씨를 탐색하여 문장이 민첩하네
袖裡劒藏驚鬼魅    소매 속에 감춘 칼은 귀신들을 놀라게 하고
筆端雲起走蛇龍    붓 끝에선 구름 일어 사룡이 치달린다오
方今聖上求賢佐    지금 성상께서 보좌할 현인을 구하시니
想踏丹墀秉政隆    대궐 섬돌 밟고서 정권을 손에 쥐시리라
최우곡이 낙제한 시에 삼가 화운하다奉和崔牛谷落 詩韵
男兒窮達關天運    남아의 빈궁과 영달은 천운에 달렸으니
愼莫愁肝益忸怩    부디 너무 걱정하며 부끄러워하지 마오
投筆取符班子早    반자班子는 일찍 붓 던지고 절부節符를 취했고70)
擲笁登佐太公遅    태공太公은 늦게 낚싯대 던지고 왕좌王佐가 되었지71)

008_0351_b_01L笑看蜂蝶忘辛苦採取烟葩頻又頻

008_0351_b_02L香爐庵吟

008_0351_b_03L
萬事平生已墮甑兀然高臥碧山層

008_0351_b_04L澄心祖域心息意宗乘意馬騰

008_0351_b_05L三尺竹笻挑日月七斥 [8] 麻衲抱鵾鵬

008_0351_b_06L功名富貴浮雲耳擬作禪林本分僧

008_0351_b_07L傷春

008_0351_b_08L
衰年正2) [4] [9] 鬢添霜春事何須迅電光

008_0351_b_09L芝草竸隨莎草綠桃花爭與李花香

008_0351_b_10L林丘日暖聲滑池畔泥融鷰影忙

008_0351_b_11L物色嬋妍能幾許出門轉盻我偏傷

008_0351_b_12L題毘盧庵

008_0351_b_13L
歲云辛卯性兼玲經始斯庵不日成

008_0351_b_14L爽塏山中眞佛國蕭條物外是仙城

008_0351_b_15L金鍾板瓦疑天作綠戶丹楹似鬼營

008_0351_b_16L領望後來居此者使毘盧面笑風欞

008_0351_b_17L謹和崔上舍高韵

008_0351_b_18L
人道崔公才獨步風流天下出凡庸

008_0351_b_19L氣雄早透丘軻妙詞捿曾探甫白工

008_0351_b_20L裡裡劒藏驚鬼魅筆端雲起走蛇龍

008_0351_b_21L方今聖上求賢佐想踏丹墀秉政隆

008_0351_b_22L奉和崔牛谷落苐詩韵

008_0351_b_23L
男兒窮達關天運愼莫愁肝益忸怩

008_0351_b_24L投筆取符班子早擲笁登佐太公遅

008_0351_c_01L霜蹄暫蹶未爲失    준마가 잠시 넘어진 것이 무슨 잘못이리오
雲翼高搏會有期    붕새가 하늘 높이 날 때가 분명히 있으리라
想必乾坤均惠施    반드시 건곤이 은혜를 골고루 베풀 것이니
竟趍獜閣走章詞    끝내는 대궐에 나아가 글솜씨 발휘하리라
징광사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인들의 시회에 드리는 시(奉呈澄光寺同接諸生騷壇)
負笈靑衿結伴遊    책가방 멘 유생들 도반으로 노닐면서
朗吟蕭寺澗邊秋    절간의 시냇가에서 읊조리는 가을날
揮毫只見蛟螭走    붓을 휘두르면 교룡蛟龍이 달리는 것이 보이고
擲簡如聞神鬼愁    죽간을 던지면 귀신의 시름 소리 들리는 듯
徒羡杏壇能盡虎    행단杏壇72)은 범을 몰아내어 부럽기만 한데
自慚桑榻未調牛    상탑桑榻은 소를 길들이지 못해 부끄러워라73)
想應他日風雲際    당연히 뒷날 바람과 구름이 서로 호응하며
折桂同登北闕樓    과거에 급제해 대궐 누대에 함께 오르리라
경을 시험하여 도첩을 준다는 말을 듣고(聞試經度牒)
十年多病在沉綿    십 년 동안 병 앓으며 신음하느라
少室靈峯憶未緣    소실少室74) 영봉靈峯75)에는 인연이 없었다네
獨伴殘燈空度月    홀로 등불 벗 삼아 헛되이 세월 보내며
孤吟破榻幾經年    몇 년이나 탑상에서 외롭게 읊조렸던가
禪林路滑難措足    미끄러운 선림의 길은 발을 대기 어려워도
敎海波泓熟掉船    깊은 교해의 물결은 익숙하게 노 저으리
勑令如雷令試學    우레 같은 칙령으로 교학을 시험하게 하니
保身無計目茫然    몸을 보전할 계책 없어 눈이 망연하여라
백곡76)의 시에 차운하다(次白谷韵)
十年多病臥山樊    십 년 동안 병 앓으며 산기슭에 누운 몸
浩蕩春風白衲飜    호탕한 봄바람에 누더기 옷 펄럭이네
閑步柳堤芳草路    버들 방죽 방초의 길도 한가로이 거닐고
倦尋梅塢落花村    매화 동산 꽃 지는 마을 찾아간다오
流川杳杳隨人遠    시냇물은 사람 따라 아득히 흘러가고
斜日亭亭向客昏    저녁 해는 길손 향해 점점 어두워지네
永夜角聲情轉苦    정이 더욱 얽혀 드는 한밤의 뿔피리 소리
不成甘寢俯晴軒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난간 아래 굽어보네
천관산 곤유암 현판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天冠山坤酉庵板上韵)
鬼刻名區秘橘洲    귀신이 명승을 새겨 귤주橘洲77)에 감췄나니
誰知眞趣此中搜    이 속의 진정한 흥취 찾을 줄 누가 알까
天香幾繞今仙庙    천향은 몇 번이나 금선金仙(부처)의 사당을 감돌고
石磬曾搖玉宇秋    석경은 일찍이 옥우玉宇(사찰)의 가을을 흔들었네
巖老松喬眠白鶴    늙은 바위 높은 솔에 잠을 자는 백학이요
草肥花暖臥靑牛    살진 풀 화사한 꽃에 누워 있는 청우로다
回看碧海騫鵬▼(氵+闊)  붕새가 나는 광활한 바다 뒤돌아보니
恍若凌雲華胥遊    구름 위 화서華胥78)에 여행하는 듯 황홀해라
승평의 원님에게 올리다(呈昇平倅)


008_0351_c_01L霜蹄暫蹶未爲失雲翼高搏會有期

008_0351_c_02L想必乾坤均惠施竟趍獜閣走章詞

008_0351_c_03L奉呈澄光寺同接諸生騒壇

008_0351_c_04L
負笈靑衿結伴遊朗吟蕭寺澗邊秋

008_0351_c_05L揮毫只見蛟螭走擲簡如聞神鬼愁

008_0351_c_06L徒羨杏壇能盡虎自慚桑榻未調牛

008_0351_c_07L想應他日風雲際折桂同登北闕樓

008_0351_c_08L聞試經度牒

008_0351_c_09L
十年多病在沉綿少室靈峯憶未緣

008_0351_c_10L獨伴殘燈空度月孤吟破榻幾經年

008_0351_c_11L禪林路滑難措足敎海波泓熟掉船

008_0351_c_12L勑令如雷令試學保身無計目茫然

008_0351_c_13L次白谷韵

008_0351_c_14L
十年多病臥山樊浩蕩春風白衲飜

008_0351_c_15L閑步柳堤芳草路倦尋梅塢落花村

008_0351_c_16L流川杳杳隨人遠斜日亭亭向客昏

008_0351_c_17L永夜角聲情轉苦不成甘寢俯晴軒

008_0351_c_18L謹次天冠山坤酉庵板上韵

008_0351_c_19L
鬼刻名區秘橘洲誰知眞趣此中搜

008_0351_c_20L天香幾繞今 [10] 仙庙石磬曾搖玉宇秋

008_0351_c_21L巖老松喬眠白鶴草肥花暖臥靑牛

008_0351_c_22L回看碧海騫鵬 恍若凌雲華胥遊

008_0351_c_23L呈昇平倅

008_0351_c_24L▣磨滅字形似「思」{編}「苦」疑「若」{編}

008_0352_a_01L
一臨佳麗昇平府    아름다운 승평 고을 부임하신 뒤로
百里安閑事事宜    일마다 온당하여 백 리 땅이 편안하네
却訝珠還南郡日    진주가 남군南郡에 돌아왔나 싶기도 하고79)
飜疑虎渡北川時    범이 북천北川을 건너갔나 싶기도 해라80)
村無狗吠桑無附    뽕나무에 곁가지 없이 개도 짖지 않고
卷有童謠穗有歧    이삭이 두 개 달렸다는 동요를 부른다네81)
河閏土肥山岳靜    강과 땅이 비옥하고 산악이 고요하니
雲林霞衲亦熙怡    숲 속의 이 중도 즐겁기 그지없소이다
원각경을 간행하러 온 용흥사의 노스님에게 증정하다(贈龍興老師來印圓覺經)
芳春客自龍興至    봄날에 객이 용흥사에서 왔나니
印出金文使播揚    불경을 간행하여 전파하려고
仙寺此時相見後    지금 이 선암사에서 서로 만난 뒤에
蓬山何處更連床    봉래산 어디에서 다시 함께 어울릴까
紛紛舞蝶穿花影    분분히 춤추는 나비는 꽃 그림자를 뚫고
皛皛行雲背日光    하얗게 떠가는 구름은 햇빛을 등에 졌네
欲識經中無限趣    경전 속의 끝없는 흥취 알고 싶거든
桂輪孤朗碧天長    푸른 하늘 밝게 빛나는 달을 보기를
봄날에 우연히 읊다(春日偶吟)
春來何事益悽其    봄이 오면 어째서 더 처량해지는지
九十韶光亦不遅    구십 일의 봄빛이 역시 더디지 않네
髮白面皺非舊日    흰 머리칼 주름진 얼굴 옛 모습 아니지만
頭輕目朗異前時    날렵한 머리 명랑한 눈은 예전과 다르도다
風飄萬點殘紅散    바람에 날리는 붉은 꽃 점점이 흩어지고
雨裛千絲柳葉垂    비에 젖은 버드나무 실실이 늘어졌네
物色幻身俱轉變    봄 경치와 허깨비 몸 다 함께 바뀌어 가니
不如高臥合希夷    높이 누워 희이希夷82)에 합하는 것만 못하도다
영장83)에게 올리다(呈營將)
南荒威振一揮旂    남쪽 변방 위엄 떨치는 장수의 깃발
乘興肩輿陟翠微    흥에 겨워 가마 타고 푸른 산에 올랐네
山郭風輕飛鷰崔    성곽의 가벼운 바람 속에 제비는 바삐 날고
川原雨過綠芳菲    비 지난 개울가 언덕에 푸른 방초 향기롭네
瑤花影裡香飄席    요화瑤花의 그림자 속에 향내가 자리 떠돌고
琪樹陰中露濕衣    기수琪樹의 그늘 속에 이슬이 옷을 적시누나
玉斝屢傳人已醉    옥 술잔 자주 전하여 사람 벌써 취했는데
月明歌吹動禪扉    밝은 달 아래 풍악 소리 산문을 뒤흔드네
호남 병사에게 올리다(呈湖南兵使道)
[1]
天降英雄出衆豪    하늘이 내린 영웅 출중한 호걸
能文能武氣偏高    문무를 겸비한 그 기상 드높아라
箭穿楊葉凌鵰翼    버들잎 뚫은 화살은 수리의 날개를 능가하고
筆吐明珠蔑鳳毛    구슬 토하는 붓 끝은 봉황의 터럭이 우스워라
駐節湖藩軍令肅    호남에 부절 세우니 군령이 엄숙하고
振威沙漠賊酋逃    사막에 위엄 떨치니 적의 장수 도망가네
腰間寶劒光侵斗    허리에 찬 보검의 빛이 북두성을 쏘니
斬盡群邪等一毫    삿된 자들을 지푸라기처럼 베어 없애리

[2]

008_0352_a_01L
一臨佳麗昇平府百里安閑事事宜

008_0352_a_02L却訝珠還南郡日飜疑虎渡北川時

008_0352_a_03L村無狗吠桑無附 [11] 有童謠穗有歧

008_0352_a_04L河閏 [12] 土肥山岳靜雲林霞衲亦熙怡

008_0352_a_05L贈龍興老師來印圓覺經

008_0352_a_06L
芳春客自龍興至印出金文使播揚

008_0352_a_07L仙寺此時相見後蓬山何處更連床

008_0352_a_08L紛紛舞蝶穿花影皛皛行雲背日光

008_0352_a_09L欲識經中無限趣桂輪孤朗碧天長

008_0352_a_10L春日偶吟

008_0352_a_11L
春來何事益悽其九十韶光亦不遅

008_0352_a_12L髮白面皺非舊日頭輕目朗異前時

008_0352_a_13L風飄萬點殘紅散雨裛千絲柳葉垂

008_0352_a_14L物色幻身俱轉變不如高臥合希夷

008_0352_a_15L呈營將

008_0352_a_16L
南荒威振一揮旂乘興肩輿陟翠微

008_0352_a_17L山郭風輕飛鷰崔川原雨過綠芳菲

008_0352_a_18L瑤花影裡香飄席琪樹陰中露濕衣

008_0352_a_19L玉斝屢傳人已醉月明歌吹動禪扉

008_0352_a_20L呈湖南兵使道二首

008_0352_a_21L
天降英雄出衆豪能文能武氣偏高

008_0352_a_22L箭穿楊葉凌鵰翼筆吐明珠蔑鳳毛

008_0352_a_23L駐節湖藩軍令肅振威沙漠賊酋逃

008_0352_a_24L腰間寶劒光侵斗斬盡群邪等一毫(一)

008_0352_b_01L通明殿下受明詔    통명전 아래에서 임금의 조칙 받들고서
仗鉞南巡嶺海閑    부월斧鉞 쥐고 남순하니 산과 바다 편안해라
分陝寵隆威振漠    분섬分陝84) 내리신 총애 융숭하여 위엄이 사막을 진동하고
靜氛謀遠令馳蠻    소탕 작전이 뛰어나 명령이 남쪽 오랑캐 땅을 치달리네
濟時堪畵雲臺上    시국을 안정시켜 운대雲臺85)에 초상화 걸리고
能政應稱竹帛間    선정을 베풀어 역사책에 일컬어지리라
聞飽高名思一接    높은 명성 듣고서 한번 뵙기를 생각하나
龍門迢遞杳難攀    용문이 아득히 멀어 부여잡기 어려워라
야유당에게 증정하다(呈野遺堂)
晴日暉暉暖且鮮    맑게 갠 날 햇빛 비쳐 따스하고 산뜻한데
景高人遠憶詩仙    멋진 경치에 멀리 계신 시선을 생각하네
謝家明粹神傳髓    사씨 집안의 밝고 순수함을 골수로 전해 받고
孟氏淸芬夢受天    맹씨의 맑은 향기를 하늘에서 받았지요
鶴國春深花似錦    학국에 봄이 깊어 꽃은 비단과 비슷하고
雞村雨過柳如烟    계촌에 비 지난 뒤 버들은 연기와 같네
可岭物色阻携手    가련해라, 손잡고 함께 감상을 못하다니
渭北江東路幾千    몇 천 리나 떨어진 위북과 강동의 길86)이여
흡 도사가 시를 청하기에(酬洽道士乞句)
傳道曺磎白面客    조계산의 도를 닦는 얼굴 흰 나그네가
慇勤就我乞新詩    은근히 나에게 새로운 시를 간청하네
花明抑嚲鸎聲滑    환한 꽃 늘어진 버들에 꾀꼬리 소리 매끄럽고
雲暗松喬鶴夢遅    어두운 구름 높은 솔에 학의 꿈이 더디어라
老去神昏無壯氣    늙으며 정신 어두워져 장한 기운 없고
病來魂喪有愁思    병들어 넋이 나가 시름 걱정뿐이로다
知君性僻耽佳句    그대의 성벽性癖이 멋진 시구 좋아하기에
漫興成章輒忸怩    흥 내어 한 수 지었지만 마냥 부끄럽소
은옹 노형에게 증정하다(謹隱翁老兄)
百歲三分二已經    백 년 중에 삼분의 이가 다 지나도록
懃脩白業到忘形    선업善業을 열심히 닦아 형체를 잊었네
療飢須拾嶠松屑    배고픔 면하려면 잣을 따야 할 것이요
止渴應呑澗水冷    목마름 면하려면 시냇물을 마셔야지
靑鶴一雙長作伴    언제나 동행하는 한 쌍의 청학이요
碧峯千疊自爲屏    절로 병풍이 되는 일천 첩의 청산이라
今將諗老寒霜刃    지금 심諗 노인87)의 서릿발 같은 칼날을
贈與禪兄斬魅精    형에게 드리오니 도깨비 처치하시도록
장흥의 선비 마종훈이 도중에 시를 지으며 운을 부르기에 답하다(答長興士人馬鍾勳途中作呼韻)
假客禪室一迷僧    잠시 나그네 된 선실의 떠도는 중 하나
食粟常憂歲未登    양식을 먹으며 흉년을 항상 걱정하오
悃屨祗尋南嶂葛    신발이 다 닳으면 남산의 칡을 찾으면 되고
業楮徒取北溪藤    종이가 필요하면 북계의 등을 취하면 되네
多年雪衲寒如鐵    몇 년 입은 누더기 옷 차기가 무쇠 같고
不剪霜髭皓似氷    깎지 않은 수염은 하얗기가 얼음 같네
濫奉淸儀終日話    함께 모시고서 온종일 얘기하다 보니
怳然身値紫鸞乘    황홀하게 난새를 탄 신선이 된 듯하오

008_0352_b_01L通明殿下受明詔仗鉞南巡嶺海閑

008_0352_b_02L分陜寵隆威振漠靜氛謀遠令馳蠻

008_0352_b_03L濟時堪畵雲臺上能政應稱竹帛間

008_0352_b_04L聞飽高名思一接龍門迢遞杳難攀(二)

008_0352_b_05L呈野遺堂

008_0352_b_06L
晴日暉暉暖且鮮景高人遠憶詩仙

008_0352_b_07L謝家明粹神傳髓孟氏淸芬夢受天

008_0352_b_08L鶴國春深花似錦雞村雨過柳如烟

008_0352_b_09L可岭 [13] 物色阻携手渭北江東路幾千

008_0352_b_10L酬洽道士乞句

008_0352_b_11L
傳道曺磎白面客慇勤就我乞新詩

008_0352_b_12L花明抑 [14] 聲滑雲暗松喬鶴夢遅

008_0352_b_13L老去神昏無壯氣病來魂喪有愁思

008_0352_b_14L知君性僻耽佳句漫興成章輒忸怩

008_0352_b_15L謹隱翁老兄

008_0352_b_16L
百歲三分二已經懃脩白業到忘形

008_0352_b_17L療飢須拾嶠松屑止渴應呑澗水冷

008_0352_b_18L靑鶴一雙長作伴碧峯千疊自爲屏

008_0352_b_19L今將諗老寒霜刃贈與禪兄斬魅精

008_0352_b_20L答長興士人馬鍾勳途中作呼韻

008_0352_b_21L
假客禪室一迷僧食粟常憂歲未登

008_0352_b_22L悃屨祗尋南嶂葛業楮徒取北溪藤

008_0352_b_23L多年雪衲寒如鐵不剪霜髭皓似氷

008_0352_b_24L濫奉淸儀終日話怳然身値紫鸞乘

008_0352_c_01L
마공의 시(馬公韻)
絶粒休糧賢聖僧    밥도 안 먹고 곡기도 끊은 어진 성승聖僧이
三天花雨岸先登    삼천의 꽃비 내리는 언덕에 먼저 올랐소
甁藏鐵柱千年骨    병 속에 철주를 숨겼나니 천년의 뼈다귀요
手把胡孫萬世藤    손으로 원숭이(胡孫)88) 잡았나니 만세의 등나무라
白月當空明似鏡    하늘 위에 뜬 흰 달은 밝기가 거울 같고
大珠磨玷浻如氷    티를 없앤 큰 구슬은 투명하기 얼음일세
迷方却喜摩尼照    길 잃어도 마니摩尼89)가 비춰 주니 기뻐라
竟日從容問小乘    종일토록 조용히 소승을 물으려오
비로봉에 올라(登毘盧峰)
萬國都城如蟻垤    만국萬國의 도성은 개미 둑과 같고
千家豪傑爲醯雞    천가千家의 호걸들은 날파리로다
一窓明月淸虛枕    베갯머리 비춰 주는 창가의 밝은 달빛
無限松風韻不齊    솔바람 소리 끝없이 운 바꿔 들려오네
환향還鄕
三十年來返古鄕    삼십 년 만에 나의 고향 돌아와 보니
人亡宅廢又村荒    사람 없고 집 무너진 채 황폐한 마을
靑山不語春天暮    푸른 산 말없이 봄날이 저무는데
杜宇一聲來杳茫    두견이 한 소리 아득히 들려오네

이상은 서산 큰스님의 시이다.(右西山大老。)
선소의 시에 차운하다(次仙巢韵)
黃蘗老人轟霹靂    황벽 노인은 벽력같이 소리쳤고
白拈臨濟捷風雲    백념白拈90) 임제臨濟는 풍운처럼 민첩했네
固知佛法無多子    불법이 별것 아님을 알겠노니
八兩元來是半斤    여덟 냥이 원래 반 근이니라
송원 장로가 꽃 한 가지를 꺾어서 선소로 하여금 이 꽃의 이름을 묻게 하였는데, 내가 잘 모르겠기에 홍우도홍설앵이라고 아무렇게나 칭하고는, 인가를 받고 싶은 마음에 시를 지어 올린다(松原長老 折花一枝 使仙巢問此花名 未知詳 吾以妄稱紅雨桃紅雪櫻 願聞印可 仍以題之)
芸芸萬物本無情    하고 많은 만물은 본래 정이 없는 것
物豈稱吾其姓名    만물이 어찌 나의 이름 일컬으리오
觀物只應觀美惡    만물을 볼 적에는 미악美惡91)만 보면 되지
肯將紅紫定桃櫻    홍자紅紫를 도앵桃櫻이라 하필 단정 지으랴


008_0352_c_01L馬公韻

008_0352_c_02L
絕粒休糧賢聖僧三天花雨岸先登

008_0352_c_03L瓶藏鐵柱千年骨手把胡孫萬世藤

008_0352_c_04L白月當空明似鏡大珠磨玷浻如永

008_0352_c_05L迷方却喜摩尼照竟日從容問小乘

008_0352_c_06L1)登毘盧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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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國都城如蟻垤千家豪傑爲醯雞

008_0352_c_08L一窓明月淸虛枕無限松風韻不齊

008_0352_c_09L還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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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十年來返古鄕人亡宅廢又村荒

008_0352_c_11L靑山不語春天暮杜宇一聲來杳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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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西山大老

008_0352_c_13L次仙巢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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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蘗老人轟霹靂白拈臨濟捷風雲

008_0352_c_15L固知佛法無多子八兩元來是半斤

008_0352_c_16L松原長老 折花一枝 使仙巢問此花

008_0352_c_17L名 未知詳 吾以妄稱紅雨桃紅雪櫻

008_0352_c_18L願聞印可 仍以題之

008_0352_c_19L
芸芸萬物本無情物豈稱吾其姓名

008_0352_c_20L觀物只應觀美惡肯將紅紫定桃櫻

008_0352_c_21L自此至末(九首詩)底本作筆寫即淸虛所作
008_0352_c_22L「登毘盧峯ㆍ還鄕(本全書第七册淸虛集卷二)」ㆍ
008_0352_c_23L惟政所作「次仙巢䪨ㆍ松原長老…仍以題之(本
008_0352_c_24L全書第八册四溟集卷七)」ㆍ枕肱所作「智異山
008_0352_c_25L五香臺ㆍ金流有所思ㆍ七佛庵偶吟ㆍ送澄老師
008_0352_c_26L歸方丈ㆍ贈訥師(本全書第八册枕肱集卷上)」等
008_0352_c_27L開板者之意在爲示枕肱之筆蹟明矣其中
008_0352_c_28L新出者只是「七佛庵偶吟」一首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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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송운 큰스님의 시이다.(右松雲大老)
지리산 오향대에서(智異山五香臺)
茅庵在白雲白     띳집 절은 흰 구름이 하얗게 에워싸고
禮仙壇淸磬淸     선단에 예배하는 경쇠 소리 맑아라
夜將半諸品靜     밤이 반쯤 지나며 만물이 고요한데
月影寒松露雲     찬 달 그림자 아래 솔 이슬 떨어지네
금류동에서 감회에 잠겨(金流有所思)
洞裏花紅紅射日    골짜기 꽃은 붉어 태양에 반사되고
嶺頭松碧碧凌空    재 위 솔은 푸르러 공중을 능지르네
一般春色分爲二    똑같은 봄빛이 나뉘어 둘이 되었나니
半入花林半入松    반쪽은 꽃숲 속, 반쪽은 솔 속으로
칠불암에서 우연히 읊다(七佛庵偶吟)
三神洞裡煙火老    삼신동 안에는 밥 짓는 연기 흐릿하고
七佛庵前月色幽    칠불암 앞에는 달빛이 홀로 그윽해라
回望白雲千萬里    뒤돌아보면 천리만리 펼쳐진 흰 구름
天連秋水碧浮浮    가을 물 푸르름이 하늘과 맞닿아 떠 있네
징 노사가 방장산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澄老師歸方丈)
年來何事我偏愁    요 몇 해 무슨 일로 나만 시름겨운지
未透玄關無白頭    현관을 깨뜨리지 못해 머리가 세려 하네
却羡老師歸方丈    부러워라 노사는 방장산에 돌아가서
靜看庭栢月中遊    정백庭栢92)을 살피며 달빛 속을 거닐 테니
눌 스님에게 증정하다(贈訥師)
山白雲和雪      구름과 눈으로 산이 새하얗고
江明月印潭      달이 못에 비쳐서 강이 밝도다
滿看皆活物      가득 보이는 모든 것이 활물이니
誰更問前三      누가 다시 전삼前三93)을 물어보리오

이상은 침굉 큰스님의 시이다.(右枕肱大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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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松雲大老

008_0353_a_02L智異山五香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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茅庵在白雲白禮仙壇淸磬淸

008_0353_a_04L夜將半諸品靜月影寒松露雲

008_0353_a_05L金流有所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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洞裏花紅紅射日嶺頭松碧碧凌空

008_0353_a_07L一般春色分爲二半入花林半入松

008_0353_a_08L七佛庵偶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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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神洞裡煙火老七佛庵前月色幽

008_0353_a_10L回望白雲千萬里天連秋水碧浮浮

008_0353_a_11L送澄老師歸方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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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來何事我偏愁未透玄關無白頭

008_0353_a_13L却羨老師歸方丈靜看庭栢月中遊

008_0353_a_14L贈訥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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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白雲和雪江明月印潭

008_0353_a_16L滿看皆活物誰更問前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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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枕肱大老
  1. 2)전삼前三 : ‘전삼삼前三三 후삼삼後三三’의 준말이다. 당나라 무착 선사無著禪師가 문수보살을 예배하러 오대산으로 들어가다가 소를 끄는 노인을 만나 어느 절간으로 따라 들어갔다. 선사가 “여기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주지하고 있느냐.(此間佛法。 如何住持。)”라고 묻자, 노인은 “용과 뱀이 뒤섞여 있고, 범인과 성인이 함께 살고 있다.(龍蛇混雜。 凡聖同居。)”라고 대답하였으며, 다시 “대중의 숫자는 얼마나 되느냐.(衆幾何)”라고 묻자, “앞이 삼삼이요, 뒤가 삼삼이다.(前三三。 後三三。)”라고 대답하였는데,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야 그 노인이 바로 문수보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불조통기佛祖統紀』 권41 「헌종憲宗5년조」. 『오등회원五燈會元』 권9 「항주무착문희선사杭州無著文喜禪師」.
  2. 3)금화산 징광사 : 전라도 낙안樂安에 있었다. 절 이름을 따서 이 부근을 (보성군 벌교읍) 징광리라고 한다.
  3. 4)고운孤雲 : 최치원崔致遠(857~?)의 자字이다. 그가 가족을 데리고 가야산伽倻山에 들어가 노닐면서 생을 마쳤는데, 그곳에 학사대學士臺와 제시석題詩石 등 유적이 있다.
  4. 5)두륜산 : 현재 전라남도 해남군에 있는 산.
  5. 6)선암사 : 침굉 대사가 주석하다가 입적한 절. 지금의 전라남도 승주군에 있다.
  6. 7)야유당 : 『침굉집』에 여러 번 등장하는 인물이다. 유학자로서 침굉과 시를 통해 교유한 인물로 보인다.
  7. 8)진정한 도인인~석장錫杖을 날렸는지 : 참고로 진晉나라 손작孫綽이 지은 ≺유천태산부游天台山賦≻에 “진정한 도인은 석장을 날려 허공을 밟고 다닌다.(應眞飛錫以躡虛)”라는 말이 나온다.
  8. 9)평생토록 육조~석장을 쉬었다오 : 육조 대사六祖大師로 일컬어지는 당나라 혜능慧能이 조계산曹溪山 보림사寶林寺에서 선종禪宗의 정통으로 일컬어지는 남종南宗을 개창하여 선풍禪風을 떨쳤는데, 여기서 조계는 순천順天의 조계산 송광사松廣寺를 가리킨다.
  9. 10)남악南岳 : 혜능의 제자인 남악 회양南岳懷讓을대 제자인 남악 회양과 청원 행사靑原行思의 문하에서 중국 선종의 오가五家, 즉 위앙종潙仰宗·임제종臨濟宗·운문종雲門宗·법안종法眼宗·조동종曹洞宗이 나왔다.
  10. 11)종안宗眼 : 정법안正法眼. 종지宗旨를 꿰뚫어 이해하는 밝은 눈.
  11. 12)상사上舍 : 생원·진사시를 통과한 생원, 진사를 말한다.
  12. 13)노수魯叟 : 공자를 가리킨다. 공자가 “나의 도는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일을 꿰뚫고 있다.(吾道一以貫之)”라고 말한 내용이 『논어』 「이인里仁」 편에 나온다.
  13. 14)소요당逍遙堂 : 지리산에 있던 소요 태능逍遙太能(1562~1649)의 당호. 태능의 호는 소요, 속성은 오吳씨.세 때 백양산에서 출가하여 부휴浮休에게 장경을 배우고, 서산 대사에게 나아가 선지禪旨를 깨달았다. 조선 인조 27년에 나이 88세, 법랍 73세로 입적하였다. 연대사에 비가 있고, 보개산 심원사, 지리산 연곡사, 두륜산 대둔사에 부도가 있다. 침굉 현변에게 법을 전수하였다.
  14. 15)적룡赤龍의 가을 : 칠월 칠석을 말한다. 선인仙人 도안공陶安公이 칠월 칠일에 적룡을 타고 승천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열선전列仙傳』 「도안공陶安公」.
  15. 16)한산寒山의 손가락~밝게 비치리라 : 한산은 당나라의 저명한 시승詩僧인데, 그가 문수보살의 화신이라는 말이 있기 때문에, 문수전의 시와 관련하여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한산·습득拾得과 함께 천태天台 국청사國淸寺의 삼은三隱으로 일컬어진 풍간豊干이 대주자사臺州刺史 여구윤閭丘胤에게 “한산은 문수보살의 화신이고 습득은 보현보살의 화신이니 부임하면 만나 보라.(寒山文殊。 拾得普賢。 當就見之。)”라고 하였으므로, 여구윤이 국청사에 가서 두 사람에게 절을 하니, 한산과 습득이 달아나면서 “풍간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다. 아미타불의 화신인 풍간도 알아보지 못하면서 무엇하려고 우리에게 예배하는가.(豊干饒舌。 彌陀不識。 禮我何爲。)”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16. 17)도를 논하려면 조로관趙老關을 두드려야지 :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조사선祖師禪을 참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로관은 조로趙老, 즉 조주 종심趙州從諗의 관문이라는 뜻이다. 조주는 당나라의 유명한 선사로 조주구자趙州狗子·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 등 많은 선종의 공안을 남겼다.
  17. 18)면벽面壁의 유풍을~막는 거라네 : 참선을 통해서 도를 체득해야지, 많이 듣고 아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면벽은 벽을 향해 앉아서 참선한다는 뜻이다. 보리달마菩提達摩가 남조南朝 양梁나라 때 인도에서 중국에 온 뒤에, 숭산년 동안이나 아무 말 없이 면벽 좌선을 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벽관바라문壁觀婆羅門이라고 칭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그리고 석가의 제자 아난이 다문제일多聞第一로 꼽혔는데, 석가 열반 후에 첫 번째 법통을 가섭에게 뺏겼다가 그 뒤 2대째에야 잇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18. 19)정백庭栢 :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의 준말로, 선종의 공안公案이다. 어떤 승려가 당나라의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禪師에게,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의 화두를 거론하여 묻자,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라고 대답했던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연등회요聯燈會要』 권6 「조주종심趙州從諗」. 조사서래의는 달마達磨가 서쪽 인도에서 중국에 건너와 불법佛法을 전한 진의眞意가 무엇인지를 묻는 선종의 화두이다.
  19. 20)파가巴歌 : 파인巴人의 노래라는 뜻으로, 세상의 취향에 맞는 대중가요를 가리킨다. 춘추시대에 초楚나라에서 어떤 나그네가 하리下里와 파인巴人의 속요俗謠를 부르니 수천 명이 따라 불렀고, 양아陽阿와 해로薤露의 노래를 부르니 몇 백 명이 따라 불렀는데, 고상한 양춘陽春과 백설白雪의 가곡을 부르니 몇 십 명밖에는 따라 부르지 못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문선文選』 권23 「송옥대초왕문宋玉對楚王問」.
  20. 21)평생토록 아양곡峨洋曲만~못함을 한탄하누나 : 지기知己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한 말이다.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고산高山에 뜻을 두고 연주하면 그의 지음知音인 종자기鍾子期가 “좋구나. 아아峨峨하여 태산泰山과 같도다.” 하였고, 유수流水에 뜻을 두고 연주하면 “좋구나. 양양洋洋하여 강하江河와 같도다.”라고 평했다는 고사가 있다. 『열자列子』 「탕문湯問」.
  21. 22)담운曇雲이 에워싼~깊은 곳이리라 : 담운은 구담瞿曇의 구름이라는 뜻이다. 구담은 석가모니釋迦牟尼의 성姓인 gautama를 음역音譯한 것이다. 삼화三花는 1년에 세 번 개화한다는 패다수貝多樹를 가리킨다. 불경을 서사書寫한 나무 잎사귀를 패다라貝多羅 혹은 패엽貝葉이라고 한다.
  22. 23)삼복백규三復白圭 : 항상 가슴속에 새겨 잊지 않는다는 말이다. 『시경』 「대아大雅」 ≺억抑≻ 중에 “흰 옥돌에 묻어 있는 오점汚點은 그래도 깎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을 한 번 잘못해서 생긴 오점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라는 말이 나오는데, 공자의 제자인 남용南容이 매일 이 구절을 세 번씩 반복해서 외우자(三復白圭), 공자가 이를 훌륭하게 여겨 자신의 조카딸로 그의 처를 삼게 했던 고사가 있다. 『논어』 「선진先進」.
  23. 24)팔고八苦 : 생로병사의 사고四苦에, 사랑하면서 이별하는 고통(愛別離苦), 구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求不得苦),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고통(怨憎會苦), 오음五陰(色·受·想·行·識)에서 생기는 고통(五陰盛苦)을 더한 것을 말한다.
  24. 25)삼상參商 : 삼성參星과 상성商星을 합하여 부르는 명칭인데, 이 두 별은 동쪽과 서쪽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동시에 볼 수 없으므로, 사람이 서로 떨어져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25. 26)천하가 작다고~해도 괜찮으리라 : 참고로 『맹자』 「진심盡心 상上」에 “공자가 동산에 올라가서는 노나라를 작게 여겼고, 태산에 올라가서는 천하를 작게 여겼다.(孔子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라는 말이 나온다.
  26. 27)나물 먹고~그 속에 : 참고로 『논어』 「술이述而」에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눕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나니, 떳떳하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27. 28)조주趙州의 무無자 공안 : 선종의 공안公案으로, 조주구자趙州狗子·조주불성趙州佛性·조주유무趙州有無라고도 칭한다. 당唐나라의 고승인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어떤 승려가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狗子還有佛性也無)”라고 묻자, 조주가 “없다.(無)”라고 대답하였는데, 승려가 다시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을 지니고 있는데, 개는 어째서 없는 것인가?” 하고 물으니, 조주가 “그에게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이다.” 하였다. 그런데 다른 승려가 또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하고 물었을 때, 조주가 “있다.(有)”라고 하자, 그 승려가 “일단 불성이 있다고 한다면 어째서 저 가죽 부대 속에 들어갔는가?” 하고 물으니, 조주가 “그가 알고도 짐짓 범하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였는데, 어째서 조주가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했는지, 그 본래의 참 뜻을 깨닫게 하는 것이 이 화두話頭의 목적이다. 『무문관無門關』 제1칙則, 『종용록從容錄』 제18칙 등에 나온다.
  28. 29)백곡白谷 : 백곡 처능白谷處能(1617~1680). 지리산 쌍계사 벽암 각성碧巖覺性 문하에서 23년 동안 참학하여 그의 법을 이었다. 현종 15년(1674) 도총섭都摠攝이 되었으나 곧 사퇴하고 속리산·청룡산·성주산·계룡산 등에서 법석을 열고, 대둔사의 안심암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현종의 척불정책에 대해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를년(1680) 금산사에서 대법회를 연 후 그 해에 입적하였다. 저서로 『대각등계집大覺登階集』이 있다. 침굉 대사와는 깊은 교유를 나누었다.
  29. 30)뜰 앞의 잣나무 : 조주 화상이 제시한 화두.
  30. 31)일체의 속박을 벗어나 : 시방좌단十方坐斷은 『벽암록』 32칙에 나오는 말이다. 시방은 동서남북, 그 중간의 사유四維와 상하를 말한다. 즉 시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 나아가 일체의 것을 제거해 버린 경지, 궁극적인 경지를 말한다.
  31. 32)매단 북처럼~해를 관찰하며 :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 나오는 16종 관법觀法 중에, 서쪽을 향해 앉아서 마치 매달아 놓은 북(懸鼓)처럼 지는 해를 관찰하는 일상관日想觀이 있다.
  32. 33)도연명陶淵明, 사령운謝靈運 : 진晉나라 도연명과 남조南朝 송宋의 사령운. 이들은 각각 전원시와 산수시에 능하여, 자연의 경물 묘사에 최고의 솜씨를 보이고 있다.
  33. 34)판사判事 : 조선시대 승직僧職의 하나. 한 종파의 일을 총판하는 수장. 판선종사判禪宗事·판교종사判敎宗事.
  34. 35)총섭緫攝 : 승군僧軍을 통솔하는 승직의 이름이다. 총섭總攝으로도 쓰며, 섭리攝理 또는 승통僧統이라고도 한다. 팔도의 사찰을 총괄하는 승직으로, 각 도道에 1인씩 두었다.
  35. 36)삼성三城 : 조선시대에 총섭總攝을 두었던 북한산성과 남한산성 등을 일컫는 말인 듯하다.
  36. 37)우두牛頭를 행하시기를 : 면벽하여 참선 수도할 것을 권한 것이다. 우두는 중국 선종의 한 종파인 우두종牛頭宗을 말한다. 4조 도신道信의 제자인 우두 법융牛頭法融의 법맥을 이었는데, 화두참구話頭參究를 위주로 하는 조사선祖師禪과는 달리, 무심無心을 종지로 하는 선풍禪風을 떨쳤다.
  37. 38)백헌白軒 : 이경석李景奭(1595~1671).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자는 상보尙輔이며, 호는 백헌이다.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이며,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대사헌으로서 인조를 호종扈從하여 남한산성에 들어갔다. 영의정에 올라 국정을 총리하였다. 저서로는 『백헌집』이 있다.
  38. 39)허백당虛白堂 :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관료 문인인 성현成俔(1439~1504)의 호.
  39. 40)서래西來 :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의 준말.
  40. 41)무현금無絃琴 : 줄 없는 거문고를 말한다. 선종에서는 상식이나 사량분별을 초월한 깨달음을 비유한다. 일반적으로는 동진의 처사 도잠陶潛은 본디 음률을 잘 알지 못했지만 줄도 없는 거문고 하나를 가지고 있으면서 술이 거나할 때마다 어루만지며 자기의 뜻을 부쳤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한가로이 은거하는 정취를 의미한다.
  41. 42)이 시는 차운의 대상이 없다. 차운시가 아니라 앞의 금류동에서 지은 육언절구와 함께 지은 시로도 볼 수 있다.
  42. 43)방장산方丈山 : 봉래蓬萊, 영주瀛州와 함께 전설적인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꼽히는데, 여기서는 지리산智異山을 가리킨다.
  43. 44)도촌陶村 : 국화를 사랑한 진晉나라의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44. 45)수재秀才 : 초시初試, 생원生員과 같은 말이다.
  45. 46)칠택七澤과 삼상三湘 : 칠택은 옛날 초楚나라 지역의 여러 호수를 가리키고, 삼상은 호남성湖南省을 경유하여 흐르는 장강長江·상강湘江·완강浣江을 가리킨다. 참고로 남조南朝 송宋 안연지顔延之의 글에 “삼상은 동정으로 흘러 들어가고, 칠택은 초나라 교외에 구름처럼 펼쳐져 있다.(三湘淪洞庭。 七澤藹荊牧。)”라는 표현이 나온다. 『문선文選』 권27 「시안군환도여장상주등파능성누작始安郡還都與張湘州登巴陵城樓作」.
  46. 47)유리(吠璃) : ⓢ vaidurya의 음역音譯인 폐유리吠瑠璃의 준말로, 불경佛經에서 말하는 칠보七寶 중의 하나이다. 수미산須彌山에서 생산된다고 하는 견고하고 투명한 청색의 보석이다.
  47. 48)절간(雞園) : 계원雞園은 인도 무우왕無憂王이 세운 절이다. 『불조통기佛祖統記』.
  48. 49)영각鈴閣엔 팽택彭澤의~다시 떠오르고 : 영각은 지방 장관의 치소治所이다. 진晉나라 도연명이 팽택현령彭澤縣令으로 있다가 80일 만에 그만두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은 고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49. 50)금헌琴軒엔 영천頴川의~또 불어온다네 : 금헌은 수령의 정사당政事堂을 말한다. 공자의 제자인 복자천宓子賤이 선보單父의 수령으로 있으면서 단지 비파(琴)를 타고 노래만 부를 뿐 공당公堂에 내려간 적이 없는데도 고을이 잘 다스려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찰현察賢」. 그리고 한漢나라 때 황패黃霸가 영천태수穎川太守로 나가서 선정善政을 베푼 고사가 있다.
  50. 51)닭 잡는 데~공을 이루시리니 : 잠깐 수령으로 있다가 조정에 복귀하여 삼공三公과 같은 재상宰相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말이다.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의 수령으로 있을 때, 조그마한 고을에서 예악禮樂의 정사를 펼치는 것을 보고는, 공자가 빙그레 웃으면서 “닭을 잡는 데에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랴.(割雞焉用牛刀)”라고 농담으로 말했던 고사가 전한다. 『논어』 「양화陽貨」. 또 『서경』 「주관周官」에, 태사太師·태부太傅·태보太保 등 삼공三公을 세워 “도를 논하고 나라를 경륜하며 음양을 섭리하게 한다.(論道經邦。 燮理陰陽。)”라는 말이 나온다.
  51. 52)수양산首陽山에서 굶어 죽은 사나이 : 수양산에 들어가 주周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고사리만 뜯어 먹다가 굶어 죽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가리킨다.
  52. 53)동명東溟 : 조선 현종顯宗 때의 문신文臣이며 학자였던 정두경鄭斗卿(1597~1673). 시문과 서예에 뛰어났고 대제학에 추증되었다. 문집에 『동명집東溟集』이 있다.
  53. 54)석인碩人 : 현자賢者를 뜻한다. 『시경』 「위풍衛風」 ≺고반考槃≻에 현자의 은거를 찬미하여 “고반이 시냇가에 있으니, 현자의 마음이 넉넉하도다.(考槃在澗。 碩人之寬。)”라 하였다.
  54. 55)행단杏壇에 곧바로~사물四勿을 통하고 : 유학儒學에 통달했다는 말이다. 행단은 공자가 강학講學을 했던 곳으로, 학교를 뜻한다. 『장자』 ≺어부漁父≻의 “공자가 치유緇帷의 숲 속에서 노닐며, 행단杏壇 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나니, 제자들은 글을 읽고 공자는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렀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물은 공자가 안회顔回에게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物言。 非禮勿動。)”라고 지시한 것을 말하는데, 『논어』 「안연顔淵」에 나온다.
  55. 56)연화세계(蓮界)에 올라~채찍을 가했다오 : 불도佛道에 정진했다는 말. 연계는 연화세계蓮花世界라는 뜻이고, 삼거三車는 『법화경法華經』에 나오는 양거羊車·녹거鹿車·우거牛車, 즉 성문승聲門乘·연각승緣覺乘·보살승菩薩乘의 삼승三乘을 뜻한다.
  56. 57)수레와 문자가~되게 할 텐데 : 세상 사람들이 태평성대의 혜택을 똑같이 받게 하는 큰 공적을 세울 것이라는 말이다. 『중용』에 “지금 온 천하 사람들이 수레는 바퀴의 치수를 똑같이 하고 글은 문자를 똑같이 하고 있다.(今天下。 車同軌。 書同文。)”라는 말이 나온다.
  57. 58)금성錦城 : 전라남도 나주의 옛 이름.
  58. 59)교칠膠漆 : 부레풀과 옻나무의 칠이라는 뜻으로, 교분이 두터운 우정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후한後漢의 진중陳重과 뇌의雷義가 돈독한 우정을 발휘하자, 사람들이 “부레와 칠이 잘 붙는다 하지만, 진중과 뇌의의 우정만은 못하다.(膠漆自謂堅。 不如雷與陳。)”라고 칭찬했던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독행열전獨行列傳」.
  59. 60)구소歐蘇 : 송나라 구양수歐陽修와 소식蘇軾의 병칭이다.
  60. 61)도원渡遠 : 배도盃渡와 혜원慧遠. 배도는 진晉나라의 스님으로, 기주冀州 사람이며 성명은 미상이다. 항상 나무로 만든 잔(盃)을 타고 물을 건넜으므로 사람들이 배도 화상盃渡和尙이라고 불렀다. 세세한 행실에 구애되지 않았으며 신통력이 탁월하였는데, 세상에서는 그의 유래를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 혜원(335~417)은 중국 동진 때 스님으로 여산 동림사에서 백련사白蓮社를 창설하여 염불을 수행하였다. 호계삼소虎溪三笑라 하여 소동파, 육수정과 함께 유불도의 경계를 벗어난 교유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61. 62)화룡火龍이 거창하게~공사를 마감했네 : 병진년丙辰年에 시작하여 정사년丁巳年에 마쳤다는 표현이다.
  62. 63)깨진 시루(墮甑) : 땅에 떨어져 깨진 시루라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가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이 뒤돌아보며 후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후한後漢의 맹민孟敏이 시루를 시장에 팔려고 등에 지고 가다가 땅에 떨어져 깨졌는데도 그가 거들떠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곽태郭泰가 그 이유를 묻자, “이미 깨진 시루를 다시 본들 무슨 소용이겠는가.”라고 대답했다는 내용이 『후한서後漢書』 권68에 나온다.
  63. 64)조역祖域 : 조사들의 영역, 곧 선禪의 세계.
  64. 65)종승宗乘 : 선종의 가르침. 선종에서는 선종의 가르침을 종승, 그 외의 가르침을 여승餘乘이라 하였다.
  65. 66)석 자의~붕鵬을 안는다오 : 해와 달을 둘러멘다는 것은 세월을 보낸다는 의미, 곤과 붕을 안는다는 것은 큰 웅지를 품는다는 의미이다.
  66. 67)툭 트인(爽塏) : 상개爽塏는 시원스럽게 툭 터진 건조한 고원 지대를 표현한 말이다.
  67. 68)구가丘軻 : 공구孔丘와 맹가孟軻, 즉 공자와 맹자의 합칭이다.
  68. 69)보백甫白 : 두보杜甫와 이백李白의 병칭이다.
  69. 70)반자班子는 일찍~절부節符를 취했고 : 후한後漢의 명장名將 반초班超가 젊었을 때 집이 가난하여 항상 글씨 쓰는 품팔이 생활로 고생을 하다가 한번은 붓을 던지면서 말하기를 “대장부가 별다른 지략志略이 없을진댄 의당 부개자傅介子나 장건張騫이라도 본받아서 이역異域에 나아가 공을 세워 봉후封侯를 취해야지, 어찌 오래도록 필연筆硯 사이에만 종사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더니, 뒤에 과연 절부節符를 쥐고 서역西域에 나아가 공을 세워서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진 고사가 있다.
  70. 71)태공太公은 늦게~왕좌王佐가 되었지 : 강태공姜太公 여상呂尙이 위수渭水 물가의 반계磻溪에서에 주周나라 문왕文王을 처음 만나 사부師傅로 추대되었고, 뒤에 문왕의 아들인 무왕武王을 도와서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평정한 고사가 있다.
  71. 72)행단杏壇 : 공자가 제자를 가르쳤다는 곳. 공자의 후손이 그곳에 단을 만들어 살구나무를 심고 비석을 세웠다. 후에는 학문을 가르치는 곳을 뜻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유학자 선비들을 가리킨다.
  72. 73)상탑桑榻은 소를~못해 부끄러워라 : 상탑은 뽕나무 탑상. 행단과 상대적으로 불문에 있는 침굉 자신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소를 길들인다는 것은 선의 종지를 깨치는 과정을 말한다.
  73. 74)소실少室 : 선종년간 면벽수도한 소실산少室山을 말한다.
  74. 75)영봉靈峯 : 영취산靈鷲山.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신 후 연꽃을 들자 가섭이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미소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75. 76)백곡白谷 : 주 29 참조.
  76. 77)귤주橘洲 : 귤자주橘子洲. 소상팔경瀟湘八景의 하나인 강천모설江天暮雪의 소재지.
  77. 78)화서華胥 : 황제黃帝가 낮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이상국가의 이름이다. 황제가 이 나라를 여행하면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이상적인 정치가 실현되는 꿈을 꾸고는, 여기에서 계발되어 천하에 크게 덕화德化를 펼쳤다는 전설이 전한다. 『열자列子』 「황제黃帝」.
  78. 79)진주가 남군南郡에~싶기도 하고 : 합포合浦의 바닷속에서 진주가 많이 나오다가, 어느 태수太守가 탐욕을 부리자 점차 교지군交趾郡으로 진주가 옮겨 갔는데, 후한後漢의 맹상孟嘗이 합포에 부임하여 폐단을 개혁하고 청렴한 정사를 펼치자, 그 동안 생산되지 않던 진주가 예전처럼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맹상전孟嘗傳」.
  79. 80)범이 북천北川을~싶기도 해라 :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에 송균宋均이 구강태수九江太守로 부임한 뒤에, 간악한 관리가 백성을 해치는 것이 호랑이보다도 더 심하다면서, 탐관오리의 숙정肅正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자, 고을에 많이 출몰하던 호랑이들이 모두 동쪽으로 강을 건너갔다는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 「송균전宋均傳」.
  80. 81)뽕나무에 곁가지~동요를 부른다네 : 선정善政을 베풀어서 백성들이 환호한다는 말이다. 후한後漢의 어양태수漁陽太守 장감張堪이 호노狐奴에서 전답을 개간하여 민생을 안정시키자, 백성들이 “뽕나무에는 곁가지가 없고, 보리에는 이삭이 두 개씩 달렸다. 장군이 정사를 행하면서부터 즐거움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桑無附枝。 麥穗兩歧。 張君爲政。 樂不可支。)”라고 노래하며 찬미했던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 「장감전張堪傳」.
  81. 82)희이希夷 : 도道를장의 “도는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으니 그것을 이라고 하고, 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 없으니 그것을 희라고 한다.(視之不見。 名曰夷。 聽之不聞。 名曰希。)”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82. 83)영장營將 : 조선 인조 때 각 도의 지방군대를 관할하기 위해 설치한 진영鎭營의 장관將官. 정3품 관직으로, 중앙의 총융청摠戎廳·수어청守禦廳·진무영鎭撫營 등에 속한 것과 각 도의 감영監營·병영兵營에 속한 것의 두 계통이 있다. 모두가 겸직이었으며, 중앙 소속은 판관判官·중군 및 인근 주州·목牧의 부사府使·목사牧使가 겸임하고, 각 도 소속은 주·군을 적당한 관할구역으로 나누어 진영을 설치하고 그 지방의 부윤府尹·부사·목사·현감縣監 등이 겸하였다.
  83. 84)분섬分陝 : 지방을 다스리는 장관, 혹은 장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周나라 초기에 주공 단周公旦과 소공 석召公奭이 섬陝을 기준으로 하여 각각 동쪽과 서쪽 지방을 다스렸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84. 85)운대雲臺 : 후한後漢 명제明帝 때 등우鄧禹 등 전대前代의 명장 28인의 초상화를 그려서 걸어 놓고 추모한 공신각功臣閣의 이름이다.
  85. 86)위북과 강동의 길 : 두보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서, 우리 함께 글을 조용히 논해 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멀리 떨어진 친구 간에 서로 그리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86. 87)심諗 노인 : 조주 종심趙州從諗(778~897)을 가리킨다. 그는 선종의 공안公案을 많이 남긴 당나라의 저명한 선사禪師이다.
  87. 88)원숭이(胡孫) : 지팡이를 말한다.
  88. 89)마니摩尼 : ⓢ·愢 maṇi의 음사. 주珠·보주寶珠라고 번역한다. 보배 구슬을 통틀어 일컫는다.
  89. 90)백념白拈 : 선가禪家의 용어인 백념적白拈賊의 준말로, 신출귀몰한 도적이라는 뜻이다. 칼을 들지 않고 맨손으로 도적질을 하면서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는 해석과, 대낮(白晝)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교묘하게 도적질한다는 해석이 있는데, 선기禪機가 신속하고 민첩한 것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쓰인다.
  90. 91)미악美惡 : 아름다움과 추함. 여기서는 외면 그대로의 모습.
  91. 92)정백庭栢 : 주 19 참조.
  92. 93)전삼前三 : 전삼삼前三三 참조.
  1. 1)題名。依版心而編者補入。
  2. 2)目次。編者作成補入。
  3. 1)「五言絶句」編者補入。
  4. 1)「七言絶句」編者補入。
  5. 1)「啇」通用「商」{編}。
  6. 1)「五言律詩」編者補入。
  7. 1)▣磨滅。字形似「思」{編}。
  8. 2)「苦」疑「若」{編}。
  9. 1)自此至末(九首詩)底本作筆寫。即淸虛所作「登毘盧峯ㆍ還鄕(本全書第七册淸虛集卷二)」ㆍ惟政所作「次仙巢䪨ㆍ松原長老…仍以題之(本全書第八册四溟集卷七)」ㆍ枕肱所作「智異山五香臺ㆍ金流有所思ㆍ七佛庵偶吟ㆍ送澄老師歸方丈ㆍ贈訥師(本全書第八册枕肱集卷上)」等也。開板者之意在爲示枕肱之筆蹟明矣。其中新出者。只是「七佛庵偶吟」一首耳。